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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 1 - 양정선(토탈미술관) 11월 04일, 워크숍을 시작하면서, 2012년 하반기에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최한 한국 현대미술 글로컬리즘 컨퍼런스 <Curaiting in Asia>의 일환으로 신진큐레이터 역량강화 프로그램 참여자로 활동하였다. 11명의 국내외 선배 큐레이터들의 활발한 활동을 어깨 너머로 관찰하며, 평소보다 밀접하게 “큐레이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선배 큐레이터들의 소중한 가르침과 동시에 눈을 반짝거리며 토론하였던 다른 참여자들과 나눈 에너지는 앞으로 하고자 하는 바에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에 만난 참여자들과의 인연은 현재까지도 지속되며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유하고 고민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2014년 가을, <프로젝트 비아 Project ViA>라는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의 워크숍을 통해 그 소중한 기회를 또 한 번 얻게 되었다. 대기업 압박면접을 방불케 하는, 진심으로 내 앞 길을 걱정해 주시는 듯한 심사위원들과의 첫 만남부터 쉽지는 않았다.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조언을 통해 진심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왔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워크숍 시작 일주일 전, 함께 선발된 참여자들과 미리 만나 인사를 나누고 발제자들에 대한 스터디 및 관련 자료를 공유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이야기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닐 영국 테이트(TATE)의 관계자들이 온다고 하니 무척 기대가 되었다. 더군다나 테이트모던은 2008년, 콜롬비아 작가 도리스 살세도(Doris Salcedo)의 쉬볼렛(Shibboleth) 전시를 보며 ‘큐레이터란 어떤 직업일까? 전시란 무엇일까?’ 에 대한 열망을 처음 품을 수 있게 해준 의미 있는 공간 이다. 그런 테이트에 한국 큐레이터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분들과 함께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뜻 깊은 경험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첫 만남, 그리고 국내현장탐방 발제자들이 머무는 서머셋 호텔 로비에서 오전 아홉 시까지 모인 뒤, 호텔 까페테리아에 둘러앉았다. 프로젝트 비아 담당자인 심지언 선생님의 인사를 시작으로 영국에서 온 손님들의 소개가 이어졌고, 우리의 수줍은 소개 또한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어제 도착해서 피곤할 법도 한데, 한국이 첫 방문인 참여자들이 많아서인지 다들 즐거워하며 가뿐한 발걸음으로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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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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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선(토탈미술관)

11월 04일, 워크숍을 시작하면서,

2012년 하반기에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최한 한국 현대미술 글로컬리즘 컨퍼런스 <Curaiting

in Asia>의 일환으로 신진큐레이터 역량강화 프로그램 참여자로 활동하였다. 11명의 국내외 선배

큐레이터들의 활발한 활동을 어깨 너머로 관찰하며, 평소보다 더 밀접하게 “큐레이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선배 큐레이터들의 소중한 가르침과 동시에 눈을

반짝거리며 토론하였던 다른 참여자들과 나눈 에너지는 앞으로 하고자 하는 바에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에 만난 참여자들과의 인연은 현재까지도 지속되며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유하고 고민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2014년 가을, <프로젝트 비아 Project ViA>라는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의 워크숍을 통해 그

소중한 기회를 또 한 번 얻게 되었다. 대기업 압박면접을 방불케 하는, 진심으로 내 앞 길을

걱정해 주시는 듯한 심사위원들과의 첫 만남부터 쉽지는 않았다.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조언을

통해 진심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왔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워크숍 시작 일주일 전, 함께 선발된 참여자들과

미리 만나 인사를 나누고 발제자들에 대한 스터디 및 관련 자료를 공유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이야기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닐 영국 테이트(TATE)의 관계자들이 온다고 하니 무척

기대가 되었다. 더군다나 테이트모던은 2008년, 콜롬비아 작가 도리스 살세도(Doris Salcedo)의

쉬볼렛(Shibboleth) 전시를 보며 ‘큐레이터란 어떤 직업일까? 전시란 무엇일까?’ 에 대한 열망을

처음 품을 수 있게 해준 의미 있는 공간 이다. 그런 테이트에 한국 큐레이터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분들과 함께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뜻 깊은 경험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첫 만남, 그리고 국내현장탐방

발제자들이 머무는 서머셋 호텔 로비에서 오전 아홉 시까지 모인 뒤, 호텔 까페테리아에

둘러앉았다. 프로젝트 비아 담당자인 심지언 선생님의 인사를 시작으로 영국에서 온 손님들의

소개가 이어졌고, 우리의 수줍은 소개 또한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어제 도착해서 피곤할 법도

한데, 한국이 첫 방문인 참여자들이 많아서인지 다들 즐거워하며 가뿐한 발걸음으로 걸어서

Page 2: - 1 - 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 2017-11-06 · 이를 바탕으로 전시 기획안 작성 요령을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디테일하게 알려주어 큰

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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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까지 이동하기로 하였다.

SeMA 비엔날레 <귀신 간첩 할머니>,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이 주최하는 미디어 아트 중심의 국제 비엔날레인 SeMA 비엔날레(미디어시티서

울)의 이번 주제는 박찬경 예술감독의 기획으로 ‘귀신 간첩 할머니’ 라는 제목으로 선보여졌다. 먼

저 박찬경 예술감독과 전시 <귀신 간첩 할머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나누고, 질의응답으로 이어

졌다. 무엇보다 강렬한 단어들로 모여있는 주제 선별에 대한 궁금증이 전반적이었다. 박찬경 감독

은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미디어아트의 기술적인 부분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주제에 더 힘을 싣고,

주제에 부합하는 작업들을 선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하였으며, 17개국 42명(팀)의 국내외 작

가들과 54명(팀)의 감독이 만든 42편의 영화를 통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아시아’에 대한 고정

관념을 다시 한 번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전했다. 개별적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난 뒤,

박찬경 감독을 다시 만나 이야기 나누었는데 예산, 작가 섭외 등 전시를 열기 위한 실무적인 상황

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박찬경 감독이 챙겨준 도록을 한 권씩 들고 무거운 주제가 주는

압박과 고민들을 뒤로 한 채 다양한 작품들을 만난 유익한 마음만을 가지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

다.

김성환 개인전 <늘 거울 생활>,아트선재센터

우리가 아트선재를 방문했던 시기에는 작가 김성환의 개인전 <늘 거울 생활>이 열리고 있었다.

비디오,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을 전시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재구성하는 김성환의

작업과 “즐거운 생활”이라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연상시키는 “늘 거울 생활” 이라는 언어유희를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가르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김선정 선생님과 어시스턴트를 만나 간단히 전시와 작가에 대한 소개를 받은 뒤

함께 전시장으로 이동하여 관람을 하였다.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전 <역병의 해 일지>, 아르코 미술관

아르코에서는 전시를 담당했던 어시큐레이터가 나와 전반적인 설명을 도왔다.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전 <역병의 해 일지>는 아시아의 사회적 현상과 오늘날 동시대 시각예술 영역을 관통하는

전시이다. 2013년 홍콩 파라사이트에서 처음 열렸던 <역병의 해 일지>는 홍콩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여 도시를 둘러싼 전염병과 관련하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집단적인 공포, 아시아의 국가주의적 긴장 등의 문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어시스턴트

큐레이터가 작품별로 설명을 해주었고, 전시 관람을 마친 후에는 아르코 아카이브를 방문하여

어떻게 예술자료들을 보관하고 데이터베이스화 시키고 있는지, 어떠한 시도들을 하고 있으며, 그

효과는 어떠한지에 대한 더 심층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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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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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개관 10주년전 <교감>, 삼성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 리움은 유물,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작업,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들의 작품 등 이건희 삼

성회장의 소장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고미술품 전시와 근현대미술품 전시로 나뉘어 선보여진다. 외

에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리움이 미술관 전체를 교감이라는 하나의 주

제로 구성하여 시대교감, 동서교감, 관객교감 등 소통과 참여를 극대화하는 작품들을 전시함으로

써, 관람객과의 소통이 점차 중요해지는 현대미술과 미술관 문화의 변화를 담아내고자 하는 전시

가 열리고 있었고, 담당자와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 개별적으로 전시를 관람하였다.

최정화 개인전 <총천연색(總天然色)>, 문화역 284

마지막 방문지는 (구)서울역 일부를 개조한 전시공간인 문화역서울 284이다. 2011년 원형 복원

공사를 마친 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중인 문화역서울 284에서는 세계적인 작가 최정화의

개인전 <총천연색(總天然色)>을 관람할 수 있었다.

11월 05일, 국내현장탐방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오전부터 이동했던 터라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아시아 최고 규모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방문을 위해 이동하는 버스에서 서지안 참여자의 설명을 들었다. 특히 외국인 발제자들은 전당의

규모에 경악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14년 완공을 앞두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서 광주의 역사적 정신적 중심에서 민주 인권 평화 정신을 구현하며, 아시아

문화를 연구 개발, 확산하여 아시아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창작, 전시,

공연 활동 등 아시아문화를 테마로 한 복합문화시설로서 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한 인프라를

구축한 문화도시의 핵심기반 시설로 자리잡고자 한다. 김선정 정보원장의 설명을 들으며 앞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어떻게 굴러갈지, 어떤 인프라가 구축될 지 많은 고민들이 오고 갔다. 나

또한 내가 자라온 터전에 턱하니 거대한 괴물처럼 자리잡은 전당이 광주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기대와 이로부터 오는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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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광주비엔날레 <터전을 불태우라!>, 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에 들어서 거대하게 걸린 현수막에 쓰여 있는 주제를 맞닥뜨리니, SeMA 비엔날레

박찬경 감독이 SNS를 통해 남긴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국 같은 사회에서 <터전을 불태우라!>

같은 제목을 사용한다는 것이 문화적으로 엉망이 되었다는 느낌을 준다는 코멘트였다. 지켜야 할

터전도 사라지는 마당에 뭘 더 없애야 하는 것인지, 최근 용산참사와 숭례문 화재를 경험한, 말

그대로 터전이 불탄 경험을 한 한국에서 이러한 전시 주제가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해외기획자 섭외부터, 올해 큰 논란이 되었던 홍성담 작가의 대통령 비판 작업 철수가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이어진 것까지, 광주비엔날레의 수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5여 국가에서

초대된 105명의 작가들의 작업으로 이루어진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개인적으로는 접하기 힘든,

유수의 작업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것과 퍼포먼스 프로그램 구성이 무척 좋았다. 그러나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전시장 전반에 걸쳐 깔려있는, 엘울티모 그리토의 종합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불꽃과

연기로 모티브를 얻어 딴 픽셀단위의 도트무늬가 거슬려 일부 작업은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이틀간의 국내미술현장 탐방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국제 발제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여자들과 대화하고, 궁금한 사항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져주었고,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말도 전하며 격려를 해주었다.

11월 06일, 비공개 워크숍, <Project Realisation> <International Partnership>

테이트 연구국장인 나이젤의 완벽한 진행으로 시작된 비공개 워크숍은 정말이지 생기가 넘쳤다.

워크숍 시작 전 나이젤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참여자들을 위해 정확하고 깔끔한 발음으로

천천히 영어를 구사하라고 당부하였고, 참여자들은 영어를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혹시

속도가 빠르거나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당당하게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축사로 지금

우리의 상황을 대변하는 가장 좋은 글귀를 발견한 것 같다며 예술경영지원센터 안내책자에 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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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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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김이순 교수의 글 일부를 읽어주었다. 시작부터 알 수 있었지만 교수로서 학생들을

오래 지도해온 나이젤은 진행자로서 완벽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었다.

첫 발제자로 테이트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인 레나 프리트쉬(Lena Fritish)가 <Exhibition

Proposals and Presentations>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시작했다. 전시를 기획할 때 필요한

항목과 순서를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알아듣기 쉽게 정리해주었다. 자신이 작가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 개인전을 기획하며 가장 처음 중점적으로 고려했던 것은 왜 지금이며, 왜

아그네스 마틴 전시가 신선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들 또한 전시를

기획할 때에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특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전시 기획안 작성 요령을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디테일하게 알려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Keep it simple” 로 정리하여 최종으로 전달하는 레나의 프리젠테이션은 그

말처럼, 간결하고 명확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류지현 큐레이터가 이야기한 <Exhibition Budgerary Planning and the

Issue>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예산이 매 해마다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통계는 어떤

방법으로 내며, 어떻게 정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협찬과 후원이 들어오는 과정 등

전시예산에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공유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에서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으며,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 뻔 했는데 이 기회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 방법이 합리적인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테이트의 시몬 그랜트(Simon Grant)의 <Curator’s writing> 발제는 워크숍 시작 전에

스케줄을 받았을 때부터 가장 기대했던 발제였다. 토탈미술관에서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일하며

가장 어렵고, 필요를 요하는 자질이 바로 “글쓰기”였기 때문이다. 작가이자 미술사가로 활동 중인

시몬은 미술잡지 Tate etc.의 편집을 맡고 있는데, 이번 발제를 통해 시몬은 레나와 마찬가지로

누구를 위한 글이며, 어떤 형식의 글이어야 하는지, 텍스트가 어떻게 공개되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고려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나쁜 글을 쓰지 않기 위해 피해야 할 항목으로 조지 오웰의

말을 빌려, 익히 봐왔던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을 것, 빼도 지장이 없는 단어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뺄 것, 능동태를 쓸 수

있는데도 수동태를 쓰는 경우는 절대 없도록 할 것, 외래어나 과학 용어 등 전문용어는 그에

대응하는 일상어가 있다면 절대 쓰지 말 것 등으로 정리하여 전달하였다. 기획자로서 평생 숙제로

삼아야 한다는 글쓰기,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고 매일매일 쓰는 연습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연습은 없다고 하지만 시몬의 좋은 글쓰기에 대한 발제를 더 확실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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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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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았다.

구겐하임 디렉터인 쥬디킴(Judy Kim)은 자신이 맡고 있는 구겐하임 아부다비 프로젝트

추진과정부터 설립시기, 구겐하임이 추구하는 방향, 이로부터 오는 문제점이나 개선해야 될

내용들에 대해 적나라하게 이야기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인접한 사디야트 섬에 지어지는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구겐하임 재단의 미술관 중 하나로서, 2006년 건설 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Stretch>라는 주제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구겐하임 아부다비

프로젝트를 이야기한 쥬디킴은 본인의 강연 차례가 되기 전부터 참여자들에게 무조건 하나씩

질문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신진큐레이터들을 위한 워크숍임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참여자들이 안타까워서였다. 여러분을 위한 워크숍이니, 이 기회를 삼아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은

모두 묻고 얻어가라고 매일 이야기 해준 쥬디킴이었다. 더군다나 쥬디킴의 완벽한 발제 속도와

언어 구사력은 닮고 싶을 정도였다.

조나단 왓킨스(Jonathan Watkins)는 <Art and the Environment. Curating the 2007

Sharjah Biennial>의 경험을 가져왔다. 조나단은 광주비엔날레와 세계비엔날레재단이 주최한

제1회 세계 비엔날레 대회에서 시드니비엔날레 사례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어 그 활동을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밀접하게 그가 진행했던 샤르자 비엔날레에 대해 들으니 조나단은 뼛속

깊은 곳부터 큐레이터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에도 한국에 여러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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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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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 적이 있는 조나단은 동시대 미술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기획 당시의 정황과 문화적

차이, 언론과 대중들의 반응을 되짚어보았다.

국립현대미술관 강수정 학예연구관은 서울관 개관특별전 <연결-전개Connecting_Unfolding>를

주제삼아 전시 준비과정과 국립현대미술관의 향후 방향에 대해 논하는 자리를 가졌다. 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생긴 이래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과천관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관

객유치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졌다. 또한 서울관, 과천

관, 덕수궁관이 어떻게 역할분담을 하고 어떠한 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국립현대미술관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함에도 불구하고 강수정 학예연

구관의 내부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은 넓은 식견과 촌철살인 같은 의견은 무척 인상 깊었다.

11월 07일, 비공개 워크숍 <Changes in Curatorial Practice> 공개 워크숍 <Context and

Contexualisation>

모리미술관 수석큐레이터 마미 카타오카(Mami Kataoka)는 2012년 광주비엔날레 공동기획자로

서 활동하였기에 여러 기회를 통해 그녀의 강연을 접할 수 있었다. 마미 카타오카가 이번 워크숍

을 통해 가져온 주제는, <Institutionalization of contemporary art and changing role of

curators>로서 일본의 현대미술을 기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 왔는지, 이로 인해 큐레이

터의 역할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정리해주었다. 쥬디킴과 마찬가지로 마미의 간결하고 정확한

프리젠테이션 실력에 다시금 감탄하게 되었다. 또한 평소에 접할 기회가 없었던 일본 현대미술의

역사와 그 변천사를 이해하기 편하게 표와 이미지를 이용해 정리해주어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테이트에 둥지를 틀고 활동하고 있는 이숙경 리서치 큐레이터는 최근 한국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

고 있는 큐레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 하

고, 유학길에 올랐다가 세계적인 기관 테이트의 큐레이터가 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가 되어 작가 문경원, 전준호와 함께 전시를 준비 중에

있다. 이숙경 큐레이터는 그간 자신이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전시를 바탕으로 <Asian art in

context>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후배 큐레이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큰 기관보다는 작은 기관에

서 전반적인 일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을 권유하며, 글쓰기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을 첫 번째

덕목으로 삼으라고 조언해주었다. 또한 관객의 입장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지정학적 위치나 역사적 문제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전체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아내고

전시로 구성하는 과정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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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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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 미술관 김현진 디렉터의 강연 <Tradition (Un)Realized>는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조금

생소한 주제였다. 두 명의 큐레이터 김현진, 데이비드 테와 작곡가 장영규가 공동 연구 및 기획을

맡아 동아시아 국가들의 전통의 의미와 문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보여준 전통 재발견 프

로젝트는 실험적인 퍼포먼스와 스크리닝 프로그램, 심포지움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고,

김현진 큐레이터는 기획의 전반적인 과정부터 각 작업에 내포된 의미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또한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현대미술과 접목하여 풀어내야 할지는 모든 참여자와 발제자

들이 가지고 가야 할 숙제임을 상기하였다.

모든 비공개 발제가 끝난 이후에는 시몬의 진행으로 여러 주제를 놓고 논의를 하였는데, 결국엔

“전시란 무엇인가”와 “전시에는 어떠한 힘이 있으며, 큐레이터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아

주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발제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큐레이터, 그리고 전시

라는 본질에 대한 고민으로 되돌아가는 시점이었다. 무엇보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자신만의

아이디어 구축과 사명감 그리고 직업에 대한 자신의 기준을 명확하게 잡지 않으면 가혹한 미술계

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아무 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우리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

어주었던 선배들의 진심 어린 조언을 하나하나 깊이 새겼다.

공개 워크숍은 마찬가지로 나이젤의 완벽한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간단한 축사들이 이어졌고,

<Towards Tomorrow’s Museum: Research at Tate>라는 주제로 나이젤의 강연이 진행되었

다. 나이젤을 테이트의 아이콘이라고 이야기했던 조나단의 표현이 떠올랐으며, 테이트 리서치 센터

와 같은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도 구축되면 좋을 것 같다. 이어지는 특강으로 조나단의 <Welcome

to Iraq: Curating the Iraqi Pavilion, Biennale of Venice 2013>가 진행되었고, 이 일정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의 워크숍을 마무리하고, 일본에 함께 가지 않는 쥬디킴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11월 08일, 일본으로!

일본은 처음이다.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접한 한 퍼포먼스 작가의 영상이 떠오른다. 그런 작품을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고 이른 아침 일본으로 떠났다. 계속되는 타이트한

스케줄에 이미 지쳐있기도 하였고, 우리가 예약한 숙소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15층 높이의

빌딩을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 탓에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모리미술관에만 겨우 방문할 수 있었다.

큐레이터인 마미가 전시 소개와 작품 설명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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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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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 밍웨이와 그 관계전: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예술­보고, 이야기하고, 선물을 건네며, 글

을 쓰고, 먹는다. 그럼으로써 세계와 연결한다.>는 대만 출신 작가 리 밍웨이의 20년 활동을 조망

하는 전시로서 그간 화두에 올랐던 새로운 예술의 경향인 “관계성의 미학”을 배경 삼아 리 밍웨이

작품을 통해 모든 것과의 “연결”에 대해 생각하였다. 리 밍웨이를 역사, 문화, 사회와의 관계성을

통해 살펴보면서 이러한 세계의 큰 틀이 개인의 기억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다. 완벽한 전시구성과 맥락은 그간 전시에 힘이 있긴 한 걸까라고 생각했던 나의 고민을 한 방에

날려주었다. 앞서 마미나 이숙경 큐레이터가 이야기 한 것처럼, 한 작가의 이야기를 지정학적 위치

나 역사적 문제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전체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아내 전시로 구성하는,

정확히 이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는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전시가 관객과 연결

되며 전시로서 완성되는 듯하다.

11월 09일-10일, 국제심포지움 <TRAUMA AND UTOPIA>

모리미술관과 테이트 리서치 센터:아시아 퍼시픽이 주최한 심포지움 <Trauma and Utopia:

Interactions in Post-War and Contemporary Art in Asia>에 참석하였다. 역시나 나이젤의

완벽한 진행으로 아시아의 전후 및 현대미술의 상호작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로서, 각국에서

초청된 다양한 발제자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한국 출신 발제자 이 솔, 우정아 교수가 참석하여 더

뜻 깊은 자리였다. 워낙 공부를 싫어하기에 하루 종일 앉아 발제를 듣고, 공부를 한다는 것이

힘들어 중간에 졸기도 많이 졸았지만, 기존의 일상적인 틀에서 벗어나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여러 이야기들을 들으니 뇌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일본의 원전사고 이후로 다루어지는

수많은 사회적 이슈들과 일본이라는 나라가 품고 있는 상처를 작가들이 어떠한 방식을 통해 이를

해소하고 논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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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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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심포지움 둘째 날 오전에는 나이젤, 이숙경 큐레이터와 한 시간 가량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워크숍 진행 중 어려웠던 사항이나 개선되야 할 내용들, 혹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각자의 생각과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이젤과 이숙경 큐레이터는 단순히

워크숍 참여자들을 향한 조언을 넘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될 만한 조언과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이를 통해 그간 함께한 시간을 하나씩, 그리고 차분하게 정리해

볼 수 있었다.

11월 11일, 일본 현장탐방

이틀간의 힘겨웠던 심포지움이 끝나니 일본 현장탐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체력은

바닥나있지만 생전 처음 방문한 일본의 미술현장을 찾아가기 위해 마지막 남은 체력을 쥐어짜서

약속장소인 도쿄도 현대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시내에서 약간 벗어난 듯한 접근성에 있어서는 조금

취약한, 오에도 선을 타고 기요스미시라카 역에서 소박한 주택가를 십 분 정도 걸으면

모트(MOT)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도쿄도 현대미술관의 현대적인 건물을 만나게 된다. 건물

주위가 공원의 일부라 미술관에 들어가지 않아도 광활한 앞마당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인상적인 복도와 자연광을 내리 쬘 수 있는 의자, 그리고 3층짜리 건물은 설치미술에 적합할 듯

하다. 특히 3층까지 뚫려 있는 높은 천장. 1995년에 개관한 도쿄도 현대 미술관은 약

4,700여점의 소장 작품을 활용하여 현대 미술의 흐름을 전망할 수 있는 상설 전시와 대규모

국제전을 비롯한 특색있는 기획 전시를 개최하는 등, 회화, 조각, 패션, 건축,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현대미술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Around Michel Gondry’s

World>와 <Tokyo Art Meeting V Seeking New Genealogy : Bodies / Leaps /

Traces>가 함께 열리고 있어 관람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방문한 곳은, 키요스미 지역에 공업건축으로 사용되던 빌딩을 개조하여 다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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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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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총 7층 높이에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부터 차례로

내려오면서 각 갤러리를 방문했다. Tomio Koyama Gallery, Hiromi Yoshii, Kido Press,

Taka Ishii Gallery, Miyake Fine Art, ShugoArts 등 다수의 갤러리를 방문하며 특이한 공간이

내뿜는 아우라를 경험하였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시세이도갤러리 이다. 1990년대 초반에 오픈한

시세이도 갤러리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 갤러리로서, 지속적으로 비영리적 활동을 추구하고

있으며 언제나 “새로운 가치 발견과 창조”라는 이상을 실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6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전시 <Lifescape>를 관람하고 시세이도갤러리 건물 전체를 둘러보며 상업공간과

비영리공간이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11월 12일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도쿄에서 요코하마로 이동하기 위해 오전 9:30까지 시부야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시부야역

스케일이 어마어마해서 약속장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열차가 곧 출발한다는 카톡이 쉴 새 없이

울렸지만 약속시간은 이미 훌쩍 넘겼고, 다음 열차를 타고 출발하기로 했다. 시부야역은 역도

크지만 열차 라인이 여러 개라 상상이상으로 복잡했다. 겨우 약속장소에 도착했고 요코하마로

무사히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는 요코하마시에서 3년마다 열리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세계 최신의 현대미술 동형을 제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2001년에 열린 전시를 시작으로 2014년에는 제5회를 맞이했다. 주요

전시공간은 요코하마 미술관을 시작으로 뱅크아트 스튜디오, 야마시타 부두 등 독특하고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였다. 요코하마 미술관에서는 관계자가 전시 설명과 도록을 전달해주었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편과 시간대를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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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451의 예술: 세계의 중심에는 망각의 바다가 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트리엔날레는

모리무라 야스마사가 전체 디렉팅을 맡았는데, SF소설 <화씨 451도>에서 타이틀을 가져왔다.

소설은 1950년대 작품이 놀라울 정도로 현대 사회를 예견하고 있지만, ‘망각’이 건네는 무게감에

대해 재차 생각하게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망각’이라는 테마를 두고 세계 인식을 위한 축을 옮겨

사회, 일상을 포함한 세계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소주제로 <1. 망각 순례라는 여행을 떠나자 2. 침묵과 속삭임의 여행 3. 화씨 451의 여행

4. 무용으로의 여행 5. 무서운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 6. 망각의 바다에 표류한다>가 있다.

요코하마 미술관에서 관람을 마치고 야마시타 부두 쪽으로 이동했고, 관계자와의 미팅을 가진 뒤

개별적으로 전시관람을 하고 퍼포먼스까지 보았다. 이후에 방문한 뱅크아트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감탄을 자아내는 동아시아를 담론으로 삼은 전시와 공간 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쿄로 다시

돌아가야해서 시간이 빠듯했지만, 심지언 선생님의 추천으로 코가네쵸로 이동했고 한국인 관계자가

나와 코가네쵸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

코가네쵸는 원래 매매춘지역이었는데, 요코하마시 중구 코가네초의 <아트에 의한 동네의 재생>을

목표로 2009년부터 아트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거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소규모의 빈

점포나 쿄큐선 고가 아래의 문화예술 스튜디오를 활용한 작가 레지던시 사업을 개최하며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요코하마에서 보낸 하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전시 관람객들이었는데, 이는 일본 국민들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정을 마친 기념으로 코가네쵸 한국인 관계자와 모든 참여자들이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했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동안 생겨난 에피소드들도 공유하고, 처음 시작할 때보다 많이 친해져

내일부터 보질 못한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쉬웠다. 마지막이라고 여기지 않고 이를 계기 삼아 더

많은 것들을 생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는 소감을 한 마디씩 밝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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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을 마치며,

그간 참여했던 크고 작은 워크숍들중 아마 유익하지 않은 워크숍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

워크숍을 접할 당시의 나의 태도나 자세가 그 워크숍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그간 앓았던

많은 고민들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외를 대표하는 유수기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큐레이터들로부터 얻은 배움과 구체적인 멘토링은 나의 앞날에 있어 든든한

발판이 되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서로 다른 목적과 방향을 가진 사람들이 미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모여 나누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해준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분들과

심사위원분들, 소중한 기회를 허락해주신 토탈미술관 노준의 관장님, 신보슬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글. 양정선

홍익대 예술학과 석사과정 중에 있으며 2009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2010, 2012

광주비엔날레에서 인턴 및 코디네이터로 근무하였다. 2011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코스, 2012

상하이비엔날레 큐레이토리얼 워크숍, 태국 아트노월 프로젝트에 참여 및 수료하였다. 이외에

한국화 신진작가전 《화중유시》, 《홍익대학교 신진작가 발굴전_호기심의 캐비닛과 아카이브》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조망하고자 한 《속하거나 혹은 갈망하거나》展을 2012년에 전시기획하였다.

본고는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진출과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가

지원한 개인리서치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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