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가와 정치로 · 2020. 6. 4. · 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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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국가와 정치로 : 자본주의의 위기와 대안모색 정 주 연|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주제어: 자본주의, 위기, 대안, 시장, 국가 * 본 논문은 동아시아연구원의 지원(한샘 DBEW재단 재원) 및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 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5S1A3A2046903). 국제 지역연구 25권 3호 2016 가을 pp. 20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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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국가와 정치로:자본주의의 위기와 대안모색?*

    정주연|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20세기산업사회의대표적패러다임인자본주의가야기하고있는문제는 ‘이기적개인의욕구’와

    ‘공동체의집합적복리및공존의원칙’ 간의모순이다. 고도로발전한시장에대한공적규제력이점

    점 약화되면서경쟁시장의자기조정능력에대한 보완과수정의기능은저하되었고, 개인의욕망이

    시장을 통해 사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양식으로 발현되고 있다. 이대로는 자본주의가 성공할수록

    자본주의경제자체의내적불안정성또한증가하는자기파괴적경로를걷게될뿐만아니라, 정치공

    동체의공익과정당성을위협하고, 자원고갈과환경오염을통해인류공존의물적기반을파괴할가능

    성이높다. 이러한상황을타개하기위해서는국가와공동체가보다적극적으로경제적역할을담당

    하는경제체제운영방식을고민해야한다. 결국시장과자본주의의정당성을 유지하는데크게기여

    한것이민주적공동체의개입이었던것처럼, 국가의경제적역할과공적영역의확대가오히려공동

    체의복리를위협하지않도록하기위해결정적으로중요한것도적극적인정치참여를통해공동체

    의 이익을보호하는 민주적시민의 견제와 감시이다.

    주제어: 자본주의, 위기, 대안, 시장, 국가

    * 본 논문은 동아시아연구원의 지원(한샘 DBEW재단 재원) 및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5S1A3A2046903).

    국제․지역연구 25권 3호 2016 가을 pp. 203-232

  • 204 정주연

    I. 서론

    한 사회의 경제가 운용되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 중 한 가지 방식인 자본

    주의는 인간의 물질적 욕구에 의해 ‘자발적으로’ 경제가 운용되도록 하는 방

    식이다. 통제와 금욕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와 욕망이 근간이 되는 시스템이

    자기파괴적으로 변질되지 않는 이유를 아담 스미스는 경쟁시장의 자기조정

    적 성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이기적 개인들 간에 ‘경쟁’이 작동하여 가

    격인상을 억제하고 생산 수량을 조정하기 때문인 것이다. 개인들 각자의 이

    기적 동기들이 ‘보이지 않는 손’, 다시 말해 경쟁시장이라는 메커니즘을 거치

    면 사회전체 이익의 증가라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야말

    로 자본주의의 놀라운 힘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보편적인 설득력을 획득하고 성공적

    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어 온 지난 20~30년간, 자본주의는 위기에 봉착했다.

    그 위기를 낳은 핵심적인 문제는 자본주의 성장의 동력인 ‘이기적 개인의 욕

    구’와 ‘공동체의 집합적 복리 및 공존의 원칙’간에 존재하는 잠재적 모순이다.

    고도로 발전한 시장에 대한 공적 규제력이 점점 약화되면서 경쟁시장의 자기

    조정 능력에 대한 보완 기능은 저하되었고, 개인의 욕망이 사회 전체의 이익

    을 높이기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양식으로 발현되고 정치적 공동

    체의 경제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양상이 악화되었다. 더구나 자유주의 이념에

    기반한 자본주의(liberal capitalism)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경제의 세계화가

    전대미문의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 지구적 자본이동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과 전 세계적 금융위기의 파괴력과 파급력이 확대되고 그에 대한 국

    내경제의 취약성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성공적인 기

    업과 시장경쟁의 정당한 승자들조차 시장의 불안정성에서 자유롭기 힘들고,

    이는 자본주의의 자기파괴적인 특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20세기 산업사회의 대표적 패러다임인 자본주의가 야기하고 있는 문제의

    또다른 심각성은 정치공동체의 정당성에 대한 위협이다. 적절히 통제되지 않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05

    은 개인의 욕망은 공동체 내의 불평등을 급속도로 심화시킴으로써 ‘평등’과

    ‘정의’ 등 공동체의 핵심적인 가치에 반하는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하며,

    이는 결국 ‘평등하고 자유로운 시민들이 윤리적으로 정당화 할 수 있는 욕구

    에 기반하여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경제질서’로서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정

    치적, 도덕적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흔든다. 이러한 문제는 자본주의 운영의

    가장 큰 원동력인 개인의 동기를 침식하고 자율적 경쟁의 룰을 왜곡하며 구

    매력을 저하시킴으로써 결국 시장의 발전가능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더

    욱이 자본주의가 자원과 환경을 파괴하는 형태의 소비적이고 경쟁적인 생활

    양식과 생산방식을 부추기면서 성장해 왔다는 점을 자각할 때, 자본주의의

    성공이 낳는 문제는 장기적으로 인류 공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즉 고도로

    발달한 시장이 개인의 이기심과 탐욕을 사회의 이익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담

    당하기 보다는 오히려 공공의 복리와 번영을 위협하는 징후들이 증가하고 있

    는 것이다.

    본 논문은 먼저 II장에서 자본주의의 원리와 진화과정을 역사적인 맥락에

    서 살펴본다. III장에서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모순과 문제점들을 지적하

    고 그 심화 및 확산의 트렌드를 보여줌으로써 자본주의가 야기하고 있는 정

    치경제적 불안정성과 위기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이후 IV장에서는 이러

    한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와 가능성

    을 살핀다. 국가 자본주의가 자유시장에 기반한 자본주의에 유용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 대해서는, 중국의 사례를 들어 오히려 더

    심각한 내적취약성과 불평등의 문제, 그리고 국가의 횡포를 야기할 수 있음

    을 경고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

    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조정과 공적영역의 경제적 역할을 확대하는 것

    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주적 합의에 기반한 정치적 결단과 함께 국가

    의 전횡을 경계하고 감독하는 시민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핵심적이라고 주

    장한다. 이 논문은 국가와 시장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

    장-국가 관계, 개인-공동체 관계를 고민하고, 국가와 공동체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자본주의를 탐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 206 정주연

    II. 자본주의의 진화: 시장과 국가

    1. 시장의 자기조정

    ‘시장’이 인간의 경제활동을 조정한다는 아이디어는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그다지 당연하고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사회의 생

    산과 분배를 결정하는 지배적인 방식은 ‘명령(command)’이었다. 혈통과 계

    급에 따라 특정한 직업을 세습하고 권위자의 명령에 의해 강제로 노동을 동

    원하거나 생산물을 분배하는 것이 훨씬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이었다.

    ‘시장’이라는 방식에 기반하여 경제를 운영한다는 현대적 의미의 자본주의 개

    념이 사용된 것은 불과 2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시장경제의 근간

    인 ‘개인의 이익’ 라는 개념자체가 현대적인 것으로, 16~17세기까지 전통과

    관습에 매인 개인의 일상에는 존재하지도, 용인되지도 않았던 개념이다(하일

    브로너 ‧밀버그, 2010: 1~3장; 하일브로너, 2008: 2장).자유로운 개인들 간에 질서와 효율성이 ‘자발적으로’ 생겨나 결국 사회 전

    체의 필요를 충족하게 된다는 시장체제의 원리는 일견 매우 비상식적으로 보

    인다. 더구나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인간의 특성은 ‘경쟁심’과 ‘물질적 욕

    구’이다. 이기적인 특성들을 가진 개인들이 계획과 통제에서 벗어나 각자 자

    율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데 그 결과 효율성이 발생하고 공동체의 부가 확대

    된다는 것은 실상 매우 이해하기 힘든 논리이다. 욕망에 충만한 이기적인 개

    인들이 자율적으로 경쟁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극심한 혼란이

    초래되고 공동체의 질서가 붕괴할 것이라는 것이 더 합리적인 예측일 것이

    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담 스미스가 1776년 출간한 국부론에서 강조한 ‘경쟁시장의 자기조정적 특성’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원동력인 자

    율적 이기적 특성들이 파괴적으로 증폭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개인들이 ‘분

    업’화된 업무들을 수행하면서 그들 간에 ‘경쟁’이 작동하여 가격인상을 억제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07

    하고 생산 수량을 적절히 조정하기 때문이다. 서로 무관한 사람들이 각자 자

    유롭게 자신의 욕구와 이익을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 일한다면 그것이 곧

    타인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전체 사회의 결속과 번영을 가져오게 되며, 이 때

    개인들 각자의 이기적 동기들은 ‘보이지 않는 손’, 즉 경쟁시장이라는 메커니

    즘을 거침으로써 사회전체 이익의 증가를 가져오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스미스, 2007). 개인들의 이기심이 시장이라는 ‘자율’적 메커니즘을 통

    해 그 어떤 ‘계획’보다도 더욱 효율적으로 공동체의 경제적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제시하는 놀라운 비전이다.

    지난 250여 년간 시장은 그 어떤 계획이나 명령보다도 더 효율적으로 생

    산과 분배를 이루어 내었다. 그 결과 인류 복지의 모든 지표들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향상되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는 이미 그 효율성과 효과성

    을 경험적으로 증명하였다(하일브로너 ‧밀버그, 2010: 145-158; 칼레츠키, 2011: 86). 그에 더하여 개인의 자본축적을 향한 욕망과 노력이 탐욕으로 해

    석되어 경시되고 억압되기보다는 윤리적으로 합당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Weber, 2010), 자유로운 개인들 간의 자발적 교환과 협력이 경제활동의 주

    요 원칙으로 인식되면서, 자본주의는 이념적 ‧도덕적 정당성 또한 가지게 되었다. 이제 자본주의는 다양한 경제운영방식들 중 하나라기보다는, 현대 물

    질문명을 지배하는 이념이자 경제운영의 상식적 기초가 되었다.

    2. 국가에 의한 보완

    성공적인 자본주의 발전이 낳은 중요한 결과 중 하나는 정치와 경제, 그리

    고 국가와 시장의 분리이다. 시장의 발전 이전에 경제는 독립된 영역이 아니

    라 철저히 정치의 영역에 종속되어 있었고, 개인은 공동체의 권위에 얽매어

    있었다. 자본주의의 발전을 통해 경제가 정치로부터, 그리고 개인이 공동체

    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하게 되고,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 및 정치’와

    ‘개인의 이익 추구를 보장하는 민간영역 및 시장’이라는 두 개의 권위가 사회

    를 이끌어 가는 시대가 시작되었다(하일브로너 ‧밀버그, 2010: 297).

  • 208 정주연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에서 이 두 영역, 즉 정치와 경제 또는 국가와 시장

    간의 균형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세기 초부터 1929년까지 지배적이었던

    것은 전통적인 자유방임주의로,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정치와 경제가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이 시기에는 정치가 경제에 개

    입하는 것은 시장의 메커니즘을 왜곡하고 효율성을 낮추는 일로 인식되었으

    며, 시장에서의 정부의 역할은 세금을 징수하고 전쟁비용을 조달하고 관세

    장벽을 세우는 정도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을 겪으면서 이러한 국가와 시장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하였고, 미국의 뉴딜 및 유럽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의 시

    대가 시작되었다. 대공황의 경험은 시장이 항상 공공의 이익에 맞게 작동하

    는 것이 아니며, 시장이 공공의 이익에 반할 때는 정부가 개입하여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가치들 간의 긴장을 해소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시장이 비로소 보완과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케인즈주의의 확산과 함께 한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는 1970년대에

    새로운 거시경제적 딜레마가 등장하면서 종식되었다. 고물가와 고실업이 결

    합된 스테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느슨한 통화정책과 케인즈식 완전고용 우

    선정책이 지목되면서, 정부가 자유경쟁시장을 왜곡하지 않아야 자본주의 경

    제의 균형이 유지될 것이라는 사고가 부상한 것이다. 이는“국가의 개입과 효

    율적인 시장은 서로 공존할 수 없다”는 믿음에 기반하여 긴축정책과 공공지

    출의 축소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달은 시대를 열었다.

    국가의 적법한 거시경제적 역할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뿐이며, 사회는

    일정의 실업률을 감내해야 한다는 통화주의적 사고가 바로 이 시기를 지배한

    자본주의 이념의 핵심이다. 중앙은행들이 물가를 적절히 통제하는 한 다른

    경제상황들은 시장의 힘으로 스스로 안정될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칼레츠키,

    2011: 3장, 105-106; 하일브로너 ‧서로, 2009: 251-264).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발생한 동유럽과 구소련 사회주의 정권의

    몰락 이후 이 같은 시장에 대한 신뢰는 더욱 공고화 되었다. 자본주의에 대

    한 대안적 실험이었던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와 함께, 자본주의는 그 경제적

    효율성과 정치적 정당성 모두에 있어 궁극적인 승리를 거둔 것으로 인식되었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09

    다. 특히 미국의 독보적인 정치적 ‧경제적 헤게모니에 힘입어 영미식 자유주의적 자본주의(Anglo-American liberal capitalism)의 우월성이 입증된 것으

    로 여겨졌고, 시장 자유화와 탈규제를 경제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간주하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와 함께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우

    리는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의 효율성, 합리성, 보편성, 정당성에 대한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 전 지구적으로 그리고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시대를 살고 있

    다.

    III. 자본주의의 위기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자본주의가 전대미문의 수준으로 성공적인 발전과

    확산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불안정성 또한 심화되고 있다.

    실상 시장의 내재적 한계는 주지의 사실이다. 자유시장은 근본적으로 효율

    적이지도 않고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에 이르지도 않는다. 개인들이 늘

    정확하고도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는 않기에

    시장은 종종 예상치 못한 비합리적인 결과들을 낳는다. 시장의 가격 메커니

    즘은 담합이나 독과점 등에 의해 의도적으로 왜곡되는 경우도 많고 개인과

    기업들이 야기하는 외부효과(externalities)를 적절히 반영하지도 못한다. 시

    장이 가지는 이러한 문제들은 그동안 다양한 공적 개입과 규제를 통해 해결

    되어 왔다. 특히 대공황을 거치면서는 시장을 자유롭게 방임한다고 해서 항

    상 공공의 이익에 맞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방임된 시장은 자기파괴

    적인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공동체의 공존을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경제적 효율성과 비경제적 가치들 간의 긴장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수정과 진화가

    진행되어 왔다. 시장을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라도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필요로 한다는 경험 하에, ‘보이지 않는 손’이 노출한 한계를 적절한

    수준의 ‘공적개입과 규제’라는 조정장치를 통해 보완해 온 것이다. 중요한 위

  • 210 정주연

    기의 순간마다 이런 수정과 보완을 거쳐 진화해 온 적응과 개혁의 능력이야

    말로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생명력과 적실성을 연장하고 강화해온 힘이다(하

    일브로너 ‧밀버그, 2010: 297).그러나 시장이 고도로 발달하고 전 세계 경제가 하나의 시장으로 확장되

    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공적 조절장치들이 제대로 시장의 파괴적인 힘을 제

    대로 견제하고 그 오작용을 보완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장

    에서는 지난 20~30년간 대두한 이 같은 문제상황들을 보다 자세히 살펴본

    다.

    1. 시장의 불안정성 증가

    1) 자본주의의 금융화

    1980년대 이후 영미를 중심으로 가속화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전 세

    계적으로 금융시장의 급격한 확대를 낳았다. 1980년에만 해도 각각 10조 달

    러와 12조 달러였던 전 세계 명목GDP와 금융자산액은 2000년에 이르면 각

    각 32조 달러와 94조 달러로 그 격차가 크게 늘어나고, 2007년에는 각각 55

    조 달러와 196조 달러로 격차가 더욱 커지게 된다(Bresser-Pereira, 2010:

    509). 이러한 경제 금융화는 1970년대 포드주의 제조업에 기반한 자본주의

    가 성장의 위기를 맞으면서 시작된 축적 장애, 즉 이윤이 직접적인 생산과정

    에 재투자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미국 기업의 총수익 가운데 금융,

    보험, 부동산이 차지하는 몫은 이미 1980년대에 제조업의 비중을 거의 따라

    잡았고, 1990년부터 제조업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이 시기 비금융기업들

    은 금융자산 투자를 급격히 증가시켰고, 수익과 이윤에 있어 생산 활동을 통

    한 이윤 창출보다는 금융적 원천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었다. 피케티의 연구

    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볼 때 1910년 500%에 이르렀던 자본 대 소득 비

    율은 1950년에 250% 가까이로 떨어졌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0

    년에 약 430%에 이르렀으며 2030년에는 1910년 수준인 500%에 다다를 것

    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증가세는 미래에도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예측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11

    된다(Piketty, 2014: 198).

    이처럼 이윤과 소득의 금융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임금의 역할이

    감소하고, 자본 투자는 정체되며, 가계저축은 감소하고 가계부채는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추가 수요는 민간부채를 통해 창출되는데, 민간 가계부채에 기

    반한 경제성장은 금융의 불안정성을 계속 누적시켜 결국 경제위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0년 이후 미국 소비 증가의 주된 근원이

    었던 모기지 부채의 증가는 미국 부동산 버블을 일으킨 주요 동인이 되었다

    (마라찌, 2013: 34-46).

    실질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금융이 자본주의의 중심이 되는

    금융화 과정 속에서, 자유시장 자체의 불안정성도 급격히 심화되고 있다. 금

    융 부문의 호황은 서서히 확대가 이루어지는 생산 부문과는 달리 대단히 기

    복이 심하다. 1920년대의 금융 호황이 1929년에 공황으로 끝난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은 급등과 급락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금융 시장 자체가 실

    제 시장의 확보 여부보다는 주로 미래 가치에 대한 예측에 의해 좌우되기 때

    문이다. 금융이 철저한 규제 없이 신용을 팽창시킨다면 자산시장에는 과도한

    거품이 발생하고 그 거품이 터지면 금융체제의 내파라는 파국적 결과에 도달

    하게 된다. 실제로 규제를 벗어나 수익극대화를 위한 고위험 투자를 지향하

    는 금융의 가격 등락에 대한 취약성과 불안정성은 결국 2007년 미국 서브프

    라임 위기를 비롯하여 90년대 이래 대부분의 경제위기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내적 불안정성은 금융의 세계화와 결합되어 점점 더 급

    격한 이동과 등락 양상을 보이면서 극도로 불안정한 사태들을 야기하고 있다

    (하일브로너 ‧레스터, 2009: 318).

    2) 금융의 세계화

    1980년대 말부터 일어난 사회주의 블록의 붕괴와 중국 경제 시장화의 결

    과, 거의 전 세계가 전통이나 계획이 아닌 ‘시장’의 조정을 받는 자본주의적

    경제체제에 진입하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약 30억 명의 소비자와 생산

    자들이 새롭게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합류한 것이다(칼레츠키, 2011: 96).

    자본주의의 대안적 경쟁체제였던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했다는 것은 자본주

  • 212 정주연

    의가 역사적으로 궁극적인 승리를 거두었음을 의미하였다. 특히 유일한 패권

    국가가 된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헤게모니를 딛고, 자유시장의 우월성에 대한 신념에 기반한 경제 자유화와 탈규제의 논리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자유시장의 철학이 보편타당한 이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국제적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는 1990년대 이후 급속히 완화되었는데, 이에

    자본의 실시간 거래를 가능케 한 과학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더해지면서

    금융의 세계화가 엄청나게 가속화되었다.

    1990년대 초 이후 국가 간 자금흐름의 변화는 이전의 어느 시기보다도 훨

    씬 더 커졌다. 이러한 변동의 주요한 원인은 국가 간 자금흐름의 규모와 방

    향이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동성 확대는 금융대란들에서 중

    요한 역할을 했다. 해외 유입자금의 증가는 해당국 통화의 외환가치와 함께

    국내 유가증권과 기타 자산의 가격을 상승시키고 국내 신용상승을 동반하여

    경제호황을 낳는다. 그러나 뒤이어 위기의 증후나 충격이 있을 때는 자금흐

    름이 급격히 역전되고, 그 결과 통화, 유가증권, 기타 자산의 가격이 급락하

    는 금융위기가 도래한다. 이러한 자금흐름의 역전은 또한 거의 예외 없이 해

    당국 통화의 외환가치 하락을 초래했다(Kindleberger el al., 2006: 425,

    458-469).

    이러한 상황은 특히 개발도상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금융 세계화로 자

    본의 휘발성이 높아지면서 개발도상국들에서는 경제 성장의 필요와는 무관

    한 금융 흐름의 패턴이 두드러지게 되며, 특히 단기적 전망에 기반한 자본이

    동이 많아지면서 외환시장이 크게 등락하게 되었다.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규

    모는 1990년대 말 1조 달러에 달했는데,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통화에 대한

    외환거래 규모는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의 가치

    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수출로 호황을 누리

    던 경제가 무역 상대국 통화의 갑작스런 가치절하로 단기간에 위기에 봉착하

    고, 통화가 가치절하된 나라는 물가상승에 시달리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특히 자본유입이 일정기간 이루어지다가 급작스레 빠져나가는 거품-붕괴 주

    기(boom and bust cycle) 현상이 두드러진다. 즉, 거품시기에 자본의 대거유

    입으로 산업경쟁력을 잃고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대외 채무가 쌓이다가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13

    거품 붕괴시기에 자본의 대거이탈로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국내 금융체제가

    붕괴하는 현상이 전형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외국

    자본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 경제의 경우에는 급격한 환율변동이 국내의

    재화, 노동, 자산시장을 교란하고 심지어 지불불능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위

    기를 유발하게 된다.

    주목할 것은 금융의 세계화가 상대적으로 약소한 개별국가 경제의 대외

    취약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시장의 불안정성을 크게 높

    이고 미국과 같은 거대 경제의 안정성마저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최

    근 30여 년은 금융위기의 빈도와 파장의 측면에서 통화 역사상 가장 혼란스

    러운 시기였다. 이 시기 지배적인 위기의 유형은 은행위기와 외환위기가 거

    의 동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이전 어느 시기보다도 이 때 국가 차원의 은행

    시스템이 붕괴되는 사례가 많았다. 1980~90년대 일어난 은행파산은 한 국

    가 내의 많은 은행들에서 동시에 일어났고, 다수의 경우 한나라 거의 모든

    은행들이 파산하는 시스템 전반의 위기를 불러왔다. 일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발생

    한 은행 대출 손실은 은행 자산의 20~50%에 달했고, 이들 중 몇몇 나라들

    에서는 예금보장을 위해 납세자들이 지불한 비용이 국내총생산의 15~20%

    에 달했다. 이들 나라 대부분은 1930년대 대공황기에 미국이 경험한 대출손

    실보다 훨씬 큰 대출손실을 겪어야 했다(Kindleberger et al., 2006: 428,

    446-451).

    더욱이 1990년대 이후 급속히 진행된 국제적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완화와

    금융 세계화의 결과 기축통화들 간의 환율이 변칙적으로 오르내리고, 국가들

    간의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지속불가능한 수준

    으로 심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신흥 성장국가들에 축적된 과

    잉저축이 금융자유화의 흐름을 타고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안정적인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규제가 약한 미국 금융시장에서 이자율을 낮추고 부동산

    버블 형성을 통해 결국 심각한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데 기여했다.

    게다가 자유화되고 탈규제화된 국제금융시장의 성격, 그리고 금융의 세계

    화가 낳은 국가들 간의 높은 연결성 덕분에 한 국가의 경제위기는 급속도로

  • 214 정주연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그 일례로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위기

    는 전 세계 금융 중심지들을 1930년대에 비견할 만한 규모의 위기에 빠뜨린

    금융시장의 체제위기로 확장되었고, 이와 함께 실물경제도 2차대전 이후 가

    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면서 결국 전 지구적 차원의 금융 및 경제위기로 확

    대되었다. 최근의 경제위기는 이처럼 지역적 또는 전 세계적으로 강한 연계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연계효과는 모든 지역과 경제발전도를 막

    론하고 나타나고 있다. International Monetary Fund(IMF)에 따르면 2008

    년의 세계금융위기는 70년대 중반 이후 발생한 경제위기를 통털어 최대의

    상호연계성(co-movement)을 보였는데, 그 연계성은 이전까지 발생한 최대

    경제위기의 4배에 달했다(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13: 81, 86). 즉,

    금융의 세계화 덕분에 금융위기는 매우 감염도가 높은 현상이 되었고, 이는

    개별국가 자본주의의 위기나 불안정성을 넘어 경제강국들도 피해갈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차원의 체제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제 세계경제는 한

    국가에서 발생한 심각한 위기로 인해 함께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운명

    공동체적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2. 정치공동체에 대한 도전: 불평등

    이윤추구와 자본축적에 기반한 경제체제인 자본주의는 경제적 부가 일부

    에 집중되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다. 그런데 최근 30

    여 년간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 뚜렷이 보이고 있다. 2011년

    OECD 리포트에 따르면, 8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후반 대부분 OECD 국

    가들에서 지니계수가 괄목할 만큼 증가하여, 평균 0.29에서 0.316으로의 증

    가치를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온 BRICs 국가들

    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된다(ESPAS, 2012: 74).

    특히 미국에서는 1980년대 들면서 소득의 불평등이 급격히 심화되는데,

    이는 대공황시기 이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1976년 당시

    만 해도 미국의 소득 상위 10%가 32% 정도의 부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92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15

    년에는 42%의 부를 소유하게 된다. 이 수치는 2000년대 중반에 이르면 50%

    에 육박하게 되는데, 이는 대공황 직전과 유사한 수준이다(Piketty, 2014:

    24). 1970년대 이후 상위 10%의 소득증가가 대부분 상위 1% 소득증가분에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0년대의 불평등의 수준은 오히려 대공황 때보

    다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하일브로너 ‧서로, 2009: 275; Galasso, 2013). 이런 상황을 17세기 영국과 비교해 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17세

    기 영국에서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40%를 차지한 반면 2007년 현재 미국

    은 상위 10%가 소득의 47%를 차지하였다. 결과적으로, 2007년의 미국은 17

    세기 영국보다도 불평등하다(Berruyer, 2010). 또한 최고 CEO 임금과 노동

    자 평균 임금을 비교해 보자면, 1965년에 그 비율이 24 대 1이던 것이 1990

    년에는 225 대 1로, 그리고 2000년에 299 대 1로 그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

    가했다(Mishel and Bivens, 2011: 7). 미국의 노조연합인 AFL-CIO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14년 331 대 1로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Bloomberg

    Businessweek, 2014/04/18).

    물론 자본주의는 개인의 욕망과 경쟁, 이윤추구라는 목적, 그리고 동기부

    여를 위한 차별적 보상이 가지는 정당성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경

    제적 불평등과 부의 양극화는 사회적 신분이동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가로

    막고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에 대한 신뢰를 훼손함으로써, 개인들이 자본

    주의의 기본 동력인 경쟁과 창의에 전념할 동기를 약화시키고 결국 시장의

    생산성과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자본축적과 경제적 성공에

    대한 욕구가 윤리적으로 정당한 동기로 인정되고, 개인들 간의 자발적인 교

    환과 협력이 공공의 이익을 제고하는 경제활동의 주요 원칙으로 인식되면서

    자본주의적 발전이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부의 축적이 과도한 탐욕이

    자 공동체의 이익과 상충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잠

    식할 수 있는 문제이다. 더 나아가 정치적으로 이 같은 불평등의 과도한 증

    가는 정치적 공동체의 응집력과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정치사회적 불만과 불

    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심각한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이 이윤의 최대화

    를 목표로 운영되는 것이 당연하고도 효율적이며 결국 전체경제의 발전에도

  • 216 정주연

    최선이라는 ‘자본가 정신’의 정당성이 흐려지고, 기업들의 이익과 사회의 이

    익을 제로섬적 관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즉, (특히 거대) 기업

    들이 공동체의 이익을 제물삼아 번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면서도 사회적 비용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

    이 대중과 사회에 공유 및 확산되고 있다. 대중들이 기업들은 비용절감과 기

    업이미지 차원에서만 사회적 자원 및 불평등과 환경문제를 다루고, 공동체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간과하거나 심지어는 야기하고 있다고 인식하면서 사회

    적 공익과 기업의 효율을 상충관계로 바라보는 상황에서는 개별 기업들이 소

    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외면을 받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정당

    성과 동력 또한 크게 잠식될 수밖에 없다.

    또한 과도한 소득불평등 증가는 저축률을 감소시키고 소비자 수요 및 구

    매력을 경감시켜 거시경제적 불안정성을 낳는다. 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황금기는 소득 증대와 비교적 평등한 소득분배를 통해 소비자들의 집단 구매

    력을 증가시킨 데 크게 기인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급격히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는 상황 하에서도 민간 가계부채에 의존하여 가정경제

    소비와 경제성장이 유지되었지만, 민간 가계부채에 기반한 경제성장은 금융

    의 불안정성을 계속 누적시키는 결과를 낳아 결국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를

    낳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둘리엔 ‧헤어 ‧켈러만, 2012: 200-201).과도한 경제적 불평등은 또한 정치적 불평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경

    제적 권력이 정치적 권력으로 치환되면서, 동등한 개인들이 1인1표를 행사하

    여 공동체를 운영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실질적인 1원1표의 원리로

    바꿔놓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거대기업들이 경제적 파워를 이용하여 선거

    및 정부정책에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업 자본주의(corporate

    capitalism)이다. Too Big To Fail(또는 Too Big to Jail) 상태의 기업 또는

    사적 집단들이 공동체의 이익을 도외시하면서 번영하거나 심지어 국가의 권

    한을 초월하여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형태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국가가 그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자본과 결탁

    하는 현상들이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이나 개인이 져야할 사회

    적 비용들을 공동체에 전가하고, 부패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공정한 경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17

    쟁의 원리를 훼손하면서 사회적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높여 결국 자

    본주의 경제체제의 효율적 운영에도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국가와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공동체를 신뢰하고 헌신하는 시민의 성장을 가로

    막아 민주주의 체제의 운영을 근본적으로 어지럽힌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

    다.

    경제권력의 정치권력화를 논하면서 종종 간과되는 중요한 사실은 민주주

    의와 정치적 공동체가 실상 자본주의의 유지와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

    는 점이다. 시장이 이윤의 논리로 폭주하면서 경제적인 위기를 초래할 때에

    는 정치와 국가가 공동체와 공존의 논리로 개입하여 공적자금을 투자하거나

    시장의 문제를 수정하였고, 제도를 개혁하고 규칙을 개선하며 규제나 감독을

    강화하여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켰으며, 그 결과 자본주의는 정당성을

    회복하고 보완되어 그 생명력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정치적 개혁 및 개입능

    력이 약화된다면 자본주의는 중요한 조정자를 잃게 된다. 또한 자본주의의

    발전이 오히려 공동체의 정치적 평등과 민주주의를 저해한다면 시장은 점점

    사익을 공익으로 전환하는 기적의 메커니즘이 아닌 사익의 대변자이자 공동

    체의 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다수의 시민 및

    정치 공동체의 안정이 서로 제로섬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자

    본주의의 번영을 위해서도 결코 긍정적인 상황이 아닌 것이다.

    3. 인류공동체에 대한 도전: 자원고갈과 환경문제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논의한 경제적, 정치적 문제를 넘어선 차원에서 인류

    공존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바로 자본주의의 성공적인 발

    전과 확산이 심화시키는 자원과 환경의 문제이다.

    대중의 욕망을 동인으로 하여 발전해 온 자본주의는 소비자의 소비욕구를

    자극하고 최대한 많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상품을 과잉생산하

    고 자원을 과잉소비한다. 기업은 자연파괴를 서슴지 않으면서 경쟁적으로 자

    원을 확보하며 신제품을 만들고 과잉포장과 선전물을 양산하고 있으며 소비

  • 218 정주연

    자들은 아낌없이 먹고 쓰고 버리면서 경쟁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고 편

    안함을 위해 에너지를 낭비한다. 인류 전체 역사의 맥락에서 볼 때 20세기

    중반 이래 주요 소비재와 공공재에 대한 소비가 놀라운 수준으로 급격히 증

    가하였다(Knight, 2008). 그 중 에너지 소비의 트렌드를 살펴보자면, 전 세

    계 주요에너지 소비량은 최근 50여 년간 가파르게 증가하여, 2014년 현재

    약 120억 석유환산톤으로 약 40억 석유환산톤 수준이던 1965년 당시 소비량

    의 4배를 넘어섰다. 그리고 인도와 중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전체 주요에너

    지 소비량은 앞으로도 비슷한 추세로 증가, 2035년에 이르면 약 170억 석유

    환산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BP, 2014: 8).

    이러한 자원 소비확대는 도시화와 중산층 확대의 트렌드에 비추어볼 때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10억 명 이하의 인구가 전 세계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소비자였지만, 신흥산업국들에서 새로운 중

    산층이 성장하고 도시화가 점점 가속화되면서 20년 내에는 20억 명 이상의

    새로운 소비자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National Intelligence

    Council, 2012: 50). 도시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1990년에

    전 세계 인구의 40%가 인구 천만이상의 대도시 지역에 살고 있었으나 2010

    에는 그 비율이 50%로 증가하였고, 2030년에 이르면 세계인구의 60%가,

    2050년에는 70%가 대도시 지역에 거주할 것이라는 예측이 존재한다

    (UDconnect, 2013). 특히 인도와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도시화는 중산

    층 소비액을 크게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인도와 중국 중산층의 소비

    는 각각 2020년경에는 미국을, 2025년에는 유럽연합을 추월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European Environment Agency, 2010: 17).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오염의 문제는 위험수위로 악화되고 있다. 2013년

    현재 중국(28%), 미국(14%), 유럽연합(10%), 인도(7%) 네 개의 국가 및 지

    역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8%를 차지하고 있다(Global Carbon

    Project, 2014). 이 중 미국과 유럽연합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점차 감

    소하는 추세에 있고 2035년까지는 1965년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

    되는데 반해, 중국과 인도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에 주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영향은 지대하다.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19

    2000년대 이후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폭발적인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

    가는 경제성장세와 도시화 속도를 고려할 때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BP의 보고서에 따르면 곧 유럽연합의 수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BP, 2014).

    문제는 이러한 수요와 소비 증가 그리고 환경파괴의 트렌드는 결코 지구

    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Global Footprint Network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이미 지구는 상당한 과부하에 걸려있으며, 현재

    의 추세대로 인구와 소비수준이 증가한다면 2050년에는 3개의 지구가 있어

    야 인류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Global Footprint

    Network, 2014). 2050년에 이르러 인류가 파멸에 이르는 시나리오까지는 아

    니더라도, 현재의 수준으로 자원소비가 진행되어 자원부족이 심화된다면 국

    내적으로는 심각한 공급부족 및 물가폭등과 같은 경제문제들을 낳고, 연쇄적

    으로 세계경제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결국 현재와 같

    은 자본주의 경제는 유지될 수가 없다. 더욱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위해

    환경파괴가 계속된다면 전 지구적 생태 재난을 초래해 인류는 공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 즉 자본주의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자기파괴적인 경

    로로 발전하고 있고, 그러한 트렌드는 최근 수십 년 사이에 급격히 심화되어

    왔다.

    IV. 현실의 한계와 가능성

    1. 현실의 한계: 국가의 한계

    자본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국가와 정치의 개입과 조정이 중요

    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우선 국가는 시장의 자기조정 실패를 보다 적극적으

    로 보완하는 조정자 역할을 회복하고 강화해야 할 필요에 직면해 있다. 시장

    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그 부작용을 다스리고 공익에 반

  • 220 정주연

    하는 사적이익들을 규제 및 감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재분배 정책을 통해

    불평등 문제를 완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정능력 강화를 위해서는, 공

    공성의 회복이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의 장기적 이익과 공존을 위해서 필요하

    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설득하고 단기적으로 개인들의 이익에 반할 수도 있는

    개혁을 추진할만한 정치적 역량과 정책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심화된 자본주의가 가져온 국내 경제적 위기와 공동체의 이익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정치와 정부의 능력과 청렴함에 대한 신

    뢰나 정치 및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점점 미약해지고 있다. 또한 국내시장에

    서의 국내외 거대기업과 자본의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국가의 조정과 견제능

    력은 후퇴하고 있으며, 경제세계화의 결과 국가가 자본의 이익이나 주요국의

    경제정책에서 자유롭게 국내경제를 조정할 수 있는 거시경제적 정책 자율성

    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Strange, 1996; Petrella, 1996; Weiss, 2003).

    생산은 세금과 규제가 높은 지역에서 심하지 않은 지역으로 가볍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기업들의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도는 현저히 약화되고,

    요소가격 균등화로 인해 임금 감축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분배정

    책과 규제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국제적 자본이동

    이 자유화되면서 국가 간 자본이동은 거대한 규모로 증가하였고, 이에 대한

    국가의 규제 및 감시능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절실하게 외국 자본

    유치를 필요로 하는 국가일수록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고 금융시장을 탈규

    제화하는 등 국내 경제정책을 자본에 유리한 형태로 수정하거나 자본의 ‘철

    수위협’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개별 국가가 외국자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융개방과 환율안정이 필요한데, 이 경우 국내의 거시경제적 안정을 위한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 힘들다. 결국 경제력이 약한 국가의 국내 경

    제정책은 외환시장에 종속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Islam and Chowdhury,

    2001: 96-99).

    나아가 자원고갈과 환경문제는 개별국가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가 결코 아니다. 자원과 환경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개별국의 경제적 이

    익과 경쟁에 기반한 판단이 아닌 공존을 위한 ‘정치적’ 결단에 기반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경제가 세계화되고 국가 간 경쟁이 첨예화된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21

    상황 하에서,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국가이익의 규범화를 조장하는 국가들 간

    의 제로섬적인 경쟁이 지속된다면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경쟁과 효율에

    최적화된 기존의 경제체제를 개혁하고 국내 기업과 소비자들을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이미 자원 착취적이고 환경파괴적인 방식으로 고도성장을

    이룬 기존의 선진국들이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게 성장둔화를 감수하면

    서 자원과 환경문제를 해결하도록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인구의 1/5에

    이르는 거대인구와 급속한 경제개발에 기반해 전 지구적 기후 및 환경문제의

    심화에 가장 크게 일조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2. 대안적 모델: 국가 자본주의?

    이처럼 영미 중심의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체제가 많은 부작용과 취약성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국가의 능력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게 되자, 국가의 적

    극적인 경제개입과 강력한 조정에 기반하는 경제 발전모델이 미국중심의 신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가장 유

    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한 사례는 중국이다. 중국은 국유기업을 통한 국가의

    직접적인 경제적 역할, 그리고 비민주적형태의 공공 거버넌스와 시장과 같은

    자본주의 조직의 결합을 그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국가자본주의

    (State Capitalism) 사례로 해석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Liebman, 2015;

    Naughton and Tsai, 2015; Kurlantzick, 2016).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식 시장경제의 특징은 국유기업

    의 핵심적 역할, 전략적 산업부문과 금융부문에 있어서의 국가의 직접적인

    통제와 적극적인 산업정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명백히 시장경제를 근간

    으로 하되 국가가 주요기업들에 대한 소유권을 통해 기업부문에 대한 확장된

    통제력을 가지고 경제를 관리하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야 말로

    중국경제체제의 특징이다. 지난 30여 년간의 성공적인 개혁과 발전은 중국과

    같이 확대된 국가역할에 기반한 경제모델을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고려하게

  • 222 정주연

    만들었다. 이는 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방과 탈규제, 체제적 수준의 경제

    개혁을 권고하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 대신 정치적 권

    위주의와 국가개입에 기반한 점진적 경제개혁을 강조하는 베이징 컨센서스

    (Beijing consensus)를 개발도상국에 어필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Kennedy,

    2010; Ramo, 2004).

    그러나 중국과 같은 국가자본주의 또한 국가 능력의 약화와 그로 인해 발

    생할 수 있는 경제적 불안정성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극적으로 불안정성을 노출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국가가 경제의 주도적

    인 조정자 역할을 유지하면서 빠른 경제성장을 이끌어왔지만, 급속한 경제발

    전과 사적영역의 팽창, 그리고 경제개방에 따른 외국기업 및 자본의 역할이

    증대함에 따라 시장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과 통제는 점차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대표하며 독

    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거대 국유기업들 뒤에는, 그간 주로 정치적인 이

    유로 인해 국유부문에 과도하게 편향되어 온 금융 및 정책지원과 특혜가 자

    리 잡고 있다. 이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비효율성, 불량채권의 누적, 그리

    고 정치권과의 결탁과 부패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야기해 왔다.

    문제는 국유기업부문에 대한 지원과 특혜가 국가의 금융부문에 대한 통제

    에 의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의도적으로 금융부문의

    발전을 억압하고 개방을 지연시키면서 자본배분의 향방을 통제함으로써 금

    융통제를 핵심적인 산업정책의 수단으로 삼아왔다(Riedel, Jin, and Gao,

    2007). 그러나 국제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외국자본의 역할이 증

    가하면서 금융개방의 필요와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금융부

    문에 대한 통제력은 계속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시장을 대체 또는 보완

    하면서 경제체제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온 국가의 핵심 정책수단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되어 온 중국경제가 점점 더 불안정한 국제 자본주의 경제에 노출된다

    면, 금융부문이 가지고 있는 후진성과 도덕적 해이, 관리감독체계의 미비 등

    내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될 수밖에 없고, 국제적 금융위기을 맞

    아 어느 경제체제보다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23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사회주의 이념에 기반하여 국가가 시장에, 정치

    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중국에서 오히려 불평등이라고 하는 자

    본주의의 병폐와 위기가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World

    Bank에 따르면 2002년에서 2007년 사이 5년간, 중국의 상위 10%의 부자와

    하위 10% 빈자 간의 수입 차이는 19:1에서 25:1로 10% 증가하였다(World

    Bank, 2013). 수입이 상위 10%인 가구는 1995년 중국 전체부의 30.8%를,

    2002년에 41.4%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2010년에 이르면 57%를 차지하였다

    (The Economist, 2012/10/13). 이는 20세기 들어 미국의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각해진 192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의 상위 10% 소득비중인 50%를

    이미 상회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지니계수도 개혁개방과 함께 급격하게 증가하였는데, 1990년대 초

    에 이미 일반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불평등으로 간주되는 0.4를 넘어섰다.

    2013년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지니계수가 2008년 0.491로 피크를 이룬

    후 2011년에 0.477, 2012년에 0.474로 줄어들었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실제

    의 지니계수는 이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이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과 중국 서남재정대학 학자들이 2010년 발표한 China Household

    Finance Survey는 중국의 지니계수를 0.61로까지 추정하고 있다(The

    Economist, 2012/12/15; China Household Finance Survey, 2013). 이는 세

    계에서 가장 지니계수가 높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0.6과 유사한 수준이다

    (The Economist, 2012/10/13). 미시건 대학과 북경대 학자들이 공동으로 진

    행하여 2014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불평등 정도는 다른 자본주의

    국가, 특히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0.45 수준)을 크

    게 앞지르고 있다. 같은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불평등 정도는 같은 발전수준

    에 있는 다른 국가들의 평균도 크게 넘어서고 있다(Xie and Zhou, 2014).

    이러한 상황은 중국인들의 경제와 정치에 대한 인식에 반영된다. Pew

    Research Center가 Global Attitude Project의 일환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늘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정말 사실이다”라는 문장

    에 설문에 응한 중국인의 45%가 절대적 동의, 36%가 대체적 동의를 표했다.

    즉 81%에 이르는 절대다수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데 동의한 것

  • 224 정주연

    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도 상당히 높은데, 같은 조사에서 빈부격

    차가 아주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중국인의 비율은 2008년의 41%에서 2012

    년에는 48%로 증가하였다. 관료부패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주목할 만 한데,

    관료의 부패가 아주 큰 문제라고 생각한 응답자는 2008년의 39%에서 2012

    년에는 50%로 대폭 증가하였다(Pew Research Center, 2012). 이는 시장경

    쟁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낮고 경제활동의 조정자로서의 정부의 투명성과

    신뢰도에 대한 회의가 깊어지는 방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사례는, 국가의 적극적인 경제개입과 역할을 통해 효율적으로 시장

    을 통제하면서 경제적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국가 자본주

    의모델이 실상 한 국가 개입으로 인해 국가와 시장의 실패 모두에 직면할 수

    있는 내재적 위험을 가졌음을 시사한다. 국가의 조정능력은 대내외적으로 도

    전받고 있으며, 금융부문에 대한 통제에 기반하여 국유기업에 편향된 산업정

    책을 펴온 국가주도형 발전모델은 금융화, 세계화시대를 맞은 세계경제의 불

    안정성에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보다 더욱 취약할 수 있다. 더욱이 사회주의의

    기치 하에 정치논리가 경제논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경

    제불평등과 같은 자본주의의 부작용들이 더욱 심각하게 야기되고 있으며, 강

    력한 권위주의 국가의 비호 하에 자본의 가치가 모든 것을 지배하면서 공적

    부패가 심화되는 가장 위험한 형태의 자본주의 체제가 될 수도 있는 위험에

    도 직면하고 있다. 즉 국가의 전횡 하에 시장의 전횡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

    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양식이 초래한 자

    원고갈과 환경오염의 문제가 중국의 경제발전 모델의 성공과 함께 더욱 중대

    한 양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현재 중국이 추구하고 있는 경제

    체제 운용방식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다만 중국모델의 경제적 성공이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와 시장에 던지는

    중요한 함의는, ‘개인의 욕구’가‘공동체의 집합적 복리 및 공존’을 침해하고

    있는 현 자본주의의 위기상황에서, 개인들 및 사기업들 간의 자유로운 경쟁

    을 통해서 만이 아니라 국가와 국유기업도 공동체의 부를 창출하고 적극적으

    로 공동체의 평등과 복리를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여기서 중요한 단서는 시장의 전횡만큼이나 위험한 국가의 전횡을 막을 수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25

    있는 견제장치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과 자본주의의 정당성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민주주적 공동체의 개입이었던 것처럼, 국가의

    적극적인 경제적 역할과 공적영역의 확대가 오히려 공동체의 복리를 위협하

    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도 민주적 공동체의 견제와 감시

    일 수밖에 없다.

    3. 변화의 가능성: 다시 국가와 정치로

    자본주의가 야기하거나 심화시키는 경제적 ‧정치사회적 문제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기존의 정치와 국가가 노출하는 무력함은 결국 자

    본주의체제와 함께 기존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심화시킬 수 있다. 실

    제로 여러 국가들에서 자유시장의 문제에 대한 대중의 자각이 늘어나고, 근

    본적인 결함을 수정하기 위해 적어도 개혁과 규제가 필요하며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한다는 관점 또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9년 영국의 BBC 방송이 전 세계 27개국(캐나다, 미국, 멕시코, 코스타

    리카, 파나마, 브라질, 칠레, 폴란드, 체코,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

    리아, 우크라이나, 터키,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인도네

    시아, 호주, 이집트, 나이지리아, 케냐)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유시

    장 자본주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해 준다. 자유시

    장 자본주의의에 문제점에 대해, 평균 23%의 응답자가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치명적인 결점이 있으며 새로운 경제체제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과반인 51%

    가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규제와 개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을 가지

    고 있다고 답한 반면, 단 11%만이 규제증가가 시장의 효율성을 해칠 것이라

    답했다. 즉, 대부분의 응답자가 자본주의의 문제와 한계를 인식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소수만이 자유시장의 자체 정화 및 조정능력을 신뢰하고 있는 것

    이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가 ‘재분배, 기업규제, 직접적인 산업통제’라는 세가

    지 이슈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67%,

    56%, 47%에 이르렀다는 사실 또한 자유시장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반영하

  • 226 정주연

    는 결과이다. 특히 67%에 이르는 수가 국가가 보다 평등한 부의 분배를 위

    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점은, 국가가 시장이 초래한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에 정치적으로 개입하여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담당

    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지지와 동의가 존재함을 시사한다(BBC News,

    2009).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중대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현상은 90년대 이후

    일어난 IT 혁명이다. IT 기술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일으킨 변화에 비견

    할 만큼 대중의 정보 접근도와 교환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고, 그 결

    과 심화하는 자본주의의 내적 불안정성과 정치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문제의식과 비판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비판세력의 집단행동과 정

    치세력화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용이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라도 불평등과 같은 자본주의의 문제와 자유시장의 한계를 수용하고 해결의

    지를 보이지 않는 정치가나 정치세력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는 매우 힘들어

    진 상황이다. 같은 맥락에서 거대기업들에 대한 정보 또한 확산되고 있으며,

    대중들의 기업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심화되고, 기업들에 대한 소

    비자 집단행동의 용이성과 파급효과도 커졌다. 최근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Poter and Kremer, 2011; Crane and

    McWilliams, 2008)가 보여주듯 이제 기업들도 효율성과 이윤의 극대화에 그

    치지 않고 사회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지고 공동체에 기여함으로써만이 소비

    자들의 지지와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다다랐다.

    즉, 혁명적 IT기술 발전과 함께, 공동체와 공존할 수 있는 형태로 자본주

    의의 문제를 적극적이고 근본적으로 보완 또는 해결해야 한다는 정치사회적

    인식과 합의가 시민들 사이에서 보다 광범위하고 효과적으로 확대될 가능성

    이 높다. 이처럼 정치사회적 변화들과 그 경제적 원인에 민감한 새로운 유권

    자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정치세력화가 정당 등 기존의 제도화된 의견수렴과

    정 밖에서 이루어지며 그들에 호소하는 모험적 정치가(political entrepreneur)

    들이 등장한다면, 자본주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과감한 개혁 또는 수정

    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 상황에서 그 영향력은 미지수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그래왔듯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중요한 개혁은 사적이익에 기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27

    반한 경제적 주체로서의 개인이나 집단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개인들이

    형성한 공동체가 공익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결단이 공동체의 민주적인 합의와 지지를 얻고 그 집행에 대한 감

    시와 감독이 가능할 때 자본주의에 대한 개혁이나 새로운 대안에 대한 실험

    은 비로소 시장과 국가의 전횡에 대한 우려를 벗어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

    다.

    V. 결론

    20세기 산업사회의 대표적 패러다임인 자본주의가 야기하고 있는 문제의

    근원은 그 성장의 기본 동력인 ‘이기적 개인의 욕구’와 ‘공동체의 집합적 복

    리 및 공존의 원칙’ 간에 발생하고 있는 모순이다. 고도로 발전한 시장에 대

    한 공적 규제력이 점점 약화되면서 경쟁시장의 자기조정 능력에 대한 공적

    보완과 수정의 기능은 저하되었고, 경제의 세계화가 가능케 한 전 지구적 자

    본이동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전 세계적 금융위기의 파괴력과 파

    급력이 확대되면서 그에 대한 국내경제의 취약성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다.

    급속도로 심화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은 ‘평등’과 ‘정의’ 등 공동체의 핵심적

    인 가치에 반하는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평등하고 자

    유로운 시민들이 윤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욕구에 기반하여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경제질서’로서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도덕적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흔든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자본주의 운영의 가장 큰 원동력인

    개인의 동기를 침식하고 자율적 경쟁의 룰을 왜곡하며 구매력을 저하시킴으

    로써 결국 시장의 발전가능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자본주의가 자원과 환경을 파괴하는 형태의 소비적이고 경쟁적인 생활양식

    과 생산방식을 부추기면서 성장한다면, 자본주의의 성공은 장기적으로 인류

    공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대로는 자본주의가 성공할수록 자본주의 경제

    자체의 내적불안정성 또한 증가하는 자기파괴적 경로를 걷게 될 뿐만 아니

  • 228 정주연

    라, 정치공동체의 공익과 정당성을 위협하고,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을 통해

    인류공존의 물적 기반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의 물질적 욕구와 안정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

    는 개인들을 하나로 엮는 공동체의 유대 속에서 충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이기적 욕구가 공동체 공공의 복리를 해치지 않도록 적절히 조정 및

    관리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는 극소수를 제외한 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해치

    고 공공의 이익을 제공하는 공동체의 안정을 위협하며 결국은 체제수준의 위

    험을 초래하게 된다. 자본주의에 대한 개혁은 인간의 이기적 동기와 물질적

    욕망에 기반한 자율적 시장의 효율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기적 욕

    구가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고 인류의 공존을 위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

    다 적극적인 공공의 개입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논문은 국가와 시장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서서 새로

    운 시장-국가 관계, 개인-공동체 관계에 기반하여 국가와 공동체가 보다 적극

    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경제 운영체제로서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탐색해

    야 한다고 제안한다. 국내적으로는 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통해 공동체의 이

    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장을 길들이고 금융체제의 위험을 낮추는 적극적인

    국가역할 및 공공부문의 회복과 확장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그래왔듯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중요한 개혁은 사적이익에 기반한 경제적 주체로서의

    개인이나 집단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개인들이 형성한 국가가 공익을 위해

    내리는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정

    치적 공동체가 자본주의에 개입하여 결국 자본주의의 유지와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듯이, 앞으로도 국가가 경쟁시장의 자기조정 능력을 보완하고 자

    본주의가 민주주의의 가치와 공존할 수 있을 때, 자본주의는 그 정당성을 회

    복하고 생명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확대된 국가의 경제적 역할

    이 국가의 전횡이라는 다른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대한 통제와 더불어 국가의 ‘보이는 손(visible hand)’

    을 제한하고 감독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해야만 한다. 결국 시장과

    자본주의의 정당성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민주적 공동체의 개입이

    었던 것처럼, 국가의 적극적인 경제적 역할과 공적영역의 확대가 오히려 공

  • 다시 국가와 정치로 229

    동체의 복리를 위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도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통해 공동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민주적 시민의 견제와 감시일 수

    밖에 없다.

    투고일자: 2016-09-13 심사일자: 2016-09-20 게재확정: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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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2 정주연

    Bringing the State and Politics Back

    Joo-Youn JungAssociate Professor,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Korea University

    The challenge of today’s liberal capitalism is the conflict between “individual interests and desires” and the “collective welfare and co-prosperity of the community.” While the state’s regulations against the highly-developed market is waning, the “invisible hand” is working not as a mechanism to enhance entire social interests but to maximize individual interests. Following this path, capitalism will become increasingly unstable and self-destructive, threatening the legitimacy of the political community and undermining the material basis of human being through resource depletion and environmental pollution. State capitalism, which is often regarded as an alternative to the Anglo-American liberal capitalism, is suffering even more serious internal instability and issues of inequality. What is necessary is more active economic role of the state under the close monitoring of the citizens, who actively participate in their democratic political communities.

    Keywords: Capitalism, Crisis, Alternative, Market, State

    정주연,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로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