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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 - 1) 저작권 국제소진: 미국 연방대법원 교과서 병행수입 판결 International Copyright Exhaustion: Parallel Importation Case Before the U.S. Supreme Court 황의산* 정차호** < 목 차 > Ⅰ. 서론 Ⅱ. 대상 판결의 사실관계, 쟁점 및 판결요지 Ⅲ. 판결의 분석 Ⅳ. 판결의 시사점 V. 결론 . 서론 저작권자가 저작물을 판매하는 경우 해당 저작물에 대한 그 저작권자의 권리는 소진되고 구매자는 그 저작물을 자유롭게 사용, 처분할 수 있다. 1) 이러한 저작권 법의 법리를 최초판매원칙(first sale doctrine) 또는 소진원칙(exhaustion doctrine)이라고 칭하며, 이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으로 인정하는 법리이 다. 그런데, 저작권자가 해외에서 판매한 저작물을 구매한 자가 그 저작물을 국내 로 수입하는 경우가 있고, 그러한 수입을 병행수입(parallel importation)이라고 논문접수일 : 2013. 04. 06 수정본제출 : 2013. 06. 07 게재확정일 : 2013. 06. 09 * 제1저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박사과정 수료,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계남로 196, 627동 1208호, E-mail: [email protected] ** 교신저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 25-2, 법학관 313호, E-mail: [email protected] 1) Kirtsaeng v. John Wiley & Sons, Inc., --- S.Ct. ----, 2013 WL 1104736, at 4 (March 19, 2013)(In copyright jargon, the first salehas exhaustedthe copyright owner's § 106(3) exclusive distribution right.). 국제통상연구 제18권 제2호 2013년 6월 pp.8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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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저작권 국제소진:

미국 연방대법원 교과서 병행수입 판결

International Copyright Exhaustion:

Parallel Importation Case Before the U.S. Supreme Court

황의산* ․ 정차호**

< 목 차 >

Ⅰ. 서론

Ⅱ. 대상 판결의 사실관계, 쟁점 및 판결요지

Ⅲ. 판결의 분석

Ⅳ. 판결의 시사점

V. 결론

Ⅰ. 서론

저작권자가 저작물을 판매하는 경우 해당 저작물에 대한 그 저작권자의 권리는

소진되고 구매자는 그 저작물을 자유롭게 사용, 처분할 수 있다.1) 이러한 저작권

법의 법리를 최초판매원칙(first sale doctrine) 또는 소진원칙(exhaustion

doctrine)이라고 칭하며, 이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으로 인정하는 법리이

다. 그런데, 저작권자가 해외에서 판매한 저작물을 구매한 자가 그 저작물을 국내

로 수입하는 경우가 있고, 그러한 수입을 병행수입(parallel importation)이라고

논문접수일 : 2013. 04. 06 수정본제출 : 2013. 06. 07 게재확정일 : 2013. 06. 09

* 제1저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박사과정 수료,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계남로

196, 627동 1208호, E-mail: [email protected]

** 교신저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 25-2, 법학관 313호,

E-mail: [email protected]

1) Kirtsaeng v. John Wiley & Sons, Inc., --- S.Ct. ----, 2013 WL 1104736, at 4

(March 19, 2013)(“In copyright jargon, the ‘first sale’ has ‘exhausted’ the copyright owner's § 106(3) exclusive distribution right.”).

국제통상연구 제18권 제2호

2013년 6월 pp.8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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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한다. 그러한 병행수입이 국내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복잡한 법적 논쟁

을 야기한다. 해외에서의 최초판매에 의해서 국내 저작권이 소진된다는 원칙을

국제소진원칙이라고 칭하고, 그렇지 않다는 원칙을 국내소진원칙이라고 칭한다.

저작권자는 저작권자의 해외 배포가 그 국가에서의 저작권만 소진케 하는 것이고

국내법에 의한 저작권은 소진되는 것이 아니므로 병행수입은 여전히 국내 저작권

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2) 반면에, 소비자 및 유통업자는 저작물을 외국

에서 배포하는 경우에도 국내 저작권이 소진된다는 소위 국제소진원칙이 적용되

어야 한다고 주장된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과 관련된 사건에 대하여 미국 연방대

법원이 심리하였다. Kirtsaeng v. John Wiley 사건에서 병행수입업자, Supap

Kirtsaeng(이하 “커트생,” “피고,” “피항소인” 또는 “상고인”이라고 한다.)은 저작

권자에 의하여 승인되어 태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된 교과서를 구매한 후 미국으

로 병행 수입하여 판매하였다.3) 가격이 싼 지역에서 저작물이 수입되면 소비자는

저렴한 저작물을 구입할 수 있다. 반면, 저작권자, John Wiley & Sons, Inc.(이

하 “월리,” “원고,” “항소인” 또는 “피상고인”이라고 한다.)는 각 국가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여 최대 이익을 취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기가 어려워진다. 저작물을

국제적으로 거래하는 업체는 당연히 국제소진원칙을 주장하게 된다. 한 예로, 힐

러리 브릴 eBay 글로벌 법무자문위원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저작물을 구매하는

경우, 그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해당 구매자에게 귀속 된다.”고 강조하였다. 한편,

병행수입은 원래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전반에서 발생하는 문제

이다. 그러나 미국, 유럽연합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관련 법령에 병행수입을

규율하는 명문 규정을 둔 국가는 없으며, 병행수입에 관한 판례도 상표권 분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4) 이 글에서는 Kirtsaeng v. John Wiley 사건에 관한 사실관계, 쟁점 및 판결요지를 살펴보고, 각 심급별 판결을 분석한

후, 나아가 국내 저작권법에의 함의, 비교법적 의미, 병행수입의 국제조화 등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2) 미국에서 지난 2010년 유통업체 Costco社에서 오메가 시계를 재배포한 사건의 문제가 미국 연

방대법원의 판결까지 간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연방대법원의 9명의 대법관 가운데 1명이 사

건 심리를 기피하고 나머지 8명 중 찬·반이 4대4로 나누어져 하급심 판결을 뒤집지 못하였다.

김용주. "해외에서 사온 상품의 국내 재판매, 불법일까?” <http://www.etnews.com/tools/ar-

ticle>. Etnews.com, 2012.10.29.

3)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하여 월리 교과서를 재판매 하는 커트생은 BlueChristine99,

BillyText, PinkyText, Sudchliew, Tubooksl23 및 PigVickey와 같은 이름으로 사업을 운영

하고 있다.

4) (배금자, 2003, 153-1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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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대상 판결의 사실관계, 쟁점 및 판결요지

1. 사실관계

원고(월리)는 대학교재를 전 세계적으로 판매한다.5) 원고가 판매하는 교과서는

국가에 따라 품질, 가격 등이 매우 다양하다. 통상 미국에서 배포되는 교과서는

표지, 내지 등이 고급이고 CD롬도 첨부되는 반면, 해외에서 배포되는 교과서는

종이, 인쇄 등에서 저품질이다. 해외 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① 전면표지에 “월리국제학생판” 또는 “월리아시아학생판”이라고 표시되고, ② 후면표지에 “이 교과

서는 수출할 수 없다.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는 것은 불법이

고, 출판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저작권자는 이때 권리행사를 위하여 소송

을 할 수 있고 일실이익(逸失利益)은 물론, 변호사 비용과 소송 시 요구되는 모든

비용을 포함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한편, 피

고(커트생)는 미국에서 대학교재로 사용하는 교과서 8종을 태국에서 구매하여 미

국으로 수입한 후 이 교과서를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eBay사를 통해서 미국시

장에서 배포하였다. 피고는 교과서 500종을 이러한 방식으로 배포하여 미화 9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따라서 원고는 이와 같은 피고의 병행수입 및 판매행위에 대

하여 미국 저작권법 제502조(a)항의6) 침해구제(금지명령)와 제504조(c)항의7) 법

정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2. 쟁점: 저작권 국제소진

1) 미국 저작권법 제109조(a)항

이 사건에서 양 당사자들은 미국 저작권법 제109조(a)항의 적용에 관하여 다투

5) 월리社는 “재출판 합의서”라는 계약을 맺어 월리支社 중 하나인 월리아시아社에게 배포권을

양도하였다. 월리아시아社는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미얀마,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베트남 등의 지역에서 영어판 교과서를 인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물론, 월리 아

시아社는 미국에서 저작물을 인쇄, 배포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6) 미국 저작권법(17 U.S.C.) 제502조(a)항 침해구제(금지명령)에 따르면, 저작권자는 “예비 또는

최종금지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법원은 저작권침해를 합리적으로 저지

하거나 방지할 수 있다.” 7) 미국 저작권법 제504조(c)항(법령의 손해배상)은 저작권자의 선택에 따라, 법정 손해배상을 청

구할 수 있다. 침해자가 한 사람일 경우는 개인적으로 책임이 있고, 둘 이상인 경우에는 침해

자들이 연대하여 책임을 지며, 이때 법정손해배상액은 $750~$30,0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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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미국 연방대법원 Bobbs-Merill v. Straus 사건에서8) 미국 연방대법원이 저

작권의 ‘소진원칙’을 인정하는 법리를 처음으로 소개하였고 그 판결은 저작권 침

해소송에서 항변규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109조(a)항을 제정하는 계기를 의회

에 제공하였다.9) 동 규정은 저작권법에 따라 합법하게 판매된 저작물을 구매한

자는 그 저작물을 후속하여 배포 또는 처분할 수 있다고 규율하고 있다.10)

2) 미국 저작권법 제602조(a)항11)

한편, 제602조(a)항은 해외에서 구매되어 미국으로 수입된 저작물의 저작권 침

해 여부를 규정한다. 동 규정에 의하면,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해외에서 판매된

저작물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행위는 제106조(3)항의 저작권침해에 해당한다.12)

3) L'anza v. Quality King 사건

미국 연방대법원은 본 사건에서 미국 저작권법 제602조(a)항의 문언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동 규정은 저작권자의 승인이 없는 수입은 제106조(3)항에 따른

배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율하고 있는데, 제106조(3)항에 따른 배포권은 다

시 제107조 내지 제120조에 따라 제한된다. 그 중 하나인 제109조(a)항은 저작권

소진원칙을 인정하고 있고, 그러므로 제602조(a)항도 제109조(a)항의 제한을 받

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109조(a)항은 이 사건에서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Quality King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미국 저작권법 제109조(a)항의 최초판매는

수입된 복제물 등에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원고는 동 법 제602조(a)항이 미국

8) 210 U.S. 339, 350-51 (1908).

9) 미국 의회는 1909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하여 “최초판매원칙(first sales doctrine)”을 처음 미

국 법에 도입하였다.

10) 17 U.S.C. section 109(a) (“Notwithstanding the provisions of section 106(3) [the sec-

tion that grants the owner exclusive distribution rights], the owner of a particular

copy or phonorecord lawfully made under this title · · · is entitled, without the au-

thority of the copyright owner, to sell or otherwise dispose of the possession of that

copy or phonorecord.”).11) 미국 저작권법 제602조(a)항(복제물 또는 음반 등의 침해하는 수입과 수출)은 해외에서 구입

한 복제물 또는 음반 등의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은 저작권법

제 106조(3)항에 따라 복제물 및 음반 등을 배포하기 위한 배타적인 권리를 침해한다.

12) 저작권법 제602조(a)(3)항은 3가지 예외를 제공한다.

가. 미국 연방정부, 주정부, 국가 정치기구에서 사용하기 위한 것 그러나 학교에서 사용하는

것은 제외.

나. 수입자나 수출자의 “사적인 사용”을 위한 것.

다. 학술, 교육, 종교목적의 기구에서 “사적 이익을 위한 사용”이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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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저작권자로 하여금 병행수입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고 주장하였는

데, 법원은 제602조(a)항을 통하여 부여된 권리가 이 사건에서도 제106조(3)항의

권리침해가 되는 바, 제602조(a)항이 저작권 침해의 유형을 별도로 규정하는 것

이 아니라 제109조(a)항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으므로 위의 제106조(3)항의 권리

는 제109조(a)항의 적용을 받게 되어, 일단 합법적으로 제작, 판매된 저작물의 소

유자는 이를 수입하여 다시 미국으로 배포할 경우에도 제602조(a)항에 따라 저작

권자로부터 승인 없이 그 저작물 등을 처분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13)

대상 판결에서의 피고는 Quality King 판례에 따라 그가 수입한 교과서는 태국

에서 최초판매가 이미 발생했고 그 배포가 저작권자에 의하여 승인된 것이라면

미국 내의 배포와 구별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에서 미국 월리가 월

리아시아에게 태국에서의 합법적인 배포를 이미 승인하였기 때문에 미국 저작권

법에 따른 미국 저작권자의 승인이 존재하였다고 주장하는 바와 다름없다. 원고

는 해외에서 제작된 저작물은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된 저작물

이 아니므로 ‘태국’에서 판매된 해당 교과서는 미국 저작권법 제109조(a)항의 적

용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3. 판결요지

1) 하급심 판결

뉴욕남부지방법원과14) 제2순회항소법원은15) 미국 저작권법 제109조(a)항과

제602조(a)항이 규정하는 소진원칙은 해외에서 제작된 저작물에는 적용되지 않는

다고 판시하여 국내소진원칙을 선택하였다.

2) 연방대법원

연방대법원은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제작된 저작물에 대하여도 미국 저작권법

제109조(a)항이 규정하는 최초판매원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여 결과적으로 항소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며 국제소진원칙을 선택하였다.

13) (박익환, 2000, 6p).

14) John Wiley & Sons, Inc. v. Kirtsaeng, Not Reported in F.Supp.2d, 2009 WL 3364037

(S.D.N.Y. 2009).

15) John Wiley & Sons, Inc. v. Kirtsaeng, 654 F.3d 210 (2nd Cir.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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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판결의 분석

1. 제2순회항소법원의 판결

1976년 저작권법에서 의회는 현재의 저작권법 제602조(a)(1)항을 입법했다.

2008년 의회는 저작권법 제602조(a)(1)항을 제602조(a)항으로 다시 개정하였다.

미국 밖에서 제작된 저작물의 복제물 또는 음반 등에 대하여 “이 법에 따라 저작권

자의 승인 없이 미국으로의 수입”은 저작권법 제106조 및 제501조에 따라 저작권

자의 복제물과 음반 등을 배포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리를 침해한다. 본 항소심 사

건에서, 커트생은 저작권법 제109조(a)항에 따라 그의 책임이 항변될 수 있다고 주

장한다. 그러나 동 법원은 이와 관련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저작

권법 제106조(3)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복제물의 ・・・・・・ 소유권자는 이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되고 저작권자에 의하여 승인된 자만이 저작권자의 동

의 없이도 그 복제물을 처분 또는 배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수 있다.” 저작권

법 제109조(a)항은 국제소진원칙에 대한 전통적인 법리이다.16) 저작권법 제109조

(a)항에서 입법된 바와 같이 현행 국제소진원칙은 1909년 의회가 처음으로 통과시

킨 법리와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큰 차이가 있다. 첫째,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

자에게 저작물 배포권이 양도될 수 있도록 부여하고 있다. 둘째, 국제소진원칙이

“모든 복제물”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

된 복제물”에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L'anza Research v. Quality King 판례에서 처음으로 저작권법 제106조(a)(1)항과 제109조(a)항 사이의 상호작

용에 대하여 언급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17) 연방대법원은 저작권법 제109조(a)

16) 국제소진원칙은 1908년 Bobbs-Merrill Co. v. Straus, 210 U.S. 339 (1908) 판결에서 처

음 미국 연방대법원이 그 법리를 인정하였다. 동 판결에서, 인기소설 “The Castaway”의 출

판자는 책자 제목의 다음 면에 다음과 같은 경고문을 삽입 했다. “이 책의 소매가격은 $1이

다. 어느 소매상도 이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배포할 수 없다.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배포

하면 저작권 침해로 간주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는 도매상에서 이 책자의 복제물을 구매하

여 98센트로 배포하였고, 원고는 그렇게 배포한 백화점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연방대법원은 저작권자의 승인에 의하여 한번 배포된 책의 구매는 새로운 출판을 하

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것을 재배포하여도 좋다는 판결을 내렸다.

17) L'anza Research International의 배포에 참여한 Quality King Distributor의 캘리포니아

회사는 머리세척제 등 그 밖의 다른 머리손실 상품을 제조하고 배포하는 사업에 참여한다.

L'anza는 국내 및 해외에서 그들의 상품을 배포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배포되는 상품의 가격

이 35% 대 40%의 비율로 국내 가격보다 싸다. L'anza는 그들의 해외 판매상에서 상품의 재

배포를 위하여 미국으로 재수입한 Quality King Distributor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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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국제소진원칙이 수입된 복제물에 적용될 수 있는지의 질문에 대한 결정을

위하여 구술심리를 개최하였다.18) 문제의 저작물은 미국에서 제작된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실제로 연방대법원의 Ginsburg 대법관의 동의의견(concurring

opinion)에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본 사건은 미국으로부터 외국으로,

다시 외국으로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저작물의 복제물에 대한 “왕복여정”을 수

반한다.19) 이러한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해외에서 제작된 저작물이 저작권법 제

109조(a)항이 규율하는 국제소진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안한다.

Omega S.A. v. Costco Wholesales Corporation 판례에서20) 제9순회항소법원은 저

작권자가 이전에 미국으로 저작물을 수입했거나 배포가 허용되지 않은 미국 밖에

서 제작된 저작물은 저작권법 제109조(a)항이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21)

1) 문언해석

제2순회항소법원은 의회가 제정한 법의 문언해석으로부터 해당 규정을 해석하

기 시작한다. 법의 해석은 법 문언이 애매모호하다는 가정 아래 문언의 단순 해석

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22) 본 사건에서 제2순회항소법원은 저작권

L'anza는 Quality King Distributor의 “재배포 행위가 미국에서 저작물의 배포나 복제하기

위한 17 U.S.C. 제106조, 제501조, 제602조에 따른 독점적인 권리를 위반 한다.”고 주장하

였다.

18)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의 만장일치로 저작권법 제106조(3)항과 상호작용하는 제109조

(a)항은 제602조(a)항의 범위를 제한한다.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L'anza

Research International, Inc. v. Quality King Distributors 판례와는 차이가 있다.

19) 연방대법원의 Ginsburg 대법관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오늘날 해외에서 제작된 저작권침해

수입 저작물의 사례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인식하는 연방대법원의 의견에 동의한다.

다수의견이 해외에서 제작된 저작물은 저작권법 제109조(a)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

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특히, 연방대법원은 저작권법 제109조(a)항 및 제

602조(a)항의 규정을 적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법리를 설명하는데 고민한다. 연방대법원이

설명한 바와 같이, 최초판매원칙이 저작권법 제109조(a)항에 포함되고, 제602조(a)항의 예외

가 어떤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을지라도 전자는 후자를 포함시킬 수 없다. 이 규정들은 중요

한 독립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 2008.9.3. 원고인 스위스 Omega S.A.가 피고 미국 Costco Wholesales Corporation을 상

대로 미국 저작권청에 디자인이 등록된 수입시계에 대하여 인증판매를 위한 승인 없는 수입

및 배포 침해를 주장하여 소매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의 Terry J. Hatter 판사는 소매상에게 약식판결(summary judgement)을 명령하였

다. 따라서 저작권자인 Omega S.A.는 즉각 항소하게 되었다.

21) 구술심리를 마친 후,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Kagan은 “제9순회항소법원에 의하여 결정한 판결

에 동의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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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연구 제18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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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109조(a)항에 포함하는 “이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된” 이라는 문언의 의

미를 원칙적으로 따르고 있다. 동 규정에서 문제가 되는 법의 문언해석을 통하여

“제작된(made)” 및 “따라서(under)"라는 용어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

한 해석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소 때문에 매우 복잡하다. 첫째 "제작된"이라는

말은 저작권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고,23) 둘째 "따라서"는 카멜레온과 같

이 여러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말이라는 점이다. 본 사건에서 윌리는 “이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된”의 법 문언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제작된(lawfully

made in the United States)”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Omega v. Costco 판례에서 이러한 해석은 연방대법원의 법정조언자에 의하여 채택된 저작

권법 제109조(a)항의 문언해석과 일치한다.24) 반면, 커트생은 역외적용의25) 일

반 법리로서 제2순회항소법원이 저작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미국 저작권법은 단지 미국에서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저작권법의 역외적용은 해외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명확하게 고려해야 하는

규정이기26) 때문에 커트생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복잡한 문제이다. 저작권법

제109조(a)항의 해석에 관한 피 항소인의 주장이 충분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만일, 의회가 국제소진원칙을 미국에서 제작된 저작물의 복제물에만 적용

시킨다고 하였다면 저작권법의 문언을 달리 표현하였을 것이다. 더구나 “이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된”은 미국 밖에서 제작된 저작물에 적용하기 위하여 의회

가 이러한 문언을 적용하는 데는 최소한의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법

제109조(a)항의 해석이 저작권자의 편을 지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반면, 배제

하지도 않는다. 동 규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분명하지 않다. 즉, 첫째, “미국에

서 제작된” 둘째, “이 법에 따라 보호되도록 제작된” 셋째, “이 법에 따라 합법적으

로 제작된” 등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27)

22) Universal Church v. Geltzer, 463 F.3d 218, 223 (2d Cir. 2006).

23)“Made"에 대한 권위 있는 사전에서의 정의는 "제조 공정에서 인공적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되어 있다. Webster's Thir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 1356(1976).

24) 미국 연방대법원은 “under"의 의미를 “subject to" 또는 “governed by"으로 해석한 경우가

있었다. See, Ardestani v. INS, 502 U.S. 129, 135 (1991).

25) Morrison v. Nat'l Austl. Bank Ltd., --- U.S.---, 130 S.Ct. 2869 (2010),“의회 입

법에서, 미국의 오랜 전통은 미국의 관할지역 내에서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26) 저작권법 제104조(b)(2)항은 “제102조 및 제103조에서 명시한 저작물의 출판 시, 처음으로

미국에서 출판되거나 외국에서 출판될 때, 처음 출판된 날로부터 이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

는 것은 조약이다.”라고 규정한다. 이와 같이 저작권법 제104조(b)(2)항은 저작물의 보호가

외국에서 출판된 경우에도 적용될 수도 있고, 저작권법 제109조(a)항의 “이 법에 따라 합법

적으로 제작된”의 해석은 “이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된다.”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27) 제2순회항소법원이 후자의 두 정의를 채택한다면 항소인은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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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국제소진: 미국 연방대법원 교과서 병행수입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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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작권법 제602조(a)(1)항과 L'anza Research v. Quality King 판례

애매모호한 문언해석에 직면해서, 제2순회항소법원은 저작권법 제602조(a)(1)

항과 Quality King 판례에서 연방대법원의 견해와 일치하는 저작권법 제109조(a)

항의 해석을 채택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602조

(a)(1)항은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해외에서 제작된 저작물의 복제물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러한 규정은 명확하게 국내 및 해외를 다르게 취급하

고 분리하려는 어떤 융통성을 저작권자에게 허용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만일, 저작권법 제109조(a)항이 국내에서 제작한 저작물의 복제물에만 적용하도

록 입법했다면 저작권자는 더 자유로울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법 제602조(a)(1)

항에 따라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미국 밖에서 제작된 저작물의 복제물을 배포하기

위한 저작권자의 독점적인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은 판례의 대부분에서 “미국 저

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또는 “미국 저작권법이 적용되는 요구에 일치하여” 국제

소진원칙이 해외에서 제작된 모든 복제물에도 적용되도록 해석한다면 그러한 해

석은 지지받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저작권법의 해석은 저작권법 제109조(a)항

이 국내에서 제작된 저작물의 적용에 해당된다는 판례에 영향을 미친다. Costco 판례에서 제9순회항소법원은 다른 항소법원에서 채택하지 않은 선례로 저작권법

제109조(a)항이 저작권자의 승인으로 미국에서 배포되는 것이 해외에서 제작된

복제물에도 적용한다고 판결하였다. 하지만 제9순회항소법원은 저작권법 제602

조(a)(1)항 및 제109조(a)항의 상호작용의 견지에서 미국 내에서 제작된 복제물에

만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최선의 해석을 해야 한다. 이러한 견해를 채택하는데

있어서 제2순회항소법원은 저작권법 제109조(a)항의 해석이 Quality King 판례에

서 보여준 의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본 사건에서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었고 제2

순회항소법원은 1심법원의 판결과 같이 커트생이 수입한 문제의 교과서가 미국

밖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저작권법 제109조(a)항에 따른 국제소진원칙이 항소인

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옳다는 결론을 내린다.28) 요약하면 저작권법

제109조(a)항의 “이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된”에 대한 법의 문언해석은 해외

가 아닌 미국 지역에서 제작된 특정한 독점적인 복제물을 언급하는 것이다.29)

저작권법 제109조(a)항의 문언해석과 일치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더 복잡한 문제는 이렇

게 표현 가능한 문언이 저작권법(17U.S.C.)의 어느 곳에서 명확하게 사용될 수 있느냐에 달

려있다.

28) 제2순회항소법원이 주지하는 바와 같이, 쟁점의 교과서는 해외에서 출판되었고, 또한, 모두

가 미국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Omega S.A. v. Costco Wholesales Corporation 판례의 쟁점과도 비슷한 경우이다. 그러나 두 판례의 차이점 중 하나는 본 판례가 미국 저작

권법이 적용될 수 있는 확실한 경고를 포함하는 쟁점에서 서로 다른 출판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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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반대의견

제2순회항소법원의 3인 합의체에서 Murtha 판사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는 “이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된”이라는 표현은 해당 저작물이 미국 저작권

법에 의하여 합법하게 제작되었는지를 묻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서 태국에서

배포되었더라도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 판단하여 합법하게 배포된 것이라면 그 배

포로 인하여 저작권자의 권리가 소진된다고 주장하였다.30)

2. 연방대법원 판결31)

1) Quality King v. L'anza Research32)

연방대법원은 먼저 Quality King 판결을 살펴보았다. 그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제602조(a)(1)항이 제109조(a)항에 의하여 제한을 받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런 견

지에서는 해외에서 합법하게 구매한 저작물을 병행 수입하여 배포하는 행위는 관

련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Quality King 사건은 미국에서

최초 제작된 후 해외에서 배포된 저작물에 관한 것이어서 대상 판결의 사실관계와

다르다. 그런 사실관계의 다른 점이 대상 판결에서는 중요한데, 왜냐하면 제109

조(a)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이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된(lawfully made

under this title)”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상 판결에서 태국에서

(저작권자의 승인 아래) 제작된 저작물은 미국 저작권법에 의하여 합법하게 제작

된 것인가? 연방대법원은 이 점에 대하여 긍정하며,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29) 저작권자는 공공정책의 문제로서 국내배포를 위하여 미국으로 선적한 교과서가 해외에서 제

작되어야 하는 최초판매가 커트생에게 허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판결이 달갑지 않음을

논하고 있다.

30) Kirtsaeng, at 6 (“dissenting judge thought that the words ‘lawfully made under this

title’ do not refer‘to a place of manufacture’but rather ‘focu[s] on whether a partic-

ular copy was manufactured lawfully under’America's copyright statute, and that‘the lawfulness of the manufacture of a particular copy should be judged by U.S. copy-

right law.’Id., at 226 (opinion of Murtha, J.)”).31) Kirtsaeng v. John Wiley & Sons, Inc., --- S.Ct. ---, 2013 WL 1104736 (March

19, 2013).

32) Quality King Distributors, Inc. v. L'anza Research Int'l, Inc., 523 U.S. 135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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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커트생의 주장

상고인(커트생)은 “이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된”이라는 표현은 해당 제작이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in accordance with” or “in compliance with”) 합법한지

여부를 묻는 것이라고 주장한다.33)

3) 윌리의 주장

피상고인(윌리), 제2순회항소법원 판결, 제9순회항소법원 판결, 미연방정부 송

무수행자 등은 국내소진원칙을 주장하였다.34) 즉, 최초판매원칙은 지리적인 한계

가 있는 것이어서 외국에서 제작된 저작물에 대하여는 해당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35)

4) 문언 해석

연방대법원은 첫째, 사전의 해석에 따라서 “이 법에 따라(under this title)”라는

표현에서 “따라(under)”는 “준수하여(in compliance with),” “의하여(according

to)”를 의미한다고 보았고, 둘째, 지리적 제한을 두지 않는 문언 해석이 간명하다

고 보았다. 특히, 이 점과 관련하여 피상고인은 “이 법에 따라(under this title)”라는 표현이 “이 법이 적용되는 곳에서 이 법에 의거하여(in conformance with

the Copyright Act where the Copyright Act is applicable)”라는 의미로 해석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연방대법원은 그러한 해석의 경우 미국 저작권법이

미국에서만 적용 가능한(applicable) 것으로 이해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해석이

곤란하다고 보았다. 그러한 곤란함에 대하여 연방대법원은 장황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영어(English)의 첨예한 의미를 다루는 것이어서 우리에게는 시사되는

바가 적거나 이해하기가 약간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5) 입법 이력

연방대법원은 나아가서 제109조(a)항의 입법 이력에 대하여도 설명을 하고 있

33) 태국에서의 제작이 태국 저작권법에 의해서는 합법하더라도 미국 저작권법에 의해서는 합법

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를 상정한다.

34) 예를 들어, 미국 정부의 의견: Brief for United States 6 (“A copy is ‘lawfully made un-

der this title’ if Title 17 governs the copy's creation and the copy is made in com-

pliance with Title 17's requirements”).35) Kirtsaeng, a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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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동 규정의 구법에서는 같은 내용을 약간 다르게 표현되었는데 그 표현에서도

지리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36) 그렇다면 표현의 변경을 통하여 의회는 지리적

제한을 도입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구법의 표현에 의하면 저작물의 합법

한 소유자(owner)가 아니라 점유자(possessor)에게도 권리소진원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현재의 법은 그러한 해석의 여지를 없애기 위하여 현

재의 표현을 도입하였다.37) 그렇다면 그 법 개정을 통하여 의회가 지리적 제한을

도입하고자 한 것은 아닌 것이다.

6) 다른 규정의 해석

연방대법원은 미국 저작권법에서 사용된 다른 규정의 의미와 쟁점이 되는 표현

의 의미를 비교한다. 구법에서 특정저작물(nondramatic literary material)을 수

입하는 것을 금지하는(지리적으로 차별을 두는) 규정을 두었는데 현재의 법은 그

규정을 삭제하여 지리적 차별을 없애버렸다.38) 그러한 법 개정이 저작권에 지리

적 차별을 없애는 시도라고 해석된다. 또, 현행 저작권법에서도 “이 법에 따라 합

법적으로 제작된”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 표현이 지리적 제한을 두는 것으로 해

석하면 상식에 반하는 황당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그 표현이 지리적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고 해당 규정의 동일한 표현도 지리적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39)

7) 보통법(common law)에 따른 해석

연방대법원은 어떤 쟁점이 보통법에 의하여 다루어진 것이라면, 반대되는 증거

가 없는 경우, 성문법의 제정에 있어서 의회가 이전의 보통법의 해석을 그대로 가

져온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며, 15세기 내지 17세기 영국의 보

통법이 지리적 제한을 두지 않는 권리소진원칙을 인정하였다는 점에 근거하여 현

재의 규정도 지리적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보았다.40)

36) “[N]othing in this Act shall be deemed to forbid, prevent, or restrict the transfer of

any copy of a copyrighted work the possession of which has been lawfully obtained.” Copyright Act of 1909, § 41, 35 Stat. 1084.

37) Kirtsaeng, at 11.

38) Kirtsaeng, at 11.

39) Kirtsaeng, at 12.

40) Kirtsaeng, at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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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현실의 반영

도서관협회, 중고 책 중개인, 전자상거래 업체, 박물관 등은 지리적 제한을 두

는 권리소진원칙이 적용되는 경우 현실 거래에 있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미국의 도서관은 적어도 2억 권의 외국에서 간행된 저작

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내소진원칙에 의하면 그 2억 권을 도서관에서 활용하기

위하여 저작권자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대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

예를 들어, 미국 개국 초기부터 미국의 시민들은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저작물을

읽어 왔는데 국내소진원칙은 그러한 행위 모두를 저작권 침해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41)42)

Ⅳ. 판결의 시사점

1. 국내저작권에의 함의

1) 저작권법

우리 저작권법43) 제20조는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면서 저작권자에게 배포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단

서로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당해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

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면서 이른바 최

초판매에 의한 저작권의 권리소진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저작권법

은 미국의 저작권 제602조(a)항과 같이 저작물의 병행수입을 규율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의 병행수입 문제는

배포권과 권리소진원칙과의 관계에서 결정되는데, 일본의 경우에도 저작물의 병

행수입과 관련한 사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관련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44) 그러나 저작권법 조항의 해석에 따르면 저작권법상 병행수

41) Kirtsaeng, at 15.

42) 윌리社는 이러한 예시가 모두 이론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즉, 국내소진원칙을 적

용한 법리가 적어도 30년 전에 형성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동안 도서관협회 등이 주장

하는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하여 연방대법원은 국내소진원칙을 적

용하는 법리가 정착되지 못하였다고 설명한다. Kirtsaeng, at 17.

43) 전부 개정 2006. 12. 26. 법률 제8101호.

44) (민경재, 2012, 3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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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연구 제18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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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우리 저

작권법 제124조 제1항에서 저작권 침해 행위로서 “수입 시 대한민국 내에서 만들

어 졌다면 저작권 그 밖의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의 침해로 될 물건을 대한민

국 내에서 배포할 목적으로 수입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내에

서 만들어졌을 때 권리침해가 될 수 없는 저작물이므로 이러한 병행수입은 저작

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45) 이와 같은 견해는 우리 저작권법도 제20

조 및 그 단서 조항과 제124조 제1항에 따라 저작물의 병행수입이 허용될 수 있

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 저작권법 제602조(a)항(복제물 또는 음반 등의 침해

하는 수입과 수출)은 “해외에서 구입한 복제물 또는 음반 등의 저작물을 저작권

자의 승인 없이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은 동법 제106조(3)항에 따라 복제물 및 음

반 등을 배포하기 위한 배타적인 권리를 침해한다.”는 규정과 비교할 때, 애매모

호한 법 문언을 병행수입이 가능한 쪽으로 확대 해석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아직까지 미국을 제외한 일본, 우리나라가 병행수입에 관한 명시적인 법

문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는 저작권법의 역사와 저작활동의 범위가 미국 보

다는 덜 활발하였고, 저작물에 대한 병행수입이 일어나는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았

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2) 저작권 관련 판례

국내 지식재산권 관련 병행수입과 관련하여, 2000년 이후 무역의 국제화로 인

하여 상표권과 관련한 판례는 다수 찾아볼 수 있으나 저작권과 관련한 판례는 아

주 드문 편이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의 확산을 통하여 국제간 무역이 급속히 확

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저작물의 병행수입에 관한 세계적으로 통일된 법의 정립이

시급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권의 국제

소진원칙을 허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

리보호를 일차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저작권법이 저작권자에게 권리를 부여

하는 것은 저작물을 통하여 사회구성원의 모두가 이익을 얻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개인의 창작이라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절대적으로 無에서 有를 창조하기

보다는 이미 이루어진 문화적 성과를 바탕으로 그것으로부터 창작물을 발전시키

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저작물의 병행수입을 통하여 문화선진국으로부

터 새로운 문화와 기술을 보다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기회를 확대시킨다면 저작물

의 병행수입은 원칙적으로 허용됨이 타당하다고 본다.46) 그런데 여기서 제기되는

45) Id. 405p.46) (박유선, 1998, 182-1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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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국제소진: 미국 연방대법원 교과서 병행수입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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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서 해외에서 제작된 저작물이 국내로 수입되는 경

우 이는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복제물의 수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제작된

저작물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수입을 금지할 수 있는

지가 저작권의 속지성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물론, 우리 저작권법에는 미국 저

작권법에 있는 병행수입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국내에서 이 쟁점을 다룬 사건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47)

여기서 박유선(1998)과 박영길(1998)의 견해는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전자는 “소비자의 이익”에 중점을 두고 병행수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견해를 밝힌 반면, 후자

는 “저작권자의 권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저자의 견해는 저작물의 병행수입

문제를 단편적으로 可 또는 不의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

한다. 1998년으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의 환경은 많이 변화하였다. 따라서 “소비

자의 이익”과 “저작권자의 권리”는 상호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

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시대의 환경에 맞추어 균형 있는 저작권법이 되도

록 법을 운용하여야 한다.

3)저작권법의 개정

저작권법에 따른 병행수입의 허용여부에 대한 명문규정도 불비하고 관련 판례

도 없는 상황은 잠재적인 소송 당사자에게 혼란을 초래하며 나아가 경제활동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국회도 다음

과 같은 원칙을 고려하여 관련 규정을 신설하여야 한다. 첫째, 미국, 일본과 우리

의 상표권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저작권법도 국내소진원칙보다는 국제소진원칙

을 선택하여야 한다. 대상 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저작권법의 문언 해

석에 따라 국제소진원칙을 선택하고 있다. 한편, 일본 법원은 (저작권에 관한 판

결은 아니지만) 특허권에 관한 판결에서 처음에는 국내소진원칙을 선택하다가

1995년 도쿄고등재판소가 소위 “BBS 자동차 알루미늄 휠 판결48)”에서 국제소진

원칙을 채택한 이후, 그 원칙이 일본의 법리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다른 한편,

우리 상표법에는 특허법, 저작권법과 마찬가지로 병행수입에 관한 명백한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버버리 사건,49)” “스타크래프트 사건,50)” “로베르타 디 까

메리노 사건,51)” 등의 대법원 판결에서 상표권의 국제소진원칙을 채택하고 있음

47) (박영길, 1998, 861p).

48) Jap Auto Products K. K. v. BBS Kraftfahrzeug Technik A.G. 49) 대법원 2002.9.24 선고 99다42322 판결.

50) 대법원 2006.10.13 선고 2006다4042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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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연구 제18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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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유무역협정에서 국제소진원칙을 명확하게 하여

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 유럽연합 등 경제선진국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

결하여 운용하고 있고, 일본, 중국 등과는 멀지 않은 시기에 체결할 예정이다. 하

지만 기 시행된 자유무역협정에는 저작물의 병행수입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

지 않으므로, 병행수입에 관하여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유럽에서 교과서

를 구매하여 우리나라로 수입, 배포하는 경우 그 수입, 배포는 합법한 것인지에

대하여 시장에 지침을 주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에서라

도 국제소진원칙을 규정한다면 불확실성이 제거될 것이다. 현 상황에서 우리 입

법부는 먼저 저작권의 국제소진원칙과 그에 따른 병행수입을 허용하는 명백한 규

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2. 비교법적 의미

현재 저작권 소진원칙은 세계적으로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고 이렇게

다른 소진원칙의 적용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리적 한계에 따라 소진원

칙은 국내, 지역, 국제소진원칙으로 나누어진다. 우선, 저작물의 병행수입과 소

진원칙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하여 세계의 다양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진원칙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캐나다 등은 국내소진원칙을 채택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지역소진원칙을, 스위스, 호주 등은 국내 및 국제 소진원칙을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다.52) 한편, 아시아 국가 중 일본, 싱가포르 등은 국제소진

원칙을 채택하고 있고, 중국, 홍콩의 경우는 저작물을 병행수입 할 경우, 벌금형,

징역형 등 형사조치를 가하여 병행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강력한 자국 저작권 보

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53) 위에서 간단히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 주요 국가들

은 저작물의 병행수입과 소진원칙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여

러 국가들의 다양한 입장 차이를 조사하는 것은 저작권법의 국제조화를 위하여

필요하다.54) 한편, 저작물의 병행수입 문제는 주로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스

위스, 호주,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경제선진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로, 지

금까지 저작권법과 판례를 고려하여 병행수입과 관련한 저작권 문제를 판결하는

미국, 유럽연합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국가들이 저작권법

51) 대법원 2008.11.27. 선고 2006도2650 판결.

52) (Ryan L. Vinelli, 2009, 7p).

53) (박익환, 2000, 16-17p).

54) (Ryan L. Vinelli, 2009, 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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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국제소진: 미국 연방대법원 교과서 병행수입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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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의한 판결보다는 주로 그 동안 축적된 판례의 법리를 통하여 판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하, 주요국의 저작물 병행수입과 저작권 소진원칙을 세부적으로 살

펴보고자 한다.55)

1) 러시아

2006년 러시아 최고법원은 러시아 저작권법이 장황하며 광범위한 해석이 필요

하다는 것이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이러한 쟁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소개된 규정

의 하나는 러시아 저작권 소진원칙이 역외로 확대되어서는 아니 되고 국내소진원

칙에 따른다고 명백히 하고 있다.

2) 캐나다

캐나다의 저작권법 제27조는 국내소진원칙을 천명한다. 아울러 저작물의 수입

은 원고가 저작물이 캐나다에서 제작되었다면 수입자가 최소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한 저지할 수 없다. 캐나다 저작권자의 저작물이 해외에서 제작되어 캐나다

로 다시 수입되면 저작권침해가 되기 때문이다.56) 이를 위한 법 문언은 국내소진

원칙으로 명시되어 있다.

3) 유럽연합

유럽연합은 지역소진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저작권 소유자의 승인 하에 유럽연

합 내에서 이루어진 배포는 유럽연합 전 지역에서 저작권자의 권리를 소멸시킨

다. 이러한 소진원칙은 유럽 공동체의 국가들 간의 국제협정문에 열거되고 있다.

저작권을 비롯한 다른 지적재산권에 대한 완전한 체제와 범위에 대한 명백한 선언

은 유럽경제지역협정(EEA)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저작권의 소진원칙은 공

동체의 조치 또는 법제로서 다루어지고 있다. 계약 당사국들은 공동체법에 따라

이러한 저작권 소진원칙을 따라야 하고, 각국의 판례법에 대한 편견 없이 유럽공

동체 사법재판소의 관련 규정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57) 지역소진원칙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유럽공동체는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닌 다른 3개 국가를58) 제외한

EEA 협정에 따라 지역소진원칙에 포함되어야 하는 유럽연합의 27개 국가로 구성

55) Alexander B. Pope, 2011, 9-12p).

56) 저작권법, R.S.C., Ch. C-42, 제27조(2)항(1985), 개정 1997 S.C., Ch. 24, 제15조(캐나다).

57) 유럽경제지역협정(EEA), (Protocol 28, 제1조(3)항), 1994 O.J. (L1)3(EC).제2조(1)항.

58) 유럽자유무역협정(EFTA) 회원국 : 스위스, 오스트리아, 노르웨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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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연구 제18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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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어 있다. 한번 저작권 소유자가 EEA 협정에 따라 저작물을 배포하는데 동의하

면 그 저작권 소유자는 그 이후로 유럽공동체에서 저작물의 배포에 대한 통제권리

가 없어진다. 그러나 EEA 공동체 밖에서 배포된 저작물은 권리가 소진되지 않는

다.59) 유럽공동체는 회원국 전역에 지역소진원칙을 설정하기 위한 방법에서 충돌

도 일어난다. 그리고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소진원칙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회원

국가가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안한다.60) 한편, 영국 같은 국가는 유럽공동

체지침에 따르는 저작권소진원칙에서 그들의 법을 변경하였다. ECJ는 저작물의

인격권을 보호하고 창조적인 노력에 대한 보상을 확립하기 위하여 저작권법의

“필수적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61) 논리적으로 국내소진원칙이 그들의 목표인 반

면, 국내소진원칙은 저작물의 배포과정에서 수량적인 제한의 제거를 통하여 상품

의 자유로운 이동을 촉진하는 공동체 목표에 장애가 될 수 있다.62) 동시에 유럽시

장 내에서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의 촉진은 저작권에 대한 유럽공동체의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어떤 회원국가 내에서 국제소진원칙에 대한 허용이 그러한 궁극

적인 목적을 방해받을 수 있다는 것에 논쟁하고 있다. 유럽공동체의 국제소진원

칙의 가능성은 미국 Costco 판례의 실제적 형태와 비슷한 유럽 Silhouette 판례에

서 일어났다. 이 판례는 상품이 유럽으로 다시 수입되지 않기로 합의한 후 EEA의

밖에서 상품을 최초로 판매하였다. 그러나 병행수입에 의하여 그 상품이 다시 유

럽으로 수입된다.63) 해당 사건에서 ECJ는 유럽공동체의 소진원칙이 혼합하여 사

용되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촉진하는 유럽연합의 목적을 위태롭게 한다고 판

결하였다. 이와 같은 판결은 Micro Leader Business v. Commission 판례에서 저작

권으로 유사하게 확대되었다. 저작권에 대한 국제소진원칙의 가능성은 “유럽공동

체 밖에서 배포된 저작물은 EEA내에서 저작권 소유자의 권리를 소진할 수 없다는

ECJ의 판결”로 배제되었다.64) 이러한 저작권 소진원칙은 ECJ가 유럽공동체 지침

으로 해외에서 제작된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자의 배포를 통제하는 국제소진원

칙을 시행하려는 회원국들의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판결로 번복되었다.

59) Sterling, supra, 제9조7항.

60) EU 국제저작권법과 시행 EU 제2조[1]항.

61) Radio Telefis Eireann and Independent Television Publications LTD v. Commission of

the European Communities (C-241/91 P & C-242/91 P), 1995 E.C.R. I-00743.

62) 경제공동체설립조약 제3조, Mar. 25, 1957, 298 U.N.T.S. 11, 1973 Gr. Brit. T.S.No.1.

63) Case C-355/96, Silhouette Int'l Schmied GmbH & Co. KG v. Hartlauer Handelsgesellschaft GmbH, 1998 E.C.R. I-04799.

64) Sterling, supra, 제26조14(9)항(Case T-198/98, Micro Leader Bus. v. Comm'n, 2000

E.C.D.R. 217: Microsoft는“Micro Leader Business에 의하여 캐나다에서 프랑스로 저작물

의 병행수입을 저지 할 수 있었다.”고 논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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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위스

유럽자유무역협정(EFTA)의 회원국인 스위스는 EEA협정 국가에 포함되지 않

는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지역소진원칙을 채택할 의무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연방최고재판소가 저작권 소진원칙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접근방법을 채

택하기 위하여 규범 보다는 의견(opinion)을 통하여 기본적으로 저작권과 상표권

에는 국제소진원칙을 특허권에는 국내소진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Imprafot AG v. Nintendo Co. 판례에서 연방최고재판소는 저작권의 소진원칙을 설명하였으나 이

에 필요한 최초판매의 범위를 명백하게 정의하지 않고 있는 스위스 저작권법 제12

조의 해석을 받아들였다. 동 법의 제12조가 미국의 저작권자 Nintendo로 부터 그

들의 승인 없이 구매하여 스위스에 판매한 비디오 게임기의 병행수입이 어떤 소진

원칙으로 항변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연방최고재판소는 이 판결에서 스위스

의 국제소진원칙은 병행수입업자에 의하여 항변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5) 호주

호주는 국제 및 국내소진원칙을 혼합한 저작권 소진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저

작물의 종류에 따라 병행수입을 저지할 수 있는 권한이 저작권자에게 제한된

다.65) 실제적으로는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저작물의 수입이 허용되는 반면, 여기

에는 수많은 제한이 존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베른협정이나 세계저작권협정의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제작된 교과서의 경우 병행수입이 가

능하다.66) 어떤 교과서가 호주에서 최초로 출판되거나 그 교과서가 최초로 해외

에서 출판되고 30일 이내에 호주에서 재출판된다면 병행수입은 가능하지 않다.67)

교과서를 비롯하여, 소프트웨어, 잡지 및 전자형태의 낱장의 악보와 같은 다른 전

통적인 저작물 등도 저작권자에게 병행수입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된

다.68) 저작권자는 저작물이 제작된 나라에서 저작권법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이러

한 저작물의 병행수입을 저지해서는 아니 된다.69) 오디오 테이프의 복제는 호주

저작권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그 복제물은 베른협정 또는 WTO 회원국에서 합

65) 호주저작권법(1968) 제44조A항, 제112조(a)(1)항.

66) 호주저작권법(1968) 제44조A항; 또한, Paul E. Geller, eds., 국제 저작권법과 호주의 실시

제8조(1)(c)(i)항(C)(2010) 참조.

67) 호주저작권법(1968) 제44조A항; 또한, ICLP, 제8조(1)(c)(i)(C)항 참조.

68) 호주저작권법 개정(병행수입), 2003, No.34; 또, ICLP, 제8조(1)(c)(i)(C)항 참조.

69) 호주저작권법(1968) 제10조AB항(병행수입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 2003, No.34,제8조)의 개

정; ICLP, § 8(1)(c)(i)(C)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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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제작된 것이어야 한다.70) 이러한 법령은 병행수입을 저지할 수 있는 권

한이 존재하는 반면, 공중에게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소비자들에게 불합리한

가격인상의 결과를 가져와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71)

6) 일본

일본의 저작권법은 영화 저작물에만 복제물의 배포권을 인정하고 있고,72) 일반

저작물에 대하여 배포권을 부여하지 아니한다. 일본은 저작권의 소유권 양도를

포함하는 일본 저작권법 제26조 제2항을 통하여 저작권에 관한 국제소진원칙을

인정하고 있다.73) 제26조의2 제2항은 저작물의 최초판매에 대한 저작권 소진원

칙을 규정하고 있는 반면, 제26조의2 제1항은 공중에게 자신의 저작물을 양도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74) 일본의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 소진

원칙의 주요 요소는 문제의 복제물이 영상저작물인지이고 이러한 특정 저작물에

대한 배포를 통제할 수 있는 저작권 소유자의 권리가 저작권 소진원칙의 어떤 형

태로도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7)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일반적으로 저작권을 비롯하여 지적재산권 전반에 대하여 국제소

진원칙을 채택하고 있다.75) 싱가포르의 저작권법은 국제소진원칙을 선호하는 입

장을 명백하게 하기 위하여 개정되었다. 만일, 병행수입이 “제작 국가에서 저작권

을 소유하는 자의 승인이 있으면” 또, “저작물이 제작자의 장소에서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배포에 관한 계약에서 어떠한 조건과도 관계없이 수

입해도 저작권 침해의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76) 간단히 말하면, 병행수입

이 저작권자의 승인으로 어떤 제작국가에서 제작된 경우 싱가포르 저작권의 소유

자는 그러한 수입을 하는 제3자를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77)

70) Id. 제10조AA(2)~(3)항: 제작국가가 WTO의 회원국이면 TRIPS협정에 따르는 법령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제10조AA(3)(b)항에 규정되어 있다.

71) ICLP § 8(1)(b)(iii).72) 일본 저작권법 제26조 제1항.

73) Chosakukenh [일본저작권법], Law No. 48 of 1970, 제26조 제2항.

74) Id. 제26조2(1),(2)항.

75) 아시아의 저작권보호, 제8조 100항.

76) 1987년 싱가포르 저작권법, 제63장, 제31조~제33조.

77) 아시아의 저작권보호, 제8조8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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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중국

중국의 저작권법에 따르면 “종속저작물”은 저작권 침해에서 면제된다. 한편,

상표권자가 병행수입을 금지시키기 위하여 저작권 침해 법령을 사용할 수 있다.

저작권법이 반드시 상표법의 범위 내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의도는 아니다. 이러

한 법 제도를 시행하는 중국 법원의 견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WTO의 회원국으로 가입된 상황에서 새로운 법을 채택하려는 그들의 열정과 발

전은 다른 회원국에게 희망적이고 중국 법원들의 참신한 결정에 많은 기대를 하

게 한다.78)

9) 홍콩

홍콩의 신 상표법은 국제소진원칙을 완벽하게 지지한다. 그래서 상표권자는 병

행수입을 금지하기 위하여 홍콩의 상표법 대신에 저작권법의 침해규정을 사용하

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를 규정하는 저작물에서 “종속저작물”은 저

작권법 제35조 제4항에 따라 중국에서와 같이 제외된다. 홍콩 저작권법이 상표법

을 과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여지의 확신을 없애기 위하여 이와 같이 저작권법을

제정하였다.79)

3. 병행수입의 국제조화

1) 국제시장

저작권 소진원칙의 쟁점이 일어나는 조건은 “국제시장(global market)”이라기

보다는 “국제공개시장(global open market)”이라는 것에 의한다. 세계 모든 국가

에서의 경제조건은 각각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국가 구매력, 소비자 성향, 노동

력, 생산비용, 저작물 배포에 대한 정부규제 등이 포함된다. WTO 협정은 국제공

개시장을 형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단지, 그러한 방향만 제시해 놓고 있다. 저작

권의 국제소진원칙의 쟁점은 경제적 실체 때문에 일어난다. 그것은 저작권 보호

때문이 아니라 저작물이 각각의 국가에서 다른 가격으로 배포되기 때문이다. 이

러한 현상은 저작물 가격이 어떤 한 국가에서 보다 다른 국가에서 싼 가격으로

책정되기 때문일 수 있다. 또, 가격의 직간접적인 정부규제가 각각의 국가에서 저

작물이 다른 가격으로 배포되게 할 수 있다.80)

78) (Cindy Wai Chi Wong, 2004, 16p).

79) 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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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연구 제18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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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병행수입

가격이 낮은 국가에서 높은 국가로 저작물을 이동시켜 그 배포를 통하여 수익

을 더 얻으려는 노력이 증가한다. 한편, 그러한 병행수입을 막기 위하여 관세율의

인상 등의 조치가 뒤따를 수도 있다. 또, 저작권자의 시장전략을 손상시키고 창작

활동에서 저작물의 배포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보상에 불리한 영향을 끼친다. 이

와 같이 병행수입은 저작권자의 실질적인 수익을 잠식할 뿐 아니라 가격이 높은

국가의 계약에서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줄어들게 하여 저작권의 전용실시계약

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시킨다.81)

3) 저작권의 속지주의

저작권자들은 저작물의 병행수입을 저지하기 위하여 병행수입업자, 소비자에

대하여 그들의 저작권을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한 주장의 하나는 저작권법 그 자

체에 근거한다. 세계 각국의 저작권법은 흔히 속지주의에 근거하여 자국의 저작

권을 보호하고 있다. 저작권 소유자가 병행수입업자에 대항하여 그의 저작권을

강력히 주장하는 필수적인 논쟁은 저작물을 배포한 국가에서 흔히 발생한다. 병

행수입업자가 저작물을 수입하면 저작물이 제작된 국가의 저작권법과는 관련이

없고, 저작물을 배포한 국가의 저작권법에 따라 그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자격

이 주어진다. 이와 같은 속지주의는 저작권 소유자가 병행수입을 막기 위한 근거

로 사용되고 있다.82)

4) 국제규범의 조화

TRIPS 제6조가 병행수입에 대하여 각 국가의 재량을 허용하고 있고83), 그러한

재량에 따라 병행수입과 관련한 국제소진원칙 여부에 대하여 불일치와 혼란이 계

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제소진원칙 또는 지역소진원칙을

향하여 변화하는 일본 및 미국의 저작권 정책을 포함하는 병행수입을 위한 해결책

80) (David Perkins,1999, 3p).

81) Id. 4p.82) Id.83) Doha Declaration on the TRIPS Agreement and Public Health (2001.11.20.,WT/

MIN(01)DEC/2)의 제5조(d)항: “The effect of the provisions in the TRIPS Agreement

that are relevant to the exhaustion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s to leave each

member free to establish its own regime for such exhaustion without challenge,

subject to the MFN and national treatment provisions of Articles 3 and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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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국제소진: 미국 연방대법원 교과서 병행수입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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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여러 가지 조화를 위한 제안들이 저작권자들에게 허용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채택하고 있는 지역소진원칙은 국내소진원칙과 국제소진원칙 간의 중간 역할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 저작권법의 지역소진원칙 조화에서 경험한 문

제점들과 같이 국제소진원칙 조화에서도 비슷한 노력과 장애가 예상된다. 문제는

자유무역협정의 회원국들은 특정 규정에 대하여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저작권

제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적인 접근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반면, 그 절차

는 비효율적이고 비이상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저작물의 병행수

입에 대한 입장은 각 국가의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그 이해관계가 다르다. 현재,

세계 주요 국가의 저작권법은 저작권 그 자체가 가지는 재산 가치를 극히 중시하

고 국제시장에서 자국의 저작권법 정비를 가급적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저작권법의 조화를 꾀하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선

진국 사이에서 나타나는 신기술로 인하여 산업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라

고 생각할 수 있다.84) 한편, 유럽연합은 유럽지역 이외의 국가에서 병행 수입되는

것을 금지하여 유럽연합 내 저작권자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은 저작물의 경쟁력의 우위가 가격차에 있지 않고 차별화에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의 국제조화는 저작자의 권리를 적절히 보호하고 세계의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조

화의 목적을 위하여 적합한 소진원칙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85) 그렇지만, 경제의 세계화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고려

할 때 저작물의 병행수입 문제는 본 판례에서와 같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문제만은 아니며 소비자와 중소기업 및 다국적기업 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

무역의 자유화를 촉진한다는 측면 및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는 궁극적으

로 국제소진원칙이 기본법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대상 판결은 태국에서 미국 저작권자의 승인에 의하여 배포된 교과서를 미국으

로 수입하여 재배포한 행위가 미국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것이

다. 저작물의 최초판매로 인하여 저작권자의 권리가 소진되는데, 이 소진이 해당

국가에서만 소진되는 것인지 아니면 국제적으로 소진되어 수입된 국가에서도 소

84) (박유선,1998,181p).

85) (Darren E. Donnelly,1997, 4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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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되는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대상 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하급심 판결

을 파기하며 국제소진원칙의 법리를 인정하였다. 미국 저작권법 제109조(a)항은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된 저작물의 소유자가 재배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반면, 미국 저작권법 제602조(a)(1)항은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저작물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행위가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규정한다. 대상 판결에

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밖에서 배포하기 위하여 제작된 저작물의 수입은 그러

한 저작물이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배포된 것이므로 저작권법 제109

조(a)항에 의한 항변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상고인(커트생)의 행위는 저작권법 제

106조(3)항 또는 제602조(a)(1)항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본 판결은 기본적으로 미국 저작권법의 관련 규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만, 동 판결의 기저에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할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할 것인지에 관한 첨예한 이익의 상충이 존

재한다. 결론적으로, 본 판결은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

만 동 사건이 특허법, 상표법 등 다른 법에 의한 사건인 경우에도 같은 결론을 내

렸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특허법, 상표법 등 다른 법에는 저작권법 제109조

(a)항에 상응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규정의 문언해석은 애초 가능하지 않

고 그러므로 특허권, 상표권 침해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고

그런 견지에서는 만약 본 사건이 특허법, 상표법 사건이었다면 다른 결과를 초래

할 여지가 상당한 것이다. 한편, 본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였다면 우리나라

저작권법 등에 의해서는 어떠한 결론이 내려질 것인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저작권 국제소진과 병행수입에 관하여 다음의 세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 저작물의 병행수입제도 전반에 대한 발전방향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저작권 소진원칙을 주제로 한 많은 연구가 있어

왔으나 국내소진 또는 국제소진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따라 각국의 저작물 병

행수입에 대한 정책이 결정된다는 단순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그 연구들은 병

행수입의 허용 여부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허용 또는 불허로 단순히 이분하는 경

향이 있다. 그러나 저작물의 병행수입 문제는 한 국가의 저작권정책과 통상정책,

경쟁정책 등의 종합적인 정책적 판단을 통하여 저작권법의 명백한 입법화가 필요

한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종합적인 논거를 토대로 저작권 소진원

칙의 법리가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이 원칙은 저작권법에 국한하여 독립적으

로 논의되어야 하는 학문적 대상이기 보다는 통상정책, 경쟁정책 등과 종합적으

로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우리 저작권법은 미국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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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국제소진: 미국 연방대법원 교과서 병행수입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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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권법 제602조(a)항과 같이 병행수입에 관련하여 명시적인 법 문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다만 관세청 고시 등에 의하여 상표가 부착된 상품이 일정한 요건만 갖

추면 병행수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를 저작물에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편, 우리 저작권법 제43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저작권소진의 의미가 국내배포만 한

정하는지, 국제배포에도 포함하는 것인지에 따라 병행수입의 허용 여부가 결정되

는데, 동 규정을 검토하면 우리 저작권법이 병행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해석된다. 그 이유는 우리 저작권법 제92조가 규정한 저작권 침해행위에서

병행수입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또, 병행수입을 금지하는 명백한 법 문언

이 없으며, 저작권소진을 규정한 제43조 제1항이 국내소진만을 규정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저작권법 제92조는 저작권 침해행위로써

“수입 시에 대한민국 내에서 만들어졌더라면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

되는 권리의 침해로 될 물건을 대한민국 내에서 배포할 목적으로 수입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병행수입을 금지하기는 어렵다

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와 같이 여기저기에서 흩어져 있는 법 조항을 맞춤식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법리해석에 심각한 불신을 가져다주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또,

저작권법에 병행수입에 관한 명백한 규정의 부재로 인하여 관세청(행정부)의 고시

를 근거로 법원이 판결 한다면 그 판결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은 자명

하다. 다행이 저작권과 관련하여 병행수입의 판례는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어 왔

다. 그러나 최근, 세계 여러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의 급속한 확대로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의 국제적 거래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러한 국제적 거래에 있어

서 국가별로 국제소진원칙에 관한 법리가 다르다면 그러한 상이한 법리는 국제적

거래의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한 장애요소를 제거 또는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병행수입에 관한 국제적으로 통일된 규범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나라 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다. 저작권 관련 판결은 저

작권자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이해관계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게 된

다. 저작권은 인간의 가치 실현을 위해 보호되는 것으로 그 권리를 무한정 확대할

경우 인권법, 소비자보호법 및 경쟁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저작권을

근거로 지나친 가격책정이나 차별, 그리고 그를 유지하기위한 병행수입의 금지,

부정경쟁 행위 등은 인권의 기본이 되는 인간의 시민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범지구적 차원에서 자원의 재활용을 막고 낭비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저작물의 병행수입에 관한 저작권법의

명문규정을 입법부가 시급히 도입한 후, 사법부는 해당하는 명문규정에 따라 병

행수입관련 사건을 판결함이 마땅하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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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연구 제18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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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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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국제소진: 미국 연방대법원 교과서 병행수입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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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Copyright Exhaustion:

Parallel Importation Case Before the

U.S. Supreme Court

86)Eui san Hwang*ㆍCha ho Jung**

Abstract

At this paper, plaintiff publisher, John Wiley & Sons, Inc. ("Willey")

brought a copyright violation action against defendant, Supap Kirtsaeng

("Kirtsaeng") who purchased lawful textbooks in Thailand and imported

and sold them in the U.S.A. Copyright owner Willey permitted Willey Asia

to manufacture and sell certain textbooks in Asia including Thailand.

Section 109(a) of the U.S. Copyright Act permits parallel importation of

goods, "lawfully made under this title", the U.S. Copyright Act.

Willey proclaimed that because the textbooks were not made in the

U.S.A, but in Thailand, section 109(a) is inapplicable to the given

situation. Without being persuaded, the U.S. Supreme Court decided that

the textbooks were lawfully made in Thailand under the U.S. Copyright

Act. This decision by adopting international copyright exhaustion

doctrine, may facilitate more international trading activities.

Keywords: First Sale Doctrine, Copyright, Exhaustion Doctrine, Parallel

Importation, International Exhaustion, National Exhaustion

* Primary Author: Ph. D Candidate, School of Law, Sungkyunkwan University, Seoul,

Korea, E-mail: [email protected]

** Corresponding Author: Professor of Law, School of Law, Sungkyunkwan University,

Seoul, Korea, E-mail: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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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연구 제18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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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국제소진 :

미국 연방대법원 교과서 병행수입 판결

황의산ㆍ정차호

국문 초록

미국 출판사 월리社(원고)는 윌리아시아社에게 아시아에서의 교과서의 제작 및

배포를 승인하였다. 커트생(피고)은 태국에서 합법하게 구매한 교과서를 미국으

로 병행 수입하여 배포하였다. 해당 교과서에 대한 커트생의 수입 및 배포가 윌리

社의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다툰 사건에서 주된 쟁점은 저작물을

해외로부터 미국시장으로 병행 수입하여 배포할시 국제소진원칙이 적용될 수 있

는지 여부이다. 특히, 태국에서 제작된 교과서가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 합법하게

제작된(lawfully made under the U.S. Copyright Act) 것인지 여부가 법리적인

쟁점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법문언의 해석, 입법이력, 다른 법에서 사용된 동일

한 표현의 의미, 같은 저작권법에서 사용된 사례, 미국의 보통법의 역사, 현실적

인 상황 등을 검토한 후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 합법하게 제작되는지 여부는 국내

외로 인하여 차별되지 않는다고 설시하며 결과적으로 국제저작권소진원칙을 인정

하였다. 대상판결로 인하여 향후 병행수입업자들이 자유롭게 저작물을 병행수입

하게 될 것으로 사료된다.

핵심 주제어 : 최초판매원칙, 저작권, 소진원칙, 병행수입, 국제소진, 국내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