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삶과 죽음 오가 한공간,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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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3일 금요일 9 영화세상 제주서 만나는 프랑스의 여러 얼굴 제8회 제주프랑스영화제 개막작 로스트 인 파리 .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파리를 그려낸 드 인디고 . 제주프랑스영화, 어느덧 8회째다. 사단법인 제주문화 교류협회(회장 고영림)가 최하이 행사예술적 가치가 높은 프랑스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고 영화인들과 남을 통 프랑스 문화를 경험할 수 있자리다. 이번 영화제는 이달 7일부터 12일까지 영화문화예술센터 등 펼쳐진다. 한국 중년들풋풋한 첫사이었던 소피 마 르소모습부터 프랑스 대표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작품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까지 장 단편 32편을 날 수 있다. ▶중년이 된 소피 마르소의파격=이국적 파리풍경과 예 술가초상을 품은 장편 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은 인 파리 로 누구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파리에벌어지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펠탑, 카페, 빨래방 등 파리지앵들일상 공간들이 알록달록 색감으로 경쾌하게 그려진다. 성을 위한 메시지를 전하뷰티풀 레 이디소피 마르소파격적 변신이 돋보인다. 무드 인 디고 엔 환상과 현실경계가 모호해진 파리모습이 등장 한다. 프랑스와 독일간 역사적 갈등후유증을 그린 란츠 2018년 제주4 3 70년을 앞두고 특별 선정한 작품이다. 위대한 친구, 세잔 은 인상파 화가 폴 세잔과 자연주의 설가 에밀 졸라우정과 경쟁을 새롭게 해석해낸다. 폐막작은 쇼콜라 다. 19세기 말 프랑스 서스의 콤비 타인 푸티트와 쇼콜라실화를 소재로 했다. 노예로 태어타가 된 쇼콜라인생역전은 어떻게 펼쳐질까. 단편영화로한국에 첫선을 보이파리산책 , 시티즌 데이 , 데부 등 개성넘친 작품들이 제주시 원도심 풍류 카페에상영된다. 개막식은 첫날 오후 7시30분 메가박스제 1관에열린다. 영화인포럼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 =영화기간 특별로그램으로 제주영화인포럼 이 마련된다. 8일 오후 2시 풍 류에진행되포럼에제주출신 김종원 영화평론가가 시네마테크수용과 과에 대해 기조강연하고 로그래 머인 세바티앙 시몽프랑스 지방도시 씨네마 테크 현황 , 문숙 감독지역 영화인으로 살기 , 김희철 감 영화지원허와 대한 발표 이루어진다. 070-4548-53 67.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죽음 오가 한 공간, 바다 우도해녀들에게 헌사 섬 찾은 종군기자 주인치유하고회생하는 여정 차가운 물속에투명한 물고기들 이 떼를 지어 다니세계, 사람들이야기와달리 모든 소리가 다 각 각인 세계, 교활하거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없세계, 단지 우리를 에 워싸고 우리을 사로잡성거림이 있세계. 그가 우도 바다에한 풍경이 이랬을까. 세계에몇 남지 않자연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으로 제주칭했던 르 클레지오. 그2007년 처으로 고향 모리셔와 닮은 제주땅을 밟았고 이듬해엔 명예제주도민이 되었 다. 제주 방문 기간에 4 3, 해녀, 돌하 르방 등을 직접 취재했던 그소설에 언젠가 제주가 담기리라 예상했고 마 침내 한국어판으로 그 소설이 도착했 다. 제주 우도해녀들에게 란 문구 가 첫 장에 박힌 소설집 폭풍우 다. 작가는여덟살 때 아버지가 구독하 내셔널 지오그래픽 을 통해 해녀 존재를 알았다. 소년은 특별한 장 치도 없이 숨을 참으며 깊은 바다로 자맥질해 전복 따위를 캐내젊은 인들에게 매혹됐다. 어느덧 장년이 된 작가는 제주해녀들을 직접 고 그 기억이 폭풍우 에 녹아있다. 작품집절반을 채우동명소설 폭풍우 제주 바다와 파도, 해녀들갯내밀려든다. 소설 베트남전쟁 당시 종군기자였던 필립 키요가 우도를 다시 찾장면 으로 시작된다. 30년 전, 이 섬에 머 물다 아무말 없이 떠버린 인메 리 송 때문이다. 사했던 그 자처 럼 홀연히 바다로 사라지길 원하키요에게 어느 날 해녀 엄마를 둔 열 세살 혼혈소녀 준이 말을 걸어온다. 소설은 이들사연을 오가며 죽음이격하게 만나는 순간을 그려 낸다. 바다에 목숨을 내어놓고 사해녀들운명인 양 파도 위로 몰아 폭풍우모든 것을 삼키고 때 정화시킨다. 군인들집단 성 폭행 장면을 지켜보기했다죄책 감에 시달리키요폭풍우가 지난 일을 영원히 지워버리길 바란다. 준 은 폭풍우 일던 바다에서 죽음의 의 식을 치른 뒤 새로운 생명을 얻다. 작가이 소설에우도 객선 이 토해내인파들을 편치않은 시 선으로 바라본다. 관광객들에게 시 달리이 바위섬 이란 표현처럼 더 이상 소박한 안식처 되어못하우도현실이 자리한다. 소설집 후반부에 실린 신원 불명은아리카 가프랑스를오 가며 성폭력으로 태어난 아이들난한 을 담았다. 성에 대한 폭력은 전쟁터에서만 벌어지지 않다. 문명도시 파리에도 버젓이 일어난다. 두편소설은 꽤 달라 보이지전쟁과 폭력, 인종차별에 대한 문가 관통하고 있다. 세상으로 부터 멀리 떨어진, 거센 바닷물결내리치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깊 어지이유다. 송기정 옮김. 울셀 렉션. 15000원. 진선희기자 새책 칼과 혀(권현 지음)=1945년 일망 직전붉은 땅 만주를 배경으로 했 다. 중국인 요리사 첸, 관동군 사령관 모 리, 조선 인 길순 이 세 사람시점으 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제의 군국주의 를 비판하형식을 취하면도 인간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부 엌이라공간은 한 역사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세 라간공존가능성을 타진하무대로 등장한다. 2017년 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다산책방. 14000원. 스크류바(박랑 지음)=2012년 문예 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첫소 설집. 등단작인 이야기 속으로 김승 단편 울, 1964년 겨울 을 모티브 로 삼았다. 누구한 우리 시대고전을 차용하면대체할 수 있새로 운 작품 이란 평을 받았던 소설이다. # 권태-이상 높이에강요 기존 텍트를 끌어들당잡힌 청년들의삶을 다룬다. 표크류바 엔 모성으로 귀속되지 않엄마모습이 그려진다. 창비. 12000원. ▶금강(김홍지음)=조선 중종반정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당하기까지 를 다룬 장편소설. 충청 지역에일어난 민중 반역사건인 이몽학을 소재로 썼다. 역사 속에 실재했던 공 동체적 자치조직인 대동계작가적 상 상력을 가미해 동계 로 등장시켰다. 충 암 김정뜻을 받들어 신분이사농공상차별 없이 뜻을 같이하이들이 모여만든 결사체로 부정부패에 빠진 조선 사회에 역사적 전망을 시하역할을 맡다. 솔출판사. 신판 전 6권. 각권 14000원. ▶하루코의 봄(응오 지음)=퇴물 호 트들이 자들을 상대하유흥아빠방 을 중심으로 모인물 들에 우리 사회어두운 잔상이 드다. 일본룸살롱에일한 적이 있하루코, 한때 트바 에이였던 새, 고문 후유증으로 자살한 형기억 을 안고 사판돌이, 고아 출신인 깡패 승룡. 락 끝에났지희망을 잃지 않는주인공들모습을 옴니버식으로 펼쳐놓다. 실천문학. 12000원. ▶우화(서지음)=우화세상일을 꼬집거일깨우려고 이야기다. 옛 이야기를 좋아해만나면 듣고 읽고 다시 쓰기를 즐겨해온 저자우화라을 빌려 세상을 읽으려 한다. 뭔가를 많이 가진 사람들을 풍자하이야기, 문명 세 상에 딴을거이야기, 세태를 꼬집이야기, 세상약자들과 누고 싶은 이야기, 이미 알려진 옛 이야기를 비틀어 쓴 이야기를 묶어놓았다. 보리. 13000원. 정에 하여(프랜시스 오고먼 지 음, 박서 옮김)=걱정은 아무리 낮춰 말 해도 변화무쌍하다. 걱정은 각기 다르고 매우 다양한 형태로 타난다. 걱정은 그 본성상 잡초를 닮았다. 걱정이 현대대적 특징으로 자리잡게 된 과정을 문학 작품과 문화사를 통해 살폈다. 현대 세계 가 우리일상적인 불안을 형성하과정을 탐구한 저자이를 통해 걱정이 인간약점일 수도 있지감성과 이성을 가진 복합적 존재인 인간귀결이라점을 강조한다. 문예 출판사. 16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한국에독일, 일본에 이어 가장 많 은수미군 기지가 설치돼 있다. 아 직도 많은 사람은 북한과대치 상 태임을 강조하며 미군 둔에 안도감 을 느끼고 있다. 반면 한 미군에 이 기하면 북한 편이라 몰아붙이 며 이른바 종북 이라 매도한다. 대북 억지력에 있어 한 미군존재 자체를 부정할 순 없지, 최근 들어 미국과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 이면한반도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민적 절차를 무시한 채 배치한 사드로 인한 사회적 충돌과 중국과마찰은 제주를 포함한 우 라경전반에 걸쳐 막대한 경 적 손실까지 안겨었다. 과거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급변 하고 있현 시대에, 한 미군존재가 오히려 변 강대국과 한반 갈등을 초래하고 있진 않은지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 까? 기지 국가 저자 데이비드 바 인은 우리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둔하고 있해외 미군 기지체성에 대해 다시 묻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해외 기지가 필요 하다는주장은 미국대외정책에종교에 가까운 신념이었다. 하지냉전이 종식된 지도 20년이 넘은 지금 미국은 전히 전 세계 70국에 800미군 기지를 유지 중이다. 이 기지들은 과연 세계평화 에 필요한 존재일까? 저자6년간 한국을 비롯해 세계미군 기지를 직접 취재한 자 료를 토대로 미국해외 군사 기지 들어내고 있온갖 악폐와 문 점들을 폭로한다. 독성 물질적 매립과 배출, 오수 유출 등으로 인한 환경 파괴, 둔지 현지 토지 약탈과 그들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 인권 침해, 마피아 독재 정권과결탁, 기지 외부에벌어 착취적인 성매매 산업과 암묵 적 용인 등 미군 기지가 유발하회적 문와 갈등은 결코 적지 않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미군 기지와 관련된 여러 폐해 중 한국도 포함되 어 있다사실이다. 용산 기지촌성매매와 이를 묵인하다 못해 장려 한 정부, 대추리농민 강퇴거, 평화제주 서귀포 강정마을해군 기지 건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저자우리에게 한반도평화한국이 체적으로 열어가야 할 문 라며, 미국과 한 미군을 맹신대상이 아닌 객관적 실체로 이해하 고 이를 평가하새로운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강은 옮김. 갈마바람. 3원. 조흥준기자 미국 해외 군사기지 필요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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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3일 금요일 9

영화세상

제주서 만나는 프랑스의 여러 얼굴

제8회 제주프랑스영화제 개막작 로스트 인 파리 .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파리를 그려낸 무

드 인디고 .

제주프랑스영화제, 어느덧 8회째다.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

교류협회(회장 고영림)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프랑스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고 영화인들과 만남을 통

해 프랑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영화제는 이달 7일부터 12일까지 영화문화예술센터 등

에서 펼쳐진다. 한국 중년들의 풋풋한 첫사랑이었던 소피 마

르소의 모습부터 프랑스 대표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작품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까지 장 단편 32편을 만날 수 있다.

▶중년이 된 소피 마르소의 파격=이국적 파리의 풍경과 예

술가의 초상을 품은 장편 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은 로스트

인 파리 로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파리에서 벌어지

는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펠탑, 카페,

빨래방 등 파리지앵들의 일상 공간들이 알록달록 색감으로

경쾌하게 그려진다.여성을 위한 메시지를 전하는 뷰티풀 레

이디스 는 소피 마르소의 파격적 변신이 돋보인다. 무드 인

디고 엔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파리의 모습이 등장

한다.

프랑스와 독일간 역사적 갈등의 후유증을 그린 프란츠 는

2018년 제주4 3 70주년을 앞두고 특별 선정한 작품이다. 나

의 위대한 친구, 세잔 은 인상파 화가 폴 세잔과 자연주의 소

설가 에밀 졸라의 우정과 경쟁을 새롭게 해석해낸다.

폐막작은 쇼콜라 다. 19세기 말 프랑스 서커스의 콤비 스

타인 푸티트와 쇼콜라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노예로 태어나

스타가 된 쇼콜라의 인생역전은 어떻게 펼쳐질까.

단편영화로는 한국에 첫선을 보이는 파리산책 , 시티즌

데이 , 랑데부 등 개성넘친 작품들이 제주시 원도심 풍류

카페에서 상영된다. 개막식은 첫날 오후 7시30분 메가박스제

주 1관에서 열린다.

▶영화인포럼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 =영화제 기간 특별프

로그램으로 제주영화인포럼 이 마련된다. 8일 오후 2시 풍

류에서 진행되는 포럼에는 제주출신 김종원 영화평론가가

시네마테크의 수용과 과제 에 대해 기조강연하고 프로그래

머인 세바스티앙

시몽의 프랑스

지방도시 씨네마

테크 현황 , 문숙

희 감독의 지역

에서 영화인으로

살기 , 김희철 감

독의 영화제작

지원제도의 허와

실 에 대한 발표

가 이루어진다.

문의 070-4548-53

67.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삶과 죽음 오가는 격렬한 공간, 바다

우도의 해녀들에게 헌사

섬 찾은 종군기자 주인공

치유하고 회생하는 여정

차가운 물속에서 투명한 물고기들

이 떼를 지어 다니는 세계, 사람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모든 소리가 다 각

각인 세계, 교활하거나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세계, 단지 우리를 에

워싸고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웅

성거림이 있는 세계.

그가 우도 바다에서 마주한 풍경이

이랬을까. 세계에서 몇 남지 않는 자연

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으로 제주를

칭했던 르 클레지오. 그는 2007년 처음

으로 고향 모리셔스와 닮은 제주땅을

밟았고 이듬해엔 명예제주도민이 되었

다. 제주 방문 기간에 4 3, 해녀, 돌하

르방 등을 직접 취재했던 그의 소설에

언젠가 제주가 담기리라 예상했고 마

침내 한국어판으로 그 소설이 도착했

다. 제주 우도의 해녀들에게 란 문구

가 첫 장에 박힌 소설집 폭풍우 다.

작가는 여덟살 때 아버지가 구독하

던 내셔널 지오그래픽 을 통해 해녀

의 존재를 알았다. 소년은 특별한 장

치도 없이 숨을 참으며 깊은 바다로

자맥질해 전복 따위를 캐내는 젊은 여

인들에게 매혹됐다. 어느덧 장년이 된

작가는 제주에서 해녀들을 직접 만났

고 그 기억이 폭풍우 에 녹아있다.

작품집의 절반을 채우는 동명의

소설 폭풍우 엔 제주 바다와 파도,

해녀들의 갯내음이 밀려든다. 소설

은 베트남전쟁 당시 종군기자였던

필립 키요가 우도를 다시 찾는 장면

으로 시작된다. 30년 전, 이 섬에 머

물다 아무말 없이 떠나버린 여인 메

리 송 때문이다. 사랑했던 그 여자처

럼 홀연히 바다로 사라지길 원하는

키요에게 어느 날 해녀 엄마를 둔 열

세살 혼혈소녀 준이 말을 걸어온다.

소설은 이들의 사연을 오가며 삶과

죽음이 격렬하게 만나는 순간을 그려

낸다. 바다에 목숨을 내어놓고 사는

해녀들의 운명인 양 파도 위로 몰아

치는 폭풍우는 모든 것을 삼키고 때

로는 정화시킨다. 군인들의 집단 성

폭행 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는 죄책

감에 시달리는 키요는 폭풍우가 지난

일을 영원히 지워버리길 바란다. 준

은 폭풍우 일던 바다에서 죽음의 의

식을 치른 뒤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우도 여객선

이 토해내는 인파들을 편치않은 시

선으로 바라본다. 관광객들에게 시

달리는 이 바위섬 이란 표현처럼 더

이상 소박한 안식처 가 되어주지

못하는 우도의 현실이 자리한다.

소설집 후반부에 실린 신원 불명의

여인 은 아프리카 가나와 프랑스를 오

가며 성폭력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지

난한 삶을 담았다.여성에 대한 폭력은

전쟁터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문명의

도시 파리에서도 버젓이 일어난다.

두 편의 소설은 꽤 달라 보이지만

전쟁과 폭력,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

가 관통하고 있다. 세상의 소음으로

부터 멀리 떨어진, 거센 바닷물결만

내리치는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깊

어지는 이유다. 송기정 옮김. 서울셀

렉션. 1만5000원. 진선희기자

새책

▶칼과 혀(권정현 지음)=1945년 일제 패

망 직전의 붉은 땅 만주를 배경으로 했

다. 중국인 요리사 첸, 관동군 사령관 모

리, 조선 여인 길순 이 세 사람의 시점으

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제의 군국주의

를 비판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부

엌이라는 공간은 한 중 일의 역사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세

나라간의 공존가능성을 타진하는 무대로 등장한다. 2017년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다산책방. 1만4000원.

▶스크류바(박사랑 지음)=2012년 문예

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첫 소

설집. 등단작인 이야기 속으로 는 김승

옥의 단편 서울, 1964년 겨울 을 모티브

로 삼았다. 누구나 알 만한 우리 시대의

고전을 차용하면서 대체할 수 있는 새로

운 작품 이란 평을 받았던 소설이다. #

권태-이상 과 높이에의 강요 는 기존 텍스트를 끌어들여 저

당잡힌 청년들의 삶을 다룬다. 표제작 스크류바 엔 모성으로

귀속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창비. 1만2000원.

▶금강(김홍정 지음)=조선 중종반정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당하기까지

를 다룬 장편소설. 충청 지역에서 실제로

일어난 민중 반역사건인 이몽학의 난

을 소재로 썼다. 역사 속에 실재했던 공

동체적 자치조직인 대동계는 작가적 상

상력을 가미해 동계 로 등장시켰다. 충

암 김정의 뜻을 받들어 신분이나 사농공상의 차별 없이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결사체로 부정부패에 빠진 조선

사회에 역사적 전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솔출판사.

신판 전 6권. 각권 1만4000원.

▶하루코의 봄(유응오 지음)=퇴물 호

스트들이 여자들을 상대하는 유흥주점

인 아빠방 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인물

들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잔상이 드러난

다. 일본의 룸살롱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하루코, 한때 호스트바 에이스였던 불

새, 고문 후유증으로 자살한 형의 기억

을 안고 사는 판돌이, 고아 출신인 깡패 승룡. 나락 끝에서

만났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옴니버스 형

식으로 펼쳐놓는다. 실천문학. 1만2000원.

▶우화(서정오 지음)=우화는 세상일을

꼬집거나 일깨우려고 만든 이야기다. 옛

이야기를 좋아해서 틈만 나면 듣고 읽고

다시 쓰기를 즐겨해온 저자는 우화라는 틀

을 빌려 세상을 읽으려 한다. 뭔가를 많이

가진 사람들을 풍자하는 이야기, 문명 세

상에 딴죽을 거는 이야기, 세태를 꼬집는

이야기, 세상의 약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이미 알려진 옛

이야기를 비틀어 쓴 이야기를 묶어놓았다. 보리. 1만3000원.

▶걱정에 대하여(프랜시스 오고먼 지

음, 박중서 옮김)=걱정은 아무리 낮춰 말

해도 변화무쌍하다. 걱정은 각기 다르고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걱정은 그

본성상 잡초를 닮았다. 걱정이 현대의 시

대적 특징으로 자리잡게 된 과정을 문학

작품과 문화사를 통해 살폈다. 현대 세계

가 우리의 일상적인 불안을 형성하는 과정을 탐구한 저자는

이를 통해 걱정이 인간의 약점일 수도 있지만 감성과 이성을

가진 복합적 존재인 인간의 귀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문예

출판사. 1만6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한국에는 독일, 일본에 이어 가장 많

은 수의 미군 기지가 설치돼 있다. 아

직도 많은 사람은 북한과의 대치 상

태임을 강조하며 미군 주둔에 안도감

을 느끼고 있다. 반면 주한 미군에 이

의를 제기하면 북한 편이라 몰아붙이

며 이른바 종북 이라 매도한다.

대북 억지력에 있어 주한 미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순 없지만, 최근

들어 미국과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

이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배치한 사드로 인한 사회적 충돌과

중국과의 마찰은 제주를 포함한 우

리나라 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경

제적 손실까지 안겨주었다.

과거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급변

하고 있는 현 시대에, 주한 미군의

존재가 오히려 주변 강대국과 한반

도의 갈등을 초래하고 있진 않은지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

까? 기지 국가 의 저자 데이비드 바

인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해외 미군 기지의 정

체성에 대해 다시 묻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해외 기지가 필요

하다는 주장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종교에 가까운 신념이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된 지도 20여 년이 넘은

지금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 70여 개

국에 800여 개의 미군 기지를 유지

중이다. 이 기지들은 과연 세계평화

에 필요한 존재일까?

저자는 6년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미군 기지를 직접 취재한 자

료를 토대로 미국의 해외 군사 기지

가 만들어내고 있는 온갖 악폐와 문

제점들을 폭로한다. 독성 물질의 고

의적 매립과 배출, 오수 유출 등으로

인한 환경 파괴, 주둔지 현지 주민의

토지 약탈과 그들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 등의 인권 침해, 마피아 독재

정권과의 결탁, 기지 외부에서 벌어

지는 착취적인 성매매 산업과 암묵

적 용인 등 미군 기지가 유발하는 사

회적 문제와 갈등은 결코 적지 않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미군 기지와

관련된 여러 폐해 중 한국도 포함되

어 있다는 사실이다. 용산 기지촌의

성매매와 이를 묵인하다 못해 장려

한 정부, 대추리의 농민 강제 퇴거,

평화의 섬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의

해군 기지 건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저자는 우리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한국이 주체적으로 열어가야 할 문

제라며, 미국과 주한 미군을 맹신의

대상이 아닌 객관적 실체로 이해하

고 이를 평가하는 새로운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강은

옮김. 갈마바람. 3만원. 조흥준기자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는 필요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