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삶과 죽음 오가 한공간,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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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3일 금요일 9
영화세상
제주서 만나는 프랑스의 여러 얼굴
제8회 제주프랑스영화제 개막작 로스트 인 파리 .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파리를 그려낸 무
드 인디고 .
제주프랑스영화제, 어느덧 8회째다.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
교류협회(회장 고영림)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프랑스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고 영화인들과 만남을 통
해 프랑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영화제는 이달 7일부터 12일까지 영화문화예술센터 등
에서 펼쳐진다. 한국 중년들의 풋풋한 첫사랑이었던 소피 마
르소의 모습부터 프랑스 대표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작품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까지 장 단편 32편을 만날 수 있다.
▶중년이 된 소피 마르소의 파격=이국적 파리의 풍경과 예
술가의 초상을 품은 장편 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은 로스트
인 파리 로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파리에서 벌어지
는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펠탑, 카페,
빨래방 등 파리지앵들의 일상 공간들이 알록달록 색감으로
경쾌하게 그려진다.여성을 위한 메시지를 전하는 뷰티풀 레
이디스 는 소피 마르소의 파격적 변신이 돋보인다. 무드 인
디고 엔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파리의 모습이 등장
한다.
프랑스와 독일간 역사적 갈등의 후유증을 그린 프란츠 는
2018년 제주4 3 70주년을 앞두고 특별 선정한 작품이다. 나
의 위대한 친구, 세잔 은 인상파 화가 폴 세잔과 자연주의 소
설가 에밀 졸라의 우정과 경쟁을 새롭게 해석해낸다.
폐막작은 쇼콜라 다. 19세기 말 프랑스 서커스의 콤비 스
타인 푸티트와 쇼콜라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노예로 태어나
스타가 된 쇼콜라의 인생역전은 어떻게 펼쳐질까.
단편영화로는 한국에 첫선을 보이는 파리산책 , 시티즌
데이 , 랑데부 등 개성넘친 작품들이 제주시 원도심 풍류
카페에서 상영된다. 개막식은 첫날 오후 7시30분 메가박스제
주 1관에서 열린다.
▶영화인포럼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 =영화제 기간 특별프
로그램으로 제주영화인포럼 이 마련된다. 8일 오후 2시 풍
류에서 진행되는 포럼에는 제주출신 김종원 영화평론가가
시네마테크의 수용과 과제 에 대해 기조강연하고 프로그래
머인 세바스티앙
시몽의 프랑스
지방도시 씨네마
테크 현황 , 문숙
희 감독의 지역
에서 영화인으로
살기 , 김희철 감
독의 영화제작
지원제도의 허와
실 에 대한 발표
가 이루어진다.
문의 070-4548-53
67. 진선희기자
삶과 죽음 오가는 격렬한 공간, 바다
우도의 해녀들에게 헌사
섬 찾은 종군기자 주인공
치유하고 회생하는 여정
차가운 물속에서 투명한 물고기들
이 떼를 지어 다니는 세계, 사람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모든 소리가 다 각
각인 세계, 교활하거나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세계, 단지 우리를 에
워싸고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웅
성거림이 있는 세계.
그가 우도 바다에서 마주한 풍경이
이랬을까. 세계에서 몇 남지 않는 자연
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으로 제주를
칭했던 르 클레지오. 그는 2007년 처음
으로 고향 모리셔스와 닮은 제주땅을
밟았고 이듬해엔 명예제주도민이 되었
다. 제주 방문 기간에 4 3, 해녀, 돌하
르방 등을 직접 취재했던 그의 소설에
언젠가 제주가 담기리라 예상했고 마
침내 한국어판으로 그 소설이 도착했
다. 제주 우도의 해녀들에게 란 문구
가 첫 장에 박힌 소설집 폭풍우 다.
작가는 여덟살 때 아버지가 구독하
던 내셔널 지오그래픽 을 통해 해녀
의 존재를 알았다. 소년은 특별한 장
치도 없이 숨을 참으며 깊은 바다로
자맥질해 전복 따위를 캐내는 젊은 여
인들에게 매혹됐다. 어느덧 장년이 된
작가는 제주에서 해녀들을 직접 만났
고 그 기억이 폭풍우 에 녹아있다.
작품집의 절반을 채우는 동명의
소설 폭풍우 엔 제주 바다와 파도,
해녀들의 갯내음이 밀려든다. 소설
은 베트남전쟁 당시 종군기자였던
필립 키요가 우도를 다시 찾는 장면
으로 시작된다. 30년 전, 이 섬에 머
물다 아무말 없이 떠나버린 여인 메
리 송 때문이다. 사랑했던 그 여자처
럼 홀연히 바다로 사라지길 원하는
키요에게 어느 날 해녀 엄마를 둔 열
세살 혼혈소녀 준이 말을 걸어온다.
소설은 이들의 사연을 오가며 삶과
죽음이 격렬하게 만나는 순간을 그려
낸다. 바다에 목숨을 내어놓고 사는
해녀들의 운명인 양 파도 위로 몰아
치는 폭풍우는 모든 것을 삼키고 때
로는 정화시킨다. 군인들의 집단 성
폭행 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는 죄책
감에 시달리는 키요는 폭풍우가 지난
일을 영원히 지워버리길 바란다. 준
은 폭풍우 일던 바다에서 죽음의 의
식을 치른 뒤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우도 여객선
이 토해내는 인파들을 편치않은 시
선으로 바라본다. 관광객들에게 시
달리는 이 바위섬 이란 표현처럼 더
이상 소박한 안식처 가 되어주지
못하는 우도의 현실이 자리한다.
소설집 후반부에 실린 신원 불명의
여인 은 아프리카 가나와 프랑스를 오
가며 성폭력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지
난한 삶을 담았다.여성에 대한 폭력은
전쟁터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문명의
도시 파리에서도 버젓이 일어난다.
두 편의 소설은 꽤 달라 보이지만
전쟁과 폭력,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
가 관통하고 있다. 세상의 소음으로
부터 멀리 떨어진, 거센 바닷물결만
내리치는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깊
어지는 이유다. 송기정 옮김. 서울셀
렉션. 1만5000원. 진선희기자
새책
▶칼과 혀(권정현 지음)=1945년 일제 패
망 직전의 붉은 땅 만주를 배경으로 했
다. 중국인 요리사 첸, 관동군 사령관 모
리, 조선 여인 길순 이 세 사람의 시점으
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제의 군국주의
를 비판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부
엌이라는 공간은 한 중 일의 역사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세
나라간의 공존가능성을 타진하는 무대로 등장한다. 2017년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다산책방. 1만4000원.
▶스크류바(박사랑 지음)=2012년 문예
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첫 소
설집. 등단작인 이야기 속으로 는 김승
옥의 단편 서울, 1964년 겨울 을 모티브
로 삼았다. 누구나 알 만한 우리 시대의
고전을 차용하면서 대체할 수 있는 새로
운 작품 이란 평을 받았던 소설이다. #
권태-이상 과 높이에의 강요 는 기존 텍스트를 끌어들여 저
당잡힌 청년들의 삶을 다룬다. 표제작 스크류바 엔 모성으로
귀속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창비. 1만2000원.
▶금강(김홍정 지음)=조선 중종반정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당하기까지
를 다룬 장편소설. 충청 지역에서 실제로
일어난 민중 반역사건인 이몽학의 난
을 소재로 썼다. 역사 속에 실재했던 공
동체적 자치조직인 대동계는 작가적 상
상력을 가미해 동계 로 등장시켰다. 충
암 김정의 뜻을 받들어 신분이나 사농공상의 차별 없이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결사체로 부정부패에 빠진 조선
사회에 역사적 전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솔출판사.
신판 전 6권. 각권 1만4000원.
▶하루코의 봄(유응오 지음)=퇴물 호
스트들이 여자들을 상대하는 유흥주점
인 아빠방 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인물
들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잔상이 드러난
다. 일본의 룸살롱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하루코, 한때 호스트바 에이스였던 불
새, 고문 후유증으로 자살한 형의 기억
을 안고 사는 판돌이, 고아 출신인 깡패 승룡. 나락 끝에서
만났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옴니버스 형
식으로 펼쳐놓는다. 실천문학. 1만2000원.
▶우화(서정오 지음)=우화는 세상일을
꼬집거나 일깨우려고 만든 이야기다. 옛
이야기를 좋아해서 틈만 나면 듣고 읽고
다시 쓰기를 즐겨해온 저자는 우화라는 틀
을 빌려 세상을 읽으려 한다. 뭔가를 많이
가진 사람들을 풍자하는 이야기, 문명 세
상에 딴죽을 거는 이야기, 세태를 꼬집는
이야기, 세상의 약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이미 알려진 옛
이야기를 비틀어 쓴 이야기를 묶어놓았다. 보리. 1만3000원.
▶걱정에 대하여(프랜시스 오고먼 지
음, 박중서 옮김)=걱정은 아무리 낮춰 말
해도 변화무쌍하다. 걱정은 각기 다르고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걱정은 그
본성상 잡초를 닮았다. 걱정이 현대의 시
대적 특징으로 자리잡게 된 과정을 문학
작품과 문화사를 통해 살폈다. 현대 세계
가 우리의 일상적인 불안을 형성하는 과정을 탐구한 저자는
이를 통해 걱정이 인간의 약점일 수도 있지만 감성과 이성을
가진 복합적 존재인 인간의 귀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문예
출판사. 1만6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한국에는 독일, 일본에 이어 가장 많
은 수의 미군 기지가 설치돼 있다. 아
직도 많은 사람은 북한과의 대치 상
태임을 강조하며 미군 주둔에 안도감
을 느끼고 있다. 반면 주한 미군에 이
의를 제기하면 북한 편이라 몰아붙이
며 이른바 종북 이라 매도한다.
대북 억지력에 있어 주한 미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순 없지만, 최근
들어 미국과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
이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배치한 사드로 인한 사회적 충돌과
중국과의 마찰은 제주를 포함한 우
리나라 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경
제적 손실까지 안겨주었다.
과거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급변
하고 있는 현 시대에, 주한 미군의
존재가 오히려 주변 강대국과 한반
도의 갈등을 초래하고 있진 않은지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
까? 기지 국가 의 저자 데이비드 바
인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해외 미군 기지의 정
체성에 대해 다시 묻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해외 기지가 필요
하다는 주장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종교에 가까운 신념이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된 지도 20여 년이 넘은
지금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 70여 개
국에 800여 개의 미군 기지를 유지
중이다. 이 기지들은 과연 세계평화
에 필요한 존재일까?
저자는 6년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미군 기지를 직접 취재한 자
료를 토대로 미국의 해외 군사 기지
가 만들어내고 있는 온갖 악폐와 문
제점들을 폭로한다. 독성 물질의 고
의적 매립과 배출, 오수 유출 등으로
인한 환경 파괴, 주둔지 현지 주민의
토지 약탈과 그들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 등의 인권 침해, 마피아 독재
정권과의 결탁, 기지 외부에서 벌어
지는 착취적인 성매매 산업과 암묵
적 용인 등 미군 기지가 유발하는 사
회적 문제와 갈등은 결코 적지 않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미군 기지와
관련된 여러 폐해 중 한국도 포함되
어 있다는 사실이다. 용산 기지촌의
성매매와 이를 묵인하다 못해 장려
한 정부, 대추리의 농민 강제 퇴거,
평화의 섬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의
해군 기지 건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저자는 우리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한국이 주체적으로 열어가야 할 문
제라며, 미국과 주한 미군을 맹신의
대상이 아닌 객관적 실체로 이해하
고 이를 평가하는 새로운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강은
옮김. 갈마바람. 3만원. 조흥준기자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는 필요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