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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술어의 사건 구조와 논항 구조 서울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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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술어의 사건 구조와 논항 구조

남 승 호

서울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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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1. 서론 …………………………………………………………………… 1 2.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구조 유형론 …………………………………… 5 2.1 논항 구조의 통사와 의미 / 5 2.1.1 논항 구조와 통사적 실현 / 5 2.1.2 의미역 설정의 문제 / 14 2.1.3 의미 구조에서 의미역의 기능 / 22 2.2 한국어 술어의 격틀과 의미역 분류 / 24 2.2.1 필수 논항과 수의 논항 / 24 2.2.2 논항의 격틀과 의미역 / 29 2.2.3 정리 / 48 2.3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교체 유형 / 48 2.3.1 논항 교체와 술어의 의미특성 / 49 2.3.2 내부 논항 교체 / 55 2.3.3 외부 논항 교체 / 57 2.3.4 의미역 교체 / 61 2.3.5 논항 목록 유지 / 62 3. 한국어 술어의 사건 구조 유형론 …………………………………. 65 3.1 사건 구조의 유형론 / 66 3.1.1 사건 구조의 형식화: 단순 사건과 복합 사건 / 66 3.1.2 생성 어휘부 이론의 사건 구조: Pustejovsky (1995) /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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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술어의 다의성과 의미 표상 / 74 3.1.4 사건 구조의 미명세에 의한 다의어 표상 / 81 3.1.5 공동 합성에 의한 다의어 해석 / 83 3.2 한국어 술어의 사건구조와 상적 의미 / 89 3.2.1 지속 부사어(durative adverbials)의 수식 제약 / 89 3.2.2 시간틀 부사어(time frame adverbial)의 수식 제약 / 91 3.2.3 ‘-어 있다’의 결합 제약과 의미 해석 / 92 3.2.4 ‘-고 있다’의 결합 제약과 의미 해석 / 93 3.2.5 ‘계속(해서)’의 결합 제약과 의미 해석 / 94 3.2.6 피동동사 형성 여부: 완성 동사 / 95 4 한국어 술어의 사건 구조와 논항 실현 ……………………………. 97 4.1 심리 술어의 사건 구조와 논항 실현 / 98 4.1.1 심리술어의 정의 / 98 4.1.2 심리술어의 논항 구조 / 101 4.1.3 심리술어의 격교체와 사건 구조 / 112 4.1.3.1 경험주 논항의 격교체: 사동/기동 교체 / 112 4.1.3.2 자극 논항의 격교체: 원인/대상 교체 / 118 4.1.3.3 자극 논항의 격교체: 타동성 교체 / 124 4.1.3.4 대상 논항의 격 교체 / 126 4.2. 산출 동사의 사건 구조와 논항 실현 / 129 4.2.1. '굽다, 뚫다' 부류: 상태변화~산출 교체 / 130 4.2.2 '쌓다, 차리다' 부류: 처소변화~산출 교체 / 134 4.3. 처소 변화 동사의 사건 구조와 논항 실현 / 137 4.3.1 '칠하다' 부류: 처소변화~상태변화 교체 / 137 4.3.2 '덮다, 채우다' 부류: 처소변화~상태변화 교체 / 140 4.3.3. '비우다' 부류: 제거~상태변화 교체 / 147 4.3.4. '지우다, 치우다' 부류: 제거~상태변화 교체 / 152 5. 맺음말 ………………………………………………………………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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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59 Abstract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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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인간이 갖고 있는 언어 지식에서 어휘부(lexicon)가 차지하는 영역은 얼마나 될까? 생성 문법 초기부터 어휘부에 한 연구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통사 이론의 설명에서 예외적인 현상이 나타나면 어휘부에 특수한 정보를 기입하여 처리하고자 했다. 마치 어휘부는 예외적이고 혼질적인 정보들의 무질서한 창고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어휘부에 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어가 갖는 정보 내용이 단어의 독립적 특성뿐만 아니라 그 단어가 포함된 문장의 통사 구조와 의미 구조에 관한 주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어휘 통사론(lexical syntax)이라는 말에 담겨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단어의 통사 정보는 당연히 의미 정보와 접한 상관성이 있게 마련이다. 즉 단어의 의미적 특성은 그 통사적 특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특정 동사 부류가 보이는 통사적 행태가 어떤 공통 의미 특성에서 비롯되는가에 한 연구가 활발하다. (Levin & Rappaport Hovav (2005) 참조.)

술어, 즉 동사와 형용사는 한 문장의 의미를 구성하는 데 주축 역할을 한다. 술어가 가리키는 사건의 종류에 따라 그 문장이 갖는 의미 구조의 틀이 형성된다. 최근 20 여 년 간 술어의 의미에 한 어휘 의미론의 연구는 매우 값진 성과를 얻고 있다. 과거의 사전적 의미 기술 방식이 갖고 있던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형식화된 틀에 기반한 의미 기술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어휘 의미의 형식화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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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류 설정의 타당성을 제시하고 검증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 분야의 표적인 연구는 Dowty (1979)와 Jackendoff (1990), 그리고 Pustejovsky

(1995)라고 할 수 있다. 먼저 Dowty는 술어의 상적 의미의 형식화에 큰 기여를 했고, Jackendoff 는 문장의 의미 구조를 형식화된 사건의 틀 안에서 이해하는 데 기여하였다. Pustejovsky는 무엇보다도 맥락에 따른 어휘 의미의 생성적 전이와 확장을 설명하기 위해 형식화된 어휘 의미 구조와 생성 기제를 제안했다. 어휘 의미의 구조적 특성을 밝히기 위한 핵심적인 연구 과제에는, 첫째, 상적 의미(aspectual meaning), 둘째, 의미역(semantic roles)을 포함한 논항 구조(argument structure), 셋째, 술어를 중심으로 한 사건 구조(event structure)가 포함된다. 이 세 주제는 서로 독립적인 연구 주제이면서도 서로 접한 상관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의미 요소는 전체 문장의 의미 합성에서도 핵심적인 성분을 이룬다. 이 책은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광범위한 부류의 한국어 술어에서 그 논항 구조의 유형과 사건 구조의 유형을 추출하고, 논항들이 표면 통사 구조에 실현되는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사건 구조와 논항 구조의 상관성을 밝히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가 주목하는 것은 동일한 술어가 둘 이상의 구문(격 구조)을 형성하면서 논항 교체(argument alternation)를 허용하는 현상이다. 논항 교체는 하나의 술어가 논리적 다의어로서 둘 이상의 의미로 해석될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다음 두 쌍의 문장은 논항 교체 현상을 예시한다. (1) 가. 철이가 벽에 구멍을 뚫었다. 나. 철이가 벽을 뚫었다. (2) 가. 아이들은 그 영화가 무서웠다. 나. 그 영화가 아이들한테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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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우리는 한국어 술어의 의미 구조에 한 기존의 연구를 확 하여 다양한 논항 교체 현상을 분석한다.1 위에서 (가)와 (나)는 분명한 의미 차이를 보인다. 이 의미 차이에 주목하여 우리는 동사의 사건 구조를 밝히고, 사건 구조에 관여하는 논항들이 어떻게 통사적으로 실현되는지에 한 원리적 이해를 얻고자 한다. 우리는 논항 교체를 보이는 한국어 술어의 다의적 해석을 생성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두 의미에 기저하는 기본 의미 구조를 설정하고, 문맥에 따라 필요한 의미를 규칙적으로 생성해 내는 의미 합성 기제들을 이용한다. 즉 하나의 술어가 갖는 다의적 해석을 서로 다른 의미 구조에서 도출하지 않고, 동일한 어휘 의미 구조에서 도출한다. 다의성에 한 이러한 설명은 Pustejovsky (1995)의 생성 어휘부 (Generative Lexicon)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생성 어휘부 이론은 논항 교체를 이루는 술어의 다의적 의미 해석뿐만 아니라, 모든 어휘 범주의 단어들이 다양한 문맥에서 요구하는 창조적 의미 해석을 형식 어휘 의미론적으로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먼저 2장에서는 한국어 술어가 취하는 논항의 격틀과 의미역을 망라하여 분석하였으며, 논항 교체 유형을 통사적인 특성에 따라 분류하였다. 이를 위해 한국어 문장의 격틀을 하나 하나 점검하고 각각의 격틀이 실현하는 논항의 의미역을 기술하였다. 술어의 의미 기술을 위해 의미역이 얼마나 효과적인 것인가, 그리고 그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검토하였다. 본 연구에서 한국어 술어의 의미를 기술하는 데에 열여섯 개의 의미역을 이용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의미역을 어휘 의미론의 기초 개념으로 가정하지 않는다. 다만 술어가 가리키는 사건에 논항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지를 나타내기 위해 편의상 사용할 뿐이다. 논항의 의미역이 나타내는 정보, 즉 논항이 사건에 참여하는 방식에 한 정보는 술어의 사건 구조와 고유한 의미 특질

1 한국어 술어의 의미 구조에 한 형식적 연구는 Lee, Nam, & Kang (1998), 남승호(2000, 2002, 2003, 2004), 김윤신(2001) 등이 있다. 특히 남승호(2002, 2003)은 논항 교체 현상에 주목하여 한국어 술어의 의미 구조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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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에서 얼마든지 표상될 수 있다. 또한 2 장에서는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교체 유형을 통사적 특성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누고, 각 유형마다 세부적인 교체 구문들을 예시하며 살펴 보았다. 3 장은 한국어 술어의 사건 구조를 기술하기 위한 이론적 틀과 기술 방법을 자세히 살펴 본다. 사건 구조에 한 기존 연구를 검토하고, 우리가 주목하는 술어의 의미 특성을 적절히 표상할 수 있는 어휘 의미 구조를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Pustejovsky 의 생성 어휘부 이론에서 제안한 어휘 의미 구조를 한국어 술어 기술을 위해 이용한다. 특히 술어의 논항 교체에 따른 다의적 의미 변이와 상적 의미, 그리고 논항의 통사적 실현 원리를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생성 어휘부의 의미 구조를 확 하여 이용할 것이다. 3 장에서는 또한 한국어 술어의 상적 의미를 추출하기 위하여 남승호(2005)가 제안한 여섯 가지 판별 시험을 소개한다. 마지막 4 장에서는 한국어 술어의 세 부류에서 실제 동사와 형용사의 예를 들어, 그 사건 구조를 부여하고, 사건 구조에 참여하는 논항들이 어떻게 논항 교체 구문에서 통사적으로 실현되는지를 설명한다. 4 장에서 다루어지는 술어의 세 부류는 다음과 같다: 심리 술어, 산출 동사, 처소 변화 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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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구조 유형론 어떤 동사나 형용사든지 그것이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성분들이 있다. 이러한 필수 성분들을 필수 보어(complements)라고 부른다. 술어의 보어는 부분 명사구(혹은 한정사구 determiner phrase)로 실현되고, 언어에 따라 전치사구나 형용사구, 혹은 부사구로 실현될 수도 있다. 필수 보어들이 통사적으로 술어와 맺는 관계, 즉 문법적 관계(grammatical relation)에 따라 주어 목적어, 혹은 간접 목적어 등으로 분류된다. 필수 보어는 술어와 통사적 관계를 맺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의미적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것을 보어의 의미역(semantic role 혹은 theta-role)이라고 부른다. 의미역에는 행동주(agent), 피동주(patient), 상(theme), 처소(location), 도구(instrument) 등이 포함된다. 본 장에서는 한국어 술어가 취하는 논항 구조를 광범위한 자료에서 분석하고 유형화한다. 또한 다양한 논항 교체 현상을 통사적 특성에 따라 분류한다. 2.1 논항 구조의 통사와 의미 2.1.1 논항 구조와 그 통사적 실현 논항 구조(argument structure)란 무엇인가? 어떤 술어의 논항 구조란 그 술어가 문장을 구성하면서 요구하는 논항들의 수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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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역 집합을 말한다. 한국어의 논항 구조에 관해서 3장에서 상술하겠지만, 간단한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1) 가. '가다': 논항구조 = [행동주A+착점G] [진이가]A [학교에]G 갔다. 나. '차다': 논항구조 = [행동주A+피동주P] [연이가]A [축구공을]P 힘껏 찼다. 다. '지루하다': 논항구조 = [경험주E+자극S] [근이는]E [그 영화가]S 무척 지루했다. 위에 예시된 술어(동사, 형용사)는 모두 두 개의 논항을 요구하는 것들인데, 술어에 따라 고유한 의미역 집합을 요구한다. 즉 '가다'는 [행동주+착점]의 의미역 집합을, '차다'는 [행동주+피동주]의 의미역 집합을, '지루하다'는 [경험주+자극]의 의미역 집합을 요구한다.2 위에 예시된 술어가 모두 두 개의 논항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의미역이 서로 다르므로 논항 구조가 달리 표상된다. 이러한 논항들이 통사적으로 어떠한 격을 취하면서 실현되는지를 살펴보면 의미와 통사의 상관성이 드러난다. 논항이 통사적으로 실현되는 방식을 격틀(case frame)이라고 부르는데, '가다'의 두 논항은 [행동주-가, 착점-에]로 실현되고, '차다'의 두 논항은 [행동주-가, 피동주-를]로, '지루하다'의 두 논항은 [경험주-가, 자극-가]로 실현된다. 분명한 것은 논항의 의미역은 통사적인 격 실현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동사의 의미가 논항의 통사적 실현을 예측한다는 가정에 기초하여, 동사의 의미는 어떠한 구조로 표상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휘 의미 구조에 논항의 의미역은 어떻게 표상되는지, 논항은

2 여기에서 논항 구조는 해당 술어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논항들의 의미역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수의적인 논항은 제외되었다. 예를 들면 이들 술어는 모두

시간 논항이나 처소 논항을 수의적으로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논항은 수의적이어서 그 의미역이 논항 구조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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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사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 논항의 통사적 실현 양상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의미 특성은 무엇인지 등이 연구되어 왔다. 이제 2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관한 기존 연구를 검토한다. 논항 구조가 통사 구조에 실현되는 원리를 Chomsky (1981)가 투사 원리(Projection Principle)라고 명명한 이래 여러 통사 이론에서 이에 관한 서로 다른 설명을 제시하였다. 기본적으로 동사는 어휘적으로 s-selection과 c-selection을 요구하는데, s-selection은 동사가 일정수의 논항과 그 의미역을 요구한다는 것이며, c-selection은 이 논항들이 일정한 통사적 성분으로 실현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술어의 의미적 특성과 통사적 특성이 어떻게 응하는가 하는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응관계가 단순한 원리로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 문장을 보자. (2) 가. 진이는 도화지에 노랑물감을 칠했다. 나. 진이는 도화지를 노랑물감으로 칠했다. (3) 가. 근이는 쓰레기통을 비웠다. 나. 근이는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비웠다. 동사 '칠하다'와 '비우다'는 위와 같이 서로 다른 구문에 나타난다. 이렇게 하나의 동사가 둘 이상의 격틀을 취하면서 서로 다른 구문을 구성할 때, 이를 논항 교체라고 부른다. '칠하다'는 [NP1-가, NP2-에, NP3-를]이라는 격틀과 [NP1-가, NP2-를, NP3-으로]라는 격틀로 실현된다. 그런데 두 구문에서 나타나는 명사구 논항에는 모두 동일한 표현, 즉 '진이', '도화지', '노랑물감'이 나타난다. 즉 같은 집합의 논항이 서로 다른 통사 구조로 실현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즉 같은 의미 특성을 갖는 논항 구조가 같은 격틀로 실현되지 않고, 왜 서로 다른 격틀로 실현되는가 하는 것이다. 의미와 통사의 불일치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우다'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칠하다'와 다른 점은 '비우다'의 두 구문이 통사적으로 실현하는 논항의 수가 다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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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인데, (3가)에서는 논항 두 개가, (3나)에서는 논항 세 개가 실현되고 있다. 또한 특기할 것은 (3가)에서는 '쓰레기통'이 목적어로 실현되고, (3나)에서는 '쓰레기통에서'로 실현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통사의 불일치 문제는 두 교체 구문에 실현된 논항 구조를 같은 것으로 볼 것인가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인가에 따라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먼저 두 교체 구문이 동일한 의미역 집합을 갖는 논항 구조를 실현한다고 가정하면, 논항 교체 현상이 의미-통사의 불일치 문제로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두 교체 구문이 실현하는 의미역 집합은 서로 달라서 논항 구조 역시 다른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의미-통사의 불일치 문제는 피할 수 있다. 물론 '비우다'의 경우는 두 교체 구문이 실현하는 논항의 수가 다르므로 당연히 서로 다른 논항 구조가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3)의 두 교체 구문 (가)와 (나)가 갖고 있는 논항 구조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교체 구문에서 같은 논항 표현이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두 구문이 나타내는 의미가 동질적인 (혹은 동일한) 사건을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교체 구문이 의미적으로 아주 긴 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분명하므로 의미-통사 불일치 문제를 피해 가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 즉 서로 다른 통사 구조에 서로 다른 의미 논항 구조가 응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논항 교체를 야기하는 의미적 특성을 추출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 교체쌍들을 생각해 보자. (4) 가. 근이는 물병에 약수를 가득 채웠다. 나. 근이는 물병을 약수로 가득 채웠다. (5) 가. 김씨는 트럭에 사과상자를 실었다. 나. *김씨는 트럭을 사과상자로 실었다. (6) 가. 밤거리에 가로등 불빛이 밝다. 나. 밤거리가 가로등 불빛으로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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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 교실에 형광등 불빛이 어둡다. 나. *교실이 형광등 불빛으로 어둡다. '채우다'와 '밝다'는 논항 교체 현상을 보이지만, '싣다'와 '어둡다'는 그렇지 않다. '채우다'와 '싣다'는 실제로 같은 ' 상 이동 동사' 부류에 속하고,3 '밝다'와 '어둡다'는 조명의 정도를 나타내는 부류의 형용사에 속한다. 유사한 의미 부류에 속하는 술어들이지만 논항 교체에서는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논항 교체를 허용하는 의미 특성을 밝혀 내기 위해서는 더 세 한 의미 분석이 필요하다. 더욱이 한국어의 '싣다'는 교체를 허용하지 않는데, 영어의 load는 아래와 같이 논항 교체를 허용하는 것을 보면 논항 교체의 의미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 간단한 작업이 아님은 분명하다. (8) 가. The men loaded hay onto the truck. 나. The men loaded the truck with hay. Levin (1993)은 위와 같은 교체를 처소 교체(locative alternation)라고 부르고 있는데, 영어에서 load와 같은 의미 부류에 속하는 동사는 많지만 이들이 처소 교체에서는 다양한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처소 교체 구문과 관련하여 Levin (2005)은 아래 (9)에서와 같이 적어도 세 부류의 동사들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10-12)의 예문을 제시하였다. (9) 처소 교체 구문의 실현 양상에 따른 동사 분류 (i) spray, smear, splash 등

3 이동의 사건에는 행동주(agent)가 이동하는 사건과 상(theme)이 이동하는 사건이 포함된다. 이동 동사 가운데 ' 상 이동 동사'는 ' 상이 이동하는 사건'을 가리키는 동사들이다. 상 논항은 개 목적어로 실현되므로, 상 이동 동사에는 위에 나온 '채우다, 싣다'와 '보내다, 주다, 놓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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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put, pour 등 (iii) cover, fill 등 (10) 가. Pat sprayed paint on the wall. 나. Pat sprayed the wall with paint. (11) 가. Pat put paint on the wall. 나. *Pat put the wall with paint. (12) 가. *Pat covered paint on the wall. 나. Pat covered the wall with paint. 즉 (9.i) 부류의 동사는 (10-12)의 두 교체 구문을 모두 허용하지만, (9.ii)와 (9.iii)은 두 구문 가운데 하나만 허용한다. 그러면 세 부류 사이의 의미 차이는 무엇인가? 이미 Hale and Keyser (1993)는 (9.i) 부류 내에서도 서로 다른 교체상의 특성을 보이는 동사들이 있음을 보여 준다. 즉 아래에서 보듯이 splash는 자동/타동 구문 교체를 허용하지만, smear는 허용하지 않는다. (13) 가. The pigs splashed mud on the wall. 나. Mud splashed on the wall. (14) 가. We smeared mud on the wall. 나. *Mud smeared on the wall. Levin and Rappaport Hovav (2005)는 (13)과 같은 사동 교체(causative alternation)는 상태 변화(change of state) 동사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이 외에도 move, roll, spin과 같은 처소 변화(change of location) 동사에서도 발견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사동 교체의 일반적인 의미 특성을 추출하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더욱이 사동 교체를 허용하는 동사 가운데 부분이 처소 교체는 허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교체 구문을 근거로 동사를 분류하기 위해서는 동사의 의미 성분에 한 아주 면 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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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lmutter (1978)는 기존의 비 격(unaccusative)과 비능격 (unergative) 동사 분류에서, cough, snore, yawn과 같은 신체 과정 동사(verbs of bodily process)를 비능격 동사로 분류하였다. 이들에 응하는 이태리어 동사들은 essere 'be'가 아닌 avere 'have'를 완료

조동사로 취한다. 그러나 이태리어의 arrossire 'blush'는 직관적으로 신체 과정 동사에 속하는 것 같으나, 이들은 완료 조동사로 avere가 아닌 essere를 취한다. 이것은 이태리어 arrossire가 단순한 신체 과정 동사가 아니고 상태 변화 동사임을 시사한다. 이와 달리 영어의 blush는 과정의 단순 사건을 가리킨다. 이에 해 McClure (1990)는 '신체 과정 동사'라는 의미 부류는 논항 실현을 결정하는 의미 성분이라고 볼 수 없고, 신 행위(activity) 유형의 동사는 avere를 조동사로 취하고, 달성(achievement) 유형의 동사는 essere를 조동사로 취한다고 일반화하였다. 즉 이태리어의 arrossire는 단순 행위 유형의 사건을 가리키지 않고 달성 유형의 사건을 가리킨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의 술어들이 어휘 의미적으로 응하는 방식이 불규칙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한국어의 '싣다'와

영어의 load의 차이와 같다. 통사적 논항 실현을 결정하는 의미 성분을 추출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님은 분명해졌다. 여기에서 예를 하나 더 들어 보자. Lakoff (1966)은 아래의 조가 know와 learn의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이 두 동사의 의미 차이는 상태성 [+stative] 동사이냐 아니면 비상태성 [-stative] 동사이냐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15) 가. *My mother persuaded me to know French. [+stative, -agentive] 나. My mother persuaded me to learn French. [-stative, +agentive] 즉 (15가)에서 쓰인 know는 learn과 달리 상태성 동사이기 때문에 persuade의 보어절에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Levin & Rappaport Hovav (1995)는 다음 예문을 근거로 persuade의 보어절에 나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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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동사는 행동주성(agentivity)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아래 (16)이 비문인 이유는 보문 the telephone to ring의 동사 ring이 비상태성 동사이지만 행동주성을 갖지 않는 [-agentive] 동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6) *My mother persuaded the telephone to ring. 이제까지 우리는 논항 구조가 통사적으로 실현되는 방식은 술어의 의미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가설을 몇 가지 구문에서 확인하였다. 그렇지만 통사적 실현을 결정하는 의미 특성을 추출해 내는 문제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도 살펴 보았다. 그렇다면 이에 한 우리의 입장을 세우기 위해 기존의 연구가 논항 구조와 그

통사적 실현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논항 구조는 논항의 수와 그 의미역 집합을 말하는데, 논항의 의미역을 결정하는 것 역시 단순하지 않다. 한 예로 심리 술어(psych-predicates)가 쓰인 아래 두 문장을 살펴 보자. (17) 가. Thunderstorms frightened my children. 나. My children fear thunderstorms. 기존의 연구에서 영어의 심리 술어는 위에 예시된 동사들이 표하는 두 부류로 나뉜다. (Belletti & Rizzi 1988; Grimshaw 1990) (18) 가. frighten 유형 (astonish, disturb, shock, bother, concern, ...) 나. fear 유형 (adore, detest, esteem, ...) 심리 술어에 관한 초기 연구에서는 두 부류의 술어가 취하는 의미역 집합을 [경험주+ 상]으로 똑같이 분석하고, 두 구문이 동질적인 기저 통사 구조에서 생성된다고 보았다. (Belletti & Rizzi 1988) 물론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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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은 소위 ' 상' (theme)이라는 의미역이 모호하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 상' 논항은 동사가 '그 개체의 이동, 처소, 상태를 가리키거나 처소 변화, 상태 변화를 가리키는 논항을 말한다. (Gruber 1976; Jackendoff 1972, 1983, 1987) 그러나 위에 예시된 심리 술어의 상 논항은 오히려 경험주의 심리적 상태를 야기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 상'의 역할과 다르다. 또한 Grimshaw (1990)와 Levin (1993)은 두 부류의 통사적, 의미적 차이를 확인하면서, 이 두 부류의 심리 술어가 서로 다른 의미, 통사 구조를 갖는다고 주장한다.4 Grimshaw (1990)는 frighten 유형의 심리 술어를 사역(causative) 동사로 분석하여, 그 주어 논항의 의미역을 원인(cause)이라고 보았고, fear 유형의 심리 술어는 단순한 상태(state) 술어로 보았다. Levin and Rappaport Hovav (2005)는 Grimshaw의 제안을 받아들여, frighten은 사역 동사이며 그 주어의 의미역을 원인이라고 하였고, fear은 사역 동사가 아니며 그 목적어는 '자극'(stimulus)이라고 하였다.5 그러나 심리 술어의 두 부류를 자세히 살펴 보면, 같은 부류라 하여도 이질적인 동사들이 있음이 드러난다. frighten 유형의 동사들 가운데 concern은 상태 술어와 같은 행태를 보이는 반면 bother은 상태와 비상태 술어로서 양면적 특성을 보인다고 지적하고, 상태성(stativity)은 심리 술어 분류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본고는 4.1에서 한국어의 심리 술어를 자세히 다루는데, 심리 술어의 두 논항을 '자극'과 '경험주'라 하여, 의미역 집합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한국어의 심리 술어가 아래와 같이 [주격-여격]의 논항 교체를 보이며 의미 차이를 가져오는 것을 주목하고 이 차이를 심리 술어의 사건 구조와 논항 구조를 바탕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4 심리 술어의 두 부류가 보이는 통사적, 의미적 차이에 관한 연구는 Levin and Rappaport Hovav (2005:14-15)와 그곳에 인용된 문헌들을 참고할 것. 5 '자극'이라는 의미역은 Talmy (1985)가 사용한 것으로, Pesetsky (1987, 1995)는 '목표' (target)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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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가. 내가 그 영화가 참 지루했다. 가'. 나한테 그 영화가 참 지루했다. 나. 나는 그 일이 구미가 당긴다. 나’. 나는 그 일에 구미가 당긴다. 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에/로/때문에 괴로워했다. 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에/로/때문에 괴로워했다. 라. 그 사람은 셈을 하는 것에 어둡다. 라'. 그 사람은 셈을 하는 것이 어둡다. (19)의 (가)에서는 경험주 논항이 (나)에서는 자극 논항이 주격과 여격으로 교체하며, (다)에서는 자극 논항이 여격과 사격으로 교체한다. (라)는 심리 형용사 가운데 심리적 경험의 상을 가리키는 논항이 주격과 여격으로 교체하는 것을 보여 준다. 2.1.2 의미역 설정의 문제 이제 논항 구조를 이루는 주요한 의미 정보인 의미역을 어떻게 한정하여 정의할 것인가를 살펴본다. 의미역은 주어나 목적어와 같은 통사적 위치와 어떻게 응하는가?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하나의 의미역이 특정한 통사적 위치를 차지하지 않으며, 또한 특정한 통사적 위치가 언제나 동일한 의미역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경험주(experiencer) 논항은 주어로 나타나기도 하며 목적어로 나타나기도 한다. (20) 가. 영희는 그 남자가 무서웠다. 가'. The boy admired the teacher. 나. 그 남자는 영희를 괴롭혔다. 나'. The teacher pleased the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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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 예문들에서 주어 자리에는 경험주뿐만 아니라 자극 논항도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타동 구문에서 주어에는 행동주(agent)가, 목적어에는 피동주(patient)가 실현된다. 그러나 주어에는 경험주와 자극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미역이 실현된다. 아래 예문을 보자. (21) 가. The tornado broke down the houses in the village. [원인 cause] 나. The houses were broken down by the tornado. [피동주 patient] 다. The hotel houses more than 500 people. [처소 location] 라. Two dollars will buy the ticket. [도구 instrument] 마. The tank leaks much oil. [기점 source] (22) 가. 초겨울 바람에 가로수의 낙엽들이 굴러간다. [ 상 theme] 나. 범인이 지난 밤 시내 호텔에서 붙잡혔다. [피동주 patient] 다. 극장이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처소 location] 라. 탱크가 물이 많이 샌다. [기점 source] 영어와 한국어의 예에서 보듯이 주어에는 행동주와 경험주, 자극 뿐만 아니라 원인, 피동주, 처소, 도구, 기점, 상 등의 의미역을 가진 논항이 출현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주어, 목적어, 간접목적어와 같은 통사적 위치 (혹은 문법적 관계)가 특정 의미역과 응하지 않는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한 문장이 어떤 상태 변화나 처소 변화 사건을 지시하는 경우, 그 문장의 주어 논항은 개 원인을 가리키는 하위 사건에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즉 주어 자리에는 변화의 결과 상태에 관여하는 논항들보다는 원인 사건에 참여하는 논항들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원인이나, 피동주, 도구, 기점, 처소 등은 모두 상태 변화의 원인이 되는 과정(process)에 참여하는 논항들이다.

논항 구조의 의미역 집합은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 의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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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semantic role list 혹은 theta-grid)은 해당 술어가 문장을 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논항의 의미역을 모아 놓은 것이다. 그런데 과연 한 언어의 논항 구조 기술을 위해 필요한 의미역 목록은 몇 개나 필요한 것일까? 그리고 언어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역 목록이 필요할 것일까? 그리고 의미역은 술어의 의미 기술에서 필수적인 것인가? 의미역을 술어의 의미 기술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입장을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서는 먼저 문법 기술에서 의미역을 필수적인 것으로 가정하는 입장과 그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후에 의미역을 파생적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을 살펴본다. 다만 먼저 의미역 설정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하나의 논항이 어떤 의미역으로 해석되는지가 언제나 분명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논항의 의미역을 이용하여 그 논항이 어떻게 통사적으로 실현되는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고는 의미역을 문법의 기초 개념(primitive concepts)으로 보지 않고 파생 개념으로 취급한다. 다만 논항 구조에서 논항들 사이의 위계를 순서화하여 기술할 필요가 있으며, 이 순서는 이들 논항이 통사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한 언어의 어휘부를 총괄하여 일반적인 의미역 위계 (hierarchy of semantic roles)를 설정하지 않고, 각 개별 술어의 논항들이 상 적으로 어떤 위계상의 순위를 갖느냐를 기술할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의미역은 문법 기술에서 실체가 없는 것이며, 파생 개념으로 정의된다. 다만 이 책에서 사용된 의미역은 문법 기술의 편의상 사용되는 논항의 명칭일 뿐이다. 우리는 앞으로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구조를 기술할 때 의미역을 사용하게 될 것이나, 이들은 단순히 논항들 사이의 위계를 보여 주고 술어의 고유한 의미를 간접적으로 기술해 주는 명칭으로 사용할 것이다. 의미역이 문법 기술에 필수적이라고 가정하는 입장은 의미역 자체를 문법의 기초 개념으로 보고 의미역을 더 이상 분석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의미역을 다른 기초 개념에서 파생되는 개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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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하지 않는다. 따라서 하나의 의미역은 특정한 개별 동사의 의미 기술을 위해서 설정되지 않고, 그 언어의 전체 의미 이론의 필요에 의해 설정된다. 따라서 의미역의 수는 가능한 소수로 정의되어 자의적인 사용을 피하고 간결한 의미 기술을 꾀하는 것이다. Fillmore (1970, 1971, 1977)는 어휘 의미론에서 술어의 의미를 구분하는 데에 논항의 의미역을 도입했다. 예를 들면 영어의 동사 break와 hit가 어떤 의미 차이가 있고, 이들이 어떤 통사적 차이를 야기하는지 밝히기 위해 이 두 동사가 취하는 논항의 의미역이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했다. 먼저 Fillmore (1971)에서 다루어진 의미역 목록을 보이면 아래와 같다. (23) Fillmore (1971)의 의미역 목록: 행동주(agent), 반행동주(counter-agent),

상(object), 결과(result), 도구(instrument), 기점(Source), 착점(Goal), 경험주(Experiencer)

위에서 '반행동주'는 '행동주'의 행위를 반하는 혹은 저지하는 개체를 가리키며, ' 상'(Object)은 이후에 흔히 'Theme'이라고 불리는 의미역으로서 이동하는 개체, 혹은 처소 변화나 상태 변화를 겪는 개체를 가리킨다. '결과'는 어떤 변화의 결과로 존재하게 되는 개체를, '도구'는 '자극'이나 '원인'(Cause)을 포괄하는 의미역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의미역에 기초하여 Fillmore (1970)은 break 부류의 동사들은 [행동주, 도구, 상]의 의미역을 취한다고 하였고, hit 부류의 동사들은 [행동주, 도구, 처소]의 의미역을 취한다고 주장하였다. 아래 예문들은 이들 의미역이 실현된 문장을 예시한다. (24) 가. John broke the window with a rock. 나. John hit the fence with a stick. Fillmore 이후 여러 의미역의 유형론이 제안되었다. 아래에는 Rad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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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와 Spencer (1991)이 제안한 의미역 집합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는 Fillmore의 제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25) Radford, A. (1988): 상(theme 혹은 피동주 patient), 행동주(agent),

경험주(experiencer), 수혜자(benefactive), 도구(instrument), 처소(locative), 착점(goal), 기점(source)

(26) Spencer, A. (1991): 피동주(patient), 상(theme), 행동주(agent), 경험주(experiencer), 수혜자(benefactive), 도구(instrument), 처소(location), 착점(goal), 기점(source)

본고는 2.2에서 한국어 술어가 취하는 격틀과 논항의 의미역을 기술할 때 (25-26)의 의미역 집합을 부분 수용할 것이다. 다만 ' 상'(theme)을 '피동주' (patient)에서 분리하는 것이 필요할 때는 처소 변화를 겪는 논항에 ' 상'의 의미역을 부여한다. 의미역 목록을 설정하고 술어의 논항 구조를 기술하는 방식에 해 수많은 비판이 있었다. 여기에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첫째는 의미역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이며, 둘째는 술어의 논항 구조를 기술할 때 고정된 의미역 목록을 반드시 부여해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먼저 의미역 정의의 문제를 살펴보자. Fillmore가 '격'(Case)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가장 기초가 되었던 것은 형태통사적 기준이다. 즉 Fillmore가 사용한 '주격,' '목적격,' '처소격' 등의 의미역 명칭은 해당 논항이 어떤 형태통사적 특성을 갖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앞서 우리가 살폈듯이 논항의 형태통사적 기준은 의미역을 구별해 주지 못한다. 주격으로 실현되는 논항이 항상 행위주를 가리키지 않으며, 목적어로 실현된 논항이 피동주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사격으로 취급되는 논항들도 그 의미역을 지정하기 어려운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한국어의 조사 '-으로'와 함께 나타나는 논항은 도구뿐만 아니라 착점, 방향, 자격, 결과 등 다양한 의미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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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영어에서도 with 전치사구가 다양한 의미역을 갖는다. Dowty (1989, 1991)와 Jackendoff (1990)는 이러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고, 의미역 정보는 동사 자체의 고유한 의미에서 추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Dowty (1991)는 술어가 취하는 가장 기본적인 두 의미역을 원형-행동주(proto-agent)와 원형-피동주(proto-patient)로 구분하고, 이들 논항에 해 동사가 함의하거나 전제하는 의미 속성들을 모아 어휘적 함의(lexical entailment) 목록을 제안하였다. 즉 Dowty는 술어가 취하는 논항의 의미역을 정의하는 데는 동사의 의미가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는 그가 제시한 원형-행동주와 원형-피동주의 함의 속성 목록이다. (27) 가. 원형-행동주 함의 속성: volitionality, sentience, causer, movement

(relative to other participants), exists independently. 나. 원형-피동주 함의 속성: undergoes change, changes portion by

portion, causally affected, stationary (relative to other participants), doesn't exist independently.

Dowty가 의미역을 함의 속성의 집합으로 탐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행동주나 피동주라는 의미역 자체가 더 작은 개념으로 분석할 수 없는 기초 개념이 아니며, 의미역은 동사나 형용사의 어휘적인 기초 개념으로 해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Dowty의 주장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Dowty가 제안한 어휘적 함의 속성이 얼마나 보편성을 가지는가 하는 문제, 그리고 이 속성 집합이 닫힌 집합이 아니라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는 문제, 어떤 동사들은 함의되는 속성의 수가 원형-행동주와 원형-피동주를 뚜렷이 구분해 주지 못하는 문제, 같은 동사가 논항 교체를 허용하는 문제, 한 논항이 여러 의미역으로 해석되는 문제 등이 지적된다. Jackendoff (1990)에서도 의미역은 기초 개념이 아니라 파생적으로 정의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개념 구조에서 DO의 논항으로 표상되는 개체는 행동주로, CAUSE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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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항으로 표상되는 개체들은 원인과 피동주로, 경로를 구성하는 함수 TO의 논항은 착점으로, FROM의 논항은 기점으로 해석된다고 정의한다. 이제 고정된 의미역 목록이 문장의 의미 해석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살펴보자. 어떤 술어가 일정한 수의 논항을 취할 때 이 논항들은 특정한 의미역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술어가 요구하는 고유한 의미역 목록이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할 때,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한다. 여기에서는 이 문제들을 두 가지 현상에서 짚어 본다. 하나는 논항 교체 현상이며, 다른 하나는 의미역 투사 원리의 문제이다. 앞서 2.1.1에서 아래와 같은 논항 교체 구문을 예시하고, 논항 교체를 허용하게 하는 동사의 의미적 특성을 어떻게 추출할 것인가를 논의하였다. 여기에서는 교체 구문들 사이의 의미 차이가 과연 논항의 의미역 차이를 가져오는가 하는 문제를 살펴 본다. (28) 가. 진이는 도화지에 노랑물감을 칠했다. 나. 진이는 도화지를 노랑물감으로 칠했다. (29) 가. 근이는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비웠다. 나. 근이는 쓰레기통을 비웠다. (28)과 (29)에서 '도화지'와 '쓰레기통'이라는 논항이 처소격 '-에/에서'를 취하기도 하고 격 '-을'과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두 구문에서 과연 같은 의미역을 갖는다고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서로 다른 의미역을 갖는다고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만일 전자와 같이 두 교체 구문이 요구하는 의미역이 동일하다면, 두 문장의 의미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며, 어떻게 표상할 것인가? 만일 후자와 같이 두 교체 구문이 요구하는 의미역이 서로 다르다면, 두 교체 구문에 쓰인 동사는 형태만 같을 뿐 서로 다른 기저 의미를 갖는다고 보아야 하는가? 본고는 논항 교체 구문의 의미 차이에 관해 자세히 살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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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2.3에서는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교체 현상을 유형화하고, 3장에서는 사건 구조를 유형화한다. 4장에서는 세 가지 부류의 한국어 술어를 검토하여 실제 교체 구문을 분석한다. 본고에서는 논항 교체 구문들에서 발견되는 의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논항이 갖는 의미역이 다름을 인정한다. 예를 들면 위에 예시한 (29)에서 (가)의 '쓰레기통에서'는 기점(source)의 의미역을 가지며, (나)의 '쓰레기통을'은 피동주 (patient)의 의미역을 갖는다고 본다. 즉 같은 논항 표현이라 할지라도 교체 구문에서 서로 다른 의미역을 갖는다고 본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본고는 의미역을 기초 개념으로 가정하지 않는다. (29가)와 (29나)의 '버리다'는 어휘적으로 동일한 의미 구조를 가지며, 교체 구문에 따라 '쓰레기통'이 기점으로 해석될 것인가 아니면 피동주로 해석될 것인가가 결정되는데, 이는 전체 사건의 어느 부분이 초점화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본다. 즉 (29가) 문장 전체는 '쓰레기'의 '처소 이동 사건'을 가리키는데, 이는 전체 사건의 원인 과정이 부각되면서 표현된 것이며, (29나)는 '쓰레기통'의 '상태 변화 사건'을 가리키면서 사건의 결과 상태가 부각되어 표현된 것으로 설명한다. 의미역 목록을 고정하는 설명 방식이 부딪히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것은 한 문장에 같은 의미역을 갖는 논항이 둘 이상 출현한다는 것이다. Fillmore (1970)는 하나의 동사가 형성하는 절 안에서 하나의 의미역은 한 번만 출현하며, 한 논항은 하나의 의미역만을 갖는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Levin and Rappaport Hovav (2005)는 아래 (30)의 문장에서 하나의 논항이 둘 이상의 의미역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30) 가. Phil sold the yacht to Mira. [행동주/기점] 나. Mira bought the yacht form Phil. [행동주/착점] (가)에서는 주어 Phil이 행동주로 해석되기도 하고, 기점(source)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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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되기도 한다. (나)의 주어 Mira는 행동주나 착점(goal)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Levin & Rappaport Hovav (2005)는 아래 (31가)에서 두 논항이 같은 의미역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하였다. 6 그리고 한국어에서는 (31나)와 같이 주어 논항과 공동격 조사 '-와'를 취하는 논항이 같은 의미역으로 해석될 수 있다. (31) 가. Pat resembles Lee. = Lee resembles Pat. 나. 철수가 영희와 결혼했다. = 영희가 철수와 결혼했다. 2.1.3 의미 구조에서 의미역의 기능 이제까지 의미역 목록 설정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A) 의미역을 기초 개념으로 보지 않고 다른 의미 성분들로 해체하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B) 논항 구조에서 복선적(multi-layered)인 의미역 기술을 허용하는 방법이다. 의미역을 자질들의 집합으로 정의하는 방법은 앞서 논의한 Dowty (1991)의 제안과도 일맥상통한다. Dowty가 원형-행동주와 원형-피동주를 추출하기 위한 어휘적 함의 목록을 제안했듯이, Rozwadowska (1988, 1989)는 의미역을 자질들의 집합으로 정의하기 위해, 경험주와 피동주의 공통 특성으로 [+변화(change)]라는 자질을 제안하였고, 경험주와 행동주의 공통 자질로서 [+지각(sentient)]을 제안하였다. 몇 가지 예를 들면, Agent = [+cause] & [+control], Instrument = [+cause] & [-control], 그리고 Patient/Recipient = [+affected]로 정의하였다. Reinhart (2002) 역시 '원인'의 자질로서 [+c], '심리 상태'의 자질로서 [+m]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자질 해체 방식의 문제점은 의미역들이 어떠한 자연류로

6 Levin & Rappaport Hovav (2005)는 아래의 한 쌍의 예문이 서로 달리 해석된다는 사실을 통해, 동사 resemble이 언제나 칭적 의미역 해석을 허용하지는 않음을 지적한다. (i) Dorothy resembles the Mona Lisa. (ii) Mona Lisa resembles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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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되는지에 한 직관을 설명하지 못하며, 제안된 자질들이 자의적으로 설정된 것이어서 그 자질들이 조합할 수 있는 가능한 경우들과 실제 언어적으로 확인되는 조합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와 달리 Jackendoff (1972, 1990)는 하나의 논항이 둘 이상의 의미역을 가질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여, 동사의 논항 구조는 두 의미역 연쇄를 갖는 것으로 기술한다. 예를 들면 아래에서 주어 논항은 행동주(agent)나 상(theme)으로 해석된다고 본다. (32) 가. Bill was running across the street. 나. Bill rolled down the hill. 특히 (32나)의 경우 '굴러 내리는 사건'이 주어 논항의 의도적인 사건인지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수동적인 사건인지에 따라 행동주와 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Jackendoff (1990)는 사건의 행위적

특성에 관련된 의미역들을 '행위-열'(action tier)이라고 명명하였고 사건의 처소 이동에 관련된 의미역들을 ' 상-열'(thematic tier)이라고 명명하여, 아래와 같이 의미역을 두 부류로 나눈다. (33) 가. 행위-열 의미역: 행동주, 피동주, 도구, 수혜자 나. 상-열 의미역: 상, 착점, 기점, 처소 예를 들면 영어 동사 sell의 경우 아래와 같은 논항 구조를 갖는다. (34) Harry sold the car to Mary. [행위-열]: [행동주] ……… [피동주] …… [수혜자] [ 상-열]: [기점] ………… [ 상] ……… [착점] Jackendoff의 이러한 기술은 다양한 의미역 해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복선적 의미역 기술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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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열의 의미역과 상-열의 의미역이 어떻게 응하는지를 밝히고, 이들이 통사적으로 실현되는 원리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2.2 한국어 술어의 격틀과 의미역 분류 2.2.1 필수 논항과 수의 논항 술어가 하나 이상의 논항을 취할 때, 이들 논항 가운데 어느 것이 술어의 필수적인 논항인지 그리고 어느 것이 수의적인 논항인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자동사와 타동사의 구분은 필수 논항의 수가 하나(즉, 주어)인지, 아니면 둘(즉, 주어와 목적어)인지에 따라서 이루어졌다. 통사 이론에서도 술어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논항을 보어(complement)라고 하고, 수의적으로 취하는 논항을 부가어(adjunct)라 하여 구분한다. 예를 들면, 아래의 문장에는 ‘만났다’와 함께 ‘진이가’ (주어), ‘열두 시에’ (시간표현), ‘학교에서’ (장소표현), ‘근이를’ (목적어), ‘반갑게’ (방식부사)라는 다섯 개 표현이 나타난다. (1) 진이가 열두 시에 학교에서 근이를 반갑게 만났다. 그런데 이 가운데 ‘만나다’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논항, 즉 필수 논항(core/true argument)은 어느 것인가? 일반적으로 ‘만나다’는 타동사로서 주어와 목적어로 나타나는 표현이 필수 논항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다른 세 표현, 즉 시간, 장소, 방식부사 등은 필수 논항이 아닌가?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사건에는 반드시 둘 이상의 사람이 참여해야 하지만, 이와 더불어 그 사건은 반드시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그리고 특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므로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표현들도 필수 논항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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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표현들을 ‘만나다’의 필수 논항에서 제외한다. 왜냐하면, 각각의 술어는 그것이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고유한 논항 목록을 가지며, 이 필수 논항 목록이 그 술어를 다른 술어와 구분하는 주요한 특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만나다’의 필수 논항 목록은 주어와 목적어 논항인데, 이 둘은 ‘만나다’가 타동사임을 말해 주며, 다른 동사 부류 (즉, 자동사나 상태동사, 수여동사 부류)와 구분해 준다. 그러나 (1)에서 ‘열두 시에’가 담고 있는 시간 정보는 ‘만나다’라는 타동사를 다른 동사 부류와 구별해 주는 주요 정보 내용이 아니다. 즉 시간 표현은 모든 술어가 취할 수 있는 것이어서 특정 부류 술어를 특징짓는다고 볼 수 없다.7 여기에서 간단히 한국어 술어의 필수논항을 판별하는 의미화용론적 기준을 검토한다.8 이는 남승호(2000)에서 제안된 것으로, 논항의 필수성을 ‘정보 단위’(information unit)라는 개념에 기초하여 정의한다. (2) 정의: (i) 어떤 술어의 필수 논항(true argument)은 그 술어가 사용된

발화가 완성된 정보 단위를 이루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논항을 말한다.

(ii) 하나의 발화가 완성된 정보 단위(complete information unit)를 갖추기 위해서는, 그 발화가 하나의 사실이나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 내용을 담고

7 시간 표현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술어가 있다. 예를 들면 '세 시간이 걸린다/

흘 다/지났다'와 같은 표현에서 각 술어는 '세 시간이'와 같은 시간 표현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열두시에 만났다'에서의 시간 표현의 성격과 다르다. '걸리다, 흐르다, 지나다' 등은 그 자체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의 일정한 지속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이지만, '만나다'가 가리키는 사건에는 그러한 시간적 정보를 부가할 필요가 없다. 8 한국어에서 술어의 논항을 필수 논항과 수의 논항으로 구분하는 기준에 관한

논의는 김일웅(1984), 유현경(1994), 우형식(1998), 정유진(1995) 등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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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야 한다. 위의 정의에 기초하여 남승호(2000)은 필수논항 판정을 위한 시험으로 “보충 질문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동사 ‘만나다’의 필수 논항을 판별하기 위해 보충 질문법을 사용하면 아래와 같다. (3) A: “진이가 어제 만났어.” B: #“아, 그랬구나. 그런데, 누굴 만났어?” 위 화에서 B의 발화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표시를 하였다. 그런데 B의 발화를 직관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B가 “아, 그랬구나”라고 말할 때 B는 이미 A의 발화 내용을 완성된 정보 단위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표현한다. 그런데, B의 후속 발화에서 ‘진이가 누구를 만났느냐’는 질문을 함으로써 A의 발화에서 빠져 있던 ‘만나다’의 목적어 논항 정보를 요구한다. 그러면 왜 B의 전체 발화가 부적절하게 느껴지는 것인가? 그것은 “아, 그랬구나”라는 부분과 “그런데, 누굴 만났어?”라는 부분이 정보 처리 과정에서 서로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즉 “아, 그랬구나” 부분이 A의 발화를 완성된 정보 단위로 받아들였다는 표현이지만, 뒤따르는 “누굴 만났어?”라는 질문이 A의 완성된 정보 단위에 포함되어 있어야 할 필수 논항 정보를 뒤늦게 묻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는 필수 논항이 빠져 있는 경우를 보았다. 이제 수의 논항이 빠져 있어서 후속 질문으로 해당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를 보자. (4) A1: “진이가 어제 근이를 만났어.” B1: “아, 그랬구나. 그런데 어디서 만났어?” A2: “학교에서.” 위의 화에서 B가 “아, 그랬구나”라고 말한 것은 B가 A1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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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로부터 완성된 정보를 받았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후 “어디서 만났어?”라는 질문으로 A1의 발화에서 드러나지 않은 ‘진이가 근이를 만난 장소’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3)과 달리 (4)에서 B1의 발화가 자연스러운 이유는 A1이 전달하는 사건의 내용에서 장소에 관한 정보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어서 B1이 A1을 완성된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며, 이에 덧붙여 B1이 추가로 장소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아래에서 다루게 될 여러 논항 구조는 해당 술어의 필수 논항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어의 명사구 논항 가운데 필수 논항을 담고 있는 표현은 다음과 같다. (5) 술어의 논항 구조 정보 – 격 표지에 따른 분류: 가. 주어 표현: 조사 ‘-이/가’와 함께 나타남. 나. 목적어 표현: 조사 ‘-을/를’과 함께 나타남. 다. ‘명사-에(게)’ 표현 라. ‘명사-에(게)서’ 표현 마. ‘명사-(으)로’ 표현 바. ‘명사-보다’ 표현 사. ‘명사-와/과’ 표현 특별히 우리는 이러한 표현들이 서로 교체되며 사용되는 구문들을 주목하여 그 통사적, 의미적 특성을 분석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구문들에서 두 논항의 조사가 서로 달리 실현되고 있다. 격 교체(case alternation) 구문이라 함은 (6)에서와 같이 동일한 동사의 논항들이 하나 이상의 격 표지를 취하는 구문을 가리킨다. (6) 가. 진이가 병에 물을 채웠다. 나. 진이가 병을 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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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어의 술어가 취하는 논항 구조에서 각 논항이 담고 있는 의미역(semantic roles)을 아래와 같이 분류한다. (7) 술어의 논항 구조 정보 - 의미역 분류: 행동주 Agent, 피동주 Patient,

상 Theme, 경험주 Experiencer, 도구 Instrument, 처소 Location, 착점 Goal, 기점 Source, 방향 Direction, 경로 Route, 수혜자 Benefactive, 자극 Stimulus, 원인 Cause, 자격 Qualification, 비교기준 Criterion, 동반자 Companion

위에는 열여섯 개의 의미역이 제시되어 있다. 이는 아래에 보인 Radford (1988)와 Spencer (1991)의 분류에 '자극, 원인, 방향, 경로, 자격, 비교기준'을 추가한 것이다. (8) 가. Radford, A. (1988): Theme(혹은 Patient), Agent, Experiencer,

Benefactive, Instrument, Locative, Goal, Source 나. Spencer, A. (1991): Patient, Theme, Agent, Experiencer, Benefactive,

Instrument, Location, Goal, Source 특별히 '자극'의 의미역을 추가한 이유는 심리 술어의 기본적인 논항 구조를 [자극]과 [경험주]로 분석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며, '원인'은 인과적 변화의(causative change) 사건에 참여하는 논항을 기술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이동의 사건에 참여하는 논항을 위해 '경로'와 '방향'이 사용될 것이다. 또한 본고는 Radford (1988)나 Spencer (1991)와 달리, '피동주'는 상태 변화를 겪는 논항을, 그리고 ' 상'은 처소 변화를 겪는 논항을 가리키는 데 사용한다. 아래에서는 주어, 목적어 등 통사 위치에 따라 어떤 의미역이 실현되는지를 하나하나 예를 들어 살펴 본다. 논항이 취하는 격표지를 기준으로 다음 순서에 따라 의미역을 분석하였다: [A] 주격 논항 '-이/가', [B] 격 논항 '-을/를', [C] 여격 논항 '-에/에게', [D] 탈격 논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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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에게서', [E] 방향격 논항 '-(으)로', [F] 비교격 논항 '-보다', [G] 공동격 논항 '-와/과'. 2.2.2 논항의 격틀과 의미역 [A] 주격 논항의 의미역 모든 문장에는 주어가 필요하다. 한국어의 주어를 표시하는 격표지 “-이/가”가 첨부된 논항 표현은 아래와 같이 다양한 의미 역할을 담당한다. 편의상 “-이/가”가 첨부된 논항 표현을 주어라고 부른다. [A.1] 행동주 agent 주어가 사건의 행동주(agent)를 가리키는 구문들이다. 이에는 전형적인 행위 동사들이 포함된다. 행동주로는 유정물(animate) 주어나 권위를 갖는 기관이나 조직 이름이 쓰일 수 있다. (9) 가. 아이가 쉴새 없이 울었다. 나. 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다. 미국은 이라크에 올해 2만 여명의 지상군을 파병했다. 행동주는 사건의 행위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논항인데, 다양한 사건에서 유정물 뿐만 아니라 무정물도 주어로 쓰일 수 있다. 이러한 무정물 주어에 유정물 행동주와 함께 행위자/실행자(Actor/Effector)라는 의미역을 부여하기도 한다. (Van Valin 1999, Jackendoff 1990) [A.2] 경험주 experiencer 주어가 사건의 경험주(experiencer)를 가리키는 구문들이다. 이에는 특징적으로 심리 술어가 사용된다. 예를 들면, '불안하다,' '좋다,' '좋아하다,' '지루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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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가. 근이는 그 영화가 지루했다. 나. 근이는 호랑이가 무서웠다. 다. 진이는 그 영화를 좋아한다. 라. 진이는 악몽으로 무척 괴로웠다. 마. 이 과장은 고객들에게 너무 쌀쌀맞다. 위에 제시된 예들에서 (가-라)는 경험주 외에도 자극 논항을 갖는다. (마)에서는 심리 술어가 사용되었지만, (가-라)와 달리 자극 논항 신 착점 논항이 나타난다. [A.3] 피동주 patient 피동문에 나타나는 주어는 사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행동주가 아니어서 사건에서 영향을 입는 의미역을 담당한다. 이러한 의미역을 피동주(patient)라 한다. (11) 가. 무장 탈영한 김일병이 6시간 만에 부 인근 야산에서

발견되었다. 나. 범인이 지난 밤 자정쯤 시내 호텔에서 붙잡혔다. [A.4] 상 theme 동사가 이동의 사건을 가리킬 때는 이동하는 이동체(trajector)가 논항으로 참여한다. 이러한 이동체를 가리키는 주어는 상(theme)이라는 의미역을 갖는다.

(12) 가. 초겨울 바람에 가로수의 낙엽들이 굴러간다. 나. 이 공항에서 매일 제주행 비행기가 십여 차례 떠난다. 여기에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구문의 주어 논항도 상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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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역에 포함시키고자 한다. (13) 가. 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나. 이 시간 밤거리에는 인적이 드물다. 다. 거리에 새벽안개가 자욱하다. (13)의 각 구문에는 처소(location) 논항과 그 처소에 존재하는 논항이 참여한다. 이와 같이 동사나 형용사의 핵심 의미가 논항의 존재나 부재에 관한 사건을 가리킬 때, 해당 논항을 상의 의미역으로 해석한다. 일반적인 이동 사건은 본래 존재와 부재의 문제로 환원된다. 이동 사건은 상 논항이 기점(source)에서 착점(goal)으로 움직이는 사건을 말하는데, 상 논항이 기점에 존재하다가 존재하지 않게 되고, 착점에는 존재하지 않다가 존재하게 되는 사건이다. [A.5] 자극 stimulus 전형적인 심리 술어는 자극(stimulus)과 경험주(experiencer) 논항을 취한다. 심리 술어의 경험주는 자극에 의해 야기되는 심리 상태를 경험한다. 심리 술어의 주어 자리에는 자극이나 경험주가 올 수 있다. 앞서 A.2에서 경험주가 주어로 나오는 경우를 보았고, 여기에서는 자극이 주어로 나오는 구문들을 본다. (14) 가. 그 영화가 나에게는 무척 지루했다. 나. 그 친구 말투가 내 귀에 무척 거슬렸다. 다. 그녀에게는 뱀이 너무나 징그러웠다. [A.6] 처소 location, 기점 source, 착점 goal 아래 예문들은 동사나 형용사가 처소 논항을 주어로 취하는 구문을 보여 준다. 이 부류에는 '가득하다, 드물다, 뿌옇다, 북적 다, 반짝이다, 밝다, 어둡다'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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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가. 집안이 손님들로 가득하다. 나. 골목길이 새벽안개로 뿌옇다. 다. 방안이 어둡다. 이 부류에 속하는 술어들 가운데 일부는 처소 교체(locative alternation)를 허용하는데, 이를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15)에서 주어로 나타난 처소 논항이 아래 교체 구문에서는 처소격 조사 '-에'와 함께 실현된다. (16) 가. 집안에 손님들이 가득하다. 나. 골목길에 새벽안개가 뿌옇다. 다. 방안에 불빛이 어둡다. 이와 함께 아래 예문에서는 기점(source)이 주어로 실현되는 경우를 보여 준다. (17) 가. 물탱크가 물이 샌다. 나. 이 인공호수는 하루에 10만톤의 물을 내보낸다. (17가)에서는 기점 논항 '물탱크'와 상 논항 '물'이 모두 주어로 실현되었으며, (17나)에서는 기점 논항은 주어로, 상 논항은 목적어로 실현되었다. 아래에서는 둘째 주어 '의사,'와 '포도주'는 모두 변화의 결과를 지시하는 '착점'으로 해석된다. (18) 가. 그 아이는 자라서 의사가 되었다. 나. 물이 변해서 포도주가 되었다. [A.7] 이중 주어 구문: 자극 stimulus, 원인 cause 여기에서는 이중 주어 문장에 한하여, 두 번째 자리에 나타나는 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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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어'의 의미역을 예시한다. 심리 술어의 두 번째 주어는 아래와 같이 자극이나 원인으로 해석된다. (19) 가. 나는 곰인형이 토끼인형보다 더 귀엽다. 나. 철수는 자유시간이 오히려 지루했다. 다. 김 선생님은 아이들의 복장이 무척 거슬렸다. 라. 당시 38선 인근 마을 주민들은 전쟁이 두려웠다. 마. 김 의원은 아들의 탈선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위 예문 가운데 (가-다)의 둘째 주어 논항은 자극으로 해석되며, (라-마)의 둘째 주어는 원인으로 해석된다. [B] 격 논항의 의미역 [B.1] 피동주 patient 기본적으로 주어 논항의 행위에 영향을 입어서 변화를 겪는 논항이다. 이러한 영향 입는 논항 가운데 형태 및 자격의 변화를 포함한 일반적인 상태 변화를 겪는 논항을 피동주(patient)라 부르고, 위치 및 존재의 변화를 겪는 논항을 상(theme)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러한 부류의 동사들이 (20아)에 제시되어 있다. (20) 가. 진이가 물을 끓였다. 나. 연이는 설탕을 물에 녹였다. 다. 감독은 선수들을 두 팀으로 나누었다. 라. 김씨는 철이를 양자로 삼았다. 마. 위원회는 이철수씨를 회장으로 추 하였다. 바. 근이는 물로 병을 채웠다. 사. 근이는 쓰레기통을 비웠다. 아. 끓이다, 녹이다, 섞다, 나누다, 삼다, 만들다; 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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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하다, 부르다, 칭하다, 여기다, 고용하다; 바꾸다, 개조하다, 칭찬하다, 나무라다; 채우다, 비우다, 지우다

[B.2] 상 theme 상 논항은 이동 사건에 의해 처소 변화를 겪는 논항을 가리킨다.

따라서 처소 변화 사건은 상의 이동 경로를 동반하는데, 이동 경로는 착점, 기점, 경로 등으로 정의된다. (21) 가. 현이가 책을 책상 위에 놓았다. 나. 진이는 코끼리를 냉장고 안에 집어 넣었다. 다. 연이는 친구들을 생일 잔치에 초 했다. 라. 근이는 입학원서를 무려 열 개 학에 보냈다. 마. 김씨는 온 벽에 벽지를 발랐다. 바. 김씨가 강도에게 지갑을 빼았겼다. 상 논항은 또한 산출 사건에 의해 생겨나는 인공물을 가리키기도

한다. 아래 (22)에서 목적어 논항은 모두 산출 사건의 결과물을 가리킨다. 상 논항은 처소 변화를 겪는 논항을 가리킨다고 했는데, 처소 변화는 존재와 부재라는 개념으로 환언될 수 있다. 즉 어떤 상 X가 A에서 B로 처소를 옮긴 사건은 X가 A에 존재했다가 더 이상 A에 존재하지 않게 되고, 신 B에 존재하지 않았다가 B에 존재하게 되는 사건이다. 따라서 우리는 산출 사건이나 소멸 사건의 결과로 생기는 논항 혹은 소멸되는 논항도 상이라고 부른다. 목적어에 상 논항을 취하는 동사들을 (22마)에 예시하였다. (22) 가. 인부들이 높은 담을 쌓았다. 나. 진이가 종이에 구멍을 뚫었다. 다. 아이들이 색종이로 예쁜 꽃을 만들었다. 라. 근이가 와인 두 잔을 연이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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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끌다, 마시다, 소비하다, 넣다, 담다, 박다, 바르다, 칠하다, 초 하다, 안내하다, 보내다, 맡기다, 건네다, 주다, 권하다, 들키다, 뜯기다, 빼앗기다, 의지하다,

[B.3] 경험주 experiencer 주어 논항의 행위에 영향을 입어 변화를 겪는다는 면에서는 피동주나 상과 같은 의미 특성을 공유하지만, 경험주는 자극을 지각함으로써

심리적인 혹은 지각적인 상태를 경험하는 주체를 가리킨다. 이러한 경험주는 아래 (가-나)에서 목적어로 실현되며, 자극 논항은 주어로 실현된다. 경험주를 필수적으로 동반하는 심리 술어에 하여는 4.1에서 자세히 논의할 것이다. (23) 가. 이 책이 모든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는 철이를 좌절시키고 말았다. [B.4] 자극 stimulus 자극 논항이 목적어로 실현되는 구문 역시 심리 술어에서 발견된다. 아래에 몇몇 심리 술어가 예시되었다. 여기에서 주어 논항은 모두 경험주임을 알 수 있다. 심리 술어의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에 해서는 4.1에서 상술할 것이다.

(24) 가. 우리 딸이 시험을 걱정한다. 나. 학생들이 모두 김 선생님을 겁냈다. 다. 진이는 철이를 좋아한다. 라. 우리는 함께 등산하는 것을 즐긴다. [B.5] 처소 location, 기점 source, 착점 goal, 경로 route, 방향 direction 장소 표현으로 이루어진 목적어 논항은 상황적 공간을 가리키는 처소(location) 논항과 행위의 목적 지점을 가리키는 착점(goal) 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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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의 시발점을 가리키는 기점(source) 논항, 이동의 행위가 거쳐 가는 중간 경로(route) 논항, 그리고 이동의 방향(direction) 논항 등으로 분류된다. (25) 가. 연합군이 베를린을 점령하였다. [처소] 나. 진이는 퇴근 시간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떠나지 않았다. [처소] 다. 열차가 선로를/선로에서 이탈하였다. [기점] 라. 철수가 서울을/서울에서 떠나 시골로 들어갔다. [기점] 마. 위원들은 부분 전체 회의를/회의에 참석하였다. [착점] 바. 근이가 서울 학교를/서울 학교에 지원했다. [착점] 사. 철이는 길을 잃고 밤새 숲속을/숲속으로 헤매고 다녔다. [경로] 아. 도둑이 창문을/창문으로 빠져 나갔다. [경로] 자. 아파트 베란다가 동편을/으로 향해 있다. [방향] (다-라)의 기점 논항은 격 표지 '-을/를' 신 탈격 표지 '-에서'로 교체될 수 있다. 그리고 (마-바)의 착점 논항은 격 표지 신 착점 표지 '-에'를 취할 수 있다. 또한 (사-아)에서 격을 취하고 나온 경로 논항은 방향격 표지 '-으로'와 교체된다. (자)에서는 방향을 가리키는 논항이 격 표지나 방향격 표지를 취하며 교체한다. [C] 여격 논항의 의미역 여기에서는 여격 표지 ‘-에/에게’를 취하는 논항의 의미역을 살펴본다. ‘-에’와 ‘-에게’를 처소격이라고 부를 수도 있으나, 구분하지 않고 여격이라 부른다. 이 둘은 명사의 의미 부류가 [+유정물]이냐 [-유정물]이냐에 따라 교체되므로 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여격 논항'이 처소 변화의 사건에 나타나면 착점의 의미역을 갖게 되고, 상태 변화의 사건에 나타나면 결과 상태나 결과 자격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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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 착점 goal 여격 논항은 아주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 그 기본적인 의미역은 착점으로서 상 논항의 처소를 가리킨다. 이것은 처소 변화의 결과로 상 논항이 존재하게 되는 장소이다. 즉, 아래 (26가)는 처소 변화의

사건인데, 이 사건의 결과로 ‘근이가 학교에 있게 됨’을 착점 논항이 말해 준다. (26) 가. 근이가 학교에 갔다. 나. 연이가 동창회에 참석했다. 다. 지원하다. 입장하다, 진입하다, 주둔하다, 이르다, 도착하다,

닿다, 붙다, 걸리다, 타다, 착륙하다, 남다, 들르다, 머물다, 앉다, 눕다, 갇히다, (불길에) 휩싸이다, 속하다, 뛰어들다, 달려들다

이 부류의 동사들은 부분 여격 ‘-에’와 격 ‘-을/를’의 교체를 허용한다. (27) 가. 많은 수험생들이 서울 학교에 지원했다. 나. 많은 수험생들이 서울 학교를 지원했다. 착점의 논항이 격 표지 ‘을/를’과 함께 나타날 때는 소위 ‘ 상화’(thematization)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듯이 모든 착점 논항이 ‘을/를’과 교체하지는 않는다. (28) 가. 진이가 구석-에/*을 몰렸다. 나. 진이가 서울역-에/?을 도착했다. 다. 진이가 결승점-에/?*을 다가가고 있었다. 라. 책상이 벽-에/*을 바짝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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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떤 논항 표현이 ‘에’와 ‘을/를’의 교체를 보인다고 해서 항상 ‘착점’의 의미역을 갖는 것은 아니다. 아래를 보라. (29) 가. 진이가 근이에게 쫓아갔다. 나. 진이가 근이를 쫓아갔다. 즉 (가)의 ‘근이에게’는 착점을 나타내지만, (나)의 ‘근이’는 쫓는 상(Theme)이 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부딪히다’와 같은 동사는

여격과 동반격 ‘-와’가 교체한다. (30) 가. 머리가 기둥에 부딪혔다. 나. 머리가 기둥과 부딪혔다. 3항 술어로서 상 논항이 처소 변화를 겪는 사건을 가리키는 예들은 아래와 같다. (31) 가. 철이는 소포를 선생님께 보냈다. 나. 연이는 귀금속을 금고에 넣어 두었다. 다. 넣다, 담다, 묻다, 박다, 보내다, 맡기다, 뒤집어씌우다,

전가하다, 주다, 권하다, 가르치다, 예금하다, 배치하다, 기 다, 안내하다, 초 하다

이 가운데는 아래와 같이 ‘-에’와 ‘-(으)로’의 교체를 허용하는 동사도 있다. (32) 가. 경비원은 귀빈들을 기자회견실에 안내했다. 나. 경비원은 귀빈들을 기자회견실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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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격 논항이 말하기 동사와 나타날 때는 말의 수신인(addressee)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여격 논항 역시 말의 내용을 전달 받는 사람을 가리키므로 착점으로 해석된다. (33) 가. 연구소측은 김 박사의 신물질 개발 사실을 기자들에게

발표했다. 나. 여당은 야당에게 비상 임시국회 개회를 제안했다. 다. 12살 형이 9살 동생에게 충고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라. 발설하다, 변명하다, 발표하다, 흉보다, 칭찬하다, 나무라다,

말하다, 충고하다, 제안하다, 아부하다, 보채다, 꾸하다, 당부하다, 격려하다, 상의하다, 묻다

이 부류의 동사들 가운데는 여격 ‘에게’와 격 ‘-을/를’의 교체를 허용하는 것들이 있다. (34) 가. 선생님은 김군에게/김 군을 잘 했다고 칭찬했다. 나. 아빠는 실망하지 말라고 아들에게/아들을 격려했다. 착점이라는 의미역은 처소 변화의 사건이나 말하기 사건에서 쓰일 뿐만 아니라 상태나 자격의 변화 결과를 가리키기도 한다. 아래에서 보듯이 자격의 변화 사건에는 여격 표지가 방향격 표지 ‘-(으)로’와 교체한다. (35) 가. 철이가 반장에/으로 선출되었다. 나. 위원회는 김 교수를 위원장에/으로 추 하였다. [C.2] 처소 location 여격 표지는 아래와 같이 처소(location) 논항을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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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가. 손님들이 가게에 북적댄다. 나. 뒷벽에 곰팡이가 슬었다. 다. 밤거리에 안개가 뿌옇다. 라. 친구들이 같은 동네에 많이 산다. 마. 북적 다, 반짝이다, 슬다, 살다, 머무르다, 자라다, 뿌옇다,

가득하다, 드물다 이들 처소 논항은 아래와 같은 격교체를 통해 주격을 취할 수도 있다, (37) 가. 가게가 손님들로 북적댄다. 나. 뒷벽이 곰팡이가 슬었다. 다. 밤거리가 안개로 뿌옇다. [C.3] 자극 stimulus 아래에서는 여격 논항이 주어의 심리적 경험을 일으키는 자극으로 해석된다. (38) 가. 시위 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격분했다. 나. 학생들은 학교측의 입장에 동감했다. 다. 찬성하다, 격분하다, 당황하다, 노심초사하다, 동감하다,

동의하다, 약하다, 능통하다, 민감하다, 신중하다, 친절하다, 쌀쌀맞다, 극진하다, 속다

위에 예시된 술어들은 모두 심리 술어에 속한다. 자극이 여격으로 실현되는 구문에서 주어는 경험주 의미역을 갖는다. 4.1에서는 심리 술어의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가 상술될 것이다. [C.4] 경험주 experiencer 심리 술어의 자극 논항이 여격을 취하며 나타나기도 하지만, 경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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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항 역시 여격으로 실현될 수 있다. (39) 가. 김씨에게는 성공한 아들이 매우 믿음직스러웠다. 나. 진이가 지금 학원 진학을 포기하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아깝다. 다. 김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는 것이 나에게는 영 마땅찮아요. 라. 믿음직스럽다, 아깝다, 암담하다, 벅차다, 징그럽다, 감지되다,

깔보이다, 오해받다, 이단시되다, 이해되다, 잊혀지다; 떳떳하다, 마땅찮다, 믿음직하다, 믿음직스럽다, 신비스럽다

[C.5] 원인 cause, 비교기준 criterion, 행동주 agent 여격 표지를 취하는 논항 가운데는 아래와 같은 예들이 보인다. (40) 가. 한국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에/을 앞서고 있다. 나. 수원은 서울에/과 가깝다. 다. 김씨의 행동은 항명죄에/항명죄와 다름없다. 라. 큰 나무가 간밤에 분 폭풍에/폭풍으로 쓰러졌다. 마. 한강이 하수에/하수로 오염되고 있다. 바.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 철이가 강도에게 돈을 뜯겼다. 위에서 (가-다)의 여격 논항은 비교의 기준을 가리킨다. 이 논항을 비교기준이라고 분리할 수 있겠다. (라-마)의 예에서 여격 논항은 원인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바-사)에서는 여격 논항이 피동 사건의 행동주로 해석된다. [D] 탈격 논항의 의미역 아래에서는 탈격 표지 ‘-에서/에게서’로 실현되는 논항의 의미역을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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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 ‘-에서’는 무정물 명사와 함께, ‘-에게서’는 유정물 명사와 함께 쓰인다. [D.1] 기점 source 탈격 논항의 가장 전형적인 의미역이 기점이다. (41) 가. 기차가 선로에서 이탈했다. 나.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탈퇴했다. 다. 비행기가 인천 공항에서 떠났다. 라. 김형사는 서류를 가방에서 꺼냈다. 마. 이탈하다, 탈퇴하다, 떠나다, 출발하다, 고립되다, 기인하다,

물려받다, 빌리다, 받다, 거두다, 입수하다, 훔치다, 도려내다, 구하다, 꺼내다, 발굴하다, 거두어들이다, 수입하다, 찾아오다, 벗어나다

이들 가운데 일부 동사는 격 표지 ‘-을/를’과의 교체를 허용하기도 한다. (42) 가. 기차가 선로를 이탈했다. 나.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를 탈퇴했다. 다. 비행기가 인천 공항을 떠났다. 일부 동사는 탈격의 ‘-에게서’가 여격의 ‘-에게’와 교체하면서 같은 기점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이 경우 ‘에게(서)’는 역시 유정물 명사와만 함께 쓰인다. (43) 가. 진이는 부모에게 무척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다. 나. 김씨는 이씨에게 거액을 빌려 탕진했다. 다. 물려받다, 빌리다, 받다, 거두다, 입수하다, 빼앗다, 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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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예들에서 탈격 논항은 비교의 기준을 가리키며, 개념상으로 기점에 포함시킬 수 있다. (44) 가. 독도는 울릉도보다 육지에서 더 멀다. 나. 철이네 집은 우리집에서/우리집과 가깝다.

[D.2] 처소 location ‘-에서’는 장소 명사와 함께 처소로 해석된다. (45) 가. 친구들이 서울에서/서울에 많이 산다. 나. 어디에서/어디에 머물고 계세요? 다. 이태리 팀이 이번 회에서/ 회를 우승했다. 위에 예시된 논항들은 ‘-에서’가 ‘-에’로 교체하는데, 이때 이 논항은 동사의 필수 논항이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에서’와 ‘-에’의 교체가 허용되지 않는 논항은 필수 논항이 아니다. (46) 가. 진이는 미국에서/*미국에 자랐다. 나. 연이는 무역회사에서/*무역회사에 일한다. [E] 방향격 논항의 의미역 방향격 표지 ‘-(으)로’와 함께 나타나는 논항의 의미역을 살펴본다. 이에는 방향, 경로, 착점, 자격 등 다양한 의미역이 실현된다. [E.1] 방향 direction 방향격 논항은 가장 기본적으로 이동의 방향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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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가. 편지를 고향으로/고향에 보내셨습니까? 나. 철이는 금새 학교로/학교에 달려갔다. 다. 청소년들이 우범지 로/우범지 에 내몰리는 형편입니다. 라. 진이가 친구들을 집으로/집에 초 했다. 마. 달이 서쪽 하늘-로/*하늘에 기울었다. 바. 연합군 보병 가 전선-으로/*전선에 이동했다. 사. 이 터널은 수지 지역으로/*지역에 통합니다. 아. 버스가 터미널을 떠나 서울로/*서울에 출발했다. 자. 보내다, 뛰어들다, 달려들다, 가다, 출발하다, 통하다,

(내)몰리다, 안내하다, 초 하다, 이동하다, 기울다 위 예문들에서 보듯이 방향의 논항은 ‘-로’와 함께 착점의 ‘-에’로도 실현되는데, 이 둘 사이에는 의미 차이가 있다. 이동의 방향은 착점과 달라서 이동의 결과로 착점에 도착했다는 함의가 확보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로 달려갔다’는 학교에 도착했음을 함의하지 않으나, ‘학교에 달려갔다’는 학교에 도착했음을 함의한다. (47마-아)에서 보듯이 ‘-로’와 ‘-에’의 교체가 항상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E.2] 경로 route 방향격 표지 ‘-(으)로’가 경로를 가리키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모두 격 표지 ‘-을/를’과 교체한다.

(48) 가. 고양이가 창문으로/창문을 빠져나갔다. 나. 이륜차가 큰길로/큰길을 다니면 위험하다. 다. 한남 교로/한남 교를 건너갔다. 라. 1960년산 코로나 자동차가 아직도 고속도로로/고속도로를

굴러다닌다. [E.3] 착점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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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격 논항이 변화 사건의 결과 상태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 논항의 의미역을 착점이라 부른다. (49) 가. 물이 포도주로 변했다. 나. 귀신이 여우로 둔갑했다. 다. 김씨는 여덟 살 난 남자 아이를 양자로 삼았다. 라. 통령은 유시민 씨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장관에 임명했다. 마. 변하다, 변모하다, 둔갑하다, 삼다, 만들다, 개조하다, 바꾸다,

나누다, 추켜올리다, 추 하다, 임명하다, 고용하다 이 때는 변화를 겪는 피동주 논항이 변화 결과 상태에 놓이게 됨을 함의한다. 즉 (49가)는 ‘물이 포도주가 됨’을 함의하고, (49다)는 ‘여덟 살 난 남자 아이가 양자가 됨’을 함의한다. [E.4] 자격 qualification 방향격 표지가 인물이나 사물의 자격을 가리키는 논항을 실현하기도 한다. (50) 가. 박 사장은 부동산 업계의 부로 통한다. 나. 길가던 죄 없는 행인이 노상 강도로 몰렸다. 다. 전방 비무장지 에서는 동물을 사람으로 오인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라. 이효리는 가수로 더 유명하다. 마. 쓰이다, 통하다, 몰리다, 오인하다, 취급하다, 유력하다,

적당하다, 유명하다

[E.5] 도구 instrument 방향격 표지의 주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가 도구의 의미역을 실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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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가. 하얀 천으로 상자를 덮었다. 나. 등산객들은 깨끗한 약수로 물병을 채운다. 다. 철이는 흰 페인트로 벽을 칠했다.

[E.6] 원인 cause 아래 예문에는 원인 논항이 방향격 표지와 함께 나타난다. (52) 가. 한강이 하수로/하수에 오염되고 있다. 나. 지난 밤 강풍으로/강풍에 가로수가 넘어졌다. 다. 이효리는 뛰어난 가창력과 함께 춤솜씨로 유명하다. 라. 오염되다, 쓰러지다, 유명하다, 분주하다, 가득하다, 뿌옇다,

충분하다 '오염되다'와 '넘어지다'가 취하는 원인 논항은 방향격 표지 '-(으)로'가 '-에'로 교체되는 것을 허용하는데, 이는 이 두 동사가 '오염시키다'와 '넘어뜨리다'의 피동형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52라)에 예시된 다른 술어들은 모두 형용사이다. [E.7] 자극 stimulus 일부 심리 술어는 방향격 논항으로 자극을 나타낸다. (53) 가. 시민들은 검찰의 고문치사 사건으로/사건에 격분했다. 나. 김 선생은 늘 제자들 취업 문제로/문제에 노심초사 했다. 다. 격분하다, 당황하다, 노심초사하다, 불안하다, 불쾌하다 [F] 비교격 논항의 의미역 비교격 표지 ‘-보다’와 함께 나타나는 논항은 비교기준(criterion)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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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한다. (54) 가. 김 선수는 반환점에서 선두보다 훨씬 뒤쳐져서 뛰고 있었다. 나. 약속 시간을 예정보다 두 시간 앞당겼다. 다. 한국 선수들은 체력 면에서 프랑스 선수들보다 우세하다. 라. 뒤쳐지다, 뒤지다, 뒤떨어지다, 앞서다, 선행하다, 앞당기다,

나아지다, 앞장서다, 두드러지다; 낫다, 더하다, 못하다, 월등하다, 열등하다, 우등하다, 우월하다, 우세하다, 우수하다, 우선적이다, 유리하다, 불리하다, 뛰어나다, 저조하다, 어리다, 뒤늦다, 수월하다, 세다, 약하다

[G] 공동격 논항의 의미역 공동격(commutative) 표지 ‘-와/과’는 동반자(companion)를 가리킨다. (55) 가. 철이가 영이와 싸웠다. 나. 진이가 친구와 헤어졌다. 다. 아들이 아빠와/아빠를 닮았다. 라. 한민국의 영토는 러시아와/러시아에 접해 있다. 마. 싸우다, 씨름하다, 헤어지다, 치하다, 닮다, 부딪치다,

야합하다, 맞서다, 접하다, 연락하다, 의지하다, 돕다, 지내다, 교환하다, 약속하다, 기약하다, 논의하다, 의논하다, 섞다, 구별하다, 비교하다, 친하다, 화목하다, 좋다, 원만하다

공동격 논항은 아래 예시된 형용사들과 함께 나타날 때 비교기준 (criterion)을 가리킨다. (56) 가. 이번 두 사람의 약혼은 결혼과 진배없다. 나. 신랑은 성격이 신부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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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진배없다, 다름없다, 무관하다, 비슷하다, 다르다, 비슷하다, 가깝다, 멀다

2.2.3 정리 이제까지 한국어 술어의 격틀 유형과 이에 결부된 의미역을 살펴보았다. 아래는 각 격틀에 실현된 의미역의 이름들을 모은 것이다. [A] 주격 [-이/가] 논항의 의미역: 행동주 agent, 경험주 experiencer,

피동주 patient, 상 theme, 자극 stimulus, 처소 location, 기점 source, 착점 goal, 원인 cause

[B] 격 [-을/를] 논항의 의미역: 피동주 patient, 상 theme, 경험주 experiencer, 자극 stimulus, 처소 location, 기점 source, 착점 goal, 경로 route, 방향 direction

[C] 여격 [-에/에게] 논항의 의미역: 착점 goal, 처소 location, 자극 stimulus, 경험주 experiencer; 원인 cause, 비교기준 criterion, 행동주 agent

[D] 탈격 [-에서/에게서] 논항의 의미역: 기점 source, 처소 location [E] 방향격 [-(으)로] 논항의 의미역: 방향 direction, 경로 route, 착점 goal,

자격 qualification, 도구 instrument, 원인 cause, 자극 stimulus [F] 비교격 [-보다] 논항의 의미역: 비교기준 criterion [G] 공동격 [-와/과] 논항의 의미역: 동반자 companion, 비교기준 criterion 2.3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교체 유형 본 연구는 술어의 의미 구조에 관한 기존의 이론적인 연구에 기초하여,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를 유형화하는 작업이다. 의미 구조의 핵심에는 사건 구조(event structure)와 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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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argument structure)가 있는데, 이 두 구조 사이의 유기적 관계가 표면의 격틀(case frame)을 포함한 통사 구조를 실현시키는 원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의미-통사 구조의 상관성을 찾기 위해, 여기에서는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교체 현상을 검토하고, 통사 구조의 차이에 따른 의미 차이를 기술한다. 2.3.1 논항 교체와 술어의 의미 특성 소위 연결 이론(linking theory) 혹은 사상 이론(mapping theory)에 관한 연구는 Perlmutter (1978)의 비 격 가설(unaccusative hypothesis) 이후 어휘 의미와 통사 구조의 응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루어 왔다. 어떠한 연결 이론이든지 논항 교체(argument alternation) 현상을 주목하게 되는데, 논항 교체란 똑같은 술어가 둘 이상의 통사 구문에 쓰이면서 서로 다른 논항 구조를 갖는 현상이다. 따라서 논항 교체 현상은 통사와 의미의 응에 관한 이론이 반드시 설명해야 할 문제이다. 논항 교체는 하나의 술어가 여러 가지 격구조로 실현된다는 의미에서 (격)틀-교체(frame-altern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음의 예는 영어와 한국어의 논항 교체를 보여 준다. (1) 가. The boat sank. 나. The enemy sank the boat. (2) 다. The window broke. 라. John broke the window. (3) 가. Jack loaded the hay onto the truck. 나. Jack loaded the truck with the hay. (4) 가. 근이는 돌을 쌓았다. 나. 근이는 돌로 담을 쌓았다. (5) 가. 진이는 벽을 까만색 페인트로 칠했다. 나. 진이는 까만색 페인트를 벽에 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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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나 한국어에서 논항 교체의 유형은 적어도 수십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교체 현상은 영어나 한국어뿐만 아니라 언어보편적으로 발견되는 것인데, 최근의 연결 이론에서는 이들 교체 현상을 단순한 통사론적인 현상으로 기술하지 않고 어휘 의미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Pustejovsky 1991, 1995; Levin and Rappaport 1996, 2005; 남승호 2002, 2003) 다시 말하면, 개별 술어가 하나의 논항 구조만을 갖는다고 하면 이 논항 구조가 왜 여러 격 구조(혹은 격틀)로 실현되는지를 설명할 수 없으며, 또한 여러 술어가 동일한 논항 교체 패턴을 공유할 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공유하는 특정한 의미 성분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동일한 논항 교체를 보이는 술어가 공유하는 의미 특성이란 무엇인가? 이에 한 답을 구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술어의 상적 특성(aspectual character)을 주목했다. 하나의 동사나 형용사가 어휘적으로 어떤 사건이나 사태를 지시할 때, 이 사건이나 사태 내부의 시간적 특성을 상적 특성이라 부른다. 이러한 상적 특성에 따라 Vendler(1967)는 네 가지 유형의 상적 의미(aktionsarten)를 분류하고 있으며 - 상태(state), 행위(activity), 완성(accomplishment), 달성(achievement) - 이 분류는 현재까지도 사건의 유형을 분류하는 데에 기초가 되고 있고, 최근의 연구들은 하나의 동사나 형용사가 가리키는 사건의 내부 구조가 그 상적 특성을 구조적으로 표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연구에서 술어의 상적 의미 가운데 종결성 (telicity)이 논항의 통사적 실현과 긴 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어떤 사건이 종결성을 갖는다는 것은 그 사건이 본래적으로 시간적 경계(bound)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Krifka 1989b, 1992, 1998) 술어의 논항 가운데 특히 피동주(patient) 혹은 상(theme) 논항은 사건의 종결성을 보여 주는 의미적 특성, 즉 증량적 해석(incremental interpretation)과 영향 입음(affectedness)의 특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이 논항은 직접 목적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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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된다는 것이다. (Fillmore 1977; Jackendoff 1983, 1990; Levin & Rappaport 1998) 기존의 많은 연구가 사건의 종결성과 논항의 목적어 실현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성을 밝히려고 노력해 왔다. (Garey 1957; Verkuyl 1972, 1993; Dowty 1979, 1991; Tenny 1992; Jackendoff 1996; Ackerman & Moore 2001)

최근에는 종결성과 함께 지속성(durativity) 역시 논항의 통사적 실현에 관여한다는 주장도 있다. Beavers (2006, in press)는 영어의 기도 교체 (conative alternation)가 지속성이라는 의미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아래의 예를 보자. (6) 가. John cut/slashed the rope. 나. John cut/slashed at the rope. 다. The horse kicked me. 라. The horse kicked at me. (6 나, 라)와 같이 전치사구를 동반하는 자동사 구문을 기도 구문 (conative)이라 부르는데, 기도 구문은 타동 구문과 달리 피동주/ 상 논항이 상태 변화를 겪었음을 함의하지 않는다. 다만 행동주가 피동주에게 변화를 일으키려고 기도하였음을 의미한다.9 그러나 이러한 의미적 차이가 아래 문장에서는 좀 다른 양상을 띤다. (7) 가. Marie ate her cake. 나. Marie ate at her cake. 다. He nibbled his biscuit away. 라. He nibbled at/on his biscuit.

9 기도 구문의 통사와 의미에 한 연구에는 Guerssel st al. 1985; Laughren 1988; Levin 1993; Frense and Bennet 1996; van der Leek 1996; Broccias 2003; RosalesSequeiros 2005; Beavers 200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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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여기에서는 자동 구문 역시 피동주 논항이 상태 변화를 부분적으로 겪었음을 함의한다. Beavers (2006)은 기도 교체의 의미 차이를 영향 입음의 정도(degree of affectedness)와 지속성(durativity) 개념에 근거하여 기술한다. 타동사는 각기 피동주에 한 영향 입음의 정도를 나름 로 결정하는데, 기도 구문의 술어는 피동주의 영향 입음 정도를 감소시키거나 배제한다는 것이다.

피동주나 상 논항이 영향을 입은 정도를 술어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Hay et al. 1999) (8) 가. Kim ate the apple. [정량 사건 Quantized event: 술어가 규정하는 일정한 변화가

발생함] 나. Kim cut the apple. [비정량 사건 Non-quantized event: 변화가 발생하나 술어가

일정한 변화를 규정하지 않음] 다. Kim tapped the apple. [효과 불특정 Unspecified for an effect: 변화 발생 요구 없음] Beavers (2006)는 Krifka (1989b, 1992, 1998)가 제안한 "measure out" 개념을 확장하여 아래와 같이 정량 사건을 정의한다. (9) A dynamic predicate ø predicates over an event e, patient x, and scale s,

which represents the successive states x undergoes in e and temporally "measures out" e.

(i) 정량 변화 (quantized): x transitions between specific states bø and gø on s:

λx e s.[ ø(x, e, s) ∀ ∀ [SOURCE(s, bø, x, e) GOAL(s, g∧ ø, x, e)]] (ii) 비정량 변화 (non-quantized): x's initial and final states exist, but are

not uniquely specif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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λx e s.[ ø(x, e, s) ∀ ∀ b,g.[SOURCE(s, b, x,∃ e) GOAL(s, g, x, ∧

e)]] 다. 불특정 효과 (unspecified for an effect): neither (i) or (ii) necessarily

obtains for the parient.

위 정의에서 척도(scale)는 사건이 일어난 시구간과 준동형적으로(homomorphically) 사건을 정량화한다. 사건을 정량화하는 척도는 술어에 따라 서로 다른 성격을 갖는다. 아래의 (가)에서는 '밥 한 공기'의 양이 척도를 이루며, (나)에서는 '깨끗함의 정도'에 따른 척도가 설정되고, (다)에서는 '학교까지의 거리'가 척도를 이룬다. (10) 가. 진이가 밥 한 공기를 먹었다. 나. 학생들이 교실을 깨끗이 치웠다. 다. 근이가 학교에 걸어갔다. 본 연구는 한국어 동사와 형용사의 논항 구조가 보여 주는 통사-의미론적 상관성을 포착하기 위하여 다양한 논항 교체 현상을 유형화한다. 우선 논항교체 유형을 아래와 같이 크게 네 부류로 나눈다.

(11) A. 내부 논항 교체 B. 외부 논항 교체 C. 의미역 교체 D. 논항 목록 유지 (A) ‘내부 논항 교체’ 유형은 소위 주어로 표현되는 외부 논항은 교체하지 않고, 목적어 논항만이 격과 사격으로 교체되는 것들이다. 사격 논항이라 함은 ‘-에(게)’와 같은 처소격 혹은 ‘-(으)로’ 등으로 표현되는 논항을 말한다. (B) ‘외부 논항 교체’ 유형은 주어 논항이 교체에 참여하는 구문들을 말한다. (C) ‘의미역 교체’ 유형은 동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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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틀을 가지고 서로 다른 의미역을 실현하는 교체 현상을 말한다. (D) ‘논항 목록 유지’ 유형은 동일한 격틀과 의미역 목록을 유지하면서도 주요한 의미 차이를 드러내는 교체 구문을 포함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논항 교체 구문의 격틀(case-frame)과 의미역틀 (theta-grid)을 기술함에 있어 한 가지 중요한 가정을 설정한다. 논항 교체 구문에서는 한 논항이 구문에 따라 다른 격표지를 취하며 실현된다. 기존 연구에서는 흔히 하나의 논항이 둘 이상의 격틀에 나타난다 할지라도 같은 의미역을 갖는 것으로 분석해 왔다. 예를 들면, 아래 (12)에서 the key 는 (가)에서 전치사 with 의 목적어로, (나)에서는 주어로 등장한다. 전통적으로, 의미역(theta-role)을 어휘의미 기술의 기초 개념이라고 가정하는 이론에서는, (12 가, 나)의 the key 는 공히 도구(Instrument)의 의미역을 갖는다고 가정하였다. (12) 가. John opened the door with the key. 나. The key opened the door. 이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어휘 기능 문법(Lexical Functional Grammar)에서도 다양한 논항 교체 현상에서 동질적인 논항이 둘 이상의 구문에서 같은 의미역을 갖는다고 가정해 왔다. 예를 들면, 아래의 두 문장에서 ‘디스켓’은 같은 의미역을 갖는다는 것이다. (13) 가. 진이는 디스켓에서 쓸모 없는 파일들을 완전히 지워 버렸다. 나. 진이는 디스켓을 완전히 지워 버렸다. 그러나 실상 이러한 분석은 다양한 논항 교체 구문들을 해석하고, 그 통사적인 실현 양상을 설명하는 데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바로 이러한 문제가 연결 이론(linking theory)의 난제들을 제공한다. 본 연구는 위와 같은 논항 교체 구문에서 동질적인 논항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취하는 격틀에 따라서 얼마든지 의미역이 달라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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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위의 (13 가)에서 ‘디스켓에서’는 기점 (source)의 의미역을 가지며, (13 나)에서 ‘디스켓을’은 피동주 (patient)의 의미역을 갖는다고 분석한다. 기점은 어떤 행위나 상태변화의 출발점을 의미하며, 피동주는 행위의 영향을 받아 상태 변화나 형태 변화를 겪는 개체를 말한다. 물론 이와 같이 의미역 변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의미역의 교체 가능성에 한 원리적 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의미역 교체의 양상을 기술할 뿐 교체를 지배하는 원리를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의미역 교체의 원리를 추출할 만큼 광범위한 논항 교체 현상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2 내부 논항 교체 2.3.2.1 [3항~2항] 교체 먼저 이 교체 현상에는 [행동주+착점+ 상]이라는 세 논항이 출현하는 구문과 [행동주+피동주]의 두 논항이 출현하는 구문 교체가 포함된다. 아래는 ‘뚫다’의 논항 교체 구문들이다. (14) 가. 근이가 담벼락에 구멍을 뚫었다. 나. 근이가 담벼락을 뚫었다. 위 교체 구문에서 처소 논항인 ‘담벼락’은 (가)에서 착점(Goal)으로 해석되면서 처소격을, (나)에서는 피동주로 해석되면서 격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교체는 처소 교체(locative alternation)라는 광범위한 교체 현상에 포함된다. 그런데 ‘구멍을 뚫는 사건’에서 ‘구멍’은 존재하지 않았다가 존재하게 되는, 즉 존재의 변화 사건을 겪는 논항이므로 상(Theme)의 의미역을 부여 받는다. ‘뚫다, 만들다’와 같은 많은

산출(creation) 동사들이 인공물(artefact)을 목적어로 취한다. 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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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공물을 가리키는 논항에 존재와 비존재의 변화를 겪는 ‘ 상’의 의미역을 부여한다. 또 다른 [3항~2항] 논항 교체는 [행동주+기점+ 상]이 형성하는 구문과 [행동주+피동주]가 형성하는 구문의 교체 현상이다. ‘비우다, 지우다, 치우다’ 등이 이 교체를 허용한다. (15) 가. 아이가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다 비웠다. 나. 아이가 쓰레기통을 완전히 비웠다. (16) 가. 진이가 디스켓에서 비 문서 파일들을 모두 지웠다. 나. 진이가 디스켓을 완전히 지웠다. (17) 가. 근이가 상에서 접시를 치웠다. 나. 근이가 상을 치웠다. 2.3.2.2 [3항~3항] 교체 세 개의 논항을 취하며 [행동주+ 상+착점]의 구문과 [행동주+피동주+ 도구]의 구문으로 교체하는 동사들이 있다. ‘칠하다, 붙이다, 덮다, 채우다’ 등이 아래와 같은 교체 구문을 허용한다. (18) 가. 진이가 하얀 페인트를 벽에 칠했다. 나. 진이가 벽을 하얀 페인트로 칠했다. (19) 가. 진이가 보자기를 상에 덮었다. 나. 진이가 상을 보자기로 덮다. 2.3.2.3 [2항~2항] 교체 아래의 예에서 ‘끓이다, 굽다, 쌓다’와 같은 타동사는 [행동주+ 상] 구문과 [행동주+피동주] 구문의 교체를 허용한다. (20) 가. 진이가 된장을 끓였다. 나. 진이가 (된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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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가. 근이가 돌을 쌓았다. 나. 근이가 (돌로) 담을 쌓았다. (나) 구문에 나오는 재료는 피동주(patient)로, 결과로 만들어지는 인공물(artefact)은 상(theme)으로 분석한다. 위의 예문들에서 ‘된장’과 ‘돌’은 행동주(agent)의 행위에서 영향을 입어 상태 변화 혹은 처소 변화를 겪는 논항이다. 그리고 ‘된장찌개’와 ‘담’은 해당 사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다가 해당 사건의 결과로 존재하게 되는 논항이므로 상의 의미역을 부여 받는다. (가)에서는 인공물이 실현되지 않고,

피동주만이 목적어로 드러난다. (나)에서는 인공물이 상 의미역을 가지며 나타나고, 재료의 피동주는 수의적으로 실현될 수 있으나 필수 논항은 아니다. 2.3.2.4 [2항~1항] 교체 아래 예는 [ 상+기점]의 2항 구문과 [기점]만이 출현하는 1항 구문의 교체를 보여준다. (22) 가. 연료탱크에서 기름이 샌다. 나. 연료탱크가 (*기름으로) 샌다. 2.3.3 외부 논항 교체 2.3.3.1 [3항~2항] 교체 ‘덮다, 채우다, 막다, 감다’와 같은 동사들은 [행동주+착점+도구]의 3 항 구문과 [착점+도구]의 2 항 구문의 교체를 허용한다. (23) 가. 진이가 보자기를 상에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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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자기가 상을 덮었다. (24) 가. 등산객들이 약수물을 병에 채웠다. 나. 약수물이 병을 가득 채웠다. 아래 예들에서 보듯이 ‘물리다, 안기다, 잡히다’와 같은 동사들이 [행동주/사동주+ 상+피동주] 구문과 [ 상+피동주] 구문의 교체를 허용한다. (25) 가.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나. 아이에게 젖이 물렸다. 2.3.3.2 [2항~1항] 교체 ‘멈추다, 휘다, 움직이다, 고르다’ 등은 [행동주+ 상]의 2 항 구문과 [ 상]만으로 이루어진 1항 구문의 교체를 허용한다. (26) 가. 경찰이 차를 멈추었다. 나. 차가 멈추었다. (27) 가. 진이가 방안의 가구를 움직였다. 나. 방안의 가구가 모두 움직였다. (28) 가. 인부들이 지면을 고르고 있다. 나. 지면이 아주 고르다. 하나의 동사가 타동구문과 자동구문에서 모두 사용될 때 이를 타동성 교체(transitivity alternation)이라고 부른다. 위에서 예를 든 ‘멈추다’와 ‘움직이다’와 같은 동사들, 그리고 ‘운행하다, 작동하다, 튀기다, 풍기다’ 등이 포함된다. 타동성 교체를 허용하는 동사들을 중립동사(middle verbs) 혹은 ‘자타 양용 동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국어의 중립동사에 관한 연구에는 연재훈 (1989, 1993), 임동식 (2002)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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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특히 중립동사의 정의와 용어 사용에 관한 문제는 임동식 (2002)에 잘 언급되어 있다. 위의 예문에서 (26 가)와 (27 가)에서 ‘멈추다, 움직이다’는 행동주(agent) 논항과 상(theme)/피동주(patient) 논항을 취한다. 그런데, (28)의 ‘고르다’는 타동사와 형용사로 교체되는 예를 보여 준다. 여기에서 (28 가)는 역시 행동주와 피동주 논항을 가지며, (28 나)는 피동주 논항이 주어로 상승된 구문이다. 영어에서 발견되는 타동성 교체의 예들은 아래와 같다. (29) 가. Janet broke the crystal. 나. The crystal broke. 다. Crystal breaks at the slightest touch. (30) 가. The enemy sank the boat. 나. The boat sank. [2항~1항] 교체의 또 다른 유형으로 [원인+처소] 구문과 [처소] 구문의 교체가 있다. ‘울리다, 진동하다, 반짝이다, 빛나다, 밝다’ 등이 이런 교체를 허용한다. (31) 가. 응원소리가 강당에 크게 울린다. 나. (응원소리에) 강당이 크게 울린다. (32) 가.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다. 나. 밤하늘이 별들로 반짝이다. 위와 같은 교체 현상은 소위 “처소 논항 교체” (locative alternation)라 불리는 현상에 포함된다. 처소 논항 교체란 하나의 술어가 취하는 처소 논항이 둘 이상의 구문에서 서로 다른 표지를 갖고 실현되는 현상이다. 한국어에서는 위의 ‘울리다’와 같은 소리내기 술어(sound emission predicates)와 함께, 그리고 ‘반짝이다’와 같은 빛내기 술어(light e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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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dicates)와 함께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칠하다, 채우다, 비우다’ 따위의 이동의 사건을 나타내는 타동사들의 교체 구문에서도 처소 논항 교체 현상을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남승호(2003)를 참조할 것.) 소리내기 술어에는 위의 ‘울리다’ 이외에도 ‘지글거리다, 버글거리다, 부글거리다, 웅웅거리다, 술 거리다, 진동하다’와 같은 자동사와 ‘소란하다, 시끄럽다, 쟁쟁하다, 어둡다, 조용하다’와 같은 형용사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빛내기 술어에는 ‘반짝이다, 번득이다, 빛나다, 어른거리다, 불타다, 타오르다’와 같은 동사와 ‘뽀얗다, 뿌옇다, 환하다, 밝다, 까맣다, 빨갛다’와 같은 형용사도 포함된다. 아래는 형용사가 처소 논항 교체를 보이는 구문들을 보여 준다. (33) 가. 밤거리에 가로등이 아주 환하다. 가'. 밤거리가 (가로등 불빛으로) 아주 환하다. 나. 교실에 형광등 불빛이 어둡다. 나'. 교실이 (*형광등 불빛으로) 어둡다. 다. 교실에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시끄럽다. 다'. 교실이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시끄럽다. 라. 교실에 아이들 책 읽는 소리가 조용하다. 라'. 교실이 (*아이들 책 읽는 소리로) 조용하다. 위에서 빛내기 술어로 분류된 ‘환하다’와 ‘어둡다’는 모두 처소 교체를 허용한다. 그러나 ‘어둡다’의 처소 논항이 주어로 실현되는 (33 나')에서는 원인 논항이 실현되지 못한다. 이러한 차이는 소리내기 술어인 ‘시끄럽다’와 ‘조용하다’의 교체 구문에서도 똑같이 발견된다. 남승호 (2002)에서는 소리내기 술어와 빛내기 술어가 모든 교체 구문에서 1 항 술어로 분석되어 있다. 즉 앞서 2.2 에서 우리가 제안한 필수논항 판별 기준을 적용해 보면 두 구문 모두에서 주어로 실현되는 논항만이 필수 논항이고, 다른 것은 수의 논항으로 판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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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의미역 교체 2.3.4.1 [2항~2항] 교체 아래의 이동 동사들은 [행동주+착점] 구문과 [행동주+경로] 구문의 교체를 허용한다. (34 가)에서 '관악산에'는 착점을 가리키면서, '진이가 관악산 정상에 올랐다'와 같은 이동 사건을 의미한다. 한편 (34나)는 그 해석이 중의적이어서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해석은 (34가)의 의미와 동일한 것이며, 둘째 해석은 '관악산을'이 경로(route)로 해석되어서 '진이가 관악산을 경로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즉 둘째 해석에 따르면 '진이가 관악산 정상에 올랐음'을 함의하지는 않고, 관악산 중턱까지만 올랐을 경우에도 쓸 수 있는 문장이다. (34) 가. 진이가 관악산에 올랐다. 나. 진이가 관악산을 올랐다. (35) 가. 연이가 미국에 건너 갔다. 나. 연이가 미국을 건너 갔다. 나. 연이가 태평양을 건너 갔다. (35)의 예문들은 [착점]과 [경로]의 의미역 교체를 더 분명하게 보여 준다. (35 가)에서 '미국에'는 분명히 착점을 가리키지만, (35 나)는 (34나)와 같이 중의적이어서 '미국을'이 '미국에' 혹은 '미국으로'와 같이 해석되면서 착점을 가리킬 수도 있고, '미국을 경유하여'라는 의미에서 경로를 가리킬 수도 있다. 만일 연이가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에서 서양으로 미국 륙을 횡단했을 경우에 (35나)에서 '미국을'은 경로로

해석된다. (35다)의 경우는 격 논항이 경로로만 해석되는 경우이다. 2.3.4.2 [1항~1항]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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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다, 안전하다’ 같은 일부 형용사는 [원인]의 1 항 구문과 [경험주]의 1항 구문이 서로 교체한다. (36) 가. 그 장난감이 위험하다. 나. 아이가 위험하다. (37) 가. 우리 공원의 놀이기구는 모두 안전합니다. 나. 방문객들은 모두 안전합니다. 2.3.5 논항 목록 유지 2.3.5.1 [2항~2항] 교체 아래 (38)에서 심리 술어 ‘무섭다’는 [경험주+자극] 두 논항을 취하면서 서로 다른 격틀로 실현된다. 두 구문은 미묘한 의미 차이를 드러낸다. 심리 술어의 교체 현상에 관해서는 4.1 에서 자세히 논의할 것이다. (38다)는 논항이 [경험주] 하나뿐인 또 다른 교체 구문을 보여 준다. (38) 가. 철수는 호랑이가 무섭다. 나. 호랑이가 철수한테는 무섭다. 다. 나는 무섭다. 일부 착탈 동사들은 [행동주+ 상]의 논항을 취하며 미묘한 의미 차이를 드러낸다. (39) 가. 진이는 재빠르게 유니폼을 입었다. 나. 진이는 경기 내내 유니폼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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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예들 역시 논항 목록을 유지하면서도 의미 차이를 보이는 구문들이다. 이들 교체 구문에서 드러나는 의미 차이는 아주 미묘한 것이다. 우선 (39 가)의 ‘입었다’는 ‘입는 과정 사건’을 나타내고, ‘재빠르게’는 이 과정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39나)의 ‘입다’는 ‘입은 결과 사건’을 나타내고, ‘경기 내내’는 이 결과 사건이 지속되는 시간을 가리킨다. 이러한 두 가지 해석은 ‘입다’의 어휘 의미가 다의적이기 때문이다. 이 유형에는 ‘입다, 신다, 달다, 매다, 쓰다, 벗다’와 같은 착탈 동사 이외에도 ‘숨기다, 넣다, 내보내다, 맡기다, 들여놓다, 예금하다, 입히다, 모이다, 타다’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동사들은 아래에서 보듯이 ‘-고 있다’와 결합하는 구문에서 역시 ‘과정 지속’의 의미와 ‘결과상태 지속’의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40) 가. 근이가 농구화를 신고 있었다. 나. 진이가 보물상자에 장난감을 숨기고 있었다. 아래 (41)에서 동사 ‘잡다’는 목적어의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상적 의미로 해석된다. 먼저 (가)와 (나) 모두 ‘잡은 결과 사건’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와 (라)의 조는 두 사건의 내부 구조가 서로 다름을 보여 준다. (41) 가. 진이가 지휘봉을 잡았다. 나. 경찰이 그 피의자를 잡았다. 다. 진이가 한 시간 동안 지휘봉을 잡았다/잡고 있다. 라. *경찰이 한 시간 동안 그 피의자를 잡았다/잡고 있다. (다)에서는 ‘한 시간 동안’이 ‘지휘봉을 잡은 사건’의 결과 상태가 한 시간 동안 지속되었음을 가리킨다. 그러나 (라)의 ‘한 시간 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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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를 잡는 과정’의 지속 시간을 가리키지도 않으며, ‘피의자를 잡은 결과 상태’의 지속 시간을 가리키지도 않는다. 또 다른 [2 항~2 항] 교체 유형에는 [처소+원인]으로 이루어진 구문들이 있다. ‘북적거리다, 가득하다, 자욱하다’ 등이 이러한 교체를 허용한다. (42) 가. 극장이 관객들로 가득찼다. 나. 극장에 관객들이 가득찼다. (43) 가. 식당이 손님들로 가득하다. 나. 식당에 손님들이 가득하다. (44) 가. 지하철 역내가 연기로 자욱하다. 나. 지하철 역내에 연기가 자욱하다. 위의 예들은 ‘처소 교체’ (locative alternation)를 보여 준다. 이미 빛내기 술어와 소리내기 술어를 통해 처소 교체의 예를 보인 바 있다. 여기에서는 ‘가득차다’와 같은 동사. 그리고 ‘가득하다, 자욱하다’와 같은 형용사가 처소 논항을 주어로 취하기도 하고 원인 논항을 주어로 취하기도 한다. 여기에 예로 든 술어들은 전체 점유 술어(predicates of full occupancy)라고 지칭되는 것들인데, 이에는 ‘가득차다, 들끓다, 메어지다, 부풀다, 넘치다, 넘쳐흐르다, 북적거리다, 붐비다’ 등의 자동사와 ‘자욱하다, 즐비하다, 울창하다, 가득하다, 그득하다, 푸짐하다, 무성하다, 어지럽다, 혼란스럽다’ 등의 형용사가 포함된다. 전체 점유 술어는 어떤 원인 상물이 어떤 장소에 존재함으로써 그 장소가 전체적으로 영향을 입고 있는 사건 혹은 상태를 의미한다. 남승호 (2002)는 전체 점유 술어를 두 교체 구문에서 모두 2 항 술어로 분석하였다. 즉 처소 논항과 원인 논항이 모두 필수 논항으로 판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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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한국어 술어의 사건 구조 유형론 동사나 형용사의 의미를 기술하기 위하여 형식적인 틀을 이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술어의 의미가 구문의 통사적 특성을 결정한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으나 이러한 술어의 의미와 통사의 상관성에 한 형식적 설명은 최근에서야 이루어졌다. 즉, 논항이 통사적으로 실현되는 양상이 동사의 의미에서 예측된다는 가정 하에, 술어의 의미는 어떠한 틀에 맞추어 표상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휘 의미 구조에 논항들이 갖는 의미역(semantic roles)은 어떻게 표상되는지, 의미역은 통사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 그리고 논항의 통사적 실현 양상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의미 특성은 무엇인지 등을 탐구해 왔다. 최근 사전학에서 의미기술의 형식적 틀을 요구하면서 어휘 의미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이것은 어휘 의미 기술이 주관적 기술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형식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형식화를 통해 여러 가지 의미 부류들 사이에 존재하는 의미 상관성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술어의 의미 기술에는 기본적으로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가 포함된다. 논항 구조란 술어가 요구하는 논항들이 몇 개 있으며, 이들이 의미적으로 어떤 의미역을 갖게 되는지를 표상해 주는 것이다. 사건 구조는 술어가 지시하는 사건의 내부 구조를 기술한다. 먼저 3.1 에서는 일반적인 사건 구조 유형론을 검토하고, 3.2 에서는 한국어 술어의 상적 의미 추출을 위한 방법론을 소개하고 사건 구조와 상적 의미의 상관 관계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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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어의 논항 구조에 관해서는, 앞서 2.2에서 아래와 같은 의미역 분류를 기초로 실제 술어들이 취하는 논항들이 어떤 의미역으로 해석되는지를 자세히 살펴 보았다. (1) 술어의 논항 구조 정보 - 의미역 분류: 행동주 agent, 피동주 patient, 상 theme, 경험주 experiencer,

도구 instrument, 처소 location, 착점 goal, 기점 source, 방향 direction, 경로 route, 수혜자 benefactive, 자극 stimulus, 원인 cause, 자격 qualification, 비교기준 criterion, 동반자 companion

한국어 술어를 세 개만 예로 들어 그 논항 구조를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이들 술어는 물론 둘 이상의 논항 구조를 가질 수 있다. (2) 가. '가다': 논항구조 = [행동주A+착점G] 진이가A 학교에G 갔다. 나. '차다': 논항구조 = [행동주A+피동주P] 연이가A 축구공을P 힘껏 찼다. 다. '지루하다': 논항구조 = [경험주E+자극S] 근이는E 그 영화가S 무척 지루했다. 3.1 사건 구조의 유형론 3.1.1 사건 구조의 형식화: 단순 사건과 복합 사건 사건 의미론이란 한 문장의 의미는 하나의 상태(state)나 사건(event)을 가리킨다는 가정 아래, ‘사건’이라는 상을 형식 논리 체계의 기초 존재 영역(ontological domain)에 포함시키는 이론을 말한다. 사건 의미론의 큰 흐름은 Davidson (1967)에서 시작되었다. Davi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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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은 소위 "행위" 문장 (action sentence)의 의미 기술에 사건 변항 (event variable)을 도입하였는데, 이후 "사건"이란 개념은 동사의 어휘적 의미와 문장의 의미를 표상하는 데 있어 주요한 개념들 가운데 하나로 취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는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며, 사건 영역에는 어떤 유형들이 있는지, 그리고 상태(state)도 행위의 사건과 같은 영역에 포함시킬 것인지(Parsons 1990; Landman 1992, 2000), 논리의 기초 영역에서 사건은 상황(situation)과 어떻게 다른지, 사건들의 집합은 어떤 구조를 이루는지(Bach 1986) 등에 관한 연구들이 포함된다. 문장의 의미를 사건이란 틀을 가지고 기술하는 또 다른 연구의 흐름은 사건의 내부 구조를 밝히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경향은 Vendler (1967)의 동사 상 부류(aspectual classes)에 관한 연구에서 출발하였는데, 이후 Dowty (1979), Jackendoff (1983, 1990)가 사건의 성분 구조를 형식화하는 데 기여하였고, 술어의 상적 의미와 사건 구조의 상관성, 사건 수식 부사의 의미 해석과 중의성 문제, 통사 구조와 사건 구조의 상관성,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의 상관성 등의 주제에 관하여 최근까지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Grimshaw 1990, Tenny 2000, Travis 2000, Alsina 1999, Ernst 2000, Levin & Rappaport Hovav 2005) 본 연구에서는 Davidson 류의 거시적 사건 의미론에 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미시적 사건 의미론, 즉 사건의 내부 구조에 관한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를 형식화하여 규명하고자 한다. 먼저 기존 연구에서 사건 구조를 어떻게 표상해 왔는지 예를 들어 살펴 보자. Vendler (1967)가 분류한 동작상 가운데 상태(state)와 행위(activity)는 일반적으로 단순한 균질적 사건으로 분석된다. 즉 단순 사건으로 표상된다. 그러나 완성(accomplishment)이나 달성(achievement) 사건은 내부적으로 변화나 정점(culmination point)을 내포하기 때문에 둘 이상의 하위 사건들 (subevents)을 포함하는 복합 사건 구조로 표상된다. 이러한 복합 사건의 표적인 예로는 인과적 사건을 들 수 있는데 인과적 사건은 그 내부에 원인 사건(causing event)과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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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caused/result event)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복합 사건 구조에서 원인 사건(혹은 예비 과정 preparatory process)을 지시하는 하위 사건을 외부 사건(outer event)이라고 부르고, 결과 사건을 내부 사건(inner event) 혹은 핵심 사건(core event)이라고 부른다. 본고에서 복합 사건 구조로 분석되는 사건에는 인과적 사건뿐만 아니라 상태 변화, 처소 변화, 형태 변화 등 모종의 변화를 내포하는 사건들이 포함된다. 또한 동일한 술어가 하나의 사건을 여러 시각에서 표현하며 그 사건의 다양한 측면(facets)을 드러낼 때, 우리는 해당 술어의 기본 의미를 복합 사건 구조로 표상한다. 이런 예들은 4 장에서 논항 교체를 보이는 술어를 기술할 때 주로 논의될 것이다. 아래 (3-8)은 복합 사건 구조를 이용한 기존의 기술 방식 가운데 표적인 것들을 보여 준다. (3) McCawley (1968): "x kill y" [CAUSE (x, [BECOME [NOT [ALIVE (y)]]])] (4) Carter (1976): "x darken y" [x CAUSE ( (y BE DARK) CHANGE )] (5) Dowty (1979): "He sweeps the floor clean" [ [He sweeps the floor] CAUSE [BECOME [the floor is clean]]] (6) Levin and Rapoport (1988): "x wipe y clean" [x CAUSE [ [y BECOME (AT) clean] BY [x wipe y]]] (7) Jackendoff (1990): "Harryi buttered the breadj." [event CAUSE ( [thing ]i, [event ([thing BUTTER], [path TO ([place ON ([thing ]j )])])])] (8) Hale and Keyser (1993): "the cook thinned the gravy." [VP the-cook [V' V1 [VP the-gravy [V' V2 [A thin]]]]] (3-8)의 표상은 모두 복합 사건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각각의 구조에서 밑줄 친 부분이 결과 사건을 가리킨다. 특기할 사항은 (3, 4, 6, 7)에서 모두 CAUSE 라는 기초 술어를 개체와 사건 사이의 이항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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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급하고 있으나, Dowty (1979)는 CAUSE를 두 명제들 사이의 관계로 보고 있다. (8)은 Hale and Keyser (1993)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휘 관계 구조(lexical relational structure)를 어휘-통사(l-syntax) 구조에서 표상한 것인데,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위 동사 V1 은 암묵적으로 CAUSE 의 의미를, 하위 동사 V2 는 BECOME 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가정한다. Hale and Keyser (1993, 2002)는 이러한 VP 확장 구조와 핵이동 변형(incorporation 혹은 conflation)을 이용하여 논항 교체를 보이는 여러 동사 부류의 어휘 통사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Levin (1999: 229-230)은 단순 사건과 복합 사건의 형식을 아래와 같이 기술한다. (9) 가. 단순 사건 구조 형식 (simple event structure templates) a. [x ACT<manner>] (activity) b. [x <STATE>] (state) c. [BECOME [x <STATE>]] (achievement) 나. 복합 사건 구조 형식 (complex event structure templates) a. [[x ACT<manner>] CAUSE [BECOME [y <STATE>]]] (causative) b. [x CAUSE [BECOME [y <STATE>]]] (accomplishment) 이 가운데 (나a)는 Rappaport Hovav and Levin (1998: 108)에서 제안했던 복합 사건 구조이다. (나 b)는 Levin (1999)에서 제안된 것으로 (나 a)와 함께 완성(accomplishment)의 사건 구조를 표상한다. 이후 Krifka (1992)가 사동 술어와 같은 소위 "증량 상 동사"(incremental theme verbs)를 해석하기 위해, 개체를 사건으로 사상하는 준동형 함수(homomorphism)를 제안하였고, Tenny (1994)는 인과적 의미를 상태변화 동사(change of state verbs)와 착점지향 동사(verbs of motion to a goal)에까지 확장하였다. 예를 들면, clean, push y to z, drink y 등이다. 이미 Chierchia (1989), Levin and Rappaport Hov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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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Pustejovsky (1995)등은 달성 동사와 비 격 동사의 의미를 사동 술어로 분석하였다. 하나의 술어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분절하여 어휘화한다. Parsons (1990)는 동사를 “사건의 술어” (predicates of events)라고 했다. 즉 하나의 동사는 동질적인 사건들을 묶어 내는 표현이다. 하지만 동일한 사건을 두고도 수많은 동사와 형용사로 그 사건을 표현할 수 있다. 즉 술어가 사건을 표현할 때는 해당 사건의 일면(facet)을 부각시켜 어휘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실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상황을 묘사할 때 어떤 측면을 드러내는가에 따라 아래와 같은 여러 문장이 쓰일 수 있다. (10) 가. 김 선생이 학생들에게 언어학을 가르친다. 나. 학생들이 김 선생에게서 언어학을 배운다. 다. 김 선생이 말을 느리게 한다. 라. 김 선생의 강의는 학생들에게 무척 지루했다. 마. 학생들은 무척 지루했다. 마. 교실이 어둡다. 모든 사건에는 참여자들이 개입되는데, 사건 기술에 사용된 술어는 사건 참여자 가운데 누구/무엇을 부각시킬 것인지를 결정하여 논항으로 취하고, 이들과 함께 문장을 구성한다. 이 논항들과 그 의미역이 바로 그 술어의 논항 구조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 술어는 실세계의 사건을 시간적으로 어떻게 조각 내느냐를 보여 주는데, 이것이 술어의 상적 의미(aspectual meaning)를 결정한다. 아래 두 문장은 동일 상황에서 발화될 수 있는 것들인데, (가)에 쓰인 사동사 '재우다'는 원인과 결과(상태 변화)라는 시간적으로나 인과적으로 더 복합적인 사건 구조를 담고 있으며, (나)의 '자다'는 전체 사건의 결과 부분만을 단순 사건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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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가. 엄마가 아이를 재웠다. 나. 아이가 잤다. 술어가 한 사건의 내부 구조를 어떻게 표상하는지는 그 술어의 고유한 어휘적 특성이며 언어마다 다른 어휘화가 이루어질 수 있어서 그 보편적 원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영어의 blush는 행위 (activity)의 단순한 사건 구조를 갖는데 비해, 이태리어의 arrossire ('blush')는 상태 변화를 포함하는 복합 사건 구조를 갖는다. 또한 한국어의 '싣다'와 영어의 load는 의미적으로 유사하나, 이 동사가 사용되는 통사 구문의 유형이 다르다. (12) 가. *김씨가 트럭을 사과 상자로 실었다. 나. John loaded the truck with hay. 다. 김씨가 트럭을 사과상자로 채웠다. 한국어의 동사 '채우다'는 '싣다'와 달리 위의 구문을 허용한다. 그러면 한국어의 '싣다'와 영어의 load의 차이는 무엇이며, '싣다'와 '채우다'의 차이는 무엇인가? 본고는 이들의 차이를 사건 구조 상의 차이로 본다. 즉 이 동사를 사용하여 사건을 기술할 때 그 내부 구조를 인지하는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본다. 사건 구조의 차이를 보여 주는 근거는 이들이 허용하는 교체 구문의 차이에서 발견된다. '채우다'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교체 구문들을 허용하는데, '싣다'는 이 구문들 가운데 (14가)만을 허용한다. (13) 가. 등산객들은 물통에 약수를 가득 채웠다. 나. 등산객들은 물통을 약수로 가득 채웠다. 다. 약수가 물통을 가득 채웠다. (14) 가. 김씨가 사과상자를 트럭에 실었다. 나. *김씨가 사과상자로 트럭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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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과상자가 트럭을 실었다. 이러한 차이에 해 본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후에 4.3에서 자세히 기술하겠지만, '채우다'는 두 개의 하위 사건을 갖는 복합 사건을 지시한다. 첫째 하위 사건은 '채우는 과정(process)'이며, 둘째 하위 사건은 '채워진 상태(state)'를 가리킨다. 그런데 '채우다'는 이 두 하위 사건들 가운데 어느 것이 초점으로 부각되는지에 따라 세 가지 구문으로 실현된다는 것이다. 즉 첫째 하위 사건인 '채우는 과정'만이 부각된 인지 방식은 (13가)로, 두 하위 사건이 모두 부각된 인지 방식은 (13나)로, 두번째 하위 사건인 '채워진 상태'만이 부각된 인지 방식은 (13다)로 표현된다. 그러나 '싣다'는 오로지 첫째 하위 사건만이 초점화된 채로 인지하는 방식을 표현하기 때문에 (14가)의 구조로만 실현된다. 전체 사건의 구조에서 무엇을 초점화하고 부각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사건 구조의 내적 표상 문제이며 이는 어휘적으로 중요한 특성이다. 본고의 이러한 입장은 van Valin (1999)이 영어 buy와 sell이 동일 사건을 어휘화하는 데서 발견되는 특징을 '관점'(viewpoints)이라는 용어로 기술하려고 했던 것과 직관상 유사하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이러한 '관점' 혹은 '초점화'의 문제를 형식화된 사건 구조 안에서 표상할 것을 제안한다. 3.1.2 생성 어휘부 이론의 사건 구조: Pustejovsky (1995) 본고는 술어의 의미 구조를 기술하기 위하여 Pustejovsky (1991, 1995)의 생성 어휘부 이론(Generative Lexicon theory)이 제안하는 어휘 의미 구조를 수정, 확 한다. 생성 어휘부 이론은 Vendler 의 기본적인 네 가지 상 부류를 다음과 같은 사건 구조로 표상한다. 여기에서 상태(state)와 행위(activity)는 단순 사건으로, 완성(accomplishment)과 달성(achievement)은 복합 사건으로 표상된다. 특히 완성과 달성은 두 하위 사건들(sub-events) 가운데 어느 것이 의미적으로 부각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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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Head)이 되는가에 따라 구분된다. 사건의 일부(혹은 전부)가 부각된다 함은 그 부분이 초점화되어 표현된다는 것이다. 즉 하나의 술어가 동일한 사건을 표현할 때, 술어는 그 사건의 어떤 부분을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그 술어가 지시하는 사건의 유형이 달라진다. 이때 초점화되어 부각되는 하위 사건을 사건 구조의 중점이라고 부른다. 완성의 사건 구조에서는 e1*(과정 Process)에 별표가 표시되어 있고, 달성의 사건 구조에서는 e2*(상태State)에 별표가 표시되어 있다. Pustejovsky (1995)는 별표를 이용하여 어느 하위 사건이 중점이 되어 해석되는지를 표시한다. (15) 상태 (State): e | 상태 (16) 행위 (Activity): e | 과정 (17) 완성 (Accomplishment): e0(=전이 Transition)<∝

e1*(=과정) e2(=상태) (18) 달성 (Achievement) e0(=전이)<∝

e1(=과정) e2*(=상태) (15-16)에서 상태와 행위는 각각 하나의 하위 사건으로만 구성된다. Pustejovsky (1991, 1995)의 사건 구조에서는 언제나 하위 사건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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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으로 부각되어 중점이 된다. 단순 사건의 경우 중점은 당연히 하나뿐인 하위 사건(상태나 과정)이 되고, 복합 사건의 경우 하위 사건들 가운데 하나에 중점이 할당된다. 예를 들어 영어의 완성 동사 build는 예비 과정과 결과 상태의 하위 사건으로 이루어지는데, 중점은 예비 과정에 할당된다. 그리고 달성 동사 arrive 는 예비 과정과 결과 상태로 이루어지는데 중점은 결과 상태에 할당된다. Pustejovsky의 사건 구조에서 중점은 상적 의미 해석을 위해 이용되는데, 다음 3.1.3-3.1.4 에서는 논항 교체에 따른 의미 변이를 설명하기 위해 중점 값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Pustejovsky 는 완성 동사 kill 의 어휘 의미 구조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19) KILL: 사건구조 = ┌ 사건1 = e1:과정 ┐ │ 사건2 = e2:상태 │ └ 중점 = e1 ┘ 논항구조 = ┌ 논항1 = x:개체 ┐ │ 논항2 = y: ┌ 유정물 ┐ │ └ └ 형상역=물체 ┘ ┘ 특질구조 = ┌ 직접사역direct_causative-개념유형 ┐ │ 형상역 = 죽어_있음(e2,y) │ └ 작인역 = 죽이는_행위(e1,x,y) ┘ 위의 사건 구조에는 kill 은 완성의 사건을 가리키며, 논항 구조는 두 개의 논항을 취하는데 둘째 논항은 유정물임을 나타낸다. 특질 구조에서는 두 하위 사건이 어떠한 종류의 사건인지를 보여 주는데, 작인역(agentivity)에서 e1 은 'x 가 y 를 죽이는 행위'로 이루어진 하위 사건임을 나타내며, 형상역(formal)에서 e2 는 'y 가 죽어 있는 결과 상태'임을 보여 준다. 3.1.3 술어의 다의성과 의미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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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의성(polysemy)은 모든 언어 범주에 걸쳐 편재하는 현상이다. 동사나 형용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의 술어가 둘 이상의 의미로 해석되는 현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리는 특별히 동일한 술어가 둘 이상의 격틀로 실현되면서 서로 다른 논항 구조를 가지는 현상을 주목한다. 이러한 현상을 논항 교체(argument alternation)라고 하는데, 이에는 격틀은 같으나 논항의 의미역이 달라지는 교체 현상도 포함된다. 한국어의 ‘쌓다’는 앞으로 설명하는 바와 같이 ‘철수가 벽돌을 쌓다’라는 구문과 ‘철수가 벽돌로 담을 쌓다’라는 두 격틀을 취하면서 논항 구조를 달리한다. 그리고, ‘어둡다’는 ‘방안이 어둡다’와 ‘형광등이 어둡다’와 같이 사용되면서 동일한 격틀로 서로 다른 논항 구조를 실현한다. 본고는 이 두 가지 교체를 모두 논항 교체에 포함시킨다. 논항 교체를 보이는 술어들은 교체 구문에 따라 의미 차이를 보이면서 다의성을 갖게 된다. 앞서 2.3 에서는 한국어 술어의 다양한 논항 교체 현상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앞으로 우리는 4절에서 논항 교체를 보이는 한국어 술어가 어떻게 다의적 해석을 허용하는지, 그리고 이 다의성은 그 사건 구조에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를 살펴 볼 것이다. 술어의 논항 교체 현상과 사건 구조 사이에는 어떤 상관성이 있는가? 하나의 동사나 형용사가 어떤 사건을 가리킨다고 할 때, 그 사건은 단순 사건(simplex event)일 수도 있고 복합 사건(complex event)일 수도 있다. 앞서 3.1.1-3.1.2 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상 부류(aspectual classes)에 따라 그 사건 구조가 달리 표상됨을 보았다. 본고는 Jackendoff 나 Dowty 와 같이 사건 구조에 CAUSE, BECOME, DO 와 같은 기초술어를 사용하지 않고, 하나의 사건 구조 안에 하위 사건들이 병렬적으로 내포되는 Pustejovsky (1991, 1995)의 방식을 확장하여 이용한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보게 될 다의 술어의 의미 표상은 Jackendoff 식의 어휘 개념 구조와 얼마든지 통합 가능한 방식이다. 즉 Pustejovsky 의 의미 구조는 Jackendoff 의 개념 구조 위에 덧붙여지는 것인데, 이것이 단순히 부가되는 것이 아니고, 개념구조에서 가능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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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의미 내용을 구조적으로 표상하려는 시도이다. 여기에서 의미 내용을 구조적으로 표상하려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의미 구조와 통사 구조의 상관성을 포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건 구조는 어휘적 의미만을 표상할 뿐만 아니라, 문장의 의미를 합성적으로 도출하여 전체 의미 구조를 결합해 가는 기초를 제공한다. 완성(accomplishment)과 달성 (achievement)의 사건은 상태 변화, 위치 변화, 혹은 인과 등의 의미를 내포하면서 기본적으로 복합 사건을 가리킨다. 따라서 둘 이상의 하위 사건(sub-events)으로 분석된다. 또한 두 하위 사건에 참여하는 논항들(event-participants)은 서로 다를 수 있으며, 부분의 논항 교체 현상은 하나의 복합 사건에서 어떤 하위 사건을 상 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발생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영어 sink의 예를 다시 살펴 보자. (20) 가. The boat sank. 나. The enemy sank the boat. 영어의 sink 는 상태 변화의 사건, 즉 복합 사건을 가리킨다. sink 가 자동사 구문을 형성하는 (20 가)에서는 행동주(agent)가 실현되지 않고 처소 변화를 겪는 상(theme)만이 표면에 주어로 실현되면서, 처소 변화의 결과를 부각시킨다. 이 때 sink 는 사건 구조의 중점(Head)이 결과 상태의 하위 사건에 할당되며, 이 하위 사건에 참여하는 논항은 상뿐이므로 이 논항만이 표면에 실현된다. 그러나 (20 나)와 같은

타동사 구문을 형성할 때는 상 논항 뿐만 아니라 행동주 논항도 표면에서 각각 목적어와 주어로 실현된다. 이 경우에는 sink가 두 개의 하위 사건들 가운데 예비 과정의 하위 사건을 초점으로 부각시킨다. 그런데 예비과정의 하위 사건은 행위주가 상에 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므로 두 논항이 모두 관여하게 되고, 통사적으로 표면에서 두 논항이 모두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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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stejovsky(1995)는 sink 와 같은 다의 동사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생성적 의미 해석 기제를 제안한다. sink는 사동(causative)과 기동 (inchoative)의 두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 두 의미는 하나의 기본 의미 구조에서 교체 구문에 따라 달리 생성적으로 해석된다는 것인데, Pustejovsky 가 제안하는 생성적 기제가 하나의 기본 의미에서 문맥에 따라 둘 이상의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중점 미명세 (underspecification of HEAD) 방식을 이용하여 sink 의 다의성을 기술한다. 즉 sink의 사건 구조에서 중점을 명세하지 않고 맥락에 따라 결과 상태에 중점이 부여되거나 예비 과정에 중점이 부여되도록 함으로써, 자동사문과 타동사문의 해석을 도출해 낸다. 아래 의미 구조는 sink 의 의미를 Pustejovsky (1991, 1995)에 따라 간략히 표상한 것이다. (21) SINK: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중점 = _____ 논항구조 = 논항1 = x:[물체-유정물] 논항2 = y:[물체] 특질구조 = 사역causative-개념유형 형상역 = sunk_state(e2,y):'y가_가라앉은_상태' 작인역 = sink_act(e1,x,y):'x가_y를_가라앉히는_과정' 위에서 특기할 것은 사건 구조의 중점이 명세되지 않고 미명세 (underspecified)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미명세된 중점은 문맥에 따라 사건1(e1:과정)이나 사건2(e2:상태)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논항 구조는 sink 의 사건이 두 개의 필수 논항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두 논항이 어떤 의미역(semantic role)을 갖는지는 명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논항의 의미역이 소위 '행동주'(agent)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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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theme)이라는 사실은 특질 구조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즉 특질 구조의 작인역을 형성하는 것은 사건 1(e1)인데, 이는 'x 가 y 를 가라 앉히는 과정'이다. 따라서 사건1에 관여하는 두 논항의 의미역은 간접적으로 행동주 (즉, 가라앉히는 행위를 가하는 논항 x)와 상 (즉, 가라앉히는 행위의 영향을 입는 논항 y)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특질 구조의 형상역은 결과 상태의 사건 2(e2)를 가리키며, 이 하위 사건은 사건1에 의해 'y가 가라앉은 상태'를 말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중점의 미명세와 논항의 통사적 실현 사이에는 유기적인 상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미명세되었던 중점이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통사적으로 표면에 실현되는 논항이 달라진다. (21)에서 중점이 하위 사건 2 로 해석되면 사건 2 (e2:상태)에 관여하는 논항 y 만이 표면 구조에 실현되면서 자동사문을 형성하고, 중점이 하위 사건 1 에 부여된 것으로 해석되면 사건 1 (e1:과정)에 관여하는 두 논항이 모두 실현되면서 타동사문을 형성한다. 다시 말하면, 중점이 부여되는 하위 사건에 관여하는 논항들만이 표면 구조에 실현된다. 이러한 상관 관계는 앞으로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교체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이제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교체와 다의성에 한 설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앞서 보았던 한국어의 예를 하나만 살펴 보자. (22) 가. 근이는 돌을 담 밑에 쌓았다. 나. 근이는 (돌로) 담을 쌓았다. 한국어 타동사 '쌓다'는 처소 변화의 의미를 갖는 이동 동사에 속하는데, 위와 같이 두 구문에 모두 나타난다. (22 가)에서 '쌓다'는 '돌'의 처소 변화 사건을 가리키는데, '담 밑에'라는 처소격 논항은 돌이 쌓인 장소를 착점(goal)으로 나타낸다. 그런데 (22 나)에서는 처소 변화를 겪는 '돌'이 목적어로 실현되지 않고, 돌이 쌓인 결과물로 나타나는 '담'이 목적어로 나타난다. 물론 (22나)에서 '담'의 구성 재료인 '돌'이 표면에 나타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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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수의적인 논항이 된다. (22 나)의 '쌓다'는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인공물을 만들어 내는 사건을 가리키므로 산출 동사(creation verb)라고 불린다. 위의 두 구문을 비교해 보면 의미상의 차이가 쉽게 드러난다. 먼저 (22 가)의 '쌓다'는 산출의 사건이라 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결과물을 논항으로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아래 (23가)는 '돌이 쌓여서 담이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 (23) 가. *근이는 돌을 담으로 쌓았다. 다음에서 보이는 조 역시 두 구문의 의미상의 차이를 드러낸다. (24) 가. 많은 돌이 담 밑에 쌓였다. 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담이 쌓였다. 위에서는 '쌓다'의 피동 형태가 쓰이고 있는데, (24 가)는 처소 변화 동사로서의 '쌓다'가 피동화 된 경우이고, (24 나)는 산출 동사로서의 '쌓다'가 피동화 된 경우이다. 그런데 처소 변화 동사의 목적어인 상 논항이 피동문의 주어로 나타나는 (24가)는 문법적이지만, 산출 동사의 상인 결과물 논항이 피동문의 주어로 나타나면 자연스럽지 않다. 이

차이는 앞으로 4.2 절에서 살펴 보겠지만 두 구문의 사건 구조 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두 구문 모두 복합 사건을 가리키지만, 산출 동사로서의 '쌓다'는 하위 사건 가운데 결과 사건이 중점으로 부각되는 사건을 가리키므로, 어휘적 피동화가 불가능하다. 이제 '쌓다'의 의미 구조를 간략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25) 쌓다: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중점 = e1(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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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항구조 = 논항1 = x:[물체-유정물] 논항2 = y:[물체-재료] 논항3 = z:[물체-인공물] 특질구조 = 처소변화-개념유형 형상역 = 존재함(e2,z): 'z가_존재하는_상태' 작인역 = 쌓는_행위(e1,x,y): 'x가_y를_쌓는_과정' '쌓다'의 사건 구조는 기본적으로 영어 sink 의 의미 구조와 같으나, 중점이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e1(e2)]로 표시된 중점값은 부분적으로 미명세된 값이다. 다음 절에서 중점 미명세에 하여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e1(e2)]로 미명세된 중점값은 해당 사건의 중점이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말한다. 즉 중점이 하위 사건 1(e1)에만 부여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중점이 두 하위 사건 [e1+e2]에 모두 부여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우선 중점이 하위 사건 1 에만 부여될 경우에는, 특질 구조의 작인역에서 보듯이 'x 가_y 를_쌓는_과정'의 사건만이 초점으로 부각된다. 따라서 [e1]에 관여하는 두 논항 x와 y만이 표면 구조에 실현된다. 그러나 중점이 두 하위 사건 [e1+e2]에 모두 부여되는 경우에는, 특질구조의 작인역과 형상역에서 보듯이 [e1]과 [e2]에 관여하는 세 논항이 모두 표면 구조에 실현될 수 있다. 하나의 술어가 맥락에 따라 서로 달리 해석되는 경우에, 우리는 이러한 다의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적어도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i) 첫째는, 형태적으로는 하나의 술어이지만 의미적으로는 서로 관계없는 두 개의 술어로 본다. 즉 우연히 형태가 같은 두 술어 P1 과 P2 를 설정하는 방법이다. (ii) 둘째는, 두 의미가 동일한 하나의 기본 의미에서 도출된다고 설명하는 방법이다. 즉 기본의미 P 에서 맥락에 따라 P1 이나 P2 가 도출되는 방식이다. (iii) 셋째는, 두 의미 가운데 하나를 기본 의미로 설정하고 나머지 하나의 의미는 이 기본 의미에서 도출한다. 즉 P1 의 의미에서 맥락에 따라서 P2 의 의미가 파생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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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방식이다. 본 논문에서는 하나의 술어가 동일한 형태를 가지면서 의미상 뚜렷한 상관성을 보이는 경우에는 위의 (ii)의 방식이나 (iii)의 방식으로 설명한다. 물론 두 의미가 서로 상관성이 없거나 희미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i)의 방식에 따라 동음이의어 (homonym)로 처리한다. 그런데 본 논문은 (ii)와 같은 설명을 위해서는 미명세 (underspecification) 방식을 활용하며, (iii)의 설명을 위해서는 공동 합성(co-composition)의 방식을 제안한다. 즉 P1 과 P2 의 의미가 실현되는 맥락이 서로 독립적이거나 균형을 이루는 경우에는, 두 의미에 공통된 기본 의미를 표상하기 위해서 어휘 의미 내용의 일부를 미명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두 의미가 실현되는 맥락이 의존적이거나 불균형적일 때는, 둘 가운데 더 광범위한 맥락에서 실현되는 의미를 기본 의미로 보고 특별한 맥락에서만 실현되는 의미는 기본 의미에서 공동 합성에 의해 파생시킨다. 아래에서 먼저 미명세 방식에 의한 설명을 소개하고, 그 다음으로 공동 합성에 의한 다의적 해석을 소개한다. 3.1.4 사건 구조의 미명세에 의한 다의어 표상 이제까지 영어의 sink 와 한국어의 '쌓다'를 통해 [사동-기동] 교체, 그리고 [처소이동-산출] 교체의 다의성을 살펴 보았다. 특히 이들의 다의성을 설명하기 위해 사건 구조의 중점을 미명세하여 표상하였다. 이제 한국어 술어가 가리키는 사건 구조의 다양성을 포착하기 위해 논항 교체를 보이는 술어들을 분류하고 이들이 취하는 사건 구조를 유형화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복합 사건 구조에 이용할 중점 미명세 방식을 다음과 같이 확 하여 일곱 가지(A-G)로 중점을 해석할 수 있게 한다. (26) 사건 구조의 중점 미명세와 그 해석 (A) 사건구조 = ┌ 사건1 = e1: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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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2 = e2:상태 │ └ 중점 = e1 ┘ (B) 사건구조 = ┌ 사건1 = e1:과정 ┐ │ 사건2 = e2:상태 │ └ 중점 = e2 ┘ (C) 사건구조 = ┌ 사건1 = e1:과정 ┐ │ 사건2 = e2:상태 │ └ 중점 = e1+e2 ┘ (D) 사건구조 = ┌ 사건1 = e1:과정 ┐ │ 사건2 = e2:상태 │ └ 중점 = e1/e2 ┘ ⇒ 중점= e1; e2 (부분 미명세) (E) 사건구조 = ┌ 사건1 = e1:과정 ┐ │ 사건2 = e2:상태 │ └ 중점 = ø ┘ ⇒ 중점= e1; e2; e1+e2 (완전 미명세) (F) 사건구조 = ┌ 사건1 = e1:과정 ┐ │ 사건2 = e2:상태 │ └ 중점 = e1(e2) ┘ ⇒ 중점= e1; e1+e2 (부분 미명세) (G) 사건구조 = ┌ 사건1 = e1:과정 ┐ │ 사건2 = e2:상태 │ └ 중점 = (e1)e2 ┘ ⇒ 중점= e2; e1+e2 (부분 미명세) 우선 사건 구조 (A-B)에서 중점은 e1, e2 로 명세되어 있으므로, Pustejovsky 식의 해석을 따르자면 (A)는 완성(accomplishment)의 사건, (B)는 달성(achievement)의 사건을 가리킨다. 그리고 (C)는 두 하위 사건이 모두 초점화되어 중점으로 명세된 구조인데, Pustejovsky 가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나머지 사건 구조들 (D-G)는 모두 미명세가 사용된 것들이다. (D)의 구조는 중점이 [e1/e2]로 미명세되어 있는데, 이것은 맥락에 따라 중점이 두 하위 사건 가운데 하나로 명세되면서 해석될 수 있다. 즉 (D)는 맥락에 따라 (A)나 (B)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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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된다. 이러한 중점 해석 방식은 영어 동사 sink 의 다의적 해석을 설명하기 위해 Pustejovsky가 이미 사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건 구조 (E-G)에 나와 있는 중점 미명세와 그 해석 방식은 한국어 다의 술어를 설명하기 위해 남승호 (2000)에서 제안된 것인데, 중점의 미명세 방식과 그 해석을 확 한 것이다. 즉 (E)에서는 중점이 완전 미명세되어 있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e1, e2, e1+e2. 그리고 (F)의 미명세 구조는 e1 이 언제나 중점을 부여 받지만 e2는 맥락에 따라 중점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F)의 사건 구조를 갖는 술어는 맥락에 따라 (A)나 (C)의 사건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G)의 미명세 구조는 e2가 언제나 중점을 부여 받지만 e1은 맥락에 따라 중점이 될 수 있다, 즉 (G)는 (B)와 (C)의 사건 구조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의 일곱 가지 복합 사건 구조를 정리해 보면, (A-C)는 중점이 명세된 것들이며, (E)는 중점이 완전히 미명세되어 세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고, 나머지 (D, F, G)는 중점이 부분적으로 미명세되어서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사건 구조이다. 본고의 4 장에서는 한국어 술어의 의미 구조에서 그 사건 구조를 중요하게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중점이 완전 명세되는 술어보다 오히려 중점이 미명세되는 술어들을 중심으로 살펴 볼 것이다. 그 이유는 많은 한국어 술어들이 둘 이상의 구문으로 논항 교체를 보이며 서로 다른 어휘 의미로 해석되는 다의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3.1.5 공동 합성에 의한 다의어 해석 술어의 체계적 다의성(systematic polysemy)을 생성적 기제로 설명하기 위해서 Pustejovsky (1995)는 공동 합성(co-composition)이라는 생성적 기제를 제안한다. 영어 동사 bake 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타동사 구문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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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가. John baked the potato. 나. John baked the cake. bake 는 (27 가)에서 상태 변화 동사로 해석되며, (27 나)에서는 산출 동사로 해석된다. 이러한 다의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Pustejovsky 는 이 둘 가운데 상태 변화의 의미를 bake 의 기본 의미 구조로 기술하고, 목적어에 cake 와 같은 인공물이 나타나면 동사의 의미 구조에 변화를 가져와 산출 동사로 해석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의미 구조의 변화를 공동 합성이라고 부르는데, bake 의 기본적인 단순 사건 구조 [E = e1(과정)]가 특정한 맥락에서는 산출(creation)의 복합 사건 구조 [E = e1(과정)+e2(상태)]로 해석되고, 논항 구조가 2 항-구조에서 3 항-구조로 변화한다. 다음은 Pustejovsky(1995)가 제안한 bake 의 기본 의미 구조이다. (28) BAKE: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중점 = e1 논항구조 = 논항1 = x:유정물 논항2 = y:물질 특질구조 = 상태변화-개념유형(change of state) 작인역 = 굽는_과정(e1,x,y): 'x가_y를_굽는_사건' 위에 제시된 기본 의미의 사건 구조를 보면 단순 사건으로서 행위(activity)의 상적 의미를 보여 준다. 즉 앞의 (27 가) 맥락에서 드러나는 의미를 표상한다. 논항 구조의 논항 2 는 물질을 가리키는 명사가 쓰이는데, potato 나 fish 같은 명사가 목적어로 나타날 경우를 말한다. 이때 목적어의 상태가 변화하는 사건을 가리키므로 상태 변화 개념유형이라고 한다. 그러나 만일 목적어로 cake 와 같이 산출물(product)을 가리키는 명사가 나타나면, 더 이상 상태 변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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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사라지고 산출물이 새로 생겨난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이를 보여 주기 위해 Pustejovsky 는 cake 의 의미 구조를 다음과 같이 표상하고, 이와 함께 동사 bake 가 결합한 후의 의미 구조, 즉 bake a cake의 합성 의미 구조를 아래와 같이 보여 준다. (29)를 보면, cake와 같은 명사류의 의미 구조에도 논항 구조와 특질 구조가 포함되어 있으며, 인공물인 경우 특질 구조에서 그것이 어떤 재료/모양으로 이루어지며 (형상역), 어떻게 만들어지며 (작인역),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지는지를 (기능역) 표상하고 있다. (29) CAKE: 논항구조 = 논항1 = x:음식물,인공물 당연논항1 = y:물질 특질구조 = 구성역 = y 형상역 = x 기능역 = eat(e2,z,x) 작인역 = bake_act(e1,w,y) (30) BAKE_A_CAKE: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중점 = e1 논항구조 = 논항1 = x:유정물 논항2 = y:물질 특질구조 = 상태변화-개념유형(change of state) 작인역 = bake_act(e1,x,y): 'x가_y를_굽는_사건' 여기에서 특기할 것은 cake의 [특질구조-작인역]에 나타난 내용이 동사 bake 로 표시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cake 가 bake 의 목적어로 나올 때 이 둘이 의미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다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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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bake 의 기본 의미 구조에서는 bake 가 인공물 명사를 목적어로 취하지 않지만, 인공물인 cake 의 산출 방식이 bake 라는 동사에 의해 표상되기 때문에 특별히 의미 합성이 가능해진다. 이렇듯 두 어휘 의미 구조가 기본적인 의미 합성 과정으로는 결합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특질 구조상의 공통점으로 인해 특별한 의미 합성이 가능한 경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31) 특질 구조 통합에 의한 함수 적용 (Function Application with Qualia Unification) 아래와 같은 두 표현 α와 β가 똑 같은 특질 속성 값 [Qi = γ]을

공유하면, α - <a,b,>유형, 특질구조 [QSα…[Qi = γ]] β - <a>유형, 특질구조 [QSβ…[Qi = γ]] α와 β의 특질 구조 QSα와 QSβ는 그들의 최 하한가(the

greatest lower bound)로 통합된다. 여기에서 최 하한가는 = QSα ∩ QSβ이며 α(β)는 <b>유형이다.

공동 합성은 표면상 하나 이상의 함수 적용(function application)을 허용하는 구조에서 일어나는 의미 연산으로서, 일반적인 함수-논항의 의미 결합과 다르다. 즉 일반적인 함수-논항의 의미 결합에서는 논항의 의미가 함수의 의미에 일방적으로 흡수되는 형식의 결합인 데 반해, 공동 합성의 의미 결합은 논항의 의미 구조가 함수의 의미 구조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의미 직관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현주 외 (1999)과 이정민(2000)은 이러한 공동 합성을 이용하여 한국어의 상태 변화-창조 동사의 다의성을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지적할 것이 있다. Pustejovsky는 영어 bake의 기본 의미 구조를 단순 행위 사건으로 표상하고, bake a cake 이 복합 사건으로 해석되는 것을 공동 합성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동사 bake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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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동사 구조 뿐만 아니라 자동사 구조에서도 나타난다. 즉 아래와 같은 기동 구문(inchoative)을 만들기도 한다. (32) The cake baked in the oven. 우리가 (32)와 같은 자동사 구문에서의 쓰임을 고려하여 bake의 의미를 기술하려면 앞서 Pustejovsky 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앞서 bake의 기본 의미로 제시된 (28)에는 행동주와 피동주가 나타나서 (27)의 타동 구문을 해석할 수 있지만, (28)에는 결과 산출물 (product) 논항이 제외되어 있어서 특별히 산출물만이 통사적으로 실현되는 (32)의 기동 구문과의 교체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영어의 bake 의 의미 구조를 앞서 우리가 제안한 사건 구조의 중점 미명세 방식을 이용하여 그 중점을 아래와 같이 완전 미명세된 것으로 기술한다면 세 가지 구문의 교체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33) BAKE: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중점 = ø 논항구조 = 논항1 = x:유정물 논항2 = y:물질 논항3 = z:인공물 특질구조 = 산출-개념유형(creation) 작인역 = 굽는_과정(e1,x,y): 'x가_y를_굽는_사건' 형상역 = 존재함(e2,z): 'z가_존재하는_상태' 즉, '중점 = ø'는 세 가지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중점 = e2'로 해석될 때는 논항 실현 원리에 따라 e2 에 관여하는 z 논항만이 표면에 실현되어 자동사로서 기동 구문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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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술어 가운데도 그 논항 교체를 설명하기 위해 공동 합성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한국어 이동 동사 가운데 특별히 제거 동사류에 속하는 '지우다'와 '비우다'는 다음과 같이 논항 교체를 보인다. (34) 가. 진이가 칠판에서 낙서를 지웠다. 나. 진이가 칠판을 지웠다. (35) 가. 진이가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비웠다. 나. 진이가 쓰레기통을 비웠다. (34)와 (35)의 교체 현상은 표면적으로는 같은 유형으로 보인다. 두 경우에 모두 (가)는 처소 이동의 사건으로 해석되며, (나)는 상태 변화의 사건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34)에서 '칠판'과 '낙서'의 관계는 (35)에서 '쓰레기통'과 '쓰레기'의 관계와 유사하다. 즉 낙서가 칠판에 담겨 있다가 제거되며, 쓰레기가 쓰레기통에 담겨 있다가 제거되는 것은 동일한 유형의 사건이다. 이러한 직관에 따라 이들 동사를 제거 동사라고 부른다. 하지만 실제 코퍼스에서 이들 용례를 찾아 보면 이들 사이에 뚜렷한 비 칭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우다'의 경우는 3 항 술어로 쓰이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고, 2 항 술어로 쓰일 때는 그 목적어 논항의 명사에 의미적인 제약이 아주 높다. 이와 달리, '비우다'의 경우는 2 항 술어로 쓰이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고, 3 항 술어로 쓰일 때 그 목적어 논항 명사에 의미적인 제약이 높다. 따라서 이 둘의 의미 구조를 기술할 때, 각각 압도적으로 많이 실현되는 의미를 기본 의미로 보고 특별한 맥락에서만 실현되는 의미는 기본 의미에서 파생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예를 들면, '지우다'의 경우 (34 가)에서와 같이 '제거되는 상(낙서)'을 목적어로 취할 때 처소 이동의 의미를 기본 의미로 기술하고, 이와 달리 '제거되는 상'이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34 나)와 같은 구문에서는 상태 변화의

의미를 공동 합성에 의해 도출해 낸다. 물론 '비우다'의 경우는 '지우다'와 정반 방향으로 의미가 실현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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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한국어 술어의 사건 구조와 상적 의미 술어의 의미를 구조적으로 표상하려는 기존 연구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이 논항 구조와 상적 의미(aspectual meaning)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앞서 3.1 의 논의에서 상적 의미는 사건의 구조적 특성과 긴 한 응 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이제 한국어 술어의 의미

구조를 규명하기 위해 술어의 상적 의미를 살펴 보기로 하자. 3.1에서 우리는 술어의 의미를 사건 의미론적으로 해석할 때, 크게는 Vendler (1967)의 네 가지 사건 유형—상태(state), 행위(activity), 달성(achievement), 완성(accomplishment)—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보았다. 여기에서는 한국어 동사와 형용사의 의미를 상적으로 분류해 내는 기준들을 정리한다. 여기에 제시된 기준들은 남승호 (2004)에서 제안된 것들을 기초로 하고 있다. 아래에서 우리는 한국어 술어의 상적 의미를 분류하는 기준을 살펴 볼 것인데, 결론적으로는 한국어 술어의 의미를 적절히 유형화하기 위해서는 Vendler 의 분류보다 훨씬 더 세분화된 분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2.1 지속 부사어(durative adverbials)의 수식 제약 자연언어의 시간 부사어 가운데는 한국어의 ‘한 시간 동안, 하루 종일’이나 영어의 for an hour, all day long 등과 같이 어떤 상태나 행위 과정의 지속 시간을 가리키는 부사어들이 있다. 이들 부사어는 수식할 수 있는 술어에 제약이 있다. 아래의 예들을 보자. (1) 가. 진이는 세 시간 내내 지겨웠다. 나. 근이는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을 했다. 다. ??인부들은 그 집을 두 달 동안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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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나는 세 시간 동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지속 시간 부사어는 단순 사건인 상태 (1 가)와 행위 (1 나)를 수식하면서 상태나 과정의 지속 시간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들 지속 부사어가 복합 사건인 완성 (1 다)나 달성 (1 라)의 사건을 수식하는 데에는 제약을 보인다. (1다)의 경우에는 ‘두 달 동안’이 그 집을 짓기 시작해서 완성할 때까지의 시구간을 지시할 수 없으며, ‘두 달 동안’이 그 집을 완성하는 사건과는 관계없이 화자가 설정한 시구간을 가리킬 수는 있다. 즉 ‘(그) 두 달이라는 기간에서 보면’이라는 양태적 의미를 가질 수는 있다. 만일 ‘그 집을 짓는 데 걸린 시간이 두 달’이라는 의미를 표현하려면, ‘두 달 동안’ 신 ‘두 달 만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러한 표현의 의미는 다음 3.2.2에서 다룬다. 한국어의 지속 부사어가 단순/복합 사건을 수식할 때 실제로 수식하는 상이 전체 사건일 수도 있고 그 하위(부분) 사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수식 관계를 아래의 예문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 가. 근이는 재빨리 한복을 입었다. 나. 철수가 하루종일 한복을 입고 있다. 다. 근이는 한 시간 동안 한복을 입고 있었다. (2 가)에서는 방식 부사 ‘재빨리’가 ‘한복을 입는 과정의 하위 사건’을 수식하며, (2 나)의 ‘하루종일’은 ‘한복을 입고 난 결과 상태의 하위 사건’이 지속되는 시구간을 가리킨다. 즉 부사어가 과정의 하위사건을 수식할 수도 있고, 결과 상태의 하위 사건을 수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사어의 두 가지 수식 범위는 (2 다)의 중의성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2다)의 지속 부사구 ‘한 시간 동안’은 ‘한복을 입는 과정’이 지속된 시구간으로 해석되거나, ‘한복을 입은 결과 상태’가 지속된 시구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수식 가능성은 해당 술어의 사건 구조를 보여 주는 주요한 단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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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부사어는 단순 사건(상태 [e1(State)]나 과정 [e1(Process)])의 지속시간을 나타내며, ‘나가다, 멈추다’와 같은 일부 달성동사와 결합하여 결과 상태의 지속시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지속 부사어는 완성 동사 등을 수식하면서 양태적 의미로도 해석된다. 3.2.2 시간틀 부사어(time frame adverbial)의 수식 제약 흔히 영어의 in an hour 와 같은 부사구를 시간틀 부사어(time frame adverbial)라고 부른다. 한국어에서는 ‘한 시간 만에’ 혹은 ‘한 시간 동안에’ 등의 표현에 응한다. 시간틀 부사어는 특별히 완성의 사건을 변별해 내는 데 유용하다. 다음은 시간틀 부사어의 수식에 따르는 제약을 보여 준다. (3) 가. *진이는 십 분만에 지겨웠다. 나. (*)근이는 한 시간 만에 컴퓨터 게임을 했다. 다. 인부들은 두 달 만에 그 집을 지었다. 라. (*)나는 세 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시간틀 부사어는 (3 가)에서와 같이 상태 술어를 수식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틀 부사어의 가장 전형적인 의미를 보여 주는 구문이 (3 다)와 같은 완성 동사 구문이다. ‘그 집을 짓다’는 완성의 사건을 가리키는데, 이 복합 사건에는 과정의 하위 사건과 결과 상태의 하위 사건이 포함된다. 여기에서 ‘두 달 만에’는 바로 과정의 하위 사건1의 지속 시간을 수식한다. 즉 ‘그 집을 짓기 시작해서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이 두 달임’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에는 계속해서 그 집을 짓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3 나)와 (3 라)에서는 시간틀 부사어가 술어를 수식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우선 (3 나)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다’는 단순한 행위 사건을 가리키는데, 이 사건은 본래적으로 비종결성(ate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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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다. 따라서 (3 나)의 ‘한 시간만에’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사건’의 지속 시간을 의미하거나 그 사건을 마칠 때까지의 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위에서 문법성 판단을 (*)라고 한 것이 이 때문이다. 한편 이 문장이 실제 맥락에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한 시간만에’가 발화 맥락에 의해 설정된 시구간을 수식하는 경우이다. 즉 컴퓨터 게임을 한 시구간과는 상관없이 설정된 시구간이다. 예를 들면, 지난 번 컴퓨터 게임을 마쳤던 시각부터 다시 컴퓨터 게임을 시작한 시각까지의 시구간, 혹은 컴퓨터 게임을 하려고 기다린 시간 등을 가리킬 수 있다. 정리해 보면, 시간틀 부사어는 기본적으로 완성의 사건 [e1*(과정) < e2(상태)]을 수식하며 예비 과정 사건 [e1*(과정)]의 지속시간을 가리킨다. 다른 유형의 동사와 결합할 때는 동사가 가리키는 사건 유형과 관계없이 맥락에서 설정된 시구간을 가리키기도 한다. 3.2.3 ‘-어 있다’의 결합 제약과 의미 해석 흔히 ‘결과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분석돼 온 한국어의 ‘-어/아 있다’ 구문은 모든 술어와 결합하지 않는다. 아래 예문들이 그 선행 술어에 한 결합 제약을 보여 준다.

(4) 가. *근이가 하루 종일 지루해 있다. 나. *진이가 하루 종일 자 있다. 다. *인부들이 집 두 채를 지어 있다. 라. 연이가 아침 일찍 도착해 있다. 마. 많은 등산객들이 관악산-에/-*을 올라 있다. (4 가)의 ‘지루하다’는 상태의 사건을 지시하는 술어이므로, 결과 상태를 가리키는 ‘-어 있다’ 구문이 허용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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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사건을 내포하는 (4 나)와 (4 다)의 동사들도 ‘-어 있다’ 구문을 취하지 못한다. (4 나)의 동사 ‘자다’는 행위의 단순 사건을 가리키며, (4 다)의 ‘짓다’는 완성의 복합 사건을 가리킨다. 이들 술어와 ‘-어 있다’가 결합하지 못하므로, 결국 ‘-어 있다’는 선행 술어가 달성 동사일 것을 요구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어 있다’는 타동사와 결합하지 못하며, (4 마)는 ‘-어 있다’ 구문에서 ‘-을/-에’의 교체 구문 가운데 격 ‘-을’이 붙은 논항이 나타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 정리해 보면, ‘어 있다’는 달성 사건 [e1(과정) < e2*(상태)]을 가리키는 자동사와 결합하면서 결과 상태의 지속을 나타내며, 달성 사건의 하위 사건들 사이에 시간적 선후행 관계를 요구한다. 3.2.4 ‘-고 있다’의 결합 제약과 의미 해석 한국어에서 소위 ‘진행의 미완료상’(progressive imperfective)을 나타내는 ‘-고 있다’는 그것이 결합하는 술어의 의미 유형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이것은 영어의 BE V-ing 구문의 의미와 사뭇 다르다. (5) 가. *근이는 하루 종일 지루하고 있다. 나. 진이가 하루 종일 자고 있다. 다. 인부들이 집 두 채를 짓고 있다. 라. ??연이가 아침 일찍 도착하고 있다. (5)에서 보건 , 기본적으로 ‘-고 있다’는 상태성 술어와 결합하지 못하며, ‘도착하다’와 같은 달성의 술어와 결합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행위의 술어나 완성의 술어와는 자유롭게 결합한다. 따라서 ‘-고 있다’는 과정을 내포하는 사건과 결합한다고 볼 수 있는데, 달성의 사건과 결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과정의 (하위) 사건이 지속성(duration)을 가져야 한다. 즉, ‘-고 있다’는 행위 동사나 완성 동사와 결합하면서 ‘과정의 지속’으로 해석된다. 사건 구조와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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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보면, ‘-고 있다’는 행위 [e1(과정)]나 완성 사건 [e1*(과정) < e2(상태)]을 수식하면 과정 [e1(과정)]의 지속 시간을 가리키고, 일부 달성의 타동사 [e1(과정) < e2*(상태)]와 결합하면 결과 상태 [e2*(상태)]의 지속 시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3.2.5 ‘계속(해서)’의 결합 제약과 의미 해석 부사어 ‘계속(해서)’는 수식하는 술어의 상적 의미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6) 가. 근이는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 지루했다. 나. 진이는 계속 자고 있다. 다. 김 목수는 계속 그 집을 지었다. 라. *연이가 계속 도착했다. 마. 선수들이 계속 도착했다. (6 가)와 (6 나)처럼 단순 사건의 경우 ‘계속’은 상태와 과정의 지속을 의미한다. 즉 (6나)는 ‘진이가 자는 과정이 쉬지 않고 지속되고 있음’을 뜻한다. 또한 ‘계속’이 완성의 사건을 수식하는 (6 다)에서는 과정의 하위 사건이 쉼 없이 지속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계속’은 복합 사건의 결과 상태가 쉼 없이 지속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이 (6 라)와 같은 달성의 사건을 수식할 수는 없다. (6 라)는 단수의 사건으로만 해석된다. 즉 반복해서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다. 이렇게 단수 사건으로만 해석되는 경우에 달성의 사건은 ‘계속’으로 수식될 수 없다. 그러나 (6 마)에서 보듯이 달성의 사건도 복수 사건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계속’의 수식을 받으며 ‘사건의 반복’으로 해석된다. (6 마)는 하나의 도착하는 사건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선수들이 각자 혹은 여럿이 도착하는 사건이 거듭 반복하였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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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보면, 부사 ‘계속(해서)’는 상태나 과정의 단순 사건을 수식할 때는 그 사건의 지속을 나타내고, 완성의 사건 [e1*(과정) < e2(상태)]에 해서는 예비 과정의 지속시간을, 그리고 달성 동사를 수식할 때는 전체 사건의 반복 해석을 가져 온다. 3.2.6 피동동사 형성 여부: 완성 동사 김윤신 (2001:118)에서는 접사에 의한 피동화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7) (i) 반드시 복합 사건 구조를 갖는 능동 동사만이 피동화가

가능하다. (ii) 형상역과 작인역에서 상 논항이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어야만 접사에 의한 피동화가 가능하다. 즉 영향을 받는 상 논항이 결과 상태에 나타나야만 한다.

그런데 ‘쫓다, 먹다, 읽다, (엄마 젖을)빨다, (소리를)듣다, (사진을)보다’ 등은 모두 행위(activity)의 단순 사건을 가리키는 동사들이지만 접사에 의한 피동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7)의 조건이 모든 피동 동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위의 조건은 일부 논항 교체 구문의 미묘한 의미 차이를 설명하는 데에 설득력있는 근거가 된다. 본래 (7.ii)는 김윤신(2001)에서 ‘짓다’와 같은 소위 “창조 동사” (본 논문에서는 산출 동사라 하였음)가 피동화되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짓는 사건’에 의해 생겨나는 상은 짓는 과정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작인역’에서 기술되는 하위 사건(과정)에는 드러날 수 없고 ‘형상역’에서 기술되는 하위 사건(결과 상태)에서만 드러난다. 그런데 ‘짓다’는 위의 조건 (7.ii)를 만족시키지 않으므로 피동화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리하면, 술어가 접사에 의해 피동 동사를 파생하는 데에는 기본동사의 사건 구조와 특질 구조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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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이 있다. 이는 완성 동사 [e1*(과정) < e2(상태)]가 피동화 될 때는 두 하위 사건에 공히 관여하는 논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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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한국어 술어의 사건 구조와 논항 실현 이제까지 한국어 술어의 의미를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를 중심으로 형식화하는 방법을 검토하였다. 이제 한국어 술어의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의 상관성을 기초로 논항의 통사적 실현 양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특별히 논항 교체를 보이는 술어의 의미 구조를 규명하고자 한다. 논항 교체 술어에 관해서는 이미 2 장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2.3 에서는 논항 교체 구문들을 논항의 통사적 실현 양상을 중심으로 네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i) 내부 논항 교체, (ii) 외부 논항 교체, (iii) 의미역 교체, (iv) 논항 목록 유지. 이제 4절에서는 이들 논항 교체 술어 가운데 아래 세 부류에 주목한다. A. 심리 술어: (i) '지루하다, 무섭다' 부류 [사동~기동 교체] (ii) '섭섭하다, 샘이 나다' 부류 [ 상~원인 교체] (iii) '괴로워하다, 걱정하다' 부류 [타동성 교체] B. 산출 동사: (i) '굽다, 뚫다' 부류 [산출~상태변화] (ii) '쌓다, 차리다' 부류 [산출~처소변화] C. 처소변화 동사: (i) '칠하다' 부류 [처소변화~상태변화] (ii) '덮다, 채우다' 부류; '막다' 부류 [처소변화~상태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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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비우다' 부류 [처소변화~상태변화] (iv) '지우다, 치우다' 부류 [처소변화~상태변화] 위에 나열된 (A-C) 세 부류는 다시 하위 부류들로 나뉘어 있는데, 이들을 모두 합하면 아홉 가지 논항 교체 부류를 포함한다. 앞서 2.3에서는 위의 세 부류 이외에도 다양한 논항 교체의 유형을 예시한 바 있다. 이미 기존 연구에서 다루어진 유형들은 본고에서 다루지 않았다. 예를 들면, 2.3.2-2.3.4에서 예시한 논항 교체 유형들 가운데 자동사와 형용사들은 남승호(2002)에서, 그리고 타동사들은 남승호(2003)에서 자세히 다루어졌다. 4.1 심리 술어의 사건 구조와 논항 실현 여기에서는 통사, 의미적으로 특징적인 부류를 이루는 심리 술어의 사건 구조와 논항 구조를 살펴본다. 먼저 심리 술어를 정의하고, 심리 술어의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의 유형을 분류한다. 특별히 심리 술어의 사건 구조를 규명하기 위해서 심리 술어가 보이는 논항 교체 현상을 주목한다. 4.1.1 심리 술어의 정의 영어로 흔히 psych predicates (혹은 predicates of psychological state)라 불리는 심리 술어는 한 유정물의 심리적인 경험을 가리키는 동사나 형용사를 말한다. 여기에서 심리적인 경험이란 감정(emotion), 지각(perception), 인지(cognition)의 상태나 과정을 가리키며, 이를 통틀어 심리적 사건(psychological event)이라고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심리적 사건을 경험하는 주체는 심리 술어의 경험주(experiencer)로 해석된다. 이러한 심리 술어는 개별 형용사나 동사로 구성될 수도 있고, 동사나 형용사가 다른 단어들과 결합하는 복합 구성을 이룰 수도 있다. 영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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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fear, please, hate, love; sorry, happy, satisfactory와 같은 단순 구성, 그리고 calm down, cheer up; take pride in, fall in love with, take away hope from, make happy; look down on (despise); think much of (respect), feel envious towards (envy)와 같은 복합 구성이 심리 술어를 형성한다. 심리 술어는 위에서 말한 경험주와 함께 다른 논항을 취할 수 있다. 즉 경험주만을 취하는 1 항 술어가 있고, 경험주 이외의 다른 논항을 더불어 취하는 2항 술어와 3항 술어가 있다. 우선 심리 술어의 경험주 논항과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논항은 자극(stimulus) 논항이다. 자극 논항은 흔히 경험주 논항으로 하여금 심리적 사건을 경험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자극 논항의 의미역은 원인(cause), 영향주(effector), 도구(instrument) 등으로 기술되기도 한다. 자극 논항이 경험주에게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 논항이라면, 경험주는 또한 그의 심리적 영향을 다른 논항에 끼치기도 한다. 이때 경험주의 심리적 영향을 받는 논항이 표면에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 논항은 경험주의 감정이 지향하는 상(object of emotion) 혹은 목표(target of emotion)이어서, 의미역으로는 착점(goal) 혹은 상(theme)이 된다. 이들 논항에 관해서는 앞으로 유형별로 자세히 논의될 것이다. 이와 같이 심리 술어가 취하는 논항 구조 [경험주 + 자극]은 일반 이항 술어가 취하는 논항 구조, 즉 [행동주 + 피동주]와 다르다는 점이 특이하며, 두 논항 사이의 의미 관계와 통사적 실현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아래의 한국어와 영어의 예를 보면, (1) 가. 근이는 (영이와의 이별이) 괴로웠다. 나. 영이와의 이별이 근이를 괴롭혔다. 다. 근이는 영이와의 이별을 괴로워했다. (2) 가. The accident frightened Konie. 나. Konie was frightened by the accident. 다. The accident was frightening to K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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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예는 형용사 '괴롭다', 이에서 파생된 사동사 '괴롭히다', 타동사 '괴로워하다'의 논항 구조를 보여 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모두 이항 술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세 구문이 모두 경험주 논항 '근이'와 자극(원인) 논항 '영이와의 이별'을 취하고 있어서 그 논항 구조가 똑같다. 이는 영어의 frighten, be frightened by, was frightening to 표현이 공유하는 논항 구조와 같다. 이와 같은 이항 심리 술어의 논항 구조는 일반 타동사의 두 논항(행동주, 피동주)이 이루는 구조와 사뭇 다르다. 아래 문장들은 서로 다른 심리 술어가 의미상 동일한 논항 구조를 서로 다른 통사 구조로 실현하는 것을 보여 준다. (3) 가. 진이가 인형극을 무서워한다. 나. 인형극이 진이를 무섭게 한다. (4) 가. Jeanie fears the puppet show. 나. The puppet show frightened Jeanie. 형용사 '무섭다'에서 파생된 술어 '무서워하다'와 '무섭게 하다'는 동일한 [경험주 + 자극] 논항 구조를 취하지만, 하나는 경험주를 주어로, 다른 하나는 자극을 주어로 실현한다. 즉 두 술어는 동일한 논항 구조를 역전된 통사 구조로 실현한다. 이는 영어의 두 동사 fear 와 frighten 의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이렇게 두 논항이 주어와 목적어 자리를 바꿔 가면서 실현되는 것이 일반적인 타동사의 논항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즉 [행동주+피동주]의 논항 구조를 갖는 동사는 이 두 논항이 주어와 목적어 자리를 교체하며 실현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아래는 Levin (1993:188-193)이 영어 심리 술어를 분류한 것을 참고로 보인 것이다.

(I) 타동사: (i) AMUSE 유형: [자극-주어, 경험주-목적어] The teacher pleased the boy. - amaze, amuse, frighten, please, surprise,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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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ADMIRE 유형: [경험주-주어, 자극-목적어] The boy admired the teacher. - admire, enjoy, like, dislike, dread, fear, etc.

(II) 자동사: (i) MARVEL 유형: [경험주-주어, 자극-전치사구] Children care about the environment. - care about/for, marvel at, suffer from, rejoice in, weary of, worry over (ii) APPEAL 유형: [자극-주어, 경험주-전치사구] The idea didn’t appeal to me very much. - niggle at, grate on, appeal to, matter to, etc. 4.1.2 심리 술어의 논항 구조 이제 심리 술어의 논항 구조 유형을 살펴 보자. 아래에서 심리 술어의 논항 구조는 격틀(case frame)을 기준으로 기술되어 있다. 즉 심리 술어가 취하는 논항들(경험주, 자극, 착점, 상 등)이 어떤 격틀(case frame)로 실현되는지에 따라 분류하였다. 일부 자료 검색을 위해 <세종 중규모 전자 사전 검색기> (2003 년 배포용 CD)를 이용하였다. [심리-1] 경험주를 주어로 취하는 술어 [심리-1.1] [경험주-주격 자극-여격] 이 유형의 술어는 경험주와 자극을 논항으로 취한다.10 경험주는 주격 조사 “-이/가”를 취하며, 자극 논항은 여격 조사 “-에(게)/한테”를 취하며 나타난다. 아래 예들을 보자. 10 세종전자사전에서는 자극 논항을 술어에 따라 원인(Cause), 영향주(Effector), 상(Theme), 도구(Instrument) 등으로 기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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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 나는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해. 나. 할아버지께서 나를 찾아온 친구들한테 무척 노하셨다. 위에서 동사 '만족하다', '노하다'는 경험주의 심리 상태를 가리키는 심리 술어다. 경험주와 자극 논항이 주격과 여격으로 실현되는 심리 술어에는 아래와 같은 예들이 포함된다. (6) 넌더리내다, 불만족하다, 식상하다, 심취되다/심취하다, 감동되다,

골탕먹다, 노발 발하다, 당황하다, 불끈하다, 화나다 등. [심리-1.2] [경험주-주격 자극-주격] 이 부류의 심리 술어는 경험주와 자극 논항을 취하되, 두 논항이 모두 주격으로 실현된다. 아래의 예를 보자. (7) 가. 근이는 아버지가 무서웠다. 나. 나는 고향 친구들이 그립다. 위의 '무섭다', '그립다' 외에도 경험주와 자극 논항이 모두 주어로 실현되는 심리 술어 부류에는 아래의 예들이 포함된다. (8) 가상하다, 괴롭다, 그리워지다, 못마땅하다, 섭섭하다 등. [심리-1.3] [경험주-주격 착점-여격] (태도심리 형용사) 한국어의 심리 형용사 가운데 일부는 경험주가 경험하는 심리 상태가 자극에 의해 야기된 것이 아니고, 다른 논항에 해 스스로 취하는 심리적인 태도일 경우가 있다. 아래의 예문에서 이 부류의 술어들이 취하는 논항 구조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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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 김 차장이 모든 부하직원들에게 냉정하다. 나. *김 차장이 모든 부하직원들이 냉정하다. (10) 가.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위 예문에서 보듯이 경험주(‘김차장, 우리’)는 주어로 실현되나, 다른 논항은 주어로 실현되지 못하고 여격 조사 ‘-에게’와 함께 실현된다. 그런데 위의 심리 술어 ‘냉정하다’나 ‘떳떳하다’와 함께 나오는 여격 논항은 자극 논항이 아니다. 즉, (9-10)에서 ‘모든 부하직원들’과 ‘모든 사람들’은 자극 논항이 아니고 착점 논항으로 해석된다. 왜냐하면 이 논항은 경험주가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9 가)에서 ‘모든 부하직원들’은 ‘김 차장’이 냉정한 심리 상태를 경험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다.11 오히려 (9 가)는 부하직원들의 상태와 관계없이 경험주인 ‘김 차장’이 부하직원들을 향하여 냉정한 심리적 태도를 갖고 있음을 표현한다. 따라서 여격을 취하는 논항은 자극이라 할 수 없고 착점(goal)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이 논항은 경험주의 심리적 태도가 향하는 상으로서, 착점이 물리적 이동의 방향을 표현하는 것과 같이, 심리

술어와 함께 나타날 때는 심리적 태도와 심리적 영향의 방향성을 표현한다. 이 부류의 심리 술어는 모두 형용사들이다. 이에는 아래 예에 쓰인 ‘몰염치하다,’ ‘쌀쌀스럽다,’ ‘쌀쌀맞다’와 ‘죄송하다,’ ‘다정스럽다,’ ‘무심하다,’ ‘겸연쩍다,’ ‘자극적이다’ 등이 포함된다.

11 태도 심리 형용사가 취하는 여격 논항은 원인/이유로 해석되지 않아서 ‘-때문에’로 환언할 수 없다. 즉 (9가)는 ‘김차장이 모든 부하직원들 때문에 냉정하다’로 환언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심리-1.1]에서 다룬 술어들은 여격 논항이 자극의 의미역으로 해석되며, 또한 ‘-때문에’로 환언된다. 즉 (5가)는 ‘나는 지금 하는 일 때문에 만족한다. ’로 환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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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가. 그 녀석은 친구들한테까지 몰염치해. 나. 그 언니가 남자 친구한테 몹시 쌀쌀스러웠다/쌀쌀맞았다. [심리-1.4] [경험주-주격 자극- 격] (심리 타동사) 이 부류에 속하는 심리 술어는 자극 논항을 목적어로 취한다. 아래의 예들을 보자. (12) 가. 우리 딸이 시험을 걱정한다. 나. 학생들이 모두 김 선생을 겁냈다. (13) 가. 우리 딸이 시험을 걱정하고 있다. 나. 학생들이 모두 김 선생을 겁내고 있다. 이 부류의 술어는 모두 동사여서 (13 가, 나)에서 보듯이 ‘-고 있다’ 구문에서 심리 상태의 지속을 나타낸다. 이것은 앞서 [심리-1.3]에서 [경험주-주격 착점- 격] 논항 구조를 갖는 형용사들이 ‘-고 있다’ 구문을 형성할 수 없는 것과 조된다. (*냉정하고 있다, *떳떳하고 있다, 등) 그러면 심리 타동사는 앞서 [심리-1.1]에서 다루었던 심리 동사 ‘만족하다, 노하다, 당황하다’ 등과는 어떠한 의미 구조상의 차이를 보이는가? (14) 가. 근이는 시험 결과에 당황했다. [시험 결과-로/때문에, *시험 결과에 해] 나. 근이는 시험 결과를 걱정했다. [시험 결과에 해, *시험 결과–로/때문에] (가)와 (나)에서 두 논항 ‘근이’와 ‘시험 결과’는 서로 다른 의미 관계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에서 ‘당황하다’는 자극 논항이 원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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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내는 ‘-때문에’와 결합할 수도 있어서, 경험주(근이)의 심리 상태(당황함)의 원인으로 해석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에서 ‘걱정하다’의 자극 논항(시험 결과)은 심리 상태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고, 단지 ‘걱정하는 심리적 상태/태도의 상’으로만 해석된다. 또한 두 술어는 상적 의미를 달리하는데, 이를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15) 가. 시험 결과에 당황하고 있다. 나. 시험 결과에 당황해 있다. (16) 가. 시험 결과를/결과에 해 걱정하고 있다. 나. *시험 결과를/결과에 해 걱정해 있다. (15-16)의 조에서 보건 , ‘당황하다’는 상태 변화 사건을 가리키는 달성 동사이며, ‘걱정하다’는 단순한 상태 사건을 가리킴을 알 수 있다. 이는 (14)에서 ‘당황하다’의 자극 논항이 원인을 가리킨다고 해석한 것과 같은 직관이다. 즉 ‘당황하다’는 복합 사건 구조를 가지며, 원인 사건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하다’는 원인 사건을 독립적으로 갖지 않는 단순 사건 구조를 갖는다. ‘걱정하다’와 같은 심리 타동사에는 아래 동사들이 포함된다. (17) 고까워하다, 괴로워하다, 노여워하다, 심려하다, 앓다, 좋아하다,

헷갈리다, 등. [심리-2] 경험주를 목적어로 취하는 술어 [심리-2.1] [자극-주격 경험주- 격]: 심리 타동사 이제까지 경험주 논항이 주어로 나타나는 술어들을 살펴보았다. 여기에서는 경험주가 격 조사 “-을/를”과 함께 목적어로 나타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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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어들을 살펴 본다. 이들 술어는 자극 논항을 주어로 취하는 심리 타동사들이다. 아래 예를 보자. (18) 가. 이 책이 모든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는 철이를 좌절시키고 말았다. 위에서 보듯이 경험주를 목적어로 취하는 심리 타동사들은 주어에 원인으로 해석되는 자극 논항을 갖는다. 그리고 두 논항 사이의 의미 관계는 명시적인 사동(causation)의 관계를 보인다. 즉 (18)의 문장들은 아래 (19)로 환언된다. (19) 가. 모든 독자들이 이 책에 매료되었다. 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 때문에 철이가 좌절하고 말았다. 이러한 사동의 의미는 형태적으로도 확인된다. 즉 이들 동사는 부분 “-시키다” 혹은 “-하다”와 결합된 형태를 보인다. 아래의 예들을 보라. (20) 감명시키다, 분발시키다, 마비시키다, 순화시키다, 안도시키다,

도취시키다, 순화하다, 현혹하다, 충돌질하다, 엄습하다, 죽여주다 등.

이러한 명시적 사동 동사의 의미 구조는 사동주(causer)의 출현을 허가한다. 즉 아래 문장에서와 같이 주어로 나타난 사동주와 함께 자극/도구 논항이 별도로 출현할 수 있다. (21) 가. 베르디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라노 시민들을 매료시켰다. 나. 정부는 과도한 과세 정책으로 서민들을 좌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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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2.2] [자극-주격 경험주-여격]: 피동형 심리 동사 이 부류에는 역시 자극 논항이 주어로 실현되고, 경험주 논항은 필수 논항으로서 여격 보어로 실현된다. 자극 논항은 행동주(agent), 영향주(effector), 상(theme) 등으로 기술되기도 한다. 경험주 논항은 여격 조사 ‘-에게’를 취하며, 또한 화제화되어 ‘-에게는’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래 예를 보자. (22) 가. 그 사람의 이상한 낌새가 우리에게 감지되었다. 나. 저 사람들에게 절 깔보여서는 안 된다. 위 예문에서 ‘감지하는’ 주체와 ‘깔보는’ 주체가 경험주로서 여격을 취하고 나타난다. 이들 논항은 아래와 같이 화제화 될 수 있다. (23) 가. 그 사람의 이상한 낌새가 우리에게는 감지되었다. 나. 저 사람들에게는 절 깔보여서는 안 된다. 위의 화제화는 아래 [심리-3]에서 경험주 화제화와 조하여 논의될 것이다. ‘감지되다’와 ‘깔보이다’는 분명히 ‘감지하다’와 ‘깔보다’에서 파생된 피동 동사이다. 따라서 능동과 피동의 논항 구조는 상호 역전된 통사 구조로 실현된다. 이 피동형 심리동사 부류에는 아래의 동사들이 포함된다. (24) 감지되다, 깔보이다/깔뵈다, 믿기다, 밉보이다,

불신(임)당하다/불신받다, 숙지되다, 신뢰되다, 신봉되다, 오해받다, 이단시되다, 이해되다, 잊혀지다 등.

[심리-3] 경험주를 부가어로 취하는 술어 [심리-3.1] [자극-주격 경험주-여격]: 심리 형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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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류에는 경험주를 여격 부가어로 실현하는 술어들이 포함된다. 아래의 문장들을 보라. (25) 가. 김씨에게는 성공한 아들이 매우 믿음직스러웠다. 가'. 김씨는 성공한 아들이 매우 믿음직스러웠다. 나. 진이가 지금 학원 진학을 포기하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아깝다. 다. 김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는 것이 나(에게)는 영 마땅찮아요. 위의 예문들에서 경험주는 각각 ‘믿음직함,’ ‘아까움/아쉬움,’ ‘마땅찮음’을 느끼는 주체로 해석된다. 따라서 그 의미는 ‘경험주의 판단/생각에 따르면’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경험주는 통사적으로 복합조사 ‘-에게는’과 결합하며 나타나는데, (25 가')에서와 같이 ‘-에게’는 언제나 생략될 수 있다. 그런데 (25 가')을 표면 형태로 보면 아래 (26)의 논항 구조와 혼동할 수 있다. (26) 가. 근이는 아버지가 무서웠다. 나. 나는 고향 친구들이 그립다. (26)의 심리 술어들은 앞서 [심리-1.2] 부류에서 다루어진 것들이다. 이들은 경험주와 자극 논항이 모두 주어로 실현되는 술어들이다. 따라서 (26)에서 경험주는 아래와 같이 주격 조사 "-이/가"를 취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경험주를 여격 부가어로 취하는 [심리-3.1] 형용사 부류는 경험주가 주격을 취할 수 없다. (27) 가. 근이가 아버지가 무서웠다. 나. 내가 고향 친구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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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가. *김씨가 성공한 아들이 매우 믿음직스러웠다. 나. *진이가 지금 학원 진학을 포기하는 것이 내가 너무 아깝다. 다. *김 교수가 이 연구를 맡는 것이 내가 영 마땅찮아요. 한편, [심리-3.1] 부류는 앞서 다룬 [심리-1.3] 부류의 형용사와 표면 구조가 유사하다. [심리-1.3] 부류에는 “쌀쌀스럽다, 냉정하다” 등이 포함되는데, 두 부류의 형용사가 쓰인 문장들을 비교해 보자. (29) 가. 성공한 아들이 김씨에게는 매우 믿음직스러웠다. 나. 진이가 친구들에게 쌀쌀스럽다. 위의 (가)에서 ‘믿음직스럽다’의 경험주 논항은 여격 부가어로 실현된다. 그러나 (나)에서 ‘쌀쌀스럽다’와 함께 나오는 여격 논항 “친구들에게”는 경험주가 아닌 착점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두 부류의 형용사는 논항 구조와 그 실현 양상이 전혀 다르다. 아래 문장들을 비교해 보라. 아래 (30)에서 쓰인 술어 ‘쌀쌀스럽다’와 ‘냉정하다’는 앞서 [심리-1.3]에 분류된 심리 형용사이다. 이들 심리 형용사가 취하는 두 논항 가운데 하나가 여격으로 나타난 (가)와 (나)는 자연스러우나, 여격 신 주격이나 화제 표지를 달고 나타난 (가')과 (나')은 각각 (가)와 (나)의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 즉 (가')과 (나')에서 ‘친구들’은 심리적 태도의 상이 될 수 없다. (30) 가. 진이가 친구들에게 쌀쌀스럽다. [착점] 가'. *진이가 친구들이/친구들은 쌀쌀스럽다. 나. 진이가 친구들에게 냉정하다. [착점] 나'. *진이가 친구들이/친구들은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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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앞서 (25)에서 보았듯이 ‘믿음직스럽다’와 같은 심리 형용사들은 경험주가 여격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여격 표지가 탈락되고 화제화되어도 의미 변화 없이 자연스럽게 해석된다. 경험주를 여격 부가어로 실현하는 심리 형용사 부류에는 아래 형용사들이 포함된다. (31) 떳떳하다, 마땅찮다, 믿음직하다/믿음직스럽다, 신비스럽다, 아깝다

등. [심리-4] 심리 명사의 복합 술어: [심리명사-격조사 경동사] 경험주의 심리적 상태나 과정은 어휘 술어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아래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심리 명사와 술어의 결합에 의해서도 표현된다. 아래의 예들을 보라. (32) 가. 그리움이 려오다; 기쁨이 샘솟다 나. 노여움을 사다; 설움을 맛보다 다. 공포에 사로잡히다; 사랑에 빠지다 심리 명사가 (32가)에서는 주격 조사와 함께, (32나)에서는 격 조사와 함께, (32 다)에서는 처소격 조사와 함께 나타난다. 심리 명사에는 감정(emotion), 태도(attitude), 인성(personal property) 등의 인지 상태/과정을 뜻하는 명사들과 질병이나 증세, 혹은 신체적 상태를 가리키는 명사들도 포함된다. 이들 명사와 결합하여 흔히 심리 술어를 형성하는 동사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33) 가. [심리명사-가]: 가다, 오다; 나다, 일다, 생기다, 솟다; 크다,

심하다 등. 나. [심리명사-을/를]: 느끼다, 맛보다, 타다; 주다, 받다, 사다; 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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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다; 감추다, 누르다 등. 다. [심리명사-에]: 빠지다, 사로잡히다, 휩싸이다 등.

아래에는 한국어 심리 명사의 예를 들고 이들이 구성하는 전형적인 복합 심리 술어 구문을 제시하였다. (34) [경험주-주격 심리명사-주격] 고뇌가 깊다, 고뇌가 심하다; 구미가 당기다; 그리움이 남다;

기쁨이 샘솟다; 노여움이 일다; 불행이 닥치다; 샘이 나다; 숨이 막히다; 신경이 쓰이다; 신뢰가 싹트다; 싫증이 나다; 진저리가 나다; 우정이 싹트다, 우정이 두텁다; 행복이 가득하다 등

(35) [경험주-주격 심리명사- 격] 고뇌를 하다; 기쁨을 맛보다; 노여움을 사다; 두려움을 타다;

미움을 사다; 불만을 쌓다, 불만을 해소하다; 불신을 사다; 불행을 자초하다; 사심을 품다; 샘을 내다; 설움을 맛보다; 신경을 쓰다; 싫증을 내다; 애정을 쏟다; 자신감을 되찾다, 자신감을 잃다; 재미를 붙이다; 정열을 바치다, 정열을 불태우다; 진노를 사다; 진저리를 내다; 희망을 품다 등

(36) [경험주-주격 심리명사-처소격] 고뇌에 빠지다; 공포에 사로잡히다; 불신에 빠지다; 사랑에

빠지다; 슬픔에 잠기다 등 이제까지 심리 술어의 논항 구조를 격틀 형식에 따라 분류하였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37) 한국어 심리 술어의 논항 구조: 1.1 [경험주-주격 자극-여격] (자동사)– 만족하다, 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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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경험주-주격 자극-주격] (형용사) – 무섭다, 그립다 1.3 [경험주-주격 착점-여격] (태도형용사) – 냉정하다, 떳떳하다 1.4 [경험주-주격 자극- 격] (타동사) – 걱정하다, 겁내다 2.1 [자극-주격 경험주- 격] (타동사) – 매료시키다, 좌절시키다 2.2 [자극-주격 경험주-여격] (피동심리동사) – 감지되다, 깔보이다 3. [자극-주격 경험주-여격] (형용사) – 믿음직스럽다, 아깝다 4. [심리명사 복합 술어] – 그리움이 려오다, 노여움을 사다 4.1.3 심리 술어의 격교체와 사건 구조 4.1.3.1 경험주 논항의 격교체: 사동/기동 교체 (Causative/Inchoative alternation) [자극-주격 경험주-주격/여격] 자극 논항은 주격으로 실현되고 경험주가 주격과 여격으로 교체되는 술어들이 있다. 아래의 예를 보자.12 (38) 가. 내가 그 영화가 참 지루했다. [경험주-주격] 구문 나. 나한테 그 영화가 참 지루했다. [경험주-여격] 구문 (39) 가. 아이들이 호랑이가 무서웠다. [경험주-주격] 구문 나. 아이들한테 호랑이가 무서웠다. [경험주-여격] 구문 두 교체 구문에서 자극 논항은 모두 주격으로 실현된다. 그러나 두 구문에서 자극 논항이 경험주 논항과 갖는 관계는 전혀 다르다. 우선 (38-39 가)에서는 자극뿐만 아니라 경험주도 주격으로 실현되는데, 둘 가운데 전체 문장의 주어는 경험주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12 (38-39)에서 경험주는 주격이나 여격 신 화제 표지 “-은/는”으로 실현될 수 있다: “나는 그 영화가 참 지루했다.” 이 경우 “나는”은 “내가”가 화제화된 것일 수도 있고, “나한테”가 화제화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나한테는”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나는”이 여격 경험주의 화제화라고 할 수만은 없다. 또한 (38-39나) 문장에서 자극 논항이 화제 표지와 나타나면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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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환-이민행 (2005:34-35)에서는 이 두 교체 구문의 의미 차이를 직접 지각(direct sentience)과 간접 지각(indirect sentience)의 차이라고 기술한다. 직접 지각은 현장에서 경험주가 자극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그 심리 상태를 경험하는 경우이며, 간접 지각은 “실제 상황이 없이도 일반적으로 얘기될 수 있는 총칭적인 경우를 포함할 것”이라고 한다. 즉 (39가)는 아이들이 호랑이를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경우이고, (39나)는 직접 경험이 없이도 총칭적 진술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익환-이민행(2005)의 직관은 ‘지루하다’와 같은 전형적인 단계 층위 술어(stage-level predicate)의 교체 구문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즉 위의 (38가)와 (38나)가 직접 지각과 간접 지각의 차이로 해석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는 이익환-이민행(2005)의 직관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두 논항(경험주와 자극) 사이의 의미 관계가 두 교체 구문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주목하고, 두 교체 구문의 통사적인 차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아래 문장을 보라. (40) 가. 선생님께서는 그 영화가 참 지루하셨다. 나. *선생님께는 그 영화가 참 지루하셨다. 다. *선생님께 그 영화는 참 지루하셨다. 위에서 우리는 “그 영화가”가 아닌 “선생님께서”가 전체 문장의 주어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험주-주격] 구문에서 경험주가 전체 문장의 주어라는 분석은 경험주가 스스로 자극에 해 지루한 감정을 품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경험주의 감정이 수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라기보다 자극에 한 경험주의 직접 지각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경험주-여격] 구문에서는 전체 문장의 주어가 경험주가 아니고 자극 논항이다. 즉, [경험주-여격] 구문은 ‘자극 논항이 술어의 속성을 갖는다’는 것과 ‘경험주가 이를 인식하거나 지각하였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앞서 (38 나)에서 “나한테”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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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하건 ’ 혹은 ‘내가 느끼건 ’의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경험주-여격] 구문에서 경험주는 필수 논항이 아니라 수의 논항에 가깝다. [경험주-주격] 구문에 나오는 두 논항 사이의 비 칭성은 어순 변이 가능성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래에서 우리는 두 논항의 격구조에 따라 어순 변이에 제약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1) 가. 아이들이 호랑이가 무서웠다. 나. *호랑이가 아이들이 무서웠다. 다. 호랑이가 # 아이들은 무서웠다. (42) 가. 아이들한테 호랑이가 무서웠다. 나. (?)호랑이가 아이들한테 무서웠다. 다. 호랑이가 (#) 아이들한테는 무서웠다. 두 논항이 모두 주격을 취하는 경우에는 자극 논항이 경험주 논항을 선행할 수 없다. 이것은 두 논항 사이에 통사적 비 칭성이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경험주-여격] 구문에서는 자극 논항이 비교적 자유롭게 경험주 앞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것은 경험주의 여격이 구조격이라기보다는 사격임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1 다) 문장은 경험주가 화제 표지를 가지면 자극 논항에 후행할 수도 있으나, 그 사이에 휴지(pause, #)가 필요함을 보여 준다. 두 구문 사이의 이러한 통사적, 의미적 차이는 아래와 같은 사건 구조에서 설명된다. (43) ‘지루하다’의 의미 구조 논항구조 = [논항1:경험주, 논항2:자극] 사건구조 = [e1(상태:논항2), e2(상태:논항1, 논항2)] 중점 = [e1(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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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사건 [e1]은 자극 논항의 상태를 가리키며, [e2]는 [e1]의 상태를 경험주가 지각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위의 사건 구조에서 중점은 [e1(e2)]로 미명세되어 있어서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만일 [e1]과 [e2]가 모두 중점으로 부각되면 경험주와 자극 논항이 모두 주격으로 실현되는데, 이 때 경험주는 자극 논항의 상태를 직접 지각한다. 그러나 만일 [e1]만이 중점으로 부각되면 자극 논항만이 구조격을 부여 받고, 경험주 논항은 부가어로서 여격을 받는다. 이 때는 경험주가 자극 논항을 직접 경험하여 지각한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자극 논항의 상태를 경험주가 심리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44) '지루하다'의 논항 실현 (i) 중점값이 [e1]로 해석되는 경우: ⇒ 격틀 = [논항1:여격, 논항2:주격] (ii) 중점값이 [e1+e2]로 해석되는 경우: ⇒ 격틀 = [논항1:주격, 논항2:주격] 이 교체 유형을 사동/기동 교체라고 부른 이유는, 자극이 전체 문장의 주어로 실현되는 구문을 사동 구문에 응한다고 보고, 경험주가 전체 문장의 주어로 실현되는 구문을 기동 구문에 응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영어의 일부 심리 동사가 보여 주는 타동성(transitivity) 교체에서도 확인된다. (45) 가. The good news cheered the people. 나. The people cheered up at the good news. (46) 가. These paintings delighted the eye. 나. He delighted in playing his guitar. 위에서 영어의 동사 cheer와 delight은 타동 구문과 자동 구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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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성하면서 타동 구문의 목적어를 자동 구문의 주어로 실현한다. 다시 말하면 타동 구문에서는 자극이 주어로, 자동 구문에서는 경험주가 주어로 실현된다. 바로 이 점이 한국어 ‘지루하다’의 교체와 닮은 점이다. 물론 한국어에서 ‘지루하다’와 같은 격교체를 보이는 심리 술어는 형용사뿐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동/기동 교체와 달리 한국어 형용사의 교체 구문에서는 목적어가 나타날 수 없다. Levin (1993:29)은 영어의 심리 동사 가운데 사동/기동 교체를 보이는 것들을 아래와 같이 예시한다. (47) Amuse-type psych-verbs (some): cheer, delight, enthuse, gladden, grieve,

madden, obsess, puzzle, sadden, sicken, thrill, tire, weary, worry 한국어에서 ‘지루하다’와 같은 사동/기동 교체를 보이는 심리 형용사에는 아래의 예들이 포함된다. (48) 사동/기동 교체 심리 형용사: 괴롭다, 거북하다, 고깝다, 무섭다,

답답하다, 망신스럽다, 안락하다, 편안하다, 지루하다, 불쾌하다 등. 사동/기동 교체를 다루면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어떤 교체 현상은 마치 사동/기동의 교체인 것처럼 보이나 실은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 아래 예들을 살펴 보자. (49) 가. 근이에게 진이의 말투는 몹시 밉살맞았다. 나. 근이는 진이의 말투가 몹시 밉살맞았다. (49 가,나)를 앞서 ‘지루하다’의 응 예문들과 비교하면 ‘밉살맞다’ 역시 같은 교체를 허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밉살맞다’의 두 논항 사이의 관계는 ‘지루하다’의 두 논항 사이의 관계와 다르다. 이것은 아래 두 쌍의 문장들을 비교해 보면 쉽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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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가. 그 영화가 참 지루했다. 나. 내가 참 지루했다. (51) 가. 진이의 말투가 몹시 밉살맞았다. 나. 근이가 몹시 밉살맞았다. (50)에서 보듯이 ‘지루하다’의 교체 구문에서는 전체 문장의 주어가 자극(‘그 영화’)일 수도 있고 경험주(‘나’)일 수도 있다. 그러나 (51)에서 ‘밉살맞다’의 주어를 확인해 보면, (가)에서는 주어가 자극으로 드러나지만, (나)에서는 “근이”가 경험주로 해석될 수 없고 자극으로만 해석된다. 따라서 앞서 (49 나)의 “근이는”은 주어가 화제화한 표현이 아니라 “근이에게”가 화제화된 후에 “-에게”가 탈락한 것으로 분석하는 것이 옳다. 결국 ‘밉살맞다’의 교체는 ‘지루하다’의 사동/기동 교체와 다르다. ‘밉살맞다’와 같은 부류의 심리 형용사에는 ‘밉상스럽다,’ ‘발칙스럽다’ 등이 있으며, 이들이 쓰인 (51)의 두 예문은 결국 같은 논항들이 같은 의미역으로 해석되므로 논항 교체를 보인다고 할 수 없다. 어떤 형용사는 언제나 자극 논항이 주격으로 실현되나 사동/기동의 교체를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아래에서 보듯이 ‘그립다,’ ‘싫다,’ ‘좋다,’ ‘안쓰럽다’ 등은 경험주와 자극이 한 문장에서 동시에 주격으로 실현된다. 그러나 이러한 예들은 일반 형용사가 복수 주어를 허용하는 현상 (55)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52) 가. 근이가 고향 친구들이 그립다. 나. *근이에게(는) 고향 친구들이 그립다. (53) 가. 나는 그 친구의 거만한 태도가 싫다. 나. *나에게(는) 그 친구의 거만한 태도가 싫다. (54) 가. 나는 그를 혼자 두고 오기가 안쓰러웠다. 나. *나에게는 그를 혼자 두고 오기가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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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가. 이 백화점은 물건값이 비싸다. 나. 철수는 동생이 아프다. 4.1.3.2 자극 논항의 격교체: 원인/ 상 교체 (Cause/Theme alternation) [경험주-주격 자극-주격/여격] 아래 문장에 쓰인 심리 술어들은 자극 논항이 주격으로 실현되거나 여격으로 실현되는 것을 허용한다. (56) 가. 나는 그 일이 구미가 당긴다. [자극-주격] 구문 가’. 나는 그 일에 구미가 당긴다. [자극-여격] 구문 나. 그는 친구의 성공이 샘이 났다. 나’. 그는 친구의 성공에 샘이 났다. 다. 근이는 진이가 늘 섭섭했다. 다’. 근이는 진이에게 늘 섭섭했다. 위에서 두 교체 구문은 미묘한 의미 차이를 드러낸다. [자극-주격] 구문에서는 경험주가 경험하는 심리 상태의 원인을 자극이 직접적으로 제공하고 경험주는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인데, [자극-여격] 구문에서는 자극 논항의 어떤 속성으로 인해 경험주가 자극 논항에 해 특정한 심리 상태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즉, [자극-주격] 구문에서는 심리적 영향의 방향성이 자극에서 경험주로 향하고, [자극-여격] 구문에서는 경험주에서 자극으로 향한다. 이러한 미묘한 의미 차이는 자극 논항이 전체 사건에서 의미적으로 부각되느냐 아니면 의미적으로 약화되느냐 하는 문제로 환언할 수도 있다. 즉, 자극이 의미적으로 부각되면 자극 논항이 통사적으로도 상승된(promoted) 지위를 갖는 주격을 부여 받는 것이다. 반면 경험주의 심리 상태 변화만이 부각되고 그 원인을 제공하는 자극 논항이 약화되면, 자극 논항은 통사적으로 격하된(demoted) 여격을 부여 받는 것이다.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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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의 차이를 고려하여 이 격교체를 "원인/ 상" (cause/theme) 교체라고 부른다. 즉 자극 논항이 경험주의 심리 상태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부각되면 주격이 부여되고, 경험주의 심리 상태만이 부각되면 자극 논항은 경험주가 심리적으로 지각하는 상으로 해석되면서 여격이 부여된다. 이러한 미묘한 의미 차이는 아래 구문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57) 가. 근이는 진이에게 늘 섭섭해 했다. 나. *근이는 진이가 늘 섭섭해 했다. (57 가)는 앞서 (56 다’)의 “섭섭하다” 신 “섭섭해 하다”를 사용한 경우인데, 경험주와 자극의 관계는 유지시키면서, 다만 경험주의 심리 상태가 여하히 드러난 것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경험주의 ‘섭섭한 심리 상태’가 자극인 ‘진이에게’ 향하여 드러났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진이’가 갖는 의미 역할은 (56 다’)에서나 (57 가)에서나 동일하다. 그런데 (57 나)에서 “섭섭해 하다”는 자극 논항에 주격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섭섭해 하다”가 심리 동사로서 두 논항에 해 분명한 비 칭성을 요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아래의 조에서도 확인된다. (58) 가. 그는 친구의 성공에 샘을 냈다. 나. *그는 친구의 성공이 샘을 냈다. 위에서 쓰인 복합 심리 술어는 ‘샘을 내다’이다. 이 표현은 ‘샘이 나다’의 사동형으로서 경험주가 자극에 해 더욱 비 칭적인 방향성을 요구하게 되므로 자극 논항이 주격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여격으로만 실현된다. 이러한 의미 해석의 미묘한 차이는 두 논항 사이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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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가. ?근이는 어제 자기를 따돌린 진이에게 섭섭했다. 나. 근이는 어제 자기를 따돌린 진이가 섭섭했다. (59)에서 (가)는 (나)보다 좀 부자연스럽다. 그 이유는 두 논항 사이의 관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59)에서는 앞서의 (56 다)와 달리 자극 논항을 '자기를 늘 따돌리는 사람'으로 표현함으로써 경험주의 심리 상태를 야기하는 원인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 경우는 자극 논항이 주격으로 표현되는 것이 여격으로 표현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들린다. 아래에 예시한 심리 술어들은 모두 [원인~ 상] 교체를 허용한다. (60) 못마땅하다, 숨이 막히다, 신경쓰이다, 싫증나다, 감사하다,

진저리나다, 황송스럽다 등. 우리는 이러한 격교체에 따른 의미 차이를 포착하고 설명하기 위해 격교체를 허용하는 심리 술어들의 의미 구조를 아래와 같이 표상한다. (61) '섭섭하다'의 의미 구조 논항구조 = [논항1:경험주, 논항2:자극] 사건구조 = [e1(사건:논항2), e2(상태:논항1, 논항2)] 중점 = [(e1)e2] 위에 제시한 의미 구조는 ‘섭섭하다’의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만을 간략하게 나타낸 것이다. 우선 논항 구조는 ‘섭섭하다’가 취하는 논항이 논항 1(경험주)와 논항 2(자극)임을 표상한다. 사건 구조는 ‘섭섭하다’의 사건이 두 개의 하위사건(sub-event)으로 이루어진 복합 사건임을 보여 준다. 첫째 하위사건 [e1]은 논항 2(자극)이 필수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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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하는 사건이며, 둘째 하위사건 [e2]는 두 논항이 모두 참여하는 사건으로서 논항 1(경험주)가 논항 2(자극)에 해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e1]은 원인 사건으로, 그리고 [e2]는 결과 사건으로 해석된다. ‘섭섭하다’의 의미 구조에서 주목할 것은 사건 구조의 중점(HEAD)이다. 위에서 중점이라는 속성에 [(e1)e2]라는 값이 주어져 있다. 사건 구조의 중점이라는 속성은 해당 술어가 전체 사건의 어떤 부분을 부각시켜 표현하는가를 표상해 준다. 즉 복합사건에서 두 하위 사건 가운데 하나가 초점화되면 그 하위 사건이 중점값으로 표상된다. 그런데 위의 ‘섭섭하다’의 사건 구조에서 중점값 [(e1)e2]은 부분적으로 미명세되어 있다. 이러한 미명세 중점값은 문맥에 따라 중점이 두 가지 값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중점값 [(e1)e2]은 [e2]로 해석될 수도 있고, [e1+e2]로 해석될 수도 있다. 중점값이 [e2]로 해석된다는 것은 두 하위 사건 가운데 '자극 논항의 상태'를 나타내는 [e1]은 부각되지 않고, 다만 '경험주가 자극에 해 갖는 심리적 상태'만을 부각시킨다는 뜻이다. 한편 중점값이 [e1+e2]로 실현될 때는 '자극 논항의 상태'를 가리키는 [e1]도 부각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중점값 해석 가능성에 따라 하위 사건에 관여하는 논항들의 통사적 실현 방식에도 차이를 가져 온다는 가정에 따라 우리는 중점값의 해석과 논항의 격틀 실현 사이의 상관관계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62) '섭섭하다'의 논항 실현 (i) 중점값이 [e2]로 해석되는 경우: 격틀 = [논항1:주격, 논항2:여격] (ii) 중점값이 [e1+e2]로 해석되는 경우: 격틀 = [논항1:주격, 논항2:주격] (i)에서는 하위사건 [e2]가 중점을 받는데, 이 하위사건에 관여하는 두 논항이 통사적으로 주격과 여격을 부여 받는다. 이것은 [e2]에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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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항의 관계가 일방향적, 즉 비 칭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ii)에서는 [e2]와 함께 [e1]도 중점을 받으므로 [e1]의 유일한 참여자인 자극 논항도 표면에서 주격을 부여 받는다. 즉 [e1]의 자극 논항과 [e2]의 경험주 논항이 모두 주격으로 실현된다. 여기에서 두 교체 구문의 의미 차이에 해 주목할 것이 있는데, 앞서 (59)에서 보았듯이 자극(Stimulus) 논항이 그 속성이나 상태에 관한 표현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자극 논항이 여격으로 실현되는 것보다 주격으로 실현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 현상을 사건 구조와 연관시켜 보면, 자극 논항의 속성이나 상태는 선행 하위 사건 [e1]에 해당하고, 이는 후행 하위 사건 [e2]에서 경험주가 어떤 심리 상태를 경험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해석된다. 즉 아래에 다시 보인 예문 (59)에서 '어제 자기를 따돌린 사건'은 자극 논항 ‘진이’의 속성을 가리키는 하위사건 [e1]을 이루며, 이것이 경험주인 ‘근이’가 자극인 ‘진이’에 해 섭섭하게 느끼는 하위사건 [e2]의 원인이 된다. (59) 가. ?근이는 어제 자기를 따돌린 진이에게 섭섭했다. 나. 근이는 어제 자기를 따돌린 진이가 섭섭했다. 그런데 원인을 이루는 하위 사건이 중점을 받으며 그 내용이 부각되어 표현될 때는 위의 (62.ii)의 경우와 같이 중점이 [e1+e2]로 해석되면서 경험주와 자극 논항이 모두 주격으로 실현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사건 구조의 중점 해석과 논항 구조의 격틀 실현 사이에 원리적인 상관성이 있음을 뒷받침한다. [원인~ 상] 교체 구문은 상적 의미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아래 예들을 비교해 보자. (63) 가. 그는 친구한테 샘이 나 있다. 나. *그는 친구가 샘이 나 있다. (64) 가. 근이는 진이에게 섭섭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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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근이는 진이가 섭섭해 있다. (63-64)에서 (가) 문장은 ‘-어 있다’ 구문이 허용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이는 앞서 이들 술어에 부여한 사건 구조 해석을 통해 쉽게 설명된다. (61-62)에서 우리는 사건 구조의 중점값이 결과 상태 [e2]로 해석되면 자극 논항이 여격으로 실현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중점 해석은 ‘샘이 나다’, ‘섭섭하다’를 달성의 상태 변화 술어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3.2.3 에서 우리는 ‘-어 있다’ 구문이 바로 달성 동사와만 결합하면서 [e2]가 중점인 사건을 수식한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제약은 두 하위 사건이 모두 중점값으로 해석되는 (63 나)와 (64 나)에서 ‘-어 있다’ 구문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해 준다. 4.1.3.2.1 비교체 술어: [경험주-주격 착점-여격/*주격] 이제까지 자극 논항이 여격이나 주격으로 실현되는 교체 술어를 살펴 보았다. 그러나 경험주를 주격으로 취하는 술어가 모두 이러한 교체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는 경험주가 주어로 실현되고, 경험주와 함께 나오는 다른 논항이 여격으로는 실현되지만 주격으로는 실현되지 않는 동사들을 살펴본다. 우리는 앞서 경험주가 주격으로 실현되는 심리 술어 가운데 [심리-1.1]과 [심리-1.3] 유형의 술어를 다룬 바 있다. 이 가운데 [심리-1.3]에는 ‘냉정하다’와 같은 태도 형용사가 포함되는데, 이들의 논항 구조에서 여격으로 실현되는 논항은 자극(혹은 원인)이 아닌 착점(Goal)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 착점 논항은 여격으로 실현될 뿐 주격으로 실현될 수 없음을 보여 주었다. 앞서의 예를 아래에 다시 인용한다. (65) 가. 김 차장이 모든 부하직원들에게 냉정하다. 가'. *김 차장이 모든 부하직원들이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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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류의 형용사를 태도 심리 형용사라고 하였는데, 경험주가 일방향적으로 (즉, 비 칭적으로) 착점 논항에 해 심리적 태도를 갖는 사건을 가리킨다. 따라서 경험주와 착점 논항 사이의 심리적 역학의 방향성이 고정되어 있어서 격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 부류의 태도 심리 형용사를 표해서 '냉정하다'의 의미 구조를 간략히 보이면 아래와 같다. (66) '냉정하다'의 의미 구조 논항구조 = [논항1:경험주, 논항2:착점] 사건구조 = [e1(상태:논항1, 논항2)] 중점 = [e1] 격틀 = [논항1:주격, 논항2:여격] '냉정하다'의 논항 구조에는 경험주와 착점이 참여하며, 사건 구조는 하나의 하위 사건만을 갖는 단순 구조이다. 단순 사건에 관여하는 두 논항들 사이의 심리적 역학 관계는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일방향적이어서, 경험주와 착점 논항이 각각 주격과 여격으로 실현된다. 이렇듯 태도 심리 형용사의 단순 사건 구조는 3.1.1 에서 분석한 심리 형용사 ‘섭섭하다’의 복합 사건 구조와 조되며, 단순 사건 구조에서는 중점 미명세(underspecification)가 불가능하므로 중점 해석에 따른 격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4.1.3.3 자극 논항의 격교체: 타동성 교체 (Transitivity alternation) [경험주-주격 자극- 격/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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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4.1.2 의 [심리-1.4]에서는 심리 타동사 부류를 예시한 바 있다. 그런데 심리 타동사 가운데 일부는 자극 논항이 사격(oblique case)으로 실현되는 자동사(intransitive) 구문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타동 구문과 자동 구문으로 모두 실현되는 교체 현상을 타동성 교체라고 부른다.13 아래 예문에서 보듯이 ‘괴로워하다’와 ‘걱정하다’는 자극 논항을 취하는데, 이 자극 논항은 격(‘-을/를’)으로 실현되기도 하고 다른 사격(‘-에/로/때문에/에 해’)으로 실현되기도 한다. (67) 가. 그는 자신의 실수-를/에/로/때문에 괴로워했다. 나. 우리 딸이 학 입시-를/로/때문에/에 해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교체를 보이는 심리 타동사에는 ‘괴로워하다’와 ‘걱정하다’ 외에도 ‘겁내다,’ ‘노여워하다,’ ‘심려하다’ 등이 있다. 이들 심리 타동사의 격교체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아래와 같은 의미 구조를 제안한다. (68) '괴로워하다'의 의미 구조 논항구조 = [논항1:경험주, 논항2:자극] 사건구조 = [e1(상태:논항1, 논항2), e2(과정:논항1)]

13 영어에서 전형적인 타동성 교체의 예를 들면 다음 두 종류가 있다. (i) 사동/기동 (causative/inchoative) 교체, (ii) 목적어 탈락 (Unexpressed Object) 교체. (i) 가. John broke the cup. 나. The cup broke (easily). (ii) 가. John ate the cheese. 나. John ate (a meal). 영어의 일부 심리 술어들도 이러한 교체를 보인다. (i) Amuse-type psych-verbs (some): cheer, delight, enthuse, gladden, grieve, madden, obsess, puzzle, sadden, sicken, thrill, tire, weary, worry 가. The good news cheered the people. 나. The people cheered up at the good news. (ii) Amuse-type Psych-verbs (many): abash, affect, afflict, affront, aggravate, agitate, agonize, … 가. That movie always shocks people. 나. That movie always sh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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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 = [(e1)e2] 위 의미 구조에서 먼저 특기할 것은 복합 사건 구조의 하위 사건들이다. 두 하위 사건의 구성을 보면 선행 하위 사건 [e1]에는 두 논항(경험주, 자극)이 참여하고, 후행 하위 사건 [e2]에는 경험주 논항만이 참여한다. [e1]은 경험주가 자극에 하여 갖는 심리적 상태를 가리키고, [e2]는 [e1]의 결과로 경험주가 행하는 사건(과정)을 가리킨다. 즉, '괴로워하다'의 [e1]은 경험주가 자극으로 인해 괴로운 상태에 있음을 말하고, [e2]는 경험주가 그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러면 두 교체 구문의 격틀은 어떻게 실현되는가? 우리는 두 교체 구문의 논항 실현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69) '괴로워하다'의 논항 실현 (i) 중점값이 [e2]로 해석되는 경우: 격틀 = [논항1:주격, 논항2:사격] (ii) 중점값이 [e1+e2]로 해석되는 경우: 격틀 = [논항1:주격, 논항2: 격] 우선 [(e1)e2]로 미명세된 사건 중점이 [e2]로 해석되면, [e2]에 참여하는 경험주 논항은 주격으로 실현되나, [e2]에 참여하지 않는 자극 논항은 사격으로 실현된다. 즉 통사적으로는 격하되면서(demoted) 필수 논항이 아닌 부가어로 실현된다. 그러나 사건 중점이 [e1+e2]로 해석되면 [e1]에 참여하는 자극 논항도 구조격인 격을 갖는다. 4.1.3.4 상 논항의 격 교체 [자극-주격 상-여격/주격] 이제 경험주의 심리적 경험의 상을 가리키는 논항이 격교체를 보이는 예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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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가. 그 사람은 셈을 하는 것에 어둡다. 나. 그 사람은 셈을 하는 것이 어둡다. (71) 가. 김씨는 그물 다루는 일에 익숙하다. 나. 김씨는 그물 다루는 일이 익숙하다. 이러한 교체를 보이는 형용사에는 ‘자신(이) 있다/없다,’ ‘약하다,’ ‘강하다’ 등이 있다. 그런데 이 교체 구문들 사이에는 의미 차이를 찾기 힘들다. 다만 이제까지 다룬 격교체와 달리 특이한 사건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 형용사들이 취하는 상 논항이 사건의 의미 유형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70)에서 상 논항은 ‘셈을 하는 것’으로, (71)에서는 ‘그물 다루는 일’로 나타난다. 더구나 이들 사건- 상은 그 내부의 논항으로 전체 문장의 경험주 논항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하면 (70)에서 ‘셈을 하는 사건’의 행동주 논항은 전체 문장의 경험주(‘그 사람’)와 동일한 사람을 지시한다. ‘익숙하다,’ ‘강하다,’ ‘자신 있다’도 역시 사건을 상 논항으로 취하며, ‘어둡다’의 문장과 같이 두 논항 사이에 공지시(coreferential) 현상이 확인된다. 이러한 의미 특성을 고려하여 ‘어둡다’의 의미 구조를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72) '어둡다'의 의미 구조: 논항구조 = [논항1:경험주, 논항2: 상 = [e2(사건:논항1)]] 사건구조 = [e1(상태:논항1, 논항2)] 중점 = [e1] '어둡다'의 두 논항 가운데 '논항2'는 상의 의미역을 가지면 그 의미 유형이 사건이어서 e2로 표기되었다. 그런데 e2의 내부 논항이 '논항1'로 표시되어 있어서 전체 사건의 경험주 논항과 공지시적으로 해석된다. 여기에서 '논항2'가 사건 유형이라 하더라도, 전체 사건 구조는 단순 구조를 취한다. 그런데 (70-71)에서 '어둡다'와 '익숙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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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보이는 격교체 현상이 의미 차이를 드러내지 않으므로, 이 격교체 현상은 의미 구조의 차이를 기반으로 설명될 것이 아니고, 통사 구조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즉 이들 형용사가 취하는 상 논항이 사건 유형이며, 이 내포 사건의 논항이 전체 사건의 주어와 공지시적이라는 의미 특성은 두 교체 구문의 격 구조를 통사적으로 도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까지 4.1.2에서는 심리 술어의 논항 구조 유형을 살펴 보았고, 4.1.3에서는 심리 술어의 사건 구조를 살펴 보았다. 심리 술어의 기본적인 논항 구조는 경험주와 자극을 포함하고, 이외에도 특수한 부류에서 착점 논항이나 상 논항을 확인하였다. 또한 심리 술어의 의미 구조를 단순 사건 구조나 복합 사건 구조로 표상하였는데, 논항 교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복합 사건 구조의 중점 미명세를 이용하였다. 4.1.3에서 심리 술어의 논항 교체 유형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사건 중점 미명세를 이용하여 설명하였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73) A. '지루하다' 부류: 논항구조 = [논항1:경험주, 논항2:자극] 사건구조 = [e1(상태:논항2), e2(상태:논항1, 논항2)] 중점 = [e1(e2)] 격구조1 = [논항1:여격, 논항2:주격] (중점 [e1]) 격구조2 = [논항1:주격, 논항2:주격] (중점 [e1+e2]) B. '섭섭하다' 부류: 논항구조 = [논항1:경험주, 논항2:자극] 사건구조 = [e1(사건:논항2), e2(상태:논항1, 논항2)] 중점 = [(e1)e2] 격구조1 = [논항1:주격, 논항2:여격] (중점 [e2]) 격구조2 = [논항1:주격, 논항2:주격] (중점 [e1+e2]) C. '괴로워하다' 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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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항구조 = [논항1:경험주, 논항2:자극] 사건구조 = [e1(상태:논항1, 논항2), e2(과정:논항1)] 중점 = [(e1)e2] 격구조1 = [논항1:주격, 논항2:사격] (중점 [e2]) 격구조2 = [논항1:주격, 논항2: 격] (중점 [e1+e2]) 위에서 '격구조1'과 '격구조2'는 논항 구조에 제시된 논항들이 표면 통사 구조에서 어떤 격으로 실현되는지를 보여 주는데, 이는 사건 구조에서 미명세된 중점이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격구조가 결정된다는 것을 함께 보여 주었다. 4.2. 산출 동사의 사건 구조와 논항 실현14 산출(creation) 사건에 의해 생겨나는 인공물은 상의 의미역을 갖는다. 산출은 없던 것을 존재하게 하는, 즉 비존재에서 존재로의 변화 사건이다. 동사 '뚫다'를 예로 들면, '근이가 벽에 구멍을 뚫었다'는 '구멍'이 없다가 생겨나는 산출 사건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러한 산출 동사는 논항 교체를 허용한다. 즉, '뚫다'는 또 다른 구문에 나타나면서 교체를 허용한다. '근이가 벽을 뚫었다'는 문장이 그것인데, 이 문장은 산출 사건이 아닌 '벽'의 상태 변화(change of state) 사건을 가리킨다. 여기에서는 산출 동사를 두 부류로 나누어 살펴본다. (1) 가. ‘굽다, 뚫다’ 부류: 상태변화~산출 교체 나. ‘쌓다, 차리다’ 부류: 처소변화~산출 교체

14 영어로 creation verb라고 하는 부류의 동사들은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인공물을 만드는 사건을 지시한다. 흔히 "창조 동사"라고 번역되기도 하지만, 본고에서는 "산출 동사"라고 부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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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 부류의 동사는 논항 교체 구문에 따라 3 항 술어나 2 항 술어로 쓰이는데, 교체 구문에 따라 산출 사건을 가리키기도 하고 상태 변화 사건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에 비해 (1 나) 부류의 동사들은 두 논항 교체 구문이 모두 3 항 술어로 해석되며, 교체 구문에 따라 산출 사건이나 처소 변화(change of location) 사건으로 해석된다. 4.2.1. ‘굽다, 뚫다’ 부류: 상태변화~산출 교체 앞서 3.1.5에서는 영어 bake의 논항 교체 구문을 예시하고, Pustejovsky (1995)의 설명을 따라 이들의 의미 구조를 도출하였다. Pustejovsky는 이 교체 구문의 의미 차이를 공동합성(co-composition)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15 그러나 한국어 '굽다'의 경우는 어떠한가? (2) 가. 진이가 생선을 구웠다. 나. 진이가 ( 가루로) 빵을 구웠다. 위 예문에서 (가)는 단순한 행위(activity) 사건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완성 (accomplishment) 사건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속시간 부사구의 수식을 받을 때는 행위 사건으로 해석되는가 하면, 시간틀 부사구의 수식을 받을 때는 완성 사건으로 해석된다. (3) 가. 진이가 30분 동안 생선을 구웠다. 나. 진이가 30분 동안 생선을 구웠지만, 완전히 굽히지 않았다. (4) 가. 진이가 30분만에 생선을 구웠다. 나. *?진이가 30분만에 생선을 구웠지만, 완전히 굽히지 않았다.

15 앞서 3.1.5에서 우리는 영어 bake의 논항 교체 현상도 사건 구조의 중점 미명세 방식으로 더 잘 설명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설명은 bake가 자동사 구문에도 쓰이면서 기동 사건으로 해석된다는 사실을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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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나)에서 지속시간 부사구 ‘30 분 동안’이 수식할 경우에는 생선이 완전히 굽혔음을 함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4)에서 시간틀 부사구의 수식이 있을 때는 생선을 굽는 사건이 완료되어 완전히 굽혔음을 함의한다. 이러한 두 가지 해석은 아래 (5 가)에서도 확인된다. 즉 (5 가)는 '생선을 굽는 과정'이 지속됨을 뜻하거나, '생선을 굽는 사건'이 반복되었음을 뜻한다. (5나)도 역시 두 의미를 갖는다. (5) 가. 진이가 생선을 계속 구웠다. 나. 진이가 빵을 계속 구웠다. 그러면 '굽다'의 상적 의미를 어떻게 표상해야 하는가? 먼저 아래의 문장에서 '굽다'가 취하는 교체 구문을 확인할 수 있다. (6) 가. 근이가 찰흙을 구웠다. 나. 근이가 찰흙으로 도자기를 구웠다. 다. *근이가 찰흙을 도자기로 구웠다. '굽다'는 (6 가)에서 재료를 목적어로 취하면서 상태 변화 사건을 가리키는가 하면, (6 나)에서는 산출물을 목적어로 취하면서 산출(creation) 사건을 가리킨다. 두 교체 구문의 뚜렷한 차이는 상태 변화 사건을 가리킬 때는 2 항 술어로만 쓰인다는 점이다. 즉 (6 다)와 같이 산출물을 가리키는 논항 '도자기'가 출현하지 못한다. '굽다'의 사건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그 피동화 여부를 살펴보자. (7) 가. 생선이 잘 굽혔다. 나. 도자기가 잘 굽혔다. (산출동사) 위의 (7 가)에서 '굽다'가 '굽히다'로 피동화할 수 있는 이유는 '굽다'가 단순한 행위 사건이 아닌 완성 사건을 가리킨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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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앞서 3.2.6 에서 논의한 피동화의 조건 (7)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즉 '생선'은 과정의 하위 사건(작인역)과 결과 상태의 하위 사건(형상역)에 모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와 달리 (나)가 부자연스럽게 들리는 이유는 '도자기'는 산출의 결과물로서 결과 상태의 하위 사건에만 관여하는 논항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래 두 문장의 의미 해석에서 좀 다른 양상을 발견한다. (8) 가. 진이가 생선을 계속 구웠다. 나. 진이가 빵을 계속 구웠다. 즉 (8 가)는 과정 지속의 의미와 함께 사건 반복의 의미가 허용되는데, (8 나)에서는 과정 지속의 의미로는 해석되기 어렵고 사건 반복의 의미로만 해석된다. 이제까지 논의를 바탕으로 ‘굽다’의 사건 구조와 논항 구조를 보이면 아래와 같다. (9) 굽다: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중점 = e1(e2) 논항구조 = 논항1 = x:[물체-유정물] 논항2 = y:[물체-재료] 논항3 = z:[물체-인공물] 특질구조 = 상태변화-개념유형 형상역 = 존재함(e2,z):'z가_존재하는_상태' 구성역 = 구성됨(e2,z,y):'z가_y로_구성됨' 작인역 = 굽는_행위(e1,x,y):'x가_y를_굽는_과정' ‘굽다’의 사건 구조에서 주목할 것은 중점 값이다. 중점 값이 e1(e2)로 부분 미명세되어 있다. 이것은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중점 = e1'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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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되어 상태 변화 사건을 지시할 수도 있고, '중점 = e1+e2'로 해석되어 산출 사건을 지시할 수도 있음을 말한다. 이 가운데 상태 변화 사건은 작인역에 관여하는 두 논항 x 와 y 만이 표면에 실현되어 2 항 술어 구문을 형성하고, 산출 사건은 작인역이나 형상역에 관여하는 세 논항 x, y, z 모두가 표면에 실현되면서 3 항 술어 구문을 이룬다. 이는 이미 앞서 (6)의 예문에서 확인한 바 있다. '굽다'와 유사한 논항 교체를 보이면서 상태 변화 사건과 산출 사건으로 해석되는 '뚫다'의 경우를 살펴보자. (10) 가. 근이가 종이에 구멍을 뚫었다. 나. 근이가 종이를 (구멍을) 뚫었다. 다. *근이가 종이를 구멍으로 뚫었다. '뚫다'는 [3 항-3 항] 교체를 보인다. 장소를 나타내는 '구멍'이 두 구문에서 모두 출현할 수 있다. '굽다'의 교체 구문과 같이 (10 가)와 (10 나)는 각각 산출 사건과 상태 변화 사건을 가리킨다. 그런데 '굽다'는 재료 논항을 요구하는 데 반해, '뚫다'는 처소 논항을 요구하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굽다'와 달리 '뚫다'는 아래 (11)의 두 피동 구문이 모두 자연스럽게 들린다. 또한 (12)에서 (가)와 (나)는 모두 과정 지속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13)의 두 문장 모두 자연스럽다. (11) 가. 간밤에 방호벽이 뚫렸다. 나. 벽에 큰 구멍이 뚫렸다. (12) 가. 근이가 벽을 계속 뚫었다. 나. 근이가 벽에 구멍을 계속 뚫었다. (13) 가. 근이가 한 시간 동안/한 시간 만에 벽을 뚫어서 구멍을 만들었다. 나. 근이가 한 시간 동안/한 시간 만에 벽에 구멍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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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다'와 '뚫다'의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먼저 논항 구조에서 차이를 보인다. '굽다'는 재료 논항과 산출물 논항을 취하는데, 이 둘의 관계가 '뚫다'의 처소 논항과 산출물 논항의 관계와 다르다. 굽는 사건의 결과 상태에는 '빵이 반죽으로 이루어졌다'는 구성역(constitutive)의 의미가 요구된다. 그러나 뚫는 사건의 결과 상태에는 '벽에 구멍이 있다'는 형상역(formal)이 필요하다. (14) 뚫다: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중점 = e1(e2) 논항구조 = 논항1 = x:[물체] 논항2 = y:[물체-장소] 논항3 = z:[공간-인공물] 특질구조 = 산출-개념유형 형상역 = 존재함(e2,y,z): 'y에_z가_존재하는_상태' 작인역 = 뚫는_행위(e1,x,y,z): 'x가_y에_z를_뚫는_과정' 특별히 주목할 것은 '작인역'에 세 논항 x, y, z 가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다. 산출물인 '구멍'이 작인역에 이미 관여한다는 것이다. 작인역에 '구멍'을 개입시킨 이유는 '구멍'이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완전히 통과하지 않고 한 쪽에만 파인 경우에도 구멍이 생겼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멍을 뚫다'가 '계속'의 수식을 받아도 과정 지속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구멍을 뚫고 있다'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리고 세 논항이 모두 작인역의 e1 에 관여하고 있으므로, 사건 구조의 중점 값이 '중점 = e1'으로 해석될 때도 세 논항이 모두 표면에 실현되어 3항 술어 구문을 이룬다. 4.2.2 ‘쌓다, 차리다’ 부류: 처소변화~산출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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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처소 변화 사건과 산출 사건으로 해석되는 동사들을 살펴보자. 이미 3.1.3 에서 ‘쌓다’의 논항 교체를 어떻게 사건 구조에 반영할 수 있을지 논의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설명의 근거를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쌓다’는 아래 (15 가)에서 처소 변화 사건으로, (15나)에서 산출 사건으로 해석된다. 즉 (15가)에서 '붉은 벽돌'은 처소 변화를 겪는 ' 상'(theme)으로 해석되고, '운동장에'는 착점(goal)을 가리킨다. (15) 가. 학생들은 운동장에 붉은 벽돌을 쌓았다. 나. 학생들은 운동장에 붉은 벽돌로 탑을 쌓았다. 다. *학생들은 운동장에 붉은 벽돌을 탑으로 쌓았다. (15 나)처럼 산출 사건으로 해석될 때는 산출물과 함께 재료 논항이 표면에 실현된다. 그러나 처소 변화의 사건으로 해석되는 (15 다)는 표면에 산출물을 허용하지 않는다. 3.1.3 에서 우리는 동사 ‘쌓다’의 논항교체를 아래와 같은 의미 구조를 설정하여 설명한 바 있다. (16) 쌓다: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중점 = e1(e2) 논항구조 = 논항1 = x:[물체-유정물] 논항2 = y:[물체-재료] 논항3 = z:[물체-인공물] 특질구조 = 처소변화-개념유형 형상역 = 존재함(e2,z):'z가_존재하는_상태' 작인역 = 쌓는_행위(e1,x,y):'x가_y를_쌓는_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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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는 사건 구조의 중점값이 부분적으로 미명세되어 있다. 즉 중점값이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서, 중점이 하위 사건 [e1]에만 부여될 경우에는, 특질 구조의 작인역에 포함된 두 논항 x 와 y 만이 표면 구조에 실현되면서 처소 변화의 사건을 가리킨다. 또한 중점이 두 하위 사건 [e1+e2] 모두에 부여되는 것으로 해석되면, 작인역과 형상역에 포함된 세 논항이 모두 표면 구조에 실현되면서 산출 사건을 의미한다. 이 두 구문의 의미 차이는 단순히 산출이냐 처소 변화냐 하는 의미 부류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들 사이에는 보다 문법적인 의미 차이가 발견된다. (17) 가. 근이는 한 시간 동안 운동장에 돌을 쌓았다. 나. ?*근이는 한 시간 만에 운동장에 돌을 쌓았다. 다. 근이는 한 시간 동안 담을 쌓았다. 라. 근이는 한 시간 만에 담을 쌓았다. 즉, 상적 의미 차이를 보이는데, 처소 이동 사건은 산출 사건보다 종결성 (telicity)이 떨어진다. 또한 '쌓다'는 피동형 동사로의 파생이 가능하긴 하나, 그 쓰임에 분명한 제약이 있다. 즉 산출 사건으로 해석되는 (18 나)는 피동화가 허용되지 않고, 처소 변화 사건으로 해석되는 (18 가)는 피동화가 자유롭다. 이는 김윤신(2001)의 주장과 일치한다. (18) 가. 운동장에 많은 돌이 쌓였다. 나. ??우리 집과 옆집 사이에 담이 쌓였다. 다. ??베를린 장벽이 쌓이기 전에는 쌍방간 왕래가 자유로웠다. 아래 (19가-나)는 한국어 형 코퍼스에서 발견된 것인데, 산출 동사로 해석되면서도 피동화가 가능한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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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가. 백성들 사이에 장벽이 쌓이면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두 무리로 … 나. 과도한 피로가 쌓이면서 우리는 곧바로 잠들고 말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19 가)에서 '장벽'은 물리적인 의미가 아닌 추상적인 의미로 전성되어 사용되는 경우이며, (19 나)의 '피로'도 물리적인 산출물이 아니라 상태 변화의 결과 상태로 해석된다. 4.3. 처소 변화 동사의 사건 구조와 논항 실현 논항 교체를 보이는 동사가 교체 구문에 따라 상 논항의 처소 변화(change of location) 사건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피동주 논항의 상태 변화 (change of state) 사건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덮다'는 '보자기를 밥상에 덮었다'에서 '보자기'의 처소 변화 사건으로, '보자기로 밥상을 덮었다'에서는 '밥상'의 상태 변화 사건으로 해석된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논항 교체 동사들을 네 가지 부류로 나누어 살펴본다. (1) 가. '칠하다' 부류 나. '덮다, 채우다' 부류; '막다' 부류 다. '비우다' 부류 라. '지우다, 치우다' 부류 이 가운데 (가-나)는 부가(attachment)의 처소 변화 사건을 가리키고, (다-라)는 제거(removal)의 처소 변화 사건을 가리킨다. 4.3.1 '칠하다' 부류: 처소변화~상태변화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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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서 ‘칠하다’는 그 상 논항이 처소 변화를 겪는 사건을 가리키는데, 이와 같은 동사들을 ‘ 상 이동 동사’라고 부른다. 상 이동 동사들은 아래와 같은 논항 교체 현상을 보인다. 이 교체 구문 쌍에서 (2 가)는 처소 변화의 의미를 가지고, (2 나)는 상태 변화의 의미를 갖는다. (2) 가. 진이는 노란 물감을 벽에 칠했다. [행동주- 상-착점] 나. 진이는 노란 물감으로 벽을 칠했다. [행동주-도구-피동주] (2 가)에서 격을 취하는 논항 ‘물감’은 처소 변화를 겪는 개체로서 상(theme)의 의미역을 가지며, ‘벽’은 처소격을 취하면서

착점(goal)으로 해석된다. 반면, (2나)에서는 ‘물감’이 도구(instrument)로, ‘벽’이 피동주(patient)로 해석된다. 이러한 교체 유형은 처소 교체(locative alternation)의 일종인데, 이는 처소 논항이 둘 이상의 격틀에서 실현되는 교체 현상으로서 처소 논항이 두 교체 구문에서 의미역을 달리 한다. 즉 처소 논항이 (2 가)에서는 착점으로 (2나)에서는 피동주로 해석된다. 따라서 (2가)에서와 같이 처소 논항이 처소격 ‘-에’를 취하면 처소 변화의 사건으로 해석되어, 물감이 이동하여 벽의 표면에 접촉하는 사건을 가리킨다. (2 나)에서와 같이 처소 논항이 격을 취하면 피동주로 해석되면서 칠하는 행위에 의해 상태 변화를 겪는 사건을 의미하게 된다. 이와 같은 논항 교체 현상은 영어에서 아래와 같은 예를 찾을 수 있으며(Levin 1993:51), 이 두 교체 구문의 의미도 영향 입음(affectedness)의 정도 면에서 서로 다르다고 지적되어 왔다. (3) 가. Jack sprayed paint on the wall. 나. Jack sprayed the wall with p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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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3 가)는 단지 paint 의 이동 사건을 가리킬 뿐이지만, (3 나)는 the wall 의 상태가 변화하는 사건으로서 그 벽 전체가 페인트로 칠해졌음을 함의한다. 즉 (3 가)에서와 달리 (3 나)의 피동주 논항은 전체적으로 영향을 입었음을 함의한다.16 이러한 교체를 보이는 한국어 이동 동사에는 ‘칠하다, 가꾸다, 장식하다, 새겨넣다, 바르다’ 등이 있다. 아래는 ‘칠하다’의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를 보여 준다. (4) 칠하다: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제약 = e1<e2 중점 = e1(e2) 논항구조 = 논항1 = x:유정물 논항2 = y:구체물|처소 논항3 = z:물질 틀질구조 = 처소변화/상태변화-개념유형 작인역 = x가_z를_y에_칠하는_과정(e1,x,z,y) 형상역 = y가_z로_칠해진_상태(e2,y,z) 격구조 = 격틀1 = [x가_z를_y에]:[행동주_ 상_착점] 격틀2 = [x가_z로_y를]:[행동주_도구_피동주] 앞서 3.1 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논항 교체에 따른 의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사건의 중점 미명세 (underspecification)를 이용한다. 위에서도 ‘붙이다’의 사건 중점을 [e1(e2)]라고 부여하였다. 이는 사건의 중점이 [e1]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e1+e2]로 해석될 수도 있음을 말한다. 사건 중점이 [e1]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결과 상태를 16 영향입음(affectedness)에 관하여는 Anderson (1979), Hale and Keyser (1987), 그리고 연재훈 (1993)을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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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키는 하위 사건 e2 가 중점을 받지 않으므로 처소 논항 y 가 완전히 영향 입음을 함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작인역에서 보듯이, 하위사건 e1 에 관여하는 세 논항 (x,z,y)가 모두 격틀 1 에 실현된다. 그리고 사건 중점이 [e1+e2]로 해석될 때는 결과 상태도 중점을 받으면서, 처소 논항 y 가 완전히 영향 입음을 함의한다. 그리고 e1 과 e2에 관여하는 세 논항이 모두 격틀2로 실현된다. 4.3.2 '덮다, 채우다' 부류: 처소변화~상태변화 교체 위에서 ‘칠하다’의 처소 교체 현상을 살펴 보았는데, 한국어의 이동 동사 가운데는 ‘칠하다’보다 더 다양한 논항 교체를 보이는 동사들이 있다. 아래에서 ‘덮다’와 ‘채우다’가 쓰인 문장들을 보자. (5) 가. 진이가 보자기를 상에 덮었다. 나. 진이가 보자기로 상을 덮었다. 다. 보자기가 상을 덮었다. 라. *상이 보자기를 덮었다. 마. 아이가 이불을 덮다. (6) 가. 등산객들은 약수를 물통에 가득 채웠다. 나. 등산객들은 약수로 물통을 가득 채웠다. 다. 약수가 물통을 가득 채웠다. 라. *물통이 약수를 가득 채웠다. 앞서 보았듯이 ‘칠하다’는 위의 (가)와 (나) 형식의 교체를 허용하였는데, 위에서 ‘덮다’와 ‘채우다’는 (다) 구문까지 허용한다. ‘보자기’와 ‘약수’가 (5-6가)에서 상의 의미역을, (5-6나)에서는 도구의 의미역을 가진다. (5-6 다)에서는 주어로 실현된 ‘보자기’와 ‘약수’가 이동체(trajector)를 가리키면서 상의 의미역을 갖는다. 그런데 (5-6 라)에서 알 수 있듯이, (가)와 (나)에서 착점과 피동주로 해석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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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과 ‘물통’은 주어로 실현될 수 없다. 그런데 (5 라)와 응하는 듯 보이는 문장 (5 마)는 자연스럽다. (5 마)에서 ‘아이’는 이불이 덮이는 개체를 가리키므로 처소 논항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이’와 같은 유정물은 착점의 의미역으로 해석되지 못하여 아래와 같은 구문이 부자연스럽게 들린다. (7) 가. ??진이가 아이에게 이불을 덮었다. 나. 진이가 이불로 아이를 덮었다. 영어의 cover 가 아래의 예에서 the baby 를 목적어로 취하는 구문을 허용하면서도 착점을 가리키는 전치사구로 취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8) 가. June covered the baby with the blanket. 나. *June covered the blanket over the baby. 이제 한국어의 ‘덮다’가 허용하는 세 구문의 의미를 하나의 통합된 어휘 의미 구조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9) 덮다: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제약 = e1<e2 중점 = Ø 논항구조 = 논항1 = x:유정물 논항2 = y:구체물|처소 논항3 = z:구체물 틀질구조 = 처소변화/상태변화-개념유형 작인역 = x가_z를_y에_덮는_과정(e1,x,z,y) 형상역 = y가_z로_덮인_상태(e2,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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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구조 = 격틀1 = [x가_z를_y에]:[행동주_ 상_착점] 격틀2 = [x가_z로_y를]:[행동주_도구_피동주] 격틀3 = [z가_y를]:[ 상_착점] 위의 사건 구조에서는 중점값이 [Ø]로 표시되어 있다. 이 표시는 사건의 중점이 완전히 미명세되었다는 뜻이므로, ‘덮다’의 사건 중점은 세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중점 = [e1], 중점 = [e1+e2], 중점 = [e2]. (i) 중점이 [e1]으로 해석될 때는 e1 에 관여하는 세 논항이 격틀 1 로 실현되면서 처소 변화의 사건을 의미한다. (ii) 중점이 [e1+e2]로 해석될 때는 e1 과 e2 에 관여하는 세 논항이 격틀 2 로 실현되고 피동주 y 가 완전히 영향을 입는 상태 변화 사건을 의미한다. 즉 피동주 y 가 도구 z 에 의해 완전히 덮이는 결과 상태를 함의한다. (iii) 중점이 [e2]에만 부여될 때는 e2 에 관여하는 두 논항 (y, z)만이 격틀 3 으로 실현된다. 따라서 ‘덮다’는 두 구문에서는 3 항 술어로, 다른 한 구문에서는 2 항 술어로 분석된다. ‘덮다’의 의미 구조 (9)는 아래에 예시된 ‘-고 있다’ 구문과 피동문에서 '덮다'가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10) 가. 진이가 보자기를 상에 덮고 있다. 나. 진이가 보자기로 상을 덮고 있다. 다. 보자기가 상을 덮고 있다. 라. 아이가 이불을 덮고 있다. 앞서 3.3 에서 보았듯이 한국어의 ‘-고 있다’ 구문은 과정 지속과 결과상태 지속의 두 의미를 갖는다. 결과상태 지속의 의미는 ‘고 있다’가 일부 달성(achievement) 동사와 결합할 때 가능하다. 완성동사 ‘덮다’가 쓰인 (10가)와 (10나)에서는 과정 지속의 의미만을 갖는다. 즉 ‘진이가 보자기로 상을 덮는 중’이라는 의미만 가능하다. 그런데, (10 라)는 사건 구조의 중점이 [e1+e2]인 완성 사건으로 해석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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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귀성(reflexivity)을 보이면서 결과 상태 지속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귀적 해석과 관련해서는 앞서 ‘칠하다’의 경우와도 일치한다. 즉 (10 라)는 ‘아이가 자기의 몸에 이불을 덮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해석되므로 재귀성을 띠게 되며, 이때 ‘-고 있다’ 구문은 과정의 지속으로 해석될 뿐만 아니라 결과 상태의 지속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10 다)는 (10 가, 나)와는 달리 이항 술어 구문이며, ‘덮다’의 사건 구조에서 결과 상태를 가리키는 하위 사건만이 중점을 부여 받는다. 이러한 중점값을 갖는 사건 구조에서 ‘-고 있다’는 달성 동사와 마찬가지로 결과 상태의 지속으로만 해석된다. 아래에서는 ‘덮다’의 교체 구문이 피동화 되는 양상을 보여 준다. (11가)는 (10가) 구문이 피동화된 것이며, (11나)는 (10나)가 피동화된 것이다. (11 가-나)는 (10 가-나)와 마찬가지로 과정 지속의 의미만을 갖는다. (11) 가. 보자기가 상에 덮이고 있다. 나. 상이 보자기로 덮이고 있다. 다. *상이 보자기에 덮이고 있다. 그러나 (11 다)와 같은 피동 구문은 불가능한데, 이는 앞서 (5 다)에 응하는 피동 구문이다. (5 다)는 과정의 사건에 중점이 없는 달성

동사와 같은 사건 구조를 가지므로, 피동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아래와 같이 ‘-어 있다’ 구문으로 결과상태 지속의 의미를 나타낸다. (12) 가. 보자기가 상에 덮여 있다. 나. 상이 보자기로 덮여 있다. 다. 상이 보자기에 덮여 있다. 라. 하얀 눈이 산봉우리에 덮여 있다. 마. 산봉우리가 하얀 눈에/눈으로 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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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에서 살펴 보았듯이, ‘-어 있다’ 구문은, [e2]에 중점이 부여되는 복합 사건과 함께 결과 상태 지속의 의미를 갖는다. 위에서 피동사 ‘덮이다’는 모두 [e2]에 중점을 갖는 복합 사건 구조를 이룬다. ‘덮다, 채우다’ 이외에도 아래의 ‘감다, 휘감다’도 같은 논항 교체를 보인다. (13) (휘)감다 가. 길다란 붕 를 한쪽 팔에 칭칭 감았다. 나. 길다란 붕 로 한쪽 팔을 칭칭 감았다. 다. 길다란 붕 가 한쪽 팔을 칭칭 감았다. 라. *한쪽 팔이 길다란 붕 를 감았다. 마. 붕 가 한쪽 팔에 감겼다. 바. 한쪽 팔이 붕 로 감겨 있다. 아래에서 보듯이 ‘막다, 가리다’ 등은 [3항-3항] 교체를 허용하지 않고, [3항-2항] 교체만 허용한다. 즉 (14가)에서와 같이 처소 ‘마을 입구’가 격을 취하는 3 항 구문은 허용되지만, (14 나)에서 ‘마을 입구’가

처소격 ‘-에’를 취하는 구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막다’는 상태 변화로는 해석되지만 처소 변화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14) 가. 주민들이 바위로 마을 입구를 막았다. 나. ?*주민들이 바위를 마을 입구에 막았다. 다. 바위가 마을 입구를 막았다. 라. cf. 바리케이트로 차량(통행)을 막았다. 특히 (14 다)에서와 같이 ‘막다’가 2 항술어로 사용되면서 상태 변화를 의미할 수도 있는데, 이 때 주어 ‘바위가’는 상(theme)으로, 목적어 ‘마을 입구를’은 피동주(patient)로 해석된다. 목적어로 사용된 ‘마을 입구를’은 착점(goal)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지만, (14 라)에서 ‘차량(통행)’이 착점으로 해석될 수 없으므로 (14 다,라)에서 목적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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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피동주로 봄이 타당할 것이다. (14 가,나)의 차이로 인해 아래 (15 가,나)에서도 문법성의 차이가 드러난다. 즉 (14 가)의 피동문은 허용되지만, (14나)에 응하는 피동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15) 가. 마을 입구가 바위로/바위에 막혔다. 나. *바위가 입구에 막혔다. 시간 부사어가 ‘막다’를 수식하는 경우를 보자. 아래 (16 가)와 (16 나)는 의미 차이를 보인다. 즉 (16 가)는 ‘마을 입구를 막는 사건이 시작해서 종결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열 시간’이란 뜻이다. 그러나 (16 나)는 ‘마을 입구를 막는 사건이 열 시간 동안 지속’되었을 뿐, 입구가 완전히 막혔음을 함의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막다’가 완성(accomplishment)의 사건임을 가리킨다. (16) 가. 주민들이 바위로 열 시간만에 마을 입구를 막았다. 나. 주민들이 바위로 열 시간 동안 마을 입구를 막았다. 다. *바위가 마을 입구를 열 시간만에 막았다. 라. 바위가 마을 입구를 열 시간 동안 막았다. 또한 2 항 술어구문인 (16 다)와 (16 라)는 시간틀 부사어의 수식은 허용하지 않지만, 지속시간 부사어의 수식은 허용한다는 차이를 보인다. (16 라)는 마을 입구가 막힌 결과 상태가 열 시간 동안 지속되었음을 의미한다. ‘막다’가 ‘-고 있다’ 구문에서는 아래와 같은 의미 차이를 보인다. (17) 가. 주민들이 바위로 입구를 막고 있다. 나. 바위가 입구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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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17 가)는 ‘주민들이 바위로 입구를 막는 과정’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고, ‘주민들이 바위로 입구를 막은 결과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17나)의 ‘-고 있다’는 과정지속으로는 해석될 수 없고, 결과 상태 지속으로만 해석된다. 즉 (17 나)는 아래 (17다)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17) 다. 입구가 바위로/바위에 막혀 있다. 피동사 ‘막히다’는 ‘-어 있다’와 결합하여 결과 상태 지속을 의미하므로, 위의 (17나)의 ‘-고 있다’ 구문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이제까지 살펴본 ‘막다’의 의미 구조를 아래와 같이 표상한다. (18) 막다: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제약 = e1<e2 중점 = (e1)e2 논항구조 = 논항1 = x:유정물 논항2 = y:구체물|처소 논항3 = z:구체물 틀질구조 = 상태변화-개념유형 작인역 = x가_z로_y를_막는_과정(e1,x,z,y) 형상역 = y가_z로_막힌_상태(e2,y,z) 격구조 = 격틀1 = [x가_z로_y를]:[행동주_도구_피동주] 격틀2 = [z가_y를]:[ 상_착점] ‘막다’의 사건 구조에서 중점이 [(e1)e2]로 미명세되어 있다. 이는 그 사건 구조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우선 중점이 [e1+e2]로 해석될 때는 (14 가)와 같이 두 하위 사건에 관여하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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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항이 모두 격틀 1 로 실현된다. 그리고 중점이 [e2]로 해석되면 (14다)와 같이 e2에 관여하는 두 논항 y와 z가 격틀2로 실현된다. 4.3.3. '비우다' 부류: 제거~상태변화 교체 이제까지 4.3.1와 4.3.2에서 처소 변화와 상태 변화의 다의성을 보이는 동사들을 보았다. 이들은 모두 상 논항이 착점 논항으로 이동하여 부가되는 처소 변화 사건을 가리킨다. 이러한 동사들을 “부가 동사”(verbs of attachment)라고 부른다. 그런데 처소 변화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착점 논항이 행동주의 영향을 입어 상태 변화를 겪는 사건으로도 해석될 수 있음을 보았다. 따라서 문맥에 따른 다의성을 갖게 된다. 이제 4.3.3 과 4.3.4 에서도 이와 유사한 다의성을 지니는 소위 “제거 동사”(verbs of removal)들을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4.3.1-4.3.2 의 부가 동사와 4.3.3-4.3.4 의 제거 동사 사이에는 주요한 차이가 있다. 먼저 부가 동사가 가리키는 처소 변화 사건은 상 논항이 착점으로 이동하는 사건임에 반해, 제거 동사가 가리키는 사건은 상 논항이 기점(source)에서 제거되는 사건이다. 따라서 부가 동사는 착점을 필수적으로 취하는 데 반해, 제거 동사는 기점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또한 부가 동사는 [3 항-3 항] 교체를 허용하지만, 제거 동사는 [3 항-3 항] 교체는 허용하지 않고, [3 항-2 항] 교체만을 허용한다. 이제 제거 동사 가운데 먼저 ‘비우다’ 유형을 살펴보자. (19) 가. 내가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비웠다. 나. 내가 쓰레기통을 비웠다. 위 (19 가)에서 ‘쓰레기를’은 이동하는 물체로서 상의 의미역을, ‘쓰레기통에서’는 기점(source)의 의미역을 갖는다. 따라서 (19 가)는 [행동주-기점- 상]의 3 항 구조를 가지며 상 논항의 처소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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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가리킨다. 이에 반해 (19나)는 [행동주-피동주]의 이항 구조로서 ‘쓰레기통’이 행동주의 영향을 입어 상태 변화를 겪는 피동주로 해석된다. 즉 3 항 구조의 기점 논항이 2 항 구조에서는 피동주로 교체한다. 앞서 ‘칠하다’와 ‘덮다’가 [3 항-3 항] 교체를 허용한 것과 달리, ‘비우다’ 같은 제거 동사는 3 항 구조의 상 논항을 2 항 구조에서는 실현하지 않는다. 남승호(2003:138)는 이 교체 구문들이 보이는 상적 의미 차이를 아래와 같이 기술한다. (20 가)에서 ‘한 시간 동안’이 물탱크가 비워진 결과 상태의 지속 시간을 뜻하는 데 비해, (20나)에서 ‘한 시간 동안’은 결과 상태의 지속 시간으로 해석되기 보다 물탱크에서 물을 비우는 과정의 지속 시간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차이가 (21)에서도 발견된다. (20) 가. 물탱크를 한 시간 동안 비웠다. 나. 탱크에서 물을 한 시간 동안 비웠다. (21) 가. 진이는 물통을 계속 비웠다. 나. 진이는 물통에서 계속 물을 비웠다. (21 가)에서는 부사 ‘계속’의 의미가 물통을 비우는 사건이 반복된다는 의미로 쉽게 해석되지만, (21 나)는 사건의 반복이라는 의미보다는 과정 지속의 의미로 먼저 해석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소 변화로 해석되는 (21 나)의 3 항 구조는 완성 사건임에 비해, 상태 변화로 해석되는 (21 가)의 2 항구조는 달성 사건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비우다’의 비유적인 쓰임에서 추상적 해석을 가질 때 더 분명히 드러난다. 아래의 예문들이 보여 주듯이 ‘비우다’가 비유적으로 쓰일 때, 처소 변화의 사건으로 해석되는 3 항 구조로 실현되기 어렵다. 그리고 상태 변화의 사건을 나타내는 2 항 구조를 가질 때, 그 상적 의미는 달성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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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가. 진이는 마음을 깨끗이 비웠다. 나. ??진이는 마음에서 깨끗이 욕심을 비웠다. 다. 근이는 자리를 한 시간 동안 비웠다. 라. *근이는 자리에서 한 시간 동안 비웠다. 마. 진이는 하루 종일 집을/가게를 비웠다. 바. *진이는 하루 종일 집에서/가게에서 비웠다. 즉 (22다)와 (22마)에서 지속 시간 부사어(durative adverbial)인 ‘한 시간 동안’과 ‘하루 종일’은 과정의 지속 시간으로 해석될 수 없고, 결과 상태의 지속 시간으로 해석된다. 용량 코퍼스에서 ‘비우다’의 용례를 검색해 보면 상태 변화의 사건을 가리키는 2 항 구조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일부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23) 가. 술병을/소주잔을/주머니를 비웠다

나. 자리/지위/집/가게를 비웠다. 이러한 출현 빈도의 현격한 차이, 그리고 추상적 쓰임이 상태 변화의 격구조로만 나타나는 것을 감안하여 ‘비우다’의 기본 의미를 상태 변화로 기술한다. 그러면 ‘비우다’의 처소 변화의 의미는 상태 변화의 의미에서 파생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비우다’의 목적어로 용기(container)가 아닌 물질(mass)이 나타나고 용기는 기점 표지 ‘-에서’와 나타나는 3 항 구조의 문장은 처소 변화 사건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생성적 기제가 앞서 3.2에서 소개한 ‘공동 합성’ (Co-composition)이다. 이것은 술어의 의미 구조가 요구하는 논항의 의미 유형이 실제 문장에서 나타난 논항의 의미 유형과 다를 때, 술어의 본래 의미 구조를 논항의 의미 구조에 맞추어 변경시켜 줌으로써 의미 합성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생성적 의미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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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제이다. Pustejovsky (1995)는 아래의 두 문장에서 bake 의 논항 교체 현상을 예로 들어 “공동 합성”을 설명한다. (24) 가. John baked the potato. 나. John baked the cake. Pustejovsky 는 (24 가)에서 bake 가 갖는 의미, 즉 상태 변화(change of state)를 기본 의미로 보고, bake 의 기본 의미 구조에서 목적어 논항이 ‘물질’ 명사 부류임을 명시한다. 그러나 (24 나)와 같이 bake 의 목적어로 ‘물질’ 명사가 아닌 인공물(artefact)이 나타날 경우에는, 목적어의 의미가 동사의 의미 구조에 합성될 수 있도록 bake 의 원래 의미 구조가 2항 구조에서 3항 구조로 변화된다. 여기에서는 제거동사 ‘비우다’의 논항 교체와 의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공동 합성 기제를 이용한다. 먼저 ‘비우다’의 기본 의미, 상태 변화의 의미 구조를 표상하면 아래와 같다. (25) 비우다: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제약 = e1<e2 중점 = e1+e2 논항구조 = 논항1 = x:유정물 논항2 = y:구체물|용기 그림자논항1 = z:구체물|물질 틀질구조 = 상태변화-개념유형 작인역 = x가_y에서_z를_없애는_과정(e1,x,z,y) 형상역 = z가_y에_없는_상태(e2,z,y) 격구조 = 격틀1 = [x가_y를]:[행동주-피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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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다’의 사건 구조는 복합 사건을 이루는데, 이는 단순 상태 사건을 가리키는 형용사 ‘비다’가 사동사 ‘비우다’로 파생되면서, 과정의 새로운 하위 사건을 포함하는 복합 사건으로 확장되었다. 위에서 사건 구조의 중점은 미명세되지 않고 [e1+e2]로 부여되어 있다. 논항 구조에서 논항 2 는 용기를 나타내며, 상태 변화를 겪는 피동주(patient)로 해석된다. 그림자 논항1은 실제로 표면에 통사적으로 실현되지는 않지만, 의미적으로 필수적인 논항이다. 즉 논항 2(용기)를 비우는 사건에는 반드시 용기에서 제거되는 물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제거되는 물질을 가리키는 논항이 표면에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그림자 논항(shadow argument)이라고 부른다.17 그런데 ‘비우다’의 목적어로 용기(container)를 의미하는 명사가 쓰이지 않고, ‘쓰레기’와 같은 명사가 쓰이면 앞서 논의한 공동 합성에 의해 의미 확장이 가능한데, 이 때 ‘비우다’의 의미 구조가 ‘쓰레기’와 합성되면서 아래와 같은 의미합성 구조를 만들어 낸다. (26) 쓰레기를_비우다: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제약 = e1<e2 중점 = e1 논항구조 = 논항1 = x:유정물 논항2 = z:쓰레기[구체물|물질] 논항3 = y:[구체물|용기] 틀질구조 = 처소변화-개념유형 작인역 = x가_y에서_z를_없애는_과정(e1,x,z,y) 형상역 = z가_y에_없는_상태(e2,z,y)

17 Pustejovsky (1995)는 영어 동사 kick가 가리키는 사건에는 반드시 ‘by one’s foot’라는 의미 요소가 필요하지만, 이는 표면에 실현되지 않는 것이어서 그림자 논항이라고 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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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구조 = 격틀1 = [x가_y에서_z를]:[행동주_기점_ 상] (25)와 (26)을 비교해 보자. 먼저 사건 구조의 중점값이 [e1+e2]에서 [e1]으로 변했는데, 이 구문에서는 달성 사건으로의 해석이 불가능하고 완성 사건으로만 해석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논항 구조에서는 논항 2(y:쓰레기통)가 논항 3 으로 자리를 바꾸고, 그림자 논항이었던 z 가 논항 2(z:쓰레기)로 바뀌면서 3 항 구조를 형성한다. 이 3 항 구조에서 논항2는 상으로, 논항3은 기점으로 해석된다. 4.3.4. '지우다, 치우다' 부류: 제거~상태변화 교체 제거동사에는 ‘지우다’와 ‘치우다’가 포함된다. 우선 ‘지우다’는 아래와 같은 논항 교체를 보이며 처소 변화와 상태 변화의 사건으로 해석된다. (27) 가. 근이는 디스켓에서 비 파일들을 깨끗이 지웠다. 나. 근이는 디스켓을 깨끗이 지웠다. 다. 진이가 칠판에서 낙서를 지웠다. 라. 진이가 칠판을 지웠다. ‘지우다’는 (27 가, 다)에서 [행동주-기점- 상]의 논항 구조를 가지며, 기점 논항은 상 논항이 존재 했다가 없어지는 장소를 가리킨다. 존재 상태에서 부재 상태로 변화하는 사건도 역시 이동의 사건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으므로, (27 가, 다)에서의 ‘비 파일들’과 ‘낙서’는 상(theme)의 의미역을 가지며, 처소 변화 사건을 의미한다. 그러나 (27나, 라)에서는 상 논항이 나타나지 않고, 기점 논항이었던 ‘디스켓’, ‘칠판’이 ‘피동주’로 나타난다. 즉 (27 나, 라)는 행동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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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는 행위에 의해 ‘디스켓’과 ‘칠판’이 상태 변화를 겪는 사건을 의미한다.18 ‘지우다’와 유사한 논항 교체를 보이는 ‘치우다’는 아래와 같은 교체 구문을 허용한다. (가)는 처소 변화의 사건으로, (나)는 상태 변화의 사건으로 해석된다.

(28) 가. 연이가 가게에서 빈 상자를 모두 치웠다. 나. 연이가 가게를 깨끗이 치웠다. ‘지우다’와 ‘치우다’의 상적 의미를 검토해 보면 이들은 모두 완성의 사건을 가리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문장들을 보자. (29) 가. 진이가 한 시간 만에 건물 벽에서 낙서를 모두 지웠다. 나. 진이가 한 시간 만에 부엌에서 그릇을 깨끗이 치웠다. (30) 가. 진이가 십 분 동안 디스켓을 지웠다. 나. 진이가 십 분 동안 가게를 치웠다. (31) 가. 진이가 건물 벽에서 낙서를 지우고 있다. 나. 진이가 하루 종일 건물 벽을 지우고 있다. (32) 가. 연이가 가게에서 빈 상자를 치우고 있다. 나. 연이가 가게를 치우고 있다.

18 남승호 (2003)은 용량 코퍼스에서 검색한 '지우다'와 '치우다'의 출현 빈도에 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용량 코퍼스를 검색한 바에 의하면 ‘지우다’와

‘치우다’는 처소 변화의 사건으로 해석되는 3항 구조가 상태 변화로 해석되는 2항 구조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95% 이상) 출현한다. 이러한 출현 빈도 상의 차이는 ‘비우다’의 경우와 정반 이다. 또한 ‘지우다’의 3항 구조에서 상으로 해석되는 논항에는 아주 다양한 의미 부류의 명사들이 나타난다: ‘낙서, 색깔, 경계, 표정, 흔적, 눈물, 구조, 느낌, 생각, 기억, 인상, 의미, 관념, …’ 남승호(2003)은 이와 같이 다양한 명사 부류는 ‘지우다’ 구문의 추상적 의미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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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지우다’와 ‘치우다’ 모두 변화를 내포하는 완성의 사건을 가리키며, 시간틀 부사구 ‘한 시간 만에’는 그 변화 사건이 일어난 시구간을 수식한다. (30)과 같이 지속 시간 부사구인 ‘십 분 동안’이 수식하는 경우에는 역시 과정의 지속 시간을 가리킬 뿐, 결과 상태의 지속 시간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리고 (30)은 해당 사건이 종결되었음을 함의하지 않고 다만 사건이 십 분 동안 지속되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31-32)의 ‘-고 있다’ 구문이 모두 ‘지우는 과정의 지속’ 혹은 ‘치우는 과정의 지속’으로 해석되고, 결과 상태의 지속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논의한 ‘치우다’의 의미 특성을 구조적으로 표상하면 아래와 같다. (33) 치우다: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제약 = e1<e2 중점 = e1 논항구조 = 논항1 = x:유정물 논항2 = z:구체물|이동가능 논항3 = y:구체물|장소 틀질구조 = 처소변화-개념유형 작인역 = x가_y에서_z를_없애는_과정(e1,x,z,y) 형상역 = z가_y에_없는_상태(e2,z,y) 격구조 = 격틀1 = [x가_y에서_z를]:[행동주_기점_ 상] ‘치우다’의 사건 구조는 복합 사건을 이루며, 중점이 과정의 하위 사건 [e1]에만 부여되어 전형적인 완성의 사건에 응한다고 기술하였다. 논항 구조에 포함된 세 논항이 격틀 1 로 실현되어, [행동주+기점+ 상]의 논항 구조를 이룬다. 특질 구조에서는 논항2 (z)가 논항3 (y)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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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했다가 없어지는 처소 변화 사건을 기술한다. ‘치우다’는 이동 가능한 구체물을 논항 2 에 요구하는데, 만일 이동 가능한 구체물 명사가 나오지 않고 이동 불가능한 장소 명사가 목적어로 출현하는 2 항 구조에서는 술어와 목적어 논항의 공동 합성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표현 “가게를 치우다”의 의미는 공동 합성에 의해 아래와 같이 도출된다. (34) 가게를_치우다: 사건구조 = 사건1 = e1:과정 사건2 = e2:상태 제약 = e1<e2 중점 = e1 논항구조 = 논항1 = x:유정물 논항2 = y:가게[구체물|장소] 그림자논항1 = z:구체물|이동가능 격구조 = 격틀1 = [x가_y를]:[행동주-피동주] 틀질구조 = 상태변화-개념유형 작인역 = x가_y에서_z를_없애는_과정(e1,x,z,y) 형상역 = z가_y에_없는_상태(e2,z,y) 우선 사건 구조에는 전혀 변화가 없어서, 두 교체 구문 사이에 상적 의미 차이가 없음을 말해 준다. 주요한 변화는 논항 구조에 나타난다. ‘치우다’의 논항 구조는 세 논항이 모두 참논항(true argument)으로 취급되었는데, ‘가게를 치우다’에서는 2 항 구조로 변화하면서 상태 변화를 겪는 장소가 논항 2(피동주)로 실현된다. 이와 함께, 상 논항이 그림자 논항으로 표상되어 통사적으로 실현되지 못함을 보여 준다. 여기에서 특기할 것은, ‘지우다’가 허용하는 공동 합성(co-composition)은 앞서 ‘비우다’의 경우와는 정반 방향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즉, ‘치우다’는 처소 변화(제거) 사건에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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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사건으로 공동 합성이 이루어졌는데, ‘비우다’는 상태 변화 사건에서 처소 변화 사건으로 공동 합성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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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맺음말 본서는 한국어 술어의 의미를 생성적 어휘 의미 구조를 이용해 표상함으로써, 술어가 가진 의미적 특성을 설명하고 술어의 논항 구조가 통사 구조에서 어떠한 격틀로 실현되는지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술어의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는 그 어휘의 핵심적 의미를 보여 주는데, 본고는 어휘 의미의 특질 구조(qualia structure)에 드러나는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의 상관 관계를 이용하여 논항의 실현과 그 교체 양상을 설명하였다. 우리가 어휘의 의미 구조 가운데 특별히 사건 구조를 밝히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사건 구조를 이용하여 논항 교체에서 발견되는 술어의 체계적 다의성을 생성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둘 이상의 논항 교체 구문을 허용하는 동사에 하나의 기본 의미를 부여하고, 이에서 문맥에 따라 다의적 해석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연속적인 사건을 분절적으로 인지하는 방식이 술어의 의미 구조 안에 표상돼야 한다고 가정한다. 술어의 의미 구조에 포함된 논항 구조가 그러하고, 사건 구조 역시 사건을 바라보고 분절해 내는 인간의 인지 방식을 드러내야 한다고 본다. 때문에 우리는 술어의 사건 구조가 인간이 사건의 어떤 측면(facet)을 부각시키며 표현하는지를 표상하기 위하여 사건 구조의 중점(HEAD)을 이용하였다. 사건 구조의 중점은 이미 생성 어휘부 이론에서 제안되었지만, 본고에서는 사건 구조의 중점값을 미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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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specification)하는 방식을 확 하여 (i) 다양한 논항 교체에서 드러나는 논항 실현 양상과 (ii) 교체 구문들 사이의 의미 차이, (iii) 사건 인지 방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활용하였다. 한국어 술어의 의미 기술을 위해 기존 연구에서 이미 이러한 연구 방법이 시도되었다. 우리는 이를 한국어 술어 전반에 확 하고자 포괄적인 논항 구조와 논항 교체의 유형론, 그리고 사건 구조의 유형론을 수립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심리 술어, 산출 동사, 그리고 처소 변화 동사에서 보이는 논항 교체 유형을 분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그 논항 구조와 사건 구조를 규명하였다. 한국어의 형식 어휘 의미론의 포괄적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술어의 문법적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어휘 의미 구조가 더욱 많은 부류의 술어에 적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술어와 논항, 그리고 부가어들이 결합하는 구조의 의미를 합성적으로 해석해 내는 방식이 함께 연구되어야 한다. 이에는 한국어에 고유한 생성적 해석 기제가 필요하다. 생성 어휘부 이론이 모든 언어 구조의 해석에 적절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나, 형식화된 어휘 의미 구조로부터 합성적인 의미 해석을 이끌어 내는 방식을 연구하는 것은 얼마든지 다른 이론의 틀로 재해석될 수 있으므로 의의있는 연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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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book contains two main results of lexical semantic study on Korean predicates: First, the empirical descriptive work which identifies the typology of their argument structures and characterizes their semantic structures in terms of event structure and qulia structure. Second, the theoretical account of the mapping between the semantic structure and the syntactic realization of the arguments. This book pays special attention to the syntax and semantics of argument alternations in Korean, since the argument alternation patterns reveal the mapping principles. The lexical meaning of a predicate can be represented as a modular combination of a few substructures, which contains Argument sturucture and Event structure. These subcomponents are not just separate and independent, but closely related to each other. In order to account for the relationship, we propose much extended event structures of predicates, and show how their arguments participate in the subevents of a matrix EVENT. In particular, we assume by default that each predicate has its unique way to slice an event in the real world to express a specific facet of the event. Thus the EVENT structure and the ARGUMENT structure of predicates should be designed to capture the ways of conceptualizing linguistic EVENTs from real events. This book identifies various Argument Structures in terms of semantic role and case frame. In Chapter 2, we illustrate how each argument is assigned a semantic role with a specific grammatical relation. Seven grammatical Cases are used to classify argument positions – Nominative (-i/ka), Accusative (-ul/lul), Dative (-ey/eykey), Ablative (-eyse/eykeyse), Directional (-ulo), Comparative (-pota), and Commutative (-wa/kwa), and sixteen semantic roles are used to describe the arguments – Agent, Patient, Theme, Experiencer, Instrument, Location, Goal, Source, Direction, Route, Benefactive, Stimulus, Ca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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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fication, Criterion, and Companion. For example, we illustrate nine semantic roles for nominative arguments – agent, experiencer, patient, theme, stimulus, location, source, goal, cause – and nine semantic roles for accusative marked arguments – patient, theme, experiencer, stimulus, location, source, goal, route, direction. Chapter 2 also illustrates four syntactic types of argument alternations and nine semantic subtypes in total. The argument alternations are very important in lexical semantics, because they raise the polysemy problem for alternating predicates. Some but not all of the argument alternations are examined in Chapter 4 of this book, where we analyse the lexical semantic structure of psych-predicates, creation verbs, and verbs of change of location. We employ two generative devices to account for the polysemous uses of alternating predicates: (i) "underspecification" of event structure which allows ambiguous interpretation of a lexical meaning according to the context, and (ii) "co-composition" of function application which forces the predicate meaning to change its functional structure so to combine with an argument of an unexpected semantic class. Chapter 3 proposes a set of test methods to figure out the aspectual character of predicates in Korean – constraint and interpretation of the adverbial modification (durative adverbials, time frame adverbials, aspectual adverbs); constraint and interpretation of the durative constructions -e iss- or -ko iss-; constraint on morphological passivization. The test methods readily show us that we need a more refined classification of events to characterize various aspectual meanings of predicates in Korean. Here we support the claim that the aspectual meaning of a predicate should be represented in its event structure, and so we propose a way of extending the internal structure of EVENT in terms of underspecification. We make wide use of underspecified HEAD of complex EVENTs to account for the polysemy of alternating predicates in Korean, and we claim that the HEAD-specification of a predicate indicates which facet of a real world event is cognitively focused by the predicate, and the way of cognitive conceptualization determines the aspectual/eventual character of the pre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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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book finally shows that the proposed formal treatment of predicate meaning successfully accounts for the various syntactic and semantic properties involved in argument alternations. Chapter 4 presents a series of detailed study of various (non)alternating verbs and adjectives which belong to the class of psych-predicates, creation verbs, and change of location verbs. This chapter is mostly devoted to the formal account of the mapping problems in argument alternations, where we handle four alternation patterns of psych-predicates, two alternation patterns of creation verbs, and four more alternation patterns of location change verbs in 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