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소식지 28호(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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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전쟁없는세상소식지 28호(2010년 7월)
Page 2: 전쟁없는세상소식지 28호(2010년 7월)

Editorial 에디토리얼Vacance time or Vacant time 1

CO note 병역거부자 활동수기조은 병역거부 소견서 2김영익 출소인사 5보물섬에서 7자기 배려 10도서관 청소부라는 직업 12웅이의 근황입니당 15

Focus 시선집중

전쟁없는세상 사무실 이사 외 17

Experience 참가후기 남성의 평화 여성의 평화 수다회‘ , ' 20

Special 기획기사기획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전쟁에 대한 물음1 - 24기획 전쟁기념관 탐방기2 - 28기획 가해자로서의 기억을 품기3 - 34

Review 영화평서평․기생수 38작은연못 그린존& 41

Series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제 화9 43난영의 그림이야기 토막살해된 하나< > 44

Essay 평화에세이사랑없는 평화가 가능할까 45ㅎㅁ 이 참을 수 없는 불편한 인간이여, ! 47내 배낭의 안보를 위하여 49고민 고민들, 53

Report 재정보고후원해주셔서 감사해요~ 60

매체편집팀

가리에디토리얼 기획기사 섭외, , , 편집 표지디자인, 여옥기획기사 섭외 시선집중 영, , , 화평 재정정리 편집 , , 조은기획기사 섭외 서평 편집, , ,

인쇄기획 한울타리| 서울동대문구 제기동 130-062 2 137-69

TEL : 924-9641,2 FAX : 927-5104

발행처 전쟁없는세상: 발행일 년 월 일: 2010 7 12제 호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호 : 28연락처 : 02-6401-0514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번지 층: 422-9 3

우 ( ) 121-230http://withoutwar.org | [email protected]

World WITHOUTWARNewsletter No.28 CONTENTS

▶▶ Special同床異夢

같은 전쟁 다른 기억 - ,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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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없 는 세 상 소 식 지 호2 8 1

덥다 더운 여름이다 몽롱한 기분 속에서 난 꿈을 꾼다 그것들은 대부분 내가 하고 싶은 것에 . . . 관한 꿈들이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들이 꿈으로 흩어져버리는 동안 하고 싶은 것들은 하고 있는 것. , 이 되지 못하고 너무 쉽게 해야할 것들이 되어버리고 이내 해야 하지만 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 되, 어버리곤 한다 아직 이런 것들이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하는 것들이 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 까 조금 더 가벼워져야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풀이하지만 도통 쉽지 않다. .

이번 소식지를 준비하면서도 그랬다 어떤 이유에서든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일텐데 막상 본격.  적으로 시작하고 보니 오랜 숙제처럼만 느껴지는 게 실컷 회의해놓고도 나 몰라라 지지부진할 때가 많았다 소식지를 편집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 생각하는 거라면 역시 조금 더 가벼워져야겠다는 거. , 다.

그렇게 가벼워져야겠다고 되뇌이면서도 지금 맥주를 마시며 트위터를 하다 한참동안 과거의 어,  떤 무거운 기억들 속을 헤매고 있던 중이다 어느 순간부터 내게 기억이란 천착하고 있는 주제가 되. 었다 어떤 얘기를 하든 나부터가 내 기억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이라서일 것이다. .

이번 호의 기획기사 역시 기억에 관해 다루고 있다 올해로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년이 되28 . 60 

었고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기념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그걸 보면서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 . 따라 과거의 전쟁과 그에 이어지는 현재의 전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이번 기획을 준비하게 된 문제의식이었다 처음 이 기획에 대해 논의할 때는 안 그래도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중요. 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결과물은 그리 만족스럽지만은 않, 은 것 같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이 주제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비정기적으로 소식지를 펴내기로 하긴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소식지 발행이 다소 늦어졌다, .  그런만큼 이번 소식지엔 다른 때보다 글들이 풍성하게 담겨있다 노트와 평화에세이 같은 코너에 . CO실려있는 고민의 흔적들을 바라보면서 풍부한 교감이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없이 지치고 늘어져버리기 쉬운 계절이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길. . 

Editorial

Vacance time or Vacant time가리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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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을 오래 기다려 왔다 처음 고민을 했던 시점이 년이니 년을 고민하고 기다려왔다복합적. 2004 6 . 인 감정이다 설레고 두렵고 기쁘다 오늘 이 순간부터 나는 병역을 거부한다 별 특출할 것 없는 삶이지. , , . . 만내 삶의 궤적이 바로 병역거부의 이유라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나 자신을 만들어 왔는지를 보이는 것이 , . 병역거부의 이유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라 믿는다.

인간은 다 똥 싸는 부처다“ .”

출가하신 아버지께서 남기신 마지막 말씀이다 무난했던 삶은 이 한 마디에서부터 변했다 내가 알던 아. . 버지는 깨어 있는 지성인이셨고 인간적으로도 존경스런 분이셨다 그분의 영향을 받아 전공으로 철학과를 , . 선택했을 만큼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던 그였기에 그가 의미심장한 한 마디의 화두만 던져두고 사라졌을 ,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인간은 다 똥 싸는 부처라니 대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말인가 당시에는 , . . 무척 혼란스러웠다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할 때 그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고 어머니와 동생이 힘들어하는 . , 모습을 볼 때면 그가 미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감정이 가라앉자 궁금해졌다 그가 남긴 말은 대체 어. , . 떤 의미인가 그는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그를 이해하고 싶었다 결국 그의 마지막 한 마디는 내 삶의 화. . . , 두가 됐고 그 화두로 말미암아 내 가치관은 근본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그가 남겨둔 책들을 탐독하기 시작했고 사회과학철학이 대부분이었던 그의 , ·책들은 내 가치관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책은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얼마나 나태했는지 내가 믿고 있. , 던 많은 것들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알게 해줬다개안이 될 정도로 의식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적. , 어도 여 년간 주조된 내 모습을 백지부터 다시 만들어가고 싶다는 욕구 하나만은 확실해졌다 이 욕구에 20 . 따라 사회적 관습과 통념 도덕 규범을 당연시했던 나를 거부하고 나 스스로 가치관과 세계관을 만들어야, , , 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목표는 확실해졌지만모든 것이 막연했다 구체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관계가 , . .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이제부터 그 환경과 관계를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구, 체적인 환경과 관계를 만들어가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 시작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병역거부 운동, . , 나아가 평화운동을 하는 단체를 선택했는데단체에서 접할 수 있는 경험이 내 고민과 깊이 맞닿아 있었기에 , 내린 결정이었다 병역의무에 대한 기존 가치관도 회의해야 할 범주에 들어 있었다. ‘ ’ .

조은의 병역거부 소견서

조은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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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시민단체 활동은 나에게 큰 행운이자 멋진 기회였다 연대 활동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활. 동가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의 관계는 그 자체로 자극이었다 넓은 범위의 평화단체 인권단체 조금 , . , , 더 구체적 범위에서 여성단체 퀴어단체 문화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의 만남은 내 가치관을 주체, , 적으로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기제가 됐다 그들과의 관계 덕분에 평화주의자페미니스트를 지향하는 나를 . , 만들 수 있었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나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던 그 시절우습게도 나는 나 자, 신을 실험해 보기 위해 달라이 라마를 롤모델로 삼기도 했다 그의 말이 철학적 맥락의 논리에서는 엄밀해 . 보이지 않았지만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면을 꿰뚫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 . 연민을 점차 확장해서 가족 인간 동물 생물모든 존재까지 연민하려는 시도 나와 다른 존재와의 경계를 , , , , , 허물려는 시도를 부단히도 했고 한 때 충만한 감정에 가득 차기도 했다 만약 그 당시 소견서를 썼다면 자, . 비 사랑 연민 같은 단어로 점철된 느끼한 병역거부 소견서가 완성됐을 것이다, , .

하지만 어설프게나마 만들어가던 내 가치관은 쉬이 흔들렸다 생활에 여유가 없거나 몸이 고될 때는 내 , .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웠다 분명히 내 가치관은 분열적이고 모순적이었다 나 자신을 추스르기도 어렵고. . , 나 자신을 연민하는 것도 버거웠다 삶의 상당 부분이 저열하고 나태했다 이런 나태하고 저열한 모습이 마. . 음에 안 든다며 자책할 때도 있고 나태와 저열의 윤리적 금기에 반발하며 긍정하기도 했다 이런 분열적 모, . 습 자체를 연민하고 보듬어 주려 때도 있었고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생각을 태업할 때도 있었다, .

이런 분열에도 나는 병역거부를 선택한다 분열하기 때문에 나는 병역거부를 선택한다결국 완벽하고 . . , 이상적인 분열하지 않는 나에 도달할 수 없을 거라고 느낀다 하지만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것은 의미가 있. , 다고 믿는다분열의 순간들 사이에서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은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내고 끊임없이 수정. 하며 발전시키는 일이다 완벽해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자신을 안고 끊임없이 선택. , 하는 실존적 모습이 내가 믿고 있는 유일한 도덕체계다.

내가 신뢰하는 도덕체계에서 선택한 가치들은 병역을 거부했을 때에 비로소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평화. 주의 페미니스트와 같이 내가 선택한 가치들은 대부분 군대와 상충한다 이는 결국만약 내가 군대에 간다, . , 면 군대에 적응하기 위해 내 모든 도덕의식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얘기고 그것은 곧 인간으로서 죽음이라고 , 생각한다 난 도덕적으로 존재하려는 것이 곧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이라 믿는다 물론 나는 때때로 도덕의식 . . 없이 행동하고 똥 싸는 기계처럼 존재해 있을 때도 잦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의 더 많은 부분을 도덕적으로 . . , 구성하고 싶고 더 인간적으로 살고 싶다, .

따라서 나는 병역거부를 선택한다 개인이 실존적으로 선택한 개인의 행동원칙과 규범을 도덕이라 하고. , 이러한 도덕 중 보편화 된 도덕을 윤리라고 전제했을 때 나는 사회윤리에 대한 순응이 아닌 개인적 도덕으, 로서 실존을 선택하겠다.

나아가 내 도덕적 가치가 공리적 가치로 윤리화되길 희망한다 윤리는 윤리에 반하는 개인의 도덕들에 . 의해 변화할 수밖에 없다윤리가 문서화 된 것이 법이라 했을 때법 또한 사회윤리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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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없다 나는 내가 선택한 도덕이 사회윤리가 변하고 법이 바뀌는 데 영향을 끼치길 원한다 내가 선택. , . 한 병역거부의 의미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법제화를 통해 병역거부자가 더는 감옥에 가지 않는 사회가 , 오길 소망한다.

이런 나 개인의 도덕에서 나는 병역거부를 선택하며선택에서 오는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겠다 다만, . , 내 선택에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 의견을 듣고 군대 간 사람은 인간도 아니냐는 반. 박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국가를 지킨다는 신념을 지니고 입대한 이들도 혹은 그 외의 이유로 입대한 이들. , 도 충분히 도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의무를 거부했으니 한국을 떠나라는 반박이 있을 수도 있. 다 나는 나에게 폭력적일 수 있는 강제성을 거부한 것일 뿐이지 이 사회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 , 다 난 한국이라는 공동체에서의 삶을 선택했고 내 선택에 따라 이 사회의 규범을 존중한다 내 선택에 따. , . 라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선택에 책임을 지겠다 감옥행이 될지 대체복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 , 앞으로 있을 재판결과를 받아들임으로써 사회규범에 존중을 표하겠다 사회적 규탄이 있다면 그것 또한 내 . 선택에 대한 책임으로서 감내하겠다.

지금까지 내가 언급한 얘기들은 인간사에서 새로운 것일 리 없다는 것을 안다 나의 언어는 내가 읽은 . 책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의 언어와 같이 누군가의 말을 빌려 온 것일 뿐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이 소, . , 견서가 일종의 감상문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작업이 무의미하다 생각지 않는다창작이 무에서 유로의 생성, . 이 아닌 소재의 차이를 드러내는 관계적 개념이라면 편집자가 곧 창작가다 난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는 , .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감상문이라도 잘 쓰고 싶었고 삶의 구체적인 순간에서 기존의 철학적 재료를 내 방식, 으로 채택 선택했다 불완전한 편집이고 분열적인 감상이지만 나는 내 삶을 선택했고 책임을 지려한다, . , , .

나는 여전히 인간은 똥 싸는 부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의 도덕적 ‘ ’ . , 선택을 존중하며 삶의 실존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을 지지한다 내 선택 또한 존중받고 지지받는 날이 오길 , . 바란다 똥 싸는 부처인 우리 인간의 주체적 선택을 억압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누구나 자유롭고 불완전한 . , 선택을 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년 월 일2010 6 15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조은

http://club.cyworld.com/zonefree

조은

입영일 병역거부선언 파티 개최2010.06.15 ,

현재 경찰조사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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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한 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에 말 그대로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철문을 지나 사회에 발. ‘ ’ 을 내딛었는데 시간은 참으로 덧없이 흐른 것 같다, .

수많은 그 문들을 지나 마지막 교도소 정문을 남겨 놓고 만감이 교차했다 마지막 신원 확인을 하‘ ’ , . 고 그동안 알고 지낸 교도관과 악수로 이별했다 고생 많았다, . ‘ ’

그 교도관을 등 뒤에 남기고 컴컴한 복도로 들어섰다 맞은편에 보이는 철문 저 문만 지나면 자유였다. . . 철문에 난 작은 창문 사이로 푸른색이 보였다 나무인가 하늘하늘 흔들리는 게 꼭 나뭇잎 같았다 문이 열. ? . 렸다 쏟아지는 햇빛에 잠시 눈을 찡그렸다 아니 내 마음도 잠시 찡그렸다 나가도 되나. . . ‘ ?’

지난 개월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나 보다 나가는 게 마냥 기쁘다기보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15 . , 것이니 말이다 햇빛 한 가운데로 걸어 나가니 저 맞은편에 친구들과 어머니가 보인다 친구와 두 손을 맞. , . 잡았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아 자유다. . ‘ , ’

사회에 나온 지 한 달 아직 난 사회에 적응 중이다 혹자는 나가자마자 교도소 담장 안의 생활을 잊고 , . 바깥 생활에 금세 익숙해진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어색한 게 있다 출소 후 처음으로 급하게 입을 옷을 , . 사기위해 집 근처 아울렛을 갔는데 화려한 조명과 수많은 인파에 그만 질려 버리고 말았다 입장한 지 , . 30분도 안 돼 머리가 어지럽고 식은땀이 흐르는 게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옷을 골라야 하는데 머리가 백지장, . 처럼 하얗게 돼 아무 생각이 안나 그저 어머니가 고르는 대로 사야 했었다 다행히 지금은 그런 현상이 없, . 지만 말이다.

그리고 난 지금도 불을 끄고 잠을 못 잔다 그러면 뭔가 어색해 잠이 오지 않는다 불을 켜야 잠을 잘 . . 수 있다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는 전기세 아껴야 한다고 역성이시지만내 속내를 말하기는 참 어렵다 나는 . , .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느 날 노동운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을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는데 씩 , . , 웃으며 아직도 불 켜야 자지 하고 물었다 알고 보니 그 분도 출소 후에 지금까지 그러고 산단다 그‘ ?’ . , . 래서 서로 말없이 웃었다.

그래도 출소하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좋다 그동안 못 만난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감옥에서 꼭 가야. , 지 마음 먹은 곳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사실 구속 직전에 사회에 있을 때 지리산은 꼭 가고 싶었다. .

출소인사김영익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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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때 이른 구속으로 그 계획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꼭 가보고 싶다올 여름이 다 가. . 기 전에 어머니 같은 지리산에서 산의 정취를 흠뻑 맛보고 싶어서다.

그리고 학교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재입학 신청을 해 합격했고 월부터 다시 학교에 나간다학교로 돌. 9 . 아와 보니 내가 제일 나이 많은 학부생인 것 같아 조금 민망했다 그래도 인생에서 제일 자유로운 시기를 , , .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누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잘 마무리 짓고 싶다.

밖에 나와 조금 미안한 사람들도 있다 은국이가 그 중 첫째다 같은 교도소 같은 사동에서 수개월을 함. . 께했다 하지만 나오면서 돌이켜 보니 은국이에게 동료로서 해준 게 없었다 지금도 교도소에 남아 홀로 분. , . 투하고 있을 은국이를 생각하면 걱정과 함께 미안함이 앞선다 아 그리고 승덕이 편지로나마 서로 소식을 . , . 주고 받으며 격려했는데이제 전자서신으로 소식을 전해야 할 처지가 됐다 곧 승덕이 친구들을 만날 텐데, . , 승덕이가 없는 그 자리를 생각하니 약간 씁쓸하다 그리고 나머지 병역거부자들에게도 안부를 전하고 싶다. . 곧 나올 분도 있을 것이고 이제 막 수감생활을 시작한 분들도 있을 텐데 먼저 나온 사람으로서 미안함과 , , 격려를 보낸다.

지난 개월을 담장 안에서 버티면서 잃은 것도 있겠지만 얻은 것도 있다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15 , . 을 것 같은 오만한 자신감이 그 중 하나다 그 자신감으로 오늘 내일을 열심히 살려 한다 아직 세상은 ‘ ’ . . 불공평하고 불의하니까 이 오만함으로 계속 부딪쳐 볼 것이다 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은 만큼, . , 타인의 자유를 위해 끝까지 나아가 보리라.

김영익

입영일 병무청에 병역거부의사 밝힘2008.11.04 ,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결정 수감2009.02.27 ,

영등포구치소로 이감2009.03.04 화성직업훈련교도소로 이감2009.08.04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가석방 출소 201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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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없 는 세 상 소 식 지 호2 8 7

지옥 그것은 타자 이다' , ( ) ' 他者

이 말은 불란서의 철학자 샤르트르가 했다고 합니다 징역살면서 이 말처럼 절절하게 다가오는 말도 없. 습니다 여기서 흔히 하는 말로 재소자가 재소자 꼽살린다 괴롭힌다 못 살게 한다 는 말이 있습니다 징역. ' ( , )' . 살이의 고달픔은 춥고 더운 방구석도 아니고 보잘 것 없는 세 끼 식사도 아니고 죄수들을 사람 취급 안하는 교도관들 때문도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다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지옥 그것은 나와 같은 죄수복을 입고 있. . , 는 그들입니다 부처님이 이런 말을 했다지요. .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것이 괴로움이요" ,보기 싫은 사람들을 안 볼 수 없는 것이 괴로움이니라."

이런 괴로움이 제일 극대화되는 곳 중 하나가 감옥일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방에서 가 앉아 있는 문 . K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그 방향으로 갈 때도 시선은 다른 벽을 향하는 거죠북쪽을 쳐다보고 동. . 쪽으로 걸어가는 모양새가 나오는 것입니다 감옥 바깥의 누군가는 이 를 보지못해 괴롭고 한 방에 사는 . K , 저는 이 를 안 볼 수 없어 괴로워 합니다 와 함께 하는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천국이고 누군가에게는 지K . K옥입니다 오 부처님이시여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시옵소서. , , !

명색에 양심수인데 이런 얘기를 적는다는 게 창피하군요 하지만 징역살이가 일 년이 넘어가니 내가 왜 . 이곳에 있는지 사상과 양심은 무엇인지 같은 문제는 점점 희미해져가는 게 사실입니다 요새 제가 가장 흥, . 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는 정신 분석학입니다말이 거창해서 그렇지 알맹이로 말한다면 다음과 같은 유치한 . 질문입니다.

나는 왜 너가 이렇게 싫을까" ?"쟤는 너를 좋아하는데 나는 왜 너가 이토록 싫을까" ?"너가 싫은 것은 너의 문제때문일까 아니면 나의 문제일까" ?"

보물섬에서은국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수감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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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제가 중점을 두는 건 투사라는 개념입니다 나의 감정을 상대에 비추어 본다' ' . 는 거죠 그러니까 너가 미운 건 사실 나의 분노와 증오심이 너라는 거울을 통해 되비추어지는 게 아닐까 . 하는 것입니다.

사실 징역에서는 항상 한 명의 희생양이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죄수들은 모두 자신이 억울하다' ' . 고 생각합니다 설사 죄를 인정한다고 해도 자신이 받은 형기는 너무 길다고 생각하죠 이러한 울분과 스트. . 레스를 표출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합니다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먼저 있고 그 화를 낼 수 . 있는 대상을 찾는 것입니다 그저 나쁜 새끼를 욕하고 헐뜯으면서 자신의 분노심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게 . 되는 것입니다욕하기 위해서는 욕을 먹을 만한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얼마 전 제가 가장 미워하던 . . 가 출소하자 그 다음으로 가 갑자기 더 가증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는 저의 이 가공할 분노심에 S K . K걸맞는 더 악독한 자로 거듭나야 합니다 개가 없어지고 고양이만 남게 되었으니 이제 그 놈이 개의 대역을 . 맡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저는 비교적 분노심이 많은 편입니다 다행이도 원만한 가정에서 줄곧 범생으로 살아 온 까닭에 그 분노. 가 증폭될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기 절제가 강한 여느 범생이들처럼 감정이 더 억압되고 왜곡되어 . 내면화된 듯도 합니다.

지옥 그것은 타인이 아니라 타인의 모습에 비춰진 내 자신이 아닐까요 방문 쪽에 앉아 있는 는 내가 , . K인정하고 싶지 않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아닐까요 이러한 물음은 섬뜩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통쾌한 해. 방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는 이 교묘한 속. 임수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속지 않겠어 나를 바보 . , 취급하지 마 이 간사한 마음아, !

고작 징역 년을 살아놓고 내면화라는 둥 정신적 해방이라는 둥 사이비 종교인 같은 얘길 해서 죄송스1 ' ' ' '럽습니다 병역 거부자 그들은 신체의 자유보다 정신의 자유를 더 갈구한 사람들입니다 감옥에 갇혀 여지. , . 껏 누려왔던 많은 것들을 박탈당했지만 그 누구도 어떠한 방법으로 빼앗아가지 못할 자유와 즐거움을 새로 , 발견한 것도 사실입니다 출소일이 다가오자 조금씩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이 보물섬에 머물 수 있는 시간. . 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섬의 깊은 동굴에는 금 두꺼비나 다이아몬드 백지 수표 같은 건 없습. , 니다 동굴의 끝에는 벽이 하나 있을 뿐입니다 자세히 보면 그 벽에는 먼저 이 곳을 다녀갔던 친구들이 남. . 긴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나는 자유롭다" "나는 자유롭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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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보물섬 동굴 속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탐험은 자기 자신을 찾는 일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나. 는 무얼 원하는지 그것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세상의 끝만 같은 이 벽에 다다르기 . 위해 외롭고 힘든 날들을 지나왔습니다 저는 오늘 기쁘고 벅찬 마음으로 벽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제 친구. . 들이 했던 것처럼 마음 속에 떠도는 한 글자를 조심스럽게 벽에 새깁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이 글자를 잊. 어버릴지라도 오늘의 이 충만한 기쁨 완전한 만족은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

지금까지 변함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섬에서 다시 육지로 돌아가 . 이 보물을 여러분 모두와 나누어 가질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안녕하시길. .

은국

입영일 병역거부선언2009.02.19 , 도봉경찰서에서 경찰조사2009.03.30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 성동구치소 수감2009.07.03 , 화성직업훈련교도소로 이감2009.08.26

현재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수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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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배려 몇 일전 신문에 실렸던 장정일의 책 속 이슈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진실과 만나는 원칙 . ‘ ’중 하나로 소개되었다 조금만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

자기 배려는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행위이며 자기 자신에 몰두하는 행위다 그것은 연애우“ , . (정 가정경제건강법에서부터 용기 있게 말하기 스승의 말 경청하기 분노와 슬픔 다스리기 타인의 시)· · , , , , 선과 사소한 호기심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 등등에 이르는 구체적 삶의 기술 전체를 아우르며 그런 기술을 , 통해 자신을 점진적으로 변형시켜가는 자기 수양 과정이다.”

왠지 서점에 널려있는 수많은 자기개발서의 구절들 같기도 하지만 멋지다 나에겐 이 구절들이 몰두하는 . 행위 집중력을 발휘해 자신의 정신적신체적 능력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것을 총칭하는 것으로 이해된, , 다 나도 그러고 싶다 사실 이런 생각을 전에도 했었다 감옥에서 독방에서 지내다보니까 말 그대로 자기 . . . . 자신에게 몰두하게 되었는데아주 부정적으로 몰두해서 크게 낭패를 봤었다 독방쓰기 전에는 방 동료들과 , . 짜여진 일과표대로 생활하면서 정말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냈었는데 혼자 있으면서 자기 배려, ‘ ’ 비스무레한 목표는 세워놓고 항상 자책만 하고 결국엔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었다.

요즘 다시 자기배려 욕구가 샘솟는 것은 삼양주민연대를 그만두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아주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표가 생겨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잘 안돼서 그렇다 자기 배려를 할 수 없는 바쁜 생활 속. , . 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다 집에서 공부하겠다고 달 동안 버팅기다가 타인의 시선에 의지하기 . 2위해 얼마 전부터 도서관에 다니고 있다.

사회주의 사회를 연구하고 싶어서 러시아 소비에트 사를 공부하려고 입시 준비 중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 학교도 가고 그랬는데 어찌나 위축이 되던지 청강하는 수업 때 시험을 보는데선생님이 나눠준 답안지가 , . , 아주 오래된 거라서 이라고 찍혀있는 걸 보고 앞에 앉은 학생이 친구들과 킥킥대서 괜히 민망해질 정19○○도로 소심해져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집속탄 반대 피스몹하러 나갔다가 또 다른 만학도가 이역만리에서 . 공부할 거란 소식을 듣고 힘을 얻었다 항상 나에게 힘을 주는 오리. .

자기 배려오정록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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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자본주의 신봉자 체념자들이 보는 사회주의 사회와는 분명히 다른 사회였을 거라는 기대로 , ,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기대가 섣부른 체념이 되면 안 되겠지만믿는 구석은 있다 역사라는 게사람 사. , . , 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거다 그리고 근대성권력이라는 휴지통을 만들어놓고 다 똑같다고 치부하는 . , 게 능사는 아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기는 한데 일단 자기 배려부터 잘 해서 합격부터 하고 싶다 다음에 좋은 소식 , .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집속탄반대 캠페인에 참여한 오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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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시작한다 그동안 투 잡을 하면서 몸이 고달팠는데 또 새로운 일이라니 그래도 이번에 새롭게 . . 시작한 도서관 일은 오래 전부터 무척 바랐던 일일 뿐만 아니라 적성에도 맞고 보람도 있어 몸이 힘든 문제는 저만치 있다공간 민들레에서 도서관 만들고 책방지기사서를 같이할 때 진작에 그 맛을 알아버린 터. ( ) . 도서관 일에 비한다면 오히려 지금껏 해 오던 두 가지 일은 어쩔 수 없이 한 측면이 없지 않을 정도다 신. 념에 따라 살기 위해 평화활동을 해야 했고 먹고살기 위해 책 만드는 일을 해야 했으니 게다가 책 만드는 . 일은 보람이 별로 크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저자의 원고를 조금이라도 더 빛내기 위해. , 그리고 실수가 없도록 수없는 손길을 요했다 적성에는 맞아서 다행이지 내가 만든 책에 내가 없다는 점에. , 서 살짝 서글픔을 준다 게다가 웬만해선 잘 팔릴지도 않고 사람들이 별로 읽지도 않는다 그러면 속만 상한. . 다 평화활동은 정확히 반대다 성과를 떠나 신념에 따르는 일이라 보람은 크지만 적성에는 잘 맞지 않아 고. . 달플 때가 너무 잦다.

도서관은 오랫동안 그려오며 향후 나의 최종 직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껴두었던 것이다 인생 전. 반기를 마치면 후반기에 하려고 꿈으로 쟁여 놓고 있었던 도서관 운동을 어쩌다보니 여러 친구들이 뜻을 보태었고 부족하나마 조금 서둘러 시작하기로 하면서 드디어 발을 내딛는다 작으나마 공간을 마련하고도 몇 , . 달째 단장만 하고 있지만 개관의 꿈은 더 커져 간다.

구체적으로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대학원까지 마치고도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스러웠던 때, , 불연듯 초등학교 시절부터 드나들었던 마을의 공공도서관이 떠오르면서 시작되었다 그때쯤 인디고 서원. ‘ ’ 이야기 인디고 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 를 접하게 되었고때마침 감옥을 앞두고도 있었다 인디고 서( , ) , . 『 』원 이야기는 격렬히 나를 자극했고 감옥을 다녀오면 더 막막해질 생의 앞날에 도서관은 막장에서 나를 구할 , 희망처럼 순식간에 부상했다.

돌아보면 나를 키운 건식구에겐 미안하지만 할쯤은 고향 마을의 커뮤니티였다산으로 둘러싸인 마, , 5 . 을 나무들이 길을 만든 것처럼 보일 만큼 많은 가로수들 길 너머 펼쳐 있는 논밭 그리고 이런 자연환경 , , , 속에서 꾸밈없이 이웃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고향에서 유일했던 그 공동도서관은 고향 마을의 한가운데쯤에 . 있었다 그리고 좀 떨어진 곳에 있던 다살림이라는 찻집은 책방을 만들어 공개해 놓고 있었다 이윤이라는 . .

도서관 청소부라는 직업 염창근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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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보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돌보는 관계가 있었던 커뮤니티세상에는 경쟁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고 그래서 , 세상의 아름다움은 아주 많다는 것을 알려 주는 도서관 그리고 마을의 사람들과 선생들과 친구들과 자연환, 경이 그냥 그대로 자연스럽게 감수성을 길러 주었다 그리고 작가의 꿈도 꿀 수 있게 했다물론 될 수는 없. (었지만).

그렇게 커뮤니티와 도서관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내가 받았던 그 혜택 덕분에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 나누어 주면 좋겠다는 기특한 생각까지 하게 해 준 것이다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위로도 받고 도움도 받고 . 지식과 감정을 나누지만 책을 통해서도 그러하다 그래서 책을 벗 삼는 일은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한 줌 , . , 삶의 여유를 주고 긴박감을 풀어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게 아닐까 숨을 돌리게 해 주어 꽉 죄인 세상. 살이에 자기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도눈을 돌리어 눈앞의 급급한 처사가 아니라 먼 날 먼 곳까지 보게 , , 하는 그윽하고 너른 눈길을 선사하는 것도 책이기에 가능할지 모른다책 읽는 누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 름다움이었듯이.

처음에는 친구 따라 갔던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공짜로 마음껏 볼 수 있어서 나중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 외국소설책을 읽고 있는 옆집 형들의 모습이 멋있어서 점점 다른 책들에도 손이 갔고 그렇게 책이 주는 재미에 빠질 수 있었다 지적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갖가지 문학에는 이 세상의 아름답고 . ,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이제 나도아니 우리도 누군가에게 이런 재미를 주는 도서관을 시작하려 한. , 다.

우리가 시작하는 도서관은 평화도서관 나무라는 이, ' - '름을 붙였다 도서관을 통해 평화의 세상을 꿈꾸어 보자. 는 바람과 도서관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지는 못, 하지만 그런 세상을 향한 꿈과 상상력을 심어 줄 수는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담았다 마치 하나하나는 보잘것없지. 만 세상을 푸르게 만드는 원초적인 힘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처럼 평화의 세상을 만들 평화를 바라는 사람을 생, 각해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도서관을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도? 서관은 스스로 그런 힘을 간직하고 있다고 믿으려 한다. 도서관은 그 자체가 다원론이자 다양한 지식과 세계가 있고 책이 있는 공간이기에 사람들에게 연대와 커뮤니티를 , 이루게 하는 힘을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서관은 또 하나의 특별한 매력을 간직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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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도서관 자체가 지닌 공공성 때문에 소외받는 자 가진 게 적은 사람이 찾아갈 수 있는 공간 중에 하나. , 라는 점이 그것이다돈이 없으면 사실상 갈 곳이 거의 없는 대도시의 시민들신체적 장애나 사회경제적 배. , 경이나 연령이나 인종 등으로 배제와 차별을 받는 사람들에게 작은 배려를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유럽에는 입구 전면에 평화라는 단어를 여러 언어로 써 놓은 도서관이 많다고 한다 책을 읽는 어린이는 .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도서관의 지향이 분명하게 자리해 있다유럽에서 병역거부운동도 전쟁을 반성하게 하. 는 것도 모두 책을 읽으며 인문과 사회를 생각했던 사람들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책을 읽는 아이들. 은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힐 것이고책을 읽으면서 길러지는 상상력은 타인에 대한 공감력을 기를 것, 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기쁨과 슬픔에 공감하는 힘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는 . , 것이다.

이런 도서관을 만드는 일이 아직은 막막하기만 하지만일차적으로 사서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사서는 , . 도서와 공간을 관리하는 기본적인 일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육하는 일을 짜는 역할까지 온갖 일을 하기에 도서관은 사서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보가 홍수처럼 떠다니는 시대 도서관의 사서는 가치 . 있는 정보를 알려주고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이런 일에 대해 생각하면 어려워지고 답답해진다 당장 . . 무엇을 할 것인가 누가 올 것인가부터가 고민이다' ', ' ' .

그러다 한 사람이 떠올랐다어린 시절 찾던 마을의 공공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언니 누나로 불렀던 사서. , 는 도서관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처럼 보일 정도로 언제나 청소와 서가 정리가 최우선이었다 혼자서 대출과 반납 서가 정리까지 도맡아 했지만 늘 책을 한 손에 들고 틈틈이 읽고 있었다 이 . , . 사람 덕분에 도서관은 작고 평범했지만 편하게 찾아갈 수 있었던 곳이 되었다 가끔씩 내가 빌리던 책에 대. 해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 주었다 그럴 때면 왠지 기분이 좋았다. .

청소가 빛이 나는 직업이지 않을 수 없다책을 살 수 없었던 가난한 학생에게 위로를 주고 꿈꾸도록 해 . 준 도서관과 사서 청소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편안한 도서관이 된다면 점점 그 다음도 가능해질 것. . , 이다 지역에서 지역을 넘고 사회와 연대하는 도서관 평화로 연결하는 도서관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도. , . 서관이 마을을 만들고 마을이 평화를 만든다는 평화도서관의 거창한 모토도 어느 날 실제로 우리 앞에 나타, 나 있을지 모르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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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제게도 이렇게 제 근황에 관한 소식지 글을 부탁해 주시고 쇤네가 몸둘 바를 모르겠네.... 요 제 이름을 불러주셨으니 가서 꽃이라도 되어 드려야겠네요 ㅋㅋㅋ 그러나 주머니 속에 넣은 송곳은 가. 만히 있어도 뾰족하게 튀어나오듯 낭중지추라고 제가 뛰어난 걸 어떡해요 잘난 절 세상이 가만 내버려 두, , . 지 않는걸 저보고 어쩌라구요 그건 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닌걸요 농담이구요 뀨잉뀨잉 . . ( ) ლ ╹ ◡ ╹ ლ머랄까 그동안 제가 깜깜무소식으로 격조했던거 같아서 하나도 안죄송하구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 요 으레 잘 먹고 잘살고 있으려니 생각하시면 될듯하기도 하고 다들 더운 여름에 한증막같은 가막소에?? .... 서 잘들 지내시나요 전 너무 더워서 이성애자가 될 꺼 같아요 ㅠㅠ 그래도 거기 평생 사는 건 아닐테니? ... , 마음을 비우시고 하루하루를 보내시면 개중 날 듯도 한데 애니웨이 새살은 그만 떨고 그냥 뭐 찍어먹고 .. , 사나 사는 얘기나 좀 해볼께요.

후움 요즘은 방학까지 해서 아주 살판 났어요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잉여롭게 잘 지내고 있어요 잉여. , . 의 끝을 보고 갈데까지 갔달까 피시방에서 며칠 밤새다가 제 자신에게 환멸과 번뇌와 인생무상을 느끼고 ...더 이상은 안가는 대신 집에서 드라마랑 영화 다운 받기 삼매경에 빠졌쪄여 공짜 싸이트에서 옛날 드라.... . 마나 영화 다운받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돠 이제는 아버지는 그냥 방문을 열고 어질러져 있는 돼지우리 *̂ *̂ 속에서 날밤을 까며 영화를 보고 있는 저를 보면 그냥 한숨만 쉬고 말씀을 안하세요 비트겐슈타인 말마따라 .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시는 건지킈킈킈킈..

애니웨이드디어 학년이 되었네요 지겨운 학교에 불이라도 지르고 얼른 졸업하고 싶지만 대체 징역살, 4 . 이보다 더 시간이 안가는 이 학교의 징역살이는 가석방은커녕 꼬박 학기를 더 다녀야 행형급수가 돼서 출3소대상에 포함이 되나봐요 더러운 세상 더군다나 장학금 좀 벌어보겠다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행형. !!!!!! 점수 관리를 했을 때는 개나마 뿌듯했는데 최근에는 성적도 잘 안나와서 성적 소수자가 되었네요 원래 성, . 적 소수자라서 그런가 다시 성적 자기결정권을 좀 가져야 하나봐요.... .

그건 그렇고 최근에는 날도 오라지게 더워서 짜증도 나고 피곤도 하면서도 뭐가 그렇게 급한지 뭐 마, ... 려운 강아지마냥 부랴부랴 허둥지둥 대곤 해요 급성지패요 급할수록 돌아가라던데 뭐랄까 그것도 일종. , .... 의 트라우마 같아요 가막소 갔다오고 나서 내 금쪽같은 피같은 시간이 허송세월로 날려보냈다는 아쉬움과 .

웅이의 근황입니당 효웅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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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하심정 그런것들 때문에 보상심리가 생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기관리나 시테크시간관리 에 목숨을 걸... , ( )게 되는거 같아요 제가 무슨 인간 시계나 다름없이 항상 정해진 시간에 강박적으로 움직였다는 칸트도 아닌. 데 기계적으로 반복 수행하는 삶 내가 하는 행위가 곧 나를 구성한다는 버틀러의 수행성처럼 내 행위를 , .... , 바꾸지 않으면 내 자신도 바뀌지 않을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박적으로 움직이며타자에게 더 의존. , 하고 허무주의는 깊어만 가고 부질없는 것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며 타자에게 의존하고 사람을 기피했던 ..... 다자이 오사무처럼 말이죠 타자를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그런게 생겼어요 제가 지능지수와 감성지. . IQ( ) EQ(수와 특히 도덕지수 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높다보니 공통된 화두가 없고 코드가 안맞는달까) MQ( ) , ...

타자는 지옥이라는 샤르트르의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다가도 주체는 타자의 인질이라는 레비나‘ ’ , ‘ ’스의 말마따나 결국 내가 아무리 주체가 되고자 발버둥쳐봤자 타자에게 매인 존재라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살아얄텐데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고 라캉이 그랬듯다이어트나 자기계발에 목숨거는 나의 .... , 욕망은 사회가 평가하는 인간형의 욕망 그러면서 내 자신을 자기 착취하는 강박적인 자기계발의 의지, - .....그리고 타자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헤겔적 욕망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유아론 적인 주체를 상정.. ( )唯我論할 순 없다는 것을 반증할테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목매달며 집착해왔다는 것을 직시하기가 또 , 힘들기도 하네요.

별로 즐거운 얘기가 아니라 죄송 캬캭 그래서 허무주의와 이기주의는 동전의 양면인 것 같기도 !!! 해요 타자에게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타자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다는 것에서 . , 에서 허무주의와 이기주의가 비슷한 것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애니웨이 그래도 공리주의적 . , 쾌락은 좋은거 같아요 허무한 세상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쾌락들 피터 싱어가 동물도 고통과 쾌락을 . . 느끼는 존재라는 점에서 동물해방론을 주창했듯이 그래도 기왕지사 다홍치마라고 기왕 사는거면 즐겁, , 게 살아야겠죠 그 즐거움이 단순한 벤담과 같은 돼지의 쾌락인지 아니면 좀더 고상한 건지는 정립해. , 야겠지만요 애니웨이 삼복 더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던데 그래도 마음만은 청량하*̂ *̂ , 고 시원하게 보내세용 ㅋ 샤워 자주하시고 요새는 아슈쿠림이랑 과일도 가지각색으로 파는거 같던데 애용.. 하시면 조금 날지도요 건강하시고 그럼 또 소식 전할께요 뀨잉뀨잉 ? ( ) ლ ╹ ◡ ╹ 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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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 사무실 이사< >

전쟁없는세상 사무실이 이사를 했다 예전부터 . 함께 사무실공간을 쓰고있던 평화인권연대가 단체해산을 결정하면서 평화바닥평화도서관모임과 함께 , 새로운 사무실을 구하게 되었다 월 일에 이사. 4 30를 했고많은 회원들이 이삿짐정리와 운반이사비, , 용 후원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새롭게 마련한 사무실은 공동으로 쓰는 . 공간과 거실 등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다 이사와 동시에 여러 가지 일들로 바.

빠지는 바람에 아직도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사무실이지만 이미 여러 행사와 모임이 진행되고 , 있다새 사무실은 망원우체국 사거리에서 한강방향 . 동교초등학교 앞에 위치해있고 주소는 서울시 마, <포구 망원동 번지 층 이다422-9 3 > .

집속탄반대 캠페인< >

무기제로팀에서는 월부터 매달 집속탄 생산에 4반대하는 캠페인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첫 번째로 . 집속탄을 생산수출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인 한화의 ․을지로 본사 앞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 점심. 12시간에 건물 밖으로 나오는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무차별 살상무기 집속탄 생산이 세계로 가는 한화“의 꿈 이라고 쓴 현수막과 사진피켓을 펼친 채 바?”닥에 드러누웠고 몇몇 사람들은 유인물을 나누어, 주었다 바쁜 걸음으로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았지. 만 한화 직원들은 관심을 보이며 정말 우리 한화‘에서 이 폭탄을 만드는거냐고 묻기도 했다 결국 ’ . 한화에서 경찰에 신고를 해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정한 시간이 다 되어 피스몹을 마쳤다.

두 번째는 월 일에 한화 본사 앞과 풍산 본5 25사 앞에서 같은 방식으로 진행을 했는데 갑자기 ,

전쟁없는세상 사무실 이사 외

여옥 | 전쟁없는세상 책임활동가 + [email protected]

사무실 오시는 자세한 방법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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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바람에 참여하는 인원이 적었다 지난달 . 에 겪어본 한화측에서는 우리를 보자마자 신고를 해서 경찰이 일찍 왔고 미리 집회신고를 다 내놓은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엔 충무로에 있는 풍산 본사로 이동했 는데 위치특성상 피스몹을 할 수 없어서 집속탄 , “생산을 통해 인류발전을 선도하는 풍산 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유인물을 나누어주는 것을 대체했다. 점심식사를 하러 이동하던 많은 직장인들이 신기한 듯 관심을 보였고 풍산측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 관심있게 지켜보며 이런 이야기는 국방부에 가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 을 해주기도 했다앞으(?) . 로도 집속탄에 반대하는 캠페인은 꾸준히 진행될 예정인데 함께하실 분들은 http://www.wzero.net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이계삼 선생님과 함께한 평화주의자들의 <행복한 책읽기>

월 일 금요일 저녁 민중의 집에서 이계삼 4 23선생님의 영혼없는 사회의 교육 을 읽고 오프모< >임을 가졌다 이번 오프모임에는 저자이신 이계삼 . 선생님께서 밀양에서 직접 와주셔서 선생님을 뵙고싶어하는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했다 평소에 30 . 이계삼 선생님의 글을 접하고 궁금한 점이 많았던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이계삼 선생님의 지, 역에 기반한 삶과 활동에 대해 진지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계삼 선생님의 이야기는 즐겁고 진지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개인청원 결정< >

지난 월 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4 15 (Human 는 병역거부로 징역 년 개Rights Committee) 1 6

월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정의민 오태양 염창, , 근 나동혁 유호근 임치윤 최진 임태훈 임성환, , , , , , , 임재성 고동주가 제출한 개인청원, (Individual

사건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이Communication) . 번 결정은 년 월 일에 개인청원을 제출한2007 5 15지 년만이며 지난 년 월 최명진 윤여범 3 , 2006 12 , 씨에 대한 결정 이후 두 번 째 내려진 권고이다.

월 일 점심시간에 한화 앞에서 펼친 퍼포먼스4 15

월 일 비오는 와중에도 진행한 퍼포먼스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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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한국정부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 조 항을 위· 18 1반하였고개인청원을 신청한 이들 명에게 실질, 11적인 보상을 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 하였다 또한 . 앞으로 이와 같은 인권침해가 없도록 노력해야하며, 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을 실행할 방법들에 관한 정보를 일 내로 위원회에 제출할 것을 한국정부180에 요구했고 이와 관련하여 월 일 기자회견을 , 5 6열었고 이후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토론회 등 여러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월 일 평화박물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의 모습5 6

부시의 전쟁으로 죽은 사람들을 애도하는 <다이인 피스몹>

지난 월 일 한국전쟁 년평화기도회가 상6 22 ' 60 '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고 부시 미국 전 대통령, 이 초청되어 간증을 했다 그래서 이에 항의하는 . 평화활동가들과 기독교청년들이 모여서 이라크아, 프간 전쟁으로 죽어간 사람들을 돌아보라는 뜻을 모아 부시를 초청한 평화기도회 장소 앞에서 부시의 평화기도회 간증을 반대하는 다이인 피스die-in 몹을 벌였다 자발적으로 모인 여명의 활동가들. 50은 실감나는 피스몹을 위한 많은 준비를 해왔으나 경찰의 방해가 너무 심해서 처음 계획했던대로 피

스몹을 진행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기도회가 시. 작할 때까지 우리의 뜻을 알릴 수 있는 일인시위를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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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평화 여성의 평화' ,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기념 수다회 참가기- 2010

오리 | 무기제로팀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 + [email protected]

참가기라 말해도 될 듯하다 행사의 주최 측이었고 그 날의 사회자였지만 엄연히 그 행사는 수다회였고 . / / /비록 마중물 수다를 떨어주었던 몇몇 친구들과 진행을 위한 사회자가 있었지만 모두가 함께 골고루 수다를 떠는 자리로 기획되었던 행사였기 때문이다 뭐 생각처럼 잘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다. .

월 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은 년 유럽 병역거부자5 15 (International Conscientious Objector's Day) 1982의 날로 시작되어 년 세계병역거부자의 날로 공식화되어 지금까지 그 역사가 이어져오고 있다 세계병1986 , . 역거부자의 날은 현재 전 세계 다양한 나라 지역에서 병역거부자들을 위해 단일한 액션을 취하는 날로 정착, 되었다 전 세계의 병역거부 운동그룹들은 월 일을 기념하여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공개토론회철야농성. 5 15 , , 시위 각종 행동들 세미나 캠페인 등과 같은 행동을 벌인다 이 날에는 년 직업군인들의 병역거부, , , . 2008 ,

년 콜롬비아 년 미국 년 그리스 년 칠레 및 라틴아메리카 년 이스라엘 등과 같2007 , 2006 , 2005 , 2004 , 2003이 매년 초점이 되는 국가나 의제를 선정해서 함께 연대하고 경험을 나누는 행사들을 진행한다 년에는 . 2009노무현 정부가 했던 대체복무제 도입 약속을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백지화시킴에 따라 한국이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초점국가로 선정되어 일주일 간 비폭력트레이닝직접행동 토론회 문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 , , 하기도 했었다.

올해 월 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은 전 세계 여성 5 15병역거부자들의 이슈와 함께 하는 해였다 마침 .

전쟁저항자인터내WRI(War Resiters' International, 셔널에서 기획 출간한 전 세계 여성병역거부자들의 수) , 기 가 출판되기도 한 터였다 이 책은 'An Anthology' . 이스라엘과 같이 여성도 징병되는 사회의 여성병역거부자 미국 등과 같이 모병제 국가에서 직업으로 군대를 , 선택하였으나 여러 가지 신념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한 월 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열린 수다회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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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자 여성이 징병되지 않은 나라에서 병역거부 운동의 하나의 전략으로 공개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병, 역거부자들의 이야기이다.

이 여성들은 병역거부 운동을 보다 포괄적이고 본질적으로 바라봐야 함을 주장한다 병역거부자들의 거부의 . 대상인 군대 군사시스템은 군사주의에 기반하며 동시에 군사주의를 창출하고 있고 군사주의는 남성 중심의 , 권력구조 성차별적 가부장제와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반군사주의와 페미니, . ․즘은 서로가 함께다 반면 수량적 성평등의 차원에서 군대 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즘에 대. 해서는 거리를 둔다 남성들이 즐겼던 특권을 강화하는 방식의 평등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자처럼 . “복무하기를 원치 않았다 이스라엘 병역거부자 . ( Idan Halili)”

현재 한국의 운동도 마찬가지이지만 다른 나라의 운동에서도 늘 운동의 중심은 남성병역거부자 혹은 완전거부자이다 이는 여성도 징집 대상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경우 남녀혼성 그룹. . 이 중심이 되어 병역거부 운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사회적으로 조직적으로 남성 병역거부자들이 주도적, 인 역할을 하게 되면 여성의 위치는 자연스럽게 애매해지고 따라서 여성활동가들 중 많은 수가 자신의 위치가 비가시화 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저자들도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 다 영웅적 남성 병역거부자들을 단순히 돕는 여성활동가가 아니라 엄연한 병역거부 운동으로 주체임을 선언. 하고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기존의 군사주의 담론에 문제제기를 하길 원했던 여성활동가들은 년대 부터 1980 (현재까지 스스로를 완전거부자로 선언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

우리는 아직까지 병역거부 운동에서 이런 전략을 논의했던 적도 그러니까 당연히 채택했던 적도 없다, . 얼마 전 한 친구와 우리도 이런 운동이 가능할까' ?'라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결론은 웃음꺼리만 되고 말 것이란 거였다 책에서 터키의 한 여성병역. 거부자는 거부라는 말 자체가 어떤 거대한 권력의 ' '명령이 당연하다는 것을 상정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뛰어 넘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미 한국의 병역거부 운동은 사회적으로 대체복무제 도입에 많이 경도되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당장은 불가능한 임무다 임무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당장은 불가능에 초점이 있는 문장이다 오해가 없으시길.( ' ' ' ' . ) ← …

그렇다면 한국의 병역거부 운동이 여성의 입장에서페미니즘의 입장에서 병역거부 운동을 사고하고 기존의 , 군사주의 담론에 문제제기를 해 왔던가 아예 관심이 없거나 생각이 없진 않았겠지만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

수다회를 진행 중인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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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보기는 상당히 난감하다 이번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행사를 기획하면서 작년 수. 하의 걸출한 논문 한국사회의 병역 거부운동을 통해 본 남성성 연구 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도 간담회 비스무리한 행사조차 기획하지 못했던 무심함에 대한 스스로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반성에서 이 날의 행사는 기획되었다 마중물 수다를 떨어준 친구들은 앞으로 우리의 운동에서 성찰. 하고 행동해야 할 많은 고민꺼리들을 안겨주었다첫 번째 손님으로 수다를 떤 여옥은 병역거부 운동을 하면. 서 마주한 여성활동가로서의 고민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실' ' , . 제로 그녀는 전쟁없는세상을 일당독재ㅎㅎ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역거부 운동에서 그녀의 활동은 가뭄( )에 콩 나듯 활동하는 다른 병역거부 당사자보다 저평가되기 일쑤다.

이어진 수하의 얘기 그녀는 현재 우리의 병역거부 운동. 이 보호자피보호자를 상정하는 안보논리의 맥락과 일정 /부분 유사한 지점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한국의 병역거부. 자들은 병역거부 이후 년 개월의 수감생활희생 을 감1 6 ( )수할 수 있는가즉 강한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로 , 포장되어 병역거부 운동이 가질 수 있는 평화운동의 역동성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라의 수다는 보다 어렵고 보다 빨랐으나 죄다 맞는 말이었고 허나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지점에서 차렷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녀는 우리가 년대 이후 군사주의라는 말을 만들어서 이것을 담. ' ' 2000론화시키면서 암묵적으로 전제했던 것들에 대한 질문 우리가 외친 군사주의의 핵심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 , 군사주의 반대를 외치는 우리의 포지션 이제는 우리의 질문도 포지션도 변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들 결' ' . , , 국 이것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무기력증에 빠지게 한 것이 아닌지따라서 지나치게 경직되고 추상화된 우리, 의 군사주의 담론을 해체해 보다 맥락적으로 관계적으로 사고할 것을 주문하였다, .

효웅은 병역거부자이자 퀴어인 독특한 스펙들을 바탕으로 김제동이나 유제석도 울고 갈 막강이빨을 자랑하며 군사주의 반대와 만나지 못하고 있는 퀴어운동을 비판하고 병역거부를 씹어대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 뜬금없이 여성징병을 주장하는 예비역들에 대해 폭풍악플을 쏟아내었다 그녀는 결론적으로 평화운동 여성운동. , , 성소수자운동 간의 건전한 연대가 가능함을 주장하는 것으로 수다를 마무리하였다. 효웅의 활약

수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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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다쟁이로 나선 타리는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소수자의 입장에서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이란 무엇인지 군사주의와 연결되는 다양한 이분법들에 관해 그리고 최근 그녀의 생, , 애 가장 큰 물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계로 거기서 느끼는 느낌들에 관해 얘기를 들려주었다.

마중물 수다가 끝나고는 옆 사람이랑 둘씩 짝을 지어 여 분간 수다를 떨었는데 마중물 수다에서 제30기되었던 쟁점에 대해 논의를 열심히 했다고는 단정 짓기 어렵고 연예인 얘기 뒷담화 옆 길로 세다가 , , 다시 제자리 등등 모든 것이 공존한 유쾌한 대화였다 머리가 나쁜데다 필기를 기피하는 게으름 탓에 . 나왔던 얘기들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평화… 운동 병역거부 운동에서 예비역들에 대한 고정된 , 시선과 그것이 우리 운동의 다양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었고 제주도 강정마을에 머무르면서 그 곳의 해군기지 투쟁을 관찰기록해보니 폭력 평화, VS비폭력는 매우 경합적이며 맥락적이고 복잡하더라는 얘기 실제로 군사적 폭력은 이렇게 구체적인 공간에( ) ,

서 벌어지는데 활동하는 우리들의 언어는 수다를 떠는 순간부터 어렵고 졸립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 등등이 나왔다 잘 기억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님 말고 쏴리 나는 종종 이런 자리를 자주 가지면 좋. . ~! … 겠다고 생각했다 끝. .

수다회에 함께한 돕 보라 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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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옥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년이 되는 해이60다 이와 관련해 전쟁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 많이 준비되고 또 진행되고 있다 각 방송사에서는 . 다큐 드라마 등 특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전쟁, , 기념관을 비롯한 각종 박물관에서는 특별기획전이 열리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국 곳곳에서 음악회, 와 페스티벌이 열린다 가장 열심히 행사를 준비하. 는 것은 정부이지만 민간인 학살의 현장을 방문하는 평화기행이나 학술행사 등 민간에서 주최하는 행사 역시 다양하다 한국전쟁이 멈춘지는 반세기. 가 지났지만 여전히 전쟁의 기억은 한국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을 기억하고 기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기억은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는 것이고 주관.

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적이다 더 나아가 . 기억의 공적인 작업인 기념은 더더욱 그러하다 국. 가주도로 이루어지는 전쟁기념사업들의 취지와 목적을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전쟁 주년 . <625 60․기념사업위원회 는 전란을 극복하고 정치경제 발> ' ․전을 이룬 자랑스런 역사를 평화 지향의 선진일류국가 비전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라고 기념사업의 '취지를 설명1)한다 군부대 병영체험을 통해 한국. '전쟁 주년을 되새기고 올바른 국가관과 애국정신60을 함양하고 전쟁에 대한 왜곡된 안보의식을 ' , '625․바로잡고 미국 등 참전국에 대한 감사를 표출하기 , '위해 특별기획전을 연다 전쟁기념은 현재의 삶이 . 전사자들의 고귀한 희생에 기반하고 있음을 부각시킴으로써 국민을 분열에서 통합으로 이끄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해왔다 전쟁에서 기념되는 것. 은 대부분 군인들의 조국을 위한 희생 충성심 영, ,

1) 년 월 공식 출범한 전쟁 주년 기념사업위원회 홈페이지 2009 8 625 60 http://www.koreanwar60.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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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화가 중심이다 국가를 위한 고결한 희생이라는 . 관점에서는 왜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국가를 지켜야하는지 그렇게 지켜야하는 국가란 무엇인지에 대, 한 질문과 논쟁은 삭제되고 국가는 무조건 지켜야하는 대상이 된다 우리의 반대편에 있는 상대방. ' '을 적으로 규정하고 선과 악의 이분법을 적용해 '국가라는 운명공동체가 형성된다 동일한 국가정체' . 성을 강요 훈육하고 여기서 벗어나면 비정상 비, , 국민 반동분자빨갱이가 된다 우리와 적을 구분, , . ' '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 들어맞지 않는 다른 경험과 기억은 침묵을 강요당한다.

전쟁을 일으킨 정치가와 전쟁을 수행한 군인과 전쟁을 겪은 일반시민 각각의 개인이 기억하는 전쟁은 같은 전쟁일까 같은 한국전쟁을 경험했지만 지? 역에 따라 성별에 따라 세대에 따라 각각 다른 기억이 존재할 것이다 인천상륙작전 재연행사와 경. 남 함안지역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2)에서 기억하는 전쟁은 같은 전쟁일까 기억? '과 계승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인천상륙작전 재'연행사를 비롯한 여러 전투기념 행사들는 정부 주도의 한국전쟁 주년 기념사업의 일부이다 정부 60 . 주도의 행사에서 기억하는 것은 참전용사의 희생' '이다 전쟁의 기억은 정치적 사회적인 관계의 충돌 . 속에서 선택되고 다듬어진 일부이다 국가와 전쟁. 기억의 주체들은 전사자들의 희생을 부각시켜 그' '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반면 전사자가 아닌 다른 . 희생자들의 죽음은 주변화 되었다 국가에 의해 동. 원된 이들의 죽음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전쟁은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부조리한 폭력이 아니라 정당한 무엇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떠올리고 싶. 지 않은 상처는 기억하지 못한다 적군의 공격과 . 반인권적인 전투 속에 우리를 지키기 위한' ' 전쟁이

었다는 기억 속에서 우리 편인 군인이 민간인을 ' ' 학살했을 리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진실은 영, . 웅을 범죄자로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전쟁에서 . 목숨을 잃은 수많은 민간인들은 기억되기조차 힘들다 침묵과 외면과 배제을 통해 민간인 학살의 희. 생자들에게 또다른 희생을 강요해왔던 것이다 민. 주화가 진전되면서 그동안 억압당했던 전쟁의 상처와 기억들이 공론화되기는 했지만 제대로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직도 먼 이야기이다.

잊지말자 라는 구호 속에는 한국전쟁을 일“ 625”으킨 북한에 대한 원망이 느껴진다 년 월 . 1950 6

일 새벽 탱크 한 대 없던 남한에 북한이 갑자기 25 , 쳐들어와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집중하면 ' '할수록 공산주의 북한은 악이고 자유주의 남한은 , 선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생겨난다 그리고 우리. ' '는 북한이 일으킨 전쟁에서 피해자가 된다 전쟁' ' . 의 원인은 북한이고 북한만 없으면 평화로울 것 같다 나쁜 놈만 처치하면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처럼 . 단순한 생각이 있을까 악을 저지르는 행위자와 그? 에 따른 희생자가 명확히 나눠질 수 없는 가해자, 와 피해자라는 단편적인 인과관계로 정의내릴 수 없는 상황 그게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

2) 오마이뉴스 함안 유가족 영혼이여 전쟁도 아픔도 없는 곳으로 , 2010. 6. 30. < " , ">

중앙행사 주년 참전유공자 위로연의 모습6.25 60 . 정부주도의 행사에서는 참전군인만 기억될 뿐이다 사진출처 전쟁 주년 기념사업위원회 홈페이( :625 60․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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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전쟁이다국가권력에 의해 동원된 군인들은 어. 느 쪽이나 마찬가지이다 상부의 명령에 따라야하. 고 살기 위해 죽여야 하고 동료의 죽음에 복수해야한다 살기위해 낮에는 태극기를 밤에는 인공기를 . 들어야했던 마을 사람들에게는 어느 쪽이 우리 편이었을까 오로지 상대방에게 전쟁의 책임을 떠넘. 긴 이러한 전쟁 기억 속에서는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된 부조리한 폭력에 대한 성찰이나 반전과 평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끼어들 자리를 잃는다.

한국전쟁전후함안지역민간인희생자유족회가 월 일6 30에 개최한 경남 함안지역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 )

전쟁을 기억해야하는 이유는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 진지한 성찰과 반성보다는 전쟁에 대한 폭력과 공포의 기억을 강화함으로써 안보 및 전시체제에 대

한 정당성을 얻고 강도 높은 사회통제를 수행해왔던 한국 사회는 평화를 위해 군대의 규모를 늘리' '고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엄청난 돈을 국방비로 . 쏟아부었지만 정작 갈등과 대치국면에서는 별다른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전쟁이 났을 때 어떻게 .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준비하는 것은 정작 전쟁을 막아내지 못한다 오히려 끝없는 군비경쟁과 군사. 적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전쟁의 원인이 될 뿐이다. 한국전쟁 년을 기념하여 모두들 전쟁은 안된다고 60말하지만 전쟁을 막기 위해 더 강한 안보태세와 , 국방력이 필요하다는 주장 속에 유보되는 가치들은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모두들 평화. ' '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같은 평화가 아니다.

기억은 정치적인 것이다 단순히 과거를 그대로 .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재의 기준으로 재평가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기념하는 . 전쟁은 어떤 모습인지 과거의 기억이 현재에 주는 , 의미는 무엇인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기념할 , 것인지는 물음은 계속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 하는 기억의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 .

한국전쟁 년을 맞은 올해 유난히 많은 전쟁기념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행사는 찾아보기 60 , . 쉽고 언론을 통해 잘 홍보가 되어있는 반면 민간에서 주최하는 행사는 찾기가 쉽지 않아 놓친 것이 많았, 다 그래도 너무 많아서 지면을 통해 다 소개하지는 못하고 일부만 정리해본다. , .

행사명 일정 장소` 주체

특별기획전아‘ ! 625’․ 2010.5.4-11.30 전쟁기념관 국방부전쟁기념관/특별기획전굳세어라 금순아‘ ’ 2010.6.23-8.30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기념사진전경계에서‘ ’ 2010.6.25-8.20 통의동 대림미술관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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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자료들후지와라 기이치 지음 이숙종 옮김 전쟁을 기억한다 일조각, , < >, , 2003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 전진성이재원 엮음 전쟁과 기억 휴머니스트, , < >, , 2009.․역사문제연구소 엮음 한국전쟁에 대한 가지 시선 역사비평사, < 11 >, , 2010.나은진 전쟁의 역사화 방식과 공유기억의 문화적 재생산 한국문화연구 호, < >, 13 , 2007여문환 동아시아 전쟁기억의 정치와 국가정체성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 >, , 2008

지방시군 현충탑 정비사업․ 2009 - 2010 전국 각 시군국가보훈처/․인천상륙작전 재연행사 2010.9.14-9.16 인천 월미도 일대 국방부낙동강지구 전투 전승행사 2010.9.3 경북 칠곡군 국방부

한국전쟁 년 희생자 추모제6.25 60 2010.6.25 경북 칠곡군 실천 대경본부6.15 /대구종교인평화회의

경남 함안지역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 2010.6.30 함안문화원 대강당

한국전쟁 전후 함안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

전몰용사 추모제UN 2010.6.25 부산 기념공원UN 한국자유총연맹전쟁교훈과 평화모색을 위한 국제학술심포지엄 2010.6.21-6.24 조선호텔국방회관 등, 국방부정책토론회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 해결의 현황과 과제 2010.6.17 국회도서관 지하 층1 민간인학살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한국전쟁과 평화의 법 2010.6.23 인하대 법학연구소 민주주의법학연구회참전국 현지 위로감사 행사․ 2010.6.1-11.30 참전국가 국방부서울수복행사 2010.9.28 광화문광장 국방부세계평화기원 평화콘서트 2010.6.19 강원도 화천 평화의댐 문화체육관광부휴전선 마일 국제사이클 대회155 2010.10 고성 철원 파주 서울- - - 국방부동아일보/

전쟁 군 창작 뮤지컬 공연625․ 2010.8.21-29 서울국립극장 국방부사 한국뮤지/ )컬협회

한터키 전승기념행사군인친선축구/․ 월 월2010.6 /9 터키 한국, 국방부월드 오케스트라 공연 2010.7.27 예술의전당 국방부

전쟁 학습교재 제작 배부625․ 2010 전국 초중고 교육기관 국방부국가보훈처/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UN 2010.7. 현충원 등, DMZ 국가보훈처

군부대 병영체험 2010.6. 강원도 청원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참전유공자 전적지 순례 2010.4.21-10.15 전국 국방부전쟁 주년 평화통일대행진625 60․ 2010.7.26-7.31 서울 파주- 통일부

대학생 전적지 답사 국토대장정625 2010.6.25-7.6 서울 부산- 재향군인회한국전쟁 년 평화기행60 2010.6.26 노근리 등 평화박물관드라마 전우 한국전쟁 특집다큐< >, 2010.6.-8. TV KBS드라마 로드넘버원 특집다큐 등< >, 2010.6.-8. TV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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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날로 수상한 날씨와 무더운 시국이 답답하게 죄 어오는 요즘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년이 되. 60는 해 호국의 달을 전후해 더 기승을 부리는 전쟁, 기념사업들의 혼란 속에서 대세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은 주한 유엔군이 창설된지 년이 되는 날인 년 60 2010월 일 아 라는 괴상한 기획전이 열리7 7 , ! 6.25「 」

는 전쟁기념관을 전격 방문하였다.전쟁기념관은 일제시대 조선국 사령부와 해방 후  육군본부가 있던 자리에 세워져 년부터 개관한 1994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따가운 . 햇살을 피하지도 못하며 묵직한 중량감으로 압도해오는 건물의 전면을 향해 센스없는 조형물들과 무기들이 늘어선 광장을 가로지르는 와중에 떠오른 단어라곤 무단점거 중인 낭비되는 공간 같은 불경' ' 한 것들 뿐이었다.방문하는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넓다 란 내부로 들어서니 당장 이 넓은 곳을 어디서부터 어떤 순서로 봐야하는지가 애매해졌다 전쟁기념관 .

홈페이지의 전시실 안내 부분을 보면 전시실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으며 어떻게 움직이면서 보는게 좋은지가 나와있는데아무래도 일단 이곳의 의도를 , 최대한 살려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그 추천 동선에 따라 돌아보기로 했다.

전쟁기념관 홈페이지의 전시실 안내와 추천동선

기념관 측의 추천코스에 따라 처음 가보게되는  장소는 전쟁기념관으로 들어서 그대로 쭉 들어가면 마주할 수 있는 호국추모실이다 얼마전 대한민국 .

대 대통령이 천안함 관련 기자회견을 연 장소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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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지기도 한 이곳은 복도의 양편을 따라 이곳이 선정한 호국인물들의 흉상이 늘어서있다 다소 . 안쓰러워 보이는 그들을 향해 윙크를 해주며 걸어가다보면 어둠침침한 방이 나온다묘하게 분위기를 . 잡는 그 방의 원형천장과 벽 가득한 부조들은 평화를 상징하는 것들이라 한다.

그렇다 전쟁기념관은 전쟁의 참상을 되새기며 평.  화를 기원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 공간이 드러내 . 보이는 평화가 내가 생각하는 평화와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다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단어를 . 마주하면서 이렇게 다른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기억하는 방법이 다르기 . 때문일 것이다.기념관이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기억이라는 매 개에 강하게 기반하고 있을 수밖에 없고 생각해보, 면 인간의 대부분의 사고와 행위 또한 그런 기억이 만들어낸 세계에 기반한다 그렇기에 어떤 세계를 . 보고 어떤 세계를 살며 어떤 세계를 만들어 내냐는 건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과연 전쟁기념관. 이라는 공간은 우리가 공유하는 과거의 시간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고 그런 기억방법들을 통해 어, 떤 기능들을 하고 있는 걸까 기념관을 돌아보다보. 면 조금이나마 그 모습이 보인다.호국추모실을 나와 동선을 따라가면 전쟁역사실 

을 돌아보게 된다 이곳에는 석기시대부터 일제시대. 까지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싸우고 살아왔는지가 그 시대의 각종 무기유물들과 함께 전시되어있다 이곳에서는 역시 단일민족이라는 신화를 . 강조한다 그 잘나신 단일민족은 어떻게 이루어지느. 냐 어떤 공통의 기억을 공유하는 집단이 실재한다, 고 믿음으로써 이뤄진다 그를 위해선 과거의 사건. 들을 선별해 배치하고 그것들만을 강조해 기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쟁역사실에는 물론 수많은 전쟁의 모습들만이  

펼쳐진다 그 전쟁의 모습들은 참혹한 비극이 아니. 라 비장하고 결연한 활극의 모습을 띈다 그런 과정. 들을 통해 어떤 선택들로 피할 수도 있었으나 멍청한 결정들로 인해 벌어지고만 과거의 수많은 전쟁들이 웅장하고 필연적인 역사의 발전단계이자 훌륭한 우리 역사의 증거물이 된다 여기저기 펼쳐진 ' ' . 파노라마 모형들과 위대하신 장군들의 흉상들로 고취감을 북돋고 한편으로는 조악하게 고증된 복식모, 형들과 그럴 듯 하려고 애쓰면서 늘어놓은 유물들로 학술적인 분위기를 내 객관적인 양 하려는 의도들이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와서 초입부터 사람 지치고 피곤하게 만든다.기념관에 배치된 것들을 그저 과거의 흥미로운  유물들 중 하나로 다소 한가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동안 우린 알게 모르게 수없는 전쟁들에서 맹렬히 싸우며 발전해온 역사 속으로 전쟁들을 통해 지, 켜온 가치 속으로 전쟁의 과거들이 끊임없이 연속, 성을 갖고 이어져왔기에 여전히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현재 속으로 그런 것들이 지탱하고 유, 지되어야만 하는 사회 속으로 편입된다 그런 의도. 와 기능이 더 맹렬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게 전쟁역사실에서 이어지는 전쟁실이다6·25 .

한국전쟁에 관련한 것들을 전시하고 있는 6·25  전쟁실은 두 개의 층에 걸쳐 실내 전시실의 거의 반 정도를 차지하며 이 기념관이 왜 세워져서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서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넓디넓은 .

전쟁실을 6·25 헤매면서 아무리 보고봐도 전시실이

기념실에 있는 선 모형6·25 38 . 이 선을 넘어 북진을 시작한 날을 기념해 월 일 국군의 날10 1이 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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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줄을 모른다는 사실에 다소 경악했고 간신히 , 다 보고 난 뒤에는 정말 전쟁을 한번 겪은 느낌마저 들었다.

전쟁실은 전쟁의 경과에 따라 전시실을 6·25  배치하고 전시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실들이 이어져있다예상하겠지만 이곳엔 우리 각자가 알고있는 . 역사를 바탕으로 한 그들의 역사가 제시되어있었다. 끊임없이 비슷한 모양새로 펼쳐져있는 연표와 전황지도와 복고풍 영상자료들을 통해 보는 사람 피곤하게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전쟁기념관이 항변하고자하는 건 간단하다북한과 공산세력들이 . 기습적으로 공격해왔는데 은혜로우신 미국과 유엔세력들의 도움과 호국영령들의 위대한 활약으로 그들을 물리치고 조국을 수호했다 그러니 아직 휴전 중, 인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겠어 물? 론 전쟁기념관은 뻔한 모범답안 또한 제시해낸다. 우리도 그들처럼우리는 누구이고 그들은 누구인지. 에대한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선명한 적과 아군. 의 개념 그게 이곳에 짙게 배인 가치를 지배하는 , 원리. 뭐 그리 귀담아 들을만한 얘기는 아니지만 보는 ,  

내내 그 순진하게까지 느껴지는 굳은 믿음과 집요함에 질려버렸다 이런 자신들의 얘기를 강요하기 . 위해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과거를 기억하고 자신들의 역사를 만들어낸다 선별 어디에도 노근리. , 에서와 같은 전쟁 중의 양민학살 얘기나 전쟁에 고통받는 병사의 얘기 같은 건 없다 전쟁이 아니라 . 그 참혹함을 기념하려는 자리라며 명명 사? , '4·3 건과 여순반란은 북한의 책동에 의한 공작으로 짧' ' '게 언급되고 자유와 공산은 가치중립적이고 대립적인 단어들인 척하면서 그 가치가 변형되어 전달된다객관적 관점으로의 위장끊임없이 수치들을 쏟. , 아내면서 그러면 객관적인 공신력을 얻을 거라 믿는 것 같은데 그 수치들 또한 의도적인 배치가 없을 수 없고 그 의도가 드러나지 않는 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전투상황만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려 애쓰지만 수류탄 들고 육탄 공격하신 용사들이나 치열했던 고지 전투의 상황묘사 같은 얘기를 하실 때는 평정심을 잃고 칭송에 정신이 없다 난 역사서술. 에 있어서 객관적이라고 하는 입장을 취하는 게 가장 위험한 자세라고 보는데 어떤 기억도 다른 기억, 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지 않고 그런 기억들이 실컷 , 부딪히고 그러다 합의를 통해 끊임없이 공유기억을 형성하고 업데이트 해가는게 괜찮은 사회라고 믿고, 객관적이라고 내세우는 역사서술은 독단이나 강요로 빠지기가 쉽다고 생각하는 때문이다. 아무튼 전쟁실은 이런 식의 자료와 관점6·25  

들로 가득하다 무엇을 보는가보다 무엇을 해석해내. 느냐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너무나 뻔한 의도들에 답답해지기만 했다휴전조인까지의 과정을 전시. 한 전시실들을 벗어나 전시의 피난민들의 삶을 전시한 곳에 가서야 조금 볼만하다 싶었는데한편으, 로 밀랍인형들로 꾸며놓은 그곳에서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삶에 대한 경각심보다는 향수어린 키치감을 더 쉽게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지기도 했다.

이곳에서 이어지는 전시실은 해외파병실과 국군 발전실이다 앞선 전쟁실에서 전쟁기념관이 . 6·25 생각하는 현재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사건과 방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 벌어지고만 그 사건의 교훈을 보았다면이곳들에선 그 교훈을 이어받아 평화를 위, 해 꼭 필요한 군대의 증강이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보여준다앞선 전시실에서 한국전쟁을 다루면서 피. 해자의 입장을 강조했다면 해외파병실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해자의 입장에 서게 되는데 과연 얼마나 , 가감없이 보여줄지가 궁금해졌다. 전시실을 돌아보니 역시 현재를 구성하기 위해  

선택된 기억들이 늘어서있고 그 배치가 다소 불편해졌다 역시나 악당들에 침략받은 선량한 사람들을 . 구하고 평화유지를 위해서란 명목으로 파병의 역사들이 정당화되어있고 한국군에 의한 전쟁범죄나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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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 침략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성격들에 대한 언급은 배제되어있었다오히려 곳곳에 배치된 설명들과 . 모형들은 한국군이 파병지에서 지역재건과 교육을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만 강조되어 있었다 글쎄길 . , 닦고 다리 놓고 하는 것도 전차가 지나가기 쉽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지.이어지는 전시실들에는 수많은 무기들이 늘어서 

있었는데여옥이는 월에 있을 평화군축박람회에 , 10쓸만한 자료들이 많다고 좋아했지만 워낙 기계를 좋아하지 않고 밀덕도 아닌 난 별로 외양도 구분 안 가는 쇳덩이들이 지겹기만 했다.

역시나 그분들이 기획하셨다

전쟁기념관의 상설전시실들을 지나 우린 특별기획 전으로 향했다 아 전시회 설명에는 전. ! 6.25 . 「 」시실에 들어서면 시간이 년으로 돌아간다고 했1950는데 별 생동감은 없었지만 전시회의 관점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런 기분이 들었다앞서 한국전쟁. 을 다룬 전시실들에서 본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들이 전시되어있다 그리 눈길을 끄는 전시물 없. 이 커다란 판넬들이 시야를 가려대며 자신들이 기억하는 한국전쟁에 대해 소리쳐댄다 그 기억들이란 . 역시 영토에 야심이 없던 미국과 달리 영토에 야‘심이 있던 소련과 중국의 원조로 불법남침한 북한에 의해 발발한 전쟁에 대한 것들이다’ . 끊임없이 적과 아군을 선명히 하는 데에만 집중 

하는 기억의 과정 속에서 내 주의를 끈 건 어느 영

상 속에서 이제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정도 ' 10% 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하는 대목이었다순간 어디 ' . 탑골공원이나 해병전우회라도 와 있는 기분이 들면서 실소가 픽 터지더라뭐 대한민국 에 들지못. 10%한 걸 안타까워하기라도 해야할까 자신의 부족함을 . 깨닫고 그들의 관점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할까. 이건 그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 뿐 아니라 은연중에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이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며 그들까지 욕보이는 멘트다 그. 건 그저 아무리 그들의 기억이 사회의 합의된 공유기억인 척 해도 일부의 시각에 기대있을 수밖에 없는 그 기억의 일천한 바닥을 드러내는 일일 뿐이다.이렇게 한국전쟁에 대한 어떤 기억들에 대해 복습

하다보면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삐라들을 ' '만나게 된다 한편에는 인간적이고 이성에 호소하. '는 국군과 군의 삐라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비' UN '인간적이고 감성에 호소하는 공산군의 삐라가 있' 다 물론 그런 타이틀이 없이 본다면 별로 구분이 .

뭐가 다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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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는 비슷비슷한 내용의 삐라들이다 나름 적과 . 아군의 차이를 드러내는 전시품이라고 생각했을텐데 난 그것들을 살펴보며 짠한 감정을 느꼈다 삐, . 라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그런 희생을 감수하느냐고 묻고 있었는데 정말 나도 궁금했다 전시의 군, . 인들이라면 이런 조악한 전단지에도 마음이 격하게 움직일텐데 나라면 그런 질문을 받고 고민이 들었, 다면 총을 들고 다른 편으로 가는 게 아니라 총을 내려놓고 다른 이들도 총을 내려놓도록 하는 게 대답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난 비. (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이어진 부분에서

는 전쟁이 끝나고 휘황찬란하게 발전해오신 대한민국의 발전양상과 굶어죽고 수용소에 갇히는 북한의 참상들이 대비되면서 여전히 선명한 적과 아군의 개념으로 현재를 기억하게 하려는 애처로운 움직임들이 펼쳐진다 여. 전히 같은 시대를 사는 누군가에게 전쟁은 이런 식으로 매일같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에서 전쟁에 대한 반성이 자리잡을 구석은 없다 그. 저 무게잡고 전쟁의 심각성을 얘기하면서도 를 DMZ배경으로 사진을 합성해주는 코너나 있는 가볍고 구태의연한 감성이 있을 뿐이다.

전쟁기념관을 돌아보고 옥외에 전시되어있는 온 갖 전쟁무기들 그 중에도 연평교전에서의 피탄흔적, 을 그려놓은 채 전시되어있는 참수리호 모형 같은 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

다.앞서 인간은 기억에 기반한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의 . 각자의 선택에 달린 일이겠지만 적어도 기억들을 , 그 자체로 존중해주고 기억하기에 있어서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돌아보는 자세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가 주도해서 사회의 기억을 만들어. 나가면 그 부분은 너무 쉽게 간과되고 만다.어떤 집단에 있어 그것의 성격을 공고히 하고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에 있어서 공유하고 있는 기억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그 기억이 함께 고. 생한 경험일수록 결속은 강해진다 그런 필요에 따. 라 국민국가가 탄생하기 위해선 같은 경험을 겪은 단일한 인간들이라는 신화가 요구되었고 그럴 때에 , 전쟁은 가장 효과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적과 아군이라는 도식에 따라 피아가 선명하게 구분되고 그럴수록 같이 싸운 공동체라는 국가에의 소속감은 높아진다 지키기 위한 가치가 있었다는 . 말로 전쟁은 쉽게 정당화되고 그렇게 고생해서 지, 켰다고 얘기하는 가치이기에 그것은 쉽게 국가의 정체성이 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전쟁에 기반. 한 사회는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인 관계에 있어서나 전쟁을 내재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국가가 주도하는 기억의 방법에 끊임없이 비판을  

가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국가 주. 도의 사업들은 쉽사리 공공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곧 그것이 사회전체의 목소리가 되어버리는 분, 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 있는 천장 구조물의 이 름은 동시성이라고 한다 그 이름이 묘하게 느껴졌. 던 것이 전쟁기념관이 보여주는 세계는 내가 아는 , 세계와는 다른 평행우주인 것 같은데 분명 그에 동조하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비.

정말 묻고 싶다 대체 누구를 위. 해 젊은이들이 군대나 감옥에 가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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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성의 동시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문제는 그런 시각을 가진 이들이 자신들과 다른 시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에 있다 난 전쟁기념관이 꽤 폭력적. 인 곳이라고 느꼈는데이건 뭐 꼭 전쟁무기들을 전, 시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태도에 있다 전쟁을 바. 라보는 시각은 한 사회의 성격이 만들어지는 것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이곳은 , 전쟁에 대비하는 군대가 평화에 필수불가결함을 설파하는 선전공간에 가깝기 때문이다적어도 이곳이 . 공적인 공간인 이상 그 방식은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전쟁기념관을 돌아보면서 종종 전쟁장면을 묘사 

한 모형을 보며 환호하는 아이들과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몰려다니는 외국인 단체관람객들을 마주하고 그들이 대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 , 건지 궁금해지곤 했다 전쟁기념관에 부모들의 손을 . 잡고 전쟁무기에 신나하는 아이들에게 전쟁은 그저 비현실적인 오락거리이지 성찰과 다양한 입장들에 대해 고민하게 할 매개일 수는 없을 것이다. 외국인들은 남의 나라 내전 얘기가 뭐 재미있을까 ? 하고 궁금해하는 내게 여옥이는 너도 외국에 나가 그 지방의 큰 박물관이 있으면 일단 가보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먼 나라의 박물관 전시에 대해 비판. 적 열의를 가지고 볼 사람은 많지 않을테고 그들은 , 그저 전쟁기념관을 돌아보면서 이곳 사람들은 이렇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서울시 추천여행코스에도 .

포함된 이 비루한 공간이 별 생각없이 자신만의 기억방법을 드러내는 동안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며 우리를 규정짓고 있다.

전쟁기념관이 새로운 이름을 공모하고 있는 모양 이다 아무래도 전쟁을 기념하는 장소라는 이름이 . 이미지에 안 좋을 거라 생각한 듯하다 호국기념관. 이란 이름이 유력한 것 같고 후보군 중에는 평화박, 물관도 있어 다소 뜨악스런 기분도 들게 했다 이름. 을 통해 이미지를 유리하게 변화시키려하는 건 기억을 변형시키고 역사를 왜곡하는 간단한 방법이자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손쉬운 방법이기도하다.

하지만 아무리 이름을 바꾼다한들 그곳은 전쟁  영웅들을 찬양하고 전쟁무기들을 자랑스럽게 전시, 하고 전쟁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배치하면서 이 사, 회가 전쟁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평화는 전쟁에 대비해 군사력을 증강시킬 때만 이뤄질 수 있다고 강변하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수용할 것을 종용하는 전쟁기념관일 따름이다.

이것은 군대에서 군인들을 교육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런 공간이 서울의 중심부에 버젓이 자리잡. 고 있다는 것은 한국이 병영국가라는 반증이자 기억이나 해석의 다양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비민주적 국가라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 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의 비극성에 대해 얘기하는 전쟁기념 사업들이 더 많이 펼쳐져야하지 ' ' 않을까 지금보다 더 살만한 세상을 원한다면 우선 .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말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 당신에게도 유효할 것이다.

전쟁 모형을 바라보며 신나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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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성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 [email protected]

이안 부루마가 쓴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 』에서 오쿠노지마 독가스 박물관의 관리인 무라카미 하츠이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다른 사람하고 싸. “울 때 우리가 때리고 발로 차면 그 사람도 나를 때리고 되찰 겁니다 둘 중 한쪽은 이기겠지요 그런. . 데 우리는 그 싸움을 어떻게 기억하겠습니까 우리? 가 발로 채인 걸 기억하겠습니까 아니면 우리가 먼저 차기 시작한 걸 기억하겠습니까 우리 스스로 ? 이 문제에 직면하지 않는다면 평화는 없을 것입니다 오쿠노지마는 히로시마에서 멀지 않은 곳의 .” 작은 섬인데아시아 태평양 전쟁 당시에 일본에서 , -가장 큰 독가스 공장이 위치하고 있었다 전후 그. 곳에 세워진 독가스 박물관은 일본이 전쟁에서 행' '했던 잔혹한 폭력의 기억을 보존하고 있다 이 기. 억 중 하나는 이 독가스 공장에서 생산한 킬로200그램의 머스터드 가스가 든 컨테이너가 원폭당시 히로시마 아래에 묻혀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히로시마에서는 피해자로서의 기억만이

열렬히 옹호된다 히로시마를 다룬 문학작품에서 . 나타나는 주된 서사는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원폭으로 인해 한 순간에 끝나버리는 것이다 반핵을 외치는 히로시마의 원. 폭 기념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제군사도2시로서의 히로시마 독기 가득한 , 머스터드 가스를 품고 있는 히로시마는 공식 기억에서 삭제된' '다 평화의 성지. 라 추앙받는 히로시마가 기억하는 평화란 무엇' '인가 앞선 박?

일본 히로시마 원폭 돔 년 . 2006히로시마 원폭 투하 주년을 기61념하는 전시 판넬의 한 문구는 이 굴욕을 어찌 하리 였다 전쟁 “ ” .

책임이 삭제된 피해자화된 기억에서는 평화가 만들어 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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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 관리인의 말처럼 무엇을 기억하는지에 대, 한 문제는 평화의 문제이다 자신의 피해만을 기. 억하는 히로시마는 반핵평화의 성지는 될 수 있지만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팽창이라는 현실 앞, 에서는 무력했다.

싸우지 않기 위해 싸움을 기억하기기억이 정치적인 이유는 무엇이 기억되고 어' '

떻게 기억될지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대립의 역사적 산물이 기억공식적사회적 기억 이기 때문이기도 ' ( )'․하지만 이렇게 공식적 기억으로 승인된 내용이 해, 당 집단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싸움에서 자신이 맞은 것만을 기억하는 . 사회는 다시 맞지 않기 위해선 더 큰 힘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가 절대선이 된다 잊지 말자 ' ' . “

라는 외침 속에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월 625” ' ' '6일이 한국 전쟁 내의 다른 기억들을 압도했던 25 '

지난 년은 북진멸공의 외침 속에 만 거대한 60 , 60군대가 신성하게 유지되어왔던 시간이기도 했다' ' . 만약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의 죽음이

인민군이 아닌 한국군경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기․억이 배제되지 않았다면군대와 병역에 대한 비판, 적 사유가 전무한 지금과는 분명 다른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베트남 전쟁에서 악명을 떨쳤던 ? 한국군을 기억한다면 조국을 지키기 위한 순고한 “희생이라는 군복무의 논리가 얼마나 가식적인지 ”깨달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한국 전쟁 베트? , 남 전쟁에 관한 공식 기억 속에 민간인 학살과 같은 가해자로서의 기억은 없다용산 전쟁기념관은 ' ' . 말한다 한국군은 베트콩을 상대로 혁혁한 전공. “을 거두었고 나아가 활발한 대민 지원 활동을 펼, 쳐 한국군의 위용과 용맹함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그러나 삭제된 위험한 진실 가해자로서의 기-'

억을 가진 이들은 병역의 신성함을 전쟁의 정의로' , 움을 의심했다 병역거부자들의 소견서에서 확인할 .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가해자로서의 기억이다 병' ' . 역거부자 최진은 한국전쟁 직전에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접하면서 군대와 전쟁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국방군이 와도 환영하지 않는 것. “'을 보니 빨갱이 마을이다라는 소대장의 불평과 더'불어 채의 집을 모조리 태우고 전 주민 명 24 127중 명을 학살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살 미만86 . 13의 아이들이 명이나 되었지요 가해자로서의 27 .” 한국 전쟁 기억을 가질 수 있었던 그는 결국 군인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가해자로서의 기억은 다른 병역거부자들의 소견서에서도 마주할 수 있었다 제주 과 보도연. 43․맹학살 베트남 파병과 년 월의 광주까지, 1980 5 . 병역거부자들은 방어를 위한 정당한 폭력이라 일' '컬어지는 군대가 정작 자신들이 보호한다고 말했던 이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기억했다 그리고 이 기억. 을 통해 병역거부자들은 스스로를 가해자의 자리에 세울 수 있었고 군인이란 존재의 실존적 의미를 , 발견해갔다 병역거부자 임성환은 말한다 한국. . “에서 군대는 민주정부를 몰락시키는 쿠데타의 도' '구로 활용됐고 광주의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총탄이었고 베트남 이라크의 시민과 젊은이를 대량 , 학살한 주범이자 공범이었습니다 병역거부자들.” 은 만약 자신이 그 당시의 군인이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이 가능했을까를 고뇌했다 그리고 총을 내려. 놓겠다는 결심을 했다.

총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억가해자로서의 기억과 병역거부가 이어지는 것

은 비단 한국만의 사례는 아니다 병역거부권이 헌. 법에 명문화되어있는 독일에서 병역거부자들은 심, 사과정에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기 위한 에세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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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한다 이 에세이에서 병역거부 동기로 빈번하. 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가해자로서의 독일이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 나치의 독일 만 명에 달하, 600는 유대인을 학살한 독일에 대한 기억 전후 독일. 의 전쟁 기억이 가진 특징으로 명명되는 가해자로'서의 기억은 이처럼 총을 들 수 없다는 폭력을 거' , 부하겠다는 신념으로 이어졌다.

가해자가 기억을 가진 독일 그래서 수많은 이, 들이 총을 들지 않고 대체복무제를 선택하는 독일은 침략당하고 붕괴되었을까 정반대였다 독일은 ? . 자신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고 주변국에게 진심어, 린 반성을 표하면서 유럽의 일원이 되었다 원폭 . 피해자로서 자신을 기억하는 일본이 여전히도 망언을 일삼는 모습과 뚜렷이 대비된다.독일이 가해자로서의 기억을 품게 된 과정은

결코 자연사적으로 이루어진 발전의 산물이 아니었다 홀로코스트로 대표되는 나치 독일의 만행이 있. 었기에 자신의 가해자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년부터 확연, 1947히 드러난 냉전의 기류 속에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부터 독일인들에 대한 계몽과 범죄처단이라는 목적조차 충분히 달성될 수 없었다 이후 서독은 .

년 국가재건 과정에서 전쟁에 연루된 다양한 1949그룹을 소위 정상적인 사회에 재통합하는 것은 국' '가적 과제로 삼았고 이 와중에 나치범죄에 대한 ,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또한 개인이든 집단이. 든 부끄러운 과거와 대면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은폐 욕구는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대항기억을 만드는 운동이 속에서 독일 사회운동 평화운동은 홀로코,

스트를 기억하는 것이 아우슈비츠의 반복은 물론, 연합국의 공중폭격에 황폐와 되었던 드레스덴의 반복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주장하면서 많은

노력들을 이어갔다 그 중 하나가 년 함부르. 1995크 사회연구소가 시작한 나치군부 범죄 전시회“ ”였다.

그 당시 일반 독일인들은 나치 범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또는 범죄에 연루되었지만 사” “실 나치에 의해 이용되었고 원치 않게 말려들었다 등의 자기방어 논리와 함께 대다수 독일인의 ” 의식을 지배해왔다 이에 맞서기 위해 기획된 전시. 회의 주장은 이런 것이었다 유대인들은 아무도 모. 르게 기차로 실려 강제수용소 높은 담 속에 있는 가스실에서만 죽은 것이 아니라 당신의 바로 옆에, 서도 총살당해 죽어갔다 그 총은 쏜 사람들은 미. '친 나치 친위대만이 아니라 당신의 가족 친구가 ' , 있었던 군대의 군인들이었다.

살해된 유럽 유대인 추도비 지하 자료실의 전시물“ ” .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총살 이라는 유대인 학살 방식“ ”

을 설명하는 것에는 독일인 일반의 책임에 대한 문제제기가 맥락이 담겨져 있다.

때문에 이 전시회는 명령결정자를 둘러싼 내용이 아닌 일반장병들에 초점을 맞춰서 전시 내용을 구성했다 제차 세계대전 당시 군부에 소속된 인. 2원은 약 만 명에 가까웠다 여기에 관련된 부2,000 . 모 형제 아내 또는 자식들을 합하면 군대는 나치, , 친위대와 같이 제한된 일부만이 아닌 그야말로 전' '국민적 조직체였다 전시회는 자신들 그리고 자신. 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인생사의 어두운 면에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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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또한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텍스트를 수

반한 사진을 공공장소에서 전시하면서 대중적 운동을 지향했다 유대인을 학살하거나 교살하는 장면. 의 잔인성뿐만 아니라 그 옆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군인들의 무관심한 표정 또는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은 역사적 텍스트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대중들에게 주었다 전시회에 제시된 사진이나 텍. 스트들은 대개 학계에서 이미 연구되었고 전문서적을 통해 소개된 것들이었다 이 전시회는 이러한 . 연구업적을 대중화하는 작업이었으며가해자로서, 의 기억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기억의 정치 기' ', '억의 운동이었다' .

불편한 기억과 대면하기정신분석에서 환자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정신

과 의사의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할 때 이 , 저항을 극복하기 위한 분석 작업을 철저 조작

이라고 한다 일본의 비판적 지(working through) . 식인인 타카하시 데쓰야는 이 개념을 빌려와서 일본이 침략의 과거를 인정하는 것자신들이 가해자, 였다는 것은 인정하는 위해서는 이 철저 조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만든 지옥을 보는 것은 . 언제나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일이다때문에 의. 식적이고 지속적인 노력과 성찰이 필요하다, .

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전선이 내려오자 남한 , 경찰들은 보도연맹에 가입시켰던 사람들을 인근 공터나 학교 운동장으로 불러내서 집단학살했다. 예비검속이라 명명되었던 이 사건은 영화 태“ ” “극기 휘날리며 이은주가 죽었던 바로 그 사건이” 다 한 마을의 제삿날이 모두 같은 이 비극적인 역. 사 기억 이 역사와 기억이 오랜 침묵을 넘어 사, . 회화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년 월 · 2009 11 26일 보도연맹사건조사결과 발표현장 한국전쟁 전후 보. 도연맹 사건으로 학살된 이는 최대 만 명에 달할 20것이라 추정된다 사진출처 경향신문. :

일제 시기의 수탈을 적인 북한군의 만행을 , ' '비난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비난은 평화로 이어지. 지 못한다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 뿐이다 평화를 . . 위해서는 가해자로서의 기억과 대면해야 한다 기. 억은 성찰을 불러오고 성찰은 다시 생각과 행동의 , 변화를 가져온다 병역거부자는 어쩌면 아주 조금 . 먼저 이 변화를 체험한 사람일 수도 있다.

참고 자료 및 더 읽어볼 자료다카하시 데쓰야 일본의 전후책임을 묻는다 이규수 옮김 역사비평사, 2000, , , .『 』이안 부르마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 정용환 옮김 한겨레신문사, 2002, , , .『 』임재성 병역거부자 가해자로서의 기억을 가진 이들 참여사회 년 월호, 2010, , , 2010 6 .「 」최진 병역거부 소견서 나는 이 땅의 교사로서 군대를 거부합니다, !「 」최호근 나치 독일 정규군의 유대인 학살과 과거사 극복 제노사이드연구 호 선인, 2007, , 2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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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생물체가 인간의 몸을 빼앗아 살육을 저지른다 수많은 장르소설 영화에서 다뤄진 만큼 신체강탈이. , 란 소재는 흔하다 년에 개봉한 신체강탈자 영화 인베이젼은 벌써 네 번째 리메이크된 영화다 하지만. 2007 ' ' . , 멀더와 스컬리가 몇 번이고 수사해봤을 클리쉐임에도 불구하고 기생수는 여타 신체강탈자물과 차별을 둔다. 철학하는 신체강탈자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며 나름의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신체강탈자 그것이 이와아키 히. , 토시의 작품 기생수 다. 「 」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인간이 분의 로 준다면 쏟아내는 독도 분의 이 될까“ 100 1 100 1 ?”누군가 문득 생각했다.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

다소 과격한 환경주의자의 말이 아니다 만화 기생수 는 이 나레 . 「 」이션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레이션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온 정체. 불명의 생명체들은 인간의 귀나 코로 들어가 사람의 머리에 기생해 지배하면서 본능에 따라 인간을 잡아먹고 다닌다 운이 좋게 기생수. 가 뇌까지 닿지 못하고 오른팔만 기생수에게 지배당한 주인공은 그 기생수와 공존하며 다른 기생수와 만나고 고민하는 과정이 만화의 , 주된 줄거리다.

기생수에서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타미야 료코다 여성의 신체를 ' ' . 강탈한 이 기생수의 직업은 교사다 그혹은 그녀는 교사로서 인간을 . ( )가르치고 인간세계에 융화하고 싶어 한다 철저히 연구자 타입인 이 , .

평화주의를 고민하는 신체강탈자 만화 기생수 를 읽고- 『 』

조은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기생수 애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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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는 학습을 통해 인간세계를 연구한다 연구의 과정으로 다른 기생수와의 접촉을 통해 아이를 임. 신한 타미야는 교육자가 비혼의 몸으로 임신했다는 사유로 학교에서 해직 당한다 이후 이름을 타무라 . '레이코로 바꾸고 자신이 출산한 인간 아이를 기르며 기생생물종의 가능성을 고민하고 실험한다' ' ' , . 곤충같은 포식만 되풀이한다면 언젠가 인간에게 추적당해 박멸될 것이다 기생생물은 얼마나 . 약하고 불완전한 생물인가.

타미야 료코 -

타미야 타무라 는 채식주의자가 된다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고 인간을 먹지 않는다는 점에서 (= ) . , ' '인간의 채식주의와 비슷하다는 말이다 식인은 최대한 줄이고모자라는 양은 인간이 평소에 먹는 식사로 충. , 당한다 기생생물은 꼭 인간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 한 셈이다 그녀는 인간을 잡아. . 먹는 것을 일종의 취향으로 간주하고 인간과의 공존 기생생물의 종 유지를 위해 인간을 먹지 않고 살려한, 다육식을 인간생존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 취향으로 간주하고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들. 의 논의와 흡사하다 물론 채식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적어도 타미야가 인간을 먹지 않는 이유는 채식주의의 . 다양한 논거 중 일부와 무척 닮아있다.

그녀의 채식은 평화주의로 나아간다 기생생물과 인간을 고찰하고 자신을 ' ' . , 정의하고 인간을 정의한다 그 둘의 유기관계를 생각하고 공존의 방향을 모. 색한다 대학교를 찾아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관련된 강의를 . ' '들으며 자신의 고민을 심화시키고 인간에게서 감정을 배우고 나아가 자신, , 의 생명과 바꿔 인간의 아이를 보호한다.

인간에게 있어 기생생물이란 기생생물에 있어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하나 기생생물과 인간은 한 가족이다 우리는 인간의 자식이. . 다.우리는 극히 약한 존재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포체일 뿐이다. .

타미야 료코 -

결국 기생생물의 기원과 의미를 찾으려는 그녀의 여정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죽음으로 끝이 났지만, 적어도 인간과 기생생물 나아가 모든 자연은 공존해야 한다는 당위를 이끌어낸다' ' .

그 당위의 끝에 그녀가 낳은 인간 아이가 있다 그녀가 자신의 생명과 맞바꿔 주인공에게 넘긴 인간 아이' ' . ' '는 그녀의 염원을 보여준다 종은 다르지만 지구에 태어났고뭔가에 기대어 살고 있다는 맥락에서 넓은 의. , 미로 모든 생물은 동족이다 그녀의 행위는 인간을 잡아먹는 기생생물의 종 보존을 넘어 지구에 기생하는 모.

만나서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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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생물 기생수의 보존을 염원한 것으로 읽힌다' ' . 철학하는 신체강탈자 타무라 레이코 말고도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개 흥미롭다 인간임이면서 기생. 수의 입장에서 인간의 거만함을 지적하는 히로카와는 인간이야말로 지구를 좀먹는 기생수라고 외친다 그는 . 기생수들의 지원유세를 통해 환경주의자로서 시장 에 당선되기도 한다 그와 함께 또 다른 중요한 인물( ) . 市長인 기생수 고토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피아노를 즐기는 고토는 위대한 대자연. 의 분신이다.

기생수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자연을 대변하거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천적을 자임한다 이들을 통. 해 인간과 자연이 관계 공존의 의미를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만화는 역작이다 만화는 당위, . , 적으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을 읊지 말고 우리가 자연과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하기를 요구한다 그런 맥락에서 주인공의 오른쪽 팔에 기생하는 기생수 오른쪽이의 만화 후반부 대. 사는 되새김질할 만하다.

기생생물보다 차나 조심하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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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더운 날 네 달 전에 본 영화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니 까마득하기만 하다 유달리 봄이 늦었던 , . 3월말시민단체 시사회를 통해서 봤던 작은 연못 과 외부회의 다녀오는 길에 사무실 들어가기 싫어 극장에 , < >슬쩍 들렸다가 시간이 맞아서 보게된 그린존 두 편의 영화 모두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이고 이미 결과를 < >. 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전쟁영화를 일주일 내에 두 편이나 봤다는 것은 놀랍지만. , 스토리와 결과를 알고보는만큼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따져본다면 내가 꼭 봐야하는 영화였다는 생각도 든다.

먼저 본 영화는 시민사회단체 시사회에서 보게된 작은 연못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 >. 진다 배우 명스텝 명이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등등 이런저런 소문은 꽤 오래전부터 들리긴 했지만 , 142 , 229막상 영화가 개봉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국단위로 시민사회단체 특별시사회를 한다는 것도 신. 기했는데 무대인사를 하러 나온 감독과 배우의 인사말은 꼭 집회발언 같았다필름구매 캠페인을 소개하며 , . 이 영화는 제작부터 개봉까지 영화인과 관객의 참여로 만들어졌고새로운 제작과 배급 방식의 시도로 한국 , 영화사에 전무후무한 영화로 기록될 것이라고 하며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영화 프린트가 어느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영화 시작 전부터 엄청난 의미부여를 하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 한껏 고조시켰다.

전쟁이 났지만 천하태평인 시골마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군인의 명령에 , 의해 억지로 마을을 떠나면서도 미군이 구하러 올거라고 믿는 순진함 그리, 고 그들이 맞이하게 되는 죽음 피난길에 무차별 폭격을 당하는 모습은 . …너무 사실적이어서 순간순간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다 이 몸서리치게 . 잔인한 장면을 보며 당시 상황을 겪으신 생존자는 이것보다 훨씬 더 심했'다고 하셨단다 보통의 극영화와는 달리 모두가 주인공인 혹은 주인공이 ' . , 없이 흘러가는 작은 연못 에서는 노근리 사건을 바라보고 설명하는 어떤 < >특정한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건이 벌어진 상황 그 자체를 한발짝 떨. 어져서 그대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이다 보통 전쟁의 기억에서 민. 간인 학살은 배제되기 십상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이렇게 전쟁의 참상, 을 그대로 재현하고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전쟁의 또다른 단면을 그 본질을 ,

전쟁영화를 본다면 이런 영화를영화 작은연못 그린존- < >&< >

여옥 | 전쟁없는세상 책임활동가 + [email protected]

영화 작은연못 의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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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악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잊혀진 기억을 되살리는 것조금 아쉬운 것은 왜 노. . . 근리 사건이 일어났는지 왜 전쟁에서는 그런 학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그 폭력의 매커니즘에 대해서는 ,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부의 사격명령 민간인인줄 알면서도 그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군인들. , ,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이없이 죽었는데도 이 문제가 밝혀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군이 나쁜놈을 넘어 그 상황과 구조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반성이 없다면 언젠가는 또다시 반복될지도 ' ' , 모르는 이야기이다 자료와 현장조사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작업만 년이 걸렸다고 하던데. , 3 ,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조심스레 반전 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내가 영화에 대한 ( )反戰기대가 커서였을까.

그린존 역시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확실히 담고 있다비판이라기< > . 보다는 비난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명확한 입장을 드러낸다 작은 연못 이 . <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극영화였다면 그린존 은 극영화 중에서도 다른 전쟁영< >화의 패턴을 잘 쫓아간다 게다가 본 시리즈로 유명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 맷 데이먼이라니 년 이라크전쟁 당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서 없애라는 ! 2003명령을 받은 주인공 로이 밀러맷 데이먼는 수색작전이 계속 실패하자 의혹( )을 품고 음모를 파헤쳐나간다 주인공 로이 밀러는 내가 아는 전쟁영화 속의 . 군인과는 다르게 꽤 멋있다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이 아니라 스스로 .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진' ' . 짜 적과 싸우는 그는 적을 한번에 제압하는 뛰어난 전투력을 가지지도 않았고 항상 통역을 대동해야할만큼 외국어 실력이 출중하지도 않다어떻게 보, . 면 그래서 진짜 영웅이기도 하다 은폐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과정에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 았던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간다 이것은 전쟁의 모습이자 현실이다 여기서부터 살짝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 . 목적을 위해 정당화되는 수단 게다가 상황은 전쟁이고 주인공은 군인인데 뭐가 문제지 하지만 죽은 사람. . ? 의 입장에서는 가족을 잃은 이라크인의 입장에서는 그 의도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라크인이 보기에, . 는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나 진실을 밝히려는 로이 밀러나 비슷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얼떨결에 . 로이의 통역사로 일하게 되는 프레디의 이야기는 더 와닿는다 이라크인의 문제는 이라크인이 해결해야 한. “다 영화는 이전의 본 시리즈처럼 시종일관 정신없이 숨가쁘게 진행되며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했다 하” . 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이라크전 당시 실제 대량살상무기 수. . 색대 군인들이 자문과 출연을 했다는 것도 이미 그린존 의 메시지가 간절히 필요한 시기는 지났다는 것을 < >의미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몇 년만 더 일찍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

월말 작은 연못 이 재개봉한다고 한다 작은연못 배급위원회는 작은 연못 재개봉을 통해 이념과 노선6 < > . “< > 을 떠나 전쟁이 인류에게 끼치는 아픔에 대해 눈으로 귀로 몸으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 , 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쟁영화를 선택할 계획이라면 이런 영화를 꼭 보시길” . , .

영화 그린존 의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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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想 像․ ․ 난영 | 개척자들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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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없 는 세 상 소 식 지 호2 8 45

비슷한 말들은 가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물론 그 혼란은 개인이 처한 경험이나 감상이 잘 정리되지 않. 을때 나타나는 거 같다 나에게 그중의 하나가 평화와 평안이란 말이 그렇다. .

작년 여름 불교인권단체에서 인권활동가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씻어줄 겸 활동가를 위한 템플스테이를 한 적이 있다 특별히 종교가 없지만 많은 활동가들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몇 활동가들과 함께 갔. ,

다 활동가들의 마음을 풀기 위해 상담 템플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을 했다. .

첫날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모둠을 이루어 자신이 생각하는 소중한 것들을 써놓고 함께 지워나가며 소중한

것의 알맹이를 찾는 것이었다왜 지우는지를 설명하고 그래서 동의되면 함께 지워가는 것이었다 단어가 . . 얼마 안 남았는데 그중 하나가 사랑과 평화였다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대' ' ' ' . .

부분 사랑을 선택했는데 나는 평화가 남길 원했다 당시 나와 매우 친한 사람과 갈등을 겪고 있었고' ' , ' ' . , 그래서 마음의 평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느꼈던 시기라 더욱 사랑보다는 평화를 이라고 선택했' ' 다 그 시기가 나에게 너무나 힘든 시기여서 나는 평안을 취하고 싶었고 평화를 평안으로 이해했던 거 같.

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짧은 선택의 순간 많은 생각이 오갔다 평화 없이 갈등만 있는 사회란 어. , . 떨까 사랑 없이 평화로운 사회란 어떨까 하고 말이다? ? .

그러면서 사랑 없이 평화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은 조용한 마을에 평화로운 마을에 실제 사랑이 없다면 평화, 는 그저 합의에 의한 생존 정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영화 도그빌 을 떠올리게 했다< > .

도그빌이라는 평온했던 마을에 낯선 여자가 나타나자 마을주민의 잠재해있던숨겨있던 더러운 욕망과 성적 ' ' , 학대가 타인에게 쏟아지는 현실을 연극적 형태로 표현한 영화이다 영화는 타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 적이고 이중적인 시선 여성의 몸에 대한 타자화를 말하고 있다 그날 이 영화를 떠올렸던 것은 서로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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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평화가 가능할까

명숙 |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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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행이 큰 결속감으로 이어져 평화로운 마을 집단을 유지했던 이야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평화( ) . 에 대한 편협한 해석임을 안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평화를 편협하게 해석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

노동자들의 투쟁에서도 평화롭게 해결하자는 회사측이나 정부의 논리 앞에서 합법적 권리인 쟁의행위는 분, ' '란이자 평화를 가로막는 게 되지 않은가 부당한 지시를 한 회사나 상사를 고발하거나 양심 선언을 하는 , .

것은 작은 집단의 평화에 돌을 던지는 행위로 인식된다.

평화 자체가 목적일 수 있지만 고통 받는 현실을 외면한 채 유지하는 평화란 평화가 아님을 너무 많은 경험

으로 우리는 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싸워야 한다는 것도 안다 평안한 삶이 평화는 아니라는 . . 걸 알기에 인권운동은 알려줬다 그러면서도 집회나 점거농성에서 경찰에게 공직자들에게 소리를 꽥꽥 질. 러댄 후에 항상 기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묘한 기분에 휩싸이는 것은 다른 방식은 없었을까하는 고민은

남겨진다.

어쨌든 앞서 말한 프로그램에서는 다수의 합의로 평화가 지워지고 사랑이 남겨졌다 아마도 그건 평화 없는 .

사랑이라기보다 사랑은 평화를 지향한다는 것일 게다 하루 종일 부딪치며 지지고 볶아서 서로가 미워질 . 수도 있는 사무실 생활에서 일상 생활에서친구나 연인관계에서 이제는 사랑은 놓아주고 싶다라는 생각, , ' '이 문득 문득 들다가도 그들이 없는 삶이 허전할 거라는 걸 우리는 직감할 만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아

마도 다들 사랑을 택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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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ㅁ 이 참을 수 없는 불편한 인간이여, !

중희 | 현민 후원회장 + [email protected]

벌써 월도 다 지나간다 시간이 참 빠르다 그러고 보니 ㅎㅁ면회횟수는 아직 회나 남아있다 윽큰일이6 . . 3 . , 다 ㅎㅁ은 편지에 면회가 이곳감옥 의 세계와 거리를 둘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썼더랬다 그 . “ ( ) ” . 희망을 저버릴 순 없다 이걸 어떻게 다 채운다. .…

명색이 후원회장이라지만 사실 하는 것은 별로 없다 난 늘 하는 게 없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산다 예의, . . 를 차리기 위해서인지 하는 게 없음을 무마하기 위한 대외용 혹은 자기위안용 멘트인지 이런 거 한다, , 고 생색내고 싶음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실제로 다른 후원회장들에 비해 일을 많이 하는지 아니면 . 적게 하는지도 모른다 알아보려고 한 적도 없다 아마도 내가 적은 축에 속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 . ( ) …내가 ㅎㅁ에게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ㅎㅁ이 전적으로 나에게만 의지. 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보내주는 사람 글을 받아 웹에 올려주는 사람 등 나름의 몫을 . , 가지고 ㅎㅁ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전적으로 맡아 하는 일은 면회 조정이 거의 유일하다 그것마. . 저도 이번 달은 참 미안하게 되고 있지만 .…

그런데 실제로 일이 얼마나 많은지의 문제와는 별개로 일 자체가 주는 중압감이나 부담감이 있는데 이 무, 게가 만만찮다 나는 실제로 면회를 조정하는 일보다는 이 무게감과 싸우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쏟는다. . 늘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신청된 면회가 몇 명이며 앞으로 며칠 남았으며 그래서 얼마나 더 어떻게 채워야 할지에 대한 혼란스런 생각들이 소용돌이친다 그렇다고 당장 전화기를 꺼내들어 면회 독촉 전화를 . 돌리는 것도 아니다 이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도 않고 한 달 주기로 일정한 패턴을 그리며 불쑥불. 쑥 나의 일상을 침범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인 게다.

이런 생각들은 한번 침범하면 증식하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면회 조정 말고도 할 게 더 있을 수 있으니 . 말이다 이것도 했어야 했고 저것도 했어야 했고 이건 할 수 있었는데 저건 다음에 해야 할 . 텐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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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그렇게 나의 무능을 탓하다가 나의 외로움을 동정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다 다시 무기력해지기도 . , …한다 그러다보면 ㅎㅁ한테 너무 미안해진다. .

어쩌면 이런 불편함을 감내하는 일이야말로 ㅎㅁ이 나에게 주는 숙제라는 생각도 든다 여러 사람들이 나에. 게 ㅎㅁ은 왜병역거부를 하냐고 물었지만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었다 ㅎㅁ이 나에게 안겨주는 불편' ' , . 한 존재감을 끊임없이 견뎌내지 않고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불편함이란 . '언젠가는 해소 혹은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ㅎㅁ은 이미 병역거부자 ㅎㅁ이 ' . , '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아마 그 질문에는 영영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ㅎㅁ의 존재는 그 자체로 . . 불편함을 낳는다 나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ㅎㅁ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 속에 계속해서 균열을 일. . 으키는 존재 불편함을 집어넣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ㅎㅁ은 소수자다 하지만 이 불편함이란 건강한, . . '혹은 정상적인 상태를 어지럽히는 병리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상적인 상태가 정상적인 것으로 보'( ' ') .

일 수 있기 위해서 제거되어왔던 것이다 이 불편함 없이는 정상도 없다 다만 어떻게함께 살 것인가. . ' ' 라는 어려운 문제가 남을 뿐이다.

어쨌건 나는 이 문제에 별로 잘 대처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자꾸만 회피하고 싶다 끝내 완전히 뿌리칠 . . 수는 없지만 말이다 여옥이 그랬다 잠적하지 않고 후원회장으로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 . 그렇지만 내가 잠적하지 못하는 이유는 ㅎㅁ이 자꾸 쿡쿡 찔러대기 때문이다 그냥 무시하고 지워버리기. 에는 자꾸 옆구리가 간지럽다 내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요놈을 좀 잘 처리하고 싶다 근데 잘 . . . 안 된다 그래도 잘 해보고 싶어 미련이 남는다 그런데 또 잘 안되고. . …

나는 ㅎㅁ과 꽤나 친하고 가깝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가깝다고 느끼다가. 도 불쑥 낯설다 그래서 매일 헷갈린다 나만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 . 떤지 요즘은 그마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별 생각 없이 영. . 위하는 일상적인 문화가 ㅎㅁ에게는 더없이 불편할지도 모르니 그가 나, 에게 주는 불편함과 낯섦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잘 모르겠다 내일은 면회나 가서 못 채운 횟수는 직접 발로 뛰리 오랜. ( ) …만에 얼굴이나 봐야겠다 오랜만에 보면 또 어찌나 반갑던지 또 언제 불. . 편해질지는 여전히 장담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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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의 병역거부선언 파티에서인터뷰 중인 중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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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낭의 안보를 위하여 성민 | 전쟁없는세상 회원 + [email protected]

유대관계와 책임이 내면의 평화와 만족감을 위한 전제조건인 깊은 안정감을 제공한다.헬레나 호지 오래된 미래- , < > 中

나마스떼 압셰 밀까르 바훗 꾸시 후이 힌디어로 안녕하세요 만나서 매우 반갑습니다하는 말이다" ~ ~!" " . " . 힌디어는 인도에서 특히 내가 여행한 인도 북부에서 가장 넓게 통용되는 말로 식민시절의 영어와 달리 (

인도인들의 자부심을 표출하는 실질적인 국어역할을 한다 이 짧은 말이 두 달간의 인도네팔의 여행에서 )나의 배낭의 안보를 지켜주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월 중순부터 월 중순까지 인도 뭄바이에서 시작해서 네팔의 카트만두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1 3동안 나는 나름대로 여행을 했다 그 시작은 인도의 아메다바드에서 열렸던 컨퍼런스 였. WRI (1/20-25)고 나는 헝그리한 대학생답게 한번 간 김에 내가 가진 돈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렀다 속된말.(로 뽕을 뽑았다 때로는 함께 때로는 혼자였다) , .

배낭부터가 비쌌고 나의 전재산이다시피 한 카메라 장비를 비롯해서 내가 가진 모든 짐들은 가난한 인도인, 들에게는 군침도는 물건이었다 인도여행을 가본 자라면 혹 가려고 생각해본 자라면 누구나 도난에 대한 . , 경고와 주의를 들었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 여행지라면 어디에서나 주의되는 사항이지만 그 목적지가 인. 도라면 그 공포감과 실질적인 확률은 꽤나 늘어난다 당신의 물건은 전생의 나의 것이라든가 모든 것은 . , 신의 뜻이라든가 처음부터 당신의 것이 무엇인가 하며 짐을 가져간다는 인도스러운 도둑들의 신화스러, 운 전설과 함께 말이다 각종 인도여행 까페나 주변 지인들의 조언을 듣고 튼튼한 와이어 두 줄과 자물. 쇠를 두세 개 사들고 도둑을 당하지 않겠노라는 결연한 마음을 갖고 인도여행에 나섰다.

드넓은 인도대륙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먼거리는 야간열차나 야간버스를 이용했다 이는 내 ' ' . 배낭이 노출된 채로 잠이 들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이들은 배낭을 안고 잠이 들기도 해지만 내 몸만으. 로도 이미 좁은 공간에 내 덩치만큼이나 큰 배낭을 안고 몸을 구겨넣는 것은 비단 배낭의 안보뿐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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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나의 허리와 목의 안보를 위협하는 짓이었으며 양자물리학적로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낮에 이동.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내가 눈을 뜨고 있다고 해서 안심이 되지도 않았다 눈뜨고 있어도 코베어 가는 . 곳이 인도라 들었기에.

처음 기차를 탈 때의 긴장감을 기억한다 뭄바이에서 다망이라는 도시까지 네 시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 이었는데 나는 등석인도에는 약 개의 기차 등급이 있으며 등급에 따라 가격차이가 상당하다에 탔2 ( 6~7 )다 지정석이 있는 물론 입석으로 거의 꽉 차며 나도 입석표였다 등급 중 가장 저렴한 칸이었는데 저렴. ( ) 한 만큼 타는 사람들의 경제적 수준도 낮고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그것은 도난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 이다 내 배낭보다도 폭이 좁은 짐받침대에 내 배낭을 올려놓고 난 두 가지 걱정에 시달렸다 짐이 떨어. . 지지 않을까 또 짐이 없어지지 않을까 기차 안을 가득 채운 모두 똑같아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 . ( )주시했고 내 배낭은 너무 튀었다 너무 좋아보였다 내가 잠깐 고개를 돌리는 사이에 짐이 사라지지 않. . 을까 하는 과도한 긴장감을 느꼈다.

이러한 긴장감으로는 여행을 할 수 없었다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짐으로부터 멀어져서 내가 좋 . 아하는 문쪽으로 갔다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싶었다 인도의 낮은 등급의 기차는 문이 열린채로 달린. .(다 하지만 여전히 난 짐에서 눈을 떼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거구의 황인종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바라.) . 보았다눈이 마주치자말이 하고 싶어졌다 나는 비행기에서 조금 공부한 힌디어로 인사를 했다 나마. , . . "스떼 압셰 밀까르 바훗 꾸시 후이 그러자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놀라운 기특한신기한 ㅅ, ~!" . , , , + +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말을 걸기 시작했다 비행기 안에서 본 짤막한 문장들을 몇 개 더 말하니 어떤 사. 람은 내가 힌디어를 유창하게 하는 줄 알고 블라블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준비한 말은 여기까지. 라는 표정을 짓고는 어설픈 영어를 시작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내게 호의적으로 대했다 영어를 할 줄 . . 아는 몇몇 사람들과 얕은 대화를 시작했고 내 긴장과 얼어붙은 태도는 상당히 풀렸다.

변화의 물결은 놀라웠다 내 주변에 탄 모든 사람들이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으며 어느 도시에서 타서 어느 . 도시까지 가는지 내가 몇 살이며 이름이 무어고 대학교에 다닌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 . 가 몸을 움직이고자 할 때 먼저 살펴 자리를 비켜주었으며 내가 문가 난간에 안고자 하니 자리를 비켜주었다 배낭에 대한 과도한 긴장을 내려놓고 나는 그제서야 사람들과 밖의 풍경. 을 살펴볼 수 있었다 사. 우디에서 일하다 오셨다는 아저씨와 나란히 기차 난간에 앉아서 나른한 인도의 들판을 바라보며 망고, 파파야바나나 코코넛 나무를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심지어 루피 원쯤씩이나 하는 짜이 인도식 , , , 5 (150 ) (홍차까지 얻어먹으며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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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열차를 처음탈 때 난 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에 나쁜 소문도 많이 들었고 잠을 깊게 자는 편.

이었기 때문이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내 자리를 확인하고 배낭을 잘 잠궈서 침대 아래에 넣고 와이어를 . 꺼내 침대에 잘 묶고 자물쇠로 잠그느라 분주했는데 문득 날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눈빛을 느꼈다 문. 득 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아니 미안하다기보단 쑥쓰럽달까 어색하달까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는 . . 어려운 미묘한 감정을 말이다 이 사람들은 짐을 잠그거나 하지 않는데 나는 왜 같은 칸에 누워 가면서 . 뭘 그렇게 꽁꽁 잠그고 묶을까 행여 내가 이들을 믿지 못하는 것으로 잠재적 도둑으로 보고 있는거라. , 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게 바짝 붙어서 한동안 어색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며 앉아있으려니 조금 무? 안하더라 그렇다고 방긋방긋 가식적인 웃음을 샤방하게 날려주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대화하고 싶었다. . . 그래서 다시 어설픈 힌디어를 구사했다 나마스떼 압셰밀까르 바훗 꾸시 후이 그러자 나를 바라만 보고 . , . 있던 사람들이 웃으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어디서 왔으며 어디까지 가는지 이름은 무언지 종교는 무. . . 엇인지 인도에서의 첫 야간열차에서의 나의 대화상대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부부였다 나 혼자 . . 누워도 비좁은 침대에 부부가 꼭 안고 자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렇다 비록 서로의 짧은 영어로 . . 신자유주의나 진정한 평화에 대해서 심도있는 토론을 할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경계심특히 나의 을 무너( )뜨리고 친구라는 기분이 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미미하게나마 우리 사이에는 유대관계가 형. 성되었고 그것은 서로에게 신뢰를 주었다.

여행을 거듭하며 나는 여전히 와이어로 배낭을 묶기도 했고 자물쇠로 잠글 때도 있었지만 점점 힌디어가 늘면서 점점 기차의 분위기에 익숙해지면서 서서히 풀려나가는 나의 긴장만큼 잠그고 묶는 작업을 줄이게 , 됐고 보다 많은 이야기를 주변사람들과 나누려고 했다 그저 내 가방을 지키기 위해서 힌디어 몇 줄을 , . 읊조렸다기보다는 짧은 이동 중에서도 작은 관계를 형성하고 친구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에게 나는 숱하게 도움과 친절을 받았다 얻어먹은 공짜 짜이만 . 해도 여러 잔이고 내가 혹여라도 바가지를 쓸까봐 열 댓명의 사람들이 내가 간식을 살 때 얼마를 내야하는지 알려주기도 했으며 내 무거운 ,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고 내가 자리가 없을 때 추워할 때 이불을 빌려주거나 자리를 , 내주기도 했으며 내가 가려는 도시에 대해 노, 파심을 갖고 주의사항들을 말해주기도 했고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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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푸쉬카르에서 이발하는 성민의 모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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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바라보며 기꺼이 그들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힌디어 발음이 좋다고 박수갈채를 받을 때는 . 슈퍼스타가 된 기분까지 들었다 그저 스쳐지나갔을 뿐이지만 나는 그들과 잠시나마 친구가 되었다. 고 믿는다 나의 사진 속에 나의 수첩 속에 남겨진 사람들 때로는 이름조차 기억 안나는 짧은 인연. , 이었지만 여전히 가끔씩 그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의 기억 속에 나 또한 그렇지 않겠는가. .

물론 인도여행을 가는 이들에게 인도가 안전한 곳이라고 강변할 생각은 없다 내가 그저 운이 좋았을 수도 . 있고 내가 무섭게 생겨서 그들이 훔칠 엄두를 못냈을 수도 있다아니면 내 딴에는 긴장을 풀었지만 나. 름의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분명히 짐을 잃어버릴 위험은 실질적이고 그에 대한 주의는 필. 요하다 하지만 나의 마음속 작은 배움이 있었다면 그것은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주는 편안함이었. 다 경계하고 의심하기보다는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었다 잠그고 묶어서 지키기 보다는 그들과 . . 친구가 되어 서로 지켜주었으면 했다 그것이 나의 내 배낭의 안보를 지켰고 무엇보다도 큰 즐거움을 . , 주었다 물론 힌디어를 사용한 것이 중요치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적이 아닌 친구가 되고자 하는 . . 마음이었으리라 영어보다도 어설픈 힌디어를 조금이나마 공부해 간 것그리고 여행 중에도 조금씩 힌디. , 어를 배우고 사용했던 것은 그러한 내 노력의 작은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그 짧은 몇 마디의 . 힌디어에 반응한 것은 그러한 내 마음을 느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여행하는 내내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한국에서 고작 아르바이트 몇 달을 해서 인도로 갔는데 그들에게 난 . 부자였다 내 배낭에는 많은 사람들이 만져보지도 못했을 비싼 것들이 많았다 내 지갑에는 그들의 몇 . . 달치 월급이 들어있었다 사실 그것이 내 배낭의 안보를 지켜야만 하는 불편함의 시작이었다 잃을 것이 . . 많다는 것 그들은 나로부터 잃을 것이 없었다 가진 것이 없기에 그러나 줄 것은 많은 언제쯤에야 내. . . . 가 그들과 같이 홀가분한 기분으로 경계심 없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여권이 필요없고 그들과 내가 가. , 진 것이 비슷한 먼 훗날의 이야기일까 여전히 난 내가 가진 것을 덜어내려 노력한다 이것이 내가 그들. . 에게 배운 평화의 비결이었다.

압셰 밀까르 바훗 바훗 바훗 쿠시 후이 만나서 진짜 진짜 진짜 반갑습니다~!( .)피르 밀렝게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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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고민들,

나동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과거와 다시 대면1.

년 월 재판이 끝나지 않은 수감 상태에서 투표를 했다 그리고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2002 12 . . , , 선거 또 내가 기억 못하는 몇 차례 보궐선거를 비롯해 선거란 선거는 모두 투표를 하지 않았다투표를 , . 거부했던 이유에는 물론 맥락이 있다 이 글은 너무 오랜 동안 외면해왔던 그 맥락을 건드렸던 요 몇 , . 달 새 고민을 담고 있다.

년 월 병역거부 선언 직후에 구속이 되었고 구속 상태에서 대선이 시작되었다 당시 내가 당원으로 2002 9 , . 있었던 사회당 후보는 매우 저조한 득표율을 보였다 대선 결과에 대한 평가와 당 운영방식을 둘러싼 이. 견으로 열성당원 상당수가 당을 탈당하기에 이르렀다 심 재판 중 보석으로 출소한 직후에 얼떨떨해 있. 2던 나는 그 상황에서 탈당을 선택했다 인생의 모든 것이라 여겼던 조직 대의 사람 이게 부서지니까 . , , . 사람들이 보인 패닉 상태는 실로 공포스러운 수준이었다 정체성이 부서지고 다시 태어나는 경험자기부. . 정과 존재감 상실의 두려움 그런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한없이 작아졌고 초라해졌고 자신이 없었다, . , , . 그런 와중에도 살고 싶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존재 자체가 민폐였다, .

이것저것 해보고 안 되니까 이제 병역거부 하는구나 술자리에서 들은 그 말에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병' .' . 역거부가 나를 살 게 한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다른 건 어떻게 해 볼 기운도 능력도 없었다 앞뒤 분. , . 간할 여유가 없었다 살고보자 그게 다였다 병역거부라는 끈마저 없다면 무엇으로 버틸 수 있었을까. , . ? 그래서 한 편으로는 병역거부라는 선택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냉소 무기력증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측면, , 이 있었다 그 점을 의도적으로 간과했다. .

글을 쓰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 무척 고민스러웠다어떻게 써야 신변잡기로 흐르지 않고 의. 미 있는 문제제기가 될까 여러 번 생각했다 개인적인 고민을 넘어서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과 함께 이야. 기 나누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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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정체성이 해체되는 경험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병역거부자들에게는 병역거부 이전과 이후 달. 라진 무언가가 분명 있다 수사와 재판 과정 전반이 형식적으로 굳어버린 지금도 마찬가지다 불확실성이 . . 덜하다고 감옥을 선택하기가 쉬운 건 아니다 감옥을 선택하느냐 마느냐 실존적 고민 앞에서 내가 감옥, . '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신념이 무엇인가 를 수백 수천 번 캐묻지 않을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 , . 있겠으나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밟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생각 인간관계 활동 영역과 방식 등등. , , . 그리고 그 과정은 병역거부를 결심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가장 격렬해진다 이 과정에 . 국가와 나의 관계추구하는 이상향 바꾸거나 없애야 할 대상 사회와 조직의 권력형태그에 따른 활동, , , , 방식 등등에 대한 고민처럼 앞날을 좌지우지할 질문들이 놓여 있다 관점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자신. 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첫 번째 문제제기 비국민의 문제제기 반국가주의 해석의 문제2. - ,

년 년 공개 병역거부와 연대회의 결성으로 가시화된 병역거부 운동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고 그2001 ~2002 , 래서 부담스럽거나 또는 신선한 존재였다 하나의 틀로 가두기 어려운 여러 가지 쟁점이 있었다 활동 . . 과정에서 구성원들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했으며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았다 거기에 미국의 이라크 . 침공을 계기로 한국 사회 처음으로 등장한 반전운동파병반대 운동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병역거부/ . 자 중 이라크에 들어가 인간방패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평화주의의 당위성이 힘을 얻. 을 때였다 수천 명이 모인 집회에서 병역거부자의 이름으로 환호를 받는 풍경을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

바로 이 단순한 질문에 고민의 핵심이 있다.

초기 반전운동은 국가라는 특수한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보편적 평화주의 성격이 강했다 그 운동은 어떤 제. 도를 어떻게 해보자는 구체적 대안보다는 전쟁과 살상은 절대악이라는 상식적인 인간 양심에 호소하는 ' '가치지향적인 운동이었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국제적. 1) 연대감은 사람들을 고무시켰 고 자유분방한 집회 분위기는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로 저항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높였다.

그런데 반전운동이 지속되고 한국군 파병반대로 구호가 구체화되면서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구체적인 논쟁.

1) 연례행사처럼 굳어버린 국제반전집회 당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었던 인간방패 활동 금새 익숙해진 외 320 . . 국어 구호들 빈번한 해외 활동가들과의 교류와 공동행동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반전집회의 다양한 . .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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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철저하게 국가 단위에서 진행되었고 이와 때를 발맞춰 민주노총 민중연대 참여연대와 같은 익숙한 , , , 거대 단체들과 어르신들이 운동의 방향을 결정했다 사람들은 파병반대를 내 이름으로 내 세금으로 전. ' , 쟁을 용납할 수 없다 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여기서 내 이름이란 내가 소속된 국가를 포함한다 세금이.' . . 란 단어 속에도 국가가 존재한다 대립항은 국익이었다. .

중요한 것은 구성원 개개인이 어떤 원리를 내세워서 국가의 정신을 결정하느냐의 싸움이었다는 점이다광. 우병 사태로 들불처럼 번졌던 촛불시위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구호로 요약된다' ' .2)현재 민주주 의의 발전 양상은 선거로 대의정치를 실현하는 단계에서 구성원들이 직접 사회구성의 원리를 제시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지방선거에서는 복지라는 아이콘이 진보의 의미를 재규정할 조짐마저 보이며 공. 6. 2 ' '화주의에 대한 뜨거운 토론이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비국민의 정체성을 자신의 일부로 갖고 있는 병역거부자들3)은 어떤 언어로 사회를 평화적으로 재구성하자고 말할 수 있을까 군대도 거부한 것들이? .

병역거부 운동은 태생적으로 국가와 개인의 양심 사이 충돌을 수반하고 그 긴장관계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여기서부터 국가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극대화되고 개인의 신념에 대한 강조는 국가 조직 정치권. , , , 력 도덕주의 거대담론 전반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이어진다, , . 싸늘한 인터넷 댓글부모님과의 갈등수감생활의 기억 등 개인적인 경험이 극대화되면서 점차 현실 정치, ,

에 대한 냉소 외면무기력이 늘어간다비국민이 되어버린 병역거부자는 스스로 등 국민이기를 포기하, , . 1면서 정체성을 구성해 나가기 때문에 국가와의 접촉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기 쉽다. 국가의 영역 밖에 자기 영토를 구성하여 스스로 고립됨으로써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에 근본적인 병역거부 운동의 긴장이 놓여 있다.

운동은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비국민이 국가 시스템 안에서 사회를 바꾸려 할 때 . 드러날 수밖에 없는 긴장관계우리는 이 갈등을 설명할 언어가 부족하다 가장 큰 갈등은 병역거부자. . -예비역으로 대표되는 남남갈등이다 이 구조는 비교적 이해가 쉽고 대체복무제도를 통해 설득할 언어구.

2) 물론 그것만으로 제한하기 어려운 다양한 맥락이 존재한다 .3) 이명박 정부 들어서 생긴 변화는 국가랑 부딪칠 일이 조금 더 늘었다는 것 작년부터 수신료를 안 내고 있다 . KBS .

혼자 살다보니 건강보험료는 왜 그리 많이 나오는지 국민연금은 안 내고 있다 놀랍게도 요즘은 어떤 논쟁을 할 . . 때마다 내가 내는 세금이 얼마인데 라는 말을 자주하게 된다 특히 가스통 할배 같이 자기들만 세상 걱정 다하‘ ..,’ . 는 척 지랄 떠는 사람들하고 싸울 때 자주 나온다 처음엔 무척 어색했는데 지금은 입에 착 감기는 맛이 있다 그. . 런데 말을 뱉은 뒤에 남는 어떤 이물감 오랜 동안 비국민으로 자신을 정체화해 온 갈등의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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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또한 상당히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즉 대체복무제도 역시 군복무이기 때문에 동일한 구성원으로서 . , 자격이 주어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여러 가지 문제. 는 병역거부 운동 내에 더 깊은 성찰과 토론을 요구한다.

병역거부와 병역기피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물음 다양한 병역거부자들로 인해 생기는 평화운동의 복잡한 측, 면들국가안보 담론에 대한 무기력을 극복할 대안 병역거부자 남성과 병역거부 운동을 하는 여성활동가 , , 사이의 긴장관계 등등 비국민이라는 설정 또한 단순하게 하나의 이해관계로 묶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 다 평화라는 담론도 주체에 따라 이해방식이 전혀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 고민을 상당 부분 . . 외면해왔다는 데 있다.

병역거부 운동 내에는 대체복무제도 도입입법운동에 대한 감성적 거부감이 존재했다 입법운동의 패턴을 / . 잘 몰라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잘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4) 대체복무제도 도입은 지난 년의 병역거부 10운동을 대표하는 구호다 내부에서는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운동의 역사성을 볼 때는 그렇다 그런. . 데 내부에서는 대체복무제도 관련 활동에 애매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평화주의 운동이 제도 개선 운동으로 고정되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현실 정치에 대한 . 거부감 또한 한 몫 했다 우리의 활동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렇게 평화가 스며들어 하나씩둘씩 . , ,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은 소중하다 운동이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 는 근본적 성찰 또한 필요하다 우리의 목적이 대체복무제도로 국한되지 않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

그러나 근본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동시에 다수의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세속. 적인 존재들에 대한 거부감이 클수록그래서 나만이 진정으로 평화를 체현한 존재라는 도덕적 우월감, 5)

이 클수록 두 발은 땅을 딛지 않고 허공으로 뜬다 대체복무제도든 징병제든군축이든 무기거래 방지. , , , 든 평화주의 감수성과 당위에만 의존하면 또 다른 도덕주의의 성을 견고하게 쌓으며 자신을 고립시킬 수도 있다. 국가와의 접촉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병역거부 운동 과정에서도 정부행정부 기관 가운데 . ( ) 국방부 병부청 기획예산처 청와대 비서실 등과 접촉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대체복무제도 도입의 가능, , , . 성이 높았던 노무현 정부 때는 그 정도가 더했다법원 사법부과는 판사의 성향이나 법원 판결에 때에 . ( )따라 우호적인 관계에 놓이기도 했다 대체복무 입법과정은 국회입법부 의원들이나 보좌관 정당 관계. ( ) , 자들과 다양한 파트너쉽을 요구했고 입법을 추진했던 노회찬임종인 전 의원실과는 상당히 교류가 많았, , 다.

4) 이 글은 자아비판이기도 하다 . 5) 우월감은 열등감과 늘 함께하는 쌍둥이 자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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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없 는 세 상 소 식 지 호2 8 57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것처럼 그래서 평화주의 말은 좋은데 대안이 뭐냐 고 묻는 것이 아니다 대안' ?' . 을 내기가 쉽지 않음을 잘 안다 여기서 비판하는 것은 태도의 문제다 그 동안 병역거부 운동의 맥락에서 확. . 대되었던 반국가주의를 깊이 고민해보자는 것이다반국가주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국면이 있. 다 일방적인 동원 체제 하에서 국가는 절대악이었다 그러나 무상급식을 필두로 복지국가론이 대두하고 . . 있는 지금 여전히 국가는 절대악인가 사회적 약자에게는 국가가 선일 수도 있다 어떤 이에게는 국가의 ? . 보호가 절실히 필요하다국가의 성격이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국가에 대한 이해도 지나치게 . , 단순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의미 자체를 상대화해서 보자는 의미다 일방적인 거부와 외면 또는 무기력. . . 병역거부 운동이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국회의원이 되어서 국방위에도 들어가야 하고 누군가는 평화학 이론 전문가도 되어야 하고누군, , 가는 평화교육 교사도 되어야 한다 더 많은 평화주의자들이 더 많은 공간에서 활동해야 한다. .

평화 운동에 있어 병역거부 운동은 소중한 자산이다 병역거부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가장 깊이 고민한 문. 제의식이 있고 또 잘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그 고민만큼 사회적 차원의 고민과 실천의 질도 달라질 .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부분 그렇게 하지 못했다. .

평화주의 운동은 현실도피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운동 과정에서 섬이 만들어졌고일정 부분 긍정하지. (만 그 안에서 형성된 폐쇄적 정서는 새로운 종류의 도덕주의를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이르렀), 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어떤 부분은 긍정도 하지만 자기 내부의 갈등이 발전의 . , 동력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활동이란 게 늘 진행형인 만큼 앞으로 . 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도 좋지만 어쨌든 내 인생의 한 국면이 마감된 지금 지난날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6)

두 번째 문제제기 평화주의자의 언어3. -

병역거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땐 자신감도 바닥을 치고 있었고 그 생소한 분위기에 쉽게 적응도 , 못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운 기억이 많다 정작 내가 너무도 간절히 살고 싶어서 전쟁. . 없는세상을 만들고 사무실을 냈으면서도 도움은 받을 대로 받고 부담스럽고 버거울 때는 도망다녔다 상. 황을 인정 못하니까 변명이 늘어간다.

6)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들이 함께하고 있는 무기반대군축 운동은 흥미롭고 유익한 실험이다 군사부분에 대한 시민감 / . 시와 개입을 확대한다는 측면을 볼 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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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남짓한 수감 생활이 지나갔고 훨씬 홀가분한 마음으로 조금은 삶의 의욕과 자신감을 되찾아 출1 , 소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단절이 많은 것을 해결해주었다 그리고 년 여름 여일 간의 유럽여행 늘 . . 2005 , 50 . 해소되지 않았던 겉도는 존재라는 느낌을 한 방에 날려준 추억 가장 황홀했던 한 때처음으로 관계 속, . . 으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고 느꼈다.

평화주의는 더 이상 부담스런 언어가 아니라 희망의 언어였고 조금씩 내 것이 되어 갔다치료 소통 대화. , , , 공감 평화주의의 언어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까지 어려움이 있었고 문화적 . … 이질감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그 고통스런 시절을 견디게 한 것도 평화주의였으며 일상, 적인 분열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게끔 새로운 삶의 활로를 뚫어준 것도 평화주의였다 사람들에게 항. 상 고마운 마음이었고 종종 겪는 이질감은 그 고마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언어 속. 에도 갈등과 균열이 있었다.

전쟁없는세상 내규 설정과 관련된 다양한 이견들 여성활동가와 남성 병역거부자 간에 성역할 문제 일상적, , 으로 반복되는 약속 불이행과 그것을 용인하는 관대한 문화 등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이 많았다.

대안적인 조직운영 원리를 원한다면 좀 더 깊이 고민했어야 할 문제들을 깊이 토론하지 못한 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단호한 결정과 토론이 필요한 국면마다 늘 애매모호한 결론을 내렸고 상대를 건드리지 않. , 으려고 불편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평화의 언어가 갈등을 은폐하는 아이러니. . 어느 집단에나 갈등은 존재한다 중요한 점은 공동체 내에 그 갈등을 드러내고 해결해나가는 능력이 있는. ,

가이다 그게 부족하면 작은 갈등은 점점이 쌓여 마침내는 해결 불가능한 수준으로 커진다 사람과 사람 . . 사이에는 늘 판단이 따르기 마련이고 거기에는 좋은 감정 나쁜 감정 모두 뒤따른다 그런데 갈등이 표, . 면화되지 않으니까 말들이 큰 길을 피해 골목길로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관계가 조금씩 엉클어진다. .7)

지금까지 지적한 이 두 가지 성찰이 부족한 감성적 반국가주의와 갈등구조를 묻어버리는 언어가 결합하면 , 권력 일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고 권력이 사라진 상태 평화라는 감성이 생겨난다권력의지가 없다는 = . 것은 절박감이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당연히 치열한 자기 계발을 할 필요가 않다 심지어 치열한 자. . 기 계발은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질서이기 때문에 더욱 편한 마음으로 멀리할 수 있는 정당성마저 주어진다 여기에 반지성주의가 싹튼다 그리하여 그 동안 병역거부 운동을 이끌고 그 안에서 맺어진 관계를 . . 이끌었던 에너지가 다해가는 지금병역거부 운동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평화운동의 지평을 확장해 나가, 야할 지금 과거의 언어가 에너지를 조금씩 잃어가는 지금이, 야말로 변화의 에너지가 필요한 게 아닐까?8)

7) 서로가 좀 더 솔직해 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당장에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불안한 평화가 깨지길 바란다 . . . 8) 이건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게 아닐까 혼자 고민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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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투표를 하고4.

평화주의를 자신의 언어로 선거에 출마하는 장면을 몇 번 상상한 적이 있다 이것은 정치적 죽음을 의“ . …미한다 그렇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평화주의는 일상적인 정치 영역의 언어로는 해결할 길이 없다는 결론. 이 나오고 ”…

작년 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회고하며 블로그에 썼던 글의 일부다5 .

격한 토론을 즐기고 논쟁에서 지기를 싫어하며 사람들이 모이면 선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스통 할배들이 . 활개치는 세상을 견디기가 어렵고 가 대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더 잘해야 한다, 2MB '4 . .' 따위의 정신분열적인 말을 지껄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내가 지극히 정치적인 인간이라는 사실. , 그 평범한 일상과 다시 대면한다.

지난 월 병역거부자 이원표 씨와 통화했다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한 후4 . 6. 2 였다 조금이라도 후원할 생각이 들어 몇 년 만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후보자격 박탈이란다 아니 수. . . ' , 감 생활을 마친 이후 년 동안은 공직에 진출할 수 없다 는 사실을 몰랐단 말인가 난 그새 년이 지난 5 .' ? 5줄만 알았다 아무튼 그렇게 다시 병역거부자의 정체성이 비국민이란 이름으로 확 와 닿았다. .

후보자로 출마할 수 없다는 상상은 병역거부자로서 정치를 대했던 나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게 '아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은 년이면 끝나는 건데 나는 그 년이 영원할거라 ?' . 5 . 5생각했나보다 처음 병역거부를 할 때 느꼈던 혼란과 냉소가 영원히 계속될 거라 생각했나보다. .

아주 오랜 만에 투표를 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 그냥 작은 새 출발 같은 것을 기념할 상징이 필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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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 항소심 재판 대기 중:: : 년 월 일 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년 월을 선고받고 항소해서 현재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2010 4 28 1 1 6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정식 논산구치지소로 이감 :: :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정식은 월 일 논산지소로 이감을 갔습니다5 6 .

김영익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출소 :: :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영익은 월 일 가석방으로 출소했습니다5 20 .

조은 병역거부선언 :: : 월 일이 입영일이었던 조은은 입영당일날 병역거부선언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었고 현재 경찰조사를 기다6 15 ,

리고 있습니다.

김영배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 월 일 선고공판에서 징역 년 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이 되어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6 24 1 6 .

권순욱 인천구치소에서 출소:: : 인천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권순욱은 월 일 가석방으로 출소했습니다6 30 .

현재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들의 주소::

오정민 경기도 군포시 군포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20 2572 (435-050)

박은국 경기도 화성시 남양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3 617 (445-010)

하동기 경기도 군포시 군포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20 1905 (435-050)

백승덕 서울시 금천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164 1107 (153-600)

이정식 충남 논산시 성동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1 244 (320-941)

박현민 서울시 금천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165 1216 (153-600)

김영배 서울시 금천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164 2121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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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