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소식지 27호(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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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전쟁없는세상소식지 27호(2010년 3월)
Page 2: 전쟁없는세상소식지 27호(2010년 3월)

Editorial 에디토리얼마음 다스리기 1

CO note 병역거부자 활동수기양심을 선택하겠습니다 2박상원 소견서 6살인에 둔감한 사회에서 10뻔한 얘기들 11

Focus 시선집중

집속탄금지협약 신호등캠페인 외 14

Experience 참가후기 평화에 대한 숙제 16

Special 기획기사기획 개발에 맞서기1 - 18기획 국제회의 이모저모2 - WRI 22기획 유명한 한국 부끄러운 한국3 - , 26기획 언론발표문4 - 29

Review 영화평서평․나는 용산을 모릅니다 31

바시르와 왈츠를 을 보고< > 34

Series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제 화8 37내가 겪은 비정규직 은행상담원- 38채식속으로 고 고 채식의 나라 인도! ! - , 42난영의 그림이야기 내 안의 군대< > 45

Essay 평화에세이무능력자들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상상하며‘ ’ 46오랜만에 전하는 소식 48가치관과 인간관계 51

Translation 번역헤클러 코흐 영국지부 사무실을 폐쇄시키다& 55

Report 재정보고후원해주셔서 감사해요~ 57

매체편집팀

여옥기획기사 시선집중 기획연재, , .재정정리 편집, 형쥬기획기사 섭외 편집, , 조은기획기사 기획연재 섭외, , 표지디자인가리

노트 영화평 검토CO , ,

인쇄기획 한울타리| 서울동대문구 제기동 130-062 2 137-69

TEL : 924-9641,2 FAX : 927-5104

발행처 전쟁없는세상: 발행일 년 월 일: 2010 3 10제 호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호 : 27연락처 : 02-6401-0514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 475-51

호 우 301 ( ) 121-230http://withoutwar.org | [email protected]

World WITHOUTWARNewsletter No.27 CONTENTS

▶▶ Special개발과 군사주의에

맞서다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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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없 는 세 상 소 식 지 호2 7 1

살다보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리 준비를 한다고 한. 들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생각해보고 대비할 수도 없을뿐더러 사고는 사고답게 예측가능성을 뛰어넘는다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나에겐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결할 . ,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국제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인도로 떠나던 날의 상황이 그랬다 인천공. WRI . 항에서 출발할 때부터 극심한 안개 때문에 비행기가 계속 연착이 되더니 인도에서는 뭄바이가 아닌 델리 공항에 내려주었다 그것도 새벽 시가 넘어서 뭄바이에서 만나 같이 기차를 타고 회의장으로 . 2 . 이동하기로 되어있었던 일정은 모두 엉망이 되었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 이후 인도에서 머무는 주의 시간도 쉽지는 않았다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돌아가는 주변상황 속2 . 에서 그래도 나 스스로는 내 의도대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반응하려고 노력했다 아 이렇게 어른이 , . . 되어가는구나 싶었다.

이번 소식지를 기획하고 편집하면서 또다시 비슷한 상황을 맞딱드리게 되었다 나의 의지대로 되. 지 않는 상황 이번 소식지에는 유난히 늦어지는 글과 펑크난 글들이 많았다 섭외를 담당한 사람이 . . 너무 간절하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차마 거절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갑자기 피치못할 사정이 생, 겼을 수도 있다 기획회의에서는 원고가 펑크날 것도 예상하고 마감이 늦어질 것도 예상을 해서 일. 정을 잡지만 그렇게 계속 늦어지고 펑크나고를 반복 하다보니 결국 매체편집팀의 계획과 일정에 차, 질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변명이겠지만 이번 소식지는 애초의 기획보다 더 부실하고 더 늦게 마무리. , 되고 말았다 속상한 마음을 다스리며 전쟁없는세상 소식지를 기다리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 . 전한다.

이번 소식지에는 부족하나마 인도에서 열린 국제회의의 내용을 담아내려고 했다 팀원 중 WRI . 회의 참석자가 한 명이라 다른 팀원들은 번역으로 함께 했다 기획연재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이번호. , 를 끝으로 채식연재가 막을 내린다 그리고 내가 겪은 비정규직 이라는 이름의 기획연재가 새롭게 . < >시작된다 밥벌어먹고살기 힘든 활동가들의 특성상 다들 알바경험이 많은데 그런 소소한 경험들을 . , 나누고 공유하며 괜찮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코너가 되었으면 한다 첫 번째 타자는 조은이다 그. . 리고 지난 월 소형무기를 만드는 헤클러 코흐 사무실을 점거한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번역코너에 2 &실렸다 이제 시작하는 한국의 집속탄반대운동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다음 소식지는 새로운 사무실에서 작업하게 될 듯 하다 새로운 기운과 함께 찾아뵙게 되기를. .

Editorial

마음 다스리기여옥 | 전쟁없는세상 책임활동가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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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국가가 부여한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고자 합니다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는 제 마음의 외침에 , . 따라더구나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침략전쟁에 동참하고 있는 대한민국 군대에서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받는 , 것에 대해서 거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렇기. . 에 현 징병제 하에서 일방적인 군사훈련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공공에 이익이 보탬이 되는 우리 사회에서 , , 차별받고 있는 이들을 위한 활동으로 대체복무를 하고 싶었으나 작년 국방부의 대체복무제 백지화로 인해 , 저는 결국 병역거부를 선택합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집에서 언제나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라고 배워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부족하지만 제 힘껏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냥 져 주는 게 마음 편했고 바. . , '보처럼 살아서일지 모르지만 그 누구와도 다툴 일도 없었고남자 중학교와 남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그 ' , 흔한 몸싸움조차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싸움을 못하기도 했지만누군가를 때리고얻어맞는 그런 행위 자. , , 체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탓에 여러 부분에 있어서 소극적이기도 했고 수동적인 학생 선생님들이 좋. , , 아하는 학생으로 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른이 되어 만난 세상은 불과 고등학교 학년 때까지도 10 . 3윤리시간과 사회시간에 배웠던 것과는 다른 세상이었습니다남들과 겨루고경쟁해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곳. , 이었기 때문입니다 나 홀로 다른 세상에 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

대학에 들어온 뒤 저는 제 자신을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으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 , . 교 선배들과 여러 문화제와 집회 기자회견에 참석했고 현실 속에서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자유와 평등, 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 . 해 이야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 , 우리를 언제나 정부와 경찰이 막아섰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 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인데 나는 왜 내 또래인 전의경들과 대치하고 몸싸움을 하며 서로를 밀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내 또래인 전의경들은 이 주장들이 너무나도 당연한 인간의 권리 주장이 싫은 . ' , ․것일까 하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 뿐이었습니다?' .

그렇습니다 저는 아직 군대라는 조직을 잘 몰랐습니다 군대라는 조직은 내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 , 그 행위가 내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반하고 나의 주장과 다르더라도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곳이었다는 것을 , 몰랐습니다 그러면서 어서 군대에 가서 나라를 지키고 싶어 했던 제 행동에 대해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

양심을 선택하겠습니다

김영배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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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과거에는 더 심했다고 이제는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들었지만 군대에 다녀온 복학생들이 많아서인지 , , 제가 입학한 년도의 대학 사회는 군사문화가 매우 크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엄격한 위계적 학번질2001 . 서와 남성중심의 분위기 술자리에서의 군대 이야기와 성적 대상화된 여성에 대한 농담들은 저를 많이 불편, 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아프고 두려웠던 것은 군대에 가기 전에는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 , 자고 했던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성매매를 반대하고 평등한 관계를 논하던 선배들이 자랑스레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늘어놓거나 후배들을 자기 부하를 부리듯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도대체 군대가 어떤 곳이기에 사람. 이 저렇게 변하게 되었을까군대에 다녀오면 나도 그렇게 변하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자, . 기 자신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그것은 신체뿐만 아니라 내면의 양심과 신념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생, 각합니다.

지난 년 여명이 학생들이 양심에 따른 예비 병역거부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저는 양심에 따른 2002 , 20 . 병역거부 운동을 지지하며 더 많은 시민들에게 동의를 얻고자 캠페인 등 여러 활동을 했었지만 내 자신이 , , 병역거부를 할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감옥에 간다는 것이 그 이후의 사회생활이 두렵기도 했으며. , , 아직 내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몰랐으며 나의 신념에 대해 나 스스로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 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과대학 학생회를 하던 년 월미국과 영국의 이라크침공이 시작되면서 저는 제가 무엇을 2003 3 , 해야 할지 알게 됐습니다 어릴 적 람보로 대표되는 여러 미국의 전쟁 영웅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며 늘 불. 편했던 이유를 깨닫게 됐습니다 이제 영화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군인 간의 싸움이 아니라 노인과 어린이. ,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민간인들까지 학살하는 전쟁은 어릴 때부터 보았던 성경 속의 지옥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습니다, .

한국 정부 역시 파병을 통해 수많은 이라크 민중을 학살하는 침략전쟁에 동조했습니다 국익이라는 명. ' '분으로 한국은 자국의 군대를 전쟁터에 보냈지만 저는 국익이라는 돈보다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자, ' ' ' '연 그리고 평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쟁으로 부모와 자식을 잃은 사람들 신체의 일부를 잃거, . , 나 그 누구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되는 생명을 잃은 사람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 . 고 알았습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때부터 저는 양심에 따른 병. . 역거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입영 영장이 나온 지금 제 결심은 분명해졌습니. 다.

제 결심을 더욱 강하게 만든 일은 지난 년 촛불 집회 중에 있었습니다 비폭력을 외치는 시위대를 2008 . 전의경들이 물대포와 곤봉무섭게 내리찍는 방패로 진압을 하는 것을 보고 그 속에 있으면서 군대라는 조, , ․직의 폭력성에 다시 한 번 병역거부의 마음을 다잡고 있던 제 눈에 한 청년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이길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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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경으로 입대해 방법순찰대원으로 복무하던 중 촛불집회 진압에 동원되어 진압을 했으나 시민들을 향, 한 폭력진압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외박 후 병역거부를 선언한 사건은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는 더 이상 자신의 양심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줬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 는 군대는 현실 사회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보다는 권력의 안전과 강화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며 그 조직 , 안에서 나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부여한 병역의 의무를 거부를 하는 행동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사회당 당원입니다 차별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정당일상적 연대로 나눔을 실천하고 사람이 사. , , 람으로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지난 년 월 개정한 사회. 2009 11당의 강령에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군비축소 국외파병의 금지와 함께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대한 내용, , 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전쟁에 반대하는 사회당의 당원으로서 저에게 지워진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고자 합. 니다.

대학시절 대학생정치조직인 대학생사람연대의 기 대표를 맡았었습니다 대학생사람연대는 가장 낮은 1 . '곳을 향하는 연대라는 슬로건을 걸고 끊임없이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통합하는 이른바 '배제적 통합에 반대하며 모든 전쟁에 반대하며 평화국가의 수립을 요구하며 년 체제라는 정전협정이' ' , , , '53 '후 한반도의 긴장관계를 만들어 사회를 지배해 온 구조를 해소하고 평화협정을 통해 평화체제를 수립할 것,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인정 등을 강령에서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생사람연대의 회원으로서. , 1기 대표로서 병역을 거부합니다.

병역거부의 길을 선택하면서 가장 저를 망설이게 했던 것은 감옥에 가는 것도 사회적 편견도 아닌 부모, 님께 드릴 마음의 상처였습니다 한평생 자식을 아끼며 살아오신 분들이기에 자신의 몸을 돌보시기 전에 자. , 식을 먼저 살피며 한 평생을 살아오신 것을 알고 있기에 부모님께 드릴 상처가 너무도 죄스러웠습니다 제 . 스스로가 아무리 당당하다 하더라도 감옥에 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부모님께는 죄스러울 수밖에 없는 , 현실이 미웠습니다.

입대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저는 무거운 입을 부모님께 열었습니다 부모님은 화도 내시고 부탁도 하, . , 시며 저를 말리셨고 어머니께선 많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 눈물을 보며 저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 . 니다 제가 부모님께 배운바 대로 착하게 살고자 하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아끼는 양심이 이 사회에 필. , , 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 선택이라는 말씀을 드리자 어머니께선 당신께서 저를 잘못 가르쳤다고 이, 럴 줄 알았으면 나빠도 평범하게 사는 것을 가르칠걸 그랬다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 그 가르침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사회에 문제가 있는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시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제. 가 감옥에 가야하는 이유가 제가 특별한 놈이라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아직 개인의 양심과 신념의 자유를 지켜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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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말씀드리는 내내 그리고 부모님의 만류를 듣는 내내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포기할까 하는 망, . 설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도저히 자신이 없습니다 내 양심을 속이고 내 양심이 죽어가는 시간. . , 이 저를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지 알기 때문이고 그 결과가 어떤 결말로 치닫게 될지 두렵기 때문입니다결, . 국 저도 부모님도 서로를 설득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마음이 그 상처가 저를 사랑하고 걱정하, . , , 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군대에 다녀와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적응하여 사는 것이 제게 . 불안한 요소가 줄어들 것이라 믿고 계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은 비록 힘들더라도 부. 모님께서도 제가 당당히 양심과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 응원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기계는 입력된 대로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만 사람은 그 요구가 옳고 그른지 자신의 양심에 어떻게 받아, 들여지는지 판단을 하며 행동을 합니다 저는 기계가 아니기에 사람인 나로서 할 수 없는 것들 군사훈련과 . , 침략전쟁에 동참하는 군대의 일원이 되는 것그리고 내 양심과 신념을 벗어난 행동을 명령받고 행해야 하는 , 것으로부터 내 자신의 양심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한 인간으로서 병역을 거부합니다긴 시간 고민을 하는 제. 게 많은 조언과 응원염려를 해주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계시기에 저는 더욱 용기를 낼 수 있, . 었습니다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걱정해주시고 비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 , , 리며 앞으로도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년 월 일2010 3 2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김영배

http://blog.naver.com/spcommune01

김영배

입영일 병무청에 병역거부의사 밝힘2010.03.02 , 병역거부선언 기자회견2010.03.04

현재 경찰조사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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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환자 대한민국1.

군대는 이 사회를 갉아먹는 해충이다 백해무익 이란 단어조차 이 암적인 집단을 설명하는 말로는 필요. < >이상으로 고상하다굳이 사자성어를 사용하자면 악성치질 이란 표현쯤이 적합할 것이다 국가를 한 사람으. < > . 로 의인화한다면 군대란 만성치질에 시달리는 환자의 항문쯤에 해당되는 부위일 것이다 일단 더럽다 가끔. . 씩 피도 흘린다.

거동이 불편해 보여 신체 일부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고 있음을 누가 보더라도 , 금방 알 수 있지만 보통 당사자는 끝까지 이 질병의 존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부러 남의 항문을 들여, . 다보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당사자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한다면 인권보호 차원에서라도 그런가 보다 하고 , , 더 이상 아픈 곳을 들쑤시지 않는 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이고 나아가 작은 인류애를 실천하는 방법이 될 (?) , 것이다 세계평화와 인류의 공존이라는 표어가 뭐 별거겠는가. .

그렇지만 치질도 국가적 차원의 치질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도저히 모른 척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악성 . . 항문질환에 걸린 국가가 싸는 피똥을 국민들이 손에 똥 묻혀가며 치워야 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더러워서 . 못살겠다.

대중독재 시대의 국민2.

한 시대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시대의 적합성을 상실한 뒤에도 계속해서 관성으로 살아남아 한 사회를 지배한다.

논란이 있겠지만 결국 박정희는 국민 다수의 신임을 얻었다는 점에서 독재보다는 파쇼로 분류가 될 것이다 박정희가 정말 독재자였다면 지금 그 독재자의 딸이 다음 한국 대선 후보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 ' ' 얻고 있는 이 상황을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어진다 아니 차마 그걸 우리 입으로 설명하기엔 민망한 일이. ,

박상원 소견서박상원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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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 군사정권의 가혹한 통치를 경험한 탓인지 한국 국민들의 태도에는 어딘가 정신분열증적인 혼잡스러움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군국주의라는 일제를 연상시키는 단어에는 치를 떨면서도 그 군. 국주의 가치관을 한국사회에 가장 훌륭하게 적용시킨 박정희라는 인물을 숭배한다던가 정치적 종교적 병역, , 거부자는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킬지언정 부정한 방법으로 군대를 기피한 정치인을 공직자로 뽑는 데에는 필, 요 이상의 이해심을 보이는 행동들 말이다.

지난 군사정권이 얼마나 극악했던가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군사정권 하에서 국민의 목숨이 , . 어디 사람 목숨이던가 오랜 시간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다 보면 차라리 힘을 가진 놈의 편에 서는 것이 . 마음 편할지도 모른다일종에 국민 전체가 스톡홀름 신드롬에 걸린 걸 수도 있겠고 헤게모니 이론으로 설. , 명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어쨌든 한국 국민은 지난 군사정권의 피해자인 동시에 또한 가해자고 공범이, 라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사회의 군사문화 비판에 있어서 필요한 시각은 담론 차원에서의 거시적인 시점과 함께, 병원균의 시점에서 병균들의 살아남기 위한 그 치열한 자연선택 과정을 이해하는 미시적 관점이 요구된다. 국가는 권력 관계의 그물 위에 존재하는 상부구조일 뿐이며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군사주의 담론을 실천하" " 는 대상은 수구적 행태로 망동을 부리는 자들의 정신구조와 군사주의적 습속이 기입된 그들의 신체이다 즉 . 한국사회에서의 군사문화 비판은 사회 전체에 퍼져있는 섬세한 권력의 그물로 얽혀있는 미시파시즘의 관계" "망을 해체할 도구가 되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군사주의 이데올로기는 먼저 사람의 신체를 숙주로 삼아 자신의 표현형을 확장한다 신체에 " " . 기생하는 병균은 병의 증세를 발현시켜 신체의 보수적 습속을 사람들 사이의 세론으로 확산 전염시키며 확, 산된 세론은 언론을 통해 증폭되어 여론을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여론은 다시 한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 기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논거로 사용된다.

과연 한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라는 마르크스의 말은 옳다" " .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 중에는 동물의 순응성을 유발시키는 방법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결과가 있3. 다 실험동물들에게 지속적으로 불안과 공포 분노와 초조함과 같은 감정들을 유발시키면 계속되는 정신적. , , 육체적 스트레스에 못 이겨 실험동물은 결국 신경쇠약 증세를 나타내게 된다 즉그러한 불안한 심리 상태. , 에서의 순응성은 평소보다 현저하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장소에게 혹독한 훈련과 교육을 받고 언제나 집단행동이 강요되며 개인의 사생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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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보장되지 않는다육체적으로 고된 노동을 부역하며 항상 서로를 감시하고 내부자를 고발하는 악몽과도 . 같은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한다 이것이 중국의 공산당 정권이 정상적인 젊은이들을 광신적 공산주의자로 개. 조시킨 방법에 관한 기술 중의 일부이다.

한국인들은 마치 국가라는 토속신앙을 가진 대한민국이라는 신을 위한 순례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4. ' '존재들과 같다 거기엔 종교선택의 자유도 없다 국가와 자신을 일치시하는 사람들을 흔히 극우주의자 파시. . , 스트라고 부른다 일종의 광신도들이다. .

이 광신도들이 국가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할 때 정치는 일종의 쇼가 되고 한 국가의 정치 지도자는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 된다 이 정치의 예술화가 불러오는 유미주의 파시즘이 정치를 리얼리티 쇼로 만들고 정. , 치가 그런 류 예술이 될 때 국가는 곧 종교가 되는 것이다3 .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종교적 탈혼망아의 상태에 사로잡힌 국민 국민들의 환상적 열정이 불러, 오는 편협한 민족주의 민족주의가 불러오는 파멸적인 충성심이 바로 지난 세기 이 파시즘의 길을 걸었던 국, 가들의 말로였다.

한국 사회가 단시간 내에 그 길로 다시 들어설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를 위해선 도덕적 . 하자 따윈 눈 감아 주겠다는 지난 대선 당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어딘가 이 파시즘에 대한 섬, 뜩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년대 독일 국민들이 나치당에 표를 준 것 또한 대내외적으로 시달리던 경제적인 궁핍함이 이유가 1930 , 아니었던가 그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을 보면 역사에 전례가 없을 정도로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 었다 그만큼 극우가 집권하는 과정은 순식간이다. .

민주주의나 도덕성이라는 추상적 신념보다는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대중들의 눈앞에 " "보여주며 경제를 살리겠다라는 단순한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것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형적인 " "극우의 정치 언어이고 전략이다 그만큼 극우의 정치적 아젠다는 단순 명료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허황된 욕. 망에 쉽게 파고들어 빠르게 확산 전염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실 이명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명박을 욕하면서도 다음 대선 후보로 박근혜를 찍는 이 . 기이한 현상은 바로 그 근저에 강력한 지도자를 그리워하는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내면화 한 대중독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싸워야 할 상대가 정부라면 차라리 손쉬운 싸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병역거부를 하는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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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국민을 적으로 돌려야만 한다 심지어는 친구나 부모조차도 말이다갑갑한 일이다 하지만 뭐 어쩌. . . 랴 이왕 하기로 했는걸, .

지금껏 군대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만 했지만 그래도 한 사회에서 군대가 제 기능을 발휘할 때는 그 , 집단의 존재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문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항문질환의 필. 연성까지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은 생살을 찢고 잘라내는 아픔이 따를지라도 이제는 국가가 시달리는 이 악성 항문질환을 치료할 , 시기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군대의 등짝을 보자. “ .”

박상원

입영일 병무청에 병역거부의사 밝힘2009.11.10 , 경찰조사2010.01.13

차 심리공판서부지법2010.02.17 1 ( )차 심리공판서부지법2010.03.10 2 ( )

현재 심재판 진행 중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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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의 위헌여부를 월 일에 판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귀를 쫑긋 세우게 되었다 어쩌면 이 나라2 25 . 에 꾸준히 눌러붙어있던 합법적 살인의 망령을 몰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애석하게' ' . 도 이 무서운 망령을 쫓아내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에서 신문에서는 십몇년 전에는 합헌의견이 훨. TV , 씬 많았지만 지금은 그 차이가 까지 좁혀졌다며 이런저런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결국 달라진 5:4 . 건 없다 나와 같은 건물에서 살고있는 수십의 이웃최고수들은 여전히 형이 언제 확정될지 알 수 없는 미. ' ' 결수로 하루하루를 지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합법적 살인을 인정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었던 날국회에서는 불특정인에 대한 살인, 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내고 있었다아프가니스탄에 또다시 군대를 보내기로 결정한 것. 이다 씁쓸한 맛이 돌았다 세종시 하나로 잡아먹을듯이 싸우다가 파병동의안에는 한 목소리를 내는 한나라. . 당이라는 괴상한 집단 때문에도 그랬지만 정부와 여당의 이슈파이팅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힘없이 , 살인의 상황을 용인한 무능한 야당들을 보면서 더 씁쓸했다 평화를 최선의 가치로 두고있어야 할 진보정당' ' . 들의 침묵 물론 그들은 퇴장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모두 밝혔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은 아주 우습기까- - 지 하다 한국군이 파병되는건 결정되었고 아프가니스탄에 어떤 형태로든 가족지인을 보낸 사람들은 하루. , 하루를 불안 속에서 살아야 한다.

년의 월 일은 한국사회가 살인에 얼마나 관대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날이었2010 2 25다아마도 무고히 사형장에 섰던 수많은 이름모를 사람들과 며칠 전에도 오폭으로 인해 죽어간 아프가니스. , 탄의 민간인들에게도 이 날은 기억될지 모른다 한국사회는 살인에 너무 둔감하다 에 나오는 살인범은 . . TV살인을 저지른 것이고 사형수를 죽인 것은 살인이 아니라니 사람을 죽인 죽이고 있는 전쟁에 참여하는 것. , 은 살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니 모두 생명을 빼앗는 행위라는 점에서 옹호될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 않. ' '은가!

살인에 둔감한 사회에서하동기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서울구치소 수감 중 +

하동기

입영일 병무청에 병역거부의사 밝힘2009.07.07 , 병역거부선언 기자회견2009.07.13

심리공판중앙지법2009.09.25 ( )선고공판에서 징역 년 월 선고 법정구속2009.10.21 1 6 ,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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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없 는 세 상 소 식 지 호2 7 11

출소 인사 출소 인사 빈 워드창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내겐 이 단어만 맥락없이 떠돈다 잠시 지난 소, . . 식지를 뒤적이며 다른 들의 출소인사를 찾아보고 전화기를 만지작거려보다 자리에 앉는다 담배가 타고 시co . 간이 지난다.

생각을 해본다 감옥에서 지난 소식지들을 보내달라고 하곤 먼저 출소한 들의 출소인사를 읽는게 정말 . co재미있었다 그 당시 내겐 출소의 순간이란 건 막연히 상상해볼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출소와 그 이후의 순. 간들에 대한 기록들을 읽는 건 언젠가 다가올 그 순간을 구성해보는 놀이였으니까 아무리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감옥 안에선 출소의 순간에 대한 공상을 해보는 걸 멈출 수 없다 난 거듭해 감옥에서 나가는 순간의 . 내 모습을 시뮬레이션 해보곤 했다.

그런 날들이 지나가는 동안 과연 내가 어떤 출소인사를 쓰게될지 궁금해졌다 역시 어떤 감성으로 가득. 할 그 기록 또한 내 병역거부의 과정 중 하나일 거란 생각도 들고 감옥 안에선 어느 정도 막연하게 그려볼 . 수 있었다출소 이후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점점 애매해지더니 점점 하루하루 지날수록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가 지금은 정말 막막하다.

나처럼 출소 날의 느낌을 궁금해할 수감자들을 위해 그 날의 얘기를 할까 출소 전날밤 옆방 친구가 자? , 신의 출소 경험을 얘기해줬는데 전날 밤까지 별 실감이 나지 않다가 나가는 순간 감옥의 모든 기억이 사라, 졌다는 얘기였다 정말 그랬다 이런저런 절차를 밟으며 한번도 내 발로 걸어본 적 없는 감옥의 정문으로 나. . 가는 순간까지 꽤 두근거리는 마음이었는데 마침내 정문을 나서 마중나온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 모든 것이 희미해졌다 그저 한없는 익숙함 뿐이었다.

솔직히 나는 그동안 단절되어있던 많은 것들을 오랜만에 다시 접할 때 느끼게 될 새롭고 어색한 느낌들과 그것들이 가져올 자극을 기대했다 그런데 별로 그런 건 없었다 수감기간 동안 이사를 해서 처음가보게 . . 된 집도 잠시 있다보니 익숙해지더라 그래도 새로운 게 정말 없었냐면 거짓말이고 그저 하나 온수 목욕만. , 큼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감동이다 난 사회주의자는 아니지만 차베스가 사회주의자의 목욕은 분이다라고 . 3한 것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편인데 온수 목욕이 너무 좋아 씻는 시간이 너무 늘어난 것 같아서 고민이, 긴 하다.

뻔한 얘기들이길준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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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가장 큰 특성은 단절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기도 쉽고. , 또 그만큼 같은 시대와 호흡하기 어렵고 자신의 생각에 갇히기도 쉽다출소를 앞두고 이런저런 막연한 그림. 을 그려보며 꿈에 부풀어있었다 뭐라 설명하긴 어렵지만 일단 나는 더 이상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은 하지 . 않으면서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고 내가 바라는대로 사람들과 연대해서 뭔가를 해보기도 어렵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 내겐 모든게 낙관적이었고 내 생각은 낭만적이고 나이브했다. , .

내가 나온 시점은 마침 연말이었고 이런저런 약속과 아직 날 궁금해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같은 것들, 로 한동안 바쁜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날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날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고마. 운 일이지만 서로 약간 바람이 어긋나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그걸 크게 의식하거나 고민해볼 겨를이 . 없었다 그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았고 못해본 걸 하면서 여유있게 있고 싶었다. .

그러던 어느날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하고 싶지 않은 어떤 일이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내 자신과 내 삶, . 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게 너무 힘들어진 나머지 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생각하기 싫어졌다. 이 자리에서 이 시기의 절망적인 느낌을 자세히 풀어놓을 생각은 없다 그저 힘들어했고 그대로 무너지긴 . , 싫어 만나는 사람마다 요새 이상한 시기라고 뭔가 설명하고 싶어했지만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했고 사람들, 은 각자의 방식대로 내 아픈 날들을 받아들였다는 얘기가 있을 뿐이다.

어느 순간 난 더 이상 그에 대한 내 의식 그러니까 지금은 슬럼프 기간이고 그걸 벗어나야한다는 의식, 이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이 시기의 주된 생각은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인데 그것을 벗어나 되어야할 . 무엇이 없었다슬럼프라는 걸 상정하고 거기서 회복되어 되찾아야할 정상 상태라는 것 또한 결국 하나의 감. 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난 그냥 자유롭게 별 생각없이 지낸다 사람들은 이런 날 . . 보며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잠적을 그만두고 다시 잘 지낸다고 생각할 것이다.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은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이유가 이거다 병역거부는 그것을 실행하는 개인. 에게 정말 힘든 일이고 그만큼이나 그 개인에게 자극이 되는 일이다 내겐 신체의 구속이나 그로인한 자신, . 의 한계와 마주하는 것도 고통이자 자극이었지만 사실 그에 대해선 무던하게 지나갈 때도 많았고 내게 무엇, 보다 고통이자 자극이 되는 구속은 시선에 의한 감옥이었다.

내가 어떤 것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표출할 때 그것은 중첩된 내 중층의 모습 중 하나가 발, 현된 것이다 그 발현된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과 그 타인이 받아들이고픈 맥락에 의해 어떠한 . 해석을 낳는다 그 해석 또한 여러 층을 가진 나 스스로를 풍부하게 해주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하기에 해석이 . 다양하게 나오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반감은 없다.

문제는 그 해석이 고정된 틀이 되고 개인의 삶을 거기에 한정시키려하는 의지로 작용할 때에 있다 논리. 적인 것도 좋고 맥락을 잡아내는 것도 좋은데 그 맥락이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어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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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도 스스로 우월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어떤 것도 옳지 않다는 게 아니라 어떤 것도 옳다고 나. 설 수 없다는 얘기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당신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 있고 사실은 진실과 진실 사이. 에 있다는 생각이다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넘겨짚지 말고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 . , 은 상을 가지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규정지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거다 물론 이건 나 또한 수. 없이 반복하고 있는 일이지만 적어도 그걸 의식하고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아닌 것과는 차이가 있지 , 않을까?

별로 정색을 하고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병역거부도 내가 바라는 세계도 개인이 개인의 중첩된 자아를 더 잘 탐색하고 발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바탕이 되어있다 제도적으로든 . 관습적으로든 각 개인을 틀에 가두지 않고있는 그대로 행동하고 보려고 노력하는 개인들이 많은 사회가 되, 면 좋겠다.

물론 다른 많은 행동이 그렇듯 병역거부 또한 정치적인 행동이고 정치적인 행동은 분쟁과 타협을 불러, 온다고 생각한다 난 내게 주어질 내 행동의 결과를 회피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것을 감당함과 동시에 그것. . 에서 벗어나고 탈주하고 파괴하려는 노력 또한 꾸준히 병행할 생각이다 출소 후 개월 여출소인사라는 명. 3 , 목으로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는 지금의 내 감상은 그 정도다.

클리셰클리셰뭔가 그럴듯한 것이 구태의연해지고 클리셰가 되는 건 안주하고 싶은 욕망에 굴복해 벗, . 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흔한 말 하나를 덧붙이자면 출소 이후에도 정도는 다르지만 수감 생활은 . 계속된다 수많은 기대와 욕망 사이에서 난 안주하고 싶은 마음과 벗어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 다 어디든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가 자신이 위치한 감옥의 구조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감옥에. . 서도 그랬지만 결국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는 자신의 몫이 아닐까.

글쎄 이제 지금의 심정이나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걸 얘기해야할까한동안 방황하느라 돈벌이를 구하지 . … 못해 돈이 없고덕분에 사교육에 종사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흔들리는 중이다 무언가를 계속 노래부르고 쓰, . 고 어딘가에 참여하고 어딘가에 대항하겠지만 특별히 불리고 싶은 이름은 없고 뭘하든 대단하게 생각하길 바라진 않는다 난 그저 곡예사다 내 궤적이 복잡한 선들로 가득하길 바란다희망도 각오도 열정도 포부도 . . .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이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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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월 일 평화수감자의 날<2009 12 1 >

월 일 화요일 저녁 평화수감자의날 행사가 12 1클럽 빵에서 열렸다 지금 감옥에 있는 평화수감자. 들을 기억하는 자리이자 행사 하루전날 출소한 이길준씨의 출소를 환영하는 자리이기도 했던 이번 행사에는 작년 여름 이길준 농성장의 뜨거웠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토크쇼와 영상상영을 비롯해 봄로야 김완형 멍구스틱밴드 등 인디뮤지션들의 , , 공연 수감을 앞두고 있는 병역거부자 백승덕의 편, 지낭송과 이미 출소한 병역거부자 고동의 노래가 함께 어우러져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칼라티비에서 생중계를 하기도 했으며, 약 여명의 사람들이 와서 수감자들에게 메시지도 40쓰고 공연도 즐기며 평화수감자의 날을 기념했다.

집속탄금지협약 신호등캠페인< >

월 일은 집속탄금지협약12 3 (Convention on 조인식 주년이 되는 Cluster Munitions, CCM) 1

날이다 집속탄은 불발탄이 많고 피해자 대부분이 . 민간인인 탓에 국제사회는 집속탄의 인도적 피해를 조속히 막기 위해 년 월 일 개국이 오2008 12 3 94슬로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협약에 서명을 했다 하. 지만 집속탄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한국은 참여하지 않고 있어서 무기제로팀 은 이런 사실을 알리기 , < >위한 캠페인을 하기로 결정했다.

년 월 일 목요일 저녁 시 홍대입구역 2009 12 3 7 , 근처 신호등에서 집속탄금지협약 주년 기념 평화1행동을 진행했다 빨간불일 때는 집속탄금지협약 . "

농성 때의 사진을 보며 이야기나누는 토크쇼

평화수감자의 날 행사집속탄금지협약 신호등캠페인+

여옥 | 전쟁없는세상 책임활동가 + [email protected]

수감자들에게 힘을 주는 한마디를 쓰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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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하면멈추세요 피켓을파란불일 때는 집속탄 " , "금지협약 찬성하면 건너세요 피켓을 들고 신호등" 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했고 그 주변에, 서 가면을 쓰고 까만 천을 두른 몇 명의 사람들이 유인물을 나누어주었다 등에는 죽음의 비 집속. " , 탄 라는 문구의 몸자! STOP CLUSTER BOMBS!"보를 달았다 신호등 앞에서 신호가 바뀌는 것을 . 기다리다가 건너는 시민들은 우리가 준비한 피켓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고 마치 집속탄금지, 협약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실제. 로 유인물을 받아든 사람들은 집속탄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그런 비인도적 무기를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서 캠페인을 준. 비했던활동가들도 매우 즐거웠던 캠페인이었다 .

그 분위기를 이어 두 번째 캠페인을 년 2010 2월 일 토요일 오후 아프간 재파병반대 반전집회20를 비롯한 여러 집회가 많았던 서울역 앞에서 진행했다 캠페인을 하기 불과 며칠 전인 월 일에. 2 16는 개국이 집속탄금지협약의 비준을 마쳐 개월 30 6후인 올해 월부터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8 . 이러한 국제적인 동향과 함께 여전히 알려져있지 않은 집속탄에 대해 그리고 집속탄금지협약에 가, 입하지 않고있는 한국에 대해 알리는 차원에서 지난번과 같은 방식의 신호등 캠페인을 약 시간 가2량 진행했다 이번에도 역시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 보여줘서 성공적으로 캠페인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홍대 전철역 앞 큰 길에서 진행한 신호등 캠페인

서울역 광장 앞 신호등에서 진행한 캠페인 모습

유인물을 나누어주면 읽어보고 집속탄에 대해 물어보고 관심갖는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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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에 대한 숙제평화수감자의날 행사 후기- 2009

오디 | 병역거부자 곰곰 후원회 + [email protected]

년 겨울 평화수감자의 날 행사에 다녀왔다생각해보니 전쟁없는세상 을 알게 된지 년차인데무려 2009 . , < > 4 , 평화수감자의 날에 번이나 참석했다 누가 보면 대단히 적극적인 평화주의자 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회3 . (?) . 원도 아니고 활동가도 아닌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우수한 참석률을 기록했나 곰곰 생각해보니 평화수감자의 , 날은 그 이름처럼 비장하거나 부담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편안하게 들려주. 고 나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가서 그들의 퍼포먼스를 감상하면서 그 와중에 그들이 시사하는 바를 느낄 , ,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소한 참여나마 하면 선물도 생긴다 대학로에서 행사할 때는 퀴즈에 참여해서 평. ( , ! 화마크가 그려진 두건을 얻었고 하자센터에서 행사하던 때에는 유호근씨의 소장품을 얻었다, .)

그런데 올해는 전년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갓 출소한 이길준씨와촛불 때 음식을 제공하느라 열혈 활. , 약한 다인아빠부터 병역거부 선언으로 수감을 주 앞둔 내 친구 곰곰까지 홍대의 한 클럽에서 했음에도 불, 1 . 구하고 마음에 그늘이 들었다 예전에는 평화수감자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아직. . ' ' 대학생이여서 그렇지 무언가 내 뜻을 찾아 갈 길을 가겠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평화수감자에 참여했, . 던 나는 회사의 연말결산이 버거워 헥헥대다가 그나마 칼퇴근도 못하고 시가 넘어 겨우 홍대로 기어들어간 8신입사원이었다 앞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마냥 편하게 감상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 다.

편지낭송을 하는 곰곰 백승덕

평화수감자의날 행사에서 노래하는 멍구스틱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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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랫동안 옆에 있었던 친구가 무대에 있는 모습은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늘 저 자리에 있는 이들. 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그게 나의 지인이 되니 이렇게 이기적이 되나보다 대단하다는 말은 커녕 그' ' , . , 렇게까지 해가며 이루고 싶은 평화 고통 대비 성과는 케케물으며 그가 말하는 평화와 병역거부 양심이라, ? , 는 것들의 헛점을 발견하고자 애썼던 것 같다.

그래도 사소하지만 아니면 매우 큰 일일 수도 있다 내가 대학로에서 열린 평화수감자의 날에 따라갔 듯 ,( ) 이번 클럽 빵에서 열린 평화수감자의 날에 몇몇의 후배들이 따라왔다 수천명 앞에서 떠들지 않더라도 한두. , 명의 친구들이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면서 새삼 이러한 실천의 중요성과 의미를 느끼기도 했다.

예년과 달리 이번 평화수감자의 날은 나에게 모종의 숙

제를 안겨준 것 같은 기분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개. 개인의 행동의 중요성 파급력부터 나는 무엇을 하고 살, 아야 할지 등의 여러 고민거리들을 안겨주었다 지각해서 . 절반밖에 보지 못한 터라 더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 저 . 자리에는 또다시 평화수감자였던누군가와 곧 평화수감자' ' 가 될 이가 나오고 평화수감자로 수감 중인 이들에게 ' ' , ' ' 한마디씩 메모를 붙이는 상황이 올까 이 짠한 행사는 언? 제까지 열릴까 한국의 수많은 평화수감자들에게 나는 ? , 그저 지지와 응원을 보낼 따름이다,

평화수감자의날 행사에 참여한 오디와 가람

이번에 함께 읽을 책을 소개합니다 ★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 이계삼 지은이 녹색평론사 ( ) | | 2009-10-29

평화주의자들의 행복한 책읽기 는 수감되어 있거나 출소한 병역거부자< >들 평화운동가들 그리고 평화에 관심이 있고 평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 함께 책을 정해서 읽고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입니다 평화에 관심. 이 있다면 누구나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withoutwar.org/happy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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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국제회의 자료집에 실린 WRI Anand Mazgaonkar의 글1)을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형쥬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쓰나미 허리케인 지진 같은 자연재해보다도 훨 , , 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개발로 인해 원래 살던 삶의 터전으로부터 추방당하고 있다 개발의 성격은 . 'D' 다섯 개로 설명될 수 있다 강제이주. 5D :

강탈 무기력화(Displacement), (Dispossession), 탈숙련화 비인간(Disempowerment), (Deskilling),

화 개발 이데올로기는 어떠한 (Dehumanisation). 반대 여론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지역 공동체와 문화 그들의 전통적 직업과 생활양식 전반을 무자비, 하게 짓밟고 있다 여기에 그 중 몇 가지 사례들만 . 적어본다.댐 건설을 비롯한 여타 개발 계획 때문에 지난 - 년 동안 약 천 백만에서 천만 명의 인구가 50 2 5 5

원래 살던 곳에서 추방당해야만 했다.자르칸드 의 동부는 대부분이 부족- (Jharkhand)

형태를 이룬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인데이 지, 역 우라늄 채광 광산에서 일하는 원주민 노동자들의 가족에게서 유전적 결함이 발생했다 관련당국은 . 이 문제의 진상조사조차 회피하고 있지만 인근에 , 있는 도시 사람들은 핵에너지의 혜택만 누리고 있을 뿐이다.

오릿사 에서는 제철회사의 부지매입에 - (Orissa)저항하던 명의 원주민들이 정부 경찰 기업의 야13 - -합으로 살해당했다게다가 다른 원주민들에게 본보. 기를 보이기 위해 죽은 명의 사체가 부검 과정에13서 심하게 훼손되기까지 했다 국가가 저지른 잔인.(한 폭력과 살인의 예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항구와 해안에서 진행되는 수출지향형 산업화가 -

원주민들을 강제 추방하고 있는데다가 바다 건너 ,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어부들까지 일자리를 잃게

1) Confronting 'development' - http://wri-irg.org/system/files/ReaderLayoutFinal-consequtivepages.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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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구자랏 항에서 반대운동을 벌이던 활.( (Gujarat)동가 대표는 경찰의 가혹행위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수출지향형 농업의 글로벌화는 안드라프라데시- 와 케랄라 의 남부 마하(Andhra Pradesh) (Kerala) ,

라슈트라 의 서부 그리고 펀자브(Maharashtra)의 북부에 살고 있던 농민들의 대규모 자(Punjab)

살 사태를 야기했다 년부터 년 사이에만 .(2001 2005정부 공식 집계로 자살사망자수가 명이었다86,922 )공장 노동자들은 기술 변화와 생산설비 이전으로 -

인해 해고당하거나 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일터에서 쫓겨났다.

이것이 고도로 성장한 인도경제에서 현재 차 1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아디바시, 2) 농민 소규모 , , 임업 종사자 어부 그리고 공장 노동자들의 상태다, . 최첨단 정보기술산업으로 발전한 세기 인도의 곳21곳은 가난하고 힘들게 일하는 다수 민중의 피로 얼룩져있는 것이다 이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결과. 는 주로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중산층의 ? 15~20%만이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뿐이다.

개발이 피해 집단 혹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면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개발로 인. 해 가뭄피해집단이 강제이주자들과 실업자들이 국, 내 이주민들과농부가 공장노동자들과 서로 적대하, 게 되는 것이다 똑같이 조그만 크기의 파이 그것. , 의 일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이들은 결국 서로 싸우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소수의 . 특권 계층만을 위해 천연 자원이 범죄적으로 남용되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자원이 희소. 하다는 발상부터가 이미 조작된 셈이다 자원의 희. 소성이란 분배 구조를 단순하게 해서 자원을 사유

화 하기 위해서 고안된 (privatize) '놀라운'해결책인 것이다.

이런 구체적인 경험은 인도의 사례들이지만 이, 는 세계 각지의 현재 상황을 상기시킨다 인도의 사. 례는 나이지리아의 오고니스 칠레의 마푸(Ogonis), 체 볼리비아의 코차밤바(Mapuche), (Cochabamba)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필리핀 원주민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든 우리는 . '효율적 관리', '선택', '자유'라는 이름하에 자원을 빼앗겼다.

최근에는 구자랏 에서 몇 건의 비폭력(Gujarat)투쟁이 있었다 이 지역 어부 공동체는 남부 구자랏. 에 거대한 항만을 건설 계획에 저항해왔다 이 투쟁. 에서 어부들은 다른 주에 거주하는 아디바시들과 연대했는데아디바시들은 원래 살고 있던 땅을 계, 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캠페인을 통해서 중요한 투쟁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들은 이른. 바 '환경 파괴 방지'라는 명목으로 원래 살고 있던 땅에서 추방됐었다 이 캠페인보다는 덜 성공적이었. 지만 이들은 또한 구자랏 주 정부를 상대로 유해( )州폐기물에 관련된 특별 캠페인도 벌였다 마지막으로 . 마을의 공동재산을 산업화하는 농업에게 넘겨주기보다는 소외된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투쟁도 있었다.

이 각각의 캠페인들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투쟁은 주정부의 권력에 대한 항의만이 i) 아니다 이 투쟁은 자유화 사유화 그리고 세계화로 . , 대표되는 전지구적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것이며 결국 이들의 투쟁은 온 세계를 휩쓸고 있는 문, 화적 폭력에 대항하는 것이다.

2) 인도에서 하층카스트로 분류되는 원주민 Adiva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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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들이 있었지만 그 ii) , 투쟁의 성공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생존을 위해 . 매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 변화를 향해서까지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 쉽게 속아 넘어가기도 한. 다 이들은 문제와 맞서기보다는 거기서 차라리 도. 피하고 싶어 하는 경향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활. 동가들 들은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지원 대신, NGO에 마치 피해자의 변호사처럼 행동할 때가 있다, . 활동가는 여기서 협조적인 봉사자 내지는 조력자일 수 있지만 지도자 역할을 맡아서 피해자들을 위한 ,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피해 집단의 곤경을 함께 겪. 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은 어쨌든 '외부자'이므로 피해자들과 완벽하게 동질화될 수 없다는 한계, 를 가진다결과적으로 실천은 하지 않고 설교만 하. 게 될 우려가 있다.

인도에서 실제로 효과적이었던 운동은 오직 iii) 전통적 공동체 정체성이 유지되고 사람들이 함께 , 모여 살고 일하며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곳에서만 , 나타났다 어부와 아디바시의 사례가 그렇다 생존. . 을 위한 필요성 때문에 이질적인 집단으로 구성된 이주민들의 경우에는 그들 간에 공유하고 있는 과거도 없고함께 헤쳐 나갈 미래에 대한 공유의식도 , 없기 때문에 공동체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저항이 지속가능해지려면 해당 지역에 토착iv) 화해야 한다 외부 지원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 다 카리스마를 가진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외부적 . 지도력은 그 어떤 경우라도 해당 지역에 힘이 되어줄 수 없다.

이들의 저항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비폭력이v) 어야 한다 왜냐하면 비폭력 투쟁은 보편적인 접근. 이 유일하게 가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비폭력은 . 상대방을 쳐부수기보다는 그들이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설득하는 긴 여정으로 비유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미래를 서로 공유할 . 수 있는 하나의 씨앗을 심는 셈이다.

민중들의 캠페인 혹은 민중지향적 캠페인으vi) 로 인해 위기감을 느끼는 여러 이해집단과 정부기구는 캠페인 참여자들을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더러운 수단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법 경찰. , , 언론 그리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들은 우리를 '개발에 반대하는'혹은 '반 국가적( )反 '집단 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운동을 무효화시키려고 애쓸 것이다.

외부적 관여는 우방국가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지만위 내용은 저항적 지역운동에서 , '외부자'의 역할과 관련된다 국제적 외부집단의 역할은 지금까지. 의 내용과 동일한 수준의 비판적 분석을 거칠 필요가 있다 평화와 정의를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은 항. 상 이러한 고민을 공유하고 운동들을 국제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언어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게 . 된 것은 단지 최근 년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20 .

어떤 운동이든 피해자들 협조적 활동가들 언, , 론 의식 있는 전문가들 그리고 국제적 연대 조직 , 등과 넓은 연합을 형성해야한다초국적 연대 활동. 가들이 상징적 저항 로비 서신 보내기 등을 활용, , 하는 투쟁 공간 속에 있는 것과는 다르게여기서는 ,

인도의 광산업 개발과 이에 저항하는 투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마렌드라 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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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직접적으로 투쟁해야 하기 때문에 공간적 제약이 분명하고 때로는 심각한 물리적 위협에 처하기도 한다.

따라서 국제적 연대란 서로 간에 쌍방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 세. 3계의 '분쟁 지역'에서 벌어지는 저항 운동을 지원해준다는 식으로일방적인 연대로만 국한시켜서는 안 , 된다 제 세계 운동은 제 세계 운동으로 하여금 . 3 1그들의 생활양식 소비패턴 그리고 그들의 간접적 , 영향력이 전 지구적인 것임을 문제제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안적 세계화는 거센 상업화에 맞서는, '아니오!'로서 울려 퍼질 수 있는 모든 인간의 행동을 포함하는 것이다 미묘하거나 그렇게까지 미묘하지만. 은 않은 구조적 폭력에 맞서는 한 사람의 '아니오!'.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추방하고 강탈하는 곳에서 외치는 한 사람의 '아니오!' 그것은 기본적으로 .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하려는 인간 중심의 개발에 대한 요청이다 대안적 세계화는 세계. 1와 세계 서로 간에 발생하는 상호적 교환이자3 , '빈곤국의 개발'이라는 신화적 요구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게 해주는 배움의 과정이어야 하며빈곤국은 , 선진국에 보조금을 지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구를 유지시키고 있는 주체라는 점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까지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이번 컨퍼런스의 조직위원장인 가 저술한 부분이 담겨있는 Anand Mazgaonkar민중 권력 비무장 저항과 국제적 연대< - >(Pluto,

편집자 에서 발췌한 것입니2009. Howard Clar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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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옥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인도 구자랏 주의 중심도시인 아메다(Gujarat) 바드 도로를 가득채운 오토릭샤와 (Ahmedabad). 오토바이 차들로 인해 매케한 공기가 코와 목을 , 답답하게 했고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경적소리는 정신마저 멍하게 했다 비디야피쓰 대. (Vidyapith) 학은 그런 도심의 한가운데 있었지만 학교 정문을 들어서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우거진 나무와 . 푸른 잔디밭다람쥐와 원숭이가 나무 위를 뛰어다, 니고 공작이 풀밭을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 비디야피쓰 대학은 간디가 . 1920

년 인도의 자유를 위해 젊은이들에게 비폭력저항을 훈련시키려고 만든 학교라고 한다 간디가 자치를 . 위해 강조했던 자급자족의 흔적을 여전히 지켜나가고 있었는데 교내에서 필요한 전기는 태양열과 자, 전거 자가발전기 등을 통해 사용하고 학생들은 직접 물레를 돌려서 만든 실로 짠 면직물인 카디를 ' '교복으로 입었다 이에 감명받은 한국남자들 셋은 . 똑같이 교복을 사서 입고 다녀서 인도 친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년 월 일 금요일 오후 한국팀 명경2010 1 22 . 6 (수 성민 아침 여옥 오리 지훈을 비롯하여 전, , , , , )세계 각국에서 온 평화활동가들 여명은 비디야180피쓰 대학 강당을 가득 채웠다 무대 왼편에 자리. 한 세 개의 부스에서 라디오주파수를 통해 개 국3어로 동시통역되고 책이나 기사를 통해서만 접하, 던 다양한 평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그런 상황은 왠지 그 자체만으로도 뿌듯함과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한국어 통역이 .

비디야피쓰 정문 학교 밖과 안은 정말 다른 세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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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상황에서 회의의 내용을 얼마나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그 다음이었다.

국제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번 컨퍼런스 주제인 비폭력적 생존투쟁과 세계적 군사주의 연결 및 ' : 전략의 이해와 논의를 위한 전체 워크샵 세 개를 '포함하여 여개가 넘는 워크샵이 열렸다 개발이40 . 란 명분으로 삶을 빼앗길 위협에 처한 사람들이 저항하며 벌이는 비폭력 투쟁과 군사주의와의 연관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다양한 차원, 에서 진행되는 비폭력투쟁의 경험을 나누고 배우는 워크샵도 열렸다 구체적으로는 평택 미군기지 확. 장으로 익숙한 군사기지와 강제철거 문제를 비롯해 나토 에 저항하는 비폭력행동 전쟁수혜자에 (NATO) , 저항하는 초국적 캠페인취약 계층을 착취하는 군 , 징집 문제 소형무기와 무장반군단체의 문제 팔레, , 스타인 문제 남미의 군사주의와 에너지개발 문제 ,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평화운동을 만나볼 수 있었다 많은 워크샵들이 동시에 열리는 오후 시간. 에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워크샵을 듣고싶어하는 참가자들의 요청에 따라 시간을 두 번에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덕분에 듣고 싶은게 많아서 망설이던 . 고민을 조금은 덜었고 더 많은 워크샵에 참여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언어문제 . 때문에 토론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내용을 충

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상태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오프닝 연설을 한 아룬다티 로이.

간디가 만든 학교에서 간디의 추종자들이 많, 은 그 곳에서 간디에 대한 비판적인 뉘앙스의 이야기를 서슴치 않던 쿨한 사람들이 있었다아룬다티 . 로이는 무조건적으로 폭력은 안된다며 비폭력을 주장하는 것이 실제 활동에서 어떤 의미나 영향력을 미칠 수 없고 오히려 힘의 차이가 압도적인 상황, 에서 비폭력이라는 말이 누구를 위한 언어인지 되물었다 당장 살 곳에서 쫓겨나 먹을 것도 없는 사. 람들에게 단식투쟁을 이야기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인도의 진보적인 사회철학자인 아시스 난디는 제노사이드 연구를 오래 했다고 하면서 인간이 원래 선해서 비폭력을 추구하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폭력과 비폭력 모두 인간 안에 내재되어 있다고 했다. 오프닝 연설을 한 아룬다티 로이와 아시스 난디의 이야기는 간디의 비폭력을 교조적으로 받아들이고 추종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전체 세션이 열리는 강당 근처에는 여러 단체에서 가져온 자료집과 리플렛 책 뱃지 등을 전시, , 하고 무료로 배포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다 독일의 한 단체에서는 한국의 수. 감자들을 포함한 전세계 병역거부 수감자들에게 엽서쓰기를 진행했고 국내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서, 오후시간에는 여러 워크샵이 동시에 열렸다 강당에.

서 진행된 군 징집문제 관련 워크샵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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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을받는 단체도 있었다 직접 물레질을 해서 짠 . 옷감인 카디로 만든 옷과 스카프나 여성 자활공동' '체에서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팔기도 했다 스페인 . 단체부스에서 라고 쓰여진 티셔'War Game Over'츠를 샀더니 자신들의 활동자료가 담긴 씨디를 선물로 주었다 전부 스페인어였다 다들 어떤 활동에 .( ) 집중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정보와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팀은 가져갈 것이 마땅치 . 않아 예전 유엔에 제출한 병역거부 보고서를 가져갔는데 예상대로 인기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다음, . 에 행사를 준비하며 기념품을 만들 기회가 있으면 이쁘고 멋지게 많이 만들어두었다가 국제회의 같은 자리에서 외국활동가들에게 팔아야겠다는 정체모를 경쟁심 도 생겨났다(?) .

아메다바드가 속해있는 구자랏 주는 술이 불법인데다가 비디야피쓰 학교 내에서는 금주와 금연을 지켜달라는 부탁 때문에 저녁 시간은 여유로웠고 이, 런저런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었다 일 저녁에는 . 23비디야피쓰 학생들이 준비한 전통춤과 공연이 펼쳐졌고 일과 일 저녁에는 참가자들이 가져온 다24 25양한 영상을 상영했다 그 외에도 참여자 누구나 .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열 수 있어서 즉석에서 소규모의 저녁 프로그램이 생기기도 했다 일에는 팀. 26을 나눠서 근처로 현장방문을 나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두 군데로 나눠져서 갔는데 한 곳은 달릿. 의 인권을 위한 운동을 하는 이라는 NAVSARJAN단체였고 다른 한 곳은 비디야피쓰에서 운영하는 , 학교였다 한국 참가자들은 달릿공동체를 선택해서 . 다녀왔는데 법적으로는 이미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 사회적으로 심한 차별을 받는 달릿들을 위한 교육과 직업훈련 등을 하는 곳이었다.

무기거래 반대운동에 관심있어 하는 한국 참가자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주던 네덜란드의 활동가 웬델라.

일간 비디야피쓰에 머무르면서 만난 많은 활5동가들은 한국참가자들에게 매우 호의적이었다 그. 동안 회의에 여러번 참가했던 오리의 영향도 WRI 컸겠지만 영어도 스페인어도 힌디어도 쓰지않는 , 동양친구들이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언어의 . 문제가 큰 장벽이기는 했다 자기소개 게임에서 만. 난 독일 활동가는 자기도 영어 잘 못하니까 괜찮다

병역거부수감자들에게 엽서를 쓰는 부스 나중에 돌아와. 서는 엽서 잘 받았다는 한국 수감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도의 전통춤을 보여주었던 비디야피쓰 학생들 화려하. 기도 했고 고난이도의 동작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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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했는데 알고보니 개국어를 하고 그래서 좌절스4럽기도 했다 게다가 술을 마시지 않아서 친해질 . 기회가 부족했다는 의견에도 일부 동의한다 하지. 만 대화를 나눌 때 이해하기 쉽게 천천히 쉬운 단어로 이야기를 해주고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보충설명을 해주던 배려 속에서 좋은 활동가이전' '에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언어문제는 우리' ' . 가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지만 초국적인 연대를 만들어나가려고 하는 평화활동가들 공통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도 네팔을 제외한 아시아 사람들의 . , 참여가 저조한 것 역시 언어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힌두어인줄만 알았던 인도영어 순식, 간에 지나가버리긴 했지만 그땐 정말 길게 느껴지

던 워크샵 자꾸 등장하는 한국기업 때문에 느꼈던 , 부끄러움 토론에서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던 답답, 함 기사 쓰느라 녹음한 파일 돌려들으며 지새운 , 밤 아직도 생생한 비디야피쓰에서의 기억을 간직.. 한 채 한국에서의 바쁜 일상은 돌아간다 회의에 . 다녀온 이후 무기반대운동을 하고있는 외국의 활동가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게 되면서 Warprofiteer 뉴스에 무기제로팀의 집속탄반대 신호등캠페인 소식이 실린 것3) 역시 이번 회의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년에 한번 열리는 국제회의가 다시 열. 4 WRI 릴 때에는 한국의 평화운동도 의 국제연대도 , WRI더욱 성장해있기를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나누고 , 얻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더불어 활동가들의 영어. 실력도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하며.

무대 위에 책상이 아닌 쇼파가< !>참가자 전체가 참여하는 오전세션이 진행된 강당 단상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테이블 대신 쇼파가 . 놓여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연설을 위해 초대된 대학 총장도 의장도 인도를 넘어서 전세계적으로 , , WRI , 유명한 아룬다티 로이 아시스 난디 같은 사람들도 쇼파에 편하게 앉아 심지어 거의 눕는 모습을 보이기, 도 했다 거의 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단상을 바라보고 앉아있는데 말이다 한국에서 하는 국제회의. 200 . 에서 이런 광경을 상상할 수나 있을까 지나칠 정도로 격식없고 자유로운 모습은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 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워크샵은 이 장소에서 진행되었고 무대 위 쇼파는 때로는 앉고 때로는 기대. 어서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하고 또 듣는 발표자들의 자리였다‘ ’ .

3) <South Korea: Weapon Zero Team> War Profiteers' News, No. 22, http://www.wri-irg.org/node/9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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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옥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국제회의가 인도에서 열리는 기간 동안 WRI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다 전세계의 평화. 활동가들이 인도의 서쪽 구자랏에 모여서 개발과 군사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한국의 , 이명박 대통령은 남부 첸나이와 북부 델리 등을 방문하여 인도에 진출해있는 공장과 기업인들을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고 인도 만모한 싱 수상을 만나서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쪽 모. 두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내용은 정 반대였다 전자는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삶을 빼앗기고 . 있는 사람들의 저항과 투쟁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후자는 인도를 저개발된 지역이 많아 한국 기, 업이 진출할 기회가 무궁무진한 시장으로 보고 12억 거대시장인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화를 나누었다.

워크샵과 토론을 통해 인도에서뿐만 아니라 파라과이 콜롬비아 콩고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 ,

지고 있는 개발과 이로 인한 강제철거 추방 환, , 경파괴 공동체 붕괴 국가폭력 등의 문제에 대해, , 서 알게된 한국 참가자들은 한국 정부의 개발에 대한 관점과 행보 그리고 자꾸만 언급되는 한국 , 기업들 때문에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풍부한 광물자원과 수자원을 가지고 있는 인도의 오릿사 주에는 세계적 철강기업들이 (Orissa)진출해 있다 그 중에 한국의 포스코가 최근 역대 . 인도 외국인 직접투자액 사상 가장 큰 규모인 연간 만톤 규모의 제철소 건설과 제철소 운영1200에 필요한 관련시설 건설에 합의하는 투자양해각서 를 체결했다 포스코는 자가싱푸르(MOU) .

지역의 토지를 구매하고 주민들(Jagatsinghpur) 을 이주시키려고 하지만 이주를 원치않는 주민들, 은 땅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실. 제 인도지역에서 개발과 이주의 문제는 매우 첨예한데 인도 최대기업인 타타 사 가 공장 터, Tata ( )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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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선택한 칼링가나가르 지역 역(Kalinganagar) 시 부족민들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광산업과 개발 문제에 관한 워크샵 중 포스코의 이야. 기를 들으면서 용산이 떠올랐다면 과장일까.

대부분의 광물개발산업은 군수산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알루미늄과 보크사이트 철강 광. , 산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대부분 무기 생산 회사와 연결되어 있고 투자회사도 마찬가지이다, . 유명한 전쟁수혜자 기업인 베단타 록히드마틴과 , 거래하는 타타 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실Tata . 제로 알루미늄은 폭탄의 외피로 사용되며 무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핵무기에서. 는 더욱 그러하다 광산업 금속회사는 무기회사. , 의 주요 공급원이며 이 산업들이 전세계의 전쟁을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도의 지하자원을 . 위해 들어오는 외국기업이 가진 무기산업과의 연계성이 바로 평화운동가들이 이 문제에 주목하는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은 여기서 . 그치지 않았다 토착민을 배제한 개발이 야기하는 . 토착공동체의 붕괴는 그 자체로 세기의 제국주21의 침략이라 할 수 있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인. 도나 아프리카는 그 자원으로 인해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자연을 신처럼 여기는 부족민들에게 강제이주

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외국계 기. 업의 편에 선 정부는 원주민을 내쫓기 위해 그들에게 마오이스트사회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여 진( )압하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유혈사태가 빈번하, 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는 회의 기간 중에 . WRI차티스가르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Chhattisgarh) 쟁에 대해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정부와 정부가 지. 원하는 군사조직과 마오이스트 사이의 군사적 분쟁으로 인해 지금까지 천명 이상이 죽고 적어도 1

만명 이상이 쫓겨난 차티스가르의 사태는 10 '국내난민'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낙. 후된 지역에 사는 원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개발은 필요한 것이며 이 모든 것은 결국 인도 사람들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는 명목 하에 정당화되고 있다 특히 인도 정부가 인도의 원주민들이 . 아니라 초국적 기업의 편에 서있다는 것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 회의 도중에 이 대통령. 의 인도방문에 맞춰 두산중공업이 차티스가르 지역에 억달러 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공사 11계약을 체결했다는 기사속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미 심각한 강제철거와 이주의 문제를 겪고, 있는 차티스가르 지역에서 한국기업은 또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걱정부터 앞섰다.

한국 기업은 무기문제에 있어서도 역시 빠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들이 무기를 생. 산하고 수출하지만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그. 러나 한국은 이미 무기거래에 있어서 상당히 유명한 나라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에 . (SIPRI)의하면 한국은 지난 년부터 년까지 년 2004 2008 5동안 무기수입 총액 기준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위를 기록했다 또한 방위사업청은 년도 무3 . 2010

기수출 목표액을 전년보다 증가한 억달러25% 15로 설정하고 년까지 세계 대 방산수출 선, 20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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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국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업이 무기를 만들고 수출하는 이유는 당연히 이윤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 '무기를 팔아 이익을 얻는다'는 것을 넘어서서 무기를 팔기 위해 , 무기가 필요한 상황을 원하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해진다 또한 그렇게 수출된 무기는 그 자체로 분. 쟁의 원인이 되며 결국 무력충돌과 전쟁을 촉발, 하는 매개체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 이 지적되온 것은 오래된 일이라 이 문제에 주목하고 무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전세계 곳곳에서 있어왔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별로 주목하지 못해, 왔다 우리는 잘 모르고 있지만 우리 기업이 만. , 드는 비인도적 무기에 대해 국제평화운동의 관심은 상당했다 최근 벨기에의 한 평화단체가 발행. 한 '집속탄 생산기업 투자자 목록'4)에서는 한국에서 집속탄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한화와 풍산을 주요한 감시 기업으로 꼽고 있으며 이 기업에 투자, 하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국민연금 미래에셋 천, , , , 안북일학교재단 등의 리스트를 게시하고 있었다.

전쟁수혜자문제와 관련한 워크샵 역시 이번 워크샵에도 . 한국은 여러번 등장했다.

'전쟁수혜자에 저항하는 초국적 캠페인 무기거-래 반대운동과 지역공동체간 연대형성'이라는 워크

샵에 참여했는데 오랜 활동경험을 가진 , '무기거래에 반대하는 유럽네트워크(ENAAT)'의 사례와 함께 다른 지역에서 진행된 무기거래 반대운동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년 독일. 2006에서 열렸던 워크샵에 참여한 몇몇 활동가들WRI 의 제안으로 무기거래에 반대하는 평화활동가와 병역거부자들이 모인 '무기제로팀'이 년 전부터 2모임을 해오고 있다 아직 미약하기는 하지만 작. 년부터는 집속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평통사 국제민주연대 등 집. , 속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단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집속탄에 대해 알리고 집속탄금지협약에 가입을 촉구하는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을 듯 하다.

선진국 대부분이 중단한 원자력발전소를 팔아서 돈을 벌고 사람 죽이는 무기를 팔아서 돈을 , 벌어도 오로지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한, 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과의 싸움은 힘들 수밖에 없고 특히나 무기거래와 같이 , '안보'영역에 해당하는 이슈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적인 안목을 가지고 끈기있게 또한 초국적인 전, 쟁수혜자 기업들에 대항하는 초국적인 연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저항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무기거래의 반인도성을 꾸준히 알려나가. 고 개발보다 더 중요한 생존의 문제에 관심을 가, 지고 이 과정에서 군사화되고 폭력적인 사회를 ,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평화운동 할 일이 많다. , .

4) 원본출처 "Worldwide investments in cluster munitions. A shared responsibility" http://www.netwerkvlaanderen.be/nl/files/documenten/campagnes/bankenenwapens/Het%20hele%20rapport.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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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없 는 세 상 소 식 지 호2 7 29

이 글은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WRI 언론발표문5)을 번역한 글입니다

번역 : 조은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인도 구자랏 비디야피쓰 에(Gujarat Vidyapith)서 이번주에 열린 국제회의에서 개국의 비WRI 32폭력 활동가들은 개발에 의한 강제 철거와 기업의 폭력을 비난했다 구자랏 비디야피쓰 대학. WRI, , 구자랏 사보다야 만달과 삼푸르나 크란티 비디야라야는 군사주의 전쟁수혜자와 오늘날 전 세계에 걸, 쳐 확산되는 개발 양상 사이의 연결고리를 조사하기 위한 회의를 함께 조직했다 개 국가에서 온 . 32약 명의 참가자들은 회의기간 동안 심도깊게 175토론했다.

회의를 통해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문제점을 확인 할 수 있던 점은 상당히 놀랍다 활동가들은 개. '발 광산업 공업화 무기 제조와 거래 군사주의, , , , '와 생계의 박탈 강제철거 전통생활 양식에 대한 ' , , 맹공격과 그 밖의 폭력적 상황 사이의 반박할 수 '

없는 관계를 발견했다 이것은 농업 어업 등에 종. , 사하는 사람들 토착민 일용직 노동자와 같은 사람, 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가한다 때문에 이. 들은 생존을 위한 투쟁에 나선다 이것은 단지 인. 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만연한 일이다 그곳이 . 남미의 콜롬비아나 파라과이 태평양의 서파푸아, , 아프리카의 콩고나 에리트리아이든지 말이다.

인도 오릿사주의 참가자들은 철강공장 등에 의한 환경파괴와 아디바시 토착민의 강제이주를 야기하는 광업의 문제적인 상황을 제기했다 보크사이. 트 광산업과 알루미늄 산업은 군산복합체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는 또한 다른 곳보다 광업의 . 영향을 많이 받는 콩고의 발제자로부터 광산업이 지역갈등을 야기하고 많은 사람들의 생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를 들었다 광업 산업의 주요한 목적 .

5) Nonviolent Livelihood Struggle and Global Militarism: Links & Strategies (press statement) http://wri-irg.org/node/9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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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하나는 휴대폰의 생산에 필요한 광물인 콜탄 추출에 있다아이들은 콜탄 광산에서 쓰이는 인력과 . 광물을 둘러싼 끔찍한 범죄에 노출되어 있으며 광, 산업을 하는 서로다른 그룹들 사이의 싸움은 끔찍한 범죄와 잔혹한 내전의 요인이 된다.

파라과이의 농촌과 원주민 여성 CONAMURI (노동자 전국조직 에서 온 마구오리나 발부에나)

는 농업 관련 산업에 종사(Maguiorina Balbuena)하고 있는 명의 노동자에게 미치는 치명적70,000인 충격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년 간 인도에. 10서 명 이상의 농부가 자살을 했다는 것은 150,000잘 알려져 있다.팔레스타인 잠무 카슈미르 수단 에리트리아, & , , ,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을 비롯한 전 세계의 많은 , 장소에서 폭력적인 상황이 자행되고 있다 그러나 . 이러한 점은 좀처럼 주류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이렇게 보도되지 않는 폭력적인 상황은 비폭력 저항 운동의 대상이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이스라엘에 의해 잔인하게 점령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의해 그들의 땅에서 떠나길 요구받는다 하나의 예가 이스. 라엘에 의해 건설된 거대한 장벽이다 소위 분리 . - "장벽으로 불리는 이 장벽은 팔레스타인을 정확히 " - 두 부분으로 분리한다 장벽에 의해 도시로부터 마. 을이 분리되고 농부들은 자신들의 땅과 분리된다.

그러나 장벽에 의해 영향을 받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비폭력적으로 저항한다 빌린 나알. (Bil'in), 린 마샤 를 비롯한 많은 마을에서 (Na'alin), (Masha)

비폭력 시위가 조직된다 이들의 강력하고창조적. , 이며 비폭력적인 행위는 이스라엘을 비롯한 전 세, 계 비폭력활동가의 마음을 끈다 이에 끌린 사람들. 은 항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한다.

팔레스타인에서 비폭력 저항의 가장 저명하고 창조적인 멤버 중 한 명인 모하메드 캐팁

은 우리 회의에 참여할 것을 (Mohammed Khatib)계획했으나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 . 군대가 그를 체포했기 때문이다 한 밤 중에 일어. 난 모하메드 캐팁의 체포와 투옥 그에 대한 저항, 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콜롬비아 내에서 오래 지속되는 갈등은 콜롬비아 사회의 모든 층위에 영향을 미쳤다 콜롬비아 . 활동가는 농촌지역에서 쫓겨난 사람들을 지원해왔다고 한다 쫓겨난 이들을 둘러싼 갈등은 여성에게 . 심각한 억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강간. 과 같은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전 세계에서 무기 제조와 거래에 대한 지출은 통제를 벗어나 급격히 증대하고 있다 의 상당. GDP한 비율이 그 지출에 쓰이고 있으며 이는 모든 사람들의 손해가 되고 있다.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은 년에 설립되었으1921며 약 개국 여 개의 회원 단체로 이루어진 , 40 80네트워크이다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의 모든 그룹. 은 전쟁과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비폭력투쟁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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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본론을 말하기 전에 일종의 습관처럼 말덩어리를 앞에다가 잔뜩 덧붙인다 내 친구들은 말할 . 때 이런 말덩어리를 앞에 붙이곤 한다 그러 니까 내 말은 난 진짜 그거 알지 진짜로 정말 그런 . " ( ) ", " ", " ?", "게 있는 것 같은게 내가 전에 이거 말했었나 혹은 뒤에다가 붙일 때도 있다 진짜 그런 것 같애 장", " ?" . " .", "난 아니라니까 완전 막 그러던데.". " ?"

나 역시 이런 말덩어리를 자주 앞에다가 붙여가며 천천히 본론을 꺼내곤 한다 그러다 가끔 본론을 급하게 .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문득 왜 내가 이 긴 말덩어리들을 앞에다 얹어서 힘들게 일일이 다 발음하고 있는지 의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본론 말할 시간도 없는데 앞에다 쓰잘데기없이 사족다는 버릇은 내 말버. , 릇이지만 나도 잘 이해 안 간다.

그리고 특히 사족으로 느껴지는 길고 긴 덩어리들이 있다 나는 주위 사람들과 논쟁하거나 토론할 때 즉 진. , 지한 분위기에서 말할 때는 다음과 같은 길고 긴 덩어리들을 앞에다가 잔뜩 끌어 붙여 놓고 말을 하기 시작할 때가 많다 제가 지금 잘못 이해하고서 말하고 있는 걸 수도 있. "는데 이렇게 말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어떻", " ", "게 생각하면 진짜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러니까 진짜", "로 제가 하려는 말이 꼭 이런 얘기라는 건 아니지만 이건 참 나", "도 조금 이건 뭔가 아니라고 생각되긴 하는데"

그리고 내가 말할 때 사족 붙이는 이 습관을 이번에는 지금 이 글에서까지 반복하고 있다 이 글은 내가 살던 용산 의 서평이지만 여. < > , 태 나는 책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또 쓸데없는 글덩어리 세 문단을 앞에다 무겁게 얹어 놨으니까 말이다 아 나는 잉크 . ( ~ 아깝게 왜 이러고 있을까?)

이러고 있는 건 결국 내 고질적인 죄책감 때문이다 년 이제. 2010 . 는 좀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살아 보자고 다짐했건만 나는 ~! 내가 살던 용산 을 보다가 죄책감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을 느꼈< >

나는 용산을 모릅니다 만화책 내가 살던 용산 을 읽고- < >

형쥬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내가 살던 용산 의 표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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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몇 페이지 넘기다가 책상 위에 얹어 놓고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고 산책하거나 방황하거나 하다가 결국 . , 다시 집에 돌아와 안간힘을 써가며 몇 장면 더 보다가 그러다가 또 다시 책을 뒤집어 엎어놓고 바깥으로 , 나가 버리기 일쑤였다 이러기를 며칠 동안 반복했다 페이지 조금 넘는 만화책을 주에 걸쳐서 봤다. . 200 2 .

만화라면 다 좋아하는 나지만 내가 살던 용산 은 쉽게 읽히지 않는 만화책이었다 만화치고는 페이지가 잘 < > . 안 넘어간다는 점에서는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실화를 재구성한 쥐 라는 만화가 , < >생각나기도 했다 어릴 때 읽었던 그 만화책에서는 주인공들이 마법이나 도술을 쓰면서 날아다니지도 않았고 . 영웅이나 슈퍼히어로도 아니었기 때문에 참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쥐 와 나 사이에 생겼던 서먹서. < >먹함은 꼭 지루함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내게 쥐 는 분명히 껄끄럽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 < >책이었다 동일시하기에는 주인공이 너무나 불쌍했고 동정하기에는 주인공의 삶이 너무나 평범했기 때문이. , 다.

작년인가 재작년 쯤부터그러니까 시장이 대통령으로 될 때쯤부터나는 윤리적 죄책감은 긍정적인 삶의 에, , 너지를 오히려 감퇴시킬 뿐이라는 엉뚱한 결론을 내렸다 이제 다시는 죄책감과 비스무레한 거무티티하고 어. 두컴컴하며 퀘퀘한 감정에는 갇히지 않기로 작정했었다 그렇게 살겠다고 작심한 내게 내가 살던 용산 은 . < >무엇을 보여준 것일까?

얘기가 점점 또 다시 퀘퀘하고 눅눅해지는 것 같으니 잠시 딴 얘기로 넘어가자 소설가 박민규의 딜도가 , .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에서 주인공은 한 때는 계약왕으로까지 불리며 잘 나가는 회사원이었지만 어느 순> , 간 판매실적을 년 동안 단 한 건도 올리지 못해 계약직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된다 갑자기 생계가 어려워1 . 지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평범함을 깨달은 주인공과 그의 아들 병태가 오랜만에 대화한다.

미안하다 면목이 없구나. . 아빠도 열심히 사셨잖아요. 알아주니 고맙구나 그런데 병태야 , 네? 우리 혹시 서민도 아니고 빈민 그런 거 아닐까? … 아무렴 어때서요. 몰라서 하는 소리 용산이 그리 먼 산이 아니란다, .

용산이 진짜 산은 아니고 그렇다고 용이 사는 산은 더더욱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들 사는 곳이라는 건 , , 서울이 아니라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용산에서 벌어진 그 끔찍한 사건이 . 평범한 사람들한테 일어났다는 사실은 서울 안에 사는 친척어른조차 잘 모른다 다들 전철연은 직업적 데모. 꾼들이라며 비난하거나 죽기 살기로 싸우는 거 보면 확실히 빨갱이가 틀림없다거나뭐 그런 식이었다 그, . . 런 식으로 용산을 아주 머나먼 산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나의 죄책감은 바로 그 공식적이라고 . 해도 될 만큼의 뚜렷한 사회적 욕망 언저리에서부터 발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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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모를려고 애썼다면 그런 . 노력 뒤에는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지 않았을까 깨끗하게 ? 맑게 자신 있게 살려고 애써 보던 나는 원년부터는 ~! MB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 부당하게 고통 받는 사람들 사회에, , 서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서 더 이상 대책 없는 동'정심 따위는 갖지 않겠다고 다짐하기 시작했다' .

대책 있는 동정심이라면 모를까 그냥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 관련 당국과 지배층을 증오하고 그러다가 사회에 대한 추상적, 인 적개심만 가득 품고서 끼리끼리 모여 술 한 잔 기울이다가 맛있는 안주 몇 푼어치에 즐거워하는 그런 시시콜콜 라이프에 지쳤던 것이다 그래서 용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나는 관심. 을 갖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왜냐하면 대책 없이 암울한 사건. 으로만 보였기 때문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의 작가 조세희 씨가 다시 용산 현< >장에 방문했다는 뉴스를 보고 나는 참사소식을 접했을 때보다, 도 더 우울해져 버렸다 그는 실천문학계의 원로이며 그의 소설은 년 전 발간된 소설이다 년이면 강. , 30 . 10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세 번 바뀌고 나서 그가 다시 찾은 재개발 현장에서는 여전히 끔찍한 일들만 똑같, 이 반복되고 있었다 바뀐 것이 하나 있다면 경찰특공대가 추가됐다는 것 정도일까. ?나는 용산에서 가급적이면 멀어지고 싶었다 집회에도 무슨무슨 콘서트에도 심지어 장례식 때도 나는 가지 . , , 않았다 왜 이 사건에는 대책도 없고 전망도 없고 방법도 없고 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그냥 다 사족일 . ? , , , 뿐이다 그저 나는 용산에 대해서 알려고 애쓰지 않았고 알리기 위해서 힘쓰고 싶지 않았다 나는 용산에 . , . 대해 잘 알지도 못 한다.

내가 살던 용산 은 그래서 보기가 무척 힘들었다 간신히 꾸역꾸역 읽어 가면서도 나는 절대 눈물만을 흘< > . 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건 악어의 눈물일테니까위선이고 거짓이며 결국은 오롯이 나 자신의 내면적 갈등 . . , , 때문에 터지는 눈물일테니까 그러니까 차라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만화를 보면서 절대 눈물을 흘리. 지 않는 거라고 다짐했다 평범하고 소박해서 더 슬픈 장면들이 심장을 쿡쿡 건드렸지만 그래도 꾹꾹 참으며 . 조금씩 읽어 나갔다 그렇게 거의 다 읽었을 무렵 에피소드 여섯 개가 다 끝나고 마지막 남은 단 두 페이지. , 에서 특히 제일 마지막 장면인 이렇게 오순도순 행복하게라는 장면에서 와르르 눈물이 터져버렸다, " " ,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잘못한 것은 없지만눈물만 계속 흘렀다 한참 울고 나서야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서평을 쓸 수 있게 됐, . , 다 물론 여전히 아무런 대책은 없다 나는 아직도 용산을 모르니까. . .

상현이의 편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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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는다 영화의 몇몇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난다 며칠이 지나 휘발되기 시작하는 감상을 어떻게 . . 정리해야할지 막막한 고민이 계속된다 어떤 감상을 정리해 언어화시키는 기억의 방식이 새삼 버겁게 느껴진. 다 이 영화가 기억에 대한 영화이고 내가 가져온 기억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예전부터 보고 싶던 영화를 보고 난 지금 내겐 특별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영화는 이미 내가 , .  하고 싶은 얘기를 상당부분 보여주었고 그에 대해 무수한 다른 평들과 비슷할 사족을 붙이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래도 난 기억에 기대어사는 인간의 굴레를 따라 이 영화에 대해 정리하고 어떻게든 그에 대한 기억을 . 남기려하겠지.

영화를 거칠게 정리해보자면 감독인 아리 폴만이 스스 로가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던 것에 대해 기억하지 못함을 깨닫고 함께 참전했던 옛 동료군인들과 심리학자 참전 , 종군기자 등을 만나면서 전쟁의 기억을 재구성해가는 내용이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했지만 이게 감독의 실제 . 이야기인지 아닌지도 불분명하고 유려하고 독특한 질감, 의 형식미는 환상과 실재 사이의 애매한 분위기의 효과를 더한다 어쩌면 그게 기억의 속성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 든다.

우리는 늘상 무언가를 기억하며 살아간다 어떤 약속이.  나 계획부터 커다란 사건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에 대한 , 나름의 기억들이 삶을 채워나간다 우리는 어떤 것과 관. 련된 기억에 기반해 그것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고 행동한다아무런 기억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마주했을 때는 . 그것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가지려고한다 현재의 나는 .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 을 보고< >가리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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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없 는 세 상 소 식 지 호2 7 35

과거의 내가 가진 기억을 통해 만들어지고 연속적인 기억들이 가진 일관성에 대한 믿음을 통해 나의 정체성, 이 유지된다 어쩌면 인간의 모든 지각된 세계는 기억을 통해서만 의미를 갖고 존재할 수 있는게 아닐까. .

그렇기에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나의 타인과 세계에 대한 혹은 타. ,  인과 세계의 나에 대한 기억과 그 방식은 관계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의 존재 방식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기. 억 어디가 비어있고 과장되거나 왜곡되어있는지를 곱씹어보는 것은 삶과 집단 속에 존재하는 개인이 적극적으로 살아내는 어쩌면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

이 영화에서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은 중년이 되는 동안 외면해온 전쟁의 기억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마 주한다 그것은 환상이 개입되기도 하고 정당화의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참회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 . 얼마나 진실에 근접해있는가를 고민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기억들은 그 개인들의 맥락에선 , 충분히 무게감과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것들의 , 조합을 통해 사회가 가지는 사건의 시선이 만들어지기에 그 기억을 서술한다는 시도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기억들에 대해 우열을 가릴 수 . 없고 그보단 그 기억들을 살펴보며 무엇을 바라보는지가 문제이지 않을까.

주인공인 아리 폴만이 전쟁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는 것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왜 .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할까생각없고 광신적인 결정. 이 원인이 되고 전쟁과 학살이라는 결과를 불러오는 거대한 폭력 구조 앞에서 개인은 무력하다 그는 자. 신이 폭력을 가하는 자들의 일원이 되어 학살을 도왔다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 더라도 부조리와 파괴의 세계를 바꿀 수 없는 개인, 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선택은 기억의 변형, 혹은 망각이었을 것이다.

기억이 파괴되었다는 것 그것은 특정시기의 개인,  의 시간과 개인이 가진 세계와의 교류망이 무너졌다는 걸 말한다 왜 그들의 기억은 파괴되어야만 했을. 까 왜 그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부정하고 왜곡해야.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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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을까 무엇이 그들을 기억할 수 없는 세계로 내몰았고 무엇이 그들이 기억을 파괴한채 살아가게 만들었을. 까.

전쟁기계든 반전영웅이든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누군가가 무엇이 되기를 강제하는  동안 그들의 기억의 세계는 파괴된다 그 앞에서 무기력한 개인에게 그 기억을 마주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 일이다 그것은 원치않는 상황에 던져져 인간성이 파괴되는 것을 다시 체험하는 일일 뿐 아니라 아니라고 생. 각하는 것에 너무 쉽게 순응해버리는 자기 자신을 감내해야하는 일이니까.

그렇기에 난 자신의 기억을 마주하려 노력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에 대해 피해자.  의 입장이 담겨있지 않다거나 적극적인 반성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보, 단 자신의 기억을 찾고 자신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했고 그게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었다는 것만으, 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늘 기억을 왜곡시키고 그대로 믿어버리는 하. , 루하루를 지내는 터라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까지 그리 길지 않은 글을 쓰는데도 꽤나 힘들었다 곰곰 생각해보니 나 스스로가 내 기억을 돌.  아보고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서인 것 같다 영화가 워낙 괜찮아서 뻔한 말을 덧붙이. 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스스로가 고민이 더 많아졌고 아직 풀어내기가 쉽지 않아진 것 같다 그저 영화를 , . 한번 보시고 자신의 아픈 기억도 담담히 마주해보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자신의 비겁함과 나약함을 인정. 할 수 있어야 세계의 부조리를 직시할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아야 타인의 고통에도 아, 파할 수 있을 것이고 참혹한 사건에서 자신을 배제하지 않는 것에서 그런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는 , 노력이 시작될 것이고 그런 기억들의 모습이 역사의 모습을 만들어갈테니까, .

매혹적인 영상들이 이어진 뒤에 어떤 충격을 제시한 영화의 마지막처럼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우리와 우,  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여전히 불편한 모습으로 지속되고 있고 우리의 기억 또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세계, 를 채워가고 있다잠깐 동안의 자극의 시간이 끝나고 기억하기를 통해 세계의 모습을 바꿀 수 있고 기억들 . , 사이 어딘가 또아리틀고 있을 진실을 찾아갈 수 있는 나 자신은 비루한 현실 어디쯤에 우두커니 서있다 당. 신은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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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비정규직 은행상담원- 조은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프롤로그

고객님과 함께하는 은행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XX . ? ”☆☆ ↘ ↗년 반 동안 이틀에 한 번 꼴로 하루에 번씩 되뇌었다 한창 전쟁없는세상 활동과 학교공부를 병행할 2 80-90 . 때 생계용으로 은행 콜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은행대표전화로 걸려오는 전화에 은행 업무 전반을 상. 담해주는 일이었다 담당시간이 밤 시부터 오전 시 반까지의 심야라 상담은 주로 취객의 카드분실신고 . 10 7위주로 이루어진다.

업무에 투입된 초기에 방대한 은행 업무에 위축돼 있었고 고객의 돌발 질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지식샘지식, (인과 비슷한 시스템의 은행업무 색인 프로그램을 뒤지곤 했다 하지만 상담 또한 고객의 패턴에 익숙해지면 ) . 반복노동이다 업무 년 차쯤 되면 자면서 상담전화를 받는다 졸다가 깨면 몇 통화씩 상담을 완료한 기록. 2 . ( , 이 보인다녹취를 들어보면 심지어 상담내용도 깔끔하다 반복노동으로 입에 밴 말버릇은 일상에서도 곧잘 . !) 드러난다 일 끝나고 비몽사몽간에 오전수업 듣던 중이었다 졸고 있던 나에게 던진 교수님의 질문에 네. . ' ? 죄송하지만 방금 하신 질문을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고객님 이라는 실언에 사람들이 빵 터졌. ?' - 던 경험은 이젠 추억이다.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 ::소극적 평화를 무력충돌의 부재라 정의하고 이를 넘어 적극적 평화를 직간접적 폭력과 그 구조의 부재를 ·포괄하는 상태를 일컫는다면평화는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항하는 운동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노동은 , . 평화의 의제에 포함된다 이번호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연재 내가 겪은 비정규직 에서는 활동가들이 겪. < >는 다양하고 희귀한 알바의 경험담을 자유롭게 소개하는 코너다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문제의 주요한 부분. 을 차지하는 만큼 비정규직 경험의 공유가 노동의 문제 나아가 평화의 문제를 고민하는 데 유효한 거름이 ,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조은의 상담원 이야기로 그 첫 번째 문을 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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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취객1.

이성이 잦아드는 심야에 일하다 보니 에피소드가 많다 자동화기기 셔터가 내려가서 고립된 고객들을 구출하. 고 취객의 언어를 해독한다 몇몇 취객의 언어에서 고객은 곧 사장이다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고객님, . . 이라고 호명하면 화를 내기도 한다 상담이 아니라 대화 할 상대가 필요해 전화하시는 사장님들도 있다 그. . 들은 본인들의 가족사 개똥철학 등을 읊다가 술이 깨시면 슬며시 전화를 끊곤 한다 사장의 카드결제 내역, . 을 확인하려는 사장 배우자님과의 보안싸움도 깨알 같은 재미다배우자분들이 전화했을 때 사장들의 카드사. 용내역은 대개 단란주점이나 모텔이다 본인만이 결제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고 양해를 구하면전화를 끊었. , 다가 몇 분 후에 다시 전화를 건다 배우자 분께서는 당당한 목소리로 사장 본인이라고 한다 다시 전화하면 . .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심야 근무자는 나를 포함해 총 명이었다. 2 .

에피소드 감정노동2.

은행 상담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역시 감정노동이다 은행지침 상 고객이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기 전에 먼저 . 끊을 수 없다 질문을 하든 칭찬을 하든 욕을 하든 듣고 있어야 한다 고객들은 주로 무언가 상담을 하기 . , , . 위해 은행으로 전화를 걸지만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전화를 거시는 분들도 많다 은행업무와 관련해 고객이 , . 느낀 불만과 분노는 전부 상담원의 몫이다 텔레뱅킹이나 인터넷뱅킹 같은 전자금융에 에러가 생겼을 때나. , 생판 모르는 지점직원이 실수를 해도 고객 본인이 실수를 해서 은행을 다시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 (!) 생길 때도 상담원은 언제나 욕을 먹는다 욕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상담원은 즐겁게 혹은 그저 죄. . 송한 마음으로 욕을 들어야 한다.

감정노동은 배우가 연기를 하듯 원래의 감정을 숨긴 채 직업상 다른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하는 것을 말한다. 상담원에게 감정노동은 목소리 연기다 대부분의 상담원은 잘못을 비는 연기하나만큼은 일류 배우 못지않게 . 능숙하다 상담을 하다보면 비는 것 말고는 답이 안 나오. 는 상황이 있다 예를 들어 비밀번호를 회 잘못 눌러 카. , 3드가 정지된 고객이 출금이 급하게 필요하다며 정지를 풀어달라고 전화를 한다 전화로는 신분확인이 어렵다는 보. 안상의 이유로 상담원은 정지를 풀어줄 권한이 없고결국 , 입이 발이 되도록 빈다죄송한 감정이 상대방에게 전해져. 야 설득되므로 성우에 가까운 감정연기가 필요하다 죄. “송합니다 고객님 말씀하신 부분은 정말 잘 이해하겠고 , . 해결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보안상 전화상으로 풀어드릴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다.

전화상담은 감정노동이 심한 편이다 극심한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화 상담원 사진출처 연합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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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영업일에 영업점으로 직접 방문해주셔야만 카드정지를 풀 수가 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글을 . . ” 쓰다 보니 대상이 없는 죄송한 감정이 솟는다 습관은 무섭다. .

빌어서 잘 해결된다면 고객센터 상담원의 감정노동 문제가 반쯤은 경감할 것이다열심히 빌어도 분노에 가. 득 찬 고객의 경우 상담원을 대상으로 글로 옮기기 어려운 심한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 폭행만 없, . 을 뿐이지 폭력 맞다 심리적 폭행이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 극심한 욕을 듣고도 평온한 심. . , 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불타다 심야상담에 투입 전 반년 정도 저녁 시부터 시까지 저녁시간 . 6 12근무를 했었는데 그 반년 동안 통화를 끝내고 우는 상담원들을 많이 봤다 내가 일한 고객센터 상담원들은 , .

가 여성이었고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을 받고 책상에 엎드려 우는 직원들이 종종 있었다99% , .

에피소드 군사주의 3. + α

감정노동의 문제와 함께 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제 군사주의에 대한 문제도 있다 상담원들은 대부분 , . 여성이지만 상담원을 관리하는 과장차장들은 거의 다 남성이다 여성억압의 주요 기제인 성별분업의 일, ·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성들이 대부분인데도 불구하고 를 위한 사회답게 센터의 주도권은 남성들이 .- 1%쥐고 있다 군필 남성들의 지도아래 고객센터 직원들은 일 년에 한 번 정도 극기훈련을 간다 수 백 명이 전. . 화를 받는 공간인 사무실 가장 중앙에는 큼지막하게 생즉사사즉생 이라는 구호가 적힌 플랭카드가 매달려 < >있다 고객센터장이 퇴근할 때면 과장차장이 모두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일렬로 죽 늘어서서 보스를 배. ·웅한다.

이 외에도 상당원일을 하면서 겪었던 문제들이 많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몇 가지 불공평한 문제들로 . 차장들과 몇 번 싸워봤는데 결실을 거두기엔 한계가 컸던 경험이 있다 관료제 아래에서 차장 몇 명을 설득. 한다 해도 조직의 구조를 조금이라도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에 대한 감시체계가 . 강화하기도 했다 관리직원들은 상담원들의 통화총시간콜 수를 기록해서 효율성을 따지기도 하고 그 결과 . · , 화장실 가는 대기시간까지 기록으로 남는 진풍경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성희롱 외에 고객들의 마초성을 여실. 히 느낄 수 있는 사례도 많았다남성고객 중에서 여자직원에게 화내다가 내가 대신 전화를 받자 금세 화를 . 푸는 사람들이 많았다남성이 받았기에 상사가 받은 걸로 착각한 거다 학생 비정규직이었던 난 고객센터에. . 서 가장 직급이 낮았다.

에필로그열심히 상담원일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 같은데 물론 즐거웠던 기억도 많다 간단한 상담에도 크게 고마워 , .

하는 고객의 목소리에 일의 의미를 느끼기도 했다 고객센터가 빌딩 층에 위치해 있어서 상담하다가 새해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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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이 밝아오는 걸 봤던 추억도 있고 마음이 통하 , 는 부장이 가끔 층 경비직원 몰래 술과 안주를 사줘1서 음주 상담을 했던 기억도 특별하다 손짓발짓을 . 쓸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안겨줬던 외국인의 상담전화 운 , 좋으면 한 번씩 받게 되는 연예인의 전화 목소리 마, 음에 든다며 날 성희롱했던 아주머니들앗 즐거웠던 ( , 기억은 아니군요ㅠㅠ까지 모두 비정규직 상담원이. )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귀한 경험들이다.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은 다른 음식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존중할 수 있는 밑거름 중 하나였다 겪어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원 경험 또한 마찬가지다 요즘도 은행일이나 인터넷 . . . 주문에서 애로사항이 생길 때 종종 불만에 가득 찬 감정으로 상담전화를 걸곤 한다 그래도 그때마다 상담원. 분들에게는 불만을 누르고 최대한 정중하게 애로사항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들 개인이 잘못한 게 아닌데 . 감정을 그들에게 방향 지어봤자 부질없기도 하거니와 그들도 나도 상처받는다 겪어봤기 때문에 더 잘 이해. 할 수 있고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글이 상담원분들의 수많은 고초 중 극히 일부만 언급 , . 있는데다 고객으로부터 받는 전화가 아니라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건이나 서비스 판매를 하는 아웃, 바운딩 상담원들의 얘기를 담을 수 없다는 점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 글이 읽는 분들로 하여금 상담원의 . 고로를 이해할 수 있는 데 약간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역시 년 반 동안 이틀에 한 번 꼴로 하루에 번씩 되뇌었던 말이다, 2 80-90 .다른 궁금하신 사항은 없으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 . .↗ ↘ 전쟁없는세상 이었습니다 . ”☆☆ ↗

보건복지콜센터는 청각언어장애인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영상전화를 이용한 수화상담도 시행한다고 한다 사진출처 마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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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인도에 갔을 때는 음식 때문에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당시 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 참가. 2004하고나서 인도여행을 하는 일정을 짰었는데 마음도 몸도 너무 힘들어서 결국 계획했던 한 달을 다 채우지 , 못하고 조금 일찍 귀국하고 말았다 그래도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안좋은 기억이 너무 많아서 내 살아생전에 . 다시 인도 땅을 밟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정도였다 그러던 와중에 국제회의가 인도에서 열린 것. WRI 은 정말 예상 밖의 일 많이 심란했지만결국 참가를 결정한 이후에는 년 전의 트라우마를 벗고 오리라 다! , 6짐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간 사무실을 비워야했고 통역도 없었기 때문에 미리 처리하고 준비해야하. 2는 일들이 많아서 출발 직전까지 시간에 쫓기다보니 인도에서 잘 살아남기 위한 준비는 미처 할 겨를이 없었다 어렵게 내린 결정인만큼 많이 얻어야하고 무언가 남겨야한다는 의무감으로 노트북과 영어자료는 잔뜩 . 챙겼지만 김이나 참치 소주 같은 비상식량은 챙길 생각도 못했다는 걸 인도가는 비행기 안에서 깨달은 나는 , 또다시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무언가 불안한 예감이 맞아떨어진 것인지 지독한 안개 때문에 비행기는 시간이나 연착되었고출발 전에 기내식까지 4 , 먹게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승무원은 기내. 식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한참 전에 내게 와서 이름을 확인하고 의자 위에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미리 항공사 예약센. 터에 전화를 걸어 베지테리언 밀을 신청해둔 덕분에 소고기

대한항공의 채식 기내식과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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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닭고기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가장 먼저 기내식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신청하면서 알게 . 되었는데 유제품과 계란 뿌리채소의 포함여부 뿐만 아니라 종교에 따라이슬람 힌두교 유대교 여러 , ( , , ) 종류의 채식 식단과 건강식 유아식도 있어서 미리 예약만 하면 원하는 특별기내식을 이용할 수 있었, 다 나는 고기와 생선은 빼고 유제품과 계란은 포함된 채식 기내식 을 주문. (Western Vegetarian Meal)했다 내가 주문한 것이지만 배려받는 기분이 들어 괜히 기분도 좋고 채식기내식은 처음이라 기대감에 . , 가득차서 접시를 받았다 개인적인 평가를 해본다면 점 만점에 점 구운야채와 토마토 치즈에 바질 . 10 8 . , 페스토까지 곁들인 샐러드는 최고였지만 볶은 야채의 기름을 머금은 정체불명의 빵은 기대에 미치지 , 못했다 그래도 일반 기내식보다는 훨씬 나으니 채식주의자가 아닌 분들도 꼭 드셔보길 추천하는 바이. 다 참고로 인도항공은 기본적으로 채식기내식이 준비되어 있어서 며칠전 미리 전화해 신청할 필요가 . 없다. 인도는 여전히 내게 텃세를 부리며 오랜만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계속되는 . 기상악화로 인해 비행기는 우리를 뭄바이가 아닌 델리에 내려주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고생을 하며 회, 의장까지 찾아가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진해야했다 그. 래도 나이가 든만큼 내 입맛도 너그러워진건지 예전처럼 향신료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다 향신료에 대한 . 두려움이 사라지자 인도는 정말 채식주의자들의 천국이었다 모든 음식은 기본적으로 채식이고 고기가 들. , 어간 음식은 메뉴판 한쪽에 별도로 주어져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것저것 먹을 것도 많고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고기를 안먹는. ! 다고 하면 도대체 무얼 먹는거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살다가 채식의 나라에 오니 주류의 삶을 산다는 건 이런 기분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전히 인도에서도 고민과 망설임은 계속되었지만. , 한국에서 하던 이 메뉴에 고기가 들어갈까 빼달라고 하면 빼줄 수 있을까 식의 고민이 아니라 평소에 볼 ' , ' 수 없었던 낯선 이름을 가진 이 수많은 채식 메뉴 중에서 무얼 먹어야 하는지 어떤 맛과 향이 날지 등 차, 원이 다른 고민이었다.

탈리 우리식으로 하면 한정식 의 본고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구자랏에서 그것도 구자랏의 행정중심도시인 ( ) , 아메다바드 가장 좋고 비싼 식당에서 먹었던 탈리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고기가 들어있는지 의심해보지 않아. 도 되는 수십가지의 커리는 몇 종류 먹어보지도 못한게 아쉽기까지 하다 야채가 가득한 두부스테이크는 일. 품요리로도 손색이 없었고 푸쉬카르 시장 노점에서 팔던 즉석 베지버거와 베지난은 푸짐한 양에 맛도 훌륭, 해서 여러번 사먹다가 한국에 와서 창업하자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병아리콩 을 으깨 향신료를 . (Chickpea)

인도 맥도날드에도 채식메뉴가 대부분이다 빅맥이 없. 는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주력상품은 맥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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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어 동그랗게 튀긴 콩 동그랑땡 팔라펠과 빵에 발라먹는 으깬 콩 후무스는 중동지역의 음식임에도 인도 북

부에서도 먹을 수 있었다 두부같은 인도식 치즈 빠니르를 야채와 함께 구운 빠니르 구이를 맥주와 먹으면 . 하루종일 먼지 때문에 답답해진 속이 뻥 뚤리는 기분이었다.

여러 가지로 고생을 많이 한 인도여행이었지만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음식이었다예전에는 날 가장 고생시켰. 던 음식이 이번여행의 즐거움으로 바뀐 것은 내가 변해서 그런걸까 어쩌면 내가 채식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다시 메뉴판을 이리저리 살피며 고기를 빼달라고 주문해야하는 한국의 일상이지. 만 채식주의자들의 천국 인도를 다녀온 기분으로 기꺼이 즐겁게 채식을 하겠다 쭉. -

여옥의 채식 속으로 고고 는 이번호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 .

최고급 탈리 식당에서 만찬을 즐겼다 계속 해서 여. 러 종류의 커리와 음식들을 가져다주었다.

푸쉬카르의 한 노점에서 먹은 베지 난 양배추 감자. , , 토마토 양파 등의 야채와 팔라펠이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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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想 像․ ․ 난영 | 개척자들 + [email protected]

내 안의 군대< >

세상의 군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내 안의 군대를 먼저 없애야 하겠지 그러려면 생명을 내놓아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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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모인 자리였다 각자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여성으로서 느꼈던 불편한 점 차별. , 의 시선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모 단체 활동가에 따르면 서른이 훌쩍 넘어서도 결혼하지 . , 못한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고'조직 내 위치가 불안정하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남성의 지위와 .

여성의 지위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은 비단 사회단체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뭐 그렇다 치자 싶었다, . 다만 결혼 '못한'여자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았다 삼십대 중반 고양이와 동거하며 살아가 . , 고 있는 내게 결혼을 하지 않은 것과 못 한 것이라는 시선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느껴졌다, .

그러고 보니 채식을 시작하면서도 그랬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며 . '특별한' 시선을 보내는 누군가에게 내 ,

옆의 친구가 나를 옹호하며 꺼낸 이야기는 이랬다 수하는 고기를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안 먹는 것이라. 고 채식의 . '정당성'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입증을 통해 획득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이러한 종류의 옹호론은 식탁에서 꽤 설득력을 발휘하고는 했다 가끔은 존경의 시선도 주어졌다 그러. .

나 의식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다보면 고기를 먹을 수 없는 몸이 된다 안하는 것과 못 . 하는 것의 경계에서 의식적 노력과 의지의 문제가 몸에 배인 습속의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다 자연스러, . 워지는 것이다.

채식경험을 떠올리고 나서야 내가 결혼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임, 을 알았다 마음 속 한 편에서 능력이 없어 .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 항변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

그러나 사실 나는 현재의 결혼제도에 적응하거나 혹은 이와 협상하면서 행복한 삶을 유지할 능력을 갖지 못했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결혼시장에서 상품가치는 떨어져 확인해본바 없지만 이미 예. , ,

전에 퇴출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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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력자들이 만들어내는 ‘ ’가능성을 상상하며

수하 | 전쟁없는세상 회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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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는 나를 포함하여 결혼하지 , , '못한'여자들이 많이 있다 어떤 이들에게 결혼은 자연스러운 삶의 .

과정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거나 혹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이자 문제적인

것이기도 하다더군다나 아직까지 한국은 이성애자의 결혼만이 허용되는 나라다 굳이 . . '가부장제'와 '이성애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틀 지워진 삶의 방식대로 살 수 없는 결혼을 할 수 없는 많은 이들이 ,

존재하고 이렇게 결혼하지 못한 이들 특히 나이 든 여자들의 존재는 어떤 종류의 불편함을 만들어낸다, .

채식하는 자 비혼자가 만들어내는 불편함을 처리하는 가장 쉬운 방식은 그녀들의 삶의 방식을 특이한 것, /

으로 취급해버리는 것이다 고기를 먹을 수 없고 결혼할 수 없는 그녀들의 능력 없음이 문제인 것이지 . , /'육식주의'와 결혼제도는 오늘도 내일도 안녕이다 채식과 비혼을 바라보는 태도는 병역거부에서도 이어. 진다 병역거부자들이 만들어내는 불편함은 병역제도와 군대를 돌아보는데 사용되지 못하고 군대에 갈 . , ,

수 없는 개인의 능력없음을 문제삼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에서 병역은 여전히 .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거부'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해진 궤도에서 외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은종종 혹은 누구에게는 계속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인내해야 , 함을 의미한다 그러함에도 나는 어떤 종류의 능력이 결핍된 자들이 늘어나는 사회를 꿈꾼다. . '무능력자'라는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거나 잘 견뎌주기를 무엇보다 그로부터 자연스러워지기를 바란다 다른 방식.

의 삶을 응원하고 그녀들이 만들어내는 불편함과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 사회 무능력자와 겁쟁이들이 , / , 공존하는 사회에서 평화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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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에세이'란에 글을 하나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많이 망설였다 아주 훌륭한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된. 다는 압박감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 '평화'에세이를 쓸 만한 사람인지 의문이 생겨서이기도 하다 . '평화 활동가'라는 정체성에서 사실상 멀어진 지도 벌써 년 반 게다가 최근에는 오랜 고민 끝에 군대에 가3 . 기로 결정했다 나는 .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 이 소식지를 통해 회원들? 과 어떤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을까 어떤 글이 될지 용기를 내 첫머리를 쓰는 지금도 불안하기만 하? , 다.

그러니까 평화 활동가로서 마지막으로 겪은 큰 일은 년 월2006 5 , '여명의 황새울' 작전으로 평택 대추리

도두리가 진압된 사건이었다 이후 무언가 특기를 가지고 돈을 벌면서 하고 싶은 활동도 하고 살자는 . , 생각에 진로를 통역대학원으로 정하고 오랫동안 놓고 있던 영어공부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무, . 척 괴로웠다 평소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여기서 올바른 입장은 무엇일지. , ,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습관을 최대한 억누른 채 나의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만 쏟아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고통이었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년 반 정도 계속된 활동이 나를 정말 많이 . 4바꾸어놓았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 다시 년 반이 지났고 그러는 동안 공부 알바 수영. 3 , - -데이트 등으로 구성된 일상에도 관성이 붙었다- .

생각해보면 나는 그 와중에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한 듯 하다 졸업논문.

은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의 영향을 받았다며 아일랜드 독립운동사를 주제로 썼다 어< > . 학연수를 갔을 때는 현지의 각종 좌파그룹이 개최하는 토론회나 집회에 참석하고 녹색당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기도 했다 통역대학원 수험생 생활을 하던 재작년에는 집회 주최측의 귀가 요구에도 끝까지 . 거리에 남아 밤을 새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받아 열심히 촛불을 들었고 동네에서 인 시위도 했다, 1 . '나는 저항한다!'고 외친 이길준씨의 양심선언문을 수험생 친구와 함께 번역하고 페이스북에 홍보용 그룹을 만들기도 했다 관리 안 한지 좀 되었지만 그리고 입시가 끝난 뒤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보신당( ;). 이나 여러 진보적 시민단체가 필요로 할 때 통번역 일을 했다 인간광우병 이주여성 인권 병역거부. , , , 기후변화 직접민주주의 여성평화운동 용산참사 주거권 기륭전자 공정무역 이렇게 적어놓고 보, , , , , , ……

오랜만에 전하는 소식

Ropewalker | 전쟁없는세상 회원 + [email protected]

P.e.a.c.e.E.s.s.a.yP.e.a.c.e.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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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많다 내일은 미디액트 사태에 관한 기자회견에 국제연대 활동가들이 온다고 해서 가기로 했다. . 힘든 것은 이런 일들이 다 내 가슴속에 오래 지속되는 기쁨을 채워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사람을 직접 .

만나 일하는 통역과는 달리 컴퓨터와 대면한 채 작업을 하는 번역의 경우엔 '언제 내가 이런걸 했나?' 싶을 정도로 빨리 잊혀지고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는 기쁨보다 어서 굳어진 몸을 풀고 쉬고 싶다는 생, 각이 더 크다 통역을 하면 보람 있긴 하지만 활동가들의 말을 통역하기보다 내가 직접 필드에서 . , '주인공'이 되어 다시 예전처럼 활동가가 되어 뛰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하다 돈을 좀 벌었다 싶어 동물, . 단체 언소주 청소년자유언론 , , '오승희' 같은 곳에 나름대로의 '십일조'를 할 때는 뿌듯하지만혹시 이러, 다 내가 평생 진보를 돈으로만 후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그 돈을 벌기 위해 . 했던진보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 '살아있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Buy Korea'라는 이름의 수출상담회 탄소배출권 수익을 내기 위한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사업 중국에서 , , 진행되는 도시개발 프로젝트 증권사 사무실 실내디자인 가이드라인 에버랜드의 놀이기구 점검 매뉴얼 , , 등 역시 적자면 한이 없다 심지어는 . …… ' 대강 유역 자전거도로 조성 계획4 '이 포함된 프레젠테이션을 통역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우웩 어떤 일이든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역시 돈이 가장 ( ). 큰 목적인 일을 하면 '죽어있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전업 활동가의 길을 선택했다 해도 어차피 학원강. 의나 과외를 뛰는 순간에는 그런 느낌이었을 테니 그보다는 낫다고 생각해보지만 중요한 건 어쨌든 내 , 자신이 소진되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때로는 내가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 순간과 '죽어있는 느낌'을 받는 순간을 너무 기계적으로 나누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만하면 나름대로 살 만한 인생 같기도 하. 다 햇빛이 드는반지하가 아닌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욕심 이러다 별 볼일 없이 술자리에서 보수정치 . ( ) , 비판만 하는 반골 생활인 으로 늙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등이 안개처럼 시야를 가리고 있지만 어(?) , 쩌랴 결국 세상살이는 …… '줄타기'고 이쪽 저쪽으로 기울면서도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때그때 아둥바, 둥해야 하는 게 인생인 것을 너무 뻔한 이야기로 빠져버리는 것 같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이 언제나 . , 머리 속에 있다 양심에 따라 사교육을 거부하고 양심에 따라 병역도 거부할 예정이며 집회와 토론회 . , , 등을 위해 항상 전국을 돌아다니느라 학점 챙기기가 어려워 졸업장을 포기할 생각도 하는좋아하는 라, 면으로 상당수의 끼니를 해결하는 한 활동가 친구를 옆에서 볼 때마다 대단하다 싶고 나보다 강한 사, 람이구나 싶지만결국 , '지속가능성'을 따져볼 때 계속 그렇게 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결론에 이르곤 한다 지속가능한 진보적 삶이란 뭐고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앞으로도 오랫동안 자신 있게 답하기 어. , ? 려울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병역거부가 아니라 군입대라는 선택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현실적으로는 감옥과 군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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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 선택 부자유한 생활이라는 점과 내부에서 다양한 폭력을 경험하게 된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이 . 있을 텐데 결국 차이는 국가의 전쟁준비 활동에 기여하느냐 마느냐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 , 과녁에 총을 쏘고 아무리 가능성이 낮다 해도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연습을 한다는 것이 , ( ) '거부하지 아니하고서는 자신의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한 마음의 소리'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대체복무제도가 왜 필요한지 나아가 징병제가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 설명하며 서명을 받고 다녔, 던 년 8전과는 다르다 물론 군인이 되는 건 아주 하기 싫은 일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 .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불과 년이나마 돈을 벌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하기 싫은 . 2, 3일도 하고 때로는 동의하지 않는 주장에 맞장구를 쳐주면서도 그럭저럭 버텨왔기 때문인지 군대생활, , 도 나를 죽음으로 이끌 정도의 자괴감은 느끼지 않으면서 어찌어찌 견뎌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굳이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별로 할 말이 없다 결국 병역거부자라는 . '낙인'을 안고 살아가는 걸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래서 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밖에 누군가의 병역거부 소견, . 서에서 본 표현을 조금 빌리자면 소수자들과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때에 따라 가까이 가고 때로, , 는 멀어지며 적당한 사회적 지위와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싶다는 거니까 말이다 이원표씨가 편지에서 . 이야기했던 '병역거부자 정치인'이라는 무모해 보이는 꿈에 도전하기보다는 '군대는 갔다 왔지만 병역거부자를 지지하고 징병제도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정치인'이라는 보다 안전한 위치잡기를 택하겠다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런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건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 . 만 이것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고 여기에 덧붙일 만한 말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저 이 잡다, . 한 고민들을 대부분 정리하고 의연하게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는 병역거부자들과 많은 어, , , 려움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이 운동에 열심인 활동가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일단은 년간 군인일 것이고 나중에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전쟁없는 세상2 , ,

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종종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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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1.

나이가 든다고 성숙한 인간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무턱대고 손에 흙부터 묻히는 일은 줄어들 ,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고 일의 방향을 예측하고 필요한 노력을 . , 판단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십대는 참으로 에너지 낭비가 심한 시기였다 실연당한 친. . 구를 달래주기 위해 밤새 술을 부어대고 새벽에 한강에 찾아가고 애국가가 나올 때까지 노래방에서 , , , 고함을 질러댔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누군가의 자취방에서 시큼한 토사물 냄새를 풍기면서 시체처럼 쓰. 러져 있었다 그것은 흔한 레퍼토리였다. .

삼십대가 되면 지금보다 시간을 구획하고 에너지를 분배하는데 철저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기 몸뚱이 . 말고도 책임질 게 많아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아이를 기르거나 재테크를 하는 처. , 지에 놓이진 않겠지만 그런 경향성은 부양가족의 유무나 수입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이 없는 듯 하다. . 일례로 술마시기 좋은 날은 금요일이나 토요일이지 월요일이 아니다 실연당해도 기약 없이 질질 짜면. 서 삶을 방치하거나 타인을 착취하면 안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통제력을 발휘한다는 .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훌륭한 어른이 되느냐 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

그렇다면 삼십대가 돼서 맺는 관계는 어떨까 이러한 경향이 어느 정도 반영될 것이다 이십대에는 친밀. . 성의 정도에 따라 '친한 친구' / '데면데면한 사이' / '꼴도 보기 싫은 새끼'로 인간이 분류됐다면 삼십, 대에는 친밀성 말고도 인간관계에 변수가 많아진다 일단 나의 경우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분류가 형. 성되어 있다 번 직접적 동료 번 분야는 다르지만 활동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동료 번 사적 친. 1 / 2 ( ) / 3밀감을 나누는 친구 번 여러모로 특별한 존재인 연인이 있다/ 4 .

내게 어른이 되어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한다는 것은 번과 번에 삶의 에너지를 대부분 쏟는다는 의미이1 2다 덧붙이자면 여기에는 몇 가지 노하우가 필요하다 활동가로서 정치적 자질은 번보다는 번에 달. , .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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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과 인간관계 현민 | 수감을 앞두고 있는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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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있다 그리고 번과 번을 칼같이 구분해도 안 된다 나는 이런 일을 잘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 1, 2 3 . 나고 싶다 연구자나 활동가 운이 좋다면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이 셋 중 하나를 빙. , . 자한 백수와의 만남이 제일 기대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지인이 늘더라도 그때 맺는 관계는 이십. ^̂ , 대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띨 것이다.

예컨대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더라도 호감을 드러내고 거리를 좁히기보다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 그 사람이 지닌 능력과 내가 느끼는 호감과 실제로 지금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음은 다른 문제니까 , , 말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덥석 친구하자고 할 수도 없다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으면서 감당하지 . . , 못할 관계를 벌여놓는 건 경솔한 태도였다첫인상과 달리 골치 아픈 사람임을 깨달았을 때는 후회해도 . 늦다 그뿐이 아니다 늦은 밤 갑작스런 호출을 받고 농성장에 달려갈 일도 없진 않겠지만 이후. . ...... , 의 일정을 고려하고 괜찮다는 판단을 내린 다음에야 집을 나설 것이다 실연한 친구를 하루이틀은 달래. 줄 수 있지만 자꾸 연락이 오면 피하게 된다, .

관계맺기의 두 가지 양상2.

나는 이러한 경향을 설명하기 위해 '어쩌다보니 좌충우돌하다 생긴 관계' 이십대와 ( ) '분명한 목적과 문제의식 하에 맺은 관계' 삼십대 라는 용어를 대비해서 사용하고자 한다 좀더 귀에 쏙 들어오는 용어가 있( ) . (으면 좋겠다 나는 직장을 다니지도 않고 후자 또한 지금 맺고 있는 관계의 연장일 테니) , '공사/ ', '삭막낭만/ ', '이해타산순수/ '라는 사회학적 구분은 어색하다.

'어쩌다보니 좌충우돌하다 생긴 관계'는 이십대라는 조건과 상황에서 기인한다 정말이지 이십대에는 분명. 치 않은 일투성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 . 말할 수도 없었다삽질을 많이 했고 민폐도 많이 끼쳤다 하지만 관계가 너저분했던 만큼 간혹 희한한 . . 인연도 생겼었다 그런 인연 덕분에 손오공에는 . '지구에서 자란 사이어인' 드래곤볼 말고도 ( ) '공 을 깨( )空닫다'란 심오한 불교적 의미가 담긴 줄도 알게 되었다 레즈비언 매저키스트라고 주장하는 모범생을 가. , 장한 여고생도 만날 수 있었다 띠동갑 친구도 생겼다. .

나이가 들수록 그런 사람을 만나거나 곁에 둘 가능성은 적어진다 뿐만 아니라 관계맺기의 양상이 달라진. 다 안타깝지만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삼십대 아저씨는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이다 설령 그런 기회가 생. , . 기더라도 호기심이나 친밀성은 가급적 배제하고 , '적당한'거리를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또한 새벽녁의 . 불안한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지인을 불러내는 일 따위도 사라질 것이다 대신 조깅이나 명상을 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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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 안되면 항우울제나 수면제를 처방받게 될 것이다 보고 싶다고 남의 집앞을 서성이면서 어리석, . 게 굴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자꾸 그러면 추문에 시달린다. .

'분명한 목적과 문제의식 하에 맺은 관계'는 혼란스러운 시기가 지나가고 파편적인 경험이 정리된다는 의미이다 현재의 나는 욕망을 구체화할 수 있는 수준이 이십대 초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 나름의 가치관도 생겼다 그것은 성장의 증거이기 때문에 조금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삽질 끝에 . . 터득한 능력과 노하우에는 모종의 효율성과 경제성이 뒤따른다 힘을 쓸데 안 쓸데를 바로 분간한다. . 이는 방황이 민폐를 그림자처럼 달고 다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소위 '분열증적 삶' 들뢰즈가타리 을 긍정해도 정치적 고려나 취향에 따라서 여기저기를 찔러보는 ( / )정도를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나는 시시각각 변신을 꿈꿀만큼 배짱이 두둑하지 않다 나는 연구자나 . . 활동가로 살고 싶지 노래방 주인이나 이종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픈 욕구는 . 많지만 그 목록에는 제한이 있다 탈모나 주부습진이 진행되거나 듣도 보도 못한 자식이 나타나 , . "아버지!"하고 외치는 일은 목록에 없다 간절히 바라건대 내 인생에 병역거부 이상의 낙차는 없었으면 좋겠. , 다 반면 선명한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을 만나서 지적 자극을 받고픈 기대는 크다 그토록 방황이 종식. . 되기를 원했고 마침내 이십대가 지나간다는 감이 온다 하지만 안도감 대신 선득한 느낌이 밀려온다. . 왜일까 이것도 일종의 향수일까. .

가치관과 여백3.

나는 이십대 내내 확고한 가치체계를 갖춘 사람을 동경해왔다. "너희는 너희의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는 차라투스트라의 말은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이제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히고 삼십대가 . 되려고 한다 내가 창조한 가치는 알량하지만 그래도 뭔가 있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지난 이십대를 . , . 뒤돌아보니 내가 동경했던 사람과 좋아했던 사람이 많이 달랐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세상에나 정작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위버멘쉬 대충 ! (Uebermensch, '초인' 와는 거리가 먼 소박한 인간형)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나는 그저 그들이 인간성이 좋고 내게 잘해줬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줄로만 알. 았다 이 말도 반쯤은 진실이다 하지만 . ( .) '인간미'야말로 그들의 삶을 오해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용어였다.

사실 그 이유는 사람 좋아 보이기만 한 그들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가 아니라 "가치의 한켠은 비워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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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는 윤리적 덕목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그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 뚜렷한 가치체계를 미덕. , 으로 찬양하는 대신 가치체계로 환원되지 않는 공간을 마련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었다 그것이 그들이 , . 가치체계의 주관성이 지니는 한계에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왜냐하면 제 아무리 위대한 인간이라도 자신. 이 처한 시대적지리적 배경을 초월해서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가치체계를 가질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앞서 말한 선득함은 내게 가치체계가 들어서면서 텅빈 공간 또한 소멸되기 때문에 드는 느낌이었다 자수성가한 어른과 함께 있으면 힘들었던 이유도 이해가 된다 나는 잠정적으로 이런 공간에다 . . '여백'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았다.

이 여백은 '자질구레함', '시시덕거림', '잡다한 평범함'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곳이었다 또한 여백은 제 아. 무리 하찮은 것조차 너끈히 받아들이는 수동성을 품고 있었다 이것은 능동성은 물론이고 무기력과도 . (구별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들이 보여준 여백과 수동성 덕분에 무난한 이십대를 보낼 수 있었) 다 모자람과 서투름을 채근하지 않았고 하찮음을 나눌 수 있었기에 그들을 좋아했다 그런 경험 중 일. . 부가 나의 가치체계가 성립하는 토양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는 중요하지 않. 다 여백은 가치판단과 무관하기 때문에 존재했다. .

정말이지 이십대의 나는 빈 공간이 부끄러워서 뭐라도 채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 무 것도 없던 것이 아니라 여백이 존재했다 그러고보니 어른이 된다는 건 가치체계가 들어서는 것이지. 만,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건 그걸 상대화할 수 있는 여백도 마련한다는 의미였다 .

덧 우리는 여백을 : '타자성', '외부성', '특이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여백을 염두. 에 두지 않는다면우리는 아무리 생성을 외쳐도 주관성들의 상호작용에 머무르기 십상이다 거기에 , . '타자'나 '외부'가 들어설 여지는 없다 내가 보기에 여백은 선명한 문제의식이나 뚜렷한 가치체계와 경합. , 할만한 윤리적 태도이다 여백과 수동성이란 개념을 정치적 원리나 공동체의 구상으로까지 사고하고픈 . 욕망이 있다 하지만 보다 정교한 개념화는 출소 이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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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클러 코흐 영국지부 사무실을 폐쇄시키다 &

지난호부터 무기반대운동과 관련한 외국의 정보와 자료들을 활동가들이 함께 번역하여 싣습니다 이. 번에 번역한 글은 메일링을 통해 소식을 알게된 WRI Warprofiteer 점거소식을 바탕Heckler&Koch 으로 관련 기사1)를 참고하여 새롭게 글을 구성하였습니다. 이번 글의 구성과 번역은 날맹이 수고해주었습니다.

행동 소개 웹페이지 * 'Shut Down H&K' : http://www.shutdownhk.org.uk/

지난 월 일 이른 아침 영국의 무기거래 반대 활동가들이 노팅험에 있는 헤클러 코흐2 18 , & Heckler&Koch 영국 지부 사무실을 폐쇄시켰다 이 활동가들은 세계 굴지의 무기생산기업인 헤클러 코흐의 비윤리적인 . &무기판매에 반대하는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서 사무실 건물의 지붕과 정문을 점거하는 행동을 하게 되었다.

총 명의 활동가들은 이날 사무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6인 새벽 시에 회사 영내로 잠입하였다 이들 중 명은 6 . 2직원용 출입구 문에 자신들의 몸을 묶었고 다른 명은 , 2재고가 쌓여있는 건물의 출입구에 몸을 묶어놓았다 이들. 은 미리 준비해간 자물쇠 그리고 서로의 팔을 연결할 수 있는 관을 이용하여 출입구 철제 문에 자신들을 묶어놓았다 나머지 두 명은 회사 건물 지붕으로 올라가서 . 배너를 걸어놓았다 두 개의 배너중 하나에는 . "독재정권의 무장을 돕는 H&K(Arming Repressive Regimes)"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다른 하나의 배너에는 , "무기 수출은 살인을 조장하는 것이다(Arms exports are facilitating murder)"라는 문구가 독일어로 적혀있었다.

이들의 행동에 헤클러 코흐의 간부직원 한 명이 활동가들&을 찾아와서 점거를 풀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들은 거

1) 참고기사 년 월 일 : <H&K Shut Down For A Day>, 2010 2 20 , http://nottsantimilitarism.wordpress.com/2010/02/20/hk-shut-down-for-a-day/

년 월 일<Heckler and Koch successfully shutdown>, 2010 2 18 , http://www.indymedia.org.uk/en/2010/02/446301.html

헤클러 코흐사 앞에서 벌인 점거행동의 모습 사진출처 & . http://www.indymedia.org.uk/en/2010/02/4463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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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였다 결국 점거가 시작된지 시간 반만인 오후 시가 넘어서야 경찰들이 특수장비를 동원하여 . 6 12자물쇠와 서로의 팔에 연결되어 있는 관을 제거하고 이들을 연행해갔다 한편 이들의 행동을 지지한 . , 일부 회사 직원들이 점거중인 활동가들에게 차 를 가져다 주려고 했으나 경찰이 공무집행방해 (tea)등을 운운하며 가로막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헤클러 코흐는 권총에서부터 자동소총 소형 경기관총 기관총 유탄발사기에 이르는 여러 소화기를 생산& , , , 하는 세계 두번째 규모의 기업이다 헤클러 코흐가 생산한 수백 만개의 무기들은 현재 전세계 여개국. & 90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소년 병사들 중동의 테러리스트 집단 수단 다르푸르의 민병대 나. , ' ' , , 이지리아의 반군 필리핀의 무기거래상 이라크에서 활동중인 용병들 세르비아의 조직적 범죄집단들이 모, , , 두 헤클러 코흐의 무기들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년의 보스니아 년의 남오세티야그루지아 러& . , 1991 , 2008 ( -시아 전쟁 년의 스리랑카 등 전범재판소에 기소된 바 있는 집단들도 이 회사의 무기를 사용하였다), 2009 . 헤클러 코흐가 생산한 무기들은 현재까지 총 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150 .

노팅엄에 위치한 헤클러 코흐 사무실은 나토 가입국이 아닌 국가들에 대한 무기판매와 고객서비스 제공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몇몇 자료와 증거에 따르면 헤클러 코흐가 독일에서 무기수출이 금지된 국가로 무. , &기를 판매하기 위해서 영국을 경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이지리아 케냐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 , , , 네팔 레바논 그루지야 같은 나라들의 경우 해당 국가 안에서 자행되는 정치적 억압인권침해 등의 이유 , , , 때문에 독일정부가 무기수출을 금지하는 국가 리스트에 올려져있다 헤클러 코흐는 바로 이런 국가들에 . &무기를 판매하기 위해서 영국 지부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헤클러 코흐가 생산하고 수출한 무기들로 인. &해 고통받던 많은 사람들이 영국 등의 곳으로 건너와 망명을 신청하지만 공항에서 입국자체를 거부당해, 서 다시 본국으로 추방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헤클러 코흐 폐쇄 캠페인 의 활동가들은 노팅험에 자리한 헤클러 코흐 영국 지부 사' & (Shut Down H&K)' &무실을 타겟으로 삼고 지난 년간에 걸쳐 행동을 전개해왔다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비윤리적인 무기생산 1 . 기업이 있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은 주민들은 지난 년에 헤클러 코흐 폐쇄 캠페인을 시작하였고 그2008 ' & ' , 동안 매월 회씩 이 기업의 비윤리적인 기업 활동을 알리는 선전활동을 진행해왔다 주민들은 헤클러 코1 . &흐의 사무실 앞에서 피켓을 들고 집회를 진행해왔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 지역에서도 이 기업의 , 비윤리적인 무기 판매를 알려내는 캠페인을 해왔다작년 월에는 활동가들이 헤클러 코흐로 공개 서한. 12 &을 보내면서 어느 지역으로 어떤 무기를 판매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하였지만 회, 사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이에 활동가들은 헤클러 코흐를 좀 더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 &고 이번 점거행동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이날 자신들의 행동으로 헤클러 코흐의 업무를 하루동안 중단시키는 데에 성공한 명의 활동가들은 현장& 6에서 바로 연행이 되었고 사유지 무단 침입죄로 기소되었다 현재 조건부 보석을 받은 상태이고 첫 심리 , . , 공판은 월 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다3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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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 재정보고 년 월 일 년 월 일>> (2009 11 21 ~ 2010 3 8 )자세한 수입과 지출 내역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 운영실 재정보고 게시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후원인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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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0,479 4,153,530 3,646,189 4,793,138

Page 60: 전쟁없는세상소식지 27호(2010년 3월)

이길준 여주교도소에서 출소 :: : 여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길준은 년 월 일 가석방으로 출소했습니다2009 11 30 .

백승덕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 년 월 일 선고공판에서 년 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어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2009 12 7 1 6 .

이정식 대전교도소에 수감:: : 년 월 일 선고공판에서 징역 년 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이 되지 않았다가 월 일날 자진출두하2010 2 17 1 6 2 25

여 대전교도소에 수감되었습니다.

현민 심 선고 후 구속 대기 중:: : 1년 월 일 선고공판에 징역 년 월형을 선고받았고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습니다 월 일 구속될 예2010 3 3 1 6 . 3 12

정입니다.

박상원 심 재판 진행 중:: : 1년 월 일 첫 심리공판이 서부지법에서 있었고 다음 재판은 월 일 오전 시입니다2010 2 17 3 10 11 .

김영배 병역거부선언 :: : 년 월 일이 입영일이었던 김영배는 월 일 병역거부선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2010 3 2 3 4 .

현재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들의 주소::

김영익 경기도 화성시 남양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3 542 (445-010)

권순욱 인천시 남인천우체국사서함 호 번 _ 343 1304 (405-600)

오정민 경기도 군포시 군포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20 2572 (435-050)

박은국 경기도 화성시 남양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3 617 (445-010)

하동기 경기도 군포시 군포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20 1905 (435-050)

백승덕 서울시 금천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164 1107 (153-600)

이정식 대전시 유성우체국 사서함 호 _ 136 (30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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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