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집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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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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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N vol.1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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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ay

나는 뒷모습이 가진 여운을 좋아한다.쓸쓸해보이기는 하지만 괜시리 감성적이게 만드는 그 끝자락이 앞모습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뒤’는 어쩐지 찜찜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 뒤가 구리다, 뒤통수를 때린다라고들 말한다. 혹은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등등. 앞모습의 반대라는 때문에 부정적으로 쓰인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드리워지듯 음의 기운이 가득한 거다.

나는 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뒤는 어떤 것의 흔적일 수도, 결정적인 히든 카드일 수도 있다. 뒤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게 그 묘미인데, 부정적인 시각에 가려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뒤를 돌아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뒤를 돌아보는 것이 앞으로 나가지 못해 안주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찾은 소소한 뒷모습들을 담았다. 관찰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진만 들어있다. 이번 호의 주제인 뒤는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카테고리마다 어떤 뒷모습을 말하는 지는 맨 끝 페이지에 써놓았다. 무엇보다도 종이를 넘기며 뒷모습을 기대하며 읽는다면 좋겠다.

*답은 뒤에 있음

음식

패션

음악

서울

연애

향하고 있는 방향과 반대되는 쪽이나 곳.

시간이나 순서상으로 다음이나 나중.

보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

일의 끝이나 마지막이 되는 부분.

어떤 일이 진행된 다음에 나타난 자취나 흔적의 결과.

명사

[ 뒤ː]

01.

02.

03.

04.

05.

01.

성분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맛보고 냄새를 맡는 감각적 섭취 이전에 사람들은 이 음식의 칼로리와 성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음식이나 그 재료가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음식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뒤에 있다. 그것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유이며 앞과 뒤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다.

이명신 디자이너의 2013년 F/W 로우 클래식 쇼의 뒷모습은 에너지 그 자체다.

모델이 우아하게 걸어나가는 무대는 반대로 뒷면에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두 모습을 모두 보았을 때 비로소 이 쇼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02.

03.

음악은 듣는 이가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유명 아이돌의 콘서트나 뉴욕 타임스퀘어의 새해전야 공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 한 명이라도 들어주는 이가 있기에 별 거 없어보이는 목소리마저 유의미하게 들려온다.

그들의 뒷모습 사이로 노래를 들으며 모두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나는 홍대 앞이 다양한 면을 아우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 곳에는 꼬꼬마 중고등학생들부터 무리지어 할리를 몰고 다니는 수염기른 라이더도 있다. 나는 이 복잡함 때문에 홍대를 좋아했다. 그런데 홍대는 이제 더이상 예전같지 않다.

무심코 스쳐지나가기에 대부분 돌아보지 못하는 홍대의 뒷모습은 소소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더욱 재밌다.

04.

05.

솔직히 화가난다. 나의 좋았던 추억들을 막판 찌질한 행동들로 인해 모두 쓰레기로 만들어버렸다.

왜 자꾸 전화해. 옆에 여친도 있으면서.

나를 나쁜 애로 만드는 놈이 더 나쁜 놈이지.

초저녁에 데이트하다가 갑자기 엄마가 집에 혼자 외로우시니까 빨리 집에 들어가.라는 누나의 연락을 받고 바로 들어간 효자.

널 엄청 못잊어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심심하고 외롭기 때문에 생각나는 거야.

내가 싫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되게 만들었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한다고 나름 노력했고 맞춰준다고 맞춰줬건만 더 해달라고 더 맞춰달라고 조르는 너. 진짜 배려는 눈꼽만치도 없는 너. 있는 척 아는 척 진짜 재수없다 너.

지난 일 생각안한다. 뭐고 구질구질하게.

교회여자 만나지 말 것.

너 혼자 행복한 건 싫어

너랑 헤어진 건 정말 신의 한수였다. 하하하하

잘해줘도 탈나고 못해줘도 더 탈나고 도대체 어쩌라는겨

오늘도 이론은 늘어만 갑니다...

밤길 조심해라

찌질하다고 해도 좋으니 돌려줘

보고싶다.

지난 일 생각안한다. 뭐고 구질구질하게.

오래 전 사귀었던 조기유학파 남친은 말실수가 잦았고 하루는 내게 식물인간 식당에 가고 싶다고 했었다. 채식주의자 식당이겠지 오빠

씨발.

할 수만 있다면 너랑 만났던 기억을 내 인생에서 도려내고 싶다.

나이들어보니까 자신을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참을걸.

다음 연애는 꼭 행복하길 바란다

내가 다시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했을 때의 니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나랑 통화할 때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정류장 안내 방송을 듣고 우리 집 주소를 찾아내서 집 앞으로 찾아왔을 때, 진짜 너무 무서웠어.

지금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아 잘 살고 있다고 들었다.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오빠가 하던 어이없던 말 “남자는 가정만 지키면 바람피워도 된다”

너 존나 별 볼일 없어 찌질아

내가 어릴 적에 학교를 안가고 종로에서 옷장사했었어. 그 적에 종로에서 아주 그냥 싹 멋들어지게 입는 멋쟁이었다구. 지금 아가씨들처럼 허리가 21로 늘씬하니 서양 모델들 같았어. 뒷모습 보면 그냥 남자애들이 홀랑 보고 따라다니고 그랬지. 그 때 할머니 키가 이 정도면 아주 키 큰 편에 속해서 멀리서도 태가 난 단 말이야.종로에서 한창 장사하고 있던 때, 23살인가 지금 너 나이쯤일 적에 나를 좋아하던 남자가 있었어. 서울대 나오고, 공부를 아주 많이 한 사람이었어. 나랑 몇 번 얘기를 해보더니 너 참 똑똑하다. 내가 몇 번을 아 딱 아니면 아닌거지. 이런 성미인거를 아니까 더 그래. 왠만한 남자 뼈를 못 추려. 근데 그 사람은 아주 훨씬하니 할머니가 좋아하는 얼굴이었어. 어 잘생기고 키가 커서. 그렇게 나한테 몇 번을 와서 너도 공부해야 된다. 나랑 같이 미국가서 살자. 이래도 결국 나는 안 갔지. 그게 아직도 기억이, 그 때 갔으면 내가 뭐가 됐을지 어

음식

패션

음악

서울

연애

향하고 있는 방향과 반대되는 쪽이나 곳.

시간이나 순서상으로 다음이나 나중.

보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

일의 끝이나 마지막이 되는 부분.

어떤 일이 진행된 다음에 나타난 자취나 흔적의 결과.

명사

[ 뒤ː]

01.

02.

03.

04.

05.

30th May 2014published by HYEJIN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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