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과 損益相計해배상에 손익상계를 적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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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이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 상과 損益相計 I . 머리말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해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지만(상법 제385조 제1항 본문),정해진 임기 중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할 때에는 회사가 해임되는 임원에게 손해를 상하여야 한다(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 이 규정들은 감사에게도 준용 되므로 감사 역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고,임기중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한 경우에는 손해를 상해야 한다(상법 제414조). 손해의 산정 법에는 여러 가 지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판례를 통해 정착된 산정 법은 해임된 이사 또는 감사의 잔여임 기중의 보수를 손해로 보는 것이다잔여임기의 보수를 지급받고 해임된 이사 또는 감사는 으레 새로운 직장을 구할 것이고, 빠르면 해임되지 않았다면 유지될 임기중에 취업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해임전 회사에서 잔 여임기중의 보수를 손해 상으로 받았으니,그 임기가 종료하기 전에 새로운 직장에서 보수 를 받는 것은 이중의 이득을 얻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이전 회사와의 관계는 법률적 으로 완결된 바이니 겹쳐지는 보수에 관해 법적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 고,같은 취지의 하급심판례도 있다(서울고법 2011. 4. 29. 선고 2010나46123). 그러나 최근 대법원판례에서는 해임된 임원이 이전 회사에서의 잔여임기중에 새로 취업한 회사에서 받 은 보수는 이전 회사에서의 손해 상에서 損益相計를 해야 한다는 법리를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42348: 전게 서울고법판결의 상고심. 이하 “이 판결” 또는 이 “판례” ). 이 판결은 해임된 이사 또는 감사의 손해 상청구에 손익상계의 법리를 적용한 최초의 판 례이므로 매우 흥미있는 연구소재이다. 한편 회사에서 이사 또는 감사를 해임하는 일은 흔 한 일이고,손해 상의 실례도 흔하며,해임된 이사 또는 감사가 새 직장을 구하는 것도 통 상의 일이므로,이 판례는 기업과 임원의 관계에 실무적으로 상당히 큰 영향을 주리라 생각1 1) 서울고등법원 1978. 7. 6. 선고 77나2669 판결. 한국상장회사 협의회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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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이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과 損益相計해배상에 손익상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동 손해배상이 채 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으로서의

논 단

이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과 損益相計

I. 머리말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해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지만(상법

제385조 제1항 본문),정해진 임기 중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할 때에는 회사가 해임되는

임원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 이 규정들은 감사에게도 준용

되므로 감사 역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고,임기중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한 경우에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상법 제414조). 손해의 산정방법에는 여러 가

지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판례를 통해 정착된 산정방법은 해임된 이사 또는 감사의 잔여임

기중의 보수를 손해로 보는 것이다.ΰ

잔여임기의 보수를 지급받고 해임된 이사 또는 감사는 으레 새로운 직장을 구할 것이고,

빠르면 해임되지 않았다면 유지될 임기중에 취업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해임전 회사에서 잔

여 임기중의 보수를 손해배상으로 받았으니,그 임기가 종료하기 전에 새로운 직장에서 보수

를 받는 것은 이중의 이득을 얻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이전 회사와의 관계는 법률적

으로 완결된 바이니 겹쳐지는 보수에 관해 법적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

고,같은 취지의 하급심판례도 있다(서울고법 2011. 4. 29. 선고 2010나46123). 그러나 최근

대법원판례에서는 해임된 임원이 이전 회사에서의 잔여임기중에 새로 취업한 회사에서 받

은 보수는 이전 회사에서의 손해배상에서 損益相計를 해야 한다는 법리를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42348: 전게 서울고법판결의 상고심. 이하 “이 판결” 또는

이 “판례”).

이 판결은 해임된 이사 또는 감사의 손해배상청구에 손익상계의 법리를 적용한 최초의 판

례이므로 매우 흥미있는 연구소재이다. 한편 회사에서 이사 또는 감사를 해임하는 일은 흔

한 일이고,손해배상의 실례도 흔하며,해임된 이사 또는 감사가 새 직장을 구하는 것도 통

상의 일이므로,이 판례는 기업과 임원의 관계에 실무적으로 상당히 큰 영향을 주리라 생각 1

1) 서울고등법원 1978. 7. 6. 선고 77나2669 판결.

한국상장회사 협의회 · 17

Page 2: 이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과 損益相計해배상에 손익상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동 손해배상이 채 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으로서의

논 단 이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과 損益相計

되어 판례의 평석을 겸해 관련된 법리를 정리해 보고자 한

다. 필자는 2개월전 이 주제를 다른 지면에서 다룬 바 있으

나,2ᄉ 당시 허용된 지면이 좁아 쟁점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

였 다 .「상장협」에서 다소 여유있는 지면을 얻은 바이라,필

자의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II. 판지와 배경

먼저 이 판례의 구체적인 사안을 본다. 모회사에서 주주총

회의 특별결의로 同사의 A감사를 그 임기가 2년 정도 남은

상태에서 해임하였다. 이에 A는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

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리고 A는 해임되고 6개

월 후 C회사에 상근감사로 취업하여 소정의 보수를 받았다.

모사는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들어 손해배상을 거부

하였으나,이 판결의 원심은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고 잔여

임기 2년간의 보수를 손해배상으로 인정하였다(전게 서울

고등법원판결). 이에 B사는 A가 C사로부터 받은 보수중 B

사에서의 임기만료일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1년 6개

월)은 손해배상액에서 차감(손익상계)할 것을 주장하였다.

원심은 이 주장을 배척하였으나,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손익상계를 허용하는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전게 대법원

판결).

「…당해 감사가 그 해임으로 인하여 남은 임기 동안 회사

를 위한 위임사무 처리에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시간과 노

력을 다른 직장에 종사하여 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해임

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해임으로 인한 손해

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야 한다.…원심으로서

는 원고가 [C회사]에 상근감사로 재직하여 얻게 된 보수가

이 사건 해임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이 익 인지 여부를 심리

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보수 상당액은 손익상계의

법리에 따라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였어야

할 것이다.」

이와 흡사한 예로,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해고의 무

효를 주장하며 해고기간중의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사건을

흔히 본다. 소송에서 근로자의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해고된

근로자는 당연히 직장에 복귀하게 될 뿐아니라,해고 이후

직장에 복귀할 때까지 근로자는 직장의 업무에서 배제되었

지만 근로자의 신분을 계속 유지한 것으로 다루어진다. 그

러므로 판례는 해고후의 상태를 민법 제538조 제1항이 규정

하는 채권자지체(즉 사용자의 책임)에 의해 근로자가 노무

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사용자에게 임금 전액을 지

급할 것을 명한다. 민법 제528조 제1항은 쌍방의 당사자 갑

과 을이 서로 채권 · 채무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을이 갑

에게 채무를 이행하려고 하나,갑이 수령을 거절하거나 기

타 갑에게 책임있는 사정으로 을이 이행할 수 없을 경우에

는 을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갑의 채

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즉 근로자가 해고기

간중에 근로를 제공하지 못했지만,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

한 것이니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근로자가 해고된 이후 부당해고 판결을 받을 때

까지 다른 직장에 취업하여 얻은 수입(이하 “중간수입”)이

있다면,추가되는 쟁점이 생긴다. 민법 제538조 제2항은 위

갑,을의 예에서 채무자(을)가 자기의 채무를 면함으로써 이

익을 얻은 때에는 채권자(갑)에게 상환해야 한다고 규정한

다. 판례는 근로자의 중간수입을 이 규정이 정하 는 「채무자

가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으로 보아 임금에서 공제

해왔다.3)

2) 拙稿, '‘이사 · 감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과 손익상계,’’ 「法律新閎 」 2014.3.10. 10면.

3) 대법원 1991. 6. 28. 선고 90다카25277 판결 외 다수.

18 • 상장 2014. 4월호

Page 3: 이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과 損益相計해배상에 손익상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동 손해배상이 채 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으로서의

논 단

해임된 이사 · 감사가 새 직장에서 받은 보수는 근거법리

를 달리하지만,부당해고된 근로자의 중간수입과 같은 잣대

로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터잡아 이 판결이 내려진 것으

로 짐작된다. 그러나 兩者를 동일한 가치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후술과 같이 의문이다.

III.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본질과 손익상계의

가능성

이 판결의 핵심어가 된 「損益相計」란 채무자의 채무불이

행으로 채권자에게 손해가 생겼지만,동시에 같은 원인으로

이득이 생긴 경우 그 이득을 차감한 손해만을 배상하게 하

는 법리이다. 민법에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4)

채무불이행이 있기 전후의 채권자의 재산상태를 비교하여

손해를 인식하는 이른바「차액설」의 사고에서,채권자가 채

무불이행을 계기로 채무의 이행시보다 더 큰 이익을 얻어서

는 안된다는 利得禁止 및 공평의 이념에 기초하여,통설 ·

판례가 인정해 오고 있는 손해배상의 법리이다.4 5 6ᄉ 불법행위

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하

여,피해자에게 생긴 손해액에서 같은 원인으로 생긴 이득

을 차감한 액을 배상액으로 한다.

해임된 이사 · 감사의 중간수입을 손해배상에서 손익상계

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는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 볼 수

있는데,우선 부딪치는 법리적 저항은 해임된 이사 · 감사에

대한 손해배상의 본질이다(해임과 손해배상에 관해 이사와

감사는 동일한 법리의 적용을 받으므로 이하에서는 이사를

중심으로 논의를 계속한다). 손익상계는 전통적으로 채무불

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

어서의 공평을 추구하는 법리로 형성되 었고,그리 운영되어

왔다. 그러므로 이 판결과 같이 해임이사에게 지급되는 손

해배상에 손익상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동 손해배상이 채

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으로서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 상법 제385조 제1항 은 「손해배상」 이라는 용어를 사용

하고 있고,손해배상이란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과 불법행

위로 야기된 손해의 전보를 뜻하므로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

상은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이라고 보는 시각

도 있을 수 있다.6〕 이러한 관점에서는 이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하는 것을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파악하게

된다. 그러나 이사의 해임은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가 아

니고,그로 인한 손해배상도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이 될 수 없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 이사의 해임 및 손

해배상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하여는 주식회사의 관리체제

에서 이사의 해임이 가지는 단체법적 의의를 짚어 보아야

다.

주주는 출자를 통해 주식회사의 설립과 존속의 근거를 이

루므로 경제적인 의미에서 기 업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지

만,현대 주식회사제도에서는 이른바 소유와 경 영의 분리원

척에 따라 주주는 경영에서 격리되고 주주가 선출한 이사들

4) 손해배상제도의 일반법인 민법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국가배상법에서는 1980년부터 손익상계에 관한 규정을 두어 운영하고 있다. 동법

제3조의2 (공제액) ① 제2조 저h 항의 경우에 피해자가 손해를 입은 동시에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에서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

을 공제하여야 한다. 동시행령 제6조(손익상계) ① 유족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월급액이나 월실수액 또는 평균임금에서 별표7에 의한 생활·비를 공제하여야 한다.

② 물건의 훼손으로 인한 휴업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수리기간중의 수입손실액에서 수리로 인하여 지출이 불필요하게된 비용 상당의

이익을 공제하여야 한다. 그리고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20조 에 서 도 「손익상계」 라는 표제하에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5) 郭潤直 대 표 편 집 ,「民 法 注 觸 IX]」 박영사,1995, 580면(池元林 집필). 초기의 판례로는 대법원 1962. 6. 14. 선고 4294民上1359판결.

6) 일본에는 이러한 소수설도 있다(上柳克郎 외,「新版 注釋會社法(6)」 ,有斐閣,70면에 소개되어 있다).

한국상장회사 협의회 · 19

Page 4: 이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과 損益相計해배상에 손익상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동 손해배상이 채 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으로서의

논 단 이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과 損益相計

이 중립적인 지위에서 일상적인 업무집행을 담당하는 방식

의 관리구조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고,이 점 우리 상법상

의 주식회사도 같다. 이는 주주가 회사의 경영실패에 관해

지분적 손실만 입을뿐,대외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유한책

임제도하에서,주주의 이해로부터 독립적으로 회사의 재산

을 건전하게 관리하게 함으로써 회사채권자를 보호하기 위

한 법정책적 배려이다. 대신 상법은 주주의 출자자산이 전

적으로 이사들의 관리에 맡겨져 있어 주주들이 이사들의 경

영에 관해 재산적 위험을 부담하므로 주주들에게 이사를 견

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을 부여하고 있는데,그 중 가

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것이 이사의 해임권이다. 즉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상법 제

385조 제1항 본문). 법문중「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는 표

현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

다고 함은 이사의 무능,부정과 같은 법적 비난사유를 근거

로 해서 해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아무 이유를 제시할

필요 없이 단지 주주들의 다수결(특별결의)에 의해 해임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해임은 주주들이 기업의 소유자로서

내리는 일방적 · 정책적 결단임을 뜻한다.

이사의 해임제도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하에서 주주가 이

사를 견제하는 유용한 도구이지만,이사는 통상 보수를 받

고 장기간 경 영 역무를 제공하는 직 업 인이라는 점을 감안하

면 이사에 대해서는 생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제도이다. 특

히 임기를 두어 선임한 이사의 경우(실제 대부분의 이사는

임기를 정해 선임한다)를 임기만료전에 해임하는 것은 선임

당시에 이사에게 부여하였던 기대이익을 저버리는 배신행

위일 뿐 아니라,경영 인력시장에서의 평가를 저하시켜 장래

의 취업을 어렵게 하기도한다.

이사의 해임 및 그에 따른 손해배상제도는 이같이 대립하

는 회사(주주)와 이사의 이해를 절충하기 위한 제도이다. 즉

주주는 언제든지 정책적 필요에 의해 이사를 해임할 수 있

되,이사는 손해배상을 통해 그 불이익을 구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사의 해임에 따르는 손해배상책임은 이같은 배경

으로 생겨난 제도이므로 회사의 과실과 같은 채무불이행 또

는 불법행위의 요건을 요하지 않는 法定責任이라고 설명하

는 것이 통설이다.7) 요컨대 이사의 해임과 손해배상은 채무

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및 그로 인한 배상책임과는 무관한

제도로서,손익상계의 법리를 적용할 대상이 아니다.

IV. 손익상계의 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

1. 통설의 요건론

해임으로 인한손해배상의 본질론을논외로 하더라도,동

손해배상에 손익상계가 부적합한 이유는 손익상계 자체의

요건론에서도 찾을 수 있다.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를 계

기로 채권자에게 손해와 동시에 발생하는 이득은 다양한 모

습을 보이는데,새옹지마나 전화위복으로 여길 이득을 손익

상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으므로 통설 · 판례는 손익상

계할 이득을 골라내는 기준으로 상당인과관계론을 제시한

다. 채무불이행을 한 채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

채무불이 행과 손해의 사이 에 상당인과관계가 요구되는데

(민법 제393조 제1항),손익상계를 위해서도 채무불이행에

서 상당인과관계를 가지고 유래하는 이득에 한해 손익상계

를 허용한다는 것이다.8)

7) 權 奇 範 ,「谢 代會社法論」 , 三英社, 2014, 763면; 宋沃烈, 「商法講義」 (4판), 홍문사, 2013, 957면; 李哲松, 「會社去講義」 , 박영人l·, 2014, 640

면; 임재연,「회사법 II」 , 박영사,2013, 255면; 崔基元,「商法學新論」 (19판),박영사,2011, 847면 외 다수. 일본에서도 통설이다(江頭憲治郎 ,

「株式會社法」 ,有斐閣, 2013, 372면;上柳克郎 외 ,「新版 注釋會社法(6)」 , 有斐閣, 69면).

8) 前註 注釋 582면 및 쥐 549 ; 오종근, '‘손익상계’’ , 「亞細亞女性法學」 , 3권(200이, 300면 및 주11 참조.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

31361판결 이후 다수 및 「이 판결」 .

20 • 상장 2014.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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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2. 판례에서의 인과관계론

통설 · 판례의 손익상계 요건론에 의할 때,이 판결의 사

안에서 손익상계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A가 C로부

터 받은 보수와 모의 해임행위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느냐

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이 판 결 은 「이 이득이 해임과 사

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손익상계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으므로 일응 원심더러 인과관계에 관

한 판단을 보완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同 보수를 “해

임으로 인하여 남은 임기 동안 회사를 위한 위 임 무 처리

에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사용함으로써 얻

은 이익” 이라고 성격지우며 해임행위에 매어놓은 터이라 원

심이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판지는요컨대,「해임 — 잉여시간 — 취업 — 새직장에서

의 보수」로 이어졌으니,해임과 보수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인데,이 논리를 일반화할 경우 판단이 난감한 사

안이 생길 수 있다. 두 가지 예를 든다.

1) 이 사건에서는 모가 손해배상을 미루는 중에 A가 취업

하였으므로 B가 손익상계를 주장할 수 있었다. 모가 해 임후

바로 손해배상을 하고,A가 취 업을 하였다면 법률관계는 어

떻게 전개되어야 하는가? 모가 손해배상액을 지급한 것으로

A,B의 권리의무관계가 종결된 것으로 다룬다면 이 사건의

법적 결과와 비교해 매우 불공평해진다. 회사로서는 이사를

해임하고 가급적 지급을 미루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지급을 미루는 중 임원이 취업을 하면 잔여임기까지의

새 직장에서의 보수를 손해배상에서 차감할 수 있는 것이

다. 모가 언제 손해배상을 하던 A가 C로부터 받은 보수의 성

격이 달라질리 없으니 역시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보고,A로

하여금 모로부터 지급받은 손해배상중에서 C로부터 받은 보

수에 상응하는 부분은 非債辨濟로서 반환하게 하는 것이 논

리적이다(민법 제742조). 그렇다면 회사에서 해임되어 손해

배상을 받은 임원은 잔여 임기중에는 취 업금지와 같은 법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 타당근거를 어떻게 설

명할 지 의문이다. 참고로 부당해고된 근로자의 예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근로자는 이미 경과한 해고기

간에 대한 보수를 청구하므로 청구시점에서는 중간수입의

유무가 기성사실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2) A가 비상근감사로 취업하였다면 보수를 얼마를 받던

「잉여시간의 발생 — 취업」 이라는 인과관계는 깨어진다. 또

A의 새 직업이 야간에 근무하거나,밤낮 어느 시간이라도

활용가능한 직종이라도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와 상근

의 경우를 차별하는 것이 손익상계의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3. 손익상계와 귀속의 당위론

손익상계를 위한 상당인과관계란 가해행위와 이익이 인

과관계로 연결됨을 의미하고 그 상당인과관계란 손해와 이

익이 법적동질성을 지녀야 함을 말한다. 이사의 해임과 새

직장에서의 보수는 이같은 법적 동질성을 갖지 않는다. 이

사를 적법하게 해임함에 따라 이사에게는 잔여임기중의 보

수를 상실한 손해가 발생하고,이를 보전하는 의미의 손해

배상의무가 회사에 생겨나는 것까지가 일체적 단위를 이루

는 하나의 법률관계이다. 그리고 해임된 이사가 종전의 회

사로부터 법적으로 자유로운 신분이 되어 새로운 직 업활동

을 통해 얻는 보수는 종전의 해임과는 별개의 원인을 이루

는 법률관계이다(이 점 원심에서 언급된 바이지만,상고심

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에서 새직장에서의 보수

를 「해임으로 인하여 생긴 잉여시간을 활용하여 얻은 이익」

이라고 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사실상 조건설적 인 인

과론이라 할 수 있다. 해임과 잉여시간의 활용 사이에는 규

범적 판단을 개입시킬 연결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인과관계론으로는 손익상계의 대상이 분명치

않아 일본에서는 귀속의 당위론이 추가의 기준으로 제시되

기도 한 다 .「채권자로부터 박틸하는 것이 정당하고,동시에

한국상장회사 협의회 · 21

Page 6: 이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과 損益相計해배상에 손익상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동 손해배상이 채 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으로서의

논 단 이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과 損益相計

채무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이 정당한 이익」에 한해 인과관계

를 인정하고 손익상계를 허용하자는 것이다.9) 근로자의 부

당해고와 이사의 해임이 갖는 규범적 의미를 비교해 보면

이 기준의 효용이 돋보인다.

부당해고는 무효이므로 해고에도 불구하고 고용관계는

지속되어 근로자는 여전히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할 의무

를 지고,보수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사용자의 책임

있는 사정으로 인해 노무의 제공을 면할 뿐이다. 그러므로

노무를 면한 이득이 있다면 이는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사를 해임하면 회사와 이사간에는 더 이상 대가

적 급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사가 무엇을 하

여 이익을 얻든 회사가 몫을 주장할 근거는 전혀 없다. 따라

서 A가 C로부터 받은 보수는 A가 새로이 창출한 원인에 의

해 얻은 이익이므로 A로부터 박탈해서는 안되는 이익이기

도 하지만,모의 이해와전혀 ■무관하게 얻어진 이익이므로 B

에게 귀속시켜서도 안될 이익이다. 요컨대 해임행위와 이사

의 새 소득간에는 손익상계를 위해 필요한 법적 인과관계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VI. 餘論

임원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은 주주의 적법한 권한행사

와 교환적으로 임원의 기득권상실을 보상하기 위해 마련된

절충적 수단임에 대해,손익상계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

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추구하는

법리이므로 서로 포섭되거나 접점을 이룰 일이 없다는 점을

결론삼아 강조한다. 한편 법무법인 율촌의 강희철 변호사가

필자의 요청에 따라 이 글을 읽어보고 다음두 가지 점을추

가할 것을 권하였는데,설득력이 있고 실무적으로 유익하리

라 생각되어 소개한다.

1) 부당해고된 근로자의 중간수입은 해고기간중의 임금에

서 공제한다 함은 앞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상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근로자에게 평균임

금의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지급하게 되어 있고(동법 제

46조),이 제도는 해고된 근로자의 임금에서 중간수입을 공

제할 때에도 적용되므로 휴업수당에 상당하는 금액은 공제

하지 못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10) 따라서 근로자의

경우에는 손익상계가 인정되더라도 실제 공제금액은 크지

않다. 그러나 이 제도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닌 임

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따라서 임원은 손해배상에서 중간

수입을 공제하는 것과 관련하여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매우

불리한 취급을 받게 된다.

2) 임원의 입장에서,이 사건에서와 같은 해임 및 손익상

계의 7가능성을 감안하여 임용계약에서 장차 (최소한 귀책사

유 없는) 해임시에 손해배상에 손익상계를 적용하지 않는다

는 약정을 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3

9) 奧田昌道 편 ,「新版注釋民法(10)11」 , 有斐閣, 2011, 516면.

10) 대법원 1991. 6. 28. 선고 90다카25277 판결.

22 • 상장 20Ί4.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