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p97~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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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97 4.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강화의 특징 4.1.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 고찰 4.1.1. 2003년 근골격계 직업병과 노동강도에 대한 연구 지난 2003년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와 근골격계 직업병 공동연구단이 펴낸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근골격계 직업병 실태 연구」보고서 6) 에 따르면 당시 응답자들이 경험한 노동조건의 변화는 노동시간 증가 79.0%, 작업조직 변화 75.6%, 고용형태 변화 73.1%, 신공 정 도입 48.4%, 작업량 증가 42.8%, 인력 감축 42.0% 등이었고, 그 변화 시기를 조사한 결과, 인력 감축은 1998년을 전후로, 하청・외주・파견 등 작업 조직 변화나 자동화, 비정규직 증가 등은 2000 년 이후에 본격화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노동강도 강화를 초래한 구조조정 양상은 각 부서 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 응답자 중 노동시간 증가 79.0%, 작업조직 변화 75.6%, 고용형태 변화 73.1%, 신공정 도입 48.4%, 작업량 증가 42.8%, 인력 감축 42.0% • 시기 ; 1998년을 전후로 하여 전격적인 인력 감축, 하청․외주․파견 등 작업조직 변화나 자동화, 비 정규직 증가 등은 2000년 이후에 본격화 • 부서별 차이 ; 각 부서별 차이가 크지 않음. ⇒ 구조조정은 사업장 전체적으로 진행되어왔음 • 고용 형태별 차이 ; 비정규직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많이 겪음. ⇒ 구조조정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 강화로 집중되고 있음 표2-5. 현대자동차 구조조정의 양상 출처 :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근골격계직업병 공동연구단,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근골격계 직업병 실태 연구」, 2003년 3월. 6) 2003년의 조사는 1공장 81명, 2공장-에쿠스 라인 108명, 2공장-일반 라인 444명, 3공장 226명, 4공장 43명 등 총 902명을 대상 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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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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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강화의 특징

4.1.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 고찰

4.1.1. 2003년 근골격계 직업병과 노동강도에 대한 연구

지난 2003년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와 근골격계 직업병 공동연구단이 펴낸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근골격계 직업병 실태 연구」보고서6)에 따르면 당시 응답자들이 경험한 노동조건의 변화는 노동시간 증가 79.0%, 작업조직 변화 75.6%, 고용형태 변화 73.1%, 신공정 도입 48.4%, 작업량 증가 42.8%, 인력 감축 42.0% 등이었고, 그 변화 시기를 조사한 결과, 인력 감축은 1998년을 전후로, 하청・외주・파견 등 작업 조직 변화나 자동화, 비정규직 증가 등은 2000년 이후에 본격화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노동강도 강화를 초래한 구조조정 양상은 각 부서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 응답자 중 노동시간 증가 79.0%, 작업조직 변화 75.6%, 고용형태 변화 73.1%, 신공정 도입 48.4%, 작업량 증가 42.8%, 인력 감축 42.0%• 시기 ; 1998년을 전후로 하여 전격적인 인력 감축, 하청․외주․파견 등 작업조직 변화나 자동화, 비정규직 증가 등은 2000년 이후에 본격화• 부서별 차이 ; 각 부서별 차이가 크지 않음. ⇒ 구조조정은 사업장 전체적으로 진행되어왔음• 고용 형태별 차이 ; 비정규직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많이 겪음. ⇒ 구조조정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 강화로 집중되고 있음

표2-5. 현대자동차 구조조정의 양상

출처 :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근골격계직업병 공동연구단,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근골격계 직업병 실태 연구」, 2003년 3월.

6) 2003년의 조사는 1공장 81명, 2공장-에쿠스 라인 108명, 2공장-일반 라인 444명, 3공장 226명, 4공장 43명 등 총 902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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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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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노동강도 강화에 의한 근골격계 직업병 발생 기전을 설명한 그림은 다음과 같다. 당시로서는 구조조정의 6대 요소들이 맺고 있는 상호관계를 구체화하지 못하고 병렬식으로 나열하였다. 또한 노동시간과 작업량의 증가를 ‘총량적 노동강도 강화’로 보고 작업자세의 악화나 반복작업의 증가를 ‘개별적 작업환경 악화’로 구분하여 개념화하고 있다. 단, 당시에도 노동자의 현장 통제력 약화와 노동강도 강화가 구조조정에 의한 현장의 핵심적인 변화라는 분석은 이번 2005년 노동강도 평가 연구와 마찬가지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림2-15. 현대자동차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에 인한 근골격계 직업병 증가 기전

출처 :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근골격계직업병 공동연구단,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근골격계 직업병 실태 연구」, 2003년 3월.

4.1.2. 2004년 노동강도 예비평가 연구

의장 2부 노동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지난 2004년의 「노동강도 예비평가 연구」에서는 유연화와 절대적, 상대적 노동강도 강화 세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고용의 유연화(비정규직과 하청의 증가)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잔업과 특근, 작업량, 하루 노동시간의 증가와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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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감소 등 절대적 노동강도의 강화가 그 다음으로, 그리고 작업 속도의 증가, 작업 중 여유의 감소 등 상대적 노동강도의 강화가 그 다음 순서로 나타났다.

그림2-16. 현대자동차 의장 2부 노동강도 강화 양상

출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현대자동차노동조합, 소책자「노동강도 저하투쟁으로 살맛나는 일터를」, 2005년 3월.

4.1.3. 2005년 근골격계 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 연구

2005년 3월 원진재단부설 녹색병원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 연구 보고서7)에 따르면 최근 3년간의 노동과정 변화 중 회사의 관리감독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비정규직의 증가, 작업속도 혹은 일의 양 증가, 해야 하는 일의 종류 혹은 기계 수 증가 등의 순서를 보였으며 1일 작업시간이나 잔업․특근 횟수의 증가는 그다지 뚜렷하지 않았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현장 통제의 강화, 유연화, 상대적 노동강도의 강화가 두드러진 반면 절대적 노동강도의 강화는 미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7) 이 조사에는 전주공장 1,023명, 아산공장 259명, 울산공장 4,235명 등 총 5,517명의 노동자가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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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 목 평균점수*(점) 1일 작업시간 3.07 작업 중 여유시간 3.18 잔업 및 특근 횟수 2.83 평균적인 작업속도 혹은 일의 양 3.38 해야 하는 일의 종류 혹은 기계 수 3.37 공정의 자동화 및 모듈화의 정도 3.36 본인 공정(반 단위)에서 일하는 작업자 수 3.10 회사의 관리감독 3.57 각종 경영혁신 운동 및 교육 참여 3.24 본인 공정(반 단위)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변화 3.45

표2-6. 최근 3년 동안 노동과정의 변화 요인

출처 : (재)원진직업병관리재단부설 녹색병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 「현대자동차 직업성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 개발 최종보고서」, 부록 2-현대자동차 노동강도 설문조사 분석 결과, 2005년 7월.*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노동조건이 안 좋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이상 현대자동차에서 노동강도 강화의 양상을 분석한 여러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았다. 각 연구들은 각각 조사 시기와 대상, 그리고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노동강도 강화 양상이 동일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현대자동차의 구조조정이 시공간적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기별로 부서와 각 개인 마다 서로 다른 듯 보이는 문제들이 실은 공통된 뿌리를 두고 있음을 확인하는 동시에 이전 연구들에서 확인했던 다양성이 보다 면밀하고 구체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노동강도 연구의 목적은 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가 몸으로 느끼고 삶으로 경험하는 문제들에 대해 그 원인과 본질을 밝히고 노동강도 강화에 맞서는 일상적인 실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상이한 결과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흐름을 묶어서 정리하는 동시에, 부서별 수준에서 노동강도 강화의 다양한 양상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4.2.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강화 과정

자본의 구조조정은 대량 정리해고와 같은 단일한 방식이 아니라 각종 다양한 방법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노동자의 조직적 대응과 저항에 맞닥뜨리기 쉬운 전 공장에 걸쳐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예전 방식이 아니라 각 공장마다, 부서마다, 반마다, 노동자 한사람 한사람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내용으로 추진되고 있다.이러한 구조조정 양상의 변화가 그 결과인 노동강도 강화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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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정에 따른 노동 조건과 노동 과정의 변화가 진행되면서 노동강도가 꾸준히 강화되어 왔지만, 그 내용과 시기가 다양하여 노동강도의 실태를 한눈에 알기 어렵다. 예컨데, 자동화의 도입만 하더라도 어떤 노동자는 자동화 이후 기계의 24시간 가동을 위해 휴식과 여유 시간이 줄어들었고, 또 어떤 노동자는 담당 업무의 종류가 많아졌고, 또 어떤 노동자는 작업속도가 빨라졌고, 또 어떤 노동자는 자동화와 함께 작업 인원이 감소하여 생산량이 늘어나는 등 실로 다양한 양상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다. 게다가 현장에는 아직 자동화를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도 있다. 이렇듯 노동강도 강화 양상이 현장 전체적으로 특정 시기에 집중되어 이루어지지 않고 시공간적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노동강도가 어떻게 강화되어 왔으며 지금 어떤 수준인가를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 또한 노동강도 강화로 노동자의 몸과 삶이 얼마나 망가져가는 지,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하여 노동강도를 낮추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집단적으로 모색하는 일도 수월치 않다.그런데 바로 이렇게 개별 노동자들을 서로 다른 입장과 처지에 놓이도록 조장하여 조직적인 저항과 단결을 방해하는 것 또한 자본이 노리는 것이다. 즉, 개별 노동자들의 서로 다른 입장과 처지가 갖는 공통 원인을 밝히기 어렵게 함으로써, 이에 대한 노동의 저항을 자본의 이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나 집단적 저항이 아니라 단지 ‘이윤의 파이를 키워 노동자에게도 더 나누어달라’는 수준으로 통제하려는 것이다. 유연생산체제를 일상적으로 정착시키고, 지구 전체 수준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관철시키며, 노자 관계마저도 유연화하려는 자본의 공세를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한 과정이나 결과에서 자본의 의도에 갇히고 말 것이다.이러한 장애물을 넘어 노동강도를 낮추는 실천의 고리를 찾기 위하여 현재 노동강도 강화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분석하여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합원 설문과 면접 조사에서는 노동자들이 느끼고 있는 노동강도 강화의 원인을 직접 질문하여 파악하고자 하였고, 또 한편으로는 개별 노동자가 경험한 노동 조건의 변화들을 되짚어봄으로써 노동강도 강화를 초래한 구조조정 요인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고자 하였다.98년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이후 노동강도가 급격히 강화되었다는 점은 앞에서 여러 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 자본은 98년을 신호탄삼아 그 이후로도 유연생산체계 완성을 위한 구조조정을 집요하게 추진해왔다. 구조조정의 양상은 양적인 구조조정에서 질적인 구조조정으로, 전 공장을 단시간에 뒤흔드는 방식에서 작업 단위별로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왔다.이러한 구조조정 공세의 내용은 △인력 감축, △외주⋅하청 등 고용 형태의 변화(고용의 유연화), △시급제・성과급 등에 기초한 임금 체계, △작업시간・휴식시간 변동(노동시간 연장과 유연화), △모듈화・자동화 등 신공정과 신기술 도입, △생산 과정의 작업 조직 변화 등 6대 요소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요소들은 하나가 도입되면 연달아 제 2, 제 3의 구조조정 요소들을 끌어들여 쉼없는 구조조정, 즉 구조조정의 일상화를 낳고 있다.이러한 구조조정 공세 속에는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몸과 삶에 대한 권리보다 자본의 생산 기획과 제품의 품질을 우선으로 여기도록 만들기 위한, 그리하여 일상적 구조조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현장통제 전략이 포함되어 있었다.그 결과, 현대자동차 자본은 제한없는 이윤 확대를 이루고 현장 장악력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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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본과 노동의 득실은 결코 상생할 수 없었다. 자본이 거두어들인 만큼 노동자는 잃어왔다. 확대된 이윤의 규모만큼 노동강도는 강화되었으며, 자본의 현장 장악력이 커진 만큼 노동자의 조직력과 현장 통제력은 약화되어왔다. 현장 통제력이 약화되고 노동강도가 강화됨에 따라 노동자는 공장 안에서 온갖 질병과 사고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으며, 공장 밖에서의 여가와 일상조차 내놓고 있다. 노동자가 자신의 몸(건강)을 내어준 대가로 얻은 것은 돌연한 과로사나 사고사, 십 수년간의 교대 근무를 통한 수명 단축, 각종 직업병과 후유 장애 등이며, 노동자의 삶(시간)을 내어주고 얻은 것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 틈조차 없어 도무지 살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척박한 삶의 하루하루일 뿐이다.

98년 정리해고의 경험

그림2-17. 설문과 면접 결과로 요약해본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강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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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절대적・상대적 노동강도 강화

노동강도 강화 과정을 이해하고 그 핵심을 논하기 전에 우선 노동강도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기로 하자. 자본이 이윤을 증대시키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노동시간 자체를 연장하는 것이며, 또다른 하나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의 양과 길이가 늘어나는 것을 ‘절대적 노동강도 강화’라 하며, 생산성 향상에 따라 작업의 밀도나 속도 등이 악화되는 것을 ‘상대적 노동강도 강화’라 한다.

4.3.1. 현대자동차의 절대적 노동강도 강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저임금 체계야말로 노동강도 강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느끼고 있다.

항목 빈도 수* 가중치**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임금체계 2,101번 5,267점철야, 잔업, 주야맞교대 등 장시간 노동 1,954번 4,005점

자동화, 모듈화 등 생산방식의 변화와 외주화 736번 1,627점고용불안 916번 1,437점

반복동작, 부적절한 자세 등 인간공학적 요인 937번 1,293점해외생산 및 역수입 252번 484점

도구 혹은 설비 등 작업환경의 문제 247번 295점사내하청 및 비정규직의 증가 166번 259점

표2-7.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강화의 주된 원인

중요한 순서대로 3개 항목을 고르도록 하였음.* 빈도 수 : 각 항목이 2,715명이 3개씩 고른 결과에 포함된 빈도** 가중치 : 각 항목이 첫 번째로 꼽힌 경우 3점, 두 번째면 2점, 세 번째면 1점을 주어 계산한 결과

위의 표에서 승용1공장과 소재공장, 소형엔진공장의 노동자 2,715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임금 체계와 철야・잔업・주야맞교대 등 장시간 노동을 가장 중요한 노동강도 강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자동화・모듈화 등 생산방식의 변화와 외주화, 고용불안, 반복동작・부적절한 자세 등 인간공학적 요인 등의 순서로 나타났으며, 해외생산・역수입이나 도구・설비 등 작업 환경의 문제, 그리고 사내 하청이나 비정규직의 증가는 노동강도 강화와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현장 노동자들은 느끼고 있었다. 이 결과를 통해 노동강도 강화를 초래하는 여러 측면들 중 실제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 가를 떠나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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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절대적 노동강도 강화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앞의 표는 노동강도 강화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직접 질문한 결과였는데, 다음 그림들은 다양한 노동조건들의 변화 양상들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 응답하도록 질문한 결과이다.

그림2-18. 최근 몇 년간 노동조건의 변화①

근무시간 증가, 특근횟수 증가, 생산량 증가 등 절대적 노동강도 강화를 뜻하는 노동 조건들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절대적 노동강도가 조금이라도 줄었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은 채 10%도 안되는 수준이다. 또한, 주5일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노동자들이 근무시간과 특근횟수 증가에 따른 여가시간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앞에서 소개한 대로 자본은 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노동시간을 연장시키려 한다. 이때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방법은 주로 잔업과 특근 시간을 늘이는 것으로 집중된다. 휴지조각만큼도 지켜지지 않지만 어쨌든 법정 노동시간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단한 잔업과 특근에 자신의 의지로 기꺼이 나설 노동자가 있을 턱이 없다. 따라서 자본은 원하는 만큼 노동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노동자가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현대자동차 자본이 마음껏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든 것이 바로 시급제에 기초한 저임금 체계이다.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이 매일 2시간의 잔업과 매달 수차례의 특근을 하고 있는 이유는 그렇게 일해야만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88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1인당 하루평균 근로시간 12.3시간, 한 달 평균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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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일수 18.5일, 연평균 연장근로일수가 50-60일인 노동자가 20.1%로 가장 많고, 100시간 이상이나 되는 노동자도 전체의 16.3%, 58.7%가 수입 증대를 위해 잔업을 하고, 62.1%가 잔업이 없어지면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결과를 통해 현대자동차 자본이 낮은 기본급으로 짜여진 임금체계에 차별적 성과급을 덧붙여 노동시간 연장을 유인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8).이러한 저임금 체계 속에서 노동자들은 매일 2시간의 잔업을 ‘자동으로’ 하고 있으며, 특근을 그야말로 밥먹듯이 하고 있다. 조합원 설문 조사 참여자 2,722명 중 거의 모두(94.6%)가 월 3회 이상 특근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월 5회 이상 특근을 하는 경우도 16.1%에 이르고 있었다.

월 평균 특근 횟수 응답자 수(명) 백분율안한다 42명 1.5%1-2회 556명 20.4%3-4회 1,582명 58.1%5-6회 382명 14.0%7회이상 58명 2.1%무응답 102명 3.8%

표2-8. 귀하의 한달 평균 특근 횟수는 몇 번입니까?

2005년 노동강도평가, 조합원 설문 결과

4.3.2. 현대자동차의 상대적 노동강도 강화

상대적 노동강도란 노동의 밀도, 즉 단위 시간당 작업량을 뜻한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이후에는 인력 감축, 비정규직화, 신공정・신기술 도입 및 1인 다기능화, 작업조직 개편 및 성과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하여 주로 상대적 노동강도의 강화가 추진되어 왔다. 다음 그림에서 신공정의 도입이나 전산자동화, 자동화의 증가가 30-40%의 노동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주요한 변화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8) 박준식, 현대자동차의 내부노동시장과 관리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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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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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19. 최근 몇 년간 노동조건의 변화②

이러한 변화들과 함께 시간당 업무량 증가, 작업 속도 증가, 불량과 고장의 증가, 담당 작업 수의 증가, 작업 중 여유 감소, 부서의 인력 감소 등 상대적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요인들의 악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2-20. 최근 몇 년간 노동조건의 변화③

한편, 파견・배치전환 증가, 부서나 업무의 통합 증가, 성과급 비율 증가는 최근 몇 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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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21. 최근 몇 년간 노동조건의 변화④

그러나 이 결과를 보고 이런 분야의 노동강도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짓는 것은 옳지 않다. 성과급 비율 증가가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지지 않은 까닭은 이미 기본급의 비율을 낮게 유지하고 성과급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임금 체계가 오래 전부터 고착화되어있기 때문이다.이와 달리 파견・배치전환의 증가나 부서・업무의 통합 증가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은 까닭은 일부 부서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조건의 변화 양상을 점수로 계산하여 변화가 없으면 0점을 주고, 늘어날 경우 (+)의 값을, 줄어들 경우 (-)의 값을 부여하여 분석한 아래 그림을 보자. 승용1공장, 소재공장, 소형엔진공장 전체에서 파견과 배치 전환은 평균 0점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 하나, 각 부서별로 나누어보면 사실은 소형엔진공장(0.38점), 소재공장(0.10점)에서 최근 몇 년간 증가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0

-0.06

0.38

0.1

-1

0

1

[전체] [승용1] [소형엔진] [소재]

늘었다

줄었다

그림2-22. 최근 몇 년간 파견과 배치 전환의 변화 (부서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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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08

또한 같은 소재공장 안에서도 특히 주철주조부(0.37점)와 경합금주조부(0.33점)의 파견・배치전환이 두드러진 것도 확인된다.

-0.3

-0.02-0.15 -0.16

0.33 0.37

0.1

-1

0

1

생관 품관 보전 단조 경합금 주철 소재전체

늘었다

줄었다

그림2-23. 최근 몇 년간 파견과 배치 전환의 변화 (소재공장)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파견과 배치 전환이 약간이나마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승용 1공장 안에서도 세부 부서별로 나누어 보면, 승용1공장 전체 평균값은 사실 파견과 배치 전환이 어려운 보전 부서 때문이며, 품질관리부나 생산관리부, 그리고 도장부와 프레스부 등에서는 이 문제가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0.08 0.17

-0.47

-0.08

0.06

-0.11

0.03

-0.06

-1

0

1

생관 품관 보전 의장 도장 차체 프레스 승용1전체

늘었다

줄었다

그림2-24. 최근 몇 년간 파견과 배치 전환의 변화 (승용1공장)

한편, 부서나 업무의 통합 역시 전체적으로 볼 때는 -0.15점으로 증가하지 않는 편에 속한다. 그러나 다음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 승용1공장 생산관리부(0.35점)와 소재공장 주철주조부(0.14점), 경합금주조부(0.10점)에서는 최근 몇 년간에도 어느 정도 부서와 업무 통합이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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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09

0.01

-0.32

-0.12-0.19

-0.31

0.1 0.14

0.35

-0.16

-0.32-0.24 -0.21

-0.13

-0.34

-1

0

1

소형엔진

소재생관

소재품관

소재보전

단조 경합금 주철 생관1 품관1 보전1 의장1 도장1 차체1프레스1

늘었다

줄었다

그림2-25. 최근 몇 년간 부서와 업무의 통합 변화 (세부 부서별 비교)

이상의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이번 조사를 통하여 노동자가 체감하고 있는 노동강도 문제는 절대적 노동강도 강화가 가장 크다는 것과, 그 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고용의 유연화(하청・외주 증가)와 상대적 노동강도(시간당 업무량 증가, 작업 중 여유 감소, 작업 속도 증가)의 강화 역시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각 부서별로 노동강도 강화의 진행 양상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4.4.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강화 양상의 특징

앞에서 살펴본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강화 과정의 전반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첫째, 신자유주의 이후 자본이 상대적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데 주력해왔다는 분석은 여전히 타당하나, 자본은 절대적 노동시간의 연장을 통한 노동강도 강화 역시 포기하지 않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의 현장 경험 속에서 절대적 노동강도 강화는 매우 뚜렷하게 인식되고 있다.둘째, 현대자동차의 다양한 구조조정 요인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로 인과관계를 가지고 얽혀 있는데, 현 시점에서 이들은 대개 고용의 유연화와 노동시간의 연장 및 유연화로 귀결되는 양상을 보인다. 예컨데, 자동화 등 신기술이 도입되면 직접적으로는 그로 인한 작업 속도의 증가, 다기능화, 인력 감축 등이 초래되어 상대적 노동강도가 강화된다. 이후 자본의 생산 목표가 높아지는 시기가 오면 노동자가 감당할 수 있는 체력적 한계나 기계의 고유한 한계 때문에 상대적 노동강도의 강화만으로는 생산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며,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를 일시 채용하거나 특근을 늘려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방식(기계를 쉬지 않고 하루종일 가동하는 방식을 포함하여)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로써 자본은 탄력적인 생산 계획에 발맞출 수 있는 유연생산체제를 완성해 나가고 있으며, 노동자는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상대적・절대적 노동강도의 극대화를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노동강도 강화의 특징은 해외생산과 무노조 비정규직 생산공장으로 상징되는 유연생산체제가 지구적 차원에서 행해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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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10

다는 것 자체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기계같은 경우 개수가 있습니다. 10분에 1개면 8시간하면 48개라든가. 자기네들도 거기에서 로스되는 시간을 빼야지요. 용탕 등 그런 것을 빼고 하루에 몇 개가 나오는 것이지요. 우리의 경우는 지금 **반의 경우 전에는 7기 물량 올렸다가 물량이 딸리면 8기, 9기 올리거든요. 그러면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거든요. 물량이 떨어지는 경우는 어떨 때는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는 없는데 서서히 줄어들었다가 갑자기 늘 때가 있다. 그해나 그 달에 따라서 어느 날 갑자기 특근이 없어집니다. 특근 없다 해서 안하다가 또 몇 주 가지 않고 있다가 물량 100%난다해서 늘리고. (소재공장 경합금주조부)

4.5. 부서별 노동조건 변화와 노동강도 강화 양상

이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소형엔진공장, 소재공장, 승용1공장에서 각각 노동조건과 노동강도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부서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세 부서에서 18가지 문항을 통해 파악한 노동조건 변화 양상은 다음 표와 같다. 이 표는 두가지 방향에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표의 세로 열을 따라 점수를 비교함으로써 각 부서에서 어느 문항에 대한 변화가 크고 작은지를 비교할 수 있다. 가령 소형엔진공장에서는 여가시간 감소(증가에 대해 -0.98)>근무시간 증가(0.68)>특근횟수증가(0.59)>현장통제 강화(0.52) 순서로, 소재공장에서는 여가시간 감소(증가에 대해 -0.75)>근무시간 증가(0.46)>신공정증가(0.42)>특근횟수증가(0.36) 순서로, 승용1공장에서는 여가시간 감소(증가에 대해 -0.97)>근무시간 증가(0.80)>특근횟수증가(0.75)>생산량증가(0.54) 순서로 점수가 분포하고 있다.다음으로는 표의 가로 줄을 따라 점수를 비교해보면 각 문항별로 어느 부서가 더 큰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 증가’는 승용1공장(0.80)>소형엔진공장(0.68)>소재공장(0.46)의 순서로 변화의 크기가 세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하여 우리는 아주 정확하지 못하더라도 각 부서별 노동조건의 변화 흐름과 노동강도 강화 양상의 특성을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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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11

구분 소형엔진공장 소재공장 승용1공장 전체근무시간증가 0.68 0.46 0.80 0.73 특근횟수증가 0.59 0.36 0.75 0.66 여가시간 증가 -0.98 -0.75 -0.97 -0.93 작업속도증가 0.14 0.08 0.14 0.13

작업중여유감소 0.18 0.12 0.17 0.16 시간당업무량증가 0.34 0.15 0.15 0.17 담당작업수감소 -0.36 -0.23 -0.29 -0.28

생산량증가 0.31 0.05 0.54 0.42 성과급비율증가 -0.49 -0.31 -0.31 -0.33 부서인력감소 0.33 0.24 0.02 0.09

부서/업무통합증가 0.01 -0.06 -0.20 -0.15 파견/배치전환증가 0.38 0.10 -0.06 0.00

하청외주증가 0.31 0.15 0.43 0.37 자동화증가 0.14 0.05 0.21 0.17 신공정증가 0.50 0.42 0.30 0.34

불량고장증가 0.40 0.27 0.02 0.10 전산자동화증가 0.22 0.10 0.28 0.24 현장통제강화 0.52 0.32 0.51 0.47

표2-9. 소형엔진, 소재, 승용1공장의 노동조건 변화

2005년 노동강도평가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1) 각 항목에 대해 ‘전혀그렇지않다’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1점씩 큰 점수를 부여하여 평균 점수를 계산한 뒤, 다시 ‘변화없다’를 기준(0점)으로 계산한 결과임. 이 값이 0점이라면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볼 수 있으며, 0보다 크면 클수록 그 항목의 내용에 따른 변화가 큰 것이고, 0보다 작으면 작을수록 변화가 적거나 항목의 내용과 반대 방향으로 변화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음.2) 여가시간 증가, 담당작업 수 감소의 경우 노동강도 강화에 있어서 다른 항목들과 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4.5.1. 소형엔진공장 노동조건 변화의 특성

1) 노동시간의 증가와 여가시간의 감소

소형엔진공장에서 노동조건 중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여가시간의 감소이다. 그 다음으로는 근무시간 증가(0.68), 특근횟수증가(0.59)로 절대적 노동강도의 강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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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12

-0.98

-0.49

-0.36

0.01

0.14

0.14

0.18

0.22

0.31

0.31

0.33

0.34

0.38

0.4

0.5

0.52

0.59

0.68

-2 -1 0 1 2

여가시간 증가

성과급비율증가

담당작업수감소

부서/업무통합증가

작업속도증가

자동화증가

작업중여유감소

전산자동화증가

생산량증가

하청외주증가

부서인력감소

시간당업무량증가

파견/배치전환증가

불량고장증가

신공정증가

현장통제강화

특근횟수증가

근무시간증가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26. 부서별 노동조건 변화 양상(소형엔진공장)

노동시간의 연장을 초래하는 첫 번째 요인은 생산량의 증가이다. 물론 같은 소형엔진공장 안에서도 생산하는 제품 종류에 따라 생산량이 늘어난 반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 그림에서도 생산량의 증가는 0.31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산량이 증가한 경우에는 어김없이 노동시간의 연장, 즉 잔업과 특근의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자동화의 도입이나 작업 속도의 증가가 거의 정체되어 있는 상황(위 그림에서 각각 0.14점)에서 자본은 노동시간의 연장을 통해 생산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작업 속도가 이미 최대 수준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특근을 늘리고 있는 과정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한 노동자의 면접 내용이다.

연생산 이십오만대 이 정도에서 지금은 삼사십만대… 97년에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생산이 덜했는데, 지금 우리쪽에 수출 위주가 많다보니까 굉장히 작업물량이 많이 늘어났어요. (물량이 많이 늘어나면) 생산 특근을 많이 하죠. 지금 우리 라인같은 경우 (속도가) 거의 맥시멈까지 왔다고 봐야죠. 지금 60초까지 가니까… 특근을 많이해서 물량을 대고 있죠. 특근은 이번달도 그렇고 다음달도 그렇고, 풀로 차있기 때문에 거의 다해야 할거에요. 일요일날두. (소형엔진공장)

조사를 통해 노동시간이 연장되는 또다른 요인으로 드러난 것은 불량과 고장의 증가(0.40점)이다. 생산 장비가 고장나거나 불량이 발생하면 그만큼 하루 생산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자본이 설정한 생산 목표는 결코 수정할 수 없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과도 같아 결국 잔업이나 특근 등 노동시간 연장을 통해 생산량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일단 장비가, 기계가 퍼지면 생산을 못하니깐. 퍼지면 시간을 빼주고 해야하는데 그렇게 안해준다. 고장난 시간을 빼줘야 하는데 그런 문제를 가지고 한번씩 우리 라인에서 실랑이를 한다. 민감하니깐. 위에서는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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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13

을 안 빼준다 이거죠. 월별이라던지 하루 생산물량이 다운되니깐 그래서 조/반장, 사무실 선에서는 그 다음날 더 할려고 해요. 월별 생산에 맞출려고 하니깐. 어제 빠진걸 오늘 메울려고 하니깐. (소형엔진공장)

2) 현장 통제의 강화

설문조사 결과 소형엔진공장에서 노동시간의 연장에 이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자본의 현장 통제 강화였다. 다만, 변화의 정도를 표현하는 점수가 0.52점으로 ‘변화없다’(0점)와 ‘그렇다’(1점)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면접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통제는 많이 풀렸죠’ 또는 ‘회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쪼는 것은 마찬가지’ 또는 ‘겉으로 보기에는 완화 되었다고 보이지만 속으로 봤을때는 강도가 더 세졌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 것과도 일맥 상통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통제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물리적 억압과 통제 대신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 유도로 방식을 바꾸었을 뿐이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단결을 방해하고 무리한 생산 목표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에 저항할 수 있는 집단적 힘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시키기 아주 편해. 노동강도가 세졌다는 말도 못해요, 피부로 느끼면서… 자동화가 왔다, 여기 5명이 필요한데 볼트를 사람이 4개를 조을 걸 기계는 2개를 조으면 이걸 하나는 위로, 하나는 밑으로 주면서 사람간에 경쟁을 붙이는 거지. 포상제도니 이런걸로… 이런 식으로 노동강도가 세지고… 본인은 느껴지는 데 말은 못하고… 안 짤리려면 일을 해야지. (소형엔진공장)조장이 조원의 고가를 매기는데 그게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라 이거지. 쉽게 이야기하면 1등부터 13등까지 내야돼. 그러니까 본의아니게 품질도 있다 이거지. 이 사람은 불량을 한번 냈고 이 사람은 불량을 안냈다 이거지. (소형엔진공장)

3) 기타 노동조건의 변화

소형엔진공장에서 신공정증가(0.50), 파견/배치전환증가(0.38), 담당작업수 증가(작업 수 감소에 대해 -0.36), 부서인력감소(0.33), 하청외주증가(0.31), 전산자동화증가(0.22), 작업중여유감소(0.18), 자동화증가(0.14), 작업속도증가(0.14), 부서/업무통합증가(0.01), 성과급비율 증가(-0.49) 등은 최근 몇 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전부터 이미 강화된 노동강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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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소재공장 노동조건 변화의 특징

1) 여가시간의 감소와 노동시간의 증가

소재공장에서도 여가시간의 감소가 가장 큰 변화로 나타났다. 근무시간의 증가나 특근횟수의 증가 등 노동시간의 증가를 뜻하는 항목들은 다른 항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변화를 보였으나 그 점수는 각각 0.46과 0.36으로 절대적 변화는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소재공장 내 여러 부서들이 서로 다른 양상으로 노동조건의 변화를 겪고 있는 현실이 혼합되어 있는 데다가, 작은 단위의 개별 공장으로 쪼개져 있는 생산 시설의 특성을 바탕으로 자본이 생산 유연화를 상당히 진행시켜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0.75

-0.31

-0.23

-0.06

0.05

0.05

0.08

0.1

0.1

0.12

0.15

0.15

0.24

0.27

0.32

0.36

0.42

0.46

-2 -1 0 1 2

여가시간 증가

성과급비율증가

담당작업수감소

부서/업무통합증가

생산량증가

자동화증가

작업속도증가

파견/배치전환증가

전산자동화증가

작업중여유감소

시간당업무량증가

하청외주증가

부서인력감소

불량고장증가

현장통제강화

특근횟수증가

신공정증가

근무시간증가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27. 부서별 노동조건 변화 양상(소재공장)

실제로 일부 부서에서는 근무시간과 특근 횟수의 증가가 상당하다. 이는 다음 그림처럼 주철주조, 경합금주조, 단조, 보전, 품질관리, 생산관리 등 소재공장 내의 각 부서별로 구분하여 분석한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전의 경우 특근 횟수의 증가(0.79)와 근무시간의 증가(0.73)가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주철주조에서도 근무시간의 증가(0.64)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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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15

0.36

0.46

0.44

0.64

0.41

0.41

0.07

0.23

0.79

0.73

0.34

0.51

0.05

0.08

0 1 2

특근횟수증가

근무시간증가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생관

품관

보전

단조

경합금

주철

소재전체

그림2-28. 소재공장 내 각 부서별 근무시간과 특근 횟수의 변화

한편, 주철주조부의 경우 주철3공장과 주철4공장은 일년 내내 주야 교대근무를 하는 반면 주철5공장은 연중 9개월은 주간 근무를 하다가 3개월만 주야 근무를 하고 있다. 이는 자본이 유연생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채택한 방법 중 하나로, 같은 주철주조부 안에서도 공장마다 시기마다 작업량과 노동시간이 달라지게 된다.

2) 신공정 증가

소재공장에서 여가시간 감소 및 노동시간 증가 다음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신공정 증가(0.42)이다. 새로운 공정의 도입은 아무래도 주철주조(0.58), 단조(0.48), 경합금(0.42) 등 직접 생산 부서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보전(0.28)이나 품관(0.17), 생관(0.08) 등 간접 생산 부서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또한 소재공장의 신공정 도입은 ‘한꺼번에 바뀌지는 않고 차츰차츰’ 진행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0.42

0.58

0.45

0.48

0.28

0.17

0.08

0 1 2

신공정증가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생관

품관

보전

단조

경합금

주철

소재전체

그림2-29. 소재공장 내 각 부서별 신공정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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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4.5.3. 승용1공장 노동조건 변화의 특징

1) 여가시간의 감소와 노동시간의 증가

승용1공장에서도 여가시간의 감소(그림2-26에서 여가시간 증가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답변에 가까운 -0.97점), 근무시간의 증가(0.80), 특근횟수의 증가(0.75) 등 절대적 노동강도의 강화를 뜻하는 지표들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다.

-0.97

-0.31

-0.29

-0.2

-0.06

0.02

0.02

0.14

0.15

0.17

0.21

0.28

0.3

0.43

0.51

0.54

0.75

0.8

-2 -1 0 1 2

여가시간 증가

성과급비율증가

담당작업수감소

부서/업무통합증가

파견/배치전환증가

부서인력감소

불량고장증가

작업속도증가

시간당업무량증가

작업중여유감소

자동화증가

전산자동화증가

신공정증가

하청외주증가

현장통제강화

생산량증가

특근횟수증가

근무시간증가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30. 부서별 노동조건 변화 양상(승용1공장)

2) 생산량 증가

생산량 증가는 승용1공장 전체적으로 0.54점에 불과하였지만, 부서별로 나누어 본 결과 보전(0.12)이나 프레스(0.29)에서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음에 비해 도장(0.76)과 의장(0.62)에서는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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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17

0.54

0.29

0.39

0.76

0.62

0.12

0.41

0.35

0 1 2

생산량증가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생관

품관

보전

의장

도장

차체

프레스

승용1

그림2-31. 승용1공장 내 각 부서별 생산량 증가

3) 기타 노동조건의 변화

승용1공장에서 노동시간의 연장과 생산량의 증가 다음으로 변화가 크게 나타난 것은 현장통제 강화(0.51)이며, 하청 및 외주 증가(0.43), 신공정 증가(0.30), 전산자동화나 자동화의 증가(각각 0.28 및 0.21), 작업중 여유감소(0.17), 시간당 업무량 증가(0.15), 작업속도 증가(0.14), 불량고장증가(0.02), 부서인력감소(0.02), 파견/배치전환증가(-0.06), 부서/업무통합증가(-0.20), 담당작업수감소(-0.29), 성과급비율증가(-0.31) 등은 별다른 변화를 거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하청․외주의 증가, 자동화 및 전산자동화의 증가 등 몇 가지 항목들에서는 소재공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승용1공장에서도 내부 부서별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다음 그림은 승용1공장 안의 각 부서에 따라 하청・외주의 증가 양상을 표시한 것이다. 승용1공장 전체적으로는 0.43점에 불과하나 도장(1.01), 차체(0.95), 보전(0.90), 프레스(0.72) 등에서는 최근 몇 년간 하청 및 외주의 증가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품관(-0.03), 의장(0.26), 생관(0.27) 등의 부서에서는 증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0.43

0.72

0.95

1.01

0.26

0.90

-0.03

0.27

0 1 2

하청외주증가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생관

품관

보전

의장

도장

차체

프레스

승용1

그림2-32. 승용1공장 내 각 부서별 하청・외주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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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18

이처럼 현장 노동자들이 느끼는 변화를 회사 측 인원 현황 자료를 통해 확인된 인원 현황과 비교해 보았다. 다음 그림은 2000년부터 2005년 2월까지 승용1공장 각 부서 총원 중 하청 노동자의 비율이다. 설문조사에서 하청․외주 증가가 가장 크게 나타난 도장과 차체 부서는 실제로도 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으며, 2002년에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편, 설문 조사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던 보전(0.90)의 경우 실제 하청 노동자의 비율은 최근 들어 아주 조금씩 감소하고 있었으나 그래도 총원의 20%를 웃돌고 있었으며, 프레스(0.72)의 경우, 인원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나 2002년에 갑자기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나 설문 조사 결과와 배치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품관(-0.03), 의장(0.26), 생관(0.27)의 경우, 실제 하청 인원 비율이나 그 변화 양상이 설문 조사 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지는 못한 것 같다.

0

5

10

15

20

25

30

2000년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2월

비율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보전

품관 생관

그림2-33. 승용1공장 내 각 부서 총원 중 하청 노동자의 비율

회사측 자료.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말에 집계한 인원 현황이며, 2005년은 2월말에 집계한 자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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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19

4.6. 노동조건 변화의 부서간 상대적 비교

4.6.1. 근무시간, 특근 횟수, 여가시간의 변화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 지금도 한 달에 일하는 시간이 450시간이거든요. 한달에 쉬는 시간이 3, 4일밖에 안쉬니까요. (승용1공장 도장부)

근무시간의 증가는 승용1공장(0.8)>소형엔진공장(0.68)>소재공장(0.46)의 순서로 나타났다. 그러나 각 사업부 내의 부서에 따라 나누어 분석하면 승용1공장 안에서도 0.64(차체)부터 1.2(프레스)까지, 소재공장 안에서도 0.08(생관)부터 0.74(보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승용1공장의 프레스부(1.2)가 가장 크게 변화한 셈이며, 그 다음으로 도장부(1.04), 승용 생관부(0.94) 순서로 나타났다.

"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0.680.08

0.510.73

0.230.41

0.640.46

0.940.8

0.730.77

1.040.64

1.20.8

0.73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34. 최근 몇 년간 근무시간의 증가 (부서별 비교)

특근 횟수도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여 승용1공장(0.75)>소형엔진공장(0.59)>소재공장(0.36)의 순서였으며, 승용1공장 안에서도 0.61(차체)부터 1.08(프레스)까지, 소재공장 안에서도 0.05(생관)부터 0.79(보전)까지의 스펙트럼을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승용1공장의 프레스부(1.08), 도장부(0.96), 승용 생관부(0.9) 등에서 증가가 많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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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20

"나의 특근 횟수가 늘어났다"

0.590.05

0.340.79

0.070.410.44

0.360.9

0.770.64

0.710.96

0.611.08

0.750.66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35. 최근 몇 년간 특근 횟수의 증가 (부서별 비교)

설문지에서는 여가시간의 증가 정도를 질문하였고,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응답은 소형엔진공장(-0.98)>승용1공장(-0.97)>소재공장(-0.75)의 순서로 부정적인 변화, 즉 여가시간의 감소를 뜻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승용1공장의 프레스부(-1.18), 도장부(-1.1), 승용 생관부(-1.0) 등 근무시간이나 특근 횟수가 크게 증가한 부서에서 여가시간이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시간은 근무 시간이나 특근 횟수가 늘어날수록 줄어들게 될 것이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루 중 잠자는 시간을 포함한 여가시간이 늘어났다"

-0.98-0.78

-0.87-0.84

-0.66-0.66

-0.8-0.75

-1-0.94-0.93-0.95

-1.1-0.92

-1.18-0.97-0.93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36. 최근 몇 년간 여가시간의 증가 (부서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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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21

4.6.2. 작업 속도・시간당 업무량과 작업 중 여유의 변화

지금 죽자 사자 하고있는 거예요. 지금이. 나 뿐 아니고 모든 동료들이 그래요. 피치 업은 반대를 대부분 해요. (승용1공장 도장부)

작업 속도의 증가는 승용1공장과 소형엔진공장(0.14)>소재공장(0.08)의 차이를 보이며, 승용1공장의 도장부(0.41)나 품관부(0.32)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0.13에 불과하여 최근 몇 년간 큰 변화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작업 속도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재 작업 속도가 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지금 죽자사자 하고 있’다는 위 면접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작업 속도가 한계 지점까지 증가했기 때문에 그보다 더 빨라질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내가 일하는 부서의 작업속도가 빨라졌다"

0.14-0.2

0.040.16

0.040.080.14

0.080.2

0.32-0.14

0.130.41

-0.010.160.140.13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37. 최근 몇 년간 작업속도의 증가 (부서별 비교)

시간당 작업량은 작업속도와 유사한 의미를 지니지만 ‘속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업무의 경우에도 작업의 밀도를 표현할 수 있도록 별도 항목으로 조사하였다. 다음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간당 작업량의 변화는 전체적으로 0.17에 불과하여 작업 속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서별로는 소형엔진공장(0.34)>승용1공장과 소재공장(0.15)의 순서를 보였으며, 승용1공장 안에서도 0.07(차체)부터 0.5(도장부)까지의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승용1공장의 도장부(0.5)와 프레스부(0.32), 그리고 소형엔진공장(0.34)에서 높게 나타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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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22

"내 업무 중 같은 시간에 해야 하는 일의 양이 늘어났다"

0.34-0.23

0.290.24

0.040.160.22

0.150.24

0.20.14

0.10.5

0.070.32

0.150.17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38. 최근 몇 년간 시간당 작업량의 증가 (부서별 비교)

작업 밀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작업 중 여유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작업 밀도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듯이 작업 중 여유 시간도 크게 감소되지는 않았다. 이는 이미 현장에서 관철되고 있는 노동 밀도가 과거의 경험이나 타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나의 작업 중 대기시간을 포함한 여유시간이 줄어들었다"

0.18-0.14

0.110.24

0.020.09

0.230.12

0.260.22

-0.040.16

0.370.08

0.270.170.16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39. 최근 몇 년간 작업 중 여유시간의 감소 (부서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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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23

4.6.3. 1인당 공정 수의 변화

자동화가 되니까 많이 힘들죠. 생산은 편해졌지만 보전은 힘들어졌죠. 인원은 늘어나지 않고 장비가 늘어나니까. (승용1공장 보전부)

개별 노동자가 담당하는 작업 수가 감소하였는지에 대한 응답은 -0.28로, 거의 변화가 없다시피 하나 약간의 증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서별로는 소형엔진공장 -0.36, 승용1공장 -0.29, 소재공장 -0.23이었고, 승용1공장 보전부(-0.58)나 품관부(-0.37), 소형엔진공장(-0.36)에서 최근 몇 년간 1인당 담당 작업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담당해야 하는 작업(공정)의 수가 줄어들었다"

-0.36-0.24-0.21-0.17

-0.28-0.23-0.23-0.23

-0.13-0.37

-0.58-0.3-0.23

-0.2-0.33-0.29-0.28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40. 최근 몇 년간 담당 작업 수의 감소 (부서별 비교)

담당 작업 수가 늘어나는 원인은 위 면접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승용1공장 보전부의 경우 자동화로 인한 장비의 증가 때문이며, 승용1공장 품관부나 소형엔진공장의 경우에는 일명 ‘로테이션’으로 인해 1인당 작업 수가 늘어나고 있다. 면접 조사에서 노동자들이 말하는 로테이션이란 같은 반에서 조를 나누어 일정한 주기에 따라 업무를 순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승용1공장 품질관리부에서는 47명의 반원을 둘로 나누어 3개월 단위로 실내․실외 검사를 번갈아 하거나(실러), 7개 조로 구분하여 3개월 단위로 돌아가거나(기능검사), 2주일 단위로 엔진, 도어, 실내, 트렁크 검사 등의 업무를 돌아가면서 하거나(외관검사), 1주일 단위로 순환(공정검사)하고 있다. 소형엔진공장에서도 길게는 6개월 단위로 로테이션하는 곳부터(4V가공 캠샤프트반), 1개월 단위(4V조립3반, 6반), 짧게는 2주일에 한번씩 돌아가는 (4V조립4반)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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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24

이러한 로테이션은 대개 반 업무 중 작업 환경이나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작업으로 인한 부담을 나누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공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서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니까. 예전에는 3개월하다가 2개월하다가 1개월도 힘들다고 해서, 이제는 주야 2주에 한번씩 로테이션을 돌죠. (소형엔진공장)

노동강도가 높은 작업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보다는 로테이션을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낫기는 하나, 이것은 임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아무리 비교적 손쉬운 일을 번갈아 한다고 해도 힘든 일의 노동강도를 낮추지 않고서는 십수년에 이르는 장기간 근무를 통해 누적되는 육체적・정신적 손상을 피할 수 없다.

4.6.4. 부서 생산량과 인원의 변화

최근 몇 년간 자기 부서의 생산량 증가에 대한 응답은 전체 평균 0.42로 약간 증가한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부서별로는 승용1공장(0.54)>소형엔진공장(0.31)>소재공장(0.05)의 순서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승용1공장의 도장부(0.76)와 의장부(0.62)에서 생산량의 증가가 가장 많이 나타났고, 소재공장의 단조부(-0.02)와 생산관리부(-0.16)에서는 약간 감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내가 일하는 부서의 생산량이 늘어났다"

0.31-0.16

0.080.1

-0.020

0.160.05

0.350.41

0.120.62

0.760.39

0.290.54

0.42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41. 최근 몇 년간 부서 생산량의 증가 (부서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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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25

그러나 다품종 생산체제 밑에서는 같은 부서 안에서도 생산 제품의 판매 실적에 따라 생산량이 사뭇 다르기 때문에 위의 결과가 해당 부서 노동자들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업무의 특성에 따라서는 제품 생산량의 감소가 개별 노동자의 작업량을 더욱 높이기도 한다. 다음 금형보수반 노동자의 경우는 그런 사례에 속한다.

우린 그런 변화가 좀 있지요. 오히려 경기가 좋을때는, 쉽게이야기 하면 붕어빵만 많이 사용하면 붕어빵만 찍으면 되는데 붕어빵 만들다가 잉어만들다가 향어 만들다가 자꾸 그러면 한번 틀을 사용하면 틀을 사용했으니까 먼지도 끼고 때도 끼고 우리는 그것을 계속 닦아 줘야 하거든요… 붕어빵만 20만개 생산하면 그것만 하면 되는데, 그런데 붕어빵을 만개 찍고 내려버리고, 그 틀이 깨끗하면 버리지 못하고 수정하고, 그다음에 향어, 잉어 들어가면 우리는 따라다니면서 계속 바쁜기라. 일이 많을때는 괜찮은데 일이 없을때는 이것 조금했다가 저거 했다 하니까. 집에서 일을 하는것처럼, 아버지 밥차리고 딸 밥차리고 그러면 설거지만 늘어나는 거지요. 한꺼번에 먹으면 되는데. (소재공장 단조부)

한편, 최근 몇 년간 생산직 인력이 감소했는지를 질문한 문항에 대해 승용1공장의 보전부(-0.22)나 품질관리부(-0.15), 그리고 의장부(-0.06), 생산관리부(-0.01) 정도만이 부정적인 방향, 즉 인력이 늘어났다는 방향으로 응답하였으며, 전반적으로는 거의 변하지 않거나 약간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전체 평균 0.09). 인력의 감소는 소형엔진공장(0.33)>소재공장(0.24)>승용1공장(0.02) 순서로 나타났고, 전체를 통틀어 볼 때는 소재공장 보전부(0.49)가 가장 두드러진 인력 감소를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일하는 부서나 팀의 생산직 인력이 줄었다"

0.330

0.210.49

0.090.16

0.390.24

-0.01-0.15

-0.22-0.06

0.380.34

0.230.02

0.09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42. 최근 몇 년간 생산직 인력의 감소 (부서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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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26

제품 생산 설비를 대폭 변경하지 않는 이상 생산량의 증감은 생산직 인력의 증감과 연동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물량의 증가(전체평균 0.42)에 따라 생산직 인력이 늘지 않고 오히려 약간 감소(전체평균 0.09)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자본이 생산량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하청으로 충당하거나 외주화시킨 사실로 부분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다음 그림에서 하청과 외주가 전체적으로 약간 증가하였으며(0.37), 부서별로는 승용1공장(0.43)>소형엔진공장(0.31)>소재공장(0.15) 순서임을 알 수 있다. 이 순서는 생산량 증가가 승용1공장(0.54)>소형엔진공장(0.31)>소재공장(0.05) 순서로 있었던 것과 일치한다. 또한 생산량의 증가가 가장 많이 나타난 승용1공장의 도장부(0.76)에서 하청과 외주의 증가가 가장 컸으며(1.01), 생산량이 감소하는 방향이었던 소재공장 생산관리부(-0.16)에서는 하청 외주 역시 감소하는 방향(-0.23)으로 나타났다.

"내가 일하는 부서에 하청인력이나 외주물량이 늘어났다"

0.31-0.23

0.360.43

0.080.17

0.10.15

0.27-0.03

0.90.26

1.010.95

0.720.43

0.37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43. 최근 몇 년간 부서 내 하청․외주의 증가 (부서별 비교)

4.6.5. 부서 간 업무 통합이나 파견・지원의 변화

업무나 부서의 통합 증가에 대한 응답은 전체 평균 -0.15으로최근 몇 년간 부서 간의 업무 통합이나 부서의 통합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승용1공장과 소재공장, 소형엔진공장에서 작업 조직의 재편이 거의 완성되었거나 정체 상태에 있음을 뜻한다. 다만 승용1공장의 생산관리부에서는 0.35의 값으로 나타나 작업 조직의 재편이 아직도 진행 중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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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27

"부서끼리 업무를 통합하거나 부서를 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0.01-0.32

-0.12-0.19

-0.310.10.14

-0.060.35

-0.16-0.32

-0.24-0.21

-0.13-0.34

-0.2-0.15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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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44. 최근 몇 년간 업무 및 부서 통합의 증가 (부서별 비교)

한편, 파견이나 지원의 증가에 대해서는 전체 평균 0.0으로 전반적으로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부서별로는 소형엔진공장(0.38)>소재공장(0.1)>승용1공장(-0.06) 순서로 나타나 부서별 양상의 차이를 보였다.

"내가 일하는 부서에서 파견(지원)이나 배치전환이 늘어났다"

0.38-0.3

-0.02-0.15-0.16

0.330.37

0.10.08

0.17-0.47

-0.080.06

-0.110.03

-0.060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45. 최근 몇 년간 부서 내 파견․배치전환의 증가 (부서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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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28

또한 같은 소재공장 안에서도 주철주조부가 0.37, 경합금주조부가 0.33으로 파견 및 지원이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2003년부터 승용1공장과 소재공장에 지원과가 각 40명, 15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조합원 면접 조사에서도 주철주조부나 경합금주조부의 노동자들은 산재 환자가 발생하여 결원이 생기거나 잔업․특근 등 노동시간의 연장을 통해서도 물량을 충당할 수 없을 때 지원을 받기도 하고, 특정 제품의 물량이 감소하여 일손이 남을 때 소재공장 내 타 부서로 지원을 가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한편, 연봉 중 성과급 비율의 증가에 대한 항목에 대해서는 전체 평균(-0.33)은 물론 모든 부서에서 ‘그렇지 않다’는 방향으로 응답하였다.

"연봉 중 성과급의 비율이 늘어났다"

-0.49-0.22

-0.28-0.39

-0.28-0.34-0.31-0.31

-0.19-0.24

-0.2-0.34

-0.3-0.3

-0.46-0.31-0.33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46. 최근 몇 년간 연봉 중 성과급 비율의 증가 (부서별 비교)

4.6.6. 자동화와 신공정 도입 등 공정의 변화

자동화 도입 증가는 전체 평균 0.17로 크지 않아 보이나, 부서별로 나누어 보면 승용1공장의 보전부(0.55)나 차체부(0.53), 소재공장의 품질관리부(0.4)에서는 최근까지도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승용1공장의 경우 자동화는 전체 콘베어 라인의 흐름을 끊으면서 진행될 수 없으므로 대개 신차 투입과 함께 진행되어온 것에 비하여, 개별 장비 중심으로 생산하는 소재공장의 경우에는 특정 시기와 무관하게 수시로 조금씩 자동화가 도입되는 양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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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29

입사할 때는 로봇이 2대밖에 없었어요. 복실이, 복돌이라고 83-84년도에 들어왔을겁니다. 집게로봇, 4축 로봇-전진, 후진, 상, 하. 지금은 6축이예요. 그 다음에는 점점 많아졌죠. 제가 입사할 때는 인원이 많이 필요했죠. 가면 갈수록, 포니가 끝나고 포니엑셀이 나오면서 오토가 들어왔어요. 이삼백대 들어왔고, 엠시 그거 베르나 하면서 자동화가 70% 됐죠. 엠시 같은 거, 티비같은 거는 80%가 자동화됐어요. (승용1공장 차체부)

"내가 일하는 부서의 자동화(기계, 기구)가 늘어났다"

0.14-0.26

0.40.25

-0.120.09

-0.010.05

0.140.05

0.550.12

0.350.53

0.360.21

0.17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47. 최근 몇 년간 자동화의 증가 (부서별 비교)

새로운 공정의 도입은 전체 평균 0.34로 약간 증가하는 양상이었고, 부서별로는 소형엔진공장(0.5)>소재공장(0.42)>승용1공장(0.30)의 순서를 보였다. 이를 더욱 세분하여 살펴본 결과, 승용1공장의 프레스부(0.66)와 생산관리부(0.63), 소재공장의 주철주조부(0.58)에서 신공정 도입이 가장 활발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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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30

"내가 일하는 부서에 신공정이나 새로운 작업이 늘어났다"

0.50.08

0.170.28

0.480.45

0.580.42

0.630.26

-0.150.26

0.370.38

0.660.30.34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48. 최근 몇 년간 신공정의 증가 (부서별 비교)

속칭 ERP라고도 부르는 전산 자동화의 도입이 증가되었는지를 묻는 항목에 대해서는 전체 평균 0.24로 약간의 증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승용1공장의 차체부(0.71), 도장부(0.68), 그리고 보전부(0.67)에서는 매우 눈에 띄는 증가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계 또는 공정에 전산자동화(ERP 등)가 도입되거나 늘어났다"

0.22-0.08

0.270.37

-0.020.12

0.040.1

0.490.13

0.670.11

0.680.71

0.330.28

0.24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49. 최근 몇 년간 전산자동화의 도입 및 증가 (부서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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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31

한편에서는 자동화와 신공정, 그리고 전산자동화가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와중에 장비의 노후화와 무리한 가동 등에 의한 고장도 일부 부서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평균(0.1)에 비해 소재공장 보전부(0.52)에서 불량과 고장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재공장 면접 조사 참여자들은 장비의 노후화와 온도에 민감한 생산 특성, 오물이 많은 열악한 작업 환경 등으로 장비 고장이 많다고 보고 있다.

"내가 일하는 부서에 불량이나 장비고장이 늘어났다"

0.4-0.19

0.130.520.49

0.230.210.27

0.02-0.1

0.36-0.06

0.30.01

0.430.02

0.1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50. 최근 몇 년간 불량 및 장비 고장의 증가 (부서별 비교)

4.6.7. 현장통제의 변화

노동조건의 변화 중 마지막은 현장 관리와 통제의 강화에 대한 것이다. 전체 평균은 0.47로 그 중에서도 소형엔진공장(0.52)>승용1공장(0.51)>소재공장(0.32)의 순서를 보였다. 특히 승용1공장의 생산관리부(0.75)와 도장부(0.7)에서 현장 통제의 강화가 가장 두드러졌는데, 조합원 면접 조사에서는 불량률 체크, 간접적인 품질 실명제, 내실화 평가, 인사고과 등 다양한 방식의 현장 통제와 관리 수단이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각을 많이 하거나 조퇴를 많이 하면 눈에 보이게 불이익이 가고 그런 건 없는데, 우리가 모르는 그런 불이익은 있겠죠 인사상의 불이익은…. 품질 실명제는 없지만 중요 공정이나 이런 건 그 공정에 가는 사람들 이름을 적어놓긴 해요. 실명제에 대한 반발이 많으니까, 차 한 대 만들어 놓고 이름 붙여 놓으면 반발이 심하니까, 일반적으로 중요 공정 그 시간때 작업자 이름을 적어 놔요. 그게 일종의 실명제죠 뭐…. 불량가지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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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32

스트레스를 받긴 하죠. 불량 내면 조반장이 얘기하죠 당연히. 그런 문제갖고 다투기도 하고 그래요. 와서 남이 작업해 놓은 거 갖고 얘기하고 그러면 기분 좋을 사람이 없잖아요 세상에… 반별로 불량률 그런 것도 있을테고 각 반의 근태라든지 각 반의 게시물이라든지 이런 거 보고 다 평가해요. 평가하고 시상하고, 요즘도 해요 내실화 평가 뭐 이런거. 분기마다 한번씩 해요 그런 평가를 할때는 유동인원 통제를 하기도 하고 그래요. 뭐 기계실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하는 걸 못하게 한다거나 그런 거죠. 알게 모르게 해요 다 통제를 해요 다 적고 살피고 그래요. (승용1공장 도장부)

"생산량, 불량, 기초질서 지키기 등 현장관리 및 통제가 강화되었다"

0.520.16

0.460.37

0.260.310.340.32

0.750.54

0.310.47

0.70.520.57

0.510.47

-2 -1 0 1 2

[소형엔진]생관품관보전단조

경합금주철

[소재]생관품관보전의장도장차체

프레스[승용1][전체]

(부서)

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변화없다 그렇다 매우그렇다

그림2-51. 최근 몇 년간 현장관리 및 통제의 강화 (부서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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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133

5. 노동자의 몸과 삶을 되찾기 위하여

5.1. 노동자의 삶(시간)을 둘러싼 노동과 자본의 이해관계9)

글쎄요. 작업마다 다르겠지만 지금 하는 일… 심리적으로 압박받는 것은 강할 거예요. 지금 하는 일의 50%정도? 지금 많이 빼앗기는 것이 시간이예요. 아침 7시에 나와서 저녁에 가면 9시 되지요. 이것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예요. 야간 때 저녁에 8시에 나오지요. 다음날 8시에 나가지요. 개인적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소재공장 경합금주조부)

5.1.1. 노동과정과 삶에서 시간의 지위

시간은 ‘덧없는 세월’이 아니고 ‘돈’이다. 자본에게는 이윤과 경쟁력이고, 노동자에게는 임금과 삶이다. 노동은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노동이 구매되고 판매되는 한, 그것은 상품이다. ‘시간’ 문제는 노동과 생산이라는 사회적 실천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노동강도와 관련하여 시간은 중요한 지위를 갖는다 할 것이다. 시간은 이미 동질적인 사회적 시간이 아니라 상호대립적이고 이질적인 사회적 시간관이 대립하고 있다.

5.1.2. 노동과정에서 자본의 시간기획의 핵심 목표

자본의 시간기획에 있어서 핵심은 사회적 노동 시간 내에서 필요(지불) 노동 시간과 잉여(부불) 노동 시간의 구성비 중 부불 노동 시간의 확대 및 단위 시간내 생산성 높이기에 있다. 이는 이윤 창출 및 확대에 주요한 요소이다. 나아가 이는 인력, 임금, 신기술 및 신공정, 모듈・외주・자동화, 작업조직 체계, 고용유연화, 지구적 생산 등 주요 기전에 의해 실행된다.

9) 최형익, 칼 마르크스의 권리의 정치 이론-노동과 사회적 시간 기획의 동학을 중심으로, 1999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박사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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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134

자본의 이해가 사회적 노동을 통해 살아있는 인간인 노동자를 지배-통제하려는데 있다면, 노동시간(사회적 노동)이 자유시간, 즉 비노동시간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다. 즉 비노동시간을 포함한 삶 전반을 노동시간(노동과정)의 영향아래 두고 있다 할 것이다.그러나 사회적 노동시간이 고정되어 절대적 잉여가치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면, 자본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의 핵심은 바로 이윤율 하락경향에 대해자본이 해법으로 삼은 유연생산체제이다. 노동강도 강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5.1.3. 시간기획의 근대 전후 주요변화

근대를 전후로 한 노동과정의 외형적 차이에는 자연에서 공장으로 생산공간의 변화와 기계의 도입과 같은 생산수단의 변화, 그리고 과학과 기술의 생산과정 내로의 직접적 적용이라는 기술발전적 변화 등이 있다.그런데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이란 근대 이전 사회 그것의 양적 확대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근대 사회의 생산과정이란 가치증식과정에 직접적 노동과정이 종속적으로 결합되는데 있으며, 지배계급이 노동의 직접적 조직자이며, 착취 목적 역시 자본축적을 위한 가치증식에 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자본의 사회적 시간기획의 최종결과는 무엇인가. 노동의 상품화와 노동시간을 모든 것의 가치척도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은 노동과정에서 노동시간-휴식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확인하고 실현하는 것과 함께, 삶의 일상에서 필요한 시간(절대적 시간, 여가생활, 경제적 비용 등)을 충족키 위해 자본의 통제로부터 자주적인 시간기획을 해야 한다.

5.1.4.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에는 자본의 필요에 의해 주도된 측면이 있다. 생산력의 발전에 따른 총노동일(시간)의 축소, 불필요해진 노동(력)의 정리, 수요는 고용의 유연화로 대응해온 것이다.최근 주 5일제의 의미를 곱씹어보자면, 노동시간의 단축이 임금보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바, 이는 노동시간에 대한 이해가 이윤중심인 자본의 기획 틀 내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즉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여가 등 생활전반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이해로 진전시키기 위한 발상과 모색의 한계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는 사회적 생산 활동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현실 속에서는 개별 자본에 고용된 임금노동자로 개별화되고 일터의 노동과 일터 밖의 일상이 폭력적으로 분리되면서, 사회적 생산의 의미는 거세되고 이윤증식과정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 되어왔다. 이런 상태에서 노동자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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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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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21세기형 노예라고 해도 무방하리만치 이윤을 만드는 주요한 생산수단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은 총 노동일의 축소와 노동조건의 개선 등을 위한 저항을 통해 산노동으로서 자본에 맞서왔다. 이는 노동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지난한 투쟁의 역사라 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과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를 살아가는 ‘산노동’의 주체인 노동자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 낡은 혹은 자본의 구도아래 갇힌, 임금-고용-건강 이라는 틀을 깨고 이윤을 위한 노동과정에 제한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을 옭아매는 주요 요소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대응방안이 노동자의 몸과 삶을 중시하는 것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삶과 건강보다는 이윤을 중심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자본에 맞설 수 있을 것이다.

5.1.5. 총노동일(시간)을 둘러싼 노동-자본의 이해

자본은 노동 생산력의 발전에 기초한 사회적 총 노동일의 감축경향을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 등 착취권 회복을 위해 사용하려는 것과 달리, 전체 노동자들은 자유로운 사회적 활동시간을 확보하고 확대하려는 사회적 수준의 노동시간 단축의 계기로 활용하여 왔다. 사회적 총 노동일의 축소란 노동자 1인당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증가한 결과, 노동과정에서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고, 불안정 노동자를 노동과정에 투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바, 노동유연화의 핵심이다. 총 노동일(시간)을 둘러싼 노동과 자본의 이해란, 자본에게는 노동시간의 연장을 통한 이윤확보, 노동에게는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산노동(인간)으로서의 주체선언이라는 것이다.

5.2. 노동자의 몸(건강)을 둘러싼 노동과 자본의 이해 관계

5.2.1. 노동자의 건강이 갖는 의미

WHO(세계보건기구)의 건강에 대한 정의에 의하면 “건강은 단순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행복한 상태”이다. 그러나 자본과 노동이라는 계급의 입장에서, 건강은 또다른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자본에게 건강은 이윤을 만드는데 기여해야 하는 주요한 생산수단의 노동능력, 즉, 이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의 상태를 뜻할 뿐이다. 따라서 100의 임금을 주었는데 100또는 그 이하의 생산능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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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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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였을 때는 그 노동자를 부담 또는 폐품으로 취급해왔다.그러나 노동자에게 건강이란 생존 자체를 위해, 의식주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교육과 의료권 실현을 위해, 가정과 이웃 그리고 벗들과의 사회생활을 위해 생명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돈(임금이나 수당 등)으로 맞바꿀 수 없다. 노동자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삶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행복한 상태”를 자주적으로 견지해야한다. 노동자의 건강은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5.2.2. 노동자의 건강과 일상을 둘러싼 투쟁

지금 현대자동차 노동자의 현실을 보자. 잔업과 특근을 자청해야하는 실질적 저임금과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생체 리듬을 파괴하고 건강을 좀먹는 교대제와 돈이 최고인 세상사, 돈 없이는 쉬고 싶어도 쉴만한 ‘꺼리’조차 찾기 어려운 문화 환경 등 병든(혹은 병들 수밖에 없는) 일상의 문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이런 일상 속에서 8시간 일하고, 8시간 쉬고, 8시간 잠자며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은 노동자의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의 몸과 삶을 규정하는 직접적인 힘은 자본의 ‘라인-생산체제’이다. ‘라인-생산체제’는 노동과정에서 겪는 노동강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이것은 경쟁력, 생산성, 품질 등을 모두 포괄한 상징이며, 자본은 이를 사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라인은 노동자의 몸을 위해서는 세우지 않아도, 생산을 위해서는 세울 수 있다.그러나 거꾸로 노동자의 건강을 제일의 잣대로 삼아 일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본이 제일의 가치로 내걸고 사수해온 경쟁력, 생산성, 품질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한 몸과 삶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주야맞교대, 시급제, 자본이 뜻대로 좌지우지하던 잔업과 특근 등 노동 과정 전반에 대해 시비를 걸고 바꿔내지 않을 수 없다.그렇기 때문에 자본은 노동자의 건강이 현장 주체들의 단결과 투쟁의 동력으로 자리매김 못하도록 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으며10), 최근 치료받을 권리를 노골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의 개악지침11)의 핵심도 노동자의 건강권이 사회적, 이념적으로 진전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자본에 비해 노동은 어떠한가. 아직도 노동보건운동을 임․단협 기선 제압용, 회사의 고소․고발에 대한 대응 맞바꾸기 카드 정도로 여기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나 산업안전보건

10) 경총은 2003년 5월 자동차, 조선업종 대자본 15개 업체의 부사장들로 구성된 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결성하여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 등 노동보건운동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였다. 기업안전보건위원회는 2004년 5월 17일 정기총회를 열어 ‘근로복귀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는 산재 추가보상금 합리적 조정, 근골격계질환 등 작업관련성질환의 요양관리와 산재인정 기준의 합리적 개선 촉구, 산업재해 예방과 산재근로자의 권익보호 및 근로복귀를 위하여 체계적인 지원 방안 강구’ 등을 핵심으로 하는 결의문을 발표하였으며, 그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화답으로 경총의 주장들이 법․제도로 안착하고 있다.

11) 산재요양 진입장벽의 강화와 환자 통제를 위한 근골격계질환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지침, 산재 승인 이후 병원을 옮기거나 요양기간을 연장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양업무처리규정, 근로복지공단에 항의하는 재해 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집단민원대응지침 등 3가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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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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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간부만의 몫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은가.이제 건강권 쟁취투쟁은 이윤 즉,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노동자 권리 쟁취투쟁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는 담당자 또는 활동가 대리주의를 넘어 일상적 대중투쟁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개인․집단․사회적 환경을 포괄하는 ‘노동과정 개선’을 통하여 노동재해 인정투쟁과 예방투쟁을 실천적으로 병행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노동자 건강권 투쟁은 자본의 이윤을 위해 노사협조주의와 ‘괜찮은 일자리’, ‘괜찮은 자본세상 만들기’를 강제하는 이데올로기를 넘어 노동자의 건강한 삶을 위한 단결과 실천을 조직하는 노동의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대중 행동과 지도력 형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5.2.3. 이윤과 강요된 소비를 넘어, 노동자의 ‘樂’을 위하여

몸은 가족, 생산, 재산소유권 등의 제도적 영역과 다소간 유리되어왔다. 이제 우리는 신성한 몸 자체, 인간의 몸, 사회적 몸 중에서 ‘노동을 하는 사회적 몸’을 중심으로 자리매김하여야 한다.겉보기에 노동자는 스스로 몸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노동자의 몸에는 권력, 이데올로기, 경제에 관한 문제 등이 내재해 있으며, 몸과 삶이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져야 한다는 권리는 소위 ‘웰빙’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개인의 건강관리 수준으로 전락하여 개별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노동자 건강과 일상의 문제점은 자본간의 경쟁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부담전가는 온전히 노동자에게 돌려지고 있다. 또한 자본은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강요된 소비 이외의 방법이 없는 것처럼 왜곡하고 노동자를 길들이려 한다. 이러한 소비주의에 의하여 노동자 가계의 경제, 문화, 교육, 의료, 조세, 보험, 일상 등은 언뜻 무언가를 남기는 듯하지만 실상은 전후좌우로 줄줄 새는 바가지처럼 되어버렸다. 다람쥐 쳇바퀴 혹은 로봇에 비유되는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삶’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금욕주의․쾌락주의가 아니라 단결과 연대를 통해 ‘함께 평등하고 건강하게 살 세상’을 향해 가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몸과 삶이 필요로 하는 사회적 제권리와 요구를 우선시하고, 강요된 소비와 쾌락을 넘어서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자본의 이윤 나눠먹기’식의 대응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사실, 노동자의 몸은 강제된 소비의 연장선 상에 있을 것인지, 아니면 삶 주체의 몸으로 자리할 것인지의 경계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돈이냐 삶이냐’는 택일할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한 해법은 분명하다. 갈등에 휩싸이지 않고, 구체적인 현실에서의 요청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을 살아가는 몸과 삶에 대한 재정립이 절실하다.노동자에게는 인생의 낙이 없어 보인다. 대부분 노동자들은 강요된 노동으로 인해 일상의 삶조차 그저 그럴 뿐이다. 틈틈히 잠을 자거나, 쉬는 것조차 이어질 노동을 위한 것이지, ‘樂’을 위한 것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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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현장 노동자 여가의 대부분은 소비를 부추기는 것과 연관이 있다. 음주의 예를 들어 보자. 술마시는 노동자들은 술을 즐기기보다 술의 힘을 빌어 고통을 줄이고 있을 뿐이다. 몸짱, 웰빙 등의 예는 어떠한가.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일상적이지 않은 과정을 거친 끝에 얻는 것은 상징으로서의 개별 건강일 뿐, 노동자의 일상과 노동과정은 하나도 바뀌지 않는다. 진정한 건강과 낙을 일구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회적이고 부수적인 것에 만족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몸과 삶이 망가지더라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펑펑쓰면서 ‘웰빙’하게 살라고 하는 것이다.한편, 작업장을 보자. 사측에서 제공한 제반시설(샤워장, 체력단련장 등)은 공짜인가? 그렇지 않다. 자본은 그 비용조차 노동자의 생산을 통해 감당하고 있다. 자본이 노동을 배려하고 있다는 잘못된 허위의식은 그동안 노동조건 갱신투쟁을 통해 쟁취한 노동조건의 사적 전개과정을 이해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것이며, 개별화되어 있는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노동자의 ‘樂’은, 이것을 소비주의로 왜곡시키고 자본의 통제 안에 가두려고 하는 자본으로부터 벗어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노동시간 및 일상에 대해 자본으로부터 자주적인 노동의 기획과 실행은 노동자의 ‘樂’을 위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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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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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노동의 희망을 위하여 - 대중행동의 요구를 정식화하고 행동주체로 거듭나기

현장 노동자들이 개별화⋅파편화되어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 한다고들 한다. 노동조합도 예전같지 않다고들 한다. 현장 밖에서도, 현장 안에서도, 모두들 입을 모아 이렇게 진단을 한다. 심지어 노동자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때(98년 정리해고 저지투쟁 당시) 목적이 정리해고 안시킨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못 막았잖아. 아마 노조에 믿음이, 신뢰를 많이 잃었을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뭐냐면 지금 세상이 많이 변하지 않았느냐, 물론 투쟁도 중요하고 다 좋은데 투쟁해서 100% 얻을 수 있으면 투쟁하면 좋은데 100%를 못 얻고 잃는 것도 상당히 많지 않느냐, 투쟁 안 하면서 실이익을 챙길 수 있는 방법, 그런쪽으로 생각해보라는 쪽으로 조합원들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지금은 조직의 힘이라고 그러나, 그게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소재공장 경합금주조부)

그러나 ‘무너진 현장’을 진단하는 무성한 말들 속에서 그 원인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 현실을 누가 책임져야 하며, 무엇 때문에 답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를 물었을 때, 그 대답은 노동조합 집행부, 대의원, 소위원, 현장 조직, 조합원들 중 어딘가에서 머뭇거릴 뿐이다.

대의원은 조합원이 안따라준다고 하고, 우리는 대의원이 열성적으로 안한다고 하고… 노조는 물량문제, 역수입문제 모듈화 등 왜 못막는 것인지… 안될때는 강력하게 나가는 것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마음을 모아주어야 하는데, 개개인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소재공장 경합금주조부)

그런데 과연 노동조합 집행부, 대의원과 소위원, 현장 조직, 조합원들 중 어딘가에 원인이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현장을 무너뜨린 원인을 우리 내부에서만 찾으려 하는 것은 마치 태풍이 쓸고 지나가 황폐해진 들판에 서서 하늘은 보지 않고 들판 속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것과도 같다. 이미 우리는 2장에서 자본이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강도와 현장 통제를 강화시켜온 과정과, 그 결과 노동자의 몸(건강)과 삶(일상)이 피폐해진 현실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노동 현장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본 바 있다. 노동자의 단결된 조직력을 무너뜨리고 현장을 장악하기 위한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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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움직임은 그저 노무관리팀의 업무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안정적인 이윤 확대를 위한 일련의 구조조정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그 사실을 외면하고 무너진 현장의 원인을 우리 내부에서만 찾아서는 현장의 주체인 노동자들이 왜 개별화되었는지, 노동자의 현장 통제력은 왜 무기력해졌는지, 노동조합 운동은 왜 경제주의와 조합주의의 덫에 걸려버렸는지, 어찌하여 현장의 정치가 사라지고 ‘자판기 노동조합’과 ‘무임승차하는 조합원’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는지를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뿐만 아니라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 현장을 다시 세울 힘을 어디서 찾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답할 수 없다. 근본적인 진단을 하지 않는다면, 활동가와 노동조합의 혁신, 조합원에 대한 홍보강화, ‘더 잘하자’는 다짐 등은 수없이 반복해온 고장난 레코드를 한번 더 돌리게 될 뿐, 현장을 장악하기 위하여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는 자본과의 싸움에 백전백패하는 길이다.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유연생산체제 따위의 말들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노동 현장과 노동자의 몸과 삶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며 작동하는 엄연한 힘이며 구체적 실체이다. ‘살맛나는 일터’를 되찾기 위해, 아니, 새롭게 건설하기 위해 지금 우리가 투쟁해야 할 대상은 바로 그 구체적인 힘을 갖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일상의 자본이다. 아울러 노동운동의 혁신은, 혁신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는 결코 이루어낼 수 없다. 자본이 공격의 초점을 현장에 두고 있듯, 노동 역시 투쟁의 나침반을 명확하게 자본에 맞추고 한발 한발 나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에 이를 수 있다.그렇다면, 노동자가 자신의 몸과 삶을 바로 세워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길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누가, 어떻게 그 길을 찾고 만들 것인가?

6.1. 대중행동의 주체로 거듭나기

자본의 공격은 때로는 98년의 대규모 감원처럼 한차례의 커다란 폭풍과 같은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이후 현장에 대한 자본의 공세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장 노동과정의 구석구석을 겨냥한 국지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자본의 공세는 시기에 따라, 그리고 부서에 따라, 심지어 개별 노동자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번의 조사를 통해 그 궤적을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이렇듯 시작과 끝을 종잡을 수 없는 일상적인 자본의 공세들이지만, 어떤 유형의 공세이건 노동자의 몸(건강)과 공장 안팎의 삶(일상)에 상흔을 남긴다. 자본의 공격이 겨냥하고 있는 과녁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대중들이다. 이들은 노동강도 강화와 현장통제력 약화로 인한 아픔을 온몸과 삶으로 겪어야 하는 피해자이며, 동시에 시작과 끝을 종잡을 수 없는 일상적인 자본의 공세들을 직접 보고 겪은 목격자다.그러나 노동자 대중이 피해자나 목격자로 존재하고 있다는 조건 만으로 저절로 자본의 공세에 맞서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로서 몸과 일상을 통해 지금까지 받아온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반드시 더 이상의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한 저항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며, 생생한 현장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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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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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목격했다고 해서 곧바로 그 본질을 꿰뚫고 이에 저항하는 주체로 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동자 대중과 그들의 경험, 그리고 크고 작은 저항의 시도들은 자본에 맞서는 대중행동의 동력으로 재해석되고 재조직되어야 한다. 가령 98년 투쟁과 같은 집단적인 경험들도, 단지 그 결과나 과정상의 일부만을 가지고 성패를 가늠해버릴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면면히 살아 숨쉬고 있는 대중 행동의 역동성을 재해석하여 대중적으로 확인해 나갈 필요가 있다12).노동자 대중이 자본에 대항할 가장 유력한 힘, 대중행동의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처럼 긍정성을 재확인하는 것 뿐 아니라 부정적인 요소들, 대중행동의 주체로 재조직되는 과정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들을 떨쳐버릴 필요가 있다. 그런 장애물들 중에 이번 연구에서 조합원 면접과 설문 등을 통해 확인된 대표적인 것들은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어떤 것도 버릴 수 있다’는 소위 고용 이데올로기, ‘회사도 살아야 한다’는 자본 논리의 내면화, ‘이 정도면 견딜만 하다’는 현실 부정, ‘해봤자 질 것이 뻔하다’는 패배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른바 고용 이데올로기에 대한 분석은 뒤 3장에서 좀더 자세히 다루어질 것이며, 여기에서는 현실에 대한 부정, 패배감, 그리고 자본 논리의 내면화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한다.

6.1.1.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자본 논리의 내면화

그 전에는 별로 생각안했던 일들이 실제로 그런일이 있겠나 싶었는데, 지금은 안된다 싶으면 마음이 먼저 불안함이 앞서요. 간접적으로 이제 회사가 적자 났다고 하면 경험한 상태이기에 그렇지요. 전에는 그런 일 없었지요. 옛날에는 설마 자르겠는가 했는데, 당하다 보니까 인자 마음 속으로 세계경제, 우리나라 경제, 회사가 잘되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해요. (소형엔진공장)

전쟁터와 같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경영난은 상시적인 것이며, ‘세계경제, 우리나라 경제, 회사가 잘되’는 것과 노동자 사이에는 아무런 이해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98년 대규모 감원에 경영난을 핑계로 삼아, 위의 사례처럼 자본의 ‘상생’논리를 현장에 뿌리내리는 부수입을 챙겼다. 이를 통해 자본은 98년 이후의 일상적인 공세와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노동의 저항을 근본에서 차단할 수 있었다.

6.1.2. ‘이 정도면 견딜만하다’는 현실 부정

12) 98년 투쟁에 대해서는 뒤 3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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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상황을 진단하면서 생지옥에 가깝던 과거의 상황이나, 현재 그런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조건에 처한 노동자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을 때 ‘견딜만 하다’고 결론내린다.그러나 과연 견디기 위해 치르는 대가는 무엇이며, 그에 대한 보상은 무엇인지를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본인 스스로는 별로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개인적인 노력으로 잘 해내고 있다고 길게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라는 느낌만 남을 뿐이다. 노동자로서 ‘견디기 위한’ 대가로 자신의 삶을 빼앗긴 것이다.

교대근무 적응의 어려움? 저는 그런 거 별로 안느끼거든요. 마음의 준비를 하거든요. 토요일 주간 마치면 일요일에 바로 출근하는 경우가 있다. 토요일 정도는 쉬어야지요. 일요일 야간은 5시 출근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만,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쉬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볼일도 못보고, 그러면 일요일 통째로 다 빼앗기는 거예요. 토요일이라도 쉬자고 하는데 그렇게 못하는 거예요. 마음놓고 쉴 때가 거의 없어요. 물량이 없으면 여유가 있으니까 쉬는데요… 솔직히 인간관계 등은 힘들지요. 20년 다되는데 입사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이렇게 흘렀더라구요.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하는 생각을 해요. (소재공장 경합금주조부)

설문 조사에서 노동자 스스로 평가한 노동강도 수준을 근골격계 증상과 연결해본 결과, 다음 그림과 같이 또렷한 관련성을 보였다. 노동강도가 강하다고 느끼는 집단의 근골격계 증상율이 가장 높으며(기준1은 88.0%, 기준2는 57.9%), 노동강도가 낮다고 느낄수록 증상율도 낮아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른 현장의 일상적 노동강도 강화가 근골격계 직업병의 주범인 이상,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그런데 이 그림을 다시 한번 자세히 보자. 자신의 노동강도가 ‘다소 강하지만 견딜만 하다’고 평가한 사람은 설문 참여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들 중 83.9%는 근골격계 직업병이 의심되는 수준의 증상을 가지고 있으며, 40.7%는 시급히 진단과 치료를 요하는 상태였다. 노동강도가 ‘견딜만 하다’는 생각과 별개로 우리의 몸은 이미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노동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기준 1이 73.9%, 기준 2가 30.6%에 이른다. 이 정도라면 근골격계 증상에 비해 노동강도에 대한 노동자 스스로의 평가가 너무 무디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일상적 노동강도 강화에 적응하며 일해온 십수년의 경험들이 노동자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을 것이다.자신이 겪고 있는 현재의 노동강도가 견딜만 하다고 생각한다면, 한번쯤 몸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아야 한다. 어딘가 아프거나 쑤시거나 저리다면, 내 노동강도는 ‘견뎌서는 안되는’ 수준인 것이다. 일상적인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눈과 귀를 더 크게 열고 더 예민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삶과 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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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0%83.90%

73.90%

47.10%

57.90%

40.70%

30.60%

11.80%

노동강도가 강하다 노동강도가 다소강하나견딜만하다

노동강도가 적절하다 노동강도가 약하다

증상

유병

율(%

)

기준1(미국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기준2(기준1+증상이 심함)

그림2-52. 근골격계 증상유병율과 노동강도의 관계

6.1.3. ‘어쩔 수 없다, 해봤자 안된다’는 패배감

현장에서 십수년간 몸담아오면서 노동 과정의 변화와 노동강도 강화 과정을 속속들이 지켜보아온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대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노동자 스스로 낮게 진단한다. 이는 노동자가 자본의 입장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해도 안 될 거다’라는 패배감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좀더 많은 인력이 확보되면 좋겠죠.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회사에서는 사람 필요없게 기계를 넣어줄테니 대신 인원을 빼야 한다고 하겠죠. 그러면 고용의 문제가 발생하잖아요. 기계는 안넣고 사람만 넣어도 손핸데. 기계는 사람과 달리 말도 잘 듣지. 기계도 넣고 사람도 넣자고 하면 미쳤냐고 하겠죠. (소재공장 경합금주조부)

이러한 패배감을 극복하기 위해 ‘이기는 싸움’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자중지란에 빠질 위험이 높을 뿐아니라 현실을 기만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존속하는 한 노동자는 늘 ‘아흔 아홉 번 패배’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수많은 패배들이란 결코 패배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근본적인 승리를 얻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모든 싸움의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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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노동과 자본이 서로 밀고 당기는 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한편, 노동자가 패배감에 젖어 있으면,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더라도, ‘미쳤냐고 하겠죠’라고 말하는 위의 사례처럼, 그것이 자본의 의도와 배치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는 순간 지레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노동과 자본의 지향은 서로에게 ‘미친 짓’인 것이 당연하며, 노동자의 요구와 지향이 뚜렷하고 명백하다고 하여 현실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본의 의도와 지향이 명백하여 누구나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아무리 노동자가 모호한 요구를 내건다고 해도 자본은 그 본질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가 진실로 원하는 것, 그 요구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포착하여 조직하는 일이다.

6.2. 대중행동의 요구를 정식화하기

노동강도 강화로 인한 노동 과정이나 일상 생활 속의 고통과 절망은 앞에서 확인한 바 있다13). 그러나 고통이나 절망, 혹은 자조나 자포자기는 그 만큼의 요구와 희망이 있기 때문에 생기게 마련이다. 노동자들에게는 현장을 바꾸고 싶다는 욕구와 어떻게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요구,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소박하지만 분명한 바램이 있다. 그 욕구와 요구, 바램들을 드러내어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요구로 확인하는 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일상의 저항과 실천 동력을 찾는 일이야말로 노동강도를 낮추고 현장을 바꾸고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조합원 설문 조사 결과 현대 자동차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임금 체계’와 ‘철야, 잔업, 주야맞교대 등 장시간 노동’이 노동강도 강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노동강도 강화 원인에 대한 이와 같은 인식은 노동강도를 낮추는 방법에 대한 생각에도 반영되고 있다. 조합원 면접 조사에서 자신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을 질문하였을 때, 노동자들의 응답은 △(임금 보전을 전제로 한) 주 5일제(휴일 확보), △잔업 없애기(하루 8시간 노동), △작업 속도 낮추기, △야간 노동 없애기, △휴식시간 늘리기, △월급제로 임금체계 바꾸기 등으로 모아졌다. 개별 노동자의 작업환경들이 갖는 차이점들을 관통하는 현실 진단과 해법은 이렇게 명확하다.그런데 현실에 대한 진단에 기반한 그 명확한 요구는 자본을 향한 대중적 직접행동을 조직하는데 사용되지 않고 있음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노동조합을 향한 요구로, 즉 노동조합이 ‘대리’하여 자본을 향한 요구로 걸어달라는 간접 요구로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령 휴일을 휴일답게 보내지 못하는 현실의 고통은 자본을 향해 ‘특근 없는 세상에서 살고싶다’고 주장하거나 ‘특근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 대신에, 노동조합을 향해 ‘특근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해 주라’고 부탁하고 당부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14). 그러나 노동의 명확한 요구들은 자본을 향해 던져지고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대중의 직접 행동을 조직하는 데 주요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대중의 실천과 행동은 - 그것이 일개 반의 현장 13) 2.1절 참고14) 실제로 2004년 노동강도 예비평가 설문조사에서 노동조합에게 하고 싶은 말로 ‘특근없는 세상에서 살게 해 주라’는 답변이 있었

다. 이밖에도 자본을 향해야 할 여러 가지 요구들이 노동조합과 내부활동가를 향해 던져지는 사례들은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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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연구 결과 …… 2장.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 - 현대자동차 자본과 노동자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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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건, 일개 공장의 잔업 거부이건, 전 공장의 전면 파업이건 - 노동자의 삶과 몸을 되찾고 살맛나는 일터를 만드는 길에 들어설 수 있다.

6.3. 노동자의 몸과 삶, 그리고 낙을 기준삼아 시간을 재편하기

자본의 생산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따라 돈으로 환산되고, 이에 기여하는 한에서만 보호받는 노동자의 시간은 이제 노동자의 몸과 삶에 대한 권리를 기준으로 재편되어야 한다.시간의 재편은 공장 안의 시간 양을 줄이고 공장 밖의 시간 양을 늘리는 일과 공장 안팎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는 일로 나누어 볼 수 있다.이 중 공장 안의 시간 양을 줄이고 공장 밖의 시간 양을 늘리자는 요구는 절대적 노동강도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며, 보다 적극적으로는 자본의 생산 수단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줄이고 전인적 인간으로 지내는 시간을 늘려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노동운동의 오랜 전통,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여전히 유의미하고 중요하다.한편, 공장 안팎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노동자가 공장 밖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은 결국 공장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또한 공장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은 소위 상대적 노동강도에 의해 좌우된다. 즉, 시간의 질을 높이는 시도는 상대적 노동강도를 낮추는 시도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그렇다면 먼저 시간의 질을 평가하는 자본의 잣대와 규준은 무엇인지를 짚어 보자. 앞서 2.5절에서 이미 확인했듯이, 자본이 노동시간을 평가하는 잣대는 이윤이다. 그런데 자본이 노동 시간을 평가하는 규준, 즉 노동 시간을 재편하는 목표치는 정해진 수치가 아니라 이윤의 ‘최대화’, 즉 잉여(부불)노동시간과 단위 시간 내 생산성의 최대화에 있다. 일단 최대 목표 지점에 도달하면 그보다 더 높은 목표가 새로운 규준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자본은 언제나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노동 시간을 부단히 재편해오고 있으며, 그 재편은 인력, 임금, 신기술 및 신공정, 모듈・외주・자동화, 작업조직 체계, 고용유연화, 지구적 생산 등을 통해 실행되고 있다.이제 노동의 입장으로 돌아와보자. 과연 시간의 질은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즉, 시간의 질을 평가하는 노동의 잣대와 규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그 잣대는 바로 노동자의 몸(건강), 삶(일상), 그리고 낙(樂)이며, 그 규준은 자본과 마찬가지로 ‘최대화’에 있다. 즉, 노동 시간은 자본의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즐거움을 최대화 하기 위해 재편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자의 몸과 삶, 그리고 낙은 마치 자본의 이윤처럼 절대적인 한계가 존재하지 않고 무한히 향상시킬 수 있는 지표이며, 또 한편으로는 자본의 이윤을 위해 가장 직접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해온 것들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노동자의 몸과 삶, 낙은 자본의 이윤에 맞설만한 노동의 지표, 저항의 지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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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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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에는 자본조차 노동자의 몸, 삶, 낙을 차용하여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양질의 노동(decent work)15)’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양질의 일자리란 ‘기업의 발전과 양질의 일자리 및 수입을 보장하는’ 맥락 속에서 ‘노사정 3자주의와 사회적 대화의 강화’라는 방식을 통해 구현되는 것으로, 노동자의 몸⋅삶⋅낙이 자본의 이윤과 정면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지점을 무디게 만드는 함정이라 할 수 있다. 노동강도 저하 투쟁에서 견지해야 할 노동자의 몸과 삶과 낙은 양질의 일자리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제국주의 폭력, 즉 신자유주의 유연생산체제를 통한 일상적 폭력인 노동강도에 맞선 저항을 끊임없이 추동할 수 있는 동력이라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그렇다면 그 부단한 추진력을 작동시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첫째, 노동자의 몸과 삶, 그리고 낙을 잣대로 현재 수준의 기준, 즉 목표치를 설정하자. 최저임금제 투쟁의 예를 들자면, 우리는 단지 자본이 설정하는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반대나 얼마를 더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든 잣대와 목표치를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임단투나 고용안정투쟁 역시 자본이 제시하는 수준을 얼마간 끌어올리는 수준에서 벗어나 노동의 기준과 목표치를 요구해야 한다.둘째, 노동시간의 양을 줄이거나 노동시간의 질을 향상시키는 운동을 그자체의 눈에 보이는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저항 주체를 형성하는 조직활동으로 자리매김하자. 노동자의 몸, 삶, 낙은 누군가에 의해서 대신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거대한 추상담론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요구를 갖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저항하는 주체들이 중요하다.셋째, 현실적으로 그 시작은 임금과 고용 못지 않게 현장노동자들이 주요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M/H 투쟁으로부터 해야 한다. M/H 투쟁은 노동자의 시간에 대한 자본과 노동의 구체적인 요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투쟁에서부터 현장의 모든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함께 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 노동자들이 모여서 함께 떠들고, 함께 배우며, 함께 놀 수 있는 기제들을 복원하거나, 혹은 새로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15)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는 ILO의 역점 사업 중 하나로, 2004년 1월 인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ILO 사무총장이 "각국 정부는 형편없는 일자리도 괜찮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무조건적인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ILO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 노동기본권 증진 △ 기업의 발전 및 양질의 일자리와 수입을 보장하는 고용기회 창출 △ 만인을 위한 사회보장의 증진 △ 노사정 3자주의와 사회적 대화의 강화를 추진키로 했으며, 또한 최근 국제사회에 화두가 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경제자유지역, 비공식경제에 대한 제안들을 내놓기도 했다. (매일노동뉴스, 200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