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4 도라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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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부소식같이�상상하고�함께�가꾸기�위한�

우리들의�시작� “동․네․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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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소식남동구지회

부평구지부

서구지부

중․동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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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이야기가족의�달� 5월에�대처하는

우리들의�자세

� � � � � � � � � � � � � � � � � � � � � �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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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소식

같이�상상하고�함께�가꾸기�위한�우리들의�시작�

동․네․살․이인천여성회�마을사업�지원팀� [동네살이]

경계를 넘어 상상하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며,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2013년!

기억하시죠? 인천여성회 총회 때 파젊임과 지부, 지회의 풍성한 공연을 보면서 우

리가 함께 외친 2013년 인천여성회의 슬로건입니다.

삶터와 일터를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우리는 성평등도시 만들기, 아동과 여성도

안전한 마을만들기를 위한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여성들이 함께 일하고, 함께 운영하는 마을기업을 운영하고, 도서관에서의 다양한

강좌나 프로그램으로 동네에서 아이들을 만나왔습니다. 또한 줏대있는 부모를 위한

교육강좌, 안전마을 축제, 어린이날 행사, 가고 싶은 놀이터 만들기 등 주민들, 지역

사회단체나 기관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도 진행해 왔습니다.

동네에서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동네에서 주로 머무는 사람들은

노인, 아동, 여성, 청소년입니다. 그러나 정작 동네에서 주로 머무는 이들은 소위 ‘사

회적 약자’로 호명되는 존재들이기에 제도권력으로부터도, 주민자치로부터도 멀어져

있습니다. 또한 소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은 주로 여성 개인 책임으로 돌려집니

다.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들도 있지만, 우리가 동네에서 주민들과 먼저 경

험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통해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 민주주의 실현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세상은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서서히 우리들의 힘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도시를 바꿔 보자는 동네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2013년에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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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업 지원팀을 구성했고, [세계를 보며 같이 길을 찾고, 마을에서 함께 길을 내

다]라는 사업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마을활동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함께 고민해보고, 마을운동의 가치

와 지향에 대해 함께 나눠보고, 다양한 동네살이의 사례를 들으면서 상상하는 과정,

그리고 동네지도와 주민관계를 함께 나눠보면서 어떻게 시작해 볼 것인지를 함께 토

론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신나고 즐거운 동네살이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네에서 즐겁게 신나게 살기 위해서는 지역의 다양한 주민모임, 단체들과 네트워

크를 꾸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행정이 통치의 대상으로 주민을 보느냐, 협치의 파트

너로 주민을 대하느냐에 따라서도 행동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네를 살기

좋은 바꾸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곳을 바꾸는 것이고, 그것이 더 넓

은 영역으로 확정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동네차원에서, 그리고 구별 차원에서 그리고 광역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들

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시는 원도심 활성화 대상지로 8곳을 확정하고 400

억~500억을 투입하겠다고 합니다. 커뮤니티센터(주민공동이용시설), 골목길 및 빈집

정비, 텃밭, 소공원, 주자창 조성을 소규모 환경개선사업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한 후 2단계로 주민공동체 형성 등을 골자로 하는 마을만들기를 전면적

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환경개선사업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누구의 요구로부터 출발하느냐가 관건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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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결정을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주민참여예산제도이건만 인천

시는 누구와 어떻게 상의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인천여성회가 하고자 하는 동네살이는 동네주민이 모여 함께 공동체적으로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우리동네에 필요한 것을 함께 가꿔가는 것입니다. 시나 구가 결정하

고 주민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같이 주민들과 함께 결정하자는

것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필요한 것은 그곳에서 삶을 유지해가고 있는 주민

들이 제일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마을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사실은 소박하게나마 우리가 일

상적으로 펼쳐왔던 일입니다. 이에 인천여성회는 성평등 도시 인천만들기, 아동과 여

성도 안전한 마을, 여성친화적인 마을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 스스로의 준비, 그리

고 다양한 모임이나 단체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동네를 바꾸고 도시를 바꾸는

활동을, 스스로 즐거워서 떠나는 여행길처럼 다가오는 5월, 마을에서 길찾기 여행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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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지회�소식

남동구지회의� 3월�이야기

1. 회원 활동

1) 동아리 모임 ‘아이유(遊)’에서는 3월 16일 만화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박물관 체험은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즐거웠던 거 같아요. 10대로 되돌아

간 것 같이 그 때 읽었던 순정만화 얘기도 나누고 추억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답

니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체험도 하고 4D 영화도 보며 나름의 즐거운 시간들을 가졌

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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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등산모임에서는 3월 24일 인천 월미산에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모임에서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일년 계획을 세우는 등 분주한 모임이 진행되었습

니다.

3) 3월 책모임은 이철수 판화작가의 ‘웃는 마음’을 함께 읽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

을 가졌습니다. 읽은 책을 공유하며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

다.

2. 남동구지회는 남동구청이 진행하는 공공주말농장에 회원들이 당첨

이 되어 4곳의 텃밭을 공동으로 경작할 예정입니다. 4월 13일에 첫 번째

모종심는 날로 함께 할 예정입니다.

3. 2013년 첫 번째 나눔장터가 4월 27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4. 4월 회원의 날은 4월 25일 목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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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지회�소식

부평구지부의� 4월�이야기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부평지부가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작년 1년동안 수차례 토론을 거듭하며 신나는 어린이 도서관과 진달래 어린

이 도서관, 아름드리 도서관이 발전적인 결합방향을 모색해왔고 그 결과 드디어 삼산

동에 부평지부 부설기관 풀뿌리 여성센터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

고 앞으로 어떤 내용과 방향으로 공간을 운영할지 회원들과 함께 더 많은 토론과 합

의가 필요하겠지만 변화하는 주․객관적 환경에 맞게 새로운 움직임으로 꿈틀대는 이

공간을 여러 회원들의 생각과 실천으로 채울 수 있을 거라 희망해 봅니다.

물수제비마을에서 야심차게 시도한 마을기업 열두달 보자기 되살림까페가 지난3월

지원대상 심사에서 탈락되었을 때 참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했고, 이 공간을 책임지고

운영하던 운영진들이 더 이상의 연장운영은 어렵다며 폐업하려고 생각했었는데 물수

제비 회원들을 비롯한 부평지부 회원들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기운을 모아 올해 11

월까지 운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실천을 모아 자원봉사체계로 운

영하며 다양한 시도와 골목축제를 기획하며 새롭게 꿈틀대는 마을기업 역시 부평지부

회원들과 함께 씩씩하게 갈 수 있을 거라 희망해 봅니다.

참나무학교 지역아동센터를 잘 마무리하고 새롭게 탈바꿈한 청소년거리학교 꿈틀

길에서 청소년 거리상담활동가 양성과정을 4월 3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유정은 교수의

실감나는 거리상담사례를 들으며 다양한 고민을 품으면서도 설레임을 갖고 꿈틀대는

꿈틀길 팀의 행보에 여러

회원들이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희망해 봅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부평지부의 올

한해는 한마디로 꿈틀이

같은 느낌으로 생생하게

시작하고 있으니 여러 모

로 희망을 가져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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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지회�소식

서구지부�풀뿌리미디어도서관�이야기

아이의 눈높이로 소통해요

[마주이야기]

엄마들의 가장 어려운 고민은 아이들

과의 대화!

3월 한 달 동안 풀뿌리미디어도서관

에서는 아이와 잘 소통하고, 아이의 마

음을 깊이 읽을 줄 아는 훈련 [마주이야

기] 모임이 진행 되었습니다.

한 주 동안 아이와 있었던 재미난 일, 깜짝 놀랐던 사건, 그리고 톡톡 튀는 아이들

의 언어를 적어서 함께 공유하고, 서로 아이 키우는 방법들을 이야기 하면서 배워가

는 소중한 기획강좌였습니다. 아쉽게도 후속모임으로 더 만남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를 가늠할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주말놀이터 인천바로알기

[역사기행]

풀뿌리미디어도서관에서는 매

월 둘째주 토요일 시내버스 타고

인천바로알기 [역사기행]을 떠납

니다. 김은주 문화해설사 선생님

과 함께 맛난 점심은 물론 내가

사는 인천에는 어떤 역사가 숨겨

져 있나 찾아보는 체험교실입니

다.

3월은 날씨 변화 등으로 4/6 일 처음으로 검단 선사박물관을 다녀오는 것으로 첫

문을 열었습니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 다소 쌀쌀하였지만 참여한 아동과 즐겁게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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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지회�소식

중․동구지부�골목도서관� 3월�소식1.<가위바위보>-찾아가는 전래놀이

골목도서관은 3월 초, 마을에서 아이들과 전래놀이를 통한 공동체를 만들기에 뜻

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가위바위보>라는 전래놀이 자원봉사단(단장 손보경)을 구성하

였습니다. 또한 <가위바위보>는 동구자원봉사센터 소속의 전래놀이 자원봉사단으로

등록되었으며, 지역아동센터 보육원 등의 기관을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 전래놀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3월 23일 그 첫 번째 방문지는 골목도서관 인근의 푸른 나무 지역아동센터였습니

다. 스무 명의 아이들과 동대문을 열어라, 미션 있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꼬리

잡기, 고무줄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어른 모두 신나게 놀았습니다.

앞으로 <가위바위보>는 월1회 찾아가는 전래놀이를 통해 아이들을 만나며 함께

‘놀’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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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그림책과 고사리손 요리>

아동요리 전문가 이은해 회원이 주축이 된 <그림책과 고사리손 요리> 수업. 싹이

돋아나는 4월을 테마로 <초밥 화분>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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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대처하는우리의자세

4월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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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이야기� 가족의�달� 5월에� 대처하는�우리의�자세

가족의 달 5월,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아직까지 아침저녁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개나리, 벚꽃이 만

개하는 봄이 온 것만은 확실합니다. 봄기운과 더불어 어린이들, 청소년들의 새학기는

시작되었고, 봄을 느낄 새도 없이 곧 ‘공포의 5월’이 닥쳐올 것입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5월은, 특히 여성들에게 ‘공포’와 ‘부담’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3종세트가 입을 쩍 벌리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어

린이에 대한 사랑과 부모님, 스승에 대한 감사로 행복이 가득해야 할 5월, 평소 불행

했던 사람도 행복해야만 할 것 같은 5월이건만, 왜 5월은 더 이상 기쁨이나 행복보다

는 부담과 스트레스의 달이 되었을까요? 가족의 달이라는 5월을 꾸미는 수사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요? 5월을 이름에 걸맞게 사랑과 감사가 가득한 행복의 달

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 것일까요?

도라지꽃 4월호에서는 벌써부터 5월 증후군에 시달리고 계신 회원들과 함께 ‘가족

의 달’에 다시 생각하는 ‘가족’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상품으로�환원되는�사랑과�감사

사실 5월이 부담과 공포의 계절이 된 것은 오래 된 일이 아닙니다. 어린이날은 어

린 자녀들에게, 어버이날은 나이 든 부모님께, 스승의 날은 자녀의 선생님에게 물질

적인 보상을 해야 하는 날이라는 통념이 굳어지면서부터이고, 그것은 그리 오래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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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양육자들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하사하는 날에 불과한 이 날은 원

래 그런 시혜적인 날이 아니었다. 어린이란 말이 소파 방정환 선생이 만든 말이

라는 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박달성이라는 천도교인이 쓴 말

이고 소파 역시 1920년 8월, 천도교 잡지 <개벽>에서 ‘어린이 노래’라는 시를

발표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린이날의 기원은 천도교에서는 1922년

5월 1일을 ‘어린이의 날’로 선포한 것이었다. 이후 천교도에서는 어린이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나갔다. 그 운동의 하나가 우리가 알고 있는 소파 선생이 잡지

‘어린이’ 발간이었고 소파를 비롯한 천도교 인사들은 어린이가 운동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소년회 조직을 지원하고 거리캠페인을 벌였다. 그들은 어

린이들이 노동에 내몰리고 권리를 유린당하는 소수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사회 전 영역에서 억압받고 착취 받는 사람들과 어린이를 동등하게 해방 주체로

대우하는 의미로 노동절을 어린이날로 삼았다. 어린이․청소년이 소수자인가에 대

한 논쟁이 벌어지는 오늘날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 한겨레 2011.5.6.

이 아닙니다. 그러나 기념일의 의미를 따져본다면 구태여 물질적 보상으로 사랑과 감

사를 표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유래만 따져 보더라도 어린이날은 자녀에게 닌텐도나 최신 스마트폰, 그도 아니면

문상(문화상품권) 같은 선물을 주는 것이 중요한 날이 아니라, 어린이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를 가진 사회의 한 주체로 인정하고 선언하는 날입니다.

요즘 시대는 자녀에 대한 사랑과 소유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자녀를 투

자재라 부르고, 그래서 자녀에게 쏟는 금전적 정서적 에너지를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식하는 게 공공연해졌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문상(문

화상품권)으로 환원 가능한 교환가치가 되어 버립니다. 부모에 대한 감사 역시 마찬

가지일 것이고, 감사보다는 자녀에 대한 부탁의 의미가 더욱 강한 스승에 대한 감사

표현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렇다고 이 글이 도덕교과서처럼 혀를 끌끌 차며 물질로 모든 것이 환원되는 시

대를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의 달에서 누누이 말하는 사랑은 보살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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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표현이고 감사 역시 보살핌과 돌봄에 대한 감사입니다. 가족의 달 5월이 부담과

스트레스가 아니라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달이 되기 위해서는 가족의 달이라는 미명

하에 사랑과 감사로 포장된 ‘가족’ 안에 숨어 있는 보살핌과 돌봄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보살핌은�사회재생산의�필수�과정

인간의 전체 수명을 놓고 볼 때, 경제적으로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자립해서 살

수 있는 기간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서의 자립 역시 오롯이 혼

자 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도움과 협력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존재이니까요.) 나머지 절반은 어려서이든 나이 들어서이든 병이

들어서이든, 반드시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부자든 가난한 자이든 여

성이든 남성이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보살핌을 필요로 하고, 또 누군가

를 보살펴야만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존재와 생존 자체가 보살핌이 필수적이기에, 보살핌은 사회가 존재하기 위

한 필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재생산을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것이지요. 그

렇다면 보살핌은 단지 부모에게(그것도 유독 어머니에게) 혹은 교사 개인에게만 맡겨

질 과정이 아니라 국가가, 사회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입

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를 빨갱이의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한국사회

에서 보살핌은 오롯이 사적 영역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돌봄이 부족

하면 그것은 무조건 부모 개개인(특히 어머니 개인)의 탓으로 돌려지고, 보살핌을 받

지 못하는 노인이 있으면 젊은 시절 노후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노인 개인의 탓이

거나 부모 공경을 하지 않는 패륜 자녀 개인의 탓으로 돌려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

린이날이든 어버이날이든 스승의날이든,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물질적 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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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감사가 계량되는 뒤틀린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얼마 전 이소헌 의원이 한창 인테리어 공사 중인 부평구지부의 풀뿌리 여성센터를

준비하는 과정을 SNS에 올렸는데, 거기에 어이없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여성센터라고

만들어 놓으면 집안이 개판이 되는데 구의원이 쓸 데 없는 일을 한다는 요지였지요.

인천여성회의 활동인 여성센터 준비를 구의회 활동과 구분하지 못한 댓글인 것은 차

치하더라도, 여성센터가 만들어져서 “여성들이 사회로 나오면 집안이 개판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여성이 집 밖으로 나가면 개판이 되는 집안이라면, 그 집안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 한 가족의 살림살이와 보살핌을 얼마나 개인 여성에게 집중해 놓았고, 또

그것을 당연시했으면 이런 댓글을 달 수 있을까, 측은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댓글 단 한 사람만의 생각이 아니란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보살핌을 사적 영역, 즉 가족 안의 개인 여성의 몫으로만 남겨

두는 것은, 사회재생산이라는 매우 중요한 과정을 개인에게, 특히 여성에게 떠넘기는

직무유기입니다. 이것은 여성에 대한 억압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보살핌의 대상이 되

는 어린이와 청소년, 노약자들 역시 사회적으로 방치하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인천여성회가 마을에서 도서관이나 카페, 여성센터와 같은 시설을 만들고 여성들

을 집 바깥으로 불러내고,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비롯한 약자들을 위한 활동을 기획

하고 실천하는 것은, 바로 보살핌이라는 사회재생산의 과정을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책임으로, 사회의 책임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더 나아가 국가의 법률과 기

구가 제도적으로 그것을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가족�바깥으로�나오는�가족의�달�만들기

가족은 누군가에게는 생각만 해도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단어일 수 있지만 누군가

에게는 듣는 것만으로도 상처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당연한 상식으로 생각하는 행복

한 가족의 이미지(예쁜 앞치마를 두르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이는 엄마와 해맑은

얼굴로 밥상을 기다리는 자녀, 퇴근해서 들어오는 아빠로 상징되는)는 사실 흔치 않

을뿐더러, 그 이미지대로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은 인간사회라면 어디에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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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갈등과 협력의 양면성을 지니기 마련이고, 가족 역시 그로부터 비껴날 수 없습니

다. 하기에 언제나 협상과 토론, 함께 하기 위한 각 구성원의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당연히’ 유지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행복할 수 있다는 턱없는 믿음이 존재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믿음을 이데올로기라고 합니다. 남녀 이성애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 이외의 형태

는 모두 비정상 혹은 결손가족으로 보는 시선이나 보살핌을 가족 구성원 중 여성 개

인에게 떠넘기는 태도는 바로 이러한 이데올로기로부터 비롯합니다. 가족 이데올로기

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당연한 것과 자연스러운 것이 결코 없음을 인정하고 가족 구

성원들이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가족은 사랑과 감사의 정서를 복원할 수 있을 것입

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보살핌과 돌봄, 사랑과 감사가 개인 가족 안에 갇히는 것이 아

니라 마을 전체, 사회 전체로 넓어질 때 부담과 스트레스로 점철된 가족의 달이 아

닌, 더불어 행복한 가족을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인천여성회의 각 지부, 지회

에서 펼치고 있는 마을만들기 활동들, 다양한 공동체 활동들은 가족 이데올로기에 갇

힌 폐쇄적 공동체가 아닌,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고 돌보는 동네살

이를 만드는 걸

음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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