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함께 사회를 고민하고 싶어요”pdfi.ewha.ac.kr/1438/143805.pdf전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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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화인 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1438호 “20대와 함께 사회를 고민하고 싶어요” 20대를 위한 시사 잡지 <듀르나>의 박민정 편집장을 만나다 4월의 어느 날 밤, 세 명의 이화인이 모여 그들의 꿈을 이야기했다. 20대가 함께 공감 하는 소통의 창구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 고 생각한 꿈. 그들은 또래들과 함께 사회를 이야기 하고 싶었고, 그렇게 20대를 위한 시사 잡 지 <듀르나>가 탄생했다. ‘매일매일 기록 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저널(Journal)’의 어원인 듀르나는 지난 9월 처음 대학 내에 모습을 보였다. 매달 20일 전후로 발행되 는 듀르나는 서울지역과 경기·인천 수도권 대학을 포함해 37개 대학에 무료 배포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20대가 사회문제를 직접 고 민하고, 사회를 생각하는 힘을 길렀으면 좋 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듀르나. ‘대선특별 호’ 발행을 앞두고 바쁜 작업을 하고 있는 듀르나의 편집장 박민정(언론·09)씨를 지난 6일 학교 앞 카페에서 만났다. 시사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 박 편집 장은 대학생을 위한 시사 잡지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문화예술이나 패션 뷰티와 관련 된 잡지는 많은데 시사를 다루는 잡지가 없 어서 아쉬웠어요. 대학생들의 모든 고민은 시사와 연관돼 있는데, 그것만 다루는 대학 생 잡지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 로 결심했죠.” 그는 그 결심을 친구들과 곧장 실행에 옮 겼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김다솜(언론·09) 씨는 기자가 되고, 경영에 관심이 있는 유승 희(광고·09)씨는 홍보와 경영지원을 맡았다. “셋이서는 잡지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에 대학생 기자와 홍보, 경영지원 등 을 담당할 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 어요. 그러자 외부 대학 매체에서 기자로 활 동했던 학생, 사진 촬영 경력이 있는 학생 등 이 합류하게 됐죠. 대학생이 만드는 시사 잡 지에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 줘서 놀랐어요.” 팀원을 모집하고 나니 발행 비용이 없 는 것이 문제가 됐다. 팀원들은 소셜펀딩 (Social Funding,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 으로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개인 에게 소액의 후원을 받는 방법) 사이트에 듀르나의 소개와 함께 후원금을 받고 싶다 는 글을 올렸다. 그때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났다. 한 20대 청년 사업가가 250만원 을 후원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CEO인 한 남자 분께서 듀르나 발행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후원 금을 보내주셨어요. 20대들이 시사 잡지를 만든다니까 멋지단 생각에 후원해주셨대요. 덕분에 첫 호 발행비가 한 번에 해결됐던 거 죠.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그분은 듀르나 의 첫 인터뷰 주인공이 됐죠.” 박 편집장은 듀르나의 콘텐츠도 중요하 지만 ‘어떤 방법으로 콘텐츠를 전달할까’를 더 고민한다. “기존에 나와 있는 시사 잡지들은 문체부 터가 딱딱해요. 면 구성도 틀에 갇혀있죠. 그래서 20대 독자들이 시사에 관심을 가지 려 해도 시사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사 용어를 쉽게 정리한 ‘시사피디아’ 코너를 만든 것은 장벽을 부수는 시도였죠. 또 사진과 디자인 으로 20대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면을 편 집하죠.” 9월 창간호가 발행 되자마자 SNS를 통해 대학생들이 반응을 보였다. “잡지가 발행되고 나면 많은 분들이 메 일이나 SNS로 피드백을 해주세요. 잡지를 보고 난 소감도 있고, 사회 이슈를 함께 이 야기 해보고 싶다는 의견도 많죠. 무엇보 다 ‘20대를 위한 시사 잡지가 나와서 시사 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시는 분이 가장 많아요. 그런 평을 받을 때가 가장 보람된 순간이기도 해요.” 박 편집장은 더 많은 대학생들이 듀르나 를 읽고 시사를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말한다. “시사는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그냥 우리 주변의 이야기고, 우리가 사는 세상 이 야기에요. 외우거나 암기하는 것이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듀르나를 더 많은 대학생들 이 읽길 바라요. 듀르나가 그들이 생각의 힘 을 기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 겠어요.” 전은지 기자 [email protected] 학교 앞 카페에서 듀르나 멤버들이 정기회의를 하고 있다. 최은별 기자 [email protected] 제18회 LG글로벌챌린저 공모전 대상 수상한 이화인 팀 꿈의 섬, 갈라파고스에 가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새를 갈라파 고스 군도에서 만나고 왔어요. 발이 코발트 블루 색인 부비새, 번식기에 목 부분이 빨갛 게 풍선처럼 부풀러 오르는 군함새 등이 있 었어요.” 이원희, 임수정, 김미선, 장하늘(에코과학 부 석사과정)씨는 제18회 LG글로벌챌린저 공모전에 갈라파고스 방문 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한 후 7월23일 갈라파고스를 방 문했다. 이곳에서 이들은 국립공원 운영 방 식, 보전생물학 교육 현황 등을 조사하며 발 로 뛴 끝에 대상의 영예를 안았고 LG 입사 및 인턴 기회를 얻었다. LG글로벌챌린저는 대학(원)생들이 탐방활동의 주제 및 국가를 선정해 탐방 계획서를 제출한 후 면접에 최 종 합격하면 해외 탐방 비용을 전액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에코과학부 행동생태연구실 선후배 사이 인 이들은 연구실 앞에 붙어있는 LG글로벌 챌린저 포스터를 보고 공모전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꿈에 그리 던 갈라파고스에 가기 위해. “저희는 포스터를 보자마자 무조건 갈라 파고스로 가자고 입을 모았어요. 동물을 연 구하는 저희에게 생물 다양성이 잘 보존돼 있는 갈라파고스 군도는 꿈의 장소이거든 요. 장소를 먼저 정한 후에 탐방 목적, 연구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어요.” 이들은 이제껏 동물행동을 연구하면서 느낀 한국 생태보존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했다. 따라 서 생물 다양성이 잘 보존되는 갈라파고스 를 모범사례로 연구해 한국의 생태보존에 대안을 제시하기로 결정했다. “생태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 생 태관광, 교육 및 현장 연구가 유기적으로 맞 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 리나라에서는 주민들이 사유지 개발 제한 등을 이유로 국립공원지정에 반발하거나 등 산객의 불법행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부 족해 자연 훼손이 심화되고 있어요. 갈라파 고스도 1920년대 유럽계 정착민들이 도착한 이래 생태관광 명소로 지정되면서 자연 훼 손이 심각했죠. 그러자 갈라파고스 자체의 노력으로 엄격한 대책이 도입되면서 생태를 보호하면서 매년 18만 명이 방문하는 등 성 공적인 결과를 이뤄냈어요.” 갈라파고스에 가고 싶다는 열정으로 이 들은 순조롭게 공모전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입상을 목표로 준비한 팀은 공동 관심사 가 부족해 갈등이 있을 경우 팀워크가 깨지 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오로지 갈 라파고스에 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똘똘 뭉쳤어요.” 1차 서류와 2차 면접을 무난히 합격해 7 월23일~8월5일 갈라파고스 군도를 탐방했 다. 이들은 갈라파고스를 탐방하면서 생태 보존이 잘 이루어지는 이유를 자연주의(내 추럴리스트) 가이드 제도에서 찾았다. 내 추럴리스트 가이드는 16명 이하의 방문객 을 인솔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자 연생태를 설명한다. 이 제도는 섬의 자연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으로 가 이드를 선발하는데 가이드는 별도로 스쿠 버 다이빙 및 응급처치 자격증도 갖추어야 한다. “내추럴리스트 가이드는 16명 이하의 방 문객을 인솔하기 때문에 방문객을 효과적 으로 감독하기 쉬워요. 또한 전문적인 교육 을 받기 때문에 관광객에게 정확한 생태 지 식을 전달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도 갈라파 고스처럼 작은 섬인 제주도부터 내추럴리스 트 가이드 제도를 도입했으면 좋겠어요.” 이들은 비단 가이드뿐만 아니라 갈라파 고스 군도를 방문한 방문객도 자연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들은 어떤 관광객이 알바트로스 새끼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자 옆에 있던 다른 관광객이 ‘너 때문에 놀라잖아!’라고 제지 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갈라파고스처럼 국내에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것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갈라파고스 군도는 약 97%가 국립공 원으로 지정돼 있어요. 군도에 입국하려면 100불의 입도비를 내야하죠. 우리나라도 조 금씩 입장료를 받아 운영비로 사용하면 좋 겠어요. 수익이 없으니 국립공원은 운영비 부족으로 공원 관리가 어렵고, 방문객도 공 짜라는 생각에 자연 환경을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어요.” 2주간 탐방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 동할 때 배를 타는 일이었다. 네 명 중 세 명 이 배 멀미를 심하게 했기 때문이다. 갈라파 고스 군도는 자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숙 식을 모두 배에서 해결하고, 섬에서 섬으로 이동할 때도 배를 타야했다. “2시간 동안 통통배를 타서 망망대해를 건널 때는 ‘내가 왜 여기에 왔나’라는 생 각까지 들기도 했어요. 멀미약을 먹고 토하 고, 약 기운에 기절하듯 잠들며 보내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들은 갈라파고스에서 다양한 서식동물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감격스러웠 다고 회상했다. 그 중 바다사자와 함께 수영 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스노클링을 할 때 바다사자가 도망가지 않고 다리 쪽으로 냄새를 맡으러 오거나 오 리발을 입으로 물었어요. 갈라파고스에서 는 동물을 만지거나 음식을 주는 것이 금지 돼 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두니까 바다사자 가 우리를 자신들과 같은 동물이라고 여기 는 것 같았어요.” 갈라파고스 탐방을 마치고 돌아와 이들 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탐방 발표 준비를 했 다. 탐방 발표와 보고서 심사를 통해 공모전 수상이 결정됐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심사 위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 로 탐방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을 발표에서 잘 보여줬던 점을 꼽았다. “심사위원 분들이 저희가 계획대로 9~10 군데 방문한 것을 좋게 봐준 것이 아닐까 생 각해요. 그리고 보전생물학이 생소한 사람 들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자세히 하려고 노력했어요. PPT 한 장마다 주제 하나를 넣어 되도록 지루하지 않게 속 도감도 유지했죠.” 이들은 힘든 것은 순간일 뿐, 되돌아보니 얻은 것이 정말 많다며 뿌듯해했다. “예전부터 갈라파고스에 가고 싶었는데 꿈이 현실이 됐잖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것 을 꿈으로 간직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루 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나중에는 마다가스카르랑 남극에도 가볼 거예요.” 이경은 기자 [email protected] 왼쪽부터 이원희, 임수정, 김미선, 장하늘씨가 갈라파고스 군도의 산타 크루즈(Santa Cruz) 섬에서 갈라파고스 육상동물 중 가장 큰 코끼리 거북과 사진을 찍고 있다. LG 글로벌 챌린저 배너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갈라파고스 팀 사진제공:장하늘씨 박민정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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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대와 함께 사회를 고민하고 싶어요”pdfi.ewha.ac.kr/1438/143805.pdf전은지 기자 ejjeon@ewhain.net 학교 앞 카페에서 듀르나 멤버들이 정기회의를

5이화인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1438호

“20대와 함께 사회를 고민하고 싶어요”   20대를 위한 시사 잡지 <듀르나>의 박민정 편집장을 만나다

4월의 어느 날 밤, 세 명의 이화인이 모여

그들의 꿈을 이야기했다. 20대가 함께 공감

하는 소통의 창구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

고 생각한 꿈.

그들은 또래들과 함께 사회를 이야기

하고 싶었고, 그렇게 20대를 위한 시사 잡

지 <듀르나>가 탄생했다. ‘매일매일 기록

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저널(Journal)’의

어원인 듀르나는 지난 9월 처음 대학 내에

모습을 보였다. 매달 20일 전후로 발행되

는 듀르나는 서울지역과 경기·인천 수도권

대학을 포함해 37개 대학에 무료 배포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20대가 사회문제를 직접 고

민하고, 사회를 생각하는 힘을 길렀으면 좋

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듀르나. ‘대선특별

호’ 발행을 앞두고 바쁜 작업을 하고 있는

듀르나의 편집장 박민정(언론·09)씨를 지난

6일 학교 앞 카페에서 만났다.

시사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 박 편집

장은 대학생을 위한 시사 잡지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문화예술이나 패션 뷰티와 관련

된 잡지는 많은데 시사를 다루는 잡지가 없

어서 아쉬웠어요. 대학생들의 모든 고민은

시사와 연관돼 있는데, 그것만 다루는 대학

생 잡지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

로 결심했죠.”

그는 그 결심을 친구들과 곧장 실행에 옮

겼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김다솜(언론·09)

씨는 기자가 되고, 경영에 관심이 있는 유승

희(광고·09)씨는 홍보와 경영지원을 맡았다.

“셋이서는 잡지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에 대학생 기자와 홍보, 경영지원 등

을 담당할 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

어요. 그러자 외부 대학 매체에서 기자로 활

동했던 학생, 사진 촬영 경력이 있는 학생 등

이 합류하게 됐죠. 대학생이 만드는 시사 잡

지에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

줘서 놀랐어요.”

팀원을 모집하고 나니 발행 비용이 없

는 것이 문제가 됐다. 팀원들은 소셜펀딩

(Social Funding,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

으로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개인

에게 소액의 후원을 받는 방법) 사이트에

듀르나의 소개와 함께 후원금을 받고 싶다

는 글을 올렸다. 그때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났다. 한 20대 청년 사업가가 250만원

을 후원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CEO인 한 남자 분께서

듀르나 발행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후원

금을 보내주셨어요. 20대들이 시사 잡지를

만든다니까 멋지단 생각에 후원해주셨대요.

덕분에 첫 호 발행비가 한 번에 해결됐던 거

죠.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그분은 듀르나

의 첫 인터뷰 주인공이 됐죠.”

박 편집장은 듀르나의 콘텐츠도 중요하

지만 ‘어떤 방법으로 콘텐츠를 전달할까’를

더 고민한다.

“기존에 나와 있는 시사 잡지들은 문체부

터가 딱딱해요. 면 구성도 틀에 갇혀있죠.

그래서 20대 독자들이 시사에 관심을 가지

려 해도 시사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사 용어를

쉽게 정리한 ‘시사피디아’ 코너를 만든 것은

장벽을 부수는 시도였죠. 또 사진과 디자인

으로 20대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면을 편

집하죠.”

9월 창간호가 발행 되자마자 SNS를 통해

대학생들이 반응을 보였다.

“잡지가 발행되고 나면 많은 분들이 메

일이나 SNS로 피드백을 해주세요. 잡지를

보고 난 소감도 있고, 사회 이슈를 함께 이

야기 해보고 싶다는 의견도 많죠. 무엇보

다 ‘20대를 위한 시사 잡지가 나와서 시사

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시는 분이 가장 많아요. 그런 평을 받을

때가 가장 보람된 순간이기도 해요.”

박 편집장은 더 많은 대학생들이 듀르나

를 읽고 시사를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말한다.

“시사는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그냥

우리 주변의 이야기고, 우리가 사는 세상 이

야기에요. 외우거나 암기하는 것이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듀르나를 더 많은 대학생들

이 읽길 바라요. 듀르나가 그들이 생각의 힘

을 기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

겠어요.” 전은지 기자

[email protected]

학교 앞 카페에서 듀르나 멤버들이 정기회의를 하고 있다. 최은별 기자 [email protected]

제18회 LG글로벌챌린저 공모전 대상 수상한 이화인 팀

꿈의 섬, 갈라파고스에 가다“한국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새를 갈라파

고스 군도에서 만나고 왔어요. 발이 코발트

블루 색인 부비새, 번식기에 목 부분이 빨갛

게 풍선처럼 부풀러 오르는 군함새 등이 있

었어요.”

이원희, 임수정, 김미선, 장하늘(에코과학

부 석사과정)씨는 제18회 LG글로벌챌린저

공모전에 갈라파고스 방문 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한 후 7월23일 갈라파고스를 방

문했다. 이곳에서 이들은 국립공원 운영 방

식, 보전생물학 교육 현황 등을 조사하며 발

로 뛴 끝에 대상의 영예를 안았고 LG 입사

및 인턴 기회를 얻었다. LG글로벌챌린저는

대학(원)생들이 탐방활동의 주제 및 국가를

선정해 탐방 계획서를 제출한 후 면접에 최

종 합격하면 해외 탐방 비용을 전액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에코과학부 행동생태연구실 선후배 사이

인 이들은 연구실 앞에 붙어있는 LG글로벌

챌린저 포스터를 보고 공모전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꿈에 그리

던 갈라파고스에 가기 위해.

“저희는 포스터를 보자마자 무조건 갈라

파고스로 가자고 입을 모았어요. 동물을 연

구하는 저희에게 생물 다양성이 잘 보존돼

있는 갈라파고스 군도는 꿈의 장소이거든

요. 장소를 먼저 정한 후에 탐방 목적, 연구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어요.”

이들은 이제껏 동물행동을 연구하면서

느낀 한국 생태보존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했다. 따라

서 생물 다양성이 잘 보존되는 갈라파고스

를 모범사례로 연구해 한국의 생태보존에

대안을 제시하기로 결정했다.

“생태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 생

태관광, 교육 및 현장 연구가 유기적으로 맞

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

리나라에서는 주민들이 사유지 개발 제한

등을 이유로 국립공원지정에 반발하거나 등

산객의 불법행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부

족해 자연 훼손이 심화되고 있어요. 갈라파

고스도 1920년대 유럽계 정착민들이 도착한

이래 생태관광 명소로 지정되면서 자연 훼

손이 심각했죠. 그러자 갈라파고스 자체의

노력으로 엄격한 대책이 도입되면서 생태를

보호하면서 매년 18만 명이 방문하는 등 성

공적인 결과를 이뤄냈어요.”

갈라파고스에 가고 싶다는 열정으로 이

들은 순조롭게 공모전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입상을 목표로 준비한 팀은 공동 관심사

가 부족해 갈등이 있을 경우 팀워크가 깨지

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오로지 갈

라파고스에 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똘똘

뭉쳤어요.”

1차 서류와 2차 면접을 무난히 합격해 7

월23일~8월5일 갈라파고스 군도를 탐방했

다. 이들은 갈라파고스를 탐방하면서 생태

보존이 잘 이루어지는 이유를 자연주의(내

추럴리스트) 가이드 제도에서 찾았다. 내

추럴리스트 가이드는 16명 이하의 방문객

을 인솔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자

연생태를 설명한다. 이 제도는 섬의 자연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으로 가

이드를 선발하는데 가이드는 별도로 스쿠

버 다이빙 및 응급처치 자격증도 갖추어야

한다.

“내추럴리스트 가이드는 16명 이하의 방

문객을 인솔하기 때문에 방문객을 효과적

으로 감독하기 쉬워요. 또한 전문적인 교육

을 받기 때문에 관광객에게 정확한 생태 지

식을 전달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도 갈라파

고스처럼 작은 섬인 제주도부터 내추럴리스

트 가이드 제도를 도입했으면 좋겠어요.”

이들은 비단 가이드뿐만 아니라 갈라파

고스 군도를 방문한 방문객도 자연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들은

어떤 관광객이 알바트로스 새끼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자 옆에 있던 다른

관광객이 ‘너 때문에 놀라잖아!’라고 제지

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갈라파고스처럼 국내에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것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갈라파고스 군도는 약 97%가 국립공

원으로 지정돼 있어요. 군도에 입국하려면

100불의 입도비를 내야하죠. 우리나라도 조

금씩 입장료를 받아 운영비로 사용하면 좋

겠어요. 수익이 없으니 국립공원은 운영비

부족으로 공원 관리가 어렵고, 방문객도 공

짜라는 생각에 자연 환경을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어요.”

2주간 탐방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

동할 때 배를 타는 일이었다. 네 명 중 세 명

이 배 멀미를 심하게 했기 때문이다. 갈라파

고스 군도는 자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숙

식을 모두 배에서 해결하고, 섬에서 섬으로

이동할 때도 배를 타야했다.

“2시간 동안 통통배를 타서 망망대해를

건널 때는 ‘내가 왜 여기에 왔나’라는 생

각까지 들기도 했어요. 멀미약을 먹고 토하

고, 약 기운에 기절하듯 잠들며 보내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들은 갈라파고스에서 다양한

서식동물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감격스러웠

다고 회상했다. 그 중 바다사자와 함께 수영

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스노클링을 할 때 바다사자가 도망가지

않고 다리 쪽으로 냄새를 맡으러 오거나 오

리발을 입으로 물었어요. 갈라파고스에서

는 동물을 만지거나 음식을 주는 것이 금지

돼 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두니까 바다사자

가 우리를 자신들과 같은 동물이라고 여기

는 것 같았어요.”

갈라파고스 탐방을 마치고 돌아와 이들

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탐방 발표 준비를 했

다. 탐방 발표와 보고서 심사를 통해 공모전

수상이 결정됐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심사

위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

로 탐방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을 발표에서

잘 보여줬던 점을 꼽았다.

“심사위원 분들이 저희가 계획대로 9~10

군데 방문한 것을 좋게 봐준 것이 아닐까 생

각해요. 그리고 보전생물학이 생소한 사람

들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자세히 하려고 노력했어요. PPT 한 장마다

주제 하나를 넣어 되도록 지루하지 않게 속

도감도 유지했죠.”

이들은 힘든 것은 순간일 뿐, 되돌아보니

얻은 것이 정말 많다며 뿌듯해했다.

“예전부터 갈라파고스에 가고 싶었는데

꿈이 현실이 됐잖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것

을 꿈으로 간직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루

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나중에는

마다가스카르랑 남극에도 가볼 거예요.”

이경은 기자 [email protected]

왼쪽부터 이원희, 임수정, 김미선, 장하늘씨가 갈라파고스 군도의 산타 크루즈(Santa Cruz) 섬에서

갈라파고스 육상동물 중 가장 큰 코끼리 거북과 사진을 찍고 있다.

LG 글로벌 챌린저 배너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갈라파고스 팀 사진제공 : 장하늘씨

박민정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