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 수고하면 되지만 이들은 새로운 삶을 위한 …...“나는 하루...

2
“나는 하루 수고 하면 되지만 이들은 새로운 삶을 위한 절박한 시간 입니다” 이철희 고문 충주구치소 마약류사범 재활교육 동행 취재 6월 7일 오전 10시 대전역 서광장. 아침 햇살이 맑고 따가웠다. 이철희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고문을 대전역에서 만난 것은 충주구치소 마약류 사범 재활교육에 동행하기 위해서이다. 8개 교도소에서 60여명이 교육 마약류 사범 재활교육 은 2010년 10월 29일 이귀 남 법무부장관과 문 희 한국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이 간담회에서 합의한 후 올 4 월 29일부터 실시되는 것이 다. 교육 대상은 초범에서 4 범까지로 마약류 판매 및 기 타 강력범죄 혐의가 없는 재 소자들. 이 합의에 의해 전 국 교도소에 산재해 있는 2390여명의 마약류 사범 중 대상자 60여명을 전국 8개 교도소로 이송수감하게 되 었다. 이들은 1주일에 2시간 씩 13단계의 교육을 이수하 고 교육 평가 및 교도소 내 생활 태도를 종합하여 성적이 좋은 사람 은 치료보호기관에서 치료보호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가석방의 특 혜가 주어진다.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작성한 교육 매뉴얼은 총 13회 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고문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류 재활교육 TF팀장 답게 13 단계의 교육과정을 술술 외워댔다. 첫 회기에 사전검사를 실시하고 10회기에 사후검사를 한 후 13회 기를 마치면 최종검사를 하여 그 결과를 교도소에 제출한다. 교도 소 측은 이들의 수형생활 태도와 함께 평가하여 가석방 출소 여부 를 결정한다. 10년째 한 길, 마약정책 박사학위까지 이 고문은 진주교 도소 2회, 영등포교도소 3회, 홍성교도소 2회를 비롯하여 오늘 충 주구치소를 3회째 방문하는 등 총 10회에 걸쳐 먼 길을 오가고 있 다. 그가 이렇게 먼 길을 찾아다니며 교육에 열을 올리는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었다. 이 고문은 2001년 부산시약사회장에서 퇴임한 후 마약퇴치운동에 본격적으로 열정을 쏟았다. “약사회장 시절에도 어느 지부 못지않게 마약퇴치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 때는 약의 전문가로서 약학적 지식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러나 그는 곧 ‘약사니까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 다. 그래서 2002년 이화여대 ‘알코올 약물중독자 상담 전문가’ 과정 에 들어가 1년간 지식을 쌓았으며, 2004년에는 부산대학교 대학원 에 입학해 2006년 사회복지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사회복지 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 다시 부산 동의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에 입학해 2009년 마약정책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리고 지금은 경성대학교에서 본래의 전공인 약학박사 학위에 뒤늦게 도전하고 있다. 그는 “치료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이 없어 시작한 것이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라며 자신의 노력이 대수롭지 않은 듯 말 했다. 그는 정부의 마약류 사범 단속의 95%가 마약류 공급차단에 역점을 두고 있고 수요 감축에는 예산이 거의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 한다. 또 지금까지 마약자의 구속, 구금, 단속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 에 이들의 재발 예방 및 사회복귀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 다고 걱정했다. 실례로 향정약인 필로폰 사범의 재범률이 일반 범죄 재범률보다 다섯배나 높다는 것. 단순한 지식전달 아닌 감동 줘야 효과 “교도행정에서 마 약류 사범과 조직폭력 사범은 가석방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것을 정부가 마약퇴치운동본부에 교육을 위탁하여 가석방이 가능 하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 마약퇴치운동의 정체성과 위상을 확립하 이철희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고문 부산대학교 약학 대학 졸업 부산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동의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경성대학교 약학박사 과정 부산시약사회장 역임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장 역임 마약퇴치 人 4 아름다운 젊음 2011 Autumn

Upload: others

Post on 26-Feb-2020

2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나는 하루 수고하면 되지만 이들은 새로운 삶을 위한 절박한 시간입니다”

이철희 고문 충주구치소 마약류사범 재활교육 동행 취재

6월 7일 오전 10시 대전역 서광장. 아침 햇살이 맑고 따가웠다.

이철희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고문을 대전역에서 만난 것은 충주구치소 마약류 사범

재활교육에 동행하기 위해서이다.

8개 교도소에서 60여명이 교육 ● 마약류 사범 재활교육

은 2010년 10월 29일 이귀

남 법무부장관과 문 희 한국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이

간담회에서 합의한 후 올 4

월 29일부터 실시되는 것이

다. 교육 대상은 초범에서 4

범까지로 마약류 판매 및 기

타 강력범죄 혐의가 없는 재

소자들. 이 합의에 의해 전

국 교도소에 산재해 있는

2390여명의 마약류 사범 중

대상자 60여명을 전국 8개

교도소로 이송수감하게 되

었다. 이들은 1주일에 2시간

씩 13단계의 교육을 이수하

고 교육 평가 및 교도소 내 생활 태도를 종합하여 성적이 좋은 사람

은 치료보호기관에서 치료보호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가석방의 특

혜가 주어진다.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작성한 교육 매뉴얼은 총 13회

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고문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류 재활교육 TF팀장 답게 13

단계의 교육과정을 술술 외워댔다.

첫 회기에 사전검사를 실시하고 10회기에 사후검사를 한 후 13회

기를 마치면 최종검사를 하여 그 결과를 교도소에 제출한다. 교도

소 측은 이들의 수형생활 태도와 함께 평가하여 가석방 출소 여부

를 결정한다.

10년째 한 길, 마약정책 박사학위까지 ● 이 고문은 진주교

도소 2회, 영등포교도소 3회, 홍성교도소 2회를 비롯하여 오늘 충

주구치소를 3회째 방문하는 등 총 10회에 걸쳐 먼 길을 오가고 있

다. 그가 이렇게 먼 길을 찾아다니며 교육에 열을 올리는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었다.

이 고문은 2001년 부산시약사회장에서 퇴임한 후 마약퇴치운동에

본격적으로 열정을 쏟았다. “약사회장 시절에도 어느 지부 못지않게

마약퇴치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 때는 약의 전문가로서 약학적

지식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러나 그는 곧 ‘약사니까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

다. 그래서 2002년 이화여대 ‘알코올 약물중독자 상담 전문가’ 과정

에 들어가 1년간 지식을 쌓았으며, 2004년에는 부산대학교 대학원

에 입학해 2006년 사회복지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사회복지

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

다시 부산 동의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에 입학해 2009년 마약정책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리고 지금은 경성대학교에서

본래의 전공인 약학박사 학위에 뒤늦게 도전하고 있다.

그는 “치료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이 없어 시작한 것이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라며 자신의 노력이 대수롭지 않은 듯 말

했다.

그는 정부의 마약류 사범 단속의 95%가 마약류 공급차단에 역점을

두고 있고 수요 감축에는 예산이 거의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

한다. 또 지금까지 마약자의 구속, 구금, 단속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

에 이들의 재발 예방 및 사회복귀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

다고 걱정했다. 실례로 향정약인 필로폰 사범의 재범률이 일반 범죄

재범률보다 다섯배나 높다는 것.

단순한 지식전달 아닌 감동 줘야 효과 ● “교도행정에서 마

약류 사범과 조직폭력 사범은 가석방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것을 정부가 마약퇴치운동본부에 교육을 위탁하여 가석방이 가능

하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 마약퇴치운동의 정체성과 위상을 확립하

이철희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고문

부산대학교 약학 대학 졸업

부산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동의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경성대학교 약학박사 과정

부산시약사회장 역임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장 역임

마약퇴치 人

4 │

아름다운 젊음 ● 2011 Autumn

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이며, 이를 잘 살려내

야 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마약퇴치운동은 약사회가 주

도하고 각 시도마다 지부를 설치하고 있지만

앞으로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계하고

활동 영역을 더욱 넓혀가야 한다고 밝힌다.

이 고문은“우리는 단순히 하루 수고를 하면

되지만 중독자들은 이 시간이 가석방을 기대

하는 절박한 순간이며, 마약과 단절하고 새

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운명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지식전달을

하기 보다는 반드시 마약과 단절할 수 있도

록 감동을 쥐야 합니다.”고 강조한다.

이 고문은 이러한 교육활동을 사명감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절망과 고통의 절박한 환경

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능력으로 봉사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이것이

바로 삶에 활력소가 되고 기쁨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어두워 보이지 않는 그들의 얼굴 ● 11시55분 충주시외버스

터미널에는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정삼 홍보과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회복지사인 그는 이 고문과 한 팀이 되어 충주구치소 교육프로그

램의 진행 및 측정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구치소 근처 작

은 식당에서 서둘러 점식식사를 마치고 구치소로 향했다.

12시 45분. 구치소 정문을 통과하여 대기실에서 주민등록증을 내고

출입증으로 바꿨다. 무기류와 사진기, 녹음기 등은 휴대가 불가하다

고 주의했다. 2층 사회복귀과장실로 안내되어 김평근 과장으로부터

간단하게 구치소 현황을 설명들은 후 1시 정각에 교육실로 들어갔다.

교육실에는 크고 넓은 책상 위에 컴퓨터도 한 대씩 놓여 있었다.

교육 참가자는 6명. 20대에서 60대까지 보이는 사람이 고루 있었

다.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표정에 어두운 그

림자는 없어 보였다. 전기곤로에 물을 끊여 커피를 한잔씩 타 마시

며 강의가 시작됐다.

진지한 교육태도 단약 가능성이 보인다 ● 이 고문은 먼저

스웨덴 오슬로의 한 공원에서 주의를 의식하지 않고 헤로인을 주사

하며 무너져가는 젊은 남녀들의 모습과 중국 위난성의 마약거리 풍

경이 담겨 있는 동영상물을 보여주고 본 강의에 들어갔다.

“치료 공동체 안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치료하고 나온 사람

이 다시 또 실패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사회에 나가 내 감정이 시키

는 대로 따라하면 100% 실패를 하게 됩니다. 출소 후에도 첫 번째

도 단약, 두 번째도 단약,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여러분과 사랑하는

가족을 돕는 것입니다”

이 고문은 만성금단증상, 스트레스와 호르몬의 상관관계 등 인체의

구조와 중독성약물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또 재발의 원인과 재발

극복을 위해 약물을 거절하는 방법 등에 대해 다양한 실 상황과 가상

의 시나리오를 곁들여 심리적, 정신적 대처방안을 알려주었다.

“여러분, 이제 어떤 유혹도 과감히 거절할 자신이 있습니까?”

“네. 자신 있습니다.”

“실천하기 좋은 특별한 날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바로 오늘 이

시간이 가장 실천하기 좋은 날입니다. 여러분, 반드시 실천하실 수

있습니까?”

“네. 할 수 있습니다.”

재소자들은 2시간 동안 계속된 교육에도 조는 사람 하나 없이 끝까

지 진지한 태도로 강사의 움직임에 호응했다.

교육을 마치고 다시 충주터미널로 와서 버스를 타고, 또 택시를 타

고 대전역으로 왔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갈 때 기분은 어떻습니까?”

“내 마음 속의 얘기들이 제대로 전달됐을까 걱정이 되지요.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이 고문이 개찰구 쪽으로 돌아서며 마지막 남긴 말이다.

우리는 단순히 하루 수고를 하면 되지만 중독자들은 이 시간이 가석방을

기대하는 절박한 순간이며, 마약과 단절하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운명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지식전달을 하기 보다

는 반드시 마약과 단절할 수 있도록 감동을 줘야 합니다.

충주구치소 교육을 마친 이철희 고문(우)과 이정삼 과장

Korean Association Against Drug Abuse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