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월호 229

현장24시

해외양돈

베트남 양돈 이야기【4】

베트남의 유통

최 병 식 부장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업부문베트남사업담당 축육사업팀

1. 들어가며

베트남에 온 지 벌써 5개월이 지나간다. 우리나라 사

양가들이 양돈을 하면서 키울수록 어렵다고 하듯, 베트

남 시장은 보면 볼수록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여기 한

두 번 와 본 사람들은 정말 할 것이 많고, 돼지고기 유

통도 쉬워 보인다고들 한다. 그런데 한두 달 지나면 이

질서에 어떻게 들어갈까 하는 의문이 든다.

베트남에는 오토바이가 아주 많다. 집집마다 기본 한

두 대는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토바이의 천국이라고

한다. 출근 시간이면 오토바이들이 뒤엉켜서 머리가 아

플 지경이다. 그래도 조금 막혀 있다 싶어도 금세 풀어

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금만 막히면 운전자가 신경질적

으로 변하고 경적을 울린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여기

는 그런 문화가 없다. 좀 뒤엉켜 있어도 순리대로 풀어

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정의되지 않은 질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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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으나 물 흐르듯 흘러간다. 막힘이 그렇게 크지 않다. 거의 대

부분 비보호 좌회전이지만 큰 문제없이 움직인다.

베트남에 처음 온 사람들은 길을 잘 건너지 못한다. 쏟아져 나오는 오토바이 틈

새를 건너기는 쉽지 않다. 나도 처음에는 건너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방법은 자연

스럽게 오토바이를 보며 건너면 된다. 자칫 멈추거나 뛰려고 하면 오히려 사고가

난다고 한다.

자연스러움이다. 모든 것들이 그런 것 같다. 베트남의 돼지고기 유통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질서가 없고 비위생적이고 규칙이 없어 보이지만, 연간 4천만두의 돼

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장이다. 나름대로의 규칙/질서가 있다. 이번 호에는 그

질서를 도매/소매/현대유통으로 구분하여 적어 보려고 한다.

2. 베트남의 도매유통

지난 호에서 이야기했듯이 베트남 시장은 하루 유통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일부

현대유통의 경우 유통기한을 3일 정도 운영하지만 대부분의 시스템이 1일 유통시

장이다. 오전에 돼지를 출하하여 다음날 오후까지 거의 대부분의 돼지고기가 소비

된다. 그것도 매일 10만두의 돼지가 그렇게 유통된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의 도매기능은 정말 중요하다. 생돈과 마찬가지고 재고를

가지고 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하기도 하고 긴장감이 넘치기도

한다.

한국처럼 대형도축장과 도매시장이 없다. 그래서 지역별로 소규모 상인들이 생

돈 매입 후 도축하여 유통한다. 대도시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단 호치민과 하노이

는 수요가 많아 조금 다른 도매유통 시장을 가지고 있다.

(1) 하노이의 도매유통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는 생돈을 거래하는 대형 도매시장을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의 예전 우시장을 연상케 한다. 하루 2천두에서 3천두 정도의 생돈이 이 시장

에서 거래된다.

오전부터 시작해서 점심 전후 끝나는 시장은 돼지를 팔고 싶은 사양가나 상인이

시장에 출하하면, 매입상이 생돈을 선별하여 매입한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도축장에서 도축하여 돈육을 판매한다. 이 도매시장 주변에는 하루에 10두 전

후를 도축하는 도축장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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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치민의 도매유통

이와 다르게 호치민에서는 도매시장에서 지육이 거래된다. 아마도 하노이의 시

스템이 생돈에서 지육으로 전환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호치민에는 혹몬시장

(HocMon Wholesale Market)과 빈딘시장(BinDinh Wholesale Market) 2개의 도

매시장이 있는데, 이 두 곳에서 호치민 전체의 돼지고기를 공급한다. 호치민 북쪽

에 위치하고 있어 지리적으로 농장/도축장/도매시장을 잇는 라인을 형성하고 있

다. 도매시장에서는 지육과 부분육(한국과는 상이함) 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시장 중앙 홀(Hall)에는 지육이 거래되고, 외곽에 작은 점포들에서 지육을 소분할

작업하여 판매한다.

혹몬시장은 하루 6,000~8,000두 거래가 이루어지며, 빈딘시장에서는 하루

1,500~2,000두의 지육이 거래된다. 정말 큰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도매시장 1개

가 많아야 1,000두 정도 거래하고, 우리나라 대형도축장의 하루 도축물량이 2,000

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큰 시장임을 알 수 있다.

여기 도매시장은 새벽 1시에서 4시까지 운영한다. 아침에 출하한 돼지가 도축되

어 새벽 1시에 시장으로 모인다. 지육의 입고는 냉장 탑차가 아니면 입고가 되지

않는다. 불과 7~8년 전에는 이러한 제약이 없었다. 점점 이곳도 위생과 안전에 대

한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다.

모든 지육은 수의사의 검수를 거쳐 입고된다. 2년 전부터 시행된 생산이력제에

따라 입고되는 지육 뒷다리에는 모두 생산이력 태그(Tag)가 부착되어 있다.

혹몬시장 내부에는 6개의 지육라인이 있다. 한 라인에 400두 정도의 지육을 걸

수 있는 규모이다. 이 지육라인에는 평균 2,000두 정도 걸리고, 이 라인이 새벽까

▲ (사진 1) 하노이 생돈 도매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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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2~3회전을 한

다. 우리나라의 새

벽 청과시장과 같은

느낌이다. 여기저기

지육을 메고 움직이

는 사람들부터 스테

인리스 리어카로 지

육을 실어 나르는

사람까지 분주하다.

또 지육판매 라인 한켠에는 거래와 동시에 6분체(앞다리, 삼겹, 뒷다리)로 분할

을 해 주는 작업대가 있다. 소량으로 매입하는 상인은 이곳에서 6분체를 하여 오토

바이로 호치민 구석구석 식당이나 재래시장으로 향한다.

혹몬시장 메인 홀(Main Hall) 주변에는 50여 개 정도의 부분육 판매점이 있다.

이 매장은 부위별로 필요한 상인들을 위한 곳이다. 도매는 물론 소매도 이루어진

다. 호치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인들도 이곳에서 필요한 부위를 매입하곤 한다.

이곳 혹몬시장을 오면 베트남 사람들의 돼지고기 사랑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베

트남 돼지고기 유통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렇게 베트남 돼지고기의 도매유

통이 이루어진다.

3. 베트남의 소매유통

계속 언급하지만 이곳은 우리나라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모든 시스템이 존재

한다. 돼지고기 소매유통도 우리나라의 백화점부터 마장동, 1980년대 시골장터의

돼지고기 판매 모습까지 전 Value Chain이 있다. 크게 현대유통/소매유통으로 나

뉘며, 점점 Horeca(호텔/단체급식 시장) 경로가 확대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

대유통과 Horeca 경로는 규모가 크지 않다.

(1) 호치민의 경우

호치민의 경우 20% 정도 현대유통으로, 소매유통이 이루어진다. 대부분이 도매

시장에서 호치민 각지로 뿌려진다. 그것도 기동성이 탁월한 오토바이 부대들이 호

치민 구석구석의 재래시장과 식당에 해가 뜨기 전에 돼지고기를 운송한다.

재래시장의 경우 새벽 5시에서부터 장이 열린다. 베트남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

▲ (사진 2) 혹몬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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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시장 내부의 정육판매점은 물론, 노점상까지 어김없이 배송이 완료되어 돼지

고기를 판매한다. 시장은 오전 9시 전후까지 활발하게 열리며, 한낮에는 조용한 여

느 한국 재래시장처럼 변한다. 이 시간에는 아침에 노점을 하던 돼지고기 상인들도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오후 4시 무렵 다시 장이 활발하게 열린다. 그러면 다시 아

침의 노점상인들이 등장한다.

이 시장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는 한국 재래시장의 보관이 어려운 야채 판매와

비슷하다. 1일 유통체계로 아침에는 정상가로 판매하고, 오후가 되면 당일 물량을

판매하기 위해 떨이 판매를 한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에 무척 자연

스럽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이곳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Cold Chain에 대한 인식이 올라가겠지만, 아직까지는

현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2) 할인마트 현대유통의 경우

베트남의 현대유통을 대표하는 것은 할인마트일 것이다. 가장 많은 수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국민 마트인 CoopMart, 우리나라에서 진출한 이마트, 롯데마트까지

많은 할인마트가 있다.

규모는 우리나라 할인점 규모에서 SSM 규모까지 다양하다. 이곳의 유통은 재래

유통과는 다르다. 거의 대부분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는다. 비교적 규모가 되는 도

축장에서 직접 마트로 공급하거나 임도축 형태를 통하여 마트로 공급된다.

형태는 전 경로 Cold Chain의 형태를 띤다. 단 우리와 다르게 정형화된 부위(삼

겹, 목살 등)를 납품 받는 형태가 아닌, 매장에서 직접 분할하여 다양한 부위로 판

매한다.

냉장 진열대의 포션육(소포장육)의 경우에는 매장에서 직접 포장하는 경우가 대

부분이지만, 외부에서 포장하여 입고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포장의 형태는

단순 Wrap 포장 형태가 전부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진열 판매대의 경우, 대면 판매의 부가 형태로 운영된다. 여

기 사람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직접 보고, 사고 싶은 양 만큼 구매하는 문화

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할인점의 돼지고기보다는 재래시장에서의 돼지고기를 선호한다. 꼭 선호

한다는 표현보다는 재래시장의 돼지고기에 대하여 부담이 없는 것 같다(가격/위생).

우리가 재래시장에서 생선을 구매할 때와 비슷하게 보면 된다. 마트에 파는 수산물

도 부담이 없지만, 재래시장의 수산물에 대하여 위생 부담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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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유통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브랜드육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 육가

공 1위 기업인 Vissan이라는 회사는 Coopmart와 일부 매장에서 자신의 회사명을

내세워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에게는 이 회사가 축산 No.1 회사

로 인식되어 있다.

(3) Horeca 경로

마지막으로 Horeca 경로를 이야기하려 한다. 도매유통의 경로로 볼 수 있지만,

아직 규모가 크지 않아 여기서 다루려고 한다.

베트남의 관광수요가 많아지고, 많은 외국 기업들이 제조공장을 설립하여 호텔

과 단체급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경로는 급식 형태를 가지고 있어 안

전성과 안정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 경로의 유통은 보통 Cold Chain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아직 물량이 미비해

현대유통과 달리 도축단계부

터의 Cold Chain이 아닌 대부

분의 돼지고기를 도매시장에

서 조달하여 Cold Chain으로

유통을 진행한다. 도매시장 매

입 후 단계에서는 안전성을 확

보할 수 있으나 생산단계와 도

축단계의 안전성은 확보가 안

된다.

▲ (사진 4) 빅C 정육 판매대 ▲ (사진 5) 선진국형 정육점

▲ (사진 3) 재래시장 비싼 판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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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베트남 유통의 미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통의 형태도 많이 바뀌고 있다. 10년 전 혹몬시장에

방문했을 때에는 부분육 판매장이 거의 없었다. 현재에는 개수도 많아지고

판매물량도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육 반입의 경우에도 실온 반

입의 형태가 냉장 반입으로 바뀌었다.

소매유통의 경우에도 형태가 많이 바뀌고 있다. 소비자 접점으로 바뀌

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먹겠다는 소비자의 요구는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Horeca 경로도 안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선진국형 유통형태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도매시장의 현대화가 진행

될 것으로 예상되고 도축기능과 도매시장 기능을 같이 하는 한국형 도매시장

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소매유통의 경우에는 워낙 강한 재래시장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변화단계와 시점이 어떻게 될지는 예측이 안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년 전 시장 예측 시 2010년 이후에는 정육점 판매

문화가 없어지고 소포장 판매 형태로 소매시장이 바뀐다고 예측하였지만, 지

금도 마트나 정육점에서 소비자가 직접 고르고 판매하는 형태가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만큼 식문화가 쉽게 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베트남의 현재 재래시

장 판매문화도 빨리 없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5. 맺으며

4개월에 걸쳐서 베트남의 양돈 이야기를 쓰고 있다. 유통의 경험이 많아

유통 중심으로 양돈시장을 풀어 잘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서

두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무질서 속의 질서를 느끼며 여기도 쉬운 시장은 아

니라는 것을 느낀다.

오토바이 부대의 뛰어난 기동력과 재래시장 상인의 판매기술을 보며 다시

한번 고수(高手)의 향기를 느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베트남 돼지고기 취식 형태를 적어 보려고 한다. 맛있고 다

양한 베트남 돼지고기 음식을 먹으면서 베트남의 음식문화를 조금이나마 독

자들에게 전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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