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서야 그대는 돈은 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겠는가™˜경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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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2007 대학환경상 공모 ▣ 장려상 그때서야 그대는 돈은 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겠는가 임계윤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오랜만에 만난 수험생 동생이 한 마디를 한다. “나 수능 끝나면 정말 지구 온난화 방지 관련 단체에라도 들려구.” 생전 이런 소리를 안 하던 아이인데, 갑자기 무슨 소린가 하였다. 잘못 들었나 싶어 동생을 바라보았지만 동생은 오히려 그런 나를 더욱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이 아이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 것이 아닌가 싶어 이번엔 내가 물어보았다. “갑자기 왜? 너 그런 거 관심 없었잖아.” “왜긴. 요즘 날씨 겪어보고도 모르겠어? 진짜 걱정된다.” ......그렇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반문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와 똑같은 말을 얼마 전 이미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에 게서도 들었던 터였다. 이렇게 두 번은 들어야 정신이 드는 것일까. 더군다나 평 소 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도 않던 일반인들에게서 말이다. 이제껏 괜찮을 것 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애써 진실을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떠올려보면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는 진작부터 있어왔다. 요 즘 나오는 라디오 광고에서는 일회용품들이 인간들을 비판하는 광고가 흘러나오 고, 지난 가을 이맘때 ㅎ잡지에서는 북극곰을 표지로 하여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는 특집주제를 다루었다. 이는 단지 피부로 느꼈던 몇 가지 예를 늘어놓은 것이고, 사실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지 환경문제를 논하는 움직임은 우리 주변에 늘 있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걱정들을 보고 듣고서 그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나아가 생활 속에서 능동적인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은 몇 이나 될는지. 어쩌면, ‘그래 환경문제는 지금 심각해. 그런데 그게 내 탓만은 아니잖아? 그리고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될 일도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하며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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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2007 대학환경상 공모

▣ 장려상

그때서야 그대는 돈은 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겠는가

임계윤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오랜만에 만난 수험생 동생이 한 마디를 한다.

“나 수능 끝나면 정말 지구 온난화 방지 관련 단체에라도 들려구.”

생전 이런 소리를 안 하던 아이인데, 갑자기 무슨 소린가 하였다. 잘못 들었나

싶어 동생을 바라보았지만 동생은 오히려 그런 나를 더욱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이 아이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 것이 아닌가 싶어 이번엔 내가 물어보았다.

“갑자기 왜? 너 그런 거 관심 없었잖아.”

“왜긴. 요즘 날씨 겪어보고도 모르겠어? 진짜 걱정된다.”

“......”

그렇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반문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와 똑같은 말을 얼마 전 이미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에

게서도 들었던 터였다. 이렇게 두 번은 들어야 정신이 드는 것일까. 더군다나 평

소 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도 않던 일반인들에게서 말이다. 이제껏 괜찮을 것

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애써 진실을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떠올려보면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는 진작부터 있어왔다. 요

즘 나오는 라디오 광고에서는 일회용품들이 인간들을 비판하는 광고가 흘러나오

고, 지난 가을 이맘때 ㅎ잡지에서는 북극곰을 표지로 하여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는 특집주제를 다루었다. 이는 단지 피부로 느꼈던 몇 가지 예를 늘어놓은

것이고, 사실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지 환경문제를 논하는 움직임은 우리 주변에

늘 있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걱정들을 보고 듣고서 그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나아가 생활 속에서 능동적인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은 몇

이나 될는지. 어쩌면, ‘그래 환경문제는 지금 심각해. 그런데 그게 내 탓만은

아니잖아? 그리고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될 일도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하며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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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서야 그대는 돈은 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겠는가 275

느 때처럼 귓등으로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치 담뱃갑에 쓰인 무시무시한

담배 경고문을 계속 보다보면 그냥 덤덤해져 별 효력을 발휘하지도 못하는 것처

럼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평범한 대학생으로서 환경에

대해 어떻게 느껴왔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나눔으로써 자연스럽고 보다 부담

없는 공감대를 형성해보기 위함이다.

어렸을 때엔 여름방학마다 피서지로 어머니 고향에 가곤 했다. 서울에서 몇 시

간을 달리고도 이리 저리 굽이치는 육십고개를 넘어야 겨우 도착하곤 했던 깊은

시골이었지만 가는 길은 항상 설레고 즐거웠다. 비록 태어나 자란 곳은 서울이었

지만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진정한 ‘내 고향 자연’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

리라. 맑은 개울물에 첨벙 들어가 고둥과 작은 물고기들을 구경하며 헤엄치고 신

나게 놀다가 나중에는 살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까맣게 타곤 했다. 밤에는 밖에

서 모기에게 물려가면서도 밤하늘의 별들이 총총 빛나는 것을 고개 아픈 줄도 모

르고 하염없이 구경하기도 했다.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 목이 마르면 부엌으로 달

려가 물을 틀고는 곧바로 마실 수도 있었는데 그 물 맛이 시원하고 꿀맛이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어머니 고향이 좋다는 소문이 나 점점 찾는 사람이 많아

지더니 그 곳의 환경도 변하기 시작했다. 매년 갈 때마다 주차되어 있는 차의 대

수는 늘어났고 그에 따라 개울가에서 무더운 여름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났다. 사람들은 시원한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돌 위에 고기를 구워 먹거나

라면을 끓여먹고 술도 마셨다. 그러고 나서 쓰레기는 적당히 주변에 두었는데,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의 눈에도 이건 분명히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그리

고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 물이 흐르고 흘러 결국에는 저 사람들의 입에

들어갈텐데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싶어서였다. 비록 일년에 단 한 번 와서 며칠

묵는 곳이었으나 그 곳은 내 기억에 처음 제대로 느낀 자연으로 각인될 곳이었

기에, 그래서 내 마음속의 아련한 고향이었기에,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속상

했다. 내년에도 그리고 내후년에도 이곳이 내가 기억하던 모습으로 남아있어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피서를 간 해 여름, 서울로 돌아

오는 길에 차 뒷좌석에서 방방 뛰어가며 지금은 내용도 잘 기억 안 나는 열변을

토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 것이 내 생애 첫 환경운동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환경의 적이라는 말의 뜻을 몸소 실감한 첫 순간이기도 했으리라.

그 후로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런 기억도 차차 빛이 바래져갔고

시간은 아랑곳없이 흘러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다. 1학년 1학기는 대학생활에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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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2007 대학환경상 공모

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2학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진지하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 내린 결론은 한 분야에서 전문가

가 되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

고 생명과학과인 전공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분야를

찾던 중 환경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지낸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쩌면 예전의 어머니 고향을 보며 느낀 안

타까움이 아직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내 기억 속에 살아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

다. 그리고 지금 이 때야말로 그 ‘가장 소중한 것’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것이 바로 환경이었다. 환경이 없고서는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

기 때문이다. 이런 예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환경재해를 다룬 영화 투모로

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의 한 장면을 통해 그 의미를 엿볼 수 있

다. 투모로우에서는 뉴욕과 워싱턴이 기상이변으로 인해 온통 눈으로 뒤덮이고

주인공인 기상학자의 아들은 아버지의 충고대로 뉴욕 도서관으로 피한다. 물론

영화 자체도 환경문제를 다룸으로써 인간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남기지만, 특히

도서관의 장서들이 땔감으로 쓰여 주인공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도구로

쓰이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환경이 일단 파괴되면 인간의 생존은 당연히 위협

받을 수밖에 없고, 그 앞에서는 그 동안 쌓아온 찬란한 인류의 문명도 단지 온기

를 주는 ‘땔감’이라는 도구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근본적인’ 이유로 환경분야를 선택하고 나서는 나름 목적한 바를

하나씩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환경학을 부전공으로 택하고 환경 캠프를 다

녀왔다. 전공인 생명과학에서도 학생들이 주로 듣는 생물화학과 분자생물학 같은

과목보다는 생태학과 환경생물학 등 환경 관련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과정에서 항상 희망만을 보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수업을 들으며

머릿속에 지식을 채워 넣을수록 회의감이 들었다. 예를 들어, 배출되는 쓰레기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건축현장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전체량

의 거의 반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유리병을 분리수

거 하더라도 대기업에서는 ‘공급을 위한 소비’를 부추기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 것이고 공장은 계속 돌아갈 것이다. 어쭙잖은 지식이 열정을 식히는 걸까? 아

니면 이제야 현실을 직시한 것일까? 어느 쪽이 되었든 조금씩 지쳐가던 것은 사

실이었다. 나 하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받아들이고 있었고 세상

을 나은 곳으로 바꾸겠다는 목표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가슴 속에서는 ‘나 하나

노력해서 이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겠어? 더군다나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저들이

버티면 아무 소용없잖아.’라는 식의 허무주의가 조금씩 꿈틀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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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서야 그대는 돈은 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겠는가 277

그러던 어느 날 B사의 환경대사에 공모한 에세이가 선발되어 올 여름에 생태

마을인 한드미마을로 에코캠프를 가게 되었다. 가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한드미

마을은 새로운 농촌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꼭 거쳐가야 할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

었다. 98년 귀촌한 정문찬 마을 대표님은 콘크리트를 덮어 마을 경관을 새로 만

드는 것은 ‘도시의 확대’에 불과하다고 생각, ‘한드미다움의 유지’를 모토

로 하여 마을의 모든 것은 옛날을 복원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마을 곳곳의

시설을 생태적으로 다시 만들었고 흙이 숨을 쉬게 했다. 동네 안에 옛날식 빨래

터도 복원했다. 함께 복원된 물레방아는 정미소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전기를 발

전시켜 가로등 발전에까지 사용된다. 현재 한드미마을에서는 농사체험, 산촌체험,

생태, 전통음식 체험도 할 수 있고, 빈 집을 생태적 건축기법으로 리모델링한 전

통체험관, 아름답게 마을을 이어주는 돌담, 친환경재료로 지은 산촌문화관과 방

갈로, 쉼터, 친환경 화장실 등 구석구석에 자연친화적인 생각과 노력들이 배어있

다. 한드미마을은 생태적인 마을주거환경을 꿈꾸는 사람들이 동경하는 그런 곳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1)

간략하게 한드미 마을을 소개했지만 내가 정작 놀란 것은 대표님의 끈기 그리

고 열정이었다. 그 분이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모든 일들이 술술 잘 풀린 것은 아

니었다. 혼자서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고 외지에서 온 이방인과도 환경문제

로 갈등을 빚어야 했었다. 그러나 그 분에게는 우직하게 자신의 소신껏 계획들을

추진해 나가는 뚝심이 있었다. 오히려 환경을 위한다고 머릿속에 지식만을 넣다

가 허무주의에 빠져버린 나보다도 그 분은 이미 환경을 위해 중요한 존재가 되

어 있었다. 캠프일정 중 강의를 했던 날에도 이곳에 집을 짓는 외부인과 건축 및

소음이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으로 인해 갈등을 겪었다고 허허 웃으며 말하던

모습에서, 말로만 세상을 위한 일을 한답시고 내 어깨에 들어갔던 힘과 비슷한

것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분은 그저 당연한 일을 하고 있다는 듯 보였

고, 환경지킴은 이미 그 분의 생활이 되어 있었다. 나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게 가능성을 보여준 그 분에게 고마움과 기쁨을 느꼈다.

그 동안 제 풀에 지친 나머지, 개인의 힘으로 세계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만 여기며 그를 뒷받침하는 예만 끌어다 나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었다는 생각

이 들었다. 그런 나에게 마을 대표님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극이 되어주었다.

생각해보라. 98년 당시만 해도 그 분이 다시 돌아와서 한드미 마을을 이렇게 훌

륭한 귀감이 되는 생태마을로 가꾸어 농촌마을 한드미에 유입되는 인구를 증가세

1) http://cms.cric.re.kr/story/success_2_1202.jsp (농촌 정보 문화센터 홈페이지, 제 2의 인생은

농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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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 2007 대학환경상 공모

로 돌릴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물론 마을 분들의 도움이 수반되어 오늘

날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이겠지만, 자신의 신념이 올바르다면 그 것을 믿고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진한다면 얼마든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몸소 보

여준 사례였다. 나는 생태마을에서의 값진 경험은 물론이고 희망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사람들마다 정도에 따른 견해는 다르겠지만, 현재의 심각한 환경문제는 인간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점에는 다들 동의할 것이다. 생물 다양성은 급속도로 줄어들

고 있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높아짐은 물론 예전보다 태풍의

빈도나 강도도 증가하고 있다. 진화한지 이제 100만년, 태어난 지 고작 수십 년

에 불과한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 잘 동참하지 않으며, 개발을 통해 생태계를 단

순화시키는 데 놀라운 능력을 갖는다.2) 그런데도 여전히 한치 앞도 보지 못하면

서, 그나마 작은 손재주로 자연을 자유자재로, 그것도 ‘영원히’ 부릴 수 있다

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런 착각에 계속해서 빠져 사는 한, 언젠가 적어도 한 번

은 분명히 크게 다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인류의 생존여부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시점이 빠른 시일 내에 올지 한참 후에 올는지, 혹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

자연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함부로 재단하면서 이기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인간은 인간의 천적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척결해 나가왔지만, 환경문제의 해결은

지금까지의 해결방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수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기적 태

도를 버리지 않는 한 해결할 수가 없다.3) 위의 한드미 마을과 같은 생태마을만

가능하다는 생각은 버려라.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충분히 생활속에서 어렵지 않

게 실천할 수 있는 항목들은 많다. 자전거로 통근하기, 제철채소나 과일이 아닌

것은 먹지 않기, 설거지할 때 뜨거운 물 쓰지 않기, 티슈 쓰지 않기, 음식찌꺼기

는 퇴비로 활용하기 등4).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하나씩 몸에 익히다

보면 어느새 건강에도 좋고 불편한 줄도 모르고 지내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작

은 습관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로 퍼져나가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될 것

임은 물론이다(어쩌면 우리는 이 소중한 진실을 너무 오래 잊고 지내왔는지도 모

른다). 또한, 이는 당신은 물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할 것이다.

2) 박병상, 『녹색의 상상력』, 달팽이, 2006, 195쪽

3) 박병상, 앞의 책, 198쪽

4) 후쿠오카 켄세이, 김경인 옮김, 『즐거운 불편』, 200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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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서야 그대는 돈은 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겠는가 279

이 모든 게 진부하게 들릴 지도 모를 일이다. 왜 자꾸 당연한 말을 되풀이 하

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진리는 언제나 단순명료한 법이다. 생각해

보면 진리를 담은 문장은 우리 모두 한 번씩은 들어본 말들이었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원대하게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후손들의 자연을

누릴 권리를 위해, 환경을 생각하는 삶의 실천은 이제 선택이 아니다. 우리의 의

무이다.

Only after the last tree has been cut down

Only after the last river has been poisoned

Only after the last fish has been caught

Only then will you find that money cannot be eaten.

세상의 마지막 나무가 베어져 쓰러지고,

세상의 마지막 강이 오염되고,

세상의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때서야 그대는 돈은 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겠는가.

-캐나다의 어느 인디언 추장의 글귀5)-

5) 조연현 외,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 한겨레신문사, 2002, 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