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 :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 · 醫史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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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 醫史學 제16권 제1호(통권 제30호) 2007년 6월 Korean J Med Hist 16ː2135 June 2007 大韓醫史學會 ISSN 1225505X 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 :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신영전* 1. 연구 배경과 목적 융(Jung)은 “하나의 상징(symbol)은 일상 생활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용 어, 이름, 그림일 수 있지만 그것은 고식적 인 의미 이상의 특별한 함의를 가진다”라고 하였다. 1) 한 집단의 휘장은 그 집단의 정체성을 함 축하고 있는 상징물이다. 집단은 휘장을 통 다른 이들과 자신들을 구분하며, 회원 간의 동질성, 자부심을 강화한다. 아울러 그 집단이 지향하고 있는 가치들을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대한의사협회의 전신인 조선의학협회는 1947년 10월 31일 공식휘장을 확정하여 사 용해 오고 있으며 그간 차례의 교체를 거쳐 현재 네 번째 휘장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휘장은 첫 번째 휘장의 디자인을 기 본으로 하고 있는데, 첫 번째 휘장의 기본 상징물은 두 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지팡이(Caduceus)다. 이 두 마리의 뱀 과 지팡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헤 르메스(Hermes) 2) 상징물로, 일반적으로 의학의 신으로 알려져 있는 아스클레피오스 (Asklepios)의 지팡이가 아니다.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의학의 상징으로 잘 못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대한의사협회만이 아니며, 국내외 여러 의학, 약학, 보건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아스클레피오스가 닌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그들의 휘장 또는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오용과 교 정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연구들이 있어 왔 다. 3)4) 국내에서도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의 사협회의 상징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1) C. G. Jung. Men and His Symbols. New York: Dell; 1968: pp.3-4. 2) 헤르메스(Hermes)는 상인, 도적, 연금술사, 여행자의 신이기도 하고, 죽은 자를 지하로 이끄는 안내자의 상징이기도 하다. 3) Robert A. Wilcox and Emma M. Whitham. The Symbol of Modern Medicine: Why One Snake is More than Two.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03;138(8):673-7. 4) Walter J. Friedlander. The Golden Wand of MedicineA History of the Caduc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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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醫史學 제16권 제1호(통권 제30호) 2007년 6월 Korean J Med Hist 16ː2135 June 2007

    Ⓒ大韓醫史學會 ISSN 1225505X

    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 : 아스클레피오스의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신영전*

    1. 연구 배경과 목적

    융(Jung)은 “하나의 상징(symbol)은 일상

    생활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용

    어, 이름, 그림일 수 있지만 그것은 고식적

    인 의미 이상의 특별한 함의를 가진다”라고

    하였다.1)

    한 집단의 휘장은 그 집단의 정체성을 함

    축하고 있는 상징물이다. 집단은 휘장을 통

    해 다른 이들과 자신들을 구분하며, 회원

    간의 동질성, 자부심을 강화한다. 아울러 그

    집단이 지향하고 있는 가치들을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대한의사협회의 전신인 조선의학협회는

    1947년 10월 31일 공식휘장을 확정하여 사

    용해 오고 있으며 그간 세 차례의 교체를

    거쳐 현재 네 번째 휘장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휘장은 첫 번째 휘장의 디자인을 기

    본으로 하고 있는데, 첫 번째 휘장의 기본

    상징물은 두 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지팡이(Caduceus)다. 이 두 마리의 뱀

    과 지팡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헤

    르메스(Hermes)2)의 상징물로, 일반적으로

    의학의 신으로 알려져 있는 아스클레피오스

    (Asklepios)의 지팡이가 아니다.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의학의 상징으로 잘

    못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대한의사협회만이

    아니며, 국내외 여러 의학, 약학, 보건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아스클레피오스가 아

    닌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그들의 휘장 또는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오용과 교

    정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연구들이 있어 왔

    다.3)4) 국내에서도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의

    사협회의 상징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1) C. G. Jung. Men and His Symbols. New York: Dell; 1968: pp.3-4.

    2) 헤르메스(Hermes)는 상인, 도적, 연금술사, 여행자의 신이기도 하고, 죽은 자를 지하로

    이끄는 안내자의 상징이기도 하다.

    3) Robert A. Wilcox and Emma M. Whitham. The Symbol of Modern Medicine: Why

    One Snake is More than Two.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03;138(8):673-7.

    4) Walter J. Friedlander. The Golden Wand of Medicine―A History of the Caduceus

  • 醫史學 제16권 제1호(통권 제30호) 21-35,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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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왔다.5)6)

    왜 한국의 의사협회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아닌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협회의

    상징으로 삼게 되었을까? 이 연구는 대한의

    사협회 휘장의 제정과정의 역사적 기록과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이것이 가지는 한

    국 근현대 의학사적 함의를 고찰하고자 한

    다.

    2.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2.1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의학의 상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

    장하는 의술의 신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의학의 상징적 존재이다. 아폴론

    의 아들로 그려지기도 하고 키론(Chiron)

    밑에서 자라면서 의술을 배워 죽은 사람도

    되살릴 만큼 훌륭한 의술을 가지고 있었다

    고 전해진다. 아스클레피오스는 기원전 800

    년경에 살았던 호메로스(Homer)의 서사시

    일리아드(Iliad)에도 이상적인 그리스의 의사로 언급되고 있으며,7) 플라톤(Plato) 역

    시 히포크라테스를 아스클레피오스의 자손

    이라는 의미의 ‘아스클레피아드(Asklepia-

    de)’라 불렀다.8)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문에서

    도 두 번째로 등장하는 신의 이름이기도 하

    다.9) 이렇듯 아스클레피오스는 기원전부터

    유능한 의사의 대명사였다.

    아스클레피오스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상

    징(emblem)은 지팡이를 둘둘 말며 올라가

    는 ‘한 마리 뱀’이다. 지팡이와 한 마리 뱀

    이 아스클레피오스의 상징이 된 이유를 설

    명하는 대표적인 신화는 다음과 같다.

    “아스클레피오스가 제우스의 번개를 맞

    아 죽은 글라우코스(Glaukos)를 치료하

    던 중 뱀 한 마리가 방안으로 들어왔는

    데 이에 깜짝 놀란 아스클레피오스가 자

    신의 지팡이를 휘둘러 그 뱀을 죽였다.

    잠시 후 또 한 마리의 뱀이 입에 약초를

    물고 들어와 죽은 뱀의 입 위에 올려놓

    았는데, 그러자 죽었던 뱀이 다시 살아

    나고, 이것을 본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이

    했던 대로 그 약초를 글라우코스의 입에

    갖다 대어 그를 살려내었다. 그리고 그

    는 존경의 의미로 자신의 지팡이를 휘감

    고 있는 한 마리의 뱀을 자신의 상징으

    Symbol in Medicine. New York: Greenwood Press; 1992.

    5) 군과 의학. 뱀이 의학의 상징이 된 까닭은. 국방일보 2004년 8월 6일

    6) 박지욱. 메디컬 오디세이. 서울: 한울; 2007: pp.81-100.

    7) Homer. The lliad. V. 194, Book 4. Murray AT, tran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 1960: p.167.

    8) Plato. Phaedrus. Fowler HN, tran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 1938:

    p.549.

    9)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나는 의술의 신 아폴론과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 히게아

    (Hygeia), 파나키아(Pankeia), 그리고 모든 남신과 여신의 이름으로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이 선서와 계약을 이행할 것을 맹세합니다”로 시작된다.

  • 신영전ː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 :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 23 -

    로 삼았다.”10)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고대시대 동

    안 의학의 상징으로 널리 사용되었으나 중

    세에 들어서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 의해 사

    용이 억압되었다. 당시 요검사(uroscopy)를

    진단의 수단으로 널리 사용하면서11) 6세기

    부터 르네상스 시기까지 의학의 상징은 소

    변을 받아두는 유리병(Flask)으로 대치되었

    다.12) 종교개혁 이후 아스클레피오스의 상

    징이 다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13)

    2.2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논쟁

    시작 시점이 분명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

    가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의학 분야의 상징

    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

    가 미 군의부대(U. S. Army Medical Corp,

    USAMC)의 배지(badge)다. 이 배지는 1902

    년부터 채택되어 사용하고 있다.14)15)

    왜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19세기부터 북미

    의사들의 상징으로 잘못 채택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

    한다. 그 중 가장 널리 인용하고 있는 것이

    프리드랜더(Friedlander)의 연구인데, 그는

    미국에 많은 의학서적을 제공하던 런던 처

    칠 출판사(Churchill of London)의 상징이

    헤르메스의 지팡이였고, 19세기에 미국 출

    판사들이 이 상징을 의학의 상징이라고 착

    각하여 의학 관련 서적에 이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16)

    의학의 상징으로서의 헤르메스 지팡이의

    오용을 이야기할 때 미국 군의부대 심볼의

    역할은 절대적이다.17) 프리드랜더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군의무부(U.S. Army Depart-

    ment, USAMEDD)는 1818년 이미 아스클

    레피오스의 지팡이를 견장의 핵심 상징물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1902년 7월 17일 헤르

    메스의 지팡이를 또 하나의 휘장으로 선택

    하였다고 한다. 당시 이미 헤르메스의 지팡

    이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군의감

    10) Edelstein EJ, Edelstein L. Asclepios: Collection and interpretation of the testmonies.

    Vol 1 and 2. Baltimore: Johns Hopkins Univ Pr; 1998. (Robert A. Wilcox and Emma

    M. Whitham. The symbol of modern medicine: why one snake is more than two.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03 Apr 15;138(8):673에서 재인용).

    11) A. Newman. The Illustrated Treasury of Medical Curiosa. New York: McGraw-Hill;

    1998.

    12) E. F. Frey. The Caduceus and the Staff of Aesclepius from Antiquity to the

    Present. Tex Rep Biol Med. 1978;36:1-15.

    13) J. Schouten. The Rod and the Serpent of Asklepios. Amsterdam: Elsevier; 1967.

    14) Robert A. Wilcox and Emma M. Whitham. Ibid. p.674.

    15) 하지만 미군의학부(U. S. Army Medical Department, USAMEDD)는 1818년부터 아스

    클레피오스가 새겨진 견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16) Walter J. Friedlander. Ibid. p.118.

    17) Robert A. Wilcox and Emma M. Whitham. Ibid. p.675.

  • 醫史學 제16권 제1호(통권 제30호) 21-35,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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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rgeon General)이 채택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안한 레이놀즈(Raynolds)

    대위의 집요한 고집으로 인해 마침내 승인

    이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18)19) 결론적

    으로 미국 군의부대가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휘장으로 선택한 것은 고대신화 상징에 대

    한 잘못된 이해의 결과였다. 미국의사회

    (1910)와 네덜란드 의사회(1956)는 각각 문

    장을 제정함과 동시에, 의학 관련 상징으로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사용하고 ‘헤

    르메스의 지팡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주장

    하기도 하였으나 이것은 철저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20)

    3. 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역사

    왜 한국의 의사협회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아닌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협회의

    상징으로 삼게 되었을까? 국내에서도 이미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의사협회의 상징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왔으며, 이것

    이 미군의무부대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어 왔다. 실제로 박지욱은 대한의

    사협회와 국방부에 공식 질의를 하기도 하

    였는데, 대한의사협회로부터 현재 사용 중

    인 휘장이 1947년에 제정된 것을 1972년에

    변경하여 사용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으

    며,21) 현재의 상징이 미 육군 의무부대가

    사용하던 휘장을 사용한 것일 것이라는 추

    측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또한 국방부

    로부터는 “처음에는 미군에서 사용하던 카

    두세우스를 했다가, 1971년에 날개를 아래

    로 당겨 전체적으로 둥근 원모양의 디자인

    으로 바꾸어 사용한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고 한다.22) 그는 “결론적으로 현재 사용 중

    인 육군 의무병과와 대한의사협회의 표장은

    모두 한국전쟁을 통해 이 땅에 상륙한 미군

    의무부대의 표장에서 기원한 것이 맞는 것

    같다”23)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

    한의사협회의 휘장은 1995년에 다시 만들어

    진 것이며, 최초 휘장의 채택이 의사협회의

    답변대로 1947년이라면 이 시기는 한국전쟁

    이전인 미군정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혼돈

    을 정리하고 왜 한국의 의사협회가 아스클

    레피오스의 지팡이가 아닌 헤르메스의 지팡

    이를 협회의 상징으로 삼게 되었는지 알아

    보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휘장 제정의 역사

    를 추적하였다.

    3.1 첫 번째 휘장(1947.10.21-1964.4)

    현재 대한의사협회가 사용하고 있는 휘장

    은 1947년 조선의학협회가 최초로 공식휘장

    을 제정한 후 네 번째 휘장이다.

    조선의학협회는 1947년 3월 남한지역을

    총망라한 중앙의사회로 창립되었다. 조선의

    18) Walter J. Friedlander. Ibid. pp.131-133.

    19) Robert A. Wilcox and Emma M. Whitham. Ibid. p.675.

    20) Schouten J. The Rod and the Serpent of Asklepios. Amsterdam: Elsevier; 1967

    21) 박지욱은 질의시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으나, 1996년 3차 개정 이전으로 보인다. 따

    라서 여기서 ‘현재의 휘장’은 세 번째 휘장을 말한다.

    22) 박지욱. 앞의 책. 93-94쪽.

    23) 박지욱. 앞의 책. 95쪽.

  • 신영전ː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 :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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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협회는 출범과 함께 조선의학협회회보를

    발간, 전국의학학술대회 개최 등 적극적인

    활동을 개시하였는데, 협회 휘장의 제정은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24) 1947년 9월 조선의학협회는 임원

    회에서 휘장을 제정하기로 결정하였는데,

    1993년 발간한 대한의학협회 85년사에는 최초 의사협회 휘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

    록하고 있다.

    "메디칼 배지는 그 나라 의사회를 상징

    하는 휘장이기 때문에 의신(뱀머리 모

    형)을 그려 넣은 다른 나라 것을 그대로

    모방할 수 없어 1947년 9월 20일 의협임

    원회(이사회)에서 휘장 제정을 위한 특

    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모키로 했다.”25)

    또한 휘장 공모 작품의 조건을 구체적으

    로 제시하였는데, 공모 작품의 조건은 "1)

    조선의학협회의 정신을 살리고 의료의 존엄

    성을 표현할 것, 2) 도안의 의장이 미술적이

    며 의협의 목적이나 사업을 충분히 상징할

    것, 3) 모조나 도용을 방지할 특색을 구비할

    것"이었다.26)

    대한의학협회 85년사의 기록에 따르면 10여명이 응모하였고 최종적으로 조병덕(趙

    炳悳)의 작품이 당선되었는데, 그 휘장에 대

    해 “박애와 구료봉사를 상징하는 적십자를

    밑바탕으로 삼고 그 중앙에 구호와 평화의

    심벌인 의신(Caduceus)27)을 배치했으며 그

    장두(杖頭)에는 태극마크를 그려 넣고 그

    하부에는 의학협회의 영문 약자인 KMA를

    백색(준회원은 청색)으로 조각케 하였다”라

    고 밝히고 있다.28) 새로 제정된 의협 마크

    (휘장)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같은 해 10

    월 31일 임시대의원 총회의 결의로 확정되

    어 1964년 휘장으로 바뀔 때까지 약 17년간

    사용했다.

    조선의학협회의 휘장을 디자인한 조병덕

    은 1916년 서울 출생으로, 다이쇼실업친목

    회(大正實業親睦會)29)의 일원으로 조선일보

    발기인이기도 했던 조진태(趙鎭泰)의 손자

    이자,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조병학

    (趙炳學)의 남동생이며,30) 일본 태평양미술

    24) 조선의학협회회보 창간호에 새로 제정한 휘장이 사용되었다.

    25) 대한의학협회. 대한의학협회 85년사. 1993년, 77쪽.

    26) 대한의학협회. 대한의학협회 85년사. 1993년, 77쪽.

    27) Caduceus는 헤르메스 지팡이의 다른 표현이나 대한의학협회의 기록은 그것을 ‘의신

    (Caduceus)’이라 기술하고 있는데 이 원문 그대로 인용하였다.

    28) 대한의학협회. 대한의학협회 85년사. 1993년, 77쪽.

    29) 1916년 11월에 결성된 친일경제인단체로 주로 조선의 귀족, 대지주, 친일 예속 자본가들

    로 구성되었다. 일제강점기에 경축일, 법령의 주지, 납세의무 강조, 근검저축, 식산흥업,

    예의질서 등의 강조로 일제의 무단정치에 순응하도록 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조진태

    는 1921년 부회장을 역임했다. (총독부는) 일제의 정치선전인 일선융화정책에 이용하기

    위해 를 의 기관지로 인가해 주었는데, 조진태는 초대

    사장을 역임했다(강만길. 한국사 14: 식민지시기의 사회경제 2. 한길사; 1995, 서중석. 한

    국현대민족운동연구(1). 역사비평사; 1991).

  • 醫史學 제16권 제1호(통권 제30호) 21-35, 2007년 6월

    - 26 -

    순서 사용기간 휘장 제정 경과

    11947.10.31-1964.4

    (약 17년)

    1947년 9월 20일 공모 결정

    1947년 10월 31일 총회 결의로 확정

    21964.5-1973.4.3

    (약 9년)

    1963년 12월 1일 공식논의 시작

    1964년 3월 10일 초안 확정

    (손영수 기획이사)

    1964년 5월부터 사용

    31973.4.4-1996.4

    (약 23년)

    1971년 제7차 시마오총회 시 제기

    (여경구 의무이사 주관 휘장 디자인)

    1973년 4월 4일 새 휘장 사용 결정

    41996.4-현재

    (약 11년)

    1995년 5월 26일 대한의사협회로 개칭

    1995년 6월 휘장 공모

    1996년 4월 새 휘장 공표

    표 1. 대한의사협회 휘장과 제정 경과

    학교를 졸업한 서양화가로 1938년 조선미술

    전람회(선전)에 참여한 이래 18, 19, 20, 21

    회 등 연 4회에 걸쳐 특선을 따냈고, 1940

    년 선전에서는 최고상을 받기도 하였다.31)

    또한 경성일보사와 조선군 보도부가 주최하

    고 조선총독부 정보과, 국민총력조선연맹,

    조선미술가협회가 후원한 대표적 친일미술

    전이었던 결전미술전람회(決戰美術展覽會)

    서양화 부문에 ‘가호반(歌護班)’이란 제목의

    작품으로 특선을 수상하기도 하였다.32)

    1944년 해방 직후에는 조선문화건설중앙협

    의회 결성에 참여하기도 하였고,33)34) 조선

    30) 1964년 대한의학협회 상임이사회 기록에서 박건원 이사장은 “본래 이 도안을 고안하신

    분은 조병학(趙炳學)씨의 제씨(弟氏)되는 분”이라고 밝히고 있다(대한의학협회지. 제7권

    제1호. 1964년, 101쪽).

    31) 시적 감흥의 조형언어, 표지작가스토리/서양화가 조병덕, 미술세계, 1986년 11월호, 통권

    26호.

    32) 결전미술전람회 목록(1944) ("당시 친일 안한 사람은 실력이 없었어", 오마이뉴스, 2004

    년 9월 16일)

    33) 매일신보 1945년 8월 24일

    34) 1945년 8월 18일, 과거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핵심 단원이었던

    임화(林和)와 김남천(金南天)·이원조(李源朝) 등이 중심이 되어 해방 직후 최초로 결성

    된 문화예술단체 협의체. 좌익계열의 문화단체로 분류하기도 하나 강만길은 “그 산하단

  • 신영전ː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 :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 27 -

    공예도안기술협회 결성에도 참여하였다.35)

    또한 1950년대 말부터 동아일보 등에 삽화

    를 그리기도 하였다. 국전초대작가로 1965

    년 목우회 회원이 되었고, 1977년 한국 신

    미술회 회원으로 활동하였다. 이화여자대학

    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1981년에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1995년

    에는 옥관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3.2 두 번째 휘장(1964.5-1973.4.3)

    휘장의 개정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63년 12월이다. 대한의사협회 상임이사회

    의록에 나타나 있는 당시 정황은 다음과 같

    다.

    “박이사장으로부터 지난 12월 1일 본회

    강당에서 서울지부 주최로 한성의사회

    창립기념식(48주년)이 있었는데, 그 석상

    에서 회기(會旗) 제정을 위한 현상모집

    운운의 말이 있었다 하므로 한격부(韓格

    富) 서울지부장에게 그 연유를 물어본

    결과 협회기 및 지부 사용 회기의 재검

    토를 느끼게 되었다는 제안 설명이 있었

    음.

    이우주(李宇柱) 학술이사 : 협회의 K.M.A.

    영자만 기입되어 있고 우리나라 문자가

    전혀 표식되어 있지 않아 독립국가로서

    의 느낌이 감살(減殺)된 감이 있다.

    박건원(朴乾源) 이사장 : K.M.A.의 약자

    는 육군사관학교에서도 약자표식으로 사

    용하고 있어 우리 협회와 혼돈할 수 있

    다.”36)

    이러한 논의가 있은 후 1963년 12월 21일

    대한의학협회는 ‘협회기 및 지부 사용 회기

    재검토에 관한 건’이라는 제목으로 각 지부

    와 학회에 의견 요청 공문을 발송하였다.

    이후 1964년 3월 10일에 있었던 제2차 정기

    이사회에서 개정안을 일차적으로 추인하면

    서 다음과 같이 결정하고 있다.

    “제8차 임사이사회에서 손기획이사37)에

    게 위임한 바 있는 협회기 수정 건에 대

    하여 손기획이사로부터 부분적 개조를

    시안한 도안을 제시하여 다각적으로 이

    를 검토한 결과 뱀(蛇)은 하나로 하고

    기타 색깔 등은 대체적으로 좋다는 결론

    으로 손기획이사에게 일임하여 다음 회

    기에 최종 결정짓도록 하다.”38)

    1964년 4월 15일 제3차 정기이사회에서

    손영수 이사가 임원들에게 설명하고 “대체

    로 의견의 합치를 보고 손이사에게 일임하

    여 다소의 수정을 가하여 정기총회에 내어

    최종 결정을 보기로” 결정하였다.39) 그리고

    체들의 구성원은 아직 좌우익의 구분이 확연하지 않았다”라고 하였다.(강만길. 한국현대

    사. 창작과비평사. 1994년, 392쪽).

    35) 매일신보 1945년 9월 21일

    36) 대한의학협회지. 제7권 제1호. 1964년 1월호, 100-101쪽.

    37) 손영수(孫泳洙) 기획이사를 말한다.

    38) 대한의학협회지. 제7권 제4호. 1964년 4월호, 392쪽.

    39) 대한의학협회지. 제7권 제5호. 1964년 5월호, 494쪽.

  • 醫史學 제16권 제1호(통권 제30호) 21-35, 2007년 6월

    - 28 -

    마침내 ‘하나의 뱀’으로 대치한 가로 및 세

    로 각 1.4cm인 휘장이 공지되기에 이른

    다.40)

    첫 번째 휘장의 교체가 가지는 의미는 이

    시기 두 마리 뱀이 의학의 상징으로 적절하

    지 않다는 것을 판단하게 되었으며, 영문

    표현이 “독립국가로서의 느낌이 감살하는

    감이 있다”41)는 의견을 내고 이러한 의견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뱀이 두 마

    리에서 한 마리로 줄고 영문이 사라지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날개’를 포함한 헤르메스

    지팡이의 잔재가 남아 있고 십자가가 남아

    있는 지극히 부분적인 개정이었다. 이 두

    번째 휘장은 이후 두 차례 더 개정되었으

    나, 현재 대한의사협회 산하 분과학회협의

    회인 대한의학회(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는 이 두 번째 휘장을 기

    본으로 한 휘장을 대한의학회의 휘장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42)

    3.3 세 번째 휘장(1973.4.4-1995.5.25)

    세 번째 휘장은 1973년 4월 4일부터 사용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의협신보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1973년 4월 4일 의협 상임이사회는 의

    협 마크를 새로 제정, 앞으로 의협 뺏지,

    휘장, 심볼로 사용키로 했다. 의협의 심

    볼인 마크의 제정은 지난 제7차 시마오

    총회43) 때부터 추진되어 오던 수임사항

    으로 이번 집행부가 여경구(呂卿九) 의

    무이사에게 그 도안을 일임, 여이사가

    시내 각 미대교수들과 광범위한 의견교

    환 끝에 최종도안을 마련 이날 상임이사

    회에서 확정된 것이다. 27차 정기 대의

    원총회 때부터 사용하게 될 협회 심볼의

    도안은 세계를 향한 의협의 상을 추구,

    웅대한 을 제시하고 있으며 또한

    대한민국의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의협

    의 를 부각시키고 있다.”44)

    이상의 기사에 따르면 새로운 휘장의 제

    정이 1971년 서울에서 열렸던 제7차 아시아

    대양주 의학협회연맹총회(CMAAO)에서 제

    기되었으며, 20대 한격부(韓格富) 회장

    (1970.4.29-1972.4.29) 체제와 제21대 회장

    조동수(趙東秀)(1972.4.29-1974.4.27) 체제 양

    대에 걸쳐 의무이사를 맡았던 여경구가 휘

    장 교체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왜 갑자

    기 휘장을 교체했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자

    료를 확인할 수 없으나, 그 계기가 아시아

    대양주의학협회연맹총회이었던 것은 세계

    각국의 의학협회 관계자들과의 교류가 본격

    화되면서 대한의학협회 휘장이 적절하지 못

    하다는 지적을 받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40) 대한의학협회지. 제7권 제5호. 1964년 5월호, 502쪽.

    41) 대한의학협회지. 제7권 제1호. 1964년 1월호, 100-101쪽.

    42) 대한의학회(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의 휘장도 뱀의 수가 두 마리에서 한

    마리로 줄기는 하였으나, 헤르메스의 지팡이의 상징인 날개가 그대로 남아있는 등 완전

    한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라 보기 어렵다.

    43) 1971년 10월 서울에서 열렸던 제7차 아시아대양주의학협회연맹총회(CMAAO)

    44) 의협신보 1973년 4월 5일

  • 신영전ː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 :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 29 -

    디자인의 변화를 중심으로 보면, 휘장의 디

    자인에서 헤르메스 지팡이의 잔재가 남아

    있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십자가가

    사라지고, 태극을 바탕으로 한 세계지도가

    등장한 것이 변화한 디자인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십자가’ 등이

    개정의 이유가 되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3.4 네 번째 휘장(1996.4-현재)

    1973년 제정 이후 22년 넘게 사용하였던

    휘장을 1996년 4월부터 네 번째 휘장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휘장을 바꾸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기존의 ‘대한의학협회’가

    1995년 5월 26일부터 ‘대한의사협회’로 명칭

    이 개정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하여 의협신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

    다.

    “의협은 의협의 명칭 개정을 계기로 의

    협의 휘장(심볼마크)을 개정키로 하고

    이를 현상모집하기로 했다. 의협의 휘장

    은 1947년 10월 임시대의원총회 의결에

    의해 최초로 마련된 후 1973년 4월 1차

    개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휘장은 빌리 그라함의 마

    크와 비슷하여 의사단체의 심볼이라고

    쉽게 알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

    대다수 국가의 의사회 마크는 의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의 의협 심볼은 의

    신이 빠져 있어 의협의 심볼로 적당치

    않다는 여론에 따라 이를 새로 개정하기

    로 한 것이다. 의협은 이번 휘장 공모와

    함께 모든 문건에 사용할 표어도 함께

    공모하여 이를 사용하기로 했다.”45)

    대한의사협회는 1995년 6월 의협휘장 및

    표어를 공모하였는데, 공모 시 밝히고 있는

    휘장 디자인의 조건과 상금은 다음과 같다.

    “대한의사협회는 협회 휘장(심볼마크)과

    표어를 오는 8월까지 공모한다. 휘장은

    의사 또는 의사단체임을 상징하는 내용

    과 의신이 가미된 도안으로 하되 바탕색

    은 3도 이하로 공모하고 표어는 의사가

    국민의 건강을 기키는 파수꾼임을 강조

    하고 국민으로부터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16자 이하로 공모하고 있다.

    상금은 휘장의 경우 당선작 1명은 2백만

    원, 가작 1명 50만원, 표어는 당선작 1명

    50만원, 가작 1명 20만원이다.”46)

    1996년 4월 8일자 의협신보에는 의협 새

    휘장과 표어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다음과

    같이 싣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새 휘장이 결정

    되었다. 또한 의협의 새 표어도 결정되

    었다. 의협은 지난 1995년 6월 의협의

    휘장을 새로 결정하고 표어도 새로 정하

    기로 결정한 후 이를 공모, 휘장은 16명

    이 27점을 응모하고 표어 모집에는 37명

    이 74점을 제출하였는데, 휘장의 결정은

    5차의 전시와 공람을 통해 심사하여 휘

    장에는 이원재(포디텔 광고회사 근무)씨

    작품을 당선작으로 김병로(서울녹십자의

    45) 의협신보 1995년 6월 5일

    46) 의협신보 1995년 6월 19일

  • 醫史學 제16권 제1호(통권 제30호) 21-35, 2007년 6월

    - 30 -

    원 원장)씨의 작품을 가작으로 선정하고,

    표어에서는 를 당선작으로, 를 가작으로 선

    정했다. 휘장 당선작에는 2백만원의 상

    금이 그리고 표어 당선작에는 5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47)

    네 번째 휘장은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기

    본적인 상징이다. 이것은 초기 공모가 논의

    될 때부터 “세계 대다수 국가의 의사회 마

    크는 의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의 의

    협 심볼은 의신이 빠져 있어 의협의 심볼로

    적당치 않다”48)라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휘장에 ‘의신’을 포함시켜야 했을 것으로 보

    인다. 첫 휘장과 비교하여 장두의 태극마크

    가 없어지는 대신 적십자 배경을 대신하여

    태극마크가 배경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디자인은 첫 번째 휘장과 기본적인 상징과

    디자인을 공유하고 있다.

    휘장의 조건으로 분명히 ‘의신’을 강조하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르메스의 지팡이’

    가 기본 상징이 된 것은 분명한 오류로 보

    인다. 이러한 오류는 첫 번째 휘장의 디자

    인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디자인의 ‘회귀’는 과거 역사

    에 대한 면밀한 검토의 부재, 휘장 선정 과

    정에서의 충분한 검토 등 관심과 신중함의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4. 미군정기 미군 의무부대(US Medical

    Army Corp)와의 관련성

    현재 대한의사협회 휘장이 헤르메스의 지

    팡이를 사용하게 된 것이 첫 번째 휘장과

    관련이 있다면, 첫 번째 휘장의 헤르메스

    지팡이는 어떻게 채택된 것일까?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상징물로 하는 대한

    의사협회의 휘장은 미군정기 미군 의무부대

    (US Medical Army Corp)의 상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정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첫 휘장이 제정된 1947년은 미군정

    시기였으며, 이때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

    의 재편을 주도하고 있던 이들은 미군 의무

    부대였다. 이들은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그

    들의 휘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바탕

    에 적십자를 그 배경으로 삼고, 한글이 아

    닌 영문 KMA를 휘장에 포함한 것도 당시

    미군정기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

    다.

    둘째, 조선의사협회와 미군정은 매우 긴

    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조선의사협회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국의사회와 조선의학연구회의 주요사업 중

    하나가 ‘미군정의 보건행정시행에 관한 자

    문’49)이었다. 건국의사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이용설(李容卨)은 미군정의 보건후생부장을

    역임하기도 하였으며, 임원이었던 임명재

    (任明宰), 김성진(金晟鎭) 등도 미8군의 자

    문관으로 미군정에 참여하였다.50) 조선의학

    연구회의 임원이었던 조동수(趙東秀)도 미

    47) 의협신보 1996년 4월 8일

    48) 의협신보 1995년 6월 5일

    49) 김두종. 한국의학사. 서울: 탐구당; 1981년, 555쪽.

    50) 정구충. 한국의학의 개척자. 서울: 동방도서; 1985.

  • 신영전ː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 :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 31 -

    군정 위생국원으로 활동하였다.

    최초 휘장의 제정이 이루어진 1947년 초

    대 대한의학협회 임원진은 심호섭(沈浩燮,

    회장), 김명선(金鳴善, 부회장), 최상채(崔相

    彩, 부회장), 최제창(崔濟昌, 상임이사), 백인

    제(白麟濟, 상임이사), 김성진(상임이사, 서

    기겸임)이었다.51) 임원 중 김명선은 1932년

    미국 노스웨스턴(Northwestern University)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52), 최제창

    은 1935년 버지니아 주립대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하였다. 특히 최제창은 미군정 실시 직

    후인 1945년 10월 9일 미군정 최초로 위생

    국원에 임명된 9명의 조선인 중 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미군정 보건후생부 차장

    (1945.8-1948)으로 적극적으로 미군정 활동

    에 참여하였다.53) 54) 김성진 역시 미군정

    보좌관으로 활동하였다.

    셋째, 미군의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

    은 한국군 의무부대의 상징 역시 미군 의무

    부대의 상징과 동일하였고, 최근 일부 모형

    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헤르메스 지

    팡이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도 미군정기

    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별히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미군에 의한 군정이 이루어

    졌던 한국, 일본, 대만의 의무부대들은 현재

    까지도 모두 미군 의무부대와 동일한 헤르

    메스의 지팡이를 그 기본적인 상징으로 사

    용하고 있다.

    특별히, 일본에서의 아스클레피오스 지팡

    이의 수용 과정을 연구한 후루카와는 아스

    클레피오스가 일본에 최초로 소개된 것이

    1718년 독일 하이스터(Heister) 등이 쓴 외

    과학책의 1741년 판 네덜란드어 번역본 표

    지의 그림을 통해서라고 주장하였다.55) 그

    후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1909년 의 표지 등에서도 발견된

    다. 타다(太田)에 따르면 독일 육군 군의부

    의 영향을 받아 메이지 19년(1886년)에 위

    생하사관의 견장으로 아스클레피오스의 지

    팡이를 사용하였고, 메이지 23년(1890년) 신

    제도로 발족한 군의 지원병과 견습군의의

    표시로 금색의 뱀 지팡이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메이지 38년(1905년)

    복장 개정으로 폐지되었다고 한다.56) 일본

    의사회는 소화 36년(1961년)부터 절구와 절

    구공이를 한 마리 뱀으로 도안화한 것을 문

    장으로 사용하고 있다.57) 이렇게 이미 아스

    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사용하던 일본임에

    51) 대한의학협회. 대한의학협회 85년사. 1993년. 426쪽.

    52) 미군정청 초대 보건후생국장인 이용설도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정형외과를 공부하였다.

    53) 군정청은 9日 발표에 의하면 위생국과 경무국에 左와 如히 조선인이 임명되었다. 위생

    국: 李容卨 崔濟昌 崔永泰 奇龍肅 黃龍雲 趙東秀 尹裕善 金東喆 李圭鎔, 경무국: 李英

    朴璋淳 黃義權 金泰日 崔慶進(군정청, 衛生局과 警務局에 조선인 임명 발표, 매일신보

    1945년 10월 9일).

    54) 최제창. 한미의학사. 서울: 영림카디널; 1996.

    55) 古川明. 日本における医學のシンボル の受容, 日医史誌 1988;

    34(2):278-93.

    56) 太田臨一郞, 蘭學資料硏究會硏究報告, 241호, 1970.

    57) 古川明. Ibid. p.290.

  • 醫史學 제16권 제1호(통권 제30호) 21-35, 2007년 6월

    - 32 -

    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창

    설된 일본 자위대의 군의와 군 간호사들은

    미군 의무부대가 사용하고 있는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그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것 역시 미군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5. 고찰 및 결론

    5.1 헤르메스의 지팡이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논쟁

    ‘두 마리 뱀과 지팡이’로 구성되어 있는

    상징물이 헤르메스의 지팡이이므로 의학의

    상징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한 반

    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두 마리 뱀과 지팡이’는 헤르메스를 상징하

    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것은 수메리아 치

    료의 신인 '니지쉬지다(Nigishzida, 기원전

    3000년경)'의 상징,58) 또는 성경에 등장하는

    모세의 지팡이59)를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헤르메스의 지팡이도 의학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헤르메스

    는 연금술사(alchemy)의 신이기도 하기 때

    문이며, 또한 헤르메스의 상징을 의학의 상

    징으로 사용하던 시기 보건활동은 해양 교

    역과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60) 마지막으로 헤르메스

    의 지팡이를 의학의 상징으로 채택한 것은

    오류였으나, 이미 오랜 기간 사용되었으므

    로 현재의 상징으로 유효하다는 것이다.61)

    이러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두 마리 뱀과

    지팡이’는 헤르메스를 상징하며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의학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은

    오류라는 주장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 세계의사회, 미국, 영국, 중

    국, 일본, 대만 등 주요 국가들의 의사협회

    에서도 ‘한 마리의 뱀’을 휘장으로 채택하고

    있다. 더욱이, 대한의사협회가 사용하고 있

    는 휘장은 그 제정과정을 볼 때 ‘헤르메스

    의 지팡이’이며 적절하지 않은 선택으로 보

    인다. 그 이유는 첫째, 첫 휘장의 제정 시에

    이미 이 상징이 의학의 상징이 아니라 “평

    화의 심벌인 의신(caduceus)을 배치했다”라

    고 밝혔다.62) ‘카두세우스(caduceus)’는 그

    자체가 ‘헤르메스 지팡이’를 의미한다. 둘째,

    의사협회는 첫 번째 개정 시 뱀의 수를 두

    마리에서 한 마리로 수정하였고, 두 번째

    개정 시에는 관련 디자인 자체를 삭제하였

    는데, 이는 의사협회가 헤르메스의 지팡이

    가 협회의 상징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였음을 의미한다.

    5.2 대한의사협회 휘장과 상징

    58) D. Hause. The symbol of modern medicine.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04;140(4):310.

    59) M. D. Lifschitz. The symbol of modern medicine.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04;140(4):310.

    60) M. E. Toedt and D. M. Gooby Toedt. The symbol of modern medicine.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04;140(4):309.

    61) M. E. Toedt and D. M. Gooby Toedt. Ibid. p.309.

    62) 대한의학협회. 대한의학협회 85년사. 1993년, 77쪽.

  • 신영전ː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 :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 33 -

    대한의사협회 휘장이 헤르메스의 지팡이

    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든 대한의사협

    회가 휘장을 통해 나타내려고 했던 상징은

    ‘의료의 존엄성, 박애, 구료, 봉사, 평화(첫

    번째 휘장)’,63) ‘세계를 향한 의협의 상, 웅

    대한 비전, 지도적 위치(세 번째 휘장)’64)였

    던 것으로 보이며, 궁극적으로는 치료의 기

    술이 뛰어나고 많은 환자들의 존경의 대상

    이었던 ‘흠 없던 의사 (blameless physi-

    cian)’,65) 아스클레피오스였던 것으로 보인

    다.

    역사의 산물로서 대한의사협회 휘장이 가

    지는 상징은 무엇일까? 일부 수정에도 불구

    하고 미군정 군의의 휘장을 기본 디자인으

    로 채택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휘장은

    한국 의사협회의 역사가 얼마나 과거의 역

    사, 특별히 미군정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여전히 완전하게 그 역사를 넘어서

    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symbol)’

    이 되고 있다. 그 상징의 역사 속에서는 헤

    르메스의 지팡이를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

    이로 교정하려는 노력과 휘장에 태극마크를

    포함하고 영문을 지우려는 노력의 역사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최초 휘장의 형태로

    돌아간 현재의 대한의사협회 휘장은 휘장

    선정의 오류와 미군정의 영향을 넘어서려

    했던 과거의 노력들과 단절되었고, 결정 과

    정에서 관계자들의 관심과 신중함이 충분하

    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에서도,

    맥쿨로흐(McCulloch)는 미군의무부대의 상

    징을 ‘헤르메스의 지팡이’로 삼는 오류를 범

    한 것에 대해 “우리가 이것의 역사적, 인간

    적 면에 너무나 무관심했다.”고 반성하고

    있다.66)

    5.3 대한의사협회 휘장이 주는 도전적 질문

    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역사는 끝나지 않고

    현재에도 한국 의사 사회에 도전적인 질문

    을 던지고 있다. 휘장과 상징은 중요한가?

    상징은 그저 상징일 뿐 실체가 아니므로 그

    것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의 가치도 그만큼

    적은 것은 아닌가? 아니면 “우리는 상징들

    이며, 상징들 속에서 살아간다(We are

    symbols, and inhabit symbols)”67)라는 에

    머슨(Emerson)의 말처럼, 이 세상은 온통

    상징으로 가득 차 있으며 우리가 지키고 이

    루려고 하는 것도 그 상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므로 그 상징을 바꿈으로써 세상 또한

    바뀌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한의사협

    회의 휘장은 바꾸어야 하는가? 바꾼다면 어

    63) 대한의학협회. 대한의학협회 85년사. 1993년, 77쪽.

    64) 의협신보 1973년 4월 5일

    65) Homer. The lliad. V. 194, Book 4. Murray AT, tran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 1960: p.167.

    66) C. C. Jr. McCulloch. The Coat of Arms of the Medical Corps. Military Surgery.

    1917;41:137-48.

    67) Ralph Waldo Emerson. The Poet. Selections form Ralph Waldo Emerson: An Organic

    Anthology, ed. Stephen E. Whicher. Boston: Houghton Mifflin Company; 1960.

    pp.229-31.

  • 醫史學 제16권 제1호(통권 제30호) 21-35, 2007년 6월

    - 34 -

    떤 상징을 선택할 것인가? ‘아스클레피오스’

    를 택할 것인가? ‘헤르메스’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상징을 택할 것인가? 만약

    휘장을 바꾼다면, 해방 후 60년 넘게 그 휘

    장이 가졌던 상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최

    근 의료부문의 상업화 경향이 커지고 있고,

    참여정부도 의료부문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서 ‘의료산업화’를 천명하고 있으며 생명공

    학이 의료부문의 핵심영역으로 자리잡고 있

    는 작금의 상황에서 ‘상인의 신’이자 ‘연금

    술사의 신’이기도 한 ‘헤르메스’는 오히려

    적합한 상징일까? 창립 100주년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한의사협회는 이러한 질문

    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역사는 현 휘장의

    상징이 잘못 선택된 것이라는 사실을 지지

    한다. 하지만 이것의 교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한의사협회의 몫이다. 분

    명한 것은,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지 그것은

    대한의사협회 휘장에 또 하나의 역사를 더

    하고 그 역사는 또 다른 ‘상징’을 더하게 될

    것이다.

    색인어 : 대한의사협회, 역사, 휘장, 상징,

    아스클레피오스, 지팡이

    투고일 2007. 6. 8. 심사일 2007. 6. 8. 심사완료일 2007. 6. 20.

  • 신영전ː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 :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 35 -

    = ABSTRACT =

    A History of Korean Medical Association’s Emblem :

    the Caduceus of Asklepios and Hermes

    SHIN Young-Jeon*

    An emblem represents the identity of an organization. Through the emblem of an

    organization, they differentiate the members from others and reinforce the membership,

    homogeneity, and pride. It is also a tool that an organization officially publicizes its

    mission and values.

    The symbol designed by Cho, Byungduk was announced as the first emblem of

    Korean Medical Association(KMA) on October 31st 1947. His design work has the

    caduceus with the Taeguk sign on the top, the symbol of Korea, and the Red Cross in

    the background including the name, ‘KMA’.

    Since then, the emblem was revised three times: in 1964, 1973, and 1995. The current

    symbol is based on the design of the first one. Although Asklepian, the single

    serpent-entwined staff of Asklepios, is the one known as the symbol of medicine, this

    emblem takes the caduceus of Hermes who is the patron god of merchants, thieves, and

    travelers.

    The mistake comes from the unawareness of the distinction between the caduceus of

    Asklepios and Hermes. Moreover, it proves that U. S. Army Medical Corps(USAMC)

    heavily influenced the reconstruction of Korean health care system including KMA. The

    USAMC has used the symbol of caduceus since 1902. In 1947, the year that the first

    emblem of KMA was established, Southern part of Korea was governed by the United

    States Military Government(USMG, 1945-1948).

    The current emblem of KMA brings up a question whether we should continue to use

    the symbol that was taken from USMAC in the historical period of USMG governance.

    Celebrating 100th anniversary year of KMA, KMA needs to re-evaluate the

    appropriateness of the KMA symbol.

    Key Words : Korean Medical Association(KMA), History, Emblem, Symbol, Asklepios,

    Caduceus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Department of Preventive Medicine, Hanyang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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