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 열풍에 대한 전통 미디어의 대응과 미래 지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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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거시(Legacy)는 단순히 우리말로 옮기기에 제법 까다로운 영어 단어인데, 대개 기존의 체제나 질서가 남긴 ‘유산’ 혹은 ‘자산’이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컴퓨터 분야에서 레거시 시스템이라고 하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 및 응용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이렇듯이 일반적으로 과거에 시작되어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기존의 어떤 것’들을 가리킬 때 레거시란 용어를 사용한다. 단어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 용어이지만 지난 시대의 ‘업적’이나 ‘성취’란 뜻으로 사용될 때는 긍정적으로, ‘구시대적인 시스템’이라는 뜻으로 사용될 때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으로 느껴지는바, 최선의 번역은 늘 문맥 속에서 찾는 것이 좋다. ‘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면 웹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견주어 신문이나 지상파방송, 케이블 텔레비전 등의 ‘전통 미디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굳이 ‘레거시 미디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에 개발되어 현재까지 ‘지배적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는 기존 미디어가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도전으로 인해 시스템적인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 이 글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술의 발달에 따른 디지털적인 미디어 환경 변화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법을 ‘스마트하게’ 확 바꾸어나가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 미디어 콘텐츠 소비의 가장 큰 변화는 개인의 기호에 대한 존중과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부터의 탈피다.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개념은 미디어 이용의 자유로움과 효율성을 배가하며 콘텐츠의 소비 양태를 바꾸어놓았다. 그동안 레거시 미디어가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던 시청자는 이제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역동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 소비의 ‘개인화’ 경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MCN 서비스다. 전통적인 TV 시청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동영상 소비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콘텐츠의 소비 행위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중심으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디어 생태계에는 이러한 변화에 상응해 콘텐츠의 유통 채널이 무한하게 확장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로 그 중심에 MCN이 자리 잡고 있다. MCN이 바로 ‘여러 개의 채널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던가. 레거시 미디어에 비해 한결 개방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MCN 서비스의 유연함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소비자의 높아진 콘텐츠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그 가치를 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레거시 미디어가 그간 누려온 독과점 적인 시장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은 자신들의 영화 개봉에 맞추어 예전에는 케이블채널의 토크쇼 등에 출연해 홍보했지만, 지금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에 출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10~30대의 관객들을 만나기에 기존 미디어보다 유튜브 채널의 효용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지상파를 중심으로 소수의 사업자가 지배하던 영상 콘텐츠 시장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대표 주자인 지상파방송과 유료 케이블이 그동안 수성해 온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는 플랫폼과 콘텐츠 플레이어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그 결과 필연적으로 전통 미디어의 시청 점유율이 하락함에 따라 현저하게 추락했다. 시청에 따른 소비자 노출을 기반으로 하는 광고 집행의 추락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레거시 미디어의 몫으로 있던 광고 파이는 이미 많이 잠식됐다. 레거시 미디어보다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광고 집행이 가능한 온라인 및 모바일 플랫폼 기반 미디어에 광고주의 예산 집행이 속속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채널 브랜드 파워에 기반을 둔 레거시 미디어의 플랫폼 경쟁력은 공허해지고 시장 지배력은 쪼그라들었다. 레거시 미디어에 위기는 ‘앞으로 닥칠’ 미래형이 아니라 ‘이미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재진행형이다. 심각한 피해와 상처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은 레거시 미디어의 피할 수 없는 업이다. 레거시 미디어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광고의 온라인 시프트는 당연해 보인다. 온라인과 모바일이 점차 콘텐츠를 이용하는 중심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레거시 미디어의 선택은 많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유효하고 타당한 선택은 레거시 미디어도 웹 환경에서의 수익 모델을 개발해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는 것이다. 웹에 기반을 둔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서비스를 애초 경쟁 상대로만 바라보던 레거시 미디어는 이제 OTT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아예 자체 OTT 서비스를 13 12 신문과 방송 2016. 08 MCN 열풍에 대한 전통 미디어의 대응과 미래 지향점 배기형 KBS 월드사업부 프로듀서 모바일 시대 생존 위한 실험 무대로 적극 활용 중 특집 MCN 열풍진단 레거시 미디어의 절박한 변신 흔들리는 레거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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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MCN 열풍에 대한 전통 미디어의 대응과 미래 지향점 …116.125.124.10/kpf/no548/pdf/02.pdf‘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면 웹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레거시(Legacy)는 단순히 우리말로 옮기기에 제법

까다로운 영어 단어인데, 대개 기존의 체제나 질서가

남긴 ‘유산’ 혹은 ‘자산’이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컴퓨터 분야에서 레거시 시스템이라고 하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

및 응용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이렇듯이 일반적으로

과거에 시작되어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기존의

어떤 것’들을 가리킬 때 레거시란 용어를 사용한다.

단어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 용어이지만 지난 시대의

‘업적’이나 ‘성취’란 뜻으로 사용될 때는 긍정적으로,

‘구시대적인 시스템’이라는 뜻으로 사용될 때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으로 느껴지는바, 최선의 번역은 늘

문맥 속에서 찾는 것이 좋다.

‘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면 웹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견주어

신문이나 지상파방송, 케이블

텔레비전 등의 ‘전통 미디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굳이 ‘레거시 미디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에 개발되어 현재까지 ‘지배적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는 기존 미디어가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도전으로

인해 시스템적인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 이

글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술의 발달에 따른 디지털적인 미디어 환경 변화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법을 ‘스마트하게’ 확

바꾸어나가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 미디어 콘텐츠 소비의

가장 큰 변화는 개인의 기호에 대한 존중과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부터의 탈피다.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개념은 미디어 이용의

자유로움과 효율성을 배가하며 콘텐츠의 소비 양태를

바꾸어놓았다. 그동안 레거시 미디어가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던

시청자는 이제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역동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 소비의 ‘개인화’ 경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MCN 서비스다.

전통적인 TV 시청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동영상 소비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콘텐츠의 소비 행위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중심으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디어 생태계에는 이러한 변화에 상응해 콘텐츠의 유통

채널이 무한하게 확장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로

그 중심에 MCN이 자리 잡고 있다. MCN이 바로 ‘여러

개의 채널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던가. 레거시 미디어에 비해 한결 개방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MCN 서비스의 유연함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소비자의 높아진 콘텐츠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그 가치를 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레거시 미디어가 그간 누려온 독과점

적인 시장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은 자신들의 영화

개봉에 맞추어 예전에는 케이블채널의 토크쇼 등에

출연해 홍보했지만, 지금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에 출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10~30대의

관객들을 만나기에 기존 미디어보다 유튜브 채널의

효용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지상파를 중심으로 소수의 사업자가 지배하던 영상

콘텐츠 시장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대표 주자인 지상파방송과 유료

케이블이 그동안 수성해 온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는

플랫폼과 콘텐츠 플레이어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그 결과

필연적으로 전통 미디어의 시청 점유율이 하락함에 따라

현저하게 추락했다. 시청에 따른 소비자 노출을 기반으로

하는 광고 집행의 추락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레거시 미디어의 몫으로 있던 광고 파이는 이미 많이

잠식됐다. 레거시 미디어보다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광고

집행이 가능한 온라인 및 모바일 플랫폼 기반 미디어에

광고주의 예산 집행이 속속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채널 브랜드 파워에 기반을 둔 레거시 미디어의 플랫폼

경쟁력은 공허해지고 시장 지배력은 쪼그라들었다.

레거시 미디어에 위기는 ‘앞으로 닥칠’ 미래형이 아니라

‘이미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재진행형이다. 심각한

피해와 상처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은 레거시

미디어의 피할 수 없는 업이다.

레거시 미디어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광고의

온라인 시프트는 당연해 보인다.

온라인과 모바일이 점차 콘텐츠를 이용하는 중심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레거시 미디어의 선택은 많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유효하고 타당한 선택은 레거시 미디어도 웹 환경에서의

수익 모델을 개발해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는 것이다. 웹에 기반을 둔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서비스를

애초 경쟁 상대로만 바라보던 레거시 미디어는 이제

OTT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아예 자체 OTT 서비스를

1312

신문과 방송 2016. 08

MCN 열풍에 대한 전통 미디어의 대응과 미래 지향점

배기형 / KBS 월드사업부 프로듀서

모바일 시대 생존 위한 실험 무대로 적극 활용 중

특집

MCN 열풍진단

레거시 미디어의

절박한 변신

흔들리는

레거시 미디어

Page 2: MCN 열풍에 대한 전통 미디어의 대응과 미래 지향점 …116.125.124.10/kpf/no548/pdf/02.pdf‘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면 웹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신문과 방송 2016. 08

출범했다. 이것은 콘텐츠 소비의 패러다임이 개인화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에 따라, 능동적으로 선호하는

콘텐츠만을 시청하려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사실 미디어의 변화는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

(도전)과 기존 플레이어의 변신(응전)을 통해 구현된다.

레거시 미디어의 변신은 우리 콘텐츠 산업이 공급자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이제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미국에서는 레거시 미디어를 대표하는 글로벌 메이저

미디어들이 MCN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CJ E&M을 필두로 기존 미디어가 속속

MCN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CJ E&M은 2013년 6월

‘크리에이터그룹(Creator Group)’이라는 국내 최초

MCN 사업체를 만들었고, 이후 다이아TV(DIA TV)라는

브랜드를 출범했다. DIA는 ‘Digital Influencer &

Artist’의 약자이다. 즉 크리에이터들을 단순 콘텐츠

창작자가 아니라, 디지털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로 진화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이아TV는 유튜브로 한정된 플랫폼을 다양화해,

중국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쿠, 프랑스 1위의 동영상

사이트 데일리모션(Dailymotion) 등 해외 플랫폼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과 플랫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도 MCN에 큰 관심을 보이며 발을

담그고 있다. MBC에서 방송 중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매우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1인 방송의

지상파적인 변주를 보여주었는데,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직접 인터넷 생방송을

하는 대결 프로그램이다. 비록 지상파에서 1인 방송의

형식만 차용한 것이지만, 크리에이터들이 시청자의

세분화된 소비 요구에 부응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직접 소통하는 쌍방향성 1인 방송의 장점을 대중적으로

맛보게 해주었다. 이 프로그램의 선전은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역진입하는 현상까지 불러일으켰다.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MCN으로 인한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와 소비 문법을 체험하게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른 방송사들을 자극하는 데에도 한몫했다.

KBS는 2015년 5월에 ‘예띠 스튜디오’를 출범해

크리에이터들을 교육하고 스튜디오를 제공하면서 MCN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한 유명 크리에이터인 양띵과

악어를 캐스팅해서 ‘예띠 TV’라고 이름 붙인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소개하고,

한 주간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영상을 묶어 지상파로

선보였다. 비록 지상파와 1인 방송의 문법이 충돌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상파로 송출하는 프로그램은

폐지됐지만, 이후에도 MCN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트레저헌터’와 제휴해

KBS의 브랜드를 활용해서 중국향 콘텐츠를 공동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KBS는 2016년 봄 조직 개편에서

아예 ‘MCN 사업팀’으로 명명해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MBC는 2015년 10월에 MBC플러스

‘코코넛’을 통해 1인 방송이 아닌 웹 드라마, 웹 예능과

같은 웹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MCN을 론칭해 ‘연애

전과’ ‘호모루덴스’ ‘일장춘몽’ 같은 프로그램을 서비스

했다. SBS도 계열사 PP를 통해 아프리카TV와 협력해

슈퍼모델들이 진행하는 ‘모델하우스’를 방송했다.

종편채널도 MCN 사업에 가세했다.

JTBC는 2016년 6월부터 자사의

아나운서를 내세워 ‘장성규의 짱티

비씨(JjangTBC)’라는 MCN 콘텐츠를 만들고 생방송은

아프리카TV와 다음팟 라이브,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공개하고, 이를 재가공해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TV, 곰TV 등 다양한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있다.

바야흐로 채널 사업자들이 자사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우선 플랫폼으로 웹을 선택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MCN이 차세대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플랫폼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레거시 미디어에서 웹 콘텐츠 생태계를

아우르고자 하는 일종의 실험적인 몸부림이며, 변화에

대한 응전이기도 하다. 즉 기존 방송에서 그동안 관심을

두지 못했던 틈새를 통해 세분화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MCN 서비스에 레거시 미디어도 발을 담금으로써 기존

콘텐츠와의 시너지 혹은 뭔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다양한 콘텐츠의

실험과 발굴로 소구해 미래 미디어 생태계에 대비하겠

다는 전략이다.

사실 그동안 레거시 미디어들이 신기술 도입이나 시스템

적인 변환 등 미래 가치를 위한 투자는 정부 지원금이나

협찬 등 외부 효과에 의존적이었던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최근 웹에서의 콘텐츠 소비 경향에

대한 레거시 미디어의 대응은 자발적이고 또 그만큼

절실해 보인다. 온라인 환경에서 새로운 킬러 콘텐츠의

원천으로 개인 창작자의 생태계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실에서 레거시 미디어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기존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좀 더 세분화된

이용자에게, 보다 세분화한 콘텐츠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된 것이다. 비록 MCN이 시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아직 손에 바로 큰돈을 쥐여줄

수 있는 현실적인 사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거시 미디어들이 속속 MCN 사업에 뛰어드는 까닭은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MCN이라는 새로운 시장 생태계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미래에 어쩌면 희망의 가능성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그래서 최소한 발이라도 걸쳐두어야

한다는 절실함에서다.

따라서 레거시 미디어에 MCN은 아직은 수익형 사업

모델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자사 플랫폼에서 볼 수 없었던,

개인화한 시청자의 취향에 따른 차별된 콘텐츠와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 콘텐츠는 송출에 의해 발견되는

콘텐츠인데, MCN의 콘텐츠는 ‘구독’의 개념으로 소비

되기에 사용자의 참여도(Engagement)가 높다. MCN은

기존 방송의 문법과 시청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웹과

모바일에 최적화한 포맷과 내용을 찾는 데에는 MCN이

의미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MCN 사업 추진은 온라인 컨버전스 즉, 온라인에서

소비하기에 적합한 콘텐츠와 새로운 유통 방식에 대한

고민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셈법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로서는 어쩌면 절박한 생존

실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MCN 서비스는 웹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을 강화했고, 다양한

광고 형식의 도입과 적용을 통해

온라인 광고의 성장을 견인하면서 동영상 콘텐츠의 시장

가능성을 키웠다. 이것이 레거시 미디어의 응전과 변화를

레거시 미디어들이 속속 MCN 사업에

뛰어드는 까닭은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MCN이라는 새로운 시장 생태계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미래에 어쩌면 희망의 가능성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그래서 최소한 발이라도

걸쳐두어야 한다는 절실함에서다.

기존의 TV 스타들과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출연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직접 PD 겸 연기자가 되어 인터넷 생방송을 펼치는

1인 방송 대결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사진 출처-MBC>

MCN 통한

생존 실험

MCN 서비스의

미래 전망

Page 3: MCN 열풍에 대한 전통 미디어의 대응과 미래 지향점 …116.125.124.10/kpf/no548/pdf/02.pdf‘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면 웹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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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방송 2016. 08

강제했다는 점에서 MCN이 개방적 미디어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의미 있는 촉매가 됐다고 볼 수 있다. MCN이

향후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진화하고 또 기존

미디어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CN은 세분된 콘텐츠가

가지는 소비자 친밀성과 영향력을 무기로 광고 수익뿐

아니라 다양한 부가 사업을 통해 산업적 생존과 확장을

모색할 것이다.

이제 막 산업을 형성하는 단계에 있는 MCN의 미래를

전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향후 그

필연적 전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MCN 서비스의 미래 경쟁력은 바로

‘글로벌’, ‘소셜’, ‘모바일’이란 키워드에 함축되어 있다.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요구가 점차 동질화하고

있는 지구촌 환경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 경쟁을 더욱

글로벌하게 만들고 있다. 영어권 MCN의 경우 전 세계

시장을 바탕으로 산업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데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 MCN의 경우 한국어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수익성에 한계를 보이기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은 필수적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CJ E&M은 2015년 7월 유럽 최대 규모 동영상

사이트인 데일리모션과 제휴를 시작했으며 이어 일본

대표 MCN 사업자인 ‘움(UUUM)’과도 협력 사업을

모색하는 등 다이아TV 크리에이터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KBS도 중국 시장을 MCN 사업의

동인으로 삼고 있다. KBS와 한류 브랜드를 이용해

중국향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것이다. 중국은 두말할

것 없이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시장의 크기와 잠재력이

엄청나게 클 뿐만 아니라 한류 문화에 대한 팬 층이

두텁고 해외 콘텐츠에 대한 트래픽이 엄청난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국 방송에 대한 규제가 심해 진입

장벽이 높지만, MCN의 경우 온라인으로 유통되기에

한결 쉽게 우리나라 콘텐츠의 중국 노출을 꾀해볼 수

있다. 어쩌면 MCN이 전체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을

견인하는 트레일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MCN 사업이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최적화한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것은 MCN의 산업적 생존

전략이다. 즉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MCN 콘텐츠의

시장가치를 제고하고 이것이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크리에이터나 MCN 모두가 글로벌 지향이 되어야 하는

까닭이고 ‘글로벌’을 미래 MCN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는 이유다.

MCN 서비스의 소셜 미디어적인 특성은 소통, 구독,

그리고 참여에서 발생한다. 소통은 창작자와 사용자의

대화형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소비자의 피드백이

콘텐츠에 반영되는 메커니즘은 사용자로 하여금 훨씬

더 재미를 느끼게 하고 콘텐츠에 빠져들게 한다. 구독은

지속 가능한 시청량을 견인한다. 또한 내가 소통해

개입한 콘텐츠를 선택해서 시청하는 행태는 콘텐츠의

단순 소비가 아니라, 시청의 질을 견인해 몰입과 참여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바로, 팬덤 문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 행위의 바탕은 크리에이터와

콘텐츠에 대한 호감과 공감이 채널 브랜드로 이어지는

것이다. MCN 서비스는 콘텐츠에 ‘소셜’ 속성을 추가해

시청 행위 즉 소비 자체를 사회적 행위로 만든다. 특히,

실시간으로 댓글을 다는 것에 크리에이터들이 바로

반응하는 경험은 게임이나 먹방의 공동 시청 체험을

가속화한다. ‘소셜’의 경험은 MCN을 다수의 개인

창작자가 모인 다중 채널인 동시에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하는 생태계 공원으로 만든다. 즉, MCN의 소셜

미디어적 경험을 기반으로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되고

그만큼 채널과 소비자가 늘어나 유의미한 수익이 발생해

다시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되는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콘텐츠가 수동적이고 객체화한 소비자

들을 소구했다면 소셜 시대의 MCN 콘텐츠는 능동적

이고 주체적인 참여자들을 전제하고 있다. 여기에서

‘소셜’ 콘텐츠의 경쟁력이 발생한다. MCN 서비스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소비자의 경험과 의견 반영이

중요하다.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능동적 태도와

프로슈머(Prosumer)적 성향을 MCN이 소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MCN 서비스가 단지 1인 미디어의 스타들을

모아서 비주류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틈새시장으로만

머무를 것인지, 능동적인 참여자들을 견인해 보다 큰

사회적 산업적 가치를 생성할 수 있을지는, 바로 어떻게

사용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참여를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소셜’이 MCN 서비스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인 까닭이다.

기술 발달에 따른 모바일 환경은

스마트폰을 콘텐츠 유통의 핵심

디바이스로 만들었다. 모바일

환경을 통해 소비자가 콘텐츠의 창조자 및 유통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고 또 원하면 직접 1인

방송을 만들어 유통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모바일’ 시대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고, 어느 틈엔가 콘텐츠의 대표적인

소비 채널이 됐다.

발전하는 네트워크 기반 위에서 스마트폰의 확산은

시공간 한계를 극복해 이동성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의

결합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창출하는 모바일

문화는 콘텐츠의 감각 양식과 구성 방식에 발랄하고

경쾌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모바일은 콘텐츠

소비의 지배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모바일을 통한 동영상 소비가 곧 MCN 서비스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데에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세분화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특화된 콘텐츠 서비스가

MCN의 특장이라면, 모바일은 MCN의 이러한 개인화

서비스에 가장 가깝고 밀도 있는 단말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는 모든 콘텐츠 이용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고 콘텐츠의 유통 행태 또한 이에 맞춰 변모하는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기치다. 따라서 ‘모바일’에 최적화한

콘텐츠 서비스가 미래 MCN의 핵심 키워드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요약컨대, ‘글로벌(GO Global), 소셜(Go

Social), 모바일(Go Mobile)’은 향후 MCN이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 자생력을 가지고 선순환적인 콘텐츠

시장 환경을 구축해 참여, 공유, 소통이 가능한 콘텐츠의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하는 미래

지향점이다.

MCN은 모바일

최적화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