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저커버그 대학생 촹커 80만명 키운다 · 촹커들은 경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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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15566호 10판 중국 촹커 열풍 <하> 2015년 2월 17일 화요일 창간 50년 연중기획 다시 기업가 정신 이다 상하이에서 차로 5시간 거리인 원저우(溫 州)시. 이곳에 있는 원저우 실험중학에는 20 ㎡(약 6평) 남짓한 교실 하나가 있다. 칠판 도, 교탁도 없다. 대신 교실 뒤쪽엔 3D 프린 터, 로봇 설계 모형, 발광다이오드(LED) 조 명이 갖춰져 있다. 2012년부터 이곳은 ‘촹커 (創客) 교육’의 현장이다. 원저우 실험중학에선 촹커 청소년을 위한 독특한 과목들이 많이 개설됐다. ‘로봇’, 프 로그래밍 언어인 ‘PHP 편집’, ‘전자 제작’ 등이 그 예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분야를 아예 학교 정규 수업 과정으로 만든 것이다. 원저우 촹커 교실은 10대 천재 로봇 개발자가 등장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를 연상시킨다. 로봇이 좋아 개발에 매진하던 괴짜 주인공이 마침내 로봇을 만 들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이야기가 현재 중국에서 태동하는 촹커 스 토리와 닮았기 때문이다. 원저우가 자랑하는 대표적 촹커는 쉬츠 헝(徐持衡)이다. 20대인 쉬츠헝은 이미 미국 에서 1000만 달러(약 109억원)의 벤처 투자 를 받은 스타트업 ‘센스타임(Sense Time)’ 의 공동 창업자다. 지난해 6월 그는 동료들 과 함께 안면 인식 시스템을 만들었다. 쉬츠 헝이 만든 시스템의 안면 식별률은 99%에 달했다. 페이스북이 개발한 안면 인식 시스 템 딥페이스의 식별률(97%)을 웃돌면서 해 외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현지 언론 인 원저우왕(溫州網)은 “화웨이·샤오미·삼 성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쉬츠헝의 기 술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센스타임은 이미 60여 개 다국적 회사와 합작하고 있다. 쉬츠헝은 어린 시절부터 촹커의 ‘싹’을 보 였다. 교장 선생님을 졸라 로봇 과목을 만들 정도로 극성이었다. 로봇 설계와 프로그래밍 에 푹 빠졌던 그는 “몇 줄의 수식을 입력하면 로봇을 뛰게 만들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쉬츠헝은 제3회 국제 로보컵(로봇 축구) 대회에서 2위에 입상했다. 수상 경력 덕에 명문 칭화대에도 합격했다. 그는 지난해 11 월 원저우에서 열린 제1회 청소년 촹커 문화 제에 연사로 초청됐다. 쉬츠헝은 “칭화대 컴 퓨터학과 입학이 결정되고 난 뒤 무엇을 했 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자 “촹커로 살 았지요(當創客)”라고 답했다. 중국 대도시에서 불기 시작한 촹커 교육 열풍은 이미 원저우·구이저우(貴州) 등 지방 도시들에까지 번져 가고 있다. 원저우는 2013 년 중앙정부에 국가 스마트시티 시범구역으 로 신청하면서 학생들의 촹커 교육을 강화하 고 나섰다. 원저우는 지난해 50개의 디지털 캠퍼스와 100개의 스마트 교실을 세웠다. 촹 커 교육을 보다 잘하기 위해 원저우시에 있는 모든 중학교·초등학교(유아원 포함) 교사는 50시간 이상 기술 교육을 받았다. 중국 언론 들은 “촹커 교육에 있어서는 원저우를 본받 을 만하다”며 모범사례로 평가했다. 촹커 교육 열기가 뜨거운 곳은 원저우뿐 만이 아니다. 구이저우성 구이양(貴陽)시 정 부에 따르면 구이저우는 중국 전역에서 가 장 큰 창업 인큐베이터인 ‘구이저우 촹커쿵 젠(創客空間)’을 세우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 이 지난 9일 전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 역인 구이저우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촹 커’에 있다고 본 것이다. 중국 전역에 퍼진 촹커(創客·혁신 창업가) 열기의 이면에는 창업 교육이 자리 잡고 있 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중 관춘(中關村)에 위치한 칭화(淸華) 사이언 스파크 내 ‘칭화X랩’은 창업 교육의 대표 적 사례다. 칭화X랩의 ‘X’는 미지의 대상 을 탐구해 혁신을 추구한다는 뜻과 다양한 학문이 교차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은 칭화대 출신이면 재학생과 졸업생 구분 없 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500㎡(약 151평)의 공간에서 매년 진행되는 창업 프 로젝트만 200개다. ‘이틀에 하나’꼴로 창업 아이템이 생겨나는 셈이다. 칭화X랩은 철저한 교육을 통해 창업가들 을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오둥후이 (毛東輝) 칭화X랩 소장은 “단순히 혁신 제 조 기술이 있다 해서 창업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창업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을 먼저 고취하고 창업의 구체적 방법 을 익히게 하는 것도 창업 교육을 통해 가능 하다”고 말했다. 칭화X랩에서 창업 희망자는 교수와 벤처 투자가 등에게 일대일 창업 교육·상담을 받 는다. 학교에 상주하는 칭화X랩 창업 멘토만 60명이 넘는다. 특허·법률자문·재무회계 등 분야별 멘토진도 탄탄하다. 온라인 창업 교 육도 있다. ‘어떻게 벤처 투자가와 협상할까’ ‘비즈니스와 법’ 등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칭화X랩을 방문해 특 별 강연을 했다. 대학생 때 창업했던 저커버 그 본인의 경험을 칭화X랩에서 창업을 꿈 꾸는 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함이었다. 저커 버그는 “창업자는 자신의 사명을 믿고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들을 격려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칭화X랩에서 탄생한 3D 프린팅 기업이 제작한 자신의 두상 조형물 을 선물받았다. 올해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학 창업 교육에 힘을 싣는 원년(元年)이다. 중국 교육 부는 최근 중국 각 대학에 ‘2015년 전국 대학 졸업생 취업과 창업에 관한 통지’를 보냈다. 탄력적인 학제를 도입해 재학생 휴학 창업을 허용하고, 대학 내 창업 전문 교과 과정을 개 설하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또 성공한 창 업자 등 기업가를 겸임 교수로 초빙해 학생들 의 창업을 멘토링하고, 창업 관련 경연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중국 정부는 앞으로 4년 내에 ‘80만 대학생 창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성공한 창업가들 역시 촹커 교육에 적극 적이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는 지 난달 26일 본사가 있는 항저우(杭州)에 창업 사관학교를 세우고 초대 학장을 맡기로 했 다. 마윈은 지난 1일 홍콩 창업가 양성을 위 해 10억 홍콩달러(약 1400억원)도 쾌척했다. 중국판 TED로 불리는 유미왕(優米網)은 중국 창업 멘토 12인을 선정해 이들의 온라 인 강연(편당 20분)을 무료로 제공한다. 마 윈뿐 아니라 중국판 아마존인 JD닷컴의 류 창둥(劉强東) 창업주, 중국 ‘IT 대부’ 류촨 즈(柳傳志) 레노버 CEO 등이 연사로 나섰 다. 일반 TED 강의가 인문학 위주라면 중 국판 TED는 창업에 초점을 맞춘다. 유미 왕 CEO인 왕리펀(王利芬)은 예비 창업가를 떡잎부터 키워내는 창업 서바이벌 프로그 램 ‘잉짜이중궈(在中國·중국에서 승리하 라)’를 만들었다. 교실 속 창업이 아닌 살아 숨쉬는 창업 교육의 일환이다. 왜 중국 정부와 민간은 창업 교육에 열심 일까.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 해서다.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지만 매년 노동시장에는 신규 대졸자 750 만 명이 쏟아진다. 이들에게 새로이 일자리 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창업이라 고 본 것이다. 촹커들은 경제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 다. 중관춘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해 10월 기준 중관춘 내 기업의 연 매출은 2 조5700억 위안(약 440조원)이었다. 베이징 경제의 20%를 중관춘이 담당한다는 계산 이 나온다. 베이징 신보(晨報)는 “굴뚝 없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중심인 스타트업은 환경 오염 없이 경제를 이끄는 녹색 성장의 일등 공신”이라며 촹커를 높이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촹커 교육이 중국의 교육까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해 중 국교육보는 “촹커가 부드럽게 교육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혁신은 과거엔 서구의 전 유물이었지만 이젠 중국 촹커가 ‘혁신의 맛’ 을 알게 됐다. 자유롭게 창업하고 실패했다 다시 일어서는 촹커들이 성적 지상주의였던 중국 교육 풍토마저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창업 교육의 특징은 ‘창업은 배움의 과정이니까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한 국에선 창업하다 망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어려운 구조지만 중국에서는 촹커의 실패 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고 초기 실패를 오히 려 장려하기도 한다. 대학생이 창업했다가 도산하면 학생과 관련자들이 모여 그간의 창업 활동을 평가하고 경우에 따라 부채 일 부 혹은 전액을 감면해주는 경우도 있다. 쉬훙타이(許宏泰·35) 테크랙트(Techract)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칭화대 졸업 후 2003년 창업 실패를 맛본 뒤 두 번째 창업 에 성공한 ‘오뚝이 촹커’다. 구인구직 스타 트업에 실패하고 나서 온라인 영어 교육업 체를 다시 세워 재기에 성공했다. 쉬훙타이 는 “창업 아이템이 사업성이 있으면 베이 징의 경우 100만 위안(약 1억7500만원)까 지 지원받는다”며 “그래서 실패했어도 두 번째 창업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고 말 했다. 스타트업 피패드의 마타오(馬濤·40) 대표 역시 창업 재수생이다. 2006년 칭화 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하고 회 사를 차렸다가 실패한 뒤 재기를 위해 모 교의 X랩을 찾았다. 그는 “벤처 투자가 중 에는 실패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을 더 높이 사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촹커(創客)=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제조업자를 의미하는 신조어. 영어 ‘메이커(Maker)’의 중국식 번 역이다. 롱테일 이론을 창안한 크리스 앤더 슨의 저서 메이커스(2012)에서 유래했다. 제2, 제3의 저커버그 대학생 촹 <創客·혁신 창업가> 커 80만명 키운다 지난해 10월 창업 인큐베이터 ‘칭화X랩’을 방문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왼쪽)가 첸잉이(錢潁一)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원장과 함께 창업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칭화X랩에서 창업 아이템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 칭화X랩] 중국 창업 교육도 뜨거워 베이징 중관춘의 ‘칭화대 X랩’ 한해 200개 창업 프로젝트 진행 마윈, 창업사관학교 세워 학장으로 성장 둔화 중국, 촹커로 활력 찾기 “실패도 배움” 도산 땐 빚 탕감도 단위:% 단위:% 단위:위안 자료:마이커스(MyCos) 2014 취업보고청서 2011년 2012 2013 4.1 % 대졸 3년후 창업 비율 2013년 대졸 창업자 3년후 월 평균 수입 ※중국 대졸자 월 평균 2443위안(43만원) 창업위해 휴학할 수 있나 1.5 2.0 중국 대학졸업자 창업비율 1.6 2.0 2.3 2012 2013 (135만원) (148만원) 7643 8424 자료:중국청년보 사회조사센터 희망한다 아니다 말하기 어렵다 40.1 30.5 29.4 109억 투자 받은 20대‘로봇 괴짜’ 지방 촹커 교육의 힘 로봇을 조립하고 있는 청년 촹커 쉬 츠헝(위). 원저우 실험중학을 졸업한 그가 설립한 센스타임의 안면 인식 시스템은 샤오미·삼성 등 다국적 정 보기술 기업들이 탐내는 기술이다. 왼쪽 사진은 제2의 쉬츠헝을 꿈꾸는 원저우 실험중학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열린 제1회 원저우 청소년 촹커 문화제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시연하는 장면. [사진 원저우일보] 중학교에 칠판 대신 3D 프린터 로봇과 프로그램 빠졌던 쉬츠헝 페북 앞서는‘얼굴 인식’기술 개발 특별취재팀 베이징=최형규·예영준 특파원, 서울=신경진·서유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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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제2, 제3의 저커버그 대학생 촹커 80만명 키운다 · 촹커들은 경제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 다. 중관춘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8

제15566호 10판

중국 촹커 열풍 <하>

2015년 2월 17일 화요일창간 50년 연중기획 다시기업가 정신이다

상하이에서 차로 5시간 거리인 원저우(溫

州)시. 이곳에 있는 원저우 실험중학에는 20

㎡(약 6평) 남짓한 교실 하나가 있다. 칠판

도, 교탁도 없다. 대신 교실 뒤쪽엔 3D 프린

터, 로봇 설계 모형, 발광다이오드(LED) 조

명이 갖춰져 있다. 2012년부터 이곳은 ‘촹커

(創客) 교육’의 현장이다.

 원저우 실험중학에선 촹커 청소년을 위한

독특한 과목들이 많이 개설됐다. ‘로봇’, 프

로그래밍 언어인 ‘PHP 편집’, ‘전자 제작’

등이 그 예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분야를 아예 학교 정규 수업 과정으로 만든

것이다. 원저우 촹커 교실은 10대 천재 로봇

개발자가 등장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를 연상시킨다. 로봇이 좋아 개발에

매진하던 괴짜 주인공이 마침내 로봇을 만

들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이야기가 현재 중국에서 태동하는 촹커 스

토리와 닮았기 때문이다.

 원저우가 자랑하는 대표적 촹커는 쉬츠

헝(徐持衡)이다. 20대인 쉬츠헝은 이미 미국

에서 1000만 달러(약 109억원)의 벤처 투자

를 받은 스타트업 ‘센스타임(Sense Time)’

의 공동 창업자다. 지난해 6월 그는 동료들

과 함께 안면 인식 시스템을 만들었다. 쉬츠

헝이 만든 시스템의 안면 식별률은 99%에

달했다. 페이스북이 개발한 안면 인식 시스

템 딥페이스의 식별률(97%)을 웃돌면서 해

외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현지 언론

인 원저우왕(溫州網)은 “화웨이·샤오미·삼

성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쉬츠헝의 기

술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센스타임은

이미 60여 개 다국적 회사와 합작하고 있다.

 쉬츠헝은 어린 시절부터 촹커의 ‘싹’을 보

였다. 교장 선생님을 졸라 로봇 과목을 만들

정도로 극성이었다. 로봇 설계와 프로그래밍

에 푹 빠졌던 그는 “몇 줄의 수식을 입력하면

로봇을 뛰게 만들 수 있어 좋았다” 고 말했다.

 쉬츠헝은 제3회 국제 로보컵(로봇 축구)

대회에서 2위에 입상했다. 수상 경력 덕에

명문 칭화대에도 합격했다. 그는 지난해 11

월 원저우에서 열린 제1회 청소년 촹커 문화

제에 연사로 초청됐다. 쉬츠헝은 “칭화대 컴

퓨터학과 입학이 결정되고 난 뒤 무엇을 했

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자 “촹커로 살

았지요(當創客)”라고 답했다.

  중국 대도시에서 불기 시작한 촹커 교육

열풍은 이미 원저우·구이저우(貴州) 등 지방

도시들에까지 번져 가고 있다. 원저우는 2013

년 중앙정부에 국가 스마트시티 시범구역으

로 신청하면서 학생들의 촹커 교육을 강화하

고 나섰다. 원저우는 지난해 50개의 디지털

캠퍼스와 100개의 스마트 교실을 세웠다. 촹

커 교육을 보다 잘하기 위해 원저우시에 있는

모든 중학교·초등학교(유아원 포함) 교사는

50시간 이상 기술 교육을 받았다. 중국 언론

들은 “촹커 교육에 있어서는 원저우를 본받

을 만하다”며 모범사례로 평가했다.

 촹커 교육 열기가 뜨거운 곳은 원저우뿐

만이 아니다. 구이저우성 구이양(貴陽)시 정

부에 따르면 구이저우는 중국 전역에서 가

장 큰 창업 인큐베이터인 ‘구이저우 촹커쿵

젠(創客空間)’을 세우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

이 지난 9일 전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

역인 구이저우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촹

커’에 있다고 본 것이다.

중국 전역에 퍼진 촹커(創客·혁신 창업가)

열기의 이면에는 창업 교육이 자리 잡고 있

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중

관춘(中關村)에 위치한 칭화(淸華) 사이언

스파크 내 ‘칭화X랩’은 창업 교육의 대표

적 사례다. 칭화X랩의 ‘X’는 미지의 대상

을 탐구해 혁신을 추구한다는 뜻과 다양한

학문이 교차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은

칭화대 출신이면 재학생과 졸업생 구분 없

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500㎡(약

151평)의 공간에서 매년 진행되는 창업 프

로젝트만 200개다. ‘이틀에 하나’꼴로 창업

아이템이 생겨나는 셈이다.

 칭화X랩은 철저한 교육을 통해 창업가들

을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오둥후이

(毛東輝) 칭화X랩 소장은 “단순히 혁신 제

조 기술이 있다 해서 창업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창업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을 먼저 고취하고 창업의 구체적 방법

을 익히게 하는 것도 창업 교육을 통해 가능

하다”고 말했다.

 칭화X랩에서 창업 희망자는 교수와 벤처

투자가 등에게 일대일 창업 교육·상담을 받

는다. 학교에 상주하는 칭화X랩 창업 멘토만

60명이 넘는다. 특허·법률자문·재무회계 등

분야별 멘토진도 탄탄하다. 온라인 창업 교

육도 있다. ‘어떻게 벤처 투자가와 협상할까’

‘비즈니스와 법’ 등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칭화X랩을 방문해 특

별 강연을 했다. 대학생 때 창업했던 저커버

그 본인의 경험을 칭화X랩에서 창업을 꿈

꾸는 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함이었다. 저커

버그는 “창업자는 자신의 사명을 믿고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들을 격려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칭화X랩에서 탄생한 3D

프린팅 기업이 제작한 자신의 두상 조형물

을 선물받았다.

 올해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학 창업

교육에 힘을 싣는 원년(元年)이다. 중국 교육

부는 최근 중국 각 대학에 ‘2015년 전국 대학

졸업생 취업과 창업에 관한 통지’를 보냈다.

탄력적인 학제를 도입해 재학생 휴학 창업을

허용하고, 대학 내 창업 전문 교과 과정을 개

설하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또 성공한 창

업자 등 기업가를 겸임 교수로 초빙해 학생들

의 창업을 멘토링하고, 창업 관련 경연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중국 정부는 앞으로 4년 내에 ‘80만 대학생

창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성공한 창업가들 역시 촹커 교육에 적극

적이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는 지

난달 26일 본사가 있는 항저우(杭州)에 창업

사관학교를 세우고 초대 학장을 맡기로 했

다. 마윈은 지난 1일 홍콩 창업가 양성을 위

해 10억 홍콩달러(약 1400억원)도 쾌척했다.

 중국판 TED로 불리는 유미왕(優米網)은

중국 창업 멘토 12인을 선정해 이들의 온라

인 강연(편당 20분)을 무료로 제공한다. 마

윈뿐 아니라 중국판 아마존인 JD닷컴의 류

창둥(劉强東) 창업주, 중국 ‘IT 대부’ 류촨

즈(柳傳志) 레노버 CEO 등이 연사로 나섰

다. 일반 TED 강의가 인문학 위주라면 중

국판 TED는 창업에 초점을 맞춘다. 유미

왕 CEO인 왕리펀(王利芬)은 예비 창업가를

떡잎부터 키워내는 창업 서바이벌 프로그

램 ‘잉짜이중궈(赢在中國·중국에서 승리하

라)’를 만들었다. 교실 속 창업이 아닌 살아

숨쉬는 창업 교육의 일환이다.

 왜 중국 정부와 민간은 창업 교육에 열심

일까.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

해서다.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지만 매년 노동시장에는 신규 대졸자 750

만 명이 쏟아진다. 이들에게 새로이 일자리

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창업이라

고 본 것이다.

 촹커들은 경제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

다. 중관춘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해 10월 기준 중관춘 내 기업의 연 매출은 2

조5700억 위안(약 440조원)이었다. 베이징

경제의 20%를 중관춘이 담당한다는 계산

이 나온다. 베이징 신보(晨報)는 “굴뚝 없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중심인 스타트업은 환경

오염 없이 경제를 이끄는 녹색 성장의 일등

공신”이라며 촹커를 높이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촹커 교육이 중국의 교육까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해 중

국교육보는 “촹커가 부드럽게 교육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혁신은 과거엔 서구의 전

유물이었지만 이젠 중국 촹커가 ‘혁신의 맛’

을 알게 됐다. 자유롭게 창업하고 실패했다

다시 일어서는 촹커들이 성적 지상주의였던

중국 교육 풍토마저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창업 교육의 특징은 ‘창업은 배움의

과정이니까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한

국에선 창업하다 망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어려운 구조지만 중국에서는 촹커의 실패

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고 초기 실패를 오히

려 장려하기도 한다. 대학생이 창업했다가

도산하면 학생과 관련자들이 모여 그간의

창업 활동을 평가하고 경우에 따라 부채 일

부 혹은 전액을 감면해주는 경우도 있다.

 쉬훙타이(許宏泰·35) 테크랙트(Techract)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칭화대 졸업 후

2003년 창업 실패를 맛본 뒤 두 번째 창업

에 성공한 ‘오뚝이 촹커’다. 구인구직 스타

트업에 실패하고 나서 온라인 영어 교육업

체를 다시 세워 재기에 성공했다. 쉬훙타이

는 “창업 아이템이 사업성이 있으면 베이

징의 경우 100만 위안(약 1억7500만원)까

지 지원받는다”며 “그래서 실패했어도 두

번째 창업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고 말

했다. 스타트업 피패드의 마타오(馬濤·40)

대표 역시 창업 재수생이다. 2006년 칭화

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하고 회

사를 차렸다가 실패한 뒤 재기를 위해 모

교의 X랩을 찾았다. 그는 “벤처 투자가 중

에는 실패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을 더 높이

사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촹커(創客)=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제조업자를 의미하는 신조어.

영어 ‘메이커(Maker)’의 중국식 번

역이다. 롱테일 이론을 창안한 크리스 앤더

슨의 저서 메이커스(2012)에서 유래했다.

제2, 제3의 저커버그 대학생 촹<創客·혁신 창업가>

커 80만명 키운다

지난해 10월 창업 인큐베이터 ‘칭화X랩’을 방문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왼쪽)가 첸잉이(錢潁一)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원장과 함께 창업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칭화X랩에서 창업 아이템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 칭화X랩]

중국 창업 교육도 뜨거워

베이징 중관춘의 ‘칭화대 X랩’

한해 200개 창업 프로젝트 진행

마윈, 창업사관학교 세워 학장으로

성장 둔화 중국, 촹커로 활력 찾기

“실패도 배움” 도산 땐 빚 탕감도

단위:%

단위:%

단위:위안

자료:마이커스(MyCos) 2014 취업보고청서

2011년 2012 2013

4.1%

대졸 3년후 창업 비율

2013년

대졸 창업자 3년후 월 평균 수입

※중국 대졸자 월 평균 2443위안(43만원)

창업위해 휴학할 수 있나

1.5

2.0

중국 대학졸업자 창업비율

1.6

2.0

2.3

2012

2013

(135만원)

(148만원)

7643

8424

자료:중국청년보 사회조사센터

희망한다 아니다 말하기 어렵다

40.1 30.5 29.4

109억 투자 받은 20대 ‘로봇 괴짜’ 지방 촹커 교육의 힘

로봇을 조립하고 있는 청년 촹커 쉬

츠헝(위). 원저우 실험중학을 졸업한

그가 설립한 센스타임의 안면 인식

시스템은 샤오미·삼성 등 다국적 정

보기술 기업들이 탐내는 기술이다.

왼쪽 사진은 제2의 쉬츠헝을 꿈꾸는

원저우 실험중학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열린 제1회 원저우 청소년 촹커

문화제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시연하는 장면. [사진 원저우일보]

중학교에 칠판 대신 3D 프린터

로봇과 프로그램 빠졌던 쉬츠헝

페북 앞서는 ‘얼굴 인식’ 기술 개발

특별취재팀 베이징=최형규·예영준 특파원, 서울=신경진·서유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