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생명을 키운다, 밭이 우리를 키운다_아름다운마을 58호(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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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흙 묻은 글쓰기, 삼일학림 하늘땅살이 날적이 밝은누리움터 학생들은 한 사람당 다섯 이랑 이상씩 밭농사를 지으며, 하늘땅살이를 배워갑니다. 지난해 거두고 간수해온 씨앗들을 서로 나누고, 각자 한 해 농사 계획을 세웁니다. 산에서 부엽토를 날라와 두둑에 덮어주고, 부산물과 똥오줌으로 거름을 만듭니다. 봄을 알리는 푸성귀들의 이름을 익혀 찬으로 참으로 밥상에 올립니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사는 이들은 그 생명력이 날로 커갈 것입니다. 학생들이 밭에 다녀올 때마다 적어온 기록들에서 씨앗을 심고 싹을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마을신문 [하늘땅살이] 지면에서는 밝은누리움터 학생들의 봄농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하늘땅살이 3월 둘째주부터 4월 셋째주까지 - 은진 - 성은 3월 13일 쇠날, 똥과 부산물 섞은 거름 음식부산물과 3년 묵은 똥, 낙엽을 섞어주었다. 묵은똥과 일하는 것은 친숙해졌는데 아직 부산물은 일할 때 힘들다. 쇠스랑으로 똥과 부산물 섞으며 오랜만에 몸을 쓰고나니 개운하다. 3월 15일 해날, 한해 농사 계획 농사 계획을 짰다. 종류를 많게 하지 않고 한 이랑에 한두 작물 정도 심기로 했다. 봄에는 고구마, 수수, 콩, 감자, 팥, 상추, 오이, 단호박과 동아까지 심기로 했다. 내가 이 많은 밭을 책임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성실히 농사지으면 좋겠다. 3월 17일 불날, 낯선 상추 친구와 서울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상추가 있었다. 상추가 새파랗고 또 아삭했는데, 낯설게 느껴졌다. 요근래 아삭한 것을 안 먹다가 먹으니 놀란 것이다. 홍천 밥상에서는 연둣빛 음식이 없고, 아삭한 것은 김치뿐인데, 이 시기에 새파란 것을 먹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것을 어색하게 느끼게 된 나도 어색하다. - 예진 하늘땅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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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밭생명을 키운다, 밭이 우리를 키운다_아름다운마을 58호(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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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묻은 글쓰기, 삼일학림 하늘땅살이 날적이

밝은누리움터 학생들은 한 사람당 다섯 이랑 이상씩 밭농사를 지으며, 하늘땅살이를 배워갑니다. 지난해

거두고 간수해온 씨앗들을 서로 나누고, 각자 한 해 농사 계획을 세웁니다.

산에서 부엽토를 날라와 두둑에 덮어주고, 부산물과 똥오줌으로 거름을 만듭니다.

봄을 알리는 푸성귀들의 이름을 익혀 찬으로 참으로 밥상에 올립니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사는 이들은 그 생명력이 날로 커갈 것입니다.

학생들이 밭에 다녀올 때마다 적어온 기록들에서

씨앗을 심고 싹을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마을신문 [하늘땅살이] 지면에서는 밝은누리움터 학생들의 봄농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하늘땅살이 3월 둘째주부터 4월 셋째주까지

- 은진

- 성은

3월 13일 쇠날, 똥과 부산물 섞은 거름음식부산물과 3년 묵은 똥, 낙엽을 섞어주었다.

묵은똥과 일하는 것은 친숙해졌는데 아직 부산물은 일할 때 힘들다.

쇠스랑으로 똥과 부산물 섞으며 오랜만에 몸을 쓰고나니 개운하다.

3월 15일 해날, 한해 농사 계획농사 계획을 짰다. 종류를 많게 하지 않고 한 이랑에 한두 작물 정도 심기로 했다.

봄에는 고구마, 수수, 콩, 감자, 팥, 상추, 오이, 단호박과 동아까지 심기로 했다.

내가 이 많은 밭을 책임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성실히 농사지으면 좋겠다.

3월 17일 불날, 낯선 상추친구와 서울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상추가 있었다.

상추가 새파랗고 또 아삭했는데, 낯설게 느껴졌다. 요근래 아삭한 것을 안 먹다가 먹으니 놀란 것이다.

홍천 밥상에서는 연둣빛 음식이 없고, 아삭한 것은 김치뿐인데,

이 시기에 새파란 것을 먹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것을 어색하게 느끼게 된 나도 어색하다.

- 예진

하늘땅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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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은

- 예진

3월 20일 쇠날, 처음 심는 작물들올해는 감자, 고구마, 메주콩, 조, 수수, 토마토(종, 얼룩)를 심으려고 한다.

처음으로 다섯 이랑씩 농사를 짓고, 심어보려는 작물들이 다 처음 심는 작물들이라 걱정이 되지만

그만큼 많은 걸 배우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3월 20일 쇠날, 농사 선배에게 배우다하늘땅살이 계획을 나누었다. 나는 여러 작물을 함께 농사짓고 단호박 고구마 메주콩을 혼자 심기로 했다.

계획들을 나누면서, 작년 반성되는 부분을 나눴다. 동생들은 경험이 많고, 능숙한데도

작년에 이런 점이 어려웠다, 쉽지 않다, 더 잘해야겠다고 했다.

내게는 선배들이 농사에 대해 자만하지 않는 모습을 본 것이라, 절로 정신이 차려졌다.

3월 20일 쇠날, 장 담그기지난 번에 만들었던 소금물에 메주, 고추, 숯, 대추 넣어 장 만들었다.

얼마 전까지 하늘에 미세먼지가 가득했지만 어제 온 비 덕분에 깨끗한 공기 속에서 장 담글 수 있었다.

맛있는 장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3월 21일 흙날, 슬슬 밝은 시간이 많아진다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이다.

겨울엔 저녁밥상 시간만 돼도 어두워져 다닐 때 불편했는데 이제 슬슬 밝은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

3월 25일 물날, 싹 틔운 마늘밀, 마늘 덮개 걷어주었다. 밀은 멀리서 싹을 몇 번 보았는데 마늘밭에는 싹 난 것을 처음 보았다.

관심 가져주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생명력을 가지고 싹을 틔운 마늘이 대견했다.

마늘싹 말고 다른 풀들도 밭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제 김매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덮개로 썼던 풀은 작두로 잘라서 오줌과 풀거름 만들어주었다.

3월 25일 물날, 씨앗 나눔씨 나눔을 했다. 작년에 수확한 감자들을 올해 심으려고 전부 씨로 남겨두었는데 잘 되지 않아

씨감자는 다른 사람에게 받아야 했다. 올해 씨감자를 잘 남기고 싶다.

완두콩 씨앗은 아직까지 잘 보관되어 있어 씨 나눔을 했다. 나는 땅콩, 조, 수수 따위 씨를 받았다.

모두가 풍년이 되면 좋겠다.

- 어진

- 은진

- 예진

- 진혁

하늘땅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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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쇠날, 죽었나보다 싶을 때 그제야 싹이쑥이 고개를 내밀었다. 게다가 오늘 저녁은 냉이된장국이었다. 이제 정말 봄인가보다.

고구마를 심었다. 스티로폼상자를 구해서 흙을 푸고 낙엽을 덮어주었다.

죽었나보다 싶을 때 그제서야 싹이 올라온다던데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싹이 잘 나면 좋겠다. - 어진

3월 28일 흙날, 수수 뿌리 뽑고 밭 다듬기감자밭을 다듬었다. 그런데 지난해 장옥수수 밭이었어서 땅에 뿌리가 30~40개 정도 박혀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보니 뽑은 뿌리로 산을 이루었다. 하필 왜 이 밭을 주셨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 뽑고 감자한테 그렇게 좋다는 재를 주고 엎은 다음에 고무래로 밭을 다듬었다.

밭이 삐뚤어서 일자로 만드는 데 애먹었다. 앞으로 남은 밭들이 걱정된다. - 어진

3월 30일 달날, 속잎 접혀 올라오는 마늘싹마늘싹이 재밌는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겉껍질을 뚫고 속잎이 반으로 접힌 채로 올라오는 것 같다.

오전에 씨고구마를 묻었다. 두 개는 작년에 고구마 수확하다가 선물로 받은 것들,

두 개는 내가 작년에 밭에서 캔 애들, 하나는 선생님한테 받은 애, 총 다섯 개를 심었다.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의 구별은 이미 없다. 뭐든 맛있다. - 상원

3월 30일 달날, 잘해보자 고추야밭벼와 고추씨 받고 필요한 이야기 물어보고 공부하는 시간 보냈다.

이번 해 농사는 ‘고추’에 웃거나 울 것 같다. 씨도 받고, 이야기 듣고 하니까 좋은 예감이 든다.

잘 해보자, 고추야. - 해민

4월 2일 나무날, 씨감자 자르기씨감자를 받고 골라서 소독했다.

감자 눈 2~3개 정도 들어가게 감자를 자르면 되는데 말로만 쉽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끙끙대면서 잘랐는데 싹이 잘 나주면 좋겠다.

감자밭 정리를 마저 했는데 고랑 정리랑 돌, 수수뿌리·대 정리를 했다.

이제 감자만 심으면 된다. 빨리빨리 심고 싶다. 고구마는 감감무소식. 콩나물 하나만 삐죽 났다.

- 어진

4월 2일 나무날, 감자밭 정리감자 밭을 정리했다. 내 밭은 작년에 수수를 심었던지 수수뿌리들을 뽑아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땀 흘리며 노동하니 개운했다. 요즘 풀들이 하나하나씩 싹 틔우고 있다.

정말 봄이 왔다는 것을 느끼는 하루였다. - 진혁

4월 2일 나무날, 온 맘 다해 고추 심다고추를 심었다. 정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온 맘 다해 심었다. 기운이 좋다.

마침 비도 온다. 기분도 좋다. - 해민

하늘땅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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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나무날, 비 오기 전 웃거름 주기많은 일을 했다. 오후에 비가 올 것이어서, 웃거름을 주면 좋다고 하셨다.

희석한 오줌거름을 마늘밭에 주었다. 그리고 씨고구마를 심었다.

부엽토를 퍼 와서 스티로폼상자에 넣고 고구마를 묻었다.

그 상자를 내 책상 옆에 두니 책 읽고 있는데 숲 냄새가 난다. - 은진

4월 3일 쇠날, 비가 많이 와서저녁밥으로 쑥된장국이 나왔다. 벌써 쑥 뜯을 시기가 왔다.

어젯밤에 비가 많이 왔다. 오랜만에 와서 아마 밭과 밭에 있는 작물들이 좋아했을 것 같다.

소독한 감자를 바깥에 보관해서 혹시 비에 맞아 젖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안 맞아서 다행이다. - 진혁

4월 3일 쇠날, 고구마에게 말 걸기저녁 먹고 어둑어둑한데 산에 가서 부엽토를 해오고 흙도 퍼왔다. 산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스티로폼상자에 흙을 담고 고구마를 넣고 잘 덮어주었다. 부엽토도 덮어줬다.

고구마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튼튼하고 좋은 순이 잘 나면 좋겠다. - 성은

4월 3일 쇠날 성은이가 밖에서 궁시렁거리길래 뭔가 했더니 고구마에게 말 걸고 있었다.

난, 고추에게 말 걸어야지. - 해민

4월 4일 흙날, 함께 일하는 이들 덕에 끝까지고구마 심을 밭을 정리했다! 부엽토를 산에서 한 포대 가득 해왔다.

밭에 있는 풀들을 정리하고 고랑에 있던 흙을 이랑에 더 퍼올렸다.

함께 일하고 있던 사람들 덕에 끈기가 생겨 끝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부엽토도 한가득 부어주니 뿌듯했다. 사람들이 왜 벌써부터 고구마밭을 정리하냐고 물어봤다.

이르긴 하지만 지난해 내가 수확한 고구마로 씨고구마를 남겨서 내 고구마에게 더 잘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고구마를 너무 너무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작년 고구마농사는 정말 잘 됐는데 올해도 고구마가 풍년이면 좋겠다. - 성은

하늘땅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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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흙날, 왜 땅을 뒤집지 않는지밭에 부엽토를 주기 위해 일찍 산에 올랐다. 화단과 호박밭에 부엽토를 주었다.

호박밭을 정리하려는데, 먹을 풀들이 너무 많아서 나물을 했다.

이러니 밭에 나가면 일이 많아지고 시간이 잘 간다 하는구나.

고구마밭에도 부엽토를 뿌렸다. 고구마밭을 정리하다가 밭 흙을 짚어 누르며 일어났는데,

흙이 생각했던 것보다 딱딱하지 않고 푹푹 들어갔다.

그리고 밭을 정리하려고 호미를 댈 때마다 벌레가 놀라서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그 두 가지를 느끼며 왜 땅을 뒤집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땅에 생명들을 그 자체로 지켜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렁이나 벌레가 놀라서 떠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정리해주었다. - 은진

4월 6일 달날, 호미 한 자루 간격으로감자를 심었다. 호미 한 자루 간격으로 구덩이 개수를 세보니 48구덩이가 나왔다.

씨감자로 받아놓은 것은 40개라서 간격을 넉넉히 해서 심었다.

강낭콩이랑 섞어짓기를 해볼까 했지만 감자를 더 많이 먹고 싶은 마음에 감자만 심기로 했다.

고구마싹은 안 나왔고 감자싹은 2주면 나지 않을까 싶다. - 어진

4월 6일 달날, 도토리 몰래 감자 심기감자를 심었다.

심고 있는데 옆에서 도토리(고양이)가 자꾸 돌아다녔다.

혹시나 감자를 물어갈까 싶어서 얼른 심었다. - 상원

4월 8일 물날, 자줏빛 도는 게 곱상하게고구마 싹이 났다. 아마 심기 전부터 싹이 올라와 있던 고구마에서 난 것 같다.

자줏빛 도는 게 곱상하게 생겼다. - 주은

4월 8일 물날, 봄나물 뜯기밭에 있는 봄나물들을 뜯었다. 밭에 있던 수많은 풀들이 알고 보니 거의 다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이었다!

점나도, 뽀리뱅이, 벼룩나물, 벼룩이자리 등등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직도 헷갈리지만 잘 기억해두면 좋은 데 쓰일 것 같다. - 성은

4월 8일 물날, 푸성귀 익히기밭에 자라는 푸성귀들 좀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다 똑같이 생긴 것 같고, 풀과 이름이 연결되지 않아서 오늘 안에 한두 가지라도 익힐 수 있을까

했는데, 계속 물어보고, 보고 하니까 한 두세 개 종류는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었다.

저번에 만들어놨던 오줌풀거름 뒤집어서 오줌 더 부었다. 나무재랑 오줌 섞어서 또 거름 만들었다. - 해민

하늘땅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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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물날, 도룡뇽과 개구리 알나무를 태우고 남은 재와 오줌을 섞어 거름을 만들었다.

재와 오줌을 섞는 것은 처음이라 재미있었다.

재를 푸러 한울 보일러실로 갔는데 근처에 도룡뇽과 개구리 알이 수두룩 빽빽 있었다.

개구리 알들이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이 징그러울 정도로 정말 많았다.

이 개구리 알들이 전부 개구리가 된다면 밤새 울어대서 잠을 못잘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이 개구리 알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 - 진혁

4월 9일 나무날, 내가 있던 자리 다시 덮어주기완두콩밭을 덮을 부엽토를 산에서 퍼 왔다.

산에서 부엽토를 하다보면 내가 있던 자리가 멧돼지라도 지나간 듯이 난장판이 되어 있다.

아무래도 좀 아니다 싶어서 다시 낙엽으로 잘 덮어주었다. 완두콩 밭은 감자밭보다 흙이 거칠다.

겉으로 드러난 말라붙은 흙을 손으로 일일이 부수다가 너무 지쳐서

완두는 그냥 다음에 심기로 했다. - 상원

4월 9일 나무날, 산비탈에 쪽 뿌리기사랑채 학림 여생활관 남쪽으로 조금, 뒷산 비탈에 조금,

다섯칸 방과 뒷간 사이 산비탈에 나눠서 쪽을 뿌렸다.

굳이 비탈에다 뿌린 것은, 쪽의 뿌리가 흙이 쓸려가는 걸 막아주기도 하고,

심을 땅도 마땅치 않아서이다.

꼭 심은 자리 탓만 할 순 없지만 지난해 기억에, 밭에 반듯하게 심은 쪽들은 영 비실비실했는데,

집 주변 비탈에 뿌리신 선생님 쪽은 기세등등하게 자랐다. - 주은

4월 9일 나무날, 다 자랐을 때를 그리며완두콩과 아욱을 심었다.

씨를 심을 때는 다 자랐을 때 모양이 어떨지를 머릿속으로 그려 간격을 정해야 한다.

완두콩은 한 뼘, 아욱은 호미길이 만큼 간격을 주었다.

완두콩은 점뿌림(한구덩이에 2알씩), 아욱은 줄뿌림을 해주었다.

흙색이 아욱씨 색과 비슷해서 고르게 잘 뿌렸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 은진

4월 10일 쇠날, 연대도 옥수수연대도옥수수 씨를 받아 심었다. 연대도에서 오랫동안 심어온 옥수수여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대충 30알 정도의 씨앗을 받고 밭으로 뛰어갔다. 한 구덩이의 씨앗 2개씩 넣었다.

호미 한 자루의 길이보다 조금 짧은 간격으로 심었다. 어제 열심히 해온 부엽토 때문에

땅 상태가 정말 좋아서 심을 때 힘이 들지 않고 기분 좋게 심을 수 있었다.

심다가 씨앗이 모자라서 20알 정도의 씨앗을 더 받았다.

지금까지 옥수수를 두 번 심었는데 싹을 틔우지 못했다.

올해에는 옥수수가 싹을 잘 틔울 수 있게 열심히 하늘땅살이를 해야겠다. - 진혁

하늘땅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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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쇠날, 작물을 지켜주는 풀도 있다니해바라기를 심었다. 어렸을 때부터 해바라기를 무척 좋아했는

데 싹이 잘 나서 잘 자라주면 좋겠다. 농생활시간에 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에 대해서 배웠다. 뽑아야 하는 풀과 안 뽑아야 하

는 풀을 알게 되었다. 작물을 지켜주는 풀도 있다는 게 놀랍고 신

기했다. - 어진

4월 10일 쇠날, 풀과 작물 함께 기르기밭을 다니면서 풀 이름과 모양을 (그리고 요리법도) 익혔다. 앞

으로는 김매기 할 때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어느 정도 살려두고 작

물과 함께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는 저절로 난 고들빼기를

그렇게 작물과 함께 길렀는데, 작물보다 고들빼기가 밭주인처럼

되어서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 상원

4월 10일 쇠날, 생각보다 많은 밭생명나물 공부를 했다. 평소 좋아하던 샐러드에 들어가는 벼룩나물

과 벼룩이자리를 확실하게 알고,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밭에 생

각보다 많은 생명들이 있었다. 헷갈리던 풀들도 확실히 알았고,

모르던 나물들도 알게 되었다. 오줌과 재를 섞어서 거름도 만들

었다. 오줌거름 만드는데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오줌을 재와 섞

어주니 더욱 좋은 거름이 될 것 같다. - 예진

4월 10일 쇠날, 봄내음 한가득밭두렁에 뭉덩뭉덩 모여 있는 쑥 뜯고, 길섶을 기웃거리며 벼

룩나물, 민들레, 별꽃, 꽃다지를 뜯어 봄내음 가득한 빵을 구웠

다. 내일 아침으로 나눠먹을 것이다. - 주은

하늘땅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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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흙날, 몸집이 클수록 빛깔도 더욱고구마 싹이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

몸집이 크면 클수록 자줏빛도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다.

사랑채에 놀러오는 사람마다,

고구마 싹을 보여주며 흐뭇해하곤 한다. - 주은

4월 11일 흙날, 나물 샐러드어제 캤던 나물을 가지고 밥상 실습을 했다.

달맞이뿌리를 잘게 잘라 다듬어 점나도나물과 벼룩나물,

벼룩이자리와 섞고, 초고추장을 얹는 샐러드를 만들었다.

내가 손이 느리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밥을 먹을 때, 내가 캔 풀이 섞여 있을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 은진

4월 14일 불날, 인내심 키우기조금 오랫동안 집에 다녀왔다.

집에 가기 전에 고구마 싹으로 추정되는 싹이 움트려는 것을

보고 집에 다녀오면 싹이 틔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고구마 싹이 아니라 정체모를 풀이었다.

실망을 많이 했다.

그래도 작년에 고구마를 심었을 때는

3주 지나고 싹을 틔웠다.

이제 한 주 지났으니 조금 더

차분하게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자, 옥수수도 아직 싹을 틔우지 않았다.

하늘땅살이를 하며 인내심을 키워가는 것 같다. - 진혁

4월 11일 흙날, 완두콩 세 알씩 심기

오후에 완두콩을 심었다.

호미 한 자루 반 간격으로,

두 줄로 엇갈려서,

한 구덩이에 세 알씩 심었다.

비가 오면 좋겠다. - 상원

하늘땅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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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흙날, 골 내어 상추 씨앗 심고점심 먹고 나른한 시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쑥을 뜯었다. 이렇게 쑥을 뜯고 있으면 포근한 볕이 쑥 뜯느라

움츠린 몸을 감싸준다. 저녁 먹기 전에 틈 내서 밭에 갔다. 마늘밭 사이사이에 손가락 끝으로 살짝 골을 내어

지난해 받은 상추 씨를 뿌렸다. 같은 선비잡이콩을 심으시는 선생님과 얘기 나누다, 심는 시기를 놓치지 않았

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지난해에 처음 터전에서 심고, 씨 받은 것이었는데, 몇 개 안 되는 콩이기에 더 잘 키우

고 싶은 마음이다. 작물을 잘 키우려면, 씨앗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주은

4월 15일 물날, 밭에 가는 일바빠지다 보면 밭에 가는 일이 미뤄진다. 그래서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잠

깐 밭에 들렀다. 예쁜 새도 만나고, 바람도 쐬고, 좋았다. - 해민

4월 15일 물날, 올해 내가 만난 첫 싹고구마 싹이 났다. 나보다 늦게 심었던 사람들도 났는데 왜 나는 싹이 안나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올해 내가 만난 첫 번째 싹

(?)이다. 다른 작물들도 부지런히 심어야 되겠다. - 예진

4월 16일 나무날, 기다림이번 주 내내 싹을 기다리고 있다. 마침 여러 번 비가 와서 참 좋긴 한데 싹이 보이지

는 않는다. - 상원

4월 16일 나무날, 비가 온다옥수수랑 밭벼 밭 준비 좀 하려 하는데 비가 온다. 왜 하필 비가 오냐, 하늘 탓 하다

가 아, 벌써 1년이 지났구나 하고 같이 슬퍼했다. 세상이 깨끗하게 씻겼으면 좋겠

다. - 해민

4월 16일 나무날, 콩가루 묻힌 쑥된장국다친 발목 땜에 미루어졌던 밥상 실습을 했다. 오전에 쑥을 부지런히 뜯어 콩가루 들어간 쑥된

장국을 했다. - 주은

4월 17일 쇠날, 나물 채취해 전 부쳐 먹다곳곳에 피어있는 진달래, 꽃다지, 제비꽃도 씻어서 화전을 부쳐 먹기로 했다. 밭에서 방금 채취한 나물들

로 요리하니 봄기운이 가득 느껴진다. 쑥전과 점나도나물, 벼룩나물, 벼룩이자리, 꽃다지 등 여러 나물이

들어간 모둠전도 부쳤다. 오순도순 모여서 오랜만에 참을 만들어 먹으니 즐거웠다. - 예진

4월 17일 쇠날, 고구마만 기다림햇볕이 쨍쨍해서 고구마를 밖에 내놓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싹이 6개가 된 걸 발견했다! 흙

을 뚫고 나온 고구마 싹이 정말 대견스러웠다. - 성은

하늘땅살이

Page 10: 밭생명을 키운다, 밭이 우리를 키운다_아름다운마을 58호(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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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흙날, 새콤한 수영드디어 고구마 싹이 났다! 정말 조금 올라

왔는데, 워낙 기다리면서 살폈던 터라 나

자마자 발견했다. 내가 심어본 것 중에 처

음으로 난 싹이다. 보고 또 봐도 또 보고

싶어서 계속 들춰보고 있다. 점심때 샐러

드가 나왔는데, 주은이가 수영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잎인데도 과일처럼 새콤하고

맛이 깔끔했다. -은진

4월 19일 해날, 붉은빛 도는 쪽 싹다섯칸방 뒤꼍에 심은 쪽 싹이 군데군데 났

다. 지난해 이맘때 본 붉은 빛 도는 쪽 싹과 꼭

닮았다. 다른 곳도 확인해보았는데, 다른 곳

에는 아직 소식이 없다.

4월 19일 해날 열매남새 심기아침 일찍 밭으로 갔다. 산에 구루마 끌고 가

서 한가득 부엽토 해오고 어제 다듬었던 땅콩

밭과 단호박, 토마토, 사과참외, 밭벼밭에도

부엽토 깔아주었다. 단호박, 얼룩토마토 심었

다. 오후에 비까지 왔으니 잘 자라겠지?

4월 19일 해날, 맛있는 쑥전, 쑥떡, 쑥버무리내일 옥수수 씨 넣을 밭 준비를 했다. 비가 좀 왔지만

그냥 했다. 저녁으론 잔치국수랑 주먹밥 먹고 사랑채

에서 쑥전, 쑥떡, 화전, 쑥버무리 해먹었다. 맛있었다.

봄이 주신 선물에 감사했다. - 해민

상원, 주은, 해민, 진혁, 예진, 성은, 어진, 은진 | 홍천 밝은누리움터에서 하늘, 땅과 소통하는 것을 배워가고 있는 삼일학림 학생들입니다.

그림 길서영 | 밝은누리움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삼일학림 학생으로 함께 생활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하늘땅살이

밝은누리움터는 농촌과 도시에서 생명평화를 구현하는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먹고 입고 살고 즐기는 일상

생활 속에서 서로 살리는 삶을 만들어가는 농도상생(農都相生) 마을공동체 운동을 토대로 세운 배움터입니

다. (신입생, 편입생 상시 모집)

밝은누리움터의 중등교육 과정인 생동중학교에서는 배우고 익히는 이들이 지닌 생동하는 힘을 발견하도록

돕습니다. 곡식을 기르고 먹고 입고 즐기는 삶의 자세를 몸으로 익히고, 다른 생명들과 더불어 사는 능력, 더

깊은 배움을 위한 기본 학습 능력을 기릅니다.

삼일학림은 청소년 청년 성인이 함께하는 배움터입니다. 학년 구분 없이 과목선택 학점제로 운영합니다. 하

늘땅살이(농사), 집짓기(건축), 만들기(생활기술), 얼밝히기(철학,종교,역사), 살림(수신,양생), 고운울림(살림예

술) 등이 필수과목입니다. 다른 나라말글, 수학, 과학, 사회, 경제 등은 선택과목입니다. 배우고 싶은 과목 개

설을 요청하거나, 배우는 이가 스스로 기획하고 익힌 후 학점을 부여받기도 합니다.

밝은누리움터: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검산리 806-12

생동중학교: 033-433-9290, 010-3215-4586 삼일학림: 033-433-4321, 010-6404-7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