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v연예오락 발전방안 연구 - kocca · web view2010/04/30  · 아뭏튼 언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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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TV연예오락 발전방안 연구

연구보고94-06

한국 TV연예오락 발전방안 연구

-개방과 다원화의 시대에 대비하여-

1994. 12

한국방송개발원

KOREAN BROCASTUNG INSTITUTE

연예오락분과

김 규 : 한국방송프로그램 발전위원회 위원장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분과위원>

김갱태 : 한국 방송프로그램 발전위원회

연예오락분과 위원장

한균태 :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웅래 : 한국방송국사 TV 부주간

지석원 : 문화방송 TV제작국 부국장

전규찬 : 한국방송개발원 선임연구원

최현묵 : 한국방송개발원 연구원

송준영 : 한국방송개발원 연구원

인 사 말

방송의 공익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시기입니다. 최근 들어 발생하는 사회범죄현상을 보면서 우리의 방송은 자시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근래에 들어 우리 방송은 일련의 사건발생시 범죄 장면의 재구성 및 범죄재연 장면을 반복 방송하는 등 선정적 경향을 보여왔고 이것이 공익을 지켜야 할 방송의 바른 자세인가 하는데 대한 많은 지적이 있어 왔으며 이것을 계기로 우리 방송이 ‘공익이란 무엇인가’하는 문제를 되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다른 한편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계의 방송환경은 무한 경재체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신매체 기술의 발달과 이를 기초로 한 초국가적매체 기업의 세계 시장지배에 따라 방송 시장에 있어서 국경 개념은 사라지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의 방송도 세계 시장 속에서의 경쟁력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방송의 경쟁력은 프로그램의 경쟁력에서 비롯되며 포괄적인 방송구조개편과 함께 장르별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 및 내용의 발전방안 마련이 경재력강화의 실천 과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방송은 프로그램으로 말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방송의 공익성 강화와 경쟁력 확보도 프로그램으로 가시화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한국방송개발원에서는 창립 5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방송프로그램 발전위원회”를 발족하여 4개 텔레비전프로그램 장르와 라디오메체의 공익성 강화와 경쟁력 황보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는 지난 5일간의 방송정책연구와 함께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발전방안 모색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방송개발원의 연구방향이라고 생각하며 보다 많은 노력을 방송개발원차원에서 기울이고자 합니다.

아울러 무더운 여름동안 ‘방송프로그램 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력적으로 활동해주신 김규위원장, 그리고 각 분과를 맡아 실질적으로 보고서를 완성하신 최동호(보도), 민용기(드라마), 안국정(교양,문화), 김경태(연예,오락), 김광옥(라디오) 분과위원장님과 이 보고서를 내기 위해 참여해주신 방송현업과 학계의 위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방송개발원 원장

엄 호 현

머 리 말

방송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생활에 일어난 급격한 변화의 원동력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방송이 미친 여러가지 사회적 영향과는 달리 방송 자체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기술수준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파를 통해서 송신자가 수신자에게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는 변화가 없었으며 메시지의 내용도 인쇄매체와 영화의 내용을 가공해서 전파에 실어보내는 방송 초창기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더 자세히 말한다면 전체적으로 매체의 특성에 알맞은 프로그램 내용이나 형식이 아직도 실험단계에 있으며 방송사 설립목적에 부응하는 편성의 전문화나 차별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단일편성 위주의 케이블 텔레비전이 실시되고 멀티미디어 시대가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공중파 방송편성의 앞날을 심도있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시대에 나타난 문명의 산물중에서 50년이상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남아있는 것은 공중파방송 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의 기존 방송환경은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되고 따라서 우리 방송상황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우선 기술면에서 방송이 아나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으면 컴퓨터, 전화와의 결합은 송수신수단과 내용에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인공위성을 통한 전송방식의 개발은 방송의 세계화 현상을 초래하였고 하이비전은 재래의 텔레비전 화면을 다섯배 이상 선명하게 만들고 있으며 컴퓨터와의 결합은 수신자와 송신자와의 역할교환이 가능한 상호교환 텔레비전의 탄생 등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변화에 따라 방송매체는 제도적, 구조적 편성적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상업화, 민영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전문채널화, 그리고 지역화와 함께 이루어지는 세계화, 프로그램내용의 다양성과 질 제고성 현상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며 이른바 정보고속도로나 멀티미디어가 본격화되면 또 다른 변화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주로 총론적으로 방송 제도나 구조 개편에 관한 연구에 치중한 나머지 방송매체의 생산물인 프로그램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기하고 수용자의 욕구와 필요를 최대한 충족시킨다는 중요한 과제를 소홀히 한 셈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지금 다매체 영상시대에 접어들면서 영상물 절대부족현상과 질적수준 이라는 심각한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영화는 국산비율이 20%에 못미치고 비디오는 15%선에, 게임소프트는 전무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며 곧 개국할 종합유선방송도 일부 프로그램은 50%까지 외국 프로그램을 방영토록 허용하고 있다. 외국 영상의존도가 이렇게 높다는 사실은 재정적 측면은 차치하고서라도 국가적 정체성을 생각할 때 우려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 방송프로그램에는 서구의 고급문화나 통속(kiche)문화도 없고 헐리우드 같은 문화산업도 없고, 일본의 활극이나 중국의 경극 같은 독특한 문화장르도 없다. 단적으로 말해 우리를 대표할 만한 방송프로그램이 탄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환경에 대응한다는 목적으로 방송프로그램 발전위원회는 출발하였다. 구성은 방송제작자, 방송학자, 그리고 한국방송개발원 연구원들으로 이루어졌고, 분과는 텔레비전의 보도, 드라마, 교양문화, 연예오락, 라디오의 다섯분야로 구성하였다. 연구방법은 현장관찰, 문헌조사, 내용분석, 설문조사, 토론 및 세미나 등 가능한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였다. 기본적인 태도를 전향적, 발전적으로 갖도록 노력했으며, 모든 논의는 자유와 공개성, 그리고 효율성의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하였다.

텔레비전은 오락성이 아주 강한 매체이다. 강한 오락성 때문에 불과 30년만에 1000만대 이상의 TV보급률을 이룩한 것이다. 인간은 웃음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며 웃음은 즐거움과 직결되며 즐거움은 행복과 직결된다. 텔레비전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값싸고 손쉽게 제공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 메체가 지닌 오락성 기능은 본질적으로 긍정적인 것이며 장려햐야 할 요소이다. 다만 내용과 전달방식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저질성, 저속성, 천박성, 감각성, 모방성 같은 것인데 우리는 이 문제가 담화의 주체에 따라 접근방식과 분석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보았다. 좋아하고 즐기면서 한편 죄책감을 느끼는 텔레비전 오락에 대한 애증심리는 우리 전부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한편, 미국적 조크나 개그, 영국의 silly film, 일본의 만담같이 그 나라 고유의 해악과 풍자를 살리는 오락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하는 필요성도 절감하였다. 이 부문은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본 TV연예오락분과에는 김경태위원(코미디 방송 전문인)이 분과장을 맡았으며, 방송현업에서 지석원 MBC TV제작국 부국장과 김웅래 KBS TV부주간이 참여하였다. 또한 학계를 대표하여 한균태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그리고 방송개발원에서는 전규찬 프로그램연구실 선임연구원이 참여하였다.

덧붙여서 방송프로그램 발전위원회를 기획하여 운영하게 해준 방송개발원 엄호현 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분과위원들과 이들의 일을 도와준 연구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노력은 방송이 존재하는 한 계속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면서 이번 연구는 그 서막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다. 끝으로 본 연구의 결론으로 도출된 내용은 어디까지나 방송프로그램의 질향상과 방송문화 발전을 위한 편성제작상의 제안이나 권고임을 밝혀둔다.

방송프로그램발전위원회

위 원 장 김 규

목 차

1-개방과 다원화의 시대에 대비하여-

3인 사 말

5머 리 말

13표 목 차

14그 림 목 차

16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182. 연구범위 및 연구방법

21I. 개념 정리 및 감정구조 분석

211. 감정구조 분석

221) 신문매체

272) 모니터 단체

293) 방송사 경영진

314) 현장 제작자

345) 요 약

352. 개념정리

351) 오락(entertainment)의 본질과 특징

382) 현대 TV오락의 특성과 의의

403) 변화하는 시대의 바람직한 TV 연예오락프로그램

40(1) 개방화, 국제화시대의 TV연예오락

42(2) 다매체, 다채널시대의 TV연예오락

43(3) 다원화시대의 TV오락

44II. TV연예오락 프로그램 현황

441. 편성 현황

482. TV연예오락프로그램 시청률 경향

481) TV연예오락부문 전반의 시청률 경향

502) 부문내 쟝르별 시청률 경향

50(1) 코미디 프로그램

51(2) 퀴즈·게임쇼 프로그램

52(3) 음악쇼 프로그램

53(4) 심야토크쇼

54(5) 요약

543. 내용 및 형식상의 문제

551) 코미디

55(1) 억지웃음 유발과 폭력성의 문제

56(2) 허약한 주제의식과 소재제한의 문제

58(3) 새로운 형식 개발노력의 부족

592) 게임·퀴즈쇼

59(1) 제한된 프로그램 형식의 문제

59(2) 연예인 위주의 출연 문제

60(3) 프로그램중 간접광고의 문제

61(4) 외국 프로그램 모방·표절의 문제

623) 음악쇼

62(1) 천편 일률적 형식의 문제

63(2) 과도한 효과연출 및 립싱크(lib-sinc)의 문제

63(3) 출연 가수 및 음악장르의 편향성 문제

654) 심야토크쇼

65(1) 잡담위주의 내용

65(2) 제한된 출연진의 문제

66(4) 미숙한 MC 진행능력의 문제

68III. TV연예오락 프로그램 생산과정 분석

691. 제작 구조(Structure)상의 문제

691) 방송 전반적, 외부적인 환경

69(1) 미발달된 외부 요소시장의 문제

70(2) 프로그램 자체(in-house)제작 관행의 문제

71(3) 높은 방송사 외부로부터의 압력

722) 연예오락부문 제작환경

72(1) 미진한 방송사 투자의 문제 및 시청률 경쟁의 문제

75(2) 관료적, 비효과적인 관리구조의 문제

76(3) 열악한 제작과정 및 PD의 과부하 문제

782. 제작주체(AGENT)와 관련된 문제

781)제작자(PD)

78(1) PD 역할의 미분화

79(2) 전문 연예오락PD의 부족

84(3) PD집단내 세대차에 따른 문제

862) 연기자

86(1) 불안정한 신분보장의 문제

883) 작가

88(1) 작가 발굴 및 재교육의 기회 부족

89(2) 낮은 급료로 인한 생활의 불안정

91(3) 작가의 여성화, 저연령화

91(4) 작품에 대한 전문가 의식의 부족

934) 제작지원팀

945) 기타

94(1) 전문 사회자 부족 현상

95(2) 방청객의 십대화 및 방청객 동원의 문제

97IV. 결 론

971.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 노력 강화

971) 편성의 다양성 확보

97(1) 채널별 전문화된 편성전략 개발

98(2) 시간대별, 매체간 편성의 차별화 시도

992)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프로그램 개발

99(1) 코미디

101(2) 음악쇼

101(3) 게임.퀴즈쇼

102(4) 심야토크쇼

1033) 과거의 형식 및 소재의 재활용

1044) 가족을 위한 오락프로그램 개발

1042. 전문인력 개발 노력 확대

1041) 연예오락PD의 전문성 제고

1052) 작가, 연기자의 풀 확대 및 연기력 향상

1063) 연예오락 프로그램 전문 사회자의 확보

1073. 제작환경 및 구조적인 변화

1071) 연예.오락부문에 대한 방송사의 투자 확대

1082) 프로그램 내부 평가기능의 확대

1093) 연예오락프로그램의 제작원 확대

1104. 사회전반적 인식 변화

1101) 연예오락비평문화의 활성화

1112) 외부 통제.심의기준의 탄력적 운용

1123) TV오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제고

114-참 고 문 헌-

138방송프로그램발전위원회 연구위원 명단

표 목 차

<표 1> 부문별 프로그램 수준향상정도에 대한 시청자 평가········································

<표 2> 국내 TV의 부문별 편성비율················································································

<표 3> 채널별 연예오락 프로그램 편성현황···································································

<표 4> 부문별 단위 방송량에 따른 프로그램 분포·······················································

<표 5> 방송시기별 연예오락 프로그램 분포···································································

<표 6> 주요 외국 TV의 평균 오락 프로그램 비율·······················································

<표 7> 미국 TV프로그램 장르별 폭력경향····································································

<표 8> TV프로그램내 신체농담에 대한 시청자 반응····················································

<표 9> 코미디 프로그램 및 채널별 주제분포·································································

<표 10> 코미디 프로그램 및 채널별 소재분포 ·····························································

<표 11> 퀴즈게임쇼의 출연지 현황··················································································

<표 12> 가요쇼 프로그램 출연진 연령분포····································································

<표 13> 가요쇼 프로그램 출연진 음악분포····································································

<표 14> 심야 토크쇼 프로그램 출연자 현황··································································

<표 15> 93년도 SBS의 장르별 외주 프로그램 현황·····················································

<표 16> KBS의 장르별 제작비 비교(1991.1992) ························································

<표 17> MBC의 장르별 광고수입대비 직접제작비 비율···············································

<표 18> 보편적 문제해결 회로·························································································

<표 19> 작가의 방송외 활동여부 및 동기······································································

<표 20> MC의 적합성에 대한 시청자 평가기준·····························································

그 림 목 차

< 그림 1> 뉴스, 드라마와 연예오락 프로그램 시청경향 비교·····································

< 그림 2> 연예오락 프로그램 남녀 시청률 차이···························································

< 그림 3> 코미디 프로그램의 개인 시청률 경향···························································

< 그림 4> 퀴즈,게임쇼 프로그램의 시청경향·································································

< 그림 5> 음악쇼 프로그램의 시청경향··········································································

< 그림 6> 심야토크쇼 프로그램 시청경향······································································

< 그림 7> 좋은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

< 그림 8> 방송사별 내부의 문제점··················································································

< 그림 9> 표현의 자유제한 정도에 대한 연예오락 PD 응답·······································

< 그림 10> 무엇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가? ···························································

< 그림 11> 3사 연예오락 PD의 직업만족도···································································

< 그림 12> 방송인으로서의역할에 대한 연예오락PD 반응··········································

< 그림 13> 연예오락 담당 PD가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댓한 평가·······························

< 그림 14> 출신별 연예오락 PD가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한 평가치·······················

< 그림 15> 채널별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연예오락PD의 점수···························

< 그림 16> 프로그램 장르별 연예오락 PD 점수···························································

< 그림 17> 코미디 PD에 대한 작가 및 연기자 견해····················································

< 그림 18> 세대별 연예오락PD의 직업만족도·······························································

< 그림 19> 표현의 자유제한 요소에 대한 PD 집단내 세대별 차이···························

< 그림 20> 방송활동 중 문제에 대한 코미디 연기자 견해··········································

< 그림 21> 코미디 연기자 및 작가의 아이디어원·························································

< 그림 22> 코미디 작가의 방송활동에 대한 만족정도·················································

< 그림 23>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의 비중에 대한 인식·············································

< 그림 24> 모방에 대한 작가 및 연기자 견해······························································

< 그림 25> 제작지원부서에 대한 연예오락PD 평가·····················································

< 그림 26> 코미디 프로그램 발전방향에 대한 작가 연기자 견해·····························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최근들어 TV에 대해 정보매체 혹은 산업으로서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전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오락매체로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도 텔레비전이 쇼, 가요, 퀴즈, 코미디 등 연예오락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제공하므로써 일상생활에서 오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풀고 심신의 활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많은 연구에서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기분전환이나 휴식을 위한 것으로 밝혀진 바, 이는 주로 연예오락프로그램들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텔레비전 연예오락물은 매일의 생활에서 유발될 수 있는 심리적 고통이나 압박감으로부터 일시적 해방을 가져다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까지도 향상시킬 가능성을 갖는다. 실제로 오락적 요소는 텔레비젼의 정보적, 교육적 요소가 기능을 발휘케 하는 전제조건 혹은 토대로서, 다른 여가행위와 비교해 보상, 노력지수나 이익 또는 경비 비율면에서 비교적좋은 조건을 지닌다(김기태, 1993).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일반 대중이 실게 접근할 수 있는 여가시설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여가소비 그 자체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시각이 형성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보면 가정내 텔레비전이 담당하고 있는 오락 기능은 결코 무시될 수 없다(강준만, 1993).

이에 따라 학자가 시청자단체, 그리고 일반 시청자들이 연예오락프로그램들에 대해 쏟는 관심은 다른 장르에 비해 훨씬 각별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높은 선호도를 반영하듯, 연예오락물 대부분이 주중 혹은 주말 주시청시간대(prime time)에 편성되고 있다. 독특한 풍자와 해학을 통해 시청자의 갈증을 자연스럽게 적셔줄 위력을 지닌 코미디를 비롯하여 음악쇼, 퀴즈.게임쇼 등의 연예오락물은 저녁 6-7시를 전후한 황금시간대에 대부분 집중적으로 편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뉴스나 드라마 등 다른 프로그램 부문에 비해 연예오락프로그램의 표현방식이나 내용의 '저질성'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도 일간지의 매체란에는 코미디를 포함한 이들 프로그램의 '저급성', '퇴폐성', '폭력성' 등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1993년에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더라도, 일반 시청자들은 보도나 드라마, 교양.다큐맨터리부문과 달리 쇼나 코미디장르의 프로그램 수준 향상 정도가 가

장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표1 부문별 프로그램수준 향상 정도에 대한 시청자 평가>

뉴스보도

(%)

쇼코미디

(%)

연속극

(%)

교양교육

(%)

스포츠

(%)

좌담

(%)

1.아주 좋아졌다

9.5

6.2

7.2

7.8

6.8

7.5

2.좋아진 편이다

75.4

44.6

53.0

55.1

46.1

47.8

3.그저그렇다

14.0

31.1

32.1

30.0

38.3

36.3

4.나빠진 편이다

0.4

14.2

5.2

2.8

2.5

3.2

5.아주 나빠졌다

1.8

0.2

0.1

0.1

0.1

6.무응답

0.8

2.0

2.2

4.1

6.2

5.3

전 체

100.0

100.0

100.0

100.0

100.0

100.0

평균평점

2.05

2.60

2.37

2.29

2.39

2.37

자료원 :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방송에 관한 평가 및 의견조사. 1993.5,44쪽

위 표에서 보듯이 오히려 '나빠진 편이다' 또는 '아주 나빠졌다'라고 보는 견해가 타 부문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말해 이들 프로그램은 '방송의 사생아' 혹은 '문제아'로 비난받고 거부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상황이다.

물론 TV는 포괄적 의미에서 한 사회의 총체적인 문화와 의식을 반영하는 일종의 거울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TV프로그램은 사회 구성원대부분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기호나 취향을 반영.보강하며, 동시에 이를 새롭게 재편성하기도 한다. 단순한 기술적 또는 기계적 산물이 아니라 정신적창조활동의 결과로 나타난 문화적 산물인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연예오락물의 질적인 발전은 사회적 비난과 관계없이 필수적이다. 특히 TV가 독특한 표현체계와 전달력, 전파속도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연령과 교육수준, 계층의 다양성을 고려한 연예오락프로그램 제작 및 개발노력이 매우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현재도 TV프로그램의 질, 나아가 우리 사회 대중문화 전반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 많은 조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에 서 TV연예오락부문에 대한 심층적 연구는 거의 전무 하다시피한 상태로, 단지신문이나 잡지의 비평난이나 관련지면을 통한 프로그램 내용의 저질성 시비로 일관해 왔다. 방송 현업인을 비롯하여 학자와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연예오락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면서도 '연예오락물이니까'라는 부정적 태도와 당연시된 편견이 작용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중적 채널을 통한 이러한 평가는 방송내외부의 구조나 환경의 문제를 간과한 채 지나치게 미시적인 측면에 제한해 이루어지므로써 실질적 개선책의 마련에는 상당한 한계를 지닌다.

한편 앞으로는 지상파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제작 및 편성구조가 예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와 지역민방이 본격화되면서 방송사간시청률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시청자를 쉽게 사로잡을 수 있는 연예오락프로그램의 수는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텔레비전이 일상생활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는 긍정적인 오락기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대폭 증가할 연예오락물이 시청률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가볍고 감각적인 자극을 중심으로 흘러갈때는 사회 전반의 문화수준까지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같은 사실에 비추어 볼때 2000년대 한국TV 연예오락부문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조사연구 작업은 매우 필수적이라 하겠다. 본 연구도 다양한 조사방법을 통해 국내 연예오락프로그램의 현 상태를 총체적으로 진단한후, 그 질적 발전을 위한 방향 및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 보는데 목적이있다. 부차적으로는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현업 종사자의 제작여건의 향상과 더불어 연예오락프로그램의 제작방향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하는데 의미가 있다.

2. 연구범위 및 연구방법

이에 따라 본 연구는 국내 TV연예오락프로그램에 대해 '총체적 접근방식(holistic approach)'을 시도한다. 단순히 프로그램의 내용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TV연예오락부문의 완전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1)생산(production)에서 2)내용(content), 그리고 마지막 3)사회적 수용(reception)의 과정을 통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함이다. 이들 요인은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상호 결정적으로 작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의 상대적 독립성을 갖는다. 예컨대 프로그램 내용의 문제를 제작과정이나 수용의 문제와 떼어 놓고 설명할 수는 없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타 영역에 완전히 환원시켜 설명할 수 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TV연예오락의 전반적 상황에 대한 인식과 함께 개별차원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크게 4가지 범주에서 진행된다. 첫째, 연예오락물의 시청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주요 요인들, 즉 시청자 모니터단체, 신문매체, 방송사 경영진 및 제작자 등의 '감정구조(structure of feelings)'를 분석하고자 한다. 위에서 언급된 사회적 수용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또한 텔레비전 연예오락프로그램의 개념정리와 관련하여 오락의 본질, TV매체와 웃음의 미학, 그리고 '한국적 연예오라프로그램의 모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두번째로는, 최근 3년간의 각 방송사의 편성경향 및 최근의 시청률 경향, 그리고 장르별 내용과 형식상의 문제점 분석을 통해서 연예오락부문의 현황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두 번째 단계, 즉 내용의 문제를 다루고자 함이다.

셋째, 연예오락프로그램의 제작구조에 대한 분석으로서 예산체계, 원가관리 및 제작비 등의 경영구조의 문제와 더불어 PD의 역할, 전문화와 재교육 문제, 결제라인 등 제작시스템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 질의 밑바탕이 되는 인력 및 기자재 문제로 작가, 연기자, 제작지원팀(미술, 기술, 카메라 편집 등), 사회자 및 방청객 등의 현황을 조사해 보고자 한다. 내용과 수용을 앞선 생산 단계에 대한 분석작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금까지의 분석을 토대로 향후 연예오락프로그램의 바람직한 개발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다시 제작여건 및 환경, 프로그램 편성, 내용 및 형식, 제작인력, 그리고 심의.비평 및 시청자의 의식변화 등이 포함될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범위에 접근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문헌 및 자료연구와 참여관찰, 그리고 서베이 등 3가지의 방법을 병행하여 사용하였다. 문헌연구는 이제까지 연예오락프로그램과 관련된 논문, 비평, 자료 등을 토대로 이론적 틀을 마련하고 또한 '감정구조'를 분석하는데 이용될 예정이다. 참여관찰의 경우 모든 연예오락물을 관찰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라도 대표적 프로그램을 선정, 직접 제작현장에 가서 아이디어 회의에서부터 최종적으로 제작물이 나오는 전과정을 눈으로 보고 여기서 느끼는 문제점들을 파악하여 이론적 틀과 연계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서베이의 경우는 연예오락물을 직접 제작하는 일선 제작자와 작가, 그리고 코미디 연기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의식구조를 조사, 분석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사회 전반적인 환경과 방송구조적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TV연예오락프로그램의 진로를 새롭게 모색해 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하겠다.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부분과 달리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TV연예오락을 상식적 이야기꺼리의 수준에서 이론적이고 분석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심층적 토론과 여러가지 조사방법론을 통해 나온 결과를 토대로 향후 바람직한 TV연예오락물 제작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I. 개념 정리 및 감정구조 분석

1. 감정구조 분석

본 장에서는 TV연예오락프로그램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화 과정을 다루고 자 한다. 우리가 어떠한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실존하는 사실(fact)과 사회적 문제화 과정이 결합하면서 가능하다. 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집단별로 처한 인식적 위치에 따라서는 문제시되지 않거나,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TV연예오락에 대한 일반 시청자의 이해도 프로그램 내용과 사회적 주관성이 합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방송 외적인 요인, 즉 사회 감정구조 및 이의 구체적 발화체라 할 수 있는 담화체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감정구조(structure of feelings)'란 사회 집단별로 실제 삶 속에서 체험하고 느끼는 의미 및 가치체계를 뜻한다. 다시말해 특정 집단이나 사회전체 구성원들간에 공유된 인식과 체험의 메뉴라고 할 수 있다(원용진 & 전규찬,1993)

TV오락을 둘러싼 담화(discourse)는 특정한 지식과 의미체계가 상식성, 일반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매개체 또는 채널이다. 다시말해 'TV연예오락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를 규정하고자 하는 사회적 과정이다. 사실 TV오락에 대해서는 사회집단별로 차별화된 시각을 지닐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전혀 다른 정서구조를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TV오락에 대한 감정구조를 조사한다는 것은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언어적 층위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담론 주체간 다툼의 모습을 분석한다는 것을 뜻한다. 각집단이 '언술적 힘(discoursive power)'를 통해 서로 자신의 의미를 전파하고, 궁극적으로 TV오락의 성격을 규정하고자 하는 일종의 지식과 사회적 권력간의 함수관계를 따져 보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사회적 담화의 세계 바깥에 존재하는 실제 프로그램의 문제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코미디를 비롯한 연예오락프로그램과 그 제작환경은 사회언어적 과정 이전에 이미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상태이며, 이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별도의 심도있는 분석이 있을 것이다. 다만 특정사실에 관한 일반의 인식이 필연적으로 언어에 의해 매개되고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연예오락에 대한 언어의 현실 의미화(signification) 과정을 따져보고자 하는 작업은 여전히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본 장에서는 TV연예오락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1)신문매체, 2)모니터단체, 3)방송사 경영진, 그리고 4)방송 제작자의 담화과정을 각각 분석하여 보았다. TV오락에 대한 사회 제집단의 부호화된 목소리를 양적인 형태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옳길 수 있는 방안으로 그들의 주장을 일종의 이야기체(narrative)로 재구성하고자 함이다.

1) 신문매체

TV연예오락에 대한 신문매체의 담화는 한국사회내 지배적 위치에 있는 기성세대가 지닌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시각을 대변하는 일종의 규율적이고 사회통합 목적론적인 담화로 요약될 수 있다. 방송의 '저질화'에 대해 강한 우려를 시하면서, 현 상황에 대해 문화의 그레셤 법칙에 따라 저질문화 또는 비(非)문화가 고급문화를 구축하고 있다고 규정한다. 특히 '선정적이고' '저급하고' 상업화된' 내용의 연예오락프로그램은 도덕의 타락과 과소비를 부추기는 원흉으로, 방송이 지녀야 할 공익적, 윤리적 책임과 역행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따라서 늘상 외부의 감시와 규율이 필요한 문제이며,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도덕적 우려와 냉정한 비판의 대상이다.

물론 TV오락에 대한 국내 일간지의 부정적 자세는 최근의 현상이 아니라 오랫동안 한국사회내에서 지속되어 온 일종의 구조화된 경향이다. '사회통합'과 '질서' 그리고 '건전한 윤리'를 강요했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연예오락프로그램은 줄곧 건강한 국민의식을 해치는 사회적 해악 또는 없애야 할 대상으로 지목되곤 하였다.

무기력하고 퇴폐적인 노래와 술집무대에서나 봐야 할 춤으로 시종하는 호화쇼는 물론이고‥‥먹고 마시고 흥청대는 프로그램이 계속된다면 사회기풍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타락하지 않겠는가(<중앙일보>, 85. 4. 26. "없애야 할 '놀자판' TV 프로').

이들 프로그램은 단순히 대중들의 기호에 영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그들의 건전한 의식을 마비시켜 향락주의적인 인생관을 갖도록 하는 적극적인 해악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중앙일보), 88. 10. 7. "탈바꿈 아쉬운 TV 쇼 코미디 프로").

이처럼 TV오락을 '소비향락문화'로 단정하고 많은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정서에 갈등과 역기능을 끼친다고 비난하는 경향이 최근까지도 국내 언론매체에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코미디를 비롯한 연예오락물은 여전히 사회 내 일반적 상식과 통합을 해치는 해악적인 요소로 이해되며, 문화라고도 볼 수 없는 '저질스러움' 그 자체로 평가된다. 예컨대 92년 5월 9일자 서울신문은 지금의 TV연예오락프로그램들이 단순히 오락화된 것 뿐만 아니라 '저질' '외설' '음담패설'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단정한다.

이른바 10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의 경우 그 비난의 정도는 훨씬 심해진다. 이들이 즐겨보는 코미디 쇼는 '광란이 춤추는 곳'이며, '말초적 흥미만을 노린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동아일보>, 92. 11. 10. "TV 저질경쟁 이대로 좋은가"). 특히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볼 때 신체적 소재를 '남발'하는 이들 프로그램은 '단순한 청소년들의 모방단계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우리 문화수준을 미개한 것으로 인식시킬 우려마저 있다'(<조선일보>, 94, 3. 22. TV주평). 한편 '국적불명의 랩'을 소개한 음악쇼 프로그램은 '세대간에 단절된 성벽'을 쌓고 '대중문화의 왜곡을 부추기는' 일등공신으로 규정된다.

3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 가운데는 요즈음 10대가 즐기는 이 새로운 형식의 가요들을 도대체 따라 부를 수도, 제대로 들을 수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90년대의 유행가요는 정서의 공감대는 커녕 세대간의 의식단절을 확인시켜주는 구실만을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칠게 없다‥‥여기서 강조되어야 할 것이 바로 TV의 역할이다(<세계일보), 93. 1.26. "설자리 좁아지는 우리가요")

마침내 10대 청소년들이 TV매체를 점령해 버렸고, 그리하여 기성세대로 하여금 문화적 소외감만을 느끼게 하며, 사회적으로는 세대간 단절의식을 불필요하게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구의 '퇴폐적' 대중문화와 '신세대'의 무분별한 취향에 맞추어진 TV오락물이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주장하에. 언론은 방송사에게 유치스런 장난을 그만 둘 것을 계속해서 요구한다.

최근 급증한 퀴즈게임쇼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신문들은 과소비 심리와 도박성 사행심, 그리고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고 비난한다. 여타 TV연예오락프로그램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문화에 대한 기존의 교양주의적 시각과 프랑크푸르트(Frankfrut)학파의 비판적 인식이 부분적으로 결합해 나타나기도 하며, 아래와 같은 경우는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퀴즈 프로그램 홍수의 재연이 진정한 문화교양 프로라기보다는 단순한 재치경쟁의 오락성 프로에 머무르고, 또한 사행심을 부채질할 뿐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도구적 프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세계일보>, 93, 12. 10. "바람직하지 않는 「TV퀴즈」 붐")

퀴즈프로그램들이 '쇼보다 더 선정적이고' '난센스로 일관되어 시청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주장은 여기에 비하면 훨씬 부드러운 표현이라 하겠다(<한국일보>, 93, 11, 16), 퀴즈.게임쇼에 대한 이러한 언론의 비난뒤에는 대중의 노골적 상품미학과 탈규칙적 놀음을 규율하여 보다 규칙적이고 '생산적'인 것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도가 일부 배어있다고 하겠다.

언론의 비판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TV코미디프로그램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여, 최근 한 「TV리뷰」는 이러한 '위기' 분위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제목을 '황당한 말장난에 가학적 장면도…「폐지론」재연 우려'로 달고,있는 이 기사는 비록 간접적이나마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의 '코미디 전폐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상당히 주목된다.

코미디 프로에는 비상구가 없는가. TV코미디프로그램의 저질성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기발한 시추에이션과 재치있는 대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건강한 웃음보다 작위적 상황이나 소란스런 연기, 저속한 대사등으로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엎어지고 자빠지는 「배삼룡식」바보 연기가 코미디의 주류를 이뤄 「코미디 폐지론」이라는 극한적 대처방안까지 대두된 적도 있었다.

'코미디=저질'의 단순 등식이 더욱 강화되며, 이러한 평가는 물론 TV3사의 모든 연예오락프로그램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다.

보수적 일간지와 정치적 성향에서 상당한 차별성을 지닌 한겨레신문의 경우도 TV가 흥미위주의 소재를 지나치게 선택하는 등 오락 지향적인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는데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저질', '퇴폐', '저급' 등 감정적이고 보수적 윤리가 강하게 담긴 수식어의 사용을 절제한다는 점에서는 이들과 구별된다. 예컨대 퀴즈 프로그램이 퀴즈의 본질인 문제를 맞히는 즐거움보다 물량 공세를 통한 시청률 확보에 나서고 있어 지나친 경쟁과 사행심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식이다(한겨레 92. 1. 25), 한편 방송프로그램에 관한 방송위원회나 시청자 모니터 단체 등의 분석자료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여타 일간지와 공통된 점이라 하겠다.

사실 신문의 주관적 비평에 객관성과 신뢰성의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관, 단체의 보고서는 매우 유용한 정보원으로 사용된다 그리하여 이들 간에는 일종의 '담화 체인(discoursive chains)'이 형성되는 셈이다. 예컨대 최근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보고서를 발표하자 언론이 이를 코미디프로「저속-억지」여전 : 일부 역사 희화화 민족 자존심 훼손' <동아일보), 94. 8. 29)이나 'TV3사 코미디프로 저질유머폭력성 여전' <문화일보>, -94. 8. 29)과 같이 자극적 제목으로 인용한 것이 그 대표적 경우이다. 94년 8월 25일자 국민일보의 경우처럼 마치 특정 시청률조사기관의 조사를 인용하는 듯 하여 TV토크쇼가 진행과 내용, 기획에서 '저질3박자'를 보이고,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버렸다는 전적으로 주관적 평가를 은폐하는 경우도 있다.

TV연예오락프로그램에 대한 신문의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우선 인쇄매체와 방송매체간의 구조적 이해차이, 즉 TV채널수가 급증하면서 더욱 치열해질 광고수입 경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의 4대 매체 총광고비는 '93년 현재 2조 7,368억원 정도의 규모이며, 이중 신문이 1조 6천억원(58%)으로8,894억(32%)의 방송을 두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많은 TV채널 수를 가진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동년 4대 매체 총광고비 3조 2,508억엔중 신문이 1조 1,087억엔(34%)인 반면 TV는 1조 5,891억엔(49%)으로 훨씬 많다. 이러한 수치는 다매체.다채널시대에 들어서게 될 국내의 신문사로서 당연히 관심을 갖게 될 부분이며, 광고를 둘러싼 두 매체간의 치열한 경쟁이 상대방 제품에 대한 흠잡기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직접적으로는 TV연예오락에 대해 언론인 집단이 갖고 있는 엘리트주의나 교양주의적 태도, 그리고 방송에 대해 이들이 지닌 사회책임론, 기능론 등 극히 원칙론적인 이해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TV의 언론적 기능과 공익적 책임은 강조되면서도 '쾌락의 원리(pleasure principle)'나 성적본능 등 프로이드(Freud)가 지적한 오락추구의 근본 동기는 철저히 부정되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일간 스포츠신문이나 여성잡지 등 인쇄매체에 나타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사회적으로 미칠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므로써 양면적 태도를 보인다.

아뭏튼 언론의 비판은 TV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방송 제작자, 나아가서는 이른바 '대중문화의 슈퍼맨에 대한 정신분열적인 이미지를 탐닉하는' 일반 시청자들에게 함께 향한다. (<중앙일보>, 93. 11. 15. "연예인과 마약"). '개혁'과 '국제화/개방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값싼 긴장과 쾌락'으로 '국민들' 특히 젊은세대를 타락시키려는 방송사와 오락프로그램들, 그리고 이를 즐겨보는 소비자 모두가 '문제'인 것이다. 그리하여 생산에서 내용, 그리고 소비의 단계로 연결되는 TV오락은 총체적 변화를 필요로 하는 개혁 대상으로 규정 된다.

오락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천박한 말만 골라쓰는 일부 진행자는 그렇다 치고, 선정적일 뿐인 춤과 의상, 한마디로 돼먹지 못한 (랩송)이란 것들을 방송관계자들은 자기 자식들에게 떳떳이 보여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시시껄렁한 사생활이나 캐는 토크쇼가 이 나라 방송사의 편성수준이고, 프로듀서들의 수준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조선일보>,94. 3. 1. "방송의 개혁").

이처럼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외형적으로 나타난 메세지 비평만 할뿐, 제작환경 등의 문제와 연결시켜 풀고자 하는 노력은 거의 없다. 시급하고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이다. 가령 소재와 출연자의 문제를 늘 지적하지만 왜 그럴지에 대해서는 '시청률 경쟁' 때문이라는 일반적 수준의 설명을 넘지 못한다. 현재와 같이 국가가 인위로 개입한 광고료 책정체계하에서 시청률경쟁이 왜 하필이면 'IV오락의 십대화'와 '질 저하'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대답은 찾기 힘든다. 단지 맹백하고 표면적인 문제의 비판적'나열에 그치면서, '대안제시'라는 보다 현실적 부분은 방송사와 제작자의 몫으로 돌린다.

따라서 신문 TV비평란은 '습관적 거리두기의 명수들이 잔뜩 포진한 곳'으로 인식되며, 이들은

텔레비전이 갖고 있는 위력-주로 전파력을 절감하되, 그 위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텔레비전을, 그리고 그 시청자들을 계도의 대상으로 전제하고 비평한다. 질문이 무엇이든 간에 정답은 윤리이고, 보편적 정서이며, 위화감이고, 폭력이다(백지숙, 1992. 18-9쪽).

이와 더불어 실제 시청자들의 다양한 연예오락프로그램 수용 및 활용(appropriation)과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것도 TV오락에 대한 현 신문담화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요약컨대 TV오락을 둘러싼 신문매체의 담화는 사회 규율과 통합의 담화가 주된 부분을 차지하며, 그들의 비난은 단순히 프로그램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적 윤리나 가치관, 나아가 시청자들의 정체성을 제단하고 규율하는 효과를 낳는다. '모든 국민을 위한 건강한 문화'를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가 주로 중산층이상의 취향과 이념틀에 따라 진행되면서, '대중적 취향(popular tastes)'의 다양성이 크게 무시된다(Fiske, 1987). 물론 현 TV연예오락프로그램의 불충분한 수준이 이러한 비판을 낳은 일차적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사회윤리적, 기능론적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면서 구체적 개선보다는 단정적 비난에 일관하는 것을 결코 생산적 대화방식으로 보기 힘들다 하겠다.

2) 모니터 단체

이른바 언론의 폐해로부터 수용자를 보호하고 수용자 주권을 되찾고자 하는 TV수용자 운동은 현재 10여개의 여성단체와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민주언론운동협의회와 같이 정치, 정제, 경제, 사회, 노동분야별 쟁점을 다루는 운동단체의 힘이 줄어들면서 이들 시민:,'소비자단체들의 역할 및 비중이 두드러진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는 아직까지 주권자로 간주되기 보다는 일종의 보호받아야 할 아동과 같은 집단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들 시청자 단체들이 정치이념적 문제보다는 방송의 교육적, 윤리적 측면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크게 놀라운 것이 아니다.

이들 시청자 모니터 단체들의 보고서는 TV오락에 대해 ‘건강한 웃음’보다는 단순한 웃음을 제공하며 선전성과 비속어, 폭력성으로 인해 사회적 가치관을 왜곡시키는 프로그램으로 규정된다. 퀴즈.게임쇼는 말재주나 요행수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진행으로 인해 세상살이를 회화화하고 삶을 경시하는 느낌을 주는 등 청소년 교육에 나쁜 영향만을 줄것이며, 특히 여성소비자 중심의 모니터단체에게 있어 코미디 프로그램온 천박스럽고 억지스런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교훈적 메시지와 유익한 정보, 그리고 지식의 전달기능까지도 7V연애오락프로그램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러나 단지 웃고 즐기기 위한 것이 전부이며, 코미디에서 교양을 찾는 다는 것이 우스운 발상이라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코미디언들의 무분별한 비속어, 유행어 사용이나 폭력의 남용은 어린이·청소년들의 모방을 통해 생활에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방송과 시청자, 93.5 서울YMCA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 모임의 코미디 프로그램 모니터 보고서)

특히 이들 프로그램이 주시청대상인 청소년들의 정서안정, 인지발달 및 가치관형성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볼 때, 청소년들의 기호에 영합할 것이 아니라 정서, 취미, 기호 등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계도성을 띄어야 한다(방송문화, 1991). 저질 폭력과 선정적 장면이 난무하고 성적 암시를 주는 '저질스러운' 대사를 일삼는 TV오락을 보면서 청소년들이 모방을 하게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저질스러운 문화의 수용을 나타낸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퀴즈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재미와 오락성은 정보성과 적절하게 조화되어야 한다.

퀴즈 문제를 내고 푸는 목적을 단순히 오락적인데 두지말고 시청자의 교양을 넓히는데 두어 좀더 광범위하고 실제적인 문제들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즉 퀴즈 프로그램의 존재이유를 매체를 통한 시청자 교육의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방송문화, 1991.7, 여성매스컴 연구회, 퀴즈쇼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

그리하여 모니터 단체의 교양주의에 따르면 다양화시키거나 늘여야 할 보도, 시사/대담프로그램, 그리고 교육/교양프로그램과 반대로 코미디, 쇼프로그램은 가장 줄여야 할 프로그램으로 분류된다(방송위원회, 1991). 이같은 계몽주의적 자세와 더불어 여성단체, 종교단체의 반오락적 담화에는 종교적 배금사상과 도덕적 순결주의, 그리고 가부장적 보호주의가 함께 나타난다. TV오락은 '국민'을 우롱하고 풍기를 문란케 할 뿐이며, 사치를 조장하고 어린이를 무시하는 죄인에 가깝다. 성적 표현은 무엇이든 선정적 표현 또는 상품화로동일시되며, 소비를 통한 쾌락은 그 기준에 관계없이 소비주의와 퇴폐주의로 불경시된다.

이러한 YMCA, YWCA 등 소비자단체의 보고서는 마땅한 대안없이 시청자의 적극적 감시와 거부운동, 방송사/제작자의 양식회복, 그리고 자율적 심의의 강화를 요구한다. 방송이나 사회에 대한 전문적 지식의 결여로 인해 이러한 규제적 주장외에 보다 현실적인 논의는 마찬가지로 부재하다. 프로그램의 퇴폐성과 불건전성에 집중돼 있으면서도, 이를 진취적으로 극복하여 방송체계의 구조적 문제까지 접근해 가려는 노력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이는 신문매체와 마찬가지로 방송에 대한 전문적 이해와 애정의 부족에서 비롯된 듯하며, 따라서 방송사나 제작자와의 대화 시도라기 보다는 일방적이고 단절된 형태의 '발설'에 가깝다.

다만 이들의 보고서가 언론사에 의해 채택되고 공적 기관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한 압력 및 규제적 효과를 가져온다. 이와 반대로 진보적인 단체의 비평은 공식적 채널이 거의 부재하며, 언론에서도 이를 뉴스의 정보원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리하여 방송의 사회적 역할에 비춰 비판적 관점에서 견제하면서 시청자의 이익을 대변코자 하는 내부적 동기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 담화의 공적인 유통과정에 있어서는 보수적 혹은 적대적입장의 언론에 의해 채택되고, 이것이 다시 일종의 통제적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3) 방송사 경영진

민방 SBS의 출범 이후 방송3사간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경영진들은 사내 경영합리화와 예산절감을 내세우면서 프로그램 평가에 있어서는 시청률을 최우선의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 경영진의 경쟁논리가 국가를 비롯한 외부 통제기관의 요구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것은 아니다. 가령 작년 대통령과 공보처 장관이 방송3사 사장이 모인 가운데 방송의 문제에 대해 비판을 높인 후, KBS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KBS는 앞으로 모든 연예오락프로를 시청률과 관계없이 공영방송에 맞도록 건전한 방향에서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것이 그 대표적 경우이다. 그리하여 연예오락담당 PD들이 '자정'을 의결하고, 특정 '퇴폐적' 가수의 출연 보류가 결정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MBC 경영진도 시청률을 의식한 무분별하고 저급한 맞대응을 재고하여 프로그램의 품질로써 방송계를 선도할 임을 약속한 바 있다. 코미디를 비롯한 연예오락프로그램 제작자들을 위해 이른바 '실천 제작지침'이 작성되고, 밑으로부터의 자정 결의를 회사차원에서 수용하는 형식을 통해서 '복장불량 연예인'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폭력적 장면을 삭제하는 등의 조처를 취하기로 하였다. 자발적이라기 보다는 위로부터 주도된 여론무마용의 성격이 강하며, 다만 그 순수성이 의심스러운 이러한 논의가 연예오락프로그램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목할만 하다.

이처럼 방송사 경영진의 담화는 공식적으로는 '공익'과 '건전성'을 주장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경영의 효율성과 시청률 확보를 강조하는 이중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시청률 제고를 경영의 최종목표로 하면서도 국가 또는 외부통제기관, 혹은 언론의 비난이 있을 때 재빨리 원칙론적 담화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모든 책임을 제작자들에게 돌리는 것이 현 방송사들이 택하고 있는 위기관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자정'이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드라마나 뉴스, 교양부문보다 연예오락부문을 유독 타겟으로 한다는 특색을 지닌다.

문제는 이처럼 시청률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적 비판이 고조될 시기에 서둘러 반성적 태도를 취하는 악순환이 최근까지 계속된다는 점이다. 시청자단체나 신문매체의 반발에 대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던 방송사들이 '지존파 사건'이후 국가의 직접적 비난이 제기되자 재빨리 건전성, 비폭력성 등을 내세우고 나섰다. 그리고 뉴스와 드라마보다는 오히려 코미디, 음악쇼 등 연예오락부문을 주된 '문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요구하는 개혁과 경쟁력 강화의 이중적 담화, 또는 공익과 산업의 이중적 성격 가운데서 고민하는 방송의 위치를 여실하게 보여준다고 하겠으나, 사회적 비난의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내용의 질적 제고 보다는 형식적 차원에서 관례화된 언어의 과포화 전략이라고 하겠다.

4) 현장 제작자

연예오락프로그램 제작자들의 담화는 크게 1)외부 비난과 비판에 대한 피해의식, 2)제작환경에 대한 불만 및 사회적 인지 요구, 그리고 3)작품 완성도 부족에 대한 여전한 죄책감이 주된 부분을 차지한다. 전문가집단으로서의 엘리트주의(eliticism)가 외부의 비난에 맞서는 막연한 대중주의(populism)적 태도와 교묘하게 결합하여 나타난다. 제작자들은 한편으로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시청자들을 포함한 외부의 비난에 대해서는 이를 '이중적인' 것 혹은 방송현실에 대한 무지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한다.

텔레비전에서 퇴폐적 내용이 방송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많은 지적이 일고 있다‥‥그러나 이런 지적들에 대해서 과연 언제까지 텔레비전 쇼프로그램이 동네 북이 돼야 하는가 솔직히 제작자의 입장에서 회의를 품지 않을 수 없다(김명수, 방송, 1991.8)

그리하여 이들에게 외부의 비판은 '일방적 매도'와 동일시되며, 질높은 프로그램 제작을 방해하는 요소로 규정된다. 평상시 시청률을 내세우면서도 위기시에는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영진과 달리, 여론의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나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TV는 어차피 교양매체라기 보다는 오락매체이며, 만일 오락프로그램이 재미없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면 그 존재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부끄러운 문화인듯 생각하고 비판하는 것은 일부 엘리트층의 편협성을 드러낼 뿐이며, 대중에게 오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패션과 유행, 새로움의 추구, 나아가 외국프로그램의 모방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이들은 '말초적'인 것과 '감각적'인 것, 그리고 '퇴폐적·이란 말과 '감정에 솔직하다'는 말은 마땅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연예오락PD들은 자신의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십대 지향적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취한다. 음악쇼나 코미디가 20대를 전후로 한 젊은이들의 독특한 문화와 자유분방한 사고를 개성있게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감각적 색과 스피디한 것들을 원하는 그들의 기호에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맞아 떨어진 것 뿐이라고 설명한다.

쇼에 대한 평가기준은 보도나 교양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그것과는 차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연령이나 취향에 맞게 대중가요와 쇼프로그램을 선택할 진리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쇼를 가장 즐겨보는 사람은 젊은층이란 사실이다(신종인. 1991. 184쪽).

어차피 코미디를 비롯한 연예오락프로그램의 주시청 계층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이며, 별다른 여가시간과 공간을 갖지 못한 이들은 TV를 보는 가장 큰 이유로 '그냥 재미있어서'를 꼽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즐거움'에 대한 10대 시청자들의 필요성에 응답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순전히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태도이다. 오히려 기존의 사회, 인식적 관행과 공식들이 깨어지고 '당돌한 평등화'가 이루어지는 10대 지향의 감각적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솔직하고 진보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뭏튼 외부로부터의 비판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어서 쉽게 수긍할 수 없으며, 문제제기 방식이나 절차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공적 담화로 나타난 연예오락PD들의 인식이다. 위에서 언급된 '자정결의문'이란 것도 실제로는 국가기관의 눈치를 본 대외전시적 성격이 강하며, 자신들은 갑작스러운 여론재판식 밀어붙이기로 파생된 저질시비의 희상양이라는 피해의식과 냉소적태도가 지배적이다. 이들은 특히 일간지를 필두로 한 인쇄매체의 비평에 대해 매우 비판적으로, 신문이 방송에 대해 마치 '빅 브라더' 혹은 판결관의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프로듀서, 1990).

이러한 거부적 담화와 더불어 제작자들은 외부 시청자단체를 비롯한 비평 집단들이 방송사내 제작현실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이해해 줄 것을 요구한다. 프로듀서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점차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은 자신들에게 돌려지는 상황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 셈이다. 실제 자신들은 드라마에 비해 월등 낮은 제작비를 투자하면서도 여전히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경영진의 요구와 시청자의 불만 사이의 구조적 피해자로 파악한다. 방송사가 점차 공장화되어 감에 따라 PD도 문화창조자보다는 단순 노동자 또는 관리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신나지도 재미도 없는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시간 메꾸기'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장해랑, 1991)

사실 지금 방송되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 가운데도 저질성 시비를 불러 으킬 만한 것이 꽤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저것이 왜 저질인지혹은 왜 저것을 저질이라고 생각하는지 또는 왜 저질인 줄 알면서도 만들고 보는 것인지에 대해서 꼼꼼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케이블TV.1994, 52쪽) .

여기에는 피해의식과 더불어 일반 시청자를 향한 전문가집단 특유의 엘리트적 냉소의식이 베어있다. 프로그램의 저질성은 자신들의 탓이라기보다는 구조의 문제이며, 자신들도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오히려 대중보다 더 고민 하지만 대안이 없다는 식의 신경질적 반응인 것이다. 예컨대 주철환(1992)은 TV오락을 윤리.교육적 잣대에서 접근하는 외부 비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연예오락프로그램 담당자들에게 있어 재미와 진한 삶의 의미를 한데 엮어내는 것은 여전히 커다란 고민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1분에 웃음이 나오지 않으면 채널이 돌아가는 시청률전쟁의 상황에서 자신의 명예와 양식, 미학적 수준상 용납될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말로는 건강한 웃음, 부담없는 웃음을 부르짖으면서도 일단 어떻게든 웃게 만들자는 게 솔직한 우리의 목표다. 늘상 밤 열두시가 가까운 시각에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따금 되뇌곤 한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나의 건강도, 나의 명예도 서서히 부식되어 가고 있다](주철환, 1992, 35쪽).

한편 대중을 읽는 감은 뛰어나지만 사회의식과 역사의식을 결여하고 있다는 외부의 비난에 대해 일부 연예오락제작자들은 이를 솔직히 인정하기도 한다. 또한 방송사 내부의 구조적 제약과 외부의 비난성 비평이 지닌 문제와는 별도로 자신이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확보하는데 있어 스스로의 자질 문제기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제작을 하면서 제일 갈등을 느끼는 것은 비록 제작여건에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자신이 만족하지 않은 상태의 작품이 방송될 때 당혹스럽고 양심의 가책을 받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완성도와 방송되었을 때 완성도의 차이를 매꾸기 위해 계속 노력하려 하지만 일의 부담도 많고 능력의 한계도 느낍니다(프로듀서, 1991, 12쪽)

제작자의 담화는 이처럼 제작과정에서 느끼는 문제의식과 외부 비판에 대한 피해의식이 주된 부분을 차지한다. 한편 자신들의 작업에 대한 스스로의 불만과 대중에 대한 막연한 애정 표시도 자리잡고 있으나, 특히 후자의 경우 상당히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청자들의 정서에 맞고,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따뜻한 인간의 피가 흐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겠다’고 하지만 자신들이 말하는 시청자가 과연 누구이고 그들의 정서와 즐거움의 메뉴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에 대한 심각한 논의는 드물다. 일상의 제약을 느끼고 고민하고 분노하면서도 대중문화 창조자로서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TV오락 모델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5) 요 약

지금까지 'TV오락'을 둘러싼 사회적 담화과정을 신문매체, 시청자 모니터단체, 방송사 경영진 및 제작자의 감정구조 분석을 통해 파악하여 보았다. 물론 이들 외에 국가 및 국가기관의 규제적 담화, 일반 시청자들의 개별적 담화, 그리고 방송학자들의 이론적 담화도 있으며, 이들에 대해서는 본 장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이미 설명된 것처럼 언어는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구성적 성격이 강하며, 따라서 특정 문제를 논하고자 할 때는 사실 그 자체에 대한 분석과 함께 언어적 층위의 분석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는 점에 기초한다.

그리하여 TV오락에 대한 네 집단의 감정구조를 그들의 담화체계 분석을 통해 알아본 결과, 신문과 시청자단체 對 제작자간의 적대 관계가 주를 이루고 방송사 경영진이 조절적 기능을 행사하는 구도를 띈다. 신문매체와 시청자단체 사이에는 의도와 관계없이 일종의 담합 혹은 '담화체인'이 형성되며, 이는 '연예오락프로그램의 문제'를 규정하고 진단하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뉴스 등 사회적 효과가 더 큰 부문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연예오락프로그램은 그 '저질성'과 '퇴폐성'을 지적하여 비난하고 부정한다. 이에 대해 제작자들은 냉소적 감정과 엘리트주의를 표시하고 구조적 제약을 내세우면서도 실제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과 시청자에 대한 고민은 훨씬 드물다.

2. 개념정리

여기서는 실제 연예.오락프로그램의 내용 및 제작현실을 분석하기에 앞서 오락이 갖는 의미, 텔레비전이라는 현대사회의 특수한 매체와 오락의 관계, 그리고 급변하는 방송내외부의 상황에서 요청되는 바람직한 TV오락의 모델을 그려보고자 한다. 위에서 TV오락에 관한 사회 제 집단의 상이한 인식틀을 살펴보았다면, 여기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모델을 도출하기 위해 TV오락의 의미를 새롭게 정리해 볼 것이다. 그리하여 연예오락프로그램에 관한 언어적 차원의 문제와 다음 장에서 살펴볼 실제 프로그램 및 제작과정의 문제점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일종의 준거틀 역할을 담당한다.

1) 오락(entertainment)의 본질과 특징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TV연예오락프로그램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태도는 무엇보다도 오락 자체에 대해 역사적으로 구조화된 비우호적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세 봉건시대 동안 세속석 형태의 오락은 비기독교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으로 규율되었으며, 이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경우에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파스칼(Pascal)과 같은 철학자도 오락은 쾌락적 문화이며, 심각하고 정교하며 고차원의 감상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고급문화와 달리 인간의 자기발전을 저해하고 현실도피의 효과만을 낼 뿐이 라고 규정하였다.

사실 오락은 놀이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행위이다. 다만 전자가 衣적,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다면 오락은 다중을 위한 볼거리에 가깝다. 그리하여 고대 의식에서 비롯되어 현재까지 모든 사회가 지니고 있는 놀이문화의 세속화, 형식화한 형태라고 할 수도 있다. 사회 변화상에 따라 내용과 형식, 참여폭의 변화가 이루어져 왔으나 인간사회 내부의 심리적 혼란을 야기시키거나 무의식적 욕망에 기초한다는 본질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즐거움과 감동, 재미 등을 주요소로 하고, 이성이나 논리, 질서보다는 감성과 소란스러움, 그리고 무질서와 같은 측면에 훨씬 가깝다.

오락이 여타 문화적 실천행위와 달리 오랫동안 비본질적인 것으로 간주되면서 미적이라기보다는 윤리적 잣대로써 평가되어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하여 근대사회는 도덕적 의무규범인 '聖'의 영역에 편리성,'공리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俗'의 영역이 부가된 이원론에 의해 성립되었으며, 오락(遊)은 주변적이고 '떳떳하지 못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아울러 현대의 오락을 설명함에 있어서도 낮은 지적.정서적 수준의 것으로, 지식이나 문화, 예술, 종교와는 정반대에 위치시키려는 이분법적 전통이 강하다. 특히 상업화된 대중매체를 통해 양산되고 있는 오락은 고상하고 진지한 예술이나 지적 작업, 그리고 종교적 엄숙함과 정반대의 비이성적, 반예술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하여 예술(art)과 오락(entertainment)은 전혀 다른 것으로 대비되며, 다음과 같은 상이한 이미지들과 각각 연결된다.

예 술 : 오락

진 지 한 : 통속적인, 도피적인

정 제 된 : 자극적인, 우수꽝스런

심 오 한 : 가벼운, 어린애같은

고 상 한 : 저속한, 외설적인

혁신적인 : 진부한, 도식적인

오락은 예술과 결부되는 요소들이 결핍된 무엇인가로, 즉 예술이 궁극적으로 생산적 감상(appreciation)의 활동과 연결된다면 오락은 비생산적 소비에 불과한 것으로 규정된다.

이에 대해 일본 NHK-TV의 니시타 후미노리와 같은 이는 현대사회에는 종교나 도덕(聖) 그리고 사회(俗)라는 영역외에 독자적 논리를 내포한 오락의 원리가 존재하며, 따라서 기존의 이원론과 달리 '삼원론'에 의해서만 설명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어느 경우이든 이 놀이의 영역은 생산원리나 도덕원리로부터 자유롭고 독립된 영역으로 존재하고, 우리에게 있어서는 聖-俗의 이원론에 놀이의 차원을 덧붙이는 일이 가능하고 또 놀이의 영역이 갖는 독자의 논리를 탐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후미노리, 1993, 41쪽).

오락의 사회적 의미를 인정하자는 것이며, 이는 오락이 현실도피 혹은 억지화해의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 세계에 대한 동경을 통해 오히려 현상(status quo)을 문제시하고 비판하게끔 할 수도 있다는 몽태뉴(Montaigne)의 견해에 가깝다.

J. 호이징거도 놀이(play)를 생명력의 방출과 해방의 욕구를 담고 있는 생활내의 어느 정도 독립된 범주로 파악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R. 카일로스는 오락과 놀이가 그 자체로서 평가되어야 할 자립적인 영역이며, 어떠한 외적 의도나 목적을 가져서도 안된다고 규정하였다. 그리하여 이들은 오락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마치 금기시되어야 할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이성 절대주의 나 윤리적 엄숙주의에 반대한다. 한편 가장 뛰어난 맑스주의 문화비평가인 프레드릭 제임슨(F.. Jameson)교수도 오락을 통한 즐거움에 대해 결국 우리의 육체 안에서 느껴지는 '삶에의 의지'라는 적극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은 진정한 즐거움과 단순한 기분 전환을 구분할 수있는가‥‥누가 당신의 오락에 대한 의식적인 체험-당신의 물리적 즐거움-이란 실제로는 그저 거짓된 의식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정말 도대체 누가 그리고 무슨 명목으로 그러한 평가를 내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을 수 있는가?(‥‥)(Jameson. 1983, p.3)

물론 현대 대중사회에 들어 오락이 과거 놀이의 모습과 달리 연기자와 구경꾼의 역할과 위치가 점차 분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과거의 놀이가 지닌 예배적, 전시적 성격과 달리 현재의 오락은 소비적이고 일회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락이 지닌 사회적, 생산적 의미를 지나치게 무시해서는 않된다. 이른바 대량복제된 오락이 독창성과 문화적 미의식을 완전히 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콘서트홀의 음악감상은 예술적 행위이지만 대중 문화의 소비는 다수의 구경꾼들을 위한 오락에 불과하다는 단순 논리는 상당한 편견을 내포하고 있다. 사실 심미적 순수함과 아이디어의 독창성만을 고집하고 영원성을 유일의 평가기준으로 고집한다면 지금의 문화 모두가 허위적이고 몰가치적인 것으로 보일 것이다.

2) 현대 TV오락의 특성과 의의

한편 미국의 TV역사학자인 멕도날드(J, F. MacDonald, 1990)교수에 따르면 애초부터 TV는 유머와 웃음, 즉 오락이 지배적인 형태였다. 초기의 과장된 코미디-버라이어티 익살극(revues)으로부터 'TV황금시대'를 지배했던 보드빌(vaudeo)을 거쳐 현재의 시트콤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TV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가져다 주는 매체였다. 그리하여 1952년에 이르러 이미 모든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42.7%가 코미디에 기본을 두고 있었다. 지금도 네트워크에서 프라임타임대의 편성은 최고 경영책임자 밑의 오락부문 사장이 책임 경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TV에서 오락이 갖는 본래적 의미와 비중을 잘 보여준다.

사실 TV오락형식은 기본적으로 '볼거리'의 일부임에 틀림없고, 현대사회에 있어 구경의 일상화 또는 가정내화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지적 정보의 탐구나 고품격 예능성의 발휘보다는 소비의 다양성을 통한 생활 내 '즐거움(pleasure)'의 추구가 현대 TV오락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다. 음악, 퀴즈.게임, 예능, 만화, 스포츠: 드라마 등 별다른 목적의식없이 시청가능한 프로그램들이 여기에 속하며, 정보나 교양프로그램과는 분명히 차별화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소비행위를 통해 시청자들은 현실 대상효과를 얻고 자신의 현 위치를 바꾸는 탈자아(脫自我)의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TV오락이라는 현대의 가장 보편적 儀式은 내포된 규율위반적, 성적담론, 그리고 소비적 가치로 인해 기존의 오락에 대한 부장적 시각이 그대로 적용된다. 많은 학자들은 TV오락을 통해 시청자들이 현실의 고민을 잊고 무료함을 덜며 기분을 내거나 흥분하는 모습에 대하여 이를 오락의 소비가 지닌 현실도피(escapism)적 효과로 규정한다. TV가 종종 마약에 비유된다면 이는 주로 오락성 프로그램과 그 ‘마취적 효과’를 설명하는데 쓰인다 TV오락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비판이론을 비롯한 맑스주의 연구에서도 지배적으로 나타나, 대중문화의 일부로서 자본축적을 위한 상품과 재생산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외피의 이중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보수적, 진보적 입장 공히 TV연예오락프로그램을 일종의 허구적 스펙타클(false spectacle)로, 이성적 사고와 판단을 마비시키고 나아가 민주주의 기본 전제를 위협하는 적으로 인식한다. 예컨대 출연자의 반사적 반응에 기초한 TV게임.퀴즈쇼는 사회 구성원들의 분석적 사고를 억압하고 비이성적 황폐함만을 가져올 '최소공통분모의 문화(La Plus Petitie Commune Culture)'에 지나지 않는다(Baudrillard, 1991). 대중은 엄청난 양의 TV오락물 소비와 특히 스타 이미지에 대한 '열렬한 숭배'를 통해 결국 방향감각과 현실 인지능력을 상실하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끊임없는 사회적 감시와 규율, 순화의 대상으로 규정되며, 다른 부문과 비교해 볼때 외부의 물리적 개입이나 규제가 쉽게 합리화된다. TV의 역사 자체가 일천한 한국사회의 경우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웃음의 저변이 없다는 근본적 취약점을 아울러 지니고 있음으로 인해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사실 TV라는 매체가 국내에 소개된 1960년대는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근대화의 논리가 지배하던 시기로, 사회적 다원화 및 오락에 대한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 문제는 형식적 민주화를 갖추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도 개인의 웃음과 즐거움의 미학을 도덕과 건전성의 이름으로 경시하고 부정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사회적 차원에서 근엄한 도덕의식과 질서, 윤리 등이 요구된다면 TV에 있어서도 신속한 정보전달을 통한 정치적 통합과 사회적 규율, 그리고 대'국민'적 계몽효과를 노린 보도와 다큐멘터리가 강조된다. 방송사와 시청자, 국가로부터 제대로의 의미를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TV오락은 주변부적, 이차적인 것으로 밀려난다. 따라서 최근까지도 TV연예오락물은 "예술의 고상한 세계에서 쫓겨나고 한편으로는 진지한 비평으로부터 천적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으며, 또 한편으로는 상업주의나 절대주의의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 이리 저리 두드려 맞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박성봉, 1993, 145쪽).

TV오락에 대한 저널리즘적 논의가 본격적 개선을 위한 토론이 아닌 비난과 불평의 수준에 머문 것도 이처럼 오락 및 TV오락을 부정시해 온 지금까지의 경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다만 이는 방송의 질적 개선보다는 오히려 '저발전'을 가져왔다. 분명한 것은 보도나 교양과 더불어 오락이 TV에서 일차적위치에 있으며, 사회적 비중과 역할도 크다는 것이다. TV오락의 시청자들은 단순한 구경꾼 혹은 수용자(receiver)가 아니라 적극적인 이용자(user)에 가깝다. 사회적, 방송매체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국내 TV연예오락프로그램의 질과 경쟁력을 새롭게 갖추려는 작업도 TV오락의 긍정적 가능성을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하다.

3) 변화하는 시대의 바람직한 TV 연예오락프로그램

1990년대 들면서 우리는 세계사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오랜 동서 냉전구조의 종식과 함께 자본의 세계화를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재편되어 가고, 이에 따라 시장 개방화 목소리가 강하게 대두되었다. UR이후 영상시장의 개방압력에 대비하여 취약한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은 공영론과 함께 국내에서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새로운 매체기술의 도입으로 매체와 채널 수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케이블TV와 지역민방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실시될 위성방송에서 쉽게 확인된다. 또한 한국사회 내부에서 고양되고 있는 민주화, 다원화, 지역화의 요구와 연결해 볼때, 국가의 통합적 매체로 기능해 온 방송의 성격 변화가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여기서는 개방화.국제화, 다매체.다채널화, 그리고 지역화.다원화로 대변될 수 있는 최근의 변화 상황에 맞추어 앞으로의 바람직한 TV연예오락프로그램 방향을 예측해 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다음 장에서 살펴보게 될 여러 프로그램 및 제작과정상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있어 일종의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겠다

(1) 개방화, 국제화시대의 TV연예오락

자본의 세계화, 특히 UR이후 방송에 있어서도 글로벌 마켓이 점차 실현되어 가면서 지금까지의 '문화적 예외(cultural exception)' 주장이 점차 힘을 잃어 가고 있다. 최근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자국의 문화시장 개방은 '문화적 정체성'과 전통의 보호라는 당위적 명제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경향이라 하겠다. 사실 개방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적, 소극적으로만 해석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방시기 및 범위에 대한 신중하고 공개된 합의도출 과정 및 궁극적 개방에 대한 적극적 대처방안 마련을 통해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TV를 포함한 국내 대중문화의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대책이 강구되고 동시에 문화산업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 내년 3월에 당장 시작될 케이블TV가 연 5만시간의 막대한 프로그램량을 필요로 하고 여기에 지역민방과 위성방송을 합치면 소프트웨어의 수요급증은 충분히 예상된다.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채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질은 오히려 낮아지고 따라서 외국기업의 손쉬운 시장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이 산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적, 이념적 성격을 함께 지닌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개방화.국제화에 대비한 체질 강화의 당위성은 너무나 명백하다.

TV연예오락프로그램의 발전이라는 명제도 이처럼 위급한 상황에 처한 국내 문화산업 전반의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국내 만화시장의 80%이상이 일본업체에 의해 장악되어 있고 비디오시장 또한 외국 배급사가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외국 TV오락물의 범람을 막을 수 있는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