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way 03신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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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11 03 신뢰성 ❶ 꼼꼼 서울시, 망원경과 현미경을 갖추세요 꼼꼼함 그리고 치밀함이라는 가치 이 이야기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에 한 분의 일화입니다. 바로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 발행인으로 유명한, 출판인 한창기 사장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통이 커서 작은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째째하다’며 업신여기기 일쑤입니다. 거대담론에 강하고 큰소리치기 좋아합니다. 우국충정하는 마음이 큰 것은 좋으나 이런 사람일수록 디테일에 약합니다. 구체적인 일에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도 작은 것에서 구멍이 나면 전체가 허사가 되고 무너지게 됩니다. 어찌 작은 일에 소홀할 수 있겠습니까? 저를 ‘꼼꼼원순’이라고 부르는 이들 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좀 디테일에 강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러 단체 를 만들고 운영해 왔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그래도 한국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단체를 만들기까지, 그 힘은 바로 ‘강력한 신념, 유연한 정책’이었다 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온갖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다들 ‘공포의 집중회의’를 기억 합니다. 아무리 준비를 해 와도 집중적으로 회의를 하고 나면 깨지는 일이 많 다는 것이지요. 허점이 많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망원경으로 큰 그림을 그렸다면, 현미경으로 그 세부 사항을 꼼꼼하고 치밀 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한 가지 방향에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에서 입체 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만약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왜? 어떤 점이? 무슨 이유로?’ 반대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 반대를 설득하고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해답이 나올 수 있으려면, 치밀하고 꼼꼼한 일 처리가 그 기본입니다. 여러분, 준비 철저히 하고 회의에 들어 오셔야겠죠? 한 꼬장꼬장한 이가 있었다. 주변에서 그에게 망원경을 선물했다. 말과 글에 너무 꼼꼼해 지긋지긋할 정도니 좀 멀리 보고 크게 볼 줄도 아시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 이런 글을 썼다. 나는 정확성과 논리성을 따지다 나중에 서기가 해도 될 사소한 일에 신경 쓰는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우리나라에는 위대한 지도자가 너무나 많고, 서기가 너무나 적다. 나는 나와 함께 서기 노릇을 하고픈 사람을 만날 때마다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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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Seoul Way 03신뢰성

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11

03 신뢰성

❶ 꼼꼼 서울시, 망원경과 현미경을 갖추세요

꼼꼼함 그리고 치밀함이라는 가치

이 이야기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에 한 분의 일화입니다. 바로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 발행인으로 유명한, 출판인 한창기 사장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통이 커서 작은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째째하다’며 업신여기기 일쑤입니다. 거대담론에 강하고 큰소리치기

좋아합니다. 우국충정하는 마음이 큰 것은 좋으나 이런 사람일수록 디테일에

약합니다. 구체적인 일에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도

작은 것에서 구멍이 나면 전체가 허사가 되고 무너지게 됩니다.

어찌 작은 일에 소홀할 수 있겠습니까? 저를 ‘꼼꼼원순’이라고 부르는 이들

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좀 디테일에 강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러 단체

를 만들고 운영해 왔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그래도 한국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단체를 만들기까지, 그 힘은 바로 ‘강력한 신념, 유연한 정책’이었다

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온갖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다들 ‘공포의 집중회의’를 기억

합니다. 아무리 준비를 해 와도 집중적으로 회의를 하고 나면 깨지는 일이 많

다는 것이지요. 허점이 많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망원경으로 큰 그림을 그렸다면, 현미경으로 그 세부 사항을 꼼꼼하고 치밀

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한 가지 방향에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에서 입체

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만약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왜? 어떤 점이?

무슨 이유로?’ 반대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 반대를 설득하고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해답이 나올 수 있으려면, 치밀하고 꼼꼼한 일 처리가

그 기본입니다. 여러분, 준비 철저히 하고 회의에 들어 오셔야겠죠?

한 꼬장꼬장한 이가 있었다.

주변에서 그에게 망원경을 선물했다.

말과 글에 너무 꼼꼼해 지긋지긋할 정도니

좀 멀리 보고 크게 볼 줄도 아시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 이런 글을 썼다.

나는 정확성과 논리성을 따지다 나중에 서기가 해도 될

사소한 일에 신경 쓰는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우리나라에는 위대한 지도자가 너무나 많고,

서기가 너무나 적다.

나는 나와 함께 서기 노릇을 하고픈 사람을

만날 때마다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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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12

희랍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전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모든 사물은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변화를 거부하고 그대로 있다면 정체되고 퇴보

하고 맙니다. 그것은 인간과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

과 사회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발전해갈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바꾸지 마라

사실 전임 시장이 한 것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많았습니다. 한강르네

상스 사업과 같은 큰 프로젝트 외에도 ‘Hi Seoul’이라는 구호도 그렇고 해치상

도 반드시 좋은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것을 모두 바꾸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이 아닌한, 그야말로 대세에

지장이 없는 것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구태여 바꾸면 비용이 발생하

고 시민들도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과정이 따릅니다. 물론 선거를 통하여 민

심이 드러난 만큼 바뀐 민심을 좇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봅니다.

서울을 복지도시로 만드는 일이라든지, 인간중심. 시민중심의 행정을 펴는

일은 바로 새로운 민선5기의 핵심적인 비전이고 변화의 중심축입니다. ‘시민

고객’이라는 말을 ‘시민’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공무원 너무 자주 바뀐다

✽장기근무계약제와 전환기간 Transition Period를 도입하다

민원인들이나 시민들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공무원들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경우는 1년에 3번이나 담당공무원이 바뀌

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자주 전근이 되어서 과연 그 업무에 대

해 담당자가 얼마나 파악하고 이해하며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큰 걱정이

드는 게 저 한 사람뿐일까요?

그래서 일단 생각해 본 것이 특정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근무하고 싶은 공무원

을 선정하여 시장과 그 공무원이 장기 근무 계약을 맺는 제도를 도입해 보자

는 것입니다. 서로 근무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부서보다는 일단 기피

하는 부서부터 시작해서 차츰 확대해 보자는 것입니다. 일단 100명 정도에

서 시작해서 5년 내지 10년 정도 계약한다면 업무의 연속성과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봅니다.

❷ 정체 VS 발전의 방정식

만물은 유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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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규모로 인사이동이 되면 그만큼 업무 파악하고 직원들 간의 팀워크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고 업무장악과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바로 전환기간(Transition Period) 제도입니다.

그 업무를 떠난 과장이나 팀장이 한 달간 자신이 떠나버린 과나 팀에 계속적

으로 관여하면서 업무는 물론이고 노하우나 관련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등을

치밀하게 인계해 주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지만 떠난 부서에 조금의 노력만 기울여준다면 서로 낭비와 착오 없는 업

무 인수인계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위탁기간, 좀 바꿉시다

얼마전 북촌의 게스트하우스와 전통문화 공방으로부터 진정서가 날아왔

습니다. 위탁기간을 좀 연장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그때 보니까 위탁기간이

겨우 1~2년이었습니다. 1~2년 열심히 해서 이제 조금 안정도 되고 지명도도

생기고 고객관계도 형성될 찰나에 쫓겨나는 것입니다.

담당자들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합니다. 형평성

은 공정성의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형평성을 위해 행정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다른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면 게스

트하우스, 공방들을 좀 더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 아닐런지요?

사실 따지고 보면 각종 창업센터, 창작 공간, 복지시설 등 서울시가 하고 있는

각종 사업들의 사업 위탁이나 공간 제공 등이 모두 같은 이치입니다. 모두가

형식적인 형평성을 쫓다가 사실상 별 도움도 되지 못한 채 운영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행정은 실질을 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모든 이에게 기회는 주되 일단 준 기회는 충분히 활용해서 그것이 결과적으로

서울시와 서울시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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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14

이상 근무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요. 세상에! 저는 참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모두 옮겨다니면 어떻게 업무의 연속성이나 전문성이 담보되느냐고

말입니다. 민원인들은 이렇게 항변합니다. 어떤 공무원이 신규로 와서 자신의

사안을 간신히 납득시키고 이해시킬만 하면 떠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서 설명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뭐 좀 알 만하면 떠나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은 서울시 공무원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전국적인 현상이지요. 언젠

가 한국정부의 국제협상단에 참여했던 한 기업인의 고백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적소유권 협상이었는데 상대국가였던 미국의 경우, 담당공무원들은 모두

평생 그곳에서 근무한 베테랑들인 반면 한국정부의 공무원들은 겨우 몇 년 이

내의 비전문가였다는 것입니다. 공식언어는 영어인데 용어조차 익숙하지 못

한 이들이 제대로 통상협상에서 국익을 지켜낼지 의심스러웠다는 것입니다.

지난번 한미FTA협상 결과 협상회의록 번역에서의 심각한 오류들이 수백 군

데였다는 뉴스를 들으며 그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협상의 전문가들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상피제나 3년임기 제도가 있었습니다.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고향에서 근무를 못하게 하고 3년 후에는 임기를 마치고 옮기게 하는

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반부패 시스템이 어느 정도는 갖추어져 있

고, 전문성이 고도로 필요한 오늘날의 시대에 이렇게 자주 부서간 이동을 한

다는 것은 용납되기 힘듭니다. 세상은 고도로 전문화되어 있는데 공무원들

만 얼치기가 된다면 어떻게 미래지향적이고 치밀한 행정을 펼칠 수 있겠습

니까?

바로셀로나에 건축기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바로셀로나는 참으로 대단한

예술가의 도시입니다. 20세기 미술의 거장 피카소가 그곳 출신이고, 건축의

천재 가우디도 그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건축을 하는 사람이 성지순례를 하

는 곳입니다. 저도 승효상 선생을 비롯한 건축가들과 함께 그곳에서 가우디의

작품들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역시 건축도시답게 가로등이 기가 막힌 것

이 아닙니까? 그냥 쇠막대기 하나 세워놓은 듯 무뚝뚝해 보이기는 하지만 단

순미를 자랑하는 특별한 기념물이었습니다. 통상의 가로등의 개념을 넘어서

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예술가가 저런 것을 디자인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냥 공무원들이 했

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바르셀로나 시의 공무원들은 모두 예술가들이고

건축가들이었습니다. 하기는 저런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마음껏 설계하

고 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공무원이 아니고 누구였겠습니까?

어느 서울시 공무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 부서에서 얼마나 근무했느냐

고요. 그랬더니 6개월 되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덧붙입니다. 우리 과에서 1년

❸ 공무원, 이제 전문가여야 합니다

한 우물을 파야 물을 마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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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전문성을 키워야 합니다.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제도적으로 과거와는 달리 한 부서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 승진이나 대우에 있어서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

은 제도를 마련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을 방문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곳은 두 개의 길을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

트랙은 여러 부서를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혀 전문 경영인의 길을 가는 코스이

고 나머지 한 트랙은 한 부서, 한 영역에서 평생 근무하면서 전문가의 길을 가

는 것입니다.

앞의 길은 차장, 부장, 상무, 전무의 길을 가는 사람이고 뒤의 길은 전문기자,

대기자로 가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어디로 가더라도 회사에 대한 공헌과 역할

에 견주어서 대우를 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렇게 갈 수 없는지 인사과에

공무원 인사 혁신방안을 준비해놓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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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구요? 40평 이상 대형평수이기 때문이랍니다. 지금 서울시 인구 구성은

1인 가구가 25%, 2인 가구까지 합치면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이런 인구학적 변화와 추세를 우리가 잘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우스꽝

스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사회 변화를 우리 공직자들이 읽고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이런 예산낭비 사례는 끝없이 양산될 것입니다.

정책 하나를 결정할 때 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과연 이 정책에 합리적인

의문이 없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과연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충분히 들어 타당성을 확보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진실로 현장의 목소

리들이 반영되었는지, 미래의 수요와 예측에 틀린 것이 없는지 묻고 또 물어

야 합니다. 우리의 결정 하나가 미래의 희망과 행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감사나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어떻게 이런 일

이 벌어졌을까’ 개탄하는 마음이 드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때로는 이 사업을

과연 진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것들

은 예산만 잔뜩 소모하고, 시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많습니다.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진행한 사업들이지요.

우리 공무원들은 늘 과거를 돌아보면서 배우고, 현재를 냉철하게 분석하여

실수를 없애고, 미래를 엄격하게 예측하여 최적의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래의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 내려면 과거의 시행착오 또는 최고 사례들을 찾

아내고 학습해야겠지요. 그러면서 현재 추진중인 정책을 최고의 것으로 만

들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노력을 하다보면 그 분야에서 최고의 정책가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미래의 예측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독서와 강연, 학습을 게

을리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은평구 뉴타운에 지어져 있는 SH공사의 집들

가운데 4년째 팔리지 않는 주택이 7백여 채나 된다고 합니다.

❹ 시대를 통찰하는 힘을 기릅시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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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시장님이 강조한 디자인,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더 강력히 추진

할 생각입니다. 다만 겉치레나 외관이 아니라 삶 속의 진정한 디자인이 뿌리

내리도록 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숫자놀음에 너무 치우쳐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통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형식적인 목표에 매달린 나머지 그

숫자의 이면에 있는 실제의 모습은 눈여겨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뭔가 많이 시도한 것 같기는 한데 실제 효과는 없는 것이 수두룩합니다. 서울

형 사회적 기업 수백 개를 지정하고 지원하면 뭐합니까? 그 기업이 정말로 서울

시 지원 때문에 큰 도움을 받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일어섰다는 것이 중요하지

수백 개를 지원했는데 제대로 살아남은 기업이 없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그래서 청년창업지원센터에 1년간 입주시켰다가 바로 방을 빼 버리는, 그래

서 지원기업을 양산해서 숫자만 늘리려는 그런 정책은 이제 안 해도 좋다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실질이 중요합니다. 허수에 매달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내실이 중요한 법이니까요.

기자들이나 사람들은 늘 저에게 묻습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이라

면?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어떤 성과를 낼 생각인가요?” 대체

로 이런 질문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답합니다.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으로

남기를 바란다고요. 그러면 모두가 ‘뜨악’하기 마련입니다. 기대했던 답과는

너무나 멀었던 것이지요.

제가 했던 말은 상식과 기본, 원칙과 순리에 맞는 행정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뭔가 큰 것을 벌려서 시민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겠다는 욕심이 지

나쳤던 시대를 살아왔다고 봅니다. 새로운 시장이 당선되면 늘 자신의 과제를

만들어내고 거기에만 매달렸던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물론 자신의 철학과 공약, 비전에 맞는 사업을

새로 벌이기 마련이지요. 전임 시장 시절에 잘못된 정책도 바꾸고 시정해야겠

지요.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그 전임시장의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지킬 것은

지키고 강화해야 할 것은 더 강화해야 합니다.

❺ 상식의 행정, 저절로 꽃이 피어납니다

억지와 인위적인 성과 만들 생각 버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