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way 08예방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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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29 3월부터 ‘놀토’가 시행됐습니다. 주 5일 수업제가 실시되면서 아이들은 토요 일에도 이제 전면적으로 놀게 된 것이지요.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면 집에서 만 놀거나 학원에 가거나 두 가지 선택밖에 없는데 그건 우리 아이들에게 너 무 잔인한 노릇이지요. 그러나 서울시는 놀토에 대비해서 아이들이 즐겁게 학 습하고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미 그 몇 달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막상 놀토 가 시행되었을 때 놀토 프로그램을 일괄적으로 발표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 에게 종합선물세트를 제공해 드렸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가계 부채는 천문학적 숫자로 불어나 있고 언제 터질지 모 르는 시한폭탄같은 존재입니다. 행정1부시장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대책회의 를 거듭하여 종합적 대안을 마련해 발표한 것도 예방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입 니다. 나는 이 사례를 통하여 서울시 공무원의 지혜와 통찰력을 믿게 되었습 니다. 시장이 되면서 잠 못 이루는 불면의 밤을 참 많이 보내게 되었습니다. 08 예방행정 ❶ 예방 행정 - 한여름에 폭설을 대비하고 한겨울에 폭우를 준비한다 서울시는 ‘예방행정’의 대명사입니다 지난 겨울에는 폭설에 대한 대비를 하느라 땀을 흘렸습니다. 다행히 폭설이 적었고 무사히 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번에는 여름이 걱정이었습 니다. 작년과 재작년, 서울 시내를 물바다로 만들고, 우면산의 산사태를 가져 왔던 그 국지성 집중호우가 금년에는 안 오리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서울 을 둘러싸고 있는 산지를 전수조사해서 조금이라도 산사태 가능성이 있는 곳 을 찾아내 방책을 세워야 하고, 작년에 홍수가 났던 도심지역 38군데를 재발 방지하기 위하여 방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이번 여름엔 직원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걱정만큼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또 겨울이 걱정입니다. 얼마 전 TV 방송에 보니까 백두산의 지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습니다. 백두산에 몇 백 년만에 한 번 오는 큰 폭발이 있게 되면 한반도 전역에 큰 기 상재해가 오게 되고 그것은 농작물이나 비행 교통 등에 심각한 피해를 끼 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하는 소리로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달랐습니다. 우리가 만분의 일, 아니 백만분의 일이라도 가능성 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 때문에 수많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위에 관계 된 것이라면, 설사 나중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준 비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황당한 일인가요? 모든 것에 대비하고,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하여 시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 그것이 시장의 직무가 아니던가요? 사실 각 분야에 걸쳐 대비하고 예방해야 하는 일은 부지기수로 있습니다. 저는 의료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의 10분의 1만 스포츠와 생활체육, 일상적 운동, 그리고 질병 예방 교육에 쓴다면 그 효과는 10배, 100배 높아질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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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Seoul Way 08예방행정

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29

3월부터 ‘놀토’가 시행됐습니다. 주 5일 수업제가 실시되면서 아이들은 토요

일에도 이제 전면적으로 놀게 된 것이지요.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면 집에서

만 놀거나 학원에 가거나 두 가지 선택밖에 없는데 그건 우리 아이들에게 너

무 잔인한 노릇이지요. 그러나 서울시는 놀토에 대비해서 아이들이 즐겁게 학

습하고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미 그 몇 달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막상 놀토

가 시행되었을 때 놀토 프로그램을 일괄적으로 발표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

에게 종합선물세트를 제공해 드렸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가계 부채는 천문학적 숫자로 불어나 있고 언제 터질지 모

르는 시한폭탄같은 존재입니다. 행정1부시장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대책회의

를 거듭하여 종합적 대안을 마련해 발표한 것도 예방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입

니다. 나는 이 사례를 통하여 서울시 공무원의 지혜와 통찰력을 믿게 되었습

니다. 시장이 되면서 잠 못 이루는 불면의 밤을 참 많이 보내게 되었습니다.

08 예방행정

❶ 예방 행정 - 한여름에 폭설을 대비하고

한겨울에 폭우를 준비한다

서울시는 ‘예방행정’의 대명사입니다

지난 겨울에는 폭설에 대한 대비를 하느라 땀을 흘렸습니다. 다행히 폭설이

적었고 무사히 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번에는 여름이 걱정이었습

니다. 작년과 재작년, 서울 시내를 물바다로 만들고, 우면산의 산사태를 가져

왔던 그 국지성 집중호우가 금년에는 안 오리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서울

을 둘러싸고 있는 산지를 전수조사해서 조금이라도 산사태 가능성이 있는 곳

을 찾아내 방책을 세워야 하고, 작년에 홍수가 났던 도심지역 38군데를 재발

방지하기 위하여 방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이번 여름엔 직원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걱정만큼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또 겨울이 걱정입니다.

얼마 전 TV 방송에 보니까 백두산의 지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습니다.

백두산에 몇 백 년만에 한 번 오는 큰 폭발이 있게 되면 한반도 전역에 큰 기

상재해가 오게 되고 그것은 농작물이나 비행 교통 등에 심각한 피해를 끼

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하는 소리로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달랐습니다. 우리가 만분의 일, 아니 백만분의 일이라도 가능성

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 때문에 수많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위에 관계

된 것이라면, 설사 나중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준

비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황당한 일인가요? 모든 것에 대비하고,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하여 시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 그것이 시장의

직무가 아니던가요?

사실 각 분야에 걸쳐 대비하고 예방해야 하는 일은 부지기수로 있습니다.

저는 의료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의 10분의 1만 스포츠와 생활체육, 일상적

운동, 그리고 질병 예방 교육에 쓴다면 그 효과는 10배, 100배 높아질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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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30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30

라고 봅니다. 사람들의 정신건강과 정신질환 예방을 위한 클리닉과 상담센

터를 강화한다면 아마도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예방행정을 강조하면서 ‘절벽 아래 앰뷸런스를 대기시켜 놓으면

서 그 절벽에 펜스를 치는 일은 왜 게을리 하느냐’는 말로 예를 들고 있습니다.

우리도 상류의 오염원을 제거하면 될 일을 하류에서 그 물 전체를 정화하려는

비효율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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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31

층이나 장애인, 노동자들이나 국제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혹시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

은 없는지, 사업 비용은 초기 비용뿐만 아니라 그 이후 유지 관리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를 검토하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반쪽에 불과할 것입니다. 여기서 ‘성 인지’라고 하는 것은 그

정책이나 사업이 여성의 삶과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사전에 검토하라는 것입

니다. 동시에 ‘균형 인지’라는 것은 그 정책이나 사업이 서울의 여러 지역 간의 차이를 더 조

장하는 것은 아닌지, 그 차이를 좁혀주는 것인지 검토해 보라는 것입니다. 같은 서울이라고

하더라도 강·남북 사이는 현저한 차이가 있고, 서울시로서는 그러한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

으니 이런 검토항목을 넣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지요. 그 다음으로 모든 공무원에게 반드

시 사전에 검토하도록 하는 것은 “관계기관 및 관계단체”와의 협의 여부를 검토하고 그것을

표시하라는 것입니다. 원래 일은 혼자 하는 것보다는 함께 하면 훨씬 더 잘하게 되는 법입니다.

관계기관이나 관계단체와의 협의를 게을리함으로써 정책이나 사업이 발표되거나 시행되는

과정에서 그들의 협력을 받지 못함으로써 사업을 그르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거버넌스,

파트너십, 네트워크라는 말이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화두입니다. 관련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단체들과의 협조관계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사실 아무리 공공기관에서 좋은

정책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실천하고 현실화하는 것은 민간단체, 특히 풀뿌리

단체일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상의하고 협의하라는 것입니다.

비록 이런 사전 검토 항목으로 말미암아 공무원들이 신경쓰고 체크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피곤해질지 모르지만 그덕에 나중에 잘못되거나 실수하는 일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그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조직을 위해서도 다행스런 일이지요. 이제 서울시는 과거보다 훨씬

실수와 잘못을 줄이는 조직이 될 것입니다.

사전검토 항목 제도

사전검토를 통하여 착오나 실수를 방지하고 좋은 행정을 실천한다

그러나 아무리 예방행정을 하고자 해도 그냥 시장의 끊임없는 잔소리로 그 예방행정이 이루

어질 리 만무합니다. 한 사람의 힘으로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제도화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전검토항목> 제도입니다. 모든 공무원들이 자신의 정책이나 사업을 구상하

고, 결제받을 때는 <사전검토항목>에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그것은 모든 결제서류 맨 앞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어떤 항목이 있는지 볼까요? 지금 서울시에서는 모든 공무원들이 타자원의 활용 여부에 관하

여 중앙부처, 민간단체, 기업과 협의하고 노력했는지 스스로 검토하고 이를 표시하여야 합니다.

사실 공공기관은 기본적으로 예산을 가지고 사업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제가 서울시장

이 되어 사업을 구상하고 정책을 만들다 보니 예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국고보조라든지, 민간단체나 기업으로부터의 지원도 함께 고민해 보아

야 하는 것이지요. 선거 때 상대 후보 진영에서 저보고 ‘협찬 후보’라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행

정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 기업, 민간단체의 협력을 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이고 그것은 제 전공이기도 하니까 당연히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이런 요청을 하게 된 것이

지요. 두 번째 검토 항목은 “법령 및 기타 고려사항의 검토”입니다. 법령규정에 따라 교통, 환

경, 재해 등의 영역에 그 사업이나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령에 규정되어 있으니 검토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렇게 사전에 검토하여 표기하도록 해 놓

으면 놓치는 일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고용효과, 성 인지, 균형 인지, 문화 예술, 취

약 계층, 장애인, 노동 인지, 국제 관계, 갈등 유발 가능성, 유지 관리 비용 등에 대해서도 검토

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정책이나 사업 구상이 과연 고용효과나 문화예술 분야, 취약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