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way 10시민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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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36 10 시민소통 ❶ 시민은 고객이 아닌 주인입니다 참을 인(忍)자를 붙여놓으세요 민선자치가 이루어지면서 과거의 불친철하고 냉소적인 행정이 많이 바뀐 것 이 사실입니다. 기업의 서비스 업종 못지 않게 이제 공공기관에서도 친절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친절로 감동받은 시민들이 편지나 이메일을 보 내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참 다행인 일이고 일선의 우리 서울시 공무원 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태국을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태국은 관광으로 아주 유명한 나라입니다. 방콕에서는 국제회의도 많이 열립니다. 저도 회의 때문에 방콕을 열 번도 더 가봤습니다. 그런데 공항이나 호텔에 도착하면 태국사람들은 참으로 순박하 고 친절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늘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합니다. 태국의 상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를 보고 저는 그 웃음과 친절이 우 연히 아닌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국의 가장 첫 번째, 가장 자랑스러운 상품 을 다름 아닌 웃음이라고 써 놓았던 것입니다. Smile - All the Time (언제나 웃 음)이라고 써 있었습니다. 제가 취임하면서 선언한 것은 “시민이 시장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제 집무실 의자 옆에는 아주 좋은 의자 하나가 늘 비어있 습니다. 이른바 시민 의자입니다. 바로 ‘시민이 앉아있다’ 라고 생각하고 마 음을 가다듬는 것이지요. 또한 여러분들이 늘 결재문서를 만들 때 그 오른쪽 ‘시장’ 결재란 위에 ‘시민’이라고 써 있는 것도 알고 계시죠? 어찌보면 그것도 형식이고 보여주기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시민’을 잊고 있다가도 이것을 보면 자세를 바로 하고 옷 매무새를 고칠 수 있 답니다. 저는 가짜 웃음, 억지 웃음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봅니다. 마음으로 부터 진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진실로 사람들이 감동받고 행복할 수 있는 웃음 이 나옵니다. 우리 다산콜 120센터에 가보았더니 전화를 받고 응대하는 우리 직원들 책상 머리 맡에 참을 인(忍)자가 붙여져 있더라고요. 얼마나 장난 전화나 희롱 전화 가 많았으면 그랬겠습니까? 버스관리과 직원들과 만났더니 하루 종일 민원전 화로 시달린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공무원들 참 고생이 많습니다. 하루도 아 니고 365일 그렇다면 참으로 참기 어렵지요. ‘인’자를 머리에 써놓고 있어야 하겠지요. 그래도 여러분, 우리의 임무와 사명, 본분과 직책이 시민들을 모시 는 것이니 어찌하겠습니까? 그것을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겠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골치 아픈 민원을 해결하고, 막무 가내의 시민들을 잘 설득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마지막까지 돌봐드리는 것 - 그 운명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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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Seoul Way  10시민소통

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36

10 시민소통

❶ 시민은 고객이 아닌 주인입니다

참을 인(忍)자를 붙여놓으세요

민선자치가 이루어지면서 과거의 불친철하고 냉소적인 행정이 많이 바뀐 것

이 사실입니다. 기업의 서비스 업종 못지 않게 이제 공공기관에서도 친절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친절로 감동받은 시민들이 편지나 이메일을 보

내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참 다행인 일이고 일선의 우리 서울시 공무원

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태국을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태국은 관광으로 아주 유명한 나라입니다.

방콕에서는 국제회의도 많이 열립니다. 저도 회의 때문에 방콕을 열 번도 더

가봤습니다. 그런데 공항이나 호텔에 도착하면 태국사람들은 참으로 순박하

고 친절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늘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합니다. 태국의 상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를 보고 저는 그 웃음과 친절이 우

연히 아닌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국의 가장 첫 번째, 가장 자랑스러운 상품

을 다름 아닌 웃음이라고 써 놓았던 것입니다. Smile - All the Time (언제나 웃

음)이라고 써 있었습니다. 제가 취임하면서 선언한 것은 “시민이 시장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제 집무실 의자 옆에는 아주 좋은 의자 하나가 늘 비어있

습니다. 이른바 시민 의자입니다. 바로 ‘시민이 앉아있다’ 라고 생각하고 마

음을 가다듬는 것이지요. 또한 여러분들이 늘 결재문서를 만들 때 그 오른쪽

‘시장’ 결재란 위에 ‘시민’이라고 써 있는 것도 알고 계시죠?

어찌보면 그것도 형식이고 보여주기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시민’을 잊고 있다가도 이것을 보면 자세를 바로 하고 옷 매무새를 고칠 수 있

답니다. 저는 가짜 웃음, 억지 웃음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봅니다. 마음으로

부터 진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진실로 사람들이 감동받고 행복할 수 있는 웃음

이 나옵니다.

우리 다산콜 120센터에 가보았더니 전화를 받고 응대하는 우리 직원들 책상

머리 맡에 참을 인(忍)자가 붙여져 있더라고요. 얼마나 장난 전화나 희롱 전화

가 많았으면 그랬겠습니까? 버스관리과 직원들과 만났더니 하루 종일 민원전

화로 시달린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공무원들 참 고생이 많습니다. 하루도 아

니고 365일 그렇다면 참으로 참기 어렵지요. ‘인’자를 머리에 써놓고 있어야

하겠지요. 그래도 여러분, 우리의 임무와 사명, 본분과 직책이 시민들을 모시

는 것이니 어찌하겠습니까? 그것을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겠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골치 아픈 민원을 해결하고, 막무

가내의 시민들을 잘 설득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마지막까지 돌봐드리는 것

- 그 운명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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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직무 외에 이런 업무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한 약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것이 원래

그렇고, 또한 이런 과정이 정책의 약점과 실수를 사전에 보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좋은 생각으로 열심히 소통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소통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열심히 들어주는 것이 소통의

핵심입니다. 다양한 채널을 만들고, 찾아가서 이야기 듣고, 성심성의껏 그 요

구를 들어주려는 노력, 그런 것들이 소통이지요. 사실 많은 민원, 요구 - 어

떻게 다 들어줍니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들도 많지요. 그러나 우리가 그

안타까운 사연들, 어디 하나 발 붙일 데가 없는 사람들. - 그들에게 다가가

귀를 기울이는 것 자체가 소통의 큰 실천입니다.

사실 요즘 저 때문에 우리 공직자 여러분들 많이 힘들어지셨을 것입니다.

그냥 혼자서 결정하면 될 일을 여러 기관, 여러 단체, 여러 사람들과 논의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자니 시간도 걸리고 품도 더 들었을 겁니다. 그뿐입니까?

사정도 잘 모르고 마구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 모두 참고

들어주시는 우리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 참 고맙습니다.

비록 어려운 과정을 겪었지만 우리 시청 앞에 와서 시위하는 사람이 줄고,

행정의 만족도는 높아지며, 그만큼 정책의 완결성은 높아졌을 것입니다.

이제 서울시는 시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칭찬받는 신바람 나는 새로운 일터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 쭈욱~ 파이팅입니다.

몇 년 전 경향신문에서 제일 소통을 잘하는 사람으로 저, 박원순을 뽑아주셨

습니다. 보수, 진보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아마도 제가 상대적으로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서 그렇게 뽑힌 것 같다는 분석이 이어졌습니다. 저로

서는 참 기분 좋은 칭찬입니다.

소통이라는 것이 원래 잘 소통되는 사람들끼리 잘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지

요. 서로 소통이 잘 안 될 것 같은 사람들과의 사이에 잘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평소에 잘 만나지도 않는 사람을 만나서 대화한다거나,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소통의 의미이고

결과이지요.

이제 예전과 달리 부하직원에게도 일방적인 지시나 강압적인 요구로 임할 수

는 없습니다. 설사 면전에서는 말을 듣는 척하지만 실제 그 일을 성심성의껏

열정을 다해 추진할까요? 마음으로부터 승복을 하고 스스로 그 일에 대한 열

정을 가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어요? 말을 물가

까지 몰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우리는 공무원들만이 아니라 언론과 의회, 시민사회단체, 이해관계그룹, 중

앙정부와 다른 행정기관,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만 합니다. 어찌 보면

❷ 소통의 달인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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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하고 책을 쓰고 논문을 씁니다. 제가 수십 권의 책을 쓰게 된 비결입니다.

사실 제 이야기와 의견이라기보다는 바로 그 현장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의견

입니다. 참으로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것도 살아있는 것들을 말입

니다. 현장의 사례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를 제공합니다.

그냥 책만 읽은 사람을 늘 이기게 되어 있지요. 내가 가 봤다는데, 내가 직접

들었다는데, 그 사람에게 누가 당합니까?

어떤 특정 주제에 대해 그 분야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다섯 명만 만나면,

자신이 그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마련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

켄지’가 일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입니다. 특정 이슈에 대해 컨설팅을 의뢰받

으면 이들이 하는 일은 문헌조사를 하고 문제를 여러 이슈로 세분화한 다음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러 다닙니다. 특히 현장에서 애로와 고민을 듣습니다.

당초에는 그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컨설턴트가 3개월 후에는 평생 그

일에 종사해온 경영진에게 답을 제시합니다. 이것을 “3개월 원칙”이라고 하더

군요.

저도 여러분께 3·3·3 원칙을 제시합니다. 올바른 정책을 세우려면 그 분야의

전문가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3명씩을 3시간씩 인터뷰하면서 3개월만 고민

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마도 최고의 정책이 나올 것입니다. 물론 3명

이 아니라 10명이면 더 좋겠지요. 그리고 여기 인터뷰할 대상은 단지 사람만

이 아닙니다. 그 현장을 몇 차례 방문하고 사진 찍고 둘러보면 감이 옵니다.

현장은 많은 영감과 상상력을 주고 우리가 가진 선입관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제가 희망제작소를 설립하면서 그 캐치프레이즈를 “21세기 실학운동”이라고

내붙였습니다. 추상과 거대 담론의 시대에 실증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

하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실증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하

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만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

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이론은 회색이라는 말조차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그 모든 이론의 옳고 그름, 정확도가 모두 판가름이 납니다. 현장

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 방법과 노하우, 지혜가 생겨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한 시간만 말을 들으면 우리가 세우고 만드는 정책의

현실성과 문제점이 금방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대안과 해결책까지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늘 현장 가기를 즐겨합니다.

그 대상은 국내외가 따로 없습니다. 늘 현장에 가면 먼저 사진을 찍고 자료

를 모으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고 메모합니다. 그것을 정리하고 분

❸ 3·3·3 원칙 - 답은 늘 현장에!

현장으로 달려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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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Way,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