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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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연] 생명위기 시대 '농업살림'이 희망이다 / 최양부 (전 청와대 농림해양수석비서관) [지정발언] 김도준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부회장) 윤신천 (한살림경남생협 전 이사장) 박혜숙 (한살림서울생협 조합원활동실장) 정현숙 (한살림전북생협 전 이사장) 윤병선 (건국대 교수, 한살림충주제천생협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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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모시는�글 1

모시는 글

故 인농�박재일�선생� 3주기를�맞아�'보다�넓고�깊은�농업살림�실천으로�생명평화세상�열자‘

라는�주제로�이야기마당을�마련했습니다.

생전에� ‘생산과�소비는�하나’를�신념으로

한살림운동을�이끌어온�인농�선생의�삶과�정신을�기리며,

농업살림운동의�소중한�의미를�다시�돌아보고

한�걸음�더�나아가게�하는

뜻�깊은�시간이�되길�바랍니다.

2013.8

인농기념사업위원회

Page 3: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2� 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인농 박재일 (1938-2010)

1938년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에서 농

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경북고등학교

를 졸업하고 1960년 서울대에 입학한 청

년 박재일은 4.19혁명에 참여하고 1964

년 굴욕적인 한일수교에 반대하는 6.3운

동에 앞장섰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시

점에 평생의 반려인 이옥련 여사를 만났

습니다.

1969년 강원도 원주에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을 만나고 사회개발위원회, 가톨릭농

민회에 참여하며 협동과 자조운동에 매

진, 우리 농업과 농촌 현실을 개혁하고자

힘썼습니다. 이후 지학순 주교, 장일순

선생 등 원주지역 사회운동가들과 함께

반독재민주운동을 넘어 시장의 논리와 산

업주의 세계관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문명적 대안을 모색합니다.

1985년 원주소비자협동조합의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1986년 12월 서울 제기동에

한살림 농산을 열었습니다. 박재일은 온 우주생명, 도시와 농촌이 모두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한살림이라는 이름을 짓고

모심과 살림의 새로운 사회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의 출발과 성장은 생명농업을

근간으로 도시와 농촌이 서로 협력하는 직거래운동을 확산시키고 우리밀살리기운동, 환

경농업단체연합회 결성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생활협동조합운동이 발전

하는 데 영향을 끼쳤고 친환경농업지원법 제정과 농림부 친환경정책과 설치 등 우리

사회에 친환경농업 관련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도록 기여했습니다.

Page 4: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순� � 서� 3

순 서

16:00� -� 16:30� �여는�마당

16:30� -� 17:20� �특별강연� �

생명위기�시대� ‘농업살림’이�희망이다� � � _� 4

최양부�전�청와대�농림해양수석비서관� ‧ (사)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17:20� -� 18:00� �지정발언� (진행� :�정규호� 모심과살림연구소�연구실장)

다시�새롭게�하는�한살림� 생산자�운동을�위하여� � � _� 54

김도준�한살림생산자연합회�부회장

보다�넓고�깊은� 한살림�밥상살림�운동을�바라며� � � _� 56

윤신천�한살림경남생협�전�이사장

생산과�소비가� 하나되는� 농업살림을�다시� 생각하며� � � _� 59

박혜숙�한살림서울생협�조합원활동실장

생명평화의� 마음으로�농업살림을�바라보며� � � _� 64

정현숙�한살림전북생협�전�이사장� ‧ 한밝음공동체�생산자

생명평화의� 뿌리� ‘농업’의�현재와� 미래를�생각하며� � � _� 66

윤병선�한살림충주제천생협�감사

18:00� -� 18:20� �자유발언�

보다�넓고�깊은�한살림�농업살림운동과�생명평화운동에�대한�기대와�제안� �

18:20� -� �저녁식사와�문화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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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별 강 연

4� 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시작하면서�

1.� 인농과�한살림운동에�대한�회고:

� � �인농의�꿈과�실천

2.�한살림운동� 27년의�성과와�새로운�모색� � � �

3.� 한살림운동� 27년의�비판적�성찰�

4.� “보다�넓고�깊은�농업살림실천”을�위한�제언

� �

마치면서

참고문헌�

생명위기�시대� ‘농업살림’이�희망이다

-�한살림운동� 27년의�성찰과

“보다�넓고�깊은�농업살림�실천”을�위한�제언� �

최 양 부 * | (사) 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 주요 약력

1964-1972, 서울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72-1977, 미국 미주리대학교 농업경제학 박사

1978-1993,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연구위원, 부원장

1990-1993, UR농업협상 정부대표(장관자문관)

1993-1998, 김영삼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

1998-2003,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이사장

2003-2007, 대한민국 주 아르헨티나 대사 및 농업통상대사(대외직명대사)

2007-2012,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2008-2012, iCOOP생협 친환경유기농식품클러스터(괴산)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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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5

시작하면서

� �인농�박재일�선생� 3주기를�기념하는�이야기마당에�초청받아�말씀드리게�된�것을�큰�영광

으로�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를� 초청해� 주신� 인농기념사업위원회� 이상국� 위원장을� 비롯한�

한살림�식구�여러분께�진심으로�감사드립니다.�

� �인농�선생은�한살림은� “완성된�게�아니라�생활하는�사람들이�하루하루�삶을�통해서...끝

없이�만들어가는�것”이라고�말했습니다.�인농�선생의�말은�한살림을�사랑하고,�한살림운동

을�계승하고�있는�후배들의�유업이�되었습니다.�오늘�이�자리도�한살림운동을�이어받은�우

리가� 얼마나� 인농� 선생의� 유업을� 올곧게� 계승하고� 있는지를� 성찰하기� 위한� 자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3주기� 추모� 이야기마당이� 생명평화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보다�넓고�깊은� ‘농업살림’"을�어떻게�실천할�것인가를�주제로�삼고�인농�선생께서� 1986

년� 12월� 4일� 한살림농산을� 설립한� 이후� 지난� 27년간�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라는� 관점에

서�실천해온�한살림의�농업살림운동을�되돌아보고�그�소중함을�성찰하는�것은�매우�의미가�

큰�중요한�자리가�아닌가�생각합니다.�그런�의미에서�저는�제가�과연�이�주제를�제대로�감

당할� 수� 있을지,� 혹시라도�누를� 끼치는�것은�아닌지� 하는� 두려움과� 함께� 무거운�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생전에� 인농� 선생께서� 맺어준� 한살림과의� 소중한�

인연으로�생각하며�떨리는�마음으로�이�자리에�섰습니다.

� �인농� 선생과는� 생전에� 몇� 차례� 가깝게� 만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1994-97년간� 환경농업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환경농업단체연합회(환농연)를� 설립하

고� 환경농업육성법을� 제정하면서� 잊을� 수� 없는� 인연을� 맺은� 것입니다.� 2006년� 11월에는�

환농연이� 주관하는� 쿠바유기농업� 시찰여행을� 같이� 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제가� 2008년� 8

월� iCOOP� 친환경유기식품클러스터추진위원장� 일을� 맡으면서� 인사도� 드릴� 겸� 한살림과�

iCOOP�간�협력�방안을�논의하기�위해�조희부�이사와�같이�인농�선생을�찾아뵙고�이야기를�

나누었던�일이�생각납니다.�그리고는� 2011년� 1주기를�맞이하여�열린�추모�좌담회에서�환경

농업정책을�세우는�과정�중� 모두를�품어�안으셨던�인농�선생의�큰� 산� 같은�역할을�회고하

기도�했습니다.�

� �그러나�정작�인농�선생이�어떤�삶을�살아왔고,�어떤�생각을�가지셨고,�어떤�일을�하셨는

지는�이번�글을�준비하면서�처음으로�구체적으로�알게�되었고�그동안�제가�인농�선생을�제

대로�알지�못했다는�점을�반성하게�되었습니다.�이번에야�인농�선생을�다시�만나게�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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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그의� 넓고� 깊은� 세계를�알게� 되었습니다.� 새삼� 새롭게�깨달은� 것은� 인농� 선생이�우리나라�

유기농업과�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의� 역사에� 남긴� 큰� 족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소비자협동조

합운동이� 서구와� 달리� 특별히� 유기농업과� 유기농식품을� 매개로� 발전하게� 된� 연유를� 처음�

깨닫게�되었고,�소비자협동조합의�한국모델이�인농�선생의�고민�속에서�만들어졌다는�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기농업운동과� 소비자협동조합운동의� 결합은� 시대

를�뛰어넘어�앞서나간� 「한살림선언」으로�알려진�한살림�사상의�실천을�위한�것이었음도�알

게�되었습니다.�뒤늦게나마�이런�특별한�깨달음의�기회를�주신�인농기념사업위원회와�한살

림에�다시�한번�깊이�감사드립니다.�

� �오늘�이�자리는�사실�저에게는�매우�의미�있는�자리입니다.� 20년�전인� 1993년� 10월� 30

일,�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쌀� 협상의� 향방이� 국가적� 초미

의� 관심사였을� 당시,� 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었고� 쌀� 협상� 전략수립에�

골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한살림으로부터� 특강�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때가� 저

와�한살림의�첫� 만남이었습니다.�단국대에서�열린�한살림�농업정책토론회에서�저는�그때까

지�개인적으로�생각해�오던�우리�농업에�대한�생각을� “문명의�전환과�우리�농의�장래:� 우

리�농의�새�비전을�세우자”�라는�제목으로�정리해�발표했습니다.

� �그�글은�문명적�관점에서�우리�농의�미래를�전망한�것으로�농경사회에서�산업사회,�그리

고�탈산업사회로의�문명전환과�농업의�변화,�그에�따른�현대농업의�위기에�관해�그동안�개

인적인� 독서� 등을� 통해서,� 그리고� 1990-93년간의� UR농업협상을� 통해서� 유럽농업의� 현장

을�둘러보고�다양한�국제회의에�참여하면서�느끼며�생각해왔던�것을�공개된�자리에서�처음

으로�밝힌�것이었습니다.�당시�우리�농업계는�UR농업협상에�따라�전면적인�개방시대에�대

응,�경쟁력�강화를�위한�구조개선이�정책적인�화두였을�때였습니다.�그러나�저는�산업화와�

세계화의� 충격으로� 총제적인�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농을� 구하고� 미래가�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탈(후기)산업사회적� 비전이� 필요하

며,� 특히� “탈산업사회화를� 지향하는� 21세기에� 있어서...행동하는� 소비자들의� ‘생명’에� 대

한� 새로운� 인식,�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수단의� 하나로써� ‘깨끗한� 환경과� 안전한� 식품’에�

대한�요구는�농업과�농촌의�존재양식에�심대한�변혁을�가져올�것을�예고하고�있다”고�전망

하고,� “탈산업화의� 진행과� 함께� 농업은� 식품산업이면서� 환경산업으로서� 우리� 모두의(미래

의� 세대까지를� 포함해서)� 생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생명산업’으로서의� 새로운� 위상을�

갖게�될�것”으로�보고� “안전한�식품과�깨끗한�환경을�확보할�수�있는� ‘건강한�농업(환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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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7

전형�농업,�지속가능한�농업)’을�위해�새로운�농법의�도입(예:유기농법�등)”이�필요하다는�

점을�처음�언급했습니다.�

� �그리고�이러한�농의�새�비전의�실천을�위해서는� “‘생명의�농’이란�새로운�가치를�공동매

개로�생산자와�소비자가�하나의�문화공동체,�생활공동체,�지역공동체를�형성하는�일”이�중

요하다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

게�산업으로서�농업,�지역사회로서�농촌의�진정한�가치와�그�근본이�무엇인가에�대한�재인

식과� 재발견,� 새로운� 자각을� 요구”하고� 있으며,� “생산자들의� 생산양식과� 소비자들의� 생활

양식,� 소비양식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한살림)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당시에�

처음� 접한� 한살림운동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명의� 농’을�

지키고�가꾸는�일은�더�이상�농민들에게만�맡겨둘�수�없는�우리�사회,�우리�모두의�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관변의� 국책연

구기관에서�부원장의�직책을�맡고�있던�저로서는�주류의�정책적�시각과�배치되는�이야기를�

했었습니다.�

� �이�발표가�인연이�되어�저는�한살림과�교감하고�소통하게�되었고�그�인연은�오늘까지�이

어지고�있습니다.�그런데�중요한�사실은�그�발표가�있은�지�불과� 2개월�후인� 1993년� 12월�

23일에�저는�대통령�농수산수석비서관�발령을�받게�되었고,�청와대에�들어가�UR이후�신농

정을�통활하는�중책을�맡게�되었습니다.� 저는�제� 말에�대한�책임을�지기�위해�정부,� 특히�

농촌진흥청의�강력한�저항에�맞서가며�인농�선생과�한살림의�도움을�받아� 1994-97년간�환

경농업정책을�정부의�농업정책으로�세우는�작업을�기획하고�추진하게�되었습니다.�이에�관

한�이야기는�인농�선생� 1주기�좌담회에서�회고한�바와�같습니다.�

� � 20년의�세월이�흐른�뒤�오늘�다시�한살림의�초청을�받아�다시�여러분�앞에�서니�그때의�

일들이�떠올라�만감이�교차한다는�말이�실감납니다.�그러나�한�가지�지난날을�돌이켜�보면

서�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유기농업과� 협동조합에� 대한�

저의� 인식,� 현장적이고� 실천적인� 인식이� 너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더더군다나� 유기농업

과� 소비자협동조합의� 연결고리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입니다.� 그러나� 그때

의� 인연으로� 공직생활을� 마치고� 난� 1998년부터� 유기농업과� ‘문명의� 전환과� 농의� 장래’는�

저의� 주된� 관심주제� 중� 하나가� 되었으며,� 이에� 대한� 고민은�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그래서�

1998년부터� 지난� 25년간�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발전이� 어떤�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

려� 관행농업화� 하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유기농업의� 철학적� 기초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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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최근에는� 유기농업에� 대한� 새로운� 생태적� 성찰이란� 관점에서� “농업의� 원죄와� 치유와� 회복

의�농업”을�주제로�고민하고�있습니다.

� �협동조합과� 관련해서는� 저는� 그동안� 소비자협동조합보다는� 농협� 개혁� 문제에� 집착해� 왔

습니다.� 특히� 우리� 농협이� 판매농협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경분리

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를� 위해� 2007년� 1월부터� 4년여� 동안� �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2007.11-2012.2)’을�추진해�왔습니다.�이�운동을�이끌면서�착한�

협동조합과� 나쁜� 협동조합이� 무엇인지에� 대해� 새삼� 공부하게� 되었고,� 2008년� 8월부터� 지

난해� 말까지는� iCOOP생협을� 통해� 소비자협동조합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유기농업� 생산자와� 소비자협동조합� 간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리고�유기농업�생산자와�소비자생활협동조합�사이에�유기가공식품생산자의�비중이�점차�확

대되면서� 이들� 간의� 관계가� 협동조합적� 관점에서� 파트너십의� 관계가� 아닌� 사실상� 갑과� 을

의� 시장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협동조합기본법시대를� 맞

아� 2013년� 5월� 15일에는� ‘사)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를� 창립하고�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의�창달과�실천을�위한�일을�시작하고�있습니다.� 그리고�기본법시대�유기농업생산자와�

가공식품생산자�간의�수직적�통합을�통해서�서구와�같은�생산-가공을�통합한�부가가치협동

조합,� 신세대협동조합과� 같은� 새로운� 협동조합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러

한� 경험들로� 인해� 뒤늦게나마� 유기농업과� 협동조합이� 운명적� 공동체가� 되어� 발전해� 온� 한

국의�현실과�한살림을�비롯한�소비자협동조합의�현실을�어느�정도�이해할�수�있게�된�것을�

다행으로�생각합니다.�

� �오늘�저는�이러한�제�경험을�바탕으로�인농�선생을�추모하는�의미에서�먼저� 27년�전�유

기농업과� 소비자협동조합을� 접목시키신� 인농� 선생의� 꿈(비전)과� 실천에� 대해서� 먼저� 살펴

보려고�합니다.�그리고�한살림운동을�통해�소비자협동조합과�하나가�되어�발전해온�한국적�

유기농업운동의�지난� 27년� 역사를�성찰하고�이� 시점에서� 우리가�당면하고� 있는�문제와�이

를�극복하기�위한�방안으로�오늘� 3주기�추모�이야기마당의�주제인� “보다�넓고�깊은� ‘농업

살림’�실천”에�대한�저의�의견을�말씀드리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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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9

1.�인농과�한살림운동에�대한�회고� :

� � � 인농의�꿈과�실천�

인농의�원주생활과�농민운동�

� �인농은�학창시절(1965,� 27세)�김지하의�소개로�무위당�장일순�선생을�만났고,� 1968년� 8

월� 무위당의� 부름을� 받고� 원주로� 내려왔습니다.� 인농은� 무위당의� 협동조합� 강좌를� 들으면

서�처음으로�협동조합에�눈을�뜨게�되었고�신용협동조합운동에�나서게�되었습니다.� 1971년

부터는�협동조합연구소의�직책을�맡아�협동조합운동에�나서기도�했습니다.� �

� � 1972년� 8월� 19일� 강원도지역이�폭우로� 큰� 피해를� 입자� 천주교� 원주교구가� 세계에�지원

을� 호소했고� 독일로부터� 받은� 지원으로� 원주교구는� ‘재해대책위원회(후일� ’사회개발위원회

‘로�개편)’를� 구성하고�재해대책사업을�추진했습니다.� 인농은�이때�농촌지원사업의�책임을�

맡아�일하게�된� 것이� “농촌과�떼려야�뗄� 수�없는�삶을�살게�된� 출발”이� 되었다고�합니다.�

인농은� 지학순� 주교와� 무위당의� 가르침을� 받으며� 이� 사업을� 통해� 농촌현실과� 농민의� 삶에�

관심을�가지게�되었습니다.�농민을�위한�신용협동조합과�공산품�구매를�위한�소비자생활협

동조합운동에�관심을�가지고�협동조합을�통한�농촌지역사회의�자주적이고�자치적이고�민주

적인�협동체�조직운동을�시작하였습니다.�

� �그러나� 인농이� 접한� 1972-3년의� 우리� 농촌과� 농민� 현실은� 유신독재정부가� 강압적이고�

강제적으로� 추진하던� 반민주적인� 주곡자급을� 위한� 증산농정이었고,� 농촌새마을운동이었으

며,� 강제적인� 농협출자운동이었습니다.� 당시� 농민들이� 자신들이� 심고� 싶은� 볍씨종자로� 못

자리를� 만들면� 행정에서� 나와� 못자리를� 짓밟고� 통일� 볍씨를� 심도록� 강요받았습니다.� 농민

들은�새마을운동으로�취락구조개선사업을�하면서�초가집�지붕을� 슬레이트로�바꾸고�토담을�

벽돌로�바꿀�것을�강요받았으며�강제적으로�공사비의�일정액을�부담해야�했습니다.� 정부는�

농협� 출자금� 납부를� 강요하면서� 강제적으로� 정부� 쌀� 수매대금에서� 출자금을� 떼어� 가고� 있

었습니다.�인농은�유신독재의�억압과�강제가�지배하는�농촌사회가�민주화되어�농민들이�자

유로운� 품종선택권을� 가져야� 하고,� 농협이� 민주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농은�농민이�인간답게�살기위해서는�농촌을�지배하는�사회적�억압구조를�깨야�한다는�생

각으로�농민운동에�나서게�되었습니다.�

� � 1973년(35세),� 인농은� 가톨릭농민회에� 참여하여� 1983년까지� 약� 10년간� 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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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8대회장(1982-83)�등을�역임하면서�우리나라�농민운동사에서�가장�치열했던� 1970-80년대�

농민운동의�중심에�있었고�유신과�신군부�독재정부에�맞서�농민운동을�이끌었습니다.�인농

은� 쌀� 생산비� 조사를� 통해� 유신독재정부가� 주곡� 자급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증산농정의� 농

민� 수탈적� 구조를� 고발하고,� 함평고구마사건을� 통해� 농민� 조합원의� 농협이란� 허구적� 실체

를� 고발하였으며� 농협의� 횡포에� 맞선� 농협민주화운동을� 주도했고� ‘농협조합장� 직선제실시�

백만인�서명운동(1983)’을�이끌었습니다.� �

새로운�대안적�농민운동의�모색:

유기농업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접목� �

� �유신독재에� 저항하며� 농촌민주화운동을� 추진하면서� 인농은� 무위당의� ‘원시반본(原始返本)’이란� “근원적인�데서부터�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는� 입장에� 따라� � 투쟁적�농민운동의�한계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농민에� 대한� 사회적� 억압구조� 철폐를� 위한� 투쟁만으로�

농이�당면한�현실�문제를�해결할�수�없다는�사실을�깨닫기�시작하고�대안적�농민운동을�모

색하기�시작했습니다.�

� �인농은� 무위당을� 통해� 농(農)의� 본질이� �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식이위천(食以爲天)’의�관점에서�농을�인간생존을�위한�생명활동�그�자체로�보기�시작했으며�농을� ‘생명의� 농’으로� 바로� 세우는�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농업이� 생명의� 가치를� 가져야�

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하나가� 되는� 공동체적� 삶의� 원리가� 뒷받침되어야� 농업이� 바로� 설�

수�있다는�생각을�하기�시작했습니다.�이러한�의식전환의�뒤에는�당시�원주를�중심으로�이

루어진� 새로운� 생명사상운동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말� 박정희� 대통령의� 급서와� 1980년

대�초� 신군부의� 등장�등� 국가적�혼란� 속에서�원주에서는�무위당,� 인농,� 최혜성,� 김지하를�

중심으로�그동안�반독재운동에�쏟아온�에너지를�생명운동으로�승화시키려는�새로운�인식의�

지평을�열기�위한�지적�움직임이�있었습니다.� �

“한살림모델”의�탄생:

생명운동을�위한�생협운동과�유기농업운동�

� �인농은�생명가치를�담은�유기농업과�이를�가능하게�하는�도시와�농촌의�공생적이고�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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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11

적인�공동체적�삶을�실천하는�새로운�운동을�생각하기�시작했습니다.� 인농은� 1984년� 일본

과�대만의�생협과�유기농업,�그리고�도농직거래�현장을�견학하고�새로운�운동의�실천을�구

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986년� 초에는� 네덜란드와� 독일� 등을� 방문하고� 도농직거래사업을�

배우기도�했습니다.�인농은�일본으로부터�도입한�유기농법의�실천을�농민에게�권장하고�그

렇게�생산된�유기농�쌀과�유정란�등�유기농산물의�판매를�위해�도농직거래방식의�수단으로�

소비자� 협동조합을� 접목시키는� 작업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참여하는� 방식의� ‘원주소비자협동조합’이� 1985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생명농업운동

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지지하는� 더� 많은� 소비자층을� 확보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는�서울로�활동거점을�옮기는�것이�불가피해졌습니다.�그래서�다음�해인� 1986년(48세)� 원

주생활을�정리하고� 12월� 4일�서울�제기동에�유기농�쌀가게를�열었습니다.�

� �이때�인농은�생산자와�소비자가�함께�참여하는�소비자협동조합을�만들기�위해�도시�소비

자를�효과적으로�설득할�수�있는�대중성�있는�방식을�생각했습니다.�소비자에게�쉽게�다가

가기�위해서는�설득력�있는�이름이�필요했습니다.�그런�고민�끝에�인농은� ‘한살림’이란�새

로운�말을�만들어냈습니다.�인농은�한살림의�말뜻에�대해� “도시와�농촌,�사람과�자연이�한

집살림� 하듯이�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라고� 설명하고� “‘크다’는� 뜻의� ‘한’과� 생명을� 가진�

존재들을� 조화롭게� 살아가게� 한다는� 의미인� ‘살림’을� 합쳐� 다함께� 큰살림을� 한다는� 의미”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새롭게� 추진하는� 운동을� ‘한살림� 운동’으로� 명명하고� 가게�

이름도� ‘한살림�농산’이라고�하였습니다.

� �한살림농산은�설립�취지문인� 「한살림을�시작하면서」에서� “갈수록�더해가는�분열,�불신과�

공해가�만연하는�죽임의�삶을�협동과�화합,�믿음이�가득찬�살림의�삶으로�자연과�인간,�인

간과�인간의�올바른�관계를�이루려는�한살림운동을�펼쳐�나가고자�한살림농산을�개설한다”

고�했습니다.�한살림은� “생산자는�소비자의�생명을�책임지고�소비자는�생산자의�생활을�책

임진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도농상생의� 협동사회경제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

니다.� 그리고�한살림은� “유기농직거래운동에(는)� 농약과�화학비료�사용으로�인한�자연생태

계를�황폐화시키고� 생산자와�소비자들의�건강까지�위협하는�관행화학농업의�한계를�극복하

는�것은�물론,� 생명의� 먹거리�나눔�활동을� 통해�이웃�관계�회복과� 지역사회의�공동체성을�

강화하고,�도농�간의�교류�및�연대�폭을�확대하겠다는�비전과�철학”을�담았습니다.�

� � 1988년� 4월에는� 사단법인� ‘한살림공동체생활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

늘날� ‘한살림연합’의�전신이�만들어졌고�한살림운동의�기틀이�세워졌습니다.�이와�때를�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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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이하여� 1989년� 10월� 29일에는� 한살림운동의� 이념과� 실천방향을� 확립하기� 위한� ‘한살림선

언’이�발표되었고�한살림�선언문�작성에�참여한�사람들을�중심으로�한�연구모임체인� ‘한살

림모임’이�설립되었습니다.� � �

� �이상을� 종합하면� 1968년� 원주시대를� 시작한� 이후� 인농은� 1986년� 원주시대를� 마감하고�

서울로�오기까지� 18년간을�사회개발위원회와�가톨릭농민회을�중심으로�농민운동에�투신�농

촌민주화와�함께�농민의�삶을�개선하고�자립기반을�조성을�통한�농촌지역개발을�위해�헌신

하였습니다.� 투쟁적� 농민운동에만� 의존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1980년대부

터� 무위당의� 사상적� 지도와� 자신의� 실천적� 체험을� 통해� 새로운� 대안운동� 모색에� 나섰습니

다.� 그리고� 마침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매개로� 생명가치를� 실천하는� 유기농업을� 접목하

여� 유기농산물의� 도농직거래운동을� 구상하고� 이를� 실천하는� 한살림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1986년�이후� 2010년�우리�곁을�떠나기�까지�인농의� 24년간의�삶은�그�자체가�한살림운동

의� 역사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유기농업의� 역사라고� 평가

할�수�있습니다.�

� �인농은� 우리나라� 소비자생활협동조합운동�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한국� 소비자생

활협동조합이� 서구와� 달리� 생명운동의� 실천� 방안으로� 유기농업운동을� 지원하고,� 도시소비

자들이� 생명운동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유기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을� 생협운동의� 핵심으로�

삼으면서� “한살림모델”이란� 한국적� 생협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농은� 서

구의�도시�소비자나�노동자들이�일반�식료품을�포함한�생활필수품을�중심으로�조직했던�소

비자생활협동조합운동과는�달리�유기농식품을�주축으로�하는�한국적�소비자협동조합이란�새

로운� 모델을� 만들어� 세웠습니다.� 서구의� 소협운동이� 좋은� 품질의� 일반� 생활물자를� 저렴한�

가격에�구매하기�위한�소비자들의�경제적�이유로�시작된�것과�달리�한국의�소비자생협운동

이� 유기농산물과� 관련� 식품이란� 매우� 제한적인� 상품으로� 특정한� 것은� 경제적� 이유가� 아닌�

한살림이�세운�생명운동이란�이념지향성을�가진�실천운동이었다는�역사성에�기인한�것이라

고�할�수�있습니다.�

� �이�점은�한살림이� “전통적인�생협에서�말하는�소비자권리나�소비자주권이�아니라�생명의�

가치를�소중히�여기는�생산자와�소비자의�사회적�책임의식과�올바른�생산·소비행태를�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한살림은� 일찍부터� 전통적인� 생협과� 달리� 단순히� 유통과� 소비

만이� 아니라� 생산까지� 포괄하는� 전체� 시스템과� 과정을� 중요시하고,� 조직운영에� 있어서도�

가능한�한�생산자와�소비자,�실무자가�함께�참여하는�방식을�도입하고�있다”는�설명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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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13

잘�들어나�있습니다.�이� 때문에�한살림은�소비자를�단순한�소비자가�아닌�생명운동의�실천

에�동참하는�운동가로�보았으며,�이� 때문에�소비자협동조합이란�용어자체에�대해�부정적인�

입장을�가졌고�생활협동조합이란�용어를�선호해왔습니다.�

� �인농이�주도한�유기농업운동은�시작�단계에서부터�생협운동과�접목되면서�회원제�마케팅

이란� 특수한� 판매방식이� 만들어졌으며� 유기농산물의� 도농직거래� 체제가� 세워졌습니다.� 더

욱이�비료와�농약에�의존한�화학농업이�주류농업을�이루고�있는�현실에서�환경보전형�생명

농업으로�유기농업실천을�농민에게�설득하는�일은�쉬운�일이�아니었습니다.�농민이�관행농

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유기농업으로� 전향하는� 정신적� 결단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었기�때문입니다.�유기농업이�생명�가치를�실천하는�농업이라는�새로운�자각이�필요했습니

다.� 우리나라� 유기농업이� 시작� 단계에서� 이념지향성을� 가지게� 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우

리나라에서� 생명운동을� 매개로� 유기농업과� 생협이� 만나게� 된� 것도,� 생명가치의� 실천이란�

공통된�이념적�지향점을�갖게�된� 것도�모두�인농의�역할�때문이라고�평가하지�않을�수� 없

습니다.� �

� �종합적으로� 1986년�한살림농산으로�춤범한�이후�오늘까지�지난� 27년을�돌이켜�볼�때�한

살림의�가장�의미�있는�성과는�그것이�사실상�무(無)에서�출발한�운동이었다는�점이며,�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살림이란� 새로운� 한국적� 생협모델을� 만드는� 선구자적� 사명을� 성공적

으로� 감당해온�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살림�이후에�생겨난� 두레생협이나�여성민우회생협,�

iCOOP� 생협,� 기타� 지역� 또는� 단체� 생협들이� 모두� 한살림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어서*� 한

살림모델을� 창안한� 인농의� 선구자적�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

다.� 그리고�한살림운동은�우리나라�유기농업과�친환경농업(무농약,� 저농약)의�성장을�견인

하는�역할을�해왔다는�점에서�또�다른�의미를�가지고�있다고�생각합니다.�유기농업에�대한�

기본인식이�부족할�뿐만�아니라�특히�개방농정의�등장과�UR농업협상�개시(1986.9)�등으로�

경쟁력강화를� 위한� 구조개선이� 국가적인� 농정의� 화두가� 되었던� 1986-88년의� 시대� 상황에

서� 유기농업의� 실천을� 강조하는� 것은� 정부시책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

는�일이었기�때문에�이�또한�선구자적�사명의식이�필요했던�일이라고�말하지�않을�수�없습

니다.� � �

* 정은미, 2012: 319-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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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한살림운동의�이념적�지평과�실천

� �인농은� 한살림운동을� 한마디로� “우리의� 밥상과� 농업을� 살리고� 나아가� 온누리� 생명을� 살

리는� 운동”*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생산자는� 밥상을� 살리고� 생태계를� 살리고� 땅도� 살리는�

생명의�농업,�즉�유기농업운동을�해나가고�소비자는�그�운동이�지속되고�확장될�수�있도록�

소비를� 책임짐으로써,� 농업도� 지키고� 밥상도� 지키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

바로� 밥상살림과� 농업살림을� 하나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살림운동은� 소비자

를�중심으로�협동조합운동(밥상살림운동)으로,�생산자를�중심으로는�유기농업실천운동(농업

살림운동)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둘이� 하나가� 되어� �

“우리의� 삶과� 운동을� 생명살림운동으로� 변화시켜가고자”� 한다는� 점과� 이를� 통해� “우리는�

이제�생명�가치에�중심을�두고�생명의�세계관에�입각하여�삶을�바꾸어�가고�자연과�인간의�

관계도�바꾸고�인간과�인간의�사회적�관계도�바꾸고�농사도�그런�세계관에�따라�짓는�생명

살림�세상,�더불어�사는�세상을�만들고자”�한다는�이념적�지향을�분명히�하고�있습니다.***

� �인농은�생전에�가진�그의�마지막�인터뷰에서� “한살림을�만든�것은�생명의�밥상을�차리려

고�노력한� 엄마들의� 힘”이라고�강조하고,� “어떤�거창한� 무엇을�내걸고� 한� 일이� 아니라�우

리�자신을�위해�스스로�깨닫고�시작한�일이라�꾸준히�지속된�것”이라고�평가했습니다.� “우

리가�제대로�된�생명의�밥상을�차리자�그래서�가정의�밥상,�들판의�밥상,�도시의�밥상,�사

회의�밥상을�다시�꾸리자”는� “생활�속에서�누구나�공감하는�절실한�문제로부터�출발하자는�

것이”�한살림의�뜻이었다고�지난�시간을�회고했습니다.****

2.�한살림운동� 27년의�성과와�새로운�모색� � � � �

� �한살림은� 1986년� 한살림농산으로� 출범한� 이후� 1988년� 4월� “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

합”의�체제를�갖추면서�본격적인�성장과�발전의�기틀을�마련했습니다.�한살림은�지난� 27년

* 박재일 2003, 인사위, 2011:28

** 박재일 2003, 인사위, 2011: 26

*** 박재일 2003, 인사위, 2011: 41-42

**** 김선미 2009, 인사위 2011: 12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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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15

간� 추진해온� 한살림운동의� 성격과� 성장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유기농� 직거래� 운동으로서,� 지역에서� 협동적� 가치와� 공동체적� 생활양식을� 일구어가는�

생활협동운동으로서,� 그리고� 우리� 농촌을� 살리고� 환경과� 생태를� 보존하는� 생명운동으로서�

자리매김하였다.�이것은�소비자의�권익�실현을�우선으로�하는�전통적인�생협운동을�넘어서

는�한살림�생협운동의�큰�특징이기도�하다.�이처럼�한살림은�먹을거리를�활동의�기본�소재

로� 삼지만,� 단순히� 안전한� 먹을거리를� 값싸고� 편리하게� 구입·이용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운동’의�정체성을�가지고�있다.”고�한살림�운동의�차별성을�설명하고�있습니다.*

생협운동의�성장과�과제� �

� � �한살림은� 지난� 27년간� 조직과� 사업,� 그리고� 질적으로나� 양적인� 면에서� 모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동안� 한살림은� ‘한살림생활협동조합’(1993.2),� � ‘사단법인한살

림’(1994.2)으로� 조직변경을� 거치고� 2011년� 2월� 소비자,� 생산자,� 활동가� 등� 지역생협과�

생산자조직,�지원조직을�모두�아우르는�통합조직으로�“한살림연합”을�만들었습니다.*

� �조합원은� 1988년�당시� 1,545세대에서� 2012년�말에는� 346,500세대로�비약적으로�늘어났

으며,�이는�우리나라�전체�생협�참여� 60만�세대(2011년)의�절반을�상회하는�것입니다.�그

러나� 한살림� 생협� 구역� 내� 총� 2천만� 세대의� 1.7%정도에� 불과한� 것이어서� 한살림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합원의� 출자총액도� 19억(2000년)� 수준

에서� 342억(2012)으로�확대되었습니다.� 그리고�전국� 20여� 개� 한살림�생협�조직에서� � “실

무자가� 350명�가까이�되고,�조합원�활동가도� 1,900명에”�달하는�조직으로�커졌습니다.*

� �참여�조합원�세대수의�증가에�비례하여�물품공급액도� 1988년의� 4억�원�수준에서� 2012년�

말� 현재� 2,539억� 원으로�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이것도� 2011년기준(2300억원)으로� 보면�

“국내�식품�시장규모� 120조원의�약� 0.2%�수준이며,�약� 4조�원으로�추정되는�전체�친환경

농식품�시장의�약� 5.6%에�해당”�하며,� “한살림의�경우�무농약�및�유기농산물의�취급�비중

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저농약� 농식품을� 제외하면� 전체� 친환경농식품� 시장규모의� 약�

8-9%에�달할�것으로�추정된다”고�합니다.**

� �그러나�한�가지�아쉬운�것은�전체�취급�농산물(가공원료�포함)�가운데�유기와�친환경(무

* 조완형, 2013

** 조완형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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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농약� 및� 저농약)� 농산물이�차지하는�비중이� 각각� 얼마인지는�발표�자료가� 없어� 확인이�어

려운� 점입니다.� 회원조합원의� 물품이용� 구조를� 보면� 가공식품(34.4%),� 농산물(31.6%),�

축산물(21.8%),� 수산물(7.6%),� 생활용품(4.6%)으로� 가공식품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

로� 보입니다.� 그러나� 역시� 가공식품� 가운데� 유기와� 친환경가공식품의� 비중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는�발표된�것이�없어�파악할�수가�없었습니다.

� �한살림은�지난� 27년간의�성과를�바탕으로�최근에는� “다양한�지역적�실천�활동을�통해�협

동사회경제의�새로운� 영역들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 한� 예로�한살림은� 2011년부터� “기

후변화라는� 지구환경문제를� 생활� 속� 실천과제로� 풀어내기� 위해� ‘가까운먹을거리� 운동’을�

전개하고”있는데� 이는� “우리� 땅,�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로� 밥상을� 차림으로써� 먹

을거리� 생태발자국(이동� 거리)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

으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붐을� 이루고� 있는� 푸드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한� 로컬푸드

운동의�한살림적인�생활실천운동이라고�할�수�있습니다.� �

� �한살림은�더�나아가�이제는� “유기농식품을�중심으로�한�직거래�운동의�차원을�넘어서�지

역사회를�보다�지속�가능하게�만들기�위한�지역살림운동”으로�발전하고�있습니다.� “지역살

림운동은� 먹을거리를� 포함해서� 복지,� 교육,� 환경,� 노동� 등� 다양한� 생활� 속� 실천과제들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며,� 지역사회로� 요청받는� 한살림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책임�있게�응답하는”�방향으로�전개되고�있습니다.�예를�들면� “지역별로�일공동체(워

커즈�콜렉티브),� 아이돌봄사업,� 지역복지활동�등� 다양한�지역살림활동”을�후원하고�있는데�

“이것은� 한살림� 생협의� 물품사업을� 통해� 얻은� 잉여금과� 조합원이� 참여하여� 조성한� 기금을�

지역사회에� 전환하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실천활동”이라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도시�소비자들이�기금을�모아�생산지에�햇빛발전소를�건립(2008년� 9월�한살림서

울생협은�충북�괴산�생산지에,�한살림성남용인생협은�강원�홍천�생산지에�농용창고�지붕을�

활용하여�햇빛발전소�설치)하며�에너지운동에도�나서고�있으며,� 최근에는�탈핵운동에도�나

서는�등�사회적�발언을�강화하고�있습니다.

� �한살림운동이� 이와� 같이� 유기농식품의� 도농간� 직거래운동을� 넘어� 지역살림운동으로� 그�

활동영역을�확장하고�있는�것은�지난� 27년간� “조직�및�사업�규모가�커지면서�조합원�계층

도�다양해지고�그에�따른�조합원의�의견과�요구도�다양해지고...그�결과�이전에�지녔던�조

합원의� 계층적� 동질성과� 물품이용의� 공통성이� 분산되거나� 약화되고� 있(어)� 더� 이상� 의식�

있는� 소비자들만이� 아닌� 보다� 다양한� 소비자� 계층이� 참여하는� 조직구조로� 변화하고,� 조합

Page 18: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특�별�강� 연� 17

원들의�의식수준이나�정서도�다양해지고�있다(으며)� 여기에�생활패턴의�변화가�더해지면서�

공동체는� 거의� 사라졌고� 지역모임이나� 소모임도�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한살

림의�현주소에�대한�솔직한�자가진단에�의한�것입니다.�

� �한살림은�이러한�현실인식을�바탕으로� “그�주체인�조합원의�개념과�위상에�대해�다시�한

번�재정립해야�할�지점에”�와�있다고�보고� “생협의�주체는�생산자와�분단·대립되는�소비자

라는� 협소한� 의미가� 아니라� 일상의� 모든� 생활영역에� 대해�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노동하는�

생활자라는�개념으로�재정립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있습니다.� 그리고�그러한�관점에서�

당면한�과제로� “▲조합원�주권/지역�주권이�존중·관철되는�활동,�사업,�경영�추진,�▲활동

소재의� 다각화� 모색,� ▲대안� 식문화� 운동으로서� 지역� 식생활교육� 운동� 전개,� ▲지역� 조합

원과� 주민이� 함께� 활발한� 지역살림운동� 전개,� ▲지역생활에� 밀착된� 지역살림정치� 참여� 확

대”�등을�제시하고�있습니다.*�

� �이러한�한살림의�자가진단과�당면과제들을�종합하면�한살림은�생협으로서�다양해진�조합

원의� 요구에� 따라� 그동안� 집중해온� 친환경·유기농식품의� 구매와� 공급(소비)활동뿐만� 아니

라�이를�넘어서� � “복지,�공제,�교육,�노동,�환경,�지역자치�등�다양한�생활영역”으로�활동

을�확장시키고�있으며,�이제는� “조합원들의�지역자치�활동을�반영·지원하는�역할자를�선택

하는�활동에�머무르지�않고,�조합원�리더들을�지역살림정치�일꾼으로서�성장하도록�돌보고�

직접� 나서도록� 돕는� 활동도� 전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지방자치단체� 진출을� 위한� 지방정

치�참여의�길도�필요하다고�느끼고�있는�것으로�보입니다.�

농업살림운동의�성장과�과제:

1,992호의�진실

� �한살림운동에�있어서�한살림�사상의�실천이란�측면에서�유기농업을�실천하는�농업살림운

동은�가장�기본적인�운동입니다.�바른�유기농업의�실천과�확산은�그�자체가�파괴된�자연환

경을�치유하고�생태계를�건강하게�복원하는�일이기�때문입니다.�사실�한살림의�생협운동이�

사회적� 명분을� 가졌던� 것은� 도시의� 소비자가� 나서서� 그러한�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농가를�

지원하자는�것�때문이었습니다.�

� �생명농업의� 실천을� 담당하고� 있는� 한살림생산자연합회(2007.2)에� 가입한� 생산농가는�

* 조완형 2013

Page 19: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18�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2012년�말�현재� 1,992호가�되며,� 전국적으로� 90여� 개�생산공동체(기초조직)와� 20여�개의�

시군/권역별생산자연합회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출하액� 규모는� 가공� 원료룰� 포함하

여� 596억�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살림생산자연합회는� “농촌지역에서� 한살림운동을� 전개

하여�농업과�농촌을�활성화하고�자연생태계를�살리며,�생태적�농업을�확산”하는�것을�목적

으로�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살림운동의� 확산을� 위한� 생산자� 확보와� 기금조성사

업,� ▲농촌지역의� 생태� 보전과� 자원재활용� 활동,� ▲생태적� 농업의� 확산과� 우리� 농업의� 대

안을� 제시하기� 위한� 농정활동,�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사업지도,� ▲� 지역농업체계구축을� 위

하�생산지�활동지원,� ▲그�밖의�조직,�교육,�홍보,�조사�및� 연구�활동�등을�추진”해�오고�

있습니다.� �

� �그러나� 아쉬운� 점은� 한살림� 생협운동과� 달리� 1986년� 이후� 현재까지� 지난� 27간� 한살림�

농업살림운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되어� 왔으며� 어떠한� 성과를� 이루었는지에� 대한� 객

관적이고�구체적인�자료가�보이지�않는�다는�점입니다.�다시�말하면�지난� 27년간�한살림이�

지도� 육성한� 유기농가가� 얼마나� 되고,� 어떠한� 유기농법을� 농가에게� 지도해� 왔는지를� 구체

적으로�파악하기가�어렵다는�점입니다.�그리고�현재�한살림생산자연합회에�등록된� 1,992호

의� 농가가� 모두� 한살림이� 육성해온� 유기농가인지,� 아니면� 친환경농가는� 얼마나�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만약� 한살림이� 출범� 당시의� 정신에� 따라� 농업

살림운동을� 제대로� 추진한� 결과가� 1,992호라고� 한다면� 27년간의� 실적으로는� 솔직히� 실망

스러운�숫자가�아닐�수�없습니다.� �

� �이러한� 문제적� 상황과는� 별도로� 한살림은� 농업살림운동의� 당면과제로� “▲적극적인� 식량

자급력� 향상� 도모,�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활동� 전개,� ▲유기농� 관행

화(산업화)� 견제�활동�전개,�▲다양한�협동조합�육성과�활성화�기여”*� 등을� 지적하고� 있습

니다.�

� �한살림은� “식량자급·자치야말로�가장�윤리적이고�착한�소비�운동이다.�조직�차원에서�연

도별� 사료작물의� 국내� 자급화율� 목표치와� 국내� 식량자급� 기여도를� 설정한� 후,� 그에� 따른�

장기적인�추진계획을�수립하고�실행해가야�한다.� 아울러�식량의�해외의존도를�낮추기�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회와� 함께� 육류� 소비량을� 줄이는� 활동도� 함께�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과�함께� “국가�식량·농업정책을�6%의�일차�농업�생산자를�위한�정책이�아니라� 94%의�

소비자에게�절실한� 정책이라는�국민인식을�확대하고�정치결단을� 요구하는�사회운동을�폭넓

* 조완형 2013

Page 20: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특�별�강� 연� 19

게�전개해가는�것이�필요하다”*고�지적하고�있습니다.�이와�관련�한살림은� “국내�사료곡물�

자급력� 향상을� 위한� 국산사료� 자급� 한우� 입식”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살림성남용인생

협은�국산사료�축산을�지원하기�위해� 2011년� 9월부터� 10월까지�조합원으로부터� 3,500만원

을� 모금하여� 제주� 한울생산공동체에� 송아지� 입식자금으로� 전달”(조완형� 2013)하는� 사업을�

추진하고�있다고�소개하고�있습니다.�

� �한살림은�기후변화에�대응하기�위한�다양한�사업과�활동�전개의�필요성을�강조하고�특히�

“정부�및�경제계의�적극적인�대응�노력을�촉구하고�사회적�각성을�통한�생활양식의�전환을�

위한� 노력에� 앞장� 설�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가까운먹을거리� 운동,�

재사용병의�확대와�회수�운동,�육식�줄이기�운동,�제철�농산물�꾸러미�공급활동,�물류과정

의� CO2� 감축� 자주행동계획� 수립·실행(물류시설,� 산지운송·배송·공급차량,� 사무공간),� (가

공)생산지의�에너지·자원�절감�등�지속가능한�사회를�만들어가기�위한�다양한�사업과�활동

을�더욱�활발히�전개해야�한다”*고�강조하고�있습니다.�그리고� “최근�기후변화와�이상기후

로�생산재해가�빈발하고�있는�상황에서�그에�따른�생산자(지)의�경제적�손실을�조금이나마�

덜어줄�수�있는�조직�차원의�제도적�안전장치로서� ‘생산안정기금’을�조성하기로�하였다”고�

소개하고� “이�기금(을)�조성을�통해�생산의�불안정성과�경제적�손실을�경감하여�유기농�생

산기반을� 확충하고� 생산활동을� 적극� 장려해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생협조직(조합원)과�

생산조직(생산자)이� 50%씩� 공동� 참여,� 조성하기로� 하였다(으며),� 생협조직(조합원)의� 경

우에는� 올해� 3월부터� 공급마진율의� 0.2%를� 기금으로� 전환하고,� 생산조직(생산자)는� 생산

자적립기금에서� 생협조직의� 전환액에� 상당한� 금액을� 기금으로� 전환하기로� 하였다”고� 소개

하고�있습니다.�

� �한살림은� “유기농� 관행화(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유기농� 시장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

으며,� 또� 수입� 유기농식품의� 유통량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유기농

은�향후� 10년� 안에�틈새시장이�아닌�주류시장으로�전환될�것으로�보인다”며� “앞으로�약� 3

년�안에�유기농산물의�공급과잉에�따른�가격하향�문제가�유기농의�핵심과제로�등장할�것이

다(며)� 무농약과� 저농약� 농산물은� 이미� 공급(생산)과잉으로� 뚜렷한� 가격하향� 현상이� 발생

해� 있는� 실정이다”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유기농� 관행화(산업화)� 견제� 활동”을� 전개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살림을� 관행적� 유기농업진영과� 차별화하고� “오로지� 이윤

창출에�혈안이�되어�수입유기농식품의�취급량을�늘리고�있는�식품·유통자본에�대한�사회적�

견제활동을� 한살림이� 앞장서� 전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한살림은� “생

Page 21: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20�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산지에서는�유기농업(농가공부문�포함)을�중심으로�한� 생태순환형�지역농업�시스템을�구축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충남� 아산의� 푸른들영농조합이� 추진

해�오고�있는�지역자원순환농업�실천”이라고�소개하고�있습니다.�그리고�확대되고�있는�친

환경(유기)� 가공식품� 문제와� 관련해서는� “투자� 규모가� 있고� 높은� 기술� 수준을� 요하는(기�

때문에)...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출자� 및� 운영에� 참여하는� 생·소� 협업형� 가공형태를� 적

극�모색하는�것도�필요하다”고�지적하고�있습니다.� �

� �그리고�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 발효라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 한살림은� “협동조합기

본법에� 근거해서� 생겨날� 새로운� 협동조합들을� 인큐베이팅하는� 역할을� 필요가� 있다”며� “한

살림은� 기본적으로� 유기농� 먹을거리를� 비롯한� 물품을� 공동� 구매,� 이용하는� 구매조합� 성격

을� 갖고� 있다(고)...물품을� 생산해서� 공급하는� 구입처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기� 때

문에)� 한살림은� 협동조합이� 생산한� 물품을� 구입하고,� 새롭게� 만들어질� 다양한� 생산협동조

합의� 공급처� 역할을� 할� 수� 있다(어)� 협동조합이� 생산한� 물품을� 우선� 취급하는� 것만으로도�

협동조합�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살림에� 일차� 농산물

을� 생산,� 출하하는� 농업법인(영농조합,� 농업회사)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 개인기업이나�

법인기업� 형태로� 되어� 있는� 가공업체를�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고),� 새롭게�

개발되는� 가공영역의� 사업을� 새로운� 협동조합으로� 조직,� 인큐베이팅할� 수� 있다”며� 한살림

의�새로운�역할을�강조하고�있습니다.*

“다시�새롭게,�보다�넓게하는�한살림운동”

� �한살림은� 지난� 3월� 5일� 열린� 2013년도� 한살림연합� 제3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한살림

은� 산업문명이� 생명을� 죽임의� 길로� 몰아갈� 것을� 예견하고� 죽임에서� 살림으로� 문명을� 전환

시키기� 위해�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조해야� 하며,� 구체적으로� 밥상살림,� 농업살림을� 토대로�

자연과�인간,�물질과�정신,�개인과�사회,�민족과�인류가�하나의�우주생명으로�화합하는�생

명살림운동을�제시하며�우리�사회운동에�새�지평을�열어왔습니다.� 이러한�노력에도�불구하

고�생명�위기는�급격하게�심화되고�있습니다.�이제까지�유지돼온�우리�사회의�관습과�관행

들은� 변화를� 위한� 담대한� 결단과� 비상한� 선택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우리� 한살림도� 예외�

* 조완형 2013

Page 22: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특�별�강� 연� 21

없이�다시�새롭게,�넓고�깊고�다채롭고�다양한�활동과�사업�운동을�요구받고�있습니다.�시

대� 상황에� 걸맞는� 한살림의� 대응력,� 한살림다운� 특징을� 더욱� 잘� 드러내면서�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응해나가야� 하는� 절실한� 과제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한살림의� 혼,� 정신,� 꿈,� 한

살림의�목표를�우리들이�얼마나�명료하고�절실하게�공유하고�있는지�돌아보아야�할�때입니

다”*라고�현살림의�과거와�현재를�진단하고�미래를�전망했습니다.�

� �그리고�한살림이�당면한�상황에�대한�인식과�사업활동의�기조를� � “1)� 장기�저성장�시대�

진입� 속에서� 물품공급둔화� 극복에� 집중하고,� 2)� 식량위기� 확산과� 식량자급기반� 붕괴� 속에

서�식량자급력을�향상을�도모하고,� 3)� 기후변화�및� 에너지�위기�시대�속에서�탈핵과�에너

지�절감을�실천하고,� 4)다양한�협동조합�등장�속에서�한살림�협동운동의�시평을�확장하며,�

5)� 대안� 먹을거리� 운동� 확산� 속에서� 한살림� 물품사업의� 차별화를� 모색한다”고� 정리하였습

니다.� 그리고� “다시� 새롭게,� 보다� 넓게� 하는� 한살림운동”을� 중점사업방향으로�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 “▲식량� 및� 에너지자치운동과� 사회적� 의제화,� ▲회원조직과� 긴밀한�

소통과� 회원조직요구대응,� ▲새� 사업영역� 확장을� 통한� 운동� 활력� 북돋우기,� ▲생산� 공급�

안정성�제고를�통한�물품이용�활성화,�▲이용결집을�통한�식량자급력�향상,�▲새�물류센터�

안정화와�전�단계�물류체계�혁신,�▲생산조직의�책임성�제고와�협동사업체�전환,�▲자치연

대에� 바탕한� 효율적�연합조직� 운영� 도모”� 등을� 8대� 중점사업목표로� 설정하고�각각에� 대한�

구체적인�사업계획을�수립�하였습니다.**

3.�한살림운동� 27년에�대한�비판적�성찰

� � � -�농업살림운동의�이상과�현실�

� � 1986년� 한살림농산으로�시작한�한살림운동은�이제� 3년�후인� 2016년이면�출범� 30주년을�

맞이합니다.� 30주년을�맞이하면서�해야�할�일의�첫�번째는�지난� 30년의�한살림운동에�대한�

진솔한�성찰이�아닌가�생각합니다.�그리고�그�가운데서도�한살림운동의�대의명분인�생명운

* 이상국 2013

** 한살림연합 제3차 정기총회 자료집의 2013년도 사업계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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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동으로서�농업살림운동인�유기농업실천운동에�대한�성찰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듯� 한살림에서도� “조합원과� 생산자,� 실무자와� 활동가들이� 서로�

머리를�맞대고�지난� 27여년에�걸친�활동,�사업,�경영의�경험과�성과와�지혜를�바탕으로�미

래의� 한살림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

농� 2주기�추모�이야기마당(2012.8.17)이� “한살림�어디로�어떻게�나아갈�것인가?”라는�주

제�설정과� “한살림�앞날,�어디로,�어떻게?�-인농� 2주기에�다시�그�길을�묻는다”라는�주제

발표**를�통한�문제제기로�공식적으로�가시화되었다고�생각합니다.� �

� �지난� 27년간의� 한살림운동의� 성공에� 대해� 한살림은� 그동안� 한살림을� 이끌어온� 지도자와�

활동가의�수고와�이에�호응하고�참여한�소비자와�생산자의�노력이�주요한�동력이�되었지만�

동시에� “‘시대의� 바람’에� 힘입어...빠른� 속도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달려� 왔다”며,� 이제

는� “‘시대의� 바람’이� 아니라� 한살림� 물품의� 차별성과� 신뢰성,� 조직의� 결집력과� 구매력을�

계속� 높여가기� 위한� 다각적인� 내부� 대책과� 전략이� 강구되고� 집중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평가하고�있습니다.*

� �여기에서�말하는� ‘시대의�바람’이란� 1994년� 이후�현재까지� 추진되어온�정부의�친환경유

기농업정책과� 1997년의�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소비자들의� 환경과� 건

강,�안전한�먹을거리에�대하�관심이�폭발적으로�증대하면서�생협운동이�활성화되었고�유기�

및� 친환경농산물�시장이�팽창된�것을�의미하는�것으로�해석됩니다.� 1994년� 이후�유기농업

과�환경농업(저농약,�무농약,�자연농업�등)을�육성하는�정책이�도입되고�이를�실천하는�농

가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었으며,� 1997년� 이를� 제도화하는� 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되고�

1998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정부에� 의한� 친환경유기농가� 육성� 지원과� 이에� 대한� 정부�

및� 민간� 인증제도가� 시작되고,� 친환경직불제가� 도입되었으며,� 친환경� 농자재의� 해외공급�

등이� 활발해지고� 이에� 대한� 정부지원이� 확대되면서� 친환경농가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정부는� 친환경유기농산물의� 판매� 활성화를� 위해� 1999년� 소비자생활협

동조합법이� 제정되었으며�생협�활동이�법의�보호를�받게� 되는�등� 지난� 20년간� 유기농업과�

생협� 활동에� 우호적인� 정책� 환경이� 조성된� 것이� 한살림을� 비롯한� 생협운동을� 활성화하는�

계기가�되었습니다.

* 조완형 2013

** 이병철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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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23

한살림과�성장의�그림자:

한살림�생협운동의�딜레마와�정체성위기�

� �그러나�한살림의�성공의�뒤에는�어두운�그림자도�함께�길게�드리워져�있는�것�같습니다.�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2011년� 한살림연합� 정책기획위원회가� 자

체적인� 조직진단을� 통해� “조직의� 사명과� 비전,� 목적,� 전략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정체성에� 대한� 혼동과�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살림에� 참여하고�

있는�조합원이나�활동가들이�현실과의�괴리로�정체성에�대해�혼란을�느끼고�있고,�이�때문

에� 조직이� 생기와� 활력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고,� 주인의식도� 없다는� 등의� 자성이� 한살림�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마디로� 한살림이�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를�겪고�있는�것을�의미합니다.�한살림선언이라는�사상적�기반을�토대로�하고�있는�

한살림이�정체성�위기를�겪고�있다는�자성의�소리는�사실�저와�같은�외부자에게는�다소�의

외일�뿐만�아니라,�만일�이것이�현실이라면�한살림이�내부적으로�매우�심각한�성장통을�앓

고�있는�것이�아닌가�하는�생각을�해보게�하는�대목입니다.�이�문제에�대한�올바른�이해를�

위해서는�먼저�한살림� 27년의�성장에�대한�비판적�성찰이�필요하다고�생각합니다.� �

� �한살림은� 그동안� “안전한� 밥상살림을� 통해� 우리� 농업을� 지키고� 자치와� 생활협동의� 공동

체적�삶을�추구하기�위해�부단히�노력해�왔다.�이런�한살림운동의�매개였던�유기농�먹을거

리는� 이제� 일반시장에서도�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세계적인� 경제� 불안정과� 저

성장� 상태의�장기화� 가능성,� 국내� 경기침체� 지속에�따른�소비심리�위축�현상� 등으로�한살

림의� 물품공급�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과거의� 증가세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예측이�지배적이다.�이런�사회경제적�환경은�한살림으로�하여금�대대적인�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살림의� 현재를� 진단하고� “한살림이� 한� 차

원�더�도약하기�위해�박차를�가하고,�또�다른�미래를�열어가기�위해서는�유기농�시장�셰어�

확대에� 부심하고�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사기업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또� 하나의� 대

형� 사업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한살림은� 본래적� 문제의식으로� 돌아가서� 대안적�

삶과� 사회를� 창조하고� 구현하는� 대안운동으로서의� 성격을� 더욱더� 강화해야� 한다”� 며� 장기

적인�관점에서� “한살림의�이념�지향과�정체성을�재확인하면서�조합원을�중심에�세우는,�조

합원에� 의한� 한살림운동이� 지속적으로� 가능케� 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살림은� 사기

업과의� 한� 판� 경쟁에서�이기는� 길을�찾는�것이�아니라,� 사기업과�다른� 차원의�생협운동을�

* 조완형 2013

Page 25: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24�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전개해야� 한다.� 생태계� 위기와� 경제불안� 시대에� 진정� 한살림이� 대안적� 실천모형이� 될� 수�

있도록�장기�전망을�그려야�한다.�장기적으로�한살림의�정체성을�잘�간직하고�잘�구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경쟁력을� 갖는� 방법이다”� 라고� 강조하면서� 한살림이� 초심으로� 돌아

가�한살림의�정체성부터�다시�점검할�것을� �주문하고�있습니다.*�

� �한살림은� 한살림선언의� 생명운동을� 실천한다는� 운동성과� 사회적� 활동영역� 확대,� 그리고�

조합원�증가와�사업�팽창에�따른�다양한�조합원�요구를�수용해야�한다는�사업성이란�두�마

리�토끼를�모두�잡아야�한다는�문제에�당면하고�있는�것으로�보입니다.�여기에서�내부적으

로�팽팽한�긴장이� �흐르고�있는�것도�감지되고�있습니다.�그것은� “조합원�요구의�다양화에�

대응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유용하지만,� 자칫� 한살림이� 간직하고� 지향해야� 할� 본래의� 가치

와는� 멀어지고�조합원을�고객으로�만들�우려가� 있다”는� 비판적�시각을� 무시할�수� 없기�때

문이�아닌가�생각합니다.�이러한�점에서�한살림은�내부적으로�딜레마에�빠졌으며,�그�때문

에�정체성�위기를�겪고�있는�것으로�판단됩니다.�한살림이�앞으로�운동성과�사업성을�어떻

게�조화시켜나가느냐,�다시�말하면� � “한살림의�이념�및�원칙과�정체성을�훼손”하지�않으면

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지역사회를� 무대로� 생명을� 살리고,� 밥상을� 살리고,� 농업과� 환경을�

살리고,�지역을�살리는�활동을�활발히�전개”�하느냐는�한살림에�주어진�도전이�아닐�수�없

습니다.� 이는� 한살림의� 농업살림운동의� 미래는� 물론� 생협운동� 등� 한살림운동의� 미래에도�

심대한� 영향을�미칠� 것으로�생각됩니다.� 그러나�그보다도�더� 먼저�성찰해야�할� 과제가�한

살림�운동의�출발점이며�상징성을�가진�유기농업운동의�과거와�현재와�미래가�아닌가�생각

합니다.� � �

한살림�유기농업운동의�실종(?)

� � “한살림은�지난� 27여�년간� ‘국산’과� ‘유기농’에�방점을�찍고�국산�유기농�직거래�운동을�

전개해� 왔지만...한살림다운� 원칙·이념을� 깊게� 하는� 유기농업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관

행적(산업화� 지향)� 유기농업� 진영과� 의도적으로� 이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최

근의�지적은�유기농업운동에�대한�한살림�내부의�고민을�들여다보게�하는�대목으로�보입니

다.�

* 조완형 2013

Page 26: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특�별�강� 연� 25

� �저는� 2008년� 8월� 이후� 4년여� 간� iCOOP생협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서� iCOOP생협에�

친환경유기농산물을� 공급하는� 농가는� 대부분� iCOOP이� 직접� 지도� 육성한� 농가라기보다는�

품목별로� 정부� 또는� 민간인증(iCOOP인증)을� 받은� 농가� 가운데서� iCOOP� 납품농가로� 선정

된�농가라는�것을�알게�되었습니다.�그리고�이들�농가의�경우도�유럽에서�흔히�볼�수�있는�

것처럼�자신이�생산하는�모든�농산물을�유기�또는�친환경으로�하는�것이�아니라�대부분�관

행적인� 화학농법과� 병행하여� 특정� 품목에� 대해서만� 유기� 또는� 친환경농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것도�알게�되었습니다.� 그런�점에서�유기농을� 100%� 실천하는�농가가�과연�얼마나�

될지는� 의문이�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요즈음� 비판을�받고� 있는� 친환경�농자재에�의존

하는�관행농법으로�친환경유기농업을�하고�있는�경우가�대부분이었기�때문입니다.� � �

� �사실� 한살림선언이나� 한살림운동에서� 누누이� 강조한� 대로� 한살림� 농업살림운동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한살림의�유기농업실천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살림이� 지난� 27년간�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가를� 얼마나� 육성했으며,� 어떠한� 유기농법의� 사용을� 권장했으며,�

그� 결과�유기농� 인증농가� 가운데�한살림이�육성한� 유기농가가� 얼마나�되며,� 그에�따라�품

목별로�얼마나�유기농산물을�생산하고�있는지�등이�아닌가�생각합니다.�그러나�한살림생산

자연합회에� 등록된� 생산자회원이� 1,992호에� 불과하다는� 현실은� 한살림이� 과연� 지난� 27년

간�농업살림운동을�제대로�수행해�왔는지,� 유기농업운동을�제대로�펼쳐왔는지�의문을�갖게�

하는�대목이�아닐�수� 없습니다.�그리고� 1,992호의�생산농가도�한살림이�지도�육성한�농가

인지�여부도�불명확합니다.�더욱이�우리나라의�유기농법이�단체에�따라�제각각이기�때문에�

한살림만의�차별화된�고유한�품목별로�표준화된�유기농법이�있는지,�있다면�무엇인지도�궁

금합니다.�그리고�한살림이�말하는�생태적�농업이�구체적으로�무엇을�의미하는지도�불분명

합니다.� 이러한� 의문들은� 한살림이� 자체적인� 유기농가� 육성보다는� 친환경유기농업육성에�

나선�정부정책(‘시대의�바람’)에� 맡기고�여기에�편승(무임승차)해온�것이�아닌지가�의문을�

갖게�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살림� 생산농가� 1,992호도� � 한살림� 농업살림운동으로� 육성된�

농가인지� 아니면� 단순히� 정부나� 민간인증을� 받은� 농가� 가운데� 한살림� 납품농가로� 선정된�

농가가�아닌지�궁금합니다.� �

� �그리고� 한살림� 생산자의� 품목별� 유기� 또는� 친환경농산물(무농약,� 저농약)의� 생산면적과�

공급량(액)에�대한�구체적이고�분명한�발표�자료가�없어�이를�제대로�파악할�수�없는�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품목에� 따라� 공급량� 또는� 생산면적을� 기준으로� 참여� 농가수에�

대한� 추산자료(2012년� 총� 3,917호)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유기인지� 친환경인지의� 구분

Page 27: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26�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이�불명확합니다.�더욱�궁금한�것은� 1984년�인농�선생을�비롯한�한살림�관계자들이�일본을�

방문한� 이후� 일본의� 유기농법(EM농법� 등)을� 우리� 농가에� 보급,� 유기농업실천에� 나섰으며�

유기�쌀과�유정란을�생산하기�시작하면서�이를�판매하기�위한�방안으로� 1986년�한살림농산

이�설립되었기�때문에�최소한� 1986년� 이후�한살림의�유기농산물�생산농가�육성을�위한�노

력과� 그에� 대한� 실적에� 관한� 자료가� 기록되어� 있어야� 하는데(아직� 한살림에� 대해� 과문한�

탓도�있지만)�이�부분에�관한�자료를�찾아볼�수�없는�것입니다.�

한살림�농업살림운동에�대한�비판적�성찰:

한살림�유기농업운동의�실체적�진실� � �

� �한살림은� 2013년도�사업방향을� “다시�새롭게,�보다�넓게하는�한살림운동”이란�새로운�구

호를� 앞세워�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살림은� 그동안� 한살림운동에� 대한� 비판

적�성찰을�바탕으로�새로운�사업계획을�수립�실천에�나서고�있는�것으로�보입니다.�그러나�

문제는� 한살림이� 설정한� 2013년의� 현실상황� 인식과� 사업기조,� 중점사업방향과� 사업목표,�

사업계획� 설정이� 과연� “한실림의� 정체성을� 잘� 간직하고� 잘� 구현하는� 것”인가는� 의문이� 아

닐�수�없습니다.�저의�짧은�소견이긴�합니다만� 2013년도의�사업계획을�보며�느끼는�솔직한�

생각은� 한살림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는� 점입니다.� 한살림이� 내세우고�

있는�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을� 위한� 사업과� 실천에� 집중하기보다는� 활동영역을� 우

리�사회의�매우�민감한�정책적�과제로까지�확대시키고�있기�때문입니다.�예를�들면�식량자

급력�향상을�위한�적정농지�유지,�국민먹을거리�기본권�실현을�기조로�하는�농정전환을�요

구하는�운동의�전개,�탈핵평화운동과�에너지�전환을�위한�대안에너지�운동�전개,�협동조합

기본법시대에� 대응하여� 다양한� 도농상생의� 협동운동� 전개,� 그리고� 한살림� 먹을거리운동을�

토대로�다양한�대안적�지역먹을거리�운동(예를�들면�로컬푸드운동,�제철�농산물�꾸러미�사

업,�로컬푸드�직판장,�도시텃밭�가꾸기�등)� 참여�등입니다.�한살림이�생협으로서�다양해진�

조합원의� 요구에� 따라� 그동안� 집중해온� 친환경,� 유기농식품의� 구매와� 공급(소비)활동뿐만�

아니라� 이를�넘어서� � “복지,� 공제,� 교육,� 노동,� 환경,� 지역자치� 등� 다양한�생활영역”으로�

활동을�확장시키고,� 조합원들의�지역자치�활동을�반영·지원하는� 역할자를�선택하는�활동에�

머무르지�않고,�조합원�리더들을�지역살림정치�일꾼으로서�성장하도록�돌보고�직접�나서도

록�돕는�일이�과연�바람직한지도�생각해�볼�대목이�아닌가�생각합니다.

Page 28: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특�별�강� 연� 27

� �한살림이� 우리� 사회의�주요한� 정책적� 과제에�대해�관심을� 갖고� 활동영역을� 확대해� 나가

는�것이�과연�출범� 30주년을�맞이한�한살림의�바른�선택이고�결정인지,�과연�그렇게�하는�

것이�필요하고�바람직한�것인지�의문이�아닐�수�없습니다.�물론�이것은�한살림의�자신감의�

표현일�수도�있습니다만�다른�한편으로는�한살림의�자만이거나�오만으로�비쳐질�수도�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통적으로� 한살림운동의� 아이콘이� 되어온� 한살림의� 유기농직

거래� 운동과� 생명가치� 실천을� 위한� 유기농업실천운동이� 확립되어� 있고�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전제에서�시도해�볼�수�있지�않을까�생각되기�때문입니다.

� �한살림운동은�한마디로�바른�밥상살림운동의�실천이며�이는�바른�유기농업실천이란�농업

살림운동의� 토대위에� 세워져� 있으며� 이들을� 연결� 짓고� 있는� 것이� 생명사상의� 실천이란� 한

살림� 사상입니다.� 그런데� 한살림운동� 27년의� 성과에� 대한� 성찰과� 함께� 제기된� 한살림운동

과�관련한�여러�가지�비판�가운데�유기농업실천운동이�한살림운동에서�사실상�실종되고�정

부의� 친환경농업이란� 편안한� 방식에� 편승해� 오면서� 생산자의� 의미가� 단순히� “조합에� 납품

하는� (자)”의� 개념으로� 전락된�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

문에�한살림의� “1차적인�생명의�담당자인�생산자들에�대한�관심과�배려는�어떤�건지,�생산

자들에게는� 생산� 현장에서� 한살림� 정신,� 한살림� 삶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한살림농산이� “생명의� 밥상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어떻게� 땅을� 살리고,� 농부,� 생산자는� 어떻게� 확보하고,� 소비자들과� 그� 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한� 사업체로서� 출범했기� 때문에*� 피할� 수� 없

는�관심과�의문이�아닌가�생각됩니다.

� �이� 문제의� 심각성은� “한살림의� 본질,� 밑바탕은� 생산자,� 소비자� 사이의� 진실한� 관계인데�

지금은� 관계가� 아니라� 관리하는� 차원으로� 전락해버린� 느낌이� 든다”는� 한� 한살림� 생산자의�

증언**에서도�잘� 들어나고�있습니다.� 그는�생산자는�한살림�생협에�납품하는� 1차�생산자로�

관리되는�대상일�뿐이라고�오늘의�현실을�솔직히�고백했습니다.� “공동체�정신을�가장�중요

하게�강조해온�한살림�생협이�지역공동체�복원을�목표로�먹을거리의�신뢰성을�회복하여�성

장해�왔지만,�다시�생각해보면�신뢰의�상징성을�그냥�상품화만�하고,�지역사회의�복원,�지

역공동체의� 복원이라는� 협동조합의� 원칙은� 실종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는� 또�

다른� 의문� 제기***는� 한살림으로서는� 매우�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한살림이�

* 이병철, 2012

** 김의열 2012

*** 박승옥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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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유기농업실천운동� 자체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유기농업실천운동이�

한살림운동에서�실종된�것이�아니냐는�근본적인�문제제기이기�때문입니다.�이것이�바로�오

늘날� 한살림운동의� 이념과� 현실의� 괴리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정체성� 위기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유추하게�하는�대목입니다.�

� �따라서� 우리는� 지난� 27년간의� 한살림의� 농업살림운동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묻지�않을�수� 없습니다.� 이�문제와�관련�한살림� “초기의�고민은�지금의�정체성과�방

향,�사업방식에�어떻게�반영되고�있는가?�한살림�초창기의�소식지나�가입안내서를�살펴보

면�유기농산물�거래의�목적은�안전한�먹을거리가�아니라�자연과�외국농산물의�수입으로�쓰

러져가는�농촌�살리기,�농약으로�신음하는�농민의�삶을�개선하는�것이었다.�이런�근본적인�

사회변화를�지향하는� (사회)운동과�소비자생협이라는�틀의�모순을�해결하는�과제가�한살림

에�있다고� 본다.� 즉� 한살림은�윤리적� 소비운동을� 넘어서는� 인식� 틀을�가지고� 있지만�이를�

스스로� 실현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조합원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

이다”*는� 최근의� 지적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

게�주어진�과제는�치열한,�무너져가고�있는�경제적�체계에서�어떻게�한살림이�수익성을�높

이고�살아남을까가�먼저가�아니라,� 한살림의�방향을�다시�정립하는�게� 중요”하다는�지적**

은�매우�타당한�것이라고�생각합니다.�

� �그런데�더욱�심각한�문제는�이러한�문제제기에도�불구하고�생명의�밥상을�제대로�차리기�

위한�유기농업실천운동과�여기에�참여하고�실천하는�유기생산자�농민의�육성,�그리고�이러

한�활동을�통해�그동안�한살림이�우리�땅을�살리고�우리�농업과�농촌을�지키는�일을�해왔

는지에�대한�자성적�성찰과�이를�바로잡기�위한�구체적인�방향제시와�사업이� 2013년�사업

계획�어디에도�보이지�않은�것입니다.�그리고� 2013년도�인농� 3주기�추모�이야기마당의�주

제로� 설정한� “보다� 넓고� 깊은� 농업살림운동”이� 만약� 2013년도의� 한살림� 중점� 사업방향인�

“다시� 새롭게,� 보다� 넓게하는� 한살림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식량자급운동이나� 지역먹을거리

운동� 참여�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솔직히� 실망스러운�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

다.�

* 몽똘 2013, http://anar.tistory.com/299

** 이병철 2013

Page 30: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특�별�강� 연� 29

4.� “보다�넓고�깊은�농업살림실천”을�위한�제언

�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밥상을� 살리는� 일이� 이렇게� 대립적인� 관계로는� 불가능합니다.� 소비

자의�밥상살림과�농업살림은�둘로�나눠진�대립관계가�아니라�하나입니다...생산자는�밥상을�살

리고�생태계를�살리고�땅도�살리는� 생명의�농업,� 즉� 유기농업운동을� 해나가고�소비자는�그� 운

동이� 지속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소비를� 책임짐으로써,� 농업도� 지키고� 건강한� 밥상도� 지키게�

됩니다.”� *

� �한살림이�출범� 30주년을�맞이하기�위해서�해야�할�일의�첫�번째는�한살림의�처음으로�돌

아가� 한살림의� 초심을� 회복하고� 한살림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리고�그� 중심에는�인농�선생의�말처럼�우리�농업도�지키고�건강한�밥상도�키기기�위한�생

명의�농업,�즉�유기농업운동의�부활이�자리잡아야�한다고�나는�생각합니다.�한살림은�이제�

지난� 20년간�득세해온�친환경유기농업정책을�비판적으로�극복하고�이�땅에�친환경유기농업

이�아닌�진정한�생태적�유기농업이�자리잡게�하는�일에�나서야�합니다.�그리고� “보다�넓고�

깊은�농업살림실천”의�방향과�목표와�과제도�생태적�유기농업의�실천의�관점에서�설정되어

야�한다고�생각합니다.� 제가� 이런�말씀을� 드리는�것에�대한�설명을�위해� 1994년� 이후� 20

여� 년� 동안� 추진되어온� 우리나라� 친환경유기농업에� 관한� 정책과� 성장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적�친환경(유기)농업의�성장의�문제� �

� �저는� 1994-97년간�우리나라�환경(보전형)농업육성을�위한�정책을�도입하고�제도를�만들

면서� 맺은� 인연과� 이에� 대한� 책임감� 등으로� 인한� 개인적� 관심� 때문에� 지난� 1998년� 이후�

지난� 15년간의�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정책과� 친환경농업실천현장을� 눈여겨� 보아왔으며� 기회

가� 있을� 때마다� 친환경농업의� 문제를� 지적하고� 바른� 유기농업의� 실천에� 대한� 개인적인� 의

견을�제시해왔습니다.**

* 박재일 2003, 인사위 2011: 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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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 � 1994년�환경농업육성에�대한�국가적�관심과�지원이�생겨난�이후�지난� 20여�년을�돌이켜�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게� 생각하며� 반성하는� 것은� 환경농업정책의�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환경농업정책을� 세우고,� 환경농업육성법을� 제정하면서� �

“유기농업사다리론”*에� 따라� 유기농업을� 정책목표로� 분명하게� 세우고�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올라가도록�하는�정책프로그램을�분명하게�제시하지�못한�것을�크게�후회하고�반성

하고�있습니다.�특히�환경농업육성법�제정에�매달리면서�낮은�단계의�환경농업이란�정책적�

개념에� 타협하면서� 결과적으로� 유기농업을� 환경농업(저농약,� 무농약)과� 물타기하는� 정책적�

오류를�범한�것이었습니다.�그리고� 1998년부터� “친환경”이란�용어가�등장하면서�정책적�오

류가� 시정되기보다는� 오히려� 정당화되고� 확대� 재생산되고� 고착되면서� 사실상� 유기농업이�

실종되고�저농약과�무농약농업이란�낮은�단계의�친환경농업이�득세하게�된�것이�아닌가�생

각합니다.� 이런� 정책환경� 속에서� 유기농업은� 친환경유기농업이� 되었고� 친환경� 뒤에� 붙어�

다니는�수식어�정도로�전락하게�되었습니다.�

� �친환경농업을�해야�하는�관심도�황폐화된�땅과�파괴된�생태계의�건강성�회복이란�치유와�

회복의� 농업**보다는� 농약을� 치지� 않아� 건강에� 좋고� 안전한� 먹을거리란� 점을� 내세워� 중산

층�이상의�고소득�소비계층의�안전한�먹을거리에�대한�소비심리를�자극하는�시장성과�상업

성,� 소득성만이� 크게�강조되었습니다.� 친환경농업은�상업주의에� 빠지면서�유기농업은�한낱�

명분용의� 구호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친환경농업을� 표방하는� 생산자단체들도� 유기농업의�

실천보다는� 친환경자재� 위주의� 편안한� 농업을� 권장해왔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도입된� 효

소농법이나�일본의�여러�유기농업�단체들의�유기농업기술을�재편집한�것”을�농가에�보급해�

왔으며� “환경보전형� 농업을� 보급하는� 농민단체� 또한� 자금이나� 기술,� 인력� 등이� 부족하여�

효소판매를�통한�재정운영을�하여�왔으며,�우리�땅에�적합한�농법의�검증이나�과학적인�실

험�없이�막연한�상상력을�가지고�농민들에게�교육,�보급하여�농민들이�현장에서�이를�적용

하는�데�많은�실패를�거듭”해�왔습니다.***

� � 2000년� 이후에는�화학비료와�농약을�친환경농자재로�대체하는�것에�대한�정책적�보조지

원이� 확대되고,� 이런� 낮은� 단계� 친환경농업에� 대한� 직불제마저� 실시되면서� 저농약� 중심의�

친환경농업이� 번창하게� 되었고,� 여기에� 친환경유기농자재의� 해외공급이� 활발해지면서� 소위�

** 최양부 1999, 2001, 2006, 2009, 2010, 2011, 2012

* 최양부 2001

** 최양부 2012

*** 이태근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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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31

유기농업의�관행농업화가�보편화되었습니다.�이처럼�친환경농업육성이란�애매모호한�목표를�

가진�정책으로� 1994년�이후�지난� 20여�년간�우리나라에서는�유기농업보다는�저농약,�무농

약� 중심의� 편안한� “상업적� 가짜유기농업”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현대적� 유기농업은�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철학적� 성찰� 없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기업적�

수익과�부가가치가�높은�신시장의�관점에서�또�하나의�관행농업으로�만들었다.�유기농업은�

무기합성화학자재대신� 유기자재를� 사용� 생산하는� 모든� 먹을거리에� 유기농을� 적용했다.� 더

욱이� 유기농식품의� 소비가� 하나의� 사회적� 유행이� 되고� 사회적� 신분을� 가르는� 척도가� 되면

서�유기농업은�고소득�부유층을�위해�건강한�먹을거리를�생산하는�농업으로�변질되면서�유

기농업의�철학이�훼손되기�시작했다”*고�비판하기도�했습니다.�그리고�이러한�정책으로�말

미암아� “현대의� 수퍼마켓은� 유기농식품매장을� 확대하면서� 유기농업에� 대한� 상업적� 영향력

을� 강화하고� 있다.� 유기농업의� 관행농업화는� 일반농업과� 마찬가지로� 생물다양성의� 축소,�

식품이동거리� 및�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리�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유기농업은�

현대의�산업화된�주류의�농식품시스템과�결합,�특정�품목중심의�경쟁력�향상과�고부가가치�

획득을� 위한� 상품차별화,� 시장차별화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본질적� 의미가� 훼손되었다”**

* 최양부 2012

Page 33: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32�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고� 현대의� 관행농업화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이� 오히려� 또다시� 토양을� 오염시키고� 생태환경

을�파괴하는�자기모순을�지적하였습니다.

� �그런데�문제는�지난� 20년간�이와�같이�잘못된�친환경농업정책에�편승하여�혜택(?)을�누

려온�것이�우리나라�소비자생협이�아닌가�하는�점입니다.�친환경유기농산물을�매개로�윤리

적� 소비를� 강조하면서� 도시� 중산층� 이상을� 시장으로� 하는� 소비자생협의� 급속한� 성장이� 이

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생협은� 유기농업실천을� 위한� 생협� 차원의� 노력� 없

이�그� 모든�책임은� 정부에�맡겼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만을�생협�확장에� 적극�활용했습니

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농촌지역현장에서� 유기농산물확보와� 유기농가� 확보를� 위한� 생협� 간

의�치열한�경쟁(?)과�이로�인한�생협�간�갈등이�농촌현장에서�일어나고�있기�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는�어느� 생협에�납품해야� 할지로�고민하고�있습니다.� 저농약�등의�친

환경농가는� 생협이� 안정된� 판매처라는� 점� 때문에� 생협과� ‘갑과� 을’의� 납품농가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솔직히� 소비자생협의� 조합원� 확대에� 따라� 제대로� 된� 유기농산물의� 물량확

보는�심각하며�그�값도�날로�치솟고�있지만�생협의�유기농가�육성을�위한�정책적�프로그램

은�어디에서도�찾아보기�어렵습니다.�그래서�친환경이란�이름의�정부정책에�편승하며�현실

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유기가공식품으로� 가면� 더욱� 심각합니다.� 가공식품업체들은�

유기농산물� 원료�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값도� 치솟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유기농산물�

생산에�나서거나�아니면�이를�포기하고�친환경이란�이름으로�적당히�포장하는�수밖에�없으

며�그나마�몇�안�되는�가공업체들이�생산한�물품을�일종의�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각�생

협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공업자들� 간에도� 어느� 생협에� 납품하느냐의� 문제로�

고민하는�일이�생겨나고�이것은�종종�생협�간�갈등으로�이어지기도�합니다.�

� �이러한�현실을�보면서�저는�우리나라�생협에�지난� 20년간�유기농업의�육성을�위해�어떻

게� 차별화된� 유기농법을� 지도해왔는지,�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얼마의� 유기농가를� 육성했는

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떠한�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생협� 활동에서� 발생한� 수익의� 얼마를�

유기농업(가)�육성에�투자해�왔는지�등을�묻지�않을�수�없습니다.�그리고�저는�우리나라의�

생협운동이�명분으로�내세우고�있는�것과는�달리�매우�취약한�친환경농업이란�모래성�위에�

지은� 누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가� 많지도�

않고�생산물도�부족한�현실을�메우는�것이�저농약이나�무농약뿐인데�이러한�취약한�생산기

반을�가지고�소비자생협이�지속가능할까라는�의문이�들었기�때문입니다.�더욱이� FTA�확대

** 최양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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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33

로�농식품�유통기업들이�앞다투어�세계�유수의�유기농식품을�수입�판매하고�있는�현실에서�

저농약,� 무농약�농산물을�원료로�하는�친환경농식품이�소비자를�붙잡기는�역부족이�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 유기농산물에� 대한� 점증하고� 있는� 사회

적�의문,�과연�안전한가?�더�맛있는가?�과연�믿고�먹을�수�있는가?�라는�의문이�생겨나

고�있으며�이� 때문에�유기농식품이� “과연�유기농�맞아?”�라는�의문이�일고�있는�것도�문

제가�아닐�수�없습니다.*

� �이러한� 현실은� 생협� 가운데서도� 특히� 한살림에게는�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

다.� 한살림의� 기반은� 친환경농업이� 아니라� 유기농업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친환

경농업에만� 의지해서는� 한살림운동� 자체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한살림은�우리나라를�대표하는�생협이고�더�나아가�한살림의�사회적�존립의미

가� 생명가치의� 실천이고� 그� 첫� 번째가� 유기농업� 실천이란� 농업살림� 운동에� 있기� 때문입니

다.� 이러한� 점에서� 저는� 한살림은� 지난� 27년간의� 농업살림운동,� 특히� 유기농업실천운동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함께� 우리나라의� 잘못된� 친환경유기농업정책을� 바로잡는� 운동에� 나서

야�하며�한살림다운�한살림�고유의�유기농가�육성에�나서야�할�때라고�생각합니다.�그리고�

생명의� 농업으로서� 바른� 유기농업의� 실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왜� 유기농

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른� 유기

농업운동의�방향과�목표를�정하고�그에�상응한�사업을�선정해야�합니다.

농업문명과�“농업의�원죄”

� �저는� 우리나라에서� 유기농업보다는� 친환경유기농업이란� 이름의� 가짜� 유기농업이� 발전하

고� 관행농업화가� 빠르게� 확산된� 것은� 우리가� 왜� 유기농업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성찰이�

제대로�이루어지지�않았기�때문이�아닌가�생각하고�있습니다.�그리고�그�바탕에는� “농업의�

원죄”에�대한�인식이�없었으며,�유기농업을�해야�하는�이유에�대한�철학적�성찰�없이�관행

화된�무기농업의�관점에서�유기농법을�도입하면서�자연스럽게�유기농업의�관행농업화가�이

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살림을� 포함한� 소비자� 생협이� 바른� 유기농업의� 실천에�

나서기보다는�오히려�친환경유기농업과�유기농업의�관행농업화와�타협하면서�가짜�유기농업

이�자리를�잡게�된�것이�아닌가�생각합니다.�그런�점에서�우리나라에서�유기농업이�친환경

* 이영돈의 먹거리X파일 유기농의 진실, 채널 A,2013. 7. 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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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유기농업으로�발전하게�된�것에�대한�소비자�생협의�책임은�피할�수�없다고�생각합니다.�

� �우리가�유기농업을�해야�하는�이유에�대해�나는�우리가�지금� “지구적�생태적�위기와�이

것이� 가져온� 지구적� 식량위기에� 당면하고� 있다(으며),� 이러한� 위기는� 자연� 질서와� 본성을�

훼손하고�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흙을� 황폐화시켜온� 무기화학에� 의존한� 과학이란� 이름의�

현대농업이� 일으킨� 결과이며� 더� 근본적으로는� ‘농업의� 원죄’를� 외면하고� 자연정복과� 개조

에�나선�인간의�자만과�오만�때문이라고�생각하고�있습니다.�따라서�이를�해결하기�위해서�

우리가�택할�수�있는�방안은�많지가�않다고�생각합니다.�우리가�비료와�농약과�화석에너지

에�의존한�반�생태적이고�반�자연적인�무기농업을�계속하여�결국�파국에�이르는�길로�가느

냐�아니면�지금부터라도�농업의�원죄로�파괴된�자연생태계를�치유하고�황폐해진�땅과�자연

적� 본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생태적� 유기농업을� 실천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

니다.� 이것은� 자연적� 질서를� 존중하는� 농업을� 하겠다는� 선택과� 결단의� 문제라고� 생각합니

다.�그리고�우리가�애써�외면해온�농업의�원죄를�겸허하게�수용하고�그동안�잘못되어온�인

간과� 먹을거리와� 농업과� 자연의� 잘못된� 관계를� 바로잡는� 일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태적�

유기농업을�해야�하는�이유를�설명한�적이�있습니다.*� 여기에서�우리가�생태적�유기농업을�

해야�하는�이유를� “농업의�원죄”라는�이유로�설명했습니다.�

� � ‘농업의� 원죄’란� 용어는� 문명의� 전환과� 농의� 장래에� 대한� 생각을� 해오면서� 2006년부터�

사용해�오고�있으며**,� “농업이�가진�태생적�속성인� 반자연적이고�반생태적이고,� 반환경적�

본성”을� 말하며� “농업은� 태생적으로� 구조화된� 원죄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

다.***� 인류가�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긴� 수렵채취시대를� 끝내고� 지금부터� 기원전�

8,500년경부터�자신의�먹을거리를�자기가�선택하고�이를�직접�생산해�먹는�농업을�생각해

낸�이후�기원전� 3,500년부터�농경문화가�전� 지구적으로�인류문명으로�자리�잡게�되었습니

다.�농업의�기원과�관련하여�성경은�다음과�같이�기록하고�있습니다.

“여호와�하나님이�아담을�부르시며...이르시되�내가�네게�먹지�말라�명한�그� 나무� 열매를�네

가�먹었느냐...내가� 네게�먹지�말라한�나무의�열매를�먹었은즉�땅은�너로�말미암아�저주를�받

고�너는�네� 평생에�수고하여야�그� 소산을�먹으리라�땅이�네게�가시덤불과�엉겅퀴를�낼� 것이라�

네가�먹을�것은�밭의�채소인즉�네가�흙으로�돌아갈�때까지�얼굴에�땀을�흘려야�먹을�것을�먹으

* 최양부 2012

** 최양부 2006

*** 최양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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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35

리니� 네가� 그것에서� 취함을� 입었음이니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여

호와�하나님이�에덴동산에서�그를�내보내시어�그의�근원이�된�땅을�갈게�하시니라”� (성경,�창

세기�3:� 9-23)�

� �성경은�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이란� 인간의� 원죄로� 인해�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면서�

농업을� 하게�되었고� 그로� 인한� 인간의�땅(자연생태계)에� 대한� 저주,� 즉� 농업의� 원죄가�시

작되었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수렵채취기간을� 거치면서� 과도한� 수렵채취

로� 인해� 먹을거리가� 없어지게� 되면서� 생존을� 위해� 자신의� 먹을거리를� 생산해야� 하는� 필요

성이�생겨났기�때문이�아닌가�생각됩니다.�그리고�인간은�농업을�생존을�위한�먹을거리�생

산이란�명분으로�인간에�의한�자연파괴를�정당화시킴으로써�인간의�자연에�대한�오만과�자

만으로� 이어졌고� 자연파괴는� 당연시�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성경은� 땅에도� 안식

일을� 주어� 땅을� 쉬게� 할� 것*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600-700년이� 지난� 후에�

기록된�성경의�요엘**과�이사야***�서는�당시의�땅이�얼마나�황폐해졌는가를�생생하게�증거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땅의� 황폐화는� 현대의� 산업문명으로� 비롯된�

것이�아니라�농업문명의�시작과�함께�일어났으며�산업문명은�이를�더욱�확대하고�가속시키

고�악화시켜�왔다는�것이�제�생각입니다.� �

� �인간이� 농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인간은� 처음으로� 자연생태계의� 일부로� 존재해�

왔던� 자신을�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자연으로부터� 걸어� 나와� 인간과� 자연(생태계)과의�

관계를�인간중심적으로�재정립하는�발상의�전환을�시작했습니다.�농업을�하기로�한� 인간이�

당면한� 첫� 번째� 문제는� 자연의� 다양한� 동식물� 가운데서� 자신의� 먹을거리로� 적합한� 식물과�

동물을�작물과�가축으로� “선발(selection)”� 하는�일이었습니다.�인류의�동식물�선발은�자신

과�자연의� 동식물,� 그리고�동식물� 가운데�자신이� 선호하는� 것과� 아닌�것을�구분하고�분리

하는�이분법적�사고를�낳았습니다.�이로서� “인간과�자연이...조화를�이루던�세계의�총체성

이�무너졌다(지게�되었습니다).”****� 인간과�자연의�동식물과의�관계는�더�이상�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가� 아니었으며,� 자연의� 동식물마저도� 인간의� 목적에� 따라� 구분되고� 서열화� 되

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선발되지� 않은� 동식물을� 잡초와� 해충,� 병원균,� 야생동물� 등으로�

* 레위기 25: 2-7

** B.C. 835년경, 요엘 1: 10-11, 16-18

*** B.C. 740-680 년간, 24:1, 3-6

**** 첼리스 글렌다이닝, 2009: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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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구분하고�작물과�가축의�보호를�위해�제거되어야�할�대상으로�분류되었습니다.�

� �두� 번째는� 선발된� 야생의� 동식물을� 길들이고� 기르고� 가꾸고� 돌보는� “순화

(domestication)”의� 문제였습니다.� 인간은� 선발된� 자연의� 식물과� 동물을� 자신의� 목적대로�

작물화,�가축화하기�시작했습니다.�인간의�먹을거리로서�보다�나은�종을�만들기�위한�동식

물의�종자와� 품종개량이란�이름으로�동식물의�생애주기에� 직접적으로�개입하기�시작했으며�

동식물의� 자연적� 본성을� 인간의� 목적에� 따라� 변형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현

대의�유전자조작으로까지�이어지고�있습니다.� �

� �세�번째는�선발된�야생의�동물과�식물을�기르고�돌보기�위해�그것들만을�위한� �자연으로

부터� 분리된� 별도의� 농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주변의� 숲을� 파괴하고� 농경

지를�만들었습니다.�농업의�역사는�자연생태계의�영향에서�벗어난�안정된�농업생태계�구축

을�위한�인간과� 자연과의� 치열한�싸움의� 역사였다고도�말할�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농경

지�조성과� 확대를�위한�끊임없는�자연의� 들과� 숲과�습지와� 산지의�파괴(화전,� 개간,� 벌채�

등)가�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농경지를� 중심으로� 재

배와� 사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땅의� 지력을� 약탈하고� 가축에� 의한� 과도한� 초지� 파

괴가� 일어나면서� 땅의� 황폐화가� 촉진되었습니다.� 농업생태계는� 끊임없이� 몰려오는� 자연의�

야생식물과�야생동물,�곤충과�생명체(곰팡이,�세균,� 바이러스)�등� 다양한�동식물의�침입으

로�부터�완전히�자유롭지�못했습니다.�특히�이것들�가운데서�작물과�가축의�성장을�해치는�

야생의�동식물인�잡초,�야생동물,�병해충�등을�제거시켜야만�했습니다.�먹을거리의�안전한�

생산을� 위한� 인류와� 잡초,� 병해충과의� 끝없는� 전쟁이� 시작되었고,� 그� 싸움은� 현재도� 진행

형입니다.�이러한�점에서�보면�인간은�농업을�시작한�이후�자연의�무수한�종을�멸절시켜온�

자연의�교란자이고�종�다양성의�파괴자라고�말할�수�있습니다.�

� �농업생태계는� 인간이� 관리하고� 통제하는� 생태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자연생태계와는�

차이를� 가집니다.� 그리고� 자연생태계는� 생태계� 내에서� 생산된� 영양분등� 물질이� 외부로� 유

출되지�않고� 자연적으로�순환되는� “닫힌�생태계”이지만�농업생태계에서는�생산된�영양물질

이�인간의�먹을거리로�빠르게�외부로�유출되는� “열린�생태계”라는�점이다.�자연생태계에서

는�식물에� 의해� 생태환경� 밖으로�나간�양분의� 대부분은� 죽은� 식물과�동물의� 분해와,� 살고�

있는�동물의�배설물에�의해�되돌려져�재순환됩니다.�그러나�농업생태계에서는�인간을�위한�

먹을거리인� 작물이나� 가축형태로� 계속� 양분이� 생태계�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양분

순환의�양과�속도의�차이�때문에�농업생태계가�균형된�영양�상태를�유지하는�것은�쉽지�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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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37

습니다.� 농업생태계에서� 외부로� 배출되는� 영양이� 재순환되는� 영양보다� 작아지면� 농업생태

계는�자연히�퇴화되어�생물량이�줄어들게�됩니다.�농업생태계에서�지력의�쇠퇴,�땅의�황폐

화가� 일어나는� 것은� 농업과� 인간관계� 때문에� 농업에� 구조화되었습니다.� 제가� 농업의� 원죄

를�말하는�것은�그�때문입니다.

� �농업은�인간을�위한�먹을거리를�얻기�위해�농업생태계로부터�토양의�양분을�생태계�밖으

로�빠르게�다량으로�유출하는�통로가�되었습니다.�따라서�농업과�함께�없어져가는�토양�영

양에� 대한� 외부적인� 보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농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

다.�손실된�토양의�양분을�외부로부터�보충하여�토양의�영양�상태를�건강하게�유지하는�것

은�지속가능한�농업을� 위한�기본�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인간이� 농업을�하

겠다는�발상의�전환은�자연과�생태계의�관점에서�보면�한마디로�하나님이�지으신�자연생태

계의� 자연� 질서를� 뒤흔드는� 대재앙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농업의� 원죄는� 농업을�

하겠다는�생각�그�자체였다고�말할�수도�있습니다.�

지속가능한�농업을�위한�유기농업:

유기농업�왜�해야�하는가?�

� �농업은�인간에게는�문명의�시대를�열었지만�그것은�오늘날�인간의�생존을�위협하는�생태

적�환경문제를�일으키는�새로운�시작점이기도�했습니다.�고대문명이�지속되지�못하고�멸망

하게� 된� 데는� 고대농업의� 약탈적� 성격으로� 인한� 지속가능성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기� 때

문입니다.� 따라서� 문명이�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업을� 통한� 먹을거리� 공급이� 지

속가능하게�해야�했고,�그러기�위해서는�농업자체가�지속가능해야�했으며�지속가능한�농업

을� 위해서는� 반복되는� 농업생산� 활동으로� 쇠약해지는� 저주� 받은� 땅(흙)의� 지력(비옥도)을�

회복·유지시켜야� 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농법을� 찾기� 시작했습

니다.� 앞에서도�잠시�언급했지만�여기에서�우리가� 한� 가지� 분명하게� 인식해야�할� 점은�농

업에� 있어서�지속가능한�농업에�대한�관심이� 생겨난�것은� 19세기�이후� 산업문명으로�파괴

된� 자연생태계의� 회복이� 아니라� 기원후� 그리스� 로마문명의� 발전과� 함께� 생겨난� 인간의� 오

래된�미래라는�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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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서구�전작농업의�유기적�전통

� �전작농업을� 기본으로� 발전한� 서구농업은� 지력이� 쇠퇴하면� 그� 땅을� 버리고� 새로운� 땅을�

농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농지의� 확보가� 인구의� 증가� 속에� 어려워지면서� 농지

의� 황폐화를� 막기�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농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농법이� 휴경과� 휴한의� 물리적인� 2포식,� 3포식� 농법이었고� 윤작농법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축을� 이용하는� 쟁기를� 통해� 땅속의� 영양을� 꺼내� 쓰는� 심경농법이� 개발되었습니

다.� 사실� 이것은� 인류가� 농업을� 시작한� 이후� 15세기� 중세시대까지� 이룩한� 농업기술진보의�

전부였습니다.� 이러한�농법으로�농업은�지속가능한�것처럼�보였지만�결국은�일시적인�것이

었고�농지의�황폐화를�막지는�못했습니다.� 오래된�약탈농업으로�토양의�영양은�고갈되어갔

고�이를�해결하기�위한�방안으로�물리적인�지력유지에서�유기물의�외부투입을�통한�유기적�

지력유지에� 대한� 과학적(합리적)� 이해가� 싹트고� 이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것

은�1800년대�이후�녹비작물의�도입을�통한�4포식�농법이�개발되면서부터였습니다.�

� �농지의� 지력유지를� 위해서는� 유기물의� 외부적�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

한� 것은� 불과� 200여� 년� 전� A.� D.� 테아Albrecht� Daniel� Thaer� (1752-1828)가� “합리적�

농업의� 원리(1809-1812)”라는� 저서를� 통해� “유기영양설과� 보상설”*을� 발표하면서부터였

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테아는� 근대� 과학으로서� 농학의� 출발을� 이루었으며� 최초로� 합리

적�농업의�원리로� “유기농업�패러다임”을�체계화하였습니다.�합리적�농업의�원리는�토지의�

지력유지를� 위한� 부식토의� 중요성과� 이를� 유지시키기� 위한� 외부� 투입재로서� 퇴비(구비)와�

녹비작물의�재배를�강조�부식토-가축사육-윤작의�순환적�균형을�역설했습니다.� �

� �테아의� 유기농업의� 전통은� 1920년대� 루도르� 슈타이너Rudolf� Steiner(1861-1925)의� “바

이오� 다이나믹� 농업(Bio-dynamic� Agriculture)”을� 통해� 발전했습니다.� 특히� 슈타이너는�

1924년� 데메터Demeter란� 이름으로�화학제재를�사용하지�않고�건강한� 토양의�유지를� 위해�

약초,� 미네랄,� 축분� 등� 을� 사용하는�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단체를� 만들고� 동식물과의�

수평적�관계를�중시�유기농업과�축산을�연계하였습니다.�슈타이너의�자연농업�또는�생명역

동농법은� 이후� 유럽� 유기농업의� 중심이� 되었고� 특히� 현대의� 무기적� 화학농업에� 대한� 사회

적�성찰이�시작된� 1962년�레이첼�카슨의� ‘침묵의�봄’�이후�새롭게�조명을�받기�시작하였으

며,�이제는�세계� 20여�개국에� 18개�협회를�가진�세계�최대의�유기농업단체가�되었고�영국�

등의�유기농업�단체들과�연대� 1972년�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의�창설의�중심지주가�

* 장권열, 1988:55-67; 이종훈,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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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39

되었습니다.� 독일의�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은� 1930년대� 일본의� 자연농업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936년�일본에서는�모키치�오까다에�의해�자연농업이�창안되었고�마사노부�후

꾸오까의� 4무농법(Do-Nothing� Farming)의� 발전을� 가져왔으며� 오늘날까지� 일본� 유기농업

의�중심을�이루고�있습니다.� �

� � 1930-40년대� 영국의� 알버트� 호워드Albert� Howard경의� 과학적인� 유기퇴비제조� 방법에�

대한� 연구과� 실천으로� 유기농업의� 과학화를� 통해� 발전되어� 왔습니다.� 호워드의� 영향을� 받

은�미국의� J.I�로데일은� 1942년� “Organic� Farming� and� Gardening“�이란�잡지를�발행하면

서�최초로�유기농법(organic� farming)이란�단어를�사용하였습니다.� � 그는�현대적�무기합성

재인� 비료대신� 유기질� 물질(동물� 배설물이나� 부식물,� 퇴비� 등)을� 사용함으로써� 흙의� 비옥

도와�안정성을�유지해야�한다는�건강한�흙� 만들기에�앞장섰습니다.� 로데일은� 1945년� 호워

드의�과학적�퇴비제조방법을�미국에�소개하는� ”Pay� Dirt"라는�책을�출판하였습니다.*� 로데

일은� 1947년에� 이를� 실천하는� 운동단체인� The� Soil� and� Health� Foundation,� USA� 설립�

(후에� The� Rodale� Insitute로� 개칭)� “건강한� 토양,� 건강한� 먹을거리,� 그리고� 건강한� 사람

(healthy� soil,� equals� healthy� food,� equals� healthy� prople)”이란�메시지를�사회적으로�알

리는�등�미국의�유기농업의�발전�기반을�마련하였습니다.**

동아시아�농업의�유기적�전통�

“凡耕之本, 在於趣時, 和土, 務糞澤 (농경의� 본은� 제� 때를� 맞추고,� 흙을� 갈아� 고르게� 뒤섞어�

부드럽게�하고,�흙에�거름(똥�분�糞)을�주어�기름지게�하는데�힘쓰는�것이다)”� (범승지� 2007:�

26,� 32)�

� �기원전� 1세기�후반�중국�한나라의�농학자였던�범승지(氾勝之)는�그가�편찬한�농서인� “범승지서(氾勝之書)”에�농업의�원칙을�위와�같이�적었습니다.�동아시아에서는�이미�2천여�년�전부터�유기영양설과�보상설을�실천하고�있었음을�엿볼�수�있습니다.� 6세기경에�편찬된�중

국�최고의� 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를� 통해� 이러한�유기농법은�후대에�전해졌고�답작

* 이 책은 1950년 “황금의 흙”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번역되어 일본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에

서는 1986년 최병칠에 의해 “유기농법”이란 이름으로 처음 번역되었다가 2008년에 “생명농법원

리”란 이름으로 재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 Paul Kristiansen, 2006: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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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농업을� 주축으로� 하는� 동아시아� 농업의� 원류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농에� 대한� 생태적이고�

유기적인�생각은�우리가�사용해온�말�가운데�스며들어�녹아�있습니다.� �

� �동아시아�한중일� 3국은�농업,�농촌,�농민�등� 3농을�아우르는�말로� “농(農)”자를�공통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원래� “수풀� 림(林)� +� 진(辰)”의� 합성어로� 야생의� 풀(곡식,� 경작지)을� 조가비(조개껍질,� 농기구)로� 베는� 모양을� 본� 뜬� 글자로� 곡식을� 수확하고� 땅을� 일구

어� 농사를� 짓는다는� 뜻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농자는� 소리� “곡”� 자와� � 해와� 달과�

별을� 총칭하거나� 때와� 방위를� 나타내는� 12지를� 나타내는� “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동양

의� “농”자는� 단순히� 농사를� 짓는다는� 뜻(agri-culture)을� 넘어서� “자연(일월성신)의� 소리”

을�들으면서�때를�따라�농사를�짓는다는� “재취어시(在於趣時)"의�뜻으로�오늘날�말하는�자연�순환농업의�첫�번째�원리를�함축하고�있다고�생각됩니다.�그리고�축산이나�가축을�나타

내는� “축(畜)”자를� 파자하면� “검을� 현(玄)� +� 밭� 전(田)”로� 나누어집니다.� 원래� 축자는�“쌓다,�모으다”의�뜻을�가지고�있어�밭을�열심히�가꾸어�많은�수확을�얻고�비축해�두는�것

을�뜻합니다.�그러나�그렇게�많은�수확을�얻기�위해서는�밭을�검게,�기름지게�관리해야�하

고,� 그렇게�하는� 데는� 가축의�분뇨가� 최상의�거름이었음을� 알고� 거름을�얻기� 위해� 가축을�

길렀습니다.� 오늘날�우리가�회복되어야�한다고�말하는� 경축순환농업을�권장하였습니다.� 축

은� “무분택(務糞澤)”이란�농업의�원리를�실천하는�구체적인�실천방안이었습니다.�� �중국을�비롯한�한국과�일본이�많은�인구를�부양할�수�있었던�것은�동아시아�농업의�높은�

생산력� 때문이고� 이는� 동아시아농업이� 일찍부터� 생태적� 유기농업의� 전통을� 확립했고� 실천

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기농업은� 동아시아� 농업의� 원형을� 이루었고�

20세기� 서구에� 의한� 개항과� 산업화의� 불기까지� 2000년간� 실천되어왔습니다.� 이러한� 동아

시아�유기농업의�관행이�유럽에�알려지게�된�것은� 100�여�년�전인� 1909년�미국�농업부�토

양관리국장을�지낸�프랭클린�하림�킹박사가�한국을�비롯한�중국과�일본의�농업을�시찰하고�

쓴� “4천년의�농부”�책이�발간되면서(1926)부터였습니다.�킹�박사는� “동아시아에서�땅은�먹

을거리와� 연료,� 옷감을� 생산해내는� 데� 남김없이� 쓰인다.�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사람과�

가축의�입으로�들어간다.� 먹거나�입을�수� 없는�모든�것은�연료로�쓰인다.� 사람의�몸과�연

료,� 옷감에서� 나온� 배설물과� 쓰레기는� 모두� 땅으로� 되돌아간다.“*며� 한중일� 3국의� 농민들

이�유기농업을�실천하고� 있는� 현장을�그렇게� 적었습니다.� 킹� 박사는�동아시아� 3국이� 높은�

인구밀도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 동안� 좁은� 땅에서� 삶을� 지속시켜올� 수� 있었던� 것은� 땅을�

* F. H. 킹, 20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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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41

황폐화시키지� 않고� 기름지게� 관리해온� 때문이라며� 수천� 년� 동안� 가축분뇨� 뿐만� 아니라� 인

분까지도�모두�모아�거름으로�사용하면서�땅을�기름지게�유지관리하고�있는�유기농업의�현

장을� 소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업은� 이상과� 같은�

유기농업의�전통에서�크게�벗어나지�않고�있었습니다.�

농업패러다임�전환:�유기농업에서�무기농업으로�

� �테아가� 유기영양설을� 발표한� 지� 31년� 후인� 1840년� J.� V.� 리비히Justus� V.�

Liebig(1803-1873)가� “농업� 및� 생리학에� 응용된� 화학”이란� 책을� 출판� 테아의� “유기영양

설”� 대신� “무기영양설”을� 제창하면서� 농업패러다임이� 유기농업에서� 무기농업으로� 바뀌는�

“무기농업혁명”이�일어났습니다.�그리고�마침내� 1909년�화학비료가�개발되면서�무기농업시

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16-17세기� 과학의� 시대가� 열리고� 18시기� 중반� 산업혁명시대가�

연린� 이후� 20세기가� 되면서� 농업의� 무기화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농업의� 무기화는� 농업

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 농업의� 본질마저�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비료와� 농약이�

개발되고� 종자와� 종축개량이� 확대되면서� 농업은� 화학화,� 기계화되고,� 공장화,� 단일화,� 대

규모화� 되었고� 생태계와� 종� 다양성을� 파괴하고� 자연을� 바꾸고� 동식물의� 자연적� 본성을� 바

꾸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자연과� 동식물에� 대한� 적대적이고� 파괴적� 행위는� 먹을거리를�

적은� 비용으로� 많이� 생산한다는� 명분으로�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농업은� 더욱� 더� 반자연적

이고�반생태적,� 비윤리적�산업으로�발전되어왔습니다.� 그리고�마침내�생물공학의�이름으로�

유전자를�변형하고�조작하면서�새로운�생명체(GMO)의�생산에�나서고�있습니다.�인간은�신

의�영역에까지�범접(?)하기�시작한�것입니다.�

� �이런� 점에서� 농업의� 원죄는� 산업화� 이후� 농업의� 무기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심화되었고,�

이제는� 유전공학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유전자변형과� 조작에� 의한� 새로운� 생물종

의�생산(창조?)에�이르렀습니다.� 농업의�무기화는�농업시대�이후�인간에�의해�저질러지고�

있는� 자연생태계와� 자연� 질서의� 파괴,� 동식물의� 자연적� 본성의� 조작으로� 인한� 생물오염과�

식탁�오염�등에�농업의�원죄를�더욱�확대�심화시켜�왔습니다.�농업시대�이후�지난� 1900년

간� 주류가� 되어온� 유기농업이� 불과� 100년� 만에� 무기농업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 중심에서�

주변으로�물러났습니다.�우리는�비료와�농약과�새�종자와� GMO가�인류를�굶주림에서�구하

는� “오병이어의�기적”� 을� 일으켜�왔다고� 현대� 농학의�업적을� 높이�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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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리고�앞으로�늘어나는�지구�인구를�먹일�수�있는�방법은�농업과학밖에�없다고�말하고�있습

니다.�그러면서도�현대농업이�일으켜온�지구생태계의�파괴와�땅의�황폐화로�지구�생태위기

와� 식량위기는� 심화되었고� 현대과학은� 문제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미봉책이었다는� 사실을�

애써�외면하고�있습니다.*�

치유와�회복을�위한�생태적�유기농업으로의�전환:

생태적�유기농업의�재발견�

� �현대농업의� 생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대농업에� 의해� 파괴되고� 훼손된� 자연생

태계를� 복원하고� 치유하는�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

해서는� 농업의� 원죄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이것이� 일으키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치유

와�회복의�농업”� 을�실천해야�합니다.� 이것은�단순히�비료와�농약을�안� 쓰거나�적게�쓰는�

문제가� 아니라� 농업의� 반� 생태적� 본성을� 생각하면서� 이를� 최소화하는� 생태적� 유기농업을�

실천하는�것이� 되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이�시작된�이후� 지난� 1만� 년간,� 짧게

는�산업혁명이�시작된�이후�지난� 300여�년간,�그리고�화학비료가�최초로�개발된�이후�지난�

100여�년간,�우리가�농업과학의�이름으로�자연과�동식물에�대해�저질러온,�저지르고�있는,�

반자연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에� 대한� 생태적�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생태적�유기농업을�물(物)� 문제�이전의� 마음(정신)의� 문제로�보는�것은�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미래를�위해� 나와� 이웃의�안전한� 먹을거리와� 지구환경을�생각

하는� “윤리적� 농업”의� 실천에� 나서야� 하고,� 현대의� 공업화되고� 공장화되고� 있는� 무기농업

을�자연적�순환�질서를�존중하고�동식물의�자연적�본성을�회복하는�생태유기농업으로�바꾸

어야� 한다.� 농(업과)학의� 무기패러다임을� 생태유기패러다임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도� 일

어나야�합니다.�

� �여기에서� 우리는� 유기농업이라는� 용어� 대신에� 구태여� 생태적� 유기농업이라고� 하는� 이유

를�분명히�알아야�합니다.�유기농업이�토양의�건강과�안전하고�건강한�먹을거리에�대한�관

심에� 머물러� 왔다면� 생태적� 유기농업은� 자연생태계와� 농업생태계의� 지속가능한� 공존**까지

를�생각한다는�점입니다.�이것은�생태적�농업은�유기농업이라고�할�수�있으나�모든�유기농

* 에번 D.G. 프레이저, 앤드루 리마스, 2012: 344

** Paul kristiansen, 2006: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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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43

업이� 생태적� 농업이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단적인� 예가� 관행농업화� 되고�

있는�유기농업입니다.�유기농업의�이름으로�이루어지고�있는�유기질�비료의�과다사용이�또�

다른�토양오염을�유발하고�오히려�토양의�건강성을�해치고�있다는�비판론이�강하게�제기되

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기적� 방식에� 의해� 생산된� 농식품이� 반드시� 더� 안전한� 식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비판론도� 제기되었다.� “자연� 또는� 천연이라는� 말이� 반드시� 안전을� 의미

하지�않습니다...유기농식품이�때로는�농약을�친�식품보다�훨씬�위험할�수�있다.”*는�지적

은�바로�유기농업과�유기농식품의�한계를�잘�말해주고�있습니다.�

� �이� 때문에�현대의�유기농업은�기존의�토양의�건강성,� 건강에�좋은�식품에�대한�기본�관

심을� 넘어� 자연생태계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관심영역을� 확장시켜�

왔습니다.�생태계의�다양성과�지속가능성을�존중하면서�모든�생명체에�대한�경외와�조화를�

이루는� 삶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토양,� 물,� 작물,� 가축,� 병충해,�

환경�등�생태계�전체를�아우르는�총체적�접근이�필요하게�되었습니다.�

� �이러한�유기농업에�대한�관점의�변화는� IFOAM�등의�유기농업에�대한�정의에도�큰�변화

를� 가져왔습니다.� 현대의� 유기농업은� 생태적� 관점에서� 토양의� 과학적� 관리라는� 범위를� 넘

어� 종합적인� 생태적� 순환농법으로,� 그리고� 소비자들의� 삶의� 양식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바

뀌었습니다.�이제� ‘유기’는�안전한�먹을거리와�깨끗한�환경,�야생의�동식물에�대한�배려와�

동물복지에� 대한� 인간의� 관심,�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윤

리적� 소비와� 생산”을� 포괄하며� 산업적� 문명관을� 생태적� 문명관으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

을�의미하는�말이�되었습니다.�이러한�세계적�동향을�반영� IFOAM도� 2005년� 9월�열린�총

회에서� 유기농업의� 4원칙을� 건강(health),� 생태(ecology),� 공정(fairness),� 돌봄(care)의�

원칙으로�새로�확정하고�세계�유기농업인의�윤리적�행동준칙으로�제시했습니다.�현대의�유

기농업은� 생태농업으로� 확장되었으며� 지역적인� 자원순환원리의� 존중과� 복원(성장과� 수확의�

자연스러운�리듬과�속도의�존중),�생태계의�모든�생명체들과�화해와�공존을�모색하는�윤리

적� 소비와� 생산을� 실천하는�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생태적� 유기패러다임은� 생태학

(ecology)을� 바탕으로�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이며� 생태적�

공동체의�일원으로서�자연의�모든�생명체와�수평적�관계를�맺어야�하며,�모든�생명체의�내

재적�존재가치와�존엄성을�인정하고�대립과�정복과�약탈이�아닌�공생적�화해적�관계,�다시�

말하면� 더불어� 같이� 사는� 협동적� 삶,� 서로� 믿고,�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 제임스 콜만, 200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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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보람과 긍지를 가진생산자 (농자)

"생명의 농"

건강한 삶을 보장받는소 비 자

지속가능한

건강한 농업

지속가능한건강한 농촌

(자치적 지역사회)

깨끗한 환경안전한 식품

<그림> 21세기를 향한 우리 農의 새 비전 (1993)

*이 그림은 1993년 10월 한살림 농업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필자의 원고(최양부 1993)에 수

록되었던 것으로 이 그림의 문제의식은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판단되어 여기에 재수록하였음

한다는�자연과의�공생과�공존의�생태적�각성과�실천을�의미합니다.�생태적�유기패러다임은�

단순한� 과학적� 지식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생활윤리,� 생산윤리,� 소비윤리가� 되어야� 합니

다.�

� �그러나� 생태적� 유기농업의� 실천을� 생산자에게만� 맡겨두고� 소비자가� 이를� 외면한다면� 해

결책은�없거나�미봉책만�있을�뿐입니다.�현실적으로�산업화된�무기농업에�밀려�시장경쟁력

을� 잃고� 조락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농업기반을� 생태유기농업으로� 회복시키고� 지역사회의�

식품공급능력을�향상시키는�데는�생산자에게는�많은�사회경제적� 비용이�발생하기�때문입니

다.� 생태유기농업의� 실천을� 위한� 추가적� 비용에� 대한� 사회적� 분담체계가� 소비자와� 생산자�

간에� 확립되지� 못하고� 시장경제의� 가격메커니즘이� 이를� 조정하도록� 방치한다면� 그것은� 현

재와�같이�생태유기농업을�빙자한� “친환경”이란�가짜�유기농업만을�양산하게�될�것이기�때

문입니다.�시장에는�이미�그러한�가짜�유기농업과�농산물로�넘쳐나고�있습니다.�

� �결국�바른�밥상과�바른�먹을거리와�바른�농업은�결국�하나이며�생태유기농업을�실천하는�

것은�소비자들의�윤리적인�식생활이�뒷받침되어야만�현실적으로�가능할�수�있습니다.�이러

Page 46: 인농 박재일 선생 3주기 이야기마당 (2013.08)

특�별�강� 연� 45

한� 관점에서� 생태적� 유기농업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지지와� 지원은� 생태적� 유기농업을�

지속가능성�확보의�전제조건이라고�말할�수�있습니다.�예를�들면�곡물을�연료로�쓰는�행위

를�중단하고,� 사료를�먹여�생산하는�육류의� 소비를�가급적� 줄이는�것과�같은� 식생활의�변

화가�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급적� 지역의� 농업자원과� 환경에서� 생산되는� 먹

을거리의� 소비를� 높이고�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탈계절,� 탈지역의�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먹을거리의� 수송거리(푸드마일리지)를� 최소화시

켜야� 합니다.� 우리의� 먹는� 행위와� 먹을거리를� 구하는� 행위가� 이제는� 생리적� 행위를� 넘고,�

사회경제적�행위를�넘어�윤리적�행위이며�윤리적�소비라는�사실을�소비자들이�인식해야�하

고,� 생산자에게� 이에� 상응하는� 윤리적� 농업,� 즉� 생태적� 유기농업의� 선택과� 실천을� 하도록�

요구하고�이를�지원해야�합니다.�다시�말하면�지역농업의�먹을거리�생산공급능력의�지속가

능성을�회복하고�키워야�하고�그�일에�소비자들이�일정한�책임을�져야�합니다.�생산자들도�

소비자의� 건강한,� 안정된� 식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의� 식생활의� 윤리화� (윤리적�

소비)에� 상응하는� 농업생산의� 윤리화를� 실천해야� 합니다.� 소비자와� 함께� 생산자도� 윤리적�

농업을�실천한다는�결단을�내릴�때가�되었습니다.�친환경이란�애매모호한�간판을�앞세우기

보다는�당당히�생태유기농업을�앞세우고�생태적이고�자연� 순환적인�건강한�지역사회농업을�

만드는�일에�나서야�합니다.�

“보다�넓고�깊은�농업살림실천”을�위한�제언

� �사실�생태적�유기농업에�대한�새로운�인식과�실천은�본질에�있어서�한살림이�유기농업의�

실천을�강조해온�농업살림운동과�차이가�없습니다.�이러한�생각은�이미� 24년�전인� 1989년

에� 발표된� 「한살림선언」을� 통해� 한살림의�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살림의� 농업살림운동은�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을� 가진� 운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7년� 전에�시작한�한살림�농업살림운동은�오히려�오늘의� 시점에서�그� 필요성이�더욱� 절실

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살림의� 정신은� 생태적� 유기농업의� 오래된� 미래라� 하지� 않을�

수�없습니다.�한살림은�이제는�친환경을�넘어�진정한�생태적�유기농업을�실천할�때가�되었

습니다.� 생태적� 비전과� 윤리의식을� 가진� 생태적� 유기농업의� 도전에� 나서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나는�한살림의� “보다�넓고�깊은�농업살림실천”�운동의�방향과�과제로�다음�몇�가

지를�제안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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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 � 첫째는�독일의�데메터(Demeter)를�벤치마킹하여�한살림�자체를�한국을�대표하고�아시아를�대

표하는�고유의�생태적�유기농식품�브랜드로�발전시켜나가야�하고�한살림이란�브랜드를�중심으로�

생산,� 가공,� 물류,� 유통판매,� 조사연구,� 교육훈련,�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야�합니다.�

� �한국� 사회애서� 한살림은� 유기농업을� 매개로� 한� 도농직거래를� 실천하는� 사업단체로서� 높

은�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살림은� 한살림이� 가진� 브랜드� 가치를� 더욱� 확실히�

다지기�위해서는�생태적�유기농업의�실천을�주도하고�그러한�농가를�육성하는�일에�리더십

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살림을� 대표하는� 한살림� 농장이� 전국� 시군단위마다� 한살림

의�이미지에�맞는�활동을�하고�있는�모습을�보여주어야�한다고�생각합니다.

� �이를�위해�한살림은�독일의�데메터(Demeter)를�롤�모델로�벤치마킹할�필요가�있다고�생

각합니다.�데메터는�루돌프�슈타이너가�1924년부터� 10년의�노력�끝에�발전시킨�바이오다이

나믹�농업(Biodynamic® agriculture)의�실천으로�생산된�세계적인�유기제품�브랜드(최고의�신뢰를�바탕으로�최고가로�팔리는�유기�제품)이며,�생산농민,�가공생산자,�유통판매인,�소

비자� 모두가� 공유하는� 유기농산품� (농산물,� 가공식품,� 화장품,� 의류� 등을� 망라하는)� 브랜

입니다.� 데메터는�파괴된� 생태계의� 치유와�복원을� 위한� 우리가�믿을� 수� 있는� 유일한�브랜

드(Demeter-the� Brand� you� can� trust)라는�소비자�인식을�만드는�데�성공해�왔으며�소비

자들은� � “조금�비싸긴�하지만�데메터�농산물을�사면서�자연과�인간이�함께�살�수�있는�방

법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데

메터가� 소비자를� 속였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또는� “다른� 유기농� 상표도�

취급하지만�데메터처럼�검사�결과와�과정을�판매자에게�보고하는�경우는�드물다.”�는�평가

를�받고�있습니다.�

� �오늘의� 데메터가� 있기까지� � “데메터는� 생태적� 경각심을� 가지고� 미래를� 생각하며� 생산한

다”는�정신으로�자체적으로�데메터�상표부착지침(DEMETER� LABELLING� STANDARDS)

과�데메터�생산지침(DEMETER� PRODUCTION� STANDARDS)을� 엄격하게�적용�관리해왔

습니다.� 데메터의� 기준은� EU기준이나� 다른� 단체의� 기준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

다.�데메터의�생태적�유기농법은�화학비료,�첨가물,�농약의�사용을�금지를�넘어�사람과�자

연의�조화를�강조합니다.�농가의�가축�사육은�필수조건입니다.�가축�배설물로�땅을�비옥하

게�하고�생산된�곡식과�목초로�인간과�동물이�함께�살아가는�생태적�자연�순환을�중시합니

다.�데메터는�자체의�농가경영발전시스템을�통해�지역별로�한�달에�한�번씩�데메터�농가들

이�모여�어떤�생각을�하고�있는지,� 현재�어떤�상황인지,� 어떤�도움이�필요한지�서로�의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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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47

한다고�합니다.�여름에는�회원들끼리�서로�농가를�방문해�데메터�농법에�따라�충실히�농사

를�짓고�있는지�서로�자연스레�감시하도록�하고,�농한기인�겨울철에는�주제를�정해�전문가

를� 불러� 강연회를� 열고� 함께� 공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개별�농가의�경영을�보다�합리화하고�시스템화하는�데만�목적이�있는�것이�아닙니다.�회원

들이�인간�중심의�사고에서�벗어나�생태�중심의�사고를�하고�애정을�갖고�농산물을�경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회원� 간의� 신뢰를� 구축하여� 땅과� 식물,� 동물이라는� 유기체와� 농민이

라는� 인격체가� 하나의� 공동체적� 조화를� 이루어� 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반농가가� 데메터�

인증을� 받으려면� 최소� 3년이� 필요하며� 데메터� 표준을� 실천하는�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

입니다.�데메터�생산표준은�거름과�종자뿐�아니라�가축의�먹이,�질병치료행위,�청소�등�세

밀한�부문을�포함하고�있으며�회원�자격을�유지하려면�매년�엄격한�검사를�받아야�합니다.�

데메터�규정이�엄격한�만큼�소비자의�데메터에�대한�신뢰는�절대적입니다.�

� �데메터는� 유기식품제조에� 대해서도� 데메터� 가공식품지침(DEMETER� PROCESSING�

STANDARDS)을� 적용하고� 있는데� 식품� 첨가물은� 일체의� 인공첨가물의� 사용을� 금지하고�

자연첨가물의�사용을�허용하되�꼭�필요한�경우로만�한정,�유럽�규정의� 10%�수준인� 40가지

만�허용하고�있다고�합니다.�데메터의�유기식품�첨가물�기준은�유럽�연합의�기준보다�엄격

하다고�합니다.�메터터는�가공원료농산물에�대한�인증지침도�별도로�품목별로�마련�운영하

고�있습니다.�

� �데메터� 협회는� ▲농가와� 생산물에� 대한� 검사조직� ▲유통물류업자,� 농가,� 판매자가� 함께�

의논하는�협의회�▲종자�연구�등을�담당하는�연구소�등�세�조직으로�이뤄져�있으며�데메터�

연구소는�소비자에게�경영의�투명성을�보여주기�위한�일환으로�발행되는�잡지�외에�유기농�

종자를�개발해�데메터�농가들에�나눠주고�있습니다.�

� �데메터는�한살림의�과거와�현재와�미래에�대해�많은�점을�시사하고�있습니다.�특히�한살

림이� 지난� 27년간�유기농업운동의�실천을�위해�데메터와� 같은�비전을�가지고�한살림을�대

한민국의�대표브랜드로�만들기�위한�노력을�얼마나�일관성을�가지고�추진해왔는지,� 그리고�

현재는�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가�아닌가�생각합니다.�

� �둘째는� 한살림은� 우리나라� 생태유기농업의� 진정한� 대표브랜드로서� 무엇보다도� 먼저�

한살림만의� 고유한,� 차별화된,�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에� 맞는� ‘한살림농법(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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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자재,� 종자�또는�품종)’을� 표준화하고�품목별로�한살림�생산인증지침을�만들어야�운영

해야�합니다.�

� �한살림은� 현재� 민간과�정부에� 의해� 보급되고�실천되고� 있는� 품목별�유기농법에�대한�일

제조사와�외국의�사례�등에�대한�조직적이고�체계적인�조사를�통해서�한살림만의�한살림농

법(생태적� 유기농법)을� 정리하는� 작업에� 나서야� 합니다.� 한살림은� 이제� 출범� 당시에� 세운�

생명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실천하는� 최고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

래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브랜드로서� 브랜드� 관리에� 나서야� 합니다.� 그� 첫� 번째가� 근거와�

뿌리가�있는�생태적�유기농법의�확립이�아닌가�생각합니다.�

� �이를� 위해� 한살림은� 우리� 조상들이� 남긴� 농서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우리가� 역사�

속에서� 실천해온� 유기농법에� 대한� 조사연구와� 함께� 토종종자와� 품종을� 복원하는� 작업에도�

나서야�합니다.�품종과�종자의�유기화는�농법의�표준화와�함께�반드시�확립해야�할�과제입

니다.� 그리고� 한국적� 토양과� 환경에� 적합한� 유기농자재의� 개발과� 생산에� 대해서도� 체계적

인�조사연구와�실천이�필요합니다.�현재와�같이�유기농자재의�무차별적인�해외공급은�한국

적�생태유기농업의�발전을�저해하는�요인이�될�것이기�때문입니다.� � � �

� �셋째는� 생태적� 유기농업의� 과학화를� 이끌� 전문적인� 조사연구와� 이에� 필요한� 인재와�

농가양성을�위한�교육훈련을�담당하는‘한살림(생태유기농업)센터’의�설립�운영입니다.�

� � 1994년� 이후� 20년간� 친환경유기농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펼쳐왔음에도� 생태적� 유기농업

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전문� 인력양성을� 위한� 기관� 하나�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국가기관에� 맡기는� 한� 우리나라� 생태적�

유기농업은�퇴행적인�친환경유기농업의�수준을�벗어나지�못할�것입니다.� 이러한�현실을�방

치� 내지� 방조하면서� 소비자� 생협이� 유기농업을� 말하고� 윤리적� 소비를� 말하는� 것은� 자기기

만이거나� 위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적어도� 한살림만큼은�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살림선언을� 생각하고� 인농� 선생을� 비롯한� 한살림의� 오늘이� 있게� 한� 한살림의� 전통과� 선

구자들의�노력을�생각한다면�한살림만큼은�생각만을�전파하고�비판하는�사회적�시민운동단

체로서가�아니라�고집스럽게�생명가치를�붙잡고�바른�유기농업,�생태적�유기농업을�실천하

는,�진정으로�소비자를�생각하며�미래를�위한�사업을�하는�고집�센�단체로서�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시대를� 앞서갔던� 한살림선언은� 이제� 더욱� 빛을� 발휘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를� 더

욱�발전시키기�위한�조사연구와�교육훈련을�담당할� ‘한살림�생태유기농업센터’가�무엇보다

도�절실하게�필요한�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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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49

� �넷째는� 한살림은� 생태적�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시도단위의� 거점으로� 한살림� 농가

(장),� 마을,� 또는� 시군을� 시군단위의� 거점으로� ‘한살림(생태유기)농장’을� 선정� 조성하

여야�합니다.�

� �한살림은�현재와�같이�품목별�납품농가를�선정�관리하는�차원이�아니라�근본적으로�지역

단위에서� 농가(장)� 또는� 마을� 전체를� 생태적�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한살림농장’으로� 조성�

육성하고� 이를� 거점으로� 지역단위의� 생산자-소비자가� 교류협력하는� 센터로� 발전시키는� 것

이�필요합니다.�우리가�유럽에서�흔히�볼�수�있는�생산과�가공�판매와�관광�등을�겸한�복

합적인� 생태적� 유기농장을� 최소한도� 단위에� 한� 개소� 정도를� 지정� 육성하고� 이를� 거점으로�

지역농업의� 유기화,� 생태화을� 위한� 교육� 및� 홍보현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

각합니다.�그리고� � 2015년까지�저농약인증이�폐지되는�것과�때를�맞추어�유기농업사다리론

에�따라�한살림�생산자� 1,992농가의�단계적�유기화를�추진하고�향후� 3-5년� 이내�전�생산

농가의�유기화부터�실천하는�노력이�있어야�합니다.

� �다섯째�한살림�생태적�유기농업을�실천하는�생산자와�가공생산자를�수직적으로�통합

하여�부가가치� ‘한살림생산자�협동조합’설립을�적극�추진해야�합니다.�

� �한살림의� 1차� 생산자와� 가공생산자가� 한살림� 소비자생협과� 맺고� 있는� 사업적인� 갑과� 을

의�관계를�청산하고�운동적�동반자로서�대등한�관계를�맺는�것이�필요합니다.�특히�협동조

합기본법의� 발효로� 품목별� 생산� 가공� 판매를� 통합하는� 전문화된� 생산자협동조합의� 설립이�

활발하게�일어나고�있는�점을�감안�한살림도�이제는�소비자협동조합과�조합원,�그리고� 1차�

생산자와�가공생산자가�자신들이�자본을�출자하여�공동으로�품목별로�전문화된� ‘한살림�생

산자협동조합’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살림� 생산농가와� 가공업자,�

물류,�유통업자를�수직적�통합의�원칙에�따라�품목별로�통합하여�하나의�경영체(사업체)로�

신세대(또는� 부가가치)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생협은� 생산자협동

조합의�조합원으로�참여하여�생산자협동조합이�법이�허용하는�지분(30%)을�감당하도록�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1차생산자� 또는� 가공업자들의� 부족한� 자본출자를�

지원하기�위해�소비자�생협이�직접�생산자에게�장기분할상환을�조건으로�대출�지원하는�방

안을�검토해야�합니다.� �

� �마지막으로�한살림�농업살림운동은�앞으로� 30년을�향한�중장기적�비전으로� “한반도�생태

유기농업�지대화”를�목표로�설정하고�단계적인�실천계획을�수립하고�한살림� 30주년에�맞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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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어�비전�선포와�함께�제2의�한살림운동을�시작하는�것이�바람직하다고�생각합니다.� �

� �한살림은�출범� 30주년을�맞이하여�우리나라�생태적�유기농업을�이끄는�운동과�사업의�주

체로� 거듭나기� 위해� “한반도� 생태유기농업지대화”를� 한살림의� 새로운� 비전으로� 설정하고�

실천운동에�나서는�것을�검토할�것을�제안합니다.�한국과�같이�농경지가�협소한�곳에서�무

기화학농업에� 의한� 땅의� 황폐화와� 생태계의� 파괴를� 방치하는� 것은� 우리의� 식품생산능력만�

더욱�약화시키게�될�것입니다.�특히�쌀을�제외한�대부분의�주요�곡물을�해외공급에서�의존

하고� 현실에서� 생태적� 유기농업을� 통한� 지역사회농업의� 농산물� 생산� 공급능력을� 향상시키

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살림이� 최근� 들어� 강조하고� 있는� 식량위기시대에�

대응한� 식량자급력향상을� 위한� 운동도� 한반도의� 생태유기농업지대화의� 관점에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토대위에� 한살림� 세계화를� 통해� 중국과� 아시아� 일대로�

진출,�한살림�모델를�소개하고�글로벌네트워크를�구축해�나가야�한다고�생각합니다.� �

� �이를�효과적으로�추진하기�위해서는�앞으로� 30년을�목표로�한반도�전체를�생태적�유기농

업지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칭)“한살림� 생태유기� 비전� 30”이란� 중장기� 비전과� 발전

전략에� 대한� 구상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한살림� 비전작업� TF팀을� 구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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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51

30주년�기념식에서� ‘제2의� 한살림운동’의�출범을�알리는� 비전선포식을�갖는� 것이�좋지�않

을까�생각합니다.�그리고�그�비전은�한반도의�생태유기농업지대화에�두고� 2015년부터�처음�

15년간인� 2030년을� 1단계� 목표로� 지금부터� 가능한� 농가와� 마을,� 그리고� 시군부터� 생태유

기농업을�실천하고�이를�지원하는�계획수립에�나서야�합니다.�그리고�한살림이란�브랜드를�

중심으로�생산자�농민과�가공생산자,�물류및�유통판매인,�소비자,�연구자,�임직원�등이�한

살림네트워크를�구축하도록�하여야�합니다.� �

마치면서

�생명위기시대의�희망은�농업살림이�아니라�바른�농업살림이며,�그것은�생태적�유기농업의�

실천입니다.� 그것은� 한살림의� 30년� 된(오래된)� 미래입니다.� 30년이� 되어가는� 오늘에� 서서�

한살림은� 인농� 선생의� 꿈이� 얼마나� 현실이� 되었는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진솔한�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글을� 마치면서� 저는� 한살림의�

30년�된�미래는�아직도�진행형의�미래로�남아있다는�생각을�하게�되었고�그래서�아쉽고�안

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살림만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 나만의� 편협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한살림은� 운동단체이기� 이전에� 사업단체로서� 사업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을�잘�알고�있으면서도� “한살림은�한살림다워야�한다”는�생각을�하는�것은�결코�나�혼자만

의�생각이�아닐�것이라고�생각합니다.�사업과�운동을�모두�성공적으로�관철시키는�일이�결

코�쉬운�일은�아닙니다.�그러나�한살림은� 30년� 전�자신의�십자가를�스스로�지고�나섰습니

다.� 한살림은�그러한�사명을�가지고� 태어났습니다.� 30년이�지난�지금�한살림이�지고� 있는�

십자가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만약� 한살림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다면� 한살림

의�미래는�없습니다.�그러면�과거에�흘린�피땀도�모두�사라지게�됩니다.�그래서�현재가�중

요합니다.�그리고�앞으로� 30년이�더욱�중요합니다.�

� �인농� 선생� 3주기를� 맞이하여� 인농� 선생을� 추모하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이� 한살림을�

“한살림답게”�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살림은� 더� 이상� 친환경유기농업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한살림이� 한국의� 척박한� 토양에서� 유기농업을� 위해� 흘린� 땀의�

노력을� 과소평가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한살림이� 있어� 이� 정도라도� 지켜졌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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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각합니다.� 그러나� 그� 수준은� 우리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고언입니다.�

이제는� 바른� 유기농업,� 생태적� 유기농업실천이란� 도전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것

이� “보다� 넓고� 깊은� 농업살림실천”의� 바른� 길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한살림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살림이� 초심으로� 돌아가� 초심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간절히�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2009년� 9월� 5일� 제19회� 일가상� 시상식에

서�남긴�아래와�같은�인농의�말로�오늘�특강을�마무리하도록�하겠습니다.�

�“한살림은�식량파동,�기후변화와�같은�전�지구적인�위기들은�소득을�늘리거나�경제를�팽창시

키는�방식으로는�결코�해결할�수�없다는�생각을�가지고�있습니다.�인간이�우주생명의�일원이라

는� 사실을� 겸허하게� 깨닫고�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려는� 생각을� 분명히� 하면서� 보

다� 절제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 그리고� 우리� 생명의� 근간인� 땅과� 농업의� 가치를� 깨닫고�

도시와�농촌이�긴밀하게�교류하고�협력하는�데에�오로지�희망이�있다고�생각합니다.�이러한�생

각으로� 출발한� 한살림은� 이제� 그러나� 처음에� 생각한� 뜻을� 올곧게� 유지하면서� 조합원들과� 함께�

우리�사회에�작은�희망의�싹을�틔우기�위해�부단히�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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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 연�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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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유기농업육성�콜로키움�기조발제,�경북농어업FTA대책특별위원회�유기농업� TF�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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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총회�및�하반기�학술대회�특별강연,� �한경대�축산기술지원센터,�

최양부� 2011,� “유기농업을� 다시� 생각한다:� 유기농업의� 정체성� 위기와� 철학의� 빈곤,”� <흙살림� 20년� 유기

농� 20년>�초청간담회�특강원고,�

최양부� 2012,� “‘농업의�원죄’와�지속가능한�농업을�위한� 생태적�성찰,”� 2012년� 한국농업경제학회�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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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정 발 언

54�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다시�새롭게�하는�한살림�생산자�운동을�위하여

김 도 준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부회장

박재일� 회장님은� 돌아가셔서도� 우리� 미래를� 걱정하셔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시간이�없으니�간단히�요약해서�말씀드리겠습니다.�

한살림�안에는�생산자들이�있습니다.�생산자들은�자신들의�조직을�갖고�있습니다.�그게�생

산자연합회입니다.� 한살림생산자연합회는� 21개의�권역별� 조직을�갖고�있고�그� 안에� 100개�

공동체가�나름�활동하고�있습니다.�생산자연합회가� 3년�전에�우리�생산자들이�앞으로�어떤�

일들을�할�것인가,�향후� 5년간�실행목표를�네�가지로�잡았습니다.�

첫째는,� 외부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는� 자급순환형� 농업방식의� 실현입니다.� 이� 방식은� 여러�

가지가�있겠지만�현재�농사를�짓고�있는,�특히�유기농업이란�이름으로�농사짓는�것이�앞에�

최양부�선생님�말씀처럼�지나치게�기업화나�관행화되는�데�대해�심각한�우려를�갖고�있고,�

그� 농업이� 고투입비용인� 데� 대해� 우려하면서� 앞으로� 농업은� 투입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정보와� 기술을� 교류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자.� 가능하면� 연구하는�

연구소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유기농업� 연구소가� 되든,� 한살림농업연구소가� 되든,� 그것을�

첫�번째�목표로�잡고�있습니다.�

두� 번째는� 자립,� 자치,� 협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한살림� 마을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동안�줄기찬�생산자�조직의�역사가�투쟁의�역사였는데,�옛날�우리�생산자들이�했던�연수

회�자료를�보면,� 1994년� 자료에�마을�생산공동체�운영사례를�발표한�적이�있습니다.�강문

필�전�부회장님이�발표하신�글인데,�당시에도�공동체�전원이�생명농업에�대한�생각이�아직�

부족하고,� 유기농업이나� 자연농업을� 하면�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

습니다.� 20년이�지난�지금도�같은�고민에�있었고,�그걸�돌파하기�위한�실천을�해오고�있습

니다.� 먼저� 한살림� 마을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 마을이� 집� 몇� 개에� 필지� 몇� 개로는� 부족하겠다,� 그� 속에는� 경제적� 자립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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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발� 언� 55

있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고,� 가공과� 물류,� 공동선별을� 포함하고,� 에너지� 자립이� 포함되어

야�한다고�봅니다.�특히�탈핵시대�농촌지역�농민들이�에너지�자립을�위한�노력이야말로�애

국운동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재� 햇빛발전소보다� 더� 진전한� 바이오가스든,�

지열이든,�에너지�자립을�위한�노력을�하는�것이�필요합니다.�그리고�순환과�축산이�한�마

을에서�이뤄질�때�한살림�마을이라고�볼�수�있습니다.�앞에�최양부�선생이�말한�것과�표현

이�다르지만,�한살림�마을�안에�순환농업,�경제적�자립이�함께�숨쉬며�문화가�깃들어�있는�

한살림�마을을�만드는�것이�두�번째�목표입니다.�

세� 번째는,� 물품과� 삶을� 나누는� 도시와� 농촌의�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

동안�우리들이�실천하고�노력해왔지만�정착되지�못한�측면이�있습니다.�소비자와�함께하는�

공동텃밭도� 만들고� 소모임이나� 주제가� 있는� 교류를� 하고� 귀농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도와주는�프로그램을�진행해�보자는�것입니다.�

네� 번째는,� 권역� 시군연합회의�내실� 있는� 체제를�만들자는�겁니다.� 21개� 권역이�있습니다

만� 권역� 연합회는� 6개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나머지� 권역이� 연합회를� 목표로� 분화되어서�

군별로� 다시� 연합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기초공동체로� 이루어질� 것

입니다.� 산재한� 생산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앞으로� 넓혀진� 회원을� 모으고,� 면� 단위로,� 가

능하면� 조직을� 체계화하고� 완성하는� 게� 과제라� 생각합니다.� 그런� 역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담당해야� 할� 것이� 가공산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가공산지가� 개별화되어� 있지만,� 마을공

동체가�완성되어가면�가공산지가�같이�해야�경제적�자립이�가능합니다.�앞으로�가공산지와�

함께� 100개�공동체가�경제적으로�자립하고�함께�가는�마을공동체를�만드는�게�우리의�꿈이�

되지�않을까�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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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정 발 언

56�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보다�넓고�깊은�한살림�밥상살림�운동을�바라며

윤 신 천 |한살림경남생협 전 이사장

제가�멋모르고�한살림�연수에�처음�갔던�날,�인농�박재일�회장님은�제�이름을�한살림에�바

르게� 알려� 주셨어요.� 틀린� 제� 이름� 철자를� 모인� 사람들에게� 바르게� 불러� 주셨지요.� 그날�

한살림에는� 부드러운� 사람들과� 맛있는� 밥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15년� 동안� 한살림� 사람

들과� 한살림� 운동하며� 재미나게� 살았습니다.� 지금은� 5개월째� 밥상살림운동의� 기본인� 농업

살림,� 농사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농사놀이에� 열중인�

소농의� 아내는� 투덜대기가� 일상입니다.� 밥�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투정하지만� 밥상은� 밭에

서� 놀고� 있는� 두더지와� 뱀과� 새들과� 곤충,� 국화와� 풀들� 등등� 이야기와� 그들이� 놀다� 남긴�

야채와�과일로�풍요롭습니다.�ㅎㅎ�서투른�농사로�차린�밥상으로�몸살림,�마음살림을�느릿

느릿�합니다.�

박재일� 회장님의� 2003년도� 말씀,� ‘한살림운동은� 밥상차림운동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또�

밥상살림과� 농업살림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밥상

살림과�농업살림을�통해�우리�삶과�운동을�생명살림�운동으로�변화시켜�가고자�노력했습니

다’를�다시금� 곱씹어�보았습니다.� 10년이�지난�오늘�우리의�밥상살림은�보다� 넓고� 깊어졌

는가요.� ‘생산과� 소비는� 하나’,� ‘밥상살림과� 농업살림은� 하나’라는� 한살림운동의� 핵심이�

한살림�하는�우리의�가슴에�있나요?

한살림은�세상을�향해�우리의�아픈�먹을거리�이야기를�꾸준히�했습니다.�아울러� ‘밥상살림

의� 터’를� 가꾸는� 운동,� 즉� 농업과� 생태계를� 살리는� 운동을� 끊임없이� 했지요.� 조합원들의�

밥상에�관한�관심은�지역사회의�밥상으로�확장되어�안전한�먹을거리에�대한�홍보와�교육으

로� 지역사회의� 농업과� 식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돌봄과� 나

눔의�밥상을�수굿이�합니다.�한살림�먹을거리는�풍부해졌으며�건강한�논과�밭은�더�넓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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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연스레�생명살림이�이어졌습니다.

보다� 넓고� 깊은� 밥상살림이� 운동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요?

지금은� 한살림� 밥상살림운동으로� 펼쳐진� 다양한�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우리가�활동해온�식생활교육,�안전한�먹을거리,�가까운�먹을거리,� 요리�이야기들이�사회에

서�확장,� 확산�되고�있다면� 이제는�잘� 듣고�밥상살림의� 재창조와�전환을� 조합원들과�함께�

사회에�이야기해야�합니다.

미디어의� 발달로� 사람들은� 생태계의� 아픔과� 나쁜� 먹을거리에� 대한� 홍수� 같은� 정보들을� 보

고�들으며�생명의�절박함을�느끼고�있는�듯합니다.�생명의�절박함은�나와�자연을�돌아보는�

성찰의�시간을�갖게�하고�진정한�밥�한� 그릇을�찾아�성숙한�시간으로�나아가게�되면�좋겠

습니다.� 그래서� 한살림의� 밥� 한� 그릇의� 의미와� 경험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지역에서� 먹을

거리� 안내자의� 활동,� 밥모심(한살림부산),� 집밥프로젝트-밥풀모임(서울한살림북동지부),�

초록밥상클럽(한살림광주),�제철꾸러미공급,�급식운동�등�한살림�밥상살림의�모델을�확산시

키고�새로운�모델을�창조하는�운동을�벌리면�좋겠지요.�또한�이웃과�국경을�넘어서는�밥상

살림운동은�곧�이웃과�밥을�나누어�먹는�마음살림이요,�우리�삶의�터전인�이�땅,�지구살림

임을�우리에게�일깨워주는�활동입니다.

생산과�소비는�하나,�농업살림과�조화로운�밥상살림이�되어야�합니다.�우리의�밥상은�농업

을�살리고�농촌과�농민의�삶을�지향하는�데�있었으며�생산물을�소비하는�밥상이�아닌�생명

의�세계관을�실현하는�데�있었습니다.�자립의�밥상은�농업을�살리고�자연과�공생하는�속에

서�실현될�것입니다.

더불어�한살림�밥상살림문화,�한살림�음식문화를�사회화시켜�이웃과�사회를�살리는�운동을�

해야겠습니다.�한살림�마음이�담긴,�즉�생명살림�마음이�담긴�밥상문화를�만들어가야�하는�

때가� 지금이� 아닌가� 합니다.� 세계먹을거리체계에� 예속된� 밥상차림,� 기후변화를� 더� 빠르게�

하는� 농업과�축산,� 천천히�씹어� 공손히�삼킬�여유가� 없는� 밥상을�성찰하여�우리의� 밥상이�

세상을� 향해� 열려서� 밥상살림이�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우리의� 활동-� 한살림문화,� 밥상살림

문화를�이루어내야�할�때입니다.

벌레� 먹은� 사과를�철마다� 먹었습니다.� 봄에� 흰꽃을�피웠고� 여름� 내내�땡볕과� 시원한�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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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맞으며�몸을�불릴�때�씨방으로�들어온�벌레를�모시고�가을에�단풍들을�보면서�어느새�

단풍� 물들어버린� 사과는� 농부의� 손을� 거쳐� 철마다� 제� 밥상머리에� 왔습니다.� 여느� 생명이�

들어� 왔다� 나간� 흔적을�이토록� 생생히�느낀� 적이� 있었던가요.� 사과가�모신�생명의� 흔적을�

살짝�들어내고�맛있게�먹은�순간�흠집�사과�한�알과�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은�하나

였습니다.�보다�넓고�깊은�한살림�밥상살림�운동은�밥�한�그릇�잘�모시고�살리는�운동이며�

나의�먹을거리와�하나�되는�운동입니다,

전환의�시대라고�합니다.�한살림은�이�시대의�위기와�절박함을�일찍이�알고�밥상살림을�실

천해�왔습니다.�대전환의�시기에�웅숭깊은�밥상이�차려지기를�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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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정 발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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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소비가�하나되는�농업살림을�다시�생각하며

박 혜 숙 |한살림서울 조합원활동실장

지난� 7월� 19일~20일,� 2005년� 울진에서� 첫� 생산자대회가� 열린� 지� 8년� 만에� 다시� 열린�

2013� 한살림� 생산자대회에서는� 전국에� 있는� 생산자와� 실무자,� 소비자� 2,200명이� 부안� 바

닷가에� 다� 같이� 모여� 농업살림에� 나섰던� 첫� 마음을� 돌아보며� 우애를� 다졌다.� 생산자들은�

꿈� 솟대를� 모시고� ‘다시� 새롭게!� 함께하는� 농업살림’� 을� 외치며� 결의를� 다지면서� 한살림�

생산자로서�자부심을�드높였다.

문규현�신부님은� ‘우주의�섭리로�생명을�키우는�신이�하는�일을�하는�것이�농부’라고�말씀

하셨는데,� 한살림� 생산자분들은�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는� 것에� 대해� 얼마나� 큰� 자긍심을�

갖고�계신지�궁금한�시간이기도�했다.

생산과�소비가�하나�되도록�하는�도농교류�활동

한살림의�가장�큰� 강점은� 생산자와� 소비자가�서로� 얼굴을�아는�관계라는�것.� 소비자는�생

산과정을� 이해하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정서를� 느끼며� 서로의� 삶을� 알아간다.� 농업환경이�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특히�

중요하다.

생산지에� 따라서는� 소비조직과� 자매결연을� 맺고� 왕래를� 하며� 두터운� 정을� 쌓아가는� 곳도�

있고,�자매결연은�맺었으나�활동으로�활발히�이어지지�못하고�흐지부지�된�경우도�있으며,�

그런� 기회조차�전혀� 제공받지�못한� 생산지들도� 있다.� 자매결연을� 맺더라도� 서로� 좀� 더� 마

음을�내어�만나는�기회를�만드는�것이�중요한�것이다.

한살림�생산자와�소비자는�서로를�얼마나�알고�챙기고,�고마움을�나눌까?� 30만�명이�넘는�

소비자�조합원과� 2천�세대에�이르는�생산자분들이�서로를�알기�위해서는�서로�시간과�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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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들여서라도� 만나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한살림을� 이용하는� 소비자나� 생산

자로서�이�부분을�놓치고�그�무엇을�논한다는�건�모래위에�집을�짓는�것과�마찬가지이다.�

2012년� 한살림서울에서� 활동가� 의식조사를� 하였는데�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활동가는� ‘안전한�먹을거리를�지키고�나누는�활동’과� ‘우리�농업과�농촌을�살리는�활동’에�

기여한다는�응답이�많았으며,�활동가로서�성장했다고�느끼는�경우는�한살림에�대해�이해가�

깊어지고�생산자교류�등을�통해�생산자에�대해�많이�알게�된�경우로�나타났다.

얼마�전�한살림서울�이사회에서는�통영에�있는�사슴농장과�한울타리�공동체를�들러�공룡나

라�공동체를�다녀왔는데,�다들�우리�한살림�녹용액이�너무�귀하고�믿음이�가는데�조합원들

은� 속속들이� 잘� 모르고� 있어� 안타까워했다.� 또� 공룡나라공동체에서는� 키위농사를� 지으며�

돼지를� 같은�공간에서� 키워�사료와� 퇴비를�동시에� 해결하고�있는데,� 이� 역시� 새롭게�알게�

된� 것이라� 주변� 조합원들에게�열심히� 알리고�있다.� 만나고� 알게� 되면�다른�이들에게도�알

려주고�싶게�되는�것이다.�

도농교류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건� 잘� 아는� 사실이나,� 농사일이라는� 게� 때가� 있고� 일손이�

바쁠�때는�다른�일은�신경�쓸�겨를이�없게�되니,�소비자들이�산지를�방문할�수� 있는�시기

와�생산지도�제한적이기�마련이다.�일부�도농�교류�경험이�있는�생산지에�집중되는�경향도�

있어� � 진행하며� 미안할�때가� 많고,� 때론� 생산지의�피로감이�커서�소비자가�오더라도�일로�

받아들여지는�경우가�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농업살림을� 이루고자� 한다면� 큰마음을� 내어야� 한다고� 생각한

다.� 생산과�소비가� 하나가�되려면� 서로를�잘� 알고�이해하기�위해�만나는� 것만이�최선이기�

때문이다.

생산과�소비가�하나�되도록�하는�공론의�장이�필요

한살림은� 27세�청년으로�사회적으로는�생명운동의�맏이다움을�요구받고�있고�내부적으로는�

커진�규모를�결속시켜�나가야�할�과제가�있다.

한살림을� 시작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만나� 친한� 사이가� 되면� 정성과� 고마움을� 나

누고� 믿고� 도움을�주는�관계가� 되어�모두에게� 이익이�될� 것이라� 희망했다.� 초창기에는�의

식이� 있고� 운동성이� 강한� 생산자의� 삶에� 소비자들이� 감동하고� 자연스레� 교육이� 되기도� 했

다.� 지금은� 생산지가� 늘어나면서� 그저� 소비자들에게� 물품을� 대주는� 공급처라는�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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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분들도� 있어� 마음이� 아프다.�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보다는� 자신들이� 생산

한� 물품이� 적체되면� 화가� 나고� 약정량이� 다� 소진되지� 못하면� 소비자들을� 원망스럽게� 여기

는�경우도�발생하는�것을�본다.�

마찬가지로�소비자도�물품에�대해�규제하고�관리해서�눈에�보이는�안전한�증거를�보여주길�

원하며,� 생산자도� 소비자도� 실무자도�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각자의� 목소리를� 내

고,� 듣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공론의� 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론장이� 없다는� 것은� 대화를�

포기한�것이며,�일방적으로�주도권을�잡은�사람의�힘으로�밀고�나가겠다는�것이다.�그런데�

한살림� 안에�그� 누구도�주도권을�갖고�힘을� 행사한다고� 하는� 사람은�없다.� 이러한� 분절된�

관계와�일방통행식�소통을�없애기�위해�서로에�대해�허심탄회하게�이야기하고�알려고�노력

하는�이해의�장이�필요하다.�

장일순�선생님께서�한살림을�하는�기본자세로� “기어라,� 모셔라,� 함께하라!”를�말씀하셨는

데�지금�우리는�그렇게�행하고�있는지�되새겨보아야�한다.� �

생산과�소비가�하나�되기�위해�생명이�살아있는�제도가�있어야

한살림에� 오이를� 처음� 공급한� 이호열� 전� 생산자연합회� 회장의� 일화로� 첫해에는� 수확물이�

하나도� 없어� 생계마저� 어려웠는데� 소비자들이�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생계를� 도왔고,� 그�

다음해에�첫�선을�보인�오이는�모양이�영�볼품없었으나,�소비자들이�무조건�감사하며�귀하

게� 여겨주었다고� 한다.� 초창기� 소비자들은� 생산자분들의�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렇게� 서로를� 귀하고� 감사하게� 여기면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농업기술도� 발전하

여�지금은�한살림�물품들은�모양도�맛도�으뜸이다.

’생산자는�소비자의�생명을�책임지고�소비자는�생산자의�생활을�보장�한다’는�모토를�한살

림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알려드리면� 신선하게� 받아들이며� 정말� 신뢰할� 만한� 곳이라고�

감동을� 한다.� 그런데� 그에� 따른� 책임생산과� 책임소비를� 실행하는� 데�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많아지고�있는�것이�현실이다.

기후변화나� 환경� 재해가� 없을� 경우� 책임생산,� 책임소비에� 근거하여� 계획생산을� 하는� 제도

는�너무도�훌륭하다.�그러나�요즘처럼�기상�이변이�수시로�찾아온다면�계획생산�방식도�유

연성이�발휘되어야�하고,�이를�이해할�수�있도록�소비자들에게도�충분히�안내가�되어야�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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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로� 풍작인� 물품이� 쌓이기도� 하고,� 때론� 엄격한� 제도� 때문에� 멀쩡히�

기른�작물들을�갈아엎는�상황도�발생하는데�이런�소식을�접하면�너무도�가슴이�아프다.�가

끔� 만나� 뵙는� 생산자분들이� 억울해하거나� 이런� 것이� 한살림이� 지향하는� 농업살림이었냐고�

반문할� 땐� 말문이�막히곤� 한다.� 엄격한�기준이� 있어� 어디에�내놓아도�손색없는� 한살림�물

품이� 되었지만,� 지켜야� 하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생산자를� 빚더미에� 주저앉게� 해서는�

안�될�것이다.

가끔�일손을�도우러�가서�고추를�따거나�감자를�캐어�보는데,�생산자분이�알려준�기준으로�

분류를� 하다보면� 아깝게� 선별과정에서� 탈락하는� 물품들이� 생기고,� 생산자님은� 기준에� 잘�

맞춰�분류해야�두�번�일을�안�한다고�하신다.�기준!!�소비자인�우리도�막상�농산물을�앞

에�두면�선별하는�게�쉽지�않다.�하물며�씨앗을�뿌려�애지중지�키우신�생산자�입장에선�오

죽할까.�기준에�맞춰�선별하려면�냉정한�입장을�유지해야�하는데,�그�고뇌에�대해�우리�소

비자들은�돌아서면�너무도�쉽게�잊어버린다.�

때론�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유연성이� 발휘되면� 좋겠다.� 환경에� 따른� 물품의� 상황을�

열심히�안내하여�자발적으로�이용할�수�있도록�돕는�것이다.�예전에�태풍으로�낙과된�사과

를�생산자분이�페이스북에�올려�발빠르게�소비자들이�이용했던�경험�등�상부상조의�사례가�

한살림�안에�무수히�많지�않은가.

환경변화에� 따른� 유연성� 있는� 제도� 적용을� 하기� 위해서는� 직거래의� 중간자� 역할인� 실무자

들이�현장감을�갖기�위해�더욱�적극적으로�노력해야�한다.

생산과�소비가�하나�되기�위해�필요한�한살림인으로서의�자긍심�

예전에� 박재일� 회장님께서는� “한살림은� 즐겁게� 하는� 거야”라고� 하셨다.� 우리는� 얼마나� 즐

겁게�한살림을�하고�있는가?�즐거움을�발견하고�스스로를�촉진시켜야�한다.

나날이�늘어나는�소비자조합원들이�고객화�되어가는�요즘,�한살림이�지향하는�가치가�얼마

나� 공유되고� 생활� 속에� 적용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문제다.� 책임이� 부재하여� 버려지는�

물품들과� 생산자에게� 고마움을� 갖기는� 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수줍음이� 만연되어� 이제는�

당연시� 된� 지금,� 일상의�소중함과� 물품에�대한� 고마움을�표현하고�서로에게�힘이�되는�한

살림사람들이�되면�좋겠다.�또한�물품�소비로�생명살림을�일구는데�한몫을�당당히�하고�있

는�소비자조합원들도�스스로�자긍심을�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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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한살림물품이�나오기까지,�생산자분들은�돈�안�되고�힘만�드는�친환경�농사를�굳이�

왜�하냐는�주변의�따가운�시선을�견뎌내고�자기�검열을�치열하게�하며�지금까지�버텨온�이

야기를�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각각의� 생산자분들이� 자기� 노력과� 검열을� 해내며� 소비자

도,� 동지인� 생산자들끼리도� 잘� 모른� 채� 외딴� 섬처럼� 각자� 열심이다.� 남들과� 다른� 가치를�

선택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는� 과감하게� 드러나면� 좋겠다.� 물품� 포장지에도� 생산자분

의�얼굴을�넣어주면�더�반갑게�대할�것�같다.�

출하기준에� 못� 미치는� 물품들을� 걸러내는� 실무자들도� 고뇌하며� 힘든� 결정을� 하지만,� 애쓰

고� 땀� 흘려� 올려� 보낸� 물품이� 까다로운� 기준에� 걸려� 물류센터에서� 다시� 산지로� 되돌아올�

때�모두가�힘들고�안타깝다.�힘든�결단의�과정이�있었기에�현재의�한살림이�존재하는�것이

다.� 묵묵히� 힘든� 결정을� 하는� 이들도� 한살림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정해야�

한다.�

생산과�소비의�과제�해결과�실천은�함께한다

조합원들이�생산자들을�무조건�믿고�이용하였기에�지금의�한살림이�있다고�생각한다.�수많

은�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발전되고� 축적된� 농업기술은� 공동체와� 지역,� 전체� 생산자연합회�

차원에서�공유되어야�할� 텐데�잘� 이루어지고�있는지� 궁금하다.� 많은� 실험� 속에� 고유의�유

기농법을�개발해�낸�생산자를�시상하는�제도가�있으면�어떨까?

생산자대회� 때� 백록공동체의� 84세� 최고령의� 생산자분께� 상을� 드렸다.� 많은� 나이임에도� 건

강하게� 농사를� 짓고� 계시는� 것은� 축하드릴� 일이다.� 그런데� 생산지마다� 고령화가� 되어가는�

현실에� 대해�딱히�준비는� 안� 되고� 있는� 느낌이다.� 걱정들은�하면서도�당장�내일이� 아니어

서일까?� 한살림� 소비자들� 중에는� 귀촌이나� 귀농을� 하고자�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생산자연합회� 차원에서�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받아주는� 촘촘한� 제도를�

만들어� 징검다리� 역할을�하여�고령화� 문제를�해결하면�좋겠다.� 희망은� 밖에�있지�않고�우

리�안에�있다.� 귀농과� 귀촌을�위한�준비단계로� 도시농업의� 경험을�쌓게�하여� 실패율을�줄

이는�것도�하나의�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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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정 발 언

64�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생명평화의�마음으로�농업살림을�바라보며

정 현 숙 |한살림전북생협 전 이사장ㆍ한밝음공동체 생산자

제가� 16년째�농사를�짓고�있는데,�오늘�발제하신�최양부�선생님께서�농업�현실을�정확하게�

짚어주셨고� 한살림이� 나아갈� 길이나� 대안을� 잘� 두루� 망라해서�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농업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제시해주신� 대안이� 많은� 도움이� 되

었습니다.�

요즘� 남해안�적조,� 제주도�가뭄,� 그리고� 중부지방� 장마� 얘기를�듣고�있는데,� 이제는�농업

이나� 밥상으로� 치면� 기술이나� 문화가� 정점에� 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뭔가를�더�한다는�것은�더�이상�많이�일어나지�않을�거라고�생각해요.�한살림�같은�시스템�

안에서� 해결방안을� 찾는다면� 몰라도,� 우리가� 먹는� 밥상은� 이미� 문화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했습니다.�거기서�더�변화가�있을�것�같지는�않습니다.�작년엔가�미래를�예측하는�어떤�기

구에서� 5,� 6년이�지나면�소고기�값이� 2~3배�뛸�것이다.�그리고�앞으로�인간의�먹을거리는�

곤충과�인조고기,�인조�빵과�같은,� <미래소년�코난>에�나옴직한�것이�인간의�주식이�될�것

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또� 육류는�아주� 특권층의�것이� 된다고�얘길�했는데� 저는� 거기에�공

감합니다.� 지금�저희가� 대하는�밥상은� 이미� 풍족하고� 더� 이상� 풍요로울�수� 없다고� 생각합

니다.�지금까지�보면,�사회적으로�어떤�식품�안전�문제가�있을�때마다�회원이�많이�늘어나

고�그게�이슈가�되어서�한살림이�부각되는�역사를�가져왔다고�생각되는데,�그래서�저는�우

리�인류가�더�이상� ‘내�몸에�좋은�것’,� 또는� ‘안전한�것’보다는�내�앞의�밥상에�감사하면

서�사는�삶이�중요할�것이라�생각합니다.�농업�생산물도�마찬가지구요.�

오늘� 한살림� 매장에� 오랜만에� 갔는데� 사과도� 복숭아도� 포도도� 있어서� 너무� 놀라웠습니다.�

이건�기적이다.�이�기후�속에서�열매가�맺히는�것을�보고�정말�지금�우리가�이것을�생산해�

낼� 수� 있다는�것은,�이� 한살림�매장에�있는�풍요로운�가공품과�식품,� 이게�얼마나�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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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복에�겨운�건가라는�생각을�했습니다.�농업에�있어서나�한살림의�앞으로�방향에�있어서�

생산되는�것,� 저희� 앞에�있는�것을�소중하게�생각하며�살았으면� 하는�생각을� 많이� 했습니

다.�

저에게�오늘� 맡겨진�부분이� ‘생명평화에서�농업살림’인데,� 생명평화결사에서는� ‘세상의�평

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농사짓는� 농민� 입장에서도�

평화로운� 또는� 생명평화� 농업을� 한다면� 농민의� 마음이� 먼저� 평화를� 가져야� 되겠죠.� 저는�

사색하는�사람들이�갖는�시간�중에,�한밤중에�한�시간이라는�게�있잖아요.�전�농사짓는�농

민에게도�사색의�시간이�있다고�봅니다.�그건�밭둑이나�논둑에�앉아서�물끄러미�자기�밭이

나� 논을� 보는� 거예요.� 그� 농작물이� 자라는� 걸,� 그냥� 바라봐요.� 그냥� 바라보는� 그� 시간이�

바로� 그� 땅과� 자연과� 그� 밭의� 농작물과� 나가� 하나가� 되는� 그런� 시간이에요.� 그래서� 저는�

농사를�짓는다는�것은�하늘과�땅의�기운을�이어서�우리에게�먹을�밥상을�차려주는�그런�역

할인데,�그런�고요한�시간을�통해서,�앞서�발표하신�분도�자연생태계와�농업생태계를�말씀

하셨는데,� 저는� 그래도� 저희가� 나갈� 방향은� 더� 자연으로,� 농업생태계를� 더� 벗어나서� 자연

생태계와�좀�더�하나가�돼야�하고,�밥상도�좀�더�자연과�하나�되는�길로�가야�한다고�생각

합니다.� 그게� 밥상살림과� 농업살림에서� 생명평화이고,� 저희가�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

든�자연,� 동식물이�함께�공존할�수� 있는,� 함께�어우러져서�저마다�생명의�기운을�다� 꽃피

우는�세상으로�가기�위해�저희가�본질적으로�자연�속에�있고,� 자연을�떠날�수�없고,� 자연

을�더�잘�지키고�하나가�돼야�한다는�것을�명심했으면�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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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정 발 언

66�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생명평화의�뿌리�‘농업’의�현재와�미래를�생각하며

윤 병 선 |건국대 교수ㆍ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

1. 왜�생산과�소비는�하나인가?�

§ “원래�생산과�소비,�생산자와�소비자는�떨어질�수�없는�사이요,�서로를�필요로�하고�돕

는�사이”(박재일,� 「한살림을�시작하면서」,� 1987)

§ 정치경제학에서�생산과�소비는�떨어질�수�없는,�같이�진행되는�과정으로�파악한다.�무

언가를�생산하는�것은�생산을�위해서�무언가를�소비하는�과정이고,�또한�무언가를�소비

하는�과정은�소비를�통해서�무언가를�만들어내는�생산하는�과정으로�파악

§ 그러나�현대�자본주의경제는�분절을�강요한다.�생산과�소비는�떨어질�수�없는�과정임에

도�불구하고,�생산과�소비를�계속�분절시키고�그�관계를�멀게�만들고,�그렇게�해서�만

들어진�생산과�소비의�괴리를�이용하여�자본은�이윤을�획득�

§ 농(農)과�식(食)에�있어서도�마찬가지다.�분절된�생산과�소비의�관계를�활용해서�그�분절을�상품으로�연결시키고,�그러면서�농과�식을�대립의�관계로�만듦.�가격을�가지고�생

산자와�소비자가�갈등토록�하고,�그�갈등의�수혜자는�생산자도�아니고,�소비자도�아니

라는�이�불합리함을�깨치고자�하는�노력이�한살림운동의�출발�

§ 한살림이라는�말�자체가�농촌과�도시,�생산자와�소비자가�본래�‘한살림’,�즉�나눌수�없

는�하나의�공동체라는�의미

§ 그런데,�우리도�“생산과�소비는�하나다”는�의미를�분절적으로�파악하지는�않았는지?,�

한살림�매장을�통해서만,�또는�생산자와�소비자의�교류�속에서만�그�의미를�찾으려�하

지는�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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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발� 언� 67

2. 한살림의�농업살림

§ 시장경제로�일괄되는�자본주의체제를�성립할�수�있게�만들어�준�터전이었던�농사는�산

업혁명�이후�공업이�지배하는�사회로�전환되면서�이윤을�얻기�위한�산업,�농업으로�변

§ 특히�농약과�화학비료로�대표되는�녹색혁명형�농업생산방식이�농업경영의�주류로�자리

잡으면서�농의�주체였던�농민의�역할은�더욱�축소되고,�농민의�역할이�축소될수록�그�

자리는�농업을�통해서�이윤을�얻고자�하는�자본들이�차지� �

§ 농의�처음이면서�끝인�종자도�종자업체에�의존하게�되었고,�퇴비도�화학업체에서�생산

한�비료로�대체되었고,�이런�과정에서�자연의�순환을�고려한�기존의�다품종�소량생산은�

단일경작으로�대체�

§ 이에�따라�농업은�외부자본에�의존하지�않으면�안�되는�구조로�되었고,�오랫동안�인간

이�자연과�관계를�맺으면서�유지해�온�공동체도�해체

§ 한살림운동의�출발인�농업살림은�갈라진�땅과�사람의�관계,�자연과�먹거리의�관계를�회

복하는�운동

Ÿ 농업살림�운동은�단순하게�생산자를�지원하는�소비자를�조직해�내는�것에서�그치는�

것이�아니라,�진정으로�갈라진�관계들을�복원해�내려고�노력하는�생산자들을�만들어

내고,�또�그러한�생산자를�응원해�내는�소비자들을�조직해�내는�것이고,�그렇기에�

한살림운동은�농업살림,�밥상살림,�생명살림운동

Ÿ 한살림의�농업살림운동은�그동안�다양한�형태로�전개되어�왔고,�한국�사회에�미친�

영향은�매우�컸음.�한국�유기농업의�역사에서�한살림의�생산자들은�중요한�역할을�

수행.�유기농업에�대한�천박한�인식이�한국�사회를�지배하고�있을�때�농업살림의�소

중함을�한살림�생산농민들은�몸소�실천했고,�이제�한살림의�농업살림운동은�한국의�

대안농업운동에서�큰�축으로�자리잡게�되었음.� � � � � �

3. 농업살림운동의�위기,�유기농업의�관행화

§ 농민에게서� 시작된� 유기농업운동이었지만,� 자본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을�여기에서�만들어냈고,�이에�따라�유기농업�본래의�정신인� “생명살림”의�가치

도�점차�잃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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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 유기농업은�본래�농업생산과정의�다양한�주체들과�요소들이�유기적으로�관계를�맺으

면서�이루어지는�것임에도�불구하고,�유기농업의�가치가�안전한�먹거리의�생산으로,�

그리고� 차별화된� 농산물의� 생산을� 통한� 시장참여와� 이를� 통한� 농업소득창출이라는�

왜곡된�형태로�변질

§ 끊임없이� 외부에� 투입자재를� 의존하는� 형태,� 그리고� 이� 악순환에서� 해방되지� 못한�

유기농업은� 투입자재가� 안전한가� 또는� 그렇지� 않은가의� 여부를� 떠나서� 유기적이지�

못함.�

§ 농업관련자본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유기농업의� 특성을� 다시� 만들어� 내는� 방법을�

발견하고,� 투입자재를� 과거의� 녹색혁명형� 자재에서� 친환경� 유기농자재로� 대체하여�

공급함으로써�과거의�녹색혁명형농업의�틀에�또�다시�유기농업도�포섭

§ 유기농업의� 관행농업화는� 획일적인� 유기농산물� 기준이� 제정되면서� 급격하게� 진행.�

유기농산물에�대한�획일화된�기준에�맞춰서�농업관련기업은�이� 기준에�맞춰서�친환

경농자재를�생산하고,�친환경농자재라는�이유로�높은�가격의�프리미엄을�얻을�수�있

게� 됨.� 그� 결과� 현재� 많은� 유기농업은� 관행농업과� 사용되는� 투입재의� 종류만� 다른�

시스템에�불과하게�되어�진정한�의미의�농업살림,�생명살림의�길로�나아가고�있다고�

하기�어려운�상황.

§ 망가진�땅과�사람의�관계를�되살리는� ‘과정을�조직하는’� 운동의�부재는�필연적으로�

수익만을�쫓는�생산자와�먹거리의�안전만을�찾는�소비자들을�양산� :� 생산자들은�수

익을�쫓아서�친환경�유기농업을�선택하고,�소비자는�웰빙이나�로하스의�열풍을�따라�

유기농산물을� 찾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유기농업이� 본래� 갖고� 있는� 생태적� 의미나�

사회운동으로서의�의미가�급속하게�퇴색�→�유기농업이�농민들의�자각과�각성보다는�

정부의�친환경농업�육성정책과�새로운�소득모형으로�자리�잡으면서�본래의�운동성도�

희박해지고�있는�측면이�존재�→�상품화의�논리�확산,� ‘유기농업의�세계화’�경향과�

맞물려서�유기농산물의�수입물량도�급증하고�있음.

4.�한살림답게�농업에�생명을

§ 농업을�둘러싸고�있는�조건(무차별적인� FTA,� 빈발하는�기상이변,�생협운동의�위기�

등)은�더욱�가혹해지고�있는�상황에서� “생산과�소비는�하나”라는�한살림의�대원칙의�

심화가�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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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발� 언� 69

§ 한살림생산공동체�안의�관계망을�보다�치밀하고�촘촘하게�만들어내는�작업이�필요.�

Ÿ 본래�유기농업의�가치를�공유하면서,�지역의�농업을�고민하고,�망가진�공동체를�

복원하기�위한�노력이�필요

Ÿ 농자재를�안일하게�외부에�의존하는�것이�아니라,�공동체를�통한�생산과�순환의�

논리를�담아내는�노력이�필요

Ÿ 지역사회에�대한�기여를�진지하게�고민해서�보다�많은�지역�농민이�농업살림의�

운동에�참여할�수�있도록�하는�노력이�필요� � � � �

§ 한살림소비자조합원은�단순한�생협운동을�넘어서는�한살림의�정체성을�고민� �

Ÿ 한살림운동의�중심은�안전한�먹거리가�아니라,�먹거리를�둘러싼�왜곡된�관계들

의�복원에�있음� � � � � �

Ÿ 소비자조합원은�안전한�먹거리를�생산하는�생산농민에�대한�지지에�그치는�것이�

아니라,�생산농민의�‘살림’운동의�실천을�응원하는�것이라는�의미에�대한�깨달

음이�지속적으로�필요� � �

§ 대안농업으로서의� 유기농업운동을� 소비자조합원과� 함께� 주도해� 온� 한살림인� 만큼,�

그� 대안운동의� 의미와� 가치가� 퇴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심화된� 형태의� 대안운

동을�한살림은�전개할�수�있을�것임.

**�발언�내용�덧붙임

오늘�앞서서�최양부�선생님이�발제해�주셨는데,�제가�준비한�원고는�최양부�선생님�원고와�

상관없이� 제게� 주어진� 부분이어서� 간략히� 정리를� 했습니다.� 사실� 한살림운동에서� 출발은�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인데,� 이것이� 직거래로� 왜소화되는� 형태도�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끊임없이�생산과�소비가�왜�하나인지�논의되면서�생산�속에서�하나�되는,�진정한�의미에서�

유기농을� 만들고,� 생산�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것.� 그� 하나는� 박멸이� 아닌� 생산� 소비에서�

가공,�산출,�도농교류까지�모두가�포함되는�의미에서�하나였습니다.�그리고�그것을�지원하

는�것으로서�소비자�역할도�하나가�되는�과정이라고�봅니다.�그렇게�보면�한살림� 27년�역

사지만,� 생협,� 유기농업의� 역사에서� 본다면� 한살림을� 빼놓고� 이야기하기가� 곤란한� 상황입

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최양부�선생님이�발표문� 26페이지에� “한살림이�말하는�생태적�농

업이�구체적으로�무얼�의미하는지도�불분명합니다.�이러한�의문들은�한살림이�자체적인�유

기농가�육성보다는� 친환경유기농업육성에�나선�정부�정책(‘시대의�바람’)에� 맡기고�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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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편승(무임승차)해온� 것이� 아닌지가� 의문”이� 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어디서� 이런� 평가

가�나오는지는�잘�모르겠지만,�사실�저는�농업경제학을�공부하다�보니까�농민들을�많이�만

나곤� 하는데요,� 과거에는� 한살림에� 물품� 납품하는� 게� 상당히� 안정적이었고� 마음도� 편했다

고�합니다.� 근데� 이제는�생협�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오히려�생협에� 납품하는� 자체가�대형

유통업체에�납품하는�것과�비슷한�것�같다는�얘기를�합니다.�이른바�우리가�되돌아봐야�할�

것은�생협운동의�위기가�아니냐�하는�것이죠.�사업도�말씀하셨고�운동도�말씀하셨지만,�저

의� 작은� 소견에는� 협동조합은� 사업과� 운동의� 모순체,� 통일체,� 같이� 서로를� 끌어주기도� 하

고�대립되는�상황과�고민�속에서�운동을�통해�사업을�진작하거나�사업을�통해�운동을�진작

하는� 고민이� 끊임없이� 이뤄져야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생산과� 소비가� 하나다’

라는�부분을,�우리가�어떻게�심화시킬�것인가라는�그�고민이�중요하다고�봅니다.�

조금� 전에� 김도준�선생이� 네� 가지� 원칙을�얘기하셨습니다만�바로� 그런� 것들,� 지역의�생산

자를�한살림�품�안으로�끌어안도록�노력하고,�소비자�조합원이�그걸�위해�노력하는�것.�그

래서�하나가�되는�유기적�관계를�만들어내는�것이�박재일�선생이�말씀하셨던� ‘생산과�소비

는�하나다’라고�생각합니다.�그래서�단순히�도농교류나�직거래를�통해서�만나는�것만�중요

한�것이�아닙니다.�뉴질랜드에서�대규모�대량생산에�의해�이뤄진�유기농업의�사례를�봐도,�

아무리�안전한�투입재를�써도�문제가�됩니다.�우리나라도�보면,�유기농업이�발전해�나가는�

상황에서� 정부� 친환경농업정책이� 1994년에� 만들어졌는데,� 정부정책이� 투입자재에� 대한� 지

원형태로�가다보니까,�한살림�생산자를�포함한�유기농업�전반에�있어서�외부자원을�투입하

는�구조를� 만들어�가게�된� 것이�아닌가라는� 생각이�듭니다.� 그래서� 김도준�선생이� 말씀하

신,� 가능하면� 내부� 의존도를� 높이자는� 게� 바로� 한살림이�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라고� 한�

의미가�아닐까�싶습니다.�

여러� 가지로� 농업� 현실이� 어렵습니다.� 기상이변,� 한중� FTA,� 생협운동에서� 위기가� 있습니

다.� 그래도� 한살림� 생산자는� 생명농업을� 가꾼다는� 자부심이� 어느� 공동체,� 조직보다� 크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지원하는� 소비자가� 있어서�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인농�선생� 3주기입니다.�이�자리를�통해�인농�선생의�말씀을�되새기는,�그래서�한살

림이�이�세상을�더욱�크게�품어�안는�자리가�되었으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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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는 아이원곡 : 들국화

내가 찾는 아인 흔히 볼 수 없지넓은 세상 볼 줄 알고 작은 풀잎 사랑하는워 워 볼 수 없지 예 예 볼 수 없지

내가 찾는 아인 흔히 볼 수 없어미운 사람 손을 잡고 사랑노래 불러주는워 워 볼 수 없지 예 예 볼 수 없지

내가 찾는 아인 흔히 볼 수 없지빈 주머니 걱정돼도 사랑으로 채워주는워 워 볼 수 없지 예 예 볼 수 없지

내가 찾는 아인 매일 볼 수 있지재일이형 선주누나 호열이형 민경이 찬모도워 워 볼 수 있지 예 예 볼 수 있지워 워 모두 다지 예 예 모두 다지

한살림 송

원제 : 미디액트송 (by 한밭)

미 미 미치도록 눈이 부신 날그대를 만날 생각에 가 가 가슴이 너무 뛰어서주체를 못하겠어요

그 그 그대를 만나기 전에죽으면 안 되겠어서한 한 한살림에 나와서 나의 노래를 시작했어요

한 한 한 한 한살림살 살 살 살 살아보자림 님 님 님 님과 함께트랄라 랄랄라랄라 (반복)

문 ․ 화 ․ 마 ․ 당

문�화�마� 당� 71

함 께 부 르 는 노 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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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산다는 건

작사・곡: 2013 배곳 바람과물 봄학기 참가자들

드디어 녹색 세상이 왔다 더 이상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다드디어 찾아온 녹색 하늘 아래모두가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개미와 지렁이 고라니와 호랑이도…

개미 지렁이 고라니 호랑이느릿느릿 발걸음 맞춰봐 (같이!)먹고 자고 마시고 싸고 필요한 모든 걸 가졌어 (우린!)

바람과 물을 따라 여기에 모인 우리볶아먹고 비벼먹고 무쳐먹고 지져먹고 방귀 뽕 트름 꺽 아무런 문제없어두물머리 지렁이 강정의 고래도밀양의 할매들 영덕의 대게도방귀 뽕 트름 꺽 한숨 없이 같이 살자

같이 산다는 건 날 덜어내고 너를 채우는 일같이 산다는 건 내 우주 너의 우주 만나는 일 x2라라라-

문 ․ 화 ․ 마 ․ 당

72�인농�박재일�선생� 3주기�이야기마당

함 께 부 르 는 노 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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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 당� 73

박재일 선생 애송 시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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