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6 오피니언 청년학교, 지역과 청년의 상생 -...

1
2017년 6월 9일 금요일 제676호 7 문명발달이 이제는 하늘의 뜻인 물의 이 용을 어느 정도는 가능하리라 생각하게끔 만들어지고 있고, 이러한 물의 이용에 따 라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일들 중 물을 가두기 위한 보(weir) 와 댐의 건설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구조 물은 어류의 이동을 저해하고 물의 흐름 을 가로막아 남조세균의 번식을 돕게 된 다. 어류의 이동을 저해하는 구조물에 어 류의 이동이 용이하도록 설치하는 어도와 남조세균의 과대증식으로 인한 녹조라떼 가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회자되어온 단어 일 듯 하다. 필자는 오늘 이 두 개의 단어 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에 인 간이 가졌으면 하는 적합한 눈높이를 여 러분들과 맞춰보고자 한다. 물고기는 여러 이유로 이동을 하며 생 활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연어처럼 강 에서 알을 낳고 부화가 된 그 어린 새끼들 은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그들 중에는 북 태평양을 돌아 다시 자신을 낳아준 하천 으로 돌아오는 기나긴 여정을 갖는 종이 있는가하면, 계곡에서 생활하며 한 달에 10m도 채 이동하지 않지만 계속해서 자 신에게 적합한 돌을 찾아 이동하는 둑중 개도 있다. 이들 모두의 특징은 자신의 의 지에 의해 자신들이 살 곳을 찾아 이동한 다는 것이다. 비록 그거리가 길고 짧음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이러한 이동을 방해 하는 것이 인간에 의해 하천에 만들어지 는 구조물이다. 어도는 이미 전세계적으 로 강과 하천에서 활용하고 있는 구조물 로 생물이동을 위한 생태통로이다. 국내 에서도 법적으로 하천에 보와 같은 횡구 조물이 설치되면 의무적으로 어류가 이동 할 수 있는 길을 만들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4대강에도 많은 어도가 설치되어 있 고 이들이 얼마나 많은 어류에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지 평가가 이 루어지고 있다. 녹조라떼...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녹조 류는 아니다. 강에 녹색을 띄는 그 생명체 는 남조세균(Cyanobacteria)의 한 종류 로 지구에 태어난 초기생명체이다. 누구 보다도 지구의 변화를 가장 오랫동안 보 아온 생명체인 남조세균. 그들의 생존력 은 지구의 나이만큼이나 강인하다. 아직 까지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이들을 완벽 히 퇴치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이 존재함에 따라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이 남조세균이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특 이한 흙냄새(지오스민 (geosmin), 이취미 원인 물질)가 나기도 하고, 간혹 척추동물 의 간에 치명적인 독성(마이크로시스틴 (Microcystin), 간독물질)을 가진 종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 사는 남조세균들이 많은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져 다소나마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남조세균 이 번성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인과 물의 흐름이 느린 지역이다. 이미 우리나라 강 들은 충분한 질소와 인을 가지고 있어 이 들이 생활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더군다 나 이들 중 몇몇 종들은 대기 중의 질소를 스스로 고정시켜 질소를 획득하기도 한 다. 또한 우리나라의 강이나 댐들에서 나 타나는 물 흐름의 완만함은 이들을 번성 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나라의 혼란이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정 부가 힘차게 5년이라는 기간의 항해를 시 작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위에서 이야 기했던 녹조라떼를 막을 방안으로 4대강 보의 수문을 개방하는 방안을 두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남조세균의 증식을 막기 위해 물의 흐름을 만들자는 논리로 시작된 논의는 많은 문제 에 봉착하고 있다. 과연 수문을 연다면 남 조세균의 증식을 막을 수 있을까? 많은 영 양염을 함유한 물이 하구로 밀려드는데 정 작 하구는 하구둑으로 물을 바다로 보내지 못하고 그 많은 영양염을 안고 있는 상황으 로 가는 것은 아닌지? 그럼 더 많은 남조세 균이 하류지역에 번성하는 것은 아닌지? 수문을 연다고 이러한 고민이 사라질 리는 없기에 더 고민스럽기 마련이다. 그런데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물고기가 다닐 어도에 물 이 흐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4대강에 설치된 어도는 관리수위를 유지해야 물 이 흐르도록 설계되었다. 그 당시에는 수 문을 항상 열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을 테 OPINION [email protected] 오피니언 청년학교, 지역과 청년의 상생 극화가 진전되면서 한국의 청년들은 점차 인간다운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어가 고 있으며, 청년이 없는 한국의 지역과 농 촌사회는 급속히 노령화·공동화·황폐화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청년과 지역을 동 시에 살릴 수 있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2016년 3월 몇몇 교수들이 모여 ‘공주 대학교 청년학교’를 설립한 것은, “지역은 청년을 통해 재생의 활력을 얻고, 청년은 지역을 통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 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창립 시기 합 의한 청년학교의 목표는 첫째, 지역적, 공 동체적 삶에 대한 교육과 실천, 둘째, 지역 진출과 정착을 위한 플랫폼과 베이스캠프 제공, 셋째, 공주대 구성원의 연대를 통한 지역 중심대학 위상 강화 등이었다. 개교 이후 청년학교는 10차례의 공개 강좌를 개설하여 24명의 학생들을 입교시켰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청년학교 학생회와 4개 의 기본 분과(① 역사&문화 ② 지역정치& 언론 ③ 창업&소셜벤쳐 ④ 지역교육)를 설 치 운영하였다. 작년의 경우 가장 활발했던 활동은 8개 프로젝트팀이 진행한 액션런닝 활동이었 다. 특히 <밤밤살롱>(공주 구시가지 내 호 서극장의 보존 및 활용), <사회적 충청>(충 남지역내 사회적 기업 탐방 및 홍보를 목 적), <지역 웹진팀>(지역 언론과 정치 매 체 확보), <흥미진진 공주(금강 자전거학 교)>(금강 역사문화 생태자원 체험) 등 4 개 팀은 ‘충남청년공동체지원사업’에 선 정되어 각각 2백만 원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주도한 관광프로그램 개발팀인 <M 엔터프라이즈 >, 장애인 생산품의 홍보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스페셜 링크> 등도 청년학교의 지원과 후원에 힘입어 활발한 활동을 펼 쳤다. 작년 한 해 동안 41명의 본교 교수, 그리고 총동창회와 민주동문회가 장학금 형태로 지원한 청년학교 활동비는 모두 2 천여만 원이었다. 작년 말 청년학교는 본교 교수학습지 원센터와 함께 지역과 청년의 상생이라는 주제를 내건 ‘비교과 교육 프로그램’을 설 치 운영하기로 합의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본교 산학협력관에 입주해 있는 < 공동체 세움>(사회적 기업)과 함께 충청남 도가 후원하는 ‘지역 착근형 청년인재 육 성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합의했 다. 이런 합의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청년 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 공동체 세움은 5 차례의 공개 강좌를 진행하면서 청년학교 의 제2기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첫 번째 강좌(「우리 권리, 배울 거리, 청년 권리장전」)는 본교 국제통상학과 졸업생 인 <공감만세>의 고두환 대표, 그리고 두 번째 강좌(「체인지메이커가 된 선배 이야 기」)는 청년학교의 제1기 학생인 <블룸워 크>의 김민지 대표와 양수연(특수교육과) 이 이끌었다. 5차례의 강좌가 마무리되면 워크숍이나 네트워킹 파티 등을 통해 제2 기 프로젝트팀을 6개 내지 10개 정도 구성 할 예정이다. 각각의 프로젝트팀은 팀별 로 제출한 활동계획서의 심사결과에 따라 200만 원 내지 300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차등 지급 받게 될 것이다. 올해는 가장 분 발한 팀을 하나 선정하여 해외연수 기회 도 제공할 작정이다. ■ 청년학교는 ‘꼰대들의 훈계와 훈육’이 없는, ‘청년에 의한 청년의 학교’이다. 청 년학교는 어설픈 성공 사례보다는 그럴듯 한 실패 사례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청년학교는 일종의 실패학교이다. 2014년에 제정 공포된 <지방대학 및 지 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특별법>의 핵심 내용은 “지역 인재를 양성하여 지역과 대 학의 상생 구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후 충남대를 포함한 10개의 지방거점 국립대학들은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앞 세우며 국가(공적) 자원과 각종 기회를 독 점하는 중인데, 이런 경향은 문재인 정부 에 들어서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공주대학교는 공주, 천안, 예산에 넓은 캠퍼스를 보유한 충남 유일의 국립 종학대학임에도 불구하고 거점대학이 아 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하 고 있다. 속된 말로 하면 공주대학교는 자 기 ‘텃밭’ 또는 ‘나와바리(繩張り)’가 없다. 공주대학이 지방거점 국립대학으로 거 듭나려면 다른 무엇보다 지역과 대학의 상생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하며, 이를 위해 서는 다른 무엇보다 지역 인재와 일꾼을 길러내는 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 다. 공주사범대학은 물론이고 예산농업전 문대학, 천안공업전문대학, 공주간호전문 대학 출신의 동문까지 모두 합심하여, ‘남 의 일’이 아니라 ‘가족 일’이라 생각하며 결기 있게 달려든다면, 최소한 우리의 텃 밭을 지키고 가꾸는 일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역에서 길을 찾고 자 하는 학생들을 장기적, 계획적으로 모 집하고 지원하는 경우 많은 지역 활동가 나 일꾼들이 배출될 것이며, 그리될 경우 공주대학교는 대전충남권에 일종의 텃세 권(territoriality)을 구축한 지역 거점대학 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청년학교는 준비된 일 자리와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학교나 창업학교가 아니다. 청년학교는 우리 주 변에 흔하디 흔한 꼰대들처럼 장밋빛 미 래를 위해 현실의 우울과 고통을 감내하 라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럴 수도 없 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다. 청년학교는 ‘꼰대들의 훈계와 훈육’ 이 없는, ‘청년에 의한 청년의 학교’이다. 청년학교는 어설픈 성공사례보다는 그럴 듯한 실패사례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 다. 어찌 보면 청년학교는 일종의 실패학 교이다. 올해도 청년학교에, 사회적 경제 나 공동체만들기 활동에 관심이 있는 청 년, 자연이나 생태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청년, 함께 놀고 일하며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청년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으면 좋겠다. 니 이해는 간다. 수문을 열면 관리수위보다 수위가 낮아 져 어도로 물이 흐르지 못하 게 되고 어도는 그 기능을 상 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 만 이 또한 인간의 눈에서 보 는 어도의 차단일 뿐이다. 물 속에 사는 물고기는 보가 있 는지, 수문이 있는지, 어도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더욱이 어도가 차단되어 상류나 하 류로 갈 수 없음을 알지 못한 다. 많은 사람들은 물고기가 알을 낳기 위해 상류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 다. 여러분들은 태어난 곳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지? 물고기 그들도 그들만의 비즈 니스가 있을 텐데…. 그 물고기들도 더 좋 은 먹이를 찾아 근사한 식당을 찾아 돌아다 녀야 할 것이고, 더 좋은 숨을 곳을 찾아 부 동산을 통해 이사할 집도 알아봐야 할 텐 데…. 그들의 그러한 이동을 막은 우리가 단 순히 “물고기가 알을 낳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님으로 상류나 하류로 가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은 우문으로만 느껴지는 것 이 필자만의 느낌일지 모르겠다. 이러한 논 란 속에 어떤 이는 유전자 다양성 확보를 위 해 잡아서 인위적으로 올려주자는 이야기 도 들린다. 가고자 하는 자와 가기 싫은 자 를 구별도 하지 않고 말이다. 우리나라 남 자들은 의무여서 가는 군대도 서러워도 끌 려간다 하는데 물고기들은 담담히 끌려가 야 하는 것인지…. 물 밖의 상황을 알고 있는 인간의 눈에 서 보면 보도 보이고 수문이 열린 것도 보 이고 어도가 막힌 것도 보이지만 물속에 선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미 물고 기들은 물길이 막혔을 때 혼란이 생겼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물고기들에게 우리 인간들은 어도가 물고기들에게 옛길 로 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일 것이라 생각했 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이 고요한 흐름 없는 곳에 갑자기 물이 흐 르고 그 물을 쫓아 몰려온 물고기는 이제 상류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있던 고 요한 곳은 수심이 6m인데, 이 어도의 여울 은 고작 30-50cm이니 이제 조금만 가면 더 얕고 물살이 있는 상류하천이리라 기 대했을 텐데…. 올라와보니 다시 6m의 고 요함이 그들을 반겨주는 상황을 과연 그 물고기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역사교육과 지수걸 교수 (청년학교 교장) ■ 지역은 청년을 통해 재생의 활력을 얻 고, 청년은 지역을 통해 새로운 삶의 터전 을 마련해야 한다. 공주대학교 청년학교 는 지역과 청년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일종의 베이스캠프이자 플랫폼이다. 1960년대 들어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 격화되면서 한국의 청년들은 자신의 꿈 과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 었다. 운 좋게도 상당수의 농촌 청년들은 도시에 정착하여 자신의 부모세대보다는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꾸릴 수 있었다. 세 계인들이 놀라워하는 ‘압축적 근대화’도 이런 과정에서 이루어진 성취라 할 수 있 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자본주의의 황금 기가 끝나고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나 양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재생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환경은 그 자체로 내 삶의 일부다. 잘 가꾸어진 도시환경이 행복의 기본요건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지난 시절 겪어온 산업화와 도 시화의 물결은 주거문제를 야기해 주택 부족과 집값 폭등이 나라의 제일 큰 과제 였던 적이 있었다. 1988년부터 노태우 정 부는 200만 호 아파트 건설 정책을 펴서 일산, 분당, 평촌 등의 ‘베드타운형’ 신도 시가 여러 곳 생겼다. 주택난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주거의 질 문제가 제기되었 다.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왕십 리, 은평, 길음 등 총 34개 낙후지역을 뉴 타운 지구로 지정해 재개발을 추진했다. 이어진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국회의 원선거는 ‘뉴타운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개발공약이 승패를 좌우했다. 하지만 오 래된 동네들을 전면 철거하는 개발 위주 도시정책은 주거 약자가 아닌 강자들, 즉 대자본을 위한 사업이었다는 비판을 받았 다. 그로써 2010년 제5기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 보육, 사회적 일자리 등 사람과 복지에 대한 담론이 중요한 투표기준으로 작용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올해 대통령선거 에서 문재인 후보는 낙후된 도심을 재생 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통해 주거복 지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 다. 매년 10조 원의 공적 재원을 투입해 1 년에 100개 동네씩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 를 살 만한 곳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지금의 시대 상황과도 부 합한다. 한국경제는 장기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온 동력 이 소진되고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지 못 하면서 나라경제와 사회 전반의 활력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경제 호황기에 여유 자금을 갖고 시행하던 대단위 부동산 개 발사업은 힘들게 되었다. 그동안 시행된 재개발사업은 건물이 가 장 낡은 곳,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한 곳에 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가장 돈이 되는 곳, 이른바 사업성이 큰 순서로 추진되었 다. 그럼으로써 대규모의 재개발이 이뤄 진 후 정작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그곳 을 떠나야 했다. 소중한 추억은 지워졌고 동네는 해체되고 주민들은 갈등하고 분 열했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 한 재개발이었던가. 낙후된 지역을 재생 시켰더니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과 초기에 상권을 이루었던 점포가 쫓겨나는 현상을 일컫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은 이러한 부작용을 상징한다. 저성장과 인구감소 시대의 도시재생정 책이 중시해야 할 것은 규모나 속도가 아니 라 질적 수준과 완성도다. 재개발은 드넓은 땅에 큰 건물을 짓고 큰 길을 내는 일이라서 대자본과 대기업만이 감당할 수 있었다. 하 지만 마을길을 고치고 살던 집을 리모델링 하는 일은 작은 동네기업과 개인 기술자도 할 수 있다. 가장 절실한 곳에서, 그곳에 사 는 사람들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마을을 가 꾸어 나가는 방식이 기본이다. 도시재생의 철학을 한마디로 말하면, 오래된 것이라고 해서 부수지 말고 낡았 다고 허물지 말자로 고쳐 써보자는 것이 다. 서울의 북촌, 전주의 한옥마을이 이것 을 잘 보여준다. 재개발 대상이 되어 깎여 나갔을 낡은 한옥들과 좁은 골목길과 마 당을 고쳐 애틋한 추억을 담아 내놓자 적 지 않은 지역활성화 효과를 가져왔다. 서 울역 고가도로를 공중정원으로 만든 ‘서 울로7017’처럼, 오래된 도시의 이야깃거 리를 캐내어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만드 는 것도 도시재생의 중요한 한 갈래다. 여 기에는 도시는 오래 전에 태어나서 앞으 로도 장구하게 살아갈 생명체이며 건물뿐 만 아니라 자연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진 하나의 생명체라는 인문주의 정신이 작용 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재생을 통해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드는 일은 누가 할 것인가? 주민 과 행정, 전문가를 도시재생사업의 세 주 체로 들 수 있다. 이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주 민이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행정의 속도주의, 성과 주의가 작동할수록 본래 취지와 엇가기 쉬운 게 도시재생사업의 특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느 날, 우리 주변에 항상 있었던 건물 이 없어진 것을 보면, 순간 마음이 철렁한 다. 자신에게 친근한 공간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것이 어떤 불안감을 주는 것이다.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김정섭 전 원장 생물을 생각하는 눈높이 인간은 그동안 자신들을 위해 자연에게 많은 일을 해왔고 앞으로 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산과 들이 개발되어 주택과 공장이 건설되고 그곳에서 생산되 는 자재를 이용해 더 많은 편의와 이익을 추구하며 생활해 갈 것이다. 그래도 인류 가 고민하며 개발한 분야가 바로 물이라 고 볼 수 있다. 인류초기에는 우리가 마시 고 생활할 물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지 못 했었지만, 이제는 먹을 수 없을 만큼 질이 악화되고 양이 부족한 상황을 맞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한 안고 가는 상황인 듯하다. 물의 이용은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물의 이용은 홍수의 피해와 가뭄 을 막는 것이 지도자가 할 가장 큰 일로 부 각되었고, 하늘의 뜻에 따라 순응할 수 밖 에 없는 생활을 이어 왔다. 그러나 인류의 생물교육과 장민호 교수

Upload: others

Post on 30-Sep-2020

1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Page 1: 676 오피니언 청년학교, 지역과 청년의 상생 - kongju.ac.krpress.kongju.ac.kr/07.pdf · 2017. 6. 15. · 워크숍이나 네트워킹 파티 등을 통해 제2 기 프로젝트팀을

2017년 6월 9일 금요일제676호 7

문명발달이 이제는 하늘의 뜻인 물의 이용을 어느 정도는 가능하리라 생각하게끔 만들어지고 있고, 이러한 물의 이용에 따라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일들 중 물을 가두기 위한 보(weir)와 댐의 건설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구조물은 어류의 이동을 저해하고 물의 흐름을 가로막아 남조세균의 번식을 돕게 된다. 어류의 이동을 저해하는 구조물에 어류의 이동이 용이하도록 설치하는 어도와 남조세균의 과대증식으로 인한 녹조라떼가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회자되어온 단어일 듯 하다. 필자는 오늘 이 두 개의 단어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에 인간이 가졌으면 하는 적합한 눈높이를 여러분들과 맞춰보고자 한다.

물고기는 여러 이유로 이동을 하며 생

활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연어처럼 강에서 알을 낳고 부화가 된 그 어린 새끼들은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그들 중에는 북태평양을 돌아 다시 자신을 낳아준 하천으로 돌아오는 기나긴 여정을 갖는 종이 있는가하면, 계곡에서 생활하며 한 달에 10m도 채 이동하지 않지만 계속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돌을 찾아 이동하는 둑중개도 있다. 이들 모두의 특징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자신들이 살 곳을 찾아 이동한다는 것이다. 비록 그거리가 길고 짧음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이러한 이동을 방해하는 것이 인간에 의해 하천에 만들어지는 구조물이다. 어도는 이미 전세계적으

로 강과 하천에서 활용하고 있는 구조물로 생물이동을 위한 생태통로이다. 국내에서도 법적으로 하천에 보와 같은 횡구조물이 설치되면 의무적으로 어류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4대강에도 많은 어도가 설치되어 있고 이들이 얼마나 많은 어류에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지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녹조라떼...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녹조류는 아니다. 강에 녹색을 띄는 그 생명체는 남조세균(Cyanobacteria)의 한 종류로 지구에 태어난 초기생명체이다. 누구보다도 지구의 변화를 가장 오랫동안 보아온 생명체인 남조세균. 그들의 생존력은 지구의 나이만큼이나 강인하다. 아직까지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이들을 완벽히 퇴치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이 존재함에 따라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이 남조세균이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특이한 흙냄새(지오스민 (geosmin), 이취미 원인 물질)가 나기도 하고, 간혹 척추동물의 간에 치명적인 독성(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 간독물질)을 가진 종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 사는 남조세균들이 많은 독성물질을 만들어내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져 다소나마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남조세균이 번성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인과 물의 흐름이 느린 지역이다. 이미 우리나라 강

들은 충분한 질소와 인을 가지고 있어 이들이 생활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더군다나 이들 중 몇몇 종들은 대기 중의 질소를 스스로 고정시켜 질소를 획득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강이나 댐들에서 나타나는 물 흐름의 완만함은 이들을 번성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나라의 혼란이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정부가 힘차게 5년이라는 기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위에서 이야기했던 녹조라떼를 막을 방안으로 4대강 보의 수문을 개방하는 방안을 두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남조세균의 증식을 막기 위해 물의 흐름을 만들자는 논리로 시작된 논의는 많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과연 수문을 연다면 남조세균의 증식을 막을 수 있을까? 많은 영양염을 함유한 물이 하구로 밀려드는데 정작 하구는 하구둑으로 물을 바다로 보내지 못하고 그 많은 영양염을 안고 있는 상황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그럼 더 많은 남조세균이 하류지역에 번성하는 것은 아닌지? 수문을 연다고 이러한 고민이 사라질 리는 없기에 더 고민스럽기 마련이다.

그런데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물고기가 다닐 어도에 물이 흐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4대강에 설치된 어도는 관리수위를 유지해야 물이 흐르도록 설계되었다. 그 당시에는 수문을 항상 열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을 테

OPINION

[email protected]

오피니언

청년학교, 지역과 청년의 상생극화가 진전되면서 한국의 청년들은 점차 인간다운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으며, 청년이 없는 한국의 지역과 농촌사회는 급속히 노령화·공동화·황폐화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청년과 지역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2016년 3월 몇몇 교수들이 모여 ‘공주대학교 청년학교’를 설립한 것은, “지역은 청년을 통해 재생의 활력을 얻고, 청년은 지역을 통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창립 시기 합의한 청년학교의 목표는 첫째, 지역적, 공동체적 삶에 대한 교육과 실천, 둘째, 지역 진출과 정착을 위한 플랫폼과 베이스캠프 제공, 셋째, 공주대 구성원의 연대를 통한 지역 중심대학 위상 강화 등이었다. 개교 이후 청년학교는 10차례의 공개 강좌를 개설하여 24명의 학생들을 입교시켰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청년학교 학생회와 4개의 기본 분과(① 역사&문화 ② 지역정치&언론 ③ 창업&소셜벤쳐 ④ 지역교육)를 설치 운영하였다.

작년의 경우 가장 활발했던 활동은 8개 프로젝트팀이 진행한 액션런닝 활동이었다. 특히 <밤밤살롱>(공주 구시가지 내 호서극장의 보존 및 활용), <사회적 충청>(충남지역내 사회적 기업 탐방 및 홍보를 목적), <지역 웹진팀>(지역 언론과 정치 매체 확보), <흥미진진 공주(금강 자전거학교)>(금강 역사문화 생태자원 체험) 등 4

개 팀은 ‘충남청년공동체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각각 2백만 원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주도한 관광프로그램 개발팀인 <M 엔터프라이즈>, 장애인 생산품의 홍보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스페셜 링크> 등도 청년학교의 지원과 후원에 힘입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작년 한 해 동안 41명의 본교 교수, 그리고 총동창회와 민주동문회가 장학금 형태로 지원한 청년학교 활동비는 모두 2천여만 원이었다.

작년 말 청년학교는 본교 교수학습지원센터와 함께 지역과 청년의 상생이라는 주제를 내건 ‘비교과 교육 프로그램’을 설치 운영하기로 합의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본교 산학협력관에 입주해 있는 <공동체 세움>(사회적 기업)과 함께 충청남도가 후원하는 ‘지역 착근형 청년인재 육성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합의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청년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 공동체 세움은 5차례의 공개 강좌를 진행하면서 청년학교의 제2기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첫 번째 강좌(「우리 권리, 배울 거리, 청년권리장전」)는 본교 국제통상학과 졸업생인 <공감만세>의 고두환 대표, 그리고 두 번째 강좌(「체인지메이커가 된 선배 이야기」)는 청년학교의 제1기 학생인 <블룸워크>의 김민지 대표와 양수연(특수교육과)이 이끌었다. 5차례의 강좌가 마무리되면

워크숍이나 네트워킹 파티 등을 통해 제2기 프로젝트팀을 6개 내지 10개 정도 구성할 예정이다. 각각의 프로젝트팀은 팀별로 제출한 활동계획서의 심사결과에 따라 200만 원 내지 300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차등 지급 받게 될 것이다. 올해는 가장 분발한 팀을 하나 선정하여 해외연수 기회도 제공할 작정이다.

■ 청년학교는 ‘꼰대들의 훈계와 훈육’이 없는, ‘청년에 의한 청년의 학교’이다. 청년학교는 어설픈 성공 사례보다는 그럴듯한 실패 사례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청년학교는 일종의 실패학교이다.

2014년에 제정 공포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특별법>의 핵심내용은 “지역 인재를 양성하여 지역과 대학의 상생 구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후 충남대를 포함한 10개의 지방거점 국립대학들은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앞세우며 국가(공적) 자원과 각종 기회를 독점하는 중인데, 이런 경향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공주대학교는 공주, 천안, 예산에 넓은 캠퍼스를 보유한 충남 유일의 국립 종학대학임에도 불구하고 거점대학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속된 말로 하면 공주대학교는 자

기 ‘텃밭’ 또는 ‘나와바리(繩張り)’가 없다.공주대학이 지방거점 국립대학으로 거

듭나려면 다른 무엇보다 지역과 대학의 상생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지역 인재와 일꾼을 길러내는 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공주사범대학은 물론이고 예산농업전문대학, 천안공업전문대학, 공주간호전문대학 출신의 동문까지 모두 합심하여, ‘남의 일’이 아니라 ‘가족 일’이라 생각하며 결기 있게 달려든다면, 최소한 우리의 텃밭을 지키고 가꾸는 일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역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학생들을 장기적, 계획적으로 모집하고 지원하는 경우 많은 지역 활동가나 일꾼들이 배출될 것이며, 그리될 경우 공주대학교는 대전충남권에 일종의 텃세권(territoriality)을 구축한 지역 거점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청년학교는 준비된 일자리와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학교나 창업학교가 아니다. 청년학교는 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 꼰대들처럼 장밋빛 미래를 위해 현실의 우울과 고통을 감내하라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럴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년학교는 ‘꼰대들의 훈계와 훈육’이 없는, ‘청년에 의한 청년의 학교’이다. 청년학교는 어설픈 성공사례보다는 그럴듯한 실패사례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어찌 보면 청년학교는 일종의 실패학교이다. 올해도 청년학교에, 사회적 경제나 공동체만들기 활동에 관심이 있는 청년, 자연이나 생태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청년, 함께 놀고 일하며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청년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으면 좋겠다.

니 이해는 간다. 수문을 열면 관리수위보다 수위가 낮아져 어도로 물이 흐르지 못하게 되고 어도는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인간의 눈에서 보는 어도의 차단일 뿐이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보가 있는지, 수문이 있는지, 어도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더욱이 어도가 차단되어 상류나 하류로 갈 수 없음을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물고기가 알을 낳기 위해 상류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분들은 태어난 곳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지? 물고기 그들도 그들만의 비즈니스가 있을 텐데…. 그 물고기들도 더 좋은 먹이를 찾아 근사한 식당을 찾아 돌아다녀야 할 것이고, 더 좋은 숨을 곳을 찾아 부동산을 통해 이사할 집도 알아봐야 할 텐데…. 그들의 그러한 이동을 막은 우리가 단순히 “물고기가 알을 낳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님으로 상류나 하류로 가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은 우문으로만 느껴지는 것이 필자만의 느낌일지 모르겠다. 이러한 논란 속에 어떤 이는 유전자 다양성 확보를 위해 잡아서 인위적으로 올려주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가고자 하는 자와 가기 싫은 자를 구별도 하지 않고 말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의무여서 가는 군대도 서러워도 끌려간다 하는데 물고기들은 담담히 끌려가야 하는 것인지….

물 밖의 상황을 알고 있는 인간의 눈에서 보면 보도 보이고 수문이 열린 것도 보이고 어도가 막힌 것도 보이지만 물속에선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미 물고기들은 물길이 막혔을 때 혼란이 생겼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물고기들에게 우리 인간들은 어도가 물고기들에게 옛길로 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이 고요한 흐름 없는 곳에 갑자기 물이 흐르고 그 물을 쫓아 몰려온 물고기는 이제 상류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있던 고요한 곳은 수심이 6m인데, 이 어도의 여울은 고작 30-50cm이니 이제 조금만 가면 더 얕고 물살이 있는 상류하천이리라 기대했을 텐데…. 올라와보니 다시 6m의 고요함이 그들을 반겨주는 상황을 과연 그 물고기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역사교육과 지수걸 교수 (청년학교 교장)

■ 지역은 청년을 통해 재생의 활력을 얻고, 청년은 지역을 통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공주대학교 청년학교는 지역과 청년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일종의 베이스캠프이자 플랫폼이다.

1960년대 들어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청년들은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었다. 운 좋게도 상당수의 농촌 청년들은 도시에 정착하여 자신의 부모세대보다는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꾸릴 수 있었다. 세계인들이 놀라워하는 ‘압축적 근대화’도 이런 과정에서 이루어진 성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자본주의의 황금기가 끝나고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나 양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재생우리가 살아가는 도시환경은 그 자체로 내 삶의 일부다. 잘 가꾸어진 도시환경이 행복의 기본요건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지난 시절 겪어온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은 주거문제를 야기해 주택 부족과 집값 폭등이 나라의 제일 큰 과제였던 적이 있었다. 1988년부터 노태우 정부는 200만 호 아파트 건설 정책을 펴서 일산, 분당, 평촌 등의 ‘베드타운형’ 신도시가 여러 곳 생겼다. 주택난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주거의 질 문제가 제기되었다.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왕십리, 은평, 길음 등 총 34개 낙후지역을 뉴타운 지구로 지정해 재개발을 추진했다. 이어진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국회의원선거는 ‘뉴타운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개발공약이 승패를 좌우했다. 하지만 오래된 동네들을 전면 철거하는 개발 위주

도시정책은 주거 약자가 아닌 강자들, 즉 대자본을 위한 사업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로써 2010년 제5기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 보육, 사회적 일자리 등 사람과 복지에 대한 담론이 중요한 투표기준으로 작용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낙후된 도심을 재생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통해 주거복지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매년 10조 원의 공적 재원을 투입해 1년에 100개 동네씩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살 만한 곳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지금의 시대 상황과도 부합한다. 한국경제는 장기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온 동력이 소진되고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나라경제와 사회 전반의 활력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경제 호황기에 여유자금을 갖고 시행하던 대단위 부동산 개발사업은 힘들게 되었다.

그동안 시행된 재개발사업은 건물이 가장 낡은 곳,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한 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가장 돈이 되는 곳, 이른바 사업성이 큰 순서로 추진되었다. 그럼으로써 대규모의 재개발이 이뤄진 후 정작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야 했다. 소중한 추억은 지워졌고 동네는 해체되고 주민들은 갈등하고 분열했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재개발이었던가. 낙후된 지역을 재생시켰더니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과 초기에 상권을 이루었던 점포가 쫓겨나는 현상을 일컫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이러한 부작용을 상징한다.

저성장과 인구감소 시대의 도시재생정

책이 중시해야 할 것은 규모나 속도가 아니라 질적 수준과 완성도다. 재개발은 드넓은 땅에 큰 건물을 짓고 큰 길을 내는 일이라서 대자본과 대기업만이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을길을 고치고 살던 집을 리모델링하는 일은 작은 동네기업과 개인 기술자도 할 수 있다. 가장 절실한 곳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방식이 기본이다.

도시재생의 철학을 한마디로 말하면, 오래된 것이라고 해서 부수지 말고 낡았다고 허물지 말자로 고쳐 써보자는 것이다. 서울의 북촌, 전주의 한옥마을이 이것을 잘 보여준다. 재개발 대상이 되어 깎여나갔을 낡은 한옥들과 좁은 골목길과 마당을 고쳐 애틋한 추억을 담아 내놓자 적지 않은 지역활성화 효과를 가져왔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중정원으로 만든 ‘서

울로7017’처럼, 오래된 도시의 이야깃거리를 캐내어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것도 도시재생의 중요한 한 갈래다. 여기에는 도시는 오래 전에 태어나서 앞으로도 장구하게 살아갈 생명체이며 건물뿐만 아니라 자연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진 하나의 생명체라는 인문주의 정신이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재생을 통해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드는 일은 누가 할 것인가? 주민과 행정, 전문가를 도시재생사업의 세 주체로 들 수 있다. 이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주민이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행정의 속도주의, 성과주의가 작동할수록 본래 취지와 엇가기 쉬운 게 도시재생사업의 특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느 날, 우리 주변에 항상 있었던 건물이 없어진 것을 보면, 순간 마음이 철렁한다. 자신에게 친근한 공간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것이 어떤 불안감을 주는 것이다.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김정섭 전 원장

생물을 생각하는 눈높이

인간은 그동안 자신들을 위해 자연에게 많은 일을 해왔고 앞으로 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산과 들이 개발되어 주택과 공장이 건설되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자재를 이용해 더 많은 편의와 이익을 추구하며 생활해 갈 것이다. 그래도 인류가 고민하며 개발한 분야가 바로 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인류초기에는 우리가 마시고 생활할 물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지 못했었지만, 이제는 먹을 수 없을 만큼 질이 악화되고 양이 부족한 상황을 맞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한 안고 가는 상황인 듯하다. 물의 이용은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물의 이용은 홍수의 피해와 가뭄을 막는 것이 지도자가 할 가장 큰 일로 부각되었고, 하늘의 뜻에 따라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생활을 이어 왔다. 그러나 인류의

생물교육과장민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