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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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중항쟁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근원연상을 중심으로 29) 김금녀 이미지 감성문화연구소 대표 이 글은 5·18 관련 초상사진을 보면서 떠오른 연상들의 의미를 현상학적으로 기술한 것이다. 사진의 지 시 대상은 각각 다르면서도 특이한 유형의 연상들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연상들에 따른 감정 체험 도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 연구의 목적은 5·18 초상사진들을 통해서 마주친 지시 대상에 대한 연상 의 유형과 그 감정 체험을 기술하고, 그 의미를 구성한 것이다. 현상학에서 말하는 연상 개념들에 근거하 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연구자가 사진을 통해 직접 체험한 연상의 의미에 중점을 두어 5·18민중항쟁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기술했다. 연구결과로 5·18민중항쟁의 관점은 객관적인 학문 체계나 정치적인 이 데올로기의 역학관계로 단순히 환수시켜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항쟁에 참여한 개별자들마다 의 근원적이고 충동적인 연민이 작용했고, 5·18민중항쟁의 근원은 이미 그들의 삶의 토대와 사랑의 공 동체로서 힘의 의지에 있었다는 것이다. KEYWORDS 5·18민중항쟁, 초상사진, 근원연상, 현상학, 감정 체험, 5·18을 생각한다 · Thinking of May 18, Kim Min Jeeong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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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근원연상을 중심으로29)

김금녀 이미지 감성문화연구소 대표

이 글은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보면서 떠오른 연상들의 의미를 현상학적으로 기술한 것이다 사진의 지

시 대상은 각각 다르면서도 특이한 유형의 연상들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연상들에 따른 감정 체험

도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 연구의 목적은 5middot18 초상사진들을 통해서 마주친 지시 대상에 대한 연상

의 유형과 그 감정 체험을 기술하고 그 의미를 구성한 것이다 현상학에서 말하는 연상 개념들에 근거하

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연구자가 사진을 통해 직접 체험한 연상의 의미에 중점을 두어 5middot18민중항쟁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기술했다 연구결과로 5middot18민중항쟁의 관점은 객관적인 학문 체계나 정치적인 이

데올로기의 역학관계로 단순히 환수시켜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항쟁에 참여한 개별자들마다

의 근원적이고 충동적인 연민이 작용했고 5middot18민중항쟁의 근원은 이미 그들의 삶의 토대와 사랑의 공

동체로서 힘의 의지에 있었다는 것이다

K E Y W O R D S 5middot18민중항쟁 초상사진 근원연상 현상학 감정 체험 5middot18을 생각한다 middot

Thinking of May 18 Kim Min Jeeong

punimlifenavercom

7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 들어가며

지난 해 여름 김민정 작가로부터 사진을 받았다 한 묶음은 광주 망월 언덕에 있는 망월동

제3묘역의 무덤 풍경과 그 무덤 앞에 있는 정사진들을 촬 한 사진이었다 또 다른 묶음

은 평범해 보이는 30여 장의 중middot 노년층 인물사진이었다 이 초상사진들은 lsquo5middot18민중항

쟁rsquo1) 관련 주체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실한 유가족이었다 큰 기 없이 사진 한 장 한

장 펼쳐 놓다가 점점 손이 떨리고 먹먹해져 오는 마음에 나는 멈추었다 잠시 숨을 들이쉬

고 다시 나머지 사진을 펼쳐 놓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시선

들의 압도감에 못 이겨 나는 울고 말았다 나는 사진 인물들의 응시 모두에게서 설명하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을 본 것이다 그리고 내 안에서 어떤 충동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에 휘

말렸다 그 체험 이후 이 압도감과 충동이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일어난 것이며 어떤 것

인가라는 물음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어떤 사진 상의 시선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고정되어 있고 어떤 사진 상의 시선

은 흐릿하게 바래져 실루엣으로만 남아 있는 얼굴로 lsquo존재했었음rsquo을 겨우 증언하고 있었다

게다가 망월동 제3묘역에 있는 아들의 정사진과 생존하고 있는 어머니 초상사진을 우연

히 마주쳤을 때의 충격은 어떠한 언어로도 표현할 수조차 없는 감정이었고 나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사진들을 반복해 보면서 내가 느낀 놀라운 압도감은 5middot18 당시 현장에서

단순히 곤봉으로 맞고 피 흘리며 죽어 간 형태적인 그런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또한 5middot18

을 내 멋 로 떠올리거나 나의 주관적인 기억을 재생하는 것도 분명 아니었다 게다가 그

압도감은 죽은 시체를 떠올리며 느끼는 공포가 아니었다 내가 이 사진들에서 보고 느낀

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성질의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시각적인 형태도 없었고 언

어로는 규정할 수 없는 원초적인 어떤 힘의 충동이었으며 빛나는 사랑과 존엄에 한 무한

한 감정이었다

따라서 이 글의 목적은 우선 5middot18 관련 사진을 보면서 연상적으로 본 사실에 근거하

여 특이하고도 새로운 감정 체험을 현상학적으로 기술하는 데 있다 그것은 사진의 형태와

가시적인 지각의 문제를 넘어서서 직접적으로 주어진 의식 체험인 연상에 따른 감정의 이

동과 차이들을 서술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통해서 마주

1) 일반적으로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용어들을 보면 lsquo광주사태rsquo lsquo광주항쟁rsquo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 lsquo광주의거rsquo lsquo광주민

주항쟁rsquo 등 다양하다 이 글에서 관점은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이라는 용어다 그리고 이 글에서 이 용어는 이후 lsquo5middot 18rsquo

로 표기하고 장소가 강조될 경우 lsquo광주민중항쟁rsquo으로 표기할 것이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7

친 주관적 연상들과 사진의 상인 개개인마다 발언하고 있는 고유한 증언을 결합시켜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을 구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진과 개별자의 목소리가 결합될

때 5middot18민중항쟁의 의미가 어떻게 무한히 의미화(signification)가 가능하고 동시에 그

의미화가 불가능한지를 시론으로나마 탐구하고자 한다

1) 연구 대상

그동안 연구자가 본 5middot18 관련 사진집은 김민정 사진집을 포함해서 총 5권이다 먼저

5middot18기념재단에서 출간한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gt(2006)가 있다 이 사진집은 5middot18민

중항쟁 당시 현실을 기록한 보도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들로 구성되었고 그 당시 상황을

기억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상일 사진작가의 lt이상일의 망월동gt(2000)은 3부작으로 제1

부는 독재정권하의 망월동이 가졌던 역사적 존재로서 상징화된 작품과 제2부 1980년 5월

의 죽음을 상징하는 작품들 마지막 3부는 진정한 의미의 광주란 무엇인가라는 차원에서

광주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은 ldquolt이상일의 망월동gt이 5월 그날 꽃잎처럼 스

러져 갔던 혼들을 기리고 지난 세기의 그 갈등과 증오를 용해시키는 진정한 치유의 장

(場)rdquo이라고 말하고 있다(이상일 2000) 또한 노순택 사진작가의 lt망각기계gt(2012)는 광

주의 망각하는 현실을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재현하고 있다 작가는 광주가 현재진행형

이자 기억과 망각이 교차되는 시공간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광주의 현실을 상징적이면서도

은유적인 장면들로 보여 주고 있다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이 사진들은 ldquo기억과 망각이 어

떤 풍경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고 사진이 한 사람의 총체를 말해 줄 수는 없

다 할지라도 생의 단면을 보여 줄 수는 있다rdquo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5middot18기

념재단에서 간행한 lt오월의 사진첩gt(2008)은 5middot18에 관련된 18명의 기념사진을 수록하

고 있다 그들의 백일 사진 돌 사진 입학 사진 가족사진 결혼사진들을 모아서 수록한 이

사진집은 5middot18에 죽기 이전의 그들의 과거의 삶을 향수(nostalgia)하고 기억하는 사진 아

카이브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위의 사진집들은 우리 사회에서 5middot18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고 다각적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시각적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사진집들에 한 다양한

연구들이 나오기를 기 하는 바이지만 이 연구에서는 제외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gt는 사진의 보도적 성격상 5middot18을 희생자와 가해자 시민군과 진압군

민주 세력과 군부 권력 간의 이분법에 근거한 사진이 많고 이상일 사진작가의 사진집은

5middot18 희생자를 기념하는 상징적 재현의 성격을 띠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노순택 사진작

가의 사진집은 작가의 의도처럼 5middot18의 광주에 한 기억과 망각의 교차 속에서 생의 단

7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면들을 수사학적으로 독특하게 보여 주고 있고 lt오월의 사진첩gt은 5middot18 현실의 생생한

현실보다는 5middot18 관련 희생자들의 생애사적 사진 아카이브라는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 글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으로 망월묘역의 정사진과 초상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나의 5middot18 관련 사진에 한 lsquo설명 불가능한rsquo 체험 때문이다 그리고 위의 사진집들이

5middot18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재현한다거나 혹은 5middot18 이후의 광주 지역의 상징적인 장면

과 생의 한 순간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재현한 것과 달리 김민정 사진작가의 5middot18 초상사

진은 5middot 18 현실에 직접 참여한 인물을 평범한 초상 형식으로 담은 사진으로 연구자가 사

진 인물의 전체 삶으로 침잠해 들어갈 수 있는 형식과 내용 때문이다 이 초상사진 형식이

나에게 주는 매력은 우선 사진 상의 얼굴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은 것이고 사진의 지시

상의 시선이 보는 이를 응시하는 형상을 보여 준다는 데 있다 또한 그것은 내가 초상인물

을 바라보고 그 인물 또한 나를 바라보기 때문에 초상인물의 시선이나 표정이 나를 어떤 무

언가로 이끌었고 나의 내면의 감정을 촉발시켰다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그 매력은 초상

형식 자체가 사회적인 담론 구조에서 민주 진 과 독재 진 혹은 이데올로기적인 양극단

이 반 된 시각적 형상이 제거된 형식이기 때문에 정사진과 초상사진의 인물 자체나 혹

은 존재론적 삶 자체를 향해 시간적으로 오고 가며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김민정 사진작가는 1997부터 5middot18 관련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김민정 사진작가의

lt5middot18을 생각한다middotThinking of May 18gt 사진전2)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lsquo1부 망월(望

月) 바라본다rsquo의 사진들은 18점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희생자들이 묻힌 망월동

3묘역의 풍경과 정사진을 촬 한 것이다 그리고 lsquo2부 오월의 초상rsquo의 사진은 30여 점이

며 초상사진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항쟁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 학살의 피해자들

그리고 당시 사망하거나 아직 유골을 찾지 못한 일부 유가족들이다 이 글에서는 총 48점

의 5middot18 관련사진들 중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연상을 촉발시킨 사진들을 선별하여 나의

지향성에 따라 기술할 것이고 특히 나에게 강렬하게 충동을 일으킨 1부 사진들과 2부 사

진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통해 5middot18민중항쟁의 의미를 서술하고자 한다

2) 김민정 사진작가의 사진집은 2015년 4월에 발간되었으며 사진 전시회는 광주 lsquo갤러리 Drsquo에서 2015년 5월 14

일sim5월 27일까지 열렸다 다음 전시회는 전주 lsquo우진문화공간rsquo에서 2015년 7월 2일sim7월 8일까지 이루어질 예정

이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9

2) 연구방법으로서 사진 현상학

(1) 사진 읽기와 글쓰기의 당혹스러움

나는 사진을 보고 글쓰기를 시도할 때마다 항상 겪는 세 가지 범주의 당혹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우선 사진의 표면 위에 나타난 시각 기호의 볼거리를 보면서 그것을 묘사하고 사회

적인 담론의 독사(doxa)와 연결시켜 논리적으로 분석해야만 하는가라는 문제다 예를 들

어 우리가 항상 보는 5middot18 시위 장면 중에 시위 가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땅바닥에 엎드

려 있고 전경이나 군인이 총을 들고 위압적인 자세로 서 있는 장면이 있다 나는 이런 사진

에 해 일반적인 관심은 갖지만 그다지 시각적인 것을 재묘사하면서까지 텍스트를 쓸 생

각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진의 장면을 지배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담론으로 구성

하든 시위 로 향하는 반(反)-이데올로기의 담론으로 해석을 하든 사진 글쓰기가 현실을

유사성으로 모방하거나 변형한 시각적 형상을 재묘사하여 글(담론)로서 재생산하는 것이

기 때문이다3)

두 번째 내가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광주 망월동에서 양쪽 목발에 기 어 서 있는 남

자의 하반신 엉덩이가 보이는 장면이나 휑뎅그렁하게 마룻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는

남자의 엉덩이 모습 더 나아가 사람들이 망월동 묘지에서 서로 사진 찍고 있는 모습을 마

치 해프닝처럼 찍은 장면들이다 물론 이 사진들은 사진작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가

지고 포착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장면들이기 때문에 독자들마다 다른 즐거움을 가지고

해독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게 이런 사진들에 불편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런 사

진의 장면을 보면 사진 자체나 혹은 사진의 지시 상 자체에 한 놀라움보다는 사진가의

의도나 우연한 기술적 테크닉의 수사학에 시선이 쏠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혼동스럽

고 모호해질 뿐 나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사진가의 예술사진이 모두 그렇다는

것만은 아니다

세 번째 곤혹스러움이 있다 나는 사진 자체의 형식이 평범하고 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바라보고 내가 그그녀를 바라볼 수 있을 때와 내가 좋아하는 육체를 만났을 때 매혹

을 느낀다 그런데 그런 사진을 볼 때의 곤혹스러움은 내가 사진의 지시 상에 한 그 감

정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규정하기 어렵고 그것에 합당한 언어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르트(Barthes 2003)는 lsquo매혹된다는 것이란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고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에 해 이야기하는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rsquo고 말했다 그와 같이 나

3) 사진 연구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사회학적이고 기호학적인 분석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지금

경험한 맥락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실재 경험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8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또한 지금 이 초상사진의 인물을 사랑하고 존엄성을 느끼는 것에 해서 글쓰는 것이 실패

로 끝날 것이라는 불안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러한 당혹스러움과 곤혹스러움 때문

에 사진에 한 글쓰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에서 촉발된 것을 깊이 사

유하고 그것을 어떻게 새로운 언어로 사진-글쓰기를 할 수 있을지 아직도 고민이 된다4)

(2) 사진 이미지의 특성으로서 인덱스

다미쉬(Damisch 1978) 의 사진현상학에 따르면 사진은 빛(광선)에 의해서 파생된 확고한

이미지를 염화은(silver salts)의 감광유제 위에 새기는 기술을 이용하여 기록하는 현상 이

상의 것은 아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접하는 사진(이미지)는 카메라의 사용을 가정

하는 것도 아니고 획득된 이미지가 외부 세계의 사물이나 장면이라는 것을 함축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사진인화가 빛의 원천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노출된 필름으로부터 획득된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말을 풀어서 말하자면 사진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사진가가 카메

라를 이용하여 외부의 상과 현실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서 변형하고 어떤 의미로 코드화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이미지)은 현실의 상을 단순히 거울처럼 모방

하여 상상이나 기존 통념을 가지고 재현한 것도 그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

리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테크닉 등이나 단순한 현실 모방이 사진(이미지)를 생성하는 본

질적인 요소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남는

다 초기 사진의 역사에서 사진은 광학적middot화학적 원리로 만들어진 이미지이고 독자인 우

리가 만나는 사진(이미지)은 화학적 차원에 속하는 것이다 즉 사진은 ldquo어떤 실체들에

한 빛의 작용으로 상의 화학적 드러냄으로부터 본질적으로 산출rdquo된 것이다(Barthes

1980 p 23 김웅권 2006 23쪽) 이와 같은 맥락에서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본질적 정의

에 해 언급한 부분을 간략히 인용해 보자

4) 이는 사진 이론이 전개된 역사의 과정과 맞물려 있다 필립 뒤봐(Philippe Dubois)에 의하면 사진과 지시 상

과의 관계에 입각한 사진 담론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사진을 지시 상의 완벽한 유비로만 보는 lsquo모방의 담론rsquo과 그

러한 사진 이미지가 코드화된 언어처럼 실재의 변형적인 도구가 된다는 lsquo코드와 해체의 담론rsquo 그리고 사진 이미지

만의 고유한 재현 방식에 주목하는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Dubois 이경률 2004) 내가 5middot18 관련 초상사

진을 보면서 체험한 것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에 속했다 연구자의 5middot18 관련 사진 읽기와 글쓰기 경험을

간략하게 말하면 첫 번째 당혹스러움은 모방의 담론에 한 것이고 두 번째 당혹스러움은 코드와 해체의 담론이

다 세 번째 곤혹스러움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이 논문의 주제와 거

리가 있으므로 추후 연구주제로 남겨 두겠다 다만 연구자가 5middot18 관련 사진에 한 글쓰기를 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관점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이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1

ldquo사진은 글자 그 로 지시 상의 발산(e manation)이다 거기 있었던 실재의 육체에서

나를 접촉하게(toucher) 되는 복사광선(radiation)이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이른다 hellip

일종의 탯줄과 같은 끈이 사진 찍힌 상의 육체와 나의 시선(regard)을 연결시킨다 hellip

라틴어로는 lsquo사진rsquo을 lsquo표현된 작품은 빛의 이마고(imago lucis opera expressa)다rsquo라고 말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빛의 작용에 의해 드러나고 lsquo흘러나오고(sortie)rsquo lsquo잘 갖

추어진rsquo(monte e) (마치 레몬 과즙처럼) lsquo압착된(exprime e)rsquo 이미지다rdquo(Barthes 1980

pp126-127 김웅권 2006 103쪽 연구자 일부 수정)

바르트도 주목했듯이 사진은 지시 상이 발산한 이미지로서 거기에 사회적이거나

문화적인 코드가 없는 즉 의미가 덧붙여지지 않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자 코드 없는

메시지다 간단히 말해 사진은 주어진 상의 실재로부터 발산된 것이다 그것이 사진의

존재론적 상태다 그렇다면 이 사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할 것인가가 문

제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진인물이 발산하고 있는 빛의 이미지는 비가시적이기 때문

이다 그럼에도 사진은 지시 상이 달라붙어 있어 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어떤 지시

상의 경우에는 내 안으로 찌르고 들어오는 아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사진에 찍힌

인물을 알든 모르든 그와 같은 현상은 다양하게 경험된다

(3) 연구방법으로서 사진현상학

이 글의 연구목적은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이 지시하는 것과 의식에 나타나는 연상에다가

사진에 찍힌 지시 상의 개별자적인 증언 텍스트를 결합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5middot18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현상학적 방법을 취할 것이다

현상학은 lsquo엄 한 학문rsquo5)으로서 lsquo최종적인 정초에서 유래하는 학문rsquo lsquo최종적인 자기 책임에

서 유래하는 학문rsquo 이다 부연설명하면 현상학은 어떤 분야의 이론 체계 내에 어떤 원리나

명제라도 그것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상

학은 이 자명성의 원천과 또 이 자명성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인식으로 철학에서 받아들여

져야 할 권리 근거를 인식 비판적으로 해명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상학은 단순히

개별적 인간뿐만 아니라 인류와 역사의 관점에서도 끊임없이 윤리적 책임을 고려하는 것

5) 후설현상의 이념인 lsquo엄 성(streng)rsquo은 실증적 자연과학의 lsquo정 성(exakt)rsquo과 다르며 논리적 정합성만도 아니

다 그것은 객관적 학문들의 궁극적 근원으로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그 타당성의 근거를 밝히고 진정한 학문으로 정

초해 이론적 앎의 자기 책임과 실천적 삶의 의지 결단을 포함하는 선험적 개념이다(Husserl 19652014 3쪽 주

석 참조)

8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이다 즉 이성적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실현해야 할 인간성에 한 윤리적 자기 책임을

부단히 모색하는 과정이다(Husserl 19652014 117-118쪽)

후설에게 인간의 이성보다 더 근원적인 구조에 한 현상학적 탐구는 ldquo이성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선험적 현상학rdquo과 ldquo직접적이고 원초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실존적인 실천

적 현상학rdquo을 환기시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lsquo사상(事象) 그 자체rsquo는 바로 의식에 주어

진 경험의 내용으로 이해되며 이것은 방법적으로 순화된 의식체험에서 직접적으로 나타

나는 현상(Phaumlnomen)을 말한다(이선관 1996 67쪽) 그리고 지향적 의식의 현상학적 운

동의 특성은 lsquo사상(事象) 그 자체에로 돌아가라(Zuruumlck zu den Sachen selbst)rsquo는 구호이

다 그것은 lsquo사변적-형이상학적 사유를 배격하고 그리고 원본적(原本的 originaumlr) 즉 오

리지널한 경험을 학문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를 함의하고 있다(이선관

1996 66쪽)6)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경험의 지평 구조를 해명할 뿐만 아니라 경험이 발생

하는 원천인 선험적 주관성7)의 자기구성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 이해와 세계

이해에 도달하려는 인간성의 자기 책임 즉 lsquo의지의 결단rsquo을 표명하는 것이다(Husserl 1965

2014 35쪽 주석 참조)

내가 글쓰기의 서술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은 나의 직관적인 체험이고 주관적인 감정

의 표류와 이동 그리고 그 차이를 말하는 글쓰기다 즉 그러한 글쓰기는 사진의 지시 상

이 나의 의식에 어떠한 식으로든 다가와 어떤 연상이나 감정을 촉발시킨 관계에 해 탐구

하려는 것이다 나는 사진 상의 존재와 나의 의식의 관계를 탐구하려고 할 때 나의 글쓰

기는 lsquo의식의 상관자(Correlatum)rsquo인 존재만 명백히 가질 수 있다 즉 그 존재는 의식에 적합

하게 lsquo사념된 것rsquo으로서 지각된 것middot기 된 것middot상징적으로 표상된 것middot상상된 것middot동일화

된 것middot구별된 것middot믿어진 것middot추측된 것middot평가된 것 등이다(Husserl 19652014 34쪽)

바르트(Barthes 1980)가 언급했듯이 사진의 노에마(noema)8)는 사진의 지시 상

6) 원본적 경험(originaumlre Erfahrung) 혹은 단적인 경험(schlichte Erfahrung)의 의미로 lsquo원본적rsquo이란 lsquo원천적rsquo

또는 lsquo오리지널한rsquo을 뜻하고 lsquo단적rsquo이란 lsquo애매모호하지 않고 단순한rsquo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본적 혹은 단적

인 경험이란 적어도 후설에게는 이를테면 편견으로부터 순화된 순수한 경험을 지칭하며 이것은 원리적으로 현상

학의 독특한 방법적 수행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이선관 1996 논문 참조)

7) 선험적 주관성은 생생한 현재뿐 아니라 무한한 과거와 미래의 지평을 지닌 습득성의 기체로서 구체적인 사회성

과 역사성을 포함한다

8) 현상학에서 노에시스는 사유 작용을 노에마는 의식이 지향하는 사유 상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노에마는 노에시스(noesis)에 의해 구성된 상을 말한다 노에시스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료를 활

성화하는 lsquo파악 작용rsquo이다(한전숙 1996 65쪽)그리고 사념된 것이란 인식 작용(noesis)의 본질상 필연적 상관자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3

이 바로 그 시간과 그 장소에 존재했었음을 인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

아온 존재의 시간으로 이끌어 주는 매체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사랑하는 ldquo사진은 나에게

보여 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줄 모르고rdquo 말해 주지도 않는다(Barthes 1980 156쪽2006

125쪽) 즉 사진의 지시 상은 무언가를 지시할 뿐 그 의미를 스스로 구성할 수 없고 단지

흔적으로서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바르트(Barthes 1980)가 제시한 바와 같이 사진은 어떤

볼거리를 주든 항상 비가시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는 외양이 아니다 사진

(이미지)은 사진의 자율성(autonomy)을 주장할 수 없다 버넷(Burnett 1991)에 따르면

사진(이미지)은 결코 그것이 비추어 주는 비전(vision) 과 주관성(subjectivity)으로부터 분

리될 수 없다 이미지는 사진과 보는 주체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정신적 과정의 부분이

다 사진(이미지)은 연속되는 관계-연속체(a continuum)의 소용돌이에서 인지와 사유 의

식과 무의식의 산물이다

따라서 글쓰기 주체로서 나는 사진의 지시 상과 의식의 지향성 관계에서 lsquo무엇에

한 의식rsquo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면한 연상의 유형과 감정 체험

의 의미를 되물어 보고자 한다 현상학에서 lsquo무엇으로 향한다(sich richten auf)rsquo는 의식의

lsquo지향성rsquo은 현상학적 구조들의 포괄적인 문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Ⅰ 276쪽)

지향성은 본질적으로 시간적 구조 속에 발생하는 상을 의식이 통일적 의미를 지닌 상

성9)으로 종합하고 구성해 불가분적 상관관계의 작용으로 발전시키면서 그 침전된 역사성

을 분석하는 것이다(Husserl 19522006이념들Ⅱ 33쪽 주석 참조) 그리고 lsquo무엇에 한

의식으로 나타나는 연상rsquo에 한 글쓰기는 처음에 lsquo유동적이고 애매하지만 이러한 애매성

을 분명히 설명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Husserl 19652014 46-47쪽)rsquo

수없이 많은 5middot18 관련 사진들 중에서 지금 언급하는 초상사진의 지시 상과 나의

정서적 지향 관계는 사진의 인물들이 나에게 특정한 감정과 어떤 연상을 촉발시킨 것이다

현상학에서는 촉발 연상과 선촉발 연상 그리고 충동 연상으로 구분하고 있고(김태희 2014

논문 참조) 이 글은 그와 같은 개념을 빌리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연하게 변조해서 사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내가 연상한 내용은 단순히 나의 관념의 형상

이 아니라 한편으로 나의 신체와 정신에 이미 경험된 사실이자 내재적인 것으로서 시간의

식과 연상이며 다른 한편으로 내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진의 지시 상의 존재론적

인 인식 상(noema)을 뜻한다(Husserl 19652014 34쪽 주석 참조)

9) 상성(Gegenstaumlndlichkeit)은 좁은 의미의 상(사물)뿐 아니라 의식에 주어진 사태middot징표middot관계 및 비자립

적(범주적) 표현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Husserl19652014 34쪽 주석 참조)

8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삶 자체가 발산하는 충동적인 연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 한 근원

연상 체험은 단순히 이념이나 사변이 아니라 직관적 경험이고 정서이자 직접적으로 주어

진 원본적 경험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근원연상 구분 틀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여 가능한

한 내가 사진을 면했을 때 보고 느낀 것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연구를 위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선택에 현실을 유비나 이데

올로기적 상징으로 보여 준 사진들과 사진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현실을 변형한 은유적이

고 수사학적인 사진은 배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초상사진에 한 기존의 정의나 혹은

김민정 사진작가의 의도에 해서 사유하는 것을 판단 중지하고 기존의 제도적인 5middot18

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다 나는 오로지 초상사진에 찍힌 5middot18 관련 인물과 그들

이 지시하는 것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 근거하여 나의 연상을 사유하고 기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5middot18의 역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우선 5middot18 관련 초상

사진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고 동요시키는 상을 선택해서 그에 따른 연상의 감정

이나 내용을 기술(describe)하거나 내가 사진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넘어설 정도로

사진의 지시 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별자의 목소리가 담긴 증언 기록을 결합

하여 구성10)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것이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이란 징후를 보여줄 뿐 그

스스로가 아무 것도 말해 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

상사진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지시 내용이란 개별자의 존재론적인 삶 자체이자 목

소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인물 초상과 5middot18의 상호 관련성은 각각의 개별자들

마다 고유하게 경험한 사실을 증언한 텍스트와 1980년 5middot18 역사의 사실적 배경에 한

지평 의식을 결합시켜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구성과정을 통해 나는 사진 상의 개별자들

을 통해 5middot18 에 침전된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10) 현상학에서 lsquo구성(Konstrucktion)rsquo 은 이미 현존하는 것을 다시 확립하는 작용으로 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명료하게 밝히는 작용이다 즉 실재 세계를 lsquo창조rsquo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와 존재의미를 lsquo해

명rsquo하는 방법론적 개념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29쪽) 이를 이남인(1992)의 설명으로 보충하자면

(구성은) 지각의 지향성이 과거라는 시간 지평에서 이미 주어진 의미를 간직한 채 미래라는 시간 지평에서 장차 주

어질 의미를 예기하면서 지금 현재 주어진 의미를 넘어서서 더 높은 단계의 새로운 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

다 이러한 의식의 초월 작용을 후설은 lsquo구성 작용rsquo이라 부른다 자세히 고찰해 보면 구성 작용은 비단 외부 지각의

지향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유형의 지향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다 지향적 분석이 바로 지향성이

지닌 구성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면 현상학은 구성적 현상학이 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5

사진 1 김민정 lt나일성gt 396times594cm 2014

2 오월의 초상과 침묵

1) 잔인한 폭력과 놀라움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을 보는 나의 첫째 관심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신군부가

보낸 공수부 의 시위 진압과 시민들 간의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그것은 5middot18 사건의

시작이자 동기에 한 관심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5middot18에 무슨 일을 겪었으며 왜 5middot18에 연루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lt사진 1gt에 있는 나

일성(1961년 광주출생)은 깡마른 얼굴에 눈썹 뼈는 단단하고 특이하게 치켜 올라간 상태

로 굳어 있다 마치 그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과거와 지금 이 현실을 응시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김호 (2009)에 따르면 얼굴에는 증오 불안 욕망 등 개인의 내적 정서가 어떤 지속

적인 흔적을 남기며 나아가 하나의 외적 현상으로 결정화된다 도드라진 눈썹 뼈를 치켜

올린 채 흐트러짐 없는 그는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본다 시각적 형상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

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촉발시킨다 사진은 과거와 현실을 결합시키면서 두려움

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산출한다11) 이 사진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그를 5middot18 관련자로

11) 현상학에서는 객관적 시간을 방법론적으로 배제한 후에 이끌어낸 내재적 시간 의식은 기억 현상을 현상학적으

로 기술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것은 재생 연상(reproduktive Assoziation)으로 현재의 상이 과거의 상을

다시 의식으로 불러오는 것이다 사진의 경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생 연상은 많으나 이 글에서는 재생 연상과 그

것과 구별되는 근원 연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재생 연상과 근원 연상의 관계에 한 학문적 고찰은 이

글의 목적과 취지에 거리가 있으므로 추후 다른 논문에서 언급할 것이다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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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2: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7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 들어가며

지난 해 여름 김민정 작가로부터 사진을 받았다 한 묶음은 광주 망월 언덕에 있는 망월동

제3묘역의 무덤 풍경과 그 무덤 앞에 있는 정사진들을 촬 한 사진이었다 또 다른 묶음

은 평범해 보이는 30여 장의 중middot 노년층 인물사진이었다 이 초상사진들은 lsquo5middot18민중항

쟁rsquo1) 관련 주체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실한 유가족이었다 큰 기 없이 사진 한 장 한

장 펼쳐 놓다가 점점 손이 떨리고 먹먹해져 오는 마음에 나는 멈추었다 잠시 숨을 들이쉬

고 다시 나머지 사진을 펼쳐 놓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시선

들의 압도감에 못 이겨 나는 울고 말았다 나는 사진 인물들의 응시 모두에게서 설명하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을 본 것이다 그리고 내 안에서 어떤 충동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에 휘

말렸다 그 체험 이후 이 압도감과 충동이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일어난 것이며 어떤 것

인가라는 물음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어떤 사진 상의 시선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고정되어 있고 어떤 사진 상의 시선

은 흐릿하게 바래져 실루엣으로만 남아 있는 얼굴로 lsquo존재했었음rsquo을 겨우 증언하고 있었다

게다가 망월동 제3묘역에 있는 아들의 정사진과 생존하고 있는 어머니 초상사진을 우연

히 마주쳤을 때의 충격은 어떠한 언어로도 표현할 수조차 없는 감정이었고 나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사진들을 반복해 보면서 내가 느낀 놀라운 압도감은 5middot18 당시 현장에서

단순히 곤봉으로 맞고 피 흘리며 죽어 간 형태적인 그런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또한 5middot18

을 내 멋 로 떠올리거나 나의 주관적인 기억을 재생하는 것도 분명 아니었다 게다가 그

압도감은 죽은 시체를 떠올리며 느끼는 공포가 아니었다 내가 이 사진들에서 보고 느낀

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성질의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시각적인 형태도 없었고 언

어로는 규정할 수 없는 원초적인 어떤 힘의 충동이었으며 빛나는 사랑과 존엄에 한 무한

한 감정이었다

따라서 이 글의 목적은 우선 5middot18 관련 사진을 보면서 연상적으로 본 사실에 근거하

여 특이하고도 새로운 감정 체험을 현상학적으로 기술하는 데 있다 그것은 사진의 형태와

가시적인 지각의 문제를 넘어서서 직접적으로 주어진 의식 체험인 연상에 따른 감정의 이

동과 차이들을 서술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통해서 마주

1) 일반적으로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용어들을 보면 lsquo광주사태rsquo lsquo광주항쟁rsquo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 lsquo광주의거rsquo lsquo광주민

주항쟁rsquo 등 다양하다 이 글에서 관점은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이라는 용어다 그리고 이 글에서 이 용어는 이후 lsquo5middot 18rsquo

로 표기하고 장소가 강조될 경우 lsquo광주민중항쟁rsquo으로 표기할 것이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7

친 주관적 연상들과 사진의 상인 개개인마다 발언하고 있는 고유한 증언을 결합시켜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을 구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진과 개별자의 목소리가 결합될

때 5middot18민중항쟁의 의미가 어떻게 무한히 의미화(signification)가 가능하고 동시에 그

의미화가 불가능한지를 시론으로나마 탐구하고자 한다

1) 연구 대상

그동안 연구자가 본 5middot18 관련 사진집은 김민정 사진집을 포함해서 총 5권이다 먼저

5middot18기념재단에서 출간한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gt(2006)가 있다 이 사진집은 5middot18민

중항쟁 당시 현실을 기록한 보도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들로 구성되었고 그 당시 상황을

기억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상일 사진작가의 lt이상일의 망월동gt(2000)은 3부작으로 제1

부는 독재정권하의 망월동이 가졌던 역사적 존재로서 상징화된 작품과 제2부 1980년 5월

의 죽음을 상징하는 작품들 마지막 3부는 진정한 의미의 광주란 무엇인가라는 차원에서

광주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은 ldquolt이상일의 망월동gt이 5월 그날 꽃잎처럼 스

러져 갔던 혼들을 기리고 지난 세기의 그 갈등과 증오를 용해시키는 진정한 치유의 장

(場)rdquo이라고 말하고 있다(이상일 2000) 또한 노순택 사진작가의 lt망각기계gt(2012)는 광

주의 망각하는 현실을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재현하고 있다 작가는 광주가 현재진행형

이자 기억과 망각이 교차되는 시공간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광주의 현실을 상징적이면서도

은유적인 장면들로 보여 주고 있다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이 사진들은 ldquo기억과 망각이 어

떤 풍경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고 사진이 한 사람의 총체를 말해 줄 수는 없

다 할지라도 생의 단면을 보여 줄 수는 있다rdquo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5middot18기

념재단에서 간행한 lt오월의 사진첩gt(2008)은 5middot18에 관련된 18명의 기념사진을 수록하

고 있다 그들의 백일 사진 돌 사진 입학 사진 가족사진 결혼사진들을 모아서 수록한 이

사진집은 5middot18에 죽기 이전의 그들의 과거의 삶을 향수(nostalgia)하고 기억하는 사진 아

카이브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위의 사진집들은 우리 사회에서 5middot18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고 다각적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시각적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사진집들에 한 다양한

연구들이 나오기를 기 하는 바이지만 이 연구에서는 제외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gt는 사진의 보도적 성격상 5middot18을 희생자와 가해자 시민군과 진압군

민주 세력과 군부 권력 간의 이분법에 근거한 사진이 많고 이상일 사진작가의 사진집은

5middot18 희생자를 기념하는 상징적 재현의 성격을 띠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노순택 사진작

가의 사진집은 작가의 의도처럼 5middot18의 광주에 한 기억과 망각의 교차 속에서 생의 단

7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면들을 수사학적으로 독특하게 보여 주고 있고 lt오월의 사진첩gt은 5middot18 현실의 생생한

현실보다는 5middot18 관련 희생자들의 생애사적 사진 아카이브라는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 글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으로 망월묘역의 정사진과 초상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나의 5middot18 관련 사진에 한 lsquo설명 불가능한rsquo 체험 때문이다 그리고 위의 사진집들이

5middot18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재현한다거나 혹은 5middot18 이후의 광주 지역의 상징적인 장면

과 생의 한 순간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재현한 것과 달리 김민정 사진작가의 5middot18 초상사

진은 5middot 18 현실에 직접 참여한 인물을 평범한 초상 형식으로 담은 사진으로 연구자가 사

진 인물의 전체 삶으로 침잠해 들어갈 수 있는 형식과 내용 때문이다 이 초상사진 형식이

나에게 주는 매력은 우선 사진 상의 얼굴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은 것이고 사진의 지시

상의 시선이 보는 이를 응시하는 형상을 보여 준다는 데 있다 또한 그것은 내가 초상인물

을 바라보고 그 인물 또한 나를 바라보기 때문에 초상인물의 시선이나 표정이 나를 어떤 무

언가로 이끌었고 나의 내면의 감정을 촉발시켰다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그 매력은 초상

형식 자체가 사회적인 담론 구조에서 민주 진 과 독재 진 혹은 이데올로기적인 양극단

이 반 된 시각적 형상이 제거된 형식이기 때문에 정사진과 초상사진의 인물 자체나 혹

은 존재론적 삶 자체를 향해 시간적으로 오고 가며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김민정 사진작가는 1997부터 5middot18 관련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김민정 사진작가의

lt5middot18을 생각한다middotThinking of May 18gt 사진전2)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lsquo1부 망월(望

月) 바라본다rsquo의 사진들은 18점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희생자들이 묻힌 망월동

3묘역의 풍경과 정사진을 촬 한 것이다 그리고 lsquo2부 오월의 초상rsquo의 사진은 30여 점이

며 초상사진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항쟁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 학살의 피해자들

그리고 당시 사망하거나 아직 유골을 찾지 못한 일부 유가족들이다 이 글에서는 총 48점

의 5middot18 관련사진들 중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연상을 촉발시킨 사진들을 선별하여 나의

지향성에 따라 기술할 것이고 특히 나에게 강렬하게 충동을 일으킨 1부 사진들과 2부 사

진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통해 5middot18민중항쟁의 의미를 서술하고자 한다

2) 김민정 사진작가의 사진집은 2015년 4월에 발간되었으며 사진 전시회는 광주 lsquo갤러리 Drsquo에서 2015년 5월 14

일sim5월 27일까지 열렸다 다음 전시회는 전주 lsquo우진문화공간rsquo에서 2015년 7월 2일sim7월 8일까지 이루어질 예정

이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9

2) 연구방법으로서 사진 현상학

(1) 사진 읽기와 글쓰기의 당혹스러움

나는 사진을 보고 글쓰기를 시도할 때마다 항상 겪는 세 가지 범주의 당혹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우선 사진의 표면 위에 나타난 시각 기호의 볼거리를 보면서 그것을 묘사하고 사회

적인 담론의 독사(doxa)와 연결시켜 논리적으로 분석해야만 하는가라는 문제다 예를 들

어 우리가 항상 보는 5middot18 시위 장면 중에 시위 가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땅바닥에 엎드

려 있고 전경이나 군인이 총을 들고 위압적인 자세로 서 있는 장면이 있다 나는 이런 사진

에 해 일반적인 관심은 갖지만 그다지 시각적인 것을 재묘사하면서까지 텍스트를 쓸 생

각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진의 장면을 지배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담론으로 구성

하든 시위 로 향하는 반(反)-이데올로기의 담론으로 해석을 하든 사진 글쓰기가 현실을

유사성으로 모방하거나 변형한 시각적 형상을 재묘사하여 글(담론)로서 재생산하는 것이

기 때문이다3)

두 번째 내가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광주 망월동에서 양쪽 목발에 기 어 서 있는 남

자의 하반신 엉덩이가 보이는 장면이나 휑뎅그렁하게 마룻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는

남자의 엉덩이 모습 더 나아가 사람들이 망월동 묘지에서 서로 사진 찍고 있는 모습을 마

치 해프닝처럼 찍은 장면들이다 물론 이 사진들은 사진작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가

지고 포착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장면들이기 때문에 독자들마다 다른 즐거움을 가지고

해독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게 이런 사진들에 불편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런 사

진의 장면을 보면 사진 자체나 혹은 사진의 지시 상 자체에 한 놀라움보다는 사진가의

의도나 우연한 기술적 테크닉의 수사학에 시선이 쏠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혼동스럽

고 모호해질 뿐 나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사진가의 예술사진이 모두 그렇다는

것만은 아니다

세 번째 곤혹스러움이 있다 나는 사진 자체의 형식이 평범하고 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바라보고 내가 그그녀를 바라볼 수 있을 때와 내가 좋아하는 육체를 만났을 때 매혹

을 느낀다 그런데 그런 사진을 볼 때의 곤혹스러움은 내가 사진의 지시 상에 한 그 감

정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규정하기 어렵고 그것에 합당한 언어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르트(Barthes 2003)는 lsquo매혹된다는 것이란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고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에 해 이야기하는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rsquo고 말했다 그와 같이 나

3) 사진 연구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사회학적이고 기호학적인 분석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지금

경험한 맥락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실재 경험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8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또한 지금 이 초상사진의 인물을 사랑하고 존엄성을 느끼는 것에 해서 글쓰는 것이 실패

로 끝날 것이라는 불안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러한 당혹스러움과 곤혹스러움 때문

에 사진에 한 글쓰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에서 촉발된 것을 깊이 사

유하고 그것을 어떻게 새로운 언어로 사진-글쓰기를 할 수 있을지 아직도 고민이 된다4)

(2) 사진 이미지의 특성으로서 인덱스

다미쉬(Damisch 1978) 의 사진현상학에 따르면 사진은 빛(광선)에 의해서 파생된 확고한

이미지를 염화은(silver salts)의 감광유제 위에 새기는 기술을 이용하여 기록하는 현상 이

상의 것은 아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접하는 사진(이미지)는 카메라의 사용을 가정

하는 것도 아니고 획득된 이미지가 외부 세계의 사물이나 장면이라는 것을 함축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사진인화가 빛의 원천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노출된 필름으로부터 획득된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말을 풀어서 말하자면 사진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사진가가 카메

라를 이용하여 외부의 상과 현실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서 변형하고 어떤 의미로 코드화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이미지)은 현실의 상을 단순히 거울처럼 모방

하여 상상이나 기존 통념을 가지고 재현한 것도 그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

리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테크닉 등이나 단순한 현실 모방이 사진(이미지)를 생성하는 본

질적인 요소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남는

다 초기 사진의 역사에서 사진은 광학적middot화학적 원리로 만들어진 이미지이고 독자인 우

리가 만나는 사진(이미지)은 화학적 차원에 속하는 것이다 즉 사진은 ldquo어떤 실체들에

한 빛의 작용으로 상의 화학적 드러냄으로부터 본질적으로 산출rdquo된 것이다(Barthes

1980 p 23 김웅권 2006 23쪽) 이와 같은 맥락에서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본질적 정의

에 해 언급한 부분을 간략히 인용해 보자

4) 이는 사진 이론이 전개된 역사의 과정과 맞물려 있다 필립 뒤봐(Philippe Dubois)에 의하면 사진과 지시 상

과의 관계에 입각한 사진 담론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사진을 지시 상의 완벽한 유비로만 보는 lsquo모방의 담론rsquo과 그

러한 사진 이미지가 코드화된 언어처럼 실재의 변형적인 도구가 된다는 lsquo코드와 해체의 담론rsquo 그리고 사진 이미지

만의 고유한 재현 방식에 주목하는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Dubois 이경률 2004) 내가 5middot18 관련 초상사

진을 보면서 체험한 것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에 속했다 연구자의 5middot18 관련 사진 읽기와 글쓰기 경험을

간략하게 말하면 첫 번째 당혹스러움은 모방의 담론에 한 것이고 두 번째 당혹스러움은 코드와 해체의 담론이

다 세 번째 곤혹스러움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이 논문의 주제와 거

리가 있으므로 추후 연구주제로 남겨 두겠다 다만 연구자가 5middot18 관련 사진에 한 글쓰기를 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관점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이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1

ldquo사진은 글자 그 로 지시 상의 발산(e manation)이다 거기 있었던 실재의 육체에서

나를 접촉하게(toucher) 되는 복사광선(radiation)이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이른다 hellip

일종의 탯줄과 같은 끈이 사진 찍힌 상의 육체와 나의 시선(regard)을 연결시킨다 hellip

라틴어로는 lsquo사진rsquo을 lsquo표현된 작품은 빛의 이마고(imago lucis opera expressa)다rsquo라고 말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빛의 작용에 의해 드러나고 lsquo흘러나오고(sortie)rsquo lsquo잘 갖

추어진rsquo(monte e) (마치 레몬 과즙처럼) lsquo압착된(exprime e)rsquo 이미지다rdquo(Barthes 1980

pp126-127 김웅권 2006 103쪽 연구자 일부 수정)

바르트도 주목했듯이 사진은 지시 상이 발산한 이미지로서 거기에 사회적이거나

문화적인 코드가 없는 즉 의미가 덧붙여지지 않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자 코드 없는

메시지다 간단히 말해 사진은 주어진 상의 실재로부터 발산된 것이다 그것이 사진의

존재론적 상태다 그렇다면 이 사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할 것인가가 문

제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진인물이 발산하고 있는 빛의 이미지는 비가시적이기 때문

이다 그럼에도 사진은 지시 상이 달라붙어 있어 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어떤 지시

상의 경우에는 내 안으로 찌르고 들어오는 아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사진에 찍힌

인물을 알든 모르든 그와 같은 현상은 다양하게 경험된다

(3) 연구방법으로서 사진현상학

이 글의 연구목적은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이 지시하는 것과 의식에 나타나는 연상에다가

사진에 찍힌 지시 상의 개별자적인 증언 텍스트를 결합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5middot18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현상학적 방법을 취할 것이다

현상학은 lsquo엄 한 학문rsquo5)으로서 lsquo최종적인 정초에서 유래하는 학문rsquo lsquo최종적인 자기 책임에

서 유래하는 학문rsquo 이다 부연설명하면 현상학은 어떤 분야의 이론 체계 내에 어떤 원리나

명제라도 그것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상

학은 이 자명성의 원천과 또 이 자명성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인식으로 철학에서 받아들여

져야 할 권리 근거를 인식 비판적으로 해명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상학은 단순히

개별적 인간뿐만 아니라 인류와 역사의 관점에서도 끊임없이 윤리적 책임을 고려하는 것

5) 후설현상의 이념인 lsquo엄 성(streng)rsquo은 실증적 자연과학의 lsquo정 성(exakt)rsquo과 다르며 논리적 정합성만도 아니

다 그것은 객관적 학문들의 궁극적 근원으로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그 타당성의 근거를 밝히고 진정한 학문으로 정

초해 이론적 앎의 자기 책임과 실천적 삶의 의지 결단을 포함하는 선험적 개념이다(Husserl 19652014 3쪽 주

석 참조)

8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이다 즉 이성적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실현해야 할 인간성에 한 윤리적 자기 책임을

부단히 모색하는 과정이다(Husserl 19652014 117-118쪽)

후설에게 인간의 이성보다 더 근원적인 구조에 한 현상학적 탐구는 ldquo이성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선험적 현상학rdquo과 ldquo직접적이고 원초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실존적인 실천

적 현상학rdquo을 환기시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lsquo사상(事象) 그 자체rsquo는 바로 의식에 주어

진 경험의 내용으로 이해되며 이것은 방법적으로 순화된 의식체험에서 직접적으로 나타

나는 현상(Phaumlnomen)을 말한다(이선관 1996 67쪽) 그리고 지향적 의식의 현상학적 운

동의 특성은 lsquo사상(事象) 그 자체에로 돌아가라(Zuruumlck zu den Sachen selbst)rsquo는 구호이

다 그것은 lsquo사변적-형이상학적 사유를 배격하고 그리고 원본적(原本的 originaumlr) 즉 오

리지널한 경험을 학문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를 함의하고 있다(이선관

1996 66쪽)6)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경험의 지평 구조를 해명할 뿐만 아니라 경험이 발생

하는 원천인 선험적 주관성7)의 자기구성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 이해와 세계

이해에 도달하려는 인간성의 자기 책임 즉 lsquo의지의 결단rsquo을 표명하는 것이다(Husserl 1965

2014 35쪽 주석 참조)

내가 글쓰기의 서술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은 나의 직관적인 체험이고 주관적인 감정

의 표류와 이동 그리고 그 차이를 말하는 글쓰기다 즉 그러한 글쓰기는 사진의 지시 상

이 나의 의식에 어떠한 식으로든 다가와 어떤 연상이나 감정을 촉발시킨 관계에 해 탐구

하려는 것이다 나는 사진 상의 존재와 나의 의식의 관계를 탐구하려고 할 때 나의 글쓰

기는 lsquo의식의 상관자(Correlatum)rsquo인 존재만 명백히 가질 수 있다 즉 그 존재는 의식에 적합

하게 lsquo사념된 것rsquo으로서 지각된 것middot기 된 것middot상징적으로 표상된 것middot상상된 것middot동일화

된 것middot구별된 것middot믿어진 것middot추측된 것middot평가된 것 등이다(Husserl 19652014 34쪽)

바르트(Barthes 1980)가 언급했듯이 사진의 노에마(noema)8)는 사진의 지시 상

6) 원본적 경험(originaumlre Erfahrung) 혹은 단적인 경험(schlichte Erfahrung)의 의미로 lsquo원본적rsquo이란 lsquo원천적rsquo

또는 lsquo오리지널한rsquo을 뜻하고 lsquo단적rsquo이란 lsquo애매모호하지 않고 단순한rsquo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본적 혹은 단적

인 경험이란 적어도 후설에게는 이를테면 편견으로부터 순화된 순수한 경험을 지칭하며 이것은 원리적으로 현상

학의 독특한 방법적 수행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이선관 1996 논문 참조)

7) 선험적 주관성은 생생한 현재뿐 아니라 무한한 과거와 미래의 지평을 지닌 습득성의 기체로서 구체적인 사회성

과 역사성을 포함한다

8) 현상학에서 노에시스는 사유 작용을 노에마는 의식이 지향하는 사유 상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노에마는 노에시스(noesis)에 의해 구성된 상을 말한다 노에시스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료를 활

성화하는 lsquo파악 작용rsquo이다(한전숙 1996 65쪽)그리고 사념된 것이란 인식 작용(noesis)의 본질상 필연적 상관자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3

이 바로 그 시간과 그 장소에 존재했었음을 인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

아온 존재의 시간으로 이끌어 주는 매체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사랑하는 ldquo사진은 나에게

보여 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줄 모르고rdquo 말해 주지도 않는다(Barthes 1980 156쪽2006

125쪽) 즉 사진의 지시 상은 무언가를 지시할 뿐 그 의미를 스스로 구성할 수 없고 단지

흔적으로서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바르트(Barthes 1980)가 제시한 바와 같이 사진은 어떤

볼거리를 주든 항상 비가시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는 외양이 아니다 사진

(이미지)은 사진의 자율성(autonomy)을 주장할 수 없다 버넷(Burnett 1991)에 따르면

사진(이미지)은 결코 그것이 비추어 주는 비전(vision) 과 주관성(subjectivity)으로부터 분

리될 수 없다 이미지는 사진과 보는 주체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정신적 과정의 부분이

다 사진(이미지)은 연속되는 관계-연속체(a continuum)의 소용돌이에서 인지와 사유 의

식과 무의식의 산물이다

따라서 글쓰기 주체로서 나는 사진의 지시 상과 의식의 지향성 관계에서 lsquo무엇에

한 의식rsquo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면한 연상의 유형과 감정 체험

의 의미를 되물어 보고자 한다 현상학에서 lsquo무엇으로 향한다(sich richten auf)rsquo는 의식의

lsquo지향성rsquo은 현상학적 구조들의 포괄적인 문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Ⅰ 276쪽)

지향성은 본질적으로 시간적 구조 속에 발생하는 상을 의식이 통일적 의미를 지닌 상

성9)으로 종합하고 구성해 불가분적 상관관계의 작용으로 발전시키면서 그 침전된 역사성

을 분석하는 것이다(Husserl 19522006이념들Ⅱ 33쪽 주석 참조) 그리고 lsquo무엇에 한

의식으로 나타나는 연상rsquo에 한 글쓰기는 처음에 lsquo유동적이고 애매하지만 이러한 애매성

을 분명히 설명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Husserl 19652014 46-47쪽)rsquo

수없이 많은 5middot18 관련 사진들 중에서 지금 언급하는 초상사진의 지시 상과 나의

정서적 지향 관계는 사진의 인물들이 나에게 특정한 감정과 어떤 연상을 촉발시킨 것이다

현상학에서는 촉발 연상과 선촉발 연상 그리고 충동 연상으로 구분하고 있고(김태희 2014

논문 참조) 이 글은 그와 같은 개념을 빌리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연하게 변조해서 사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내가 연상한 내용은 단순히 나의 관념의 형상

이 아니라 한편으로 나의 신체와 정신에 이미 경험된 사실이자 내재적인 것으로서 시간의

식과 연상이며 다른 한편으로 내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진의 지시 상의 존재론적

인 인식 상(noema)을 뜻한다(Husserl 19652014 34쪽 주석 참조)

9) 상성(Gegenstaumlndlichkeit)은 좁은 의미의 상(사물)뿐 아니라 의식에 주어진 사태middot징표middot관계 및 비자립

적(범주적) 표현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Husserl19652014 34쪽 주석 참조)

8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삶 자체가 발산하는 충동적인 연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 한 근원

연상 체험은 단순히 이념이나 사변이 아니라 직관적 경험이고 정서이자 직접적으로 주어

진 원본적 경험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근원연상 구분 틀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여 가능한

한 내가 사진을 면했을 때 보고 느낀 것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연구를 위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선택에 현실을 유비나 이데

올로기적 상징으로 보여 준 사진들과 사진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현실을 변형한 은유적이

고 수사학적인 사진은 배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초상사진에 한 기존의 정의나 혹은

김민정 사진작가의 의도에 해서 사유하는 것을 판단 중지하고 기존의 제도적인 5middot18

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다 나는 오로지 초상사진에 찍힌 5middot18 관련 인물과 그들

이 지시하는 것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 근거하여 나의 연상을 사유하고 기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5middot18의 역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우선 5middot18 관련 초상

사진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고 동요시키는 상을 선택해서 그에 따른 연상의 감정

이나 내용을 기술(describe)하거나 내가 사진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넘어설 정도로

사진의 지시 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별자의 목소리가 담긴 증언 기록을 결합

하여 구성10)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것이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이란 징후를 보여줄 뿐 그

스스로가 아무 것도 말해 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

상사진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지시 내용이란 개별자의 존재론적인 삶 자체이자 목

소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인물 초상과 5middot18의 상호 관련성은 각각의 개별자들

마다 고유하게 경험한 사실을 증언한 텍스트와 1980년 5middot18 역사의 사실적 배경에 한

지평 의식을 결합시켜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구성과정을 통해 나는 사진 상의 개별자들

을 통해 5middot18 에 침전된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10) 현상학에서 lsquo구성(Konstrucktion)rsquo 은 이미 현존하는 것을 다시 확립하는 작용으로 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명료하게 밝히는 작용이다 즉 실재 세계를 lsquo창조rsquo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와 존재의미를 lsquo해

명rsquo하는 방법론적 개념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29쪽) 이를 이남인(1992)의 설명으로 보충하자면

(구성은) 지각의 지향성이 과거라는 시간 지평에서 이미 주어진 의미를 간직한 채 미래라는 시간 지평에서 장차 주

어질 의미를 예기하면서 지금 현재 주어진 의미를 넘어서서 더 높은 단계의 새로운 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

다 이러한 의식의 초월 작용을 후설은 lsquo구성 작용rsquo이라 부른다 자세히 고찰해 보면 구성 작용은 비단 외부 지각의

지향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유형의 지향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다 지향적 분석이 바로 지향성이

지닌 구성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면 현상학은 구성적 현상학이 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5

사진 1 김민정 lt나일성gt 396times594cm 2014

2 오월의 초상과 침묵

1) 잔인한 폭력과 놀라움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을 보는 나의 첫째 관심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신군부가

보낸 공수부 의 시위 진압과 시민들 간의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그것은 5middot18 사건의

시작이자 동기에 한 관심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5middot18에 무슨 일을 겪었으며 왜 5middot18에 연루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lt사진 1gt에 있는 나

일성(1961년 광주출생)은 깡마른 얼굴에 눈썹 뼈는 단단하고 특이하게 치켜 올라간 상태

로 굳어 있다 마치 그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과거와 지금 이 현실을 응시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김호 (2009)에 따르면 얼굴에는 증오 불안 욕망 등 개인의 내적 정서가 어떤 지속

적인 흔적을 남기며 나아가 하나의 외적 현상으로 결정화된다 도드라진 눈썹 뼈를 치켜

올린 채 흐트러짐 없는 그는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본다 시각적 형상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

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촉발시킨다 사진은 과거와 현실을 결합시키면서 두려움

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산출한다11) 이 사진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그를 5middot18 관련자로

11) 현상학에서는 객관적 시간을 방법론적으로 배제한 후에 이끌어낸 내재적 시간 의식은 기억 현상을 현상학적으

로 기술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것은 재생 연상(reproduktive Assoziation)으로 현재의 상이 과거의 상을

다시 의식으로 불러오는 것이다 사진의 경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생 연상은 많으나 이 글에서는 재생 연상과 그

것과 구별되는 근원 연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재생 연상과 근원 연상의 관계에 한 학문적 고찰은 이

글의 목적과 취지에 거리가 있으므로 추후 다른 논문에서 언급할 것이다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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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1991)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May the Triumph Democracy)gt 사진집 서울 사진

예술사

노순택 (2012) lt망각기계gt 서울 청어람미디어

이상일 (2000) lt이상일의 망월동gt 비타임

5 middot 18기념재단 (2008) lt오월의 사진첩gt 아카이브북스

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3: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7

친 주관적 연상들과 사진의 상인 개개인마다 발언하고 있는 고유한 증언을 결합시켜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을 구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진과 개별자의 목소리가 결합될

때 5middot18민중항쟁의 의미가 어떻게 무한히 의미화(signification)가 가능하고 동시에 그

의미화가 불가능한지를 시론으로나마 탐구하고자 한다

1) 연구 대상

그동안 연구자가 본 5middot18 관련 사진집은 김민정 사진집을 포함해서 총 5권이다 먼저

5middot18기념재단에서 출간한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gt(2006)가 있다 이 사진집은 5middot18민

중항쟁 당시 현실을 기록한 보도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들로 구성되었고 그 당시 상황을

기억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상일 사진작가의 lt이상일의 망월동gt(2000)은 3부작으로 제1

부는 독재정권하의 망월동이 가졌던 역사적 존재로서 상징화된 작품과 제2부 1980년 5월

의 죽음을 상징하는 작품들 마지막 3부는 진정한 의미의 광주란 무엇인가라는 차원에서

광주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은 ldquolt이상일의 망월동gt이 5월 그날 꽃잎처럼 스

러져 갔던 혼들을 기리고 지난 세기의 그 갈등과 증오를 용해시키는 진정한 치유의 장

(場)rdquo이라고 말하고 있다(이상일 2000) 또한 노순택 사진작가의 lt망각기계gt(2012)는 광

주의 망각하는 현실을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재현하고 있다 작가는 광주가 현재진행형

이자 기억과 망각이 교차되는 시공간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광주의 현실을 상징적이면서도

은유적인 장면들로 보여 주고 있다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이 사진들은 ldquo기억과 망각이 어

떤 풍경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고 사진이 한 사람의 총체를 말해 줄 수는 없

다 할지라도 생의 단면을 보여 줄 수는 있다rdquo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5middot18기

념재단에서 간행한 lt오월의 사진첩gt(2008)은 5middot18에 관련된 18명의 기념사진을 수록하

고 있다 그들의 백일 사진 돌 사진 입학 사진 가족사진 결혼사진들을 모아서 수록한 이

사진집은 5middot18에 죽기 이전의 그들의 과거의 삶을 향수(nostalgia)하고 기억하는 사진 아

카이브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위의 사진집들은 우리 사회에서 5middot18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고 다각적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시각적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사진집들에 한 다양한

연구들이 나오기를 기 하는 바이지만 이 연구에서는 제외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gt는 사진의 보도적 성격상 5middot18을 희생자와 가해자 시민군과 진압군

민주 세력과 군부 권력 간의 이분법에 근거한 사진이 많고 이상일 사진작가의 사진집은

5middot18 희생자를 기념하는 상징적 재현의 성격을 띠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노순택 사진작

가의 사진집은 작가의 의도처럼 5middot18의 광주에 한 기억과 망각의 교차 속에서 생의 단

7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면들을 수사학적으로 독특하게 보여 주고 있고 lt오월의 사진첩gt은 5middot18 현실의 생생한

현실보다는 5middot18 관련 희생자들의 생애사적 사진 아카이브라는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 글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으로 망월묘역의 정사진과 초상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나의 5middot18 관련 사진에 한 lsquo설명 불가능한rsquo 체험 때문이다 그리고 위의 사진집들이

5middot18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재현한다거나 혹은 5middot18 이후의 광주 지역의 상징적인 장면

과 생의 한 순간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재현한 것과 달리 김민정 사진작가의 5middot18 초상사

진은 5middot 18 현실에 직접 참여한 인물을 평범한 초상 형식으로 담은 사진으로 연구자가 사

진 인물의 전체 삶으로 침잠해 들어갈 수 있는 형식과 내용 때문이다 이 초상사진 형식이

나에게 주는 매력은 우선 사진 상의 얼굴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은 것이고 사진의 지시

상의 시선이 보는 이를 응시하는 형상을 보여 준다는 데 있다 또한 그것은 내가 초상인물

을 바라보고 그 인물 또한 나를 바라보기 때문에 초상인물의 시선이나 표정이 나를 어떤 무

언가로 이끌었고 나의 내면의 감정을 촉발시켰다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그 매력은 초상

형식 자체가 사회적인 담론 구조에서 민주 진 과 독재 진 혹은 이데올로기적인 양극단

이 반 된 시각적 형상이 제거된 형식이기 때문에 정사진과 초상사진의 인물 자체나 혹

은 존재론적 삶 자체를 향해 시간적으로 오고 가며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김민정 사진작가는 1997부터 5middot18 관련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김민정 사진작가의

lt5middot18을 생각한다middotThinking of May 18gt 사진전2)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lsquo1부 망월(望

月) 바라본다rsquo의 사진들은 18점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희생자들이 묻힌 망월동

3묘역의 풍경과 정사진을 촬 한 것이다 그리고 lsquo2부 오월의 초상rsquo의 사진은 30여 점이

며 초상사진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항쟁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 학살의 피해자들

그리고 당시 사망하거나 아직 유골을 찾지 못한 일부 유가족들이다 이 글에서는 총 48점

의 5middot18 관련사진들 중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연상을 촉발시킨 사진들을 선별하여 나의

지향성에 따라 기술할 것이고 특히 나에게 강렬하게 충동을 일으킨 1부 사진들과 2부 사

진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통해 5middot18민중항쟁의 의미를 서술하고자 한다

2) 김민정 사진작가의 사진집은 2015년 4월에 발간되었으며 사진 전시회는 광주 lsquo갤러리 Drsquo에서 2015년 5월 14

일sim5월 27일까지 열렸다 다음 전시회는 전주 lsquo우진문화공간rsquo에서 2015년 7월 2일sim7월 8일까지 이루어질 예정

이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9

2) 연구방법으로서 사진 현상학

(1) 사진 읽기와 글쓰기의 당혹스러움

나는 사진을 보고 글쓰기를 시도할 때마다 항상 겪는 세 가지 범주의 당혹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우선 사진의 표면 위에 나타난 시각 기호의 볼거리를 보면서 그것을 묘사하고 사회

적인 담론의 독사(doxa)와 연결시켜 논리적으로 분석해야만 하는가라는 문제다 예를 들

어 우리가 항상 보는 5middot18 시위 장면 중에 시위 가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땅바닥에 엎드

려 있고 전경이나 군인이 총을 들고 위압적인 자세로 서 있는 장면이 있다 나는 이런 사진

에 해 일반적인 관심은 갖지만 그다지 시각적인 것을 재묘사하면서까지 텍스트를 쓸 생

각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진의 장면을 지배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담론으로 구성

하든 시위 로 향하는 반(反)-이데올로기의 담론으로 해석을 하든 사진 글쓰기가 현실을

유사성으로 모방하거나 변형한 시각적 형상을 재묘사하여 글(담론)로서 재생산하는 것이

기 때문이다3)

두 번째 내가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광주 망월동에서 양쪽 목발에 기 어 서 있는 남

자의 하반신 엉덩이가 보이는 장면이나 휑뎅그렁하게 마룻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는

남자의 엉덩이 모습 더 나아가 사람들이 망월동 묘지에서 서로 사진 찍고 있는 모습을 마

치 해프닝처럼 찍은 장면들이다 물론 이 사진들은 사진작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가

지고 포착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장면들이기 때문에 독자들마다 다른 즐거움을 가지고

해독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게 이런 사진들에 불편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런 사

진의 장면을 보면 사진 자체나 혹은 사진의 지시 상 자체에 한 놀라움보다는 사진가의

의도나 우연한 기술적 테크닉의 수사학에 시선이 쏠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혼동스럽

고 모호해질 뿐 나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사진가의 예술사진이 모두 그렇다는

것만은 아니다

세 번째 곤혹스러움이 있다 나는 사진 자체의 형식이 평범하고 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바라보고 내가 그그녀를 바라볼 수 있을 때와 내가 좋아하는 육체를 만났을 때 매혹

을 느낀다 그런데 그런 사진을 볼 때의 곤혹스러움은 내가 사진의 지시 상에 한 그 감

정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규정하기 어렵고 그것에 합당한 언어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르트(Barthes 2003)는 lsquo매혹된다는 것이란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고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에 해 이야기하는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rsquo고 말했다 그와 같이 나

3) 사진 연구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사회학적이고 기호학적인 분석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지금

경험한 맥락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실재 경험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8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또한 지금 이 초상사진의 인물을 사랑하고 존엄성을 느끼는 것에 해서 글쓰는 것이 실패

로 끝날 것이라는 불안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러한 당혹스러움과 곤혹스러움 때문

에 사진에 한 글쓰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에서 촉발된 것을 깊이 사

유하고 그것을 어떻게 새로운 언어로 사진-글쓰기를 할 수 있을지 아직도 고민이 된다4)

(2) 사진 이미지의 특성으로서 인덱스

다미쉬(Damisch 1978) 의 사진현상학에 따르면 사진은 빛(광선)에 의해서 파생된 확고한

이미지를 염화은(silver salts)의 감광유제 위에 새기는 기술을 이용하여 기록하는 현상 이

상의 것은 아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접하는 사진(이미지)는 카메라의 사용을 가정

하는 것도 아니고 획득된 이미지가 외부 세계의 사물이나 장면이라는 것을 함축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사진인화가 빛의 원천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노출된 필름으로부터 획득된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말을 풀어서 말하자면 사진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사진가가 카메

라를 이용하여 외부의 상과 현실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서 변형하고 어떤 의미로 코드화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이미지)은 현실의 상을 단순히 거울처럼 모방

하여 상상이나 기존 통념을 가지고 재현한 것도 그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

리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테크닉 등이나 단순한 현실 모방이 사진(이미지)를 생성하는 본

질적인 요소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남는

다 초기 사진의 역사에서 사진은 광학적middot화학적 원리로 만들어진 이미지이고 독자인 우

리가 만나는 사진(이미지)은 화학적 차원에 속하는 것이다 즉 사진은 ldquo어떤 실체들에

한 빛의 작용으로 상의 화학적 드러냄으로부터 본질적으로 산출rdquo된 것이다(Barthes

1980 p 23 김웅권 2006 23쪽) 이와 같은 맥락에서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본질적 정의

에 해 언급한 부분을 간략히 인용해 보자

4) 이는 사진 이론이 전개된 역사의 과정과 맞물려 있다 필립 뒤봐(Philippe Dubois)에 의하면 사진과 지시 상

과의 관계에 입각한 사진 담론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사진을 지시 상의 완벽한 유비로만 보는 lsquo모방의 담론rsquo과 그

러한 사진 이미지가 코드화된 언어처럼 실재의 변형적인 도구가 된다는 lsquo코드와 해체의 담론rsquo 그리고 사진 이미지

만의 고유한 재현 방식에 주목하는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Dubois 이경률 2004) 내가 5middot18 관련 초상사

진을 보면서 체험한 것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에 속했다 연구자의 5middot18 관련 사진 읽기와 글쓰기 경험을

간략하게 말하면 첫 번째 당혹스러움은 모방의 담론에 한 것이고 두 번째 당혹스러움은 코드와 해체의 담론이

다 세 번째 곤혹스러움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이 논문의 주제와 거

리가 있으므로 추후 연구주제로 남겨 두겠다 다만 연구자가 5middot18 관련 사진에 한 글쓰기를 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관점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이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1

ldquo사진은 글자 그 로 지시 상의 발산(e manation)이다 거기 있었던 실재의 육체에서

나를 접촉하게(toucher) 되는 복사광선(radiation)이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이른다 hellip

일종의 탯줄과 같은 끈이 사진 찍힌 상의 육체와 나의 시선(regard)을 연결시킨다 hellip

라틴어로는 lsquo사진rsquo을 lsquo표현된 작품은 빛의 이마고(imago lucis opera expressa)다rsquo라고 말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빛의 작용에 의해 드러나고 lsquo흘러나오고(sortie)rsquo lsquo잘 갖

추어진rsquo(monte e) (마치 레몬 과즙처럼) lsquo압착된(exprime e)rsquo 이미지다rdquo(Barthes 1980

pp126-127 김웅권 2006 103쪽 연구자 일부 수정)

바르트도 주목했듯이 사진은 지시 상이 발산한 이미지로서 거기에 사회적이거나

문화적인 코드가 없는 즉 의미가 덧붙여지지 않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자 코드 없는

메시지다 간단히 말해 사진은 주어진 상의 실재로부터 발산된 것이다 그것이 사진의

존재론적 상태다 그렇다면 이 사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할 것인가가 문

제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진인물이 발산하고 있는 빛의 이미지는 비가시적이기 때문

이다 그럼에도 사진은 지시 상이 달라붙어 있어 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어떤 지시

상의 경우에는 내 안으로 찌르고 들어오는 아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사진에 찍힌

인물을 알든 모르든 그와 같은 현상은 다양하게 경험된다

(3) 연구방법으로서 사진현상학

이 글의 연구목적은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이 지시하는 것과 의식에 나타나는 연상에다가

사진에 찍힌 지시 상의 개별자적인 증언 텍스트를 결합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5middot18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현상학적 방법을 취할 것이다

현상학은 lsquo엄 한 학문rsquo5)으로서 lsquo최종적인 정초에서 유래하는 학문rsquo lsquo최종적인 자기 책임에

서 유래하는 학문rsquo 이다 부연설명하면 현상학은 어떤 분야의 이론 체계 내에 어떤 원리나

명제라도 그것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상

학은 이 자명성의 원천과 또 이 자명성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인식으로 철학에서 받아들여

져야 할 권리 근거를 인식 비판적으로 해명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상학은 단순히

개별적 인간뿐만 아니라 인류와 역사의 관점에서도 끊임없이 윤리적 책임을 고려하는 것

5) 후설현상의 이념인 lsquo엄 성(streng)rsquo은 실증적 자연과학의 lsquo정 성(exakt)rsquo과 다르며 논리적 정합성만도 아니

다 그것은 객관적 학문들의 궁극적 근원으로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그 타당성의 근거를 밝히고 진정한 학문으로 정

초해 이론적 앎의 자기 책임과 실천적 삶의 의지 결단을 포함하는 선험적 개념이다(Husserl 19652014 3쪽 주

석 참조)

8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이다 즉 이성적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실현해야 할 인간성에 한 윤리적 자기 책임을

부단히 모색하는 과정이다(Husserl 19652014 117-118쪽)

후설에게 인간의 이성보다 더 근원적인 구조에 한 현상학적 탐구는 ldquo이성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선험적 현상학rdquo과 ldquo직접적이고 원초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실존적인 실천

적 현상학rdquo을 환기시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lsquo사상(事象) 그 자체rsquo는 바로 의식에 주어

진 경험의 내용으로 이해되며 이것은 방법적으로 순화된 의식체험에서 직접적으로 나타

나는 현상(Phaumlnomen)을 말한다(이선관 1996 67쪽) 그리고 지향적 의식의 현상학적 운

동의 특성은 lsquo사상(事象) 그 자체에로 돌아가라(Zuruumlck zu den Sachen selbst)rsquo는 구호이

다 그것은 lsquo사변적-형이상학적 사유를 배격하고 그리고 원본적(原本的 originaumlr) 즉 오

리지널한 경험을 학문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를 함의하고 있다(이선관

1996 66쪽)6)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경험의 지평 구조를 해명할 뿐만 아니라 경험이 발생

하는 원천인 선험적 주관성7)의 자기구성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 이해와 세계

이해에 도달하려는 인간성의 자기 책임 즉 lsquo의지의 결단rsquo을 표명하는 것이다(Husserl 1965

2014 35쪽 주석 참조)

내가 글쓰기의 서술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은 나의 직관적인 체험이고 주관적인 감정

의 표류와 이동 그리고 그 차이를 말하는 글쓰기다 즉 그러한 글쓰기는 사진의 지시 상

이 나의 의식에 어떠한 식으로든 다가와 어떤 연상이나 감정을 촉발시킨 관계에 해 탐구

하려는 것이다 나는 사진 상의 존재와 나의 의식의 관계를 탐구하려고 할 때 나의 글쓰

기는 lsquo의식의 상관자(Correlatum)rsquo인 존재만 명백히 가질 수 있다 즉 그 존재는 의식에 적합

하게 lsquo사념된 것rsquo으로서 지각된 것middot기 된 것middot상징적으로 표상된 것middot상상된 것middot동일화

된 것middot구별된 것middot믿어진 것middot추측된 것middot평가된 것 등이다(Husserl 19652014 34쪽)

바르트(Barthes 1980)가 언급했듯이 사진의 노에마(noema)8)는 사진의 지시 상

6) 원본적 경험(originaumlre Erfahrung) 혹은 단적인 경험(schlichte Erfahrung)의 의미로 lsquo원본적rsquo이란 lsquo원천적rsquo

또는 lsquo오리지널한rsquo을 뜻하고 lsquo단적rsquo이란 lsquo애매모호하지 않고 단순한rsquo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본적 혹은 단적

인 경험이란 적어도 후설에게는 이를테면 편견으로부터 순화된 순수한 경험을 지칭하며 이것은 원리적으로 현상

학의 독특한 방법적 수행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이선관 1996 논문 참조)

7) 선험적 주관성은 생생한 현재뿐 아니라 무한한 과거와 미래의 지평을 지닌 습득성의 기체로서 구체적인 사회성

과 역사성을 포함한다

8) 현상학에서 노에시스는 사유 작용을 노에마는 의식이 지향하는 사유 상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노에마는 노에시스(noesis)에 의해 구성된 상을 말한다 노에시스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료를 활

성화하는 lsquo파악 작용rsquo이다(한전숙 1996 65쪽)그리고 사념된 것이란 인식 작용(noesis)의 본질상 필연적 상관자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3

이 바로 그 시간과 그 장소에 존재했었음을 인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

아온 존재의 시간으로 이끌어 주는 매체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사랑하는 ldquo사진은 나에게

보여 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줄 모르고rdquo 말해 주지도 않는다(Barthes 1980 156쪽2006

125쪽) 즉 사진의 지시 상은 무언가를 지시할 뿐 그 의미를 스스로 구성할 수 없고 단지

흔적으로서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바르트(Barthes 1980)가 제시한 바와 같이 사진은 어떤

볼거리를 주든 항상 비가시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는 외양이 아니다 사진

(이미지)은 사진의 자율성(autonomy)을 주장할 수 없다 버넷(Burnett 1991)에 따르면

사진(이미지)은 결코 그것이 비추어 주는 비전(vision) 과 주관성(subjectivity)으로부터 분

리될 수 없다 이미지는 사진과 보는 주체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정신적 과정의 부분이

다 사진(이미지)은 연속되는 관계-연속체(a continuum)의 소용돌이에서 인지와 사유 의

식과 무의식의 산물이다

따라서 글쓰기 주체로서 나는 사진의 지시 상과 의식의 지향성 관계에서 lsquo무엇에

한 의식rsquo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면한 연상의 유형과 감정 체험

의 의미를 되물어 보고자 한다 현상학에서 lsquo무엇으로 향한다(sich richten auf)rsquo는 의식의

lsquo지향성rsquo은 현상학적 구조들의 포괄적인 문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Ⅰ 276쪽)

지향성은 본질적으로 시간적 구조 속에 발생하는 상을 의식이 통일적 의미를 지닌 상

성9)으로 종합하고 구성해 불가분적 상관관계의 작용으로 발전시키면서 그 침전된 역사성

을 분석하는 것이다(Husserl 19522006이념들Ⅱ 33쪽 주석 참조) 그리고 lsquo무엇에 한

의식으로 나타나는 연상rsquo에 한 글쓰기는 처음에 lsquo유동적이고 애매하지만 이러한 애매성

을 분명히 설명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Husserl 19652014 46-47쪽)rsquo

수없이 많은 5middot18 관련 사진들 중에서 지금 언급하는 초상사진의 지시 상과 나의

정서적 지향 관계는 사진의 인물들이 나에게 특정한 감정과 어떤 연상을 촉발시킨 것이다

현상학에서는 촉발 연상과 선촉발 연상 그리고 충동 연상으로 구분하고 있고(김태희 2014

논문 참조) 이 글은 그와 같은 개념을 빌리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연하게 변조해서 사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내가 연상한 내용은 단순히 나의 관념의 형상

이 아니라 한편으로 나의 신체와 정신에 이미 경험된 사실이자 내재적인 것으로서 시간의

식과 연상이며 다른 한편으로 내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진의 지시 상의 존재론적

인 인식 상(noema)을 뜻한다(Husserl 19652014 34쪽 주석 참조)

9) 상성(Gegenstaumlndlichkeit)은 좁은 의미의 상(사물)뿐 아니라 의식에 주어진 사태middot징표middot관계 및 비자립

적(범주적) 표현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Husserl19652014 34쪽 주석 참조)

8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삶 자체가 발산하는 충동적인 연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 한 근원

연상 체험은 단순히 이념이나 사변이 아니라 직관적 경험이고 정서이자 직접적으로 주어

진 원본적 경험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근원연상 구분 틀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여 가능한

한 내가 사진을 면했을 때 보고 느낀 것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연구를 위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선택에 현실을 유비나 이데

올로기적 상징으로 보여 준 사진들과 사진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현실을 변형한 은유적이

고 수사학적인 사진은 배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초상사진에 한 기존의 정의나 혹은

김민정 사진작가의 의도에 해서 사유하는 것을 판단 중지하고 기존의 제도적인 5middot18

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다 나는 오로지 초상사진에 찍힌 5middot18 관련 인물과 그들

이 지시하는 것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 근거하여 나의 연상을 사유하고 기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5middot18의 역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우선 5middot18 관련 초상

사진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고 동요시키는 상을 선택해서 그에 따른 연상의 감정

이나 내용을 기술(describe)하거나 내가 사진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넘어설 정도로

사진의 지시 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별자의 목소리가 담긴 증언 기록을 결합

하여 구성10)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것이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이란 징후를 보여줄 뿐 그

스스로가 아무 것도 말해 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

상사진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지시 내용이란 개별자의 존재론적인 삶 자체이자 목

소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인물 초상과 5middot18의 상호 관련성은 각각의 개별자들

마다 고유하게 경험한 사실을 증언한 텍스트와 1980년 5middot18 역사의 사실적 배경에 한

지평 의식을 결합시켜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구성과정을 통해 나는 사진 상의 개별자들

을 통해 5middot18 에 침전된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10) 현상학에서 lsquo구성(Konstrucktion)rsquo 은 이미 현존하는 것을 다시 확립하는 작용으로 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명료하게 밝히는 작용이다 즉 실재 세계를 lsquo창조rsquo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와 존재의미를 lsquo해

명rsquo하는 방법론적 개념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29쪽) 이를 이남인(1992)의 설명으로 보충하자면

(구성은) 지각의 지향성이 과거라는 시간 지평에서 이미 주어진 의미를 간직한 채 미래라는 시간 지평에서 장차 주

어질 의미를 예기하면서 지금 현재 주어진 의미를 넘어서서 더 높은 단계의 새로운 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

다 이러한 의식의 초월 작용을 후설은 lsquo구성 작용rsquo이라 부른다 자세히 고찰해 보면 구성 작용은 비단 외부 지각의

지향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유형의 지향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다 지향적 분석이 바로 지향성이

지닌 구성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면 현상학은 구성적 현상학이 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5

사진 1 김민정 lt나일성gt 396times594cm 2014

2 오월의 초상과 침묵

1) 잔인한 폭력과 놀라움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을 보는 나의 첫째 관심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신군부가

보낸 공수부 의 시위 진압과 시민들 간의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그것은 5middot18 사건의

시작이자 동기에 한 관심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5middot18에 무슨 일을 겪었으며 왜 5middot18에 연루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lt사진 1gt에 있는 나

일성(1961년 광주출생)은 깡마른 얼굴에 눈썹 뼈는 단단하고 특이하게 치켜 올라간 상태

로 굳어 있다 마치 그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과거와 지금 이 현실을 응시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김호 (2009)에 따르면 얼굴에는 증오 불안 욕망 등 개인의 내적 정서가 어떤 지속

적인 흔적을 남기며 나아가 하나의 외적 현상으로 결정화된다 도드라진 눈썹 뼈를 치켜

올린 채 흐트러짐 없는 그는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본다 시각적 형상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

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촉발시킨다 사진은 과거와 현실을 결합시키면서 두려움

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산출한다11) 이 사진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그를 5middot18 관련자로

11) 현상학에서는 객관적 시간을 방법론적으로 배제한 후에 이끌어낸 내재적 시간 의식은 기억 현상을 현상학적으

로 기술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것은 재생 연상(reproduktive Assoziation)으로 현재의 상이 과거의 상을

다시 의식으로 불러오는 것이다 사진의 경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생 연상은 많으나 이 글에서는 재생 연상과 그

것과 구별되는 근원 연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재생 연상과 근원 연상의 관계에 한 학문적 고찰은 이

글의 목적과 취지에 거리가 있으므로 추후 다른 논문에서 언급할 것이다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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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4: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7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면들을 수사학적으로 독특하게 보여 주고 있고 lt오월의 사진첩gt은 5middot18 현실의 생생한

현실보다는 5middot18 관련 희생자들의 생애사적 사진 아카이브라는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 글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으로 망월묘역의 정사진과 초상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나의 5middot18 관련 사진에 한 lsquo설명 불가능한rsquo 체험 때문이다 그리고 위의 사진집들이

5middot18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재현한다거나 혹은 5middot18 이후의 광주 지역의 상징적인 장면

과 생의 한 순간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재현한 것과 달리 김민정 사진작가의 5middot18 초상사

진은 5middot 18 현실에 직접 참여한 인물을 평범한 초상 형식으로 담은 사진으로 연구자가 사

진 인물의 전체 삶으로 침잠해 들어갈 수 있는 형식과 내용 때문이다 이 초상사진 형식이

나에게 주는 매력은 우선 사진 상의 얼굴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은 것이고 사진의 지시

상의 시선이 보는 이를 응시하는 형상을 보여 준다는 데 있다 또한 그것은 내가 초상인물

을 바라보고 그 인물 또한 나를 바라보기 때문에 초상인물의 시선이나 표정이 나를 어떤 무

언가로 이끌었고 나의 내면의 감정을 촉발시켰다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그 매력은 초상

형식 자체가 사회적인 담론 구조에서 민주 진 과 독재 진 혹은 이데올로기적인 양극단

이 반 된 시각적 형상이 제거된 형식이기 때문에 정사진과 초상사진의 인물 자체나 혹

은 존재론적 삶 자체를 향해 시간적으로 오고 가며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김민정 사진작가는 1997부터 5middot18 관련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김민정 사진작가의

lt5middot18을 생각한다middotThinking of May 18gt 사진전2)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lsquo1부 망월(望

月) 바라본다rsquo의 사진들은 18점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희생자들이 묻힌 망월동

3묘역의 풍경과 정사진을 촬 한 것이다 그리고 lsquo2부 오월의 초상rsquo의 사진은 30여 점이

며 초상사진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항쟁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 학살의 피해자들

그리고 당시 사망하거나 아직 유골을 찾지 못한 일부 유가족들이다 이 글에서는 총 48점

의 5middot18 관련사진들 중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연상을 촉발시킨 사진들을 선별하여 나의

지향성에 따라 기술할 것이고 특히 나에게 강렬하게 충동을 일으킨 1부 사진들과 2부 사

진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통해 5middot18민중항쟁의 의미를 서술하고자 한다

2) 김민정 사진작가의 사진집은 2015년 4월에 발간되었으며 사진 전시회는 광주 lsquo갤러리 Drsquo에서 2015년 5월 14

일sim5월 27일까지 열렸다 다음 전시회는 전주 lsquo우진문화공간rsquo에서 2015년 7월 2일sim7월 8일까지 이루어질 예정

이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9

2) 연구방법으로서 사진 현상학

(1) 사진 읽기와 글쓰기의 당혹스러움

나는 사진을 보고 글쓰기를 시도할 때마다 항상 겪는 세 가지 범주의 당혹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우선 사진의 표면 위에 나타난 시각 기호의 볼거리를 보면서 그것을 묘사하고 사회

적인 담론의 독사(doxa)와 연결시켜 논리적으로 분석해야만 하는가라는 문제다 예를 들

어 우리가 항상 보는 5middot18 시위 장면 중에 시위 가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땅바닥에 엎드

려 있고 전경이나 군인이 총을 들고 위압적인 자세로 서 있는 장면이 있다 나는 이런 사진

에 해 일반적인 관심은 갖지만 그다지 시각적인 것을 재묘사하면서까지 텍스트를 쓸 생

각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진의 장면을 지배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담론으로 구성

하든 시위 로 향하는 반(反)-이데올로기의 담론으로 해석을 하든 사진 글쓰기가 현실을

유사성으로 모방하거나 변형한 시각적 형상을 재묘사하여 글(담론)로서 재생산하는 것이

기 때문이다3)

두 번째 내가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광주 망월동에서 양쪽 목발에 기 어 서 있는 남

자의 하반신 엉덩이가 보이는 장면이나 휑뎅그렁하게 마룻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는

남자의 엉덩이 모습 더 나아가 사람들이 망월동 묘지에서 서로 사진 찍고 있는 모습을 마

치 해프닝처럼 찍은 장면들이다 물론 이 사진들은 사진작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가

지고 포착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장면들이기 때문에 독자들마다 다른 즐거움을 가지고

해독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게 이런 사진들에 불편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런 사

진의 장면을 보면 사진 자체나 혹은 사진의 지시 상 자체에 한 놀라움보다는 사진가의

의도나 우연한 기술적 테크닉의 수사학에 시선이 쏠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혼동스럽

고 모호해질 뿐 나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사진가의 예술사진이 모두 그렇다는

것만은 아니다

세 번째 곤혹스러움이 있다 나는 사진 자체의 형식이 평범하고 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바라보고 내가 그그녀를 바라볼 수 있을 때와 내가 좋아하는 육체를 만났을 때 매혹

을 느낀다 그런데 그런 사진을 볼 때의 곤혹스러움은 내가 사진의 지시 상에 한 그 감

정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규정하기 어렵고 그것에 합당한 언어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르트(Barthes 2003)는 lsquo매혹된다는 것이란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고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에 해 이야기하는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rsquo고 말했다 그와 같이 나

3) 사진 연구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사회학적이고 기호학적인 분석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지금

경험한 맥락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실재 경험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8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또한 지금 이 초상사진의 인물을 사랑하고 존엄성을 느끼는 것에 해서 글쓰는 것이 실패

로 끝날 것이라는 불안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러한 당혹스러움과 곤혹스러움 때문

에 사진에 한 글쓰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에서 촉발된 것을 깊이 사

유하고 그것을 어떻게 새로운 언어로 사진-글쓰기를 할 수 있을지 아직도 고민이 된다4)

(2) 사진 이미지의 특성으로서 인덱스

다미쉬(Damisch 1978) 의 사진현상학에 따르면 사진은 빛(광선)에 의해서 파생된 확고한

이미지를 염화은(silver salts)의 감광유제 위에 새기는 기술을 이용하여 기록하는 현상 이

상의 것은 아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접하는 사진(이미지)는 카메라의 사용을 가정

하는 것도 아니고 획득된 이미지가 외부 세계의 사물이나 장면이라는 것을 함축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사진인화가 빛의 원천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노출된 필름으로부터 획득된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말을 풀어서 말하자면 사진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사진가가 카메

라를 이용하여 외부의 상과 현실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서 변형하고 어떤 의미로 코드화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이미지)은 현실의 상을 단순히 거울처럼 모방

하여 상상이나 기존 통념을 가지고 재현한 것도 그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

리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테크닉 등이나 단순한 현실 모방이 사진(이미지)를 생성하는 본

질적인 요소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남는

다 초기 사진의 역사에서 사진은 광학적middot화학적 원리로 만들어진 이미지이고 독자인 우

리가 만나는 사진(이미지)은 화학적 차원에 속하는 것이다 즉 사진은 ldquo어떤 실체들에

한 빛의 작용으로 상의 화학적 드러냄으로부터 본질적으로 산출rdquo된 것이다(Barthes

1980 p 23 김웅권 2006 23쪽) 이와 같은 맥락에서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본질적 정의

에 해 언급한 부분을 간략히 인용해 보자

4) 이는 사진 이론이 전개된 역사의 과정과 맞물려 있다 필립 뒤봐(Philippe Dubois)에 의하면 사진과 지시 상

과의 관계에 입각한 사진 담론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사진을 지시 상의 완벽한 유비로만 보는 lsquo모방의 담론rsquo과 그

러한 사진 이미지가 코드화된 언어처럼 실재의 변형적인 도구가 된다는 lsquo코드와 해체의 담론rsquo 그리고 사진 이미지

만의 고유한 재현 방식에 주목하는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Dubois 이경률 2004) 내가 5middot18 관련 초상사

진을 보면서 체험한 것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에 속했다 연구자의 5middot18 관련 사진 읽기와 글쓰기 경험을

간략하게 말하면 첫 번째 당혹스러움은 모방의 담론에 한 것이고 두 번째 당혹스러움은 코드와 해체의 담론이

다 세 번째 곤혹스러움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이 논문의 주제와 거

리가 있으므로 추후 연구주제로 남겨 두겠다 다만 연구자가 5middot18 관련 사진에 한 글쓰기를 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관점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이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1

ldquo사진은 글자 그 로 지시 상의 발산(e manation)이다 거기 있었던 실재의 육체에서

나를 접촉하게(toucher) 되는 복사광선(radiation)이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이른다 hellip

일종의 탯줄과 같은 끈이 사진 찍힌 상의 육체와 나의 시선(regard)을 연결시킨다 hellip

라틴어로는 lsquo사진rsquo을 lsquo표현된 작품은 빛의 이마고(imago lucis opera expressa)다rsquo라고 말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빛의 작용에 의해 드러나고 lsquo흘러나오고(sortie)rsquo lsquo잘 갖

추어진rsquo(monte e) (마치 레몬 과즙처럼) lsquo압착된(exprime e)rsquo 이미지다rdquo(Barthes 1980

pp126-127 김웅권 2006 103쪽 연구자 일부 수정)

바르트도 주목했듯이 사진은 지시 상이 발산한 이미지로서 거기에 사회적이거나

문화적인 코드가 없는 즉 의미가 덧붙여지지 않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자 코드 없는

메시지다 간단히 말해 사진은 주어진 상의 실재로부터 발산된 것이다 그것이 사진의

존재론적 상태다 그렇다면 이 사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할 것인가가 문

제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진인물이 발산하고 있는 빛의 이미지는 비가시적이기 때문

이다 그럼에도 사진은 지시 상이 달라붙어 있어 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어떤 지시

상의 경우에는 내 안으로 찌르고 들어오는 아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사진에 찍힌

인물을 알든 모르든 그와 같은 현상은 다양하게 경험된다

(3) 연구방법으로서 사진현상학

이 글의 연구목적은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이 지시하는 것과 의식에 나타나는 연상에다가

사진에 찍힌 지시 상의 개별자적인 증언 텍스트를 결합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5middot18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현상학적 방법을 취할 것이다

현상학은 lsquo엄 한 학문rsquo5)으로서 lsquo최종적인 정초에서 유래하는 학문rsquo lsquo최종적인 자기 책임에

서 유래하는 학문rsquo 이다 부연설명하면 현상학은 어떤 분야의 이론 체계 내에 어떤 원리나

명제라도 그것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상

학은 이 자명성의 원천과 또 이 자명성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인식으로 철학에서 받아들여

져야 할 권리 근거를 인식 비판적으로 해명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상학은 단순히

개별적 인간뿐만 아니라 인류와 역사의 관점에서도 끊임없이 윤리적 책임을 고려하는 것

5) 후설현상의 이념인 lsquo엄 성(streng)rsquo은 실증적 자연과학의 lsquo정 성(exakt)rsquo과 다르며 논리적 정합성만도 아니

다 그것은 객관적 학문들의 궁극적 근원으로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그 타당성의 근거를 밝히고 진정한 학문으로 정

초해 이론적 앎의 자기 책임과 실천적 삶의 의지 결단을 포함하는 선험적 개념이다(Husserl 19652014 3쪽 주

석 참조)

8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이다 즉 이성적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실현해야 할 인간성에 한 윤리적 자기 책임을

부단히 모색하는 과정이다(Husserl 19652014 117-118쪽)

후설에게 인간의 이성보다 더 근원적인 구조에 한 현상학적 탐구는 ldquo이성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선험적 현상학rdquo과 ldquo직접적이고 원초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실존적인 실천

적 현상학rdquo을 환기시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lsquo사상(事象) 그 자체rsquo는 바로 의식에 주어

진 경험의 내용으로 이해되며 이것은 방법적으로 순화된 의식체험에서 직접적으로 나타

나는 현상(Phaumlnomen)을 말한다(이선관 1996 67쪽) 그리고 지향적 의식의 현상학적 운

동의 특성은 lsquo사상(事象) 그 자체에로 돌아가라(Zuruumlck zu den Sachen selbst)rsquo는 구호이

다 그것은 lsquo사변적-형이상학적 사유를 배격하고 그리고 원본적(原本的 originaumlr) 즉 오

리지널한 경험을 학문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를 함의하고 있다(이선관

1996 66쪽)6)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경험의 지평 구조를 해명할 뿐만 아니라 경험이 발생

하는 원천인 선험적 주관성7)의 자기구성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 이해와 세계

이해에 도달하려는 인간성의 자기 책임 즉 lsquo의지의 결단rsquo을 표명하는 것이다(Husserl 1965

2014 35쪽 주석 참조)

내가 글쓰기의 서술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은 나의 직관적인 체험이고 주관적인 감정

의 표류와 이동 그리고 그 차이를 말하는 글쓰기다 즉 그러한 글쓰기는 사진의 지시 상

이 나의 의식에 어떠한 식으로든 다가와 어떤 연상이나 감정을 촉발시킨 관계에 해 탐구

하려는 것이다 나는 사진 상의 존재와 나의 의식의 관계를 탐구하려고 할 때 나의 글쓰

기는 lsquo의식의 상관자(Correlatum)rsquo인 존재만 명백히 가질 수 있다 즉 그 존재는 의식에 적합

하게 lsquo사념된 것rsquo으로서 지각된 것middot기 된 것middot상징적으로 표상된 것middot상상된 것middot동일화

된 것middot구별된 것middot믿어진 것middot추측된 것middot평가된 것 등이다(Husserl 19652014 34쪽)

바르트(Barthes 1980)가 언급했듯이 사진의 노에마(noema)8)는 사진의 지시 상

6) 원본적 경험(originaumlre Erfahrung) 혹은 단적인 경험(schlichte Erfahrung)의 의미로 lsquo원본적rsquo이란 lsquo원천적rsquo

또는 lsquo오리지널한rsquo을 뜻하고 lsquo단적rsquo이란 lsquo애매모호하지 않고 단순한rsquo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본적 혹은 단적

인 경험이란 적어도 후설에게는 이를테면 편견으로부터 순화된 순수한 경험을 지칭하며 이것은 원리적으로 현상

학의 독특한 방법적 수행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이선관 1996 논문 참조)

7) 선험적 주관성은 생생한 현재뿐 아니라 무한한 과거와 미래의 지평을 지닌 습득성의 기체로서 구체적인 사회성

과 역사성을 포함한다

8) 현상학에서 노에시스는 사유 작용을 노에마는 의식이 지향하는 사유 상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노에마는 노에시스(noesis)에 의해 구성된 상을 말한다 노에시스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료를 활

성화하는 lsquo파악 작용rsquo이다(한전숙 1996 65쪽)그리고 사념된 것이란 인식 작용(noesis)의 본질상 필연적 상관자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3

이 바로 그 시간과 그 장소에 존재했었음을 인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

아온 존재의 시간으로 이끌어 주는 매체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사랑하는 ldquo사진은 나에게

보여 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줄 모르고rdquo 말해 주지도 않는다(Barthes 1980 156쪽2006

125쪽) 즉 사진의 지시 상은 무언가를 지시할 뿐 그 의미를 스스로 구성할 수 없고 단지

흔적으로서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바르트(Barthes 1980)가 제시한 바와 같이 사진은 어떤

볼거리를 주든 항상 비가시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는 외양이 아니다 사진

(이미지)은 사진의 자율성(autonomy)을 주장할 수 없다 버넷(Burnett 1991)에 따르면

사진(이미지)은 결코 그것이 비추어 주는 비전(vision) 과 주관성(subjectivity)으로부터 분

리될 수 없다 이미지는 사진과 보는 주체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정신적 과정의 부분이

다 사진(이미지)은 연속되는 관계-연속체(a continuum)의 소용돌이에서 인지와 사유 의

식과 무의식의 산물이다

따라서 글쓰기 주체로서 나는 사진의 지시 상과 의식의 지향성 관계에서 lsquo무엇에

한 의식rsquo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면한 연상의 유형과 감정 체험

의 의미를 되물어 보고자 한다 현상학에서 lsquo무엇으로 향한다(sich richten auf)rsquo는 의식의

lsquo지향성rsquo은 현상학적 구조들의 포괄적인 문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Ⅰ 276쪽)

지향성은 본질적으로 시간적 구조 속에 발생하는 상을 의식이 통일적 의미를 지닌 상

성9)으로 종합하고 구성해 불가분적 상관관계의 작용으로 발전시키면서 그 침전된 역사성

을 분석하는 것이다(Husserl 19522006이념들Ⅱ 33쪽 주석 참조) 그리고 lsquo무엇에 한

의식으로 나타나는 연상rsquo에 한 글쓰기는 처음에 lsquo유동적이고 애매하지만 이러한 애매성

을 분명히 설명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Husserl 19652014 46-47쪽)rsquo

수없이 많은 5middot18 관련 사진들 중에서 지금 언급하는 초상사진의 지시 상과 나의

정서적 지향 관계는 사진의 인물들이 나에게 특정한 감정과 어떤 연상을 촉발시킨 것이다

현상학에서는 촉발 연상과 선촉발 연상 그리고 충동 연상으로 구분하고 있고(김태희 2014

논문 참조) 이 글은 그와 같은 개념을 빌리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연하게 변조해서 사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내가 연상한 내용은 단순히 나의 관념의 형상

이 아니라 한편으로 나의 신체와 정신에 이미 경험된 사실이자 내재적인 것으로서 시간의

식과 연상이며 다른 한편으로 내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진의 지시 상의 존재론적

인 인식 상(noema)을 뜻한다(Husserl 19652014 34쪽 주석 참조)

9) 상성(Gegenstaumlndlichkeit)은 좁은 의미의 상(사물)뿐 아니라 의식에 주어진 사태middot징표middot관계 및 비자립

적(범주적) 표현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Husserl19652014 34쪽 주석 참조)

8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삶 자체가 발산하는 충동적인 연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 한 근원

연상 체험은 단순히 이념이나 사변이 아니라 직관적 경험이고 정서이자 직접적으로 주어

진 원본적 경험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근원연상 구분 틀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여 가능한

한 내가 사진을 면했을 때 보고 느낀 것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연구를 위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선택에 현실을 유비나 이데

올로기적 상징으로 보여 준 사진들과 사진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현실을 변형한 은유적이

고 수사학적인 사진은 배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초상사진에 한 기존의 정의나 혹은

김민정 사진작가의 의도에 해서 사유하는 것을 판단 중지하고 기존의 제도적인 5middot18

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다 나는 오로지 초상사진에 찍힌 5middot18 관련 인물과 그들

이 지시하는 것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 근거하여 나의 연상을 사유하고 기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5middot18의 역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우선 5middot18 관련 초상

사진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고 동요시키는 상을 선택해서 그에 따른 연상의 감정

이나 내용을 기술(describe)하거나 내가 사진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넘어설 정도로

사진의 지시 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별자의 목소리가 담긴 증언 기록을 결합

하여 구성10)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것이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이란 징후를 보여줄 뿐 그

스스로가 아무 것도 말해 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

상사진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지시 내용이란 개별자의 존재론적인 삶 자체이자 목

소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인물 초상과 5middot18의 상호 관련성은 각각의 개별자들

마다 고유하게 경험한 사실을 증언한 텍스트와 1980년 5middot18 역사의 사실적 배경에 한

지평 의식을 결합시켜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구성과정을 통해 나는 사진 상의 개별자들

을 통해 5middot18 에 침전된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10) 현상학에서 lsquo구성(Konstrucktion)rsquo 은 이미 현존하는 것을 다시 확립하는 작용으로 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명료하게 밝히는 작용이다 즉 실재 세계를 lsquo창조rsquo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와 존재의미를 lsquo해

명rsquo하는 방법론적 개념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29쪽) 이를 이남인(1992)의 설명으로 보충하자면

(구성은) 지각의 지향성이 과거라는 시간 지평에서 이미 주어진 의미를 간직한 채 미래라는 시간 지평에서 장차 주

어질 의미를 예기하면서 지금 현재 주어진 의미를 넘어서서 더 높은 단계의 새로운 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

다 이러한 의식의 초월 작용을 후설은 lsquo구성 작용rsquo이라 부른다 자세히 고찰해 보면 구성 작용은 비단 외부 지각의

지향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유형의 지향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다 지향적 분석이 바로 지향성이

지닌 구성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면 현상학은 구성적 현상학이 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5

사진 1 김민정 lt나일성gt 396times594cm 2014

2 오월의 초상과 침묵

1) 잔인한 폭력과 놀라움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을 보는 나의 첫째 관심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신군부가

보낸 공수부 의 시위 진압과 시민들 간의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그것은 5middot18 사건의

시작이자 동기에 한 관심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5middot18에 무슨 일을 겪었으며 왜 5middot18에 연루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lt사진 1gt에 있는 나

일성(1961년 광주출생)은 깡마른 얼굴에 눈썹 뼈는 단단하고 특이하게 치켜 올라간 상태

로 굳어 있다 마치 그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과거와 지금 이 현실을 응시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김호 (2009)에 따르면 얼굴에는 증오 불안 욕망 등 개인의 내적 정서가 어떤 지속

적인 흔적을 남기며 나아가 하나의 외적 현상으로 결정화된다 도드라진 눈썹 뼈를 치켜

올린 채 흐트러짐 없는 그는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본다 시각적 형상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

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촉발시킨다 사진은 과거와 현실을 결합시키면서 두려움

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산출한다11) 이 사진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그를 5middot18 관련자로

11) 현상학에서는 객관적 시간을 방법론적으로 배제한 후에 이끌어낸 내재적 시간 의식은 기억 현상을 현상학적으

로 기술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것은 재생 연상(reproduktive Assoziation)으로 현재의 상이 과거의 상을

다시 의식으로 불러오는 것이다 사진의 경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생 연상은 많으나 이 글에서는 재생 연상과 그

것과 구별되는 근원 연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재생 연상과 근원 연상의 관계에 한 학문적 고찰은 이

글의 목적과 취지에 거리가 있으므로 추후 다른 논문에서 언급할 것이다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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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9

2) 연구방법으로서 사진 현상학

(1) 사진 읽기와 글쓰기의 당혹스러움

나는 사진을 보고 글쓰기를 시도할 때마다 항상 겪는 세 가지 범주의 당혹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우선 사진의 표면 위에 나타난 시각 기호의 볼거리를 보면서 그것을 묘사하고 사회

적인 담론의 독사(doxa)와 연결시켜 논리적으로 분석해야만 하는가라는 문제다 예를 들

어 우리가 항상 보는 5middot18 시위 장면 중에 시위 가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땅바닥에 엎드

려 있고 전경이나 군인이 총을 들고 위압적인 자세로 서 있는 장면이 있다 나는 이런 사진

에 해 일반적인 관심은 갖지만 그다지 시각적인 것을 재묘사하면서까지 텍스트를 쓸 생

각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진의 장면을 지배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담론으로 구성

하든 시위 로 향하는 반(反)-이데올로기의 담론으로 해석을 하든 사진 글쓰기가 현실을

유사성으로 모방하거나 변형한 시각적 형상을 재묘사하여 글(담론)로서 재생산하는 것이

기 때문이다3)

두 번째 내가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광주 망월동에서 양쪽 목발에 기 어 서 있는 남

자의 하반신 엉덩이가 보이는 장면이나 휑뎅그렁하게 마룻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는

남자의 엉덩이 모습 더 나아가 사람들이 망월동 묘지에서 서로 사진 찍고 있는 모습을 마

치 해프닝처럼 찍은 장면들이다 물론 이 사진들은 사진작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가

지고 포착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장면들이기 때문에 독자들마다 다른 즐거움을 가지고

해독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게 이런 사진들에 불편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런 사

진의 장면을 보면 사진 자체나 혹은 사진의 지시 상 자체에 한 놀라움보다는 사진가의

의도나 우연한 기술적 테크닉의 수사학에 시선이 쏠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혼동스럽

고 모호해질 뿐 나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사진가의 예술사진이 모두 그렇다는

것만은 아니다

세 번째 곤혹스러움이 있다 나는 사진 자체의 형식이 평범하고 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바라보고 내가 그그녀를 바라볼 수 있을 때와 내가 좋아하는 육체를 만났을 때 매혹

을 느낀다 그런데 그런 사진을 볼 때의 곤혹스러움은 내가 사진의 지시 상에 한 그 감

정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규정하기 어렵고 그것에 합당한 언어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르트(Barthes 2003)는 lsquo매혹된다는 것이란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고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에 해 이야기하는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rsquo고 말했다 그와 같이 나

3) 사진 연구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사회학적이고 기호학적인 분석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지금

경험한 맥락에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실재 경험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8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또한 지금 이 초상사진의 인물을 사랑하고 존엄성을 느끼는 것에 해서 글쓰는 것이 실패

로 끝날 것이라는 불안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러한 당혹스러움과 곤혹스러움 때문

에 사진에 한 글쓰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에서 촉발된 것을 깊이 사

유하고 그것을 어떻게 새로운 언어로 사진-글쓰기를 할 수 있을지 아직도 고민이 된다4)

(2) 사진 이미지의 특성으로서 인덱스

다미쉬(Damisch 1978) 의 사진현상학에 따르면 사진은 빛(광선)에 의해서 파생된 확고한

이미지를 염화은(silver salts)의 감광유제 위에 새기는 기술을 이용하여 기록하는 현상 이

상의 것은 아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접하는 사진(이미지)는 카메라의 사용을 가정

하는 것도 아니고 획득된 이미지가 외부 세계의 사물이나 장면이라는 것을 함축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사진인화가 빛의 원천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노출된 필름으로부터 획득된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말을 풀어서 말하자면 사진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사진가가 카메

라를 이용하여 외부의 상과 현실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서 변형하고 어떤 의미로 코드화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이미지)은 현실의 상을 단순히 거울처럼 모방

하여 상상이나 기존 통념을 가지고 재현한 것도 그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

리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테크닉 등이나 단순한 현실 모방이 사진(이미지)를 생성하는 본

질적인 요소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남는

다 초기 사진의 역사에서 사진은 광학적middot화학적 원리로 만들어진 이미지이고 독자인 우

리가 만나는 사진(이미지)은 화학적 차원에 속하는 것이다 즉 사진은 ldquo어떤 실체들에

한 빛의 작용으로 상의 화학적 드러냄으로부터 본질적으로 산출rdquo된 것이다(Barthes

1980 p 23 김웅권 2006 23쪽) 이와 같은 맥락에서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본질적 정의

에 해 언급한 부분을 간략히 인용해 보자

4) 이는 사진 이론이 전개된 역사의 과정과 맞물려 있다 필립 뒤봐(Philippe Dubois)에 의하면 사진과 지시 상

과의 관계에 입각한 사진 담론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사진을 지시 상의 완벽한 유비로만 보는 lsquo모방의 담론rsquo과 그

러한 사진 이미지가 코드화된 언어처럼 실재의 변형적인 도구가 된다는 lsquo코드와 해체의 담론rsquo 그리고 사진 이미지

만의 고유한 재현 방식에 주목하는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Dubois 이경률 2004) 내가 5middot18 관련 초상사

진을 보면서 체험한 것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에 속했다 연구자의 5middot18 관련 사진 읽기와 글쓰기 경험을

간략하게 말하면 첫 번째 당혹스러움은 모방의 담론에 한 것이고 두 번째 당혹스러움은 코드와 해체의 담론이

다 세 번째 곤혹스러움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이 논문의 주제와 거

리가 있으므로 추후 연구주제로 남겨 두겠다 다만 연구자가 5middot18 관련 사진에 한 글쓰기를 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관점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이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1

ldquo사진은 글자 그 로 지시 상의 발산(e manation)이다 거기 있었던 실재의 육체에서

나를 접촉하게(toucher) 되는 복사광선(radiation)이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이른다 hellip

일종의 탯줄과 같은 끈이 사진 찍힌 상의 육체와 나의 시선(regard)을 연결시킨다 hellip

라틴어로는 lsquo사진rsquo을 lsquo표현된 작품은 빛의 이마고(imago lucis opera expressa)다rsquo라고 말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빛의 작용에 의해 드러나고 lsquo흘러나오고(sortie)rsquo lsquo잘 갖

추어진rsquo(monte e) (마치 레몬 과즙처럼) lsquo압착된(exprime e)rsquo 이미지다rdquo(Barthes 1980

pp126-127 김웅권 2006 103쪽 연구자 일부 수정)

바르트도 주목했듯이 사진은 지시 상이 발산한 이미지로서 거기에 사회적이거나

문화적인 코드가 없는 즉 의미가 덧붙여지지 않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자 코드 없는

메시지다 간단히 말해 사진은 주어진 상의 실재로부터 발산된 것이다 그것이 사진의

존재론적 상태다 그렇다면 이 사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할 것인가가 문

제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진인물이 발산하고 있는 빛의 이미지는 비가시적이기 때문

이다 그럼에도 사진은 지시 상이 달라붙어 있어 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어떤 지시

상의 경우에는 내 안으로 찌르고 들어오는 아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사진에 찍힌

인물을 알든 모르든 그와 같은 현상은 다양하게 경험된다

(3) 연구방법으로서 사진현상학

이 글의 연구목적은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이 지시하는 것과 의식에 나타나는 연상에다가

사진에 찍힌 지시 상의 개별자적인 증언 텍스트를 결합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5middot18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현상학적 방법을 취할 것이다

현상학은 lsquo엄 한 학문rsquo5)으로서 lsquo최종적인 정초에서 유래하는 학문rsquo lsquo최종적인 자기 책임에

서 유래하는 학문rsquo 이다 부연설명하면 현상학은 어떤 분야의 이론 체계 내에 어떤 원리나

명제라도 그것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상

학은 이 자명성의 원천과 또 이 자명성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인식으로 철학에서 받아들여

져야 할 권리 근거를 인식 비판적으로 해명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상학은 단순히

개별적 인간뿐만 아니라 인류와 역사의 관점에서도 끊임없이 윤리적 책임을 고려하는 것

5) 후설현상의 이념인 lsquo엄 성(streng)rsquo은 실증적 자연과학의 lsquo정 성(exakt)rsquo과 다르며 논리적 정합성만도 아니

다 그것은 객관적 학문들의 궁극적 근원으로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그 타당성의 근거를 밝히고 진정한 학문으로 정

초해 이론적 앎의 자기 책임과 실천적 삶의 의지 결단을 포함하는 선험적 개념이다(Husserl 19652014 3쪽 주

석 참조)

8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이다 즉 이성적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실현해야 할 인간성에 한 윤리적 자기 책임을

부단히 모색하는 과정이다(Husserl 19652014 117-118쪽)

후설에게 인간의 이성보다 더 근원적인 구조에 한 현상학적 탐구는 ldquo이성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선험적 현상학rdquo과 ldquo직접적이고 원초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실존적인 실천

적 현상학rdquo을 환기시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lsquo사상(事象) 그 자체rsquo는 바로 의식에 주어

진 경험의 내용으로 이해되며 이것은 방법적으로 순화된 의식체험에서 직접적으로 나타

나는 현상(Phaumlnomen)을 말한다(이선관 1996 67쪽) 그리고 지향적 의식의 현상학적 운

동의 특성은 lsquo사상(事象) 그 자체에로 돌아가라(Zuruumlck zu den Sachen selbst)rsquo는 구호이

다 그것은 lsquo사변적-형이상학적 사유를 배격하고 그리고 원본적(原本的 originaumlr) 즉 오

리지널한 경험을 학문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를 함의하고 있다(이선관

1996 66쪽)6)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경험의 지평 구조를 해명할 뿐만 아니라 경험이 발생

하는 원천인 선험적 주관성7)의 자기구성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 이해와 세계

이해에 도달하려는 인간성의 자기 책임 즉 lsquo의지의 결단rsquo을 표명하는 것이다(Husserl 1965

2014 35쪽 주석 참조)

내가 글쓰기의 서술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은 나의 직관적인 체험이고 주관적인 감정

의 표류와 이동 그리고 그 차이를 말하는 글쓰기다 즉 그러한 글쓰기는 사진의 지시 상

이 나의 의식에 어떠한 식으로든 다가와 어떤 연상이나 감정을 촉발시킨 관계에 해 탐구

하려는 것이다 나는 사진 상의 존재와 나의 의식의 관계를 탐구하려고 할 때 나의 글쓰

기는 lsquo의식의 상관자(Correlatum)rsquo인 존재만 명백히 가질 수 있다 즉 그 존재는 의식에 적합

하게 lsquo사념된 것rsquo으로서 지각된 것middot기 된 것middot상징적으로 표상된 것middot상상된 것middot동일화

된 것middot구별된 것middot믿어진 것middot추측된 것middot평가된 것 등이다(Husserl 19652014 34쪽)

바르트(Barthes 1980)가 언급했듯이 사진의 노에마(noema)8)는 사진의 지시 상

6) 원본적 경험(originaumlre Erfahrung) 혹은 단적인 경험(schlichte Erfahrung)의 의미로 lsquo원본적rsquo이란 lsquo원천적rsquo

또는 lsquo오리지널한rsquo을 뜻하고 lsquo단적rsquo이란 lsquo애매모호하지 않고 단순한rsquo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본적 혹은 단적

인 경험이란 적어도 후설에게는 이를테면 편견으로부터 순화된 순수한 경험을 지칭하며 이것은 원리적으로 현상

학의 독특한 방법적 수행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이선관 1996 논문 참조)

7) 선험적 주관성은 생생한 현재뿐 아니라 무한한 과거와 미래의 지평을 지닌 습득성의 기체로서 구체적인 사회성

과 역사성을 포함한다

8) 현상학에서 노에시스는 사유 작용을 노에마는 의식이 지향하는 사유 상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노에마는 노에시스(noesis)에 의해 구성된 상을 말한다 노에시스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료를 활

성화하는 lsquo파악 작용rsquo이다(한전숙 1996 65쪽)그리고 사념된 것이란 인식 작용(noesis)의 본질상 필연적 상관자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3

이 바로 그 시간과 그 장소에 존재했었음을 인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

아온 존재의 시간으로 이끌어 주는 매체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사랑하는 ldquo사진은 나에게

보여 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줄 모르고rdquo 말해 주지도 않는다(Barthes 1980 156쪽2006

125쪽) 즉 사진의 지시 상은 무언가를 지시할 뿐 그 의미를 스스로 구성할 수 없고 단지

흔적으로서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바르트(Barthes 1980)가 제시한 바와 같이 사진은 어떤

볼거리를 주든 항상 비가시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는 외양이 아니다 사진

(이미지)은 사진의 자율성(autonomy)을 주장할 수 없다 버넷(Burnett 1991)에 따르면

사진(이미지)은 결코 그것이 비추어 주는 비전(vision) 과 주관성(subjectivity)으로부터 분

리될 수 없다 이미지는 사진과 보는 주체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정신적 과정의 부분이

다 사진(이미지)은 연속되는 관계-연속체(a continuum)의 소용돌이에서 인지와 사유 의

식과 무의식의 산물이다

따라서 글쓰기 주체로서 나는 사진의 지시 상과 의식의 지향성 관계에서 lsquo무엇에

한 의식rsquo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면한 연상의 유형과 감정 체험

의 의미를 되물어 보고자 한다 현상학에서 lsquo무엇으로 향한다(sich richten auf)rsquo는 의식의

lsquo지향성rsquo은 현상학적 구조들의 포괄적인 문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Ⅰ 276쪽)

지향성은 본질적으로 시간적 구조 속에 발생하는 상을 의식이 통일적 의미를 지닌 상

성9)으로 종합하고 구성해 불가분적 상관관계의 작용으로 발전시키면서 그 침전된 역사성

을 분석하는 것이다(Husserl 19522006이념들Ⅱ 33쪽 주석 참조) 그리고 lsquo무엇에 한

의식으로 나타나는 연상rsquo에 한 글쓰기는 처음에 lsquo유동적이고 애매하지만 이러한 애매성

을 분명히 설명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Husserl 19652014 46-47쪽)rsquo

수없이 많은 5middot18 관련 사진들 중에서 지금 언급하는 초상사진의 지시 상과 나의

정서적 지향 관계는 사진의 인물들이 나에게 특정한 감정과 어떤 연상을 촉발시킨 것이다

현상학에서는 촉발 연상과 선촉발 연상 그리고 충동 연상으로 구분하고 있고(김태희 2014

논문 참조) 이 글은 그와 같은 개념을 빌리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연하게 변조해서 사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내가 연상한 내용은 단순히 나의 관념의 형상

이 아니라 한편으로 나의 신체와 정신에 이미 경험된 사실이자 내재적인 것으로서 시간의

식과 연상이며 다른 한편으로 내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진의 지시 상의 존재론적

인 인식 상(noema)을 뜻한다(Husserl 19652014 34쪽 주석 참조)

9) 상성(Gegenstaumlndlichkeit)은 좁은 의미의 상(사물)뿐 아니라 의식에 주어진 사태middot징표middot관계 및 비자립

적(범주적) 표현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Husserl19652014 34쪽 주석 참조)

8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삶 자체가 발산하는 충동적인 연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 한 근원

연상 체험은 단순히 이념이나 사변이 아니라 직관적 경험이고 정서이자 직접적으로 주어

진 원본적 경험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근원연상 구분 틀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여 가능한

한 내가 사진을 면했을 때 보고 느낀 것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연구를 위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선택에 현실을 유비나 이데

올로기적 상징으로 보여 준 사진들과 사진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현실을 변형한 은유적이

고 수사학적인 사진은 배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초상사진에 한 기존의 정의나 혹은

김민정 사진작가의 의도에 해서 사유하는 것을 판단 중지하고 기존의 제도적인 5middot18

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다 나는 오로지 초상사진에 찍힌 5middot18 관련 인물과 그들

이 지시하는 것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 근거하여 나의 연상을 사유하고 기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5middot18의 역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우선 5middot18 관련 초상

사진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고 동요시키는 상을 선택해서 그에 따른 연상의 감정

이나 내용을 기술(describe)하거나 내가 사진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넘어설 정도로

사진의 지시 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별자의 목소리가 담긴 증언 기록을 결합

하여 구성10)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것이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이란 징후를 보여줄 뿐 그

스스로가 아무 것도 말해 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

상사진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지시 내용이란 개별자의 존재론적인 삶 자체이자 목

소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인물 초상과 5middot18의 상호 관련성은 각각의 개별자들

마다 고유하게 경험한 사실을 증언한 텍스트와 1980년 5middot18 역사의 사실적 배경에 한

지평 의식을 결합시켜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구성과정을 통해 나는 사진 상의 개별자들

을 통해 5middot18 에 침전된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10) 현상학에서 lsquo구성(Konstrucktion)rsquo 은 이미 현존하는 것을 다시 확립하는 작용으로 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명료하게 밝히는 작용이다 즉 실재 세계를 lsquo창조rsquo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와 존재의미를 lsquo해

명rsquo하는 방법론적 개념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29쪽) 이를 이남인(1992)의 설명으로 보충하자면

(구성은) 지각의 지향성이 과거라는 시간 지평에서 이미 주어진 의미를 간직한 채 미래라는 시간 지평에서 장차 주

어질 의미를 예기하면서 지금 현재 주어진 의미를 넘어서서 더 높은 단계의 새로운 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

다 이러한 의식의 초월 작용을 후설은 lsquo구성 작용rsquo이라 부른다 자세히 고찰해 보면 구성 작용은 비단 외부 지각의

지향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유형의 지향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다 지향적 분석이 바로 지향성이

지닌 구성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면 현상학은 구성적 현상학이 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5

사진 1 김민정 lt나일성gt 396times594cm 2014

2 오월의 초상과 침묵

1) 잔인한 폭력과 놀라움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을 보는 나의 첫째 관심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신군부가

보낸 공수부 의 시위 진압과 시민들 간의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그것은 5middot18 사건의

시작이자 동기에 한 관심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5middot18에 무슨 일을 겪었으며 왜 5middot18에 연루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lt사진 1gt에 있는 나

일성(1961년 광주출생)은 깡마른 얼굴에 눈썹 뼈는 단단하고 특이하게 치켜 올라간 상태

로 굳어 있다 마치 그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과거와 지금 이 현실을 응시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김호 (2009)에 따르면 얼굴에는 증오 불안 욕망 등 개인의 내적 정서가 어떤 지속

적인 흔적을 남기며 나아가 하나의 외적 현상으로 결정화된다 도드라진 눈썹 뼈를 치켜

올린 채 흐트러짐 없는 그는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본다 시각적 형상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

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촉발시킨다 사진은 과거와 현실을 결합시키면서 두려움

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산출한다11) 이 사진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그를 5middot18 관련자로

11) 현상학에서는 객관적 시간을 방법론적으로 배제한 후에 이끌어낸 내재적 시간 의식은 기억 현상을 현상학적으

로 기술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것은 재생 연상(reproduktive Assoziation)으로 현재의 상이 과거의 상을

다시 의식으로 불러오는 것이다 사진의 경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생 연상은 많으나 이 글에서는 재생 연상과 그

것과 구별되는 근원 연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재생 연상과 근원 연상의 관계에 한 학문적 고찰은 이

글의 목적과 취지에 거리가 있으므로 추후 다른 논문에서 언급할 것이다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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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6: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8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또한 지금 이 초상사진의 인물을 사랑하고 존엄성을 느끼는 것에 해서 글쓰는 것이 실패

로 끝날 것이라는 불안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러한 당혹스러움과 곤혹스러움 때문

에 사진에 한 글쓰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에서 촉발된 것을 깊이 사

유하고 그것을 어떻게 새로운 언어로 사진-글쓰기를 할 수 있을지 아직도 고민이 된다4)

(2) 사진 이미지의 특성으로서 인덱스

다미쉬(Damisch 1978) 의 사진현상학에 따르면 사진은 빛(광선)에 의해서 파생된 확고한

이미지를 염화은(silver salts)의 감광유제 위에 새기는 기술을 이용하여 기록하는 현상 이

상의 것은 아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접하는 사진(이미지)는 카메라의 사용을 가정

하는 것도 아니고 획득된 이미지가 외부 세계의 사물이나 장면이라는 것을 함축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사진인화가 빛의 원천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노출된 필름으로부터 획득된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말을 풀어서 말하자면 사진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사진가가 카메

라를 이용하여 외부의 상과 현실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서 변형하고 어떤 의미로 코드화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이미지)은 현실의 상을 단순히 거울처럼 모방

하여 상상이나 기존 통념을 가지고 재현한 것도 그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

리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테크닉 등이나 단순한 현실 모방이 사진(이미지)를 생성하는 본

질적인 요소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남는

다 초기 사진의 역사에서 사진은 광학적middot화학적 원리로 만들어진 이미지이고 독자인 우

리가 만나는 사진(이미지)은 화학적 차원에 속하는 것이다 즉 사진은 ldquo어떤 실체들에

한 빛의 작용으로 상의 화학적 드러냄으로부터 본질적으로 산출rdquo된 것이다(Barthes

1980 p 23 김웅권 2006 23쪽) 이와 같은 맥락에서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본질적 정의

에 해 언급한 부분을 간략히 인용해 보자

4) 이는 사진 이론이 전개된 역사의 과정과 맞물려 있다 필립 뒤봐(Philippe Dubois)에 의하면 사진과 지시 상

과의 관계에 입각한 사진 담론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사진을 지시 상의 완벽한 유비로만 보는 lsquo모방의 담론rsquo과 그

러한 사진 이미지가 코드화된 언어처럼 실재의 변형적인 도구가 된다는 lsquo코드와 해체의 담론rsquo 그리고 사진 이미지

만의 고유한 재현 방식에 주목하는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Dubois 이경률 2004) 내가 5middot18 관련 초상사

진을 보면서 체험한 것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에 속했다 연구자의 5middot18 관련 사진 읽기와 글쓰기 경험을

간략하게 말하면 첫 번째 당혹스러움은 모방의 담론에 한 것이고 두 번째 당혹스러움은 코드와 해체의 담론이

다 세 번째 곤혹스러움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이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이 논문의 주제와 거

리가 있으므로 추후 연구주제로 남겨 두겠다 다만 연구자가 5middot18 관련 사진에 한 글쓰기를 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관점은 lsquo인덱스와 지시의 담론rsquo 차원이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1

ldquo사진은 글자 그 로 지시 상의 발산(e manation)이다 거기 있었던 실재의 육체에서

나를 접촉하게(toucher) 되는 복사광선(radiation)이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이른다 hellip

일종의 탯줄과 같은 끈이 사진 찍힌 상의 육체와 나의 시선(regard)을 연결시킨다 hellip

라틴어로는 lsquo사진rsquo을 lsquo표현된 작품은 빛의 이마고(imago lucis opera expressa)다rsquo라고 말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빛의 작용에 의해 드러나고 lsquo흘러나오고(sortie)rsquo lsquo잘 갖

추어진rsquo(monte e) (마치 레몬 과즙처럼) lsquo압착된(exprime e)rsquo 이미지다rdquo(Barthes 1980

pp126-127 김웅권 2006 103쪽 연구자 일부 수정)

바르트도 주목했듯이 사진은 지시 상이 발산한 이미지로서 거기에 사회적이거나

문화적인 코드가 없는 즉 의미가 덧붙여지지 않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자 코드 없는

메시지다 간단히 말해 사진은 주어진 상의 실재로부터 발산된 것이다 그것이 사진의

존재론적 상태다 그렇다면 이 사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할 것인가가 문

제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진인물이 발산하고 있는 빛의 이미지는 비가시적이기 때문

이다 그럼에도 사진은 지시 상이 달라붙어 있어 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어떤 지시

상의 경우에는 내 안으로 찌르고 들어오는 아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사진에 찍힌

인물을 알든 모르든 그와 같은 현상은 다양하게 경험된다

(3) 연구방법으로서 사진현상학

이 글의 연구목적은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이 지시하는 것과 의식에 나타나는 연상에다가

사진에 찍힌 지시 상의 개별자적인 증언 텍스트를 결합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5middot18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현상학적 방법을 취할 것이다

현상학은 lsquo엄 한 학문rsquo5)으로서 lsquo최종적인 정초에서 유래하는 학문rsquo lsquo최종적인 자기 책임에

서 유래하는 학문rsquo 이다 부연설명하면 현상학은 어떤 분야의 이론 체계 내에 어떤 원리나

명제라도 그것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상

학은 이 자명성의 원천과 또 이 자명성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인식으로 철학에서 받아들여

져야 할 권리 근거를 인식 비판적으로 해명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상학은 단순히

개별적 인간뿐만 아니라 인류와 역사의 관점에서도 끊임없이 윤리적 책임을 고려하는 것

5) 후설현상의 이념인 lsquo엄 성(streng)rsquo은 실증적 자연과학의 lsquo정 성(exakt)rsquo과 다르며 논리적 정합성만도 아니

다 그것은 객관적 학문들의 궁극적 근원으로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그 타당성의 근거를 밝히고 진정한 학문으로 정

초해 이론적 앎의 자기 책임과 실천적 삶의 의지 결단을 포함하는 선험적 개념이다(Husserl 19652014 3쪽 주

석 참조)

8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이다 즉 이성적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실현해야 할 인간성에 한 윤리적 자기 책임을

부단히 모색하는 과정이다(Husserl 19652014 117-118쪽)

후설에게 인간의 이성보다 더 근원적인 구조에 한 현상학적 탐구는 ldquo이성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선험적 현상학rdquo과 ldquo직접적이고 원초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실존적인 실천

적 현상학rdquo을 환기시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lsquo사상(事象) 그 자체rsquo는 바로 의식에 주어

진 경험의 내용으로 이해되며 이것은 방법적으로 순화된 의식체험에서 직접적으로 나타

나는 현상(Phaumlnomen)을 말한다(이선관 1996 67쪽) 그리고 지향적 의식의 현상학적 운

동의 특성은 lsquo사상(事象) 그 자체에로 돌아가라(Zuruumlck zu den Sachen selbst)rsquo는 구호이

다 그것은 lsquo사변적-형이상학적 사유를 배격하고 그리고 원본적(原本的 originaumlr) 즉 오

리지널한 경험을 학문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를 함의하고 있다(이선관

1996 66쪽)6)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경험의 지평 구조를 해명할 뿐만 아니라 경험이 발생

하는 원천인 선험적 주관성7)의 자기구성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 이해와 세계

이해에 도달하려는 인간성의 자기 책임 즉 lsquo의지의 결단rsquo을 표명하는 것이다(Husserl 1965

2014 35쪽 주석 참조)

내가 글쓰기의 서술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은 나의 직관적인 체험이고 주관적인 감정

의 표류와 이동 그리고 그 차이를 말하는 글쓰기다 즉 그러한 글쓰기는 사진의 지시 상

이 나의 의식에 어떠한 식으로든 다가와 어떤 연상이나 감정을 촉발시킨 관계에 해 탐구

하려는 것이다 나는 사진 상의 존재와 나의 의식의 관계를 탐구하려고 할 때 나의 글쓰

기는 lsquo의식의 상관자(Correlatum)rsquo인 존재만 명백히 가질 수 있다 즉 그 존재는 의식에 적합

하게 lsquo사념된 것rsquo으로서 지각된 것middot기 된 것middot상징적으로 표상된 것middot상상된 것middot동일화

된 것middot구별된 것middot믿어진 것middot추측된 것middot평가된 것 등이다(Husserl 19652014 34쪽)

바르트(Barthes 1980)가 언급했듯이 사진의 노에마(noema)8)는 사진의 지시 상

6) 원본적 경험(originaumlre Erfahrung) 혹은 단적인 경험(schlichte Erfahrung)의 의미로 lsquo원본적rsquo이란 lsquo원천적rsquo

또는 lsquo오리지널한rsquo을 뜻하고 lsquo단적rsquo이란 lsquo애매모호하지 않고 단순한rsquo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본적 혹은 단적

인 경험이란 적어도 후설에게는 이를테면 편견으로부터 순화된 순수한 경험을 지칭하며 이것은 원리적으로 현상

학의 독특한 방법적 수행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이선관 1996 논문 참조)

7) 선험적 주관성은 생생한 현재뿐 아니라 무한한 과거와 미래의 지평을 지닌 습득성의 기체로서 구체적인 사회성

과 역사성을 포함한다

8) 현상학에서 노에시스는 사유 작용을 노에마는 의식이 지향하는 사유 상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노에마는 노에시스(noesis)에 의해 구성된 상을 말한다 노에시스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료를 활

성화하는 lsquo파악 작용rsquo이다(한전숙 1996 65쪽)그리고 사념된 것이란 인식 작용(noesis)의 본질상 필연적 상관자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3

이 바로 그 시간과 그 장소에 존재했었음을 인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

아온 존재의 시간으로 이끌어 주는 매체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사랑하는 ldquo사진은 나에게

보여 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줄 모르고rdquo 말해 주지도 않는다(Barthes 1980 156쪽2006

125쪽) 즉 사진의 지시 상은 무언가를 지시할 뿐 그 의미를 스스로 구성할 수 없고 단지

흔적으로서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바르트(Barthes 1980)가 제시한 바와 같이 사진은 어떤

볼거리를 주든 항상 비가시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는 외양이 아니다 사진

(이미지)은 사진의 자율성(autonomy)을 주장할 수 없다 버넷(Burnett 1991)에 따르면

사진(이미지)은 결코 그것이 비추어 주는 비전(vision) 과 주관성(subjectivity)으로부터 분

리될 수 없다 이미지는 사진과 보는 주체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정신적 과정의 부분이

다 사진(이미지)은 연속되는 관계-연속체(a continuum)의 소용돌이에서 인지와 사유 의

식과 무의식의 산물이다

따라서 글쓰기 주체로서 나는 사진의 지시 상과 의식의 지향성 관계에서 lsquo무엇에

한 의식rsquo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면한 연상의 유형과 감정 체험

의 의미를 되물어 보고자 한다 현상학에서 lsquo무엇으로 향한다(sich richten auf)rsquo는 의식의

lsquo지향성rsquo은 현상학적 구조들의 포괄적인 문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Ⅰ 276쪽)

지향성은 본질적으로 시간적 구조 속에 발생하는 상을 의식이 통일적 의미를 지닌 상

성9)으로 종합하고 구성해 불가분적 상관관계의 작용으로 발전시키면서 그 침전된 역사성

을 분석하는 것이다(Husserl 19522006이념들Ⅱ 33쪽 주석 참조) 그리고 lsquo무엇에 한

의식으로 나타나는 연상rsquo에 한 글쓰기는 처음에 lsquo유동적이고 애매하지만 이러한 애매성

을 분명히 설명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Husserl 19652014 46-47쪽)rsquo

수없이 많은 5middot18 관련 사진들 중에서 지금 언급하는 초상사진의 지시 상과 나의

정서적 지향 관계는 사진의 인물들이 나에게 특정한 감정과 어떤 연상을 촉발시킨 것이다

현상학에서는 촉발 연상과 선촉발 연상 그리고 충동 연상으로 구분하고 있고(김태희 2014

논문 참조) 이 글은 그와 같은 개념을 빌리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연하게 변조해서 사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내가 연상한 내용은 단순히 나의 관념의 형상

이 아니라 한편으로 나의 신체와 정신에 이미 경험된 사실이자 내재적인 것으로서 시간의

식과 연상이며 다른 한편으로 내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진의 지시 상의 존재론적

인 인식 상(noema)을 뜻한다(Husserl 19652014 34쪽 주석 참조)

9) 상성(Gegenstaumlndlichkeit)은 좁은 의미의 상(사물)뿐 아니라 의식에 주어진 사태middot징표middot관계 및 비자립

적(범주적) 표현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Husserl19652014 34쪽 주석 참조)

8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삶 자체가 발산하는 충동적인 연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 한 근원

연상 체험은 단순히 이념이나 사변이 아니라 직관적 경험이고 정서이자 직접적으로 주어

진 원본적 경험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근원연상 구분 틀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여 가능한

한 내가 사진을 면했을 때 보고 느낀 것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연구를 위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선택에 현실을 유비나 이데

올로기적 상징으로 보여 준 사진들과 사진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현실을 변형한 은유적이

고 수사학적인 사진은 배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초상사진에 한 기존의 정의나 혹은

김민정 사진작가의 의도에 해서 사유하는 것을 판단 중지하고 기존의 제도적인 5middot18

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다 나는 오로지 초상사진에 찍힌 5middot18 관련 인물과 그들

이 지시하는 것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 근거하여 나의 연상을 사유하고 기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5middot18의 역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우선 5middot18 관련 초상

사진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고 동요시키는 상을 선택해서 그에 따른 연상의 감정

이나 내용을 기술(describe)하거나 내가 사진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넘어설 정도로

사진의 지시 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별자의 목소리가 담긴 증언 기록을 결합

하여 구성10)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것이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이란 징후를 보여줄 뿐 그

스스로가 아무 것도 말해 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

상사진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지시 내용이란 개별자의 존재론적인 삶 자체이자 목

소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인물 초상과 5middot18의 상호 관련성은 각각의 개별자들

마다 고유하게 경험한 사실을 증언한 텍스트와 1980년 5middot18 역사의 사실적 배경에 한

지평 의식을 결합시켜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구성과정을 통해 나는 사진 상의 개별자들

을 통해 5middot18 에 침전된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10) 현상학에서 lsquo구성(Konstrucktion)rsquo 은 이미 현존하는 것을 다시 확립하는 작용으로 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명료하게 밝히는 작용이다 즉 실재 세계를 lsquo창조rsquo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와 존재의미를 lsquo해

명rsquo하는 방법론적 개념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29쪽) 이를 이남인(1992)의 설명으로 보충하자면

(구성은) 지각의 지향성이 과거라는 시간 지평에서 이미 주어진 의미를 간직한 채 미래라는 시간 지평에서 장차 주

어질 의미를 예기하면서 지금 현재 주어진 의미를 넘어서서 더 높은 단계의 새로운 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

다 이러한 의식의 초월 작용을 후설은 lsquo구성 작용rsquo이라 부른다 자세히 고찰해 보면 구성 작용은 비단 외부 지각의

지향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유형의 지향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다 지향적 분석이 바로 지향성이

지닌 구성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면 현상학은 구성적 현상학이 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5

사진 1 김민정 lt나일성gt 396times594cm 2014

2 오월의 초상과 침묵

1) 잔인한 폭력과 놀라움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을 보는 나의 첫째 관심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신군부가

보낸 공수부 의 시위 진압과 시민들 간의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그것은 5middot18 사건의

시작이자 동기에 한 관심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5middot18에 무슨 일을 겪었으며 왜 5middot18에 연루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lt사진 1gt에 있는 나

일성(1961년 광주출생)은 깡마른 얼굴에 눈썹 뼈는 단단하고 특이하게 치켜 올라간 상태

로 굳어 있다 마치 그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과거와 지금 이 현실을 응시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김호 (2009)에 따르면 얼굴에는 증오 불안 욕망 등 개인의 내적 정서가 어떤 지속

적인 흔적을 남기며 나아가 하나의 외적 현상으로 결정화된다 도드라진 눈썹 뼈를 치켜

올린 채 흐트러짐 없는 그는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본다 시각적 형상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

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촉발시킨다 사진은 과거와 현실을 결합시키면서 두려움

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산출한다11) 이 사진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그를 5middot18 관련자로

11) 현상학에서는 객관적 시간을 방법론적으로 배제한 후에 이끌어낸 내재적 시간 의식은 기억 현상을 현상학적으

로 기술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것은 재생 연상(reproduktive Assoziation)으로 현재의 상이 과거의 상을

다시 의식으로 불러오는 것이다 사진의 경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생 연상은 많으나 이 글에서는 재생 연상과 그

것과 구별되는 근원 연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재생 연상과 근원 연상의 관계에 한 학문적 고찰은 이

글의 목적과 취지에 거리가 있으므로 추후 다른 논문에서 언급할 것이다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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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7: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1

ldquo사진은 글자 그 로 지시 상의 발산(e manation)이다 거기 있었던 실재의 육체에서

나를 접촉하게(toucher) 되는 복사광선(radiation)이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이른다 hellip

일종의 탯줄과 같은 끈이 사진 찍힌 상의 육체와 나의 시선(regard)을 연결시킨다 hellip

라틴어로는 lsquo사진rsquo을 lsquo표현된 작품은 빛의 이마고(imago lucis opera expressa)다rsquo라고 말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빛의 작용에 의해 드러나고 lsquo흘러나오고(sortie)rsquo lsquo잘 갖

추어진rsquo(monte e) (마치 레몬 과즙처럼) lsquo압착된(exprime e)rsquo 이미지다rdquo(Barthes 1980

pp126-127 김웅권 2006 103쪽 연구자 일부 수정)

바르트도 주목했듯이 사진은 지시 상이 발산한 이미지로서 거기에 사회적이거나

문화적인 코드가 없는 즉 의미가 덧붙여지지 않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자 코드 없는

메시지다 간단히 말해 사진은 주어진 상의 실재로부터 발산된 것이다 그것이 사진의

존재론적 상태다 그렇다면 이 사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할 것인가가 문

제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진인물이 발산하고 있는 빛의 이미지는 비가시적이기 때문

이다 그럼에도 사진은 지시 상이 달라붙어 있어 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어떤 지시

상의 경우에는 내 안으로 찌르고 들어오는 아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사진에 찍힌

인물을 알든 모르든 그와 같은 현상은 다양하게 경험된다

(3) 연구방법으로서 사진현상학

이 글의 연구목적은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이 지시하는 것과 의식에 나타나는 연상에다가

사진에 찍힌 지시 상의 개별자적인 증언 텍스트를 결합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과 5middot18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현상학적 방법을 취할 것이다

현상학은 lsquo엄 한 학문rsquo5)으로서 lsquo최종적인 정초에서 유래하는 학문rsquo lsquo최종적인 자기 책임에

서 유래하는 학문rsquo 이다 부연설명하면 현상학은 어떤 분야의 이론 체계 내에 어떤 원리나

명제라도 그것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상

학은 이 자명성의 원천과 또 이 자명성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인식으로 철학에서 받아들여

져야 할 권리 근거를 인식 비판적으로 해명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상학은 단순히

개별적 인간뿐만 아니라 인류와 역사의 관점에서도 끊임없이 윤리적 책임을 고려하는 것

5) 후설현상의 이념인 lsquo엄 성(streng)rsquo은 실증적 자연과학의 lsquo정 성(exakt)rsquo과 다르며 논리적 정합성만도 아니

다 그것은 객관적 학문들의 궁극적 근원으로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그 타당성의 근거를 밝히고 진정한 학문으로 정

초해 이론적 앎의 자기 책임과 실천적 삶의 의지 결단을 포함하는 선험적 개념이다(Husserl 19652014 3쪽 주

석 참조)

8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이다 즉 이성적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실현해야 할 인간성에 한 윤리적 자기 책임을

부단히 모색하는 과정이다(Husserl 19652014 117-118쪽)

후설에게 인간의 이성보다 더 근원적인 구조에 한 현상학적 탐구는 ldquo이성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선험적 현상학rdquo과 ldquo직접적이고 원초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실존적인 실천

적 현상학rdquo을 환기시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lsquo사상(事象) 그 자체rsquo는 바로 의식에 주어

진 경험의 내용으로 이해되며 이것은 방법적으로 순화된 의식체험에서 직접적으로 나타

나는 현상(Phaumlnomen)을 말한다(이선관 1996 67쪽) 그리고 지향적 의식의 현상학적 운

동의 특성은 lsquo사상(事象) 그 자체에로 돌아가라(Zuruumlck zu den Sachen selbst)rsquo는 구호이

다 그것은 lsquo사변적-형이상학적 사유를 배격하고 그리고 원본적(原本的 originaumlr) 즉 오

리지널한 경험을 학문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를 함의하고 있다(이선관

1996 66쪽)6)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경험의 지평 구조를 해명할 뿐만 아니라 경험이 발생

하는 원천인 선험적 주관성7)의 자기구성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 이해와 세계

이해에 도달하려는 인간성의 자기 책임 즉 lsquo의지의 결단rsquo을 표명하는 것이다(Husserl 1965

2014 35쪽 주석 참조)

내가 글쓰기의 서술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은 나의 직관적인 체험이고 주관적인 감정

의 표류와 이동 그리고 그 차이를 말하는 글쓰기다 즉 그러한 글쓰기는 사진의 지시 상

이 나의 의식에 어떠한 식으로든 다가와 어떤 연상이나 감정을 촉발시킨 관계에 해 탐구

하려는 것이다 나는 사진 상의 존재와 나의 의식의 관계를 탐구하려고 할 때 나의 글쓰

기는 lsquo의식의 상관자(Correlatum)rsquo인 존재만 명백히 가질 수 있다 즉 그 존재는 의식에 적합

하게 lsquo사념된 것rsquo으로서 지각된 것middot기 된 것middot상징적으로 표상된 것middot상상된 것middot동일화

된 것middot구별된 것middot믿어진 것middot추측된 것middot평가된 것 등이다(Husserl 19652014 34쪽)

바르트(Barthes 1980)가 언급했듯이 사진의 노에마(noema)8)는 사진의 지시 상

6) 원본적 경험(originaumlre Erfahrung) 혹은 단적인 경험(schlichte Erfahrung)의 의미로 lsquo원본적rsquo이란 lsquo원천적rsquo

또는 lsquo오리지널한rsquo을 뜻하고 lsquo단적rsquo이란 lsquo애매모호하지 않고 단순한rsquo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본적 혹은 단적

인 경험이란 적어도 후설에게는 이를테면 편견으로부터 순화된 순수한 경험을 지칭하며 이것은 원리적으로 현상

학의 독특한 방법적 수행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이선관 1996 논문 참조)

7) 선험적 주관성은 생생한 현재뿐 아니라 무한한 과거와 미래의 지평을 지닌 습득성의 기체로서 구체적인 사회성

과 역사성을 포함한다

8) 현상학에서 노에시스는 사유 작용을 노에마는 의식이 지향하는 사유 상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노에마는 노에시스(noesis)에 의해 구성된 상을 말한다 노에시스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료를 활

성화하는 lsquo파악 작용rsquo이다(한전숙 1996 65쪽)그리고 사념된 것이란 인식 작용(noesis)의 본질상 필연적 상관자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3

이 바로 그 시간과 그 장소에 존재했었음을 인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

아온 존재의 시간으로 이끌어 주는 매체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사랑하는 ldquo사진은 나에게

보여 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줄 모르고rdquo 말해 주지도 않는다(Barthes 1980 156쪽2006

125쪽) 즉 사진의 지시 상은 무언가를 지시할 뿐 그 의미를 스스로 구성할 수 없고 단지

흔적으로서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바르트(Barthes 1980)가 제시한 바와 같이 사진은 어떤

볼거리를 주든 항상 비가시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는 외양이 아니다 사진

(이미지)은 사진의 자율성(autonomy)을 주장할 수 없다 버넷(Burnett 1991)에 따르면

사진(이미지)은 결코 그것이 비추어 주는 비전(vision) 과 주관성(subjectivity)으로부터 분

리될 수 없다 이미지는 사진과 보는 주체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정신적 과정의 부분이

다 사진(이미지)은 연속되는 관계-연속체(a continuum)의 소용돌이에서 인지와 사유 의

식과 무의식의 산물이다

따라서 글쓰기 주체로서 나는 사진의 지시 상과 의식의 지향성 관계에서 lsquo무엇에

한 의식rsquo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면한 연상의 유형과 감정 체험

의 의미를 되물어 보고자 한다 현상학에서 lsquo무엇으로 향한다(sich richten auf)rsquo는 의식의

lsquo지향성rsquo은 현상학적 구조들의 포괄적인 문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Ⅰ 276쪽)

지향성은 본질적으로 시간적 구조 속에 발생하는 상을 의식이 통일적 의미를 지닌 상

성9)으로 종합하고 구성해 불가분적 상관관계의 작용으로 발전시키면서 그 침전된 역사성

을 분석하는 것이다(Husserl 19522006이념들Ⅱ 33쪽 주석 참조) 그리고 lsquo무엇에 한

의식으로 나타나는 연상rsquo에 한 글쓰기는 처음에 lsquo유동적이고 애매하지만 이러한 애매성

을 분명히 설명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Husserl 19652014 46-47쪽)rsquo

수없이 많은 5middot18 관련 사진들 중에서 지금 언급하는 초상사진의 지시 상과 나의

정서적 지향 관계는 사진의 인물들이 나에게 특정한 감정과 어떤 연상을 촉발시킨 것이다

현상학에서는 촉발 연상과 선촉발 연상 그리고 충동 연상으로 구분하고 있고(김태희 2014

논문 참조) 이 글은 그와 같은 개념을 빌리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연하게 변조해서 사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내가 연상한 내용은 단순히 나의 관념의 형상

이 아니라 한편으로 나의 신체와 정신에 이미 경험된 사실이자 내재적인 것으로서 시간의

식과 연상이며 다른 한편으로 내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진의 지시 상의 존재론적

인 인식 상(noema)을 뜻한다(Husserl 19652014 34쪽 주석 참조)

9) 상성(Gegenstaumlndlichkeit)은 좁은 의미의 상(사물)뿐 아니라 의식에 주어진 사태middot징표middot관계 및 비자립

적(범주적) 표현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Husserl19652014 34쪽 주석 참조)

8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삶 자체가 발산하는 충동적인 연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 한 근원

연상 체험은 단순히 이념이나 사변이 아니라 직관적 경험이고 정서이자 직접적으로 주어

진 원본적 경험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근원연상 구분 틀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여 가능한

한 내가 사진을 면했을 때 보고 느낀 것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연구를 위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선택에 현실을 유비나 이데

올로기적 상징으로 보여 준 사진들과 사진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현실을 변형한 은유적이

고 수사학적인 사진은 배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초상사진에 한 기존의 정의나 혹은

김민정 사진작가의 의도에 해서 사유하는 것을 판단 중지하고 기존의 제도적인 5middot18

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다 나는 오로지 초상사진에 찍힌 5middot18 관련 인물과 그들

이 지시하는 것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 근거하여 나의 연상을 사유하고 기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5middot18의 역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우선 5middot18 관련 초상

사진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고 동요시키는 상을 선택해서 그에 따른 연상의 감정

이나 내용을 기술(describe)하거나 내가 사진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넘어설 정도로

사진의 지시 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별자의 목소리가 담긴 증언 기록을 결합

하여 구성10)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것이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이란 징후를 보여줄 뿐 그

스스로가 아무 것도 말해 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

상사진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지시 내용이란 개별자의 존재론적인 삶 자체이자 목

소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인물 초상과 5middot18의 상호 관련성은 각각의 개별자들

마다 고유하게 경험한 사실을 증언한 텍스트와 1980년 5middot18 역사의 사실적 배경에 한

지평 의식을 결합시켜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구성과정을 통해 나는 사진 상의 개별자들

을 통해 5middot18 에 침전된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10) 현상학에서 lsquo구성(Konstrucktion)rsquo 은 이미 현존하는 것을 다시 확립하는 작용으로 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명료하게 밝히는 작용이다 즉 실재 세계를 lsquo창조rsquo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와 존재의미를 lsquo해

명rsquo하는 방법론적 개념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29쪽) 이를 이남인(1992)의 설명으로 보충하자면

(구성은) 지각의 지향성이 과거라는 시간 지평에서 이미 주어진 의미를 간직한 채 미래라는 시간 지평에서 장차 주

어질 의미를 예기하면서 지금 현재 주어진 의미를 넘어서서 더 높은 단계의 새로운 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

다 이러한 의식의 초월 작용을 후설은 lsquo구성 작용rsquo이라 부른다 자세히 고찰해 보면 구성 작용은 비단 외부 지각의

지향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유형의 지향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다 지향적 분석이 바로 지향성이

지닌 구성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면 현상학은 구성적 현상학이 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5

사진 1 김민정 lt나일성gt 396times594cm 2014

2 오월의 초상과 침묵

1) 잔인한 폭력과 놀라움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을 보는 나의 첫째 관심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신군부가

보낸 공수부 의 시위 진압과 시민들 간의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그것은 5middot18 사건의

시작이자 동기에 한 관심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5middot18에 무슨 일을 겪었으며 왜 5middot18에 연루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lt사진 1gt에 있는 나

일성(1961년 광주출생)은 깡마른 얼굴에 눈썹 뼈는 단단하고 특이하게 치켜 올라간 상태

로 굳어 있다 마치 그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과거와 지금 이 현실을 응시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김호 (2009)에 따르면 얼굴에는 증오 불안 욕망 등 개인의 내적 정서가 어떤 지속

적인 흔적을 남기며 나아가 하나의 외적 현상으로 결정화된다 도드라진 눈썹 뼈를 치켜

올린 채 흐트러짐 없는 그는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본다 시각적 형상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

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촉발시킨다 사진은 과거와 현실을 결합시키면서 두려움

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산출한다11) 이 사진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그를 5middot18 관련자로

11) 현상학에서는 객관적 시간을 방법론적으로 배제한 후에 이끌어낸 내재적 시간 의식은 기억 현상을 현상학적으

로 기술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것은 재생 연상(reproduktive Assoziation)으로 현재의 상이 과거의 상을

다시 의식으로 불러오는 것이다 사진의 경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생 연상은 많으나 이 글에서는 재생 연상과 그

것과 구별되는 근원 연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재생 연상과 근원 연상의 관계에 한 학문적 고찰은 이

글의 목적과 취지에 거리가 있으므로 추후 다른 논문에서 언급할 것이다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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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8: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8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이다 즉 이성적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실현해야 할 인간성에 한 윤리적 자기 책임을

부단히 모색하는 과정이다(Husserl 19652014 117-118쪽)

후설에게 인간의 이성보다 더 근원적인 구조에 한 현상학적 탐구는 ldquo이성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선험적 현상학rdquo과 ldquo직접적이고 원초적이고자 하는 요구로서 실존적인 실천

적 현상학rdquo을 환기시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lsquo사상(事象) 그 자체rsquo는 바로 의식에 주어

진 경험의 내용으로 이해되며 이것은 방법적으로 순화된 의식체험에서 직접적으로 나타

나는 현상(Phaumlnomen)을 말한다(이선관 1996 67쪽) 그리고 지향적 의식의 현상학적 운

동의 특성은 lsquo사상(事象) 그 자체에로 돌아가라(Zuruumlck zu den Sachen selbst)rsquo는 구호이

다 그것은 lsquo사변적-형이상학적 사유를 배격하고 그리고 원본적(原本的 originaumlr) 즉 오

리지널한 경험을 학문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를 함의하고 있다(이선관

1996 66쪽)6)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경험의 지평 구조를 해명할 뿐만 아니라 경험이 발생

하는 원천인 선험적 주관성7)의 자기구성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 이해와 세계

이해에 도달하려는 인간성의 자기 책임 즉 lsquo의지의 결단rsquo을 표명하는 것이다(Husserl 1965

2014 35쪽 주석 참조)

내가 글쓰기의 서술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은 나의 직관적인 체험이고 주관적인 감정

의 표류와 이동 그리고 그 차이를 말하는 글쓰기다 즉 그러한 글쓰기는 사진의 지시 상

이 나의 의식에 어떠한 식으로든 다가와 어떤 연상이나 감정을 촉발시킨 관계에 해 탐구

하려는 것이다 나는 사진 상의 존재와 나의 의식의 관계를 탐구하려고 할 때 나의 글쓰

기는 lsquo의식의 상관자(Correlatum)rsquo인 존재만 명백히 가질 수 있다 즉 그 존재는 의식에 적합

하게 lsquo사념된 것rsquo으로서 지각된 것middot기 된 것middot상징적으로 표상된 것middot상상된 것middot동일화

된 것middot구별된 것middot믿어진 것middot추측된 것middot평가된 것 등이다(Husserl 19652014 34쪽)

바르트(Barthes 1980)가 언급했듯이 사진의 노에마(noema)8)는 사진의 지시 상

6) 원본적 경험(originaumlre Erfahrung) 혹은 단적인 경험(schlichte Erfahrung)의 의미로 lsquo원본적rsquo이란 lsquo원천적rsquo

또는 lsquo오리지널한rsquo을 뜻하고 lsquo단적rsquo이란 lsquo애매모호하지 않고 단순한rsquo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본적 혹은 단적

인 경험이란 적어도 후설에게는 이를테면 편견으로부터 순화된 순수한 경험을 지칭하며 이것은 원리적으로 현상

학의 독특한 방법적 수행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이선관 1996 논문 참조)

7) 선험적 주관성은 생생한 현재뿐 아니라 무한한 과거와 미래의 지평을 지닌 습득성의 기체로서 구체적인 사회성

과 역사성을 포함한다

8) 현상학에서 노에시스는 사유 작용을 노에마는 의식이 지향하는 사유 상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

노에마는 노에시스(noesis)에 의해 구성된 상을 말한다 노에시스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료를 활

성화하는 lsquo파악 작용rsquo이다(한전숙 1996 65쪽)그리고 사념된 것이란 인식 작용(noesis)의 본질상 필연적 상관자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3

이 바로 그 시간과 그 장소에 존재했었음을 인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

아온 존재의 시간으로 이끌어 주는 매체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사랑하는 ldquo사진은 나에게

보여 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줄 모르고rdquo 말해 주지도 않는다(Barthes 1980 156쪽2006

125쪽) 즉 사진의 지시 상은 무언가를 지시할 뿐 그 의미를 스스로 구성할 수 없고 단지

흔적으로서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바르트(Barthes 1980)가 제시한 바와 같이 사진은 어떤

볼거리를 주든 항상 비가시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는 외양이 아니다 사진

(이미지)은 사진의 자율성(autonomy)을 주장할 수 없다 버넷(Burnett 1991)에 따르면

사진(이미지)은 결코 그것이 비추어 주는 비전(vision) 과 주관성(subjectivity)으로부터 분

리될 수 없다 이미지는 사진과 보는 주체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정신적 과정의 부분이

다 사진(이미지)은 연속되는 관계-연속체(a continuum)의 소용돌이에서 인지와 사유 의

식과 무의식의 산물이다

따라서 글쓰기 주체로서 나는 사진의 지시 상과 의식의 지향성 관계에서 lsquo무엇에

한 의식rsquo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면한 연상의 유형과 감정 체험

의 의미를 되물어 보고자 한다 현상학에서 lsquo무엇으로 향한다(sich richten auf)rsquo는 의식의

lsquo지향성rsquo은 현상학적 구조들의 포괄적인 문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Ⅰ 276쪽)

지향성은 본질적으로 시간적 구조 속에 발생하는 상을 의식이 통일적 의미를 지닌 상

성9)으로 종합하고 구성해 불가분적 상관관계의 작용으로 발전시키면서 그 침전된 역사성

을 분석하는 것이다(Husserl 19522006이념들Ⅱ 33쪽 주석 참조) 그리고 lsquo무엇에 한

의식으로 나타나는 연상rsquo에 한 글쓰기는 처음에 lsquo유동적이고 애매하지만 이러한 애매성

을 분명히 설명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Husserl 19652014 46-47쪽)rsquo

수없이 많은 5middot18 관련 사진들 중에서 지금 언급하는 초상사진의 지시 상과 나의

정서적 지향 관계는 사진의 인물들이 나에게 특정한 감정과 어떤 연상을 촉발시킨 것이다

현상학에서는 촉발 연상과 선촉발 연상 그리고 충동 연상으로 구분하고 있고(김태희 2014

논문 참조) 이 글은 그와 같은 개념을 빌리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연하게 변조해서 사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내가 연상한 내용은 단순히 나의 관념의 형상

이 아니라 한편으로 나의 신체와 정신에 이미 경험된 사실이자 내재적인 것으로서 시간의

식과 연상이며 다른 한편으로 내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진의 지시 상의 존재론적

인 인식 상(noema)을 뜻한다(Husserl 19652014 34쪽 주석 참조)

9) 상성(Gegenstaumlndlichkeit)은 좁은 의미의 상(사물)뿐 아니라 의식에 주어진 사태middot징표middot관계 및 비자립

적(범주적) 표현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Husserl19652014 34쪽 주석 참조)

8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삶 자체가 발산하는 충동적인 연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 한 근원

연상 체험은 단순히 이념이나 사변이 아니라 직관적 경험이고 정서이자 직접적으로 주어

진 원본적 경험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근원연상 구분 틀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여 가능한

한 내가 사진을 면했을 때 보고 느낀 것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연구를 위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선택에 현실을 유비나 이데

올로기적 상징으로 보여 준 사진들과 사진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현실을 변형한 은유적이

고 수사학적인 사진은 배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초상사진에 한 기존의 정의나 혹은

김민정 사진작가의 의도에 해서 사유하는 것을 판단 중지하고 기존의 제도적인 5middot18

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다 나는 오로지 초상사진에 찍힌 5middot18 관련 인물과 그들

이 지시하는 것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 근거하여 나의 연상을 사유하고 기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5middot18의 역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우선 5middot18 관련 초상

사진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고 동요시키는 상을 선택해서 그에 따른 연상의 감정

이나 내용을 기술(describe)하거나 내가 사진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넘어설 정도로

사진의 지시 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별자의 목소리가 담긴 증언 기록을 결합

하여 구성10)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것이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이란 징후를 보여줄 뿐 그

스스로가 아무 것도 말해 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

상사진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지시 내용이란 개별자의 존재론적인 삶 자체이자 목

소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인물 초상과 5middot18의 상호 관련성은 각각의 개별자들

마다 고유하게 경험한 사실을 증언한 텍스트와 1980년 5middot18 역사의 사실적 배경에 한

지평 의식을 결합시켜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구성과정을 통해 나는 사진 상의 개별자들

을 통해 5middot18 에 침전된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10) 현상학에서 lsquo구성(Konstrucktion)rsquo 은 이미 현존하는 것을 다시 확립하는 작용으로 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명료하게 밝히는 작용이다 즉 실재 세계를 lsquo창조rsquo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와 존재의미를 lsquo해

명rsquo하는 방법론적 개념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29쪽) 이를 이남인(1992)의 설명으로 보충하자면

(구성은) 지각의 지향성이 과거라는 시간 지평에서 이미 주어진 의미를 간직한 채 미래라는 시간 지평에서 장차 주

어질 의미를 예기하면서 지금 현재 주어진 의미를 넘어서서 더 높은 단계의 새로운 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

다 이러한 의식의 초월 작용을 후설은 lsquo구성 작용rsquo이라 부른다 자세히 고찰해 보면 구성 작용은 비단 외부 지각의

지향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유형의 지향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다 지향적 분석이 바로 지향성이

지닌 구성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면 현상학은 구성적 현상학이 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5

사진 1 김민정 lt나일성gt 396times594cm 2014

2 오월의 초상과 침묵

1) 잔인한 폭력과 놀라움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을 보는 나의 첫째 관심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신군부가

보낸 공수부 의 시위 진압과 시민들 간의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그것은 5middot18 사건의

시작이자 동기에 한 관심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5middot18에 무슨 일을 겪었으며 왜 5middot18에 연루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lt사진 1gt에 있는 나

일성(1961년 광주출생)은 깡마른 얼굴에 눈썹 뼈는 단단하고 특이하게 치켜 올라간 상태

로 굳어 있다 마치 그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과거와 지금 이 현실을 응시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김호 (2009)에 따르면 얼굴에는 증오 불안 욕망 등 개인의 내적 정서가 어떤 지속

적인 흔적을 남기며 나아가 하나의 외적 현상으로 결정화된다 도드라진 눈썹 뼈를 치켜

올린 채 흐트러짐 없는 그는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본다 시각적 형상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

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촉발시킨다 사진은 과거와 현실을 결합시키면서 두려움

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산출한다11) 이 사진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그를 5middot18 관련자로

11) 현상학에서는 객관적 시간을 방법론적으로 배제한 후에 이끌어낸 내재적 시간 의식은 기억 현상을 현상학적으

로 기술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것은 재생 연상(reproduktive Assoziation)으로 현재의 상이 과거의 상을

다시 의식으로 불러오는 것이다 사진의 경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생 연상은 많으나 이 글에서는 재생 연상과 그

것과 구별되는 근원 연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재생 연상과 근원 연상의 관계에 한 학문적 고찰은 이

글의 목적과 취지에 거리가 있으므로 추후 다른 논문에서 언급할 것이다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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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9: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3

이 바로 그 시간과 그 장소에 존재했었음을 인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

아온 존재의 시간으로 이끌어 주는 매체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사랑하는 ldquo사진은 나에게

보여 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줄 모르고rdquo 말해 주지도 않는다(Barthes 1980 156쪽2006

125쪽) 즉 사진의 지시 상은 무언가를 지시할 뿐 그 의미를 스스로 구성할 수 없고 단지

흔적으로서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바르트(Barthes 1980)가 제시한 바와 같이 사진은 어떤

볼거리를 주든 항상 비가시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는 외양이 아니다 사진

(이미지)은 사진의 자율성(autonomy)을 주장할 수 없다 버넷(Burnett 1991)에 따르면

사진(이미지)은 결코 그것이 비추어 주는 비전(vision) 과 주관성(subjectivity)으로부터 분

리될 수 없다 이미지는 사진과 보는 주체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정신적 과정의 부분이

다 사진(이미지)은 연속되는 관계-연속체(a continuum)의 소용돌이에서 인지와 사유 의

식과 무의식의 산물이다

따라서 글쓰기 주체로서 나는 사진의 지시 상과 의식의 지향성 관계에서 lsquo무엇에

한 의식rsquo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면한 연상의 유형과 감정 체험

의 의미를 되물어 보고자 한다 현상학에서 lsquo무엇으로 향한다(sich richten auf)rsquo는 의식의

lsquo지향성rsquo은 현상학적 구조들의 포괄적인 문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Ⅰ 276쪽)

지향성은 본질적으로 시간적 구조 속에 발생하는 상을 의식이 통일적 의미를 지닌 상

성9)으로 종합하고 구성해 불가분적 상관관계의 작용으로 발전시키면서 그 침전된 역사성

을 분석하는 것이다(Husserl 19522006이념들Ⅱ 33쪽 주석 참조) 그리고 lsquo무엇에 한

의식으로 나타나는 연상rsquo에 한 글쓰기는 처음에 lsquo유동적이고 애매하지만 이러한 애매성

을 분명히 설명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Husserl 19652014 46-47쪽)rsquo

수없이 많은 5middot18 관련 사진들 중에서 지금 언급하는 초상사진의 지시 상과 나의

정서적 지향 관계는 사진의 인물들이 나에게 특정한 감정과 어떤 연상을 촉발시킨 것이다

현상학에서는 촉발 연상과 선촉발 연상 그리고 충동 연상으로 구분하고 있고(김태희 2014

논문 참조) 이 글은 그와 같은 개념을 빌리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유연하게 변조해서 사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서 내가 연상한 내용은 단순히 나의 관념의 형상

이 아니라 한편으로 나의 신체와 정신에 이미 경험된 사실이자 내재적인 것으로서 시간의

식과 연상이며 다른 한편으로 내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진의 지시 상의 존재론적

인 인식 상(noema)을 뜻한다(Husserl 19652014 34쪽 주석 참조)

9) 상성(Gegenstaumlndlichkeit)은 좁은 의미의 상(사물)뿐 아니라 의식에 주어진 사태middot징표middot관계 및 비자립

적(범주적) 표현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Husserl19652014 34쪽 주석 참조)

8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삶 자체가 발산하는 충동적인 연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 한 근원

연상 체험은 단순히 이념이나 사변이 아니라 직관적 경험이고 정서이자 직접적으로 주어

진 원본적 경험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근원연상 구분 틀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여 가능한

한 내가 사진을 면했을 때 보고 느낀 것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연구를 위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선택에 현실을 유비나 이데

올로기적 상징으로 보여 준 사진들과 사진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현실을 변형한 은유적이

고 수사학적인 사진은 배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초상사진에 한 기존의 정의나 혹은

김민정 사진작가의 의도에 해서 사유하는 것을 판단 중지하고 기존의 제도적인 5middot18

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다 나는 오로지 초상사진에 찍힌 5middot18 관련 인물과 그들

이 지시하는 것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 근거하여 나의 연상을 사유하고 기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5middot18의 역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우선 5middot18 관련 초상

사진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고 동요시키는 상을 선택해서 그에 따른 연상의 감정

이나 내용을 기술(describe)하거나 내가 사진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넘어설 정도로

사진의 지시 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별자의 목소리가 담긴 증언 기록을 결합

하여 구성10)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것이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이란 징후를 보여줄 뿐 그

스스로가 아무 것도 말해 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

상사진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지시 내용이란 개별자의 존재론적인 삶 자체이자 목

소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인물 초상과 5middot18의 상호 관련성은 각각의 개별자들

마다 고유하게 경험한 사실을 증언한 텍스트와 1980년 5middot18 역사의 사실적 배경에 한

지평 의식을 결합시켜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구성과정을 통해 나는 사진 상의 개별자들

을 통해 5middot18 에 침전된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10) 현상학에서 lsquo구성(Konstrucktion)rsquo 은 이미 현존하는 것을 다시 확립하는 작용으로 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명료하게 밝히는 작용이다 즉 실재 세계를 lsquo창조rsquo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와 존재의미를 lsquo해

명rsquo하는 방법론적 개념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29쪽) 이를 이남인(1992)의 설명으로 보충하자면

(구성은) 지각의 지향성이 과거라는 시간 지평에서 이미 주어진 의미를 간직한 채 미래라는 시간 지평에서 장차 주

어질 의미를 예기하면서 지금 현재 주어진 의미를 넘어서서 더 높은 단계의 새로운 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

다 이러한 의식의 초월 작용을 후설은 lsquo구성 작용rsquo이라 부른다 자세히 고찰해 보면 구성 작용은 비단 외부 지각의

지향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유형의 지향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다 지향적 분석이 바로 지향성이

지닌 구성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면 현상학은 구성적 현상학이 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5

사진 1 김민정 lt나일성gt 396times594cm 2014

2 오월의 초상과 침묵

1) 잔인한 폭력과 놀라움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을 보는 나의 첫째 관심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신군부가

보낸 공수부 의 시위 진압과 시민들 간의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그것은 5middot18 사건의

시작이자 동기에 한 관심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5middot18에 무슨 일을 겪었으며 왜 5middot18에 연루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lt사진 1gt에 있는 나

일성(1961년 광주출생)은 깡마른 얼굴에 눈썹 뼈는 단단하고 특이하게 치켜 올라간 상태

로 굳어 있다 마치 그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과거와 지금 이 현실을 응시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김호 (2009)에 따르면 얼굴에는 증오 불안 욕망 등 개인의 내적 정서가 어떤 지속

적인 흔적을 남기며 나아가 하나의 외적 현상으로 결정화된다 도드라진 눈썹 뼈를 치켜

올린 채 흐트러짐 없는 그는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본다 시각적 형상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

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촉발시킨다 사진은 과거와 현실을 결합시키면서 두려움

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산출한다11) 이 사진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그를 5middot18 관련자로

11) 현상학에서는 객관적 시간을 방법론적으로 배제한 후에 이끌어낸 내재적 시간 의식은 기억 현상을 현상학적으

로 기술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것은 재생 연상(reproduktive Assoziation)으로 현재의 상이 과거의 상을

다시 의식으로 불러오는 것이다 사진의 경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생 연상은 많으나 이 글에서는 재생 연상과 그

것과 구별되는 근원 연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재생 연상과 근원 연상의 관계에 한 학문적 고찰은 이

글의 목적과 취지에 거리가 있으므로 추후 다른 논문에서 언급할 것이다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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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10: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8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삶 자체가 발산하는 충동적인 연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에 한 근원

연상 체험은 단순히 이념이나 사변이 아니라 직관적 경험이고 정서이자 직접적으로 주어

진 원본적 경험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근원연상 구분 틀을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여 가능한

한 내가 사진을 면했을 때 보고 느낀 것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연구를 위해서 5middot18 관련 사진의 선택에 현실을 유비나 이데

올로기적 상징으로 보여 준 사진들과 사진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현실을 변형한 은유적이

고 수사학적인 사진은 배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초상사진에 한 기존의 정의나 혹은

김민정 사진작가의 의도에 해서 사유하는 것을 판단 중지하고 기존의 제도적인 5middot18

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둘 것이다 나는 오로지 초상사진에 찍힌 5middot18 관련 인물과 그들

이 지시하는 것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 근거하여 나의 연상을 사유하고 기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5middot18의 역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우선 5middot18 관련 초상

사진에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고 동요시키는 상을 선택해서 그에 따른 연상의 감정

이나 내용을 기술(describe)하거나 내가 사진에서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넘어설 정도로

사진의 지시 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별자의 목소리가 담긴 증언 기록을 결합

하여 구성10)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것이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이란 징후를 보여줄 뿐 그

스스로가 아무 것도 말해 주거나 설명해 주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

상사진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지시 내용이란 개별자의 존재론적인 삶 자체이자 목

소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인물 초상과 5middot18의 상호 관련성은 각각의 개별자들

마다 고유하게 경험한 사실을 증언한 텍스트와 1980년 5middot18 역사의 사실적 배경에 한

지평 의식을 결합시켜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구성과정을 통해 나는 사진 상의 개별자들

을 통해 5middot18 에 침전된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10) 현상학에서 lsquo구성(Konstrucktion)rsquo 은 이미 현존하는 것을 다시 확립하는 작용으로 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명료하게 밝히는 작용이다 즉 실재 세계를 lsquo창조rsquo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와 존재의미를 lsquo해

명rsquo하는 방법론적 개념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29쪽) 이를 이남인(1992)의 설명으로 보충하자면

(구성은) 지각의 지향성이 과거라는 시간 지평에서 이미 주어진 의미를 간직한 채 미래라는 시간 지평에서 장차 주

어질 의미를 예기하면서 지금 현재 주어진 의미를 넘어서서 더 높은 단계의 새로운 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하

다 이러한 의식의 초월 작용을 후설은 lsquo구성 작용rsquo이라 부른다 자세히 고찰해 보면 구성 작용은 비단 외부 지각의

지향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유형의 지향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다 지향적 분석이 바로 지향성이

지닌 구성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면 현상학은 구성적 현상학이 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5

사진 1 김민정 lt나일성gt 396times594cm 2014

2 오월의 초상과 침묵

1) 잔인한 폭력과 놀라움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을 보는 나의 첫째 관심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신군부가

보낸 공수부 의 시위 진압과 시민들 간의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그것은 5middot18 사건의

시작이자 동기에 한 관심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5middot18에 무슨 일을 겪었으며 왜 5middot18에 연루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lt사진 1gt에 있는 나

일성(1961년 광주출생)은 깡마른 얼굴에 눈썹 뼈는 단단하고 특이하게 치켜 올라간 상태

로 굳어 있다 마치 그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과거와 지금 이 현실을 응시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김호 (2009)에 따르면 얼굴에는 증오 불안 욕망 등 개인의 내적 정서가 어떤 지속

적인 흔적을 남기며 나아가 하나의 외적 현상으로 결정화된다 도드라진 눈썹 뼈를 치켜

올린 채 흐트러짐 없는 그는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본다 시각적 형상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

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촉발시킨다 사진은 과거와 현실을 결합시키면서 두려움

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산출한다11) 이 사진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그를 5middot18 관련자로

11) 현상학에서는 객관적 시간을 방법론적으로 배제한 후에 이끌어낸 내재적 시간 의식은 기억 현상을 현상학적으

로 기술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것은 재생 연상(reproduktive Assoziation)으로 현재의 상이 과거의 상을

다시 의식으로 불러오는 것이다 사진의 경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생 연상은 많으나 이 글에서는 재생 연상과 그

것과 구별되는 근원 연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재생 연상과 근원 연상의 관계에 한 학문적 고찰은 이

글의 목적과 취지에 거리가 있으므로 추후 다른 논문에서 언급할 것이다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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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11: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5

사진 1 김민정 lt나일성gt 396times594cm 2014

2 오월의 초상과 침묵

1) 잔인한 폭력과 놀라움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을 보는 나의 첫째 관심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 사이에 신군부가

보낸 공수부 의 시위 진압과 시민들 간의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그것은 5middot18 사건의

시작이자 동기에 한 관심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이

5middot18에 무슨 일을 겪었으며 왜 5middot18에 연루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lt사진 1gt에 있는 나

일성(1961년 광주출생)은 깡마른 얼굴에 눈썹 뼈는 단단하고 특이하게 치켜 올라간 상태

로 굳어 있다 마치 그는 항상 눈을 부릅뜨고 과거와 지금 이 현실을 응시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김호 (2009)에 따르면 얼굴에는 증오 불안 욕망 등 개인의 내적 정서가 어떤 지속

적인 흔적을 남기며 나아가 하나의 외적 현상으로 결정화된다 도드라진 눈썹 뼈를 치켜

올린 채 흐트러짐 없는 그는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본다 시각적 형상 차원에서도 사진은 나

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촉발시킨다 사진은 과거와 현실을 결합시키면서 두려움

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산출한다11) 이 사진에서 내가 마주친 것은 그를 5middot18 관련자로

11) 현상학에서는 객관적 시간을 방법론적으로 배제한 후에 이끌어낸 내재적 시간 의식은 기억 현상을 현상학적으

로 기술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것은 재생 연상(reproduktive Assoziation)으로 현재의 상이 과거의 상을

다시 의식으로 불러오는 것이다 사진의 경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재생 연상은 많으나 이 글에서는 재생 연상과 그

것과 구별되는 근원 연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재생 연상과 근원 연상의 관계에 한 학문적 고찰은 이

글의 목적과 취지에 거리가 있으므로 추후 다른 논문에서 언급할 것이다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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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12: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8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상화하기 이전에 현재의 삶의 현실과 1980년 5middot18 당시의 놀라움이나 충격이 무엇인지

에 한 물음으로 이끄는 촉발이었고 내가 그를 능동적으로 주목하여 사유하는 동기가 되

었다 내가 본 것은 일종의 촉발 연상(affektive Assozi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이란

어떤 lsquo 상rsquo이나 lsquo감각적 통일체rsquo가 자아에게 행하는 자극 즉 자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

이고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 하는 자극이다(김태희 2014 114쪽) 어떠한 동

요도 없이 완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을 실마리로 삼아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

히 5middot18 희생자로 생각하는 이성적인 동기로서의 앎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5middot18 과거의

현실에서 그의 놀람과 두려움의 감정에 한 직관적 되물음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지시

상은 나의 감각 정서 본능 등의 다양한 수동적 작용(느낌 혹은 통각) 속에서 그 의미조

차도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사진은 나에게 사진의 지시 상을 더

욱 능동적으로 사유하게끔 유도하고 그 사진의 지시 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자 욕

망하게 한다 그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사진을 다시 반복해서 보거나 뚫어지게 들

여다보지만 사진은 내가 알고 싶은 욕망에 해 응답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는 도 체 무엇에 놀랐기에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는가라는 과도한 물음이 생긴

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그의 삶에 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lt광주 오월민중항쟁자료전집gt(한국현 사사료연구소 1990)12)에 있는 그의 구술에

의하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5월 18일 12시sim1시 사이

시위 를 뒤쫓아 온 전경이 페퍼포그 차를 교회 앞에 세워놓고 교회를 향해 가스를 쏘아댔

다 그는 ldquo세상에 신성한 교회에 가스를 퍼붓다니 그때 (계엄군의) 몰상식함에 충격을 받았

다rd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라고 말한다 또한 오후 3시경 공수부 원들이 시위 를 향

해 돌진했고 그때 그는 lsquo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녀에게 공수(부 원)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때리고 짓밟았다 그리고 그것을 말리던 여자를 심한 욕지거리와 함께 두들겨 패고

버려둔 채 남자를 끌고 가는 것rsquo(사료구술집 1990 482쪽)을 보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

은 공수부 원들이 골목으로 쫓기다 민가로 들어간 학생들을 집안까지 쫓아가 끌고 나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과 lsquo매에 못 이겨 내지르는 여학생들의 고함소리rsquo(사료

구술집 1990 482쪽)를 들은 것이다

그의 증언으로 볼 때 그의 충격은 광주 시민이 5월 18일이라는 사건적 시간 속에서

이미 이성적인 지각을 넘어서서 lsquo비-이성적으로 내몰린 것rsquo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증언에

12) 한국현 사사료연구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투쟁 현장의 살아 있는 증언들을 채취하여 집 성한 lt광주오

월민중항쟁사료전집gt을 1990년에 출판한다 이하 인용할 때는 lsquo사료구술집rsquo로 명기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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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13: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7

서 본 놀람과 두려움은 5월 18일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사건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

고 들은 것이다 그의 눈앞에서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들이 모든 감각의 다양한 체

험의 통일체로서 lsquo이미 벌어졌던 사실rsquo이다 그의 완강한 시선은 공수부 들의 몰상식 속에

서 그가 믿고 있던 신성함이 무너지는 형상을 목격한 것이고 무자비한 폭력에 항하지도

못한 채 어느 데이트하는 연인이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상처를 접한 것이자 자신보다 연약

한 여학생들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은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의 놀란 시선은 이성

의 이전 작용들의 침전물이며 공수부 에 한 충동적 저항이 내면화된 맹목적 시선처럼

느껴진다

2) 울화와 최초의 죽음

나일성 초상사진과 달리 또 다른 초상사진에서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직접적

인 신체적 고통을 보았다 그것은 1980년 당시 나의 신체적 기억과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기억으로 재생된 연상이자 회상13)이었다 이 회상은 나의 ldquo내재적 과거 지향 속에 lsquo여전히rsquo

생생한 것과 lsquo방금 전에rsquo 존재했던 것의 특성으로 의식되는 것의 관점에서 내재적 과거 지

향의 절 적 권리를 파악하는rdquo 특성이 있다(Husserl 19522009 251쪽) 비록 이 회상이

상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재적인 상 적 권리를 파악한다 할지라

도 사진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아프다 우선 정홍섭(1952년 광주 출생)은 평범하고 의협

심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다 내가 이 인물에 끌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른 몇몇 초

상사진에 비해 당당해 보이는 얼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심히 그가 5middot18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만의 5middot18 경험 내용에 한 이해라는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 내용

을 찾아봤다 1980년 5월 19일 갑자기 공수부 가 그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등짝을 내리

치고 군홧발로 목을 짓밟았다 그는 ldquo가까스로 집에 돌아왔지만 울화가 치 었다rdquo(사료구

술집 1990 253쪽 )라고 한다 울화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한 국가의 지배적

인 상징 권력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이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수

동적으로 당하는데서 오는 울분이다 결국 계엄군에게 무참히 당한 모멸감은 본능적인 울

화로 변했고 그는 능동적으로 시위 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또한 이숙자(1945년 화순

출생)의 초상사진에서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던 이유로 새겨진 눈 주위의 주름들을

13) 회상(Widererinnerung)은 과거에 직각된 것을 현재에 다시 기억하는 것으로 연상적 동기 부여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제시되기 때문에 그 지속적 상성이 재생산된 2차적 기억(기억된 과거)이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 I 159쪽 역주 참조)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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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14: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8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신체의 고통과 두려움을 단박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감옥에

있을 때 군홧발로 귀를 짓밟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종종 찡그리곤 하기 때문이

다 1980년 5월 20일 그녀가 운 하는 완구점 가게 앞에서 몇몇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물과 치약을 주었다 바로 그때 공수부 원들이 그녀의 왼

쪽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고막이 터진 채 필사적으로 기어서 가게로 들어갔지

만 공수부 원들은 가게로 들어와서 총검으로 모든 유리창을 부수고 다시 강하게 그녀의

양쪽 무릎을 내리쳤다 그들에 한 자료나 진술에 의거해서 내가 직감한 것이 확실해지자

그의 울화와 그녀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통각(Apperzeption)14)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을

통해 지각적으로 타자를 경험하는 것은 곧 나의 신체가 그와 같은 체험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체험과 더불어 지금도 신군부 권력에 한 두려움과 울화가 터지고 폭력에 한 저항이

또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 경험과 나의 신체 경험 사이에 있는 유사성의 경

험을 기반으로 짝짓는 연합 작용이 일어나면서 사진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임금단(1932년 완도 출생)의 얼굴에서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작은 두 눈에 슬픔이 고인 듯 퀭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꽉 다문 입 주

위에 주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는 그녀가 오로지 고통을 삭히면서 침묵하고

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몽(Aumont 19922006)에 따르면 발라즈(Balaacutezs Beacutela)에게 인

상은 lsquo사물들 존재들 장소들의 외양이자 얼굴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혼의 창(窓)rsquo이라

고 주장한다 나는 그녀만의 존재의 얼굴이자 시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슬픔을 비추는

창이라고 여겨졌다 내가 그 창을 통해 동시에 보는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그 사실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의 죽음에 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그녀의 슬

픔의 시간과 더불어 더 사념하고 싶었다 lt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gt(5middot18기념재단

2006 1권)에 나오는 증언에 따르면 1980년 5월 18일 오후에 그녀의 아들 고(故)김경철은

금남로에서 (이유 없이) 공수부 원들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검과 몽둥이로 구타를 당

했다 그는 어릴 때 뇌막염을 앓아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1980년 당시 그는 아내

와 함께 4개월 전에 태어난 딸과 함께 행복했었다 그는 다음 날(5월 19일) 사망했고 5middot18

의 첫 희생자가 된다

이와 같은 5middot18 관련 사진에서 본 놀람과 울화 그리고 신체적 고통과 죽음에 한

14) 이 말은 라틴어 lsquoappercipere(덧붙여 지각한다)rsquo에서 유래하며 직접 지각함(perception) 이외에 잠재적으로

함축된 감각들도 간접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 이후에는 새로운 경험(표상)을 이전의 경험(표상)들과

종합하고 통일하여 상을 인식하는 의식의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Husserl 19522009 이념들I 187쪽 본문과

역주 참조)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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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1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89

연상을 통해 내가 그들의 lsquo항쟁rsquo의 동기를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생각한 것은 거 한 신군

부middot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의 열망만으로 축소되거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의미로 환수될 성질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5middot18

민중항쟁의 동기가 신군부 권력과 그에 저항한 불순분자 혹은 민주세력들의 정치적 행위

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전체주의적 사고이거나 극히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5middot18 항쟁의 동기를 그러한 관점의 틀 안에 가

두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한 양태이고 항쟁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

이다 왜냐하면 위의 초상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항쟁(抗爭)은 lsquo무엇에 맞서 싸우는 것rsquo인

데 lsquo그 무엇이라는 것rsquo이란 도 체 어떠한 것이었을까라고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항쟁이

설령 이념적으로나 추상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마

주친 현실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사냥15)에 한 수동적인 무

기력이었고 정동(affect)으로서 놀라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감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럽게 당한 신체적middot정신적 고통이었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신군부 권

력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분리시키거나 죽음을 내모는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오는 실존적인 위기감이었다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접했을 때 특히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내가 행동하는 주

체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실천에 한 근본 물음을 하지 않았을까

3) 습관적 이데올로기와 침묵

여기 아름답고 온화해 보이는 차명숙(1960년 담양 출생)의 사진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런 눈썹을 그 로 지닌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한편으로 그녀의 내면 안

에 검은 돌멩이가 있는 듯한 무거움이 있지만 가벼운 부드러움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분위기는 마치 무거운 선율과 가벼운 선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그녀를 볼 뿐 그녀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은 아무것도 말해 주

지 않는다

15)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 전두환middot신군부의 권력 탈취 시나리오의 중요한 핵심은 김 중을 처단하려는 계획이었

다 5middot17쿠데타 이후 학생들의 시위는 광주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자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초강경 조치를

취해 김 중을 연행함으로써 광주에서 시위가 확 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정권 탈취에 위협적인 요소를 뿌리부

터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권력을 속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획을 달성하기 위해 전두환middot신군부는 무차별적 인간 사냥을 벌 다 그것은 광주 지역 주민

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기 위해서 다 곧 공포를 통해 철저히 제압하고자 했고 그것은 최 한 오랫동안 광주 주

민을 지배하게 했는데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서중석 2012 176쪽)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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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16: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9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2 김민정lt차명숙gt 396times594cm 2014

베냐민(Benjamin 1931)이 lsquo다우텐다이와 그의 약혼녀(Dauthendey and his fianceacutee)rsquo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가 미래에 자살할 것을 탐지하고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충동(an ir-

resistible urge)에 해 말했다면 나는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어떤 침묵의 무게를 탐

지하지만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충동에 빠진다 나와 고통의 무게가 서로 다

를지언정 그녀와 나는 1980년 폭도 고 반공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갇혔기 때문이다

차명숙은 5월 19일 자신이 다니던 국제 양재학원에 갔는데 학원 문이 닫혀 있어 거리

로 나갔다가 시위에 가담하게 됐다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옥주16)와 몇몇 젊은

청년들과 함께 처음으로 거리 방송을 시작했다 21일까지 방송을 했고 1980년 5월 26일 저

녁 헌병 에 체포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그녀는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체

포되고 고문을 당한다 이처럼 공포란 권력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항상적으로 악용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지배 권력이 민주화를 향한 열정을 간첩 또는 폭도라는 정치적 행위로

16) 전옥주는 5월 19일 밤 9시쯤 새마을호 편으로 송정리역에 도착해서 광주로 내려가던 길에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전 씨와 차 씨 몇몇 남학생들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앰프와 마이크를 구

해 가두방송을 하게 된다 방송은 주로 전 씨가 했고 차 씨와 남학생들은 교 로 방송했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

간 전옥주middot차명숙 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 전 씨는 lsquo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남파된

간첩rsquo으로 차 씨 역시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몰렸다 전 씨와 차 씨는 9월 19

일 계엄포고령 위반과 내란음모 등의 죄목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0월 27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 씨는

1981년 4월 3일 통령 특사로 풀려났고 차 씨는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다(5middot18 연구소 사이트

httpmywebjnuackr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차명숙은 1983년부터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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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17: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1

아주 손쉽게 전도시켜 버리는 것이다 차명숙은 lsquo간첩 20만 명을 동원해 200명을 사살하게

한 장본인rsquo으로 체포되었다 그에 비해 그녀가 가두방송을 한 이유는 단순하고 절박했다

누구든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섰을 거예요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지는 못했을 거예

요 시위 를 위해 밥을 짓건 물을 길어 나르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언론이 입 다물고 있던 상황에서 광주를 살리기 위해선 누군가가 참혹한 그 상황들을 시민

들에게 알려야 했어요 변혁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단

지 그 이유뿐이었죠rd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

우리 역사는 군부 권력에 저항해 온 민주화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쉽게 좌절시키는 커

다란 이데올로기가 습관적인 권력의 힘으로 체해 버린다 우리 역사의 특이성인 민족 분

단의 비극 그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곧 국가 폭력 그 자체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한 개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혹독한 고문이며 그로

인해 피해자인 개인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5middot18 광주민중항쟁에

서도 국가 권력은 lsquo아버지의 이름rsquo으로 끔찍하게 실현되었고 그녀를 억압했음을 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가 5middot18에 실천한 행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나에게 절박하고 순진하면

서도 진실하게 들려온다 나는 신군부 권력의 둔탁하고 낡은 간첩 논리와 광주 현장에서

19살 소녀의 순진한 목소리 사이에서 주체 분열이 일어난다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명명하고 의미 부여했던 간첩이

라는 허황된 언어들이 우리 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반복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다 사진은 지배 권력이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상징 언어들을 조롱하

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개개인에게 강압적으로 이름을 부여한 폭도나 간첩이라는 공허하

고 폭력적인 기호의 의미들을 다시 성찰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하다

다른 맥락에서 나는 그녀의 침묵의 삶과 행위에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갖는데 그것은

인식론적 신뢰감이 아니며 존재론적인 신뢰감이다 현상학에서는 선촉발 연상을 말하는

데 그것은 파지(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뿐 아니라 lsquo서 있는 지금rsquo과의 관련 속에서 근원적

인 시간의식과 교직되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김태희 2014 123쪽) 신뢰는 지금 lsquo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rsquo(5middot18연구소

사이트 광주민주화운동 가두방송 두 여인)라는 담 한 삶의 태도다 lsquo서 있는 현실rsquo에 한

그녀의 애정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침묵의 힘에 있지 않았을까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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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18: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9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3 돌연한 죽음과 순수한 충동

1) 돌연한 죽음

lsquo망월(望月) 바라본다rsquo 전시의 초상사진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보통 희미하고 창백하지만

어떤 초상사진의 경우에는 맑고 투명한 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나는 사진 앞

에서 어떠한 언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긴 시간 깊이 머물러 있었다 망월묘역의 사진들은

1980년 광주 바로 lsquo거기에 그들이 있었다rsquo는 것과 동시에 lsquo그들이 죽었음rsquo을 덧없이 증언하

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력

에 의해 이 맑은 혼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격은 정 사진 속 얼굴이 잔혹한

5middot18의 사건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기에 찍혀진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자신들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사진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세 에 공존했던 그들이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때 lsquo이미 완료된 죽음rsquo을 지시하면서

도 동시에 그 죽음 이전의 lsquo삶의 시간rsquo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1958년생인 안병섭의 사진(lt望月 1gt)은 묘비명 앞의 검고 작은 판 중앙에 있는 둥근

원 속에 교복을 입고 있다 한 줄기 햇살만이 그의 학창시절을 무심히 비추고 있다17) 이보

다 더 슬픈 것은 1960년생인 안병복의 사진(lt望月 6gt)이다 그의 비석 앞에 놓인 유리 상

자 안쪽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사진은 눈 코 입이 사라진 채 보이지 않으며 얼굴

윤곽만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18) 또한 1965년생인 이성자의 사진(lt望月 12gt)은 초상화인

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는 희미한 얼굴 모습 때문에 애처

롭게 느껴진다19) 이들 사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비통한 우울함이다 1980년 5월 그들

의 죽음과 유년의 시간을 오고가면서 한없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되살릴 수도

없고 꿈 많던 순수한 그들의 과거의 삶과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완료된 죽음만을 응시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비통한 것은 내가 이들의 과거의 어린 시절의 구체적인 삶과 그

그녀가 죽은 1980년 현실의 시간 사이에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lsquo공허한 지

향rsquo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0) 사진은 나에게 오로지 lsquo돌연한 죽음과 완료된 죽음rsquo이라

17) 그는 5middot18 당시 운전사 고 1980년 5월 23일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3공수의 총격을 받아 좌 퇴부 관통 총

상을 입고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2권 157쪽)

18) 그는 도청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그 아수라장이 된 도청 앞에서 차에 치여 머리

가 으깨지고 한쪽 어깨마저 떨어져 나간 채 사망했다(유족회 구술 2006 1권 191쪽)

19) 그녀는 1980년 5월 21일 친구들과 학원을 가던 중이었다 도청 건물 위에서 총성이 울렸고 바로 그때 그녀가 피

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기독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유족회구술 2006 235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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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19: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3

사진 3 김민정 lt望月 9gt 288times432cm 1999

는 말만 되풀이 하게 만든다

2) 역사의 반복과 공-현전

다른 한편으로 내가 정사진에서 본 것은 우리나라 역사의 폭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

어 간 것이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침전되어 온 반복과 지속에서 오는 역사를

향한 분노와 슬픔이었다 여기 박인배21)의 사진(lt望月 9gt)이 있다 그는 청순하고 아름다

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과 얼굴의 실루엣이 불완전하게 균열되어 있다(얼굴을 오려붙인

탓인지 아니면 시간에 의해 생긴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시선은 묘지에 기입된 생년월일로 눈길이 쏠렸다 놀랍게도 1950년과 1980년 한 민족끼

20) 현상학에서 공허한 지향(leere intention)은 lsquo순수 표상 작용rsquo lsquo공허한 사념rsquo lsquo단순한 사념rsquo과 같은 뜻이다 공

허한 지향이란 어떤 상의 그림을 볼 경우 상에 해 설명하는 일련의 언어 표현을 더듬어 생각해 볼 수 있긴 하

지만 그림 자체를 향한 지향은 공허하다 이 말은 그림(지시 상의 존재)자체에 한 직관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즉 내가 사진을 체험할 경우 사진의 상(피사체)의 존재 자체를 향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념된

그 로이거나 혹은 확증되어 있지 않은 공허한 어떤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허란 충족을 결여하고 있으며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21) 박인배는 당시 노동자(자개공)이었으며 5월 21일 금남로 한일은행 사거리에서 목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24

일 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묘지번호에 적힌 1950 9 20은

잘못 기입된 것이고 아들의 원래 생년월일은 1962년 9월 20일이라고 한다(김민정 사진작가와 이금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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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20: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9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리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던 잔인한 시 에 그는 태어났고 죽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의 생(生)과 사(死)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기입된 묘지명의 생년월일의 지시 때문일까

이 사진에는 그의 죽음과 연관되어 그 자체로서 비극적인 부재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현실로서의 비극적인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 있

다 나는 그의 생애 사이에 벌어진 분단민족으로서 625 전쟁(1950)의 공포 유년기 시 의

419혁명(1960) 죽음 직전의 부마항쟁(1979) 등을 새롭게 발견한다22) 이런 역사의 비극

적 폭력 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토 위에서 위되었는지 사진은 있는 그 로

지시하고 나는 비애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금 내가 그들의 얼굴과 윤곽마저도 사라져 가는 정사진 자체의

시간 흐름을 직면해서 더욱 괴로운 것은 공-현전과 존재론적인 슬픔이다 나는 앞서 언급

한 박인배의 자료를 통해 그가 1962년생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란다 그는 나

와 동일한 해에 태어난 것이다 사진을 통한 이 같은 존재론적 연상은 나를 수동적인 상태

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lsquo그는 1980년에 이미 죽었지만 나는 지금도 살

아 있다 그러나 나도 그 누구도 그와 같이 돌연히 또 다른 기성사회의 권력에 의해서 죽임

을 당할 수 있다rsquo라고 되뇐다 어찌 보면 다른 측면에서 그의 죽음을 통해 나의 다가올 미래

의 존재론적인 죽음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되새김 속에서 내가 그들을 통해 느낀 비애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

다 분노의 성질은 이런 것이다 나와 동시 에 태어난 그의 삶과 죽음이 이미 존재했던 군

부 독재 권력에 의한 것이었고 무지막지하고 윤리성이 부재한 어른 권력에 의해 순수한

어린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 간의 뒤틀린 역사의 균열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와 같은 역사의 사실로 안내하면서 내 의식을 분노로 이

동시켰고 윤리적으로 빗나간 어른세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나에게 강박증세

를 일으키게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또 다시 5middot18를 좌파 세력의 반란이자 광주 지역의

소란 정도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교화한다면 전도된 역사이자 또 다시 폭력으로 인한 역사

자체의 지속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소년과 소녀들이 죽어 나간 채 말이 없는데

커다란 군부 세력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불현듯 나의 내면에서 lsquo공포란

이런 것이다rsquo라고 외친다

22) 이 사진을 통해 연상된 것을 의미로 구성하는 것은 객관화 작용이다 즉 정적현상학에서 구성은 구체적으로

타당성에서 정초해 주는 항을 토 로 정초 받는 항으로 초월함으로써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을 의미한다 타당성의 유일

한 담지자가 객관화 작용 즉 이론 이성이기 때문에 정적 현상학에서 본래적 의미의 구성은 오직 객관화 작용 이론

이성에 의해 수립된다(이남인1992)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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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7)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_ 상이 후 사망자

편 2권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8)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 3권_상이 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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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21: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5

망월묘역의 정사진은 나에게 객관적 역사의 시간에 한 반성적 작용을 불러일으

키면서도 기존의 지배 권력에 한 반(反)-감정의 속에서 표류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사진을 보며 사진 인물의 존재 자체를 구성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저 내 안의 반성적 의식과 의지적인 감정 경험들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이동하고 웅얼거

리기도 하고 또 막연히 그들의 돌연한 죽음과 나의 존재론적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리고 그들과 나의 동시 역사들로 추상적으로 동일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5middot18에 단

순히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소중한 혼의 씨앗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관하면서도 내 안에서 그들의 사라져 가는 형상의 lsquo외적 지각과 유사하게 예측하며 공허

한 지평(horizein)23)rsquo 속에서 내 의식 안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났다(Husserl 19522009 이

념들Ⅱ 36쪽)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감정의 체험들은 그때그때 이론적으로 사념되고 판

단에 적합하게 상 자체를 알아 볼 수도 없고 또는 lsquo이 상을 객관화하고 규정하도록 도

와주지 않는다rsquo는 것을 실감했다(Husserl 19522009 이념들Ⅱ 29쪽)

3) 순수한 충동과 상실

한편으로 여기 박금희(1963년생)의 사진(望月 2)이 있다 그녀가 과거 살아 있었을 때인 소

녀시절 사진이 망월묘역에서는 5middot18 때 죽음을 기리는 정사진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 속

그녀는 지금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사진에서 떠올린 연상은 견딜 수 없는 존재론

적 상실의 슬픔이다 아련히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한 오라기 실 같이 보이는 교복 리본 끈

그리고 어둠 속으로 기울어진 그녀가 소멸하고 말 것 같다 그녀는 lsquo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일까rsquo라고 반성하기도 전에 즉각 그녀 스스로 답한다 그것은 그녀

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상은 내가 5middot18 때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능동적으로 구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죽었고 지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그녀는 지금 부재한 존재이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그녀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텅 비어 버린 lsquo연

상의 점(零點)rsquo과도 같은 것이다 달리말해 5middot18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텅 빈 부재가 근원적으로 나를 촉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

23) 후설은 그리스어 lsquohorizein(경계를 짓다)rsquo에서 유래한 이 용어를 제임스(W James)가 의식의 익명성을 밝히

려고 사용한 lsquo언저리(Fringe)rsquo 개념에서 받아들 다 모든 의식작용에는 기억이나 예상으로 함께 주어지는 국면들

이 있는데 이것들은 경험이 발생하는 틀을 형성한다 즉 lsquo지평rsquo은 신체가 움직이거나 정신이 파악해 감에 따라 점

차 확장되고 접근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 사회적 조망을 지닌 무한한 역 인간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

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37쪽 역주 참조)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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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22: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9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4 김민정 lt望月2gt 432times288cm 2000

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수수께끼처럼 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래서 나는 지금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에 한 텅 빈 슬픔과 동시에 5middot18때 그녀가 죽었음

을 애써 상기한다 그것은 사진 자체가 지닌 소멸과 상실이라는 시간이 주는 효과일 수 있

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 그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극적 파토스는 lsquo왜 그녀가 망월묘역

에 있어야만 하고 사라져 가야만 하는지rsquo에 해 되돌아가 묻게 만든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경 헌혈을 실은 차가 기독교병원으로 가기 위해 막 양림다

리를 지날 때 그녀가 차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는 ldquo헌혈하러 가는 길인데 병원으로 데

려가 달라rdquo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ldquo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까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지rdquo라고 말하면서 병원을 나서는 중에 계엄군이 헬기에서

쏜 총에 머리와 배를 맞았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유족회 구술 1 2006

147-148쪽) 이 증언기록을 보고 나서야 이 정사진이 나에게 특별하게 주었던 촉발 연상

보다도 더 근원적인 충동 연상의 진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에서 본 그녀가 죽었다는

슬픔 이전에 내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그 순간에 결행한 헌혈 행위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이고 절 적으로 순수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1980년 5middot18에서 끔찍하게 상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현상학에서는 lsquo본능이 갖는 개시성이란 비록 감각 내지 감각 가능성을 전제하지만 더

욱 근본적으로는 신체운동 감각과 근원적 감정을 동반한 실천적 구성 능력rsquo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자의 본능의) 구성 능력은 단순히 lsquo더 많이 사념함rsquo이라는 표현보다는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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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23: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7

lsquo더 많이 하려함rsquo이라고 강조한다(이남인 1992 245쪽)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본 충격에도 불구하고 lsquo더 많이 하려하

는rsquo 충동 지향성을 지닌 자발적 주체이지 않았을까 분명 5middot18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

을 잃은 것이자 동시에 저항과 순수한 충동의 동력이었던 것은 자신의 헌혈로서 혹은 자신

의 죽음을 불사하고 타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것이자 공동으로 더 많이 하려는 힘의 의지

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거 한 계엄군이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 헬기 집단 발포라

는 역사적 잔혹함은 내 안에서 경악과 분노가 솟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은 어린

소녀의 여린 힘의 의지는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행위와 공존을 향한 존재

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녀의 그 순수한 욕망은 누가 물려준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 순

수한 마음을 죽인 것인가

4 타자의 죽음과 실존적 자각

1) 원초적 주체와 비장함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들은 시간적으로 2014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

나 그들의 시선은 과거의 기억을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달리말해 지금도 그들의 의

식은 과거 지향적(retentional)으로 5middot18 당시의 실존적 현실을 생생하게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현재 그들의 얼굴과 시선을 담은 초상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그들이 5middot18에 lsquo이미 존재했었음rsquo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동시에 사진은 lsquo그들

이 현재에도 살아있다rsquo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이와 같은 나의 근원적

연상은 사진의 상이 나의 주관적인 상상에 따라 마음 로 5middot18이라는 과거의 시간적

인 것이 의식되거나 단순히 기억에 적합하게 다시 현전화(現前化)24)된 것이 아니다 그들

은 나에게 5middot18 과거의 사태들과 과거와 현실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하는 근원

적 연상을 불러 일으켰고 lsquo그것이 확실했다rsquo라는 확실성과 인증으로 직접적으로 현재화

(Gegenwaumlrtigung)된 상 자체로 나타났다 그것은 5middot18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들 각

각의 몸의 경험에 한 사유와 느낌을 lsquo자극(Reiz)rsquo하는 것으로 기능했다(Husserl 1952

2009 이념들Ⅱ 32쪽)

24) 현전화(Vergegenwaumlrtigung)는 기억이나 상상의 경우와 같이 시간middot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지 않는

것을 의식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작용이다(Husserl 19661996 76쪽)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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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24: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9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1980년 5월 20일과 21일 사이 어린 생명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사

진에 있는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인물들마다 과연 어떠한 실존적 경험을 했을까 이 같은 물

음은 5middot18 관련 초상의 인물이 과거에 있었던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와 실천 행위에 이르

기까지 되돌아가 깊이 숙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과거를 굳게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신봉섭(1950년 고흥 출생)은 짧은 머리에 원만하고 둥근 얼굴이지만 굳건한 표정

이다25) 가느다란 눈이 특징적이면서도 덕성스러운 얼굴인 최용식(1955년 광주 출생)과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이흥철(1962년 광주 출생) 그리고 어찌 보면 미소를 머금

은 듯 마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이 지순해 보이는 양인화(1956년 승주 출생) 외에 많은 사진

의 지시 상들은 1980년 5middot18 당시 계엄군의 살상에 분노하며 능동적인 시민군으로 변

모했다 그들은 공수부 에 항했다

나는 사진을 통해 5middot18에 평범한 시민이었던 개별자들이 어떻게 무장시민군이 되었

는지 알고 싶고 그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5middot18 당시 죽음을 향한 충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장함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남로에서 두 구의

시체가 태극기에 덮인 채 수레에 누워 있는 시민을 보았고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

누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공수부 에 의해 이웃들이 부단

히 죽어나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한 실존적 자각은 그들이 공수부 에 응하여 유일하

게 맞설 수 있는 힘으로서 죽음 충동을 향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박남선이 쓴 lt오월 그

날gt(2014 36쪽)에 의하면 ldquo무모하고 잔인한 공수부 들이 우리 광주 시민을 살상하고 나

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생명을 지키려는 정당방위 행위를 했을 뿐rdquo이라고 주장한다26) 이

렇듯 계엄군의 집단 발포(5월 21일)가 있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무장시민군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의 지시 상이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은 이름 모르는 형

누이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어린 소녀들의 찢겨진 죽음 앞에서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존

재론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들의 lsquo바로 그 절박한 순간rsquo을 주목하게 만든다 사

진이 주는 생생한 놀라움은 바로 그 같은 현실에서 민족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

25) 그는 당시 택시 운전사로 총검에 죽은 두 구의 시체를 본 후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1980년 5월 20일 차

량시위를 이끌었다 20일 저녁 6시 40분경에 lsquo차로 공수부 를 쫓아내자rsquo라고 외치며 약 290여 의 택시부 가

광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금남로에서 경적 소리를 울렸다

26) 박남선(1954년 광주 출생)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담 하고 단호한 모습이다 그는 5월 18일 오

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남동생이 공수부 에 의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부터 항쟁에 적극적으

로 참여했다 그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 무장시민군을 이끌었고 25일 밤에 조직된 항쟁지도부에서 무장 시

민군 상황실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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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2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99

인 것을 위한 저항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삶 자체에서 직접 직면한 사태를 자기 안으로

자기의 것 그 자체로 받아들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 자체의 원초적인 고통을

겪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고 공수부 에 한 저항으로써 죽음충동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인 용기와 힘의 의지를 발현하여 자발적 시민군이 되었고 곧 그들

의 행위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저항의 공동체를 촉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항전

의 비장함을 통해 개인이 lsquo죽음의 공포rsquo를 넘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과 이

들이 구경꾼으로서 개인을 넘어서 초월적인 역사의 주체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충동이 있

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5middot18 초상사진의 지시 상이 나를 압도하는 것

은 그들이 공존을 향한 가치를 지향하고 저항의 실천행위로서 죽음을 불사한 빛나는 용기

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2) 외곽 지역 살상과 목격

다른 한편으로 사진이 명증적일 때 사진의 지시 상이 갖는 진실은 강렬하다 그것은 사

실 증명 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시각적으로 드러난 형태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인물의 존재론적 체험 자체에 한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무엇인가로 이끌린다 그것은 어

떠한 추론도 관념도 아니다 그것은 완강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완

강한 진실은 반드시 내 의식 안으로 뚫고 들어와 정신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을 준다 왜

냐하면 그것은 그만큼 너무나도 확실하고 명증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로서 lsquo거

기에 살상 행위가 존재했었다는 진실rsquo 때문이다 사진의 리얼리티는 그 직접성이라는 특성

이 있는 매체이므로 미래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지시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고 우리가 그 진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한다

나는 강해중(1942 화순 출생)의 안경을 통해 lsquo반 된 바깥 세계rsquo를 본다 답답하고 가

슴이 아프다 그녀의 두 눈이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양미간에

굵은 주름이 새겨진 모습은 다른 얼굴들과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빠져 들

게 만든다 1980년 5월 22일 그녀와 세 아이들은 지원동을 거쳐 친정에 있는 화순에 가고

있었다 시위 를 태운 버스가 광주-화순도로에 도착했을 때 시위도로 봉쇄 작전을 하고

있던 계엄군들은 도로 위에 집중 사격을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총에 맞았고 의식을 잃

었다 강해중은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두 눈이 실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료구술집 1990 978-980쪽 참조)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내가 그녀의 양미간의 깊은 주름과 그녀가 울고 있다는 lsquo인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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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26: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10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5 김민정 lt홍금숙gt 396times594cm 2014

상적인 지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녀의 삶 내내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lsquo가슴이 아프다rsquo를 넘어서 lsquo마음을 에이게rsquo 했다 1980년 5월 이래로 그녀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분노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

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안을 삼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수없

이 많은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계속 겪을 고통이

연속되는 이 개별자의 고통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유독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고 아직도 어떤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홍금숙(1963년 광주 출생)의 사진이 있다 나는 순간 ldquo무언가 특별한 눈빛이야rdquo라고

소리쳤다 1980년 5월 23일 오후 2시와 3시 사이 공수부 가 주남마을 앞에서 소형 버스

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었다 이미 lsquo주남마을 양민학살rsquo로 잘 알려진

사건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유일한 생존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래

서일까 그녀의 시선은 얼굴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충격을 생

생하고도 강렬하게 지시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미니

버스가 지원동 마을 입구에 왔을 때 부근에 매복해 있던 공수부 원들이 버스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27) 그 당시 그녀는 여고 3학년생인 박현숙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제일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박현숙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죽어 가는

27) 미니버스에 여고생 2명 여 생 2명 남학생 14명으로 총 18명의 남녀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무장을 하고 있

던 버스 안의 사람들도 응전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중 남자 2명은 모

소령의 지시에 의해 총살당했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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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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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27: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1

생생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사료구술집 1990 971-973쪽 참조)

내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선의 심리적 경험은 접촉 불가능성과 접촉 가능성이라는 상

충된 경험이었지만 이 두 시선과 그들의 육체가 경험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한 명증성이

었다 그들의 시선이 본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계엄군들이 난타한 총탄에 의해 직접 맞았

다는 것과 그녀들의 목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몸소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사진의 지시 상 자체가 인증하는 명증성(Evidenz)28)과 그녀들의 충격의 상흔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동원한다하더라도 설명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이 같은 상흔을 어떠한 언

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정치적 패권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들끼리 싸우

고 5middot18의 상흔을 집단화시키기에 정신없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개별자적 트라

우마의 상흔을 진지하게 공감하고 귀 기울인 적이 있기나 한가 만약 100년 아니 수백 년이

지나서도 그녀들이 우리 후손들을 향해 강렬하게 응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죽음의 행진과 세대 간의 초월

하얀 풀 무덤들 사이에 두 개의 정사진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세 간

의 동시죽음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들은 실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다 순간 착각이다 사

진은 눈(雪) 무덤들 사이에 세 의 죽음을 아련히 배치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내가 주목

하는 것은 고등학생 안종필(1964년생)의 정사진(lt望月16gt)이다 그는 lsquo김 중이 잡혀

간 것에 해 충격을 받고 도청에서 심부름 하겠다rsquo 고 어머니를 설득한 뒤 1980년 5월 27

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죽었다(유족회구술 2 2006 367쪽) 안종필이 존재해 왔던 생활

세계가 광주 지역이고 세 에 걸쳐 정치적인 소외의 역사로서 광주 지역의 특수성을 본

다 그리고 5middot18 때 광주 지역의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에 죽었다는 것을 본다 나는 5middot18

에 한 그 어떠한 논리적middot정치적 해석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무차별

죽임을 당할 정도로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체로 이성적 의

식의 한계 즉 나의 자아가 결여된 채로 그들 사이에 있는 움푹 패인 검은 구멍만 응시했다

28) 후설은 명증성(Evidenz)을 주어진 사태가 의식과 일치(adaequatio)한 lsquo충전적 명증성rsquo과 주어진 사태를 결

코 의심할 수 없는 lsquo필증적(apodiktisch) 명증성rsquo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그는 정태적 분석에서 진리를 충전적 명증

성과 필증적 명증성의 합치로 보았지만 발생론적 분석에서는 명석함과 판명함의 정도에 따라 단계 지어지며 충전

적이 아닌 것에도 필증적 명증성은 있으므로 필증적 명증성이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의식 초월적 상

이라도 필증적 명증성을 근거로 경험의 지향적 지평구조에 따라 rsquo사태 그 자체lsquo에 부단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Husserl 19522009 이념들 II 36쪽)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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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M (1990) Pheacutenomeacutenologie mateacuterielle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박 옥 (역) (2012)

lt미셀 앙리 물질현상학gt 서울 자음과 모음

Marder E (2010) Dark room reading Scenes of maternal photography The Oxford Literary

Review 32(2) 231-270

사진집과 다큐멘터리

김민정 (2015) lt5 middot 18을 생각한다 middot Thinking of May 18gt 광주 모던칼라 기획

5 middot 18기념재단 (1991)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May the Triumph Democracy)gt 사진집 서울 사진

예술사

노순택 (2012) lt망각기계gt 서울 청어람미디어

이상일 (2000) lt이상일의 망월동gt 비타임

5 middot 18기념재단 (2008) lt오월의 사진첩gt 아카이브북스

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28: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10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6 김민정 lt望月 16gt 432times288cm 2001

사진 7 김민정 lt김성용gt 396times594cm 2014

그 못지않게 사진과 사진 인물이 지시하는 것은 나를 불타오르게 한다 사진의 지시

상이 주는 세 간의 교차 연상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경외감이었다 그리고

여기 김성용 신부(1934년 정읍 출생)가 있다 그는 자연스럽고 솜털처럼 하얀 머리와 다듬

지 않은 무성한 흰 눈썹 그리고 검은 안경에 목 주위의 흰 칼라가 돋보이는 검은 신부복을

입고 있는 절제 있고 중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사진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김 신부는 1980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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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29: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3

년 5월 26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lsquo죽음의 행진rsquo을 감행했다 그때 도청 안에는 고등학생 안종

필과 문재학이 살아 있었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들의 절 적인 주권의식과 원초적인

사랑의 실천 행위다 그가 단순히 종교인이기 이전의 정의롭고 초월적인 사랑을 헌신적으

로 보여 준 결단력 앞에서 나는 어떠한 언어도 필요 없는 무한한 경외감에 충만함을 느낀다

사진이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재야 어른들의 탱크를 향한 죽음의 행진이 이미 예고된

젊은 죽음과 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초월적인 염려와 사랑 속에서 행해졌다는 것

이다 또한 김성용 신부는 lsquo5middot18 광주민중항쟁rsquo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광주 시민들의 울분

에서 촉발된 원초적인 저항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그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죽음 충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다 게다가 사진의 지시 상은 5middot18민중항쟁 동안 내내 아

니 우리나라 역사를 근원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그 무엇으로도 체할 수 없는 온 세 들을

초월한 연 저항이자 원초적인 사랑이 서로 융합되어 발생하 음을 생생하게 믿게 만든다

5 애도 불가능한 사랑

1) 유년의 영혼

이귀복(1936년 장성 출생)의 사진에서 이마의 깊은 주름과 몇 오라기만 거칠게 남아 있는

흰 눈썹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절망과 동시에 굳건한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그의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본능적 의지에 사로잡혀 있고 동시에 오랫동

안 꽉 다문 입은 침묵 속의 어떤 다짐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쓰리게 찌르기 때문이다

1989년에 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가족회29)에서 펴낸 lt광주민중항쟁비망록gt의 출판 기

념회와 유족회 현판식이 있던 날 비망록을 펴든 이귀복은 아들임을 확신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2쪽)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시체 사진에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박에 알아본 것은 7살 이창현(1973년생)

이었다30) 그러나 그는 끝내 아들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권력 기구인 법원이

29) 1988년에 5middot 18 유족회의 명칭이 lsquo5middot18광주의거유족회rsquo에서 lsquo5middot18광주민중항쟁유족회rsquo로 바뀌었다(lt한

겨레gt 1988년 6월 7일 자) 유족들은 그 당시 현재의 망월동 5middot18묘역의 이동 문제와 광주 문제 치유를 위한 민

간협의기구 구성 그리고 유가족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사업계획으로 포함시켰다

30) 이창현은 1980년 5월 19일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거의 두어 달 학교를 다녔다

신군부의 정권탈취 수단이 된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치고 5월 19일부터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1994

년 창현이는 당시 5middot18민중항쟁의 사망자로서가 아니라 행방불명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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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30: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10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사진 8 김민정 lt이귀복gt 396times594cm 2014

유골 감정에 한 약속을 해 놓고 lsquo서류가 분실되었다rsquo(유족회 구술 1 행방불명자 편 2007

288쪽)라는 통고로 아버지인 그와 그의 아들을 또 다시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

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무참하게 죽고 끝내 유골마저도 되찾지 못

한 5middot18 의 버려진 유년의 혼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나를 찌르며 깊이 깨닫게 하는 것은 끝내 어딘가에 있을 어린 혼을 온전히 찾고야

말겠다는 절 버릴 수 없는 사랑의 힘이다 또한 결코 변할 수도 없는 개별자의 완강한 의

지와 충동에 한 존엄성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은 버려진

(아들의) 혼과 긴 세월 동안의 되찾고자 하는 아들을 향한 사랑의 광기다

2) 극한의 사랑

정사진(lt望月 14gt)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재학(1964년생)31)의 분위기는 마치 우주의

지평에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폭도의 모습이라곤 전

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민수습 책위에서 활동했고 1980년 5월 27일 새벽까지 도청에

남았다 그리고 죽은 채 폭도가 되었다 ldquo엄마 아무래도 창근이가 죽은 것 같아요 긍게 창

근이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심부름하다 갈게rdquo라는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그의 어

머니에게 남기고 그는 죽었다(유족회구술 2 320-329쪽) 그는 순수한 우정을 지키며 이해

31) 문재학은 묘지번호 2-34이고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총상(좌복부 및 관통

총상 하악골 분쇄 골절상)으로 죽었다(유족회 구술 2 2007 329쪽)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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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31: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5

사진 9 김민정 lt望月 14gt 432times288cm 1998

사진 10 김민정lt김길자gt 396times594cm 2014

할 수 없는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가장 순수한 우정의 가치와 따뜻한 목소리

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rsquo이다

그의 어머니인 김길자(1940년 암 출생) 또한 선량하고 자애로운 모습이다 그녀는

원한 슬픔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가슴 아프게 보는 것은 1980년 5middot18 이래로 2014 현

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녀 가슴에 깊게 패인 상실과 슬픔의 시선이

다 그녀의 아들은 5middot18 당시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당해 가매장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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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32: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106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되자마자 그녀는 아들이 가매장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아들의 시신을

목격했다(유족회 구술 2 2006 323쪽) 그리고 아들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폭도로 왜곡되

고 짓밟히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했다 그 당시 신군부 권력은 폭도라는 이름으로 김길자의

아들 문재학을 체했다 그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와서 5middot18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라는

사회의 상징적 애도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체는 오히

려 어머니의 가슴에 아들의 부재에서 오는 빈 구멍만 패이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떠한 애도로도 채워 줄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구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

을 향한 그리움과 아들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

한 삶은 군부 권력에 한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온 시간 내내 아들의

순수한 가치에 한 신념과 아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시켜 내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놀라는 것은 그녀는 아들과 어머니라는 단순히 모성애를 넘어서는 그녀 자신 스스로 현실

을 넘어서는 초월된 분위기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 모두에게서 자신의 사랑을 지속하는

개별자적 시간의 특수성과 그 자체 지속을 충족시키고 지속을 넘어 확장되는 실재적 징표

를 본다(Husserl 19652014 58쪽) 문재학은 친구의 죽음으로 그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

는 비약을 하고 김길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녀 스스로 삶을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다시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효과는 한 순간의 단편적이고 불연속적

인 현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진이 사회에 틈과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로

서 중요한 역할은 그 상 자체의 삶 전체 동안 내내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삶의 가치가 지

속되는 시간들의 충만함이다 이보다 더 궁극적인 효과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

람들의 사랑의 관계를 진실하게 누설시키는 힘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확실히 본 진실은

아들 문재학의 죽음이 그의 어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고 그의 어머니 김길자는 가장 순수

한 가치와 목소리를 지닌 lsquo 원한 청년 문재학rsquo으로 진정한 자리를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는 문재학과 김길자를 통해 5middot18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개별자의 고유한 경험은 결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거나 기념비

의 이름으로 상징화되거나 lsquo꽃rsquo으로도 은유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진 또

한 생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불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 상의 삶 전체를 불러오는 연속

적인 것으로 이것이 사진의 진정한 마력적인 힘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진은 사회가

저질러 놓은 전도된 현실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lsquo죽은 아들-살아 있는 어머니rsquo의 전도된 시

간 사이에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과 사랑의 빈 구멍이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 구멍을 맴돌면서 살아 존재했던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끈질긴 지속이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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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33: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7

사진 11 김민정lt김순자gt 396times594cm 2014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삶의 실천으로서 사랑의 공동체

김순자(1954년 순천 출생)의 초상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과도할 정도로 투명한 눈

빛과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해 눈가의 굵은 두 줄기 주름과 주

위의 잔주름들이 인상적이다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감과 단단함이 강도 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빈틈없이 살아 온 긴장된 삶의 흔적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

날수록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나에게 규정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남아 있

었다 그와 같은 상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된 얼굴 표정이나 주름 등과 같은 외적 지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강렬한 눈빛 거기에는 사랑과 죽음만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삶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사랑의 공동체로 빠져들었다 엘리사 마더(Marder 2010)

의 주장처럼 사진의 기능은 현실의 지배적인 코드 체계에 속해 있는 시각적인 지각이나

어떤 주관적인 기억보다 훨씬 더 앞서 있는 확실한 과거의 현실과 존재의 전체적인 삶의 시

간을 되살려낸다

고(故) 김 철은 1980년 5월 19일 공수부 원들이 신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등고시학원에 있는 청년들을 기어 나오게 하더니만 군홧발로 짓밟

고 몽둥이로 무차별 난타한 후 군용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고(故) 김 철과 들불야학팀은 공수부 의 잔학상과 이에 항하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보와 lt투사회보gt를 제작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시민학생투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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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Damisch H (1978) Five notes for a phenomenology of the photographic image

Photography(Summer 1978) October 5 70-72

Dubois P(1990) Lrsquoacte photographiqu 이경률 역(2004) lt사진적 행위gt 서울 마실가

Cadava E amp P Corteacutes-Rocca (2009) Notes on love and photography G Batchen (Ed)

Photography degree zero London The MIT Press

Husserl E (1966) Analysen zur passiven Synthesis Aus Vorlesungs-und Forschungsmanuskripten

(1918-1926) Hrsg v M Fleischer Den Haag 1966 (Hua XI)

Husserl E (1952) ldeen zu einer reinen Phanomenologie und phanomenologischen Philosophie I

(1913) 이종훈(역) (2009) lt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I IIgt 서울 한길사

Husserl E (1952) Zur Phaumlnomenologie des inneren Zeitbewuβtsein 1893sim1917(Hua X) 이종훈

(역) (1996) lt시간의식gt 서울 한길사

Husserl E (1965) Philosophie als strenge Wissenschaft(1911) 이종훈 (역) (2014) lt엄 한

학문으로서의 철학gt 서울 지식을 만드는 지식

Henry M (1990) Pheacutenomeacutenologie mateacuterielle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박 옥 (역) (2012)

lt미셀 앙리 물질현상학gt 서울 자음과 모음

Marder E (2010) Dark room reading Scenes of maternal photography The Oxford Literary

Review 32(2) 231-270

사진집과 다큐멘터리

김민정 (2015) lt5 middot 18을 생각한다 middot Thinking of May 18gt 광주 모던칼라 기획

5 middot 18기념재단 (1991)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May the Triumph Democracy)gt 사진집 서울 사진

예술사

노순택 (2012) lt망각기계gt 서울 청어람미디어

이상일 (2000) lt이상일의 망월동gt 비타임

5 middot 18기념재단 (2008) lt오월의 사진첩gt 아카이브북스

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34: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108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위원회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고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항전하다 체포되었다 고아원

을 운 했던 어머니의 향을 많이 받은 그는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외받은 사람들

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평생 살기로 결심했다 김순자와 결혼하고 그는 신용협동

조합에서 활동한다32) 이때의 기억을 김순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천석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솔이 많으면 좋겠다고 하여 남편이 YWCA 신협에서 데려

와 의동생으로 삼은 고아 박용준33)과 강학들을 먹여 살렸어 들불야학 강학들과 아파트

청년 야학생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lsquo선구자rsquo나 lsquo저 푸른 들판의 솔잎 되어rsquo 등을 자주

불렀지 상원34)이 삼촌은 구성진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잘해 인기가 단했고 노란 삼베

저고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관현35)(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 삼촌은 각설이 타령

을 용준이 삼촌은 가곡을 정말 잘 불렀어 노래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훌륭한 청년들이

었지 나는 lsquo청실홍실rsquo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특히 상원이 삼촌이 땅바닥을 구르며

좋아했어 hellip 언젠가 노동자로 일하며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한 박기순36)(1957-1978 들

불야학의 창립 멤버)이 과로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었어 나와 남편은 그 소식을 접하

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광천동천주교회 야학교실에서 장례식을 하고 전남 사범 앞

에서 추도식을 한 후 망월동 공동묘지에 묻어 주었지(사료구술집 김순자의 김 철 증언

220쪽)37)

32) 그는 소외된 계층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 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 복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 1978년 만들어

진 들불야학은 중학교 과정을 교육하며 민주시민양성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들불야학팀을 운 하면서 강학(선

생님이 아니라 강의하고 배운다는 뜻)들을 만났다

33) 박용준은 고아원과 무등육아원 등 복지시설에서 성장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 YWCA 신협에 다니다 신

협직원이었던 고(故) 김 철(시민군 기획실장 98년 작고)과 의형제를 맺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의 방직공

장 지 던 광천동에서 시민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주민운동과 노동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들불야학에

참여한다 5middot18민중항쟁 때는 진실을 알리던 시민신문 lt투사회보gt를 제작한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시

동구 의동 옛 광주 YWCA에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다

34) 윤상원(1950sim1980)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면 신룡리에서 태어나 전남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1979년에 들불야학에 강학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5middot18민중항쟁 당시

lsquo시민학생투쟁위원회rsquo 변인이었고 광주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이었던 lt투사회보gt를 발행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2층 민원실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35) 박관현(1953sim1982)은 들불야학 강사로 참여했고 1980년 당시 전남 총학생회장이었다 1982년 4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체포됐던 그는 그해 lsquo5middot18민중항쟁 진상 규명과 교도소 내 처우 개선rsquo을 요구하며 40여 일

간 단식 중에 옥중에서 사망한다

36) 박기순(1957sim1978)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전남 학교 국사학과를 다니면서 노동운

동과 들불야학을 주도한다 그녀는 윤상원에게 들불야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윤상원은 강학으

로 참여한다 그녀는 1978년 12월 27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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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2권gt 한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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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Summer 1978) October 5 70-72

Dubois P(1990) Lrsquoacte photographiqu 이경률 역(2004) lt사진적 행위gt 서울 마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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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degree zero London The MIT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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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sserl E (1952) ldeen zu einer reinen Phanomenologie und phanomenologischen Philosophie I

(1913) 이종훈(역) (2009) lt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I IIgt 서울 한길사

Husserl E (1952) Zur Phaumlnomenologie des inneren Zeitbewuβtsein 1893sim1917(Hua X) 이종훈

(역) (1996) lt시간의식gt 서울 한길사

Husserl E (1965) Philosophie als strenge Wissenschaft(1911) 이종훈 (역) (2014) lt엄 한

학문으로서의 철학gt 서울 지식을 만드는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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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미셀 앙리 물질현상학gt 서울 자음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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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32(2) 231-270

사진집과 다큐멘터리

김민정 (2015) lt5 middot 18을 생각한다 middot Thinking of May 18gt 광주 모던칼라 기획

5 middot 18기념재단 (1991)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May the Triumph Democracy)gt 사진집 서울 사진

예술사

노순택 (2012) lt망각기계gt 서울 청어람미디어

이상일 (2000) lt이상일의 망월동gt 비타임

5 middot 18기념재단 (2008) lt오월의 사진첩gt 아카이브북스

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3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09

혹독한 고문으로 정신분열이 되어 나온 고 김 철과 살아온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다 정신분열로 고통받으면서도 5middot18의 진실을 잊지 않았던

죽은 남편과 가족과도 같았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토록 그녀가 상처 받았다면

그 상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이기 때문이고 역사의 뿌리인 그들의 죽음과 그녀

의 삶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사랑의 상처이자 상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지금 모두 부재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에서 그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살아 움직이는 환각을 본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내가 깊이 머물고 싶은 충동의 시간과 장소는 사각의 프레임의 사진 너머에 5middot18

과 그들의 죽음이 발생하기 이전에 살아온 현실의 존재론적 삶과 사랑 자체의 공동체다

나는 그것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투명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

함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투명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앙드레 브르통(Andreacute Breton) 의 lsquo미친

사랑(Mad Love)rsquo과 같은 부재한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욕망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한다 나는 당신만을 욕망한다 hellip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유령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당신을 찾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세계

가 새롭게 비추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련의

광명의 빛이 우리에 꿰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다(Andreacute Breton Eduardo Cadava amp Pola

Corteacutes-Rocca p105 재인용)

그녀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시선에 빠져들면 남편 고(故) 김 철38)의 ldquo죽었다 하지

마라 잔단다 잔단다 하라rdquo39)라는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베첸(Bachen

2009)이 말하듯이 사진은 산 자와 죽은 자들 간의 소통 속에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37) 위의 증언에서 언급된 박기순 열사과 윤상원 열사는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lsquo 혼결혼식rsquo

을 올린다 lsquo님을 위한 행진곡rsquo은 이들에 한 존경과 사랑을 찬사하는 노래로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만

질 수도 없는 부재한 그들의 원한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38) 1980년 10월 25일 보통군법회의에서 김 철은 12년형을 받고 2심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후 최후 진술에서

ldquo광주의거는 하느님과 광주 시민 모두가 인정하는 정당방위이고 광주 시민 전체가 협조하여 진행된 의거rdquo라고 당

당히 외치며 ldquo자랑스런 민주 시민 광주 시민 만세rdquo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심한 환각과 환청증세로 정신 이상이 되

어 198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다 1982년 10월 즈음 전주예수병원에서 뇌수종 판정을 받고 1982년 11월

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984년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사료 구술

집 1990 223쪽) 그는 1998년 8월에 자택에서 별세했다

39) 5middot18기념재단 제작middot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middot18gt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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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iddot 18기념재단 (2008) lt오월의 사진첩gt 아카이브북스

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36: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110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에 lsquo우연성의 아주 미미한 불꽃(the tiny spark of contingency)rsquo을 불길처럼 활활 달아오르

게 한다 그녀의 지금 현실의 삶 자체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 자체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속에서 충만하듯이 우리 또한 사진과 사진의

지시 상들의 삶 자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원시적인 힘과 같은 순

수한 사랑의 공동체의 충만함을 고귀한 선물처럼 느끼지 않는가 5middot18 관련 모든 초상사

진들을 가로질러 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날의 빛나는 혼들과 우리가 여전히 동행하고 있

음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선 lsquo 정사진rsquo에서 그들이 망월동 제 3묘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1980년 5middot18민중항쟁

의 과거의 현실 시간으로 나를 즉각 이끌었고 신군부 폭력에 의한 돌연한 죽음에 한 연

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lsquo 정사진rsquo이라는 사진 자체의 형식과 내용은 5middot18 당시 죽음 이

전에 그들이 살아 있었던 어린 시절의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들은 1980년 군부 권력

의 폭력이 있었던 현실에서 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와 동

년배이고 그들과 비슷한 역사적 시간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군부 권력에 저항했든 아니면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든 상관없이 그들은 lsquo1980년

5middot18에 죽었다(부재)rsquo는 것이고 나는 지금 현재 살아 있고 그들의 정사진을 통해 그들

의 순수한 저항과 돌연한 죽음이라는 역사의 진실과 그 죽음 이전의 유년기나 청년기의 삶

의 시간(현존)이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의 시간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현실의 갇혀 사는 삶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폭력에 의한 돌연하고도 순수한 죽음에

한 존재론적인 연민과 비통함을 느꼈고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 온 나의 삶과 존재

론적인 죽음에 한 깊은 슬픔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lsquo오월의 초상들rsquo은 나와 같은 지금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는 5middot18 관련 인물들이다 그 초상들의 형식과 내용은 내가 바라

보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의 시간보다 바로 가까운 시간 이전에 찍혀진 현재의 초상들이고

(2014년) 그들은 나와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체들이다 나는 언론을 통해서나

혹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증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특이하게도 lsquo오월의 초상rsquo 사진의 형식 그 자체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육체와 표

정 그리고 눈빛을 통해 직접적으로 1980년 5middot18 역사의 과거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 현실의 삶의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그 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참고 문헌

김호 (2009) 화 이미지와 얼굴의 미학 유럽의 무성 화 이론을 중심으로 lt외국문학연구gt 35호

69-90

김태희 (2014) 근원연상의 현상학 연상의 층위들과 그 시간성 철학연구회 lt철학연구gt 106호

107-131

박기순 middot 윤상원 (1982) 어느 결혼식 URL httpblognavercom00to2420209876430

박남선 (2014) lt오월 그날 시민군 상황실장 광주상황보고서gt 광주 샘물

서중석 (2012) 광주항쟁과 천주교회의 진실 알리기 lt신학전망gt 178 170-212

이남인 (1992) 본능의 현상학과 선험적 현상학 lt철학연구gt 30권 1호 223-258

이남인 (1993) 본능적 지향성과 상호주관적 생활세계의 구성 lt철학과 현상학연구gt 7호 38-63

이선관 (1996) 역사적 인식의 가능성에 한 현상학적 성찰 lt철학연구gt 18호 1권 65-101

이종훈 (1999) 후설현상학에서 역사성의 문제 lt철학과 현상학연구gt 12호 51-87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6) lt그해 5월 나는 살고 싶었다 1 2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7)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_ 행방불명자 편

1권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7)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_ 상이 후 사망자

편 2권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8)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 3권_상이 후 사망

자 편gt 심미안

전남사회문제연구소(편) (1988) lt5middot18광주민중항쟁자료집gt

최정운 (2001) 절 공동체의 형성과 해체 lt5middot18민중항쟁사gt 광주광역시5middot18사료편찬 위원회

한국현 사사료연구소(현사연) (편) (1990)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 서울 풀빛

한전숙 (1996) lt현상학gt 서울 민음사

Aumont J (1992) Du visage au cineacutema Cahiers du Cineacutema Paris 김호 (역) (2006) lt 화 속의

얼굴gt 마음산책

Barthes R (1980) La chambre claire Note sur la photographie Cahiers du Cineacutema

Barthes R (1980) La chambre claire Note sur la photographie 김웅권(역) (2006) lt밝은 방gt 서울

동문선

Barthes R (2003) La preacuteparation du roman I et II Cours et seacuteminaires au collegravege de France

(1978-1979 et 1979-1980) Paris Seuil

Batchen G (2009) Camera Lucida Another little history of photography G Batchen(Ed)

Photography degree zero London The MIT Press

Benjamin W (1931) One-Way Street and Other Writing

Burnett R(1991) Camera Lucida Roland Barthes Jean-Paul Satre and photographic image

Continuum The Austrarlian Journal of Media amp Culture Vol6 no2 pp 5-24

11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Damisch H (1978) Five notes for a phenomenology of the photographic image

Photography(Summer 1978) October 5 70-72

Dubois P(1990) Lrsquoacte photographiqu 이경률 역(2004) lt사진적 행위gt 서울 마실가

Cadava E amp P Corteacutes-Rocca (2009) Notes on love and photography G Batchen (Ed)

Photography degree zero London The MIT Press

Husserl E (1966) Analysen zur passiven Synthesis Aus Vorlesungs-und Forschungsmanuskripten

(1918-1926) Hrsg v M Fleischer Den Haag 1966 (Hua XI)

Husserl E (1952) ldeen zu einer reinen Phanomenologie und phanomenologischen Philosophie I

(1913) 이종훈(역) (2009) lt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I IIgt 서울 한길사

Husserl E (1952) Zur Phaumlnomenologie des inneren Zeitbewuβtsein 1893sim1917(Hua X) 이종훈

(역) (1996) lt시간의식gt 서울 한길사

Husserl E (1965) Philosophie als strenge Wissenschaft(1911) 이종훈 (역) (2014) lt엄 한

학문으로서의 철학gt 서울 지식을 만드는 지식

Henry M (1990) Pheacutenomeacutenologie mateacuterielle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박 옥 (역) (2012)

lt미셀 앙리 물질현상학gt 서울 자음과 모음

Marder E (2010) Dark room reading Scenes of maternal photography The Oxford Literary

Review 32(2) 231-270

사진집과 다큐멘터리

김민정 (2015) lt5 middot 18을 생각한다 middot Thinking of May 18gt 광주 모던칼라 기획

5 middot 18기념재단 (1991)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May the Triumph Democracy)gt 사진집 서울 사진

예술사

노순택 (2012) lt망각기계gt 서울 청어람미디어

이상일 (2000) lt이상일의 망월동gt 비타임

5 middot 18기념재단 (2008) lt오월의 사진첩gt 아카이브북스

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37: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1

처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현재의 개별적인 삶에

서도 지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어떠한 사회적middot정치적

담론들의 오염으로부터 5middot18의 빛나는 정신과 역사적 진실을 지켜내기 위해 두 눈 부릅

뜨고 살아가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도 초상사진의 얼굴에는 바로 사랑과 죽음 그리고 빛

나는 용기가 있었다

만약 5middot18의 진정한 동기를 사회구조의 왜곡된 정치권력 담론 체계로 단순히 환수

시켜 버린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개개인마다의 항쟁의 동기와 개별

자마다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은폐시키는 꼴이 된다 또한 신군부의

공수부 가 시위진압 차원을 넘어서서 시위에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

러를 가한 잔혹성의 양상들을 은폐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폭력이든 혹은 누구이든 상

관없이 가장 잔인한 상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편향적인 정치담론이나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식의 현상적인 언론 이미지들 그리고 감성적인 언어들을 모두 헐어

내 버리고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을 바라보면 우리는 5middot18민중항쟁의 현실과 그것을 맞닥

뜨린 초상 인물들의 삶 자체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의지와 타자들과 함께 살려는 순수한 정

신과 공동체적인 연민의 정서가 있었음을 볼 것이다 연민이란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공감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고 나의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그 일례로 그 당시 사촌 형에 의해 이끌려 서울로 올라갔던 나일

성이 23일 광주로 다시 돌아와 기동타격 가 되기로 한 결단이 있었다 그 결단 이면에 그

무엇이 작용했을까 명백한 것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선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민이었을

것이다 나일성은 지금도 심각한 척추통증과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는 ldquo5middot18

당시 무엇을 꿈꾸었는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rdquo(김민정 2015)라고 말한다 더욱 가

슴 아픈 것은 고(故)김경철의 어머니인 임금단은 아들의 원한 죽음과 그 아들과 그 딸의

사랑이 끊겨져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손녀 혜정이가 할머니인 그녀를 lsquo엄마rsquo라고 부르

는 것을 받아들 다(김민정 2015) 또한 버려진 아들 창현이의 유년의 혼을 찾아 헤매

다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이귀복의 나날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신군부 권력은 상식을 초월

하는 세 간의 비극과 혼돈을 낳은 원인인 셈이다 게다가 김순자가 현실의 삶을 살아가

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이미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없이 달려가는 순간순간마다 그녀의 마음을 붙들어 매야만 하는 긴장된 삶과 그저 흐르기

만 하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어떠한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지배적인 사회

가 5middot18의 개별자적 상실과 사랑을 단순히 희생자로 집단화시키고 환수시킨다 하더라도

개별 주체들의 상실과 저항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배 사회의 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참고 문헌

김호 (2009) 화 이미지와 얼굴의 미학 유럽의 무성 화 이론을 중심으로 lt외국문학연구gt 35호

69-90

김태희 (2014) 근원연상의 현상학 연상의 층위들과 그 시간성 철학연구회 lt철학연구gt 106호

107-131

박기순 middot 윤상원 (1982) 어느 결혼식 URL httpblognavercom00to2420209876430

박남선 (2014) lt오월 그날 시민군 상황실장 광주상황보고서gt 광주 샘물

서중석 (2012) 광주항쟁과 천주교회의 진실 알리기 lt신학전망gt 178 170-212

이남인 (1992) 본능의 현상학과 선험적 현상학 lt철학연구gt 30권 1호 223-258

이남인 (1993) 본능적 지향성과 상호주관적 생활세계의 구성 lt철학과 현상학연구gt 7호 38-63

이선관 (1996) 역사적 인식의 가능성에 한 현상학적 성찰 lt철학연구gt 18호 1권 65-101

이종훈 (1999) 후설현상학에서 역사성의 문제 lt철학과 현상학연구gt 12호 51-87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6) lt그해 5월 나는 살고 싶었다 1 2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7)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_ 행방불명자 편

1권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7)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_ 상이 후 사망자

편 2권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8)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 3권_상이 후 사망

자 편gt 심미안

전남사회문제연구소(편) (1988) lt5middot18광주민중항쟁자료집gt

최정운 (2001) 절 공동체의 형성과 해체 lt5middot18민중항쟁사gt 광주광역시5middot18사료편찬 위원회

한국현 사사료연구소(현사연) (편) (1990)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 서울 풀빛

한전숙 (1996) lt현상학gt 서울 민음사

Aumont J (1992) Du visage au cineacutema Cahiers du Cineacutema Paris 김호 (역) (2006) lt 화 속의

얼굴gt 마음산책

Barthes R (1980) La chambre claire Note sur la photographie Cahiers du Cineacutema

Barthes R (1980) La chambre claire Note sur la photographie 김웅권(역) (2006) lt밝은 방gt 서울

동문선

Barthes R (2003) La preacuteparation du roman I et II Cours et seacuteminaires au collegravege de France

(1978-1979 et 1979-1980) Paris Seuil

Batchen G (2009) Camera Lucida Another little history of photography G Batchen(Ed)

Photography degree zero London The MIT Press

Benjamin W (1931) One-Way Street and Other Writing

Burnett R(1991) Camera Lucida Roland Barthes Jean-Paul Satre and photographic image

Continuum The Austrarlian Journal of Media amp Culture Vol6 no2 pp 5-24

11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Damisch H (1978) Five notes for a phenomenology of the photographic image

Photography(Summer 1978) October 5 70-72

Dubois P(1990) Lrsquoacte photographiqu 이경률 역(2004) lt사진적 행위gt 서울 마실가

Cadava E amp P Corteacutes-Rocca (2009) Notes on love and photography G Batchen (Ed)

Photography degree zero London The MIT Press

Husserl E (1966) Analysen zur passiven Synthesis Aus Vorlesungs-und Forschungsmanuskripten

(1918-1926) Hrsg v M Fleischer Den Haag 1966 (Hua XI)

Husserl E (1952) ldeen zu einer reinen Phanomenologie und phanomenologischen Philosophie I

(1913) 이종훈(역) (2009) lt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I IIgt 서울 한길사

Husserl E (1952) Zur Phaumlnomenologie des inneren Zeitbewuβtsein 1893sim1917(Hua X) 이종훈

(역) (1996) lt시간의식gt 서울 한길사

Husserl E (1965) Philosophie als strenge Wissenschaft(1911) 이종훈 (역) (2014) lt엄 한

학문으로서의 철학gt 서울 지식을 만드는 지식

Henry M (1990) Pheacutenomeacutenologie mateacuterielle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박 옥 (역) (2012)

lt미셀 앙리 물질현상학gt 서울 자음과 모음

Marder E (2010) Dark room reading Scenes of maternal photography The Oxford Literary

Review 32(2) 231-270

사진집과 다큐멘터리

김민정 (2015) lt5 middot 18을 생각한다 middot Thinking of May 18gt 광주 모던칼라 기획

5 middot 18기념재단 (1991)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May the Triumph Democracy)gt 사진집 서울 사진

예술사

노순택 (2012) lt망각기계gt 서울 청어람미디어

이상일 (2000) lt이상일의 망월동gt 비타임

5 middot 18기념재단 (2008) lt오월의 사진첩gt 아카이브북스

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38: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112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징적 이데올로기middot폭도middot희생자라는 담론 체계에서 벗어나는 주체로서 그들이 직접 체험

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체 내의 주체 즉 새로운 주체다 이 새로운 주체는 지금까

지도 5middot18로 인한 신체적middot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5middot18의 빛나는

그 진실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있다 5middot18민중항쟁이 피로 쓴 역사라면 우리 사회는 그

것을 전체주의적인 구조적 사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마다의 삶의 체험에 은닉

된 혹은 은 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드러내어 빛을 밝히는 lsquo정서적 공동체의 공감

구조rsquo를 형성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5middot18 관련 초상사진 자체가 사진 상의 삶

자체이자 5middot18의 역사적 진실 자체라는 것을 전적으로 깨닫고 우리가 5middot18의 진정한

자리에서 다시 되묻고 그들의 상흔과 동시에 그 빛나는 삶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참고 문헌

김호 (2009) 화 이미지와 얼굴의 미학 유럽의 무성 화 이론을 중심으로 lt외국문학연구gt 35호

69-90

김태희 (2014) 근원연상의 현상학 연상의 층위들과 그 시간성 철학연구회 lt철학연구gt 106호

107-131

박기순 middot 윤상원 (1982) 어느 결혼식 URL httpblognavercom00to2420209876430

박남선 (2014) lt오월 그날 시민군 상황실장 광주상황보고서gt 광주 샘물

서중석 (2012) 광주항쟁과 천주교회의 진실 알리기 lt신학전망gt 178 170-212

이남인 (1992) 본능의 현상학과 선험적 현상학 lt철학연구gt 30권 1호 223-258

이남인 (1993) 본능적 지향성과 상호주관적 생활세계의 구성 lt철학과 현상학연구gt 7호 38-63

이선관 (1996) 역사적 인식의 가능성에 한 현상학적 성찰 lt철학연구gt 18호 1권 65-101

이종훈 (1999) 후설현상학에서 역사성의 문제 lt철학과 현상학연구gt 12호 51-87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6) lt그해 5월 나는 살고 싶었다 1 2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7)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_ 행방불명자 편

1권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7)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_ 상이 후 사망자

편 2권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8)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 3권_상이 후 사망

자 편gt 심미안

전남사회문제연구소(편) (1988) lt5middot18광주민중항쟁자료집gt

최정운 (2001) 절 공동체의 형성과 해체 lt5middot18민중항쟁사gt 광주광역시5middot18사료편찬 위원회

한국현 사사료연구소(현사연) (편) (1990)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 서울 풀빛

한전숙 (1996) lt현상학gt 서울 민음사

Aumont J (1992) Du visage au cineacutema Cahiers du Cineacutema Paris 김호 (역) (2006) lt 화 속의

얼굴gt 마음산책

Barthes R (1980) La chambre claire Note sur la photographie Cahiers du Cineacutema

Barthes R (1980) La chambre claire Note sur la photographie 김웅권(역) (2006) lt밝은 방gt 서울

동문선

Barthes R (2003) La preacuteparation du roman I et II Cours et seacuteminaires au collegravege de France

(1978-1979 et 1979-1980) Paris Seuil

Batchen G (2009) Camera Lucida Another little history of photography G Batchen(Ed)

Photography degree zero London The MIT Press

Benjamin W (1931) One-Way Street and Other Writing

Burnett R(1991) Camera Lucida Roland Barthes Jean-Paul Satre and photographic image

Continuum The Austrarlian Journal of Media amp Culture Vol6 no2 pp 5-24

11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Damisch H (1978) Five notes for a phenomenology of the photographic image

Photography(Summer 1978) October 5 70-72

Dubois P(1990) Lrsquoacte photographiqu 이경률 역(2004) lt사진적 행위gt 서울 마실가

Cadava E amp P Corteacutes-Rocca (2009) Notes on love and photography G Batchen (Ed)

Photography degree zero London The MIT Press

Husserl E (1966) Analysen zur passiven Synthesis Aus Vorlesungs-und Forschungsmanuskripten

(1918-1926) Hrsg v M Fleischer Den Haag 1966 (Hua XI)

Husserl E (1952) ldeen zu einer reinen Phanomenologie und phanomenologischen Philosophie I

(1913) 이종훈(역) (2009) lt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I IIgt 서울 한길사

Husserl E (1952) Zur Phaumlnomenologie des inneren Zeitbewuβtsein 1893sim1917(Hua X) 이종훈

(역) (1996) lt시간의식gt 서울 한길사

Husserl E (1965) Philosophie als strenge Wissenschaft(1911) 이종훈 (역) (2014) lt엄 한

학문으로서의 철학gt 서울 지식을 만드는 지식

Henry M (1990) Pheacutenomeacutenologie mateacuterielle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박 옥 (역) (2012)

lt미셀 앙리 물질현상학gt 서울 자음과 모음

Marder E (2010) Dark room reading Scenes of maternal photography The Oxford Literary

Review 32(2) 231-270

사진집과 다큐멘터리

김민정 (2015) lt5 middot 18을 생각한다 middot Thinking of May 18gt 광주 모던칼라 기획

5 middot 18기념재단 (1991)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May the Triumph Democracy)gt 사진집 서울 사진

예술사

노순택 (2012) lt망각기계gt 서울 청어람미디어

이상일 (2000) lt이상일의 망월동gt 비타임

5 middot 18기념재단 (2008) lt오월의 사진첩gt 아카이브북스

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portrait phenomenologically Referent in the photography arouses different and unique

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39: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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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7)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_ 상이 후 사망자

편 2권gt 한얼미디어

5 middot 18민주유공자유족회 middot 5middot18기념재단 엮음 (2008) lt꽃만 봐도 서럽고 그리운 날들 3권_상이 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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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32(2) 231-270

사진집과 다큐멘터리

김민정 (2015) lt5 middot 18을 생각한다 middot Thinking of May 18gt 광주 모던칼라 기획

5 middot 18기념재단 (1991)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May the Triumph Democracy)gt 사진집 서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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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 (2012) lt망각기계gt 서울 청어람미디어

이상일 (2000) lt이상일의 망월동gt 비타임

5 middot 18기념재단 (2008) lt오월의 사진첩gt 아카이브북스

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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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study was described the meaning of 5middot18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focusing on

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association 5middot18-related photography

Page 40: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114 한국언론정보학보(2015년 통권 71호)

Damisch H (1978) Five notes for a phenomenology of the photographic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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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1996) lt시간의식gt 서울 한길사

Husserl E (1965) Philosophie als strenge Wissenschaft(1911) 이종훈 (역) (2014) lt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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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과 다큐멘터리

김민정 (2015) lt5 middot 18을 생각한다 middot Thinking of May 18gt 광주 모던칼라 기획

5 middot 18기념재단 (1991) lt오월 민주주의의 승리(May the Triumph Democracy)gt 사진집 서울 사진

예술사

노순택 (2012) lt망각기계gt 서울 청어람미디어

이상일 (2000) lt이상일의 망월동gt 비타임

5 middot 18기념재단 (2008) lt오월의 사진첩gt 아카이브북스

5 middot 18기념재단 제작 middot 오창규 연출 lt다큐멘터리 5 middot 18gt

투고일자 2015 04 01 게재확정일자 2015 05 22 최종수정일자 2015 05 27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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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of associations

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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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s of associations and meanings derived by direct experience from photography

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objective academic system or cannot be withdrew as dynamics of the political ideology

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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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75 ‘5·18민중항쟁’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lsquo5middot18민중항쟁rsquo 관련 초상사진과 역사적 의미 115

The Meaning of History in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Related Photographic PortraitsFocusing on the Premordial Associations

Kyum-Nyeo Kim Image amp Affect Culture Institute Director

This study is to describe the meaning of associations at 5middot18-related phot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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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over it appears differently emotional experience by the association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scribe types of associations and emotional experience

about referents gained through 5middot18 photography and to construct the meaning It is

based on concepts of primordial associations discussing in the phenomenology but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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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ording to this result the viewpoint of 5middot18 Democracy Movement approaches f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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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that the fundamental and impulsive emotions from each individual who participated

in the movement are affected The fundament of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s

based on their basis of life and the will to primitive power of a love amp affective community

K E Y W O R D S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intentionality of impulse primord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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