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 2015’ 체험기 창의가 범람하는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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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XSW 2015’ 체험기 창의가 범람하는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축제 북미 최대의 음악 축제이자 융합 기술의 최전선을 목도할 수 있는 트렌디한 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 2015’(이하 ‘SXSW 2015’)가 지난 3월 화려한 막을 올렸다. 매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초기 기업들이 회사의 제품과 기술력을 알리는 SXSW. 올해는 한국에서도 5개의 스타트업이 참가해 한국의 기술과 콘텐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혁신과 창의가 범람하는 ‘SXSW 2015’의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글・사진 제공 김광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상임이사, 디캠프(D.CAMP) 센터장 2015년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Austin)에서 열린 ‘SXSW 2015’는 창의성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 특별한 행사였다. 전 통 산업을 뒤엎는 ‘기술 융합형 산업혁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창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한국 초기 기업(스타트업)에 대 한 해외 투자자의 큰 관심에도 놀랐다. 이들은 한국 창업 생태계의 역동적인 모습에 놀라움을 표하며 한국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전체가 수런대는 축제의 현장 SXSW는 음악・영화・기술(인터랙티브) 축제로 매년 봄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다. 전 세계의 혁신적인 음악인, 영화인, 창업자 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 기간은 3월 12일부터 22일까지였고, 장소는 오스틴 컨벤션센터와 주요 호 텔이었다. 도시 전체가 행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필 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선발해 은행권청년창업재단과 함께 1년 동안 육성한 5개 스타트업을 인솔해 오스틴에 다녀왔다. 52 Focus In 53 2015 05+06 Sketch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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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SXSW 2015’ 체험기 창의가 범람하는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축제 · 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와이맥스(와이브로) 개발에 참여했던 인도

‘SXSW 2015’ 체험기

창의가 범람하는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축제북미 최대의 음악 축제이자 융합 기술의 최전선을 목도할 수 있는 트렌디한 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 2015’(이하 ‘SXSW 2015’)가 지난 3월 화려한 막을 올렸다.

매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초기 기업들이 회사의 제품과 기술력을 알리는 SXSW.

올해는 한국에서도 5개의 스타트업이 참가해 한국의 기술과 콘텐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혁신과 창의가 범람하는 ‘SXSW 2015’의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글・사진 제공 김광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상임이사, 디캠프(D.CAMP) 센터장

2015년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Austin)에서 열린 ‘SXSW

2015’는 창의성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 특별한 행사였다. 전

통 산업을 뒤엎는 ‘기술 융합형 산업혁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창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한국 초기 기업(스타트업)에 대

한 해외 투자자의 큰 관심에도 놀랐다. 이들은 한국 창업 생태계의

역동적인 모습에 놀라움을 표하며 한국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전체가 수런대는 축제의 현장

SXSW는 음악・영화・기술(인터랙티브) 축제로 매년 봄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다. 전 세계의 혁신적인 음악인, 영화인, 창업자

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 기간은 3월

12일부터 22일까지였고, 장소는 오스틴 컨벤션센터와 주요 호

텔이었다. 도시 전체가 행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필

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선발해 은행권청년창업재단과 함께

1년 동안 육성한 5개 스타트업을 인솔해 오스틴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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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 ‘SXSW 2015’ 체험기 창의가 범람하는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축제 · 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와이맥스(와이브로) 개발에 참여했던 인도

참가단은 ‘SXSW 2015’ 개막 하루 전 오후에 현지에 도착

해 호텔에 짐을 풀고 오스틴 컨벤션센터로 가서 출입증을 발급

받았다. 이어 인근 식당에서 가볍게 식사를 한 뒤 시내를 둘러봤

다. 밤이 되자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차량 통행을

차단한 길에는 젊은이들이 빼곡했고 가게마다 빈자리를 찾기 어

려웠다. 금요일 밤의 홍대 앞을 연상케 했다.

창의성을 살리는 조직 문화의 필요성

개막일부터는 시내 곳곳에서 끊임없이 강연이 진행됐다. 참가

자들은 각자 이 호텔 저 호텔을 찾아다니며 관심 있는 강연을 들

었다. 필자도 서너 개 강연을 들었는데 특히 기업 문화에 관한 강

연이 인상적이었다. ‘기업 문화는 일시적 유행인가 세대교체인

참가단 실무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창업지원기관 디캠프

(D.CAMP)의 류한석 매니저가 맡았다. 그는 3년째 SXSW 행사

를 맡은 베테랑으로, ‘SXSW 2015’ 개막 한 달 전부터 야근을 했

다. 주최 측 담당자, 현지 홍보대행자, 전시장 설치 사업자 등과

한밤중에 국제전화로 협상을 하고 미세한 것까지 조율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참가단 5개 팀은 500비디오스, 직토,

유아더디자이너, 마인드퀘이크, 채팅캣 등 기술 융합형 스타트

업이었다. 직토는 잘못된 걸음을 바로잡아주는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 500비디오스는 디지털 사이니지 등 각종 동영상 솔루

션 사업자, 유아더디자이너는 맞춤형 신발 제조사, 마인드퀘이

크는 유아용 휴대폰 프로그램 개발사, 채팅캣은 실시간 영문 교

정 서비스 사업자다.

가’란 제목의 강연이었는데, 강사는 젊은이들의 창의성을 살리

려면 어느 조직이든 문화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핵심만 간추리면 이렇다. ‘사회 중심 연령대가 베이비붐 세

대에서 밀레니엄 세대로 바뀌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수직적

・권위적 문화에 익숙한 반면 밀레니엄 세대는 수평적 문화에 익

숙하고 권위적 커뮤니케이션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 밀레니

엄 세대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려면 현재 사회 지도층을 형성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이들의 수평적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이었다. 한국 역시 기업이든 정부든 조직 문화 혁신이 시급하다

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단은 행사 기간 중 밤에 열리는 파티에도 몇 차례 참가

해 실리콘밸리식 ‘네트워킹 파티 문화’도 접했다. 특히 실리콘밸

리 신생 기업 파이어챗이 연 파티가 인상적이었다. 필자가 파티

장소에 도착했을 때 행사장은 이미 초만원이었다. 사람들은 대

부분 끊임없이 불이 깜박이는 ‘반짝이 안경’을 쓰고 있었고, 맥주

잔을 들고 끼리끼리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필자도 간단하게 요기한 뒤 맥주잔을 들고 류한석 매니저

와 함께 파티장을 누볐다. 우선 류 매니저의 지인인 벤처 투자자

비비안을 찾았다. 대만계 미국인인 비비안은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 신생 기업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이어 중요 인사들을 소개해줬다. 이들과 한참 얘기를 나

눈 뒤 비비안과도 다양한 얘기를 했다. 중국⇨대만⇨독일⇨미

국으로 이어지는 비비안 가족의 얘기가 흥미로웠다. 비비안은

중국, 대만, 일본보다 한국의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SXSW 2015’ 현장에 찾아간 5개 기업 대표들은 제품 전시 외에도 벤처 투자자를 대상으로 피칭을 진행했다.오스틴 컨벤션센터에 차려진 한국 기업 부스. 많은 현지인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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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 ‘SXSW 2015’ 체험기 창의가 범람하는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축제 · 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와이맥스(와이브로) 개발에 참여했던 인도

여성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현지의 타임워너 케이

블 TV가 취재해 가더니 사흘 동안 방영하기도 했다. 500비디오

스는 부스에서 관람객들의 캐리커처를 15초 만에 그려줘 인기

를 끌었다.

이들 5개 기업은 두 차례에 걸쳐 벤처 투자자들 앞에서 발

표도 했다. 오스틴 시청에서는 한국 기업 5개만 발표했고, 컨벤

션센터와 힐튼호텔 등지에서 열린 부문별 세션에서도 발표했

다. 발표가 끝나면 벤처캐피털 관계자 등 청중의 날카로운 질문

이 이어졌다. 캐나다에서 사업을 한 경험이 있는 500비디오스

양성호 대표는 일부 청중의 짓궂은 질문에도 재치 있게 답변해

주목을 받았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행사장 주변에서 벤처 투자

자들과 마주 서 얘기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행사 기간 중 상담 성과에 관한 얘기를 듣곤 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500비디오스는 20세기 폭스, 타임아웃, 글라이드, 테

일러메일 등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고, 유아더디자이너는

랄프로렌, 비자카드, 에이소스 등으로부터 따로 만나자는 제안

을 받았다. 홍콩 인베스트로부터 입주 제안을 받기도 했다. 직토

는 도이치 라디오, PBS, 라이브 TV, 스트리트 TV, 테크 TV 등의

취재 요청을 받았고, 텍사스 메디컬 협회, 언더아머, 소프트뱅크

벤처스 등과 협업 또는 투자 미팅을 가졌다.

디캠프 스태프들은 귀국 길에 샌프란시스코에 들러 싱귤래

리티 대학, 드레이퍼 대학, 500스타트업스 등 몇몇 창업 지원 기

관을 둘러보고 투자자들을 만났다. 네트워킹 파티도 열었는데

초대 인원의 2배에 가까운 40여 명이 몰려와 대성황을 이뤘다.

이들로부터 실리콘밸리 현황과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생각을 들

을 수 있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관

심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특히 500스타트업스 파트너인 팀 채의 말이 인상적이었

다. ‘김치펀드’ 책임자인 팀은 “실리콘밸리 같은 곳이 동양에 들

어선다면 당연히 한국일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네트워

크 인프라가 세계 최고라는 점, 우수한 인력이 많고 부지런하다

는 점 등을 들어 “한국은 굴껍데기(oyster)와 같다”고 비유하기

도 했다. 겉모습은 투박해 보이지만 그 속에 진주(pearl)를 품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번 ‘SXSW 2015’ 행사를 참관하면서 IT 분야 혁신이 모

든 전통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혁신은

워낙 기세가 강해 무엇이든 파괴할 것 같다. 실리콘밸리 혁신가

들 말대로 파괴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파괴해야 하는 판이다.

이렇게 하려면 젊은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수직적・권위적인 조직 문화를 수평적・창의적인 문화로 바꿔야

한다. 아직 은퇴하지 않고 사회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의 마지막 소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SXSW을 이루는 세 개의 축과 융합

SXSW는 음악, 영화, 그리고 인터랙티브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원

래는 음악과 영화, 멀티미디어 부문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1990년

대 말 컴퓨터 붐이 일면서 인터랙티브 부문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세계 각지의 뛰어난 스타트업들이 모여 각각 회사의 제품과 기술

력을 알리고, 자유롭게 교류하는 창의의 장이다. 최근에는 영화, 음

악, 인터랙티브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세 부문이 융합되어 독특

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2015년 최대의 화두는 웨어러블, 3D

프린터, 사물인터넷, 플라잉카, 그리고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

비스 등이었다.

케이팝 나이트 아웃(K-Pop Night Out)의 열기

2013년 첫선을 보인 케이팝 나이트 아웃은 올해도 K-Pop의 위상

을 증명하듯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에픽하이, 크레용팝, 히치

하이커, 아시안체어샷, 이스턴사이드킥, 바버렛츠 등이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했는데, 특히 행사 시작 10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행

사장 입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2013년,

2014년과 비교해 현지인 관객 수가 크게 늘었고, 동서양을 아우르

는 다양한 관객이 찾아왔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었다. 크레용팝

의 무대를 보며 “점핑, 점핑”을 외치던 세계 각국의 관객들은 진정

K-Pop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

작곡가이자 가수인 히치하이커는 케이팝 나이트 아웃 공연이 시작

되기 전 특유의 공연 의상인 우주복을 입고 행사장을 돌며 디제잉

을 했다. 특히 미항공우주국(NASA) 부스를 방문해 모형 우주인과

악수를 하는 등 재치 있는 행동으로 관람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록 듀오 프럼 디 에어포트는 영화 부문 시사회 무대에서 디제잉을

선보였고, ‘잔다리 페스타 2014’를 통해 ‘SXSW 2015’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헤비메탈 밴드 피해의식은 공식 쇼케이스 외에도 헤

비메탈 풀 파티 등 다양한 파티에 초대돼 각국의 뮤지션들과 교류

했다.

‘SXSW 2015’ 이모저모

한국의 뮤지션들과 세계의 음악 팬들이 한마음으로 즐기고 소통한

‘Geeks from Gangnam’ 파티 현장

한국의 스타트업과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다

행사 기간 중 디캠프도 파티를 열었다.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Geeks from Gangnam’(강남에서 온 괴짜들)이라는 주제로 연

파티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와 파티장이 꽉 찼다. 필자

는 주최자로서 무대에 올라 한국콘텐츠진흥원 참가단 5개 기업

을 소개한 뒤 ‘Night comes every night, but this night never

comes again’(밤은 매일 오지만 이 밤은 다시 오지 않는다)이

란 말로 네트워킹을 유도했다. 많은 사람과 얘기를 나눴는데 전

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와이맥스(와이브로) 개발에 참여했던

인도 개발자를 만나 한참 동안 이야기한 게 기억에 남는다.

3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 동안은 전시회도 열렸다.

각국에서 온 스타트업들이 컨벤션센터에 부스를 차려놓고 손

님을 맞았다. 한국의 5개 기업은 전시장 한복판에서 약간 남

쪽에 위치한 지점에 공동 부스를 차리고 천장에 ‘Geeks from

Gangnam’이란 표지판을 걸었다. 이들의 목표는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언론과 벤처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었다.

전시회 기간 내내 관람객이 끊이지 않았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다들 정신없이 설명해야 했다. 직토 부스에서는 직

원 2명과 아르바이트생 2명이 모두 손님들을 붙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아더디자이너는 부스에 예쁜 구두를 내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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