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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201302 85 서울시 성동구 용답동 ‘에코 파티 메아리(Eco Party Mearry)’ 작업장. 버려진 가죽 의류 와 소파, 자동차 시트, 현수막과 종이, 헌 옷 등이 가방과 지갑, 명함지갑, 인형, 문구 등 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공간이다.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가죽도 장인의 손을 거치 면 예쁜 장신구로 변신한다. 에코 파티 메아리는 다시 쓰기 어려운 의류와 업체들이 사용한 후 버리는 가죽, 타폴린 (Tarpaulin), 종이 등을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낸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쓰레기와 폐기물에 참신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입히고 ‘세상에서 하나뿐 인 나만의 상품’이라는 가치를 담아낸다. 에코 파티 메아리에서는 가정이나 업체에서 버려지는 다양한 재료를 수거해 분류하고 세 탁과 복원 작업을 한 후 샘플 제작과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디자인을 확정한다. 그리고 봉제 전문가들이 제품 30여 가지를 생산하면 ‘아름다운가게’ 숍인숍과 위탁 매장을 통해 온 · 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에코 파티 메아리에서는 업사이클링으로 연간 8천5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소나무 한 그루가 연간 5㎏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할 때 소나무 170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인 셈이다. 이처럼 업사이클링 제품이 조금씩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헌 옷이나 버려진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업체가 생겨나고, 재봉틀을 구입해 직접 옷, 가방 등 다양 한 제품 제작에 나서는 주부도 나타났으며, 폐목재를 이용해 책꽂이와 탁자를 만드는 이 도 등장했다. 패션 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경우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RE;CODE)’를 만들어 자체 재고를 활용한 옷을 선보이고 있다. ‘에코 파티 메아리’는 다시 쓰기 어려운 의류 와 업체들이 사용한 후 버리는 가죽, 타폴린 (Tarpaulin), 종이 등을 이용해 가방과 지갑, 명함지갑, 인형, 문구 등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인스턴트의 시대’는 편리하다. 그러나 지구는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병들어 간다. 재활용이 생활 화될 정도로 주목을 받는 이유이다. 업사 이클링(Upcycling)은 재활용을 넘어 완 전히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을 말한다. 이제 사람들은 버려지는 물건 에 새로운 디자인을 집어넣고 가치까지 담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업사이클 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임동근 기자 , 사진 에코 파티 메아리, 매터앤매터, 패브리커, 에이스애비뉴 제공 를 위한 업사이클링 지구 쓰레기의 부활 Upcyc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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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지구 - 연합뉴스img.yonhapnews.co.kr/basic/svc/imazine/201302/feature_201302.pdf · 담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업사이클 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본다

Feature

201302 85

서울시 성동구 용답동 ‘에코 파티 메아리(Eco Party Mearry)’ 작업장. 버려진 가죽 의류

와 소파, 자동차 시트, 현수막과 종이, 헌 옷 등이 가방과 지갑, 명함지갑, 인형, 문구 등

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공간이다.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가죽도 장인의 손을 거치

면 예쁜 장신구로 변신한다.

에코 파티 메아리는 다시 쓰기 어려운 의류와 업체들이 사용한 후 버리는 가죽, 타폴린

(Tarpaulin), 종이 등을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낸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쓰레기와 폐기물에 참신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입히고 ‘세상에서 하나뿐

인 나만의 상품’이라는 가치를 담아낸다.

에코 파티 메아리에서는 가정이나 업체에서 버려지는 다양한 재료를 수거해 분류하고 세

탁과 복원 작업을 한 후 샘플 제작과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디자인을 확정한다. 그리고

봉제 전문가들이 제품 30여 가지를 생산하면 ‘아름다운가게’ 숍인숍과 위탁 매장을 통해

온 · 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에코 파티 메아리에서는 업사이클링으로 연간 8천5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소나무 한 그루가 연간 5㎏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할 때 소나무

170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인 셈이다.

이처럼 업사이클링 제품이 조금씩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헌 옷이나 버려진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업체가 생겨나고, 재봉틀을 구입해 직접 옷, 가방 등 다양

한 제품 제작에 나서는 주부도 나타났으며, 폐목재를 이용해 책꽂이와 탁자를 만드는 이

도 등장했다. 패션 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경우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RE;CODE)’를 만들어 자체 재고를 활용한 옷을 선보이고 있다.

‘에코 파티 메아리’는 다시 쓰기 어려운 의류

와 업체들이 사용한 후 버리는 가죽, 타폴린

(Tarpaulin), 종이 등을 이용해 가방과 지갑,

명함지갑, 인형, 문구 등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인스턴트의 시대’는

편리하다. 그러나 지구는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병들어 간다. 재활용이 생활

화될 정도로 주목을 받는 이유이다. 업사

이클링(Upcycling)은 재활용을 넘어 완

전히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을 말한다. 이제 사람들은 버려지는 물건

에 새로운 디자인을 집어넣고 가치까지

담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업사이클

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본다.

글 임동근 기자 , 사진 에코 파티 메아리, 매터앤매터,

패브리커, 에이스애비뉴 제공

를 위한

업사이클링

지구쓰레기의 부활

Upcycling

Page 2: 지구 - 연합뉴스img.yonhapnews.co.kr/basic/svc/imazine/201302/feature_201302.pdf · 담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업사이클 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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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업사이클링도 이목을 끌고 있다. 가수 이효리는 지난해 여름

종영한 케이블 TV 채널 온스타일의 ‘골든 12’에서 신문지로 제작한 가

방, 폐타이어로 만든 신발, 리폼한 옷을 선보이며 트렌드를 이끌었고, 배

우 문소리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남성 셔츠와 낙하산을

재활용해 만든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이

이렇듯 관심을 끄는 이유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

고 이제 업사이클링 제품들은 ‘친환경적’이라는 단순한 구호를 뛰어넘어

독창성과 가치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이 된 쓰레기들

업사이클링 제품은 ‘지구상에 단 하나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현수막이 아니라면 현수막으로 만든 가방은 디자인이 단 하나밖

에 나오지 않는다. 지구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제품’이라는 희소성이 소

비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세계적인 명

품이 되고 있는 한 가지 이유는 희소성에서 찾을 수 있다.

스위스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은 버려진 트럭 방수천막과 에어백, 안

전띠, 폐자전거의 바퀴로 가방을 만든다. 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이지

만 전 세계 젊은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빈티지 가구 브랜드 ‘매터앤매터’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오래된 집과 화물을 운송하던 트럭, 어

선으로 사용하던 배를 해체해 얻은 나무로 가구

를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의 가구 브랜드 ‘리바

(Riva) 1920’의 폐목재를 이용

한 가구 ‘베니스’.

스위스의 재활용 가방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이 대표적인 경우다. 전 세계 젊은이

들은 물론 할리우드 톱스타들도 사랑하는 명품 브랜드인 프라이탁은 1993년부터 폐품

을 명품 가방으로 재가공하고 있다. 창업자인 마커스와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는 비가 오

거나 습한 날씨에도 스케치북을 안전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직접 가방을

만들게 됐다.

프라이탁은 버려진 트럭 방수천막과 에어백은 가방 천으로, 안전띠는 가방 끈으로 사용

한다. 고무는 폐자전거 바퀴에서 얻는다. 모든 제품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며 같은 디자

인의 제품은 거의 없다.

가격은 20만~70만 원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현재 전 세계 350개가 넘는 매장에서

연간 500억 원어치 이상의 가방이 팔리고 있다.

창업자 형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빗물을 받아 공업용수로 쓰고 버려진 컨테이너를 매

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가방과 자연친화적인 사업 운영이 프라이탁의 가치

를 명품 반열로 끌어올리고 있다.

또 이탈리아의 원목 가구 브랜드 ‘리바(Riva) 1920’은 폐목재를 이용해 가구를 제작한다.

천재지변에 부러져 쓰러진 후 부패되거나 석화되지도 않은 채 뉴질랜드 북섬 늪지대에서

4만~5만 년 간 묻혀 있던 카우리(Kauri) 나무를 이용하기도 하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바닷길을 안내하는 말뚝인 브리콜레(Briccole)가 수명을 다하면 뽑아내 명품 가구를 만

들기도 한다. 카우리 나무는 보통 길이가 20m, 직경이 4~5m이며 무게는 200~300 톤

에 달한다.

버려진 제품에 디자인을 입히고 가치를 부여해

새로운 제품으로 부활시키는 업사이클링은 환경을 위한 독특한

사업 영역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프라이탁’의 가방이나

‘리바 1920’의 가구 등이 명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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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박스터(Baxter)’는 재생 가죽을

사용한 명품 가구 ‘에버그린’을 선보이고

있다.

폐품을 이용한 제품들이 명품이 되는 이유

는 희소성과 재료에 관련된 이야기, 친환

경적 사업 운영 등이 감성을 자극하기 때

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디자인과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국내 업사이클링도 명품화 시동

국내에서도 업사이클링 제품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빈티지 가구 브랜드 ‘매터앤매터(Matter &

Matter)’는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집과 화

물을 운송하던 트럭, 어선으로 사용하던

배를 해체해 얻은 나무와 바닷물에 오랫

동안 잠겨 있던 나무들을 이용해 현지에

서 가구를 만들고 있다. 특히 소재의 순수

성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별도의 가공

이나 약품 처리를 하지 않는다. 해체 작업

부터 제작과 후가공까지 100% 수작업으

로 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물론 일반적인

가구 브랜드에서는 보기 어려운 창의적인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반영돼 있다.

매터앤매터 측은 “오래된 집을 해체해 얻은 나무로 만든 가구는 물질을 재사용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곳의 역사와 시간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수십 년 동안 바다에서 사람을 나

르고 고기를 잡던 선박은 물 밖으로 나와 의자나 테이블이 되어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과 공

존하게 된다”며 “매터앤매터 가구는 제품이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어떤 형태로 인간 곁에 머

무를 수 있는지를 연구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터앤매터는 앞으로 도자기, 천, 가죽 등의 새로운 소재로 가구는 물론 다양한 생활용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인 ‘리블랭크(Reblank)’는 장롱 속에 방치된 헌 옷을 이용해 새로운 디

자인의 옷이나 가방으로 탄생시키고 있다. 특히 고객과 디자이너가 헌 옷에 대한 정보, 취향

과 디자인 등에 대해 일대일로 의견을 교환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옷에 붙이는

태그(Tag)도 고객의 이름과 재료에 대한 이야기가 담기도록 제작한다. 즉 소장 가치가 있는

희소성을 부여하고 재료에 담긴 고객의 추억까지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 가구 제조업체인 ‘패브리커(Fabrikr)’에서 웨딩

드레스를 재활용해 화사한 꽃 모양의 커다란 조명

을 만들고 있다. 패브리커에서는 버려진 커튼, 이불

과 의류 등을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천을 이용해 독

특한 가구와 조명을 선보이고 있다.

또 예술 가구 제조업체인 ‘패브리커(Fabrikr)’는 낡은 가구에 버려진 패브릭(섬유)을 입혀 독특한 색깔과 모양의 가구

를 만들고 있다. 탁자와 의자에 천을 2천 장 이상 덧댄 뒤 섬유 코팅제로 쓰이는 ‘에폭시’를 발라 단단한 재질의 예술

가구로 탄생시킨다.

코오롱FnC의 ‘래코드’도 업사이클링 제품의 명품화에 나섰다. 코오롱FnC는 그동안 3년차 재고 의류는 대부분 브랜

드 관리를 위해 소각해 왔다. 이 비용만 연간 40억 원에 달한다. 환경을 지키고 가치 있는 소비를 위해 시작된 사

업에 디자이너들이 투입돼 최근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선보이고 있다. 동일한 디자인의 옷은 3~4벌

에 불과해 희소성도 있다. 래코드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패션쇼인 ‘캡슐 쇼’에도 참가했다.

업사이클링 확대, 품질로 승부해야

국내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의 판매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에코 파티 메아리는

2007년 브랜드를 론칭해 2011년까지 계속 적자가 났으나 지난해 흑자로 돌아

섰다. 올해부터는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용운 에코 파티 메아리 에코디자인사업팀장은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아껴 써

야 한다는 인식이 늘어났고, 디자인과 품질이 좋은 업사이클링 제품이 늘어났으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라고 분석했다.

한때 유행처럼 확산됐다 금방 사그라질 가능성은 없을까? 관련 전문가들은 “그

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고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 장기적인 경기 침체 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황 팀장은 “‘환경을 생각한다’는 명분만으로는 업사이클링을 발전시킬 수 없다”며 “업

사이클링 제품이 꾸준하게 생산되기 위해서는 친환경성은 물론 디자인과 내구성, 편

리함 등 제품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Y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갈수록 관심을 끌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디자인과 품질이 좋은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