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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ym ICT Policy Journal 28 | 한림ICT정책저널 초연결 지능사회와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최근 매우 흥미로운 뉴스가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구글의 머신러닝 기술 ‘딥마인드’에 기반한 ‘알파고’ 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5번에 걸쳐 인공지능 과 인류의 대표로서 대결을 펼치기로 했다는 소식이고, 두 번 째는 자율주행 차량의 도로 주행이 허용되어 있는 미국 캘리포 니아에서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뒤따라오던 버스와 첫 번 째 접촉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이다. 두 가지 소식 모두 초연결 지능사회의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때,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와 사람이 아닌 행동 주체인 인공지능에 대해 현재의 사람 중 심의 법제도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가 지 고민거리를 안겨 주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 뉴스는 모두 구 글과 관련되었다는 점이다. 구글은 현재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자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인 기업이다. 초연결 지능사회 로 접어들고 있는 현재의 글로벌 인터넷 생태계의 최강자가 미래를 대비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인공지능이 다. 구글은 초연결 지능사회의 미래가 인공지능에 달려 있다 고 보고 있는 것이다. 초연결 지능사회의 미래와 법제도의 역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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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초연결 지능사회의 미래와 법제도의 역할ict.hallym.ac.kr/webzine/03/04.pdf · 니아에서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뒤따라오던 버스와 첫 번 째

전략적

김광호 교수

H a l l y m I C T P o l i c y J o u r n a l

28 | 한림ICT정책저널

초연결 지능사회와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최근 매우 흥미로운

뉴스가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구글의 머신러닝 기술 ‘딥마인드’에 기반한 ‘알파고’

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5번에 걸쳐 인공지능

과 인류의 대표로서 대결을 펼치기로 했다는 소식이고, 두 번

째는 자율주행 차량의 도로 주행이 허용되어 있는 미국 캘리포

니아에서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뒤따라오던 버스와 첫 번

째 접촉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이다.

두 가지 소식 모두 초연결 지능사회의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때,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와 사람이 아닌 행동 주체인 인공지능에 대해 현재의 사람 중

심의 법제도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가

지 고민거리를 안겨 주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 뉴스는 모두 구

글과 관련되었다는 점이다. 구글은 현재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자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인 기업이다. 초연결 지능사회

로 접어들고 있는 현재의 글로벌 인터넷 생태계의 최강자가

미래를 대비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인공지능이

다. 구글은 초연결 지능사회의 미래가 인공지능에 달려 있다

고 보고 있는 것이다.

초연결 지능사회의 미래와 법제도의 역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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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ym Communication Policy Research Center | 29

초연결 지능사회와 인공지능

초 연 결 지 능 사 회 란 한 마 디 로 만 물 이 모 두 연 결

(Networking)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넘어선 ‘만물인터넷(Intrernet of Everything)'

의 시대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을 비롯해 다양한 개인 디바이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 즉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

서 살고 있다. 사람이 아닌 사물은 이제 본격적으로 연결

이 시작되고 있다. 가정에 있는 냉장고, 조명기기, 체중계,

온도조절장치 등과 거리의 가로등, CCTV, 광고판, 자동차,

각종 공공기물 등과 모든 사회인프라를 네트워크와 연결하

여 고도화하는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는 단계이다. 사람이

만들어낸 모든 기기(Device)가 인터넷과 연결되고 있는 것

이다.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단지 인터넷을 통해

그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원격 제어는 사물인터넷의 가장 초보적인 단계이다. 사람

은 모든 기기를 동시에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원격 제어

해야하는 기기가 늘어날수록 귀찮기만 할 뿐이다. 현행 도

로교통법은 운전 중 DMB를 시청하거나 휴대전화로 통화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주의력이 흐트러져 교통사고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기껏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놓았는데 다들 주인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일거리만

늘어나게 된다. 사람들이 진정 편리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사물들이 알아서 잘 작동해줘야 한다.

때문에 초연결 지능사회의 핵심은 인공지능이라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핵심 기술로 흔히 센서 기술, 빅데이터 처리,

알고리즘 로봇을 이야기한다. 사물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주변환경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서 상황

에 맞는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곧 인

공지능인 것이다.

구글이 전략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자동차를 예로 들면, 구

글은 “First Drive”라는 유튜브 홍보영상을 통해 자율주행

차량의 쓸모를 제시했다. 영상에서는 시각장애인과 고령의

노인 부부가 차량을 이용한 뒤 감격하는 모습이 나온다. 사

람의 판단과 역할이 없어도 알아서 잘 움직이는 사물을 만

들겠다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면 사람이 탑승할 필요도 없

는 무인자동차를 이용한 택시, 택배 등 각종 운송, 물류가

가능해진다.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이 제어하는 자동차를

도로에서 내몰 수 있다면 교통관제시스템과 도로 위의 모

든 자동차를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묶어서 획기적인 개선-

교통체증과 사고의 감소-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초연결 지능사회의 가치가 증대하는 것은 인공지능

의 발전 수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역으로 모든 사물

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환경이 인공지능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기도 하다.

만약 연결된 만물로부터 수집되는 모든 정보를 하나의 알

고리즘으로 처리하여 판단할 수 있다면 전 지구적 차원의

인공지능이 되는 것이고, 모든 사람과 사물은 이에 의존하

게 될 것이다.

"초연결 지능사회란 한마디로 만물이 모두

연결(Networking)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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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미래

현생인류, 즉 ‘호모사피엔스’는 지구상에서 지능이 가장 높

은 존재로서 이 세계를 지배해 왔다. 그런데 과연 미래에도

그 위치는 변함없을 것인가? 우리는 과거 인류보다 지능이

높은 존재의 가능성을 외계에서 찾았지만 이제는 우리 바

로 옆에서 그 맹아가 자라나고 있다.

구글의 알파고와 대결을 앞둔 이세돌 9단은 5 대 0의 승리

를 자신했다. 그러나 그 승리의 확신에는 "이번에는"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1997년 IBM의 인공지능 ‘딥블루’가 세

계 체스 챔피언을 꺾은 이래 인간은 체스에서 단 한 번도

인공지능을 이겨본 적이 없다. 2011년 퀴즈쇼에서 우승한

IBM의 왓슨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고안해 낸 가장 복잡

한 게임이라는 바둑에서 세계 최고 고수가 알파고에게 패

한다면, 다가올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

은 한층 커질 것이다.

만약 이세돌 9단이 이긴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아직

은 한 수 아래”라는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알파

고는 잠을 자지도 밥을 먹지도 않으면서 맹렬히 바둑의 수

를 학습하고 있다. 결국은 시간문제이지 인공지능의 승리

는 예정된 결과일 뿐이다.

사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로봇 저널리즘’이라 불리는 기사를 생성하는 인공지능은

날씨, 주식, 스포츠 뉴스 등 한정된 영역이긴 하지만 실제

언론사에서 기자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로보 어드

바이저’라 불리는 주식 투자 영역의 인공지능은 이미 세계

자산관리시장에서 인간 펀드매니저보다 뛰어난 실적을 보

여주며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사실 좀더 낮은 수준의 인공

지능은 청소기나 게임기, 영상처리 엔진 등 다양한 곳에 활

용되고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인

공지능이 구현되고 나면 누구도 그것을 인공지능이라 부르

지 않는다”고 한 초기 인공지능 학자 존 매카시의 말처럼

말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의 수준에 따라

세 가지 분류를 적용한다.

첫 번째는 정해진 범위 내에서 해답을 찾아내는 수준의 ‘약

(弱) 인공지능’이다. 알파고를 포함하여 현재 실용화되거

나 연구중인 모든 인공지능이 이에 해당한다. 인간에 비해

압도적인 연산 능력을 갖고 있고 학습 능력도 갖고 있으나

인간 지능의 본질적인 측면과는 아직 거리가 있는 수준이

다. 그러나 우리는 약인공지능의 수준에서도 로봇과의 경

쟁에 내몰리며 없어지고 있는 일자리를 걱정하고 있다.

두 번째는 보다 강력한 인공지능, 즉 지각, 추상, 추론, 판

단을 할 수 있는 ‘강(强) 인공지능’이다. 사람이 어려워하는

것과 로봇이 어려워하는 것은 상반되어 있다. 로봇은 수십

억개의 연산을 1초 안에 처리하는 것은 매우 쉽지만 사람

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추상이나 추론 같은 개념을 인공지

능이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속도는

기하급수적인 곡선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

마트폰이 30년 전의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나고, 20세기 전

체의 인공지능 연구 성과보다 21세기 15년 간의 성과가 뛰

어난 것이 현실이다. 현재 연구중인 강인공지능은 언젠가

인간과 동등한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다.

“The Singularity is Near(2005)”의 저자 레이먼드 커즈와

일(Raymond Kurzweil)은 2045년 쯤이면 불과 1000달러

짜리 컴퓨터가 오늘날 인류의 모든 지혜를 모은 것보다 10

억 배 더 강력해질 것이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뛰어

넘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인류 역사 최초로 인간을 넘어서

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인공지능의 개념은 이 기술적 특이점을 통과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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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의 인공지능, 즉 인간의 지능 수준을 초월한 ‘초(超) 인

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수준에 도달했을 때,

여기서 멈추거나 멈출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은 순진한 희망에 불과하다. ‘인간과 같은 수준’이라는 것

은 지적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뇌라는 하드웨어적인 한계를 갖고 있

는 인간과는 달리 인공지능에게는 ‘인간과 같은 수준’이란

하나의 통과점에 불과하다.

인공지능이 이 통과점을 지나쳐 달려간 후엔 우리보다 높

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침팬

치는 인간과 고층빌딩이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지만, 인간

이 고층빌딩을 만들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유명한 비유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지능이 성장한 초인공지

능은 언젠가 인간이 만들어낸 ‘신(神)’의 개념에 부합될 것

이다. 인간이 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존재 말이다.

이 쯤 되면 일자리 없어질 걱정 쯤은 걱정도 아니게 된다.

전 인류의 생사 여탈권이 초인공지능에게 주어지는 것이

다. 인간은 지금까지 자신의 의지나 방임으로 많은 종들을

멸종시키거나 보존해 왔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인류가

다른 종보다 지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인

간의 수준에 도달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스티븐 호

킹 박사를 비롯한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지점이다.

기술의 폭주(?)를 통제하는 법제도의 역할

만약 이와 같은 예상대로 기술이 발전하여 도달한 초인공

지능에게 대기오염을 해결하라는 과제를 주었는데, 초인공

지능이 인류야말로 대기오염의 근본원인이라는 판단을 내

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지만 상상해보는 것만으

로도 재앙과 같은 결과가 올 것만 같아 놀라움과 두려움이

앞선다. 기술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도적 통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초인공지능까지 가지 않더라도 초연결 지능사회의 초입에

있는 현재는 어떤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프라이버시

에 대한 위협이 현실로 다가와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모

든 사물들은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노출되는 빈도와 수집되는 데이터의 양의 측면

에서 전통적인 CCTV의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과는 차원을

달리하게 된다. 지금 당장 프라이버시 보호 법제 강화를 통

해 막아야 하진 않을까.

그런데 이렇게 기술의 발전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하여

기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이해없이 이루어진 규제는 항

상 그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혁명 시기 영국의 ‘적기조례(Red Flag Acts)’ 사

례이다.

마차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는 증기자동차의 성능에 위

협을 느낀 마부 등의 청원으로 1865년 의회에서 제정된 이

조례는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가지고 55m

전방에서 다른 자동차나 말의 접근을 예고토록 하고 최고

속도를 농촌에서는 시속 6.4㎞ 이하, 시가지에서는 3.2㎞

로 제한했다. 31년간이나 지속된 이 조례 때문에 산업혁명

이 진원지이자 증기기관을 발명한 선진국이었던 영국은 후

발국인 독일, 프랑스보다 뒤처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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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한림ICT정책저널

지금은 우스꽝스럽고 잘못된 규제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

는 ‘적기조례’ 역시 기술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에서 출발했

을 것이다. 자동차라는 신기술의 출현은 많은 사회적 문제

를 가져왔을 것이 분명하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사람과 충

돌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사고 후 도주하면 쫓아가서

잡기도 어려운데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아직 없는데 자동

차의 성능은 날로 높아만 간다. 이런 상황에서 ‘적기조례’

는 최선의 제도적 수단으로 보였을 수 있다.

오늘날 생각해보면, 도로와 교통신호 등 사회 인프라를 정

비하고, 차량번호를 부여하고 뺑소니범을 가중처벌하는 등

법적 안정성을 강화하고, 자동차보험 등을 통해 분쟁을 최

소화하는 등의 방법이 합리적인 법제도의 방향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눈 앞의 문제해결이 더

급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잘못된 규제로 인한 해악은 분명하다. 산

업 경쟁력을 뒤처지게 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후 자동차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이 얻게 된 사회적 효

용의 크기는, 현재에도 존재하는 교통사고와 같은 사회적

비용과 비교 형량하더라도 비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대하는 법제도의 자세는 기

술로 인해 발생하는 해악을 원천봉쇄할 수 있도록 규제하

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특성과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이

해하고 이를 최대한 증진시키면서도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기술이 인간을 위해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는 것이다.

현대판 ‘적기조례’는 없는가

다시 초연결 지능사회의 문제점으로 되돌아와서, 모든 기

기가 네트워킹되어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며 서비스를 제공

하는 환경에서 프라이버시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임

이 분명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 법제는 전세

계에서 가장 강력한 통제와 처벌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강력한 법제도가 앞서 이야기한대로 사물

인터넷 또는 만물인터넷의 특성과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증진시키면서도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

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오히려,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동시에 이용자의 프

라이버시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를 들면 정보통신망법 등 우리 개인정보보호 법제

는 명시적이고 형식적인 사전동의 절차를 엄격히 요구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여 수집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 법의 동의절차는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맞지 않다. 실질적인 동의 의사보다 법령이 요구하는 형식

을 갖췄는가가 우선하기 때문에 다양한 디바이스 환경에서

적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기술의 특성과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최대한 증진시키면서도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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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더라도 사전 동의 절차를 구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

여 이용자 불편이 증가하는데, 이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유

독 우리나라 서비스만 이와 같은 반복적 동의를 요구한다

고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서비스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이

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반복되는 동의 절차를 통해 습관적

인 동의 행태가 형성되어 꼭 필요하지 않은 정보수집에도

동의를 반복하게 된다.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도 저해되고

있는 것이다.

초연결 지능사회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PC웹 시절의 서비스 환경이 아닌 것이다.

이용자로부터 수집된 정보나 빅데이터가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의사를 바

탕으로, 가능한 자유롭게 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가능하도

록 하면서도 정보활용 주체에게 강력한 보호수단과 책임성

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관련 정부 부처에서도 국내 개인정보보호 법제로 인

한 산업발전 저해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 방향을

연구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기술이 인간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해야

이 외에도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와 기존 법제도의

충돌로 인한 문제점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창 성장

중인 O2O 서비스의 영역에서는 전통적인 사업자와의 이해

관계 충돌의 문제로 없던 규제도 새로 만들어지기까지 하

고 있다.

그렇지만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방식의 규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적기조례’ 사례와 마찬가지로 우리

법제도가 막는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서 발전을 이룰 것이

다. 또한 초연결 지능사회에서는 우리 국민이 외국의 서비

스를 이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도 없다. 불합리한 규제는 형

해화된 껍데기만 남게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기술의 특성과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최대한 증진시키면서도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접근을 강조하고 싶다.

기술이 인간을 위해 기능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