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6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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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_ 백의문화 34 체험기 白衣百感_ 141 나는 금연클리닉 방문 전에 이에 대한 정보도 수집해보았다. 먼저 금연클리닉이란 금연지원사업 의 확대를 위하여 2005년부터 시행된 지역사회 통 합건강증진사업의 하나이며, 각 시/군/구의 보건소 에서 신청하여 관리를 받고 상담과 금연 보조제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였다. 담뱃값 인상으 로 인하여 2015년 초 금연클리닉 이용자는 급증하 였고,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도전하여 성공하였다 고 한다. 나도 금연클리닉 참여를 위해 방문할 수 있는 보건소를 알아보았다. 우리학교 주변에 있는 보건소로는 가오동에 위치한 동구보건소, 문화동 에 위치한 중구보건소, 만년동에 위치한 서구보건 소가 있었는데, 위치와 교통수단을 고려하여 서구 보건소에 방문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금연 시작 D-1, 내 인생의 마지막 담배가 되길 바라며 잠에 들기 전 담배 한 개비를 태웠다. 처음 으로 도전하는 것에 대한 설렘과 걱정을 품고 잠을 설쳤다. 그리고 D-Day 아침, 방에 있던 담배는 물 론 라이터까지도 치워버렸고 내 주변사람들에게 금 연의 시작을 알렸다. 담배에 다시 손을 대면 안 된 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꾹 참았다. 온종일 내 머릿 속에는 담배 생각이 가득했고, 많은 유혹 앞에 고 통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__금연 클리닉 방문 나는 금연클리닉 체험을 위하여 만년동에 위치 한 서구보건소로 출발하였다. 외출할 때 항상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없으니 허전함이 컸고,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나만 피면 안 될까’라는 갈등도 했었 다. 조금이라도 빨리 담당자분을 만나서 지금 내 상황에 대한 해결방법을 구하고 도움을 받고 싶었 다. 단 하루였지만 그만큼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 음이 강했고, 정서적 불안감과 답답함이 심각한 수 준이었다. 이러한 나에게 금연클리닉이 효과가 있 을지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 해보자는 생각 하나로 문 을 열었다. 금연클리닉 대상자에게 실 시하는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표지판을 따라 간 곳에는 담당 선생님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 셨다. 가장 먼저 나의 흡연기간과 하루에 피는 담 배의 개수, 금연클리닉에 오게 된 이유 등 현재 내 상태를 알기 위한 상담이 시작되었고, 일산화탄소 측정도 하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하루 동안 담배 안 핀 것 맞아요?”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나의 일산 화탄소 수치는 위험수준으로 측정되었다. 금연을 계속하게 되면 일산화탄소 수치가 점점 내려갈 것 이라는 설명과 함께 힘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금연의 효과와 주의해야할 것, 그리고 앞으로의 마음가짐에 대해 선생님께 설명을 듣고 난 뒤 금연 보조제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하루에 피는 개비 수를 토대로 니코틴 패치를 주는데 나는 이 중 수 치가 가장 높은 패치를 받았었다. 이 밖에도 조그 마한 통에 들어있던 금연 사탕과 담배 피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사용하는 아로마향 금연파이프, 금연 중 조심해야할 것들이 정리 되어있던 조그만 책자, 마지막으로 손 지압기를 받을 수 있었다. 보 조제를 받고 난 뒤 선생님께서 걱정스러운 눈빛으 로 꼭 금연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응원해주시고 일 주일 후에 다시 보건소를 방문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날 우연히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학생과 같이 상담하게 되었는데, 이 학생과 대화를 나눠 볼 수 있었다. 나이는 23살이었고, 몇 주 뒤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할 계획인데, 담배에 신경을 안 쓰 고 공부에 집중을 하고 싶어서 클리닉에 오게 되었 2015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동시에 한 갑 에 2500원이던 담배가 4500원으로 인상되었고 모 든 pc방과 음식점, 술집 등이 금연구역으로 지정 되었다. 이 변화는 많은 흡연자들에게 부담이었고, 나에게도 걱정거리였다. 나는 중학교 때 처음 담배를 접해 10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하루 한 갑 이상 꾸준히 태웠 다. 내 몸에서 담배 냄새가 사라진 일은 거의 없었 고, 책상 위에는 담뱃갑이 항상 쌓여 있었다. 가족 중 유일한 흡연자였던 나에게 어머니의 잔소리는 점점 늘어났고, 집에서도 눈치를 보며 살아왔다. 주변사람들의 걱정에도 나는 그냥 담배가 좋았 다. 담배를 피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 었고, 식사 후의 흡연은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무 언가를 가득 채워주는 그런 존재였다. 특히 조용한 곳에 앉아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 있으면 많은 생 각에 잠길 수 있어 좋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내게 담배는 집 밖을 나설 때 꼭 챙기는 물건 중에 하나였고, 없으면 허전하고 불안해하기도 했다.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담뱃불을 붙이는 횟수가 늘어났고, 줄담배가 습관이 되어버렸다. 담배로 하 루를 시작하고 마무리도 함께 하는 일상이 계속되 자 담배 없는 생활이 힘들어졌다. 나는 오랜 흡연 기간 동안 몸에 해로운 사실을 알면서도 금연을 생 각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나의 금연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고, 담배가 좋 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 에게도 금연결심을 하는 계기가 생기게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1학년을 마칠 때 쯤, 백의문 화라는 동아리의 가입을 권유받았다. 백의문화의 활동은 동아리명과 같은 ‘백의문화’를 집필하고 발 간하는 것이었다. 나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활동하 는 동아리였고, 내가 직접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동아 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5년 2월, 동아리의 첫 시작으로 백의문화 아 이디어 회의가 있었다. 이 날은 선배들과 함께 백의 문화에 쓰일 글의 주제를 정하는 자리였다. 이 자 리가 있기 전, 사람들에게 어떤 글을 어떤 방법으 로 보여 줄까 깊은 고민을 했었다. 오랜 생각 끝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의 주제 몇 가지를 결정하였다. 그 주제 중 하나가 ‘금연클리닉 체험’이었다. 보건소 에서 시행 중인 금연클리닉의 관한 정보를 알려주 기 위해 내가 직접 체험하고 학교의 흡연자들을 위 해 글을 쓸 계획을 세웠다. 금연이라는 단 한 번의 결심도 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이 글은 새로운 도전 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금연클리닉이라는 주제의 글을 사람들에게 말하 고 난 뒤, 솔직한 마음으로는 걱정과 불안이 많았 었다. 내가 만약 금연에 실패를 하게 되면 ‘다른 사 람들이 나에게 실망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과 ‘내 가 정말 성공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 었다. 하지만 금연클리닉 체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겠다는 사명감과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굳게 마음을 다시 잡았고, 계획은 점차 준비되어졌다. 내 인생의 66일 신민관 금연체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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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내 인생의 66일 - 대전과학기술대학교nursing.dst.ac.kr/data/white/vol34/34_05_140.pdf · 열되어있고, 형형색색의 광고들이 내 눈을 사로잡 았다. 물건을

140 _ 백의문화│34 체험기│白衣百感_141

나는 금연클리닉 방문 전에 이에 대한 정보도

수집해보았다. 먼저 금연클리닉이란 금연지원사업

의 확대를 위하여 2005년부터 시행된 지역사회 통

합건강증진사업의 하나이며, 각 시/군/구의 보건소

에서 신청하여 관리를 받고 상담과 금연 보조제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였다. 담뱃값 인상으

로 인하여 2015년 초 금연클리닉 이용자는 급증하

였고,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도전하여 성공하였다

고 한다. 나도 금연클리닉 참여를 위해 방문할 수

있는 보건소를 알아보았다. 우리학교 주변에 있는

보건소로는 가오동에 위치한 동구보건소, 문화동

에 위치한 중구보건소, 만년동에 위치한 서구보건

소가 있었는데, 위치와 교통수단을 고려하여 서구

보건소에 방문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금연 시작 D-1, 내 인생의 마지막 담배가 되길

바라며 잠에 들기 전 담배 한 개비를 태웠다. 처음

으로 도전하는 것에 대한 설렘과 걱정을 품고 잠을

설쳤다. 그리고 D-Day 아침, 방에 있던 담배는 물

론 라이터까지도 치워버렸고 내 주변사람들에게 금

연의 시작을 알렸다. 담배에 다시 손을 대면 안 된

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꾹 참았다. 온종일 내 머릿

속에는 담배 생각이 가득했고, 많은 유혹 앞에 고

통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__금연 클리닉 방문

나는 금연클리닉 체험을 위하여 만년동에 위치

한 서구보건소로 출발하였다. 외출할 때 항상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없으니 허전함이 컸고,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나만 피면 안 될까’라는 갈등도 했었

다. 조금이라도 빨리 담당자분을 만나서 지금 내

상황에 대한 해결방법을 구하고 도움을 받고 싶었

다. 단 하루였지만 그만큼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

음이 강했고, 정서적 불안감과 답답함이 심각한 수

준이었다. 이러한 나에게 금연클리닉이 효과가 있

을지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 해보자는

생각 하나로 문

을 열었다.

금 연 클 리 닉

대상자에게 실

시하는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표지판을 따라

간 곳에는 담당

선생님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

셨다. 가장 먼저 나의 흡연기간과 하루에 피는 담

배의 개수, 금연클리닉에 오게 된 이유 등 현재 내

상태를 알기 위한 상담이 시작되었고, 일산화탄소

측정도 하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하루 동안 담배

안 핀 것 맞아요?”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나의 일산

화탄소 수치는 위험수준으로 측정되었다. 금연을

계속하게 되면 일산화탄소 수치가 점점 내려갈 것

이라는 설명과 함께 힘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금연의 효과와 주의해야할 것, 그리고 앞으로의

마음가짐에 대해 선생님께 설명을 듣고 난 뒤 금연

보조제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하루에 피는 개비

수를 토대로 니코틴 패치를 주는데 나는 이 중 수

치가 가장 높은 패치를 받았었다. 이 밖에도 조그

마한 통에 들어있던 금연 사탕과 담배 피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사용하는 아로마향 금연파이프,

금연 중 조심해야할 것들이 정리 되어있던 조그만

책자, 마지막으로 손 지압기를 받을 수 있었다. 보

조제를 받고 난 뒤 선생님께서 걱정스러운 눈빛으

로 꼭 금연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응원해주시고 일

주일 후에 다시 보건소를 방문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날 우연히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학생과 같이

상담하게 되었는데, 이 학생과 대화를 나눠 볼 수

있었다. 나이는 23살이었고, 몇 주 뒤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할 계획인데, 담배에 신경을 안 쓰

고 공부에 집중을 하고 싶어서 클리닉에 오게 되었

2015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동시에 한 갑

에 2500원이던 담배가 4500원으로 인상되었고 모

든 pc방과 음식점, 술집 등이 금연구역으로 지정

되었다. 이 변화는 많은 흡연자들에게 부담이었고,

나에게도 걱정거리였다.

나는 중학교 때 처음 담배를 접해 10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하루 한 갑 이상 꾸준히 태웠

다. 내 몸에서 담배 냄새가 사라진 일은 거의 없었

고, 책상 위에는 담뱃갑이 항상 쌓여 있었다. 가족

중 유일한 흡연자였던 나에게 어머니의 잔소리는

점점 늘어났고, 집에서도 눈치를 보며 살아왔다.

주변사람들의 걱정에도 나는 그냥 담배가 좋았

다. 담배를 피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

었고, 식사 후의 흡연은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무

언가를 가득 채워주는 그런 존재였다. 특히 조용한

곳에 앉아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 있으면 많은 생

각에 잠길 수 있어 좋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내게 담배는 집 밖을 나설 때 꼭 챙기는 물건 중에

하나였고, 없으면 허전하고 불안해하기도 했다.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담뱃불을 붙이는 횟수가

늘어났고, 줄담배가 습관이 되어버렸다. 담배로 하

루를 시작하고 마무리도 함께 하는 일상이 계속되

자 담배 없는 생활이 힘들어졌다. 나는 오랜 흡연

기간 동안 몸에 해로운 사실을 알면서도 금연을 생

각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나의 금연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고, 담배가 좋

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

에게도 금연결심을 하는 계기가 생기게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1학년을 마칠 때 쯤, 백의문

화라는 동아리의 가입을 권유받았다. 백의문화의

활동은 동아리명과 같은 ‘백의문화’를 집필하고 발

간하는 것이었다. 나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활동하

는 동아리였고, 내가 직접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동아

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5년 2월, 동아리의 첫 시작으로 백의문화 아

이디어 회의가 있었다. 이 날은 선배들과 함께 백의

문화에 쓰일 글의 주제를 정하는 자리였다. 이 자

리가 있기 전, 사람들에게 어떤 글을 어떤 방법으

로 보여 줄까 깊은 고민을 했었다. 오랜 생각 끝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의 주제 몇 가지를 결정하였다.

그 주제 중 하나가 ‘금연클리닉 체험’이었다. 보건소

에서 시행 중인 금연클리닉의 관한 정보를 알려주

기 위해 내가 직접 체험하고 학교의 흡연자들을 위

해 글을 쓸 계획을 세웠다. 금연이라는 단 한 번의

결심도 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이 글은 새로운 도전

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금연클리닉이라는 주제의 글을 사람들에게 말하

고 난 뒤, 솔직한 마음으로는 걱정과 불안이 많았

었다. 내가 만약 금연에 실패를 하게 되면 ‘다른 사

람들이 나에게 실망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과 ‘내

가 정말 성공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

었다. 하지만 금연클리닉 체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겠다는 사명감과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굳게 마음을 다시 잡았고, 계획은 점차

준비되어졌다.

내 인생의 66일신민관

금연체험기>>>

Page 2: 내 인생의 66일 - 대전과학기술대학교nursing.dst.ac.kr/data/white/vol34/34_05_140.pdf · 열되어있고, 형형색색의 광고들이 내 눈을 사로잡 았다. 물건을

142 _ 백의문화│34 체험기│白衣百感_143

고, 담배와 함께 헤어짐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담

배를 피울 때 나 혼자 금연하고 있는 것이 괴로웠

고, 나 혼자 멀리 떨어져 있으니 소외감도 느껴졌

다. 그리고 흡연자들은 알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담

배를 끊는다고 하면 괜히 그 사람에게 담배를 권유

하는 것을. 나도 물론 권유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

데 내가 끊으려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니 이 행동

은 마치 아담과 하와가 뱀에게 유혹을 당해 선악과

를 먹은 것처럼 엄청난 유혹이었다. 권유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장난일 수 있겠지만 흡연 욕구와 금연

다짐이 내 마음속에서 서로 충돌하였다. 다시 담

배에 굴복하는 것이 무서웠고 그동안 참아왔던 시

간들이 생각나서 일초라도 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이때 이후로 또 다시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

기 위해 흡연구역을 피해 다녔다.

‘식후땡’이라는 단어는 식사를 하고 난 뒤 피우

는 담배를 말한다. 이것은 흡연자들에게 마음의 안

식과 식사의 마침표를 찍어주는 존재라고 해도 과

언이 아니다. 밥을 먹고 난 뒤에는 항상 ‘식후땡’이

그리웠고, 다른 때보다 식후에 내 마음을 다스리기

가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맵고 짠 음식, 기름진 음

식, 술, 식사를 과하게 한 경우에는 몸이 미친 듯이

담배를 요구했다. 하루는 제육볶음을 배부르게 먹

고 식당을 나왔는데, 같이 있던 사람들이 담배 피

우고 있던 것을 보고 담배 하나만 피우게 해달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 간신히 옆에서 말려서 담뱃불은

붙이지 않았지만 이날 나는 선을 넘을 뻔 했었다.

이처럼 금연 중에는 음식을 신경 써서 먹어야 하

고, 술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__변화

신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담배에 붙이지 못

한 불을 식욕에 붙이기 시작해 입 안으로 쉴 새 없

이 먹을 것들이 들어왔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스트

레스를 해소하려 했다. 점점 먹는 것을 조절할 수

없게 되었고, 흡연보다는 살이 찌는 것이 나을 것

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한 달 사이에 몸무게는

5kg이 늘어났고, 군것질이 습관이 되었다. 담배를

끊으면 살이 찐다는 말을 내가 직접 겪게 되었다.

담배와 멀어진지 일주일이 지났을 쯤, 아침마다

일어나는 것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담배를 피던

때에는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피로

가 가득했었는데 금연 후에는 매일 아침을 7시에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하루를 생활하는 동

안 몸은 가볍게 느껴졌고, 나 자신이 밝아진 것 같

은 기분이 들었다. 내 몸이 반응하고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다.

니코틴 패치나 다른 금연 보조제를 사용하지 않

아도 일상생활 중에 담배를 다스릴 수 있게 되었

다. 참는 것이 예전만큼 고통스럽지 않았고, 담배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변해갔다. 담배 연기는 독하게

느껴졌고, 길을 지나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

면 코와 입을 막으며 걸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금방

담배를 피우고 온 사람과 대화를 할 때에는 담배냄

새가 그렇게 지독할 수 없었다. 나도 이제 담배를

피울 때는 전혀 몰랐던 ‘비흡연자’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

이 미안했고,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흡연을 하던 시절, 일주일 동안 생활비를 10만원

정도 썼다고 하면 이 중 4만원이 담뱃값이었다. 담

배 한 갑에 밥 한 끼 가격이다 보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밥은 굶어도 담배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

문에 나의 지갑은 점점 더 얇아져갔다. 그러나 금

연을 시작한 뒤에는 나의 지갑이 달라졌다. 오랜만

에 통장 잔액을 확인해 본적이 있었다. 처음에 잔

고를 보고나서 내 통장이 맞는지 의심스러웠고 누

가 내 통장에 돈을 입금한 것인지 조회도 해보았었

다. 확인해 본 결과 계좌번호도, 이름도, 잔액도, 모

두 내 것이 맞았다. 예상했던 잔액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돈이 남아있다는 것이 나를 살맛나게 해주

다고 했다.

클리닉 방

문 전에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

는 분 들만

오는 줄 알

았었는데 이 학생과 대화하면서 그것은 나만의 생

각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__금연 초기

금연클리닉의 도움으로 본격적인 금연이 시작되

었다. 클리닉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대로 잠에 들

기 전 니코틴 패치를 한쪽 어깨에 붙였으며 지원받

은 지압기와 금연파이프는 항상 휴대하였고, 물통

을 준비해서 물을 자주 마셨다. 그리고 담배 생각

이 날 때마다 하나씩 먹기 위해 은단과 껌을 편의

점에서 미리 준비해두었다.

금연 시작한지 3일째 되던 날, 금단증상이 정말

심각했다. 수업을 듣는 중에 가만히 있던 손이 덜

덜 떨리기도 했고, 이유 모를 불안감과 함께 극도

로 예민한 상태였다. 심장은 빠르게 뛰었으며 가슴

이 너무 답답했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하고 있던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 모든

게 담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담배에 손

을 대고 싶었다. 여러 보조제와 굳은 다짐에도 불

구하고 너무나 힘들었다.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

던 사람들을 보면 한 모금만 달라고 해볼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었고, 간접흡연이라도 해볼 생각에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기도 했었다. 간신히 버텨낸

이날 밤에는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 정말 잘 참아

냈다고, 내일도 노력해보자고 다짐을 하며 눈을 감

았었다.

굳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몸은 내 맘대로 되지

않았으며 며칠이 지나도 금단증상은 계속 되었다.

오후에는 졸음이 쏟아졌고, 가슴의 답답함은 여전

했다. 한창 힘들어하던 때, 핸드폰 벨이 울렸다. 보

건소에서 온 전화였다. 선생님께서는 금연이 잘 진

행되고 있는지 현재 상태를 물어보셨고, 간단한 대

화를 나눌 수 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전화에 조

금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내게 관심을 가져준다

는 것과 격려를 해준다는 것이 정말 금연에 대한

마음을 다시 다스리는 계기가 되었다.

금연을 시작한지 며칠 후, 나는 인터넷에서 향수

를 하나 구입했다. 향수를 보면서 금연 다짐을 다

시 상기시킬 수 있도록 하였고, 불쾌한 담배 냄새

대신 향기로운 향이 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는 나

만의 목표를 세웠다. 효과는 괜찮았다. 매일 아침

향수를 몸에 뿌리면서 향기로운 향과 함께 하는

것이 뿌듯하기도 했고, 행복했다. 하루를 보내는

중에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으면 코의 감각이 살아

나는 것 같았고 기분이 좋았다.

__수많은 유혹들

편의점에만 가도 계산대에 담배가 열을 맞춰 진

열되어있고, 형형색색의 광고들이 내 눈을 사로잡

았다. 물건을 계산할 때마다 담배들이 자기를 데려

가 달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고, 한 번 더 나를 돌

아보게 했다. 이럴 때 마다 클리닉에서 알려준 것

처럼 심호흡을 크게 여러 번 하고, 받은 사탕을 먹

거나 금연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금연파이프가 정말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몸은 담배를 피울 때마다 숨을

들이마시는 것을 기억하게 되어 습관이 된다고 하

는데, 이 파이프가 담배를 대신하여 욕구를 해소를

해주는 것이다. 이 제품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파이프를 사용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자제할 수 있었다.

나와 친한 사람들은 대부분 흡연자들이었다. 담

배를 피우던 때에는 사람을 만나면 담배와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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