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 2003년 부산 국제 영화제 초청작으로 영화화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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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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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빠가 돌아왔다

  • 목차

    1. 김영하에 대하여

    1) 연보

    2) 작품목록

    2. 김영하의 작품세계

    1) 김영하의 작품 경향- 작품별로 분류한 작품세계

    2) 김영하 문학의 특징

    3) 김영하와 영상문학 : 영화화한 작품들 소개

    3. "오빠가 돌아왔다" 작품에 대하여

    1) 서지사항

    2) 줄거리

    3) 구성과 시점

    4) 인물분석

    5) 제목의 의미와 주제의식

    6) 표현상의 특징

    4. 평가

    1) 문단평가

  • 2) 우리들의 평가

    5. 참고문헌

    1. 김영하에 대하여

    1) 연보

    1968년 11월 11일. 군인의 아들로 경상북도 고령에서 태어났다.

    1991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컴퓨터 통신을 시작하였고, '바른 통신을 위한

    모임' 문예분과에서 주로 활동을 하였다.

    1992년 소설 『무협학생운동』(도서출판 아침)을 발간했다.

    1995년 군복무 중이던 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응모했으나

    낙선했다. 대중문화평론지 『리뷰』에 다시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발표로

    문단에 데뷔했다. 연세대학교 한국어 학당 강사로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1996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문학동네에서 발간했다. 이 소설로 '제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1997년 「도마뱀」, 「호출」, 「도드리」, 「손」등의 단편 소설이 실린 단편소설집

    『호출』을 문학동네에서 발간했다.

    1999년 단편 『당신의 나무』로 ‘제44회 현대문학상’을 수항했다. 「사진관 살인사건」,

    「흡혈귀」, 「바람이 분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피뢰침」, 「비상구」,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고압선」,「당신의

    나무」등의 소설이 실린 소설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문학과 지성사에서 발간했다.

    2000년 영화에세이 『굴비낚시』를 마음산책에서 발간했다.

    2001년 SBS 라디오 ‘책하고 놀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장편 『아랑은 왜』를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지은 동화 『벤의 꿈』과 『이상한 하루』를 번역해서

    출판하였다.

    2002년 산문집 『포스트 잇』을 현대문학에서 발간했다.

    2003년 장편 『검은 꽃』을 문학동네에서 발간했다.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를 마음산책에서 발간했다.

    한국일보에 「길 위의 이야기」를 넉 달간 연재하여 100편을 채웠다.

    2004년 「그림자를 판 사나이」, 「오빠가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캐럴」, 「너를 사랑

    하고도」등이 실린 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를 창간비에서 발간했다.

    『오빠가 돌아왔다』로 문학과지성사가 운영하는 ‘제16회 이산문학상’, 단편

    『보물선』으로 ‘제4회 황순원 문학상’, 장편 『검은 꽃』으로 조선일보사가 주관

    하는 ‘제35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9월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임강사‘로 채용되었다.

    2005년 러시아 동화 『작은 사냥꾼』을 문학동네 어린이에서 번역하여 출판했다.

  • 산문집『랄랄라 하우스』를 마음산책에서 발간했다.

    2006년 장편『빛의 제국』을 문학동네에서 발간했다.

    2007년 장편『퀴즈쇼』를 문학동네에서 발간했다.

    2009년 산문『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발간했다.

    2) 작품목록

    ◇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문학동네, 1996

    『아랑은 왜』, 문학과지성사, 2001

    『검은 꽃』, 문학동네, 2003

    『빛의 제국』, 문학동네, 2006

    ◇ 단편소설

    『파란하늘에 핀 장미꽃』, 국일증권연구소, 1982

    『무협학생운동』, 아침, 1992

    『호출』, 문학동네, 1997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문학과 지성사, 1999

    『오빠가 돌아왔다』, 창비, 2004

    『퀴즈쇼』, 문학동네, 2007

    ◇ 산문집

    『굴비낚시』, 마음산책, 2000

    『포스트 잇』, 현대문학, 2002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마음산책, 2003

    『랄랄라 하우스』, 마음산책, 2005『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2. 김영하의 작품세계

    1) 김영하의 작품경향- 작품별로 분류한 작품세계

    (1)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제1회 문학 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

    2003년 부산 국제 영화제 초청작으로 영화화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자살도우미 S와 그의 의뢰인들의 이야기이다. 의뢰인들은 각자 내면의 고통을 가지고 있

    고 S는 그들을 편안하게 죽음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엮는다.

    죽음 또한 자신의 결정이라며 사회에 반항적인 측면을 보이는 김영하스러운 소설이다.

    작가이자 고민상담 카운슬러인 S는 자살도우미이다. 그는 의뢰인들의 사연을 가지고 소설

  • 을 쓴다. 항상 북극에 가고 싶다던 술집여자 세연은 총알택시 운전사

    K의 여자 친구이다. 세연에 대한 K의 사랑이 점차 깊어지는 동안 그는

    세연이 자신의 친형 M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알고 형에 대한 질

    투와 세연에 대한 집착에 빠지기 시작한다.

    M은 그녀를 유디트라 부른다. 그녀는 자신의 생일 날 눈 속에 헤치

    며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세연이 자살을 하고 K는 괴로움에 스피

    드를 즐긴다. M은 잠시 그녀가 생각날 뿐이다. S는 소설을 마치고 여

    행을 떠난다. 그는 유디트의 그림을 직접 보러 박물관에 간다. 그곳에

    서 에비앙 생수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미미의

    행위 예술과 비디오 아트를 접목시키는 공동 작업을 하게 된다. 미미는 S의 권유로 생을 마

    감하기 전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을 해보던 중 M과 작업을 하게 된 것이었다. 미미는 퍼포먼

    스 공연을 마치고 손목을 그어 자살한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에서는 「유디트」나 「사르다나팔의 죽음」과 같은

    미술작품이 등장한다. 무언가 암울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 그림들은 김영하의

    소설과 잘 어울린다. '신은 나를 창조했지만 자기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한다. 죽음도

    나 자신의 선택이다.'라는 사회 반항적인 의미를 담은 소설이다.

    (2)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저자의 소설집. 「사진관 살인 사건」,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당신의 나무」, 「바람이 분다」, 「흡혈귀」등 9편의 소설을 엮었다.

    이번 소설집은 『호출』(1977)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창작집으로 그로

    테스크한 현실 해석과 섬세하면서도 도발적인 인물들의 창출로 표피적인

    우리의 일상을 헤아릴 수 없는 깊이의 세계로 바꾸어버리는 그만의 독특

    한 상상 세계를 펼쳐 보인다.

    담배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 유독하고 매캐한, 조금은 중독성이 있는 읽는 자들의 기관

    지로 빨려 들이고 그들의 기도와 폐와 뇌에 들러붙어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호흡을 곤란하게

    하며 다소는 몽롱하게 만든 후 탈색된 채로 뱉어져 주위에 피해를 끼치는 그런 소설을…….

    - 김영하(작가 후기에서) -

    살다 보면 이상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모든 일이 뒤틀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 아침, 나는 면도를 하다 면도기가 부러져 수염을 반밖에 깎지 못했다. 서둘러 나와 엘

    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엘리베이터가 5층에서 멈추고 움직이지 않아 계단을 달려 내려오다

    가 5층에 사람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본다. 시간에 쫓긴 나는 사람의 신음 소리를 뒤로하고

    한달음에 일층까지 내려오지만 경비는 순찰중이어서 보이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에서 휴대폰을 빌려 119에 신고하려 하지만 아무도 빌려주지 않고 사람들에

    끼여 겨우 올라탄 버스에서는 지갑을 가져오지 않아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고 그 바림에 기

    사는 맞은편 차선에서 돌진해오던 덤프트럭을 보지 못하고 정면충돌한다. 다행히 가벼운 상

    처만 입은 나는 그 아수라장에서도 휴대폰과 지갑이 없어 회사에도, 119에도 연락하지 못

  • 한다. 두 번째로 올라탄 버스에서는 치한으로 몰려 중간에 내릴 수밖에 없게 된다. 엘리베

    이터에 낀 그 사람과 오늘 회의에서 발표할 회사 내 자원 재활용에 관한 중대 보고를 생각

    하며 숨이 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리고 달려 겨우 회사에 도착한 나는 엘리베이터에 오른

    다. 그러나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춰 다시 꼼짝없이 갇혔다가 간신히 구조된 나

    는 엉망이 된 몰골로 회의에 참석하여 준비된 자료를 발표하지만 내놓은 의견은 반려되고

    점심 먹으러 가다가는 경비에 의해 회사 밖으로 쫓겨난다. 비로소 한숨 돌린 나는 엘리베이

    터에 낀 그 남자를 신고하지만 무시당하고, 퇴근 후 집에 간 나는 엘리베이터가 정상 작동

    되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가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

    은 아무도 없다. 그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3) 『검은 꽃』

    2004년 ‘동인문학상’ 수상

    구한말 멕시코 이민자들의 파란만장한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고 혁명과 신 조국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

    역사소설임에도 기존의 역사소설의 틀을 과감히 벗어난 희극성 강한 이

    야기이다.

    1905년 기울어져 가는 조선에서 더 이상 먹고 살길이 없는 나라를 떠

    나 희망의 멕시코로 이민을 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멕시코

    행 일 포드 호는 조선인 1033명을 싣고 제물 포항을 떠난다. 하나의 국

    가가 된 일 포드 호에서는 반상의 구분이 없고 남녀가 서로 섞이며, 지독

    한 냄새와 함께 전염병이 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사랑은 싹튼다. 그들을 대륙식민회사의

    농간에 의해 에네껜 농장에서 4년 의무 노동을 해야 한다. 적은 임금과 비싼 식료품, 말 하

    나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사람들은 죽을힘을 다해 일을 한다. 4년이 지난 후 농장에 남

    는 사람도 있었고 도시로 나가 노동을 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 당시 멕시코는 혁명이 한

    참 일어나고 있었다. 불안한 도시 상황에서 조선인들 중 몇몇은 과테말라 혁명군에 참가했

    다. 혁명군에 참여했던 그들은 '신대한'이라는 국가를 계획하지만 10명만 간신히 살아남고

    모두 정부군에 의하여 죽임을 당한다. 종국엔 모두가 흩어진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작가는 일제치하시절 멕시코 에네켄 농장으로 팔려간 이주 농민들의 파란만장한 삶

    과 그 속에 비춰지는 우리 민족이 거쳐 온 삶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아이러니적 요소로

    인해 야기되는 희극성이 드러나 비극적인 우리 민족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킨다. 역사소설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이 작품은 역사소설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배반하는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시대의 충실한 재현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낭만적 영웅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4) 『빛의 제국』

    김영하가 『검은 꽃』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단 하루 동안 인생을 통째로 다시 산 한 남자 이야기

    스물네 시간 안에 자신의 존재는 물론 살아온 세월의 절반을 흔적 없이 정리해야 하는 한

  •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자신의 특징인 감각적이고 속도감 넘치

    는 문체를 자제하고, 묵직한 주제의식과 전복적인 상상력으로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시간 동안, 한국사회의 변화양상과 그 구성원들의 개별적 삶의 궤적을 조망한다.

    소설의 주인공 김기영(본명 김성훈)은 평양외국어대 영어과 재학

    중 차출되어 4년간 대남 공작원 교육을 받은 뒤, 스물두 살이던

    1984년 서울로 남파 된 스파이다. 당시 평양에서는 잘 훈련된 엘리

    트 출신 공작원을 남한 대학의 신입생으로 입학시켜 학생운동세력과

    함께 커나가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김기영은 그 실험 모델이

    된다. 그러다 1995년 자신을 내려 보낸 북쪽 담당자가 실각하면서,

    김기영은 잊혀진 스파이가 되어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간다.

    2005년 어느 날 아침, 사무실에 출근한 그는 한 통의 메일을 통

    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귀환하라는 평양의 명령을 전달받는다. 자신

    의 기록이 삭제되었으리라 믿고 있던 그는 명령의 전달 경위를 추측하며 고민에 휩싸인다.

    올라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하루뿐인데…….김

    영하가 그려낸 21세기의 '이명준'은 스물네 시간 안에 자신의 존재는 물론 살아온 세월의

    절반을 흔적 없이 정리해야 하는 중년의 스파이다. 『빛의 제국』은 그로부터 쓰이기 시작

    한다.

    이 소설에서 그는 자신의 특장인 감각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문체를 억누르는 한편, 묵직

    한 주제의식과 전복적인 상상력으로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시간 동안의 한국사

    회의 변화양상과 그 구성원들의 개별적 삶의 궤적을 조망한다. 이 작품은 내용과 형식 모두

    김영하의 기존 작품들과 성격을 달리하며, 1990년대 이후의 한국소설에서는 비슷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무엇보다 『빛의 제국』의 의미론적 파장은 1960

    년에 발표된 최인훈의 기념비적 소설 『광장』에 가 닿는다. 주지하듯 『광장』은 남북 분

    단의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개별적 인간의 삶을 통해 정면으로 다룬, 최초이자 최고

    의 작품이다. 『광장』 출간 46년째인 올해, 김영하는 1960년대와는 또 다른 층위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역사적 현실 조건 속에 놓인 인간의 실존적 삶에 중층적으로 접근한다. 『광

    장』이 4ㆍ19혁명 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의 문학사를 이념적으로 독점

    했다면, 『빛의 제국』은 1989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문학사를 재편하며 현재의 이십대

    젊은이들에게 1980년대 이후의 현대사를 추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는다.

    2) 김영하 문학의 특징

    (1) 일반적인 한국문학의 틀을 벗어난 문학

    ① 반사회적 반윤리적 경향(악마주의)

    일반적으로 문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사회적인 도덕

    과 그 도덕에 맞는 인간상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하나의 이상을 보여준다.

    “술 꼴아서 맛 간 이젠 취미 없어. 야 씨발, 언제까지 그런 노가다를 뛰어야 되냐? 이 짬밥

    에 뻑치게 됐냐? 글구 그건 달리면 최하 3년이야. 특수강도잖아? 종달이 형 그걸로 달려서

  • 지금 뺑이치잖냐”

    - 김영하 단편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中 -

    하지만 김영하의 작품에 있어서는 이러한 일반적 문학작품의 아름다움 추구가 나타나기

    보다는 악마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암흑적, 변태적, 반항적, 폭력적인 면을 작품 내용에

    투영시킨다. 인간상과 사회상의 암울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작가는 일종

    의 전율할 만한 쾌감을 줌과 동시에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악마적 속성을 확대, 강조하여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낸다.

    ②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노마디즘의 경향

    노마드란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철학적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은 김영하의 전반적인 작품에

    서 느낄 수 있다. 김영하는 어렸을 때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곳으로 이사를 다니며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했다. 그러한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는 정착되지 않은 유동적인 삶의

    자세를 갖게 되었고 그의 글에서는 기존의 사회에서 인정하는 윤리와 가족의 가치를 부정하

    고 자신만의 새로운 상을 제시하는 김영하, 그의 노마드가 표출되었다.

    저에게는 고향이 없습니다. …중략… 글쓰기 전략의 측면에서 말씀드리자면, 쓸 수 없기도

    하지만 쓰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유년기의 기억들이 재조립된 형태로나마 존재하기는 하

    지만 그게 곧 제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르게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그랬지만 쓰다 보니까 이런 방식이 90년대의 한국사회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중략

    - 99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인터뷰에서 -

    일반적으로 한국문학은 그리움과 상실감의 대상으로서의 고향, 원점회귀 단위, 유년기의

    정신적 상처와 같은 실존적 정신분석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김영하의 소설에는

    상상적인 고향의 자리나 돌아가야 할 원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김영하의 그런 특징은 90년

    대를 드러내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③ 김영하의 문학은 “테러리즘과 에로티시즘”의 두 축 위에서 움직인다.

    ● 테러리즘: 폭력적인 공포정치 또는 암흑정치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테러(terror)라면 테

    러리즘을 뜻한다. 테러는 위협․폭력․살상 등의 끔찍한 수단을 수반하므로, 테러․테러리즘․테러리스트라는 말들은 사람들에게 공포와 전율을 느끼게 한다.

    ● 에로티시즘(eroticism): 남녀 간의 사랑이나 관능적 사랑의 이미지를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암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김영하의 소설에서 테러리즘이란 결국 자기근거(허상)의 파괴와 관련되어 나타난다. 하지

    만 동시에 더러운 시대를 살아가고는 있지만 자신의 삶과 욕망에 대한 자기배려 또는 삶에

    대한 미학적 욕망을 포기할 수도 없기에 욕망을 원래의 지점으로 환원하기 위해 쓰인 것이

    에로티시즘이다. 김영하는 몸에 대한 탐색을 자신이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도구로서 사

    용하고 있다.

  • ④ 심미주의적 키치의 세계 (김남희의 논문 참고)

    김영하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유형은 세련된 문화적 취향을 드러내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기본적인 노동과 인관 관계에 대한 관심보다는, 혼자만의 다양한 대중 문화적 취향과 기호품으로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90년대 소설에 있어 이런 키치적 인간형은 특수한 상황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보편화되어있다. 로댕의 화집을 펼쳐 들었다. 5년 전 파리의 로댕 미술관에 들렀을 때 사두었던 것이었다. 그 시절 나는 비를 기다리는 양서류처럼 로댕에 빠져들었다. 로댕은 나를 발정 시켰던 유일한 조각가였다. 나는 그의 대리적 조각 앞에서 반나절을 서성거리며 그를 탐했다. 아니 그의 창조물들을 원했다. 내 몸에 걸친 모든 옷을 벗어 던지고 그의 대리석과 성교하고 싶었다.

    - 김영하의 단편집 『호출』, 「나는 아름답다」 229쪽 -

    각 문화 영역간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영상 매체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가 문화의 변방에 밀려나 있는 저급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젊은 세대의 감각적 취향이나 그들의 생활양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화적 자양분으로 인식

    되면서 대중문화와 관련된 문화적 정보들이나 문화적 감수성이 작품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여러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물건을 자신 역시 갖고 있다면 사람들은 만족을

    느끼며 반대의 경우에는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키치의 심리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TV, 광고 등에서 나오는 키치적 이미지들의 범람으로 침윤된 현대생활은 실제와 상상, 현실과 환상, 표면과 심층간의 구별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문화 현상은 포스트 모던한 의 세계이며 키치적 세계이다.

    로댕의 조각상을 탐하는 의 묘사는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키치적 욕망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키치로 둘러싸인 현실 속에서 김영하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키치적 대중문화상품을 거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이 키치로 넘쳐 나기 때문에 더욱 키치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욕망은 강해지고, 주인공들은 예술작품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김영하의 작품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사진작가, 행위예술가, 무용수 등 예술가가 많다. 이들 은 고정된 유형에 갇히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대중문화, 즉 키치에 의한 소외를 극복하려고 애쓰는 유동적인 인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인물들은 이미지가 실재를 대신하는 현실에 잘 적응되어 있기 때문에 겉모습에 많은 비중을 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김영하의 작품의 특징은 그림이란 예술작품에 의해서 가장 잘 나타난다. 작가가 설정한 그림의 모티브에서부터 주제와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김영하 소설의 주요한 특징이자 매력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그림을 통한 ‘이미지’를 접하면서 아울러 예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만족을 얻는다. 따라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즉 키치는 작품 속에서 서로 뒤엉켜 구분 점을 잃어버린다.

    한편 그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감상한다는 것은 90년대 소설에 나타나는 ‘의식의 가벼움’이라는 선상에서 볼 때 흥미로운 사실이다. 순전히 허구적 상상력의 소산인 직업을 가진 인물은 문화적인 섭취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다비드, 클림트 등의

  • 예술작품을 이미지화 하여 소설 속의 현실에 투영하는 기술은 명화라는 순수고급예술이 90년대의 영상 세대적인 특징 속에 혼합되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키치적이다. 그림에 대한 설명이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생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생생한 화면이 곧 그림 또는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생존의 실제 상황에서 일어나는 긴박한 삶의 모티프가

    이들에게 실감을 주고 있지 않고, 오히려 ‘그림’과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의 세계가 김영하 소설의 현실 감각을 대체하는 강력한 상상적 자원이 되는 것이다.

    김영하의 작품들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삶도 죽음도, 작가도 신도 온통 허구적인 상상력의 존재로서 가볍게 받아들인다. 이는 90년대를 장악한 키치적인 속악한 현실을 다분히 위악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각종 고급취향의 키치적 기호를 이용하여 현실을 전복하려는 의도가 있

    는 것이다.

    (2) 리얼리즘 중심의 문학관에 대한 도전

    김영하가 생각하는 90년대는 리얼리즘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시기였다. 많은

    작가들이 맥 빠진 리얼리즘에 활기를 넣기 위해 노력하지만 김영하는 그것에 염증을 느끼게

    된다.

    김영하는 90년대의 리얼리즘에 흥미를 잃고 다른 길을 모색한다. 그 길이 상상이 있는 가상

    의 길이다. “환상은 이미 하나의 현실입니다. 환상이 이미 하나의 익숙한 텍스트로 존재할

    때, 그것은 현실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99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인터뷰에서 -

    김영하는 자신의 많은 작품에 ‘환상’의 모티프를 적용한다.

    어렸을 적 당신은 떡갈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중략… 그 때부터 당신은 나무를 두

    려워했다. 미친 여자의 머리카락처럼 산발하며 뻗어 내려간 뿌리와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는

    나뭇잎들.

    - 김영하 단편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中 -

    김영하는 90년대 한국사회를 드러내는데 리얼리즘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여 적극적이

    고 세세한 현실반영을 하는 리얼리즘과는 달리 김영하는 현실을 왜곡하고 환상적으로 표현

    했다. 섬세하고 도발적인 인물들의 창출로 표피적인 우리의 일상을 헤아릴 수 없는 깊이의

    독특한 소설 세계를 표현한다.

    ◆ 허구와 변용과 확장

    : 허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작가의 미학적 태도

    - 소설 소재의 확장 양상

    - 메타픽션의 가능성 탐구

    김성수(金成壽 ·문학평론가/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 1. 삶의 ‘잉여’로서의 소설

    1990년대의 젊은 작가 즉, 신세대 작가들이 보여준 감각의 파격과 새로움은 대체로 두

    가지 방향에서 이해된다. 하나는 그들이 지난 시대에 대한 정치적 부채감으로부터 어느 정

    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에 따른 삶의 어떤 절박함보다는 1990년

    대라는 탈정치적 상황의 문화적 분위기가 제공해 주는 정신적 여유로움이 이들 젊은 작가들

    의 삶과 문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생활의 잉여로서의 문화’

    (최인훈,《문학과 이데올로기》)가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 안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며

    녹아있다. 그들은 그림을 비롯하여 영화·만화·대중음악·사진 등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지식

    을 창작의 주요 모티브로 활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일종의 ‘문화 주의적 경향’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왕성한 문화적 감수성과 표현 욕구를,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형성하는 주요 자질

    로 추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영하는 이미지와 실체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등단작 (1995

    에 이어, 첫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1996)에서 소설이 “삶의 잉여에

    적합한 양식”임을 피력했다. 소설의 양식 혹은 소설쓰기에 대한 의식의 원점을 형성하고 있

    는 김영하의 이 명제적 진술은 향후 그의 작품 세계를 담아내는 하나의 틀로서 중요한 함의

    를 지니게 된다.

    김영하의 문학에서 ‘잉여’란 마르쿠제의 ‘현실/쾌락원칙’이나 ‘일/놀이’(《에로스와 문명》)

    의 대립 구도에서, ‘쾌락 원칙’이나 ‘놀이’의 축으로 옮겨온 1990년대 문화현상을 적용해야

    만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이다. 1990년대 작가들에게 나타나는 세대론적 공통감각 속에는

    김영하가 말한 삶의 ‘잉여’로부터 분출되는 내면의 양상들로서 권태나 허무의식, 나르시시즘

    경향, 성적탐닉을 통한 소통의 모색, 속도에 심취 된 감각 등이 필요조건으로 함축되어 있

    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하가 소설을 “삶의 잉여에 적합한 양식”으로 포착한 것은, 소설을

    이해하는 자기규정 혹은 창작 원리에 다름 아니며, 동시에 1990년대의 젊은 작가들이 산출

    한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문화적 감수성을 압축하여 설명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2. ‘허구’의 탐구

    소설의 현실 재현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고 있는 김영하의 의식은 근대적 의미의 리얼

    리즘과는 거리를 두고 출발한다. 소설을 삶의 ‘결핍’이 아니라 ‘잉여’의 양식으로 이해하는

    그의 미학적 태도는, 그래서 가상현실이나 판타지 또는 전설 속의 이야기나 역사적 사실로

    부터 소재를 취하는 경우에도 소설의 현실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이

    다.

    비디오아티스트 C에게 퍼포먼스만이 진짜 예술이며,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비디오아트

    는 이미 실재가 아니기 때문에 예술이 될 수 없다는 미미의 주장에 대해 C가, 어차피 예술

    이란 실재를 한번 걸러내는 것이며, 그래서 “회화든 조각이든 실재를 어떤 방식으로든 변형

    해서 실재를 더 실재답게 만들어 내는”(《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113쪽) 과정이

    라고 말하는 것도 허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작가의 미학적 태도와 밀착되어 있다.

    이 지점에서 김영하는 소재의 외연을 과거와 역사의 무대로 확장하여 ‘소설이란 무엇인

    가’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을 재인식하면서, 이를 조선시대 ‘아랑 전설’과 관련된 이야기에

    적용하여 심화시켜 나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소설이 단순히 역사적 사실에서 소

    재를 취하여 전개하는 역사소설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아랑은 왜》에서 작가

    는 결국 ‘허구’의 창조적 과정으로서 소설 쓰기란 무엇이고, 작가는 누구이며, 그 글을 읽는

  • 독자들은 누구인지 질문하는 소설 창작에 대한 메타픽션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런 의미에

    서 김영하가 자신의 소설 쓰기에 대한 인식을 가다듬고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려는 의도를

    반영하는 과정으로서 과거의 설화를 활용한다든지, 삭제되거나 누락된 근대사의 영역에 이

    야기의 생기를 불어 넣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워 보인다.

    (3) 신세대, 대도시의 감수성을 대표하는 작가

    신세대 작가, 김영하에게 붙는 수식어이다. 90년대 신세대 작가들의 특징은 사회적 위기

    감과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 빠르게 문단에 흡수되어 자기 자리를 만들고, 자신들의 세계를

    펼치는 데에 거침이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소설의 영상문학화 축은 이미지화를 들 수 있다.

    그 중 김영하는 신세대, 대도시의 감수성을 표현하는 대표적 작가라고 할 수 있다.

    ① 유희적인 특성

    요즘 현대인들은 진지함보다는 즐거움, 신중함 보다는 순간적 대응을 추구한다. 김영하의

    소설에서 가족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는 모두 돈, 섹스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진지한 인간관

    계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유희적 특성을 지닌 인간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② 이미지의 중시

    신세대 작가들은 표면적으로는 서사적 언어에 기대면서도 시각적 이미지를 추구한다. 김

    영하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가는 소통할 수 없는 세계의 이야기까지 읽는 이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이미지 기법이다. 즉 이미지란 우리의 행동과 생각, 감정, 욕망에

    대하여 시간을 초월한 소통적 대화를 위한 매개 수단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영하의 이

    미지 기법은 문체적 특성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의 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영화를 보듯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상상할 수 있게 하여 소통을 활발히 한다.

    (4) 문체의 특징

    ① 간결하고 명확한 자신감에 차 있는 속도감 있는 문체

    김영하의 문체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자만이 구사할 수 있는 간결하고

    명료한 자신감에 가득 찬 문체이다. 그의 문체는 헤밍웨이의 것이라 일컬어지는 하드보일드

    문체1)와 닮아있다. “그토록 간결하고 명료”한 그의 문체는 엽기적인 장면들이나 판타지적

    요소들을 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게 한다. 과도한 수식을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 이것이 김영하 문체의 특징인 것이다.

    제 문체에 크게 영향을 끼친 두 가지를 들라면 신문과 문건입니다. 신문의 명료하고 짤막한

    서술 스타일을 좋아했지요. …중략… 그런 유의문건과 사회 과학책들이 대학 시절 제 독서

    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제 문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99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인터뷰에서 -

    1) 현대 작가들이 즐겨 구사하는 문체 양상의 한 가지로 흔히 헤밍웨이에 의해 확립되었다고

    말하여지는 이 문체는, 사건을 냉정하고 극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유효하다. 이런 문체에 의존하는 이야기에서

    화자의 개입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행동과 사건들을 주로 대화와 묘사에 의해서만 제시된다. 작가 자신의 역할

    을 피사체를 포착하는 카메라의 눈으로 제한시킨다는 원칙이 따른다.

  • ② 느슨한 인과관계 설정

    김영하의 소설에서는 느슨한 인과관계의 설정을 자주 볼 수 있다. 한 사건과 다른 사건의

    연결고리가 부족하거나, 내용을 비약하는 것을 느슨한 인과관계라고 할 수 있다.

    접속사 처리 없이 다른 사건으로 바로 넘어가는 것. 전후관계의 관련성을 알 수 없는 이

    야기 전개. 이것은 독자에게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김영하만의 특징이다.

    우리 떠나요. 길고 따뜻한 정사가 끝난 후에 그녀가 또박또박 힘을 실어 말했다. 컴퓨터에

    연결된 스피커에선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첼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중략… 그건 음악이

    아니라 소음이다. 천박하다. 그런걸 듣겠다고 용돈을 써버리다니. 아버지의 진공관 앰프로는

    바그너가 출렁거렸지만 실제로 진공관 속에서 원심 분리되던 이는 다름 아닌 아버지 자신이

    었다.

    - 김영하 단편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바람이 분다」 中 -

    카드들은 벌써 수십 번이나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었다. 사방이 꽉 막힌 이 지하실로 어디에

    서 이렇게도 바람이 불어오는 걸까.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한 여자를 기

    다리고 있다. 바람이 분다. 분다.

    - 김영하 단편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바람이 분다」 中 -

    3) 김영하와 영상문학: 영화화한 작품들 소개

    (1) 주홍글씨

    ① 영화 ‘주홍글씨’와 원작의 차이점

    영화 ‘주홍글씨’는 김영하의 두 소설 「사진관 살인사건」과 「거울에 대한 명상」을 합

    쳐서 만든 작품이다. 경찰인 주인공이 해결해야 할 사건은 「사진관 살인사건」에서, 주인

    공의 인간관계는 「거울에 대한 명상」을 사용했다. 영화와 두 소설 간에는 여러 측면의 차

    이점이 존재한다.

    ② 「사진관 살인사건」과의 차이점

    ․ 첫 시작이 교회가 아닌 차인에서 시작된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 부인이 소설에서는 전과가 없는 것으로 나오나 영화에서는 도벽으로 인한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 소설에서는 남편에게 보통의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나오나 영화에서는 남편에게 6억짜리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나온다.

    ․ 범인은 남편이 아내를 감시하게 만든 사람임을 밝힌다. 남편을 죽도록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부인이 마리아상으로 재차 남편을 죽게 만들었다. 이 장면은 소설에서는 박

    혀지지 않은 장면이다.

    ․ 사진관 주인이 소설과는 달리 돈이 매우 많은 것으로 나온다. 그 예로서, 한 여인에게 자신의 아이를 낳아주면 아파트를 한 채 주기로 약속하였다.

  • ③ 「거울에 대한 명상」과의 차이점

    ․ 성현의 이름이 영화에서는 수현으로 나온다.․ 영화에서는 성현이 임신이 하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과거에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나온다.

    ․ 가희가 재즈 가수라는 것과 성현이 첼로연주자였다는 것은 원작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가희가 임신을 하였다. 하지만 차 트렁크 안에서 유산하게 되었고 그 충격과 트렁크에 갇힌 두려움으로 인해 가희는 트렁크 안에서 권총 자살을 하게 되었다. 소설에서는 자살부분

    은 나오지 않는다.

    ․ 가희와 성현이 동성애를 하게 된 계기가 나오지 않는다.

    (2)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영화는 다각적인 소재 개발과 함께 이를 보고 즐기며 음미하는 관

    객들의 뒷심으로 발전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관객의 수준 또한 끊임없이 업그

    레이드되어왔다. 단세포적인 오락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은 새로운 영화를 원했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자살청부업자인 ‘나’와 총알택시 기사 형제, 열여섯 어린 나이서부터

    자기방기적인 삶을 이어온 스물 남짓의 여자 유디트, 누드행위예술가 미미, 프랑스에서 만

    난 홍콩여자 등 환상적·허구적인 인물을 통해 세기말의 징후를 속도 있게 그려낸 김영하의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전수일 감독은 영화화를 결심하였고, 원작에

    서 최대한의 모티브를 따왔다.

    (3)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소설은 14살 소녀의 눈에 비친 알코올 중독자 아빠와 오빠의 이야기. 오빠는 16살에 아

    버지를 때리고 집을 나간 뒤 못생긴 여자 친구를 데리고 들어와 또 아버지와 갈등을 일으키

    는 인물로 그려진다.

    3. 「오빠가 돌아왔다」 작품에 대하여

    1) 서지사항

    김영하의 단편소설 「오빠가 돌아왔다」는 2002년 『현대문학』 1월호에 발표되었다. 후

    에 이 소설은 단편소설집인 『오빠가 돌아왔다』(창비, 2004)에 「그림자를 판 사나이」,

    「크리스마스 캐럴」, 「너를 사랑하고도」, 「이사」, 「너의 의미」, 「마지막 손님」,

    「보물선」과 같은 다른 단편소설들과 함께 수록되었다. 이 소설집 밖에도 『2002 현장비

    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현대문학, 2002)에도 실렸다. 2004년에 ‘이산문학상’을 수

    상한 작품이다.

  • 「오빠가 돌아왔다」는 김영하의 다른 단편들과 다르게 남루한 일상 현실에서 드러나는

    자잘한 관계의 이면을 통찰하려는 작가의 의식을 드러낸다. 기존의 단편들이 ‘현실과 상상

    의 경계’를 응시하면서 그 경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화해 왔다면 「오빠가 돌아왔다」는

    탐미적 상상 세계보다는 현실의 일상적 이야기에 더욱 밀착되어 있다.

    2) 줄거리

    아빠에게 죽도록 맞고 자라다가 열여섯이 되자 아빠를 때려눕히고 집을 나갔던 오빠가 4

    년 만에 돌아왔다. 어린 여자아이를 하나 데리고 점령군처럼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아빠

    와 오빠는 또 싸우지만 장성한 오빠는 간단하게 아빠를 제압한다. 힘으로 오빠를 당해내지

    못하자 아빠는 원조교제라며 오빠를 경찰에 신고한다. 아빠는 그런 전문 고발꾼으로 사는

    무능력한 인간이다. 그런 아빠를 나는 아빠로 인정하지 않으며 ‘나쁜 아빠 종합선물세트’라

    고 여긴다.

    오빠가 여자애를 하나 데리고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혼 후 집을 나가 함바집을 운영하

    며 생활하는 엄마는 한 걸음에 달려온다. 엄마는 여자애를 데리고 나와 옷을 사 입히고 식

    당에서 일을 시키기로 한다. 그리고 5년이나 나와 있던 자신도 집으로 들어오기로 한다.

    엄마가 들어 온지 일주일 되는 일요일. 온 가족이 야유회를 간다. 차 안에서 엄마는 곧 오

    빠와 여자애를 결혼시켜 주겠다고 한다. 엄마에게 어머니라 부르며 아양을 떠는 여자애가

    얄미워 나와 여자애는 심하게 싸운다. 차에서 내려 매운탕 집에 들어가 밥을 먹는다. 그곳

    에서 엄마는 아빠와 같이 살기로 선언하고, 자식들을 위해서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남자 품

    이 그리워서 같이 사는 거라며 콧방귀를 뀐다.

    돌아오는 길에 술 취한 아빠를 내버려둔 채 기념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오빠에 의해 스티커

    사진으로 가족사진을 찍는다. 집으로 돌아와 모두들 각자의 방과 함바집으로 흩어지고 방에

    서 나는 생선 눈알을 괜히 먹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일 새끼 고양이를 데리러 가야겠다

    고 마음먹는다.

    3) 구성과 시점

    (1) 구성

    ① 발단 (p.315:1 ~ p.321:6)

    오빠가 돌아왔다. 어린 여자아이를 하나 데리고 점령군처럼 돌아왔다. 아빠와 오빠는 또

    싸우지만 아빠는 오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돈을 벌어오는 오빠는 실질적인 가장이 된다.

    가족의 형태가 비정성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② 전개 (p.321:7 ~ p.325:19)

    오빠와 아빠의 과거가 나온다. 아빠는 이제 더 이상 오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런 오

    빠를 아빠는 경찰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신고한다. 아빠는 그런 전문고발꾼인 것이

    다. 그런 아빠를 나는 아빠로 인정하지 않는다.

    며느리 될 사람이 들어왔단 소리를 듣고 집을 나가 식당에서 생활하는 엄마는 한 걸음에

    달려간다.

  • ③ 위기 (p.325:20 ~ p. 331:17)

    엄마는 언니를 데리고 나와 옷을 사 입히고 식당에서 일을 시키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도

    집으로 들어간다. 전보다는 비교적 온전한 가족의 모습이 점점 나타나는 것이다.

    ④ 절정 (p.331:18 ~ p.339:14)

    엄마가 들어온 지 일주일이 되는 일요일. 온 가족이 야유회를 간다. 차 안에서 엄마는 곧

    오빠와 언니를 결혼시켜주겠다고 한다. 나는 언니를 인정할 수 없고 언니와 나는 심하게 싸

    운다. 차에서 내려 매운탕 집에 들어가 밥을 먹는다. 그곳에서 엄마는 아빠와 같이 살기로

    선언한다. 돌아오는 길에 가족은 아빠를 내버려둔 채 스티커 사진으로 가족사진을 찍는다.

    ⑤ 결말(p.339:15 ~ p.340:4)

    돌아 온 나는 생선 눈알을 괜히 먹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일 새끼 고양이를 데리러

    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2)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작품 속 주인공인 ‘나’의 눈으로 사건을 서술하는 방법이다.

    「오빠가 돌아왔다」의 주인공 ‘나’는 14살의 평범하지 많은 않은 소녀이다.

    아빠는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식충일 뿐이다 …중략… 우리 아빠야말로 말 꺼

    내기 민망하다. 오빠야 욕구가 뻗치는 나이니까 그렇다 치자. 환갑이 다돼가는 아빠는 뭐냔

    말이다. 왜 내 옷장에 있어야 할 교복이 아빠 침대위에 있냔 말이다.

    기존의 권위를 해체하고 새로운 문법으로 삶을 설계하려는 10대의 발칙하고 삐딱한 시선

    으로 그려내고 있다. 「오빠가 돌아왔다」에서 글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나’는 전통적인 미

    숙한 청소년이 아니라 가족의 외도, 섹스 등 세세한 개인의 비밀까지 이미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정보에 통달한 되바라진 소녀이다. ‘나’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

    라보면서 기존의 가치를 비웃고 조롱한다.

    4) 인물분석

    (1) 냉소적 화자 경선(나)

    소설을 전개해 나가는 인물이다. 중1답지 않은 거친 말투로 집안 식구들에 대한 노골적인

    평가를 내리고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나이는 어리지만 꽤 성숙한 편이다.

    어차피 누군가가 권력을 잡아야 한다면 아빠보다는 오빠가 나았다. 아빠는 오빠더러 탈레반

    이라고 욕했지만 탈레반이든 오사마 빈 라덴이든 아빠보다는 낫다. 아빠는 아버지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안 갖춘, 그야말로 나쁜 아빠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간이다.

  • 경제적 능력이 없고 무능한 아빠에게 보통의 딸이라면 하지 못할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다. 어렸을 때부터 오빠를 두들겨 패고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아빠에

    게 존경심 같은 것은 애초에 가질 수고 없었던 것이다. 이런 아빠를 ‘나쁜 아빠 종합선물세

    트’라고 비유하며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좋은 시절 종쳤다. 엄마는 내 방으로 들어오겠다고 했다. 그럼 내 사생활은? 울상을 조금

    더 지었다가는 또다시 국자가 날아올 것이었으므로 나는 몸을 홱 돌려 함바집을 나와 버렸

    다. 그러고는 돌멩이 하나를 힘껏 걷어찼다. 에이씨. 잘 지내다가 왜 갑자기 그 좁아터진 집

    으로 돌아오겠다는 거야. 돌아오면, 아빠와의 그 지긋지긋한 싸움이 새로 시작될 텐데, 아,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리지만 상황파악이 빠르고 집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평가 역시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아빠와 이혼하고 집을 나가 함바집을 운영하는 엄마가 집

    으로 다시 들어온다고 하자 ‘에이씨’라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불쾌해한다. 잘난 것도 없으면

    서 들어올 때는 당당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보다 아빠와 싸우는

    모습만을 줄곧 봐왔기 때문에 ‘나’역시 엄마에 대한 애정은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 않은 상

    태이다.

    (2) 아버지 위에 군림하는 가장, 경식(오빠)

    집안의 생계를 꾸려나가는 실질적인 가장의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집안에서만큼은 최고

    권력자이며 법으로 군림한다.

    오빠가 돌아왔다. 옆에 못생긴 여자애 하나는 달고서였다. 화장을 했지만 어린티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열일곱 아님 열여덟? 내 예상이 맞는다면 나보다 고작 서너 살 위인 것

    이다. 당분간 같이 좀 지내야 되겠는데요. 오빠는 낡고 뾰족한 구두를 벗고 마루에 올라섰

    다. 남의 집 들어오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여자애는 오빠 등 뒤에 숨어 쭈뼛거리고 있었

    다. 오빠는 어서 올라오라며 여자애의 팔을 끌어당겼다.

    열여섯에 아버지를 때려눕히고 집을 나가 4년 만에 돌아오면서 당당히 여자애를 데리고

    들어온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분간 같이 좀 지내야겠는데요.’라고 말하며 여자를 집에

    들이는 모습은 오빠가 거침없고 당당한 성격임을 보여준다. 이런 당당함은 더 이상 아버지

    에게 매 맞을 나이가 아니고 아버지라 할지라도 무력으로 거뜬하게 제압할 수 있는 힘을 가

    졌으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만한 경제력을 가진 것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부만 열심히 해. 뒷바라지는 내가 할 테니. 오빠는 그런 식으로 말하기를 좋아했다.

    아버지에게는 서슴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무시하기 일쑤지만 동생에게는 집안의 가장이며

    오빠로서의 근엄한 면모를 보이고 싶어 한다. 아버지가 무능해 자신이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을 힘들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 한 모습도 보인다.

  • (3) 술주정뱅이에 고발꾼인 아빠

    경제적인 능력도 없고 아들을 패고 신고까지 하는, 가장으로서 면모를 전혀 갖추지 못한

    아버지이다. 맞고 자라던 아들이 장성하여 힘으로는 아들을 누를 수 없게 되자 아들을 고발

    하기까지 하는 아버지답지 않은 아버지이다.

    아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둘을 바라보다가, 내 이 연놈들을 그냥, 하면서 방에서 야구

    방망이를 들고 뛰쳐나와 오빠에게 달려들었다. 오빠의 허벅지를 노린 일격은 성공적이었다.

    ...(중략)... 아빠는 등짝과 엉덩이, 허벅지를 두들겨 맞으며 엉금엉금 기어 간신히 자기 방으

    로 도망쳐 문을 잠갔다. 나쁜 자식, 지 애비를 패? 에라이. 호로 자식아. 이런 소리가 방안

    에서 흘러나왔지만 오빠는 못들은 채 하고는 여자애를 끌고 건넛방으로 가버렸다.

    가장으로서 내세울 것이 없는 무능력한 아버지였기 때문에 아들이 장성하기 전까지는 폭

    력을 행사함으로써 아버지로 권위를 간신히 유지한다. 그러나 아들이 힘으로 자신을 제압

    할 만큼 장성하자 아들에게 덤벼들거나 욕을 하는 일은 아무런 효과도 없다는 것을 알고 아

    들이 데리고 온 여자와 아들의 관계를 왜곡하여 고발하기까지 한다. 자신의 행동은 생각하

    지 못하고 아들에게는 아버지로서 대접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아버지로서 자식에 대한 애정

    이나 관심은 가져 본적이 없는듯하다. 알콜중독자이며 전문고발꾼으로 살면서 문제나 일으

    키는, 그런 한심한 아버지일 뿐이다.

    (4) 함바집에서 가정으로 돌아온 엄마

    이혼하고 집을 나와 함바집을 운영하며 산다. 입이 험하고 자식들을 거칠게 대하기는 하

    지만 속으로는 엄마로서 자식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오빠가 여자애를 데리

    고 들어오자 며느리로 대접하여 주고 자신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이놈이, 아주 엄마 잡아먹겠네. 이눔아, 지 발 달린 년이 알아서 다니겠지. 왜 나한테 눈

    부릅뜨고 난리야? 그것도 눈이라고 달고 어디 가서 밉상 기집애 하나 끼고 들어온 주제에

    어디 와서 행패야, 이눔아.”

    엄마는 이번에 야유회를 못 가기라도 하면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처럼 난리를 쳤다. 고기도

    구워먹고 노래방에도 가고 사진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가족이란 그런거라는 거

    다.

    “요담 곗돈 타는대로 식 올려 줄게. 경식이가 손이 잘 나와서 그렇지 애는 착하다.”

    마음은 이미 여자애를 며느리로 받아들이고 식을 치러 줄 생각도 하지만, 오빠에게는 속

    마음과 다르게 거칠게 말을 한다. 겉으론 거친 엄마지만 속마음으로는 자식들을 챙기는, 어

    쩔 수 없는 어머니인 것이다. 야유회를 거의 강요하다시피 하나는 엄마의 모습에서는 이혼

    해서 나가 살았었지만 그동안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단란한 가정을 꿈꿔왔던 엄마의 모습을

  • 엿볼 수 있다. 겉으론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따뜻하고 인정이 많으며 모성애도 가지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5) 콩가루 집안의 가루라도 되고 싶은 소연(여자애)

    어린나이에 집을 나와 지금은 오빠와 동거중이다. 거친 생활을 한 듯 보이지만 마음은 여

    리고 순박한 면모를 보인다.

    여자애는 오빠가 돌아올 무렵이면 저녁밥을 차려냈고 아빠도 가끔은 그 밥을 얻어먹었다.

    여자애는 내 밥도 챙겨주었는데 요리솜씨는 젬병이었다. “너네집도 대단하다.” 아빠와 오빠

    의 격투를 보고 나서 여자애는 부엌에서 열무비빔밥을 먹고 있는 내게로 도망와 말했다.

    오빠와 함께 이 집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나름대로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하려 애쓴다. 그

    러나 ‘너네집’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정말 한 가족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

    “왜 나한테 이래. 내가 뭘 잘못했다구. 엉엉. 나 잘못 없는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내가

    얼마나, 내가 얼마나 엉엉, 겁도 많고, 무서운데, 지들 집이라고 막 유세하고, 막 무시하고,

    막 괄시하고, 엉엉.”

    오빠로 인해 이 집에 들어왔지만 떳떳하고 합법적인 관계도 아니고 갑작스레 낯선 사람들

    과 섞여 갈게 되면서 나름대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야유회를 가는 도중 ‘나’와 싸움

    을 하고 나서 울며 속내를 내보인다. 마음이 여리고 순박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5) 제목의 의미와 주제의식

    (1) 제목의 의미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족은 아버지가 가장으로서 권력을 잡고 다른 구성원들은 아버지에

    게 순종하는 형태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오빠가 돌아왔다」에 나오는 가족은 이런 전통적인 가족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권력

    의 중심이었던 아버지는 오빠가 장성하면서부터 오빠에게 맞기나 하는 무능력한 존재로 변

    해버렸다. 오빠는 아빠 앞에서는 당당하지만 엄마에게는 쩔쩔맨다. 엄마는 오빠를 이기지만

    아빠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관계를 가진 이 가족은 가족 간의 유대를 상실한 채 단

    지 돈, 섹스, 폭력으로 연결되어 마치 먹이사슬과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김영하는 작

    품 속에서 유대를 상실하고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가 점점 사라져 가는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더욱 과장되고 비틀어진 모습의 가족을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봉건적 가족제도에 대해 반발하고 우리의 현실과 가족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해주

    려는 의도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2) 가족공간의 비현실성과 김영하의 욕망의 세계

  • 타자와의 단절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김영하 소설은 한편으로 타자를 향한 하염없는

    갈망을 드러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갈망이 좌절에 이르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

    다. 욕망이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을 움직이는 힘으로 나타나지만, 그 욕망은 항상 인간의 삶

    을 고통으로 내모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가족, 국가라는 현실 문제와 연관되고 있는 「오빠가 돌아왔다」의 세계 역시 그 문학적

    바탕은 환상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익숙한 세계를 전도하는 불편한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그 불편함이 결국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

    는 것이다. 어른 같은 오빠, 아이 같은 아빠가 꾸미는 가족적 공간의 비현실성은 모든 계급

    이 무화되는 욕망의 세계인 ‘일포드 호’의 폐쇄된 세계가 지닌 비현실성과 다르지 않다. 현

    실을 현실처럼 꾸미지 않고 비현실처럼 꾸밈으로써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흘려버리는 김

    영하 소설의 특징은 그의 소설이 ‘욕망’이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에 안착하는 이유를 설

    명해 준다. 가족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욕망이 생긴 것이 아니라, 인간

    의 욕망이 있기 때문에 가족과 국가가 생긴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세계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면, 김영하 소설은 그

    러한 현실 너머에서 생성되는 인간의 욕망에 주목한다. 소재의 특이함은 그 욕망의 세계가

    그만큼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욕망임을 암시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재현과 환상의 경

    계에서 움트는 김영하식 소설의 욕망은 따라서 ‘틈’의 욕망이며, ‘사이’의 욕망이라 할 수 있

    다. 김영하 소설의 해체 욕망은 이러한 틈-사이의 세계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6) 표현상의 특징

    (1) 풍자적 요소

    ● 풍자 satire

    :직접 말하지 않고 슬며시 돌려서 사회나 인물의 결함, 죄악 같은 것을 조소적으로 드러내

    어 비판하는 수법이다. 풍자는 대상과 주제를 우습게 만들고 그것에 대해 모욕, 경멸, 조소

    의 태도를 환기시킴으로써 대상과 주제를 깎아 내리는 기능을 한다.

    현실에 대한 왜곡되고 과장된 표현으로 해체된 가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술주정뱅이에 고발꾼인 아빠와 그 아빠를 작신작신 두들겨 패는 택배회사 직원인

    아들, 그 아들의 미성년자 동거녀, 오피스텔 건설현장의 함바집 아줌마. 마지막으로 그 아줌

    마의 전남편이 탐내는 교복의 주인인 중학교 1학년짜리 소녀가 야유회를 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빠, 즉 가장은 권위 있고 존경받아야 할 존재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는 딸의 교복을 탐내는 것으로 보아 색을 밝히고, 떳떳한 직업도 없고, 딸에게도 무시당하

    는 경제력이 없는 아빠로 묘사되고 있다. 이것은 가정이 파괴되고 해체되는 요즘 우리 사회

    를 빗대어 과장하여 표현한 것이다. 또한, 돈을 벌어온다는 이유로 나는 오빠에게 관대하게

    대한다. 여기에서 자본주의적 관점에 찌든 가족상을 엿볼 수 있다. ‘돈’이 최고라는 물질 만

    능주의가 팽배한 우리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포함되어 있다. 자식이 아버지를 때리고,

  • 아버지가 자식을 경찰에 신고하는 일, 이런 일은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하

    지만 김영하는 풍자를 통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해체된 가족의 모습 가족의 붕괴에서 우

    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고수해오던 가족 간의 유대가 얼마나 깨져있는가를 적나라하고 과장

    되게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아빠는 전문 고발꾼이다...(중략)... 그런데도 아빠 같은 인간 말종한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아빠가 일 년에 수 백 건의 민원을 제기하는 그야말로 민원 제조공장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전문 고발꾼으로 동사무소 직원이 때마다 찾아 올 정도이다. 이는 지금의 사회현

    실을 풍자하며 비꼬는 것이다. 아빠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 전문 고발꾼을

    해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사회는 부패로 물들어 있는 것이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단순한 가족 소설이 아니다. 전통적 가족과 달리 개인주의에 물들어 해체된 가족의 모습을

    풍자하여 나타내고 더불어 사회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2) 문체적 특징

    기존의 소설처럼 무겁고 심각하게 현실을 서술하지는 않지만, 독자는 그 속에서 무겁고

    암울한 현실에 대해 맞닥뜨리게 된다. 작가는 그런 현실을 지극히 담담하고 심지어는 가벼

    워 보이기까지 하는 문체나 서술 방식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① 세태를 반영하는 당돌한 말하기

    김영하는 소녀인 ‘나’를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말한다. 가족 내에서도 결국

    모든 것은 ‘돈, 섹스’로 귀결된다. 이런 측면에서 김영하는 소녀인 ‘나’를 통해서 사회를 신

    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도대체 아빠는 왜 나를 낳았을까. 아니 이 질문은 엄마에게 던져야 되지 않을까? 아니 어쩌

    자고 나와 오빠를 낳아 이렇게 무책임하게 내팽겨쳐두는 거예요? 며칠 전 나는 생각난 김에

    엄마가 경영하는 함바집으로 찾아가 질문을 던졌다.

    나’는 세태를 보여준다. 삐딱한 시선과 말투로 되바라진 면을 보여주는 ‘나’는 콩가루 집

    안의 사건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녀의 상스러운가 하면 장난기 많고, 도발적인

    가 하면 생기발랄한 말을 재치 있게 구사한다. 가족관계를 버릇없이 묘사하고 가족생활에서

    모든 윤리적 의미를 제거하려는 소녀의 냉소주의는 어느 순간 가족의 사랑을 표현하는 반어

    적 화법으로 볼 수 있다.

    ② 간결하고, 스피드 있는 문체 사용

    신세대 작가의 선두주자로 현대적인 감각으로 글을 쓰는 김영하의 문체는 박진감 넘치고

    스피드한 전개가 이뤄진다. 눈에 보이는 듯 한 서술로 상황을 묘사하기 때문에 마치 영상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빠는 낡고 뾰족한 구두를 벗고 마루에 올라섰다. 여자애는 오빠 등 뒤에 숨어 쭈뼛거리고

    있었다. 오빠는 어서 올라오라며 여자애의 팔을 끌어 당겼다... 그러고는 방망이를 빼앗아

  • 사정없이 아빠를 내리쳤다. 아빠는 등짝과 엉덩이, 허벅지를 두들겨 맞으며 엉금엉금 기어

    간신히 자기 방으로 도망쳐 문을 잠갔다.

    ◆ 문학의 속도의 운동역학

    김정남

    김영하의 소설에 나타난 속도의 미학은 질주본능에 가깝다. 그의 소설은 그동안 문학이

    수행해왔던 일련의 훼방형식을 통한 인식의 지연, 시간의 멈춤, 사유의 틈 등을 일시에 제

    거해 버린다. 영상문법에 길들여진 대중은 자신들의 시각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

    는다. 여기서 불편하다는 것은 진지하거나 심각한 것, 난해한 것, 생각해야하는 것, 정보량

    이 불충분한 것 등을 말한다. 그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이 잠든 의식을 깨우기

    보다는 안일한 현실에 안주하기를 원한다. 현대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가장 위력한 영상문화

    는 수용자가 텍스트의 빈틈(gaps)을 메우기 위한 해석학적 가능성을 이미 봉쇄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서 일체의 해설적 지문이 생략된 채 연속되는 일상적 대화, 직선적․평면적인 서사방식, 조금의 지연도 없는 동시적인 서술 속도는, 가벼움과 속도에 취한 우리 시대의

    문화와 나름의 상동적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동력학적 관계에 있어 현재의

    문화적 상황과 유사한 맥락에 놓인다.

    ③ 비속어의 사용

    ● 비어: 상대를 얕잡아보고 경멸하여 쓰는 말.

    ● 속어: 일반 대중에게 널리 통용되면서도 정통어법에서는 벗어난 비속한 언어.

    “병신, 그 정도 가지고 쫄기는.”

    “개새끼, 씨발 새끼, 좆같은 새끼, 내가 가만두나 봐라.”

    (3) 소설에 흥미를 주는 요소

    ① 예상을 뒤엎는 사건 전개

    이야기의 전개가 읽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유발시키지만 결국 독자가 예상한 것과는 조

    금 빗나간다. 독자는 엄마가 여자애를 데리고 나감으로써 일이 심각해진다고 생각했을 것이

    다. 하지만 엄마는 의외로 여자애에게 옷을 사 입히고, 일을 가르치고 곁에 두려고 한다. 이

    러한 의외성 덕분에 독자는 소설을 읽으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소설을 읽

    을 수 있게 한다. 또한 이런 예상과 빗나가는 전개로 인해 읽는 이는 당혹스럽지만 새로움

    을 느낄 수 있다.

    엄마는 아직 파 냄새도 가시지 않은 여자애 손목을 잡아끌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막상 끌

    려 나가는 여자애 모습을 보니 좀 안됐다 싶었다...(중략)... 오빠는 거의 울상이었다. 오빠가

    뭐라고 한마디 더 하려는 찰나 문이 열리며 여자애가 들어왔다. 여자애는 오빠와 나를 보더

  • 니 잠시 어리둥절해 있었다...(중략)... 여자애는 그새 입성이 달라져 있었다. 엄마한테 손목

    붙들려 끌려 나갈 때의 후줄근한 카디건 대신 꽤 그럴듯한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중략)...

    “집에 있음 뭐 하냐. 여기 나와서 일이나 거들라고 그랬다. 월급은 일하는 거 봐서 줄게. 왜

    너 밥 안 해줄까봐 그러냐? 밥은 여와서 먹음 되잖아.”

    ➁ 단편 소설적 기교 소설의 처음과 끝부분을 ‘오빠가 돌아왔다’는 것과 ‘언니가 간다’라는 말로 대응되는 단편

    소설적 기교를 보여주고 있다.

    ③ 폭력성

    아빠가 방망이를 다시 치켜드는 사이 오빠는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선수처럼 아빠의 허리를

    태클해 중심을 무너뜨렸다. 그러고는 방망이를 빼앗아 사정없이 아빠를 내리쳤다. 아빠는

    등짝과 엉덩이, 허벅지를 두들겨 맞으며 엉금엉금 기어 간신히 자기 방으로 도망쳐 문을 잠

    갔다.

    마치 이종격투기를 보는듯한 박진감이 느껴진다. 가족이 서로를 때리는 폭력성을 보여주

    는 이런 장면은 해체된 가족이데올로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

    한다. 성적 표현이나 폭력장면의 묘사는 김영하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는 요소이다. 이는 김

    영하 작가다운 소설적 장치로 보인다.

    4. 평가

    1) 문단평가

    (1) 일상성의 미학 (-이수형의 글 중 일부분)

    김영하의 세 번째 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에서는 이전의 소설집에 비해 일상의 장악

    력이 커졌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김영하의 단편소설들을 지배하던 것은 일상의 틈에 대

    한 날렵한 포착되었고, 그 틈으로 빠져나가려던 욕망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이전의 소설집

    에서는 일상의 틈이 이야기의 전면에 부각되어, 틈 역시 일상이라는 덩어리를 배경으로 성

    립한다는 당연한 전제에 다소간 맹목이었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오빠가 돌아왔

    다』가 일상의 틈에 대한 시선을 여전히 거둬들이지 않았지만 뭔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것은 일상의 틈을 일상의 자리로 되돌렸기 때문이다. 그 태도 변화가, 작가 자신의 말에 의

    하면, 냉소가 아닌 아이러니를 낳는다. 또한 『오빠가 돌아왔다』는 진실한 보물마저도 일

    상 속에서 변질되거나 또 다른 일상이 되고 마는, 일상의 놀라운 증식을 바로 마주보고 있

    다.

    (2) 일상의 이야기와 현실비판으로서의 가치

  • (-김영하 작가 글 중 일부분)

    김영하 소설은 현실과 밀착된 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갖는 가치파괴적인 행위와 그

    행위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잘 짜인 사회의 그물망 속에서 현대

    인들이 갖는 속물적 타성과 파괴적 행위를 통해 세상을 보는 그들의 냉소적 태도와 각기 다

    른 삶의 방법이나 가치관 때문에 생겨나는 우울한 일상을 허무주의적 정서를 바탕으로 그려

    내고 있다.

    김영하 작가는 가정의 이야기를 그리지만 위기에 몰린 가정이나 가족 구성원들이 자기 몫

    을 다하지 못하는 역할 부재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오빠가 돌아왔다」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를 열 네 살의 소녀가, 어찌 보면, 자신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폭력 가장인 아버지에게 죽도

    록 얻어맞기만 하던 화자의 오빠가 집을 나가 4년 만에 도랑온 뒤에 아버지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오늘날의 극단적인 인륜 부재 현상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드러난 가족 구성원은 대체 불가능한 인격적 존재라기보다 언제라도 상황이

    나 기능에 따라 결합하고 분리될 수 존재들로 그려지며, 이러한 소설의 인물들은 상대가 가

    지고 있는 가치를 자신의 가치에 의해 때에 따라서 일순간에 무력화시키고 공허함 속에 빠

    져들게 하는 허무주의의 선과 닿아 있다.

    그의 소설은 「오빠가 돌아왔다」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처럼, 골이 깊은 현대사회의

    병폐와 허무주의적 정서를 작가의 도회적 감수성을 통하여 농밀하게 그려내며, 냉정하고 메

    마른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그것을 거친 언어로 비수를 내리꽂듯 써진 부분들이 많다.

    독자들이 김영하의 소설을 읽는 이유 또한, 소설에 드러난 현실 비판과 거기에서 오는 통쾌

    함이나 삶의 반성일 수도 있고 때로는 미학적 문체를 따라 편안한 마음으로 삶과 인간에 대

    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김영하의 소설은 전자 쪽

    에 가까운 매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3) 깨진 거울을 보는 남성들 (-허윤진 글 중 일부분)

    남자는 죽었는가. 아니면 남자 속의 남성성은 사라지는가. 최근 한국 소설에서 나타나는

    가장 특징적인 모습은 남성성의 소멸, 여성성의 득세다. 이제, 남성이 아니라 남성들이다.

    여성성이 어떤 하나의 기회로 수립될 수 없는 발산적인 것이듯, 남성성 역시 단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1990년대 문학에서 우리는 ‘여성성’ ‘여성문학’에 주목했다. 남자 속의 남성성

    이 급격히 사라지고 양성적인 면모, 나아가 여성적인 면모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지배 권력과 결합한 남성성은 70,80년대 문학에서는 체제저항

    의 논리 속에서 견고하게 중심을 유지해 왔다. 또한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신경숙·전경린

    등의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주목을 받을 때도 이들이 내세운 여성은 어디까지나 남성의 시각

    에서 되비춰낸 여성의 모습으로 내면에 감춰진 남성성은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러나 최근 발표된 한국소설에서는 굳건하기만 할 것 같았던 ‘당당한 남성’의 모습이 무너지

    고 그 ‘해체된 남성’의 자리를 여성성이 차지하고 있는 현상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문학평론가 허윤진은 계간문예지 『세계의 문학』 여름 호에 실은 「깨진 거울을 보는 남

    성들」이란 글에서 지난 시절 남성들(혹은 남성작가들)은 허상적 정체성을 강요받고, 남성

  • 성의 모순을 은폐하고 권력적 시선을 유지했으나 이제는 작가 개인이 남성적 구조와 마찰을

    일으키며 소설 속에서 남성성의 분열을 드러내고 있다’고 적고 있다. 특히 김영하의 단편소

    설 「오빠가 돌아왔다」에서 거친 말투로 가족들의 위악적이고 우스꽝스런 모습, 나아가서

    자본주의 사회체제를 유쾌하게 조롱하는 사람이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4) 그 외의 평가들

    “신세대 계층에게 김영하 씨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이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인

    물”이라며 “문학과 영상의 경계를 넘어서는 선두주자”라고 김영하를 설명할 수 있다.

    - 나은진(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교수) -

    김영하 작가가 다른 젊은 작가들에 비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그는 이 세계의 무의미한

    속도 경쟁을 소설 속에 복원해, 사회의 일그러진 변화 양상을 나름의 의식으로 드러내기 때

    문”이다.

    - 홍기돈(문학 평론가) -

    새로운 세대의 문화적 경험에 대해 김영하 만큼 감각적인 대응을 보여준 작가도 드물다. 그

    는 실재하는 현실의 논리가 아니라 키치와 컬트를 비롯한 문화상품의 이미지와 스펙타클이

    매개하는 환상을 통해 동시대의 실존적 조건을 묘사한다. 그의 새로운 창작집 `엘리베이

    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80년대적 이념에 대한 환멸이라는 모티브는 정리되고

    90년대의 일상적 공간 속의 실존적 상황을 자유로운 발상과 화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

    정한 문화상품으로부터 소설의 모티브를 가져오는 경우는 줄어든 반면, 일상적 현실이 소설

    의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댄디적인 인물 보다는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인간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일상적 공간을 세태소설과 리얼리즘의 기법으

    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는 SF와 추리, 액션영화와 판타지 등의 대중적 문화장르들의 문법

    을 변용한다.

    - 이광호(문학 평론가, 서울예술대 교수) -

    김영하의 소설이 머금고 있는 스펙터클의 폭은 아주 넓다. 죽음문제에서부터 현대문명의 심

    각한 질병인 나르시시즘,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리얼리티, 소통이 가로막히고 그래서 의미

    의 교환이 위협당하는 시대의 풍경 등에 이르기까지 이 신예작가는 현대의 일상을 아주 다

    각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 이성욱(문학 평론가) -

    김영하는 2004년 이산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이른바 국내의 주요한 문학상

    3개를 수상했다. 한국 문학의 위기 상황에서 스타 작가를 만들어주자는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한국 문단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았던 한소장도

    “김영하는 새로운 문학적 상상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그의 소설을 높이 평가했다.

    - 한기호 소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 5. 참고문헌 ( * 김영하의 작품들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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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인,「‘쿨’한 일상의 딜레마-김영하론」,『내일을 여는 작가』, 200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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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윤진, 「깨진 거울을 보는 남성들」, 『세계의 문학』, 여름호, 2004.

    * 인터뷰, 작품집 해설

    김동식,「김영하 또는 배신의 수사학」, 김영하『호출』, 문학동네, 1997.

    김태환,「냉소와 열정의 변증법」, 김영하『오빠가 돌아왔다』, 창비, 2004.

    류보선,「죽음, 그 아름답고도 불길한 유혹」, 김영하『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문

    학동네, 1996.

    이만교,「현재를 반성하는 두 방향의 서사」, 김영하『검은 꽃』, 문학동네.

    * 인터넷 출처

  • ․ 이화여자대학교의 『이대학보』, 「소설가 김영하와 그의 작품」․ 김영하 ‘엘리베이터에 낀…’ (국민7/19) http://user.chol.com/~fly12/468.htm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의 DAUM 책 소개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32010861

    ․ 『빛의제국』의 DAUM 책 소개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54601917

    ․ 연세대학교의 『연세춘추』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