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오소송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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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오소송에서의 증명책임경감론 - 일응의 추정이론을 중심으로 - Mitigation of burden of proof on malpractice suit -Theories based on presupposition and coincidence- 이 정 환 *1) Lee, Jeong-Hwan Ⅰ. 서론 Ⅱ. 일응의 추정이론의 개념 Ⅲ. 일응의 추정이론의 본질 Ⅳ. 판례에 적용된 일응의 추정이론 Ⅴ. 결론 Ⅰ. 서론 (1) 일반적으로 재판은 구체적인 분쟁사건에 대한 법의 적용이며 그 전제로서 법률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을 확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재판은 사 실의 인정과 법규의 적용이라는 방법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법규를 대전제로 하 고 확정된 사실을 소전제로 하여 결론을 내리는 법률적 판단이다. 그런데 인간 * 법학박사, (전)원광대학교 법학과 · 벽성대학 부동산행정과 강사. 의 인식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법관이 증거조사 후에도 요증사실의 진위에 관 하여 확신을 갖지 못하는 진위불명(non liquet)의 상태가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 에는 법규를 적용할 수가 없게 되므로 법규가 적용하는 법률효과 역시 판단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2) 이와 같이 진위불명으로 소송상 일정한 사실의 존재가 증명되지 아니한 경우 그로인한 불이익한 법률판단을 받게 되는 당사자 일방의 위험을 가르켜 증명책임(burden of proof, Beweislast) 3) 이라고 한다. (2) 증명책임을 누구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한가에 관한 많은 학설과 논란 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경우 법률효과를 받고자하는 자가 증명책임을 지는 것 4) 이 증명책임의 분배에 있어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전통적인 기본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원리는 증명책임론이 학문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로 변모하였고, 또 지금도 변모를 요구받고 있으며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공해소송, 의료과오소송, 제조물책임소송 등 현대형 소송에 있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5) 현대형 소송에서는 피해자의 힘만으로는 손해 의 발생과 원인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이 극히 어려우므로 피해자에게 인과관 계의 모든 과정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거 부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6) (3)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의료과오 7) 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료과오소송) 8) 2) 홍기문,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몇 가지 문제”, 「민사법연구」(제3집), 대한민사법학회, 1994, 20면. 3) ‘입증책임’ 또는 ‘거증책임’이라고 하는데 국내의 경우는 물론 일본의 경우도 용어는 통일되 어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명책임’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본고에서는 ‘증명 책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증명책임의 개념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피 정현, “증명책임의 개념에 관한 검토”, 「원광법학」(제26권3호), 원광대학교법학연구소, 2010.9, 345~377면 참조. 4) 대판 1985.8.13, 85다카372(민사소송상의 입증책임의 분배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르면 원고 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역시 의료과오소송에서도 원고, 즉 환자가 의사 의 의료행위상의 과실과 그 과실에 의한 손해의 발생을 입증하여야 한다). 5) 손용근, “의료과오소송에 있어서 입증의 경감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박사학위논문, 1997, 68~70면. 6) 정동윤·유병현, 「민사소송법」, 법문사, 2010, 518면. 7) 「의료과오」와 「의료사고」는 엄격한 의미에서 동의어가 아님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의 료사고는 의료행위가 시작되어 종료할 때까지의 과정에 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뜻하나, 의료과오는 그 중에서 사고가 의료상의 과오에 기한 것만을 뜻한다. 그러므로 「의료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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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과오소송에서의 증명책임경감론

    - 일응의 추정이론을 중심으로 -

    Mitigation of burden of proof on malpractice suit

    -Theories based on presupposition and coincidence-

    이 정 환*1)

    Lee, Jeong-Hwan

    《 목 차 》

    Ⅰ. 서론

    Ⅱ. 일응의 추정이론의 개념

    Ⅲ. 일응의 추정이론의 본질

    Ⅳ. 판례에 적용된 일응의 추정이론

    Ⅴ. 결론

    Ⅰ. 서론

    (1) 일반적으로 재판은 구체적인 분쟁사건에 대한 법의 적용이며 그 전제로서

    법률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을 확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재판은 사

    실의 인정과 법규의 적용이라는 방법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법규를 대전제로 하

    고 확정된 사실을 소전제로 하여 결론을 내리는 법률적 판단이다. 그런데 인간

    * 법학박사, (전)원광대학교 법학과 · 벽성대학 부동산행정과 강사.

    의 인식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법관이 증거조사 후에도 요증사실의 진위에 관

    하여 확신을 갖지 못하는 진위불명(non liquet)의 상태가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

    에는 법규를 적용할 수가 없게 되므로 법규가 적용하는 법률효과 역시 판단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2) 이와 같이 진위불명으로 소송상 일정한 사실의 존재가

    증명되지 아니한 경우 그로인한 불이익한 법률판단을 받게 되는 당사자 일방의

    위험을 가르켜 증명책임(burden of proof, Beweislast)3)이라고 한다.

    (2) 증명책임을 누구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한가에 관한 많은 학설과 논란

    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경우 법률효과를 받고자하는 자가 증명책임을 지는 것4)

    이 증명책임의 분배에 있어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전통적인 기본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원리는 증명책임론이 학문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로 변모하였고, 또 지금도 변모를 요구받고 있으며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공해소송, 의료과오소송, 제조물책임소송 등 현대형 소송에

    있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5) 현대형 소송에서는 피해자의 힘만으로는 손해

    의 발생과 원인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이 극히 어려우므로 피해자에게 인과관

    계의 모든 과정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거

    부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6)

    (3)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의료과오7)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료과오소송)8)

    2) 홍기문,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몇 가지 문제”, 「민사법연구」(제3집), 대한민사법학회, 1994,

    20면.

    3) ‘입증책임’ 또는 ‘거증책임’이라고 하는데 국내의 경우는 물론 일본의 경우도 용어는 통일되

    어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명책임’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본고에서는 ‘증명

    책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증명책임의 개념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피

    정현, “증명책임의 개념에 관한 검토”, 「원광법학」(제26권3호), 원광대학교법학연구소,

    2010.9, 345~377면 참조.

    4) 대판 1985.8.13, 85다카372(민사소송상의 입증책임의 분배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르면 원고

    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역시 의료과오소송에서도 원고, 즉 환자가 의사

    의 의료행위상의 과실과 그 과실에 의한 손해의 발생을 입증하여야 한다).

    5) 손용근, “의료과오소송에 있어서 입증의 경감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박사학위논문, 1997,

    68~70면.

    6) 정동윤·유병현, 「민사소송법」, 법문사, 2010, 518면.

    7) 「의료과오」와 「의료사고」는 엄격한 의미에서 동의어가 아님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의

    료사고는 의료행위가 시작되어 종료할 때까지의 과정에 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뜻하나,

    의료과오는 그 중에서 사고가 의료상의 과오에 기한 것만을 뜻한다. 그러므로 「의료과오」

  • 의 경우는 일반손해배상소송과는 다른 두 가지 곤란이 따른다. 그 하나는 의료

    과오를 빚은 객관적 사실 자체의 재현이 곤란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객

    관적 사실의 존재에 관한 증명이 곤란하다는 점이다.9) 즉,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

    이 그 일부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또한 그 이외의 구체적인 과정에 대하여는

    의사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으므로 손해배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더구나, 의료과오소송과 같은 전문적인 소송에 있어서는 감정인

    의 감정결과나 감정증인의 진술이 소송의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감정인

    이나 감정증인 또한 의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 경우 초록이

    동색이라고 암묵적으로 의사에게 불리한 감정결과나 진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증명책임을 부담시키는 태도는 손해의 공평·타

    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의료과오소송에서는 소송당사자인 의사와 환자사이의 「무기평등의 원칙

    (Grundsatz der Waffengleichheit)」을 실현하기 위하여 의사에게 부당한 피해

    가 생기지 않게 하는 범위에서 환자의 증명부담을 완화하여 손해배상청구가 용

    이하도록 증명부담을 경감하거나 전환하는 제도가 요구되는 것이다.10)

    (4) 의료과오소송에서 의료과오의 청구원인을 불법행위로 구성하든 또는 채무

    불이행으로 구성하든 모두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원고인 환자가 주장·증명책임을

    부담하게 된다.11) 그렇다면 원고인 환자의 증명책임이 어느 정도 완화되어야

    는 「의료사고」에 포섭되는 개념으로서 그 일부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8) 의료과오소송에는 의료과오로 인한 민사상의 소송과 형사상의 소송이 있고, 의료과오로 인한

    민사상의 소송도 의료과오로 인한 민사사안의 소송과 민사보전의 소송으로 그 종류를 세분

    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본 연구의 논의대상으로서의 의료과오소송은 의료과오로

    인한 민사사안의 소송, 그 가운데서도 의료과오를 청구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9) 오석락, 「입증책임론」, 박영사, 2002, 167면.

    10) 범경철, “의료과오소송에 관한 연구”, 전북대학교박사학위논문, 2001, 2~3면.

    11) 의료과오소송에서 일반적으로 불법행위책임에 있어서는 과실의 증명책임은 환자(피해자)가

    부담하게 됨에 반하여, 계약책임에 있어서는 의사(가해자)가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부담하게

    되어 계약책임의 편이 환자(피해자)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채무는 특

    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수단(배려)채무」에 해당하는 관계로 채

    무의 내용의 특정이나 그 확정이 몹시 어려우며, 그 특정 내지 확정을 위하여는 의사(채무

    하는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으나, 이를 크게 나누면 증명책임경감

    론, 증명책임전환론, 증명방해론으로 나눌 수 있다.

    의료과오소송에서 인과관계의 증명책임경감론으로 주로 논의되는 것으로는

    개연성설, 사실상의 추정론, 일응의 추정론이 있다. 우리나라의 대법원판례는 견

    해에 따라 달리 평가되기도 하지만 각 이론을 모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

    다. 하지만 향후 양 당사자의 공평성측면에서 일응의 추정이론의 중요성은 부각

    되어야 하고 보다 많은 연구를 통하여 누적된 평가와 적용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본고에서는 학설과 판례를 중심으로 의료과오소송에서의 일응의 추정이

    론을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또한 사실상의 추정이론은 일응의 추정이론과

    의 구별이 난해한 경우도 있기는 하나 두 이론의 구별필요성이 있고, 개연성설

    은 주로 공해소송에서 적용되는 이론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의료과오소송에서도

    적용되고 있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로 파악하여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판단

    하므로 “일응의 추정이론의 개념”부분에서 이에 대하여도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Ⅱ. 일응의 추정이론의 개념

    1. 의의

    (1) 일응의 추정(Ansheinsbeweis, Beweis des ersten Anscheins, Prima

    facie Beweis)12)이란 일반적으로 사실상의 추정 가운데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은 사실까지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결과가 되

    어 결국 불법행위적 책임의 구성에 있어서와 동일한 부담을 환자(채권자)가 떠맡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오석락, 위의 책, 170면).

    12) 일응의 추정이라는 용어는 일응의 증명, 일응 충분한 증거라도 한다. 그러나 ‘일응’이라는

    용어는 ‘일단’, ‘우선’ 등을 뜻하는 일본어로서 국어사전에는 없다고 하여 “일단의 추정”이라

    는 용어로 표현하는 경우(정동윤·유병현, 앞의 책, 518면)도 있다. 한편 中野貞一郞, “過失の

    「一應推定」につぃて(1)”, 「法曹時報」(19卷10號), 1967.10, 14면에서는 일반의 입증에

    있어서와 똑같은 정도의 심증이 얻어지지 않으면 요건사실의 인정을 할 수 없는 것이고, 따

    라서 「일응의 추정」이라고 하는 호칭보다는 「일응의 충분한 증명」, 「표현증명」이라고

    함이 타당하다고 한다.

  • 경험법칙을 이용하여 행하는 추정을 말한다. 사실상의 추정은 증명된 간접사실

    (전제사실)로부터 증명되지 아니한 주요사실(추정사실)을 경험칙에 기하여 추리·

    인정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이용되는 경험법칙에는 고도의 개연성을 가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그 경험법칙이 고도의 개연성을 가지는 때에는 전

    제사실이 중명되면 추정사실의 심증도 일거에 확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사실

    상의 추정이 일응의 추정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 증명에 가까운 상태를 가르켜

    표현증명이라고 부른다.13) 일응의 추정은 일본의 판례법에서, 표현증명은 독일

    의 판례법에서 각각 발달한 이론으로서 양자는 매우 유사하며 영미법의 Res

    ipsa loquitur14)의 법칙과 같은 기능을 가진다.15)

    (2) 일응의 추정은 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인과관계와 과실을 인정할 경

    우에 이른바 ‘정형적 사상경과’에 해당할 때만 적용된다. 강한 개연성에 의한 사

    실추정이라는 점에서 간접증거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고 증명책임을 전환시키

    는 증명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일응의 추정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반대사실의 증

    명이 아닌 반증으로 충분하고, 일응의 추정에 의한 증명사실의 추정을 상대방이

    번복시키기 위해서는 경험칙 또는 그 전제사실의 부존재 혹은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증명하여야 한다.16) 그러나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 한 증명책임을 부담

    하는 당사자인 환자는 간접사실의 증명을 통하여 증명할 수 있으므로 일응의

    13) 교과서에 따라서는 일응의 추정과 표현증명을 혼용해서 쓰기도 하고 구별해서 쓰기도 하지

    만 발전되어온 나라만 다를 뿐 실제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구별

    하지 않기로 한다.

    14) 「Res ipsa loquitur」란 「사물 그 자체가 증명한다」(Thing speaks itself)는 의미로서

    이 표현은 1863년 영국의 Byrne V.Boadle 사건에서 Pollock卿이 처음 사용하였다고 한다.

    Res ipsa loquitur의 원칙에 근원을 두고 발전한 것이 표현증명, 일응의 추정이고 Common

    Law상 Res ipsa loquitur에 상당하는 것이 표현증명일 뿐 오늘날 영미법상 prima facie

    evidence는 약간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른바 prima facie evidence는 「배심재판에 있어

    서 석명 혹은 반박되지 아니하는 한 그 증명사항을 배심에게 보내는데 충분한 증거이고 타

    의 증거에 의하여 뒤집어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아니한 한 증거에 의하여 증명되고 있는 쟁

    점에 대하여 유리한 평결을 얻기에 충분한 증거」로서 이해되고 있고, 따라서 prima facie

    evidence는 「추정의 개념에 상당한 것」이라고 하는 의미 외에 「배심에게 보내기에 충분

    하다」는 재판조직과 관련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도 있다. 따라서 독일법에 있어서는

    prima facie evidence의 앞의 의미이 사실상의 추정인 표현증명으로서 역사적으로 전수되

    었다고 설명되고 있다(손용근, 앞의 논문, 92~93면)

    15) 정동윤·유병현, 앞의 책, 514면.

    16) 정영환, 「신민사소송법」, 세창출판사, 2009, 664면.

    추정은 일종의 증명책임경감에 해당하며 경험칙의 도움을 얻어 법관이 요증사

    실에 대한 확신을 얻는 자유심증형성작용인 것이다.17)

    2. 정형적 사상경과

    (1) 일응의 추정은 ‘정형적 사상경과’에 해당할 때만 적용되는데, 일응의 추

    정을 성립시키는 「정형적 사상경과(typischer Geschehensablauf)」라 함은 어

    느 사실이 있으면 그것이 일정한 방향의 경과를 수반하는 것, 즉 정형적인 사물

    의 추이를 가르키며, 그 자체로서 일정한 원인행위의 고의나 과실, 또는 결과와

    의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사태를 말한다.18) 예컨대 의사가 개복수술을 한 후 수

    술용 메스를 복강 안에 남겨둔 경우에는 의사의 과실이 추정되고, 건강한 사람

    이 수혈을 받고 에이즈에 감염된 경우에는 수혈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19)

    (2) 독일에서는 표현증명의 경우 판례는 거의 정형적 사상경과가 존재하는 경

    우에 한하여 허용되어 왔고 정형적 사상경과를 요구하는 판결을 거듭하여 왔으

    며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논의되어 오면서 정형적 사상경과가 존재한다는 것은

    표현증명을 허용하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정형적 사상경과라는 개념은 실무상 일응의 추정의 허용범위를 획정

    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개념자체가 실질적으로 어떤 내

    용을 포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객관적 기준을 부여하는 것이

    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그 과정이 정형적인가의 여부는 결국 생활경험에 따

    라 판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사안에 있어서 어떤 경과에 관한 경험칙이 인

    식되는 때에 그 인식이 사태를 정형적인 것이라고 개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

    므로 고도의 개연성있는 경험칙의 존재가 전제된 것이 정형적 사상경과이고, 정

    17) 범경철, 앞의 논문, 260면. 그러나 손용근, 앞의 논문, 151면에서는 인과관계의 존재를 엄

    격히 증명하여야 한다는 종래의 증명책임이 완화된 정도에 상응하는 증명의 부담이 의사측

    에 전환되었다는 측면에서는 부분적으로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결과가 사실상 초래되었고,

    그 점에서는 증명책임이 전환되었다고 하여야 보다 정확한 분석이라고도 한다.

    18) 中野貞一郞, 앞의 논문, 29면. 하지만 Rosenberg, Elements of Civil Procedure, 1986,

    115 2에서는 표현증명의 경우 인과관계와 과실 이외에도 가능하다고 한다.

    19) H.J.Musielak, Die Grundlagen der Beweislast im Zivilprozess, 1975, SS. 89ff., 99ff ;

    피정현(역), 「독일 증거법의 기본문제」, 삼지원, 1997, 131~149면.

  • 형적 사상경과가 전제되어 경험칙의 개념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응의 추정에 정형적 사상경과를 허용기준으로 보기를

    거부하는 견해20)가 있으며, 일본의 판례나 학설에서도 정형적 사상경과를 정형

    적 사상경과를 일응의 추정의 허용기준으로 보고 있지 아니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21)도 있다.22)

    3. 구별되는 개념

    (1) 개연성이론

    (가) 개연성설23)은 공해소송에서 인과관계에 대한 피해자의 증명책임의 완화

    의 방법으로 처음에는 이용하였다.24) 그러나 의료과오소송에서도 의료행위의

    20) Pawlowski, Der prima-facie-Beweis bei Schadensersatzanspruchen aus Delikt und

    Vertrag, 1966, S. 13ff., 38ff ; Kollhosser, Anscheinsbeweis und freie richterliche

    Beweiswurdigung, AcP 165, 53.

    21) 中野貞一郞, 앞의 논문, 30면 ; 倉田卓次, “間接反證”, 小山昇(編), 「演習民事訴訟法(上)」,

    靑林書院, 1973, 407면.

    22) 손용근, 앞의 논문, 100~101면.

    23) 여기에서 말하는 개연성설은 증명책임분배기준에 관한 새로운 이론으로 개연성이 낮은 사실

    을 원용하는 당사자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하는 케겔(Kegel, Festschrift für Kronstein,

    1967, S. 321, 335ff.) 등이 주장하는 개연성설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개연

    성설의 증거법상 본질에 관하여는 견해가 나뉘는데 ①영미법상의 증거의 우월

    (preponderance of evidence)의 법리를 도입하여 환경소송에 적용하려는 견해(이른바, 증

    거우월설, 加藤一郞, 「日本の公害法」, ジュリスト(310號), 1964. 11, 104면 ; 野村好弘,

    “公害の紛爭處理と被害者の救濟”, 帝國地方行政學會, 1970, 45면 ; 具然昌, “公害와 因果關

    係에 관한 判例硏究(1)”, 「法曹」(24卷8號), 1975. 8, 79면 등), ②사실상의 추정의 법리에

    의하여 증명책임의 사실상의 전환을 꾀하려는 견해(이른바, 사실추정응용 증명책임전환설,

    德本鎭, “公害の民事的救濟と因果關係”, 「法政硏究」(36卷2~6合倂號), 205면 ; 牛山積,

    “公害訴訟と因果關係論”, 戒能通孝(編), 「公害法の 硏究」, 日本評論社, 1969, 85면 ; 全昌

    祚, “公害의 私法的 救濟의 法理에 관한 硏究”, 「東亞大論文集」(11卷), 東亞大, 1975,

    131면 등)가 있다.

    24) 대판 1974. 12. 10, 72다1774(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있어야 할 인과관계의 증명에 관하여도 이른바 개연성이론이 대두되어 대소간

    에 그 이론이 사실인정에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개연성이론

    그 자체가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공해로 인한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인

    과관계에 관하여 당해 행위가 없었더라면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 하였으리라는 정도의 개연

    성이 있으면 그로써 족하다는 다시 말하면 침해행위와 손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

    는 상당정도의 가능성이 있다는 입증을 함으로써 족하다).

    정밀성, 기법의 재량성(과실의 측면에서의 치료방침의 선택결정권), 의료상호간

    의 폐쇄성으로 인하여 환자인 원고의 증명활동이 현저히 곤란하다는 점을 근거

    로 인과관계의 증명을 경감시켜 주고자 도입된 것이다.25)

    개연성설은 민사소송법상 증명의 정도에 관하여는 증명과 소명의 구별이 있

    고,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확신을 갖게 하는 상태를 가르키며, 소명은 법관으

    로 하여금 일응 확실하다는 신용을 갖게 하는 상태를 가르키는 것으로 일반적

    인 증명의 경우보다 증명도를 낮추어 법관이 확신을 갖지 않더라도 개연적 심

    증, 개연성의 우월로서 인과관계를 인정함으로써 피해자를 증명의 곤란으로부터

    구제하려는 입장이다.26) 즉, 피해자가 고도의 개연성이 아니라 상당한 정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을 하면 가해자가 반증을 들어 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하

    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는 견해이다.27)

    (나) 개연성설에 대하여는 법률상 근거없이 증명과 소명 사이의 중간적 심증

    으로 사실인정을 한다는 점, 원고의 증명정도가 개연성으로 족하다고 하면 피고

    의 반증도 이론상 개연성의 정도로 족한 것이 되므로 피해자의 구제가 실현되

    지 않았다는 점,28) 개연성설의 내용은 추상적이므로 인과관계의 인정에 소극적

    이기 쉬운 법원에 대하여 주의를 주는 이론에 불과하다는 점29) 등의 비판이 있

    다.30)

    25) 安田實, “因果關係の立證”(林豊 編), 「現代民事裁判の課題⑨」, 新日本法規出版社, 1991, 471~

    474면.

    26) 野崎幸雄, “因果關係·總論-實體法上·訴訟法上の諸問題-”, 有泉亨 監修, 「損害賠償法講座」

    (5), 日本評論社, 1973, 123면 ; 德本鎭, 앞의 논문, 205면 등은 "疏明의 영역은 벗어나지

    만, 證明에는 이르지 않는 정도의 立證"이라고 이를 못박고 있다.

    27) 德本鎭, 앞의 논문, 205면 ; 西原道雄, “公害に對する私法的救濟の特質と機能”, 戒能通孝

    (編), 「公害法の硏究」, 日本評論社, 1969, 35면 ; 牛山積, 위의 논문, 85면; 加藤一郞, “不

    法行爲の一般的成立要件”(加藤一郞 編), 「註釋民法(19)債權(10)-不法行爲」, 有斐閣, 1973,

    151면 ; 石橋一晁, “因果關係論(各論Ⅱ)-イタイイタイ病訴訟を 中心として-”, 有泉亨(監修),

    「現代損害賠償法講座(5)-公害·生活妨害」, 日本評論社, 1973, 157면 ; 山口和男, “公害訴

    訟”, 鈴木忠一/三ケ月章, 「實務民事訴訟講座(10)」, 日本評論社, 1972, 203면. 한편 澤井裕,

    “イタイイタイ-病判決と鑛業法 109條”, 「法律時報」( 44卷2號), 1972. 2, 226면도 蓋然性

    說을 일반 민사소송과는 다른 심증형성을 環境訴訟에 있어서 승인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28) 好美淸光/竹下守夫, “イタイイタイ病 第一次訴訟第一審判決の法的檢討”, 例例時報 646號

    (判例評論 154號), 1971. 12, 111면 ; 賀集唱, “擧證責任”, 別冊 ジュリスト(39號) 續判例

    展望, 1973. 1, 213면.

    29) 淡路剛久, “水質汚濁”, 「現代損害賠償法講座(5)」, 日本評論社, 1973, 221면 ; 伊藤眞,

    “早川メツキ工場廢液事件”, 「別冊 ジュリスト(43號), 公害環境判例」, 1974. 5, 47면.

  • 하지만 우리 대법원의 판례는 개연성이론을 채택한 사례가 적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다. 더구나 의료과오소송에서는 대부분 증명에 관해서는 증명책

    임의 전환에 가까운 개연성이론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의료과오소송에서 “환자가 전신마취 도중에 갑작스런 기관지 경련이 일

    어나고 이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하여 뇌손상으로 인하여 결국 사망에 이른 경

    우에 있어서는 피해자 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과정에 있어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의 사이에 일

    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

    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

    암은 것이 아니라 환자의 특이체질 등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할 것이다”라 판

    시31)하고 있다.

    또한 수술 도중 환자에게 사망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의료행위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있

    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 사례32)도 있다.33)

    30) 오석락, 앞의 책, 271면 ; 정동윤·유병현, 앞의 책, 518면.

    31) 대판 2001. 3. 23, 99다48221. 同旨: 대판 1996. 12. 10, 96다28158, 28165 ; 대판

    1996. 6. 11, 95다41079 ; 대판 1995. 12. 5, 94다57701.

    32) 대판 2000. 7. 7, 99다66328(심장수술 도중 발생한 대동맥박리현상으로 인하여 환자가

    사망한 경우, 그 대동맥박리는 심장수술을 위한 캐뉼라 삽관직후에 나타난 그 수술 이외에

    는 다른 원인이 개재하였을 가능성이 없고, 그 발생 부위도 캐뉼라 삽관과 연관하여 볼 수

    있는 부위로 보이고, 환자에게 심장수술 전후를 통하여 대동맥박리를 초래할 만한 특별한

    질환이나 증상이 관찰되지 아니하였으며, 또 대동맥에 캐뉼라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부적절

    한 시술로도 대동맥박리가 나타날 수 있는데다가, 심장수술과정에서의 잘못 이외의 합병증

    으로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극히 미미하게나마 있지만 그 경우도 주로 혈관

    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것이라는 사정 등에 비추어, 그 대동맥박리는

    결국 대동맥박리가 일어날 수 있는 원인 중에서 부적절한 캐뉼라 삽관에 의하여 초래된 것

    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33) 범경철, “의료과오소송에 있어서 증명책임”, 「의료법학」(제3권1호), 대한의료법학회,

    2002, 256~257면.

    (2) 사실상의 추정과 일응의 추정의 구별

    (가) 의료과오소송의 경우는 일반의 불법행위와는 다르게 고의·과실과 같은

    가해자의 주관적 사정이나 손해와의 인과관계와 같은 요건사실을 피해자가 확

    실하게 증명한다는 것이 사실상 지극히 곤란하다. 이러한 경우에 피해자인 환자

    가 가해행위가 행하여진 상황을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상황사실을 증명하면 고

    의·과실이나 인과관계 등의 요건사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법관에게 심증이 형성

    되어 이를 깨뜨리기 위한 반증을 가해자측에서 내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34)

    사실상의 추정35)이란 이러한 경우에 가해행위의 유형으로부터 바로 고의·과

    실이나 인과관계와 같은 요건사실이 존재한다고 하는 심증이 형성되는 것을 말

    한다.36) 이러한 추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그 증명책임있는

    요건사실(추정사실)에 갈음하여 추정의 기초사실(전제사실)을 증명하고 법관이

    그 증명된 기초사실에 경험칙을 적용하여 요건사실을 추인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위와 같은 추정에 있어서는 전제사실의 존재에 대하여 심증이 얻어져야

    할 것이고, 전제사실이 존재한다면 요건사실은 추인할 수 있다는 경험칙의 존재

    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37)

    (나) 여기에서 주의하여야 할 것은 사실상의 추정과 일응의 추정의 구별이

    다.38) 일응의 추정의 법리는 경험칙의 도움을 빌린다는 점, 통상의 증명도가 요

    구된다는 점, 단순한 반증에 의하여서도 추정이 깨어진다는 점에서는 사실상의

    추정과 그 맥를 같이 한다. 하지만 불법행위요건으로서의 과실과 인과관계에 관

    34) 김영환, "의료과오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론과 입증책임에 관한 연구", 「법학연구」(제26권

    제1호), 부산대학교법학연구소, 1983, 93면 ; 신은주, "표현증명의 법리", 「판례월보」(제

    254호), 1992. 11, 9면 ; 春日偉知郞, “醫療訴訟の現象と展望”, 判例タイムズ, No.686,

    1989. 3, 37면.

    35) 여기에서 말하는 사실상의 추정은 민사소송법학에서 설명하는 사실상 추정과 법률상 추정

    에서의 사실상 추정과는 완전히 일치하는 관념이 아니다. 여기에서의 사실상의 추정은 간접

    사실을 추정하여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보다 분화된 증명상의 기술로서의 성질

    을 갖는 방법론을 의미하는 것이다.

    36) 加藤一郞, 앞의 논문, 78면.

    37) 中野貞一郞/松浦馨/鈴木正裕 編, 「民事訴訟法講義」, 有斐閣, 1976, 318면.

    38) 대부분의 경우는 사실상의 추정과 일응의 추정의 구별이 용이하지 않다고 하나, 김민중,

    “의료행위에서의 법률문제와 의사의 책임”, 「법조」(40권3호), 법조협회, 1991, 72면에서

    는 사실상의 추정과 표현증명을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 하여서만 적용되며 「정형적 사상경과」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이 한정되고, 구

    체적 내용을 특정하지 아니하고도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추정한다는 점에서 사

    실상의 추정과는 다르다.

    결국 일응의 추정은 일반적으로 이른바 사실상의 추정의 한 경우라고 할 수

    있고, 행위의 객관적 사정을 하나의 증거(간접증거, 징표)라고 할 수 있다면 일

    응의 추정에 의하여 일종의 간접증명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응의 추정」이라고 호칭되는 이유는 반증이 없든가, 반증이 있어도 추정을

    흔드리게 함에는 충분하지 못한 점을 중시하여 쓰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이다.39)

    (다) 우리나라 판례에서 나타난 사실상의 추정이론을 살펴보면, ‘환자를 치료

    함에 있어 방사선 사진상에 나타나 있는 선상골절상을 발견치 못하였고, 이에

    따른 뇌실질내출혈을 발견예견하지 못하여 환자를 제때에 신경외과전문의가 있

    는 병원에 전원시켜 확정적인 진단을 하지 않은 경우 그러한 조치를 취했을 경

    우의 구명율이 50%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사

    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40)하였고, ‘환자가 다한증 이외의 병이 없었으

    며, 사망원인인 뇌색경증에 이르는 물질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사망에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하여 그 사실을 추정하여 의사에게 사망과 의료행위사

    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그 과실이 있다’고 판시41)하여 사실상의

    추정이론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분석할 때 의사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주의의무위반으

    로 인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의

    료행위상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손해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가 전제되

    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 때

    39) 손용근, 앞의 논문, 90~91면.

    40) 대판 1989. 7. 11, 88다카26246. 그러나 이 판례에서는 사망률이 50%이상이냐 이하냐를

    강조하여 의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과 인과관계를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논

    리구성에는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의사가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어차피 전원하였어도 사망하였을 것이라고 하고 사망과 행위사이에 인과관계를 논한다는 것

    에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범경철, 앞의 논문, 254면).

    41) 대판 1995. 2. 10, 93다52402 ; 대판 1999. 9. 3, 99다10479 ; 오대성, “의료과오소송에

    있어서 표현증명에 관한 고찰”, 「법학논총」(제4집), 조선대학교, 1998.6, 153면.

    문에 일반인은 주의의무위반과 손해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본인은 그 일부만 알

    수 있고, 대부분의 경우는 의사만이 알 수 있다. 따라서 의료상 과실과 손해사

    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

    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42)

    Ⅲ. 일응의 추정이론의 본질

    판례가 일응의 추정이론의 존립근거를 이론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으므로 그

    것이 증거법상 차지하는 위치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에 관하여는

    증거책임설, 증명책임설, 증명도설, 실체법설로 학설이 나뉘고 있다.

    1. 증거판단설

    (1) 증거판단설(Beweiswurdigungstheorie)43)은 일응의 추정을 법관의 자유

    로운 심증형성과정에 있어서 사실심 법관이 경험칙에 의하여 뒷받침된 개연성

    을 반증이 없거나, 반증에 실패할 경우에 확신형성을 위한 충분한 증거로 하는

    것을 정당화시켜 주는 동시에 의무지우는 증거판단규칙으로 보는 견해로서 증

    거책임설이라고도 한다. 이 법리는 사실심법관이 따를 수 있고 또 따라야 하는

    증거판단의 기준으로서 경험칙을 통하여 성립된 개연성을 반증이 없는 한 확신

    형성을 위하여 "증거"로서 충분한 것으로 하는 것이다.

    (2) 이 견해에 의하면 일응의 추정은 "정형적 사상경과"가 존재할 경우의 징

    42) 대판 1999. 2. 12, 98다10472. 김민중, "의료과오소송상의 과실과 인과관계입증", 「民事

    法學의 諸問題」(嚴英鎭敎授 華甲論文集), 대왕사, 1997, 722면.

    43) L.Rosenberg, Die Beweislast, 5. Aufl., 1965, S. 183ff ; A.Baumbach/W.Laterbach/J.Albers

    /P.Hartmann, Kommentar Zivilprozessordnung, 48. Aufl., 1990, S. 932f. ; Prolss著/吳

    錫洛(譯), 「損害賠償訴訟에 있어서의 證明輕減」, 日新社, 1990, 20면 ; 그 밖에 Pohle,

    Rosenthal, Nikisch, Kollhosser, Blomeyer 등이 이 견해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표증명이며,44) 법관의 자유심증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202조에 기초하여 증명

    을 다했다는 것,45) 또는 다툼이 없는 전제사실로부터 문제사실의 존부를 추인

    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정형적 사상경과가 그 존

    재에 있어 일정정도의 개연성 밖에 구비하고 있지 않는 경우나 경험칙상 다른

    사상경과의 가능성도 있는 경우에는 일응의 추정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응의 추정은 이처럼 정형적 사상경과에 의거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경과를

    개별적으로 해명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반적 확정으로 족하기 때문에 "무

    엇인가의" 인과관계 또는 "무엇인가의" 과실의 추인이라는 형식으로의 요건사실

    의 추상적 인정에 귀착된다고 한다.46)

    독일에서는 판례가 1931年에 판결47)로 증거판단설의 입장을 취한이래 대체

    로 이를 지지하여 오고 있고 학설도 대체로 이를 따르고 있다.

    2. 증명책임설

    (1) 증명책임설(Beweislasttheorie)48)은 일응의 추정을 증명책임의 전환으로

    여기고 있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 적용된 경험칙이 증거의 곤란

    44) Greger, Praxis und Dogmatik des Anscheinsbeweises VersR, 1080, S. 1098.

    45) 독일판례가 이 법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반하여 학설은 이러한 증거판단 기준과

    그 상고심적 통제가 구법(보통법)의 증거법칙(증거법정주의)을 폐기하면서 확립된 자유심증원

    칙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느냐고 하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표현증명에 있어

    법관은 상대방의 반증의 평가에 있어 자유롭고 그 경험원칙도 이러한 반증의 유보하에서만 효

    력이 있으므로 이 법리는 자유심증주의에 저촉되지 않으며, 이러한 법리의 인정은 법률적 규율

    그 자체가 아니라 사실상의 효력이 있는 원칙(명제)의 법적승인에 불과한 것이므로 ZPO §286

    Ⅱ(법원은 이 법에 의해서 규정된 경우에만 법적 증거법칙에 구속을 받는다)의 규정에는 위반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하여 그는 표현증명의 기초가 되는 경험원칙 및 경험법칙을 법

    관법적법규범―더 정확히는 증거법칙(Rechts normen-Beweistregeln-des Richterrechts)이라

    고 표현하고 있다(Hainmüller, Der Anscheinsbeweis und die Fahrl ssigkeitstat im heutigen

    deutschen Schadensersatzprozess. 1966, SS. 44~62). 또한 자유심증주의는 원래 법관의

    자의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법칙과 그 시대의 경험적지식의 구속을 받는 내재적 제한

    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와 표현증명의 규범적 성격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

    다(Rosenberg/Schwab, Zivilprozessrecht 13 Aufl., 1981, S. 663).

    46) 春日偉知郞, 앞의 논문, 38면.

    47) RGZ 134, 237.

    48) 1930까지 RG가 취하던 견해로서 현재에는 이 견해를 취하는 학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

    려져 있다. 김성수, “獨逸民事訴訟에 있어서 表現證明의 法理”, 「外國司法硏修論集(5), 재판

    자료(제19집)」, 법원행정처, 1983, 412면 이하.

    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용되고 있고, 이것에 기초하여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증명

    책임의 분배에 수정이 시행되어지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 또한 실무

    상 일응의 추정과 증명책임의 전환과의 경계선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견해에 의하면 원래 소송에 있어서 사

    안에 대한 해명불능의 책임귀속은 상고심의 과제이고 따라서 증명책임의 분배

    문제는 법률문제로서 언제나 상고심의 심사의 대상이 되므로 상고심의 심사권

    은 그 설명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2) 그러나 이 견해는 특히, 증명책임의 규율이 진위불명의 상태가 있는 때에

    적용되는데 일응의 추정의 법리는 바로 이러한 상태를 (상대방의 반증이 없는

    경우에 "경험칙에 맞는 사건전개"로부터 확신을 형성하는 것을 허용하므로써)

    제거하기 위하여 생성된 것이라는데서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상대방이 반증에

    성공한 경우에도 바로 원고청구기각으로 직결되지 않고 다시 정상적인 증명책

    임, 증명행위의 책임의 규율문제로 돌아간다는 점에서도 증명책임설은 부당하다

    고 비판된다.49)

    3. 증명도설

    (1) 증명도설(Beweismasstheorie)50)에서 일응의 추정은 증명도를 낮추기 위

    한 하나의 수단이고 증명도의 문제로서 파악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일응의 추정을 반박하기 위한 간접증명은 경험칙에 의한 과실의 추인에 대하

    여 합리적인 의심을 생기게 하기에 족한 사정의 증명으로 충분하고 여기에서

    상대방은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51) 그리고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인정을 막기 위한 반증제출책임을 부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때문에 일응의 추정에 있어서 필요하게 되는 경험칙의 개연성의 정도는 어느

    한 쪽의 당사자에게 사안해명의 주도권을 갖게 하는 것이 정의, 공평의 원칙에

    49) Rosenberg, a.a.O., S. 183ff ; Greger, a.a.O., S. 1099.

    50) H.J.Musielak, a.a.O., S. 115ff ; H.J.Musielak/M.Stadler, Grundfragen des Beweisrechts,

    1984, SS. 82~96 ; F.Stein/Jonas/Pohle, Kommentar ZPO, 22. Aufl., 2002~2004, 286

    Rdn. 92f.

    51) 김민중, 앞의 논문, 722면.

  • 합당한가라는 이익형량을 나타내는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게 되고 "일응의

    추정은 증명곤란을 전제로 하여 실체적 이익형량에 기초하며 상대방에게도 일

    응의 반증제출책임을 부담시킴으로써 기증자의 증명부담을 경감하는 것"이라

    하게 된다.52)

    (2) 이 견해에서는 모든 증거가(특히, 일응의 추정에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개

    연성의 증거인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 더 밝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다만

    어떠한 정도의 개연성이 사실의 확정을 위하여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여기에

    있어서 구분이 지어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일 뿐이라고 한다. 또한 일응의 추정

    을 인정한 많은 독일판례53)도 그 실질을 분석해 보면 그 인정된 사건전개의 개

    연성이 다른 것에 비해서 더 높거나, 현저하게 높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법관의 확신의 기준으로 요구되는 "확실성에 접하는 개연성"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함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이러한 판례들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일응

    의 추정 있어서의 "개연성에 대한 경감된 요구" 또는 "현저하게 적은 증명의 정

    도"를 상정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한다.54)

    4. 실체법설

    (1) 실체법설(materiellerechtliche Theorien)55)은 일응의 추정은 증거의 문

    제가 아니라 실체법인 법률효과규범(Rechtsfolgenormen)의 해석 및 적용의 문

    제로 보려는 견해로서 표현증명은 과실 및 인과관계를 증명이 용이한 보호법규

    위반으로 대치시킴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의 실체법적 요건을 경감한 것이라고 주

    장하는 견해이다.

    일응의 추정에 의하여 증명경감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에서는 실체법상의

    요건의 수정이 이루어지고 있고, 법관에 의한 실체법의 묵시적 변경이 이루어지

    고 있다고 본다.56) 즉, 생활경험상 보다 개연성이 높다라고 생각되는 원인이 있

    52) 日本의 太田勝造는 독일의 학설을 상세히 검토하여 표현증명에서는 증명도의 경감과 실체

    법의 요건의 변경이라는 두개의 방향이 있다고 하면서 일본의 일응의 추정에 관해서는 "통

    상의 높은 개연도로는 증명하기 곤란하므로 부당한 증명책임판결을 적용하여 실체법의 규범

    목적,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날 경우에 증명도를 경감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53) RG JW 1932-107, 108 ; BGH, VersR 1954-401 ; RG, Recht 1929-1315.

    54) H.J.Musielak, a.a.O., S. 116ff.

    55) Pawlowski, a.a.o., S. 13ff.

    으면 청구인용판결이 허용된다는 생각은 개연적 인과관계에 의하여 이미 실체

    법상의 책임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일응의 추정은 법관이 단독으

    로 형성하는 요건을 구비한 표현증명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다.57)

    (2) 이 견해에서는 개연성이 있을 뿐인 인과관계나 과실, 더 나아가 과실없는

    행위(위험책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가의 여부는 기본적으로

    증거법(소송법)이 아닌 실체법에 맡겨진 문제라고 하면서 판례가 표현증명의 법

    리로써 특별한 입증곤란의 경우에 노력해 왔던 배상책임위험(Risiko)의 개연적

    가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실체법만이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기존

    의 학설이 일응의 추정에 있어서의 실체법적 요소를 밝혀 내는데는 성공하였으

    나, 이를 배상책임구성요건의 완화 또는 증명책임의 완화로 보거나, 일응의 추

    정의 증거법상의 위치는 문제삼지 않고, 다만 위와 같은 실체법적 고려를 증명

    도 경감의 정당화근거로서 이용함으로써 그러한 실체법적 요소의 적정한 위치

    설정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된다.58)

    5. 검토

    (1) 일응의 추정이론의 본질에 대하여는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논의가 없는

    실정이나 이에 대한 검토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

    론의 올바른 도입을 위해서는 존립근거에 대한 검증을 통한 적용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독일연방최고법원 판례에서도 표현증명(일응의 추정)에 대한 분명하고도 통일

    된 개념이 정립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최고법원이 이와 같이 표현증명

    의 법리의 이론적 기초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으로써 종잡을 수 없는 그 적용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59) 또한 일본에 있어서는 과실에 관한 일

    응의 추정의 본질에 관하여 몇 개의 견해가 있으나,60) 위와 그 맥를 같이 하여 일

    56) 신은주, "醫療過誤訴訟에 있어서 立證責任", 경희대학교박사학위논문, 1992, 14면.

    57) 이러한 실체법적 근거로서 Greger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즉, 애초부터 책임의 기초

    는 실체법의 문제이며, 따라서 원인관계가 증명불능이라는 경우에는 증명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인과관계의 요건요소를 새롭게 설정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58) Greger, a.a.O., S. 1098.

    59) 김성수, 앞의 논문, 476~478면.

  • 응의 추정은 법관의 자유로운 심증형성과정에 있어서 피고의 과실이 사실상 추정

    됨에 지나지 아니한다고 보는 것이 학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로 알려져 있다.61)

    (2) 일응의 추정은 경험칙에 의한 사실추정이라는 점에서 간접증거의 일종이

    고, 강한 개연성을 갖는 하나의 경험칙에 의하여 사실을 추정하는 것이다. 또한

    증명책임을 전환시키는 것은 아니고, 다만 경험칙의 도움을 얻어 법관이 요증사

    실에 대한 확신을 얻는 자유심증 형성작용이다. 또한 이 이론은 적어도 표면상

    으로는 “정형적 사상경과”라는 사실세계에 있어서의 확신성을 담보로 요구하는

    기본노선을 취하고 있는 이상 이 법리의 소송법적 성격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증거판단설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응의 추정에서의 가장 큰 약점은 그 우연성, 즉 법원이 일응의 추정

    의 기초로서 설정하는 경험칙이라는 것이 너무나 특수한 사정, 미묘한 개별적

    징표와 관련되어 있어 일반적인 관념정립이 어렵다. 더구나 상고심의 심판대상

    까지 됨으로써62) 그 실제적 운용의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상호 조화되지 않거

    나 모순되는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연구는 심화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Ⅳ. 판례에 적용된 일응의 추정이론

    일응의 추정이론에 의하여 적용되는 의료과오소송에서의 인과관계는 여러 개

    의 간접사실에 경험칙을 적용하여 추정될 수밖에 없게 되는데, 판례가 취하는

    사실인정방법은 감정, 기타 제반증거에 의하여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인할 수 있

    는 간접사실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사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의료과오소송에서 인과관계의 추정을 위한 요소로 나타난 것을 분류하면 대체

    60) 예컨대, 事實上推定說(村上博己, 中野貞一郞, 新堂幸司), 立證責任轉換說(末川博) 등.

    61) 金榮一, “「一應의 推定」의 法理”, 「民事證據法(上), 裁判資料」(第25輯), 법원행정처,

    1985, 373면.

    62) 피정현·이정환, 「민사자백법」, 진원사, 2011, 141~151면. 경험법칙위반과 상고에 관하

    여는 법률문제설, 사실문제설, 절충설이 대립하고 있으나, 경험법칙은 일상경험으로부터 귀

    납적으로 얻은 사물에 대한 가치평가적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므로 법규적 성질을 갖고 있

    어 상고심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법률문제로 보는 것이 옳다고 한다.

    로 ① 의료행위와 장해결과와의 시간적 근접성, ② 원인이 될 수 있는 의료행위

    상 과오의 정도, ③ 타원인의 개재가능성, ④ 통계적 빈발성 등이 있다.63)

    표현증명이론이 고도로 발달한 독일의 경우는 이와 관련된 판례64)가 많은 편

    이고, 또 우리나라에서도 독일의 표현증명과 관련된 연구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

    기에65) 본고에서는 논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이하에서는 일본의 판례와 우리나

    라의 판례를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1. 일본의 판례66)

    (1) 의료과오소송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의 완화를 선언한 최초의 하급

    심 판례로는 수혈매독사건을 들 수 있는데 동경지방재판소는 '재판상의 증명은

    과학적 증명과는 다르고, 과학상의 가능성이 있는 한 다른 사정과 함께 인과관

    계를 인정하는데 지장이 없는 정도의 증명만으로도 족하다'고 판시하여 의료과

    오에 있어서 과실이나 인과관계의 증명을 완화하는 판결을 하였고,67) 최고재판

    63) 강봉수, “의료소송에 있어서의 證明責任”, 「의료사고에 관한 諸問題, 裁判資料」(第27輯),

    법원행정처, 1985, 308~309면, 335면.

    64) 대표적으로 독일연방최고법원 판결 중 BGHZ 판례를 언급한다면, 매독감염 제1기사건,

    BGHZ 11, 227(VersR 1957, 252; NJW 54, 718)에서는 ‘한 부인이 어떤 병원에서 3기 매

    독환자로부터 수혈을 받았다. 그 부인이 약 5년 후 피를 남에게 수혈하려고 매독혈청검사를

    한 결과 양성반응(보균)이 나타났다. 그러나 전형적인 매독증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의 남

    편이나 아이들도 건강하였다. 감정인의 감정에 의하면, 매독은 수혈을 통해서 3기 매독환자

    로부터 감염이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경우는 드물다고 하였다. 그러

    나 독일연방대법원(BGH)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표현증명이론에 의해 이를 인정하였다’ ;

    매독감염 제2기사건, BGHZ 11, 27 LM 16 zu 286 (C) ZPO (VersR 1957, 252; NJW

    54, 718)에서는 교통사고를 당한 자가 수혈을 받았다. 1년이 채 못되어 수혈해 준 여인(피

    를 준 자)에게서 매독이 확인되었다. 수혈을 받은 자를 검사한 결과 역시 제2기 매독증상이

    확인되었다. 수혈당시에 수혈여인이 이미 매독에 감염되어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다툼이 있

    었다. 감정인은 兩者의 가능성을 모두 인정하였다. BGH는 제1기 매독감염사건에 있어서와

    같은 이론을 내세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표현증명으로서 이를 인정하였다. 또 주사를 맞은

    직후 마비현상이 온 경우에도 표현증명에 의해 의사의 과실은 증명된 것으로 취급하였다

    (VersR 1957, 336). 이외에도 RGZ 165, 336, 339 BGH VersR 1960, 416 ; BGH VersR

    61, 613 ; RG HRR 37 Nr. 1301 ; BGH VersR 1957 336(337), 61 1118(1119) ; BGH

    VersR 1955, 573 ; BGH VersR 1953, 338 ; BGH VersR 1953, 338 등이 있다.

    65) 김성수, 앞의 논문, 440~442면 ; 오대성, 앞의 논문, 154~172면 ; 강봉수, 앞의 논문,

    315면 이하 등.

    66) 손용근, 앞의 논문, 105~107면 ; 오대성, 앞의 논문, 161~164면 참조.

    67) 東京地判 1955. 4. 2, 下民集(6卷4號), 748면.

  • 소도 이것이 상당하다고 한 원심판결을 지지하였다.68)

    또한 화농성수막염으로 입원한 원고에 대하여 룸바르(요추천자에 의한 수액

    채취와 페니실린의 수강내 주입)를 시행하였는데 15분후에 구토발작에 이어 우

    반신마비장해가 온 사안인 이른바 동대 룸바르 쇼크사건에서 '소송상의 인과관

    계의 증명은 한 점의 의심도 허락하지 않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경험칙

    에 비추어 전 증거를 종합검토하여 특정의 사실이 특정의 결과를 초래한 관계

    를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 의심

    을 품지 않을 정도의 진실성의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필요로 하며 또한

    그것으로 족하다'고 판시하였다.69)

    (2) 일응의 추정론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로는 ① 주사후에 기능장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는 '주사후에 기능장해가 발생한 경우에 주사

    액이 불량하거나 또는 주사기기의 소독이 불완전하든가의 어느 것의 과오가 있

    었다고 한 원심의 인정에 관하여 그것은 함께 진료행위의 과실이므로 그 과실

    의 인정이 불명 내지 불명확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여 원심을 지지한 판결이

    있고,70) ② 키니네의 주사를 하여 신경마비증이 생긴 경우에 특이체질자라고

    하는 반증이 없는 한 안전부위의 케로스삼각부 이외에 주사하였거나 주사에 관

    하여 주의를 태만히 하였다고 인정된다고 한 판결,71) ③ 주사로 손가락에 건성

    괴사의 증상이 생긴 경우에 정맥주사액을 동맥에 주사하였기 때문에 야기된 것

    이라고 추인한 판결,72) ④ 부비강염치료를 위하여 비내사골동개방수술의 과정

    에 있어서, 실명의 결과가 발생한 이상, 그것이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라든가 적

    어도 현재의 의학지식을 가지고는 예측할 수 없는 특이체질 기타 이에 유사한

    원인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입증이 없는 한, 당해 수술을 담당한 의사에게 과실

    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한 판결,73) ⑤ 좌안각막에 결손,부종등이 있었던

    미숙아가 입원중에 각막천공으로 실명한 사안에 관하여 미숙아라고 하는 것 자

    체는 원인으로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환자에게 직접 접촉한 사람은 의사와 간

    68) 日最判 1961. 2. 16, 民集(15卷2號), 244면.

    69) 日最判 1975. 10. 24, 民集(29卷9號), 1417면.

    70) 日最判 1957. 5. 10, 民集(11卷5號), 715면.

    71) 京都地判 1952. 7. 25, 下民集(3卷7號), 1028면.

    72) 東京地判 1953. 12. 4, 下民集(4卷12號), 1815면.

    73) 東京高判 1969. 5. 30, 判例時報(570號), 51면.

    호원뿐이고 다른 원인으로 되는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미숙아실

    내에서의 세균감염을 원인으로 추정하였다. 그리하여 유착성각막백반에 이른 각

    막천공의 원인으로서 영양장애, 외상, 감염을 들고 감염원으로서 세균, 바이러스

    등을 들고 세균감염에 관하여 태내감염, 산도감염, 생후감염을 들고 생후감염이

    무균이어야 할 종합병원의 미숙아실 내에서 생겼다고 추인하고 설비를 갖춘 종

    합병원의 경험풍부한 소아과전문의에게 자기의 전문을 넘는 부분인 안과에 관

    하여도 고도의 주의의무를 과한 판결74) 등 일응의 추정이론을 적용한 판례75)

    가 일본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다.

    2. 우리나라의 판례

    (1) 우리나라 판례중에는 의료소송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추인한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 특히, 대법원은 의료과오소송의 증명책임에 있어

    서도 과실 및 인과관계에 관하여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도 있지만76) 일응의 추

    정이론에 기초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

    74) 大阪地判 1975. 4. 25, 判例タイムズ(327號), 268~269면.

    75) 이외에 東京地判 1967. 6. 7, 民集(18권 5. 6호), 616면 ; 오사카地判 1979. 5. 28, 판례

    시보 (987호), 98면 ; 東京地判 1985. 6. 10, 판례시보(1242호), 67면 ; 히로시마地判

    1982. 9. 16, 판례시보(1091호), 9면(신생아의 살모넬라균의 감염경로는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한 경로(접촉감염 및 공기감염)는 다른 세균의 감염경로처럼 통상 자주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차단은 비교적 용이하며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이미 살모넬라균

    의 감염은 일반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는 前述한 모든 경로를 최대한 차

    단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적어도 그중 일부는 청결을 유지하지 못한 점에 피고의 주의의무위

    반을 추정할 수 있고 또 전술한 감염경로는 어느 쪽 경로이든 이는 피고의 내부적 사정에

    속하기 때문에, 그 증거의 수집에 있어서도 피고가 각 경로에 대해 최선을 다해 청결유지에

    노력했다는 점에 상당한 정도의 입증(이는 반증이지만)을 하지 않는 한, 피고는 과실책임을

    면할 수 없다) ; 東京地判 1982. 8. 22, 판례타임즈(512호), 173면(개복수술을 위해 산소공

    급과 마취준비를 할 때, 마취기구에 생긴 異狀의 발견이 늦어 적절한 氣道의 확보를 할 수

    없었던 事案에 대하여, 다른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의사의 마취관리상의 過失이 있고 동

    시에 위 과실있는 마취관리하에서 수술을 시행한 점도 또 하나의 過失이라고 추정했다) ;

    千葉地判 1985. 7. 25, 판례타임즈(634호), 198면 등.

    76) 손용근, 앞의 논문, 124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소송실무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명

    백하지 않으나 분석결과 사실상의 추정론을 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고 입증상의 균형

    확보를 위하여 정밀화가 요구된다고 한다. 한편, 범경철, 앞의 논문, 264면에서는 우리나라

    판례들은 단적으로 표현증명의 이론에 의하여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하

    고 있으나, 이는 판례해석을 잘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 즉, ①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소외 선진정밀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 내 작업장에서 프레스 기계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던 중 양손이

    위 기계에 압착되어 좌, 우측 각 제1, 2 수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사실, ②

    망인은 피고 1이 운영하는 현대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으로 후송되어

    피고 병원 소속 의사들인 피고 2, 3으로부터 수지절단 및 접합수술을 받은 사

    실, ③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수술을 전후하여 전신기능이 저하된 망인에게 적

    정수액량을 훨씬 초과하여 수액을 과다투여하였음에도 망인의 소변배출 여부와

    소변량 등 환자의 동태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하였고, 망인은 수술 이후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에 400㏄ 가량의 삼출물이 차서 심장을 압박하는 바람에 심

    폐기능에 갑작스런 장애를 일으켜 심장 탐포나데로 사망에 이르게 된 사실, ④

    망인은 피고들 병원에 내원하기 전부터 경미하나마 만성 심낭염 증세가 있었으

    나 심장질환 등으로 치료받은 적은 없고, 피고 병원에 내원할 무렵에도 호흡곤

    란이나 흉통 등의 증상이 없었으며, 수술 전 피고 병원에서 행한 각종 검사에서

    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아니한 사실, ⑤ 심장 또는 대동맥의 파열 또는 해

    리가 없을 경우 단시간 내에 심낭에 400cc 가량의 삼출물이 차는 경우란 극히

    드문 일인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2차 의료사고는 전신기능이 저하된

    망인에게 수액을 투여함에 있어 그 용량을 철저히 지키고 투여 후에도 망인의

    소변배출 여부와 배출량 등을 제대로 관찰하며 신체상태를 세심하게 살펴보아

    수액 투여로 인한 부작용의 기미가 보이면 즉시 이를 중단하거나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한

    채 수액을 계속 투여하고 망인의 신체상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아니한 피고 2,

    3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고,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

    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

    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

    인에 의한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사이의 인

    과관계가 추정된다”77)고 하였다.

    77) 대판 2005. 9. 30, 94다52576.

    (2) 태아의 뇌성마비의 원인에 관하여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

    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

    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

    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

    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

    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78)고 하면서 뇌성

    마비는 대부분의 경우 그 원인을 밝혀내기 어렵고 분만 중의 원인은 6∼8%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뇌성마비의 가능한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분만 도중

    발생한 저산소성-허혈성 뇌손상을 표상하는 간접사실들이 인정되는 반면 선천

    적 또는 후천적인 다른 요인의 존재를 추인하게 할 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다면, 뇌성마비가 분만 중 저산소성-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79)하였다.

    (3)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판례로 ① 삽입관 지연과실이 지방심으로 심폐기능

    이 원활하지 못한 망인에게 작용함으로써 급성심부전증을 불러일으켜 망인을

    사망하게 한 사실을 추인한 사례,80) ② 체육시험 중 앞·뒤 구르기를 하다가 흉

    부에 통증을 느껴 장기간 흉근염좌의 치료를 받고 난 후에도 계속 통증을 호소

    하다가 치료를 종료한 상황에서 흉추골절로 인한 후유장해가 남은 것으로 판명

    된 경우, 진료에 관여한 의사의 주의의무 내용 및 의사의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의 사실상 추정을 한 사례81) 등이 있다.

    다만, 판례는 이 경우에도 일련의 의료행위과정에 있어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

    탕을 둔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지 의사에게

    78) 대판 2001. 3. 28, 2000다20755.

    79) 대판 2005. 10. 28, 2004다13045. 참조판례로는 대판 1998. 7. 24, 98다12270 ; 대판

    1999. 3. 26, 98다45379, 45386 ; 대판 2000. 1. 21, 98다50586 ; 대판 2002. 4. 26,

    2000다16237 ; 대판 2003. 1. 24, 2002다3822 ; 대판 2004. 10. 28, 2002다45185. 이

    외에 과실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판례로 동일한 사례로 1977. 8. 23, 77다686, 대판 1983.

    11. 22, 83다카1350, 대판 1992. 12. 8, 92다29924, 대판 1993. 7. 27, 92다15031, 대판

    1998. 2. 27, 97다38442 ; 대판 2010. 7. 15, 2006다28430 등이 있다.

    80) 대판 1994. 11. 25, 94다35671.

    81) 대판 1998. 2. 27, 97다38442.

  •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82)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

    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

    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

    용하는 것은 아님83)을 분명히 하고 있다.84)

    Ⅴ. 결론

    (1) 증명책임의 기능은 변론종결시에 있어 사실관계의 해명이 불가능할 때 진

    위불명을 이유로 당사자에게 패소라고 하는 위험의 분배를 꾀는데 있다. 여기에

    일응의 추정이론은 현재의 증명책임의 일반원칙인 법률요건분류설을 취할 때

    야기되는 당사자의 불공평을 해소하고자 등장하였다. 즉, 이는 사실증명의 과정

    에서 법관의 심증형성에 기여하고 사실관계가 진위불명이 되지 않도록 시도하

    는 것이다. 따라서 일응의 추정은 증거의 부족을 보충하고 원고의 증명곤란을

    극복하기 위해 이용되기 때문에 요증사실의 진위불명에 대처하는 증명책임과

    함께 언제나 함께 작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대법원의 입장은 의료소송에서 일응의 추정이론에 대하여

    아주 신중하다. 이웃 일본에서는 상당히 이를 인정하고 있는 추세이고, 배심제

    도를 취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의사측의 보호는 아예 딴전에 두고 환자의 입장

    만 고려해서 Res Ipsa Loquitur원칙에 의해 의사의 과실을 아주 폭넓게 인정하

    82) 대판 2003. 11. 27, 2001다20127 ; 대판 2007. 5. 31, 2005다41863(이 판례가 나아가

    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는 증명책임을 의사에게 돌렸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83) 대판 2004. 10. 28, 2002다45185 ; 대판 2007. 5. 31, 2005다5867 ; 대판 2010. 8.

    19, 2007다41904(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의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

    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

    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

    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

    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84) 김홍엽, 「민사소송법」, 박영사, 2010, 576~577면.

    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송제도와 의료제도가 미국의 그것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할 것이다.85)

    (2) 의료과오소송의 실제에 있어서는 그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단지 환자측의

    증명책임경감이라는 점만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이는 결국 의사들로 하여금

    책임을 두려워 한 방어적 진료 또는 위축진료로 나아가게 하여 의학과 의료기

    술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그 결과 그 피해는 다시 환자들에게

    되돌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우리의 판례나 학설은 환자측의 증명책임을 경감하는 입장에 계속 서야하고

    인과관계와 과실에 관하여 추정론을 견지하여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전혀 이

    의가 없다. 하지만 추정의 이론을 만연히 거칠게 적용하면 공평성측면에서 지나

    치게 의사에게 불리한 면이 없지 않다고 비판된다. 즉, 의사는 그 결과가 의료

    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

    지 아니하는 이상 사실상의 추정에 따라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인하여 발

    생한 것으로 추정되어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다.

    (3) 본고에서는 의료과오소송의 증명책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들 중

    비교적 보편적인 논란으로서의 가능성이 검증되었다고 보여지는 일응의 추정이

    론에 관하여 검토하였다. 하지만 그와 같은 완화론 등에도 불구하고 환자측의

    입장에서 보자면 증명에 있어서의 문제가 만족할 만하게 해결되었다고 하기 어

    려운 면도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점에서 보다 만족할 만한 시도로 증명책임전환이론, 증명방해이론,

    역학적 증명이론,86) 모색적 증명이론87)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

    85) 오대성, 앞의 논문, 171면.

    86) 강현중, 「민사소송법」, 박영사, 2004, 541면. 역학적 증명은 집단적 질환의 원인을 명백하

    게 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고의 개별적 질환이 같은 원인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다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87) 자세한 것은 피정현, “모색적 증명”, 「고시연구」(제26권 제12호), 고시연구사, 1999 참조

    ; 전병서, 「민사소송법강의」, 법문사, 2003, 524면 등에서는 증거의 편재에 있어서 양 당사

    자간의 실질적 평등을 도모하기 위하여 증명책임이 있는 자의 상대방이 문제된 사실관계에

    접근하고 있어서 이를 해명하기 쉬운 입장에 있는 경우에는 증명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

    절차의 진행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추적 가능한 ‘실마리’만 ‘증명한 사실’로서 특정하면 적법

    한 증거신청으로 “모색적 증명”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 론들을 전면적으로 수용할 경우 너무 일방적으로 환자측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

    이 되어 당사자간에 공평하게 증명책임을 분배하고자 하는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한 기본이념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면이 있고, 실제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타당성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본다.88)

    (4) 생각건대 의료과오소송의 경우 판례에서부터 일응의 추정이론의 정립을

    통하여 법원이 사실인정을 하는 경우에는 재판의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우선

    주의의무위반 인정을 위한 엄밀한 기준을 정하여야 하며,89) 주의의무위반 인정

    의 기준으로서는 판단기준으로서의 의료수준과 합리적·평균적 의사의 의미를 명

    확히 하여야 한다. 또한 의료과오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로서 의사의 과실의

    경중에 따라서 책임의 유무와 그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고 본다. 이와 더불어 너무 단조로운 사실상의 추정의 응용은 의사측에 지나치

    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환자측과 의사측의 증명상의 균형확보에 도

    움이 되지 않을 것이므로 앞으로 이를 좀 더 정치화하여야 할 것이라고 본다.

    88) 이시윤, 「신민사소송법」, 박영사, 2010, 489면에서는 현대형 소송에서 증거가 당사자 한

    쪽에 편재되어 양 당사자간에 불평등이 생겼을 때에 시정방안으로 증명책임 없는 당사자의

    해명의무(피정현, “당사자의 해명의무”, 연세대박사학위논문, 1992)의 제한적인 긍정도 고려

    될 수 있다고 한다.

    89) 의사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주위의무위반의 기준은 “진료당시의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

    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판 2000. 1. 21, 98다50586). 의료상의 주의의무에

    있어서는 의학이 기준이 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의학이란 임상의학이 아니고, 통상의 의사

    에게 그 당시에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시인되고 있는 의학, 즉 의학상식이다. 한편,

    의학은 계속 발전하는 것이므로 의사에게는 날마다 발전하는 의학의 수준을 따라가야 할 의

    무가 있는데 여기에서의 의료수준이란 실천적·평균적인 의료수준이다. 또한 의사의 주의의

    무의 기준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의사가 놓여있는 환경이나 진료과목, 진료당시의 사정도

    아울러 고려되어야 한다(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는 김선석, “의료과오에 있어서 인과관

    계와 과실”, 「재판자료」(제27집), 법원도서관, 1985, 93면이하 참조). 그리고 주의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위험성에 대한 결과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다(대판 1998. 2. 27, 97다

    3844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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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제 어

    의료과오소송, 증명책임, 증명책임경감론, 일응의 추정이론, 무기평등의 원칙.

    Mitigation of burden of proof on malpractice suit

    -Theories based on presupposition and coincidence-

    Lee, Jeong-Hwan

    The trial, generally, makes an application of law for concrete matters

    in dispute and must confirm the facts applied to requisites of law from

    the premises. Ultimately, as the trial must be done in the way of fact

    finding and application to law, it is the legal judgement to draw a

    conclusion with making the confirmed fact a minor premise and the law

    a major premise. But, due to the limitation of cognoscitive power of

    human, there is non liquet without confidence on the truth about factum

    probandum after judges examine evidences. In this case that it's

    inapplicable to regulations, the effect of law applied to regulations won't

    be able to be judged. In case that existence of the certain fact is

    unproven at lawsuit due to unidentified truth, it's called burden of proof,

    Beweislast, to indicate the risk of one party to a suit who can't help

    taking disadvantageous law judgement for the reason.

    There are many theories and controversies about whether it's

    reasonable for anyone who will have to burden a responsibility for proof

    ;nevertheless, in relation to distribution of taking a responsibility for

    proof, it can be called a traditionally basic principle in the longest

    history that the person who wants to take the effect of law will take the

    responsibility for proof in the general cases. But, this basic principle has

    so far changed in various ways since the theory on responsibility for

    proof started to be academically established. And the principle is now

    asked to change. Above all, this phenomenon became more noticeable in

  • the modern lawsuit such as lawsuit for public nuisance, malpractice suit,

    productliability suit, etc. As it's extremely hard for a victim to prove the

    casual relationship between occurrence and cause of damage by the

    victim's own effort, it's actually rejected to relieve the victim if the

    victim should be asked to prove the whole process of casual

    relationship.

    The case of a claim for damages(malpractice suit) about medical

    malpractice to be dealt with this article is confronted with two

    difficulties different with a general claim for damages. One is hard to

    reenact an objective fact, itself, caused with medical malpractice, and the

    other is hard to prove an existence of the objective fact. Therefore, the

    manner to burden unilaterally a patient with a responsibility for proof

    can't conform with ideals of a claim for damages system, that is, the

    guiding principle based on a fair and proper burden for damages. In the

    end, to realize the adversary system(Prinzip der Parteigleichheit)between

    the litigant, doctor, and the patient in the medical malpractice suit, it's

    asked to mitigate or change the burden of proof so that the patient can

    claim easily for damages by relaxing the burden of the patient within the

    limit of making doctors be wrongfully unharmed.

    There are various arguments about how much a responsibility for

    proof of the patient, plaintiff, should be relaxed in the medical

    malpractice suit. The arguments can be largely classified to mitigation,

    conversion and interference of a responsibility for proof. In the medical

    malpractice suit, there are probability, de facto presumption and

    presupposition and coincidence to be mainly discussed as relaxing a

    responsibility for proof of the casual relationship. In this article, theories

    based on presupposition and coincidence in the malpractice suit would be

    re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