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는 차기 대선 재도전을 시사하는 등 거침없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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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l 정 치 에서는 차기 대선 재도전을 시사하는 등 거침없는 정치 행보 에 나섰다. 문 의원은 당시 간담회에서 “2012년 대선의 꿈이 2017년 으로 미뤄졌다. 반드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면서 “내가 역 할을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 고 선언했다. 12월 5일에는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를 출간 하고 인터넷 팟캐스트 공개녹화에 출연해 100여명의 지지 자와 함께 시민과의 소통에 나서는 등 보폭을 늘리고 있다. 회고록 출간을 계기삼아 12월 14일 서울 코엑스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북콘서트를 여는 등 대중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것 은 물론 당내 친노 세력을 재결집해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인 ‘대권 재수’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 된다. • 신당 창당 박차…정치지형 혁신 꿈꾸는 安 = 대선 후보를 양보하고 투표일 당일에 곧장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던 안철수 의원이 정치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는 3개월도 채 걸리 지 않았다. 3월 11일 귀국한 안 의원은 4·24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 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안 의원의 독자 세력화 추진 선언은 대선 패배로 흩어진 야권 지지자들의 호응 을 받으면서 식었던 ‘안철수 열풍’이 재연될 조짐까지 보였다. 당선 한 달만인 5월 22일 싱크탱크격인 ‘정책네트워크 내 일’을 창립하고 전국 거점도시를 순회하는 지역 토론회를 개 최해 세 결집에 나서는 등 초기 행보까지만 해도 거침이 없었 으나 강고한 양당 구조의 틈바구니에서 거물급 인사 영입 소 식이 감감무소식인 가운데 ‘내일’의 이사장으로 영입한 최장 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직면하는 등 시행 착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10월 재·보선에 참여하지 않고 신당 창당 작업이 지연되면서 정치적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안 의원이 돌파구를 찾은 것은 11월 4일 국가기관 대선개 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여야에 공식 제안하면서 ‘특 검 이슈’를 선점하면서부터다. 민주당, 정의당과 함께 특검 공조체제를 구축해 야권의 중 심축 가운데 하나로 존재감을 각인했고, ‘국민과 함께하는 새 정치 추진위원회’(새정추) 출범을 선언하면서 신당 창당과 2014년 지방선거 참여를 공식화했다. 안 의원의 신당 창당 공식화 선언은 마침 문 의원의 정치행 보 재개 시점과 맞물려 차기 대선 구도를 향한 야권 내 라이벌 구도에 불꽃을 튀기기도 했다. 민주당 출신의 전직 3선 의원인 김효석 전 의원, 현대자동 차 사장과 민주당 의원을 지낸 이계안 전 의원, 박호군 전 과 학기술부 장관, 윤장현 광주비전21 이사장을 새정추 공동위 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안 의원은 새정추 위원으로 대선 1주년을 맞아 전국 순회 설명회에 나서고, 지방선거와 재보선에 출마할 인재 영입을 본격화하는 등 정치행보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 ‘이석기 사건’ 발목잡힌 李…위기 계속 = 우여곡절 끝에 다 시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 중인 문재인, 안철수 의원과 달리 이 정희 대표의 가시밭길은 끝이 없어 보인다. 2월 23일 진보당 대표로 선출된 이 대표는 당 소속 이석 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휩싸여 본인은 물론 당 전체 로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석기 의원이 ‘RO(Revolution Organization)’ 조직원과의 비밀모임에서 통신·유류 등 국 가기반시설 파괴를 모의하는 등 내란음모를 꾀한 혐의로 9월 구속되면서 ‘종북 프레임’에 갇힌 것은 물론 정당의 존립 자체 가 흔들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부는 11월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에 나선 것도 큰 위협이다. 이 과정 에서 이 대표는 정부·여당과의 대립각을 더 날카롭게 세우 고 진보세력 결집을 호소하는 등 고군분투했지만 뚜렷한 리 더십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가 직접 변호인으로 참여 중인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 재판과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도 갈릴 전망이다. 대통령 개 요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 혜 대선후보가 당선됐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12월 14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의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1월 28일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를 결성, 정치세력화를 추진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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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4 l 정 치

    에서는 차기 대선 재도전을 시사하는 등 거침없는 정치 행보

    에 나섰다.

    문 의원은 당시 간담회에서 “2012년 대선의 꿈이 2017년

    으로 미뤄졌다. 반드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면서 “내가 역

    할을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

    고 선언했다.

    12월 5일에는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를 출간

    하고 인터넷 팟캐스트 공개녹화에 출연해 100여명의 지지

    자와 함께 시민과의 소통에 나서는 등 보폭을 늘리고 있다.

    회고록 출간을 계기삼아 12월 14일 서울 코엑스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북콘서트를 여는 등 대중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것

    은 물론 당내 친노 세력을 재결집해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인 ‘대권 재수’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

    된다.

    • 신당 창당 박차…정치지형 혁신 꿈꾸는 安 = 대선 후보를

    양보하고 투표일 당일에 곧장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던

    안철수 의원이 정치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는 3개월도 채 걸리

    지 않았다.

    3월 11일 귀국한 안 의원은 4·24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

    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안 의원의 독자

    세력화 추진 선언은 대선 패배로 흩어진 야권 지지자들의 호응

    을 받으면서 식었던 ‘안철수 열풍’이 재연될 조짐까지 보였다.

    당선 한 달만인 5월 22일 싱크탱크격인 ‘정책네트워크 내

    일’을 창립하고 전국 거점도시를 순회하는 지역 토론회를 개

    최해 세 결집에 나서는 등 초기 행보까지만 해도 거침이 없었

    으나 강고한 양당 구조의 틈바구니에서 거물급 인사 영입 소

    식이 감감무소식인 가운데 ‘내일’의 이사장으로 영입한 최장

    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직면하는 등 시행

    착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10월 재·보선에

    참여하지 않고 신당 창당 작업이 지연되면서 정치적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안 의원이 돌파구를 찾은 것은 11월 4일 국가기관 대선개

    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여야에 공식 제안하면서 ‘특

    검 이슈’를 선점하면서부터다.

    민주당, 정의당과 함께 특검 공조체제를 구축해 야권의 중

    심축 가운데 하나로 존재감을 각인했고, ‘국민과 함께하는 새

    정치 추진위원회’(새정추) 출범을 선언하면서 신당 창당과

    2014년 지방선거 참여를 공식화했다.

    안 의원의 신당 창당 공식화 선언은 마침 문 의원의 정치행

    보 재개 시점과 맞물려 차기 대선 구도를 향한 야권 내 라이벌

    구도에 불꽃을 튀기기도 했다.

    민주당 출신의 전직 3선 의원인 김효석 전 의원, 현대자동

    차 사장과 민주당 의원을 지낸 이계안 전 의원, 박호군 전 과

    학기술부 장관, 윤장현 광주비전21 이사장을 새정추 공동위

    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안 의원은 새정추 위원으로 대선 1주년을 맞아 전국 순회

    설명회에 나서고, 지방선거와 재보선에 출마할 인재 영입을

    본격화하는 등 정치행보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 ‘이석기 사건’ 발목잡힌 李…위기 계속 = 우여곡절 끝에 다

    시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 중인 문재인, 안철수 의원과 달리 이

    정희 대표의 가시밭길은 끝이 없어 보인다.

    2월 23일 진보당 대표로 선출된 이 대표는 당 소속 이석

    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휩싸여 본인은 물론 당 전체

    로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석기 의원이 ‘RO(Revolution

    Organization)’ 조직원과의 비밀모임에서 통신·유류 등 국

    가기반시설 파괴를 모의하는 등 내란음모를 꾀한 혐의로 9월

    구속되면서 ‘종북 프레임’에 갇힌 것은 물론 정당의 존립 자체

    가 흔들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부는 11월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에 나선 것도 큰 위협이다. 이 과정

    에서 이 대표는 정부·여당과의 대립각을 더 날카롭게 세우

    고 진보세력 결집을 호소하는 등 고군분투했지만 뚜렷한 리

    더십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가 직접 변호인으로 참여 중인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 재판과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도 갈릴 전망이다.

    대통령

    개 요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

    혜 대선후보가 당선됐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12월 14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의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1월 28일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를 결성,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 정 치 l 105

    이자 부녀(父女) 대통령의 탄생이었다.

    국민행복을 기치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첫해 ▲경

    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

    축 등 4대 국정기조 하에서 140개 국정과제의 초석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제3차 북한 핵실험(2013.2.12)과 개성공단 일방적 가동중

    단(2013.4.9) 등 잇따른 북한발(發) 이슈로 외교·안보 리더십

    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지만, ‘잘못된 행동은 보상하지 않는

    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위기를 관리해 나갔다.

    1년간 5차례의 해외 방문을 포함해 모두 30차례의 정상외

    교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 외교’에도 진력했다. 경

    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은 지표 상으로는 긍정적이었지만 국

    민의 체감수준은 거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내치(內治) 분야에

    서는 박한 평가가 많았다.

    김용준 국무총리·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대통령이 손수 낙점한 인사들이 검증 부실로 ‘줄줄이 낙마’하

    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집권 초 지지율 급락을 가져왔

    다.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특검 도입 등을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야권 간 갈등으로 국회 파행이 1년 내내 계속되면서

    개혁의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전직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징수나 고질적 원전비리 손

    질 등과 같은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은 사회 전방위에 걸친 쇄

    신을 예고하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 대한민국 첫 여성 · 부녀(父女) 대통령 탄생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

    근혜 대선후보가 당선됐다. 박 당선인은 대선에서 과반인

    51.6%, 1천577만여 표를 얻어 48.0%, 1천469만여 표에 그

    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눌렀다.

    광역 시·도별로는 박 당선인이 서울과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을 제외한 전국 모든 곳에서 문 후보에 앞섰다. 서울에

    서는 박 당선인 48.2%, 문 후보 51.4%로 박 당선인이 근소한

    차로 뒤졌고, 호남에서는 문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앞섰지

    만 박 당선인은 10.5%(광주 7.8%, 전남 10.0%, 전북 13.2%)

    를 얻어 의미 있는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 당선인은 첫 여성대통령 기록과 함께 아버지인 고(故) 박

    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부녀가 처음으로 대통령에 오르는 기

    록도 세우게 됐다.

    ■ 인수위, 새정부 토대 마련…‘불통 논란’도

    박근혜 정부의 청사진을 만드는 인수위원회는 삼청동 금융

    연수원에 꾸려져 2013년 1월 6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원장에 장애인으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

    원장을 지낸 김용준(74) 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했다. 인수위

    부위원장에는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임명됐다.

    국민대통합위원장에는 호남 출신인 한광옥 전 선대위 국민

    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에

    는 역시 호남 출신인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을 각각 발탁했다.

    인수위 총괄간사인 국정기획조정 분과 간사에는 유민봉 성

    균관대 교수가 임명됐고, 나머지 8개 분과위 간사는 ▲정무

    박효종 서울대 교수 ▲외교·국방·통일 김장수 전 의원 ▲

    경제1 류성걸 의원 ▲경제2 이현재 의원 ▲법질서·사회안전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김용준 인수위원장 등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이 1월 6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현판식을 갖고 박수치고 있다.

  • 106 l 정 치

    이혜진 동아대 교수 ▲교육과학 곽병선 전 경인여전 총장 ▲

    고용복지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 ▲여성·문화 모철민 예술

    의전당 사장 등이다.

    인수위원으로는 국정기획조정 분과에 옥동석 인천대 교수

    와 강석훈 의원, 정무 분과에 장 훈 중앙대 교수가 각각 발탁

    됐다.

    또 외교·국방·통일 분과에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

    석과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경제1분과에 박흥석 광주상공회

    의소 회장과 홍기택 중앙대 교수, 경제2분과에 서승환 연세대

    교수, 법질서·사회안전 분과에 이승종 서울대 교수, 교육과

    학 분과에 장순흥 과학기술원 교수, 고용복지 분과에 안종범

    의원과 안상훈 서울대 교수, 여성·문화 분과에 김현숙 의원

    이 각각 기용됐다.

    다만 최대석 인수위원은 일주일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

    퇴해 구구한 해석을 낳았다.

    2월 22일까지 48일간 활동한 인수위는 ‘낮은 인수위’를 표

    방하며 새 정부 출범을 뒷받침하는 실무적 기능에 방점을 뒀

    다. 대선 공약을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와 20대 국정전략, 140대 국정과제로 정리

    한 것도 짧은 인수위 활동 기간 중 역점을 둔 부분이었다.

    그러나 대선 기간 박 당선인을 괴롭힌 ‘불통’ 논란은 인수위

    에서도 여전했다. 인사만 해도 보안을 최우선시하다 보니 ‘밀

    봉인사’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커뮤니케이션

    미흡이 지적됐다. 정책이 확정될 때까지 발표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고수함에 따라 공약 이행을 둘러싼 각종 문제제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채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

    됐다.

    ■ 제18대 대통령 취임…33년 만의 청와대 ‘재입성’

    박근혜 대통령은 2월 25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국내외 귀

    빈과 일반국민 등 7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하고

    임기 5년의 제18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박 대통령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취

    임사에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통해 부강하

    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

    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

    주화를 추진해가겠다”며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 문화

    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

    을 피우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만 한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돼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

    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행복시대는 만들어지는 것”이라

    고 언급하고, “새 정부에서는 국민 모두가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북한은 하루

    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란다”고

    촉구한 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기를 바란다.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

    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취임식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직대통령과 3부 요인을

    비롯해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장관급)을 단장으

    로 하는 미국 특사단, 류옌둥(劉延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

    원,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빅토르 이샤

    예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개발부 장관 등 외국의 주요 경축

    사절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 이후 1980년 청와대를 떠난 지 33년 3개

    월 만에 ‘주인’으로 다시 들어갔다. 본관 앞에는 비서실 직원들

    이 늘어서 박수를 치며 청와대에 입성하는 박 대통령을 환영

    했다.

    박 대통령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김행 대변인 내

    정자, 이정현 정무수석 내정자, 이남기 홍보수석 내정자, 유민

    봉 국정기획수석 내정자 등 새로운 청와대 비서진과 차례로

    악수를 나눈 뒤 본관에 첫발을 디뎠다. 박 대통령은 곧바로 2

    층 집무실로 올라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시작

    했다.

    취임 첫날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 3강의 외교사절들

    과 차례로 단독 면담을 갖고, 한반도 안보와 양자 간 외교 강

    화방안 등을 논의했다.

    ■ 박근혜 정부 반쪽 출범…정부조직법 갈등 ‘모두가 패자’

    박근혜 대통령이 2월 25일 0시를 기해 제18대 대통령으로

    서의 권한과 역할을 인수해 법적 임기를 시작했지만, 내각조

    차 구성하지 못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를 둘러

    싼 여야 간 이견으로 정부조직 개편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

    음을 걸었고, 정홍원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준을 받

    지 못했다.

    정부조직개편안은 여야의 극한 대치 끝에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대표발의로 정부조직법안을 발의한 지 47일째인

    3월 17일 여야 협상 끝에 가까스로 타결됐다.

    합의의 골자는 종합유선방송(SO)을 비롯한 방송기능을 미

    래부로 이관시키는 원안의 뼈대를 유지하되, 방송 중립성·

    공정성을 확보하는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회는 3월 22일 본회의를 열어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

    ▲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이 2월 25일 청와대 본관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허태열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 정 치 l 107

    산부를 신설해 ‘15부2처18청’에서 ‘17부3처17청’으로 확대 개

    편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박근혜 정

    부도 출범 26일 만에 정상 가동하게 됐다.

    그러나 여야가 막판까지 핵심 쟁점인 종합유선방송(SO)

    등 뉴미디어 사업 재·허가권 문제를 놓고 논쟁한 것은 ‘민

    생’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에 대

    해서도 대국민담화에서 “절대 물러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부실검증 ‘인사참사’ 출범 초기 최대 위기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 ‘인사참사’로 휘청거렸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

    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

    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여

    론검증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해서

    사퇴했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인선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

    구하고 ‘전문성과 국정철학의 공유’만 강조하면서 고위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에 소홀하고, 국민 여론을 대수롭지 않

    게 여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김용준 전 후보자의 각종 투기 의혹이나 김병관 전 후보자

    의 무기중개상 로비스트 의혹,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

    한만수 후보자의 역외 탈세 논란 등이 전문가를 기용했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검증에서 사고가 난 사례들이었다.

    그러자 검증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의 공정

    성을 담보하겠다며 새롭게 청와대에 설치한 인사위원회의 역

    할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대통령의 측근들로만 구성되다 보

    니 박 대통령의 인선에 ‘노’(No)라고 말하지 못하고, 박 대통령

    의 눈치만 살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2년 12월 24일 발표된

    ‘박근혜 인사 1호’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5월 미

    국 방문 기간 중 인턴 여성 성추행 의혹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

    나면서 박 대통령에게 커다란 타격을 가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수첩’에 적힌 인사를 기용하는 인사패

    턴이 부실한 검증으로 이어지면서 잇단 인사 파동을 낳았다

    는 게 중론이었다.

    이와 함께 취임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주요 공공기관장 인선

    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인재풀의 빈약함을 보여주는 방증

    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 측근 · 미래硏 출신 靑 · 정부 요직에 포진

    박근혜 정부 ‘1기 청와대’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

    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이상 장관급)을 비롯해 이정현 정

    무·곽상도 민정·유민봉 국정기획·조원동 경제·최순홍

    미래전략·모철민 교육문화·최성재 고용복지·주철기 외

    교안보·이남기 홍보수석 그리고 이들과 함께 일하는 비서관

    40명이 포진했다.

    박 대통령의 ‘대변인격’으로 복심이라 불린 이정현 정무수

    석은 사실상 ‘왕수석’이었다.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던

    1997년부터 보좌하던 이재만 총무·정호성 제1부속·안봉

    근 제2부속 비서관 등 ‘3인방’은 단순한 비서관 이상의 무게를

    보였다.

    다만 이 수석은 ‘윤창중 사태’로 이남기 홍보수석이 중도 하

    차하자, 6월 초 홍보수석으로 이름표를 바꿔달았다.

    정부에는 최측근인 진영 보건복지부·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대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국가미래연구원→국민행복추진위→인수위’ 등 이른바 ‘박근

    혜 정책기구’를 모두 거친 윤병세 외교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

    통부 장관 등이 포진했다.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은 정부 초기 장관급 인사만

    5명을 배출하면서 새 정부 핵심 인재풀로 명실상부하게 자리

    매김했다.

    박 대통령은 8월 초 허태열 비서실장과 곽상도 민정수석,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을 ‘경질’했다. 교

    체 이유로 인사파동 및 인사검증 책임, 복지정책이나 창조경

    제에서의 성과 미흡 등이 거론됐다.

    2기 청와대 참모진 중 비서실장에는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는 대표적 원로그룹인 이른바 ‘7인회’의 멤버인 김기

    춘(74) 전 법무장관이 발탁됐다. 그러나 김 실장이 199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불법적으로 당시 여당 후보 선거대책을 논의

    한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한창인 시점에서 부적절한 인사가 아니냐

    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정수석에는 서울고검장을 지낸 홍경식 전 법무연수원장,

    미래전략수석에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방송통신추

    진단장을 지낸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대표, 고용복지수석

    에는 최원영 전 복지부 차관이 각각 새로 기용됐다.

    이정현 전 수석이 맡았던 정무수석에는 박준우 전 EU(유럽

    연합)·벨기에 대사가 비정치인 출신으로 ‘깜짝’ 발탁됐다.

    ■ ‘원칙 · 신뢰 · 상식’ 앞세워 뚝심 있는 對北 행보

    취임식(2013.2.25)을 전후로 불거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2013.2.12)과 개성공단 일방적 가동중단(2013.4.9) 등 연 이

    어 터진 북한발(發) 이슈는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리더십을

    시험했다.

    박 대통령은 ‘잘못된 행동은 보상하지 않지만, 북한이 핵을

    버리고 도발을 중단하는 올바른 선택을 하면 대북지원과 나

    아가 경제공동체 건설 등의 화해 정책을 적극 펼치겠다’는 내

    용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내세우며 주변 관련국들의 지

    지를 얻어냈다.

    미국과 중국에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설

    명하고 북핵 도발에 나선 북한을 에둘러 압박하며 위기확산

    을 막는데 주력했고,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에 끌려가지 않으

    면서도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끌어내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북한의 일방적인 폐쇄 조치에도 타협 없이 원칙을 고

    수하면서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끌어낸 것은 최대의 성과

    로 평가된다. 개성공단 사태 발생 이후 견지해온 ‘원칙·신

    뢰·국제스탠더드·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기조가 열매를 맺

    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남북관계에서는 ‘형식과 명분’에 지나치게 얽매이다

    보니 당국 간 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내용과 실익’을

    놓쳤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 108 l 정 치

    ■ 동북아 안보 격변기…日 제외 ‘한반도 3강’ 외교 강화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국가안보실을 신설한 데 이어 12월

    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와 상설 사무조직인

    사무처를 신설해 국가안보실 산하에 배치했다.

    북한 권부의 제2인자였던 ‘장성택 처형’과 중국의 방공식별

    구역 일방선포,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 등 한반도 주변과 동

    북아시아를 둘러싼 안보정세의 급변에 대처하기 위한 명실상

    부한 안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정세 인식에 따른 것이

    었다.

    박 대통령은 집권 첫해 한반도 주변 4강(强) 중 일본을 제

    외한 미국·중국·러시아와 의미 있는 관계 진전을 이뤘다는

    게 청와대의 자평이다.

    우선 5월 미국을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문, 버락 오바마 대

    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한 긴밀한

    정책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의 대북기조인 ‘한반

    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표명도 이뤄

    졌다.

    박 대통령은 “제가 제시한 한반도 프로세스 이행을 비롯

    한 다각적인 이행을 통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

    다. 양 정상은 기존의 포괄적 전략동맹에서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지역과 범세계적 문제까지 함께 협력하는 명실상부

    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한·미 동맹을 격상시킨다는데도

    합의했다.

    방미 경제수행단 규모는 52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대기업 총수는 물론

    중견·중소기업인도 20명에 달했다. 이례적으로 문진국 한국

    노총 위원장까지 동행했다.

    대규모 경제수행단의 동행은 한반도 안보위기로 불거진 외

    국기업들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적을 중시한 청와대가 최종

    확정 단계가 아닌데도 ‘투자 의사’ 정도를 서둘러 투자가 확정

    된 것처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양 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 원론적이지만 의미 있는 접근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은 (북한의) 핵과

    재래식 위협에 대한 대북 억지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

    이 중요하며, 이런 맥락에서 전작권 전환 역시 한·미연합방

    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 이행되는 것으로 의견을 같

    이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방미 이후 김관진 국방장관은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오는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작권을

    한국으로 전환하는 시기’를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잇단 도발 위협에 대응해 한국군

    의 전력증강 계획이나 새로운 작전계획 등 준비태세가 완전

    히 확보된 이후에 전작권을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에 따른 것

    이다.

    이에 따라 전작권 전환의 조건에 대한 평가는 2014년 상

    반기 중에 마무리되고, 전환시기에 대한 최종 합의는 2014년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이뤄

    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양국이 협정 만료 시한을 2016년 3월까지 2년 연장하고 추

    가 협상을 하자는 ‘중재안’에 합의한 원자력협정의 경우, 박 대

    통령은 “한·미 원자력협정이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가능한 한 조속히 협상을 종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협정 개정 시한인 2년 내에라도 미국의 비핵화 정책을 유지

    하면서도 우리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보장하는 ‘해법’을 제시

    하는 방향으로 양국이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6번째로 행한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는 한·미 양국이 주도해 북한에

    도 문호를 개방, 환경 등 비정치적 사안에서부터 시작해 북핵

    등 안보현안으로 대화의 단계를 높여가는 ‘동북아평화협력구

    상’(일명 서울프로세스)을 공식 제안했다.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은 통상 ‘국빈 방문’인 경우에 외

    국 정상 등에게 주어지는 의전절차다. 박 대통령의 방문이 ‘공

    식 실무방문’임을 감안하면 파격적 예우라는 게 청와대의 설

    명이다.

    역대 정권과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현재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

    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동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지렛대로 평가됐다.

    박 대통령은 6월 중국을 국빈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

    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에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단독 및 확

    대 정상회담을 잇따라 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수교 21년을 맞은 양국관계의 발전 방안 등을 담은 ‘한·중 미

    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양측은 유엔 안보리 결의 및 9·19

    공동성명을 포함한 국제의무와 약속이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

    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 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

    ▲ 5월 7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 정 치 l 109

    명히 밝혔다”며 “이와 관련, 양측은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

    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

    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의 이러한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 지위가 확보돼야

    한다”는 등 역대 한·중 정상의 원칙적 수준의 ‘한반도 비핵화’

    관련 합의를 넘어 사실상 북핵 개발과 보유가 한·중 양국의

    이익과는 배치되는 만큼 이의 포기에 공동 노력을 경주한다

    는데 공감대를 도출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북핵 제재를 담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비롯해 모든 북핵

    의 파기와 NPT(핵무기비확산조약) 및 IAEA(국제원자력기

    구) 복귀를 내용으로 하는 9·19 공동성명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함으로써, 북한의 핵포기를 강하게 압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두 정상은 북핵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양자 및 다자대

    화를 강화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6자회담 재

    개의 긍정적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공

    동성명은 명시했다.

    양 정상은 답보상태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협정 체결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재확

    인하면서 협상을 조속히 다음 단계로 진전시킬 수 있도록 노

    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국빈 방문 기간 중 시 주석과 이틀간 7시

    간 30분 정도를 함께하며 우의를 쌓았다. 중국에서 박 대통령

    에 대해 ‘중국 인민의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로 부르

    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와 10월 인도네시아 발리 아

    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따로 만나 대

    화를 나눠 ‘한·중 밀월’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11월 말 이어도를 포함해 일방적으

    로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하면서 동북아 지역 안보

    긴장이 높아지자, 중국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도 제

    기됐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어도까지 범위를 확대한 새로운 한

    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포하고 중국 외교부가 ‘유감’

    이라면서도 “중국은 평등과 상호존중 원칙 아래 한국과 소

    통을 유지하고 한국과 중국이 함께 나아갈 것을 희망한다”

    며 양측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둔 것은 ‘한·중 관계 개선’이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

    이다.

    러시아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협력이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은 9월 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

    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개인적으로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

    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다”

    고 언급했다.

    양 정상 간 첫 정상회담에 이어 푸틴 대통령은 11월 새 정부

    출범 후 한반도 주변 4강국 정상 가운데 첫 번째로 방한해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에서는 박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관련 협력과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양국 간 노력에 합의하

    는 내용의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러 3각 사업의 시범사업으로 포

    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우리 기업이 ‘나진-하산 물류협력

    사업’의 철도·항만사업에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

    가 양국 기업 간에 체결됐다.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작업, 복합 물류사업 등이 핵심인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것은 얼어

    붙은 남북 관계를 상징하는 ‘5·24 조치’의 점진적 해제를 시

    사하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주목됐다.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포함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이 조속히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국제사회와 유엔 안보

    리 결의에 반하는 평양의 독자적인 핵·미사일 능력 구축 노

    선을 용인할 수 없고,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따라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가장 최근인 2010년 11월 서울에서 발표된 양국 공동

    성명에서 북한 비핵화 원칙을 포괄적으로 담은 것과 비교하

    면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해석됐다. 핵불용과 핵보유국 불인

    정의 대상이 ‘평양’과 ‘북한’이라고 적시했기 때문이다.

    북한과 전통적으로 특수관계에 있던 러시아가 이처럼 단호

    한 입장을 취한 것은 제3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성공

    으로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가 진행된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

    문으로 풀이됐다.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27일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월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러 단독 정상회담을 위해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110 l 정 치

    한국과 일본 양국은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

    각 출범 이후 1년이 다 지나도록 꼬인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양국 간 진정한

    미래와 발전의 전제 조건임을 강조하는데 비해, 일본은 계속

    해서 우경화로 흘러가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역대 정부와 달리 박 대통령이 5월 미국에 이어 일본이 아

    닌 중국과 6월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 처음이라는 것은 일본과

    의 냉각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외교적

    사건’이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

    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9월 30일에는 방한 중인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을 접견

    한 자리에서 “역사, 영토 문제에서 자꾸 퇴행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지도부 때문에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의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아베 총리는 2013년 초부터 한·일 정상

    회담 개최를 요청했지만, 박 대통령은 일본의 자세를 문제 삼

    으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조심스럽게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모색 중인 상황에서 아베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다

    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일본 각료 3명이 4월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함으로써 한·일관계 정상화 기류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박 대통령은 9월 러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아

    베 총리와 업무 만찬 직전 리셉션장에서 잠시 조우해 인사를

    나눴지만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APEC 정상회담에서는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지만, 정상

    도착 행사에서 악수만 했을 뿐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눈도 마

    주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12월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면서 위태위태하던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박 대통령은 참배 나흘 뒤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 인류사회의 양

    심에 맞지 않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 나라의 경제력이 아무

    리 부강하다 하더라도 결코 일류국가로 평가받을 수 없을 것”

    이라며 “새해에는 과거사의 상처를 헤집어 국가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행동도 없었으면 한

    다”며 우회적으로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

    담 등 양국 간 외교 정상화는 당분간 물 건너갔다는 것이 대체

    적 평가다.

    ■ 30회 정상외교 ‘대북 해법 · 세일즈 외교’ 전력

    2월 25일 취임 후 박 대통령이 각국 정상과 얼굴을 마주

    하고 회담한 횟수는 모두 30차례에 이른다. 정상회담 상대

    국을 보면 일본을 제외한 한반도 주변 4강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미, 중남미까지 거의 전 세계를 망라하고

    있다.

    해외 순방은 모두 5차례였다. 박 대통령은 5월 취임 후 처

    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마주앉았고, 6월

    에는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9월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20개

    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다자외교에 데뷔했으며, 이탈리아,

    독일, 카자흐스탄, 러시아와 4차례 개별 양자 정상회담을 했

    다.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쯔엉 떤 상 국가주석을 만났다.

    10월 초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하

    고,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하기 위해 4번째 순방길에 올랐

    다. 박 대통령은 이 기간 중 중국, 캐나다, 멕시코, 페루, 브루

    나이, 싱가포르, 호주, 미얀마, 인도네시아까지 9개국 정상과

    단독으로 회담했다.

    2013년 마지막 순방이던 11월 서유럽 방문 때는 프랑스,

    영국, 벨기에, EU 정상과 만났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정상

    과의 정상외교도 이어졌다. 우간다, 모잠비크, 뉴질랜드, 필리

    핀, 폴란드, 러시아, 키르기스, 라오스, 그리스에 이어 싱가포

    르까지 10개국 정상과 청와대에서 회담했다.

    박 대통령의 집권 첫해 정상외교는 대북 공조와 세일즈 외

  • 정 치 l 111

    교에 초점이 맞춰졌다.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지속적인 북한의 안보 위

    협 속에 취임한 박 대통령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

    변 강대국,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

    임이사국들과 정상외교를 통해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

    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지지를 확보함

    으로써 북한의 태도변화를 압박했다.

    특히 북한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과 돈독한 우호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미국에 치우

    친 외교가 아닌 미·중 ‘등거리·균형’ 외교를 이뤘다는 평가

    도 있다.

    그러나 일본과의 경제·안보 제휴 강화를 통해 중국의 부

    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한국을 ‘전통의 한·미·일 3각축’에

    계속 남겨두려는 전략적 이해와 충돌할 소지를 열어놨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최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미국은 한국에 계속

    배팅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대중국 근접외교 가능성을 견

    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도 이와 무관

    치 않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세일즈외교 성과도 풍성했다고 청와대는 자평했다. 인도

    네시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연내에 타결하

    기로 합의한 것과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기업의 ‘나

    진-하산 물류협력사업 참여’에 합의한 것 등을 대표적 성과로

    꼽는다.

    또 다자외교 무대에서 핵심 중견국으로서 선진국-개도국

    간 가교역할을 수행한 것, 방문국 언어로 연설을 하고 그 나라

    의 대표적 문화유산을 관람하는 등 상대 국민의 마음을 사는

    품격 외교를 펼친 것 등도 청와대가 평가하는 외교 성과다.

    다만 중국의 군사대국화 시도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

    진 등으로 동북아 안보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은 박 대

    통령이 하루빨리 풀어야 할 외교적 숙제로 꼽힌다.

    ■ 비정상의 정상화…전직 대통령 추징금 · 원전비리 등 강력 추진

    박 대통령이 집권 첫해 가장 강조한 말 중 하나가 ‘비정상의

    정상화’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 비정상적 관행과

    문화를 고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정상화한다는 것

    이다.

    대북 관계에서부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 원전

    비리 근절과 공공기관 개혁, 그리고 문화재 관리부실 등에 이

    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는 9월 10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미

    납 추징금 1천672억원을 모두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지

    난 1997년 4월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16년여 만이다. 박 대

    통령이 지난 6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환

    수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지 꼭 석 달 만에 나온 결과

    물이다.

    박 대통령은 원전비리에 대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개인의 사욕과 바꾼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며 “이번에야말로

    과거의 원전비리를 발본색원해 원전업계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수 차례 “확실

    하게 원전비리부터 본때 있게 한번 뿌리 뽑았으면 한다”는 의

    지를 표명했다.

    또 박 대통령은 11월 서유럽 순방 직후 “숭례문 부실 복구

    등 문화재 보수사업에 대한 부실 논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

    고 책임 소재를 엄중히 물으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공공부문 개혁도 강하게 주문했다. 연말 코레

    일 노조가 수서발KTX 설립 방침에 대해 ‘민영화’라며 파업에

    돌입하자 “코레일 자회사를 만드는 것은 철도가 지금까지 독

    점 체제로 운영되면서 경영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비교대상

    자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내부경쟁을 도입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노조의 파업에 맞대응한 것

    역시 이 문제를 ‘공공부문 개혁’ 관점에서 봤다는 해석이 지배

    적이다.

    전임 이명박 정권의 최대 역점사업인 4대 강 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4대 강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취지의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무리하게 추진된 부분은 정리돼야 한

    다”며 감사원의 손을 들어준 것도 정상화의 중요한 한 과제라

    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 경제지표 호전 속 경제민주화 · 복지공약 후퇴 논란

    집권 첫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은 지표상으로는 긍정

    적인 측면이 감지됐다.

    2013년 한국 경제는 2.8% 가량 성장한 것으로 예측됐다.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60.4%로 1년 전보

    다 0.7%포인트 상승했다. 20대 취업자 수가 11년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국민의 체감수준은 거리가 있었다. 통계청이 12월

    4일 발표한 ‘2013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주의 소득·

    직업·교육·재산 등을 고려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하층이라

    고 판단한 국민이 46.7%였다. 이 조사를 처음 실행한 1988년

    (36.9%) 이후 최고치다. 2011년 조사 때와 비교해도 1.4%포

    인트 늘었다.

    이런 가운데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 중 한 요인으로 꼽혀온

    경제민주화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박 대통령

    의 관심에 밀려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1월 6일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

    화 공약 이행 정도를 평가한 결과, 전체 공약 18개 중 이행되

    지 않은 것이 10개(56%), 이전보다 후퇴한 것이 4개(22%)로

    ▲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이 10월 12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유노 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히다얏 산업장관과 경제특구 개발협력 MOU를 체결하고 있다.

  • 112 l 정 치

    나타나 공약 이행률이 2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인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

    위원장이 12월 안에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경제민주화

    후퇴’의 지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대통합의 경우, 1년간 이뤄진 각종 인사에서 박 대

    통령이 공약한 ‘대탕평’의 정신을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만

    만치 않다. 능력위주의 발탁임을 강조했지만, 청와대 비서실

    장과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 이른바 사정라인을 PK(부산·경

    남)라인이 장악했다는 지적은 그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로 꼽

    힌다.

    복지정책의 경우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기초연금 대선공약이 65세 이

    상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는

    방향으로 손질되면서 박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상처

    를 안겼다.

    기초연금 공약 수정을 놓고서는 박 대통령의 측근인 진영

    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정부안이 자신의

    소신과 다르다”며 ‘항명 파동’ 속에 자진 사퇴하면서, 정부의

    복지확대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것은 물론 박 대통령의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朴대통령 vs 野 1년 내내 ‘충돌’

    18대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이 댓글을 통해 대선에 개입했다

    는 의혹은 집권 첫해 내내 뜨거운 정치적 이슈가 됐다. 박 대

    통령이 “지난해를 돌아보면 국정원 댓글사건이나 이런 것으

    로 1년이 다 갔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도 ‘작심 발언’으로 갈등의 한가운데

    에 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는 대선 당시 상대편이었

    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나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 수혜자다”

    (9월 12일),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

    정했다”(10월 23일)는 등의 강경 발언을 한 것도 작용한 것으

    로 보인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요구 등에 대

    해 박 대통령은 10월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개인적으로

    의혹 살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지난해 대선)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의혹들

    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민께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자신과는 ‘무관’하

    며,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또 11월 18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민주당의 ‘원샷 특검’ 수용

    요구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면”을 전제로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논란과 특검 도입 문제는 ‘정치권

    의 몫’임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사실상 국회에 공을 넘긴 셈이

    어서 야당은 반발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침몰을 옹호

    하는 듯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박창신 원

    로신부의 11월 22일 발언에 대해서도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

    치고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장병의 사기를 꺾고 그 희생을 헛

    되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것은 장병과 묵묵

    히 살아가는 국민에게 큰 아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내외의 혼란과 분열을 일으키는 행동들

    이 많다.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

    을 일으키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

    고 언급,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 계속된 ‘불통’ 논란…국정 운영 부담`

    집권 첫해 박 대통령은 인사나 국민소통 그리고 대야(對野)

    관계 등에서 끊임없이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는 국정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집권 첫해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공개 석상에서 언론과

    기자회견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 예로 꼽힌다.

    청와대는 비공개지만 언론사 편집국장과 정치부장단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허심탄회하게 각종 현안에 대해 답했던 만

    큼,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TV를 통해 국민과 만나는 것을

    꺼리는 건 불통과 같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인사도 ‘불통 인사’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자신의 ‘수첩’에

  • 정 치 l 113

    적힌 인사들 위주로 발탁하다 보니 폭넓은 검증을 하지 못했

    다는 게 지배적 평가였다. 보안을 강조하는데 지나치게 집착

    하다 보니 언론을 통한 공개 검증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집권 첫해 내내 냉각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던

    대야(對野) 관계도 ‘불통’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야당을 국정운

    영의 파트너가 아니라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발목만 잡는 ‘훼

    방꾼’으로만 여겼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박 대통령이 11월 18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네

    번째로 국회를 찾아 2014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앞서 9월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을 위해 국회를 찾는

    등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감사원

    ■ 구 성

    감사원은 헌법 제97조 규정에 따라 국가의 세입·세출 결

    산을 검사하고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를 검사·감

    독하며, 행정기관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기 위해

    설치된 헌법기관이다.

    감사원은 감사원장을 포함한 7인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2013년 12월 2일 감사원의 새 수장

    으로 취임했다. 양건 원장이 ‘외풍’을 이유로 사퇴한 이후 계속

    된 98일간의 장기공백이 가까스로 메워졌다.

    ■ 양건 감사원장 ‘외풍’ 거론하며 사퇴…독립성 논란

    양건 감사원장은 애초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교체가

    예상됐다.

    그러나 야권에서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어기고 입맛에 맞

    는 인물을 감사원장으로 내세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유임됐다. 2011년 3월 11일 임명된 양 감사원장의 임기는 헌

    법상 4년 후인 2015년 초반까지였다.

    감사원은 7월 10일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 강 사업을 설계했고,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입찰 담

    합 등이 초래됐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의 중심

    에 섰다.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는 ‘정치 감사’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양 원장은 8월 23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

    했다. 당시 4대 강 감사결과로 임면권자인 박 대통령에게 ‘정치

    적 부담’을 준 데 대한 고심의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양 원장은 8월 26일 이임식에서 정치적 ‘외풍’을 언

    급해 파장을 일으켰다. 양 원장은 이임사에서 “재임동안 안팎

    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

    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감사원 김영호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최근 감사원 이

    슈는 감사위원 임명제청건 밖에 없었다”며 “임명제청에 있어

    좀 이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며 양 원장은 인사 쪽에서 독립

    성을 갖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해 인수위원 출신인 중

    앙대 장훈 교수의 감사위원 제청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이 있

    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인사 갈등설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밝

    혔다. 민주당은 청와대를 겨냥, “감사원을 흔드는 ‘외풍’이 있

    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해명과 감사원 인사제도 정비를 촉

    구했다.

    ■ 황찬현號 출범…“외풍 막고 공공기관 방만 특단대책” 천명

    감사원장 공백 상태

    는 예상보다 오래 갔

    다. 박 대통령은 양건

    위원장 후임으로 10월

    25일 황찬현(60) 서울

    중앙지법원장을 신임

    감사원장으로 내정했

    다. 이례적으로 현직

    법관을 인선한 것을 두

    고 국회 인사청문회 통

    과에 부담이 상대적으

    로 적은 인물을 골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과 굿모닝시티 사

    기분양 사건, 대우그

    룹 부실회계 감사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

    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했다는

    것이 청와대가 밝힌 인선 배경이었다.

    그러나 임명까지는 진통도 겪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청

    문보고서 채택을 목전에 뒀지만, 민주당이 법인카드 유용 논

    란이 불거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전제조

    건으로 내세우면서 보고서 채택을 거부, 결국 2주간의 실랑이

    끝에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통과시키는 ‘우여곡

    절’이 있었다.

    황 원장은 12월 2일 취임사를 통해 “감사원의 핵심 가치인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굳건하게 지켜 나가야 한다”며 “‘감

    사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굳은 결의로 스스로가 어떠한

    외풍도 막아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임을 다짐한다”고 밝

    혔다.

    또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게 된다면

    아무리 훌륭한 감사결과라도 그 신뢰와 권위는 뿌리째 흔들

    리고 말 것”이라며 “끊임없이 제기되는 독립성에 대한 논란과

    이로 인해 감사원의 신뢰와 위상이 흔들리는 악순환의 고리

    를 이제는 끊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황 감사원장은 특히 “공직비리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

    으로 처벌기준을 한층 더 강하게 적용하고, 관련기관과의 정

    보공유와 협력을 확대하여 ‘공직비리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주요 활동

    감사원은 7월 10일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추진을 염두에

    ▲ 황찬현 신임 감사원장이 12월 2일 오후 감사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114 l 정 치

    두고 4대 강 사업을 설계했고,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입찰 담

    합 등이 초래됐다는 내용의 ‘4대 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중단 선

    언(2008년 6월) 이후인 2009년 2월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도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대운하 재추진에 문제가 없도록 4대

    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

    업으로 구성된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그대로 4대 강 사업에 참

    여하는 바람에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낙찰 예정

    자를 사전 협의하는 등 손쉽게 담합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으

    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건설사들의 호텔 회동 등 담합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국토

    부는 별다른 제재 없이 2011년 말까지 준공한다는 목표로 사

    업비 4조1천억원 규모의 1차 턴키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해 담

    합을 사실상 방조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특히 대운하 추진안을 반영하느라 당초 계획보다 보(洑)의

    크기와 준설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수심 유지를 위한 유지관

    리비 증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감사원

    은 지적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공정위가 4대 강 1차 턴키공사 담합 사건

    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2011년 2월 심사보고서 초안을 작성

    하고도 총선과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1년 이상 방치하다

    이듬해 5월에야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12개 건설사에 1천5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6개사를 고발한다는 사무처 의견을 전원회의에서 8개사에 1천

    115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한 근거를 회의록

    에 남기지 않아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또 담

    합을 주도한 건설사에 과징금을 가중 부과(최대 30% 이내)할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한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감사원의 지난 3차례에 걸친 4대 강 감사가 매번 다

    른 결과를 내놓아 정권이 바뀌자 ‘입맛’에 맞는 ‘정치 감사’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 감사의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거세

    게 반발했다.

    지난 정부에서 대형 건설 및 토목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

    는 바람에 공기업 부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

    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6월 12일 이명박 정부의 기획재정부, 국토해양

    부, 지식경제부 등과 전력공사, 토지주택공사(LH), 도로공사,

    석유공사, 수자원공사 등 9개 주요 공기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9개 공기업의 2011년 말 부채는

    284조원으로 2007년 말 128조원과 비교해 121% 증가했으

    며, 이에 따라 재무구조의 안정성이나 수익성 등 주요 지표가

    모두 악화됐다.

    하지만 감사 대상 공기업의 대다수는 실현 가능성이 부족

    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고 감사원은 전했다.

    특히 2007년 말부터 2011년 말까지 LH와 수자원공사, 도

    로공사, 철도공사, 석탄공사 등 5개 공기업에서 정부 정책사

    업 수행으로 순증한 금융부채는 42조9천769억원에 달했다.

    그 중 보금자리주택과 세종시·혁신도시 사업 등 부동산 관

    련 대규모 정책사업을 수행한 LH는 4년간 감사 대상 공기업

    가운데 금융부채 순증 규모가 29조3천71억원으로 가장 컸다.

    LH는 국토부의 무리한 보금자리주택 건설 방안과 계획 변

    경에 따라 재무 역량·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했고, 재원 및 수요부족으로 사업이 지연·취

    소됨으로써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됐다.

    국가정보원

    ■ 구 성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

    보안 및 범죄 수사에 대한 사무를 담당한다. 1961년에 창설한

    중앙정보부가 1980년 12월에 확대·개편해 국가안전기획부

    로 발족하였다가 1999년 1월에 국가정보원으로 바뀌었다.

    조직은 원장·차장 및 기획조정실장이 있으며, 원장은 대

    통령이 임명하고 차장 및 기획조정실장은 원장의 제청에 따

    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 대선개입 논란으로 갈등의 核…국정원개혁법안 제정

    국정원은 2013년 내내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다. 국

    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때문이다.

    통합민주당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28)씨가 문재인 대선후

    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아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

    을 제기하며, 국정원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정원은 정상적인 대북심리전 활동일 뿐

    선거 개입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6월 14일 불법 정치개입 댓글의 책

    임을 물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제85조(지위

    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1항 위반 및 국정원법 제9조(정치관

    여 금지)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10월 18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트위터에

    서도 5만5천689회에 걸쳐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게시해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공

  • 정 치 l 115

    소사실에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특별수사팀이 지휘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

    원 직원 체포 및 압수수색, 공소장 변경 신청을 강행하면서 극

    한 충돌을 빚기도 했다. 정치권도 첨예하게 갈등했다. 대선 불

    복 논란으로까지도 이어졌다.

    그 와중에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지고,

    이를 놓고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이 공직선거

    법을 적용한 데 대한 청와대의 비판적 기류가 작용했다는 이

    른바 ‘찍어내기’ 논란도 일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국정원 개혁 논의가 진통 끝에 열

    매를 맺었다. 국정원개혁특위는 2013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국정원법 등 국정원 개혁관련 7개 법안에 합의했다. 개혁안은

    국정원 직원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치활동 관여를 금지하

    고, 위반할 경우 처벌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야는 개혁안에서 논란이 됐던 사이버심리전 활동과 관련,

    국정원 직원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것

    을 금지토록 국정원법 제9조 ‘정치관여금지 조항’에 포함해 명

    문화하기로 하고, 정치관여죄의 처벌조항(국정원법 18조)을

    적용해 7년 이하 징역을 부과하도록 했다.

    국정원 정보관(IO)의 정보수집 활동에 대해선 “(국정원) 직

    원이 다른 국가기관과 정당, 언론사 등의 민간을 대상으로 하

    는 정보활동을 할 때는 법률과 내부 규정에 위반하는 파견과

    상시출입을 할 수 없도록 한다”고 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또

    국정원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한 국정원의 내

    규를 2014년 1월 말까지 특위에 제출토록 했다.

    이어 국정원 직원이 정치활동 관여 행위의 집행을 지시받

    은 경우 국정원장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

    도록 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직무집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해당 직원이 공익을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경우에는 국정원법 17조의 비밀엄수 의무규정을 적용하지 않

    으며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 6호의 불이익 조치를 하지 않

    도록 합의했다.

    이와 함께 국정원에 대한 외부의 통제를 강화, 국정원장은

    국회에서의 예산결산 심사 및 안건심사와 감사원의 감사가

    있을 때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고 답변하도록 했다. 국정원

    예산심사에 대해선 국정원이 다른 기관에 계상할 수 있도록

    한 예산도 국회 정보위에서 심사하도록 하고, 이 예산의 실질

    심사에 필요한 세부자료를 정보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정치에 관여한 공무원들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도 대폭 강

    화하기로 했다. 국정원 직원의 경우 정치에 관여하면 현재

    5년 이하 징역형을 받지만 앞으로는 7년 이하의 징역형이 부

    과된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 개혁법안이 특위에서 채택된 데

    대해 “정보활동에 대한 법적 규제에 곤혹스러움을 금치 못하지

    만, 이번 국회 결정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 주도로 추진된 국가 최

    고 정보기관에 대한 개혁 작업이 열매를 맺었다.

    ■ 軍출신 남재준 국정원장 임명…對北 · 해외강화 업무 조정

    박근혜 대통령은 3월 2일 새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에 남

    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다. 남 원장은 육군참모총장

    과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의 부사령관을 지

    냈다.

    남 신임 국정원장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3차 핵

    실험 도발 등 대한민국의 안보가 중대 기로에 서 있는 지금,

    국가정보원에 주어진 가장 큰 책무는 확고한 안보태세의 확

    립”이라며 “국정원은 이러한 시대적·국민적 요구를 명심해

    국가안보라는 막중한 소임을 완수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국정원 차장 인선도 단행했다. 국정원 1차

    장에는 국정원 출신인 한기범(58·경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

    수, 2차장에는 경찰 출신인 서천호(52·경남) 전 경찰대학장,

    3차장에는 군인 출신인 김규석(64·경북) 전 육군본부 지휘

    통신 참모부장, 기획조정실장은 국정원 출신인 이헌수(60·

    경남) 앨스앤스톤 대표이사가 각각 임명됐다.

    국정원 차장 업무 분장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1차장이

    해외, 2차장이 국내, 3차장이 북한 담당이었다. 그러나 새 정

    부에서는 1차장은 대북정보 및 해외국익정보 담당, 2차장은

    대공수사와 대테러, 방첩 등 보안정보 담당, 3차장은 사이버,

    통신 등 과학 정보 담당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국정원 인선은 전문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

    왔다. 특히 국정원은 내부 조직개편을 통해 대북 및 해외부문

    의 업무를 강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1차장에 대북과 해외업무를 몰아주는 한편 국내 부문인 2차

    장에게도 대공업무에 방점을 찍었으며, 3차장 역시 북한의 사

    이버테러를 겨냥한 사이버관련 업무를 맡긴 것에서 북한의

    도발 등 안보위기를 맞아 북한관련 정보수집 기능을 크게 중

    시했음이 확인됐다.

    한기범 1차장은 경기 안법고와 서울대 역사교육과, 행시

    29회 출신으로 국정원 사무처 국장과 북한정보실장, 북한담

    당인 제3차장을 역임했으며, 서천호 2차장은 진주고와 경찰

    대 법학과 출신으로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과 경찰청 기획

    정보심의관, 부산·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김규석 3차장은 대구 대륜고와 육사 29기 출신으로 주스페

    인대사관 무관과 국군 지휘통신사령관, 육군 정보통신학교장

    을, 이헌수 기조실장은 마산고와 연세대 행정학과, 국정원 공

    채 출신으로 국정원 기획예산관과 비서실장, 강원지부장을

    각각 역임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3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116 l 정 치

    ■ ‘장성택 처형’ 맨 먼저 공개…대북 정보력 ‘과시’

    대선개입 의혹을 계기로 개혁 대상으로 몰렸던 국정원은

    12월 3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김정은 체제의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해온 장성택(67) 국방위

    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을 탐지해 국회 등에 보고하면

    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정원은 당시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최근 노동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공개처형 사실이 확인됐으

    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

    용을 보고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11월 하순 북한이 당 행

    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

    부장을 공개처형한 이후 장성택 소관 조직과 연계 인물들에 대해

    서도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장성택은 현재 자취를 감췄

    다.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의구심도 제기됐지만,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엿새 뒤인 9일

    북한이 장성택 부위원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당으로부

    터 출당·제명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이어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북한이 전날 국가안전보위부 특

    별군사재판을 열고 ‘국가전복음모행위’ 혐의로 장성택에 사형

    을 판결하고 집행했다고 보도, 결국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이

    정확했음을 확인시켜 줬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 구 성

    평화통일정책 수립 및 추진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자문·건

    의하는 대통령직속의 자문기관이자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

    일자문회의(민주평통)는 주민이 선출한 지역대표와 정당·직

    능단체·주요 사회단체 등의 직능분야 대표급 인사로서 대통

    령이 위촉하는 7천명 이상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된다.

    의장은 대통령이 맡게 되며 수석부의장을 포함, 20인 이내

    의 부의장을 두도록 돼 있다. 또 산하에 운영위원회와 상임위

    원회, 10개 분과위원회, 17개 시·도별 지역회의, 229개 시·

    군·구 국내협의회와 42개 해외지역협의회, 사무처 등의 조

    직이 있다.

    ■ 친박 원로 현경대, 신임 수석부의장에 임명

    박근혜 대통령은 5월 2일 신임 수석부의장에 5선 출신의

    현경대 전 의원을 지명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제주 출신으로 오현고와 서울법대를 졸업

    하고 사시(5회)에 합격한 뒤 서울지검 특수부와 민주평통 사

    무총장을 거쳐 11,12,14,15,16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친박(친

    박근혜)계 원로다. 박 대통령 주변에서 정치적 조언을 해주는

    원로그룹인 이른바 ‘7인회’ 멤버 중 한 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현경대 수석부의장은 해외공관장과의 간담회에서 “720만

    해외동포들은 저희 입장에서 볼 때는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자산”이라며 “통일을 위한 해외동포들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

    하고, 동포들이 역할을 해줄 때 통일의 그날이 좀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정무직 차관급인 민주평통 사무처장에는 박찬봉(57.충남)

    새누리당 외교통일위 수석전문위원이 임명됐다. 박 처장은

    대전상고·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행시 22회 출신으로,

    통일부 감사관과 정책기획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 등

    을 역임했다.

    ■ 朴대통령, 민주평통 신임 간부에 임명장

    박근혜 대통령은 6월 20일 청와대에서 제16기 민주평화통

    일자문회의 간부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박 대통령은 격려사를 통해 “지금 남북관계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

    반도의 운명뿐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의 운명도 바뀔 것”이라

    며 “상식과 국제규범이 통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하나 된 지지와 성원이야말로 정부가 일

    관되고 효과적인 대북정책을 펼쳐 나갈 수 있는 기본 동력이

    기 때문에 민주평통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며 “여러분의 활

    동 여하에 한반도의 역사와 남북한 7천만 민족의 미래가 달라

    진다는 각오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사에는 박근혜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운영위원 49명과

    국내 협의회장 229명, 해외 협의회장 3명, 상임위 대표 10명,

    간사 2명 등 민주평통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박 대통령은

    이 가운데 79명에게 직접 임명장을 수여했다.

    임명장 수여식 후 20여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여성 탈

    북자 출신 이모 직능상임위원이 일흔 살 노모와 9세, 5세짜리

    두 딸을 데리고 탈북해 빌딩 청소와 신문배달을 하며 약학대

    학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까지 받은 사연을 소개하면서 “탈북

    자 성공과 정착을 도우며 통일 대한민국을 이룩하는데 제 한

    몸을 모두 바치겠다”고 말해 수차례 박수를 받았다.

    ■ 민주평통 16기 자문회의 7월 1일 출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는 제16기 구성을 완료하고, 7월 1일 공식 출범했다.

    16기 자문회의는 국내 1만6천662명, 해외 3천275명 등 총

    1만9천937명으로 구성됐다. 16기에서는 여성이 30%를 차지

    해 15기에 비해 다소 비율이 높아졌고, 연령대별로는 40대 이

    하가 35%를 차지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민주평통 간부위원 간담회에서 현경대 수석 부의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 정 치 l 117

    민주평통은 이관세·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과 북한학 전공

    교수 등 150여 명의 전문가들이 상임위원으로 위촉돼 전문성

    강화에도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전국 대학생 203명을 비

    롯해 ‘2030청년위원’ 1천명도 청년들의 통일문제에 대한 관

    심을 제고하기 위해 위촉됐다.

    또 이주호 6·25국군포로가족회 대표, 이혜경 물망초인

    권연구소 간사,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등 탈북민 출신 인사와 인요한 세브

    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 제2연평해전 전사자 한상국 중사

    의 부인 김한나 씨, 천안함 전사자 박정호 병장의 부친 박대

    석 씨 등도 자문위원에 포함됐다. 최고령 자문위원은 왕상

    은(93) 전 국회의원이며, 최연소는 경상대 재학생인 양수정

    (20) 씨다.

    민주평통은 일본, 미주지역에 이어 중국, 아세안, 유럽지역

    까지 해외지역회의를 5개로 늘리고 스리랑카, 하노이, 포틀랜

    드에 지회도 신설했다.

    민주평통은 우선 지역협의회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한 뒤

    8월 말 이후 전체 출범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 ‘한·러 평화통일 포럼’ 러시아서 개최

    민주평통은 10월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1월 방한을 앞두고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 등

    을 모색하는 ‘한·러 평화통일 포럼’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 두 나

    라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

    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

    브’와 러시아 푸틴 정권의

    ‘신동방정책’ 간에 상당한

    접합점이 있으며, 양국이

    협력할 여지가 많다는데

    견해를 같이했다.

    민주평통 주최로 모스

    크바 시내 코르스톤 호텔

    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통

    일과 러시아’ 주제의 포럼

    에는 한국 측에서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전

    성훈 통일연구원장과 홍

    완석 한국외대 러시아연

    구소장 등의 학자들이 참

    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알렉

    산드르 페도롭스키 국제

    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

    (IMEMO) 아·태센터 소

    장, 알렉산드르 제빈 극

    동연구소 한국학센터 소

    장, 스베틀라나 수슬리나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

    (MGIMO) 교수 등 한반

    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기조

    연설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

    시아 이니셔티브’와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을 매개로 협

    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푸틴 대통

    령의 신동방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한·러 양국은 물론

    남북한과 러시아 3자가 협력할 분야가 많다면서 이를 한반도

    평화 정착 및 통일 과제 해결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내 각

    행정부

    ■ 정부조직

    2013년 말 현재 정부 조직은 ‘2원 17부 3처 18청 5실 6위원

    회’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 산하에는 대통령비서실(비서실장

    장관급), 대통령경호실, 국가안보실을 뒀고, 대통령 직속기구

    로 감사원과 국가정보원,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다.

    국정 과제를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는

    국민대통합위원회, 청년위원회, 지역발전위원회. 문화융성위

    원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국가건

    국가인권위원회

    ✽ 2원 17부 3처 18청 5실 6위원회 (2013년 말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