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멘토링 활동

1
2011년 2월 9일 수요일 12 종합 제14323호 43판 중앙일보의 ‘공신 프로젝트’는 초· 중·고생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능력 을 키우도록 돕는 사회공헌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2009년 4월 본지가 진 행한 ‘공부 개조 프로젝트’가 그 시 발점이다. 지난해 공신 프로젝트로 확대 개편하면서 대학생 1대1 멘토 링과 공부 개조 클리닉 등 다양한 프 로그램을 제공했다. 지난해 공신 프 로젝트에 참가한 학부모와 학생만 3 만8900여 명에 이른다. 이런 공로로 중앙일보는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2010 대한민국 휴먼대상 대통령상’ 을 수상했다. 공부 도우미로 나선 대학생들은 열정적이었다. 지난해 3000명이 저 소득층 초·중·고생 3000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멘토링은 e-메일 등 을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주로 이 뤄졌지만 대다수 대학생은 멘티 초· 중·고생을 직접 찾아갔다. 학생들은 학업·진로·이성 문제 등 부모와도 나 누기 어려운 고민을 대학생 형·누나 들에게 털어놓으며 도움을 받았다. 성과도 컸다. 본지 조사 결과 초· 중·고생 62%가 멘토링으로 성적이 올랐다고 응답했다. 김송이(천안 청 수고1)양은 멘토링 시작 한 달 만에 전교 석차를 200등(329→129등)이 나 끌어올렸고, 서동선(충남 대천중 2)군은 전교생 307명 중 190등을 오 가다 40등으로 올라섰다. 대학들도 프로젝트를 도왔다. 한 양대는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신입생이 꼭 들어야 할 기초과목 중 하나로 선정했다. 경희대는 참가 재 학생에게 장학금까지 지원했다. 고려 대·부산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 이화여대·전남대·중앙대·KAIST 등 전국 11개 대학이 멘토링 봉사를 권 장하고 있다. 본지는 올해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학습지원 서비 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단 체, 시·도교육청, 대학과 협약을 맺어 저소득층 자녀는 물론 오지에 사는 학생, 장애 학생, 다문화 가정과 새 터민 학생의 후견인 역할을 할 계획 이다. 대학생 1대1 멘토링도 지난해 3000명에서 올해는 5000명으로 늘 릴 예정이다. 박형수 기자 5 <대학생 멘토> 000 vs 5 <초중고 학생> 000 다문화·탈북자 가정에 ‘공 <공부의 신> 신’이 달려갑니다 중앙일보 공신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멘토 대학생들과 함께 자신들의 미래 모습을 담은 신문을 제작했다. 이들은 멘토들로부터 8월까지 무료 학업 지도를 받는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송채영 (이화여대 식품공학과2)·김남희(이화여대 경영학과1)·정현준(경희대 생체의공학과3)·신현아(한양대 신방과1)·이종수(경희대 생체의공학과3)·파나마료브 다니엘·이명은·황주성·바수 데비·김예주. 황정옥 기자 아버지가 러시아 출신인 파나마료 브 다니엘(인천 산곡남중3)은 멘토 이종수(25·경희대 생체의공학과3) 씨를 만나자 바로 “형”이라 부르며 싱글벙글했다. 자신의 취미와 관심 사도 만난 지 10분도 안 돼 털어놓 기 시작했다. 이들의 만남은 대학생 멘토와 청소년 멘티의 일대일 결연 을 맺어주는 본지의 공신 프로젝트 가 계기가 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 올해부터 LG그룹의 ‘사랑의 다문화 학교’가 참여하면 서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도 멘토들 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에 짝을 맺은 7쌍의 멘토·멘티는 올 8월까지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다니엘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 움을 받을 수 있는 전형적인 다문 화 가정 학생이다. 전교 3%에 드는 우등생인 데다 독학으로 배운 피아 노와 기타 연주도 수준급일 정도로 재능이 뛰어나다. 그런데 남 모를 고충이 많았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 를 쓰고 외투 깃도 최대한 올려 얼 굴을 가린다. 도드라진 외모를 흘끔 흘끔 쳐다보는 주변의 눈길 때문이 다. 다니엘은 “한국에선 한국말 잘 한다고 신기해하고, 러시아에선 중 국에서 왔느냐고 놀려요. 어딜 가도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니엘은 이제 이런 걱정 을 날려버릴 수 있게 됐다. 공신 프로 젝트와 사랑의 다문화 학교의 지원 을 받아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학업 과 진로 지도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 이다. 멘토 이종수씨는 “대학생이 돼 좀 더 좋은 위치에서 사회생활을 시 작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인도인 아버지를 둔 바수 데비(서 울 원당중3)는 멘토 김남희(20·이화 여대 경영학과1)씨에게 “피부가 검 은 편이고 눈도 커서 놀리는 친구들 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외모에 민감 한 사춘기 소녀인데도 “지금은 아무 렇지도 않다”며 웃었다. 콤플렉스를 없앤 것은 초등학교 때 “데비는 아주 특별하고 부러운 사람”이라고 칭찬 해준 선생님의 한마디 격려 덕분이 었다. 김남희씨는 “데비가 자신의 상 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내가 배운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명은(서울 문창중3)양은 어머 니의 고향인 일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한국에 왔다. 어머니는 한국 말이 서툴다. 공부 욕심이 많은 명 은이는 다른 한국인 어머니와 달 리 별로 참견하지 않는 어머니 때문 에 섭섭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멘 토 신현아(21·한양대 신문방송학과 1)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시험 공부는 어디까지 했어?”라고 엄격 하게 지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신현 아씨는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다” 며 웃음을 터뜨렸다. 박형수 기자 [email protected] 대학생 멘토 1대1 지도에 성적 200등 올라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트윈타워 대회의실. 부모 중 한쪽이 러시아·벨기에 ·인도·중국·일본 출신인 다문화 가정 학생 6명과 탈북자 가정 학생 1명이 대학생 멘토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본지 공신 프로젝트 성과 러시아인 아버지 둔 다니엘 “형” 부르며 멘토와 진로 상담 LG ‘다문화 학교’도 참여

Upload: han-doosung

Post on 06-Jul-2015

470 views

Category:

Education


8 download

TRANSCRIPT

Page 1: 다문화 가정 멘토링 활동

2011년 2월 9일 수요일12 종합

제14323호 43판

중앙일보의 ‘공신 프로젝트’는 초·

중·고생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능력

을 키우도록 돕는 사회공헌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2009년 4월 본지가 진

행한 ‘공부 개조 프로젝트’가 그 시

발점이다. 지난해 공신 프로젝트로

확대 개편하면서 대학생 1대1 멘토

링과 공부 개조 클리닉 등 다양한 프

로그램을 제공했다. 지난해 공신 프

로젝트에 참가한 학부모와 학생만 3

만8900여 명에 이른다. 이런 공로로

중앙일보는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2010 대한민국 휴먼대상 대통령상’

을 수상했다.

 공부 도우미로 나선 대학생들은

열정적이었다. 지난해 3000명이 저

소득층 초·중·고생 3000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멘토링은 e-메일 등

을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주로 이

뤄졌지만 대다수 대학생은 멘티 초·

중·고생을 직접 찾아갔다. 학생들은

학업·진로·이성 문제 등 부모와도 나

누기 어려운 고민을 대학생 형·누나

들에게 털어놓으며 도움을 받았다.

 성과도 컸다. 본지 조사 결과 초·

중·고생 62%가 멘토링으로 성적이

올랐다고 응답했다. 김송이(천안 청

수고1)양은 멘토링 시작 한 달 만에

전교 석차를 200등(329→129등)이

나 끌어올렸고, 서동선(충남 대천중

2)군은 전교생 307명 중 190등을 오

가다 40등으로 올라섰다.

 대학들도 프로젝트를 도왔다. 한

양대는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신입생이 꼭 들어야 할 기초과목 중

하나로 선정했다. 경희대는 참가 재

학생에게 장학금까지 지원했다. 고려

대·부산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

이화여대·전남대·중앙대·KAIST 등

전국 11개 대학이 멘토링 봉사를 권

장하고 있다. 본지는 올해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학습지원 서비

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단

체, 시·도교육청, 대학과 협약을 맺어

저소득층 자녀는 물론 오지에 사는

학생, 장애 학생, 다문화 가정과 새

터민 학생의 후견인 역할을 할 계획

이다. 대학생 1대1 멘토링도 지난해

3000명에서 올해는 5000명으로 늘

릴 예정이다.  박형수 기자

5<대학생 멘토>

000 vs 5<초중고 학생>

000 다문화·탈북자 가정에 ‘공<공부의 신>

신’이 달려갑니다

중앙일보 공신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멘토 대학생들과 함께 자신들의 미래 모습을 담은 신문을 제작했다. 이들은 멘토들로부터 8월까지 무료 학업 지도를 받는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송채영

(이화여대 식품공학과2)·김남희(이화여대 경영학과1)·정현준(경희대 생체의공학과3)·신현아(한양대 신방과1)·이종수(경희대 생체의공학과3)·파나마료브 다니엘·이명은·황주성·바수 데비·김예주. 황정옥 기자

아버지가 러시아 출신인 파나마료

브 다니엘(인천 산곡남중3)은 멘토

이종수(25·경희대 생체의공학과3)

씨를 만나자 바로 “형”이라 부르며

싱글벙글했다. 자신의 취미와 관심

사도 만난 지 10분도 안 돼 털어놓

기 시작했다. 이들의 만남은 대학생

멘토와 청소년 멘티의 일대일 결연

을 맺어주는 본지의 공신 프로젝트

가 계기가 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 올해부터 LG그룹의

‘사랑의 다문화 학교’가 참여하면

서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도 멘토들

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에 짝을 맺은 7쌍의 멘토·멘티는 올

8월까지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다니엘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

움을 받을 수 있는 전형적인 다문

화 가정 학생이다. 전교 3%에 드는

우등생인 데다 독학으로 배운 피아

노와 기타 연주도 수준급일 정도로

재능이 뛰어나다. 그런데 남 모를

고충이 많았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

를 쓰고 외투 깃도 최대한 올려 얼

굴을 가린다. 도드라진 외모를 흘끔

흘끔 쳐다보는 주변의 눈길 때문이

다. 다니엘은 “한국에선 한국말 잘

한다고 신기해하고, 러시아에선 중

국에서 왔느냐고 놀려요. 어딜 가도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니엘은 이제 이런 걱정

을 날려버릴 수 있게 됐다. 공신 프로

젝트와 사랑의 다문화 학교의 지원

을 받아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학업

과 진로 지도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

이다. 멘토 이종수씨는 “대학생이 돼

좀 더 좋은 위치에서 사회생활을 시

작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인도인 아버지를 둔 바수 데비(서

울 원당중3)는 멘토 김남희(20·이화

여대 경영학과1)씨에게 “피부가 검

은 편이고 눈도 커서 놀리는 친구들

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외모에 민감

한 사춘기 소녀인데도 “지금은 아무

렇지도 않다”며 웃었다. 콤플렉스를

없앤 것은 초등학교 때 “데비는 아주

특별하고 부러운 사람”이라고 칭찬

해준 선생님의 한마디 격려 덕분이

었다. 김남희씨는 “데비가 자신의 상

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내가 배운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명은(서울 문창중3)양은 어머

니의 고향인 일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한국에 왔다. 어머니는 한국

말이 서툴다. 공부 욕심이 많은 명

은이는 다른 한국인 어머니와 달

리 별로 참견하지 않는 어머니 때문

에 섭섭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멘

토 신현아(21·한양대 신문방송학과

1)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시험

공부는 어디까지 했어?”라고 엄격

하게 지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신현

아씨는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다”

며 웃음을 터뜨렸다.  박형수 기자

[email protected]

대학생 멘토 1대1 지도에 성적 200등 올라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트윈타워 대회의실.

부모 중 한쪽이 러시아·벨기에

·인도·중국·일본 출신인 다문화

가정 학생 6명과 탈북자 가정

학생 1명이 대학생 멘토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본지 공신 프로젝트 성과

러시아인 아버지 둔 다니엘

“형” 부르며 멘토와 진로 상담

LG ‘다문화 학교’도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