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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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 대안공간루프 참석 황현산(사회), 윤지관, 임성모 정리 강무성(본지 편집위원) 사진 박정훈 황현산 우리 번역문화의 현재 혹은 문화번역의 현재를 짚어보기 위해 모였습니다. 번역이라는 주제는 워낙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갈래도 복잡해 서 이야기를 시작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학술에서부터 문화예술 전반에 있 어서 번역이 어떤 중요성을 갖는가 하는 것을 짚 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 번역이 우리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짚어봐야 합니다. 언어 에 미치는 영향이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예술적 상상력이라든지 문화적 상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니까요. 다음으로 번역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그리고 번역과 주체의 문제도 따져봐야 합 니다. 대략 이런 세 가지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 으면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이 들 주제에 대해 ‘정답’ 비슷한 것이 없지 않습니 다. 하지만 이 ‘정답’들은 현실을 바라보는 솔직 한 의견들이라기보다는 의례적 답변에 속하는 그런 진술들이죠. 이를테면 ‘강단용’이랄까요? 오늘은 그런 이야기보다 차라리 두서 없는 솔직 한 이야기들 속에서 유익한 생각들을 더 많이 건졌으면 좋겠습니다. 윤지관 ‘교수티’를 내지 말자, 이렇게 들립니다. (웃음) 황현산 공교롭게 교수들만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인원 구성이 좀더 폭넓게 이뤄졌으면 하 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교수인 동시 에 번역자로서 현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 부분에 기대해보겠습니다. 일단 지금 말씀드린 순서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번역은 학술 전반, 문화 전반에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번역을 통해 단지 텍스트가 우리말로 소개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대 언어권 문화의 팩트와 내용과 배경, 이런 것들에 대한 분석과 성찰이 반드시 따르게 되니까요. 그것을 다시 우리 것으 로 만드는 과정도 포함되지요. 결국 번역은 인문 학의 핵심적인 문제와 연결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번역의 위상이 일반 사람들에 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학계와 문화계, 심지어 는 번역가 자신에게도 잘 인식이 되어 있지 않 은 현실입니다. 번역된 근대와 지금, 우리 윤지관 번역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추상 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번역이 중요하다 는 것이 너무 당연해 보여서 오히려 모두 손을 놓아버리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번역이 우리 인문학에 본질적 중요성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어디 인문학뿐이 겠습니까? 사실 한국의 모든 근대 학문의 형성 이 번역을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입니다. 어떤 점에서는 ‘번역된 학문’이라는 자 의식이 한국의 학자들한테는 상당히 필수적인 요건이나 운명일 수 있음에도, 번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그에 상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독자의 인식 수준은 더 말할 게 없게 됐고요. 황현산 우리 근대 학문이 많은 부분 번역에 의존했기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 황현산(사회) 고려대학교 불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기 욤 아폴리네르를 중심으로 상징주의에서 초현 실주의에 걸친 프랑스 현대시를 공부했다. 아폴 리네르에 대한 연구서인 《얼굴 없는 희망》과 《아 폴리네르-알코올의 시 세계》, 한국 시에 대한 비 평집 《말과 시간의 깊이》 등의 저서가 있으며,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 말라르메의 《시집》 등 의 역서가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불문학과 교 수로 재직 중이다. 윤지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영문학과에 재직 중이며,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맡고 있다. 미국 버클리 대학교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영국 케임브리 지 대학교에서 방문 펠로를 지냈다. 문학평론가 로 활동하면서 《민족현실과 문학비평》・《리얼리 즘의 옹호》・《놋쇠하늘 아래서》 등의 평론집을 출 간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등의 소설 과 《언어의 감옥》 등의 이론서를 번역했다. 임성모 연세대학교 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 본 근현대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사 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아시아의 민족이 산과 도시》와 《동아시아의 지역질서》 등의 공저 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난민과 국민 사 이》(이상 공역)와 《번역과 일본의 근대》・《전장 의 기억》・《여럿이며 하나인 아시아》・《내셔널리 즘》・《변경에서 바라본 근대》 등의 역서가 있다. 동숭동에서 만나다 징후와 진단 동숭동에서 모이다 10. 11. 2007 | spring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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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2007122 대안공간루프

참석 황현산(사회) 윤지관 임성모

정리 강무성(본지 편집위원)

사진 박정훈

황현산 우리번역문화의현재혹은문화번역의현재를

짚어보기위해모였습니다번역이라는주제는

워낙광범위한내용을포함하고갈래도복잡해

서이야기를시작하기가만만치않습니다

우선학술에서부터문화예술전반에있

어서번역이어떤중요성을갖는가하는것을짚

어볼필요가있겠습니다또번역이우리문화에

어떤영향을미치는지도짚어봐야합니다언어

에미치는영향이야당연한것이겠지만예술적

상상력이라든지문화적상상력에도큰영향을

미치니까요다음으로번역에대한우리사회의

인식그리고번역과주체의문제도따져봐야합

니다대략이런세가지방향으로이야기를했

으면합니다

그런데실제로는정답이있을수없는이

들주제에대해lsquo정답rsquo비슷한것이없지않습니

다하지만이lsquo정답rsquo들은현실을바라보는솔직

한의견들이라기보다는의례적답변에속하는

그런진술들이죠이를테면lsquo강단용rsquo이랄까요

오늘은그런이야기보다차라리두서없는솔직

한이야기들속에서유익한생각들을더많이

건졌으면좋겠습니다

윤지관 lsquo교수티rsquo를내지말자이렇게들립니다(웃음)

황현산 공교롭게교수들만모여서이런이야기를하게

됐는데인원구성이좀더폭넓게이뤄졌으면하

는아쉬움이있습니다하지만모두교수인동시

에번역자로서현장에서활동을하고있으니그

부분에기대해보겠습니다일단지금말씀드린

순서로이야기를해보도록하겠습니다번역은

학술전반문화전반에밀접한관련이있습니다

번역을통해단지텍스트가우리말로소개되는

데서그치지않고상대언어권문화의팩트와

내용과배경이런것들에대한분석과성찰이

반드시따르게되니까요그것을다시우리것으

로만드는과정도포함되지요결국번역은인문

학의핵심적인문제와연결된다고하겠습니다

그럼에도번역의위상이일반사람들에

게는말할것도없거니와학계와문화계심지어

는번역가자신에게도잘인식이되어있지않

은현실입니다

번역된 근대와 지금 우리

윤지관 번역의중요성에대한우리사회의인식은추상

적수준에머무르고있습니다번역이중요하다

는것이너무당연해보여서오히려모두손을

놓아버리는것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이우리인문학에본질적중요성이

있다는말씀을하셨습니다만어디인문학뿐이

겠습니까사실한국의모든근대학문의형성

이번역을통해이뤄졌다고해도과언이아닐것

입니다어떤점에서는lsquo번역된학문rsquo이라는자

의식이한국의학자들한테는상당히필수적인

요건이나운명일수있음에도번역의중요성에

대한인식은그에상응하지못했던것같습니다

그러다보니일반독자의인식수준은더말할

게없게됐고요

황현산 우리근대학문이많은부분번역에의존했기

번역의문화문화의번역

황현산(사회)

고려대학교 불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기

욤 아폴리네르를 중심으로 상징주의에서 초현

실주의에 걸친 프랑스 현대시를 공부했다 아폴

리네르에 대한 연구서인 《얼굴 없는 희망》과 《아

폴리네르-알코올의 시 세계》 한국 시에 대한 비

평집 《말과 시간의 깊이》 등의 저서가 있으며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 말라르메의 《시집》 등

의 역서가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불문학과 교

수로 재직 중이다

윤지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영문학과에 재직 중이며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맡고 있다 미국 버클리

대학교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영국 케임브리

지 대학교에서 방문 펠로를 지냈다 문학평론가

로 활동하면서 《민족현실과 문학비평》《리얼리

즘의 옹호》《놋쇠하늘 아래서》 등의 평론집을 출

간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등의 소설

과 《언어의 감옥》 등의 이론서를 번역했다

임성모

연세대학교 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

본 근현대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사

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아시아의 민족이

산과 도시》와 《동아시아의 지역질서》 등의 공저

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난민과 국민 사

이》(이상 공역)와 《번역과 일본의 근대》《전장

의 기억》《여럿이며 하나인 아시아》《내셔널리

즘》《변경에서 바라본 근대》 등의 역서가 있다

동숭동에서 만나다징후와 진단 동숭동에서 모이다

10 11

2007 | spring10

1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때문에오히려그것을외면하려는경향도있는

것이아닌가싶습니다

임성모 제경우에도학문하는동료들중에더러lsquo이제

자리를잡았으면번역은그만두지그러냐rsquo라는

식의농담아닌농담을하는사람들이있습니다

번역에는창의성이필요없는것처럼생각하는

거죠번역은해석작업인동시에또다른창작

인데도말입니다같이학문적작업을하고있다

는게비참하다는생각이들기도하지요그만큼

번역을lsquo허섭한rsquo일로치부하는경향이있습니다

황현산 임성모선생께서는일본에서공부를하셨고일

본의번역특히근대화시기의번역에관해서

큰관심을갖고계신걸로압니다일본에서는

번역에대해어떻게생각하는지상세하게말씀

해주시면좋겠습니다

임성모 일본의경우를말하기전에유럽에서계몽사상

시기이후아시아에대한번역작업이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이때의번역은기본적으로lsquo제

국의번역rsquo이라고하겠습니다지배를하기위

해서는그만큼알아야하니까요

일본의근대화과정에서나타난번역작

업은이런제국에대항하는lsquo반제국의번역rsquo으로

출발했습니다구체적으로는lsquo만국공법rsquo의번역

작업이그예가되겠죠국제법체제에진입하기

위해기본적인용어나개념에대해알아야했던

것이죠중국에서번역된만국공법을일본식으

로읽고다시일본어로번역하는작업을동아시

아3국중에서가장집요하게했던배경에그런

반제국의논리가있었다고봅니다하지만결과

적으로그것은또다른제국의번역으로나아가

는과정이되고말았죠일본의경우국가차원

에서이런번역작업을추진했다는것이특이한

점이고메이지유신이성공할수있었던가장큰

요인으로꼽히기도합니다가령후쿠자와유키

치는내무성제도를만드는과정에서미국백과

사전의lsquoPolicersquo항목을번역하면서경찰제도

의기본틀을만들게됩니다1급지식인들이구

체적인번역작업들을한것입니다

이렇게국가가번역에개입한다는것에는

긍정적측면도있고부정적측면도있겠습니다

만번역작업에대해상당한가치를부여하며중

시했다는입증으로삼을수있을것입니다한국

현실에서번역작업이부수적인것으로치부되

어온것에비하면상당히달랐던거죠

윤지관 임선생께서번역한《번역과일본의근대》가학

계와번역계의관심을끌었죠저도흥미롭게

읽었습니다메이지유신이성공한데는번역에

대한국가적인식이랄까그런관심과지원이기

본동력으로작용했던것같습니다그런점에서

본다면서구적인의미의근대화는문학이든법

제도든서구를번역함으로써이루어진lsquo번역된

근대rsquo의속성을갖습니다일본은그과정에적

극적으로대처해먼저개방을했고번역을통해

그쪽의언어나제도나습속을자기화하는데성

공한케이스라고볼수있습니다

한국도마찬가지로서구와접하긴했지

만일본이라는아시아의이웃을거쳐서였고결

국일본이라는번역된서구를번역하는lsquo이중번

역rsquo의속성을갖게되었습니다그런점에서이

런저런특성과왜곡이생겨났던것같습니다

보편어는 보편 타당한가

황현산 우리근대학문의수많은용어들이초기에는일

본어를통해서만들어졌죠표현법들도그렇고

요최근일본식한자나표현을배척하는경향이

두드러지고있는데일본식한자어를다골라내

면남는게뭐가있을까하는생각도듭니다

하지만서양의경우를봐도프랑스어다

르고영어다르고독일어다르지만학술용어들

은대개다비슷하고그리스어라틴어를어원

으로하는단어나추상개념어휘들은거의비슷

하지않습니까그것이서양의보편성을형성하

는하나의기축이되고있다고봅니다

우리도그런관점으로바라볼수있지않

을까요저는서양문명을받아들이기위해일본

사람들이만든한자용어들이단지일본사람들만

의문화라고는보지않습니다한자문화권의작

품이죠그리고한중일이과연달라야하는이유

가있을까요오히려그것이같음으로써한자문

화권의보편성을만들어내는것이아닐까요

번역문제와약간비껴있는여담이지만

최근에는세계화와관련해영어가모든언어를

압도하고있는가운데학문자체를자국어가아

닌영어로하려는경향도나타나고있습니다고

려대학교같은경우에는거의모든강의를영어

로하도록하고있습니다어떤세계어랄까보편

어를상정하는이런경향에대해서는어떻게생

13 2007 | spring

1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각하십니까

윤지관 보편어를상정하는역사는오래됐습니다바벨

탑의신화가그것을상징하고있지요하나의보

편어가있었는데조각나서소통이어렵게됐다

는것입니다만실상개별화한언어를통해각

민족문화가성취되었습니다언어는기본적으

로민족단위로형성되어있고그를토대로문

화나삶이형성되고창조와성찰이나옵니다

보편어라는것이꿈으로가져볼수는있는것이

겠지만실현되기는힘듭니다지금영어가그런

역할을할수있다고주장할수도있겠지만상

업적인교류나기본적생활의사소통의도구로

써는몰라도각민족어를토대로형성되고축적

되는문화와삶과창조와성찰의다양성과깊이

를다떠안을수는없습니다

임성모 요즘lsquo동아시아rsquo가자주거론됩니다학술대회

도그런테마로열리는경우가많습니다lsquo동아

시아의법과제도rsquo하는식으로요그러면한중

일학자들이모여서말하게되는데이때어떤언

어로얘기할것인가가문제가됩니다자국어로

해서통역을거치면시간도걸리고오류도있을

수있으니까영어로하자고합니다동아시아에

서미국이갖는위치가언어상으로드러나는순

간이죠한중일3국간의관계는수평적인관계

라기보다한국과미국중국과미국일본과미

국의수직적인관계가서로맞물려있는구조입

니다아무튼지금말씀하신보편어로서영어를

사용한다는아이디어는제가보기에는실패였

습니다어설픈영어로는되지않는부분이많고

결국통역을거치는것만못하게되니까요

이에반해lsquo아리안프로젝트rsquo였던가요유

럽통합과정에서유럽연합각국의문화적자산

을다른나라의언어로번역하는프로젝트가있

죠각국의민족문화로부터최근의텍스트까지

중요한문화유산들을다른언어로소개하는것

을유럽문화통합의핵심과제로설정하고있다

는것이인상적이었습니다그것도영어나프랑

스어등의지배적인언어혹은보편어로가자는

발상이아니고각국의민족문화와언어를살려

내자는것입니다제가보기에는이와같은것이

번역의이념에부합하는방식입니다회의자체

도통역을통해이루어지고통번역예산도엄청

난수준이었습니다아리안프로젝트의예산규

모만약천만유로입니다

여기에비춰본다면지금영어로단일화

하겠다는발상은매우폭력적일뿐만아니라실

효성도없는게아닌가싶습니다소위지성의

본산인대학에서이런일을나서서한다는것은

더욱말이안됩니다일본에서도물론영어의

중요성이한국못지않게강조되고있지만정부

가나서고대학까지동조해한방향으로밀어붙

이는양상은나타나지않고있습니다

황현산 저는고려대영어강의논란의현장에있었던사

람입니다흔히강의를영어로하라고할때많

은사람들이우려하는것은우선교수가훌륭한

영어를쓸수있는가또영어로만강의해서학

생들에게학술내용을충분히전달할수있나하

는이런문제들입니다

하지만정말중요한건모든학문이영어로이

뤄지면한국말의운명이어떻게될것인가하는

점이라고생각합니다조선시대처럼한국말을

lsquo언문rsquo의위치로격하해일상어생활의소통어

정도로만쓰자는것일까요저는오히려학문이

감당해야할가장중요한역할가운데하나가

자국어에학술적과학적깊이를주는일이라고

생각합니다자국어를풍부하고깊게만들어그

럼으로써더깊은사유를할수있는공간으로

만들어가는것이학문의중요한목적중하나가

아니겠습니까

그런의미에서도번역은중요합니다가

령영어로lsquodemocracyrsquo라고말하는것과그것

을lsquo민주주의rsquo라고번역해서이해하는것사이

에는상당한차이가있습니다우리의식에미치

는영향도크죠영어로된작품을영어로바로

읽을때와우리말로번역해서읽을때어떤차

이가있지않습니까윤선생님

윤지관 외국문학을하다보면번역으로읽는것이무슨

못할짓을하는것같아서실력이딸리면서도

울며겨자먹는격으로원서를고집하기도합니

다만역시원어로읽을때와번역으로읽을때

는느낌이다릅니다

우선언어의특성이나통사방식이다른

데서오는느낌의차이가있습니다원어의경우

는외국성이낯설게다가옵니다한편오리지널

이갖고있는자기정합성을미흡하지만느끼게

되는데이것이원서를보는감흥이라고할수

있을것입니다번역된것을읽을때는다릅니

다본질적으로문화의차이가있기때문이지만

15 2007 | spring

1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번역의질적인수준에따라서상황이많이달라

집니다원서를충실하게번역하지못한번역서

를읽을때는원저의내용이나수준이나인식

을이해한다는것이상당히어려워지게됩니다

그런데우리번역서의대다수가그런형편입니

다그러나잘번역된책의경우한국인이한국

어로읽는다는면에서원서를읽는것과는다른

훨씬독특하고의미있는체험을할기회가된

다고봅니다

저의경우그동안재미없는이론서만번

역해오다가최근처음으로제인오스틴의작품

을두어편번역해서내놓으면서실감한바있

습니다lsquo고전적인외국작품을옮길때는어떻

게해야하는가rsquo하는문제죠제인오스틴이도

달한자기시대의언어적성취를우리가접하기

위해서는기본적으로그원작에충실한번역을

하는것이가장우선된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주체적 언어 수용과 중역

황현산 임성모선생은일본어번역을주로하셨지만

서양언어에관해서도조예가깊은것으로압니

다그리고우리언어와형질상가장가까운언

어를번역하는과정에서경험이독특하리라생

각합니다만

임성모 제이름으로번역한건1997년부터지만실제

로는80년대부터이미번역을해왔습니다80

년대사회과학서들의대부분이자기이름을감

춘대학원생들의번역작품이었죠그사회과학

서들을지금보면웃음이나옵니다정말번역

이아닌거죠그가운데제작품도있습니다

최근어떤분이영어유럽어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돌리면정확성이낮은데일본어

는90에육박하는말을하더군요한국어낱말

과일본어낱말이거의1대1대응을이루기때문

이죠그때문에일본어번역은쉽다고들판단합

니다그래서번역료도일본어가가장쌉니다

하지만저는일본어를하면할수록어렵

고낯설다는생각이더많이듭니다미묘한뉘

앙스까지살려낼수있는번역은깊이알아갈수

록더힘들어집니다물론저는제대로된번역

가라기보다는번역의혜택을보는독자에가깝

습니다저는프랑스어나독일어책을직접못

읽기때문에일본어나우리말번역서영역된

책을다시우리말로번역한책들을통해서많이

봅니다번역서의미덕은기본적으로lsquo속도rsquo에

있습니다빨리읽을수있다는거죠아무리부

정확하고왜곡된번역서라고하더라도물론읽

다가집어던지고싶은책도있겠습니다만부족

한대로정보를제공하고그것을단초로제생

각을전개할수있게해줍니다

아까윤선생께서lsquo번역된근대rsquo를언급하

셨지만제가번역한《번역과일본의근대》의역

자후기에한국의근대는lsquo3중번역된근대rsquo라고

썼습니다그것은두가지의미입니다하나는

구미로부터의직수입번역그리고일본을거쳐

서들어오는것그다음에중국의영향을받아

서들어오는번역이렇게번역의루트가세가

지였다는게그하나입니다또하나는그것들

이서로중첩되어있다는것입니다기본적으로

일본어가핵심에있었습니다일본어가한역(漢

譯)을수입합니다이미17세기경부터유럽선

교사들이중국에와서현지인들과공동작업한

역어들이있었고이를에도시대에받아들였는

데중국에서는소멸한그역어들을다시살려내

는작업을일본이근대초기에합니다온전히

일본의것이라고할수없는개념어들이죠유럽

어를번역해서일본어로만들고중국어역어를

자기것으로만든일본어를통해한국의근대가

큰영향을받았습니다

한국사회에서일본어는계속갖고갈수

밖에없는멍에입니다다만그것을자각하느냐

못하느냐어디까지를자각하느냐에따라서극

복의길이달라질것입니다단순히버리는것이

민족성을강화한다고생각하지는않습니다얼

마나자기것으로만드느냐가중요합니다

연결이되는지는모르겠습니다만1880

년대에나카에초민이라고하는메이지정부에

반대했던자유민권운동사상가가루소의《사회

계약론》을번역하면서한자텍스트로번역합니

다일본어가아니라한문으로말입니다그건

독자를동아시아인들로상정한거죠중국과조

선의독자들도읽을수있도록말입니다일국

주의틀을벗어난사상가였다는생각이듭니다

그럴때의고전한문에는사실지금의보편어개

념이있는것입니다일본어다중국어다하면서

국가의틀로가둔다면우리또한일국주의사고

를하고있는것아니겠는가합니다일본어를

버리는것이한국적근대를살리는작업은아니

고오히려찌든때처럼배어있는것을자각하

면서근대의기원을추적해나가고거기서어떤

과거의연관성들을살리는작업이훨씬더건설

적이지않나싶습니다

윤지관 임선생께서하신말씀에많은부분동의합니다

일본적인것혹은일본어로번역된서구를배격

한다는차원으로과거를다뤄서는문제가해결

되지않습니다변별해가면서우리근대의기원

을찾아나가는것이중요하다는생각이듭니다

우리가쓰고있는우리에게없었다가근

대에개발된학문적용어와개념들의경우에는

일본어번역에의존했습니다우리가7080년

대그토록부르짖었던lsquo자유rsquo라는말만해도일

본에서메이지때번역되어나온것아닌가요

많은부분에서기본을이루는개념들이일본어

를통해서들어온것인데어떻게다걷어낼수

있겠습니까선별이이뤄져야지요긍정적인것

은일본이서구를일본어뿐만아니라한자어혹

은아시아적인개념을갖는번역을해냈다는것

입니다반면한국과중국을정복대상으로인식

하는등의지극히일본적인상황에서해낸번역

도많이있고이런것역시번역에묻어우리속

에이미들어와있습니다서구를우리가직접

일본을통하지않고직접번역한다고해도마찬

가지문제가발생할수있습니다번역을통해서

우리언어가개발되고개척되는면도있기때문

에일국주의나민족주의는경계하더라도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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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적인번역의태도를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

할것입니다

임성모 일본에서는최근서양의학술용어들을그냥가

타카나로풀어서쓰는예가점점늘고있습니다

한편으로는번역할수없는걸무리하게번역해

서나타나는폐해보다는원어를드러내는방식

도괜찮다는생각이들면서도또한편으로는아

쉬운생각도듭니다일본의근대초기지식인들

이왜그것을한자어로바꾸려고노력했겠습니

까그것이주체주체적언어수용의문제라고

생각합니다잘아시다시피중국도그런작업들

을잘하고있습니다오히려요즘일본학자들이

그런점에서무뎌지고비주체적으로흘러가고

있습니다

좀다른맥락의얘기지만번역의주체성

과관련해서는중역의문제도있다고봅니다한

국사회에서는오리지널의우위성을유난히강

조하는측면이있습니다최근까지중역이상당

동안지속되어왔고지금도드러내지않고있을

뿐이루어지고있습니다물론오리지널을보지

만일본어역이나중국어역을참조하는것이죠

오리지널과한국어번역과의1대1관계가가장

중요하다고하는가치판단자체는문제가있다

는생각이듭니다오히려중역이더좋은경우

도있거든요제경우만보더라도어떤건프랑

스어를번역했다는데대체무슨이야기를하는

지이해가안되는사례가있었습니다그런데

일본어를번역한걸보면오히려이해가더잘

되는겁니다물론일본어와한국어와의관계때

문에단어와통사방식이낯설지않은데서기

인하는부분도있겠지만일본어역이더좋고공

들인거라면왜굳이오리지널번역만높이평

가하고중역은낮게평가해야하나하는생각도

듭니다

황현산 좀다른예도있겠습니다제경우에는서구의

언어에서번역한이론서는쉽게읽히지만일본

어에서번역된것중역된것이아니라일본이론

을우리말로옮겼을경우오히려서구언어에서

번역했을때보다잘읽히지않습니다서양언

어를우리말로번역할때는대개직접적의미를

파악하고뉘앙스를분석적으로이해한다음우

리의정서로번안해내는데비해일본어번역을

할때는일본어뉘앙스까지그대로옮겨오려하

거나일본어의뉘앙스와한국어의뉘앙스를혼

동하는가운데오히려우리말답지않고우리정

서에안맞는말로번역되는건아닌가싶었습

니다

윤지관 일본어중역이허용된다고하더라도먼저나온

번역의참조차원에서나언어와문화의차이를

고려하는등의합당한의식을갖고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역사적으로본다면일제시대에는

외국문학작품을거의중역으로읽었고해방이

후에도상당기간일본에서번역된세계문학을

다시우리가번역하는관행이있었습니다

제가몇년전국내번역작품의수준을상

당한규모로점검하는일을할기회가있었습니

다그때차라리중역된번역작품이더잘읽히

고새롭게번역했다는작품이오히려과거의중

황현산

-

자국어를풍부하고깊게만들어그럼으로써더깊은사유를할수있는공간으로

만들어가는것이학문의중요한목적중하나가아니겠습니까

19 2007 | spring

2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역된작품에비해훨씬수준이떨어지는경우도

봤습니다그런예를보더라도좋은일본어역이

있으면중역할때의이점이있을수있다는말

에부분적으로동의합니다하지만거기엔시대

적인문제가있다고생각합니다우리가외국작

품을직접번역하지않고일본을통해중역하던

시절에는그만한번역능력을갖춘번역가들이

없었던점도고려돼야합니다일본어가편하게

느껴지는세대의산물인거죠하지만지금은번

역에관심을갖고언어능력까지갖춘사람들이

나오고있기때문에그런사람들이원어에서직

접번역함으로써중역으로생겨난문제들그러

니까일본어투의문장과용어같은것이그대로

우리언어에스미는문제에서벗어날수있다고

봅니다이제는우리가좀더직접적으로다른언

어와대결해가면서우리언어화하는가운데우

리학문이나문학의번역이그자리를찾아가게

해야할것입니다

번역의 충실성과 우리 풍토

황현산 우리언어화해야한다는것이중요합니다처음

에불경이한역(漢譯)되면서불교의중요한개

념들이상당히많이오역됐다는이야기를들었

습니다한자가갖고있는힘때문에그렇게오

해된채로전승된것이많다는것입니다그래서

최근한국에는산스크리트나팔리어로된원시

경전을다시읽고해석하는움직임도있습니다

이것을다른관점에서보면불경이한문으로번

역될때한문에새로생성된이개념들이한문을

쓰는사람들의내면의식과만나그나름대로

새로운발전을해서한자문화권의불교라는새

로운생각의한체계를만들어냈다는관점도가

능합니다그러니까결국오역이든뭐든간에새

로운하나의생각이움트고발전하게하는그런

자료가되어온것이사실이라는말씀입니다

방금윤선생께서충실한번역에관한이

야기를했는데번역에서의충실성그자체를어

떻게정의할것인가하는문제가있습니다보통

번역을평가할때는충실성가독성대상텍스

트의가치즉번역할만한책인가등의항목으

로나눠서평가합니다그런데충실성과가독성

은어떤의미에서는배치되는측면도있습니다

충실성에대한문제를번역의중요성과함께결

부시켜서이야기해주시기바랍니다특히윤선

생께서영문학명작들의번역작품들을광범위

하게검토하신경험을좀소개해주시죠

윤지관 사실임선생말씀중에번역한다고하면뭔가

lsquo허섭한rsquo일을한다고여기는게문제라는지적

이있었는데번역이그렇다고한다면그번역

이잘되었는가못되었는가를따지는건더욱

더허섭한일이될것입니다제가슬프게도그

허섭한일에대한허섭한일을몇년에걸쳐서

했습니다(웃음)오래전부터생각을해오다가

2001년부터2003년까지본격적인작업을해

2004년에결과물을내고2005년에창비에서

책으로연구의일부를발표했습니다영미고전

이그동안우리나라에상당히영향력을발휘하

며학교에서도읽히고대중한테도인기가있어

왔음에도불구하고그번역수준에대해서는띄

엄띄엄얘기해왔을뿐한번도제대로평가한적

이없습니다예컨대대학영문학과에서《테스》

를가르치면당연히학생들은원서로읽을것을

요구받죠그런데어디서다번역본을구해옵니

다번역본이여러종때로는수십종나와있거

든요그런데그중어떤것을봐야할지학생들

도모르고선생들도일일이대조해보기전에는

추천할수도없는상황에처해있어서강단에서

도그런평가작업의필요성을느끼게됐습니다

그래서36편의고전을추리고해방이후

2003년까지출간된모든번역본을조사했습니

다그가운데는중복번역이나표절된것도포

함됐는데다합치면1000권정도역자단위로

보면600권정도되는것을일일이대조검토

해서평점을매겼습니다여러모로힘든일이었

습니다특히과거에번역한선배들한테미안하

기도하고곤혹스러운일도있었지만영문학을

하는사람들의책무라고봤습니다

결과는스스로도놀라웠습니다충실성과

가독성을상당히많이살려원작을대체해읽을

만한번역서라고평가할수있는것이전체의

10밖에안됐습니다셰익스피어등은전문가

가해서나았지만《테스》나《허클베리핀》등널

리읽히는소설작품만따졌을때전체6정도

만제대로된것이었습니다나머지는추천하기

힘든결과가나왔습니다종별로제대로된것이

한권씩이나마있으면했는데그렇지도못했습

니다유명소설의경우한편정도있는게전체

3분의2정도3분의1은한편도없었습니다헤

밍웨이의《노인과바다》라든가《무기여잘있거

라》같은작품은30여종으로번역돼나왔지만

우리가평가하기로는그중한편도추천할것

이없을정도로번역의질이낮았습니다현재

우리전체번역문화나풍토나현실이겉으로는

굉장히풍성해보입니다만내용을알고보면풍

요속의빈곤이었던거죠

임성모 혹시검토하신것중에서같은번역자가몇년

만에다시번역한작품은없었나요

윤지관 드물지만있었습니다대부분은자기가처음했

던것을계속출판사를달리해서출판했고처음

번역이일본어번역에서중역된것을다른분들

이계속표절해가면서다른출판사를통해다른

이름으로내는경우가가장많았습니다전체검

토한것중60가표절이었습니다그럼에도아

무도문제를제기하지않는것을보면기본적으

로는자기도중역이었기때문이아닌가하는생

각이듭니다(웃음)

하여간몇몇분은자기번역을수정해나

갔는데그런분들은대개원래의번역도잘돼

있었습니다한편으로는번역풍토가열악한면

이있지만다른한편으로는젊은세대가다시

말해일본어를모르는세대가번역에가담하면

서좋은번역들이나오는긍정적인부분도발견

됐습니다

21 2007 | spring

2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윤지관

-

번역을통해서우리언어가개발되고개척되는면도있기때문에일국주의나

민족주의는경계하더라도주체적인번역의태도는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할것입니다

모국어의 새로운 발견 외국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

황현산 읽을만한번역서가6미만이라는통계를들

으니참비참합니다판별의기준으로충실성과

가독성을꼽으셨다고했는데이둘은사실충

돌하게될가능성도있는부분입니다번역자가

어떤태도로번역할것인가하는이문제는번

역의가장핵심적인문제이기도합니다때로는

직역을할것인가의역을할것인가의문제로

때로는원전에목표를둘것인가소통에목표를

둘것인가등으로변신하면서줄기차게과제로

떠오릅니다가장해묵은문제면서도대답할수

는없는그런문제죠

윤지관 황선생께서최근에번역비평학회를창립하신

것으로아는데그런문제가바로번역비평의과

제가아니겠습니까

앞서말씀드린작업은영미문학연구회라

는조직에서소장영문학자40여명이모여서

했는데요그때의평가기준으로물론충실성과

가독성이가장큰범주였습니다하지만그때

했던작업은비평단계까지는가지않는아주

기초적인것이었습니다번역의1차적인수준만

본거죠크고작은오역이라든가원의를제대

로못살렸거나불성실하게엉터리로했거나이

런것을변별하는차원에서충실성과가독성을

따진것이죠예컨대세페이지에심각한오역이

하나나오는정도는추천범위안에넣었습니다

한페이지당심각한오역이하나이상나오면

추천에서제외했습니다그리고그런걸따질수

없을정도로너무나엉터리인것도있기때문에

여섯등급정도로나누었습니다황선생께서제

안하신번역비평은그렇게추천된책들을대상

으로나할수있을것입니다전반적인번역서들

의질은번역비평이라는이름을들이대기도부

끄러운형편이었습니다

황현산 임선생께서번역가로서의태도를경험과이론

을합쳐서말씀해주시면좋겠습니다

임성모 제가번역하는방식은여느전문번역가의그것

과좀다릅니다출판사에서제게의뢰를하는

경우도있지만제가제안을해서번역이이루어

지는예도많습니다제가재미있게생각한책

이있어서읽으며요점정리를하다가어느문단

은아예번역하는경우가있고그러다보면어

느새완역을하고있어요그렇게작업을개인적

으로하다가나중에출판사와교섭합니다

가장큰문제는이것같습니다일단텍스

트를둘러싼문화에대한이해가기본적으로있

어야뉘앙스를살려번역할수있다는것입니다

제가보기에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

직한작업입니다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

자기가모르면앞으로나아갈수없습니다이

해못하는것을번역할수는없으니까요논문은

건너뛰면그만이지만번역은막히는순간그것

이해결될때까지는컨베이어벨트전체가멈춰

버립니다그러면저자한테물어봐서라도해결

해야합니다그나마저자가살아있다는건행복

한일입니다저자와얘기하다보면의외의창

조적인논의들도나옵니다자기는그런식으로

생각안했는데그렇게생각할수도있겠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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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독자의입장에서당신책을이렇게받아들였다

고하면그런생각도가능하겠다든지그런이야

기가저는오히려더재미있습니다필자랑이

메일로주고받은이야기들을묶어내면하나의

책이될수도있겠다싶은때도있죠결국은역

자가원텍스트를둘러싼문화전반에대해서

얼마나풍부한이해를하는가가좋은번역의관

건입니다기본적으로공감이있어야하고지식

도있어야하고공도들여야합니다가독성도

있어야죠충실성은말할것도없고요

제주위에서가끔역주를그렇게까지붙

일필요가있느냐는말들을합니다학술번역에

서는역주가많을수록충실하다고일반적으로

얘기하는데역주가많으면사실상가독성은떨

어지는것아닙니까제경우에는개인적인관

심때문에늘어나는경우가있어요저는굉장히

흥미롭게판단해천착하고다른문헌들을뒤져

가면서나름대로한페이지가까이역주를붙여

놨는데독자입장에서보면본문에서얘기하는

논지랑크게관련이없는데뭘그렇게길게썼

느냐고할수도있거든요

황현산 제경우에는오랫동안직역을해야된다고주장

해왔고실제로거의늘직역을하는편입니다

다른말로하자면lsquo원문중심주의rsquo입니다저는

번역을해야할이유가바로거기에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우리언어가갖고있는것은세계모든

사람들이발견하고만들어낸표현에비하면극

히제한된것입니다다른언어로만들어진생각

들을우리언어가갖고있는역량으로감당못

하는부분이반드시있습니다그런데이것을부

족한언어로적당히구겨넣으려고하다보면

늘우리가정말로번역해야할부분을번역못

하게됩니다최초의목적에위배되는결과가나

오는것입니다

그래서직역해야한다는것은우리언어

가가진모든역량을총동원해야한다어떤의

미에서는확장까지시도해야한다는뜻으로이

해해주셨으면좋겠습니다이렇게번역을함으

로써결국우리말에새로운개념을표현해담을

길을만들기도하는것입니다가독성이라고하

는문제도우선그글이매끄럽게읽히느냐안

읽히느냐로판단할것이아니라우리말자체를

얼마나가독성있는언어로빚어나가느냐하는

문제로인식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윤지관 개인적으로좋은번역은하나라고봅니다의역

으로지칭하든직역으로지칭하든그것이제대

로된번역이라고한다면그둘의이상적인조

합이성취될수있다고봅니다그것은모국어의

새로운발견이될수도있고외국어에대한새

로운해석이될수도있습니다그런데임선생

처럼번역할작품을자기가선택하고연구하고

공부하는자세로주석을달며충실하게전달하

려고애쓰는번역자만있다면걱정할필요가없

겠지요현실은그렇지않습니다번역은lsquo허섭

한일rsquo이라는평을받는만큼이나아무나할수

있다고생각하고언어만어느정도알면할수

있다는식으로생각하는게문제입니다

번역문화에대해서얘기해보면외국의소개할

만한작품을연구자나전공자가정해서하는경

우도있겠지만우선적으로는출판사의상업적

판단에따라번역의대상이선별되는것이현

실입니다그러다보니차후의문화적인발전을

위해서의당이뤄져야할번역은배제되고오

히려엉뚱한것들이대거소개되는현상도있

습니다

요즘한류를따라우리문학이일본에많

이나갔다는식으로얘기하지만실은일본문학

이우리나라에소개되고있는양이훨씬더엄청

나서외국문학번역시장을거의장악하다시피

하고있습니다긍정적인의미도있겠지만일본

문학이갖고있는대중성이나피상성에우리독

자가상당히매혹된다는얘기가되기도합니다

그걸출판사나번역자들이부추기고있는것이

죠그런식으로일본문학이대거소개되고시장

을점령하는것이바람직한가하는것도번역을

둘러싸고고민할지점의하나라고생각합니다

문화의 번역 무엇을 번역할 것인가

황현산 우리가무엇을번역해야하는가하는문제로넘

어왔습니다일본문학작품의대량유입을이야

기했지만실은《해리포터》처럼우리시장에서

더큰비중을차지하는서구의대중소설도많

습니다같은대중소설이번역돼도서구의것

이번역될때는염려의관심에서비껴나지만일

본의것이소개되면어김없이비판이뒤따릅니

다서구대중소설이유행하면하나의경향이라

고생각하고일본대중소설이번역될때에는하

나의왜곡이라고보는듯합니다이것은무엇을

번역해야할것인가번역의주체성과연계를할

수있을것같습니다물론제진단이정확할지는

자신없습니다이문제와관련하여서구에대해

서일본에대해서혹은제3세계에대해서어떤

태도를가질것인가말씀해주셨으면합니다

임성모 일본얘기가나온김에말씀드리면두명의무

라카미가한국의소설시장을휩쓸고있죠수업

시간에물어보면대학생들이그들의소설한권

씩은대개읽어봤습니다물론하나의유행이나

패션으로일본문학들을보고있다는느낌도있

습니다

소설보다영향력이더큰건만화일겁니

다일본만화에대해한국사회는폭력적이고선

정적이고가학적이라는이미지를갖고있습니다

물론그런측면이있습니다만그것이유독일본

만화만의것은아닌데일본만화하면그런도식

이성립하는겁니다《20세기소년》이나《바람

계곡의나우시카》처럼수준높은에콜로지를담

고있는만화도얼마든지있습니다나름대로보

편적인사유를하는데도움이되는작품들까지

한꺼번에매도하는경향이없지않습니다특히

만화에서그런점이두드러지죠

황현산 일본만화를보면굉장히놀랍습니다우리집여

자들이일본만화를한아름씩갖고와서보기때

문에가끔옆에서어깨너머로들여다봅니다

우선만화에나오는축적된지식의양에놀랍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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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다어떤만화는프랑스포도주에대해서얘기하

고있습니다포도주에관해처음부터끝까지모

든것이거기있습니다어떤만화엔시인아폴

리네르에대한이야기가언급되어있더군요제

가명색이아폴리네르로박사학위를받은사람

인데제가모르는이야기가거기에있어정말로

깜짝놀랐습니다축적된지식의양이엄청납니

다그것들을일본대중문학들이굉장히잘쓰고

이용하고있다는생각도듭니다저는오히려일

본만화가더본류고일본소설들이만화를참조

하고있는건아닐까하는생각까지합니다

무라카미하루키의《노르웨이의숲(상실

의시대)》이라는작품의경우저같이서양문학

을한사람들은작품을읽으면금방세작가를

골라냅니다피츠제럴드토마스만네르발그

런데어쩌면그셋을그렇게잘용해시키고활용

해서말하자면새로운lsquo인터페이스rsquo를잘만들

어냈을까싶습니다최근에는장이머우의영화

를보면서도그런생각을했습니다서구의상

징주의표현주의문학이만들어놓은미학들의

결과들을저렇게잘사용하고있구나이것들도

넓게보면번역행위에해당하는것이겠죠

윤지관 중국이나일본의만화나소설이라서일률적으

로배척하는태도는바람직하지않고변별이필

요합니다그러나일단우리속으로들어왔을때

에는반성적으로나비평적으로보는것이필요

하다는얘기였습니다일본과중국이서양을버

무리는기술이탁월하다는말씀을하셨는데번

역을잘해내는사례로볼수도있겠습니다한

편생각하면번역에서불가피한부분일수도

있지만서양을잘조합해내는기술차원에서의

번역에한정돼서는곤란하다고봅니다하루키

등이서양에잘먹히는이유중하나가그들에

게익숙하게버무려냈다는점인데말하자면일

본색을드러내되서양구미에맞게끔번역해냅

니다그런데그것이번역의바람직한방향이겠

는가이점은짚어봐야합니다

황현산 일본사람들스스로는그점에대해서어떻게

생각하는지궁금하군요

임성모 거기까지는잘모르겠습니다만이런점은분명

히있습니다이를테면lt공각기동대gt가lt매트릭

스gt에영향을미쳤다아시아는항상서양으로

부터뭘받아왔는데자기들이할리우드에영향

을미치지않았느냐하는자부심같은것은일

본오타쿠세대가갖고있는공통점중하나라

고생각합니다사실lt공각기동대gt를보고lt매트

릭스gt의한장면을떠올릴수는있지만갖고있

는스토리라인은전혀다르잖아요철학적인것

은lt매트릭스gt가더뛰어나죠일종의문화번역

이이뤄지면서서로의장점들을얼마나갖고오

고자기장점으로만들어가는가가중요하겠죠

일본사회에서는기본적으로서양을기

준으로삼고사고와작업을해나가는것이일

반적경향인것같습니다그런것들이글로벌

스탠더드에맞는다는거죠그로인해서양과의

관계에서는생산적인결과를얻고있는지몰라

도아시아와의관계에서는오히려반대가되고

있는측면이있습니다우리가지금그걸닮아가

임성모

-

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직한작업입니다

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모르면나아갈수없습니다

27 2007 | spring

2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는것은아닌가싶네요

윤지관 무엇인가를주체적으로하자말은하기쉽습니

다만과연그lsquo주체적rsquo이란게뭐냐라고하면쉽

지않죠일본이나중국에대한제대로된관심

도필요한데일본이나중국의어떤부분을번역

할것인가는고민이더필요한부분입니다아울

러일본이나중국뿐아니라아시아의다른나라

어떻게보면작은나라들에서형성된문화에대

해우리가번역을통해좀더알아보고접할필요

가있지않겠습니까

세계화라고하면미국중심서양중심

혹은서양화가빨리된일본등으로연상이이

어집니다만그런세계체제에서좀떨어져있거

나오히려전통적생활문화와언어문화를간직

하고있는나라들과의교류가필요합니다그런

관점에서문학에있어서새로운세계문학의구

성을모색해야하고우리의번역도그런세계로

좀더열려있어야하겠습니다

황현산 우리문화에서서구편향성이지적되고그것과

관련되어주체성이야기가나오는데저는어떤

관점에서보면서구에대한편향자체가주체성

을강화하려는시도와연결되어있는것이아닌

가하는생각을합니다지극히강한지배적인

문화와이념의틀과자기를동일시하려는시도

아닐까하는것이죠현실적으로널리통용되는

이성과논리로써자기설명을하려고하는그래

서자기주체성을보편적주체성으로보이게하

려는시도아니겠는가말입니다서구편향으로

우리를끌고가는바로그힘이결국은보수우

익민족주의로이끌기도합니다

한편서양문학작품을어떻게든정확하게

번역하려고하는노력에대한비난도있습니다

그것자체가서구편향이라든지서구원문만을

너무정본으로생각한다든지하는비난이죠그

러나저는오히려바로그것을뿌리부터번역하

려고함으로써어떤의미에서는내주체성에대

해서더생각하고내주체성의깊은곳으로내

려갈수있는것아닌가생각합니다서구에도

겉으로보이는서구가있고드러나보이지않는

심층의서구가있습니다서구의심층을건드리

려면더충실하고명확하게알아야합니다이

해되기쉬운서구명확하고보편적인것으로만

보이는서구가아니라그밑에있는무의식의

서구괴물로서의서구에도달해야하는것아닌

가합니다

윤지관 아까말씀하신직역얘기와통하는것같군요

제가아까좋은번역은하나라고했지만어느

쪽에역점을두느냐의문제는남습니다서양

의고전적작품에대해서는저도lsquo충실하게rsquo가

번역의우선이라고생각합니다그문화의핵심

그사회의근저에까지도달하려면그언어를될

수있으면충실하게설령그외국투가많이남

아좀어색하고가독성의문제를야기할지언정

충실하게옮겨야만그것을통해어떤새로운인

식을얻거나서구의요소들을제대로통찰하게

하는일들이가능하리라고봅니다따라서고전

적인작품에대해서는너무자연스럽기만하기

보다번역투가있는것도괜찮다고봅니다물론

장르에따라다르겠지요어떤장르에서는문학

의창조적인성취보다정확성이필요할수도있

고또다른경우에는좀더잘읽히는방식의선

택이필요할것입니다이역시쉽지는않은문

제입니다예컨대미국에서는미국말로잘읽히

는번역을선호합니다제3세계작품을번역할

때어색한건될수있으면없애려고합니다그

래서미국화시켜서한다거나아니면아예신비

화시켜서이를테면아랍의현실을번역할때구

체적인현실을그대로묘사하지않고좀신비적

으로처리해번역해버리는성향이있다는비판

을하는미국번역학자도있습니다

임성모 번역이지나치게서구나일본중심으로이루어

지는것은사실입니다최근에는중국까지포함

해서요아시아를이야기하더라도동아시아위

주로얘기됩니다동남아시아등은관심권에서

멀리있습니다lsquo아세안+3rsquo식으로얘기하고있

지만사실은거꾸로되어있죠한국의인식속

에서는lsquo3+아세안rsquo이죠아시아의다른권역의

역사나문학전문가를불러서이야기를듣고싶

어도손으로꼽아야할형편입니다너무불균형

적입니다아시아우리주변이라고얘기하면서

도한국사회스스로강자의논리를따르고있

습니다번역도기본적으로강자의논리거든요

우리스스로아시아에서도동아시아로제한하

는데는앞서간일본이나강국으로부상하는중

국과우리를동일시하려는욕구가작용하고있

을것입니다약자에대한시선이없습니다70

80년대에아랍문학이소개될때는그래도긍정

적측면이있었는데오히려지금은그때만못합

니다소수에대한시선이번역텍스트를선정할

때필요합니다그리고번역의주체성을이야기

하자면번역의방향도이야기해야합니다번역

의방향이일방향적입니다물론번역되어나가

는것이없지는않습니다하지만대개저들의

필요에의해서갖고가는것이고그러다보니

상당히제한적일수밖에없습니다

강자의 논리와 쌍방향적 번역

황현산 최근에장이머우감독의lt천리주단기gt를봤습

니다관운장이조조한테몸붙이고있다가유비

한테복귀하는상황을다루는경극을소재로하

고있습니다주인공은일본사람입니다텔레

비전PD였던아들이lt천리주단기gt공연장면을

찍으려고했으나못찍고병들어죽어가요아

버지가병문안을가도아들이만나주지않을만

큼부자간이좋지않습니다아버지가화해하는

방법으로아들대신그장면을찍으러중국으로

갑니다결국아들이죽은다음에찍어옵니다

거기에서보면늙은아버지가중국어를

전혀모르기때문에겪어야하는고통도있고

거기서소통이안되는아들과의관계도나오고

경극의주연배우와그아들의관계도나옵니

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중국밑에또다른중

국이있습니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일본밑에

또다른일본이있습니다번역이나소통은결

국타자를어떻게우리한테받아들이느냐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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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리가그렇게되고자하는그주체아니겠습니까

타자는강자아래에있고강자들에의해가려

져있는쪽입니다그래서우리가번역을할때

는좀공격적으로해야한다고봅니다말하자면

기존의언어와상식에충격을주고그것을거스

르는번역이어야한다는말입니다윤선생께서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서큰고민을해야할부

분일것입니다서양것을우리말로번역하는것

은이미말씀하신대로상당한수준에서이뤄지

고있습니다우리것을서양말로번역할때에는

늘그쪽에맞추지않으면안될것같은염려가

있어왔습니다그러나오히려이문제도공격적

으로태도를바꿔야하는것아닌가합니다

현재우리한국문학작품을외국어로번

역할때대개한국사람이번역하고외국사람이

윤문하는방식으로하는데저는이방식이번역

의가장나쁜형태라고생각합니다한국사람이

번역을하게되면서툰외국어표현들이나오게

될것입니다그러나그노력속에는한국말에

있는어떤고유한특징을담으려는의도도있

을것입니다그런데그외국어를모국어로하는

번역파트너가이걸전부다스려서윤문하면상

투적인표현밖에남지않습니다결국읽어도좋

고안읽어도좋을진부한것이돼버립니다그

러면상대방이받아들일때는술술읽히기는하

되왜한국은상투적인언어밖에못하는가이

런생각을하게됩니다

적어도우리번역이의미있는기능을하

고우리문학작품이그사람들에게각인되게하

기위해서는우선일반적으로수용되도록하

는것에만초점을맞추지말고적어도거기에

서충격을주도록번역해야옳지않은가합니다

그래서공격적인번역이필요하다는겁니다일

본어로작품을쓰는이회성선생이한수필에서

이런말을하더군요한국어를직역한일본어로

가령일본에없는한국욕도한국말그대로를

일본어로옮겨놓으니새로운표현이얻어지더

라는겁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현재27개언어로번역

을해내보내고있는데거기에는서구어뿐아니

라아시아권남미권까지다양한언어가포함됩

니다지금취하고있는방식은황선생께서말

씀하신것처럼한국인번역자와외국인번역자

가파트너가되어서번역하는시스템입니다황

선생께서우려하는그런폐해가생겨날수있습

니다상대언어기준으로문맥을자연스럽게만

드느냐아니면오히려외국적이질성까지드러

내느냐의선택문제인데중요한것은우리언

어의성취를살리는데있겠죠외국인으로서우

리말의성취를온전히이해할수있는번역자가

있다면해결되는데그렇지않을때는외국인번

역자와한국인번역자가짝을이뤄소통해나가

면서협업해갈수밖에없습니다

일본의경우일본작품을자기언어로번

역할만한수준있는외국인번역자가많이포진

하고있습니다일본에대한전반적이해도깊고

전공자도많고그런역사도오래됐습니다한

국은그런면에서많이뒤처져있습니다일본은

를어떻게이해하고안고lsquo환대rsquo하는가입니다

그영화를보다가결국나도내아들과의관계를

생각하게되더군요그런식으로내가모르고있

었던내안의타자와도만나게되는것입니다

윤지관 의미가있는말입니다그런데번역이타자를

받아들이는데꼭환대해야하는가는다른문제

인것같습니다조금경계할수도있겠지요타

자의부분에대해서는제가맡고있는일이꼭

그래서가아니라번역에서중요한문제기때문

에얘기를드리겠습니다임선생께서아까얘기

하신쌍방향적인번역의문제입니다우리가번

역하고있는상대는우리한테타자지만우리가

또상대방에게는타자거든요우리의것들이어

떤식으로번역이되는가도번역에서상당히중

요한주제입니다기본적으로외국의타자를우

리속으로번역하는것은이미긴역사를갖고

있고여러모로발전도해왔습니다전반적인번

역문화라고해도좋을학문이라고해도좋을

아주깊은사회적인의미까지띠게됐습니다

그에비하면우리가도달한성취가타자

속으로번역된건비교가안될정도로미미합

니다왜이런현상이생겼을까하면기본적으

로번역이역시강자의논리를따른다는점이

하나있습니다일본이서구에번역된것에비하

면한국은매우미흡한수준입니다그런점에서

우리가도달한언어적혹은문화적성취를번역

해내는일도좀더큰사회적의제로다루어져야

하지않나싶습니다세계화와도관련되는문제

인데이런얘기를좀나누어보았으면합니다

황현산 강자의논리라고할때그강자는주체혹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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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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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

Page 2: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1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때문에오히려그것을외면하려는경향도있는

것이아닌가싶습니다

임성모 제경우에도학문하는동료들중에더러lsquo이제

자리를잡았으면번역은그만두지그러냐rsquo라는

식의농담아닌농담을하는사람들이있습니다

번역에는창의성이필요없는것처럼생각하는

거죠번역은해석작업인동시에또다른창작

인데도말입니다같이학문적작업을하고있다

는게비참하다는생각이들기도하지요그만큼

번역을lsquo허섭한rsquo일로치부하는경향이있습니다

황현산 임성모선생께서는일본에서공부를하셨고일

본의번역특히근대화시기의번역에관해서

큰관심을갖고계신걸로압니다일본에서는

번역에대해어떻게생각하는지상세하게말씀

해주시면좋겠습니다

임성모 일본의경우를말하기전에유럽에서계몽사상

시기이후아시아에대한번역작업이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이때의번역은기본적으로lsquo제

국의번역rsquo이라고하겠습니다지배를하기위

해서는그만큼알아야하니까요

일본의근대화과정에서나타난번역작

업은이런제국에대항하는lsquo반제국의번역rsquo으로

출발했습니다구체적으로는lsquo만국공법rsquo의번역

작업이그예가되겠죠국제법체제에진입하기

위해기본적인용어나개념에대해알아야했던

것이죠중국에서번역된만국공법을일본식으

로읽고다시일본어로번역하는작업을동아시

아3국중에서가장집요하게했던배경에그런

반제국의논리가있었다고봅니다하지만결과

적으로그것은또다른제국의번역으로나아가

는과정이되고말았죠일본의경우국가차원

에서이런번역작업을추진했다는것이특이한

점이고메이지유신이성공할수있었던가장큰

요인으로꼽히기도합니다가령후쿠자와유키

치는내무성제도를만드는과정에서미국백과

사전의lsquoPolicersquo항목을번역하면서경찰제도

의기본틀을만들게됩니다1급지식인들이구

체적인번역작업들을한것입니다

이렇게국가가번역에개입한다는것에는

긍정적측면도있고부정적측면도있겠습니다

만번역작업에대해상당한가치를부여하며중

시했다는입증으로삼을수있을것입니다한국

현실에서번역작업이부수적인것으로치부되

어온것에비하면상당히달랐던거죠

윤지관 임선생께서번역한《번역과일본의근대》가학

계와번역계의관심을끌었죠저도흥미롭게

읽었습니다메이지유신이성공한데는번역에

대한국가적인식이랄까그런관심과지원이기

본동력으로작용했던것같습니다그런점에서

본다면서구적인의미의근대화는문학이든법

제도든서구를번역함으로써이루어진lsquo번역된

근대rsquo의속성을갖습니다일본은그과정에적

극적으로대처해먼저개방을했고번역을통해

그쪽의언어나제도나습속을자기화하는데성

공한케이스라고볼수있습니다

한국도마찬가지로서구와접하긴했지

만일본이라는아시아의이웃을거쳐서였고결

국일본이라는번역된서구를번역하는lsquo이중번

역rsquo의속성을갖게되었습니다그런점에서이

런저런특성과왜곡이생겨났던것같습니다

보편어는 보편 타당한가

황현산 우리근대학문의수많은용어들이초기에는일

본어를통해서만들어졌죠표현법들도그렇고

요최근일본식한자나표현을배척하는경향이

두드러지고있는데일본식한자어를다골라내

면남는게뭐가있을까하는생각도듭니다

하지만서양의경우를봐도프랑스어다

르고영어다르고독일어다르지만학술용어들

은대개다비슷하고그리스어라틴어를어원

으로하는단어나추상개념어휘들은거의비슷

하지않습니까그것이서양의보편성을형성하

는하나의기축이되고있다고봅니다

우리도그런관점으로바라볼수있지않

을까요저는서양문명을받아들이기위해일본

사람들이만든한자용어들이단지일본사람들만

의문화라고는보지않습니다한자문화권의작

품이죠그리고한중일이과연달라야하는이유

가있을까요오히려그것이같음으로써한자문

화권의보편성을만들어내는것이아닐까요

번역문제와약간비껴있는여담이지만

최근에는세계화와관련해영어가모든언어를

압도하고있는가운데학문자체를자국어가아

닌영어로하려는경향도나타나고있습니다고

려대학교같은경우에는거의모든강의를영어

로하도록하고있습니다어떤세계어랄까보편

어를상정하는이런경향에대해서는어떻게생

13 2007 | spring

1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각하십니까

윤지관 보편어를상정하는역사는오래됐습니다바벨

탑의신화가그것을상징하고있지요하나의보

편어가있었는데조각나서소통이어렵게됐다

는것입니다만실상개별화한언어를통해각

민족문화가성취되었습니다언어는기본적으

로민족단위로형성되어있고그를토대로문

화나삶이형성되고창조와성찰이나옵니다

보편어라는것이꿈으로가져볼수는있는것이

겠지만실현되기는힘듭니다지금영어가그런

역할을할수있다고주장할수도있겠지만상

업적인교류나기본적생활의사소통의도구로

써는몰라도각민족어를토대로형성되고축적

되는문화와삶과창조와성찰의다양성과깊이

를다떠안을수는없습니다

임성모 요즘lsquo동아시아rsquo가자주거론됩니다학술대회

도그런테마로열리는경우가많습니다lsquo동아

시아의법과제도rsquo하는식으로요그러면한중

일학자들이모여서말하게되는데이때어떤언

어로얘기할것인가가문제가됩니다자국어로

해서통역을거치면시간도걸리고오류도있을

수있으니까영어로하자고합니다동아시아에

서미국이갖는위치가언어상으로드러나는순

간이죠한중일3국간의관계는수평적인관계

라기보다한국과미국중국과미국일본과미

국의수직적인관계가서로맞물려있는구조입

니다아무튼지금말씀하신보편어로서영어를

사용한다는아이디어는제가보기에는실패였

습니다어설픈영어로는되지않는부분이많고

결국통역을거치는것만못하게되니까요

이에반해lsquo아리안프로젝트rsquo였던가요유

럽통합과정에서유럽연합각국의문화적자산

을다른나라의언어로번역하는프로젝트가있

죠각국의민족문화로부터최근의텍스트까지

중요한문화유산들을다른언어로소개하는것

을유럽문화통합의핵심과제로설정하고있다

는것이인상적이었습니다그것도영어나프랑

스어등의지배적인언어혹은보편어로가자는

발상이아니고각국의민족문화와언어를살려

내자는것입니다제가보기에는이와같은것이

번역의이념에부합하는방식입니다회의자체

도통역을통해이루어지고통번역예산도엄청

난수준이었습니다아리안프로젝트의예산규

모만약천만유로입니다

여기에비춰본다면지금영어로단일화

하겠다는발상은매우폭력적일뿐만아니라실

효성도없는게아닌가싶습니다소위지성의

본산인대학에서이런일을나서서한다는것은

더욱말이안됩니다일본에서도물론영어의

중요성이한국못지않게강조되고있지만정부

가나서고대학까지동조해한방향으로밀어붙

이는양상은나타나지않고있습니다

황현산 저는고려대영어강의논란의현장에있었던사

람입니다흔히강의를영어로하라고할때많

은사람들이우려하는것은우선교수가훌륭한

영어를쓸수있는가또영어로만강의해서학

생들에게학술내용을충분히전달할수있나하

는이런문제들입니다

하지만정말중요한건모든학문이영어로이

뤄지면한국말의운명이어떻게될것인가하는

점이라고생각합니다조선시대처럼한국말을

lsquo언문rsquo의위치로격하해일상어생활의소통어

정도로만쓰자는것일까요저는오히려학문이

감당해야할가장중요한역할가운데하나가

자국어에학술적과학적깊이를주는일이라고

생각합니다자국어를풍부하고깊게만들어그

럼으로써더깊은사유를할수있는공간으로

만들어가는것이학문의중요한목적중하나가

아니겠습니까

그런의미에서도번역은중요합니다가

령영어로lsquodemocracyrsquo라고말하는것과그것

을lsquo민주주의rsquo라고번역해서이해하는것사이

에는상당한차이가있습니다우리의식에미치

는영향도크죠영어로된작품을영어로바로

읽을때와우리말로번역해서읽을때어떤차

이가있지않습니까윤선생님

윤지관 외국문학을하다보면번역으로읽는것이무슨

못할짓을하는것같아서실력이딸리면서도

울며겨자먹는격으로원서를고집하기도합니

다만역시원어로읽을때와번역으로읽을때

는느낌이다릅니다

우선언어의특성이나통사방식이다른

데서오는느낌의차이가있습니다원어의경우

는외국성이낯설게다가옵니다한편오리지널

이갖고있는자기정합성을미흡하지만느끼게

되는데이것이원서를보는감흥이라고할수

있을것입니다번역된것을읽을때는다릅니

다본질적으로문화의차이가있기때문이지만

15 2007 | spring

1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번역의질적인수준에따라서상황이많이달라

집니다원서를충실하게번역하지못한번역서

를읽을때는원저의내용이나수준이나인식

을이해한다는것이상당히어려워지게됩니다

그런데우리번역서의대다수가그런형편입니

다그러나잘번역된책의경우한국인이한국

어로읽는다는면에서원서를읽는것과는다른

훨씬독특하고의미있는체험을할기회가된

다고봅니다

저의경우그동안재미없는이론서만번

역해오다가최근처음으로제인오스틴의작품

을두어편번역해서내놓으면서실감한바있

습니다lsquo고전적인외국작품을옮길때는어떻

게해야하는가rsquo하는문제죠제인오스틴이도

달한자기시대의언어적성취를우리가접하기

위해서는기본적으로그원작에충실한번역을

하는것이가장우선된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주체적 언어 수용과 중역

황현산 임성모선생은일본어번역을주로하셨지만

서양언어에관해서도조예가깊은것으로압니

다그리고우리언어와형질상가장가까운언

어를번역하는과정에서경험이독특하리라생

각합니다만

임성모 제이름으로번역한건1997년부터지만실제

로는80년대부터이미번역을해왔습니다80

년대사회과학서들의대부분이자기이름을감

춘대학원생들의번역작품이었죠그사회과학

서들을지금보면웃음이나옵니다정말번역

이아닌거죠그가운데제작품도있습니다

최근어떤분이영어유럽어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돌리면정확성이낮은데일본어

는90에육박하는말을하더군요한국어낱말

과일본어낱말이거의1대1대응을이루기때문

이죠그때문에일본어번역은쉽다고들판단합

니다그래서번역료도일본어가가장쌉니다

하지만저는일본어를하면할수록어렵

고낯설다는생각이더많이듭니다미묘한뉘

앙스까지살려낼수있는번역은깊이알아갈수

록더힘들어집니다물론저는제대로된번역

가라기보다는번역의혜택을보는독자에가깝

습니다저는프랑스어나독일어책을직접못

읽기때문에일본어나우리말번역서영역된

책을다시우리말로번역한책들을통해서많이

봅니다번역서의미덕은기본적으로lsquo속도rsquo에

있습니다빨리읽을수있다는거죠아무리부

정확하고왜곡된번역서라고하더라도물론읽

다가집어던지고싶은책도있겠습니다만부족

한대로정보를제공하고그것을단초로제생

각을전개할수있게해줍니다

아까윤선생께서lsquo번역된근대rsquo를언급하

셨지만제가번역한《번역과일본의근대》의역

자후기에한국의근대는lsquo3중번역된근대rsquo라고

썼습니다그것은두가지의미입니다하나는

구미로부터의직수입번역그리고일본을거쳐

서들어오는것그다음에중국의영향을받아

서들어오는번역이렇게번역의루트가세가

지였다는게그하나입니다또하나는그것들

이서로중첩되어있다는것입니다기본적으로

일본어가핵심에있었습니다일본어가한역(漢

譯)을수입합니다이미17세기경부터유럽선

교사들이중국에와서현지인들과공동작업한

역어들이있었고이를에도시대에받아들였는

데중국에서는소멸한그역어들을다시살려내

는작업을일본이근대초기에합니다온전히

일본의것이라고할수없는개념어들이죠유럽

어를번역해서일본어로만들고중국어역어를

자기것으로만든일본어를통해한국의근대가

큰영향을받았습니다

한국사회에서일본어는계속갖고갈수

밖에없는멍에입니다다만그것을자각하느냐

못하느냐어디까지를자각하느냐에따라서극

복의길이달라질것입니다단순히버리는것이

민족성을강화한다고생각하지는않습니다얼

마나자기것으로만드느냐가중요합니다

연결이되는지는모르겠습니다만1880

년대에나카에초민이라고하는메이지정부에

반대했던자유민권운동사상가가루소의《사회

계약론》을번역하면서한자텍스트로번역합니

다일본어가아니라한문으로말입니다그건

독자를동아시아인들로상정한거죠중국과조

선의독자들도읽을수있도록말입니다일국

주의틀을벗어난사상가였다는생각이듭니다

그럴때의고전한문에는사실지금의보편어개

념이있는것입니다일본어다중국어다하면서

국가의틀로가둔다면우리또한일국주의사고

를하고있는것아니겠는가합니다일본어를

버리는것이한국적근대를살리는작업은아니

고오히려찌든때처럼배어있는것을자각하

면서근대의기원을추적해나가고거기서어떤

과거의연관성들을살리는작업이훨씬더건설

적이지않나싶습니다

윤지관 임선생께서하신말씀에많은부분동의합니다

일본적인것혹은일본어로번역된서구를배격

한다는차원으로과거를다뤄서는문제가해결

되지않습니다변별해가면서우리근대의기원

을찾아나가는것이중요하다는생각이듭니다

우리가쓰고있는우리에게없었다가근

대에개발된학문적용어와개념들의경우에는

일본어번역에의존했습니다우리가7080년

대그토록부르짖었던lsquo자유rsquo라는말만해도일

본에서메이지때번역되어나온것아닌가요

많은부분에서기본을이루는개념들이일본어

를통해서들어온것인데어떻게다걷어낼수

있겠습니까선별이이뤄져야지요긍정적인것

은일본이서구를일본어뿐만아니라한자어혹

은아시아적인개념을갖는번역을해냈다는것

입니다반면한국과중국을정복대상으로인식

하는등의지극히일본적인상황에서해낸번역

도많이있고이런것역시번역에묻어우리속

에이미들어와있습니다서구를우리가직접

일본을통하지않고직접번역한다고해도마찬

가지문제가발생할수있습니다번역을통해서

우리언어가개발되고개척되는면도있기때문

에일국주의나민족주의는경계하더라도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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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적인번역의태도를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

할것입니다

임성모 일본에서는최근서양의학술용어들을그냥가

타카나로풀어서쓰는예가점점늘고있습니다

한편으로는번역할수없는걸무리하게번역해

서나타나는폐해보다는원어를드러내는방식

도괜찮다는생각이들면서도또한편으로는아

쉬운생각도듭니다일본의근대초기지식인들

이왜그것을한자어로바꾸려고노력했겠습니

까그것이주체주체적언어수용의문제라고

생각합니다잘아시다시피중국도그런작업들

을잘하고있습니다오히려요즘일본학자들이

그런점에서무뎌지고비주체적으로흘러가고

있습니다

좀다른맥락의얘기지만번역의주체성

과관련해서는중역의문제도있다고봅니다한

국사회에서는오리지널의우위성을유난히강

조하는측면이있습니다최근까지중역이상당

동안지속되어왔고지금도드러내지않고있을

뿐이루어지고있습니다물론오리지널을보지

만일본어역이나중국어역을참조하는것이죠

오리지널과한국어번역과의1대1관계가가장

중요하다고하는가치판단자체는문제가있다

는생각이듭니다오히려중역이더좋은경우

도있거든요제경우만보더라도어떤건프랑

스어를번역했다는데대체무슨이야기를하는

지이해가안되는사례가있었습니다그런데

일본어를번역한걸보면오히려이해가더잘

되는겁니다물론일본어와한국어와의관계때

문에단어와통사방식이낯설지않은데서기

인하는부분도있겠지만일본어역이더좋고공

들인거라면왜굳이오리지널번역만높이평

가하고중역은낮게평가해야하나하는생각도

듭니다

황현산 좀다른예도있겠습니다제경우에는서구의

언어에서번역한이론서는쉽게읽히지만일본

어에서번역된것중역된것이아니라일본이론

을우리말로옮겼을경우오히려서구언어에서

번역했을때보다잘읽히지않습니다서양언

어를우리말로번역할때는대개직접적의미를

파악하고뉘앙스를분석적으로이해한다음우

리의정서로번안해내는데비해일본어번역을

할때는일본어뉘앙스까지그대로옮겨오려하

거나일본어의뉘앙스와한국어의뉘앙스를혼

동하는가운데오히려우리말답지않고우리정

서에안맞는말로번역되는건아닌가싶었습

니다

윤지관 일본어중역이허용된다고하더라도먼저나온

번역의참조차원에서나언어와문화의차이를

고려하는등의합당한의식을갖고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역사적으로본다면일제시대에는

외국문학작품을거의중역으로읽었고해방이

후에도상당기간일본에서번역된세계문학을

다시우리가번역하는관행이있었습니다

제가몇년전국내번역작품의수준을상

당한규모로점검하는일을할기회가있었습니

다그때차라리중역된번역작품이더잘읽히

고새롭게번역했다는작품이오히려과거의중

황현산

-

자국어를풍부하고깊게만들어그럼으로써더깊은사유를할수있는공간으로

만들어가는것이학문의중요한목적중하나가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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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역된작품에비해훨씬수준이떨어지는경우도

봤습니다그런예를보더라도좋은일본어역이

있으면중역할때의이점이있을수있다는말

에부분적으로동의합니다하지만거기엔시대

적인문제가있다고생각합니다우리가외국작

품을직접번역하지않고일본을통해중역하던

시절에는그만한번역능력을갖춘번역가들이

없었던점도고려돼야합니다일본어가편하게

느껴지는세대의산물인거죠하지만지금은번

역에관심을갖고언어능력까지갖춘사람들이

나오고있기때문에그런사람들이원어에서직

접번역함으로써중역으로생겨난문제들그러

니까일본어투의문장과용어같은것이그대로

우리언어에스미는문제에서벗어날수있다고

봅니다이제는우리가좀더직접적으로다른언

어와대결해가면서우리언어화하는가운데우

리학문이나문학의번역이그자리를찾아가게

해야할것입니다

번역의 충실성과 우리 풍토

황현산 우리언어화해야한다는것이중요합니다처음

에불경이한역(漢譯)되면서불교의중요한개

념들이상당히많이오역됐다는이야기를들었

습니다한자가갖고있는힘때문에그렇게오

해된채로전승된것이많다는것입니다그래서

최근한국에는산스크리트나팔리어로된원시

경전을다시읽고해석하는움직임도있습니다

이것을다른관점에서보면불경이한문으로번

역될때한문에새로생성된이개념들이한문을

쓰는사람들의내면의식과만나그나름대로

새로운발전을해서한자문화권의불교라는새

로운생각의한체계를만들어냈다는관점도가

능합니다그러니까결국오역이든뭐든간에새

로운하나의생각이움트고발전하게하는그런

자료가되어온것이사실이라는말씀입니다

방금윤선생께서충실한번역에관한이

야기를했는데번역에서의충실성그자체를어

떻게정의할것인가하는문제가있습니다보통

번역을평가할때는충실성가독성대상텍스

트의가치즉번역할만한책인가등의항목으

로나눠서평가합니다그런데충실성과가독성

은어떤의미에서는배치되는측면도있습니다

충실성에대한문제를번역의중요성과함께결

부시켜서이야기해주시기바랍니다특히윤선

생께서영문학명작들의번역작품들을광범위

하게검토하신경험을좀소개해주시죠

윤지관 사실임선생말씀중에번역한다고하면뭔가

lsquo허섭한rsquo일을한다고여기는게문제라는지적

이있었는데번역이그렇다고한다면그번역

이잘되었는가못되었는가를따지는건더욱

더허섭한일이될것입니다제가슬프게도그

허섭한일에대한허섭한일을몇년에걸쳐서

했습니다(웃음)오래전부터생각을해오다가

2001년부터2003년까지본격적인작업을해

2004년에결과물을내고2005년에창비에서

책으로연구의일부를발표했습니다영미고전

이그동안우리나라에상당히영향력을발휘하

며학교에서도읽히고대중한테도인기가있어

왔음에도불구하고그번역수준에대해서는띄

엄띄엄얘기해왔을뿐한번도제대로평가한적

이없습니다예컨대대학영문학과에서《테스》

를가르치면당연히학생들은원서로읽을것을

요구받죠그런데어디서다번역본을구해옵니

다번역본이여러종때로는수십종나와있거

든요그런데그중어떤것을봐야할지학생들

도모르고선생들도일일이대조해보기전에는

추천할수도없는상황에처해있어서강단에서

도그런평가작업의필요성을느끼게됐습니다

그래서36편의고전을추리고해방이후

2003년까지출간된모든번역본을조사했습니

다그가운데는중복번역이나표절된것도포

함됐는데다합치면1000권정도역자단위로

보면600권정도되는것을일일이대조검토

해서평점을매겼습니다여러모로힘든일이었

습니다특히과거에번역한선배들한테미안하

기도하고곤혹스러운일도있었지만영문학을

하는사람들의책무라고봤습니다

결과는스스로도놀라웠습니다충실성과

가독성을상당히많이살려원작을대체해읽을

만한번역서라고평가할수있는것이전체의

10밖에안됐습니다셰익스피어등은전문가

가해서나았지만《테스》나《허클베리핀》등널

리읽히는소설작품만따졌을때전체6정도

만제대로된것이었습니다나머지는추천하기

힘든결과가나왔습니다종별로제대로된것이

한권씩이나마있으면했는데그렇지도못했습

니다유명소설의경우한편정도있는게전체

3분의2정도3분의1은한편도없었습니다헤

밍웨이의《노인과바다》라든가《무기여잘있거

라》같은작품은30여종으로번역돼나왔지만

우리가평가하기로는그중한편도추천할것

이없을정도로번역의질이낮았습니다현재

우리전체번역문화나풍토나현실이겉으로는

굉장히풍성해보입니다만내용을알고보면풍

요속의빈곤이었던거죠

임성모 혹시검토하신것중에서같은번역자가몇년

만에다시번역한작품은없었나요

윤지관 드물지만있었습니다대부분은자기가처음했

던것을계속출판사를달리해서출판했고처음

번역이일본어번역에서중역된것을다른분들

이계속표절해가면서다른출판사를통해다른

이름으로내는경우가가장많았습니다전체검

토한것중60가표절이었습니다그럼에도아

무도문제를제기하지않는것을보면기본적으

로는자기도중역이었기때문이아닌가하는생

각이듭니다(웃음)

하여간몇몇분은자기번역을수정해나

갔는데그런분들은대개원래의번역도잘돼

있었습니다한편으로는번역풍토가열악한면

이있지만다른한편으로는젊은세대가다시

말해일본어를모르는세대가번역에가담하면

서좋은번역들이나오는긍정적인부분도발견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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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윤지관

-

번역을통해서우리언어가개발되고개척되는면도있기때문에일국주의나

민족주의는경계하더라도주체적인번역의태도는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할것입니다

모국어의 새로운 발견 외국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

황현산 읽을만한번역서가6미만이라는통계를들

으니참비참합니다판별의기준으로충실성과

가독성을꼽으셨다고했는데이둘은사실충

돌하게될가능성도있는부분입니다번역자가

어떤태도로번역할것인가하는이문제는번

역의가장핵심적인문제이기도합니다때로는

직역을할것인가의역을할것인가의문제로

때로는원전에목표를둘것인가소통에목표를

둘것인가등으로변신하면서줄기차게과제로

떠오릅니다가장해묵은문제면서도대답할수

는없는그런문제죠

윤지관 황선생께서최근에번역비평학회를창립하신

것으로아는데그런문제가바로번역비평의과

제가아니겠습니까

앞서말씀드린작업은영미문학연구회라

는조직에서소장영문학자40여명이모여서

했는데요그때의평가기준으로물론충실성과

가독성이가장큰범주였습니다하지만그때

했던작업은비평단계까지는가지않는아주

기초적인것이었습니다번역의1차적인수준만

본거죠크고작은오역이라든가원의를제대

로못살렸거나불성실하게엉터리로했거나이

런것을변별하는차원에서충실성과가독성을

따진것이죠예컨대세페이지에심각한오역이

하나나오는정도는추천범위안에넣었습니다

한페이지당심각한오역이하나이상나오면

추천에서제외했습니다그리고그런걸따질수

없을정도로너무나엉터리인것도있기때문에

여섯등급정도로나누었습니다황선생께서제

안하신번역비평은그렇게추천된책들을대상

으로나할수있을것입니다전반적인번역서들

의질은번역비평이라는이름을들이대기도부

끄러운형편이었습니다

황현산 임선생께서번역가로서의태도를경험과이론

을합쳐서말씀해주시면좋겠습니다

임성모 제가번역하는방식은여느전문번역가의그것

과좀다릅니다출판사에서제게의뢰를하는

경우도있지만제가제안을해서번역이이루어

지는예도많습니다제가재미있게생각한책

이있어서읽으며요점정리를하다가어느문단

은아예번역하는경우가있고그러다보면어

느새완역을하고있어요그렇게작업을개인적

으로하다가나중에출판사와교섭합니다

가장큰문제는이것같습니다일단텍스

트를둘러싼문화에대한이해가기본적으로있

어야뉘앙스를살려번역할수있다는것입니다

제가보기에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

직한작업입니다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

자기가모르면앞으로나아갈수없습니다이

해못하는것을번역할수는없으니까요논문은

건너뛰면그만이지만번역은막히는순간그것

이해결될때까지는컨베이어벨트전체가멈춰

버립니다그러면저자한테물어봐서라도해결

해야합니다그나마저자가살아있다는건행복

한일입니다저자와얘기하다보면의외의창

조적인논의들도나옵니다자기는그런식으로

생각안했는데그렇게생각할수도있겠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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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독자의입장에서당신책을이렇게받아들였다

고하면그런생각도가능하겠다든지그런이야

기가저는오히려더재미있습니다필자랑이

메일로주고받은이야기들을묶어내면하나의

책이될수도있겠다싶은때도있죠결국은역

자가원텍스트를둘러싼문화전반에대해서

얼마나풍부한이해를하는가가좋은번역의관

건입니다기본적으로공감이있어야하고지식

도있어야하고공도들여야합니다가독성도

있어야죠충실성은말할것도없고요

제주위에서가끔역주를그렇게까지붙

일필요가있느냐는말들을합니다학술번역에

서는역주가많을수록충실하다고일반적으로

얘기하는데역주가많으면사실상가독성은떨

어지는것아닙니까제경우에는개인적인관

심때문에늘어나는경우가있어요저는굉장히

흥미롭게판단해천착하고다른문헌들을뒤져

가면서나름대로한페이지가까이역주를붙여

놨는데독자입장에서보면본문에서얘기하는

논지랑크게관련이없는데뭘그렇게길게썼

느냐고할수도있거든요

황현산 제경우에는오랫동안직역을해야된다고주장

해왔고실제로거의늘직역을하는편입니다

다른말로하자면lsquo원문중심주의rsquo입니다저는

번역을해야할이유가바로거기에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우리언어가갖고있는것은세계모든

사람들이발견하고만들어낸표현에비하면극

히제한된것입니다다른언어로만들어진생각

들을우리언어가갖고있는역량으로감당못

하는부분이반드시있습니다그런데이것을부

족한언어로적당히구겨넣으려고하다보면

늘우리가정말로번역해야할부분을번역못

하게됩니다최초의목적에위배되는결과가나

오는것입니다

그래서직역해야한다는것은우리언어

가가진모든역량을총동원해야한다어떤의

미에서는확장까지시도해야한다는뜻으로이

해해주셨으면좋겠습니다이렇게번역을함으

로써결국우리말에새로운개념을표현해담을

길을만들기도하는것입니다가독성이라고하

는문제도우선그글이매끄럽게읽히느냐안

읽히느냐로판단할것이아니라우리말자체를

얼마나가독성있는언어로빚어나가느냐하는

문제로인식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윤지관 개인적으로좋은번역은하나라고봅니다의역

으로지칭하든직역으로지칭하든그것이제대

로된번역이라고한다면그둘의이상적인조

합이성취될수있다고봅니다그것은모국어의

새로운발견이될수도있고외국어에대한새

로운해석이될수도있습니다그런데임선생

처럼번역할작품을자기가선택하고연구하고

공부하는자세로주석을달며충실하게전달하

려고애쓰는번역자만있다면걱정할필요가없

겠지요현실은그렇지않습니다번역은lsquo허섭

한일rsquo이라는평을받는만큼이나아무나할수

있다고생각하고언어만어느정도알면할수

있다는식으로생각하는게문제입니다

번역문화에대해서얘기해보면외국의소개할

만한작품을연구자나전공자가정해서하는경

우도있겠지만우선적으로는출판사의상업적

판단에따라번역의대상이선별되는것이현

실입니다그러다보니차후의문화적인발전을

위해서의당이뤄져야할번역은배제되고오

히려엉뚱한것들이대거소개되는현상도있

습니다

요즘한류를따라우리문학이일본에많

이나갔다는식으로얘기하지만실은일본문학

이우리나라에소개되고있는양이훨씬더엄청

나서외국문학번역시장을거의장악하다시피

하고있습니다긍정적인의미도있겠지만일본

문학이갖고있는대중성이나피상성에우리독

자가상당히매혹된다는얘기가되기도합니다

그걸출판사나번역자들이부추기고있는것이

죠그런식으로일본문학이대거소개되고시장

을점령하는것이바람직한가하는것도번역을

둘러싸고고민할지점의하나라고생각합니다

문화의 번역 무엇을 번역할 것인가

황현산 우리가무엇을번역해야하는가하는문제로넘

어왔습니다일본문학작품의대량유입을이야

기했지만실은《해리포터》처럼우리시장에서

더큰비중을차지하는서구의대중소설도많

습니다같은대중소설이번역돼도서구의것

이번역될때는염려의관심에서비껴나지만일

본의것이소개되면어김없이비판이뒤따릅니

다서구대중소설이유행하면하나의경향이라

고생각하고일본대중소설이번역될때에는하

나의왜곡이라고보는듯합니다이것은무엇을

번역해야할것인가번역의주체성과연계를할

수있을것같습니다물론제진단이정확할지는

자신없습니다이문제와관련하여서구에대해

서일본에대해서혹은제3세계에대해서어떤

태도를가질것인가말씀해주셨으면합니다

임성모 일본얘기가나온김에말씀드리면두명의무

라카미가한국의소설시장을휩쓸고있죠수업

시간에물어보면대학생들이그들의소설한권

씩은대개읽어봤습니다물론하나의유행이나

패션으로일본문학들을보고있다는느낌도있

습니다

소설보다영향력이더큰건만화일겁니

다일본만화에대해한국사회는폭력적이고선

정적이고가학적이라는이미지를갖고있습니다

물론그런측면이있습니다만그것이유독일본

만화만의것은아닌데일본만화하면그런도식

이성립하는겁니다《20세기소년》이나《바람

계곡의나우시카》처럼수준높은에콜로지를담

고있는만화도얼마든지있습니다나름대로보

편적인사유를하는데도움이되는작품들까지

한꺼번에매도하는경향이없지않습니다특히

만화에서그런점이두드러지죠

황현산 일본만화를보면굉장히놀랍습니다우리집여

자들이일본만화를한아름씩갖고와서보기때

문에가끔옆에서어깨너머로들여다봅니다

우선만화에나오는축적된지식의양에놀랍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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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다어떤만화는프랑스포도주에대해서얘기하

고있습니다포도주에관해처음부터끝까지모

든것이거기있습니다어떤만화엔시인아폴

리네르에대한이야기가언급되어있더군요제

가명색이아폴리네르로박사학위를받은사람

인데제가모르는이야기가거기에있어정말로

깜짝놀랐습니다축적된지식의양이엄청납니

다그것들을일본대중문학들이굉장히잘쓰고

이용하고있다는생각도듭니다저는오히려일

본만화가더본류고일본소설들이만화를참조

하고있는건아닐까하는생각까지합니다

무라카미하루키의《노르웨이의숲(상실

의시대)》이라는작품의경우저같이서양문학

을한사람들은작품을읽으면금방세작가를

골라냅니다피츠제럴드토마스만네르발그

런데어쩌면그셋을그렇게잘용해시키고활용

해서말하자면새로운lsquo인터페이스rsquo를잘만들

어냈을까싶습니다최근에는장이머우의영화

를보면서도그런생각을했습니다서구의상

징주의표현주의문학이만들어놓은미학들의

결과들을저렇게잘사용하고있구나이것들도

넓게보면번역행위에해당하는것이겠죠

윤지관 중국이나일본의만화나소설이라서일률적으

로배척하는태도는바람직하지않고변별이필

요합니다그러나일단우리속으로들어왔을때

에는반성적으로나비평적으로보는것이필요

하다는얘기였습니다일본과중국이서양을버

무리는기술이탁월하다는말씀을하셨는데번

역을잘해내는사례로볼수도있겠습니다한

편생각하면번역에서불가피한부분일수도

있지만서양을잘조합해내는기술차원에서의

번역에한정돼서는곤란하다고봅니다하루키

등이서양에잘먹히는이유중하나가그들에

게익숙하게버무려냈다는점인데말하자면일

본색을드러내되서양구미에맞게끔번역해냅

니다그런데그것이번역의바람직한방향이겠

는가이점은짚어봐야합니다

황현산 일본사람들스스로는그점에대해서어떻게

생각하는지궁금하군요

임성모 거기까지는잘모르겠습니다만이런점은분명

히있습니다이를테면lt공각기동대gt가lt매트릭

스gt에영향을미쳤다아시아는항상서양으로

부터뭘받아왔는데자기들이할리우드에영향

을미치지않았느냐하는자부심같은것은일

본오타쿠세대가갖고있는공통점중하나라

고생각합니다사실lt공각기동대gt를보고lt매트

릭스gt의한장면을떠올릴수는있지만갖고있

는스토리라인은전혀다르잖아요철학적인것

은lt매트릭스gt가더뛰어나죠일종의문화번역

이이뤄지면서서로의장점들을얼마나갖고오

고자기장점으로만들어가는가가중요하겠죠

일본사회에서는기본적으로서양을기

준으로삼고사고와작업을해나가는것이일

반적경향인것같습니다그런것들이글로벌

스탠더드에맞는다는거죠그로인해서양과의

관계에서는생산적인결과를얻고있는지몰라

도아시아와의관계에서는오히려반대가되고

있는측면이있습니다우리가지금그걸닮아가

임성모

-

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직한작업입니다

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모르면나아갈수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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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는것은아닌가싶네요

윤지관 무엇인가를주체적으로하자말은하기쉽습니

다만과연그lsquo주체적rsquo이란게뭐냐라고하면쉽

지않죠일본이나중국에대한제대로된관심

도필요한데일본이나중국의어떤부분을번역

할것인가는고민이더필요한부분입니다아울

러일본이나중국뿐아니라아시아의다른나라

어떻게보면작은나라들에서형성된문화에대

해우리가번역을통해좀더알아보고접할필요

가있지않겠습니까

세계화라고하면미국중심서양중심

혹은서양화가빨리된일본등으로연상이이

어집니다만그런세계체제에서좀떨어져있거

나오히려전통적생활문화와언어문화를간직

하고있는나라들과의교류가필요합니다그런

관점에서문학에있어서새로운세계문학의구

성을모색해야하고우리의번역도그런세계로

좀더열려있어야하겠습니다

황현산 우리문화에서서구편향성이지적되고그것과

관련되어주체성이야기가나오는데저는어떤

관점에서보면서구에대한편향자체가주체성

을강화하려는시도와연결되어있는것이아닌

가하는생각을합니다지극히강한지배적인

문화와이념의틀과자기를동일시하려는시도

아닐까하는것이죠현실적으로널리통용되는

이성과논리로써자기설명을하려고하는그래

서자기주체성을보편적주체성으로보이게하

려는시도아니겠는가말입니다서구편향으로

우리를끌고가는바로그힘이결국은보수우

익민족주의로이끌기도합니다

한편서양문학작품을어떻게든정확하게

번역하려고하는노력에대한비난도있습니다

그것자체가서구편향이라든지서구원문만을

너무정본으로생각한다든지하는비난이죠그

러나저는오히려바로그것을뿌리부터번역하

려고함으로써어떤의미에서는내주체성에대

해서더생각하고내주체성의깊은곳으로내

려갈수있는것아닌가생각합니다서구에도

겉으로보이는서구가있고드러나보이지않는

심층의서구가있습니다서구의심층을건드리

려면더충실하고명확하게알아야합니다이

해되기쉬운서구명확하고보편적인것으로만

보이는서구가아니라그밑에있는무의식의

서구괴물로서의서구에도달해야하는것아닌

가합니다

윤지관 아까말씀하신직역얘기와통하는것같군요

제가아까좋은번역은하나라고했지만어느

쪽에역점을두느냐의문제는남습니다서양

의고전적작품에대해서는저도lsquo충실하게rsquo가

번역의우선이라고생각합니다그문화의핵심

그사회의근저에까지도달하려면그언어를될

수있으면충실하게설령그외국투가많이남

아좀어색하고가독성의문제를야기할지언정

충실하게옮겨야만그것을통해어떤새로운인

식을얻거나서구의요소들을제대로통찰하게

하는일들이가능하리라고봅니다따라서고전

적인작품에대해서는너무자연스럽기만하기

보다번역투가있는것도괜찮다고봅니다물론

장르에따라다르겠지요어떤장르에서는문학

의창조적인성취보다정확성이필요할수도있

고또다른경우에는좀더잘읽히는방식의선

택이필요할것입니다이역시쉽지는않은문

제입니다예컨대미국에서는미국말로잘읽히

는번역을선호합니다제3세계작품을번역할

때어색한건될수있으면없애려고합니다그

래서미국화시켜서한다거나아니면아예신비

화시켜서이를테면아랍의현실을번역할때구

체적인현실을그대로묘사하지않고좀신비적

으로처리해번역해버리는성향이있다는비판

을하는미국번역학자도있습니다

임성모 번역이지나치게서구나일본중심으로이루어

지는것은사실입니다최근에는중국까지포함

해서요아시아를이야기하더라도동아시아위

주로얘기됩니다동남아시아등은관심권에서

멀리있습니다lsquo아세안+3rsquo식으로얘기하고있

지만사실은거꾸로되어있죠한국의인식속

에서는lsquo3+아세안rsquo이죠아시아의다른권역의

역사나문학전문가를불러서이야기를듣고싶

어도손으로꼽아야할형편입니다너무불균형

적입니다아시아우리주변이라고얘기하면서

도한국사회스스로강자의논리를따르고있

습니다번역도기본적으로강자의논리거든요

우리스스로아시아에서도동아시아로제한하

는데는앞서간일본이나강국으로부상하는중

국과우리를동일시하려는욕구가작용하고있

을것입니다약자에대한시선이없습니다70

80년대에아랍문학이소개될때는그래도긍정

적측면이있었는데오히려지금은그때만못합

니다소수에대한시선이번역텍스트를선정할

때필요합니다그리고번역의주체성을이야기

하자면번역의방향도이야기해야합니다번역

의방향이일방향적입니다물론번역되어나가

는것이없지는않습니다하지만대개저들의

필요에의해서갖고가는것이고그러다보니

상당히제한적일수밖에없습니다

강자의 논리와 쌍방향적 번역

황현산 최근에장이머우감독의lt천리주단기gt를봤습

니다관운장이조조한테몸붙이고있다가유비

한테복귀하는상황을다루는경극을소재로하

고있습니다주인공은일본사람입니다텔레

비전PD였던아들이lt천리주단기gt공연장면을

찍으려고했으나못찍고병들어죽어가요아

버지가병문안을가도아들이만나주지않을만

큼부자간이좋지않습니다아버지가화해하는

방법으로아들대신그장면을찍으러중국으로

갑니다결국아들이죽은다음에찍어옵니다

거기에서보면늙은아버지가중국어를

전혀모르기때문에겪어야하는고통도있고

거기서소통이안되는아들과의관계도나오고

경극의주연배우와그아들의관계도나옵니

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중국밑에또다른중

국이있습니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일본밑에

또다른일본이있습니다번역이나소통은결

국타자를어떻게우리한테받아들이느냐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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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리가그렇게되고자하는그주체아니겠습니까

타자는강자아래에있고강자들에의해가려

져있는쪽입니다그래서우리가번역을할때

는좀공격적으로해야한다고봅니다말하자면

기존의언어와상식에충격을주고그것을거스

르는번역이어야한다는말입니다윤선생께서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서큰고민을해야할부

분일것입니다서양것을우리말로번역하는것

은이미말씀하신대로상당한수준에서이뤄지

고있습니다우리것을서양말로번역할때에는

늘그쪽에맞추지않으면안될것같은염려가

있어왔습니다그러나오히려이문제도공격적

으로태도를바꿔야하는것아닌가합니다

현재우리한국문학작품을외국어로번

역할때대개한국사람이번역하고외국사람이

윤문하는방식으로하는데저는이방식이번역

의가장나쁜형태라고생각합니다한국사람이

번역을하게되면서툰외국어표현들이나오게

될것입니다그러나그노력속에는한국말에

있는어떤고유한특징을담으려는의도도있

을것입니다그런데그외국어를모국어로하는

번역파트너가이걸전부다스려서윤문하면상

투적인표현밖에남지않습니다결국읽어도좋

고안읽어도좋을진부한것이돼버립니다그

러면상대방이받아들일때는술술읽히기는하

되왜한국은상투적인언어밖에못하는가이

런생각을하게됩니다

적어도우리번역이의미있는기능을하

고우리문학작품이그사람들에게각인되게하

기위해서는우선일반적으로수용되도록하

는것에만초점을맞추지말고적어도거기에

서충격을주도록번역해야옳지않은가합니다

그래서공격적인번역이필요하다는겁니다일

본어로작품을쓰는이회성선생이한수필에서

이런말을하더군요한국어를직역한일본어로

가령일본에없는한국욕도한국말그대로를

일본어로옮겨놓으니새로운표현이얻어지더

라는겁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현재27개언어로번역

을해내보내고있는데거기에는서구어뿐아니

라아시아권남미권까지다양한언어가포함됩

니다지금취하고있는방식은황선생께서말

씀하신것처럼한국인번역자와외국인번역자

가파트너가되어서번역하는시스템입니다황

선생께서우려하는그런폐해가생겨날수있습

니다상대언어기준으로문맥을자연스럽게만

드느냐아니면오히려외국적이질성까지드러

내느냐의선택문제인데중요한것은우리언

어의성취를살리는데있겠죠외국인으로서우

리말의성취를온전히이해할수있는번역자가

있다면해결되는데그렇지않을때는외국인번

역자와한국인번역자가짝을이뤄소통해나가

면서협업해갈수밖에없습니다

일본의경우일본작품을자기언어로번

역할만한수준있는외국인번역자가많이포진

하고있습니다일본에대한전반적이해도깊고

전공자도많고그런역사도오래됐습니다한

국은그런면에서많이뒤처져있습니다일본은

를어떻게이해하고안고lsquo환대rsquo하는가입니다

그영화를보다가결국나도내아들과의관계를

생각하게되더군요그런식으로내가모르고있

었던내안의타자와도만나게되는것입니다

윤지관 의미가있는말입니다그런데번역이타자를

받아들이는데꼭환대해야하는가는다른문제

인것같습니다조금경계할수도있겠지요타

자의부분에대해서는제가맡고있는일이꼭

그래서가아니라번역에서중요한문제기때문

에얘기를드리겠습니다임선생께서아까얘기

하신쌍방향적인번역의문제입니다우리가번

역하고있는상대는우리한테타자지만우리가

또상대방에게는타자거든요우리의것들이어

떤식으로번역이되는가도번역에서상당히중

요한주제입니다기본적으로외국의타자를우

리속으로번역하는것은이미긴역사를갖고

있고여러모로발전도해왔습니다전반적인번

역문화라고해도좋을학문이라고해도좋을

아주깊은사회적인의미까지띠게됐습니다

그에비하면우리가도달한성취가타자

속으로번역된건비교가안될정도로미미합

니다왜이런현상이생겼을까하면기본적으

로번역이역시강자의논리를따른다는점이

하나있습니다일본이서구에번역된것에비하

면한국은매우미흡한수준입니다그런점에서

우리가도달한언어적혹은문화적성취를번역

해내는일도좀더큰사회적의제로다루어져야

하지않나싶습니다세계화와도관련되는문제

인데이런얘기를좀나누어보았으면합니다

황현산 강자의논리라고할때그강자는주체혹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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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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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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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1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각하십니까

윤지관 보편어를상정하는역사는오래됐습니다바벨

탑의신화가그것을상징하고있지요하나의보

편어가있었는데조각나서소통이어렵게됐다

는것입니다만실상개별화한언어를통해각

민족문화가성취되었습니다언어는기본적으

로민족단위로형성되어있고그를토대로문

화나삶이형성되고창조와성찰이나옵니다

보편어라는것이꿈으로가져볼수는있는것이

겠지만실현되기는힘듭니다지금영어가그런

역할을할수있다고주장할수도있겠지만상

업적인교류나기본적생활의사소통의도구로

써는몰라도각민족어를토대로형성되고축적

되는문화와삶과창조와성찰의다양성과깊이

를다떠안을수는없습니다

임성모 요즘lsquo동아시아rsquo가자주거론됩니다학술대회

도그런테마로열리는경우가많습니다lsquo동아

시아의법과제도rsquo하는식으로요그러면한중

일학자들이모여서말하게되는데이때어떤언

어로얘기할것인가가문제가됩니다자국어로

해서통역을거치면시간도걸리고오류도있을

수있으니까영어로하자고합니다동아시아에

서미국이갖는위치가언어상으로드러나는순

간이죠한중일3국간의관계는수평적인관계

라기보다한국과미국중국과미국일본과미

국의수직적인관계가서로맞물려있는구조입

니다아무튼지금말씀하신보편어로서영어를

사용한다는아이디어는제가보기에는실패였

습니다어설픈영어로는되지않는부분이많고

결국통역을거치는것만못하게되니까요

이에반해lsquo아리안프로젝트rsquo였던가요유

럽통합과정에서유럽연합각국의문화적자산

을다른나라의언어로번역하는프로젝트가있

죠각국의민족문화로부터최근의텍스트까지

중요한문화유산들을다른언어로소개하는것

을유럽문화통합의핵심과제로설정하고있다

는것이인상적이었습니다그것도영어나프랑

스어등의지배적인언어혹은보편어로가자는

발상이아니고각국의민족문화와언어를살려

내자는것입니다제가보기에는이와같은것이

번역의이념에부합하는방식입니다회의자체

도통역을통해이루어지고통번역예산도엄청

난수준이었습니다아리안프로젝트의예산규

모만약천만유로입니다

여기에비춰본다면지금영어로단일화

하겠다는발상은매우폭력적일뿐만아니라실

효성도없는게아닌가싶습니다소위지성의

본산인대학에서이런일을나서서한다는것은

더욱말이안됩니다일본에서도물론영어의

중요성이한국못지않게강조되고있지만정부

가나서고대학까지동조해한방향으로밀어붙

이는양상은나타나지않고있습니다

황현산 저는고려대영어강의논란의현장에있었던사

람입니다흔히강의를영어로하라고할때많

은사람들이우려하는것은우선교수가훌륭한

영어를쓸수있는가또영어로만강의해서학

생들에게학술내용을충분히전달할수있나하

는이런문제들입니다

하지만정말중요한건모든학문이영어로이

뤄지면한국말의운명이어떻게될것인가하는

점이라고생각합니다조선시대처럼한국말을

lsquo언문rsquo의위치로격하해일상어생활의소통어

정도로만쓰자는것일까요저는오히려학문이

감당해야할가장중요한역할가운데하나가

자국어에학술적과학적깊이를주는일이라고

생각합니다자국어를풍부하고깊게만들어그

럼으로써더깊은사유를할수있는공간으로

만들어가는것이학문의중요한목적중하나가

아니겠습니까

그런의미에서도번역은중요합니다가

령영어로lsquodemocracyrsquo라고말하는것과그것

을lsquo민주주의rsquo라고번역해서이해하는것사이

에는상당한차이가있습니다우리의식에미치

는영향도크죠영어로된작품을영어로바로

읽을때와우리말로번역해서읽을때어떤차

이가있지않습니까윤선생님

윤지관 외국문학을하다보면번역으로읽는것이무슨

못할짓을하는것같아서실력이딸리면서도

울며겨자먹는격으로원서를고집하기도합니

다만역시원어로읽을때와번역으로읽을때

는느낌이다릅니다

우선언어의특성이나통사방식이다른

데서오는느낌의차이가있습니다원어의경우

는외국성이낯설게다가옵니다한편오리지널

이갖고있는자기정합성을미흡하지만느끼게

되는데이것이원서를보는감흥이라고할수

있을것입니다번역된것을읽을때는다릅니

다본질적으로문화의차이가있기때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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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번역의질적인수준에따라서상황이많이달라

집니다원서를충실하게번역하지못한번역서

를읽을때는원저의내용이나수준이나인식

을이해한다는것이상당히어려워지게됩니다

그런데우리번역서의대다수가그런형편입니

다그러나잘번역된책의경우한국인이한국

어로읽는다는면에서원서를읽는것과는다른

훨씬독특하고의미있는체험을할기회가된

다고봅니다

저의경우그동안재미없는이론서만번

역해오다가최근처음으로제인오스틴의작품

을두어편번역해서내놓으면서실감한바있

습니다lsquo고전적인외국작품을옮길때는어떻

게해야하는가rsquo하는문제죠제인오스틴이도

달한자기시대의언어적성취를우리가접하기

위해서는기본적으로그원작에충실한번역을

하는것이가장우선된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주체적 언어 수용과 중역

황현산 임성모선생은일본어번역을주로하셨지만

서양언어에관해서도조예가깊은것으로압니

다그리고우리언어와형질상가장가까운언

어를번역하는과정에서경험이독특하리라생

각합니다만

임성모 제이름으로번역한건1997년부터지만실제

로는80년대부터이미번역을해왔습니다80

년대사회과학서들의대부분이자기이름을감

춘대학원생들의번역작품이었죠그사회과학

서들을지금보면웃음이나옵니다정말번역

이아닌거죠그가운데제작품도있습니다

최근어떤분이영어유럽어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돌리면정확성이낮은데일본어

는90에육박하는말을하더군요한국어낱말

과일본어낱말이거의1대1대응을이루기때문

이죠그때문에일본어번역은쉽다고들판단합

니다그래서번역료도일본어가가장쌉니다

하지만저는일본어를하면할수록어렵

고낯설다는생각이더많이듭니다미묘한뉘

앙스까지살려낼수있는번역은깊이알아갈수

록더힘들어집니다물론저는제대로된번역

가라기보다는번역의혜택을보는독자에가깝

습니다저는프랑스어나독일어책을직접못

읽기때문에일본어나우리말번역서영역된

책을다시우리말로번역한책들을통해서많이

봅니다번역서의미덕은기본적으로lsquo속도rsquo에

있습니다빨리읽을수있다는거죠아무리부

정확하고왜곡된번역서라고하더라도물론읽

다가집어던지고싶은책도있겠습니다만부족

한대로정보를제공하고그것을단초로제생

각을전개할수있게해줍니다

아까윤선생께서lsquo번역된근대rsquo를언급하

셨지만제가번역한《번역과일본의근대》의역

자후기에한국의근대는lsquo3중번역된근대rsquo라고

썼습니다그것은두가지의미입니다하나는

구미로부터의직수입번역그리고일본을거쳐

서들어오는것그다음에중국의영향을받아

서들어오는번역이렇게번역의루트가세가

지였다는게그하나입니다또하나는그것들

이서로중첩되어있다는것입니다기본적으로

일본어가핵심에있었습니다일본어가한역(漢

譯)을수입합니다이미17세기경부터유럽선

교사들이중국에와서현지인들과공동작업한

역어들이있었고이를에도시대에받아들였는

데중국에서는소멸한그역어들을다시살려내

는작업을일본이근대초기에합니다온전히

일본의것이라고할수없는개념어들이죠유럽

어를번역해서일본어로만들고중국어역어를

자기것으로만든일본어를통해한국의근대가

큰영향을받았습니다

한국사회에서일본어는계속갖고갈수

밖에없는멍에입니다다만그것을자각하느냐

못하느냐어디까지를자각하느냐에따라서극

복의길이달라질것입니다단순히버리는것이

민족성을강화한다고생각하지는않습니다얼

마나자기것으로만드느냐가중요합니다

연결이되는지는모르겠습니다만1880

년대에나카에초민이라고하는메이지정부에

반대했던자유민권운동사상가가루소의《사회

계약론》을번역하면서한자텍스트로번역합니

다일본어가아니라한문으로말입니다그건

독자를동아시아인들로상정한거죠중국과조

선의독자들도읽을수있도록말입니다일국

주의틀을벗어난사상가였다는생각이듭니다

그럴때의고전한문에는사실지금의보편어개

념이있는것입니다일본어다중국어다하면서

국가의틀로가둔다면우리또한일국주의사고

를하고있는것아니겠는가합니다일본어를

버리는것이한국적근대를살리는작업은아니

고오히려찌든때처럼배어있는것을자각하

면서근대의기원을추적해나가고거기서어떤

과거의연관성들을살리는작업이훨씬더건설

적이지않나싶습니다

윤지관 임선생께서하신말씀에많은부분동의합니다

일본적인것혹은일본어로번역된서구를배격

한다는차원으로과거를다뤄서는문제가해결

되지않습니다변별해가면서우리근대의기원

을찾아나가는것이중요하다는생각이듭니다

우리가쓰고있는우리에게없었다가근

대에개발된학문적용어와개념들의경우에는

일본어번역에의존했습니다우리가7080년

대그토록부르짖었던lsquo자유rsquo라는말만해도일

본에서메이지때번역되어나온것아닌가요

많은부분에서기본을이루는개념들이일본어

를통해서들어온것인데어떻게다걷어낼수

있겠습니까선별이이뤄져야지요긍정적인것

은일본이서구를일본어뿐만아니라한자어혹

은아시아적인개념을갖는번역을해냈다는것

입니다반면한국과중국을정복대상으로인식

하는등의지극히일본적인상황에서해낸번역

도많이있고이런것역시번역에묻어우리속

에이미들어와있습니다서구를우리가직접

일본을통하지않고직접번역한다고해도마찬

가지문제가발생할수있습니다번역을통해서

우리언어가개발되고개척되는면도있기때문

에일국주의나민족주의는경계하더라도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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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적인번역의태도를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

할것입니다

임성모 일본에서는최근서양의학술용어들을그냥가

타카나로풀어서쓰는예가점점늘고있습니다

한편으로는번역할수없는걸무리하게번역해

서나타나는폐해보다는원어를드러내는방식

도괜찮다는생각이들면서도또한편으로는아

쉬운생각도듭니다일본의근대초기지식인들

이왜그것을한자어로바꾸려고노력했겠습니

까그것이주체주체적언어수용의문제라고

생각합니다잘아시다시피중국도그런작업들

을잘하고있습니다오히려요즘일본학자들이

그런점에서무뎌지고비주체적으로흘러가고

있습니다

좀다른맥락의얘기지만번역의주체성

과관련해서는중역의문제도있다고봅니다한

국사회에서는오리지널의우위성을유난히강

조하는측면이있습니다최근까지중역이상당

동안지속되어왔고지금도드러내지않고있을

뿐이루어지고있습니다물론오리지널을보지

만일본어역이나중국어역을참조하는것이죠

오리지널과한국어번역과의1대1관계가가장

중요하다고하는가치판단자체는문제가있다

는생각이듭니다오히려중역이더좋은경우

도있거든요제경우만보더라도어떤건프랑

스어를번역했다는데대체무슨이야기를하는

지이해가안되는사례가있었습니다그런데

일본어를번역한걸보면오히려이해가더잘

되는겁니다물론일본어와한국어와의관계때

문에단어와통사방식이낯설지않은데서기

인하는부분도있겠지만일본어역이더좋고공

들인거라면왜굳이오리지널번역만높이평

가하고중역은낮게평가해야하나하는생각도

듭니다

황현산 좀다른예도있겠습니다제경우에는서구의

언어에서번역한이론서는쉽게읽히지만일본

어에서번역된것중역된것이아니라일본이론

을우리말로옮겼을경우오히려서구언어에서

번역했을때보다잘읽히지않습니다서양언

어를우리말로번역할때는대개직접적의미를

파악하고뉘앙스를분석적으로이해한다음우

리의정서로번안해내는데비해일본어번역을

할때는일본어뉘앙스까지그대로옮겨오려하

거나일본어의뉘앙스와한국어의뉘앙스를혼

동하는가운데오히려우리말답지않고우리정

서에안맞는말로번역되는건아닌가싶었습

니다

윤지관 일본어중역이허용된다고하더라도먼저나온

번역의참조차원에서나언어와문화의차이를

고려하는등의합당한의식을갖고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역사적으로본다면일제시대에는

외국문학작품을거의중역으로읽었고해방이

후에도상당기간일본에서번역된세계문학을

다시우리가번역하는관행이있었습니다

제가몇년전국내번역작품의수준을상

당한규모로점검하는일을할기회가있었습니

다그때차라리중역된번역작품이더잘읽히

고새롭게번역했다는작품이오히려과거의중

황현산

-

자국어를풍부하고깊게만들어그럼으로써더깊은사유를할수있는공간으로

만들어가는것이학문의중요한목적중하나가아니겠습니까

19 2007 | spring

2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역된작품에비해훨씬수준이떨어지는경우도

봤습니다그런예를보더라도좋은일본어역이

있으면중역할때의이점이있을수있다는말

에부분적으로동의합니다하지만거기엔시대

적인문제가있다고생각합니다우리가외국작

품을직접번역하지않고일본을통해중역하던

시절에는그만한번역능력을갖춘번역가들이

없었던점도고려돼야합니다일본어가편하게

느껴지는세대의산물인거죠하지만지금은번

역에관심을갖고언어능력까지갖춘사람들이

나오고있기때문에그런사람들이원어에서직

접번역함으로써중역으로생겨난문제들그러

니까일본어투의문장과용어같은것이그대로

우리언어에스미는문제에서벗어날수있다고

봅니다이제는우리가좀더직접적으로다른언

어와대결해가면서우리언어화하는가운데우

리학문이나문학의번역이그자리를찾아가게

해야할것입니다

번역의 충실성과 우리 풍토

황현산 우리언어화해야한다는것이중요합니다처음

에불경이한역(漢譯)되면서불교의중요한개

념들이상당히많이오역됐다는이야기를들었

습니다한자가갖고있는힘때문에그렇게오

해된채로전승된것이많다는것입니다그래서

최근한국에는산스크리트나팔리어로된원시

경전을다시읽고해석하는움직임도있습니다

이것을다른관점에서보면불경이한문으로번

역될때한문에새로생성된이개념들이한문을

쓰는사람들의내면의식과만나그나름대로

새로운발전을해서한자문화권의불교라는새

로운생각의한체계를만들어냈다는관점도가

능합니다그러니까결국오역이든뭐든간에새

로운하나의생각이움트고발전하게하는그런

자료가되어온것이사실이라는말씀입니다

방금윤선생께서충실한번역에관한이

야기를했는데번역에서의충실성그자체를어

떻게정의할것인가하는문제가있습니다보통

번역을평가할때는충실성가독성대상텍스

트의가치즉번역할만한책인가등의항목으

로나눠서평가합니다그런데충실성과가독성

은어떤의미에서는배치되는측면도있습니다

충실성에대한문제를번역의중요성과함께결

부시켜서이야기해주시기바랍니다특히윤선

생께서영문학명작들의번역작품들을광범위

하게검토하신경험을좀소개해주시죠

윤지관 사실임선생말씀중에번역한다고하면뭔가

lsquo허섭한rsquo일을한다고여기는게문제라는지적

이있었는데번역이그렇다고한다면그번역

이잘되었는가못되었는가를따지는건더욱

더허섭한일이될것입니다제가슬프게도그

허섭한일에대한허섭한일을몇년에걸쳐서

했습니다(웃음)오래전부터생각을해오다가

2001년부터2003년까지본격적인작업을해

2004년에결과물을내고2005년에창비에서

책으로연구의일부를발표했습니다영미고전

이그동안우리나라에상당히영향력을발휘하

며학교에서도읽히고대중한테도인기가있어

왔음에도불구하고그번역수준에대해서는띄

엄띄엄얘기해왔을뿐한번도제대로평가한적

이없습니다예컨대대학영문학과에서《테스》

를가르치면당연히학생들은원서로읽을것을

요구받죠그런데어디서다번역본을구해옵니

다번역본이여러종때로는수십종나와있거

든요그런데그중어떤것을봐야할지학생들

도모르고선생들도일일이대조해보기전에는

추천할수도없는상황에처해있어서강단에서

도그런평가작업의필요성을느끼게됐습니다

그래서36편의고전을추리고해방이후

2003년까지출간된모든번역본을조사했습니

다그가운데는중복번역이나표절된것도포

함됐는데다합치면1000권정도역자단위로

보면600권정도되는것을일일이대조검토

해서평점을매겼습니다여러모로힘든일이었

습니다특히과거에번역한선배들한테미안하

기도하고곤혹스러운일도있었지만영문학을

하는사람들의책무라고봤습니다

결과는스스로도놀라웠습니다충실성과

가독성을상당히많이살려원작을대체해읽을

만한번역서라고평가할수있는것이전체의

10밖에안됐습니다셰익스피어등은전문가

가해서나았지만《테스》나《허클베리핀》등널

리읽히는소설작품만따졌을때전체6정도

만제대로된것이었습니다나머지는추천하기

힘든결과가나왔습니다종별로제대로된것이

한권씩이나마있으면했는데그렇지도못했습

니다유명소설의경우한편정도있는게전체

3분의2정도3분의1은한편도없었습니다헤

밍웨이의《노인과바다》라든가《무기여잘있거

라》같은작품은30여종으로번역돼나왔지만

우리가평가하기로는그중한편도추천할것

이없을정도로번역의질이낮았습니다현재

우리전체번역문화나풍토나현실이겉으로는

굉장히풍성해보입니다만내용을알고보면풍

요속의빈곤이었던거죠

임성모 혹시검토하신것중에서같은번역자가몇년

만에다시번역한작품은없었나요

윤지관 드물지만있었습니다대부분은자기가처음했

던것을계속출판사를달리해서출판했고처음

번역이일본어번역에서중역된것을다른분들

이계속표절해가면서다른출판사를통해다른

이름으로내는경우가가장많았습니다전체검

토한것중60가표절이었습니다그럼에도아

무도문제를제기하지않는것을보면기본적으

로는자기도중역이었기때문이아닌가하는생

각이듭니다(웃음)

하여간몇몇분은자기번역을수정해나

갔는데그런분들은대개원래의번역도잘돼

있었습니다한편으로는번역풍토가열악한면

이있지만다른한편으로는젊은세대가다시

말해일본어를모르는세대가번역에가담하면

서좋은번역들이나오는긍정적인부분도발견

됐습니다

21 2007 | spring

2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윤지관

-

번역을통해서우리언어가개발되고개척되는면도있기때문에일국주의나

민족주의는경계하더라도주체적인번역의태도는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할것입니다

모국어의 새로운 발견 외국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

황현산 읽을만한번역서가6미만이라는통계를들

으니참비참합니다판별의기준으로충실성과

가독성을꼽으셨다고했는데이둘은사실충

돌하게될가능성도있는부분입니다번역자가

어떤태도로번역할것인가하는이문제는번

역의가장핵심적인문제이기도합니다때로는

직역을할것인가의역을할것인가의문제로

때로는원전에목표를둘것인가소통에목표를

둘것인가등으로변신하면서줄기차게과제로

떠오릅니다가장해묵은문제면서도대답할수

는없는그런문제죠

윤지관 황선생께서최근에번역비평학회를창립하신

것으로아는데그런문제가바로번역비평의과

제가아니겠습니까

앞서말씀드린작업은영미문학연구회라

는조직에서소장영문학자40여명이모여서

했는데요그때의평가기준으로물론충실성과

가독성이가장큰범주였습니다하지만그때

했던작업은비평단계까지는가지않는아주

기초적인것이었습니다번역의1차적인수준만

본거죠크고작은오역이라든가원의를제대

로못살렸거나불성실하게엉터리로했거나이

런것을변별하는차원에서충실성과가독성을

따진것이죠예컨대세페이지에심각한오역이

하나나오는정도는추천범위안에넣었습니다

한페이지당심각한오역이하나이상나오면

추천에서제외했습니다그리고그런걸따질수

없을정도로너무나엉터리인것도있기때문에

여섯등급정도로나누었습니다황선생께서제

안하신번역비평은그렇게추천된책들을대상

으로나할수있을것입니다전반적인번역서들

의질은번역비평이라는이름을들이대기도부

끄러운형편이었습니다

황현산 임선생께서번역가로서의태도를경험과이론

을합쳐서말씀해주시면좋겠습니다

임성모 제가번역하는방식은여느전문번역가의그것

과좀다릅니다출판사에서제게의뢰를하는

경우도있지만제가제안을해서번역이이루어

지는예도많습니다제가재미있게생각한책

이있어서읽으며요점정리를하다가어느문단

은아예번역하는경우가있고그러다보면어

느새완역을하고있어요그렇게작업을개인적

으로하다가나중에출판사와교섭합니다

가장큰문제는이것같습니다일단텍스

트를둘러싼문화에대한이해가기본적으로있

어야뉘앙스를살려번역할수있다는것입니다

제가보기에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

직한작업입니다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

자기가모르면앞으로나아갈수없습니다이

해못하는것을번역할수는없으니까요논문은

건너뛰면그만이지만번역은막히는순간그것

이해결될때까지는컨베이어벨트전체가멈춰

버립니다그러면저자한테물어봐서라도해결

해야합니다그나마저자가살아있다는건행복

한일입니다저자와얘기하다보면의외의창

조적인논의들도나옵니다자기는그런식으로

생각안했는데그렇게생각할수도있겠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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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독자의입장에서당신책을이렇게받아들였다

고하면그런생각도가능하겠다든지그런이야

기가저는오히려더재미있습니다필자랑이

메일로주고받은이야기들을묶어내면하나의

책이될수도있겠다싶은때도있죠결국은역

자가원텍스트를둘러싼문화전반에대해서

얼마나풍부한이해를하는가가좋은번역의관

건입니다기본적으로공감이있어야하고지식

도있어야하고공도들여야합니다가독성도

있어야죠충실성은말할것도없고요

제주위에서가끔역주를그렇게까지붙

일필요가있느냐는말들을합니다학술번역에

서는역주가많을수록충실하다고일반적으로

얘기하는데역주가많으면사실상가독성은떨

어지는것아닙니까제경우에는개인적인관

심때문에늘어나는경우가있어요저는굉장히

흥미롭게판단해천착하고다른문헌들을뒤져

가면서나름대로한페이지가까이역주를붙여

놨는데독자입장에서보면본문에서얘기하는

논지랑크게관련이없는데뭘그렇게길게썼

느냐고할수도있거든요

황현산 제경우에는오랫동안직역을해야된다고주장

해왔고실제로거의늘직역을하는편입니다

다른말로하자면lsquo원문중심주의rsquo입니다저는

번역을해야할이유가바로거기에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우리언어가갖고있는것은세계모든

사람들이발견하고만들어낸표현에비하면극

히제한된것입니다다른언어로만들어진생각

들을우리언어가갖고있는역량으로감당못

하는부분이반드시있습니다그런데이것을부

족한언어로적당히구겨넣으려고하다보면

늘우리가정말로번역해야할부분을번역못

하게됩니다최초의목적에위배되는결과가나

오는것입니다

그래서직역해야한다는것은우리언어

가가진모든역량을총동원해야한다어떤의

미에서는확장까지시도해야한다는뜻으로이

해해주셨으면좋겠습니다이렇게번역을함으

로써결국우리말에새로운개념을표현해담을

길을만들기도하는것입니다가독성이라고하

는문제도우선그글이매끄럽게읽히느냐안

읽히느냐로판단할것이아니라우리말자체를

얼마나가독성있는언어로빚어나가느냐하는

문제로인식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윤지관 개인적으로좋은번역은하나라고봅니다의역

으로지칭하든직역으로지칭하든그것이제대

로된번역이라고한다면그둘의이상적인조

합이성취될수있다고봅니다그것은모국어의

새로운발견이될수도있고외국어에대한새

로운해석이될수도있습니다그런데임선생

처럼번역할작품을자기가선택하고연구하고

공부하는자세로주석을달며충실하게전달하

려고애쓰는번역자만있다면걱정할필요가없

겠지요현실은그렇지않습니다번역은lsquo허섭

한일rsquo이라는평을받는만큼이나아무나할수

있다고생각하고언어만어느정도알면할수

있다는식으로생각하는게문제입니다

번역문화에대해서얘기해보면외국의소개할

만한작품을연구자나전공자가정해서하는경

우도있겠지만우선적으로는출판사의상업적

판단에따라번역의대상이선별되는것이현

실입니다그러다보니차후의문화적인발전을

위해서의당이뤄져야할번역은배제되고오

히려엉뚱한것들이대거소개되는현상도있

습니다

요즘한류를따라우리문학이일본에많

이나갔다는식으로얘기하지만실은일본문학

이우리나라에소개되고있는양이훨씬더엄청

나서외국문학번역시장을거의장악하다시피

하고있습니다긍정적인의미도있겠지만일본

문학이갖고있는대중성이나피상성에우리독

자가상당히매혹된다는얘기가되기도합니다

그걸출판사나번역자들이부추기고있는것이

죠그런식으로일본문학이대거소개되고시장

을점령하는것이바람직한가하는것도번역을

둘러싸고고민할지점의하나라고생각합니다

문화의 번역 무엇을 번역할 것인가

황현산 우리가무엇을번역해야하는가하는문제로넘

어왔습니다일본문학작품의대량유입을이야

기했지만실은《해리포터》처럼우리시장에서

더큰비중을차지하는서구의대중소설도많

습니다같은대중소설이번역돼도서구의것

이번역될때는염려의관심에서비껴나지만일

본의것이소개되면어김없이비판이뒤따릅니

다서구대중소설이유행하면하나의경향이라

고생각하고일본대중소설이번역될때에는하

나의왜곡이라고보는듯합니다이것은무엇을

번역해야할것인가번역의주체성과연계를할

수있을것같습니다물론제진단이정확할지는

자신없습니다이문제와관련하여서구에대해

서일본에대해서혹은제3세계에대해서어떤

태도를가질것인가말씀해주셨으면합니다

임성모 일본얘기가나온김에말씀드리면두명의무

라카미가한국의소설시장을휩쓸고있죠수업

시간에물어보면대학생들이그들의소설한권

씩은대개읽어봤습니다물론하나의유행이나

패션으로일본문학들을보고있다는느낌도있

습니다

소설보다영향력이더큰건만화일겁니

다일본만화에대해한국사회는폭력적이고선

정적이고가학적이라는이미지를갖고있습니다

물론그런측면이있습니다만그것이유독일본

만화만의것은아닌데일본만화하면그런도식

이성립하는겁니다《20세기소년》이나《바람

계곡의나우시카》처럼수준높은에콜로지를담

고있는만화도얼마든지있습니다나름대로보

편적인사유를하는데도움이되는작품들까지

한꺼번에매도하는경향이없지않습니다특히

만화에서그런점이두드러지죠

황현산 일본만화를보면굉장히놀랍습니다우리집여

자들이일본만화를한아름씩갖고와서보기때

문에가끔옆에서어깨너머로들여다봅니다

우선만화에나오는축적된지식의양에놀랍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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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다어떤만화는프랑스포도주에대해서얘기하

고있습니다포도주에관해처음부터끝까지모

든것이거기있습니다어떤만화엔시인아폴

리네르에대한이야기가언급되어있더군요제

가명색이아폴리네르로박사학위를받은사람

인데제가모르는이야기가거기에있어정말로

깜짝놀랐습니다축적된지식의양이엄청납니

다그것들을일본대중문학들이굉장히잘쓰고

이용하고있다는생각도듭니다저는오히려일

본만화가더본류고일본소설들이만화를참조

하고있는건아닐까하는생각까지합니다

무라카미하루키의《노르웨이의숲(상실

의시대)》이라는작품의경우저같이서양문학

을한사람들은작품을읽으면금방세작가를

골라냅니다피츠제럴드토마스만네르발그

런데어쩌면그셋을그렇게잘용해시키고활용

해서말하자면새로운lsquo인터페이스rsquo를잘만들

어냈을까싶습니다최근에는장이머우의영화

를보면서도그런생각을했습니다서구의상

징주의표현주의문학이만들어놓은미학들의

결과들을저렇게잘사용하고있구나이것들도

넓게보면번역행위에해당하는것이겠죠

윤지관 중국이나일본의만화나소설이라서일률적으

로배척하는태도는바람직하지않고변별이필

요합니다그러나일단우리속으로들어왔을때

에는반성적으로나비평적으로보는것이필요

하다는얘기였습니다일본과중국이서양을버

무리는기술이탁월하다는말씀을하셨는데번

역을잘해내는사례로볼수도있겠습니다한

편생각하면번역에서불가피한부분일수도

있지만서양을잘조합해내는기술차원에서의

번역에한정돼서는곤란하다고봅니다하루키

등이서양에잘먹히는이유중하나가그들에

게익숙하게버무려냈다는점인데말하자면일

본색을드러내되서양구미에맞게끔번역해냅

니다그런데그것이번역의바람직한방향이겠

는가이점은짚어봐야합니다

황현산 일본사람들스스로는그점에대해서어떻게

생각하는지궁금하군요

임성모 거기까지는잘모르겠습니다만이런점은분명

히있습니다이를테면lt공각기동대gt가lt매트릭

스gt에영향을미쳤다아시아는항상서양으로

부터뭘받아왔는데자기들이할리우드에영향

을미치지않았느냐하는자부심같은것은일

본오타쿠세대가갖고있는공통점중하나라

고생각합니다사실lt공각기동대gt를보고lt매트

릭스gt의한장면을떠올릴수는있지만갖고있

는스토리라인은전혀다르잖아요철학적인것

은lt매트릭스gt가더뛰어나죠일종의문화번역

이이뤄지면서서로의장점들을얼마나갖고오

고자기장점으로만들어가는가가중요하겠죠

일본사회에서는기본적으로서양을기

준으로삼고사고와작업을해나가는것이일

반적경향인것같습니다그런것들이글로벌

스탠더드에맞는다는거죠그로인해서양과의

관계에서는생산적인결과를얻고있는지몰라

도아시아와의관계에서는오히려반대가되고

있는측면이있습니다우리가지금그걸닮아가

임성모

-

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직한작업입니다

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모르면나아갈수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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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는것은아닌가싶네요

윤지관 무엇인가를주체적으로하자말은하기쉽습니

다만과연그lsquo주체적rsquo이란게뭐냐라고하면쉽

지않죠일본이나중국에대한제대로된관심

도필요한데일본이나중국의어떤부분을번역

할것인가는고민이더필요한부분입니다아울

러일본이나중국뿐아니라아시아의다른나라

어떻게보면작은나라들에서형성된문화에대

해우리가번역을통해좀더알아보고접할필요

가있지않겠습니까

세계화라고하면미국중심서양중심

혹은서양화가빨리된일본등으로연상이이

어집니다만그런세계체제에서좀떨어져있거

나오히려전통적생활문화와언어문화를간직

하고있는나라들과의교류가필요합니다그런

관점에서문학에있어서새로운세계문학의구

성을모색해야하고우리의번역도그런세계로

좀더열려있어야하겠습니다

황현산 우리문화에서서구편향성이지적되고그것과

관련되어주체성이야기가나오는데저는어떤

관점에서보면서구에대한편향자체가주체성

을강화하려는시도와연결되어있는것이아닌

가하는생각을합니다지극히강한지배적인

문화와이념의틀과자기를동일시하려는시도

아닐까하는것이죠현실적으로널리통용되는

이성과논리로써자기설명을하려고하는그래

서자기주체성을보편적주체성으로보이게하

려는시도아니겠는가말입니다서구편향으로

우리를끌고가는바로그힘이결국은보수우

익민족주의로이끌기도합니다

한편서양문학작품을어떻게든정확하게

번역하려고하는노력에대한비난도있습니다

그것자체가서구편향이라든지서구원문만을

너무정본으로생각한다든지하는비난이죠그

러나저는오히려바로그것을뿌리부터번역하

려고함으로써어떤의미에서는내주체성에대

해서더생각하고내주체성의깊은곳으로내

려갈수있는것아닌가생각합니다서구에도

겉으로보이는서구가있고드러나보이지않는

심층의서구가있습니다서구의심층을건드리

려면더충실하고명확하게알아야합니다이

해되기쉬운서구명확하고보편적인것으로만

보이는서구가아니라그밑에있는무의식의

서구괴물로서의서구에도달해야하는것아닌

가합니다

윤지관 아까말씀하신직역얘기와통하는것같군요

제가아까좋은번역은하나라고했지만어느

쪽에역점을두느냐의문제는남습니다서양

의고전적작품에대해서는저도lsquo충실하게rsquo가

번역의우선이라고생각합니다그문화의핵심

그사회의근저에까지도달하려면그언어를될

수있으면충실하게설령그외국투가많이남

아좀어색하고가독성의문제를야기할지언정

충실하게옮겨야만그것을통해어떤새로운인

식을얻거나서구의요소들을제대로통찰하게

하는일들이가능하리라고봅니다따라서고전

적인작품에대해서는너무자연스럽기만하기

보다번역투가있는것도괜찮다고봅니다물론

장르에따라다르겠지요어떤장르에서는문학

의창조적인성취보다정확성이필요할수도있

고또다른경우에는좀더잘읽히는방식의선

택이필요할것입니다이역시쉽지는않은문

제입니다예컨대미국에서는미국말로잘읽히

는번역을선호합니다제3세계작품을번역할

때어색한건될수있으면없애려고합니다그

래서미국화시켜서한다거나아니면아예신비

화시켜서이를테면아랍의현실을번역할때구

체적인현실을그대로묘사하지않고좀신비적

으로처리해번역해버리는성향이있다는비판

을하는미국번역학자도있습니다

임성모 번역이지나치게서구나일본중심으로이루어

지는것은사실입니다최근에는중국까지포함

해서요아시아를이야기하더라도동아시아위

주로얘기됩니다동남아시아등은관심권에서

멀리있습니다lsquo아세안+3rsquo식으로얘기하고있

지만사실은거꾸로되어있죠한국의인식속

에서는lsquo3+아세안rsquo이죠아시아의다른권역의

역사나문학전문가를불러서이야기를듣고싶

어도손으로꼽아야할형편입니다너무불균형

적입니다아시아우리주변이라고얘기하면서

도한국사회스스로강자의논리를따르고있

습니다번역도기본적으로강자의논리거든요

우리스스로아시아에서도동아시아로제한하

는데는앞서간일본이나강국으로부상하는중

국과우리를동일시하려는욕구가작용하고있

을것입니다약자에대한시선이없습니다70

80년대에아랍문학이소개될때는그래도긍정

적측면이있었는데오히려지금은그때만못합

니다소수에대한시선이번역텍스트를선정할

때필요합니다그리고번역의주체성을이야기

하자면번역의방향도이야기해야합니다번역

의방향이일방향적입니다물론번역되어나가

는것이없지는않습니다하지만대개저들의

필요에의해서갖고가는것이고그러다보니

상당히제한적일수밖에없습니다

강자의 논리와 쌍방향적 번역

황현산 최근에장이머우감독의lt천리주단기gt를봤습

니다관운장이조조한테몸붙이고있다가유비

한테복귀하는상황을다루는경극을소재로하

고있습니다주인공은일본사람입니다텔레

비전PD였던아들이lt천리주단기gt공연장면을

찍으려고했으나못찍고병들어죽어가요아

버지가병문안을가도아들이만나주지않을만

큼부자간이좋지않습니다아버지가화해하는

방법으로아들대신그장면을찍으러중국으로

갑니다결국아들이죽은다음에찍어옵니다

거기에서보면늙은아버지가중국어를

전혀모르기때문에겪어야하는고통도있고

거기서소통이안되는아들과의관계도나오고

경극의주연배우와그아들의관계도나옵니

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중국밑에또다른중

국이있습니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일본밑에

또다른일본이있습니다번역이나소통은결

국타자를어떻게우리한테받아들이느냐타자

29 2007 | spring

3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리가그렇게되고자하는그주체아니겠습니까

타자는강자아래에있고강자들에의해가려

져있는쪽입니다그래서우리가번역을할때

는좀공격적으로해야한다고봅니다말하자면

기존의언어와상식에충격을주고그것을거스

르는번역이어야한다는말입니다윤선생께서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서큰고민을해야할부

분일것입니다서양것을우리말로번역하는것

은이미말씀하신대로상당한수준에서이뤄지

고있습니다우리것을서양말로번역할때에는

늘그쪽에맞추지않으면안될것같은염려가

있어왔습니다그러나오히려이문제도공격적

으로태도를바꿔야하는것아닌가합니다

현재우리한국문학작품을외국어로번

역할때대개한국사람이번역하고외국사람이

윤문하는방식으로하는데저는이방식이번역

의가장나쁜형태라고생각합니다한국사람이

번역을하게되면서툰외국어표현들이나오게

될것입니다그러나그노력속에는한국말에

있는어떤고유한특징을담으려는의도도있

을것입니다그런데그외국어를모국어로하는

번역파트너가이걸전부다스려서윤문하면상

투적인표현밖에남지않습니다결국읽어도좋

고안읽어도좋을진부한것이돼버립니다그

러면상대방이받아들일때는술술읽히기는하

되왜한국은상투적인언어밖에못하는가이

런생각을하게됩니다

적어도우리번역이의미있는기능을하

고우리문학작품이그사람들에게각인되게하

기위해서는우선일반적으로수용되도록하

는것에만초점을맞추지말고적어도거기에

서충격을주도록번역해야옳지않은가합니다

그래서공격적인번역이필요하다는겁니다일

본어로작품을쓰는이회성선생이한수필에서

이런말을하더군요한국어를직역한일본어로

가령일본에없는한국욕도한국말그대로를

일본어로옮겨놓으니새로운표현이얻어지더

라는겁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현재27개언어로번역

을해내보내고있는데거기에는서구어뿐아니

라아시아권남미권까지다양한언어가포함됩

니다지금취하고있는방식은황선생께서말

씀하신것처럼한국인번역자와외국인번역자

가파트너가되어서번역하는시스템입니다황

선생께서우려하는그런폐해가생겨날수있습

니다상대언어기준으로문맥을자연스럽게만

드느냐아니면오히려외국적이질성까지드러

내느냐의선택문제인데중요한것은우리언

어의성취를살리는데있겠죠외국인으로서우

리말의성취를온전히이해할수있는번역자가

있다면해결되는데그렇지않을때는외국인번

역자와한국인번역자가짝을이뤄소통해나가

면서협업해갈수밖에없습니다

일본의경우일본작품을자기언어로번

역할만한수준있는외국인번역자가많이포진

하고있습니다일본에대한전반적이해도깊고

전공자도많고그런역사도오래됐습니다한

국은그런면에서많이뒤처져있습니다일본은

를어떻게이해하고안고lsquo환대rsquo하는가입니다

그영화를보다가결국나도내아들과의관계를

생각하게되더군요그런식으로내가모르고있

었던내안의타자와도만나게되는것입니다

윤지관 의미가있는말입니다그런데번역이타자를

받아들이는데꼭환대해야하는가는다른문제

인것같습니다조금경계할수도있겠지요타

자의부분에대해서는제가맡고있는일이꼭

그래서가아니라번역에서중요한문제기때문

에얘기를드리겠습니다임선생께서아까얘기

하신쌍방향적인번역의문제입니다우리가번

역하고있는상대는우리한테타자지만우리가

또상대방에게는타자거든요우리의것들이어

떤식으로번역이되는가도번역에서상당히중

요한주제입니다기본적으로외국의타자를우

리속으로번역하는것은이미긴역사를갖고

있고여러모로발전도해왔습니다전반적인번

역문화라고해도좋을학문이라고해도좋을

아주깊은사회적인의미까지띠게됐습니다

그에비하면우리가도달한성취가타자

속으로번역된건비교가안될정도로미미합

니다왜이런현상이생겼을까하면기본적으

로번역이역시강자의논리를따른다는점이

하나있습니다일본이서구에번역된것에비하

면한국은매우미흡한수준입니다그런점에서

우리가도달한언어적혹은문화적성취를번역

해내는일도좀더큰사회적의제로다루어져야

하지않나싶습니다세계화와도관련되는문제

인데이런얘기를좀나누어보았으면합니다

황현산 강자의논리라고할때그강자는주체혹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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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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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

Page 4: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1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번역의질적인수준에따라서상황이많이달라

집니다원서를충실하게번역하지못한번역서

를읽을때는원저의내용이나수준이나인식

을이해한다는것이상당히어려워지게됩니다

그런데우리번역서의대다수가그런형편입니

다그러나잘번역된책의경우한국인이한국

어로읽는다는면에서원서를읽는것과는다른

훨씬독특하고의미있는체험을할기회가된

다고봅니다

저의경우그동안재미없는이론서만번

역해오다가최근처음으로제인오스틴의작품

을두어편번역해서내놓으면서실감한바있

습니다lsquo고전적인외국작품을옮길때는어떻

게해야하는가rsquo하는문제죠제인오스틴이도

달한자기시대의언어적성취를우리가접하기

위해서는기본적으로그원작에충실한번역을

하는것이가장우선된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주체적 언어 수용과 중역

황현산 임성모선생은일본어번역을주로하셨지만

서양언어에관해서도조예가깊은것으로압니

다그리고우리언어와형질상가장가까운언

어를번역하는과정에서경험이독특하리라생

각합니다만

임성모 제이름으로번역한건1997년부터지만실제

로는80년대부터이미번역을해왔습니다80

년대사회과학서들의대부분이자기이름을감

춘대학원생들의번역작품이었죠그사회과학

서들을지금보면웃음이나옵니다정말번역

이아닌거죠그가운데제작품도있습니다

최근어떤분이영어유럽어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돌리면정확성이낮은데일본어

는90에육박하는말을하더군요한국어낱말

과일본어낱말이거의1대1대응을이루기때문

이죠그때문에일본어번역은쉽다고들판단합

니다그래서번역료도일본어가가장쌉니다

하지만저는일본어를하면할수록어렵

고낯설다는생각이더많이듭니다미묘한뉘

앙스까지살려낼수있는번역은깊이알아갈수

록더힘들어집니다물론저는제대로된번역

가라기보다는번역의혜택을보는독자에가깝

습니다저는프랑스어나독일어책을직접못

읽기때문에일본어나우리말번역서영역된

책을다시우리말로번역한책들을통해서많이

봅니다번역서의미덕은기본적으로lsquo속도rsquo에

있습니다빨리읽을수있다는거죠아무리부

정확하고왜곡된번역서라고하더라도물론읽

다가집어던지고싶은책도있겠습니다만부족

한대로정보를제공하고그것을단초로제생

각을전개할수있게해줍니다

아까윤선생께서lsquo번역된근대rsquo를언급하

셨지만제가번역한《번역과일본의근대》의역

자후기에한국의근대는lsquo3중번역된근대rsquo라고

썼습니다그것은두가지의미입니다하나는

구미로부터의직수입번역그리고일본을거쳐

서들어오는것그다음에중국의영향을받아

서들어오는번역이렇게번역의루트가세가

지였다는게그하나입니다또하나는그것들

이서로중첩되어있다는것입니다기본적으로

일본어가핵심에있었습니다일본어가한역(漢

譯)을수입합니다이미17세기경부터유럽선

교사들이중국에와서현지인들과공동작업한

역어들이있었고이를에도시대에받아들였는

데중국에서는소멸한그역어들을다시살려내

는작업을일본이근대초기에합니다온전히

일본의것이라고할수없는개념어들이죠유럽

어를번역해서일본어로만들고중국어역어를

자기것으로만든일본어를통해한국의근대가

큰영향을받았습니다

한국사회에서일본어는계속갖고갈수

밖에없는멍에입니다다만그것을자각하느냐

못하느냐어디까지를자각하느냐에따라서극

복의길이달라질것입니다단순히버리는것이

민족성을강화한다고생각하지는않습니다얼

마나자기것으로만드느냐가중요합니다

연결이되는지는모르겠습니다만1880

년대에나카에초민이라고하는메이지정부에

반대했던자유민권운동사상가가루소의《사회

계약론》을번역하면서한자텍스트로번역합니

다일본어가아니라한문으로말입니다그건

독자를동아시아인들로상정한거죠중국과조

선의독자들도읽을수있도록말입니다일국

주의틀을벗어난사상가였다는생각이듭니다

그럴때의고전한문에는사실지금의보편어개

념이있는것입니다일본어다중국어다하면서

국가의틀로가둔다면우리또한일국주의사고

를하고있는것아니겠는가합니다일본어를

버리는것이한국적근대를살리는작업은아니

고오히려찌든때처럼배어있는것을자각하

면서근대의기원을추적해나가고거기서어떤

과거의연관성들을살리는작업이훨씬더건설

적이지않나싶습니다

윤지관 임선생께서하신말씀에많은부분동의합니다

일본적인것혹은일본어로번역된서구를배격

한다는차원으로과거를다뤄서는문제가해결

되지않습니다변별해가면서우리근대의기원

을찾아나가는것이중요하다는생각이듭니다

우리가쓰고있는우리에게없었다가근

대에개발된학문적용어와개념들의경우에는

일본어번역에의존했습니다우리가7080년

대그토록부르짖었던lsquo자유rsquo라는말만해도일

본에서메이지때번역되어나온것아닌가요

많은부분에서기본을이루는개념들이일본어

를통해서들어온것인데어떻게다걷어낼수

있겠습니까선별이이뤄져야지요긍정적인것

은일본이서구를일본어뿐만아니라한자어혹

은아시아적인개념을갖는번역을해냈다는것

입니다반면한국과중국을정복대상으로인식

하는등의지극히일본적인상황에서해낸번역

도많이있고이런것역시번역에묻어우리속

에이미들어와있습니다서구를우리가직접

일본을통하지않고직접번역한다고해도마찬

가지문제가발생할수있습니다번역을통해서

우리언어가개발되고개척되는면도있기때문

에일국주의나민족주의는경계하더라도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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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적인번역의태도를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

할것입니다

임성모 일본에서는최근서양의학술용어들을그냥가

타카나로풀어서쓰는예가점점늘고있습니다

한편으로는번역할수없는걸무리하게번역해

서나타나는폐해보다는원어를드러내는방식

도괜찮다는생각이들면서도또한편으로는아

쉬운생각도듭니다일본의근대초기지식인들

이왜그것을한자어로바꾸려고노력했겠습니

까그것이주체주체적언어수용의문제라고

생각합니다잘아시다시피중국도그런작업들

을잘하고있습니다오히려요즘일본학자들이

그런점에서무뎌지고비주체적으로흘러가고

있습니다

좀다른맥락의얘기지만번역의주체성

과관련해서는중역의문제도있다고봅니다한

국사회에서는오리지널의우위성을유난히강

조하는측면이있습니다최근까지중역이상당

동안지속되어왔고지금도드러내지않고있을

뿐이루어지고있습니다물론오리지널을보지

만일본어역이나중국어역을참조하는것이죠

오리지널과한국어번역과의1대1관계가가장

중요하다고하는가치판단자체는문제가있다

는생각이듭니다오히려중역이더좋은경우

도있거든요제경우만보더라도어떤건프랑

스어를번역했다는데대체무슨이야기를하는

지이해가안되는사례가있었습니다그런데

일본어를번역한걸보면오히려이해가더잘

되는겁니다물론일본어와한국어와의관계때

문에단어와통사방식이낯설지않은데서기

인하는부분도있겠지만일본어역이더좋고공

들인거라면왜굳이오리지널번역만높이평

가하고중역은낮게평가해야하나하는생각도

듭니다

황현산 좀다른예도있겠습니다제경우에는서구의

언어에서번역한이론서는쉽게읽히지만일본

어에서번역된것중역된것이아니라일본이론

을우리말로옮겼을경우오히려서구언어에서

번역했을때보다잘읽히지않습니다서양언

어를우리말로번역할때는대개직접적의미를

파악하고뉘앙스를분석적으로이해한다음우

리의정서로번안해내는데비해일본어번역을

할때는일본어뉘앙스까지그대로옮겨오려하

거나일본어의뉘앙스와한국어의뉘앙스를혼

동하는가운데오히려우리말답지않고우리정

서에안맞는말로번역되는건아닌가싶었습

니다

윤지관 일본어중역이허용된다고하더라도먼저나온

번역의참조차원에서나언어와문화의차이를

고려하는등의합당한의식을갖고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역사적으로본다면일제시대에는

외국문학작품을거의중역으로읽었고해방이

후에도상당기간일본에서번역된세계문학을

다시우리가번역하는관행이있었습니다

제가몇년전국내번역작품의수준을상

당한규모로점검하는일을할기회가있었습니

다그때차라리중역된번역작품이더잘읽히

고새롭게번역했다는작품이오히려과거의중

황현산

-

자국어를풍부하고깊게만들어그럼으로써더깊은사유를할수있는공간으로

만들어가는것이학문의중요한목적중하나가아니겠습니까

19 2007 | spring

2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역된작품에비해훨씬수준이떨어지는경우도

봤습니다그런예를보더라도좋은일본어역이

있으면중역할때의이점이있을수있다는말

에부분적으로동의합니다하지만거기엔시대

적인문제가있다고생각합니다우리가외국작

품을직접번역하지않고일본을통해중역하던

시절에는그만한번역능력을갖춘번역가들이

없었던점도고려돼야합니다일본어가편하게

느껴지는세대의산물인거죠하지만지금은번

역에관심을갖고언어능력까지갖춘사람들이

나오고있기때문에그런사람들이원어에서직

접번역함으로써중역으로생겨난문제들그러

니까일본어투의문장과용어같은것이그대로

우리언어에스미는문제에서벗어날수있다고

봅니다이제는우리가좀더직접적으로다른언

어와대결해가면서우리언어화하는가운데우

리학문이나문학의번역이그자리를찾아가게

해야할것입니다

번역의 충실성과 우리 풍토

황현산 우리언어화해야한다는것이중요합니다처음

에불경이한역(漢譯)되면서불교의중요한개

념들이상당히많이오역됐다는이야기를들었

습니다한자가갖고있는힘때문에그렇게오

해된채로전승된것이많다는것입니다그래서

최근한국에는산스크리트나팔리어로된원시

경전을다시읽고해석하는움직임도있습니다

이것을다른관점에서보면불경이한문으로번

역될때한문에새로생성된이개념들이한문을

쓰는사람들의내면의식과만나그나름대로

새로운발전을해서한자문화권의불교라는새

로운생각의한체계를만들어냈다는관점도가

능합니다그러니까결국오역이든뭐든간에새

로운하나의생각이움트고발전하게하는그런

자료가되어온것이사실이라는말씀입니다

방금윤선생께서충실한번역에관한이

야기를했는데번역에서의충실성그자체를어

떻게정의할것인가하는문제가있습니다보통

번역을평가할때는충실성가독성대상텍스

트의가치즉번역할만한책인가등의항목으

로나눠서평가합니다그런데충실성과가독성

은어떤의미에서는배치되는측면도있습니다

충실성에대한문제를번역의중요성과함께결

부시켜서이야기해주시기바랍니다특히윤선

생께서영문학명작들의번역작품들을광범위

하게검토하신경험을좀소개해주시죠

윤지관 사실임선생말씀중에번역한다고하면뭔가

lsquo허섭한rsquo일을한다고여기는게문제라는지적

이있었는데번역이그렇다고한다면그번역

이잘되었는가못되었는가를따지는건더욱

더허섭한일이될것입니다제가슬프게도그

허섭한일에대한허섭한일을몇년에걸쳐서

했습니다(웃음)오래전부터생각을해오다가

2001년부터2003년까지본격적인작업을해

2004년에결과물을내고2005년에창비에서

책으로연구의일부를발표했습니다영미고전

이그동안우리나라에상당히영향력을발휘하

며학교에서도읽히고대중한테도인기가있어

왔음에도불구하고그번역수준에대해서는띄

엄띄엄얘기해왔을뿐한번도제대로평가한적

이없습니다예컨대대학영문학과에서《테스》

를가르치면당연히학생들은원서로읽을것을

요구받죠그런데어디서다번역본을구해옵니

다번역본이여러종때로는수십종나와있거

든요그런데그중어떤것을봐야할지학생들

도모르고선생들도일일이대조해보기전에는

추천할수도없는상황에처해있어서강단에서

도그런평가작업의필요성을느끼게됐습니다

그래서36편의고전을추리고해방이후

2003년까지출간된모든번역본을조사했습니

다그가운데는중복번역이나표절된것도포

함됐는데다합치면1000권정도역자단위로

보면600권정도되는것을일일이대조검토

해서평점을매겼습니다여러모로힘든일이었

습니다특히과거에번역한선배들한테미안하

기도하고곤혹스러운일도있었지만영문학을

하는사람들의책무라고봤습니다

결과는스스로도놀라웠습니다충실성과

가독성을상당히많이살려원작을대체해읽을

만한번역서라고평가할수있는것이전체의

10밖에안됐습니다셰익스피어등은전문가

가해서나았지만《테스》나《허클베리핀》등널

리읽히는소설작품만따졌을때전체6정도

만제대로된것이었습니다나머지는추천하기

힘든결과가나왔습니다종별로제대로된것이

한권씩이나마있으면했는데그렇지도못했습

니다유명소설의경우한편정도있는게전체

3분의2정도3분의1은한편도없었습니다헤

밍웨이의《노인과바다》라든가《무기여잘있거

라》같은작품은30여종으로번역돼나왔지만

우리가평가하기로는그중한편도추천할것

이없을정도로번역의질이낮았습니다현재

우리전체번역문화나풍토나현실이겉으로는

굉장히풍성해보입니다만내용을알고보면풍

요속의빈곤이었던거죠

임성모 혹시검토하신것중에서같은번역자가몇년

만에다시번역한작품은없었나요

윤지관 드물지만있었습니다대부분은자기가처음했

던것을계속출판사를달리해서출판했고처음

번역이일본어번역에서중역된것을다른분들

이계속표절해가면서다른출판사를통해다른

이름으로내는경우가가장많았습니다전체검

토한것중60가표절이었습니다그럼에도아

무도문제를제기하지않는것을보면기본적으

로는자기도중역이었기때문이아닌가하는생

각이듭니다(웃음)

하여간몇몇분은자기번역을수정해나

갔는데그런분들은대개원래의번역도잘돼

있었습니다한편으로는번역풍토가열악한면

이있지만다른한편으로는젊은세대가다시

말해일본어를모르는세대가번역에가담하면

서좋은번역들이나오는긍정적인부분도발견

됐습니다

21 2007 | spring

2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윤지관

-

번역을통해서우리언어가개발되고개척되는면도있기때문에일국주의나

민족주의는경계하더라도주체적인번역의태도는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할것입니다

모국어의 새로운 발견 외국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

황현산 읽을만한번역서가6미만이라는통계를들

으니참비참합니다판별의기준으로충실성과

가독성을꼽으셨다고했는데이둘은사실충

돌하게될가능성도있는부분입니다번역자가

어떤태도로번역할것인가하는이문제는번

역의가장핵심적인문제이기도합니다때로는

직역을할것인가의역을할것인가의문제로

때로는원전에목표를둘것인가소통에목표를

둘것인가등으로변신하면서줄기차게과제로

떠오릅니다가장해묵은문제면서도대답할수

는없는그런문제죠

윤지관 황선생께서최근에번역비평학회를창립하신

것으로아는데그런문제가바로번역비평의과

제가아니겠습니까

앞서말씀드린작업은영미문학연구회라

는조직에서소장영문학자40여명이모여서

했는데요그때의평가기준으로물론충실성과

가독성이가장큰범주였습니다하지만그때

했던작업은비평단계까지는가지않는아주

기초적인것이었습니다번역의1차적인수준만

본거죠크고작은오역이라든가원의를제대

로못살렸거나불성실하게엉터리로했거나이

런것을변별하는차원에서충실성과가독성을

따진것이죠예컨대세페이지에심각한오역이

하나나오는정도는추천범위안에넣었습니다

한페이지당심각한오역이하나이상나오면

추천에서제외했습니다그리고그런걸따질수

없을정도로너무나엉터리인것도있기때문에

여섯등급정도로나누었습니다황선생께서제

안하신번역비평은그렇게추천된책들을대상

으로나할수있을것입니다전반적인번역서들

의질은번역비평이라는이름을들이대기도부

끄러운형편이었습니다

황현산 임선생께서번역가로서의태도를경험과이론

을합쳐서말씀해주시면좋겠습니다

임성모 제가번역하는방식은여느전문번역가의그것

과좀다릅니다출판사에서제게의뢰를하는

경우도있지만제가제안을해서번역이이루어

지는예도많습니다제가재미있게생각한책

이있어서읽으며요점정리를하다가어느문단

은아예번역하는경우가있고그러다보면어

느새완역을하고있어요그렇게작업을개인적

으로하다가나중에출판사와교섭합니다

가장큰문제는이것같습니다일단텍스

트를둘러싼문화에대한이해가기본적으로있

어야뉘앙스를살려번역할수있다는것입니다

제가보기에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

직한작업입니다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

자기가모르면앞으로나아갈수없습니다이

해못하는것을번역할수는없으니까요논문은

건너뛰면그만이지만번역은막히는순간그것

이해결될때까지는컨베이어벨트전체가멈춰

버립니다그러면저자한테물어봐서라도해결

해야합니다그나마저자가살아있다는건행복

한일입니다저자와얘기하다보면의외의창

조적인논의들도나옵니다자기는그런식으로

생각안했는데그렇게생각할수도있겠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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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독자의입장에서당신책을이렇게받아들였다

고하면그런생각도가능하겠다든지그런이야

기가저는오히려더재미있습니다필자랑이

메일로주고받은이야기들을묶어내면하나의

책이될수도있겠다싶은때도있죠결국은역

자가원텍스트를둘러싼문화전반에대해서

얼마나풍부한이해를하는가가좋은번역의관

건입니다기본적으로공감이있어야하고지식

도있어야하고공도들여야합니다가독성도

있어야죠충실성은말할것도없고요

제주위에서가끔역주를그렇게까지붙

일필요가있느냐는말들을합니다학술번역에

서는역주가많을수록충실하다고일반적으로

얘기하는데역주가많으면사실상가독성은떨

어지는것아닙니까제경우에는개인적인관

심때문에늘어나는경우가있어요저는굉장히

흥미롭게판단해천착하고다른문헌들을뒤져

가면서나름대로한페이지가까이역주를붙여

놨는데독자입장에서보면본문에서얘기하는

논지랑크게관련이없는데뭘그렇게길게썼

느냐고할수도있거든요

황현산 제경우에는오랫동안직역을해야된다고주장

해왔고실제로거의늘직역을하는편입니다

다른말로하자면lsquo원문중심주의rsquo입니다저는

번역을해야할이유가바로거기에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우리언어가갖고있는것은세계모든

사람들이발견하고만들어낸표현에비하면극

히제한된것입니다다른언어로만들어진생각

들을우리언어가갖고있는역량으로감당못

하는부분이반드시있습니다그런데이것을부

족한언어로적당히구겨넣으려고하다보면

늘우리가정말로번역해야할부분을번역못

하게됩니다최초의목적에위배되는결과가나

오는것입니다

그래서직역해야한다는것은우리언어

가가진모든역량을총동원해야한다어떤의

미에서는확장까지시도해야한다는뜻으로이

해해주셨으면좋겠습니다이렇게번역을함으

로써결국우리말에새로운개념을표현해담을

길을만들기도하는것입니다가독성이라고하

는문제도우선그글이매끄럽게읽히느냐안

읽히느냐로판단할것이아니라우리말자체를

얼마나가독성있는언어로빚어나가느냐하는

문제로인식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윤지관 개인적으로좋은번역은하나라고봅니다의역

으로지칭하든직역으로지칭하든그것이제대

로된번역이라고한다면그둘의이상적인조

합이성취될수있다고봅니다그것은모국어의

새로운발견이될수도있고외국어에대한새

로운해석이될수도있습니다그런데임선생

처럼번역할작품을자기가선택하고연구하고

공부하는자세로주석을달며충실하게전달하

려고애쓰는번역자만있다면걱정할필요가없

겠지요현실은그렇지않습니다번역은lsquo허섭

한일rsquo이라는평을받는만큼이나아무나할수

있다고생각하고언어만어느정도알면할수

있다는식으로생각하는게문제입니다

번역문화에대해서얘기해보면외국의소개할

만한작품을연구자나전공자가정해서하는경

우도있겠지만우선적으로는출판사의상업적

판단에따라번역의대상이선별되는것이현

실입니다그러다보니차후의문화적인발전을

위해서의당이뤄져야할번역은배제되고오

히려엉뚱한것들이대거소개되는현상도있

습니다

요즘한류를따라우리문학이일본에많

이나갔다는식으로얘기하지만실은일본문학

이우리나라에소개되고있는양이훨씬더엄청

나서외국문학번역시장을거의장악하다시피

하고있습니다긍정적인의미도있겠지만일본

문학이갖고있는대중성이나피상성에우리독

자가상당히매혹된다는얘기가되기도합니다

그걸출판사나번역자들이부추기고있는것이

죠그런식으로일본문학이대거소개되고시장

을점령하는것이바람직한가하는것도번역을

둘러싸고고민할지점의하나라고생각합니다

문화의 번역 무엇을 번역할 것인가

황현산 우리가무엇을번역해야하는가하는문제로넘

어왔습니다일본문학작품의대량유입을이야

기했지만실은《해리포터》처럼우리시장에서

더큰비중을차지하는서구의대중소설도많

습니다같은대중소설이번역돼도서구의것

이번역될때는염려의관심에서비껴나지만일

본의것이소개되면어김없이비판이뒤따릅니

다서구대중소설이유행하면하나의경향이라

고생각하고일본대중소설이번역될때에는하

나의왜곡이라고보는듯합니다이것은무엇을

번역해야할것인가번역의주체성과연계를할

수있을것같습니다물론제진단이정확할지는

자신없습니다이문제와관련하여서구에대해

서일본에대해서혹은제3세계에대해서어떤

태도를가질것인가말씀해주셨으면합니다

임성모 일본얘기가나온김에말씀드리면두명의무

라카미가한국의소설시장을휩쓸고있죠수업

시간에물어보면대학생들이그들의소설한권

씩은대개읽어봤습니다물론하나의유행이나

패션으로일본문학들을보고있다는느낌도있

습니다

소설보다영향력이더큰건만화일겁니

다일본만화에대해한국사회는폭력적이고선

정적이고가학적이라는이미지를갖고있습니다

물론그런측면이있습니다만그것이유독일본

만화만의것은아닌데일본만화하면그런도식

이성립하는겁니다《20세기소년》이나《바람

계곡의나우시카》처럼수준높은에콜로지를담

고있는만화도얼마든지있습니다나름대로보

편적인사유를하는데도움이되는작품들까지

한꺼번에매도하는경향이없지않습니다특히

만화에서그런점이두드러지죠

황현산 일본만화를보면굉장히놀랍습니다우리집여

자들이일본만화를한아름씩갖고와서보기때

문에가끔옆에서어깨너머로들여다봅니다

우선만화에나오는축적된지식의양에놀랍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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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다어떤만화는프랑스포도주에대해서얘기하

고있습니다포도주에관해처음부터끝까지모

든것이거기있습니다어떤만화엔시인아폴

리네르에대한이야기가언급되어있더군요제

가명색이아폴리네르로박사학위를받은사람

인데제가모르는이야기가거기에있어정말로

깜짝놀랐습니다축적된지식의양이엄청납니

다그것들을일본대중문학들이굉장히잘쓰고

이용하고있다는생각도듭니다저는오히려일

본만화가더본류고일본소설들이만화를참조

하고있는건아닐까하는생각까지합니다

무라카미하루키의《노르웨이의숲(상실

의시대)》이라는작품의경우저같이서양문학

을한사람들은작품을읽으면금방세작가를

골라냅니다피츠제럴드토마스만네르발그

런데어쩌면그셋을그렇게잘용해시키고활용

해서말하자면새로운lsquo인터페이스rsquo를잘만들

어냈을까싶습니다최근에는장이머우의영화

를보면서도그런생각을했습니다서구의상

징주의표현주의문학이만들어놓은미학들의

결과들을저렇게잘사용하고있구나이것들도

넓게보면번역행위에해당하는것이겠죠

윤지관 중국이나일본의만화나소설이라서일률적으

로배척하는태도는바람직하지않고변별이필

요합니다그러나일단우리속으로들어왔을때

에는반성적으로나비평적으로보는것이필요

하다는얘기였습니다일본과중국이서양을버

무리는기술이탁월하다는말씀을하셨는데번

역을잘해내는사례로볼수도있겠습니다한

편생각하면번역에서불가피한부분일수도

있지만서양을잘조합해내는기술차원에서의

번역에한정돼서는곤란하다고봅니다하루키

등이서양에잘먹히는이유중하나가그들에

게익숙하게버무려냈다는점인데말하자면일

본색을드러내되서양구미에맞게끔번역해냅

니다그런데그것이번역의바람직한방향이겠

는가이점은짚어봐야합니다

황현산 일본사람들스스로는그점에대해서어떻게

생각하는지궁금하군요

임성모 거기까지는잘모르겠습니다만이런점은분명

히있습니다이를테면lt공각기동대gt가lt매트릭

스gt에영향을미쳤다아시아는항상서양으로

부터뭘받아왔는데자기들이할리우드에영향

을미치지않았느냐하는자부심같은것은일

본오타쿠세대가갖고있는공통점중하나라

고생각합니다사실lt공각기동대gt를보고lt매트

릭스gt의한장면을떠올릴수는있지만갖고있

는스토리라인은전혀다르잖아요철학적인것

은lt매트릭스gt가더뛰어나죠일종의문화번역

이이뤄지면서서로의장점들을얼마나갖고오

고자기장점으로만들어가는가가중요하겠죠

일본사회에서는기본적으로서양을기

준으로삼고사고와작업을해나가는것이일

반적경향인것같습니다그런것들이글로벌

스탠더드에맞는다는거죠그로인해서양과의

관계에서는생산적인결과를얻고있는지몰라

도아시아와의관계에서는오히려반대가되고

있는측면이있습니다우리가지금그걸닮아가

임성모

-

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직한작업입니다

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모르면나아갈수없습니다

27 2007 | spring

2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는것은아닌가싶네요

윤지관 무엇인가를주체적으로하자말은하기쉽습니

다만과연그lsquo주체적rsquo이란게뭐냐라고하면쉽

지않죠일본이나중국에대한제대로된관심

도필요한데일본이나중국의어떤부분을번역

할것인가는고민이더필요한부분입니다아울

러일본이나중국뿐아니라아시아의다른나라

어떻게보면작은나라들에서형성된문화에대

해우리가번역을통해좀더알아보고접할필요

가있지않겠습니까

세계화라고하면미국중심서양중심

혹은서양화가빨리된일본등으로연상이이

어집니다만그런세계체제에서좀떨어져있거

나오히려전통적생활문화와언어문화를간직

하고있는나라들과의교류가필요합니다그런

관점에서문학에있어서새로운세계문학의구

성을모색해야하고우리의번역도그런세계로

좀더열려있어야하겠습니다

황현산 우리문화에서서구편향성이지적되고그것과

관련되어주체성이야기가나오는데저는어떤

관점에서보면서구에대한편향자체가주체성

을강화하려는시도와연결되어있는것이아닌

가하는생각을합니다지극히강한지배적인

문화와이념의틀과자기를동일시하려는시도

아닐까하는것이죠현실적으로널리통용되는

이성과논리로써자기설명을하려고하는그래

서자기주체성을보편적주체성으로보이게하

려는시도아니겠는가말입니다서구편향으로

우리를끌고가는바로그힘이결국은보수우

익민족주의로이끌기도합니다

한편서양문학작품을어떻게든정확하게

번역하려고하는노력에대한비난도있습니다

그것자체가서구편향이라든지서구원문만을

너무정본으로생각한다든지하는비난이죠그

러나저는오히려바로그것을뿌리부터번역하

려고함으로써어떤의미에서는내주체성에대

해서더생각하고내주체성의깊은곳으로내

려갈수있는것아닌가생각합니다서구에도

겉으로보이는서구가있고드러나보이지않는

심층의서구가있습니다서구의심층을건드리

려면더충실하고명확하게알아야합니다이

해되기쉬운서구명확하고보편적인것으로만

보이는서구가아니라그밑에있는무의식의

서구괴물로서의서구에도달해야하는것아닌

가합니다

윤지관 아까말씀하신직역얘기와통하는것같군요

제가아까좋은번역은하나라고했지만어느

쪽에역점을두느냐의문제는남습니다서양

의고전적작품에대해서는저도lsquo충실하게rsquo가

번역의우선이라고생각합니다그문화의핵심

그사회의근저에까지도달하려면그언어를될

수있으면충실하게설령그외국투가많이남

아좀어색하고가독성의문제를야기할지언정

충실하게옮겨야만그것을통해어떤새로운인

식을얻거나서구의요소들을제대로통찰하게

하는일들이가능하리라고봅니다따라서고전

적인작품에대해서는너무자연스럽기만하기

보다번역투가있는것도괜찮다고봅니다물론

장르에따라다르겠지요어떤장르에서는문학

의창조적인성취보다정확성이필요할수도있

고또다른경우에는좀더잘읽히는방식의선

택이필요할것입니다이역시쉽지는않은문

제입니다예컨대미국에서는미국말로잘읽히

는번역을선호합니다제3세계작품을번역할

때어색한건될수있으면없애려고합니다그

래서미국화시켜서한다거나아니면아예신비

화시켜서이를테면아랍의현실을번역할때구

체적인현실을그대로묘사하지않고좀신비적

으로처리해번역해버리는성향이있다는비판

을하는미국번역학자도있습니다

임성모 번역이지나치게서구나일본중심으로이루어

지는것은사실입니다최근에는중국까지포함

해서요아시아를이야기하더라도동아시아위

주로얘기됩니다동남아시아등은관심권에서

멀리있습니다lsquo아세안+3rsquo식으로얘기하고있

지만사실은거꾸로되어있죠한국의인식속

에서는lsquo3+아세안rsquo이죠아시아의다른권역의

역사나문학전문가를불러서이야기를듣고싶

어도손으로꼽아야할형편입니다너무불균형

적입니다아시아우리주변이라고얘기하면서

도한국사회스스로강자의논리를따르고있

습니다번역도기본적으로강자의논리거든요

우리스스로아시아에서도동아시아로제한하

는데는앞서간일본이나강국으로부상하는중

국과우리를동일시하려는욕구가작용하고있

을것입니다약자에대한시선이없습니다70

80년대에아랍문학이소개될때는그래도긍정

적측면이있었는데오히려지금은그때만못합

니다소수에대한시선이번역텍스트를선정할

때필요합니다그리고번역의주체성을이야기

하자면번역의방향도이야기해야합니다번역

의방향이일방향적입니다물론번역되어나가

는것이없지는않습니다하지만대개저들의

필요에의해서갖고가는것이고그러다보니

상당히제한적일수밖에없습니다

강자의 논리와 쌍방향적 번역

황현산 최근에장이머우감독의lt천리주단기gt를봤습

니다관운장이조조한테몸붙이고있다가유비

한테복귀하는상황을다루는경극을소재로하

고있습니다주인공은일본사람입니다텔레

비전PD였던아들이lt천리주단기gt공연장면을

찍으려고했으나못찍고병들어죽어가요아

버지가병문안을가도아들이만나주지않을만

큼부자간이좋지않습니다아버지가화해하는

방법으로아들대신그장면을찍으러중국으로

갑니다결국아들이죽은다음에찍어옵니다

거기에서보면늙은아버지가중국어를

전혀모르기때문에겪어야하는고통도있고

거기서소통이안되는아들과의관계도나오고

경극의주연배우와그아들의관계도나옵니

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중국밑에또다른중

국이있습니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일본밑에

또다른일본이있습니다번역이나소통은결

국타자를어떻게우리한테받아들이느냐타자

29 2007 | spring

3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리가그렇게되고자하는그주체아니겠습니까

타자는강자아래에있고강자들에의해가려

져있는쪽입니다그래서우리가번역을할때

는좀공격적으로해야한다고봅니다말하자면

기존의언어와상식에충격을주고그것을거스

르는번역이어야한다는말입니다윤선생께서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서큰고민을해야할부

분일것입니다서양것을우리말로번역하는것

은이미말씀하신대로상당한수준에서이뤄지

고있습니다우리것을서양말로번역할때에는

늘그쪽에맞추지않으면안될것같은염려가

있어왔습니다그러나오히려이문제도공격적

으로태도를바꿔야하는것아닌가합니다

현재우리한국문학작품을외국어로번

역할때대개한국사람이번역하고외국사람이

윤문하는방식으로하는데저는이방식이번역

의가장나쁜형태라고생각합니다한국사람이

번역을하게되면서툰외국어표현들이나오게

될것입니다그러나그노력속에는한국말에

있는어떤고유한특징을담으려는의도도있

을것입니다그런데그외국어를모국어로하는

번역파트너가이걸전부다스려서윤문하면상

투적인표현밖에남지않습니다결국읽어도좋

고안읽어도좋을진부한것이돼버립니다그

러면상대방이받아들일때는술술읽히기는하

되왜한국은상투적인언어밖에못하는가이

런생각을하게됩니다

적어도우리번역이의미있는기능을하

고우리문학작품이그사람들에게각인되게하

기위해서는우선일반적으로수용되도록하

는것에만초점을맞추지말고적어도거기에

서충격을주도록번역해야옳지않은가합니다

그래서공격적인번역이필요하다는겁니다일

본어로작품을쓰는이회성선생이한수필에서

이런말을하더군요한국어를직역한일본어로

가령일본에없는한국욕도한국말그대로를

일본어로옮겨놓으니새로운표현이얻어지더

라는겁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현재27개언어로번역

을해내보내고있는데거기에는서구어뿐아니

라아시아권남미권까지다양한언어가포함됩

니다지금취하고있는방식은황선생께서말

씀하신것처럼한국인번역자와외국인번역자

가파트너가되어서번역하는시스템입니다황

선생께서우려하는그런폐해가생겨날수있습

니다상대언어기준으로문맥을자연스럽게만

드느냐아니면오히려외국적이질성까지드러

내느냐의선택문제인데중요한것은우리언

어의성취를살리는데있겠죠외국인으로서우

리말의성취를온전히이해할수있는번역자가

있다면해결되는데그렇지않을때는외국인번

역자와한국인번역자가짝을이뤄소통해나가

면서협업해갈수밖에없습니다

일본의경우일본작품을자기언어로번

역할만한수준있는외국인번역자가많이포진

하고있습니다일본에대한전반적이해도깊고

전공자도많고그런역사도오래됐습니다한

국은그런면에서많이뒤처져있습니다일본은

를어떻게이해하고안고lsquo환대rsquo하는가입니다

그영화를보다가결국나도내아들과의관계를

생각하게되더군요그런식으로내가모르고있

었던내안의타자와도만나게되는것입니다

윤지관 의미가있는말입니다그런데번역이타자를

받아들이는데꼭환대해야하는가는다른문제

인것같습니다조금경계할수도있겠지요타

자의부분에대해서는제가맡고있는일이꼭

그래서가아니라번역에서중요한문제기때문

에얘기를드리겠습니다임선생께서아까얘기

하신쌍방향적인번역의문제입니다우리가번

역하고있는상대는우리한테타자지만우리가

또상대방에게는타자거든요우리의것들이어

떤식으로번역이되는가도번역에서상당히중

요한주제입니다기본적으로외국의타자를우

리속으로번역하는것은이미긴역사를갖고

있고여러모로발전도해왔습니다전반적인번

역문화라고해도좋을학문이라고해도좋을

아주깊은사회적인의미까지띠게됐습니다

그에비하면우리가도달한성취가타자

속으로번역된건비교가안될정도로미미합

니다왜이런현상이생겼을까하면기본적으

로번역이역시강자의논리를따른다는점이

하나있습니다일본이서구에번역된것에비하

면한국은매우미흡한수준입니다그런점에서

우리가도달한언어적혹은문화적성취를번역

해내는일도좀더큰사회적의제로다루어져야

하지않나싶습니다세계화와도관련되는문제

인데이런얘기를좀나누어보았으면합니다

황현산 강자의논리라고할때그강자는주체혹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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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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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

Page 5: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1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적인번역의태도를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

할것입니다

임성모 일본에서는최근서양의학술용어들을그냥가

타카나로풀어서쓰는예가점점늘고있습니다

한편으로는번역할수없는걸무리하게번역해

서나타나는폐해보다는원어를드러내는방식

도괜찮다는생각이들면서도또한편으로는아

쉬운생각도듭니다일본의근대초기지식인들

이왜그것을한자어로바꾸려고노력했겠습니

까그것이주체주체적언어수용의문제라고

생각합니다잘아시다시피중국도그런작업들

을잘하고있습니다오히려요즘일본학자들이

그런점에서무뎌지고비주체적으로흘러가고

있습니다

좀다른맥락의얘기지만번역의주체성

과관련해서는중역의문제도있다고봅니다한

국사회에서는오리지널의우위성을유난히강

조하는측면이있습니다최근까지중역이상당

동안지속되어왔고지금도드러내지않고있을

뿐이루어지고있습니다물론오리지널을보지

만일본어역이나중국어역을참조하는것이죠

오리지널과한국어번역과의1대1관계가가장

중요하다고하는가치판단자체는문제가있다

는생각이듭니다오히려중역이더좋은경우

도있거든요제경우만보더라도어떤건프랑

스어를번역했다는데대체무슨이야기를하는

지이해가안되는사례가있었습니다그런데

일본어를번역한걸보면오히려이해가더잘

되는겁니다물론일본어와한국어와의관계때

문에단어와통사방식이낯설지않은데서기

인하는부분도있겠지만일본어역이더좋고공

들인거라면왜굳이오리지널번역만높이평

가하고중역은낮게평가해야하나하는생각도

듭니다

황현산 좀다른예도있겠습니다제경우에는서구의

언어에서번역한이론서는쉽게읽히지만일본

어에서번역된것중역된것이아니라일본이론

을우리말로옮겼을경우오히려서구언어에서

번역했을때보다잘읽히지않습니다서양언

어를우리말로번역할때는대개직접적의미를

파악하고뉘앙스를분석적으로이해한다음우

리의정서로번안해내는데비해일본어번역을

할때는일본어뉘앙스까지그대로옮겨오려하

거나일본어의뉘앙스와한국어의뉘앙스를혼

동하는가운데오히려우리말답지않고우리정

서에안맞는말로번역되는건아닌가싶었습

니다

윤지관 일본어중역이허용된다고하더라도먼저나온

번역의참조차원에서나언어와문화의차이를

고려하는등의합당한의식을갖고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역사적으로본다면일제시대에는

외국문학작품을거의중역으로읽었고해방이

후에도상당기간일본에서번역된세계문학을

다시우리가번역하는관행이있었습니다

제가몇년전국내번역작품의수준을상

당한규모로점검하는일을할기회가있었습니

다그때차라리중역된번역작품이더잘읽히

고새롭게번역했다는작품이오히려과거의중

황현산

-

자국어를풍부하고깊게만들어그럼으로써더깊은사유를할수있는공간으로

만들어가는것이학문의중요한목적중하나가아니겠습니까

19 2007 | spring

2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역된작품에비해훨씬수준이떨어지는경우도

봤습니다그런예를보더라도좋은일본어역이

있으면중역할때의이점이있을수있다는말

에부분적으로동의합니다하지만거기엔시대

적인문제가있다고생각합니다우리가외국작

품을직접번역하지않고일본을통해중역하던

시절에는그만한번역능력을갖춘번역가들이

없었던점도고려돼야합니다일본어가편하게

느껴지는세대의산물인거죠하지만지금은번

역에관심을갖고언어능력까지갖춘사람들이

나오고있기때문에그런사람들이원어에서직

접번역함으로써중역으로생겨난문제들그러

니까일본어투의문장과용어같은것이그대로

우리언어에스미는문제에서벗어날수있다고

봅니다이제는우리가좀더직접적으로다른언

어와대결해가면서우리언어화하는가운데우

리학문이나문학의번역이그자리를찾아가게

해야할것입니다

번역의 충실성과 우리 풍토

황현산 우리언어화해야한다는것이중요합니다처음

에불경이한역(漢譯)되면서불교의중요한개

념들이상당히많이오역됐다는이야기를들었

습니다한자가갖고있는힘때문에그렇게오

해된채로전승된것이많다는것입니다그래서

최근한국에는산스크리트나팔리어로된원시

경전을다시읽고해석하는움직임도있습니다

이것을다른관점에서보면불경이한문으로번

역될때한문에새로생성된이개념들이한문을

쓰는사람들의내면의식과만나그나름대로

새로운발전을해서한자문화권의불교라는새

로운생각의한체계를만들어냈다는관점도가

능합니다그러니까결국오역이든뭐든간에새

로운하나의생각이움트고발전하게하는그런

자료가되어온것이사실이라는말씀입니다

방금윤선생께서충실한번역에관한이

야기를했는데번역에서의충실성그자체를어

떻게정의할것인가하는문제가있습니다보통

번역을평가할때는충실성가독성대상텍스

트의가치즉번역할만한책인가등의항목으

로나눠서평가합니다그런데충실성과가독성

은어떤의미에서는배치되는측면도있습니다

충실성에대한문제를번역의중요성과함께결

부시켜서이야기해주시기바랍니다특히윤선

생께서영문학명작들의번역작품들을광범위

하게검토하신경험을좀소개해주시죠

윤지관 사실임선생말씀중에번역한다고하면뭔가

lsquo허섭한rsquo일을한다고여기는게문제라는지적

이있었는데번역이그렇다고한다면그번역

이잘되었는가못되었는가를따지는건더욱

더허섭한일이될것입니다제가슬프게도그

허섭한일에대한허섭한일을몇년에걸쳐서

했습니다(웃음)오래전부터생각을해오다가

2001년부터2003년까지본격적인작업을해

2004년에결과물을내고2005년에창비에서

책으로연구의일부를발표했습니다영미고전

이그동안우리나라에상당히영향력을발휘하

며학교에서도읽히고대중한테도인기가있어

왔음에도불구하고그번역수준에대해서는띄

엄띄엄얘기해왔을뿐한번도제대로평가한적

이없습니다예컨대대학영문학과에서《테스》

를가르치면당연히학생들은원서로읽을것을

요구받죠그런데어디서다번역본을구해옵니

다번역본이여러종때로는수십종나와있거

든요그런데그중어떤것을봐야할지학생들

도모르고선생들도일일이대조해보기전에는

추천할수도없는상황에처해있어서강단에서

도그런평가작업의필요성을느끼게됐습니다

그래서36편의고전을추리고해방이후

2003년까지출간된모든번역본을조사했습니

다그가운데는중복번역이나표절된것도포

함됐는데다합치면1000권정도역자단위로

보면600권정도되는것을일일이대조검토

해서평점을매겼습니다여러모로힘든일이었

습니다특히과거에번역한선배들한테미안하

기도하고곤혹스러운일도있었지만영문학을

하는사람들의책무라고봤습니다

결과는스스로도놀라웠습니다충실성과

가독성을상당히많이살려원작을대체해읽을

만한번역서라고평가할수있는것이전체의

10밖에안됐습니다셰익스피어등은전문가

가해서나았지만《테스》나《허클베리핀》등널

리읽히는소설작품만따졌을때전체6정도

만제대로된것이었습니다나머지는추천하기

힘든결과가나왔습니다종별로제대로된것이

한권씩이나마있으면했는데그렇지도못했습

니다유명소설의경우한편정도있는게전체

3분의2정도3분의1은한편도없었습니다헤

밍웨이의《노인과바다》라든가《무기여잘있거

라》같은작품은30여종으로번역돼나왔지만

우리가평가하기로는그중한편도추천할것

이없을정도로번역의질이낮았습니다현재

우리전체번역문화나풍토나현실이겉으로는

굉장히풍성해보입니다만내용을알고보면풍

요속의빈곤이었던거죠

임성모 혹시검토하신것중에서같은번역자가몇년

만에다시번역한작품은없었나요

윤지관 드물지만있었습니다대부분은자기가처음했

던것을계속출판사를달리해서출판했고처음

번역이일본어번역에서중역된것을다른분들

이계속표절해가면서다른출판사를통해다른

이름으로내는경우가가장많았습니다전체검

토한것중60가표절이었습니다그럼에도아

무도문제를제기하지않는것을보면기본적으

로는자기도중역이었기때문이아닌가하는생

각이듭니다(웃음)

하여간몇몇분은자기번역을수정해나

갔는데그런분들은대개원래의번역도잘돼

있었습니다한편으로는번역풍토가열악한면

이있지만다른한편으로는젊은세대가다시

말해일본어를모르는세대가번역에가담하면

서좋은번역들이나오는긍정적인부분도발견

됐습니다

21 2007 | spring

2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윤지관

-

번역을통해서우리언어가개발되고개척되는면도있기때문에일국주의나

민족주의는경계하더라도주체적인번역의태도는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할것입니다

모국어의 새로운 발견 외국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

황현산 읽을만한번역서가6미만이라는통계를들

으니참비참합니다판별의기준으로충실성과

가독성을꼽으셨다고했는데이둘은사실충

돌하게될가능성도있는부분입니다번역자가

어떤태도로번역할것인가하는이문제는번

역의가장핵심적인문제이기도합니다때로는

직역을할것인가의역을할것인가의문제로

때로는원전에목표를둘것인가소통에목표를

둘것인가등으로변신하면서줄기차게과제로

떠오릅니다가장해묵은문제면서도대답할수

는없는그런문제죠

윤지관 황선생께서최근에번역비평학회를창립하신

것으로아는데그런문제가바로번역비평의과

제가아니겠습니까

앞서말씀드린작업은영미문학연구회라

는조직에서소장영문학자40여명이모여서

했는데요그때의평가기준으로물론충실성과

가독성이가장큰범주였습니다하지만그때

했던작업은비평단계까지는가지않는아주

기초적인것이었습니다번역의1차적인수준만

본거죠크고작은오역이라든가원의를제대

로못살렸거나불성실하게엉터리로했거나이

런것을변별하는차원에서충실성과가독성을

따진것이죠예컨대세페이지에심각한오역이

하나나오는정도는추천범위안에넣었습니다

한페이지당심각한오역이하나이상나오면

추천에서제외했습니다그리고그런걸따질수

없을정도로너무나엉터리인것도있기때문에

여섯등급정도로나누었습니다황선생께서제

안하신번역비평은그렇게추천된책들을대상

으로나할수있을것입니다전반적인번역서들

의질은번역비평이라는이름을들이대기도부

끄러운형편이었습니다

황현산 임선생께서번역가로서의태도를경험과이론

을합쳐서말씀해주시면좋겠습니다

임성모 제가번역하는방식은여느전문번역가의그것

과좀다릅니다출판사에서제게의뢰를하는

경우도있지만제가제안을해서번역이이루어

지는예도많습니다제가재미있게생각한책

이있어서읽으며요점정리를하다가어느문단

은아예번역하는경우가있고그러다보면어

느새완역을하고있어요그렇게작업을개인적

으로하다가나중에출판사와교섭합니다

가장큰문제는이것같습니다일단텍스

트를둘러싼문화에대한이해가기본적으로있

어야뉘앙스를살려번역할수있다는것입니다

제가보기에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

직한작업입니다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

자기가모르면앞으로나아갈수없습니다이

해못하는것을번역할수는없으니까요논문은

건너뛰면그만이지만번역은막히는순간그것

이해결될때까지는컨베이어벨트전체가멈춰

버립니다그러면저자한테물어봐서라도해결

해야합니다그나마저자가살아있다는건행복

한일입니다저자와얘기하다보면의외의창

조적인논의들도나옵니다자기는그런식으로

생각안했는데그렇게생각할수도있겠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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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독자의입장에서당신책을이렇게받아들였다

고하면그런생각도가능하겠다든지그런이야

기가저는오히려더재미있습니다필자랑이

메일로주고받은이야기들을묶어내면하나의

책이될수도있겠다싶은때도있죠결국은역

자가원텍스트를둘러싼문화전반에대해서

얼마나풍부한이해를하는가가좋은번역의관

건입니다기본적으로공감이있어야하고지식

도있어야하고공도들여야합니다가독성도

있어야죠충실성은말할것도없고요

제주위에서가끔역주를그렇게까지붙

일필요가있느냐는말들을합니다학술번역에

서는역주가많을수록충실하다고일반적으로

얘기하는데역주가많으면사실상가독성은떨

어지는것아닙니까제경우에는개인적인관

심때문에늘어나는경우가있어요저는굉장히

흥미롭게판단해천착하고다른문헌들을뒤져

가면서나름대로한페이지가까이역주를붙여

놨는데독자입장에서보면본문에서얘기하는

논지랑크게관련이없는데뭘그렇게길게썼

느냐고할수도있거든요

황현산 제경우에는오랫동안직역을해야된다고주장

해왔고실제로거의늘직역을하는편입니다

다른말로하자면lsquo원문중심주의rsquo입니다저는

번역을해야할이유가바로거기에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우리언어가갖고있는것은세계모든

사람들이발견하고만들어낸표현에비하면극

히제한된것입니다다른언어로만들어진생각

들을우리언어가갖고있는역량으로감당못

하는부분이반드시있습니다그런데이것을부

족한언어로적당히구겨넣으려고하다보면

늘우리가정말로번역해야할부분을번역못

하게됩니다최초의목적에위배되는결과가나

오는것입니다

그래서직역해야한다는것은우리언어

가가진모든역량을총동원해야한다어떤의

미에서는확장까지시도해야한다는뜻으로이

해해주셨으면좋겠습니다이렇게번역을함으

로써결국우리말에새로운개념을표현해담을

길을만들기도하는것입니다가독성이라고하

는문제도우선그글이매끄럽게읽히느냐안

읽히느냐로판단할것이아니라우리말자체를

얼마나가독성있는언어로빚어나가느냐하는

문제로인식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윤지관 개인적으로좋은번역은하나라고봅니다의역

으로지칭하든직역으로지칭하든그것이제대

로된번역이라고한다면그둘의이상적인조

합이성취될수있다고봅니다그것은모국어의

새로운발견이될수도있고외국어에대한새

로운해석이될수도있습니다그런데임선생

처럼번역할작품을자기가선택하고연구하고

공부하는자세로주석을달며충실하게전달하

려고애쓰는번역자만있다면걱정할필요가없

겠지요현실은그렇지않습니다번역은lsquo허섭

한일rsquo이라는평을받는만큼이나아무나할수

있다고생각하고언어만어느정도알면할수

있다는식으로생각하는게문제입니다

번역문화에대해서얘기해보면외국의소개할

만한작품을연구자나전공자가정해서하는경

우도있겠지만우선적으로는출판사의상업적

판단에따라번역의대상이선별되는것이현

실입니다그러다보니차후의문화적인발전을

위해서의당이뤄져야할번역은배제되고오

히려엉뚱한것들이대거소개되는현상도있

습니다

요즘한류를따라우리문학이일본에많

이나갔다는식으로얘기하지만실은일본문학

이우리나라에소개되고있는양이훨씬더엄청

나서외국문학번역시장을거의장악하다시피

하고있습니다긍정적인의미도있겠지만일본

문학이갖고있는대중성이나피상성에우리독

자가상당히매혹된다는얘기가되기도합니다

그걸출판사나번역자들이부추기고있는것이

죠그런식으로일본문학이대거소개되고시장

을점령하는것이바람직한가하는것도번역을

둘러싸고고민할지점의하나라고생각합니다

문화의 번역 무엇을 번역할 것인가

황현산 우리가무엇을번역해야하는가하는문제로넘

어왔습니다일본문학작품의대량유입을이야

기했지만실은《해리포터》처럼우리시장에서

더큰비중을차지하는서구의대중소설도많

습니다같은대중소설이번역돼도서구의것

이번역될때는염려의관심에서비껴나지만일

본의것이소개되면어김없이비판이뒤따릅니

다서구대중소설이유행하면하나의경향이라

고생각하고일본대중소설이번역될때에는하

나의왜곡이라고보는듯합니다이것은무엇을

번역해야할것인가번역의주체성과연계를할

수있을것같습니다물론제진단이정확할지는

자신없습니다이문제와관련하여서구에대해

서일본에대해서혹은제3세계에대해서어떤

태도를가질것인가말씀해주셨으면합니다

임성모 일본얘기가나온김에말씀드리면두명의무

라카미가한국의소설시장을휩쓸고있죠수업

시간에물어보면대학생들이그들의소설한권

씩은대개읽어봤습니다물론하나의유행이나

패션으로일본문학들을보고있다는느낌도있

습니다

소설보다영향력이더큰건만화일겁니

다일본만화에대해한국사회는폭력적이고선

정적이고가학적이라는이미지를갖고있습니다

물론그런측면이있습니다만그것이유독일본

만화만의것은아닌데일본만화하면그런도식

이성립하는겁니다《20세기소년》이나《바람

계곡의나우시카》처럼수준높은에콜로지를담

고있는만화도얼마든지있습니다나름대로보

편적인사유를하는데도움이되는작품들까지

한꺼번에매도하는경향이없지않습니다특히

만화에서그런점이두드러지죠

황현산 일본만화를보면굉장히놀랍습니다우리집여

자들이일본만화를한아름씩갖고와서보기때

문에가끔옆에서어깨너머로들여다봅니다

우선만화에나오는축적된지식의양에놀랍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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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다어떤만화는프랑스포도주에대해서얘기하

고있습니다포도주에관해처음부터끝까지모

든것이거기있습니다어떤만화엔시인아폴

리네르에대한이야기가언급되어있더군요제

가명색이아폴리네르로박사학위를받은사람

인데제가모르는이야기가거기에있어정말로

깜짝놀랐습니다축적된지식의양이엄청납니

다그것들을일본대중문학들이굉장히잘쓰고

이용하고있다는생각도듭니다저는오히려일

본만화가더본류고일본소설들이만화를참조

하고있는건아닐까하는생각까지합니다

무라카미하루키의《노르웨이의숲(상실

의시대)》이라는작품의경우저같이서양문학

을한사람들은작품을읽으면금방세작가를

골라냅니다피츠제럴드토마스만네르발그

런데어쩌면그셋을그렇게잘용해시키고활용

해서말하자면새로운lsquo인터페이스rsquo를잘만들

어냈을까싶습니다최근에는장이머우의영화

를보면서도그런생각을했습니다서구의상

징주의표현주의문학이만들어놓은미학들의

결과들을저렇게잘사용하고있구나이것들도

넓게보면번역행위에해당하는것이겠죠

윤지관 중국이나일본의만화나소설이라서일률적으

로배척하는태도는바람직하지않고변별이필

요합니다그러나일단우리속으로들어왔을때

에는반성적으로나비평적으로보는것이필요

하다는얘기였습니다일본과중국이서양을버

무리는기술이탁월하다는말씀을하셨는데번

역을잘해내는사례로볼수도있겠습니다한

편생각하면번역에서불가피한부분일수도

있지만서양을잘조합해내는기술차원에서의

번역에한정돼서는곤란하다고봅니다하루키

등이서양에잘먹히는이유중하나가그들에

게익숙하게버무려냈다는점인데말하자면일

본색을드러내되서양구미에맞게끔번역해냅

니다그런데그것이번역의바람직한방향이겠

는가이점은짚어봐야합니다

황현산 일본사람들스스로는그점에대해서어떻게

생각하는지궁금하군요

임성모 거기까지는잘모르겠습니다만이런점은분명

히있습니다이를테면lt공각기동대gt가lt매트릭

스gt에영향을미쳤다아시아는항상서양으로

부터뭘받아왔는데자기들이할리우드에영향

을미치지않았느냐하는자부심같은것은일

본오타쿠세대가갖고있는공통점중하나라

고생각합니다사실lt공각기동대gt를보고lt매트

릭스gt의한장면을떠올릴수는있지만갖고있

는스토리라인은전혀다르잖아요철학적인것

은lt매트릭스gt가더뛰어나죠일종의문화번역

이이뤄지면서서로의장점들을얼마나갖고오

고자기장점으로만들어가는가가중요하겠죠

일본사회에서는기본적으로서양을기

준으로삼고사고와작업을해나가는것이일

반적경향인것같습니다그런것들이글로벌

스탠더드에맞는다는거죠그로인해서양과의

관계에서는생산적인결과를얻고있는지몰라

도아시아와의관계에서는오히려반대가되고

있는측면이있습니다우리가지금그걸닮아가

임성모

-

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직한작업입니다

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모르면나아갈수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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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는것은아닌가싶네요

윤지관 무엇인가를주체적으로하자말은하기쉽습니

다만과연그lsquo주체적rsquo이란게뭐냐라고하면쉽

지않죠일본이나중국에대한제대로된관심

도필요한데일본이나중국의어떤부분을번역

할것인가는고민이더필요한부분입니다아울

러일본이나중국뿐아니라아시아의다른나라

어떻게보면작은나라들에서형성된문화에대

해우리가번역을통해좀더알아보고접할필요

가있지않겠습니까

세계화라고하면미국중심서양중심

혹은서양화가빨리된일본등으로연상이이

어집니다만그런세계체제에서좀떨어져있거

나오히려전통적생활문화와언어문화를간직

하고있는나라들과의교류가필요합니다그런

관점에서문학에있어서새로운세계문학의구

성을모색해야하고우리의번역도그런세계로

좀더열려있어야하겠습니다

황현산 우리문화에서서구편향성이지적되고그것과

관련되어주체성이야기가나오는데저는어떤

관점에서보면서구에대한편향자체가주체성

을강화하려는시도와연결되어있는것이아닌

가하는생각을합니다지극히강한지배적인

문화와이념의틀과자기를동일시하려는시도

아닐까하는것이죠현실적으로널리통용되는

이성과논리로써자기설명을하려고하는그래

서자기주체성을보편적주체성으로보이게하

려는시도아니겠는가말입니다서구편향으로

우리를끌고가는바로그힘이결국은보수우

익민족주의로이끌기도합니다

한편서양문학작품을어떻게든정확하게

번역하려고하는노력에대한비난도있습니다

그것자체가서구편향이라든지서구원문만을

너무정본으로생각한다든지하는비난이죠그

러나저는오히려바로그것을뿌리부터번역하

려고함으로써어떤의미에서는내주체성에대

해서더생각하고내주체성의깊은곳으로내

려갈수있는것아닌가생각합니다서구에도

겉으로보이는서구가있고드러나보이지않는

심층의서구가있습니다서구의심층을건드리

려면더충실하고명확하게알아야합니다이

해되기쉬운서구명확하고보편적인것으로만

보이는서구가아니라그밑에있는무의식의

서구괴물로서의서구에도달해야하는것아닌

가합니다

윤지관 아까말씀하신직역얘기와통하는것같군요

제가아까좋은번역은하나라고했지만어느

쪽에역점을두느냐의문제는남습니다서양

의고전적작품에대해서는저도lsquo충실하게rsquo가

번역의우선이라고생각합니다그문화의핵심

그사회의근저에까지도달하려면그언어를될

수있으면충실하게설령그외국투가많이남

아좀어색하고가독성의문제를야기할지언정

충실하게옮겨야만그것을통해어떤새로운인

식을얻거나서구의요소들을제대로통찰하게

하는일들이가능하리라고봅니다따라서고전

적인작품에대해서는너무자연스럽기만하기

보다번역투가있는것도괜찮다고봅니다물론

장르에따라다르겠지요어떤장르에서는문학

의창조적인성취보다정확성이필요할수도있

고또다른경우에는좀더잘읽히는방식의선

택이필요할것입니다이역시쉽지는않은문

제입니다예컨대미국에서는미국말로잘읽히

는번역을선호합니다제3세계작품을번역할

때어색한건될수있으면없애려고합니다그

래서미국화시켜서한다거나아니면아예신비

화시켜서이를테면아랍의현실을번역할때구

체적인현실을그대로묘사하지않고좀신비적

으로처리해번역해버리는성향이있다는비판

을하는미국번역학자도있습니다

임성모 번역이지나치게서구나일본중심으로이루어

지는것은사실입니다최근에는중국까지포함

해서요아시아를이야기하더라도동아시아위

주로얘기됩니다동남아시아등은관심권에서

멀리있습니다lsquo아세안+3rsquo식으로얘기하고있

지만사실은거꾸로되어있죠한국의인식속

에서는lsquo3+아세안rsquo이죠아시아의다른권역의

역사나문학전문가를불러서이야기를듣고싶

어도손으로꼽아야할형편입니다너무불균형

적입니다아시아우리주변이라고얘기하면서

도한국사회스스로강자의논리를따르고있

습니다번역도기본적으로강자의논리거든요

우리스스로아시아에서도동아시아로제한하

는데는앞서간일본이나강국으로부상하는중

국과우리를동일시하려는욕구가작용하고있

을것입니다약자에대한시선이없습니다70

80년대에아랍문학이소개될때는그래도긍정

적측면이있었는데오히려지금은그때만못합

니다소수에대한시선이번역텍스트를선정할

때필요합니다그리고번역의주체성을이야기

하자면번역의방향도이야기해야합니다번역

의방향이일방향적입니다물론번역되어나가

는것이없지는않습니다하지만대개저들의

필요에의해서갖고가는것이고그러다보니

상당히제한적일수밖에없습니다

강자의 논리와 쌍방향적 번역

황현산 최근에장이머우감독의lt천리주단기gt를봤습

니다관운장이조조한테몸붙이고있다가유비

한테복귀하는상황을다루는경극을소재로하

고있습니다주인공은일본사람입니다텔레

비전PD였던아들이lt천리주단기gt공연장면을

찍으려고했으나못찍고병들어죽어가요아

버지가병문안을가도아들이만나주지않을만

큼부자간이좋지않습니다아버지가화해하는

방법으로아들대신그장면을찍으러중국으로

갑니다결국아들이죽은다음에찍어옵니다

거기에서보면늙은아버지가중국어를

전혀모르기때문에겪어야하는고통도있고

거기서소통이안되는아들과의관계도나오고

경극의주연배우와그아들의관계도나옵니

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중국밑에또다른중

국이있습니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일본밑에

또다른일본이있습니다번역이나소통은결

국타자를어떻게우리한테받아들이느냐타자

29 2007 | spring

3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리가그렇게되고자하는그주체아니겠습니까

타자는강자아래에있고강자들에의해가려

져있는쪽입니다그래서우리가번역을할때

는좀공격적으로해야한다고봅니다말하자면

기존의언어와상식에충격을주고그것을거스

르는번역이어야한다는말입니다윤선생께서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서큰고민을해야할부

분일것입니다서양것을우리말로번역하는것

은이미말씀하신대로상당한수준에서이뤄지

고있습니다우리것을서양말로번역할때에는

늘그쪽에맞추지않으면안될것같은염려가

있어왔습니다그러나오히려이문제도공격적

으로태도를바꿔야하는것아닌가합니다

현재우리한국문학작품을외국어로번

역할때대개한국사람이번역하고외국사람이

윤문하는방식으로하는데저는이방식이번역

의가장나쁜형태라고생각합니다한국사람이

번역을하게되면서툰외국어표현들이나오게

될것입니다그러나그노력속에는한국말에

있는어떤고유한특징을담으려는의도도있

을것입니다그런데그외국어를모국어로하는

번역파트너가이걸전부다스려서윤문하면상

투적인표현밖에남지않습니다결국읽어도좋

고안읽어도좋을진부한것이돼버립니다그

러면상대방이받아들일때는술술읽히기는하

되왜한국은상투적인언어밖에못하는가이

런생각을하게됩니다

적어도우리번역이의미있는기능을하

고우리문학작품이그사람들에게각인되게하

기위해서는우선일반적으로수용되도록하

는것에만초점을맞추지말고적어도거기에

서충격을주도록번역해야옳지않은가합니다

그래서공격적인번역이필요하다는겁니다일

본어로작품을쓰는이회성선생이한수필에서

이런말을하더군요한국어를직역한일본어로

가령일본에없는한국욕도한국말그대로를

일본어로옮겨놓으니새로운표현이얻어지더

라는겁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현재27개언어로번역

을해내보내고있는데거기에는서구어뿐아니

라아시아권남미권까지다양한언어가포함됩

니다지금취하고있는방식은황선생께서말

씀하신것처럼한국인번역자와외국인번역자

가파트너가되어서번역하는시스템입니다황

선생께서우려하는그런폐해가생겨날수있습

니다상대언어기준으로문맥을자연스럽게만

드느냐아니면오히려외국적이질성까지드러

내느냐의선택문제인데중요한것은우리언

어의성취를살리는데있겠죠외국인으로서우

리말의성취를온전히이해할수있는번역자가

있다면해결되는데그렇지않을때는외국인번

역자와한국인번역자가짝을이뤄소통해나가

면서협업해갈수밖에없습니다

일본의경우일본작품을자기언어로번

역할만한수준있는외국인번역자가많이포진

하고있습니다일본에대한전반적이해도깊고

전공자도많고그런역사도오래됐습니다한

국은그런면에서많이뒤처져있습니다일본은

를어떻게이해하고안고lsquo환대rsquo하는가입니다

그영화를보다가결국나도내아들과의관계를

생각하게되더군요그런식으로내가모르고있

었던내안의타자와도만나게되는것입니다

윤지관 의미가있는말입니다그런데번역이타자를

받아들이는데꼭환대해야하는가는다른문제

인것같습니다조금경계할수도있겠지요타

자의부분에대해서는제가맡고있는일이꼭

그래서가아니라번역에서중요한문제기때문

에얘기를드리겠습니다임선생께서아까얘기

하신쌍방향적인번역의문제입니다우리가번

역하고있는상대는우리한테타자지만우리가

또상대방에게는타자거든요우리의것들이어

떤식으로번역이되는가도번역에서상당히중

요한주제입니다기본적으로외국의타자를우

리속으로번역하는것은이미긴역사를갖고

있고여러모로발전도해왔습니다전반적인번

역문화라고해도좋을학문이라고해도좋을

아주깊은사회적인의미까지띠게됐습니다

그에비하면우리가도달한성취가타자

속으로번역된건비교가안될정도로미미합

니다왜이런현상이생겼을까하면기본적으

로번역이역시강자의논리를따른다는점이

하나있습니다일본이서구에번역된것에비하

면한국은매우미흡한수준입니다그런점에서

우리가도달한언어적혹은문화적성취를번역

해내는일도좀더큰사회적의제로다루어져야

하지않나싶습니다세계화와도관련되는문제

인데이런얘기를좀나누어보았으면합니다

황현산 강자의논리라고할때그강자는주체혹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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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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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

Page 6: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2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역된작품에비해훨씬수준이떨어지는경우도

봤습니다그런예를보더라도좋은일본어역이

있으면중역할때의이점이있을수있다는말

에부분적으로동의합니다하지만거기엔시대

적인문제가있다고생각합니다우리가외국작

품을직접번역하지않고일본을통해중역하던

시절에는그만한번역능력을갖춘번역가들이

없었던점도고려돼야합니다일본어가편하게

느껴지는세대의산물인거죠하지만지금은번

역에관심을갖고언어능력까지갖춘사람들이

나오고있기때문에그런사람들이원어에서직

접번역함으로써중역으로생겨난문제들그러

니까일본어투의문장과용어같은것이그대로

우리언어에스미는문제에서벗어날수있다고

봅니다이제는우리가좀더직접적으로다른언

어와대결해가면서우리언어화하는가운데우

리학문이나문학의번역이그자리를찾아가게

해야할것입니다

번역의 충실성과 우리 풍토

황현산 우리언어화해야한다는것이중요합니다처음

에불경이한역(漢譯)되면서불교의중요한개

념들이상당히많이오역됐다는이야기를들었

습니다한자가갖고있는힘때문에그렇게오

해된채로전승된것이많다는것입니다그래서

최근한국에는산스크리트나팔리어로된원시

경전을다시읽고해석하는움직임도있습니다

이것을다른관점에서보면불경이한문으로번

역될때한문에새로생성된이개념들이한문을

쓰는사람들의내면의식과만나그나름대로

새로운발전을해서한자문화권의불교라는새

로운생각의한체계를만들어냈다는관점도가

능합니다그러니까결국오역이든뭐든간에새

로운하나의생각이움트고발전하게하는그런

자료가되어온것이사실이라는말씀입니다

방금윤선생께서충실한번역에관한이

야기를했는데번역에서의충실성그자체를어

떻게정의할것인가하는문제가있습니다보통

번역을평가할때는충실성가독성대상텍스

트의가치즉번역할만한책인가등의항목으

로나눠서평가합니다그런데충실성과가독성

은어떤의미에서는배치되는측면도있습니다

충실성에대한문제를번역의중요성과함께결

부시켜서이야기해주시기바랍니다특히윤선

생께서영문학명작들의번역작품들을광범위

하게검토하신경험을좀소개해주시죠

윤지관 사실임선생말씀중에번역한다고하면뭔가

lsquo허섭한rsquo일을한다고여기는게문제라는지적

이있었는데번역이그렇다고한다면그번역

이잘되었는가못되었는가를따지는건더욱

더허섭한일이될것입니다제가슬프게도그

허섭한일에대한허섭한일을몇년에걸쳐서

했습니다(웃음)오래전부터생각을해오다가

2001년부터2003년까지본격적인작업을해

2004년에결과물을내고2005년에창비에서

책으로연구의일부를발표했습니다영미고전

이그동안우리나라에상당히영향력을발휘하

며학교에서도읽히고대중한테도인기가있어

왔음에도불구하고그번역수준에대해서는띄

엄띄엄얘기해왔을뿐한번도제대로평가한적

이없습니다예컨대대학영문학과에서《테스》

를가르치면당연히학생들은원서로읽을것을

요구받죠그런데어디서다번역본을구해옵니

다번역본이여러종때로는수십종나와있거

든요그런데그중어떤것을봐야할지학생들

도모르고선생들도일일이대조해보기전에는

추천할수도없는상황에처해있어서강단에서

도그런평가작업의필요성을느끼게됐습니다

그래서36편의고전을추리고해방이후

2003년까지출간된모든번역본을조사했습니

다그가운데는중복번역이나표절된것도포

함됐는데다합치면1000권정도역자단위로

보면600권정도되는것을일일이대조검토

해서평점을매겼습니다여러모로힘든일이었

습니다특히과거에번역한선배들한테미안하

기도하고곤혹스러운일도있었지만영문학을

하는사람들의책무라고봤습니다

결과는스스로도놀라웠습니다충실성과

가독성을상당히많이살려원작을대체해읽을

만한번역서라고평가할수있는것이전체의

10밖에안됐습니다셰익스피어등은전문가

가해서나았지만《테스》나《허클베리핀》등널

리읽히는소설작품만따졌을때전체6정도

만제대로된것이었습니다나머지는추천하기

힘든결과가나왔습니다종별로제대로된것이

한권씩이나마있으면했는데그렇지도못했습

니다유명소설의경우한편정도있는게전체

3분의2정도3분의1은한편도없었습니다헤

밍웨이의《노인과바다》라든가《무기여잘있거

라》같은작품은30여종으로번역돼나왔지만

우리가평가하기로는그중한편도추천할것

이없을정도로번역의질이낮았습니다현재

우리전체번역문화나풍토나현실이겉으로는

굉장히풍성해보입니다만내용을알고보면풍

요속의빈곤이었던거죠

임성모 혹시검토하신것중에서같은번역자가몇년

만에다시번역한작품은없었나요

윤지관 드물지만있었습니다대부분은자기가처음했

던것을계속출판사를달리해서출판했고처음

번역이일본어번역에서중역된것을다른분들

이계속표절해가면서다른출판사를통해다른

이름으로내는경우가가장많았습니다전체검

토한것중60가표절이었습니다그럼에도아

무도문제를제기하지않는것을보면기본적으

로는자기도중역이었기때문이아닌가하는생

각이듭니다(웃음)

하여간몇몇분은자기번역을수정해나

갔는데그런분들은대개원래의번역도잘돼

있었습니다한편으로는번역풍토가열악한면

이있지만다른한편으로는젊은세대가다시

말해일본어를모르는세대가번역에가담하면

서좋은번역들이나오는긍정적인부분도발견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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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윤지관

-

번역을통해서우리언어가개발되고개척되는면도있기때문에일국주의나

민족주의는경계하더라도주체적인번역의태도는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할것입니다

모국어의 새로운 발견 외국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

황현산 읽을만한번역서가6미만이라는통계를들

으니참비참합니다판별의기준으로충실성과

가독성을꼽으셨다고했는데이둘은사실충

돌하게될가능성도있는부분입니다번역자가

어떤태도로번역할것인가하는이문제는번

역의가장핵심적인문제이기도합니다때로는

직역을할것인가의역을할것인가의문제로

때로는원전에목표를둘것인가소통에목표를

둘것인가등으로변신하면서줄기차게과제로

떠오릅니다가장해묵은문제면서도대답할수

는없는그런문제죠

윤지관 황선생께서최근에번역비평학회를창립하신

것으로아는데그런문제가바로번역비평의과

제가아니겠습니까

앞서말씀드린작업은영미문학연구회라

는조직에서소장영문학자40여명이모여서

했는데요그때의평가기준으로물론충실성과

가독성이가장큰범주였습니다하지만그때

했던작업은비평단계까지는가지않는아주

기초적인것이었습니다번역의1차적인수준만

본거죠크고작은오역이라든가원의를제대

로못살렸거나불성실하게엉터리로했거나이

런것을변별하는차원에서충실성과가독성을

따진것이죠예컨대세페이지에심각한오역이

하나나오는정도는추천범위안에넣었습니다

한페이지당심각한오역이하나이상나오면

추천에서제외했습니다그리고그런걸따질수

없을정도로너무나엉터리인것도있기때문에

여섯등급정도로나누었습니다황선생께서제

안하신번역비평은그렇게추천된책들을대상

으로나할수있을것입니다전반적인번역서들

의질은번역비평이라는이름을들이대기도부

끄러운형편이었습니다

황현산 임선생께서번역가로서의태도를경험과이론

을합쳐서말씀해주시면좋겠습니다

임성모 제가번역하는방식은여느전문번역가의그것

과좀다릅니다출판사에서제게의뢰를하는

경우도있지만제가제안을해서번역이이루어

지는예도많습니다제가재미있게생각한책

이있어서읽으며요점정리를하다가어느문단

은아예번역하는경우가있고그러다보면어

느새완역을하고있어요그렇게작업을개인적

으로하다가나중에출판사와교섭합니다

가장큰문제는이것같습니다일단텍스

트를둘러싼문화에대한이해가기본적으로있

어야뉘앙스를살려번역할수있다는것입니다

제가보기에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

직한작업입니다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

자기가모르면앞으로나아갈수없습니다이

해못하는것을번역할수는없으니까요논문은

건너뛰면그만이지만번역은막히는순간그것

이해결될때까지는컨베이어벨트전체가멈춰

버립니다그러면저자한테물어봐서라도해결

해야합니다그나마저자가살아있다는건행복

한일입니다저자와얘기하다보면의외의창

조적인논의들도나옵니다자기는그런식으로

생각안했는데그렇게생각할수도있겠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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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독자의입장에서당신책을이렇게받아들였다

고하면그런생각도가능하겠다든지그런이야

기가저는오히려더재미있습니다필자랑이

메일로주고받은이야기들을묶어내면하나의

책이될수도있겠다싶은때도있죠결국은역

자가원텍스트를둘러싼문화전반에대해서

얼마나풍부한이해를하는가가좋은번역의관

건입니다기본적으로공감이있어야하고지식

도있어야하고공도들여야합니다가독성도

있어야죠충실성은말할것도없고요

제주위에서가끔역주를그렇게까지붙

일필요가있느냐는말들을합니다학술번역에

서는역주가많을수록충실하다고일반적으로

얘기하는데역주가많으면사실상가독성은떨

어지는것아닙니까제경우에는개인적인관

심때문에늘어나는경우가있어요저는굉장히

흥미롭게판단해천착하고다른문헌들을뒤져

가면서나름대로한페이지가까이역주를붙여

놨는데독자입장에서보면본문에서얘기하는

논지랑크게관련이없는데뭘그렇게길게썼

느냐고할수도있거든요

황현산 제경우에는오랫동안직역을해야된다고주장

해왔고실제로거의늘직역을하는편입니다

다른말로하자면lsquo원문중심주의rsquo입니다저는

번역을해야할이유가바로거기에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우리언어가갖고있는것은세계모든

사람들이발견하고만들어낸표현에비하면극

히제한된것입니다다른언어로만들어진생각

들을우리언어가갖고있는역량으로감당못

하는부분이반드시있습니다그런데이것을부

족한언어로적당히구겨넣으려고하다보면

늘우리가정말로번역해야할부분을번역못

하게됩니다최초의목적에위배되는결과가나

오는것입니다

그래서직역해야한다는것은우리언어

가가진모든역량을총동원해야한다어떤의

미에서는확장까지시도해야한다는뜻으로이

해해주셨으면좋겠습니다이렇게번역을함으

로써결국우리말에새로운개념을표현해담을

길을만들기도하는것입니다가독성이라고하

는문제도우선그글이매끄럽게읽히느냐안

읽히느냐로판단할것이아니라우리말자체를

얼마나가독성있는언어로빚어나가느냐하는

문제로인식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윤지관 개인적으로좋은번역은하나라고봅니다의역

으로지칭하든직역으로지칭하든그것이제대

로된번역이라고한다면그둘의이상적인조

합이성취될수있다고봅니다그것은모국어의

새로운발견이될수도있고외국어에대한새

로운해석이될수도있습니다그런데임선생

처럼번역할작품을자기가선택하고연구하고

공부하는자세로주석을달며충실하게전달하

려고애쓰는번역자만있다면걱정할필요가없

겠지요현실은그렇지않습니다번역은lsquo허섭

한일rsquo이라는평을받는만큼이나아무나할수

있다고생각하고언어만어느정도알면할수

있다는식으로생각하는게문제입니다

번역문화에대해서얘기해보면외국의소개할

만한작품을연구자나전공자가정해서하는경

우도있겠지만우선적으로는출판사의상업적

판단에따라번역의대상이선별되는것이현

실입니다그러다보니차후의문화적인발전을

위해서의당이뤄져야할번역은배제되고오

히려엉뚱한것들이대거소개되는현상도있

습니다

요즘한류를따라우리문학이일본에많

이나갔다는식으로얘기하지만실은일본문학

이우리나라에소개되고있는양이훨씬더엄청

나서외국문학번역시장을거의장악하다시피

하고있습니다긍정적인의미도있겠지만일본

문학이갖고있는대중성이나피상성에우리독

자가상당히매혹된다는얘기가되기도합니다

그걸출판사나번역자들이부추기고있는것이

죠그런식으로일본문학이대거소개되고시장

을점령하는것이바람직한가하는것도번역을

둘러싸고고민할지점의하나라고생각합니다

문화의 번역 무엇을 번역할 것인가

황현산 우리가무엇을번역해야하는가하는문제로넘

어왔습니다일본문학작품의대량유입을이야

기했지만실은《해리포터》처럼우리시장에서

더큰비중을차지하는서구의대중소설도많

습니다같은대중소설이번역돼도서구의것

이번역될때는염려의관심에서비껴나지만일

본의것이소개되면어김없이비판이뒤따릅니

다서구대중소설이유행하면하나의경향이라

고생각하고일본대중소설이번역될때에는하

나의왜곡이라고보는듯합니다이것은무엇을

번역해야할것인가번역의주체성과연계를할

수있을것같습니다물론제진단이정확할지는

자신없습니다이문제와관련하여서구에대해

서일본에대해서혹은제3세계에대해서어떤

태도를가질것인가말씀해주셨으면합니다

임성모 일본얘기가나온김에말씀드리면두명의무

라카미가한국의소설시장을휩쓸고있죠수업

시간에물어보면대학생들이그들의소설한권

씩은대개읽어봤습니다물론하나의유행이나

패션으로일본문학들을보고있다는느낌도있

습니다

소설보다영향력이더큰건만화일겁니

다일본만화에대해한국사회는폭력적이고선

정적이고가학적이라는이미지를갖고있습니다

물론그런측면이있습니다만그것이유독일본

만화만의것은아닌데일본만화하면그런도식

이성립하는겁니다《20세기소년》이나《바람

계곡의나우시카》처럼수준높은에콜로지를담

고있는만화도얼마든지있습니다나름대로보

편적인사유를하는데도움이되는작품들까지

한꺼번에매도하는경향이없지않습니다특히

만화에서그런점이두드러지죠

황현산 일본만화를보면굉장히놀랍습니다우리집여

자들이일본만화를한아름씩갖고와서보기때

문에가끔옆에서어깨너머로들여다봅니다

우선만화에나오는축적된지식의양에놀랍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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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다어떤만화는프랑스포도주에대해서얘기하

고있습니다포도주에관해처음부터끝까지모

든것이거기있습니다어떤만화엔시인아폴

리네르에대한이야기가언급되어있더군요제

가명색이아폴리네르로박사학위를받은사람

인데제가모르는이야기가거기에있어정말로

깜짝놀랐습니다축적된지식의양이엄청납니

다그것들을일본대중문학들이굉장히잘쓰고

이용하고있다는생각도듭니다저는오히려일

본만화가더본류고일본소설들이만화를참조

하고있는건아닐까하는생각까지합니다

무라카미하루키의《노르웨이의숲(상실

의시대)》이라는작품의경우저같이서양문학

을한사람들은작품을읽으면금방세작가를

골라냅니다피츠제럴드토마스만네르발그

런데어쩌면그셋을그렇게잘용해시키고활용

해서말하자면새로운lsquo인터페이스rsquo를잘만들

어냈을까싶습니다최근에는장이머우의영화

를보면서도그런생각을했습니다서구의상

징주의표현주의문학이만들어놓은미학들의

결과들을저렇게잘사용하고있구나이것들도

넓게보면번역행위에해당하는것이겠죠

윤지관 중국이나일본의만화나소설이라서일률적으

로배척하는태도는바람직하지않고변별이필

요합니다그러나일단우리속으로들어왔을때

에는반성적으로나비평적으로보는것이필요

하다는얘기였습니다일본과중국이서양을버

무리는기술이탁월하다는말씀을하셨는데번

역을잘해내는사례로볼수도있겠습니다한

편생각하면번역에서불가피한부분일수도

있지만서양을잘조합해내는기술차원에서의

번역에한정돼서는곤란하다고봅니다하루키

등이서양에잘먹히는이유중하나가그들에

게익숙하게버무려냈다는점인데말하자면일

본색을드러내되서양구미에맞게끔번역해냅

니다그런데그것이번역의바람직한방향이겠

는가이점은짚어봐야합니다

황현산 일본사람들스스로는그점에대해서어떻게

생각하는지궁금하군요

임성모 거기까지는잘모르겠습니다만이런점은분명

히있습니다이를테면lt공각기동대gt가lt매트릭

스gt에영향을미쳤다아시아는항상서양으로

부터뭘받아왔는데자기들이할리우드에영향

을미치지않았느냐하는자부심같은것은일

본오타쿠세대가갖고있는공통점중하나라

고생각합니다사실lt공각기동대gt를보고lt매트

릭스gt의한장면을떠올릴수는있지만갖고있

는스토리라인은전혀다르잖아요철학적인것

은lt매트릭스gt가더뛰어나죠일종의문화번역

이이뤄지면서서로의장점들을얼마나갖고오

고자기장점으로만들어가는가가중요하겠죠

일본사회에서는기본적으로서양을기

준으로삼고사고와작업을해나가는것이일

반적경향인것같습니다그런것들이글로벌

스탠더드에맞는다는거죠그로인해서양과의

관계에서는생산적인결과를얻고있는지몰라

도아시아와의관계에서는오히려반대가되고

있는측면이있습니다우리가지금그걸닮아가

임성모

-

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직한작업입니다

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모르면나아갈수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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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는것은아닌가싶네요

윤지관 무엇인가를주체적으로하자말은하기쉽습니

다만과연그lsquo주체적rsquo이란게뭐냐라고하면쉽

지않죠일본이나중국에대한제대로된관심

도필요한데일본이나중국의어떤부분을번역

할것인가는고민이더필요한부분입니다아울

러일본이나중국뿐아니라아시아의다른나라

어떻게보면작은나라들에서형성된문화에대

해우리가번역을통해좀더알아보고접할필요

가있지않겠습니까

세계화라고하면미국중심서양중심

혹은서양화가빨리된일본등으로연상이이

어집니다만그런세계체제에서좀떨어져있거

나오히려전통적생활문화와언어문화를간직

하고있는나라들과의교류가필요합니다그런

관점에서문학에있어서새로운세계문학의구

성을모색해야하고우리의번역도그런세계로

좀더열려있어야하겠습니다

황현산 우리문화에서서구편향성이지적되고그것과

관련되어주체성이야기가나오는데저는어떤

관점에서보면서구에대한편향자체가주체성

을강화하려는시도와연결되어있는것이아닌

가하는생각을합니다지극히강한지배적인

문화와이념의틀과자기를동일시하려는시도

아닐까하는것이죠현실적으로널리통용되는

이성과논리로써자기설명을하려고하는그래

서자기주체성을보편적주체성으로보이게하

려는시도아니겠는가말입니다서구편향으로

우리를끌고가는바로그힘이결국은보수우

익민족주의로이끌기도합니다

한편서양문학작품을어떻게든정확하게

번역하려고하는노력에대한비난도있습니다

그것자체가서구편향이라든지서구원문만을

너무정본으로생각한다든지하는비난이죠그

러나저는오히려바로그것을뿌리부터번역하

려고함으로써어떤의미에서는내주체성에대

해서더생각하고내주체성의깊은곳으로내

려갈수있는것아닌가생각합니다서구에도

겉으로보이는서구가있고드러나보이지않는

심층의서구가있습니다서구의심층을건드리

려면더충실하고명확하게알아야합니다이

해되기쉬운서구명확하고보편적인것으로만

보이는서구가아니라그밑에있는무의식의

서구괴물로서의서구에도달해야하는것아닌

가합니다

윤지관 아까말씀하신직역얘기와통하는것같군요

제가아까좋은번역은하나라고했지만어느

쪽에역점을두느냐의문제는남습니다서양

의고전적작품에대해서는저도lsquo충실하게rsquo가

번역의우선이라고생각합니다그문화의핵심

그사회의근저에까지도달하려면그언어를될

수있으면충실하게설령그외국투가많이남

아좀어색하고가독성의문제를야기할지언정

충실하게옮겨야만그것을통해어떤새로운인

식을얻거나서구의요소들을제대로통찰하게

하는일들이가능하리라고봅니다따라서고전

적인작품에대해서는너무자연스럽기만하기

보다번역투가있는것도괜찮다고봅니다물론

장르에따라다르겠지요어떤장르에서는문학

의창조적인성취보다정확성이필요할수도있

고또다른경우에는좀더잘읽히는방식의선

택이필요할것입니다이역시쉽지는않은문

제입니다예컨대미국에서는미국말로잘읽히

는번역을선호합니다제3세계작품을번역할

때어색한건될수있으면없애려고합니다그

래서미국화시켜서한다거나아니면아예신비

화시켜서이를테면아랍의현실을번역할때구

체적인현실을그대로묘사하지않고좀신비적

으로처리해번역해버리는성향이있다는비판

을하는미국번역학자도있습니다

임성모 번역이지나치게서구나일본중심으로이루어

지는것은사실입니다최근에는중국까지포함

해서요아시아를이야기하더라도동아시아위

주로얘기됩니다동남아시아등은관심권에서

멀리있습니다lsquo아세안+3rsquo식으로얘기하고있

지만사실은거꾸로되어있죠한국의인식속

에서는lsquo3+아세안rsquo이죠아시아의다른권역의

역사나문학전문가를불러서이야기를듣고싶

어도손으로꼽아야할형편입니다너무불균형

적입니다아시아우리주변이라고얘기하면서

도한국사회스스로강자의논리를따르고있

습니다번역도기본적으로강자의논리거든요

우리스스로아시아에서도동아시아로제한하

는데는앞서간일본이나강국으로부상하는중

국과우리를동일시하려는욕구가작용하고있

을것입니다약자에대한시선이없습니다70

80년대에아랍문학이소개될때는그래도긍정

적측면이있었는데오히려지금은그때만못합

니다소수에대한시선이번역텍스트를선정할

때필요합니다그리고번역의주체성을이야기

하자면번역의방향도이야기해야합니다번역

의방향이일방향적입니다물론번역되어나가

는것이없지는않습니다하지만대개저들의

필요에의해서갖고가는것이고그러다보니

상당히제한적일수밖에없습니다

강자의 논리와 쌍방향적 번역

황현산 최근에장이머우감독의lt천리주단기gt를봤습

니다관운장이조조한테몸붙이고있다가유비

한테복귀하는상황을다루는경극을소재로하

고있습니다주인공은일본사람입니다텔레

비전PD였던아들이lt천리주단기gt공연장면을

찍으려고했으나못찍고병들어죽어가요아

버지가병문안을가도아들이만나주지않을만

큼부자간이좋지않습니다아버지가화해하는

방법으로아들대신그장면을찍으러중국으로

갑니다결국아들이죽은다음에찍어옵니다

거기에서보면늙은아버지가중국어를

전혀모르기때문에겪어야하는고통도있고

거기서소통이안되는아들과의관계도나오고

경극의주연배우와그아들의관계도나옵니

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중국밑에또다른중

국이있습니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일본밑에

또다른일본이있습니다번역이나소통은결

국타자를어떻게우리한테받아들이느냐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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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리가그렇게되고자하는그주체아니겠습니까

타자는강자아래에있고강자들에의해가려

져있는쪽입니다그래서우리가번역을할때

는좀공격적으로해야한다고봅니다말하자면

기존의언어와상식에충격을주고그것을거스

르는번역이어야한다는말입니다윤선생께서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서큰고민을해야할부

분일것입니다서양것을우리말로번역하는것

은이미말씀하신대로상당한수준에서이뤄지

고있습니다우리것을서양말로번역할때에는

늘그쪽에맞추지않으면안될것같은염려가

있어왔습니다그러나오히려이문제도공격적

으로태도를바꿔야하는것아닌가합니다

현재우리한국문학작품을외국어로번

역할때대개한국사람이번역하고외국사람이

윤문하는방식으로하는데저는이방식이번역

의가장나쁜형태라고생각합니다한국사람이

번역을하게되면서툰외국어표현들이나오게

될것입니다그러나그노력속에는한국말에

있는어떤고유한특징을담으려는의도도있

을것입니다그런데그외국어를모국어로하는

번역파트너가이걸전부다스려서윤문하면상

투적인표현밖에남지않습니다결국읽어도좋

고안읽어도좋을진부한것이돼버립니다그

러면상대방이받아들일때는술술읽히기는하

되왜한국은상투적인언어밖에못하는가이

런생각을하게됩니다

적어도우리번역이의미있는기능을하

고우리문학작품이그사람들에게각인되게하

기위해서는우선일반적으로수용되도록하

는것에만초점을맞추지말고적어도거기에

서충격을주도록번역해야옳지않은가합니다

그래서공격적인번역이필요하다는겁니다일

본어로작품을쓰는이회성선생이한수필에서

이런말을하더군요한국어를직역한일본어로

가령일본에없는한국욕도한국말그대로를

일본어로옮겨놓으니새로운표현이얻어지더

라는겁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현재27개언어로번역

을해내보내고있는데거기에는서구어뿐아니

라아시아권남미권까지다양한언어가포함됩

니다지금취하고있는방식은황선생께서말

씀하신것처럼한국인번역자와외국인번역자

가파트너가되어서번역하는시스템입니다황

선생께서우려하는그런폐해가생겨날수있습

니다상대언어기준으로문맥을자연스럽게만

드느냐아니면오히려외국적이질성까지드러

내느냐의선택문제인데중요한것은우리언

어의성취를살리는데있겠죠외국인으로서우

리말의성취를온전히이해할수있는번역자가

있다면해결되는데그렇지않을때는외국인번

역자와한국인번역자가짝을이뤄소통해나가

면서협업해갈수밖에없습니다

일본의경우일본작품을자기언어로번

역할만한수준있는외국인번역자가많이포진

하고있습니다일본에대한전반적이해도깊고

전공자도많고그런역사도오래됐습니다한

국은그런면에서많이뒤처져있습니다일본은

를어떻게이해하고안고lsquo환대rsquo하는가입니다

그영화를보다가결국나도내아들과의관계를

생각하게되더군요그런식으로내가모르고있

었던내안의타자와도만나게되는것입니다

윤지관 의미가있는말입니다그런데번역이타자를

받아들이는데꼭환대해야하는가는다른문제

인것같습니다조금경계할수도있겠지요타

자의부분에대해서는제가맡고있는일이꼭

그래서가아니라번역에서중요한문제기때문

에얘기를드리겠습니다임선생께서아까얘기

하신쌍방향적인번역의문제입니다우리가번

역하고있는상대는우리한테타자지만우리가

또상대방에게는타자거든요우리의것들이어

떤식으로번역이되는가도번역에서상당히중

요한주제입니다기본적으로외국의타자를우

리속으로번역하는것은이미긴역사를갖고

있고여러모로발전도해왔습니다전반적인번

역문화라고해도좋을학문이라고해도좋을

아주깊은사회적인의미까지띠게됐습니다

그에비하면우리가도달한성취가타자

속으로번역된건비교가안될정도로미미합

니다왜이런현상이생겼을까하면기본적으

로번역이역시강자의논리를따른다는점이

하나있습니다일본이서구에번역된것에비하

면한국은매우미흡한수준입니다그런점에서

우리가도달한언어적혹은문화적성취를번역

해내는일도좀더큰사회적의제로다루어져야

하지않나싶습니다세계화와도관련되는문제

인데이런얘기를좀나누어보았으면합니다

황현산 강자의논리라고할때그강자는주체혹은우

31 2007 | spring

3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33 2007 | spring

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

Page 7: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2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윤지관

-

번역을통해서우리언어가개발되고개척되는면도있기때문에일국주의나

민족주의는경계하더라도주체적인번역의태도는유지하면서수용해나가야할것입니다

모국어의 새로운 발견 외국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

황현산 읽을만한번역서가6미만이라는통계를들

으니참비참합니다판별의기준으로충실성과

가독성을꼽으셨다고했는데이둘은사실충

돌하게될가능성도있는부분입니다번역자가

어떤태도로번역할것인가하는이문제는번

역의가장핵심적인문제이기도합니다때로는

직역을할것인가의역을할것인가의문제로

때로는원전에목표를둘것인가소통에목표를

둘것인가등으로변신하면서줄기차게과제로

떠오릅니다가장해묵은문제면서도대답할수

는없는그런문제죠

윤지관 황선생께서최근에번역비평학회를창립하신

것으로아는데그런문제가바로번역비평의과

제가아니겠습니까

앞서말씀드린작업은영미문학연구회라

는조직에서소장영문학자40여명이모여서

했는데요그때의평가기준으로물론충실성과

가독성이가장큰범주였습니다하지만그때

했던작업은비평단계까지는가지않는아주

기초적인것이었습니다번역의1차적인수준만

본거죠크고작은오역이라든가원의를제대

로못살렸거나불성실하게엉터리로했거나이

런것을변별하는차원에서충실성과가독성을

따진것이죠예컨대세페이지에심각한오역이

하나나오는정도는추천범위안에넣었습니다

한페이지당심각한오역이하나이상나오면

추천에서제외했습니다그리고그런걸따질수

없을정도로너무나엉터리인것도있기때문에

여섯등급정도로나누었습니다황선생께서제

안하신번역비평은그렇게추천된책들을대상

으로나할수있을것입니다전반적인번역서들

의질은번역비평이라는이름을들이대기도부

끄러운형편이었습니다

황현산 임선생께서번역가로서의태도를경험과이론

을합쳐서말씀해주시면좋겠습니다

임성모 제가번역하는방식은여느전문번역가의그것

과좀다릅니다출판사에서제게의뢰를하는

경우도있지만제가제안을해서번역이이루어

지는예도많습니다제가재미있게생각한책

이있어서읽으며요점정리를하다가어느문단

은아예번역하는경우가있고그러다보면어

느새완역을하고있어요그렇게작업을개인적

으로하다가나중에출판사와교섭합니다

가장큰문제는이것같습니다일단텍스

트를둘러싼문화에대한이해가기본적으로있

어야뉘앙스를살려번역할수있다는것입니다

제가보기에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

직한작업입니다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

자기가모르면앞으로나아갈수없습니다이

해못하는것을번역할수는없으니까요논문은

건너뛰면그만이지만번역은막히는순간그것

이해결될때까지는컨베이어벨트전체가멈춰

버립니다그러면저자한테물어봐서라도해결

해야합니다그나마저자가살아있다는건행복

한일입니다저자와얘기하다보면의외의창

조적인논의들도나옵니다자기는그런식으로

생각안했는데그렇게생각할수도있겠다든지

23 2007 | spring

2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독자의입장에서당신책을이렇게받아들였다

고하면그런생각도가능하겠다든지그런이야

기가저는오히려더재미있습니다필자랑이

메일로주고받은이야기들을묶어내면하나의

책이될수도있겠다싶은때도있죠결국은역

자가원텍스트를둘러싼문화전반에대해서

얼마나풍부한이해를하는가가좋은번역의관

건입니다기본적으로공감이있어야하고지식

도있어야하고공도들여야합니다가독성도

있어야죠충실성은말할것도없고요

제주위에서가끔역주를그렇게까지붙

일필요가있느냐는말들을합니다학술번역에

서는역주가많을수록충실하다고일반적으로

얘기하는데역주가많으면사실상가독성은떨

어지는것아닙니까제경우에는개인적인관

심때문에늘어나는경우가있어요저는굉장히

흥미롭게판단해천착하고다른문헌들을뒤져

가면서나름대로한페이지가까이역주를붙여

놨는데독자입장에서보면본문에서얘기하는

논지랑크게관련이없는데뭘그렇게길게썼

느냐고할수도있거든요

황현산 제경우에는오랫동안직역을해야된다고주장

해왔고실제로거의늘직역을하는편입니다

다른말로하자면lsquo원문중심주의rsquo입니다저는

번역을해야할이유가바로거기에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우리언어가갖고있는것은세계모든

사람들이발견하고만들어낸표현에비하면극

히제한된것입니다다른언어로만들어진생각

들을우리언어가갖고있는역량으로감당못

하는부분이반드시있습니다그런데이것을부

족한언어로적당히구겨넣으려고하다보면

늘우리가정말로번역해야할부분을번역못

하게됩니다최초의목적에위배되는결과가나

오는것입니다

그래서직역해야한다는것은우리언어

가가진모든역량을총동원해야한다어떤의

미에서는확장까지시도해야한다는뜻으로이

해해주셨으면좋겠습니다이렇게번역을함으

로써결국우리말에새로운개념을표현해담을

길을만들기도하는것입니다가독성이라고하

는문제도우선그글이매끄럽게읽히느냐안

읽히느냐로판단할것이아니라우리말자체를

얼마나가독성있는언어로빚어나가느냐하는

문제로인식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윤지관 개인적으로좋은번역은하나라고봅니다의역

으로지칭하든직역으로지칭하든그것이제대

로된번역이라고한다면그둘의이상적인조

합이성취될수있다고봅니다그것은모국어의

새로운발견이될수도있고외국어에대한새

로운해석이될수도있습니다그런데임선생

처럼번역할작품을자기가선택하고연구하고

공부하는자세로주석을달며충실하게전달하

려고애쓰는번역자만있다면걱정할필요가없

겠지요현실은그렇지않습니다번역은lsquo허섭

한일rsquo이라는평을받는만큼이나아무나할수

있다고생각하고언어만어느정도알면할수

있다는식으로생각하는게문제입니다

번역문화에대해서얘기해보면외국의소개할

만한작품을연구자나전공자가정해서하는경

우도있겠지만우선적으로는출판사의상업적

판단에따라번역의대상이선별되는것이현

실입니다그러다보니차후의문화적인발전을

위해서의당이뤄져야할번역은배제되고오

히려엉뚱한것들이대거소개되는현상도있

습니다

요즘한류를따라우리문학이일본에많

이나갔다는식으로얘기하지만실은일본문학

이우리나라에소개되고있는양이훨씬더엄청

나서외국문학번역시장을거의장악하다시피

하고있습니다긍정적인의미도있겠지만일본

문학이갖고있는대중성이나피상성에우리독

자가상당히매혹된다는얘기가되기도합니다

그걸출판사나번역자들이부추기고있는것이

죠그런식으로일본문학이대거소개되고시장

을점령하는것이바람직한가하는것도번역을

둘러싸고고민할지점의하나라고생각합니다

문화의 번역 무엇을 번역할 것인가

황현산 우리가무엇을번역해야하는가하는문제로넘

어왔습니다일본문학작품의대량유입을이야

기했지만실은《해리포터》처럼우리시장에서

더큰비중을차지하는서구의대중소설도많

습니다같은대중소설이번역돼도서구의것

이번역될때는염려의관심에서비껴나지만일

본의것이소개되면어김없이비판이뒤따릅니

다서구대중소설이유행하면하나의경향이라

고생각하고일본대중소설이번역될때에는하

나의왜곡이라고보는듯합니다이것은무엇을

번역해야할것인가번역의주체성과연계를할

수있을것같습니다물론제진단이정확할지는

자신없습니다이문제와관련하여서구에대해

서일본에대해서혹은제3세계에대해서어떤

태도를가질것인가말씀해주셨으면합니다

임성모 일본얘기가나온김에말씀드리면두명의무

라카미가한국의소설시장을휩쓸고있죠수업

시간에물어보면대학생들이그들의소설한권

씩은대개읽어봤습니다물론하나의유행이나

패션으로일본문학들을보고있다는느낌도있

습니다

소설보다영향력이더큰건만화일겁니

다일본만화에대해한국사회는폭력적이고선

정적이고가학적이라는이미지를갖고있습니다

물론그런측면이있습니다만그것이유독일본

만화만의것은아닌데일본만화하면그런도식

이성립하는겁니다《20세기소년》이나《바람

계곡의나우시카》처럼수준높은에콜로지를담

고있는만화도얼마든지있습니다나름대로보

편적인사유를하는데도움이되는작품들까지

한꺼번에매도하는경향이없지않습니다특히

만화에서그런점이두드러지죠

황현산 일본만화를보면굉장히놀랍습니다우리집여

자들이일본만화를한아름씩갖고와서보기때

문에가끔옆에서어깨너머로들여다봅니다

우선만화에나오는축적된지식의양에놀랍니

25 2007 | spring

2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다어떤만화는프랑스포도주에대해서얘기하

고있습니다포도주에관해처음부터끝까지모

든것이거기있습니다어떤만화엔시인아폴

리네르에대한이야기가언급되어있더군요제

가명색이아폴리네르로박사학위를받은사람

인데제가모르는이야기가거기에있어정말로

깜짝놀랐습니다축적된지식의양이엄청납니

다그것들을일본대중문학들이굉장히잘쓰고

이용하고있다는생각도듭니다저는오히려일

본만화가더본류고일본소설들이만화를참조

하고있는건아닐까하는생각까지합니다

무라카미하루키의《노르웨이의숲(상실

의시대)》이라는작품의경우저같이서양문학

을한사람들은작품을읽으면금방세작가를

골라냅니다피츠제럴드토마스만네르발그

런데어쩌면그셋을그렇게잘용해시키고활용

해서말하자면새로운lsquo인터페이스rsquo를잘만들

어냈을까싶습니다최근에는장이머우의영화

를보면서도그런생각을했습니다서구의상

징주의표현주의문학이만들어놓은미학들의

결과들을저렇게잘사용하고있구나이것들도

넓게보면번역행위에해당하는것이겠죠

윤지관 중국이나일본의만화나소설이라서일률적으

로배척하는태도는바람직하지않고변별이필

요합니다그러나일단우리속으로들어왔을때

에는반성적으로나비평적으로보는것이필요

하다는얘기였습니다일본과중국이서양을버

무리는기술이탁월하다는말씀을하셨는데번

역을잘해내는사례로볼수도있겠습니다한

편생각하면번역에서불가피한부분일수도

있지만서양을잘조합해내는기술차원에서의

번역에한정돼서는곤란하다고봅니다하루키

등이서양에잘먹히는이유중하나가그들에

게익숙하게버무려냈다는점인데말하자면일

본색을드러내되서양구미에맞게끔번역해냅

니다그런데그것이번역의바람직한방향이겠

는가이점은짚어봐야합니다

황현산 일본사람들스스로는그점에대해서어떻게

생각하는지궁금하군요

임성모 거기까지는잘모르겠습니다만이런점은분명

히있습니다이를테면lt공각기동대gt가lt매트릭

스gt에영향을미쳤다아시아는항상서양으로

부터뭘받아왔는데자기들이할리우드에영향

을미치지않았느냐하는자부심같은것은일

본오타쿠세대가갖고있는공통점중하나라

고생각합니다사실lt공각기동대gt를보고lt매트

릭스gt의한장면을떠올릴수는있지만갖고있

는스토리라인은전혀다르잖아요철학적인것

은lt매트릭스gt가더뛰어나죠일종의문화번역

이이뤄지면서서로의장점들을얼마나갖고오

고자기장점으로만들어가는가가중요하겠죠

일본사회에서는기본적으로서양을기

준으로삼고사고와작업을해나가는것이일

반적경향인것같습니다그런것들이글로벌

스탠더드에맞는다는거죠그로인해서양과의

관계에서는생산적인결과를얻고있는지몰라

도아시아와의관계에서는오히려반대가되고

있는측면이있습니다우리가지금그걸닮아가

임성모

-

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직한작업입니다

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모르면나아갈수없습니다

27 2007 | spring

2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는것은아닌가싶네요

윤지관 무엇인가를주체적으로하자말은하기쉽습니

다만과연그lsquo주체적rsquo이란게뭐냐라고하면쉽

지않죠일본이나중국에대한제대로된관심

도필요한데일본이나중국의어떤부분을번역

할것인가는고민이더필요한부분입니다아울

러일본이나중국뿐아니라아시아의다른나라

어떻게보면작은나라들에서형성된문화에대

해우리가번역을통해좀더알아보고접할필요

가있지않겠습니까

세계화라고하면미국중심서양중심

혹은서양화가빨리된일본등으로연상이이

어집니다만그런세계체제에서좀떨어져있거

나오히려전통적생활문화와언어문화를간직

하고있는나라들과의교류가필요합니다그런

관점에서문학에있어서새로운세계문학의구

성을모색해야하고우리의번역도그런세계로

좀더열려있어야하겠습니다

황현산 우리문화에서서구편향성이지적되고그것과

관련되어주체성이야기가나오는데저는어떤

관점에서보면서구에대한편향자체가주체성

을강화하려는시도와연결되어있는것이아닌

가하는생각을합니다지극히강한지배적인

문화와이념의틀과자기를동일시하려는시도

아닐까하는것이죠현실적으로널리통용되는

이성과논리로써자기설명을하려고하는그래

서자기주체성을보편적주체성으로보이게하

려는시도아니겠는가말입니다서구편향으로

우리를끌고가는바로그힘이결국은보수우

익민족주의로이끌기도합니다

한편서양문학작품을어떻게든정확하게

번역하려고하는노력에대한비난도있습니다

그것자체가서구편향이라든지서구원문만을

너무정본으로생각한다든지하는비난이죠그

러나저는오히려바로그것을뿌리부터번역하

려고함으로써어떤의미에서는내주체성에대

해서더생각하고내주체성의깊은곳으로내

려갈수있는것아닌가생각합니다서구에도

겉으로보이는서구가있고드러나보이지않는

심층의서구가있습니다서구의심층을건드리

려면더충실하고명확하게알아야합니다이

해되기쉬운서구명확하고보편적인것으로만

보이는서구가아니라그밑에있는무의식의

서구괴물로서의서구에도달해야하는것아닌

가합니다

윤지관 아까말씀하신직역얘기와통하는것같군요

제가아까좋은번역은하나라고했지만어느

쪽에역점을두느냐의문제는남습니다서양

의고전적작품에대해서는저도lsquo충실하게rsquo가

번역의우선이라고생각합니다그문화의핵심

그사회의근저에까지도달하려면그언어를될

수있으면충실하게설령그외국투가많이남

아좀어색하고가독성의문제를야기할지언정

충실하게옮겨야만그것을통해어떤새로운인

식을얻거나서구의요소들을제대로통찰하게

하는일들이가능하리라고봅니다따라서고전

적인작품에대해서는너무자연스럽기만하기

보다번역투가있는것도괜찮다고봅니다물론

장르에따라다르겠지요어떤장르에서는문학

의창조적인성취보다정확성이필요할수도있

고또다른경우에는좀더잘읽히는방식의선

택이필요할것입니다이역시쉽지는않은문

제입니다예컨대미국에서는미국말로잘읽히

는번역을선호합니다제3세계작품을번역할

때어색한건될수있으면없애려고합니다그

래서미국화시켜서한다거나아니면아예신비

화시켜서이를테면아랍의현실을번역할때구

체적인현실을그대로묘사하지않고좀신비적

으로처리해번역해버리는성향이있다는비판

을하는미국번역학자도있습니다

임성모 번역이지나치게서구나일본중심으로이루어

지는것은사실입니다최근에는중국까지포함

해서요아시아를이야기하더라도동아시아위

주로얘기됩니다동남아시아등은관심권에서

멀리있습니다lsquo아세안+3rsquo식으로얘기하고있

지만사실은거꾸로되어있죠한국의인식속

에서는lsquo3+아세안rsquo이죠아시아의다른권역의

역사나문학전문가를불러서이야기를듣고싶

어도손으로꼽아야할형편입니다너무불균형

적입니다아시아우리주변이라고얘기하면서

도한국사회스스로강자의논리를따르고있

습니다번역도기본적으로강자의논리거든요

우리스스로아시아에서도동아시아로제한하

는데는앞서간일본이나강국으로부상하는중

국과우리를동일시하려는욕구가작용하고있

을것입니다약자에대한시선이없습니다70

80년대에아랍문학이소개될때는그래도긍정

적측면이있었는데오히려지금은그때만못합

니다소수에대한시선이번역텍스트를선정할

때필요합니다그리고번역의주체성을이야기

하자면번역의방향도이야기해야합니다번역

의방향이일방향적입니다물론번역되어나가

는것이없지는않습니다하지만대개저들의

필요에의해서갖고가는것이고그러다보니

상당히제한적일수밖에없습니다

강자의 논리와 쌍방향적 번역

황현산 최근에장이머우감독의lt천리주단기gt를봤습

니다관운장이조조한테몸붙이고있다가유비

한테복귀하는상황을다루는경극을소재로하

고있습니다주인공은일본사람입니다텔레

비전PD였던아들이lt천리주단기gt공연장면을

찍으려고했으나못찍고병들어죽어가요아

버지가병문안을가도아들이만나주지않을만

큼부자간이좋지않습니다아버지가화해하는

방법으로아들대신그장면을찍으러중국으로

갑니다결국아들이죽은다음에찍어옵니다

거기에서보면늙은아버지가중국어를

전혀모르기때문에겪어야하는고통도있고

거기서소통이안되는아들과의관계도나오고

경극의주연배우와그아들의관계도나옵니

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중국밑에또다른중

국이있습니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일본밑에

또다른일본이있습니다번역이나소통은결

국타자를어떻게우리한테받아들이느냐타자

29 2007 | spring

3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리가그렇게되고자하는그주체아니겠습니까

타자는강자아래에있고강자들에의해가려

져있는쪽입니다그래서우리가번역을할때

는좀공격적으로해야한다고봅니다말하자면

기존의언어와상식에충격을주고그것을거스

르는번역이어야한다는말입니다윤선생께서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서큰고민을해야할부

분일것입니다서양것을우리말로번역하는것

은이미말씀하신대로상당한수준에서이뤄지

고있습니다우리것을서양말로번역할때에는

늘그쪽에맞추지않으면안될것같은염려가

있어왔습니다그러나오히려이문제도공격적

으로태도를바꿔야하는것아닌가합니다

현재우리한국문학작품을외국어로번

역할때대개한국사람이번역하고외국사람이

윤문하는방식으로하는데저는이방식이번역

의가장나쁜형태라고생각합니다한국사람이

번역을하게되면서툰외국어표현들이나오게

될것입니다그러나그노력속에는한국말에

있는어떤고유한특징을담으려는의도도있

을것입니다그런데그외국어를모국어로하는

번역파트너가이걸전부다스려서윤문하면상

투적인표현밖에남지않습니다결국읽어도좋

고안읽어도좋을진부한것이돼버립니다그

러면상대방이받아들일때는술술읽히기는하

되왜한국은상투적인언어밖에못하는가이

런생각을하게됩니다

적어도우리번역이의미있는기능을하

고우리문학작품이그사람들에게각인되게하

기위해서는우선일반적으로수용되도록하

는것에만초점을맞추지말고적어도거기에

서충격을주도록번역해야옳지않은가합니다

그래서공격적인번역이필요하다는겁니다일

본어로작품을쓰는이회성선생이한수필에서

이런말을하더군요한국어를직역한일본어로

가령일본에없는한국욕도한국말그대로를

일본어로옮겨놓으니새로운표현이얻어지더

라는겁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현재27개언어로번역

을해내보내고있는데거기에는서구어뿐아니

라아시아권남미권까지다양한언어가포함됩

니다지금취하고있는방식은황선생께서말

씀하신것처럼한국인번역자와외국인번역자

가파트너가되어서번역하는시스템입니다황

선생께서우려하는그런폐해가생겨날수있습

니다상대언어기준으로문맥을자연스럽게만

드느냐아니면오히려외국적이질성까지드러

내느냐의선택문제인데중요한것은우리언

어의성취를살리는데있겠죠외국인으로서우

리말의성취를온전히이해할수있는번역자가

있다면해결되는데그렇지않을때는외국인번

역자와한국인번역자가짝을이뤄소통해나가

면서협업해갈수밖에없습니다

일본의경우일본작품을자기언어로번

역할만한수준있는외국인번역자가많이포진

하고있습니다일본에대한전반적이해도깊고

전공자도많고그런역사도오래됐습니다한

국은그런면에서많이뒤처져있습니다일본은

를어떻게이해하고안고lsquo환대rsquo하는가입니다

그영화를보다가결국나도내아들과의관계를

생각하게되더군요그런식으로내가모르고있

었던내안의타자와도만나게되는것입니다

윤지관 의미가있는말입니다그런데번역이타자를

받아들이는데꼭환대해야하는가는다른문제

인것같습니다조금경계할수도있겠지요타

자의부분에대해서는제가맡고있는일이꼭

그래서가아니라번역에서중요한문제기때문

에얘기를드리겠습니다임선생께서아까얘기

하신쌍방향적인번역의문제입니다우리가번

역하고있는상대는우리한테타자지만우리가

또상대방에게는타자거든요우리의것들이어

떤식으로번역이되는가도번역에서상당히중

요한주제입니다기본적으로외국의타자를우

리속으로번역하는것은이미긴역사를갖고

있고여러모로발전도해왔습니다전반적인번

역문화라고해도좋을학문이라고해도좋을

아주깊은사회적인의미까지띠게됐습니다

그에비하면우리가도달한성취가타자

속으로번역된건비교가안될정도로미미합

니다왜이런현상이생겼을까하면기본적으

로번역이역시강자의논리를따른다는점이

하나있습니다일본이서구에번역된것에비하

면한국은매우미흡한수준입니다그런점에서

우리가도달한언어적혹은문화적성취를번역

해내는일도좀더큰사회적의제로다루어져야

하지않나싶습니다세계화와도관련되는문제

인데이런얘기를좀나누어보았으면합니다

황현산 강자의논리라고할때그강자는주체혹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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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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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

Page 8: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2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독자의입장에서당신책을이렇게받아들였다

고하면그런생각도가능하겠다든지그런이야

기가저는오히려더재미있습니다필자랑이

메일로주고받은이야기들을묶어내면하나의

책이될수도있겠다싶은때도있죠결국은역

자가원텍스트를둘러싼문화전반에대해서

얼마나풍부한이해를하는가가좋은번역의관

건입니다기본적으로공감이있어야하고지식

도있어야하고공도들여야합니다가독성도

있어야죠충실성은말할것도없고요

제주위에서가끔역주를그렇게까지붙

일필요가있느냐는말들을합니다학술번역에

서는역주가많을수록충실하다고일반적으로

얘기하는데역주가많으면사실상가독성은떨

어지는것아닙니까제경우에는개인적인관

심때문에늘어나는경우가있어요저는굉장히

흥미롭게판단해천착하고다른문헌들을뒤져

가면서나름대로한페이지가까이역주를붙여

놨는데독자입장에서보면본문에서얘기하는

논지랑크게관련이없는데뭘그렇게길게썼

느냐고할수도있거든요

황현산 제경우에는오랫동안직역을해야된다고주장

해왔고실제로거의늘직역을하는편입니다

다른말로하자면lsquo원문중심주의rsquo입니다저는

번역을해야할이유가바로거기에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우리언어가갖고있는것은세계모든

사람들이발견하고만들어낸표현에비하면극

히제한된것입니다다른언어로만들어진생각

들을우리언어가갖고있는역량으로감당못

하는부분이반드시있습니다그런데이것을부

족한언어로적당히구겨넣으려고하다보면

늘우리가정말로번역해야할부분을번역못

하게됩니다최초의목적에위배되는결과가나

오는것입니다

그래서직역해야한다는것은우리언어

가가진모든역량을총동원해야한다어떤의

미에서는확장까지시도해야한다는뜻으로이

해해주셨으면좋겠습니다이렇게번역을함으

로써결국우리말에새로운개념을표현해담을

길을만들기도하는것입니다가독성이라고하

는문제도우선그글이매끄럽게읽히느냐안

읽히느냐로판단할것이아니라우리말자체를

얼마나가독성있는언어로빚어나가느냐하는

문제로인식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윤지관 개인적으로좋은번역은하나라고봅니다의역

으로지칭하든직역으로지칭하든그것이제대

로된번역이라고한다면그둘의이상적인조

합이성취될수있다고봅니다그것은모국어의

새로운발견이될수도있고외국어에대한새

로운해석이될수도있습니다그런데임선생

처럼번역할작품을자기가선택하고연구하고

공부하는자세로주석을달며충실하게전달하

려고애쓰는번역자만있다면걱정할필요가없

겠지요현실은그렇지않습니다번역은lsquo허섭

한일rsquo이라는평을받는만큼이나아무나할수

있다고생각하고언어만어느정도알면할수

있다는식으로생각하는게문제입니다

번역문화에대해서얘기해보면외국의소개할

만한작품을연구자나전공자가정해서하는경

우도있겠지만우선적으로는출판사의상업적

판단에따라번역의대상이선별되는것이현

실입니다그러다보니차후의문화적인발전을

위해서의당이뤄져야할번역은배제되고오

히려엉뚱한것들이대거소개되는현상도있

습니다

요즘한류를따라우리문학이일본에많

이나갔다는식으로얘기하지만실은일본문학

이우리나라에소개되고있는양이훨씬더엄청

나서외국문학번역시장을거의장악하다시피

하고있습니다긍정적인의미도있겠지만일본

문학이갖고있는대중성이나피상성에우리독

자가상당히매혹된다는얘기가되기도합니다

그걸출판사나번역자들이부추기고있는것이

죠그런식으로일본문학이대거소개되고시장

을점령하는것이바람직한가하는것도번역을

둘러싸고고민할지점의하나라고생각합니다

문화의 번역 무엇을 번역할 것인가

황현산 우리가무엇을번역해야하는가하는문제로넘

어왔습니다일본문학작품의대량유입을이야

기했지만실은《해리포터》처럼우리시장에서

더큰비중을차지하는서구의대중소설도많

습니다같은대중소설이번역돼도서구의것

이번역될때는염려의관심에서비껴나지만일

본의것이소개되면어김없이비판이뒤따릅니

다서구대중소설이유행하면하나의경향이라

고생각하고일본대중소설이번역될때에는하

나의왜곡이라고보는듯합니다이것은무엇을

번역해야할것인가번역의주체성과연계를할

수있을것같습니다물론제진단이정확할지는

자신없습니다이문제와관련하여서구에대해

서일본에대해서혹은제3세계에대해서어떤

태도를가질것인가말씀해주셨으면합니다

임성모 일본얘기가나온김에말씀드리면두명의무

라카미가한국의소설시장을휩쓸고있죠수업

시간에물어보면대학생들이그들의소설한권

씩은대개읽어봤습니다물론하나의유행이나

패션으로일본문학들을보고있다는느낌도있

습니다

소설보다영향력이더큰건만화일겁니

다일본만화에대해한국사회는폭력적이고선

정적이고가학적이라는이미지를갖고있습니다

물론그런측면이있습니다만그것이유독일본

만화만의것은아닌데일본만화하면그런도식

이성립하는겁니다《20세기소년》이나《바람

계곡의나우시카》처럼수준높은에콜로지를담

고있는만화도얼마든지있습니다나름대로보

편적인사유를하는데도움이되는작품들까지

한꺼번에매도하는경향이없지않습니다특히

만화에서그런점이두드러지죠

황현산 일본만화를보면굉장히놀랍습니다우리집여

자들이일본만화를한아름씩갖고와서보기때

문에가끔옆에서어깨너머로들여다봅니다

우선만화에나오는축적된지식의양에놀랍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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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다어떤만화는프랑스포도주에대해서얘기하

고있습니다포도주에관해처음부터끝까지모

든것이거기있습니다어떤만화엔시인아폴

리네르에대한이야기가언급되어있더군요제

가명색이아폴리네르로박사학위를받은사람

인데제가모르는이야기가거기에있어정말로

깜짝놀랐습니다축적된지식의양이엄청납니

다그것들을일본대중문학들이굉장히잘쓰고

이용하고있다는생각도듭니다저는오히려일

본만화가더본류고일본소설들이만화를참조

하고있는건아닐까하는생각까지합니다

무라카미하루키의《노르웨이의숲(상실

의시대)》이라는작품의경우저같이서양문학

을한사람들은작품을읽으면금방세작가를

골라냅니다피츠제럴드토마스만네르발그

런데어쩌면그셋을그렇게잘용해시키고활용

해서말하자면새로운lsquo인터페이스rsquo를잘만들

어냈을까싶습니다최근에는장이머우의영화

를보면서도그런생각을했습니다서구의상

징주의표현주의문학이만들어놓은미학들의

결과들을저렇게잘사용하고있구나이것들도

넓게보면번역행위에해당하는것이겠죠

윤지관 중국이나일본의만화나소설이라서일률적으

로배척하는태도는바람직하지않고변별이필

요합니다그러나일단우리속으로들어왔을때

에는반성적으로나비평적으로보는것이필요

하다는얘기였습니다일본과중국이서양을버

무리는기술이탁월하다는말씀을하셨는데번

역을잘해내는사례로볼수도있겠습니다한

편생각하면번역에서불가피한부분일수도

있지만서양을잘조합해내는기술차원에서의

번역에한정돼서는곤란하다고봅니다하루키

등이서양에잘먹히는이유중하나가그들에

게익숙하게버무려냈다는점인데말하자면일

본색을드러내되서양구미에맞게끔번역해냅

니다그런데그것이번역의바람직한방향이겠

는가이점은짚어봐야합니다

황현산 일본사람들스스로는그점에대해서어떻게

생각하는지궁금하군요

임성모 거기까지는잘모르겠습니다만이런점은분명

히있습니다이를테면lt공각기동대gt가lt매트릭

스gt에영향을미쳤다아시아는항상서양으로

부터뭘받아왔는데자기들이할리우드에영향

을미치지않았느냐하는자부심같은것은일

본오타쿠세대가갖고있는공통점중하나라

고생각합니다사실lt공각기동대gt를보고lt매트

릭스gt의한장면을떠올릴수는있지만갖고있

는스토리라인은전혀다르잖아요철학적인것

은lt매트릭스gt가더뛰어나죠일종의문화번역

이이뤄지면서서로의장점들을얼마나갖고오

고자기장점으로만들어가는가가중요하겠죠

일본사회에서는기본적으로서양을기

준으로삼고사고와작업을해나가는것이일

반적경향인것같습니다그런것들이글로벌

스탠더드에맞는다는거죠그로인해서양과의

관계에서는생산적인결과를얻고있는지몰라

도아시아와의관계에서는오히려반대가되고

있는측면이있습니다우리가지금그걸닮아가

임성모

-

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직한작업입니다

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모르면나아갈수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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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는것은아닌가싶네요

윤지관 무엇인가를주체적으로하자말은하기쉽습니

다만과연그lsquo주체적rsquo이란게뭐냐라고하면쉽

지않죠일본이나중국에대한제대로된관심

도필요한데일본이나중국의어떤부분을번역

할것인가는고민이더필요한부분입니다아울

러일본이나중국뿐아니라아시아의다른나라

어떻게보면작은나라들에서형성된문화에대

해우리가번역을통해좀더알아보고접할필요

가있지않겠습니까

세계화라고하면미국중심서양중심

혹은서양화가빨리된일본등으로연상이이

어집니다만그런세계체제에서좀떨어져있거

나오히려전통적생활문화와언어문화를간직

하고있는나라들과의교류가필요합니다그런

관점에서문학에있어서새로운세계문학의구

성을모색해야하고우리의번역도그런세계로

좀더열려있어야하겠습니다

황현산 우리문화에서서구편향성이지적되고그것과

관련되어주체성이야기가나오는데저는어떤

관점에서보면서구에대한편향자체가주체성

을강화하려는시도와연결되어있는것이아닌

가하는생각을합니다지극히강한지배적인

문화와이념의틀과자기를동일시하려는시도

아닐까하는것이죠현실적으로널리통용되는

이성과논리로써자기설명을하려고하는그래

서자기주체성을보편적주체성으로보이게하

려는시도아니겠는가말입니다서구편향으로

우리를끌고가는바로그힘이결국은보수우

익민족주의로이끌기도합니다

한편서양문학작품을어떻게든정확하게

번역하려고하는노력에대한비난도있습니다

그것자체가서구편향이라든지서구원문만을

너무정본으로생각한다든지하는비난이죠그

러나저는오히려바로그것을뿌리부터번역하

려고함으로써어떤의미에서는내주체성에대

해서더생각하고내주체성의깊은곳으로내

려갈수있는것아닌가생각합니다서구에도

겉으로보이는서구가있고드러나보이지않는

심층의서구가있습니다서구의심층을건드리

려면더충실하고명확하게알아야합니다이

해되기쉬운서구명확하고보편적인것으로만

보이는서구가아니라그밑에있는무의식의

서구괴물로서의서구에도달해야하는것아닌

가합니다

윤지관 아까말씀하신직역얘기와통하는것같군요

제가아까좋은번역은하나라고했지만어느

쪽에역점을두느냐의문제는남습니다서양

의고전적작품에대해서는저도lsquo충실하게rsquo가

번역의우선이라고생각합니다그문화의핵심

그사회의근저에까지도달하려면그언어를될

수있으면충실하게설령그외국투가많이남

아좀어색하고가독성의문제를야기할지언정

충실하게옮겨야만그것을통해어떤새로운인

식을얻거나서구의요소들을제대로통찰하게

하는일들이가능하리라고봅니다따라서고전

적인작품에대해서는너무자연스럽기만하기

보다번역투가있는것도괜찮다고봅니다물론

장르에따라다르겠지요어떤장르에서는문학

의창조적인성취보다정확성이필요할수도있

고또다른경우에는좀더잘읽히는방식의선

택이필요할것입니다이역시쉽지는않은문

제입니다예컨대미국에서는미국말로잘읽히

는번역을선호합니다제3세계작품을번역할

때어색한건될수있으면없애려고합니다그

래서미국화시켜서한다거나아니면아예신비

화시켜서이를테면아랍의현실을번역할때구

체적인현실을그대로묘사하지않고좀신비적

으로처리해번역해버리는성향이있다는비판

을하는미국번역학자도있습니다

임성모 번역이지나치게서구나일본중심으로이루어

지는것은사실입니다최근에는중국까지포함

해서요아시아를이야기하더라도동아시아위

주로얘기됩니다동남아시아등은관심권에서

멀리있습니다lsquo아세안+3rsquo식으로얘기하고있

지만사실은거꾸로되어있죠한국의인식속

에서는lsquo3+아세안rsquo이죠아시아의다른권역의

역사나문학전문가를불러서이야기를듣고싶

어도손으로꼽아야할형편입니다너무불균형

적입니다아시아우리주변이라고얘기하면서

도한국사회스스로강자의논리를따르고있

습니다번역도기본적으로강자의논리거든요

우리스스로아시아에서도동아시아로제한하

는데는앞서간일본이나강국으로부상하는중

국과우리를동일시하려는욕구가작용하고있

을것입니다약자에대한시선이없습니다70

80년대에아랍문학이소개될때는그래도긍정

적측면이있었는데오히려지금은그때만못합

니다소수에대한시선이번역텍스트를선정할

때필요합니다그리고번역의주체성을이야기

하자면번역의방향도이야기해야합니다번역

의방향이일방향적입니다물론번역되어나가

는것이없지는않습니다하지만대개저들의

필요에의해서갖고가는것이고그러다보니

상당히제한적일수밖에없습니다

강자의 논리와 쌍방향적 번역

황현산 최근에장이머우감독의lt천리주단기gt를봤습

니다관운장이조조한테몸붙이고있다가유비

한테복귀하는상황을다루는경극을소재로하

고있습니다주인공은일본사람입니다텔레

비전PD였던아들이lt천리주단기gt공연장면을

찍으려고했으나못찍고병들어죽어가요아

버지가병문안을가도아들이만나주지않을만

큼부자간이좋지않습니다아버지가화해하는

방법으로아들대신그장면을찍으러중국으로

갑니다결국아들이죽은다음에찍어옵니다

거기에서보면늙은아버지가중국어를

전혀모르기때문에겪어야하는고통도있고

거기서소통이안되는아들과의관계도나오고

경극의주연배우와그아들의관계도나옵니

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중국밑에또다른중

국이있습니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일본밑에

또다른일본이있습니다번역이나소통은결

국타자를어떻게우리한테받아들이느냐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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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리가그렇게되고자하는그주체아니겠습니까

타자는강자아래에있고강자들에의해가려

져있는쪽입니다그래서우리가번역을할때

는좀공격적으로해야한다고봅니다말하자면

기존의언어와상식에충격을주고그것을거스

르는번역이어야한다는말입니다윤선생께서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서큰고민을해야할부

분일것입니다서양것을우리말로번역하는것

은이미말씀하신대로상당한수준에서이뤄지

고있습니다우리것을서양말로번역할때에는

늘그쪽에맞추지않으면안될것같은염려가

있어왔습니다그러나오히려이문제도공격적

으로태도를바꿔야하는것아닌가합니다

현재우리한국문학작품을외국어로번

역할때대개한국사람이번역하고외국사람이

윤문하는방식으로하는데저는이방식이번역

의가장나쁜형태라고생각합니다한국사람이

번역을하게되면서툰외국어표현들이나오게

될것입니다그러나그노력속에는한국말에

있는어떤고유한특징을담으려는의도도있

을것입니다그런데그외국어를모국어로하는

번역파트너가이걸전부다스려서윤문하면상

투적인표현밖에남지않습니다결국읽어도좋

고안읽어도좋을진부한것이돼버립니다그

러면상대방이받아들일때는술술읽히기는하

되왜한국은상투적인언어밖에못하는가이

런생각을하게됩니다

적어도우리번역이의미있는기능을하

고우리문학작품이그사람들에게각인되게하

기위해서는우선일반적으로수용되도록하

는것에만초점을맞추지말고적어도거기에

서충격을주도록번역해야옳지않은가합니다

그래서공격적인번역이필요하다는겁니다일

본어로작품을쓰는이회성선생이한수필에서

이런말을하더군요한국어를직역한일본어로

가령일본에없는한국욕도한국말그대로를

일본어로옮겨놓으니새로운표현이얻어지더

라는겁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현재27개언어로번역

을해내보내고있는데거기에는서구어뿐아니

라아시아권남미권까지다양한언어가포함됩

니다지금취하고있는방식은황선생께서말

씀하신것처럼한국인번역자와외국인번역자

가파트너가되어서번역하는시스템입니다황

선생께서우려하는그런폐해가생겨날수있습

니다상대언어기준으로문맥을자연스럽게만

드느냐아니면오히려외국적이질성까지드러

내느냐의선택문제인데중요한것은우리언

어의성취를살리는데있겠죠외국인으로서우

리말의성취를온전히이해할수있는번역자가

있다면해결되는데그렇지않을때는외국인번

역자와한국인번역자가짝을이뤄소통해나가

면서협업해갈수밖에없습니다

일본의경우일본작품을자기언어로번

역할만한수준있는외국인번역자가많이포진

하고있습니다일본에대한전반적이해도깊고

전공자도많고그런역사도오래됐습니다한

국은그런면에서많이뒤처져있습니다일본은

를어떻게이해하고안고lsquo환대rsquo하는가입니다

그영화를보다가결국나도내아들과의관계를

생각하게되더군요그런식으로내가모르고있

었던내안의타자와도만나게되는것입니다

윤지관 의미가있는말입니다그런데번역이타자를

받아들이는데꼭환대해야하는가는다른문제

인것같습니다조금경계할수도있겠지요타

자의부분에대해서는제가맡고있는일이꼭

그래서가아니라번역에서중요한문제기때문

에얘기를드리겠습니다임선생께서아까얘기

하신쌍방향적인번역의문제입니다우리가번

역하고있는상대는우리한테타자지만우리가

또상대방에게는타자거든요우리의것들이어

떤식으로번역이되는가도번역에서상당히중

요한주제입니다기본적으로외국의타자를우

리속으로번역하는것은이미긴역사를갖고

있고여러모로발전도해왔습니다전반적인번

역문화라고해도좋을학문이라고해도좋을

아주깊은사회적인의미까지띠게됐습니다

그에비하면우리가도달한성취가타자

속으로번역된건비교가안될정도로미미합

니다왜이런현상이생겼을까하면기본적으

로번역이역시강자의논리를따른다는점이

하나있습니다일본이서구에번역된것에비하

면한국은매우미흡한수준입니다그런점에서

우리가도달한언어적혹은문화적성취를번역

해내는일도좀더큰사회적의제로다루어져야

하지않나싶습니다세계화와도관련되는문제

인데이런얘기를좀나누어보았으면합니다

황현산 강자의논리라고할때그강자는주체혹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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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33 2007 | spring

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

Page 9: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26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다어떤만화는프랑스포도주에대해서얘기하

고있습니다포도주에관해처음부터끝까지모

든것이거기있습니다어떤만화엔시인아폴

리네르에대한이야기가언급되어있더군요제

가명색이아폴리네르로박사학위를받은사람

인데제가모르는이야기가거기에있어정말로

깜짝놀랐습니다축적된지식의양이엄청납니

다그것들을일본대중문학들이굉장히잘쓰고

이용하고있다는생각도듭니다저는오히려일

본만화가더본류고일본소설들이만화를참조

하고있는건아닐까하는생각까지합니다

무라카미하루키의《노르웨이의숲(상실

의시대)》이라는작품의경우저같이서양문학

을한사람들은작품을읽으면금방세작가를

골라냅니다피츠제럴드토마스만네르발그

런데어쩌면그셋을그렇게잘용해시키고활용

해서말하자면새로운lsquo인터페이스rsquo를잘만들

어냈을까싶습니다최근에는장이머우의영화

를보면서도그런생각을했습니다서구의상

징주의표현주의문학이만들어놓은미학들의

결과들을저렇게잘사용하고있구나이것들도

넓게보면번역행위에해당하는것이겠죠

윤지관 중국이나일본의만화나소설이라서일률적으

로배척하는태도는바람직하지않고변별이필

요합니다그러나일단우리속으로들어왔을때

에는반성적으로나비평적으로보는것이필요

하다는얘기였습니다일본과중국이서양을버

무리는기술이탁월하다는말씀을하셨는데번

역을잘해내는사례로볼수도있겠습니다한

편생각하면번역에서불가피한부분일수도

있지만서양을잘조합해내는기술차원에서의

번역에한정돼서는곤란하다고봅니다하루키

등이서양에잘먹히는이유중하나가그들에

게익숙하게버무려냈다는점인데말하자면일

본색을드러내되서양구미에맞게끔번역해냅

니다그런데그것이번역의바람직한방향이겠

는가이점은짚어봐야합니다

황현산 일본사람들스스로는그점에대해서어떻게

생각하는지궁금하군요

임성모 거기까지는잘모르겠습니다만이런점은분명

히있습니다이를테면lt공각기동대gt가lt매트릭

스gt에영향을미쳤다아시아는항상서양으로

부터뭘받아왔는데자기들이할리우드에영향

을미치지않았느냐하는자부심같은것은일

본오타쿠세대가갖고있는공통점중하나라

고생각합니다사실lt공각기동대gt를보고lt매트

릭스gt의한장면을떠올릴수는있지만갖고있

는스토리라인은전혀다르잖아요철학적인것

은lt매트릭스gt가더뛰어나죠일종의문화번역

이이뤄지면서서로의장점들을얼마나갖고오

고자기장점으로만들어가는가가중요하겠죠

일본사회에서는기본적으로서양을기

준으로삼고사고와작업을해나가는것이일

반적경향인것같습니다그런것들이글로벌

스탠더드에맞는다는거죠그로인해서양과의

관계에서는생산적인결과를얻고있는지몰라

도아시아와의관계에서는오히려반대가되고

있는측면이있습니다우리가지금그걸닮아가

임성모

-

번역은논문쓰는것보다훨씬정직한작업입니다

절대시간을잡아먹죠그리고모르면나아갈수없습니다

27 2007 | spring

2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는것은아닌가싶네요

윤지관 무엇인가를주체적으로하자말은하기쉽습니

다만과연그lsquo주체적rsquo이란게뭐냐라고하면쉽

지않죠일본이나중국에대한제대로된관심

도필요한데일본이나중국의어떤부분을번역

할것인가는고민이더필요한부분입니다아울

러일본이나중국뿐아니라아시아의다른나라

어떻게보면작은나라들에서형성된문화에대

해우리가번역을통해좀더알아보고접할필요

가있지않겠습니까

세계화라고하면미국중심서양중심

혹은서양화가빨리된일본등으로연상이이

어집니다만그런세계체제에서좀떨어져있거

나오히려전통적생활문화와언어문화를간직

하고있는나라들과의교류가필요합니다그런

관점에서문학에있어서새로운세계문학의구

성을모색해야하고우리의번역도그런세계로

좀더열려있어야하겠습니다

황현산 우리문화에서서구편향성이지적되고그것과

관련되어주체성이야기가나오는데저는어떤

관점에서보면서구에대한편향자체가주체성

을강화하려는시도와연결되어있는것이아닌

가하는생각을합니다지극히강한지배적인

문화와이념의틀과자기를동일시하려는시도

아닐까하는것이죠현실적으로널리통용되는

이성과논리로써자기설명을하려고하는그래

서자기주체성을보편적주체성으로보이게하

려는시도아니겠는가말입니다서구편향으로

우리를끌고가는바로그힘이결국은보수우

익민족주의로이끌기도합니다

한편서양문학작품을어떻게든정확하게

번역하려고하는노력에대한비난도있습니다

그것자체가서구편향이라든지서구원문만을

너무정본으로생각한다든지하는비난이죠그

러나저는오히려바로그것을뿌리부터번역하

려고함으로써어떤의미에서는내주체성에대

해서더생각하고내주체성의깊은곳으로내

려갈수있는것아닌가생각합니다서구에도

겉으로보이는서구가있고드러나보이지않는

심층의서구가있습니다서구의심층을건드리

려면더충실하고명확하게알아야합니다이

해되기쉬운서구명확하고보편적인것으로만

보이는서구가아니라그밑에있는무의식의

서구괴물로서의서구에도달해야하는것아닌

가합니다

윤지관 아까말씀하신직역얘기와통하는것같군요

제가아까좋은번역은하나라고했지만어느

쪽에역점을두느냐의문제는남습니다서양

의고전적작품에대해서는저도lsquo충실하게rsquo가

번역의우선이라고생각합니다그문화의핵심

그사회의근저에까지도달하려면그언어를될

수있으면충실하게설령그외국투가많이남

아좀어색하고가독성의문제를야기할지언정

충실하게옮겨야만그것을통해어떤새로운인

식을얻거나서구의요소들을제대로통찰하게

하는일들이가능하리라고봅니다따라서고전

적인작품에대해서는너무자연스럽기만하기

보다번역투가있는것도괜찮다고봅니다물론

장르에따라다르겠지요어떤장르에서는문학

의창조적인성취보다정확성이필요할수도있

고또다른경우에는좀더잘읽히는방식의선

택이필요할것입니다이역시쉽지는않은문

제입니다예컨대미국에서는미국말로잘읽히

는번역을선호합니다제3세계작품을번역할

때어색한건될수있으면없애려고합니다그

래서미국화시켜서한다거나아니면아예신비

화시켜서이를테면아랍의현실을번역할때구

체적인현실을그대로묘사하지않고좀신비적

으로처리해번역해버리는성향이있다는비판

을하는미국번역학자도있습니다

임성모 번역이지나치게서구나일본중심으로이루어

지는것은사실입니다최근에는중국까지포함

해서요아시아를이야기하더라도동아시아위

주로얘기됩니다동남아시아등은관심권에서

멀리있습니다lsquo아세안+3rsquo식으로얘기하고있

지만사실은거꾸로되어있죠한국의인식속

에서는lsquo3+아세안rsquo이죠아시아의다른권역의

역사나문학전문가를불러서이야기를듣고싶

어도손으로꼽아야할형편입니다너무불균형

적입니다아시아우리주변이라고얘기하면서

도한국사회스스로강자의논리를따르고있

습니다번역도기본적으로강자의논리거든요

우리스스로아시아에서도동아시아로제한하

는데는앞서간일본이나강국으로부상하는중

국과우리를동일시하려는욕구가작용하고있

을것입니다약자에대한시선이없습니다70

80년대에아랍문학이소개될때는그래도긍정

적측면이있었는데오히려지금은그때만못합

니다소수에대한시선이번역텍스트를선정할

때필요합니다그리고번역의주체성을이야기

하자면번역의방향도이야기해야합니다번역

의방향이일방향적입니다물론번역되어나가

는것이없지는않습니다하지만대개저들의

필요에의해서갖고가는것이고그러다보니

상당히제한적일수밖에없습니다

강자의 논리와 쌍방향적 번역

황현산 최근에장이머우감독의lt천리주단기gt를봤습

니다관운장이조조한테몸붙이고있다가유비

한테복귀하는상황을다루는경극을소재로하

고있습니다주인공은일본사람입니다텔레

비전PD였던아들이lt천리주단기gt공연장면을

찍으려고했으나못찍고병들어죽어가요아

버지가병문안을가도아들이만나주지않을만

큼부자간이좋지않습니다아버지가화해하는

방법으로아들대신그장면을찍으러중국으로

갑니다결국아들이죽은다음에찍어옵니다

거기에서보면늙은아버지가중국어를

전혀모르기때문에겪어야하는고통도있고

거기서소통이안되는아들과의관계도나오고

경극의주연배우와그아들의관계도나옵니

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중국밑에또다른중

국이있습니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일본밑에

또다른일본이있습니다번역이나소통은결

국타자를어떻게우리한테받아들이느냐타자

29 2007 | spring

3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리가그렇게되고자하는그주체아니겠습니까

타자는강자아래에있고강자들에의해가려

져있는쪽입니다그래서우리가번역을할때

는좀공격적으로해야한다고봅니다말하자면

기존의언어와상식에충격을주고그것을거스

르는번역이어야한다는말입니다윤선생께서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서큰고민을해야할부

분일것입니다서양것을우리말로번역하는것

은이미말씀하신대로상당한수준에서이뤄지

고있습니다우리것을서양말로번역할때에는

늘그쪽에맞추지않으면안될것같은염려가

있어왔습니다그러나오히려이문제도공격적

으로태도를바꿔야하는것아닌가합니다

현재우리한국문학작품을외국어로번

역할때대개한국사람이번역하고외국사람이

윤문하는방식으로하는데저는이방식이번역

의가장나쁜형태라고생각합니다한국사람이

번역을하게되면서툰외국어표현들이나오게

될것입니다그러나그노력속에는한국말에

있는어떤고유한특징을담으려는의도도있

을것입니다그런데그외국어를모국어로하는

번역파트너가이걸전부다스려서윤문하면상

투적인표현밖에남지않습니다결국읽어도좋

고안읽어도좋을진부한것이돼버립니다그

러면상대방이받아들일때는술술읽히기는하

되왜한국은상투적인언어밖에못하는가이

런생각을하게됩니다

적어도우리번역이의미있는기능을하

고우리문학작품이그사람들에게각인되게하

기위해서는우선일반적으로수용되도록하

는것에만초점을맞추지말고적어도거기에

서충격을주도록번역해야옳지않은가합니다

그래서공격적인번역이필요하다는겁니다일

본어로작품을쓰는이회성선생이한수필에서

이런말을하더군요한국어를직역한일본어로

가령일본에없는한국욕도한국말그대로를

일본어로옮겨놓으니새로운표현이얻어지더

라는겁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현재27개언어로번역

을해내보내고있는데거기에는서구어뿐아니

라아시아권남미권까지다양한언어가포함됩

니다지금취하고있는방식은황선생께서말

씀하신것처럼한국인번역자와외국인번역자

가파트너가되어서번역하는시스템입니다황

선생께서우려하는그런폐해가생겨날수있습

니다상대언어기준으로문맥을자연스럽게만

드느냐아니면오히려외국적이질성까지드러

내느냐의선택문제인데중요한것은우리언

어의성취를살리는데있겠죠외국인으로서우

리말의성취를온전히이해할수있는번역자가

있다면해결되는데그렇지않을때는외국인번

역자와한국인번역자가짝을이뤄소통해나가

면서협업해갈수밖에없습니다

일본의경우일본작품을자기언어로번

역할만한수준있는외국인번역자가많이포진

하고있습니다일본에대한전반적이해도깊고

전공자도많고그런역사도오래됐습니다한

국은그런면에서많이뒤처져있습니다일본은

를어떻게이해하고안고lsquo환대rsquo하는가입니다

그영화를보다가결국나도내아들과의관계를

생각하게되더군요그런식으로내가모르고있

었던내안의타자와도만나게되는것입니다

윤지관 의미가있는말입니다그런데번역이타자를

받아들이는데꼭환대해야하는가는다른문제

인것같습니다조금경계할수도있겠지요타

자의부분에대해서는제가맡고있는일이꼭

그래서가아니라번역에서중요한문제기때문

에얘기를드리겠습니다임선생께서아까얘기

하신쌍방향적인번역의문제입니다우리가번

역하고있는상대는우리한테타자지만우리가

또상대방에게는타자거든요우리의것들이어

떤식으로번역이되는가도번역에서상당히중

요한주제입니다기본적으로외국의타자를우

리속으로번역하는것은이미긴역사를갖고

있고여러모로발전도해왔습니다전반적인번

역문화라고해도좋을학문이라고해도좋을

아주깊은사회적인의미까지띠게됐습니다

그에비하면우리가도달한성취가타자

속으로번역된건비교가안될정도로미미합

니다왜이런현상이생겼을까하면기본적으

로번역이역시강자의논리를따른다는점이

하나있습니다일본이서구에번역된것에비하

면한국은매우미흡한수준입니다그런점에서

우리가도달한언어적혹은문화적성취를번역

해내는일도좀더큰사회적의제로다루어져야

하지않나싶습니다세계화와도관련되는문제

인데이런얘기를좀나누어보았으면합니다

황현산 강자의논리라고할때그강자는주체혹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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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33 2007 | spring

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

Page 10: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28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는것은아닌가싶네요

윤지관 무엇인가를주체적으로하자말은하기쉽습니

다만과연그lsquo주체적rsquo이란게뭐냐라고하면쉽

지않죠일본이나중국에대한제대로된관심

도필요한데일본이나중국의어떤부분을번역

할것인가는고민이더필요한부분입니다아울

러일본이나중국뿐아니라아시아의다른나라

어떻게보면작은나라들에서형성된문화에대

해우리가번역을통해좀더알아보고접할필요

가있지않겠습니까

세계화라고하면미국중심서양중심

혹은서양화가빨리된일본등으로연상이이

어집니다만그런세계체제에서좀떨어져있거

나오히려전통적생활문화와언어문화를간직

하고있는나라들과의교류가필요합니다그런

관점에서문학에있어서새로운세계문학의구

성을모색해야하고우리의번역도그런세계로

좀더열려있어야하겠습니다

황현산 우리문화에서서구편향성이지적되고그것과

관련되어주체성이야기가나오는데저는어떤

관점에서보면서구에대한편향자체가주체성

을강화하려는시도와연결되어있는것이아닌

가하는생각을합니다지극히강한지배적인

문화와이념의틀과자기를동일시하려는시도

아닐까하는것이죠현실적으로널리통용되는

이성과논리로써자기설명을하려고하는그래

서자기주체성을보편적주체성으로보이게하

려는시도아니겠는가말입니다서구편향으로

우리를끌고가는바로그힘이결국은보수우

익민족주의로이끌기도합니다

한편서양문학작품을어떻게든정확하게

번역하려고하는노력에대한비난도있습니다

그것자체가서구편향이라든지서구원문만을

너무정본으로생각한다든지하는비난이죠그

러나저는오히려바로그것을뿌리부터번역하

려고함으로써어떤의미에서는내주체성에대

해서더생각하고내주체성의깊은곳으로내

려갈수있는것아닌가생각합니다서구에도

겉으로보이는서구가있고드러나보이지않는

심층의서구가있습니다서구의심층을건드리

려면더충실하고명확하게알아야합니다이

해되기쉬운서구명확하고보편적인것으로만

보이는서구가아니라그밑에있는무의식의

서구괴물로서의서구에도달해야하는것아닌

가합니다

윤지관 아까말씀하신직역얘기와통하는것같군요

제가아까좋은번역은하나라고했지만어느

쪽에역점을두느냐의문제는남습니다서양

의고전적작품에대해서는저도lsquo충실하게rsquo가

번역의우선이라고생각합니다그문화의핵심

그사회의근저에까지도달하려면그언어를될

수있으면충실하게설령그외국투가많이남

아좀어색하고가독성의문제를야기할지언정

충실하게옮겨야만그것을통해어떤새로운인

식을얻거나서구의요소들을제대로통찰하게

하는일들이가능하리라고봅니다따라서고전

적인작품에대해서는너무자연스럽기만하기

보다번역투가있는것도괜찮다고봅니다물론

장르에따라다르겠지요어떤장르에서는문학

의창조적인성취보다정확성이필요할수도있

고또다른경우에는좀더잘읽히는방식의선

택이필요할것입니다이역시쉽지는않은문

제입니다예컨대미국에서는미국말로잘읽히

는번역을선호합니다제3세계작품을번역할

때어색한건될수있으면없애려고합니다그

래서미국화시켜서한다거나아니면아예신비

화시켜서이를테면아랍의현실을번역할때구

체적인현실을그대로묘사하지않고좀신비적

으로처리해번역해버리는성향이있다는비판

을하는미국번역학자도있습니다

임성모 번역이지나치게서구나일본중심으로이루어

지는것은사실입니다최근에는중국까지포함

해서요아시아를이야기하더라도동아시아위

주로얘기됩니다동남아시아등은관심권에서

멀리있습니다lsquo아세안+3rsquo식으로얘기하고있

지만사실은거꾸로되어있죠한국의인식속

에서는lsquo3+아세안rsquo이죠아시아의다른권역의

역사나문학전문가를불러서이야기를듣고싶

어도손으로꼽아야할형편입니다너무불균형

적입니다아시아우리주변이라고얘기하면서

도한국사회스스로강자의논리를따르고있

습니다번역도기본적으로강자의논리거든요

우리스스로아시아에서도동아시아로제한하

는데는앞서간일본이나강국으로부상하는중

국과우리를동일시하려는욕구가작용하고있

을것입니다약자에대한시선이없습니다70

80년대에아랍문학이소개될때는그래도긍정

적측면이있었는데오히려지금은그때만못합

니다소수에대한시선이번역텍스트를선정할

때필요합니다그리고번역의주체성을이야기

하자면번역의방향도이야기해야합니다번역

의방향이일방향적입니다물론번역되어나가

는것이없지는않습니다하지만대개저들의

필요에의해서갖고가는것이고그러다보니

상당히제한적일수밖에없습니다

강자의 논리와 쌍방향적 번역

황현산 최근에장이머우감독의lt천리주단기gt를봤습

니다관운장이조조한테몸붙이고있다가유비

한테복귀하는상황을다루는경극을소재로하

고있습니다주인공은일본사람입니다텔레

비전PD였던아들이lt천리주단기gt공연장면을

찍으려고했으나못찍고병들어죽어가요아

버지가병문안을가도아들이만나주지않을만

큼부자간이좋지않습니다아버지가화해하는

방법으로아들대신그장면을찍으러중국으로

갑니다결국아들이죽은다음에찍어옵니다

거기에서보면늙은아버지가중국어를

전혀모르기때문에겪어야하는고통도있고

거기서소통이안되는아들과의관계도나오고

경극의주연배우와그아들의관계도나옵니

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중국밑에또다른중

국이있습니다우리가이해하고있는일본밑에

또다른일본이있습니다번역이나소통은결

국타자를어떻게우리한테받아들이느냐타자

29 2007 | spring

3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리가그렇게되고자하는그주체아니겠습니까

타자는강자아래에있고강자들에의해가려

져있는쪽입니다그래서우리가번역을할때

는좀공격적으로해야한다고봅니다말하자면

기존의언어와상식에충격을주고그것을거스

르는번역이어야한다는말입니다윤선생께서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서큰고민을해야할부

분일것입니다서양것을우리말로번역하는것

은이미말씀하신대로상당한수준에서이뤄지

고있습니다우리것을서양말로번역할때에는

늘그쪽에맞추지않으면안될것같은염려가

있어왔습니다그러나오히려이문제도공격적

으로태도를바꿔야하는것아닌가합니다

현재우리한국문학작품을외국어로번

역할때대개한국사람이번역하고외국사람이

윤문하는방식으로하는데저는이방식이번역

의가장나쁜형태라고생각합니다한국사람이

번역을하게되면서툰외국어표현들이나오게

될것입니다그러나그노력속에는한국말에

있는어떤고유한특징을담으려는의도도있

을것입니다그런데그외국어를모국어로하는

번역파트너가이걸전부다스려서윤문하면상

투적인표현밖에남지않습니다결국읽어도좋

고안읽어도좋을진부한것이돼버립니다그

러면상대방이받아들일때는술술읽히기는하

되왜한국은상투적인언어밖에못하는가이

런생각을하게됩니다

적어도우리번역이의미있는기능을하

고우리문학작품이그사람들에게각인되게하

기위해서는우선일반적으로수용되도록하

는것에만초점을맞추지말고적어도거기에

서충격을주도록번역해야옳지않은가합니다

그래서공격적인번역이필요하다는겁니다일

본어로작품을쓰는이회성선생이한수필에서

이런말을하더군요한국어를직역한일본어로

가령일본에없는한국욕도한국말그대로를

일본어로옮겨놓으니새로운표현이얻어지더

라는겁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현재27개언어로번역

을해내보내고있는데거기에는서구어뿐아니

라아시아권남미권까지다양한언어가포함됩

니다지금취하고있는방식은황선생께서말

씀하신것처럼한국인번역자와외국인번역자

가파트너가되어서번역하는시스템입니다황

선생께서우려하는그런폐해가생겨날수있습

니다상대언어기준으로문맥을자연스럽게만

드느냐아니면오히려외국적이질성까지드러

내느냐의선택문제인데중요한것은우리언

어의성취를살리는데있겠죠외국인으로서우

리말의성취를온전히이해할수있는번역자가

있다면해결되는데그렇지않을때는외국인번

역자와한국인번역자가짝을이뤄소통해나가

면서협업해갈수밖에없습니다

일본의경우일본작품을자기언어로번

역할만한수준있는외국인번역자가많이포진

하고있습니다일본에대한전반적이해도깊고

전공자도많고그런역사도오래됐습니다한

국은그런면에서많이뒤처져있습니다일본은

를어떻게이해하고안고lsquo환대rsquo하는가입니다

그영화를보다가결국나도내아들과의관계를

생각하게되더군요그런식으로내가모르고있

었던내안의타자와도만나게되는것입니다

윤지관 의미가있는말입니다그런데번역이타자를

받아들이는데꼭환대해야하는가는다른문제

인것같습니다조금경계할수도있겠지요타

자의부분에대해서는제가맡고있는일이꼭

그래서가아니라번역에서중요한문제기때문

에얘기를드리겠습니다임선생께서아까얘기

하신쌍방향적인번역의문제입니다우리가번

역하고있는상대는우리한테타자지만우리가

또상대방에게는타자거든요우리의것들이어

떤식으로번역이되는가도번역에서상당히중

요한주제입니다기본적으로외국의타자를우

리속으로번역하는것은이미긴역사를갖고

있고여러모로발전도해왔습니다전반적인번

역문화라고해도좋을학문이라고해도좋을

아주깊은사회적인의미까지띠게됐습니다

그에비하면우리가도달한성취가타자

속으로번역된건비교가안될정도로미미합

니다왜이런현상이생겼을까하면기본적으

로번역이역시강자의논리를따른다는점이

하나있습니다일본이서구에번역된것에비하

면한국은매우미흡한수준입니다그런점에서

우리가도달한언어적혹은문화적성취를번역

해내는일도좀더큰사회적의제로다루어져야

하지않나싶습니다세계화와도관련되는문제

인데이런얘기를좀나누어보았으면합니다

황현산 강자의논리라고할때그강자는주체혹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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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33 2007 | spring

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

Page 11: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30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리가그렇게되고자하는그주체아니겠습니까

타자는강자아래에있고강자들에의해가려

져있는쪽입니다그래서우리가번역을할때

는좀공격적으로해야한다고봅니다말하자면

기존의언어와상식에충격을주고그것을거스

르는번역이어야한다는말입니다윤선생께서

한국문학번역원장으로서큰고민을해야할부

분일것입니다서양것을우리말로번역하는것

은이미말씀하신대로상당한수준에서이뤄지

고있습니다우리것을서양말로번역할때에는

늘그쪽에맞추지않으면안될것같은염려가

있어왔습니다그러나오히려이문제도공격적

으로태도를바꿔야하는것아닌가합니다

현재우리한국문학작품을외국어로번

역할때대개한국사람이번역하고외국사람이

윤문하는방식으로하는데저는이방식이번역

의가장나쁜형태라고생각합니다한국사람이

번역을하게되면서툰외국어표현들이나오게

될것입니다그러나그노력속에는한국말에

있는어떤고유한특징을담으려는의도도있

을것입니다그런데그외국어를모국어로하는

번역파트너가이걸전부다스려서윤문하면상

투적인표현밖에남지않습니다결국읽어도좋

고안읽어도좋을진부한것이돼버립니다그

러면상대방이받아들일때는술술읽히기는하

되왜한국은상투적인언어밖에못하는가이

런생각을하게됩니다

적어도우리번역이의미있는기능을하

고우리문학작품이그사람들에게각인되게하

기위해서는우선일반적으로수용되도록하

는것에만초점을맞추지말고적어도거기에

서충격을주도록번역해야옳지않은가합니다

그래서공격적인번역이필요하다는겁니다일

본어로작품을쓰는이회성선생이한수필에서

이런말을하더군요한국어를직역한일본어로

가령일본에없는한국욕도한국말그대로를

일본어로옮겨놓으니새로운표현이얻어지더

라는겁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현재27개언어로번역

을해내보내고있는데거기에는서구어뿐아니

라아시아권남미권까지다양한언어가포함됩

니다지금취하고있는방식은황선생께서말

씀하신것처럼한국인번역자와외국인번역자

가파트너가되어서번역하는시스템입니다황

선생께서우려하는그런폐해가생겨날수있습

니다상대언어기준으로문맥을자연스럽게만

드느냐아니면오히려외국적이질성까지드러

내느냐의선택문제인데중요한것은우리언

어의성취를살리는데있겠죠외국인으로서우

리말의성취를온전히이해할수있는번역자가

있다면해결되는데그렇지않을때는외국인번

역자와한국인번역자가짝을이뤄소통해나가

면서협업해갈수밖에없습니다

일본의경우일본작품을자기언어로번

역할만한수준있는외국인번역자가많이포진

하고있습니다일본에대한전반적이해도깊고

전공자도많고그런역사도오래됐습니다한

국은그런면에서많이뒤처져있습니다일본은

를어떻게이해하고안고lsquo환대rsquo하는가입니다

그영화를보다가결국나도내아들과의관계를

생각하게되더군요그런식으로내가모르고있

었던내안의타자와도만나게되는것입니다

윤지관 의미가있는말입니다그런데번역이타자를

받아들이는데꼭환대해야하는가는다른문제

인것같습니다조금경계할수도있겠지요타

자의부분에대해서는제가맡고있는일이꼭

그래서가아니라번역에서중요한문제기때문

에얘기를드리겠습니다임선생께서아까얘기

하신쌍방향적인번역의문제입니다우리가번

역하고있는상대는우리한테타자지만우리가

또상대방에게는타자거든요우리의것들이어

떤식으로번역이되는가도번역에서상당히중

요한주제입니다기본적으로외국의타자를우

리속으로번역하는것은이미긴역사를갖고

있고여러모로발전도해왔습니다전반적인번

역문화라고해도좋을학문이라고해도좋을

아주깊은사회적인의미까지띠게됐습니다

그에비하면우리가도달한성취가타자

속으로번역된건비교가안될정도로미미합

니다왜이런현상이생겼을까하면기본적으

로번역이역시강자의논리를따른다는점이

하나있습니다일본이서구에번역된것에비하

면한국은매우미흡한수준입니다그런점에서

우리가도달한언어적혹은문화적성취를번역

해내는일도좀더큰사회적의제로다루어져야

하지않나싶습니다세계화와도관련되는문제

인데이런얘기를좀나누어보았으면합니다

황현산 강자의논리라고할때그강자는주체혹은우

31 2007 | spring

3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33 2007 | spring

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

Page 12: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32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서구를번역해들여오면서근대를형성해나간

그런문제의식을패전이후에는일본문화를외

국으로번역해내보내는노력들로이어갔습니

다그결과로일본문학의세계화수준이높아져

1968년에이미가와바타야스나리가노벨문학

상을받습니다번역의성과였죠우리경우에는

그런번역의중요성에대한인식이전반적으로

부족해우리것을외국으로내보내상호소통하

는쪽의진행이안된거죠아직은관심이좀더

제고되어야할상황이지만한국문학번역원의

성립이그런인식의진전을말해준다고봅니다

번역비평과 번역이론

황현산 우리에게번역론번역에대한이론은없다고

해도과언이아닙니다일본은최근10년사이

번역이론에치중한것같던데요

임성모 말씀하신대로최근10여년간의일입니다15

년전에이와나미쇼텐에서《일본근대사상대계》

라는자료집이나왔죠마루야마마사오가죽기

전에한마지막작업입니다그시리즈중에《번

역의사상》이라는것이있습니다lsquo만국공법rsquo을

중국어일본어원어를대조하며논합니다국제

법텍스트가중국어로번역될때기본적으로민

주주의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군주중심

으로해석했는데그때일본어로번역되면서어

떤변화가생겨나는가하는식이죠물론이전의

문학자중에번역어의성립을연구한사람이없

지는않았습니다가령lsquo연애rsquo라든가lsquo자유rsquo라든

가하는개념어에대해독보적으로연구한한두

사람이있지만번역에대해서학문적으로논리

적으로본격적인번역론차원에서접근한것은

《번역의사상》입니다

황현산 현장의번역가로서이론가들한테요구하는번

역론그러니까어떤것이이론이되면좋겠다는

말씀을좀해주신다면번역론이라는게실제

현장에서는아무소용이없거든요

윤지관 왜소용없는걸자꾸요구하시나요(웃음)

황현산 번역이론이번역을도와주지는못하지만하나

의지침구실을할수는있을것입니다

임성모 요즘lsquo문화번역rsquo이라는용어까지등장하면서번

역의개념자체가상당히확장되는등번역이론

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번역일반론

에대해서는말씀드릴주제가못되는것같고

그것과관련해서좀실제적인지적을한가지하

고싶습니다번역의실제와번역일반론사이의

매개가되는것이저는용어사전이라고생각합

니다번역용어에통일이없다는게항상걸림돌

이됩니다일본근대에서놀라웠던것하나가

이런것입니다《철학자휘(哲學字彙)》라는책이

메이지연간에나와네번에걸쳐서개정을거

듭합니다철학용어집인데말이철학이지서양

사상의주요개념어들을만들어가는일종의비

평사전입니다그런것이개정을거듭하면서업

그레이드됩니다이를테면lsquoracersquo의번역이1판

에서4판까지다른데지금의lsquo인종rsquo으로정착되

는과정이쭉드러납니다그과정에서심도깊

은논의들이이뤄졌음을느낄수있습니다그런

용어집이나온것도워낙다양한역어들이나와

교통정리를할필요가있었음을방증하죠그과

정에서제가보기엔현재의역어보다더나은

역어가폐기되기도합니다우리에게그런용어

집들이없는게문제인것같습니다일종의지

침혹은중요한참고가될매개죠

윤지관 일본에서는번역론이용어나개념번역을어떻

게할것인가이런부분에서상당히기여를했

다고봅니다그런데우리는그것을그대로받아

쓰는관행속에있었기때문에독자적으로새로

운용어를만드는데소홀했습니다번역자들이

용어를우리말화해서번역할때일본것을끌어

다쓰는경우와새로운언어를개발하는경우가

중첩되어있는데일본어에서번역할때서구어

에서번역할때가다른것같습니다비평용어에

서도데리다의lsquodeconstructionrsquo개념을lsquo해체rsquo

로번역한것은사실일본이었죠용어의번역

속에는해석까지담기기때문에용어번역을그

대로받아들인다는것은그들의해석까지가지

고오는것입니다우리나름의해석이있을수

도있는데말입니다데리다가한일본인에게보

낸편지에서lsquodeconstructionrsquo의번역어에대

해이야기하면서lsquo번역된용어는그언어틀속

에서의미를따로갖는다rsquo요지의말을하더군요

한언어에서번역이갖는의미구성능력에대해

생각해야할것입니다번역에대한학문적관심

에서일본학계가상당히선구적인면이있지않

나요마루야마마사오의저작도그렇고

임성모 저는일본이그렇게선구적이라고까지는생각

하지않습니다번역론이본격적인화두가된것

을보면우리와시차가별로크지않거든요

윤지관 그렇더라도일본이우리보다는상당히앞서간

대목은있는것같아요우리경우에는그런번

역사나번역이론에해당하는작업을뚜렷하게

해낸것이아직없고앞으로해야할일로남아

있습니다전에영미문학연구회에서했던작업

은사실우리번역사를정리할때의기초작업

의하나로서그수준을하나하나점검한것이었

습니다언론보도에서는오역이많다는점에만

주목한경향이있지만그런학문적의미를생

각해줬으면하는아쉬움이있었습니다이를토

대로해서한국번역에대한이론적접근이나오

기를바라고있습니다

황현산 번역에대한관심이높은듯하면서도이론이생

산되지못한원인중하나가우리번역의원죄

라고할까요일본번역과의관계와함께lsquo오역

의덫rsquo에잡혀있었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번역을얘기하다보면반드시오역이야기가나

오게되고오역얘기하다가끝나버리게됩니다

윤지관 요즘재미있는현상의하나로오역을도리어찬

미하는이론적경향을들수있습니다lsquo번역은

오역rsquo이라며오역의의미와창조성에대해서오

히려주목하는것이죠학문적으로의미있는논

의일수도있지만현실적이고실천적인영역과

만나는번역학이추구되어야하지않을까싶습

니다

황현산 번역lsquo론rsquo으로까지가기전에번역비평부터라도

해야합니다번역비평을하는데는여러가지문

33 2007 | spring

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

Page 13: 번역의 문화, 문화의 번역이 아닌 거죠. 그 가운데 제 작품도 있습니다. 최근 어떤 분이, 영어, 유럽어, 중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돌리면 정확성이

34 2007 | spring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문화예술 | 징후와 진단 | 동숭동에서 모이다

학적철학적문화적난점도있지만또하나는

물리적난점도있습니다어디에든발표를해야

하는데번역비평은출판할곳이없다는것입니

다비평이라는게하다보면아무래도악평으로

흐르기십상인데출판사란바로그런번역서들

을내는곳아닙니까이런물리적인난점은한

국문학번역원같은곳에서해결해주면좋지않

을까하는데요

윤지관 제가한국문학번역원장의자격으로온것만은

아니라는점은잘알고계시죠(웃음)

황현산 물리적문제를해결하더라도중립성은확보하

는가운데해야합니다그런점에서공공성있

는기관에서해야하지않을까하는것이죠

유통되고 인정되는 번역을 위하여

윤지관 번역비평의출판문제도그렇지만번역전반의

문제를하나의사회적인의제로여기는풍토를

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이기여할부분이분

명히있다고봅니다그러나한국문학번역원이

라는국가지원기관만의일은아니고실은번역

계나학계가주도가되어서해야할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위치는아까말씀드린

대로지금까지역방향의소통이거의없었는데

이를방치하면간극이더욱커진다는인식에서

국가의개입을통해우리문학문화의해외번역

도진작시키자는데있습니다우선번역계내에

서그런논의가활발해지고인식이제고되는가

운데거기에아마황선생의번역비평학회가큰

역할을하리라고기대됩니다만번역가가실질

적으로대접도받고인정도받을수있는환경

을만드는데한국문학번역원도기여해야죠

임성모 좀전에황선생께서말씀하신문제와관련해서

중립적인위치의매개체가필요한건사실입니

다만그게정부여서는곤란할것이라는생각이

듭니다이작업은시민사회가주체적으로하고

국가가보조하는식이되어야할것입니다일

본근대번역의국가주의적성격이용어를통일

하는등효율성에선도움이된한편으로다양한

상상력을억압하는측면이있었습니다아까말

씀드린것처럼더좋았던용어가오히려사라져

버린것도국가의개입에따른부작용의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번역론을얘기하기전에지식인

들상호간에번역을인정하는분위기가있었으

면합니다번역의수준이올라가고신뢰가쌓이

면서자연히그렇게되기도하겠지만그런신뢰

를쌓기위해서라도서로인용해주는것이필

요하다고생각합니다국내에좋은번역본이나

와있음에도자기글을쓸때에는여전히원전

을다시인용합니다미국이나일본에서는원전

페이지를오히려괄호속에넣고자국어로번역

된걸앞세웁니다우리의경우번역본의인용이

전면에나오는건고사하고괄호속에도못들

어갑니다한국사회에서유통된지오래됐어도

여전히외국의텍스트로남는것입니다학문공

동체가굳이학문적으로만이아니라사회적으

로번역의성과를서로인정하고대접해주는자

세가필요합니다

윤지관 번역만이아니라학문전반에나타나는현상이

죠국내학자가쓴것에대해서는별로언급하

지않는반면누구나언급해서새로울것도없

는것을외국의어느누가하면그대로인용해

야무엇인가가입증되는것처럼여기는비주체

적인경향이있습니다어떤사상과학자가어떻

게우리사이에번역되어왔는가를잘파악하고

글을쓰는것은이땅에서학문을하는사람의

본분이아닌가합니다

번역가도마찬가지죠이미축적된것을

면밀히살펴보고그것을극복하거나계승하면

서새로운작업을하는것그것이이땅에서번

역이나학문을하는의미가아니겠습니까

황현산 많은이야기가오갔습니다번역이우리문화

에서차지하는중요성과그중요성에대한인식

사이에는커다란괴리가있다우리번역문화에

원죄처럼작용하고있는일본의영향을어떻게

볼것인가번역유입만일방향적으로비대해져

온불균형을극복해야한다유입과진출양면에

서지나치게지배적언어중심으로번역이이뤄

져온lsquo강자의논리rsquo를지양해야한다번역작업

의질적향상에대한노력과함께이를학문적

이론적으로정립해나가는노력이필요하다는

등의문제를짚어보았습니다

번역에대해더많은이야기를나눌수도

있겠습니다만나머지는또다른대화의과제로

넘겨야겠습니다장시간고맙습니다

35 2007 | sp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