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모바일 콘텐츠의 변화와 그 미래 손가락을 따라, 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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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모바일 콘텐츠의 변화와 그 미래 손가락을 따라, 문화가 움직인다 손바닥 안에 문화를 담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청년뿐만 아니라 노인과 아이들까지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는 손바닥 안의 TV, 영화관, 만화방이 당연시되는 시대, 그 안에 담기는 문화콘텐츠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명석 문화비평가 손바닥 안으로 세상이 모이고 있다. 우리는 손가락만 까딱하면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지도 앱으로 약속 장소를 확인하고, 새로 나온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즐긴다. 스마트폰으로 새로 운 문화를 즐기는 이들은 증강현실(AR) 게임에 열중하는 청년 들만이 아니다. 공원 벤치에 앉은 노인은 미국에 있는 손주와 화 상 채팅을 하고, 그 옆 유모차에 앉은 꼬마는 유모차 가림막에 붙여놓은 스마트폰으로 <꼬마버스 타요> 애니메이션을 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6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에 따르면 만 6세 이상의 한국 국민 85%가 스마트폰을 보유하 고 있다. 스마트폰은 65세 이상 인구도 10명 중 3명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전 연령에 걸쳐 보편적인 미디어가 됐다. 가구당 컴 퓨터 보유율이 2011년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 면, 스마트폰이 인터넷 이용, 나아가 문화콘텐츠 소비의 중심 도 구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 니는 손바닥 안의 TV, 영화관, 만화방이 당연시되는 시대. 그 안 에 담기는 문화콘텐츠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 출처: www.flickr.com © W_Minshull * 출처: nianticvlabs.com 06 07 2017 03 04 Intro Out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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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모바일 콘텐츠의 변화와 그 미래

손가락을 따라, 문화가 움직인다손바닥 안에 문화를 담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청년뿐만 아니라

노인과 아이들까지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는

손바닥 안의 TV, 영화관, 만화방이 당연시되는 시대,

그 안에 담기는 문화콘텐츠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글이명석문화비평가

손바닥 안으로 세상이 모이고 있다. 우리는 손가락만 까딱하면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지도 앱으로 약속 장소를 확인하고,

새로 나온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즐긴다. 스마트폰으로 새로

운 문화를 즐기는 이들은 증강현실(AR) 게임에 열중하는 청년

들만이 아니다. 공원 벤치에 앉은 노인은 미국에 있는 손주와 화

상 채팅을 하고, 그 옆 유모차에 앉은 꼬마는 유모차 가림막에

붙여놓은 스마트폰으로 <꼬마버스 타요> 애니메이션을 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6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에 따르면 만 6세 이상의 한국 국민 85%가 스마트폰을 보유하

고 있다. 스마트폰은 65세 이상 인구도 10명 중 3명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전 연령에 걸쳐 보편적인 미디어가 됐다. 가구당 컴

퓨터 보유율이 2011년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

면, 스마트폰이 인터넷 이용, 나아가 문화콘텐츠 소비의 중심 도

구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

니는 손바닥 안의 TV, 영화관, 만화방이 당연시되는 시대. 그 안

에 담기는 문화콘텐츠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출처:www.flickr.com©W_Minshull

*출처:

nianticvlab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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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모바일 콘텐츠의 선구자

손바닥안의문화콘텐츠시장을먼저개척한장르는웹툰과

웹소설이다.웹툰과웹소설은웹을주로사용하는젊은층을

모바일콘텐츠로자연스럽게유인했다.모바일기기의기술

사양과데이터용량,전송속도에상대적으로영향을적게받

는다는점도잘활용했다.특히모바일메신저와연동되는카

카오페이지,독자적인플랫폼을남들보다앞서밀고나간레

진코믹스등이선도적인모델이다.이들이만들어온다양한

패턴의과금방식은모바일콘텐츠의상업적전략을만드는

데좋은선례가되고있다.

하지만시장의규모로치면역시게임이다.2016년전

세계모바일게임시장규모는영화시장에근접한47조원에

달했다.컴퓨터게임은전통적으로손바닥안의작은기기와

매우긴밀한관계를유지해왔다.짧은시간에빠른자극을얻

고잠시현실로부터탈출할수있는기회를제공하기때문이

다.최근에는<포켓몬고>처럼AR과연동된게임콘텐츠가스

마트폰의이동성과맞물려특히주목받고있다.메신저인기

캐릭터나아이돌스타마케팅을활용한모바일게임등다른

콘텐츠와의협업도빈번하다.

스마트폰으로동영상을보는시간이폭발적으로증가

하고있다는점도주목해야한다.앱분석업체와이즈앱에

따르면,올해1월한국안드로이드스마트폰의동영상이용

시간은한달평균16시간을넘어,지난해3월보다119%

나증가했다.모바일콘텐츠의중심이빠르게동영상쪽으로

재편되고있는것이다.유튜브,네이버TV,통신3사의모바

일TV가각축을벌이고,청소년층을중심으로개인방송과

MCN(멀티채널네트워크)의영향력도커지고있다.웹드라

마와웹예능도빠르게트렌드의중심이되고있다.<마음의

소리><양세형의숏터뷰><신서유기>등히트작들이연이어

나오는중이다.

막대한SNS사용자를기반으로한문화・지식・오락콘텐

츠의수요역시큰기대를받고있다.최근중국의최대모바일

기업텐센트가유료콘텐츠구독서비스를선보인다고발표했

다.이에대해글로벌컨설팅기업인프로스트앤설리번의네

일왕회장은“유료콘텐츠구독서비스는위챗을수익화하는

수단에서한걸음나아가사용자들이위챗에접속하는시간을

늘릴것”이라는점을지적한다.모바일콘텐츠의주도권을잡

는자가결국엔모바일생태계전반을장악하리라는뜻이다.

작아지고 빨라지는 문화콘텐츠

손바닥안의콘텐츠는보통‘스낵컬처(SnackCulture)’라고

불린다.스낵컬처는2007년잡지<와이어드(Wired)>가문

화콘텐츠시장에서‘한입사이즈’포맷이본격화할거라고예

견하며내놓은단어다.그로부터10년이지났고,그예상은

현실이되고있다.

스마트폰은언제어디서나짧은순간에문화콘텐츠를

소비할수있게한다.출퇴근을위해전철이나버스로이동할

때,약속장소에서잠시기다려야할때,점심을먹고회사에

들어가기전의짧은휴식시간같은때다.그런데이런상황에

서는길어야10분,보통은3~4분안에콘텐츠를소비해야한

다.음원과뮤직비디오형태의음악콘텐츠는이런포맷에거

의그대로적용될수있다.하지만TV프로그램은엑기스만

남긴짧은분량으로재편집해야한다.만화는아예웹툰이라

는새로운형태로바뀌었다.

스낵컬처현상은콘텐츠의크기를줄이는데그치지않

는다.문화를즐기는심리나태도에도적지않은변화를가져

왔다.이제사용자들은진득하게앉아콘텐츠에빠져들기보

다는가볍게이리저리옮겨다닌다.이는2000년대후반대

중문화연구자들이주목한‘채널서핑’현상을더욱강화하고

있다.MTV의등장으로시청자는빠르고자극적인장면전환

에익숙해졌다.시청자는리모컨으로채널을서핑하면서스

스로빠른자극을찾아다닌다.

지금은일반적인형식이지만,<개그콘서트>같은코미디

프로그램이스토리중심의콩트에서순발력이돋보이는짧은

코너를모으는방식으로변화한것도같은맥락이다.스마트폰

에올라탄스낵컬처는그런변화의속도를몇배가속화한다.

이런환경에서는과거지상파TV에서뉴스와인기드라

마가서로의시청률을견인하는것과같은방식은기대하기

어렵다.손바닥안의콘텐츠가잠시만지루해져도사용자는

다른곳으로날아가버린다.

SNS에서추천하는동영상을보러들어왔다가그와관

련된영상수십편을연달아보는방식으로,사용자를플랫폼

안에머무르게할수는있다.하지만예전과같은콘텐츠충성

도를기대하기란분명어려운일이다.사용자들은빨리몰두

하는만큼빨리싫증을내고,그만큼많은콘텐츠가순식간에

쓰레기통으로들어간다.

이런상황은콘텐츠제작자에게적지않은어려움이되

고있다.세상에는천천히숙성시키며즐겨야하는문화들이

있다.특히스토리텔링과연관된부분은충분한지속시간이

있어야사용자의심리를장악할수있다.강한자극에서다른

강한자극으로넘어가는데익숙해진사람들을어떻게해야

보다큰덩어리의문화를즐기도록이끌수있을까?이를해결

하는방식으로는‘스타워즈’시리즈가좋은예가될수있을것

이다.‘스타워즈’시리즈처럼오프라인의커다란콘텐츠와이

를활용한작은모바일콘텐츠를유기적으로엮는방식을찾

아내야한다.

반대로웹・모바일콘텐츠가창작을주도하고,이를전통

적인미디어로확장하는방식도가능하다.2015년에는<신

서유기>가웹예능으로,2016년에는<마음의소리>가웹드라

<신서유기>

<스타워즈>©JoanLesan

<마음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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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클래식음악모바일콘텐츠<고전적하루>도소수지

만확실한구매력을가진팬덤을타겟으로삼고있다.장르문

학전문브랜드황금가지의플랫폼‘브릿G’는기존의웹소설

환경을꺼리는전문작가들을끌어들여새로운시장을만들

고자한다.

사용자또한스마트폰을자신만의작은관심사를촘촘히

연결한독자적인미디어로만들수있다.물론십수년전부터

포털사이트를비롯한여러플랫폼이추구해온개인맞춤형

서비스의시행착오가떠오를것이다.지금까지는까다로운설

정과정을거쳐봤자그결과에별로만족할수없는상황이반

복되어왔다.그러나최근중요한기술적트렌드가되고있는

모바일음성인식과인공지능은지금까지와는사뭇다른수준

의서비스를가능하게할것으로보인다.영화<아이언맨>에

나오는음성기반인공지능인자비스가각자의스마트폰안으

로들어온다면,그는영리한비서로서나의업무와건강,생활

을챙길뿐만아니라문화생활의안내자가될수도있다.

즐기는 문화, 만드는 문화

한때‘오바마폰’이라불리며세련된정보기술사용자를상징

하던블랙베리가점유율0%대의수모를당하고있다.스마트

폰의터치스크린방식이주는편리함에압도당했기때문이

다.그런데스마트폰을이용하는사람들은터치방식역시적

지않은불편함을준다는사실을깨닫게됐다.최근앞다투어

등장하는‘구글어시스턴트’등의기술은주머니에있는스마

트폰을꺼내지않고음성만으로여러가지기능을실행할수

있도록해준다.우리는아폴로11호를달에보낸NASA의컴

퓨터보다훨씬성능좋은컴퓨터를손안에쥐고있다.이친구

가모바일의네트워크에떠다니는콘텐츠들을적절하게에디

팅해서시간대와취향,상황에따라나에게제공하는건그리

먼미래의일은아닐것같다.

최근팟캐스트를비롯한오디오관련콘텐츠의수요가

증가하고있다.양질의동영상콘텐츠가많지않은상황에서

생긴일시적인현상일수도있다.하지만우리가반강제적인

멀티태스킹의상황에서살아가고있다는점도고려해야한

다.운전과조깅,청소등을할때눈과손은무언가에집중해

야한다.그러나귀와입은상대적으로자유롭다.음성과인공

지능을결합하는환경에서모바일콘텐츠의전개방식에주

목해야하는또다른이유다.

손바닥으로즐기는문화만이아니라손바닥으로만드는

문화도부각되고있다.개인이스마트폰으로찍어SNS에올

리는사진과동영상은양과영향력에있어무시못할힘을보

여주고있다.카메라와마이크같은스마트폰기술의발전과

더불어사용자들의누적된경험치가자발적콘텐츠의수준을

높여주고있다.특히엔터테이너와팬덤이협업해공연과음

반,책의홍보에활용하는방식이자연스럽게전개되고있다.

대중의손바닥을먼저파고들어야그들을서점과공연

장,음원사이트로데려올수있다.여러SNS에이어유튜브

까지모바일라이브스트리밍에뛰어들고있다.버스킹공연,

플래시몹,팬미팅등다양한문화이벤트의현장이실시간모

바일콘텐츠가되고있다.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전자책리더기,게임기등손안의작은

모바일기기들이세상을뒤바꾸고있다.특히영화,음악,만

화,게임등문화콘텐츠업계는예민하게이변화에반응할뿐

만아니라이변화를선도해야한다.창작자와콘텐츠업계는

꿈만꾸던기술들이하나둘현실이되어가는과정에환호를

지르기도하지만,가파른변화에불안해지기도한다.

그러나이는결코처음일어난일이아니다.<카오스>라

는책으로전세계에‘나비효과’의무서움을알려준제임스글

릭은<인포메이션:인간과우주에담긴정보의빅히스토리>

에서말한다.“인쇄,전신,타자기,전화,라디오,컴퓨터,인터

넷이차례로번성할때마다사람들은마치이런일이처음이

라는듯인간의의사소통에부담이더해졌다고말했다.전에

없이복잡해지고,거리감이생기고,두렵도록과도해졌다는

얘기였다.”우리는그과정을잘극복했다.그리고좋은문화

콘텐츠는그적응에가장큰역할을해왔다.

마로상당한반응을끌어냈다.웹콘텐츠가드디어가능성의

영역에서현실성의영역으로넘어가게된것이다.물론이들

이전통적인TV채널을가진미디어기업의주도하에만들어

졌다는점은무시할수없다.그파워덕분에나영석이라는뛰

어난프로듀서,강호동과이광수등의유명연예인들이함께

할수있었던것이다.그러나이들의성공으로인해웹이나모

바일을중심으로한콘텐츠의상업적가능성이분명히부각

된것은사실이다.

지상파TV의콘텐츠제공이중단된상황에서도모바일

콘텐츠사업자들이받는타격은크지않은것같다.어느정도

자생력을갖추어가고있다는것이다.장기적으로는스마트

환경에걸맞은콘텐츠들이독자적으로제작될뿐만아니라

이들을중심으로미디어생태계가재편될가능성이있다.

‘개인’을 노려라

물론현재는그발판이될최소한의상업적가능성을찾아내

는것이중요한시점이다.이를위해서는새로운문화소비의

패턴을이해해야한다.우리가특별히스마트폰을꺼내콘텐

츠를소비해야만하는상황들이있다.예를들자면식당에서

혼자밥을먹을때,자기직전에침대에서뒤척거릴때,거실

에TV가있지만내가원하는채널을볼수없을때다.여기에

서우리는스마트폰이개인과특별히밀착되어있는형태의

미디어라는점을주목해야한다.가족이함께쓰는PC는진정

한의미의퍼스널컴퓨터가아니다.우리는스마트폰을손에

쥐고나서야진짜퍼스널한미디어를얻게됐다.

각자의손바닥안에가장사적인미디어가있다면,그것

을이용한콘텐츠도개인에게특화될수밖에없다.몰래‘덕

질’하는아이돌라이브채팅,남들에게내보이기는낯뜨거운

웹소설,독특한관심사에집중한개인방송.이런것들을모바

일콘텐츠의기본인‘한입에넣을만큼작은덩어리’라는속성

과결합해보자.아주작은크기에국지적인관심사를담은콘

텐츠라하더라도타겟을제대로설정한다면상업적가능성을

얻을수있다.

이런지점을먼저찾아가고있는건개인방송이다.

JTBC의모바일음악콘텐츠

<고전적하루>

장르문학

플랫폼브릿G

웹툰플랫폼

<레진코믹스>

<포켓몬고>

*출처:nianticvlabs.com

*출처:jtbc.joins.com *출처:lez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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