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시는 건축 설계안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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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디브러리블로그 베스트 39 출처 디브러리 블로그 http://blog.naver.com/ dibrary1004 국립중앙도서관 디브러리 블로그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Stadtbibliothek Stuttgart)은 2011년 10월 24일 개관하면서 한 차례 우리나라에서 주목 받은 바 있다. 도서관을 설계한 건축가 이은영 씨가 한국인 이고, 도서관 건물에 한글로 ‘도서관’이라는 글씨가 새겨졌 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동서남북을 상징하는 도서관의 4면 에 영어, 독일어, 아랍어와 함께 동양을 대표한 한글이 새겨 질 수 있었던 것은 건축가가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잘 알았고, 그래서 중국어나 일본어를 요구하는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궁전과 교회의 역할을 담당하는 도서관 독일 남부에 있는 슈투트가르트 시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포르쉐의 본사가 있는 유럽의 경제중심지다. 인구는 59만 명으로 독일의 10대 도시에 들며, 인구의 40%가 이민 자 가정(2012년 현재)이기도 하다. 1997년 슈투트가르트 시는 시의 미래를 결정할 도심재개발 사업을 계획하면서 도 서관 신축을 결정했다. 유럽의 인력과 물류를 끌어들이는 중 앙 역사를 새로 짓는 도심재개발 사업에 정신적 구심점이 필 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시는 건축 설계안을 공모하였고, 1999년 건축가 이은영의 작품이 당선되었다. 이은영은 설계안에서 중세와 근대 도시에서 궁전과 교회가 했던 역할을 현대에는 도서관이 담당한다고 주장했다. 도서 관은 사회의 발전된 경제력으로 만든 공공의 장소인 동시에, 평등하게 새로운 지식을 공유하는 장소, 도시생활에 지친 마 음을 쉬고 위안을 얻어가는 장소였고, 미래에는 점점 그 역 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은영은 또한 디지털 시대 에 도서관은 ‘지식의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큐레이터가 별처럼 많은 작품들 속에서 시대적 감성에 맞고 의미도 있는 작품을 선별해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처럼, 미래 의 도서관은 지식의 홍수 속에서 정수만을 골라내 공공의 장 소로 끌어내는 큐레이터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이야기였 다. 그가 제안한 새로운 도서관의 모습은 심사위원들을 크게 만족시켰고, 결국 12년의 공사기간 끝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심장(Das Herz)’을 가진 책의 신전 도서관 건립 부지 1만1,000m²의 공간을 채울 때 도서관 측에서 특별히 요구한 것은 ‘자아성찰의 기능을 하는 공간 마련’ 과 다가오는 디지털 세상에서 적응하기 위해 새 로운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혁신적 멀티미디어 도서관을 세 울 것’ 이었다. 우선 첫 번째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이은영은 도서관의 중심에 1층부터 4층까지 하나로 통하는 빈 공간을 만들었다. 그는 이곳을 도서관의 핵심인 ‘심장(Das Herz)’ 이라 불렀는데, 사방에 진입구를 가진 정육면체의 도서관처 럼 심장도 사면의 진입구를 가진 비어있는 정육면체다. 도서 관의 저층부 핵심에 위치한 이 공간은 지식의 근원을 상징하 는데, 천장에서 조명을 비춰 어두우면서도 빛이 가득한 느낌 이 드는 공간은 마치 판테온 신전을 연상시킨다. ‘심장’은 평 2013년 3월 CNN TRAVEL 웹사이트에서는 세계의 아름 다운 도서관 7곳을 발표했다. 렘 쿨하스의 독특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캘리포니아대 가이젤 도서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대 도서관,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 티 칼리지 도서관, 싱가포르의 비산 공공도서관, 그리고 독 일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이 선정되었다. 큐브 안에 심장을 품은 미래 도서관,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 심장 한 가운데 물을 바라보는 사람들. 마치 예배를 드리는 듯하다 1. 1층 로비의 휴대폰을 닮은 디지털 안내대 2. 슈투트가르트도서관에서 예외적으로 색깔을 많이 사용한 어린이열람실 3. 갤러리 열람실이 시작되는 5층부터 9층까지의 모습 4. 9층 아트센터 그림은 대여할 수 있다 1 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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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시는 건축 설계안을 … · 공모하였고, 1999년 건축가 이은영의 작품이 당선되었다. 이은영은 설계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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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브러리블로그 베스트

39

출처

디브러리 블로그

http://blog.naver.com/

dibrary1004

국립중앙도서관디브러리 블로그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Stadtbibliothek Stuttgart)은

2011년 10월 24일 개관하면서 한 차례 우리나라에서 주목

받은 바 있다. 도서관을 설계한 건축가 이은영 씨가 한국인

이고, 도서관 건물에 한글로 ‘도서관’이라는 글씨가 새겨졌

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동서남북을 상징하는 도서관의 4면

에 영어, 독일어, 아랍어와 함께 동양을 대표한 한글이 새겨

질 수 있었던 것은 건축가가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잘

알았고, 그래서 중국어나 일본어를 요구하는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궁전과 교회의 역할을 담당하는 도서관

독일 남부에 있는 슈투트가르트 시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포르쉐의 본사가 있는 유럽의 경제중심지다. 인구는

59만 명으로 독일의 10대 도시에 들며, 인구의 40%가 이민

자 가정(2012년 현재)이기도 하다. 1997년 슈투트가르트

시는 시의 미래를 결정할 도심재개발 사업을 계획하면서 도

서관 신축을 결정했다. 유럽의 인력과 물류를 끌어들이는 중

앙 역사를 새로 짓는 도심재개발 사업에 정신적 구심점이 필

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시는 건축 설계안을

공모하였고, 1999년 건축가 이은영의 작품이 당선되었다.

이은영은 설계안에서 중세와 근대 도시에서 궁전과 교회가

했던 역할을 현대에는 도서관이 담당한다고 주장했다. 도서

관은 사회의 발전된 경제력으로 만든 공공의 장소인 동시에,

평등하게 새로운 지식을 공유하는 장소, 도시생활에 지친 마

음을 쉬고 위안을 얻어가는 장소였고, 미래에는 점점 그 역

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은영은 또한 디지털 시대

에 도서관은 ‘지식의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큐레이터가 별처럼 많은 작품들 속에서 시대적 감성에 맞고

의미도 있는 작품을 선별해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처럼, 미래

의 도서관은 지식의 홍수 속에서 정수만을 골라내 공공의 장

소로 끌어내는 큐레이터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이야기였

다. 그가 제안한 새로운 도서관의 모습은 심사위원들을 크게

만족시켰고, 결국 12년의 공사기간 끝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심장(Das Herz)’을 가진 책의 신전

도서관 건립 부지 1만1,000m²의 공간을 채울 때

도서관 측에서 특별히 요구한 것은 ‘자아성찰의 기능을 하는

공간 마련’ 과 다가오는 디지털 세상에서 적응하기 위해 새

로운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혁신적 멀티미디어 도서관을 세

울 것’ 이었다. 우선 첫 번째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이은영은

도서관의 중심에 1층부터 4층까지 하나로 통하는 빈 공간을

만들었다. 그는 이곳을 도서관의 핵심인 ‘심장(Das Herz)’

이라 불렀는데, 사방에 진입구를 가진 정육면체의 도서관처

럼 심장도 사면의 진입구를 가진 비어있는 정육면체다. 도서

관의 저층부 핵심에 위치한 이 공간은 지식의 근원을 상징하

는데, 천장에서 조명을 비춰 어두우면서도 빛이 가득한 느낌

이 드는 공간은 마치 판테온 신전을 연상시킨다. ‘심장’은 평

2013년 3월 CNN TRAVEL 웹사이트에서는 세계의 아름

다운 도서관 7곳을 발표했다. 렘 쿨하스의 독특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캘리포니아대 가이젤 도서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대 도서관,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

티 칼리지 도서관, 싱가포르의 비산 공공도서관, 그리고 독

일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이 선정되었다.

큐브 안에 심장을 품은 미래 도서관,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

심장 한 가운데 물을 바라보는 사람들.

마치 예배를 드리는 듯하다

1. 1층 로비의 휴대폰을 닮은 디지털 안내대

2. 슈투트가르트도서관에서 예외적으로 색깔을 많이 사용한

어린이열람실

3. 갤러리 열람실이 시작되는 5층부터 9층까지의 모습

4. 9층 아트센터 그림은 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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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 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시는 건축 설계안을 … · 공모하였고, 1999년 건축가 이은영의 작품이 당선되었다. 이은영은 설계안에서

소 비어 있으나 도서관 개관처럼 특별한 행사에는 연회의 공

간으로 쓰이고, 전시가 열리면 갤러리로도 이용된다. ‘심장’

바닥의 한 가운데에는 늘 흐르는 물이 있는데, 맑게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텅 빈 공간에 있다 보면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내면의 자아와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혁신적 멀티미디어 도서관이 되기 위해 건축가는

도서관에 대출과 반납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RFID시스템을

사용하였다. 4개의 도서관 입구에는 보안장치를 설치하여 무

단 반출을 막고, 대형 자동분류기를 통해 24시간 반납이 가

능하도록 했다. 120개의 노트북과 넷북이 각 층마다 인공지

능 선반 위에 놓여 있어, 이용자는 회원 카드로 노트북을 빌려

400개의 좌석 중 원하는 곳으로 가져가 이용할 수 있다. 도서

관의 동쪽 현관에는 ‘잠 못 드는 사람들을 위한 도서관’이 있는

데, 이곳에는 소량의 자료가 비치되어 도서관 개방 시간 이외

에도 읽을거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외에도 1층 로비에는 컴퓨터와 디지털 안내대가 마련되

어 있고, 각층마다 스캐너, 특수 소프트웨어, 시각장애인을 위

한 기기가 설치된 고성능 컴퓨터가 비치되어 있다. 도서관 전

체 면적 중 절반 정도가 멀티미디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공

간이며, 또한 도서관 홈페이지에서는 디지털 도서와 오디오

파일을 2주간 태블릿 PC나 컴퓨터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책과 사람만 색깔을 갖다

도서관은 지하 3층 지상 9층의 건물로 지하에는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당이 있다. 1층은 18개국의

신문을 열람할 수 있으며 층별 안내와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

는 로비, 2층은 4만여 곡의 악보와 4만 개의 음악 미디어를

대출할 수 있는 음악 도서관, 3층은 어린이 도서관, 4층은 일

반 열람실이다. 1층부터 4층까지의 이 공간들이 심장을 둘러

싸고 있으며, 5층부터 9층까지는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역삼각형 모양의 열람실 공간이다. 5층부터 8층까지는 논픽

션과 대중적인 문학책을 비치한 곳으로 바깥둘레에서는 조

용하게 책을 읽고 개인적인 작업을 할 수 있으며, 갤러리의

대중문학 도서는 이민자 가정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글

로벌 도시답게 25개의 언어로 준비되어 찾기 쉽게 분류되어

있다. 각 층에는 스터디 그룹이나 공동 모임을 위한 방이 마

련되어 있는데, 도서관은 개인이 정보를 습득하는 활동뿐 아

니라 서로 만나 대화하고 어울리며 함께 작업하는 공공의 활

동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9층은 서가 없이 음료와 음식을 들

수 있는 카페와 아트센터가 있는데, 아트센터에서는 2,000

여 점의 그림을 소장한 채 전시를 열거나 대여도 해준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과 벽면, 가구 커버를 제외한

모든 가구와 설치물들이 흰색에 가까운 연한 컬러로 되어 있

다. 마치 현실 속 공간이 아니라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환상

적인 분위기다. 건축가가 이처럼 도서관 내부에서 색을 없앤

이유는 도서관의 주인공이 어디까지나 책과 책 읽는 사람이

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책과 사람 이외의 모든 것은 조용

히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게 그의 의도였다. 듬성듬성 비어

있는 하얀 서가와 공간을 책과 사람들의 색으로 채우는 순

간,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의 모습이 완성될 것이다.

동서양의 문화가 결합된 미래의 도서관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에는 동양의 문화를 잘 아

는 사람이라면 친숙하게 느낄 부분들이 많다. 동서남북 사방

에서 건물로 진입하는 문을 둔 점이라든지(조선시대 한양에

도 성안으로 들어오는 동서남북의 대문들이 있었다), 규칙적

으로 뚫린 창문이 한국의 창틀 규격을 연상시킨다든지, 색이

나 형태에 여백을 많이 두어 사람들의 활동과 시간의 축적에

의해 변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 그렇다. 한

편으로는 서양 문화의 상징도 찾아볼 수 있는데, 판테온 신

전을 연상시키는 ‘심장’이나 지구라트(ziggurat)의 지그재그

통로를 연상시키는 열람실 계단, M.C. Escher의 판화에 나

오는 환상적인 세계가 연상되는 분위기 등이 그렇다. 단순하

고 절제된 도서관의 모습 속에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적 상징

이 담겨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건축물이 지어지는 것을 보고 불평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작은 창문이 촘촘하게 박힌 모습을 보고 ‘책

의 감옥’이라 놀리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도서관의 독특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낮과 밤의

드라마틱한 변화인데, 낮에 회색의 돌덩어리였던 건물은 밤

이 되면 푸른색 조명으로 반짝이는 파란색 유리큐브가 된다.

아직 주변 상업지역의 공사가 끝나지 않아 낮의 도서관은 황

량한 벌판에 외롭게 선 모습이지만 밤이 되면 혼자 빛을 내

며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2011년 독일 ‘도서관의 날’에 개

관한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은 개관 초기부터 건축물과

첨단 시설에 대한 관심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하루에

도 1,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들었고, 개관 2년차에 접어

든 지금도 도서관을 순례하는 관광객이 많다. 도서관에서 특

히 기뻐하는 부분은 이용자가 신축 전에 비해 20% 증가했는

데, 이들 중 이전에 도서관 카드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

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것에 거부감이 덜한 젊은이들

은 무선 인터넷과 노트북, 멀티미디어 시설과 웹 다운로드 등

도서관의 디지털 환경에 큰 매력을 느끼고 즐겨 찾고 있다.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은 2013년 8월 ‘혁신적인 학습의

장으로서의 도서관’으로 인정받으며 ‘올해의 도서관’에 선

정되었다. 개관한 지 2년도 되기 전에 도서관이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뛰어나다고 인정받은 셈이다. 그동안 슈투트가

르트 도서관은 한국과 관련된 사실들로 화제를 끌었지만 도

서관에 자아성찰의 경험을 제공해 주는 성소로서의 기능을

설정한 점, 사람들의 만남과 교류를 활성화하는 공적 공간으

로서의 기능을 확대한 점, ‘잠 못 드는 사람을 위한 도서관’

등 도시 생활자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점 등 미래

도서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비전을 제안한 건축가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아무

래도 뿌듯한 사실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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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납 도서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파란 카트

2. 밤이면 파란색 유리큐브로 변신하는 도서관

3. 25개 언어별로 알아보기 쉽게 분류된 대중 문학 도서들

4. 영어, 독일어, 아랍어와 함께 4면 중 하나를 장식한

한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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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dtbibliothek Stuttg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