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신화 속의 의학 - cheric · 비너스 venes에서 유래한 venereal disease (...

52 공업화학 전망, 제19권 제1호, 2016

❙권 윤 정 원장 (신세계 외과의원)

신화 속에서 찾아보는 의학 이야기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의학의 이해가 도움이 될 듯하여 올해는 여러 가지 다른 시각에서 의학과 질병을 살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의학은 화학과 연관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인체 연구에 생리학이나 생화학을 하려면 화학이라는 학문이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술 이외에 치료 약제는 거의 화학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우리 의사들도 필요하지만 의사 아닌 분들도 질병에 대한 정확한 명칭을 알면 질병의 설명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겠다고 하겠습니다. 뜬금없지만 공자님도 논어 자로편에서 정치는 정명 正名이라고 했습니다. 명칭 즉 명분을 바로 잡으면 모든 것이 제대로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의료에 응용하면 병명을 확실히 하면 치료가 바로 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독감 이야기인데.. 감기는 common cold이고 독감은 influenza인데 병도 다르고 명칭도 다른데 한글로 병명을 독감이라고 해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독한 감기 정도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나면 일반 감기도 예방된다고 여기고 있고 또 독감이 걸려도 그냥 감기가 조금 심해진 것으로 오해합니다. 독감을 앞으로는 인플루엔자라고 불러야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혹시라도 질병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보실 때를 위하여 재미있는 질병 명칭의 유래를 알아보고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서양 문화, 서양 의학, 서양 과학 등의 많은 명칭이 그 기원을 라틴어, 그리스어 등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그 상당수는 또한 그리스 신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정명에 근거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로마신화는 없기 때문에 요즘에는 그리스 신화라고 하고 있음).

인체 명칭이나 병명 중에서 찾아 보면 보건위생을 의미하는 Hygiene 발목 뒷축의 중요한 인대 아킬레스건 Achilles tendon 머리뼈 아래 첫 번째 인 경추 1번의 이름인 아틀라스 Atlas 귓속에 청력기관이면서 미로처럼 복잡한 라브링스 Labyrinth 미노스 섬 신화 비너스 venes에서 유래한 venereal disease (性病) 크로노스에게서 구토를 유발시킨 즙을 만든 metis에서 유래한 구토유발제 Emetics 반대로 구토 막는 약은 Anti-emetics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경쟁의식 오이디우스 컴플렉스 Oedipus complex 어머니에 대한 딸의 경쟁의식 엘렉트라 컴플렉스 Electra complex 자기 자신에 대한 비정상적인 애정을 의미하는 Narcissism 정신병 Psychosis, 거인증 Giantism, 공황 Panic 등등 많은 단어들이 유래했습니다.

건강칼럼: 신화 속의 의학

http://www.ksiec.or.kr

KIC News, Volume 19, No. 1, 2016

KIC News, Volume 19, No. 1, 2016 53

서양 문화의 기원이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시절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존재했

던 그리스 시대의 문화인 그리스 신화에서 전해오는 많은 요소들이 아직도 남아 있고, 또한 현재에 와서 새로

밝혀진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를 통한 의학의 재발견과 재해석을 하고, 그래서 의학의 인문적 소양이

넓어졌으면 합니다.

이번에 이야기할 내용은 3가지 정도로 1. 의학의 신과 화학의 신의 지팡이, 2. Psychosis의 유래, 3. Panic의

유래에 대해서 알아 보고자 합니다.

1. 의학의 신과 화학의 신들의 지팡이

Asclepius Hermes

아스클레피우스의 지팡이 아스클레피안 Asklepian과 헤르메스의 지팡이 카두세우스 caduceus입니다.

연금술을 뜻하는 영어 Alchemy는 아랍어 alchemeia (연금술)에서 유래하였고 여기에서 연금술사는

alchemista이고 여기서 al이 탈락하여 chemista 즉 화학자로 변형된 글자이고 오늘날 화학자 chemist가 됩니다.

그리고 근대 과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화학의 조상은 연금술입니다.

그래서 헤르메스는 연금술과 관련된 신이라서 화학의 신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위에 엠블란스차에 그려진 그림이나 군대 엠블란스에 그려진 문양 등을 보면 지팡이에 뱀이 감고 올

라가는 그림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세계 보건 기구 그림에도 있습니다(그림 1).

그림 1. 세계보건기구 로고.

자세히 보면 뱀이 한 마리 있는 그림과 뱀이 두 마리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그림 2, 3).

그림 2. 대한의사협회 로고. 그림 3. 응급구조단(엠블란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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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있는 그림은 아스클레피온이라고 하고 두 마리 있는 그림은 카두세우스라고 합니다(그림 4).

그림 4.

아스클레피안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란 뜻이고 카두세우스는 전령의 지팡이(herald’s staff)라는 뜻이죠.

뱀은 나쁜 의미로도 좋은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대개 유목민족에게는 나쁘게, 농업인들에게는 유익한 존재로 그

런 뱀이 아폴론의 아들이자 의신(醫神) 아스클레피오스에 이르러 부활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고대 그리스

의 병원과 의숙을 겸하는 아스클레피오스 사당에서 제관들은 독 없는 흙빛 뱀을 많이 길렀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뱀을 아스클레피오스의 사자(使者)로 보았던 탓입니다. 아스클레피안의 뱀은 요즘 다

른 의미인 메디나 충을 치료하는 의사의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지역의 메디나 충은

현재에도 많은 인류를 괴롭히는 기생충 감염이고 그 질병을 치료해주는 방법은 오직 막대기에 메디나 충을 감아

서 몸에서 당겨 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 치료법의 모습이 바로 아스클레피온의 막대기에 감긴 뱀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그림 5. QR 코드 메디나충.

다행히 요새는 메디나충의 감염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에 미군의 의무팀이 먼저 들어

오면서 뱀 두 마리 문양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미군은 예전부터 뱀 두 마리를 사용해와서 우리에게

그렇게 전해진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의 로고는 뱀이 두 마리였는데 몇 년 전부터 여러 군데서 이의 신청이 들

어 와서 심의 후에 2013년 부터는 뱀 한 마리 문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클레피우스의 아버지 아폴

론과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아들로 이복 형제 간이고 헤르메스가 아폴론에게 받은 지팡이가 바로 저 카두세우스

입니다. 즉 의술의 신인 아폴론의 영향을 헤르메스가 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대개 헤르메스가 전령의 신이기도

하지만 도둑의 신, 도박의 신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승의 안내자이기 때문에 의학과 맞지 않다고 해서 뱀 한 마리

문양인 아스클레피안으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요사이 카두세우스는 주로 교역이나 통신 쪽에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스클레피우스와 헤르메스의 신화는 현대적 개념으로 다시 한 번 읽어 보는 것도 좋다고 하겠습니다.



2. Psycosis의 유래

Psych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녀죠.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이야기는 내용이 길어서 이미 아시는 분도

계시고 해서 내용은 이렇게 QR 코드로 준비했습니다(그림 6).

그림 6.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그림 7. 프시케 날개.

신화에서 에로스는 주로 어린 아이로 나오는데 사실 신화의 뒤로 가보면 어른이 되어 있습니다. 그럼 언제 에

로스는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었을까요? 바로 프시케를 만났을 때 어른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인 아프로디테

가 프시케의 미모를 질투해서 에로스에게 부탁해서 가장 못난 사랑을 하게 시켰는데 에로스가 화살을 쏘려고 프

시케를 본 순간 넋을 잃고 자기 화살에 자기가 찔려 버려서 사랑을 하게 되고 갑자기 어른이 되어 버립니다. 결

국 여러 과정을 거쳐 결혼하게 되는데 프시케가 언니들의 질투 섞인 꼬임에 빠져 밤에 자는 에로스의 얼굴을 확

인하려다가 촛농을 떨어트리는 바람에 에로스에게 버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수소문해서 자기 남편이 에로스인

것을 알고 아프로디테에게 찾아가서 사정을 하니 아프로디테가 여러 가지 난제를 주고 이것을 해결하면 아들과

재회를 허락한다고 했습니다(사족이지만 이 장면은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 이야기랑 비슷하고 우리나라 고전 설

화인 콩쥐 팥쥐와도 내용이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때의 상황 즉 아프로디테가 프시케에게 해결하라고 한 상황이 너무나 절망적이고 또한 수행하기 힘든 일이

라서 이런 상태를 프시케 + osis (~적인) 즉 프시케적인으로 해서 Psychosis,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를 말하는

것이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지하세계 즉 죽어야만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라고 했으니.. 얼마나 충격적이었겠는가! 결국 높은 탑에

올라가서 뛰어내려 죽어서 저승에 가려고 했던 프시케.. 즉 정신병이면 자살할 가능성도 많다는 이야기인가! 물

론 죽지 않고 지하세계에 다녀 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해서 프시케는 에로스와 다시 재결합하게 됩니다. psyche

는 숨으로 번역되기도 하고 나비 혹은 영혼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프시케가 나오는 그림들을 보면 전부

나비가 한 마리씩 있습니다. 아니면 프시케가 나비 날개를 달고 있던가(그림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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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모든 주요 신들은 상징물이 있는데 제우는 독수리, 포세이돈은 말, 그리고 삼지창, 아프로디테

는 비둘기 혹은 공작, 술의 신 디오니소는 술잔이나 포도나무덩쿨 등입니다. 그리고 프시케는 나비죠! 서양인들

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나비가 되어 날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서 유명한 장면인 주인공

엘비라 마디간과 식스틴이 들판에서 나비 잡는 모습(그림 8)은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보여주는 듯하고,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이 나비를 쫓아 가다가 죽는 장면은(그림 9) 그것이 죽음 후 영혼과 관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림 8. QR코드 엘비라 마디간 들판에서 나비 잡기. 그림 9. QR코드 엘비라 마디간 마지막 5분.

우리나라도 김천택의 청구영언에 무명씨작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여기서 청산은 아마도

이상향이나 무릉도원과 비슷한 의미인 듯.. 즉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희망하는 마음에 나비를 대상

으로 택한 듯 합니다. Psyche 프시케라고 읽지만 Psychosis가 되면 사이코시스라고 읽게 되죠!. 영어식이라 묵

음이 되는 듯. 추가로 예전에 스티브 맥퀸의 주연 영화 빠삐용도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빠삐용은 나비라

는 뜻 이군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가슴에 새겨진 나비 문신(그림 10)...

그림 10.

3. 패닉이란...?

우리가 흔히 공황 장애라고 하는데 恐 두려울 공, 慌 어리둥절할 황, 다급할 황으로 번역되는 Panic은 어떤

것에서 유래하였는가?



그림 11. 판. 그림 12. 판과 요정들 시링크스 1.

그리스 신화 속에서 Pan은 목양신으로 목축의 신인 헤르메스가 페넬로페라는 여자와 사랑해서 낳은 아들인데

태어날 때 모습이 얼굴은 사람인데 목 아래로는 염소의 모습이었고 머리에는 뿔도 있고 염소 수염도 있었고, 꼬

리도 있고 몸에 털도 있었습니다(그림 11).

그래서 신들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이름을 판(pan)이라고 지었습니다. 여기서 Pan이란 전부 모든 것

을 뜻하며 한문으로는 범(凡)이라고 표현합니다. 판도라의 상자라는 말에도 있듯이 여기서도 판이 사용됩니다.

Pandora는 모든 선물이라는 뜻이라고 하는군요! pan 모든 dora (=dorothy 신의 선물) 선물이 합쳐져서.. 로마에

있는 판테온 Pantheon은 Pan 모든, 전부 + theo 神 즉 만신전(萬神展)으로 모든 신을 모신 곳이죠.! 의학용어

에도 pan은 많이 사용됩니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신해철 사건의 복막염에서 국소 복막염도 있지만 배 전체에 염

증이 퍼지면 범발성 복막염이라고 하고 PanPeritonitis라고 합니다. Pan 전체 + Peritoneum 복막 + ~ it is 염증

접미사. 자궁전체를 적출하는 수술은 panhysterectomy라고 합니다. 그래서 판의 이런 모습 때문에 들판에서 인

간 처녀들이나 요정들을 만나서 장난을 치거나 심술을 부리면 무서워서 다 도망갑니다(그림 12).

그림 13. 판과 시링크스 2. 그림 14. 시링크스 갈대에 숨음.

이런 무서워서 도망가는 심정을 패닉 상태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아르테미스 여신을 숭배하는 쉬링크스라는

요정이 사냥하고 돌아 오는 길에 판을 만났는데 여신처럼 아름다운 쉬링크스를 보자 판이 유혹하고 달려 들자

쉬링크스는 도망쳐 버립니다(그림 13). 그리고 잡히려고 하자 신의 도움으로 갈대로 변해 버립니다(그림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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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이 이 갈대를 몇 개 꺾어서 만든 것이 피리인데 이 피리를 쉬링크스라고 합니다. 혹은 panpipe라고 합니다.

그래서 흔히 판의 모습을 보면 손에 피리를 든 모습이 보입니다. Syrinx는 속이 텅 빈 갈대가 되었기 때문에 피

리가 되기도 했지만 속이 텅 빈 튜브에서 유래하여 오늘날의 병원에서 사용하는 주사기 syringe를 뜻하는 단어

의 어원이 되기도 한다. 목양신 판이 들판에서 노는 모습은 Claude Debussy의 음악 목신의 오후 전주곡

Prelude to the Afternoon of a Faun을 들으면 느낄 수 있습니다(그림 15).

그림 15. QR코드 드뷔시 목신의 오후.

이처럼 의학 용어나 그림 등도 그 기원을 찾아서 보면 그림의 의미나 질병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의학이나 의료가 너무 기계적이고 차갑게 보이지 않고 인간성을 함유하는 따뜻한 학문으로 이해되기 위

해서는 의학과 의료가 인문학과의 교감이 많아져야 할 듯 합니다. 좋은 인문학 좋은 의학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

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건강칼럼: 신화 속의 의학 - cheric · 비너스 venes에서 유래한 venereal disea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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