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로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인한 사회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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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갈등관리 포럼』자료 14. 6. 13(금), 14:00, 연세대 연희관(401호) 2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갈등관리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 포럼제2회『갈등관리 포럼』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미디어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인한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사회갈등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진단과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해소방안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 2014. 6. 13. 공동주최 : 국민대합위원회연세대학교 공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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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회『갈등관리 포럼』자료’14. 6. 13(금), 14:00, 연세대 연희관(4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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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6. 13.

    공동주최 : 국민대통합위원회⋅연세대학교 공공문제연구소

  • 목 차

    제2회 갈등관리 포럼 개최 개요 1

    발제문 “미디어의 갈등 조장 실태”(off-line 및 on-line 미디어)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 ··············································································· 7

    이 준 웅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온라인 미디어 사회갈등: 진단과 과제 ····························································· 27

    장 우 영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토론문

    박 두 식 (조선일보 논설위원) ····················································································· 45

    윤 성 이 (경희대학교 교수) ························································································· 51

    진 경 호 (서울신문 논설위원) ····················································································· 59

    윤 영 찬 (네이버 이사) ································································································ 67

    김 영 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 73

  • 제2회 『갈등관리 포럼』 개최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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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갈등관리 포럼』 개최 개요

    ▣ 추진배경

    ○ 「갈등관리 포럼」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갈등 이슈에 대한 진단과 정책

    과제 도출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서(36명, ’13. 11. 28 발족)

    분과구성(4개) : 계층․세대, 이념 ․ 문화, 지역 ․ 발전, 노동․복지 2014년 활동계획 : 정기포럼(4회), 분과별 세미나(4회), 공통과제 연구

    ○ 제2회 포럼에서는 언론이 갈등을 조장․증폭시키는 현실을 진단해 보고 언론의 정상화․건강성 회복을 위한 실천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함

    ▣ 제2회 포럼 개요

    ○ 일시/장소 : ’14. 6. 13(금). 14:00~16:00, 연세대(연희관 401호)

    ※ 「갈등관리 포럼」․「연세대학교 공공문제연구소」 공동 개최 ○ 주제 :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

    ○ 사회 : 강 원 택(서울대 교수, 이념문화분과 분과장)

    ○ 세부계획

    시 간 발표 및 토론 등 비 고14:00-14:05 개회

    14:05-14:10 인사말씀 한광옥 위원장

    14:10-14:40 “미디어의 갈등 조장 실태” (off-line 및 on-line 미디어)

    이준웅(서울대 교수)

    장우영(대구카톨릭대 교수)

    14:40-15:30

    ① 주요 언론의 보도 문제점과 개선과제② 뉴미디어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③ 여론조사 활용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박두식(조선일보 논설위원)

    윤성이(경희대 교수)

    진경호(서울신문 논설위원)

    윤영찬(네이버 이사)

    김영욱(언론진흥재단 수석연구원)

    15:30-15:50 국민통합을 위한 언론의 역할과 과제

    패널 및 포럼 위원 등

    15:50-16:00 마무리 및 공지사항 안내

    ▣ 향후계획

    ○ (제3회) 9.19(금) 16:00, (제4회) 11.21(금) 16:00

    ※ 주제는 하반기 정세/사회 환경 등 고려 후 결정

    붙임 : 「갈등관리 포럼」 위원 명단

  • 5

    제2회 『갈등관리 포럼』 개최 개요

    갈등관리포럼 위원 명단

    전문분야 소 속 직 위 성 명 비 고

    회 장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김영평 회장

    계층세대(10명)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숙종 분과장소비자시민모임 회장 김자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찬욱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 서문기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명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본부장 이용우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장미혜 간사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장용석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한 준   전국여성관리자협회 회장 황춘자  

    이념문화(9명)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원택 분과장한국다문화센터 운영위원장 김성회  시대정신 이사 송근존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대표 신보라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성이 간사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조영기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주대환  서울여자대학교 인간개발학과 교수 한승준아주대학교 기초교육대학 교수 홍성기  

    지역발전(8명)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최흥석 분과장경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광구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나태준 총괄간사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박경귀  서울 YMCA 시민사회운동본부 실장 신종원  강원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 정정화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주재복 간사대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허 훈

    노동복지(8명)

    명지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정윤수 분과장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금재호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재일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태일정의연대 공동대표 양건모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주하 간사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장현주  장안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 조중근  

  •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

    [발제문 1]

    이 준 웅(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9

    발제문 1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1)

    발제문1

    양극화 담론의 문제Ⅰ

    한국사회의 갈등을 ‘집단 양극화’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유행이다. 예컨대 인터넷을 보면, 과거에 보기

    어려웠던 극단적 견해를 지닌 자들이 쉽게 볼 수 있으며, 또한 그들 간 갈등과 반목이 격렬하다. 진보

    와 보수, 늙은이와 젊은이, 부자와 빈자, 남성과 여성 등 갈등의 전선이 복잡한 가운데 오래된 유령처

    럼 경상도와 전라도 간 대립이 다시 등장한다. 집단 간 대립이 심각해 져서 생산적 토론보다는 소모적

    싸움이 전개되며 따라서 사태가 악화된다. 이는 특별히 반박할 것이 없어 보이는 일반적 관찰이지만,

    나는 그 내용이 그리 자명하지 않다고 본다.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첫째, 양극화의 현실적 기초와 관계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예컨대,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정치적 양극화가 정치 현실의 양극화를 반영하는지 아니면 초래하는지 묻고 싶다. 현실의 양극

    화가 원인인지 결과인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양극화 현실’

    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왜 문제인지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 삼은 현실을 의미 있게 규정할 수 있으

    며 그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담론의 양극화가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면 그것은 도대체 왜 발생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의심한다. 혹시 양극화는 정치적으로 기획되

    는 것은 아닌가? 혹 기획은 아니더라도 별도의 의도를 실현하는 기능이 수행되는 것은 아닌가?

    둘째, 양극화의 책임 문제가 제기된다. 인터넷 양극화를 문제 삼는 이른바 ‘양극화 담론’은 양극화의

    원인으로 인터넷에서 극단적 표현이나 견해를 제시하는 자들의 존재를 지목한다. 그리고 그들을 색출해

    서 사회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발 더 나가 그런 표현이나 견해를 제시할 수 있도록 마

    련된 인터넷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접근이 온당한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는다. 이런 양극화 담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이다. 예를 들어, 양극

    화에 정책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과연 한국의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개탄스러운 양극화라면 교정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더라도, 그런 ‘교정’이 가능한지, 가능하

    1) (2014. 6. 9) 이 글은 2013년 8월 6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주최 인터넷 공간의 집단 양극화 토론회에서 발표한 초고

    를 고쳐 쓴 것입니다. 당시 토론을 통해 좋은 제언을 해 주신 나은영 교수와 청중 토론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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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갈등관리 포럼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

    다면 어디에서부터 접근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남게 된다. 이에 대한 답변은 앞의 두 문제에 대한 답

    변에 의존한다. 양극화의 배경과 기능, 그리고 책임 소재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나는 위의 세 질문을 차례로 검토하려 한다. 답변하는 가운데 드러날 내용이지만, 내가 지

    적하고 싶은 바는 현실의 양극화와 별도로 ‘양극화 담론 자체가 함의하는 문제’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 담론이 문제 삼는 현실은 분명 실재하며 또한 충분히 개탄스럽지만, 그 내용과 원인을 검토해

    보면 뜻밖의 사태에 다가서게 된다. 결론적으로 요점부터 말하자면, 나는 불통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오도된 방식으로 책임 전가하면서 미래의 소통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현실이 문제라고 본다. 인터

    넷 소통에서 좌절을 경험한 자들이 ‘소통에 대한 염려’를 ‘소통하기 어려운 자들에 대한 불만’으로 전환

    해서 그들에게 ‘불통하는 현실에 대한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내가 제시하려는 대책이란 따라서 ‘한국 사회 집단 양극화의 완화 방안’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양극화

    담론의 극복’에 대한 것이 된다. 개인 수준의 양극화는 때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며, 집합 수준의 양극화

    도 그렇기 때문이다. 사회제도적 수준에서 악화되는 양극화라면 적극적 대책이 요청된다. 이런 나의 대

    책은 의사소통 이론에 기반하며, 방법론적으로 자유주의적이며 민주적이다. 즉 모든 의견과 가치가 원

    활하게 소통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모든 소통 행위는 ‘공정한 담론 경쟁의 문화’ 속에서

    그 행위의 설득력에 따라 평가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전제를 배경으로 양극화 담론과 현실에 대

    한 탐색을 거쳐 도달하게 되는 결론은 ‘막말 전쟁이 아닌 진정한 이념 대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이건 어디건 우리 사회에는 ‘타인의 말을 가로막는 말’, 즉 막말을 동원한 전쟁이 아닌 다원적 이

    념과 가치를 인정하는 담론 경쟁이 요청된다. 그런 담론 경쟁을 보장하는 ‘활성화된 토론 공간’이 필요하다.

    현재 인터넷에서 관찰되는 집단 간 갈등이란 진보 대 보수 등 이념과 가치 기반에 따른 의견의 대립이 아

    닌 증오와 분노의 표출일 뿐이어서 문제가 된다. 또한 증오와 분노의 표출을 배양하는 정보환경을 조성하는

    주류 언론도 문제다. 결정적으로 증오와 분노의 표출을 문제 삼아 정당하게 형성되는 의견의 표출과 담론

    경쟁까지 불통하는 현실의 징후로 오해하고 그것을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자들이 가장 심각한 존재다.

    논의 전개가 이러하므로, 대책 역시 자유주의적이며 민주적 성격을 갖게 된다. 나는 의사소통 권리를

    근본적으로 보장할 것과 담론 경쟁의 결과를 합의적으로 수용할 것을 강조한다. 특히 (가) ‘설득 전문가

    들 간의 경연적 설득’을 활성화 할 것, (나) 공정한 공적 정보가 유통되는 언론환경을 조성할 것, (다)

    누가 집단 양극화를 조장해서 이득을 보는지 폭로할 것 등을 대책으로 제시하겠다. 양극화건 뭐건 더

    많은 정보와 토론, 그리고 약간의 행운과 은총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이 글의 목적

    은 이 주장을 그럴듯하게 제시하는 데 있다.

    정치이념 양극화의 이해 Ⅱ

    한국사회의 분열을 검토하기 위해, 초점을 잠시 정치이념(political ideology)의 양극화에 맞춰 볼

    것을 제안한다. 실로 ‘인터넷 집단 양극화’는 정치 이념뿐만 아니라 부, 사회적 지위, 문화적 취향 등

    모든 수준에서 모든 방향으로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성적 대립, 세대 간 대립, 지역 대립 등을

  • 11

    발제문 1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

    생각해 보면, 우리를 얽고 있는 사회적 씨줄과 날줄이 모두 양극화의 전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논의의 전개를 위해 일단 정치이념 차원의 양극화에만 집중해 보기로 하자.

    정치이념 자체가 그리 간단한 개념이 아니다. 간단히 진보니 보수니 하지만 정치이념의 개념과 실체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예컨대, 정치이념이란 개인이 갖고 있는 정치적 현실, 가치, 이념 등에 대한

    다차원적 신념 체계(Conover & Feldman, 1981)란 정의가 있다. 이는 정치적 대상에 대한 태도 집합

    (Converse, 1964)이라는 오래된 개념을 발전시킨 것인데, 이렇게 단순히 정치적 대상에 대한 ‘좋다-나쁘

    다’의 평가가 집적된 것일 뿐만 아니라 그런 ‘좋다-나쁘다’를 판단하는 데 기준이 되는 신념들이 이념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정치 정보처리에 도움을 주는 스키마의 일종(Hamil, Lodge, &

    Blake, 1985)이라는 인지주의적 주장과 정치적 사안에 대한 도덕적 감정의 표출(Graham, Haidt, &

    Nosek, 2009)이라는 정서주의적 입장으로 발전하게 된다. 인지적이든 정서적이든 정치이념이란 개별 사

    안에 대한 입장이 아니라 그 입장을 만들어 내는 ‘타고나거나 학습된’ 신념의 집합이라고 한다.

    정치이념의 개념보다 복잡한 것이 측정방법이다. 간단한 태도 문항을 이용하는 방법부터 복잡한 의미

    연결망 구성방법까지 다양하다. 측정의 요점은 일원적이지 않고 다차원적인 신념 체계를 일목요연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정치이념에 대한 기존 연구에도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차원

    에 사안에 대한 다차원적으로 구성되는 정치이념을 보여주고 있다(강원택, 2003; 김주찬, 윤성이,

    2003; 박원호, 2012; 이내영, 2009). 한국인의 정치이념에 경제적이거나 사회문화적 차원보다 정치적

    차원, 그 중에서도 ‘대북정책’, ‘국가보안법 폐지’, ‘미국과 외교공조’ 등 북한 및 안보적 사안에 대한

    의견이 가중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한국사회 양극화와 관련해서 정치이념의 형성의 차원에서 논의해 보면, 단순한 측정의 문제를 벗어나

    사뭇 다른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즉 정치 이념을 개인 및 집단의 성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성

    향이 드러나서 작용하는 방식에 주목하면 다음과 같은 관찰이 가능하다. 다음 세 관찰 역시 개념과 측

    정의 차원에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런 관찰은 일단 한국사회 양극화의 현실적 근거와 그 기능에

    대한 문제를 명료하게 드러낸다는 미덕이 있다.

    첫째, 최근 한국사회의 대부분의 갈등은 일단 진보-보수 간의 이념적 대립으로 단순하게 치환되는 경향

    이 있다. 한국사회 갈등과 대립의 축은 지역 대립, 세대 간 갈등, 성적 논란, 언론의 논조 등은 이제 모

    두 진보-보수 간의 이념적 대립으로 단순화된다. 심지어 포털의 운영, 학회의 활동, 문화 단체의 활동마

    저 좌파니 우파니 하는 색깔놀음의 대상이 된다. 좌파 개그맨과 보수 아이돌이 따로 있다고 말할 정도다.

    둘째, 이렇게 과도하게 적용되는 진보 또는 진보란 개념은 이념과 가치의 대립에 기초한 정치적 대립

    이라기보다 단순한 집단 간 구분의 표식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경상도의 보수성과 전라도의 진보성

    이란 각 지역 구성원의 정치적 신념 체계의 차이를 실체적으로 반영하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사

    용되는 ‘보수성’과 ‘진보성’이란 오히려 두 지역을 구분하기 위한 표상처럼 보인다. 실로 진보 또는 보

    수라 부르는 구분행위 자체가 ‘유사한 것들 간의 미묘한 구분을 위한 행위’에 지나지 않아서, 그런 구

    분을 하려는 의도 자체가 궁금할 지경이다. 예를 들어, 2013년 MBC 파업사태 이전의 MBC 논조는

    진보적이고 당시 KBS 논조는 보수적이라는 평가는 과연 그렇게 규정할 정도의 이념적 차이가 실재하

    는지도 의심스러웠지만, 그런 미묘한 구분을 시도하는 의도가 더욱 궁금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진보와 보수를 표방하는 정치 세력들의 정책적 차이는 그리 분명하지 않으며, 많은 경우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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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갈등관리 포럼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

    의 차이란 실제 가치와 신념의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

    으로 발표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약이 그러하다. 서민복지 확대, 경제민주화, 창의산업 육성 등 두

    정당의 대선 공약은 기이할 정도로 유사하다. 인터넷 진보 사이트와 보수 사이트의 게시글을 보아도 마

    찬가지다. 살벌할 정도로 격렬한 표현과 의견 대립이 있지만, 과연 두 사이트에 활동하는 인터넷 이용

    자 간에 이념 차이가 있더라도 그렇게 살벌한 차이인지 궁금하다.

    위의 세 관찰이 참인지 아닌지가 요점이 아니다. 그것은 천천히 경험적 연구를 통해 검증해 볼 일이

    다. 요점은 우리사회의 양극화 담론이 문제 삼는 이념적 대립이 과연 현실의 이념적 대립을 반영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양극화 담론 자체가 현실의 양극화된 정치적 현실에서 유래된 것이 아닐지 모른

    다. 한국사회의 분열 또는 양극화란 용어나 인식 그 자체가 분열과 양극화를 격화하는 것을 돕는 담론

    적 형성 장치일지 모른다. 누군가 담론적 양극화를 기획한 것은 아니더라도 양극화 담론의 형성과 전개

    를 통해서 별도의 정치적 이득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 요컨대, 한국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다고 염려하며

    섣부른 대책을 내세우기 전에 양극화 담론의 구조와 효과에 대해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양극화의 개념화Ⅲ

    1. 양극화 정의

    한 사회에 여러 종류의 양극화가 가능하며, 한 사회에서도 상이한 패턴의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

    선스틴(Sunstein, 2009)은 양극화가 초래하는 결과를 기준으로 보아 나쁜 양극화와 좋은 양극화가 있

    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세기 초 파시즘의 등장, 20세기 말 이슬람 테러집단의 활동, 르완다 대량학살,

    21세기 초 미국 금융경제의 위기 등이 집단 양극화는 집단 사고와 집단 쏠림현상을 초래한 나쁜 양극

    화 사례라면, 18세기 미국독립운동, 20세기 중반 인권운동, 남아프리카 인종분리주의 종식 등은 집단

    양극화를 통해 이룩된 바람직한 사례라는 것이다.

    나는 선스틴의 결과론적 평가방법에 동의하지 않지만,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활발하게 의

    견을 교환하면,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그의 인식에 동의한다. 사실 유사한

    의견 소유자들이 대화를 통해서 의견의 수렴을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의견의 분극화를 보인다는 점은

    모스코비치(Moscovici & Zavalloni, 1969)와 마이어즈(Meyers & Bishop, 1970) 이래 거의 모든 집

    단 심리학자들이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이기도 하다. 집단극화는 경쟁적 동기가 지배하고, 집단 간 정체

    성 확인이 용이하며, 사안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투입될수록 강화되지만, 이런 조건이 아니더라도 자

    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사회가 복잡화하고 분화되면서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지닌 이들이 많아지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용이하게 되면서 집단 극화는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이렇게 보면 집단극화는 심지어 사회체계의 발전의

    증거로 간주할 수 있을 정도이다. 즉 의견의 극화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사회란 상호작용이 충분하

    지 않았거나, 애초에 의견의 분포가 다양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아예 중요한 사안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적은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선스틴이 언급했듯이 사후적으로 보아 좋은 결과나 나쁜 결과를

  • 13

    발제문 1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

    낳은 경우가 있겠지만, 사회가 분화되면서 다양한 의견의 형성이 이루어지고 형성된 의견들 간에 몇 개

    의 의견이 극화되는 현상은 일반적이다.

    집단 양극화는 두 개의 독립적 변수의 비율로 개념화할 수 있다. 첫째는 요소의 다원성(pluralism)이

    다. 이는 단위 수준의 서로 구분되는 개체의 수로 정의한다. 둘째, 다원적 개체 간 의견 및 가치의 상

    이성(difference)이 있다. 이는 의견이나 가치의 강도를 기준으로 삼아 구분되는 개체 간의 상대적 거

    리를 의미한다. 즉 한 체계 내의 요소의 다원성이 낮으면서 요서 간 성질의 상이성이 높으면 양극화 수

    준이 높다고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 두 개의 부족으로 구성된 사회가 극심한 내전을 벌이는 경

    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반대로 다원성이 높으면서 상이성이 낮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분열되어 있지만 극화되어 있지는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부족이 대표를

    파견했지만 참석자가 동질적 성향을 보이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양극화(polarization) = 요소 간 상이성(difference) / 요소다원성(pluralism)

    이렇게 보면, 사회의 분화와 양극화는 같은 것이 아니다. 즉 이념적으로 분화되어 있지만, 극화되어

    있지는 않은 사회를 생각할 수 있고, 반대로 이념적으로 미분화되어 있지만 극단적으로 극화된 사회가

    가능하다.

    2. 양극화 구조와 메커니즘

    양극화의 구조도 생각해 보자. 사회의 구성 수준에 따라 복잡한 구조를 갖는 양극화와 그렇지 않은

    양극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양극화가 진행되는 수준을 ① 개인 수준, ② 집단 수준, ③ 제도 수준으

    로 나누어 검토하면 구조적 특성에 대해 이해하기 쉽다. 개인의 의견과 이념이 제 각각이어서 다원적인

    사회가 있는가 하면, 다양한 귀속 집단 및 가입 집단이 형성되어 있어서 다원적인 사회가 가능하다. 그

    리고 각급 의회와 같은 정치적 대표 기구나 정책적 대표기구에 다양한 집단이 대표를 파견함으로써 다

    양성이 보장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즉 ① 개인 수준, ② 집단 수준, ③ 제도

    수준 등 모든 수준에서 양극화가 심각한 분열적 사회가 있을 수 있으며, 반대로 모든 수준에서 요소 다

    원성은 보장되지만 상이성이 낮은 다원적 사회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한 수준에서는 양극화가 심각하지

    만, 다른 수준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가능하다.

    ① 개인 수준

    ② 집단 수준

    ㉠ 귀속집단 - 혈연, 지연, 학연 기반 (동창회, 종친회, 향우회 등)

    ㉡ 가입집단 - 협회, 사회운동 단체, 동호회, 기업 이사진, 조합, 정당 등

    ③ 제도 수준

    ㉠ 정치 제도 - 의회

    ㉡ 정책 제도 - 독립위원회(방통위, 노동위), 공영방송 이사회

    ㉢ 언론 매체

    양극화 전개 수준

  • 14

    제2회『갈등관리 포럼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

    예를 들어, 개인수준과 집단수준에서 양극화가 심하지만 제도적 수준에서는 다원성과 균형이 보장되

    는 사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성인 유권자들 간에 진보적 신교도, 보수적 가톨릭, 자유주의적 무신론

    자로 완전히 구분된다. 따라서 교회는 물론 지역단체, 학교, 협회, 기업 등도 이런 극화된 지형을 반영

    해서 따로따로 형성된다. 그러나 의회를 비롯한 주요 위원회와 공공기관의 이사회에 이런 분화된 세력

    들 간의 균형이 보장되어 있고, 실제 의사결정도 이런 개인 및 집단 수준의 극화된 세력들의 이해관계

    를 절충하는 방식으로 이루는 사회가 있다. 중북부 유럽의 조합주의적 사회(corporatist society)가 대

    체로 이러하다. 이런 사회는 각급 위원회에 비례대표제도가 적용되고 주요 기관의 이사회에 지역 및 직

    능 단체 등 주요 극화된 세력의 대표가 비례적으로 참여한다.

    반면 개인수준에서 양극화의 수준은 낮지만, 집단적으로 극화된 세력을 형성해서, 이를 제도적 수준

    에까지 확장하는 사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개인들 간의 정치적 의견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집단동원의 논리에 따라 지역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분파적인 집단을 만들어 내고, 의

    회를 비롯한 주요 위원회와 공공기관의 이사회도 이런 지역적 또는 이념적 분파의 대표가 참여하는 사

    회가 있을 수 있다. 결국 요점은 각 양극화의 구조에 따라 실제 의견의 분화가 전사회적임에도 불구하

    고 제도적 수준에서 조정되고 통제되는 사회가 있는가하면, 반대로 개인들 간 의견의 분화가 크지 않음

    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수준이나 제도적 수준에서 분열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집단 극화의 과정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다. 앞서 제시한 양극화가 전개되는 수준을 놓고 하나씩

    검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심리학 교과서에 따르면, 개인적 수준의 양극화는 주로 개인의 선별적 노출과 학습

    (selective exposure and learning)에 의해 진행된다. 즉 개인 자신이 미리 갖고 있는 의견과 이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접함으로써 기존 의견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가운데 개인 의

    견이 극단적이 된다. 따라서 편향된 언론이 존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라면 이 수준의 양극화는

    더욱 강화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즉 언론이 편향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선유성향에 따라 선별적 노출과 학습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따라서 양극화가 일어날 수 있다.

    둘째, 집단 수준의 양극화는 집단에 속한 개인의 의견의 한쪽으로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집단 역학 및 사회심리 연구에 의해 잘 규명된 바 있다. 집단 내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자들을 만나

    기 어려울 때, 즉 같은 의견과 이념을 공유하는 자들 간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 집단에 속한 개인들

    은 더욱 극단적 의견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같은 의견과 이념을 공유하는 집단은 (가) ‘편향된 정

    보환경’을 제공하게 되며, (나) 동시에 집단 구성원에게 사회적 지지와 연대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개인은 ‘합리적으로 의견의 정련하는 가운데’ 극단적 의견을 형성하게 된다. 즉 개인

    이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이어서 극단적 의견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 환경 자체가 편향되고,

    집단적 지지를 받기 위해 행동하는 가운데 부지불식간에 극단적 의견을 갖게 된다. 또한 (다) 개인

    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평판과 지지를 받기 위해서라도 극단적 의견을 표명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Sunstein, 2009, 22-30).

    셋째, 제도 수준의 양극화는 대표기구의 성격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가) 정치 제도의 양극

    화는 개인 및 집단 수준의 양극화가 정치과정을 통해서 매개되어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나) 정책적 대표기구의 양극화는 제도적 미비 또는 ‘정치적 대표의 실패’로 인해서 개인이나 집단의 다

  • 15

    발제문 1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

    양성이 정당하게 반영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정치적이며 정책적 제도 수준의 양극화는 제도적으로 한

    정되고, 정치과정에 의해 형성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3. 언론 매체

    언론매체가 초래하는 양극화 효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종합일간지와 방송사

    등 언론은 정치적 대표기구인 의회 및 정책적 대표기구인 각종 위원회와 같이 다양한 개인과 집단의

    의견과 가치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언론은 동시에 다른 수준의 다원성의 기초가 되는 정보와 해

    석을 제공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언론은 일단 편향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개인과 집단은 물론 대표기구의 양극화를 강화시킬 수 있

    다. 물론 언론이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1) 개인적 수준에서 선별적 노출을 통

    해 극화될 수 있고, (2) 집합적 수준에서 동종 의견 간 상호작용을 통해 극화될 수 있다. (3) 대표기구

    는 ‘정치적 대표의 실패’로 인해서 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전반적으로 편향된 조건이라면 이런

    일반적 양극화 경향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편향된 언론이 양극화되어 있다면 그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연히 언론 보도를 통해서 자신의 견해와 집단의 중론과 다른 견

    해를 접함으로써, 개인적 수준이나 집합적 수준에서 양극화 경향이 감소될 수도 있었을 개인들이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는 사안에 대해 공정하고 사실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개인,

    집단, 대표기구가 ‘언론을 접하지 않았으면, 극화 경향을 따를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 즉 언

    론 보도에 우연히 노출되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극화된 의견을 갖지 않게 될 수 있다. 커런

    (Curren et al., 2009)은 공적 매체는 공적 사안에 대해 ‘의도하지 않던 정보를 접하는 수용자

    (inadvertent audience)’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여기에서 ‘의도하지 않던 정보의 수

    용(inadvertency)’이란 곧 평소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보를 접해서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선스틴(Sunstein, 2009)은 ‘우연한 발견(serendipity)’을 통해 “불구의 인식론(crippled epistemology)”

    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불구의 인식론이란 표현 자체가 바로 편향된 정보환경을 통해

    서 한쪽으로만 강화되는 개인의 신념체계를 경계하는 뜻에서 제시된 것이다.2) 언론 매체는 (1) 전 사회

    의 양극화 수준을 조절하는 영향력 요인일수도 있고 (2) 양극화된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이념을 표상하

    는 제도이기도 하다.

    나는 자유주의 교의에 따라, 국가는 언론의 내용에 개입할 수 없다고 본다. 이런 불개입 자체가

    다양성 진흥과 관련 있다. 왜냐하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주의 헌법 자체가 자유로운 정보와

    해석의 유통을 통한 개인의 다양한 목소리의 대표의 기회를 만들어 내는 필요조건을 마련하는 역할

    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주의 국가는 언론에 개입할 수 없지만 언론 매체가 다원적 의견의 환

    경을 만들기 위해 별도의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은 인정된다. 예를 들어, 공영방송 거버넌스에 개입

    해서 다양한 견해가 불편부당하게 반영될 것을 규제하는 것도 인정된다. 왜냐하면 정부의 비개입으

    로 형성할 수 있는 ‘공적 사안에 대한 자유롭고도 책임 있는 정보 교류의 범위’가 제한되는 조건에

    2) ‘불구의 인식론’이란 표현은 선스틴이 러셀 하딩으로부터 빌린 것이다 (Sunstein, 2009, 41).

  • 16

    제2회『갈등관리 포럼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

    서, 공익의 견지에서 정부가 ‘형성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

    로 공중의 자율적 정보선택의 폭을 넓히고 질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개입방식으로, 다양성 규제를

    통해서 그리고 규제 대상인 공영방송 제도의 운영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공적 정보가 유통되는 조건

    을 창출하게 된다.

    4. 정치체계와 매체체계

    사회는 양극화에 의한 파멸적 내분에 대처하는 특별한 목적의 체계를 형성하는데, 그것이 곧 정치체

    계이다. 한정된 정보와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자원에 직면해서, 갈등하는 이해관계와 분열된 정체성을

    조정하고, 공통의 미래 운명을 결정해 나가는 것이 곧 정치이다. 이렇게 보면 양극화 현상은 정치의 조

    건이자 대상이다. 정치란 실은 극화된 집단의 다원적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동원되는 이념, 규범, 제

    도라고 말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사회는 갈등을 조정하는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는 정치 체계를 형성한다. 민

    주주의만 해도 여러 종류가 있다. 예컨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상호 조정해서

    권력을 병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합의적(consensus) 민주주의가 있는가 하면 표결을 통해 다수파의

    의지를 따라 결정하는 다수결주의적(majoritarian) 민주주의가 있다. 라이파트(Lijphart, 1999)는 36개

    민주주의를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다수결주의 민주주의에 비해 합의적 민주주의가 갈등을 조정하는 데

    유리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극화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사회적 수준에서 집단 양극화가 격심한 조건에서 정치 제도 수준의 대

    응에 따라 통치 기반을 창출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합의주의적 민주주의는 다원성에 기초한 정책 연합

    을 형성해서 지배적 통치권을 확립하며, 따라서 다양한 사회집단에 대한 비례 대표성을 정치적으로 제

    도화하는 특성을 보인다. 라이파트는 일찍이 민족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분열이 심한 사회에서 ‘극화된

    사회집단이 통치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병점하는 형태의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제언을 제시한 바 있다(Lijphart, 1968).

    서로 다른 정치 체계의 작동과 기능을 제시하는 이유는 제도적 수준에서 양극화에 대처하는 정치적

    해결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요컨대, 분열되고 극화된 사회집단이 존재한다는 현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그것에 대응하는 정치 체계를 어떻게 기획하고 운영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극단

    적으로 분열된 사회라 할지라도 정당이나 국가적 수준의 자율기구가 정치적으로 기능하는 방식에 따라

    서 극화된 사회집단의 정치적 역할이 달라진다.

    특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는 언론은 정치체계의 성격에 따라 양극화와 관련해서 수행하는

    역할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핼린과 맨치니(Hallin & Mancini, 2004)는 언론 매체도 하나의 체계를 이

    루는데, 정치 체계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역사적 전통에 따라 분화되어 진화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다수결주의 대 합의주의, 다원주의 대 조합주의 등 정치체계의 특성에 따라 언론도 다르게 발전한다고

    제시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 등에서 발견되는 자유주의적 언론매체 체계의 제도와 규범은 다수결

    주의와 다원주의적 정치체계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 확인되는 조합

    주의적 매체 체계의 제도와 규범은 합의주의적이며 조합주의적인 중북부 유럽국가의 민주주의 성격에

  • 17

    발제문 1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

    조응한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탈라이와 스페인 등에서 확인되는 극화된 다원주의(polarized

    pluralism) 매체 체계의 제도와 규범은 민주화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늦으면서 분화된 다원주의적 정치

    체계를 갖고있는 정치체계에서 발전한다고 한다. 언론 매체는 결국 정치체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는 어떠한가?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를 갖고 있으

    며, 또한 언론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한국 사회의 양극화의 특성 Ⅳ

    이준웅(2010) 등은 한국사회 정치체계를 민주화 이행기적 체계라 규정하고, 서구 민주주의 일반적 특

    징을 결정하는 요소와는 다른 요소들이 체계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특징적 요소로

    서구 일부 민주주의와 공유하고 있는 다수결주의 정치문화, 후견주의 전통, 법적 질서의 비문화 등에

    더해 우리사회에 고유한 역사적 경험에 기초한 (가) 민주화이후 오히려 약화된 정부의 권위와 헤게모

    니, (나) 정당의 정치적 역할의 약화, (다) 가속화되는 시민사회의 분열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정치체계

    도 그렇지만 한국 언론매체의 특성도 서구의 매체체계의 특징과 맞비교할 수 없고 민주화이후 급격하

    게 형성된 일련의 특성에 주목해서 규정할 수 있을 뿐이라고 제안했다. 이런 체계적 특성을 염두에 두

    면서,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검토해 보자. 앞서 논의한 바를 따라 양극화의 세 수준,

    즉 (가) 개인적 수준, (나) 집단적 수준, 그리고 (다) 제도적 수준의 특성을 검토하겠다.

    1. 유권자 개인수준의 정치적 양극화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52대 48로 결판나는 것을 보면서, 정치적 분열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권자의 정치적 양극화가 극적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후보와 문제인 후보의

    득표율이 격심한 지역적 차이와 세대별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16대와 15대 대선도

    18대 대선 못지않은 격전으로 득표율 격차는 각각 2.3%와 1.5% 점이었으며, 그때도 이번과 마찬가지

    로 지역적, 정치적, 세대별 대립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비록 민주화 이전이지만

    1963년 공화당 박정희 후보와 민정당 윤보선 후보 간 득표 차이도 불과 16만표, 득표율 기준으로

    1.5%점 차이였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과연 최근 한국 유권자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양극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국종합사회조사(KGSS)가 기록하고 있는 2003년 이래 응답자의 정치이념의 구성비율의 변화를 보

    더라도 양극화와 관련한 뚜렷한 패턴을 찾기 어렵다. 즉 유권자 개인수준에서 정치이념에 따른 양극화

    가 진행 중이라고 보기 어렵다 ( 참조). 조사가 시작된 2003년을 제외하면, 보수와 진보 응답

    자의 구성 모두 표집오차의 범위인 ±2.5% 점 내외에서 변동하는 패턴을 보인다. 스스로 진보적이라

    자임한 응답자는 30%를 기준으로 최소 27.1%(2008년)에서 최대 33.3%(2009년) 간에 분포하고, 보수

    적이라 자임한 응답자는 33%를 기준으로 최소 31.5%(2007년)에서 최대 35.7% 사이에 분포한다.3)

  • 18

    제2회『갈등관리 포럼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

    20.0%

    25.0%

    30.0%

    35.0%

    40.0%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진보 중도 보수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정치이념의 변화 2003-2012

    정치이념이 아닌 다른 영역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주요 정당에 대한 지지도의 변화나 주관적 계층의식의

    변화를 검토하더라도 뚜렷한 양극화의 패턴을 찾기 어렵다. 한국 정치학자들은 선거 때마다 당명을 바꾸는

    정당들과 이합집산하는 정당인들, 그리고 정당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지는 유권자를 관찰하며 정당 정치의 기

    반인 정당에 대한 충성도와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한국종합사회조사(KGSS)가 기록한

    주관적 계층의식의 변화에서도 계층 간 양극화를 반영하는 뚜렷한 패턴을 찾기 어렵다 ( 참조). 결

    국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에 변화가 없다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그 변화의 요체가 정치적 이

    념의 양극화나 계층의식의 양극화를 포함한 어떤 종류의 대립구도의 격화라고 결론지을 만한 증거가 없다.

    0.0

    10.0

    20.0

    30.0

    40.0

    50.0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하류 중간 상류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주관적 계층의식의 변화 2004-2012

    3) 한국종합사회조사 결과에서 주된 변화는 중도 진영에서 찾을 수 있다. 2003년 25.4%로 가장 낮게 출발해서,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35.7%로 최고에 달했다가, 2011년 28.3%로 낮아지는 변화를 보였다. 자료를 보면 2007년 이후로 중도진영의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어렴풋이나마 확인할 수 있는데, 혹시 이를 이명박 정부이후 진행하는 중도진영의 해체로 해석할 수는 없을까? 첫째, 2009년 이후 보수와 진보 진영 응답자의 비율에 큰 변화가 없다. 즉 중도진영의 해체가 보수나 진보의 강화로 전화되지 자료에 기초에서 말하자면, 중도 진영의 구성비의 변화는 조사방법론이나 환경에 따른 무응답자(DK)의 구성비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두 변수 간 상관관계가 –0.7(n=10)에 이르기 때문이다. 즉 정치이념 문항에 대한 무응답자 비율이 높을수록 중도적이라고 응답하는 자의 비율은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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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제문 1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

    2. 집단수준의 정치적 양극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양극화는 이 수준에서 발생한다. 일단 혈연, 지연, 학연 등에 따라

    형성된 자연적 집단이 정치적으로 분화하고, 그에 따라 각종 단체들, 즉 종친회, 향우회, 동창회 등이

    정치적으로 분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1차 집단의 성격을 보이는 귀속집단의 경우 자연적으로 형성된

    정치경제적 조건에 따라 서로 유사한 정치적 입지를 갖는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그

    결과 집단 동학에 따라 양극화가 가속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협회, 사회운동 단체, 동호회, 조합, 정당 등 귀속집단이 아닌 가입집단의 경우에도 집단적 극화가 강

    력하게 전개되는 것이 한국사회 양극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가입집단의 특성에 적용되

    는 이른바 ‘탈출과 침묵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입집단은 대체로 어떤 정치적 의견이나

    이념을 가진 개인이라도 가입하거나 탈퇴할 수 있는 규정을 갖추게 되는데, 바로 이런 특징 때문에 집

    단극화가 가속화한다. 집단 내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합의에 따르지 않는 소수파는 가입집단을 탈퇴

    하거나 아니면 목소리를 현저하게 낮추기 때문에 집단 내 다수파의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 따라서 협

    회, 학회, 조합 등에 마련된 정관에 따른 명시적 집단지배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누구도 명

    시적으로 채택하지 않은 다수파의 영향력 아래 특정한 경향성이 자리 잡고 누구도 명시적으로 채택하

    지 않은 암묵적인 규칙에 따라 그 경향성이 당연한 것으로 인정된다.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인터넷 가입 집단에서 ‘탈출과 침묵의 원리’에 따른 양극화 패턴을 쉽게 발

    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앞서 제시한 문제가 남는다. 인터넷 집단의 정치적 양극화는 현실 집단의

    정치적 양극화와 어떤 관련을 갖는가? 인터넷 집단 양극화가 현실의 양극화보다 더욱 격렬하게 보이는

    이유는 뭔가? 인터넷 환경이 갖는 특유의 가시성 효과(the visibility effect) 때문인가(이준웅, 2009),

    아니면 별도의 전략적 기획이나 개입 때문인가? 뒤에 검토하겠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인터

    넷 양극화에 대한 대응이 달라질 것이다.

    3. 대표기구 수준의 정치적 양극화

    앞서 강조했듯이, 집단 수준에서 양극화가 진행되더라도 제도적 수준에서 대표 기구 내 다양성이 확

    보되면 전 사회적으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 정치적으로 선기능하는 의회와 정책

    적으로 불편부당한 결정을 내리는 자율적 정책위원회가 제도적으로 잘 작동하는 사회라면, 지역별, 소

    득별, 기타 연결망에 따라 이념적 양극화가 일어나더라도 전 사회적 수준에서 갈등이 통제될 수 있다.

    또한 언론이 개인과 집단에게 공적 사안에 대한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정보에 ‘우연히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양극화의 폐해는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대표기구의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가장 문제가 된다. (1) 정

    치권의 양극화는 정책적 대안의 차별성에 근거하지 않고 전략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2) 각종 위

    원회와 공공기관 이사회 등 각종 정책 기구의 다원성이 법적으로는 보장되지만, 실질적으로 제한된다.

    특히 법적으로 규정된 다원성 유지 장치가 실제는 다수파의 지배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조건으로 이용

    되는 것이 문제다. (3) 주류 언론사들이 우파 언론이니 좌파 언론이니 평가 받는 암담한 현실이 있다.

    특히 공영방송이 정권에 따라 좌파니 우파니 비판받는 현실이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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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갈등관리 포럼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

    생각해 보면, 제도적 수준의 다원성 확보야 말로 그 자체가 정치의 목표가 되며, 따라서 정치적 평가

    와 시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선 어쩐지 제도 수준의 양극화가 아니라 개인 수준

    또는 집단 수준의 대립과 갈등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치 개인 수준과 집단 수준의

    양극화를 해결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처럼 논의하는 ‘양극화 담론’이 인기다. 즉 양극화 담론이 강

    조하는 갈등의 지점이 의심스럽다. 왜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논의를 시작할 수 있고, 또한 논의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아 교정하기 쉬운 제도적 수준의 양극화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 왜 확인하기도 어려운 개인적 수준과 확인하기는 쉽지만 대처하기 어려운 집단적 수준의

    양극화에 대해서만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4. 더 심각한 문제: 전략적 양극화

    나는 우리 사회의 각 수준에서 전개되는 양극화 현상보다도 그에 대한 담론이 더욱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본다. 현재 전개되는 양극화 담론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

    첫째, 불가피한 개인 수준과 집단 수준의 양극화를 불가해 한 사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논

    의했듯이, 개인의 의견과 이념 및 가치 간의 차이에 기초한 집단 양극화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 수준의 선별적 노출 및 학습과 집단 수준의 역동성에 따라 ‘유사한 생각을 가진 자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극단적 의견을 갖게 된다.’ 특히 정보가 제한되고, 사회적 지지에 따른 개인의 확신이

    높은 조건에서 집단 극화는 절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양극화는 사회적 평판 체계를 따르는

    개인의 동기가 강한 조건에서 더욱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집단 양극화 현상은 1960년대 초기 연구이후

    로 거의 모든 문화에서 거의 모든 집단에 걸쳐서 발생한다고 보고됐다. 인터넷 시대에 집단 극화가 전

    개되는 양상과 방식에 대한 논의도 어제 오늘 지적된 것이 아니다. 인터넷 집단 양극화란 전혀 ‘이해

    못할 사태의 전개’가 아니며, 그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제도적 수준의 대처 방안도 이미 여러 번에 걸

    쳐서 제시된 바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앞서 논의했듯이 우리나라의 개인 수준에서 진행되는 양극화란 그 실체가 의심스러

    우며, 인터넷 집단이든 현실의 집단이든 집단 수준에 전개되는 양극화는 너무 자명해서 따로 문제 삼는

    것이 진부할 정도이다. 따라서 이를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둘째, 양극화의 책임을 시민에게, 공중에게 전가한다. 앞서 논의했듯이, 개인과 집단 수준의 양극화가

    심각하더라도 언론과 정치적 제도의 배열을 통해서 얼마든지 양극화에 대처할 수 있다. 실은 정당과 정

    책적 기구, 언론이란 이런 집단의 극화에 대처하기 위한 마련된 사회 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의 정당, 정책 기구, 언론은 집단 양극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오히려 스스로 더욱 극화되며,

    집단 양극화를 증폭시키는 양상을 보인다. 예컨대, 이런 상황에서, 극단적 우파 및 좌파 인터넷 게시판

    과 동호회가 활동해서 문제라는 지적은 뭔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처럼 보인다.

    이념과 가치가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보이는 개인과 집단이 등장하

    는 것에 대해 ‘사회적 분열의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지’조차가 의심스럽다. 상식에 따르면, 사실 확인을

    둘러싼 갈등의 문제라면 논리적이거나 경험적 판단에 의해 해소 가능하지만, 가치와 이념의 대립이라면

    개인적 수준에서 근본적인 설득이 일어나지 않는 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4) 한 사회의 구성원이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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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제문 1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

    인 수준이든 집단 수준이든 다양하고 분화된 가치와 이념을 지니는 것이 그 반대보다 해당 사회를 위

    해 바람직하다는 논증이 강력하게 제시된 바 있다(Sunstein, 2005). 따라서 양극화와 관련되어 공중에

    게 비난조로 책임을 묻는 자세가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셋째, 양극화 담론이 염려하는 태도 그 자체가 양극화를 낳는 담론이 원하는 바가 아닌가 싶다. 최근

    집단 양극화 담론이 문제 삼는 현실은 인터넷 막말이다. 그런데 인터넷 막말을 접한 자들이 겪는 심정

    을 관찰해 보면 바로 양극화를 문제 삼는 담론의 그 정조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점을 자세히

    검토해 보자. 일단 이념적으로 분화된 인터넷 집단이 활동한다는 사실이라기보다 그런 집단이 표명하는

    표현과 의견의 ‘끔찍함’인 것 같다. 고백하건대, 몇몇 인터넷 게시판에 들러 게시글과 댓글을 꼼꼼히 읽

    어 본 후, 나는 인간이 작성한 글이 얼마나 비열하고 추악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곧 알게

    되었다. 인터넷 막말이 초래하는 소통적 수행의 효과가 별도로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음 3가지 수준

    에서 전개된다.

    (1) 막말의 교환은 일부 정보적이거나 표현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집단을 강화하고 타자를 주변화시키

    는 의례적 연행(ritualistic performance)으로 기능한다. 즉 그것은 집단 내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배신자를 미연에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그것은 타자가 반박, 항의, 호소, 비난 등의 교섭적 소통을 위한 말문을 여는 것

    자체를 틀어막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런 연행적 행위를 접하는 자들의 전형적 반응은 말문이 막혀 망연해 하거나

    혹은 같은 수준의 저열한 의사소통 의례에 참여하는 것이다.

    (2) 인터넷 막말을 접한 일반 공중의 전형적 반응은 ‘어쩔 수 없음’이다. 그런 막말에 대해 비판도 가능하고 반박도 가

    능하지만, 실은 그것을 본 것 자체를 후회하고, 이런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 버린 것을 어쩔 수 없다는 황당함이

    있다. 이는 소통을 통한 좌절 경험 중에서 가장 참담한 것이기도 하다. 결국 소통이 불가능한 것으로 느끼는 상황

    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바는 불통을 유발한 자들의 존재를 저주하는 일이며, 불통의 책임을 그들에게 전가하는 일이

    다. 인터넷 막말은 이런 식으로 불통의 집단적 좌절을 낳는다.

    (3) 막말을 접하고 좌절한 이들이 채택하는 다짐은 ‘다시는 그들과 말을 섞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그들이 한

    말이 소통을 위한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구호이고, 제사이고, 저주이며, 다짐이다. 그것도 스펙타큘라하게 연행으로

    드러난 구호, 제사, 저주, 다짐이다. 따라서 소통하려 시도해 보았자 소용없다. 모든 책임은 상대방에게 있다. 다시

    노력할 필요도 없다. 이런 식이 된다.

    나는 집단 양극화 담론에서 봐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불통의 다짐’이 양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좌절의 경험을 경유해서 다시는 그들을 상대할 필요 없다고 다짐하는 것. 결과는 무엇인가? 다원화된

    의견과 이념이 서로 대결해서 정련되고, 더 좋은 주장과 논변으로 발전하고, 이런 주장과 논변이 합의

    를 창출하는 일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직 ‘분탕질’과 ‘욕설’만 난무한다. 가끔 보이는 주장

    과 논변은 자기 집단 구성원을 위한 것일 뿐이다.

    4) ‘상식에 따르면’이란 한정구를 붙인 이유는, 사실을 둘러싼 대립과 이념 및 가치 대립을 구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사실과 의견 간 구분의 타당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 구분은 일반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법정 증거

    채택 조건’이나 ‘언론의 객관주의 패러다임’과 같은 관행적으로 확립되고 기능적으로 한정된 조건에서 제한적으로 성립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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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갈등관리 포럼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

    양극화의 극복 Ⅴ

    반대로 생각해 보자. 어떻게 하면 더욱 나빠질까? 첫째, 일단 양극화된 집단을 더 많이 만들어 하는

    데, 이는 간단하다. 집단 정체성이 무엇이건, 무슨 목적을 공유하던,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건,

    그들끼리만 다른 집단과 교류 없이 서로 이야기하도록 기회를 주면 된다. 가입과 이탈이 쉬운 인터넷

    공동체면 더욱 쉽겠다. 그리고 사회심리학 교과서에 정리된 ‘집단 극화의 논리’가 실현되는 과정을 관

    찰하면 된다. 극단적 의견은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지 않은 폐쇄회로 속에서 저절로 만들어 진다.

    둘째, 언론이 거들어서 이런 저런 명칭의 극단적 집단이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존재와 활동이 확인 가능하면 사태가 복잡해진다. 해당 집단에 속한 자들은 언론 보도를 접하

    면서 자신과 사회 간의 경계에 더욱 민감하게 인식하면서 집단적 정체성을 강화할 것이다. 반면 일반

    공중은 그들이 얼마나 이질적인 사람들인지 재확인하게 될 것이다. ‘같은 류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운

    존재’, 즉 괴물에 가까운 불통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전율할 것이다.

    편파적 언론과 무기력한 공적 매체가 있다면 사태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극

    단적 집단에 대해 각각 자신이 확인한 사실만 보도하고, 그들이 믿는 견해만을 전달할 때, 확인되지 않

    은 여분의 사실과 대변되지 않은 의견이 남게 된다. 이런 언론의 보도를 접한 자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체계적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더욱 선별적으로 자신

    의 입맛에 맞는 언론 매체에 의존하게 된다.

    셋째, 국회 위원회에서의 대결, 공영방송 이사회의 파행, 독립 정책위원회의 무능함이 계속되면서 개

    인과 집단 수준의 갈등이 제도적 수준을 거쳐 조정되고 통제되지 않는 현실이 계속되면 된다. 공적 사

    안에 대한 심의와 토론,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의 조율은 마비될 것이다. 전 사회적 수준에서 의견 교

    환과 토론의 가치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고, 집합적 의사결정은 파행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어쩐지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가. 양극화 담론을 극복하고 양극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

    하면 다음과 같다.

    1. 막말 전쟁이 아닌 이념 대결이 필요하다

    양극화 현실과 담론의 질곡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다원적 이념과 가치에 기초한 상이한 의견의 형성

    이 일상적임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 나와 다른 이념과 가치를 가진 자들이 존재하고, 그들도 나와 같은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으며, 그들 역시 진정성 있게 소통하며, 결정적으로 그들의 주장에서 배

    울 것이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남다른 능력과 덕성을 지닌 ‘소통

    의 명수’가 있으며, 그런 자들이라면 각자 이념이 무엇이든 그리고 어떤 주장을 제시하든 위에 제시한

    전제 위에서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공중은 ‘소통의 명수 간의 이념 대결’을 관람하

    며, 박수치고, 누가 더 그럴듯한지 평가하고 판단하면 된다.

    요컨대, 저열한 막말 전쟁의 상태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책임지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소통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정치인, 언론인, 문화예술인, 그리고 학자들이다. 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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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제문 1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

    려 두면, ‘분탕질’과 ‘욕설’만 난무하는 공간에서 다른 누구에게 무엇을 것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오직

    능력과 덕성을 갖춘 전문가와 그렇게 되고 싶은 ‘명예를 추구하는 미래의 전문가’들이 기꺼이 나서서 소통

    을 개시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같은 논리로 만약 이들이 불통을 초래하는 당사자라면 희망이 없다.

    나는 민주주의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면서 고대 레토릭의 경험과 현대 숙의 민주주의 이론에 기반한

    ‘의사소통 민주주의(communicative democracy)’란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이준웅, 2011). 이는 레토

    릭적 경연을 통해 공통의 운명을 결정하는 공동체가 채택하고, 운영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민주주의

    다. 여기에 활성화된 레토릭의 경연 문화(rhetorical culture of contests)가 요구되며, 설득의 연행적

    경연(performative contests)이 필수적이다. 설득적 경연은 두 명 이상의 서로 다른 견해를 지닌 ‘설

    득의 명수’와 그들 간의 경연적 논변을 관전하기 원하는 청중으로 구성된다.

    민주주의란 원래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의사소통 민주주의는 특별히 경연적 담론 문화로 인해 소란스

    럽다. 왜냐하면 화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념의 대결, 통약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가치의 경쟁,

    도저히 친해지기 어려울 것처럼 보이는 정체성간의 대결이야 말로 민주적 정치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소통의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정치적 담론 투쟁은 의사소통 민주주의를 풍부하게 만든다. 여기에 하이트

    (Haidt, 2012)의 견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미국 사회의 대결적이며 소모적 정치적 쟁론을 극

    복하기 위해 ‘생산적 이견 제시’의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념 간의 대립이란 실은

    심층적인 가치의 대립이며, 그 가치란 ‘돌봄’, ‘억압으로부터 자유’, ‘비율적 공정성’, ‘충성과 복종’, ‘권

    위’, ‘신성함과 타락’ 등과 관련된 도덕적 감정에 기초함을 밝혔다. 즉 이념의 대결이란 이런 도덕적 감정

    기반을 갖기에 쉽게 화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도덕감정이 불가피한 대결을 만들어 내는 진원이라는 것

    을 이해하면 상대방의 항복이 아닌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 투쟁이 아닌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다.

    2. 공정한 담론 경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권 이외에 한국 사회의 양극화에 책임을 져야할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언론이다. 앞서 말했듯이,

    언론이야 말로 공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집단 양극화의 수준을 직접적으로 조절하고, 양극화된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과 이념을 표상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회적 제도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집단의 양

    극화를 조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영방송을 포함한 주류 언론이 공적 사안에 대해 ‘다른 편향적

    매체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공정한, 타당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한국 신문의 정파성이 신뢰하락의 원인이며, 부수하락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이준웅, 최영재,

    2004). 공영방송을 포함한 공적 매체의 불공정성이 한국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웅 등, 2010). 양극화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불공정한 언론은 선별적 언론에 대한 노출을 조장하

    고 이는 앞서 제시한 일반 공중의 ‘불구의 인식론’적 환경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 즉 집단 수준에서 양

    극화가 강화되는 데 기여하게 된다.

    한국 언론은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른바 경향성(tendentiousness)이다. 이는 사안에 대한 논조를

    사전에 정해 놓고, 사실과 인터뷰를 이용해 사안에 대한 공중의 해석을 몰아가는 보도 방식을 말한다.

    사실에 충실한 보도를 하면서 얼마든지 경향적이 될 수 있다. 경향적 보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공정

    한 담론 경쟁 환경을 교란하기 때문이다. 언론 스스로가 스핀닥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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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갈등관리 포럼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

    지고, 알려지는 순간, 모두가 이용당하고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공정한 담론

    경쟁을 기대하고 경연적 연행에 참여하려는 ‘소통의 명수’들보다 ‘기회주의적 선동가’들이 언론을 활용

    하려 할 것이다.

    3. 누가 집단 양극화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보는지 폭로한다

    나는 양극화 담론을 통해서, 그리고 막말 경험을 통한 불통의 다짐을 통해서 이득을 보는 세력이 별

    도로 있다고 생각한다. 막말 전쟁이 일상화되지 않은 공간이라면 유명세를 타기 어려운 저질 논객, 기

    회주의적 언론인, 덜된 학자 등이다. 다원성이 보장되고, 고품질의 논변이 경쟁하는 논변의 장에서 인

    기를 얻거나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극단적’ 선동주의자들이 ‘양극화된 담론 환경’ 내

    에서 주도권을 행사한다. 소통의 명수가 출전한 조건이라면 할 일 없는 백수들이 모여서 집단적 증오심

    을 부추기는 언론을 운영하면서 광고수입을 올리거나 사회단체 기부금을 모아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

    을지 모른다. 선동가가 설득가를 몰아낸다.

    앞서 논의했듯이 양극화를 경유해 극단적 의견을 갖게 된 개인과 집단 성원이 늘어나는 것은 소통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안 된다. 그것은 오히려 소통의 조건이라고 해야 한다. 그것은 다양한 견해 간의

    경쟁을 조건으로 삼는 민주적 정치과정의 대상이기도 하다. 또한 개인이 집단 경험을 통해서 집단 정체

    성을 확인하고, 개인의 이념과 가치를 정련하고, 개인의 소통과 친교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함부로 비

    난하기 어렵다. 이런 공동체 경험은 오히려 바람직한 결과를 초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동체 경험

    중 계발된 이념과 가치에 근거해 더욱 선명한 의견을 갖게 된 것은 일상적인 ‘정치적 학습’일지 모른

    다. 결국 양극화를 경유해서 초래되는 이익은 다종다양할 수 있다.

    집단 양극화를 통해 별도의 이득을 챙기려는 자를 폭로하는 일은 소통의 전문가든 언론이든, 혹은 다

    른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다. 평소에 친구와 지인들과 공적 사안에 대해 토론하는 가운데, 인터넷 게

    시판이나 주류 언론에 접근해서 댓글을 쓰는 가운데, 교류매체(social media)에서 논객들에 대한 글을

    소개하거나 평가하는 가운데 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평판 체계(reputation system)를 작동하는 것과

    같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누가 선동꾼인지, 누가 거짓 선지자인지 평가해서 폭로하는 일이 필요하

    다. 더 정확한 정보와 진정한 평가를 더 많이 제공함으로써, ‘고품질 논변을 제시하는 훌륭한 설득가’를

    드러내는 것 이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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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

    발제문 1 한국사회 양극화 담론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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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미디어 사회갈등: 진단과 과제

    [발제문 2]

    장 우 영(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29

    발제문 2 온라인 미디어 사회갈등: 진단과 과제

    온라인 미디어 이념갈등: 진단과 과제

    발제문2

    들어가며 Ⅰ

    정보통신혁명으로부터 출원하는 변화와 전망을 둘러싼 정보사회 담론은 각축적이다. 흔한 분류법으로

    정보사회의 귀착지가 유토피아(낙관론)일지 디스토피아(비관론)일지 예단하기 어렵다. 사실 오늘날에는

    이러한 구분에서 유의한 시사점을 찾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 정보사회는 대단히 역동적이며 하루

    가 멀게 다양한 사회의제를 파생하고 있다. 사회변동의 동인으로 기술을 중시하는 시각에서 정보사회는

    전 단계의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와 뚜렷하게 대별되는 새로운 역사적 사회양식(social mode)으로 이해

    된다(웹스터, 1997). 그만큼 정보통신기술은 개인행동을 정의하는 제도로서의 위상을 점하고 있고, 국

    가경제를 재편하는 기축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국제제도를 다변화하는 새로운 원천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보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정보자원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information

    resource)의 제도화 수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공적 사적 영역에서의 정보 생산·유통·분배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규범과 규율의 정착이 관건이다. 이와 관련된 정보사회 이슈는 특히 ‘정보의 소유,

    표현, 관리’의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정보 공유 대 전유, 표현의 자유 대

    규제, 프라이버시 대 감시’는 핵심적인 논제들이다(장우영, 2005). 이 글은 이 중에서 표현의 영역에

    초점을 두고 온라인 공론활동에서의 이념갈등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온라인상에서 표현은 오프라인과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다. 즉 다양한 포스팅 채널, 발화자의 정체성 탈각, 발화 기회의 평등, 동기형

    (synchronous) 소통의 활성화, 사회이슈로서의 소구력, 집합행동으로의 파급 등 근대 커뮤니케이션 체

    제가 구현하지 못한 공론활동의 역동성이 잠재되어 있다. 더욱이 온라인 소통 기제가 집체적인 커뮤니

    케이션(웹 1.0)에서 개인 수준의 다원적 커뮤니케이션(웹 2.0)으로 이동하면서 공론활동의 역동성이 훨

    씬 커지고 있다.

    한편 공론활동의 개방성과 참여도가 비약적으로 신장되면서 그로 인한 역기능도 임계점을 넘나들고

    있다. 최근 온라인 공론의 역기능은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 통합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인류 보편의 가

    치로서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능등적인 대응을 요한다. 특히 우리사회는 민주화 이후 이념갈

    등이 온라인공간에 투영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배가되고 있다. 이념은 주관적 신념 체계의 산물로 인

    위적 통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호혜적 상대주의 문화가 척박한 토양에서는 갈등이 증폭되기 마련이

  • 30

    제2회『갈등관리 포럼 』미디어로 인한 사회갈등, 진단과 해소방안

    다. 따라서 온라인 내의 자정으로 문제를 풀려는 방임형의 접근과 온라인 바깥에서 문제를 발본하려는

    강압형의 접근은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다. 아울러 이념갈등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갈등현상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사고하는 통습도 적절하지 않다.

    이 글은 우리사회 온라인공간의 이념갈등의 원인과 특징을 고찰하고 대응 과제를 논의하는 소고이다.

    이어서 주요 사례에서 관찰된 갈등의 특징과 함의를 논의한 다음, 온라인 규제정책의 방향성을 제언한

    다. 분석 사례로는 지난 몇 년간 중대의제로 운위되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촛불시위, 온라인 커뮤니

    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18대 대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다루기로 한다. 이 사례들은 온

    라인 이념갈등을 대표하는 사례로서 갈등의 원천을 이해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온라인 규제 철학과 함께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이념갈등과 온라인 미디어 Ⅱ

    어원적으로 갈등이 토양을 공유하는 칡(葛)과 등나무(藤)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뜻하듯이,

    개인이나 집단은 상호관계성으로 인해 이해 충돌이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사회구성원이 동질적 신념

    을 가질 수 없는데다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권한·자원 분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갈등은 원천적으

    로 예방 혹은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기적 인간이 평균적 인간이며 곧 합리적 존재로 간주

    된다. 인간행동의 합리성은 죄수의 딜레마나 공유지의 비극이 뜻하는 바처럼, 사적 이해가 공동선에 선

    행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한계를 드러낸다(장우영·임정빈, 2006). 더욱이 정치시장(political market)에

    서 분배 메커니즘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가치 추구행위는 규율하기가 난망하다.

    주요 사회갈등 유형

    갈등 유형 내용

    이익갈등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유·무형의 공공재 갈등 및

    시장·노동 영역에서의 제반 갈등

    정책갈등 공공부문 정책 입안·결정·집행을 둘러싼 갈등

    권한갈등 행정 권한과 지역 경계를 둘러싼 갈등

    가치갈등 이념·문화·지역·종교 등 주관적 신념체계와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

    이념갈등에 대한 고찰은 거시구조적 접근과 미시심리적 접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사회의 역

    사적 경험 및 배태된 구조에서 갈등 원인을 찾는 반면, 후자는 개인의 의식과 가치 정향에서 갈등의 원

    인을 찾는다. 즉 양 접근은 구조와 의식이라는 서로 다른 차원에서 원인과 해법을 논의한다. 굳이 말하

    자면 양 접근은 ‘구조 원인론’과 ‘본성 원인론’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데, 이념갈등의 발생 원인을 상이

  • 31

    발제문 2 온라인 미디어 사회갈등: 진단과 과제

    하게 이해함에 따라 그 처방도 사회적 수준과 개인적 수준으로 분기된다. 양 접근의 대표적인 논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강원택(2004)은 국가간 경계를 가로지르는 보편적 특성을 갖는 이념갈등의 세 차원으로 좌우(left-

    right), 권위 대 자유주의(authority vs libertarian), 근대 대 탈근대적 가치(modern vs post-

    modern values)를 제시한다. 세 차원은 각각 경제적 가치, 권위·질서 대 인권·개인적 자유, 산업시대

    물질주의 대 후기산업시대 탈물질주의 가치를 둘러싼 갈등구조를 포괄한다. 구체적으로 좌우는 평등과

    효율, 국가와 시장, 분배와 성장, 노동과 자본 등으로 양분되는 개념으로 주요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체

    제의 기본 토대가 되고 있다. 권위 대 자유주의는 공동체 중심의 시각에서 종교적 전통적 가치 및 위계

    적 질서를 중시하거나, 반대로 개인 중심의 시각에서 기본권과 정치참여를 중시한다. 물질주의 대 탈물

    질주의는 풍요의 시대에 접어들어 계급균열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가치의 확산을 반영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경우에는 특수한 역사적 경험과 관련된 또 다른 차원의 논의가 추가되어야 한다. 즉 그것은 반

    공이념을 둘러싼 남남갈등으로, 가장 강력한 갈등의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반공이념은 대북정책, 대미

    관계, 국가안보 등의 문제를 포함하는데, 단순히 정책대안 간의 선호를 넘어 근본적인 가치관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대적 갈등을 촉진해왔다.

    윤성이·이민규(2011)는 정치심리학적 분석에 토대하여 개인의 본성 혹은 생래적인 가치 정향이

    정치적 정책적 입장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즉 개인의 이념성향은 개별적인 정책에 대한 입장에 의

    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본성에 의해 선험적으로 결정되며 후속 경험에 의해 수정되어간다.

    또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태도가 개인의 이념성향을 결정하기보다는, 역으로 개인의 이념성향에

    따라 개별 정책에 대한 입장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념성향 형성에는 도덕성과 개인의 자

    유 등 인간본성의 생래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사회의 이념갈등을 분석한 결

    과,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은 정치이슈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등 제반 이슈 차원에 있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이념갈등의 주된 출처가 무엇인가의 문제와 함께, 갈등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사회적 기

    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갈등비용 규모와 공동체 손실 간의 반비례 관계에도 불구하고, 왜 갈등

    의 악순환이 역사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느냐는 물음에서 비롯된다. 합리적 선택론은 이에 대하여 범례화

    된 답을 하고 있는데, 개인 이익의 총합이 공동체 이익의 총합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즉 합리적 존재

    로서의 개인 이익은 사적 이해의 범주에서 추구되기 때문에, 공적 이해의 범주에 놓여 있는 공동체 이

    익과 조응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죄수의 딜레마나 공유지의 비극은 이러한 문제의 전범이다. 따라서

    개인과 집단의 보편적 행위 전략을 조정하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