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별 소득 재산 소비 분석의 정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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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별 소득재산소비 분석의 정책적 함의 여유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1. 서론 산업사회는—농경사회와는 달리—생애주기 상 통과의례가 상당히 분명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평 생 공부하고, 농사짓고, 많은 자식을 낳고 자식과 부모 간에 상호 부양의무를 다하던 농경사회와는 달리, 산업사회에서는 학령기, 경제활동기, 은퇴기가 어느 정도 명확히 구분됨으로써, 각 단계마다 의 과업과 역할, 그리고 욕구가 상이한 경향이 있다. 또한 확대가족과 공동체 내에서의 부양의식과 부양의무가 약화됨으로써 이러한 통과의례상에 예외—예컨대, 경제활동기의 질병, 장애, 실업 등— 가 발생하거나, 은퇴기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할 경우 개인과 가족은 큰 난관에 봉착할 위험이 높아 졌다. 복지국가는 이러한 개인과 가족의 생애주기에 따른 욕구와 필요의 상당 부분을 보조 혹은 대 체함으로써 개인과 가족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빈곤화를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 나 지구화된 경제(globalized economy)와 탈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의 도래로 인해 이러한 복지국가의 가정(假定)들—교육, 근로활동, 은퇴의 안정적 통과의례와, 상용근로자와 주부 그리고 자녀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가구유형—의 상당 부분이 붕괴되고 있다. 결혼 시기가 늦추어 지거나 비혼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가로 인해 경제활동기에도 소득단절의 위험이 높아졌으며, 은퇴기가 일정치 않은 반면 노년기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위험’ 이라 일컬어지는 이러한 ‘불안정성’은 복지국가 기능에 상당한 공백을 초래함으로써 개인과 국가의 대처 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규범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생애주기에 따른 경제적 복지와 욕구 수준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경제․문화적 환경과, 동일한 생애주기 내에서도 상이한 사회경 제적 지위와 가족형태를 가진 개인들이 처해진 상황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의외로 많지 않으며, 알려진 정보들도 단편적인 윤곽만을 제공할 뿐인 경우가 많다. 본 보고서에서는 가구의 경제적 복지 (economic well-being) 수준에 핵심적인 세 가지 요소, 즉 소득, 소비, 부의 생애주기별 상대적 수 준과 분포, 그리고 특성을 분석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먼저 2장에서는 소득, 소비, 부의 통합적 분 석과 생애주기적 접근 필요성에 대해 이론적으로 검토하고, 본 연구의 분석 방법과 분석틀을 제시하 고자 한다. 이어서, 이후 분석에서 사용될 국민생활실태조사 원자료 분석을 통해 가구와 개인의 특 성에 대한 개략적인 기초분석 결과를 제시할 것이다. ※ 본 원고는 미발간 보고서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므로, 인용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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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별 소득․재산․소비 분석의 정책적 함의

여유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1. 서론산업사회는—농경사회와는 달리—생애주기 상 통과의례가 상당히 분명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평

생 공부하고, 농사짓고, 많은 자식을 낳고 자식과 부모 간에 상호 부양의무를 다하던 농경사회와는 달리, 산업사회에서는 학령기, 경제활동기, 은퇴기가 어느 정도 명확히 구분됨으로써, 각 단계마다의 과업과 역할, 그리고 욕구가 상이한 경향이 있다. 또한 확대가족과 공동체 내에서의 부양의식과 부양의무가 약화됨으로써 이러한 통과의례상에 예외—예컨대, 경제활동기의 질병, 장애, 실업 등—가 발생하거나, 은퇴기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할 경우 개인과 가족은 큰 난관에 봉착할 위험이 높아졌다. 복지국가는 이러한 개인과 가족의 생애주기에 따른 욕구와 필요의 상당 부분을 보조 혹은 대체함으로써 개인과 가족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빈곤화를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지구화된 경제(globalized economy)와 탈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의 도래로 인해 이러한 복지국가의 가정(假定)들—교육, 근로활동, 은퇴의 안정적 통과의례와, 상용근로자와 주부 그리고 자녀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가구유형—의 상당 부분이 붕괴되고 있다. 결혼 시기가 늦추어지거나 비혼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가로 인해 경제활동기에도 소득단절의 위험이 높아졌으며, 은퇴기가 일정치 않은 반면 노년기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라 일컬어지는 이러한 ‘불안정성’은 복지국가 기능에 상당한 공백을 초래함으로써 개인과 국가의 대처 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규범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생애주기에 따른 경제적 복지와 욕구 수준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경제․문화적 환경과, 동일한 생애주기 내에서도 상이한 사회경제적 지위와 가족형태를 가진 개인들이 처해진 상황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의외로 많지 않으며, 알려진 정보들도 단편적인 윤곽만을 제공할 뿐인 경우가 많다. 본 보고서에서는 가구의 경제적 복지(economic well-being) 수준에 핵심적인 세 가지 요소, 즉 소득, 소비, 부의 생애주기별 상대적 수준과 분포, 그리고 특성을 분석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먼저 2장에서는 소득, 소비, 부의 통합적 분석과 생애주기적 접근 필요성에 대해 이론적으로 검토하고, 본 연구의 분석 방법과 분석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어서, 이후 분석에서 사용될 국민생활실태조사 원자료 분석을 통해 가구와 개인의 특성에 대한 개략적인 기초분석 결과를 제시할 것이다.

※ 본 원고는 미발간 보고서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므로, 인용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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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론적 검토 및 분석 방법 1) 소득, 소비, 부의 통합적 분석

소득(income), 소비(consumption), 부(wealth)는 분리되어 있지만 상호 연관되어 개인과 가구의 경제적 안녕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분배와 관련된 연구에서는 대체로 소득을 주로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소비와 재산도 종종 다루어지기는 하지만, 이 세 가지 경제적 안녕의 영역은 분리되어 분석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 소득, 소비, 재산을 결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가 국내외적으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스티글리츠(Stiglitz) 등이 주축이 된 “2009년 경제성과와 사회진보 측정 위원회”에서도 물질적 안녕을 평가함에 있어 소득, 소비, 재산을 결합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Stigltiz et al. 2009, p.7)1). OECD에서 최근 발간된 보고서들(OECD 2013; Fesseau, Wolff & Mattonetti. 2013; Denk & Alexandre 2015) 또한 소득-재산-소비의 통합분석의 틀을 제공하고자 시도한 보고서들이다.

사실 분석의 범위를 월이나 년 대신 일생으로 확장하면, 소득, 소비, 부 간에는 등식 관계가 성립한다. 개인 i의 생애 부를 Wi라고 규정하면 이는 다음과 같은 디스카운트된 총 생애 소득 혹은 디스카운트된 총 생애소비와 동일하다.

Wi≡A i+∑T

1

1

(1+r ) ty i t ≡∑

T

1

1

(1+r ) tc i t+

1

(1+r )TB i

(여기에서 A i는 초기 재산(initial assets), B i는 T 시점에서의 유산, r 은 이자율, y i t는 기간 t에서의 소득, 그리고 c i t는 기간 t에서의 소비).

개인의 부(wealth)는 디스카운트된 생애소득(초기 재산을 포함한)으로 정의되며, 이는 디스카운트된 생애소비(유산을 포함한)와 같아야 한다. 부는 행위자의 생애 예산 제약을 나타내므로, 이는 개인이 활용 가능한 소비로 설정된다(Pendikur, 1998). 이와 같이, 소득, 소비, 재산을 함께 고려한 분석은 “상이한 자원의 결합된 분포로부터 국민의 경제적 안녕에 대한 추가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다”(OECD 2013, p.18)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예를 들면, 저소득 가구 중 일부는 적절한 소비지출을 향유하거나 상당한 재산을 보유할 수도 있고, 그 역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과 프로그램은 모든 유형의 경제적 자원들의 결합분포에 대한 정보에 기초해서 욕구 있는 가구를 더 잘 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소득중심의 분석이 가지는 한계(missing-point)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최근 재산과 소비를 분석하기 위한 국제비교 자료가 구축되기 시작한 점 등이 이러한 연구들을 촉진

1) 권고안은 물질적 안녕을 평가할 때, 첫째, 생산보다는 소득과 소비를 보라, 둘째, 가구 전망(perspective)를 강조하라, 셋째, 소득과 소비를 재산과 결합해서 고려하라, 넷째, 소득, 소비와 재산의 분포를 더 명료히 하라, 다섯째, 소득 계측치를 비시장 활동으로 확대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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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2) 생애주기적 접근

생애주기(life cylcle)이란 “개인이 성장함에 따른 그 개인의 가족신분에 있어서의 일련의 변화”(박혜경 1984, p.253)를 의미한다2). 최근 복지국가 연구에서도 생애주기 접근을 통해 개인과 가족의 변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복지국가는 법률, 제도, 정책을 통해 개인과 가족의 삶과 복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개인이 태어나서 자라고, 교육받고,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결혼해서 자녀를 출산하고, 은퇴하고, 사망하기에 이르기까지 복지국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과 가족의 삶에 개입한다. 최저수준의 소득, 보육, 교육, 의료에 대한 접근성과 권리를 규정하는 복지국가는 “고용으로의 진입과 퇴거, 부부가 지불노동과 부불노동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결정, 가구 내에서 노동의 성별 분업, 그리고 어린 자녀에 대한 주양육자가 누구여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포함한 생애과정 궤적과 전화의 많은 측면들을 조절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Yerkes, Peper & Baxter 2013, p.106).

특히, 가구의 복지를 분석함에 있어 생애주기의 고려가 중요한 이유는 생애주기에 따라 소득과 지출의 수준과 항목이 변화할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의 이전(tranfer) 기능의 중요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는 세 가지 차원에서 경제적 자원의 이전을 포함한다. 첫째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자원이 많은 집단으로부터 경제적 자원이 적으면서 욕구가 많은 집단으로의 이전, 즉 계층 간 이전이다. 두 번째 차원은 근로가능한 집단, 즉 담세계층으로부터 근로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집단, 예컨대 아동과 노인으로의 이전, 즉 세대 간 이전(inter-genernational transfer)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사회복지는 일하는 동안—세금과 사회복지기여금을 통해—강제적(혹은 가상적) 저축을 하고, 더 이상 일하지 않는 혹은 일하지 못하는 시기에 이를 연금의 형태로 지급받는 일종의 생애주기 간 이전(inter-lifecourse smoothing)의 기능도 한다. 특히, 계층 간 이전의 문제를 제외한다면, 사회복지는 생애주기의 양 날개(아동․청년기와 노년기의 소득보장)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생애주기를 분석함에 있어 가족구성원의 변동, 자녀의 교육 단계, 가족의 소득과 지출, 그리고 첫째 자녀와 마지막 자녀의 성장 등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다른 한편, 오늘날 전형적인 가구의 복지 수급 수준 등을 비교하기 위해 준거가구를 설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접근방식이다. 본 연구에서는 생애주기 접근과 준거가구 접근을 참고하여 분석 가능성, 해석의 유용성 등을 고려하여 가구유형을 설정하고자 한다.

2) 사회과학에서는 생애주기라는 용어 대신 생애과정(life course)라는 개념을 주로 사용한다. 생애주기는 출생부

터 사망까지 개인의 다양한 단계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 즉 생애 주요 단계들을 통과할 때 부닥치는 사회적, 심리

학적 변화를 개괄하는 접근으로 간주된다. 이에 비해, 생애과정은 “생애주기보다 더 광범위하며, 과정에 있어 더

사회학적이고, 개인의 생애 단계를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에 배태된 것”으로 간주된다(Yerkes, Peper &

Baxter 2013, p.106). 본 보고서에서는 개인과 가족의 생물학적 단계에 따른 소득·재산·소비의 변화를 분석한다

는 점에서, 좀 더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생애주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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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생애주기별 소득의 분포

3) 분석 방법 및 분석틀

본 연구에서는 생애주기별 소득․소비․재산의 분포를 분석하기 위해, 이들 변수와 가구 및 개인 특성 변수를 포함하고 있는 『국민생활실태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3, 2005, 2009, 2011) 원자료 활용하고자 한다.

〈표 1〉 가구유형별 분포모델가구 유형 설정가구유형 조작적 정의

청년단독가구 35세 미만의 청년 1인 가구청년부부가구 가구주가 45세 미만인 부부가구청년부부+1자녀가구 가구주가 45세 미만인 부부와 18세 미만 자녀 1인 가구청년부부+2자녀가구 가구주가 45세 미만인 부부와 18세 미만 자녀 2인 가구장년부부+2자녀가구 가구주가 45세 이상 64세 미만인 부부와 자녀 2인 가구장년부부+1자녀가구 가구주가 45세 이상 64세 미만인 부부와 자녀 1인 가구장년부부가구 부부 모두 65세 미만인 부부가구노인부부가구 부부 중 1인 이상이 65세 이상인 가구노인단독가구(<75) 65세 이상 75세 미만 노인 1인 가구노인단독가구(>=75) 7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한부모가구 한부모와 18세 미만 자녀로 구성된 가구기타가구 위 가구 이외의 가구전체가구 위 가구의 합산

국민생활실태조사는 최저생계비 계측을 위해 농어가,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2만 가구 내외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로, 표본의 대표성이 높고, 소득, 재산, 소비 변수를 포함하고 있어 본 연구에 가장 적절한 데이터로 판단된다. 분석 기준 연도3)는 2003년, 2005년, 2009년, 2011년 네 개 연도이3) 조사가 실시된 시점이 아니라 소득과 소비 등 주요 변수의 기준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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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표본 가구수는 2003년 25,645가구, 2005년 24,711가구, 2009년 19,261가구, 2011년 16,500가구이다. 본 연구에서는 생애주기별 분석을 위해 12개의 준거가구 유형을 설정하였다. 가구유형은 표 1과 같다.

3. 생애주기별 소득․재산․소비의 분포와 정책적 함의 1) 소득․재산․소비의 상대 배율과 정책적 함의

먼저, 아래 표는 가구유형별로 소득, 재산, 소비지출의 상대배율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상대배율을 순위는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즉, 장년부부와 두 자녀로 이루어진 가구에서 소득, 재산, 소비 모두 가장 높은 수준인데 비해, 75세 이상 노인가구에서 모두 최하 수준이다. 다만, 재산의 경우 청년단독가구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표 1〉 가구유형별 소득·재산·소비의 상대배율(2011년)(단위: %)

원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1), 『국민생활실태조사』.

얼핏 상식적인 이러한 생애주기별 소득, 재산, 소비의 분포는 그림 6-1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청년단독가구에서 청년부부가구로의 전환—물론 동일 인물은 아니지만—에서 재산 수준이 크게 상승하고, 노인부부가구에서 노인단독가구로의 전환 시 반대로 재산 수준이 크게 감소하는 것은 주목해 볼 만한 점이다. 전자는 물론 새로운 가족의 생성을 통한 시너지 효과, 즉 두 명의 청년이 합쳐짐으로써 소득과 재산이 상승하는 효과도 포함되지만, 무엇보다도 결혼 시점에서의—특히 거주주택 마련 등의 방식으로—가족 간 이전을 추정케 하는 결과이다. 노인의 경우, 배우자 중 1인이 사망하면서 상속과 증여를 통한 이전으로 부부가구에서 단독가구로의 전환 시점에서 재산이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11년 기준으로 노인부부의 78.8%가 자가가구에 거주하는 반면,

가구유형 근로소득 가처분소득 총재산 순재산 소비지출청년단독 71.5 67.6 21.0 22.4 64.1 청년부부 147.9 132.3 78.8 78.1 111.5 청년부부와1자녀 132.7 120.4 94.3 89.4 117.9 청년부부와2자녀 144.6 130.4 99.7 96.4 137.4 장년부부와2자녀 184.3 169.0 165.3 165.8 163.9 장년부부와1자녀 144.2 139.8 163.3 162.9 129.5 장년부부 81.6 88.1 141.3 142.3 91.6 노인부부 18.5 51.0 119.0 129.7 53.6 노인단독(<75) 5.4 24.9 41.6 45.0 29.4 노인단독(>=75) 1.6 20.8 30.7 33.8 24.7 한부모 54.9 66.7 39.3 34.9 80.9 기타 93.1 94.2 93.0 91.7 96.2 계 100.0 100.0 100.0 100.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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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미만 독거노인의 50.4%, 75세 이상 독거노인의 40.3%만이 자가주택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 생애주기별 소득·재산·소비의 수준(전체가구 평균=100.0)

원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1), 『국민생활실태조사』.

가족주의 문화의 유산이 강하게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 재산의 세대간 이전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아래 그림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비교대상국 중 이탈리아와 매우 유사한 연령별 재산 분포를 보이는데, 이 나라 역시 남유럽 특유의 가족주의가 잔존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사민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노르웨이와 자유주의 국가의 대표격인 미국의 경우, 공히 34세 이하 청년층의 상대적 재산 수준은 매우 낮고, 노인의 재산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림 2〕 주요 OECD 국가들의 연령별 자산 분포 비교

원자료: 한국은 국민생활실태조사(2011년 소득기준)에서 자체 계산, 기타 나라들은 OECD(2014,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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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상대적으로 낮은 재산수준이 증여나 상속으로 인한 결과라면,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노인빈곤 대책으로서 재산의 활용—예컨대, 역모기지—이 상당히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첫째, 재산 일부를 연금화(annualization) 또는 유동화(fluidizaion)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소득 확보을 확보할 수 있는 노인의 잠재적 수는 생각만큼 많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득이 하위 20%에 속하면서, 순재산은 3분위 이상인 노인의 비율은 매우 낮으며, 그것도 주로 노인부부가구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2〉 가구유형별 가처분소득 5분위와 순재산 5분위 교차표(2011년)(단위: %)

원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1), 『국민생활실태조사』.

둘째,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유동화하는 데 따른 ‘사적 이전의 구축효과’를 고려에 넣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개발주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국가의 복지 기능은 극히 자제되었는데, 그 기능의 상당 부분은 가족에게 전가되었다. 최근 사회복지의 급격한 확대로 국가 복지의 역할이 상당히 확대되었다고나 하나 노인 소득보장에서 여전히 가족의 기능은 크고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간 이전은 상당 부분 —1 대 1의 교환은 아닐지라도—‘상호 교환’의 암묵적 전제 하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년기의 재산 수준이 여타 국가에 비해 높고 노년기 재산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이러한 암묵적 교환의 결과라 보아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2003

전체가구 소득1분위 소득2분위 소득3분위 소득4분위 소득5분위 계재산1분위 8.5 6.6 3.2 1.3 0.5 20.0 재산2분위 5.2 5.2 5.5 3.4 0.8 20.0 재산3분위 3.1 3.8 5.5 5.2 2.4 20.0 재산4분위 1.9 2.4 3.6 5.9 6.3 20.0 재산5분위 1.3 2.0 2.2 4.4 10.1 20.0

계 20.0 20.0 20.0 20.0 20.0 100.0 노인부부 소득1분위 소득2분위 소득3분위 소득4분위 소득5분위 계재산1분위 8.1 2.0 0.2 0.0 0.0 10.3 재산2분위 11.0 5.1 0.9 0.1 0.0 17.0 재산3분위 11.7 9.5 2.7 0.3 0.0 24.2 재산4분위 8.9 10.2 3.0 0.7 1.0 23.7 재산5분위 6.3 8.6 5.1 2.9 1.9 24.8

계 45.8 35.4 11.8 4.0 2.9 100.0 노인단독(<75) 소득1분위 소득2분위 소득3분위 소득4분위 소득5분위 계

재산1분위 36.1 1.8 0.1 0.0 0.0 38.0 재산2분위 23.4 1.9 0.3 0.1 0.0 25.7 재산3분위 18.9 2.0 0.3 0.0 0.0 21.2 재산4분위 5.8 1.8 0.2 0.0 0.0 7.8 재산5분위 4.3 2.1 0.6 0.4 0.0 7.3

계 88.5 9.5 1.5 0.5 0.0 100.0 노인단독(>=75) 소득1분위 소득2분위 소득3분위 소득4분위 소득5분위 계

재산1분위 50.6 0.8 0.2 0.0 0.0 51.5 재산2분위 25.5 1.1 0.2 0.0 0.0 26.8 재산3분위 9.0 1.4 0.1 0.0 0.0 10.5 재산4분위 5.9 0.3 0.1 0.0 0.0 6.3 재산5분위 3.3 1.0 0.4 0.1 0.0 4.8

계 94.4 4.6 0.9 0.1 0.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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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에서 2011년 기간 동안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고, 공적연금 수급 개시가 본격화되는 등 노인소득보장제도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적 이전이 노인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들을 놓고 볼 때, 재산을 활용하는 정책 대안은 노인소득을 증가시키는 정의 효과와 함께, 사적이전을 대체하는 부의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표 3〉 노인가구의 각 요소소득 비중 변화(단위: %)

노인가구 전체 2003년 2005년 2009년 2011년근로소득 28.8 28.8 29.0 26.8 재산소득 14.3 12.5 13.6 10.5 사적이전소득 35.3 36.0 33.1 33.3 공적이전소득 22.1 22.8 24.3 29.5

공적연금 14.4 15.3 13.9 19.7 기초보장 3.5 3.3 2.3 2.4 기타사회복지 4.1 4.1 2.0 1.6 기초노령연금 0.0 0.0 6.0 5.7

경상소득 100.0 100.0 100.0 100.0 원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각년도), 『국민생활실태조사』.

2) 소득․재산․소비의 불평등 추이와 정책적 함의

이 기간 동안 근로소득의 빈곤과 불평등도는 거의 정체 상태에 있었음에 비해, 가처분소득의 빈곤과 불평등도는 상당폭 하락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 기간 동안 소득보장제도의 확대로 공적이전소득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였음을 의미한다. 재산의 경우 빈곤율은 거의 정체상태인데 비해, 불평등도는 2005년을 기점으로 하락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이 기간 동안 주택가격의 폭등 이후의 하락 추세와 거의 일치하는 결과이다. 소비지출의 빈곤과 불평등도 역시 이 기간 동안 거의 정체 상태에 있다.

〈표 4〉 소득․재산․소비 가구빈곤율과 가구불평등도 추이2003년 2005년 2009년 2011년

빈곤율근로소득 27.2 26.7 28.6 27.1 가처분소득 19.6 18.8 18.2 17.4 순재산 33.4 33.6 33.6 33.3 소비지출 13.4 - 12.6 13.1

불평등도근로소득 0.473 0.468 0.495 0.472 가처분소득 0.407 0.396 0.403 0.386 순재산 0.655 0.705 0.657 0.623 소비지출 0.341 - 0.349 0.345

원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각년도), 『국민생활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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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가 크게 성장해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OECD 국가의 평균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결과는 아래 그림에서도 확인되는데, OECD 국가의 평균에 비해, 하위 40%의 저소득자 소득 점유율은 낮은 수준이고, 상위 20% 고소득자의 소득 점유율은 높은 수준이다. 다만, 재산의 경우 OECD 국가에 비해 하위소득자의 점유율이 조금 더 높고, 상위소득자의 점유일이 약간 낮은 수준이다.

〔그림 3〕 한국과 OECD의 소득 및 재산 5분위 점유율

출처: 한국은 국민생활실태조사(2011년 기준)에서 자체 계산, OECD 평균은 OECD(2014, p.247)

이러한 전반적인 추세의 분석은 사실 가계동향조사 등의 분석을 통해 나타난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 여기에서는 집단간 지니분해를 통해 가구유형간․가구유형내 불평등의 기여도가 주는 함의에 좀 더 주목하고자 한다. 이 기간 동안 가구유형 내의 격차가 전체 불평등에 미치는 기여도는 감소한 데 비해, 가구유형 간 격차의 상대적 기여도는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는 근로소득, 가처분소득, 순재산, 소비지출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기간 동안 가구 유형간 불평등이 증가한 것은 몇 가지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인구구조의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노인가구가 증가하면서, 근로연령가구와 노인가구 간 소득과 소비 격차가 확대되었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아래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청장년가구에서 빈곤율이 하락한 반면, 노인가구의 빈곤율은 약간 증가하거나 정체된 상태였다. 이로서 가구유형 간 격차는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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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5〉 가구유형간 불평등도와 가구유형내 불평등도의 기여도 분해지니분해

2003년 2005년 2009년 2011년

근로 소득

절대적 기여도

집단내 0.087 0.069 0.070 0.056 집단간 0.132 0.142 0.171 0.167 나머지 0.182 0.185 0.167 0.158 전체 0.400 0.395 0.409 0.380

상대적 기여도

집단내 0.217 0.174 0.173 0.148 집단간 0.329 0.359 0.419 0.438 나머지 0.454 0.467 0.408 0.414 전체 1.000 1.000 1.000 1.000

가처분 소득

절대적 기여도

집단내 0.060 0.069 0.060 0.047 집단간 0.097 0.142 0.111 0.115 나머지 0.177 0.185 0.162 0.146 전체 0.335 0.395 0.333 0.308

상대적 기여도

집단내 0.224 0.174 0.181 0.154 집단간 0.257 0.359 0.334 0.372 나머지 0.519 0.467 0.485 0.475 전체 1.000 1.000 1.000 1.000

순재산

절대적 기여도

집단내 0.127 0.109 0.103 0.086 집단간 0.170 0.225 0.210 0.224 나머지 0.358 0.372 0.344 0.313 전체 0.655 0.705 0.657 0.623

상대적 기여도

집단내 0.194 0.155 0.157 0.137 집단간 0.260 0.318 0.320 0.360 나머지 0.546 0.527 0.523 0.503 전체 1.000 1.000 1.000 1.000

소비지출

절대적 기여도

집단내 0.061 0.047 0.038 집단간 0.071 0.095 0.090 나머지 0.139 0.121 0.122 전체 0.270 0.262 0.250

상대적 기여도

집단내 0.224 0.179 0.154 집단간 0.262 0.361 0.358 나머지 0.514 0.460 0.488 전체 1.000 1.000 1.000

원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각년도), 『국민생활실태조사』.

〔그림 4〕 집단간 상대적 불평등 기여도

원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각년도), 『국민생활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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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OECD 18개국과 한국의 연령대별 상대적 빈곤 위험율 비교

출처: OECD 자료는 OECD(2015), In It Together: Why Less Inequality Benefits All, p.25; 한국 자료는 국민생활실태조사에서 자체 계산.

다음으로, 근로연령집단 내부의 분화로 인한 격차 확대에서 그 원인의 일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특히 청년 단독가구와 청년부부(와 자녀)가구 간의 격차는 이 기간 동안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아래 표 6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청년단독가구의 근로소득 상대배율은 2003년 75%에서 2011년 71.5%로 오히려 다소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35세 미만의 가구주를 둔 청년부부가구의 상대배율은 동 기간 동안 125.8%에서 134.8%로 상승하였다. 즉, 이 기간 동안 청년단독가구의 상대적 경제상황은 더 열악해진 반면, 청년부부가구의 경제상황은 다소간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비단 소득 뿐만 아니라, 청년단독가구와 청년부부가구의 학력, 취업상 지위, 재산 보유 현황, 주거점유형태 등을 비교해 본 결과, 청년부부가구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안정적이고 높은 경제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4). 물론 이는 결혼을 통한 시너지효과의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청년세대가 자조섞인 용어로 ‘삼포세대’(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 일컫는 데서도 나타나듯이, 경제적 상황이 열악한 청년일수록 결혼이 더욱 어려워진 데 비해, 본인의 안정적 직장과 부모의 배경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경우 결혼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진 결과, 즉 ‘결혼의 양극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표 6〉 35세 미만 청년단독가구와 청년부부가구의 상대적인 근로소득 배율 (단위: %)

구분 2003년 2005년 2009년 2011년청년단독가구 75.0 75.9 72.7 71.5 청년부부가구 125.8 112.8 137.9 134.8 전체가구 평균 100.0 100.0 100.0 100.0

주: 동일선상의 비교를 위해 가구주의 연령을 35세 미만으로 한정하였음. 원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각년도), 『국민생활실태조사』.

4) 본 보고서를 참조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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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유형 간 격차의 확대는 결국, 앞서 그림 1의 꼬리 부분과 몸통 부분 간의 격차 확대, 그리고 꼬리 부분 인구 비중 증가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내포한 결과로 보인다. 후자가 자연적 요인이 더 크다면, 전자는 인위적 요인, 즉 총량적 불평등지수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증가와 이에 대처하는 기재로서 노동시장정책과 사회복지제도의 미흡이라는 문제와 무관치 않음을 암시한다.

3) 소득분위별 부채가구 현황과 정책적 함의

마지막으로, 최근 가계부채의 급증이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소득 5분위별 부채 현황과 관련한 문제를 짚고자 한다. 그림 6은 가구유형별 부채가 있는 가구와 과부채가구5)의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소득과 재산이 높은 가구 유형일수록 부채가 있는 가구의 비율은 높게 나타난다. 예컨대, 두 자녀를 가진 청장년가구 약 3가구 중 2가구는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데 비해, 독신 청년이나 노인가구의 경우 약 4가구 중 1가구만이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는 부채가 있는 가구의 비율은 가구의 신용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보이는 반면, 과부채 가구, 즉 재산 대비 부채의 비율이 75%를 초과하는 가구의 비율은 가구유형 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부모가구 중 과부채가구의 비율은 30.0%로 약 3가구 중 1가구는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6). 즉, 소득이나 재산이 높은 고신용가구의 경우 부채가 다소간 있더라도, 그리고 거시경제상황이나 주택시장상황에 다소의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위험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특히, 청년단독가구, 노인가구, 한부모가구 등 저신용가구의 경우 이자율 상승이나 집값 변동 등이 가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수 있다.

〔그림 6〕 가구유형별 부채현황(2011년)

원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1), 『국민생활실태조사』.

5) 과부채(over-indebtedness)가구는 OECD(2014)에서 사용한 정의, 즉 재산 대비 부채 비율이 75%를 초과하는 가구로 정의하였다. 6) 2003년이 신용대란 시기인 점을 감안할 때, 기간 동안 대부분 가구유형에서 과부채가구의 비율은 큰 폭은 하락하였다. 하지만 한부모가구의 과부채가구 비율은 2003년 31.1%에서 2011년 30.8%로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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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소득 5분위별 부채 현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강화된다. 즉, 분위가 높아질수록 부채가 있는 가구의 비율은 높아지는 반면, 취약계층이 집중되어 있는 하위 40%에 과부채가구 또한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중산층에 해당하는 3, 4분위의 경우, 신용대란 시점인 2003년에 비해 2011년에 과부채가구의 비율이 절반 미만으로 떨어진 반면,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1, 2분위의 경우—과부채가구가 감소하기는 했지만—감소폭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11년 기준으로 하위 40%에 속하는 10가구 중 약 1가구는 과도한 부채의 부담을 지고 있는 가구로 나타났다. 청년단독가구의 경우 학자금대출, 주거비 부담이, 한부모가구의 경우 주거비 부담과 더불어 자녀 학비부담, 생활비 부담 등 다각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과도한 부채가 불가피한 가구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별히 취약계층에 대한 부채 부담 경감 대책과 더불어, 교육, 주거, 의료와 같은 메리트재 혹은 공공재적 성격의 재화에 대해 국가 책임성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표 7〉 가처분소득 5분위별 부채 현황(단위: %)

부채가 있는 가구 비율분위 2003년 2005년 2009년 2011년

1분위 40.1 36.9 32.3 28.8 2분위 54.5 51.3 49.6 45.9 3분위 59.3 54.1 60.0 53.6 4분위 61.0 58.1 62.8 61.0 5분위 60.4 60.4 65.6 63.9 전체 가구 55.1 52.2 54.1 50.7

과부채가구 비율분위 2003년 2005년 2009년 2011년

1분위 16.5 11.6 9.3 9.2 2분위 17.5 16.5 12.9 12.5 3분위 13.5 10.7 9.3 6.6 4분위 8.0 6.8 5.0 3.8 5분위 4.9 3.1 2.2 2.6 전체 가구 12.1 9.8 7.8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