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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국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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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국어생활

  • 새국어생활2014년 제24권 제2호 · 여름

  • 국립국어원 2014-02-02

    정간위 심의필 95-13-4-21

    ISSN 1225-7168

    새국어생활 Saegugeosaenghwal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Vol. 193

    인쇄일·발행일 2014년 7월 31일

    펴낸이 민현식

    편집위원 남길임 · 이광표 · 주세형 · 진정란 · 최경봉

    기획·편집 이승재 · 김형배 · 박성민

    제작 커뮤니케이션북스(주)

    펴낸 곳 국립국어원(www.korean.go.kr)

    주소 157-857 서울특별시 강서구 금낭화로 154(방화3동 827번지)

    The National Institute of the Korean Language

    154, Geumnanghwa-ro, Gangseo-gu, Seoul, Korea

    전화 (02) 2669-9775

    전송 (02) 2669-9777

  • 차례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공공 용어 번역의 현황과 과제 3

    최혜원

    유럽연합,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의 공공 용어 번역 23

    임현경

    공공 번역 표준화를 둘러싼 오해:

    한강은 Hangang이기도 하고 Han River이기도 하다 42

    정하연

    한식 세계화를 위한 한식 용어 번역 표준화 50

    왕기맹

    체계적인 번역 관리 제도를 마련할 때 53

    로버트 콜러

    중국의 공공 용어 정책 부서와 법률 57

    강병규

  • 지금 이 사람

    우리가 우리의 것에 애정을 가지고 연구를

    – 이익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만나다 87이익섭

    문학 속 우리말

    아름다운 우리말과의 조화로운 만남 108

    김종회

    그분을 그리며

    공 박사님, 우리들의 공 박사님 116

    안대혁

    국어 산책

    전라도 말에는 전라도의 마음이 있다 122

    황풍년

    세계의 언어 정책: 유럽연합

    유럽연합(EU)의 언어 정책 133

    이복남

    국립국어원 소식 153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3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공공 용어 번역의 현황과 과제

    최혜원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장

    1. 왜 공공 번역인가

    1.1. 국어 정책에서 다언어 정책으로

    다문화 시대의 도래, 영어 공용어론의 대두 등 세계화 흐름 속에서

    국어 기본법은 한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한글과 한국어의 발전·보전을

    위해 제정되었다.1) 이전의 어문 규범, 국어 순화 등을 중심으로 한 정

    책에서 한발 나아가 국어 기본법은 한국어 보급과 국민의 국어 능력, 언

    어의 공공성 향상 등에 그 초점을 옮기게 된다.

    특히, ‘언어의 공공성 향상’은 국어 정책이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편의

    와 실용성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2011년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주요

    과제에 새롭게 포함되었다. 주로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 등의 공공 기

    관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쉽고 정확하여’ 사회 구성원 간의 원활한 소통

    을 방해하지 않고, ‘저속하거나 차별적이지 않아’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과 품격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1) 국어 기본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4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어문 규범, 국어 연구 중심에서 국민들의 실질적인 언어 사용에 초점

    이 옮겨졌지만 오랫동안 국어(또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든 국민(또

    는 한국어 사용자)이 주요 정책 대상인 국어 중심의 기조는 바뀌지 않

    았다. 국어 외의 다른 언어 문제는 정책의 대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 다른 여러 분야의 상황과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은 국어

    정책은 시대의 필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어 정

    책은 그 범위를 점차 넓혀 국어만의 어문 정책이 아닌 다언어 대상 정

    책2)으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문화 소통 활성화를 위한 언어 정책

    연구’(2013)에서는 사회의 다변화에 따른 국내외 언어 환경의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다양한 문화의 공존·유통에 적합한 언어 역량 강화가

    현 단계 국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번역을 통한 국내

    외 정보 및 문화 유통 실태 조사’와 ‘번역 언어 및 분야 다양화 정책’, ‘공

    공 번역 활성화 정책’ 등을 제안하고 있다. 국어 기본법의 기본 목적인

    거주국 인원 거주국 인원

    일본 2,695,910 캐나다 120,458

    중국 3,785,076 영국 105,454

    홍콩 390,930 독일 85,729

    대만 532,721 프랑스 66,685

    싱가포르 157,444 러시아 116,872

    태국 310,956 중동 117,889

    말레이시아 186,941 인도 60,011

    호주 113,082 기타 833,763

    미국 664,497 계 10,344,418

    2) 한국 체류 외국인 수는 1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를 차지한다(2013년 6월). 이는 언어 인권 차원에서 한국어 교육 지원과 외국인의 모국어 보전 지원 등 국내 다문화 가정에 대

    한 포괄적 언어 자원화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대변한다. ∙ 연간 국가별 입국자 수(2013년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 한국관광공사)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5

    국어 사용 촉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언어 사용 전반에 대한 언어 정

    책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

    구는 올해 초 개정된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시행 규칙

    (2014. 2. 17.)’에도 반영되어 국립국어원의 업무에 공공 용어의 번역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기에 이른다.

    1.2. 공공 번역 왜 필요한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공공 분야에서 번역이 활발히 이루

    어지고 있으며, 해마다 무수히 많은 공공 번역물이 생산되고 있다. 최

    근에는 한류 등 문화 교류의 확대로 문화와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번역

    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공 분야 번역은 국가의 이

    미지 제고와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

    다. 특히, 시장 원리에 의해 번역 수요가 창출되고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분야나 소수 언어권 번역에 대한 지원은 더더욱 그렇다.

    번역은 정보와 기술 교류에서 반드시 필요한 매개체로 외국어에서

    한국어로의 번역(inbound)과 한국어에서 외국어로의 번역(outbound)

    두 가지를 포함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선진 사회 국가들의 문학,

    역사, 철학, 종교, 대중문화 등을 수입하여 이를 사회 발전의 출발점으

    로 삼았고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전문 지식의 유통은 더욱 증가하여 전

    문 용어 수용이 증대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언어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언어의 제약을 느끼지 않고 모국어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번역 정책은 정보의 대중화에 필수 불가결하다.

    또한 언어를 통해 우리 것을 알리고 나누어 줄 수 있는 기회를 다양화

    하는 노력 가운데 번역은 그 중심점에 선다. 이제 고유성과 독창성을

    가지고 오늘날까지 발전시켜 온 문화 전통과 유산을 세계에 소개하고

  • 6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교류하고 나눔으로써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의사소통의 균형을 잡아가

    는 단계로 전환할 시기에 이르렀다.

    번역에서 정보 전달과 소통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원하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이용하는 직접적인 수

    단이 되며 더 나아가 우리 사회 문화 전통에 대해 갖게 되는 이미지나

    호감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공공 번역은 매우 중요하다. 현 정

    부에서 말하는 문화 융성 또한 효율적인 번역을 통해 국제 교류, 지식산

    업3)의 선진화 등을 구현할 수 있다.

    1.3. 공공 번역에서 단일 구축 체계의 필요성

    공공 번역이 사회적으로 중요함에도 공공 번역을 일반적 시장 원리

    에만 맡겨둘 경우 수요-공급 원리에 의해 수급 균형이 유지되지 못하

    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이루어져 왔고, 그동안 통일된 기준이

    나 지침 없이 수급이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이루어져 왔다.

    분야별 번역 기준이나 지침의 부재는 문화 교류·홍보에서 기본 자

    원인 문화재, 관광, 한국학 용어 등에서도 부정확하고 일관성 없는 표

    기를 양산하고 동일한 용어에 대해 서로 다른 번역어를 제시하여 내·

    외국인에게 불편함4)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번역 관리 시스템5) 및 번역 전담 기구6)의

    3) 산업 번역 분야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번역원(2012년 설립)이 번역 서비스, 산업 번역가 양성, 번역 업체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어 → 외국어 (문화재) 대웅전 → Main Hall(한국관광공사) Daeungjeon Hall(문화재청) Hall of Sakyamuni(서울시)

    외국어 → 한국어 (지명) 瀬戸内海 → 세토내해(법제처 누리집) 세토나이카이(조선일보 누리집)

    4) 문화재, 음식, 지명 등 공공 용어의 서로 다른 번역 및 오번역 표기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7

    부재에 그 원인을 돌릴 수 있는데, 공공 번역의 기획, 생산, 평가 및 감

    수에 이르기까지 번역 과정에 대한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결과

    로 질 낮은 번역, 번역 결과물의 일관성 결여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번

    역에 대한 국가 전체의 수요에 기초한 장기적인 계획이 아닌 필요에 따

    라 정부 부처별 또는 그 소속 기관별로 번역 작업이 추진되고 있어 각

    부처별 번역 수급 현황조차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관리 부재로

    인해 공공 번역의 중복이 빈번히 발생하고 관련 연구들 역시 중복 발주

    되는 실정이다.

    1.4. 국립국어원의 공공 용어 번역 표준화 사업

    국립국어원은 지명·인명, 시설 및 기구·기관명, 한국 고유문화 관

    련 용어 등 공공 용어 번역에 필요한 로마자 표기에 대한 감수를 진행해

    오고 있다. 그간 외교부의 여권 인명 표기, 국토교통부의 지명 표기, 문

    화재청의 문화재 용어, 서울특별시의 외국어 표기,7) 한국관광공사의

    관광 용어 표기 등 정부 부처 및 공공 기관의 표기, 번역 작업에 참여해

    왔다.8)

    5) ‘국내 공공 기관의 번역 현황(2001)’에서는 효율적인 번역 환경 구축을 위해 공공 기관의 번역 업무 처리 창구 일원화, 기존 번역 자료의 목록화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체계적이고 능동적인 번역 공급 정책으로의 전환, 번역 표준 처리 절차 개발, 전문 분야 번역 인력 양성 및 체계적 관리 등을 제안하고 있다.

    6) 중국, 캐나다 등은 공공 용어 · 문서 번역 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1955년에 국무원 어문번역연구소를 설립하였고, 캐나다는 1934년에 공공사업 및 행정서비스부 번역국을 설립하였다.

    7) 서울시가 제공하는 외국어 표기 사전(dictionary.seoul.go.kr) 사이트는 행정 기관, 공공 기관, 자연 지명, 교통, 관광 문화, 음식, 숙박, 교육 등 12개 범주로 나누어 외국어 표기를 제공하고 있다.

  • 8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한국어 언어 정책 외국어

    신도림역 ‗ 로마자표기법(문체부 고시 제2000-8호)외래어표기법

    (문체부 고시 제85-11호)

    국어 순화

    (국어 기본법 제2조)

    전문 용어표준화

    (국어 기본법 제17조)

    ⇒Sindorim

    {station/subway station/metro station}

    {에지라이트/측면 조명}

    ⇐ ‗Edge light

    제임스

    {가/로/대로}James Street

    [그림 1] 국어원의 기존 용어(번역) 표준화 업무

    한편으로 외국어에서 온 전문 용어의 올바른 표기 및 표기의 단일

    화, 우리말로 다듬기 등의 용어 표준화에 관한 사항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좁게는 국어 정책이라는 범위에서 국어 사용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넓은 의미로는 언어와 언어 사이의 소통 즉 번역의 일부분

    에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2010년부터는 한국어 학습용 다국어 사전(영어, 일본어, 베트남어,

    타이어, 러시아어 등) 편찬 등 번역 관련 업무9)도 수행하고 있는데 이

    공공 번역 문학 번역

    주요 기능 (전문)용어 표준화 텍스트(문장) 번역

    가치 공공성ㆍ소통 표현의 자유

    8)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대표적 번역 기관인 문학번역원은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하여 해외에 소개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매력과 독창성을 널리 알리고 문화 교류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그러나 내부 직원의 일관된 번역이 아닌 외주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번역가의 선택과 개성에 따라 번역 용어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즉, 용어의 공공성이나 소통보다는 번역가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다.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9

    러한 작업은 기존의 맞춤법, 표준어 정책 등 어문 정책 업무 추진 방식과

    동일하게 번역 표준화를 담당할 수 있는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2016년 공개 예정인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사전(‘우리말샘’)으로 번역어

    에 대한 즉각적이고도 효율적인 대국민 보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공 번역에서 로마자(영문) 표기, 용어 다듬기 등은 필수적인 요

    소이다. 현재 국립국어원은 한국어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국어 정책

    에서 다언어 정책으로의 확장 등 기관의 정체성 변화를 모색 중이다.

    어문 정책의 확장을 도모하는 한편 어문 정책의 이원화(로마자 표기와

    한국어→외국어 번역, 전문 용어 표준화와 외국어→한국어 번역)를 막

    고 업무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립국어원은 지난 2013년부터

    ‘공공 언어’ 사업의 일부로 공공 번역 표준화를 위한 기반 연구, 한식명

    에 대한 표준화 작업(한국관광공사·한식재단 공동) 등 공공 번역 관련

    사업을 추진하였다.10) 이후에도 문화, 관광, 공공 명칭 등에 관한 외국

    어 표기 및 번역과 관련해 일관된 지침을 마련하고 기관 간 동일 분야

    용어에 대한 조정을 꾀할 계획이다.

    사업명 내용

    한국어 학습용

    다국어 사전 구축기초 5만 개 어휘에 대한 한국어 대 10개 외국어 사전 개발(2010∼2015)

    다국어 버전

    한국어 교육 자료 개발초중급 한국어교재(8개 언어) 편찬 온라인화 및 방송 강좌화(2008∼2015)

    로마자 표기 보급 자연 지형명ㆍ시설명 등의 표기 번역 용어(한 → 영) 보급(2000년 이후)국어 순화

    역대 순화 대상어 중 서양어나 일본어 비율 46% 정도*국어 순화가 사실상 용어 번역(외국어 → 한국어) 성격임

    9) 국립국어원의 번역 관련 사업

    10) 국어원은 올해 5월 2일 영어 · 중국어 · 일본어 한식명 200개에 대한 번역 표준안을 발표하였다.

  • 10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기관 중앙 정부공사 등

    국영기업지자체 연구 기관 단체, 협회

    대표 교류국 미국(59%) 미국(35.4%) 중국(50%) 미국(50%) 미국(40.5%)

    교류 성격 업무상 협조기술 정보

    교류자매결연

    기술 정보

    교류

    기술 정보

    교류

    [표 1] 공공 기관 국가별 교류 성격

    2. 공공 기관의 번역 실태

    한국 고유의 용어, 개념 등의 활용이 많은 38개 문화 관광, 기초 예술,

    한국학 연구 기관의 번역 관련 부서를 대상으로 한 “공공 기관 번역 현

    황 설문조사 결과 및 분석(2007)”에서는 각 기관의 외국과의 주요 교

    류11)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중앙 정부 등에서는 주로 업무 협조 혹은 기술, 정보, 자료의 교류를

    위해 미국, 일본, 중국의 순으로 교류하고 있고, 지자체는 자매결연을

    통해 중국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 이렇게 외국과 활발한 교류를 하

    고 있지만 정기적 보고서를 번역물로 출판하는 중앙 정부조차도 상근

    번역사나 번역 전담 부서가 없는 곳이 48.4%나 되었고, 외국과의 교류

    가 상당히 활발해진 지자체의 경우에도 별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은 번역

    물의 체계적인 관리가 없음을 보여준다.

    일반 번역물 감수의 경우, 외국어에 능통한 감수자가 번역의 질을 평

    가하고 감수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공공 기관 번역의 경우,

    11) 공공 기관의 국가별 교류 현황

    국가 미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호주

    빈도수 135(16.8%) 124(15.5%) 79(10.0%) 22(2.7%) 18(2.2%) 12(1.5%)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11

    번역물 내용의 특성으로 인하여 관련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와 언어적

    측면에서 번역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외국인의 공동 감수가 필요한

    데 인적, 재정적 요인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번역물에 대한 적절한 평

    가와 감수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번역 결과물에 대해 불만족하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주요 불만족 이유로는 사업 목적에 대한 이해 부족, 원문 내용에 대한

    전문 지식 부족, 자연스럽지 못한 표현, 부적절한 용어 및 표현 사용, 용

    어 표기의 통일성 및 일관성 결여 등 공공 기관 번역사 역량, 감수 과정

    과 관련이 있다. 용어 표기의 일관성 및 통일성 결여는 번역 자료의 수

    집 및 정리 작업이 시행되지 않은 데 원인이 있으므로, 용어 표기를 통

    일하고 일관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용어 및 표현 목록을 데이터

    베이스화하여 모든 기관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공공 번역 표준화를 위한 기반 연구(2013)”에서는 중앙 정부 부처

    및 산하 기관, 지방 자치 단체, 문화 관광 관련 기관, 기초 예술 관련 기

    관, 한국학 관련 기관 등 총 30개 공공 기관의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

    랑스어 웹 페이지를 대상으로 번역 결과물의 수준을 평가하고 분석하

    였다. 웹 사이트는 외국인들이 정보를 얻는 가장 중요한 통로인 동시에

    우리나라에 대한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웹 사이

    트의 번역 수준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외국인 사용자들을 위한 정

    보 제공이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목표 언어 사용자들의 언어 사용 관습

    에 위배되거나 수용성이 떨어지는 어색한 번역이 아직도 많이 발견되

    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부 기관 외국어 웹 사이트의 경우 중국어 웹 사

    이트임에도 번역 용어가 일본어에 준하여 표기되어 있는 현상이 나타

    나고 있다. 일본어와 중국어의 경우는 해당 언어에 맞는 한자어를 사용

  • 12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한자어가 섞여 쓰이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또 일부에서 우리 문화 콘텐츠나 한식명의 음가를 전달하기 위한 음차

    번역이 의도하는 발음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모든 언어를 통틀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번역의 문제는 인명, 지

    명, 문화재명, 시설명, 문화 용어 등 용어 번역의 일관성 결여다. 동일한

    대상이 서로 다르게 번역되어 있는 현상은 서로 다른 기관에 의한 번역

    은 물론이고 동일 기관 웹 사이트 안에서도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났다.

    3. 공공 번역의 대상과 용어 번역 현황

    3.1 공공 번역의 정의

    “공공 번역 표준화를 위한 기반 연구(2013)”에서는 공공 분야에서 이

    루어지는 번역, 즉 공공 번역을 번역의 목적, 주체와 대상, 예산의 출처

    등을 고려해 ‘공공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국가 공공 기관의 직·간접

    적인 예산 지원을 받아 일반 대중에게 공개, 사용되는 번역’이라고 정의

    하고 다음과 같이 공공 번역의 특징을 설명하였다.

    ① 공공 번역은 국가 공공 기관의 직·간접적인 예산 지원을 받는 번역

    이다.

    ② 공공 번역은 공공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개인적 용도의 번

    역이라면 설사 국가 공공 기관의 예산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공공 번

    역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한다.

    ③ 공공 번역은 익명의 광범위한 대중에 의해 사용되는 번역이다. 번역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13

    사용자의 범위는 공공성을 결정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된다.

    ④ 공공 번역은 시장 원리에 따른 수요·공급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번

    역이다. 바꿔 말해 시장 원리에 따른다면 번역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상대적으로 경제성이나 수익성이 뒤떨어지

    는 번역이다.

    공공성을 지닌 번역이 별도로 개념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번

    역이 민간 분야 번역과는 다른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

    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 전달과 소통으로 충분한 민간 번역과 달리

    공공성을 띤 번역은 정보 전달의 요구 수준이 더욱 높으며, 더 나아가

    민간 분야 번역을 위한 기준과 지침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수행하여야

    한다. 공공 번역 결과물은 그 영향이 일반 민간 분야 번역과는 확연하

    게 구분될 만큼 중요하며 파장도 크다. 외교 문서나 법률 등의 번역은

    중요한 국제 관계를 좌우할 수도 있고, 우리 문화 콘텐츠의 번역 수준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을 넘어 국가 이미지와 관련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3.2 공공 번역의 범위와 표준화 대상

    공공 번역의 범위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 용어’와 ‘공공 문

    서’의 범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공 번역의 우선적인 대상은 ‘공공

    문서’이고, ‘공공 문서’를 번역하는 과정이나 결과물에는 필연적으로

    ‘공공 용어’가 포함된다.

    공공 용어는 법령·행정 용어, 국토·교통 용어, 자연·관광 용어,

    역사·문화 용어를 망라한다. 반면 공공 문서는 정부 차원에서 공적 목

    적을 위해 사용하는 공문서로서, 그 중요성에 따라 다시 여러 층위의 공

    문서로 나뉠 수 있다. 이 두 범주 외에 우리 사회에서 잠재적 번역 수요

  • 14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공공 용어

    ▴법령ㆍ행정 용어(관공서명, 부서명, 직책명 등) ▴자연지형 용어(산, 강, 바다 등)▴국토, 교통 용어(도로, 항만, 교차로 등) ▴관광지명(온천, 휴양림, 민속촌 등) ▴역사 용어(왕조, 사건, 제도 등)▴문화 용어(복식, 음식, 문화재 등)▴민간 공공단체명(정부기관, 은행, 민간기구 등)▴기타 한국학 용어, 전문 용어 등

    공공 문서12)

    정부 차원의 공문서

    (제1범주) 헌법, 대통령 연설문, 국가 간 조약문 등 중앙 정부 차원의 상징적 문건

    (제2범주) 장ㆍ차관(급) 공식 서한, 연설문, 외국 정부/국제기구에 발송하는 공식 문서, 기관 홍보 자료

    [표 2] 공공 용어와 공공 문서의 범위

    를 갖지만 민간 분야 번역 시장의 시장 원리에 의해 실제 수급이 이루어

    지지 않는 번역도 공공 기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공공 번역의 대상이 모두 표준화의 대상이 되

    는 것은 아니다. 공문서 등의 번역은 문학 번역과는 정도의 차이가 있

    지만 텍스트 번역에 대한 번역자의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문서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단 하나의

    방법만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지명, 공공 시설물 등의 용어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하게 번

    역되면 이는 곧 지시 대상에 대한 정확한 안내에 실패하는 것이므로 표

    준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

    공 번역에서 표준화의 대상은 텍스트라기보다 공공 분야에서 널리 쓰

    이는 ‘용어’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공공 용어는 공공 번역 과정에 활용되고 또한 번역 결과물의 수준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용어 통일 및 표준화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공공

    12) 공공 문서의 분류는 우리나라 안전행정부에서 제시하는 분류 기준에 따른 것이다.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15

    기관명 예규․지침 공개 및 활용

    안전행정부 도로명의 로마자 표기 방법

    도로명 주소 누리집(www.juso.go.kr): 영문(로마자) 주소 표기 방법 안내 및 개별 주소에 대한 영문 변환 서비스

    국토교통부도로 표지 제작 설치 및 관리 지침

    (국토해양부 예규 제223호)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를 통한 공개

    문화재청

    문화재 명칭 영문 표기 기준 규칙

    (문화재청 예규 제124호, 2013. 7. 26.)

    규칙 공개 후 의견 수렴 중(∼2015. 12월)

    서울특별시주요 기관명과 지형지물 등에 대한

    영어, 일본어, 중국어 표기 기준안서울시 외국어 표기사전을 통한 공개

    한국관광공사지자체․업계 범용 영․일․중 외국어 표기 지침(2013)

    책자 배포

    ∙ 외국어 관광 안내 표기 용례집(2005)∙ 음식 메뉴 및 접객 회화(2012)∙ 외국어 음식 메뉴 용례집(2011)

    한식세계화

    재단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

    길라잡이(2012)

    한식 세계화 누리집(http://koreanfood.net): 한국어(한글, 로 마자),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독일어, 아랍어, 베트남어 등 9개 언어로 한식명 번역

    [표 3] 기관별 공공 용어 번역 기준 현황

    번역의 주요 대상이다. 이러한 공공 용어에 대한 번역은 사용자의 눈

    높이와 기대에 맞추어 효율적인 정보 전달을 일차 목표로 한다.

    현재 정부 부처 및 공공 기관에서는 비슷비슷한 공공 번역 관련 프로

    젝트나 연구들이 서로 다른 기관에 의해 중복 발주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각각 독립적인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용어가

    반복적으로 번역되고 서로 다른 번역어를 제시함으로써 향후의 용어

    표준화를 오히려 방해한다는 점이다. 실제 번역 과정에 사용되는 용어

    의 표준화를 위해 번역 및 표기 지침도 마련되기 시작했는데, 한국관광

    공사, 문화재청, 서울특별시, 국토교통부 등에서 서로 다른 번역 및 표

    기 지침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표 3] 참조).

  • 16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구분 대웅전 향교 서원

    문화재청

    영문 누리집Daeungjeon Hall

    Confucian School/ Confucian-shrine

    Academy

    Confucian School/ Confucian-shrine

    Academy

    국제교류재단

    (한국문화재 용어사전)Hall of the Great

    Veneration

    local public school annex to a

    Confucian Shrine

    private Confucian Academy

    한국관광공사

    관광 안내표기

    용례집

    Daeungjeon Hall/ Hall of Sakyamuni

    Confucian School Confucian Academy

    한국관광공사

    전자 지도Main Hall Confucian School Confucian Academy

    국사편찬위원회

    역사 용어 시소러스Hall of Sakyamuni

    Local Confucian School

    Confucian Academy

    서울 시청 영문 표기 Hall of Sakyamuni Hyanggyo

    국립중앙 박물관Private School/

    Private Academies

    한국학 중앙 연구원Main Hall/

    Hall of SakyamuniCounty School

    Private Academy/ Confucian Academy

    [표 4] 문화용어의 기관별 영어 번역 실태

    이들 기관들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지침 및 기준을 상호 통합 조

    정하지 않은 채 각각 사용함으로써 [표 4]와 같이 서로 다르거나 상충되

    는 번역어를 양산하고 있다.

    공공 용어 번역 표준화를 담당하는 단일 주체가 좀 더 폭넓은 전문가

    팀을 운영하여 통합적으로 지침을 개발했다면 별도의 표준화 작업 자

    체가 원천적으로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때

    우리 사회에 공공 용어 번역 표준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

    필요성에 대한 공공의 논의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효과적인 예산 및

    인력 활용, 그리고 사회적 비용 절감 면에서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17

    4. 공공 용어의 번역 표준화 방안: 지명 표기를 중심으로

    지명은 현재 여러 기관에서 번역안과 이에 대한 지침을 따로 마련하

    고 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국내외 외국인이 가장 자주 접하는 정보이

    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을 알고자 하는 외국인에게 명확

    하고도 통일된 정보를 제공하여 혼동을 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하다. 그러나 용도에 따라 번역 원칙이 상이하여 일관되지 못한 표기가

    흔하고, 지자체별 원칙에 따른 표지판 표기, 지도상 표기가 달라 혼란

    을 초래하고 있다.

    도로 표지판은 국토교통부에서 관장하지만 관할 지역 내는 지자체

    소관, 도로명 주소 표지판은 안전행정부 소관으로 각 기관의 표기 지침

    에 따라 번역되어 한강은 도로 표지판에서 Hangang(Riv)로 표시되지

    만 서울시 관광 안내판에서는 Hangang (River) 또는 Hangang River로

    표기, 국토교통부가 펴낸 전자지도에서는 Hangang으로 표기되고 있다.

    음차역과 의미역 병기 기준이 기관별로 상이하며 심지어 한 기관에

    서조차도 실제 번역 사례에서는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존재

    한다. 기존에 통용되어 온 표기 방식과 로마자 표기 방식 혹은 기관이

    제안하는 새로운 표기 방식이 혼재되어 사용되는 양상이다.

    여기서 표준 표기는 하나의 기준점을 말하는 것으로, 다양하게 쓰이

    는 다른 표기보다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용어의 표준화는

    공공의 소통을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것을 인정할 때 단일 기준보다 용도

    별 번역 기준으로 통합하는 것이 훨씬 더 활용도가 크다. 기본 원칙을

    적용한 기본형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간편형(도로 표지판 등 공간 제

    약이 있을 때), 설명형(대상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할 때)을 사용하

    는 등 여러 표기형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13)

  • 18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용도별 관광 안내, 지도 표기 등 도로명 도로 표지판 문화재명

    관련 기관

    서울시, 관광공사, 국토지리정보원, 문화재청

    → 원칙 통합 필요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기준 및

    표기 방법

    고유명사(로마자) + 보통명사(의미번역)

    도로명의

    로마자

    표기 방법

    도로표지

    제작 · 설치 및 관리지침

    문화재 명칭

    영문 표기 기준

    규칙

    형태 기본형 - 간편형 설명형

    [표 5] 기존 번역 지침의 용도별 활용안

    기관 간의 이견 최소화를 통해 번역 기준을 통합 정비하는 것이 중

    요한데 대부분 기관(국토교통부의 지명 표기 제외)에서 로마자 표기 뒤

    에 번역어를 추가하여 표기14)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도 번역

    어를 표기하는 방향으로 영문 표기 지침을 수정하고 있다. 기관 간의

    차이를 좁힌다면 아래와 같이 로마자 표기와 번역어를 표기한 형태를

    기본 형태로 제시할 수 있겠다.

    기본 원칙: 고유명사(로마자 표기) + 보통명사(의미 번역)

    ∙ 낙동강 Nakdonggang River, 불국사 Bulguksa Temple ∙ 대호방조제 Daeho Bangjoje Embankment

    13) 문화재청의 인공 시설물 표기 기준에서는 불국사를 Bulguksa Temple로 표기하지만, 도로 표지판 등 공간 제약이 있을 경우에는 Bulguksa와 같이 축약된 형태로, 문화재 소개 책자 등의 자료에서는 Bulguksa, Temple of Buddha Land와 같이 설명형으로 쓰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14) Hangang River(문화재청), Hangang(국토부), Hangang River(관광공사), Hangang (River)(서울시)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19

    표준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번역 구성 형태가 통일되어 있다고 하

    더라도 여러 유형이 공존하는 번역어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종로

    구청을 찾는 외국인 운전자에게 도로에서 보이는 상이한 표지판

    (Jongno District Office, Jongno-gu Office)은 혼란과 한국에 대한 불신

    마저 야기할 수도 있다. 한국어의 띄어쓰기를 그대로 적용하여 가독성

    이 떨어지는 로마자 표기15)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엉터리 약어(영도

    구청 Yeongdo District Ofce) 등의 오류를 바로잡는 문제도 남아 있다.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약어를 많이 사용하는 도로 표지판 등에서 이러

    한 오류가 많이 나타나는데 번역 시 기준점을 제공하기 위해 지명, 관광

    용어 등의 약어 사전을 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회사, 병원 등 시설물의 경우 해당 기관이 쓰고 있는 관용 표기를

    지명으로 허용하지만, 종류가 같은 시설물을 해당 시설의 표기에 따라

    달리 번역하여 쓰는 관광 자원의 경우 외국인에게는 오히려 불편을 초

    래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지명은 이와 같이 자연 지명, 인공 시설물 등의 표기 틀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기관 간의 차이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

    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독특한 문화 전통에서 생겨

    난 문화 용어들은 두 언어 간의 문화적 부등성으로 인해 적절한 대역어

    를 만들기가 힘들다. 여러 기관에서 제시하는 문화 용어의 영문 표기는

    번역의 목적, 번역 이용자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번역안16)이 나오는

    것이 그러한 이유에서 연유한다. 하나의 용어를 서로 다르게 번역할 경

    15) 봉천사거리 Bongcheonsageori, 광명사거리 Gwangmyeongsageori

    16)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번역가들은 때에 따라 상위어, 해당 언어의 문화어로 대체, 풀어서 설명하기, 생략 등의 자국화 전략(해당 언어의 틀에 맞추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하고 음차번역, 음차번역 후 설명 또는 주석 달기, 직역 등의 이국화 전략(번역 대상의 정체성을 살리는 방식)을 따르기도 한다.

  • 20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우 이를 읽는 외국인들은 서로 다른 대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번역에서 말끔히 풀리지 않는 난제인 일대일 대응이 어려운

    용어에 대한 번역 표준화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5. 향후 과제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시행 규칙(2014. 2. 17.)에는

    기존의 국립국어원의 업무에 공공 용어의 번역 표준화에 관한 사항을

    업무의 일부로 설정하고 있지만, 아직은 공공 용어 번역 표준화 사업이

    전 정부 차원에서 실효성 있게 이루어지기 위한 번역 인력을 포함한 전

    담 부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기존 언어 정책 업무를 공공 번역 업무

    로 연계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기 위해 현재

    는 번역 표준화에 대한 절차와 근거를 규정하는 국어 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이다.

    체계적인 번역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분야별·언어권별 공공 용어

    번역 표준화 위원회를 운영하고, 분야별·언어권별 번역 지침 및 표준

    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각 기관에서 별도로 만들고 있는 번역 기준안을

    통일하는 작업은 번역 업무의 국가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과제이다.

    이 국가 시스템 구축을 통해 공공 용어 번역어 데이터베이스 관리·검

    색 시스템을 구축·운영하여 시간적, 경제적으로 번역 업무에 효율성

    을 높여 오역을 막고 용어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에 힘써야 하겠다.

    번역물을 다량으로 생산해 내는 국제기구나 외국의 국가 기관들은

    각 기관 내에서 생산되는 번역물의 품질 제고를 위한 나름대로의 시스

    템을 갖추고 있으며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전통, 문화, 예술, 학문 등 전 분야에 걸친 전문 용어와 고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21

    기존 업무

    (국립국어원)시범 사업 및 법제화 본격 추진

    로마자 표기법 고시 시행

    (표지판 등 번역 포함)

    ∙ 외래어 표기법 고시 시행∙ 국어 순화∙ 전문 용어 표준화

    ∙ 공공 용어(한 → 외 번역 ) 표준화 시범 사업

    * 관광 용어, 문화 용어의 다국어 공공 용어 표준화

    ∙ 관련 법 제정 추진⇒

    공공 용어(한 ⇄ 외 쌍방향 번역) 표준화 사

    업 추진ㆍ배포ㆍ지원

    (문화 및 행정 등)

    [그림 2] 공공 번역(용어) 표준화 업무의 단계적 확장안

    유 명사의 완성도 있는 번역안을 마련하고 이를 세계와 소통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되겠다.

  • 22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참고문헌

    강현석 외(2013), ≪문화 소통 활성화를 위한 언어 정책 연구≫, 국립국어원.

    박경희 외(2007), ≪국가 번역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초연구: 공공분야 번역을 중

    심으로≫, 한국문학번역원.

    신정아 · 최용호(2012), 보편언어와 번역 공간, ≪번역학연구≫ 13권 4호, 한국번

    역학회.

    신지선(2007), 공공 기관 번역 현황 설문조사 결과 및 분석, ≪번역학연구≫ 8권

    2호, 한국번역학회.

    양명희(2014), 국어 정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태도: 국어 기본법 제정 이후의

    국어 정책을 중심으로, ≪우리말글≫ 60, 우리말글학회.

    이승재 외(2001), 국내 공공 기관의 번역 현황, ≪번역학연구≫ 2권 2호, 한국번

    역학회.

    정호정 외(2013), ≪공공 번역 표준화를 위한 기반 연구≫, 국립국어원.

    (주)팬트랜스넷(2010), ≪문화재명 외국어 표기 기준≫, 문화재청.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23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유럽연합,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의 공공 용어 번역

    임현경 벨기에 토마스 모어 안트베르펜/루벤대학교 석박사 통합 과정

    1. 서문

    과거 국내에서 진행된 공공 용어 관련 논의는 주로 어려운 한자로 된

    전문 용어를 쉬운 용어로 풀어냄으로써 국민의 공공 정보 접근성을 증

    대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반면 세계화 추세 속에서 외국인

    인구의 국내 유입과 국내 공공 콘텐츠의 해외 노출이 늘어나고 있는 오

    늘날에는 공공 콘텐츠의 다국어 제공을 통해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공공 서비스에 대한 최소한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더 나아

    가 한국 공공 기관에서 다국어로 발행하는 각종 콘텐츠의 품질을 높임

    으로써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 번역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높이고 공공 서비스 사용자 및 공공 콘

    텐츠 사용자의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려면 다국어 서비스에 사용되는

    공공 용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국내 공공 기관에서 진행한 공공 용어 번역은 기관별로 임의

    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각 기관에서 사용되는 한국어 용어를

  • 24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먼저 집대성하고 기관 간 논의를 거쳐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다국어 공공 용어의

    표기 방식 및 용어 선정에 일관성이 없어 외국인 사용자에게 오히려 혼

    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글에서는 유럽연합 내 공공 기관 전

    체를 아우르는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유럽연합의 사례를

    먼저 알아본 다음, 다언어 국가로서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다국어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공공 번역 및 공공 용어 관리에 대한 역사적

    경험을 쌓아온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해외 공공 기관의 공공 용어 번역 현황

    2.1. 유럽연합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유럽 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

    치적 공동체로, 모든 회원국의 평등을 보장하고 각국 시민의 유럽연합

    참여를 증진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유럽연합은 다언어주의, 다문

    화주의 관점에서 각국 시민, 정부, 기업 등 유럽 내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언어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의사를 표명할 수 있도록 각종 법규, 지

    침, 정치 문서 등 다양한 공공 문서를 유럽연합 공식어로 제공하고 있다.

    2014년 현재 유럽연합의 공식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네덜란드어, 영어, 덴마크어, 그리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핀란드

    어, 스웨덴어, 체코어, 에스토니아어, 헝가리어, 리투아니아어, 라트비아

    어, 몰타어, 폴란드어, 슬로바키아어, 슬로베니아어, 불가리아어, 아일랜

    드어, 루마니아어, 크로아티아어 등 24개이다. 이 중 영어, 프랑스어, 독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25

    일어가 회의 진행 및 공식 문건 작성 시 ‘절차어(procedural language)’

    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유럽연합의 모든 법안과 주요 정치 문서를 24개 공식

    어로 모두 번역해야 하나, 공공 문서에 대한 번역 수요가 언어별로 다르

    며 현실적인 예산 제약도 존재한다. 따라서 모든 문건을 24개 공식어로

    번역하는 대신 주요 문서를 일단 절차어로 번역하거나, 절차어로 작성

    한 주요 문서를 특정 회원국 언어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 사법 재판소, 유럽연합 집행 위원회 등 법률 관련 업무를 관장

    하는 주요 기관에서는 법률 언어 전문가(lawyer linguis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법률 언어 전문가는 언어 및 번역 능력 이외에도 해당

    언어권 국가의 법률 관련 학위와 변호사 자격을 보유하고 유럽연합법

    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CURIA 2009:5). 이들 법률 언어 전문가는

    각종 법률 문서의 번역 품질을 높이고, 더 나아가 법률 용어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보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여기서는 유럽연합 내 모든 공공 기관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통합 공

    공 용어 데이터베이스 ‘IATE’에 대해 알아보고, 동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및 관리를 주도해 온 주요 유관 기관들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1.1.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

    유럽연합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왔는데, 이러한 기관별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여 유럽연합 산하 기관 관계자 및 일반 시민을 위해 통합 공공 용

    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것이 바로 ‘유럽 양방향 용어 데이터베이스

    (IATE; InterActive Terminology for Europe)’이다. 유럽연합 번역 센

    터와 유럽연합 내 주요 공공 기관들이 연구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 26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그림 1] IATE 검색 예시

    각 기관에서 중요도가 높은 공공 용어를 취합하여 용어집으로 만들

    면, 이들 용어를 유럽연합의 24개 공식어로 번역하여 승인 절차를 거친

    다. 이들 용어는 내부용 IATE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며, 웹 인터페이스

    를 통해 IATE 온라인 데이터베이스(http://iate.europa.eu)에 접속하는

    일반 사용자에게도 공개된다. 2013년 7월 현재 총 147만 건의 항목이 등

    재되어 있으며, 영어로 된 용어 수가 141만 5,793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

    으로 프랑스어, 독일어 순이다(정호정·임현경 2013:110∼114).

    IATE에서는 검색에 사용할 출발어를 1개 선정한 후 복수의 출발어

    를 선택할 수 있으며, 검색 결과는 주제 분야에 따라 언어별 용어를 나

    열하고 각 용어의 신뢰도 코드,1) 출처 정보, 맥락 정보, 참고 사항, 정의

    1) ‘신뢰도 코드’란 해당 용어를 공공 용어로서 얼마나 믿고 사용할 수 있는지를 점수화한 지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27

    를 팝업 형태로 제시한다. 뒤에서 살펴볼 타 데이터베이스에 비해 사용

    자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의 간결성에 초점을 두었다.

    2.1.2. 유관 기관 개요

    유럽연합 내 공공 용어 관리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

    으로 유럽연합 번역 센터(Translation Centre for the Bodies of the

    European Union)와 유럽의회 전문 용어 조율 부서(EP TermCoord)가

    있다. 유럽연합 번역 센터는 2003년부터 IATE에 대한 기술 지원, 유지

    보수, 개발 업무를 담당하면서 IATE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으며, 번역

    센터 산하 ‘기관 간 IATE 그룹’이 유럽연합 집행 위원회, 유럽연합 이사

    회, 유럽 의회, 유럽 사법 재판소 등의 파트너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정

    호정·임현경 2013:111).

    유럽의회 전문 용어 조율 부서도 IATE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다양한 공공 용어 연구 과제 진행, 공공 용어 관리 및 문서 도구 제

    공, 입법 절차 관련 신규 공공 용어 탐색 및 관련 용어집·정의 제공, 교

    육·공동 연수 개최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에 IATE 파트너 기관인 유럽연합 내 주요 공공 기관의 자체 번역

    부서에서도 내부적으로 공공 용어를 취합·관리하고 IATE 관련 업무

    에 협력하고 있다.

    2.2. 벨기에

    벨기에는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독일어를 공식어로 사용하고 있는

    다언어 국가이다. 1831년 국가 수립 당시에는 프랑스어만 공식어로 인

    표이다. IATE에서는 4점 만점의 별점으로 신뢰도를 표시한다.

  • 28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정하였으나, 이후 19세기 플란더스 민족 운동의 결과로 1898년에는 네

    덜란드어도 공식어로 인정되었다. 언어 공동체의 구획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1960년대 이후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는 공식어로서 동등하

    고 완전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한편 독일어의 경우 공식어로서의 지위

    가 학교 교육 등으로 제한된다.

    벨기에는 연방 수준에서 보면 다언어 국가지만 개별 지역 수준에서

    는 단일 언어 정책을 견지하는 국가이다. 속지주의 원칙(territoriality

    principle)에 따라 특정 언어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공공 기관과의 교

    신 시 해당 지역의 공식어를 사용하여야 한다.

    플란더스 지역은 네덜란드어, 왈로니아 지역은 프랑스어(왈로니아

    동부의 일부 지역에서는 독일어 사용), 브뤼셀 수도 지역은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공식어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행정구역과는 별

    도로 언어를 기준으로 한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 공동체가 운영

    되는데, 이들 공동체는 각각 의회와 행정부를 두고 연방 정부와 함께 언

    어 문제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다.

    뒤에서 살펴볼 유럽연합 및 캐나다의 사례와 달리 벨기에는 연방 정

    부 수준에서 3개 공식어로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2)를 제공하고 있지

    는 않으나, 언어별 공동체 수준에서 프랑스어권 국가들의 협의체인 ‘프

    랑코포니(Francophonie)’, 네덜란드와 플란더스 지역의 정부 간 기관

    인 ‘네덜란드어 언어 연합(Nederlandse Taalunie)’3) 등과 공공 용어 관

    2) 벨기에에는 연방 정부 전체를 아우르는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는 없으나, 각 부처 수준에서 자체적으로 관련 분야 공공 용어를 취합하여 용어집 및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관리하

    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제부에서 운영했던 벨고텀(Belgoterm)을 들 수 있다.

    3) 네덜란드어 언어 연합은 네덜란드와 플란더스 지역의 네덜란드어 관련 공동 정책 수립을 위해 1980년 창립된 초국가기구로, 전문 용어 관리를 비롯한 각종 언어 정책을 지원하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29

    리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서는 언어권별로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는 벨기에의 다국어 행정

    서비스, 그리고 국내 및 유럽연합 차원에서 본 벨기에의 법률 번역 현황

    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2.2.1. 다국어 행정 서비스

    플란더스 지역 정부의 누리집(http://www.flanders.be)은 3개 공식

    어와 영어로 제공된다. 모든 언어에 동일한 레이아웃을 적용하고 콘텐

    츠 길이도 일정하게 유지하였으나 세부 콘텐츠 구성 및 순서에는 일부

    차이가 있다. 한편 안트베르펜, 겐트 등 주 단위 행정 기관의 누리집은

    해당 지역의 공식어만을 사용하고 있다.4)

    왈로니아 지역 정부의 누리집(http://www.wallonia.be/en)은 해당

    지역의 공식어인 프랑스어와 영어로만 제공된다. 동 누리집의 경우 하

    위 페이지에서 언어를 전환하면 동일한 콘텐츠가 언어만 바뀐 형태로

    제공되어 사용자 편의성이 더욱 높다. 한편 나무르 주정부 누리집은 3

    개 공식어와 영어를 지원한다.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브뤼셀 수도 지역의 누리집

    (http://www.brussels.be/)에는 2개 공식어와 영어가 사용된다. 단, 유

    럽연합 본부 소재지라는 특성을 감안하여 브뤼셀 도시 정보가 게재된

    페이지는 2014년 현재 크로아티아어를 제외한 23개 유럽연합 공용어

    고 있다. 동 연합은 의료 용어, 법률 용어, 전문 용어학, 사전 편찬학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독립조직인 네덜란드어 전문 용어 협회(NL-TERM)를 지원하고 있다(Steurs 2007:7).

    4) 안트베르펜 주정부의 경우 지역 주민이 주로 사용할 행정 누리집은 네덜란드어, 타 언어 구사자의 이용이 잦은 관광 누리집은 3개 공식어와 영어로 제공한다.

  • 30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그림 3] 플란더스 지역 정부 누리집(영어)

    [그림 2] 플란더스 지역 정부 누리집(프랑스어)

    로 제공된다.

    2.2.2. 법률 번역

    벨기에에서는 연방 정부의 법체계가 모든 언어 공동체에 동일하게 적

    용되며, 법률, 규정, 장관령, 왕실칙령 등 모든 법률 문서는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로 벨기에 관보(Belgisch Staatsblad, http://www.ejustice.

    just.fgov.be/cgi/welcome.pl)에 게재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벨기

    에 법무부는 자체 번역 부서를 두고 각종 법률 문서의 번역 작업을 수행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31

    한다.

    연방 정부에서 지역 정부로 자치 권한이 점차 이양되는 과정에서 지

    역별 공식어로 방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이렇게 제정된 지역 내 조

    례 및 법률을 타 공식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이

    는 단순한 언어 간 번역이 아니라, 법률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언어 간 비교·분석을 수행하고 연방 정부 법 개념과 일치 여부를 확인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의 주요 회원국 중 하나인 벨기에는 다양한 유럽연합 규정

    의 국내화(transposing)를 위한 번역 수요가 높으며, 유럽연합에 특수

    하게 적용되는 법률 개념 및 용어가 포함된 유럽연합 규정을 자국 공식

    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해당 규정에 대한 심도 깊은 법률적 분석이 수

    행된다(Kockaert et al. 2012:2∼3).

    2.3. 스위스

    스위스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등 4개 공식어5)

    를 사용하는 다언어 국가이다. 스위스 헌법 70조에 따라 26개 칸톤

    (canton)별로 사용할 언어를 자율적으로 결정하였다.6) 2∼3개 언어를

    사용하는 일부 칸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칸톤은 단일 언어를 사용하

    5) 스위스에서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주요 언어를 나타내는 국가어(national language)와 공공 기관과의 공식 교신에 사용되는 공식어(official language)를 구분하고 있다.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는 1848년 공식어로 인정받은 반면, 로망슈어는 1938년 국가어로 인정받았고 1996년에는 로망슈어 사용자와 교신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공식어로서의 지위를 획득하였다(Central Language Services 2012:9).

    6) 단, 현행 헌법에서 정해진 지역별 언어 구성은 변경이 불가능한데, 이는 로망슈어와 이탈리아어 등 소수 언어의 사용을 보장하여 스위스의 언어적 다양성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

    환이다.

  • 32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며, 벨기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공공 기관의 교

    신에서는 해당 칸톤의 공식어를 사용하여야 한다(Morrison 2013:2).

    스위스 연방 정부는 국민과 의사소통에서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

    아어 등 3개 공식어를 사용해야 하며, 연방 정부의 공식 문서도 3개 언

    어로 작성된다. 스위스 연방 정부에서는 대부분의 법률 문서의 초안을

    독일어로 작성하며, 일부 프랑스어로 작성하는 사례도 있다. 입법 과정

    에서 예비본은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초안을 작성하고, 최종본만 이탈

    리아어까지 포함한 3개 공식어로 작성한다. 한편 중요도가 높거나 국

    제적으로 관심이 높은 공식 문서는 영어로도 번역하며, 스위스 연방 헌

    법, 민법, 형법 등 일부 법률도 영어로 번역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Central Language Services 2012:15∼17).

    이에 따라 스위스에서는 다양한 공공 문서의 다국어 작성 및 번역에

    대한 수요가 높으며, 연방 정부 수준에서 연방 사무처 중앙 언어 서비스

    부를 비롯한 각급 번역 부서를 운영하며 공공 번역 및 공공 용어 관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여기서는 연방 사무처 중앙 언어 서비스부를 중

    심으로 스위스의 다국어 행정 서비스, 법률번역 및 공공 용어 관리 현황

    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3.1. 유관 기관 개요

    ‘연방 사무처 중앙 언어 서비스부(Federal Chancellery Central Language

    Services)’는 스위스 연방 정부와 연방 의회의 서무 관장 기관인 연방 사

    무처 소속으로 번역 및 언어 서비스7)를 제공하는 부서이다. 중앙 언어

    7) 연방 사무처 중앙 언어 서비스부 이외에도 연방 정부 내 각 부처, 연방 의회, 연방 법원, 연방기술연구소에서 내부 언어 서비스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언어 서비스 부서는 언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33

    서비스부의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다(Central Language Services

    2012:10∼12).

    ∙ 연방법·조례, 의회 보고서, 보도 자료, 전산망 자료, 연설문, 판결문, 대국민 담화, 지침 등 연방 정부 문서를 3개 공식어로 번역·교정(일

    부 문서는 영어·로망슈어로도 번역)

    ∙ 법률 문서의 작성, 편집 및 수정(특히 법조문의 경우 언어 간 검토 및 교정도 포함)

    ∙ 간행 대상 문서의 준비 작업(매주 연방 정부 관보 발행 및 온라인 업데이트)

    ∙ 온라인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 ‘텀닷(TERMDAT)’을 통해 공공 용어를 수집, 입력, 배포하고 연방 정부 부처 및 기타 기관과의 협력을 통

    해 높은 품질의 다국어 공공 용어 제공

    ∙ 공식어 관련 언어 정책을 수립하고 신어, 외래어, 미디어상의 신규 언어 형태 등을 분석하고 지침을 제공

    중앙 언어 서비스부는 ‘내부 초안 작성 위원회’를 통해 모든 법률 문

    서의 명확성, 간결성, 언어적 무결성을 점검하고 있다. 중앙 언어 서비

    스부 소속의 언어 전문가와 연방 법무부의 법률 전문가들이 모여 언어

    와 법률에 대한 전문 지식을 결합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독일어와 프랑스어 초안을 나란히 두고 검토·교정하면서 내용과 형식

    면에서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을 취한다(Central Language Services

    어별 섹션으로 구분되며, 각 섹션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일부 활동은 중앙 언어 서비스부가 직접 조율하고 있다(Central Language Services 2012:8∼9).

  • 34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2012:15).

    중앙 언어 서비스부의 전문 용어 섹션에서는 스위스 연방 정부의 공

    공 용어 데이터베이스인 ‘텀닷’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2.3.3.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에서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2.3.2. 다국어 행정 서비스

    스위스 연방 정부 누리집(www.admin.ch)은 4개 공식어와 영어8)로

    제공된다. 이 사이트에서는 스위스 연방법 주요 규정을 취합하여 5개

    언어로 소개하고 있는데, ‘언어 비교(Language Comparison)’ 기능을

    도입하여 동일한 법규를 최대 5개 언어로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단, 영어 번역본은 일부 법규에 한해 참고용으로

    제공되며 법적 효력이 없음이 명시되어 있다.

    스위스 연방 정부 소식 페이지(www.media.admin.ch)는 로망슈어

    를 제외한 3개 공식어 및 영어로 제공된다. 3개 공식어로는 모든 콘텐

    츠가 동일하게 업데이트되어 있고, 영어로도 거의 모든 콘텐츠가 제공

    된다. 하위 페이지에서 언어 간 전환이 가능하여 비교 분석이 용이하

    다. 한편 스위스 관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로 간행된다.

    칸톤별 누리집의 경우 해당 칸톤의 언어 구성 및 특성에 따라 서비스

    대상 언어가 달라진다. 일례로 바젤 칸톤(http://www.basel.ch/)의 경

    8) 제네바를 중심으로 다수의 국제기구가 있는 스위스에서는 해당 지역의 공식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국제기구 종사자 등의 외국인이 행정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

    다. 스위스 전체 인구 중 약 20%가 외국인이며, 이들 중 특히 비유럽인은 스위스의 4개 공식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유럽인 중에서도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이외의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행정 서비스 이용에 차별을 겪기도 한다(Morrison 2013:3). 이러한 맥락에서 영어로 된 행정 서비스의 지원은 스위스 내 외국인 인구의 권익 보호 및 공공 정보 접근성 보장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35

    [그림 4] 스위스 연방법 규정에 대한 ‘언어 비교’ 기능

    우 전반적인 서비스는 공식어인 독일어로 이루어지지만, 칸톤 소개 및

    일부 서비스에 대해서는 로망슈어를 제외한 3개 공식어 이외에도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를 지원하고 있다.

    2.3.3.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

    스위스 연방 정부의 다국어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인 ‘텀닷’은 유럽

    연합 집행 위원회의 ‘유로디코톰(EURODICAUTOM)’을 모태로 1987년

    에 구축되었으며(Fomasi 1999:246), 연방 정부 내부 용도로 활용하는

    동시에 온라인 데이터베이스(www.termdat.ch) 형태로 일반에도 제공

    된다. 스위스 공공 용어와 더불어 유럽연합 관련 공공 용어 항목도 포

    함되어 있다. 2012년 현재 150만여 개의 항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 스위스에 특정한 항목은 40만여 개다(Central Language Services

    2012:15).

    텀닷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스위스의 4개 공식어와 더불어, 영

    어, 라틴어, 덴마크어, 핀란드어, 네덜란드어, 포르투갈어, 스웨덴어,

  • 36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그림 19] 텀닷 검색 예시

    스페인어, 폴란드어, 체코어, 헝가리어, 한국어, 중국어, 터키어를 지원

    한다.9)

    텀닷에서는 검색에 사용할 출발어, 도착어, 한 화면에 표시할 검색

    결과 수, 검색 결과 표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검색을 실행하면 해당

    검색어가 포함된 모든 항목이 목록에 나타나며, 항목별로 용어입력 주

    체, 세부 데이터베이스명, 항목 수정 상태, 신뢰도 코드,10) 주제 분야 정

    보를 먼저 제시하고 언어별 용어, 용례, 정의, 참조 사항 등을 표시한다.

    이러한 세부 정보를 바탕으로 각 기관에서 어떠한 공공 용어가 어떠한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자세히 파악하여 공공 번역 및 각종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9) 단, 실제 데이터베이스는 4개 공식어와 영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부 항목은 라틴어와 스페인어로 구축되어 있다. 한국어를 비롯한 기타 언어의 경우 인터페이스상에는 존재하나 현 시점에서 데이터베이스에 실제로 등재된 항목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10) 텀닷의 경우 신뢰도 코드를 초안(1점), 잠정 용어(2점), 언어/형식 검토 완료(3점), 전문가 확인 완료(4점)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37

    2.4. 캐나다

    캐나다는 헌법을 통해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식어11)로 인정하고 있

    는 다언어 국가이다. 퀘벡(Quebec)을 제외한 대다수의 지역에서는 영

    어를 주로 사용하며, 퀘벡에서는 프랑스어가 공식어이다. 2개 언어를

    공식어로 사용하는 이중 언어 지역은 뉴브룬즈윅(New Brunswick)이

    유일하다.

    캐나다에서는 의회에서 논의되는 모든 내용을 2개 공식어로 기록·

    보관하고 정부의 법안, 자료, 법령, 규칙 등 각종 공공 문서도 2개 공식

    어로 작성하도록 되어 있어 공공 번역 및 공공 용어 관리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연방 정부 내에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별도

    부서인 ‘번역국’을 두고 정부 부처, 의회, 지방 자치 단체 등에 다양한 언

    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정호정·임현경 2013:122).

    2.4.1. 유관 기관 개요

    1934년에 창설된 캐나다 번역국(BT:Bureau de la Traduction)은 연

    방 정부의 번역 업무를 일원화하고 캐나다 국민이 원하는 공식어로 공

    공 문서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그 목적

    으로 한다. 캐나다 가티노(Gatineau)에 본부를 두고 전국적으로 60여

    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총 1,800여 명의 직원 중 1,200명이 번역

    11) 캐나다는 1840년 통합법령 제41항을 통해 영어를 캐나다의 유일한 공식어로 지정했으나, 곧이어 1841년 에티엔 파랑(Etienne Parent)이 상정한 ‘이 지역 법률의 프랑스어 번역본 제공 및 그와 관련된 기타 목적을 위한 법령’을 통해 캐나다의 모든 법률의 인쇄 · 유포 시 프랑스어 번역을 의무화하였다. 이후 1867년 ‘영국 북아메리카 법령’ 제133항에서는 하원과 연방 및 퀘벡 법정에서 영어와 프랑스어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였다(베이커 2009:519∼520).

  • 38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사, 통역사, 전문 용어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상근 번역사 이외에도

    소정의 자격 요건을 갖춘 외주 인력 풀을 두고 다양한 공공 번역 수요에

    대처하고 있다(정호정·임현경 2013:122∼123).

    번역국은 공공 용어 표준화 및 배포를 담당하는 전문 용어 표준화부,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역 및 의회 번역부, 고객 관리 및 의사소통

    을 관장하는 고객 서비스부, 정부 활동 관련 번역 및 언어 서비스를 제

    공하는 전문 서비스부, 번역국 조직에 대한 전반적 관리를 담당하는 통

    합 서비스부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는 번역국에서 제공하는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인 ‘테르미엄 플

    러스(Termium Plus)’의 운영 현황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4.2.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

    번역국 전문 용어 표준화부에서는 캐나다 정부의 업무에 사용되는

    각종 공공 용어를 표준화하여 배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캐나다 정

    부의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인 ‘테르미엄 플러스(Termium Plus)’의

    구축 및 배포가 주요 업무이다.

    ‘테르미엄 플러스’는 몬트리올 대학교에서 개발하여 1975년에 번역

    국에서 인수한 ‘테르미엄’의 최신 버전으로, 번역국 내부 번역사를 위한

    전문 용어 데이터베이스로 사용되다 1999년부터는 온라인 데이터베이

    스(http://www.btb.termiumplus.gc.ca/) 형태로 일반에 공개되었다

    (정호정·임현경 2013:125∼126).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공공 용어 항목을 제공하고 있으며, 포

    르투갈어 및 이누크티투트어 항목을 추가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정호정·임현경 2013:128). 2012년부터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 사

    용자를 위한 앱 서비스도 추가되었다.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39

    [그림 6] 테르미엄 플러스 검색 예시

    테르미엄 플러스에서 검색을 수행하면 주제 분야에 따른 항목이 영

    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표시된다. 항목별로 입력 일자와 용어 및 동

    의어, 정의, 참조 사항이 제시되며, 용어·정의·참조 사항 옆에 있는

    ‘출처 정보(source)’ 아이콘을 클릭하면 출처에 대한 상세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다.

    3. 결론

    지금까지 24개 공식어를 사용하는 다언어·다문화 지역 기구로 공

    공 번역 및 공공 용어 관리의 대표적 선진 사례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

    그리고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4개에 달하는 공식어를 사용하는 다언

    어 국가로 공공 번역 및 공공 용어 관리에 대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처

    해온 벨기에와 스위스, 캐나다의 사례를 중심으로 해외 공공 기관의 다

    국어 공공 용어 관리 현황을 살펴보았다.

  • 40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이들 선진 사례 중 대부분은 연방 정부 또는 지역 기구 차원에서 모든

    공공 기관을 아우르는 통합 공공 용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일반

    사용자에게도 공개하고 있으며, 부처 수준에서도 자체 번역 부서 내에

    서 공공 용어를 취합하고 여러 언어로 관리하면서 통합 데이터베이스

    의 구축·관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단일 언어 국가인 한국에 이들 선진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

    우나, 이들의 역사적 경험을 벤치마킹하여 공공 번역과 유기적으로 연

    결된 형태의 다국어 공공 용어 관리 절차를 중앙 정부 차원에서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 용어 관리를 위한 표준 및 지

    침을 수립하고, 다국어 공공 용어 관리를 위한 전담 부서 및 인력을 확

    보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부처별로 사용되던 공공 용어를 취

    합하여 다국어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정리한 다음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서비스한다면 일관성 있는 공공 용어 사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공공 번역 과정에서 이러한 공공 용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

    할 수 있도록 번역 및 용어 관리 업무를 일체화하여 관리할 수 있는 자

    동화 절차 및 소프트웨어 도구를 도입하는 한편, 관련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 및 활용이 특히 중요한 법률 분야 공공

    번역의 경우, 유럽연합의 사례처럼 법률 언어 전문가 인력을 발굴하여

    번역 및 용어 관리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률 번역과 관련된 스

    위스의 경우처럼 언어 전문가와 주제 분야 전문가가 협업하여 다국어

    공공 콘텐츠를 비교·검토함으로써 용어의 통일성 및 정확성을 기하는

    방식의 도입을 고려할 만하다.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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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2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공공 번역 표준화를 둘러싼 오해: 한강은 Hangang이기도 하고 Han River이기도 하다

    정하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공공 번역의 주체는 한 국가의 정부이고, 그 결과물의 사용자는 외국

    의 정부를 비롯한 세계 시민들이라고 볼 때, 공공 번역은 한 나라의 비

    전과 정책, 더 나아가 역사와 문화를 외국어로 외국인과 소통하는 작업

    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공공 번역은 세계 속에서 국가적 혹은 문화 공동

    체적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느냐의 문제이고, 이는 결국 한 나라의 태

    도나 의도와 관련된다.

    오랫동안 각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져 온 한국 정부의 공공 번역

    작업이, 최근 들어 여러 기관 및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는 사회적, 언어적 담론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열악한 조건에서 주로 하청을 통해 큰 그림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

    어 온 여러 공공 영역의 번역이 앞으로는 통합적, 유기적으로 진행되어

    야 하며, 더욱 전문적인 손길과 장기적인 방향성이 요구된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 글에서 다루려는 지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 번역의 의제 중 용어 표준화에 대한 담론이다. 공공 번역의 질적인

    향상과 유기적인 운영을 위해 표준화는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인지, 그렇

    다면 표준화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43

    표준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우선 공공 번역의 영역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규명해 보자. 첫째, 국가의 모든 부처 및 기관의 조직이나

    수행하는 정책 및 업무를 외국어, 특히 현재 세계어 역할을 하고 있는

    영어로 번역해 내는 영역과, 둘째, 해당 국가의 역사와 문화 전반을 외

    국어로 소개하고 풀어내는 작업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영역은 각 정부 부처의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하는 고유명사의

    번역을 포함하여, 정부의 다양한 정책과 의제를 영문으로 이름 짓고 설

    명하는 작업 전반을 이를 것이다. 예를 들어 현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

    부를 새롭게 출범하면서 ‘Ministry of Science, ICT and Future

    Planning’이라고 공식 영문 명칭을 붙이는 작업은 단순히 이름을 넘어

    서 새로운 행정부의 과학 관련 비전을 담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햇볕

    정책을 ‘sunshine policy’로 표기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trust

    process’로 풀어내는 작업 또한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대변해

    내는, 많은 논의와 검토를 요하는 전문적인 언어 활동이며, 이러한 명

    칭은 대체되지 않는 단 하나의 공식 용어로 기능한다.

    공공 번역에서 또 하나의 영역은 한 나라 고유의 문화를 외국어로 표

    기하고 설명하는 작업으로, 번역학에서 문화소(文化素) 번역이라고 일

    컫는 분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좁게 보면, 예를 들어 대한민국 정부

    의 문화재청, 국립박물관 등 여러 관련 부처 및 기관의 업무와 정책 수

    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인 동시에, 넓게는 문화 공동체로서 한

    나라의 정체성을 자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공신력 있게 표현해 내는 작

    업이기도 하다. 김치를 ‘kimchi’로 세계에 알리고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한 노력부터, 한국의 독보적인 도예 문화인

    분청사기를 어떻게 영문으로 표기해야 할지, 또 넓게는 판소리와 창극

    이 중국의 경극과 일본의 노와 가부키와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

  • 44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는지를 정의 내리는 작업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즉, 앞서 설명한 철저

    하게 정부 업무의 영역 안에서 진행되는 번역에 비해 훨씬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용도를 가진 번역 작업인 것이다.

    용어 표준화에 대한 엇갈리는 기대와 오해들이 많이 일어나는 공공

    번역의 영역은 바로 이 문화소 번역 부분이다. 국가 기관이 공식적인

    목적과 용도로 규정하여야 할 용어 및 고유명사를 표준화하고 이를 지

    키는 것과, 정부의 공적인 영역 밖 다양한 맥락 속에서 역사와 문화를

    구성해 내는 문화소에 표준화라는 잣대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는 별

    도의 문제인 것이다. 한강은 Hangang인가, Han River인가? 혹은

    Hangang River일 수도 있는가? 과연 이 중 하나만이 표준으로 제시, 준

    수되어야 하는가?

    문화소 번역의 표준화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문화소 번역의 다양한

    방법론을 짚어 봐야 할 것이다. 문화소 번역은 크게 음역(音譯)과 의미

    역(意味譯)으로 접근할 수 있고, 의미역은 다시 번역 전략의 측면에서

    볼 때 직역에 가까운 번역과 해설에 가까운 번역으로 나뉜다.

    한강 같은 고유명사를 영어로 음역하면 Hangang이고, 의미역(엄격

    히 말해 ‘한’이라는 강 이름만을 음역으로 남긴 부분의미역)을 하면 Han

    River이다. 문화소 중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 어휘의 경우, 예를 들어 사

    주를 음역하면 saju, 직역에 가까운 의미역은 four pillars of destiny, 해

    설에 가까운 의미역은 fortunetelling by reading the year, month, day

    and hour of one’s birth로 풀어낼 수 있다.

    음역은 다시 말해 특정 문화를 가장 있는 그대로 혹은 해당 문화 밖의

    언어에서 가장 낯설게 ‘이국화(foreignize)’하여 드러내는 전략이며, 의

    미역 중 특히 해설에 가까운 의미역은 특정 문화를 타문화권 중심으로

  • [특집] 대구역은 Daeguyeok인가 Daegu Station인가? 45

    풀어내어 가장 익숙하게 ‘자국화(domesticate)’하는 전략이라고 번역학

    이론에서 설명한다. 즉, 한국의 문화소를 음역하는 것은 한국 문화 고

    유의 모습에 가장 가깝게 드러내는 행위이며, 해설에 가깝게 의역을 하

    는 것은 도착어의 문화에 맞춘 모습으로 보여 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

    다. 그러기에 문화소 번역은 세계 안에서 한 개인이, 혹은 공공 번역의

    경우 한 국가의 정부가, 고유의 문화를 얼마나 있는 그대로, 혹은 타자

    의 시선에 맞춘 모습으로 드러내려고 하는지에 대한 태도와 정체성의

    문제로 직결되는 일이다. 특히 세계 문화의 서구 중심적 헤게모니 속에

    서, 중국과 일본의 문화와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한국 문

    화의 현 위치 속에서 이러한 태도의 문제는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상반된 태도를 반영하는 음역과 의미역 사이에서 하나를 선

    택하여 한국의 문화소를 표기하는 방식을 과연 표준화할 수 있을까? 비

    빔밥처럼 대표적인 메뉴는 음역한 bibimbap으로 표준화하고, 백김치

    는 부분 의미역한 white kimchi로, 이 둘보다 한식 메뉴로는 덜 알려진

    육회는 서구 문화에 맞춘 의미역인 beef tartare로 표준화하는 것은 도

    리어 우리 문화를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고스

    란히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한강이라는 지명을 도로 표지판에서 영문으로 표기하고, 독도와 동

    해같이 역사적, 국제 정치적으로 민감한 고유명사의 영문 표기를 표준

    화하여 이를 세계가 함께 사용하도록 이끄는 것은 공공 번역의 가장 중

    요한 기능이자 목적일 것이다. 이러한 경우 외국인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지명 표기법으로 Hangang과 Han River 중에서 선택하여 지정

    하는 것, 혹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역사관에 입각하여 Dokdo

  • 46 새국어생활 제24권 제2호(2014년 여름)

    라는 영문명을, 혹은 East Sea라는 영문 지명을 표준으로 고수하는

    것은 중요한 공적 업무로, 다른 어떠한 행정적 절차와 마찬가지로 하나

    의 답을 제시하도록 요구한다. 이 결정을 통해 국민 혹은 방문객의 편

    의를 도모하거나 국가의 정책을 세계에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지극히

    공식적인 영역의 활동으로서 공공 번역을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 정부

    의 역할인 것이다.

    그러나 한식의 세계화, 관광 콘텐츠의 질적 향상 도모, 혹은 한국 전

    통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공식 표기법의 표준화를

    통해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문화를 타 언어로 다양

    한 맥락 안에서 유연하게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생

    각한다.

    즉, 비빔밥이 아무리 세계에 널리 알려져 대다수가 bibimbap이라고

    한국어를 그대로 음역하여 사용하면 되는 시기가 온다 하더라도, 한식

    당의 운영자가 혹은 한식 관련 글을 쓰는 외국의 언론인이 잘 정리된 의

    미역 용어, 정의 혹은 해설을 필요로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럴 경우 양질

    의 문화소 번역을 제공하는 공신력 있고 권위 있는 참고 자료를 제공하

    는 것이 정부가 공공 번역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