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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강명헌이혜란 201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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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강명헌․이혜란 2014. 6

  • 머 리 말

    1980년대 이후 금융혁신 및 금융자유화의 진전 등으로 통화수요의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통화와 인플레이션 간 관계도 불투명해짐에 따라 기존의 통화량목표제의

    유용성이 크게 저하되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1998년 물가안정목표제를 공식적으로

    도입하였는데, 도입 이후 소비자물가가 이전에 비해 크게 안정되는 등 한국은행의

    주요 목적인 물가안정의 달성 측면에서 물가안정목표제는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전 세계적인 저물가 기조의 정착으로 물가

    안정목표제의 의의가 점차 약화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증가와 함께 거시경제의 안정성 측면

    에서 물가안정목표제의 유효성이 상대적으로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금융안정 및 재정정책 수단이 활용되면서 통화정책이 여타 정책목표

    와 어떻게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진행

    되고 있다. 아울러 위기 극복과정에서 늘어난 국내 유동성, 선진국의 양적완화정책

    등에 따른 해외자금 유입 등은 주가, 금리, 환율 등 국내 금융시장 가격변수들에

    많은 영향을 줌으로써 중앙은행 정책금리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파급

    경로를 변화시켰을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되었을 가능성, 통화

    정책의 파급경로가 변화되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됨에 따라 그 정도 및 이에 따른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연구필요성에

    의해서 수행되었고, 연구주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통화

    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된 원인분석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의 국내외 제도 및

    정책변화를 다루었다. 두 번째는 유효성에 대한 실증분석으로 물가안정목표제의

    유효성과 금리중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직접 검증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본 보고서의 목적은 당장 현행 통화정책 운용체계의 수정 혹은 변경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며, 향후 보다 바람직한 통화정책운용체계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함에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고서 연구결과가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공식적

  • 인 평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본 보고서가 현재 우리나라 통화정책운용과

    관련한 본격적인 후속연구를 시작함에 있어 좋은 시발점이 됨으로써 앞으로 바람

    직한 통화정책 방안 마련에 작으나마 디딤돌이 되고자 하는 바람으로 작성되었다.

    본 보고서는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하셨던 단국대학교 강명헌 교수와 이혜란 박사에

    의하여 작성되었다. 저자들도 지적하였듯이 본 보고서는 자체로서 완결된 연구라기

    보다는 향후 통화정책의 유효성 문제에 대한 논의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앞으로의

    체계적인 연구에 미력하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저자들은 본 연구에

    모태가 된 금융통화위원회 TF팀에서 많은 도움을 준 고려대학교 김동현 교수, 한국

    은행 김준한 박사, 장정석 박사, 황광명 박사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끝으

    로 본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나 정책 건의는 저자들 개인의 의견이며 금융연구원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혀둔다.

    2014년 6월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윤 창 현

  • 목 차

    요 약

    Ⅰ. ‘뉴 노멀’의 시대·························································································1

    1. 새로운 경제환경···················································································2

    2. 중앙은행의 진화·················································································22

    Ⅱ. 한국의 통화정책······················································································29

    1. 한국 통화정책의 개관········································································29

    2. 최근 통화정책 운영···········································································32

    3. 현행 통화정책 운영체계····································································37

    Ⅲ. 세계 주요국의 통화정책·········································································45

    1. 전통적 통화정책·················································································45

    2. 양적완화정책······················································································49

    3. 거시건전성정책···················································································55

    4. 출구전략·····························································································60

    Ⅳ. 물가안정목표제의 유효성·······································································65

    1. 서 론···································································································65

    2. 물가안정목표제와 거시경제변수·······················································68

    3. 물가안정과 금융안정·········································································77

    4. 물가안정과 재정정책·········································································83

    Ⅴ. 금리중시 통화정책의 유효성··································································89

    1. 서 론···································································································89

    2. 금리의 파급경로·················································································91

    3. 금리와 유동성···················································································100

    4. 금리와 해외요인···············································································109

  • Ⅵ. 요약 및 정책적 대안·············································································119

    1. 유효성검증 요약················································································119

    2. 정책적 대안······················································································123

    참고문헌········································································································132

    Abstract ········································································································138

  • 표 목 차

    주요국의 실업률 추이···············································································4

    주요국의 본원통화 추이···········································································8

    미국 2012 회계연도 재정수지 집계결과··················································15

    주요국의 합계출산율··············································································18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 도달기간···········································21

    물가안정목표제의 운영행태 분류····························································40

    목표대상지표 및 목표범위 변경······························································41

    중국인민은행 주요 기준금리···································································49

    연준의 양적완화정책··············································································52

    주요국의 거시건전성정책·······································································58

    신흥시장국의 주요 거시건전성정책························································60

    IT 채택국과 비채택국의 소비자물가 추이···············································65

    IT의 물가상승률 및 변동성에 대한 효과·················································71

    IT의 경제성장률 및 경제성장변동성에 대한 효과···································74

    IT의 이자율 및 환율변동성에 대한 효과················································75

    그랜저인과관계 분석··············································································79

    Probit 모형 1 회귀분석 결과···································································81

    물가와 GDP, 단위노동비용, 재정수지····················································86

    GQ검정에 따른 금리 구조변화 시점·······················································94

    그랜저인과관계 분석결과·······································································95

    금융상품 가격변수 회귀분석결과····························································98

    장기금리와 통화량 수준 상관관계························································103

    장기금리, 통화량별 추정치····························································106

    장기금리, 통화량별 추정치······························································107

    장기금리, 해외금융변수별 추정치···················································113

    장기금리, 해외금융변수별 추정치·····················································114

    해외금융변수의 국내유동성을 통한 간접효과() ····································116

  • 그 림 목 차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추이··································································3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추이··································································6

    기준금리 및 총액한도대출금리·························································32

    통화정책 운영체계의 파급경로·························································44

    주요 선진국의 정책금리····································································47

    정책금리와 장단기금리·····································································90

  • - i -

    요 약

    현행 한국의 통화정책 운영체계는 물가안정목표제(IT) 하의 금리중시 통화

    정책이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전 세계적인 저물가 기조의 정착으로 물가안정

    목표제의 의의가 점차 약화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유동성 증가와 함께 거시경제의 안정성 측면에서 물가안정목표제의 유

    효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정책금리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 파급

    경로를 왜곡시켰을 가능성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하반기에는 장

    단기금리 역전현상까지 발생함으로써 금리의 파급경로에 이상이 있음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현행 물가안정목표제 하의 금리중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되는

    원인을 새로운 경제 환경으로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고성장·고물가에서 저성장

    ·저물가로의 기조 전환, 양적완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과잉유동성, 글로벌 금

    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되는 금융 불안, 제2의 금융위기로 일컬어지는 유럽

    및 각국의 재정위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등을 살펴보았다.

    이처럼 새로운 경제 환경들이 도래함에 따라 정부로부터 독립된 물가안정 수호

    기관으로서의 중앙은행이라는 개념이 변화하면서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논의가 중앙은행 독립성과 함께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경제 환경이 과거와

    전혀 다르게 바뀌고 중앙은행의 역할도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뉴 노멀’의 시대에

    서는 기존 통화정책의 고수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통화정책의 보완과 중앙

    은행 독립성에 대한 패러다임의 재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안정목표제의 거시경제 안정에 대한 유효성 검증결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물가안정목표제의 유효성이 선진국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

    서는 물가안정목표제의 유효성이 2000년 이전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

    으로 보이지만, 이후에는 그 유효성이 서서히 저하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 ii -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간에 단선적인 상호보완 관계만이

    아니라 시차에 따라 상충별개 관계도 발생함으로써, 물가안정이 금융안정을 보장

    할 수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물가와 재정 간에는 물가 움직

    임을 설명하는 여타 거시변수에 재정관련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인 방식

    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사용 중인 직간접적인 재정정책이 물가안정

    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중시 통화정책의 유효성 검증결과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유효

    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의 파급경로 분석에서 보면,

    기준금리와 직접적인 대체관계에 있는 콜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의 영향

    이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난 반면, CD금리, 국고채 수익률 및 주가 등 그 외 금

    융상품의 경우 기준금리 변경의 영향력이 통계적 유의성이 없거나 금융위기 이

    후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물경제와 가장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자본시장에서의 가격변수 움직임이 기준금리 향방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분

    석결과는 실물경제에 대한 기준금리의 파급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약화되었을

    가능성을 추론해 볼 수 있다.

    한편 유동성이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2008년 9월 이후 그 영향력이 커졌음을 발견하였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현행 금리

    중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됨을 의미하고, 유동성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하여 보다 구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또한 환율, 자본수지, 해외금

    융시장상황 등 해외경제 변수가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한

    결과, 특히 금융위기 이후 이들 변수는 직간접적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하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제시된 IT의 정책적 대안에 대한 주장들은 IT의 기본적인 프레임은

    유지하면서 제도적 실효성을 높이자는 IT의 보완과 중앙은행의 최종목표를 물가

    안정 외로 확장해서 실시하자는 IT의 대안으로 정리될 수 있다. 우선 IT의 제도

    적 실효성을 높이는 보완방법으로 최근의 저물가 기조에 맞춰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치를 하향 조정함으로써 제도의 탄력적 운용에 도움이 된다. 또한 물가안정

  • - iii -

    목표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적용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물가안정목표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한편 IT의 대안으로는 최종 목표의 확장이라

    는 정책조합(policy mix)으로 명목GDP목표제, 통화량관리물가안정목표제, 유럽

    식통화안정목표제 등을 제시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통화정책 파급경로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정책금리, 시중

    금리, 시중유동성이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책금리가

    유동성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

    서 신용, 자산가격 등 금융안정 관련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수단

    의 확충이 매우 긴요하다. 한편 해외변수도 국내유동성을 경유하여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친 사실을 감안할 때 해외요인이 국내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을 최소화함으로써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Ⅰ. ‘뉴 노멀’의 시대 1

    Ⅰ. ‘뉴 노멀’의 시대

    1980년대 이후 금융혁신 및 금융자유화의 진전 등으로 통화수요의 불안정성이 증대

    되고 통화와 인플레이션 간 관계도 불투명해짐에 따라 기존의 통화량목표제의 유용

    성이 크게 저하되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1998년 물가안정목표제를 공식적으로 도입

    하였는데, 도입 이후 소비자물가가 이전에 비해 크게 안정되는 등 한국은행의 주요

    목적인 물가안정의 달성 측면에서 물가안정목표제는 막대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전 세계적인 저물가 기조의 정착으로 물가안정

    목표제의 의의가 점차 약화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의 적극적

    인 정책 대응 및 글로벌 정책 공조로 인해 제2의 대공황은 모면했으나, 과거 침체기

    에 비해 장기추세로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유럽은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일부 남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정위기로 전이됐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

    점으로 세계경제의 전반적 기조가 고성장·고물가의 국면에서 저성장·저물가의 국

    면으로 확연히 바뀌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최근의 저물가·저금리 기

    조 하에서의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논의가 중앙은행 독립성과 함께 확산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로부터 독립된 물가안정 수호기관으로서의 중앙은행이라는 개념이

    변화하면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독립성도 진화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나라에서 통화 정책의 목표 및 수단이 물가안정과 금리정책으로 단순화되면서 정치

    적으로 독립된 중앙은행이라는 개념이 가능해졌고, 중앙은행 운영의 독립성으로 이

    어졌다. 물가안정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엄격하고 철저한 규율은 정책

    결정자로 하여금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물가안정목표제를 기반으로 조성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자산가격의

    버블과 금융 분야의 불안정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

    해 다양한 거시건전성 감독 수단을 활용하게 되면서, 정책목표와 수단에 대한 정치

    적 논란과 함께 그것들의 실효성이 현안으로 부각되었다. 게다가 금융위기 발발 이

    후 중앙은행들은 경기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물가만 목표로 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 2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여태껏 쓴 적 없는 비전통적인 정책들을 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하였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의 목표는 물가안정에만 머물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고용목표제를 채택했고, 다른 선진국에서는 GDP(국내총생산) 성장이

    나 물가상승 목표제 등이 고려되었다. 이처럼 상충관계에 있는 여러 정책목표를 동

    시에 추구할 경우 정치적인 결정이 요구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실시된 대규모 양적완화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구분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중앙은행의 독립성만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증가와 함께 거시경제의 안정성 측면에서

    물가안정목표제의 유효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정책금리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 파급경로를 왜곡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에는

    다양한 금융안정 및 재정정책 수단이 활용되면서 통화정책이 여타 정책목표와 어떻

    게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본 장은 서론으로 연구주제인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되는 원인을 새로

    운 경제환경으로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저성장·저물가로의 기조 전환, 양적완화로

    인한 과잉유동성,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되는 금융 불안, 위기대책

    으로 인한 재정위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등을 점검해 본다. 이

    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저물가·저금리 기조 하에서 진화되는 중앙은행

    의 역할과 독립성을 살펴본다. 이처럼 경제 환경이 과거와 전혀 다르게 바뀌고 중앙

    은행의 역할도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뉴 노멀’의 시대에서는 기존 통화정책의 고수

    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통화정책의 보완이 요구된다.

    1. 새로운 경제환경

    가. 저성장·저물가

    1) 저성장

    2001년 IT 버블붕괴 이후 세계경제는 과잉유동성과 금융규제 완화 등에 힙입은

    자산가격 상승 및 투자확대로 고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자산가격 버블이 붕괴

  • Ⅰ. ‘뉴 노멀’의 시대 3

    되면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불황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위기 이전 및 위기 기간 중에 발생한 과잉유동성 해소와 위기재발을 막

    기 위한 대응 등으로 세계경제는 저성장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저성장으로

    인해 고용악화에 따른 소득정체와 위험회피 성향 확대로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비 및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추이

    (단위 : %)

    자료 : 통계청, http://kosis.kr, EU홈페이지

    과거 부채를 늘리면서 소비를 확대해왔던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부채를 상환함에

    따라 디레버리징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고, 주택가격 정체 및 고용환경 악

    화 지속도 가계의 소비여력을 제한하고 있다. 향후 소비수요 증가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설비가동률이 10~30% 하락하면서 과잉설비 문제

    가 대두됨에 따라, 신규설비투자는 정체되어 과잉설비 해소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과정에서 주요국의 재정이 크게 악화

    되어 향후 재정건전화를 위해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고, 이는 중장기적으

    로 경제성장을 압박하게 된다. 게다가 그리스 등 PIIGS 국가처럼 재정불안으로 금

    리가 상승하거나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재정부담이 더욱 악화되어 경제성장에 악영

    향을 미칠 것이다.

  • 4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2008 2009 2010 2011 2012

    미 국 5.80 9.30 9.60 9.00 8.10

    일 본 4.00 5.10 5.10 4.60 4.40

    영 국 5.70 7.60 7.80 8.00 7.90

    유로지역 7.70 9.60 10.20 10.10 11.40

    한 국 3.20 3.60 3.70 3.40 3.20

    주요국의 실업률 추이

    (단위 : %)

    이렇게 발생한 저성장은 다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 실업률이 상승한

    다. 저성장은 실질 GDP의 하락으로, 소비를 감소시켜 생산활동을 저하시킴으로써

    고용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 두 번째로, 가계소득이 줄고 가계부채가 증가한다. 경기

    침체로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면 노동자의 수입도 줄어들고, 이는 곧 가계소득의 감

    소로 이어지고, 감소된 가계소득은 결국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상황을 만들게 되

    는 것이다. 세 번째로, 저성장은 가계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조세수입도 감소

    시킨다. 즉 저성장으로 실업률이 증가하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노동자가 줄어

    조세수입을 감소시키고, 또한 기업의 이익도 줄여 기업이 내는 법인세수도 감소시

    킨다.

    자료 : 통계청, http://kosis.kr

    한편 저성장 하에서는 현행 물가안정목표제 하의 금리중시 통화정책의 효과가 떨

    어진다는 것이다. 즉 경기과열을 방지하거나 인플레이션을 예방하는 데에는 비교적

    효과적이지만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경기부양에는 상대적으로 효과적이지 못

    하다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유동성함정이 존재하는 경우 중앙은행이 확장적정책을

    통해 은행의 유동성을 증가시키더라도 은행은 기업도산 우려 등 신용위험 때문에

    대출을 기피하게 되고, 따라서 총수요 증가도 가져올 수 없다. 또한 은행이 대출을

    증가시키려 해도 가계와 기업들이 대출받을 생각이 없다면 통화정책의 효과는 기대

    할 수 없다.1)

  • Ⅰ. ‘뉴 노멀’의 시대 5

    2) 저물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적극적인 양적완화정책으로 본원

    통화의 공급을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물가상승률은 전반적인 하향 안정

    세를 유지하며 2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였다. 이론적으로 통화공급의 증가

    는 물가상승을 동반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계속 하락하

    였다. 물가상승률이 일정 수준 이하로 지속되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물가 수준 자체의 하락을 의미하는 디

    플레이션(deflation)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12월 현재 미국, EU, 영국, 한국의 소비자 물가수준은 인플레이션 목표치

    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결정에 주

    요 요소로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가격지수(PCE)가 2013년 11월 연율기준 1.1%로

    여전히 연준 인플레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치고 있고, 실업률이 2013년 12월

    6.7%로 하락하는 등 고용시장이 호전되고 있지만 인플레는 그만큼 높아지지 않고

    있다.2) EU의 경우도, 2013년 11월 물가상승률은 0.9%로, 전월보다 소폭 상승했지

    만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에는 밑돌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 10월 신선

    식품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9% 상승했지만, 일본

    은행(BOJ)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는 미치지 못했다.

    주요 국가가 저인플레이션에 고민하는 것은 저성장이 수반됐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 등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경기부진으로 인한 총수요의 부족이 현재

    의 저물가 현상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

    기에 있다. 아시아 주식 전문 펀드매니저인 제임스 그루버는 포브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에서 디플레(물가하락)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저물가의 원인으로는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임금상승률 하락과

    같은 공급 측 요인이 있고, 환율절상, 투자, 소비, 수출 등 수요 측 요인이 있다.

    1) 함정호, 「금융경제환경 변화와 통화정책 : 도전과 과제」, 2014 한국금융학회 공동심포지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중앙은행업 : 경험과 전망, 발표자료, 2014, p.4.

    2) 헤럴드 경제, 「디스인플레이션 극복-미 통화정책 최대화두」, 2014년 1월 13일자 기사.

  • 6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추이

    (단위 : %)

    자료 : 통계청, http://kosis.kr

    KDI는 “낮은 물가상승률은 2012년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내수부진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며 2014년에도 물가상승률이 1.7~2.3%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진단

    했다.3)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치인 2.5~3.5%보다 크게 낮은 예상이다. 투자, 소비

    등 내수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저물가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도 이러한 저물가 현상에 대해 ‘201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기간 물가안정목표의 하한을 하회하는 현상에 대해 향후 추이를 깊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저물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저물가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져 2차 효과

    를 유발하면서 경제활력을 저하시키고 글로벌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더라도, 물가상승률의 지속적인 하락은 명목지표

    와 실질지표의 관계에 대한 역설을 만들어낸다. 특히 디스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이

    하여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인플레이션 못지않게 디플레

    이션 만회를 위한 대응책 마련과 경제주체의 기대심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저성장·저물가 기조의 고착화는 저금리

    3) KDI, 최근 물가상승률에 대한 평가 및 향후 전망, 2013.

  • Ⅰ. ‘뉴 노멀’의 시대 7

    현상의 장기화를 가져와 금융기관 수익성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위험관리를 강화

    하는 동시에 자금운용처의 개발과 사업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금리중시 통화정책에서는 운용목표인 단기금리의 안정을 중요시하므로 금리

    조정의 여지와 실물경제에 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며, 금융안정 달성에 어려운 점이

    많다. 특히 저물가 하에서는 금리를 선제적으로 상향 조정할 명분이 없으므로 신용이

    과다하게 확대되면서 자산가격 버블이 발생, 확대, 붕괴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스템이

    붕괴되고 경제침체와 부채디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의 금리

    중시 통화정책만으로는 금융안정과 거시경제안정을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4)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공

    격적인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에 머무는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본원통화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선 빚을 갚아야 하는 상

    황이라 대출이 늘지 않고 돈이 금융권에만 맴돌며 실물부문으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저성장-저금리 현상도 나타났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결과는

    결국 기존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나. 과잉유동성

    글로벌 과잉유동성과 이에 따른 금융불균형은 저물가-저금리 구조, 글로벌 경상

    수지 불균형,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신용재창출과 레버리지 확대 등에 의해 이루어

    졌다. 이것은 금리격차, 국부펀드와 신종펀드 발달,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한 증권화

    등을 통해 확장과정을 밟게 되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대응과정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국채매입 등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통하여

    본원통화 공급을 대폭 확대하였다.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차례5)에 걸친 양적완화(QE) 등으로

    2007년말 0.8조 달러에서 3.9배 수준인 3.2조 달러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본의

    경우 2007년말 96조 엔을 공급한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2년 12월 아

    4) 함정호, 「금융경제환경 변화와 통화정책 : 도전과 과제」, 2014 한국금융학회 공동심포지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중앙은행업 : 경험과 전망, 발표자료, 2014, p.6.

    5) 1차 : 2008년 12월~2010년 3월, 2차 : 2010년 11월~2011년 6월, 3차 : 2012년 9월~

  • 8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베노믹스 시행 후 급격히 증가하여 2013년 6월말 173조 엔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EU의 경우 2007년말 0.8조 유로에서 2013년 6월말 기준 1.3조 유로로 증가하여,

    달러화, 엔화에 비해서는 증가율이 낮은 수준이라 하겠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

    본, 유로존이 공급한 본원통화는 달러화로 환산하면 2007년말 2.9조 달러에서 2013

    년 6월말 6.6조 달러로 3.7조 달러(120.1%) 증가했다.

    주요국의 본원통화 추이

    구 분 ’07말(A) ’08말 ’09말 ’10말 ’11말 ’12말 ’13.6말(B) 증가율(B/A)

    미 국(조 달러) 0.8 1.7 2.0 2.0 2.6 2.7 3.2 288.3%

    일 본(조 엔) 96 101.3 105.8 109.5 125.1 138.5 173.1 80.4%

    유로존(조 유로) 0.8 1.1 1.0 1.0 1.3 1.6 1.3 48.8%

    합 계(조 달러) 2.9 4.4 4.7 4.8 5.9 6.4 6.6 120.1%

    자료 : 한국은행

    이에 비해 2013년 6월말 현재 미국, 일본, 유로존의 광의통화(M2)6)는 34.2조 달

    러로 2007년말 28.4조 달러 대비 5.9조 달러 증가했으나, M2의 증가율은 본원통화

    증가율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경기회복 및 본원통화 공급 확대로 2013

    년 6월말 M2는 2007년말 7.5조 달러 대비 40.9% 증가한 10.6조 달러이다. 일본의

    경우는 경기부진 지속으로 통화증가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여, 2007년말 1,034.3

    조 엔에서 2013년 6월말 1,158.2조 엔으로 12% 증가에 그쳤다. EU의 경우 독일 등

    북유럽의 견조한 성장세 등에 힘입어 2007년말 7.4조 유로 대비 22.4% 증가한 9.1

    조 유로이다.7)

    이렇게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막대하게 공급된 주요국 유동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EU·일본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공급한 본원통화는 2013년 6월말 현재 6.6조 달러에 달하고 있다. 특히 금융

    6) 현금, 결제성예금, 만기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실적배당형상품, 금융채, 시장성상품 등

    7) 금감원,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유동성 현황 및 향후 전망, 보도자료, 2013.8.16.

  • Ⅰ. ‘뉴 노멀’의 시대 9

    위기 진원지인 미국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및 연준의 제로

    금리 정책과 양적완화정책 기조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과잉유동성 정

    도가 아주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우 위기 발생 직후

    인 2008년 10월에서 12월중 기준금리를 3차례에 걸쳐 175bp 인하하였으며 같은 기

    간중 ECB는 175bp(3회), 일본은행은 40bp(2회), 영란은행은 200bp(3회)로 정책금

    리를 하향조정하였다.

    양적완화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회에 걸쳐 2.35조 달러 규모

    의 국공채 및 MBS를 매입하였으며 ECB도 2차례의 장기대출을 통해 1.2조 유로 규

    모의 자금을 공급하였다. 일본은행은 25조 엔 규모의 저금리 단기대출을 실시하고

    55조 엔에 달하는 국채, 회사채 등을 매입하였고, 영란은행도 2,750억 파운드 규모

    의 국채 등을 매입하였다.8) 이러한 큰 폭의 정책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은 수익성 추구 등의 목적으로 국제원자재시장

    및 신흥국으로 유입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는

    등 금융시장과 경기를 교란할 수 있는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2013년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발언

    이후 주요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이탈 가능성이 부각되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

    대되어, 주요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그간의 유입에서 유출로 전환되고, 환

    율도 급등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 22일~6월 12일 동안 주요 신흥

    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190억 달러 이상이 유출되었다.9) 이렇게 최근 금융시장 변

    동성이 확대된 신흥국들의 공통점은 금융위기 이후 포트폴리오 자금 유입으로 금융

    시장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경상·재정수지 악화, 단기외채 부담

    증대 등 경기 펀더멘탈이 취약한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반면 펀더멘탈이 양호한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여건은 추가적으로 악화되

    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10)

    그러나 이러한 과잉유동성 문제는 지금과 같은 저물가-저금리-저성장 기조 하에

    서 금리중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과잉유동성 축소를 위해 기준

    8) 김명현, 「선진국의 금융완화 정책이 신흥국에 파급되는 영향 및 경로 분석」, Monthly Bulletin, 한국은행, 2012.10, p.16.

    9) 한국은행, 「주요 신흥국의 최근 경제 동향과 전망」, 국제경제리뷰 2013-17호, p.19.10) 김완중·김승룡, 「신흥국 금융불안과 한국경제 시사점」, 하나금융정보, 하나금융그룹, 2013.9, p.7.

  • 10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금리를 올리고자 해도, 저성장-저물가 국면에서 금리인상의 명분을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쉽다. 또한 금리를 올린다 해도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수익률보다

    금리가 낮은 경우 유동성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유로지역에

    서는 정책금리 조정의 유동성 조절 효과나 유동성 증가에 반응, 혹은 선제 대응한

    금리정책 운용 여부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11) 한편 갑작스런 유동성 축소가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과 영향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따

    라서 저물가 하에서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금리를 급격하게 조정하여 자산가격

    거품과 관련된 과잉유동성에 대처하는 것은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 금융불안

    금융불안은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금융시스템에 내재된 취약성들로 인해 금융

    시스템의 주요 변수들이 안정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12) 여기서 금융시스템

    이란 자금이 공급자로부터 수요자로 흘러가도록 함으로써 중앙은행이 공급한 현금

    보다 더 많은 유동성을 창출하여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인데, 이

    러한 기능의 이면에 금융불안 요인이 내재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인 불안요인은 금융거래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금융거래 계약이 불이행되었다거나 혹은 어떤 금융기관이 도산하

    였다고 해서 금융불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경제활동을 상당

    수준 위축시킬 정도로 금융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에는 금융불안이

    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불안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금융기관이 어떤

    연유에서 도산하고 또 이것이 어떻게 파급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겠다.

    또한 금융불안을 경기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거시적인 시각

    도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특정 금융기관의 도산과 그에 따른 파급효과보다 금융

    시스템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적 충격이 중요하다. 거시적 충격으로

    11) 신용상·송재은, 「최근 대내외 유동성 리스크 점검 및 향후 통화관리 유효성의 제고방안」, 한국금융연구원, 2008,11.

    12) Minsky(1982, 1986, 1992), 「금융불안이 산업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정책적 대응방향」, 김진웅·김인철·노영진·김수동, 산업연구원, 2009.12, p.48, 재인용

  • Ⅰ. ‘뉴 노멀’의 시대 11

    는 통화 공급량 감소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경우와 경기확장기에 투기적 자금차입

    혹은 대출을 하였다가 경기수축기에 자금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출자가 자금

    상환을 요구함으로써 금융시스템 불안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경기확장기에

    다수의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하면서 위험을 과소평가하였다

    가 경기가 반전되면 급격히 기대를 바꾸는 근시안적인 군집행태를 보이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 이외에도 통화 및 재정정책, 금융감독정책 등 경제정책의 실패가 금융

    불안을 유발하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의 금융불안은 주로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유래되

    었다고 볼 수 있고, 이후 닥친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살펴보면, 2000년대 초 IT버블 붕괴로 경기가 침체

    하자 장기간에 걸친 금융완화정책과 금융기관의 과도한 대출 확대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보이자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주택

    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급증하고 주택가격에 버블이 형성되었다. 이

    러한 주택가격 상승과 통화량 증가에 대응하여 급격히 정책기조가 금융긴축으로 전

    환하면서 주택가격 및 주가의 대폭 하락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연체가 급증

    하게 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연체율은 2005년 1%대(90일 이상 연체)에서

    2008년 10월에는 15.2%로 급증하였다.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융규제 완화와 미흡한 감독체계를 들

    수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은행들의 총부채가 순자본의 15배 이내여야

    한다는 레버리지 규제를 철폐(2004년)함으로써 투자은행들은 단기금융시장에서 순

    자본의 20~30배까지 자금을 차입하였다. 그러나 자산유동화의 위험성과 규모를 제

    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통합감독기구 없이 여러 기관에서 감독

    업무를 분담함으로써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위한 감독체계는

    미흡했다. 또한 이러한 대출연체는 결국 가계부채의 급증으로 이어졌는데, 2007년

    말 13.8조 달러(명목GDP의 99.9%)로 2000년(명목GDP의 71.4%) 대비 2배로 빠르

    게 증가되었다. 이는 다시 금리상승에 따라 연체율 상승과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충격이 실물경제로 급속히 전이된 경우이다.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로 인해 주택모기지와 관련 파생상품의 손실이 크게 확대되어 글로

  • 12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벌 금융기관인 베이스턴스(2008년 3월)와 리먼브라더스(2008년 9월)가 연쇄 도산

    했고, 은행과 보험업계 1위인 씨티그룹(2008년 11월)과 AIG(2008년 9월)에 긴급

    구제금융이 투입되었다. 주요 금융기관 도산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금융기능이

    마비되었고, 이러한 금융위기는 즉각 실물부문으로 전이되었다. 세계경제성장률

    (시장환율 기준, 전년동기 대비)은 2008년 3/4분기 1.6%에서 리먼브라더스 사태 직

    후인 2008년 4/4분기에는 -1.1%로 급락하게 되었다. 이에 주요국은 정책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금융위기에 신속히 대응하

    였다.

    한편 유럽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경색 및 부동산버블 붕괴

    등으로 은행의 민간대출 손실이 확대되고 증권투자 손실 등으로 은행의 부실이 확

    대되었다. 이러한 부실은행에 대해 자본 확충을 위한 재정투입과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지출 및 세수 감소로 재정적자가 급격히 확대되어 재정위기로 전이되었다. 선

    진국의 재정위기 심화로 유럽 은행의 부실화 가능성 및 신용경색 우려가 고조되는

    등 재정위기가 다시 금융불안으로 전이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에 3대 세계 신용

    평가회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이탈리아 대형은행 2개(10월 5일), 영국 12개 은행

    (10월 7일) 등 유럽지역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미국 최대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를 비롯해 씨티은행, 웰스파고 등 3대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9월 21

    일)했다.13)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금융부문을 통해 생산과 물가 등 실물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부문이 불안하거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효과를 기대만큼 얻을 수 없다. 그

    만큼 금융안정은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게끔 하

    는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품이 붕괴되어 신용경색

    이 발생한 상황에서 최근처럼 저물가 기조가 정착된 경우에는 극단적 완화정책이

    불가피하게 되어 물가안정과의 상충이 두드러지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또한 중앙

    은행이 금융불안에 사전적 ‧ 직접적으로 대응할 경우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적정수준을 이탈하는 상충관계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 이처럼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13) 정영식, 「최근 경제상황 점검과 한국의 대응」, CEO Information, 삼성경제연구소, 2011.11, pp.4 ~6.

  • Ⅰ. ‘뉴 노멀’의 시대 13

    상충별개 관계를 나타내는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만을 목표로 삼아서 통

    화정책을 운영할 경우 금융불안 발생을 방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금융

    불안 발생을 방조하는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라. 재정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재정은 2008년 들어 경기부양을 위한 지출

    증대 및 경기둔화에 따른 세수 감소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러한 재정적자

    의 확대는 금리상승에 따른 경기회복 저해, 정부부채 증가와 국가신용등급 하락, 신

    흥시장국으로의 자본유입 위축, 사회보장부문 등에 대한 정부지원 여력 감소, 통화

    정책운용의 어려움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구결과14)에 따

    르면, 국가채무비율이 90%를 넘어설 경우 국가채무가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한다고 하므로 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하겠다.

    제2의 금융위기로 일컬어지는 유럽의 재정위기는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적 산물이

    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요인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은행부실

    과 재정수지의 악화를 들 수 있다. 재정위기는 과도한 국가부채로 인해 발생되는 국

    가경제위기로, 전염효과를 통해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15) 즉 과도한 국가부채로 재정정책의 여지를 상실하여 경기가 침체하고, 더 나

    아가 세수로는 이자 갚기도 어려워 신규국채발행이나 차환발행이 어려워지는 ‘부채

    의 함정(debt trap)’에 빠지거나 국가부도(sovereign debt crisis)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국채를 매입한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금융경색으로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위기의 악화로 유럽 금융기관들은 투자손실 확대가 우려되면서 신용

    등급이 무더기로 하향 조정되어 자금난과 신용경색에 직면하였다. 유럽 재정위기의

    원인으로는 첫째, 글로벌 금융위기를 들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경색 및 부동산버블 붕괴 등으로 은행의 민간대출 손실이 확대되고 증권투자16)

    14) Reinhart & Rogoff, “Growth in a Time of Debt", 2010,1.

    15) 오정근, 「유로존 재정위기의 배경과 전망」, 한국은행, 2012.5, p.3.16) 김득갑 외, “유럽은행들은 수익 다변화를 위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및 기타 구조화상품(structured

    products) 등에 투자하였다.” 유럽재정위기 극복방안과 전망, 삼성경제연구소, 2012.1, pp.16~30.

  • 14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손실 등으로 유럽 은행의 부실이 확대되었다. 이렇게 부실화된 은행에 대해 자본 확

    충을 위한 재정투입과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지출 및 세수 감소로 재정적자가 급격

    히 확대되었다.

    둘째, 회원국 내부의 문제로서 방만한 재정지출로 인한 정부부채의 급증을 들 수

    있다. 또한 유로존 국가들 간에는 국가경쟁력의 현저한 차이가 존재하는데, 남유럽

    국가인 재정 취약국들은 대체로 국가경쟁력과 산업경쟁력이 취약하여 시간이 흐를

    수록 유로존 내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 한편 유로화 출범으로 주변국으로 유

    입된 저금리 자금은 주로 부동산 투자와 소모성 재정지출 등 비생산적인 부문에

    흘러 들어감으로써, 부동산 버블을 형성하고 정부재정의 확대를 초래하여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악화시켰다.

    셋째, 유로존의 구조적 한계를 들 수 있다. 우선 유로존 국가들 간에 강한 금융

    연계로 재정취약국이 국가 채무위기를 겪게 되면서 프랑스, 독일 등 자본국들도 함

    께 위기에 노출되었다. 또한 유로존은 통화통합만 이루어지고 재정통합은 이루어지

    지 않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의사결정 주체가 상이해 신속한 위기 대응이 어려

    운 상황이다. 한편 유로존은 유로화 도입 이후 단일화폐, 기준금리로 인해 거시경제

    의 불균형을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자동조절 메커니즘의 작동이 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한편 미국의 재정은 2000년대 들어 악화 추세를 보였고,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로 인한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재정지출의 확대와 경제침체에 따른 세수감

    소로 인해 재정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되었다. 이에 미국의 국가채무도 감세 및 재정

    지출의 확대에 따라 급증하여, 2010년에는 무려 13조 달러에 육박했다. 이렇게 미국

    국가채무는 GDP대비 62.0%(2007년)에서 위기 이후에는 국가채무가 92.8%(2010년)

    로 급증하였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시행해온 미국의 경기부양책도 한계에 부

    딪히고 있다. 아래의 을 보면, 미국 연방정부의 2012년 재정 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해마다 1조 달러가 넘는 재정적자에 시달

    리며 국채를 남발하고 있다. 무려 16조 달러가 넘어버린 누적 적자를 갚기 위해 또

    다시 빚을 내야하는 미국 정부는 일 년에 이자만 2,000억 달러 이상 지불하고 있다.

  • Ⅰ. ‘뉴 노멀’의 시대 15

    재정수입 재정지출 재정적자 국채이자

    2조 4,490억 9,300만 3조 5,384억 4,600만 1조 893억 5,300만 약 2,000억

    미국 2012 회계연도 재정수지 집계결과

    (단위 : 달러)

    자료 : 미국 상무부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1월 정부 재정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연 평균 600억

    달러 정도의 세금을 인상하고, 최대 1,200억 달러의 군사, 복지, 재정지출을 줄여

    연간 1,8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여가기로 공화당과 합의했다. 즉 부시정부 이래

    지속된 ‘부시감세조치(Tax relief Act of 2010)’가 2013년에 종료됨에 따라 세금부담

    이 소득구간별로 3~5%p 증가하게 되며, 예산통제법(Budget control act of 2011)에

    따라 재정지출을 크게 삭감할 예정이었다. 이러한 재정 감축안은 재정절벽(fiscal

    cliff)17)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2012년 12월 31일 합의에 도달했다.

    그 이후로도 미국 연방정부는 의회의 2014회계년도 예산안 마련 실패로 2013년

    10월 1일부로 정부폐쇄(Government Shutdown)에 돌입하여, 미 연방정부가 폐쇄

    되어 필수기능(국방 및 치안 등)을 제외한 공공정부 업무가 16일 동안 정지되었다.

    이에 공화당과 민주당이 2014년 1월 15일까지 적용되는 임시 예산안에 합의하였고,

    이어 2013년 초 합의된 2014~2015회계년도 예산안으로 앞으로 2년간 연방정부 폐

    쇄의 위험은 사라졌다.

    반면 일본의 국가채무 누적은 1990년대 버블붕괴 이후 정책실패에 따른 재정적자

    심화와,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등이 원인이 되어 GDP대비 국가채무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0.7%(적자규모 50.8조 엔)에 달하였고, 사상 처음으로 국채의존도가 50%를 초과

    하였다. 2011년에는 대지진으로 GDP대비 국가채무가 200%대에 진입(211.7%)하였

    다. 그러나 일본은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막대한 경상

    17) 재정절벽(Fiscal Cliff)이란,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대규모 세입확대 혹은 지출 축소 등을 시행하면서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이 2012년 말~2013년 초 세제 혜택 종료와 자동 지출 삭감을 앞두고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슈화 되었다.

  • 16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수지 흑자와 대외순자산 보유에 힘입어 국가부도와 같은 극단적인 사태의 실현가능

    성은 매우 낮다.

    특히 2009년 일본의 경상수지는 13.3조 엔의 흑자를 내고 있고, 연말 대외순자산

    은 266조 엔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국가채무 증대는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을 초래

    하고, 이에 따라 금리가 상승하기 마련이나, 일본의 국채금리(신규발행 10년물 기준)

    는 1990년대 말부터 2% 아래에서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고, 2010년 들어서는

    1.2~1.3%대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의 순금융부채에

    대한 국채이자부담은 GDP 대비 1% 수준에 그치고 있고, 이는 그리스(2009년 4.5%)

    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G-7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저금리 기조는 디플레이션 지속, 기대성장률 저하,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등과 같은 거시경제 환경에서 비롯되고 있으나, 국채가 거의 국내에서 소화되고

    있다는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2010년 3월말 기준으로 전체 국채잔액 834조

    엔 가운데 국내금융기관의 보유비율 76.7%를 포함하여 국내 투자가의 보유비율이

    94.3%에 달하고 있는 반면, 해외투자가는 나머지 5.7%(47.3조 엔)에 불과했다. 일

    본의 국채비율이 위험수위에 달했음에도 정부의 국채상환 부담이 적고, 국채의 대

    부분을 내국인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내부에서는 국채발행에 거부감을 갖

    지 않는 기조가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재정구조 개혁이 지연될 경우에는 국채발행

    이 누적되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1월부터 일본경제의 근본문제인 장기 디플레이션 탈피

    를 위해 금융완화, 재정투입 확대, 성장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아베노믹스가 추진

    되고 있다. 이 정책은 최대 규모 예산편성 및 추경을 통해 공공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으로, 2013년 2.5% 증가한 92.6조 엔의 예산을 편성했다. 또한 공공사업비를

    16% 증가시켰고, 긴급경제대책(추경예산)으로 10.3조 엔을 추가 편성하였다. 그러

    나 이러한 재정확대정책으로 인한 향후 재정건전화가 주요 과제가 되어 2013년 8월

    일본중기재정계획에서는 2015년까지 신규국채발행을 43조 엔까지 억제하는 목표를

    세웠다.18)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주요국의 재정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18) 손호길·김경미·신태철, 「일 아베노믹스 실시성과 중간점검 및 시사점」, Global Market Report13-061, KOTRA, 2013.11. p.9.

  • Ⅰ. ‘뉴 노멀’의 시대 17

    위한 경기부양정책으로 인해 발생했고, 다시 이것이 금융불안으로 전이되어 제2차

    금융위기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렇듯 재정위기는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와 관련해서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경기조절에 있어 재정정책과 통화정

    책의 역할분담이다. 최근처럼 재정정책 활용이 지속되는데도 불구하고 불확실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에는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게 되고 그만

    큼 재정정책 활용 여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는 통화정책이 경기안정화 역할을 상당부분 담당하여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

    상된다.

    다음으로 현재와 같은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운용여건 문제이

    다. 재정위기로 인해 재정지출을 줄여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부채 원리금 상환

    문제가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위기를 겪는 선진경

    제를 중심으로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통화정책 운용 시 이러한 재정여건을 감안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선진경제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이 해당국의 재정위기로 인해 제약될 가능성이 높아 주로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

    적 정책수단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물가안정 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19)

    마. 저출산·고령화

    일본의 합계출산율20)은 1947년 4.54명에서 1960년 2.0명까지 하락하였고, 제2차

    베이비붐 시기인 1971년에 일시적으로 2.16명으로 회복되었다. 그 이후 합계출산율

    은 또 다시 하락 기조로 전환되어 1985년 1.75명, 1995년에 1.48명까지 하락하였다.

    2005년의 합계출산율은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는 기준인 1.3명을 밑돌기 시작하

    였고, 2005년에 급기야 과거 최저치인 1.26명까지 하락하였다. 이후 2006년 1.32

    명, 2008년 1.37명, 2010년 1.34명, 2015년 1.41명으로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

    지만, 여전히 대체출산율(2.1명)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9) 최인방, 「재정건전성 회복과 통화정책에의 영향」, Monthly Bulletin, 한국은행, 2012.1. p.47.20) 한 여성이 평생 동안 평균 몇 명의 자녀를 낳는가를 나타내는 지표

  • 18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이러한 일본 저출산의 직접적 요인은 만산화 경향으로 인한 여성 한 사람당의 생

    애 출산수의 감소이다. 만산화가 진전되는 배경은 여성의 고학력화와 노동능력, 노

    동의식이 향상되고, 여성의 취업기회가 많아짐으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또한 만혼화의 경향과 함께 1980년대 이후 25~34세 사이 남녀의 미혼

    율이 증가하여 2005년 여성의 경우 25~29세에서 59%, 30~34세에서 32%이며, 남

    성의 경우 25~29세에서 71.4%, 30~34세에서 47.1%에 달하고 있다.

    국가별 1965 1970 1975 1980 1985 1990 1995 2000 2005 2010 2015

    일 본 1.99 2.02 2.13 1.83 1.75 1.66 1.48 1.37 1.26 1.34 1.41

    미 국 3.40 2.58 2.02 1.77 1.80 1.91 2.03 2.00 2.04 2.06 1.97

    영 국 2.81 2.57 2.01 1.73 1.78 1.84 1.78 1.74 1.66 1.88 1.88

    한 국 5.63 4.71 4.28 2.92 2.23 1.60 1.70 1.51 1.22 1.23 1.32

    주요국의 합계출산율

    (단위 : 명)

    주 : 5년치 자료의 중위자료임.

    자료 : 통계청, UN

    반면 영국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 2.57명에서 1980년 1.73명까지 낮아졌다. 이후

    1995년까지 1.73~1.78명 수준을 유지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1.6명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특히 2005년에는 1.66명으로 최저점에 도달하였다. 이후 출산율은 다

    시 상승하였고, 2010년 합계출산율은 1.88명 수준으로 나타났고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이 이렇게 일본과 달리 최근 들어 출산율이 증가한 요인은 이민

    정책의 성공과, 여성의 일자리정책에 있다 하겠다. 또한 혼외임신의 증가도 최근 출

    산율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한국의 경우 1970년 4.71명에 달했던 합계출산율은 1983년에는 2.08명으로 인구

    대체출산율 수준(2.1명) 밑으로 감소하였으나, 아무런 대책이 강구되지 못하였고 그

    다음 해인 1984년에는 1.74명으로 대폭 급감한 바 있다. 1985년까지 대체출산율

    수준을 웃돌던 합계출산율은 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990년 1.6명, 1995년

  • Ⅰ. ‘뉴 노멀’의 시대 19

    1.7명을 기록하였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다시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2000년에는

    1.51명을 기록하였고, 2005년 이후 1.2~1.3명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05년 1.08

    명까지 추락한 합계출산율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2006년부터 반등하여 2008년에는 1.19명의 출산율을 보였고, 2012년에는 1.3명을

    기록해 초저출산 국가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였으나, 2013년 출산율이 다시 1.18명

    으로 떨어져 다시 초저출산 국가의 위치에 서고 말았다.

    이러한 한국의 저출산의 원인은 첫째, 인구학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즉 초혼 연령

    의 증가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경제적 요인을 들 수 있다.

    교육열이 높은 사회 분위기상 자녀가 많을수록 양육비용으로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

    하기 때문이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자기집 마련과 전세금 부담이 증가하여 출

    산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

    화,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태도 변화, 가치관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마지막 정책적

    요인으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에 따른 부작용을 들 수 있다.

    고령화 측면에서 미국은 1942년 고령화사회21)로 진입한 이후 65세 이상 인구가

    현재까지 비교적 완만한 추세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1946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가 도달하게 되면 65세 이상 인구증가는 가

    속화될 전망이어서, 2030년경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50년경에는 초고령사회

    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특징적인 현상은 기타 선진국에 비해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완만하게 진행되었으나 65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은 매우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또한 65세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주목하고 있는 현상은 85세 이상의 인구가 다른 연령그룹보다 더욱 현저하

    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2년의 경우 85세 이상 노인인구는 4백 60만명을 넘

    어서고 있는데, 의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기대수명이 연장됨으로써 이러한 추세는

    향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현재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앞으로도 낮은 출산율, 평균

    수명의 증대 등으로 고령화가 진행되어 2040년에는 모든 국가가 초고령사회에 진입

    21) 한국은행, “UN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14%인 국가를 고령화사회(Ageing Society), 14~20%인 사회를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인 사회를 초고령사회(post- aged society)로 정의하였다.” 「EU에서의 고령화 파급영향과 노동·연금개혁 방향」, 국제정보2013-4호, p.1.

  • 20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할 전망이다.22) 2010년 EU 27개국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은 17.4%로 대

    부분의 국가가 고령사회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독일(20.6%) 및 이

    탈리아(20.3%)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피라미드도 고령인구 비중의

    지속적인 상승에 영향을 받아 현재의 방추형에서 2060년에는 종형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고령화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1970

    년에 ‘고령화사회’로, 1994년에 ‘고령사회’로 그리고 2006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

    했다. 과거 선진국의 경우 고령자 인구비중이 7%에서 14%까지 확대되는 데 최소

    40년 이상이 걸렸으나,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24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불과 1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 일본은 전 세계에서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고,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국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를 이미 경험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속도

    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1%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되는 등 지금까지의 빠른 고령화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것은 출산율

    이 낮아지면서 인구증가율이 하락한데다 수명연장으로 고령인구가 늘어난 데 그 원

    인이 있다 하겠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를 거쳐 초고령사회로 바뀌

    는 데 최소한 70~80년 이상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는 2018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이후 8년만인 2026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바뀌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26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50년에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중

    고령인구 비중이 제일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14세 미만 인구 대비 고령인구의 비율인 노령화지수도

    급속히 상승하며 주요 선진국을 상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노령화지수는 2020년

    에 125.9로 상승하여 미국, 영국, 프랑스를 상회하고, 2050년에는 429.3이 되어 일본

    (337.5)과 독일(258.4)을 추월할 전망이다. 인구고령화의 빠른 진행으로 20세 이상

    22) The 2012 Ageing Report, 2012, EU집행위.

  • Ⅰ. ‘뉴 노멀’의 시대 21

    64세 이하의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고령자 부양비율도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50년에는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고령자

    부양비율(dependency ratio)이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00년에

    15.3%에 불과하던 고령자 부양비율은 2050년에는 91.4%를 기록하며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율1) 한 국 일 본 프랑스 독 일 영 국 스웨덴 미 국

    도달연도

    7% 2000 1970 1864 1932 1929 1887 1942

    14% 2017 1994 1979 1972 1976 1972 2013

    21% 2026 2006 2020 2012 2021 2012 2028

    소요기간7%→14% 18 24 115 40 47 85 71

    14%→21% 9 12 41 40 45 40 15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 도달기간

    (단위 : 년)

    주 :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자료 : 통계청, 금융연구원

    이와 같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경제적 영향으로 먼저 잠재성장률 하락을 들

    수 있다. 인구고령화는 잠재노동투입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생산가능 인구

    를 감소시키고 경제활동참가율을 낮추기 때문이다. 일국의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요인은 노동 및 자본 투입량과 총요소생산성이 있는데 잠재노동투입량은 다음과

    같은 세 부분의 구성요소로 분리될 수 있다. 이 중에서 저출산·고령화는 경제활동

    참가율 또는 고용률을 하락시킨다. 다음으로 재정지출 급증 및 저축률 하락을 들 수

    있다. 고령층이 늘어나면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보건지출도 크게 확대될 우려

    가 있으며, 이들 계층의 소득이 하락하면 빈곤층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저출산·고령화 진전과 함께 고령인구에 대한 연금과 의료보험 등을 통해 정부지출

    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고령화로 저축성향이 낮은 인구비중이 상승하면 저축률은

    하락하게 된다. 즉 생애주기설에 따르면, 개인들은 노후에도 소비수준을 일정하게

  • 22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유지하기 위해 청장년기에 저축을 많이 하므로 평균저축성향은 노년기보다 청·장

    년기에 더 크다.

    마지막으로 저출산·고령화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Patrick

    Imam(2013)은 인구구조에서 고령층의 비중이 커져 통화정책의 효과가 줄어들었다

    고 밝혔다. 특히 선진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기준금리를 낮추면 소비가 촉진되어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젊은 층에서 주로 발견된다. 사람들은 생애

    주기 상 젊을 때 주로 대출을 받아 채무자가 되고 나이가 들어 자산이 쌓이면 채권

    자가 되는 경향이 있는데, 고령층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상대적으로 대출을 적게

    받음으로써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영향력이 작아진다고 밝혔다. 실제 그의 검증 결

    과, 노년부양비가 1% 늘어남에 따라 통화정책 효과는 물가상승에서 0.1%포인트, 실

    업률에서 0.35%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구

    구조가 고령화됨에 따라 통화정책의 효과가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

    다.23)

    2. 중앙은행의 진화

    가. 중앙은행 역할

    중앙은행은 상업은행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중앙은행의 주요한 기능

    은 크게 거시적 기능과 미시적 기능 두 가지로 나눈다. 중앙은행의 거시적 기능이란

    화폐금융정책을 통해 통화가치의 대내외적 안정을 추구하고 통화량과 이자율의 조

    정을 통해 경제의 명목 또는 실질변수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경제를 바람직한 방향

    으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중앙은행의 거시적 기능에 대한 인식은 시대와 함께 변

    화해 왔다. 금본위제에서 중앙은행은 은행권 발행의 조절과 금준비(Gold Reserve)

    의 관리를 통해 자국통화의 대내외적 가치, 즉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였다.

    23) Patrick Imam, “Shock from Gravine : Is the Demographic Shift Weakening Monetary Policy Effectiveness", IMF Working Paper, 2013.9.

  • Ⅰ. ‘뉴 노멀’의 시대 23

    그러나 중앙은행이 거시적 기능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

    각국이 관리통화제도로 이행하면서부터였다. 중앙은행의 거시적 기능은 완전고용

    달성, 국제수지 균형 유지, 경제성장 촉진 등 여러 가지 거시경제적 정책목표가 제

    기되면서 매우 복잡해졌다. 이 와중에 고도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개발도상국

    과는 달리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다른 거시경제적 목표 중에서도 통화가치의 안정

    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받아들여 왔다.

    한편 중앙은행의 미시적 기능이란 개별금융기관을 규제·감독·보호하여 금융

    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시적 기능은 중

    앙은행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중앙은행이 담당해야 할 기능이라고 인식하지 못

    했다. 당시 중앙은행의 주요 기능은 금·은의 태환보장이었는데, 이것은 다른 시중

    은행들도 수행하고 있던 기능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은행’으로서 중앙은행의 특권

    은 각 은행이 자신들의 준비금을 중앙은행에 집중시키게 하였고, 그 결과 중앙은행

    은 ‘은행의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 역할은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은행제도 전반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

    금융시장은 정보의 불완전성과 비대칭성, 외부효과 등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금융시장은 갑자기 불안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적절히 규제·감독하는 기구가 요청되는데, 이것이 중앙은행의 미시적 기능과

    관련된다. 즉, 금융제도의 불안정성이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감독 기능은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의 기능도 병행

    하도록 했는데,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미시적 기능을 최종대부자 기능으로 설명하기

    도 한다. 중앙은행의 미시적 기능은 신종 금융상품의 등장과 급속도로 진행되는 금융

    혁신, 규제완화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중앙은행이

    담당할 본질적 기능으로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진화하여 왔다. 오늘날 중앙은행제도의

    전신에 해당하는 은행들은 17세기 유럽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1668년 설립된 스웨

    덴 릭스은행(Swedish Riksbank)과 1694년 설립된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은행의 효시였다. 이 은행들은 재정지원이 필요했던 정부당국

    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정부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특수한 상업은행이었다. 프로

  • 24 한국 통화정책의 유효성 연구

    이센 국립은행처럼 애초에 국가은행으로 출발한 경우도 있으나, 영란은행처럼 상업

    은행으로 출발하여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은행으로 변모하는 것이 더욱 일반적이었

    다.

    일반 상업은행과 정부의 은행 역할을 동시에 수행함에 따라 얻어진 특수성 때문

    에 특허은행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차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은행권 발행의 경쟁

    력이 더욱 강화되어 점차 금융제도에서 핵심적인 기관으로 성장하였다. 특허은행의

    은행권이 시중에 널리 유통되자 일반은행들도 특허은행의 은행권을 보유할 필요가

    생겼다. 이들은 금화를 일부 예치하고 특허은행권을 획득하였으며, 유동성이 부족

    해지면 막대한 재원을 가진 특허은행들로부터 특별대부를 받기도 하였다. 즉 ‘정부

    의 은행’의 역할을 수행하던 특허은행들이 점차 ‘은행의 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수행

    하게 되었다.

    은행업 초창기에 상업은행들은 자신들이 발행한 은행권과 정화(금·은화) 간의

    태환성(convertibility)을 유지하기 위하여 전액준비제도(full reserve banking)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 상업은행은 점차 수익성 향상을 위해 위

    험을 감수하면서 지불준비금을 대출재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전액준비

    제도가 부분준비제도(fractional reserve banking)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부분준비

    제도에서는 인출요구의 변화에 의해서 태환성이 쉽게 위협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정부는 특허은행에게 독점적인 화폐발행권을 부여하여 충

    분한 수익을 보장함으로써 태환유지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한편 정부는 특허은행이 대규모 고정금리부 정부채권을 매입하도록 하여 재정자금

    을 조달하였기 때문에, 특허은행은 보유채권의 가치보전을 위하여 물가안정을 추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전쟁과 같은 국가적 위기 시에는 이들 특허은행이 정부

    에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발행한 화폐와 정화 간의 태환성

    을 보장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이에 따라 각국의 특허은행은 정부에 대하여 태환성

    유지의무를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정부는 특허은행의 발행화폐에 법화(legal

    tender)의 지위를 부여하는 조치를 취했다.

    특허은행 발행화폐에 법화의 지위가 부여됨에 따라 여타의 상업은행에 비해 이들

    특허은행의 지위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었다. 이로 인해 상업은행들은 준비금으로

    금을 보유하기보다는 특허은행권을 보유하거나 특허은행에 예치금을 두는 방식을

  • Ⅰ. ‘뉴 노멀’의 시대 25

    선호하게 되었다. 즉 ‘정부의 은행’으로서의 특권적 지위와 은행권 발행에서의 특권

    은 은행제도 내에 있는 준비금을 정부지원 특허은행에게로 집중시켰다. 이처럼 ‘은

    행의 은행’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특허은행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져 갔고, 이들

    은 심지어 금융제도 전반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감독 기능까지 떠맡게

    되었다. 즉 이들 은행은 ‘정부의 은행’에서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