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이리 2012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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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이리 2012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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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월간이리 2012 10월호
Page 2: 월간이리 2012 10월호

순서 입니다.

EGG IN WONDERLAND / 그림. 안경미

같은 : [愛] / 사진. 황예함

회사옆 미술관 / 글. 사진. 강세기

환타지와 모순의 조우 (遭遇): 영화로 읽는 時空間 (시공간) / 글. 곡주대비

세계의 직업 / 그림. 왼손이

독후소설 / 그림. 황은정 글. 김종소리

우울한 청춘 / 글. 그림. 철민

어느날 불시에 가방검사 / 글. 사진. demian K

흔적 도감 / 글. 그림. 왼손이

프로포즈에 적합한 꽃 선물/ 글. 사진. 안언주

SEED- TO- CUP / 글.사진. 사선희

Public Gastronomy / 글. 사진. 미식의 별

바다비 일요시극장 광고

부산 오뎅 이야기 / 글. 사진. odeng

INTO THE JAZZ / 글. 사진. 이상준

우울 / 사진. 박민수

벗 / 글. exxx

Page 3: 월간이리 2012 10월호

변명도 하루 이틀이지 무작정 늦는 것은 참 면목없는 일입니다.

얼마전 그랜드 마트 고별전이 진짜 진짜 끝이라고 하던데, 그 끝없이 이어

지는 고별전 덕분에 좋은 기억이 죄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랜드 마트

의 물건이 그렇게 많았나 싶기도 하고 ... 이러다가 월간이리도 진짜 진짜

정떨어질 정도로 늦게 나오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해 봅니다.

차를 마시기 좋은 계절입니다. 차 한 모금이 목을 지날 때의 따뜻함이 무척

사무치는 시절입니다. 사람들과 따뜻함을 나누시길 바랍니다.

11월이 되면 이제 2012년도 마무리를 할 준비를 하시겠지요. 12월에는 아

기다리 고기다리던 대선도 있습니다. 꼼꼼히 살펴보시고 꼭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석에 고향에 다녀왔는데, 명절이 지날 때마다 부쩍 부모님이 나이를 드

신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효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봄으

로 치면 30번 정도 입니다.

최근에는 소중한 것들을 날짜로 세지 않고 계절로 셈을 시작했는데, 이렇

게 생각하면 우리의 인생이 무척 짧다는게 느껴집니다.

매번 바쁘신 와중에도 연재 해 주시는 여러 필진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

니다. 여러분의 수고에 걸맞는 잡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월간이리의 공식 트위터는 @postyri 이고

온라인 페이지는 postyri.blogspot.com 입니다.

이곳에서는 컬러 PDF 파일과 바로보기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월간이리에 연재를 희망하시는 분은 언제든 편하게 공식 트위터로 멘션을

주시거나 월간이리 기고 안내문으로 검색하시면 잘 정리되어 있으니 편하

게 연락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Page 4: 월간이리 2012 10월호
Page 5: 월간이리 2012 10월호

안경미 www.lostinmir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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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 월간이리 2012 10월호

회사 옆 미술관 글. 사진. 강세기

오형근_중간인

나라에서 보내

주는 2박3일짜

리 유급 휴가를

다녀왔다. 하아.

이제 2년 남았

다. 아쉬워서 어

쩌나.

아무리 힘들어

졌다니 엄격해

졌다니 해도 예

비군은 어디까

지나 예비군 훈

련 이상을 넘지

않는데다 휴가

신청할 때 유일

하게 고개 빳빳

이 들고 다녀오

겠노라고 말할

수 있는 휴가이

다.

예비군의 참 맛

은 바로 동기들

을 만나 까먹는

‘노가리’아니던

가. 오랜만에 만

나 이런저런 얘

기를 하다 보니

우리보다 한두

살 많은 사람이

내년에 소령 진

급 대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

었다. 제대할 때

까지만 해도 소

령이면 참 높아

보였는데 고작

두세살 많은 사

람이 그 높아 보

였던 소령으로

진급한다니 소

령도 별것 아니

었구나 라는 생

각이 새삼 들었

다. 회사로 치

자면 이리치고

저리 치이며 마

음 고생하는 차

장, 과장급이 아

닌가. 사람 마음

이 참 형편 따라

보인다더니 예

비군 훈련 올 때

마다 점점 만만

한(?) 직급이 높

아져감을 실감

한다.

그 느낌은 오형

근의 “중간인”

을 볼 때 들었던

것이었다. 그의

사진 속의 군인

들은 계급장과

군복을 입고 아

무리 심각한 표

정을 지으며 서

있어도 내게는

어설픈 아이들

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

들이 이렇다는

말은 아니다. 그

들의 모습 속에

내 군생활이 보

였다. 어리버리

한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 익숙

해질 만하면 삽

질과 뻘 짓을

반복하던, 그러

다 좀 숙련되었

다 싶으면 제대

를 맞이하던 우

리들. 사실 동기

들이 모이면 십

중팔구 누가 뻘

짓을 더 많이 했

는가 아니면 누

가 훈련 때 어리

버리 했나 뭐 이

런 것들 자랑하

느라 바빴다.

그런 점에서 오

형근의 이번 전

시는 제목부터

가 기가 막히게

절묘했다. 직업

적으로는 학생

도 아니고 직장

인도 아닌, 그렇

다고 직업군인

도 아닌, 청소년

이라 하기에는

좀 들었고, 장년

이라 하기에는

어린 그렇다고

청장년이라 하

기에는 뭔가 미

심쩍은 이들은

정말로 중간인

같아 보였다.

이 중간인들은

카메라 렌즈 앞

에 잔뜩 위엄 있

는 포즈를 취하

고 서있어도 결

국 들여다보면

이들은 누군가

의 지시를 따라

그런 표정을 짓

는 것이었고, 그

모습은 자신의

것이 아니란게

쉽게 드러난다.

딱 보면 어설프

기 때문이다. 좋

게 표현하면 사

진가와 사진 찍

는 사람 사이의

긴 장 감 이 라 고

하겠지만, 글쎄

주관 100%가 섞

인 내 눈으로 보

면 아무리 봐도

누가 시켜서 한

표정이다. 어쩔

수 없는 경험에

서 나온 선입견

이라고할까? 그

렇지만 오형근

의 사진의 매력

은 바로 이 긴장

감에 있다. 사진

이미지 속에 숨

겨진 긴장을 보

는 재미가 쏠쏠

하다.

Page 11: 월간이리 2012 10월호

오형근의 사진은 매우 단순한 구조를 고집한다.

사람과 배경, 끝이다. 하지만 이 단순함 속에서

오형근은 자신이 바라는 이미지를 조작해 낸다.

그의 개입은 시리즈를 거듭하며 그 정도가 더 심

해지고 있다. 길거리에서 찍다 보니 인물이나 포

즈, 그리고 배경 선택에서 우연의 여지가 큰 이

태원, 광주, 아줌마 시리즈를 지나 소녀연기, 화

장소녀, 중간인 시리즈부터는 배경 없이 스튜디

오에서 찍거나 길거리보다는 경우의 수가 적은

군대와 같이 우연이 개입할 확률을 차단, 적극적

인 이미지 조작에 들어가는 듯이 보인다. 물론

그 이미지 조작은 현장에서 모델에게 이래라 저

래라 주문하면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인물과

배경 선택에서부터 이미 끝났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오형근은 따로 모델에게 주문을 하지 않

는다고 한다.

Page 12: 월간이리 2012 10월호

이미 이 사람들 자체가 긴장하고 있

는, 중간에 서있는 사람들이므로.

어떤 계층, 어떤 인종(?)을 섭외하

느냐에 따라 달라질 그의 향후 행보

가 매우 기다려진다.

한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들이

제대 후 직장인, 결혼 후 가족사진

과 같은 중간인 이후에 대한 기록도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만약

제대하고 나서도 이들은 중간인에

서 탈피했을까? 아마도 그 순간에

는 또 다른 중간자적인 삶을 살아가

고 있을 것 같다. 당장에라도 어딘

가 뛰쳐나갈 것 같은 갈피못잡아 보

이는 청소년들을 찍고, 2년 뒤에 그

들을 다시 담아낸 리네커 딕스트라

Rineke Dijkstra의 사진에서 보

이는 인물들처럼, 중간인에 담긴 이

들도 제대 후 어딘가에 취직해있어

도 마찬가지겠지.

Page 13: 월간이리 2012 10월호

제대 날짜만 기다리고 있

다가 막상 제대하고 나면

5시에 땡 퇴근이 가능했던

군 시절을 그리워했던 나

처럼 말이다.

* 사진은 모두 오형근 작가

홈페이지(http://www.

heinkuhnoh.com)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Page 14: 월간이리 2012 10월호

환타지와 모순의 조우 (遭遇): 영화로 읽는 時空間 (시공간)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는 한국 공포영화 장르의 황금기로 일컬어 진다. 김기영이나 고영남 같

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공포영화의 거장들의 작품들이 관객과 평단의 관심을 받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으

며 공포라는 장르가 한국영화계의 주류 장르로서 자리매김 하였다. 감독들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시대의 공포영화들은 하나의 공통된 경향을 드러내는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영화들의 대부분

이 공포의 대상을 여성 노동자층 혹은 소위 3D 직업을 가진 여성들로 삼는다는 것 이다.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 하녀에서도 공포의 원천은 시골 출신의 여공이다. 영화는 그녀가 ‘동식’이라는

피아노선생 집의 하녀로 들어오면서 전개 되는데 그녀는 도시 중산층 가정으로 들어와 가장을 유혹하고

결국 가족들을 모두 파멸시키는 ‘사회악’으로 등장한다. 그녀의 이런 역할은 공포영화 장르에서 가장 핵

심이 되는 컨셉인 “타자 (the other)” 의 대표적인 예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외부에서 온 여성” 에 대해

형성되는 이질감은 이 당시 공포영화들이 타겟화 하는 가장 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버려지는 여성들’의 정치학

제2화 : 글. 곡

주대비

‘야한’ 식모들 vs ‘더 야한’ 조강지처들: 60년대와 80년대 공포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상

Page 15: 월간이리 2012 10월호

하녀 (이은심 역) 는 공장 여공으로 같은 공장에서 일하

던 동료의 소개로 공장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던 동식의

집의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동식과 하녀는 그의 부인

이 친정에 간 밤 동침을 하게 되고 그 후로부터 하녀는

노골적으로 동식을 소유하려 든다. 동식의 아이를 임신

하게 된 하녀는 결국 동식의 아내의 강요로 인해 낙태

하게 되고, 그에 대한 복수로 동식을 포함한 동식의 가

족을 죽음으로 몰기에 이른다.

또 다른 한국 공포영화의 거장, 고영남 감독의 1981년

작 <깊은밤 갑자기>도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80

년대 초반은 한국 영화계로 보나 정치 사회 적으로 보

나 역사적으로 가장 다이나믹 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

다. 전두환 정권의 3S (sports, sex and screen) 정책

은 값싼 에로영화의 봇물을 초래 하였고 에로티시즘은

B급 영화들뿐만 아니라 한국 주류영화들의 공통된 소

재로 사용되게 되었다. <깊은 밤 갑자기>도 그러한 배

경을 안고 태어난 영화로, 파격적인 노출과 여성의 성

욕 등이 전에 보기 드문 수준으로 표현되어 있다.

사실상 이러한 구조의 내러티브는 하녀 이후로도 지속

적으로 양산되는데, 신분 상승을 꿈꾸는 시골처녀가 이

토록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60년대 이후로 이

루어진 가속화된 산업화와 무관하지 않다. 박정희 정권

의 주도로 이루어진 도시화 계획과 수출 주도사업들은

시골 처녀들의 도시 이주를 강요하게 할 수 밖에 없었

다. 이는 사회적인 강요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달

갑지 않은 “귀신”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들의 국가 경제적인 기여는 엄청난 것이

었지만 그들의 존재로 인해 일어나던 사회 문제들, 공

장 안에서의 성폭력, 경제난을 이기지 못한 여공들의

매춘부로의 전락 등은 아이러니 하게도 이들을 사회문

제의 원천으로 여기게 끔 하였다.

Page 16: 월간이리 2012 10월호

이 작품도 미옥이라는 무당의 딸, 시골 처녀가 대도시

의 상류층 집안에 (역시 식모살이로) 들어오게 되면서

붕괴되는 가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하녀와 그 맥을 같

이 하지만, <깊은밤 갑자기>는 기존 한국 영화의 관습

적으로 양분화 되어있는 지조 있는 본처 vs. 색정이 넘

치는 정부의 캐릭터화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한 작품이다. 영화는 본처를 얌전하고 순한

조강지처 이미지가 아닌 섹스를 즐기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표현 하는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성으로 그

려내고 있다.

영화는 강유진이라는 저명한 나비 채집가가 지방 출장

을 갖다가 미옥이라는 무당의 딸을 식모로 데려오면서

시작이 된다. 그 뒤로 유진의 처 선희는 남편과 미옥의

관계를 의심하게 되고, 그녀의 의심은 결국 미옥을 추

락사 하게 하는데 이른다. 미옥의 죽음 이후로도 선희

는 미옥이 가지고 들어온 목각인형의 환영에 사로 잡혀

정신 착란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깊은밤 갑자기>와 <하녀>는 지방 출신의 처녀들을

악의 근원으로 그려낸 데 있어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

러한 사실은 많은 영화평론가 들에 의해 그 당시 시골

처녀들의 도시 이주의 영향으로 분석된 바 있지만, 사

실상 이는 부분 적인 분석일 수 있다. 더 고려 되어야 하

는 것은 이들이 제 발로 들어온 것이 아닌 언제나 중산

층 “남자” 들에게 이끌려, 혹은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

고 끌려오다시피 해서 도시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

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서울 입성이 꼭 공격적인 시선

으로 그려졌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주목 할만한 점은 이러한 남편의 외도를 많은 80

년대 영화들에 등장하는 조강지처들은 인내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60년대 (공포 장르의 초반) 공포영화와

는 다르게, <깊은밤 갑자기>의 선희처럼 80년대 공포

영화 에서 실제적인 무서움의 원천은 들어오는 <하녀

> 보다 원래 집안에 있었던 본처 인 경우 가 많다. 그

후, 혹은 동시대 (80년대) 공포영화들에서 불쌍한 시

골처녀들의 희생은 지속적으로 보여지고 신파적인 요

소로서 기여되고 있지만, 조강지처의 이미지들은 이처

럼 파격적인 변화를 갖는다. 이는 앞서 지적한 전두환

의 3S 정책으로 전반전인 문화 상품들이 (책, 영화, 연

극, etc.) “야해졌다” 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다른 관

점으로 보자면 사실 보다는 환타지, 사회성보다는 허

구를 강조하는 공포라는 장르적인 특성을 빌어 여성

의 성에 대한 담론이 더욱 더 자유롭게 이루어졌다고

도 볼 수 있다.

60년대에서 80년대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

전반적으로 “야한물결” 이 일어난 시기였다. 예를 들

어 미국에서는 베트남 반전 운동의 일환으로 사회에서

금기시 하는 성 해방 운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자 하

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는 포르노 산업의 급속한 활성

화와 연관이 된다.

다음화 에서는 미국에서 60년대에 시작된 반전 “성”

운동 중 하나인 “MAKE LOVE, NOT WAR” 와 당시

쏟아져 나왔던 에로틱 공포영화들 (예: 13일의 금요일,

텍사스 살인마 등)을 소개하고 이런 영화들에서 보여진

여성상에 대해서 말해보기로 한다.

오 ! 예 !

Page 17: 월간이리 2012 10월호

이리카페에서 전시를 희망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안내 글

이리카페의 전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전시를 희

망하시는 분들은 간단한 포트폴리오와 함께 이메일을 주

시거나 직접 방문해 주시면 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먼저

이메일을 주시고 방문 일정을 정하신후 직접 만나 전시

일정이나 방법 등의 세부 조율을 하시는 방법이 가장 이

상적 입니다. 기본 전시기간은 2주, 전 후의 전시 일정에

따라 약간의 조정도 가능합니다. 전시는 개인전을 중심으

로 많아도 2인을 넘지 않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리카페의

전시일정은 월간이리의 이메일 계정과 나뉘어 운영되오

니 아래 이메일 주소를 활용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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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의 선정 도서

『ㄹ』, 성기완, 민음사, 2012

가만히 앉아서 세상을 바라본다.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들을 차분하게 노트에 기록한다.

연관성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 빼곡하게 적힌다.

이제 그 단어들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어나간다.

이것 다음엔 저것. 저것 다음엔 이것.

짚어진 순어에 따라 이야기가 생겨난다.

그 이야기를 읽다보니 아련한 기분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련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시인이 짚은 순서 속에 아련함이 담겨있기 때문일까?

단어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 불쌍한 사람이야?

그는 정우가 살고 있는 빌라의 지하에 살고 있는 남자였다. 오다가다 마주쳐서 얼굴만 아는 정도의 사이였는데,

어느 날 정우는, 빌라 입구에 앉아 멍하니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게 되었다. 정우는 그에게 무슨 일이 있

는 건 아닌지 궁금했지만, 딱히 말을 걸만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무심히 지나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계단을 오르

는 정우의 귀에 그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아버지,죽음,가난,추위,고통,”

정우는 고개를 돌려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대로 그를 지나쳐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정우는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기요. 무슨 일 있으세요?”

그가 고개를 들어 정우를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잠시 정우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다시 시선을 바닥으로 돌리고 혼잣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어린시절,사춘기,성,”

정우는 가만히 서서 그의 혼잣말을 들었다. 문장이 되지 못한 채 내뱉어지는 단어들을……

정우는 그가 정신이상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가 위험한 행동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자꾸 들어서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정우는 계단에 앉아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의 혼잣말을 들었다.

“별,어머니,텔레비전,라면,연인,눈물,방,창문,어둠,꿈,”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 한구석이 아파왔다. 그리고 옛 기억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아버지와 함께 걷던 밤길 위를 비추던 별들과 헤어진 옛 여자친구들과, 이전에 지녔던 꿈들과, 지난 몇 년 새

어머니 얼굴에 늘어난 주름들과……

Page 22: 월간이리 2012 10월호

한참이나 계단에 앉아 그의 혼잣말을 듣던 정우는 시

큰해진 코끝을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

랐다.

현관문을 열자 거실에 노트북을 바닥에 놓고 엎드려

있는 아내가 보였다.

“왔어?”

“응.”

정우는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서 들이켰다.

“어쩐 일이야? 오자마자 맥주를 마시고?”

아내가 정우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별 일 아니야. 그냥……”

“무슨 일인데?”

“아니, 별 건 아니고. 왜, 그 아저씨 알지? 지하에 사

는 덩치 큰 아저씨.”

“응.”

“그 아저씨가 빌라 앞에 앉아있더라고. 근데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있는 거야.”

정우는 캔 맥주를 들고 아내 곁으로 다가와 바닥에 앉

아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들어보니까 그게 단어들이었어. 그러니까, 이런 식으

로. 너,나,냉장고,맥주,”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고 해서 옆에서 좀 들었는데, 어딘가

쓸쓸한 기분이 들더라고. 그 사람이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아무튼 기

분이 좀 그랬어.”

“그래? 이상한 사람이네.”

“이상한 사람…… 응. 이상한 사람이긴 한데… 이상

한 사람? 음…… 아니야. 그냥 불쌍한 사람인 것 같아.

그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까 이상하게 자꾸 옛날

생각이 나더라.”

정우는 말을 멈추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옛날 생각?”

“응. 그러다 보니까 쓸쓸한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 오자마자 맥주를 마시는 거야?”

정우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그 사람 소문이 안 좋아.

미쳤다고, 위험하다고 그러더라고.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런 짓 하지 마. 알겠지?”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로 정우는 그와 자주 마주쳤다. 어떤 날은

놀이터에서, 어떤 날은 빌라 앞에서, 또 어떤 날은 지

하철역에서.

정우는 그와 마주칠 때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그

가 중얼거리는 단어를 들었다. 그러고 나면 정우는 하

루 종일 그 단어를 곱씹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사이다’를 들은 날에는 ‘칠성’과 ‘스프라이트’와 ‘우린

이런 사이다’와 같은 단순한 말들로부터 시작해서, 대

학교 엠티 때 기차를 타면서 챙겼던 삶은 계란과 사이

다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그리곤 편의점에 들어가 실제

로 사이다를 사서 마시기까지 하였다.

‘여자’를 들은 날에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여자들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정우는 그녀들에게 ‘빗자루

녀’, ‘굴곡녀’, ‘여자 아니고 아줌마’, ‘청바지가 잘 어울

리는 여자’ 등, 나름의 호칭을 달아주었다. 아내에겐 ‘

내 여자’라는 호칭을 달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웃

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정우는 그와의 만남이 기대되었다.

그의 혼잣말이 정우 자신의 지루한 일상을 생기 있게

바꿔주는 것처럼 여겨졌다.

정우는 그에게 자신도 뭔가 보답을 해주고 싶다고 생

각했다.

그러던 차에, 정우가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빌

라 앞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했다. 정우는 그에게 다가

가 대뜸 말을 붙였다.

“아저씨. 혹시 괜찮으시면 저희 집에 가서 식사 한 끼

안 하실래요?”

그는 정우를 잠시 올려다보더니 다시 바닥으로 시선

을 돌리고 혼잣말을 이어갔다.

“공장,사회,노동,감독관님,경리,”

정우는 그의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는 혼잣말

을 멈추고 정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지 마시고, 같이 가세요. 식사 한 끼 대접해드리

고 싶어서 그래요.”

정우는 억지로 그를 끌고 계단을 올랐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내가 방에서 나왔다.

Page 23: 월간이리 2012 10월호

“왔어?”

“응.”

아내가 정우 곁에 있는 그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오빠. 지금 뭐하는 거야?”

“이 아저씨 불쌍해서, 밥 한 끼만 대접해드리려고…”

“오빠, 미쳤어?”

“내가 이 아저씨한테 받은 게 많아서 그래.”

“오빠가 받은 게 뭐가 있는데? 오빠 진짜 미친 거 아

니야?”

정우와 아내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는 문가에 서서

다시 혼잣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여자,사랑,엄마,죽음,가슴,그리움,”

정우는 그를 쳐다보며 아내에게 말했다.

“불쌍하지 않아?”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그냥 미친 아저씨잖아! 몰

라!”

아내는 소리를 지르더니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우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그에게 다가가 신발을

벗겨주었다.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정우는 그를 소파에 앉힌 뒤, 자신은 주방으로 가 정

성스레 상을 차렸다.

“이리 오셔서 좀 드세요!”

정우가 그를 향해 손짓하자, 그는 식탁으로 가서 앉아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동태찌개를 숟가락으로

푹 퍼서, 입에 쑤셔 넣고, 밥을 푹 떠서 입에 처넣고, 다

시 동태찌개를 푹, 다시 밥을 푹. 그렇게 오 분도 되지

않아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정우는 기뻤다. 그를 위해 뭔가 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뿌듯했다.

식사를 마친 그는 식탁을 박차고 일어나 아무 말도 없

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정우는 달려가 그에게 잘 들어

가라는 인사를 건넸다.

이튿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

가 걸려왔다.

“오빠! 그 아저씨 또 왔어! 어떡해? 들려?”

정우는 핸드폰을 통해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응. 들려. 그 아저씨 또 온 거야?”

“응! 나 정말 미치겠어!”

“선화야. 그러지 말고, 잘 해드려. 그 사람, 불쌍한 사

람이야.”

“오빠 진짜 미쳤어? 지금 문 두드리는 소리 안 들려?

이 아저씬 그냥 미친 거야!”

“선화야. 오빠 말 잘 들어. 그 사람 미친 거 아니야. 그

아저씨 불쌍한 사람이야.”

핸드폰을 통해 문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

려왔다.

“끊어! 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

정우는 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득달같이 정우에게 달려들

었다.

“오빠! 내가 뭐랬어! 그 사람 미친 사람 같다고 했잖

아!”

“선화야. 그 사람 미친 사람 아니야. 불쌍한 사람이

라니까.”

“불쌍한 사람이 집까지 찾아와서 문을 부술 듯이 두

드려? 아까 경찰 와서 뭐랬는지 알아?”

“뭐랬는데?”

“그 아저씨 전과 삼 범이래. 성폭행으로만 삼 범! 근데

정신이상으로 판명 나서 매번 보호조치로만 끝났대! 이

래도 그 사람이 미친 게 아니고 불쌍한 거야?”

정우는 말없이 아내를 쳐다보았다.

“이제 그 아저씨 조심해. 괜히 얽혀서 좋을 거 없어.

오늘도 나 혼자 집에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정우는 아내를 안아주

었다.

“미안해 선화야.”

그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쿵! 쿵! 쿵!”

“잠깐만, 선화야.”

정우는 얼굴을 감싸고 있는 아내를 소파에 앉히고 현

관문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밖에는 그가 험악한 표정을 짓고 서서 현관문을 두드

리고 있었다. 정우는 새 집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꺼내 일,일,이,경찰,신고,

Page 24: 월간이리 2012 10월호

우울한 청춘 글. 그림. 철민

Page 25: 월간이리 2012 10월호

http://soafl.blog.me

Page 26: 월간이리 2012 10월호
Page 27: 월간이리 2012 10월호
Page 28: 월간이리 2012 10월호

회사원 (K)의 가방 속 20120916

이제 막 사회초년생이 된 회사원K. 웹 에디터로써 의욕 넘치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의 가방 속에는 그 어떤

것도 그냥 넣은 것이 없었다. 온갖 사진과 다큐 자료가 가득 든 외장하드와 노트북,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기

위해 항시 지참하는 메모장에는 짤막한 글귀나 이런저런 문구들이 꽤 귀여운 글씨로 또박또박 적혀있었다. 혹

시나 아침에 늦게 일어나 흐트러진 모습일까 걱정될 때를 대비해 꼭 챙긴다는 모자와, 카피라이팅과 마케팅에

관한 책 ‘보랏빛 소가 온다’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어 매일매일 신난다는 그의 목소리에서 화창한 자신

감이 드러났다.

이렇듯 기합이 잔뜩 들어간 각진 아이템들 중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것은 의외로 삼색 볼펜. 그는 이 검정색,

파란색, 빨간색 세 가지 색이 주는 균형과 실용성을 좋아하며, 또한 자신이 ‘3’에 대해 묘한 강박을 가지고

있으며 최 진사 댁 셋째 따님이 제일 예쁘듯 아기돼지 삼형제에서도 세 번째 돼지를 제일 좋아하고 자기 역시

삼형제 중 셋째라고 밝혔다. 그러는 한편으로 6~7년도 더 된 낡은 스니커즈 열쇠고리를 지금껏 달고 있는데다

무언가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으로 보아, 현재의 빈틈없는 직장인의 모습과 자유분방했던 과거와의 간극에

서 모종의 균형을 맞춰가는 중 인 것 같았다. 그가 페루에서 국제워크캠프 해외봉사를 했을 때 받아 소중히 간

직하고 있던 비닐 파일 적힌 ‘세상은 우리가 바꾼다’라는 글귀가 ‘거꾸로’ 적혀있는 것을 보고 나는 그 사

실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http://www.facebook.com/sangyukim

어느

날 불

시에

가방

검사

Page 29: 월간이리 2012 10월호

화가 (J)의 가방 속 20120923

화가 J의 가방 속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두 권의 ‘수채화 도록’이었다. 얼마 전 전시회를 치른 그녀는 자신의

작품 도록과 친구의 전시회 사진집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이 그린 수채화를 꼭 닮은 푸른색 수첩, 알록달록한 립

스틱 케이스와 싱가폴에 다녀온 친구에게 선물 받은 머라이언 모양의 금색 손톱깎이를 간수하고 있었다. 정식

으로 그림을 시작한지 3년이 넘었다는 그녀가 화가로써 가장 관심을 갖는 대상은 ‘들꽃’. 아주 어릴 때부터

들녘에 핀 작은 들꽃을 사랑했다는 섬세한 감성의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는 의외로 강렬한 색감과 개성 있는 터

치로 유명한 고흐와 나혜석. 이번 전시회에 내보낸 작품 역시 그녀의 조용하지만 열정적인 성격을 대변하듯 은

노란색 꽃이 그려진 흰색 집 풍경과 그림자 늘어진 한옥마을과 함께, 검푸른 파도가 휘몰아치는 큰 바위와 다갈

색 알알이 뚝뚝 드리워진 강렬한 정물화도 있었다. 세상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녀의 바

람처럼 가방 속에는 영어 공부를 위한 CD와 단어를 적은 수첩이 있었고 그림을 그리다 피로할 때, 혹은 친구들

과 나누어 마시기 위해 갖고 다닌다는 커피와 차 티백도 있었다. 눈에 띄는 디자인의 팔찌들은 발리에서 구입한

것인데, 손목에 난 화상 상처를 가리기 위해 J가 항상 가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그녀 손목

의 흉터나 그곳을 감싼 팔찌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설명하는 그녀의 눈과 붓 끝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글. 사

진. D

emian

K

Page 30: 월간이리 2012 10월호

왼손이

Page 31: 월간이리 2012 10월호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 꽃만큼이나 적절한 것도, 무난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사랑을 고백하고 약속하

기에 단연 최고의 선물이지요. 기혼 여성의 대부분이 ‘꽃’보다 ‘현금 혹은 선물’을 더욱 좋아한다지만, 특별한 이

유가 없고서는 거의 모든 여성은 ‘꽃’이 아직도 자신을 ‘꽃을 받을 만큼 매력적인 여성’으로 인정해 준다는 데서

개인적인 만족감을 성취하곤 합니다. 영원하진 않지만, 영원하지 않기에 그 순간적인 아름다움이 더 큰. 그러기

에 영원하겠다는 당신의 고백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매혹적인 배경이 되어주는 여러분의 꽃 선물이 더욱 합리

적일 수 있도록 이번 주제는 ‘프로포즈에 적합한 꽃 선물’입니다.

◆ 제 정성을 받아 주세요

플라워 샵에서, 쑥스러운 표정으로 쭈뼛쭈뼛 들어오는

순수한 청년들은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는 부류?!입니다.

한 송이, 한 송이 매일 거르지 않고 오시니, 많은 이들

의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눈치 백단 플로리스트들에게

는 당연하게도 감이 온답니다.

매일 미리 꽃을 만들어 놓고 오늘은 성공하시길 같이

기원하고 오늘의 이 ‘큐피드의 화살’ 이 될 꽃이 완전

히 그녀의 심장에 관통하길.. 연구하고 디자인 합니다.

애인이 있거나, 가능성 제로인 남자에게 받는 꽃이 아

니고서야 단칼에 자를 수도 있는 고백을 며칠이나 받

으며 두고 보는 여자가 있을까요? 만약 그런 여자라면

당신이 사랑할 가치가 없는 ‘Bad Girl’ 일 것이라 생각

합니다.

‘한 송이’ 고백이 더 순수하게 다가오는 것은 당신이 그

녀에게 솔직하고 순수하게 천천히 다가가고 싶다는 의

미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지켜본, 당

신이 꼭 가지고 싶은 여성이 있으시다면 ‘한 송이’ 고

백을 추천해 드립니다. 매일 그녀를 볼 수도 있고 그녀

의 마음에 천천히 당신의 자리를 만들어 내기에 존재감

120%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ip. 한 송이도 센스 있는 포장으로 선물하세요. 비닐로 장미 한 송이 무심히 말아낸 것 보다는 작은 유리병에 꽂

기에 좋게 적당한 그린소재나 필러 꽃들로 함께 하시면 그녀의 책상 위에 내일의 꽃을 기다리기에 충분히 자리

잡을 겁니다. 비 오는 날은 기분 전환 하시라고 큼지막한 수국 한 송이로 그녀의 기분과 환경까지 고려하고 있음

을 센스 있는 강약조절로 내비치시는 것도 좋습니다.^_~

◆ 나랑 사귀어 줄래?

프로포즈 - Propose - 에 적합한 꽃 선물

Page 32: 월간이리 2012 10월호

마지막, 그녀를 나의 여자로 만들기 위한 고백에서 마

저 한 송이 꽃 선물을 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강한 한 방’이 필요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젊은 여성일수록 파스텔 톤의 꽃다발

을 추천합니다. 작은 선물과 함께 혹은 멋진 디너와 함

께 할 꽃 선물에서 앞으로 나와 함께 할 달달함을 표현

해 낼만큼이나 달달한 색상의 꽃다발 말입니다.

제 전시회에서 본의 아니게 알게 된 심리적인 통계였지

만 기혼 여성은 조금 더 세련된 색상에 뭔가 자극이 되

어 줄만큼의 화사한 색상을, 미혼 여성은 ‘결혼에 대한

환상’과 어릴 적 예쁜 색상의 캔디, 색연필 ,인형 옷 등

에서 오는 사랑스러움의 향수로 파스텔 톤의 색상을 더

욱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특별히 좋아하는 꽃이나, 우연히 지나다 목격한

취향을 알아내어 반영하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

다면 무난하게 추천해드립니다.

Tip.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양껏 표현해 보았어‘ 라는 욕심은 때때로 그녀와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게 만들 수

도 있습니다. 다발은 적당한 사이즈로 !

Page 33: 월간이리 2012 10월호

◆ “당신은 아직도 나에게 매력적이야”

오랜 연인은 서로의 취향에 대해 너무 잘 알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하고 ‘꽃 선물 보다는 그녀가 좋아하는 ...’ 이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똑같이 사람은 사랑받고 싶고, 특히나 여자는 ‘그 사랑을 늘 확인받고 싶

은 존재’이지요. 근래에 들어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자꾸 예민하게 군다던지, 자꾸 사소한 싸움이 늘어난다

던지, 그녀의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시는 것 같다면, 예쁜 꽃 선물을 추천해 드립니다.

기혼자이시거나 기혼자 못지않게 꽃 선물이 과거의 기억으로 남은 오래된 커플에겐 , 강렬하고 세련된, 와인컬러

의 보르도, 짙은 오렌지 컬러의 밀바 , 검붉은 컬러의 블랙뷰티와 같은 흔하지 않는 짙은 컬러의 장미 혹은 수국

을 이용 보는 이로 하여금 설레일 만한 ‘흔하지 않는 한다발의 꽃 선물’을 추천해 드립니다.

Tip. 만약, 직장으로 선물을 보내실 때에는 전날 미리 예약하셔서 출근하자마자 받아 보실 수 있게 하세요. 업무

가 바쁜 와중보다 더욱 여유 있게 많은 동료들 속에서 ‘자신이 아직 사랑받는 여자’임을 나타내기에 충분히 뽐

낼만한 시간이기도 하고 하루 종일 더 많은 시간동안 기쁨을 누리기에 충분하게 말입니다. 직장에 두고 보시기

에는 화기 어레인지나 화병에 물꽂이를 하여 보내시는 것이 오래 편히 두고 보시기에 센스 있는 선물이 됩니다.

Page 34: 월간이리 2012 10월호

◆ “어머님께 아리따운 딸을 달라 청하러 왔습니다”

예비 시어머님, 혹은 장모님을 처음 뵈러 갈 때 꽃 선물 만큼이나 무난하고 센스 있는 선물은 없습니다. 물론 어

려운 분들인 만큼, 꽃 선택에 예민해 질수 밖에 없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 모든 감각을 동원해

어머님들의 취향을 알아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머니들은 벌써 매해 생신이나 어버이날 , 친목계 등을 통해

꽃에 대한 자신들의 취향이 확고해지신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 취향을 아신다면 꽃을 사시기에 쉬우시겠지만

, 그 취향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적습니다.

제가 상대해본 대부분의 어머님들은 소녀같이 잔잔한 들꽃 종류를 좋아하셨습니다. 잔잔하면서도 향이 그득한

색감 있는 소국이나, 왁스플라워와 같이 작지만 생동감 가득한 꽃 혹은 다알리아와 같이 눈에 띄게 화사하고 큼

지막하며 흔하지 않는 매력적인 꽃과 같은 것들입니다.

물론 위에 명시한 바와 같이 어머니들의 취향은 이미 확고하시기에, 위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

럴 때엔 누구나 보기에 예쁘고 세련된 꽃을 추천해 드립니다. 단, 흔하지 않는 꽃들을 적당히 사용하시길 추천

합니다.

이를테면 향수를 불러 일으킬만한 예상외의 꽃이나, 보기 드문 수입소재의 꽃을 말합니다. 한 눈에 보기에 쓰윽

지날 것 말고 어머니의 흥미를 충분히 이끌어 낼만한 꽃은 어머니께 당신의 센스를 돋보이게 할 수도 있고 자연

스러운 대화를 이끌어 내기에도 좋습니다.

Tip. 위와 같은 선물을 할 때엔 미리 샵에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선물인 것

또한 같이 전하면 플로리스트는 당신의 요구를 적극 참고하여 꽃장을 보고 준비해 둘 것입니다. 급하게 샵에 들

러 있는 꽃들 중에 사는 것보다. 맞춤 선물이 되어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 낼 선물이 될 것입니다.

Page 35: 월간이리 2012 10월호

◆ “나와 결혼해주어 너무 고마워”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면서 특히나 꽃 선물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여기는 부부들이 많습니다. 남편들은 때때

로 꽃을 사러 와서도 욕을 먹지는 않을까 오히려 더 긴장을 하고 가기도 합니다. 나보다 더 소중한 자녀가 생겼

고, 그 자녀들에게 더 큰 가치의 무언가를 투자해 주고 싶은 부모의 사랑이겠지요. 하지만, 때때로 건조한 듯한

집에 꽃은 화사한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영원하지 못하다는 단점으로 막아서기에 강렬한 생명

력은 잡아당기는 매력이 있달까요?

갑자기 커다란 꽃다발을 선물하시기를 추천 드리지는 않습니다. “당신 뭐 잘 못한 거 있어?”라며 오히려 순수

한 의도를 얼룩지게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아내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정성스

럽고 풍요로운 음식이 가득한 식탁을 준비해 놓을 것입니다.

그 식탁에 생기를 더해줄 ‘테이블 센터피스’를 추천해 드립니다. 한 손에 케이크, 한손엔 센터피스 어색하지 않

게 무게감도 있고 가족 모두가 즐기기에 충분하지요. 높이는 낮게 디자인 하여 식탁을 오가는 대화에 방해가 되

지 않게 디자인 요청 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미 포만감으로 만족스러운 식탁에서 그 꽃은 충실 하였기에 쓸모

없지 않았고, 오아시스에 납작하게 꽂아 오래 갈 것이며, 아내가 혼자 오전에 남아 티타임을 갖기에도 외로움을

채워주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선물은 마음을 대신합니다. 그것이 어떤 마음이든지 말입니다. 그것에 취향을 고려한다면 받는 이로 하여

금 ‘상대가 나에게 갖는 관심’에 대한 확신이 들게 하지요. 당신의 진심 어린 고백과 사랑스러운 눈길이라면 꽃

선물은 당연 그 외의 부가적인 요소가 될 뿐입니다. 직접적인 말이 어렵다면 작은 카드라도 꼭 진심을 함께 보

내세요. 진심은.. 반드시!! 전해지니까요.

모두 사랑하시고 사랑받으시는 10월 되시길 바랍니다^^

Florist / 안언주

Page 36: 월간이리 2012 10월호

얼마 전 우리 공간 싸이펀은 홍대에서 연남동으로 이전을 했다.

카페라는 공간의 곳곳을 메우던 많은 디스플레이 용품이자 우리들이 모

아놓은 추출기구들이 박스 안에 묶여 있다 다시금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해방되었다.

하나하나를 닦아서 자리를 찾아주면서 ‘아 추출기구들이 이렇게나 많아 졌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모아온 우리에게 익숙한 드립기구들,

싸이폰, 그리고 모카포트들..그리고 수업을 위해 정보를 찾아보고 새롭게

들여놓은 최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추출기구들을 보면서..‘아! 이번에는

추출기구들을 정리해보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드립 추출기구>

<모카포트>

Seed to Cup

우리에게 익숙한 추출기구와 최근 인기 있는 추출기구들.

Page 37: 월간이리 2012 10월호

위에 나열된 추출기구들이 익숙하다면 당신은 커피를 직접 즐김에 능동적인 사람임에 틀림없음을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출기구들은 어떤가요?

<케멕스>

<클레버>

<에어로 프레스>

옆에 나열된 추출기구들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인기를

얻어 세계바리스타 대회에서 창작 메뉴시에 등장함으

로써 우리나라 바리스타들의 눈에 들게 되었으며 조금

씩 카페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및 우리나라에서 핸드드립(hand drip)이라는 용

어로 익숙해진 추출방법은 해외에서는 매뉴얼 브루잉

(menual brewing) 이라 불리며 푸어오버(pour over)

방식으로 추출된다.

두 가지 용어에는 사실 차이가 있다.

핸드드립이라는 용어에는 절제의 미학이 숨겨져 있다.

드리퍼 안의 담겨진 커피입자들의 맛을 모두 끄집어내

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충분히 형성된 맛을 뽑아내

되 잡미와 숨겨야 하는 맛들을 절제시키는 것이 드립

을 하는 사람들의 성숙도라고 볼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이러한 배경에는 물론 생두와 로스팅의 상관관계가 숨

어있으나 오늘은 추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

로 한다.

그러므로 핸드드립은 천천히 그리고 조용한 주유방법

으로 가르침을 받는 곳이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의 수업시간에 과감한 주유방식을 요구

하면 학생들은 멈칫하고는 한다.

그들이 답습한 핸드드립 역시 조용한 물 붓기, 그리고

느긋한 물붓기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커피를 둘러싼 많은 상황들이 바뀌면 추출의 방

식 또한 맞춰하는 것이 변수적용이라 생각된다.

푸어오버 방식은 위의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작

은 드리퍼가 아닌 대체로 큰 드리퍼에 굵은 입자로 갈

려진 커피를 기본 30g 이상을 넣어 물줄기가 가는 주

전자가 아닌 물을 끓인 포트처럼 주유구가 넓은 포트로

위에서 빠르게 물을 붓는 방식을 말한다.

기구에 따라 (예를들어 클레버, 혹은 에어로프레스) 기

존방식의 싸이폰처럼 커피에 물을 붓고 스틱으로 저어

준 후 커피액을 걸러 마시는 경우도 있다.

Page 38: 월간이리 2012 10월호

물론 에어로 프레스는 싸이폰과 모카포트 방식의 중간쯤..인 듯 입자는 가늘게 그리고 스틱을 사용해서 피스톤

안에서 밀어내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Brewing Control Chart – Gold Brewing Zone 이라는 표식이 바리스타들 사이에 유행을 하

면서 이 범위에 적합한 추출을 하려는 노력들이 있었으며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커피 바 안에서 일하는 많은 이

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간혹 트랜디한 카페들에서 추출기구 아래에 저울을 두고, 타이머를 보며 추출하는 걸 본적이 있다면..아마도 그

추출을 하는 바리스타는 위 차트를 이해하고 있을터이니 저 표가 궁금한 분들은 저에게([email protected])

혹은 알고계신 바리스타분에게 문의하세요 ^^

Page 39: 월간이리 2012 10월호

이렇듯 생두 및 로스팅의 흐름에 따라 추출기구 및 추출방식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에 맞춰 홈 카페에

등장한 추출기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워터드립 추출기구이다. 예전에는 워낙에 크고, 유리로 되어있어 큰 카페

에나 있었으나 요즘은 자작기구가 혹은 개인용으로 개량된 워터드립기구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아래의 사진은 개인이 집에서 워터드립 커피를 즐기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다. 어떤가? 참으로 신선하지 않은

지.. 또한 요즘은 워터드립 방식의 더치커피를 작은 병에 담아 판매를 하기도 하니..참으로 편리하게 다양한 커

피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워터드립 기구>

<최근 개량형 워터드립 기구>

커피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홈카페를 만들어 꾸며보고 싶을 것이다. 그런 분들

에게 제안하는 것은 하던 방식만을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것들의 장점들과 편리성들을 찾아보고 상황에 맞는 혹

은 커피의 로스팅 정도에 맞는 추출기구와 추출방법을 적용해본다면 스스로 느끼기에 좀 더 프로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양한 기구들의 사용방법은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많이 올라와있으니 간편하게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좀 더 화려한 홈카페의 바리스타가 되어보길 기대해본다.

Page 40: 월간이리 2012 10월호

Public Gastronomy

홍대 인근의 저렴하고 맛있는 업소를 소개합니다.

9회 - 닭으로 하는 한 끼 식사, 연남동 최사장네 닭글, 사진 / 미식의별 (트위터 = @maindish1)

한국의 닭 요리

닭고기는 소고기, 돼지고기와 함께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대표적인 육류 중 하나이다. 그러나 소고기,

돼지고기로는 한 끼 식사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설렁탕이라든가 제육볶음이라든가)이 많이 발달해있는 데 반

해, 닭고기는 주로 한 마리를 통째로 조리하는 습관 때문인지 식사라기보다는 3~4인이 먹어야 하는 요리를 주

로 접하게 된다. 닭갈비, 백숙, 닭도리탕, 찜닭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닭고기 음

식은 대부분 용량이 큰 것들이다.(조금 마이너한 요리인 닭내장탕 역시 1인분을 파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고) 외

국에 비해 한국의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상당히 적은 편인데, 자주 먹게 되는 닭요리가 별로 없다는 이유

도 있지 않을지.

Page 41: 월간이리 2012 10월호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공(Public)의 미식(Gastronomy)을 추구합니다.

그나마 삼계탕 정도가 1인분을 주문할 수 있는 대중

적인 닭요리라 할 수 있는데, 요즘 삼계탕 가격이 일상

식의 가격으로는 어울리지가 않고…. 그렇다면 삼계탕

이외의 한 끼 식사가 가능한 대표적인 닭요리라고 한

다면 역시 닭곰탕이 아닐까. 닭곰탕의 미덕이라면 건더

기가 실한 고깃국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유감스럽게도 파는 곳이 많지가 않

아 그 매력을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듯.(물

론 홍대 지역주민이시라면 놀이터 앞의 다락투 정도는

가보셨겠지만, 그 외의 닭곰탕 파는 곳을 방문해본 적

이 있으실지.)

지금도 변한 건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다양한 닭요리로 한 끼 식사를

그러던 와중에 홍대 인근의 연남동에 닭곰탕 잘하는

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한 곳이 바로 “최사장네

닭”. 닭곰탕(6천 원)을 주문하니 지금까지 먹어본 맑은

국물의 닭곰탕과는 다른 뽀얀 국물의 것이 나온다. 국

물을 떠먹어보니 색상에서 느껴지듯 여느 닭곰탕에 비

해 보다 진한 국물 맛에 입도 즐겁지만 뭔가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도 좀 들고. 국물 안에는 잘게 찢은 닭 살

코기와 닭 다리 하나가 들어있으니 건더기도 섭섭지 않

다. 기본 찬으로 나오는 닭 껍질 무침도 별미인데, 콜라

겐의 쫀득한 치감과 살짝이 새콤한 양념이 입맛을 절로

돌게 한다.(술안주로도 좋을 것 같고)

“최사장네 닭”에서는 닭곰탕 외에 닭개장(6천 원)과

닭도리백반(6천 원)도 식사 메뉴로 구성되어 있는데,

닭개장은 아시다시피 육개장에 소고기 대신 닭고기가

들어갔다고 보면 되는 물건이고, 닭도리백반은 닭도리

탕을 식사 메뉴화한 것이다. 닭개장은 못 먹어보고 닭

도리백반은 먹어봤는데, 맛은 괜찮았지만 생강 풍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듯. 사

실 생강 때문에 닭도리백반 국물을 완식하기는 좀 힘

든데, 닭곰탕 국물이 같이 나오니 아쉬움이 조금은 반

감되는 느낌.

사실 한국의 닭 요리점은 한 가지 메뉴만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기는 어렵

다고 할 수 있는데, “최사장네 닭”에는 닭곰탕에 닭개

장, 닭도리백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어, 맛

도 괜찮지만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는 것 또한 장

점이라 하겠다.

식사가 아닌 요리 메뉴도 다양

“최사장네 닭”은 식사 메뉴 외에 요리 메뉴도 다양한

데, 닭술국(8천 원)에 닭무침(1만2천 원)으로 간단하

게 한 잔 할 수도 있고, 닭도리탕(2만4천 원)이나 토종

닭백숙(5만 원)으로 여럿이 거하게 한 상 차릴 수도 있

다. 이중에서 토종닭백숙은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메

뉴인데(당일 점심까지 예약 가능), 큼지막한 토종닭 속

에 작은 영계를 한 마리 넣고 요리한 것이라 가격은 좀

나가지만 여럿이 씹고 뜯고 하기에는 괜찮은 메뉴기도

하다. 일단 부담 없는 식사 메뉴를 시도해보신 후 마음

에 들면 요리 메뉴에도 도전해보시길.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밥에 대한 것인데, 식사 메

뉴에 나오는 밥의 퀄리티가 별로 좋지가 않다. 개인적

으로 6천 원짜리 식사에서 굳이 더 많은 것을 바랄 생각

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밥에 대

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이해가 가기는 한다고 할까.

물론 내용에 비해 소문이 부풀려진 맛집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세상의 모든 맛집들이 다 내 입에 맞으라

는 법도 없으니, 자신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업소의 사

정에 맞게 불평 불만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Page 42: 월간이리 2012 10월호

뽀얀 국물에 닭 다리가 들어있는 닭곰탕.

일반적인 닭곰탕보다 국물이 좀 더 진하다.

닭도리백반. 빠알간 색에 비해 많이 맵지는 않지만

생강향이 강하다.

기본 찬. 오른쪽 아래의 닭 껍질 무침이 별미다.

리필 가능.

닭도리백반에 작게 딸려나오는 닭곰탕 국물.

고기도 한 점 들어있다.

주소 : 마포구 연남동 373-17

전화 : 02-334-9242

위치 : 연남동 기사식당골목 앞 연남치안센터 맞은편

Page 43: 월간이리 2012 10월호

10월에 만납시다. 마지막주 일요일

참가신청은 매월 15일까지, http://cafe.daum.net/badabie

말이 살찌는 계절. 말과 같이 살찌겠는가?

우리와 함께 시를 이야기 하겠는가?

Page 44: 월간이리 2012 10월호

지금 우리 가게에는 수목요일에 일을 하는 역대 최장신 남자 알바와 2009년부터 일을 하고있는 역대 최장기

최고령 여자 알바가 있다. 지금은 일요일 영업을 하진 않지만 일요일 하루만 일을 하던 알바 또 거의 해고의

성격이 짙은 튀김기 세척 전문 알바 이리까페 주인의 알바대타요청을 뿌리치고 우리가게에서 알바를 하는 빗

나간 의리를 보여주는 듯 했으나 험비, 람보르기니 급의 연비를 자랑하며 가게의 먹거리를 다먹어치우던 일

일알바, 서빙을 한번도 해보지않았던 S대생 두 친구의 일일 체험형식의 알바, 첫 출근 - 일한지 두시간만에 빈

혈을 일으켜 그만둔 알바, 알바가 없던 시절 알바가 필요하지 않냐며 “이제 곧 필요하게 될 것이다. 나를 꼭

쓰게 될 것이다.” 예언 겸 세뇌를 하며 며칠을 방문한 삼고초려 알바.

수많은 인연과 우연이 만남과 헤어짐을 겪는 건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니 ...

하지만 처음부터 알바가 있었던 건 아니다

부산오뎅 이야기

(오뎅끼데스까-?)

Page 45: 월간이리 2012 10월호

아련한 첫 알바의 추억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오픈하고 2~3주가 지났을까? 밀려오는 손님의

쓰나미를 혼자 감당하기가 버거웠던 나는 알바구함이라는 문구를 써 붙여 놓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후에 요

식업계 설거지 머신으로 성장하게 하기 위한 계시인지 딱 그날을 계기로 혼자서 가능한 만큼의 손님들이 찾

아오게 되었다.

급기야 알바구함이라는 문구를 떠어버리고 마는데, 며칠 후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는 옆태가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

“어? 여기 알바구하던데 이제 구했나보다.”

무심코 듣고 지나가도 될 반응에 갑자기 초식동물을 쫓는 치타가 된 듯 30m가량을 질주한 끝에 그녀를 쫓기

시작한 나.

(헉헉거리며)

“저...저기요. 알바 안 구했는데 혹시 알바 할 생각 있으세요?” 라며 구인? 구애?를 한다.

그렇게 부산 오뎅 알바들의 역사는 시작 되었다.

우리가게에서 일하는 것 말고 다른 수입원이없었 던 그녀는 내가 인사말로 건넨 밥 먹었냐는 말에 나에게 월

급을 받아야 쌀을 살 수 있다고 답하였고 나는 그 말에 쌀20kg을 사서 이제 굶지 마시라며 집에 갔다 주고는

쑥스럽게 돌아서 뛰어나왔던 일 ...

설거지, 서빙알바로 영입한 그녀의 손에 물 묻히는 게 싫어서 설거지 못하게 하고 남자손님들의 추파를 내가

막아주겠노라며 서빙도 내가 자진해서 했던 나의 추억속의 순애보 알바

최OO씨 오뎅끼데스까~~~~~~

Page 46: 월간이리 2012 10월호

음악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쉽게 접근하자.

음악은 어렵고 난해한것이 아니다. 음악이 어렵다고 생각해 그동안 접근조차 못했던 사람들이여 주위를 둘러

보자. 생각외로 음악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많고 또 좋

은 방법은 합창단에 가입하는 것이다. 당신은 악기를 다룰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인간은 누

구나 한가지 이상의 악기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악기는 기타도 아니고 색소폰도

아닌 바로 인간의 목소리이다. 아마도 어떤 악기도 인간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흉내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내 주제에 무슨 음악을…?”하고 스스로를 평가 절하 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신문 또는 컴퓨터로 검색을 하면 의외로 주위에 아마추어 합창단이 많이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유심히 음악을

하고 싶다면 어려워하지 말고 각자 가지고 있는 멋진 악기(목소리)와 함께 얼른 이런 합창단에 가입하고 음악

을 즐기자. 동네 문화센터에 가면 합창단 또는 밴드가 운영되고 있다. 물론 모든 음악집단들이 형식적으로 오

디션을 보긴 하겠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 오디션은 실력을 가늠해 합격과 불합격을 판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의 영역(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과 악기를 다룰수 있는 수준등을 살펴

into the jazz

글. 이상준

Page 47: 월간이리 2012 10월호

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단원들의 수준을 알아야 그 수준에 적합한 음악을 하지 않겠는가. 콩쿨 또는 대회에

나가는 전문 합창단 또는 밴드가 아닌 이상 단원이 늘어나는 사실에 모두가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하면 했지 그

것을 막는 지휘자나 디렉터는 거의 없다. 그러니까 초보자라고 두려워할 필요도, 망설일 필요도 없다. 그냥 시

작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집단에 가입하는 것이 당신과 맞지 않는 다면 본인이 직접 밴드나 합창단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스게 소리로 조직생활이 맞지 않으면 회사를 나와 자기가 직접 사업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혹시 해보

지 않은 것이라 두려운가? 무엇이 당신을 두렵게 만드는지는 나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은 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두려움의 원인을 찾고 즐거움으로 전환시킬 수는 없을까? 요즘은 세상이 아주

좋아졌다. 유튜브 나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하면 고민스러운 질문에 대강의 답을 얻을 수 있다. 얼마나 간단하

고 좋은가? 그래도 어려움이 느낀다면 레슨이나 그 외의 방법을 모색하면 된다. 사업이 직장 생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벌 수 있 듯 아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 여러분도 더 많은 것을 배우지 않을까?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이든 막상 시작하면 굴러간다.

뉴욕에 있다보니 늘 흑인들이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흑인이

가장 없다는 미국도시 중 하나인 시애틀만 가도 우리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이 과연 음악교육을 전문

적으로 받아서 또는 처음부터 잘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일까. 필자가 지난 2년동안 뉴욕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

서 느낀 것은 흑인들의 교육수준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낮았다. 정말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정

도다. 하지만 이렇다 할 교육 없이도 삼삼오오 모여 시작한 합창이 경험을 통해 쌓인 지식(Knowledge)과 함께

멋진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그냥 하면서 자연스레 배우는 것이다. 교실 칠판 앞에서 배우는

것보다 자연스레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 좋은 “참교육”이다.

이렇게 교육은 늘 제도권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중요한 교육은 제도권 밖에서 행하면서 이뤄진다

는 사실을을 잊지 말자. 흑인들처럼 스스로 실전을 통해 하나씩 얻어가는 것이 더 큰 음악학습이 된다. 제도와

틀에 유난스레 구속되어 있는 서구화된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겐 다소 다가가기 힘든 경우일 수 있으나 평생 틀

과 제도에 억메일수는 없지 않는가. 솔직히 정말 지겹지 않은가? 주위에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자

연스럽게, 그리고 독립적으로 음악을 시작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자. 요즘은 정말 세상이 좋아졌다. 누구나 쉽게 음악을 할수 있는 시대이다. 쉽

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음악프로그램들이 정말 많이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는 기계에 약한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 말자. 필자는 집안의 전구도 잘 못갈아치우는 심각한 기계치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나는 이런 음악프로그램을 다룬다. 내가 할수 있다면 당신은 더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프로그램은

정말 쉽게 다룰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특히, 애플에서 나온 Garage Band같은 것은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

르는 사람도 바로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기계치인 나도 대충은 다룬다. 당신은 분명 더

잘 할 수 있다.

한때 필자는 컴퓨터나 기계를 사용하는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말

이 안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른바 “뮤지션의 오만”이었다. 구체적인 이유가 없는 주장은 그저 자신을 내려놓

지 않는 “똥고집”일뿐이다. 여전히 기계를 사용하는 음악은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것이다. 이

것에 대한 가치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왜 그것이 음악이 아닌지. 그런 주장에 구

체적인 답이 없다면 마음을 열고 이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열린 마음이 없

다면 이 세상은 한걸을도 나아갈 수 없지 않은가? 기계와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 또는 다른 방법

Page 48: 월간이리 2012 10월호

일뿐이다. 그것이 음악하는 것과 무관하다는 것은 다소 잘못 된 생각이다. 마음이 컴퓨터쪽으로 간다면 주저하

지 말고 시작하자.

예전에 이야기했지만 음악을 예술적인 관점을 가지고 접근하면 한없이 어려워지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좋다.

그 멋지고 어려운 예술 또는 미학적관점으로 음악을 보자. 과연 어떤 것이 예술/미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일

까. 대단한 것 같지만, 인간세계에 사는 사람치고 어떤 것이 미학적 가치가 있는 음악인지 말할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미학적관점으로 음악을 연구했던 Susan Langer, Charles Leonard, 그리고 지난 60년이상

음악철학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Bennett Riemer역시 구체적인 답을 하고 있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막연한 상상일 뿐이다. 물론 상상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상상하는 동

물이고 이런 상상속에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또 이루며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너무 과대한 상상 속에

빠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곤란하다.

음악은 기존의 사람들이 거창하게 말하는 것처럼 어렵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거창하고 대단해봐야 얼만큼 거

창하고 대단하겠는가. 그래봐야 인간이 하는것이 음악이다. 음악은 늘 재밌고 즐거워야한다. 음악을 쉽게 접근

해 즐겨보자. 지나친 상상과 고민과 함께 너무 어렵게 접근해 음악이 가진 재미와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매우 안타까운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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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xx2x

지인의 전시나 창작물을 접할 때 마다 곤란한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말을 할까? 말까?

1. 칭찬으로 일관한다.

2.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사실 1번처럼 아 좋다. 예쁘다. 멋지다. 잘했다. 등등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참 편하고 좋습니다. (솔직히 말하

자면 입이 근질거려서 불편하지만요.) 얼마나 좋습니까? 상대방에게 듣기 좋고 나는 미움 사지 않고, 그리고 솔

직히 열심히 고생해서 만들어서 세상에 내 놓는 것 인데 그 결과물을 쉽게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하고 말하

는 것 자체가 일정부분 실례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2번처럼 하고 싶은 말을 줄줄 내 뱉었다가는 미움 사기 일쑤입니다. 이건 마음에 드니 안 드니 하면서

호불호를 표현하기도 하고 장단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아무튼 이것들은 아무리 좋게 말한다고 해도 은근하게 미

움을 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일단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은근한 째려봄도 많이 겪었

습니다. 바로 면전에서 좋게~좋게~ 말하면 안 되냐는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그럴 때면 당황하고 또 어쩔 줄

몰라 머리를 긁기도 하고 시선을 피하기도 하면서 반성을 하곤 합니다. ‘아 조금만 참을 걸.’

그리고 집으로 향합니다. 가면서도 생각하고, 집에서도 생각하고, 한참 뒤에도 생각합니다.

칭찬을 했어야 했나,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했어야 했나?

이렇게 보면 참 생각 없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서 그런 고민을 하고 앉았느냐고. 변명을 좀 하자면 이렇습니

다. 저의 많은 판단의 기준은 중고등학교 윤리시간 즈음에 확립되었는데, 이 문제도 그 즈음 확립된 것으로 기

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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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무언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친구로서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나. 조언이나 비판을 해야 하는가? 가만

히 동조해야 하는가? 뭐 물건을 훔치거나 싸움을 하거나 이런 정도의 상황이었겠죠. 당시 내린 결론이 일단 말

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제쳐두고라도 친구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생각을 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비뚤어진 길로 가는 친구에게 조언도 하지 않으면 그게 무슨 친구인가 싶었겠죠.

우스운 것이, 돌아보면 그때 가던 길이 또 크게 비뚤어진 길도 아니었습니다.

하하

-

이런 저이지만 한참 고심을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전국을 강타할 때 였습니다. 책은 읽지도 않고 칭찬과 하고 싶은 혹은 해

주고 싶은 말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정말 진지하게 꽤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때 내린 결론

또한 마찬가지 였습니다.

바뀐 게 있다면 “칭찬할 것이 있다면 확실히 충분히 이야기 하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억양이나 자세에 신경을

쓰자.”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저의 경우 칭찬으로 일관하는 것은 나의 관계 포지션에서 이익을 위한 선택임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역사를 되돌아 봐도 쓴소리를 했다는 간신배나 아첨꾼이 없는 것도 이런 판단에 한 몫을 했습니

다. 그래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거의 2번에 가까운 자세로..

저의 말에 누군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두고 보자.”

예, 두고 보십시오. 꼭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십시오. 제가 아무 말도 못하고 ‘우와’ 하면서 박수만 칠 그런 작품

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누가 이득입니까?

물론 이런 말에 좌절해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독려하고 같이 슬퍼해 주고 일어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지요. 말만하고 손 놓고 빠지면 그게 친구입니까? 당연히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제가 도와준다 하여도 나중에 잘 되고나면 “내가 잘해서 잘되었다.“ 라고 할 겁니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지요.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닙니다.

어쩌겠습니까.

지나가는 개라면 피를 흘려도 가만 보겠지만,

벗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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