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 20 : 09:00 ~ 16:30 (폐강식 포함) 6. 연수 이수 시간 : 18시간 (단, 개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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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1. 연수 계획 안내 ·················································································································· 2 2. 교권이란 무엇인가? ············································································································ 5 3. 교권의 재구성 1 무엇이 교권을 침해하는가? ······························································ 12 4. 교권의 재구성 2 가르칠 권리와 배울 권리의 동시 존중·········································· 44 5. 여성 교사의 삶과 인권 - 여교사의 눈으로 교권 다시 쓰기···································· 67 6. 비정규 교사와 더불어 날다 ······························································································ 97 7. 교권 생생 토크 - 교권보장을 위한 조건 탐사 ····························································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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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차 례 · 20 : 09:00 ~ 16:30 (폐강식 포함) 6. 연수 이수 시간 : 18시간 (단, 개강식 및 수료식은 별도임) 7. 연수 목적 : 1) 인권의 정확한 개념 정립을

- 1 -

차 례

1. 연수 계획 안내 ··················································································································2

2. 교권이란 무엇인가? ············································································································5

3. 교권의 재구성 1 무엇이 교권을 침해하는가?······························································12

4. 교권의 재구성 2 가르칠 권리와 배울 권리의 동시 존중 ··········································44

5. 여성 교사의 삶과 인권 - 여교사의 눈으로 교권 다시 쓰기····································67

6. 비정규 교사와 더불어 날다 ······························································································97

7. 교권 생생 토크 - 교권보장을 위한 조건 탐사····························································110

Page 2: 차 례 · 20 : 09:00 ~ 16:30 (폐강식 포함) 6. 연수 이수 시간 : 18시간 (단, 개강식 및 수료식은 별도임) 7. 연수 목적 : 1) 인권의 정확한 개념 정립을

- 2 -

연수 계획서

1. 연수 종별 : 직무연수 (18시간, 성적산출 안함)

2. 연수과정명 : 교원인권감수성향상과정

교권 다시 읽기 -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본 교사의 삶

3. 연수과정 구분 : 전문성향상과정(교과지도)

4. 연수 장소 및 연수 인원 : 성공회대학교(서울),총 40명(40명× 1반× 1기)

5. 연수 기간 및 시종 시간 :2010. 1. 18(월) ~ 1. 20(수)(1일 6시간)

1일차 - 2010. 1. 18 : 09:30 ~ 16:30 (개강식 포함)

2일차 - 2010. 1. 19 : 09:00 ~ 16:00

3일차 - 2010. 1. 20 : 09:00 ~ 16:30 (폐강식 포함)

6. 연수 이수 시간 : 18시간 (단, 개강식 및 수료식은 별도임)

7. 연수 목적 :

1) 인권의 정확한 개념 정립을 통해‘교권’과 ‘학생인권’의 대립으로 표면화되는 학교 내

교육 주체 간의 갈등을 새로운 입장에서 재정의해보고, 권리 실현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통해 배움과 가르침이 즐거운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

2) 학교 운영과 학습 공간을 비인권적인 방식에서 인권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키기위해 교권 침

해의 본질과 현상, 구조를 분석해보고, 여러 인권 침해 사례를 접하여 해결 방법을 모색해

보고,

3) 교사 스스로 학교 현장에서 스스로의 권리 실현 주체일 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 옹호자로서

인식을 충분히 함으로써, 학생들이 인권의 가치관과 지식을 갖추도록 각 교과를 통해 학교

내 인권교육의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여,

4) 배우는 학생과 가르치는 교사의 권리가 모두 보장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8. 연수 방침 :

1)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인권적인 방법으로 배움과 가르침이 이루어지고 인권적인 문화가 조

성되도록 인권의 정확한 개념과 ‘교권’과 ‘학생인권’의 대립에서 오는 권리 갈등 문제

를 국내외 실제 사례와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모색하여 교사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

질 수 있도록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연수 내용을 구성한다.

2) 강사의 강의를 듣고 질문에 답하는 강의’와 직접 활동하는 참여’위주의 교육으로 진행한다.

3) 평가는 출석 80%이수 (15시간 이수)인 경우만 인정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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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정별 교과 편성 >>

교과목 교수요목 시수수업방법

강의

참여

실습

교권이란 무엇인가 1

: 인간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

- 인권의 개념과 역사

- 인권의 범위에서 바라본 교권

- 교권의 정의

- 교권 확보를 위한 조건(표현, 정치,

프라이버시 등의 자유)

3 ○ ○

교권이란 무엇인가 2

: 배울 권리 vs.

가르칠 권리

- 교권과 학생 인권의 대립 원인

- 교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 학습권 보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3 ○ ○

무엇이 교권을 침해하나

: 교권 침해의 구조와

사례 연구

- 교권 침해 구조 분석(정책, 학교 현

실, 교육주체의 인식)

- 교권 침해 국내외 사례와 바람직한

해결책

3 ○ ○

교권은 어떻게 지켜지나

: 교권 보장을 위한

조건 탐색

- 교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노

동조합의 역할, 교사 개인이 갖춰

야 할 태도

- 참석자 생생토크

3 ○ ○

여성 교사의 삶과 인권

- 젠더의 관점에서 학교의 구조와 문

화를 살펴봄

- 슈퍼 우먼 콤플렉스 극복하기

- 학교 내 ‘다수’이지만‘소수’로

차별받는 여교사의 현실

- 비혼 여성교사에 대한 차별과 편견

- 여성 교사의 인권이 보장되기 위한

과제

2 ○ ○

학교 비정규직과

더불어 살기

- ‘비정규직교사’가 처한 현실적,

제도적 한계 상황과 해결책 모색

- ‘비정규직 교사’의 존재가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

- ‘비정규직 교사’를 만드는 교육

정책 구조 분석

- ‘비정규직 교사’ 권리 증진을 위

한 방안

2 ○ ○

흔들리는 교권,

인권을 찾는 교사

- ‘교권’ 의 의미 정리하기

-‘배움’과 ‘가르침’이 일치하는

교실 만들기 위한 인권적인 수업과

학교, 학생 생활 지도, 학급 운영

방안 토론하여 모색하기

2 ○ ○

* 개강식 및 폐강식 시간은 연수 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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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 세부 교과 과정 >>

“교권다시읽기 - 교권에 낚이지 말고, 교권을 낚자.”

교시

날짜

0교시 1교시 2교시 3교시 4교시 5교시 6교시

09 : 00 ~

09 : 30

09 : 30 ~

10 : 30 10: 3 0 ~ 12 : 30 13 : 30 ~ 16 : 30

제 1일

(1월 18일)

등록 및

개강식

교권이란 무엇인가? 1

: 맞아 맞아 Best 5

: 나는 교사? 인간?

교권의 재구성 1

: 무엇이 교권을 침해하는가?

담당자

이명남담당자 영 원 담당자 영 원

제 2일

(1월 19일)

09 : 30 ~ 12 : 30 13 : 30 ~ 16 : 30

교권의 재구성 2

: 가르칠 권리와 배울 권리의 동시 존중

방안 모색

여성 교사의 삶과 인권

- 여교사의 눈으로 교권

다시 쓰기

담당자 배경내 담당자 정주연

제 3일

(1월 20일)

09 : 30 ~ 11 : 30 12 : 30 ~ 15 : 30 15 : 40 ~ 16 : 30

비정규 교사와 더불어 날다

교권 생생 토크

: 교권 보장을 위한 조건

탐사

소감나누기

: 흔들리는

교권,

인권을 찾는

교사

폐강식,

이수증

교부

담당자 민진 담당자 이계삼(오혜원,양돌규)담당자

고은채

담당자

이명남

11. 평가 계획

평가는 개강식과 수료식을 제외한 순수한 연수 시간의 80%이상 출석 (15시간 이수)인 경우만 인

정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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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란 무엇인가?-영 원 (인권교육센터 ‘들’)

<프로그램1>나는 누구인가?- 교사? 인간?1)교총이 만든 교권 상담 매뉴얼에 있는 교사의 권리와 의무 목록을 살펴본다.2)교사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권리(사상&표현의 자유,정치적 권리, 노동권) 를 살펴본다.3) ‘교사’라는 직무상의 권리와 ‘인간’이라는 존재가 주는 보편적인 권리가 서로 합치되는지 살펴본다. 4) 만약 부딪친다면 현실에서는 어떤 사례가 있을지 모둠별로 생각해본다..............................................................................................................................................

# 교권을 찾아보니!

인터넷에 ‘교권’이라고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뉴스의 제목이 나왔다.

여교생 성추행 동영상을 보면서 끝없는 교권의 추락을 맛보다

학부모에게 매맞는 교사

경기 학생인권조례 교권침해 우려

좀 옛날에는

‘사랑의 매 전달식’ 교권 수호 디딤돌 될 터

이 기사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교권은 아마도 이런 것인 것 같다.

‘체벌할 권리’ ,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

‘학생인권과 부딪치는 권리’

네이버 백과 사전에 보니

교권 [敎權, educational authority]

right가 아니라 authority,즉 교육할 ‘권리’가 아니라 교육할 ‘권위’ 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네이버 지식 in에 보니 이런 재밌는 질문과 답변이 있었다.

이 질문과 답변이 재밌었던 것은

첫째, 질문자의 물음이다. ‘노동권’이나 주지 ‘교권’은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자조적으로

받아들여야할까? 실리적으로 받아들여야할까? 자조적인 느낌을 준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면 이 두 가지는 이렇게 나눠질 수 있는 것인가?

둘째,나름 사려 깊은 위 답변에서 ‘인권’일 때와 ‘권력’일 때는 어떻게 다른 걸까?

앞에 제시한 ‘체벌할 권리’,‘학생인권과 부딪치는 권리’,‘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물리

적, 정신적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는 ‘인권’일까? ‘권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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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전교조와 교총의 교권 침해 사례집을 보았다.

교총의 교권상담 매뉴얼에는 ‘교권’을 ‘교원이 전문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이

인정하는 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언뜻보면 백과사전 답변의 ‘권위’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 ‘교권침해’사례에 나타는 것을 살펴보면, 두 단체가 교권침해에 접근하는 첫

번째 방식은 ‘교육주체간의 갈등이 권리 다툼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의

3주체라고 할 수 있는 교사, 학생, 학부모, 관리자 들간의 갈등이 권리다툼 양상으로 나타난

사건들이 접수되고 이것을 유형화한 것이다. 언뜻 뉴스를 보면 학생에 의해 자행되는 교권 침

해가 가장 심각한 것 같지만, 실제 통계 자료에서는 안전사고 등의 상황에서 학부모나 학교

당국에 의한 침해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즉, 교사 또는 관리자가 학부모에게 민원을

제기 당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권리 침해나 명예훼손, 인신모독을 ‘교권침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전교조나 교총 모두 공유하는 관점이다. 이것과 관련된 사안들은 대부분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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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일어나는 사고나 지도과정에서 나타나는 체벌 문제 등이 많다. 다만 교권상담의 관점이

전교조의 경우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대응에서 학교라는 기관의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교총은

학교와의 관련성을 엄정히 함으로써 개인의 책임을 분명히하려는 양상을 보인다. 체벌 문제의

경우 형사사건으로 비화된 경우 두 단체 모두 체벌을 인정한 판례와 인정하지 않은 판례를 다

싣고 체벌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가 많아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교사들 사이의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교총의 사례가 ‘교직원간의 갈등’이라고 두리뭉술하게 해놓은 가운데 그 세부 내용에 전교

조에 의한 학교의 여러 정책 간섭이 ‘교권 침해’로 분류하고 있다. 그에 비해 전교조의 교권침

해 현황에는 ‘관리자 갈등’,‘교육청 갈등’,‘단협관련’으로 하여 관리자의 교사에 대한 간섭을 ‘교

권침해’로 분류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결국 당사자 간의 권리 다툼을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교권침해’로 해석하고 있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지금까지 두루뭉술하게 학교의 권한 속에 ‘교권’이 가장 큰 권리로

존재하다가 전교조가 생기면서 학교가 ‘교사’와 ‘관리자’로 분화되고, 그 둘간의 권리 다툼을

서로가 서로에 대한 ‘교권침해’로 규정하고 이와 더불어 ‘학생 인권’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겼

는데 이것이 교권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학부모만이 자

신의 권리를 주체의 이름으로 받지 못하고 뭉뚱그려 ‘수요자의 권리’로 대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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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2001~2008년도 교권침해사건 유형별 증감 현황

구 분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신 분 문 제 20 13 17 26 28 13 28 18 학교안전사고 11 37 28 51 42 33 46 59

학부모 부당행위 12 19 32 40 52 89 79 92명예훼손 29 9 5 17 8 20 15 27

교직원간 갈등 기타에 포함 25 10 24 14 24 30 38

기 타 32 12 3 33 34 ․ 6 15계 104 115 95 191 178 179 204 249

<표 6> 교직원간 갈등 원인 (단위 : 명, %)

구 분 학생 생활지도학교경영

간섭학교운영

(인사, 시설)사생활 계

성별

남자1

(5.26%)

14

(73.68%)

2

(10.53%)

2

(10.53%)19

여자1

(5.26%)

8

(42.11%)

3

(0.55%)

7

(36.84%)19

설립별

국․공립2

(6.7%)

18

(60%)

4

(13.3%)

6

(20%)30

사립 -4

(50%)

1

(12.5%)

3

(37.5%)8

학교급별

유․초․특수 -13

(76.5%)-

4

(23.5%)17

중등2

(10%)

8

(40%)

5

(25%)

5

(25%)20

대학 -1

(100%)- - 1

직위별

교사1

(5%)

8

(40%)

3

(15%)

8

(40%)20

교감․교장1

(5.9%)

13

(76.5%)

2

(11.8%)

1

(5.9%)17

교수 -1

(100%)- - 1

합 계2

(5.3%)

22

(57.9%)

5

(13.2%)

9

(23.7%)38

교직원간 갈등 피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난 ‘학교경영간섭’과 관련해서는 학업성취도

평가관련, 방과후활동 관련, 업무분장, 교원노조의 지나친 학교경영 간섭 등이 주를 이루었다.

그 다음으로 ‘사생활’과 관련해서는 교직원간 말다툼이나 폭언, 인격적인 모욕 등 관리자와 교

사간의 갈등이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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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구분 항 목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계

학생지도,

교육주체간

의 갈등,

학교시설관

련업무

학생지도(체벌,분실,

안전공제,전학)12 18 18 7 4 1 60

학교폭력,성폭행 5 2 1 8

평가(학생관련) 3 4 2 1 10

학부모 갈등 8 7 15

관리자 갈등 23 18 13 30 14 3 101

교육청 갈등 1 3 1 5

학교시설물 관련 1 4 3 1 2 1 12

휴가, 휴직

유학,동반연수,간병

휴직14 8 6 14 12 5 59

출산휴가,육아휴직 11 10 10 18 16 11 76

병가, 병휴직 10 5 8 8 6 8 45

연가(해외연수,여행),

보건휴가,특별휴가,

조퇴

6 8 6 5 15 6 46

봉급, 수당,

호봉, 장비

관련

출장비,시간외수당 7 10 4 9 2 3 35봉급,수당계산,호봉

정정,경력6 4 2 7 3 5 27

성과급반납,

평가불만4 5 2 11

이전비 4 1 1 1 7

연금관련 1 1

복무, 징계,

임용,

인사관련

복무,근무,근평문제 8 8 4 3 15 7 45

징계(일제고사포함) 4 1 5 3 1 14

임용(전과,폐과포함) 2 2 1 1 1 7

인사관련 3 1 2 6

단협,

조합내갈등

교원평가

단협관련 2 2 4 8

지부,지회와 갈등 1 2 3

조합원, 교사간 불화 3 1 2 6

교원평가 2 1 3

기간제 기간제 계약, 고충 3 4 3 10 1 21

기타 기타 9 12 2 14 20 3 60

#진정으로 보장받아야할 것은 무엇인가?

언론에서 떠드는 뭔가 대단한 것이 있었던 것만 같은 ‘교권’의 현실은 위의 사례에서 나타

났듯이 굉장히 수세적이고 방어적이다. 다시 말하면, ‘교사의 권위’ 에 도전하는 학생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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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에 의해 실추되어 온 것 같은 ‘교

권’은 사실 책임소재도 모호하고 오히

려 제대로된 시스템이 뒷받침해줘야 할 학

교안전사고, 관리자의 부당한 간섭에 의해 침

해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교사라는 전문직을 행하기 위해 법

이 인정하는 힘’이라고 제시된 것 중에는 오

히려 인간으로서 당연히 존중받아야할 권리

를 제한하는 것도 많다.

교권의 주체가 교사라면 , ‘교사라는 주체로

서 보장받고 싶은 권리가 무엇인가?’에 대해

교사 스스로가 답할 수 있어야한다. 진정으로

진리를 가르치는 양심에 따른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유롭고 양심을 지키는 삶

을 살 수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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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어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제한된채, 소통하

고 협력할 대상인 ‘학생을 억압할 권리’만을 교권으로

생각한다면 교육의 질은 결코 향상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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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어김없이 TV 뉴스는 대통령 이름으로 시작해서 대통령 이름으로 끝났다. 매일 매일 사건을

만드는 대통령 때문에 가슴이 철렁철렁할 지경이다. 그제는 4대강, 어제는 미디어법, 오늘은 뉴타

운… 제발 하루라도 아무 일 없이 평안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최근 그런 날이 없다. 보다 못했는지

여기저기에서 시국선언이라는 것을 하고 나섰다.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는 한시민 교사 역시 ‘교사 시국선언’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당장에

이름을 넣었다.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혼자라도 피켓 시위를 하고 싶은 한시민이 아니었던가. 시국

선언으로 그친다는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교수 시국선언, 변호사 시국선언, 예술인 시국선언... 시

국선언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유독 교사 시국선언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며 온 나라의 주목을 끌고 있다. 교사의 시국선언

은 교육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다. 징계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정치적 활동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나 뭐라나.. 한시민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도 시민인데,

도대체 내 정치표현의 자유는 누가 엿 바꿔 먹었단 말이야?’

덕만의 역사수업은 학교에서도 인기가 남다르다. 바로 지난해부터 만들어 사용한 수업 부교재에 대

한 뜨거운 반응이 그것이다. 학생들의 눈이 이처럼 초롱초롱했던가? 스스로 놀랄 정도이다. 특히 시

험에도 잘 나오지 않아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기 일쑤였던 현대사 시간에 아이들이 질문을 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반에서는 자기들끼리 토론을 하는 정말이지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돼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했다. 덕만은 현대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좀더 꼼꼼

히 챙겨볼 요량으로 인터넷과 출판된 자료에서 몇 가지 사건과 기록을 옮겨 자료를 만들고, 그것을

내용으로 수업을 했을 뿐인데 기대이상의 아이들 반응에 이것저것 의욕이 샘솟던 참이었다.

하지만 최근 덕만에게 불어 닥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칼바람에 초롱초롱 눈빛도, 샘솟던 의

욕도 오간데 없어져 버렸다. 국가보안법이 위반이라니…?? 이 무슨 난데없는 일인지.

바로 덕만이 만든 수업 부교재 때문이었다. 제주 4.3항쟁과 광주 5.18 항쟁에 대한 내용이 문제라는

것이다. ‘적을 찬양·고무’한다는 감정서를 들이밀며 검찰에서 덕만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

했다. 이미 두 사건 모두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까지 한 역사적 사건이건만..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니. 게다가 덕만이 사용한 자료는 인터넷과 책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사진

교권의 재구성 1-영 원 (인권교육센터 ‘들’)

✿ 프로그램 ✿① 모둠별로 교권침해 사례지를 나눠준다.

② 모둠에서는 사례 속 쟁점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모둠토론 이후 교권을 제재하는 입장에서

논리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다.

③ 모둠 논의 이후, 한 모둠씩 사례를 발표한다. 발표하는 모둠에서는 교권을 침해하는 입장에

서 논리를 펴고, 나머지 모둠들은 교권침해에 대해 반박하며 대응한다.

④ 모둠 발표이후 교권침해의 유형을 살펴본다.

<사례지>

■ 정치적 권리 침해(시민권 대 교사의 의무)

■ 가르칠 권리 침해 : 반국가적 내용에 대한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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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글들로 공개되어 있는 것이다. 검인정 교과서 그대로 일점일획도 틀림없이 교육해야 한다면, 교

사는 대체 어떤 존재란 건지..

나는 중학교 교사다. 이른바 학생들의 미술시간을 함께하는 교사. 그리고 나는 예술가다. 나는 시골

에 머물며 교사도 하며 작품활동도 한다. 나 같은 작가가 대중과 만나는 일이 새로운 정보사회의 혜

택으로 가능해졌다. 나는 이것을 활용할 뿐이며 시대에 부합하는 소통의 조건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

다.

얼마 전 교사이기 이전에 시각매체를 다루는 예술가로서 나의 예술적 견해에 의해 한 작품을 나의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했고, 이로 인해 처음에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협의로 기소되었다가 기각되고,

다시 학부모들이 나의 처벌을 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여 ‘청소년 성호보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구

속영장이 재청구되었다. 그리고 학교는 내게 징계를 내렸다. 논란이 된 작품은 나와 아내의 누드를

찍은 것으로 성기가 들어났다는 점에서 ‘음란성이 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나의 작품은 단순히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포르노물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몸을 단지 성적인

대상만으로 바라보려는 편협한 사고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음란물’ 운운하

는 것이야말로 몸과 성 자체를 불결한 것으로 보려는 의도가 아닌가. 이 문제는 예술가의 표현의 자

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아닌가. 그런데 더욱 문제는 내가 교사라는 이유로 교사의 품위와 학생지도의

관점에서 이런 작품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의 사적, 사회적 활동까지 학교교육과정이 허

용하는 범주에서 해야 한단 말인가?

물론 나의 작품활동을 개인적 활동만은 아니다. 교육은 끈임없이 사회의 자양분을 받아 변화하고 성

장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술교사로서 나의 예술활동은 교사의 교육활동의 자양분을 얻는 충전과 재

교육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자연인이자 교사이고, 이것은 둘이 따로 뗄 수 없다. 나는 그럼

이제 어찌해야 하나.

진주 씨는 지난 1년 동안의 일이 마치 꿈같다. 즐겁고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어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너무나 기가차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보낸 안내장 한 장 때문에 교직

에서 쫓겨나 거리에서 보낸 지난 1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느닷없이 불어 닥친 일제고사. 그리고

교사 징계, 아이들과 헤어져 학교 밖에서 보낸 한 해였다. 진주 씨는 1년이 됐지만 여전히 생각만

해도 화가 치민다.

모든 아이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똑같은 문제를 풀어 경쟁하는 평가방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동

의할 수가 없다. 학교교육에서 교육과정은 정해져 있기 마련이지만 교육 내용, 교육 방식은 교사 저

마다에게 맡겨지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교사가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저마다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일제고사는 이런 교사들의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획일적 평가를 하

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누군가 물을 때마다 한숨부터 나오는데, 진주

씨는 경쟁교육을 심화시키는 일제고사에 정말이지 동의할 수가 없다. 일제고사는 교실의 자연스런

교육과정과 교사의 역할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 -저

마다 다른 이해, 쓰기, 읽기 정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진주 씨가 아닌가. 그런데 일제고사는 가르

치는 사람 따로 평가하는 사람 따로, 이렇게 따로국밥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이게 폭력이 아니면

뭔가...

■ 시민적 권리의 침해(교사의 품위, 도덕성에 대한 제재)

■ 교사의 평가권 침해-학생들의 학습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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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한결 씨가 속한 교사그룹이 교육감선거를 돕기로 결정했다. 더욱이 한결 씨의

뜻에 맞는 교육단체와 사회단체 사람들이 후보를 내세워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교육현장에 있으

면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를 힘들게 하는 지금의 교육에 낙담했던 한결 씨를 비롯한 교사들은

이번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결 씨에게 돌아온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이 보낸

출두 요구서이다. 공무원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게다.

물론 한결 씨를 비롯해 모두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교사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 현재 법

은 선거 때마다 거론이 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이 여전히 그대로이다. 현행법에서는 선거에 있어

서 교사에게 중립성을 요구하며, 정당가입 선거운동 등은 학생에게 영향을 주는 활동이라며 제한하

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 내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아예 정치활동 자체를 할 수 없

도록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과도하다는 생각이다.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같은 외국 사례를 보더

라도 정당가입과 정치활동을 이렇게 완전히 제한하는 경우는 없건만,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교사의

정치활동에 긴장을 한다. 이런 법 역시 과거 독재의 유산인데…. 한결 씨, ‘그 유산 끔찍하게도 길

고 깊다’는 생각에 치가 떨린다.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했것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세가지 중 2가지만

인정받아 단체 교섭이 이행되지 않아도 강제할만한 아무런 수단이 없다. 특히 교육부에서 단협사항

에서 늘 제외시키고 싶어 하는 교육정책 부분에서 잘못된 교육정책이 시행되었을 때는 아무리 의사

표현을 해도 교육부가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교사들이 동시에 연가를 내

고 집회를 했다. 그런데 연가는 교사가 신청하고 학교장이 허락해야 되는 것인데, 학교장이 허락하

지 않았으므로 ‘무단결근’이고, 이것은 ‘근무지 이탈’이므로 징계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교사들에게 징계가 내려졌다. 모든 노동조합 활동에서 그러하듯 구속력을 강제할 수 없는 ‘단체 협

약’ 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노동3권은 노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할 권리이다. 왜 교사라는

이유로 그것을 제한받아야하는가?

■ 교사의 정치활동(협의 의미) 침해

■ 노동자로서의 권리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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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거리 : 참고자료

1. 가르칠 권리 침해 : 반국가적 내용이라는 이유로 징계

☞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 등으로 징계된 사례 : 이용석 교사

이용석 교사(당시 부천 상동고)는 학교운영회의와 학교 조회시 국민의례의 ‘국기에 대한경례’

를 거부하고, 수업시간을 통해 군대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교육. 이순신 장군은 조작된

위인인데 국민이 존경하는 마을 갖는 것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다는 등의 발언한 이유로

2006년 8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징계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학생들에게 국가관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행동

이고, 이용석교사의 행위가 언론에 알려져 교사의 자질이나 국가교육에 심각한 사회적 우려를

초래하여 교육공무원의 신분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라며 국가공무원법 63조 품위유지의무

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은 소송에서 법원은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학생들의 교육에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 초래되지 않는 이상, 이를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헌법상에 보장된 양심의 자

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용석교사가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하는 일이 언

론에 알려지면서(조회 때 교실의 뒤쪽으로 이동, 개인적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였지만

학생들이 잘 볼 수 없었음.) 왜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하는지 학생들에게 설명한 일에 대해

서는 유죄를 받았다. 또 나머지(학생의 학습권과 수업권의 충돌)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군대의 폭력적 문화를 비판적으로 발언한 것, 무인으로서의 이순신 장군이 아니라 문인으로서

의 평가를 이야기하며 영웅중심 남성가부장적 시각에 대해 비판적으로 발언한 것 등.

☞ 이용석 교사 관련기사

① [프레시안] 국가가 국가다우면 이런 법이 필요할까?"

내가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하는 이유

최근 행정자치부가 기존의 '국기에 대한 맹세'를 수정해 7월 중 시행령으로 제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90여 개 인권·사회단체들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

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사독재 시절 제정돼 문교부, 국무총리 지시 등으로 이어져 온 '국기에 대

한 맹세'는 수정이 아니라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 들은 그 이유로 무엇보다도 '맹세'는 개인의

양심적 자유에 맡길 일이지 법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국기에 대한 맹세' 앞에

서 일제 황국신민서사를 떠올릴 수도 있고, 종교적 계율에 위배된다고 여길 수 있으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해 충분히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이주인들이 점점

증가하는 현재 한국 사회에 맞지 않는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인권침해요소가 다분한 법 제정을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처벌조항이 있을 때에만 나서겠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맹세를

하지 않는다고 법적으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옹호하는 이들의 주장과

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이미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는 사회적으로 많은 '피해자'들을 낳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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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국 각지 학교에서는 국기에 경례를 하지 않거나 맹세를 거부한 교사들이 구속됐으며 학생들

은 제적을 당했다. 이런 사례는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2003년 경기도 의정부 영석고에서는 "국기 경

례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한 학생의 입학이 거부됐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2006년에 역시 국기에 경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경기도 부천 상동고에서 정

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던 이용석 교사가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왔다. 그는 "국가가 노동자, 농민, 민

중들의 이익과 권리에 충실하다면, 국가는 국가 구성원들에게서 충분히 그 권위를 인정받을 것"이라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법으로 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편집자>

나는 2006년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정직 3

월의 징계를 받은 교육노동자다. 내게는 6살짜리 아이가 하나 있다. 모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

하는 <파워레인저 매직포스>라는 어린이용 드라마가 있다. 평범한 아이들이 마법의 힘으로 변

신해 정의의 힘으로 악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내 아이는 이 방송물의 매니아(?)다. 아이는

이를 통해 세상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어, 악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그 어떤 '폭력'도

정당하다는 것을 내면화 하고 있다. 폭력이 '선'이라는 것을 뒤집어쓰고 내면화되어 가고 있으

며, '인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는 '영웅주의', 그리고 전체를 위해 나 자신은 희생

되어도 좋다는 '전체주의'가 내면화되어 가고 있다. 아이는 자기 혼자 '파워레인저'의 흉내를 내

며 자신만의 가상의 적을 물리치고는 한다. 그것도 아이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어떤 국가를 선택하든, 아니 국가를 선택하든 말든

객관과 합리, 중립이라는 외피를 뒤집어 쓴 채 이루어지는 교육의 위험성은 아이들에게 무의식

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내면화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러 매체를 통

해 일상적으로 유지, 강화되고 있다. 결국 그것은 한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되며 사회 구성원들

은 이를 다시 객관과 합리,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는

바로 이런 교육의 결과다. 누군가에 의해 내면화된 목적의식적 교육의 산물일 뿐이다. 나는 그

동안 이것이 맞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난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를 하지 않는다.

이유 중의 하나는 왜 내게 그것을 강요하느냐는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에 따르면, 내게는 국가

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어떤 국가를 선택하든, 아니 국가를 선택하든 말든 그것은 내가 판단

할 문제다. 내가 경례를 하고 맹세를 해야 할 지금의 국가는 오로지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국가이기에 그런 국가에 대해서 나는 그 어떤 동의도 할 수 없다.

미국의 군사재편전략으로서의 평택미군기지 이전은 민중과 노동자의 삶을 파괴할 전쟁을 전제

로 한 전지구적인 자본의 전략일 뿐이다. 수십 년 동안 삶을 가꾸어 왔던 주민들을 군대를 동

원해서 그 터전에서 강제로 몰아내는 야만의 행위를 서슴지 않는 국가에 난 동의할 수 없다.

철저히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노사관계 로드맵', '비정규직법', '한미 FTA'를 강행하는

국가에 난 동의할 수 없다. 세계 자본의 꼭두각시가 되어 '이라크 민중의 피를 빨아먹는 전쟁'

에 민중의 자식들을 내모는 국가에 난 동의할 수 없다.

왜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생에 대한 군사문화를 내버려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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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기에 대한 맹세'는 1968년 충청남도교육위원회 차원에서 최초로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

후 40여 년간 '국기에 대한 맹세'는 법적으로 처벌조항이 명시돼 있지는 않았지만 이를 거부하는 이

들은 크고 작은 피해를 받아 왔다.

1972 년 전남 광양군 진월면 오사리 중앙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생 50여 명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또 다른 이유는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라는 전체주의가 이 땅에서는 일제 때부터의 군국

주의와 맞물려 여전히 군사문화로 남아 있으면서 우리에게 무조건적 충성과 희생을 강요한다

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다. 일제 시대 때 군국주의 일본 정부

는 이 땅에 학교를 지었다. 이유는 황국신민화를 통해서 일본 왕에 대한 자발적 충성을 내면화

시키기 위해서다. 이러한 목적에 가장 부합한 학교의 형태는 군사학교였다.

지금 학교의 모습은 일제 시대의 학교 구조와 내용을 해방 후 군사정권을 거쳐 그대로 답습하

고 있다. 현재 대부분 학교의 모습을 보자. 아침 운동장 조회 때의 모습은 연병장에서 사열 받

고 있는 모습 그대로다. 교실 칠판 위 한가운데에는 일장기가 아닌 태극기가 여전히 무조건적

충성을 요구하며, 교직원 회의 시간이든 운동장 조회 때든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를 무의식

적으로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교실에서는 군사용어인 '차렷', '경례'가 아직도 자리잡고 있으며,

오와 열을 맞추어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연병장에 도열한 군사열을 연상시킨다.

해방 후 일제의 황국신민화는 반공과 안보 의식화로 탈바꿈했지만 여전히 통제에 따른 질서와

국익만이 강조되고 있을 뿐이다. 국익을 위해서 노동자, 농민, 민중이 희생해야 한다는, 그래야

다 잘 살 수 있다는 집단 최면만이 존재하고 있을 따름이다. 80년대까지 교련으로 계속되었던

무조건적 복종과 질서의 교육은 지금도 교문지도, 두발규제 등에 군사문화로 남아 있다. 일찍

이 박정희는 사회교화라는 명목으로 국민(남성)들의 두발규제를 위해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가위질 을 해대지 않았던가. 지금은 교육이라는 미명으로 대상만 학생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박

정희식 군사문화의 잔재와 이데올로기는 일상의 여러 곳에서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자신의 행

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난 게 아니라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위해 태어났다"

로 대변되는 이 무서운 이데올로기는 지금도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권위는 자신이 세우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인정하는 것"

지금 국기법 논쟁이 한창이다. 국기'법'이 왜 필요한가? 결국 '강요된 충성'에 법적 지위를 부여

하자는 수작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다. "권위는 자신이 세우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인정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가 국가다우면 국기'법'까지 필요없다. 아무 것도 필요없다. 국가가

노동자, 농민, 민중들의 이익과 권리에 충실하다면, 그 국가는 국가 구성원들에게서 충분히 그

권위를 인정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기법을 제정하려는 이 움직임은 국가이데올로기로 대표되

는 지배 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화해 자본의 이윤을 더욱 보장하기 위한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 당장! 국기법을 폐지하라. 그리고 내게 '충성'을 강요하지 말라.

2006년 6월 14일/ 이용석

1972년과 2007년, 시대를 뛰어넘은 '닮은 꼴'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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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거부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오사재건교회 주일학교 교사 양영례 씨가 구속돼 징역 8개

월, 집행유예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했던 초등학생 김현호 씨는 2년

뒤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국기 경례에 대한 강요에 못이겨 자퇴를 했다.

지금 도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거부하고 있는 김현호 씨는 최근 인권단체 '인권운동사랑방'에

보내온 글에서 "나는 국기에 대한 경례나 묵념을 하지 않으며 맹세문을 외우지 않는다"며 "그것은

순전히 신앙 양심에 기초한 행위이지 애국적 동기가 불순해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내게 영향을 준 분은 일제시대 '신사참배' 반대로 옥고를 치렀던 목사님이셨다"며 "그는 독립

된 조국에서 일제와 똑같은 국가주의의 모순을 보고 저항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강요

된 신사참배가 우상숭배라면 강요된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는 우상숭배가 아니란 말인가"라며 "내

게 있어 그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의 표현일 뿐이라는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애국주의의 덫을

벗어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일 것"이라고 밝혔다.

35년 뒤인 2007년, 여전히 대부분의 일반 학교에서는 조회시간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를 요구한다. 서울 구로구 에 있는 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다이루'라는 가명을 쓰

는 한 학생 역시 인권운동사랑방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학교와 사회, 국가는 국기에 대한 맹세, 경례

가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왔는가에 대한 진실은 말하지

도 가르치지도 않는다"며 "폭력적이고 무조건적인 강요는 내가 국기에 대한 맹세, 경례를 안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그 는 "나는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롭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살아가기를 원한다"며 "난 나보다 전체

가 우선시 되는 사회, 국민보다 국가가 우선시 되는 국가를 만드는, 유지시키는 중심적 역할을 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은 폭력적이고 무조건적인 강요에 대한 항의, 더 큰 죽음의 폭력을 막기 위한 작은 평화

의 행동, 사람이 사는 세상을 위한 침묵의 외침"이라고 덧붙였다.

② [한겨레 21] “하지 말라고 시킨 적 없다”

“개인적으로 안 한다고 했을 뿐…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관점 보여줘야”

이용석 교사의 모습은 다소 의외였다. 이 교사는 청바지에 검은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평화주

의자라기보다는 어설픈 폭주족 같은 생김새.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또렷했다. 2개월차

채식주의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를 7월5일 부천 상동고 운동장 구석에서 만났다.

이용석 교사는 인터뷰에서 “국기 경례는 개인 신념의 문제로 경기도교육청의 징계 방침은 철

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학교 교실은 외모지상주의, 국가주의 등 우리 사회가 주는

무차별적인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다른 의견도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어야 한다”며 나름의

교육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 거부 피해자를 다룬 <한겨레21> 592호를 읽고 공감했다는 그는

2006년 한국 사회에서 다시 그 주인공이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교사는 7월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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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징계위에서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 통고를 기다리고 있다. 6년차 교사인 그는 3학년 국

어과의 심화과정인 독서 과목을 가르친다.

- 평소에도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를 하지 않는가.

교사들은 매주 월요일 8시30분이면 교무회의 시작 전에 국기 경례를 해야 한다. 예전부터 손

을 가슴에 올리는 데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국기 경례를 하지 않고 있다. 다른

학교에 있을 때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 동료들을 본 적도 있고. 처음엔 일어나지 않고 그냥 앉

아 있었다. 그러다가 동료들이 권유해 지난해부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분위기를 맞췄다.

- 지금까지 국기 경례를 거부했다가 국가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기독교인이었

다. 일반인으론 처음인 것 같은데, 왜 국기 경례를 하지 않나.

전교조 운동을 하면서 전체주의의 폭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수가 따르면 무조건 옳

은 것인가? 내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 없을까? 아이들에 대한 두발 단속, 체벌, 뭐 그런 고

민들이었다. 그러다가 내 일상 속에 배어 있는 국기 경례를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경

례를 안 하기로 결심했고,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두 달 전부터 채식도 시작했다. 저항할 수

없는 존재(동물)에 대한 폭력을 성찰하면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지 찾아봤다.

- 학부모들은 당신이 아이들에게 국기 경례를 하지 않도록 하고, 군대에 가지 말라고 선동했

다고 주장한다.

매 학기 첫 수업 시간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차이는 차별이

아니다’라는 주제였다. 차별은 그 자체가 폭력이며, 그러한 폭력이 우리에게 내면화된다는 내

용이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군대 문화는 그 사례로 이야기했다. 맹세문에는 ‘조국과 민족’이라

는 표현만 있고 개인과 사회적 약자를 중요시하는 내용이 없어서 전체주의적 성격에 대해 우

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 아이들에

게 하지 말라고 시킨 적은 없다. 군대 문제도 마찬가지다. 군대가 가지고 있는 폭력적 성질을

이야기하면서 복종이 내면화되는 측면을 설명했다. 그러한 폭력적 군대라면 가지 않는 것이 좋

고, 가더라도 폭력적 성질이 내면화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정도는 신문

에도 나온다. 폭력이 내면화된 군대는 당연히 바뀌어야 하고, 선택의 문제가 돼야 한다.

-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소수자로 살라고 가르치는 건 아닌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개인적인 생각이란 걸 전제하고 시작한다. 말할 때 아이들의 반응을 살

피고…. 사실 주의 깊게 듣는 학생도 몇 안 된다. (웃음) 무엇보다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모

두 자신의 판단 준거를 갖고 있다. 아이들이 내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 한다고 생각하면 고3을

무시하는 것이다. 더욱이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무차별적인 이데올로기 공세에 노출돼 있다.

외모지상주의, 국가주의, 학벌주의…. 교실에서라도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한다.

- 이 밖에도 경기도교육청은 당신이 “이순신 장군은 조작된 위인이라며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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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대상으로 편향된 가치관 교육을 했다”는 징계 사유를 들고 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다른 역사적 해석도 가능하고, 그를 무장으로 바라보고 숭상하는 것이 자

칫 폭력의 당위성을 내면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여러 매체들이 조직폭력배들의 의

리와 남성다움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청소년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폭력에 대한 당위성을 내면

화하고 있다. 어떤 폭력도 용납되지 않는 평화주의적 관점을 가져야 하고, 끊임없이 내면화되

는 폭력의 경향성을 찾아내 부정하자는 이야기를 하던 중 잠깐 언급한 것이다.

- 지난 황우석 사태 때 ‘황빠’ 네티즌의 상당수가 청소년이었다. 연이은 월드컵으로 국가주의

의 위험성이 경고되고 있기도 하고. 학교 현장에서 바라본 아이들은 어떤가.

월드컵이 아이들의 국가주의적 성향을 강화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통제

에 저항한다. 차라리 경쟁이 점차 내면화되고 있다는 게 맞을 것이다. 내 것, 우리 편을 정하

고 무조건 싸워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때 토고를 응원하는 아이를 본 적이 있나?

- 경기도교육청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국기 경례를 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신념이자 철학의 문제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수업시간에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다양한 논리 전개와 창의적 사고를 위해 사회적 현

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현 입시제도 속에서도 당연한 것 아닌가? 지금 아이들은 이런 문제를

생각해볼 틈도 없이 논술이나 면접조차도 학원에서 암기식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래도 “선생

님, 힘내세요!” 하고 격려해주는 아이들이 있다. 앞으로도 나는 국기 경례를 하지 않을 것이다.

2006년07월13일 제618호 남종영 기자

2. 교사의 정치활동(협의 의미) 침해 : 선거, 정당가입 불허

☞ 교사의 정치활동 관련 헌법소원심판청구 사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宋寅準재판관)는 2004년 3월 25일(목)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

으로, 초ㆍ중등학교의 교육공무원의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정당법 제6조 단

서 제1호 및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선법”이라 한다) 제60조 제1항 제4호이 청구

인들의 정치적 자유권 및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기각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사건의 개요 - 청구인 윤00은 2001. 9. 3. 서울 성산중학교에 임용된 자이고 같은 김00는

2001. 9. 1. 서울 난우중학교에 임용된 자로서, 청구인들은 주거지인 동작구와 관악구에 각 거

주하면서 2002. 6. 13. 실시될 제4회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하고자 한 유권자들이다. 한편, 청구인 윤00은 위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당원이 되어 선

거운동을 하고자 하였고, 같은 김00는 민주당의 당원이 되어 선거운동을 하고자 하였으나 정

당법 제6조 단서 제1호 및 공선법 제60조 제1항 제4호에 의하여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이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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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되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정당가입 및 정당활동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평등권, 인간으로

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2001. 10. 12.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 헌법소원심판청구 내용

- 심판 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가. 교육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로 인한 기본권 침해

이 사건 선거는 2002. 6. 13.에 실시될 예정인데, 청구인 000은 교원으로서 민주노동당의 당

원이 되어 위 선거에서 선거운동을 하고자 하였고, 청구인 000은 민주당의 당원이 되어 위 선

거에서 선거운동을 하고자 하였으나, 국가공무원법 제2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공

무원은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정당법 제6조 단서 제1호와 국가공무

원법 제2조에 규정된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지방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및부정선거방지법(이하 ‘공선법’이라 한다) 제60조 제1항 제4호에

의하여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이 금지되어 정당가입과 정당활동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 등

정치적 기본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받고 있습니다.

나.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제약이론의 문제점

(1)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제약이론

교육공무원은 일반직 공무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정치적 기본권 행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

록 보장해야 함에도 일반직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정치적 기본권을 제약하는바, 그 근거로서 공

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를 가진다는 것(국민전체의 봉사자론), 공무집행의

계속성과 일관성 유지를 위하여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는 것(직무성론) 등을 들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보장 법리에 의해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이 제약받고 있습니

다.

(2)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제약이론의 문제점

첫째,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 하더라도 공무원으로서의 공적인 직무와 사적인 정치활

동을 구별하지 않고 일반시민으로서의 사적인 생활관계에 대해서까지 정치적 기본권을 제약함

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둘째, 정당법 제6조 제1호 단서에서는 고등교육법 제14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총

장, 학장,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인 교원 등은 정당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의 제약은 상대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제약이 상대적인

한 교원 일반에게 사적인 정치활동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할 것입니다.

셋째, 교원은 정권교체 등 정치현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직무상의 독립성이 있으므로 직무성

론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정치적 중립이라 함은 공무원이 당파적이거나 사익이 아닌 공익우선

의 행정활동을 하여야만 한다는 뜻이므로 공무원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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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기본권의 전부를 부정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넷째,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중립성 보장 원칙에 의거하여 교원의 정치활동이 제한되는

장소와 대상, 내용은 학교 내에서의 학생에 대한 당파적 정치교육과 정치선전, 선거운동에 국

한하여야 할 것이며, 교원이 학교에서의 근무시간 내의 교육활동 이외에 개인 자격으로 정치활

동을 하는 것까지 제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의 범위

(1)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란 정치적 의견과 정치사상을 외부로 표현하는 자유로서 정치적 언론, 정치

적 출판, 정치적 집회, 정치적 결사의 자유 등을 말하는바, 민주정치에 있어서 필수불가격한

자유입니다. 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주체는 국민으로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면 지방자

치단체의 장도 표현의 자유의 주체가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9. 5. 27. 선고 98

헌마214 결정 참조). 그렇다면 교육공무원 역시 그의 활동이 직무를 직접적으로 해할 정도의

것이 아닌 한 국민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갖는다 할 것입니다.

(2) 정당의 설립, 가입과 정당활동의 자유

정당은 정치적 결사의 일종이기 때문에 정당결성권, 가입권, 활동권 등은 결사의 자유권의 하

나입니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참여기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국민

은 정당결성․불결성의 자유, 정당가입․불가입의 자유, 당원의 계속잔류․탈당의 자유 등이 보장됩

니다. 교육공무원의 경우도 국민으로서의 정당설립․가입 및 정당활동의 자유를 갖는다 할 것입

니다.

(3) 선거운동의 자유

대의민주정치에 있어서 선거제도는 국민의 주권행사 내지 참정권 행사의 과정으로서 국가권력

의 창출과 국가 내에서 행사되는 모든 권력의 최종적 정당성을 국민의 정치적 합의에 근거하

게 하는 것이므로 공직선거과정에의 참여행위와 특히 선거운동은 자유롭게 행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라.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이 사건 심판청구

교육공무원도 국민으로서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함에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무원

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이유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정치적 기본권 전

부를 침해받고 있으므로 청구인들은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3. 위 규정의 위헌성

가. 침해된 기본권

(1) 선거운동의 자유

1) 선거운동의 자유의 의의

선거운동의 자유는 널리 선거과정에서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할 자유의 일환이므로 표현의 자

유의 한 태양이고, 표현의 자유,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선거과정에서 선거운동을 통하여

국민이 정치적 의견을 자유로이 발표, 교환함으로써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하게 된다 할 것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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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선거운동의 자유는 헌법에 정한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보장 규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94. 7. 29 선고 93헌가 4, 6 참조).

우리 헌법상 언론, 출판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신장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수단이며 사회공

동체를 통합시키는 여론 형성의 촉진수단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통치질서가 성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는 점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는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

서 언론, 출판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사전에 억제, 금지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제한은 민주

적 헌법질서를 훼손시킬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에 극히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할 것

입니다. 그리하여 언론, 출판의 자유는 ① 제한사유에 있어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

리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봉착하게 되는 경우에만 ② 제한방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

칙을 충족시킬 수 있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해 ③ 제한의 정도에 있어서 과잉금지의 원칙

에 따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최소한의 제한만이 허용된다

고 할 것입니다.

2) 공선법 제9조, 제60조의 위헌성

공선법 제60조 제1항 제4호에 의하면 국가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국가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교육공무원으로서 이에 해당하는 청구인은 일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선거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공무원도 공무원인 이상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므로 특정 정파나 정

당의 이익을 위하여 봉사하여서는 안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요청에 충실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이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를 가진다는 것은 공무원은 언

제나 공공의 이익을 지침으로 행동하여야 하며 사적인 이익을 위해 지위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는 것이며 공무수행에서 이 원칙을 지키는 한 공무 이외에 한 시민으로서 영위하는 사적인 생

활영역에서 행사하는 정치적 기본권은 마땅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이 제한되는 장소와 대상, 내용은 학교 내에서의 학생에 대한 당파적 정치교육과

정치선전, 선거운동에 국한되어야 할 것이며 근무시간 내외를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비례성의 원칙을 벗어나는 과도한 제한이어서 위헌이라 하겠

습니다.

또한 공선법 제9조에서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력을 미치

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60조에서도 행위유형을 세분하지 않

고 ‘선거운동’ 일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교육공무원의 선거운동의 자유는 정치적 기본권에 해당하므로 그에 대해서는 필요불가결한 최

소한의 제한만이 허용되는데, 이와 같이 공선법 제9조, 제60조에서는 금지되는 행위유형이 지

나치게 광범위하고, 위반시 형사적 제재까지 가하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하겠습니다.

(2) 정당 설립 및 활동의 자유

1) 정당 설립 및 활동의 자유의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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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정치적 결사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각계각층의 이익을 대변

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뿐 아니라 국민 일반의 정치나 국가작용에 영향

력을 행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 현대의 대의민주주의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96. 8. 29. 선고 96헌마991 결정 참조).

이러한 정당 설립 및 활동의 자유에는 누구나 정당을 설립하고 자기가 선택한 정당에 입당하

고 정당 내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정당으로부터 탈당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서 능동적, 적극적

성격을 가지는 정치적 기본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정당법 제6조의 위헌성

정당법 제6조 제1호에서는 교육공무원이 정당의 발기인 또는 당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

니다. 이에 따라 청구인들은 청구인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 활동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되

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권리의 제한은 국민주권에 바탕을 두고 자유, 평등, 정의를

실현시키려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위험성이 큰 것으로서 민주주의의 원리와는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하는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91.

3. 11 선고 90헌마28 결정 참조).

청구인과 같은 교육공무원이 수업시간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정치적 중

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요구되고 청구인이 속한 특정정당의 이익을 위한 정치교육이나 선전은

제한되어야 하겠지만 이로 인해 교육에 해를 끼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관련법

규정에 따라 징계권을 행사하는 등의 제재수단에 의해서 통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

사 개인의 생활이 학교나 학생의 교육과정에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

지 교육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민으로서 가지는 정당에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전혀 허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도한 제한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어디까지가 개인의 사적인 정치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이는

개별적인 사안이 발생하였을 때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이지 이와 같이 일률적으

로 금지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또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보장이 정치에 대한 무비판적인 태도나 무관심

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미래에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학생들을 교육할 책임이 있는 교

육공무원들이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합리적인 비판정신을 가

질 수 있도록 정치적 기본권 행사에 있어서 고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정치

문화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정당법 제6조는 헌법

제8조, 제21조, 제37조 제2항에 반하여 교육공무원의 정당가입, 활동권을 제한하고 있는 위헌

적인 법률에 해당합니다.

(3) 평등권

1) 평등권의 의의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최고 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 및 집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인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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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없이 불평등한 대우를 하지 말 것과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89. 5. 24. 선고 88헌가7 결정 참조).

그리고 이러한 평등의 원칙은 상대적 평등을 의미하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고, 합리적 차별인지 여부는 그 차별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

법원리에 반하지 않으면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96. 11. 28. 선고 96헌가13 결정).

2) 정당법 제6조의 위헌성

정당법 제6조 제1호에서는 교육공무원이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

으나, 그 단서에서 같은 비정무직 교육공무원인 전임강사 이상의 교육공무원에게는 이를 허용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청구인과 같은 국공립 초, 중, 고등학교 교사와 전임강사 이상의 교육

공무원 사이에는 정당결성, 가입 및 활동할 권리에 있어서 차별이 존재한다고 하겠습니다. 같

은 교육공무원이라도 국공립 초, 중, 고등학교 교사는 그 피교육자가 아직 판단능력이 미성숙

한 학생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의 장에 끌어

들이지 않고, 교육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행하는 정당 가입 등의 정치적 기본

권의 행사를 일체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러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하고도 적정한

제한이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기본권의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 보장의 구체적 내용인 ①

교육에 대한 정치적 압력의 배제 ② 교육의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정당법 제6조는 헌법 제11조 제1항, 제37조제2항에 위반

하여 교육공무원인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에 해당합니다.

(4)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침해

헌법 제10조는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

다’ 라는 선언을 통해 헌법질서상 절대불가침의 최고가치 내지 근본규범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인격의 가치를 보장받으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개성을 자유로이 실현할 수 있어야 하고,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를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선법 제9조, 제60조, 정당법 제6조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무와 사적인 영역

의 구별 없이 일체의 선거운동과 정당에 가입하여 활동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

의 정치적 중립보장에 해를 미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하고 정당을 통한

능동적인 정치참여를 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

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에 해당

합니다.

나.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인정여부에 관한 외국의 사례

(1) 미국

학교교사들은 학교운영을 방해하는 정치운동은 제약을 받으나 그렇지 아니한 경우는 정치활동

이 가능하고 교사 개인생활이 학교나 학생의 교육과정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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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교사 개인의 문제로 간주되며 별로 간섭받지 않습니다.

(2) 독일

「교원의 공무원법상의 특수지위이론」의 영향으로 교원은 정당 및 정치적 결사 가입과 활동

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3) 영국

공무원을 그 직무의 성격과 권한범위, 책임정도에 따라 정치활동의 자유의 허용정도를 차별화

하여 정책형성에 근접한 상급공무원은 정당가입의 자유만이 허용되고 22%의 중급 공무원은

국회의원입후보를 제외한 모든 정치활동이 허용되며, 40% 이상의 현업 공무원을 포함한 하급

공무원은 모든 공직 입후보를 포함한 일체의 정치활동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4) 프랑스

교육공무원의 노조가입은 물론 정당활동과 그 밖의 정치활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습니다.

☞ 헌법재판소 결정 요지

결정이유의 요지

가. (1) 우리 헌법은 제7조 제1항에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여 공무원은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입장에 있으며 일

부의 국민이나 특정 정파 혹은 정당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

는 한편,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함으로써 정권교체로 인한 행정의 일관성과 계속성이 상실되지 않도록 하고 공무원의 정

치적 신조에 따라서 행정이 좌우되지 않도록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2) 또

한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 정치적 중립성 …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

다.”고 선언함으로써 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의 요청을 교육분야에서 종사하는 교육공무

원에게까지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이 국가권력이나 정치적

세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본연의 기능을 벗어나 정치영역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교육은 그 본질상 이상적이고 비권력적인 것임에 반하여

정치는 현실적이고 권력적인 것이기 때문에 교육과 정치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

직하기 때문이다. (3)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과 같은 초ㆍ중등학교 교원의 정

당가입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금지함으로써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

이나, 감수성과 모방성 그리고 수용성이 왕성한 초ㆍ중등학교 학생들에게 교원이 미치는 영향

은 매우 크고, 교원의 활동은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학생들의 인격 및 기본생활습관 형성

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일부분인 점을 고려하고, 교원의 정치활동은 교

육수혜자인 학생의 입장에서는 수업권의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는

국민의 교육기본권을 더욱 보장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라는 점 등

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초ㆍ중등학교 교육공무원의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

는 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현행 교육법령은, 초ㆍ중등학교의 교원 즉 교사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

는 자이고(교육기본법 제9조, 초ㆍ중등교육법 제20조 제3항), 반면에 대학의 교원은 학생을 교

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되 학문연구만을 전담할 수 있다(고등교육법 제15조 제2항)고 하여

양자의 직무를 달리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중등학교의 교육은 일반적으로 승인된 기

초적인 지식의 전달에 중점이 있는데 비하여, 대학의 교육은 학문의 연구․활동과 교수기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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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교사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학문의 발전과 피교육자인 대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일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대학교원의 자격기준도 이와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 요구

된다. 그렇다면 초ㆍ중등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정당가입과 선거운동의 자유를 금지하면서 대학

교원에게는 이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이는 양자간 직무의 본질이나 내용 그리고 근무태양이 다

른 점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이 주장하듯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결정의 효력

이 결정은 기각결정이므로 종전과 같이 초ㆍ중등학교의 교원은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이 금지된다.

3. 시민적 권리의 침해(교사의 품위, 도덕성에 대한 제재)

☞ 사회 통념에 반하는 음란한 교육이라고 제재를 받은 경우

-표현의 자유에 맞선 김인규 교사의 누드 사진

한 장의 사진 : 표현의 자유에 맞선 김인규 교사의 누드 사진

김인규 교사는 개인 홈페이지에 부인과 함께 찍은 누드사진을

올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협의로 기소됐다. 정보통신부장관과

정보통신윤리 위원회의 사사로운 판단 때문이었다. 이들은 누

드를 그저 윤리적이지 못한 것으로 매도하면서 몰상식한 잣대

를 들이댔으며 결국 그를 '음란한 교사'로 몰아 법정에 세우고야 말았다.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은 예술이지만, 미술교사의 사진은 음란하다.' 이는 국가 권력이 어떻게

이 사회와 사회적 약자들을 억압해왔는지, 그 폭력성을 유감 없이 드러낸 사건이 아닐 수 없

다. 예술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어떤 예술적 행위보다도 민중의 정서

를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도구로 이용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점

에서 김인규 교사의 경우에는 예술계의 반골, 즉 빨갱이 색출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예술적 무

지을 탓하지 못할 만정 국민의 기본권마저 침해하는 국가권력의 무분별한 검열은 이 땅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싸워야 쟁취할 수 있고 진보할 수 있다.

사회적 이니그마가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 김인규 교사는 스스로 총대를 맨 것인지도 모른다.

☞ 김인규 교사 판결 관련 성명서

[성명서]사회 평균인의 시각을 빙자하여 예술적 상상력을 제약하는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2 년 7개월을 끌어오던 김인규 선생 사건이 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에서 27일 마침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유죄 취지로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되었다고 한다.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한 성실한 예술가를 모욕하고 창작의욕을 꺾는 것을 넘어 이를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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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많은 예술인과 예술인 지망생들의 마음속에 '자기검열'이라는 원격조정장치를 박아놓는다는

데 더욱 심각한 해악이 있다고 할 것이다.

‘시대의 통념’을 넘어 상상과 비판과 예술적 표현을 통해 우리의 감성과 인식의 폭을 확장시켜

주는 예술이 “평균인의 시각”이라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에 의해 재단되고 처벌된다면,

표현의 자유나 사상의 자유 같은 기본권이 이번의 판례에 따라 제약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건전한 통념을 가진 평균인”들은 이미 새로운 문화에 대한 수용력을 가지고 있

으나 일부 보수적 사회지도층만이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여 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을

따름이다. 이에 다음과 같은 우리 미술인의 요구를 전하고자 한다.

1. 예술관련사건 재판시 문화예술전문가의 의견서 첨부를 의무화하라!

포르노물 판매와 유통을 업으로 하는 피고에 대한 사건은 음란물에 관한 사건이고 예술을 업

으로 하는 예술가가 행한 예술적 표현행위를 다루는 사건은 예술작품에 관한 사건이라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어야 한다. 사법관들이 법정에서 개인의 생사여탈권을 다룰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직업적 업무의 범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의 경우 누드든 성기든 대

상과 주제에 상관없이 예술가의 창작행위라는 문맥 안에서 이해되고 논의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김인규 교사 이전에도 마광수, 장정일, 최경태 등 등 법정에 선 예술은 우리가 알고 있

는 거의 모든 경우 사법부의 '평균적 무지'에 의해 단죄되었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전문가들의

탄원에 가까운 소견들은 "그 시대의 건전한 통념"을 대표하는 "사회 평균인", 판검사들에 의해

가볍게 무시되어 왔다. 의료분쟁 같은 경우엔 전문가로서의 의사의 소견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

향을 미친다. 사법관들이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무지를 인정하면서, 예술에 있어서는 자신의 소

시민적 관점으로 전문적 예술행위를 재단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하는 근거와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법률전문가로서의 사법관들의 예술에 관한 인식이 '우아미', '숭고미' 따위나 읊고 있는 고전적

관점에 머무르고 있어 복잡다단한 개념적, 미학적 쟁점들이 혼재하고 변화하는 현대예술에 대

한 이해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문화예술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예술행위를 비전

문적 시각으로 음란물 유통 따위의 파렴치행위로 고발하고 단죄하는 잘못을 범하기 전에, 문화

예술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판결에 반영하는 절차는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이에 미술인

회의는 더 이상의 무지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예술관련사건의 경우 문

화예술전문가의 의견서 첨부를 의무화할 것을 요구한다.

2. 사회 지도층의 문화예술적 소양교육을 의무화하라!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대일본 무장투쟁을 주도했던 지도자 백범이 가지고자 했던 가장 강한 힘

은 역설적이게도 "무기의 힘"이 아닌 "문화의 힘"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소원'은 60년이

다되어가는 현재의 시점에도 대한민국의 최상층 권력기관으로부터 거부되고 있다.

예술작품에 대한 판단에 있어 일반인의 경우에는 단순히 개인적 취향의 문제로 끝나버리지만

국가에 의해 인신과 재산상의 제약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사법관의 경우에는 그 판

결 자체가 사람들의 행동/사고방식을 규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술에 대해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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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문화적, 사회적 이해가 요구된다. 이는 법관 뿐 아니라 입법부의 국회의원, 행정관료들

모두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문화적, 인문학적 소양이 결여된 지도자들은 종종 국민을 국가의 발전 또는 개인의 성취와 명

예를 위한 도구로 여기는 경향이 있고 국민에게도 자신과 같은 수준의 문화적 안목을 강요할

수 있다. 일반인의 문화예술교육도 중요하지만, 사회 지도층의 사고방식이 전체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그들은 충분히 교육받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재교육되어야 한다. 따

라서 사법, 입법, 행정 부처에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정규화, 의무화할 것을 요구한다.

예를들어 사법부라면 사법연수원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사를 통제하는 합법적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문화적 소양을 제대로 갖춘 사람이기

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만이 이번 사태와 같은 재앙을 막는 길이다. 전문가의 의견서 의무화

를 포함한 판결의 절차적 정당성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평균적 무지'로부터의 해방에 대

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현재 주어진 김인규 교사의 유죄판결에 대하

여는 모든 문화예술인들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연대하여 맞설 것을 다짐한다.

2005.8.

미술인회의

☞ [연합 뉴스] 나체사진 김인규 교사 영장 재청구

대전지검 홍성지청 구태언검사는 11일 나체사진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 '음란성' 논란을

빚고 있는 김인규(39.서천 비인중학교 교사)씨에 대해 청소년 성호보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등

으로 구속영장을 재청구 했다. 검찰은 영장 재청구 이유에 대해 "김교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신의 인터넷홈페이지에 자신과 부인의 나체사진 등 음란한 영상물 6점을 올려 놓아 청소년

들이 볼 수 있도록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김 교사의 학교 학부모와 겸임교사로 있는 인근 초중학교 학부모,등 450여명으

로부터 처벌을 원하는 탄원서가 접수됐으며 비인중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와 자신의 홈페이지와

연결해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지법 홍성지원 최기원판사는 지난달 28일 검찰이 청구한 김 교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음란성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 김 교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2일 오전 11시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있을 예정이다.

(홍성/연합뉴스)

☞ [성명서] 충남교육청의 김인규 교사 징계 결정에 반대한다

충남교육청은 김인규 교사에 대한 징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

지난 14일 충남교육청은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 전시된 예술작품의 음란성을 이유로 서천교

육청으로부터 중징계가 요구되었던 서천 비인중학교 미술교사 김인규씨에 대해 정직 3개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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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를 결정하였다. 이에 우리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충남교육

청의 결정에 대한 분노와 함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는 바이다.

첫째, 김인규 교사에 대한 어떠한 사법적 결론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된 충남교육청의

이번 징계 조치는 이를 합리화할 아무런 근거도 없는 또 한 번의 폭력이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인규 교사가 교육청으로부터 징계를 받아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기 때문이

다.

둘째, 김인규 교사는 징계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피해자이다. 따라서 충남교육청의 이번 징계 결정은 지금까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행된 경찰

과 검찰의 과도한 공권력 집행,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한국통신의 일방적인 홈페이지 폐쇄 조

치 등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폭력임에 분명하다. 더욱이 두 번에 걸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

한 법원의 결정에서도 검증되었듯이, 현재 김인규 교사는 문제를 야기 시킨 장본인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 피해자이다.

즉 현재 충남교육청이 공공기관이자 교육기관으로써 해야 할 역할은 김인규 교사에 대한 비합

리적이고 비민주적인 징계 조치가 아니라, 국가권력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는 김인규 교사의 인

권과 교육권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이다.

셋째,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는 김인규 교사의 작품에 대한 "음란성 여부"가 아니라 민주

사회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부분이다. 더욱이

기간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각 분야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김인규 교사의 작품은

음란성과는 거리가 멀고, 훌륭한 예술적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왔다. 따라서 충남교육청의 이번 징계 조치는 김인규 교사 개인은 물론 시민사회의 인권, 교육

권,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비민주적이고 몰지각한 행위이다.

넷째, 이미 충남교육청은 사회적 여론과는 다르게, 김인규 교사에 대해 교사품위유지 훼손 등

의 비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직위해제를 결정함으로써 교사 개인에게 심한 교육적 좌절감을 주

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를 통해 더욱 더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우

리는 예술가로서 개인이 자신의 창작활동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만큼 교사로서의 개인의 교권

역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현재 문제가 발생하고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김인규 교사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사법부와 교육계의 과도한 제제조치를 통한

교권 침해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충남교육청의 이번 징계 결정이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고,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권

리를 억압하고, 개인의 창작적 권리를 보수적인 교육이데올로기의 잣대로 환원시킨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충남교육청은 이번 징계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하며, 김인규 교사가 다시 학교에서 정

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 문화예술인, 시민사회단체는

충남교육청의 이번 징계 결정이 철회될 때까지 김인규 교사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위해 끝

까지 대응할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2001.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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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보호법 폐지와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정보통신검열반대공동행동

도서관운동연구회, 독립예술제사무국,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노동당, 민주주의민

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부산정보연대PIN, 서울카툰회, 성남청년정보센터, 새사회연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안티조선우리모두, 우리만화발전을위한연대모임, 여성영화인모임, 영화인회의,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대자보, 전국공권력피해

자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시사만화작가회, 전국아마추어만화동아리협회, 젊은만화작가회, 진보네트워크센터,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학생행동연대정보통신연대I'm,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

회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만화탄압비대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끼리끼리

',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상 37개 단체)

4. 정치적 권리 침해(시민권 대 교사의 의무) : 2009년 교사 시국선언 징계

☞ 2009년 6월 교사 시국선언문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 됩니다

6·10 민주항쟁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자랑스런 민주주의 역사입니다. 그

런데 이 자랑스러운 6월 항쟁의 역사와 가치를 가르쳐야 할 우리 교사들은 금년 6월, 국민들

의 숱한 고통과 희생 속에 키워온 민주주의의 싹이 무참히 짓밟히는 상황을 목도하며 아이들

에게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당혹감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 거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권력의 남용으로 민주주의의 보루인 ‘언론, 집회, 표

현, 결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인권’이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습니다. 촛불관련

자와 PD수첩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상식을 넘어 무리하게 진행되어 왔고, 공안권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하는 구시대적 형태가 부활되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모한 진압으로 용산 참사가 빚어졌고, 온라인상의 여론에도 재갈이

채워졌습니다. 집회를 열 자유가 봉쇄되고 있으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공헌해온 시민사회단

체들이 불법시위단체로 내몰려 탄압을 받고 있습니다.

역 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명박 정권의 독단과 독선적

정국운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정권의 독단과 독선은 민생을 위협하고, 나아가 민주주

의의 발전과 함께 발전해온 생태와 평화 등 미래지향적 가치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을 비롯한 서민들의 생존권이 벼랑에 몰리고 있고, 낡은 토목경제 논리로 아름다운 강산이 파

헤쳐질 위기에 놓여 있으며, 꾸준히 진전되어온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

황에 이르렀습니다.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미래가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인 위기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교육 또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 절반, 학교만족 두 배’의 약속은 지켜

지지 않고 도리어 무한입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정책으로 학교가 학원화되고, 사교육비 가 폭

증하며 공교육의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가진 자만을 위한 귀족학교 설립이 국가 교육정

책으로 강행되고 있고, 학교장의 독단적 학교운영이 나날이 강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교과서

수정 등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20년간 진전되어온 교육민주화를 거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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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는 시대역행입니다.

우리는 작년 온 나라를 덮었던 촛불의 물결, 올해 노 전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시대를 역행하는 이러한 이명박 정권의 독단과 독선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라 생각합니다. 바로

22년 전 6월 항쟁 정신의 재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국민이 선택한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버림을 받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에 우리는 오늘 이 선언을 발표하

며, 이명박 정부가 국정을 전면 쇄신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1. 이명박 대통령은 공권력의 남용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정을 쇄신하라.

1. 헌법에 보장된 언론과 집회와 양심의 자유와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라.

1. 특권층 위주의 정책을 중단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하라.

1. 미디어법 등 반민주 악법 강행 중단하고, 한반도대운하 재추진 의혹 해소하라.

1. 자사고 설립 등 경쟁만능 학교정책 중단하고, 학교운영의 민주화 보장하라.

1. 빈곤층 학생 지원 등 교육복지 확대하고, 학생 인권 보장 강화하라.

2009. 6. 17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를 기리는 교사 일동

☞ 교사 시국선언 후, 교육청의 조치사항 공문중 일부

국가공무원법 및 교육노조법 위반 여부

□국가공무원법 규정 위반 여부

<1> 집단행위 금지(제66조) 위반 여부

○「국가공무원법」과 관련하여 시국선언을 위한 서명에 참여하거나 다른 교원에게 참여하라

고 독력하는 행위는 공무가 아닌 것이 명백하므로 동법 제66조의 집단행위에 해당.

○ 적극적 참여행위로 인해 학생들의 수학원을 침해하여 국민생활의 전반에 영향을 미쳐 일반

의 공익을 침해할 개연성이 크다면(헌재 2007.8.30 2003헌바51결정)공익에 반할 것이란 요건

을 충족하고 교육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할 직무를 해태하는 결과가 나타날 경우, 공무 외의 일

을 위한 집단 행위라 할 것임.

<2> 성실의무(제56조), 복종의무(57조), 품위유지의무(63조) 위반 여부

○ 교원이 시국선언 서명에 참여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또는 국가공원법에 의하여 법령 등 위

반, 직무상의 의무 위반 또는 직무해태, 품위손상․체면 또는 위신 손상에 해당하여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음.

□ 교원노조법 상 정치활동 금지(제3조) 위반 여부

○ 시국선언의 내용은 교육의 근로조건과 관련없는 정치상황과 관련되므로 정치활동에 해당되

어 교원노조법 위반임.

Ⅲ 조치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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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법률검토와 같이 시국선언 서명운동을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56

조(성실의무), 제57조(복종의 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무), 제66조(집단행위의 금지)를 위반한

것이므로 위반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조치 계획.

Ⅳ 학교 협조 사항

□ 교원 복무관리 철저

○ 교원의 활동은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학생들의 인격 및 기본생활습관 형성 등에 중요

한 영향을 끼치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일부인 점을 고려하여 학교장이 소속 교원들에게 서명운

동을 자제하도록 적극 지도.

○ 교원의 서명운동 참여로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거나 국가공무원으로서 의무에 위배되는

등 복무 관련 법령 위반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는 검찰 고발 등 엄정 조치 방안 강구

○ 시국선언 서명운동을 주도하거나 다른 교육들의 참여를 권유하는 등 적극 참여 교사에 대

한 충분한 증거자료 확보에 노력 경주

☞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의견

인권위 결정 :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 10. 21. 입법예고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일부개정령

안」은 그 표현이 불명확하고 모호하여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해 공무원의 신분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행정안전부장관에게 표명한다.

Ⅰ. 의견표명 배경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지위․책임․신분․정치적 중립성에 관하여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

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규정하여 직업공무원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직업공무원 제도의 취지

에 따라 공무원은 일반 국민의 경우와는 달리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되는 기본적 인권이 제한

되고 있다(「국가공무원법」 제59조의2, 제64조, 제65조, 제66조 등 참조). 예를 들면 「국가공무

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무원이 하지 말아야 할 “정치운

동”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은 정당 기타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으며, 선거에 있어서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의 지지나 반

대를 위하여 일정한 행위를 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법규정에 따라 현행 「국가공무원 복무규

정」 제27조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에서 언급하고 있는 정치운동의 구체적인 양태와 범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

본적 인권의 주체이므로, 국가가 공무원의 기본적 인권을 임의로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헌법재판소도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사적인 지위에서의 기본적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08. 5. 29.선고 2006헌마1096 결정).

행정안전부 장관이 2009. 10. 21. 입법예고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일부개정령안」(이하 “개

정안”이라 한다)은 공무원에게 정부정책 반대 금지(개정안 제3조 제2항), 정치적 구호 등이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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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복장 착용 금지 등(개정안 제8조의2 제1항)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이 금지하고 있는 이와 같은 내용은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와 직접 관련된다. 따라서 개

정안이 공무원이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의무의 범위를 넘어서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를 필요이

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

위원회법」 제19조 제1호에 따라 개정안을 검토하고 공무원의 헌법상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주문과 같은 의견을 표명하기로 하였다.

Ⅱ. 판단기준 및 참고기준

「헌법」 제7조, 제10조, 제21조, 제33조,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를 기준

으로 판단하고, 시민적․정치적 권리 위원회 일반논평 10 등을 참고하였다.

Ⅲ. 판 단

「헌법」 제19조에서 제22조에 걸쳐 보장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자아실

현, 사회적으로는 다양한 사상경쟁을 통한 사회진보, 정치적으로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의 표

현 및 유통과 그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통한 진정한 민주주의 구현을 이루어내는 핵심적 가치

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하여 자유민주국가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다른 기본적 인권과 비교하여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헌법재판소도 표현의 자유가 “민주체제에 있

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임을 인정하고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

현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민주사회의 기초이며,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

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민주정치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8.

4. 30. 선고 95헌가16 결정). 나아가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규약인 「시민적․정치적 권리

에 관한 국제규약」의 조약기구인 시민적․정치적 권리 위원회도 일반논평 10의 제2호에서 이러

한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전달할 자유뿐만 아니라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이를 추구하

고 수용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공무원에게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표현의 자유의

보장에 있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공무원도 개인으로서 새로운

공직선거에 출마하거나 배우자, 친지 등의 선거운동의 기획행위를 도와줄 자유를 지니며, 선거

의 공정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내지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 “공무원의 편향된 영향력 행사를 배제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공익은 그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내지 영향력 행사만을 금지하

면 대부분 확보될 수 있으므로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선거운동의

기획행위를 일체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개인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제한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08. 5. 29.선고 2006헌마1096 결정). 헌법재판

소의 이와 같은 결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법령상의 제한에

도 불구하고 개인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향유하여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음에 의의

가 있다.

개정안 제3조 제2항은 공무원이 개인․집단․연명으로 또는 단체의 임원으로서 단체의 명의를 사

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직무수행과 관계없이 정치지향적인 목적으로 특정정책을 주장 또는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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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거나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및 집행을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개정안 제8조의

2 제1항은 후단을 신설하면서 “민원인에게 불편을 초래하거나 근무여건을 해할 수 있는” 정치

적 구호 등이 담긴 복장의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더구나 개정안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에

서 금지하고 있는 “정치운동” 및 이 조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 제27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세부적인 “정치적 행위”의 기준과 별개로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행위 가운데 금지되어야 할 새로운 유형을 창설하고 있다. 이처럼 개정안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고

법률상 제한의 근거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상의 제한은 단순히 법률에 형식적인 근거를 가져야 한다는

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법률규정이 기본적 인권이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제한

될 것인지를 명백하게 규정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은 기본적 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을 위임 할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헌법」 제75조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대해서만 기본적 인권을 제한

하는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대

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

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관련 법률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1994. 7. 29.선고

93헌가12 결정)고 하여, 대통령령 등 하위 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

을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의 근거법률규정이라 할 「국가공무원법」 제67조는 “공무원의

복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이 법에 규정한 것 외에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

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이 조항과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제65조 및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

무원법」 제66조를 포함하여 관련된 법률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더라도, 개

정안의 “정치지향적인 목적으로 특정정책을 주장, 반대,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및 집행의 방해

를 금지”한다는 것과 “민원인에게 불편을 초래하거나 근무여건을 해할 수 있는 정치적 구호

등이 담긴 복장착용을 금지”한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보아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개정안의 위와 같은 내용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및 제67조 등

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이라고 평가될 소지가 많다.

또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은 공무원에 대하여 징계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므

로 공무원 개인에게 있어선 해임 등 신분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침익적 규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의 내용 중 “정치지향적,” “주장,” “반대” 등과 같은 표현은 그 개념들이 너

무 포괄적이고 불명확하여 집행자의 자의적인 해석과 임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하여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닌 개정안은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규

제하고 있는 「헌법」 및 관련 법률 등에 규정된 다른 법적 방법(「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66

조 및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7조 등)이 있음에도 그러한 법규정에 그치지 아니하고 추가

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일체 금지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개정안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함으로써 공무원의 근무기강 확립이란 목적에 의해 달성되는 이익과 공무원

개인이 침해받는 이익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 「헌법」 제37조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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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근거를 두고 있는 과잉금지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소지가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개정안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 금지)와 이 조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7조의 범위를 넘어서 정치적 표현행위가 금지되는 새로운 유형을

창설함으로써 공무원이 개인으로서 갖는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많으며 개정

안의 운영과정에서도 집행자의 자의적인 해석과 임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러므로

개정안은 공무원이 개인적인 자격에서 향유하여야 할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상당하다

고 판단된다.

5. 노동자로서의 권리 침해 : 연가투쟁

☞ 연가투쟁 판결 사례①

대법원 2007.5.11. 선고 2006두19211 판결 [해임처분취소등]

--------------------------------------------------------------------

【판시사항】

[1] 연가신청에 대한 허가가 있기 전에 근무지를 이탈한 행위가 지방공무원법 제50조 제1항

에 위반되는 징계사유인지 여부(적극)

[2] 공무원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결의에 따라 총파업에 참가하기 위하여 소속 학교장의 허

가 없이 무단결근을 한 행위가 지방공무원법 제50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무단직장이탈행위’

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공무원에 대한 징계권자가 가지는 재량권의 한계 및 재량권남용 여부의 판단 기준

【참조조문】

[1] 지방공무원법 제50조 제1항 / [2] 지방공무원법 제50조 제1항 / [3] 국가공무원법 제78

조, 제79조, 행정소송법 제27조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영 담당변호사 홍석조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충청북도교육감

【주 문】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1.

공무원이 법정연가일수의 범위 내에서 연가신청을 하였고 그와 같은 연가신청에 대하여 행정

기관의 장은 공무수행상 특별한 지장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더라도 그 연

가신청에 대한 허가도 있기 전에 근무지를 이탈한 행위는 지방공무원법 제50조 제1항에 위반

되는 행위로서 징계사유가 된다 (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누657, 658 판결, 1996. 6.

14. 선고 96누2521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 사건 총파업

행위의 목적 내지 경위를 고려하더라도, 소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결의에 따른 이 사건 총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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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참가를 위하여 원고 1, 2, 3이 각 소속 학교장의 허가 없이 무단결근을 한 행위는 지방공

무원법 제50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무단직장이탈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 사건 총파업 참가와 관

련한 징계사유에 관한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원고 김00에 대하여 원심판시와 같은 징계 사유가 있다는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상고

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

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으며,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

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

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

단할 때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하고, 징계권

의 행사가 임용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고 하여도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징계권을 행사하

여야 할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일반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

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에 이러한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

으로서 위법하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6951 판결, 2006. 5. 11. 선고

2004두5546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의 사정들에 비추어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을 정도로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

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

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징계처분의 재량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한 원고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

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김능환

☞ 연가투쟁 판결 사례②

내용 : 전교조의 연가 투쟁 결정을 바탕으로 위원장의 지침에 따라 학교장의 연가 승낙을 받

지 않고 무단결근하여 서울 동국대학교 만해광장에서 개최된 “전교조 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 폐기 촉구를 위한 대회” 에 전교조 소속 전국 1,666개 학교ㆍ교사 4,304명과 같이 집

단적으로 참석, 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 행위를 한 교사 3인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 사건. 헌법재판소는 3인의 교사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

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는 판결을 냄. 헌법재판소 2004. 7. 15. 2003헌마878 전원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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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이하 ‘교원노조법’이라 한다) 제8조에 규정된 “쟁의

행위”의 개념을 정의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호의 쟁의행위가 근로조건의 유

지 또는 향상을 주된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하는지 여부(소극)

나.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하지 않은 전교조 조합원의 쟁의행위를

교원노조법 제8조의 쟁의행위 금지조항에 의거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이하, ‘교원노조법’이라 한다) 제8조는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파업ㆍ태업 기타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할 뿐, 쟁의행위를 따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다만 교원노조법은 이 법에 정

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 따라서 교원노조법 제8조의 ‘쟁의행위’의 개념은 노동조합및노동

관계조정법의 규정에 따라 정의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호의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ㆍ태업ㆍ직장폐쇄 기

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로서 여기에서 그 주장이라 함

은 같은 법 제2조 제5호에 규정된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

에 관한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주장을 의미한다고 볼 것이므로, 위와 같은 근로조건의 유지 또

는 향상을 주된 목적으로 하지 않는 쟁의행위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규제대상인 쟁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나. 전교조 조합원들이 다수 조합원들과 함께 집단 연가서를 제출한 후 수업을 하지 않고 무단

결근 내지 무단 조퇴를 한 채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

대집회에 참석하는 등의 쟁의행위는 NEIS의 시행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바,

청구인들의 행위는 직접적으로는 물론 간접적으로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라고 볼 수 없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적용대상인 쟁의행위에 해

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6. 교사의 평가권 침해-학생들의 학습권침해 : 일제고사 징계

나는 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가

-평가권은 교사자율권의 문제다

설은주(전 서울 유현초 교사)

■ 나는 왜 해직이 되었나

제가 학교 밖으로 나오게 된 이유는 2008년 전수평가로 처음 실시되었던 국가수준 성취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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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하, 일제고사)에서 학생, 학부모에게 평가거부를 유도하고, 체험학습을 허가한 것입니다.

물론 교육청 징계위와 학교의 주장입니다. 사실 ‘유도’란 말, 유도당한 입장에선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말 아닙니까? 저에게 유도당한 학생, 학부모들은 그 주체적인 선택을 인정받지 못하고

어수룩해서 담임교사에게 유도, 선동당한 꼴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저는 일제고사가 아이들 삶

과 교육현장에 미칠 영향이 염려되어 시험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주었고, 그 선택권은

학생, 학부모에게 있음을 안내했습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충분히 고민하셨고 선택을 하셨

습니다. 저는 체험학습을 신청한 부모님들의 선택을 존중하여 늘 그래왔듯 체험학습을 허가하

였고, 시험을 선택한 학생과 부모님들의 선택을 존중하여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격려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모든 것이 해직사유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얘기하기도 해요. ‘전교조 조합원이라서 그런거다.’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일제고사 거부를 선동해서 그런거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전교조 조합원이라

서 그들이 상상 그 이상의 초유의 징계를 감행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전교조가 두렵긴 한

가봅니다. 하지만 전교조가 두려운 만큼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제고사이기도 했습니다. 일제

고사 - 학교정보공개법 - 학교선택제 - 교육시장화로 이어지는 그들의 플랜에 일제고사는 가

장 핵심적인 축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들이 말하는 대로 조직의 지침대로만 움직이는 조합원이 아닙니다. 조합원이기

전에 아이들과 부모님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교사입니다. 교사로서 교육활동에 충실

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좋은 선배들을 만났고, 그들은 대부분 전교조 조합원이었습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에요. 일제고사에 대한 고민은 2008년 초, 학교교육과정에서 일제고사가 예고된

것을 봤을 때부터 있어왔습니다. 그러한 고민을 하던 중, 교사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조직 내

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전교조니까”, “지침대로, 시키는 대로 할 것

이다” 가슴이 아닌 명령대로, 지침대로 사는 그들이니까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조합원이기 이

전에 교사로서 고민을 했었고, 이러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준 곳이 전교조였습니다.

■ 공정택 취임과 동시에 평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다.

2004년 공정택 교육감 취임 이후부터 서울시에서 학업성취도평가를 봐왔었습니다. 물론 이 때

에도 평가권은 교사에게 있었기 때문에, 학업성취도평가는 의무사항이 아니었고 지금도 그 사

실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학력평가라 해서 대부분 학교에서는 동학년별 일제고사로 실시합

니다. 아이들은 중학교에서 부르듯, “중간고사다, 기말고사다”하며 중요한 시험으로 여깁니다.

사실 아이들이 그렇게 부르기 앞서, 어른들이 이미 그렇게 보고있는 것이지요. 학년별로 추진

되는 일이라, 처음에는 거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선배들도 많은데, 후배가 ‘일제고사로 학력평

가가 실시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일제고사가 우리반에 가져다

온 영향은 컸습니다.

일단은 진도가 맞질 않았습니다. 7차 교육과정은 시기와 여건에 따라, 주제 중심으로 통합, 재

구성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학급교육과정으로,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회과와 국어과를 주제 중심으로 통합해서 수업하고 있었는데, 당장 진도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가르치는 내용과 평가 내용이 다르다는 문제였습니다. 6학년 사회였는데, 저는 생활

사 중심으로 삼국시대를 가르쳤는데, 사회 과목을 낸 선생님은 삼국통일의 과정과 정치사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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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에 대한 우리반 아이들의 말, 말

“얘들아. 시험의 목적은 내가 공부한 것이 맞는지, 잘 이해했는지, 뒤쳐진 부분은 어디인지 아는

것 아닐까? 그런데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거야. 그런데 그것을

의 문제를 출제하시니, 저는 삼국시대를 다시 가르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엇을 평가하고 어

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도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평가권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아이들의 반응입니다. 사회, 국어과에서 수행평가는 주로 생각을 드러내는 글쓰기와

조사과제, 토론 참여 등으로 이루어졌는데, 아이들은 자신들이 했던 수행평가를 진지하게 생각

하지 않았습니다. 4지선다, 25문항으로 이루어진 학력평가만이 중요한 평가라 생각합니다. 어

떤 애들은 중학생처럼 공부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마음에 부담만 잔뜩 안은채 포기하고 놉니

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했으니 좀 쉬도록 해달라’며 수행평가 위주

였을 때와는 너무나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동학년 보조 맞춰가며 잘 따라가보려 했지만, 일제고사 문제만큼은 제 교육활동에 지속적으로,

너무 큰 영향을 미치기에 결국 제 소신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동학년 선생님들과도 잘 지내야겠지. 하지만 내가 왜 교사가 되었나? 난 아이들 가르치는 게

일인 사람이다. 학년 교사들과의 관계는 그 다음이다.’ 란 다짐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

습니다. 그 이후로도 이 다짐은 학교 안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판단하게 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아이들의 선생이라는.

그 뒤로 학업성취도평가는 동학년별 일제고사로 보지 않고 학급별 평가로 보았습니다. 과목과

날짜까지만 학교와 학년과 협의하고, 범위와 채점방식 등은 학급교육과정에 의거하여 담임인

제가 결정했습니다. 물론 평가권은 담임에게 있는 것이고, 수행평가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습

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을 설득해야했고, 그것이 학급별 평가를 이루어지지 않게 하는 빌미가

될까 염려가 되었기에, 학교와 적정선에서 합의하는 것으로 학급별 평가를 택했습니다.

학급별 평가 초기에는, 저 역시 기존평가 방식에 적응되어있던 터라 25문항 4지선다 유형으로

출제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제고사가 아닐 따름이지, 아이들의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평

가결과가 수행평가만큼 유의미하게 쓰이지도 않았고, 아이들은 평가내용(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 왜 틀렸는지)에는 관심없고 점수와 자기들끼리 낸 순위에만 관심을 보였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25문항 4지선다라는 형식이 문제라면, 점수를 낼 수 없도록 문항을 만들자.

하지만 맞고 틀리는 개수 세는 건 6학년 정도면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

에서 가르치고자 했던 것을 아이들이 알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면 그것이 어느 부분인지가

평가에서 드러나야 했습니다. 그것이 평가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니까요. 이런 생각에 이르자,

객관식 평가보다는 아이들이 아는 것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주관식, 서술형 평가형태가 많

아지게 됐고, 문항수를 줄여 수업에서 가장 핵심이라 다루었던 것을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채

점은 o x 형태에서 벗어나, 핵심을 잘 짚고 있으면 o, 아예 쓰질 못했다면 x, 조금 미흡한 부

분이 있다면 △로 하고 어떤 부분을 잘 썼으나, 어떤 부분이 미흡한지 간단한 코멘트를 달았습

니다. o, x에도 코멘트를 간단히 달아주었고, 채점된 시험지는 집으로 보냈습니다.

성취도평가가 수행평가와 중복되는 것이 문제였지만, 아이들이 중요한 부분을 다시 한번 복습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습니다. 수행평가와 비슷한 시험을 보는 것이라, 아이들은

수행평가한 것을 다시 복습하기도 하고, 배움 공책을 읽으며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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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명확하게, 객관적으로 알고 싶으니까 시험이란 걸 보는 거지. 그러니까 시험을 볼 때는 꼭

필요할 때만, 좋은 점은 살리고, 나쁜점은 줄여가면서 보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

아이들은 잘 듣고 있었지만, 그리고 일부는 시험이 필요하다고 보는 아이들도 있었기에 그랬지

만, 대부분은 그래도 시험은 끔찍하게 싫다는 얼굴이다. 아무렴. 당연하지. 나도 그런걸.

“그래도 얘들아, 어떤 시험이면 너희에게 도움이 되고 좋겠니? 이런 시험이면 좋겠다. 이런거 말

야.”

“보고싶은 사람만 보는 시험이요. 수학경시대회처럼요.”

“성취도 말고, 단원평가나 쪽지시험이요. 그러면 안 떨리고 공부도 되는 거 같고요.”

“예고없이 보는거요. 예고하면 막 준비하라고 공부시키고, 그런 아이들 보면 긴장되고 그래요.”

“선생님이랑 우리랑만 서로 몰래 시험보는거요.”

“야! 그런데 그렇게 몰래 봐도 집에 가서나 학원가서 일러받치는 애들 있더라.”

“맞아.”

“어쨌든, 우리 바램을 얘기하는 거니까 그냥 다 들어주자. 그렇게 몰래 봐서 결과도 자기한테만

가르쳐주는 거 말하는 거지?”

“네. 근데 다른 사람 점수도 궁금해지지 않을까요. 그러면 어떡해요?”

“야! 그러니까 니가 맨날 불안해하는거야. 왜 비교하냐”

“맞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은 불행해지는거야.”

“문제수를 줄여요. 핵심만 보는거죠.”

“어? 그러면 한문제당 점수가 높아지잖아?”

“점수를 안 내면 되지.”

“아~ 그럼 되겠구나.”

-일제고사 보기 전 우리반 아이들과 나눈 대화 중

❚학생은 평가방법과 도구를 보고 공부할 내용과 방법을 선택한다. 단순한 사실의 기억을 평가하

면 교과서의 지엽적인 내용을 암기하려 할 것익고, 사물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문제를 주면 사회

현상의 운동 논리를 찾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학급에서 토론하는 과정을 교사가 평가한다면, 학생

들은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한다.

평가의 본질적 기능은 학습자를 등급별로 나누어 서열화하는 것보다는,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습자

가 해 나가는 학업 수행 상황을 진단하고, 학업 성취 정도를 판단하는 데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

는 것이다. 즉, 평가는 교육과정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 교육과정

이 지향하는 과목-목표-내용-방법과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중략) 사회과 평가를 바르게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준거체제는 ‘합목적성, 효율성, 공정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합목적성이란 사회과 교육목표에 맞도록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서, 교육

본질과 관련되는 준거체제이다. 효율성은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것으로서 , 출제와 시험관리 및 평가결과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동력 투입의 극소화, 제한된

비용으로 가치 있는 결과를 산출하는 일이 효율성의 중요한 점이다. 공정성이란 다양한 배경을 가

진 학생과 교사 요인에 따른 우연성이 평가과정과 결과 처리에 왜곡과 편의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고, 노력에 대한 정당한 성적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는 평가를 선발수단으로 보고 공정성과 효율성을 앞세웠다. 그 결과, 교육 본질에 대란 합

목적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는 교육적으로 의미있는 평가보다는 정답

이 분명한 선다형과 단답 서술형의 지필평가를 선호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사고의 다양성과

사회 참여태도를 강조하는 사회과에서 학습자가 사회현상을 창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회는 제

일제식 평가가 문제가 있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대해에

서는 이미 7차 교육과정 해설서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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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되었다.

앞으로, 사회과 평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목적성을 근본적인 대전제로 설정하고, 그 전제하

에서 다른 준거를 고려해야 한다.

❚평가의 목적 : ~등급화하여 상호비교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수준별 교육과정의 정신에 따라 학

습자 개개인의 성취도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하도록 한다.

특히 초등학교는 상급학교 진학 시험과 관계없기 때문에 학생을 등급화할 필요가 없으며~

❚평가의 시기 : 평가는 진단평가와 학습활동 평가, 형성평가와 같이 학습과정을 중심으로 되어야

하며, 그 결과만 대상으로 하는 총괄평가 중심은 지양되어야 한다.

❚평가 방법: 객관식 위주의 지필평가보다는 면접, 체크리스트, 관찰,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형태

의 수행평가 위주로 한다. 객관식 문항평가는 효율성이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학습자가 주체

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다. 즉, 사회과에서 강조하는 창의적 사고나 문제해결력

등은 객관식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가 자료: ~‘사회성적 90점’이라는 양적평가를 보면 90점이라는 수치 자체에는 두가지 문제가

들어있다. 하나는 90점이라는 수치는 형식적 표상일 뿐, 그 의미를 알 수없다. 그리고 사회과가 강

조하는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정도나, 의사결정능력과 같은 목표는, 그 달성 정도의 의미를 해석해

야 하는 대상이지 계량화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사회과평가는 질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 - 7차 교육과정 사회과 해설서 중

동학년별 일제고사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담임 스스로 하는 학급별 평가에도 고민과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시도들은 학급 밖까지 이어져 나가기도 해서, 동학년에 뜻

맞는 선생님들과 문제 공유도 하고, 전교조 분회 내에서 함께 실천하기도 했습니다. 일제식 평

가를 지양하며 시작하게 된 평가에 대한 고민은 나름대로 교육활동에 유익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새롭게 깨닫게 된 것도 있습니다. 교육활동의 한 과정으로 평가가 중요하지만 평가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충분히 잘 가르치는 과정, 즉 교수학습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교사는

가르쳤는데, 아이들은 배우지 않았다면, 교수방법이나 교육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걸 교사

가 알아야 합니다. 평가가 가지는 많은 위험은, 평가결과를 놓고 대부분 아이의 무능함으로 책

임을 돌리는 데서 기인합니다. 아이의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교사의 교수방법이 문제였을 수

도 있고, 교육과정상의 문제로 교육과정 자체가 아이들 발달단계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교사는 아이들 발달단계와 각자의 특성, 상황에 맞게 충분히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

고, 활동을 구성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평가를 해야, 교육적으로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과를 처리하는 방식에도 고민이 있었습니다. 해직되기 전, 학교에서는 시험지를 가정에 배부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학원가로 유출되면 교육적이지 않다는 게 이유였는데, 좀 미흡해보이

지 않나요? 일제고사가 학교에서 치러지는 것만으로도 학원에서는 돈을 법니다.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상하여 족집게처럼 맞춰 인기학원이 되는 것은 그다음 문제일 겁니다. 그런데도 학원

가로 문제가 유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건 두가지 이유뿐이 없습니다. 문제에 자신이 없거

나, 혹은 그 문제를 내년에도 또 쓰기 위해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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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학부모들의 태도도 문제입니다. 비교용으로 쓰이지 않게 하기 위해 점수를 내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모여 점수를 내고 순위를 매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통지표도 마

찬가지입니다. 평가가 제 기능을 하도록 하고, 서열을 매기는 데 쓰이게 하지 않기 위해 서술

형 평가를 원칙으로 했지만, 뜻이 애매하여 정확한 상태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수우미양가는 아니지만, 다시 단계형 평가가 통지방식의 하나로 들어오게 된 이유입니

다. 이렇게 단계형 평가를 하면 ‘매우 잘함’ 혹은 ‘잘함’의 개수로 서로 순위를 내기도 합니다.

대단한 학부모님들이시지요.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질까요? 비교를 하고, 순위를 내고, 남보다 내가 좋은 위치에 있어야 안

심을 하는, 경쟁 중심의 사회구조가 우리를 이렇게 병들게 합니다.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남과 비교하여 우위에 있을 때에만 얻게 되는 만족감. 자존감과 열등감의 차이입니다.

이번에 해직당한 일곱 선생님들은 모두 처음 만난 분들이었습니다. 갑자기 해직을 당한터라,

서로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12월에 경향신문사에서 연 좌담회에서

평가에 대한 생각을 나누다, 서로 비슷한 고민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정말 신기하고 기뻤던 적

이 있었습니다. 정상용 선생님은 교육활동의 한 과정으로 필요에 의해 통지표도 직접 제작하고

계셨습니다.

■ 교육을 위해서라면 폐기되어야 할 일제고사

그 어떤 평가방식도 그 평가방식 하나로는 아이들의 능력을 밝혀내고, 성장가능성을 담보해내

지 못할 겁니다. 학습목표, 그리고 상황과 여건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절한 평가로 아이의 상황

을 체크해나가고, 목표에 모자란 부분은 도움을 주고, 가능성이 보이는 부분은 더 지원하는

것. 이것이 교육에서 평가가 필요한 이유 아닐까요? 이것을 평가의 본질적 목표인 합목적성이

라 한다면, 합목적성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평가방식이 열려있어야 합니다. 일제고사가

염려스러운 이유는 여러 평가 방식 중 지필평가 위주로만 아이들의 능력을 점검한다는 데 있

습니다. 채점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순위를 명확히 가려내려니까 객관식 중심, 단답형 중심으

로 문항이 구성됩니다. 평가내용이 교육과정 목표와는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평가권을 통제받는다는 것은 교육내용과 방법을 통제받는 것, 자율권

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중요합니다. 앵무새처럼 시험문제 나오기 좋은 문제만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을 교육과정에 버무려 자기만의 교육과정으로 만들어내는

교사. 우리가 늘상 꿈꿔왔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었는지요.

지난 10월 평가 결과 공개에 따른, 요즘 벌어지고 있는 성적비리 소식들은 관리 감독의 문제

가 아닙니다. 일제고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한계입니다. 첫 번째 도마에 오른 임실의

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님들이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교감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리자들, 교

육청이 만든 이 비극에 상처를 받는 것은 우리 아이들과 교사들입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학업성취도평가의 본래 의도대로, 그 목적이 선발과 서열화가 아닌 교육적 지

원이라면, 일제고사는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것입니다.

* [내일을 여는 역사-35호 봄여름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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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올해 중3을 맡았어요. 참한 얼굴에 어딘가 터프해 보이는 우리반 진영이(여)는 아버지랑

둘이서 사는 녀석이더라고요. 아버지는 자주 지방으로 돌아다니면서 건설 일을 하시나

봐요. 어머니가 안 계셔서 그런가 어쩐지 맘을 못 잡는 눈치더니, 아버지가 안 계신 주

말에는 친구들끼리 어울려 다니다가 월요일에는 결석을 하거나 지각을 하곤 하더라고요.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진영이랑 상담을 하던 와중에 녀석이 “선생님, 저는 같은

여자한테 자꾸만 눈길이 가요. 제가 이상한 거겠죠? 친구들 눈치도 보이고 학교생활이

갈수록 재미가 없어요. 주말에도 저랑 비슷한 친구들이랑 어울리다 보니 월요일 학교에

오고 싶은 마음이 갈수록 없어져요.”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겠어요? 나중에 더 얘기하자

고 일단 돌려보내긴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당황스럽더라고요. 최소한 아버지한

교권의 재구성 2: 가르칠 권리와 배울 권리의 동시 존중 방안 모색

- 배경내(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 목표

- 가르칠 권리(교권)와 배울 권리(학습권)가 부딪힌다고 여겨지는 접경지대에 있는 논쟁지점들

을 살펴봄으로써 교권과 학습권의 관계를 재정립해 본다.

- 소수자에 대한 보호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살펴보고, 학습권을 보장하는 교육행위가 보호주의

와 결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 학습권을 어디까지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이 경우 교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를 살펴본다.

□ 교육 진행 방식

1) 학습권은 교권과 충돌하는가?

① 언론에서 학습권이 침해된 문제로 다루고 있는 사건들을 살펴보면서 기존 학습권 담론이

가진 한계를 간략히 살펴본다.

② 모둠별 빙고게임을 통해 학습권과 교권이 동시 침해되는 사례들을 찾아본다.

③ 교권의 다층적 의미와 인권으로서의 교육권(학습권)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한 뒤, 학습권과

교권의 관계를 재정립해 본다.

2) 교권과 학습권의 동시 존중을 위한 과제 1 : 보호주의와 결별하기

① 장애인 차별 사례를 통해 소수자가 된다는 것이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인지를 체감해

본다.

② PPT 자료를 통해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보호주의적 관점이 가진 문제점을 살펴본다. 소수성

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어린이․청소년의 존재를 이해한다.

③ 실제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갈등 지점에 놓이게 되는 사례들을 모둠별로 나눠준 다음,

이 사안을 다루는 대안적인 접근 방식을 찾아 상황극 형태로 발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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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는 자식 상황에 대해 말씀 드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기다려보면 애가 마음을

잡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두자니 결석이나 지각이 늘어날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좋을까요?

[사례 4]

초등학교 6학년 교사에요. 최근에 좀 논다 싶은 여자애들 둘이서 염색에, 눈 화장에, 짧

은 미니스커트까지 입고 학교에 왔더라고요. 다른 애들한테 미치게 될 영향도 걱정되고,

다른 아이들 부모님들도 그런 애들 안 잡고 뭐하시냐고 항의하실 것 같고……. 생활지

도도 교육의 일부잖아요? 게다가 염색이나 화장은 머릿결이랑 피부에도 안 좋고 환경에

도 안 좋은데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책임도 있고……. 요즘 애들은 워낙 발육이 빨라

서 저렇게 하고 다니면 그 녀석들이 위험에 빠질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

[사례 2]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이에요. 학년이 끝날 때쯤 저는 학급문집을 만들어 나눠 가지면서

학년 이별 잔치를 하곤 했어요.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솔직한 글쓰기의 미

덕’을 계속 강조해 왔었어요. 그래서 학년말 학급문집의 주제로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주제로 누구에게든 가슴에 쌓아둔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을 써보라고 했지요. 아이들 글

을 받아 편집을 하다 보니, 한 녀석이 가기 싫은 학원에 억지로 보내는 어머니를 욕하는

글을 써냈더라고요. 급기야 또 한 녀석은 여자친구랑 키스한 경험을 키득거리며 써 냈더

라고요. 이런 글을 그대로 싣자니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고, 학부

모들 반발도 있을 것 같고……. 그렇다고 글을 써낸 녀석들한테 뭐라고 하자니 ‘솔직한

글쓰기’를 강조해 온 내 교육철학과 배치되는 것 같고, 검열행위가 아닌가 싶기도 하

고……. 어떻게 하죠?

[사례 3]

고등학교 생활지도부장을 2년째 맡고 있어요. 지난해 학생들 의견도 많이 수렴하고 학

교운영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학교생활규정을 많이 바꾸는 데 성공했어요.

그런데 올해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하면서 학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급기

야는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열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두발규정이 더 엄격하게 개정됐

지 뭐예요? 그랬더니 학생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거예요. 학생회 간부들이 생활지도

부를 찾아와 항의를 하는데, 저야 뭐 “나는 정해진 규정을 집행하는 사람이니 달라진

규정에 따라 너희들을 지도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학생회 간부들이 교

장선생님 면담을 신청했는데 거절을 당했어요. 수업분위기도 안 잡히고 난감해하던 차

에 수업시간에 쪽지를 돌리는 녀석이 있더라고요. 쪽지를 빼앗아 열어보니 “야자 시작

시간에 운동장에서 두발규정 개악 반대 집회 있음. 모두들 모여라~”라고 적혀 있지 뭐

예요? 학교 안에서 어린 학생들이 집회를 열다니! 그것도 야자 시간에! 어떻게 지도하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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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거부권이나 교사의 수업내용에 수정을 요구할 권리는 학습권의 일부인가?

○ 교사 선택권, 교사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학습권의 일부인가?

○ 평가를 거부할 권리는 학생에게 있는가?

○ 학교규칙의 제․개정권을 넘어 학생이 직접 집행할 권리도 학습권의 일부인가?

○ 부당하다고 판단한 교사의 지도행위를 현장에서 거부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는 권리는

학생에게 있는가?

○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사의 연가권 또는 파업권은 제한되어야 하는가?

[사례 5]

올해 처음 고등학교에 부임했어요. 이쪽 지역이 가난한 동네가 밀집해 있어서 그런지, 인

문계 고등학교인데도 반에서 네 명이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집안

형편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싶었는데, 아르바이트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지 애들이 학교

에 와서도 오전시간에는 꾸벅꾸벅 졸기 일쑤더라고요. 집안형편을 알아보니 녀석들이 아

르바이트를 꼭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차라리 그 시간

에 공부라도 한 자 더해서 성적 관리하고 좋은 대학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아르바

이트를 그만두는 게 어떠냐고 했어요. 두 녀석은 알겠다고 했는데, 나머지 두 녀석은 선

생님이 무슨 상관이냐면서 삐딱하게 나오는 거예요. 녀석들 반응이 서운하기도 하고, 내

가 괜한 오지랖으로 피곤한 상황을 만들었다 싶기도 하고……. 제가 잘못한 건가요?

[사례 6]

중학교 1학년 담임이에요. 1교시 수업 시작 전에 조례를 하려고 반에 들어갔더니 애들이

전단지랑 배지를 들고 있는 거예요. 뭔가 싶어 이리 내보라고 했더니 일제고사에 반대해

서 등교거부를 하자는 둥, 현 정권은 독재정권이라는 둥 정치 선동을 하는 글귀들이 가

득 적혀있더라고요. 어디서 받은 거냐고 물어봤더니 지금 교문 앞에서 전단지랑 배지를

나눠주고 서명도 받고 있다지 뭐예요? 교문 앞에 나가보니 정말 몇몇 외부인들이 찾아와

서 그러고 있더라고요. 중학생이 정치에 대해 알면 뭘 안다고 이런 전단지를 뿌리나, 나

눠줄 거면 거리에서 나눠주든가 학교까지 찾아와 이런 전단지를 나눠주는 건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애들이 무슨 생각이 있다고 서명까지 받나, 별 걱정이 다

되더라고요. 집에 들고 가서 부모님들이 아시는 날에는 학교로 항의도 들어올 것 같

고……. 교장, 교감 선생님은 아직 이 상황에 대해 모르시는 것 같은데, 가서 말씀드려야

하나 싶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좋죠?

3) 교권과 학습권의 동시 존중을 위한 과제 2 : 학습권, 어디까지 보장할까?

①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한다고 했을 때, 그 권리의 행사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따져본다. 모둠별로 논쟁적인 학습권의 내용을 하나씩 나눠준 다음, △그 권리의 존재 의의(권

리가 주장되는 맥락) △교사의 가르칠 권리에 미치는 긍․부정적 영향 △우려지점과 그에 따

른 행사범위의 한계 등을 토론해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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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모둠 안에서 어느 정도 논의가 마무리되면, 논의 결과가 정리된 종이를 옆 모둠이 이어받아

추가하거나 수정할 내용을 덧붙인다.

③ 모둠 작업이 끝나면 전체가 공유하면서 논점을 재정리한다.

□ 준비물

- 노트북, 빔 프로젝터, 스피커, 전지 10장, 매직, 사례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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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거리 : 참고자료

교권의 재구성

: 가르칠 권리와 배울 권리의 동시 존중 방안 모색

- 배경내(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2009년 12월 언론보도를 보니, 부천의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 시험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여교사 2명의 손바닥을 30센티 자로 때렸다는 소식이 알려져 충격을 준 적 있다. 또 그

얼마 전에는 학생이 여교사를 희롱하는 말을 건네는 동영상이 유포돼 많은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전교조가 2009년 9월 발표한 교권상담 자료를 보면 현장 교사들의 고충을 짐작할 수 있다.

“육아휴직 중 둘째를 예정보다 일찍 출산해 휴직 연장을 신청했더니 교장선생님이 불쾌하게

전화를 받은 뒤 출산증명서를 갖고 직접 학교에 오라고 지시했다. 삼칠일도 되지 않아 학교에

갔는데 교감선생님이 회의 중이라며 2시간을 넘게 기다리게 했다.”

“저희 반 남학생 두 명이 3개월 동안 욕설을 하고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갖고 험담을 퍼뜨린

다.”

“반 아이가 방과후 활동 중 2층 화장실 난간에서 1층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매일 병

문안을 가서 학생의 건강도 확인했다. 그런데 오늘 학부형이 합의금을 요구하더라.”

2008년 한해 동안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상담 통계를 보면 학부모 등에 의한 폭행․협박 등

부당행위가 1위를, 교직원 사이의 갈등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도대체 교권에 무슨 일이 일어

나고 있는 것일까?

신분피해,7.2%

명예훼손,10.8%

기타상담, 6%

교직원간 갈등,15.3% 학교안전사고,

23.7%

부당행위,36.9%

1. 교권과 학습권의 구체적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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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권이란 무엇인가?

교권이 침해됐다고 이야기할 때 흔히 교사의 권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권위와 권

리는 다른 말이다. 교사의 권위는 그 사람의 전문성과 헌신에 대한 존경으로부터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것인 만큼, 상대방에게 교사의 권위를 존중할 법적 ‘의무’를 지울 수는 없다. 반면,

‘권리’라는 것은 권리의 내용과 권리의 주체, 그리고 그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대상이라는 세

요소로 구성된다. 이 글이 살펴보고자 하는 교권은 교사의 권위가 아니라 ‘교사의 권리’로서의

교권이다.

정당한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할 교권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교사이기 이전에 인

간으로서 갖는 권리 △교사라는 신분을 보장받고 존엄하게 일할 권리, 그리고 △교육할 권리

(수업권)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교사들도 한 사람의 인간이기 때문에, 교사라는 신분과는 없이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

는 학교공간 안에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들이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연애의 목적>을 보면 교

사들 사이의 연애 관계가 학교에 널리 알려지고 공개적으로 조롱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교사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당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정보 담당 교사가 동료 교사들의 주소, 전화번호, 가족관계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를 외부

에 유출시킨다거나 한 교사가 가진 종교나 생각을 이유로 폭력이나 차별이 가해졌다면, 이는

어떠한 개인이든 누려야 할 인권이 침해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이 권리들은 학교공간 안에서도 전면 보장되어야 하며, 설령 제한되더라도 그 권리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교사라는 신분을 유지․보장받고 존엄하게 일할 권리이다. 신분상의 권리에는 부당

한 신분 박탈이나 보직 변경을 당하지 않을 권리, 교원단체와 노조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권

리, 정당하고 존엄한 대가를 받으면서 일할 권리, 교원단체를 통한 정치행위의 자유 등이 포함

된다. 예를 들어 사립고등학교에서 정당한 이유도 없이 같은 재단 소속의 중학교로 교사를 내

려 보낸다거나, 교원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했다는 이유로 특정 보직에서 지속적으로 제외시킨

다든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만큼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신분상의 권리를 침해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사 신분을 보장받고 존엄한 조건에서 일할 권리는 일반적 인권과는

구분되지만, ‘노동자의 권리’로서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에 따라 기본권으로서 보호받는 권리이

다. 이 또한 교사의 인권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로 교육행위와 관련된 ‘가르칠 권리’(수업권, The Right to Teaching)가 있다. 가르칠 권

리는 교사가 자율성과 전문성을 갖고 교육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장되어야 할 권한

이다. 가르칠 권리는 이른바 ‘교육의 자유’와 ‘학생에 대한 평가․지도권’으로 구성된다. 교육의

자유라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압력이나 감시로부터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결정․편성하고 교재

를 선택하며 교육내용과 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관리자나 교육청

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는 수업 참고자료조차 교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든지,

예정된 수업시간이 갑작스레 동의도 없이 학교나 교육청 행사 참여 시간으로 강제된다든지 한

다면, 이는 교사의 가르칠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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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가지 교권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에 해당하는 권리는 기본적 인권으로서, 다른 교육

구성원의 인권과 다름없이 존중되어야 한다. 반면 세 번째 권리는 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권리인 만큼, 교사라는 신분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보장된다. 따라서 이때의

교권은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이 보장하는 인권보다는 하위에 위치하는 직무상의 권리라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례도 교사의 수업권(교육할 권리)는 ‘교사의 지위로부터 발생하는 직

권’(직무상의 권리)라고 판단한다. 그렇기에 직무상의 권리는 관련된 상대방, 특히 학생의 인권

을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는 제한성을 갖게 된다. 경찰이 그 지위로부터 비

롯되는 체포권, 수사권 등을 행사하더라도 무고한 사람을 잡아들이거나 고문수사를 해서는 안

되고, 신체의 자유를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만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직

무상의 권리라고 해서 정당한 사유와 절차가 전제되지 않은 한 함부로 제한되어서는 안 되지

만 말이다.

그런데 한 사회 안에서도 권리를 잘못 행사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사도 자기

의 인권이나 직무상의 권리를 잘못 행사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교사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

리를 과도하게 혹은 부당한 방식으로 행사할 때, 그것은 권리의 남용이 된다. 또한 교사임을

내세워 권위에 대한 일방적 존경을 요구할 때 그것은 상대방에게 모욕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로

비친다. 이런 상황들을 교권이라는 이름으로 잘못 옹호하는 일들이 간혹 일어나는데, 이런 일

이 되풀이되다 보면 교권은 교사의 부당한 권력 또는 권력 남용과 동의어로 인식되기에 이른

다. 일부 학부모나 학생들이 교권이라는 말만 들어도 거부감을 내비치는 데에는 ‘교권=교사의

일방적 권력’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 학습권이란 무엇인가?

18세 미만 어린이, 청소년의 권리에 관한 보편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은

‘4P’라고 불리는 4개의 일반 원칙에 기초해 있다. Protection(보호), Prevention(예방), Provision

(제공), 그리고 Participation(참여)이 그것이다. 어린이, 청소년을 보호하고 성장에 필요한 보살

핌을 제공하는 일뿐만 아니라 그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참여의 기

회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이 이야기하는 교육권의 핵심은 학습권(The Right to Learning)이다. 인권

으로서의 학습권이 보장된다고 할 때, 그 의미는 4개의 A가 충족되는 것을 말한다. △학습자가

이용할 만한 교육기관이 설립되고 개방되어 있어야 하고(Availability) △교육기회에 물리적, 정

신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차별없는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며(Accessibility) △학생의 최상의 이

익과 변화하는 사회조건에 따라 교육이 융통성있게 조율될 수 있어야 하며(Adaptability), 그리

고 마지막으로는 △교육의 양과 질, 학교의 분위기가 학습자가 육체적, 정서적, 문화적으로 감

당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Acceptability)는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학생인권은 학습권 보장의

필수요건임을 알 수 있다. ‘존엄하게 대우받고 육체적․정서적․문화적으로 감당할 만한 교육

을 받을 권리’를 학생인권이라고 한다면, 학교규율을 통해 학생의 존엄을 부정, 침해하는 것은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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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습권과 교권의 상관 관계

그렇다면 학습권과 교권은 어떤 상관관계에 놓여 있을까? 교권이 침해되는 경우를 떠올려보았

을 때, 어떤 관계에서 주로 교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많은가? 대개 인권문제는 상하 권력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한 사람이 늘 약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서 따져보면

일반적으로 여성이 사회적 약자 위치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 여성은 다시 자기 자녀에 대해서

는 상대적 강자의 위치일 수 있다. 흔히 노가다라고 불리는 건설 일용 노동자는 사회적 약자이

지만, 그 노동자는 일자리를 구해 이주해온 이주노동자에 비해서는 상대적 강자의 위치일 수

있다. 또 사회적 약자로 흔히 얘기되는 노인 중에서도 재산이 많은 노인은 오히려 가족이나 주

변 사람들이나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인권문제를 둘러싼 관계는

다층적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교사 사회만 보더라도 교장이나 교감은 평교사에 비해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성 교장이 나이 많은 남성 평교사를 대하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

니다. 여성이라는 지위가 교장이라는 지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들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제 교권과 학습권의 관계를 살펴보자. 강요된 0교시나 야자 시간에 학생들이 모두 책상 위에

엎드려 쪽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학생 자신의 동의도 받지 않고 학생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는 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교사의

인권도 동시에 침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른 아침, 늦은 밤 시간의 교육은 교사의 연장

근무 없이는 실현되기 힘들다. 0교시, 야간학습이 강요되는 학교에서는 교사에게도 학생 감독

을 이유로 이른 출근, 늦은 퇴근을 요구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학습권

이 존중될 때, 교사 인권도 더불어 존중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많은 선생님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던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 사건의 한 장면이다. 남학

생이 젊은 여교사에게 “누나 사귀자”는 식으로 농을 건네고 있다. 여교사가 제지해도 남학생은

말을 듣지 않는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자 많은 분들이 ‘교권 실추’를 우려했다. 그런

데 여학생이 남교사에게 이런 방식의 농을 건네는 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 반대의 경우를 상

상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 사건의 본질이 ‘학생-교사’ 관계가 아니라 ‘남성-여성’ 관계임을 보여

준다. 게다가 이 사건을 교권 문제로 접근했을 때, 성희롱 피해를 당한 이 여교사는 학생을 제

대로 다루지 못하는 ‘무능 교사’라는 낙인까지 짊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여성인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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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다루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본질적이다. 물론 이 사건에서 교사에게 ‘도전’하는 학생의 모습

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 중에는 얕잡아볼 만한 교사에게 도전함으로써 자기 힘을 과

시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그 표적은 주로 신규 여교사가 되곤 한다. 왜일까?

‘신규’(the Beginner)라는 약자적 지위, ‘여성’이라는 약자적 지위를 꿰뚫어보았기 때문이다. 그

렇기 때문에 이 사례들의 밑바닥에는 교사-학생이 아닌 다른 권력관계가 더 강력한 영향을 끼

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 2009년 6월에는 대구에서 지자체 행사에 학생 1만 5천명을 강제로 동원해 말썽을 빚은

사건이 있었다. 이런 지차제처럼 교육과정을 변칙적으로 운영하거나 임의적인 교내․외 행사에

참석시키는 일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런 일은 해당 교사의 동의 없

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잦다. 이때 교사의 ‘가르칠 권리’(수업권)도 동시에 침해되고 있다. 만약,

해당 교사가 자체 판단하여 행사 참여를 결정했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이때 이 교

사가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을 변경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면, 교사의

수업권을 남용하여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교사의 수업권이 보장되는 이유는 교실 바깥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교

사는 물론 학생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이 자유롭게 학습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도 학생과 교사 모두의 ‘교육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교사

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발휘될 수 없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고 그 교육은 학생의 배움에도 해악

이 된다. 이때 교육이라는 배에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타고 있다. 교육이라는 배가 풍랑과 해

적의 노략질로부터 자유로워야 그 배에 타고 있는 교사와 학생 모두가 가르침과 배움의 이중

주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것이다.

교사에게 특별히 보장되어 있는 ‘불체포특권’ 역시 교권과 학습권이 상호의존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교사에게는 일반 노동자에게는 보장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보장되고

있는데, 현행범이 아닌 한 소속 학교장의 동의없이 학교 안에서 체포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이는 교사 신분과 직무수행의 임의적 박탈을 예방함으로써 학생의 학습권을 동시 보장하고자

하는 이유에서 마련된 권리이다. 이처럼 학습권과 교권은 상호대립적이라기보다는 외려 상호의

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학생인권과 교권의 동시 존중을 위한 학생인권조례

학습권, 아니 학생인권과 교권이 대립하는 듯 보이는 장면들은 대개 학생 지도 과정에서 일어

난다. 학생 지도권은 교사의 직무상 권리 가운데 하나로 흔히 일컬어진다. 그런데 이 학생지도

권은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 지도의 구체적인 방

법을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지만, 그 권리는 ‘학교규율은 학생의 존엄성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 ‘학교의 운영자․교사 등은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초

중등교육법 상 의무에 충실한 상태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교사의 학생지도가 정당

한 목표와 방법에서 벗어난다면, 이는 정당한 교권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때는 교

권과 학생인권이 대립한 경우가 아니라, 교권이 잘못 행사된 경우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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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당한 학생 지도 과정에서도 문제 상황은 터질 수 있다. 목표도 방법도 정당했지만, 학

생이 보인 반응이 교사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경우도 당연히 있다. 그럴 때

교사로서 자괴감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때 교권의 반대편에 학생인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학생은 인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외려 인권을 존중받지 못한 상처들

때문에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출산의 고통으로 몸을 뒤틀다 의사를 할퀴거나 가족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여성의 행동을 보고 인권침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때

는 교권을 내세워 학생을 제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의 뿌리에 해당하는 조건을

변화시켜야 한다. 물론 교사에게 상처주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부러 심기를 건드리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학생도 있다. 그건 아마도 교사가 상처를 받으면 아파하는 ‘사람’으로 보이

기보다 ‘강자’나 ‘권력자’로 보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 경우에도 교권을 앞세우기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고 교사 역시 상처받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

이다.

결국 학생인권은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만 내맡겨둘 수 없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생활을 지도하

는 과정에서 받는 교사들의 부담과 상처도 만만치 않다. 학생인권을 보장하자는 것은 교사를

문제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학생에게 인권이 존중되는 경험을 제공함과 아울러 교사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인권의 기준이 명

확해져야 하고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도 동시에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학생인권조례를 자치법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몇몇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이다.

등교시간, 서울의 한 사립 중학교 앞에서 이 학교 교사들이 요강을 들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

“학생에게 똥 쌀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 이 교사들의 요구였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 수에 비

해 화장실 개수가 터무니없이 모자라 학생들이 온갖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

라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오거나 수업시간 중에 화장실에 달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선

생님들의 수업에도 많은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여러 번 재단측에 건의해도 문제가 시정되지

않자 교사들이 요강을 들고 나왔다. 이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늦는 학생을 야단치거나 수업시간

중 화장실에 가는 학생들을 붙잡아 놓는 것이 학생들의 고통을 배가하는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학생을 잡는 일이 아니라 학교의 시스템을 고치는 일을 택한 것이다. 물론 사립학교다

보니 교사들이 신분상의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위험 또는 부담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만약 교사들의 신분이 좀더 안정돼 있었다면 더 일찍 문제가 해결되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학

교가 준수해야 할 교육환경 기준이, 학생인권기준이 명확히 제시되고 강제될 수 있는 방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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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련되어 있었다면, 애초 요강을 들고 교문 앞에 서야 할 이유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학

생인권과 교권은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유네스코 주최로 인도 다카르(Dakar)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서는 다음과 같은 선언이 채택

됐다. “교사는 인권에 기반한 학교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자이다. (…)어떤 교육 개

혁도 교사의 능동적인 참여와 주인됨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모든 단계의 교육체계에서 교사

는 존중받고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물론 학생인권과 교권이 상호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여전히 마음에

는 거부감이 일 수 있다. 학생을 교사와 동등한 인격체로 보기보다 아랫사람으로, 미성숙한 존

재로 바라보는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사는 많지 않다. 학생을 인격체로, 인권의 주체로 대

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완전무결한 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는 미성숙한 지점이 존재하고, 성숙의 완성은 생의 마감하는 순간까지 오지 않을지도

모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절의 학생지도 방식이 나름 의미도 있고 효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의미도 효과도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학생과의 관계, 새로

운 학생 지도 방식을 요구한다. 학생을 더 잘 교육하기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은 고민하지 않으

면 안되는 영역이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책임감을 길러줄 수 있는 방안,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수업에 대한 흥미와 몰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안,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학생의 폭력적 행동을 제지하고 폭력의 원인을 뿌리뽑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 방안을

찾으려면 먼저 교권을 다시 정립하고 학생지도의 목표와 방식도 재정립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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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거리 : 참고자료 1

청소년보호법, 도대체 넌 누구냐?-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보호주의팀(09/04/11)

□ 청소년보호법의 탄생

- 1997년 청소년보호법(청보법)이 제정됨.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고(인터넷을 통한 매체들의 생성,

유통의 범람 가능성) 청소년들이 사회나 문화 속에서 주체로서 한참 등장하기 시작하자, 청소년보호법

이 제정되기에 이름.

□ 청소년보호법의 주요 내용

○ 핵심 개념들부터 짚어볼까?

• 청소년: 만 19세 미만의 자(생일이 아니라 연 나이로 계산. 그러니까 20살이 되면 아직 생일이 지나

지 않아도 청보법 올가미에서 벗어난다는 말쌈~)

• 청소년 유해약물 등: 주류, 담배, 마약류, 환각물질, 중추신경에 작용하여 습관성, 중독성, 내성 등을

유발하여 인체에 유해작용을 미칠 수 있는 약물 등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약

물.

• 청소년 유해물건 :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성기구 등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

는 성관련 물건. 청소년에게 음란성, 포악성, 잔인성, 사행성 등을 조장하는 완구류 등.

• 청소년 유해업소:

- 출입․고용금지업소: :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으로 인정되는 업소. 노래방, 사

행행위영업, 무도장업, 음성대화 또는 화상대화 매개업, 유해매체나 유해약물 등을 제작, 생산, 유통하는

영업 등

- 고용금지업소: : 숙박업, 이용업, 목용장업, 비디오물소극장업 또는 게임제공업, 유독물영업, 만화대여

업 등

• 청소년 통행금지/제한구역

- 청소년에게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구역으로 청보법 시행령에 규정을 두고 있음.

- 금지구역은 24시간 통행 금지, 제한구역은 일정시간 동안 통행이 금지되는 구역을 말함. 다만, 친권

자, 후견인, 교사 기타 당해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자를 동반하는 때에는 통행할 수 있음.

• 청소년 유해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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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법 10조)

• 청소년에게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

•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 행사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비윤리적인 것

• 기타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

☞ 청소년은 성적 욕구를 느끼면 안되나? 범죄 충동은 매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 폭력을

미화하거나 시민의식을 해치는 것은 청소년에게만 금지되어야 하는 것일까? 선정성, 폭력성,

반사회성, 비윤리성 등등 이 모든 모호한 기준을 판단하는 건 도대체 누구야?

△성적 접대나 이러한 행위의 알선․매개

△접객 행위

△영리 또는 흥행의 목적으로 음란한 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

△영리 또는 흥행의 목적으로 장애기형 등 형상을 공중에게 관람시키는 행위

△청소년에게 구걸을 시키거나 청소년을 이용해 구걸하는 행위

△청소년 학대 행위

△손님을 거리에서 유인하게 하는 행위

△이성혼숙을 하게 하는 등 풍기 문란 영업행위나 그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다류를 조리․판매하는 업소에서 청소년으로 하여금 영업장을 벗어나 다류를 배달하는 행위를 하

게 하거나 이를 조장 또는 묵인하는 행위

• 청소년 유해매체 :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각 심의기관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하여 고시한

매체물

□ 청보법 때문에 나타나는 장면들

• 청소년 유해 매체물 표시, 포장, 판매 금지/ 등급 또는 나이 제한 표시

• 청소년 구입을 제지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한 무인판매장치에 의한 전시 금지

• 방송시간 제한, 방송 제한 조치

• 광고 선전 제한

• 노래방, 찜질방 등 청소년 고용이나 출입 또는 시간 제한

• 청소년 통행금지, 제한구역의 지정

• 사이트 접속, 게임물 등 차단

• 청소년 유해행위 처벌

• 기타 등등

☞ 이 모두가 가능해지려면 불심검문(경찰, 업소 주인 등),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이나 선도위원회 활

동(청소년선도 띠를 두른 분들이 준 사법권력으로 기능), 사전심의(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유해

성 여부를 미리 판단) 등이 이루어지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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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그 파생 효과

=> 구역 안에 들어갔을 때 청소년은 사회가 허락한 공간 안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청소년임

을 알게 됨.

=> 청소년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업주들에게도 유리하고 여성의 성을 매수하는

이들에게도 유리함. 청소년의 존재는 가족의 존재를,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환기시키는 존재. 따

라서 청소년이 그 구역에서 사라질 때 그 구역은 더 자유롭게 성업할 수 있음.

=> 국가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이 보이게끔 하는 선전 효과.

□ 청소년보호법의 역할

: “너희에겐 보호라는 올가미가 필요해!”

○ 엄청 쫀쫀한 왕 중의 왕 - 청보법

- 청보법은 ▸유해매체, 유해약물, 유해물건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 ▸유해업소에 청소년이 출

입․고용되는 것 ▸청소년을 폭력학대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통해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

할 수 있도록 한다’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음.

- 왕 중의 왕: 청소년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때, 영비법(영화및비디오의진흥에관한법률) , 음반·비디오물

및게임물에관한법률 등 다른 심의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 그만큼 유해성을 판단하는 청소년보호위원회

의 힘이 막강.

- 왕 쫀존 시스템 : 청보법은 국가에서 가정까지 이어지는 청소년 관리․통제 시스템을 만들어두고 있

음. 가정과 사회에는 청소년을 제지, 선도해야 할 책임을 부여하고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규제

의무를 부여하고 있음. 무엇보다 일상 곳곳에 ‘금지된 것’을 탐하는 청소년에 대한 감시의 눈길이 번득

이도록 만들었다는 점, 청소년 스스로도 이 시선을 의식하고 조심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말 쫀쫀

하다고 볼 수 있음.

○ 청소년보호위원회

- 청소년 유해성 여부를 심의, 규제하기 위한 정부기관. 다른 심의기관이 청소년 유해 여부를 심의하지

않을 경우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 부여. 유해매체물 관련 단체에 자율 규제를 요구하고, 결정 내

용의 확인을 청보위나 각 심의기관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함.

○ 청보법은 누구를 겨냥하고 있나?

- 청소년보호법의 1차 규제 대상은 비청소년임.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청소년을 통제하는 효과를 낳게

됨. 처벌되거나 처벌의 위협을 받는 것은 비청소년인지만, 이로 인하여 원하는 표현물을 보고 듣고 읽

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청소년임. 또한 청소년은 금지된 물건, 금지된 장소 등에 접근할 때 비로소 자신

이 청소년임을 인식하게 되고 통제와 감시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기검열을 하게 됨. 게다가 이 법을 위

반한 청소년에 대한 불심검문, 보호처분 등이 가능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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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포르노에 대한 규제 시도

캐서린 맥키넌(Catharine Mckinnon & 안드리아 드워킨(Andrea Dworkin)은 반포르노 조례

제정 운동을 전개.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로 간주하여 포르노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조례는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는 더 큰 해악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한 성

평등의 이익을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연방법원에 의해 위헌판결을 받음.

그녀들이 제시한 포르노 판단 기준은 아래와 같음.

△ 여성이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성적 대상이나 상품으로 묘사된 경우

△ 여성이 수치나 고통을 즐기는 성적 대상으로 묘사된 경우

△ 여성이 강간당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묘사된 경우

△ 여성이 묶이거나 신체적으로 상해를 당한 상태에서 성행위의 대상으로 묘사된 경우

△ 여성이 종속되거나 노예의 모습으로 성적 대상으로 묘사된 경우

△ 여성의 신체가 부분화되어 그 부분으로 여성이 축소된 경우

△ 여성이 본래 창녀인 것처럼 묘사된 경우

△ 여성의 성기가 사물이나 동물에 의해 삽입되는 것을 묘사한 경우

□ 청보법에 따라 떠오르는 의문들

1) 청소년의 심신에만 독자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주는 매체, 약물 등은 존재하는가?

- 청소년기의 생물학적, 심리적 특성을 일반화할 수 있나. 개인 단위로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닐까? 사

실 사춘기라는 규정조차 거짓으로 꾸며낸 시기는 아닐까?

- 청소년 유해약물로 지정된 것은 (유해성 판단에 대한 세부 논의는 제쳐두고서라도) 청소년에게만

유해한 것은 아닐 것임. 성장기 청소년의 건강에 더 해를 미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청소년과

비청소년의 차이보다는 유해약물이 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갖는 동일성이 더 크다고 봐야 함. 또 어떤

신체적 조건에 놓인 청소년과 어떤 질환에 걸린 비청소년의 동일성이 더 클 수 있음. 그런데 청소년 대

상만을 규제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겐 제대로 된 판단력이 없다는 차별적 인식을 퍼뜨리고 있는 것 아닌

가.

-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된 것은 폭력성, 선정성 등이 주로 이유로 제시되는데, 이는 청소년을 우발

적, 충동적 범죄를 잘 저지르는 위험한 존재로 은연중에 그려내고 있음.

2) 유해 매체, 어떻게 규제하는 게 맞나?

- 청소년에게 특별히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매체가 있든 없든, 나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나쁜 매체

는 있을 수 있음. 그렇다고 그걸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괜찮은가? 표현 자체를 금지하고 형사처

벌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아니면 표현물에 대한 비판을 통해 규제(사회적으로 도태시키는 것)하는 것

이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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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김도현 교수(서강대 법대)는 포르노가 자행하는 ‘해석폭력’에 대하여 즉자적, 물리적 폭

력으로 대응하는 현행 청보법은 정의롭지도 못하고 실효성도 없다고 단언하고 있음. 해석폭력에 대해서

는 해석폭력으로 대항해야 한다는 것. 포르노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계기를 제공해야 하고,

왜 문제인지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왜곡된 재현에 대해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야말로

청소년들이 원하는 ‘진정한 보호’일 수 있음.

3) 청보법은 실제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가?

- 청보법은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보장하지 않음. 청소년들을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경험

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배제해버리는 셈. 그 바람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보지

못했던 청소년들은 또 다른 삶의 계획이 아니라 도피로서의 가출이나 성매매 문화, 상업적 놀이문화를

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정작 ‘보호’가 필요한 곳에 청보법은 없다 : 금지된 청소년 유해행위는 청보법이 아니라 다른 법률에

의해서도 충분히 규제 가능. 학교와 가정 등에서 이루어지는 진정으로 유해한 행위는 규제 대상으로 삼

고 있지 않음. 고용 제한 업소를 통해 청소년 일자리를 실질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외려 비공식 노동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청보법은 청소년들을 무력화시킨다 : 청소년을 계속 약자인 상태로 고정시켜 버리고 비청소년이 대

신 보살펴주는 일방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청소년을 취약한 존재로 계속 강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함. 필요한 정보, 필요한 자원에 접근하고 성찰하고 자기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때 청소년의 힘은 커질 수 있음.

- 보호주의에 대한 반대는 모든 ‘보호’, 아니 지원의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아님. 단, 보호라는 것이 청

소년을 약자의 상태로 고정시키는 것에는 반대하는 것. 보호의 철회가 아니라 보호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보호와는 다른 것이어야 함. 누군가가 보호의 대상으로만 고정될

때 통제가 허용되기 마련. 청보법과 보호주의는 청소년의 미성숙함을 전제로만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

음.

4) 청보법이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될 가능성은 없는가?

- 청보법 자체가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객체화하고 있고 청소년의 욕망과 기회를 빼앗

고 있다는 측면에서, 청소년과 비청소년의 세대간 연대를 막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미 정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봐야 함.

- 대개 유해성이라고 할 때 사람들은 폭력성, 음란성, 선정성, 사행성 등을 떠올리지만 ‘반사회성’은 잘

떠올리지 못함. 반사회성은 청소년의 정치성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

예) 1997년 8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서울민주청년단체협의회의 계간 회원지 <서울청년> 8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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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어떤 맥락에서 보호가 동원될 때, 보호주의로 전환될까?

1) 사람이 가진 보편적 욕구를 청소년에게는 인정하지 않을 때

2) 청소년을 너무 특별한 존재로 일반화할 때(일반화는 대상화와 같은 말)

3) 청소년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을 때

4) 청소년에게 기회 자체를 차단할 때

5) 어떤 부족함 또는 어떤 실수를 청소년이란 존재 전체의 무능력, 미숙함으로 곧장 등치시킬

6) 구조나 타인의 잘못을 청소년의 미성숙함, 잘못으로 돌려버릴 때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한 적이 있음. 노동자연대가 펴낸 소책자도 반사회성을 이유로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적 있음. 이 사례를 볼 때, 청소년 유해성을 기준으로 정치사회 관련 출판물에까지 청보법 확대

적용이 가능해질 수 있음.

- 2008년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조갑제는 야간 광화문을 청소년 통해제한구역으로 정하자는 주장을 내

놓기도 했음.

4) 비청소년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청소년과 성인 모두의 생활세계 전반을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게 되었음.

생활세계 전반이 감시망 아래 놓이게 됨. 비청소년은 청소년 보호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으로 짓눌리고

자기 삶과 인권을 반납하는 일들도 일어남.

- 세대간 분리와 불평등 : 성년과 미성년을 기준으로 두 세계를 인위적으로 분리함으로써 새로운 적대

전선이 형성. 청소년의 세계가 순수의 세계인 양 허구화. 다양한 문화경험 차단. 또한 청소년은 보호의

객체로, 비청소년은 보호의 의무자로 만듦으로써 평등한 관계를 원천적으로 배제

- 하나의 도덕이 지배하는 사회 : 국보법이 ‘빨갱이’가 아님을 입증함으로써 비로소 개인이 정치적 시

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했다면, 청보법은 청소년 유해에 관심을 표하고 통제함으로써 비로소 윤리적

시민권이 획득할 수 있도록 함. 사실상 특정 집단의 도덕적 히스테리를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으로 포장

하는 것이기도 함.

-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도록 함 : 자체 ‘가위질’ 유도.

5) 보호주의를 넘어선 지원은 어떻게?

- 청소년의 사회, 경제적 위치를 고려할 때 그이들에게 독자적으로 필요한 지원은 무엇일까? 보호주의

를 넘어서면서도 청소년에게 필요한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 보호주의는 채찍뿐 아니라 당근을 제공하고 있기도 함. 그렇다면, 보호주의를 넘어선다는 것은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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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을 주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청소년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물어야 하나?

[예 1]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비청소년보다 가볍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음. 훈방이 된다거나 형

사처벌을 받는 대신 보호처분(사회봉사,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을 받기도 함. 가벼운 형사처벌이 이

루어지는 것은 청소년기에 자유의 박탈이 가져올 수 있는 기회의 제한, 심리적 영향 때문. 대신에 형사

처분보다 더 사법적 엄격성이 덜 요구되기도 함.

[예 2] 성을 판매하는 10대 여성이 있을 경우, 현재는 그 여성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10대의 성을

매수한 성인만을 처벌하고 있음. 보호주의에 기반한 청소년성매매방지특별법이 10대 여성에게는 처벌을

피할 통로를 열어주고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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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거리 : 참고자료 2

청소년보호주의 씨에게 보내는 결투장 - 공현

안녕하십니까, 청소년보호주의 씨. 앞으로 이름이 기니까 “청보 씨”로 부르겠습니다. 아참, 세상에 “청소

년보호주의”라고 불리는 동명이주의(同名異主義)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제가 보내는 이 결투장이 잘못 배

달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제가 결투를 신청하려는 ‘청소년보호주의 씨’가 누구인지 확실히 밝혀둬야 할 것

같군요.

제가 결투를 신청하려는 당신은, 대략 두 개 정도의 얼굴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바로 청소년

들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한다면서 청소년들에게 술, 담배, PC방, 노래방, 야한 것 등을 금지시키고 규

제하는 것(청보 씨 ①)입니다. 청소년들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만 아주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

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청소년보호법’이라는 눈망울이 아주 초롱초롱하게 눈에 잘 띄는 얼굴입니다. 그리

고 다른 하나는, 청소년들을 미성숙하거나 능력이 없는 약자로 간주하고 청소년들을 일방적인 시혜의 대상,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청보 씨 ②)입니다. 편의상, 두 사람(사실은 한 사람이 다른 모습으로

변장한 걸지도 모름! 매우 비슷하고 종종 같이 다님!)을 그냥 한 사람, 한 팀인 걸로 보고 얘기하겠습니다.

결투를 신청하는 이유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청보 씨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청보 씨가 청

소년들의 인권에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입니다. 청보 씨 당신은 “청소년들은 미성숙하다.”라

거나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이라는 식의, 청소년들에 대한 현재의 차별과 인권제한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런 차별과 인권제한에 기여하고 있기도 하죠. 또한 당신은 청소년들에

게 특별한 ‘보호’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청소년들의 경제적 문화적 권리를 제약하고 청소년들을 사회경제

적 약자로 만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당신은 청소년들에게만 특별한 보호를 제공한다고 하면서, 비청소년들(어른들)에게도 당연히

필요한 보호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일부 비청소년들을 차별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컨대 만19세 미만 청소

년들의 노동에 대해서, 근로기준법은 만19세 이상보다 더 짧은 노동시간 제한을 규정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갱도(땅굴) 안 노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보호’들은, (특히 노동시간이 더럽게 긴 편인

한국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청보 씨 당신은 이런 모두가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청소년에게만 ‘특별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처럼 만들고 있습니다.

청보 씨 당신은 매우 발이 넓고 권세도 제법 있어서, 뭇 사람들은 당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당신을 옹호하거나 당신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겁

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도 이 결투가 정당한 것임을, 당신이 얼마나 불의하고 반인권적인 존재인지를

확실히 알리기 위해서 이 결투장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저는 당신의 잘못을 좀 더 시시콜콜 지적해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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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청보 씨 당신은 청소년들의 밤 10시 이후 PC방, 노래방, 찜질방 출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습

니다. 당신이 직접 청소년을 규제하는 대표적인 사례지요. 당신은 그 이유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청소년들이 잠을 잘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청소년들의 가출을 막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보호’라는 명분으로 청소년들의 자기 생활에 대한 결정권을 박탈하고 있으며, 문제의 근

본적 해결을 막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PC방을 예로 들어볼까요? 청소년들이 밤 10시 이후에 PC방에 있을

지, 잠을 잘지는 청소년들이 자기 삶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물론 그것에 대해 충고나 권유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게임 중독이나 PC방에서 게임하다가 죽는

사건 등은 청소년들에게만 일어나는 사건도 아닐뿐더러, 밤 10시 이후에 PC방만 못 가게 하면 게임 중독

이 치료되는 겁니까? 무엇보다도, 게임 중독에 빠지게 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게임 외의 현실이 살기가

어렵다는 것일 터인데, 청보 씨 당신은 이런 현실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단지 청소년

들의 ‘도피’만을 강제로 막으려 들고 있습니다.

찜질방만 해도 그렇습니다. 밤 10시 이후 찜질방 출입금지는, 가출한 청소년들이 종종 찜질방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과연 ‘가정’이 청소년들에게 행복한 공간인지, 반드시 청소년들은 ‘가정’에 묶여

있어야 하는지, 청소년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없이 ‘가정’ 밖으로 나오

는 걸 봉쇄하려 하고 있습니다. 찜질방에서 “청소년 유해환경”이 조성된다는, 당신이 로비 활동으로 꼬드긴

정부와 법원의 주장도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일 뿐이지요. 청보 씨가 생각하는 “유해환경”은 대체 그 실체

가 뭡니까?

아주 민감한 문제 중 하나인 술, 담배 이야기도 해봅시다. 흔히 청보 씨 당신과 당신의 지지세력들은 술

과 담배를 청소년에게 금지하는 이유로 청소년의 건강 이야기를 합니다. 청소년기에 술, 담배를 섭취하는

것이 몸에 더욱 해롭다는 거지요. 하지만 술과 담배는 청소년이냐 청소년이 아니냐를 떠나서 해롭습니다.

특히 담배는 어떻게 이야기하건 건강에 해롭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법률이나 사회통념상으로는, 당신의 활

약 덕에, 비청소년의 경우에는 담배가 거의 전면적으로 허용되고 청소년의 경우에는 담배가 거의 전면적으

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것이 비례에 맞는 정당한 조치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술, 담배

등은 비청소년에게는 거의 해롭지 않고, 청소년에게는 매우 해로운 것이란 겁니까?

당신이 술, 담배를 금지하는 그 배경에는 이런 생각이 깔려 있을 것입니다. 비청소년들은 스스로 판단력

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금연 캠페인이나 절주 캠페인 같은 걸 통해서 알아서 덜 하도록 할 수밖에 없지만,

청소년들은 제대로 된 판단력이 없기 때문에 술과 담배를 금지해야 한다는 차별적 인식 말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당신과 친한 ‘국가주의’ 씨를 위해서 청소년들의 삶을 통제하고 쓸 만한 도구(노동력, 인적자원

등)로 만들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술을 많이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아마 건강에 해로울 것입니다. 술과 담배는 사실 서로 그 작용

이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이 많이 다르므로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겠지만요. 그렇다면 청소년이냐 비청

소년이냐를 가리지 않고 술이나 담배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맞습니다. 청소년의 경우에도 절주나 금연

을 하도록 캠페인을 하고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담배나 술의 해악에 대해서 교육하고 그것을

절제하도록 하는 게 맞습니다. 아니, 담배는 아예 생산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을 만들던가

하자는 이야기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보편적 정책이 아니라 청소년에 대해서만 술, 담배를 금지하겠다는

청보 씨 당신의 발상은, 청소년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 근거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차별을 조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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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습니다.

흔히 영상물이나 게임물, 음악 등에 7세, 12세, 15세, 19세 등으로 나이 등급을 매기는 ‘사전검열’도 청보

씨 당신의 주된 업무 중 하나지요. 당신이 들이대는 주된 기준은, “선정성”(얼마나 야하거나 성(性)적인가)

과 “폭력성”(얼마나 치고 부수고 죽이는가)입니다. (야한 것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충분히 다루고

있기에 생략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종종 그 내용이나 맥락이 성폭력적이거나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것

인지,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인지, 인권침해적인지 같은 걸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특정 장면에 사람의 벗은

몸이 얼마나 나오는가, 라거나 얼마나 피가 많이 튀는가 등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고 등급 딱지를 붙이고

있죠. 음악을 가지고 별 같지도 않은 가사 한두 개 가지고 ‘청소년유해매체물’을 먹이기도 하죠. 그렇게 나

이를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등급 딱지를 붙이는 것은, 사람마다 모두 생각이라거나 가치관이라거나 성격이

변화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이없기까지 합니다. 당신의 이러한 규제는 부당하

게 청소년들의 문화적 권리를 침해하고, 차별하고 있습니다.

폭력을 영상 등을 통해 자주 접하거나 하면 폭력에 무뎌지고 폭력을 쉽게 받아들이게/사용하게 된다든

가, 성폭력적인 장면을 자주 접하게 되면 강간이나 성폭력에 관대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런 경향은, 청소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입니다.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

지 않았느니 판단력이 미숙하다느니 청소년들에게만 그것을 금지하는 이유를 이것저것 이야기하고는 있습

니다만 그러한 정도의 차이가 청소년들에게는 그것을 금지하고 비청소년에게는 그것을 허용할 기준이 되는

걸까요? 그럼 제가 한국의 이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대다수의 남성들이 성폭력에 관대하거나 무감각한 이유

로 군대(징병제)와 더불어 성폭력적/폭력적 영상물에 무제한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니 이 둘만 없애면

성폭력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다고 주장해도 무방하겠군요?

특히 청보 씨 당신은 청소년들을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것들로부터 ‘보호’한다고 하면서, 청소년들을 범

죄를 저지르기 쉬운 위험한 존재로 은연중에 규정짓고 있진 않습니까? 그러니까 청소년들은 ‘우발적’이고

‘충동적’이어서 폭력적이거나 성폭력적인 것들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그것에 자극을 받아서 범죄를 저지르

기 쉽다고 보고 있지는 않느냐는 겁니다. 실제 범죄율 통계를 봐도 청소년 집단의 범죄율은 비청소년보다

훨씬 낮고, 또한 어느 집단이 통계적으로 범죄율이 높다거나 낮다거나, 그런 것이 그 집단 전체에 대한 차

별이나 인권침해의 근거가 될 수 없음에도 말입니다.

성폭력적/폭력적 영상물이나 게임물은 그 생산을 규제하거나 아니면 사회 전반적으로 그것을 거부하고

배척하는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그것을 위해 인권교육을 보급하고 성평등적/비폭력적인 사회를 만들어감으

로써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몇 세 이하 관람불가 하는 식으로 딱지를 붙일 문제가 아닙니다. 아시겠습

니까, 청보 씨?

마지막으로, 청보 씨 당신은 청소년들을 ‘보호’한다면서 청소년들을 오히려 사회경제적 약자로 만들고 있

습니다. 청소년들은 ‘약자’니까 보호해준다면서, 청소년들이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박탈하고, 정치적으로 발

언할 권리를 침해하고, 경제적 권리 등을 제한함으로써 청소년들을 계속해서 ‘약자’로 만드는 겁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노동의 문제가 있습니다. 청소년노동에 따라붙은 여러 제약들 중에서도 친권자(부모)

의 동의서가 필요하다든가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을 제한해둔 것 등은 청소년들이 알바하는 것을 더욱 어렵

게 만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청보 씨 당신이 만들어내고 부추기고 있는, 청소년들의 노동을 곱지 않게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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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회적 시선도 걸림돌이 되지요. 노동착취를 해결하거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 하지 않고 청소년들의

노동을 제한하는 것은 이상한 발상입니다.

청소년들을 노동착취 같은 것으로부터 보호한다고 하면서, 청소년들의 경제력을 약화시키고 마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입니다. 아, 물론 청보 씨 입장에서는 청소년들이 경제력을 행사하게 되면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것으로부터도 청소년들을 ‘보호’해서 청소년들이 돈을 자유롭게 못 쓰게 해야겠죠. ‘실

수’를 저지르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안전망이 있는 사회,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고자 하기보다는, 청소년들

의 권리나 자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약자인 청소년들을 규제하는 쪽이 훨씬 편할 테니까요.

물론, 청소년들의 노동을 제한하는 제도 등은 자본주의 초기에 아동들에게 가해지던 심각한 노동 착취를

제한한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허나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 그리고 임금노동을 하지 않고는 생활

이 어려운 사회 현실을 그대로 방치한 상태에서 청소년들의 노동 그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청소년들을 경

제적 약자로 만들고 청소년들이 가정이나 친권자 등에게 종속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나쁜 노

동조건에서 일하거나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하거나 노동 착취를 당하지 않을 권리는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인데, 청보 씨 당신은 그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노동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청소년노동에 대해 ‘보호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곤 합니다. 청보 씨의 영향력이 큰 탓이지요. 하지만 청소년노동에 대해서는 보호주의적 입장을 취하기

보다는, 이 사회의 노동 전반에서 일어나는 착취 등을 없애려 노력하고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방식을 취해

야 합니다.

존재를 걸고 당신을 부정하겠습니다

청보 씨 당신의 죄를 낱낱이 열거하자면 이보다 더 끝이 없겠지만, 우선은 이 정도에서 줄이고자 합니다.

결투를 신청하는 이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도 이상할 테니까요.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마무리하자면, 청보 씨 당신은 청소년들을 사회경제적 약자로 만들고,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영향을 받아서 인권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한다는 몇몇 사람들조

차도 청소년들을 약자로 생각하고 뭘 베풀려고 하고 차별하게 만들곤 합니다. 당신은 청소년은 ‘미래’의 주

인일 뿐 아니라 바로 ‘현재’에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있지요. 참여를 전제로 하지 않은

보호는 통제나 억압이 되기 십상입니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필요한 여러 ‘보호’들이 단지 청소년에게만 필

요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리게 만들고 있죠.

청소년이건 비청소년이건 범죄 위험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는 당연히 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이라는

특정한 삶의 시기에서, 다양한 ‘첫 경험’들이 있을 수 있기에 그에 대해서는 몇몇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

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보호’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을 차별하고 규제하는 내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청

소년 ‘유해환경’(이 또한 그 실체가 모호하기도 하지만)이 있다면 그 ‘유해환경’을 없애거나 바꾸려고 해야

하지, 청소년들을 그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한답시고 가둬두는 것은 이상한 발상입니다. 청소년들에게 필

요한 건 사회경제적 약자인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지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교육, 정당한 대우와 경

험, 기회 등입니다.

저는 청보 씨 당신에게 맞서 싸울 것을 이 결투장을 빌어 선언하는 바이며, 저와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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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청소년 보호주의’를 없애고 새로운 청소년인권을 만들어내기 위해 행동할 것입니다.

일방적인 보호는 통제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모든 ‘보호’를 없애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

닙니다. 그것은 더 큰 문제들을 일으키겠지요. 그러나 보호는 아예 없는 것보다 나을진 몰라도, 미봉책이고

문제를 지속시키는 것일 뿐 해결도 대안도 아닙니다. 저는 청소년 보호주의 이상의, 더 나아간 해결책과 인

권 보장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에 대한 지금의 보호들 중 꼭 필요한 일부(상당수가 규제와 통제

목적만을 가진 보호라고 생각됩니다.)는 일단 유지시키더라도 그것들을 줄여나가거나 없앨 수 있도록 사회

를 바꿔가자는 것입니다.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청소년선도보호”라는 말이 사라질 때까지,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청소

년보호주의가 없어질 때까지 그 존재를 걸고 당신을 부정할 것입니다. 결투 일시는 당신이 없어질 때까지

이며, 결투 장소는 청보 씨 당신이 있는 곳 전부입니다.

* 출처: 공현 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인권을 넘보다ㅋㅋ>,

메이데이 출판사, 2009.

여성 교사의 삶과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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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에게 00는 00이다.”

- 화장은 / 급식은 / 상담은 / 매는 / 교장(혹은 교감)은 / 남교사는 / 여교사는 / 방학은 / 야자는? / 전교조는 -

“교장에게 여교사는 00이다”

“남교사에게 여교장은 00이다”

“남학생에게 여교사는 00이다”

“학부모에게 여교사는 00이다”

여교사의 눈으로 교권 다시 쓰기

정주연(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

■ 교육 목표- 학교 내 ‘다수’이지만‘소수’로 여교사의 현실을 통해 교권의 남성화된 얼굴을 진단해 본다.

- 기존 사회의 보수적․성차별적 관념이 여교사 삶과 인권, 그리고 교육과정에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다.

- 교권이 ‘교사의 권위’로 정의될 때 어떻게 여교사를 권위 없는 존재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차별적 교육현장, 노동현장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봄으로써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본 새로운 교권

의 개념을 정립해본다.

- 여교사의 입장에서 새롭게 교권의 개념과 내용을 구성해보는 자리를 갖는다.

■ 교육진행 내용

1) 남교사의 얼굴을 한 교권 현실 파헤치기 <모둠토의 형식>

① 질문하기

② (모둠별로) 위의 질문에 빈칸을 채워가며 여교사의 현실과 그들이 느끼는 교권에 대한 생각

을 날것의 느낌으로 밝혀본다.

③ (모둠별로) 나온 이야기들을 범주가 비슷하게 여겨지는 것들끼리 묶어보고, 그것의 이면에

담긴 성차별적 요인들을 구분해보고, 그것이 교권의 무엇과 연관되는지 살펴보자.

④ 모둠별 내용을 전체가 공유한다.

⑤ 전체 공유한 내용의 보다 심도 있는 분석하기 : 예를들어 교사의 시민적 권리, 정치적 권리

라 했을 경우에도 여교사의 경우 어떤 식으로 더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지를 밝혀보며, 왜 교권

이 여교사의 입장에서 재정립되어야 하는지 그 당위의 지점을 찾아본다.

2) 여교사 권리 선언 만들기

- 단순히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닌 구체적 권리선언이자 요구가 담긴 성평등한 교권의 구성을 위한 새로운 교권 선언을 여교사의 관점에서 만들어본다.

■ 준비물

- 전지 12장, 매직, 싸인펜, 글씨 쓸 작은 색지 or 포스트잇(조금 큰 사이즈)

■ 읽을거리 : 참고자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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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 내가 여교사로 느껴질 때>

- 초임시절 치마 밑 보려할 때, 뒤에 와서 껴안을 때, 낙서 속에 등장할 때

- 동료들이 ‘가정’ 일은 언제하냐고 물을 때

- 교무실 회의시간 마이크 잡으면 여자가~ 학교일에 나서면 여자가~

- 회식에서 젓가락․숟가락․물 등 챙기기 은근 바라거나, 소풍때 도시락 먹고 치우는 건 여자들만ㅠㅠ

- 화장 안하는 거 괜히 시비 걸때

여교사의 눈으로 교권 다시 쓰기

정주연(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

1. 여교사, 어떻게 그려지나?

여교사는 어떤 존재인가?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1)에는 여교감이

등장한다. 그녀의 모습은 이슬만 먹고살 것 같은 소녀 같고 나긋나긋한 우아함 그 자체다. 그

렇다고 딱히 지적인 느낌은 없다. 공적인 일을 풀어감에 있어서 그녀는 늘 콧소리를 섞은 애교

로 일관하며 마치 집안의 귀염을 독차지해온 막내처럼 행동한다. 그러다가도 동료 여교사를 향

해서는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인다. 그녀는 ‘노처녀’ 여교감이다. 이쯤가면 그녀의 히스테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누구를 향해 내뿜어지는지가 짐작된다. 여성을 보는 사회적 편견의 시선이

그대로 담겨져 그려진 이 여교감의 묘사는 다소 과장이 있겠고, 현실에서 이런 교감을 발견할

가능성은 적다. 교직에 계신 교사들의 증언에 의해도 이런 여교감은 별로 본적이 없단다. 오히

려 남성화된 여교감은 종종 목도된다. 사실상 남성화된 모습이 아니고서 여성이 권력적 위치에

오르기란 쉽지 않으니 이 증언이 맞을 것이다. 현실에 없으니 그럼 이 캐릭터는 그냥 드라마의

설정일 뿐일까?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만 넘기기는 뭔가 석연치 않다. 문제는 이런 교감의 상

이 등장하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하는 점이다. 현실감 있는 존재이냐는 것보다 이것을 보면 문

득 드는 생각이 우리사회가 여성, 여교사를 규정하는 시선- 투정부리고, 자신이 해결 못하는 문

제는 남교사에게 의존하고, 동료교사와 학생에게 존중보다는 귀여움을 받는 존재 -과 닮아 있

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여교사, 이들은 정말 드라마 캐릭터처럼 어리고 여리고 투정쟁이인가. 단연코 아니라 답하실

분들이 많을 거라 본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한 거부감이 아니라 실제로 아니기 때문이다. 여교

사를 이렇게 보는 것은 성차별적 사고방식에 기인하는 것이다. 일테면 남교사에게 교직은 신성

한 성직이자 동시에 생존을 위한 직업이라면, 여교사는 비혼․기혼을 불문하고 자기계발․자아

실현이 일차적 목표고, 특수한 경우에 혹은 이차적인 목표로 ‘직업’으로 간주하는 차별적 시선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이 그냥 여성에 대한 일반화된 성차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교사 자신에게 여성으로서 차별을 경험하는 것도 물론 문제지만, 교육의 주체인 학생에게 그

리고 교육을 통한 이 사회의 비전에 영향을 주기에 더욱 더 문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새로운 교권을 고민하는 이 자리에서 남성의 얼굴을 한 교권에 대해 살펴보고, 지적하고,

여성의 얼굴을 한 교권이 보편적 교권이 될 수 있도록 들여다보고 고쳐보자.

1) 재밌는 것은 이 드라마에는 다른 두 모습의 여교사가 그려진다. 소녀같은 여교감과 남성화된 느낌의 여자체육교사. 그녀는

강하고 남성스럽다. 아이들을 제압할 때도 돌려차기가 주특기다. 그녀는 기혼이다. 가족들에 시달리며 더욱 강력한 카리스마

를 가지게 된 그녀. 철없는 아버지, 남편, 아이들... 그래서 생각해보니, 강한 아줌마 vs 애교스러운(거기에 노처녀 히스테리

를 가미한) 비혼여성. 우리 여성은 딱 이런 두 부류밖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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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보- 남학생에게 생활지도를 할 경우 남교사의 말은 바로 인정하면서 내 말은 수긍하지 않는 경우

- 평소 학생들이 ‘남교사’의 말을 더 잘 들을 때는 분노하다가 내가 속한 학년 담임의 구성에서 ‘남교사’가 많을 때

큰 학교 행사에서 실상 ‘남교사’의 역할이 크지 않음에도 의지하고 안도하는 내 스스로의 모습에서 한계를 볼 때

- 남자 아이들이 마치 샘은 모르는 우리 세계가 있지 하는 듯 공통의 웃음과 싸인을 주고 받을 때

- 남교사들 끼리만 뒷풀이 갈 때

- 남교사에 중요자리 넘길 때(이제야 인사위가 작동하여 이를 막지만)

- 남자반에서 수업할 때 학생들이 자기들 기분에 따라 조용히 하면서도 ‘내가 너 봐준다’ 느낌. 아님 무시하면서 떠

들고. 남자 회장만 못한 대접.

- 초임 때 커피 타라고 나이 많은 선배 교사가 눈짓을 주었을 때.

- 학생들이 더 편하게 대한다. 더 떠든다.

- 회의 구조에서 은근히 남교사 말을 더 듣는 남자 관리자들.

- 학생에게 문제가 있어서 학생 아버지가 오셨을 때 내가 ‘어린’ ‘여교사’라는 사실에 예민해진다.

- 회식자리에서 도우미도 아니고 원..

- 학교에 손님 오실 대 아주 당연히 차 한잔..

- 남교사의 등장만으로도 조용. 여잔 무시?

- 업무 분장시 체육은 남교사만. 부장은 남자 먼저. 여자가 승진은 뭐하러?

- 회식이나 술자리..(전임교에서..)

- 학부모와 함께하는 회식에서 학부모와 남교사들이 은근히 빨리 집에 가기를 바란다.

- 수련회 답사를 가야할 상황에서 “어떻게 1박 할 수 있겠어요?”

- 여교사 화장실 갈 때

- 일부러 ‘여교사’라고 느껴질만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 나를 볼 때

- ‘여교사’에 대한 차별적 행위들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할 때

- 초임 때 수업 끝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중3 남자아이가 따라 내려오면서 결혼 행진곡을 흥얼거렸던 기억(?)

- 회식 중에 아이들 식사 문제로 중간에 나와야 했을 때

- 아침에 화장하지 않고 출근하는 모습이 조금 쑥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 때

- 학교에서 재배한 채소류를 ‘여성’들에게만 나누어 줄 때

- 수업시간에 남자애들이 짖궂게 굴 때

- 여교사에 ‘젊은’ 여교사로 느껴질 때. ㅇㅇ선생도 이런 거 할 줄 알아?(내 거 타면서 한잔 드려요 했더니;;)

- 간혹 실수하거나, 양해 구할 때 늘상 형식 치레로..예쁘니까 봐줄게..;;; 젊은 처녀는 괜찮아 라는 말도 들어봤다.

<동료교사가 여교사로 보일 때>

- 명절 다가올 때

- 한숨 쉬는 여선생님을 보면서..

- 아들 과외 스케쥴 챙기는 여선생님을 보면서..

- 학생들 체벌할 때 살살 때리고 약하게

- 애들하고 남편 밥 차려주러 일찍 갈 때

- 립스틱 바르거나 화장할 때

- 여자 화장실로 들어갈 때

- 책상 못 옮길 때(무거워요)

- 반말 듣는 거 볼 때

- 이런 건 젊은 남자 샘이...

- 육아 부담 잘 안하는 남편 욕하면서도 육아에 대한 무한 책임감 또는 죄책감을 표현할 때

- 회식이나 술자리에서 집안 걱정(또는 아이걱정)하다 일찍(?)갈 때

- 운동회나 학교 행사 때 남교사만 남거나 일찍 오라고 할 때고 놀랄 때

- 먹을 거 챙겨 줄 때

- 남자라고 예뻐해 줄 때

< 출처 : 2008년도 겨울 교원인권감수성향상과정 직무연수 ‘좌충우돌 교사의 인권 내공 쌓기’中>

‘여학생/여교사의 눈으로 본 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한 교사들의 이야기 모음

2. 여교사의 눈으로 교권을 보려는 것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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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가부장적 권위주의 문화가 여교사의 교권(+학생권)을 침해하니까.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남성중심적 인식은 고스란히 학교공간에서 재현된다. 가부장적 통제

는 학교현장에서 교장, 교감의 권위주의와 부성적 통제의 형태로 나타나고(부천의 교장이 여교

사의 손바닥을 때린 사건을 떠올려보라), 사회를 관통하는 힘의 논리는 학생지도 시 교사의 강

력한 카리스마를 요구한다. 약간의 무력적(!) 카리스마가 동원될 때 훨씬 더 힘을 발휘하여 학

생을 다스릴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있다. 학부모가 남교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여교사를 바라

보는 시각차는 뚜렷하다. 은근슬쩍 실력에서도 의심하지만, 무엇보다 학생지도에서 자신의 자

식을 엄격히 관리해줄 사람으로 여교사는 불신임을 받는다. 남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시각은 두

려운 존재, 엄격하고 고매한 존재(중년의 남교사의 경우)로 간주하며 여교사에 대한 시각은 이

것과는 아주 상반된 시각이다. 그래서 대다수 학부모들은 남교사가 자신의 아이(특히 초등학생

일 경우) 담당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고 한다.

교권을 교사의 권위로 규정할 경우 여교사는 '권위없음‘을 대표하는 존재로 규정될 수 있다. 그

리고 이는 남성적 힘의 찬미로 이어지고, 곧이어 최근 교단의 여성화를 개탄하게 하며 남교사

의 필요성을 은근슬쩍 흘리고, 급기야 남교사 확보를 위한 교직의 양성평등목표제로 둔갑한다.

교권이 학생권과 만나야 하는 이유가 학생이 교육의 수동적 대상이 될 때 오직 교사의 지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그로써 인권이 침해되듯이, 교권이 여교사와 만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

한 남성중심사회가 만들어낸 남성적 힘의 논리를 교육에서 제거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② 가부장적 도덕률의 이중 잣대가 여교사의 교권을 침해하니까!!

가부장적 사회문화가 변화하지 않음이 여교사의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인권과 교육권을 침해하

고 들어온다. 가부장사회의 도덕률은 여성과 남성에게 이중의 잣대를 들이댄다. 도덕적인 것과

결부된 스캔들에서 여자연예인들은 오랜 시간 자숙과 반성(도대체 왜??)의 시간을 강요받는다.

여교사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더하다. 혹여 이혼이라도 하면 쉬쉬하고 숨겨야 한다. 교사

라는 직업이 현실관 무관하게 담론적으로 신성시 되어 있어서 교사의 사생활에 대한 도덕률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위가 요구되고, 더욱이 여교사의 경우는 “+여성”이라는 성별적 요인

때문에 전통적 도덕관에 의해 문제적 교사로 낙인이 찍힌다.

또한, 남성의 성적 욕망은 어디서나 실현되는 이 사회에서 성적 자유주의는 남성의 권리일 뿐

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는 교사들의 회식문화에서 여교사에게 은근히(때론 노골적으로!) 술잔

을 채울 것을 강요하고, 이것에 발끈하면 ‘동료간의 친근함 표시’에 과도한 히스테릭한 반응이

라고 여교사를 사회성 없는 인간으로 만들어버린다. 기억해보라. 여교사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

켜서 문제제기 당하자 자살한 교장 사건을. 그 교장은 왜 자살한 것일까. 그가 잘못을 뉘우쳐

서? 그럴 리는 없다. 그랬다면 가볍게 사과로 끝나도 될 일이다. 그를 자살로까지 몰고 간 것

은 수치심때문이 아닐까. 여교사를 폄훼한 태도에 대한 자신에 수치심이 아니라, 감히 그 정도

일(사실 이런 일은 이 사회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 보편적인 일이었던 행위였지. 오죽하면 ‘커

피카피코피’라는 노래까지 있을까)에 젊은 여교사에게 문제제기 당하고, 사과까지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그에겐 수치스러운 상황이었던 것은 아닐까. 곧이어 이어진 반응들이 이러한 심증

을 뒷받침 한다. ‘여교사가 과도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 안팎의 가부장적 문화를 옹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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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는 여교사의 인권을 침해하고 들어온다.

여성에 대한 섹슈얼리티의 통제가 여교사에게 왔을 때 학생지도에서 여교사의 운신의 폭을 협

소하게 한다. 이제 청소년의 연애와 성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공연하지만 ‘비밀’이어야 하

고, 특히 성(sex)의 문제는 순결교육의 연장선에서 더욱 감출 것을 강요받는 사이에 문제상황

에 놓인 학생들은 갈팡질팡 거린다. 그러나 여교사로서, 특히 비혼의 여교사로서 성적 고민에

대해서 지나치게 아는 체 할 수 없다. 특히나 순결주의로 멍든 여학생들에게 성적인 문제에 대

한 적극적 방어책인 피임법 등을 말하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다. 당장은 고마워해도 학생들

의 입을 통해 말이 전해지면 이 여교사는 사생활이 의심되는 사람으로 화제에 올라버린다. 시

대착오적인 순결담론도 문제이지만, 여교사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동되는 섹슈얼리티 통제는 시

민적 권리주체인 여교사의 개인 권리 침해일 뿐 아니라, 학생지도에 있어서도 여교사들의 발목

을 잡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부장적 문화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여교사의 인권향상이자 동시

에 교권과 학생권의 향상이다.

③ 성차별적 편견이 여교사의 평등한 직업의 권리를 제한하니까.

저희학교는 남교사를 책임감 있는 교사로 간주하는 경향이 내재화되어 여교사에 비해 남교사

를 큰 비중의 보직을 주는 경우가 많고....., 남교사의 근무성적평정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고 생각됩니다. 남교사의 비율이 낮다보니 몇 안되는 남교사의 발전을 위해 주변에서도 많이

뒷받침해주고 있는 분위기이며 여성보다는 남성이 중요한 위치에서 이끌어 가는 것이 합리적

이라는 생각들로 인해 인사 면에서 남성들에게 훨씬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경력

10년의 사립학교 여교사)

남교사와 여교사는 모두 교육을 담당하는 동일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교직 내에서

성별 분업 현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예컨대 남교사가 담당하기에 적합하거나 여교

사가 더 잘하는 업무가 있다는 인식이 교직 내에 흔히 공유되고 있다. 또한 기혼의 여교사의

경우 슈퍼우먼이 되길 강요하는 이 사회 구조내에서 가정의 일과 양립해야 하므로 대체로 근

무시간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선호하는데, 그로 인해 남교사가 근무시간 이외에 해야

하는 과외의 일을 맡거나 교외의 일, 단체 활동 지도를 담당하게 된다. 이어 여교사들은 직업

에 투철한 의식이 없다는 불평이 뒤따른다. 이로서 여성이 처한 사회적 불평등 조건은 지워지

고 오로지 여교사 자신의 문제가 된다. 때론 여교사 자신도 이를 내면화하여 남교사와의 역할

분담을 자신의 상황에서 그것이 배려로 여겨지므로 자신의 선택이나 양보로 생각하며 불평등

으로 인지하지 않는다. 물론 당사자 여교사에게 이런 상황이 때론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일반화되면 오직 개인의 문제로 남아서 가부장사회의 불평등이 가리워진다는 점이 문제다. 여

기서 끝나지 않고 남교사가 적은 상황에서 학교 행정가들은 남교사를 선호하게 되는데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지게 되면 더욱 문제다. 결국 이러한 양상이 남교사의 수가 월등히

적은 상황에서도 승진승급에 있어서 남교사의 절대적 우위상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교사의 직업은 부차적인 것이란 인식까지 결합되면, 스스로 승진의사를 접은 여교사야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승진승급을 위해 노력하는 여교사는 권리의 추구가 아닌 권력욕을 가진 약

간 비틀린 인물로 규정된다. 누구에게 당연한 권리가 여교사에게 오면 이기적 욕망이 되는 것

은 남성중심 사회의 이중 잣대가 씌운 또 하나의 멍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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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성차별적 조직문화는 학교조직에서 남성은 상위의 관리직, 여성은 하위의 관리대상

이라는 구도를 어린 학생들에게 암암리에 심어주게 되어 불평등한 성별분업을 당연시하는 의

식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여교사의 성평등한 지위와 권리의 요구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도 매

우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④ 성차별 인식이 여교사의 능력에 태클을 걸어오니까.

이 부분을 위해서 생각해 볼 것은 과연 성별에 따른 인성적 특성이 크게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생물학적 요인외에 인성적 차이가 본질적이라 생각지는 않지만, 사회적 영향하에 여성과 남성

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왕왕 있다. 문제는 다른점이 본질적이냐 아니냐보다, 왜 다르

다는 이유로 차별받는가에 있다. 임신, 출산 등의 생물학적 요인이외에도 인성적 특성, 가정에

서의 가사노동, 가족에 대한 책임 등의 요인에 의해 구분되는 성별분업 가운데 여교사보다 남

교사가 하는 일은 어렵고 부담이 큰 것으로 여겨지고 가시화되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반면, 여

교사 (모두는 아니지만) 우월하게 잘하는 일상적인 업무, 예컨대 학급관리, 방과 후 지도, 생활

습관지도, 숙제나 과제의 세밀한 지도, 학생 처벌의 감소들은 그다지 중요하게 평가되지 않는

다고 한다.(한국여성학, 2003)2) 직업적 능력과 헌신, 효율성이라는 면에서 여교사가 맡은 역할

은 높이 평가되지 않으며, 남교사가 맡은 일은 높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여교

사의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음악지도를 못하는 것보다 체육지도를 못하는 것은 더

문제가 되며, 부드럽고 상냥한 학생통제보다 엄격한 학생통제가 중요하며, 학습지도를 세밀히

하고 학급관리를 잘하는 것보다 대외적인 일을 잘 하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의 경우 여학생의 생활지도에 여려움이 있는 것은 문제시되지 않고 남학생의 생활지도가 제대

로 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되며 여교사의 불리한 영역만이 자꾸 부각되어진다. 또한 남교사

의 여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문제시되지 않고, 남학생의 생활지도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되며 여교사의 불리한 영역만이 자꾸 부각되어진다. 교사의 임무 중에 핵

심인 교육과정에서는 체육, 실과, 수리탐구 영역 등 일부 교과지도에서 여교사가 수적으로 적

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역을 잘하는 여교사가 없다는 식의 평가와 더불어 이를 교직의 여

성화의 문제로 부각시키곤 한다.

학부모들의 의식은 또 어떠한가? 남교사는 수업을 대강 진행하더라도 다소 이해하며 넘어가지

만 여교사가 수업기술이 미비하거나 교재연구를 꼼꼼히 하지 않았다면 이것을 크게 비난하거

나 질책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한국여성학, 2003) 이는 사회구조적인 의식의 문제로 남교사

는 실수와 태만을 용인하고 여교사에 대해서는 너무 엄격한 사회적 잣대와 기준을 적용하는

현상이다.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수업에 대해서조차 여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색안경을 낀 시

각차가 뚜렷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여교사의 교육권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뿐 아니라, 여교사 비중이 전체 교사 비중

의 과반수를 훌쩍 넘긴 지금의 상황에서 성차별적 편견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권의 확보는 교

권 자체의 확장에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3. 2020년 가상으로 생각해보는 학교의 모습

“이제 학교가 진정으로 여성화되었다. 2000년 초반에는 단지 여교사의 숫자가 늘었을 뿐이지

만, 이제는 정말 여성화된 학교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 구현되었다. 상상해보라. 어떤 모습일

2) “교직여성화에 따른 초등학교경영활동의 변화와 과제”, [한국여성학], 2003, 한국여성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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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앞서도 말했지만, 여성과 남성의 특질이 뚜렷이 구분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여성이 더 나은

특질을 가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여성적 요소로 길러져 온 것들이 있다

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그것이 또한 사회의 차별적 시선에 갇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왔던

현실이다. 일테면 학생지도 시 관계지향적인 여성적 특성이 아이들과 보다 밀접한 관계를 형성

하는 것은 저평가되고 강하지 못한 학생지도는 행정당국자 및 학부모의 불만의 대상이 되었다.

일부 학생들도 은연 중 이런 문화에 길들어 여교사를 얕잡아 보아왔다. 진정 여성화되었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번 같이 상상을 나래를 펼쳐보자..

위의 빈칸에 어떤 내용을 채울 수 있을까?

상상을 마치면 이제 현실로 구체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4. 성차별의식 재현의 장(場) “학교”에서 성평등한 교권 다시 쓰기 - 여교사 권리 선언을 작성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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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거리 : 참고자료 2

학교, 딱 걸렸다! - 젠더의 프리즘으로 학교 들여다보기

민진(인권교육센터 ‘들’)

여성 상위, 알파걸3) 시대에 ‘죽어가는 여성들’

“세상 참 좋아졌네.”

한나라당이 제 1야당이던 2004년, 박근혜 씨가 당대표 자리에 오르는 모

습을 보며 아버지께서 던진 말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라는 지

적도 있었지만, 국회의원을 포함한 여성 정치인의 수가 매우 적은 현실에

서 거대 야당의 당수로 여성이 선출된 것은 당시 놀라운 일이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는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서울대의 여학생 합격 비

율은 이제 40%를 넘어 매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고, 각종 국가고시 합격

자의 60% 이상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시대다. 혹자는 여성의 권익을 우

선시하는 여성부는 이제 제 역할을 다했다고 이야기 한다. 현 정권은 여성

의 입장에서 성평등 조치를 취하는 것은 되레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군 가산점제 부활 등을 서둘러 논의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암울한 표현은 은유이기도 하고, 은유가 아니기도 하다. 앞서 말한 ‘잘 나가

는 여성’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대다수의 ‘잘 나가지 못하는 여성’들은 또 다른 낙인으로 사회적 죽음

을 맞고 있다. 여성 리더 집단의 사회 진출과 약진은 환영할만한 현상이지만, 그것이 곧 모든 여성들의

인권 수준이 높아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취업난이 심각한 시기에 왜 여성이 먼저 비정규직으로의 전

환이나 해직을 권고 받게 되는지, 왜 여성은 항상 다이어트에 강박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등 여전히

유의미한 문제제기가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성공하는 여성들에 대한 다양한 통계들은 더 이상 여성들이

자신의 ‘실패’에 대해 ‘구조의 핑계’를 댈 수 없도록 불평등한 현실을 멋지게 포장한다.

은유가 아닌 죽음 또한 자주 목격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업데이트되는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 군포 연

쇄 성폭력/살인 사건, 제주 여교사 성폭력/살인 사건 등 불특정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은 일상을 살아

가는 여성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준다. 비단 물리적인 죽음이 아니더라도, 작년에 수차례 반복되었던 아동

성폭력 사건들에서부터 최근의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 사건까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거리, 가정, 사회

곳곳 모두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은 없다는 것을 여전히 확인시켜준다.

학교의 여성화?

학교 안 구석구석을 젠더4)의 프리즘으로 살펴보면 어떨까. 여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남학생들의 학업

3) 쉽게 말해 잘나가는 여성들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 미국 하버드대 아동심리학 교수 댄 킬들러가 처음 사용. 미국과 캐나다

의 15개 학교를 방문해 성적이 우수하고 리더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10대 소녀들을 인터뷰하고, 설문조사 했음. 모든

면에서 남학생들을 능가하는 소녀집단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들을 알파걸이라 명명했다. (정미숙, ‘청소년 성평등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늘푸른여성지원센터 2007 10대여성 성평등 포럼 자료집” 발표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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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삼종지도를 지켜야 한다고 현모양처의 부덕을 게거품을 흘리며 강연할 때마다 저는 이렇게 생

각하였습니다. "놈팽이 영감이 사람깨나 죽였다. 네 손에서 해마다 오십 명씩 졸업시킨다 하자. 그리

고 네가 이십년 동안만 선생 노릇을 하였다 하자. 그러면 천명이라는 여성은 나날이 교육기계의 희

생이 되겠구나. … 그렇게 여성의 천진天眞을, 여성의 인간성을 제약하여 남성들의 완구, 씨통으로

만드느라고 현모양처라는 미명 아래 제 모습 닮은 양아들처럼 주형에 부을 용액으로 되게 하느라고

죽을 애를 쓰는구나. … 너는 살생자의 선수로 교장이라는 직함을 갖게 되었나. 끔찍도 하다. 수천의

여자를 죽인 살인범이 백주에 횡행하다니"하고 그 떠드는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아니하였습니다.

- 화중선(시사평론 1923년 3월호)

여학생이 늘어가고 졸업생이 많아 가는데도 왜 여성의 대부분은 점점 쇠멸의 구렁으로 기어 들어가

는가. … 대부분의 여성이 자신을 포기하면서 살거나, 그렇지 않고 자아를 강경히 살리려고 할 것 같

으면 그 여성은 자살의 길을 취하는 수밖에 없다.

- 허정숙(여성의 도태)

성취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초등학교 교사의 70%가 여성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불리한 남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따로 산출하자는 학부모나 교사의 의견도 들리고, 남학

생들의 여성화가 우려되니 남교사 할당제를 실시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학교가 여학생과 여교사의 약진

을 그리 달가워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남학생들의 성적 우세는 당연시 되고, 여학생들이 남교사들에

게 배우는 것에 대해 남성화를 염려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점과 상당히 대조적이다.5) 또한 학교 안의

여성들 중 누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문제의 초점이 달라지기도 한다. 계층적 차이, 가족형태의 차이,

인종의 차이, 장애 유무의 차이, 성적 선호의 차이 등 젠더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여성들은 서로 다른 학교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차이는 대개 차별로 이어진다.

여학생과 여교사가 늘어났다고 자연스럽게 그 공간이 ‘여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성별 고정관념을 담은

교과서 삽화 수정이나, 여학생의 바지 교복 도입 등 차별을 시정하는 몇몇 조치들이 추가되고 있기는 하

지만, 그 바탕에 깔려있는 남성 중심적 가치와 규범 자체에 대한 검토는 미비하다. 성평등한 학교란 무엇

인지, 어떠한 변화를 말하는 것인지 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보는 일이 선

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학생은 모두 ‘한국의 힐러리’가 돼야 한다고 믿으며, 여교사를 ‘일등 신부감’으로 위

치 짓는 것은 누구인가, 누구의 시선인가. 이것을 뒤집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여학생의 눈으로 본 학교

1. 여성은 여성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 - 성별 규범 및 고정된 성역할의 학습

위의 두 인용문은 80여 년 전 근대교육을 받았던 화중선과 허정숙이 쓴 글이다. 일제 식민지 시기

0.58%의 여성만이 근대 교육의 수혜자가 될 수 있었던 조건을 생각하면 두 여성은 행운아였을지도 모르

겠다. 그러나 학교 교육에 대한 그녀들의 빛나는 성찰을 살펴보면 그녀들을 비롯한 여학생들의 학교생활

이 즐거움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님을 볼 수 있다. 근대 국가 주도의 공교육은 여성도 공적인 영역에서 교

육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지만 어디까지나 젠더 재생산 기능에 충실한 교육을 수행했다. 여성이 가

4) 생물학적인 성(sex)과 구분하기 위해 쓰는 용어.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을 의미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여성 혹은 남성적

특징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학습을 통해 문화적으로 여성성/남성성을 획득함을 의미.

5) 고정갑희, ‘학교․가족․시장의 공조체제- 여성주의 시각에서 본 교육’, 여성이론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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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물건은 남학생이 들고, 환경 미화는 여학생 몫으로 돌아가는 모습/ 수능이 끝나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메이크업 교육이 이루어지는 모습/ ‘30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 ‘여성은 여

성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 류의 급훈들/ 여학생은 치마 속에 체육복을 입고 다니면 혼나는 일/ 여학

생 반이 지저분하면 “여자애들이 이렇게 주변 정리를 못해서, 나중에 어떻게 시집가려고.”와 같은 훈

계를 듣게 되는 일/ 여학생 간부들을 대상으로 신사임당 교육원에서 특별 교육이 이루어지는 일7)

족을 위한 감정 노동자, 가사노동자, 재생산 노동자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의 목표였다. 이 틀에

서 벗어나는 여성은 “조행점(행실점수)”이 영점이라는 이유로 어머니, 오빠, 외숙 등에게 “시집 못갈 년,

가문 망칠 년 하면서 죽인다 살린다 들볶임”을 당해야 했다.

이러한 교육의 관행은 최근까지도 이어져왔다. 노골적으로 교육목표와 교과 과목을 성별화하여 분리 교

육을 시행했다. 여학생은 가사, 남학생은 기술 과목을 학습했던 것이 대표적이었는데, 이는 대학의 전공과

목 선택의 성별화와 연결되었다.6) 여학교와 남학교의 분리, 또는 여남 학급의 분리는 여학생은 여자답게

남학생은 남자답게 교육하는 것을 용이하게 했다. 점차 남녀 공학 학교 및 통합 학급 운영이 늘어나고 있

긴 하지만, 여전히 학교와 교실에서는 눈에 드러나는 또는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성별 규범 학습이 이

루어지고 있다.

남성과 여성은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가정이나 사회에서 다른 역할을 맡는 것이 자연스럽다

는 성별 고정관념은 우리의 의식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혀 있다. 여기에 각종 영화, TV, 쇼프로 등 매스

컴이 주도하는 ‘소녀 만들기’는 소비자본주의 시대에 특정 유형의 모습으로 자신을 구성하도록 여학생들

을 자극한다. 예쁘고, 날씬하며, 남자의 보호를 받는 여성 캐릭터들의 향연은 여학생(10대 여성)들로 하여

금 다이어트에 집착하고 외모 가꾸기에 몰입하도록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보다,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

에 따라 자신의 욕망을 구성하는 것이다.

‘30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 ‘여자애들이 이렇게 주변 정리를 못해서, 나중에 어떻게 시

집가려고’ 등은 여학생들의 위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언어다. 여학생들은 여성이면서, 동시에 배움의 과정

에 있는 학생이다. 학교에서 학업에 대한 강조는 성별과 관계없이 주되게 이루어지지만 그것이 ‘여성’과

연결될 때 자신의 성공을 위한 학업 수행이 아닌 좋은 남편을 만나기 위한, 또는 시집을 잘 가기 위한 수

단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주변 정리를 못하는 것이 특히 여학생들에게 흠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결혼 후

의 가사 노동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잠재적 교육은 여학생들이 자신의 생애주기에 결혼을 포함시

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품게 하고, 결혼 후에도 남성에 대해 보조하고 가사 노동을 전담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임을 받아들이게 한다.

2. 임윤지당을 아시나요? -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겪는 여성 소외

성별 분업을 전제하는 교육은 교과서를 비롯한 정규 교육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교과서 내용에 여성 위인

은 거의 없으며, 교과서 삽화에서 정치, 경제를 비롯한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남자로 집안일을 하

고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은 여자로 재현됨은 잘 알려진 사례다. 역사책의 주인공은 남성이고, 여성은 용

감하고 지혜로운 자민족 남성들에 의해 보호를 받거나, 이민족 남성들에 의해 정신적/육체적 약탈을 경험

6) 고정갑희 글. 1995년에 가정과 기술이 한 과목으로 통합되었다. 그 이전의 상황을 말함.

7)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여성주의 팀 세미나에서 나왔던 예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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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철학(도덕, 윤리) 시간에도 율곡 이이와 퇴계 이황은 배우지

만 18세기 ‘성인과 범인이 본래 같은 성품을 타고났다’며 난해한

유교 경전을 재해석하고 이기심성설에 통달했던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에 대해서는 접하지 못한다. 학생들에게 교과서는 중립적

인 지식을 줄 것이라 기대되며, 거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지식처

럼 학습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

체육시간을 떠올려 봐도 마찬가지다. 운동장은 대부분 남학생들

의 차지가 된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의 경기를 보며 박수를 치거

나, 구석에 모여 수다를 떤다. 남학생들이 격하게 몸을 부딪치며

축구를 할 때, 여학생들은 더 좁은 공간을 필요로 하고 움직임이

적은 피구를 한다. 좀 더 활동적인 운동을 하고 싶은 여학생들은

상황과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음을 깨닫고, 점차 자신의 욕구를 접

게 된다. “여학생들은 축구 같은 것 시키면 싫어해, 자기들끼리 수

다 떠는 걸 좋아하지”라는 생각은 그녀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삭제한 현상적인 판단이다. 여학생들의

생활주기와 신체조건의 차이를 반영한 그에 걸맞은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교과 자체에서의 소외도 발생한다. 고등학교에서 여학생은 다수가 문과를, 남학생은 다수가 이과를 선택

한다. 문/이과 선택을 개별적인 선호도에 따른 진로 선택이라고 보기에는 젠더적 구분이 뚜렷하다. 여학

생들은 수학이나 과학에 소질이 없다는 전통적인 편견이 젠더에 따른 진로 선택을 하는데 영향을 주기도

하고, 여학생과 남학생에 대한 진로 지도가 다르고 각각에 대한 기대감 역시 다르다는 것 또한 주된 요인

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교육 기회의 제한으로 이어지며, 여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에서 더 멀어지는 악순환

이 반복된다. 이공계 교과에서 여학생들이 소외되는 문제는 이후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직종 분리와도 연

관된다. 국내 과학 기술 인력 가운데 여성은 2003년 전체의 11.4%, 2004년에는 12%에 그쳤다.8) 이공계

에 진출하더라도, 이공계 내부에 존재하는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과도한 노동시간 때문에 중도에 이탈하

는 여성들이 많다. 과도한 노동시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가사와 직업을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직

업이 있는 여성이어도 가사 노동의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이공계 업종의 경우 여성의 중도

이탈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명백한 차별이다. 불가능은 없고, 모든 꿈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표어는 능력이 뛰어난 몇몇에게만 결과적으로 유효한 말이다. 불평등한 사회

적 여건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대다수 여학생들은 자신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들을 점점 선택지에서

지워 나가며 주어진 역할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질 것이다.

3. ‘소녀’에서 ‘걸레’까지 - 여학생의 성(性)을 둘러싼 괴담

청소년의 성(性)은 사회의 금기로 취급되어 왔다. 여러 학교에서 종종 학생들의 연애를 금지하거나 성적

행위를 규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지나친 애정행각”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하며 키스나 포옹

도 지나치다고 이야기 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성은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닌 “건전한 이성교제”, “자제

력을 갖춘 만남” 등 안하면 좋고, 하더라도 매우 조심해야 할 어떤 것으로 그려진다. 중학교 도덕 교과서

의 친구 및 이성 간의 예절 단원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9)을 봐도 우정을 넘어서는 사랑/성애는 위험한 것

8) YTN 뉴스 2005-08-29

9) “이성친구를 대할 때에는 언행이나 옷차림에 주의를 하고, 건전한 만남이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알려지고 그 속에서 같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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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간주된다.

[출처: 언니네 채널넷 88호 교육지책 ‘다시쓰는 교과서’]

10대의 임신, 성매매, 성폭력 등 현실적인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학교 성교육은 “순결에서 피임”으로 중

심이 이동하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보통 일 년에 한 시간 정도 할애될 뿐이고, 교육의 내용도 대부분 단

편적인 생물학적 지식이나 피임 지식을 알려주는 것에 그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런 현실에서

학교 성교육에 이성애 권력과 성별 규범에 대한 문제제기가 포함되길 바라는 것은 매우 이상적인 제안인

듯 보인다.

청소년의 성에 대한 통제가 여학생/ 남학생에게 적용되는 방식 또한 차이가 있다. ‘급진적인’ 인상을 주

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구성애 씨의 성교육을 봐도 남학생의 성욕은 인정하지만, 여학생의 성욕은 언

급되지 않는다. 여전히 일부 학교에서는 순결 서약을 행하고 순결 사탕을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남학

생에게 관심을 갖거나/받는 여학생은 ‘밝힌다’는 평가를 듣고, 반대의 경우 남학생은 ‘인기가 많다’는 평을

듣는다. 섹스한 여학생은 ‘걸레’ 등등의 악소문에 시달려야 하고, 정학 등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지만 섹스

한 남학생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우상이 되고, 정학과 같은 처벌을 받는 경우가 없다. 함께 나눈 성에 대

해서는 동등한 책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함에도, 10대 비혼모에 대한 비난만이 쏟아질 뿐 10대 비혼

부의 존재는 가시화되지 않는다.

사회에서 여성의 성은 관리의 대상이다. 생식기능을 전제한 합법적 성관계, 즉 배우자와의 성관계를 제

외한 여성의 성적 욕망과 경험은 통제된다. 여학생/10대 여성에 대한 통제도 이와의 연장선상에서 있다.

학교 성교육은 여학생다운 여학생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다. 합법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성적 실천- 동성

애, 비혼, 결혼과 분리된 성경험 등-은 부정적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 간주되고, 이러한 실천을 한 여성은

‘나쁜 여성’이라는 위계 의식을 갖게 한다. 성에 대해 무지한, 또는 순진한, 또는 아예 무성적인 존재로서

‘소녀’10)의 이미지가 강조되고 이 틀에서 벗어나는 여학생은 ‘걸레’가 된다.

성적 자기결정권 자체가 낯설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 타인을 사랑하고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의 친구와 다를 바 없는 우정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10) 소녀 이미지는 사회적으로 이중적 의미를 갖는데, 위에서 말한 순결의 이미지를 갖기도 하지만, ‘영계’라는 유행어에서 볼

수 있듯 남성들에게 묘한 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전자의 의미를 강조해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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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서 여/남학생 간의 연애는 말 그대로 위험해 질 수 있다. 비청소년의 연애, 부부 관계에서도 여성

들의 일방적인 감정노동이나 남성에 의한 데이트 성폭력이 비일비재한 것처럼 10대들의 연애도 마찬가지

다. 이 모든 문제들을 성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성교육이 섹스/피임

으로 환원되지 않는 수많은 관계의 문제를 조망해야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4. “딸 같아서 그런 거지.” “그냥 장난친 건데” - 남교사, 남학생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성희롱/성폭력은 여성이 불쾌함을 느끼는 모든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의미한다. 영화 여고괴담

에 나오는 ‘미친개’ 선생처럼 노골적으로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남교사도 있고, 브래지어 검사를 한

다는 이유로 여학생들의 등을 훑는 남교사11)들도 많이 있다. 필자도 중학교 시절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아빠처럼 생각하라던 선생의 말을 떠올리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수업 중에 남교사와 남학생들

사이에 오가는 성적인 농담도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남학생들이 특정 여학생을 못생겼다거나 몸집이 크다

고 놀리는 일, 가슴을 만지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 일, 학기 초만 되면 같은 학급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

가하고 점수 매기는 일 등 학교 안에서 성희롱/성폭력은 일상적으로 행해진다.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학교 안 성희롱/성폭력 또한 신체적 폭력 중심으로 규정된다. 그나마 성폭력 사

건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알리고 문제 삼았던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언어폭력이

나 정신적인 폭력 등 더 빈번하고 일상화된 폭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사건

이 발생하는 경우,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로 성급히 봉합하고 덮어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작년에 매스컴을 많이 탔던 대구 초등생 성폭력 사건과 같은 경우도, 피해학생이나 재학 중인 학생들의

정신적 상해를 보듬고 치유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성급히 사태를 진정시키고 학교를 ‘정상화’시키려는 모

습이 역력했다.

반복되는 성희롱/성폭력 사건들이 문제로 붉어지긴 하지만, 매번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이

를 가해자 개인의 부덕함이나 실수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엄연히 성차별적인 성별 규범과 문화,

여성-남성 연소자- 연장자 상사-부하직원 등의 위계화된 권력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임에도 가해자에

대한 경미한 처벌로 사건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여교사를 성희롱했던 충북지역 학교장이 정직 1개월 후

쉽게 다른 학교로 발령받은 것, 자신을 놀리는 남학생을 신고하면 “그냥 애들끼리 장난인데” 식으로 반응

하는 것 등은 모두 이러한 인식과 연결된다. 폭력이 일어난 배경을 살피지 않고, 피해자를 예민한 사람으

로 치부해 버리면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재수 없어서 걸린 일”에 불과하게 돼버린다.

5. 남학생은 머리가 짧아야, 여학생은 머리가 적당히 길어야 단정하다. - 남녀분할 통제

두발 규제와 체벌은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학교 규율이다. 규율이면 모든 학생에게 같은 기준

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 같지만, 여학생과 남학생에 대한 관리는 별도로 이루어진다. 두발의 경우 남학생

과 여학생의 길이 기준부터가 다르다. 남학생은 짧은 머리가, 여학생은 단발 이상의 길이가 학생다운 머

리 스타일이라는 것. 두발 제한은 학생들의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기능이 수행되는

방식은 성별에 의존한다. 마치 교복처럼, 외모에서 남녀 구분을 뚜렷하게 하고 여자다운 모습과 남자다운

11) 여교사가 브래지어 검사를 하는 것은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브래지어를 꼭 착용해야하는가의 문제부터, 학생의 몸에 교

사가 동의 없이 손을 대도 괜찮은 것인가 등 또 다른 맥락들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성별 권력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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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청소년 생생리포트 1318 바이러스]

모습이 다름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

또한 두발과 체벌이 강요되는 정도 또한 여학생과 남학생 사이에 차이를 둔다. 이것에 대한 논의는 조심

스러울 필요가 있는데, 자칫 남학생 여학생 모두에게 차별 없이 빡센 규정을 적용해야한다는 이야기로 들

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학교가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규율을 유지하는가에 있다. 남학

생들로 하여금 ‘여자애들은 봐준다’는 식의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두발/체벌 자체에 대한 분노의 화살을

여학생들에게 돌리는 효과를 낳기도 하고 여학생들로 하여금 ‘우리는 그렇게 빡세게 잡지 않으니까’라고

생각해 두발/체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거두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문제는 두발/체벌 자체인데, 여학생

과 남학생 사이의 적대를 이용해 본질적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봐줘야 하는 존재’라는 뉘

앙스 자체에서도 동등한 존재가 아닌 뭔가 부족하기 때문에 열외의 대상이 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

다.

6.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여학생들 - 젠더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여학생들의 위치

학업 성적이 절대시되는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일부 여학생들은 젠더의 차별을 넘어 성공적인 학교생활

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남성 국회의원들에게 빈번하게 성희롱 발언을 듣는 것

처럼, 공부 잘하는 여학생들도 젠더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상당히 높은 지위를 인정받고 학

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성별 권력은 혼자서 작동하지 않는다. 이는 빈곤, 성소수성, 장애, 인종 등 다양한 소수성과 결합하여 차

별을 낳는다. 위에서 진행했던 논의의 가장 큰 한계는 여학생들을 동일한 집단으로 상정하고 학교 안의

차별들을 열거했다는 점이다. 공부 잘하는 여학생, 공부 못하는 여학생, 잘사는 여학생, 가난한 여학생, 이

성애자 여학생, 동성애자 여학생 등등 여학생들의 위치는 다양하고, 그들은 서로 다른 학교를 경험한다.

공부 잘하는 여학생의 존재는 공부 못하는 여학생으로 하여금 “왜 너는 이렇게 되지 못하냐”는 식의 비난

을 듣게 하고,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날씬한 여학생과 비교해 뚱뚱한 자신의 몸을 비관하는 여학생도 많

이 있다. 여학생들 내부에서도 경합이 벌어지는 것이다. 아니, 왜 그러한 경합을 벌여야하는지 문제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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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회적 조건)를 보지 못하는 이상 자신의 괴로움의 원인을 자신 보다 많은 자원을 가진 여성에게서 찾

고, 그녀들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교사의 눈으로 본 학교

1. 일등 신부감, 가사와 직업을 병행하는 슈퍼우먼? - 여교사에 대한 이중 착취

여학생들 장래희망 조사에서 수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직업은

교사다.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취업이 어려워지자 철밥통에 방학까

지 보장되는 교사라는 직업은 안정성에 있어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여교사의 지위는 막강한데, 나경원 의원의 “1등 신부

감은 예쁜 여교사, 2등 신부감은 못생긴 여교사...” 발언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교사를 신부감으로 쟁취한 남성은 커다란 ‘보험’ 하나

쟁여 놓은 것과 같다는 말이다.

여기까지가 ‘보여지는’ 여교사의 모습이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들보다는 확실히 안정적인 보수가 보장되는 것은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여느 정규직 직종이 가진 공통적인 장점이다.

게다가 남교사 역시 안정적인 보수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

들을 “1등 신랑감”으로 추앙하지 않는다. 여교사가 직업적으로 높

은 평가를 받을 때는 결혼과 육아와 관련성을 맺는 경우이며, 여기

서 말하는 여교사 속에 비정규직인 기간제 여교사는 포함되지 않

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의 노동은 항상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가사노동은 아예 무불 노동이고, 여성 평균 임금은

남성 임금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가족의 주소득은 가장인 아버지가 벌어온다는 전제하에 임금에서의

성별 격차는 합리화 되었다. 여성의 빈곤을 바라보는 시선도 “여자는 시집가면 되니까” 수준에서 벗어나

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지위의 다른 직업보다 교사의 월급이 적다는 인식 속에서도 여교사가 인기 있는

것은 그녀들의 수입은 남편 수입에 대한 보조적인 수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학교에 남교사 수가 적은

것은 가족 전체의 생계를 부양하는데 교사의 월급이 적다고 판단한 남성들의 선택의 결과다.12)

여교사가 추앙받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어오면서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 가사/육아를 전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혼한 여교사들이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남교사들

이 퇴근 후 모여 술 한 잔 하는 모습과 사뭇 대조된다. 회식 중에도 안절부절 시계를 계속 쳐다보게 되는

것은 집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교사에게 시간의 여유는 다양한 연수와 교육, 연

구, 승진 등을 포기한 대가로 겨우 얻어지는 것이다. 학교에서 부장 직을 맡거나, 주요한 업무를 분장할

때 남교사가 우선 그것들을 담당한다. 이는 가정을 돌봐야하는 여교사를 ‘배려한’ 업무 분담처럼 보이고,

실제로 여교사들이 남교사들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추천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는 가사노동의 부담

12) 그렇기에 남교사 할당제 논의는 타당성이 없다. 할당제는 적극적으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인데, 남성들이 교사라는

직업에 진입하는데 구조적 불평등이 작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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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명백히 문제적 현상이다. 직장에서 설정하고 있는 노동자

개념은 아이나 노인을 돌볼 책임이 없고, 자기 일상을 챙겨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사람, 즉 남성을 말

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여성은 ‘불완전한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고, 업무 수행 능력이나 집중도가 떨

어진다는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여교사의 비율이 74%에 이르지만, 여교장의 비율은 11.3%

에 머무른다는 통계13)를 봐도 승진 체계에서 여교사가 간접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업무 시간이 늘어나는 중,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여교사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 또한 ‘배우자감으로서 여

교사 선호’라는 언어가 여성에 대한 안팎의 착취를 은폐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2. 학교는 또 하나의 커다란 가족 - 가부장제화 되어있는 학교 구조

2년 전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한 적이 있었다. 출근한 첫 날부터 가슴을 덜컹하게 하는 현수

막을 발견했는데, 본 교무실 중앙에 떡하니 “나는 학생들을 내 아들, 딸과 같이 사랑한다.”는 문구가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직원 조회 시 오른손을 들고 이 선서를 해야 할 때마다 나는 멀뚱멀뚱 주변을 구경할

뿐 도저히 동참할 수 없었다. 이 문구에서의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일단, 학교 구성원을 가족 구성원에 빗대는 것, 선생은 부모고 학생은 아들, 딸이라는 구도는 비혼인 나

와 같은 여교사에게는 매우 어색한 비유다. 자식을 길러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학생을 교육할 자격이 부

족하다는 느낌을 은근히 심어주는 듯하다. 또한 모든 부모가 아들, 딸을 사랑하진 않으며, 그 사랑이란 감

정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부모는 사랑이라고 외쳐도 아들, 딸들은 그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은 거부하지만, 교사들은 ‘사랑의 매’란 이름으로 체벌을 가하기도 하는 것처럼. 교사는 직업이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은 공적인 일임에도 그 행위가 사적인 사랑으로 표현되는 것은 대부분의 교사가 여

성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집에서 여성이 하는 집안일이 분명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가족

에 대한 사랑으로 치환해 버리는 것처럼. ‘여교사’라는 존재를 통해 학교와 가족은 이렇듯 연결된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아들답게, 딸답게, 남학생답게, 여학생답게 교육하라는 의미도 엿보인다. 가족과 학교는 그

방식은 다르지만 성별 고정관념이 학습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맡고 있는 역할에 따라 각각 가족 구성원에 빗대볼 수도 있다. 교장과 교감은 가족 전

체의 규범을 유지하는 시아버지, 시어머니의 역할을, 학생부장 교사는 가족 내 규율을 엄히 다스리는 엄

격한 아버지의 역할을, 담임교사는 때로는 엄하고 때로는 다독이는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미 학교 구조 자체가 가부장제화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뒤흔들지 않으면 여교사가 아무리

늘어나도 남성이 맡아오던 역할을 대신하게 될 뿐 학교 공간이 좀 더 ‘여성적으로’ 자연히 변화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의 여성화를 걱정하며, 남교사 할당제 도입을 주장하던 사람들에겐 안도할 만

한 일일 수도 있겠다.

3. 감당하기 어려운 남학생들 - 남학생과 여교사의 역학

교사와 학생 사이의 권력 관계만을 고려해 보면, 교사가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여교사와 남학생

의 경우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피곤해 보이는 여교사에게 “선생님 어젯밤에 힘 드셨나봐요.” 라는 농

13) 아시아경제 신문, 200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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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 가만히 앉아 있는 남교사 동료에게 차를 타주고 있는

내 모습, 처음에는 내 것 타는 김에 동료 교사의 커피도 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매번 이런 패턴이 반복되자 짜증이 나기도 한다. 새로운

학교에 부임하자 학생, 동료 교사할 것 없이 내가 결혼을 했는지, 남

편의 직업은 무엇인지 등에 관심을 보인다. 왜 내가 아닌 내 남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걸까. 나의 많은 특징들 중 왜 결혼 유무가 중요

한 비중으로 이야기 되는 걸까.

담을 던지며 킬킬거리는 남학생들... ‘몽정기’ 등 남학생들의 학창 시절을 다룬 영화들이 남성 관객들에게

과거의 재밌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여교사의 치마를 들여다보고 화장실을 몰래 엿

보는 등의 행위는 명백한 성폭력이다. 여교사/교생은 줄곧 남학생들에게 성적인 존재로 형상화 되는데,

이는 여학생들이 남교사를 좋아하는 것과 구분된다. ‘내 마음의 풍금’과 같은 영화를 봐도 여학생들이 남

교사를 좋아하는 것은 동경에 가깝다. 쉽게 말해 여학생들은 남교사와의 섹스를 상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학생들은 여교사/교생과의 성적인 접촉과 섹스를 상상하고 흥분을 느낀다. 남성의 성욕은 왕성해 통제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남성의 성적 욕망은 일찍부터 주체로서 구성되기 때문에 가

능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성적 주체로서 남학생은 여교사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그것을 즐긴다. 남학

생들이 자신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는 여교사들의 걱정에서 성별 권력을 읽

어낼 수 있다.

4. 어느새 커피를 타고 있는 나 - 세세한 일상 속에서 보이는 성별 분업과 성희롱

한 초등학교 여교사는 이러한 순간이 자신이 교사가 아닌 여교사로 느

껴지는 때라고 말한다. 커피 타기의 문제는 성별 분업이기 보다는 동료

에 대한 배려다,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며 살아야 하나 등 현상에 대한 분

석은 다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왜 이런 고민들이 남교사가 아닌 여교사

들에 의해 주로 행해지는지를, 왜 여교사는 순간순간 자신의 성별을 인지하며 살아야하는지를 생각해 보

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회식 자리 술자리 문화의 남성 중심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다. 자리 앉

기에서부터 새로 온 여교사를 남자 교장이나 교감 옆자리에 앉히는 등 여교사를 술자리의 ‘꽃’처럼 여기

는 행동은 끊이지 않는다. 은근슬쩍 야한 농담을 섞기도 하고 술을 따르라며 손목을 잡는 일도 있다. 마

시고 싶지 않은 술을 억지로 들이켜야 할 때도 많아진다. 어깨나 무릎 위를 툭툭 치기도 하며 별로 달갑

지 않은 친분(?)을 과시하는 사람도 생긴다. 자리를 뜨고 싶어 해서 몰래 술자리를 빠져나가는 선생님들

은 어김없이 팔이나 어깨를 잡힌 채 이끌려온다.14) 싫어도 싫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은 내

일 또 봐야 하는 직장 상사이자, 동료이기 때문이다. 명백한 성희롱이 술자리 예의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

런 문화에 익숙한 남교사들에겐 즐거운 술자리일지 몰라도, 원치 않아도 브루스 타임에 교장 손을 잡고

나가야 하는 여교사에게 회식은 고달픈 자리이다.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상상력

14) 여성주의 저널 일다 200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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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육 과정의 변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비대해진 국, 영, 수 입시 과목 수업을 줄이고 학생들의 삶의

철학과 기술을 가르치는 내용- 자기 존중과 의사소통, 성차별과 폭력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교육 등-을

포함시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남성 편향적인’ 교과 수업을 여성주의적으로 재구성해 볼 수도 있다. 여

성들의 인생이야기가 담긴 역사 수업이나 여성 철학사 등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1.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실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실 많은 전제들이 필요하다. 일단 학교 의

사결정 과정의 변화가 필요한데 지금과 같이 교육청- 교장- 교사- 학생으로 내려오는 수직적, 일방적 의

사소통 구조로는 주어진 교육 과정을 그대로 따르는 교육만이 가능하다. 식상한 말이지만 교사, 학생, 학

부모 간의 의사소통과 의사결정권 확보가 중요하다. 이들의 적극적 참여와 민주적인 결정이 가능했다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차별 상당수에 대한 대책을 보다 빨리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3. 학교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화장실 체류시간이 더 긴 여학생의 화장실을 남학생 화장

실 보다 늘리는 것, 여교사- 여학생 휴게실, 편리하고 쾌적한 보건실, 생리하는 여성을 위한 온돌방을 마

련하는 것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열악한 학교 현실을 생각하면 이러한 시설의 확보는 아득하

게 느껴지지만, 어떠한 변화도 제 발로 찾아오진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며 직접 요구의 수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 공간을 재구성한다고 했을 때 그 범위가 여학생과 여교사의 생활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

니다. 예를 들어 급식실의 운영에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학교의 급식실은 어머니들의

봉사를 가장한 무급 노동으로 운영된다. 서울시는 여행(여성행복) 프로젝트를 통해 급식 도우미로 60세

이상의 여성 노인들을 고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월급은 한 달에

고작 20만원이다. 가뜩이나 노동시장에서 소외되어 있는 여성 노인들의 열악한 조건을 국가가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학교 안의 여성 노동권 문제는 여교사의 노동권과도 연관되며, 앞으로 여학생들의

사회 진출 후 노동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이러한 부분들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4. 학교 안에서의 성평등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업 성적과 같이 남학생들이 전취하던 기

준들을 여학생들 또한 획득하면 평등해지는 것인가? 학생은 학업 수행을 잘해야 하고, 경쟁에서 성공해야

만 인정받을 수 있는 현행 학교의 평가 기준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소수의 뛰어난 여학생만이 아슬아슬

한 평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여학생들을 어떻게 주류 사회에 잘 편입시킬 것인가를 고민할

경우, 여성 리더쉽 교육 등 우수한 여학생을 대상으로한 정책들만을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학생들에 대

한 지원은 이미 젠더에 구분 없이 국가에 의해 보장되고 있다. 어떠한 여학생들을 살피고, 역량 강화를

도와야할지 되짚어 봐야한다.

5. 변화의 집단으로서 남학생을 상정하고 이들을 재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평등의 문제는 주로 여

성들과 관련된 어떤 조치로 환원되는 경향이 있는데, 남성들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 그 방향성과 규범

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시작해야 한다. 관계성 증진, 타인에 대한 배려 등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이 기획

되어야한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권력 집중적이고, 공격적이다’와 같은 특징은 그간 남학생들이

받아왔던 성공 중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회화와 연관이 깊다. 또래 집단 형성 방식이나 놀이 문화 등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야 한다.

6. 2000년부터 일부 학교에서 시작된 여학생의 바지 교복 도입과 2006년부터 시행된 생리 공결제는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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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부의 대표적인 성평등 조치다. 그러나 바지 교복을 입는 여학생을 거의 볼 수 없고, 생리 공결제를 이

용하는 여학생들이 별로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별 시행 조치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형

식적 조치의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동등한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조건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여학생의 교복이 치마 교복에 맞춰 디자인되기 때문에 바지 교복을 선택할 경우 ‘어색한

코디’가 연출된다. 생리 공결제15)도 마찬가지인데, 일상적인 성(평등)교육을 통해 여학생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 환경을 변화시키지 않는 이상 무용지물의 조치에 불과하다. ‘생리’라

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는 여학생이 교사와 급우들 앞에서 자신이 생리중임을 공개하는 모

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입시 경쟁과 내신 성적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수

업에 빠지는 손해를 감수하며 자신의 결석권을 활용할 여학생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교육부와 학교는 구

색 갖추기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7. 가정과 지역 사회의 연계 역시 중요하다. 2004년 서울시가 ‘왕비간택재현의식 재현행사’에 참여할 여

학생들을 뽑는데 ‘미인대회’와 다름없는 외모 기준으로 자격을 따져 여성 단체들로부터 행사 중단 비판을

받았던 적이 있다. 삶과 배움이 함께 가야 하는 것처럼, 학교의 변화와 여학생들의 삶의 공간인 지역 사

회의 변화는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사범 대학에서 여성학 강좌를 필수화하고, 성평등 정책의 필요성을

제고하는 심포지엄을 개회하는 등의 노력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심포지엄에 학생들의 참여도 활성

화될 수 있도록 딱딱하고 어려운 토론회의 형식을 과감히 벗어 던질 필요

도 있다.) 가정에서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고 성별 이중 규범에 대

한 전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부모들을 재교육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이 모든 정책적 상상 앞에 놓여야 할 것은 여학생 당사자들의 욕구를 묻

는 작업이다. 어른들의 결정과 어른들의 선택 앞에 청소년들은 자기 발화

의 기회를 잃고, 자기 결정권 또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권력임을 감안할 때,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지위와 권리 보장 수준은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 중에서도 남성 청소년에 비해 여성 청소년에 대한 정책적 소외는

더 견고하다. 10대 여성/여학생/여성 청소년이 정책적 고려의 대상으로 떠올 때는 임신, 성매매, 가출과

같은 사회 윤리에 어긋나는 문제적 현상과 연결 지어질 때뿐이다. 이들은 여성의 영역에서도 청소년의 영

역에서도 소외를 겪는다.16) 장애인에 대한 우선적 고려가 없으면 법, 제도를 비롯한 사회 운영 원리가 비

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차별이 지속되듯이 10대 여성/여학생에 대한 젠더적, 우선적 고려가 이루어지

지 않으면 이들은 계속 약자에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여학생들의 욕구를 반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여학생들이 다이어트와 외모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15) 생리 공결제 도입시 논란이 많았는데, 남학생들에 대한 역차별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여성의 신체 조건과

주기를 교육 과정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제도적 의미가 있긴 하지만, 누구나 아프면 쉴 권리가 있다는 측면에서 사실 결석권

은 전체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남학생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반대하던 사람들의 논거는 남학

생들이 내신 산출에서 불리해 진다는 것이었다.)

16) 2004년 한 해 동안 74개 신문사에서 ‘여성’이 다루어진 건수는 총 127,661건임에 반해 ‘십대여성’은 669건이고 이는 0.5%

에 해당한다. 또한 ‘청소년’을 다룬 36,088건 중 1.9%만이 ‘십대/여성’관련 기사이다. 또한 ‘십대/여성’자체에 대한 기사보다

정부/비정부 기관의 행사와 관련 제도나 정책에 관한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원미혜, ‘십대/여성 정책의 도전과 과제’, 2007

여성학 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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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반영해 다이어트 교실을 열고, 화장 수업 여는 것이 여학생들의 욕구를 반영한 교육일까? 여학생

들의 관심과 욕구를 고려한다는 것은 남학생들과의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차별적 요

소를 제거하고 성평등한 방향으로 새롭게 구성하자는 것에 있다. 그녀들이 남성에 비해 실수를 두려워하

고 더러워지는 것을 싫어한다면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러한 차이의 경향성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문화적인 것이며, 그러한 두려움으로 인해 사회에서 도전 과제를 스스로

만들고 해결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 ‘걸즈 인코퍼

레이티드’라는 기관에서는 ‘크고 재미있는 실수를 범하라.’, ‘으웩 요소를 극복하라’라는 프로젝트를 마련한

다. 이를 통해 자동차 엔진을 분해하거나 강바닥을 헤집고 다니는 등 다양한 실수와 더럽히는 경험을 통

해 실수를 회피하지 않을 수 있는 훈련의 기회를 열어준다.17)이렇듯 자신을 둘러싼 문화적 조건을 이해

하고, 이에 대한 극복이 필요하다면 그 방안을 함께 마련해주는 것이 여학생 당사자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그녀들을 주체화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교실에서 여학생을 만나는 것은 많은 고민을 동반한다. ‘예민하고, 관계 문제에 집착하고, 잘 삐

지고, 뒤끝 있는’ 여학생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혹은 그녀들을 어떻게 봐야할지 등은 현실에서 교사들

이 봉착하는 난제 중 하나다. 특히 여교사들은 자신도 여성이고, 비슷한 유년 시절을 경험했기에 그녀들

과 더욱 애증의 관계를 쌓게 되기도 한다. 학교 밖을 벗어난 그녀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약자에 대한 사

회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사회에서 이들이 어떻게 평등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짙은 회의도

몰려올 것이다. 그러한 걱정은 여교사 자신의 현재적 문제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젠더적 차

별에 노출되는 것은 여학생뿐만 아니라 여교사 자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7) 앞 정미숙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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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悲,飛)정규 교사와 더불어 날다

진행: 한낱 (인권교육센터 ‘들’)

일시: 2010년 1월 20일 오전 9시 30분 - 오전 11시 30분

장소: 성공회대학교

프로그램 목표:

1. 정규직 교사에게 비정규 교사와의 마주침은 일상이다. 이 일상의 마주침을 어떻게 의미 있

는 만남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본다.

2. 학교 안에 비정규 교사가 급증하면서 교육 현장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핀다.

3. 비정규 교사의 인권을 반영하여 교권을 재구성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한다.

프로그램 진행:

1. 몸풀기 맘열기 (15분)

: 참여자와 진행자 인사 나누기

2. 여는 강연 (15분)

: 비정규 교사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를 주제로 짤막한 강연 진행

3. 나와 비정규 교사의 마주침 (40분)

: 참여자들이 비정규 교사와의 유쾌했던 또는 불편했던 마주침을 떠올려 보고, 떠올린 이야기

를 종이에 작성 (10분)

: 진행자와 함께 내용 살피며 전체 대화 (30분)

4. 이야기 손님(하병수 님)과의 대화 (30분)

: 이야기 손님이 먼저 앞선 참여자들의 대화를 듣고 느꼈던 바, 들었던 생각들을 풀어놓기(15

분~20분)

: 참여자들과의 종합 토론 (10분~15분)

5. 닫는 강연 (15분)

: 비정규 교사의 인권을 반영한 교권의 재구성을 주제로 강연 진행

준비물

: A4 색지(인원수에 맞춰서), 매직

: 빔 프로젝터, 노트북,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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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4일, 한낱 일기

출근 이틀째.

복도에서 마주친 교장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해서 함께 교장실로 향했다. 면접 보던

날부터, 중고등학교 때 몇 등이나 했는지 대학교 때는 무슨 일을 했는지 물었던 교장이 오

늘은 뭘 질문하려고 하는지 궁금하기 보다는 두려웠다. 업무 적응은 어떤지, 학생들 태도

는 어떤지 몇 마디 서론을 띄우더니 곧바로 본론으로 향했다. 느닷없이 전교조랑 교총 중

에 어느 쪽이 더 끌리는지 묻는 것이 아닌가. 이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지게 하려면, 나는

“둘 다 관심 없어요.” 또는 “교총에 더 끌립니다.”라고 대답했어야 했다. 차마 양심상 그

렇게는 대답 못하겠고, 그렇다고 당당하고 까칠하게 대답할 용기는 없고. 하여, 애매모호

하게 “아직 젊은 나이여서 그런지 비판적 성향을 가진 쪽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갑니다.”라

고 대답했다. 나의 대답과 동시에 교장은 썩소를 지었다. “여기 있을 때, 전교조 교사들하

고 같이 어울리려는 건 아니지?” 너무 어이가 없어서 3초 정도 대답을 못하다가, 작은 목

소리로, “그럴 생각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아침부터 기분이 상해서 그런지 학교의 시

간은 너무도 더디게 흘러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를 불러 술을 옴팡 처마셨다. 그

래도 바뀌는 건 없고,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소개해 준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버텨야 한다. 기간제 교사는 전교조 가입 자격도 없다는 걸, 교장은 알고나 있을

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우려’를 표한 교장에게 감사해야 하는 걸까. 교직원회의에

나가지 않아도 누구하나 신경 쓰지 않는 씁쓸함을 당신이 알리는 없겠지. 학교에 있을 3

개월간 내게 보장된 권리란 없다. 나는 이 학교 안에 있을지언정, 존재하지는 않는다.

비(非,悲,飛)정규 교사와 더불어 날다- 비정규 교사의 현실과 마주하여 교권 재구성하기

한낱 (인권교육센터 ‘들’)

비정규 교사18)는 어디에 있는가

2007년은 내게 조금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대학 졸업 후, 어쩌다 운 좋게도 지인의 추천

으로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 공립 중학교에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비정규 교사로 일하

게 되었고, 나의 위치에서 오는 다양한 차별을 경험하며 그만큼의 쓴맛을 느껴야 했다. 나의

경우는 재계약을 반드시 해야 할 입장은 아니었기 때문에 해고의 두려움 없이 철판 깔고 학교

생활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떠날 사람’으로 나를 바라보는 교사와 학생들 앞에서

내가 나임을 드러내는 행동들은 다분히 ‘싸가지 없음’ 또는 ‘남의 집에서 웬 민폐’로 읽힐 수

있다는 부담감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나 역시 석 달 뒤면 ‘어차피 떠날 공간’이기 때문에 별

다른 미련 없이 ‘버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18) 비정규 교사는 정교사(또는 정규 교원, 정규직 교사)가 아닌 모든 교사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정규직 상태를 정상성

의 기준으로 삼고, 그것이 아닌 존재라는 의미로 ‘비’를 붙여 정의하는 것에 문제를 느끼긴 하지만, 일단은 이렇게 구분했다.

본문 중에 계약제 교원, 비정규 교원이란 표현을 혼용했는데 같은 의미로 사용한 것.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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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교사들이 계약 기간 동안 겪게 되는 내외적 갈등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그네들 각자

가 처한 조건에 따라19)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좌표에 위치한다. 한 달에 100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시간 강사들은 임시적 교육 공무원 지위를 부여받는 기간제 교사가 부럽다고

말한다. 공립학교 기간제 교사들은 그나마 사립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모교 출신 남

성 기간제 교사들은 정교사가 될 가능성이 그래도 좀 높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나이도

어리고, 여성이며, 시간 강사 자리를 겨우 얻은 한 교사는 차 심부름, 복사 심부름 좀 그만하

고 싶다고 말한다. 양상은 다르지만 결국엔 차별임이 명백한 일들이 때로는 협박을 통해, 때로

는 합리성의 외피를 두른 채 재생산되고 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주변 학교에 발을 못 붙이게

할 것’이라는 교장의 엄포는 협박 수준이다. 나날이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임용시험은 ‘비정

규 교사= 임용시험에서 떨어진 패배자’라는 합리적 차별의식을 조장한다.

사회전반적인 노동시장의 유연화 추세 속에서 학교가 공공의 영역이라는 대의는 너무도 쉽게

깨지고 있다. 학교가 시장의 성격을 노골적으로 띠게 되는 순간, 교사의 존재는 ‘노동 비용’으

로 환원된다. 2009년 발표된 통계자료를 보면 비정규 교원의

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정년퇴임, 명예퇴직, 사망, 의원면

직 등으로 생기는 사립학교 정교사 결원의 70% 이상이 기간제

교사로 채워지고 있다.(부산의 경우는 100%)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본 사립재단들에서 비정규 교원을 적극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정규교사 결원을 기간제 교사로 채

우는 것은 원칙상 불법이지만,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권한은 재

단에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간섭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20)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체 교원 10명 중 1~2명은 비정규 교원이

다. 이제 비정규직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 점차 보편화되고

있고, 더불어 학교의 풍경을 바꿔 놓고 있다.

‘교사로서의 권위가 사라지니, 열악한 노동 현실이 올곧이 드

러났다.’는 한 비정규 교사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비정규 문제

가 가시화되기 전에도, 노동자로서의 교사의 인권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과도한 행정

업무, 관리자에 의한 폭언과 폭행, 학생 사고에 대한 무한 책임, 정치 활동의 제약 등 오히려

교사의 자유로운 교육 활동을 제약하는 걸림돌이 산재해 있었고, 지금도 크게 변화하지 않았

다. 비정규 교사는 자신들이 ‘교육자’로서 인정받고 있지 못함에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고 말

한다. 학생들도, 동료들도 자신을 교사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로서의 권위’도 생기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그러하기에 비정규 교사들은 자신이 ‘노동자’ 임을 강력히 느낀다. ‘교

사는 교육자인가? 노동자인가?’ 라는 해묵은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교사 노동권의 실체를 가장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는 테두리로서 비정규 교사의 위치는 더욱더 중요해진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본문에서는 학교 안 비정규 교사의 실태와 흐름, 그네들이 겪고 있는

19) 뒤에서 살피겠지만, 비정규 교사는 임용 사유 및 요건, 계약 기간 등에 따라 기간제 교사- 산학겸임교사- 명예교사- 시간

강사- 회화전담강사- 인턴교사 등으로 세분화되어있다. 더불어 연령, 성별, 장애 여부 등에 따라 겪게 되는 차별의 양상 또

한 상이하다.

20) 2009년 10월 7일자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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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더불어 비정규 교사의 증가와 학교 현장의 변화 사이에

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비정규 교사의 존재는 정규 교사 중심의 교권을 재구성하는데

있어 어떤 시사점을 던질 수 있을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분석해보고 싶다;)

학교 안 비정규 교사직은 어떻게 양성 되었나

-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궤적들

1. 과거에는 비정규직 형태로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없었나?

정교사가 군복무, 출산, 육아, 학업수행 등의 사유로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 이들이 휴직하는

동안을 대체하기 위해서 임시교사들을 활용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교육공무원법 제32조>21),

<초중등교육법 22조>22)에 채용조건이 명시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근로조건은 학교장 재량으

로 결정된다. 이로 인해 동일기간 근무하더라도 학교 간 방중급여, 퇴직금 지급 등 근무조건

상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한시적 담당’이라는 애매모호한 법적 내용은 비정규직 교원

을 학교장 재량껏 늘릴 수 있는 근거로 이용된다.

2. 비정규 교사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계기는?

학교 안 비정규직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는 신자유주의 교육과정정책, 교원정책이

시행되는 시점과 맞물려있다. 교원구조조정의 시작은 2000년 시행된 정년단축이었다. 정년 단

축 후 갑작스럽게 줄어든 교원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비정규 교사를 활용했던 것.23) 같은 해

제7차 교육과정의 시행 및 2002년 7.20 교육여건개선사업 역시 핵심적인 구조조정 정책으로

이어졌다.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는 명분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이에 따라 교원을

증원하겠다던 7.20 사업은 증설된 학급에 정규교원 대신 비정규교원을 채우는 결과를 가져왔

다.24) 1998년부터 2002년까지의 <교육통계연감>에 따르면, 1998년~2002년 사이 해마다 비

정규 교원의 수는 2배씩 증가했다.

3. 2003년 국가인권위 권고와 보성초등학교 사건, 그리고 443인 전국 비정규직 교사 선언

21) <교육공무원법 제32조>에서는 교원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자 중에서 예산의 범위 안에서 기간제 교사로 채용을 할 수 있

는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정규 교원의 휴직으로 후임자의 보충이 불가피한 경우, 교원이 파견/연수/정직/직위해제 등 대통령

령이 정하는 사유로 직무를 이탈하게 되어 후임자의 보충이 불가피한 때, 특정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

때, 교육공무원이었던 자의 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을 때) 임시적 교육공무원으로서 신분 보장 받고 있으며, 정규

직 교사가 받고 있는 사회보장 혜택 거의 받음. 공무원 연금법의 한시적 적용, 그러나 1년 미만의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퇴직금과 연차수당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규직과 다르다.

22) <초중등교육법 22조>에 의해 “1개월 미만의 결원 보충(교원자격증 소지자), 정원외 일시적 보충(교원자격증 소지자), 특수

교과를 일시적으로 담당”하는 경우에 고용. 시간강사는 적은 수업시수, 낮은 시간당 임금, 단기간 계약이기 때문에 정규직 교

사나 임시 공무원 대우를 받는 기간제 교사와 달리 국가공무원법 상의 겸직금지 조항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또한 공무원 자

격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 일용근로자로서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에 복리후생과 관련한 조항들은 전혀 적용받고 있지 못하다.

4대 보험도 적용되고 있지 않으며,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도 지역 가입.

23) 최정윤, ‘교육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연구- 초중등학교 기간제 교사를 중심으로’, 2003.

24) 하병수 외, ‘비정규직 교원의 실태 및 의식 분석’, “참교육연구소 교원정책연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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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인 전국 비정규직 교사 선언>

비정규직 교사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차별을 철폐해야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보성초 교장선생님의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 비통해 있을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보냅

니다. 전국 초․중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 및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 교사들은 보성초의 문

제를 보며 안타깝고 당혹스러운 마음과 착잡한 심정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한 보성초 진교사의

사직을 보며, 지금의 기간제 교사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이번 보성초 사건을 통해 일부언론에 의해 원인규명 없이 우리 비정규직 교사들이 업무능력과 성

실성이 부족하다고 비춰지는 현실은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많은 비정규직 교사들을 더욱 절망스

럽게 하고 있습니다.

많은 비정규직 교사들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교육에 전념하고 학생지도와 수업연구에 성실히 임

하고 있으며 아이들 교육에 있어 열정과 소신을 갖고 일하고자 하나, 현실은 이러한 우리의 의지

를 끊임없이 무력하게 만들고 열악한 교육여건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기간제 교사의 문제가 사회전반의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현시점에 우리는 보성초의 여 기간제

교사가 개인의 또는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이 문제는 전국의 비

정규직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임을 밝히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교사들은 학교장과의 근로조건 계약에 있어서 계약서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

하지 못한 채 도장만 찍거나, 구두로 또는 별도의 계약서 없이 근무가 이루어지고 부당한 서약서

를 강요당하기도 합니다. 또한 방학 중 월급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학기별 계약이나 1년

계약 시 1-2일을 축소하여 계약하는 등 변형적 근로계약이 일반화 되어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정

규교원과 동일한 교육행위를 하고 있으나 신분조건과 교육활동에 있어서 차별이 존재합니다. 비

정규직 교사는 신분이 불안정하고 부당한 처우 속에서 소신껏 교육을 하기에 어려운 상황입니다.

2003년은 비정규 교사의 인권 문제가 개별적, 집합적으로 터져 나온 해였다. 2003년 3월 24

일 국가인권위는 서울의 한 기간제 교사가 고용차별과 관련해 해당 학교장, 서울시교육감, 교

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진정에 대해 “기간제교원이 정규의 교원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

도, 방학기간 중의 보수나 연가, 퇴직금, 호봉 획정에 있어 정규교원에 비해 불리하게 대우하

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인정했다. 전교조를 비롯한 여러 교육단체의 비판, 그리

고 인권위 권고에 압박을 느낀 당시 교육부는 2003년 7월 기간제 교원 지침 개선방안을 발표

했다.

국가인권위 권고 발표와 맞물려, 2003년 3월 말 충남의 보성 초등학교의 기간제 여교사가 예

산군청 홈페이지에 ‘여교사라는 이유로 차 접대를 강요하는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왜 교장선

생님께 아침마다 차 타 드리며 잘 보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이를 계기

로 비정규 교사에 대한 부당한 차별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25) 2003년

4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교사 모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2003년 4월 말 그동

안 숨죽여왔던 비정규 교사들이 용기를 내 ‘443인 전국 비정규직 교사 선언’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 기간제 교사 모임’ 등 여러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 되었다.

25) 2003년 4월 23일자 인권오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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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정규직 교사에 대한 차별문제는 교육부실의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99년에 비해 현재 비정규직 교사의 수가 3.5배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교육부가 교원정년단축, 7

차 선택형 교육과정 시행, 7․20교육여건개선사업 등으로 인해 비정규직 교사를 무분별하게 양산하

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정규직 교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만연해 있는 것은 재정절감, 효율성만

을 앞세우고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교육부의 무 대책과 비교육적 관점에서 기인합니다.

비정규직 교사 또는 비정규직 교사 경험이 있는 우리들은 이번 보성초등학교 문제의 본질적인 해

결과 비정규직 차별대우 및 확대로 인해 야기되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하

는 바입니다.

하나, 기초생활유지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퇴직금 및 방중 월급을 지급해야 합니

다. 이를 위해 학기별 계약, 계약기간의 의도적 축소등을 법으로 금해야 합니다.

하나, 비정규직 교사에 대한 부당한 업무분담, 연가불인정, 호봉승급 불인정등 정규직과

의 차별을 폐지해야 합니다.

하나, 비정규직 여교사에 대한 학교의 성차별실태를 조사하고, 그에 대한 예방적 조치와 대

책을 요구합니다.

하나, 계약시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일방적 계약강요가 아닌 합의에 의한 계약서 작

성을 보장 해야 합니다.

하나, 업무태만, 성실수행 등 학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부당 해임, 비용절감을 이유로

재계약 파기등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신분보장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하나, 정규직 교사자리를 비정규직 교사로 대체하는 임용조항인 교육공무원법 제 32조의 1항 2

즉, 한시적 임용조항을 삭제해야 합니다.

하나, 시간 강사의 경우 기본적인 생존권 및 노동권 특히, 4대보험 보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

다.

하나, 대통령과 교육부는 책임있게 비정규직 차별문제와 부당근로강요, 비정규직 확대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을 즉시, 마련해야 합니다.

하나, 국가인권위원회는 비정규직 교원의 차별과 인권침해의 문제를 보편적인 것으로 인

식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부에 ‘정책권고’를 해야 합니다.

하나,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 및 최소화 종합대책마련’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정

부의 해결의지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전국의 비정규직 교원들과 비정규직 교원을 경험한 우리들은 앞으로 이 문제가 본질을

비켜가지 않고 올바르게 해결될 것을 촉구하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교육자로서 참교육을

실천하는데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2003년 4월 22일

443인 비정규직교사선언 선언자 일동

4. 2008년 4.15 학교 자율화 조치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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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간제 교사

기간제 교사의 경우 교사 혹은 강사로서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27)을 제외하고서는 정규

직 교사와의 임금에 있어서의 차이는 없으며, 근무시간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다만 1년 미만

의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퇴직금과 연차수당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규

직 교사와 다르다.

2. 시간 강사

“1주일에 20시간씩 수업을 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80만~100여만원에 불과해요. 방과후

학교 강사들도 시간당 2만 5천원을 받는데, 정교사들의 업무를 거의 대신하는 우리는 그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요.”

시간 강사는 기간제 교사보다 더 열악한 위치에 서있다. 수업시간만 계산해 임금을 책정하기 때

문에 연봉이 1000만원에 불과함에도, 학교의 과다한 잡무의 특성상 수업만 하고 집으로 향할 수는

없다. 교원으로 인정도 안 되며, 그나마 방학에는 임금도 없으며, 교육 경력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

한다. 원칙적으로는 1개월 미만의 고용일 경우에만 시간 강사를 채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

에서는 변칙적으로 시간 강사를 고용한다. 시간 강사들은 기간제 교사와 똑같이 일해도 고용보험

등 4대보험이나 퇴직금 혜택을 받기 어렵다.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은 강사도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나머지 3가지 보험에 대해서는 ‘학교장 재량’에 맡기고 있다. 이 지침마저 학교

자율화 조치로 폐지돼, 지금은 산재보험 적용도 어려워졌다.28)

3. 영어회화 전담강사

교과부는 2009년 9월부터 영어회화 전담강사를 학교 현장에 투입했다.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교

사가 될 수 있는 ‘영어전용 교사제도’ 추진의 일환이었다. 선발자격은 테솔(TESOL:영어전용교사)

이수자, 영어권 나라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전직 외교관․상사 주재원 등이었다. 같은 시기 현재 복

무 중인 영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TEE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TEE는 영어로 수업하는 능력을 진단

해 교사들에게 수준별 인증서를 발급하는 제도다. TEE 인증 결과는 인사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

교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2012년까지 모든 영어교사가 TEE 인증을

받게 할 계획이다.29)

2003년 7월 기간제 교원 지침 개선방안이 발표되긴 했지만, 교육부/청의 강제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학교의 비정규 교원 숫자는 계속 급증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킨 것

이 ‘4.15 학교 자율화 조치’였다. 개별 학교들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앤다는 이유로 교육

과학기술부가 ‘초중등학교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을 폐지하면서 무분별한 비정규 교사의 양산

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사라졌다. 더불어 교사 자격증 없어도 교사가 될 수 있

는 ‘영어 전용 교사제도’가 추진되어 많은 교원단체들의 반발을 샀다.26)

비정규 교사는 누구인가

- 세분화 되고 있는 비정규 교사 지위

26) 2008년 3월 20일자 한겨레21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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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학습보조 인턴교사

“인턴교사 지원을 교원자격증 소지자에 한해서 받기로 했는데, 4개월 비정규직에 120만원이라는

낮은 임금 때문에 지원자가 적어지자, 교원자격증 소지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졸자까지 지원 대상

을 확대했다. 인턴교사의 취지 자체가 예비교사들의 경험과 경력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었는

데, 정작 예비교사들이 비정규직인 인턴교사를 외면하고 있다.”

2009년 9월부터 교과부는 학습보조 인턴교사 제도를 시범 운영했다. 780억 원을 들여 16000여

명을 채용했는데, 이는 정규직 교사 3000여명을 채용할 수 있는 비용이다. 정부는 ‘교육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와 청년 취업난 해소’라는 거창한 취지로 이 정책을 밀어붙였다. 인턴교사는 근무기

간 4개월의 초단기 비정규직이다. 이들이 학교에서 맡는 역할은 학교행정을 보조하거나 교사들의

잡무를 대신하는 단순 업무에 한정되었고, 이는 인턴교사가 교직사회의 경험축적을 통해 자기 개

발을 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교과부의 계획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가져왔다.

이 밖에도 각 시도교육청에서 발표한 계약제 운영 지침을 보면, 산학겸임교사나 명예교사 도

계약제 교원 분류에 속해 있다. 산학 겸임교사는 산업 현장에 근무하는 전문 또는 중견 기술 인

력으로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련이 있는 고등학교 전문계 교과 중 일부 과목만을 담당 지도하는 경우

에 임용한다. 명예교사는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 또는 관련 전문분야 인사로서 학교의 특정교과

지도, 생활지도, 특별활동 등을 지도하거나 교육활동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교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30) 이 교사들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단 중

요한 건 이들을 채용하는데 있어 교원자격증 소지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명예교사

의 경우 무보수 봉사를 원칙으로 한다. 명예교사의 자격 조건을 보면, 지역사회 인사나 관련

전문분야에서 인정받은 사람인만큼 월급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명예’에만 신경 써도 될 법한

분들이 오시겠지만, 노동이 ‘봉사활동’으로 명명되는 순간 많은 비정규 교원들의 댓가를 받지

못한 부당 업무들 역시 ‘학생들을 위한 봉사 아니냐’는 식으로 무마될 수 있다.

계약제 교원제도가 시작될 때에는 기간제 교사, 시간 강사 정도의 구분이 존재했는데 지금은

같은 계약제 교원 내에도 훨씬 더 세분화된 분류가 존재한다. 비정규직화의 효과는 단지 비정

규직들을 위축시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위계화로 노동자들의 집단성을 해체하고, 개

별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관계만이 아니

라 다양한 고용형태로 인해서 더욱 세분화된 위계를 형성한다. 자본은 직무와 고용형태, 그리

고 임금체계를 연동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리하여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마치 직무의 차이

에 근거한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31)

노동자들 내의 위계는 직무집단 내에서의 수평적인 공동체성을 파괴하고, 수직적인 관리와

감시를 더욱 강화한다. 더 이상 교사들은 뭉치지 않는다. 정규 교사들은 승진에 매진하고, 비

27) 근무년수가 길어도 경력인정이 안되기 때문에 호봉 상승에 제한이 있고, 따라서 경력이 늘어날수록 정규직 교사 대비 호봉

차이는 더욱 커진다.

28) 2008년 4월 30일자 한겨례 기사.

29) 2009년 8월 7일자 중앙일보 기사.

30) 인천교육청이 2008.12 발표한 ‘초.중등학교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

31) 김혜진, ‘신자유주의 시대 비정규노동자들의 삶과 전망’, 2009 제4회 맑스코뮤날레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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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교사들은 어떻게든(사립이라면 관리자에게 잘 보이기, 공립이라면 임용고시) 경쟁에서 승

리해 사다리의 위쪽으로 이동하려 한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런 것들이 자발성의 형태를 띠고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감시의 방향은 겉으로 보기에 주로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해 쌍방향적

으로 이루어진다. 정규 교사들은 인턴 교사를 ‘보조자이자 감시자’로 느낀다고 말한다. ‘나보다

월급을 더 받는 존재들’이 얼마나 더 열심히 일하는지 감시받는 느낌이라는 것. 이는 학생들에

게도 마찬가지다. 인턴 교사는 학교 안에서 자기 역할을 다각도로 찾지 못해, 결국 부진 학생

성적 올리기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다. 목적도, 내용도 없는 성적 올리기로의 올인은 오히려

학생들 사이의 경쟁을 강화한다. 경쟁이 강화될수록, 인턴 교사들은 모순에 빠진다. 학습 부진

학생을 위해 시작한 지도가 오히려 그들을 그룹화하고, 낙인찍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

정도 노력해도 안 되는 존재들’은 더욱 정교사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자본주의 사회의 전

형적인 통제전략, 포섭과 배제의 과정을 통한 차별의 위계화가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이다.

비정규 교사들은 어떤 차별을 겪고 있나32)

-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목소리

1. 제도적 문제

비정규직 교원의 근무조건은 법률상의 보호를 받기 보

다는 교과부와 시․도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으로 일반적

적용을 받고 있고, 실제 근무조건은 학교장과의 계약서

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시간강사에게 4대 보험을 적

용하는 문제, 방중보수지급문제, 계약기간, 업무, 해임사

유 등 근무조건 대부분의 판단은 학교장에게 위임되어

있다. 실제 비정규직 교원은 부당한 근무조건과 정규직

과의 차별이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상황이다.33)

2003년 전교조에서 발표한 ‘계약직 교원에 대한 실태

및 의식설문 보고서’를 보면, 비정규 교사들이 방중월급 미지급으로 인한 기초생활 불안정, 특

별한 이유 없이 재임용 거부, 퇴직금 미지급을 위한 계약기간 변형, 일방적인 계약 강요, 고용

보험 미가입 등을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꼽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계약 기간에 대한 권한

은 전적으로 학교장이 갖고 있기 때문에 계약이 성립되는 순간부터 계약직 교원들은 일방적인

계약서에 서명하는 부당함을 감수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

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고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이의제기조차 하지 못한다. 신분불안이

32) 직접 인용한 비정규 교사들의 목소리는 여러 종류의 신문기사에서 발췌했습니다.

33) 하병수 외, ‘비정규직 교원의 실태 및 의식 분석’, “참교육연구소 교원정책연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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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기간이 포함되지 않게, 계약기간을 보통 2~3개월 단위로 해요. 방학 끝나면 재계약하는 식이

죠. 그리고 1년이 넘으면 퇴직금을 줘야 하니까 학교에서 단기계약을 선호해요.”

“4개월 정도 일했던 선생님은 학교에서 고용보험을 들지 않아 실업급여도 탈 수 없는 형편이에요.

물론 박봉에 보험료 나가는 것이 아까워 본인이 원했다지만 학교 측이 불법인 것을 알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되죠.”

“학기 전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학교 행정실에서는 구두로 대강 처리하였을 뿐 정식

으로 계약서를 써주지 않았습니다.”

“방중에 절반 이상 기간을 나와 ‘교지’를 만들었죠. 그런데 학교에서 전혀 (임금 등) 고려가 없더

라구요. 그래서 가볍게 항의했더니 (교장이) 매우 당황해 하더라구요.”

“하루는 교감선생님이 부르더니 아침에 한 시간 일찍 나와서 정문 지도를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학교 안에서는 통상 ‘선생님’ 호칭을 쓰지만 여전히 교사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요. 교사들 사

이에 왕따 당하는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연가를 내려 해도 방학 때 노는데 연가가 왜 필요 하느냐며 연가신청을 못하게 합니다. 컴퓨터나

비품을 주더라도 정교사들에 비해 낡은 컴퓨터를 받게 되죠.”

“남 선생님들의 성희롱이 공공연하고 노골적인 학교였어요. 회식 자리에 소위 2차가는 여자들을

불러서 여 선생님들 앞에서 주무르고 놀고 하던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많이 해댔어요. 그러면 안

된다고, 공개 사과하라고. 그 후 남 선생님들과 여 선생님들 모두에게 왕따를 당하며 일 년 가까이

를 버텼습니다. 적어도 여 선생님들은 내 편이 될 줄 알았는데...그리고 그들은 이런 식으로 나를

재임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을 확인했죠.”

“커피 심부름, 복사 등 허드렛일은 물론 보충수업을 맡더라도 꼴찌 반이 기간제교사의 몫이에요.

수업시수는 정교사가 먼저 정하고 난 뒤 남는 시간을 배정받고, 다 짜여진 시간표를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신세에요. 교지나 학생 앨범에 교사, 기간제, 강사로 구분하는 등등 비정규 교사들의 설

나 갈등을 느끼는 정도는 공립보다 사립에서 월등히 많이 나타났다. 이를 이용해 사립학교는

계약직 교원 지침을 더욱 변칙적으로 활용하고, 비정규 교원 수를 놀라운 속도로 늘려가고 있

다. 공립학교의 경우는 사립학교에 비해 고용원칙이 지켜지는 편이지만, 정부에서 방학 중 임

금 지급을 의무화하지 않아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불안정한 근무조건에 있는 비정규 교원은 자신의 역량을 교육 활동에 온전히 집중시킬 수 없

다. 고용 안정성의 해체는 노동자에게서 일터에서의 보람, 자기 주도성을 한순간에 빼앗아 버

린다. 그리고 끈적끈적하게 남는 불안과 갈등은 일터에 함께 있는 사람들 사이에 고스란히 영

향을 미친다.

2. 관리자 및 동료교사,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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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어요.”

“강사실이 교무실과는 따로 있어요. 창고 같은 방에 덩그러니 회의용 탁자하나 갖다놓죠. 컴퓨터도

강사는 지급이 안돼요. 학교 측의 무성의에 화가 나고, 상담하러 온 학생들한테 쪽 팔리고, 박봉에

교사로서의 자부심은 땅에 떨어지죠.”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해보고 싶어도 튄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소극적으로 수업을 하게 됩니다.

정교사처럼 연수 기회도 전혀 없어 전문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제가 학교 떠날 무렵에 한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가서 '그 선생님은 짜가 선생님'이라고 말했다더

군요. 그 얘기 들은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는지 울면서 저한테 전화를 걸어 왔더라구요. 선생님 가

짜라고 하던데 정말이냐구요..."

“젊은 여자 선생님이 새 학기에 갑자기 등장하면 100% 임시직이에요. 잠시 있다가 갈 사람이다

보니 아무래도 말을 잘 안 듣게 되는 것 같아요.”

각 언론사 인터뷰에 참여한 비정규 교사들은 부당한 업무 분담, 시중 강요, 성희롱 및 성차

별, 정교사와의 차등적 대우, 학생들의 무시를 가장 견디기 힘든 차별 상황으로 꼽았다. 관리

자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권력을 활용해 비정규 교사들을 ‘굴린다’. 정교사들은 자신들이 친

분상으로든, 계층상으로든 관리자와 좀 더 가깝다는 점을 활용해 역시 비정규 교사들을 ‘굴린

다’.

‘어차피 떠날 사람’, ‘외부 사람’이라는 제도에서 기인한 인식은 이들에 대한 차별을 더욱 공

고히 한다. 술자리 성희롱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를 요구한 기간제 여교사가 여선생님들조차

자신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인터뷰는 씁쓸한 감정마저 느끼게 한다. 여 선

생님들은 그 자리가 불편하지 않았을까? 문제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기간제 여교사에 대한,

동시에 자신들에 대한 인권침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잠정적으로’ 남교사들과 한패를 이

룬다. 이는 일차적으로 학교 안의 보수성, 남성중심성과 연관된다. 정규/비정규의 지위를 떠나

남성 관리자나 교사에 의한 성희롱 사건은 공론화되지 못하고 수없이 묻혀 왔다. 이 사회의

많은 성폭력 사건이 그렇듯, 결국에는 ‘네가 처신을 잘 못하니 그런 일을 겪었지.’로 돌아오는

화살을 감당할 수 있는 여성들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내일 또 만나게 될 사람들을 향해

‘패악질’을 할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 역시 흔치않다. 이와 더불어 학교 안의 가족주의는 ‘정

교사= 우리 집 사람’, ‘기간제 교사= 외부 사람’ 이라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이

공식 안에서 학교는 사적 공간화 되고, 문제를 일으킨 남교사는 마치 못난 남편, 시 아버지인

양 감싸줘야 될 존재가 된다. 문제제기한 기간제 여교사만 ‘남의 집 일에 상관하는 오지랖 넓

은 여자’가 되어 왕따를 당하거나, 욕을 먹게 된다.

뭔가 부족해서, 실력이 없어서 정교사가 되지 못했다는 선입견은 학생들과의 관계에도 영향

을 미친다. 또한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신분의 불안은 수업의 연속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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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임용고시나 다른 직장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비정규직 교사의 입장에서 수업 준비와

학생 지도에만 전념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필연적이다. 난처한 입장에 처한 강사와 기간제

교사들은 학생지도에 필요한 적절한 권위가 확보되지 못해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34)

비정규 교사의 존재는 새로운 교권을 낳는다

- 교권의 재구성을 위한 몇 가지 시사점

1. 교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력을 갖춰라!

- 교사의 실력은 무엇으로 입증되는가

“실력 없이 설 땅 없다!” 교원들, 무한 경쟁체제 돌입

비정규 교사의 급증, 비정규 고용형태의 ‘정상화’ 와 함께 정부와 교육청은 교사들 사이에 경

쟁체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일종의 ‘실력 양성론’이다. 실력 앞에서는 교원자격증도 불문한다.

이는 거꾸로 실력이 없다면, 교원의 자격도 없으니, 살고 싶다면 스스로 실력을 입증하라는 주

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해야할 교원 수급 문제가 시장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리면서, 교

원들 사이의 경쟁은 이제 학생들과 견주어 밀리지 않을 지경에 이르고 있다. 현직 영어 교사

들은 ‘실력’으로 치고 올라오는 영어 회화 전담 강사에 밀리지 않기 위해 새벽부터 영어 학원

을 다닌다. 일단 비정규직으로 시작했지만, 언젠가 정규직이 되기 위해 비정규 교사들은 열심

히 임용고사를 준비하거나, 사립학교 공채에 지원한다. 어찌 보면, 생산성 있는 경쟁을 통해

서로의 ‘실력’이 양성되고 있는 것 같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교육 현장에 대한 비판은 사

라지고, 경쟁을 향한 올인만 남는다. ‘서울대에 합격하는 학생들은 누구였나?’를 떠올리면, ‘임

용고사에 합격하고, 사립학교 공채에 채용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역시 답할 수 있다. 새로이

임용한 나이 어린 교사들을 보면 계급 격차를 느끼게 된다는 한 현직 교사의 이야기는 뼈있는

농담이다. 교사 간의 계급적 격차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평생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열심히 잘 달려온 교사가 공부에 별다른 관심이 없고, 소위 ‘일탈’하는 학

생을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까. 감정이입은 가능할까. 경험에 우러나온 조언을 할 수 있을까.

교사와 학생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그 간극을 해결하기위한 교사의 상상력은 강압적

인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임용고사, 가장 민감한 문제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교사들의 자질검증과 실력 확인은 그리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이미 정교사들은 한차례 실력 검증을 받고 들어온 존재들이다. 임용고사에서 합격의 기쁨을

누린 사람들만이 인증된 자격을 가지고 정교사의 테두리 안에 포함될 수 있다. 임용고사제도

가 도입되던 시기, 많은 사범대생들의 투쟁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도자체에 대

한 문제제기는 거의 사그라졌다. 열심히 노력해 임용고사를 통과한 자신과 그렇지 않은 비정

규 교사 사이에는 엄격한 ‘차이’가 있다고, 자신이 더 안정적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그

34) 2008년 5월 2일자 전교조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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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정규 교원 정원이 있음에도 기간제 교사

를 채용하는 것은 교사의 숙련도나 아이들의 미래보다는 해고상의 편의만 생각하는 행태"라며 "이

는 교육의 질 저하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35)

에 따른 응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정교사는 거의 없다.

‘(임용고사를 통해)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비정규 교사를 채용하는 것은 교육의 질 저하와 공

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권 의원의 논리는 사실 진보적이라고 불리는 여러 교육 단

체들에서도 공통으로 취하고 있는 입장이다. 비정규 교사의 고용 불안정 문제를 지적하는 것

은 합당한 일이지만, 비정규 교사의 증가와 교육의 질 문제를 바로 직결시키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다. 이는 교사를 상품가치로 평가하고, 비교적 상품성이 떨어지는 비정규 교사에

게 저가의 입금을 지급하는 사립학교 재단의 논리와 교묘하게 닮아있다. 교사 자질 평가의 중

심에는 여전히 임용고사가 놓이게 되며, 시험을 통과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불평

등과 차별을 교사 개인의 실력, 혹은 수량화된 교육적 자질의 문제로 합리화 할 수 있다.

이는 실제로 비정규 교원의 경력 불인정문제와도 연동된다. 교육공무원법 제 32조 2항(기간

제 교원은 정규교원에 임용됨에 있어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에 의거하여 비정규

교원의 근무 경력은 사실상의 교직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경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근무기간이 오래되어도 호봉이 일정액이상 오르지 않는다. 임용고사라는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는 이상, 비정규 교사들의 임금 차별 문제는 제도적 개선의 여지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달라

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비정규로 고용해도 관계없는가?’ 라는 질문 또한 던질 수

있다. 영어 전담 강사를 비정규 고용하는 것을 문제제기 할 때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회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외부 강사를 고용하고 있다.”라는 학교 측의 논리에 우리

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나아가 현직 교사들의 ‘무능’을 입증하면서, 노동 유연성을

더욱 밀어붙인다면? 현직 교사들이 실력을 키우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잘리지 않는

철밥통’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전혀 새롭지 않다.

임용고사 제도 자체를 묵인하는 것은 결국 정교사들에게 똑같은 칼날로 다시 돌아온다. 아니,

돌아오고 있다. 물론 ‘아무나’ 교사를 할 수 있게끔 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 마냥 맡겨서는 더

더욱 안 되는 일이며, 국가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개입이 임용고사라는 방식으로 이

루어져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임용고사 경쟁률은 계속 치솟고 있으며, 자기 주변에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죽은 지식’만을 암기한 사람들이 그 경쟁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10년

넘게 교사의 꿈을 품고, 소수자 문제에 깊이 공명하며, 이웃을 향해 손길을 뻗치는 것을 마다

하지 않는 누군가가 임용고사의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이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봐

야할까?

임용고사의 의미를 묻는 질문은 곧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동시에 교사의 권리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실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가? 아니, 권리를 박탈

당해도 되는 건가? 나아가 교사로서 갖춰야할 실력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같은 연쇄 질문

속에서 우리는 비정규 교사가 배제되지 않는 교권을 새로 구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5) 2009년 10월 7일자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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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분회 차원에서 싸워주면 좀 좋아요. 그런데 전교조 가입교사들도 비정규 교사 문제를 잘

2. 정규직 교사는 비정규직을 환영한다?

-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 교사의 관계 설정 문제

정규직 교사들이 인턴교사나 시간 강사가 학교 안에 들어오는 것을 은근히 반긴다는 이야기

를 들은 적 있다. 기존의 업무도 과다했는데, 현 정권 들어 학교에 학생들을 잡아두는 시간이

더 길어지다 보니 그만큼 교사들의 업무량이 더욱 늘게 되었다는 것. 방학 보충, 야간자율학습

감독과 같은 업무가 자신에게 할당될 때 정규직 교사들은 ‘그런 거 강사 쓰지’라는 생각을 문

득 떠올린다고. 비정규직을 남발하는 것은 문제지만 보건 휴가, 휴직, 연수 등 정규직 교사들

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비정규 교사를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많

다고. 나는 교사들의 이러한 생각이 상당히 인간적이라 생각한다. 일중독자가 아닌 이상, 과다

노동을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군다나 그 일이 자신을 즐겁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면, 더

더욱 인권침해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정규직 교사들은 자신의 업무를 비정규 교사들이 분

담해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까? 자신의 초과노동에 대한 거부는 스스로 저항해서 해결

할 문제 아닌가? 정교사들이 단합해서 모두 5시 칼퇴근을 결의하고 3개월만 그 행동을 지속하

면 아마도 정부는 ‘이정도 인원으로 학교 현장을 책임지게 하는 건 무리구나.’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교원 수를 늘릴 것이다. 이렇게 기분 좋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왜 비정규 교사에게

일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풀려고 하는지, 더불어 자신도 그 과다 노동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전전긍긍하고 있는지. 교사들이 너무 ‘착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임시적으로 필요한 교원의 문제는 기간제 교사들을 모두 시도교육감이 임용하고, 공사립

을 막론하고 수요가 있는 학교에 파견하여 근무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해법 자체는 어

렵지 않다. 다만, 이미 비정규 교사와 정규 교사는 다른 존재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 상상

력은 발휘되지 않는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주변 사람을 돌아보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자신이 힘이 들면 일단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 필사적이 된다. 정

교사 옆에는 비정규 교사라는, 최근 들어 눈에 잘 띄는 지푸라기가 있다. 정교사는 지푸라기라

도 잡는 심정으로 비정규 교사를 ‘이용’ 하겠지만, 지푸라기를 잡을수록 더욱더 큰 수렁에 빠

지게 된다. 사실 본인도 색깔만 다를 뿐, 같은 지푸라기일 뿐이므로.

정규직 교사가 비정규 교사와 자신의 존재를 분리시켜 생각할수록 정규직 교사의 권리는 더

욱 위축된다. 관리자들은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 교사의 분리를 이용해 양쪽의 권리 모두를 침

해한다. 전교조 활동가가 낸 시험 문제가 마음에 안 들었던 교감이 스리슬쩍 기간제 교사에게

시험 문제를 수정하라고 지시했다는 한 고등학교 교사의 황당한 이야기처럼. 수준별 수업과

보충수업, 강제야자를 노조차원에서 거부하고 집단행동을 할지라도 이제는 ‘대체인력’인 시간

강사를 투입할 수 있다. 여느 사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을 이용한 노조 무력화 시도

는 학교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집단의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노조는 더 이상 노조의 역할

을 할 수 없다. 더불어 정부에 의한, 학교에 의한 ‘교권침해’는 더욱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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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기도 하거니와 모른 척해요. 비정규 교사는 학교에서 외롭게 혼자 싸워야 하는 거죠.”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출산, 육아휴직 냈다가 방학 때 복귀해요. 그러면 비정규 교사가 짤리고요.”

“제도가 불합리하면 맨 밑의 약자가 다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비정규 교사들은 자기권리 찾기

의식이 부족해요. 신분이 불안정하다보니 학교 측 눈 밖에 날 일을 하지 않으려 하죠. 다들 ‘정교사

되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10여명 남짓 되는 시간강사와 기간제교사들 가운데 정교사로 발령받은 사람은 딱 한명이었어요.

행운의 주인공은 이 고등학교 졸업생 출신이었죠. 학교의 요구를 한 번도 거절하지 않더군요. 심지

어 어느 해는 1시간 수업을 위해 일 년 내내 과외 등을 하며 버티더라구요.”

그렇다면,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 교사의 관계는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 걸까? 인터뷰 인

용에서 보는 것처럼, 비정규 교사들은 함께 싸우지 않는 정규직 교사들에게 서운함을 느끼기

도 하고 자신의 일자리와 정규직 교사의 일자리가 양립할 수 없다는 이율배반의 상황 앞에 좌

절하기도 한다.

연대, 라는 말은 쉬울 수 있다. 그렇지만 연대를 모색하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노조의 경우,

공무원 노조인 전교조에 비정규 교원이 가입할 수 없다. 그렇다고 비정규 교원만의 노조가 있

는 것도 아니다. 한 전교조 활동가는 단일 노조 안에서의, 또는 노조 대 노조의 집합적 연대가

어려워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개입할 수 있는 경로가 상당히 협소하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비정규 교사들 다수가 자신의 문제에 전교조 교사가 관여하는 것을 껄끄럽게 생각한다

고 한다. 노조 차원의 연대가 안 되는 상황에서 자신만 관리자에게 ‘찍히는’ 처지에 놓이는 것

을 반길 사람은 없다.

‘정규 교사들에게 비정규 교사의 인권문제는 비정규 교원이 겪는 차별적 상황에 대한 분노보

다 극단적인 교권 실추의 장면으로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한 교사의 지적은 중요하다. 비

정규 교사가 겪는 차별은 오롯이 ‘나의 일’이 아니지만, 그이들이 겪는 교권 침해의 장면은

‘나의 일’과 관련이 있다. 그 교권은 바로 나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질문이 필요하다. 왜 교권 추락의 중심에 비정규 교사들이 설 수 밖에 없는가? 다분히 정규

직 교사를 전제한 교권의 문법으로 비정규 교사가 처한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가? 신분불안과

고용 불안정을 겪고 있는 비정규 교사에게 노조란 어떤 의미인가? 수업이란 무엇인가? 동료

교사는 어떤 의미인가?

3. 비정규 교사의 싸움을 위한 전제조건

비정규 교사에 대한 차별이 심화될수록 그네들은 ‘정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욕구를 강하게 갖

는다. 다른 업종과 달리 교직은 임용고사라는 정규직 전환과정이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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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비정규 경험을 함정(trap)보다는 일종의 가교(bridge)로서 생각하고 있으며 교육노동시장

에서의 장벽 또한 자신들의 노력에 따라서 넘어설 수 있는 것이라 인식하고 있다.36) 자신이

겪는 차별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려 노력하기보다 어떻게든 빨리 비정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길 꿈꾼다. 내부에서의 조직적인 문제제기가 없는 만큼, 비정규 교사의

처우 개선도 그만큼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비정규 교사들은 2/3 이상이 스스로 비정규직 교사가 확대되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

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인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80% 가까운 인원

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조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 지점도 분명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으

로 70% 정도가 신분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30%정도가 해고의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노

조를 만들고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사진: 2009년 6월, 전국기간제교사모임에 올라왔던 운영자의 공지 글]

2003년 비정규직 교사 선언과 함께 만들어졌던 수많은 온라인 모임들은 현재 임용고시 정보

를 주고받는 채용방으로 그 성격이 변모하였다. 심지어는 사진처럼 ‘본 까페와 관련 없는 정치

적 글의 자제요청’ 이 공지사항으로 올라올 정도다. 비정규 교사 당사자의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전제는 신분 보장과 고용 안정, 그리고 동등한 책임과 권한을 나누는 것에서부

터 시작이다. 그런데, 참, 모순적이게도, 이런 상황을 만들려면 비정규 교사 당사자들의 움직

임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혜안을 모아보자.

4. 소수성을 받아 안아 풍성해지는 교권

비정규 교사는 여성이다

2002년 비정규직 교사 통계를 보면, 비정규직 교원 72.06%가 여성임을 알 수 있다. 학교 뿐

아니라 전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내 여성의 비율은 월등히 높다. 여성의 노동은 부차적이라는,

36) 최정윤, ‘교육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연구- 초중등학교 기간제 교사를 중심으로’,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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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정 힘들면 시집가면 되지 않냐는 차별적 인식 속에 여성들의 노동권은 사각지대로 밀

려나고 있다.

여교사는 일등 신부감이라는 말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일등 신부감으로 ‘예쁨’ 받을 수 있는

여교사는 사실 정규직 여교사를 의미한다. 비정규 여교사에게 결혼이나 임신은 곧장 퇴직 사

유가 된다.

임용고사 합격률이 여성이 높고, 학교 현장에 여교사 수가 월등히 많다고 말하지만 중등 사

립학교 교원의 수를 보면 남성 정교사 교사 수가 여교사 수를 훨씬 앞지른다. 여교사의 임용

고사 합격률이 높은 건 어떤 특혜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가지 길 밖에 없는 여교사들이 분투

해 얻은 결과다. 사립학교 현장을 보면, 노골적으로 남교사를 우선 채용하는 것이 관행이다.

학교 안에서 젊은 비정규 여교사가 가장 낮은 서열에

있다는 말은 여교사들의 슬픈 현실을 반영한다. 2009년

9월 발생한 남학생의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 사건을 두고

많은 보수언론들은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며 한탄을 했

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교사들이 남학생들을 제대로 휘

어잡지 못해 남학생들이 여교사를 무시하는 일이 발생하

고 있다. 남교사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

어지기도 했다. 교권을 문제 삼는 순간, 되레 여교사들은

무능한 교사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정말 문제가 있는 것

은 여교사인 걸까? 오히려 지금까지의 교권의 기준이 남

교사를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던 것은 아닐까? 비정규직이며 동시에 여성이라는 약자적 지위에

놓여있는 여교사 인권을 반영해 교권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야 한다.

비정규 교사는 학생이다

비정규 교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주요하게 언급되는 것이 학생들과의 관계다.

적절한 권위가 확보되지 않아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교사의 권위로

서의 교권이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거라면, 교사의 지위가 정규/비정규냐

에 상관없이 교사의 인품과 수업의 질에 따라 교권 확보가 결정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

데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강조하는 교권, 즉 학생지도력은 무섭고 폭력적인 교사가 훨씬 잘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무작정 강조되는 학생지도력에는 상당부분 폭력적인 성격이

배어있었던 것은 아닐까. 교사가 말하면, 학생은 받아 적는, 그런 교육환경에 익숙한 우리에게

교권은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인간에 대한 존중 이상의 어떠한 권력을 의미하는 것을 아닐

까.

물론 학생들 중에는 얕잡아 보일만한 교사에게 도전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학생이

섞여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건, 교사와 학생 사이에 권력이 사라졌을 때 왜 이리 황폐한

관계만이 남는가이다. 보통의 관계에서는 권력이 사라졌을 때, 훨씬 더 편안하고 인간적인 관

계를 맺게 되지 않나? 왜 학생들은 비정규 교사의 약자적 지위를 이용해 오히려 그네들을 곤

경에 빠뜨리는 걸까. 권력에 따른 위계 설정과 그에 따른 복종은 사실 학교에서 배운 가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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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까. 그렇다면 비정규 교사의 교권이 복원되어야 함을 강조하기 이전에, 기존의 교권이 학

생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였는지를 고찰해 봐야 하지 않을까.

글을 맺으면서

학교 안 비정규 교사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비정규 교사를 정교사와 같은 존재로 만든다

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구호로만 담아낼 수 없는 수많은 문제의

식이 우리에게 남아있다. 비정규 교사가 대거 등장하기 이전에도 학교는 시궁창스러웠다. 다

만, 지금은 비정규 노동을 통해 그동안 감춰져왔던 학교의 모순들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을 뿐

이다. ‘지금의 시궁창은 너무하니, 조금 나았던 과거의 시궁창으로 돌아가자!’라는 우화에 등장

할 법한 논법으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조금 더 나았던(물론 누구의 입장이냐에 따

라 이마저도 다르겠지만)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생성을 말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완벽한 정답은 아니지만, 최근에 읽었던 고병권 씨의 글을 인용하며 장문의 글을

마무리 하겠다.

우리 시대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물음은 발견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생성에 대한 물음이어야

한다. 다양한 맥락에서 자본 관계에 편입되고 있는 존재들이 그 관계를 해체시킬 수 있는 연

대를 창출하는 것, 우리는 그 연대에 프롤레타리아트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이익의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넘어서는 것, 그것이 프롤레타리아트의 생성, 즉

프롤레타리아트화라고 할 것이다.37)

37) 고병권, ‘우리 시대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물음’, 2009 제4회 맑스코뮤날레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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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거리 : 참고자료

학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근로실태 및 차별해소 방안 마련 토론회 자료집(2003년 5

월 21일)

비정규직 교사(기간제 교사, 시간 강사) 실태보고와 교육부 요구사항장혜옥(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1) 방중월급 지급- 방학중 월급을 지급하라는 교육부 공문이 있다 하더라도, ‘지급할 수 있다’와 같은 허용조항일 뿐,

‘지급해야 한다’와 같은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현장에서 방학 중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함.

- 계약기간이 종료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고, 방학기

간 동안만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없어 생계가 막막함 -> 만약 생계를 위해서 방학기간중 다른 직장

으로 이직할 시 교육적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다분함

→ 국가인권위의 권고대로(“정규교원에 준하는 업무에 종사한 기간제 교원에게 ‘방학 중 보수’를 지

급할것을 권고”) 지급함을 의무로 해야 한다.

2) 퇴직금 미지급을 위한 계약기간 변형 및 일방적인 계약 강요 금지※ 1년이상 근무할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상에 명시되어 있음

- 1년간 기간제 교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3월 1일부터 12월 31일(혹은 겨울방학 직전)까지 계

약을 하는 등 퇴직금 지불을 피하기 위한 계약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겨울방학 기간 중 학교에서는

많은 업무의 이관, 이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간제 교사도 정규 교사와 마찬가지로 업무 분장

에 따라 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관 및 이임이 이루어져야한다.

- 실질적으로 1년 동안 한 학년도의 수업을 맡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기간을 3월 1일이 아닌 3월 2일

부터 계약하거나 담당 수업이 시작되는 날부터(예를 들어 3월 3일, 3월 4일 등) 계약을 하여 악의적으

로 계약기간을 변형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기간제 교사들도, 다른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년초 업무 분장

및 수업 시수 배분을 위한 예비소집에도 참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실질적으로는 1년 이상인 근무 년수를 학기별로 나누어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계약을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 1년 계약시 3월 1일 ~ 2월 28일(365일) 계약기간 설정을 의무화한다.

→ 계약 채용구분의 변경을 금지하도록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발송해야 함

기간제 교원으로 2월까지 계약하고 근무하던 중, 12월 겨울방학 하기 얼마 전에 2월에는 시간강사

로 임용된다는 통보를 들었습니다. 분명히 계약서에도 계약기간이 2월까지로 되어 있건만, 교장 선생

님은 교육청에서 기간제 교원의 월급 지급이 12월로 종료되기 때문에 2월에는 학교 예산으로 임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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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 강사로 근무해야 된다는 논리로 일방적으로 기간제 교원에서 시간강사로 채용

구분을 변경하는 사례가 있음

3) 연가, 병가 및 특별 휴가 사용 문제- 기간제 교사도 정규 교사와 마찬가지로 결혼 휴가를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병가로

처리하는 경우, 혹은 특별 휴가를 내어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함

-> 정규 교원에 준하는 복지가 보장되어야 함

4) 계약 기간 중 해임 불가를 통한 신분 보장-임용 계약시 일반적인 해임 사유를 명시하고 미리 알려 줌으로써 분쟁을 방지하도록 함

(다만, 시․도교육청에서 단순히 임용대기자 또는 전보 발령을 위한 해임은 불가)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 교육부, 2001. 9.

- 위의 교육부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에도 불구하고 계약기간중 일방적으로 해임을 통보하는 사례

가 발생함.

- 계약제 교원에게 해임서약서 작성을 강요함.

-> 계약기간중 해임 불가 지침 마련 및 공문하달

5) 시간강사의 4대보험 가입 의무화- 시간강사의 경우 4대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라 학교장의 재량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로인해 상당

수의 시간강사들이 보험혜택을 받고 있지 못함

→ 가입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함.

→ 시간강사 임용을 제한해야 한다.(1개월 미만 임용)

6) 재계약- 전문성을 인정받은 교사임에도 퇴직금 지불 부담의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음

→ ‘우수한 교사’ 확보차원에서 재계약을 권유하는 공문 하달

7) 경력 기간제 불이익- 인천시 교육청 2002년 12월 16일 공문 - “계약제 운영지침 보완과 관련해 본 교육청은 기간제

교원예산과 관련 10호봉기준으로 책정한바 기간제 교원 임용시 동일조건이라면 낮은 호봉자를 임용할

것”

임용시험 탈락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간제 경력이 높은 응시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

다. 교육부는 우수 기간제 교원확보를 기본 지침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인하여 지역

교육청은 낮은호봉(경력이 짧은 사람) 기간제 임용을 단위학교에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황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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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수의 응시생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음.

→ 우수한 교사 확보차원에서 ‘낮은 호봉(경력이 짧은 사람)기간제 임용을 단위학교에 공식적으로 요

청하는 것을 금하는 공문 하달.

8) 지역별․시기별 보수 차이 해결- 수당체계와 보수책정기준이 지역별로 달라 형평성 문제제기됨.

- 상여금의 시기별 차이로 인해, 근무개월수가 같음에도 보수차이를 있음.

→ 전국적으로 통일된 보수체계 지침 마련 공문 하달.

9) 계약서 작성 불투명- 2002년 한길리서치 비정규직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계약서 작성시 서명만 하거나(60.9%), 구두로

가계약(13.5%), 아예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16.3%)등 비정상적인 계약방식이 진행되고 있다.

→ 계약서 작성시 의무사항(당사자와 합의후 근무하기전 계약) 지침마련 및 공문하달.

10) 부당한 업무/시중 강요 - 기간제라는 불안한 신분과 관리자들의 차별적 인식으로 인해 기간제 교원들은 부당한 업무(교사의

업무가 아닌 잔심부름 포함)를 강요받아도 거절하지 못하고 감수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 여러 과목 담당, 여러 학년 담당, 과도한 수업시수, 과도한 행정잡무

→ 정교사에 준하는 업무분장과 부당한 잡무 강요하지 않도록 공문하달.

11) 선물이나 기증품 요구- 그만두는 기간제 교원에게 관리자 선물이나 학교기물 기증을 요구하는 경우

- 첫월급을 탄 기간제 교원에게 관리자에게 선물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 기간제 교원에게 계약 연장을 빌미로 선물을 요구하는 경우

→ 부당한 선물, 기증품 제공 금지 공문하달,

12) 성희롱 및 성차별 - 회식 자리등 기간제 여교사 성희롱 및 성추행

→ 여성부와 협조하여 신고센터 운영, 신고센터 홍보 공문 하달

13) 시간외 수당 미지급 야간 자율학습 감독, 전산업무등 공식적인 학교업무를 했음에도 기간제 교원이라는 이유로 시간외

수당 미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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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문하달

14) 교장단 회의를 통해 기간제 차별 공식화- ‘방학기간중 보수 지급 요건(학급담임을 맡을 경우 지급가능)’이 적힌 교장 회의 자료를 기준으로

학교장간 공식적인 합의를 통해 기간제 교원 차별

→ 사조직 회의결과를 공식화 하는 것은 문제가 있음. 교장단 협의회 결과를 공식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하는 공문하달.

▶ 비정규직 교사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와 정규교사와의 차별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금

하는 공문을 하달하고 감사보고서를 정기적으로(3월, 9월, 12월) 작성한다.

▶ 교육부 홈페이지에 비정규직 교사 차별 및 부당노동행위 신고센터를 개설 운영한다.

[핵 심 요 구 사 항]

<비정규직 교원의 확대 방지>

1. 정규직 교사자리를 비정규직 교사로 대체하는 임용조항인 교육공무원법 제 32조의 1항 2 즉, 한시

적 임용조항을 삭제해야 합니다.

2. 병가, 산가 및 연수등 휴직사유에 의한 결원보충을 제외하고 1년을 초과할 경우 정규교사로 전환

채용한다. 단, 정규교사채용은 법정 정원에 미달할 경우에만 해당한다.

3. 1개월 이상 근무와 정원내 임용일 경우 시간강사 임용을 금한다.

<학교별 근무조건 차별 해소>

4. 현행 기간제 교원의 근무조건은 학교장 재량으로 되어 있다. 이로 인해 동일기간 근무하더라도 학

교간 방중급여, 퇴직금 지급등 근무조건상에 상이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를 시도교육감

(교육장)이 임용하고, 공사립을 막론하고 수요가 있는 학교에 파견하여 근무토록 한다.

<정규교원과의 차별 해소>

5. 기초생활유지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퇴직금 및 방중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

기별 계약, 계약기간의 의도적 축소등을 법으로 금해야 한다.

6. 비정규직 교사에 대한 부당한 업무분담, 연가불인정, 호봉승급 불인정등 정규직과의 차별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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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한다.

7. 계약시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일방적 계약강요가 아닌 합의에 의한 계약서 작성을 보장 해야

한다.

8. 업무태만, 성실수행 등 학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부당 해임, 비용절감을 이유로 재계약 파기등

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신분보장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9. 시간 강사의 경우 기본적인 생존권 및 노동권 특히, 4대보험 보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실질적인 대책수립>

10. 대통령과 교육부는 책임있게 비정규직 차별문제와 부당근로강요, 비정규직 확대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

11,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 및 최소화 종합대책마련’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의 해결의지

를 보여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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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생생 토크: 생생한 토크로 풀어보는 교권

□ 취지 및 진행

- 이제까지 펼쳐졌던 다양한 교육 운동에서는 어떤 교권을 꿈꾸고 지향했는지, 그 길에서 어떻

게 깨지고 북돋우고 추스르고 힘내며 교권을 이야기하고 만들어갔는지 살피고자 한다. ➀ 1990

년 전후로 일어났던 교육민주화 운동,의 큰 축이었던 청소년 운동에서 교육과 교사는 어떤 위

치였는지 ➁ 전교조를 중심으로, 교사 운동의 입장에서 교권을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가고자 하

는지 ➂ 지금 여기에서 실제로 교권은 어떻게 이해되고 자리하고 있는지, 말랑말랑 생생한 토

크로 나누고자 한다.

□ 모신 이들(가나다 순)

- 양돌규

- 오혜원

- 이계삼

============

□ 이계삼(경남 밀성고) : ‘삐꿈 타는’ 전교조 활동가가 바라본 교권의 의미

1. 교권의 의미와 변천

• 교권(敎權)의 사전적 의미(이희승 민중국어사전)

①스승으로서의 권위나 권력 ② 종교상의 권위

• 사전적 의미에서 교권의 두 측면 ; 권위 / 권력

• 교사 입장에서 바라보는 교권

<따르릉 교권상담>(송대헌 지음 / 전교조 본부 교권법규국․교선실 펴냄)에는 교권에 대한 정

의, 맥락에 대한 언급이 없음. 그 이유는 1.실용 자료집이라는 특성 때문에 2. 너무 자명한 것

이기에 따로 정의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 여겨서.

어쨌든, 이 책에 담긴 콘텐츠를 통해 전교조가 바라보는 교권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데, 목

차를 살펴볼짝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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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급, 수당, 호봉, 그리고 출장비

- 휴가와 휴직

- 징계 절차와 대응

- 불이익 구제

- 연금과 공무상 재해

- 학생안전사고와 체벌 사고

•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 전교조가 바라보는 교권이란 대체로 ‘교육노동자로서의 권리, 복지,

신분상의 불이익 및 외압으로부터의 구제의 개념’이라는 사실

• 정리합시다. 교권의 세 가지 측면, 혹은 교권의 세 가지 의미

① (교육노동자로서 학생 및 학부모들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력

② (교육노동자로서의) 권리

③ (교육노동자로서의 지적 도덕적) 권위

• 지금까지 교권으로 이해되어온 일반적 의미, 그리고 지금도 대다수 교직사회내 권력집단, 사

회지도층(지도만 보는 계층?),보수 세력이 생각하는 교권은 대체로 ⓛ번임.

- 자본가/대통령은 사단장 - 교육부장관은 연대장

- 교육감/교육장은 대대장 - 교장/교감은 중대장

- 교사는 소대장 혹은 선임하사 혹은 인사계

- 학생은 전입 1개월미만 신병

• 이에 대한 반동으로써 전교조 운동이 태동함. 전교조는 ③을 주로 내세우면서 ②를 보조적인

것으로 추구했고, 그래서 ③을 ‘참교육’이라는 슬로건으로 제시했음.

• 그러나, 현실적으로 드러나는바 전교조 운동은 ‘결과적으로’ 교권의 ②의 의미에 치중하는 세

력으로 자리매김되었음.(일제고사/학생인권문제 등 아이들이 실제로 고통받는 문제에 대해 현

재 전교조는 제대로 발언하고 싸울 수 ‘없는’ 방식으로 구조화되어 있음) 싫지만 인정해야 할

것임.

• 이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전교조 본부가 발행한 ‘따르릉 교권자료집’의 체제 및 구성이

라 할 수 있음. 진정한 의미의 교권에 대해서는 거의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자기도 모

르는 새 드러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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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권의 재개념화

• 진정한 의미의 교권은 결국 ③ 교육노동자로서의 지적 도덕적 권위임.

• 교권이란 교사가 학생 학부모를 향하여 ‘보장해 달라’ ‘지켜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 (쪽

팔리게스리).

• 진정한 교권은 아이들을 존중하고 교원의 교육적 전문성(표현이 썩 맘에 들지 않지만 달리

다른 표현을 찾지 못해서)을 발휘했을 때 '부여받게 되는' 지적 도덕적 '권위'이다.

• ③의 교권을 향해 다가갈 때 중요한 전제가 되어야 할 사실 ; 학생인권과 교권은 한몸이라는

사실

• 학생 인권이 상처받으면 교권 또한 함께 상처받는다. / 교권이 외부적 힘에 굴복하게 되면

학생인권은 올바로 보장될 수 없다.

• 이런 맥락에서 지난 시절에도, 그리고 지금도 오늘날 교원들에게 요구된 것은 오직 순종과

경쟁에서의 승리 밖에 없었다.

• ‘교권’의 가치를 주장하는 분들의 자기모순

- 학생인권에 대해서는 권리보다 의무가 우선이라 주장

- 그러면서 자신들 문제에서는 권리도 좀 보장해 달라고 주장

3.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투쟁이 (진정한) 교권을 위한 투쟁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

• 투쟁의 위계 설정

-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투쟁 > 교원평가 반대 투쟁

- 일제고사를 반대하기 이한 투쟁 > 교원평가 반대 투쟁

- 참교육 실천 영역 확장을 위한노력 > 교원 복리를 보장하려는 노력

• 진지전과 기동전의 변증

- 조례제정, 법제화 차원보다 각 현장에서 뿌리내린 관행 등과 맞서 싸우려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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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생은 존엄한 권리의 주체이다.

2. 학교는 참여와 결정을 훈련할 수 있는 배움터여야 한다.

3. 다양성은 교육의 초석이다. 학교는 차이를 존중하고 차별에 맞서야 한다.

4. 배움은 학생이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감당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5. 책임은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가장 잘 배울 수 있다.

- 법과 제도가 설사 보장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전혀 뿌리내릴 수 없는 심각한 문화지체현상

• 진정한 교권을 위한 원칙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가 제시한 '새로운 학교의 전망' 10가지 열쇳말 중 다섯이

말하는 내용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교권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전제임.

읽고 외우자,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이 다섯 가지를 위해 애쓰고 투쟁할 때 그때 부여되는 지적 도덕적 권위가 바로 ‘교권’이라는

사실!!! 끝.

□ 오혜원(안양 호계중) - 교권과 학생인권은 함께 세워가는 것

1. 교사는 언제 분개하는가? - 교사로서 지키고 싶은 나의 자존심은?

▷ 어떤 선생님이 상당히 억울한 얼굴로 앉아 있길래 ‘무슨 일 있어요?’ 물어봤다. 그랬더니

교감선생님께서 종례를 하고 있는 도중에 들어와 소리를 질렀다는 이야기를 했다. 종례시간에

아이들이 너무 떠들고 있어서 아마도 지나가던 교감선생님이 시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교실 안

에 담임교사가 있는지도 상관하지 않고 ‘야, 조용히 해!’ 라고 하신 모양. 교감샘이 도와주시려

고 참견을 하셨는지도 모르지만 담임교사는 교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묻지 않고

바로 개입한 교감선생님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한편 반 아이들에게 쪽팔리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은 여러 샘들 반응은 ‘그거 교권침해 아니야?!’

▷ 없던 분회를 만들고 첫 분회보를 만들어 학교 선생님들에게 돌리고 난 후 교장선생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분회보를 만드는 건 좋은데 이것도 다 학교 안에서 선생님들이 하는 일이니

까 사전결재를 받으라는 충고 겸 명령 비슷한 이야기를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결

재? 왜? 그건 아니지...’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서 문의를 해본 결과 ‘노

조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답을 얻었고, 교장선생님께

가서 말씀드렸다. ‘그거 부당노동행위래요. 계속 그러시면 지방노동위원회에게 고발하겠습니다.’

태연한 척 이야기했지만 맘속은 후덜덜..

▷ 반 아이 한명이 다른 반 아이의 돈을 협박으로 뺐었다. 말하자면 금품갈취인데, 소풍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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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가는 내내 쫓아다니면서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러다가 잘 안되니까 결국에는 같은

반 일짱인 아이를 팔았다. ‘@@이가 너를 노리고 있다. 그러니까 나한테 돈을 맡겨두었다가 나

중에 집 앞에서 줄게.’ 결국 돈을 빼앗긴 아이는 눈물범벅이 되어 집에 돌아가 엄마에게 상황

을 말했고, 돈을 빼앗은 사건이 그날 밤에 다 드러났다. ‘왜 이 아이가 돈을 빼앗게 되었을까?’

부터 시작해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어떻게 고쳐가야 하는 건가’ 여러 가지 고민을 하

면서 그 아이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돈을 뺏은 우리반 아이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

다. ‘선생님, 이제 그만 혼내셔도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돈도 돌려줬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피해학생 어머니도 다 용서하신다고 했는데, 왜 선생님만 계속 우리 아이를 혼내세요? 이제 그

만 하시죠.’

▷ 새로운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 선정이 한창이었다. 각양각색의 교과서는 다 다르지만 한편

다 같았다. 어쨌거나 교육과정에 따라 조금씩 편재를 달리 했을 뿐 큰 줄기는 다르지 않으니

까. 갑자기 대학에서 교수들은 모두 다 자기의 계획대로 수업을 설계한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대학시절 ‘영미희곡’과목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배웠지만, 다른 대학 다른 교수의 ‘영미희

곡’은 현대 희곡일수도 있으며, 가르치는 내용이 다르다고 해서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것

을 새삼 깨달은 것. ‘왜 그들은 가르칠 내용을 스스로 정하고 교사는 정해진 내용을 가르치는

거야? 교사는 박사가 아니라서 그런가? 교직도 전문직이라면서... 교사도 교과 시간에 가르칠

내용을 선정할 권한이 있는 건가?’

▷ 운동장 조회시간마다 진행되는 국민의례 -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를 큰 의미두지 않고 기계적으로 따라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국기에 대한 맹세가 너

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면서 국가에 왜 충성을 다해야 되는 거

지?’ ‘주인이 누구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거야?’ 이 혼란 덕분에 그 후로는 국기에 대한 맹세 순

서가 되면 손을 가슴에 올려야 할지, 말지 항상 고민한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앞이라 내 개인

생각과 별개로 손을 올려야 되는 건지, 내 생각에 따라 그냥 손을 내리고 있어야 되는 건지...

* 참고 (daum백과사전 발췌) : 국기에 대한 맹세는 대한민국에서 국민의례를 할 때 낭송하는

것으로 1968년 3월 충청남도 교육위원회가 처음 작성하여 보급하기 시작한 것을 1972년 문교

부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였다. 2007년 5월, 행정자치부는 기존의 맹세문 문안이 시대와 맞

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국기에 대한 맹세' 수정안을 확정하여 2007년 7월 27일 공포 시행하였

다.

- 초기 맹세문 :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정의와 진실로서 충

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 1972년 이후 수정 맹세문 :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 2007년 이후 수정 맹세문 :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

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2.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교사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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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처리해야 할 늘어나는 잡무 덕에 수업준비는 뒷전으로 밀려 안 그래도 맘이 찝찝한

데, 사회에서 철밥통 지키기에 몰두하는 무능력한 집단으로 교사를 몰아대는 통에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다. 게다가 경쟁과 수월성위주 교육에 시달리다보니 수업시간에 뭔가

교육적인 성장을 이루는 재미난 수업을 준비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평범한(?) 수업도 준비하

기 힘든데 교육적인 성장을 이루는 수업이라니.. 정말 그런 수업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간절하

다. 수업시간이 쉬는 시간이라고 할 정도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시간은 수업시간처럼 아이들

과 함께 하는 시간. 나 정말 잘해보고 싶은데 몇 명 학생이 슬슬 기어오른다. ‘수업에 집중하

자’ 류의 말을 몇 번 했더니 아이들 앞에서 쎈 척을 하며 나를 열 받게 한다. 아이들이 내게

위협으로 다가온 순간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은 ‘야, 너까지 나를 무시할래?’

▷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인격적인 만남을 기초로 서로 배움의 즐거움을 주고받는 것이라

한다. 이러한 교육을 위해 교사, 학부모, 학생이 주체가 되어 학교를 구성하고 ‘만남’을 가진다.

그런데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인격적인 만남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정해진 장소, 정해진 교

육과정, 정해진 교과시간 속에 모든 아이들을 억지로 끼워 넣으려다보니 교사는 이미 교관처럼

바뀌었다. 학생은 정해진 틀에 들어가야 하고, 교사는 틀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어떻

게든 틀 안으로 넣으려 하다 보니 학생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생각을 바

꾸어 교사가 통제와 억압하는 역할을 내려놓으면 어떻게 될까? 교육의 본질을 탐구하며 학생

과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 지금껏 교사들 스스로 간절히 바랐던 것은 아닐까?

▷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연구용역팀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

지를 작성하고, 설문을 받고, 결과를 정리하고 학생인권조례의 얼개를 짜기까지의 과정은 교사

인 이미 알고는 있었던 진리를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 과정이었다. 인권을 존중받으며 자란 사

람만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듯이, 교사로서 권리를 존중받은 교사만이 학생의 권

리를 온전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을 몇 번씩 하면서 학생인권을 세우

는 일은 교권을 세우는 일과 함께 하는 것이라 실감하게 되었다.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려면

교사의 수업권을 보장해야 하고, 학생의 학교운영에의 참여를 보장하려면 교사의 학교운영참여

도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인권친화적인 학교환경 구성을 위해 학생들에게 휴게실이 필요하다

면 교사들에게도 휴게실이 필요하고, 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학급당 인

원수를 줄이는 문제는 교사의 수업권의 측면에서도 절실한 문제이다. 교사로서의 권리를 인식

하는 과정은 동시에 학생의 권리를 인식하는 과정이고, 불필요한 대립과 통제를 내려놓고 교육

의 본질에 한발 더 다가가는 일이 되리라 생각한다.

▷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다행히 통과된다면 상당한 진통이 오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한동안은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충돌이 격해질 것이고, 학생들은 한동안 머리를 기르느라

신이 날 것이다. 기고만장한 학생들 꼴 보기 싫은 교사들은 정말 교직을 떠나야 되나... 생각할

테고. 그런데 교사에게 집중되었던 학생의 권리를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과정에서 진통이 없을

리 없다. 초기의 진통은 점차 학생인권의 본질을 세우는 과정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은 학생을 주축으로 힘겹게 진행될 것이다.

▷ 교사는 이미 빼앗긴 학생에 대한 통제권한을 그리워하기보다는 진정한 교사로서의 권리-

교육활동의 주체로 참여할 권리, 교사이기 이전에 시민으로서 양심에 따라 살아갈 권리,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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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포함한 노동자로서 누려야할 권리 등-를 찾고 교육의 주체가 되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이 연대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경기도에서 학

생인권조례가 뿌리내리는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 학생인권이 조례의 문구가 아니라 학교에서

자리 잡는 과정이 쉽지 않듯 교권을 세우는 과정 또한 쉽지 않겠지만. (끝 ^^)

□ 양돌규(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석사, 노동자역사 한내) : 1989년의 기억과 전교조38)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출범했던 1989년 여름. 그 여름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이들은 주로

1971~1973년생들이다. (또한 1989년 당시 중학생들은 1974~1976년생들이다.) 이들을 두고

‘전교조 세대’라 부르거나 ‘참교육 1세대’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들 중 일부는 스스로를 ‘고등학

생운동 세대’라 부르기도 한다. 2009년 현재 이들은 37~39세(넓게는 34~36세까지 포괄)로서

대부분 가정을 이루고 사는, 전통적인 세대 위치로 보자면 ‘기성 세대’가 되었다.

이들에게 전교조 출범 당시의 학교 현장에서의 경험은 매우 ‘찐한’ 경험으로 남아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예컨대 허영만의 만화 <식객>39)에도 이 세대의 ‘학창 시절’의 경험으로 전교조 출

범, 교사 해직, 학생들의 시위 등이 소개되기도 하는 걸 보면 ‘전쟁’과 ‘혁명’ 등 세대를 형성하

는 ‘공통 경험’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꽤 강렬한 기억이었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전교조가 결성됐던 1989년 정세는 매우 역동적이었다. 서울지하철 파업,

현대중공업 128일 투쟁, 임수경-문익환 목사 방북 등과 더불어 전교조의 출범이 있었고 1987

년 6월항쟁 이후 노태우 정권이 수세에서 공세로 정세 반전을 위해 총공세로 나서던 때였다.

전교조의 대량 해직도 바로 그러한 가운데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전교

조 교사의 편에 가장 단호하게 섰던 것은 다름 아닌 당시 중고등학생들이었다. 전국 250여 개

학교에서 연인원 47만 명 이상이 참여한 학생들의 투쟁은 초기 전교조 교사에 대한 엄호, 방

어의 성격을 가지고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투쟁의 파고가 높아짐에 따라 학생탄압분쇄투쟁,

학생자치권쟁취 등의 요구로 발전40)해 나갔다.

이 글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전교조 출범 당시 학생들의 투쟁을 기억해야 한다

는 것이다. ‘자기 조직’이 아닌 교사들의 ‘전교조’를 사수하고 지키는 것이 왜 학생들에게 중요

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망각하는 순간 전교조는 그저 교사들만의 ‘노동조

합’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앞부분은 그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1989년에 벌어졌

던 중고등학생들의 움직임 중 전교조와 연관되어 있는 ‘사태’를 서술하고 뒷부분은 그 기억이

망각된 전교조와 학교 현장에서의 사례를 2006년 동성고등학교와 마산에서 벌어졌던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할 것이다.

1. 전교조 결성과정

38) 이 글은 졸고, 민주주의 이행기 고등학생운동의 전개과정과 성격에 관한 연구, 성공회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과 석사학

위논문 중 7장의 4, 5절과 10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졌다. 석사 학위 이후 몇 차례의 교사 대상 강연을 통해 가다

듬었던 생각을 정리해서 진보평론 39호(2009년 봄호)에 적은 것을 옮김.

39) <식객> 외에도 정도상의 소설 열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희망노래(1990, 녹두)나 그 세대의 한 명으로서 소설가

김종광이 지은 소설 ― 71년생 다인이(2002, 작가정신), 야살쟁이록(2004, 우리교육) 그리고 당시 학생들이 펴낸 단행본

과 무크지 ― 이제 거진 어른인 걸요(동녘, 1990), 푸른나무 4호(1990, 푸른나무) 등을 통해 전교조가 출범했던 1980년

대 말과 90년대 초의 ‘세대적 경험’을 추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40) 이는 그 세대에게 1989년이 단지 ‘선생님들의 전교조’로 국한될 수 없는 기억임을 의미한다. 당시 중고등학생들의 저항은

투쟁 일지만 보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양돌규, 「1989년 전국 중고등학생들의 투쟁 일지」, http://www.hr-oreum.net/article.php?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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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전신인 전국교사협의회(이하 전교협)는 1988년 하반기 교육법개정투쟁을 전개하고

11월 20일 1만 명이 넘는 교사들이 여의도에 모여 전국교사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한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1989년 2월 전교협은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할 것을 결의하고

1989년 5월 28일 경찰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연세대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그리고 1989년 6월말에는 130개 지회, 600개 분회, 2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대중적인 노동조

합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당국은 전교조가 결성되자마자 탄압에 나서기 시작한다. 시도교육위원회에서는 5

월 19일 각급 학교로 ‘학생에 대한 편향된 의식화 예방을 위한 학부모와의 공조체제 구축방안’

이라는 공문을 통해 교장, 중견교사, 학부모로 구성된 공조회를 구성하고 그 실적을 보고하라

는 지시를 내린다. 또한 당국은 관계기관대책회의를 갖고 노조결성을 주도한 교사들을 파면,

형사처벌키로 하고 6월 22일 노조결성을 주도한 54명을 모두 파면, 해임토록 15개 시도교육

위에 하달하는 한편 이들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 한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 당국은 1차 탈퇴시한을 7월 15일, 2차 탈퇴시한을 8월 1일로 정하고 집요하게 탈퇴를

종용한다. 또 7월 1일 문교부도 전교조 가입교사에 대한 전원 파면․해임조치를 발표하면서 전

교조 가입교사는 전국적으로 6천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교조는 조합원 숫자는 2만여 명

이라고 반박하면서 한겨레신문에 명단을 공개41)하기 시작한다. 또한 7월 11일부터 15일까

지 단식수업을 전개하여 많은 교사들이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다. 이에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호

응하며 전교조 사수를 위해 투쟁을 전개한다. 각 학교에서 시위, 농성 등이 벌어지자 정부는

32개 학교에 전격적으로 조기방학을 실시한다.42)

7월 13일 전교조 이부영 위원장 직무대리가 연행되자 전교조 집행부는 단식농성에 돌입한다.

이어 6백여 전교조 교사들도 7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명동성당으로 집결해 전교조 사수,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단식농성을 전개하게 된다. 개학 이후 각급 학교에서는 출근투쟁이 전개

되고 노동, 농민, 대학생 등 민중진영에서는 전교조 사수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몇 차

례의 전교조 사수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

결국 9월 20일 현재 파면 156명, 해임 925명, 직권면직 380명, 직위해제 250명 등 총 1,711

명이 학교 현장으로부터 떠나게 되었다.43)

2. 전교조 지지투쟁

저희 학교에 전교조 선생님은 5월 달에 해직, 5월달에 징계위에 회부가 되서, 6월 때, 저희가 한편으로는 직

선제 싸움을 했고 한편으로는 전교조 선생님, 해직교사 지키기 운동을 했는데, 직선제 선거도 그랬고 그 다음

에 이제 선생님 지키기 싸움을 했던 거는 징계위원회가 열렸는데 이제 징계 열리는 그 뭐야, 법인? 법인이라

고 그래야 되나. 사립학교 법인 사무실 앞에서, 인제 지금도 기억해요. 명동에 있는 쁘렝땅 백화점 앞이었어

요. 그래서 거기서 집회를 잡은 거예요. 집회를 잡고, 저희도 잡고 그 다음에 졸업생 언니들도 왔고. 거기서

집회를 하다가 롯데 재단에서 전경을 불른 거죠. 그대로 들려서 경찰서에 가서 거기서 밤까지 있다가 하고

이제 풀려났는데, 학교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더니 이미 부모님들이 다 데려온 상황이었고, 거기서 대박으로

41) 조합원 명단 공개가 1989년 당시에는 정부 당국의 탄압에 맞서는 전교조의 적극적인 전술이었다. 반면 20여 년이 지난 지

금 뉴라이트 단체에서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자 전교조는 수세적으로 맞서고 있다. 20년의 시간 동안 이렇게 바뀌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42) 한겨레신문, 1989년 7월 16일.

43) 신임철, 전교조와 정부간 게임에 영향을 미친 요인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행정학과 석사논문, 2001,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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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는 상황이었죠. 다 끌려가고 머리채 잡혀서 끌려가는 상황이었고. (2006.4.24. 서울지역 고등학생운동 경

험 김미소 구술)

한 번은 거의 한 이천 학우가 다 내려왔던 거 같애. 근데 그 동력, 그러니까 이천 명 정도 어쨌든 모여서 막

스승의 날 노래 부르고, 스승의 노래 부르고 그러면서 그랬던 거, 선생님 사랑해요, 막 이런, 선생님들 짤르지

말아요, 막 이런 이런 집회였는데 (…중략…) 나 1학년일 때 3학년 선배들은 이런 흐름을, 그러니까 학생 스스

로 이렇게 조직하고 조직하고 할려구 뭔가 학생들의 그 노력들이나 주도적인 어쨌든 학생층이 어떤 형태로

든 있었던 거 같은데, 나는 이제 그건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렇게 2000명이 나와서 그런 것들을 했던 경험.

어 그리고 그리고 이제 그런데 결국 선생님들 다 해직됐지. (…중략…) 어쨌든 그중에 맨 마지막 집회는 학생

은 한 백여 명 밖에 안 나왔는데. 이날 선생님들은 완전 쫓겨가는. 쫓겨가는 상황, 이 네 분이 학교 밖으로

쫓겨나가는, 상황. (…중략…) 그 당시 1학년인 나에게 3학년은, 3학년 그것도 남자는 굉장히 난 무슨 너무너

무 어른 같이럼 느껴졌었거들랑. 그런데 그 남자 선배가 정말 교문 밖에서 앉아서 통곡, 남자 통곡하는 거

처음 봤어. 그러니까 막, 완전히, 그런데 힘으로 막 그 교문으로 쫓아내는 건 거의 학주와 막 이 막 엉켜서

엉켜 거의 이제. 아유 진짜 기억을 할려니까, 좀 그렇다. (눈물) 아우 참, 옛날. 이때도 충격이었지 완전히. 그

리고 선생님들 쫓겨가니까 그때 가방, 한겨레신문 같은 거 만평 같은 거에 나왔을 거야. 완전히 무슨 교문

이렇게 있고 선생님들 가방 메갖고 그런 어떤 만평 같은 거, 쫓겨난 어떤 상황. 그러니까 그때 그걸 보면서도

나는 쫓겨나는 거 까지 보니까 어쨌든 너무 이런 것들이 충격이었던 거 같애. 그리고 오히려 그리고 오히려

교문이 누구나 다 그때 그런 생각, 느낌 했겠지만 교문 안쪽인 학교가 오히려 철창 같은. 어쨌든. 이, 감옥

같은. (2006.4.18 서울지역 고등학생운동 경험 서연희 구술)

전교조 결성, 뒤이어 노태우 정권에 의한 직접적인 탄압이 이어지자 중고등학생들의 전교조 지

지투쟁이 촉발된다. 이러한 중고등학생들의 전교조 지지투쟁은 크게 4개의 시기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전교조 출범을 전후한 5월부터 7월 9일까지의 상승기이다. 이 시기는 5월 15

일 스승의 날을 맞아 한국고등학생기독교운동총연맹(이하 KSCM)이 「선생님 저희가 지켜 드릴

께요」44)라는 제하의 유인물을 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5월 26일 남서울중학생 2명이 전교조

탄압 반대 등을 담벽에 쓰다가 경찰에 연행되고 5월 29일 광주 광덕고와 서울 신일고에서 각

각 학생 2천여 명과 1천 2백여 명이 농성을 전개한다. 이로부터 7월 9일까지 전국적으로

2~10여 개 학교에서 시위와 농성이 매일 전개된다.

이 시기 학생들의 투쟁은 전교조 사수와 지지의 의지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데에 주력한다.

학생들은 동원 가능한 자원을 모두 활용하여 여러 가지 전술을 시도하고 그러한 전술을 곧 다

른 학교 학생들이 응용하게 된다. 운동장 농성, 단식농성, 밤샘공부, 리본달기, 가두진출, 징계

저지 시위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또한 6월 17일에는 서울 연세대학교 민주광장에서는 구로

고, 신일고 등 10개 학교 1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참민주교육을 위한 고등학생결의대회’가

열렸다.45) 이는 각 학교의 첫 연합집회로서 학교 단위의 활동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매우 특징

적인 현상이었다. 학교 내를 넘어서 지역 내 대중적 연합의 노력이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두 번째 시기는 7월 10일부터 7월 23일까지 학생들의 투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이다. 이

44) 한국고등학생기독교운동총연맹, 「선생님 저희가 지켜 드릴께요」, 1989;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 권리 침해 사례집, 1989, 속표지.

45) 한겨레신문, 1989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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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에는 전교조에서 단식수업을 전개하고 전교조 소속 교사의 명단을 공개하는 시기로서 정

부 당국도 각 학교 단위에 탄압을 집중하던 시기이기도 하다.46) 학생들의 투쟁은 징계 저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진행된다.

이 시기 초반에는 매일 10여 개 학교에서 싸움이 발생하지만 가장 정점에 이르렀던 7월 14일

에는 전국적으로 58개 학교에서, 15일에는 전국적으로 59개의 학교에서 투쟁이 폭발한다. 특

히 광주 광덕고와 문성고 학생 3천여 명은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던 재단이사장실을 각각

점거 항의 농성을 벌였고 광주 동아여중고생 4천여 명과 송원학원 산하 남녀 중고생 8천여 명

도 비를 맞으며 운동장 농성을 벌였으며 그 결과 징계위를 무산시켰다. 거창종고 학생 500여

명은 거리로 진출했다가 전투경찰과 교사들에 의해 주먹, 곤봉 등으로 구타당하고 신용석 학생

이 안면을 구타당한 뒤 3m 아래 개울로 추락하기도 한다.

특히 광주에서의 연합 집회는 놀라운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광주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이

하 광고협)는 7월 20일 전남대학교 5․18 광장에서 ‘교직원노조 지지 및 징계철회 요구 연합대

회’를 개최하였다. 원래 광고협의 계획은 낮 12시 광주 공설운동장 로터리에 집결, 도청 앞에

서 연합집회를 갖기로 했었으나 경찰이 1차 집결지와 각 학교 정문을 봉쇄하자 10여 개 학교

학생 5천여 명만 오후 3시 전남대학교에 집결했던 것이다. 대회가 끝난 후 학생들은 후문을

통해 거리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이 다연발최루탄을 쏘며 저지하자 교문 부근에서 1시간 동안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광주지역 20여 개 학교 학생 2만 5천여 명은 각 학교에서

학교 밖 거리로 진출하다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과정에서 교사 3명과

대학생 7명, 중고생 580여 명 등 600여 명을 연행해 대부분 돌려보냈다.

세 번째 시기는 7월 23일부터 여름방학 시기이다. 여름방학 시기는 대체로 소강국면으로 돌입

하게 된다. 이 시기에 학생들은 두 가지 활동을 전개하는데 하나는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전개하는 전교조 교사들을 지지 방문하는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2학기 개학 이후를 대비해 지

역 학생연합체을 조직하는 노력이었다. 이미 조직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던 광고협(의장 서석고

3학년 강위원)은 7월 29일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광주지역 10만 학

도는 참교육 실현을 위한 전교조를 지지하며 선생님들을 지키겠다. 징계가 이루어졌을 경우 조

직적으로 연대해 투쟁하겠다. 문교당국은 즉각 전교조와의 대화에 응하라”고 주장했다.47) 부산

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부고협, 의장 용인고 3학년 황순주)도 8월 3일 부산대학교 중

앙도서관 앞에서 15개 남녀 고등학교 학생 및 대학생 3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결성식을 가졌

다.48) 부고협은 부산시내 각 구별로 이루어진 ‘학생회연합회’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바로 이 세 번째 시기를 경유하면서 고등학생운동은 전교조에 긴박당하지 않고 좀 더 독자적

인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노력한다. 예컨대 부고협 1기 의장이었던 황순주는 다음과

46) 김진경은 전교조 지도부가 출범 초기 전술적 판단을 잘못했었음을 시인하고 있다. 즉 정부 당국의 탄압이 지도부에 집중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하부조직에 가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명동성당 단식농성을 거치면서 본조의 지도력 이완은 더

욱 가속화되어 분회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김진경, 「전국교직원노조의 전망과 과제」, 전환기

의 민족교육, 푸른나무, 1989, 102~3쪽

47)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육운동백서 편찬위원회 편, 한국교육운동백서 : 1978~1990, 풀빛, 1990, 664쪽.

48) 이외에도 학생연합체들로는 나고련, 목고련이 있었고 서고협, 인고협을 결성하려는 흐름도 있었다. 나고련은 1988년 12월

17일 나주지역 6개교 학생 50여 명이 모여 전국 최초의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조직으로 출범했었다. 편집부, 흐름 통권 6

호, 형성사, 1989년 2월호, 194쪽; 한국고등학생기독교운동총연맹, 「우리는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1988, 34쪽. 또한 목포지

역고등학생연합회 소속 학생들이 전남 목포 검찰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서울지역고등학생협의회 준비위원회는

8월 31일 서울대 총학생회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칭 서울지역 중고등학생협의회 및 전국 규모의 단체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1989년 9월 1일. 7월 28일에는 인천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 결성을 위한 사전모임이 있기도 했다.

국민일보, 1989년 8월 1일. 그러나 광고협과 부고협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

히 서고협의 경우에는 활동을 전개하지 않은 명목상의 조직에 불과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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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당시의 운동 주체들에 대해서 회고하고 있다.

“부산지역 고등학생들도 이런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

었다. 학생을 대표하든 학생회를 대표하든 연합체 형식의 조직을 준비해서…. 당시 정권에서 전교조 교사가

학생들을 선동했다고 선전했는데, 선생님을 뺏기는 상황이었고 교육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촉발되고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의 문제도 같이 제기하자면서 나갔던 것이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각

각 주체별로 준비를 해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전교조 투쟁만을 위해 만든 조직이 아니었다. 교육

주체로 자주적으로 나선 것이었다. 전교조 교사를 보호하는 것은 일부분이었다.”49)

광고협도 “우리는 단순히 교원노조 지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교육의 주체인 학생으로서 당

연히 주장해야 할 권리인 참교육과 민주교육을 목청껏 부르짖으며 학내의 비민주적 요소들을

척결하고 학내 민주화를 쟁취하려는 발전적인 싸움으로 한 차원 높은 싸움을 온몸으로 전개해

야 될 것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1989년 7월 20일 발표했으며 마창고협도 9월 30일 발족

선언문에서 “우리 학우들의 단결된 힘으로 우리를 입시 전쟁과 철저한 이기주의적 인간으로

내몰고 있는 사회 풍토를 개선하고 민주 시민의 예비단계로서 모든 학생회 활동들을 자율적으

로 민주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우리 학우들의 자율적 능력을 무시하고 단지 의무

와 순종적 인간만을 요구하는 관료주의적 교육자와 재단에게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여

야 하며 또한 이것은 우리의 의무인 것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네 번째 시기는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8월 22일부터 그 이후 시기이다. 이 시기 타 지역의 싸

움은 상대적으로 소강국면으로 넘어갔지만 광주 지역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광고협은 8

월 26일 전남대에서 광주시내 27개 고교 대표자 총회를 갖고 2학기 활동방향과 각 학교 집회

개최 및 연대투쟁 등을 결의했다. 이어 8월 29일 해직교사 출근투쟁 지원, 탈퇴교사에 대한

학교별 수업 거부, 신규채용 교사에 대한 교문출입 봉쇄 및 수업거부 등을 결의하면서 송원학

원 산하 3개교와 대동고, 서석고 등 10여 개 학교에서 학생 1만 5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

시집회 및 농성을 벌였다. 8월 29일 서울에서도 풍문여고 학생 1천 5백여 명과 상도여중 학생

1천여 명이 교내 농성을 벌였고 인천외국어학교, 세일고, 성헌고 학생들도 같은 날 교내 농성

을 전개했다.50) 한편 이 시기에 마산․창원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마창고협)도 결성이

된다. 9월 20일 건설 준비위가 결성되고 9월 30일 출범을 하게 된다.51)

3. 학생탄압 분쇄투쟁

학생들의 투쟁에 대해 가해진 탄압의 주체는 학교 교장, 교감, 교사뿐만이 아니었다. 경찰과

문교 당국 등까지도 학생탄압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 형태는 다양했다. 학생에 대한 협박과

불이익처분에서부터 시작해서 학생회 집회 방해, 주먹과 몽둥이를 사용한 폭행, 근신․유기정학․무기정학․퇴학 등의 징계, 전투경찰에 의한 집회 폭력 진압과 연행․수사 과정에서의 폭행 등이

었다.

49) 유윤종, 「“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 부수고”―들불처럼 번진 청소년들의 참교육 운동 」, 인권오름 제10호, 2006년 6

월 27일, http://sarangbang.or.kr/bbs/view.php?board=hrweekly&id=20&page= 이하의 광고협, 마창고협 성명서 내용에

대한 분석도 유윤종의 글을 참조하였다.

50) 한겨레신문, 1989년 8월 29일

51)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육운동백서 편찬위원회 편, 한국교육운동백서 : 1978~1990, 풀빛, 1990, 6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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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명단

구속(5명)김일수(광주 대동고․광고협 기획부장), 강위원(광주 서석고․광고협 의장),

임희용(광주 서석고 학생회장), 이준범(인천체육고), 유민수(경시 일산종고 부회장)

불구속 입건(10명)윤석남, 최명균, 박한기, 김기태 (이상 일산종고), 김진채, 김종호, 허남종, 박석주,

심을식, 김상신(이상 전남 옥과고)

퇴학김설준(남서울상고․전 학생회장), 유민수, 김희정(부산사대부고, 부고협 총무부장),

강위원(광주 서석고․광고협 의장)

권고자퇴 김대옥(남서울상고), 이창배, 박문석(이상 서울 광신고)

무기정학

강종철 외 1명(전남 고흥 영주고), 김영선․서창원(이상 서울 관악고), 이창수,

양지흠 (이상 서울 광신중), 문봉덕, 정강수, 임종기, 전택용(이상 경기 철원

김화중), 황순주(부산 용인고․부고협 의장), 양재호, 이상석, 손동열(이상

부산진고), 김은경(서울 고척고), 이정식, 이정훈, 이희용, 강태훈 외 4명(이상 대구

배영고)

[표43] 1989년 탄압 현황. 출처 : 유인물 반교육의 현장―학생탄압 극심 , 1989년 12월

먼저 경찰은 1989년 6월 26일 고교생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전국 고교생 조직에 대한 전면적

인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의 이 같은 조치는 치안본부가 고교생 조직의 각 지역별 조직 실태,

대표 및 핵심인물 인적사항, 각 조직의 가입학교 및 활동상황 등을 파악하여 보고하도록 지시

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52)

문교부도 6월 29일 전국 시도교위 생활지도 담당 장학관회의를 통해 집단시위나 의식화 집회

와 관련된 학생 또는 조직을 파악해 선도토록 하고 선도가 안 될 경우에는 제적․정학 등 중징

계하도록 결정했다. 또 학교별로 지도위원회를 두고 검찰․경찰과 협조체제를 갖춰 관련 학생에

대한 개별지도와 함께 관련 조직이 결성되었을 때는 해체를 유도하는 등 체계적인 지도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53) 또 여름방학 개학 이후인 8월 1일에도 치안본부는 중고교 내 교원노조

관련 의식화활동을 파악해 8월 3일까지 보고하라고 전국 경찰에 지시했다.54) 그리하여 광고협

의장이었던 광주 서석고 강위원 학생이 제적, 구속되기도 하였다.55)

이러한 국가와 문교당국, 그리고 학교 측의 탄압은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전교조에 따르면 구

속 5명, 불구속입건 10명, 퇴학 7명, 무기정학 28명, 유기정학 40명, 근신 72명 등에 이른다.

이 명단을 표로 나타내면 [표1]과 같다.56) 이에 대한 각 지역, 각 학교에서의 학생들의 투쟁

도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8월 3일 부고협 결성 이후 개학과 함께 등교한 부고협 부의장이고

학산여고 학생회장이기도 했던 강미의 등교 소식에 학산여고 학생들은 칠판에 ‘강미는 우리의

52) 한겨레신문, 1989년 6월 30일

53) 한겨레신문, 같은 날.

54) 세계일보, 1989년 8월 2일, 조선일보, 1989년 8월 2일, 중앙일보, 1989년 8월 1일, 동아일보, 1989년 8월 1일

55) “광주지역 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광고협) 의장 강위원(19․광주 서석고 3년 제적), 광고협 기획부장 김일수(19․광주 대동고

3), 광주 서석고 학생회장 임희용(19)군 등 3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을 적용,

각각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을 구형했다. 강군 등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선생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고교생들의 순수한

뜻이 전교조 지지 움직임으로 나타났으며, 이 같은 행동이 ‘좌경․용공’ 등으로 왜곡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군 등은

지난해 전교조 결성이후 이를 지지하기 위해 7월 22일 광주지역 24개 고교생 대표들로 ‘광고협’을 결성, 같은 달 29일과 9

월 5일 전남대에서 대규모 집회와 교문 밖 시위를 벌인 것을 비롯 3~4회에 걸쳐 교내외 집회․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 기소됐었다.” 한겨레신문, 1990년 1월 26일

56) 유인물 「반교육의 현장―학생탄압 극심」, 198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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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라고 썼다가 학생 1명이 구타당했다. 이어 1․2학년생들의 부분적인 수업거부도 있었다.

또한 9월 1일에는 학산여고 1500여 명이 운동장에서 학생회장 징계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에

부고협 부의장 강미는 학생들 앞에 나와 부고협의 정당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강

미는 무기정학 이상의 징계가 확정되었다.57) 부고협 의장인 황순주의 경우는 9월 7일, 징계위

원회에서 제적이 부결되었으나 용인고등학교 교장은 직권으로 황순주를 제적시켰다. 이에 9월

9일 전교생 1800여 명이 항의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비가 오는 가운데 운동장, 복도, 교실 등

에서 농성을 벌였다. 결국 학생들의 투쟁에 힘입어 황순주에 대한 제적 결정은 9월 10일 무기

정학과 학생회장직 박탈로 철회되었다.58)

2학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학생의 날 행사가 집중적인 탄압을 받았다. 이러한 탄압들은

1989년 전교조 투쟁을 통해 확산된 고등학생운동의 대중적 저변 확대를 무위로 돌리고자 하

는 시도들로서 경찰과 시교위, 학교가 합세하여 파상적으로 전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충남

대천의 럭키 예식장에서 있었던 11월 3일 학생의 날 행사에 참가한 학생 42명은 징계를 당했

다.59) 서울에서도 학생의 날 행사가 탄압을 받았다. 서울지역고등학생단체연합은 11월 1~4일

까지를 학생주간으로 선포하고 고려대에서 첫날인 11월 1일 ‘학생주간 선포식’과 ‘참교육을 위

한 우리노래 경연대회’를 열려고 하였다.60) 그런데 행사 장소인 고려대를 전투경찰 10개 중대

가 원천봉쇄하였고 이에 학생들은 중강당에 200여 명이 모여 행사를 강행하였다. 그러자 경찰

은 수십 발의 최루탄을 쏘며 학내로 진입하려고 했고 이에 학생들은 도서관으로 장소를 옮겼

지만 경찰은 5분 내로 해산하지 않으면 전원 연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주최 측은 안전 귀

가 보장을 조건으로 자진 해산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도열하

여 정문을 지켰고 중고등학생들은 대학생들과 함께 ‘참교육의 함성으로’ 등을 부르며 교정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경찰은 해산 중이던 대열을 향해 최루탄을 난사하고 미처 버스에 타지 못

한 학생들을 연행했으며 이미 출발한 버스도 세워 중고등학생들도 연행되었다. 이날 연행된 총

숫자는 45명에 이르렀고 이들은 모두 서울 성북서로 연행되었다. 명지고 3년 모군은 전경버스

에서 전경들에게 구타를 당하기도 했고 KSCM의 지도교사인 이민섭도 강제 연행되고 폭행과

손찌검을 당했으며 행사 필름도 빼앗겼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행사가 좌경 폭력세력의 전위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답변

을 유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전교조와의 연관을 밝히려 하였다. 이에 종로5가 기독교회관

에 있던 KSCM 사무실에서는 고등학생운동에 대한 탄압에 대한 경찰의 항의에 대한 농성을

일주일간 전개하기도 하였다. 이날의 수사는 서울 성북서 박성보 총경 지시로 대공3계에서 작

성한 ‘연행자 심문사항’이라는 지침에 기초해 이루어졌다. 지침서의 내용은 행사 목적 및 동기

에 대해서 좌경세력들의 전위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답변 유도, 고교생들의

조직화․세력화를 위한 고교생 선전․선동 목적이라는 답변 유도, 극한투쟁으로 전교조 위상

재정립 및 좌경세력들과의 연계투쟁이라고 답변 유도 등이었다.61) 이 지침서가 다음날 연합뉴

스와 각 일간지에 보도돼 물의를 빚자 성북경찰서 박성보 서장은 지시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

57) 부고협 편집부, 부고협 소식지 3호, 부산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 1989년 11월 3일, 4쪽.

58) 부고협 편집부, 부고협 소식지 2호, 부산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 1989년 10월 4일, 4쪽.

59) 신현수, 「나는 이제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九龍 제11집, 서원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1989; 국어교육을

위한 대천․보령지역 교사모임․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천․보령지회, 「보도자료 : 대천보령지역 학생의 날 기념행사 탄압」, 1989

년 1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육운동백서 편찬위원회 편, 한국교육운동백서 : 1978~1990, 풀빛, 1990, 617~8쪽.

60) 서울지역고등학생단체연합은 KSCM, 흥사단고등학생아카데미(흥고아), 푸른나무 이야기 모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61) 한국기독교사회운동연합, 「학생의 날 주간행사 탄압에 대한 우리의 입장」, 1989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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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며 한발 물러섰다.

참가자 연행된 45명의 신원은 각 학교에 통고되었다. 그러자 다음날부터 각 학교에서는 시교

위의 지시에 따라 진술서 및 각서를 쓰게 강요하고 중징계 하겠다고 위협했다. 또한 경찰은 다

음날부터 이어지는 행사도 역시 원천봉쇄했다.62) 특히 강제 연행됐던 서울 고척고등학교(교장

김종옥) 학생 10여 명은 훈방조치 된 후 학교 과학실, 도서실 등에 감금된 채 교사들로부터

구타당했다. 이어 학교 측은 ‘학교 허락 없이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7명의 학생에게 근신,

3명의 학생에게 유기정학을, 그리고 1명의 학생에게 무기정학을 내렸다.63)

한편 이외에도 학생의 날 기념행사는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목포에서는 11월 3~5일에 목포

대학교에서 전교조 목포지회 주최로 전시회, 강연회, 가요제, 발표회 등을 가졌고64) 청주에서

는 11월 5일 충북대 사대에서 정다운교실만들기 고등학생 모임 주최로 풍물, 노래발표, 마당

극, 초청강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열렸다.65) 참교육실현을 위한 동부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11

월 2일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동부지역 시민문화제’를 열었고 광주에서는 광고협 주최로

10월 30일~11월 5일까지 학생주간 행사를 가졌다. 부산에서는 부산YMCA․참교육을 위한 부

산 학부모회 주최로 부산여자대학에서 10월 30일~11월 5일까지 학생주간 행사를 가졌고 울

산에서는 학생의 날 행사 준비위원회 주최로 11월 5일 울산대 야외공연장에서 마당극, 대동놀

이 등 행사를 개최하고 울산․울주지역 학생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고등학생운동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광고협 의장 이형준과

부고협 의장 황순주가 ‘구속학우 석방 및 학생 부당징계 철회’를 주장하는 성명을 내고 1989

년 11월 22일부터 평민당사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66) 23일에는 전교조 관련 건으로 퇴학

당한 남서울상업고등학교 학생회장 김설준이 성명을 내고 농성에 참여하였다.67) 또한 26일에

는 마창고협 부의장 전경국도 성명서를 내고 농성에 합류하였다.68) 이 농성은 한국기독교교회

협의회 인권위원회로 장소를 옮겨 이어졌다.69) 이들의 농성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동조 농성도

이어져 11월 25일 100명, 26일에는 200여 명이 결집하여 함께 ‘무기한 단식농성지지 및 학생

탄압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장시간 토론을 벌이고 농성장을 지켰다. 또 광고협 집행부 26명이

전남대에서 23일부터 4일간 동조단식을 했고 26일 전남대 5․18 광장에서 6백여 명의 고등학

생이 참여한 가운데 ‘구속학생 석방 및 학생탄압 저지를 위한 규탄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부

고협 70여 명은 부산대에서 25~26일 단식농성을 벌였다.70)

62) 한국고등학생기독교운동총연맹, 「학생인권탄압에 대한 우리의 입장」, 1989년 11월 6일.

63) 한국기독교사회운동연합, 「학생 탄압에 앞장서는 교육 관료들을 규탄한다」, 1989년 11월 9일.

64)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목포지회, 「학생의 날 기념 제1회 학생문화제」, 1989년 11월 3일.

65) 정다운교실만들기 고등학생 모임, 「고교생 놀이마당」, 1989년 11월.

66) 「공동성명서―구속학우 석방 및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광주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 부산지

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 1989년 11월 22일. 이 성명서는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가 발굴하여 2006년 7월 현재 인터넷상

에 게시되어 있다. 광고협․부고협, 「구속학우 석방 및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인권오름 제10

호, 2006년 6월 27일, http://sarangbang.or.kr/bbs/view.php?board=hrweekly&id=93

67) 「광고협․부고협의 구속학우 석방 및 학생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동참하며」, 김설준, 1989년 11월 23일.

68) 「구속학우 석방 및 학생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동참하며」, 마산창원지역고교생대표자협의회, 1989년 11

월 26일.

69) 이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광고협 의장 이형준, 부고협 의장 황순주, 23일부터 합류한 남서울상고 학생회장 김설준, 26일

부터 합류한 마창고협 부의장 전경국. 미상, 「반교육의 현장―학생탄압 극심」 1989년 12월.

70)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육운동백서 편찬위원회 편, 한국교육운동백서 : 1978~1990, 풀빛, 1990, 5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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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991년 마산공고와 2006년 동성고등학교

앞에서는 1989년 중고등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비교적 사실 중심으로 재구성하였

다. 이 절에서는 이 ‘사실’들이 어떻게 ‘망각’되어졌는지, 그래서 어떻게 ‘기억’되어져야 할 것인

지를 모색하도록 한다. 그 ‘망각의 사례’로서 2006년 학교 현장, 특히 서울 동성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들과 마산공고에서 벌어진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2006년 4월 19일 서울 양동중학교에서는 100~200여 명의 청소년들이 두발자유와 체벌금지

를 요구하는 학내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불과 십여 분만에 교사 4~5명의 제지로

곧 해산 당했고 학교는 즉각 교사 및 학부모들을 소집하여 대처방안과 징계를 논의했다. 학교

측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시위를 계획하거나 앞장 선 학생 7명을 징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71)

이러한 사실은 청소년 인권활동가들에게 알려지면서 비로소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후 청소년 인권활동가들은 ‘5․14 청소년 인권 행동의 날 준비위원회’72)를 결성하고 5월 10

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청소년 인권 찾기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하였

다. 하지만 한국의 학교규율체제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인권운동에 ‘징계’

로 화답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6년 서울 동성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오병헌 씨 사례이다.

5월 8일 아침, 서울의 동성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오병헌 씨가 ‘빼앗긴 인권을 돌려주십시오’라

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오병헌 씨는 두발규정 폐지, 비상식적인 징계 금지,

강제 0교시와 보충․자율학습 폐지 등 총 8가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학교 측은 7월 4일

복장용의규정 불이행, 징계 거부, 교사의 정당한 지도 불응, 허위사실과 허락받지 않은 사실

유포, 학생 선동과 질서 문란 등의 사유를 들어 학교징계위원회에서 특별교육이수 결정을 내렸

다.73)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5월 8일 오병헌 씨의 1인시위가 벌어졌을 때부터

학생인권 보장 요구에 응할 것을 주장하면서 징계 조치가 내려질 시에는 제 시민사회단체와

학생들과 함께 싸울 것을 결의했었다.74) 그러나 결과는 결국 징계조치였다. 징계가 내려지던

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동성고 바깥에서는 ‘학생인권 침해행위 즉각 중단하라! 부당한 징계시

도 철회하고 학생인권 보장하라! 징계 받아야 할 것은 오병헌 학생이 아니라 억압적 규칙이

다!’ 등의 피켓을 들고 청소년 인권활동가들과 35개 인권운동단체 등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

기도 했다. 징계 조치 후 7월 7일에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동성고 오병헌 학생 징계철회촉구

기자회견’이 열렸고 이후 이루어진 서울시교육청 생활지도담당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학생인권

보장 공동대책위원회는 사태 해결을 위해 교육청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시교육청 담당

자들은 징계권은 학교 자율권의 영역이라며 발을 뺐고 사회통념상 두발자유화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75)

71) 유윤종, 「광장에 선 청소년이 학교를 바꾼다―양동중, 동성고, 그리고 5.14…」, 인권오름 제3호, 2006년 5월 10일,

http://sarangbang.or.kr/bbs/view.php?board=hrweekly&id=28 ; 성현석, 「청소년 인권, 더 외면할 수 없는 사회의제」, 프레시안 2006년 5월 12일; 한겨레신문, 2006년 4월 22일.

72) 준비위원회에는 문화연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학교내 종교자유, 흥사단교육운동본부, 21

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등이 함께 했다. 이 중에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는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 발전하는 학생

회 가자, 인권운동사랑방, 전북청소년인권모임, 청소년 다함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이 참여하고 있다. 2006년의 청소

년인권활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을 참조하라.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청소년, ‘미래’를 넘어 ‘현재’로―청소년인권활동

가네트워크 2006 백서, 2006.

73) 전누리, 「닥치지 않은 죄! 굴종하지 않은 죄!―동성고 오병헌 학생 징계결정에 분노한다」, 인권오름 제11호, 2006년 7월

5일, http://www.sarangbang.or.kr/bbs/view.php?board=hrweekly&id=110&page=2

74) 최경배, 「고3 재학생, ‘체벌·두발규제 개선 등 인권보장’ 학교앞 1인시위」, 노컷뉴스, 2006년 5월 8일,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22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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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강원 춘천고등학교 최우주 씨의 강제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때

도 학교장은 권고 자퇴나 전학을 강요받았었고, 2004년 학내 종교 자유를 주장하던 서울 대광

고등학교 강의석 씨도 학교에서 제적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2006년 서울 동성고등학교 오병헌

학생 또한 비슷한 사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고등학생운동의 사례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다. 즐비한 그 사례들 중에 2006년 다시 ‘귀환’한 사건이 바로 마산공고 퇴학생들의 복학을 둘

러싼 지역 사회에서의 대립과 충돌이었다.

1991년 5월 21일, 마창고협은 스승의 날을 맞아 경남대학교 한마관에서 ‘해직교사 만남의 날

및 마창고협 3기 출범식’을 열기로 계획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사전에 발각되었고 경

남대 주변에는 전투경찰이 투입되었다. 어쩔 수 없이 행사는 무학산으로 옮겨 치러졌다.

이후 마산공고에서는 취업실습을 두어 달 남겨둔 상태에서 정환선, 노정현, 배동환, 최성호, 추

헌충이 마창고협 활동을 하던 것이 발각되어 퇴학당했고76) 특히 추헌충의 경우 전기과 실습실

로 끌려가 학교 측으로부터 코뼈가 내려앉을 정도의 구타를 당했다. 그는 이날의 구타로 인한

충격을 받은 후 같은 날 학교 뒷산에 올라 수면제를 먹고 칼로 팔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했다.

다행히 그는 등산객에게 발견 되어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5년이 지났다. ‘아이들’은 30대 중반의 ‘아저씨들’이 되어 있었고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생업에 종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2005년 12월과 2006년 4월, 두 번에 걸쳐

이 ‘아이들’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민주화운동 심의위)로부터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4월 27일 민주화운동 심의위는 마산공고로 ‘민주화운

동관련자(학사징계) 명예회복 조치 권고’ 서한77)을 발송했다.

퇴학․권고자퇴를 받았던 정환선, 노정현, 배동환, 최성호, 4명은 ‘잃어버린 15년에 대한 학교

측의 사과’와 ‘복학․졸업’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또한 당시 징계를 받았던 교사들에 대해서도

함께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6월 5일 학교 측과 학생들은 면담을 갖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

고 조율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당시 교내 징계상벌규정위원회의 정식절차를 거쳐 내려진 결

정이었던 만큼 사과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해결의 전망을 어둡게 했다. 그리고 6월

10일 마산공고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며’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공식 사과’의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전교조 경남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는 6월 28일 성명을 내고 공개사과와 즉각적

인 복학을 촉구하고 “학교는 반인권적 학생탄압에 대한 인정과 진정한 사과 대신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해 최소한의 교육자적인 양심까지도 의심케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정환선 씨는 마산시 합성동 팔룡교육단지 입구에서 ‘인권유린 부당징계 마산공고는 사과하

라’, ‘명예회복 가로막는 마산공고는 각성하라’는 문구를 새긴 피켓을 몸에 두르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75) 최승덕, 「서울시교육청, 오병헌군 징계 해결 요구 거절」, 프로메테우스, 2006년 7월 8일,

http://www.prometheus.co.kr/articles/102/20060708/20060708152900.html

76) 이후 추헌충은 무기정학으로 징계수위가 낮아졌다. 당시의 학생들에 대한 징계는 학생 3명 퇴학, 1명 자퇴, 5명 무기정학이

었고 교사들에 대해서도 2명 해직, 1명 3개월 정직, 1명 견책 조치가 내려졌다. 징계 사유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강경

대열사 폭력살인 규탄 집회․참여실천 교사대회․5․18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 촉구 집회 참가, 전교조 해직교사를 위한 스승의

날 행사를 조직하여 해직교사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집회 주도, 마산공고 해직교사 부당징계 철회 요구 벽보 부착 및 전단지

배부, 학생부당징계 철회 요구 및 학내외 홍보.

77) 서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학

사징계를 받은 관련자로 심의․의결한 관련자(정환선․노정현․배동환․최성호)에 대해 학사 징계자 징계기록말소 등을 권고(중략)

위와 관련해 본 위원회는 해당 학교에 복학 및 명예졸업장 수여를 권고합니다’ 경남도민일보, 2006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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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태가 확대되자 결국 마산공고는 6월 29일 기존 입장을 뒤집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학교 측은 사과문에서 “1991년 5월, 참교육과 민주화 실현을 목적으로 결성된 ‘마산창원지역

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활동으로 학교에서 당한 징계과정에서의 유․무형의 폭력에 대해 사

과를 드린다”고 밝히고 또 “당시 사건과 관련해 본교에서 해직 등 징계를 받으신 네 분의 선

생님(장세근, 박용규, 이보완, 손영옥)께도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징계를 받았

던 정환선 씨 등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전교조 경남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도 6월

30일 성명을 통해 환영의 의사를 나타내는 한편 “다른 30여 명의 고교 퇴학생들도 명예회복

과 졸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현황 조사를 시행하고 이를 토대로 복학 노력을 기울여 나

갈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사과’를 둘러싼 마산공고 사태는 20여 일만에 일단락되

었다.78)

2006년 마산공고 사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15년 전 추헌충을 구타해 자살 기도까지 하게

만든 가해교사의 현재 삶이다. 그는 현재 여전히 마산공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6월 5일 마산공

고에서 추헌충은 가해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가해교사는 사과를 했고 미안한 마음임을 전했

다. 놀랍게도 그는 현재 전교조 조합원이라고 한다.79)

그는 어떤 삶의 곡절을 겪어야 했을까? 전교조 해직교사들을 초청해 개최하고자 했던 스승의

날 행사, 그리고 그것을 주도한 학생들을 구타한 교사가 있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그

는 학생들이 더불어 함께 사수하고자 했던 전교조의 조합원이 되어 있었다.

28명으로 구성된 전교조 마산공고 분회는 학생들의 복학에 단 한번의 성명서도 발표하지 않았

다. 그리고 ‘난처하다’며 ‘침묵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전교조는 그나마 전교조 경남지회

의 성명으로 면피했다. 그런데 전교조 경남지부의 6월 30일 환영 성명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회는 앞으로 복학생 4명과 함께 이들처럼 굴절된 시대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다

른 30여명의 고등학교 퇴학생들도 명예회복과 졸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이들 토

대로 한 복학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임을 약속드립니다.80)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운동명예회복법)에 따라 민주

화운동으로 인정받은 고등학생들은 전국적으로 38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 4명이 복학을 하

게 된 것으로 전교조 경남지부는 나머지 34명에 대해서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후 전교조 경남지부 자유게시판에는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현황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또는 어떤 계획이 진행중에 있는지 궁금해서 이렇게 씁니다. 그리고

78) 마산공고 사태와 관련해서는 경남도민일보, 2006년 6월 5일, 2006년 6월 6일, 2006년 6월 7일, 2006년 6월 8일, 2006

년 6월 9일, 2006년 6월 13일, 2006년 6월 28일, 2006년 6월 29일, 2006년 6월 30일, 2006년 7월 1일과 동아일보2006년 6월 12일을 참조할 것. 마산공고 사례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2006년 6월 30

일)에도 소개되어 배동환 씨의 전화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인터뷰 내용은 http://cafe.naver.com/ArticleRead.nhn?clubid

=10967752&menuid=45&boardtype=L&page=&articleid=1558에서 들을 수 있다.

79) 김주완, 「전교조에 가입한 ‘폭력교사’」, 경남도민일보 2006년 6월 29일. 그 후 그 교사는 전교조를 탈퇴했다. 이 글은 그

교사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전교조를 마땅히 탈퇴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전교조 조합원이 된다

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묻게 만든다. 필자 주위의 교사들은 전교조를 하나의 ‘옵션’이라고 증언한다.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교조에 가입했다가 불이익이 가해질 경우나 진급을 앞두고 있을 때는 탈퇴할 수도 있는 옵션 말이다.

80) 전교조 경남지부․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 「민주화운동 퇴학생 4명 퇴학처분 사과와 즉각 복학을 결정한 마산공고 학교 당

국의 조치를 환영하는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의 입장」, 2006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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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성명서에 밝힌 그러한 약속이 공문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립서비스가 아니었으면 좋겠

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편이 기꺼이 되어줬던 것처럼,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편이 되어줄 차례입니다.

그것이 전교조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던 아이들’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방식일 겁니다.”81)

이 게시물에 대한 답글은 달리지 않았지만 6월 30일 환영성명 이후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 아

무런 ‘현황조사’ 노력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경남도민일보 7월 26일자 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자유게시판 게시물의 내용을 보도하면서 전교조 경남지부 대변인

을 인터뷰했고 그 결과 “아직 다른 사업들이 많아 (성명에서 약속한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진

행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른 시일 안에 체계적인 사업을 시작하도록 서두르겠다”는 내용을 실

었다.82)

경남도민일보 기사가 나올 시점에 전교조는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민주화운동 유공자 해직

교사 원상회복 촉구 상경철야노숙투쟁’을 진행했다. 이는 7월 3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던 ‘해

직교사 원상회복 촉구 교육부 앞 릴레이 상경 철야투쟁’에 이은 2차 투쟁이었다.

2006년 5월 동성고등학교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오병헌 학생에 대한 중징계가 7월에 내려진

후, 오병헌 학생은 한 좌담회에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심경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많은 교사들이 나를 불러내서 투쟁을 그만두지 않으면 아무도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

교조 교사를 믿고 있었다. 방관했던 사람들, 수백 명의 학생이 고통 받고 있음에도 나는 간섭할 권한이 없다

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싫었다. 애교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국가주의랑 너무 흡사했다. …교사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특히 전교조 교사는 믿을 만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을 접할 때면 분노를 느꼈다. 여

전히 전교조 교사가 손을 내밀면 잡을 생각하고 있다. 교사들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보고 싶었다. 나 또한 그

간 충분히 얘기를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제발 좀 같이 합시다’다. 학생들에겐 교사들의 힘이 절실하

다.”83)

좌담회에 나란히 참석한 동성고등학교 김행수 교사는 동성고등학교 교사사회의 분위기를 다음

과 같이 전한다.

“1인 시위 첫 날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를 문제 삼는 교사는 아주 극소수였고 시위자체에 대해

서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언론에서 극단적이고 선정적인 부분만 보도하면서 학생들과 교사들

은 당황했다. 학생인권 탄압의 최정점에 동성고가 있다고 알려지는 것에 대해 분개했고 당장 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아직 하나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84)

김 교사의 전언처럼 학내 교사사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 그것은 동성고 전교조 소속 교사

들 또한 어느 정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오병헌의 말처럼 전교조에 실망하지 않을

81) 가고파, 「마산공고 관련하여 질문을 드립니다」, 전교조 경남지부 자유게시판, 2006년 7월 15일,

http://chamkn.eduhope.net/bbs/view.php?board=chamkn-g1&id=3192&page=4

82) 김성찬, 「“선생님… 이제 당신들 차례입니다”」, 경남도민일보, 2006년 7월 26일

83) 김상정, 「학생인권! 교사․학생의 소통과 연대를 위하여―교육희망 학생인권 좌담회」, 교육희망, 2006년 7월 1일,

http://news.eduhope.net/news/view.php?board=media-50&id=7195

84) 김상정, 같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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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없다. 학내 상황이 좋지 않자 네트워크의 인권활동가들도 전교조 동성고등학교 분회

의 한 교사에게 분회 모임시 참석해서 네트워크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

러나 전교조 교사는 “학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하면서 “병헌이가 너무 많은 요구를 했다”

며 인권활동가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러한 가운데 전교조는 2006년 7월 26일 ‘아이들 살리기 운동 본부’ 출범식을 가졌다. 운동

본부는 2006년 5월 15일 전교조가 ‘아이들 살리기 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뒤이은 것으

로 전교조 뿐만 아니라 교수노조, 전국농민회총연맹, 공무원노조 등 많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85)

그러한 가운데서도 오병헌은 꾸준히 학생인권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오병헌은 네트워크의

활동가들과 함께 서울시교육청, 수원교육청, 전주교육청 앞에서 8월 7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1

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시위에서 오병헌은 “세금 먹고 뭐하세요? 좀 들어라. 우리가 인권 침

해를 말하자 학교와 교육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어요. 우리는 어디에 말해야 하나요?”라

고 쓰인 피켓을 들고 나섰다.86)

또한 네트워크는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인천, 대전, 전주, 울산, 대구를 돌며 ‘파란만장

청소년인권 전국행진’에 나선다. 그러나 전교조와의 협의 과정에서 전교조는 지원을 약속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광주와 부산은 전국행진의 방문지에서 빠지게 되었다.

이 글은 전교조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례들에 현미경을 맞춰보았을

때 사태가 어떠한가를 짚어보자는 것이다. 마산공고의 가해교사가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사실

을, 그래서인지 전교조 마산공고 분회가 침묵했다는 사실을, 학생들의 민주화운동 인정에 대해

현황파악조차 못한 상황에서 해직교사들의 민주화운동 보상을 위해 싸우고 있는 전교조를, 학

생들의 인권 쟁취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아이

들 살리기 운동본부를 출범시키는 전교조를 비난할 의도는 나에게 없다.

우리는 1989년 전교조 사수투쟁 때 전교조 교사가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기억하고

있다. 전교조 교사는 서태지와 같은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학생들은 전교조 교사를 한눈에 알

아봤다. 그건 고등학생운동을 하던 활동가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좀 이상하다’ 싶으면 ‘전

교조 교사’였고 ‘전교조 교사다’ 싶으면 ‘역시 달랐다’. 아침 7시 30분부터 밤 9시 10시까지 이

어지는 학교생활은 그나마 전교조 교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숨을 쉴 수

있게 만드는 산소 같은 교사들, 그들로부터 학생들이 영향을 받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

연했다. 당시 운동사회에서 유행하던 노래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에 나오는 노랫말처럼 상처

로 서로를 확인하고 서로의 상처에 입 맞추는 ‘벗’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연인원 47만 명이라는 놀라운 숫자의 학생들이 행동에 나섰던 대중적 투쟁은 이와 같은 전교

조 교사들의 모습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바로 그때 교사-학생의 관계는 사제지간이라는

관계를 다른 관계로 전변시킨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1989년에 ‘교사와 학생들이 투쟁

했다’는 그 사실들만은 아니다. 전혀 다른 관계의 지평 위에서 마주했던 존재들, 그리고 어떻

게 전혀 다른 관계의 지평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이다.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있어서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또 통제하는 국가 이데올로기 장치의 행위자로서의 교사가 아니라, 전혀

85) 참여단체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문화연대, 서울교육혁신연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

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민주중고등학생연합, 장애인교육권연대, 참교육을위한전

국학부모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학벌없는사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흥사단교육운동본부

86) 성현석, 「시위 외에는 방법이 없었느냐고요?」, 프레시안, 2006년 8월 7일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60807143035; 이정민,「우리는 어디에 말해야 하나요?」, 시민의신문, 2006년 8월 7일, http://www.ngotimes.net/PhotoGalleryList.aspx?ano=39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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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떤 존재, 예컨대 ‘벗’,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기억되어야 한다.

당장 동기 같은 거. <싸움의 기술>이라는 영화를 보면 이제, 그 주인공의 복수를 가장 정당화시켜주는 거는,

더 처절한 복수를 용인하는 매개가 뭐냐 하면, 지가 당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지하고 되게 친한 친구가 당했다

는 사실. 거기서 온다고 한다면 친구 같은 선생들이 당하는데 결속력이 강한 거죠. 뜻이 있다고 생각하면.

일단 선생들이 뚜드려 맞은 학교는 친구들 간에도 상당한 결속력과 어떤 우정, 또는 이제 이 학교에 대한

어떤 책임을 진다는, 그게 잘 된 거였건 잘못 된 거였건, 깡패 같은 교육관료들에 맞서서 우리가 참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는 그런 어떤 자부심도 대단했던 것 같고. (2006.6.18. 대구 고등학생운동 경험 엄태민 구술)

관계의 전변, 그 전제가 아니고서 학생들은 ‘남의 문제’에 함께 할 이유가 없다. 아니 그건 학

생들만이 아니다.

승객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시키겠다는 버스․택시노조의 파업, 환자의 건강과 생명권을 지키겠

다는 병원노조의 파업,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지하철파업. 승객, 환자, 시민은 이 파업이

자신들의 이해를 증진시킨다는 노조의 선전과 홍보에도 불구하고 ‘남의 문제’에 나서지 않는

다. 외려 그것을 립 서비스로 치부한다. 그리고 쌍심지를 켜고 밥그릇 싸움에 자신들을 볼모로

삼았다며 노조에 온갖 악담을 들이붓는다. 서비스 개선에 찬성하고 건강과 생명권을 지키는 것

에 무엇보다 관심이 있으며 안전한 운송수단이 되기를 열망하는 이들 승객, 환자, 시민은 이들

이 승객, 환자, 시민으로 머물고 있는 한, 그래서 강 건너 남의 집에 난 불처럼 여기는 한, 아

마도 파업에 반대할 것이다. 승객은 운전자를, 환자는 의료노동자를 이해할 수 없다. 다만 택

시, 버스, 지하철이 가기를 원하고 탑승하길 바라며 의료노동자로부터 치료받기를 원할 뿐이

다. 그건 이들이 ‘승객’이고 ‘환자’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더 이상 교사가 아닌 존재로 학생들에게 다가갈 때, 아이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아이들

로서가 아닌 모습으로 교사에게 다가갔다. 그 ‘다가감’과 ‘마주침’이 친구 이상의 ‘동지’에 가까

운 어떤 관계를 빚어냈다.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남의 조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수투쟁

에 교사가 아닌 ‘학생’들이 나설 수 있지 않았겠는가. 다시 말하자면 바로 그때 아이들에게 전

교조는 더 이상 ‘남의 조직’이 아니었다. 꼭 사수해야만 하는 어떤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노동자가 되었을 때, 거리집회에서 전교조 깃발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그 시절 함께 투쟁했기 때문에 아직 전교조

가 지켜질 수 있었구나, 하는 감동.

펠릭스 가따리는 이렇게 운동의 과정에서 관계가 전변되는 것을 ‘횡단성’으로 개념화한다. 횡

단성의 의미는 첫째 ‘이미 형성되어 있는 틀을 뛰어넘는 활동이나 상태’를 지칭한다. 예컨대

학생들은 1989년 비록 소수였지만 어떤 교사들은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하기 위해서 나섰

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학생을 배후조종하고 물들이려는 전교조’라는 우익선동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건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싸움

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였고 <싸움의 기술>의 백윤식처럼 아예 교사-학생의 관계를 뛰어넘어

‘남의 싸움에 끼어드는 거 아니다’는 자신의 신념을 접고 아이의 싸움을 ‘자기의 싸움’으로 받

아들이며 싸움에 나서는 것과 같은 것이다.

1989년의 이 교사들과는 달리 현재 전교조가 학생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주로 ‘대

의’의 방식이다. 대의의 방식은 교사-학생의 관계를 횡단하지는 않는다. 또한 투쟁 과정에서

학생들을 ‘동지’로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배제하기도 하고 여전히 교사-학생의 관계를

공고한 기초로 삼고, 그 구획을 전제로 활동한다. 그 가운데 전교조가 학생들의 문제를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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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처럼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횡단성의 두 번째 의미는 ‘서로서로 어울리면서 소통하는 상태’이다. 오병헌이 토로하는 답답

함은 사실 전교조가 이렇게 충분히 같이 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상호 영향을 끼치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인한다. 인간답게 살자고 행동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아이들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교사들, 그 사이에서 학생인권의 의제는 과연 각 학교의 싸움터에

있는지 아니면 국회에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87)

학생들의 인권운동에 교사들도 함께 해야 한다는 ‘당위’의 차원을 넘어서서 학생-청소년의 인

권과 이들의 삶, 미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자기 문제로 받아 안는 ‘전략’의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대의’의 방식으로 수행되어서는 곤란하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지켜달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취급’을 그만두라는 것이지 않는가. 학교, 가정, 사회와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대의’는 관계를 바꾸는 것도 아닐뿐더러, 운동의

과정에서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지 못하고 그 주체가 역으로 운동의 내용과 성격을 바꾸는 데

에 역진하지도 못한다.

4. 나아가며

1989년의 아이들은 여전히 그 시절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어

도 단 한마디 진심어린 사과를 받기 힘들다. 더구나 전교조 분회가 침묵하는 가운데서 20여

일에 걸친 밀고 당기는 싸움 끝에야 겨우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민주화운동 유공자도 다 같

은 유공자가 아니다. 유공자도 서열이 있고 고등학생들은 여전히 ‘고삐리’일 뿐이다. 18년이

지나도 여전히 ‘고삐리’인 ‘늙은 고등학생들’은 아직 34명이 더 있다.

2009년의 아이들은 여전히 1989년의 시절을 살고 있다. 20년 전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

들이 2009년 2월 23일, 일제고사 반대를 외치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농성에 돌입88)했다. 20

년 전의 ‘살인적인 입시교육’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여전히 각급 학교 곳곳에 분회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지는 못하는 듯하다. 여전히 학생들은 오병헌의 사례처럼 의사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징

계를 각오해야만 한다.

오병헌은 마산공고 퇴학생들의 미래이다. 그렇다면 마산공고 퇴학생들의 현재는 20년 후 오병

헌의 과거가 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학교 현장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갈림길에서 서성인

다. 그리고 또한 많은 전교조 교사들도 여전히 ‘어떤 상황, 어떤 순간’에는 ‘침묵의 교단’에서

서성인다. 2009년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일제고사를 학생-학부모의 자율적 선택에 맡

겨 해직된 ‘양심적 교사’가 불과 8명이라는 사실은 절망적이다. 전교조가 일제고사 문제에 단

호하게 대처하기보다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지침조차 내리지 못했다는 비난도 들려온다.

전교조와 전교조가 내건 참교육을 자신의 조직과 이념으로 받아들였던 많은 학생들은 어디에

서 서성여야 할까?

확실한 것은 전교조가 현재의 모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여전히 전교조는 희망이

다. 그 희망의 강렬도는 달라졌고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교조는 희망이

다. 전교조가 다른 주체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없는가가 그 희망의 척도이다. 원래 교육이

87) 가따리의 횡단성 개념과 그것이 노동운동에 주는 함의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조할 수 있다. 허재영, 「노동 운동은 노동

운동이기를 거부할 수 있는가」, 비판 2호, 박종철출판사, 1997.

88) 경향신문 2009년 2월 23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2231404441&code=9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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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성을 빚어내는 사회적 활동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주체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운동

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 못한다면, 도대체 세상이 바뀔 도리는 없지 않는가? 도리어 세

상은 새로운 주체성으로 바뀌는 것 아니겠는가? 바꿔 말해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새로운 주

체성을 창출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전태일통신 원고_2007년 1월

한국 사회 민주화 20년,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청소년들의 1987년

양돌규(성공회대학교 사회학 석사)

나이 서른의 중턱에 들어선 나는, 가끔씩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린다. 화살처럼 쏜살같이 흘

러간 세월을 건너 뛰어 15~20여 년 전의 퍼렇게 싱싱했던 시절을 회상하자면 그러나 그렇게

그립기만 한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의 중고등학교 시절은 나와 내 친구들의

생애에서 가장 많이 두들겨 맞았던 나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작고 호리호리한 10대의

몸뚱어리 어디에 때릴 데가 있다고 그렇게 매 타작을 했었는지 선생님들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어진다. 체벌도 체벌이지만 모욕적인 말들로 아이들의 영혼은 적잖게 상처받았다. 그 매를

맞으며 우린 세상의 비밀을 조금은 알았다. 살고 싶으면 복종하라, 그것은 매가 가르쳐준 정언

명령이었다.

세월은 흘렀다. 21세기의 청소년은 이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국가보안법 뺨치게 ‘금지’의

언어로 가득 차 있는 ‘청소년보호법’과 각급 학교의 선도․징계 규정들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

는 청소년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넘친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려

보면 청소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학교와 학원에 24시간, 365일 감금되어 있다시

피 하다. 두발규정과 교복 때문에 ‘대낮’에 시내를 활보할 것 같으면 금세라도 눈에 띈다. 야밤

에 돌아다니는 청소년이란 ‘잠재적 범죄자’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이런 사실에 미루어볼

때 청소년의 존재감은 규율과 규정 속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지만 그 존재감은 실재하는 청소

년이라기보다는 금지 당하는 주체로서의 청소년일 뿐이다. 사회에 의해 스스로를 부정당하는

존재인 셈이다. 존재하지 않는 존재, 혹은 존재하는 비존재. 그건 한마디로 인간으로 간주되지

않는 인간을 지칭하는 용어에 다름 아니다.

좀 더 쉽게 말해보자. 청소년들에게는 생각과 표현의 자유가 없다. 신문과 책은 공안당국 같은

학교에 의해 검열당하기 일쑤고 단 그것이 ‘입시’에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용인된다. 청소년들

에게는 결사의 자유도 없다. 동아리, 학생회 등도 껍데기뿐이며 스스로 모임을 구성하고 운영

해갈 자유와 권리는 각종 생활규정에 의해 부정 당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참정권이 없다. 15년

전에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제기되었던 ‘18세 선거권’은 아직도 요원한 일처럼 보인다. 따라서

한국의 청소년은 선거권이 주어져 있는 외국의 청소년들처럼 교육제도와 교육환경 문제를 제

기할 자격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청소년은 인간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

그렇지 않다면 한 달 사이에 1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자살을 하는데도 세상이 눈 하나 깜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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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을 수 없다. 상상해보자. 대학생 10명이 똑같은 이유로 자살을 하거나, 노동자가, 농민이, 교

사가, 공무원이 자살을 해도 이렇게 ‘사건’이 되지 못 할까? 2008년 새 입시안이 발표된 후

2005년 4~5월의 일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청소년들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초 쏟아져

나온 신문들을 들쳐보니 한국 사회가 민주화의 도정에 선지 올해로 20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난 인정하고 싶다. 그렇지만 사회적 제

권리가 부정당하는 ‘압도적 다수의 소수자들’에게 ‘민주화’는 현실이 아니다. 이를테면 청소년

들에게 2007년은 ‘민주화 20주년’의 해가 아니다. 2006년 초 인터넷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죽음의 트라이앵글’ 동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수능-내신-논술’로 이어지는 입시 체제 하에서

숨도 쉬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1989년생들에게 올해는 여전히 1980년대의 어떤 날들일

뿐이다.

물론 교육현장도 민주화 이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현대사 교과서를 보니 1960년 4월혁명,

1970년 전태일 열사,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민주항쟁과 789월 노동자대투쟁에 이르기

까지 비교적 소상하게 서술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듣기 어려웠던 얘기들’이

다. 또 전교조도 합법화되었다. 1989년 전교조가 출범했던 당시 청소년들은 연인원 50만여 명

이 학교와 거리에서 전교조 사수를 외쳤다. 그러나 1,500여 명의 선생님들은 교단을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전교조는 합법화된 노조로서 조합원 9만여 명에 이른다. 이런 하나하나를

꼽을 필요도 없이 사실 20년이란 시간은 뭐가 변해도 변해야 했을 시간이 맞다.

그렇지만 어떤 한 사회가, 예컨대 교육현장이 변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누구의 눈으로 보아야

정확한 척도가 될 수 있을까? 난 그것이 청소년의 눈으로 볼 때만이 변화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태일의 죽음이, 광주항쟁이, 6월민주항쟁이 5지선다형의 문제 속에서

혹은 ‘평생의 운명을 가르는’ 대입 수능시험 문제의 제재일 때, 그 배움과 앎이란 미적분과 방

정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몽둥이가 교실에서 춤을 추고 아이들의 허벅지가 까맣게 멍

들 때 얼마 만큼 변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2006년 한 해 동안,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1987년’을 일구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다. 서울 양

동중학교, 수원 청명고등학교 등의 학교에서 두발자유를 외치는 ‘사건’들이 빈발했고 해직된

동일여고 교사들을 위해 촛불을 든 청소년들도 있었다. 서울 동성고등학교에서는 ‘빼앗긴 인권

을 돌려주십시오’라는 피켓을 들고 오병헌 학생이 1인 시위를 벌이다가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5월 14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 ‘청소년 인권 행동의 날’ 행사가 열렸고 여름방학 때

는 ‘파란만장, 청소년인권 전국행진’ 행사가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인천→대전→전주

→울산→대구(총 6개 도시)를 순회하며 전개되기도 했다. 9월 16일에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학생 인권과 자치 실현을 위한 학생인권법 국회통과를 염원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려

1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고 참석했다. 또 11월 3일 학생의 날 행사에 모인 청소년들

은 전국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스티커를 붙인 ‘학생인권 탱탱볼’을 만들어 명동성당에서부

터 교육부까지 행진을 전개하였다.

민주화 20년의 역사는 밑줄 치고 외워야 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그렇게 살아내야 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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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청소년들은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숨 쉬고 저항하고 노래하며 꿈을 꾼다. 이 사회는 그것을

늘 부정하고 금지하거나 못 본 체 하지만 그렇다고 이와 같은 저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끝내 그네들의 1987년을 맞이하고야 말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1987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6월 29일에 우리는 어디에 서 있

어야 할까? 아니면 그네들과 함께 이를테면 서울 명동성당에서 혹은 남대문, 종로에서, 부산

서면에서, 광주 금남로에서 어깨를 걸고 함께 맞이해야 할까? TV를 지켜보면서 그들의 6월

29일을 남 일처럼 맞이해야 할까?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그러나 어찌 됐든 2006년 한 해

를 1987년으로 일구기 위해 부지런히 뛴 청소년들의 용기에, 실천에, 그 시간들에 갈채를 보

낸다. 전해지는 울림에 응답하는 것이 우리가 1987년을 바르게 기억하는 법이라고 믿기 때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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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돌규 : 1973년 서울 産.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민주주의 이행기 고등학생운동의 전개과정과 성

격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민주노총 10년사를 정리하는 프

로젝트에 결합하여 활동 중이며 1987년 노동역사관 사업단 http://remember1987.net에서 1987년 7,

8, 9월 노동자대투쟁 DB구축 사업에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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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서중학교 아이들의 글...

◉ 학교에서 교육청께 올리는 글월 - 조수환

교육청님!

저번부터 초등학교 급식을 중지하고 돈을 받으라는 공지를 발표하시고야

제가 아닌 다른 가난한 친구들이 위험에 여러모로 처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며 그 법을 어기지 않던 우리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을 해

주진 않을 망정 급식비를 받으려 서류 준비하시느랴 그 동안에 오죽이나 힘이 드셨습니까?

저는 이곳까지 굴러오는 동안 급식비를 내왔지만, 다른 힘든 아이들은 그 복잡하고 제한적

인 무료 급식 신청을 어렵사리 해서 지냅니다

책가방을 메고 필통을 들고다닐 망정 마음 불편히 수업을 받고 주눅들어 집으로 터벅터벅 걸

어가는 꼴이란 바로 가난의 문으로 들어가는 듯하였습니다.

교육청님! 날이 몹시도 더운데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교실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쾌지수

가 올라가며 잠이 와 능률이 떨어집니다.

가뜩이나 선생님께 혼나서 엎드리지도 못하는데, 에어컨이라도 나와야 하지 않습니까? 생지

옥 속에 있으면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 학급만 고장이나 고치지 못한다는 수리

사의 말엔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었습니다. 제발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빨리 가난한 아이들도 저희들도 마음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주시길 바랍니

다.

◉ 학교에서 교육부장관께 올리는 글월 - 박희택

교육부장관님! 오늘은 수업시간에 졸고 말았나이다. 사교육이 11시 30분에서 9시 45분으로

줄었지만 아침이면 그 졸음을 밀어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명박을 탄핵시키고야 말겠다

는 생각으로 일어나는 맛이란. 왠지 평일에 4교시 하고 하교길에 오른 거 같습니다.

교육부장관님! 오늘은 제가 늦잠을 자서 아침밥도 못 먹고 돈도 안 들고 나왔나이다. 어째

학교 등교시간은 이렇게 빠른 걸까요 교실에 도착하고 가방에 있는 물 몇모금으로 꼬르륵거

리는 배를 달래고 오늘도 역시 긴 여름잠에 빠져볼랍니다.

교육부장관님! 기나긴 여름 잠을 그만두고 지금껏 기다리던 4교시가 왔나이다. 하지만 에너

지 소비가 제일심한 체육입니다. 점심을 좀더 일찍 먹고 싶었집니다

아아 하지만 다행이도 달리기는 안 했나이다.

교육부장관님! 기나긴 45분의 체육이 끝나고이제는 달콤한 점심시간이옵니다. 하지만 저는

꼴찌에 먹는 급식당번이나이다. 급식당번이면 밥도 거의 제대로 못 먹고 욕을 듣나이다. 하지

만 걱정은 마이소. 방과 후 청소를 안 하려면 무슨 짓도 다하던 제가 아닙니까?

아 교육부장관님! 오늘은 오랜만에 수업시간에 쫓겨난 사람을 보았나이다.

아.. 왜 저리 선생님 속을 그리 썩일까요? 정말 선생님도 그 학생도 안스럽나이다.

교육부장관님! 드디어 긴 수업이 마무리 되는 6교시이옵니다. 하지만 1분이 1년이라고 저 시

계가 고장 난 것인가 5분이 지난 것 같은데 왜 1분밖에 안 지났을까요?

교육부장관님! 이젠 대망의 종례시간입니다. 너무 힘든 하루 였습니다. 담임선생님의 목소리

는 귀에 안 들리고 창문너머 초록색의 나무와 시끄러운 매미소리만이 제 귀를 적시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