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in 웹사이트의 ux통찰과 전략적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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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D.gov』 제4호부터 독자 여러분이 전자정부 관련 정책과 기술, 서비스 등에 대해 자유롭게 기고할 수 있는 ‘공유의 장’ 코너를 마 련하였습니다. 주제, 형식의 제한 없이 마음껏 여러분의 생각을 펼쳐주세요. 글이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보내주실 곳 :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공유의 장 건강iN 웹사이트의 UX통찰과 전략적 사유 중앙대학교 최병호 교수 사례 1) 2개월 된 아이는 ‘위’에 구멍이 나서 평생 정상아로 살 수 없다고 한다. 벌써부터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사례 2) 술을 먹고 발을 잘못 디뎌 병원에 한동안 누워있다가 퇴원했지만 예전처럼 일을 하지 못하는 40대 가장은 요즘 부쩍 한 숨이 늘었다. 사례 3) 조금씩 매일 걸었더라도 앉은뱅이는 되지 않았을 텐데 만사가 귀찮았던 것일까? 계속 누워 있다가 가족만 고생시킨 오빠는 하늘로 가고, 그것 때문인지 건강 강박증에 걸린 여동생은 조금만 아픈 여지가 보여도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가기 일쑤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국민들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개편한 건강iN 웹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처음으로 접속하려 한다면, 무엇을 기대했다고 봐야 할까? 그리고 접속 이후에는 무엇을 경험했을까? ‘다운로드’의 경험?!’ 한 마디로 충격 그 자체이다. 위로와 재활훈련의 지원도 아니고, 척추의 관리 지원도 아니며, 강박증을 완화하는 심리 지원도 아닌, ‘외계어로 구성된 이상한 박스’가 메 인 페이지가 로딩되기도 전인 하얀 백지 상태에서 갑자기 출몰하여 국민들의 PC에 무언가를 묻지도 않고 무작정 다운로드부터 시 작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구축하였을까? ‘사용자 경험(UX)’이라는 말을 하기조차 낯 부끄러운 작금에 침울하기 그지 없다. 만약, ‘묻 지마 다운로드’ 도중에 에러라도 발생하여 아직 아무 내용도 나오지 않은 하얀 백지 상태에서 더 이상의 진척 없이 중단되었다면 접 속을 포기할 수도 있다. ‘묻지마 다운로드’가 성공하면, 드디어 메인 페이지(그림 1)를 볼 수 있다. 인지적 구두쇠인 국민들은 F 패턴 (F-shaped pattern)의 행동 특성 상 페이지의 왼쪽 상단부터 훑어보기(scanning)를 시작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가장 먼 저 무엇부터 보게 될까? 건강iN 웹사이트의 메인 페이지 _ 1단계) 당신은 검진 대상인가? 2단계) 당신의 문진(問診)을 포함한 건강검진 결과를 알고 싶은가? 당신에게만 적합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알고 싶은가? 3단계) 비만 개선이나 금연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가? 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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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건강iN 웹사이트의 UX통찰과 전략적 사유

지난 『D.gov』 제4호부터 독자 여러분이 전자정부 관련 정책과 기술, 서비스 등에 대해 자유롭게 기고할 수 있는 ‘공유의 장’ 코너를 마

련하였습니다. 주제, 형식의 제한 없이 마음껏 여러분의 생각을 펼쳐주세요. 글이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보내주실 곳 :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공유의 장

건강iN 웹사이트의 UX통찰과 전략적 사유중앙대학교 최병호 교수

사례 1) 2개월 된 아이는 ‘위’에 구멍이 나서 평생 정상아로 살 수 없다고 한다. 벌써부터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사례 2) 술을 먹고 발을 잘못 디뎌 병원에 한동안 누워있다가 퇴원했지만 예전처럼 일을 하지 못하는 40대 가장은 요즘 부쩍 한 숨이 늘었다.

사례 3) 조금씩 매일 걸었더라도 앉은뱅이는 되지 않았을 텐데 만사가 귀찮았던 것일까? 계속 누워 있다가 가족만 고생시킨 오빠는 하늘로 가고, 그것

때문인지 건강 강박증에 걸린 여동생은 조금만 아픈 여지가 보여도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가기 일쑤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국민들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개편한 건강iN 웹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처음으로 접속하려 한다면,

무엇을 기대했다고 봐야 할까? 그리고 접속 이후에는 무엇을 경험했을까? ‘다운로드’의 경험?!’ 한 마디로 충격 그 자체이다. 위로와

재활훈련의 지원도 아니고, 척추의 관리 지원도 아니며, 강박증을 완화하는 심리 지원도 아닌, ‘외계어로 구성된 이상한 박스’가 메

인 페이지가 로딩되기도 전인 하얀 백지 상태에서 갑자기 출몰하여 국민들의 PC에 무언가를 묻지도 않고 무작정 다운로드부터 시

작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구축하였을까? ‘사용자 경험(UX)’이라는 말을 하기조차 낯 부끄러운 작금에 침울하기 그지 없다. 만약, ‘묻

지마 다운로드’ 도중에 에러라도 발생하여 아직 아무 내용도 나오지 않은 하얀 백지 상태에서 더 이상의 진척 없이 중단되었다면 접

속을 포기할 수도 있다. ‘묻지마 다운로드’가 성공하면, 드디어 메인 페이지(그림 1)를 볼 수 있다. 인지적 구두쇠인 국민들은 F 패턴

(F-shaped pattern)의 행동 특성 상 페이지의 왼쪽 상단부터 훑어보기(scanning)를 시작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가장 먼

저 무엇부터 보게 될까?

건강iN 웹사이트의 메인 페이지_

1단계) 당신은 검진 대상인가?

2단계) 당신의 문진(問診)을 포함한 건강검진 결과를 알고 싶은가?

당신에게만 적합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알고 싶은가?

3단계) 비만 개선이나 금연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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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ov/ 109D.gov/ 109

‘검진대상 조회’를 가장 먼저 보게 된다. 어느 날 문득 눈을 떠보니, 위험사회이자 피로사회에 거주하고 있었고, 부지불식간 자기검열

적 파놉티콘(Panopticon)에 구금된 국민들에게,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시 한다던 디지털 채널에서 ‘검진대상 유무’를 가장 먼저 시급

하게 그리고 전략적인 화두로 꺼내든 것이다. 실제로도 3단계로 구성된 ‘건강수첩’ 서비스는 핵심 중에 핵심이다. 그런데, 만일 검진

대상이 아니거나 관심이 없다면, 핵심 서비스의 변두리로 밀려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국민의 건강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한

다던 건강 포탈은 앞서 예로 든 3가지 사례 등에 대한 기초적인 지원 서비스부터 심혈을 기울이지 않고,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욕심만을 우선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채택 또한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1단계 서비스인 ‘검진대상 조회’를 클릭하

면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라고 하고, 그 길을 따라가면 잘못된 주소로 접근했다고 윽박지르며 다시 메인 페이지로 회귀시켜 버린다.

길은 있는가? 물론이다. 7할은 사용자 니즈 기반의 콘텐츠로

재구조화하고, 나머지 3할은 사용자 중심의 프로세스로 재구

성하는 것이다. 몇 가지 길을 찾아보자. 현재 포탈에 로그인하

면, 로그인한 본인과 자녀의 건강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그림

2). 자녀를 둔 부모라면 매우 민감한 정보가 자녀와 관련된 것

인데, 아쉽게도 꼭꼭 숨겨져 있다. 3단계로 구성한 ‘건강수첩’

서비스에 본인과 자녀의 건강정보를 전면적으로 다루어야 한

다. 또한, 갑자기 특정한 증상이 발생할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탐색을 원하는데 놀랍게도 관련 서비스를 이미 하고 있

다. 다만, 숨겨져 있을 뿐이다. 단계별로 증상을 평가하여 스스

로 진단할 수 있는 서비스(그림 3)를 ‘건강수첩’ 서비스에 과감

하게 투영시킬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숨겨져 있는 가치∙ 있는

서비스를 끌어올려야 한다. 국민들은 제한된 합리성을 보유하

고 있다는 것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인증보다 서비

스를 먼저 경험하게 하는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전략을 도입

해야 한다.

건강iN 웹사이트는 전자정부의 전체 서비스 중에 극히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전자정부의 모습을

충분히 연상할 수 있는 이유는, 놓치∙고 있는 중차대한 이슈와

그 이유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중요

한 것은 ‘사용자의 처지와 니즈’를 여전히 챙기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공자 위주의 편의적 발상과 접근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다양한 신호가 너무 쉽게 읽히고 있다는 점이

다. 또한, 인지과학 기반의 HCI/UX전략 추구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외면 받고 있는 환경이다. 이제, 물리적인 인프라만

챙기는 ‘시스템 구축’은 지양하고,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자!

건강iN 웹사이트: 로그인한 본인과 자녀의 건강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페이지_

건강iN 웹사이트: 단계별로 증상을 평가하여 자기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서비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