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diego central library · 2013-12-04 · 1848년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 이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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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7 샌디에이고 중앙도서관 미국 서부 최남단에 위치한 샌디에이고는 서쪽으로 태평양을 끼고 남쪽으로 멕시 코와 국경이 맞닿은 아름다운 항만도시다. 샌디에이고는 원래 멕시코 땅이었지만 1848년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 이후 미국 땅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곳 곳에서 라틴문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캘리포니아의 발상지인 만 큼 군사시설이나 첨단기술, 그리고 문화나 교육 면에서 여러모로 캘리포니아를 선 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3년간의 공사를 끝내고 올해 9월 새로 문을 연 샌 디에이고 중앙도서관(San diego Central Library)이 어떤 식으로 다른 도서관 들을 선도해나가고 있는지 궁금해 찾아가 보았다. 도서관 vs 도서관 | 국외 도서관 도서관에서 인생의 새 장을 열다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차 안에서 멀리 샌디에이고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빽빽하게 늘어선 네모난 고층 빌딩 사이로 둥그런 돔 모양의 은빛지붕이 금방 눈에 띄었 다. 샌디에이고 시내에 새로 문을 연 샌디에이고 중앙도서 관 건물이다. 은빛 돔 지붕을 하늘에 수놓고 있는 샌디에이 고 중앙도서관은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새로운 공간 및 시 설들과 보다 알찬 서비스와 프로그램으로 ‘도서관 이용자들 의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여는 데 일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문을 열었다. 새로 만든 도서관 로고 문양과 여기에 적힌 문 구 - “샌디에이고 공공 도서관에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펼치 세요.” - 도 도서관이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열듯 이용자들 또 한 도서관과 함께 성장하여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라 는 마음을 나타냈다. 이러한 염원이 잘 전달된 것인지 도서 관 안에는 이용자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도서관을 이용 하고 있었다. 도서관을 키운 건 8할이 기부금이다 샌디에이고 공공 도서관은 중앙도서관과 35개의 분관 도서 관, 그리고 READ/San Diego 프로그램 오피스로 구성되 어 있다. 도서관은 약 130년 전인 1882년 처음 문을 열었 다가 서부 도시 최초로 카네기재단에서 기부를 받아 1902 년 다시 도서관을 지었다. 이후 1954년 카네기도서관을 헐 고 새 도서관을 지었다가, 2013년 다시 새로운 중앙도서관 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새 중앙도서관의 탄생을 위하여 3,000명의 샌디에이고 시민들이 거액의 돈을 기부하여 총 공사비용 약 2,000억(185만 달러)에 보탰다.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퀄컴(Qualcomm)사의 창립자와 그의 부인 또한 도서관에 기부금을 내어 도서관 안에 이들의 이름을 딴 학습 공유공간이 있다. 샌디에이고 공공 도서관은 현재 380만 점 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고 3,300개의 정기간행물을 구독하 여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160만 점의 공문서와 25개 언어 의 외국어 책도 27만 권 소장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도서관 에서는 책이나 잡지를 1회에 40권이나 대출하여 21일 동안 이용할 수 있다. DVD나 전자책 단말기 등도 한 번 빌리면 보통 21일 동안 사용할 수 있지만, 박물관 무료 이용권 같은 3. 벽면이 유리로 된 8층 열람실 풍경 S A N D I E G O C E N T R A L L I B R A R Y 1 2 3 1. 샌디에이고 중앙도서관 1층 로비 전경 2. 샌디에이고 풍경을 연속적이고감각적으로 보여주는벽화 예술작품 S A N D I E G O C E N T R A L L I B R A R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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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SAN DIEGO CENTRAL LIBRARY · 2013-12-04 · 1848년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 이후 미국 땅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곳 곳에서 라틴문화의 흔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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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중앙도서관

미국 서부 최남단에 위치한 샌디에이고는 서쪽으로 태평양을 끼고 남쪽으로 멕시

코와 국경이 맞닿은 아름다운 항만도시다. 샌디에이고는 원래 멕시코 땅이었지만

1848년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 이후 미국 땅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곳

곳에서 라틴문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캘리포니아의 발상지인 만

큼 군사시설이나 첨단기술, 그리고 문화나 교육 면에서 여러모로 캘리포니아를 선

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3년간의 공사를 끝내고 올해 9월 새로 문을 연 샌

디에이고 중앙도서관(San diego Central Library)이 어떤 식으로 다른 도서관

들을 선도해나가고 있는지 궁금해 찾아가 보았다.

도서관 vs 도서관 | 국외 도서관

도서관에서 인생의 새 장을 열다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차 안에서 멀리 샌디에이고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빽빽하게 늘어선 네모난 고층

빌딩 사이로 둥그런 돔 모양의 은빛지붕이 금방 눈에 띄었

다. 샌디에이고 시내에 새로 문을 연 샌디에이고 중앙도서

관 건물이다. 은빛 돔 지붕을 하늘에 수놓고 있는 샌디에이

고 중앙도서관은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새로운 공간 및 시

설들과 보다 알찬 서비스와 프로그램으로 ‘도서관 이용자들

의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여는 데 일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문을 열었다. 새로 만든 도서관 로고 문양과 여기에 적힌 문

구 - “샌디에이고 공공 도서관에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펼치

세요.” - 도 도서관이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열듯 이용자들 또

한 도서관과 함께 성장하여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라

는 마음을 나타냈다. 이러한 염원이 잘 전달된 것인지 도서

관 안에는 이용자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도서관을 이용

하고 있었다.

도서관을 키운 건 8할이 기부금이다

샌디에이고 공공 도서관은 중앙도서관과 35개의 분관 도서

관, 그리고 READ/San Diego 프로그램 오피스로 구성되

어 있다. 도서관은 약 130년 전인 1882년 처음 문을 열었

다가 서부 도시 최초로 카네기재단에서 기부를 받아 1902

년 다시 도서관을 지었다. 이후 1954년 카네기도서관을 헐

고 새 도서관을 지었다가, 2013년 다시 새로운 중앙도서관

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새 중앙도서관의 탄생을 위하여

3,000명의 샌디에이고 시민들이 거액의 돈을 기부하여 총

공사비용 약 2,000억(185만 달러)에 보탰다.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퀄컴(Qualcomm)사의 창립자와 그의 부인 또한

도서관에 기부금을 내어 도서관 안에 이들의 이름을 딴 학습

공유공간이 있다. 샌디에이고 공공 도서관은 현재 380만 점

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고 3,300개의 정기간행물을 구독하

여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160만 점의 공문서와 25개 언어

의 외국어 책도 27만 권 소장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도서관

에서는 책이나 잡지를 1회에 40권이나 대출하여 21일 동안

이용할 수 있다. DVD나 전자책 단말기 등도 한 번 빌리면

보통 21일 동안 사용할 수 있지만, 박물관 무료 이용권 같은 3. 벽면이 유리로 된

8층 열람실 풍경

S A N D I E G O C E N T R A L L I B R A R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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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샌디에이고 중앙도서관 1층 로비 전경

2. 샌디에이고 풍경을 연속적이고감각적으로 보여주는벽화 예술작품

S A N D I E G O C E N T R A L L I B R A R Y

Page 2: SAN DIEGO CENTRAL LIBRARY · 2013-12-04 · 1848년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 이후 미국 땅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곳 곳에서 라틴문화의 흔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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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사용기간이 10일로 짧다. 현재 750명의 직원이 이곳

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중 정규직 직원은 400명 정도다.

잘 짜여진 문맹탈출프로그램으로 수차례 상 받아

샌디에이고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문맹탈출프

로그램인 READ/San Diego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도서관

협회가 ‘미국 최고의 문맹탈출 프로그램’이라 인정하고, 미

국 교육부가 ‘모범적인 프로그램’으로 수차례 시상한 바 있

다. 이 프로그램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것이 있는데, 매년 1,000명이 넘는 성

인이 수강하고 항시 150명이 대기명단에 올라 있다고 한다.

샌디에이고에 이민자가 많은 것도 한 몫 했지만 현재 샌디에

이고 카운티에만 문맹인 성인이 45만 명 가량 된다는데, 도

서관에서는 이러한 문맹이 그들에게서 끝나지 않고 그 후손

들의 삶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이들을 도울 무

료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READ/San Diego 프로그램 직원인 야쿱 칼리나 씨에게 이

프로그램이 타 도서관의 모범으로 뽑히는 이유를 묻자 바로

“프로그램 직원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지역학교와의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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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과 예술을 기반으로 한 공간들

4만6,000㎡의 큰 면적을 지닌 샌디에이고 중앙도서관은 협

력과 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공간들로 가득 차 있다.

1층에는 편안한 느낌의 독서공간들이 유리창을 따라 배치되

어 있는데, 이 유리창들은 책을 펼친 모양으로 예술작품처

럼 만들어졌다. 또한, 샌디에이고의 풍경을 연속적이고 감각

적으로 펼쳐 보여주는 벽화 예술작품이 시선을 끈다. 도서관

입구와 가까운 곳에는 중고책 서점을 두어 수익금을 도서관

운영에 사용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책을 이리저리 고르고 있

었다.

미국의 인기 동화작가이자 만화가인 닥터 수스(Dr.Seuss)

의 책을 주제로 한 어린이도서관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과

놀이장소, 그리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컴퓨터를 볼 수 있

었다. 미국인들이 어렸을 때 반드시 읽는다는 닥터 수스의

동화책은 그림도 직접 그린 것으로 유명한데, 샌디에이고에

서 말년을 보낸 그를 기념하여 어린이 도서관을 그의 작품을

주제로 꾸며 놓았다고 한다.

2층에는 청소년센터와 학교 공부와 과제를 돕는 홈워크 센

터가 있고, 4층에는 컴퓨터실과 TV 프로그램, 게임, 애니메

이션, 음악을 제작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TV 스튜디오가 있

다. 5층에 있는 커리어센터는 샌디에이고 노동단체와 협력하

여 샌디에이고 시민들의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인상 깊은 곳은 6층과 7층에 위치한 e3 시빅고등학교였다.

미국에서 최초로 학교를 품은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

한 시도를 통해 이 고등학교는 여러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먼저, 샌디에이고 중앙도서관에 있는 엄청난 자료와 시

설들을 활용하여 수업할 수 있고, 또한 다운타운에 있는 회사

및 기관과 연계하여 인턴십이나 산학협력프로그램 및 지역

대학교 연계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8층으로 올라가면 3층 높이의 높다랗고 널찍한 열람실이 나

온다. 이곳은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따뜻한 샌디에이고의

햇살을 받으며 책을 즐길 수 있다. 꼭대기 층인 9층에서는

탁 트인 샌디에이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테라스와 500명을 수용할 수 있

는 특별 이벤트실을 마련해 놓았다. 또한 캘리포니아의 역사

나 계보학에 관한 자료들이 있는 특별실이 있고, 무료로 감

상할 수 있는 미술관도 있다. 샌디에이고 중앙도서관 건물에

는 모니터를 설치해놓은 20개가 넘는 스터디룸을 통해 도서

관 곳곳에서 그룹 활동이 잘 이루어지도록 해 놓았다.

샌디에이고 공공도서관은 매년 약 600만 명이 방문하여

700만 점의 자료를 대출해 간다. 이 방문자 수는 미식축구

팀인 샌디에이고 차저스(San Diego Chargers)와 메이저리

그 야구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San Diego Padres) 경기

의 관람객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하니, 도서관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 공공도서관은 미

국 최초로 모든 도서관 건물에서 무료로 무선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게 한 도서관 중의 하나이자,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

하며 미래를 열어가는 선구자적인 도서관임에 분명했다.

밀한 공동 협력이 이루어 낸 일”이라 답했다. READ/San

Diego에서는 프로그램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일정기간 먼

저 교육을 받은 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나 지역 성인학교와 협력하여 진행하며, 자

원봉사자들이 수강생들과 1:1로 만나 최소 6개월에서 그들

이 원할 때까지 1주일에 두 번 수업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

램 봉사자들과 샌디에이고 대학교의 성인교육전공 교수들은

1년에 한 번씩 학회를 열어 교수법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교

환하고 배울 수 있는 자리를 갖는다.

프로그램 신청자들은 읽고 쓰기 능력을 테스트 받고, 개인 눈

높이에 맞는 수업을 받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밥 페레

즈 씨(88)는 미국 대공황 시대에 자라 어렸을 때 제대로 된 교

육을 받지 못하고 일터로 나가야했다. 그는 은퇴한 후 자신의

인생에 무언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어 만 84세에 처음으로 도

서관 카드를 만들었으며, 이후 문맹탈출 프로그램을 통해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페레즈 씨는 “나이가 많은 만큼 배

우는데 어려움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배우는데 늦은 나이

란 절대 없어요. 배움이 당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것입니다.”

라고 말하며 다른 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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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본 도서관 1층의 책 모양 창문들 1. 미국의 인기 동화작가이자 만화가인 닥터 수스(Dr.Seuss)의

책을 주제로 한 어린이 도서관

2. 도서관 입구 근처의 중고책 서점. 수익금을 도서관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

2

글. 조윤지 워싱턴대학교 동아시아도서관리서치 인턴

미국에서 문헌정보학 석사를 받고 현재 동아시아도서관 서

비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도서관의 디지털서비

스에 대해 관심이 많아 그에 대한 글을 학술지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