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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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nge 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1차 문학기행 Special 러시아 한국문학행사 _ 김연수 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_ 은희경 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_ 강영숙 표지사진 _ 김효진 ISSN 2288-2553 T _ magazine LTI Korea Translation Magazine Vol. 10 Fal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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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T-magazine 10호

Lounge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1차 문학기행

Special러시아 한국문학행사 _ 김연수

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_ 은희경

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_ 강영숙

표지사진 _ 김효진

ISSN 2288-2553

T_magazineLTI Korea Translation Magazine

Vol 10Fall2015

Vol10 Fall 2015

T-magazineISSN 2288-2553 | 발행일 2015년 9월 30일(계간)

살아있는 문학의 배경 속으로 떠나다

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1차 문학기행

낯선 언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소통

러시아 한국문학행사 | 김연수(소설가)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

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 은희경(소설가)

친구란 무엇인가

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 강영숙(소설가)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

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

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 |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해외출간 신간도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 |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Lounge

Special

Focus

T-people

Publication

Publisher

_list Books from Korea

Essay Con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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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 한국문학번역원 발행인 | 김성곤 편집인 | 김윤진 기획 | 이정근 오은지 표지사진 | 김효진

디자인 | (주)벼리커뮤니케이션 인쇄 | 나인애드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112길 32(삼성동)

전화 | 02-6919-7714 | 팩스 02-3448-4247 이메일 | infokltiorkr 홈페이지 | httpltikoreaorkr

Contents

httplti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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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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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TI Korea Library provides users with extensive resources related to Korean literature including bibliographic records of Korean books translated and published in more than 39 languages worldwide

Вслед за ветром

Moon Chung-hee (Мун Чонхи)

Se Rang Chung (チョンセラン) アンダーサンダーテンダー

Kwon Yong-deukDES FILLES DE MA CONNAISSANCE

[Dalkey Archive Press] Notes Regarding the Editing of Translated Literature

[The Korea Times] Swedish envoys read Korean po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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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Review of Books] PODCAST Bae Suah and Cheon Myeong-kwan by Colin Mars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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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German Spanish

(135-873) 112 Gil-32 Yeongdong-daero(Samseong-dong) Gangnam-gu Seoul Korea

Email librarykltiorkr Tel (+82) 2 6919 7755

LTI Korea some rights reserved

Tokyo International Book Fair The 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 (BCLT) Translation WorkshopAe-ran Kim Kim Yeonsu

Kang Young-sook Kim Un-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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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Tong-Ju

Yunrsquos poetry is notable for the childlike persona of his narrators a sensitive awareness of a lost hometown and an unusual scapegoat mentality deriving from a sense of shame at not being able to lead a conscientious life in a period of gloomy social realities ldquoLife and Deathrdquo (Salmgwa jugeum) is

Korean Literature - New Arrivals LTI Korea Library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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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Tong-Ju

Yunrsquos poetry is notable for the childlike persona of his narrators a sensitive awareness of a lost hometown and an unusual scapegoat mentality deriving from a sense of shame at not being able to lead a conscientious life in a period of gloomy social realities ldquoLife and Deathrdquo (Salmgwa jugeum) is

The 7th International Translatorsrsquo Conference

Theme

How to Foster Literary Translators

Date

6th ~ 7th November 2015

Venue

LG Hall International Education Building Ewha Womans University

06 | T_magazine

2015 해외 원어민 번역가 초청 연수로 체류하고

있는 세 명의 참가번역가 (카타지나 로잔스카(폴

란드어권) 하 밍 타잉(베트남어권) 이기향(독일어

권))가 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으

로 지난 8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김종회 교수

와 함께 경기도 양평 강원도 평창과 원주를 돌아

보는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황순원 문학관에서는 김종회 교수의 설명을 들

으며 문학관과 산책로를 둘러본 후 베트남어권 참

가번역가 하 밍 타잉의 발표와 함께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오후에는 이효석문학관을 방문하

여 이효석 작가의 작품과 작품세계에 대한 해설을

듣고 문학관을 둘러보았다

이튿날에는 오대산에 위치한 월정사를 방문하

살아있는 문학의 배경 속으로 떠나다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1차 문학기행

Loung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7

여 한국의 불교사상에 대해 학습하고 전나무숲

길을 산책하기도 했다 이후 원주로 이동하여 박경

리 문학공원에 들러 문학의 집과 작가의 옛집 등

을 둘러보았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문학 작품을 글로 보는 것

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의 현장으로 접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각국에서 온 번역가들은 한국의

소소한 풍경에도 감탄해마지 않았으며 여정 중에

도 문학에 대한 배움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오늘

의 경험이 번역가들의 문장 속에 문학적 향취로

녹아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0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낯선 언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소통러시아 한국문학행사

글 김연수(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문학행

사를 개최하였다 한국 작가로는 작년 러시아에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 『원더보이』가 출간된 김연수 작가와

『침이 고인다』가 출간된 김애란 작가가 참여하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친선협회에서 개최된 문학행사에

서는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었던 행사가 3시간 가까이 길어질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 기억을

김연수 작가의 문장으로 재구성해본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9

러시아에 얽힌 개인적 체험이라고는 10년 전

모 일간지의 의뢰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

해주 지방을 취재한 게 전부였다 풍경은 황량했

고 사람들은 투박했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2시

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꽤

멀었다 거기에는 키릴문자도 한몫했다 글 쓰는

입장에서는 거리의 간판조차도 읽을 수 없다는 사

실이 왠지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나의 불안은 적어도 작가로서는 불필

요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번역자들이 있으니까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의 전문 번역교육기관인 lsquo번

역 아카데미rsquo를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출신 번역자들은 퍽 다감했다 겉보기로는 내 말

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면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갔다 러시아 사람들

은 원래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들만 그런 것

일까 알 수 없었다 지난 5월 17일 상트페테르부

르크행 여객기에 앉아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 천국을 가다출발하기 전 러시아를 집중 공부할 계획이었

으나 정작 내가 읽은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러시

아 통신』 단 한 권뿐 그나마 보드카와 러시아 정

치인들의 무시무시한 음주담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러다 오래 전 인상 깊게 읽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관한 이덕형 교수의 책이 문득 떠올랐다 그 책

에 실린 멋진 풍경 사진들과 고골이나 도스토예프

스키의 소설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lsquo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디를 간다는거지rsquo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러시아를 다녀오고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작가의 천

국으로 가고 있었다 그건 우리가 머문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이 마야코프스키였기

때문도 때아닌 장대비로 하나뿐인 우산을 둘이

쓰고 다닌 덕분에 한쪽 어깨가 다 젖어가며 고골

의 소설 배경인 넵스키대로를 걸었기 때문도 도스

토예프스키의 집에서 환영과도 같은 그의 하얀 데

드마스크를 봤기 때문도 아니었다

10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도시를 나와

동행한 작가는 김애란 씨였다 나의 경우에는 러

시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원더보이』가 김애

란 씨는 『침이 고인다』가 기간됐으며 『달려라 아

비』가 7월에 출판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번역본을

펼쳐보니 역시 아는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막막

했다 내 말의 뜻이 러시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상트페테

르부르크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친선협회 건물에

서 낭독회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그게 기우에 불

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 앉은 러시아인들은 내가 하는 말을 대부

분 알아듣는 눈치였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1

학 한국어학과의 크루바노프 교수가 통역을 너무

나 잘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들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그 정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리라 그건 인삿말과 각자의 소설을 낭

독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더욱 확실해

졌다 행사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세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질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나중

에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청중과 서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의 인상적인 낭독회러시아의 이런 분위기는 사흘 뒤에 모스크바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개인적으로는 『원더보이』를 러시아어로 멋있

게 낭독한 연극배우가 내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

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외국문학도서관은 낭독회 장소로서 매우 근사했

고 거기 찾아와서 우리의 소설에 귀를 기울인 모

스크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따뜻한 환대와 모스크바의 세련된 진행은 모두

내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푸쉬킨호텔로 돌아오면

서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낭독회에 참여했을 때

를 떠올렸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낭독회였다 열

명이 넘는 한국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때 부둣가였

나 어디였나 천막 속에서 낭독회를 열었는데 갑

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천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그러자 독일인들 몇몇이 비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

어왔다 비바람이 잦아들자 그들은 다시 나가고

천막 안에는 우리 그러니까 작가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자

꾸만 생각나는 밤이었다

12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4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16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7

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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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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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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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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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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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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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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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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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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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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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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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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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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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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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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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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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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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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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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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T_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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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 T-magazine 10호

Vol10 Fall 2015

T-magazineISSN 2288-2553 | 발행일 2015년 9월 30일(계간)

살아있는 문학의 배경 속으로 떠나다

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1차 문학기행

낯선 언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소통

러시아 한국문학행사 | 김연수(소설가)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

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 은희경(소설가)

친구란 무엇인가

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 강영숙(소설가)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

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

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 |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해외출간 신간도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 |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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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 한국문학번역원 발행인 | 김성곤 편집인 | 김윤진 기획 | 이정근 오은지 표지사진 | 김효진

디자인 | (주)벼리커뮤니케이션 인쇄 | 나인애드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112길 32(삼성동)

전화 | 02-6919-7714 | 팩스 02-3448-4247 이메일 | infokltiorkr 홈페이지 | httplti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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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Tong-Ju

Yunrsquos poetry is notable for the childlike persona of his narrators a sensitive awareness of a lost hometown and an unusual scapegoat mentality deriving from a sense of shame at not being able to lead a conscientious life in a period of gloomy social realities ldquoLife and Deathrdquo (Salmgwa jugeum)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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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Chung-hee (Мун Чонхи)

Se Rang Chung (チョンセラン) アンダーサンダーテンダー

Kwon Yong-deukDES FILLES DE MA CONNAISSANCE

[Dalkey Archive Press] Notes Regarding the Editing of Translated Literature

[The Korea Times] Swedish envoys read Korean po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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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Tong-Ju

Yunrsquos poetry is notable for the childlike persona of his narrators a sensitive awareness of a lost hometown and an unusual scapegoat mentality deriving from a sense of shame at not being able to lead a conscientious life in a period of gloomy social realities ldquoLife and Deathrdquo (Salmgwa jugeum) is

The 7th International Translatorsrsquo Conference

Theme

How to Foster Literary Translators

Date

6th ~ 7th November 2015

Venue

LG Hall International Education Building Ewha Womans University

06 | T_magazine

2015 해외 원어민 번역가 초청 연수로 체류하고

있는 세 명의 참가번역가 (카타지나 로잔스카(폴

란드어권) 하 밍 타잉(베트남어권) 이기향(독일어

권))가 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으

로 지난 8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김종회 교수

와 함께 경기도 양평 강원도 평창과 원주를 돌아

보는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황순원 문학관에서는 김종회 교수의 설명을 들

으며 문학관과 산책로를 둘러본 후 베트남어권 참

가번역가 하 밍 타잉의 발표와 함께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오후에는 이효석문학관을 방문하

여 이효석 작가의 작품과 작품세계에 대한 해설을

듣고 문학관을 둘러보았다

이튿날에는 오대산에 위치한 월정사를 방문하

살아있는 문학의 배경 속으로 떠나다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1차 문학기행

Loung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7

여 한국의 불교사상에 대해 학습하고 전나무숲

길을 산책하기도 했다 이후 원주로 이동하여 박경

리 문학공원에 들러 문학의 집과 작가의 옛집 등

을 둘러보았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문학 작품을 글로 보는 것

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의 현장으로 접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각국에서 온 번역가들은 한국의

소소한 풍경에도 감탄해마지 않았으며 여정 중에

도 문학에 대한 배움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오늘

의 경험이 번역가들의 문장 속에 문학적 향취로

녹아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0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낯선 언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소통러시아 한국문학행사

글 김연수(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문학행

사를 개최하였다 한국 작가로는 작년 러시아에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 『원더보이』가 출간된 김연수 작가와

『침이 고인다』가 출간된 김애란 작가가 참여하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친선협회에서 개최된 문학행사에

서는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었던 행사가 3시간 가까이 길어질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 기억을

김연수 작가의 문장으로 재구성해본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9

러시아에 얽힌 개인적 체험이라고는 10년 전

모 일간지의 의뢰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

해주 지방을 취재한 게 전부였다 풍경은 황량했

고 사람들은 투박했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2시

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꽤

멀었다 거기에는 키릴문자도 한몫했다 글 쓰는

입장에서는 거리의 간판조차도 읽을 수 없다는 사

실이 왠지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나의 불안은 적어도 작가로서는 불필

요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번역자들이 있으니까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의 전문 번역교육기관인 lsquo번

역 아카데미rsquo를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출신 번역자들은 퍽 다감했다 겉보기로는 내 말

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면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갔다 러시아 사람들

은 원래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들만 그런 것

일까 알 수 없었다 지난 5월 17일 상트페테르부

르크행 여객기에 앉아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 천국을 가다출발하기 전 러시아를 집중 공부할 계획이었

으나 정작 내가 읽은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러시

아 통신』 단 한 권뿐 그나마 보드카와 러시아 정

치인들의 무시무시한 음주담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러다 오래 전 인상 깊게 읽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관한 이덕형 교수의 책이 문득 떠올랐다 그 책

에 실린 멋진 풍경 사진들과 고골이나 도스토예프

스키의 소설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lsquo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디를 간다는거지rsquo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러시아를 다녀오고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작가의 천

국으로 가고 있었다 그건 우리가 머문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이 마야코프스키였기

때문도 때아닌 장대비로 하나뿐인 우산을 둘이

쓰고 다닌 덕분에 한쪽 어깨가 다 젖어가며 고골

의 소설 배경인 넵스키대로를 걸었기 때문도 도스

토예프스키의 집에서 환영과도 같은 그의 하얀 데

드마스크를 봤기 때문도 아니었다

10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도시를 나와

동행한 작가는 김애란 씨였다 나의 경우에는 러

시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원더보이』가 김애

란 씨는 『침이 고인다』가 기간됐으며 『달려라 아

비』가 7월에 출판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번역본을

펼쳐보니 역시 아는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막막

했다 내 말의 뜻이 러시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상트페테

르부르크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친선협회 건물에

서 낭독회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그게 기우에 불

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 앉은 러시아인들은 내가 하는 말을 대부

분 알아듣는 눈치였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1

학 한국어학과의 크루바노프 교수가 통역을 너무

나 잘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들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그 정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리라 그건 인삿말과 각자의 소설을 낭

독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더욱 확실해

졌다 행사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세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질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나중

에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청중과 서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의 인상적인 낭독회러시아의 이런 분위기는 사흘 뒤에 모스크바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개인적으로는 『원더보이』를 러시아어로 멋있

게 낭독한 연극배우가 내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

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외국문학도서관은 낭독회 장소로서 매우 근사했

고 거기 찾아와서 우리의 소설에 귀를 기울인 모

스크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따뜻한 환대와 모스크바의 세련된 진행은 모두

내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푸쉬킨호텔로 돌아오면

서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낭독회에 참여했을 때

를 떠올렸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낭독회였다 열

명이 넘는 한국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때 부둣가였

나 어디였나 천막 속에서 낭독회를 열었는데 갑

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천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그러자 독일인들 몇몇이 비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

어왔다 비바람이 잦아들자 그들은 다시 나가고

천막 안에는 우리 그러니까 작가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자

꾸만 생각나는 밤이었다

12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4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16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7

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20 | T_magazine

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30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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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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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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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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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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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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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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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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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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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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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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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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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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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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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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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rsquos poetry is notable for the childlike persona of his narrators a sensitive awareness of a lost hometown and an unusual scapegoat mentality deriving from a sense of shame at not being able to lead a conscientious life in a period of gloomy social realities ldquoLife and Deathrdquo (Salmgwa jugeum)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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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rsquos poetry is notable for the childlike persona of his narrators a sensitive awareness of a lost hometown and an unusual scapegoat mentality deriving from a sense of shame at not being able to lead a conscientious life in a period of gloomy social realities ldquoLife and Deathrdquo (Salmgwa jugeum) is

The 7th International Translatorsrsquo Conference

Theme

How to Foster Literary Translators

Date

6th ~ 7th November 2015

Venue

LG Hall International Education Building Ewha Womans University

06 | T_magazine

2015 해외 원어민 번역가 초청 연수로 체류하고

있는 세 명의 참가번역가 (카타지나 로잔스카(폴

란드어권) 하 밍 타잉(베트남어권) 이기향(독일어

권))가 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으

로 지난 8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김종회 교수

와 함께 경기도 양평 강원도 평창과 원주를 돌아

보는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황순원 문학관에서는 김종회 교수의 설명을 들

으며 문학관과 산책로를 둘러본 후 베트남어권 참

가번역가 하 밍 타잉의 발표와 함께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오후에는 이효석문학관을 방문하

여 이효석 작가의 작품과 작품세계에 대한 해설을

듣고 문학관을 둘러보았다

이튿날에는 오대산에 위치한 월정사를 방문하

살아있는 문학의 배경 속으로 떠나다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1차 문학기행

Loung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7

여 한국의 불교사상에 대해 학습하고 전나무숲

길을 산책하기도 했다 이후 원주로 이동하여 박경

리 문학공원에 들러 문학의 집과 작가의 옛집 등

을 둘러보았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문학 작품을 글로 보는 것

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의 현장으로 접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각국에서 온 번역가들은 한국의

소소한 풍경에도 감탄해마지 않았으며 여정 중에

도 문학에 대한 배움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오늘

의 경험이 번역가들의 문장 속에 문학적 향취로

녹아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0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낯선 언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소통러시아 한국문학행사

글 김연수(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문학행

사를 개최하였다 한국 작가로는 작년 러시아에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 『원더보이』가 출간된 김연수 작가와

『침이 고인다』가 출간된 김애란 작가가 참여하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친선협회에서 개최된 문학행사에

서는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었던 행사가 3시간 가까이 길어질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 기억을

김연수 작가의 문장으로 재구성해본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9

러시아에 얽힌 개인적 체험이라고는 10년 전

모 일간지의 의뢰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

해주 지방을 취재한 게 전부였다 풍경은 황량했

고 사람들은 투박했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2시

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꽤

멀었다 거기에는 키릴문자도 한몫했다 글 쓰는

입장에서는 거리의 간판조차도 읽을 수 없다는 사

실이 왠지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나의 불안은 적어도 작가로서는 불필

요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번역자들이 있으니까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의 전문 번역교육기관인 lsquo번

역 아카데미rsquo를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출신 번역자들은 퍽 다감했다 겉보기로는 내 말

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면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갔다 러시아 사람들

은 원래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들만 그런 것

일까 알 수 없었다 지난 5월 17일 상트페테르부

르크행 여객기에 앉아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 천국을 가다출발하기 전 러시아를 집중 공부할 계획이었

으나 정작 내가 읽은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러시

아 통신』 단 한 권뿐 그나마 보드카와 러시아 정

치인들의 무시무시한 음주담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러다 오래 전 인상 깊게 읽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관한 이덕형 교수의 책이 문득 떠올랐다 그 책

에 실린 멋진 풍경 사진들과 고골이나 도스토예프

스키의 소설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lsquo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디를 간다는거지rsquo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러시아를 다녀오고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작가의 천

국으로 가고 있었다 그건 우리가 머문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이 마야코프스키였기

때문도 때아닌 장대비로 하나뿐인 우산을 둘이

쓰고 다닌 덕분에 한쪽 어깨가 다 젖어가며 고골

의 소설 배경인 넵스키대로를 걸었기 때문도 도스

토예프스키의 집에서 환영과도 같은 그의 하얀 데

드마스크를 봤기 때문도 아니었다

10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도시를 나와

동행한 작가는 김애란 씨였다 나의 경우에는 러

시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원더보이』가 김애

란 씨는 『침이 고인다』가 기간됐으며 『달려라 아

비』가 7월에 출판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번역본을

펼쳐보니 역시 아는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막막

했다 내 말의 뜻이 러시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상트페테

르부르크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친선협회 건물에

서 낭독회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그게 기우에 불

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 앉은 러시아인들은 내가 하는 말을 대부

분 알아듣는 눈치였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1

학 한국어학과의 크루바노프 교수가 통역을 너무

나 잘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들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그 정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리라 그건 인삿말과 각자의 소설을 낭

독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더욱 확실해

졌다 행사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세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질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나중

에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청중과 서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의 인상적인 낭독회러시아의 이런 분위기는 사흘 뒤에 모스크바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개인적으로는 『원더보이』를 러시아어로 멋있

게 낭독한 연극배우가 내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

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외국문학도서관은 낭독회 장소로서 매우 근사했

고 거기 찾아와서 우리의 소설에 귀를 기울인 모

스크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따뜻한 환대와 모스크바의 세련된 진행은 모두

내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푸쉬킨호텔로 돌아오면

서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낭독회에 참여했을 때

를 떠올렸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낭독회였다 열

명이 넘는 한국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때 부둣가였

나 어디였나 천막 속에서 낭독회를 열었는데 갑

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천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그러자 독일인들 몇몇이 비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

어왔다 비바람이 잦아들자 그들은 다시 나가고

천막 안에는 우리 그러니까 작가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자

꾸만 생각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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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4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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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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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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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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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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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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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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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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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3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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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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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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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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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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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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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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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rsquos poetry is notable for the childlike persona of his narrators a sensitive awareness of a lost hometown and an unusual scapegoat mentality deriving from a sense of shame at not being able to lead a conscientious life in a period of gloomy social realities ldquoLife and Deathrdquo (Salmgwa jugeum)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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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Tong-Ju

Yunrsquos poetry is notable for the childlike persona of his narrators a sensitive awareness of a lost hometown and an unusual scapegoat mentality deriving from a sense of shame at not being able to lead a conscientious life in a period of gloomy social realities ldquoLife and Deathrdquo (Salmgwa jugeum) is

The 7th International Translatorsrsquo Conference

Theme

How to Foster Literary Translators

Date

6th ~ 7th November 2015

Venue

LG Hall International Education Building Ewha Womans University

06 | T_magazine

2015 해외 원어민 번역가 초청 연수로 체류하고

있는 세 명의 참가번역가 (카타지나 로잔스카(폴

란드어권) 하 밍 타잉(베트남어권) 이기향(독일어

권))가 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으

로 지난 8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김종회 교수

와 함께 경기도 양평 강원도 평창과 원주를 돌아

보는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황순원 문학관에서는 김종회 교수의 설명을 들

으며 문학관과 산책로를 둘러본 후 베트남어권 참

가번역가 하 밍 타잉의 발표와 함께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오후에는 이효석문학관을 방문하

여 이효석 작가의 작품과 작품세계에 대한 해설을

듣고 문학관을 둘러보았다

이튿날에는 오대산에 위치한 월정사를 방문하

살아있는 문학의 배경 속으로 떠나다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1차 문학기행

Loung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7

여 한국의 불교사상에 대해 학습하고 전나무숲

길을 산책하기도 했다 이후 원주로 이동하여 박경

리 문학공원에 들러 문학의 집과 작가의 옛집 등

을 둘러보았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문학 작품을 글로 보는 것

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의 현장으로 접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각국에서 온 번역가들은 한국의

소소한 풍경에도 감탄해마지 않았으며 여정 중에

도 문학에 대한 배움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오늘

의 경험이 번역가들의 문장 속에 문학적 향취로

녹아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0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낯선 언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소통러시아 한국문학행사

글 김연수(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문학행

사를 개최하였다 한국 작가로는 작년 러시아에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 『원더보이』가 출간된 김연수 작가와

『침이 고인다』가 출간된 김애란 작가가 참여하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친선협회에서 개최된 문학행사에

서는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었던 행사가 3시간 가까이 길어질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 기억을

김연수 작가의 문장으로 재구성해본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9

러시아에 얽힌 개인적 체험이라고는 10년 전

모 일간지의 의뢰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

해주 지방을 취재한 게 전부였다 풍경은 황량했

고 사람들은 투박했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2시

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꽤

멀었다 거기에는 키릴문자도 한몫했다 글 쓰는

입장에서는 거리의 간판조차도 읽을 수 없다는 사

실이 왠지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나의 불안은 적어도 작가로서는 불필

요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번역자들이 있으니까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의 전문 번역교육기관인 lsquo번

역 아카데미rsquo를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출신 번역자들은 퍽 다감했다 겉보기로는 내 말

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면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갔다 러시아 사람들

은 원래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들만 그런 것

일까 알 수 없었다 지난 5월 17일 상트페테르부

르크행 여객기에 앉아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 천국을 가다출발하기 전 러시아를 집중 공부할 계획이었

으나 정작 내가 읽은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러시

아 통신』 단 한 권뿐 그나마 보드카와 러시아 정

치인들의 무시무시한 음주담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러다 오래 전 인상 깊게 읽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관한 이덕형 교수의 책이 문득 떠올랐다 그 책

에 실린 멋진 풍경 사진들과 고골이나 도스토예프

스키의 소설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lsquo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디를 간다는거지rsquo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러시아를 다녀오고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작가의 천

국으로 가고 있었다 그건 우리가 머문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이 마야코프스키였기

때문도 때아닌 장대비로 하나뿐인 우산을 둘이

쓰고 다닌 덕분에 한쪽 어깨가 다 젖어가며 고골

의 소설 배경인 넵스키대로를 걸었기 때문도 도스

토예프스키의 집에서 환영과도 같은 그의 하얀 데

드마스크를 봤기 때문도 아니었다

10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도시를 나와

동행한 작가는 김애란 씨였다 나의 경우에는 러

시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원더보이』가 김애

란 씨는 『침이 고인다』가 기간됐으며 『달려라 아

비』가 7월에 출판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번역본을

펼쳐보니 역시 아는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막막

했다 내 말의 뜻이 러시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상트페테

르부르크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친선협회 건물에

서 낭독회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그게 기우에 불

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 앉은 러시아인들은 내가 하는 말을 대부

분 알아듣는 눈치였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1

학 한국어학과의 크루바노프 교수가 통역을 너무

나 잘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들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그 정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리라 그건 인삿말과 각자의 소설을 낭

독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더욱 확실해

졌다 행사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세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질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나중

에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청중과 서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의 인상적인 낭독회러시아의 이런 분위기는 사흘 뒤에 모스크바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개인적으로는 『원더보이』를 러시아어로 멋있

게 낭독한 연극배우가 내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

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외국문학도서관은 낭독회 장소로서 매우 근사했

고 거기 찾아와서 우리의 소설에 귀를 기울인 모

스크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따뜻한 환대와 모스크바의 세련된 진행은 모두

내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푸쉬킨호텔로 돌아오면

서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낭독회에 참여했을 때

를 떠올렸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낭독회였다 열

명이 넘는 한국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때 부둣가였

나 어디였나 천막 속에서 낭독회를 열었는데 갑

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천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그러자 독일인들 몇몇이 비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

어왔다 비바람이 잦아들자 그들은 다시 나가고

천막 안에는 우리 그러니까 작가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자

꾸만 생각나는 밤이었다

12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4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16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7

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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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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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30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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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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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40 | T_magazine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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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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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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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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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T_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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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 T-magazine 10호

The 7th International Translatorsrsquo Conference

Theme

How to Foster Literary Translators

Date

6th ~ 7th November 2015

Venue

LG Hall International Education Building Ewha Womans University

06 | T_magazine

2015 해외 원어민 번역가 초청 연수로 체류하고

있는 세 명의 참가번역가 (카타지나 로잔스카(폴

란드어권) 하 밍 타잉(베트남어권) 이기향(독일어

권))가 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으

로 지난 8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김종회 교수

와 함께 경기도 양평 강원도 평창과 원주를 돌아

보는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황순원 문학관에서는 김종회 교수의 설명을 들

으며 문학관과 산책로를 둘러본 후 베트남어권 참

가번역가 하 밍 타잉의 발표와 함께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오후에는 이효석문학관을 방문하

여 이효석 작가의 작품과 작품세계에 대한 해설을

듣고 문학관을 둘러보았다

이튿날에는 오대산에 위치한 월정사를 방문하

살아있는 문학의 배경 속으로 떠나다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1차 문학기행

Loung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7

여 한국의 불교사상에 대해 학습하고 전나무숲

길을 산책하기도 했다 이후 원주로 이동하여 박경

리 문학공원에 들러 문학의 집과 작가의 옛집 등

을 둘러보았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문학 작품을 글로 보는 것

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의 현장으로 접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각국에서 온 번역가들은 한국의

소소한 풍경에도 감탄해마지 않았으며 여정 중에

도 문학에 대한 배움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오늘

의 경험이 번역가들의 문장 속에 문학적 향취로

녹아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0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낯선 언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소통러시아 한국문학행사

글 김연수(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문학행

사를 개최하였다 한국 작가로는 작년 러시아에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 『원더보이』가 출간된 김연수 작가와

『침이 고인다』가 출간된 김애란 작가가 참여하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친선협회에서 개최된 문학행사에

서는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었던 행사가 3시간 가까이 길어질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 기억을

김연수 작가의 문장으로 재구성해본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9

러시아에 얽힌 개인적 체험이라고는 10년 전

모 일간지의 의뢰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

해주 지방을 취재한 게 전부였다 풍경은 황량했

고 사람들은 투박했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2시

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꽤

멀었다 거기에는 키릴문자도 한몫했다 글 쓰는

입장에서는 거리의 간판조차도 읽을 수 없다는 사

실이 왠지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나의 불안은 적어도 작가로서는 불필

요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번역자들이 있으니까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의 전문 번역교육기관인 lsquo번

역 아카데미rsquo를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출신 번역자들은 퍽 다감했다 겉보기로는 내 말

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면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갔다 러시아 사람들

은 원래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들만 그런 것

일까 알 수 없었다 지난 5월 17일 상트페테르부

르크행 여객기에 앉아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 천국을 가다출발하기 전 러시아를 집중 공부할 계획이었

으나 정작 내가 읽은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러시

아 통신』 단 한 권뿐 그나마 보드카와 러시아 정

치인들의 무시무시한 음주담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러다 오래 전 인상 깊게 읽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관한 이덕형 교수의 책이 문득 떠올랐다 그 책

에 실린 멋진 풍경 사진들과 고골이나 도스토예프

스키의 소설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lsquo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디를 간다는거지rsquo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러시아를 다녀오고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작가의 천

국으로 가고 있었다 그건 우리가 머문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이 마야코프스키였기

때문도 때아닌 장대비로 하나뿐인 우산을 둘이

쓰고 다닌 덕분에 한쪽 어깨가 다 젖어가며 고골

의 소설 배경인 넵스키대로를 걸었기 때문도 도스

토예프스키의 집에서 환영과도 같은 그의 하얀 데

드마스크를 봤기 때문도 아니었다

10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도시를 나와

동행한 작가는 김애란 씨였다 나의 경우에는 러

시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원더보이』가 김애

란 씨는 『침이 고인다』가 기간됐으며 『달려라 아

비』가 7월에 출판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번역본을

펼쳐보니 역시 아는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막막

했다 내 말의 뜻이 러시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상트페테

르부르크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친선협회 건물에

서 낭독회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그게 기우에 불

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 앉은 러시아인들은 내가 하는 말을 대부

분 알아듣는 눈치였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1

학 한국어학과의 크루바노프 교수가 통역을 너무

나 잘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들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그 정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리라 그건 인삿말과 각자의 소설을 낭

독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더욱 확실해

졌다 행사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세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질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나중

에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청중과 서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의 인상적인 낭독회러시아의 이런 분위기는 사흘 뒤에 모스크바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개인적으로는 『원더보이』를 러시아어로 멋있

게 낭독한 연극배우가 내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

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외국문학도서관은 낭독회 장소로서 매우 근사했

고 거기 찾아와서 우리의 소설에 귀를 기울인 모

스크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따뜻한 환대와 모스크바의 세련된 진행은 모두

내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푸쉬킨호텔로 돌아오면

서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낭독회에 참여했을 때

를 떠올렸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낭독회였다 열

명이 넘는 한국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때 부둣가였

나 어디였나 천막 속에서 낭독회를 열었는데 갑

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천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그러자 독일인들 몇몇이 비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

어왔다 비바람이 잦아들자 그들은 다시 나가고

천막 안에는 우리 그러니까 작가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자

꾸만 생각나는 밤이었다

12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4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16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7

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20 | T_magazine

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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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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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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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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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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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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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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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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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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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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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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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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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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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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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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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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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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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 T-magazine 10호

06 | T_magazine

2015 해외 원어민 번역가 초청 연수로 체류하고

있는 세 명의 참가번역가 (카타지나 로잔스카(폴

란드어권) 하 밍 타잉(베트남어권) 이기향(독일어

권))가 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으

로 지난 8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김종회 교수

와 함께 경기도 양평 강원도 평창과 원주를 돌아

보는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황순원 문학관에서는 김종회 교수의 설명을 들

으며 문학관과 산책로를 둘러본 후 베트남어권 참

가번역가 하 밍 타잉의 발표와 함께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오후에는 이효석문학관을 방문하

여 이효석 작가의 작품과 작품세계에 대한 해설을

듣고 문학관을 둘러보았다

이튿날에는 오대산에 위치한 월정사를 방문하

살아있는 문학의 배경 속으로 떠나다2015 번역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1차 문학기행

Loung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7

여 한국의 불교사상에 대해 학습하고 전나무숲

길을 산책하기도 했다 이후 원주로 이동하여 박경

리 문학공원에 들러 문학의 집과 작가의 옛집 등

을 둘러보았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문학 작품을 글로 보는 것

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의 현장으로 접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각국에서 온 번역가들은 한국의

소소한 풍경에도 감탄해마지 않았으며 여정 중에

도 문학에 대한 배움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오늘

의 경험이 번역가들의 문장 속에 문학적 향취로

녹아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0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낯선 언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소통러시아 한국문학행사

글 김연수(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문학행

사를 개최하였다 한국 작가로는 작년 러시아에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 『원더보이』가 출간된 김연수 작가와

『침이 고인다』가 출간된 김애란 작가가 참여하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친선협회에서 개최된 문학행사에

서는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었던 행사가 3시간 가까이 길어질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 기억을

김연수 작가의 문장으로 재구성해본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9

러시아에 얽힌 개인적 체험이라고는 10년 전

모 일간지의 의뢰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

해주 지방을 취재한 게 전부였다 풍경은 황량했

고 사람들은 투박했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2시

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꽤

멀었다 거기에는 키릴문자도 한몫했다 글 쓰는

입장에서는 거리의 간판조차도 읽을 수 없다는 사

실이 왠지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나의 불안은 적어도 작가로서는 불필

요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번역자들이 있으니까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의 전문 번역교육기관인 lsquo번

역 아카데미rsquo를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출신 번역자들은 퍽 다감했다 겉보기로는 내 말

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면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갔다 러시아 사람들

은 원래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들만 그런 것

일까 알 수 없었다 지난 5월 17일 상트페테르부

르크행 여객기에 앉아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 천국을 가다출발하기 전 러시아를 집중 공부할 계획이었

으나 정작 내가 읽은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러시

아 통신』 단 한 권뿐 그나마 보드카와 러시아 정

치인들의 무시무시한 음주담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러다 오래 전 인상 깊게 읽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관한 이덕형 교수의 책이 문득 떠올랐다 그 책

에 실린 멋진 풍경 사진들과 고골이나 도스토예프

스키의 소설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lsquo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디를 간다는거지rsquo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러시아를 다녀오고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작가의 천

국으로 가고 있었다 그건 우리가 머문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이 마야코프스키였기

때문도 때아닌 장대비로 하나뿐인 우산을 둘이

쓰고 다닌 덕분에 한쪽 어깨가 다 젖어가며 고골

의 소설 배경인 넵스키대로를 걸었기 때문도 도스

토예프스키의 집에서 환영과도 같은 그의 하얀 데

드마스크를 봤기 때문도 아니었다

10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도시를 나와

동행한 작가는 김애란 씨였다 나의 경우에는 러

시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원더보이』가 김애

란 씨는 『침이 고인다』가 기간됐으며 『달려라 아

비』가 7월에 출판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번역본을

펼쳐보니 역시 아는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막막

했다 내 말의 뜻이 러시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상트페테

르부르크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친선협회 건물에

서 낭독회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그게 기우에 불

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 앉은 러시아인들은 내가 하는 말을 대부

분 알아듣는 눈치였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1

학 한국어학과의 크루바노프 교수가 통역을 너무

나 잘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들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그 정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리라 그건 인삿말과 각자의 소설을 낭

독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더욱 확실해

졌다 행사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세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질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나중

에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청중과 서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의 인상적인 낭독회러시아의 이런 분위기는 사흘 뒤에 모스크바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개인적으로는 『원더보이』를 러시아어로 멋있

게 낭독한 연극배우가 내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

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외국문학도서관은 낭독회 장소로서 매우 근사했

고 거기 찾아와서 우리의 소설에 귀를 기울인 모

스크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따뜻한 환대와 모스크바의 세련된 진행은 모두

내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푸쉬킨호텔로 돌아오면

서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낭독회에 참여했을 때

를 떠올렸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낭독회였다 열

명이 넘는 한국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때 부둣가였

나 어디였나 천막 속에서 낭독회를 열었는데 갑

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천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그러자 독일인들 몇몇이 비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

어왔다 비바람이 잦아들자 그들은 다시 나가고

천막 안에는 우리 그러니까 작가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자

꾸만 생각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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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4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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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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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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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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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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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3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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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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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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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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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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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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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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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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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7

여 한국의 불교사상에 대해 학습하고 전나무숲

길을 산책하기도 했다 이후 원주로 이동하여 박경

리 문학공원에 들러 문학의 집과 작가의 옛집 등

을 둘러보았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문학 작품을 글로 보는 것

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의 현장으로 접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각국에서 온 번역가들은 한국의

소소한 풍경에도 감탄해마지 않았으며 여정 중에

도 문학에 대한 배움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오늘

의 경험이 번역가들의 문장 속에 문학적 향취로

녹아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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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낯선 언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소통러시아 한국문학행사

글 김연수(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문학행

사를 개최하였다 한국 작가로는 작년 러시아에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 『원더보이』가 출간된 김연수 작가와

『침이 고인다』가 출간된 김애란 작가가 참여하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친선협회에서 개최된 문학행사에

서는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었던 행사가 3시간 가까이 길어질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 기억을

김연수 작가의 문장으로 재구성해본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9

러시아에 얽힌 개인적 체험이라고는 10년 전

모 일간지의 의뢰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

해주 지방을 취재한 게 전부였다 풍경은 황량했

고 사람들은 투박했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2시

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꽤

멀었다 거기에는 키릴문자도 한몫했다 글 쓰는

입장에서는 거리의 간판조차도 읽을 수 없다는 사

실이 왠지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나의 불안은 적어도 작가로서는 불필

요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번역자들이 있으니까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의 전문 번역교육기관인 lsquo번

역 아카데미rsquo를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출신 번역자들은 퍽 다감했다 겉보기로는 내 말

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면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갔다 러시아 사람들

은 원래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들만 그런 것

일까 알 수 없었다 지난 5월 17일 상트페테르부

르크행 여객기에 앉아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 천국을 가다출발하기 전 러시아를 집중 공부할 계획이었

으나 정작 내가 읽은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러시

아 통신』 단 한 권뿐 그나마 보드카와 러시아 정

치인들의 무시무시한 음주담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러다 오래 전 인상 깊게 읽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관한 이덕형 교수의 책이 문득 떠올랐다 그 책

에 실린 멋진 풍경 사진들과 고골이나 도스토예프

스키의 소설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lsquo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디를 간다는거지rsquo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러시아를 다녀오고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작가의 천

국으로 가고 있었다 그건 우리가 머문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이 마야코프스키였기

때문도 때아닌 장대비로 하나뿐인 우산을 둘이

쓰고 다닌 덕분에 한쪽 어깨가 다 젖어가며 고골

의 소설 배경인 넵스키대로를 걸었기 때문도 도스

토예프스키의 집에서 환영과도 같은 그의 하얀 데

드마스크를 봤기 때문도 아니었다

10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도시를 나와

동행한 작가는 김애란 씨였다 나의 경우에는 러

시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원더보이』가 김애

란 씨는 『침이 고인다』가 기간됐으며 『달려라 아

비』가 7월에 출판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번역본을

펼쳐보니 역시 아는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막막

했다 내 말의 뜻이 러시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상트페테

르부르크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친선협회 건물에

서 낭독회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그게 기우에 불

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 앉은 러시아인들은 내가 하는 말을 대부

분 알아듣는 눈치였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1

학 한국어학과의 크루바노프 교수가 통역을 너무

나 잘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들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그 정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리라 그건 인삿말과 각자의 소설을 낭

독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더욱 확실해

졌다 행사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세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질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나중

에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청중과 서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의 인상적인 낭독회러시아의 이런 분위기는 사흘 뒤에 모스크바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개인적으로는 『원더보이』를 러시아어로 멋있

게 낭독한 연극배우가 내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

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외국문학도서관은 낭독회 장소로서 매우 근사했

고 거기 찾아와서 우리의 소설에 귀를 기울인 모

스크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따뜻한 환대와 모스크바의 세련된 진행은 모두

내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푸쉬킨호텔로 돌아오면

서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낭독회에 참여했을 때

를 떠올렸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낭독회였다 열

명이 넘는 한국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때 부둣가였

나 어디였나 천막 속에서 낭독회를 열었는데 갑

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천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그러자 독일인들 몇몇이 비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

어왔다 비바람이 잦아들자 그들은 다시 나가고

천막 안에는 우리 그러니까 작가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자

꾸만 생각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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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4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16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7

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20 | T_magazine

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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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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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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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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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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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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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40 | T_magazine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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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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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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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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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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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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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낯선 언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소통러시아 한국문학행사

글 김연수(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문학행

사를 개최하였다 한국 작가로는 작년 러시아에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 『원더보이』가 출간된 김연수 작가와

『침이 고인다』가 출간된 김애란 작가가 참여하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친선협회에서 개최된 문학행사에

서는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었던 행사가 3시간 가까이 길어질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 기억을

김연수 작가의 문장으로 재구성해본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9

러시아에 얽힌 개인적 체험이라고는 10년 전

모 일간지의 의뢰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

해주 지방을 취재한 게 전부였다 풍경은 황량했

고 사람들은 투박했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2시

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꽤

멀었다 거기에는 키릴문자도 한몫했다 글 쓰는

입장에서는 거리의 간판조차도 읽을 수 없다는 사

실이 왠지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나의 불안은 적어도 작가로서는 불필

요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번역자들이 있으니까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의 전문 번역교육기관인 lsquo번

역 아카데미rsquo를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출신 번역자들은 퍽 다감했다 겉보기로는 내 말

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면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갔다 러시아 사람들

은 원래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들만 그런 것

일까 알 수 없었다 지난 5월 17일 상트페테르부

르크행 여객기에 앉아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 천국을 가다출발하기 전 러시아를 집중 공부할 계획이었

으나 정작 내가 읽은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러시

아 통신』 단 한 권뿐 그나마 보드카와 러시아 정

치인들의 무시무시한 음주담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러다 오래 전 인상 깊게 읽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관한 이덕형 교수의 책이 문득 떠올랐다 그 책

에 실린 멋진 풍경 사진들과 고골이나 도스토예프

스키의 소설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lsquo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디를 간다는거지rsquo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러시아를 다녀오고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작가의 천

국으로 가고 있었다 그건 우리가 머문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이 마야코프스키였기

때문도 때아닌 장대비로 하나뿐인 우산을 둘이

쓰고 다닌 덕분에 한쪽 어깨가 다 젖어가며 고골

의 소설 배경인 넵스키대로를 걸었기 때문도 도스

토예프스키의 집에서 환영과도 같은 그의 하얀 데

드마스크를 봤기 때문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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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도시를 나와

동행한 작가는 김애란 씨였다 나의 경우에는 러

시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원더보이』가 김애

란 씨는 『침이 고인다』가 기간됐으며 『달려라 아

비』가 7월에 출판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번역본을

펼쳐보니 역시 아는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막막

했다 내 말의 뜻이 러시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상트페테

르부르크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친선협회 건물에

서 낭독회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그게 기우에 불

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 앉은 러시아인들은 내가 하는 말을 대부

분 알아듣는 눈치였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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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한국어학과의 크루바노프 교수가 통역을 너무

나 잘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들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그 정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리라 그건 인삿말과 각자의 소설을 낭

독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더욱 확실해

졌다 행사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세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질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나중

에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청중과 서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의 인상적인 낭독회러시아의 이런 분위기는 사흘 뒤에 모스크바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개인적으로는 『원더보이』를 러시아어로 멋있

게 낭독한 연극배우가 내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

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외국문학도서관은 낭독회 장소로서 매우 근사했

고 거기 찾아와서 우리의 소설에 귀를 기울인 모

스크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따뜻한 환대와 모스크바의 세련된 진행은 모두

내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푸쉬킨호텔로 돌아오면

서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낭독회에 참여했을 때

를 떠올렸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낭독회였다 열

명이 넘는 한국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때 부둣가였

나 어디였나 천막 속에서 낭독회를 열었는데 갑

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천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그러자 독일인들 몇몇이 비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

어왔다 비바람이 잦아들자 그들은 다시 나가고

천막 안에는 우리 그러니까 작가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자

꾸만 생각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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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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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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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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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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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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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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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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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30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3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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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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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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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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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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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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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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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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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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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09

러시아에 얽힌 개인적 체험이라고는 10년 전

모 일간지의 의뢰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

해주 지방을 취재한 게 전부였다 풍경은 황량했

고 사람들은 투박했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2시

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꽤

멀었다 거기에는 키릴문자도 한몫했다 글 쓰는

입장에서는 거리의 간판조차도 읽을 수 없다는 사

실이 왠지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나의 불안은 적어도 작가로서는 불필

요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번역자들이 있으니까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의 전문 번역교육기관인 lsquo번

역 아카데미rsquo를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출신 번역자들은 퍽 다감했다 겉보기로는 내 말

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면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갔다 러시아 사람들

은 원래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들만 그런 것

일까 알 수 없었다 지난 5월 17일 상트페테르부

르크행 여객기에 앉아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 천국을 가다출발하기 전 러시아를 집중 공부할 계획이었

으나 정작 내가 읽은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러시

아 통신』 단 한 권뿐 그나마 보드카와 러시아 정

치인들의 무시무시한 음주담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러다 오래 전 인상 깊게 읽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관한 이덕형 교수의 책이 문득 떠올랐다 그 책

에 실린 멋진 풍경 사진들과 고골이나 도스토예프

스키의 소설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lsquo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디를 간다는거지rsquo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러시아를 다녀오고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작가의 천

국으로 가고 있었다 그건 우리가 머문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이름이 마야코프스키였기

때문도 때아닌 장대비로 하나뿐인 우산을 둘이

쓰고 다닌 덕분에 한쪽 어깨가 다 젖어가며 고골

의 소설 배경인 넵스키대로를 걸었기 때문도 도스

토예프스키의 집에서 환영과도 같은 그의 하얀 데

드마스크를 봤기 때문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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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도시를 나와

동행한 작가는 김애란 씨였다 나의 경우에는 러

시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원더보이』가 김애

란 씨는 『침이 고인다』가 기간됐으며 『달려라 아

비』가 7월에 출판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번역본을

펼쳐보니 역시 아는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막막

했다 내 말의 뜻이 러시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상트페테

르부르크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친선협회 건물에

서 낭독회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그게 기우에 불

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 앉은 러시아인들은 내가 하는 말을 대부

분 알아듣는 눈치였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1

학 한국어학과의 크루바노프 교수가 통역을 너무

나 잘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들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그 정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리라 그건 인삿말과 각자의 소설을 낭

독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더욱 확실해

졌다 행사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세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질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나중

에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청중과 서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의 인상적인 낭독회러시아의 이런 분위기는 사흘 뒤에 모스크바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개인적으로는 『원더보이』를 러시아어로 멋있

게 낭독한 연극배우가 내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

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외국문학도서관은 낭독회 장소로서 매우 근사했

고 거기 찾아와서 우리의 소설에 귀를 기울인 모

스크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따뜻한 환대와 모스크바의 세련된 진행은 모두

내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푸쉬킨호텔로 돌아오면

서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낭독회에 참여했을 때

를 떠올렸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낭독회였다 열

명이 넘는 한국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때 부둣가였

나 어디였나 천막 속에서 낭독회를 열었는데 갑

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천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그러자 독일인들 몇몇이 비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

어왔다 비바람이 잦아들자 그들은 다시 나가고

천막 안에는 우리 그러니까 작가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자

꾸만 생각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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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4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16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7

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20 | T_magazine

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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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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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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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40 | T_magazine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42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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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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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1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두 도시를 나와

동행한 작가는 김애란 씨였다 나의 경우에는 러

시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원더보이』가 김애

란 씨는 『침이 고인다』가 기간됐으며 『달려라 아

비』가 7월에 출판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번역본을

펼쳐보니 역시 아는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막막

했다 내 말의 뜻이 러시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상트페테

르부르크에 도착한 다음날 국제친선협회 건물에

서 낭독회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그게 기우에 불

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기 앉은 러시아인들은 내가 하는 말을 대부

분 알아듣는 눈치였다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1

학 한국어학과의 크루바노프 교수가 통역을 너무

나 잘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들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그 정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리라 그건 인삿말과 각자의 소설을 낭

독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더욱 확실해

졌다 행사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세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질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나중

에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청중과 서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의 인상적인 낭독회러시아의 이런 분위기는 사흘 뒤에 모스크바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개인적으로는 『원더보이』를 러시아어로 멋있

게 낭독한 연극배우가 내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

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외국문학도서관은 낭독회 장소로서 매우 근사했

고 거기 찾아와서 우리의 소설에 귀를 기울인 모

스크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따뜻한 환대와 모스크바의 세련된 진행은 모두

내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푸쉬킨호텔로 돌아오면

서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낭독회에 참여했을 때

를 떠올렸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낭독회였다 열

명이 넘는 한국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때 부둣가였

나 어디였나 천막 속에서 낭독회를 열었는데 갑

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천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그러자 독일인들 몇몇이 비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

어왔다 비바람이 잦아들자 그들은 다시 나가고

천막 안에는 우리 그러니까 작가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자

꾸만 생각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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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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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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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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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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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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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30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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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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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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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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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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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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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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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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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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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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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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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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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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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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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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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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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한국어학과의 크루바노프 교수가 통역을 너무

나 잘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들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그 정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리라 그건 인삿말과 각자의 소설을 낭

독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더욱 확실해

졌다 행사는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세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질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나중

에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청중과 서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아야만 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의 인상적인 낭독회러시아의 이런 분위기는 사흘 뒤에 모스크바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개인적으로는 『원더보이』를 러시아어로 멋있

게 낭독한 연극배우가 내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

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외국문학도서관은 낭독회 장소로서 매우 근사했

고 거기 찾아와서 우리의 소설에 귀를 기울인 모

스크바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따뜻한 환대와 모스크바의 세련된 진행은 모두

내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푸쉬킨호텔로 돌아오면

서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서 낭독회에 참여했을 때

를 떠올렸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낭독회였다 열

명이 넘는 한국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때 부둣가였

나 어디였나 천막 속에서 낭독회를 열었는데 갑

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천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그러자 독일인들 몇몇이 비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

어왔다 비바람이 잦아들자 그들은 다시 나가고

천막 안에는 우리 그러니까 작가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자

꾸만 생각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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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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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16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7

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20 | T_magazine

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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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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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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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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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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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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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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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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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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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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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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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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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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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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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더블린 문학의 땅에 서다아일랜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 한국문학 행사

글 은희경(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lsquo더블린 국제문학축제(International

Literature Festival Dublin)rsquo에 은희경 작가와 함께 참가하여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하였다 1998년에 처음 개최

된 더블린 국제문학축제는 UNESCO 문학 창의도시인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축제로 올해는 5월 16일부터 25

일까지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낭독회 토론회 워크숍 등을 포함한 각종 문학 교류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작가 및 작품을 홍보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은희

경 작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의 독자들과 만난 율리시즈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집 떠나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외국 행사를

반긴다 그러나 한편 한국 작가로서 대표성을 갖는

자리이니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다 충분히 지적이

면서도 유쾌하게 세속적이지는 않지만 세련되게

친근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라고 마음먹어 보

지만 자신이 없다 더블린으로 출발하기 앞서 오

랜만에 조이스와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찾아 뒤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국민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과 최근 베스트셀러

라는 리즈 뉴전트의 『올리브의 재구성』도 주문해

읽었다 그곳 작가와 대화할 때 간간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도록 아일랜드의 역사와 기후 특징도

찾아보고 물론 가장 많이 검색한 건 기네스 맥주

와 유명한 바와 피쉬 앤 칩스였지만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4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16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7

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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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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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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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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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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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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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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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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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40 | T_magazine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42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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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3

문화적 인프라와 저력 가치에 매료더블린 공항에는 대사관의 선주연 서기관이 마

중 나와서 번역원의 진경 씨와 나를 호텔로 안내

했다 더블린 시내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ltVOTE YESgt라는 표어였다 상점 유리문과

거리 곳곳에 ltEQUALITYgt라는 글자가 붙어 있

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바로 동성혼 법제

화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소수

자의 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입법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 반가운 만남을 한 잔의 기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가작가가 나 혼자뿐이라서 행사는 조촐한 규

모였다 대담자인 Matina Devlin은 소설가이자 저

널리스트 선주연 서기관과 진경 씨와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하며 행사진행을 상의했다 그녀는 일

욕심이 많고 센스 있는 여성 같았다 당연한 일이지

만 딱히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어 아일랜드 소

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을 법한 『안젤라의 재』의 한

국판이 바로 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며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그녀는 그 소설

이 아일랜드 역사의 빈곤과 비참을 과장했기 때문

에 자기들은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듦으로써 내 노력을 좌절시켰다 그러나 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될 거라는 말에는 눈을 빛내며 관심

을 보였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영어권

작가에게도 미국 출판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런 힘든 기회를 갖게 해준 번역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뜻으로 진경 씨를 바라보았다 그날

오전만 해도 진경 씨는 시차도 적응 못한 채 출판

관련 미팅을 다녀온 터였다 피곤할 텐데도 웃음띤

얼굴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우리의 대화에 집중

하고 있었다 마티나는 우리에게 아일랜드 작가의

어록이 새겨진 머그잔을 하나씩 선물했다 내 잔의

글귀는 오스카 와일드의 ldquo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rdquo그녀와 헤

어진 뒤 한 나라의 문화적 인프라와 그것의 저력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거리 모퉁이에서 마주치곤 하는 작은 서점들 손님

몇몇이 둘러앉아 제임스 조이스를 낭독하고 있는

카페들 초연 이후 백 년 넘은 연극을 상연하고 있

는 소극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4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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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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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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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30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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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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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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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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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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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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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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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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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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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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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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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 T-magazine 10호

14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2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역사적인 날 YES 아시죠 호텔로 돌아와 나는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

했던 원고를 고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해도 현지에 가면 현지만의 분

위기에 부닥치고 으레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게 마

련이다 내가 마주할 관객 분위기에 대한 어떤 팽

팽함이 느껴지고 그걸 뚫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통역인 조윤나 씨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원고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자리

에 들었다 그러나 나를 깨운 것은 새벽 두 시 거

리의 소란이었다 구경거리라면 놓칠 수 없는지라

벌떡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술집마다

불이 밝혀지고 모든 거리가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

었다 모두 손에 술잔을 들었고 골목에 서거나 길

바닥에 앉은 채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한참 구경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프런트의 야간담당이 싱

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요 YES 아시죠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리피 강가에 자리잡은

Smoke Alley Theater 오래된 건물은 아름다웠

고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진행 또한 매끄

럽게 잘 준비돼 있어 선주연 서기관의 문화적인 안

목과 직업적 철저함이 느껴졌다 나는 개그콘서트

에서나 보던 고성능 마이크를 뺨에 붙이고 원형극

장 같은 객석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 아일랜드 한국대사 내외가 눈에 들어왔

다 전날 관저에서 멋진 저녁 초대를 해주었던 터

라 마치 응원 나온 친정식구를 만난 듯 쑥스럽고

도 반가웠다 마티나는 내게 기네스를 맛봤냐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내가 묵는 호텔이 술

집으로 포위되어 피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녀

는 내게 lsquo소설 쓸 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적 같

은 게 있냐rsquo는 질문을 하기 위해 자기의 부적인 아

프리카 다산상까지 갖고올 만큼 준비에 성실한 대

담자였다 이어지는 낭독 순서 나의 짧은 한국어

낭독에 이어 조윤나 씨의 영어 낭독이 시작되었다

외국 행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통역은 기술

스태프가 아니라 페르소나나 대역이라고 할 수 있

다 통역의 어법과 발음과 어조가 관객에게는 그대

로 작가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조윤나 씨의

낭독을 듣는 순간 나는 이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이어지는 문답 시간에도 조

윤나 씨는 작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

했고 명료하게 통역했다 작가 자신이 외국어를 알

아듣든 못하든 통역의 실력과 자신감은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윤나 씨의 통역은 나에게 심

리적 안정감과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국 행사 때에 관객들은 초반에는 으레 문학보

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을 한

다 아일랜드 역시 분단국가인만큼 나에게도 통일

에 대한 견해나 북한에 대해 물었다 우리처럼 남북

으로 나뉘어 있지만 아일랜드는 초등학생들이 북

아일랜드에 있는 타이타닉 박물관으로 소풍을 가

는 나라이다 말 그대로 lsquo국제감각rsquo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내가 얼버무리는 시간이 길어진 모양이었

다 시간에 쫓겨 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채 행사를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16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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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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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20 | T_magazine

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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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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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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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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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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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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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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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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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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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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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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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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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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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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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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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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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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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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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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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5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사인회를 할 때 여러 사람으

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는 15년 전쯤 lt은

희경 매직서커스 유랑단gt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으로 만난 적 있는 독자도 끼어 있었다 내가 어렵

사리 닉네임을 기억해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 역시 먼 이국에서 만나는 옛 독자의 손

을 붙잡은 채 마음만 뭉클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순간 작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랫동안 기억

해주는 당신 같은 독자뿐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녀가 짐짓 웃음을 지

으며 말했다 선생님 모허 절벽 꼭 구경가세요 정

우성이 들렀다는 카페에서 기네스도 한잔 드시구

요 물론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혼자 더블린에 남았

고 모허 절벽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탔다

오래전 독자와의 만남 가슴 뭉클우리가 묵는 호텔은 작가축제 참가자에게 할인

가격을 제공했다 로비에는 축제 일정이 적힌 팸플

릿도 비치해 놓았다 그 팸플릿을 통해 나는 아일

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지는

특별행사를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자기

의 언어 대신 영어를 쓰는 나라로서의 고민이 엿보

였다 헝가리의 행사에 갔을 때 200년 전에 씌어

진 작품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잘 읽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트리니티 대학의 아름다운 도

서관을 구경한 뒤 기념품점에서 사온 케일어로 된

마그네틱도 다시금 머리에 떠올랐다 언어와 시간

그리고 문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끌어안고

변화시키며 흘러간다 작가는 그 흐름에 실려가며

어떤 세계를 상상해내야 하는 걸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국어교과서에 예이츠

의 lsquo이니스프리 섬rsquo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예이

츠의 목소리로 낭독된 테이프를 가져와 들려주었

다 영시를 알아들었을 리 없지만 노시인의 떨리는

목소리는 문학에 대한 동경과 경외심을 심어주었

다 그때의 나에게 이니스프리라는 섬은 어떤 문학

적 유토피아로 상상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듯이

더블린은 문학의 땅이고 작가들이 가보고 싶어하

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하다고 들었

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보다 경계심이 적고

친절한 듯했다 한류 팬이라는 내셔날 갤러리의 할

아버지 직원은 내게 토니 안을 아냐고 묻더니 lsquo토

니rsquo라고 적힌 자신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일랜드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로 답례했는데 그

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

께 가서 뿔이 돋아 있는 바이킹 모자를 쓰고 배 모

양의 노란 관광버스에 나란히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시내관광도 하고 싶다 템플바에 죽치고 앉

아서 이번 여행에는 하루 한 잔씩만 마셨던 기네

스를 취하도록 마시고도 싶다 이번 행사 때 한 관

객으로부터 들었던 Vote Yes와 Yesism과 Fairere

Ireland에 대해 아는 체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그

리고 그런 균형잡힌 정신은 아일랜드 사회가 문학

을 떠받들었던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고 내멋대

로 문학지상주의를 설파할 것이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16 | T_magazine

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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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20 | T_magazine

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30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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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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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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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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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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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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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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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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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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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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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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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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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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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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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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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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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친구란 무엇인가2015 도쿄국제도서전 참가기

글 강영숙(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나흘간 개최된 2015 도쿄국제도서전에 참가하

여 소설가 강영숙 김언수를 초청한 한국문학 행사를 실시하였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교류

가 더욱 뜻 깊었던 이번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은 와세다 대학 대형서점 쥰쿠도 호세이 대학 등 다양한 공

간에서 많은 일본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리나』가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앞으로 2016년에 『라이팅 클

럽』이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인 강영숙 작가의 목소리로 이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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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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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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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30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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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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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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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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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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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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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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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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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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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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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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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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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 T-magazine 10호

이번 도쿄도서전 참가는 6월 11일부터 17일까

지 중국의 베이징과 칭다오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

학포럼에 참가한 뒤 곧바로 이어진 행사여서 중middot

한middot일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베이징과 칭다오

에서 열린 담론들이 도쿄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

점도 있었다 그러나 K-Culture가 언제 붐이었느

냐는 듯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각종 헤이트 스피

치 연설장이 되고 있는 신오쿠보 거리를 보는 기분

은 좀 그랬다 이번에 함께 간 김언수 작가와 에비

스에 있는 작은 건축 전문 서점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2004년부터 일본 작가들과

교류를 가져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

얘기를 해도 전혀 읽은 게 없던 때와는 상황이 많

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을 했다 예전

보다 번역되는 시간도 빨라졌고 한국문학 콘텐츠

의 양이 많아졌다는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롭고 솔직한 관계 맺기 필요이미 일본에서 출판되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필자의 소설 『리

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앞으로 출판될 작품인

『잽』과 『라이팅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공세에 답하느라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이번 기회

로 인해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도쿄 사람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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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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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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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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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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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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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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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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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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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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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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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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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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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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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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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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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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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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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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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Special 3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오랜 선입견이 조금은 바뀐 것도 같다 뜻밖에 매

우 적극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서 놀랐다 특히 한류 드라마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 와세다대학교의 강연에서는 한 일본인

학생이 한일 양국 청년 교류 프로그램에 다녀왔

다면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한일 양국의 젊은 사

람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하길 바

라는지 물었다 정치나 기존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

고 서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관계를 해나가길 바란

다는 말을 했는데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와

세다 대학의 호테이 토시히로(布袋敏博) 교수님도

젊은 친구들이 만나면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 모

른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 강

연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

일본 문학과 인문학 전공인 일본 학생들 한국 유

학생들까지 참가해 진지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다호세이대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에서 소설집 『토끼 사냥』이 출판되고 동아시아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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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30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3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40 | T_magazine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42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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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T_shot

httpltikoreaorkr

Page 19: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19

문학포럼의 오랜 멤버이며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

을 두고 있는 나카자와 케이(中沢けい) 교수가 진

행을 맡아주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인들이 모

여 한국문학 작품을 원서로 읽는 lsquoK문학회rsquo 회원

도 왔다 K문학회 회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양국의 평화를 바라

는 마음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약 60명 가까운 회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회원

들 중에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번

역한 번역가 겸 에세이스트 마끼세 아키코(牧瀬暁

子)씨가 있는데 올 봄에 열린 구보학회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

된 작가 대담은 정말 뜻 깊은 일이었다 일본 문예

지 『스바루』에 lsquo좀 이야기해 보자 서울-도쿄 교

환일기(もう少し話をしよう ソウル-東京交換日記rsquo

를 총 3회(2012년 8월호middot10월호middot12월호)에 걸쳐 연

재한 적이 있는 나카지마 교꼬(中島京子)와 함

께 lsquo친구란 무엇인가-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번

째 이야기(友とは何か_もう少し話をしようふたた

び)rsquo를 주제로 또다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일 양국의 변화하는 가

족과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국가 이

미지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국가라는 경계를 넘

어 만나고 교류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짧

지 않은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스

바루』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필자에게는 매

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말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

면 뒤늦게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떠오르기 때

문인지 이번 대담에서도 그리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도쿄도서전 내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았는

데 아침 일찍부터 이 대담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

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호세이대학교 강연에서 김언수 작가가 lsquo소설은

잔치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초대장rsquo이라는 말을 했

는데 해방 7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열린 도쿄도

서전 행사와 한일 작가 교류를 통해 본 한일 양국

간의 관계는 내용상으로는 한층 더 깊이가 생겼다

고 느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우리는 이미 초대

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된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사실 개인들은 이미 문학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들여다본 지 오래되었고 친구가 된 지도 오래되

었다 앞으로도 이런 속 깊은 교류가 문학을 통해

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들에게 친구란 무엇일까 작가 대담에서

나카지마 교꼬와 나는 lsquo유머 공동체rsquo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전 세계의 노동에 지친 모든 작가들에

게 유머를 주는 친구가 되자

20 | T_magazine

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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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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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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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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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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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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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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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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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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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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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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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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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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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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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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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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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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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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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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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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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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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 T-magazine 10호

20 | T_magazine

lt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gt (The 14th International Workshop for

Translation and Publication of Korean Literature)이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에서 열린다

올해 워크샵 주제는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K-Pop 못지않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문학을 비롯한 한국

도서(K-Book)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1부 고전문학 2부 현대문학

으로 세션을 나누어 깊이 있는 발제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출판사 에이전시 번역가 관련 기관

학계 및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문의 02-6919-7726 millkltiorkr)

T_magazine Focus 1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K-Book의 세계진출을 논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한 자리에10월 6일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30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3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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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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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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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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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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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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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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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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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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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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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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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1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일정

0930 ~ 1000 | 등 록

1000 ~ 1010 | 개회사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1010 ~ 1040 |기조강연 1 민용태(고려대 명예교수)

ldquoK-Book의 세계 진출 해외 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부 고전문학 사회 강유정(강남대 교수)

1040 ~ 1110 |발제 1 세키 마사노리(일본 헤이본샤 동양문고 편집장)

ldquo일본의 한국고전문학 출판에 대하여-왜 한국문학전집은 편찬되지 않았는가rdquo

1110 ~ 1140 |발제 2 세르게이 스몰랴코브(러시아 기뻬리온 출판사 대표)

ldquo러시아의 한국고전문학rdquo

1140 ~ 122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최병현(고려대 고전번역센터 소장)

- 강응천(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1220 ~ 1400 | 점심식사

1400 ~ 1430 |기조강연 2 Don B Chae(미국 Dallas시 법원 판사)

ldquo한국문학번역원 출판사 미국 내 설립(안)에 관한 법적 고려사항rdquo

2부 현대문학 사회 김수영(한양여대 교수)

1430 ~ 1500 |발제 3 Ed Park(미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

ldquoThe Namesrdquo

1500 ~ 1530 |발제 4 Deborah Smith(영국 Tilted Axis 출판사 대표)

ldquo큐레이션 맥락 그리고 lsquo한국적인 것rsquordquo

1530 ~ 1540 | 쉬는 시간

1540 ~ 1610 |발제 5 서여명(중국 남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ldquo중국의 한국문학서 출판과 한국학과의 역할rdquo

1610 ~ 1625 |발제 6 Tan Dan Feng(싱가포르 The Select Centre 대표)

ldquo다양성의 딜레마 동남아시아의 번역 출판rdquo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 남유선(민음사 출판그룹 저작권부 이사)

- 양원석(알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

1700 ~ 1710 | 쉬는 시간

1710 ~ 1800 | 공로상 시상식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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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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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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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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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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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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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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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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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40 | T_magazine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42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T_shot

httpltikoreaorkr

Page 22: T-magazine 10호

22 | T_magazine

작년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장 들릴 캐나다 오

타와대학 명예교수 등 석학들의 강연과 함께 실제

번역을 위한 언어권별 세미나 진행으로 참가자들에

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세계번역가대회가 올해는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이라는 주제로 11월 6일 7일

양일간 열린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 컨벤션 홀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

원과 공동 주최하여 실제 통번역가를 준비하는 학

생들과 함께 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가능할 전망

이다 또한 문학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는 올해 첫 2년차 학

생을 받아들이면서 한층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는

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발표자들의 면면은 작년보다 더욱 화려

해졌다 영국문학번역센터(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장인 던컨 라지와 제12회 한

국문학번역상 수상자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으로 참여하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

미 교수인 소라 김 러셀과 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

원의 마틸드 폰타네 교수 베를린 자유대학의 홀머

브로홀로스 교수 등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번역가들이 총출동하여 무엇이 좋은 방안인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첫날인 11

월 6일이 번역가 양성이란 종합적인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거하여 다각도로 접근

해보는 자리라면 11월 7일은 분과별 세미나가 이루

어져 참가자들이 각 언어권별로 보다 구체적인 이

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분과별 세

미나는 영 불 독 서 러 중 일 7개의 언어권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문학 해외 진출에 있어 항상 지적되는 문제

가 실력 있는 문학 번역가 수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

각해볼 때에 이번 세계번역가대회는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으며 11

월 6일 아침 9시 반부터 안내데스크에서 등록이 가

ldquo문학번역가의 양성rdquo을 주제로11월 6일 7일 양일간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 개최

T_magazine Focus 2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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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30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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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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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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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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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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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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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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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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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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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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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T_shot

httpltikoreaorkr

Page 23: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3

능하다 제7회 세계번역가대회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와 현장에서 다

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니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문의 alex_bkltiorkr 02-6919-7725)

세계번역가대회 일정

11월 6일

시간 세션 발표자

0930-1000 등 록

1000-1005 개회사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 원장)

1005-1010 축사 김혜림(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1010-1100  기조강연 1 던컨 라지(영국 BCLT)

1110-1200 기조강연 2 서지문(고려대 영문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420

사회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소라 김 러셀(전문번역가)

1420-1440 마틸드 퐁타네(제네바대학 통번역대학원)

1440-1500 호머 브로홀로스(베를린 자유대학)

1500-1520 이르마 시안자 힐 자네스(전문번역가)

1520-1540 장기(경희대 중국어학과)

1540-1600 타티아나 잘레스카야(벨라루스대사관)

1600-1700 종합토론 김종회(경희대 국문과)

11월 7일

시간 세션 발표자

930-1000 등 록 

1000-1200분과별 세미나1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분과별 세미나2

(발제토론)

영어권 정이화(성신여대 영문과)

불어권 최미경(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독어권 얀 디륵스(가천대 유럽어문학과)

서어권 김창민(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중국어권 손지봉(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일어권 김순희(전문번역가)

노어권 김현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1630-1730 종합토론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1730- 리셉션

2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28 | T_magazine

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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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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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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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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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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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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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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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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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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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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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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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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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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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 한국문학을 널리 lsquo알리는rsquo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국내외 독

자들에 대한 홍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시하는 사업들이 전문 번역가나 해외 출

판사를 대상으로 해서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일반 독자들을 위해

풍성하게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페이

지를 주목하시기 바란다 여러 상품과 혜택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9월 18일~11월 7일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영인문학관-한국문학번역원 공동주관 번역문학展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주관으로 ldquo옮겨서 새로운 언어의 숲rdquo

이란 주제로 번역문학전시회가 열린다 수려한 경관

의 영인문학관에서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가까이서

보며 번역 문학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주 토요일마다 명사를 모시고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3일 은희경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등의 작품으로 널

리 알려진 은희경 작가가 lsquo고독의 인연 「금성녀」rsquo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금성녀」는 제14회 한국문학번

역신인상 서양어권 대상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

은 번역가 지망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은 작품일 것

이다

10월 10일 김성곤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원장의 lsquo글로벌 시대의 문학번역과 문화번역rsquo에 대한

SNS 활용한 소통 활발히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 개최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26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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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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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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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32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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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40 | T_magazine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42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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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5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문학번역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직 원장님의 lsquo문화번역rsquo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 17일 김주연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가rsquo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이자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lsquo문학작품 왜 번역하는

가rsquo란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번역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월 24일 김진영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

김진영 교수의 lsquo톨스토이냐 도스토옙스키냐rsquo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시작해 러시아 번역문학에 대해 깊

이 탐구하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31일 최윤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

『한 점 소리 없이 꽃잎은 지고』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최윤 서강대 교수의 lsquo소설쓰기와 번역rsquo이란 강연이

마련되어 있다

11월 7일 하성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

『삿뽀로 여인숙』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하성란 소설가가 lsquo알파의 시간 『여름의 맛』rsquo이라는 주제로 본인

작품에 대한 재미있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여러 저명한 번역가 작가 평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문학 애

호가와 번역가 지망생들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성찬의 향연이 될 것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이벤트-무료입장 텀블러 증정 문화상품권 증정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여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한국문학번역원 블로

그(httpblognavercomitlk)나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전시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 50인에 한하여 무료입장이 가능하다(1인 2매까

지 가능)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토요일 강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시나

강연 사진을 한국문학번역원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분들에게 예쁜 텀블러를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나 강연을 다녀온 후 생생한 후기를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

에 댓글로 링크를 남기면 그 중 우수후기 3건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 10만원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열정

과 의지만 있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 전시관련 문의전화는 02-379-

3182이며 이벤트 관련해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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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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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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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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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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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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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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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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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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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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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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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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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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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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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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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3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샵 사전신청 이벤트그밖에 번역원에서 하는 국내행사 관

련한 이벤트들도 일반 독자들을 기다리

고 있다 10월 6일(화) 세종문화회관 예

인홀에서 제14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

제워크샵이 ldquoK-Book의 세계진출 해

외출판 및 해외대학 한국학과의 역할

(Global Promotion of K-Books The

Role of International Publication and

Korean Studies Programs)rdquo 주제로 개

최될 예정이다 사전신청 없이 아침 9시

부터 등록 참관 가능하지만 한국문학번

역원 블로그를 통해 댓글로 사전신청하

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품을 증정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와 혜택들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

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늘 주

시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소통의 시대 한국문학번역원에 바라

는 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에 대

해서도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와 페이

스북은 언제나 열려있다 앞으로 더욱 적

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귀 기울이며

한국문학을 lsquo선물rsquo처럼 안겨주는 한국문

학번역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httpblognavercomitlk)

한국문학번역원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LTI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7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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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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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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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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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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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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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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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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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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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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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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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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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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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새로워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보다 풍부해진 정규과정 커리큘럼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년제였던 과정이 2년제로

바뀜으로써 기존에 정규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2년 차 학생을 선발하였고 교육기

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맞춰 교육과정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정규과정 학생들은 번역 아카

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하면서 번역 경력이 많고 열정적인 언어권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문지식과 외국인

대상의 강의 노하우를 갖춘 문학과 문화 교수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기간이 다소

짧다고 느껴 아쉬움을 표현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2년제로 개편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한국문

학 번역 교육에 목말라있던 예비 번역가들이 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훌륭

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9월에 새롭게 시작되는 정규과정 과연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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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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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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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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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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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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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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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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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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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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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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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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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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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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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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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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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권별 수업

번역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김정희 불어권 최미경 장 노엘 쥬떼 독어권 얀 디륵스 서어권 성초림 권은희 노어

권 김현택 리디야 아자리나

언어권 별로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기 초에 담당 교수가 지정한 한국문학 단편을 한 학기

내내 번역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한 주 내내 번역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교수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도 거치면서 점점 더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또

한 매 학기 번역실습 대상작품의 작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이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텍스트의 의미와 세부

사항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텍스트 번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가을학기 대상작품은 영

어권은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불어권은 성석제의 「론도」 독어권은 김인숙의 「빈집」 서어권은 김

연수의 「푸른 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노어권은 한창훈의 「발」이다

번역실습 결과물은 과정 종료 후 『번역 아카데미 정규과정 번역실습 작품집』으로 엮어 수강생들에게 배

포하고 번역전문도서관에 비치한다

고급문체실습

담당교수 영어권 알리사 김 불어권 최애영 독어권 토비아스 레만 서어권 윤선미 노어권 라리사 피사레바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운 도착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3시간씩 언어권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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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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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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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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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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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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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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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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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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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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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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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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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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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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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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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9: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29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체적 특성이 다른 한국문학 작품들을 발췌하여 번역 및 비교하기도 하고 기존에 번역

되어 있던 한국문학 작품의 원본과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좋은 번역은 어떤 것인지 번역 오류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습득한다 이를 위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에 정확하고 정교한 독서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고 문학적 문장 쓰기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상의 언어권 별 수업은 2015년 가을학기에 한해 1 2년차 합반 수업이 진행되고 2016년부터는 학

년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며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공통수업

한국문학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류보선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심진경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의 이해는 전체 학생 공통 강좌로 매 학기 다른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으며 매주 3시간씩 진행

된다 1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

펴봄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배워본다 lsquo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큰 물음에 대해 학

생들 각자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디아스포라 여성 사랑 실험적 글

쓰기 도시 유령 엄마rsquo 등 다양한 주제별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수강생들의 흥미를 북돋고 각자

의 관심에 맞는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년차 1학기에는 한국문학 소양을 심화하기 위하여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혹은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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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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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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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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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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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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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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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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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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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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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4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는 lsquo여성문학사rsquo 강좌가 개설되었으며 2년차 2학기에는 지금까지 배운 작품들이

세계문학사에서 갖는 위치 및 의의에 대해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lsquo한국문학과 세계문학rsquo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의 이해

담당교수 1년차 1학기 전우형 1년차 2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1학기 주제별 교수진 2년차 2학기 미정

시각적인 자료(사진 영상자료 등)를 이용하여 원어민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2년 과정을 수강하면서 보다 깊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1년차 1학기에는 lsquo영화로 보는 한국문화rsquo 강좌가 개설되어 매주 3시간씩 영화관람과 강의 토론이 함께 이

루어진다 한국영화는 한국현실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미디어로 현실에 재현되는 영화적 상

상력으로 한국을 들여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년차 2학기에는 lsquo한국의 정신문화rsquo 강좌를 개설하여 무

속 신화 불교 유교 등의 키워드 중심의 강의로 외국인 수강생들이 한국문화의 이론적 근간을 파악하도

록 한다 한국의 문화적 현상들을 스스로 연결 짓고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주제별 전문가를 초

빙하여 강좌를 진행한다 그리고 2년차 1학기에는 lsquo한국의 생활문화rsquo 2년차 2학기에는 lsquo문화번역rsquo 강좌를

개설 준비 중이다

한국어

담당교수 윤정화

한국어 수업은 모든 1년차 원어민 정규과정 학생들(연수지원자)을 대상으로 하며 학기 초에 보는 한국

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매주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사회와 문

화와 관련된 읽기를 중심으로 한국어 어휘 능력을 향상하고 발표 및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자

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국에서 한국어를 글로 먼저 접해서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을 향상 시켜 한국문학 원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필수 과정이다

한국문학의 강독(1학기 고전문학 2학기 해방 이후~현대)

담당교수 2년차 1학기 진재교 신동흔 이형대 2년차 2학기 미정

한국문학사 및 주제별 한국문학을 이수한 2년차 수강생들이 한국문학 독해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완

성도 높은 번역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의 주요 작품을 한국문학 전문가와 함

께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신설하였다 1학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홀대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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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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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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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40 | T_magazine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42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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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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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T_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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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1

해를 높이기 위해 실제 한시 한문 산문 한문소설 설화(민담) 등을 강독하면서 정밀한 이해와 컨텍스트적

상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수준 높은 번역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문학기행한국문학 작품의 배경을 돌아보고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매 학기 1~2회의 문학기

행 및 문화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자연과

도시 역사를 보고 느끼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 혹은 평론가가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정규과정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및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한국

문학 번역전문도서관(한국문학번역원 1층 평일 0900~1800)에서 자유롭게 커피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도서관에는 한국문학 도서는 물론 번역 도서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기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과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을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최적의 교수진이 갖춰진 번역 아카데미에서 예

비번역가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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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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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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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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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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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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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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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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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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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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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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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한국문학번역원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대학생 인턴십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미리 회사 업무를 체

험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하계 인턴십의 주인공들에게 번역원에서의 2015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

억을 생생하게 직접 들어보았다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작 문화적 차이 실감모니크 얘거Monique Jaumlger(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이화여대 교환학생)

저는 독일에서 온 27살인 모니크 얘거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끝에 7월 1일부

터 31일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인턴 중 한 명이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어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훗날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하였

번역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2015 하계 대학생 인턴들의 생생한 체험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34 | T_magazine

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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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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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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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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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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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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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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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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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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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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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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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3

습니다 한국과 한국문학이 저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는 독

일어나 영어와 다른 문화 문법 문장구조가 있기에 등장인

물의 감정과 외모 대화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 한국 도서를 읽고 위의 언급한

독일과는 다른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전에 한국 회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번 인턴십은 저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직업분야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제 시선

으로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가지 경우는 제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점

심식사 후 화장실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는데 그 동료는 저에게 양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양치하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양치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동료가 저를 조금 이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의 분위기는 독일회사와 비교하면 조금 더 따뜻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느껴졌

으므로 이제 독일에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번역원에서의 두 달박진희(정책기획팀 + 교육연구팀 인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저는 다른 인턴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책기획팀에서 한

달 교육연구팀에서 한 달 인턴을 했습니다 첫 날 정책기획

팀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처음 들은 말은 ldquo조금 있다가 시

험볼거다rdquo였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

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하게 앉아있는 저에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번역원 국감과

보고서 등등을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달달달 외웠습니다

다행히 과장님께서 120점이라고 칭찬 해주셨고 저의 첫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정책기획팀에서는 일

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사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번역과 출판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지는지 번역해서 한글로 정리를 하였고 중장기 전략과제를 생각해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책기획팀에서 보내고 8월 달에는 교육연구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교육연구팀에서는 좀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9월 달에 개강하는 번역아카데미 사업을 보조하는 일을 하였는데 수료생 출석부

만드는 일 번역 실습 작품집 시안 검토하는 일 외국인 등록증 관련서류 정리하는 일 아카데미 수료생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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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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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40 | T_magazine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42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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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T_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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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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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Focus 5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상 설문조사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수진 회의나 개강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도 도왔

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옥 같았던 강남 출퇴근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들이 아침

부터 얼마나 고생하면서 출근을 하는지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출근은 했지만 회

사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기획팀 교육연구팀 분들 모두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책기획팀에 있을 때 팀원 분들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나름 빠르게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책기획팀 부본부장님과의 모닝독일어과외도 너무 좋았습니다

무더웠던 2015년 7~8월 두 달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쌓으며 보낼 수 있어

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으로 시작 책임감과 인내심 길러박성원(교류홍보팀 인턴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너무도 무더웠던 4학년 마지막 여름 한국문학번역원에

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회사생활이

었기에 출근 첫 날 제가 일하게 될 저만의 책상을 받았을

때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속해서 일을 배웠던 교류홍보팀은 리스트 국내교류

사업 및 홍보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사

수를 맡은 팀원께서 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빨리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턴기간동안 했던 업무들을 떠올려보면 우선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축제

들의 홍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많은 나라에서 크게

열리며 그 국민들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더불어 내년

에 열리게 될 작가축제도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꼭 성공리에 마쳤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업무는 국내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열리는 lsquo한국문학 영어 독후감대회rsquo를 어떻게 홍보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페이스북과 각 대학 홈페이지 등 SNS홍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직

접 아이디어 구상을 해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뜻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업무는 리스트 발송 주소록을 확인 및 수정하고 새우편번호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2천개가 넘는 주소들의 향연이 이어

지면서 때로는 눈앞에서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소록 업

무를 끝내고서는 리스트가 정확한 곳으로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5

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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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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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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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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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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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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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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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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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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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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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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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회인이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

리를 지키고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더불어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의 소중함

도 알게 되었으며 학교생활을 할 땐 부족했던 책임감과 인내심을 더 기르게 되었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

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함으로 대해주신 교류홍보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문화 교류와 인문학적인 분위기 인상적박슬기(유럽문화권팀 인턴 홍익대 불어불문학과)

2015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지막 하계방학을 맞이

하면서 한국문학번역원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습

니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문학은 그 관심

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lsquo한국문학rsquo번역원 보다는 한국문

학lsquo번역원rsquo을 중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저는 번역원의 다양한 부서 중 유럽팀에 배정되었습니

다 유럽팀은 유럽권 국가와 해외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한국 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지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프랑스의 시 전문 잡지인 《POampSIE》의 2012년 한국 특별호에

수록된 작품들과 시인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들을 보고 한국어 원제를 찾

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어문계열 학생이 대학 4년간 해당 언어를 통달하여 전문가로 졸

업하는 것은 아니며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를 받아 시의 원제를 찾는데 단어의 한계로 매우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시의 제목과 시구를 해석하고 불확실한 경우에는 1층에 있는 번역전문도

서관에 내려가 시집을 일일이 찾아보며 대조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들

과 그들의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다양한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문학에

관한 부채감을 일부 갚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역원에서 인턴 업무를 하기 전의 나와 같이 lsquo문학사대주

의rsquo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한국문학도 생겼습니다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채만식

의 『태평천하』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

원들과 똑같이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더욱 인문학적인 분위

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낀 한국문학번역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

한 해외 도서전이나 작가 번역가와의 만남으로 풍성한 문화 교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게 다가왔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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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40 | T_magazine

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42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T_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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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 T-magazine 10호

36 | T_magazine

언젠가 TV에서 들은 판소리 명창의 한 마디가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그 명창은 아무리 소질

이 있어도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제자로 삼지 않는

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lsquo恨rsquo때문에 그렇다고

운명처럼 다가온 번역 아카데미 과정 밟으며 다져

나는 재일교포 25세이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 오셨고 어머니는 일본

에서 태어난 분이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는 1989년 봄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ldquo아야어여rdquo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피는 한국인이지만 혀는 Made in Japan

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었다 그 혀 덕분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게 됐고 1년 반을 예

정했던 ldquo타향살이rdquo도 어느새 25년을 넘겼으니 타

향이 고향이 된 셈이다

2009년에 내가 지도하던 ldquo일본소설 읽기rdquo 주부

모임의 한 학생(그녀는 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서 출판사로 가지고 갈 정도로 적극적이었는데 지

금 일본소설 번역가가 됐다)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신인상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해는 아버지

가 돌아가셨던 해라 지금 돌이켜 보면 번역이 나

에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 응모는 떨어졌

지만 10년을 목표로 매년 신인상에 응모하기로 마

음을 먹게 되었고 이듬해 특별과정에 들어가 번

역공부를 시작했다 그 해 2010년에 이현수 『장미

나무 식기장』으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

지만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했다 더 이상 신인상

응모를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심화과정

을 밟았고 번역아틀리에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

국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만

해도 어떤 소설을 번역해야 할지 어떤 작가 어떤

작품이 내게 맞는 건지 잘 몰랐다

2012년에 오정희의 『새』로 번역지원을 받았다

오정희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신 번역아틀리에 지

도교수 오영아 선생님께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말

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

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번역아틀리에에서 번역 연

구를 하면서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사명으로 삼아 해나가고 싶다

恨을 울리는 첫 번역작품 『새』우리집은 가난했다 나는 다섯 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고 그 때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

lsquo恨rsquo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글 문광자(번역가 일본어강사)

T-People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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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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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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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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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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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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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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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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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7

러움을 느끼곤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일

교포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다 내

가 한국문학의 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서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1998년에 마흔 살

이 넘어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교포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이었고 쉰 살이

넘어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지

금까지 번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번역지원

덕분이다

현재 작년에 두 번째로 번역지원을 받게 된 강

영숙의 『라이팅클럽』과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번

역지원으로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번역하고 있다 세 번이나 번역지원을 받았다고 하

면 부러움을 사겠지만 나는 번역지원에 매번 응모

하는 것을 나만의 규칙으로 삼아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떨어진 횟수가 더 많다

『새』는 올해 일본 段々社에서 文茶影라는 필명

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의 작품

을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만을 고집하고 꾸준히

간행하는 출판사라서 나는 이 소설에 딱 맞는 선택

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안지용 씨의 목

조 작품인데 마치 소설 『새』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서 표지로 담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판

사도 승낙해 주고 안지용 씨도 흔쾌히 작품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이 중에 한 작품이 『새』의 표지가

될 것이다

오정희 작가 특유의 행간에 흐르는 恨을 번역하

면서 공유했다고 느낀다 그것이 번역에 스며들어

일본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恨

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참 뜻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소설이든 시든 내 몸에 내재된 恨을

울리는 작품을 번역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나한

테 안겨준 『새』는 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자 나

에게는 가장 소중한 작품이다 한일국교정상화 50

년이 되는 해에 일본에서 출판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소설과 일본

에서 출판되는 한국소설의 권수는 알다시피 비교

가 안 된다 번역지원이 없으면 문학번역가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

직 우리의 출판시장은 빈약하다 번역지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언젠가 일본 출판계에도 한

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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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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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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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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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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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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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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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T_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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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 T-magazine 10호

38 | T_magazine

T_magazine Publication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해외출간 신간도서

강상무진

저자 김훈

번역가 윤선영(Sun Young Yun) 미하엘 텁(Michael Topp) 레오니 베츠(Leonie Baumltz)

출판사 젭티메(Septime)

httplibrarykltiorkrnode19619

독일어

예쁜 여자

저자 권용득

번역가 박윤선(Yoon-sun Park) (Lucas Meacutetheacute)

출판사 아트라빌(Atrabile)

httplibrarykltiorkrnode19052

프랑스어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저자 노인경

출판사 바바라 피오레 출판사(Barbara Fiore Editora)

httplibrarykltiorkrnode18792

스페인어

바람의 눈을 따라

저자 문정희

번역가 예카테리나 포홀코바(Ekaterina Pokholkova) 마리아 살다토바(Maria Soldatova)

출판사 루도미노(Центр книги Рудомино)

httplibrarykltiorkrnode19053

한국한시선집

저자 김시습

번역가 아델라이다 트로체비치(Аделайда Троцевич) 외 3인 (러시아 동방학 연구소)

출판사 기뻬리온(Hyperion)

httplibrarykltiorkrnode19215

러시아어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39

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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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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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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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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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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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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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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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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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저자 정세랑

번역가 요시카와 나기(吉川凪)

출판사 쿠온(CUON)

httplibrarykltiorkrnode19190

일본어

우주피스 공화국

저자 하일지

번역가 또마쉬 호락(Tomaacuteš Horaacutek)

출판사 아르고(ARGO)

httplibrarykltiorkrnode18822

체코어

한국의 풍속화

저자 정병모

번역가 김청룡(金青龙)

출판사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

httplibrarykltiorkrnode18791

검은 꽃

저자 김영하

번역가 박선희(朴善姬)

출판사 절강문예출판사(浙江文艺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152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번역가 서려홍(徐丽红)

출판사 천진인민출판사(天津人民出版社)

httplibrarykltiorkrnode18786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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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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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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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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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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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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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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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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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가치 추구하는 중국 최고의 대학 출판사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글 뤄야친(화중과기대 출판사 편집자)

T_magazine Publisher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1980년 설립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출판사(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mp

Technology Press (HUSTP)는 중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대학

출판사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양쪽 가치를 추구하면서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중국에서

최고의 대학 출판사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다른 몇몇 중국 출판사들처럼 화중과기대

출판사도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청각 교재 및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출판하는 데

에 승인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교육 출판뿐만 아니라 학술 출판 대중 서적 출판 전자 출판까

지 총망라하면서 30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현재까지 6000권의 신간 도서와 7000권이

넘는 전자도서 및 시청각 교재 등을 출판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00종 이상이 각종 출

판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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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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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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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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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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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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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1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개의 지사와 2개의 합작 벤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교육 학술 대중 서적 전자 출판 망라인문학적 학술적 자원과 브랜드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시장

성 또한 갖추고 있으며 독자 작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직원들의 40 이상이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아 해외로 도서를 수출입하고 있으며 강력

한 세계화 정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7년 연속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단독

부스를 설치해왔으며 70개 이상의 해외 출판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까지 우

리가 수출한 도서 수는 1000종을 넘는다

3년간 20종 이상의 한국도서 소개한국 출판사들과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에는 20종 이상

의 한국 도서와 시청각 자료들을 자국에 소개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

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가 소개하는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개작한 소설들로 예컨대 『응답하라 1997』 『응

답하라 199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 등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 카테고리

는 『누들 로드』 『100년의 가게』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

막 세 번째 카테고리이자 우리가 중국에 소개하는 도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는 한국문학 도서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

계를 보지 않는다』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 등이 그것이다 화중과기대 출판

사는 아시아 소설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훌륭

한 소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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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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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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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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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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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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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문학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1945년 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과 남북 분단의 시작은 오늘

날 한국인의 삶에 lsquo분단시대rsquo라는 통칭을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해방과 분단

이 동시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분단의 비극적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1945년 이후의 문학을 lsquo분단시대의 문학rsquo이라 부르는데 아무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학외적 상황은 당연히 문학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올해로 분단 70

년에 이른 한국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lsquo분단rsquo의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인이나 작가가 어려운 역사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한 사례는 많이 있고 그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다 동양의 옛 시가에서는 이를 lsquo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rsquo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문학의 예술적 성과를 존중하는 언어적 표현일 뿐 그 문학이 대상으로

하는 당대 사람들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1945년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용어만 보더라도 명확한 얘기다 해방 이후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문학을 lsquo해방공간의 문학rsquo으로 한국전쟁이 휴

전되는 1953년까지의 문학을 lsquo전시(戰時)문학rsquo으로 휴전 이후 1950년대 말까지의 문학

을 lsquo전후(戰後)문학rsquo으로 불러온 것이 그 증빙이다 해방공간의 문학에서부터 시발된 남

과 북의 이념적 대립은 전쟁 및 전후시기를 일관하며 이어졌다

물론 lsquo전후문학rsquo에서는 그 혼란과 피폐한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살아남기가 목전

의 과제인 작품들 패배 및 반항의 군상(群像)을 그리기에 급급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처럼 각박한 현실의 묘사와 서술 또한 분단시대의 난류(難流)를 반영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남북 분단과 주민 이동의 단절로 인하여 북으

로부터 월남하여 한국에 정착한 작가들의 문학이란 새로운 영역도 발생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황순원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월남 전후의 북한 사회

를 『카인의 후예』에서 그려보였다 또한 전쟁과 그 후유증을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

습을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 형상화했다 1950년대 후반의 곤고한 삶을 예리하게 보

분단 70년 한국문학의 시대적 흐름_list Books from Korea 28호 총론

글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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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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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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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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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3

여준 작가로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있고 그것을 남북관계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보여

준 작가로 최인훈과 이호철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를 보다 섬세한 필치로 기술한 여성

작가 가운데는 최정희와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이후의 문학은 한국사회가 점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다 복

합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은 lsquo분단문학rsquo lsquo이산

(離散)문학rsquo lsquo산업화시대의 문학rsquo lsquo통일시대 지향의 문학rsquo 등 여러 호명법을 선보이고 그

창작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주제론적 관점

에 있어 중심이 되는 것은 분단문제와 산업화시대의 쟁점에 관한 작품들이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시인middot작가가 되고 이들의 작품에 그 막막했던 유년

(幼年)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작가 개인의 삶은 고통스러우나 작품

은 좋은 소재를 만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에 흥왕했던 이 경향의 시인middot작

가들은 대체로 이제껏 한국문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김원일 전상국 한승

원 이문열 등의 소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1960년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중심세력

이 되어 일으킨 419혁명의 영향과 그 이후에 연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 및 그로부

터 시작된 경제개발 및 산업화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보다 다

원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당연히 문학도 여기에 부응하여 다양한 사회의식을 담

은 작품을 산출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저항성이나 산업화 과정의 불합

리에 대한 노동자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이 당대 문학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960년대 초반의 메마르고 황량한 문학에 서정적 감수성을 되찾아 온 김승옥의 『무

진기행이』나 자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한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같은 작품이 그 서두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대사회적 발언을 감행하는 작품들로

황석영의 『객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다

그리고 황폐한 농촌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

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

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화가 심화되면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로 등장한

도시 병리의 감각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을 필요 _list Books from Korea vol28

44 | T_magazine

T_magazine _list Books from Korea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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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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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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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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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다 최일남 박완서 최인호 등의 작품이 그러하다 이처럼 농촌과 도시 양면에 걸친

경제 발전의 여파는 오늘의 문학에 이르면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주로 서사적 기술이 사회사와 문학사의 해석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소설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실 이는 올바른 문학적 발화의 태도가 아니다 한국문학에는 소설

에 못지않은 분량의 시 창작이 있고 그 수준 또한 우월한 터이어서 결코 소홀히 하고 넘

어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

로 여기에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 몇 사람만 거론하기로 한다

1960년대의 우울한 시대상에 대응하여 그 회의와 절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의 시들이

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노래한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과 신동엽의 「농무」 등이 그 이

름이다 1970년대 이후의 시사(詩史)에서 민중적 저항의 목소리는 단연 김지하의 「오적

(五賊)」에서 출발한다 그의 이 작품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당시 부정부패의 주

범들을 lsquo오적rsquo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행태(行態)를 통쾌하게 풍자했다 그는 그로부터 감

옥살이로 일관했고 저항시의 범례를 제시하는 한편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

다 그 외에도 신경림의 『농무』 조태일의 『국토』 등이 이와 동궤(同軌)의 흐름에 있다

2 후기 산업사회와 새 형식의 문학한국 사회와 한국문학에 있어 1980년대는 그 초반 한반도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 있

었던 lsquo광주민주화운동rsquo의 자장(磁場)이 문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였다 시와

소설 모두 lsquo운동개념으로서의 문학rsquo이라는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고 문학이 정권과의

전면적 투쟁에 나서야 하는 궁핍한 형상을 초래했다 이 조류는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로의 승계가 이루어지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 그

대로 지속되었다

이 열화와 같은 격동기를 지나 1990년대로 진입한 한국문학은 그 앞선 세대와는 매

우 다른 문학적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그러하지만 국제적으로 동구권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변화로 인한 화해 무

드가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학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연동되어

있기로는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마찬가지다

시인이나 작가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발양하여 아무런 억압이나 제재 없

이 대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태의 변환도 활자매체 『문자문화에서 전자매

체』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학적 환경을 배태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있어서 후기 산업사회의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아래

에 있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5

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46 | T_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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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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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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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 T-magazine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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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의 문학적 양식을 선도한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를 쓴 김영하(Kim Young-ha)다 그는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괄목할 만한 변화 양상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소설

로 썼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삶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는 변화의 과정을 다양하게 구

현한 작가로 박민규(Park Min-gyu)가 있고 포스트모던한 사회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삶을 밀도 있게 소설화한 작가로 이기호(Lee Kiho)가 있다 여기서 예로 든 작가와 작품

이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단 70년에 이른 한국문학 전체의 전개를

논의하면서 그 예증에 맞는 작품을 언급했을 뿐이다

변화의 모습은 한국문학 내부의 요인에서만 말미암지 않고 국제적 힘의 구조가 재편

되면서 달라진 남북관계에도 미친다 남북한에서 공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최소화하고

민족적 미래를 전망하는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남한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middot소

재middot주제의 변모를 보인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

순한 작가들의 작품이 lsquo탈북문학rsquo이란 이름으로 출현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1990년대 이후를 일컫는 말 가운데 하나는 lsquo여성문학의 시대rsquo라는 것이

다 여성이 소설의 화자가 되면 보다 유연하거나 치밀한 작품세계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여성의 위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시도되어서 특히 한

국역사의 특수성아래 억눌려 있던 가부장제나 동일한 사유로 금기시되었던 섹슈얼리

티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서술을 목도할 수 있다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김인숙 이혜경

서하진 등의 여성 작가들이 그 선두 그룹에 몰려있다

이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크게 수용되는 그 활력과 더불어 전경린 한강

윤성희 천운영 조경란 하성란 편혜영 등의 작가들이 한국문학 중심세력의 반열에 올

라섰다 이들 여성작가들의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측면에 있지 않으며 전혀 새로운 인식의 국면을 다양다기하게 개발하고 그것

을 한국문학의 놀라운 수확으로 추수한 데 있다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해방 이후 한국문학의 시대middot사회사적 흐름은 곧 한국인

이 살아온 세태와 삶의 양상을 대변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비해 한층 힘들고 눈물겨

운 역사과정을 살아온 만큼 그것이 문학에 반영된 유형도 아프고 슬픈 대목이 많으며

사회가 안정된 이후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면서부터는 다원주의적 시선의 문학이 활황

을 이루었다 동북아 분쟁 및 세력 균형의 지점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상황과 그 문학

과의 상관성에 주목을 요청하는 것은 특히 그러한 세계사적 배경에 의해 부양되고 있

는 부면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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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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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 T-magazine 10호

46 | T_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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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글 오치아이 쇼지(落合章司)

소설 속 주인공 구보는 글을 쓰며 약간의 돈을

벌고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NEET)

즉 lsquo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rsquo 감성이 풍부한 26세

청년이다 구보는 일본 식민지 시절 서울에서 생활

한 인물로 이 소설은 구보가 서울 거리를 하루 종

일 걸어 다니며 겪는 일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

어도 소설의 문장들이 떨릴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

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루

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이 소

설의 힘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수께끼에 싸인

이야기 속을 마치 주인공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환

상에 빠진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전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구보가 전차를 탄다 동

대문으로 가는 전차이다 목적지는 동대문일까 그

렇게 독자들은 동대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

에 떠올리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30대 동대

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주인공 구보에 이끌려 서울 곳

곳을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박

태원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관광을 즐기려는 독자는 개의치 않는 듯 이야

기를 전개해나간다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잠시 걷다가 다방에 들어간다 그는 오후 시간 다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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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7: T-magazine 10호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 47

방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칼피스 음료를 좋아

하지 않는다 야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칼피스 음료가 그의 입

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구보는 커피를 앞에 두고

몇 푼의 돈이 주는 행복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

한다 자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그와 조금 떨어진 자

리에서 바라보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손님 대부분

은 젊은 사람이지만 이미 인생에 지쳐있는 듯 보인

다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갑작스럽

지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어떤 기시감(Dejavu)

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

이스의 『율리시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

다 이 작품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38세)이 더

블린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이야기다 그리

고 26세 구보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돈다 하

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왼쪽 페이지에 존재하고 오

른쪽 페이지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반

대편을 보고 따라 하는 구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토대로 각

파트가 독립된 선율로 발전한 대위선율인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

동은 탈국적적 수법으로 반주 없는 음악 lsquo아카펠

라rsquo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식민지 통치 하 탄압 언론통제 아슬아슬 피해

구보는 거리를 걸으며 자주 다방에 들른다 거기

서 칼피스를 시킨 남자에게 개의치 않고 아이스크

림을 시킨 여자를 보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

만 총명하다고 판단한다 작가는 lsquo이유rsquo를 설명할 생

각이 없는 모양이다 칼피스 외에도 lsquo일본rsquo이 자연

스럽게 등장한다 구보가 병원에서 두통약 lsquo3B水rsquo

를 처방 받았을 때 간호사가 lsquo水rsquo를 일본식 발음 lsquo스

이rsquo로 꼭 발음하는데 그 약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

다 lsquo쓰리middot비middot스이rsquo는 구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것이다 lsquo일본rsquo과 관련된 표현에 있어서는 식민

지 통치 하에 탄압과 엄격한 언론통제를 피하면서

작가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소설 속

lsquo일본rsquo은 도화지에 그려진 산과 같다 물감이 마르기

도 전에 다른 색을 얇게 칠해 산의 윤곽이 교묘하

게 흐려졌다 구보가 자신이 추구하는 최대의 욕망

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시카와 다쿠보쿠

를 예로 드는데 그렇다고 다쿠보쿠를 특별히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이 들어 또다시 다방을 향한다 거기서 그는 이 소

설 속에서 딱 한번 영어로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ldquo컴 히어rdquo 상대방은

영어를 이해 못하는지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나 상대방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한다 바로 개

의 머리를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태원은 쓰

고 싶었던 것이다 큰 전쟁을 치를 분위기가 느껴지

는 나라 그리고 적국이 될 나라의 국민이 쓰는 영

어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helliphellip 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잠시 후 기다리던 친구가 나타나 『율리시즈』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다 구보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

로운 시도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점만으로 과대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자는 몇 줄 뒤

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충동에 휩

싸일 것이다 lsquo드디어 시작된다rsquo는 기대감에 부풀 것

이다 이 소설의 리듬과 흐름에서 주인공 구보가 제

48 | T_magazine

T_magazine Essay Contest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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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 T-magazine 10호

48 | T_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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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스 조이스와 그 작품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러나 작가 박태원은

여기서도 잘 피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개그맨처럼 구보는 친구

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슬슬 나갈까라고 말한다

그 날 서울의 밤거리에서 구보는 여러 인물을 만

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이름 뒤에 똑 같이 lsquo코rsquo가

붙는 카페 여급들 인단과 lsquo로또 안약rsquo을 자랑스럽

게 갖고 다니는 남자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오랜

지인 소복을 입은 채 창문에 붙은 여급 모집 종이

를 가리키며 ldquo이 가게에서 뭘 모집하는 건가요rdquo라

고 묻는 40대 여인 이러한 사람들이 다소 평면적으

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폐색감(閉塞感)이 느껴

지는 이 시대의 청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

을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공황의 여파가 이

미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었고 일본에서는 농촌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쌀 수입을 규제하던 시

절이었다 주인공 구보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색 위

에 부자연스러운 색이 칠해진 듯한 일본 식민지 통

치 하에 구획 명칭이 lsquo동(洞)rsquo에서 lsquo정(町)rsquo으로

바뀐 서울 거리를 걸어다니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친구를 만나 고독을 치유하고

싶어서일까 카페에도 들어가보지만 거기는 정체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구보는 lsquo파랑새rsquo를 찾

아 서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구보는 언젠가 멈출 것이다 서울 밤

거리로 나가는 것을 언젠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구

보가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 lsquo이 작품의 결말을 이대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rsquo

라는 말이 문맥과는 상관없이 불쑥 등장한다 그리

고 작품 마지막에서 ldquo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rdquo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구보는 내일부터는 집에 있겠다고

대답한 뒤 ldquo창작하겠소rdquo라고 말한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밤거리를

걷는 그가 항상 들고 있는 지팡이 젊은 사람이 지

팡이를 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지

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속도감이 떨어진다

이 소설은 날이 밝아지기 전에 아들을 걱정하는 어

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데 그 때 구보는 ldquo좀 더 빠른 걸음걸이로 조용히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rdquo 26세 남자가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과 지팡이는 뭔가 잘 어울리

지 않는다 이때 구보의 손에 지팡이가 없는 것이

다 어디 두고 왔는지 아니면 서울 거리 어디인가

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메타포라고 한다

면 구보는 도대체 무엇을 버린 것인가 그리고 평소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집으로 간 것은 나아가야 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작가 박태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 lsquo무언가rsquo라는 명제를 독자들에

게 남기고 사라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기교가 돋보인 한국어 문체를 음미할 특권은 없었

지만 야마다 요시코 씨가 번역한 투명한 일본어에

취하는 재미는 각별했다

해당 독후감은 2014년 와세다대학교에서 주관하여 일반 독자

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

상한 작품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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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 T-magazine 10호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갓 새학기를 시작한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 7기 2년차 학생들과 8기 수강생들은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 문화체험에 참가했다

매일 저녁 33번씩 진행되는 타종의식부터 새벽 4시의 예불까지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며 한국 전통의 불교문화를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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