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50
라디오 2011. 10 (주)문화방송 10 2011 October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가 내가 되는 꿈 여성시대가 흐르는 곳 알뜰장에서 꾸는 알뜰한 꿈 이달의 편지 꿈을 위하여 외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Upload: others

Post on 30-Jan-2020

0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Page 1: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라디오

20

11

. 10

(주)문화방송

102011•October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

나에게는꿈이있습니다, 내가내가되는꿈

◆여성시대가흐르는곳

알뜰장에서꾸는알뜰한꿈

◆이달의편지

꿈을위하여외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Page 2: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04

08

52

58

65

82

86

90

94

96

98

여성시대가흐르는곳

알뜰장에서꾸는알뜰한꿈

이달의편지

꿈을위하여외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

나에게는꿈이있습니다, 내가내가되는꿈

행복을찾는사람들

R&D와디자인으로무장한타일전문기업

코너속편지

매일성공하는여자외

부부클리닉

‘있게’사는부부

아이와함께자라는부모

질문

그사람의도전이야기

곧고단단한신념의리더 - 반기문유엔사무총장

양희은의스튜디오에서

앞으로몇번을더볼수있을까!

강석우의스튜디오에서

아들의입대

장PD의사소한이야기

여성시大에서한학기를마무리하며

기업은행협찬의월간여성시대는

작지만큰감동을전하고자합니다.매월 10일기업은행에서무료로배포하며,

이웃과함께보면감동이 2배로늘어납니다.

발행_2011년 10월 10일발행인_(주)문화방송대표이사_김재철

등록번호_라-5413 편집·제작_B&M 커뮤니케이션(02-2272-6046)

※본지는한국도서윤리위원회규정을준수합니다.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매일 아침 9:05~11:00 인터넷 주소 www.imbc.com

방송중열린전화_ 02-368-1500 문의_ 02-789-1339 주소_ (150-604) 서울 여의도우체국사서함 400호표지_ 김성신

2011.10+OCTOBER

Contents

52

58

04

여성시대/월간지/비매품/2011년 10월호

Page 3: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여. 성. 시. 대. 04

글 I 성기애(여성시대작가) 사진 I 안홍범여성시대가흐르는곳

05 2 0 1 1 . . + O C T O B E R

농촌에 5일장이있다면도시엔 7일장이있다. 아파트단지내에서

는 알뜰장이 7일장인 셈이다. 7일마다 매주 정해진 요일에 서는 알

뜰장은이제 도시곳곳아파트단지에서 익숙하게 볼수있는풍경이

됐다.

여성시대 가족 박문숙 씨의 일터는 바로 이 알뜰장이다. 수원·봉

담·화성·동탄의아파트단지를다니며즉석어묵장사를시작한지

8년 가까이 된다. 남편은 어묵을 만들고 아내인 박문숙 씨는 손님을

상대하고, 손발이척척맞는다.

추억의도시락반찬으로빠지지않는게어묵이다. 요즘은반찬으로

보다는간식으로더많이팔리고있다.

알뜰장에서꾸는

알뜰한꿈경기도화성시박문숙씨를찾아서

여성시대가족박문숙씨의일터는바로이알뜰장이다.

수원·봉담·화성·동탄의아파트단지를다니며즉석어묵장사를시작한지8년가까이된다.

남편은어묵을만들고아내인박문숙씨는손님을상대하고,

손발이척척맞는다.

Page 4: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07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06

소리한번한적이없다고한다. 무뚝뚝하지만정많고책임감강한남

편의속마음을알기때문이리라.

일 년 365일, 비가오나눈이오나행사용천막아래장사를하는

알뜰장상인들은피붙이보다가깝게지낸다. 월요일은수원에서화요

일은화성에서이렇게장을찾아다니며함께한시간들속에쌓인정이

끈끈하다. 길위에서함께밥을먹고, 웃음과시름을나눈사이이니박

문숙씨에게는일가친척과다름없는사람들이다.

알뜰장 상인들의 꿈은 대개 내 가게를 갖는 거다. 박문숙 씨의 꿈

도다르지않다. 어서내가게를갖고비바람피해가며장사를하고

싶다.

그알뜰한꿈을이루기위해오늘도알뜰장에서알토란같은시간을

가꾸고있다.*

천도없이장사를하겠다고나섰다.

길거리에손수레를놓고인형·액세서

리·신발·이불·옷 장사를 전전했다.

그세월속에이사만25번을했다.

하루종일 부부가 같이 있으면 지겨울

법도 한데, 박문숙 씨는 남편에게 싫은

엄마 손을 잡고 시장구경

나온 아이들의 손에는 어김

없이 어묵 꼬지가 하나씩 들

려있다. 양손 가득 장을 본

주부들도 꼬지 어묵에 익숙

하게손을댄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주민들 중 박문숙 씨네 어묵

만을 고집하는 단골손님도

꽤 많다. 이웃마을에서 일부

러 어묵을 사러 오는 이들도

있다.

이제 즉석 어묵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부부

는 안 해본 일이 없다. 직장

생활이 체질에 맞지 않던 남

편은결혼 3년째되던해밑

하루종일부부가같이있으면지겨울법도한데,박문숙씨는남편에게싫은소리한번

한적이없다고한다. 무뚝뚝하지만정많고책임감강한남편의

속마음을알기때문이리라.

Page 5: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여. 성. 시. 대. 08 09 2 0 1 1 . . + O C T O B E R

일러스트레이터김성신

이달의편지

09p_꿈을위하여

11p_카페‘둥지아래로’

14p _잊고살았던건아닙니다

17p_말없이소금갖다주는사람

21p _아내의밥상

27p _한평공간의희망

2011년 8월 1일부터 31일까지

방송된사연들중가려뽑아실었습니다.

30p _엄마·아빠덕분에

33p _‘난필요없다!’

36p _태풍이오던날

40p_천마리의학

43p _할머니의특별한인구조사

47p _아주특별한인연

Letter 01

꿈을위하여

박숙희전남 광양시 중동

늦바람이무섭다더니무미건조하기만하던일상에신천지가열렸다.

중년이넘은아낙이늦게배운도둑질에날새는줄모르는격이되었다

고나할까.

얼마전휴가차집에다니러오겠다는딸이전화로“엄마! 화장품사

갈까?”하고묻기에얼결에“아니, 그보다더간절한것이있는데… 나

드럼학원수강증좀끊어주면안될까?”했다.

그말에딸은“과연우리엄마다운발상”이라며두달치수강증을아

빠께내밀면서“시작은제가해드렸으니앞으로아빠가지속시켜주세

요”했다.

음식점을하다보니, 하자고들면일이한도끝도없다. 소나기지나

가듯식사시간이지나가도가게는언제나대기상태라긴장의끈을놓을

수가없고, 책이나신문을보고, 재탕삼탕텔레비전을시청하며다람

쥐쳇바퀴돌듯일상을보내야한다.

사시사철꼼짝못하고살다보니쌓이는감정도태산이다. 불경기네,

구제역이네하며경제가잠수를탄것도스트레스고, 자고나면천정부

지로치솟는물가에일일이원가를계산하다보면절대장사를못한다.

그렇다고그때마다가격을올릴수도, 양을줄일수도없고, 음식을

Page 6: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소홀히만들수는더더욱없는지라벙

어리냉가슴앓듯쌓이고쌓여도어디

에대놓고하소연할수도없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 골목에 악기사

겸 음악학원이 생겼다. 나는 아주 오

래전, 처녀적부터드럼연주에관심

이있었던지라가끔놀러간것처럼기

웃대며 물어보고, 만져보고, 두들겨

보기도 하면서 짝사랑만 하다가 딸의

도움으로일단드럼연주자로한발을

들이밀었다.

매사느긋하게하던일인데모든일이일사천리로민첩해졌다. 신랑

이“아주그냥좋아서눈빛이달라졌다”고핀잔을준다. 후다닥그릇

정리, 테이블정리, 컵을씻어물을빼놓고는앙증맞은긴젓가락같은

2개의봉을악보노트사이에넣고문을나서면까마득한옛날학생시

절로돌아간듯발걸음이둥둥날아간다.

아직은서툴러퉁탕퉁탕손과발이따로논다. 뭔가그럴듯한리듬을

만들려면한두시간이순식간에흘러가고, 정신없이두들기다보면불

경기도, 고물가도모두저만치물러앉아있다.

이미오래된수강생들의능숙한드럼연주에넋을놓고부러움의귀

를열고듣노라면‘난언제저렇게하지? 나도과연저렇게잘할수있

을까?’조바심이나곤한다.

이제겨우열흘남짓에멋있게못하면어떻고, 한템포늦으면또어

떤가. 뭔가를새로시작하고배우는지금이순간이너무행복하고감사

하다. 때론너무도하고싶은일에풍덩빠져봐도좋지않은가.*

여. 성. 시. 대. 10 11 2 0 1 1 . . + O C T O B E R

한때저희집은동네에서아들부자에우애있고화목한가정으로소

문났지요. 7남1녀의8남매에조카들까지40여명이넘는대가족이명

절이나집안일때문에모이면잔치집이따로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식구들의웃음소리에이야기꽃을피우고, 그많은식구

들이휴가도꼭날을맞춰대부대를이끌고같이가면온동네사람들이

부러워하곤했습니다.

그렇게한둥지아래서우애있게지내던가족들이었는데, 어느새부

모님도돌아가시고오빠들도각기며느리와사위, 손자들을보고조카

들도결혼을하고가정을이루다보니예전처럼형제들이한자리에모이

기가어려웠습니다. 4대에걸친대가족이다보니어쩌다친정에가면

식구들얼굴도몰라볼정도였습니다.

형제간이지만자주못만나니정도예전같지가않더라고요. 그래서

문득문득옛날이그리웠습니다. 이런 아쉬움은비단저뿐이아니었나

봅니다.

가끔형제들이모이면대화가어느새옛날이야기로돌아가있는거예

요. 실타래처럼풀어져나오는옛날이야기에그저깔깔깔시간가는줄

모르게너도나도웃음꽃이만발했습니다.

Letter 02

카페‘둥지아래로’

이귀임경남 진해시 충의동

이제겨우열흘남짓에

멋있게못하면어떻고,

한템포늦으면

또어떤가.

뭔가를새로시작하고

배우는지금이순간이

너무행복하고

감사할일이다.

때론너무도하고싶은일에

풍덩빠져봐도

좋지않은가.

Page 7: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13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12

컴퓨터를 몰라서 가족카페에 올

수가없는겁니다. 이를본조카들

이 부모님께 미처 컴퓨터를 가르

쳐드리지못했음을후회하며, 모

두들 부랴부랴 나서서 자기 부모

님들께 컴퓨터를 가르쳐 드리는

효도 바람까지 불었다는 것 아니

겠습니까. 그런 가족들의 모습이

또얼마나예쁜지요.

이제껏 컴퓨터는 별세계인 양 여기고 사시더니 가족카페에 얼마나

오고싶으셨는지올해일흔, 예순을훌쩍넘긴오빠·올케언니가얼른

열심히컴퓨터를배우셨어요. 처음엔댓글한줄올리는것도대통령

앞에나서는기분이라며몇자만겨우적어놓고가더니이젠우리오빠

와올케언니가그많은글을어떻게다치셨는지옛날추억이야기도올

리고, 사진까지올리는기염을토하며, 저희를놀라게한답니다.

노장언니·오빠들의빛나는도전에아들딸, 동생조카들의격려의

댓글이홍수를이루니요즘저희오빠와언니가가족카페에놀러다니

느라신바람이나셨답니다.

이뿐만이아닙니다. 요즘세상다들바쁘다보니사촌들끼리도만나거

나대화할기회가잘없었는데, 가족카페에서사촌들끼리댓글로농담

도하고대화를하는걸보면얼마나기특하고흐뭇한지…. 이모든게

가족카페덕분이다싶어만들기를백번잘했다싶습니다.

또한형제간에도평소에말로서마음을잘나타내지못한것도글로

서로의마음을남기며전할수있어이또한 얼마나좋은지….

이상가족카페덕분에제2의가족전성시대를꽃피우고있는저희가

족이야기였습니다.*

얼마전가족모임이있었는데, 그날도이런저런옛날이야기끝에생

각지도않은가족카페이야기가나왔습니다. 고향집그좁은방에서8

남매가알콩달콩자랐지만이젠사촌에육촌까지가지를뻗어집안일

아니면가족들얼굴도, 소식도제대로모르고지낸다는게모두들안타

까웠던지시대의흐름에따라가족카페를만들어사이버상으로나마소

식을주고받으면어떻겠냐는의견에모두들대찬성이었습니다.

일일이전화하기도그렇고자주만나진못하지만사이버상에서서로

소식도주고받고안부도전하고지내면참좋을것같더라고요. 그리하

여당장그자리에서카페이름도정하고카페지기도정하게되었죠.

가족공모결과카페이름은‘둥지아래로’로정하고카페주소는부

모님성을따서‘이앤오’라고정하게되었지요.

한달여전, 드디어저희가족카페가탄생했습니다. 카페대문에들

어서면보이는정다운가족들얼굴을보면서마치그옛날고향집에들

어서는그런포근한기분이듭니다. 그리고세상그어느아름다운얼굴

보다아름다운식구들얼굴을보면시간가는줄모르지요. 정말시대가

변했다싶더라고요.

옛날엔상상도못한일이었는데이렇게가족들이사이버상에서이야

기를주고받으며만나다니…생각할수록감회가새로웠습니다. 가족들

마다하루있었던이야기도올리고, 사진도올리고, 소장하고있는빛

바랜가족사진도올리고, 옛날추억이야기도올리면공감하는식구들의

댓글이또줄을잇고…. 비록멀리떨어져있어서자주만나진못하지

만가족들의글과사진을보면마치가족들을만나고온듯기분이너무

좋습니다.

요즘은가족카페에하루라도안들어가면소식이궁금해못견딜정

도로일상이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연세가많은오빠와올케언니들이

한달여전, 드디어

저희가족카페가

탄생했습니다.

카페대문에들어서면보이는

정다운가족들

얼굴을보면

마치그옛날

고향집에들어서는

그런포근한기분이듭니다.

Page 8: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15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14

어머님은혼자서시골에계시다보니그외로움을딸과산소에서대

화를하면서푼다고합니다.

“자네도이제환갑인데은제까지혼자살랑가. 나는괜찮은께로좋은

사람있음같이만나서행복하게사는모습보고잡네그려. 자네가행복

하게사는거우리딸도바랄것이네. 꼭새장가가소잉.”

그렇게밥을먹으면서따뜻한말씀도해주시는데아내가떠나고 10

여년동안해드린건어머님께걱정만끼쳐드린것같습니다. 제가내

려가면딸생각이날까봐내려가지않았는데이제는자주찾아뵈어야

할것같네요. 냉장고를열어보니음료수몇개, 먹다남은찬밥덩어리,

김치찌개가전부더군요. 저만편안하게산것같아너무죄송했습니다.

하룻밤자고어머님을모시고미장원에갔습니다. 어머님은파마를

하시다가어머님친구분한테그러시더군요.

“내사위요.”

“어매어매, 할마씨사위도있었소.”

그말을듣는순간얼굴이화끈거렸습니다.

“하믄내하나밖에없는최고의사위제.”

목에힘이들어가는모습을보니앞으로더잘해드려야겠다는생각

주말에두아이를데리고아내의산소에갔습니다. 아내를홀로키우

셨던장모님도뵐겸해서요.

“어매, 자네왔는가. 어매, 올해도못올줄알았는디…”하며제손

을잡고우시면서“고마워. 고마우이”하는데차마어머님을쳐다볼수

가없었습니다.

딸자식먼저보내고혼자산소와집을왔다갔다하면서지내셨다고

합니다. 아내가살아있을때는너무도잘해주시고, 사위가좋아하는

간장게장을손수담아주셨던장모님!

“어머님, 저따라서같이서울로갑시다.”

“싫네. 나마저 가버리면 혼자 차가운 땅속에서 얼마나 쓸쓸하겠어.

말이라도해주니고맙네. 고마워.”

그렇게고왔던얼굴도10년사이에부쩍수척해진모습에저도모르

게눈물이났습니다. 이제여든인데시골에내려갔다혼자올라오기가

너무도죄송했습니다.

“나를잊고산줄만알았는디. 그래도이렇게찾아와주어서너무도

좋네그려. 자네가온께로내딸이살아서온것같이좋네그려.”

“어머님, 정말죄송합니다.”

Letter 03

잊고살았던건아닙니다

정점동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

Page 9: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17 2 0 1 1 . . + O C T O B E R

오늘도비가옵니다. 녀석은오늘도새벽녘까지컴퓨터를하다가잠

이들었습니다. 도대체가가는날까지…. 며칠째밤을꼬박새우고해

가지기전까지잠을자고, 또해가지면야근하러가는회사원처럼깨

끗하게씻고나가서친구들을만나고오밤중에들어와새벽녘까지컴퓨

터를합니다. 그렇지만오늘만은늦게까지잘수가없다는걸녀석도알

고나도알고있습니다.

어젯밤에심혈을기울여끓인감자탕을퍼주었습니다. 그런데웬일

인지돼지뼈를잡고고기를뜯어먹습니다. “너고기싫어해서조금준

건데더줄까?”하자“아니”합니다. 녀석은단한번도고기를잡고뜯

어먹거나그런적이없습니다. 손에묻히는것을질색하기도하거니와

너무깔끔한성격탓이기도합니다.

녀석과함께집을나섰습니다.

“빼먹은거없나잘챙겨.”

“머리만깎으면될거같아.”

“미리잘랐어야되는거아냐? 하여튼!”

덜렁거리는것은꼭나를닮았습니다. 하늘은잔뜩화가난장난꾸러

기아이의얼굴같습니다.

Letter 04

말없이소금갖다주는사람

나정랑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여. 성. 시. 대. 16

이들었습니다. 어머님이좋아하는아이스크림을사다냉동실에넣어

놓고냉장실에는주스몇병을넣어드리고왔습니다. 어머님은손사래

를치면서말씀하셨습니다.

“자네가왜이런것을사주는가. 내딸하고인연도끝났는디. 난이제

자네하고남남인디.”

“아따어머님, 외손주가둘이나있는디어째남이당가요. 어머니, 그

런말씀마세요. 명절에도또내려올랑께. 그때어머님이토란국끓여

주세요.”

“어매어매, 증말로올랑가. 말이라도고맙네.”

어머님은사위가혼자사는게안쓰러운가봅니다. 내나이환갑이다

되어가는데, 솔직히저도새가정을꾸리고싶은마음은있지만제맘

처럼새사람을만난다는게쉽지가않더라고요. 아이들이적극적으로

밀어주는데도말입니다.

허리가굽어잘걷지도못하는장모님! ‘우리장모님딸자식을먼저

보내고얼마나가슴에한이맺혀서살고계실까.’돌아오는내내눈물

이나운전을할수가없었습니다. 앞으로더잘해드리고더신경을쓰

려고합니다.

집에도착해혼자아내의사진을매만지면서“이봐! 오늘자네산소

에갔는디. 알고있는가. 앞으로자네어머님한테잘할게. 지켜봐주소

여보. 에휴! 나 혼자남겨놓고장모님혼자남겨놓고거긴편한가. 안

편하겄제. 앞으로더잘하는사위가될텐께로지켜봐주소. 하늘나라에

서여성시대들었음좋겠네그려잉.”

앞으로시골에홀로계신장모님께잘할것을맹세해봅니다.

“장모님, 저잊고산거아닙니다. 장모님, 사랑합니다”하고와락안

아 드렸더니 어머님이 싫다 하셨죠. 알아요. 얼마나 좋아하셨는지요.

앞으로더많이안아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장모님!’*

Page 10: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19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18

은커녕눈한번제대로쳐다보지못하고녀석의땀만닦아줍니다.

녀석의머리카락이바닥에쏟아집니다.

“마음이그렇겠어요.”

미용실아가씨의말에나는대답대신먼곳을바라보며‘거의한달

동안저녀석이얼마나까칠하게굴었는데…’하며또한번삼킵니다.

빡빡밀었더니이마의커다란흉이보입니다.

“이마에상처가있는데조금이라도가리게놔둘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잘라주세요. 상처아니에요. 체중미달로 2킬로

그램으로태어나서인큐베이터에서한달있었을때링거맞은자국이

에요.”

묻지도않았는데왜그랬을까? 녀석은나를보고분명그렇게생각했

을겁니다. 그래서나는더욱녀석의얼굴을보지않았습니다. 오늘만

아니라면나는녀석의빡빡머리를놀리며기념촬영해야한다고, 머리

에뽀뽀라도해줘야한다고나는또녀석의여동생처럼녀석을귀찮게

했을텐데. 그렇지만녀석을위해미리준비해둔카메라는꺼내지도못

합니다.

친구아빠의차를타고가기위해친구집까지다왔습니다.

“정훈아!”

이름을부르는내목소리가이상합니다.

“왜그래?”

“정훈아! 한번안아보자.”

녀석을안았습니다. 나는이미이상해진목소리로“아프면참지말고

얘기하고”하자녀석은말이없습니다. 눈이라도마주치면더이상참

을수없을것같아그냥돌아섰습니다.

하늘은아직도화가나있습니다. 아니지금보니눈물을참고있던

녀석의얼굴입니다.

“비가올것같다.”

침묵을깨기위한말이었을까? 녀석은대답대신하늘을쳐다봅니다.

녀석의친구집까지는버스로두정거장입니다. 녀석의발걸음이어찌

나빠른지숨이찹니다. 성질이급한것도, 빠른걸음걸이그리고두정

거장을걷는것까지어쩌면닮지않았으면하는것마다나를닮았을까?

녀석은또말이없습니다. 그러나나또한얼굴을마주보고눈이라도

마주치면어떻게해야할지몰라서, 아니그런나를바라보는녀석의마

음이더아플까봐나도그냥앞만보고걸었습니다. 땀방울이녀석의목

덜미를타고주르륵흘러내립니다.

오늘이걱정되어가끔잠든녀석의손을잡고‘이렇게작은손으로

어떻게견딜수있을까?’그러면서나는시골다방에서마담의손금을

봐주는남자처럼녀석의손을주무르며출근을하곤했는데, 오늘은손

Page 11: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21 2 0 1 1 . . + O C T O B E R

저는일찍부터부모님과떨어져살아서‘집밥’이란게무척이나그리

운 30대후반의남자입니다. 결혼한지 2년이다되어가는데말이에

요. 2년이라는시간이지나면서두명이던가족도셋으로늘었고, 살림

도늘었고, 얼굴의주름마저도늘었건만딱한가지늘지않는게있습

니다. 그건바로아내의음식솜씨!

총각시절저는음식잘하는여자가이상형이었습니다. 아내를만나

처가에처음인사를가던그날, 미래의장모님은저를위해상다리가부

러질만큼진수성찬을준비하셨더라고요. 너무나긴장되던자리라음식

이코로들어가는지입으로들어가는지도모를정도였지만장모님이차

려주신그음식맛은아직도잊을수가없습니다.

‘아! 이맛이야. 몇년만에느껴본집밥이란말인가!’

긴장된상태였지만음식이너무맛있어서저는한그릇, 두그릇을순

식간에해치워버렸죠. 한손에갈비, 한손엔굴비를쥔채말이죠.

“천천히들게김서방! 음식많이있어. 아주맛있게먹네그려.”

잘먹는제모습에장모님께서는높은점수를주셨고, 그뒤로도저는

장모님의그맛을잊을수가없어서집으로종종놀러가게되었고, 자연

스레장모님과친해지게되어결혼에골인하게되었습니다.

Letter 05

아내의밥상

애청자

여. 성. 시. 대. 20

현관문을열고녀석의냄새가나는방으로들어가책상서랍을열었

습니다. 파란편지봉투입니다. 그리고낯익은녀석의글씨입니다.

*

Page 12: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23 2 0 1 1 . . + O C T O B E R

“아니야. 내가직접만들었어.”

수저를뜨는데카레가그뭐랄까, 아무튼우리가아는그카레가아니

고카레국물인거예요.

“뭐야? 이게. 물이너무많잖아.”

“그치? 물이좀많지? 처음해보는거라계속이상해서물붓고, 가

루붓고, 물 붓고, 가루붓고하다보니 20인분한봉지를다써버렸

네,”

그리고보니커다란솥에가득카레국이있는게아니겠어요! 아내가

웃으면서그러더군요.

여. 성. 시. 대. 22

저는‘이렇게음식잘하는엄마밑에서자랐으니분명음식하난잘

하겠지. 자고로여잔음식을잘해야해’하고생각을했고, 퇴근후에

앞치마를입은아내가보글보글찌개를끓여놓고저를기다리는그런

고소한상상을하니빨리결혼이하고싶더군요.

드디어그녀와결혼을하고, 처음으로그녀와마트에서장을보는데

아내가라면·햄·카레·참치등즉석에서요리가가능한것들만사는

거예요.

“왜이런걸이렇게많이사?”

“가끔씩입맛없을때먹으면맛있어. 그때먹으려고.”

제가회사에가고없을때혼자밥먹기뭐하니까사는대체식량쯤으

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저의 큰 오산이었죠. 다음날 어김없이

식탁엔김·카레·김치·단무지뿐이더군요.

“뭐야? 어제장봤잖아?”

“자기야, 오늘만이렇게먹자. 내가오늘은시간이없어서준비를못

했어.”

너무나미안해하는아내얼굴을보니오히려제가더미안해지더군

요.

“그럴수도있지. 나원래카레좋아해.”

“다행이다. 나도좋아해. 맛있게먹어.”

“응. 그런데다음부턴자기가직접만들어줘.”

그렇게하루가지났습니다. 그리고다음날퇴근을하고집을들어서

는데아내가말하더군요.

“자기야왔어? 오늘도힘들었지? 내가맛있는밥했어.”

그런데또카레더군요.

“뭐야또인스턴트카레야?”

“여보, 나도36년살면서먹은라면보다

자기랑살면서먹은라면이더많아.”

그말에충격을받았는지

아내는두번다시라면을끓여주지않았고,

혼자선안되겠는지

그뒤로요리학원에등록해열심히배운덕에

지금은그나마좀나아졌지만

그래도여전합니다.

Page 13: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25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24

“그러니까그냥만들어진거먹으면되는데나보고직접만들어달래

서그런거잖아. 몰라. 아까우니까오빠가저거다먹어.”

그래서한 3일동안국처럼떠먹다가도저히안되겠기에버리면서

한마디했습니다.

“앞으로카레는그냥만들어진거먹기로하고, 오늘은라면먹자. 며

칠째카레만먹었더니얼굴노래질것같아.”

그래서그날저녁을라면으로해결했습니다.

그리고며칠뒤회사에있는데아내가전화를했습니다.

“자기야! 나프라이팬하나사면안돼?”

“프라이팬있잖아.”

“그거랑달라. 이건음식도눌러붙지않고요리도엄청잘된단말이

야. 이거하나있으면요리엄청잘될것같아.”

“그래? 그럼하나사든지.”

내아내가요리를한다는데그게또예뻐보이더라고요. 그래서별말

없이프라이팬세트를사라고했죠.

그런데며칠뒤퇴근을하고집에도착을했는데아내가그러더군요.

“그때괜히이걸로샀나봐. 이거말고다른세트있었는데그걸로살

걸괜히사은품때문에이걸로샀어.”

“프라이팬이다똑같지. 뭐프라이팬때문에음식맛이달라지냐?”

“아니야. 요리도과학이란말몰라? 자기는알지도못하면서.”

투덜대는아내를뒤로하고씻고저녁을먹으러식탁으로갔는데, 식

탁엔라면과단무지김치뿐이더군요.

“뭐야! 또라면이야?”

“냄비는있는데, 요리를하려고보니까레시피가있어야겠더라고. 그

래서아까인터넷으로요리책이랑조리기구주문했어.”

“뭐? 아니누가근사한저녁을차려달래? 그냥있는김치넣고찌개

끓이면되잖아.”

“그것도물양이랑뭘먼저넣느냐에따라음식맛이달라진단말이

야. 내일부턴기대해.”

“아니, 장모님은음씩솜씨가좋으시던데어깨너머로안배웠어?”

“엄마가결혼하면다하게된다고안배워도된다고했단말이야.”

“그래, 미안해. 라면퍼지겠다. 빨리먹자.”

그래하루만더참자싶었죠. 프라이팬도샀겠다, 조리기구, 요리책

모두준비가됐으니내일저녁은기대해도되겠지싶었습니다.

그런데다음날, 흰쌀밥에김치·배추·당근·오이·양파·고추·

된장뿐이더군요.

“오늘메뉴는뭐야? 고기야?”

“불고기하려고했는데, 고기가다타버린거있지. 여보, 생식이좋

대. 요즘엔일부러이렇게먹는다잖아.”

“그럼프라이팬이랑요리책은왜샀니?”

“잘하려고책보고똑같이했는데나만안되잖아. 이게프라이팬때

문인가봐. 속았어.”

“휴! 알았어. 먹자, 먹어. 맛있네, 당신이 해준 것 중에 제일 맛있

다.”

그렇게 배추에 밥을 싸먹으며 말했습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지

만….

그런데둘만있을때야뭐신혼이니까다예뻐보였습니다. 문제는몇

달후였습니다. 연락도없이시골에계신부모님이오신겁니다.

“연락하면새아기니가이것저것준비하고그럴까봐일부러말없이

왔다. 그냥먹던대로간단하게먹자꾸나.”

“네, 어머님”하고주방에서한참달그락뚝딱요란스러운소리가나

Page 14: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27 2 0 1 1 . . + O C T O B E R

모닝콜에맞춰정확히6시30분에눈을뜨면졸린눈비비며욕실에

들어가세수부터한다. 수건으로얼굴을닦기전잠시내얼굴을찬찬히

들여다보면요즘따라부쩍밝고생기있어보여기분까지좋아진다.

비슷한시간에일어난남편과분주하게아침식사를마치고먼저남편

을배웅한다. 빠르게화장을마치고옷매무새를가다듬으며나도비로

소현관문을나서출근을한다.

나는익숙한발걸음으로지하철을타고내직장인주차장으로향한

다. 내가근무하는주차장은재래시장활성화의일환으로구청에서임

대해운영하는공영주차장이다. 백화점처럼화려하진않지만서민들이

자주애용하고서민의애환과땀과웃음이어우러진곳이다.

요즘은재래시장도예전처럼지저분하거나어수선하지않고깔끔하

게잘단장되어있다. 항상시장은밝고활기차고, 넉넉한인심과순박

함이있어서좋다.

오늘은8시부터근무가시작인오전조라조금은여유를부릴수가있

어서좋다. 출근과동시에사무실에들러커피한잔을타서들고주차

부스로향한다.

먼저차단기를작동시켜내려놓고시재금을내어서1,000원권과동

Letter 06

한평공간의희망

애청자

여. 성. 시. 대. 26

더군요.

그런데잠시후, “어머님·아버님”하기에주방으로갔더니큰냄비

에라면이한가득끓여져있더군요.

“여보, 뭐야? 라면!”

“어머님, 재료가없어서뭘해야할지모르겠더라고요. 연락하고오

시지, 시장하실테니까일단드시고요. 저녁에맛있는거먹으러가요.

그래도버섯이랑, 콩나물이랑, 김치랑, 참치랑만두넣어서진짜맛있

어요.”

두분은마지못해라면을드시더라고요. 제얼굴이다빨개졌습니다.

시골에내려가시기전에아버님이아내에게말씀하셨습니다.

“내가 65년을살았지만라면은딱두번먹어봤다. 오늘한번이랑

전에어머니아파서병원입원했을때한번. 몸에안좋으니되도록면

은먹지말거라.”

“네, 아버님. 저녁드시고가시지….”

“라면이아직도소화가안된다. 오늘은이만가고담엔연락하고오

마”하고는시골로내려가셨습니다.

이런불상사가두번다시일어나지않게하기위해저역시아내에게

고백을했습니다.

“여보, 나도36년살면서먹은라면보다자기랑살면서먹은라면이

더많아.”

그말에충격을받았는지아내는두번다시라면을끓여주지않았고,

혼자선안되겠는지그뒤로요리학원에등록해열심히배운덕에지금

은그나마좀나아졌지만그래도여전합니다.

어떨땐라면이그리울때가많습니다. 그리고뭐요즘엔즉석요리도

괜찮은게많잖아요. 그래도애쓰며주방에서요리하는앞치마입은아

내의모습은누가뭐래도아직까지는너무너무예쁘답니다.*

Page 15: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29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28

지금의직장에취업하게되었다.

처음에는낯선일이라많이긴장되고먼저버럭소리를지르고화부

터내는손님때문에힘들었지만이젠어느정도일도손에익었고, 화

내는손님에대처하는요령도나름대로생겼다.

세상에남의돈버는일하나도쉬운게없고피할수없으면즐기라

는말도있지않는가? 힘들때마다우울증으로집에서아무것도못하

고단절된생활을했던어둡고암담한시간을떠올리면지금힘든건오

히려엄살로느껴지기도한다.

여기주차장은발권을하지않고대신카메라로찍어바로입력시키

는시스템을사용하고있다. 그러다보니돈받는일이거의전부인단

순한일인데가끔20~30분을주차시키고도시치미를떼고금방들어

왔다고우기는손님도있고, 공영주차장이니공짜라고생각하기도한

다. 이런손님들을만날때면난감하지만손님과의마찰을최대한줄이

고내보내야한다. 그렇지만그런손님들은어쩌다한두분이고대부분

의손님은수고한다며친절한편이다.

우울증은‘마음의감기’란말이있듯마음의병인지라열심히일하고

밝고긍정적으로생활하려노력하니수면제와두통약없이도생활할수

있게되었고생활의활력을찾았다.

난 주차정산원이란일을통해서우울증을극복하고새로운희망을

담금질한다. 비록내몸하나두면꽉찰만큼작고소박한공간이지만

난이곳이그렇게편안하고안락할수없다.

오랫동안집안에만박혀있으면서혼자힘들고고통스런시간을보낸

게요즘은참어리석게느껴진다. 매일아침일어나출근할수있는직

장이있다는게얼마나고맙고감사한지, 즐겁고신명나게일하는게정

신건강에얼마나도움이되는지온몸으로체험하고있다.

나는오늘도희망을꿈꾸며힘차게주차장부스의문을연다.*

전을적당히거슬러줄만큼내어놓는다. 아침준비작업이끝나면커

피한잔을마시고잠시음악을들으며한평남짓한공간에서호사를

누려본다.

비오는날은이곳이나에겐분위기좋은카페이고, 무더운날엔에어

컨만틀면피서가따로없으니그야말로돈도벌고, 더위도피할수있

어일석이조인셈이다.

이곳에두달이상근무하다보니제법단골손님의얼굴도익히게되

었다. 단골여자손님은항상밝고기운차게먼저인사를건네고, 인천

넘버손님도친절하게인사를건넨다. 검은세단을몰고오는중년신사

는항상까칠하다.

어떤손님은1,000원이하의요금이나왔는데1만원짜리지폐를내

면서 미안해 하셔서 내가 오히려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어떤 손님은

400원을내고도바가지씌운다고고래고래소리를지른다.

여기에있으니다양한사람을만나게되고나도평소에혹시서비스

직종에근무하는사람에게함부로대하지않았는지반성할때가많아서

인생공부가많이된다.

주차장에서화내는손님을만나면처음엔나도기분이나쁘지만되도

록빨리잊으려노력하고평상심을찾으려한다. 그래도이곳에서더좋

은손님을많이만났으니행복하고만족스러운기분이다.

몇달전만해도난지독한우울증에턱관절장애에두통까지앓아서

힘든시간을보냈다. 이런저런경제적인어려움과개인적인이유로너

무힘들었고, 내우울증은좀처럼나이질기미를보이지않았다. 난서

서히지쳐갔다.

그때마침정신과선생님께서“일을좀해보는게어떻겠냐?”고권유

하셨고, 이력서를들고이곳저곳다녔지만수십번의고배를마신후에

Page 16: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31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30

저희가밥맛이없어서밥을먹지않는날에는아예밥솥에서밥을찾

아볼수가없어서쫄쫄굶기때문에절대밥은굶지않아야하루를버

틸수있습니다. 그리고엄마·아빠의공통된생각은“체력은곧국력

이며, 미래의건강과직결된다”이십니다.

방학은집에서쉬면서부족한공부나체험학습을하라고있는거지

만우리집방학은체력단련을위해존재합니다. 그래서방학때마다

정신무장과체력단련을위해해병대캠프에참가해야하고요. 중학생

이된현재는방학때만되면엄마태권도장에서 1시간씩집중체력훈

련을받아야만합니다.

그래서저와언니는4단이고, 엄마·아빠의태권도단을합하면20

단입니다. 우리가족이함께다니면무서울게없습니다.

엄마·아빠는집안에행사가있으면절대미리말씀을하지않습니

다. 다른집은여행을가려면일주일전부터미리미리준비를하지만

우리는화생방5분대기조처럼여행가기전에아빠가“가방을싸도록!

우리설악산여행간다”하면우리는5분안에가방을싸야합니다.

우리엄마·아빠의출신성분은참특이합니다. 아빠는전방부대인

철원의백마부대수색대출신이고, 엄마는특전사여군출신입니다. 아

빠의출신부대까지이렇게세세하게알고있는것은아빠가매년아빠

의전역일인3월3일이면가족을동반하고어김없이부대를방문했기

때문입니다. 내가엄마뱃속에있을때부터인사를갔다고하니까 1년

에한번정확히올해까지16번방문을한걸로알고있습니다.

내년부터는아쉽게도백마고지, 제2 땅굴, 통일전망대, 노동당사를

가지않아도될것같습니다. 왜냐하면아빠가형님이라고부르면서

찾아뵙는선임하사아저씨가 25년을근무한백마부대를떠나지난 5

월남양주후방부대로오셨기때문입니다. 항상철원에놀러가면선

임하사님이라는아저씨집에서묵었거든요.

그리고엄마는1남6녀중가족대표로군대를다녀오신걸자랑스럽

게생각하는특전사여군출신이며태권도7단으로현재관장님이십니

다. 그래서우리집은항상집안일이군대식으로돌아갑니다. 저희가

주말늦잠을자려고하면“기상, 산에갈시간이다”하면서어김없이

깨우고요. 뭔가잘못을하거나언니와싸우면아빠는“얌마, 엎드려뻗

쳐”하면서엎드려뻗쳐로벌을주십니다.

Letter 07

엄마·아빠덕분에

신우영경기도 평택시 용이동

Page 17: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33 2 0 1 1 . . + O C T O B E R

저는7년전결혼을한것이아니라장가를갔습니다. 장가라는말에

서풍기듯전처가살이를하고있죠. 아내가무남독녀외동딸로부모님

을모시고싶어해상의끝에처가에들어가살기로결정했습니다.

옛말에‘겉보리서말이면처가살이는안한다’는데요즘은처가에

들어가살면행복이라는말도있습니다. 저도그렇게생각하고있는사

람중한명입니다. 아내와맞벌이를하고육아를분담하기위해서는처

가의도움없이는힘들기때문입니다.

삼시세끼따뜻한밥에각이잡힌와이셔츠와바지는항상장모님께서

챙겨주시기때문이죠.

30년이상서로다른가풍에서따로살았으니처음엔어려운면도많

았습니다. 특히 저의 장모님은 숨김없고, 직설적인 분이십니다. 제가

화장실을들어갔다오면항상점검을하십니다.

“최서방, 치약은아래서부터짜서써야한다네. 변기뚜껑은내려놓

고, 샤워할때는휴지에물이튀지않게조심하게.”

그러며항상한마디덧붙이십니다.

“아이가보고배운다네.”

“네. 주의하겠습니다.”

Letter 08

‘난필요없다!’

최상태서울시 양천구 목동

여. 성. 시. 대. 32

제가설악산만 10번정도갔다왔거든요. 설악산을가면아빠는봉

우리를하나하나정복해야합니다. 남들처럼팔자좋게케이블카를타

는일은절대없습니다. 설악산을걸어서올라가며온몸으로감상을해

야제맛이라는게엄마·아빠의생각이기도합니다.

그래서우리는설악산도올라갈수있는봉우리는다오른걸로기억

합니다. 우리가다섯살때까지는힘들다고길가에앉아징징거리면목

마를태워서라도산꼭대기까지올라가셨습니다. 하지만초등학교에들

어가고나서는절대업거나목마를태우는일은없습니다. 하지만산에

오를때아빠는항상천천히감상하면서올라가는걸잊지않으셔서그

나마다행입니다.

엄마·아빠 친구분들이“자기네는 무슨 여자애들을 군대식으로 가

르치냐. 부드럽게 키워. 딸들이잖아”하고 충고하시지만 엄마·아빠

는“나약하게키우는것보다는강하게키우는게자립심도있고, 건강

하면무엇이든할수있지않나”하면서뜻을굽히지않으십니다.

앞에서나열한것들은싫은게더많지만아빠·엄마의좋은점도있

습니다. 그건공부인데요, 열심히하라고격려는해주셔도일단받아온

성적에대해서는일체말씀을하지않으십니다. 그럴때마다‘열심히

해야겠다’고다짐을하게됨과동시에스스로열심히하게됩니다.

아무튼제가이렇게남자못지않게태권도를비롯해여러가지운동

을섭렵하게된건체력과정신력을중요하게생각하는부모님덕분이

라고생각합니다.

저는경찰대학에입학해민중의지팡이경찰관이되는게꿈이고, 경

찰청장이되는게장래희망입니다. 제가이런큰꿈을갖게된건강한

정신력으로무장할수있도록몸과마음을건강하게키워주신수색대

아빠와특전사출신엄마덕분이지요.

‘아빠·엄마사랑합니다.’*

Page 18: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35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34

니더라, 집에있는사람이무슨등산점퍼냐하면서한참흉을보기에

전장모님께서는안좋아하시는줄알았습니다.

거의한달이되어가는데도제가눈치를채지못하자아내가이야기

하더군요.

“엄마가등산재킷이가지고싶다는이야긴데아직도눈치못챘어?”

그날저는장모님께서했던이야기를더듬어생각을하고붉은색등

산재킷을하나사다드렸습니다. 처음엔싫어하는듯“집에있는사람

이무슨등산점퍼야? 거기에색은젊은사람이나입는붉은색이야?”

하셔서제가“요즘은평상복으로등산재킷많이입어요. 그리고장모

님은붉은색이너무잘어울려요”라고말을보탰죠.

장모님은다음날부터매일입고다니시더군요. 얼마나동네에서자

랑을하셨는지밖에만나가면“그점퍼사준사위구먼”하십니다.

얼마전, 아내생일에가방을하나선물했습니다. 그다음날부터장

모님께서는여름에는시원한색의가방을들어야한다, 너무크면안된

다, 그래도책한권정도들어가야한다등아주구체적으로말씀을하

시면서도“난필요없다!”고말씀하십니다.

검은색가방이있는데아마도여름용가방이필요한모양입니다. 전

장모님을보면전에방송국에서고향소식전하던프로그램이생각납니

다. “아들아, 난보일러필요없다. 추운방에서자면되지”이렇게돌

려말씀하시던어르신들말입니다.

오늘은장모님께서말씀하신그가방을사들고퇴근을해야할것같

습니다.

“장모님! 오늘가방꼭사가지고갈게요. 그리고장모님! 필요하신것

있으시면그냥직설적으로말씀해주세요. 장모님취향파악하는데너

무오래걸려요.”*

밥을먹을때도즉석해서주의를주십니다.

“최서방, 수저는이빨로긁지말게, 밥그릇도긁지말고, 반찬도골

고루먹게. 아이가보고배운다네.”

이렇게직설적으로말씀하시는우리장모님께서도가지고싶은것에

대해서는직설적으로이야기하지못하고한참돌려서이야기를하십니

다. 그러면눈치가제로인저는금방알아채지못합니다.

작년에한창아웃도어가유행을할때장모님께서는며칠동안옆집

누구엄마가등산재킷을입었는데어울리지도않는빨간색을입고다

Page 19: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37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36

심상치않은바람이라는것을느꼈습니다.

‘결국오는건가? 생각보다센녀석인가?’하는생각이드는순간하

던일을멈추고바다로갔습니다. 모야줄도두번세번다시확인하고,

커다란타이어를밧줄로묶어걸어놓은변두리를다시잡아주고도무

언가를해야한다는마음에물간을열어고인물도확인하고, 매일우리

배와어깨를맞대는옆의배들도확인했습니다.

아직은심한흔들림도, 갈매기의요란함도없었지만, 쉽게발길이돌

려지지않았습니다. 괜스레선창을한바퀴돌았습니다. 그러다가확신

하게되었습니다. ‘이번에는6월메아리라는녀석이왔을때처럼쉽게

지나가지는않겠구나!’

커다란크레인에매달려뭍으로올라오고있는대풍호를보았습니다.

동력선보다노저어가는배가더많던시절부터바닷일을천직으로알

았던대풍호선주님이배를뭍으로올리기로결정했다면틀림없이만만

치않은녀석일거라는확신이들었습니다.

“큰놈이올라온대요?”하고물었더니, 역시나돌아오는대답이가

볍지않았습니다.

“어영부영넘어갈놈은아닌것같다. 뭔맘을먹었는지방향도쬐금

틀었다는디오늘밤에는잘생각말고배꼭붙들고있어. 들어가면못나

오니께. 니아부지는근력없어서소용없으니께니가꼭붙들어야혀.”

붙잡고있다고물로들어갈배가안들어가고깨질배가안깨지는것

은아니란걸알지만무슨말씀이신지알기에“그래야지요. 아저씨는

배올려놔서든든하시겠는데요”하고인사하고다시배가있는곳으로

왔습니다.

배를정박하는네곳의선창중에서도가장안전한안쪽의선창이기

도하고, 몇번을확인하고확인해서대천명할일만남았는데도쉽게

돌아서지못했습니다. 분명히제가그러고있을거란걸알고계시는아

밤을꼬박새우고선창앞에서서출렁이는배를바라보았습니다. 뱃

사람이다보니물때따라서, 고기따라서밤샘을하는것이새삼스러운

일은아니지만어제는달랐습니다. 밀려드는피곤함이달랐고, 생각이

달랐고, 지금당장해야하는일이달랐습니다.

그물을거두고돌아오는아침이었다면집에가서밥을먹고잠깐졸

다가밀린일을하면되는데어제는아니었습니다. 언제일지정확히모

르는바다의잔잔함을기대하며출렁이는배를바라보다가, 하얗게뒤

집어진바다를바라보다가, 집에와서살피다가다시선창으로가서한

없이기다려야했습니다.

무엇인가결과를기다리는기다림이아닌, 아무일이없는‘괜한걱

정’이기를바라는기다림이었습니다. 태풍이온다는예보를처음들었

을때부터반복하고있는일이었습니다.

통신국에서보내준문자메시지보다하루늦게시작된바람에처음에

는별걱정을하지않았습니다. 중국대륙쪽으로간다는말이틀리지

않기를바랐습니다.

그런데어느순간‘휘익’하는소리를내면서집앞에세워놓은부표

의깃발이펄럭이는것을보는순간, 짧은세월이지만어부의직감으로

Letter 09

태풍이오던날

김광석충남 서천군 서면

Page 20: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39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38

니다. 굵어지다못해아예퍼붓는듯하는비에다집앞의소나무를두

동강이낸바람을뚫고선창에나갔다가, 가게에갔다가, 집주위를빙

빙돌다가하는사이에그치지않을것같던비가가늘어졌고, 바람도

조금은잦아드는듯했습니다.

몇년만에휴가를보내려고온동생도저와똑같이밤을보내고있었

습니다. 몇시인지도모르고선창에나갔다가다행히배는잘견디고있

는것같아그나마다행이라고생각하며집으로돌아와다시집주위를

빙빙돌다가“기어코한방먹이고가는구나!”하는말이입에서나왔습

니다.

동생이한쪽으로기울어지고지붕이반으로접혀버린닭장을보고는

“이정도야뭐. 닭들이나옮겨놓아야겠네”하고는닭들을보일러실로

옮겼습니다.

그렇게같은일을하며밤을보내고날이밝아다시선창에서배를살

피는눈이무거웠습니다. 그리고어제와비슷한모습으로하루를보냈

습니다. 출항을해서그물을걷는것에비하면아무일도안했는데, 몸

의무거움은두세배인하루였습니다.

닭장을다시지어야하는일이남긴했지만‘이만하면천만다행이다’

하는안도가조금씩마음에자리잡기시작했습니다.

뉴스를들으면서전해오는다른바닷가의태풍소식은정말남일같

지않았습니다. 맑은날에는눈에보일정도의거리인군산의비응항도,

태안의신진항도파도가선창을넘기는데여기는그정도가아니어서

정말이지천만다행이었습니다.

나만아니면된다는생각은아닙니다. 모두가‘그나마다행이다’하

는마음일수있는태풍의흔적이길간절히기도합니다. 그리고빨리아

주빨리수습할수있었으면하는기도를하며저는다시선창으로갑니

다. ‘고맙습니다’하는마음으로선창에갑니다.*

버지가전화를하셔서집으로돌아왔습니다.

지난번에도기울어졌던닭장을보강하고여기저기흩어져있는살림

들도눌러놓고, 땡볕을피하려고반나절이나걸려쳐놓은차광막도걷

어접어놓고도한참이나집주위를빙빙돌다가집으로들어왔습니다.

잘넘어가지도않는밥을억지로먹고다시밖으로나가일을했지만

지금내가무슨일을하고있는지도모를만큼태풍생각으로머리가꽉

찼습니다. 생쥐곳간드나들듯배에갔다가집으로오기를반복하는동

안바람은거세지고있었고, 굵은빗방울도떨어지기시작했습니다.

다시선창으로가서하루종일했던일을다시반복하고집으로돌아

오려는데생각지도않은동생의차가제앞에섰습니다.

“언제왔냐?”

“지금.”

“일있어서온거여?”

“아니휴가라서.”

“올해는휴가도있는가보네. 몇년을못쉬더니. 밥먹었냐?”

“먹어야지.”

동생과함께집으로올라와서도다시다람쥐처럼집주위를빙빙돌

았습니다. 동생이밥을먹고밖으로나왔습니다.

“태풍와서물에도한번못들어가겠네. 휴가날짜도참.”

“회사안가고집에있으면휴가지뭐. 출근안하는게어디여.”

이런저런이야기들로시간을보내고있을때에도머릿속은온통점점

본색을드러내는듯한태풍생각뿐이었습니다. 동생도마찬가지인듯

자꾸만집을빙빙돌았습니다. 다시배에가보려고나서는데“배에가

려고?”하며동생이따라나섰습니다.

저녁을먹을때도, 뉴스화면을보면서도좀처럼차분해지지않았습

Page 21: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41 2 0 1 1 . . + O C T O B E R

많이놀러다니고시간을보내렴. 그리고애비! 너무일을많이하지말

고쉬엄쉬엄돌아보면서그렇게살아야한다. 그리고고맙다. 네가현

명하게아이들잘키워줘서. 너희는부부가모범적으로잘사니우리지

야·호야도잘클거다”라며이야기를하셨던것이마지막유언이었습

니다.

장지에서돌아오는차안에서남편이제손을꼭잡더군요.

“여보, 고마워. 우리엄마한테잘해주어서.”

저는남편의그말에속으로다짐했습니다. ‘내가당신을평생아끼

고사랑하고최선을다하겠노라’고말입니다.

참으로효자였습니다. 효자남편은아내에게는힘들다고하지만남편

은그렇지않았습니다. 언제나저에게의논하고어머니역시남편보다

는저에게많은걸이야기하셨습니다.

어머니를잃은슬픔을남편은혼자서견디려했습니다. 49재를올리

는동안내내어머니가극락왕생하시라고정성껏절을하였고, 늘어머

니를그리위하며살았습니다.

딸과 아들은그런아빠를말없이지켜보고어깨를안아주는모습도

보였습니다. 술과담배를안하는남편은슬픔을이기려는마음이더욱

힘들어보였습니다. 저역시곁에서지켜볼뿐어떻게할수가없어서

답답했습니다.

그래서저는남편을위하여천마리학을접기로했습니다. 소원을이

루기위해접는다는학을, 저는남편의어머니에대한슬픔을그리움으

로바꿔주고자접기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너무일찍우리곁을떠나

신게아쉽고섭섭하지만좋은곳에서편히쉬신다는마음을갖도록해

주고싶었습니다.

조용히남편에게학종이를내밀며종이뒤편에어머니에게하고싶은

곤히잠든남편의얼굴을바라봅니다. 몇달사이살도빠지고, 얼굴

도부쩍마른듯합니다. 본인은괜찮다고하지만곁에서지켜보는저의

가슴은아려옵니다.

홀연히우리곁을떠나가신어머니. 무슨연유에서인지홀로서울행

기차에몸을실으셨고, 갑자기걸려온 119전화를통해어머니의부음

을들었습니다.

처음엔장난전화인줄알고몇번이나전화로확인또확인했고, 울

부짖으며달려간경기도모병원의응급실에너무나편안한얼굴로그

렇게잠들어계셨습니다. 참으로믿기어렵고받아들이기힘들었습니

다. 세상이무너진다는표현이적당할까요?

연신“엄마, 엄마”하며울부짖는마흔두살남편의모습은마치어

린아이가엄마를찾는그런모습이었습니다. 뺨을부비며, 얼굴을만

지며손을만지며조금이라도어머니의체온을느끼고싶은듯…. 저

역시너무나가슴이아프고슬퍼실신할정도로너무많은눈물을흘렸

습니다.

기차안에서주무시듯그렇게돌아가신어머니. 너무나편안한얼굴.

불과전날전화통화에서“사람은추억을먹고산다고한다. 아이들과

Letter 10

천마리의학

류승화경북 경산시 진량읍

여. 성. 시. 대. 40

Page 22: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43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42

얼마전, 세살된손녀가장염을앓아병원을찾았습니다. 손등에링

거바늘을꽂느라눈물콧물범벅을한손녀를안고입원실이나기를기

다리고있는데할머니한분이다가오셨어요.

“손녀유? 딸이유?”

“아, 손녀예요.”

“몇살인디벌써손녀를보셨다요? 보기엔엄마라고혀도믿겄구만.”

아이를달래느라진땀을뺀제가그냥웃고말았더니할머니는또그

러셨어요.

“아들손주요? 딸손주요?”

“아들손주예요.”

“에구! 요즘사람들은툭하믄즈그자식들을부모한티맡기더랑께.

즈그들키우고가리쳐서시집장개보냈으믄즈그새끼들은즈그가알

어서키워야쓸거아니오? 쯧쯧.”

제반응이별로재미가없으셨는지할머니는또다른사람에게말을

걸었습니다.

“아들손주요? 딸손주요?”

“딸손주여라. 어제밤새도록토하고설사허고난리도아니라고아침

Letter 11

할머니의특별한인구조사

조정희광주시 북구 매곡동

말을적으라고했습니다. 그리고는제가학을접겠다고했습니다. 제가

먼저몇장을적었습니다. ‘어머니당신은저에게있어최고의어머니

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적고는학을접었습니다.

다음날아침, 남편의책상에는빼곡히적힌어머니를향한메시지가

적혀있는종이학이있었습니다.

‘엄마, 죄송해요, 지켜드리지못해서.’

‘엄마, 다음생에도엄마·아들로만나요.’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미안해요.’

밤새어머니에대한그리움을토해낸듯얼룩진종이위에그렇게써

내려간남편의글들.

전일주일정도열심히종이학을접었습니다. 그리고999마리를접

고마지막대장학을커다랗게접고딸, 아들, 저, 남편은그곳에어머

니에대한마음을가득담았습니다. 마지막49재를올리는날함께어

머니곁으로태워보내드렸습니다.

아쉽다고해서마냥그렇게슬픔에빠져있을수도없고, 그리움으로

이제는승화하려합니다. 지금도남편은어머니라는말만나와도눈시

울이붉어집니다. 홀로남은아버님을위해최선을다하자고저는다독

입니다.

어머니가돌아가시고난후저희부부에게는삶의의미가많이바뀌

었습니다. 두아이에게도추억을많이만들어주고자여행을갈것이며,

아버님께도후회없는효도를할것이며, 동반자로살아가는우리부부

에게도서로에게배려하고사랑하며살아갈것입니다.

바쁘게앞으로만달려왔던저희들에게이제는뒤도돌아보고주위도

살펴보는조금은여유있는그런삶을살고싶습니다. 힘든마음이겨내

고씩씩하게살아가는남편에게하고싶은말이있어요.

‘여보! 우리행복하게그렇게오래오래살아요. 그리고사랑해요.’*

Page 23: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45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44

그때간호사가와서저희손녀이름을불렀습니다.

“김유진보호자님! 307호로가시면됩니다.”

병실이나왔다는말에저는얼른아이와가방을챙겨나오려는데할

머니가또저를부르셨습니다.

“오메! 좋겄소? 번호가몇번이오? 나는오전 11 시에접수해서 53

에딸이전화혀서바뻐죽겄는디왔당께라.”

그러자그할머니는임자를만났다는듯아예아기가누워있는침대

귀퉁이를비집고앉아‘인구조사’를시작하셨습니다.

“몇남매나두셨소?”

“나유? 많이뒀어라. 아들셋, 딸넷, 7남맨디야엄마가셋째딸여라.

인자딸하나만여우믄허는디. 올가을에나갈랑가내년봄에나갈랑

가. 얼른짝맞춰보내뿐져야잊어불건디.”

“워따! 딸이많어서쓰겄소. 요새시상은딸이최고여라우. 시방몇이

슈? 영감은살아있고라?”

“나많이먹었어라. 일흔다섯이나돼요. 촌에서일허고상께이렇게

심란허요. 우리영감은진작가버렸어라.”

“오메! 그라요잉? 나하고갑장이구만. 나는6남매뒀는디.”

그때간호사가와서할머니께주의를주었습니다.

“할머니, 외래입원실이니까조금만조용히해주세요. 아셨죠?”

간호사가상냥하게말하자할머니도웃으며그러셨습니다.

“잉그려그려, 내정신좀봐. 병원인지도모르고시끄럽게혔구만.

늙으믄그렇당께.”

그러면서할머니는또제게로와속삭이셨습니다.

“시방사람들은자식을많이안낭께아그들다키우고서도집이처럼

새각시같읍디다잉? 몇남매나두셨소?”

“아들하나딸하나예요.”

“그라요잉? 아들·며느리가 용돈은 많이 주겄소잉? 아그 봐 준께.

허기사이쁜맛으로키제용돈받자고키겄소? 나도끙끙일하고말지

아그는못보겄는디딸허고사위가하도사정했싸서헐수없이봐주고

있소.”

“네.”

Page 24: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47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46

우리 집은 산 속에 있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내 땅은 아니지만

2,000평이넘는밭이있고, 삼면이산으로둘러싸여있는곳이지요.

밭한쪽엔꽃밭도있습니다. 겉으로보기에는하우스지만문을열고안

으로들어가면침실이있고, 화장실도신을신고한참나가야하고, 주

방도하우스안이지만그런대로살기는괜찮은곳입니다.

어느날, 서울에서살던중년부부가이런누추한시골집에갑자기찾

아오셨어요.

“저, 여기서같이살고싶은데괜찮겠수?”

“네? 무슨….”

“저여기서같이살구싶다구유. 무슨말이지모르시겠수?”

“아니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는데요.이런 누추한 곳에서 어떻

게….”

“누추하긴요. 공기도좋고엄청좋구만유. 방주실꺼주?”

“아니뭐방은있지만화장실도그렇고….”

“걱정말아유. 그런건지가다알아서할꺼구만유.”

이렇게해서동거아닌동거인으로한식구가되었습니다. 생각할시

간도없이얼떨결에식구가되어버렸습니다. 밤에는방에다요강을들

Letter 12

아주특별한인연

김옥열강원도 춘천시 남면

번인디. 아직인디.”

“예. 저는47번이에요.”

“그려라잉? 어서가기시쇼. 307호라고혔지라?”

“네. 그럼.”

그렇게병실에와서아이를눕히고잠깐누워있는데노크소리가나

더니또그할머니가들어오셔서전정말깜짝놀랐습니다. 3인실이었

는데할머니는조용하게그러셨지요.

“우리는바로두칸건너앞방여라우. 303호. 저녁안드셨지라? 우

리딸이맛난빵을사가꼬왔던디쪼까갖다드릴게자셔보실라요?”

사실저는점심부터굶고있던터라입에군침이돌았지만그빵이어

쩌면한시간정도의‘인구조사’감일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습니

다. 그래서“아, 아니에요. 얘할아버지가금방오신다고하네요. 저는

집에가서밥도먹고치울것좀치우고낼아침에나오려구요.”그러자

할머니도자리에서일어나며그러시더군요.

“그라믄낼몇시에나오쇼? 우리는으짜믄오전에퇴원헐거같은디.

혹시못보고가더라도서운혀허지마시고잘기시다아그나서가지고

가쇼잉?”

“네? 아, 네네. 그럼안녕히가세요.”

그렇게병실을나가신인구조사할머니가족은이튿날오전퇴원을

한것같았습니다. 그런데참이상한일이지요. 그할머니가안계신병

원은어딘가모르게더삭막하고심심했습니다. 그리고손녀가나아집

에돌아온지금도구수하고정겹던할머니의인구조사가생각나살포시

미소가머금어지네요. 할머니의인구조사는세상과사람에대한관심이

고소통이며사랑이었습니다.

‘할머니, 그날피곤함이밀려와할머니께말동무를제대로해드리지

못해서죄송합니다. 어디계시든지건강하세요.’*

Page 25: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49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48

서저는든든한‘빽’이생겼습니다.

어느날은갑자기밥을먹다가이러는겁니다.

“충청도사람들이느리다고알고있주?”

“네. 그런말이있죠.”

“그건몰라서 하는 말들이유. 들어보실래유. 인사할 때다녀오세요

하죠?”

“네.”

“그런데우리충청도는댕겨오슈. 이러주. 뭐먹으러갈때도예를들

면흑염소드실수있으세요? 하주. 근데우리는흙염소혀? 이러주?”

“(큰웃음) 듣고보니그러네요.”

“것봐유내말이맞주?”

항상이렇게웃음을주십니다.

서울생활을접고이곳산속으로오기까지아저씨랑많이도다투셨다

네요. 왜아니겠어요. 남자들이아는사람하나없는곳으로오기까지

보통결심으론못할일이죠. 하지만내가살아야앞날을생각할수있을

것같아싸움끝에결심을하셨다고합니다. 이곳에올땐들깨털듯이

모든걸다털어버리고오셨다네요.

새벽이면일어나동네한바퀴돌고오셔서는깻잎뜯고, 고춧잎따

고, 민들레도캐서묻어놓고, 고구마줄기도뜯고하루해가너무도짧

다고하십니다.

항암을맞고오신날도잠시도누워있지않고들로밭으로다니시네

요. 항암을하러가는시간까지도아깝다는분이십니다.

저랑같이식구가되어산지한달이다되어가는데처음보다얼굴

도많이밝아지고생기가있어보여서참다행이다싶기도하고감사하

기도합니다. 뭐든지불편한게하나둘이아닐텐데도참즐거워하고,

여놔야하고, 샤워장도여럿이서같이사용하는간이용샤워장에주방

도신발을신고들어오는흙으로된바닥이고텔레비전도없는그런곳

에옷가방하나달랑들고온겁니다.

처음에는걱정이되었습니다. 지난 4월에직장암수술을받고방사

선치료가끝나항암도해야하는분이이런앞뒤가막힌시골생활에잘

적응을할수있을까하고요.

첫날밤은저도잠을잘수가없어뒤척이다아침을맞았습니다. “편

히주무셨어요? 잠자리불편하거나무섭진않으셨어요?”하고인사를

건네니활짝웃으면서“아주오랜만에편히잠도잘자고하나도불편

하지않았수”이러는겁니다. 순간안도의한숨이나왔어요. 한 2, 3일

있다가시겠지했는데지금까지아주밝게잘계십니다.

내가살던정든곳을떠나생판모르는사람들하고이런곳에서생활

한다는게그리쉬운건아니거든요. 저에게도그런일이있었지요. 처

음병원에서암이란판정을받고남한테나쁜짓안하고앞만보고열

심히살기만했는데왜나냐고울기도많이울고세상을원망하기도했

습니다. 이렇게시골에와서살아보겠다고결심할때까진많이힘들었

습니다. 처음저도위하고간에암이자라고있다고했을땐차도팔고,

보험정리도하고내이름으로된통장도하나없이주변정리를다했으

니까요.

죽을것이란공포에밤이면악몽을꾸었습니다. 하나하나주변정리를

하고욕심을버리고, 나를아프게했던사람을내가먼저손을내밀어

용서를하고마음을비우고나니무엇보다도내가제일편해졌습니다.

그덕에지금은이렇게건강해질수있었던것같아요. 그런저를보

고, 저처럼살고싶어서찾아왔다고하십니다. 얼마나잘적응을하는

지몰라요. 우리집에찾아오는손님들하고도잘어울리십니다. 농담도

어찌나잘하는지항상웃음이떠나질않습니다. 항상제편이되어주셔

Page 26: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51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50

아저씨랑두분이매일저녁이면조그만바구니를들고밭으로나가셔

서고추도따다조리고, 옥수수도따다찌고… 아마도두분은지금그

어느때보다도행복해하는지도모르겠어요.

아옹다옹사는데바빠나를생각할시간도없이달려오다잠깐쉬어

가는시간일지도모르겠습니다. 항상손을꼭잡고다니는모습이참행

복해보이십니다.

두분덕분에저도요즘얼마나행복한지몰라요. 결혼하고처음으로

남편이손수빨래도널어주고, 방청소도해주고, 고구마줄기를뜯어오

면껍질도같이벗겨주고하니까요. 덕분에저도새로운남편하고사는

것같습니다. 내가아팠을때도집안일은남편이안해줬거든요. 아주작

은일에서여자들은행복을느끼나봅니다. 아주오래오래같이살았으

면좋겠어요. 고지식하고꽉막힌남편이새로태어날수있게요.

병마와싸우고계신분들과가족들에게도움이된다면희망과용기를

드리고싶어요. 저처럼건강해질수있다는희망을. 이러긴참힘든일

이지만다용서하고무거운마음에짐들다내려놔보세요. 용서못할일

은없더라고요. 저희한테사기를치고저를힘들게했던원수같았던사

람도용서를하고보니까제마음이더가벼워지고좋았습니다.

물론긴시간이필요하겠지만우선은내자신만생각해보세요. 비록

하우스지만비피해편히누울곳있고하루세끼밥을먹을수있음에

저는감사하고살았습니다.

항상긍정적이고부정적인생각은하지도않았습니다. 깊은 생각을

안하고그냥가볍게살았어요. 속없는사람처럼. 고집을부리지도않

고남을미워하지도의심하지도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어느날암이

란놈이제몸속에서나가버렸어요. 더이상먹을것이없었나봅니다.

그까짓눈에보이지도않는놈들한테우리가질수는없지않겠어요?

우리모두건강해지는그날까지파이팅!*

정태춘·박은옥노래

유행가 가사처럼

카툰 I 오금택

Page 27: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53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52

글 I 박금선(여성시대작가) 사진 I 안홍범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

우리에게는 모두 똑같은 꿈이

있습니다. 나자신이되고싶다는

꿈, 내가 바라는 내가 되고 싶은

꿈. 그 꿈을가진이유는우리모

두 우리가 바라는 그대로는 살지

못해서겠죠.

스물여섯 살 여성시대 가족 권

기혁씨는그면에서우리에게스

승이될수도있겠습니다. ‘내가바라는내가되는꿈’을향해열심히

달리고있으니까요.

기혁씨의꿈은세계인의마음에울림을주는드러머가되는겁니다.

그꿈을이루기위해낮에는원단회사인 (주)야드에서일하고있습니다.

큰누나김영순씨와작은누나문선아씨그리고막내누나최금녀씨와

함께원단샘플을만들지요.

문선아씨는40대라는데밝고쾌활한아가씨같습니다. 큰누나김영

순씨는 50대라는데그렇게보이지않아요. 그리고최금녀씨는중국

하얼빈에서온지넉달정도되었습니다. 업계에서손꼽히는이회사에

나에게는 이있습니다,

내가내가되는

-드럼연주하는권기혁씨와이웃

음악하면서

음악때문에

경제적으로힘들어하면

길게못하더라고요,

돈이없어도음악을하고,

슬픈일이있어도

음악을하면서

모든걸음악으로

푸는사람만

음악을오래

하는것같아요.

Page 28: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55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54

서 나오는 티셔츠용 원단을

손바닥만 한 샘플로 만들어

이름과번호를붙여거래처로

보내는일을이네분이합니

다. 거래처에서는 샘플을 보

고 주문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일이죠. 그래서 사장

님은 샘플 만드는 직원들이

따로 일할 수 있게 작업공간

과 냉난방기, 환풍시설에 신

경을많이써주셨습니다. 둘

러보니 신디·카메론·에

코·디바 등 여배우나 가수

이름을딴원단이름이인상적

입니다.

샘플작업팀은 라디오 사랑

도지극합니다. 원래는큰공

간에서 다른 작업팀과 같이

일했는데, 라디오를틀어놓으

니다른팀에서싫어했습니다. 라디오를듣지않는다는건상상할수없

었던이분들은다른공간을찾아독립(!)을 도모하고, 회사의허락과

지원을받았습니다. 덕분에능률이더올랐습니다.

작업실의누나들은기혁씨의든든한후원자들이기도합니다. 시골에

서 올라와 고생한다며 반찬도 나눠주고, 간식도 챙겨주고, 멀리 공연

가면마치엄마처럼새벽에일어나김밥을싸주기도합니다. 공연에직

접와서응원도해주십니다.

월간 <여성시대>가방문하자기혁씨에대해이렇게이야기해주셨

습니다.

“결근도안하고착실해요. 요즘젊은이들같지않아요. 생각이깊고,

어른들에게말하는것도조심할줄알고, 실수도안하고. 자기일은알

아서하는젊은이야.”

“기혁씨는얌전하기도하지만얼마나재치가있는지위트가넘쳐요.

유머도풍부하고. 한번씩우리를크게웃게하죠. 나중에유명한연예

인이되어서토크쇼에나가면인기최고일거예요.”

“우리사무실의비타민이에요. 활력을주는비타민!”

입사하기전에면접을볼때회사에서물었습니다.

“오래일할수있겠느냐, 원단을만지는일인데, 손은섬세하냐….”

성실하고드럼을오래친기혁씨에게어울리는질문이었습니다.

아들둘중에둘째인기혁씨는어려서부터음악에관심이많았습니

작업실의누나들은기혁씨의든든한후원자들이기도합니다.시골에서올라와고생한다며반찬도나눠주고, 간식도챙겨주고, 멀리공연가면마치엄마처럼

새벽에일어나김밥을싸주기도합니다.

Page 29: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57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56

다. 청소년시절에는교회밴드에서드럼

을 쳤어요.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스쿨

밴드 활동을 했고, 부모님 바람대로 대

학에진학했지만음악을평생하기로결

정하고원주에서서울로왔습니다. 물론

부모님은아직고개를끄덕이지않으십

니다.

지금은 이성우밴드에서 드럼을 치는

데, 서른살형님인이성우씨가보컬과

기타를, 역시서른살형님인김건표씨

가베이스기타를맡고있습니다. 세사람

다낮에는생업을위한일을하고, 밤에는

홍대앞클럽에서공연을하고, 한강의대

형인공섬인‘플로팅아일랜드’에서도공

연합니다. 조금씩늘고있는팬들은포털

사이트검색창에‘이성우밴드’라고쳐서

홈페이지에들어가공연스케줄을확인하

고응원을오기도합니다. 작년에는음반

도냈습니다.

세사람의꿈은같아요. 평생음악을하

고싶고, 자신들의음악에공감하는대중들과폭넓게마음을나누고싶

습니다. 셋은 밴드활동을 일찍 시작한 편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

그만큼음악에대한고민과마음의정리기간이길었다는뜻이겠지요?

물론쉽지않은길이라는걸셋다잘알고있습니다. 그래도그길을

가기로정하고그길로가고있습니다. 맏형인성우씨가밴드구성원들

의마음을이렇게표현해주었습니다.

“음악하면서음악때문에경제적으로힘들어하면길게못하더라고

요. 돈이없어도음악을하고, 슬픈일이있어도음악을하면서모든걸

음악으로푸는사람만음악을오래하는것같아요.”

여성시대 가족들을 위해 이성우밴드는 <산골소년>과 <너를 보내야

할시간>을 들려주었습니다. “나무에올라가소리를질러봐. 넌 멋진

배위에선장. 산위에올라가마음껏달려봐. 넌멋진밀림의왕자. 산

위에올라가마음껏달려봐”씩씩하게노래하는이들의마음이우리

젊은날의마음같습니다. 아니우리의지금마음같습니다.

기혁씨와우리모두에게는똑같은꿈이있습니다. 기혁씨가기혁씨

가되는꿈, 내가내가되는꿈.*

기혁씨는

얌전하기도하지만

얼마나재치가있는지

위트가넘쳐요.

유머도풍부하고.

한번씩우리를

크게웃게하죠.

나중에

유명한연예인이되어서

토크쇼에나가면

인기최고일거예요.

Page 30: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59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58

도를높였고, 차곡차곡좋은평판을쌓아올렸다.

이대영 대표는 태영세라믹의 강점으로 우수한 인적자원, 국내 유일의 싱글

파이어링(single firing) 설비, 디자인파워를꼽는다.

“무엇보다 저희 직원들이정말 열심히일합니다. 목표의식이 뚜렷하고순발

력이 뛰어나서 고객사 요구라면 밤샘작업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품 개발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장점이있습니다. 또직원들이좋은일

에 앞장서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

도자랑스럽습니다.”

행복을찾는사람들

리모델링에대한관심이높아지면서타일이나벽지등을직접고르는주

부들이 늘고 있다. 타일에 관심이 있다면 태영세라믹이라는 이름이 그리

낯설지않을것이다. 내장타일만을전문으로취급하는태영세라믹은탁월한디

자인과우수한품질로소비자들의사랑을한몸에받고있다.

태영세라믹의 이대영 대표는 지난 1996년에 태영산업을 창업, 운영해오다

가2005년당시삼원세라믹스당진공장을인수하면서본격적으로타일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랫동안 기업을 운영해오면서 힘들었던 시기가 없지 않았을 터.

그는 회사가미처자리를잡기도전에 IMF외환위기를맞아힘든시기를겪었

고, 당진공장 인수 초기에는 설비투자와 시장개척 등에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

어 큰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예상치 못했던 위기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수차례였고, 사재를털어서직원들의월급을마련한적도여러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월급 한 번 밀린 적이 없을 만큼 강직하게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

런뚝심덕분일까. 5년이라는짧은시간에태영세라믹은시장에서확실히인지

IBK기업은행강서중앙지점고객태영세라믹(주) 이대영대표

R&D와디자인으로무장한

타일전문기업

Page 31: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61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60

태영세라믹 임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월급의 일정 부분을 회사 봉사단체인

‘나누리봉사단’에 기부하고 있다. 이

에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모금액과 동

일한 금액을 1:1로 매칭해서 기부하

고 있다. 이 기금으로 학생들에게 장

학금을 지급하거나 시설에 물품을 기

증한다. 또 지역의 어려운 시설이나

이웃을 찾아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

고있다.

태영세라믹의 또 다른 경쟁력은 국

내유일의싱글파이어링설비를갖추

고 있다는 점이다. 타일은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프레스에서 찍어낸 타일

을 1차가마에서구은후유약을입히

고, 디자인을 프린팅해서 2차 가마에

서굽는과정을거친다. 이를더블파

이어링이라고 하는데, 국내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태영세라믹은

프레스로찍은제품을건조시킨후유

약을 입히고, 디자인한 다음 한 번에

구워낸다. 즉 싱글 파이어링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은 더

블파이어링에비해품질이매우안정

적이고 발색이 좋아 이탈리아와 스페

인등타일선진국들이주로이용하는

기술이지만, 노하우가 없어 국내에서

는적용이쉽지않았다. 태영세라믹은

현재국내타일업체중유일하게싱글

파이어링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이

기술로 벤처기업 인증과 이노-비즈

(INNO-BIZ) 인증을 획득했다. 이

회사타일의색감이유독돋보이는이

유는바로이러한기술력덕분이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파워를 빼놓을

수없다. 태영세라믹은타사보다많은

디자인인력과연구인력을갖추고있

는데, 이는 R&D에대한이대영대표

의강력한의지를짐작케하는대목이

다. 이 대표는 디자인과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한편,

임직원들의해외전시회참관등을독

려하여 타일 선진국의 디자인 동향과

트렌드를 수시로 수집하고 분석해 이

를제품개발에반영하고있다. 이 회

사에서 1년에 개발하는 디자인은 무

려 500~600개에 이르며, 그 중

200개가제품화되고 100여건이특

허등록된다. 이러한노력의결과, 태

영세라믹의 제품은 자타 공인 국내에

서 가장 우수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태영세라믹은현재내수판매에주

력하고 있지만 향후 수출의 물꼬를

터서 세계 구석구석 태영세라믹의 이

름을 새기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다만 아직은 좀 더 내실을 다져야

할때입니다. 회사를안정화시키는데

주력하는한편, 세계무대에나가싸울

힘을비축하고있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P&G

를 예로 들며“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제조공장 없이 R&D연구소와

마케팅부서만 가지고 있는 P&G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R&D와 디자

인, 마케팅에모든역량을집중할것”

임을거듭강조했다.

IBK기업은행 강서중앙지점 공재웅

지점장은“태영세라믹의 타일은 이탈

리아의 고급 제품과 견줄 수 있는 수

준”이라며“해외 진출은 많은 준비를

이대영대표의

성공 노하우

운과기술 운칠기삼, 사람이 살

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

패는 운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운이좋아도기술이좋은사람한

테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사업에 성공

하기 위해서는 운과 기술, 개인의 역할

과노력이무엇보다중요하다.

사람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

무것도 없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열심히노력해서좋은제품을만드는직

원과 원부자재를 공급해주는 협력업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등 많은 이들의

힘이한데모아져야한다.

여유 평소 단전호흡, 명상, 산

행, 사진 촬영 등 다양한 취미생

활을 즐긴다. 이러한 삶의 여유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

는다.

TIP

1

2

3

Page 32: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63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62

필요로하기때문에다소시간이걸리

겠지만, 분명 언젠가는 세계 최고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장밋빛미래를전망했다.

“대표님 일하시는 스타일을 한 마

디로 표현하면‘쾌도난마’입니다. 아

무리 복잡하게 얽힌 일이라 하더라도

솜씨 좋고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지니신분입니다. 그래서앞으

로가더기대됩니다.”

이에 이대영 대표는 사양 산업이던

국내 신발산업과 섬유산업이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황금알

을낳는거위로탈바꿈한과정을설명

하며자신이가지고있는기업관을털

어놓았다.

“우리 타일산업도 어느 시점이 되

면 그와 같은 위협을 받게 될 것입니

다. 그때를 대비해

대책을 가지고 있어

야 합니다. 국내 타

일산업이 제대로 발

전하고 유지되어야

우리국민들에게보다좋은품질의제

품을공급할수있지않겠습니까? 그

것이 타일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사명

이기도합니다.”

이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하며, 이 땅의 국민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

업의기본윤리임을재차강조했다. 이

는 태영세라믹의 기업이념인‘인본경

영으로가치창조’와도뜻을같이한다.

그의 말처럼‘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이 되기 위해 태영세라믹 임직

원들은지금한마음한뜻으로힘을모

아한방향을향해나아가고있다. 그

추진력으로소비자가믿고쓸수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세계 시장으로

가는 길을 하루빨리 개척하길 기대해

본다.*

태영세라믹(주) 서울 사무소를 찾은 IBK기업은행 강서중앙지점 공재웅 지점장(왼쪽)과이대영대표.

Page 33: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1234

명진물산은 이동보조용품을 전문적으로 제조하

는 업체다. 고령자분들의 용품과 이동보조 및 재

활치료에 관한 제품들을 개발·제조해 일본 및

대만에수출하는한편국내에도공급하고있다.

롤리의국내생산제품은명진물산의자회사인명

진테크에서 엄격한 품질관리로 생산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고령자용 보행보조차는‘실버카트’라고 불리며,

어르신들의 보행에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동을 할 때어르신들의허리와무릎등관절부

위의 통증을 덜어주며, 자세교정을 통한 허리와

무릎등의재활치료에도도움을주는제품이다.

보행보조차 총 7제품이 보건복지부 고령친화우

수제품으로 지정되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국립재활원에서도

고령친화우수제품으로 지정해 뇌성마비 장애인

분들이 사용하고 있다. 총 1억 원 생산물배상책

임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고, 한국생활환경시험연

구원에서 실시한 KC(자율안전인증)에 합격하여

믿고사용할수있는안전한제품이다.

고령자용지팡이역시보건복지부지정고령친화

우수제품으로 지정되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

해 제공되고 있다. 이동이 불편한 분들의 이동보

조로사용되는이제품들은노인들이나장애인들

의 생활 편의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BK기업은행에서추천하는우량중소기업을소개하는코너로, 위축된중소기업의경기

활성화에다소나마일조할수있기를바랍니다. 일러스트레이터 I 조신애

코너속편지

열심히 살아 온 우리들의 성공이야기

<파란만장나의성공기>

남성들의 땀과 인내 우정을 이야기하는

<장용의단필충>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는 이야기

<연애에서결혼까지>

추억 속의 이야기

<추억속의그사람>

고령자용보행보조차와고령자용지팡이

명진물산Rolly

IBK기업은행영업부거래고객

회사명 명진물산

브랜드명 Rolly(실버카트)

문의 02-3789-5355~4

주소 서울시중구장교동 1

장교빌딩 104호

홈페이지 www.mjco.kr

Page 34: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67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66

오늘은제36번째생일이자두살생일입니다. 2년전오늘, 저는중

환자실에있었습니다. 결혼5개월때, 몸이찌뿌듯하고뻣뻣해서병원

을찾았다가이름도기괴한‘길랑바레증후군’이라는희귀병판정을받

았습니다.

10만분의 1이라는확률, 그것도여자는 30프로밖에걸리지않는다

는병입니다. 더욱이호흡기까지마비되는사람은극소수라는데, 전그

모든조건에꼭맞아제발로걸어서간병원에서그날밤, 숨이멎고말

았습니다.

물리치료나받고오겠지하던부모님은청천벽력같은소식에어쩔

줄몰라하셨습니다. 숨이멎자마자심폐소생술을실시했고, 겨우살아

난저는왼쪽눈을제외하고는움직이지않는다는것을깨달았습니다.

대소변역시제마음대로되지않았습니다. 전신이마비되고환각이

보이는가하면기이한통증때문에고통스러워도표정을지을수가없

는그답답함…. 중환자실에서허락되는하루두번의면회시간에단

하루도빠지지않고가장먼저와서얼굴을닦아주시던아빠. 절대로울

지않기로엄마와굳게약속한아빠를제가울렸습니다.

그날이 2년전, 제 생일날입니다. 동생이만삭의몸으로작고예쁜

케이크를사왔습니다. 중환자실이라불을켤수는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쁜케이크와함께동생이들어왔을때‘아! 이게우리가족을마지막

으로보는순간일수도있겠다’싶은생각이들었습니다. 그래서울었

습니다. 그케이크도먹고싶었고, 내동생배도만져보고싶었고, 아빠

울지말라며눈물도닦아드리고싶었습니다. 엄마가주물러주는거고

맙지만아프다고말도하고싶었습니다.

병이더욱악화되어지인도못알아볼지경까지갔을때, 아빠가펑펑

울고남편이절망하는모습을봤을때까지도전괜찮았습니다. 낫는병

이라고, 살수있다고하는의사선생님을믿었기때문입니다. 가족에게

진이큰빚을내가꼭살아서갚겠다고, 울지않겠다고, 마음으로수백

번을외쳤습니다.

제가걸린‘길랑바레증후군’은신경세포를감싼막을, 제몸스스로

공격하는이상한병입니다. 그래서순식간에근육도, 신경도마비가오

는거지요. 다행인것은그렇게완전히무력화시키는기간이한달이라

는겁니다.

매일찾아오는아빠를기다리는동안한달이지나가고, 드디어처음

으로왼손검지가살짝움직였고, 며칠뒤중지가움직였고, 아주미세

하게몸에신경이돌아오기시작했습니다.

수면제를달라는저에게잠안오면숨쉬기연습이나하라던간호사

가너무미워서정말열심히숨쉬기운동을한덕에평생을달고다닐지

도모른다던호흡기까지빼고, 그렇게조금씩살아났습니다.

무너지는건하루였지만상체를일으키는데만반년이걸렸습니다.

자존심강한제곁에서짜증과대소변을다받아내고, 먹여주고, 씻겨

주고모든일을해낸신랑에게미안해서혼자몰래숟가락잡는연습을

매일성공하는여자

김재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01파란만장나의성공기

Page 35: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69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68

했습니다.

조금더지나서는연습도하고, 그렇게걸음마부터차근차근배워드

디어혼자힘으로서게됐을때, 모두가기적이라했습니다. 밥먹는시

간과치료받는시간을제외하고남는시간을모두죽어라재활운동에

투자했습니다.

휠체어라도타고퇴원하면다행이라던저는보조기도버리고남편의

손을잡고느리지만제힘으로걸어서퇴원을했습니다. 그리고병원에

서생일케이크를받은지2년뒤인오늘저는두살입니다. 이젠제법

산책도다닐만하고혼자살림도살살할정도가됐습니다.

작년에는하지마비장애2급에서올해는5급 7호가되었고, 선생님

말씀으로내년에는장애등급이안나올것같다고하더군요. 아프기전

저는성공을돈과늘연관을지어생각했습니다. 부자가되어서부모님

께좋은집살게해드리고돈펑펑쓰는게성공이라고생각했습니다.

하지만지금제가생각하는성공은매순간을잘살아내는것입니다.

혼자밥먹기성공! 혼자 30분산책하기성공! 혼자아무것도잡지않

고까치발로30초서있기성공! ‘아! 오늘도성공했구나, 오늘도잘살

아냈구나’하며뿌듯하고감사한마음으로살고있습니다.

남들이볼때는그저아프다가낫게된이야기일지몰라도저에게는

36년만에가장크게이룬성공입니다. 사이가좋지않던우리가족이

서로아끼게되고, 저역시감사하는마음으로살게됐으니이만한성공

이어디있을까요. 전매일매일성공하는여자입니다!*

지금제가생각하는성공은매순간을잘살아내는것입니다. 혼자밥먹기성공!혼자 30분산책하기성공! 혼자아무것도잡지않고까치발로30초서있기성공!

‘아! 오늘도성공했구나, 오늘도잘살아냈구나’하며뿌듯하고감사한마음으로살고있습니다.

02 장용의단필충

설동운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건방진훈련병

저는1994년 2월 1일 102보충대에입소후, 속초 22사뇌종부대

에서훈련을받았습니다. ‘뭐 2월인데…’라고생각한강원도는제상

상밖이었습니다. 추위도 추위거니와 정말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눈이

제눈앞에펼쳐졌습니다.

처음엔 끝내줬죠. 이런 왕사탕만한 눈발을 어디서 보겠습니까? 입

에선탄성이, 입가엔미소가… 두고온애인생각도나고좋았죠. 그

러나 10분, 30분, 40분, 1시간 반, 3시간이 지나자 입에선 거품이

나오고입가엔‘썩소’가, 탄성은욕으로변해있었습니다. 눈에대한

환상이완전히깨지는순간이었고, 강원도의무서움을뼈저리게느껴

야했습니다.

그렇게시간이흘러5주차, 드디어올것이오고야말았습니다. 사단

전체에걸린훈련이었던것같습니다. 아무튼그때는특이하게훈련병

들도미리갈자대에서훈련을받았습니다. 전친구가된동기와같이

“우리빡세게군생활한번해보자!”해서정찰대에지원했기에둘은

기대에부풀었습니다.

자대로가는날, 군장을등에메고각잡고기다리는데절호출하더

Page 36: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71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70

군요. 그러더니군악대버스를타라는겁니다. 친구는빼고저만불러

서말입니다. 궁금했지만물어볼수도없는위치라그저명령에따라야

했습니다.

버스에타니군악대사병들과웬고릴라를닮은저와같은훈련병이

딱앉아있는겁니다. 그렇게버스는출발하고한참가더니만사단사령

부위병소에저와그고릴라를내려주는겁니다. 저는이때엄청나고,

기가막힌, 어처구니없는판단을하게됩니다.

‘난정찰대지원했는데왜여기왔지? 아! 정찰대가너무머니까훈

련소근처부대에서훈련을받고복귀하려나보다.’

그렇게생각하니군기가쏴악빠져나갔습니다. 더블백을메고내무

실에들어가니훈련기간이라뭔가긴장감이흘렀습니다. 위병조장이었

나? 누가백을내려놓고침상에앉으라고해서각잡고앉아있었습니

다. 짬밥좀되는아저씨(참고로군대에선선임졸병사이아니면통상

아저씨라고 부릅니다)들이‘편하게 있어라.’‘뭐하고 왔냐?’‘애인

있냐?’훈련중주의사항등을물어왔고저희는편하게앉아편하게대

답했습니다. 당연웃으며미소를보내면서요(그시절이등병도아닌훈

련병이이빨을보이는건감히상상도못할일이었습니다).

그때저구석화장실앞에전투화를신고침상에누워대기하고있는

두사람의눈빛이느껴졌습니다. 누워있는자세가뭔가포스가느껴지

는분들이었지요.

전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담배가 피고 싶어 앞에 계신 아저씨한테

“담배좀펴도되겠습니까?”하고물었고, 어이없다는듯쳐다보는아

저씨가허락하자바로일어나서화장실로갔습니다. 각잡고앉아있는

동기를같이가자고잡아끌고요.

화장실에서담배를물고보니불이없는겁니다. 그래서화장실문을

빼꼼이열어머리만내밀고그누워있는두아저씨한테“불좀빌려주

시겠습니까?”하고 말을 했죠. 아저씨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아,

네. 여기 있어요”하고라이터를주는것입니다. 순간뭔가머리에서

경고를하는데느낌이안좋았습니다.

그러나전그걸무시하고“감사합니다”하고라이터를받아열심히

담배를폈습니다. 다피우고나오니누워있는두아저씨가다정스럽게

불렀습니다.

“아저씨, 피곤할텐데여기와서좀누워있어요.”

“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웃으며)”

“이리와요. 힘들텐데. 잠깐얘기좀해요.”

“네. 알겠습니다.”

Page 37: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73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72

끝에뭐가있는지너무잘알고있기에전스스로에게묻고또물었습니

다. ‘왜이길로?’사단사령부위병소를지나칠때‘하나님제발!’, 본

부대행정반에서신고할때‘부처님제발!’, 소대장님을따라위병소

에도착했을때‘조상님제발!’전제발이게꿈이길빌었습니다. 진짜

간절히원했습니다.

‘하나님, 부처님, 조상님, 사장님살려주세요!’

내무반에동기와둘이서서신고를하는데그아저씨들, 아니선임들

이저를바라보는그눈빛은아직도제머리에남아찌릿찌릿했습니다.

그렇게시작되었습니다. 저의핏빛군생활이. 참고로그때내무반장

이안양타이거인지뭔지건달을했다고했고, 팔에문신있습니다. 그

리고상병말호봉은덩치가장난아니고아주잘때리게생겼죠.

나중에알아보니나와내훈련병친구가정찰대를지원하고얼마있

다가위병소에서인원을뽑으러와서절찍었답니다. 그래서저만사단

위병소로오고그친구는정찰대를갔다고합니다.

지금도생각하면절로웃음이나오는제재미있는군대이야기입니

다. 덕분에지금저는‘속알머리’가좀없어지고, 조인트에는아직도

그때그핏빛군생활의흔적이남아있습니다.

그때저때문에고생한저의아버지군번민수형! 정말미안하고, 동

기들상인이, 희철이, 대현이잘지내고있는지보고싶다.*

저는약간긴장하며그아저씨들사이에누웠습니다.(나중에알고보

니제오른쪽은내무반장이었고, 왼쪽은상병말호봉이었습니다).

누워있는저에게그아저씨들은일명농담따먹기놀이를시작했습

니다. 재미있게웃으며편하게옆집형처럼대하면서얘기를펼쳐나갔

습니다. 그게스스로제무덤을열심히삽자루도아닌포클레인으로파

고있다는걸모른채말입니다. 오른쪽아저씨에게말했습니다.

“말뚝박으십시오. 나가서뭐할거없으면군인도괜찮다고생각됩

니다. 인생뭐있습니까?”

왼쪽아저씨에게한마디했죠.

“첫인상이정말 (무식을돌려서)무섭게생겼습니다. 애인은있습니

까?”

한참을그렇게같이웃고떠들며편한형과동생처럼대화를주고받

고다시동기옆제자리로가서앉아있었습니다.

그렇게시간이흘러훈련소로복귀할때가되었습니다. 저와동기가

더블백을메고위병소앞에서차량을기다리는데내무반에있던아저

씨들이다따라나온겁니다. 내무반장, 상병말호봉, 그외아저씨들

대여섯 명. 그러면서 저에게“군생활 잘하겠다. 건강해라. 또 보자!”

하며인사를했고, 저도웃으며“언젠가또볼날이있겠죠. 수고하십

시오!”했습니다.

4.5톤 트럭이위병소앞에 섰고우리가올라타자차가출발했습니

다. 멀어져가는위병소앞에서아저씨들은내가탄차량이한점이될

때까지손을흔들어주셨습니다. 저 또한물론당연하게손을흔들어

주었습니다. 정말좋은사람들이다생각하면서요.

그렇게 잠깐 시간이 흘러 즐거운 가족 면회가 끝나고 자대로 가는

날, 저는보았습니다. 예전에한번지나왔던그길을말입니다. 이길

‘하나님, 부처님, 조상님, 사장님살려주세요!’내무반에동기와둘이서서신고를하는데그아저씨들, 아니선임들이저를바라보는그눈빛은아직도제머리에남아찌릿찌릿했습니다.

그렇게시작되었습니다. 저의핏빛군생활이.

Page 38: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75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74

저는다음달이면새신랑이될염상훈입니다. 전 이런오전방송은

어머니들만듣는줄알았는데놀러갈때마다꼭라디오주파수를 <여

성시대>로맞추어놓는28세여자친구덕분에저도지금은<여성시대>

의사람사는이야기에빠져지내고있습니다.

저와제여자친구는여자친구가26세, 제가28세이던2년전6월에

소개팅으로만났습니다. 저는첫눈에그녀가마음에들었습니다. 예쁜

얼굴과그보다더예쁜미소! 전얼굴을많이보거든요.

저녁을먹으며대화를하다보니, 세상에웬걸요. ‘대박월척’이아니

겠습니까. 혼자서여행과등산도다니며자연을사랑하고즐기는마음

까지갖춘, 정말요즘아가씨같지않은보기드문처자였습니다. 전정

말‘이여자다!’했죠.

그렇지만이런제마음과는달리그녀는저를정신없이찼습니다. 세

번을고백하고차이고, 고백하고차이고를반복하다눈물·콧물을머

금고그냥오빠·동생사이로지내기로했죠. 그렇게가끔메신저로

안부를물으며지내기를3개월.

03연애에서결혼까지

오대산이맺어준인연

염상훈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어느날, 주말에그녀가오대산에간다길래저도껴달라고했습니다.

의외로흔쾌히알았다고하더군요. 주말마다바닥장판과물아일체가

되어, ‘내가곧장판이니이불이여오라’를외치던저를위해그녀는

등산코스가 아닌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가자더군요. ‘정말 이 여

자….’그놈의친한오빠·동생. 내가왜그말을했을까백번후회했

습니다.

우리는동서울터미널에서만나고속버스를타고진부로가다시시

골버스를타고오대산에도착했습니다. 월정사전나무길을걸으며10

월말, 늦가을의차가운공기를만끽했죠. “일반도로가아니라스님들

이다니던상원사옛길이있다”며그길로가기위해차가운계곡물을

맨발로건너기도하고, 수확이끝난무밭에서주인이버려놓은무도깎

아먹었습니다.

저는영화를보고밥을먹고커피를마시는게아닌, 이런식의데이

트도있다는것에연신놀라워하며즐거워했고, 제가다른사람보다입

으로웃기는건좀잘하는덕분에그녀는연신까르르웃었습니다.

‘훗! 이거예감이좋다!’이런생각이들더군요.

그렇게공기좋은숲길을걸어어느덧상원사입구에도착했습니다.

저희가 아침 일찍 서두른 덕분에 목적지에 도착하니 오후 1시더라고

요. 워낙에산을좋아하는그녀의표정에는아쉬움이가득했습니다. 상

원사에서오대산비로봉정상까지그렇게먼거리가아니거든요.

저는그녀에게점수를더따보고자“우리조금더올라가볼까요?”

라는말을내뱉었습니다. 그리고그말을20분후부터뼈저리게후회

했죠. 가보신분은아시겠지만월정사에서상원사까지평탄하게이어

온길은상원사부터급격하게오르막으로바뀝니다.

산에오르막길이있는것이야당연하지만“산은산이요, 거길왜가

느냐”라는입장을고수해오던저, 심지어청바지를입고온제가무엇

Page 39: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77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76

을알겠습니까.

20분이지나자숨이가빠오고그냥앉고만싶었습니다. 그녀는앞에

서방실방실웃으며“올라오길잘했다. 이 나무좀봐요, 오빠”하며

진심으로신나하더군요. 소개팅한지4개월! 세번의거절을당한끝

에여기까지어떻게왔는데“오빠가힘들어. 그만내려가서도심의파

스타하나말아볼까?”이런얘기를죽어도할수가없었죠.

청바지가쫄바지가되어제다리통을움켜쥐는것같았고, 심장은이

게뛰고있는건지토하고있는건지목구멍까지깔깔함이밀려왔습니

다. 그녀는그런저를보며“오빠, 내려갈까요? 괜찮아요?”거듭물어

봤지만전내려갈수가없었습니다.

심지어 그녀는 물과 먹을 것이 가득 든 배낭까지 메고 있었습니다.

전아무것도메지않았고요. 이것만해도남자의자존심은이미뭐….

그렇게죽을둥살둥올라가정상을 300미터앞둔그때‘어헉!’

하는외마디비명과함께종아리에쥐가나버렸습니다. 저는주저앉았

고, 그녀는놀라서제옆으로와앉더니제청바지를올리고종아리를

주무르기시작했습니다. 그것이저와그녀의첫스킨십이었습니다. 전

단박에깨달았습니다.

‘아! 망했다. 난이제친한오빠도아닌그냥저질체력의비루한남

자로남겠구나.’

어쨌든그녀의마사지덕분에다리는곧풀렸고, 여기까지온게안

타까워 비로봉 정상을 갔습니다. 그녀의 체력은 정말 가공할 만하더

군요.

그렇게서울로왔습니다. 그러나그후일주일쯤지나그녀가사랑을

고백했고, 저희는사귀게되었습니다. 각종선물공세와감언이설에도

넘어가지않던그녀가함께한오대산등산한번에제마음을알아준

것이죠.

나중에들으니저의민망한체력이그녀의모성애를자극했다나요.

그리고자신과함께이렇게산을오르며진심으로웃을수있게해주는

사람이저말고는없을것같았답니다. 집앞슈퍼마켓에가는것도귀

찮아하던제가이제그녀를따라제주도올레길, 지리산둘레길을섭렵

하고다닙니다.

아직도오대산에서그녀와함께걸었던흙길이생각납니다. 그마음

그대로다음달17일오후1시에결혼합니다! 축하해주세요.

‘사랑하는나의신부유미나양! 앞으로도우리건강하고즐겁게살

자고요.’*

Page 40: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79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78

저는올해로딱서른살먹은6년차주부입니다. 주변어른들이그러

시데요.

“애하나낳고나면깜빡깜빡한데이.”

저는설마했습니다. 제가꼭한번길에서라도마주치고싶은선생

님이계신데, 존함은커녕성도기억을못하게되었습니다. 정말한심

스럽지않습니까? 그많은선생님들중에유독기억에남고, 길에서라

도한번쯤마주치고싶다는선생님의존함도기억을못하는까마귀고

기잡아먹은제자가요.

제가뵙고싶은선생님은중학교3학년때저희학교로부임한미스

터리한분이셨습니다. 아직도눈이보이지않도록초승달눈을하며웃

던모습이생생하네요.

선생님은야간자율학습전, 저녁도시락먹는시간에종종젓가락

만 들고 위풍당당하게 등장하셨습니다. 젓가락을 들고 이리저리 반

아이들사이를휘젓고다니며한젓가락씩뺏어먹어배를채우곤했

습니다.

결혼한지얼마되지않은아리따운사모님이계셨고, 다른선생님들

04추억속의그사람

땡땡이주동자!미숫가루한사발!

문정주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께서는밖에나가서저녁을사드셨지만저희선생님은반아이들의밥

을한젓가락씩드시곤했습니다. 아이들과친구처럼지내기위한헝그

리정신이라고나할까요?

겨울야간자율학습시간엔검은봉지를달랑달랑들고나타나선호

떡파티를해주기도했고요. 어떤날엔의자마다방석이곱게씌워져

있었습니다. 그때방석은의자등받이에있는두버팀대에끈으로일일

이다묶어야했거든요. 상상해보세요. 애들이다하교한교실에서제

자들의자하나하나마다직접끈을엮고계신스승님의모습을. 진짜

그따뜻함은무어라말로표현할수가없는것이었습니다.

고입시험이코앞에다가와서부터는선생님께서교실제일뒷자리에

앉으셔서매일하는숙제가있었습니다. 검은색면도칼로스스슥스스

슥조용한교실을울리는연필깎는소리. 저희가시험볼때는연필로

카드에마킹을하는식이었는데요, 선생님은제자들이시험날사용하

게될연필을한자루한자루손수칼로깎아심이너무뾰족하지않게

끝을종이에다가슥삭슥삭문질러가면서단단하면서부드러운연필심

의연필을준비하신겁니다.

시험당일고등학교시험장앞에서그연필을받아들고울지않은친

구들은없었을겁니다. 우리반담임선생님은그런분이셨습니다.

그러다가제짝혜정이덕분에지금껏선생님을잊지못하는추억을

만들게되었습니다. 한창무더위가기승을부리던여름방학, 보충학습

기간이었습니다. 단 한번도결석이라곤하지않던제짝꿍이결석을

했습니다.

오전보충수업이끝날즈음선생님께서반학생들에게알렸습니다.

“혜정이가맹장수술을해서당분간학교를못나오게되었다. 반장,

부반장은병원다녀오도록채비하고. 정주! 너도짝꿍보고싶을텐데

Page 41: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81 2 0 1 1 . . + O C T O B E R

따라나와.”

그렇게저는얼떨결에반장, 부반장을따라서선생님차에올랐습니

다. 선생님의차는학교에서그리멀지않은병원에서섰고, 병문안은

정말눈깜짝할새에끝났습니다.

‘아! 아쉽데요. 다시보충수업하러그찜통같은교실로….’

여. 성. 시. 대. 80

졸려죽겠는데책보는척하러가야한다니…. 그런데선생님께선쿨

하게쏘셨습니다. 우리에게자유를!

“반장, 너희집에어머니계시나?”

“네? 네에계실낀데요.”

“그럼어머님께시원한미숫가루얻어먹으러가자. 날도더운데무

슨보충수업이야. 나온김에드라이브나하자!”

“아싸!”

“야호!”

반장과부반장그리고저는아주살맛났습니다. 그런데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정주야! 요즘공부열심히하나봐? 수학이몇십점이나올랐던데?

열심히잘해서상주는거야.”

‘선생님께서많은학생들중나에게도관심을두고계시는구나!’라

는생각이들었습니다.

그날결국한시간가량을달려서시골에위치한반장네집으로가서

소여물을주고계시는반장엄마에게얼음동동띄운스테인리스그릇

네개를받아들고선정말시원하게한그릇씩마셨습니다. 그렇게땡땡

이와시원한미숫가루는네사람의가슴에묻고아무일도없었다는듯

학교로돌아왔답니다. 그날그맛나던미숫가루맛이아직도입안에맴

돌아가끔뜬금없이미숫가루를타게만드네요.

정말멋지지않나요? 우리선생님. 제기억속의선생님모습대로여

전히따뜻한분으로잘지내고계실지…. 요즘은다들단체급식이라한

젓가락밥상은못드시겠구나생각하며웃기도하고, 그립기도하고그

렇습니다.

‘선생님, 지금도 교단에 계시지요? 힘내셔서 그때처럼 아이들에게

따뜻한관심, 선물로주시며건강하게지내세요.’*

그날결국한시간가량을달려서시골에위치한반장네집으로가서소여물을주고계시는반장엄마에게얼음동동띄운스테인리스그릇네개를받아들고선

정말시원하게한그릇씩마셨습니다. 땡땡이와시원한미숫가루는네사람의가슴에묻고아무일도없었다는듯학교로돌아왔답니다.

Page 42: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83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82

않는다.

“재밌어. 재밌어.”

뭐가저렇게재미있다는건가? 말로는공부를하러다닌다고하는데

혹시정말다른남자하고정분이라도난거아냐? 남편은은근히걱정

이들었다.

다음날저녁, 남편은밥먹으라는아내의채근에도일부러늑장을부

렸다. 그리고는 지각을 걱정하는 아내에게 태워다준다며 따라나섰다.

집에서멀지않은곳이었다.

“당신도같이들어갈래?”

“됐어.”

“그럼먼저갈거야?”

“끝나면나와. 차에서텔레비전보고있을래.”

아내는두번도권하지않고쌩하니달려들어갔다. 도대체뭐가있어

서저렇게정신없이빨려들어가는거야? 텔레비전프로도신통치않아

자동차밖으로나왔다. 노천주차장에는차가제법빼곡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보였다. 얼마만에보는별인가. 어릴적친구들과

밤늦게까지놀다가별을보던기억이났다. 별을본지가얼마만인가.

웅성웅성소리가들려고개를돌려보니한무리의사람들이보였다.

어두운곳에서도맨앞에잰걸음으로오고있는사람이아내라는것을

알수있으니부부란참희한한관계였다.

“아니, 여태밖에서기다리고계셨어요? 같이들어오시지.”

아내뒤에따라오던남자가남편을보고말했다.

“그러게요. 날씨도쌀쌀해졌는데….”

그뒤를따라온여자도한마디했다. 남편이아무대꾸가없자아내가

서둘러차에올랐다.

부부클리닉

“당신, 바람났어?”

저녁밥을 먹자마자 설거지도 안 하고 신발을 신는 아내에게 남편이

하는말이다.

“응, 바람났어!”

아무렇지도않게바람났음을인정하고는신발장문손잡이에걸린작

은가방을둘러메고쌩하니나가는아내.

“신발에모터를달았구먼. 코에바람이단단히들었어.”

2시간 후 돌아온 아내는 얼굴에 화색이 가득하다. 설거지를 하면서

혼자낄낄거리며웃기까지한다.

“당신언제까지밤마실다닐거야? 벌써석달째야.”

목소리에 일부러 노기를 띄워본다. 그래도 아내의 웃음기는 가시지

‘있게’사는부부

Page 43: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여. 성. 시. 대. 84

수강신청을받으면서이렇게부부동반을권하는남편을바라보는아

내는흐뭇하지않을수가없다. 혼자배울때도좋았지만남편과함께하

니마음도편하고부부사이도더욱좋아졌다.

부부를인생동업자라고한다. 돈벌어서자식키우며먹고사는것이

동업의주된내용이었다. 그런데이제는자식들도일찍독립하고수명

이늘어나부부만이사는인생동업이필요한시대가되었다. 중년을넘

기면서습관적으로매일을그럭저럭보내는부부들이적지않다. 여행

을다니고운동을해도채워지지않는무언가가존재한다. 돈걱정에서

놓여났다고해서‘있게’사는것이아니다. 삶의내실이있어야‘있게’

사는것이다.

이제돈에서벗어나정신을살찌우고인생의의미를추구하며재미있

게사는일에부부가동업해야한다. 함께공부하고같이수업을받는

것도바람직한인생동업의한방법이다. 이런부부가더많아져야한다.

그렇게될때우리나라도‘있게’사는사회가될것이다.

85 2 0 1 1 . . + O C T O B E R

“먼저갈게요. 내일봐요.”

차를빼며얼핏보니그둘이한차에타는것같았다. 그들뿐이아니

었다. 남녀가쌍쌍이차에타는모습이여기저기보였다. 아내가갑자기

차창을열더니누군가를향해소리쳤다.

“나, 오늘은안데려다줘도돼요. 같이왔어요.”

‘이건또뭐야?’

“인문학공부한다더니사교춤배워? 쌍쌍파티네.”

“응, 저사람들부부야.”

부부동반으로밤공부나오는사람이저렇게많단말인가. 세상이언

제이렇게달라졌지? 밤마다남의부부차를얻어타고온아내가측은

해졌다. 남의부부들처럼같이공부하고언젠가같이가자고했던아내

의말을무자르듯한것도맘에걸렸다.

“저남편들은직장에안다녀?”

“공부가7시반시작이니까퇴근하고오는거야.”

“매일밤마다?”

“가끔빠지기도하지. 학교라고해도개근이야할수있나.”

“남의차얻어타지마. 내가데려다줄게.”

주차장에서기다리는며칠동안하나둘씩낯을익히고인사를나눈

남편은어느새교실에앉게되었고, 지금은<중년을위한인문학강의>

야간반의총무를맡고있다.

“가능하면부부가같이나오세요. 저녁밥먹고텔레비전채널돌리며

보낼시간에같이공부하면좋아요. 자식들다키워놓고부부둘이이제

무슨 얘기 하고 살 거요? 공부하러 나오면 마누라가 잔소리할 시간이

줄어요. 술한잔먹는거? 우리도개강식이다, 쫑파티다, 술먹는날있

어요. 여기저기문화유산답사도가고, 체육대회도하고, 서먹하던부

부도사이가좋아져요. 서로할말이있으니까.” 글 I 오숙희(여성학자, 상담소‘해심터’운영) 일러스트레이터 I 조신애

Page 44: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87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86

우리는아이들에게“너왜그랬어?”하고소리를지릅니다. 분명의

문문이지만질문이라고할수는없지요. 그저추궁이고비난입니다.

아이와함께자라는부모

비슷한질문이많이있습니다. “너또그럴거야?”, “이게도대체뭐

니?”어쩌면엄마들의말은대부분질문으로이뤄졌을지모릅니다. 그

런데신기하게도그질문은무언가궁금해서던지는질문은아닙니다.

오히려아이가답을얘기하면짜증이납니다. 엄마가원하는답은한

가지.

“잘못했어요. 이제안그럴게요.”

잘못한것을안다면그냥잘못이라고말하면됩니다. 더 나은방법

은앞으로어떻게하기를바란다고말하는것입니다. 담백하게부모의

뜻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질문식 대화를 하는 이유는

궁금해서는아닙니다.

질문을하면상대는대답을해야한다는압박을받습니다. 특히강

한 어조와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질문을 하면 제대로 답해야 한다는

생각에긴장을합니다. 질문도아닌질문을써서아이를궁지에모는

첫번째이유는여기에있습니다. 아이를긴장시켜부모의말을듣도

록하는것이죠.

대화에서는질문권을가진사람은항상우위에섭니다. 답변하는사

람은질문에답을해야한다는부담감을갖습니다. 그래서자기가하

고싶은이야기를, 자기마음을표현하기어렵습니다.

무엇보다질문하지않은말에대답하기란쑥스러운일입니다. 그럼

에도대화의주제는질문자가정하는것이므로따라갈수밖에없습니

다. 부모는아이에게질문을해서대화를자기가바라는대로빠르게

이끌어가려고합니다. 이것이질문을써서추궁하는두번째이유입

니다.

질문식추궁은아이를긴장하게하고, 효과적으로목적을향해달려

가게하지만그만큼부작용이있습니다. 우선아이의진심을듣지못

Page 45: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89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88

합니다. 아이에게는정말뭐라고쉽게말로하기어려운이유가있을

수있습니다.

아이의마음은여러가지생각과감정으로복잡할수있습니다. 엄마

가보기에는단순하지만아이에게는그렇지않을수있죠. 이러한감

정을스스로정리하기에아이는어립니다. 엄마는아이의감정을꺼내

아이가정리할수있도록도와줘야합니다.

“너에게이런마음, 이런기분, 이런감정이있구나!”

“그런마음으로인해이렇게행동하고싶은거지?”

“그런감정이너를그렇게만들고있는거니?”

부모가할질문은이런것들입니다.

더중요하게는질문식추궁을반복적으로들은아이는부모의진짜

질문도두려워하고회피합니다. 아이로선부모가질문을하는것이자

기마음을정말알고싶어서인지, 또야단을치려고하는것인지, 아니

면야단의명분을얻고자하는것인지알수가없습니다. 알수없기에

불안한 표정으로 부모를 바라보고 긴장하기에 진심을 말하기보다 스

스로를 보호하려 합니다. 결국 아이와 부모의 대화는 어려워지고, 대

화를통해서만변할수있는아이는변하기어렵습니다.

아이의잘못을봤다면추궁하듯질문하지마십시오. 단호하게말해

도좋습니다. 꼭부드러울필요는없습니다.

“네가이렇게한것은잘못이야. 엄마는이런행동은싫어.”조금작

은잘못이라면“엄마는이런행동이잘못했다고생각해. 혹시너의생

각은다르니?”그리고“엄마는앞으로네가이렇게했으면좋겠어. 이

것은이래서좋지않구나!”짧고분명하게이야기하십시오.

아이가 의문을 가진 듯한 표정을 짓는다면 그때 진짜 질문을 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진짜 질문이라면 아이가 진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해주세

요. 마음을진정하고, 진짜궁금증을갖고, 아이의눈을바라봐줘야합

니다.

글 I 서천석(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 트위터아이디@suhcs)

일러스트레이터 I 조신애

아이의마음은여러가지생각과감정으로복잡할수있습니다.

엄마가보기에는단순하지만아이에게는그렇지않을수있죠.

이러한감정을스스로정리하기에아이는어립니다.

엄마는아이의감정을꺼내아이가정리할수있도록도와줘야합니다.

“”

Page 46: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91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90

1962년여름, 미국백악관앞마당에모인세계각국의청소년들이

존F. 케네디대통령의연설을듣고있습니다. 그틈에서키만비쭉

큰말라깽이동양소년하나가눈에띄네요. 가난한나라한국에서

왔다는그는대통령의말을한마디라도놓칠세라귀를쫑긋세우고

있습니다.

잠시후, 짧은연설을마친케네디대통령은학생들과일일이악

수를나눴습니다. 꺽다리소년의총총한눈빛이인상적인지, 그에게

는다정한목소리로이렇게묻기까지해요.

“학생의꿈은뭐죠?”

발갛게 상기된 소년의 얼굴. 그는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당차게

대답합니다.

“외교관이되는것입니다.”

대견하다는듯껄껄웃으며대통령은소년의가는어깨를토닥여

요. 그따뜻한손길에비로소긴장이풀렸는지그제야소년의얼굴

에도엷은미소가번집니다.

사실그때소년은외교관이정확이무슨일을하는사람인지알지

못했습니다. 언젠가학교선생님이“넌영어를잘하니까, 외교관이

되면되겠다”이런말씀을해주신기억이나서자신도모르게불쑥

내뱉은말이었죠. 그런데참이상한일입니다. 그날이후소년의가

슴속에선외교관이라는꿈이나날이커져갔으니까요. 훌륭한외교

관이되는것은이미소년에겐운명이되었습니다.

소년은학창시절내내공부를아주잘했습니다. “주특기가뭐냐?”

고누가물으면“공부”라고대답할정도였어요. 물론저절로그렇게

반기문-유엔사무총장

곧고단단한

신념의리더

된건아니었죠. 그는어디를가든손에서책을내려놓지않는지독

한공부벌레였습니다.

당시그는일년이멀다하고전학을다녀야했어요. 가정형편이

넉넉지않은데다아버지의전근도잦아서이사를자주다녔기때문

이죠. 낯선학교와낯선친구들에게적응하는것은결코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그의조용한성격과멋부릴줄모르는수더

글 I 이정아(방송작가) 일러스트레이터 I 박근용

그사람의도전이야기

Page 47: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93 2 0 1 1 . . + O C T O B E R여. 성. 시. 대. 92

분한차림새를친구들은짓궂게도놀려댔어요. 그래도그는화를내

거나싸우려덤벼드는법이없었습니다. 대신묵묵히책을들여다봤

죠. 열심히공부를해서좋은성적을거두면친구들의놀림도금세

사라질거라는걸알고있었던겁니다.

그가특히좋아했던과목은영어였습니다. ‘영어를쓰는사람들이

사는세상은어떤곳일까?’, ‘나도여기가아닌, 보다넓고큰세상

으로나아가보고싶다’이런호기심과열망이어린그의가슴을두

근대게만들었기때문이에요. 영어공부가얼마나재미있던지, 영어

책만펼쳐들면도무지시간가는줄을모를정도였죠. 수업이끝나

면그날배운것들을무조건공책에열번씩옮겨적었고, 문장전체

를통째로달달외워댔지만힘들기는커녕즐겁기만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동네에 화학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그는 더욱 신이

났습니다. 그 공장에외국인직원들이많았기때문이에요. 그의눈

엔, 그 외국인들이모두자신의영어선생님으로보였죠. 그는 틈만

나면고물녹음기를들고공장근처로가서외국인노동자들이퇴근

하길기다렸습니다. 그리고그들이나타나면다짜고짜녹음기를들

이밀며영어로말을걸었어요. 그렇게녹음한외국인들의말은그대

로회화수업교재가됐고, 그의영어실력은하루가다르게늘어갔죠.

그러던어느날, 그는영어선생님으로부터반가운소식을듣습니

다. 미국정부가주최하는영어웅변대회에서우수학생으로뽑히면

미국연수의기회를얻을수있다는거였어요. 물론그가이좋은기

회를놓칠리없었습니다. 그는그날부터죽기살기로대회를준비

했죠. 화학공장외국인직원아저씨들에게특훈을받은덕인지결과

는아주좋았습니다. 간절한소망대로, 전국에서오직4명만을선발

하는 그 대회에서 당당히 우수 학생으로 뽑혀 미국 연수를 떠나게

된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이뤄진 케네디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비로소외교관이라는원대한꿈을가질수있게됐습니다.

외교관이라는확고한꿈이생긴이후, 그는전보다더열심히공

부에매달렸습니다. 대학도당연하다는듯외교학과에진학을했죠.

어려운가정형편때문에, 대학시절내내입주가정교사일을하며

직접학비를벌어야했지만그렇다고학업을게을리한적은없었어

요. 남들눈에는답답한바보처럼보일만큼그는쉴틈없이책상에

앉았고, 끊임없이책속에고개를파묻었습니다.

그런노력의결과였는지그는1970년, 대학졸업과동시에외무고

시에 차석으로 합격할 수 있었어요. 드디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외교관이된겁니다.

꿈을이룬후에도그의성실함은조금도달라지지않았습니다.

‘외교관은일하는사람이다. 주어진일을열심히하는것을첫번

째원칙으로세우면오해를살일도, 원한을살일도생기지않는다.

그러므로나는스스로에게떳떳하고당당할때까지최선을다할것

이다.’

이런신념을가슴에새기고그는언제어느자리에서든묵묵하고

우직하게맡은일을해냈어요. 덕분에언제부턴가그에게는‘반반’

이라는별명이생겼죠. ‘반기문의반만해도성공한다’는의미였습

니다.

그리고이청렴한공직생활끝에그는지난 2006년세계의대통

령이라는유엔사무총장자리에까지오를수있었습니다. 그의부드

러운 지도력이 마침내 세계인의 존경을 받게 된 겁니다. 성실함이

최고의재능이라는진리를반기문유엔사무총장의올곧은삶이증

명해주는듯합니다.*

Page 48: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여. 성. 시. 대. 94 95 2 0 1 1 . . + O C T O B E R

1주일간 세를내고아파트에들어갔더니냉장고·가스레인지·세탁기·건조

기가 다 갖춰져 있었다. 새벽 2시, 시차 탓에 둘이 일어나 부스럭대며 누룽지

를 끓여 먹을 수 있어 좋았고, 창이 열리고, 환기가 가능하니 더 좋았다. 호텔

의고층은창이거의안열린다.

엿새간맨해튼에머물며뮤지컬네작품을공부했고, 예전우리가살던동네

이웃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해서 즐거웠고, 이웃들에게 신세도 졌다. 아울렛 매

장도둘러봤지만소원이던무대의상은못건졌다. 그리고떠나기전, 여행노트

에적었던꼭봐야할이들, 맛봐야할맛집등을두루실천에옮겼다.

어느누구보다꼭함께하고픈태자아줌마와아들, 딸을만난게정말잘한

일같다. 고등학교 2학년때알게된아줌마는열아홉살, 내가 노래를시작하

면서여러모로나를품어준분이다. 기자촌의예쁜집엔아예내방이있었다.

누가 봐도 그림 같은 부부 사이에 예술작품 같은 첫아들이 있었다. 1971년 어

느날, 그아이가세살때내베개위에걸터앉아심각한얼굴로물었다.

“아줌마는엄마가없어? 집이없어? 아줌마는거지야?”

나는 그때 어린아이의 표정이랑 억양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데, 벌써 마흔

두살의배우뺨치게생긴멋쟁이중년이되어있었다. 세월이 놀랍다. 아줌마

는“미국으로와서 30년새 한국에 4번 다녀왔으니, 7~8년에 한번꼴인데, 이

제나사는동안몇번이나서울가서그리운얼굴들을보겠냐?”하셨다. 나보

다열두살위용띠니일흔두살이시다.

칠순 때 애들 데리고 유럽 다녀온 사진 등을 챙겨주셔서 받아왔다. 가슴이

먹먹했다. 무엇보다 내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단다. 아줌마·

딸·아들 그리고 우리 부부 다섯이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살아서 앞으로 몇

번을더볼수있을까? 핑하니눈물이돌았다.

양희은데뷔 40주년을맞아떠난휴가에서꼭내가만났어야할그한사람,

태자아줌마를만남으로난 40주년에마침표를찍은것이다.*

2년 만에 가는 휴가였다. 작년에도 일 속에 묻혀 그냥 넘겼더니, 갑자기 신

혼살림을 시작했던 뉴욕이 보고 싶었다. 7년 동안 전업주부로 착실히 지내며

집안팎살림살이, 이미 저 세상에간미미·보보와의한적한일상, 사람과 수

다가 그리웠던 그 시절, 그 공간으로 가보고 싶었다. 1993년 말, 서울로 돌아

오고난후부터내게한적한겨를이없었다.

남편도 여행에 관한 한 맡기고 일임하는 편이다. 간단히 짐을 챙겼다. 하지

만어떤경우에도빠뜨리지않는것은바짝말린누룽지·멸치볶음·오이지무

침·오징어채무침·김·김부각·고추부각이다.

점심때도착해숙소에짐부려놓고맨해튼시내로향했는데, 시차탓으로남

편컨디션이영신통치않았다. 땀 뻘뻘흘리던서울날씨와달리강바람이제

법센, 늦가을날씨가쌀랑했다. 가져온내복을꺼내상하의다챙겨입고목도

리를친친동여매도추웠다.

시내에서사람들이싸다고강력추천하는아울렛매장을찾았는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카메라로 열심히 찍어대는 것이다. 무얼까? 별일이다 싶었는데, 아!

그곳은 10년 전 9·11사태가 난 바로 그곳,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사라진 그 자

리, 그라운드제로였다. 그곳사방으로공사가한창이라교통체증도심했다. 첫

날은그냥숙소로돌아와초저녁부터잤다.

양희은의스튜디오에서

앞으로 몇 번을 더

볼 수 있을까!

양희은 I여성시대진행자

Page 49: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여. 성. 시. 대. 96 97 2 0 1 1 . . + O C T O B E R

숨이나오기도했다. 아이가순한탓에샌님처럼커버리면어쩌나하는염려가

들기도했다. 하지만그것은부모의지나친우려에불과했고, 제법 남성스러움

이보이기도한다.

여자친구가생겼다고데이트하러나가는녀석의모습에웃음이나기도하고

대견하기도했다. 야구장에둘을데리고갔을때우리앞에서손을잡아‘이것

봐라’하는 마음이 드는 것을‘내가 구닥다리구나!’하는 자책으로 넘기기도

했다.

그 흔한과외한번없이고3을 보내고쉽게대학에들어간것도기쁨이라면

기쁨이다. 그것 때문에 대학입학 후 미친 듯이 놀기만 하는 걸 보면서도 많은

것을접어주고이해하려고했다. 흔한말로봐주는게많았다.

심부름을시키면명쾌하게대답하지않는걸‘공부때문에’라는이유로넘겼

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칼같이 달려가 명쾌하게 해결해 주길 원했다.

착실하게잘자라준것과별무리없이좋다는대학에들어갔는데, 심부름까지

잘하는건기대하기어렵겠지만그런모습이왜자꾸마음에걸리는지모르겠

다. 군대에갔다오면고쳐지겠지하면서제대이후를기대해보기도한다.

자존심 강한 요즘 아이들! 군대에서 처음 겪게 될 무참히 짓밟히는 자존심,

그순간을지혜롭게잘넘기는방법을터득하길바라본다. 명령과복종사이에

서치사하리만치비굴한모습일지언정쓰러지지않고살아남아오기를바란다.

그래야세상을살수있으니까.

10월 13일입대하는아들을보면서많은생각이들지만, 제대이후의근사한

아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떠나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지금껏 잘 지내

왔듯이군복무도무사히잘마치리라믿어본다.*

강석우의스튜디오에서

아들의 얘기를 안 할 수 없는 시점이 되었다. 세월이 빠르다더니 정말 많은

날들이훌쩍지나가버렸다. 아들이 태어난게, 거짓말 조금보태서엊그제같

은데군입대를앞두고있다.

돌도 되기 전까지는 얼마나 순했는지 모른다. 자다가도 우리가‘짝짜꿍! 짝

짜꿍!’장단을맞추면번쩍눈을뜨고는손을앞으로내밀고들썩들썩춤을추

던모습이어제일같이눈에선하다.

땀을뻘뻘흘리면서공을쫓아다니던모습도떠오르고, 노란비옷을입고친

구랑등교하던초등학교적모습도기분좋게떠오른다.

덩치가 내 팔뚝만 하던 녀석이 키가 180센티미터에 가까우니 그 뼈와 살을

보면서‘많이도 먹였구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부부가 키웠다기보다는

스스로잘자라주었다는생각에감사한마음이든다.

중학교와고등학교, 별 문제없이잘다녀주었고무엇보다교우관계가폭넓

어서공부잘하는친구, 못 하는친구, 순한친구, 거친친구가리지않고모두

친한게좋아보였다. 자존심이센녀석인데친구들과친화력은있나보다.

남들 다 치르는사춘기도알게모르게지나갔는데본인이많이참았다는말

에가슴이약간저리면서미안한마음이들기도한다.

공부도 공부지만짬나는대로축구한다고유니폼입고나갈때는안도의한

아들의 입대

강석우 I여성시대진행자

Page 50: 03 목차완료S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0.pdf · 발행_2011년10월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 장수연 방송_

99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98

‘저는 서른 넘어 첫애를 가졌는데,

출산이 두려웠습니다. 부모가 되는 즉

시 제 삶이 평범해지고 말 것 같았으

니까요. 이십대만 해도 제가 뭔가 더

특별한 사람이 될 거란 기대 속에 살

았는데, 이제나는그냥‘엄마’밖에될

수 없겠구나, 그걸로 끝이겠구나 싶어

불안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시시하게

살사람이아닌데하고요.’

어제 어느 소설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고는‘헉’하고놀랐습니다. 얼마전

까지 제가 품고 있던 생각을 그대로

서술해 놓은 듯했거든요. 실제로 그러

했습니다. 결혼하는 것, 아이를 낳는

것, 이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두

려웠습니다. 여전히‘별일없이’사는

저를보며, ‘이게아닌데…’싶었나봅

니다.

대학생이되면, 원하는 직장에들어

가면, 사랑하는사람을만나면, 그러면

어떤 계시가 내리듯‘번쩍!’하고 내

삶이달라져좀더특별한내가될거

라고, 그렇게 끊임없이‘다음 단계’에

대한 기대를 품어왔습니다. 그런데 서

른을 앞둔 어느 날, 이제 더 이상‘다

음 단계’에 대한 기대가 생기지 않더

군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장삼이사

로 서른까지 왔듯, 앞으로도 어쩔 수

없이 전셋집을 넓혀가고 대출금을 갚

아가며 아등바등 늙어가리라…. 기대

하지 않아도 실망할 수 있고, 살아보

지않은삶도지겨울수있다는걸알

았습니다. 이렇게 살 수도, 이렇게 죽

을 수도 없을 때 서른이 온다던가요?

제가 딱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여성시대>를만났지요.

<여성시대>는 말 그대로, ‘내 아이

와 함께, 내 가족과 함께, 내 이웃과

내 친구와 함께’듣는 방송이었습니

다. 매일매일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어릴 적의 나를 만났고, 내가 두려워

하던‘나이든 나의 모습’과도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잊히지 않는

사연들이 있습니다. 뱃속의 아이가

‘선천성 만곡족’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용기있게아이를낳아예쁘게기르고

계신최통일님의사연, ‘길랑바레증후

군’으로 전신이 마비되었다가 이제 걸

음마부터 다시 시작한다며‘나는 매일

성공하는여자’라고하신김재은님의

장PD의사소한이야기

사연, 아버지의 다리를 잃게 한 그 자

리에서군복무를하며비로소아버지

와화해하게되었다는정해운님의사

연등.

6개월 동안 많은 분들의 삶을 나누

며, 인생이 교과서 다음 챕터 넘어가

듯 그렇게 단계별로 살아지지 않는다

는 걸 배웠습니다. 주어진 오늘의 무

게에 당당한 <여성시대> 가족들이 얼

마나 위대한지도 느꼈고요. 가을 개편

을 맞아, 저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

동합니다. 방송국에서는 개편하기까지

의 6개월기간을‘학기’라고표현하는

데요. 이번 6개월은 그 어떤 학교에서

보다 많은 걸 배운 한 학기였습니다.

잊지 않을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듣던 <여성시대>를 이제

다시 집에서, 버스에서, 길에서, 라디

오로 들으며, 계속 복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부터읽고있는그소설에는이

런 대목도 나오더군요. ‘니들 눈엔 우

리가 다 늙은 사람으로 보이지? 우리

눈엔 너희가 다 늙을 사람으로 보인

다!’<여성시大>에서의한학기는저에

게젊은나도, 나이 들어가는나도, 유

쾌하게받아들일수있는마음을주었

습니다. 모두에게감사합니다.*

장수연 I여성시대PD

여성시大에서의

한학기를마무리하며

일주일간 휴가를

떠난양희은

씨 대신박정수

, 조혜련, 송

은이

씨가수고해

주셨습니다.

<여성시대>

에는이렇게

친구도많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