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서경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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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 2019 3 양희은 · 서경석입니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1 IBK기업은행 부천지점 거래고객 ㈜셀리턴 김일수 대표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IBK기업은행 을지6가지점 거래고객 ㈜루시카토 강인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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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2019

3

양희은·서경석입니다행복을 찾는 사람들 1

IBK기업은행 부천지점 거래고객

㈜셀리턴 김일수 대표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IBK기업은행 을지6가지점 거래고객

㈜루시카토 강인석 대표

Page 2: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

04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1

아시나요?꽃속에담긴마음을

12 이달의 편지

‘설렘담긴편지지고르기’외

72 행복을 찾는 사람들 1

㈜셀리턴김일수대표

76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루시카토강인석대표

80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2

여성시대의딸과아들

86 코너 속 편지

‘노하우전수받고운전병입대’외

108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꽃눈을기다리며

110 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아이도한걸음,부모도한걸음

112 위기의 우리들

좋은부모되기

2019년 3월호contents

72

04

76

80

IBK기업은행 협찬의 월간 여성시대는 작지만 큰 감동을 전하고자 합니다. 매월 10일 IBK기업은행에서 무료로 배포하며, 이웃과 함께 보면 감동이 2배로 늘어납니다.

전국 주파수 안내(표준FM) ※ 전국 각 지역은 아래 주파수대에서 MBC 라디오 청취가 가능합니다.

서울 95.9 부산 95.9 / 106.5 대구 96.5 광주 93.9 대전 92.5 / 91.3 전주 101.7 / 94.3 창원 98.9

춘천 92.3 / 88.9 청주 107.1 제주 97.9(견월악) / 97.1(삼매봉) 울산 97.5 강릉 96.3 진주 91.1 / 93.5 목포 89.1

여수 100.3 안동 100.1 원주 102.5 / 92.7 충주 96.1 삼척 101.5 / 93.1 포항 100.7 울진 102.7 울릉도 98.5

발행일 2019년 3월 10일 발행인 ㈜문화방송 대표이사 최승호

등록번호 라 - 5413 진행 양희은, 서경석 프로듀서 김빛나, 박소영

방송 MBC라디오 매일 아침 9:05~11:00 인터넷 주소 www.imbc.com

방송중 열린전화 02-368-1500 문의 02-789-3401 주소 (03925)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MBC 라디오 여성시대

편집·제작 하나로애드컴(02-3443-8005) 표지 작가 이미경 월간지(비매품)

※ 본지는 한국도서윤리위원회 규정을 준수합니다.

Page 3: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

꽃을준다는것은온전한마음을건네는일이다.생일,입학,졸업

과같은인생의결정적인순간마다꽃은늘우리와함께한다.

순수함과아름다움의결정체인꽃을매일마주하는여성시대가족

이있다.10년차플로리스트정소현씨.서울도봉구에위치한‘르

쥬르플라워’가그의일터다.꽃을다듬고다발을만드는손길이현란

하다.

언제부터꽃에관심을갖게됐냐는질문에장미를다듬던손길을

멈추며답한다.

“제가아주어렸을적기억인데요.엄마는특별한날이아닌날에

도꽃을사와화병에꽂곤하셨어요.그래서저는다른집도다그런

줄알았지요.우리집이여유가있고그런것도아니었는데엄마가

꽃을좋아하니저도자연스럽게꽃을좋아하게됐죠.”

중학교에입학해아침등굣길에꽃파는아주머니가보였다.‘아,

꽃이네.이거선생님갖다드리면좋아하시겠지?’꽃을담임선생님

글 | 성기애 (여성시대 작가)사진 | 송인혁

서울도봉구‘르쥬르플라워’

정소현씨를찾아서

아시나요? 꽃 속에 담긴 마음을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4 | 05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Page 4: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

께드렸을때들려오는웅성거림이소현씨의귀에닿았다.“쟤뭐

니?선생님한테잘보이려고저러는가보다.”

그저꽃이보여샀고그걸선생님께드리면반친구들과함께꽃을

볼수있겠다,단순한생각으로산꽃때문에벌어진일이억울했다.

그래도꽃을좋아하는마음을멈추지는않았다.친구들생일이면용

돈을모아장미를선물하곤했다.

안개꽃을유난히좋아하는소현씨의졸업식날이면엄마는눈부

시게흰안개꽃을한아름안겨주셨다.안개꽃을품안가득안았던

졸업식의기억은언제나화사하게남아있다.

대학졸업후회사에들어가일반사무직일을7년간했다.단순한

일의반복으로무료함이찾아왔을때,‘플로리스트일을한번배워볼

까’그런생각이들었다.그날이후서울에유명하다는꽃예술원을

찾아꽃에대한전반적인걸배웠다.기본적인꽃의특성,이름,장

식하는방법등을익혔다.2년여의시간동안꽃을가까이하며꽃의

매력에흠뻑빠졌다.배울수록알아야할것이많아지고,계절별로

달라지는다양한꽃을섞어꽃다발을만들어놓으면그렇게예쁠수

가없었다.

회사일과꽃관련일투잡을했다.꽃시장야간알바,주말이면

결혼식장꾸밈,크리스마스시즌이면백화점.호텔등의대형트리를

만드는일도마다하지않았다.한겨울캄캄한어둠속에서작업이

진행되니손발이꽁꽁얼어오지만트리가꾸며지는모습을보면마

음속에환한불이켜지는것만같았다.

회사에서도‘내가플로리스트일을하니꽃이필요하면나에게주

문하라’당당히말하고주변사람들의생일입학졸업식꽃을전담하

기도했다.

그리고드디어다양한경험을발판삼아창업을했다.

“아침일찍꽃시장에가서꽃을구매해매장에와서꽃을다듬어

요.이파리를떼어내고가시도잘라내고,꽃이최상의컨디션을유

지할수있게해주는작업이죠.그리고그날예약상황을체크한후

꽃다발을만들어주문하신분께사진전송을해요.주문자께서맘에

들어하시면받을분앞으로배송을합니다.인터넷쇼핑몰도함께

운영하고있어그날만든작품들을사진찍어올려두어야하고요.

그러다보면어느새저녁8시가훌쩍넘어요.”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6 | 07

Page 5: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

꽃을받은분들이‘정말마음에든다.고맙다’말씀해주실때플로

리스트가된것에대한자부심에또다시날개가달린다.

“아내에게꽃을보내는남편들이꽤많으셔요.‘아내가정말행복

해했어요.고맙습니다.’이런문자를받으면너무행복해요.한번

은어느남성분이전화로주문하시면서‘제가지금실은별거중이에

요.아내의마음을움직일수있는꽃을보내고싶어요.정말중요한

일입니다.도와주세요.’그후좋은결과가있었다고하셨어요.마치

저에게좋은일이생긴것같은기분이었어요.”

이제단골도꽤많이늘었다.사업을하는여성사업가는고객들뿐

만아니라남편분에게도정기적으로꽃을보내고있고,전남고흥에

사는고객은성당장식용꽃을꾸준히요청하고계시다.국내에서만

아니라해외에사는고객은한국에사시는부모님의생신이나결혼

기념일,어버이날이면소현씨를통해꽃다발을보내고있다.해외

에사는자식이보낸꽃다발을받은부모님이자식을보듯꽃을보며

즐거워하셨다는후일담을들으면가슴이뭉클해지곤한다.

이런고마운분들의마음을생각하며늘싱싱한꽃으로더아름답

고풍성하게꽃다발을만들고자노력하고있다.

“친구들이‘너는꽃만만지고얼마나편하고좋냐?’이런얘기를하

는데실은꽃일이그리만만치가않아요.새벽시장가야죠,늘꽃줄

기를전지가위로자르니손목터널증후군으로손목과손가락이많이

아파요.분갈이는물론이고무거운화분을옮겨야하는일이많으니

허리통증도늘달고살아요.”

그래도늘꽃만보면신이난다.

“다양한종류의꽃과다채로운색을어떻게섞어볼까,자연이준

무궁무진한선물을어떻게하면더돋보이고더생생하게전달할수

있을까,그런즐거운고민을할수있는제직업에감사할따름입니

다.”

‘내가그의이름을불러주었을때그는나에게로와서꽃이되었

다.’김춘수시인의시가입에서절로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한

송이집안에들여놓을수있는여유한자락부려보고싶은봄날이

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8 |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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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제주도인데요,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봄을 더욱 재촉하는 거 같아요.

길가에 핀 수선화가 비를 맞고 더욱 향기로운 거 같네요. (2020님)

부산 동래입니다. 산수유가 피어났어요. 봄이 발밑까지 왔나봅니다.

힘냅시다. 조금만 더더. (5960님)

여기는 대구입니다. 개나리 친구가 봄마실 나왔네요. (7664님)

여긴 경남 합천 딸기밭입니다. 여기 딸기밭은 딸기꽃으로 만발입니다.

봄입니다. (1204님)

전라남도 해남에서 세발나물 일을 하고 있는 부모님을 두고 있는

예비 대학생입니다. 너무 힘드네요. 아빠가 맨날 일하실 때

여성시대 들으셔서 한번 보내봅니다. 모든 농부님들 파이팅! (1630님)

여기는 전남 구례 매화꽃 망울 터트렸네요.

화사한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3255님)

봄이 왔어요. 냉이 캐서 된장국 끓여 먹었습니다.

여그는 광주여요♡ (4208님)

여기는 한반도 중심고을 충북 충주입니다. 아침에 남한강변을 산책하고

왔는데 버들강아지가 벌써 꿈틀꿈틀 거리고 있습니다. (8313님)

거실에 제라늄과 영산홍 그리고 난이 꽃을 피웠습니다.

서울이어요. (2641님)

여기 강원도 삼척입니다. 벌써 매화꽃이 피었습니다. (3398님)

여성시대 문자로 본 전국 꽃지도

일러스트 | 이경선

[email protected]

편지이달의

12 설렘담긴편지지고르기

15 생각보다행동을

18 아버지,안녕하신가요?

21 별일없음이최고

25 저대신딸노릇좀해주세요

27 부친의일본강제징용

30 시를쓰며희망을노래한다

33 아버지의전화

37 청소부할머니와의3년

40 당신만있어준다면

45 혼자라서편안한노년

49 해파랑길770km완주

53 라디오에관하여

57 아버지가르침대로살았다

60 며느리는못하고

딸은할수있는것

이달의 편지 10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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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들어가면서무뎌짐을느낀다.가지각색의일들을겪다

보니매우놀랄일도크게설렐일도없어져간다.

며칠전문구점에서생긴일이다.엽서를구경하고있었다.옆에

계시던나이가지긋하신백발의할머니께서대뜸편지지가이상하지

않으냐고물어보셨다.괜찮다고대답을해드렸다.

할머니께서편지지상단의토끼캐릭터를가리키면서“너무애들

같지않아요?”라고반문하셨다.이에나는무늬가없는편지지를추

천해드렸다.할머니께서추천해준편지지를빤히들여다보며“애들

같지않고괜찮아요?”라고걱정어린질문을하셨다.“예뻐요,할머

니.심플해서하나도애들거같지않아요”라고대답해드렸다.

할머니께서는한참을보더니연신고개를갸웃거리면서“크기가

윤혜성

서울시 은평구 백련산로

설렘 담긴 편지지 고르기

Letter 1

작은것같기도하고…”라며혼잣말을하셨다.연이은질문에미안

하였는지나를힐끔쳐다보셨다.그리고는다른사람이볼수없게

왼손으로입을가리면서재빠르게속삭이셨다.

이달의 편지 12 | 13이달의 편지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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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에쓰려고요.”

그말을하면서수줍게배시시웃으셨던그얼굴이잊히지않는다.

분명세월이서려있는얼굴이었는데신기하게도할머니의얼굴위

로사춘기소녀가겹쳐보였다.단짝에게자신의첫사랑을털어놓는

수줍음이가득한사춘기소녀.그웃음이어찌나싱그럽고고우셨는

지꼭봄날에꽃한송이를선물받은기분이었다.

할머니께서는부끄러웠는지고개를돌려다른편지지들을둘러보

셨다.다른제품들을추천해드렸지만마음에온전히차는것이없는

지계속고민을하셨다.

결국시간이없어먼저가게를나오고말았는데할머니께서과연

어떤편지지를고르셨을지,그편지지에어떤사연을써서보내셨

을지궁금하다.어쩌면편지지고르듯고심하고또고심하느라이번

주에는편지를못보내셨을수도있을것이다.

할머니미소의여운이짙어서두고두고생각하다가글까지쓰게

되었다.놀랄것도설렐것도없는세상에서편지한통을쓴다는게

그토록설레는일일수가있을까?할머니에게는여성시대라디오가

어떤의미이기에봄꽃같은미소를지을수있을까?누군가를이렇

게설레게만들수있는존재가된다는건어떤의미일까?여러생각

이끊임없이들었다.

내가조각공이였다면그미소를담은상을만들어다른이의공감

을살수있을텐데,그런재주는없어서글로사연신청을하게되

었다.누군가에게설렘으로새겨진여성시대제작진여러분도대단

하고,라디오에편지지하나하나정성스럽게골라서사연을올리는

애청자분들도대단하십니다.아침마다언제나여성시대와함께해서

든든합니다.좋은프로그램만들어주셔서감사합니다.

저는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근무중인고정수라고합니다.

운행이없을때는고속버스터미널주변의식당에서끼니를

해결합니다.그날도동기형이랑점심을같이먹기로하고고속버스

터미널지하에위치한김밥가게에먼저들어가자리를잡고뭘주문

할까메뉴판을보고있었는데,옆테이블에딱봐도초등학교6학년

정도되어보이는여자아이둘이서테이블위에오천원짜리1장과

천원짜리2장인가를올려놓고열심히토론중이었어요.바로옆테

이블이라본의아니게다듣게됐습니다.

“이걸주문하면저걸포기해야해.”

“그럼난이게먹고싶으니까저걸포기하자.”

들어보니먹고싶은메뉴는3가지인듯한데,몇천원이부족해서

고정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생각보다행동을

Letter 2

이달의 편지 14 | 15이달의 편지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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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망설이는듯했습니다.그모습이짠하기도하고,제딸도초등

학교6학년인지라남일같지않아서지갑에서천원짜리3장을꺼

내아이들테이블위에올려놓으며“얘들아,아저씨딸도딱너희만

한나이거든.그냥주는거니까고맙습니다한마디만하고먹고싶

은거먹으렴”했습니다.

그러자아이들은처음에는눈이동그래지더니이내환한잇몸미

소를지으며둘이서동시에“감사합니다”하고는자기들이원했던

메뉴였던듯치즈라면이랑라볶이를주문하더군요.

저에게는적은돈인3천원이었지만아이들에게는잊지못할어른

의배려였겠지요.한순간이었지만지갑을꺼내서줄까말까망설였

던저자신이부족해보였습니다.

그리고며칠후저는이이야기를한인터넷커뮤니티사이트에일

상글쓰듯써서올렸습니다.그런데자고일어나니제이야기가베

스트글로선정이되었더라고요.상상도못할숫자의댓글들이달

리고,많은분이추천도해주고,급기야신문사랑방송국이라며연

락이오기도했어요.

딸같은아이들이옆테이블에서몇천원때문에먹고싶은걸먹

지못하는걸봤다면부모의마음으로누구라도선뜻부족한금액을

아이들에게줬을텐데,이런일상의글이이렇게까지파장이클줄

이야.저도당황스러웠습니다.많은댓글이‘누구나생각은하지만

실천으로옮기는건힘든일’이라는거였어요.그게왜그렇게어려

운일이되는세상이됐을까요?

조금전에도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군복을입은군인분이혼자

서컵라면을먹고있는걸봤습니다.제손에는2+1로산생수가3

병있었고요.이번에도그냥생각없이몸을먼저움직였습니다.물

병하나를군인에게건네면서“이거투플러스원이라서3개샀어

요.하나드세요”건네주니군인도뭔가잠시당황하는듯하다가환

한미소로“감사합니다”답해주더군요.

누군가를돕고싶을땐너무깊게생각하지말고먼저행동했으면

합니다.생각하다가보면돕고싶어도그타이밍을놓쳐서무안해질

때가있더라고요.

서로돕고나누는따뜻한세상은눈치보면서기다리면평생안올

지도모릅니다.그러니까우리생각하지말고일단행동합시다!

이달의 편지 16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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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결혼을앞둔예비신부입니다.결혼과가정에대한생

각이깊어지면서부터꽁꽁묻어두었던나의아버지에관해

이야기하고싶어졌습니다.

저의아버지는가정이있었지만그사실을숨긴채어머니와함께

살다제가태어났습니다.축하받지못한저의탄생은어머니에게도

저에게도불행의시작이되었습니다.

제가유치원때어머니는재혼하셨고두여동생이태어났지만새

아버지의잦은외박과폭력으로제가초등학교4학년때이혼하셨

습니다.

배운것도가진것도없었던어머니는언제나고된노동으로심신

이지쳐계셨기에친아버지에대해궁금했지만이야기를꺼내는게

이민지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등로

아버지, 안녕하신가요?

Letter 3

무척이나어려웠습니다.

그러던어느날중학생이었던저는제가태어나자마자아버지께서

저와어머니를버린채본가정으로돌아가셨다는이야기를들을수

있었습니다.지금제이름과는또다른성과이름이있었다는사실

도알게되었습니다.어렴풋이짐작은하고있었지만이상한기분이

들었습니다.세상에태어났을때처음으로가졌던나의이름이어쩐

지너무나도안쓰럽게여겨졌기때문입니다.

제나이5~6살쯤외할머니집에찾아왔던아버지,낯설고쑥스러

웠지만아버지가보여주었던동전숨기기마술이아직도기억이납

니다.그것이처음이자마지막이었습니다.

때로는너무나끔찍하게싫었고때로는이유도알수없을만큼그

이달의 편지 18 | 19이달의 편지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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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편지 20 | 21

리웠습니다.하나뿐인기억이지만저와너무나도닮아있던친아버

지의모습이아직도선명합니다.

넉넉지못한생활로어머니는항상바쁘셨고그렇기에신경질적이

며칭찬한마디없는무서운분이셨기에저는늘외롭고고독하고우

울한청소년기를보냈습니다.

아버지의사랑이무엇인지태어나한번도느껴본적없는저는불

행한결혼생활로힘들어했던어머니와그로인해언제나두려움에

벌벌떨었던나와동생들을생각하며결혼에대한불신이가득한사

람이었습니다.

그랬던제가다시또없을소중한사람을만나믿음을갖게되었고

행복을꿈꾸게되었습니다.언제나삶을포기하고싶었던저에게미

래를선물해준나의사랑하는그사람덕분에이제저도결혼하고아

이를낳고우리의아이를잘키울수있을것같은희망이생겼습니

다.내아이는분명아버지에게도,어머니인나에게도충분한사랑

을받으며마음도몸도건강한아이로자랄수있다는확신을하게

되었습니다.

이름도,사는곳도,살아계신지도모르는나의아버지.무책임했

던당신의행동으로어머니는큰상처를받고저는불행을겪었지만

이제는조금씩용서할수있을것같습니다.통통하고눈썹이매우

진했던아버지의모습을똑닮은저는이제행복해지려고합니다.

마지막으로궁금해집니다.아버지도살면서한번쯤은제생각을

한적이있으신지요.

아버지안녕하세요?아버지기억속에존재할지모르는저는아버

지의잊힌딸입니다.삶이끝나는순간까지한번뵙게될지잘모르

겠지만건강하시길바랍니다.

저는올해마흔여섯살된아줌마입니다.

흔히“무슨일없으시죠?별일없지?댁내무탈하시죠?”

이런인사들하고사시잖아요.왜이렇게무슨일있나없나챙기는

지,저는근래들어서야정말뼈저리게느끼게되었답니다.

저는가만히있지를못합니다.놀고놀고또노느라결혼도서른일

곱이란조금은늦은나이에했고요.그래서엄마가된나이도서른

여덟이었어요.

주중엔직장에육아에살림에힘도들긴하지만,주말이면어김없

이공룡박물관으로천문대로산으로들로,봄이면꽃구경에나물캐

기,여름이면물놀이에물고기잡이,가을이면단풍구경에,겨울이

면눈축제로가만히안있고열심히싸돌아다닙니다.

신은영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별일 없음이최고

Letter 4

이달의 편지 20 |

Page 12: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

맨날무슨일,신나는일,깜짝놀랄일들이벌어지면좋겠다고생

각하며살고있습니다.

이런저에게한달전어느날정말로일이생겼지뭐에요.그날도

가만히못있고아홉살아들과동네에생긴롤러장에갔습니다.

런던보이노래나오고껌좀씹는언니오빠들와서썸타는사교

의공간이었던그롤러장이요즘엔팝롤러장이라고안전장비도잘

갖춰놓고친구들과부모님과와서간식도사먹고운동하는그런공

간으로탈바꿈해영업하더라고요.

저도왕년에는롤러좀타고롤러장에서한번씩하는댄스타임에

서롤러스케이트벗어던지고열심히땐쓰땐쓰해서양말이새카맣

게되기도한,한롤러하던시절이있었습니다.

그런데제몸이마음처럼움직이지않는겁니다.저는제한몸도

못가누면서도엄마인지라롤러장처음가본아들넘어질까봐아들

손을꼭잡고롤러장을서서히돌때쯤아들이넘어질것처럼기우뚱

해서저는있는힘을다해아이가넘어지지않게용을쓴다는게그

만꽈당!하며벌러덩대자로누워버렸습니다.

‘아,내꼬리뼈’라고속으로외치며얼른일어나려는데이게내맘

같이내몸이움직여지지않더군요.저는창피해서온힘을다해일

어났고,마치아무렇지도않은듯웃으며손까지흔들어보였습니

다.

하지만아팠습니다.정말너무아팠습니다.저는속으로생각했습

니다.

‘아,맨날쨍하는무슨일인가일어나길바랐는데정말쨍하게아

프다.쨍한뭔가의일이이렇게도일어나는구나.흑흑흑.’

병원에갔더니꼬리뼈골절이라고아무것도하지말고가만히있

으라더군요.제가가장못하는일이‘가만히’있는일인데말입니다.

그렇게한주두주가지나고가까운지인들모임이눈앞에다가왔

습니다.

저는다시병원에가서의사선생님께꼬리뼈는많이붙었는지,통

증은거의없는데모임에서술을먹어도될지여쭈었습니다.선생님

께서는이제는활동해도되고술도다시넘어질정도만아니라면먹

어도된다고하셨습니다.

맨날가만히만있다가모처럼모임에나가니살것만같더군요.술

도한잔두잔아주그냥술이달더라고요.

그런데한동안몸도안움직이고술도안먹다술을먹어서일까

요?저는모임에서그만기억이뚝!끊어졌습니다.

눈을떴을때는집에서잘자다깼습니다.제휴대폰도제옆에얌

전히있었고요.

그런데아침에화가난남편이“잘한다.전화기까지잃어버리고.

도대체집엔어떻게그리멀쩡히들어왔는지”이러는게아니겠어

요.

남편한테전후사정을들어보니또뭔일이생긴거더라고요.밤에

제가들어와서자기에그런가보다했는데자정쯤동네파출소에서

전화가왔더랍니다.남편이놀라서받으니제휴대폰이파출소에있

으니와서찾아가라고요.

곯아떨어진저대신에가서신분증보여주고배우자임이확인돼서

찾아왔다더라고요.남편이뭐잃어버린거없나케이스확인해보래

서보니신용카드2장,현금10만원,신분증등모든게그대로들

어있었습니다.정말가슴을쓸어내리는순간이었죠.

저는제휴대폰을파출소에갖다준은인을찾기위해파출소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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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걸었습니다.경찰아저씨께그분연락처를알고싶다고,감사

인사를꼭드리고싶다고하였습니다.

잠시뒤그은인이전화를걸어왔고저는상대방이보이지도않는

통화를하면서연신고개를굽신대며‘감사합니다’를연발하였네요.

목소리가앳되게들리는남자분이라미성년자면치킨쿠폰,성년

이면커피쿠폰을보내드리려고성인인지여부를물으니착하면서

도순진한듯한목소리로“아,저요.대학진학공부하다지금은아

르바이트하며다른진로를모색중입니다.감사는요,당연히할일

을한건데요.요즘은남의물건찾아주고도안좋은경우도당한대

서조금걱정이긴했는데이렇게잘찾아가셔서정말다행입니다”

그러더라고요.

그청년은대수롭지않게겸손히말했지만요.사람이견물생심이

라고현금도10만원이나들어있는데그걸바로파출소에갖다주는

일은쉬운일은아닐거라고짐작해봅니다.

그청년이정말고마워따뜻한커피다섯잔쿠폰을보내드리긴

했는데만나서다시인사라도하고싶은맘이었네요.

맨날뭔가일이,사건이생기길기대하던철없는아줌마인저는일

련의사건들로당연한깨달음을얻었네요.그냥무슨일없이무탈

한게별일없는게,그게최고라는사실을요.

저는한국과딱12시간차이나는칠레땅에서남편그리고딸

둘과사는40대중반아줌마입니다.

이민생활이생각만큼녹록하지않아서인지,나이가들어서인지,

감정이강퍅해지고메말라가는것을느낍니다.우연한기회에여성

시대를듣고많은위로를받고감성도촉촉해졌어요.

소개되는글을들을때마다다들필력이좋으셔서감히글올릴생

각도못했네요.저는특히‘엄마’에대한편지를듣다보면어느새

눈물이흐르곤해요.양희은언니말씀대로“지금!바로!”효도해야

하는데,이곳에서하루하루주어진삶을살다보니부모님보다자식

들이앞서서부모님은자꾸뒤로미루게됩니다.

가까이살면자주들여다보고,한걸음에가서맛난것도사드리고

김은진

칠레

저 대신 딸 노릇 좀 해주세요

Letter 5

이달의 편지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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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고,또여느모녀지간처럼손잡고시장나들이도가고싶은데,마

음만있지몸은너무멀리있어서항상죄송스러울따름입니다.

그래도지금까지두분모두큰병없이건강을잘지켜주셨는데,

최근에엄마가요로결석에걸리셨대요.그나마퇴원하시는날알게

되었어요.엄마,아빠,두분모두팔십을바라보는데SNS를얼마

나잘하시는지신기하고놀라울따름입니다.그게자식들과소통할

수있는유일한수단이니까열심히배우셔서젊은사람들저리가라

하게잘하십니다.

매일문자를나누면서하루하루안부를묻는게일상인데엄마가

병원에입원하고도비밀로하고‘잘지낸다,잘지낸다’하신거예요.

자식들한테알려봤자걱정만한다고요.잘지낸다고말씀하시면정

말잘지내신다고믿은제가바보지요.

일주일전쯤요로결석을제거한후,엄마가입맛을잃으셨대요.

삽입했던요관부목을오늘제거하러간다는데거의일주일동안아

무것도못드셨다네요.아무것도할수없는딸은발만동동구르고

있습니다.

병원가실때모셔다드리고올때뜨뜻한국물이라도사드리면얼

마나좋을까요.그러던중여성시대에서선물로드리는‘죽세트’가

생각나서염치없이부탁드립니다.이글이채택되어저희엄마에게

죽세트를선물했으면해서요.비록제가직접끓여드리지는못하

지만,제마음을담았다고생각하고드셔서얼른기운차리셨으면

좋겠어요.

양희은언니,서경석오빠!목소리만들어도위로가돼주시는두

분!글이채택되면정말감사하겠지만,혹시채택되지않더라도항

상이곳에서응원하겠습니다.

저는1944년생으로5남2녀중차남으로태어났습니다.제가

태어난바로다음해가해방되던해입니다.그해에부친은

일제강점기라강제동원으로일본으로끌려가서힘든생활속에고생

하다가해방이되자8월31일자로풀려나부산항으로귀국하여그

리운가족을찾아오셨습니다.강제로끌려갈때는건강하셨지만,그

곳에서7개월간혹독한생활과구타후유증으로두가지병을안고

오셨습니다.하나는복막염이고,또하나는폐병이었습니다.

부친은귀국후에치료받았지만,회복이안되고9년간고생하다

가끝내숨을거두셨습니다.당시부친나이는서른살.모친과동갑

으로일곱자녀중에막냇동생이엄마뱃속에서7개월이되고있어

서부친은차마눈을못감고눈을뜨고떠나셨다고합니다.상을치

박복열

전남 여수가 율촌면 모래목길

부친의 일제 강제징용

Letter 6

이달의 편지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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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고3개월후에막냇동생이태어났지요.세어보니부친제사일은

3월보름이고,막내생일은6월스무날로3개월닷새차가납니다.

그때는먹고살기가어려웠지요.못먹고못배우고해서형도3년

이지나부친을따라갔습니다.그때형은“복열아,집잘지키고살

아라”하는말을남겼습니다.

그후우리형제는흩어져서살고있었는데,어느날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된자를진상조사한다고연락이왔습니다.그상황에대해

아는것도없고어디에물을곳도없어서혼자단독으로시청에찾아

가서대충진술을하고왔는데,한참이지난2008년7월7일자로

위로금을신청하라는통지를받았습니다.멀리사는누이동생에게

알려서서류를갖추고생존하는사남매가위로금을신청했지만,세

가지걸림돌때문에탈락하였습니다.

그원인을보면첫째는귀국당시배안에서사고나부상을당한

사실이없고,둘째는귀국후에치료받은의료기록이없다는겁니

다.당시에는큰병원이없고작은의원에서치료를받았는데지금

은철거되었고,의료진도모두하늘나라로가셨으니어디에기록이

남아있겠습니까?셋째이유는부친사망일은1954년인데15년이

늦은1969년에사망신고가되어서류상15년이늦어서위로대상에

서탈락하였답니다.저는원인과현실을참작해서재조사하고재심

사를해주어야한다고생각합니다.

저는지금도밤에깊은잠이안올정도로잊을수가없습니다.돌

이켜보면,부친은21세에일본에서7개월을지냈고,귀국후에9년

간병으로고생하다가나이30세에칠남매를두고눈을차마못감

고가셨습니다.

‘우리형제가세가지걸림돌때문에위로대상자에서탈락하였으

니나도한을안고가겠구나’하고저는생각합니다.

부친이가실때는밤하늘에별이보였지만,형님이가실때는별이

보이지않았습니다.나도맑은정신에눈을감고갈수있었으면합

니다.

열살때부친을잃고,칠남매가학교에도못다니고배움도없

이살았습니다.부모잘만나학교다닌선후배들이“무슨학교나왔

냐?”고이야기할때,마치자기들이스스로성공한것처럼과시하더

군요.저의이력은초등학교졸업후에외삼촌밑에서철공소대장

일을했고군생활,건설현장,의용소방대부대장,군수표창,도지

사표창,갑계원총무,문중총무,마을개발위원장,종친회부회장

단을지냈습니다.현재맡은노인회장임기가끝나면한점부끄럼

없이살아왔으니어깨에날개를달고훨훨떠날까합니다.

사람으로서사람답게사는것이저의신조입니다.할말은태산같

이많으나두서없는글이만줄입니다.

이달의 편지 28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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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편지 30 |

저는지체장애를가진나름꽃다운나이34세아가씨입니다.

선천적으로신경섬유종과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증)을앓

고있습니다.

아주어려서는잘걷고잘뛰고그랬습니다.부모님은제병을고

치려고서울큰병원에다니셨는데,영세민혜택도없던시절이라

정말고생하셨어요.돈을빌리러다녔지만빌릴수없었고,그때치

료시기를놓쳐서그런지중학생이되면서부터는잘걷지도못하고

뛰지도못했습니다.걷다가넘어지는일도많았어요.

저는너무도달리고싶었습니다.하지만마음처럼쉽게안되었어

요.걷다가넘어지면혼자일어날수도없었어요.척추신경이골반

신경을눌러서다리힘이빠지니까일어나고싶어도안되더라고요.

이은정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비봉로

시를 쓰며 희망을 노래한다

Letter 7어쩔수없이2학기때중퇴하고집에서무료한시간을보냈습니다.

그렇게시간이흘러10년이지난어느날,제가다니는교회목사

님이저보고글을써보라고하셔서그때부터글을쓰고있습니다.

처음에는글쓰는것이어렵고무얼써야하는지몰랐어요.한번쓰

고두번쓰다보니차츰나아졌어요.길을가면서꽃을보다가도글

이생각나면집에와서글을쓰고,그러다보니글이자연스럽게써

졌습니다.머릿속에생각했던것보다도더생생하게글이줄줄써지

는게신기했어요.

그런데시를쓰다보니어느새제마음속이야기를쓰고있더라고

요.누구에게도말할수없었던마음깊이들어있던이야기들이시

가되어나왔습니다.안좋은일을겪었을때그기억을글로표현하

고나면제마음속아픈상처가치료되는것같았어요.

10년전에허리수술을했는데그때도시를쓰는동안에는허리통

증도없었네요.지금은글쓰는일이더좋아졌습니다.

제가다른사람들처럼건강했다면글쓰는일을하지않았을거예

요.비록움직이지는못하지만그래도감사한건글을통해바깥세

상과소통한다는점입니다.

얼마전에는중증장애를가진손가락시인정상석씨를통해민들

레문학상공모전에제가쓴시를난생처음보냈어요.왜이리떨리

는지요.공모전을통과하면시를책에실어준대요.떨어져도낙담하

지않고저답게담담하게받아들일겁니다.

장애를가지고있기때문에사는게힘들지만씩씩하게살면서시

도많이쓰고,팍팍한삶이지만그래도희망은있다는것을다른사

람들에게말해주고싶어요.응원해주시기바라면서제가쓴시를

한편보냅니다.

이달의 편지 30 |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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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처럼

-이은정-

그렇게 추웠던 겨울도 지나갔다

겨울 내내 추워서 잠들었던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찬바람에 꽁꽁 숨어 살았던가

남들과 달라서 나 자신을 숨기면서 살았던가

일부러 사람들에게 짓밟히면서 힘겹지만 인내했던가

눈보라 치고 칼같이 부는 바람에 아프고 힘들었던가

바람이 불 때

돌멩이도 날아와서 맞을까, 내 몸이 다칠까 두려웠던가

그렇게 칼같이 불던 바람도 이제 잠잠해졌다

날 짓밟던 사람도 지나갔다

그래... 힘겨웠지만 잘 이겨냈다. 잘했다.

너답게 꿋꿋하게 강하게 잘 이겨냈다. 너답다.

새싹은 강하다

이 모든 걸 이겨낸 강한 새싹이다.

나는 강한 새싹이다.

이제 따스한 봄 햇살을 맞이하러 나간다.

나는 새싹이기에 또 한 해를 견뎌본다.

돌아가신친정아버지가생각나몇자적어봅니다.

7년전,아버지연세가여든둘이셨던그해,오후4시면어

김없이휴대폰이울린다.

“여보세요?”

“뭐하니?”

시골에계시는친정아버지시다.

“아버지,저일하지요.”

“집에언제올거야?”

“나,지난주말에갔잖아.”

“또안올거야?”

“아,알았어요.시간내서곧갈게요.”

백순임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아버지의 전화

Letter 8

이달의 편지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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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와.”

한쪽다리를쓰지못해밖에생활이전혀안되는아버지는특별한

내용도없이늘전화를하셨다.회사동료들도다알정도로매일같

이똑같은시간에똑같은내용으로전화를하셨다.그러다보니어

느날은아버지의반복되는전화에짜증도내고안받기도했는데그

러다가도또얼마나답답하면그러실까하는생각에내가먼저전화

를걸어농담을하기도했다.

“여보세요.아부지,나야.”

“응!딸언제와?”

“나일요일에갈건데아버지나가면뭐줄건데요?”

“응,김치줄게.”

“에이,김치는아버지가담그나,엄마가줘야하는거지.”

“내가주라고할게.”

“네,알았어요.일요일에갈게요.”

아버진우리식구가김치를잘먹는것도알고내가직장생활로매

번엄마김치를받아먹는것도알기에하시는말씀이었다.그리고

일요일아침일찍부터전화벨이울린다.

“뭐해?왜안와.”

“지금가려고준비해요.조금있다봬요.”

“응,빨리와.”

그렇게전화를끊고집을나서는데오른쪽배가아파져오기시작

해병원응급실에가니급성맹장염이란다.당장수술을해야한다

고해서몇가지검사를받는데,또아버지에게서전화가온다.

“어디야?왜안와?버스는탔어?”

“아…아직출발을못했어요.금방갈게요.일단끊어요.”

난차마아버지에게수술얘기를할수가없었다.또전화벨이울

린다.

“응,아버지.”

“빨리와.밥을해놓을까?”

“아니,아버지.나,실은오늘못가요.”

“아니,왜?”

순간아버지목소리가힘이없어지는것을느끼며급한일이생겨

서다음에가겠다고했다.전화가끊어지고40여분이지났을때난

입원실이었고,동생에게소식을들은아버지가또전화하셨다.많이

아프냐고,아프지말라고.그러면서다나으면오라고하셨다.

5일후퇴원하고,난아버지에게연락을드리지않고찾아갔다.

이달의 편지 34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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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편지 36 | 37

아버지가많이놀라면서도좋아하시는모습이꼭어린아이같아보

였다.

엄마가해준점심밥을맛있게먹고앉아있는데아버지가내얼굴

을빤히보더니말씀하셨다.

“자고가.”

“아버지,나오니까그렇게좋아요?”

“응,그럼.좋지.”

“나자고가면뭐줄래요?”

“밥줄게.밥많이먹고가.”

“네,알았어요”대답하며난아버지에게좀더잘해드려야지,전화

도자주해야지마음먹었다.하지만쉽지가않았다.

오후4시,또전화벨이울린다.

“아버지,나일해.바빠요.”

그렇게짜증도내고,전화를안받기도했다.3~4개월지나면서

아버지의전화오는횟수가줄었다.난아버지가내생각해서전화

안하는줄만알았는데하루는엄마가전화하셨다.

“니아부지가아프셔.많이아프셔서전화할기력조차없으신가

보다.”

매일오던전화가일주일,한달,그러다가아버진결국우리곁을

떠나셨다.아버진일과를자식사남매에게전화하는낙으로사셨는

데,난일해야한다는핑계로자주전화하지말라고화도내고짜증

도내고,대체왜그랬을까.

부모님은절대기다려주지않으신다는걸알았는데,왜내일내일

하며미루고살았는지.아버지유품을태울때휴대폰도같이태워

보내드렸다.

저는한회사에10년넘게다니고있습니다.출근시간은9시

까지지만아침일찍일어나는습관때문인지8시좀넘으면

회사에도착하죠.회사에도착하면가장먼저회사문을열고창문

도열어서환기를시키고,가습기물도갈아넣고,책상도깔끔하게

정리합니다.그리고달달하고따끈한커피믹스한잔을마시면서업

무준비를하죠.

제가커피를한잔할때쯤이면항상마주치는분이있습니다.바로

화장실에서텀블러를닦을때만나는건물청소부할머니죠.할머니

는새벽4시반에첫차를타고건물청소를오는데,15층에서부터

청소를하며내려오시다가제가텀블러를닦을때쯤에는5층청소를

하며만나게되는겁니다.

김미수

충남 부여군 내산면 숙동로

청소부 할머니와의 3년

Letter 9

이달의 편지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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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인사만드렸다가나중에는“할머니,커피한잔하실래

요?”라고여쭈었고,할머니는흔쾌히좋다고하셨습니다.겨울인데

도할머니는땀을뻘뻘흘리고계셨고,코에는콧물까지맺혀있었

습니다.사무실로가서한잔드리겠다고했더니한사코여기가편

하다고하면서화장실창문턱에걸터앉으셨어요.저는커피두잔

을타서한잔은할머니를드리고한잔은제가마시면서할머니와

이런저런얘기를하게되었습니다.

할머니는올해74세이신데성격상집에있는게싫어서이렇게라

도나와일하는게낙이라고하셨어요.새벽에일찍나와야해서커

피믹스한잔타마실여유도없다고,저에게연신고맙다고참따듯

하다고하시더라고요.

영하십몇도까지내려가는추위에도청소도구를들고이리저리

바삐움직이며청소하시는할머니를보면돌아가신어머니생각이

많이났습니다.우리어머니도저렇게부지런하고일하는거좋아하

셨거든요.

그때부터출근하는날은매일할머니와티타임을갖게되었어요.

잠깐의티타임이지만할머니의고단함과피곤함이따뜻한커피한

잔에조금이나마녹기를바랐습니다.제가매일커피를챙겨드리

면,할머니는가끔저에게마스크팩을딸이많이줬다면서챙겨주

고,견과류도먹으라며주시곤했어요.고작커피한잔인데할머니

는제손이부끄러울만큼이것저것챙겨주시더라고요.저도할머

니가좋아하실만한강정이나빵을나눠먹었습니다.

할머니와티타임을가진지3년.어느날부터인가할머니가보이

지않았습니다.무슨일이생겼나,잠깐못나오시나,아니면건강

이안좋으신가걱정이이만저만이아니었습니다.

며칠후,젊은아주머니가청소하고계시더라고요.아주머니께할

머니안부를물으니,다른건물로배정이나서근무지를옮기셨다는

겁니다.할머니를뵐수없다니아쉬웠지만그래도할머니가아프신

건아니라서마음이놓였습니다.

“할머니!옷도단단히챙겨입으시고,항상몸건강하시길바랄게

요.혹시나지나가다가들리시면언제든지따뜻한커피한잔대접하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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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편지 40 |

2008년9월어느토요일,마누라는아침에일어나서아이들

아침밥차려주고학교에보냈다.그러고는자기도밥먹는다

고하며주방으로갔는데아무런소리도나지않아서주방을쳐다보

니마누라가“아,머리아파”하면서손과몸을꼼짝못하고앞으로

고꾸라지는것이다.

그래서나는아내를둘러업고병원으로달려갔다.급히CT를찍

더니뇌출혈이라고한다.여기서는치료가불가하니다른큰병원으

로가라한다.119를타고청주에있는병원에도착해서마누라는머

리를밀고,나는깨알같은서류에무작정사인하고기다리는데수

술들어가기전의사선생님의말씀이“제가수술하다가나오면가

망이없는겁니다”하고는수술실로들어간지7시간이지나도록선

김주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

당신만 있어준다면

Letter 10생님이안나오셔서한시름은놓고있었다.

나는6년전에담배를끊었다.그러나수술하는동안도저히그냥

있을수가없어서담배를3갑이나태웠다.제발누워서지내도좋으

니살아서나오라고난생처음‘하느님,부처님’을속으로부르고또

불렀다.그러길9시간후피투성이얼굴에주렁주렁링거병이9개

나달려서나오는마누라를도저히눈뜨고볼수가없었다.아버지

가돌아가셨을때도눈물이나지않았는데왜그리눈물이나오던지

옆에사람들이있는줄도모르고엉엉소리내어울었다.

마흔두살인마누라는젊어서그런지회복이빨랐다.중환자실은

하루에2번면회가가능했다.그래서나는아침에일어나서아이들

에게밥차려주고,1시간을달려마누라한테가서물수건으로닦아

주고,돌아눕혀주고,다리좀주물러주고,회사로출근하고,퇴근

하면다시1시간을달려마누라한테가서또닦아주고만져주기를

반복했다.

저녁에는병원가까이에사는처형이매일저녁에병원에와서아

내를돌봤다.처형도집에치매걸린시어머니가계셔서많이힘들

었을텐데도내색하지않고매일동생을돌봐주어참으로고마웠다.

아내가회복실로올라가서처음으로나를알아보았을때는“야호”

만세소리가절로나왔다.회복되면서처음에는이곳이집인지병원

인지분간도못하더니어느순간부터는전화해서나한테빨리안온

다고큰소리도쳤다.

밥을먹으면한쪽으로줄줄흐르고반은먹고반은밖으로흘러나

왔다.장모님이오셔서마누라밥먹는모습을보더니울음을터트

리셨다.

마누라가정신을조금씩차리더니걸음마를시작했다.조금씩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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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마를하더니무섭게운동을하기시작했다.병원지하층부터8층

까지경사로가있었는데그곳을하루에7~8번씩오르내렸다.따라

다니던간병인이연세가있는분이었는데매우힘들어하셨다.‘저독

한사람’이란소리를들으며운동하더니수술한지딱9개월만에걸

어서퇴원했다.

내주변에서뇌출혈,뇌병변이란병명을한번도들어보지못해서

마누라가걸을수있는것이고마워서어떻게해야하는지도모르고

집으로데리고왔다.집으로데려온그해겨울,같은병으로입원했

던환자와통화가되어“나는재활병원에서재활받고있는데집에

서뭐하는거냐?”는소리를듣고,그해겨울마누라는재활병원에

입원하게됐다.퇴원하고재활병원에재입원하기까지의6개월이란

공백으로마누라의편마비된근육이딱딱하게되고아킬레스건이

굳어져마누라는절룩절룩걸어다니게되었다.

다음해2월14일밸런타인데이에마누라는힘든몸을끌고초콜

릿을많이사서회사에택배로보내왔다.회사사람들과나누어먹

고나는3월14일,내가상자만드는회사에다니니빨간종이로상

자를만들고장미꽃한송이와사탕한개를넣어서병원으로가져다

주니까마누라는자기가장애인이되어서도눈물을안보이더니작

은사탕한개에눈물을흘렸다.마누라의이런모습에안쓰럽고불

쌍한마음이들어이제부터내가더잘해야지하는마음이들었다.

마누라는성격이활달해서술을안마시고도노래방에가서1~2

시간은가뿐히노는밝은성격의소유자다.

봄에병원에서퇴원하여집으로왔다.그랬더니내마음이더편치

않았다.활달한성격의마누라는한시도집에있지않았다.어린아

이를물가에내놓은듯하여나는노심초사하며하루에도몇번씩전

화했다.그런데마누라는그런내마음도모르고전화자주한다고

짜증이다.그렇게5~6년이지나고나니이제는혼자놔둬도생활을

잘하고있다.

마누라가아프고나더니씀씀이가얼마나커졌는지퇴원후다음

달카드값이삼백만원이나왔다.그래서왜이렇게많이썼냐고물

으니“안쓰고안먹으면뭐하나.한방에쓰러지고나니별의미가

없더라”한다.

나는그동안마누라가참열심히살아준것에감사하게되었다.마

누라는나와결혼하여시아버지혼자계시다고시집에들어와살았

다.아침5시에출근하는나를위해아침밥을한번도거른적이없

었다.내가출근하면아버지밥을차려드리고그러고나서아이들과

밥을먹던사람이다.경우바르고,알뜰하고,정많은사람이다.

이달의 편지 42 |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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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는다리를절면서지팡이를짚고다닌다.그러던중한번은

돌멩이를잘못밟아서발목이부러지고말았다.딸이전화해서“엄

마다리가부러졌어요”하는데나는무덤덤했다.더심한일을겪고

나니발목쯤이야하는생각이들었다.발목치료가끝나니마누라는

또열심히돌아다녔다.

그리고이번에는자꾸만무릎이아프다고하였다.2018년10월에

무릎수술을했는데다행히도인공관절은아니고관절사이가솜털

처럼부서져서그것만다듬어주고나니훨씬안아프다고또열심히

돌아다닌다.

그래도헛일로돌아다니는게아니고장애인복지관에가는데월

요일부터금요일까지하루도빠지지않고다닌다.서예,배드민턴,

컴퓨터,만화그리기,하모니카,일주일내내이런것들을배우고

다닌다.

집에와서는청소도하고밥도하고빨래도하는데편마비장애로

인해왼쪽손을잘못쓰니모두가부족하다.그래서나는집에오면

마누라가한곳을또다듬어야한다.

좋은옷을사입혀도옷맵시가안나고모든게다부족해보이지

만2018년딸결혼시키고,아들취업해서엄마용돈꼭꼭보내주고

부족한것을아이들이채워준다.

어쩌다일찍퇴근하고마누라가있는복지관에가보면마누라보다

더아픈사람들이너무나도많다.그래서나는마누라가그정도라

서감사하며더열심히사랑하며돌보며살아가리라결심한다.

마누라야!현재상태에서더아프지마라.멀리갈때는휠체어타

고가야하지만함께갈수있다는것이참으로고맙다.우리더열

심히사랑하며살자.언제나옆에있어만줘.

저는스물세살에남편을만나서스물넷봄에결혼했습니다.

저는부잣집딸로물정모르는처녀였고,남편되는사람은

고등학교때부터학생들을가르쳐학비를해결하고집에도도움을

주는착한청년이었습니다.그래서처자식밖에모르는사람이었습

니다.

그런사람이어느날학부모와춤바람이나서몇년후에헤어질

때는헤어지는최고이유가“저여자는내게관심이없고바가지를

긁지않아서”라고합디다.판사님이“그럼집사람되는분,하실말

씀은요?”하고물었습니다.그래서저는이렇게대답했습니다.

“저는9남매중의맏이로자라서잘참고너그럽습니다.늦은밤

에남편이술먹고고래고래오페라부터칸초네까지부를정도로흥

박복례

대전광역시 유성구 도안대로

혼자라서 편안한 노년

Lett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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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많은데,온동네가들썩들썩하도록온갖노래를불러도늦은밤

이웃을생각하게됩니다.또이미저질러진상태에서탓하기보다는

술먹은사람이억지소리를해도‘어유,내가잘못했어요’라고매번

빌어버리니,큰소리가나지않았어요.아무리늦어도현관앞에서

기다렸다가남편의엉덩이가유난히큰데,그큰엉덩이로남편의

이름을쓰게하고는둘이서웃고들어오고,씻기싫어하는남편에게

물수건을만들어주고,세숫대야에발을넣어씻겨주었습니다.배운

분이라알아들을만할때를골라조곤조곤이야기하면‘아,그런데

어떻게참았어?다음에는안그럴게’하며서로아껴가며살아왔습

니다.”

저는남편이바람을피우고헤어지는이유를바가지를긁을줄모

르는내게돌리는것이차라리좋았습니다.

내게는보석이되기직전의원석인세아들이있습니다.그아이들

의앞길을망치고싶지않아서퉁퉁부은눈으로말했는데,판사님

이다시한번불러서뭐라뭐라하시는데“아니오,판사님.저는남

편이바람피운후3년반을버텼고,남편은가난한집안의용이라서

누구의말도듣지않는사람입니다.저는더버틸힘이없습니다”하

고는이혼했습니다.

이혼후의후유증이랄까그런것도있었는데,어느날다쳐서피가

계속나오는데도오히려시원하고아프지않았습니다.다만가슴은

살을도려내듯쓰리고아파서화병이났습니다.이런증세가5년쯤

가더군요.잊은듯하다가도뱀이똬리를틀고올라오듯이올라와서

30년이넘은아직도화병약을먹습니다.

귀한원석인세아들때문에저는화내고슬퍼하고눈물흘릴겨를

도없었습니다.애들밥을굶기지말아야하기에콩나물팔고,두부

팔고,조그만슈퍼를착실하게하며살았는데,어느날가장믿었던

둘째아들운동화밑창에서땀에절어비어져나온천원짜리를보

고는‘내가새끼들을도둑놈만들겠다’싶어서슈퍼를치우고,무거

운요구르트통을들었습니다.무거운통때문에울고,무게를못이

겨리어카와함께고가도로에쓰러지고,어느날은눈앞이노래지더

니휭하고쓰러지기도했습니다.그다음에는두집을교대로오전

만다니는파출부일을하고,오후에는학교에서오는애들을기다

려공부를함께했습니다.

친정은부모님돌아가시고나서집안이망했습니다.어린동생들

은부모없는상태에서독학하고,자기살림자리잡느라누구도넉

넉한사람이없었습니다.너무도힘든데집안친척들은고소하다는

듯이“배운사람도그런다느냐?”하고비웃으니,큰딸인내가손벌

릴곳이없었습니다.

고생이란것은그때다한것같습니다.지금그동생들은한전소

장,경찰서간부,여동생들은대학교수,고등학교수학선생입니다.

우리가잘하는것은공부밖에없었으니까요.

너무나도힘들고,나만당하는것같고,공평치못한세상이었습

니다.중년은아예기억에없고,내중년은그냥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런데이제는안온하고편안한노년이나를기다립니다.세아들

은잘다듬은보석이되어이제는내가크게숨을쉬어도될만큼잘

난아들들입니다.

칠십이넘은지금의나는행복하고즐겁습니다.항상웃으면서이

웃들에게도이즐거움을퍼서담아주고있는데,남들은저의지난

이야기를알까요?여유없이가슴졸여가며다급하게살았던한엄

마가지금은아주후덕하고항상웃고있으니,어떤문구를동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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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자랄만큼의이행복이고맙고,참고기다려왔다는것이참좋

습니다.칠십이넘은저는‘학교지킴이’를하면서애들과어울리니

더좋고,제아이들은변호사와은행원으로주어진자기몫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다지나간세월이고,앞으로살아갈날은행복뿐인노년이

기에이렇게지난얘기를해봅니다.어떤상황에서도포기하지말

고주어진조건을열심히살아내다보면,저처럼빛을볼수있을거

라고,살아보면남는것이많은세월이되어있을거라고말해주고

싶습니다.저는요즘날마다소풍을가는것처럼즐거운기다림으로

삽니다.

삶의무게앞에당당한여성시대애청자여러분!저는대전에

사는43세이길석이라고합니다.애청자여러분께꼭들려

주고싶은이야기가있어글을띄웁니다.

저는해외여행을상당히좋아하는사람입니다.틈만나면비행기

를타고세계여러나라를여행했는데제나이에이렇게많은나라를

여행한사람도드물다고생각합니다.그런저에게대한민국에도기

가막히게아름다운곳이많다는걸새삼알려준길이있습니다.바

로해파랑길입니다.

해파랑길은동해의떠오르는해와푸른바다를길동무삼아함께

걷는다는뜻으로,부산오륙도해맞이공원을시작으로강원도고성

통일전망대까지이어진약770km에달하는걷기길입니다.스페인

이길석

대전광역시 유성구 학하중앙로

해파랑길 770km 완주

Letter 12

이달의 편지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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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순례길처럼사색의길이라고도하는데요.저는같은사무

실에서근무하는권진영본부장님의추천으로우리사무실네식구

와함께2018년에이길을걷게됐습니다.

4월28일부산오륙도해맞이공원새벽일출을시작으로770km

에달하는길을연내에꼭마무리하고싶다는욕심으로계획을짰더

니,한달에한번또는3주에한번금요일밤에모여서토.일양일

간70km씩걸어야했어요.날씨와상관없이그날일출시각에맞춰

출발해토요일은40km를걷고,일요일은30km씩걸었습니다.그

렇게총22일간770km를완주했지요.

그러나애청자여러분들은이렇게걸으면큰일납니다.저도처음

엔가볍게시작했어요.등산도아니고그냥걷는거니까뭐힘들어

봤자얼마나힘들겠나,군대에서행군도거뜬히해냈고,초등학교

시절6년내내3km에달하는등하굣길을걸어다녔으니별문제없

겠지했습니다.

하지만신체건강에자신만만했던저도첫날40km를걸으니골

반이틀어지는것같고허리통증이오면서발목이아프더라고요.쓸

데없이짐을많이챙겨온배낭도한몫거들었습니다.이튿날은무릎

통증까지이어져서결국다리를절뚝거리다부산기장군청다가서

는탈진까지했어요.

천근만근무거운다리를끌며‘여기서그만못한다고말해야하

나?아,쪽팔리는데어떡하지?’길가정자에쓰러져이런저런고민

을하고있는데제무거운배낭을해병대출신한희진실장님이지고

가는거예요.‘아,이러면내가포기한다고말을못하잖아!’그리하

여저는이튿날까지다리를질질끌며우리의첫목적지인울산간절

곶에도착할수있었죠.

그리고그다음주엔진짜포기하려고했는데,한희진실장님이또

“저번엔이길석지점장이힘들어했지만아마마지막구간에서는훨

훨날아다닐거라믿습니다!”이러는거예요.어려서부터제가귀얇

고,사람말잘믿어서저희부모님이걱정이크셨는데이번에도저

는그말을믿었고,다시도전이시작됐습니다.

두번째울산으로가는기차안에서는많은생각을했지요.‘과연

내가마지막코스,강원도고성의통일전망대를내눈으로확인할

수있을까,그런날이정말올까,지난주70km도그렇게힘들었는

데이번주라고뭐다를까.아,나는어쩌다이런빼도박도못하는

결정을했을까.’

하지만고민은고민일뿐,멈출수가없어서그냥걸었습니다.푸

른바다가옆에있고저보다더열심히살아가는그지역사람들의

부지런함을보면서호강에겨운고민을버리고그냥걸었습니다.그

러면서제가보지못했던우리나라의아름다운나무들과숲,들과

마을,사람들과바다풍경이눈에들어오더군요.스치는풀한포기

도저와인연이있는것처럼느껴졌고,몸도마음도점점가벼워지

기시작했습니다.

‘아,걷는다는게이런맛이구나!’

그리고정말거짓말처럼12월16일드디어마지막구간강원도고

성통일전망대를1km남겨두고는제가제일먼저아주가볍게뛰어

가서긴긴여정에마침표를찍었답니다.

매주한구간한구간해파랑길을완주하면서발바닥에물집을달

고살았을만큼결코쉬운완보가아니었지만,결론부터말씀드리면

해파랑길을걷는동안저는깨달았습니다.세계그어느나라못지

않게아름다운자연경관을갖춘곳이바로우리나라대한민국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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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요.

우리나라가좀작을지는몰라도각지역의자연경관과그지역만

이가진특색하나하나는그야말로금수강산,다채롭게아름답습니

다.부산,울산,경주,포항,영덕,울진,삼척,동해,강릉,양양,

고성…그어느곳하나빼놓을데가없지요.요즘은빨리달리는게

우선이고,편하고쉬운여행도많지만그러면서놓치고가는것도

너무많은것같습니다.

저역시‘사색의길’이란말을한참지난후에야제대로느낄수있

었지만이번에해파랑길을걸으면서제가보고듣고걸을수있었던

시간에정말깊은감사를느낍니다.그리고여행은꼭외국이어야

한다는고정관념도완전히깨졌어요.

우리나라의아름다운곳들을더많이걷고싶습니다.경치좋은동

해에높다랗게설치된철조망을거두고통일전망대를넘어북한의

금강산과원산흥남부두,청진,나진,두만강까지걸을수있는날

이오기를바라봅니다.

그리고마지막으로저와동행했던우리사무실식구들에게해파랑

길사행시를바칩니다.

해해파랑길을사랑합니다.

파파트너가좋아서더사랑합니다.

랑랑(낭)만이있는해파랑길

길길이길이기억하겠습니다!♡

PS:해파랑길을같이완주한우리사무실식구들!이름한번크게

불러주실수있을까요?처음부터끝까지함께한권진영본부장(48

세),김석지사장(47세),한희진실장(41세),그리고중간중간함께

했던김용태팀장,조선형팀장.모두사랑하고,건강합시다!

이글은광주광역시에서2018년11월17일,한국방송통신전파

진흥원에서주최한전파콘텐츠공모전중하나인이그나이

트(Ignite)에발표한내용입니다.

많은사람이이그나이트를생소하게느끼실테니잠깐설명을하

겠습니다.이그나이트란불을붙여점화한다는의미에서20장의슬

라이드를15초씩자동으로넘기며총5분간자신의경험과스토리

를나누는행사이며전문가가아닌재미있고감동적인경험을가진

평범한사람들의이야기를듣는자리입니다.

저는최고령자73세의나이였지만,딸의권유로나갔습니다.본

선진출에는실패했지만당당하게남앞에서해냈다는게자랑스럽

습니다.

김정숙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치동

라디오에 관하여

Letter 13

이달의 편지 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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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가‘이그나이트’발표내용입니다

안녕하십니까?저는광산구에사는김정숙입니다.시작하겠습니

다.

1)저에게라디오는아침에눈을떴을때부터시작해날마다함께하

고있고많은것을가르쳐준저의스승이기도합니다.그래서지

금까지라디오와함께한저의삶을이야기하려고합니다.

2)제가라디오를즐겨듣게된것은제아버지때문입니다.아버지

는항상새벽부터라디오를듣고계셨고,매일신문을보셨습니

다.그것을어렸을적부터보고자라왔습니다.

3)못배웠던시절,배움을위해또농사짓는사람은무식하다는말

을듣지않기위해책과신문그리고라디오를통해서배움을얻

었습니다.

4)저는매일잠이깬새벽이면먼저라디오를켜고뉴스와일기예보

를듣는것으로하루를시작합니다.

5)신앙생활에도움이되는방송도듣고,MBC여성시대도잘듣는

데,평범한삶을살아가는사람들의이야기에울고웃으며많은

것을배우고느낍니다.

6)계속라디오를듣다보니저도한번사연을보내고싶어응모했

고한방송(평화방송)에사연이소개되기도했습니다.

7)매일라디오를들으면서요가도하고,글방모임을위한책읽기도

하고있습니다.

8)저는농사를지으며오남매를공부시키려니넉넉하지않아나눔

을실천하기가쉽지는않았습니다.하지만자식들에게는재산이

아니라‘함께사는삶’을유산으로남겨주고싶습니다.

9)현재까지10곳이넘는곳에20년째후원하고있는데,저만이아

니라자녀들에게권유해서함께하고있지요.

10)매년추수감사절에는직접농사지은것을내놓아이웃과어려운

시설에보내수확의기쁨을함께나누고도있습니다.

11)이렇게어려운가운데서도나눔의삶을살았더니,축복을받아

막내딸은미국에서공부를마치고교수로일하고있습니다.

12)최근에는스마트폰을배워떨어져사는자식들과도늘소통하고

미국에있는딸과도자주통화하며즐겁게생활하고있습니다.

13)어느날라디오에서캄보디아어린이돕기에후원해달라는방송

을들었는데이미여러곳에후원하고있어서어떻게하면더도

울수있을까방법을고민하다가십시일반을떠올리며천원모

으기운동을하게되었습니다.

14)2월의쌀쌀한날씨에도자전거를타고이웃집부터시작해마을

회관,관공서등을돌아다니면서만나는사람들에게천원모금

을시작했습니다.

15)많은사람에게좋은일한다고격려도받았지만어떤사람들은

달갑지않은시선을보내기도했습니다.천원이큰돈도아닌데

마음이많이상했습니다.

16)집에와서남편에게이런사람들도있었다,얘기했더니“당신이

그사람에게돈을맡겨둔건아니지않아,그사람들입장도이

해하려고해봐요”하는남편의말을듣고그럴수도있겠구나,

나와다름을인정하면서모금운동을계속할수있었습니다.

17)그렇게해서2014년에는캄보디아에이십칠만오천원을보냈

고,2015년에는남편도함께하면서필리핀어린이돕기에팔십

오만원을보낼수있었습니다.

이달의 편지 54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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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편지 56 | 57

18)소극적으로혼자후원하는것에그쳤던제가이런용기를내고

많은사람과함께할기회를얻게된것은라디오덕분입니다.

19)라디오와함께제옆에서제가하는일을항상지지해주고든든

한버팀목이되어준남편이있었기에지금의행복과보람이있다

고생각합니다.

20)인생이뭐별거있나요.살아보니욕심부리지않고순리대로살

면서가진것을나누며마음편히사는것이제일행복한것같아

요.이정도면성공한삶아닐까요?

들어주셔서감사합니다.

창밖에비가내리고있다.이런날엔지나간추억이생각난다.

그중에도잊지못할아버지생각이새록새록떠오른다.

나의소녀시절살던곳은조용한시골마을인데나는육남매의

다섯째딸로태어났다.위로오빠셋,열살위의언니그리고나,

열살아래남동생이있다.

난어려서사랑을무척이나받고자랐다.내가7살때6.25전쟁이

났다.그때나는파주임진강에가까운곳에서7살에초등학교에입

학했다.그러나몇달후전쟁이발발하여고향인충남으로피난을

하러갔다.그곳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한적한시골마을인데전

쟁직후라살기가무척힘들던시절이었다.그당시우리마을에서

학교에다니는아이는나하나뿐이었는데먼길을걸어서학교다니

구행자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아버지 가르침대로 살았다

Letter 14

이달의 편지 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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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라힘들었다.

나는1학년이끝나갈때까지한글을다몰라아버지께서기역,니

은,디귿을가르치고구구단도가르쳐주셨다.아버지는늘말씀하

셨다.“후일어떤공부를하는동안에도사서삼경,대학,중용,논

어,맹자를모두통달하면신랑감이줄을설거다.”

나는천자문과명심보감을다못읽고오빠가있는서울로왔다.

아버지는선비로서한문공부를많이하셨으며예법을중요하게생

각하여아버지가외출하실때면우리는대문밖까지나가고개를구

십도로숙여‘잘다녀오시라’인사를하도록했다.귀가하는모습이

보이면마찬가지로대문밖까지나가‘잘다녀오셨냐’인사를해야했

다.또멀리가시어바깥에서주무시고오시는날엔오빠,언니,나

는아버지께큰절을올렸다.

그때는귀찮았지만지금생각하면아버지의훈육이내가살아가

는데지침이되었다.선비이신아버지는글읽는것을즐기시어사

랑방에서가끔시조를읊으셨다.밖에곡식을널어놓은멍석이비에

모두젖어도모르시고시조만읊으셨던아버지.그런남편을둔어

머니는마음고생이심하셨다.

아버지는가끔서울에다녀오실때면문방사우를사오셨다.그럴

적에나는기분이좋아정성들여먹을갈아붓글씨를썼으며아버지

께서는잘쓴다고칭찬을아끼지않고해주셨다.

내가책한권을다읽고나면책거리도해주셨다.떡이귀하던시

절어머니께서절구통에다빻아서떡을해주던기억이떠오르며떡

먹는재미로책을열심히읽었다.

그뿐인가내나이열아홉살에는여드름이많이나서보기흉하게

되었을때,한의원가서약을처방해와손수다려주시던아버지의

그모습이그립다.보고싶다.

아버지의말씀대로사서삼경은다못읽었으니나는아버지의말

씀따라열심히살고있다.예법을중요시하며삼종지도의교훈을

잊지않고실천하여일찍이사남매의가장으로잘살아왔다.

자식들기르느라하고싶은것은꿈도못꾸다가이제뒤늦은나이

에문화원문학의집에서시창작을공부해서시인이되었다.지금

은시,수필,시낭송,시니어연극을하며인생2막을즐겁고행복

하게보내고있다.

돌아보니내아버지딸로태어난것이나에게는무척행운이었던

것같다.내가마흔네살에혼자가되어모진삶을견뎌내며자식들

을키울수있었던것도아버지의삶의자세를본받아인듯하다.참

으로감사한마음이다.오늘은유난히아버지가그리운날이다.

이달의 편지 58 |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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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편지 60 |

다리골절로응급수술하고입원까지했던친정엄마가퇴원한

다고하셔서비어있는엄마집청소를하러다녀왔다.

워낙급하게입원하신터라집안은구석구석사고당일모습그대

로안치워진채한달넘게방치된상태였다.

나도우리집에서딸들과시어머니한테까지돈안쓰는존재로유

명한데,친정엄마의살림을보니나보다더심각했다.엄마는평소

에도죽으면다필요없다고워낙에물건을안사는분이신데,더큰

문제는버리지도못하신다는거다.

나도오래된것과이별을못하는게병이지만엄마에게는집안모

든물건에추억과사연이있다.특히친정아버지께서살아계실때

나름힘들게장만했던가전제품들이큰집을채우고있는데,평소엔

며느리는 못 하고 딸은 할 수 있는 것

차영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귀인동

Letter 15잘몰랐지만엄마가안계신집을청소하다보니이건너무심했다

싶다.

금성로고가달린에어컨에결혼전에내가쓰던반자동세탁기짤

순이를보고는놀라움에소리를지를뻔했다.안마의자와김치냉장

고는전기세를아낀다는이유로플러그가빠진채자리만차지하고

있었고,그나마냉장고만이유일하게작동중이었다.

모두떠나버린이큰집에엄마가혼자사시는게때로는버거워보

여방이여러개나되는이집은세를놓고작은평수로이사를하시

라고해도엄마에겐이집이역사이자인생의의미라떠나지를못하

신다.

나역시핸드폰하나도선뜻못바꾸는처지니모전여전,엄마도

나도참큰일이다.

배고픈것을잊을정도로청소와빨래를마치니집안이섬유유연

제냄새로가득했다.마침친정엄마와가까이사는남동생내외가

퇴근후와서보고는깜짝놀란다.

“형님,혼자서이걸어떻게다치우셨어요?”

그러면서올케는살짝내눈치를보면서“근데형님,아시잖아요,

어머님이어머님물건에절대손못대게하시는거….”내가100리

터짜리쓰레기봉투에잔뜩버린엄마의물건을보며혼날까봐걱정

하기에“그냥사실대로말씀드려.내가다버렸다고!”그렇게내핑

계를대라고했다.

그리고는나도같이사는시어머니눈치가보여잽싸게저녁시간

에맞춰집으로달려왔는데,아니나다를까시어머니께서딸들앞에

서“느그엄마는왜이리안온다느냐?”나를찾으셨단다.그랬더니

딸들이“할머니,지금은엄마가엄마의엄마때문에많이힘드니까

이달의 편지 60 |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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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이해좀하세요”라고했다면서,나와거의고부갈등이없

는시어머니께서전해주신다.그러면서덧붙여서하시는말씀이“너

는좋겠다.편들어주는딸이둘씩이나있으니까.”어머님말씀에빙

그레웃으며방으로들어온나는가족들에게말도못하고온종일몸

살을앓았다.

그리고겨우몸을추슬러운동을나가친정엄마때문에속상했던

얘기를하니친한언니가그런다.

“우리엄마는올해아흔네살이신데,물건사는것을어찌나좋아

하시는지나는우리엄마물욕에속이터진다야.”

참산다는것은여러모양이다.반대의경우를들어서인지아니면

그녀들과의커피가맛있어서인지심란했던마음이풀어지면서다행

이다싶다.유품정리같은안좋은일이아닌일로엄마의인생짐

을내가치워드린게감사하게느껴진다.

그리고엄마의입원으로그동안나의자식노릇점수가낙제에가

깝다는것도알게됐고,키울때제일엄마속을썩였던막내남동생

은매일엄마병원에들르다시피해효자로등극을했다.세상일은

그렇게알수가없는거다.

이제우리엄마도나의관리대상이됐으니내고슴도치들만바라

보지말고,엄마와의버킷리스트를만들어야겠다.

며느리는못하고딸은할수있는것이바로별난우리엄마의빈

집대청소였듯이엄마를위해나만이해드릴수있는일들을더찾아

봐야겠다.

이달의 손편지 63이달의 손편지 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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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이달의 손편지 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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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 통도사에 홍매화가 피었습니다.

[0845] 부산 영도구 태종대입니다. 뒤에 보이는

것은 아프리카로 수출하는 새우 잡는 망입니다.

[0613] 상큼한 오이 담고 있어요.

[6514] 일하다 가끔 밝은 음악에 맞춰 호박넝쿨

잡고 몸을 흔듭니다. 여성시대 체육시간이죠.

[7438] 나이 50에 아직도 저는 철이 덜 들어

오늘도 철드는 중입니 다. 굴삭기 끝에 철판이

들려있습니다. 여기는 조선소입니다.

여성시대 사진방 66 |

여성시대 사진방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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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68 |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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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70 |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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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로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드립니다

IBK기업은행 부천지점 거래고객

㈜셀리턴 김일수 대표

글 | 노혜진(자유기고가) 사진 | 이동진

2018년 대한민국에는 LED 마스크 열풍이 불었다.

하루 20여 분의 LED 마스크 사용만으로 피부 탄력이 놀랄만큼

개선이 되었다는 후기들이 쏟아지면서부터였다.

이러한 LED 마스크 열풍에는 10년 전부터 꾸준히

LED를 연구하고 개발해 왔던 셀리턴 김일수 대표가 있다.

셀리턴 김일수 대표는 탈모를 해결

하기 위한 근적외선 연구에만 10년을

넘게 매달려 온 사람이다. 혈액순환

을 좋게 하여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LED 연구를 지속하던 김일수 대표는

얼굴쪽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LED 마스크를 생각하게 됐다.

“피부에 효과가 있는 파장을 지속

적으로 연구했어요. 개발비도 많이

들어갔지만, 파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연구하여 좋은 상품

을 만들고 싶었죠.”

개발비 대비 효과 검증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LED 칩을 만드는

회사와 협력하여 피부에 가장 효과가

좋은 최적의 파장을 찾는 데 성공했

다.

“계속 연구한 결과 2014년에 셀리

턴의 1세대 LED 마스크가 출시됐죠.

처음에는 시장 반응이 미미했습니다.

2017년에 한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

노출이 되면서 화제가 되었고, 대기

행복을 찾는 사람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2 |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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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에서도 LED 마스크 시장에 가담을

하면서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죠.”

특히 셀리턴을 써 본 고객들의 후

기가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은 더욱 가속이 붙었다. LED

광선을 쐬어 주는 것만으로도 피부

탄력이 좋아지고, 피부과에 가는 것

보다 편리하다는 점은 미용에 관심이

있는 여성들의 마음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2016년 매출이 2억 3천만 원이었

습니다. 2017년에는 37억 원으로 오

르더니 2018년에는 655억 원을 달성

했죠. 직원 수도 2016년에는 2명이었

지만 현재는 100명이 넘습니다.”

김일수 대표는 이 같은 성공의 이

유로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가장 먼저

꼽았다.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LED 파장이 인

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더 좋

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라는 것이다.

이 같은 김일수 대표의 곁에는 항

상 IBK기업은행이 있다. 부천지점 김

종호 지점장은 셀리턴의 성공사례는

긴 은행원 생활 중에 처음 있는 일이 ㈜셀리턴 김일수 대표의 경영 노하우 3가지

1. 뚝심과 지구력을 가져라.

2. 철저한 시장 조사를 해라.

3. 나만의 아이템을 찾아라.

IBK기업은행 부천지점 김종호 지점장(왼쪽)과 ㈜셀리턴 김일수 대표(오른쪽)

㈜셀리턴

대 표 김일수

주 소 경기도 부천시 조마루로 385번길 122(춘의동) 삼보테크노타워 2301~2306호

홈페이지 https://cellreturn.com

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은행원으로 37년을 있으면서 셀

리턴 같은 초고속 성장 기업은 처음

봤습니다. 회사가 갑자기 크면 규모에

맞는 컨설팅이 필요한데요, IBK기업

은행이 이런 부분도 꼼꼼하게 챙겨서

지속적으로 동반 성장해 나갈 수 있

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셀리턴은 현재 탈모치료용 LED 제

품을 출시한데 이어, 허리치료용 LED

제품과 목주름 개선용 LED 제품을

출시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도

지속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또한

이웃과 함께하기 위해 화상환자들의

세포 재생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전

개하고 협력사인 제조업체와도 동반

성장해 나갈 전망이다. LED 마스크

라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국내는 물

론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는 셀리턴

이 어디까지 성장할 지 주목된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4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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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를 행복한 문화로

만드는 기업

IBK기업은행 을지6가지점 거래고객

㈜루시카토 강인석 대표

글 | 노혜진(자유기고가) 사진 | 이동진

케이크와 마카롱은 대중적인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케이크는 특별한 날에 먹는 디저트였고,

마카롱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케이크와 마카롱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루시카토의 강인석 대표를 만났다.

강인석 대표는 특이한 이력의 소

유자다. 제과제빵과는 전혀 상관 없

는 일을 오랫동안 해 왔다. 일찍이 장

사를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여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창업을 했다.

“처음에는 후드 청소 일을 시작했

어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게 우

연히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친

구 4명과 동업을 했죠. 27살 때 동대

문 제일·평화시장으로 와서 패션 사

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루시카토와 IBK기업은행

을지6가지점이 연을 맺게 되었다. 현

재 본사와 공장 모두 을지로에서는

멀어졌지만, 1999년부터 20년째 계

속해서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돈을 버는 것도 중

요하지만 미래를 가꾸는 것을 중시합

니다. 그 때문에 문화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요,

루시카토는 이러한 동반자 금융에 딱

맞는 업체지요.”

IBK기업은행 을지6가지점 김태권

77행복을 찾는 사람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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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은 루시카토의 기업철학에 큰

감명을 받았다. IBK기업은행에 30년

을 근무하면서 다양한 나라를 다녀

본 결과 김태권 지점장 역시 문화 산

업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던 것이다.

“패션 사업을 시작할 때쯤 제일·

평화시장 인근 밀리오레빌딩에 있던

IBK기업은행 을지6가지점과 중소기

업진흥공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

요.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

니다.”

회사가 도산할 뻔한 위기도 있었지

만, 패션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된 강인석 대표는 그 후 디저트 사업

에 눈을 돌리게 된다. 패션 트렌드를

알기 위해 유럽과 일본 등에 출장을

다니면서 디저트가 하나의 문화가 되

어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디저트는 패션과 닮았어요. 변화

가 빠르고 다양한 색깔로 사람들에

게 다가간다는 점이 그렇죠. 국민 소

득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들이 대부분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즐기는 문화

를 가지고 있었어요. 우리나라도 얼

마 안 있으면 곧 그렇게 되겠다는 확

신이 있었죠.”

강인석 대표는 2년 가까운 긴 시

장 조사 끝에 2008년 프리미엄 디저 ㈜루시카토 강인석 대표의 경영 노하우 3가지

1.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하라.

2. 자신만의 메뉴를 개발하라.

3.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로 임하라.

㈜루시카토 강인석 대표(왼쪽)와 IBK기업은행 을지6가지점 김태권 지점장(오른쪽)

㈜루시카토

대 표 강인석

주 소 서울특별시 강서구 화곡로68길 82, 1207호

홈페이지 www.lucycato.co.kr

트 브랜드인 루시카토를 창업한다. 당

시에는 패션 회사의 계열사 중의 하

나였다. 패션 사업과 계속 병행하던

이 프리미엄 디저트 사업은 2012년

패션 사업을 매각함에 따라 독립 법

인으로 나오게 되었다.

“디저트 문화가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마카롱을 900

원에 즐길 수 있는 마리웨일237 브

랜드를 론칭했어요. 루시카토 캔디는

다양한 캔디와 젤리를 만날 수 있는

브랜드로, 로프트 딜라이트는 B2B 디

저트 브랜드로 만들었죠.”

좋은 재료, 청결한 환경, 정직한 가

격으로 승부를 보는 루시카토. 앞으

로 파티와 패션, 디저트를 함께 묶은

새로운 형식의 디저트 문화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디저트와 함께 행복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는 강

인석 대표의 미래가 기대된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8 |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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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성기애 (여성시대 작가)사진 | 송인혁

인디밴드‘머스트비’와

4인조남성보컬‘오브어스’

여성시대의 딸과 아들

<양희은서경석님,저희딸이음반을냈어요.‘머스트비(Must

Be)’라는인디밴드에2년전에참여하여이제처음으로신곡을방송

사심의를마치고출발했습니다.머스트비의‘AllIWant’를여성시

대를통해틀어주시면고맙겠습니다.>

새해가시작된지이틀째되는날,여성시대생방송중날아온문

자한통.딸의새출발을격려해주고싶은엄마의마음이고스란히

담겨있었다.‘여성시대가족의딸이면우리모두의딸’이기에그날

문자소개와더불어머스트비의노래가처음으로방송을탔다.

81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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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다음날한통의편지가여성시대를통해소개됐다.

<…이들의꿈은노래입니다.세상을행복하게할수있고세상을

위로할수있고세상을평화롭게할수있는마음을움직이는그런

노래,감동을퍼트리는그런노래를하는것입니다.남성4인조보

컬팀‘오브어스’.이들은각자시련을이겨나가며노래에대한열정

하나로뭉친,노래하는잠룡들입니다.만일에이사연이뽑혀서방

송된다면오브어스의‘내가아닌듯이’선곡부탁드려도될까요…>

이번엔경기도평택에사는여성시대가족박상범씨가아들이속

해있는4인조보컬그룹‘오브어스(OfUS)’를알려왔다.여기엔아

들의시작을축하해주고싶은아빠의마음이꾹꾹눌려담겨있었

다.

새해벽두부터여성시대에는딸과아들을응원하는부모님의따뜻

한마음이붉은해처럼높이솟아올랐다.

두곡의음악이방송을타고흘러나가자여성시대가족들은모두

자신의딸과아들을응원이라도하듯이열렬한반응을보내왔다.

그래서우리모두의딸과아들이된이두팀을여성시대스튜디오

에초대해작은콘서트를열었다.

인디밴드<머스트비>,4인조보컬그룹<오브어스>,6명의젊은

이가뿜어내는활기와마음깊은곳까지사로잡는음색으로여성시

대두시간이꽉찼다.

머스트비는한희씨와정형씨로구성된2인조혼성듀오다.리더

정형씨는수년간멤버교체를겪으면서도머스트비를지켜왔다.한

희씨가팀에합류한것은3년전,뮤지컬배우를꿈꾸다가인터넷

을통해보컬을구한다는정형씨를만났다.한희씨는독특한음색

과무대를장악하는카리스마가돋보인다.대학에서생명공학을전

83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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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4 |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4 |

공해가족들은한희씨가가수의꿈을꾸고있는지조차몰랐다.뒤

늦게딸이가수가되고싶다는걸안엄마는한동안은걱정을내려놓

을수없었다.

정형씨는생계를위해건축설계사사무실에서일하며밴드활동

을병행하고있다.어린시절부터쭉‘가요톱텐1위’가꿈이었다.꿈

을향해뚜벅뚜벅걸어가고있다.

홍대클럽공연,지역축제,버스킹등자신들의노래를들어줄사

람이있는곳이면어디든달려간다.알바를하며생활을유지하고,

몇시간을달려공연장에가한두곡의노래를부르고내려오는무대

라도,무대위에올랐을때쏟아지는박수소리는늘힘이되어준다.

누군가내노래에귀를기울여주고있다는그한가지만으로도앞으

로음악을해야할이유가충분하다.

오브어스는최정우씨,이지호씨,권승인씨,박창준씨로구성된

4인조보컬그룹이다.디자인을전공한후디자이너로회사에다니

다가다시20대후반에실용음악학과에들어간최정우씨를비롯해

팀원전원이현재실용음악학과보컬전공을하고있다.오브어스가

결성된지는이제6개월째.호소력있는음색으로귀에착감기는

화음을만들어내고있다.이들도다알바와공부를병행하고있다.

저녁마다연습실에모여목소리를맞추고시간이날때면축구도볼

링도농구도함께하고있다.많은시간을같이하다보니친형제이

상의정을나누고있다.

두팀모두새로운음반작업과단독공연을앞두고맹렬히연습

중이다.

머스트비의한희씨는여성시대를늘듣는엄마옆에서함께방송

을듣곤했다.사연에따라웃음짓고눈물짓는엄마를보며자랐다.

오브어스의박창준씨도화물차운전을하는아빠의옆자리에앉아

여성시대를듣곤했다.대를이어여성시대애청자가된것이다.

이들은여성시대와약속을하나했다.

“앞으로가요톱텐1위의인기밴드가돼도,봉봉사중창단같은유

명한그룹이돼도여성시대가부르면언제든지달려오겠습니다.”

‘반드시되어야한다’는의미를담고있는머스트비,모든것을‘우

리만의스타일로만들겠다’는오브어스,팀이름에담긴그기원이

이루어지는날이머지않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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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장용의 단필충 노하우 전수받고 운전병 입대

95 일요일엔 편지를 남편의 미역국

98 친정엄마에게

101 엄마, 내가 벌써 6학년이야

104 피아노가 있는 방

일러스트 | 조신애

코너 속 편지장용의 단·필·충

오일병 | 경기도 파주시

노하우 전수받고운전병 입대

군시절운전병으로바쁜나날을보내던중에중대에서친하게지

내던김상병이휴가를가게되어제가대신정작처(정보작전처부)

의8호차를운행하기로했습니다.그차량은부대에서세번째로높

은정작처장님이타시는차였죠.

“오일병,정작처장님은답답하고어리바리하게운전하는걸상당

히싫어하신다.또거의‘어디가자’하고바로주무셔.근데또주무

시기만하는건아냐.길을어떻게그렇게잘아는지,주무시다가도

바로눈떠서길을가르쳐주신다니까.완전인간내비게이션이셔.

그니까위치파악도잘해야하고,길도미리잘알아놔야해.길은

다알지?”

“알겠습니다.아직은미숙하지만명심하겠습니다.”

다음날8호차의운행을시작하게되었습니다.출발했는데처장님

은행선지에대한말씀이없이전화통화를하고계셨습니다.이런

코너 속 편지 86 |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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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김상병의말에의하면“말씀이없으시면무조건직진”이라고

하더군요.그리하여계속직진하던중처장님이통화를마치시고는

“오일병,혹시경기도일산이란곳을아나?그리로가자.”

다행이었습니다.수많은모르는길중에일산은제가잘아는길!

바로저의집이일산인데모를수가없는곳이지요.그날포천에서

의정부로넘어가는국도가어마어마하게막혀있었습니다.그광경

을보던처장님이어딘가로전화하셨습니다.

“동기야,6시까지도착하긴무리일것같은데길이너무막힌다.

다음에보는거로하자.”

순간제가무슨정신이었는지“처장님,6시까지일산에도착할수

있도록하겠습니다.”통화하던처장님은놀란눈으로저를쳐다보더

니잠깐의정적후“그래?길이이렇게막히는데무슨수로?어떻게

6시에도착하겠단건가?”

“실은제가집이일산입니다.길을잘알고있습니다.”

“오호,그래!잘됐군.그럼달려보시게나.”

그리하여제가아는전곡쪽으로차량을돌려서조금빠른길로달

려어느덧자유로에진입하였고,그때시간은5시반쯤이었습니다.

그리고정확한목적지를말씀하시는데,또한번띵!우리집에서차

로5분도채되지않는거리에있는한식당이었습니다.

“네,알고있습니다.저희집바로근처입니다.”

“그래,잘됐군.이렇게훌륭한오일병을두고왜제주도총각을

붙여준거지?아주가관이거든.한번은고속도로를타려고퇴계원

IC를타라고했는데,김상병이일병때였던가‘처장님IC가어딥니

까?’이러는거야.그래서고속도로인터체인지라고말해줬지.그랬

더니김상병이입대하며육지에첨올라왔다면서고속도로를처음

타본다는거야.그런김상병을여태까지도가르치며다니고있는

데네가나타났네.고로오늘부로이차운전병은오일병너다.오

일병이8호차를끌도록.”

화기애애한분위기속에저녁6시가되기전에목적지에도착하였

고처장님께서는따로자릴만들어저에게도식사할수있게해주셨

습니다.저는식사를마치고차에서대기하고있었습니다.갑자기

처장님이저를부르시더라고요.

“집이근처라고했지?이거내휴대폰가지고집에가있어.나는

동기들과술한잔하고나서그번호로전화할게.그때오도록.”

저는집앞에주차하고빵빵클랙슨을울리고집으로뛰어가“엄마

아빠누나할머니,나왔어!”라고했습니다.그때식사중이었던가

족들의그놀란토끼눈을아직도잊을수가없네요.그리고제가잠

시화장실에갔을때긴급가족회의가열렸는데요.‘쟤가어떻게왔

지?저차는뭐야?우리아들이혹시탈영한거야?’‘아이고어떡하

지!’‘어떻게해?’‘일단신고할까?’별생각을다하셨답니다.

결론은저를잘타일러서부대에들여보내자생각하여제게조심

스럽게상황을물어오셨고,저는자초지종을설명한뒤에갑작스럽

지만즐겁게행복한시간을보낼수있었습니다.

그러다자정을훌쩍넘긴늦은밤,처장님이잔뜩취한목소리로

전화하셨습니다.“오일병이제가자.얼른와.”저는처장님을모셔

다드리고부대로복귀했습니다.그때시간은새벽2시.막사앞에

차가즐비하고불이환하게켜져있기에무슨일이있나하고들어서

던순간,중대장님의화가잔뜩오른외침!“오일병!감히뭐를가

지고,어딜갔다와?”그새벽,몸을움츠러들게만드는고함에저

는순간얼어버렸습니다.

코너 속 편지 88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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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처장님이부대로전화해서운전병이차가지고집에갔다고,

왜안오냐고전화하신거야?설명해봐!”

술에취하신처장님이저에게휴대폰을맡기신걸모르고부대로

전화해서저를찾으신모양이었습니다.그래서이러저러하다설명

을하니까“됐고!어떠한이유이건간에넌영창이다”라고하시더라

고요.중대선임들과후임에게전해들은말로는그날자정쯤처장

님께전화가왔고,그래서제가탈영해서집으로간줄알고중대가

발칵뒤집혔다는겁니다.저는뜬눈으로밤을지새워야했습니다.

영창이라니….

다음날8호차운행을다른병력에인계하고대기중이었는데처장

님이수송부에서찾는다는연락이왔습니다.달려가니처장님께서

“오일병,보고안했나?내가이제부터8호차맡아서운행하라고

이야길하지않았나?”

“저,처장님.실은어제일이.”

저는잔뜩풀이죽어처장님께어제일을말씀드렸더니처장님은

박장대소하시며“음,그건미안하게됐다.내가과음해서어제일이

잘기억안나지만어렴풋이기억이나서아침에너희중대장을불러

얘기했어.잘해결되었으니걱정할것없다.이제부터8호차내운

전병은너다.”

저는그날이후로지프차분대원이되었습니다.알수록처장님은

정말대단한분이었습니다.중요한작전계획발표도본인이직접준

비해서군단장님께술술발표를마치시질않나,소문으로는너무똑

똑하고자기주관이뚜렷해서그자리까지오로지실력하나로왔다

고하더라고요.그런데그런면때문인지어쩐지진급이잘안돼서

대령진급에세번이나떨어져서이제제대만앞두고계신다고했습

니다.안타까웠지요.

그뒤로시간은흘러처장님의제대가얼마남지않았을때,처장

님의호출이있어나갔더니“우리집으로가자.관사말고본가.”본

가는과천이었습니다.길이막혀늦은저녁집에도착했는데처장님

이“오일병,나는휴가야.3박4일.오일병은요앞에부대에서자

면돼.”처장님의명령에주변에있던부대수송부에차를대고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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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중대에서잠을자다시끄러운소리에눈을떴는데,대위한분

이오셔서는2박3일휴가증을주었습니다.처장님이휴가를준겁

니다.처장님의휴가기간동안우리중대에전화하여휴가보고하

고,처장님의휴가가끝나는대로저도이부대로복귀해서처장님

과만나는일정이었습니다.

신이나서부대밖으로나왔는데집에가기가막막하여택시를타

게되었습니다.

“기사님,일산이요.그런데여기가어디죠?저건물이름이뭐예

요?”타자마자기사님에게복귀할때를생각해미리물어보았습니

다.그리곤기사님의설명을수첩에적고,잠시눈을붙이려는데

“군인이이러면쓰나?부모님생각해서생활잘해야지!”하시는겁

니다.저는군인이멀리가면서택시를탔다고그러는줄알고,길을

몰라서그렇다고대답하고잠시눈을붙였는데,누군가깨우는겁니

다.저는눈을떴고희미하게눈앞이보이던순간당황스러웠습니

다.

택시기사님과경찰들이택시문을열고저를깨웠습니다.이유인

즉,바로앞에부대에서택시를타놓고도여기가어디냐고묻고,주

변건물이름을묻고,군복을입은군인이멀리가달라고하니까아

무래도기사님은저의행동이이상하다고여겨탈영병으로생각하고

곧장인근파출소로향했던것입니다.그리하여졸지에탈영병이된

저는휴가증을경찰분들께보여드리고처장님께전화하고나서야오

해를풀고파출소에서나올수있었습니다.

“이거미안하게됐네,군인양반.내가다시일산에태워다줄게.

차비는안받겠네.”

기사님은예전에탈영한군인을잘설득해서부대로들여보낸적

이있다면서,그런경험이있어오해한것에대해거듭사과하며일

산에공짜로태워다주셨습니다.

그렇게국방부시계는쉬지않고돌던중에새로중대장님이오셨

는데이분은첫인사말부터앞뒤가꽉꽉막혀있었습니다.하루는중

대장이지프차분대원들을열외없이집합시켰는데,지프차운전병

들도야간경계근무에투입하라는것이었습니다.지프차운전병은

운행이많은관계로야간근무를서게되면운행시졸음운전으로위

험한일이벌어질수도있기때문에방지차원에서야간근무가열외

인것이당연했는데말이죠.

그래서운전병들은중대장에게한방크게복수를하기로했습니

다.분대장이저희를불러모았습니다.

“중대장도대체뭐야?해보자는거지!다시한번운전병이누군지

확실히보여주자.야간근무하고낮에멀쩡한운전병이어디있겠냐.

야,너는운행간에일부러계속하품해대고,너는대기중에는완전

드러누워.그냥아주잠을자.”

그러던어느날저는새벽에야간경계근무가있고난후바로처장

님과의운행이있어서계속크게하품도하고,대기중에자다가처

장님이타시면헐레벌떡일어나출발을하는둥동작을취하자처장

님이물으셨습니다.

“오일병,밤에잠안자고뭐하나?뭐가이렇게계속피곤해?”

“예.야간경계근무를서서잠이좀모자라서그런것같습니다.”

“왜,인원이부족한가?지프차운전병이무슨경계근무에투입되

나?”

“제가전해들은이야기로는중대장이저희가말을잘안듣는다고

근무에투입하라했답니다.”

코너 속 편지 92 |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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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매일운전하는인원들을.이런이런!설마참모장님운전병

도근무투입하나?”

“예.전부투입입니다.”

“완전무개념이고만!”

붉으락푸르락한얼굴로갑자기어딘가로전화하더니운행을마치

고바로본청으로가셨습니다.주차장에서대기하고있는데갑자기

중대장님이불이나게달려본청으로들어가시는겁니다.잠시후

분대장도그틈으로뛰어들어갔고,그날부로자연스럽게저희지프

차분대원들은야간경계근무에서열외병력이되었습니다.그이후

중대장님은더이상저희를집합시키지않았고,저희분대원들은승

리를자축하였습니다.

이렇게세심하게저를챙겨주시던처장님.처장님은제가편도가

뚱뚱부어헐고아파서거의일주일을밥을못먹을때도저를따로

찾아와서상태를확인하더니,저를데리고민간에있는병원에데

려가주셨습니다.게다가주사도놔주고,약도타주고,매일자기를

태우고다니느라탈이난거라며자기가책임지는게맞는다면서병

원비까지내주셨습니다.몸보신하라고닭백숙도사주시고요.항상

무뚝뚝하셨지만은근히배려해주고,잘챙겨주시던처장님.제대하

던날에도“오상병도남은군생활건강하게제대할수있도록항상

안전운전명심하고”말씀하시고,평소와똑같은모습으로부대를떠

나셨습니다.

며칠이지난뒤에야처장님의제대가실감이나고그리워지더라고

요.그렇게15여년이란시간이지난지금도그시간을함께한중령

님보고싶습니다.처장님덕분에군생활잘하고잘제대해서잘지

내고있습니다.건강하세요.

송선미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일요일엔 편지를

남편의 미역국

당신과나,우리둘다돈없이신혼을시작했지요.신혼초제생

일날,당신은돈이없다고그냥지나갔는데그게두고두고서운했습

니다.그래서당신에게“돈없으면미역국이라도끓여주는성의는

보이라”고했더니다음해부터당신은아들둘생일과제생일날에

는꼭미역국을끓여주고있지요.

아무것도아닐지모르는미역국이지만,아들들에게는표현없는

아빠나름의사랑표시로보였나봐요.아들들이당신생일날은꼭

챙기고,엄마가사준생일선물보다아빠가끓인미역국이늘맛있고

소중하다고하더군요.장성한아들들은당신이좋은아빠라고,자기

들을사랑하는것을느낀다고했어요.

그리고군대가서아빠사랑을더많이알았다고했습니다.표현

없고잔소리만하는아빠지만,생일날당신이아이들에게끓여준‘아

빠표미역국’이큰사랑으로전해진거예요.아들들이자라면서엄마

코너 속 편지 94 | 95코너 속 편지 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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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저에게는불평불만을말해도당신에게는한번도대들고화내지

않았던것도그래서일거예요.

당신과25년살았습니다.올해큰아들나이가26살,우리부부결

혼한나이가됩니다.

잘싸우지않던우리부부는지난해에부부싸움을많이했지요.그

동안은참는게미덕이고,안싸우고살면좋은거로알았습니다.생

활에찌들고힘들다보니당신에게신경못쓰고산면도있습니다.

작년4월에큰집으로이사오면서,당신과신혼아닌신혼생활을

시작했는데그동안외면했던당신의행동과말투가거슬렸어요.당

신잔소리도듣기싫고,당신이보기싫어졌어요.그래서25년참은

화풀이를5개월에걸쳐서했고,그렇게싸우다보니이혼까지생각

했습니다.

10월에당신에게“잠깐헤어져있고싶다”고했더니,당신은이틀

이나밥을멀리하더군요.그와중에3년전에발병한신장병이재발

해서저는당신을더원망했던것같아요.

언젠가는퇴근한당신을붙잡고3시간을울었죠.그때당신이저

를안고미안하다고,잘못했다고,앞으로잘해준다고하더니,정말

당신은예전보다더다정하게대해주었어요.

제가갱년기에들어서면서짜증이생겼고,동갑인당신도남자갱

년기인것을몰랐습니다.그걸알고서로조금씩배려하니더큰사

랑을알게되었어요.

제51번째생일날,당신은어제저녁에새밥과미역국을끓이고

후식으로누룽지까지만들었죠.

저는요,가정에성실하면된다는생각으로그냥말없이살던예전

보다요즘처럼불만을얘기하면서작게작게싸우면서사는게더편

하고,정도새롭게생기는것같아좋아요.

여보!

얼마전에제가열감기로아플때밤새찬수건으로제이마를닦

아주었죠?출근해서도수시로전화해서안부도물어주었죠?그마

음에감사하면서‘사랑받고사는구나!’느꼈습니다.

앞으로또얼마나힘든세상을살지는모르지만생일날마다당신

의‘남편표미역국’을먹으면서힘내서행복하게살겁니다.늘사랑

해주는당신에게감사와사랑을전하고싶습니다.

코너 속 편지 96 |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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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 | 부산광역시 강서구 명지동

일요일엔 편지를

친정엄마에게

엄마,나야.

두아이를키우는엄마가되었는데도여전히엄마없이는안되는

엄마딸,민서.

지난연말연초는나,유난히좀힘들었어요.

안그래도워킹맘이라집안일에회사일까지몰려서입술은부르

트고,감기몸살로링거까지맞으며버티는중이었는데,그와중에

신랑은담석때문에수술받고,어린이집다니는두아들녀석은모

두A형독감에걸려서둘째는새벽에한두번씩깨서울고,큰애는

안하던이불에지도까지그리니까하루하루가정말전쟁같더라고.

거기에애들방학까지겹치니까,신랑이랑도저히안되어서결국

엄마에게또도움을청했잖아요.

그날새벽엔엄마가온다는안도감에신랑먼저출근시키고,10분

만더자자침대에누워있었는데현관문비밀번호누르는소리에나

가보니엄마가다시밖으로나가고있더라.

“엄마,왜도로나가?”내가불렀는데도엄마는살금살금조용히

코너 속 편지 98 | 99코너 속 편지 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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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나갔어.그래서내가엘리베이터앞까지따라가서“엄마,어

디가?”하고물으니까,그때엄마가그랬지.“너아직안일어난거

같아서좀더자라고.”

날도와주려고와놓고그것도약속한시각보다20분이나일찍와

줬으면서집안이깜깜하니까,나좀더자라고,일찍온것마저미안

한사람처럼추위에중무장한엄마가다시맹추위속으로나가려했

다는말에내가얼마나울컥했는지알아?

그렇게그날도나는엄마덕분에아이들생각은잠시잊고맘편히

회사에서일마치고,병원에서링거도한대맞으며좀쉬다가집에

왔잖아.

그리고엄마랑교대하려고옷갈아입다가잠깐침대에누웠다일

어난다는게깜박잠이들었는데그때아득히먼곳에서엄마목소

리가들리는거같더라.‘뭐지?꿈인가생시인가?’선잠을깨우며그

소리에집중했더니,엄마가울어대는둘째를등에업고엉덩이토닥

이면서이렇게속삭이고있었어.

“까꿍아,울지말고조금만조용히하자.네엄마조금만더자게.

네엄마에겐까꿍이가소중하듯,이할미도내딸이제일소중하거

든.”

어렴풋이들려오는엄마목소리에눈을감고있는데도계속눈물

이나서잠이깼는데도거실로나가질못하겠더라.

엄마,미안해.그리고고마워요.

우리집에오면늘나힘들다고저녁도안드시고그냥가시고,태

워다드린다고해도버스가편하다하시는엄마.용돈을드려도안

받는겠다고만하시니,오늘은엄마통장으로내가사랑을송금할게

요.그러니까꼭받아줘요.사랑해요,엄마.

김효림 | 경북 영천시 망정2길

엄마, 내가 벌써 6학년이야

양희은이모,서경석삼촌,저는김효림이에요.

제가2018년12월31일부터한달간,필리핀어학연수를가게되

었어요.학교에서뽑혀서가는거예요.자랑스럽겠죠?

엄마가여성시대를즐겨들으세요.제가가고나면쓸쓸할엄마를

위해제마음을편지로썼어요.직접전해주기그래서여성시대에

보냅니다.꼭읽어주세요.저도잘다녀올게요.

엄마에게

엄마안녕?

나,엄마딸효림이야.

엄마,내가요즘짜증많이내서미안해.

내가요즘사춘기가왔는지친구들이랑맨날놀고싶고,혼자있

일요일엔 편지를

코너 속 편지 100 | 101코너 속 편지 100 |

Page 52: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

고싶고,유행따라가고싶고,피시방도한번씩가보고싶고,

생각도많은것같아.

내가엄마한테짜증내는거줄여보도록노력할게요.

엄마도나한테화많이안내고,친구랑많이놀수있게해줘야

해.

내가잘못한것도많고,짜증도많이내는데,엄마는화잘안내

고잘해줘서고마워.

엄마,내가벌써6학년이야.ㅠㅠ

시간이왜이렇게빨리가는지모르겠어.

다음주월요일이면필리핀간다.거기갈려니까마냥기뻤는데

이제는걱정반,기대반이야.그래도안전하게안울고다녀올

게요.

엄마,나이런것도보내주고좋은경험만들어줘서고마워요.

학교에서는아무일없으니까,그만말해줘.

내가무슨일이생기면엄마한테말할게.

엄마,내가되게빨리잘크지?이게다엄마덕분이야.

엄마생일되면생일선물로내가옷사줄게.

엄마어깨아픈거얼른나았으면좋겠어.약잘먹으면금방나

을거야.

그리고엄마,나중학교때대구가는거생각좀해봐.나,가고

싶어.

오늘편지는그냥쓴거야.

엄마고맙고,사랑해요.♡♡♡♡♡♡♡♡♡♡

2018년12월27일엄마딸효림올림

박윤정 |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일요일엔 편지를

피아노가 있는 방

엄마,제가요즘중고물품사고파는즐거움에지내고있는거아

시죠?독립해서혼자지내는데도무슨짐들이이렇게많은지….엄

마랑통화하면서안쓰는물건들정리한다고했더니,그러셨죠.

“집이좀넓어지겠네.요즘피아노는치니?그거부터팔아.”

통화를마친후피아노를한참쳐다보았어요.누가사갈까?얼마

나받을수있을까?이런생각은하지도않았어요.행여제가돈이

필요해다해도피아노만큼은절대팔지않을재산목록1호니까요.

집도차도아닌피아노가저에게는제일소중한재산이에요.이건

제가산게아니라부모님이사주신거잖아요.

초등학생때,피아노학원에다니면서엄마아빠한테하루에몇

번씩피아노가갖고싶다고노래도부르고,방에서안나오기도하

고,밥도굶고,엄청나게떼썼지요.한두푼하는것도아닌데그땐

제가뭣도모르고피아노사달라면서제가할수있는나쁜짓은다

코너 속 편지 102 | 103코너 속 편지 102 |

Page 53: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

한것같아요.

그렇게한달쯤지났을까?결국제가이기고말았지요.피아노를

사주시겠다고하셨고,그때부터저는다시밥잘먹는착한딸이되

었는데,기억나시나요?

그리고5월의어느토요일,엄마아빠랑같이버스를타고수원

시내로피아노를보러가던날.정류장에서학원선생님을만났고,

서로안부인사를나누고,엄마는선생님께“윤정이피아노사주러

가는길인데어떤게좋을까요?”조언을구하셨는데,선생님은당황

하셨죠.“어머,윤정이피아노가없었나요?저는그것도모르고….”

선생님은당연히집에피아노가있다고생각하고,그동안집에서피

아노쳐오라는숙제를내주셨는데,제가1년이넘도록피아노가없

다는말을못했거든요.

참바보같았죠.숙제를안해오면늘손등을때리셨는데말도못

하고맞았어요.그래도학원에일찍간날이나학원이끝나고레슨

실이비어있으면학원에서대신숙제를하기도했지만,월수금요

일중하루는꼭혼이났었답니다.

정류장에서선생님을만난그날선생님은엄마께제가숙제를안

해와서혼났던이야기를하셨고저는부끄럽기도하고조금서럽기

도하고그자리에서눈물을쏟았지요.선생님은너무미안해하셨

고,엄마는아이가솔직하지못했다고,괜찮다며저의잘못이라고

하셨는데….

저는그날,매장에서진짜좋은피아노를선물받았지요.아빠는

1년넘게그렇게혼나고다녔냐며제가좀안쓰러우셨는지아름답고

멋진소리가나는피아노를사주셨잖아요.나중에알았지만,그피

아노는아빠의석달치월급보다비싼거더라고요.정말너무나행

복했어요.저는그후학원에서숙제잘해오는어린이가되었고발

표회도나가보고,즐겁게피아노를쳤지요.

얼마후중학생이되면서학원은그만뒀지만주말이면아빠엄마

는저한테한마디씩하셨죠.

“피아노좀쳐.저게얼마짜리인데!한달에네번은쳐야하는거

아니니.”

그때제가뭐라고말했는지생각나세요?

“그래좋아.신청곡받을게!한곡당500원!”

여전히못된딸이었던거죠.

벌써30년이된이야기네요.그런추억이있는피아노를보며잠

깐옛생각에빠져편지를썼네요.많은살림살이가다중고시장으

로나가도저피아노만큼은저에게너무나도소중한선물이기에평

생함께할것같아요.

아빠엄마,울고불고하는것보다밥안먹는게부모님마음을제

일속상하게하는일이라는걸이제야깨닫네요.

치과치료받느라식사한끼못하셨다는말씀에이렇게마음쓰이

는걸보면피아노안사준다고먹는둥마는둥며칠을속썩이던어

린제가참나빴다는생각이듭니다.뒤늦게나마죄송함을전해요.

저에게주신선물보다더큰선물드리며살게요.

사랑해요,나의아빠엄마.곧초대하겠습니다.

제가한창피아노칠때,가요악보를보면서엄마아빠한테들려

드렸던노래들있잖아요.엄마신청곡이었던노사연의‘만남’,아빠

가요청했던나미의‘슬픈인연’.조만간다시들려드릴게요.아,이

번엔500원안주셔도돼요.

코너 속 편지 104 | 105

Page 54: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

여 성 시 대 에

사 연 을 보 내 주 세 요

매일: 일반사연

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속 시원히 털어놓아야 할 말들,

간단한 사연 신청곡, 축하해 주고 싶은 일들을 보내주세요.

월: 일터의 재발견

때로는 놀이터처럼 즐겁고, 때로는 배움터처럼 뜻 깊고, 때로는 전쟁터처럼

치열한 생업의 현장! 여러분의 일터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자영업 사장님들은 물론 사장님 같은 실장님, 주인보다 더 주인의식 투철한

매니저님, 이제 막 업계에 진입하신 신입사원, 산전수전 다 겪어낸

베테랑 일꾼 분들까지 일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게시판에 전화 인터뷰를 신청해주세요.

남겨주신 연락처로 연락드리겠습니다.

화: 위기의 우리들

생활법률부터 부부를 중심으로 가족관계에서 오는

모든 위기에 대한 법률적 도움을 받는 시간입니다.

양소영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수: 열린 수요일

매주 수요일은 여성시대 문을 활짝 열어놓기로 했습니다.

이름 하여, ‘열린 수요일’ .

살면서 궁금하고 알고 싶은 거, 알아야 할 거,

두루 알아보는 시간으로 수요일 3~4부를 꾸미겠습니다.

목: 남성시대

우주의 중심! 한 주일의 중심! 남성시대!

목: 장용의 단필충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군대 시절!

코미디 영화보다 더 웃기고 액션 영화보다 짜릿한!

군대 시절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개그맨 장용 씨와 함께 나누겠습니다.

금: 우리 아이 문제없어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소소한 육아 고민과 청소년 자녀와의 갈등.

<우리 아이, 문제없어요> 방에 올려주시면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

서천석 선생님과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토: 마음과 음악 사이

평일과 주말 사이, 일과 휴식 사이에 자리 잡은 토요일 아침.

왠지 평소와는 다른 아침시간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여성시대 <마음과 음악 사이>와 함께하십시오.

마음 읽어주는 남자, 정신과 의사 윤대현 교수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 사람들에게 받은 크고 작은 상처를

함께 들여다보고 더불어 치유하는 시간입니다.

‘내 마음이 이런 일로 힘들고 아프다’ 하시는 분들

지체 없이 사연 보내주십시오.

여기에 음악 좀 아는 남자인 윤대현 교수가

직접 선곡한 음악 선물까지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일: 영화와 음악 사이

일요일 아침은 ‘영화와 음악 사이’로 산책을 떠납니다.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김세윤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픈 영화, 그리고 영화 속 음악을 남겨주세요.

주소 : (03925)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MBC 라디오 여성시대

107 106 |

Page 55: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

2월에내린눈은출근길에애면글면속을태우고방송시작전이

미진을다빠지게했지만,지각은면했다.다행이다.

여의도시절,눈이와도와도무섭게내리던2008년1월,나는11

시40분에야MBC에도착했다.아침6시40분에집을나와5시간

만에일터로왔다.우리집에서장항IC까지도못가자꾸미끄러지

길래,차타고출근하다가는큰사고당하겠다싶어차를버리고버

스로출근하기로결정했지만행주대교까지가두어시간넘게걸렸

다.김포공항까지만잘가면거기서전철로여의나루까지무사히갈

거라는계산은행주대교앞에서모든차가마냥서있으면서답이안

나왔다.

지난달내린눈도역시나,어떤분이김포집에서6시40분에나

왔다는데성수동회사에9시가넘어서도도착못했다며그회사사

장님이문자를주셨다.무슨3시간이나걸리겠느냐는의심의한마

디도같이.우리역시무슨김포에서성수동까지3시간이나걸리겠

냐며사장님편을들었다.그러자마자문자가쇄도하면서직원의억

울함을풀어주라고했다.자기도김포사는데비슷한시간에출발하

여아직어디어디까지도못갔다며그나마3시간걸린게다행이라

는…많은답글이도착,서경석과나는서둘러사과했다.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양희은 | 여성시대 진행자

꽃눈을 기다리며

하기야11년전눈이엄청나게내리던날,나는방송이끝난11시

40분에MBC에도착했건만,그걸잊고엉뚱한소리를해댔으니말

이다.어떤일이든다자기가직접겪어봐야안다지만겪었는데도

새까맣게잊었으니할말이없었다.

눈길에갖은고생하고애가닳으면방송만했는데도그냥지쳐뻗

어버린다.사람이애가탄다는게무슨뜻인지를알게된다.그래서

그날지친나는집에도못가고여의도한호텔에서1박을했다.그

곳의최고좋은점은눈길을걸어서라도방송국까지20분이면가는

가까운곳이라는점.대낮부터숙소에들어가자니TV시청외에는

할일도없는데여의도가증권가라서인가온갖언어들의다양한케

이블TV채널이이렇게많다니,놀랐다.목욕탕도운동장만하고,

큰창으로는눈내려쌓인풍경이그림인데휴대전화는거의방전에

가까워지고,이렇게나심심하고하릴없는시간이라니….

나는결국버스를타고영등포로나갔다.젊은이들은폭설과는상

관없이밝고환하게빛났다(좋겠다,젊어서…).혼자사람구경하며

두리번거리다가어두워지기전다시버스를타고숙소로돌아왔다.

계속지루한고요속에있다가대체얼마나여러나라말들이나오

나싶어TV를켰다.영어,일어,중국어,불어,독어정도는구분할

수있는데,세상에나이렇게처음듣는외국말들도많구나싶었다.

어두워지면서창밖풍경은더아득하다.칫솔치약이없구나싶어

뒤져보니‘13,700원’이붙어있다.억울하다.이닦지말까?그래도

이는닦아야지.나는내가여태쓴돈중가장억울한것으로그날의

칫솔과치약값을기억한다.

계속꽃소식이올라온다.꽃눈한번맞아봤으면…….꽃이나를

기다려줄리만무하다.꽃이활짝폈을때그곳에꽃구경가고싶다.

109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108 |

Page 56: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

토요일아침에는항상운동장조회가있었다.등교하면교실로들

어가지않고조회전까지운동장에서신나게축구를할수있었다.

일주일중가장즐거운날토요일.

정헌장선생님.1학년때담임선생님.다른분들은가물가물한데

이분의성함은또렷이기억난다.

3층집에살았다.집안에커다란창고가있었다.창고에는여러

종류의건전지들이가득했고,아저씨들이매일아침트럭에건전지

를싣고나갔다가밤에는거의비어있는트럭을몰고돌아왔다.

40여년전내초등학교1학년시절의기억들이다.경남진해에서

의직장생활을정리하고낯선곳에서사업을시작하셨던아버지.덕

분에유치원졸업을하지못하고대전으로이사와얼떨결에시작했

던초등학교생활.새로운환경이제공하는낯섦에유치원생에서학

생으로의첫발걸음을내딛는부담까지더해져적잖이힘들어했었

다.하지만내겐든든한가족이있었다.

그야말로불면날아갈것만같던딸아이가어느새커서초등학생

이되었다.교육관련해서는전적으로아내에게맡기기로했기에,

어린이집과유치원을거치면서아이가어떻게배워왔는지정확히몰

랐다.작년초까지만해도영어는물론이요,한글도잘쓰고읽지못

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서경석 | 여성시대 진행자

아이도 한 걸음, 부모도 한 걸음

했던아이를보며조금걱정이되긴했지만,때되면다하게된다는

서천석박사의얘기를철석같이믿으며크게생각하지않았다.

그런데작년가을부터아내의고민이깊어졌고,급기야전에는보

지못했던학습지들이집으로배달되기시작했다.굳이이러지않아

도된다고아내를다독였지만,주변아이들의상황을얘기하며불안

해하는아내를더이상말릴수는없어지켜보았다.

다행히아이도싫어하지않는눈치였고,횟수나강도도그리심한

수준은아니었던것같다.아이는조금씩글을읽고쓸줄알게되었

고,아내는예전의불안함을조금씩떨쳐갔다.

어느날여성시대<우리아이문제없어요>에서초등학교입학을

앞둔아이에게어떻게해주어야하는지궁금해하는부모의사연이

있었다.그때서천석박사가남긴조언중에아직도정확히기억나

는것이있다.“너!도대체초등학교들어가면어떻게하려고이래” ,

“계속이러면초등학교가서큰일나!”등의이야기는절대해서는

안된다는것.시간은없고,걱정되는마음에부모들이입버릇처럼

하게되는이런이야기는아이에게부담감,불안감만심어줄뿐하

나도도움이되지않는다는것.

서박사의말씀을성인군자의말씀만큼이나신봉하는나는그날

이후,절대아이에게그런얘기를하지않았다.아내에게도살짝귀

띔했기에아내도나와같았을것이다.그래서인지아이가큰두려움

이나부담감없이초등학교입학을했던것같다.

부모는누구나아이가잘되길바라는마음에걱정되고조바심이

생긴다.하지만현명한부모는아이앞에서는걱정스러운티를최대

한덜내고,조바심을기다림으로승화시킬수있어야하는것같다.

이렇게부모가되어가고있다.지유야,입학축하해!

111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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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우리들

글 | 양소영 변호사

좋은 부모 되기

주말에설거지하는데식탁에앉아세아이가동영상을보며깔깔

거렸다.동영상에서어린아이노랫소리가흘러나오고있었다.‘일

더하기일은귀요미이더하기이는귀요미…’노래가나오는데둘째

가‘나정말귀엽지?’한다.식탁으로가아이들이보고있는영상을

보니둘째가열살,막내가일곱살정도되었을때영상이었다.내

복을입은채이불에앉아노래를부르고있는것을보니잠자기전

이었나보다.그영상외에도그날큰애가동생들을데리고이것저것

영상을찍어놓았던것을보며한참을웃었다.

‘잠깐이불까지펴져있는데왜애들끼리저렇게놀고있지?저날

내가늦게들어왔나?심심해서애들끼리놀았나보네…’라고생각이

이르자갑자기눈물이왈칵쏟아졌다.나는저시절뭐하러다니느

라저어리고이쁜모습을많이못보고살아왔나하는처량함이들

었다.미안함과서러움이겹쳐왔다.내가부족한데도이렇게밝게

무사히잘자라주고있는세아이가늘고맙다.나를기다리며동생

들을지켜준큰딸에게도다시한번고마움과함께든든함이맘속에

퍼져오며얼마전둘이투닥이며싸웠던싸움이생각났다.

발단은‘스카이캐슬’드라마였다.사실남편과나는그드라마를보

면서아이들이우리가얼마나정상적으로아이들을키우고있는지

깨닫길바랐고슬며시우리부부에대해고마움을느끼길바랐다.

우리부부는아이들이스스로자신의앞날을찾아가도록하는것이

부모의역할이라고생각하고그것을어느정도잘실천하고있다고

생각했기때문이었다.

그런데아이들과대화를나누다보니엉뚱한방향으로대화가흘

러갔다.요새친구들부모들은저드라마속부모들처럼하는데우

리엄마아빠는정말아무것도안해주니얼마나편한사람이냐고하

는것이다.그러면서엄마아빠는대입입시제도도모르고교육과정

개편도모른다며놀리기시작했다.처음에는같이웃으며그러려니

하고들었는데듣자듣자하니정말아이들이그렇게생각하는것같

아억울한마음이들었다.그래서그만아이들을불러앉혀놓고잔

소리를해버린것이다.

한참을엄마아빠가어떻게자랐는지,엄마아빠가생각하는교육

관이어떤지이야기를하고나서이제이정도면알아들었겠지했는

데아이들의표정이그게아니다.오히려큰애가“엄마,엄마그런

소리내친구들엄마한테안했지?엄마그런소리하면엄마들사이

에왕따당해.엄마아빠꼰대같아”한다.“뭐뭐라고꼰대?너엄

마한테그게할소리야?”우리의대화는그때부터엉뚱한방향으로

흘렀고결국남편의중재로우리는겨우싸움을멈출수있었다.

시간이지나생각해보니그날큰아이가내게하고싶은이야기는

다른아이들은그렇게부모의도움으로같이뛰고있는현실속에서

자신은혼자외롭게싸우고있다는외로움과힘듦을내게호소하고

싶었던것이다.나는나대로많이고민하며살아가고있는데부모가

아무생각이없는무책임한사람인것처럼생각하는것에대한서운

함과관심을많이못기울이는나에대한변명을하고싶어싸우게

113위기의 우리들 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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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던것같다.

얼마전우리부부는둘이서만밤늦게영화를한편보았다.재밌

게영화를보고나오는데우리부부에게각자부재중전화와카톡이

와있었다.둘째가갑자기배가아파응급실에갔다는것이다.

뒷얘기를들어보니아이들은응급차량이우리아파트에들어와

길을못찾자막내가달려나가길을안내하고큰딸은같이병원으로

가고막내는우리를위하여집에남아있었다고한다.그렇게아이들

끼리또문제해결력을배우고자라고있었다.이렇게우리아이들

이부모에게의존적이지않은아이들로자라는것이사실내가가장

원하는바다.

우리나라뿐아니라전세계적으로경제가불황이고앞으로저성장

이될것이다.인공지능세상이되면없어질직업리스트가돌고있

을정도라우리는엄청난미래에대한불안속에놓여있다.이러한

현실이다보니아이를낳지않겠다는사람,결혼하지않겠다는사람

이늘어나고아이를낳아기르는사람들은자녀에게조금이라도유

리한위치를만들어주기위해아이들을혹사하는사교육경쟁속으

로과감히끌고들어가고있다.

사실나도두려움과불안이없는것은아니다.그렇다고현재벌어

지고있는일들에대하여나는동의를하지못하겠다.이제지식은

검색하면누구나찾을수있는세상으로간다.그렇다면지식이아

니라상황에따라대처하는지혜와용기를갖는사람이필요한세상

이될것이다.

‘스카이캐슬’드라마의메시지도그러한것으로생각한다.부모들

에게좋은부모가세상을바라보고아이들을제대로키우는방향이

무엇인지생각해보라는것이다.나도끊임없이고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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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 양희은·서경석입니다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3.pdf김춘수 시인의 시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려지는봄날이다.꽃 한 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