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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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외치다 “Let me in!” 2010년 11월 30일(화) 오후 2시 공간 여성과일 지하 공간 나비 주최 한국여성노동자회 후원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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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30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주최한 20대 토론회 토론회 자료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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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Let me in!”

2010년 11월 30일(화) 오후 2시

공간 여성과일 지하 공간 나비

주최 ․ 한국여성노동자회

후원 ․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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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Let m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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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Let me in!”

일시 2010년 11월 30일(화) 오후 2시-5시장소 공간 여성과일 지하 공간 나비

주최 한국여성노동자회

후원 한국여성재단

프로그램

사회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 배진경

인사말. 정문자 _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발제 1. 청년층 여성의 노동과 삶 실태조사

김신혜정 _ 한국여성노동자회 교육부장

발제 2. 20대 여성의 노동표류기

여명희 _ 여성학 연구자

토 론. 조금득 _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박홍주 _ 여성학자

김수현 _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임영미 _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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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청년층 여성들의 노동과 삶 실태조사

[1] 연구 목적 ․ 8[2] 연구 방법 ․ 10[3] 아르바이트의 노동 현실 ․ 12 1. 지독히 낮은 아르바이트 임금 ․ 12 2. 양극화된 아르바이트의 현실 ․ 14

[4] 구직자의 현실 ․ 17 1. 현실과의 타협, 그 불협화음 ․ 17 2. 사회적 지원이 요구되는 구직자 ․ 20 3. 학벌, 인맥, 남성 중심 사회가 주는 좌절 ․ 24 4. 우리 일하게 해 주세요 ․ 26 [5] 취업자의 노동 현실 ․ 29 1. 2명 중 1명은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150만원 미만 받고

일해 ․ 29 2. 정규직과 비정규직, 좁혀지지 않는 간극 ․ 34 3. 더 나은 직장을 향한 이직의 꿈 ․ 38 [6]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노동인권 ․ 41 1. 아르바이트생 61.7%, 4대보험 가입여부 조차 몰라 ․ 41 2. 부당한 처우는 그냥 참고 견뎌 ․ 43 3.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도 어쩔 수 없어 ․ 44 4. 가장 필요했던 노동상식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 46 [7] 독립은 요원한 꿈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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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 48 2. 4명 중 1명은 빚 신세 ․ 52 3. 낮은 소비에도 불구하고 저축이 힘들어 ․ 54

[8] 불안과 고립감에 사로잡힌 여성들 ․ 56 1. 학생 때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은 시작됐다 ․ 56 2. 불안한 감정상태 ․ 58 3. 고립감, 10명 중 2명 홀로 견뎌 ․ 59 [9] 필수가 아닌 선택, 결혼과 출산 ․ 61 1. 60%만의 선택, 결혼과 출산 ․ 61 2. 자유로움에의 추구 ․ ․ 62 3. 일·가정양립은 필수조건 ․ 64

[10] 냉혹한 현실 속에서 꾸는 꿈 ․ 66 1. 일상이 된 노동에 대한 부정적 감정 ․ 66 2. 일은 내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 ․ 68 3. 미래에 대한 밝은 기대, 그러나 계층상승의 기대감은 낮아

․ 69 [11] 청년층 여성들이 원하는 국가 정책 ․ 72

[12] 결 론 ․ 75 [13] 정책제언 ․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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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20대 여성들의 노동표류기

Ⅰ. 들어가며 ․ 88

Ⅱ.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 ․ 94 A.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게 되는 공무원, 나는 ‘공시족’이었

다. ․ 94 B. 나는 비정규직이다. ․ 99 C. 암울한 미래의 예고 ․ 105

Ⅲ. 알파걸이 넘지 못하는 현실의 벽 ․ 112 A. 인문사회계열 전공자 ․ 112 B. 취업을 위한 멀고도 험한 길 ․ 115 C. 여성이 노동자가 된다는 현실 ․ 120

Ⅳ. 20대 여성의 노동태도와 인식변화 ․ 134 A. 일의 필요성 ․ 134 B. 힘들고 어려워도 프로답게 일하기 ․ 144 C. 노동의미의 재구성 ․ 148

Ⅴ. 나가며 ․ 162

3장. 토론

조금득 _ 청년유니온 ․ 170김수현 _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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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여성들의 노동과 삶 실태조사

김신혜정

한국여성노동자회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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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 목적

청년들의 실업문제로 온 사회가 아우성이다. 취업을 할 수 있는

절대 자리가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자리들도 청년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 하거나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노력과 시간

을 요구한다. 스펙 6종의 잉여세대. 청년층이 스스로를 일컬어 부

르는 말이다. 기존의 스펙 5종 토익점수, 자격증, 인턴경력, 봉사활

동, 어학연수에 최근에는 성형까지 추가되어 스펙 6종 셋트를 갖

추어야 겨우 취업이 되는 시대. 그 나머지는 잉여로 머물 수 밖

에 없는 시대가 오늘날 청년층의 자화상이다. 토익점수도, 자격증

도, 어학연수도, 인턴경력도, 외모까지도 모두 돈이 있어야 완성되

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지금 세대만큼 계층 상승이 어려운 세대

도 없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계층 간 이동성은 부모의 부와 지위

가, 가난과 설움이 그대로 자식에게 대물림되도록 만들고 있다. 대학생이라는 이름이 주는 것은 자유로움과 학문에의 탐구가 아니

라 등록금으로 인한 막대한 빚, 그리고 학점과 스펙을 따기 위한

개미지옥이라고 한다. 취업을 고민하면서 자신의 꿈과 이상과는

관계없이 안정성만을 추구한다고도 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지

독하게 개인적이고, 경쟁을 내면화하여 엄마만이 친구인 세대라고

손가락질도 당한다. 사회정의에 관심없고 오로지 나 밖에 모르는

파편화된 세대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게 다 일까? 오늘날의 청년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이들에 대한 정의가 이것이 모두인 것일까?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의 아이들을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간 사회는 무엇을 했을까, 그리

고 또 이들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한국여성노동자회의 고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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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청년층 여성들은 남녀차별이란 단어 자체를 모르고 자

라온 세대이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모든 가능성을 펼

치며 부모와 사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다. 90년 32.4%에

불과했던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2009년 82.4%로 심지어 남성들을

앞질렀다. 그런 만큼에서 오는 자신만만함과 당당함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만큼 노동시장으로의 진입과정, 혹은 진입초기에 겪는

사회의 부조리함에 좌절하고 고통 받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

은 분명 이들의 노동경험과 삶에 투영되어 있을 것이다. 가정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있는 그대로의 청년 여성들의 생각과 현실을

보고자 하는 것이 그 첫째 목적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섣부른

재단이 아니라 이해의 폭을 넓혀 보고자 한다. 다음으로는 조금

다른 세상에 대한 꿈을 함께 꾸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본 연구결과는 많은 부분 힘들고 어려운 청년층 여성들의 삶을 담

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씩씩하게 살아

가는 이들의 모습도 엿보았다. 또 새로운 사회와 미래에 대한 꿈

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

회와 국가가 방기한 책무에 대한 문제제기도 함께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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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방법

본 설문조사는 만 18세-33세의미혼(비혼) 청년층 여성들 중 아르

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 664명, 취업 준비자 및

구직자 252명, 취업자 401명(총 13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서울, 인천, 안산, 부천, 대구, 창원, 부산 등 7개 지역에서 2010년8월부터 10월까지 이루어졌다. 본 조사는 온라인, 대학교, 길거리, 취업지원센터 등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설문조사 대상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20-24세가 49.4%로 가장 많

고, 학력은 4년제 대학 졸업(중퇴 및 재학 포함)자가 전체의 67.9%를 차지한다. 이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의

비율이 전체 유형의 50.4%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으로는

서울, 인천, 안산, 부천 등 수도권 지역이 총 951명으로 전체의

72.2%를, 대구, 창원, 부산, 충청 등 비수도권 지역은 366명으로

27.8%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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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수 %유형 학생(대학 및 대학원생) (664) 50.4%

구직자 (252) 19.1%취업자 (401) 30.4%

나이 20세 미만 (158) 12.2%

20세-24세 (641) 49.4%

25세-29세 (373) 28.7%

30세 이상 (126) 9.7%

지역 서울 (396) 30.1%

인천 (151) 11.5%

안산 (190) 14.4%

대구 (54) 4.1%

마창 (272) 20.7%

부산 (29) 2.2%

부천 (101) 7.7%

대전충청 (11) 0.8%

경기 (113) 8.6%

학력 고등학교(중퇴,졸업 포함) (57) 4.4%

전문대(중퇴,재학,졸업 포함) (239) 18.3%

4년제대(중퇴,재학,졸업

포함)(887) 67.9%

대학원(중퇴,재학,졸업 포함) (124) 9.5%

표1. 응답자 특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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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르바이트의 노동 현실

아르바이트의 노동현실은 학생과 구직자의 아르바이트 경험에 대

한 질문이다. 아르바이트는 노동시장에서의 첫 경험이다. 처음 노

동시장에 나서면서 청년층 여성들이 경험하는 현실은 무엇일까. 아직은 직업인으로서가 아닌 단순한 아르바이트지만 여기서도 역

시 노동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차가운 현실을 비켜갈 순 없었다.

1. 지독히 낮은 아르바이트 임금

(1) 아르바이트는 용돈벌이 밖에 안 돼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의 80.1%는 평균

적으로 아르바이트를 1개만 하고 있고 5명 중 1명은 2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

장 주된 이유에 대해서는 76.3%가 ‘생활비 및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라고 답한 반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8.7%에 불

과해, 등록금은 아르바이트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취업으로 연계되길 기대해서 한다는 응답은 0.8%로 나

타나 아르바이트가 취업연계의 수단은 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1. (학생) 평균 아르바이트 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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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학생)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된 이유

(2) 최저임금도 못 받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및 구직자의 시급을 살펴보면 19.3%에 해

당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서 과외 및 학원 강사를 제외한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25.6%가, 그 중에서도 특히 편의점, 주유소, 노래방, PC방, 당구장, 음식점 등 카운터/서빙 아르바이트생 중 32.9%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었다. 시급이 6000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217명 중

147명(61.5%)은 과외 및 학원 강사 경험이 있는 아르바이트생이었

다. 표2. (학생,구직자) 아르바이트 종류에 따른 시급

과외/학

원 강사

시급%

과외/학원 강사

제외한

아르바이트

시급%

전체

아르바

이트

시급%

편의점,

주유소,

pc방, 당구장 등

아르바이트

시급%

4110원 미만 6.7% 25.6% 32.9% 19.3%

4110원-

5000원 미만14.6% 37.5% 52.4% 29.9%

5000원-

6000원 미만17.2% 22.3% 12.8% 20.6%

6000원 이상 61.5% 14.6% 1.8% 30.2%

합계 100% 100% 100%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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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양극화된 아르바이트의 현실

(1) 학력에 따라 아르바이트 종류도 달라

학생 및 구직자가 최근 1년 동안 경험한 아르바이트 종류를 살펴

보면 편의점, 주유소, 노래방, PC방, 당구장, 음식점 등 카운터/서빙/배달 업무가 전체의 29.2%로 가장 높았고 과외 및 학원 강사

일도 21.8%를 차지했다. 또한 학내 아르바이트와 서비스 및 판매

직도 각각 12.6%와 12.5%를 차지했다. 아르바이트 종류를 지역별

로 분석해보면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반면, 학력별로는 차이를

보였다. 과외 및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의 경우 4년제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또는 졸업자)은 전체 아르바이트의 36.4%, 고졸 및 전문

대 학생(또는 졸업자)은 9%에 그쳤다. 또한 편의점, 주유소, 노래

방, PC방, 당구장, 음식점 등 카운터/서빙/배달 아르바이트에 있어

서도 4년제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또는 졸업자)은 전체 아르바이트

의 40.7%를, 고졸 및 전문대 학생(또는 졸업자)은 56.4% 를 차지해

학력에 따라 아르바이트 종류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차

이는 임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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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 (학생,구직자) 학력에 따른 아르바이트 종류(복수응답)

아르바이트 종류

전문대

재학

(졸업)

이하

%

4년제

대학

재학

(졸업)

이상

%

전체 %전체

빈도

과외 및 학원 강사 9% 36.4% 21.8% 259

학내 아르바이트 10.5% 20.2% 12.6% 149

편의점, 주유소, 노래방, PC방, 당구

장, 음식점 등 카운터/서빙/배달 56.4% 40.7% 29.2% 347

서비스 및 판매직(휴대폰/보험 판매,

대형마트, 백화점 등)18.8% 18.4% 12.5% 148

단순 사무직(사무 보조, 회계 등) 16.5% 14.4% 9.9% 118

단순 노무직(공장 생산직, 포장 등) 6.8% 5.8% 4.0% 48

텔레마케터 2.3% 2.2% 1.5% 18

기업 및 행정 인턴직 2.3% 4.5% 2.9% 34

기타 8.3% 8.2% 5.6% 66

합계 100% 100% 100% 1187

(2)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임금 격차 높아

편의점, 주유소, 노래방, PC방, 당구장, 음식점 등 카운터/서빙 아

르바이트생의 경우 지역별로 비교해보면 수도권의 경우 27.1%가

최저임금 미만인 반면, 비수도권의 경우 47.8%의 아르바이트생이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지역별 편차가 큼을 알

수 있다. 특히 비수도권의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거의 절반에 달하

는 수가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고 있어 법적 보호망으로부터

다수가 벗어나 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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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학생,구직자) 수도권/비수도권 편의점, 주유소, 노래방, PC방, 당구

장, 음식점 등 시급 비교표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구직자가 겪은 노동시장에서의 경험은 우리

사회 노동현실의 축소판이다. 학력차별, 지역차별, 최저임금 미달.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최저임금 미달자의 차이는 충격적이다.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적용되기 시작하는 학력과 지역의 양극화. 이것은 평생을 따라다닐 낙인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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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구직자의 현실

구직자의 현실에서 살펴볼 것은 구직자들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

에 대한 내용이다. 구직자들이 가진 일에 대한 전망과 시선, 그리

고 현재 이들이 느끼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압박감이다. 학생도, 그렇다고 취업자도 아닌 사회적 위치. 소속이 없다는 불안감은 이들

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었고, 스트레스의 수위와 그 증상도 심각

했다.

1. 현실과의 타협, 그 불협화음

(1) 취업은 포기할 수 없어

가까운 미래에 취업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구직자의 86.9%가

취업 의사를 밝혔다. 취업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33명의 경우

48.5%가 ‘대학원 진학 등 학업을 계속 하고 싶어서’, 24.2%가

‘하고 싶은 일을 아직 찾지 못해서’라고 응답했다. 취업 자체를

포기했다는 응답은 전체 구직자 중 1.6%로 나타나 구직자체를 포

기한 응답자는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취업은 포기하기

어려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4. (구직자) 취업 의향이 없다고 밝힌 경우 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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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금까지 취업하지 못한 개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

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스펙 쌓기 등 취업 준비가 아직 미흡해

서’ 27.0%, ‘취업하고자 하는 직장에 나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서’ 25.1%를 차지해,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출 때까지 스펙을

쌓거나 조건을 만들면서 기다리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5. (구직자) 개인이 생각하는 취업하지 못한 이유

(2) 눈높이는 그리 높지 않아

현재 취업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희망하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는 중소기업을 선택한 응답자가 23.5%로 가장 높았다. 다음순위로

는 공공기관이 20.3%, 대기업이 16.1%를 나타내었다. 1위 희망 직

장이 중소기업이라는 것은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서 취업이 안

된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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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6. (구직자) 취업 희망하는 곳

또 직장이 어느 정도의 연봉 수준이면 취업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100만원 이하가 50.5%를 차지했다. 그 중 1800만원 초과 2100만원 이하가 전체 응답자 중 23.6%로 가장 높은 응

답률을 보였고, 4년제 대학 및 대학원 졸업(재학)생만 따로 봤을

때도 1800만원 초과 2100만원 이하가 24.2%로 가장 높았다. 인크루트 연봉이 국내 주요기업을 포함한 상장사 403개사를 대상으로

'2010년 4년제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고정급 기준)을 조사한 결

과, 평균 2천 789만원, 중소기업은 2천 475만원이었다.1) 이를 감안

하면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층 여성들은 그리 높은 연봉을 기대하

고 있지 않았다.

1) 2010년 상장사 대졸초임평균 2천 789만원, 뉴스와이어, 201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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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7. (구직자) 희망 연봉

2. 사회적 지원이 요구되는 구직자

(1) 구직자의 아르바이트는 생계형

구직자들은 1년 이내 아르바이트 경험이 57.5%로 나타나 반수가

넘는 구직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대학생 및 대학원생과 구직자의 한 달 아르바이트 수입을 비교해

보면 학생의 경우 50만원 미만이 59.4%인데 반해, 구직자의 경우

는 50만원 미만이 35%, 50만원 이상이 65%를 차지한다. 특히 100만원 이상인 경우도 19.3%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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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8. (학생,구직자) 아르바이트 평균 수입

또한 학생과 구직자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을 비교하면 학생은 20시간 미만이 71.5%인데 반해, 구직자는 55.3%를 차지하고 특히 40시간 이상이 25.2%를 차지하여 학생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다는 사

실을 알 수 있다.

그림9. (학생,구직자) 아르바이트 주당 평균 노동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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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들이 취업활동비용 및 생활비를 충당하는 방식을 보면

42.1%가 부모나 친인척들로부터 지원받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아르바이트를 통해 마련한다.’가 26.2%, ‘저축해 놓은 돈을 사

용한다.’가 25.4%, ‘빚을 통해 마련한다.’가 2.8%로 드러나 구

직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취업활동비용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

해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구직자들의 아르바이트는 생계형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비용 및 생활비를 해결하기에 임금이 너무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으로 구직자의 34.6% 취업 비용 및 생활비를 해결하기

에 임금이 너무 낮다는 점을 꼽았다. 낮은 임금으로 비용을 충당

하려니 노동시간이 길어져 취업준비와 병행하기에 시간이 모자란

다는 응답이 33.8%로 뒤를 이었다. 결국 구직자들은 학생도 취업

자도 아닌 신분으로 취업준비와 생활비 마련이라는 이중의 짐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림10. (구직자) 취업활동비용 및 생활비 충당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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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1. (구직자) 아르바이트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

(2) 심각한 취업 스트레스

취업 활동에 따른 스트레스 정도를 살펴보면 49.1%가 강하다고

응답한 반면 약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4%밖에 되지 않았다. 구직

자들의 취업활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

다. 스트레스에 따른 증상으로는 우울증이 27.8%로 1위를 차지해

구직자들의 심리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이어

불면증을 25%가 호소했고 자살충동도 2.8%인 것으로 드러나 구직

자들의 심리 상태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가 시급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그림12. (구직자) 취업활동에 따른 스트레스 정도와 스트레스 증상

Page 24: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24

3. 학벌, 인맥, 남성 중심 사회가 주는 좌절

(1) 취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력, 학벌

구직자가 생각하기에 취업에 성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

엇인지 묻는 질문에 학력 및 학벌이 25.5%, 공모전, 인턴 등 직무

에 관련된 경험 14.9%의 순서로 나왔다. 같은 질문이 아니어서 동

등한 비교는 어렵지만 취업자가 본인이 취업에 성공한 요인에 대

한 응답과 비교해보면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서’가 26.1%로 1위를, ‘인맥을 통해서’가 18%로 2위를 차지했

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학력과 학벌이 매우 중요한 요소를 차

지한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구직자와 취업자가 동시에 지목하고

있는 것은 학력과 학벌이다. 또한 취업자의 경우 인맥을 통해서

취업에 성공한 경우가 2위를 차지한 것을 미루어볼 때 우리 사회

가 학벌과 인맥으로 움직이는 사회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림13. (구직자) 본인이 생각하는 취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복수응

답)

Page 25: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25

그림14. (취업자) 본인이 생각하는 취업 성공 요인

(2) 취업과정에서 받은 여성으로서의 차별

취업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경험이 있는지에 대

한 질문에서는 구직자는 23.1%가, 취업자는 12.3%가 차별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구직자와 취업자의 차별경험은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원인은 본 설문에 응답한 구직자들이 취업자보다 서류

제출 횟수나 면접 횟수가 많았기 때문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이 결과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직자와 취업자의 성차별 경험 상황에 대한 질문에서는 ‘면접과정에서 연애, 결혼 및 출산 계획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

다’는 응답이 40.7%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남자만 채용한다는

이유로 이력서조차 내지 못했다 23.9%, 면접과정에서 남성을 우대

하는 분위기도 23%로 비슷한 응답비율을 보였다. 지금의 청년층들

은 교육과정 중에 남녀차별을 경험해 본 이가 거의 없다. 남성과

똑같이 평등한 교육,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자라났기 때문에 처음

당하는 여성으로서의 차별은 매우 당황스럽고 상황에 따라 더 큰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Page 26: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26

그림15. (구직자,취업자) 취업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경험

유무

그림16. (구직자,취업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은 경험의 내용

4. 우리 일하게 해 주세요

(1) 일자리의 질도 문제지만 일자리 자체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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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취업 준비 중에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구직자들은 ‘원하는

일자리 자체가 너무 적다’ 33%, ‘일자리의 질(임금 및 고용안정

성)이 너무 낮다 25.7%, ‘스펙(학점, 어학, 자격증, 봉사 등) 쌓기

가 힘들다’ 19.3% 등을 꼽았다. 구직자들이 구직활동을 함에 있

어 가장 어려운 점은 개인적인 어려움 보다는 노동시장의 문제임

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구직자 개인이 자신의 스펙이 모자라거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그림17. (구직자) 취업준비중 겪는 가장 큰 어려움

(2) 고용안정성이 가장 중요

해당 분야로 취업을 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

는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서가 36.7%, 적성에 맞아서가

29.8%를 차지했다.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라는 응답에는 9.6%만

이 응답했다. 구직자들의 경우는 적성이나 연봉 보다 고용 안정성

이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고용 안정

성에 대한 불안이 구직자들에게 팽배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Page 28: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28

그림18. (구직자) 해당 분야로 취업하고자 하는 이유

구직자들은 결코 일을 포기하고 있지 않았다. 본 조사 결과는 구

직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그들의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에 대한 살아있는 증언이다.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르바

이트를 해서 취업준비에 필요한 비용과 생활비를 열심히 모으고

있었고, 심각하게 높은 눈높이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취

업을 결코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학력, 학벌, 남성중심 사회에서 이

들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동안 심각한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

고 있었다.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증상으로 나타나는 1위가 우울

증이라는 것은 이들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가를 증명

해 준다. 하지만 또 이들은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노동시장의 현

실을 잘 꿰뚫고 있었으며 그런 상황에서 안전한 고용을 보장받고

싶은 욕구가 높았다.

Page 29: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29

[5] 취업자의 노동 현실

이런 힘든 과정을 겪고 취업한 이들의 현실은 어떨까? 취업 과정

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거치고 나면 이들은 안정적인 수

입을 보장해 주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현실은 그

렇지 않았다. 취업과정을 겪고 나면 또 다시 녹록치 않은 현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1. 2명 중 1명은 30인이하 사업장에서 150만원 미만 받고 일해

(1) 중소영세 사업장에 몰려 있는 여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취업자의 근로조건 현황은 직종은 사무직과

전문직/관리직이 각각 44.2%, 41.6%로 전체의 85.8%를 차지하고 있

다. 고용 형태는 정규직이 56%로 비정규직과 비등한 수준을 보여

주고 있다. 사업장 규모를 살펴보면 58.6%가 30인 이하 사업장에

서 일하고 있고 특히 10인 이하는 30.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

을 보이고 있다. 사업장 규모는 고용형태와 함께 노동조건을 가늠

해 볼 수 있는 주요 척도라는 점에서 청년층 여성이 위치하고 있

는 열악한 노동 상황을 암시해 준다.

그림19. (취업자) 직종

Page 30: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30

그림20. (취업자) 고용형태

그림21. (취업자) 사업장규모

(2) 열악한 임금, 그 속에서 성별·학력·지역·고용형태·사업장규모별로 나타나는 격차

취업자의 경우 월평균 임금이 150만원 미만인 경우가 53.3%를 차

지해 청년층 여성 취업자의 반은 150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

으로 드러났다. 앞서 구직자들은 50.5%가 2,100만원 이하의 연봉을

희망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보다 더 낮았다. 현실에서는 53.3%가

연봉 1,800만원 미만을 받고 있는 것이다.

Page 31: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31

그림22. (취업자) 월평균 임금

성별 격차를 비교하기 위해서 잠시 2009년 고용노동부의 통계를

살펴보자. 아래 그림에서 보다시피 여성의 임금은 고용규모별, 성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성별 내에서는 모두 30인 미만 사업장

과 30인 이상 사업장간의 임금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남녀간

차이를 살펴보면 20-24세 구간에서 30인이상 사업장 여성이 30인미만 사업장 남성보다 12천원 가량을 더 받을 뿐 나이대별로 보면

사업체 규모에 관계없이 남성의 임금이 모두 높게 나타난다. 특히

30-34세 구간을 살펴보면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남성의 임

금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보다 무려 75만원이나 높

게 나타나고 있다.

Page 32: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32

그림23. 2009년 연령, 규모별 월급여총액2)

1,253,833

1,357,506

1,345,428

1,436,978

1,461,949

1,623,387

1,661,349

1,948,408

1,670,090

1,944,274

1,994,252

2,422,182

-500,000

1,000,000

1,500,000

2,000,000

2,500,000

3,000,000

30인미만 여자

30인이상 여자

30인미만 남자

30인이상 남자

30인미만 여자

30인이상 여자

30인미만 남자

30인이상 남자

30인미만 여자

30인이상 여자

30인미만 남자

30인이상 남자

20-24세

25-29세

30-34세

학력에 따른 월평균 임금을 보면 월평균 임금 150만원 이하인

경우가 고졸은 76%, 2년제졸은 56.9%, 4년제졸은 54%, 대학원졸은

35.6%로 드러나 학력에 따라 임금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수도

권 지역은 150만원 이하인 경우가 46.7%인데 반해, 비수도권 지역

은 64.6%라는 높은 수치를 보여 지역적으로도 격차가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250만원 이상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수도권

5.2%에 비해 비수도권은 단 한 명도 없어 심각한 지역격차를 드러

냈다. 고용형태별 월 임금 수준을 살펴보면 150만원 이하가 정규직은

46.1%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63.1%, 200만원 이상이 정규직은

19.2%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4.7%에 그쳐 고용 형태별 임금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가정하였을 때

여성정규직은 66.8, 남성 비정규직은 48.4, 여성비정규직은 38.73) 인 것을 감안하면 청년층의 고용형태별 임금차이도 다른 연령층과

2) 고용노동부의 2009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이용하여 계산

3) 비정규직규모와실태- 2010년 8월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결과, 김유선, 2010. 11

Page 33: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33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사업장 규모별로도 임금 수준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

다. 월급이 200만원 이상인 비율을 비교하면 30인 이하가 5.3%, 31-100인 이하가 15.6%, 101인 이상이 31.7%를 차지해 사업장 규

모에 따라 임금 수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표4. (취업자) 학력/지역/고용형태/사업장 규모에 따른 월 평균 임금

100만

미만

100-150

만원

미만

150-2

00만

미만

200만

원-25

0만원

미만

250-

300만

미만

300만

이상

학력

고졸 8.0% 68.0% 20.0% 4.0% 0% 0%

전문대졸 11.4% 45.5% 30.7% 11.4% 1.1% 0%

4년제대졸 13.4% 40.6% 33.9% 8.9% 1.8% 1.3%

대학원졸 5.1% 30.5% 45.8% 10.2% 5.1% 3.4%

지역수도권 10.7% 36.0% 36.8% 11.5% 3.2% 2.0%

비수도권 12.2% 52.4% 29.3% 6.1% 0% 0%

고용

형태

정규직 5.9% 40.2% 34.7% 14.2% 2.7% 2.3%

비정규직 18.1% 45.0% 32.2% 3.5% 1.2% 0%

사업

규모

30인 이하 14.2% 46.5% 34.1% 4.9% 0.4% 0%

31-100인

이하7.8% 32.5% 44.2% 11.7% 3.9% 0%

101인 이

상7.3% 35.4% 25.6% 20.7% 4.9% 6.1%

Page 34: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34

2. 정규직과 비정규직, 좁혀지지 않는 간극

(1)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고용 형태 별로 취업자의 근무 기간을 보면 1년 이상 근무 기간

이 정규직의 경우 74.4%인 반면, 비정규직은 46%에 불과해 비정규

직의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다. 반면 근무 시

간은 4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89.1%로 매우 높은데

그 중 정규직은 92.6%, 비정규직은 84.3%를 차지해 정규직이 비정

규직에 비해 노동 시간이 더 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규직은 5명 중 1명이 50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해 장시간 노동의 관행이

여지없이 청년층 여성들을 누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24. (취업자) 정규직/비정규직 근무기간

Page 35: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35

그림25. (취업자) 정규직/비정규직 주당 근무시간

이러한 조사 결과는 직장 만족도에 대한 응답에도 고스란히 반영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임금 수준과 장래성에 대한 만족도가 각각

2.88, 2.88(매우 불만족 1- 매우 만족 5- 5점 척도. 숫자가 높을수

록 만족도 높음)에 머물러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으로 드러났다. 고용 형태별로 직장 만족도에 있어서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을 살펴보면 정규직은 근무시간에 대한 불만족도가 30.6%로

가장 높았던 반면 비정규직은 고용안정성과 장래성에 대한 불만족

도가 각각 44.4%로 나타났다.

Page 36: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36

그림26. (취업자) 직장 만족도

매우 불만족 1- 매우 만족 5- 5점 척도. 숫자가 높을수록 만족도 높음

표5. (취업자) 정규직 비정규직 직장만족도 비교

직장만족내용 고용형태 만족 보통 불만족

임금수준정규직 24.7% 46.6% 28.8%

비정규직 20.5% 42.1% 37.4%

근무시간정규직 37.9% 31.5% 30.6%

비정규직 46.2% 41.5% 12.3%

일의 내용 및 적성정규직 50.7% 42.0% 7.3%

비정규직 49.7% 42.7% 7.6%

고용 안정성정규직 57.3% 33.9% 8.7%

비정규직 22.8% 32.7% 44.4%

장래성정규직 31.5% 47.0% 21.5%

비정규직 17.5% 38.0% 44.4%

인간관계정규직 65.3% 27.4% 7.3%

비정규직 69.0% 25.1% 5.8%

조직문화정규직 43.8% 38.8% 17.4%

비정규직 50.3% 33.9% 15.8%

(2) 비정규직에게 모성권은 그림의 떡

직장으로부터 보장받고 있는 항목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4대보험이 평균 80%를 넘어 가장 잘 보장되고 있는 항목인 반면, 육아 휴직, 산전후휴가, 생리휴가 등 모성권 및 여성과 관련된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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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도는 각각 24.4% 23.9% 17.2%등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은 모든 항목에 대해 정규직에 비해 보장받는 비율이 낮

은데, 특히 비정규직은 육아휴직, 산전후 휴가에서 11%만 보장받

는다고 응답해 비정규직 여성의 10명 중 9명은 혜택 못 받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또한 상여금은 정규직은 52.1%, 비정규직은 17.4%, 시간외수당은 정규직은 37% 비정규직은 20.3%가 적용받고 있어 큰

격차가 존재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림27.(취업자) 직장으로부터 보장받고 있는 항목

Page 38: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38

그림28.(취업자) 정규직/비정규직 직장으로부터 보장받고 있는 항목

3. 더 나은 직장을 향한 이직의 꿈

이직을 희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다’가 52.5%를 차지

해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직 희망 이유에 대해서는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찾기 위해서

Page 39: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39

(임금, 노동시간 등)’가 39.1%,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서’가 26.6%, ‘현재 직장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가18.4%로, 근로 조건, 고용 안정성, 장래성이 지금보다 더 나은 직

장으로 이동하고자 이유로 밝혀졌다. 고용 형태별 이직 희망 사유를 보면 정규직의 경우는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찾기 위해서(임금, 노동시간 등)’가 45.9%로 높은 비

율을 보였고 비정규직의 경우는 ‘더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를 찾기 위해서’가 39.1%로 가장 큰 이유를 차지했다. 이직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예상되는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가 원

하는 조건 및 환경을 갖춘 직장을 찾기 어려운 문제’을 33.3%, ‘섣불리 현 직장을 그만 두었다가 이직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31.4%로 나란히 꼽았다. 그림29. (취업자) 고용형태에 따른 이직 희망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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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0. (취업자) 이직에 따르는 예상되는 어려움

2명 중 1명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15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으

면서 일하고 있었다. 그리 눈높이가 높지 않은 구직자들이 생각하

는 현실보다 더 열악하다. 또한 학력·지역·고용형태·사업장규

모별·성별 차별 속에서 일하는 것이 청년층 여성들의 현실이었다. 이들이 처한 차별현실은 특별히 다른 나이대와 다를 것은 없었다. 그것은 인정하기 싫지만 보편적인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냉혹한 현

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속에서 반 이상이 이직을 꿈

꾸며 살고 있었다. 더 나은 근무조건과 안정적인 고용, 장래성을

기대하면서. 하지만 내가 원하는 조건과 환경을 갖춘 직장이 있는

지 조차 의심스럽고 이직에의 실패가 두려워 섣불리 움직이지 못

하고 있었다.

Page 41: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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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노동인권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노동인권과 관련된 현실은 어떨까? 적은

임금을 받고 있고, 여러 종류의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앞서

밝힌 바 있다. 과연 이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법이 정한 최소한의

권리는 지켜지고 있는가 물어보았다.

1. 아르바이트생 60.2%, 4대보험 가입여부 조차 몰라

과외 및 학원 강사를 제외한 아르바이트 학생 및 구직자의 60.2%는 자신이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여부조차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알고 있는 학생 및 구직자 중

약 65%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청년층 여성들이 4대보험 적용 여부와 같은 기본적인 노동권에 대해 10명 중 6명은 모

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알고 있더라고 10명 중 6명 이상은 4대보

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현실인 것이다. 또한 아르바이트 직장에

서 유급 주휴일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21.2%가 유급주휴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이는 사실 자라면서 단 한번도 노동인

권에 대한 교육을 받은 일이 없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증명이

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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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1. (학생, 구직자) 아르바이트생 4대보험 가입 여부(과외 및 학원 강

사 제외)

그림32. (학생) 아르바이트생 유급 주휴일 받은 적 있는지 여부(과외 및 학

원 강사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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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당한 처우는 그냥 참고 견뎌

또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

처했냐는 질문에 68%의 학생들이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

거나 그냥 참고 견뎠다고 응답했다.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항의 또는 집단행동

을 하기보다는 수용하거나 그만 두는 방식의 소극적 대처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자의 경우, 직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경험이 있

냐는 질문에 약 15%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이 중 84.5%는 이러한

차별에 대해 그냥 참고 견딘다고 응답했다. 취업자의 경우 응답

수치가 작은 한계가 있으나 마찬가지로 부당함에 대해서 그냥 참

고 견딘다는 수치가 높았다. 참고 견디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으나 본 설문에서는 이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는 참고 견딘다는 응답이 이렇게 높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 그림33. (학생) 아르바이트생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때 대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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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4. (취업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경험 후 대처 방법

그림35. (취업자) 성차별 경험의 내용

3.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도 어쩔 수 없어

만약 출산으로 인해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이직이나 퇴사를 고

려하겠다’, ‘직장을 다닐 수만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불이익을

감수하겠다’, 라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전체의 31%, 9.5%를 차지

해 전체 응답자의 40.5%는 대응하기보다는 불이익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직장에 항의하거나 사람들과 함께 대응해서 문제

Page 45: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45

를 해결할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39.8%로 나타나 직장 생활

에 있어서 모성권은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하기 보다는

불이익을 수용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부당한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과 비교했을 때 ‘대응하겠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앞서 상황은 이미

닥친 현실이고, 본 질문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모성권에 대한 권리의식이 노동일반에 대

한 권리의식보다 높은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겠다. 유형별로 보면 학생은 ‘직장에 항의하거나 사람들과 함께 대응

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49.7%로 가장 많

은 반면, 취업자와 구직자의 경우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이직이

나 퇴사를 고려하겠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43.8%, 37.2%로

가장 높아 유형별로 차이를 보였다. 취업한 이들의 소극적인 응답

이 높은 이유는 현실적인 판단이 개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내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취합한 결과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결

론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그림36. (학생,구직자,취업자) 유형별 출산 후 불이익을 당할 경우 대처방법

31.3%

6.3%

43.8%

17.6%

49.7%

11.0%

19.9% 18.9%

29.1%

11.5%

37.2%

21.6%

39.8%

9.5%

31.0%

19.0%

직장에항의한다 불이익을감수한다 퇴사를고려한다 잘모르겠다

취업자 학생 무직자 전체

Page 46: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46

4. 가장 필요했던 노동상식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아르바이트 경험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필요했던 노동 상식이 무

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생 및 구

직자의 30.6%가 ‘최저임금’을, 28.7%가 ‘근로시간’을 꼽았다. 최저임금 위반사례가 많고 근로시간이 불분명한 아르바이트의 현

실 때문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취업자의 경우는 그 동안의 직장 경험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필

요했던 노동 상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근로시간(휴일, 연장근

무 포함) 관련 규정’과 ‘4대 보험 적용 및 혜택에 관한 정보’를 각각 33.2%, 28.8%로 꼽았다. 4대보험이나 근로시간, 최저임금 관련한 내용들은 모두 노동자로

서의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많

은 청년층 여성들이 모른다고 대답해, 노동인권교육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그림37. (학생, 구직자) 아르바이트생이 가장 필요로 했던 노동상식

Page 47: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47

그림38. (취업자) 취업자가 가장 필요했던 노동상식

노동자로서 살아가야 할 이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모른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저 주는대로 받고 시키는대로 일할 뿐이다. 자신의 권리를 알지 못 하니 이에 대해 주장할 수도 없다. 특히

한국사회처럼 노동인권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죄악처럼 치부되

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제는 이런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

어나야할 때다. 노동의 권리가 인권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교육

을 교과과정으로 편성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노동의 권리를 배우

게 되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가 된다. 그 아이들이 자라

나서 사업주가 되고 노동자가 되더라도 서로의 노동인권을 존중하

는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Page 48: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48

[7] 독립은 요원한 꿈

한 사람의 성인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성장의 지표로 활용되는 것

들 중 하나가 주거독립이다. 그 이유는 주거독립이란 공간에 대한

독자권을 지닌다는 의미와 함께 홀로 살아나갈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청년들 중 많

은 수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결혼 안 한 젊은 여성들이 독

립해서 부모님 곁을 떠난다는 것이 잘 용납되지 않는 사회분위기

탓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좀 과하게 높은 수치의 결과를 보여준다. 왜 일까?

1.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1) 쉽게 선택하기엔 부담스러운 독립

청년층 여성들의 주거 현황을 살펴보면, 부모님 혹은 친인척과

함께 사는 비율이 전체의 71.5%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형별로 보면 학

생의 경우 혼자 또는 룸메이트와 함께 산다는 비율이 31.9%로 다

른 유형보다 약간 높았는데, 이는 학교 소재지에 따라 학생들이

이동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구직자의 경

우 78.9%가 부모님 혹은 친인척과 함께 사는 것으로 드러나 학생

이나 취업자보다 더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는 경제적 독립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 듯 보인다. 상대적으로 독립의 가능성이 더 높은 취업자도 부모님과 함께 사

는 비율이 73.1%나 차지했는데,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유에 대한

응답 중 ‘결혼, 직장 이동 등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부모님과 함

께 사는 것이 당연해서’가 60.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많은 취업 여성들이 독립을 선택하기 보다는 부모에게 의지해 사

는 경향을 보였다. 다음으로 독립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이 크기

Page 49: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49

때문에 독립을 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26.8%를 차지해 4명 중 1명은 독립 의지가 있어도 경제적 취약성과 높은 집값 때문에 쉽게

독립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림39. 유형별 함께 사는 사람

그림40. (취업자)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유

Page 50: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50

(2) 감당하기 힘든 비싼 집세

그렇다면 독립을 한 경우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학생과 구

직자에게는 한 달 생활비에서 주거비의 비중을, 취업자에게는 월

급 중 주거비의 비중을 물어 보았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학생과

구직자의 주거비가 한 달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20-50%를 차지한다는 응답이 각각 33.2%, 44.4%로 가장 높았다. 취업자 또한 한 달 월급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50%라

는 응답이 44.4%로, 20% 미만이라고 응답한 46.3%와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여, 한 달 월급의 적지 않은 부분이 주거비로 지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학생과 구직자의 경우 50% 이상 차

지한다는 응답이 21.5%를 차지해 독립한 청년층에게 주거비의 압

박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41. 학생과 구직자의 한 달 소비와 취업자의 한 달 월급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

Page 51: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51

(3) 독립한 학생, 기숙사가 가장 만족스러워

현재 독립해서 살고 있는 여성들의 주거지 형태를 살펴보면 취업

자와 구직자의 경우 다세대주택/빌라에 거주하는 비율이 각각

34.6%, 35.2%로 가장 높았고 학생의 경우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비

율이 37.3%으로 가장 높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원룸과 다세대주택

혹은 빌라에 거주하는 비중이 높은데, 이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

년층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주거지 형태에 따른 만족도를 보면 기숙사에 대한 만족

도가 74.2%로 가장 높아,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갖

춘 학내 기숙사를 더 많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확충

이 요구된다.

그림42. 유형별 거주 형태(기타 제외)

Page 52: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52

그림43. (학생,구직자,취업자) 주거지 형태별 만족도(기타 제외)

2. 4명 중 1명은 빚 신세

현재 빚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학생, 구직자, 취업자의

25.6%가 있다고 응답, 청년층 여성의 4명 중 1명은 이미 빚을 안

고 생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500만원 이상 빚지고 있다

고 응답한 수가 59.2%에 달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빚의 원인을

보면 등록금이 54.5%를 차지해 청년층 여성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안기는 것은 등록금이라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빚이 100만원 이하라고 응답한 경우 34.2%가 생계비 때문인 반면, 1000만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경우, 66.7%가 원인이 등록금 때문

이라 밝혀 등록금이 청년층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학생들의 23.1%가 등록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학자금

대출을 꼽아 4명 중 1명이 빚을 통해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층 여성들이 사회에 나서기 전부터 빚을 짊어져

야 하는 이러한 암울한 상황은 독립을 더 요원한 일로 만들 수밖

에 없다.

Page 53: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53

그림44. (학생,구직자,취업자) 빚의 액수

그림45. (학생,구직자,취업자) 빚의 원인

표6. (학생,구직자,취업자) 빚 액수에 따른 빚의 이유

생계비 주거비 등록금 교육 및

자기계발

의 료

여가

활동비

기타

100만원 미만 34.2% 13.2% 2.6% 15.8% 5.3% 26.3% 2.6%

100만원-

500만원 미만17.0% 10.2% 59.1% 9.1% 0% 4.5% 0%

500만원-

1000만원 미만11.3% 10.0% 68.8% 3.8% 0% 1.3% 5.0%

1000만원 이상 7.8% 13.7% 66.7% 2.0% 2.0% 1.0% 6.9%

Page 54: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54

그림46. (학생) 등록금 마련 방법

3. 낮은 소비에도 불구하고 저축이 힘들어

취업자의 71.4%는 월 평균 100만원 이하를 지출하고 있었다. 저축은 30만원 이하가 34.1%로 나타났다. 특히 저축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15.9%를 나타내었는데 월 평균 임금이 100만원 미

만인 경우, 저축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가 36.4%로 나타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월 30만원 이하의 저축으로 미래를 준비

하기는 힘들다. 독립은 점점 요원한 꿈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림47. (취업자) 월평균지출

24.2%47.2%

17.3%

5.9%

5.4%

50만원 이하

50만원 초과-100만원이하

100만원 초과-150만원 이하

150만원 초과-200만원 이하

200만원 이상

Page 55: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55

표7. (취업자) 월 평균 임금과 월 평균 저축액 비교표

저축액

월평균임금

없다 30만원

이하

31만원-

60만원

61만원-

90만원

91만원-

120만원

1 2 1 만

원 이상

100만원 미만 36.4% 43.2% 18.2% 0% 0% 2.3%

100-150만원미만 16.4% 19.4% 33.3% 17.6% 3.6% 9.7%

150-200만원미만 9.3% 10.9% 26.4% 21.7% 17.8% 14.0%

200-250만원미만 15.8% 5.3% 13.2% 7.9% 42.1% 15.8%

250-300만원미만 12.5% 0% 62.5% 0% 12.5% 12.5%

300만원 이상 0% 0% .0% 0% 20.0% 80.0%

전체 15.9% 17.2% 27.5% 15.4% 12.1% 11.8%

주거독립이란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선택을 하기에 앞서 청년층

여성들을 가로막는 것은 빚과 낮은 임금이다. 등록금 때문에 졸업

도 하기 전에 빚을 안고 사회에 첫 발을 딛어야 하는 것이다. 4명 중 1명이 지고 있는 빚은 대한민국이라는 고학력 사회에서, 그것도 OECD 2위의 비싼 등록금으로 랭킹되는 우리 사회에서 나타

나는 특수성이기도 하다. 적은 임금으로 이자와 원금 상환을 하면

서 또 저축도 해야 미래를 준비 할 수 있다. 결국 독립이라는 고

비용을 감당하면서 생활을 이어나가기는 매우 어렵다는 결론이 나

올 수밖에 없다. 이러는 사이 독립은 점점 요원한 꿈이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Page 56: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56

[8] 불안과 고립감에 사로잡힌 여성들

그렇다면 이런 현실 속에서 청년층 여성들은 어떤 문제들을 가장

힘들어하고 어떤 감정과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힘들고 어려

운 부분에 대한 질문, 그리고 최근 감정상태와 이에 대한 해소 방

법을 물어보았다.

1. 학생 때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은 시작됐다

학생들은 현재 대학 및 대학원을 다니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취업을 대비해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압박감’ 34.2%,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상황’ 31.7%, 65.9%가 현재가

아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생의 경우 대학 및 대학원 졸업 후에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

로 ‘현재 계획하고 있거나 희망하는 직장에 취업하는 문제’ 47.7%,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문제’ 37.5%를 꼽

아 85.2%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취직 및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것

으로 나타났다.

Page 57: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57

그림48. (학생) 대학 및 대학원을 다니면서 가장 어려운 점

그림49. (학생) 대학 졸업 후 예상되는 문제

Page 58: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58

2. 불안한 감정상태

최근 1개월 간 ‘즐겁고 행복하다’, ‘자신감이 솟는다’ ‘미래가 불안하다’ ‘외롭고 고립된 느낌이 든다’와 같은 감정을

얼마나 경험하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28.4%만이 자신감

이 솟는다고 응답하고, 60.2%가 미래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청년

층 여성들의 10명 중 7명 이상은 자신감이 떨어지고, 6명은 미래

가 불안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즐겁고 행복하다’, ‘자신감이 솟는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각각 학생의 51.1%, 33.3%가 그렇다고 응답해 취업자, 구직자에 비해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었다. 반면 구직자의 경우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는데, 특히 ‘자신감이 솟는다’는 질문에 대해 17.4%만이 그렇다고 응답

해 전체 구직자의 80% 이상이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

다.‘미래가 불안하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구직자의 68.8%와 학생의

64.4%가 그렇다고 응답해 구직자와 학생의 경우 미래에 대한 불안

감이 매우 높았다. 상대적으로 진로가 정해져서 불안감이 덜할 것

으로 예상했던 취업자마저도 48%나 그렇다고 응답해 청년층 여성

들의 불안감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외롭고 고립된 느낌이

든다’ 항목에서는 취업자와 학생이 33%, 35%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를 보인 반면, 구직자는 42.9%나 그렇다고 응답해 학생과 취

업자의 사이에서 자기 위치가 불분명한 구직자의 경우 고립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Page 59: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59

그림50. (학생,구직자,취업자) 최근의 감정 상태

3. 고립감, 10명 중 2명 홀로 견뎌

부정적 감정이 들 때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친구, 선배 등에게 이야기한다.’가 전체의 47.3%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반면 혼자 참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21.6%나 돼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주변인이나 전문기관의 도움 없이 홀로 고립되어 있는 경우

도 5명 중 1명 꼴이었다. 특히 구직자의 경우는 혼자 참는다고 응

답한 비율이 31.2%나 돼 구직자들에게 상담 및 도움을 주는 사회

적 지원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청년층 여성들의 일상적인 감정이 부정적인 상태에 놓여 있음을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학생 때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상존하고

있었으며 이는 구직자가 되면 심각해짐을 볼 수 있다. 자신감이

매우 낮고 고립감을 혼자 참는 경우도 많아 이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Page 60: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60

그림51. (학생,구직자,취업자)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해결 방법

15.6%

49.4%

5.3%

4.3%

9.1%

0.0%

12.1%

2.5%

1.8%

21.6%

47.1%

5.9%

5.1%

6.6%

0.8%

8.5%

2.3%

2.1%

31.2%

44.5%

7.3%

7.3%

4.0%

0.4%

4.0%

0.0%

1.2%

21.6%

47.3%

6.0%

5.3%

6.9%

0.5%

8.7%

1.9%

1.8%

혼자참는다

친구, 선배와 상담

가족과상담

종교활동

술을마신다

전문가에게상담

취미활동으로해소

모임을가진다

기타

전체 구직자 학생 취업자

Page 61: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61

[9] 필수가 아닌 선택, 결혼과 출산

2010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20-29세 결혼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는 70.5%가 해야한다고 답한 반면 여성의 경우는

59.1%가 해야한다고 답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보여주었다.4) 본조사에서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선택의 이유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1. 60%만의 선택, 결혼과 출산

결혼 출산에 대한 청년층 여성들의 생각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는 60.7%가 ‘결혼, 출산 모두 할 생각이다.’라고 응답해 10명 중

6명만이 결혼과 출산을 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아

직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1.6% ‘결혼과 출산 계획이 없다’는응답이 9.1%로 5명 중 1명은 결혼 출산에 대한 생각이 아직 확실

치 않고 10명 중 1명 정도는 계획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유형별

로 보면 ‘결혼 출산 모두 할 생각이다.’라고 응답한 여성들 중

취업자가 66.3%로 가장 높았고 ‘아직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여

성들 중에서는 구직자가 26.1%로 가장 높았다. 구직자의 경우 미

래에 대한 불안과 진로 및 취업 문제 때문에 결혼 출산에 대한 생

각을 보류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005년 기준으로

25-29세 여성의 미혼율이 이미 59.1%였다. 2010년 실시한 인구조

사결과가 나오면 이 수치는 훌쩍 올라갈 것이라 예상된다.

4) 사회조사-가족-결혼에 대한 견해, 통계청, 2010

Page 62: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62

그림59. (학생,구직자,취업자) 미래 결혼 및 출산 계획

그림60. (학생,구직자,취업자) 유형별 미래 결혼 및 출산 계획

2. 자유로움에의 추구

결혼과 출산 계획이 둘 다 없는 경우, 그 이유에 대해 전체 응답

자의 44.2%가 ‘결혼 제도라는 굴레에 얽매여 살고 싶지 않아서’

Page 63: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63

라고 답해 결혼제도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청년층 여성들의 생각

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결혼 및 양육 때문에 일을 포기해야 하

는 상황을 원치 않아서라는 응답이 15%로 결혼과 출산이 사회 생

활과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혼 및

출산에 대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좋은 배우자와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어서’라는 응답도 각각 13.3%, 12.4%를 차지했다. 또한 결혼은 하지만 출산을 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한 여성들의

경우, ‘배우자와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어서’가 27.1%로 가장 높았고, ‘출산 후 여성에게 가중되는 돌봄 노동이 부담

스러워서’와 ‘육아 및 아이 교육 비용이 부담스러워서’라는 응

답이 각각 22.4%와 21.2%로 육아로 인해 증대 되는 가사 노동과

육아 비용에 대해 43.6%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이유와 결혼은 하지만 출산은 생각이 없

다고 응답한 이유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것은 자유로움에

의 추구이다. 결혼이라는 굴레가 이들에게 억압일 수 있고 출산과

양육은 자유로운 인생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된다. 지금처럼 사회

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굴레로 만들고 출산으로 인한 책임을 사회

가 지지 않는다면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기피는 심화될 것

이 뻔하다.

그림61. (학생,구직자,취업자) 결혼과 출산 계획이 없는 이유

Page 64: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64

그림62. (학생,구직자,취업자) 결혼은 하지만 출산 계획이 없는 이유

3. 일·가정양립은 필수조건

미래에 출산할 생각이 있는 여성들은 출산 이후 직장 생활을 어

떻게 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 38.8% 가 ‘직장은 계속 다니고 육

아시설 및 가족의 힘을 빌릴 것이다’, 32.6%가 ‘일가정 양립에

용이한 근무 조건을 찾아 이직할 것이다’라고 응답해, 71.4%의

여성은 일과 가정 생활을 양립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직장이 일가정양립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면 이직하겠다는 응

답도 32.6%이나 되어 청년층 여성들의 일에 대한 애착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반면 일을 그만두고 가사 및 육아에 집중할

것이다.’라고 응답한 여성은 10.7%에 그쳤다.

Page 65: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65

그림63. (학생,구직자,취업자) 출산 이후 직장생활 어떻게 할 것인가

청년층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에서는 결혼과 출산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임을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또 일·가정양립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드러내어 일은 포기할 수 없음을 밝

히고 있다.

Page 66: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66

[10] 냉혹한 현실 속에서 꾸는 꿈

그렇다면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청년층 여성들은 어떤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며 현실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1. 일상이 된 노동에 대한 부정적 감정

아르바이트를 해본 소감에 대한 질문에 37%의 학생들이 "돈을 버

는 일 자체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를 가장 많이

꼽았고, ‘미래 직업에 직접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인간 관계 및

업무 스킬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가 21.1%,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들었다’가 20.4%로 뒤를 이었다. 직장을 다녀본 소감에 대한 취업자의 응답과 비교했을 때, 취업자의

경우 ‘돈을 버는 일 자체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가 30.3%, ‘업무나 일에 대해 기대했던 바와 현실이 달라 일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가 17%, ‘사회의 비정함과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되었

다.’가 16.2%를 차지해 노동에 대해 부정적인 소감이 1,2,3위를

모두 차지하는 한 편, 학생의 경우는 노동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

도 함께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학생의 경우는 아직 본업이 아

닌 부업의 개념으로 노동에 접근하는 반면, 취업자의 경우 본업이

되어버린 노동이 주는 무게감과 노동이 결코 녹록치 않은 것임을

느끼게 해 주는 사회 환경 때문에 이렇게 응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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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2. (학생) 아르바이트를 해본 소감(복수응답)

그림53. (취업자) 직장에서 일을 해본 소감(복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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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은 내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

일(노동)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떠하냐는 질문에 전체의 45.9%가 ‘내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라고 응답했으며 각 유형

별로도 취업자는 58.8%, 구직자는 47.7%, 학생은 37.5%, 가 이 응

답을 1순위로 꼽았다. 노동을 경험해본 취업자의 경우가 가장 높

은 응답률을 보이는 이유는 하루 1/3이상의 시간을 쏟아 붓는 일

에 대한 중요성과 소외되지 않은 노동을 꿈꾸기 때문이라 풀이해

볼 수 있겠다. 아르바이트생으로서의 노동의 경험은 그야말로 경

험일 뿐 자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

만 취업자들에게 있어 일이란 온전히 내 삶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일의 가치에 대해서 더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나

타난 것이다. 그림54. (학생,구직자,취업자) 유형별 일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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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과는 취업자의 ‘미래에 있어서 가장 걱정되는 점’에대한 응답에서도 드러난다.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배우자 선택

및 결혼의 문제’를 29.6%로 가장 많이 꼽았으나 ‘내 삶의 가치

실현’ 문제가 가장 걱정된다는 응답도 22.1%나 차지해 취업자의

경우, 진로나 직장 문제보다는 삶의 가치 실현 문제가 더욱 중요

하게 여겨짐을 알 수 있다. 그림55. (취업자) 미래 가장 걱정되는 부분

3. 미래에 대한 밝은 기대, 그러나 계층상승의 기대감은 낮아

청년층 여성들의 91.5%는 ‘내가 생각하는 미래는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앞으로 나아지거나 밝을 것이라고 응답해 여러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으로 드러났다. 유형별로 비교했을 때 ‘나의 미래는 밝을 것이

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취업자는 48.3%, 학생은 43.6%, 구직자는

38.4%로 나타나 구직자의 경우 다른 두 집단에 비해 긍정적인 응

답이 낮았다. 부모님과 비교했을 때 본인의 미래는 어떨 것 같냐

는 질문에 대해서는 66.8%가 부모님보다 나은 생활 수준을 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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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라고 응답해 역시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그러나 ‘나의 미

래’에 대해서는 91.5%가 긍정적으로 대답한 반면, ‘부모님과 비

교했을 때 나의 미래’에 대해서는 66.8%만이 긍정적으로 답해, 본인의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에 비해 부모님과 비

교했을 때 계층 상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은 다소

약한 것으로 보인다.그림56. (학생,구직자,취업자) 내가 생각하는 미래와 부모님과 비교한 미래

그림57. (학생,구직자,취업자) 유형별 내가 생각하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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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8. (학생,구직자,취업자) 유형별 부모님과 비교한 본인의 미래

청년층 여성들에게 일상이 된 노동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긍정적

인 답변과 부정적인 답변을 각각 3개씩 보기로 주고 선택하게 한

결과 취업자들은 모두 부정적인 답변을 1,2,3위로 골랐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이들은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서는 밝게 보고 있었다. 현실의 기준을 제시할 경우 그 정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66.8%는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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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청년층 여성들이 원하는 국가 정책

각 집단에게 국가에 바라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학생

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실행 및 취업후학자금상환제 보완

을(18.4%)’, 구직자는 ‘대기업-중소기업간, 비정규직-정규직간 격

차 및 차별해소(19.1%)’ 취업자는 ‘취업한 여성에게 믿을 수 있

는 보육시설제공(17.5%)’를 각각 1위로 꼽았다. 또 학생과 구직자

가 동시에 2위로 꼽은 정책은 ‘채용에 있어서 차별금지 등 불합

리한 채용관행 해소’, 3위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청년층의

실질적인 생계보장’이었다. 같은 질문을 하고 두 집단의 응답결

과를 다르게 추출해 내었는데도 불구하고 2,3위가 똑같다는 것은

이 문제들이 그만큼 청년층 여성들에게 절실하다는 말이 되겠다. 반면 취업자는 모든 일하는 여성에게 산전후휴가 및 보육시설이

16.8%로 2위, 결혼, 출산을 이유로 한 기업의 부당행위가 15.8%로

3위를 차지했다. 취업자들의 응답 중 1,2,3위가 모두 모성권과 관

련된 응답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학생과 구직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떤 고용형태로 어떻게 입직

할 수 있는가, 그리고 현재의 조건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실

질적 생계보장이라고 한다면 취업자의 경우는 곧 눈 앞에 닥칠 결

혼과 이에 따른 출산상황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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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64. (학생,구직자) 학생과 구직자의 국가에 바라는 정책(복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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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65. (취업자) 취업자 국가적 차원의 정책(복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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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결 론

1. 취약한 경제적 기반

취업자의 58.5%가 30인이하의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

다. 또 이들 중 53.3%는 15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다고 응답했

다. 심지어 10명 중 1명은 10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나

마 비수도권은 64.6%가 150만원 미만이다. 그러다보니 71.4%가

100만원 미만의 지출을 하고 저축은 30만원 미만이 33.3%이다. 취업준비생들은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저축을

통해 생활비와 취업준비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처럼 취약한 경제기반 속에서 4명 중 한 명은 빚을 안고 있고, 그주요 원인은 등록금이었다. 그러기에 이들은 직장선택에 있어 고

용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안정적인 고용이야말로 이들이

직업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최선의 미덕이다. 하지만 취업을 희망

하는 곳으로 1순위를 중소기업으로 꼽아 적어도 여성의 경우에는

취업이 어려운 이유가 눈높이의 문제는 아님을 알 수 있다. 또 2명 중 1명이 희망연봉을 2,100만원 이하라고 대답해 임금에 대한

기대수준도 결코 높지 않음 알 수 있다.

2. 일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 내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

아르바이트로 노동을 접한 학생층은 돈 버는 일 자체가 쉽지 않

았음을 깨달았지만 인간관계나 업무스킬을 배울 수 있고, 스스로

돈을 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는 비교적 긍정적인 응답을 하였다. 그러나 취업자들은 그 경향이 좀 달랐는데 돈 버는 일 자체가 쉽

지 않았다는 응답은 똑같이 1위를 차지했지만 업무나 일이 생각했

던 것과 달라 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사회의 비정함과 냉혹한

현실을 깨달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본업으로서의 노동과 일시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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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시적인 아르바이트에서 오는 위치적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생층의 경우는 노동이 자신의 본업이 아니므로 언제든지 그 자

리를 떠나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러나 취업자들은 그

자리가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버리는 까닭에 그 의미가 더 클 수밖

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더 냉혹하고 비정한 현실 속이지만

또 일이 내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응답은 학생, 구직자, 취업자 모두 1위를 차지했지만

그 비율은 취업자의 58.8%, 구직자는 47.7%, 학생은 37.5%로 달랐

다. 이를 뒷받침하듯 단순히 일이 생계유지의 수단이라는 응답은

학생(36%)-구직자(35.8%)-취업자(28.8%) 순의 응답을 보인다. 결국

이들은 차갑고 냉혹한 현실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내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3. 결혼과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

10명 중 4명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계획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고 싶지 않

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또 결혼과 일을 양립할 수 없고 그에 따

른 경제적 부담에 대한 부분도 문제라고 말했다. 결혼은 하겠지만

출산은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는 배우자와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며

살고 싶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일부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구구절절하게 이들이 비혼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만 본

설문응답은 아주 명쾌하게 답하고 있다. 흔히 추측하듯 단순한 비

용의 문제가 아니다.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여성에게 결코 유리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도 남성도 결코 평등하지 않은 서로에게

권리보다 책임과 의무가 강조되는, 출산과 양육의 무거운 짐은 여

성이 떠 안아야 하는, 제도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것

이다. 또 설사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고 배우자와 인생

을 자유롭게 즐기며 살고 싶어서 출산은 원치 않는 것이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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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으로서의 자유로운 사고의 반영이라 할 지라도 시사하는 바

는 매우 크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저출산의 문제로 접근하

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접근일 뿐이다. 저출산의 문제로 접근해서

는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근본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될 뿐이다. 성장과정에서 단 한번도 차별이란

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청년층 여성들에게 결혼이라는 불평등한

관계를 선택하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늘날의 결혼제도가 갖

는 남녀의 위태로운 불균형이 그 균형을 잡고 서로에게 구속이 아

닌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결혼이라는 제도는 족쇄가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우리가 정상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가족 형

태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더 이상 남녀가 결혼이라는

형식으로 묶여 있는 혈연가족만이 가족의 전부가 아닌 시대로 접

어들고 있다. 1인 가구의 급증과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는 다양해

지고 있는 가족의 형태에 대한 사회적인 수용과 인정이 절실한 시

점이다.

4. 그렇지만 밝은 미래를 꿈꾸는 청년 여성들

살펴 본 바와 같이 청년층 여성들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이를 반증하듯이 최근의 감정경험에 대해 즐겁고 행복하기 보다는

미래가 불안하고 자신감이 솟기보다는 외롭고 고립된 느낌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이 들 때의 해결방법으로는 친

구나 선배와 이야기한다를 가장 많이 꼽았지만 취업준비생의 경우

혼자 참는다의 비율도 높아 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할 사람

들이 없는 현실을 드러내었다. 또 10명 중 7명은 나의 부모와 비

교할 때 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10명 중 9명이 나의 미래는 앞으로 나아지거나 밝을 것이다고 응답

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보여주었다. 물론 막연하게 생각

하는 밝은 미래와 비교해 현실적으로 비교 가능한 미래에 대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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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제시했을 때 긍정성은 약간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약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실제 빈곤

층이 계층상승을 경험하는 확률은 90~97년 43.6%였다가 98~2002년43.5%, 2003~2008년 31.1%로 떨어졌다. 반면에 상위층이 계층 하락

하는 확률은 90~97년 26%에서 2003~2008년 21.9%로 대폭 줄었다.5)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식교육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나보다 나은 삶을 누리게 하고자 하는 욕구. 바로 계층 상승에 대한

욕구이다. 계층상승의 기대를 차단당하면 미래에 대한 희망은 가

지기 어렵다. 사회의 활력도 그만큼 떨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들은 아직 밝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미래에

대한 낙관을 품고 있을 때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더 높은 법이

다. 그리고 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더불어 노력하는 국가와 사

회가 함께한다면 우리는 보다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5) 사회이동성의 현황과 과제, 2010, 강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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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정책제언

1. 등록금으로 인한 빚, 국가가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청년층 여성 4명 중 1명이 빚을 안고 있다. 그 주요 원

인은 등록금 때문이라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아르바이트를 한

다 해도 월 50만원미만의 수입으로는 겨우 용돈이나 생활비에 보

탤 수 있을 뿐 등록금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었다. 이들 전 세대만 하더라도 자신의 명의로 된 빚은 노동으로 스스로

벌어들이는 일정한 수입이 생기면서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

나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현실에서 OECD 2위에 랭킹하고 있

는 고가의 대학등록금이 떠안긴 빚은 우리 사회의 통과의례가 되

어 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와 비교해 고등교육단계(대학 이상)에 대한 정부의 재정 부담이 매우 열악한 반면, 대부분의

부담을 민간으로 떠넘기고 있다. OECD국가들이 GDP대비 평균 1%의 재정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2009년 현재 0.6%밖에 되지 않으며, OECD국가들의 민간 부담률이 GDP대비 0.5%에

불과한데 비해 우리는 2009년 현재 1.9%에 이른다6). 오늘의 청년층에게 빚이란 어쩌면 일상처럼, 어쩌면 평생을 함께

가야하는 것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청년기란 가능성을 키워

야 하는 시기이다. 꿈을 안고 불가능과 새로움에 도전해야 할 이

들이 이자와 원금상환을 먼저 걱정한다면 과연 이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 있을 것인가. 더 이상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현 정부

는 대선공약으로 반값 등록금을 내 걸었다. 그러나 집권 후 그 공

약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대신 마지못해 시행한 정책이 ‘취업후상환학자금대출제’이다. 그러나 이는 상환시기만 늦추었을

뿐 소득수준과 연계된 안전장치가 되지 못한다. 1년에 대학생들이

납부하는 13조의 등록금, 이중 25%만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적

6) 언론사 대학평가는등록금 인상의 원흉? - 오마이뉴스. 200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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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 사회에 나서기도 전부터 빚을 안고 시작하는 불행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2. 구직자를 위한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연구결과에서 보다시피 구직자들은 취업준비비용과 생활비를 벌

기위한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아르바이트가 그대로 생활로 굳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르바

이트가 취업의 징검다리가 아니라 아르바이트인생으로 가는 길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은 사회 어느 곳에

서도 찾기 힘들다. 이를 위해 한가지 제안을 해 본다. 구직급여 지

급이다. 청년층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본 일이 없거나 가입했다

하더라도 그 기간이 짧거나 사유의 문제로 실업급여의 혜택을 받

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신규실업자를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구직촉진수당으로 최장 6개월간 지급해 보는 것이다. 구직

급여가 지급된다면 상당한 심리적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이다. 본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11월 4일 홍영표

의원의 대표발의로 발의되었다.7) 본 법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또 구직자들의 스트레스 정도와 그 증상이 매우 심각하다. 스트

레스로 인한 증상 1위가 우울증이라는 것은 취업 스트레스가 얼마

나 큰 무게로 이들을 누르는지를 반증한다. 또 이들의 고립감을

7) 주요내용은 첫째, 실직 시 고용보험 가입자의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 구직

급여 수급요건인 180일인 피보험 단위기간을 120일로 완화하고 ▶ 구직급여 수급일수

를 180일부터최장 360일로 연장하고 ▶ 자발적이직자라하더라도이직한후 3개월이

지나도록실업상태에 있는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도록한다. 둘째,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청년실업자, 폐업영세상인 등 고용보험에서 배제되어 있

는 취약계층의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 일정소득 이하의 실업급여 수급이

종료된 실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하였으나피보험단위기간이 120일 미만인 실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없는 실업자, 폐업영세업자에게 ▶ 최저임금의 80%인 구직촉진

수당을 180일 한도 내에서 지급하도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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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참는 경우도 많아 더욱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들을 위한 심

리, 정서적 지원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취업으로 인한 스트

레스로 자살을 하거나 정신적 장애를 얻게 된다는 뉴스가 심심찮

게 포털 1면을 장식하고 있다. 실제 15-24세 남성의 사망원인 1위는 운수사고인데 반해 여성은 1위가 자살이다8). 사회적 지지와 지

원이 필요하다. 이들이 스스로를 낙오자나 패배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국가가 나서서 마련해야 한다. 사회가, 국가가 청년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

3. 반값 기숙사와 소형주택 보급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층 여성들 4명 중 3명(71.5%)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한세대 전의 주거 독립은 결혼과 함께였다. 그들은 20대 후반에 대

부분 결혼을 해서 독립해 부모 곁을 떠났다. 그러나 지금은 늦어

진 결혼연령에 캥거루족이라는 말조차 어색하다. 그냥 그것이 자

연스럽고 당연하다. 독립을 하고 싶은 5명 중 1명은 주거 독립을

이룰 경제적 기반이 없다. 재개발 붐을 타고 철거되고 있는 소형

주택과 빌라들, 그 자리에 천정부지의 가격으로 솟아오른 아파트

들은 청년층의 주거독립을 한여름 밤의 꿈으로 만들고 있다. 주거

독립을 꿈꾸는 청년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반지하, 고시원이다. 그나마 청년층에게 생계비의 20-50%에 달하는 비용을 주거비로 요구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대주택정책은 부부중심으로 구성되어 있

다. 그나마도 그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전체주택 보급 중 임대주택의 비율은 단 3%밖에 되지 않는다. 청년층이 국가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에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어려운 실정이다. 기존수요층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의

공급확대와 더불어 청년층의 주거독립을 위한 소형임대주택의 보

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 8) 2010 청소년통계,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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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결과 주거독립의 비율은 오히려 취업자보다 학생층이 더 높

다. 또한 주거 독립한 학생층의 주거에 대한 만족도는 기숙사가

가장 높다. 그러나 국내대학들의 기숙사 수용율은 평균 10%내외이

다. 여기에 최근 늘어나고 있는 민자 기숙사는 턱없이 높은 비용

을 학생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의 쾌적한 생활공간 제공을

위한 저렴한 기숙사의 비중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한 정

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4. 노동인권교육을 교과과정으로 도입해야 한다

응답자 대다수가 노동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자신이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유급주휴일이 있는지, 최저임금은 챙겨

받고 있는지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비수도권의 경

우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하는 2명 중 1명은 최저임금 미만의 시

급을 받고 있었다. 노동인권에 대해서 알지 못하니 권리의식이 부

족하고 그러다보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제대로 항의하거나

대응하지 못 하고 그냥 참거나 조용히 퇴사한다는 대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선진각국에서는 이미 중고등학교 때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을 교과과정으로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중학

교 때부터 노동자의 권리와 자유, 고용에서의 평등 등 노동인권교

육에서 다뤄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가르친다. 독일의 경우 학생들

이 장차 자립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실현을 추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갖추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서 노동인권이란 기업의 자유로운 이윤추구활동을 방해하여 국가

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인식될 뿐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로 진출하는 대다수가 노동자로서 살아가야하

는 오늘의 현실에서 노동자로서의 인권을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

요하다. 사회교과 과정의 개편을 통해 노동인권을 하루라도 빨리

교과과정으로 편입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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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청년층 여성은 일가정양립을 원한다

출산할 생각이 있는 여성들 10명 중 7명은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원했다. 만약 이들의 바램대로 실현된다면 우리나라는 여성경제활

동 참가율에 있어 OECD평균을 웃도는 통계를 가져올 수 있을 것

이다. 2009년 현재 OECD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61.5%, 우리나라

는 53.9%이다. 이 결과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는 이유

가 결코 자발이 아님을 암시한다. 현실이 이들의 생각을 든든하게

받쳐줄 수 있다면 정부는 그토록 원하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업장 내에서의 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 정착,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휴가 후 불이익이 없도록, 무상으로 제공되는 안전한 보육시설, 가정 내 가사 및 육아 분담

정착, 장시간 노동문화 변화. 이런 사회 안팎의 제도와 환경, 사회

인식을 정비하고 이들의 미래를 준비해 주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

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경력단절된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와

정책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경력단절의 예방이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국가가 해야할 일임을 직시

해야 한다.

6. 일자리는 국가가 만들어라

본 설문 응답에서도 나타났다시피 취업이 힘든 이유는 일자리 자

체가 부족해서이다. 고용없는 성장만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의 경

제체제 속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또한 국가의 몫이기도 하다. 정부가 시행했던 일자리 사업을 분석해 보면 미취업자를 노동시장

으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었지만 대개의 일자리가 저학력, 미숙련일자리인 관계로 고학력 여성과 청년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

는 효과는 없었다. 청년층 대상 일자리 사업을 분석해 보면 지자

Page 84: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84

체 청년인턴쉽에 61.9%, 중앙행정기관 행정인턴쉽 63.1%로 남성보

다 높은 참여를 나타내었다. 그러나 민간부문으로 넘어가서 실질

적으로 일자리와 연계되는 사업이었던 중소기업청년인턴제는

36.1%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인다. 정부가 제공하는 일자리의 가

장 큰 취약점은 일시적이며 전문성이 없다는 것이다. 저임금의 6개월짜리 일자리만 대량 양산하고 그 기간이 끝나고 난 이후의 대

책이 없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 필요한 많은 일자리들이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서비스는 현재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공공도서

관,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사업, 문화체육센터, 돌봄서비스 등 주민

들의 복지와 생활에 밀접한 많은 부분이 비어있다. 이런 영역의

서비스를 정부가 확대 생산하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7. 이중화된 노동시장을 넘어

구직자가 꼽은 1순위의 정책은 대기업-중소기업간, 정규직-비정

규직 간 격차 및 차별해소였다. 현재 우리 사회의 계층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기업의 규모와 정규직 여부이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은 낮고 복리후생제도도 제

대로 없다. 또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의 상징이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구조에서 대기업-중소

기업간, 정규직-비정규직간의 격차를 시장 자체에서 해소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날이 갈수록 노동시장은 이중화되고 있고 격

차는 심화되고 있다. 국가가 움직여야 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 종속성을 탈피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자체적으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과 차별규제를 위한 제

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8. 채용과정에서의 차별을 규제해야 한다

Page 85: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85

이들이 두 번째로 꼽은 정책은 채용에 있어서의 차별금지와 불합

리한 채용관행 해소이다. 아무리 청년들이 스펙에 목숨을 걸고 노

력한다 해도 안정적이고 고임금을 제공하는 일자리는 일부 대학졸

업자들의 전유물이 되어 버린 것이 현실이다. 또 계층, 성별, 출신

지역에 대한 차별도 무시할 수 없다.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해 나

가기 위해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경쟁의 조건은 평등하

고 공정해야 한다. 국가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경쟁의 조건

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의 명문대들이 오래전

부터 채택하고 있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9)을 국내

에 도입하는 방법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지역과 저소득층을 일정

비율로 대학입학과정에서 우선권을 주는 방안이다. 현재 서울대에

서 25%의 신입생을 ‘지역균형선발제’로 뽑고 있다. 이같은 방식

을 다른 대학들도 확산하는 방법이다. 채용과정에서의 학벌, 성별, 계층, 외모, 연령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채용 시 내는 서류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 명시하는 항목을 없애야 한다. 졸업대학, 성별, 부모의 직업과 소득수준, 사진, 나이가 없는 응시원서를 채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선 시범적으로 공공기관과 공기업부터

시행해 보고 점차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겠다. 9.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실질 생계의 보장

세 번째로 꼽은 정책방향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청년층의 실질

적인 생계보장이었다. 청년층은 임금이 낮은 계층 중 하나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의 실질적인 임금소득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저임금은 본디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

향상 및 제고”를 위해 도입되었으나 현재 그 역할을 하기 보다는

9) 소수민족, 여성과같은사회적소수자의 대학입학, 고용을촉진하는 소수 집단우선정

책.

Page 86: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86

이정도만 주는 되는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을 뿐이

다. 최소한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는 되어야 실질소득의 향상과

도입목적을 성취할 수 있다 하겠다.

10. 청년고용할당제의 의무화

벨기에에서 시행했던 청년고용할당제인 로제타 플랜을 도입하는

것도 제안한다. 로제타 플랜은 노동자 50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은

고용인원의 3%에 해당하는 청년노동자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

며, 이를 위반한 기업은 벌금을 내야 하는 제도이다. 제도 시행 뒤

첫 해에 벨기에는 약 5만 건의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효과를 본 것

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제정

한 바 있지만 3%의 청년고용은 권고조항일 뿐 의무조항은 아니다. 2008년 당시 공공기관 중 3% 준수 기관 10개였고, 2009년 262개공공기관 중 청년 미취업자를 정규직 사원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관은 101개였다.지난 11월 17일 홍희덕 의원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의 일부개정법

률안을 대표발의하였다.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매년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정원의 5%이상 청년 미취업자 고용 의무화 ▲공공기관

과 지방공기업의 청년 고용결과를 공공기관평가에 반영 ▲민간기

업(집단)중 해당연도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의 경우, 상시근로자의 5%이상 청년 미취업자 고용 등이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공기업과 대기업에서 7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이는

2010년 2월 기준 청년실업자의 1/6 수준이다.

Page 87: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20대 여성들의 노동표류기- 불안의 노동을 넘어서-

여명희

여성학 연구자

Page 88: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88

Ⅰ. 들어가며

대량 생산 대랑 소비의 포드 축적체계를 넘어서 노동유연성과 무

한경쟁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완전고용의 불능, 평생직장의 소멸, 비정규직의 양산, 높은 이직률과 실업률 등의 노

동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승자독식 방식의 경

쟁이 치열해지면서 불안은 일상의 동반자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은 매우 유동적이며 불안정한 것이 되었고 일

이란 부단히 변화하는, 소유될 수도 고정되어 있지도 않은 하나의

위치(position)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포레스테, 1997; 라이시, 2000; 리프킨, 2005; 리차드 세넷, 2006). 이렇듯 신경제는 제도적 경제체

제만을 바꾸어내는 것이 아니라 노동하는 주체 즉 노동자의 노동

규범, 노동윤리, 노동태도 및 가치 등 노동을 둘러싼 삶의 서사까

지도 바꾸어내고 있다. 우석훈(2007)은 한국의 20대를 “88만원 세

대”로 호명10)하면서 사회적 안전망, 임금, 일자리의 질이 점차 열

악해져 가는 노동시장에서 경쟁과 불확실성과 싸워야 하는 20대의

현실을 분석하였다.11) 평균학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노동시장

진입 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길어지면서 20대의 성장은 지체되고 사회진입은 늦어지고 있다. 또한 좋은 일자

리(Good job),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12)가 줄어들면서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노동시장의 진입하기 위해

10) 우석훈, 박권일(2007)은한국전체비정규직의평균임금(월급) 약119만원* 전체임금과

20대임금비율 74%= 88만원을도출하였다고서술하고있다. 이러한숫자의도출과정에

서 고려되어야 할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한국의 20대를 표상하는 상징적 의미를 더해

서 오늘날 20대는 88만원 세대로호명되고 있다. 11) 일본의 “버블세대” 혹은 “비참세대”, 이탈리아의 “천유로 세대”, 미국의 ‘빈털털이(Strapped) 세대’ 혹은 ‘빚쟁이 세대(Indebted Generation)’ 등의 20대에 대한 호

명은 지구적으로 신경제의 세대 간 경쟁에서 열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청년층의 현

실을드러내고 있다. 12) 클라크(Clark, A.E., 1998)는노동자의관점에서좋은일자리가임금, 노동시간(정규노동

시간과초과근로시간포함), 미래전망(승진과고용안정성), 일의강도와어려움을정도(흥미, 지위, 자율성), 상호관계 6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고본다.

Page 89: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89

서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88만원 세대”의 88만원이란 숫자는 도출과정에서 여러 변인들

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논란적인 측면이 있지만 유연화된 노동시장

에서의 20대의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청년층의 노동문제를 효과적

으로 환기시키는데 기여하였다. 본 연구는 ‘이 88만원 세대에게

젠더라는 변수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출발

한다. 오늘날의 고용 불안정은 비단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비정규→정규 전환이나 (전직)미취업→정규, (전직)미취업→비정규 취업의 과정에서 여성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

고 있다. 또한 20대 여성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은 뚜렷하게 증

가하고 있으나 30-40대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율을 답보상태를 보

임에 따라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여성들이 노동경력을 유

지하지 못하고 있다(장지연․양수경․이택면․은수미, 2008). 여성 임금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2005년 기준 남성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상회

하는 58.3%이며 비정규직 임금수준은 정규직 대비 47.4%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 여성 임금노동자 비정규직 남

성 임금노동자의 70.8% 임금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김영옥·민현

주·김복순, 2006) 정규직 내에서도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임금격

차가 크고 여기에 고용형태가 결합되면서 격차는 훨씬 더 증가하

게 된다. 즉 20대 여성 청년층은 성, 연령,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노동시장의 취약위치를 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분석한 연구는

성별임금격차의 62.9%가 생산성의 격차로 설명되는 반면 37.1%는

그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는 성차별에 기인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금재호, 2002). 이는 임금결정에서 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제도적, 문화적인 노동시장의 성차별 성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88만원 세대 내에서도 여성이라는 변

수가 작용하면서 만들어지는 20대 여성들의 노동현실에 대한 조명

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Page 90: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90

청년층의 취업난, 실업과 같은 노동문제가 사회의 주요문제로 대

두하는 것과 동시에 한 편에서는 21세기를 여성의 시대라 명명하

며 ‘여풍’, ‘알파걸’ 등의 담론이 확산되었다. 여성의 경제활

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일을 통한 자기실현, 사회적/개인

적 성공과 같은 노동규범이 여성들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담론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어떠한 차별

도 넘어설 수 있는 사회가 구축된 것으로 호도하는 동시에 노동시

장에서 젠더 변수가 더 이상 여성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

으며 이미 성차별의 문제가 해소된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데 일

조한다. 소수의 사례가 마치 전체를 대표하는 듯이 부풀려진 담론

을 통해 노동규범이나 노동윤리를 내재한 20대 여성들이 ‘여성이

노동자가 된다’는 것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으며 자신의 노동 현

실을 어떻게 의미화하고 있는가가 이 연구의 주요 물음이다. 이 지점에서 본 연구는 20대 여성들의 노동현실을 노동경험을 통

해 드러내고자 하며 여성들 스스로 자신의 노동경험을 어떻게 해

석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노동을 매개로한 여성의 삶의 서

사들이 어떻게 구성되고 해체되며 재구성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20대 여성들의 노동문제를 이슈화하고 문제해결의 시사점을 찾고

자 한다. 20대 여성들의 노동과 삶에 대한 실태조사는 전국의 20- 34세 여

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한 통계분석과 수도권 지역의 4년제 대학

을 졸업한 8명의 여성에 대한 면접조사로 이루어졌다. 구직준비

및 취업활동, 이직경험 등을 포함하는 현재 20대 여성의 전반적인

노동경험 살펴보기 위해 심층면접을 통한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하

였다. 심층면접은 2010년 8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총 8회가 이루어

졌다. 연구 참여자는 취업여성 4명과 비취업 여성 4명으로 구성하

였고 일정정도의 노동경험이 축적되었으리라 판단되는 20대 후반

여성을 중심으로 선정하였다. 본 연구는 20대 여성들이 오늘날의

노동현실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협상하고

Page 91: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91

갈등하고 수용하는지를 노동경험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하였다. 8명의 적은 사례지만 다양한 층위의 문제적인 여성의 노동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 종사상의 지위, 근속년수, 취업준비 기간과 같은 현실적 요인을 고려하여 연구 참여자를 선

정하였다. 8명의 연구 참여자중 6명은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으며 2명은 독립해서 생활하고 있었다. 사례<선경>는 유일하게 대학원

졸업을 마친 경우로 전공분야에서 석사학위가 필요하다는 판단으

로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하여 학위과정을 마쳤으며 졸업과 동시

에 국내기업에 취업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8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는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전공분야를 살펴보면 공

학계 1명을 제외하고 인문사회계열이었다. 임금수준은 전공별, 직종, 사업장의 규모, 고용형태에 따라 그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조

사되었다. 대기업의 경우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례<혜영>은 대졸

초봉이 50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석사학위자로 대기업에서 광고

업무를 담당했던 사례<선경>의 초봉이 3600만원이었다. 다른 연구

참여자의 경우 임금이 가장 적은 경우가 출판업 1400만원이었고

나머지는 1800- 2500만원의 수준이었다. 임금격차는 전공, 사업장

의 규모, 직종에 따라 격차가 큰 것으로 보이며 연구 참여자들의

이직하는 과정에서는 비정규직의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격차가 중

첩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례<혜영>, 사례<선경>의 임

금은 다른 참여자들과 비교할 때 매우 큰 임금격차를 보였는데 본

연구에서는 고용형태, 사업장의 규모별, 근속연수 등과 같은 요인

들이 여성들의 노동현실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치리라 보고 비교분

석을 위해 두 사례를 포함하였다. 또한 임금이 일자리의 질을 담

보하는 측면이 있지만 과연 임금지표가 여성들의 현실적 위치를

대변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취업자 경우

상대적으로 선정이 용이하였으나 비취업 여성, 자발적 혹은 비자

발적 실업상태의 여성들을 선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연구내

Page 92: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92

령노동 경험 현재 상황

학력/

전공

린27

교수님 추천으로 졸

업 직후 바로 취직하

였음. 마케팅, 비서

업무 2년 10개월 근

무중(정규직)

회사구조조정으로

이직 혹은 창업을

고려하고 있음.

대졸

어문

경영학

부전공

은27

교육 서비스업 11개

월 근무(정규직), 현

재 학원 강사 3개월

근무중

장래 유학을 고려

하고 있음.

대졸

인문

라29

유학원 1년 8개월, 공

무원(7급)시험 준비 1

년 6개월, 교직원(기

간제 ) 8개월 근무중,

계약만료시기를

고려하여 공무원

시험과 이직을 고

려하고 있음.

대졸

사회

영25

건설업(정규직) 9개월

째 근무중

노동만족도가 높

고 이직이나 다른

대졸

공학

용상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거나 심리적으로 노동으로 느끼는

부담감이 큰 상태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에 불편

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 참여자는 1차적으로 한국여성노

동자회의 소개를 통하여 알음알음 방식(snow bowling)으로 표집 되

었고 인터뷰는 연구 참여자의 집이나 찻집에서 1시간- 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되었다. 모든 인터뷰는 연구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취하여 자료화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다음과 같

다.

<표 Ⅰ-1>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Page 93: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93

대안에 대한 고려

는 전혀 없는 상

태임.

영30

출판에이전트 1년, 출

판사 4년 근무, 현재

외주편집자로 간헐적

으로 일하고 있음.

글쓰기를 업으로

할 수 있는 작가

가 되기 위해 집

필활동을 하고 있

음.

대졸

인문

민28

사법고시 준비, 5급

공무원시험 준비 3년,

간헐적으로 단기계약

직 일을 하였음.

현재 공무원준비

를 중단하고 구직

을 고려하면서 과

외 일을 하고 있

음.

대졸

법학

경31

대기업 광고, 홍보업

무 5년 대학 편입 준

비를 위해 퇴사하였

음.

대학교 편입시험

준비중

대학원

사회

교28

9급 공무원 시험 준

비 2년, 보험설계사 6

개월, 5인 미만 사업

장 경리업무 1년(정

규직), 설계보조업무

1년(간접고용 계약직)

계약만료 후 퇴직

하여 적극적인 구

직활동 중에 있음.

대졸

사회

Page 94: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94

Ⅱ.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

본 장에서는 20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그 맥락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 참여자에

게 면접을 의뢰하는 과정은 예기치 못한 어려움 가져다주었다.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노동경험 혹은 현재의 현실이 현

노동시장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사례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터뷰를 고사하는 경우가 있었고 특히 비취

업상태의 여성들의 경우는 본 연구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여성들의 많은 고민이

직업, 일이라는 주제와 연결되어 있고 그 고민을 몇 년의 시간동

안 지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과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정서가 공

통적으로 느껴졌다. 이 지점에서 20대 여성들에게 내재된 불안을

보게 되는데, 이 불안은 자신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

음’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1997년 경제 위기는 평생직장의 상실을 직간접적으

로 경험한 계기가 되었고 노동환경에서 확실한 것은 없다는 것을

각인하는 경험이었다. 유연화, 불안정, 불확실성의 증가는 노동주

체의 고용안정에 대한 욕구를 강화시키면서 끊임없이 엄습하는 불

안을 개인이 감내하도록 강요하는데 일조하였다. 이 장에서는 20대 여성 청년층의 노동경험을 통해 노동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

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여성들의 불안의 위치를 드러내고자 한

다.

A.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게 되는 공무원, 나는 ‘공시족’

이었다.

97년 경제 외환위기 이후 청년층의 노동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

Page 95: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95

지면서 청년실업의 문제는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좋은 일자리

(decent job)가 줄어들고 임금이 낮고 경력단절을 수반하는 비정규

직의 증가로 인해 20대 여성들의 선택지는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공부”를 위해 짧게는 1-2년을 취업에 투자한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해마다 공무원시험 준비에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고 있

는 청년층은 증가하고 있다.13) ‘공시족’이라는 신조어는 우리사

회에 갈 곳 없는 20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공무원시험에 많은

청년층이 몰리는 것은 무엇보다 이 사회에서 고용이 보장된 안정

된 직장의 마지막이 공무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비정규직과 정

규직의 고용안정, 임금수준, 노동의 질적 차이 등의 간극이 오늘날

많은 청년층을 공무원시험에 몰리도록 하는 견인역할을 하는 것이

다. 여성의 경우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정규직

전환이 어렵고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노동시장의 문화적 차별

을 감안해서도 공직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본 연구를 위해 8명의 여성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4명의 연구

참여자가 공무원 시험 준비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3년 넘게 행정

고시 준비를 해왔다는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사례 <채민> 을제외하고 3명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는 상당한 수의 청년층이 통과의례와 같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정도의 시간을 공무원취업에 매달리는 오늘날의 현실을 가늠

하게 한다.

오래하고 싶어서. 저는 세무직을 선택했거든요. 그냥 일반 행정직 말고, 자

기 전공에 있는 7급(공무원) 같은 경우는 세무서에 가는 거잖아요. 혹시 나

중에 retire 하거나 그렇게 되더라도 최소한 서류만 가지고 했던 것 보다는

훨씬 더 나을 것 같고,(장기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가요?)그

것 무시 못 할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직장? 저는 일

은 계속 하고 싶거든요.<보라>

13) 시사IN,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 2007.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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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정적이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리고 그 당시(대학진학당시)에도 불안

정해가지고. 과 선택을 일단 행정학과로 했고, 그리고 배운 게 그런.. 공직

쪽이었으니까. 행정공무원을 목표로 해서 공부를 했었죠.<혜교>

(공직)나름 괜찮지 않아요. (웃음) 그거 정말로 괜찮아요. 일단 정년.. 정년

까지 못가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정년이 있는 직업이고. 그리고 또, 연금이

나오죠. 연금이 나오는 거 정말 중요한 거예요.<채민>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간파한 여성들은 정

년이 보장되면서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공직을 선

택한 주요요인으로 꼽았다. 연금과 같은 복지혜택으로 노후를 보

장받으면서 장기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직무에 따라 은퇴

후에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빈

민(working poor), 88만원 세대로 상징되는 20대 여성들에게 공직

은 매력적인 일자리임에 틀림없다. 고용상태와 종사상지위가 불안정한 사회에서 일 자체에 대한 성

격과 내용은 일자리 선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보

인다. 공직에 대한 쏠림현상은 공직의 외부적 조건보다 더 나은

조건의 선택지가 보이지 않을 때 자명한 결과이다.

제가 교육공무원을 생각 한 거는 사실 근무 시간이 짧아서였어요. 내가 마음

에 들지 않는 일을 하겠다면 최대한 덜 하는 게 좋겠다. 그 생각을 한 거죠.

훨씬 더 판에 박힌 일. 그리고 나의 사생활과 이 일을 분리할 수 있는 일처

럼 보였어요. 회식을 얼마나 하겠어. 회식을 하더라도 밤늦게까지 부장님이

랑 술 먹고 그런 거 없겠다고 생각한 거죠. 특히 교직원 같은 거.<정은>

(공무원이 하는 일)뭐, 별로 상관없어요. 네, 왜냐면. (웃음) 사실 그 시험

을 준비한 것 자체가,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뭐 그냥 일단 그 뭐

랄까.‘공무원이 된다’는 것에 초점을 둔 거지,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한

다’에 초점을 둔 게 아니잖아요. 보통. 그렇게 됐어요,<채민>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3년 6개월 정도 공무원시험을 준비한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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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자들은 공무원이 되었을 때 하게 될 일의 내용적 측면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다. 사례<정은>의 경우는 공직의 직무가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으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노동시간을 최대

한 줄일 수 있고 노동과 삶을 철저히 분리할 수 있는 직종을 선택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공직을 고려하였다. 이러한 결론

은 일 자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만족감, 유의미성, 장래 전망 등의

유용함을 가져본 경험이 적을 때, 일이라는 것이 강제적이고 고역

일 수밖에 없는 현실적 경험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노동주체가 자신의 노동에 대해서 이런 판단을 하게 되면 직업의

안정성과 그 일을 통해 얻게 되는 보수나 보상에 집중하게 되게

된다. 따라서 일과 자신의 삶을 철저히 분리하기 용이하고 고용안

정성, 임금, 조직문화 등이 공무원이 가지는 근로조건은 최상의 선

택지로 여겨지는 것이다. 사례<채민>의 경우도 3년 넘게 공무원준비를 지속하면서도 정작

공직선택이 본인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본인의 선택이 장차 공무원이 되어 수행할 직무내용에 대한 고려

가 우선된 것이기 보다 공직이 보장하는 외재적 근로조건이 다른

일자리에 의해 상쇄되기 힘든 현실적 고려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직이 제공하는 근로조건은 공직의

일 자체, 직무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할지라도 이를 기꺼이 감수 할

만하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이렇듯 공직에로의 쏠림현상은 비정규

직, 계약직을 전전해야하는 미래가 불 보듯 뻔한 이 사회에서 정

착이라는 마지막 보루를 탈환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인 것이다.

(공직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딴 일을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뭔 것 같

애요?)그건 간단하긴 했어요. 시험에서 계속 떨어지니까, (문이 너무 좁다?)

줄인다는 발표만 나오고 많이 뽑지는 않고 경쟁자는 되게 많고 <보라>

매년 이랬어요. ‘그래도 다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뭐 이런 식으로 설

득이 되고 순식간에. 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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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나는 공부를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공부하는

것 자체가 되게 피곤해요. 공부만 하고 살 수가 없으니까.. ’다른 것들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공무원시험은 입문과정인데, 그 입문 과정

끝나고 본 과정으로 간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게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거죠.<채민>

이제 하다가, 이렇게 공부해서 합격을 하면 괜찮은데 이게 1년, 2년 지나고

안 되면 대부분 포기를 하고 다른 직종으로 많이 가게 되더라고요.<혜교>

그러나 상황을 녹록하지 않다. 해가 거듭될수록 많은 수의 사람들

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설상가상으로 채용인원은 줄어들면서 경

쟁률은 과열된다. 당연히 시험에 붙은 사람보다는 떨어지는 사람

들이 많고 몇 년씩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청년층이 증가하

고 있다. 몇 년 동안 공무원 준비에만 전념한 경우는 그동안 투자

한 시간과 노력, 돈이 아까워서 매년 다시 시험 준비를 포기했다

시작하는 반복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 형편상 시험

준비만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는 1-2년 정도 시험

준비에만 전념하던 생활을 접고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갈등이 조금 많았죠. 그러니까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공

부한다고 하고 노는 것 같이 보이시니까. 딸이 나이도 점점 먹어 가는데, 빨

리 안정된 직장을 구해서 돈을 벌어서 자기 자신을. 이제 제가 자립을 하기

를 원하시는데. 저 같은 경우는 이제, 공부를 계속 하는데 그런데 시험에서

는 계속 떨어지고.. 그러니까 고민이 계속 되는 거죠. 이제 계속, 굉장히 뭐

지.. 처음에는 ‘아,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딱 되게 있었

는데, 점점 그것도 줄고. 나중에는 ‘아, 공부도 아닌가’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 그렇게 하다가 이제,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다른 직장을 구하게 된

거죠.<혜교>

그러니까 계속 이것만 바라보고 할 수도 없고 일은 어쨌든 하고는 있는데 올

스탑을 해서 공부만 하고 있을 정도 그럴 여건도 안 되고 그러니까 그럴 바

에는 지금까지 했던 거나 아니면 원래 하고 싶었던 거나 그런 쪽으로 해서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긴 했었거든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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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공무원시험 전념하는 경우는 가족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준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시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

우 이에 대한 부담도 커지게 된다.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

지 못한 상태에서 결과가 불투명한 시험 준비를 몇 년씩 지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강화된다. 또한 공부를 하는 상태가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그야말로

‘어정쩡한’상태로 느껴지는 열패감과 좌절감에 현 상태의 불안

감은 더욱 증폭된다. 뚜렷한 결과 없이 시험 준비에 몇 년씩 소비

하면서 나이만 먹어서 더욱 불리한 상황으로 치달아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은 노동시장의 진입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공무원시험을 위해 준비한 시간과 노력이 아깝고 불안정한 노동지

위를 지속한다는 것의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에 공무원시험을 병

행할 수 있는 일자리로 기대수준을 낮추어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B. 나는 비정규직이다.

1. 네버엔딩 스토리, 일자리 찾기

어떤 이유로든 취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경우는 좋은 일

자리, 정규직 일자리를 위해 마냥 취업을 유보하는 것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장래의 일자리를 위한 일시적, 경과적인 디딤돌로 간주하면서 일자리의 기대수준을 낮추어 노동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원에 입사한 사례

<보라>은 20개월 동안 유학 상담업무를 하면서 고된 업무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로 이 일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된

다. 몸이 안 좋아지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퇴사를 결심한

다. 1년 정도 비축해 둔 돈으로 시험 준비를 하다가 경제적인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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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를 위해 공무원 시험 준비를 병행하면서 기간제 교직원으로 일

하고 있다. 계약직으로 들어갈 때 정규직전환이 지켜질 것이란 기

대를 하지 않고 들어가긴 하였으나, 막상 2년 계약기간 전에 퇴사

하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주변 동료들을 보면서 계약직의 한계

를 간파한다.

학교는 (계약직이)법적으로 2년 이상 되면 정직원으로 고용하진 않죠. 정확

히 (딱 2년이 되기 전에 계약 만료를 하는지)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근데 2년

을 다 채우면 학교는 더 이상 계약연장 안해요. 원래는 법적으로 해야 되는

데 안 하죠. 저 일하는 데도 한 분이 딱 2년 되서 나가시거든요(연구자: 그

분 보면서 무슨 생각해요?) 그거 보면서 어느 시점에서 여길 나가야 좋을까

그걸 생각하게 만들어요. 여긴 그걸 알고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거에

대해서 딱히 크게 서운하다거나 그러진 않은데 답답하죠. 자기네는 법대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서 다 알잖아요. 계약직으로 2년 이상이면 정직원으로

해야 되는 거 앎에도 불구하고 하고 있지 않은.<보라>

2년 이상 현재의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고

비정규직의 법적보호는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닌 20대 여성들은 계약기간동안 언제가 자신이 나가

야 하는 적기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계약직에서 정

규직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현재 계

약직이라는 고용자체에서 오는 불안감보다는 지속적으로 계속 새

로운 직장을 알아봐야 하다는 피로감과 더불어 일자리 찾기가 반

복되는 부조리감이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된다. 또다시 새로운 일자

리를 찾기 위해서는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일자리

찾기는 시장에서의 자신이 지닌 경쟁력을 확인하는 과정이고 그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심리적 부침을 스스로 견뎌내야 하는 과정

을 수반한다. 현대사회는 이 직장 저 직장을 전전해야 하고 수시

로 업무가 바뀌는 변화된 상황에서 자의식을 버리고 하루하루 임

시변통으로 살아가기를 종요하고 있고 과거의 경험을 기꺼이 내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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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칠 수 있는 포기의 자세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리차드 세넷, 2006).

구조가 반복되는 것 같긴 해요.(연구자: 계약직이 불안해요? )불안하진 않아

요. 불안하진 않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뭐라고 해야 되나, 무기 계약직? 그거

는. 무기 계약직이면 오히려 더 괜찮을 것 같애요. 어떤 한 일에 대해서 내

가 그 일이 맘에 들고..사실 회사에서도 그렇잖아요. 정규직이라고 해도 내

가 일이 맘에 안 들고 그러면 그만두고 나올 수 있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무기 계약직이라면 오히려 괜찮을 것 같긴 해요. 계약직이라서 불안하기보다

기간이나, 계약직이라고 불리는 것 자체가 그 쪽에서 계약을 해지하면 끝이

잖아요. 정규직은 그럴 수 없게 막아놓은 것도 있고요. 회사가 한다고 해도

강도의 차이? 회사에서 느끼는 차이도 클 거고 그런 차이를 포함해서, 2년이

든 1년이든 직장을 알아봐야 된다는 것도 스트레스고.<보라>

1년 혹은 2년이 경과하면 새로운 일자리을 알아봐야 하고 언제 사

측에 의해서 계약이 해지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한다는 것은 노

동자 스스로 자신의 노동지위에서 어떠한 선택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절박함을 내포하고 있다. 최소한 정규직을 일방적 계약해

지, 해고 등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나 계약직은 고용주의

전권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된다는 지점에서 사례<보라>는 무기계

약직이 현재의 계약직보다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계약직 노동경험이 장래의 일을 위해 경력에 도움이 되고 노동숙련

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면 단기 계약직이 경력단절이 아닐 수

있으며 계약직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인식에 까지 이르고 있으나 경

제적 필요를 위해 이곳저곳으로 단기계약직을 벗어날 수 없는 현

실과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비정규직의 문제해결은 요원하다.

2. 비정규직에 임하는 자세, 파편화의 덫

한국에서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자발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정

규직으로 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업한 결과이며

막다른 일자리(dead-end job)인 것이 일반적이다(금재호 2002).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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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직 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일 할 수밖

에 없다면 20대 여성들은 계약직이 문자 그대로 사측과 노측의

‘계약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노동주체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용형태로 저임금

을 합리화 하려는 의도에서 양산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자

신의 노동력이 일정기간동안 최대한의 효율로 소모되고 폐기될 것

이라는 것을 간파한다. 이러한 현실간파는 필요이상의 일에 대한

헌신이나 몰입이 불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귀결되어 철저하게 내가

받은 만큼만 하겠다는 주고받기 식의 전략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정규직 들어갈 때) 서로를 5년 10년 봐야 되나 대부분 그렇게 생각을 하고

들어갔거든요. 여기는 그 정도 봐야 된다고 저도. 생각을 안 하죠. 학원가는

정말 빨리 바뀌기 때문에 일 년 계약하잖아요. 서로 그렇게 터치 안하고.

‘정규직보다 낫네’ 이렇게 생각했어요.‘차라리 계약직이 낫지 않아 서로

터치 안 하고 개입 안 하는 거’. 계약을 갱신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

이 서로에 대해서는 약간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데요. 일 년 있으면 일만 잘

해주면 되고 저는 사실 그 정도의 관계를 원하는 거거든요. 회사와 직원과의

관계를. 회사가 사원이 뭐하고 사는지 왜 알고 싶어 하는 거야?...중략...일

을 못하면 재계약이 안 되고 일을 잘하면 회사에서 재계약하고 나를 알아주

고 다른 사람들도 저 사람 일 년 뒤에 있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정도의 예의와 존중을 해요.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다 이런 게

아닌 이상에야.<정은>

요즘 그런 얘기하잖아요.“평생직장은 없다”고. 일을 경험하고 드는 생각

이, 어차피 계약직이면. 계약직으로도 나쁘지 않다는 거죠. 그러니까 그때

들은 게, 부당한 것은 이야기 하면서 딱 제가. 딱, 딱 해가지고. 아니면 제

가 확 나올 수 있잖아요. 계약직은 그런 게 조금 자유롭잖아요. 그러니까 아

예 그런 식으로 갈까.<혜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험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사례<정은>, <혜

교>의 경우는 애사심을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사적생활에 대한 회

사의 개입이 지나치다고 생각될 때 회사와 자신이 분리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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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서 계약직이 편리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사례<정은>는 일반적 분위기가

장기적으로 볼 사람이라는 생각이 서로에게 없기 때문에 일정한

거리가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계약직이 편하다고 인식한다. 서로

원하는 바에 따른 계약관계란 인식이 철저하게 있기 때문에 각자

가 원하는 바를 채워주는 그 이상 그 이하의 관계를 만드는 노력

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그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관계

에 대한 거리감이 오히려 예의와 존중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는

계약직이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사례<혜교>의 경우는 5인 미

만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1년 남짓 일하면서 급작스런 구조조정으

로 퇴사하게 되었다.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 없이도 정규직으로서

헌신을 했던 직장에서 일방적인 통보로 퇴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자신의 고용이 더 이상 안정적이

지 않음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나아가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지는 현실 속에서 계약관계라면 자신도 원하는 것을 사측처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계약직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다. 회사에 대한 정서적인 소속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비정규직

들이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를 비교적 잘 견뎌낼 수 있는 방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노동주체들은 한

국노동시장의 비정규직의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노동

경험은 비정규직의 사측과의 계약관계가 고용주와 고용인이 동등

한 힘을 가진 쌍방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중립

적 거리관계, 동등한 발언권 등이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의 권력

불균형으로 인해 성취되기 어렵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고 20대 여

성들 역시 이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회사에서는 같은 돈을 주고 더 일을 시킬까. 나는 내가

어떻게 하면 받은 만큼만 일할까. 최대한 그 상황에서 그런 태도의 차이가

생기고 사측과 싸우는 관계가 되죠. 그러나 개개인의 계약자들은 다 따로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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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요. 그러니까 정규직일 경우에는 라인도 생기고 하는 것이 약간 동맹관계

가 되는데 계약직에서는 각각 개개인이 싸우는 거죠. 사측과. 그래서 어떤

연대적인 힘을 발휘할 수가 없어요. 정규직이라고 해서 사측과 싸울 수 있냐

그것도 아니긴 한데 좀 느낌이 달라요. 예를 들면 정말로 이번에 재계약을

하는 사람이 여러 명 있고 어떤 사람은 사측이랑 싸우고 이런데, “다들 그

랬대 정말?” 이렇게 쳐다봐. 몇 달만 있으면 내 얘긴데.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아요. 그런 것들이 좀 더 불리하죠. 왜냐면 사측은 이 사

람들을 다 알고 있고 얘를 통해서 얘를 압박을 주고 이런 걸 하지만 각각의

계약자들은 발휘할 힘이 없어요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정은>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사측과의 힘의 관계에서 열세에 놓이게 되

는 원인을 연대감 부재로 인식하고 있는 사례<정은>는 사측의 입

장과 노동자의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파편화된 노동자의 위치

를 간파하고 있다. 사례<정은>는 사측이 노동자들의 연대를 감시, 통제하며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계약으로 인해 주변

동료의 사측과의 갈등상황을 자신의 문제로 보지 않는 태도를 보

인다고 진단한다. 개별화되고 파편화되어 있는 계약직 노동자가

연대를 통한 문제해결을 모색하기 어려운 구조를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자의 각개격파 식의 상황은 일방적인 노동자

의 완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비정

규직 노동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현격한 차이를 노동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라는 사측의 제안은 무소

불위의 힘을 가지게 된다. ‘못 다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었는데‘그래도 계약 1년 한 게 있으

니까, 1년은 채우자 이런 생각으로 버텼죠. 그리고 거기에서 또 이야기를 한

게, 월급을 올려주면서 하는 얘기가 “아 이런 식으로 계속 일을 배우면서

하는 것도 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 주겠다”이렇게 떡밥을 저에게 던지

는 거죠. 솔직히 그렇게 되면 혹하게 되잖아요. 정규직이랑 비정규직이랑 월

급 차이가 100만원이 차이가 나는데.. 그 돈, 야근 수당이나 다른 혜택 면에

서 완전히 차이가 나니까.‘아,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해서 하면, 1년 끝나

면, 정말 정규직으로 전환을 시켜주려나 보다’그렇게 생각을 하고, 정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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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걸 다 포기하고 완전히 집중을 했어요. 저는 그동안 한 마디도 못 했는

데. 저는 부당한지를, 부당한지를 저 스스로 몰랐어요.‘아, 여기는 원래 일

을 이렇게 시키나 보다’라고 생각을 해 왔는데, 그때 알았죠. 그, 그 언니

들이 얘기해 줘서.“너는 왜, 너는 이걸 왜 하냐” 막 그러고. 조금 저는 이

회사가 저를 ‘정규직으로 전환을 시켜주려고 이렇게 하나보다’라는 생각으

로 그냥 버텼는데, 막판에 뒤통수를 확 맞은 거죠. 정말 그때는, 어우 정말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예요.<혜교>

비정규직을 입사해서 점점 정규직 업무를 떠맡게 된 사례<혜교>는

저임금과 초과수당 없이 장시간, 과노동에 퇴사할 생각할 정도로

고된 업무를 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겠다는 제안에 버티면

서 혼신을 다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일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 결

과가 일방적 계약만료로 귀결되면서 사기를 당했을 때와 같은 부

당함과 배신감을 느끼면서 노동시장에서의 계약직의 위치를 통감

하게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의 차이를 노동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되기 때문에 정규직전환이라는 카드는 비정

규직의 노동자의 노동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

다. 희망고문과 같은 사측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제안은 노동자 스

스로가 자발적으로 노동 통제아래 포섭되도록 유인하는 효과적 수

단이다.

C. 암울한 미래의 예고

1. 승부수 던지기

신자유주의 경제흐름은 오늘날 노동자들로 하여금 직업이라는 것

을 늘 하던 대로 하면 되는 단선적인 길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해

지고 불안해진 다양한 길로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장기적 전망

에서 일이라는 것은 더욱 알 수 없는 모호한 대상이 되어 취업중

이든 그렇지 않든 그 모두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이직이나 퇴직을 경험한 20대 여성들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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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드물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보

다 빨리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어떤 행동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과거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할 수 있는 삶의 서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불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청년층 여성들에

게는 어떤 것이 더 좋은 길인가, 최선의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

이 선택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하는 것이다.

내 전문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제 적성이나 이런 것과

안 맞는 것 같고. 실제로 이 회사에서 비전을 찾을 수 없다고 할까? 그러니

까 제 미래의 모습이 끔찍한 거 있잖아요. 예를 들면 제 옆에 여자 38살 차

장님이 있었는데. 그런데 내가 한 8년 뒤에, 7년 뒤에 저렇게 된다고 생각하

면, 막 여기 있기 싫은 거예요. 제가 저렇게 되고 싶지도 않고, 그냥 계속

있으면 저렇게 될 텐데. 그 차장님도 일을 뭐 못하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저렇게 될 텐데, 8년 후에 저렇게 살고 싶지 않고. 제 전문적인 비전도 하나

도 없고, 차장님이 전문성이 진짜 없어요. 어떤 것을 시켜도 잘 하시긴 하시

는데, 본인이 내세울 “나는 뭐예요”, “나는 IT 마케팅 전문가예요”, 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전문성도 하나도 없고. 뭐, 그렇게 보였죠.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65까지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

고, 회사가 민영화 됐기 때문에 그런 거 보장이 안 되고요. 이미 뭐 40세 정

도 되면, 나가게 되어 있고. 그 중에서 제일 먼저 나가는 게 아줌마들이죠.

<선경>

현재 주어진 일이 장래에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계산

하면서 노동자는 현재가 움직여야 하는 때인지 현재의 일을 지속

해야 하는지를 갈등하게 된다. 사례<선경>는 사회적으로 좋은 일

자리로 평가받는 회사에서 퇴사하여 다른 진로 선택을 위해 편입

준비를 하고 있다. 10년, 20년 넘게 일을 하더라도 자신의 전문분

야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선경> 퇴사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장래의 비전을 갖게 할 만한 유인책이 없고 결정적으로 근

10년 안에 자신의 위치와 모습이 어떠할 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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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를 통해 전문성도 없이 일하다가 40세 정도에 퇴직해야 하는

수순은 너무나 피하고 싶은 자명한 미래인 것이다. 고용안정, 높은

임금, 전문성 구축 그 어느 것도 제공해 주지 못하는 일자리의 지

속은 오히려 도태라는 결론에 이르면서 보다 확실하고 장기적 전

망이 가능한 일을 찾아야 하는 압박을 느끼게 된다.

제가 만약에 더 열심히 써서 데뷔를 한다면, 전업 작가가 되면 그게 내 잡이

되고 메인이 되겠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출판 외주자로서는 삶도 긴 건 아니

거든요. 어쨌든 출판계에서의 삶은 되게 짧아요. 거의 40대가 되면 회사를

차리거나 그만두거나. 편집장이 되거나 그런 체제고. 외주자도 50살까진 하

지 못할 것 같애요. 거의 50살이 마지막 선이라고 해야 되나? 그 때까지는

이렇게 유지를 하겠지만 저는 그 전에 열심히 해서 다른 내 메인을 찾아야겠

다고 생각해서 글을 쓰는 거지만 그 뒤는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죠. <준영>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이 직업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을 경험한 사

례<준영>의 경우도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외주 편집일을 간헐적

으로 하고 있다. 출판업계에서 편집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희

박하고 현재 하고 있는 외주 편집일도 50세 이후에 하기 어렵다는

현실파악도 하고 있는 사례<준영>는 전업 작가로 데뷔하기 위해

틈틈이 글을 쓰면서 생활하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일자리도 일의 성격도 유연화 되고 불안정해지면

서 일정정도 불안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모

색하고 이동해야하는 현실은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들

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저마다 자신에게 적합한 일, 만족할 수 있는

일, 현실가능한 선택지를 알기위해서 이들이 치러야 하는 기회비

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일련의 노동경험을 통해 축적된 현실인

식은 자신이 가진 노동에 대한 이상적 대안과 현실의 간극을 직면

하게 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선택지만을 추려내는데 일조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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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나 현실적 선택지를 파악한 그 지점에서 다시 이들의 갈

등은 시작된다. 왜냐하면 연구 참여자들은 어떠한 선택지도 쉽게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

기 때문이다. 마치 혼자 힘으로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 앞에 노

출된 것과 같은 노동경험은 일이라는 것에 대한 고민과 갈등으로

부터 벗어나는 것이 점점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강화하고 있는 것

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정된 시간이라는 요인은 더욱 불안감을 강

화하는 요소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

다는 압박은 노동시장에서 선호하는 연령이라는 시간의 제약 앞에

서 더욱 극심해진다.

2. 멀어져가는 '젊음'

노동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연령이 높아지고 첫 직장에서의 근

속연수가 길지 않고 구직을 계속해야 하는 유동적인 상황에 노출

되면서 여성은 자신의 연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에 있

어서 연령제한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법

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이 ‘젊음’이라는 자원이고 연령을

둘러싼 노동시장의 역학이 여성과 남성에게 다르게 작용하고 있음

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젊음’이라는 것은 간과될 수

없는 경쟁력인 것이다.

이 회사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이 때문에 못하는 거?(법적으로 연령차별

은)안 되죠. 그치만 공공연히. 몇 년 생 이후 지원. 근데 그건 여자뿐 아니

라 남자한테도 똑같죠. 남자 스물아홉이랑 여자 스물아홉하고 다르잖아요.

결혼하고 이런 데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노동 시장에서도 큰 거 같긴 해요. 그

렇게 남겨져 있는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

재하잖아요. 어린 사람들과 같이 경쟁해서 취업이 된 사람들도 있고 한데,

거의 여기서도 어린사람 뽑아요.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정직원 중에 제일 어

린 사람은 저보다 나이가 어려요. 대놓고 얘기하진 않아요. 공고에 올리진

않는데 이 정직원보다 나이 많은 사람 되도록이면 빼는 거죠. 밖으론 안 드

러나죠. 근데 어쨌든 알잖아요. 여기서도 그러는데 딴 데 안 그럴 이유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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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라>

일단 조직 자체가, 아무래도 위계질서가 없을 수가 없는데. 뭐 저보다 어린

사람이, 이미 일찍 들어와서 연차가 높다거나. 뭐, 그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기업에서 같은, 비슷한 인재면 나이 많은 사람을 뽑지 않겠죠. 그런 면

에서 봤을 때<채민>

법적으로 연령에 따른 고용차별이 금지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노

동시장에서 선호하는 연령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연령제한은 남성

에게도 해당되지만 여성과 남성의 절대적 나이에 대한 선호기준은

다르다. 같은 20대 후반이라도 여성은 기피되고 취업 우선순위에

서 밀리게 되는 것이다. 계약직 교직원으로 있으면서 정직원 채용

시 드러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가장어린 정직원보다 나이가 많은

지원자가 배제되는 것을 보면서 여성에게 연령이라는 것도 취약점

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간파하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연령주의가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직급과 지위의 위계가 연령과

역전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다른 조

건이 같다고 하더라도 연령이 많을수록 불리하다는 것을 알게 된

다. 사회진입의 연령대가 늦어지고 있지만 20대 후반에 기대되는

경력에 대한 기대는 이러한 사회적 상황과는 별개로 작동된다. 20대 후반이면 일정한 노동경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기대되지만 1년 미만의 단기계약직이 양산되는 상황에서 특정한 경력을 갖추기

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가 25살 때, 아니 26살 때 이력서를 넣었을 때랑, 이력서를 넣었을 때랑.

지금 28살 끝에서 이력서를 넣었을 때랑 면접이 주어지는 기회 자체가 달라

요. 아예 없어요. 왜냐하면 그때는 경력은 없었어도 면접 볼 기회는 있었어

요. 그런데 지금은 면접 볼 기회도 없다는 게..기회를 안 주니까, 제가 무작

정 찾아가서 “저 면접 좀 봐 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력

서 넣고, 기다리고만 있는데.. 연락이 다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뭐, 친절하

게 “귀하는 뭐, 안타깝게도 서류에서 떨어졌으니 다음기회에 응모해 주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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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뭐 이런 것도 없고. 이력서를 넣고, 읽었다는 표시만 있지 연락이 없

으니까. 나이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왜냐하면 일반경리라고 하잖아요? 경

리 여직원들 보면 어린 편이 많으니까. 거의 다 20대 초반, 중반 보통 일찍

일을 많이 시작하니까. 기술자여도 제 나이 되면 경력이 한 3년, 많으면 한

4년, 5년까지 되는데 저 같은 경우는 특별히 그 쪽으로 해서 경력이 있는 것

도 아니고 하니까. 제가 만약에 그 회사 입장에서라도, 그냥 그 기록만 보고

서는 잘 안 뽑을 것 같더라고요. 그냥 나이도 있고 뭐 그래서. 어떻게 결정

을 내려야 할까 되게 많이 고민을 하고 있어요.<혜교>

5-6개월 동안 구직활동을 하면서 매일 2-3의 이력서를 보냈지만

면접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여성의 나이 25살과 28살은 노동시장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20대 초반과 중반은 경력이 없어도 구직기회가 많은 반면 20대 후반

이면 일정정도의 경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면접 볼 기회마저 줄어

들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1-2년 정도 시간

이 소요되었고 1년 미만의 계약직으로 각각 다른 직장에서의 노동

한 경험이 있는 사례<혜교>는 경력을 인정받기조차 어렵다. 기술직이 아닌 경우 사무직에서 요구하는 경력이라는 것은 구직자가

파악하기에 모호하고 업무상 어떤 경력이 요구된다는 기준을 제시

하지 않으면서 통념적으로 일정기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노동자의 자의든 타의든 잦은 이직과 구직을 반복하는 20대여성들의 불안정한 노동은 암울한 미래를 예견한다.

떠돌이 생활을 하겠죠. 그러고 싶지 않은데요.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죠. 내

가 원하는 직업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이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다

가 운이 좋으면 럭키하게 평생 직업을 만날 것이고 그게 아닌 이상이야 하고

싶은 것과 별개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떠돌게 되겠죠. 그러면 어렵겠죠.

커리어적인 기반이 쌓이는 것도 아니고 경력이 쌓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점

에서 힘들 것 같애요. 최악의 상황이죠. <정은>

짧게는 향후 3년-5년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전망을 할 수 없는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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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여성들은 현재의 “떠돌이 생활”과 같이 유동적으로 부유하는

현실이 이변이 없는 한 크게 바뀌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하고 싶

은 일을 고사하고 할 수 있는 일 조차 그 기회가 적어지리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면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순전

히 운에 맡겨진 것 같은 상황에서 여성들은 매 순간순간 어떤 선

택이 최선의 것일지를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노동시장을 배회하게

될 것이다. 일은 하되 경력은 분절적이고 파편적이며 저임금 노동

과 빈곤을 벗어나기 힘든 구조 속에서 별다른 대안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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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알파걸이 넘지 못하는 현실의 벽

A. 인문사회계열 전공자

본 연구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한 8명의 연구 참여자 중 1명을 제

외하고는 7명이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였다. 2004년 4년제 대학 졸

업생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남성이 자연계에 집중된 반면 여성은

인문계, 예체능, 사범계 전공자가 많았다. 또한 전공과 직업의 일

치도에서 매우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14). 인문사회계열 전

공 여성들은 스스로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 적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인문사회계열 쪽에서 여자들이 가지고 하고싶어 하는 일 자체가 되게 한정적

인데, 저는 홍보나 이런 쪽은 싫어했었거든요. 영업도 되게 싫어해요. 그 쪽

다 빼고 나니까 사실 남는 게 없더라구요. 막연히 사무직? <보라>

사무직으로 일단 알아봤었어요. 할 줄 아는 게, 특별히 기술이 있던 것도 아

니니까. 사무 쪽으로 해서, 그렇게 신입으로 들어가서 ‘배우고 하자’해서

고민하고 했었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혜교>

인문사회계열의 전공은 몇몇 학과를 제외하고 전공과 업무가 직접

적으로 연계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금재호(2002)는 여성의 경우 이공계 등 전문‧기술분야보다 인문사회

계 졸업생들이 많이 배출되어 인력수급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음

을 지적한다. 인문사회계열을 졸업한 연구 참여자의 경우 자신의

14) 4년제 대학의 계열별여성성비는 남성100을 기준으로 인문계열은 70.4%, 사회계열은

50.0%, 교육계열은73.1%, 공학계열은19.3%, 자연계열은56.2%, 의약계열은58.9%, 예체능계열은 69.2%으로 나타났다. 교육 계열과 인문계열, 예체능계열의 여자졸업생의

비율이매우높다는 점이다. 또한, 다른모든계열의 여자졸업생의 비중이 50%를 넘고

있는 것에 비해, 공학계열의 경우에는 19.3%에 불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금재호, 2002; 강성국‧김창환‧김한준‧김중진‧홍지영‧박재민‧권경희‧이기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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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막연히” 사무직 중심을 구직활동을 하였다고 술회한다. 반면 이공계 전공자

인 사례<혜영>의 경우는 청년실업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 사회에

서의 노동시장진입이 용이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졸업이

전에 인턴을 거쳐 졸업 후 바로 취업에 성공한 사례<혜영>는 자신

이 결코 빨리 취업된 게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오히려 더 빨리 취

직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이야기 한다.

저는 애를 써서 1월 1일에 입사를 했죠. 그런데 정상적으로 하면, 오히려 빨

리해요. 취직하기가 다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봤던 사람들은 웬만

한 데는 다 들어갔어요. 하나라도, 어디라도 가더라고요.(연구자: 전공을 살

려서 취직했다는 거죠?)네, 당연히. 아예 모르는 일을 하는 사람은 없고요.

과에서 취직이 안 된 사람들은 거의 극히 드문대요.<혜영>

면접사례수가 적기 때문에 한 사례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만, 전공에 따른 극명한 대비적 상황은 전공에 따라 그들의 노동

현실이 어떻게 다르게 구성되는지를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공과 직무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경우는 고실

업의 문제에서 비켜갈 가능성이 많고 임금수준의 차이15)도 현격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심리학과를 졸업한 사례<정은>의 경우 선배들의 진로를 보면서 진

학을 하지 않는 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은 알게

된다. 이렇듯 직무와 연결되기 어려운 전공을 가진 여성들은 전공

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고수하면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보다

는 자신이 선택할 수 직무내용에서 최대한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일의 성격을 파악하면서 구직을 시작하게 된다.

15) 인문사회계열전공자들간의임금차이도연봉 1400-2500으로큰것으로조사되었으나

이공계열의 연구 참여자의 임금은 인문사회계열 전공들의 평균 임금의 2배 이상을 상

회하는것으로 파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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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전공을 살린 게 아니에요. 전공은 심리학과. 지금은 영어강사를 하

고 있죠. 심리학과는 대학원 진학을 하지 않으면 거의 못 써먹는 과에 가까

워요. 학부만으로는. 저는 외국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남들은 넌 영어가 되

니까 그걸로 먹고 살아라....중략... 인문계 중에서 제일 관심이 맞는 쪽을

선택을 해서 간 게 심리학과였어요. 졸업을 하고 나서 ‘내가 심리학을 써먹

을 데가 없구나’라고 생각이 드니까. 취직이 안돼요. 취직이 되더라도 대기

업 공채로 전혀 자신의 전공이랑 관련 없는 데로 가구요.<정은>

문제는 이공계전공자들은 구직정보를 통해 직무내용 파악이 용이

한 반면 인문사회계열자의 경우 채용공고만으로 일의 성격과 내용

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채용 정보상에서 드러나는 직

무내용이 개별회사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이들

이 가진 지식이 기술로 인정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채용 후 업무 내용이 결정되는 경우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 문

제 또한 취업이 결정된 차후의 문제로 구직상황에서 이를 파악할

방법이 전혀 없다. 따라서 인문사회계열 졸업자들은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희박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든 일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기고 있기 때문에 직무에 대한 이해가 명확하지 않은 상

태에서 사무직 중심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무직이라는 업무는 포괄적이어서 취업 후 일에 따라 자

신의 적성과 기호를 다시 조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일정 기간을

소요를 수반하게 되는데 같은 사무직이더라고 업무내용이 상이하

게 다르므로 업무의 영속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에

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직의 노동경험은

경력으로 인정받기 위한 유형적 조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

아 이직 시에 노동자들이 부가적인 자원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는 인식을 갖게 하고 각종 자격증을 위해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의

할애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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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취업을 위한 멀고도 험한 길

1. 스펙 쌓기16)

90년대 후반 외환경제위기와 더불어 전 지구적 신경제 체제 흐름

속에서 한국경제의 경제 불황으로 인한 청년층의 실업문제는 우리

사회의 주요문제로 조명된 지가 벌써 10년을 넘어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타개할 만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은 부재한 상황이

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위해 성적을 관리하는 일, 각종

자격증 획득을 위해 강의를 수강하는 일, 영어 공인점수, 외국어

공부를 위해 일정기간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일과 같

은 활동들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

다.17) 더 이상 대학은 배움이 전당이 아닌 거대한 인력공급처와

같은 형국인 것이다. 졸업식이 곧 ‘실업식’이라는 자조 섞인 진

단은 일찍부터 스펙 쌓기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다.18) 대학생활

이 불안정한 노동의 미래에 저당 잡힌 채 스펙 만들기로 점철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은 반드시 졸업과 함께 쉽게 종결되지도 않는

다. 자신에게 녹록하지 않다고 인식되는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되

겠는가? 자신과 경쟁하는 수많은 구직자들이 대기하는 상황에서

몇 번의 구직실패를 자신의 스펙이 부족해서라고 자인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 수 있을까? 졸업과 함께 시작되는 구직활동은 이 사회에서 자신이 어떻게 자

16) 스펙은영어단어 Specification의준말이다. 해당단어는 2004년부터국립국어원신조어

로 등록되어 있다. 구직자들 사이에서 학력과 학점, 토익 점수 외 영어 자격증, 그 외관련 자격증들을 총칭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구직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요소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스펙들을 바탕으로 구직자를평가한다.17) 한겨레, “대학생 취업준비 비용월평균 21만3000원, 2009. 7. 16일자

18) 오마이뉴스, “'김예슬 선언' 앞에 부끄러운 고려대 교수 -'스펙 쌓기 대학'과 결별을

위한반성과 제언”, 2010. 03.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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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오로지 스펙을 통해서만 평가받는

시간이다. 여기저기 원서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은 자신이

이 사회에서 환영받는 존재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호소할

길 없는 냉혹한 현실을 직면하면서 스펙을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을 하기도 하고 휴학이나 졸업을 유예하면서 좀 더 나

은 스펙 만들기에 재도전하기도 한다.

네. 졸업해야겠다고 결정하고 그 때부터 이력서 쓰고 이러긴 했었는데 사실

은 졸업하고 나서 준비를 더 해야겠다 생각은 했었거든요. (연구자: 어떤 준

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학점이 별로 안 좋아서 영어실력이라

도 올려야 되지 않을까 소위 말하는 스펙이 좀 떨어져서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 그거라도 위해휴학 때문에 한 번 더 연장을 했었거든요.<보라>

매일, 2군데에서 3군데 씩 넣었어요. 그런데 이게 조금 중견회사 같은 경우

는 잘 안되더라고요. 제가 토익 점수가 높은 편이 아니었고요, 연락이 안 오

더라고요. 그러니까 1차 합격이 안 되니까 당연히 면접도 못 보고. 그런 식

으로 계속 5개월, 6개월 동안. 그러니까 스펙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

게 조금 낮지 않았나 생각해요. 학교도 솔직히 어떻게 보면 경기도권 학교는

어쨌든 지방대고. 거의 뭐 해외연수를 나갔던 적도 없고, 영어 성적도 높지

않고 그러니까. 그래서 아마 그런.. 그것을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렇게 경력

도 없고 나이는 26살 이렇게 됐는데, 경력도 없고 하니까 아무래도 그런 영

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혜교>

명문대의 학벌, 좋은 학점, 높은 영어점수, 해외연수 경험, 각종 수

상경력과 자격증과 같은 완벽한 스펙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자신

이 부족분을 매우기 위해서는 스펙 쌓기를 위한 준비가 더 요구된

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스펙을 위해 휴학을 하고 졸업

을 유예하는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처음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와 연령이 늦어지기도 한다. 노동자 스스로 스펙에 대한 압박

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였으나 서류면접

에서도 통과하지 못하는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서 더 심화된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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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혜교>는 적극적으로 구직에 전념하고 있으나 수도권지역의 대

학을 졸업했다는 점, 해외연수경험이나 높은 영어 성적을 구비하

지 못한 자신이 이 사회에 발붙이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구직활

동을 통해서 통감하게 된다.

저는 대학생활 내내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졸업 전에 학교 안에 있는

취업지원센터 같은 곳에 이력서 교정 받으러 간적 있는데 이런 것 다 지우래

요. 그거 지우면 나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데<정은>

학교 다닐 때 나도 학교생활은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이력서에 쓸

것은 막상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약간 후회가 들었던 것 같아요.(연구자:

이력서에 쓸 만한 활동은,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그 외부

활동 있잖아요? 인턴이라든가, 뭐 어학연수라든가 이런 거. 취업에 맞춰서.

요즘은 많이 그런 식으로 관련해서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안

하고 그냥 대학생활을 너무 즐겼던 것 같아요. 그런 동아리 활동, 과 활동

이런 것들을 위주로 했기 때문에.<혜교>

대학생활의 시간을 취업준비로 ‘알차게’ 준비하지 못한 이들, 명문대학이라 불리는 학벌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에게 노동시장의

벽은 높아 보인다. 취업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못하는 학

생회활동이나 동아리활동과 같은 개인의 경험들은 무용한 것이며

오히려 숨겨져야 할 이력으로 전락한다.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스펙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유용한 가와 상관없이 그 수준의 스펙

을 만들기에는 많은 시간과 자원 그리고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스펙이 부족하다는 느끼는 순간 이들은 노동시장

진입의 출발선상에 이미 한걸음 아니 그 이상이 뒤쳐져있다고 생

각하며 더 이상 완벽한 스펙19)의 소유자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한

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뿐이다.

2. 일자리, 보다 나은 스펙을 위한 정거장

19) 완벽한 스펙의 실체는 알 수 없다. 다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 수위가 과열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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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는 고실업 사회에서 연구 참여자들의 구직

기간은 역설적이게도 짧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체로 3개월 미만

의 구직기간을 통해서 첫 직장에 진입하게 되는 경우였는데 대기

업에 공채로 입사하거나 시험을 통한 채용을 제외하고서는 자신의

첫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서 장기적인 전망과 고려가 배제되고 있

었다. 이는 첫 직장에 진입할 당시 자신이 가진 외재적 조건이 노

동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파악하면서 적당한 선에서 일단

타협을 한 후에 다시 재협상 가능한 외적 조건을 수반하여 이직하

기 위한 강구책으로 보인다.

책을 만드는 일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사실 출판사에서는 신입을 뽑

지 않거든요. 경력직만 뽑거든요. 출판계에 들어가고 싶었고 출판계로 들어

가려니까 에이전트 일 살려서 갈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에이전시 회사

에 지원을 한 거죠. <준영>

유학원 들어갈 때는 처음엔 (장기적으로)생각 안 했던 것 같애요. 스펙도 쌓

고, 이직 생각을 좀 많이 하고 가긴 했어요. 제가 어시스턴트 같은 일을 했

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근데 저한테 소개시켜주신 분이 비서직이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인사나 그 쪽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비서직도 되게 좋아했었거든

요. 전문적으로 과를 나온 건 아니지만. 그래서 그런 줄 알고 들어갔던 게

커요. <보라>

자신이 하고 싶고 일이 명확한 편이였던 사례 <준영>의 경우는 그

일을 하기위해서 요구되는 경력을 만들기 위해서 에이전트회사에

취직을 하였는데 본인의 구직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던 요인은

자신이 들어가고자 한 업종이 저임금으로 인한 취업기피직종이기

때문으로 단번에 취직될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임금의 좋

은 일자리가 아님을 사례<준영> 역시 모르는 바가 아니었으나 그

일의 경력이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그 선택은 필

수불가결한 것이었다고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생계를 위한 경제

적 필요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우나 직장 생활과 스펙준비를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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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할 요량으로 좀 더 쉽게 직장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취업준비만을 고수하기 어려운 현실적 조건과 더불어 공무원준비

시험과 같은 시간은 노동시장에서 어떠한 경력으로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진입 자체가 효과적인

목적될 수 있다.

저 같은 경우는 이 직장에 오래 있을 생각으로 취업을 한 게 아니고 이 직장

이나 전 직장이나 내가 당장 지내기 편한데 있겠다 생각을 했고. 돈을 벌려

고 하는 거니까. 돈을 벌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걸 해야지 라고 생각을 한

것 같애요.<정은>

학교 선배가 이렇게 저를. 이제 자기가 다니고 있으니까 저를 추천한 거예

요. 그때는 마땅히 알고 있는 그런 게, 그러니까 취업 준비를 처음부터 한

게 아니라서. 마땅히 그런 것을, 정보가 없다보니까. 선배가 “넌 성격도 활

달하고 하니까, 영업 쪽도 잘할 거다”라고 해서, 그러면 한 번 해볼까 하고

했었는데. 이제 잘 안 된 거죠. 다음엔 써져있는 것도 그렇고, 사무로만 쓰

여 있더라고요. 면접 봤을 때도 사무 관리로만 되어 있어서, 그리고 별로

안 바쁘다고 하시더라고요. 면접 봤을 때는. 뭐 자기 할 일도 할 수 있게끔

해준다고 하길래, 그때 든 생각은 아‘그러면 회사 다니면서 다시 공무원 준

비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 계약직이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들어

갔는데, 거기서 말씀해 주신 것과 다르더라고요.<혜교>

당장 돈이 필요했던 사례<정은>경우는 일정기간 동안 돈을 벌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진행하려는

의도에서 구직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지내기 편한 조건을 우선적으

로 고려하였다고 말한다. 공무원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

하고 시험준비를 지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

<혜교>의 경우도 조금 늦게 구직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심적 부담

감으로 주변의 선배나 지인의 조언을 절대적으로 수용하여 보험사

에 입사하게 된다. 공무원준비에 매진하느라 스스로 취업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자신감 없음과 한시라도 빨리 취직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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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당장 자신을 불러주는 곳에 쉽게 응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3개월간의 보험설계사 일을 하면서 이 일

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사례<혜교>는 계약직 사무원

으로 이직을 하면서 공무원시험을 병행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직한 직장이 1년 계약직이었고 면접 시 업무량이 많지 않아 근로

시간 후에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

였기 때문이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연구대상자들은

지속적으로 시험 준비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서 일을

시작하게 된 상황이어서 할 수 있는 한 공무원시험 준비를 재고하

게 된다. 대부분 1-2년의 계약직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 머지않

아 다시 취업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몇 년간 시간과 노력을 투

자한 시험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사를

하게 되면서 계약직이라도 근무시간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 경

우가 다반사로 발생하게 되면서 시험 준비와 일을 병행한다는 것

이 현실적으로 힘들게 되기 때문에 시험준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보다 나은 스펙을 준비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쉽고 용

이하게 보이는 직장에 들어가게 되지만 애초에 일의 내용과 성격

보다는 근무시간, 적정 임금수준과 같은 외재적 조건을 우선시 되

는 결정으로 인해 뚜렷한 노동경력을 축적하지도 못하고 자신이

계획한 스펙도 쌓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본인들도 스스로 이러한 자신의 위치와 상황의

모순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노동은 “암울한 이야기”며끝나지 않을지도 모를 두려움이 엄습되는 암울한 상황으로 치달아

가는 것이다.

C. 여성이 노동자가 된다는 현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학생신분을 벗어나면서 연구 참여자들은 이

사회에서 ‘여학생’과 ‘여성노동자’가 얼마나 다르게 대우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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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경험하게 된다. 교육을 통해서 남성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만큼의 능력을 갖추고, 경쟁은 철저히 개인의 능력으로 극복될 수

있다고 인식하는 여성들은 사회에 진출하여 여성노동자로서 직면

하게 되는 불리한 위치와 상황을 경험하면서 여전히 노동현실이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그러나 고실업

사회에의 20대 여성들은 고용보장이 유연화 된 일자리에서 자신을

대체할 인력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고실업사회의 약자로서의 노동자의 위치성과 여성노

동자로서의 차별의 이중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1. 법 따로 현실 따로

연월차 사용, 임신 출산 휴가와 같은 여성노동자의 법적권리는

일자리의 질의 기본적 요소라고 판단되지만 사업장의 규모, 일의

내용과 성격, 고용지위에 따른 일자리 간의 내부적 차이도 크게

나타나고 있었다. 2000년 한국노동패널 조사에서 여성노동자는 남

성노동자에 비해 퇴직금, 보너스, 휴가 등의 모든 항목에서 남성보

다 수혜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국민연금, 직장의료보험, 고용보험 등의 가입율도 낮았다(금재호, 2002). 특히 작은 규모의 사업

장의 경우 복지 면에서 취약한 경우가 많은데 여성들은 노동시장

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장기적 불황과 고실업 상황에서 월차, 임신출산 등의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

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조금, 회사가 조금 규모가 있었으면 했어요. 그러니까 여자가 없다 보니까

뭐 여자의 사정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걸 이야기하기에 조금 그렇다는 거

예요. 그러니까 연, 월차도 없으니까 아플 때 얘기하기가 조금 그렇고. 거의

웬만하면 나갔으니까. 그래서 조금 규모가 있어서, 뭐 연, 월차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없더라도, 안 된다고 하더라도 여직원들이 그나마 있어서.

그 여자의 이런 생리적인 것 있잖아요. 왜 생리통이라든지, 아픈 거 이렇게

조금 이야기를 해서 이제 조금 쉴 수.. 제가 생리통이 되게 심해요. 그래서

그것을 조금 해서 규모가 조금 있는 회사를 원했어요. 돈을 많이 받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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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없고, 저는 복지를 생각했어요. 직원복지 있잖아요. 그런 거 연, 월

차는 기본적으로 많이 생각을 했었고. 그런데 알아보니까 많은 회사들이 그

걸 안 지키더라고요. 그러니까 중소기업 같은 경우는 특히 소규모 같은 경우

는 사람이 한 명이 쉬면, 그 하루 동안 업무가 마비된다고. 차질이 생겨버리

니까. 그것을(연, 월차)사용을 못 하더라고요. <혜교>

사업장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례<혜교>는 연, 월차가 없이 일하는 고충을 설명하면서 자신 외에 여성이 전무한

환경에서 자신의 처지를 토로할 여성동료가 없다는 점을 애로사항

으로 꼽았으며 연, 월차 없이 근무하는 것이 본인에게 힘겨운 경

험이었기 때문에 이직 시 임금보다는 복지적 혜택이 보장되는 회

사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장은 인력이 많지 않

기 때문에 하루 휴가가 업무에 가져올 차질로 인해 현실적으로 월

차, 임신‧출산 휴가와 같은 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일자리에 대한

자신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다.

(교직원은)여자의 비율이 굉장히 높구요. 학교에 들어오면 출산이나 이런 거

를 걱정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애요. 진짜 정직원의 경우에는. 육아휴직이나

이런 거 쓰는 게 부담이 없고 저도 한두 번 정도는 3개월 정도 육아휴직 때

문에 쉬시는 분 자리에 있었거든요. 그렇게 해주고 그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

각하니까 육아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시지만 ‘내가 나갔을 때 3개월 동안 누

군가 내 자리를 채워줄 사람을 어쨌든 뽑고 그 이후에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다들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편해 하

시는 것 같애요. 그걸 여기 와서 처음 느꼈거든요. 그 전에 유학원 같은 경

우는 임신초기부터 되게 걱정하셨던 분들 계세요. 특히 경력이 좀 짧은 경우

오히려 경력이 5년 10년, 5년 이상 정도 되면 그 시장에서도 굉장히 진짜 그

냥 베테랑이 되니까 걱정을 안 할 텐데, 그 밑은‘ 갔다 오면 내 자리 없을

거다’라고 생각하는 게 되게 많은 것 같애요. 근데 유학시장에서 여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거든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걱정하게

만든다는 거 자체가 여성인력을 많이 쓰면서도 그걸 걱정하게 만드는 것 자

체가 아이러니했어요. “너는 1-2년하고 그만둘 거 아니냐”고. 그런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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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기 때문에 또 많이 뽑기도 하거든요 그 시장은. 근데 거꾸로 생각하면 1년

있다가 결혼하게 되거나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만뒀을 때 내 자리를 그 사람

들이 보장해줄까. 그건 아니라는 거죠. 그 사람이 그만두면 그냥 그만 두는

거죠.<보라>

여성비율이 높은 교직원과 유학원 근무라는 비교적 여성비율이 높

은 직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례<보라>는 이 두 직장을 비교하

면서 임신출산과 관련된 여성노동자의 권리가 판이하게 다른 현실

을 드러내고 있다. 정규직 교직원의 경우 휴가 이후에 고용이 안

정적으로 이루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부담감이

없이 노동을 지속할 수 있다. 반면 유학원도 여성노동자의 비율이

매우 높은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3개월이라는 휴가는 고용을 보장

해 주지 못한다. 5년 -10년 정도의 경력은 고용에 대한 안정감을

획득할 수 있는 도구가 되지만 직장진입 연령이 늦어지면서 경력

이 축적되지 못한 여성들의 경우 임신과 출산이 중첩되면서 고용

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두 직종의 여성노동자

의 위치는 정규직노동자의 상황을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사례<보

라>는 임신출산과 관련된 고용불안정이 고용형태에 따른 것이기

보다는 일의 내용과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이건 되게 시간싸움이거든요. 만약에 2,3 년 차 되면요, 상담을 하고 할 수

있거든요. 이 사람이 상담을 해서 유학 보내야 될 사람이 빠지면 상담할 사

람이 없는 거예요. 상담 가능한 사람을 육아휴직 갔던 3개월 동안 사람을 쓸

수가 없는 거잖아요. 아예 고용을 하던지 아님 정말 아르바이트를 해서 서류

작업만 할 사람을 구하던지. 근데 그러면 손해가 되게 클 것 같애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 사람이 2,3년 차지만 상담이나 그런 걸 잘해서 잘 끌어오

던 사람이면 그 사람을 잃으면 타격이 큰 거죠. 회사에서는. 그 3개월이 되

게 크구요. 그 기간 동안 잃는 게 너무 많으니까. 차라리 그만두게 하고. 그

자릴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죠. 미국에 있는 어학연수 기관이나 도

시 이런 거 딱 어떤 사람이 물어봤을 때 바로 대답이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최소한 3개월인데, 그 3개월 동안 가르쳐놓으면 가야 되잖아요. 뭐하러 그러

겠어요? 학교에선 그러진 않잖아요. (업무가)굉장히 느슨하게 돌아가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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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다른 회사는 안 다녀봐서 잘 모르겠지만 업무특성도 어느 정도는 무시

못 할 것 같애요. 근데 그걸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금 자체로는 사실 육아휴

직써라. 그렇게만 얘기하고 회사에서는 만약에 그렇게 썼을 때 자기네 손해

를 보면서까지 그렇게 하려고 할 것 같진 않거든요.

여성들은 유학원의 특성상 업무상으로 바쁜 시기가 존재하고 업무

를 대체할 인력이 그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서 일정정도의 숙련의

시기가 요구되기 때문에 대체인력으로 자신의 고용이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서 법

적권리가 보장하는 휴가를 쓰더라고 그것이 회사에 끼칠 손해가

명확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권리만을 주장하

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여성들은

일의 내용과 성격상 회사 측의 입장도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는 바

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감안해서 퇴직을 하게 되고 회사에서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순환구조가 발생된다. 여성들은 이 같

은 반복이 자신에게 나아가 여성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

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법은 어디까지나 법 일뿐 노동법이

자신의 현실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체념하고 있다. 여성이

높은 비율을 나타내는 업종에서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말하지만 일의 성격, 업무처리구조 등 그

권리가 지켜지기 요인들로 인해 여성들은 자신의 전 세대의 자리

를 메우고 또 자신의 자리는 다른 여성에게 의해 메워 지는 순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규직 교직원

과 계약직 교직원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고, 대부분 비정규직의

자리를 채우게 되는 20대 여성들은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란 ‘하늘에서 별따기’만큼 어려워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노동자의

법적권리가 비교적 잘 지켜지는 일자리로 이직하는 것도 힘든 상

황에서 법적권리만을 주장할 수도 없는 처지라 이 현실을 타개할

만한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일자리의 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에 속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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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갈등

은 끝나지 않는다.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사례<혜영>에게도

임신과 출산은 여성노동자로서의 자신을 고민하게 만드는 사안이

다.

제가 있는 부서에 계신 과장님 같은 경우는, 지금 17년째 과장이에요. 진급

누락이 한 세 번 정도 되는 것 같거든요. 아기도 낳고, 그러다 보니까 누락

이 되는 거죠. 출산이 가장 큰 이유죠. 출산 때문에 3개월 쉬었으니까, 같은

진급 대상자가 있는데. 그 중에 몇 명을 누락시켜야 한다면, 3개월 쉬었으니

까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죠. 누락되는 것을 사람들이 당연

히 여기는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는 결혼을 해서 출산을 하게 되고, 출산휴

가를 가게 될 텐데.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죠. 그런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게 맞는 건지.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은 똑같이 12달 동

안 일했는데, 3개월 동안 쉰 거잖아요. 무엇으로 평가를 받아야 할 지.<혜

영>

여성상사가 출산휴가로 진급에서 누락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이 일

이 장래의 자신도 비켜갈 수 없는 일임을 인식하고 있다. 이 지점

에서 사례<혜영>는 여성이 진급에서 누락되는 이유는 설사 그것이

합법적인 권리더라도 어떠한 이유로든 휴가를 사용한 사람과 사용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쉬지 않고 일한 사람에게 진급이

주어지는 것이 공정하다는 회사의 평가에 있다고 말한다. 회사는

많은 진급 대상자 중에서 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성노동자가 일정시

기를 쉬었기 때문에 진급에서 필연적으로 누락될 수밖에 없다는

내부규범에 위해 진급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례<혜영>는

이러한 회사의 입장에 한편 합리적으로 동의가 되면서도 동시에

여성노동자에게 이에 대응할 만한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에 혼란

을 나타내고 있었다. 자라면서 능력을 인정받아왔고 차별은 오직

개인의 능력에 의한 것일 뿐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의 구조적인

차별을 경험하지 못한 똑똑한 알파걸로 성장한 경우 규칙과 절차

에 능숙하고 원칙이 곧 합리라는 내적규범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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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뿐이라고 생각하며 여성과 남성이 다를 바가 없는 동등한

존재라는 명제를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

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는 남성노동자와는 전혀 다른 존재라

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여성이기 때문에 직면하게 되는 문제를

처음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해결점

을 찾지 못하고 혼란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2. 피라미드 구조, 그 많던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낸시 알렉산더(2010)는 세계경제를 3가지 종류로 구분하는데 첫째

는 여성들이 거의 종사하지 않는 금융 또는 투기적 경제

(speculative economy)이고, 둘째는 재화와 용역이 교환되고 노동자

들이 의료혜택과 연금을 받는 실물경제(the real economy)이며, 마직막은 비공식, 그림자 경제(shadow economy)로서 여성에게 집중

되는데 비공식 업체(소규모 미등록 업체), 자영업자와 비공식 일자

리를 통해 임금은 받지만 고용계약, 근로자복지혜택, 사회보장을

받지 못해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로 구성된다.20)

20) Nancy Alexander(2010), "Women's Leadership: Pressing for real change in finance and sustainable development", Global Women Capital Forum, 한국여성정책연구원포럼자료

집(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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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5 경제의 불평등 구조

(왼 쪽):각 경제가 요구하는 금융자원/ (오른쪽):각 경제에서의 노동자 수

자료: Nancy Alexander(2010), "Women's Leadership: Pressing for real change in finance and sustainable development"

여성노동자의 문제는 그림과 같이 거시적 경제관점에서의 성불평

등적인 구조적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진입한 노

동현장 내에서의 피라미드식의 성불평등 구조가 반복되는 이중적

인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여성은 피라미드 상 최하위에

머무르고 그 안에서도 열세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스스로 남성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업무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며 노동현장에서 ‘여성’으로서 대우 받기

보다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기대한다. 그러나 회사 내 고위직에서

의 여성비율이 극도로 낮다는 점, 남녀 간의 진급 격차 등 을 파

악하게 되고 여성노동자에게 여전히 성차별적 고정관념이 작동하

고 있음에 알게 된다.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아본 경험이 상

대적으로 적고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자신의 문제로 경험하지

못한 20대 여성은 자신이 노동자가 아니라 여성노동자임을 인식하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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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만 일하는 데를 보면요. 나이가 다 어려요. 되게 이상해요. 제가 예전

에 일하는 데는 여자가 70%이상 이예요. 학원가가 그렇잖아요. 그런데 이사

이상은 다 남자예요. 그래서 30%를 차지하는 남자들이 다 이사급 이상인 거

예요. 그리고 그 밑에 사원들이나 이런 사람들도 남자가 있긴 하지만 이상하

다고 생각했어요. 이사님 이상은 다 남자분이거든요. 평사원은 대부분 여성

인데 올라가면서 퍼센티지가 마치 그라데이션 섞듯이 이렇게 바뀌어요. 높은

직은 남자들이, 고위직은 성큼성큼 계단 올라가는 게 보여요. 인사이동 많은

회사였어요. 성큼성큼 올라가는 게 보이는데, 여자 이사가 한 명 있었어요.

그 사람 잘렸어요...중략...남자들이 먼저 올라가게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속도가 다른 거죠. 한마디로. 평사원은 여자들은 훨씬 더 많고 남자는 몇 안

돼요. 그런데 특히 연구원 같은 경우는 남자는 없어요. R&D쪽은 없고 마케팅

이나 기획실이나 실장님이 남자들이예요. 실장부터는 거의 남자들. 그 분 라

인을 잘 타면 승진이 되는 거예요.(여자들은 마케팅이나 기획실 안 가나요?)

그 쪽엔 남자랑 여자가 비율이 반반이 되는데요. 안 키워줘요. 실장님이 남

자잖아요. 그분이 여자 직원들은 그냥 직원으로 봐요. 자기가 키워서 얘를

내 밑에 넣어야지. 이런 거 하잖아요 라인을 만들어서. 여자들은 아예 그 라

인에 끼질 않아요. 본인이 안 끼우는 것도 있지만 그 쪽에서도 여자들은 아

예 그 쪽은 안 닿아요.<정은>

어떤 상품의 마케팅을 한다고 했을 때, 꼭 여자애들한테는 특정 업무를 시켜

요. 홍보 이런 것만 시켜요. 그런데 사실은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보면, 마케

팅 전략 같은 게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 그래서 부수적인 게 프로

모션, PR 등 저는 그게 전공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애들을 봤을

때 꼭 여자애들이 해요. 그게 되게 하찮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내부에서

는. 그런데 그런 전략이나 유통, 뭐 이런 조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항

상 남자애들 시켜요. 그런 게 좀 있어요. 진짜 항상 홍보는 여자애들을 시켜

요. 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조금 더 그런 것들을 여자애들

에게 많이 시키고. <선경>

여성동료들은 많으나 여성상사는 없는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여성

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여성’임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객관적으로 진입은 남성과 동일하게 하였으나 ‘살아남은’ 여성의 수가 남성과 비교할 때 현격하게 적음을 보면서 앞으로 자

신이 이 회사에 남을 확률이 적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감지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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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갑자기 해고된 여성상사가 남성들과의 알력다툼에서 밀린 것

이라고 바라보는 사례<정은>는 남성 중심적인 조직에서 여성은 상

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기 때문에 남성과 대등함을 요

구하지 않는, 위협적이지 않은 여성만이 ‘그냥 직원’으로 자리

보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성들은 조직 내에 핵심 업

무와 비핵심 업무와 같은 직종분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

며 핵심 업무로 간주되는 일이 여성에게 부과되지 않는 조직문화

가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임을 간파한다. 사례<선경>는 암묵적으로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이 분리되어 있고

일의 분리가 여성들을 주변부에 머물도록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고

본다. 기획이나 전략과 같은 분야는 조직 내에서 중요한 업무로

평가되며 이 중요한 일을 수행할 기회는 여성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전공 혹은 개인의 전문성과 무관하게 여성에게 덜 중요한

일, 비핵심 업무 혹은 여성이 잘하는 일로 간주되는 일들은 저평

가 되면서 지속적으로 여성에게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자

잘한 일로 치부되어 가장 말단이 맡게 되는 서무업무도 같은 일

역시 당연히 여성의 몫이 된다. ‘라인’을 형성하여 서로 끌어주

고 키워주는 남성중심의 조직문화에 여성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

지가 크지 않고, 이와 같은 방식에 익숙하지 않거나 그 조직문화

에 자신을 편입시키지 않는 여성들은 주변부로 전락한다.

3. 여성은 회사의 꽃이라 피기도 전에 지는 겁니까?

알파걸과 베타보이21), 여풍, 여초현상과 같이 매체담론들은 오늘

21) 알파걸(Alpha Girl)은학업, 운동, 리더십모든면에있어서남성을능가하는높은성취

욕과 자신감을 가진 여성을 뜻하는 용어로서 하버드대 아동심리학 교수 댄 킨들러의

2006년그의저서《새로운여자의탄생-알파걸》에서처음으로사용된말이다. 댄킨들러 교수는 알파걸을 '학업과 운동, 인간관계와 리더십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남성

을 능가해 질주하는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에서는 알파걸담론과 더불어 최근

에는 '베타보이'의등장이 지적되기도 한다. 베타보이는 언제나 여성들에게뒤처지는 남

성으로 '알파걸 열풍'이 거세지면서 상대적인 '열등감'에 시달리는 남성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위키디아사전, 오마이뉴스, “알파걸 증후군”, 2007. 4. 11일자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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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남성을 압도하는 하는 듯 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여전히 존재하는 노동시장의 성차별의 문제를 삭제시

키는 효과를 갖는다. 몇몇 소수의 성공신화가 마치 모든 여성들에

게 적용되는 듯한 담론들은 이 사회에서 고용차별에 대한 문제는

먼 과거의 이야기지 오늘날에 현존하는 문제로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노동시장이 남녀 성별에 상관없이 88만원 세

대에게 불리하게 작동되는 상황에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보

다 은밀하게 작동되어 여성문제를 의제화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직장 내 성차별에 대한 인식은 여성과 남성과의 인식차이가 여전

히 크고22) 대졸여성들의 노동경험에서 발견되는 성차별로 인한 노

동에 대한 좌절23)은 2010의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제일 만만한 게 손님 오셨을 때 차 내가는 애가 그래도 보기에 나쁘진 않아

야 하지 않냐. 여자직원은 저 뿐이니까 그냥 하는 거죠. 다른 여자 직원들은

연구 쪽에 있거든요. 일하는데 저희 계열사지만 저희랑 엄연히 다른 회사 사

람이었어요. 그 분이 되게 마초적이었어요. 근데 그 쪽 부서의 손님이었어

요. 그 쪽 신경 안 썼거든요. 근데 갑자기 저한테 오더니 이거 좀 내달라고.

“네?”그랬더니 “이런 거 수컷이 갖고 가면 맛없잖아”이러는 거예요.

“그럼 전 암컷이예요?” 저희 부서사람들은 다 웃고. OO씨 그 뜻이 아니라

미안하다고.사과하니 웃고 넘겨야했죠. 그런 얘기 아직도 있어요. ...중

략... 8시 출근해서 테이블 닦고 컴퓨터 조금 하다가 아니면 여자가 혼자니

까 저희 팀에서는 컵 이런 거 닦는 거는 다 제가하잖아요. 음료수 떨어지면

음료수 채워놓고 찻잔 닦아놓고 이런 거 하죠. 남자사원들은 먹고 놔둬요.

제가 다 닦아요.(정말요?) 네. 아직도 그래요.(웃음) 아직도 그래요. 제가

간식을 사와요 과일을 사오면 저보고 자르래요. 여자니까. 아직도 그래요.

제가 이런 거에 질렸다는 거예요. 너무 싫어요. 그런 게. <효린>

22) 2010년 노동부주관으로 남녀고용평등국민의식 조사를실시한 결과에따르면직장내

성차별에 대해 남성은 "심각하지 않다"(57.9%)는 응답이 높은 반면, 여성은 "심각하다

"(60.4%)는응답이높아 성별간의 현격한 인식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부 고용노동뉴

스 “직장 내 남녀차별에 대한 인식엇갈려!”, 2010. 3월 29일자

23) 조정아(1993)는대졸여성들을중심으로사회적노동으로부터이탈하는여성들이직업의

식 없음으로 노동시장으로부터 이탈한다는 직업의식 신화에 도전하면서 노동현실 속에

서 여성노동자들이느끼는 성차별을드러내고 여성노동자의 좌절감을 고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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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관련 경영전략팀으로 입사한 사례<효린>는 회사 구조조정

으로 비서업무담당자가 퇴사를 하게 되면서 그 업무도 병행하게

된다. 손님이 오거나 차나 다과를 준비해야 상황에서 이 일이 여

성의 몫이 되는 것은 차를 내가는 일, 간식을 채워 넣는 일, 간식

을 준비하는 일, 컵을 닦는 일, 사무실 청소 및 정리 등의 일이

여성이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조직문화 안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

다. 차심부름과 같은 일은 여성이 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는 인식

은 남성들에게 차별의 문제로 조차 인식이 되지 않는다. 사례<효린>는 다른 회사사람으로부터 다 준비된 차를 대신 배달만 해 달

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성희롱과 같은 모욕감을 경험하게 된다. 소속회사도 다른 타 회사 직원에서 자신이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자

료를 가지고 와서 대신 발표만 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경우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러나 여성에게 차 심부름을 부탁하는 상황은

그 여성에게도 모욕적이고 불쾌한 것이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벼

운 헤프닝으로 치부된다. 사례<효린>가 “그럼 전 암컷이예요?”와같이 뼈가 있는 응수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상대는 이 상황이 자신

이 사과해야하는 상황으로도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여

성들은 성차별에 응수를 할 있게 된 것만으로 성차별이 개선되었

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가벼운 사과에 흔쾌

히 아량을 베풀고 상황을 종료해야하는 몫은 여전히 여성에게 남

겨진 채로 말이다. 여성이 꽃으로의 대우를 거부하고 남성과 동일

한 대우를 요구할 때 여성은 그 조직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것

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하지만 동료나 상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됨으로써 자기 자신의 위치 뿐 만 아니라 ‘여성노동자’가어떻게 인식되는지도 파악하게 된다.

그게 여자 상사가 많지 않아요. 그 실장님이란 분은 R&D 파트 담당인데 실질

적으로 힘이 없죠. 일단 회장님이 굉장히 아껴요 실장은 정말 오래 일했어

요. 그 파트에서 실장 안됐으면 그 사람 정말 열 받을 거예요. 근데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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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애하는 실장 이상은 넘어가지 않더라구요. 자기의 발언권의 문제가 아

니라 예쁨 받는 거죠. 꽃처럼 예쁨 받는 거죠. 아니면 자기 힘으로 싸워서

올라가면 그런 식으로 내쳐지는 거죠. <정은>

자신의 상사를 보면서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파트가

정해져 있고 그 업무영역도 힘의 열세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파악

하는 사례<정은>는 자신이 이 직장에서 장기간 일하더라도 남자직

원과 같은 승진이나 연봉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같은 일을 같은

임금에 반복하면서 10년 정도 버티다가 퇴직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정말 열심히 오래 일한 자신의 상사가 실장직급에 머물

러 있으면서 실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조직역학을 꿰뚫고 있기 때

문이다. 여성은 직급이 올라가도 그 직급에 맞는 능력과 발언권, 힘을 가지게 되기보다 ‘꽃처럼 예쁨’을 받는 이상 더 나아가기

어렵다. 꽃으로 대우를 거부하고 자기 힘을 기르려는 여성은 그나

마 가진 자리를 보전하지 못하고 내쳐지는 상황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에 사례<정은> 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바뀌지 않았

음을 이야기한다. 여성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과 민감성은 높아지

는 반면 노동현실 속에 통용되는 차별적 관행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인지 그 체감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부서 안에서도 저희는 이렇게 서무라고 해서 막내들이 막 그런 커피 같은 것

도 사고, 그런 짜잘한 것들 있잖아요. 수합하고. 막 이런 것들 시키는데, 후

배 중에 신입사원이 4명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명이 여자였거든요. 그래서

그 한명, 걔한테만 시키고 그런 게 있었죠.<선경>

더 이상 내가 하는 일이 없고 제가 하는 일은 허드렛일이었어요. 차 내가고

컵 닦아놓고 뭐 정리하고 그런 거 하려고 공부한 거 아니잖아요. 제가 아니

면 다른 여자가 하는 일이겠지만 전 하고 싶지 않았어요. 별로. 그게 너무

싫었어요.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건데 저만 시키는 거예요.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야. <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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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팀으로 입사하여 경영관련 업무를 배우고 익힐 생각이었

던 계획들은 온데간데없고 다른 사람들보다 1시간씩 일찍 출근해

서 사무실 정리하고 차심부름하고 컵을 닦는 일을 하면서 성취감

을 느끼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남성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퇴직

을 고려하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례<효린>는 자신이 하고 있는

허드렛일이 다른 여성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일

을 수행하는 여성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같은 갈등을 겪으면서 또

다른 여성에게 의해 그 일이 수행되어질 것임을 알고 있다. 자신

이 맡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유능한 커리어우먼으로 자

리매김하길 기대했던 여성들은 자신들의 노동에 대해 가져왔던 기

대와 현실의 간극이 결코 자신의 어떠한 노력으로도 메워질 수 없

는 현 상황에 강한 냉소감을 나타낸다. 그러나 여성이라서 받는

차별의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지는 않는다. 여성이기 때문에 진

급의 한계가 있다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개인의 힘으로 해결

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동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차심부름이나 허드렛일과 같은 주변적이

고 비공식적인 업무가 암묵적으로 여성에게 부여되는 조직문화와

연관된 성차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런 조직문화가 잔존한다는 사

실에 대해 분개하고 문제적임을 인식하고 있으나 표면적으로 이

문제를 드러내서 해결하려는 태도는 나타내지 않았다. 이는 노동

시장이 성을 불문하고 노동자에게 불리해져 가는 상황에 대해 취

업여성도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에 성차별에 대해 일일이 문제제기

하는 것이 자신에게 나아가 여성노동자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판단에 연유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자리 자

체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차별에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된다는 것을 여성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

황에 따라서는 자기 자신과 타협해야하고 또 성차별적인 조직문화

와 협상해야 생존할 수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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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20대 여성의 노동태도와 인식변화

본 장에서는 20대 여성들의 노동에 대한 태도와 인식이 어떠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노동경험은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노동윤리나 노

동에 대한 개념을 노동자 스스로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노동자들의 노동태도와 인식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된

다. 또한 노동자 스스로 노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협상, 수용하는가

살펴봄으로써 현시점의 여성노동문제를 의제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A. 일의 필요성

1. 결혼보다 내 일이 먼저

여성에게 있어 결혼은 노동과 경합하는 것 혹은 경합할 만큼의

상당한 중요성을 지니는 것인가? 하는 물음에 20대 여성들은 어떻

게 답하고 있는지, 여성에게 있어서 일과 결혼이라는 연결고리는

어떻게 생성되고 여성들은 이 연결성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살펴보

고자 한다. 연구 참여자들 중에서는 결혼을 배제하는 여성들도 있

었고 결혼을 염두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공통적으로는 자신의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두고 있었으며 결혼과 일이 경

합하는 대상이 아니며 결혼유무와 관계없이 노동을 지속적으로 유

지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결혼이 일에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먹고 사는데 필요하니까 하는 거죠.(연

구자: 결혼할 경우 남편이 “먹고살 돈을 주겠다”고 한다면요?)아, 아니요.

그건 별로 영향이 없어요. 저는 제 명의로 된 돈으로 먹고 살 것이기 때문

에, 일은 할 거예요. (웃음)남편 돈 언제 끊길지 모르잖아요. 내가 버는 거

아닌데, 내 명의도 된 돈도 아니고.<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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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혼자 살아도 괜찮은 준비를 하고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뭐든 다 그런

것 같아요. 남자나 여자나 혼자 살 준비를 해야 하는 거 같아요. 그건 금전

적인 관련해서. 예를 들어서 지금 제 애인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 “내가 연

봉 얼마 할게 놀아” 장난 식으로 “알았어 집에만 있을게 따박따박 월급 갖

고 와”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래도 언젠가 혼자될 때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게 싫어요. 금전적인 면으로 혼자 살아도 될 만큼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고. <효린>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만약에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자기 스스로 살아

갈 수 있잖아요. 그리고 돈이 있어야 뭘 살 수가 있죠. <혜영>

제가 관둘 때 결혼 얘기 되게 많이 들었어요.“너 시집 가냐”는 얘기가 제

일 많았죠. 왜냐하면 제가 뭐 이유 없이 그만 둔다고 그랬거든요. 보통은 뭐

시집가거나, 뭐 다른 회사 가면서 그만두거나 그러는데. 저는 아무 것도 없

이 그만 둔거니까. 그런데 저는 결혼할 생각도 없고, 당연히 저는 경제적인

독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선경>

그냥 너무 당연하게.‘일을 하는 게 당연히 하겠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

애요. 엄마아빠가 장사를 하시는데 엄마도 계속 일을 하시니까 그걸 계속 봐

와서 그랬던 거 일수도 있구요. 그게 저는 좋았거든요.(그게 어떤 면에서 좋

았던 것 같애요?)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잖아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어

쨌든 지금 상황에서 경제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파워를 갖게 되는 게 사실인

것 같거든요. 사회는 아주 작은 가정에서라도. 누가 더 많이 벌고 누가 더

어떻게 한다는 것, 그 파워를 정의 내리기 나름이지만 두 분 같이 하시니까

서로 동등하게 얘기하시고 그러는 거 자체가 되게 좋기도 했고...중략... 저

는 시집가기 전이 아니라 그 후라도 계속 하고 싶었으니까 일 그만둘 생각은

별로 없거든요 지금 이 일이 아니라 어떤 일이라는 것 자체를.<보라>

조정아(1993)는 대졸여성들이 성차별적인 노동현실을 간파하고 사

회적 노동과 가사노동이라는 이중부담에 대한 현실적 계산을 바탕

으로 연애와 결혼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어떤 여성들은 그러한 현실적 계산을 토대로 결혼이 노

동과 경합되기도 하고 전략적인 선택지로 결정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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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성 스스로 결혼을 통한 남성으로부터의 종속적 위치를

거부하고 결혼과 관계없이 경제적 독립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

있음은 변화된 여성들의 결혼관, 경제관, 노동관을 볼 수 있는 대

목이다.면접을 통해서 연구 참여자들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스스로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은 경제활동을 근거로 이루어진다는 확고한 생각을

보여주었다. 일이라는 것은 생계를 위해 필수적이며 자신 스스로

를 경제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힘을 확보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신의 명의”로된 자본 축적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결혼이라는 결속력을 강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고 동시에 배우자도 오늘날

의 노동현실에서 늘 강자가 아닐 수 있다는 현실인식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혼 할 의사가 없는 사례<선경>는 자신이 하

고 싶은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퇴직하였는데 당시 주변에서

의례히 결혼 때문에 퇴직을 하게 되었다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지

배적이었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로 여성들이 결혼을 하

면서 퇴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결혼

할 생각이 없고 보다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경제적 독립을 성취하

기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여성들의 일에 대한 의미나 필요성은 결혼유무와 상관없이

개인의 주체성과 경제적 독립성을 실현하는 중요수단으로 자리 잡

고 있는 것에 비해 여성의 일과 결혼에 대한 사회적인 고정관념은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에 딱 들어왔는데 이사 이상은 다 남자예요. 그런 거라던가 여자는 결혼

을 압박을 받잖아요. 결혼 안 하신 남자 분들도 되게 많았는데 그 분들은 능

력 있으니까 아니면 쿨한 사람이라서 이런 느낌을 받는데 제가 거기 있을 때

결혼하신 분이 서른일곱인가 여덟인가에 결혼하신 여자 분이 있었어요. 그런

데 되게 다들 너무 과하게 축하해주는 그런 거라던가 이런 게 불편했어요.

그래도 학원가니까 결혼하고 일할 수 있겠지. 이런 생각도 좀 있고.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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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래 일할 수 있는 직종이 한정돼 있는 것 같애요. 그나마도 근데 학원 같

은 경우에는 남자들의 등쌀에 밀릴 가능성이 적거든요. 그래도 나이가 들면

사람들이 아직도 여기 있냐 그리고 서로도 그런 얘기를 해요.(그럼 어디 있

어야 되는데요?)결혼해서 집에요.<정은>

20대 여성들은 일단 유능하고 의욕 넘치는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그 노동현장에 오래도록 일을 유지하는 여성이 드물다

는 것에 놀라고, 여성과 남성에 부착되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의미

가 다르게 구성되는 것에 불편함을 가지게 된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권장되는 담론은 20-30대 여성들에 집중된 반면 나이든 여

성, 장년층 여성들의 설자리는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유능한 인력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노

력해왔던 여성들은 직장생활하면서 좋은 곳에 시집가는 것이 중요

한 과업이 되는 분위기에 자주 노출되면서 결혼 잘 하기위해 일하

는 것이 아닌데 결혼을 위해서 직장에 있는 것과 같은 주객전도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 또한 실제로 결혼이 해방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더라도 일이 힘들고 어려워질 때 순간순간 결혼을 대

안으로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새삼스럽게 스스로에게 놀라

움을 느끼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항상 저한테 하는 말이 있어요“여기 있다가 좋은 데 시집가

라”그런 말 진짜 많이 하잖아요. 회장님, 사장님 비서 일로 많이 따라다니

다 보니까 우리 00는 좋은 데 시집가야 돼. 그런 일을 겪다 보니까 ‘나 왜

일하지? 나 시집가려고 일하나?’항상 그렇게 되는 거예요. 시집가려고 일하

는 것도 아닌데. 말로만 여성사회진출, 여성들도 능력 있는 사회 이렇게 얘

기하는데 나이가 많으신 분들 같은 경우 “시집 잘 가라. 돈 많고 나이 많은

남자”이런 얘기 직접적으로 하시는 거예요...중략... 이상했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해”이랬다가 “누구 만나볼래? 너 시집

잘 가는 거 중요해”이중적인 거예요. 실망을 좀 많이 했어요. 자꾸 그래서

그런가 저도 모르게 일이 힘들거나 그러면 ‘아 그냥 시집이나 갈까’언뜻언

뜻 하게 되니까 이것도 싫고.<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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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보라>도 남성은 결혼과 상관없이 회사를 위해 장기적으로 일

할 인재로 키워지는 반면 여성은 결혼과 출산으로 언제든지 떠날

사람으로 만드는 조직분위기가 여성노동자를 취약하게 만드는 기

제임을 드러낸다. 당장 결혼도 임신도 계획에 없는 여성에게 현재

일어나지도 않은 ‘애라도 낳으면 어떡할거냐’와 같은 상황을 설

정하면서 유사상황이 발생했을 때 노동을 지속할 수 없음을 끊임

없이 상기시키는 행위는 여성들이 그 상황에서 실제로 노동을 그

만두어야 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진다.

자꾸 그렇게(여성이 노동시장에서 불리하게) 만드는 게 있는 것 같애요. 내

가 이 사람을 뽑았을 때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끝까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남자들한테는 계속 심어주는 것 같은데 여성들한테는 너네는 까딱하

면 애라도 낳으면 어떡할 거냐. 그래서 스스로 ‘그냥 아 그럼 내가 그 전까

지만 다녀야 되나’ 그런 생각도 들게 하는 것 같고.<보라>

결혼과 관계없이 자력으로 노동하며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길 기대

하는 여성들은 현재의 노동의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장기적 전

망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형태의 어떤 일자리일지를

고민하면서 구직중이며 이직을 준비하기도 하고 창업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는 여성을 고된 노동으로부터 언제든 간편하게

결혼이라는 해방구로 탈출할 의사를 지닌 것처럼 간주하기도 하고

결혼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의 일

과 결혼에 대한 인식은 변하고 있고 불안의 시대를 경험할수록 스

스로를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식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2. 적(籍)이 없다는 노동부재,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

공무원시험 준비와 같은 장기간의 취업준비 기간이나 구직활동을

하면서 연구 참여자들은 사회적 지위가 없는 상태에서 오는 피로

감이 일이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고 설명한다. 어떤 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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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사에 다니는 가가 중요한 노동중심 사회에서 학생신분도

아닌 ‘일’24)이 없는 상태는 자신을 설명할 어떤 언어도 지니지

못함에서 오는 불편함과 부담감을 경험하는 시간이 된다.

1년 동안 공부하면서 이러면서 노니까 되게 편하기는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

구하고 맘이 무겁긴 하더라고요. 학생 때 공부하는 건 학생이라고 불러주지

만 그렇게 공부하는 건 그냥 백수거든요. 그 status 자체가 너무 싫었어요.

(일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백수가 되는 그런 status?) 사회도 무시 못하겠

지만 스스로가 뭐하고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분명히 내

가 목적이 있어서 공부하는 건 맞는데 그냥 불안정한 상태잖아요.<보라>

휴학을, 보통 휴학을 하고 공부를 해요. 그게 졸업을 안 하고 하는 게 조금

유리한 조건이 되죠. 왜냐하면 신분이 학생이니까.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

으면 여러모로 많이 도움이 되잖아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정신적인

안정감? (웃음) 그게 큰 도움이 되죠.(일은)대외적으로 어떻게 일종의 신분

이 되잖아요. 뭐 한다는, 그런 게? 그런 면에서도 편리성이라든가.. 아니면

사람에 대한 보증 같은 거? 또 아니면 뭐, 사람에 대한 판단의 기준? 이런

게 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소속이 조금 중요하죠. 있어야 할 필요가 있고

요.

내가 아니까. 내 소속이 없다는 걸. 그런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인 것 같은데

요. 아, 왜냐하면 계속 소속이 있었으니까. 사실 지금까지 계속. (소속이)

없어보니까 불편하고, 왜 어디를 가서 사소하게 뭐,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

날 때도“뭐 하냐”고 보통 묻잖아요. 그랬을 때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뭐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이 불편하잖아요..

<채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경험을 가진 사례<보라>과 사례<채민>은 공

부할 당시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로 인해 심적 갈등이 컸음을 술회

한다. 학생의 신분으로 공부하는 것과 다르게 더 이상 학생도 아

니고 직장인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는 실제로 그 삶을 구성하는 내

24) 비취업사례의경우는본인스스로일이없는상태라고하나아르바이트와같은경제활

동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사회적으로 말해지는 ‘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 참여자는 스스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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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상관없이 하는 일이 없는 ‘백수’로 취급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졸업을 유예하면서 학생신분을 유지하는 방법을 선

택하는 것은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소속이 없음, 적(籍)이 없음은 곧 일을 하지

않음과 연결되며 이것이 얼마나 많은 심적 피로감을 가져다주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지점이다. 어디를 가든지 사회 어디에 소속

되어 있는지가 자신을 설명하는 유효한 수단이 된다는 것을 일상

에서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노동이 부재한 현실은 사회적 이름, 존재성 자체가 박탈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부를 하는가, 실제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가는 사회적 지

위와 무관한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소속과 사회적 지위를 지니

고 있었던 상태에서 사회에서 인정하는 형태의 일, 사회적 신분으

로 인정되는 적이 없는 상태로 전락되는 경험은 이 사회가 적(籍), 소속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 사회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이

러한 사회적 기준에서 자신이 미달된 존재라는 자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일이 없다는 것이 이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

를 증명하기 어렵도록 만듦으로서 존재는 하나 부유하는 것과 같

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집안에서 놀고 싶진 않아요. 제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도 있고, 그런 것들이

너무 아까워요. 그리고 지금 하고자 하는 것들이 되게 많은데, 제가 능력도

있어야 될 것 같고.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도 있어야 누구 앞에 나서도 당당

할 것 아니에요. 집에만 있으면, 제가 시들어요.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께서도 집에만 계시다가, 얼마 전부터 일을 하시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기가 일을 갖게 되는 게, 봉급이나 자기가 무

슨 일을 하고 있거나 그런 것들을 떠나서 자기가 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

체만으로도 되게 생기를 가질 수 있게 되고 역동적이게 되요. 사회 구성원들

이랑 어울리는 그런 것도 있고. 삶이 더 재밌어지는 것 같아요...중략...새

로운 것들을 알게 되고. 사람들이랑 만나서 얘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것들이 사람에게 더 생기나, 활력을 주는 것 같아요.<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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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은 사회적 관계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요구되고 있다. 일은 사회적 활동으로 이루어짐으로써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게 되

는데, 즉 말하자면 노동이 부재 한다는 것은 타인이 부재한 시공

간에 고립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 일 없이 집

에서 지낸 경험이 있는 사례<혜영>은 자신의 경험과 어머니의 경

험을 통해서 노동 자체가 제공하는 활기와 역동성에 주목한다. 일을 둘러싸고 만나게 되는 관계망을 통해서 새롭게 얻어지는 앎이

라는 것이 삶의 의미와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은

유용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에 닿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3. 삶의 시간을 조직하는 노동

일은 삶의 시간을 조직화하고 삶에 일정한 리듬을 제공한다는 점

에서 유용하다. 자호다(Marie Jahoda, 1982)는 실업상태에 있는 실

직자들이 노동의 상실의 결과인 잉여의 시간과 시간구조

(time-structure)의 부재로 인해 느끼는 문제들을 조명하고 있다(여명희, 2008 재인용). 현재 구직활동중인 사례<혜교>는 가장 힘든

부분이 일정한 일이 없는 상태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을 꼽고 있다. 일이 고되고 힘들어서 그 당시는 정말 쉬고 싶은

맘이 간절했는데 현재 쉬면서 규칙적으로 조직화된 시간관리가 필

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놀면서 느낀 건데. 또 일 너무하면 쉬고 싶고, 쉬고 있으면 일하고 싶

고. 제가 뭔가 조금 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이렇게

해도, 동호회 활동을 한다고 해도 크게 시간제약을 받지 않잖아요. 평일에

뭐 낮에도 시간이 되고, 저녁에도 시간이 되고, 오히려 밤늦게도 새벽까지

시간이 되다 보니까. 오히려 불규칙..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요. 더

안돼요. 직장 다닐 때보다. 직장 다닐 때는, 동호회 활동 이랑 일 둘 다하면

서 스트레스도 풀고 일도 능률도 더 오르고 했는데. 일에도 집중하게 되고

그게 되는데. 노니까 그게 안 되고. 또 너무 회사에만 잡히면 또 그 스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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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를 풀 공간이 없는 거잖아요. 이게 아무리 회사에서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

고 해도 스트레스가 있기 마련인데 그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없다 보니까,

회사 능률이 더 떨어지는 거야. 능률도 떨어지고, 힘들고 그리고 이게 몸이

힘든 게 아니라 마음이 힘든 거니까 이제 덩달아 몸까지 아프고 힘들어지고

하니까. 더 뭐랄까, 능률이 떨어지는 게 되더라고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회사에게도 필요한 것이고, 저에게도 필요한 것이죠. 그러니까 제

시간이 있으면, 제가 뭘 배우건 그것으로 인해서 제가 활력을 얻게 되니

까...중략...집에만 있으면. 제가 늘어져요. 되게 게을러지더라고요. 처음에

는 좋죠. 노니까, 그런데 점점 제가 우울해 질 것 같아요. 왜냐하면 뭔가 하

는 게 없고, 성취감이라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뭔가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서, 아니면 또 배운 것을 활용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잖아요. 그래서 아

마.. 마냥 놀지는 않을 것 같아요. 회사에 있는 그때도, 그때 캐드나 일러스

트나 포토샵 막 이런 거 배우고 그럴 때도 배우는 게 재밌으니까. 지치지 않

고 했던 것 같고.. 만약 마냥 놀면, 굉장히 안 좋을 것 같아요.<혜교>

현재 구직활동을 하면서 몸이 안 좋아진다고 느끼는 사례<혜교>는

규칙적으로 일과를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일이라는 것이 자신의 삶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조직한다는 점 매우

유용하다는 인식은 직장생활을 하던 시기와 현재의 삶을 비교를

통해 도출된다. 현재 일을 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동호회활동

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더 집중을 할

수 없는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현재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

고 있음에도 스스로 ‘놀고’있는 상태, ‘뭔가 하는 것’이 없다

는 생각에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일을 통해서 배우기도 하고

배운 것을 사용하기도 하는 경험들은 성취감을 가져다줌으로써 또

다시 어떤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상태로 몸과 마음을 전환시켜주는

도구가 된다. 일과 삶이 어느 것 하나로 매몰되지 않고 적정한 선

을 유지하면서 삶을 구성할 때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일의 경험은 연구 참여자들이 일의 부재상태를 가늠하고 자신이 그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 예상 가능하도록 만들면서 일

의 의미를 보다 현실적, 구체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주말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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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와 같은 쉼, 휴식의 시간은 노동이라는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

에 의미가 구성되는 것이라는 것을 일상의 체험을 통해서 명확하

게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이 없으면 삶이 재미없지 않을까요? 하는 일 없으면 재미없을 것 같애요.

당장. 주말에 일요일에 아무것도 빈둥거리는 거랑. 일주일에 한 번 쉬는 거

니까 좋지. 하는 일 없으면 또 다른 목표가 있어야 될 것 같애요. <효린>

저는 25년 다닐 생각이에요. 지금 사회생활도 일생에서 한번쯤 해봐야 할 것

이고, 이왕 하는 거 잘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일 하면서,

만약에 제가 집에서 놀고 있다면 영어공부나 운동이나 이런 것들이 그렇게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일이, 일상생활에서 일을 하는 게

되게 반복적인 거잖아요. 그런 게 있기 때문에, 제가 하고 있는 자기계발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만약 집에서 놀기만 하고, 운동만 하고 그

러면 그런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요...중략...4학년 2학기

때, 집에서 세 달 정도 놀았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노는 것도 힘들었어요.

점점 추세가, 자기 일에서 성공하고 있는 여자들이 늘고 있는 것 같고. 저

같은 경우도, 이 일에서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싶고. 일단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이 당당하려면, 자기 자신이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하죠. 회사에 다니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을 가지고 있고. 자기가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그

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수단이나, 그런 것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

에.<혜영>

연구 참여자들은 일을 하지 않는 상태를 놀고 있다고 인식하는 경

우가 지배적이었는데, 일을 하면서 어학공부, 운동 등 자기계발과

관리에 충실할수록 일의 부재 상태를 힘들어하고 있었다. 스스로

에게 당당해지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일이 필

요하다는 생각한다. 일이 반복적이지만 그 반복을 다른 활동들과

균형 있게 유지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되는

것,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직장에서 가능하지 않다하더라도 앞으로 50세 될 때 까지 25년간

은 일을 지속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례<혜영>은 일이 부재가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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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경험했기 때문에 반복되고 단조로울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일생생활을 다른 활동들과 병행하면서 삶을 효과적으로 조직해내

고 있다.

B. 힘들고 어려워도 프로답게 일하기

20대 여성들은 직업과 일이라는 것이 의미부여를 구성하는 데 근

거로 하고 있는 요소는 임금, 시간조직, 사회적 소속감 부여 외에

도 책임감이 수반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취업상태의 연구 참여자뿐만 아니라 비취업 연구 참여자들도 생계

를 위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생계를 책임지는

일을 직업으로 정체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연구자:)지금 일을 안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네요. 프리랜서로 외주 일을 하

고 계신 거잖아요. 그렇죠. 일을 안 한다고 볼 수 없지만 그게 잡(job)이라

고 하기엔, 다른 사람들한테는 백수라고 해요. 외주 일은 단기 알바잖아요.

왜냐면 그건 한두 달 있으면 끝나잖아요. 제가 일 년 열 두 달 일을 하진 않

거든요. 일 년에 네 개만해요. 절반 정도 일하죠. 짧은 건 한 달이니까 4개

월에서 6개월 정도. 보통의 일반 직장인은 9 to 6 일을 하잖아요. 거기에 못

미치는 것 같애요. 내가 글을 써도 그만큼 쓰지 못하고 외주는 해도 그거는

하루 한 4시간만 일하면 되는 거고 본래 일을 좀 빨리 하는 편이거든요. 그

렇게 하다 보니까 책 읽고 사람 만나고 상담소 자원 활동하고 상담소도 상근

자는 아니고 그것도 내 잡(job)은 아니잖아요. 어디에 소속되거나 매인 뭐가

있는게 아니니까요. 돈을 벌고 생계를 위해서 이걸(외주편집일)하고 나는 글

을 쓰고 싶은데 열심히 쓰진 않고.<준영>

5년간 출판 업무를 하다가 현재 프리랜서로 외주 편집일을 하고

있는 사례<준영>는 등단작가가 되기 위해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은 프리랜서도 작가도 아닌 백수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외주편집일은 생계벌이를 위한 단기간의 아르바이트와 같은 것이

기 때문에 직업으로 정체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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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으로 자신을 작가라고 정체화하기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

었는데 이는 적어도 일, 직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직장인들처럼

8-9시간이 특정한 일에 매여 있는 상태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주편집일은 스스로 판단하기에 하루 4시간 정도를 1-2달 기간에

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해 준다는 측면에서는 유용하

지만 본인의 ‘업’으로는 인식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생각은 노

동과 일이라는 것이 강제적인 압박적 속성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

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음을 보여준다.

저도 잘 몰랐는데 (회사)그만두고 나서 얼굴이 애인이라든지 부모님도 너무

밝아졌다고 하고. 되돌아보면 그랬던 것 같애요. 일이라는 게 나한테 스트레

스가 많고 회사 다니는 게 힘들고 이렇게 느꼈는데 그렇게 각인이 됐던 것

같애요. 외주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건 읽고 쓰고 고치고 글을 만든다는

수준으로 외주 일을 하면서는 별로 스트레스를 안 받거든요. 외주도 되게 적

은 금액을 받아요. 편집외주가 지금 보편화된 단가가 원고지 매당 1200원에

되거든요. 제가 글을 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도 자료까지 합쳐서 매당

1500원을 주시거든요. 보도자료 쓰는 것도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하고 내

글 쓰는 것의 연장인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매당 1200원 받는다고 하면 너

무 깜짝 놀라면서 그렇게 해도 얼마밖에 안 되잖아. 어떻게 이렇게밖에 돈을

안 주지 출판계는 돈을 안 주는 되게 놀라는데 전 그 말을 듣고 몇 개월 전

에 같은 출판사를 다니는 친군데 외주단가를 모르던 애랑 얘기를 했는데 놀

란 거예요. 저는 내가 이런 일을 하고 돈을 벌다니 약간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은연중에‘이렇게 해도 돈이 나오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

는데 한편‘노동이라고 생각하면 적은 돈이지’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치

만 은연중에 ‘이게 너무 힘들게 하는 일이 아니잖아’나한테 이런 느낌. 전

회사가 너무 힘들고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 직장 가기 싫어”처럼 포함된

함의들 있잖아요. 그런 거에서 제가 알바로 하는 일은 그런 느낌이 아니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준영>

출판사를 다니면서 ‘힘든 사관학교’를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경험은 비록 직장생활을 표면적으로 문제없이 겪

었음에도 불구하고 일, 직업이라는 것이 개인이 견디기 힘든 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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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와 압박을 주는 속성을 지녔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일, 본인이 감당하기 힘겹다고 느껴지지 않

는 일은 ‘일’이라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

할 때 외주 편집일이 저임금의 노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

에게 그 일은 글 쓰는 것의 연장이기 때문에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는 일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느껴지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직업

적인 일로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사회에서 일, 직업, 노동은 강제

적 요소를 지니면서 심리적 압박을 수반하고 늘 회피하고 싶은 것

과 같은 함의들이 포함된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일에 대한 태도는 여성들이 직장에서 자신에게 과업이 주

어지지 않을 때 모멸감을 느끼면서 현 상태를 문제적으로 인식한

다. 월급은 나오지만 스스로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는 상태에서 노동을 지속한다는 것은 노동자로 하여금 자긍

심이나 존중감을 가지지 못하게 만든다. 일을 통해 자기실현, 자아

성취를 이루고자 기대하는 여성들은 끊임없는 자기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일을 통한 자기발전, 성취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답답해요. 일이 바쁘지가 않고 뭔가 하루 종일 놀고 있는 게 너무 싫었어요.

저는 노동이라는 게 진취적으로 내가 가서 무언가 하고 기업이든, 조그만 가

게라도 내가 뭔가 함으로써 발전되고 이런 걸 원했는데 전혀 그게 아니니까

너무 싫었어요. 너무너무 싫었어요. 저는 정말로. 내가 하는 일은 없는 게

근데 돈을 나오고 내가 이걸 못 그만두고. 이거 악순환인 거예요...중략..내

가 받는 것만큼 일을 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옮기고 싶다는

거예요. 남들은 그러죠.“좋은 거 아냐? 일 많이 없고?” 뭔가 자기가 없어

지는 기분이예요. 발전도 없고 나이는 가고 이제 30대 다 돼 가는데. 제가

지금 하는 일이 없어서. 기다려봐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지 않냐. 근데 이

러고 있는 게 너무 싫어요. 이게 오래됐어요. 제가 너무 하찮은 것 같은 거

예요. 회사에서 좀 더 절 빡세게 돌렸으면 기회도 주고 시험도 보고 자리도

주고 했으면 제 성격상 재밌었을지도 몰라요. 타이밍이 안 좋았던 게 저희

회사가 일이 어려워지면서 지금 하는 일들이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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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졌어요. 거의 다 윗선에서, 다 부장님차장님들이 하시고 제가 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현재)회장님, 사장님 비서일도 같이 보고 있거든요.

이제는 회장님 사장님 비서 일만 보고 있는 거예요. 마케팅 관련일은 (다 끝

난 일) 뒤처리만 한다거나.<효린>

저는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공부한 게 아까워요. 그리고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면, 오히려 제가 잘해서 사람들이 저한테 막 물어보고 그런

게 되게 기분이 좋아요. 그렇다 보니까, 학교 다닐 때도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거고. 게시판에 장학금 명단 떴을 때 제 이름 공개됐을 때의 희열, 자기

만족 같은. 저는 조금 뽐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게 재밌어요. 할

때는 되게 괴로워요. 그런데 결과가 나왔을 때 (그 기쁨이)너무 커요.<혜영>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경영전략팀 업무와 비서업무를 동시에 담당

하게 된 사례<효린>는 점점 자신이 비서업무만 반복적으로 할 뿐

새로운 도전이 될 만 일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일

에 대한 흥미,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없이 시

간만 때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회사를 그만 두고 싶지만 월급

이 나오는 회사를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교착상태에 있으면서 자

신이 받는 월급에 비해 일을 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취감이나

자기 발전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성들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나이는 들어가는 가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분야에 전문가로서 면모를 갖출 수 있는 기회는 없다는 생각이 하

게 되는 것이다. 조금은 어렵더라도 새로운 과업이 주어지고 그

일을 성취해 냄으로써 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원하는 것

이다. 20대 여성들은 일과 노동을 쉬운 것으로 정체화하지 않는다. 수고와 책임감이 따르며 강제성으로 인해 정신적 압박이 수반되기

도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 힘겨운 노동이 자기 성

취와 존중감을 가질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기꺼이 수고와 노력을

마다하지 않으며 힘든 과업이 자신을 추동하는 힘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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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노동의미의 재구성

앞 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대 여성들에게 일과 노동의 필요

성과 중요성은 보다 구체적일 실질적인 인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노동과정의 현실 속에서 이 여성들의 기대는 좌절된다. 이러

한 좌절은 여성들로 하여금 노동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재조정하

고 재구성해 냄으로써 협상 가능한 다른 선택지로의 이동을 종용

한다. 본 절에서는 노동경험을 통해서 노동의 태도와 인식이 변화

하는 과정에 주목하고자 한다.

1. 숙련노동자는 어떻게 되나요?

노동경험이 축적됨으로써 자신만의 확고한 전문분야를 구축하는

것을 20대 여성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전문성은 하루아

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장시간에 걸친 풍부

한 노동경험이 숙련성을 보장해 준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업무를 맡게 되거나 잦은 부

서이동은 자신이 숙련노동자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희박해 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입사 당시‘무선망설계팀’이라는 데를 갔어요. 제가 광고 전공인데, 거기

간 이유가, 제가 미국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선망 설계 프로그램을 만들

고 해외에 파는데, 거기 홈페이지를 그래서 거기 홈페이지를 영어로 만들어

야 돼요. 그것 때문에 저를 그냥 그 팀에 넣은 거예요. 그런 식으로 아무

뭐, 본인의 적성이나 전문성이라는 것은 회사에서 상관이 없죠. 그냥 그때그

때 회사의 필요에 따라 배치를 했고..중략...제가 광고 업무도 물론 하기도

했지만 계속 한 것은 아니고, 어느 해는 했다가 그 다음 해는 아까 말씀드렸

듯이 멤버십 업무로 가고, 뭐 그 다음은 모바일 요금 팀으로 가고 계속 옮겨

다니는 것의 연속이었어요. 계속 다른 업무를 하다보니까, 저의 전문성이라

는 게 하나도 없어진 거죠. 그래도 제가 처음에 입사할 때는 남들보다 어떤

광고적인 분야에서는, 이 분야에서는 더 조금 더 그런 게 (전문성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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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을까 했는데. 그런데 점점 가면 갈수록 똑같아지는 거죠 뭐. ‘쟤도 광고

업무 했고, 나는 멤버십 업무 하고, 얘는 홈페이지 업무 하고’, 다 비슷비

슷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 회사에서는 “스페셜 리스트”를 만들지 않고,

“제너럴 리스트를 만든다”이런 얘기가 있어요. <선경>

광고 업무를 위해 석사학위를 마친 사례<선경>는 입사부터 자신의

적성과 능력과는 무관한 업무 배치를 받으면서 잦은 부서이동을

경험하게 된다. 관련 없는 부서로의 잦은 이동은 개인의 능력과

숙련성 보다는 회사의 필요에 의해 즉각적으로 소모되는 노동자의

위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고 다른 동료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모든 업무를 평준화된 수준에서 처리하는 ‘제너럴리스트’로 전

락하면서 시간이 흘러도 특정분야의 전문가는 될 수 없다는 결론

에 이르게 된다. 공사였던 회사가 민영화 되면서 정권에 따른 조

직개편도 잦은 편이어서 하루아침에 보직이 생기기고 없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고용은 보장되지만 조직 내에서 전문성을 키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된 것이다. 특정업무에 숙련성을

키울 수 없는 조직운영의 문제도 있지만 “라인”이라 불리는 남

성 중심적 조직문화가 숙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험과 기회로부

터 여성을 배제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는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제도적으로는 다 같죠. 그런데 실제로, 아까 말씀드렸던 라인을 타는 거 있

잖아요. 어떤 남자 부장님은 대리들이 쫙 있다고 하면, 다 잘해주고 똑같이

대하기는 하지만. 항상 데리고 다니는 애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애들이

주로 다 남자애들이고. 그리고 또 여자애들을 약간 본인의 후배로 생각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그러니까 되게 잘해주지만, 그냥 여자애

들 대하는 거 있잖아요. 잘해주기는 하는데. 잘해주기만 하고, 오히려 막 혼

내지도 않고. 잘 해주는 거 있잖아요, “넌 여자니까”하면서 그런 식으로도

많이 하죠.<선경>

실무를 하면서 조금 느끼는 거죠. 차별 같은 거. 차별이라고 해야 하나? 아

무튼 여자가 17년 동안 없었어요. 저희 팀에. 17년 만에 처음이에요. 17년

전에 한 명 있고. 프로젝트를 따면 팀으로 일을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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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 일을 안 해봤기 때문에 리드 엔지니어가 밑에 스텝을 뽑아야 하는데, 여

자를 뽑는 것을 꺼려하는 거예요. 똑같이 일할 수 있는데. 조금 더 편한, 군

대에 갔다 온 남자들, 복종할 수 있는 남자들, 마음대로 시킬 수 있는 그런

남자를 뽑죠. 여자를 시키는 것을 불편해 하죠. 여자니까.“여자니까 보호해

줘야 하는데 어떻게 시키냐” 조금 그런 것도 있고, 미안해하는 것도 있죠.

만약 똑같이 앉아 있잖아요. 남자랑 여자랑. 그러면 남자를 주로 시키죠. 여

자한테 시키는 것을 미안해하죠. 그 분들이 생각하기에는 불편한 거죠. 막

시키기에. 입사동기가 13명이예요. 저희 팀에만. 여자는 2명인데, 저도 그게

너무 스트레스인 거예요. 처음에. 똑같이 들어왔으니까, 똑같이 일할 수 있

죠. 지금도 제가 프로젝트 하고 있는데, 똑같이 하고 있고요. 일단 프로젝트

에 들어가기만 하면 똑같이 나눠서 해요. 들어있는 사람들끼리. 그런데 그

들어가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혜영>

표면적으로는 여성과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여성들은 순간순간 자신이 여성이기 때

문에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함을 알게 된다. 평사원이 성

장하기 위해서는 상사가 끌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보다 많은 기회

가 주어지는 것이 일의 숙련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

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남성 상사들은 ‘잘해주기만 할 뿐’ 여성들을 키우지 않는다. 여성노동자는 동료도 후배도 아닌 ‘여성’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따끔한 충고나 질타도 하지 않

는다. 여성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건설 대기업에 공채로 입사한 사

례<혜영>는 9개월 동안 일하면서 자신의 전공과 업무의 연결성이

유기적이고 자신이 원하는 근무조건이 대체로 만족된다는 점에서

다른 연구 참여자들과 다르게 높은 근무만족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9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을 경

험하면서 ‘내가 여자로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위기의식

을 느끼고 있었다. 프로젝트팀에 들어가야 일을 할 수 있는 기회

를 얻을 수 있는데 윗선에서 여성을 뽑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 팽

배하기 때문에 일할 기회조차 얻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여성과

일한다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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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보호와 돌봄의 대상이지 함부로 일을 시키고 부리는 것을 불편

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같이 있을 때 남성이 일할 기회를 더 많이 얻는

것은 기회의 면에서 여성에게 차별적인 것이다. 남성들은 여성들

이 보호와 돌봄이라는 미명아래 숙련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여성노동자에게는 가져올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 것이

다. 입사초반부터 “남자 동기들한테 기회가 더 많이 돌아가는 게

눈으로 보이니까. ‘넋 놓고 있다가 큰일 나겠구나’ 싶죠” 라는

진술은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기회자체가 차단되는 경험을 통해

서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기회부터 얻기 위해 싸워야 하는 부담감

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2. 우리는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보상이라는 것이 주어져야하고

그 보상이 노동을 지속적으로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보상은 임

금, 경력, 성취감, 즐거움 등 개인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의 진입을 점점 어려워지고 일자리의

질은 저하되는 상황에서 20대 여성들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다.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초과수당, 휴가 없이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건강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에 노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

도 발생한다.

몸이 아파서. 다른 이유는 상담을 해야 되는데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일

의 업무강도나 내가 받는 스트레스에 비해서 임금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애

들이 학교를 잘 가서 ‘아 좋다. 엄마들이나 학생들이 해피해’ 그게 되게

큰 거였는데 저는 그 쪽에서 별로 보상을 못 받았던 것 같애요. 야근을 했을

때 야근수당이 제대로 나온다거나 아니면 그게 안 되면 휴가라도 주던가 처

음에 너무 노동 강도를 세게 했던 거죠. 지치고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연봉

이 높으면 차라리 일 많이 해도 괜찮다. 보상이 되면 저도 그럴 것 같긴 해

요. 내가 이만큼 돈을 받는데 일을 하는데 밤이라도 새겠죠.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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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서 일을 그만두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례<보라>은 그 노동

경험이 임금이든 성취감 자신에게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일이라고

말한다. 오전 9부터 오후6시 까지 일하면서 업무상 외국과 업무를

교환하는 일이 빈번했던 관계로 야근이 잦았으나 수당이 나오거나

대체휴가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원서마감과 같은 가장 바

쁜 시기는 가장 몸이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시기지만 학생의 인생

과 결부된 일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도 없고 별 대안 없이 강

도 높은 노동을 견뎌내야만 하는 시간이다.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한 보상이 너무 적다고 인식하면서 이 노동을 지속해야 할 필요

성을 느끼지 못하는데 이러한 상황은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해야 했던 사례<혜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때부터는 주 5일이 아니라 토요일에도 출근을 하고. 평일에는 항상 야근을

하고, 10시 까지. 그러다가 이게 이제 마감이라는 게 있어요. 그, 성과물을

제출하는. 그거 앞에 두고 이제 3개월 동안은 일요일부터 다 출근했어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쉬는 날 하나도 없이. 그리고 야근은 보통 11

시에서, 12시(에 끝났고요). 막판에는, 막판 두 달 동안은 1시, 2시. 그리고

정말 막판에는 (새벽) 4시, 5시까지 일을 하고, 9시에 정상 출근하고 그랬어

요. 그런데 그때는 너무 바쁘니까, 딴 생각할 틈이 없으니까. 정말 바빴거든

요. 그러니까 마지막에는 별로 그렇게 스트레스는 안 받았는데, 뭔가 중간에

는 제가 그동안 생각을 해온 게. ‘아, 나는 내 개인 생활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거, 개인 생활을 하면서 일을’그러니까 일은 일이고, 딱 일과 시

간이 끝나고 나면 제 개인 시간이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없어

지니까 그게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받는 거예요.<혜교>

프로젝트에 따라서 한시적으로 뽑는 계약직 사무보조를 일을 시작

한 사례<혜교>는 프로젝트 마감시기가 다가오면서 하루도 쉬지 않

고 출근하고 장시간의 연장근무를 해야 했는데, 정규직과 다르게

초과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고 일했다. 당시 프로젝트가 잘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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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제의를 받았기 때문에 강도 높은 노

동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대 여성들은 일자리에 따라

정규직도 초과수당 없이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계약직이면서 초과근무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해야 하는 열악

한 현실에 노출되어있다.

시간이 돼야죠, 아무래도.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니까, 끝나고 운동을 하거

나, 뭘 배우거나 하는데 학원 시간표에 맞추기도 굉장히 힘들어요. 네. 요즘

제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9월 27일이 마감이에요. 그렇다 보니까, 일이

많다 보니까 하던 일을 끝내기 위해서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연구자: 그

일이 힘들지 않나요?) 재밌어요. 야근하는 것은 싫어요. 피곤하고, 학원도

못가고 이러니까. 그런데 그럴 때도 있는데, 매일 1년 내내 그런 것이면 부

당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잠깐, 프로젝트 마감 일이 닥쳐서 잠깐 하는 거니까

‘그러려니’생각 하죠.<혜영>

초과근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상태에서 한시적으로

일에 집중되어야 할 필요성에 설득이 되는 경우는 개인적 시간이

박탈되는 초과근무도 감당할 만한 부분으로 인식한다. 기한이 있

고 일의 공과가 자신의 경험과 업적이 되는 것도 보상의 한 측면

이 된다는 점에서 사례 <보라>, <혜교> 와 사례<혜영>는 다른 태도

를 보인다. 일자리 자체가 가지는 근로조건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

는 상황에서는 일자리의 질적 개선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거시

적인 통계지표들은 실상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말해주지 못하는 상

황이고 20대 여성은 기대와 현실의 큰 간극 속에서 열악한 일자리

를 순환하며 일방적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 소중한 내 시간, 개인적인 삶

연구 참여자들은 일이 필요성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가지면서 동

시에 노동 이외의 시간과 삶이 주어져야 함을 강하게 피력한다. 노동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자신의 생애를 어떤 식으로 조직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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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인가의 문제는 노동과 여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장시간의 노

동을 경험할수록 자기만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는 요인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일의 보

상, 승진이나 고용안정성과 같은 미래 가능성이 요인들과 복합적

으로 경합되고 있었다.

00 얘기를 해보자면, 정년이 길지 않잖아요. 그 회사는 대표적인 기업이잖아

요, 정년이 길지 않은? 그러니까 어떻게 보자면, 거의 다 플랜트 회사는 돈

도 많이 주고, 또 일도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00 같은 경우는 굉장히 야근

도 잦고. 야근. 오버타임을 많이 하고 돈을 많이 주지만, 사람을 되게 힘들게

한다는 그런 얘기 때문에. 실제로 스펙이 높거나 한 사람들은 00을 별로 선

호하지 않거든요.<혜영>

마지막에 일했던 회사에서는 제 개인 생활이 없었잖아요. 그게 너무 답답한

거예요, 스트레스도 받고. 그러니까 정시퇴근이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러니까 6시에 끝나는 거라서 6시 칼퇴근이 아니라, 더 바쁘면 일을 할 수

도 있겠지만. 그것이 개인 생활을 방해할 정도는 아닌, 그런 것을 원하는 거

죠. 보수 이런 것 보다, 개인시간이 중요해요. 내가 배우고 싶은 거, 내가

배우고 싶은 건 보통 내 퇴근 시간에 내 개인시간에 하는 건데 그것도 못 배

우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못 하면서 회사에만 너무 이렇게 매이는, 매여서

산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그래요. 그게 싫더라고요.<혜교>

선택할 수 있다면 노동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일을 선택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임금이 상대적

으로 높지만 초과근무가 일상화 되어있는 회사에서는 버티기가 쉽

지 않다는 사실을 주변을 통해서든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는 파악

함으로써 최대한 다른 노동조건과 개인적 시간확보를 협상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동으로 개인적인 삶이 향유되지 못하고 노

동에 잠식된 경험을 가진 경우는 더욱 개인의 시간과 삶, 노동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조건으로 자리 잡는다. 연구 참여자들은 노동

이 필요하고 중요한 것 처럼 노동을 위한 재생산 활동 역시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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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포기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를 돌볼 수 있

는 시간, 친밀성 등의 개인적인 욕구들이 노동의 의해 포기되거나

잠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일을 통해서 정당한 보

상을 받지 못하고 인식되거나 미래전망이 없이 일방적으로 소모‧퇴출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에는 개인적 시간과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을 위해 노동을 기능적으로 수용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조금 안정적인 그런 편이 좋겠죠. 너무 하기 힘든 일이라면, 조금

곤란한데.. 사실 사람이 자기가 꼭 하고 싶었던 게 아니면, 어느 포지션이든

지 다 맞춰가게 되어 있어요. 왜 하다보면, 익숙해지면 또 다 그렇게 되잖아

요. 정말 적성에 안 맞는 게 아닌 이상.. 저는 일의 내용 자체는 웬만하면

다 맞춰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안정적인 수입을 토대로, 저는 다른 분

야에서 즐거움 찾는 거죠. 일과 취미는 조금 분리되는 그런 거?...중략...그

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거, 살면서 하고 싶은 거에서 만족감을 느껴요. 그런

것에서 얻는 만족감이 있잖아요. 그런 만족감이랑 일에서 얻는 만족감이, 아

니 만족감이라기보다는. 그런 것을 보는 조건이라든가, 그러니까 일을 통해

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이라든가, 그 외의 것을 통해서 내가 얻고 싶어 하는

것들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일을 구하는 데 있어서, 일의

내용이 무엇이냐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채민>

사회적 노동과 취미생활은 엄격하게 분리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사회적 노동을 통해서 보다는 취미생활과 같은 활동들에서 얻는

만족감이 크다고 판단한 사례<채민>는 노동의 내용적 측면보다는

개인 활동을 보장할 있는 직업의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토대로 개인적인 활동을 추구할 수 있다면 일의 내용이나 성

격적인 부분은 기꺼이 포기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태도들은 여

가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 개인주의적인 삶의 양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 등 20대 청년층의 문화에 근거하고 있다

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과 관련하여 시간의 중요성이 간

과될 수 없는 것은 시간이라는 요인이 20대 여성들의 노동좌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이라는 것이 자신의 삶에서 차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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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나 육체적, 정신

적 건강을 위협하는 조건 속에서의 노동을 감내할 그 어떤 보상도

기대하기 어렵다면 노동주체는 더 이상 노동에 매몰된 삶를 선택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양극화의 문제는 임금격차, 일자리의 질, 노동시간 여

러 측면에서 드러난다. 주주의 이익증대가 강조되면서 노동자로부

터 최대의 생산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재구조화는 노동시간을 양

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Paul Edwards and Judy Wajcman, 2005). 과노동,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이외의 시간을 박탈당하든가 노동할

기회마저 얻지 못함으로 잉여의 시간을 견뎌 내거나 두 선택지만

이 있을 뿐이다. 현 노동시장의 상황을 파악하는 20대 청년층의 여성들은 임금으

로도, 장래 전망과 비전으로도, 경력으로도 그 어떤 이름으로라도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일이라면 자신의 시간만큼은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협상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즉, 저임금을 받으

면서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일자리25)에서 단순하고 비핵심적인

일을 반복하게 되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 여타의 유용함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계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례<혜영> 경우는 다른 연구 참여자들과 개인적으

로 사용가능한 시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참여자들과 다르게 초과노동에 대해 만족

도가 다른 것은 본인이 일의 전문성과 숙련성을 확보하는 과정에

서 초과노동이 필요하다는 동의가 이루어졌고, 초과노동에 대한

적정한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조직 내의 인정, 책임과 같은 비

물질적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감내

25) 연구참여자들은정규직이라하더라도고용이절대적으로안정적이라고생각하지않았

다. 정규직이라도 회사사정의해 언제든지 일자리 잃을 수 있다는 인식, 대기업이라도

여자가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현실적 판단들은 고용불안이 비단 고용형태에서도 비롯

된다고 보기 어렵다. 노동시장 전반에 노동주체가 파악하기 어려운 불안요소들이 존재

하고 그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이미 노동시장의 대표적 속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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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도 노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일에 헌신하

고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정신적, 육체적 건

강을 위협받는 일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삶, 재생산을 위

한 노동 이외의 삶이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더라도 그러한 조건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갖는 것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노동시장에

서 유효한 협상카드를 가지기 위해 일이 끝나도 스펙을 쌓는 또

다른 노동에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인 자

본주의 경제체제는 장시간의 과중업무에 시달리거나 노동부재의

고통에 시달리거나 이 양극단의 선택지만이 양산하면서 이들이 요

구하는 노동과 삶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일자리는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4. 방향틀기, 보다 확실한 나의 일

노동과정은 노동자의 취약한 현실을 터득해가는 과정이며 취약하

나마 노동시장에 편입되기 위해 현실과 협상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일을 보상도 받지 못하면서 고되게

일하는 것이 자신만 소모되는 것이라는 것을 간파한 여성들을 보

다 확실하게 자신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물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확실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불확실의

시대를 살아가지만 지금 현재의 모습이 현상유지도 아닌 도태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대안을 선택해야하

는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입사하기 전만해도 되게 일이 저랑 동시된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일이

곧 나’라고 생각을 했죠.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교육도 많이 받았던 것 같

아요. 그렇게 일로써 자기의 꿈을 실현시키는 커리어우먼 같은, 그런 것이

저의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회사 다니다 보니까 일이 전혀 저의 꿈이 아니게

되더라고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저는 그래도 대부분을 살면서, 일을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잖아요 하루에. 그래서 저의 꿈이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되고 싶거나, 꿈이 아닌 일을 하면서 평생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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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지는 않다. 돈만 벌면서 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정은>

일이라는 게 평범한 일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 하

고 있잖아요. 회사 다니고. 처음에 취업할 때는 ‘내가 여기서 전문가가 돼

야지. 여성이지만 되게 멋있는 사람이 되서 경영과 관련해서 큰일을 해야

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일 하다 보면서 느낀 건데 돈 벌려고 하는 것 같애

요.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애요. <효린>

일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성취하거나 존재가 규정될 것이라고 생각

되었던 노동규범이나 노동윤리는 단순히 돈을 버는 일 이상을 넘

지 못하는 현실적인 노동을 통해서 현실화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 지금의 노동현실이 돈벌이 이외의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지만

생의 대부분이 노동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며 인간

이 필요를 위한 강제적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이 지점에서 다시 어떻게 노동과 삶을

꾸려갈 것인지를 고민한다. 여긴 홍보를 너무 많이 해야 되는 거예요. 저는 그 전에 회사를 다닐 때 책

이라는 게 이 사회에서 상품으로 팔린다는 걸 인지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니까. 여기 가서 홍보를 막 하고 언론사를

주로 다니면서 기자들을 만나서 이벤트를 하고 서점에서 싸인회 줄 서서 뭐

하고 그런 이벤트를 하다 보니까 아 내가 만드는 게 상품이라는 걸 알았던

거죠. 책의 컨텐츠, 내용적인 부분은 집중을 했는데 내용이 중요하진 않고

가격이 중요하고 포장이 중요하고. 우리 자본주의 사회 흐름에 맞게 가는 거

죠. 그걸 알고부터 책에 대한 애정이 뚝 떨어진거죠. 힘들고. 저는 독자로서

의 그 포지션이 제일 좋았던 사람인 거죠. 내용을 읽고 파악하고 이럴 때

‘이렇게 하면 사람들한테 쉽게 다가갈 수 있겠다’ 이런 내용적인 부분이

나의 큰 즐거움이지 포장하고 글을 넣고 방송국에 연락하는 거는 저한텐 너

무 취약점이었던 거죠. 그런데 그 회사에서 요구했던 능력이 그 쪽으로 포커

스가 있어서 내가 생각하던 출판이랑 실제 일해 보니까 현실과 이상의 괴리

인 거죠. 요즘에는 그런 부분들은 외부에서 많이 되거든요. 교정교열하고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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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하고 내가 원고지 읽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외부에서 다 하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 포장할까 그게 주요업무였는데 회사에서 나와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외주로 할 수 있으니 출판사에 남아있어야 될 이유가 없는 거죠.<준영>

실제로 일을 하는 과정은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만족감을 느끼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계기가 된다. 출판 업무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출판사에 취직한 사례 <준영>는 출

판사에 따라 업무와 내용과 성격이 달랐고 특정한 노동이 불만족

을 야기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이직을 선택했지만 어떤 일

에서든지 100% 만족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장에

서 책을 직접 만들어 내는 일도 경험해 보고 또 책을 상품으로 만

들어내는 홍보마케팅일도 해보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 어떤 것

인지를 더 명료하게 파악하게된 것이다. 자신이 책을 상품화하는

것에 취약하고 내용적인 측면에 더 집중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

나아가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개인 작업을 통해 글을 창작해 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실제 직접 일을 하다 보니 자신이 일에 대해

가진 이상과 현실은 괴리되어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현실화 가능

한 자신의 “이상”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게 된 것이다. 자기가 하

고 싶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나니 불안감을 별로 느

끼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례<준영>는 외주 편집일을 간헐적으

로 병행하면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사례<선경> 역시 5년이라는

시간동안 적지 않은 고민을 하면서 새로운 진로를 위해 준비과정

에 있다.

제가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유학가고, 갔다 오자마자 또 바로 취직하고

이래서. 지금 생각하기에는,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생각들을 할 시간이

없이 저한테는 되게 쉬운 선택지가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 안에서

처음으로 그런 것들에 도전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되게 좋은 시간이

었던 것 같아요...중략...제가 정말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생각을 많이

했죠. 실제로 많이 겪었으니까. 그래서 일단은 제가 잘하는 것은 회사에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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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공격적이지도 않고. 약간 제

가 성격이랑 잘 안 맞는 부분. 광고나 마케팅 쪽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리고 제가 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니까. 제일 싫었던 부분들이, 아까 말씀드

렸던 그런 매년 인사이동이 있었을 때. 제가 가치가 되게 없는 것처럼 느껴

지잖아요. 중점적으로 느껴지는 게, 동료들이 저랑 이렇게 얘기를 하면. 그

런 거 당하면 당할수록 자신이 없어지게 돼요. 사람들이. 왜냐하면 ‘여기에

서 아, 난 어디로 갈까’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이 팀에서는 더

이상 있을 수 없고, 저 팀에 가야 하는데. 저 팀도 막 ‘싫다고’하고 그런

상황이 되게 많거든요. 그렇게 사람들이. 그러면 자신감 되게 없어지고, 어

느 다른 회사도 못 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되게 많거든요. 개개인이 되

게 어떤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고. 그냥 하나의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되는 부분들이 싫다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

서 저는 이렇게 말이나 이런 글로만 사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손의 기

술’로 살고 싶다. 그렇게 살면 좋다고 생각 했어요.<선경>

졸업과 동시에 취직이 되면서 노동이라는 것을 신중하게 생각할

기회가 적었던 사례<선경>는 회사를 다니면서 일이 자신의 삶에서

가지는 의미들을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

을 하던 시간들은 고욕이었고 빠져나오고 싶을 만큼 힘겨운 것이

었으나 자신에게 일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일을 하는 과정은 자기도 몰랐던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

이며 자신을 수용하는 과정인 것이다. 장시간 자신이 관계 맺어

왔던 분야에서 돌아서서 새로운 진로를 선택한다는 것은 분명 쉽

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사례<선경>와 같은 결정은 개인의 적성

과 결부된 개인적 차원의 선택 문제만은 아니다. 잦은 인사이동을

통해서 일방적인 보직이동 경험을 연례행사와 같이 하면서 노동자

는 회사의 일방적인 전횡에 무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탁구공처럼 이리저리 옮겨지면서 이쪽 혹은 저쪽에서도 받아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 맘을 졸여야 하는 상황에서 자아효능감

이나 존중감은 상실된다. 근속연수가 늘어나도 전문성을 확보해서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보이지 않고 고용보장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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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는 것도 아니고 7-8년 내에 퇴직해야하는 자신이 미래가 보일 때

직장인으로서의 한계를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라도

고용주와 사원이라는 계약관계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간파하

는 사례<선경>는 보다 장기적으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방법

은 자기 기술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하게 자신의 인생과 일을 책임져 줄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판으로 자신을 옮기지 않는 이상

언제 버려질 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안은 채 쓸모없는 존재라는

자괴감을 감수해야하는 노동현실을 벗어날 없다고 인식하는 것이

다. 기술을 연마하기에 나이가 많고 완전 새로운 길을 다시 개척

해 나가야 한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있지만 미래와 현재 둘 다

전망 없는 노동에 저당 잡히면서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은

위험과 모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길을 가도록 재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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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Ⅴ. 나가며

잉여인간 - 파나-

방학도 아닌데 오늘도 방안에만 처박힌 내 모습.가치를 잃어가는 내 목숨.

내 모든 의지를 다해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나태함의 최고수준.매일 패닉상태인 폐인. 쓰레기 내 인생.

이런 제길. 모든 게 귀찮아. 전부 재미 하나 없는데 니가 봐도

시간낭비잖아.일 안하고 씻지 않아도 심장만 잘 뛰잖아. 진짜 난 비참한

인간이야.

Level Up을 위해 계속 헤매고,또 헤매고, 또 헤매고, 또 헤매고, 또 헤매고, 또 헤매고, 또

헤매고... 또 헤매.도대체 뭐 땜에? 나도 모르겠네.

모든 게 귀찮아.

불안이 명확하게 알 수 없음,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 지 알 수

없음에서 비롯된다면 공포는 우려하던 일, 피하고 싶은 두려운 그

무엇이 분명해질 때 발현되는 정서이다. 2010년, 한국의 20대 여성

들의 노동과 삶은 불안한 노동으로 점철된 공포의 삶으로 요약된

다. 요즘 20대 청년층에 사이에서 급속한 파급효과를 지니면서 번

져나가고 있는 ‘잉여인간’이란 말은 88만원 세대가 자신의 어떻

게 정체화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레벨 업을 위해서 헤

매고 몸부림치지만 이내 ‘모든 의지를 다해도 어떻게 해볼 수 없

는’ 현실 앞에서 이 모든 것들은 시간낭비이고 부질없음으로 귀

결된다. 왜, 무엇 때문인지 이유를 알 수 없는 현실이 불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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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면 시간에 지남에 따라 어떠한 노력으로도 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확고해진다는 것은 공포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미도 심장한 어마어마한 잉여인간이란 단어로 자신을 대변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용어로 타인을 잉여라고 부르는 이 사회는

그로테스크의 극치다. 그러나 그 기괴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속도를 높여서 진화하는 신자유주의에 섬뜩함에 또 한 번 놀라움

을 금할 수 없다. 본 연구는 신자유주의 혹은 신경제가 재편하는 노동시장에서 20대 청년층 여성들의 노동경험을 통해 그들의 노동과 삶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자유주의가 재

편하는 노동시장에서 불안으로 점철된 공포의 삶을 살아가는 20대여성들을 본다. 일을 통한 사회적 참여를 중요한 가치로 내면화

왔고 이를 이루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음에도 불구

하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단절적이고 분절적인 노동을 장시간 지속해야 하는 노동인 것이다. 성장하면서 경쟁하는 법이라면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출 만큼 능력

을 인정받아왔고 성취도 이뤄왔던 똑똑한 20대 여성들은 괜찮고

좋은 일자리로의 취업이라는 진입과업에서 부터 좌절을 경험한다. 취업을 위해 어느 세대보다도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하고 노동시장

에 진입하지만 단번에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

에 노동기대 수준을 낮추어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진입 후에

도 스펙 쌓기를 계속해야 하거나 잦은 이직과 구직을 반복하거나

안정적이고 노동조건이 양호한 공직을 위해 2-3년 씩 소비하는 등

끝나지 않는 취업활동으로 심리적 피로감이 깊다. 20대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노동시장에 잘 팔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노동력)이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어 보다 나은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서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모든 활동은 실패로 귀결되며 실패는 곧 경쟁에서의 퇴출과 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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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를 의미하는 노동현실에서 20대 여성들의 불안은 증폭된다는 것이

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초반에 승부를 내지

않으면 나이가 들면서 더 경쟁력이 없어지고 설자리가 좁아진다는

사실 때문에 초조하지만 이를 타개할 방법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

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 노동을 통한 자기실현과 독립된

주체가 되기 위해 노동시장에 진입한 20대 여성들은 별반 다르지

않는 나쁜 일자리를 전전긍긍하게 될 자신의 미래가 점점 확실해

져 보일 때 공포를 경험하는 것이다. 아니러니 한 것은 그럴수록

그들은 스스로 더욱더 노력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의 배면에는 현실노동에 대한 냉소적인 피로감과 함께 집단

적인 무기력과 패배의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력한

만큼 열패감은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모두 열심히 노력해도 그

수고와 노력을 블랙홀과 같이 빨아들이는 현실에서 당분간 20대여성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로선 그들에게 별

다른 대안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성별직종/직무분리, 임금격차, 성차별적 조직문화 등의 지속적으

로 문제제기 된 여성노동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나 고

용안정성, 일자리의 질 등의 노동환경의 전반이 여성에게든 남성

에게든 성을 불문하고 악화되는 상황에서 20대 여성은 노동시장에

서 세대간, 성별간 경쟁에서 이중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점하게 된

다. 일과 노동이라는 것을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절대적 필요 요

소로 인식하고 있는 20대 여성들은 일이 자기실현의 도구가 된다

는 노동윤리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이든 사회적

이든 독립된 주체가 된다는 것은 반드시 성취되어야 하는 과업으

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은 그들에게 더 무거운 과제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개개인이 ‘노동주체되기’라는 과업에 대한

고민으로 매몰된 삶을 살면서도 타인과 연결이 없는 흩어진 섬들

과 같은 형국이다. 각개전투에 익숙하고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존재를 증명해 왔던 세대이기 때문일까 혹은 ‘타인과 함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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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연대의 경험이 결여되어서 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노동현실이 주는

위압감에 압도되어서 일까 20대 여성들은 무기력 상태를 벗어나

새로운 삶 혹은 새판을 짜기 위한 그 어떤 에너지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한국사회의 노동현장의 급격한 변화를 긍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

다. 또한 신자유주의가 재편하는 노동시장의 폐해에 대응하고자

하는 많은 정책들도 생산되고 있다. 법적·제도적인 정책적인 접

근도 요구되지만 어떻게 노동자 스스로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포섭

되지 않으면서 대안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물음

은 오늘날 20대 여성들의 상태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조명된다. 변혁을 위한 문화는 제도나 정책을 통해서도 만들어지지만 개별적

노동주체들의 집합적 힘이 강력하고 지속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자는 본 연구를 통해 20대 여성들에게 보이

는 육체적, 심리적인 피로감과 무기력, 우울, 패배주의적인 집단적

정서를 어떻게 대안을 위한 실천의 에너지로 모아낼 것인가가 하

는 물음을 던지며 여성과 남성을 불문하고 노동자에게 무차별적으

로 불리해져가는 노동시장의 문제 중에서도 여성에게 가해지는 문

제를 구별해고 의제화하는 세심한 작업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불가항력적으로 보이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있는 20대 여성들에게는 ‘자신의 목소리 내기’와 같은

경험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개성과 기호, 취향

에 대해서는 어떤 세대보다도 표현력이 좋은 20대 여성들이나 노

동이 자신의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필요성, 책임감이 막중함에

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목소리 내기에는 소극적이다. 따라서 문화

적인 측면에서 20대 여성과의 접점 찾기가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분명한 것은 신자유주의, 신경제는 기존의 노동에 대한 가치, 태도, 규범과 윤리 등을 해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危機)가 기회를 내포한다는 말도 있듯이 새로운 대안은 해체를 통한 재

구축에서 찾아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이 지점에서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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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어떻게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아무도 가

지 않은 길, 걸어보지 않는 길을 내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

다. 현실이 어떻게 변화하고 구성되는 가를 분석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해체되는 가치와 제도 속에서 파편화된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결집하여 변혁을 만들어가는 주체되기

를 위한 가치와 방법일 것이다.

Page 167: 20대 여성,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외치다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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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기 대학'과 결별을 위한 반성과 제언”, 03월 19일『한겨레』.2009. “대학생 취업준비 비용 월평균 21만3000원, 7월16일

<인터넷 검색>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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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론

조금득 _ 청년유니온

김수현 _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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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청년유니온이 탄생되게 된 배경에는 노동운동이 새로운 영역으

청년들의 삶,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삶

조금득 _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1. 청년들, 그리고 여성들의 고용도 회복되고 있는가?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용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었음.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의 고용은 전체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

음. - 그러나 청년층의 고용상황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음. 이는 청년층 고용의 특성상 경제위기에 가장 취약하고 그 회복력도

가장 더디다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임

- 또한 경제위기 당시 30대초반 여성들에게 집중된 여성고용의 악

화 역시 크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음

- 이렇게 보면 이 두 가지 상황이 모두 겹치는 청년층 여성의 경

우 고용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판단됨

2. 생계형 아르바이트, 취업준비생 또 다른 이름의 청년실업자

- 기존의 노동계와 학계는 주로 경제활동인구내에서의 실업률에

주목해왔고 최근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노동조건 등의

차이를 주목해왔음. 청년실업의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온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음

- 그러나 청년유니온의 고민은 조금 다른 데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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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로 확대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전에 한국의 노동운동

이 90년대 중반이후 확대되지 못한 점은 한국의 압축성장과 90년대 급격히 금융자본 등을 중심으로 한 최신의 자본주의화에

대응하지 못한 점들이 있다.

정리하자면 청년유니온의 정체성은 90년대 중반이후 한국의 노

동시장에서 주요산업의 정규직 노동자, 파견 등과 같은 중장년

층 비정규직 노동자와 다르게 일군의 집단이 만들어졌고 이 집

단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취업준비생, 단시간노동, 프리랜서 등의 이름으로 부유하고 있는 집단에 기초

한다. 이들 집단들을 대변하고 이들의 노동권 보호를 중심으로

생활적 의제까지 다양한 권리를 보호하고 이슈제기하며 나아가

조직하는 노동조합이자 커뮤니티가 바로 청년유니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청년유니온의 주요 사업대상은 단순히 정규직 청년노동

자, 비정규직 청년노동자와 같은 방식으로 분류하기 보다는 훨

씬 복잡하고 다양하게 구성된다. 오히려 기존 산업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등으로 존재하지 않고 부유하는 청년층들이 주요 사

업대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청년유니온 상임운영위원

회 토론문서 中

- 박스에서 해설했고 여성노동자회의 분석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

이 청년층의 문제는 단순히 정규직, 비정규직의 문제만으로 설명

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함

- 이는 ‘생계형 아르바이트’, ‘취업준비생’, ‘대학원생(사실

상 취업유예)’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들의 노동권은 기존 노

동운동이나 노동법 등에서 거의 제외되어있다고 볼 수 있음

- 이러다보니 청년층이 가중되는 청년실업과 구직난속에서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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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볼 수 있음

- 이들의 노동현실을 드러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번 여성노동

자회의 조사는 그런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됨

- 지난 6월 청년유니온의 자체조사에 근거하더라도 편의점 아르바

이트생의 약 34%만이 2010년 기준 최저임금 4110원 이상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66%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

로 드러났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80%이상의 편의

점들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적으로는 주간에 일하는 알바생의 71%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었으며 야간알바생의 경우는 54%가 최저임금에 미

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었다.

지역

시급 전체

3000원미만

3000-3999원

4000-4110원

4110원이상

서울 0%/0 18%/41 30%/69 53%/122 232경기 1%/1 54%/56 23%24 22%/23 104광주 6%/2 82%/27 3%/1 9%/3 33부산 9%/4 69%/31 18%/8 4%/2 45전주 38%/5 62%/8 0%/0 0%/0 13대전 0%/0 100%/8 0%/0 0%/0 8기타 11%/1 44%/4 22%/2 22%/2 9전체 3%/13 39%/175 23%/104 34%/152 444

■ 편의점 알바생들의 시급수준은 전체의 66%가 2010년 기준 최저

임금인 4,110원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3000원대의

시급을 받고 있다는 응답이 3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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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 조사결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주간의 74%가 7시간 이

상의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야간 알바의 경우 83%가 7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단시간 알바가

아닌 상당수가 장시간의 알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평균 일한 개월수는 3개월 미만이

37%로 가장 많았고 3개월에서 6개월 사이가 21%로 그다음으로 많

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43%에 달하는 알바생들이 6개월 이상의 장기간 알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들이 대표적으로 기존의 노동에서 배제된 생계형 아르바이트, 취업준비생 등이라 할 수 있음

3. 정부의 역할에 대한 고민

- 실제 여성노동자회의 조사결과에도 볼 수 있듯이 상당수의 여성

청년들이 공기업, 공공기관 등의 직장을 선호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음

그림6. (구직자) 취업 희망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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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 이는 여성의 학력이 고학력이 되고 주체적이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실제 여성에 대한 차별이 그나마 가장 적은 곳

이 바로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시장적 요인보다는 국가의 의지에 따른 정

책의 산물이며 비교적 고용안정이 보장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장려하고 경

제활동 참가를 증진시키기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구사해온 것이다.- 많은 연구들은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에서 국가고용이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일자리를 제공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적 영

역은 임금격차와 성차별적 요인이 적어 여성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에 국가의 고용주로서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일자리가 주요 타겟이 되고 있는

현실은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다.

4. 워킹푸어의 대명사 청년

지난 6월 진행한 청년유니온의 자체 청년가계부 조사결과에 따르

● 청년노동자는 한달 평균 84만9천원을 벌어 91만5천원을 지출하

여 평균 6만6천원의 적자를 보고 있음

※ 조사 대상자중 월 160여만원정도를 버는 학원강사를 제외하면

적자폭은 더 늘어나고 수입은 더 줄어들게 됨

● 가계부 작성자 모두 전형적인 워킹푸어로서 특히 저축을 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은 이들이 계속해서 빈곤함정에서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함

● 가계지출의 대부분을 의식주에 사용하고 있었음. 50%를 의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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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에 사용하고 있었음

● 문화생활, 교육에 가장 관심이 높은 청년층임에도 불구하고 일

반가계와 비교하여 문화, 교육에 지출하는 돈이 극히 낮음. 의식주

에 들어가는 돈으로 인해 문화생활, 교육에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남. - 문화생활 / 일반가구 대비 청년 = 9.7% : 2.7%

- 교육비 / 일반가구 대비 청년 = 5.0% : 1.2%

● 일반가구와 비교하여 교통비와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활동성이 높은 청년층의 특성이라 할 수 있음

- 교통비 / 일반가구 대비 청년 = 2.7% : 11.2%

- 통신비 / 일반가구 대비 청년 = 5.3% : 9.0%

● 일반가구와 비교하여 주거비에 들어가는 돈의 비중이 커서 청

년주거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음. 주거비 지출이 이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해서는 향후 저축과 미래에 대한 투자를 전혀 할

수 없음

- 주거비 / 일반가구 대비 청년 = 5.0% : 13.3%

● 특히 조사대상자중 실업자 2인중, 실업급여 수급자(청년2)와 비

수급자(청년4)의 차이가 현격하게 나고 있음. 비수급자는 구직활동

(월5번)을 하고 있음에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서 월 40만원이 넘

는 적자를 보고 있음.

● 조사대상자중 청년2의 경우 대학시절 총 6학기에 걸쳐 학자금

융자를 2800여만원을 받았고 이로 인해 매달 31만5천원의 융자금

상환이 이루어지고 있음. 이로 인해 실업급여를 수급받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매달 12만원의 적자가 나고 있으며 여전히 1500여만

원의 빚이 남아있어 등록금으로 인한 빈곤함정을 탈출하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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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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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론 문

김수현 _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1. 청년층 여성들의 노동과 삶 실태조사(김신혜정)

- 청년층, 그 중 여성들의 노동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시기, 적절한

연구로 생각된다. 여성의 교육수준은 상승했으나, 여성의 사회진출

수준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5세에서 34세 사이 청년

층의취업률은 69.1%로 35세~44세(75.6%), 45세~54세(76.0%)보다낮은데, 그중에서도 여성의 취업률은 58.9%로 남성 78.8%보다 20% 정도 낮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비율도 여성이 높으며(여성 42.7%, 남성 36.4%), 임금노동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임금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여성 164만 9천원, 남성 203만 4천원).

- 분석내용은 청년층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생각된다. 사회진출로 인해 접하게 되는 남성과의 차별, 낮은 임금, 높은 불안

정성을 가진 일자리, 그리고 그런 일자리조차 없는 현실을 잘 보여

준다. 하지만 대조군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청년층 전체의 문제인

지 청년층 여성의 문제인지 정확하지 않다. 청년층 내 여성과 남성

의 임금격차나 일자리 질의 차이가 큼에도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

는다.

- 취업자의 노동현실과 관련된 부분의 통계자료가 무엇을 사용하

고 있는지, 분석대상이 어느 연령대인지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정부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제시한 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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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직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두 개념을 아무런 설명없이 같이 사

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고용형태는 정규직이 56%”라고 하고 있는데, 이 연구의 분석대상인 18세~33세 여성의 경우 임금

노동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김유선 박사의 비정규직 분석에 의하

면 절반이 넘는 54.1%가 비정규직이다(통계청 방식을따를 경우 35.1%). 즉, 어떤 자료를 통한 분석인지, 어디에서 인용을 하고 있는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 취업자의 노동현실에서 여성의 열악한 임금과 관련해 “청년층의

고용형태별 임금차이도 다른 연령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하며, 전체 여성 노동자의 임금격차가 청년층에게서도 동

일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한

분석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 논문의 조사대상인 18세~33세여성의 정규직/비정규직 임금이 남성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격차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다.

출처 : 201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이용 계산

- 직장으로부터 보장받고 있는 보험에서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모두 비정규직도 상당한 보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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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201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통해 살펴보면, 김유선 박사의 비정규직 개념을 따를 경우 직장으로부터 건강

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을 받는 비정규직의 비율은 각각 41.2%, 41.3%, 39.3% 밖에 되지 않는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어떻게 구분

되고 있는지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분석을 통한 정책제언인 등록금으로 인한 빚의 해결, 구직자

를 위한 지원체계 마련, 정부를 통한 주거공간 제공, 노동인권

교육과정,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

리 확대,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철폐, 채용과정에서의 차별 규

제, 최저임금 인상, 청년고용할당제의 의무화는 필요한 정책이라

생각된다.

- 구직자를 위한 지원체계 마련의 경우 유럽의 국가들에서 실행

되고 있는 실업부조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실업부조는 고

용보험으로 돈을 낸 실업급여와 달리 고용보험에 돈을 내지 않

는 사람이라도 실업상태면 지원을 받는 제도로, 유럽에서 실업

부조를 실시하는 국가들에서는 가구 소득 수준, 자녀 유무 등을

기준으로 해 지원액을 차별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는 특히 교

육훈련과 취업지원과 연계되어 있어 실업상태인 사람들의 취업

을 돕는 형태로 되어 있다.

- 청년고용할당제의 경우 어느 수준까지 실행할지에 대해 더 분

석이 되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최근 정부도 3% 고용 권고조

항을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는 힘들 것이다. 민간기업 역

시 청년고용할당제를 따르도록 해야 할 것인데, 이를 어느 규모

의 사업장까지 시행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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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법으로 민간기업을 따르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충분

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 확대는 기존에 많은 사람들이 요구했

던 문제이기도 한데, 특히 청년층 여성노동자의 측면에서 볼 때, 사회서비스산업에서의 직접투자를 통한 일자리 확대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2008년 경제위기 이 후 제조업을 중심으

로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보다는 본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사회서비스산업에 대한 정부투

자가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2. 20대 여성들의 노동표류기(여명희)

- 이 글은 인터뷰를 기반으로 하여 20대 여성들의 노동현실을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방법론은 대략적인, 객관적인 내용만 볼

수 있었던 전체 통계를 이용한 방법론으로 다룰 수 없었던 유

리천정 등과 같은 현실의 다양한 내용들을 이 글에서 깊이 있

게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과 같은 직업이

우선시되는 것은 앞서 실태조사를 이용한 분석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으로, 청년층 여성들의 일자리에 대한 생각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된다.

- 본문에도 있는 “막다른 일자리”를 뜻하는 비정규직 일자리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터뷰를

한 대상의 비정규직에 대한 경험이 그것을 나타내기에 적합하

지 않은 측면이 있다. 또한 인터뷰를 한 여성들의 교육수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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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대졸이상이라는 측면도 여성의 노동현실에 대한 분석에 편

의를 가져올 수 있다. 201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33세 여성 임금노동자의 35.1%가 고졸이하이고, 전문대졸

업을 기준으로 하면 65.9%나 된다.

- 실태조사의 객관적인 결과가 함께 다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

다. 인터뷰를 통한 심도깊은 내용과 함께 전체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통계치를 이용해 객관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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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서울마포구 서교동 351-28 공간여성과일 3층TEL。02-325-6822FAX。02-325-6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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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2010.11.30